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3EDB9AEC1FD5F3235C1FD2E687770>



Similar documents
<5B335DC0B0BBF3C8BF2835B1B35FC0FAC0DAC3D6C1BEBCF6C1A4292E687770>

<B3EDB9AEC1FD5F3235C1FD2E687770>

01김경회-1차수정.hwp

대한한의학원전학회지26권4호-교정본(1125).hwp

歯kjmh2004v13n1.PDF

<C7D1B9CEC1B7BEEEB9AEC7D03631C1FD28C3D6C1BE292E687770>

272 石 堂 論 叢 49집 기꾼이 많이 확인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야기의 유형이 가족 담, 도깨비담, 동물담, 지명유래담 등으로 한정되어 있음도 확인하였 다. 전국적인 광포성을 보이는 이인담이나 저승담, 지혜담 등이 많이 조사되지 않은 점도 특징이다. 아울

DBPIA-NURIMEDIA

<BFACBCBCC0C7BBE7C7D E687770>

<BABBB9AE2E687770>


Output file

#Ȳ¿ë¼®

Journal of Educational Innovation Research 2017, Vol. 27, No. 2, pp DOI: : Researc

<B1B9BEC7BFF8B3EDB9AEC1FD20C1A63331C1FD2DBABBB9AE E687770>

泰 東 古 典 硏 究 第 24 輯 이상적인 정치 사회의 구현 이라는 의미를 가지므로, 따라서 천인 합일론은 가장 적극적인 경세의 이론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권근은 경서의 내용 중에서 현실 정치의 귀감으로 삼을 만한 천인합일의 원칙과 사례들을 발견하고, 이를 연구하여

영상문화27호 (보람편집)_수정 (4).hwp

<BFB5B3B2C7D03231C8A32DC3D6C1BEC6EDC1FDBABB2836BFF93236C0CF292E687770>

Journal of Educational Innovation Research 2018, Vol. 28, No. 1, pp DOI: * A Analysis of

182 동북아역사논총 42호 금융정책이 조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일제 대외금융 정책의 기본원칙은 각 식민지와 점령지마다 별도의 발권은행을 수립하여 일본 은행권이 아닌 각 지역 통화를 발행케 한 점에 있다. 이들 통화는 일본은행권 과 等 價 로 연

4번.hwp

최우석.hwp

E1-정답및풀이(1~24)ok

교사용지도서_쓰기.hwp

< BDC3BAB8C1A4B1D4C6C75BC8A3BFDC D2E687770>

<C1B6BCB1B4EBBCBCBDC3B1E2342DC3D6C1BE2E687770>

untitled

0429bodo.hwp

伐)이라고 하였는데, 라자(羅字)는 나자(那字)로 쓰기도 하고 야자(耶字)로 쓰기도 한다. 또 서벌(徐伐)이라고도 한다. 세속에서 경자(京字)를 새겨 서벌(徐伐)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또 사라(斯羅)라고 하기도 하고, 또 사로(斯盧)라고 하기도 한다. 재위 기간은 6


<C0CEBCE2BABB2D33C2F7BCF6C1A420B1B9BFAAC3D1BCAD203130B1C72E687770>

cls46-06(심우영).hwp

민주장정-노동운동(분권).indd

과 위 가 오는 경우에는 앞말 받침을 대표음으로 바꾼 [다가페]와 [흐귀 에]가 올바른 발음이 [안자서], [할튼], [업쓰므로], [절믐] 풀이 자음으로 끝나는 말인 앉- 과 핥-, 없-, 젊- 에 각각 모음으로 시작하는 형식형태소인 -아서, -은, -으므로, -음

時 習 說 ) 5), 원호설( 元 昊 說 ) 6) 등이 있다. 7) 이 가운데 임제설에 동의하는바, 상세한 논의는 황패강의 논의로 미루나 그의 논의에 논거로서 빠져 있는 부분을 보강하여 임제설에 대한 변증( 辨 證 )을 덧붙이고자 한다. 우선, 다음의 인용문을 보도록

6±Ç¸ñÂ÷

<C3D6C1BE5FBBF5B1B9BEEEBBFDC8B0B0DCBFEFC8A C3D6C1BEBABB292E687770>

초등국어에서 관용표현 지도 방안 연구

177

제주어 교육자료(중등)-작업.hwp

¸é¸ñ¼Ò½ÄÁö 63È£_³»Áö ÃÖÁ¾

01Report_210-4.hwp

<C3D1BCB15FC0CCC8C45FBFECB8AE5FB1B3C0B0C0C75FB9E6C7E D352D32315FC5E4292E687770>



교육 과 학기 술부 고 시 제 호 초 중등교육법 제23조 제2항에 의거하여 초 중등학교 교육과정을 다음과 같이 고시합니다. 2011년 8월 9일 교육과학기술부장관 1. 초 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은 별책 1 과 같습니다. 2. 초등학교 교육과정은 별책

