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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들어가며 2. 화물차과적, 세월호화물적재량이알려진양을훨씬초과할수밖에없는이유 2-1. 세월호침몰의주요원인인화물과적 2-2. 화물차과적 - 세월호화물적재량은알려진양을초과할수밖에없다 3. 육상화물운송의과적실태 3-1. 과적차는전체의 11% 3-2. 전체화물차중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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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ption:

Issue Paper 안전한 도로, 안전한 운임에서 시작된다! 시민의 안전과 화물노동자의 안전이 만나려면 2012. 06. 25 김동근(노동자운동연구소) juckfly@gmail.com

1. 들어가며 화물차의 위험한 운전행태와 빈발하는 사고는 오래전부터 사회적 문제가 되어 왔다. 뉴스를 통해서 하루가 멀다 하고 들리는 사고 소식이 아니더라도 도로를 이용하는 운 전자와 보행자 모두 화물차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졸음운전, 난폭운전, 과적 문제 등 화물차의 현상적인 문제점은 많이 알려졌으 나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별로 얘기된 바가 없다. 화물차가 왜 위 험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지, 화물차로 인한 사고가 왜 빈발하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 한 채 화물차에 대한 단속 및 처벌을 강화하고 화물노동자의 의식이 변화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으로 접근해왔던 것이다. 화물노동자는 살인적인 장시간노동, 과도한 심야운행으로 인해 졸음운전, 위험운전으 로 내몰리고 있다. 그리고 그 근저에는 장시간노동, 야간노동을 강제하는 과도하게 낮 은 운송료라는 문제가 있다. 또한 화물노동자는 특수고용노동자라는 부당한 지위로 인해 노동기본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지입제와 다단계 알선 구조 속에서 무권 리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화물차의 위험운전 및 빈발하는 대형사고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한편 화물노동자는 장시간노동, 심야노동으로 인한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이기도 하다. 심야노동으로 인해 수면장애, 지속적인 피로, 위장관계 질환 등 각종 질병을 앓고 있 으며, 장시간운행으로 인해 많은 화물노동자가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는 등 화물노 동자는 많은 건강상의 문제를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지 위 때문에 대다수의 화물노동자가 산재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본 보고서는 화물차로 인한 도로교통의 위험이 얼마나 심각한지, 도로교통의 위험을 유발하는 화물노동자의 운전행태가 어떠한지를 밝힌다. 한발 더 나아가 화물노동자가 처해 있는 구체적인 상황을 분석함으로써 왜 위험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지, 화물노동 자 스스로는 어떠한 건강상의 문제를 겪고 있는지를 밝힌다. 결론에서는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제안한다.

2. 달리는 시한폭탄: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1) 위험천만한 화물차 교통사고 운전 중 화물차를 만나면 피했던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덩치도 훨씬 큰 데다 난폭운전을 하는 화물차가 위험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화물차로 인한 교통사고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 각종 통계에서 드러난다. 교통사고 가 났을 때 사망으로 이어질 확률이 승용차에 비해 4.3배나 높고, 특히 대형교통사고 로 이어지는 경우도 승용차에 비해 3.1배나 높다. 그림 1 > 화물차 교통사고의 위험성 자료: 고속도로 통행권발급 및 통행차량현황 조사(한국도로공사), 교통사고 통계분석 (도로교통공단) 자료에서 재구성. 2010년 기준. 대형교통사고: 사망 3명 이상 또는 부상 20명 이상이 발생한 사고와 기타 사회물의 를 야기한 사고. 또한 교통안전공단에서 발표한 2006~2010년 사업용자동차의 업종별 치사율에 따르면 화물차의 치사율이 5.5명으로 가장 높았다. 특히 2012년 1분기 화물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2% 증가한 272명으로, 화물차 사고 문제는 더 욱 심각해지고 있다. 1

그림 2 > 2006~2010년 사업용 자동차 업종별 치사율 자료: 2006~2010년 사업용자동차의 업종별 치사율(교통안전공단) 치사율: (사망자수 / 사고건수) 100 화물차로 인한 사고위험은 특히 고속도로에서 매우 심각하다. 화물차의 고속도로 차 량이용량은 9.1%에 불과한데 비해 교통사고건수 비율은 24.0%에 달하고 있으며, 사 망자수 비율은 무려 40.6%에 이른다. 화물차가 교통사고를 많이 내고 있으며, 사고의 많은 수가 사망사고로 이어진다는 의미이다. 실제 고속도로 차량이용량 대비 교통사 고 건수와 사망자수를 계산해보면 승용차 대비 각각 3.6배, 8.4배에 달한다. 특히 고 속도로 교통사고로 인한 전체 사망자 수는 2007년 420명에서 2010년 389명으로 줄 었음에도 불구하고 화물차 사망자는 122명에서 148명으로 늘었다는 점은 문제의 심 각성을 더한다. 그림 3 > 고속도로 교통사고 현황 자료: 고속도로 통행권발급 및 통행차량현황 조사(한국도로공사), 교통사고 통계분석 (도로교통공단) 자료에서 재구성. 2010년 기준. 2