시험지 출제 양식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봅시다.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체험합시다.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집시다. 5. 우리 옷 한복의 특징 자료 3 참고 남자와 여자가 입는 한복의 종류 가 달랐다는 것을 알려 준다. 85쪽 문제 8, 9 자료

상품 전단지

::: 해당사항이 없을 경우 무 표시하시기 바랍니다. 검토항목 검 토 여 부 ( 표시) 시 민 : 유 ( ) 무 시 민 참 여 고 려 사 항 이 해 당 사 자 : 유 ( ) 무 전 문 가 : 유 ( ) 무 옴 브 즈 만 : 유 ( ) 무 법 령 규 정 : 교통 환경 재

2

DBPIA-NURIMEDIA

화이련(華以戀) hwp

ÆòÈ�´©¸® 94È£ ³»Áö_ÃÖÁ¾

歯1##01.PDF

<5BC1F8C7E0C1DF2D31B1C75D2DBCF6C1A4BABB2E687770>

120229(00)(1~3).indd

ePapyrus PDF Document

<C7D1B9CEC1B7BEEEB9AEC7D C3D6C1BE295F31392EB9E8C8A3B3B22E687770>

300 구보학보 12집. 1),,.,,, TV,,.,,,,,,..,...,....,... (recall). 2) 1) 양웅, 김충현, 김태원, 광고표현 수사법에 따른 이해와 선호 효과: 브랜드 인지도와 의미고정의 영향을 중심으로, 광고학연구 18권 2호, 2007 여름

아니라 일본 지리지, 수로지 5, 지도 6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하지만 여기서는 근대기 일본이 편찬한 조선 지리지와 부속지도만으로 연구대상을 한정하 기로 한다. Ⅱ. 1876~1905년 울릉도 독도 서술의 추이 1. 울릉도 독도 호칭의 혼란과 지도상의 불일치 일본이 조선

212 영상기술연구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이 뉴 뉴웨이브 세대란 60년대 일본의 영화사에서 과거세대와는 단 절된 뉴웨이브 의 흐름이 있었는데 오늘날의 뉴웨이브 세대를 뛰어넘는다는 의미에서 뉴 뉴웨이브 세대로 불린다. 뉴 뉴웨이브 세대 감독들의 경향은 개인적이고 자유분

<30322D3031BCD5B5BFC8A32DC6EDC1FD2E687770>

<B1A4B0EDC8ABBAB8C7D0BAB8392D345F33C2F75F E687770>

DBPIA-NURIMEDIA

<303220C7D1C5C2B9AE2E687770>

30이지은.hwp

삼교-1-4.hwp

DBPIA-NURIMEDIA

아태연구(송석원) hwp

<34332D2D30382D2DB9DABCBAC8C628BFCF292E687770>

현대영화연구

본문01

<B1B9BEC7BFF8B3EDB9AEC1FD5FC1A63234C1FD5FBFCF2E687770>

<B1E2C8A3C7D0BFACB1B85FC1A63336C1FD2E687770>

11¹Ú´ö±Ô

<C7CFB4C3B0F8BFF828C0FCC7CFC1F6B8F8C7D1C6EDC1F6292D31302E3128C3D6C1BE292D31302E31342E687770>

<313220BCD5BFB5B9CCC1B6BFF8C0CF2E687770>

선초 정재연구\(수정 및 첨가\)

장양수

<31342D3034C0E5C7FDBFB52E687770>

07_Àü¼ºÅÂ_0922

WRIEHFIDWQWF.hwp

2 佛敎學報 第 48 輯 서도 이 목적을 준수하였다. 즉 석문의범 에는 승가의 일상의례 보다는 각종의 재 의식에 역점을 두었다. 재의식은 승가와 재가가 함께 호흡하는 공동의 場이므로 포 교와 대중화에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믿음을 지니고 있었다. 둘째

DBPIA-NURIMEDIA


DBPIA-NURIMEDIA

216 동북아역사논총 41호 인과 경계공간은 설 자리를 잃고 배제되고 말았다. 본고에서는 근세 대마도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인식을 주로 영토와 경계인 식을 중심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이 시기 대마도에 대한 한일 양국의 인식을 살펴볼 때는 근대 국민국가적 관점에서 탈피할