2) 사고를 부르는 화물노동자의 운전행태 사실 화물차 교통사고의 심각성은 화물노동자의 운전행태를 볼 때 자연스러운 현상이 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교통사고로 인한 위험성이 큰 대형차임을 감안할 때 더욱더 안전운전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안전운행은커녕 사고를 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운전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화물노동자에 대한 인터뷰에서 한 노동자는 심지 어 주변 사람들에게 도로에서 화물차를 만나면 가까이 가지 말라고 충고한다 라고 말 하기도 했다.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 드러난 사례들을 중심으로 화물노동자의 운전 행태를 살펴보자. 난폭운전, 위험운전 대형 화물차들은 위험천만하게 적재물을 가득 싣고도 안전 규정을 무시한 채 난폭하게 질주하기 때문에 도로 위의 무법자 로 불리고 있습니다. 대형 화물차들이 시속 140km에 가까운 속도로 차로를 요리조리 옮겨다니고, 차선을 물고 달리기도 합니다. 국도에서는 신호위반도 서슴지 않습니다. 도로 위의 무법자 대형 화물차(KBS. 2012.5.18.) 대형 화물차가 난폭운전을 일삼는 덴 이유가 있었습니다. 내장된 속도제한 장치를 순식 간에 해제하는 수법이 시중에 공공연한데도. 화물차 제한 속도는 시속 80km, 하지만 이를 지키는 차량은 거의 없습니다. 과속을 막기 위해 대형화물차에는 속도 등을 제한 하는 장치가 내장되는데, 그 속도 제한을 풀어주는 업자들이 최근 크게 늘었습니다. 화물차 난폭 운전, 이유 있네!(KBS. 2012.2.4.) 졸음운전 중부내륙고속도로 상행선 마산기점 204km 지점에서 A(55)씨가 몰던 라보 화물차가 앞 서 가던 B(67)씨의 8t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A씨가 머리와 얼굴 등을 크게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졸음운전을 하다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졸음운전 화물차끼리 추돌 1명 중상(뉴시스. 2011.11.29.) 화물차가 중앙선을 넘어 가 마주 오던 차 두 대를 들이받았습니다. 이 사고로 화물차 운전기사인 염 씨가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경찰은 염 씨가 졸음운전을 3

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졸음운전 화물차, 중앙선 넘어 교통사고(YTN. 2012.1.27.) 과적 및 적재 불량 서해안고속도로에서 차량 9대가 잇따라 추돌하면서 6명이 다치고 도로와 가드레일 등 이 파손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의 원인은 과적 화물차가 무게를 이기지 못 하고 넘어져 있는 상태에서 뒤따라오던 또 다른 화물차가 앞서 있던 차량 8대를 잇따 라 들이받으면서 발생, 도로 파손과 인명사고 등 수억 원대의 재산 피해를 냈다. 대형 교통사고 부르는 과적 화물차 고속도로 파손 피해만 年 500억 (문화일보. 2011.12.16.) 경사가 가파른 비탈길에서 과적을 한 채 비탈길을 내려오던 화물차가 브레이크 고장으 로 주택가로 돌진하여 사고가 났습니다. 2.5톤 이상의 화물차 진입이 금지된 주택가 도 로인데도, 적재용량을 초과한 4.5톤 화물차가 달리다 사고를 냈습니다. 곧 빙판길 될 텐데 과적 화물차 질주 아찔 (MBC. 2011.11.23.) 이러한 운전행태들은 화물차 교통사고를 발생시키는 중대한 위험요소들이다. 시민의 안전과 화물노동자의 안전을 위해서, 그리고 교통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막대한 사회 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문제들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정부 역시 화물차 교통사고의 심각성에 대해서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종 노력들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은 대체로 과정 및 난폭운전에 대한 집중단속, 안전 운행에 대한 교육 및 홍보 강화, 졸음운전패치 및 생수 제공 등 화물노동자 개인에 대한 개입에 머무르고 있다. 안전운전에 대한 홍보 내용은 규정속도와 법규 준수, 충 분한 수면과 건전한 생활, 적절한 휴식, 과음과 과식 자제 등이다. 해외의 제도를 도 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그 내용을 보면 과속 운행에 대한 처벌, 휴 게소에서 쉬지 않는 경우 처벌 강화 등으로 화물노동자에 대한 규제 및 처벌 강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1) 이러한 접근방식이 효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으나, 화물노동자가 위험한 운행을 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 원인에 대한 접근이 부재하다는 측면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 화물노동자가 일부러 위험한 운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에도 불구하고 난폭운전, 1) 안타까운 화물차 사고를 보고(2012.5.13. 정병현 교통안전공단 중부본부장), 충북 화물차 교통사고 늘 고 있다(2012.5.25. 주영수 교통안전공단 중부지역본부 안전관리차장) 자료에서 재구성. 4

졸음운전, 과적 등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근본 적 원인에 대한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화물차로 인한 교통사고에 대한 대책은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도로의 무법자 라는 표면적인 인식에 가려져 있는 화물노동자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5