퇴좈저널36호-4차-T.ps, page Preflight (2)

- 2 -

2. 박주민.hwp

<31382D322D3420BDC5B1D4C8AF5FB3EDB9AE28C3D6C1BEBABB292E687770>

KIM Sook Young : Lee Jungsook, a Korean Independence Activist and a Nurse during the 이며 나름 의식이 깨어있던 지식인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을 받은 간 호부들은 환자를 돌보는 그들의 직업적 소

(자료)2016학년도 수시모집 전형별 면접질문(의예과포함)(최종 ).hwp

03±èÀçÈÖ¾ÈÁ¤ÅÂ

Page 2 of 5 아니다 means to not be, and is therefore the opposite of 이다. While English simply turns words like to be or to exist negative by adding not,

DBPIA-NURIMEDIA

ÀÌÁÖÈñ.hwp

<B7CEC4C3B8AEC6BCC0CEB9AEC7D B3E23130BFF9292E687770>

歯M PDF

Transcription:

오용록의 작품세계 윤 혜 진 1) * <국문초록> 이 논문은 생전( 生 前 )에 학자로 주로 활동하였던 오용록(1955~2012)이 작곡한 작품들을 살펴보고 그의 작품세계를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음악이론이 원 래 작곡과 이론을 포함하였던 초기 작곡이론전공의 형태를 염두에 둔다면 그의 연 구에서 기존연구의 방법론을 넘어서 창의적인 분석 개념과 체계를 적용하려는 시 도가 이루어지는 배경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또한 학자 오용록이 작곡가로서 창작작업에도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음은 당연하다. 한국음악학 학자로 잘 알려진 오용록을 작곡가로서 조명하여 그의 작품세계를 다루는 것은 창작작업 뿐 아니라 이론연구 또한 연계하는 관점이 요구된다. 특히 한국음악창작은 시대적 논제와도 직결되는 만큼 그의 작품세계는 양자를 아우르는 통합적 시각이 적용되는 것이 적절하리라고 본다. 오용록은 학자로서 한국음악의 시대적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는 여러 논의에서 비판적 견지와 대안적 미래를 음 관계론 및 형성론 연구를 통해 고심하였고 동시에 작곡가로서 창작작업에 적용하 고자 한 인물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그의 작품세계는 이론적 연구와 창작을 함께 연계하여 이해할 수 있는 통합적인 지점이 된다. 오용록은 첫 공식작품으로 1982년에 <빈산>을 작곡하였고 10년 뒤에 <발해 성>(1992)과 <땅>(1992)을, 그리고 마지막 작품으로 <수트라>(1996)를 발표하였다. 이들 네 작품으로 작품세계를 논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으며, 작품세계를 일구 는 하나의 맥락을 논하는 것 또한 한정적이다. 그러나 네 작품을 작곡하는 배경에 는 한국음악의 형성론과 창작어법을 논의해왔던 그의 이론연구가 있다. 그가 연구 해왔던 개념과 이론을 실제 작품에 적용한 바는 이론연구와 창작작업을 밀접하게 *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 강사 119

國 樂 院 論 文 集 제25집 연계해왔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한국음악의 정체성과 창작어법에 대한 논의가 한 국음악작곡 분야에서 중요 담론이라고 한다면 오용록은 그러한 담론을 이론연구와 창작이라는 두 작업을 통해 펼쳐왔다. 오용록의 네 작품은 순수 기악음악이 아니라 시와 극적 내용이 있는 성악음악과 무용음악이다. 노랫말을 선택하거나 무용작업과 같은 공동 작업을 하는 데에는 시 극 내용 타작업자와 작곡가 간의 주제의식이 공유되었을 때 가능하다. 그러기에 <빈산> <발해성> <땅> <수트라>에는 주제의식이 음악적 해석을 거쳐 작품으로 표현되고 있는 일련의 맥락이 관통되는데, 시대의식과 한국음악어법에 대한 고민, 이 두 가지 주제의식이 작품들을 하나로 연계하고 있다. 이 두 주제의식은 시대에 깨어있는 정신, 노래가사의 선택, 악곡의 구조적 구성, 전통적 음관계론과 음 기 능의 분석과 적용, 기존 음악계에 대한 비판적 성찰 등으로 해석 적용되어 네 작 품을 하나의 맥락으로 엮어나가고 있다. 오용록의 창작작업은 이론과 창작이 만나는 지점을 지향하고 있다. 이론연구로 서 한국음악의 분석과 창작방법을 논의하였고 창작작품을 통해 시대의식과 창작어 법의 적용을 시도하였던 오용록의 이론과 창작 작업을 통해서 한국음악창작의 방 향과 고민을 심화할 수 있다고 본다. 오용록 사후( 死 後 ) 1주년을 맞이하여 그의 작 품세계를 처음으로 논하는 이번 논문이 한국음악창작 영역에 성찰의 여지를 더하 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핵심어: 시대의식, 한국음악, 창작, 작품세계, 음관계론 목 차 Ⅰ. 들어가는 글 Ⅱ. 작품 개관과 특징 Ⅲ. 이론연구와 창작작업이 만나는 지점 Ⅳ. 마무리하는 글 120