3. 죽음을 각오하고 달릴 수밖에 없는 화물노동자의 현실 1) 화물노동자의 목숨을 옥죄는 살인적인 장시간노동 화물노동자가 심각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음이 여러 조사에서 드러나고 있다. 2011년 운수노동정책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화물노동자의 1주 평균 평균운행시간은 47.9시간, 대기시간은 22시간으로 나타났다. 1주 평균 노동시간이 69.9시간으로 법적 초과근로시간인 12시간을 훨씬 초과하는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녹색 병원의 2009년 조사에 따르면 화물노동자의 1일 평균 근무시간은 성수기에 13.5시간, 비수기에 11.9시간으로 나타났다. 주 5일만 일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주당 60시간이 넘 는 장시간 노동인 것이다. 교통연구원 자료를 따르더라도 컨테이너 화물 노동자의 노 동시간은 월 환산 315시간으로 나타났는데, 여타 산업부문 노동자의 노동시간과 비교 했을 때 화물노동자은 압도적인 장시간 노동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 4 > 산업별 노동시간 자료: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보고서(노동부). 2010년 기준. 장시간운전은 졸음을 유발하고 집중력을 저하시켜 교통사고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특히 화물노동자은 산업 전반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사고시 위험성도 크 기 때문에 유럽, 북미 등 해외에서는 운수노동자의 노동시간과 관련한 규정을 마련해 두고 있으며,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비슷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유럽 기준에 따르면 운수노동자의 주당 노동시간은 48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 하루 6

노동시간은 13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또한 심야노동이 행해질 경우 하루 노동시간은 10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한국 화물노동자의 노동시간은 이 기준과 비 교할 때 비인간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장시간 노동이다. 특히 운수노동자들이 빈번한 심야노동을 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실로 초장시간노동이라 할만하다. 해외의 운수노동시간 관련 규정 유럽 하루 운전시간은 9시간을 넘을 수 없다.(주당 두 번에 한해서 10시간까지 연장 가능) 주당 노동시간은 4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최대 60시간까지 연장될 수 있지만, 4개 월 평균 주당노동시간이 48시간 이하일 경우에만 허용) 하루 휴식시간이 11시간 이상 되어야 한다.(주당 3회에 한해서 9시간까지 단축 가능) 하루 휴식시간을 쪼갤 경우 총 12시간의 휴식시간이 보장되어야 하며, 3시간, 9시간 으로 쪼갤 수 있다. 주당 45시간의 연속적 휴식시간이 보장되어야 하며, 격주 단위로 24시간까지 줄일 수 있다. 줄어든 주당 휴식시간은 보상된다. 1일 노동시간이 6~9시간일 경우 최소 30분, 9시간 이상일 경우 최소 45분의 휴식시 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4시간 30분 운전 후에는 최소 45분(30분 휴식 이후 15분 휴식으로 쪼갤 수 있다)의 휴식이 주어져야 한다. 휴식시간은 회당 최소 15분 이상은 되어야 한다. 만약 야간노동이 행해질 경우, 하루 노동시간은 매 24시간당 10시간을 초과할 수 없 다. 야간 은 00:00~07:00 사이의 시간 중에서 각 국가별로 정의한 것을 따르되, 최 소 4시간은 되어야 한다. 야간 에 어떠한 노동이라도 행하였을 경우 야간노동 으로 간주한다. 캐나다 24시간당 최대 운전시간은 13시간이다. 24시간당 최소 휴식시간은 10시간이다. 일간 최대 업무시간은 14시간이다. 7일간 최대 업무시간 70시간을 지켜야 하며, 못 지키는 경우 14일간 최대 업무시간 120시간을 지켜야 한다. 미국 10시간의 연속적인 휴식 이후에 11시간의 최대운전시간을 규정하였음. 7

연속 8일 중 7일까지만 일할 수 있고, 그 7일간 70시간의 업무시간, 60시간의 운전 시간만 허용. 7일 일한 후에는 최소 34시간의 연속적인 휴식을 보장받아야 함. 뉴질랜드 연속적으로 5시간 30분 이상 운전하지 못함. 5시간 30분 운전한 후에는 최소 30분 휴식해야 함. 어떠한 24시간 주기를 잡더라도 운전자는 11시간 이상 운전하지 못하며, 14시간 이 상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최소 9시간의 연속적인 휴식이 보장되어야 함. 66시간 운전이나 70시간 업무종사 이후에 운전자는 최소 24시간의 연속적인 휴식을 보장받아야 함. ILO 기준 모든 운전자는 4시간 이상 연속으로 운전하거나 5시간 연속으로 업무에 종사한 이후 에는 휴식을 보장받아야 한다. 일간 최대운전시간은 9시간을 넘을 수 없다. 주당 최대운전시간은 48시간을 넘을 수 없다. 하루에 최소 8시간의 연속적인 휴식을 보장받아야 한다. 2) 돈 몇 푼 아끼기 위해 잠 안자고 운전할 것을 강요받는 비참한 현실 화물노동자에게 심야노동은 정규노동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일상화되어있다. 녹색 병원의 2009년 조사에 따르면 화물노동자의 한 달 평균 심야운행(22시부터 6시까지) 횟수는 14.3로 나타났다. 화물노동자는 이틀에 한 번 꼴로 심야운행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2006년의 9.7일에 비해 4.6일 증가한 것이다. 이 조사에서 전체 화물 노동자의 절반에 가까운 44.2%가 한 달에 15일 이상 심야운행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 는데, 이 역시 2006년의 23.5%에서 상당히 늘어난 것이다. 8