Ⅰ. 들어가는 글 어떤 작곡가의 작품세계를 파악하는 데에는 전체 작품들을 관통하고 있는 일련의 맥락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정 작품에 대한 분석과는 달리 작곡가의 작품세계는 각기 작품의 개별성이 어떠한 맥락으로 작곡가의 통합적 시각을 이루었는지가 해석 되 어야하는 까닭이다. 작품의 분석은 소리에 대한 구조적 이해뿐 아니라 소리를 논리화하는 의미적 해석을 요구한다. 즉 악보로 표명된 구조적 전개와 함께 악보로는 충분히 표명되지 않는 작곡 가의 의도와 의미를 해석하는 것이 작품분석이 된다. 그리고 작곡가의 작품세계를 논하 려면 개별 작품의 구조적 분석과 의미적 이해가 이루어진 이후에 전체 작품들 간에 연 계되는 일관성과 변화 그리고 특징을 통합적 시각에서 다루어야한다. 개별적인 작품분 석이 충분히 이루어진 이후에 통합적 시각의 작품세계가 논의되는 것이 적절하겠지만 이번 논문에서는 통합적 시각에 무게를 두고자 한다. 그 이유는 본 논문에서 다루는 작 곡가의 특수성 때문이다. 한국음악학 학자로 잘 알려진 오용록(1955~2012)을 작곡가로 조명하여 그의 작품세계를 다루는 것은 창작작업 뿐 아니라 이론연구 또한 연계하는 관 점이 요구된다. 특히 한국음악창작은 시대적 논제와도 직결되는 만큼 그의 작품세계는 양자를 아우르는 통합적 시각이 적용되는 것이 적절하리라고 본다. 오용록은 학자로서 한국음악의 시대적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는 여러 논의에서 비판적 견지와 대안적 미래 를 음관계론 및 형성론 연구를 통해 고심하였고 동시에 작곡가로서 창작작업에 적용하 고자 한 인물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오용록의 작품세계는 이론적 연구와 창작을 함께 연계하여 이해할 수 있는 통합적인 지점이 된다. 이 논문은 생전( 生 前 )에 학자로 주로 활동하였던 오용록이 작곡한 작품들을 살펴보고 그의 작품세계를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음악이론이 원래 작곡과 이론을 포함하 였던 초기 작곡이론전공의 형태를 염두에 둔다면 그의 연구에서 기존연구의 방법론을 넘어서 창의적인 분석 개념과 체계를 적용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는 배경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또한 학자 오용록이 작곡가로서 창작작업에도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음 은 당연하다. 오용록은 첫 공식작품으로 1982년에 <빈산>을 작곡하였고 10년 뒤에 <발해성>(1992) 과 <땅>(1992)을, 그리고 마지막 작품으로 <수트라>(1996)를 발표하였다. 이들 네 작품 으로 작품세계를 논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으며, 작품세계를 일구는 하나의 맥락을 논 121