그림 5 > 화물노동자의 한 달 심야운행 횟수(평균) 자료: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화물 노동자 안전보건 실태조사(녹색병원. 2009.) 그림 6 > 화물노동자의 한 달 심야운행 횟수 자료: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화물 노동자 안전보건 실태조사(녹색병원. 2009.) 심야에 장시간 운행을 해야 하는 경우 아예 잠을 자지 못하고 계속 운행하거나 혹은 차에서 쪽잠을 자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를 연속근무라고 하는데, 조사에 따르면 화물 노동자의 63.6%가 한 달에 5일 이상 연속근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 역 시 2006년의 35.1%에 비해 확연히 늘어난 것이다. 9

그림 7 > 화물노동자의 한 달 연속근무일수 자료: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화물 노동자 안전보건 실태조사(녹색병원. 2009.) 결론적으로 화물노동자의 심야운행 실태는 매우 심각하다고 볼 수 있으며 시간이 갈 수록 노동조건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화물노동자의 심야운행은 비정상적으로 낮은 운송료라는 근본적인 원인에 심야운행을 유도하는 정부의 정책이 더해진 결과다. 정부는 화물차의 심야운행을 유도하기 위해 저녁 9시에서 새벽 6시에 운행하는 경우 고속도로 통행요금을 50% 할인해주고 있는 데, 이 조치로 인해 많은 화물노동자가 심야운행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밤 9시 이후에) 도로비 반값을 해주다 보니까, 그 시간에 맞춰서 운행을 하다 보니까 심야운전, 졸음운전을 다 하는 거죠. 도로 위의 무법자 대형 화물차(KBS. 2012.5.18.) 고속도로 최장 노선 중 하나인 경부선 서울-부산 구간을 11t 화물차가 운행한다고 했 을 때 할인되는 금액이 13150원이다. 최장구간이 이 정도임을 감안하면, 화물노동자 가 심야운행을 하면서 얻는 이익은 많아봤자 하루에 만 원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다. 낮은 수입을 벌충하기 인해 불가피하게 심야운행을 할 수밖에 없는 화물노동자의 비 극적인 모습이다. 정부는 저임금으로 고통받고 있는 화물노동자의 현실을 이용하여 심야운행을 유도하고 있다. 시민의 안전과 화물노동자의 안전에 대한 고려보다 운송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2010년도 고속도로 화물차 사망사고 원인 조사에서도 졸음운전이 34.5%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화물노동자의 심야운행은 그 자체로 졸음운전의 위험성이 높을 뿐 10

아니라 다음날 주간운행의 피로도를 높이고 졸음운전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화물노동 자의 심야운행 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3) 벌금은 화물노동자에게로, 초과이윤은 자본에게로 현행 도로법은 과적차량이나 적재 불량 차량에 대해서 운행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 하고 있다. 운행제한차량이 적발될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으며, 만약 적재량 측정을 방해하거나 도주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2010년 전국 고속도로에서 단속된 과적 차량은 2만8000건이 넘어 과적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로부터 부과되는 과태료는 고스란히 화물노동자가 부담하고 있다. 과적으로 인한 도로 파손 문제가 심각하고, 과적 화물이 추락하면서 사고를 빈번히 일으킨다는 점에서 화물차 과적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그러나 과적 문제를 화물노 동자 개인의 책임으로 볼 수 없다는 점에서 과태료를 화물노동자가 전부 부담하는 것 은 부당하다. 과적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화물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노동권 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화물 운송비가 생계를 유지하는데 충분치 않을 정도로 낮은데다, 실 질적으로 고용되어 일하면서도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여 고용불안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화물노동자는 사측이 과적을 요구할 경우 현실적으로 거부할 수가 없다. 늦은 밤, 과적한 화물차들이 적발됩니다. 법정 기준 40톤보다 20~30톤씩이나 더 실었 습니다. 하지만, 낮은 운송료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정상 요금을 안 주 잖아요. 그러면 그만큼 돈을 메우기 위해서 과적을 할 수밖에 없잖아요. 10년 사이 경 유값은 4배 가까이 폭등했지만, 화물 운임은 제자리, 이 때문에 과적과 과속 유혹에 빠 지고 도로 위의 무법자 대형 화물차(KBS. 2012.5.18.)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과적차량의 50% 이상은 건설공사장 이동차량이며 이들 대부분 은 덤프트럭이다. 그런데 덤프트럭의 경우 짐을 얼마나 싣는지에 관계없이 몇 번의 운행을 하느냐에 따라 운임이 결정되기 때문에 과적으로 인해 화물노동자가 얻는 이 득은 없다. 과적 운행할 경우 연료소모가 많고 차량고장을 유발하며, 운행의 피로가 11

심하기 때문에 운전자는 오히려 과적을 원하지 않지만 화주가 원할 경우 일거리를 잃 지 않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과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현재 과적으로 인한 초과이윤은 자본이 가져가고 과태료 혹은 벌금은 화 물노동자가 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과적으로 인한 도로 파손이나 사고의 책임을 화물노동자에게 돌리는 것은 전적으로 부당하며, 화주에 대한 철저한 감독을 통해서 과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한 취지에서 현행 도로법은 건설현장에서 차량이 과 적되지 않도록 관리해야할 의무와 현장에서 관리의무를 위반하였을 시, 법적인 책임 을 묻도록 되어있지만 여전히 처벌은 운전자에게만 이루어지고 있다. 4) 화물노동자가 안전한 운행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 먼저 화물노동자의 경제적인 상황을 살펴보자. 교통연구원 통계를 따르면 2011년 4/4분기 컨테이너 운송 차주의 경우 원 315시간 노동하여 191만 원의 수익을 얻고 있다. 월 141시간 초과근로를 했음에도 월수입 200만 원이 되지 않는다. 일반 공장의 임금체계로 계산하면 시급 4,544원으로 최저임금 미만이다. 다단계 하청을 거쳐 물량을 확보하는 화물노동자의 경우는 훨씬 심각한데, 화물연대 조사에 따르면 4단계 알선업체를 통해 물량을 받는 차주의 월 순수입은 69만 원 수 준으로 월 노동시간인 314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시급이 2,197원인 것으로 나타났 다. 표 2 > 차고지가 인천인 25통 카고(20ft 컨테이너) 화물노동자의 실 수입 내역 내역 참고 운송수입 900만 원 화주부터 4단계 걸쳐 물량 확보. 총운행거리 8,395Km(편도 78건) 총운전시간 158시간 총대기시간 156시간 구속 월 노동시간 314시간 운송비용 831만 원 알선료 81만 원 지입료 20만 원 비용의 12%가 각종 중간수수료 경유비 488만 원 비용의 58%가 기름값 톨비 70만 원 소모품, 식비 등 122만 원 차량 할부금 50만 원 순수입 69만 원 시급환산 2,197원 자료: 화물연대 자체 조사 12

이러한 저임금 상태에서 화물노동자에게 안전한 운행을 요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 이 되지 않는다. 가능한 만큼 장시간 운전해서 그나마 먹고 살 수 있는 만큼의 수입 을 얻어야 하며, 하루 몇 천원의 고속도로 통행요금을 아끼기 위해서 심야노동을 해 야만 하기 때문이다. 화물노동자의 평균 연령이 40대 중반인 것을 감안하면 화물노동 자의 저임금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화물노동자의 극단적인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저임금 장시간 심야노동 사고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근래의 폭발적인 유가상승과 오랜 시간 정체되어왔던 운송료 때문에 화물노동 자의 상황은 더욱 암담해졌다. 지난 5년간 운송료는 10% 인상됐지만, 기름값은 60% 가 올랐으며, 특히 2010년부터 2년간 기름값은 20% 넘게 인상됐지만 운송료는 오히 려 2% 인하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유업계는 기름값 인상의 부담을 전혀 떠안지 않 고 있으며, 재벌들이 장악하고 있는 운송사들 역시 자신들이 받는 운임은 올리면서 지입차주들에 대해서는 사실상 운임을 동결하며 천문학적인 이윤을 챙겨가고 있다. 모든 부담을 짊어진 화물노동자는 생존을 위해서 더욱 긴 노동시간과 위험운전을 감 수할 수밖에 없다. 유례없는 고유가 시대를 맞아 화물차량 운전자들이 수익 보전과 유가 절감 등을 위해 낮 시간에 택배 아르바이트를 병행, 휴식 없이 주 야간 운행을 반복하는가 하면 내리막 도로에서 기어 중립 상태로 운전하는 등 대형사고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부화물터미널에서 만난 화물차량 운전자 김모(53)씨 는 얼마 전부터 주간 택배 운송 아르바이트인 속칭 시내바리 를 하고 있다. 최근 치솟 는 기름값 때문에 화물차 운행에서 계속 적자만 발생하자 어쩔 수 없이 낮 시간대에 서 울 시내에서 택배 운송 아르바이트를 하며 수익보충에 나선 것이다. 김씨는 주 야간 중간에 제대로 쉬지를 못해 자연히 사고가 늘어날 확률이 늘지만 도로 통행료와 기름값 등을 대고 나면 남는 게 없다 며 최근 이렇게 시내바리 등 아르바이트를 하는 기사들 이 늘고 있다 고 말했다. 최근 서울 시내 주유소 경유 가격이 1900원대에 근접하는 등 유가가 상승하고 주요 간 선 도로 통행료도 오른 반면 국내 화물차 운송료는 답보 수준에 머물면서 화물차 운전 자들이 졸음운전을 무릅쓰고 초과근무를 하고 있다. 또 일부 화물차 운전자들은 내리막 도로에서는 주행기어를 중립 상태에 놓고 운전하는 등 목숨 건 질주 를 계속하고 있다. 화물차 운전자 유모(37)씨는 일부 기사들 중에는 기름값을 아끼려고 내리막길에서 기어를 중립 상태로 운전하는 후리운전 을 하는 경우 도 있다 며 이런 주행은 만약 차량 정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브레이크 작동이 제대 13