國 樂 院 論 文 集 제25집 하는 것 또한 한정적이다. 그러나 네 작품을 작곡하는 배경에는 한국음악의 형성론과 창작어법을 논의해왔던 그의 이론연구가 있다. 한국음악의 정체성과 창작어법에 대한 논의가 한국음악작곡 분야에서 중요 담론이라고 한다면 오용록은 그러한 담론을 이론연 구와 창작이라는 두 작업을 통해 펼쳐왔던 인물이다. 그러므로 오용록의 작품세계를 통 합적으로 파악해보는 것은 한국음악작곡에 대한 논의를 심화하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우선 발표된 네 작품의 개관과 특징을 논의하고 비슷한 시기에 연구되었던 오용록의 연구를 통해 한국음악의 이론과 창작에 대하여 그가 고민해왔고 표현하고자 했던 바를 파악하고자 한다. 이로써 우리음악의 성찰과 고민을 창작작업과 함께 수행하였던 오용 록의 작품세계를 일면이라도 이해하는 시작이 되었으면 한다. Ⅱ. 작품 개관과 특징 오용록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작품에는 <빈산>(1981), <발해성>(1992), <땅>(1992), 그 리고 <수트라>(1996)가 있다. 처음 두 작품인 <빈산>과 <발해성>은 성악음악이며 나 머지 두 작품인 <땅>과 <수트라>는 무용음악으로서 극음악형식이다. 이들 작품에는 작 품 설명이나 해설이 따로 첨부되어있지 않아서 악보 외에는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바 가 없다. 그러나 작품 모두가 필사로 기보되어있어서 작곡가를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고 있다. 악보에는 음표를 그리는 습관이며 악상기호를 적어 내려가는 특징 뿐 아니라 국악기의 특정한 기호를 표기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또한 작업 당시에 필기하였 던 아이디어나 소제목 등을 쓴 작곡가의 필체가 고스란히 담겨있어서 음악을 만들어가 는 작곡가의 마음을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에서 작품분석에서 사용 하는 악보는 작곡가의 필사본을 그대로 발췌하여 제시하고자 한다. 한편 악보 외에 작 품에 대한 정보를 참고하기 위해 현재 자료로 남아있는 당시 공연과 연관된 기사를 살 펴보았으며 특히 극음악형식으로 작곡된 두 작품에 관해서는 전체 공연의 내용과 주제 를 참고하여 작품이해를 도모하였다. 성악음악인 <빈산>과 <발해성>은 기보된 악보에 작품 정보가 어느 정도 드러나지만, 무용음악인 <땅>과 <수트라>는 작업의 특성상 무용과 극적 흐름을 함께 보아야하는데 실제 공연된 무용극의 시청각 자료를 참조하지 못했다. 따라서 두 편의 성악음악은 122

노랫말과 악곡구조의 측면에서 접근하고 나머지 두 무용음악은 극적 흐름에 따른 음악 적 배치와 구성의 관점에서 파악해보고자 한다. 각기 네 작품 전체를 세밀하게 파악하 는 것은 다음 연구에서 차후 다루기로 하고 본 논문에서는 각 작품 별로 중요한 특징을 중심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1. <빈산> <빈산>은 1981년 10월 31일(악보에 기재된 날짜)에 연주된 성악음악이다. 가장 암울 했던 시기인 1980년대 초반에 대표적 저항시인인 김지하의 시 지리산 에 곡을 붙인 것 이다. 이 작품으로 오용록은 공식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초연 이후 1989년 창무 회 공연에서 <빈산>이 공연되었는데 이때에는 짧은 무용음악으로 사용되었고 십사 년이 흐른 뒤인 1995년 8월에는 광복50주년 한민족 예술제 빈산 (청주 예술의 전당 대극 장)에서 다시 공연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2009년 윤덕경무용단의 한국창작춤과 갈 라공연에서 일곱 개의 옴니버스 형식 중 하나로서 다시 발표되었다. 1) 성악음악이었던 것이 이후 무용음악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은 흥미로운 점인데 <빈산>의 노랫말이 명확한 주제의식을 담고 있는 연유라고 본다. <빈산>은 전체 3장으로 악보에 표시되어있지만 실제 연주에서는 악장의 구분 없이 하나로 연결된 구성으로 볼 수 있다. 이후 설명하겠지만 악장을 구분하는 기악구가 일 정한 형식을 취하기보다는 짧은 연결구로 표현될 뿐 아니라 노래 중간에도 기악구가 등 장한다는 점에서 악장의 구분을 명확하게 나타내는 지점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 이다. 노래는 남창이 부르며 반주악기에는 대금, 당피리, 해금, 아쟁 등 선율악기와 장구, 쟁, 좌고, 징의 타악이 함께 짜여 져 있다. 창작곡에 주로 향피리가 사용되는 것과는 달리 당피리가 선택되었는데, 아마도 음색과 음량의 효과를 위해 취한 것으로 보인다. 각 장 사이의 기악연결구를 제외하면 선율악기는 주로 수성가락으로 구성되는데, 그 이 유는 전통음악의 노래반주에서 나타나는 노래와 반주와의 관계를 재현하면서도 시의 정 서를 중시하는 <빈산>에서 노래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작곡가가 김 지하의 빈산 의 가사를 부분적으로 생략하고 재배치하면서도 시의 정서적 흐름을 음악 1) 2009년 10월 6일자 충청투데이, 15쪽. 이 공연에서 발표된 갈라 작품은 1986년에서 1999년까지 공연된 작품들 중 일곱 편을 모은 것이다: 리마(1986), 빈산(1989), 보이지 않는 문(1992), 몸풀기, 몸만들기(1995), 어-엄마 우으섯다(1997), 기쁨도 슬픔도 넘치지 않고(2005), 더불어 숲(1999). 이들 중 <빈산>은 같은 공연명인 빈산 의 음악으로 사용되었다. 123