로 되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고 말했다. 고유가 문제가 심각했던 지난 2010년 4월 졸음운전 중 대형사고를 당한 오모(43)씨는 이렇게 무리해서 벌더라도 손에 쥐는 돈은 월 200여만 원에 못 미치기 십상이다 고 토로했다. 고유가에 화물차 운전자들 죽음의 질주 (문화일보. 2012.4.23.) 더 큰 문제는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지위와 지입제, 다단계 알선이라는 불합리한 구조 때문에 화물노동자의 노동권이 전혀 보장받지 못한다는데 있다. 화물차주는 실제 노동과정에서 운수업체의 지시에 따라 정해진 노동을 수행하므로 사 실상 고용관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은 화물차주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 다. 이로 인해 화물노동자는 노동기본권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상시적인 고 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특수고용이라는 부당한 제도 때문에 대부분 운송회사들은 자신의 화물차를 가지고 노 동자를 고용해 운송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화물차를 소유한 화물노동자와 위수탁 계약만을 맺는다. 그리고 그나마 운수회사와 직접 위수탁 계약도 하지 못하는 화물노 동자는 별도의 알선료를 추가로 지불하고 알선업체로부터 물량을 받아야 한다. 현재 화주-운수회사-1차 알선업체-2차 알선업체로 이어지는 3단계 하청을 거쳐 물량을 받 는 화물 노동자도 부지기수다. 이것이 이른바 지입제라 불리는 화물 운송 시장 형태 다. 지입제 구조에서 운송회사, 알선업체들은 일정 수익률 이상의 영업비, 관리비만 챙기 고 시장 상황에 따라 변하는 모든 운수비용은 화물노동자가 모두 감당해야 한다. 게 다가 운송회사들이 지입제를 악용하여 화물차주와 불공정한 위수탁계약을 맺는 경우 가 빈번하다. 화물운송으로 인한 모든 위험부담과 기름값, 차량유지비 등 제반 비용을 모두 화물차주가 감당하는데도 모든 권리는 운송회사가 가지는 것이다. 14

A운송업체의 위수탁계약서(일부 발췌) (중략) 갑 의 사업장 및 내부적인 사항으로 타업체와 연대 또는 단체행동으로 갑 의 사업운영에 피해를 입히거나 지장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 다음 각 호의 경우는 이행의 최고 없이 갑 이 일방적으로 해약할 수 있다. 선동행위 등으로 타 계약자와 연대하여 단체행동을 통해 갑 의 사업운영에 피해 를 입히거나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했을 때. 갑 은 갑 의 소유권인 번호판을 회수하고 차량의 운행을 중지시킬 수 있다 을 (화물차주)은 갑 (운송업체)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지정하는 제반교육을 을 비용으로 이수하여야한다. 을 은 운송요율 조정 요구사항을 이유로 운송을 거부할 수 없으며, 만일 운송거부 로 인하여 갑 의 손실이 발생하면 갑 이 손해액을 산정하여 을 에게 지급할 운 송료에서 공제하여도 을 은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화물노동자는 화주 및 운송사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밖에 없 다. 이는 곧바로 화물노동자의 저임금, 장시간노동, 심야노동과 화물차 과적의 일반화 로 이어진다. 모두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도로교통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핵심적인 요소들이다.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구조는 화물노동자의 건강을 해치는 중요한 원인 이기도 하다. 아래에서 살펴보자. 15

4. 서서히 무너지는 화물노동자의 건강 심야노동은 수면장애, 지속적인 피로, 위장관계 질환, 심혈관계 질환, 조산과 자연유 산 등 출산과 관련된 질환, 암 등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업무 중 사고에 중요 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심야노동은 노동자가 정상적인 하루 주 기에 따라 생활할 수 없도록 만들기 때문에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에 나쁜 영향을 미친 다. 화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녹색병원의 2009년 조사에서도 심야운행은 교통사고를 더 많이 일으키고 주간의 졸음 증상을 악화시키며 자율신경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실증적으로 드러났다. 또한 실제로 화물노동자의 수면의 질은 매우 나쁜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만성적인 장시간노동으로 인해 화물노동자의 건강상태는 전반적으로 좋지 못 한 것으로 밝혀졌다. 2011년 운수노동정책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한 주관적 인식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응답한 비율이 41.4%에 이르렀다. 그림 8 > 화물노동자의 건강에 대한 주관적 인식 자료: 화물연대 조합원의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운수노동정책연구소. 2011.) 같은 조사에서 화물노동자가 주요하게 앓고 있는 질환은 근골격계, 고혈압, 위장병 등 으로 밝혀졌으며 특히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31.6%에 이르렀 다. 제조업 노동자의 근골격계질환의 증상 유병율이 23.9%인 것과 비교했을 때에도 매우 높은 수치로, 화물노동자의 노동시간 및 노동강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16

수 있다. 그림 9 > 화물노동자의 주요 질병 현황 자료: 화물연대 조합원의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운수노동정책연구소. 2011.), 일부 제조업체 노동자들의 작업관련 근골격계질환의 증상 유병률과 일차 중재의 관 련요인(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산업의학교실. 2005.) 자료에서 재구성. 장시간노동, 심야노동이 화물노동자의 건강을 해치고 있음이 여러 자료를 통해 확인 되고 있다. 시민의 안전 뿐 아니라 화물노동자 스스로의 건강을 위해서도 장시간노동, 심야노동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자면, 이러한 건강악화 및 질병은 모두 노동과정으로 인해 발생한 산업재해임 에도 불구하고 화물노동자들은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로 산재보험의 사각지대에 놓 여있다는 점 또한 심각한 문제다. 17

5. 대안: 시민의 안전과 화물노동자의 안전이 만나려면 핵심은 명확하다. 화물차로 인한 사고는 사망사고 및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화물노 동자 자신의 안전은 물론 시민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며, 점점 늘어 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화물차 사고의 대부분은 화물노동자의 피로 및 졸음운전, 난폭운전, 과적 등 나쁜 운전행태로부터 비롯된다. 나쁜 운전행태를 야기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화물노동자의 장시간노동, 심야노동이 다. 뿐만 아니라 장시간노동, 심야노동은 화물노동자의 건강을 악화시키는 중요한 원인이다. 화물노동자가 과도한 장시간노동, 심야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낮 은 운송료로 인한 저임금, 특수고용 및 지입제로 인한 무권리 상태이다. 결론적으로, 시민의 교통안전과 화물노동자의 안전 및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안 정적인 화물 운송 수입의 보장과 화물노동자의 노동기본권 강화가 필수적이다. 1) 안정적인 화물 운송수입의 보장 화물노동자들의 상태는 이제 더 이상 운행을 지속하기 힘들 지경에 이르렀다. 운송료 는 하락하는 가운데 기름값은 폭등하는 상황에서 월 300시간 이상 일해도 최저임금 수준의 수입을 얻기도 힘든 상황이다. 화물노동자의 다수는 화물차 운전에서 생계비 를 벌지 못해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위험운전, 장시간운전을 하고 있다. 화물노동자 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운송료의 대폭적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번에 운송료를 일정 수준 올리더라도 향후 이와 같은 상황이 또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미 2008년에도 화물노동자들은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총파업을 통해서 일정수준 운송료를 올렸다. 4년 만에 똑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화물노동자가 받는 운임은 매우 경직적으로 정해지는 상황에서 기름값 등 제반 비용 부담은 화물노동자들이 모두 지고 있기 때문 이다. 운송료는 쉽게 오르지 않으면서 제반 비용은 꾸준히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 추 세이므로 화물노동자의 수입은 가만히 놔두면 하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임금을 타개하기 위해 화물노동자의 노동시간은 더욱 길어지고, 노동자간 경쟁도 더욱 치열 18

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화물노동자들이 일정 수준의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하 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화물연대는 이러한 제도적 장치로서 지난 10년간 표준운 임제를 요구해왔다. 표준운임제는 노동시장의 최저임금제도와 같이 실제 화물운송을 담당하는 화물노동자들의 최저 수입을 보장하자는 취지의 제도다. 운송 업무를 담당 하지 않는 대형운수회사에서 일방적으로 운송료를 결정하는 현재의 시스템에서 화물 노동자들이 지불하는 실제 운송비용을 감안하여 운송료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꾸자 는 것이다. 정부 역시 이러한 상향식 비용 반영 및 화물노동자들의 최저 수입 보장을 위한 표준 운임제에 관해 합의한 바가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11월에 표준운임제 시 범실시를 약속했고, 2008년 6월에는 시범실시(일정 포함) 후 법제화까지를 약속했었 다. 하지만 현재까지 정부는 구체적인 법제화 일정을 밝히지 않고 있다. 2009년부터 시범실시도 했으나 이후 흐지부지 되고 있는 상황이다. 2) 화물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근로기준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을 통해 화물노동자(화물차주)의 노동자 성을 인정하고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대부분 화물노동자는 운송업체나 알선업 체의 배차지시에 따라 일을 하는 등 사실상 운수회사에 고용되어 일하고 있으므로 개 인사업주로 볼 수 없다. 고용관계에 관한 권고 (ILO 제198호 권고, 2006)의 주요내 용 역시 화물차주를 노동자로 보고 있다. 또한 불공정한 위수탁계약으로 인한 화물노동자의 권리 침해를 막아야 한다. 이를 위 해 화물운송사업자법 개정을 통해 표준 위수탁계약서를 고시하고 법적인 강제를 해야 한다. 표준위수탁계약서에는 위수탁 계약의 최소 연도 보장, 정당한 사유 없는 위수탁 계약해지 금지, 계약만료시 차주의 갱신 청구권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3) 안전한 도로를 위한 로드맵: 사회적 안전운임협약(표준운임위원회) 화물노동자의 안정적인 화물 운송수입의 보장과 노동기본권 보장이라는 과제는 단기 간에, 단일한 조치로 달성할 수 없다. 복잡한 특수고용직이라는 불합리한 법제도를 개 19

정하는 문제, 지입제와 다단계 하청구조, 복잡한 이해당사자 관계 등 고려해야 할 사 항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운송업계, 화물노동 자 모두를 포함하는 이해당사자들 사이의 진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정부 가 주도적으로 논의를 위한 테이블을 만들고 프로그램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 다. 이와 관련하여 참고할 만한 해외 사례를 소개한다. 호주의 안전한 운임 을 위한 개혁프로그램 호주 정부는 다음과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도로운송부문의 전반적인 개혁 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도로운송부문은 전체 GDP의 1.7%를 담당하고 고용의 2.3%를 차지하며, 화물운송량 은 연간 7.4%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므로 호주의 경제발전에 핵심적인 부문이다. 평균적으로 매년 330명 정도의 사람들이 화물차로 인한 사고로 사망하고 있으며, 그 중 16%는 화물노동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비극적 상황에 과속(27.4%)와 피 로(20%)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년에 걸친 조사들에서 화물운송부문의 위험한 운전행태와 그로 인한 교통사고는 불 합리한 운송료 및 운송료 지불방식과 밀접한 연관이 있음이 밝혀졌다. 특히 과속과 피로 문제는 화물노동자들의 수입에 대한 압박과 운송스케줄을 맞춰야 한다는 압박 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그 시작으로 2008년 7월 호주 정부는 3개 부처 장관의 공동성명을 통해서 국립교통위 원회(National Transport commission)를 통해 화물노동자들의 수입과 운송료지불방식에 대한 조사를 통해 개혁안을 만들 것을 발표했다. 이어 10월에 국립교통위원회는 안전한 운임 - 도로운송 산업에서의 위험한 노동행태의 원인 을 주제로 한 보고서를 제출하면 서 호주도로교통협의회(Australian Transport Council)에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낮은 운송료와 부적절한 운송료 지급방식이 과속과 피로, 약물복용 등의 위험한 운전 행태를 불러오고 결국 교통안전을 해친다는 사실을 인식할 것.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제도적 개입이 필요함. 안전한 운임과 관련한 개입은 도로교통법률, 노사관계법률, 특수고용법률등과 연관된 정부 전체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함. (피고용자와 화물차주 모두를 포함하여) 화물노동자에 대한 안전한 운임의 확립과 유 지, 그리고 안전한 운임의 책임을 산업 전반에 강제하기 위한 도로교통법의 개정이 필요함. 국립교통위원회의 보고서에 대한 응답으로, 호주정부는 교육/고용/노사관계부에 적절한 20

발전모델을 만들 것을 요청했다. 이에 해당 부처는 안전한 운임, 안전한 도로 를 주제로 한 지침서를 발간하고, 안전한 운임을 위한 자문위원회 를 구성하여 개혁방안을 구체적 으로 발전시키기로 결정하였다. 호주 운수노조(Transpot Workers Union of Australia)이 과정에 꾸준히 개입하면서 정책 결정과정에 힘을 보탰다. 안전한 운임과 관련한 국립교통위원회의 조사, 연구과정에도 함께 했으며 안전한 운임을 위한 자문위원회 에도 다수가 자문위원으로 정책수립 및 실 행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화물차주를 위한 안전한 운임 과 관련한 주요 지침 내용 안전한 운임과 운송료 지급방식의 확립과 유지에 있어서 화물차주들의 안전(안전한 운임으로부터 뒷받침되는)은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이다. 화물차주가 적당하고 안전한 정도의 노동시간을 통해서 공평하고 타당한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최소운송료가 책정되어야 한다. 화물차주를 위한 안전한 운임의 결정사항은 공급사슬 모든 이해당사자(화주, 알선업 체, 화물차주)에게 빠짐없이 적용되어야 한다. 화물차주는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하며, 따라서 고용주의 악행으로부터 보호받아 야 한다. 예를 들어 위험한 방법으로 일하는 것을 거절하는 화물차주에 대한 계약해 지 등. 화물차주 역시 피고용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 국가의 고용표준 에 따른 최저임금의 적용을 보장받아야 한다. 한국의 경우 이미 표준운임제 시범실시와 법제화를 합의한 바가 있다. 화물노동자의 안정적인 운송수입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이 이미 제시가 된 상황이므로 구체 적인 방안을 마련하여 실행하는 과정에서 호주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정 부, 운송업계, 화물노동자를 포괄하는 논의테이블을 만들어 표준운임제를 실행하기 위 한 논의를 시작하고, 장기적으로는 이를 발전시켜 안전한 도로를 위한 사회적 안전운 임협약 이라는 형태로 화물운송부문 전반에 대한 개혁을 실행할 것을 제안한다.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