國 樂 院 論 文 集 제25집 적으로 해석하기 위해 고심하였다는 것을 가사배치와 구조를 통해 알 수 있다. <표 1>은 원래 시인 빈산 과 성악음악 <빈산>의 가사 배치와 구조를 비교한 것이다. <표 1> 김지하의 빈산 과 오용록의 <빈산>의 가사 비교 김지하의 빈산 빈 산 아무도 더는 오르지 않는 저 빈 산 <빈산>의 가사 빈 산 아무도 더는 오르지 않는 저 빈 산 해와 바람이 부딪쳐 우는 외로운 벌거숭이 산 아아 빈 산 이제는 우리가 죽어 없어져도 상여로도 떠나지 못할 아득한 산 빈 산 너무 길어라 대낮 몸부림이 너무 고달퍼라 지금은 숨어 깊고 깊은 저 흙 속에 침묵한 산맥 속에 숨어 타는 숯이야 내일은 아무도 불꽃일 줄도 몰라라 한줌 흙을 쥐고 울부짖는 사람아 네가 죽을 저 산에 죽어 끝없이 죽어 산에 저 빈 산에 아아 (생략) 너무 길어라 대낮 몸부림이 너무 고달퍼라 지금은 숨어 깊고 깊은 저 흙 속에 침묵한 산맥 속에 숨어 타는 숯이야 내일은 아무도 불꽃일 줄도 몰라라 한줌 흙을 쥐고 울부짖는 사람아 네가 죽을 저 산에 죽어 끝없이 죽어 (생략) 불꽃일 줄도 몰라라 내일은 한 그루 새푸른 솔일 줄도 몰라라. (생략) * 우리가 죽어 없어져도 상여로도 떠나지 못할 아득한 산 빈 산 124

<빈산>의 노랫말은 김지하의 빈산 의 구조를 그대로 취하면서도 하나의 연을 분리하 거나 가사 생략과 재배치를 취하여 재구성되었다. 이는 음악적 표현의 주제의식에 따른 것으로 본다. 우선 빈산 의 마지막 연을 생략하고 <빈산>의 마지막의 시구로서 앞서 생 략하였던 제2연을 배치하였다. 대개 시의 첫 구나 마지막 구 혹은 주제어를 반복하는 여타 노래형식과는 달리, 아련한 이상으로의 갈망을 표현하는 제2연을 악곡 마지막(*) 에 놓는다. 또한 제2연에서 생략한 부분의 시적 감성을 연결하기 위해 제3연의 두 절까 지를 첫 번째 악곡부분( )으로 엮고 제3연 중반부터 두 번째 악곡부분( )을 이룬다. 그리고 제4연부터 시작되는 세 번째 악곡부분( )은 제4연의 중반까지( 끊임없이 죽어 ) 까지 취한 뒤에 이전에 생략했었던 제2연의 우리가 죽어 부분을 곧바로 연결한다. 특 히 이 부분에서 작곡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적 표현의 주제의식이 엿보이는데, 끊 임없이 죽어 와 우리가 죽어 를 연결하여 시상( 詩 想 )을 음악적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운율의 반복이 아니라 죽어가는 울부짖는 사람들에 우리 자신을 대입하는 작 곡가의 주제의식이 드러난다. 가사 배치와 구조에서 나타나는 작곡가의 주제의식은 선율구성의 특징과 연결된다. 선율진행은 정해진 주제선율의 반복구조 보다는 점진적인 발전구조로 구성되고 있다. 즉 주제 선율이 반복 변형되면서 시의 각 연을 표현하기 보다는 4도(5도) 음 관계의 음 군( 音 群 )이 움직이면서 점차로 고조되는 시적 감성에 따라서 선율형이 전개된다. 특히 이러한 점은 같거나 비슷한 선율로 시의 각 연들을 반복하는 형식을 취하거나 혹은 주 제선율을 반복 변형하는 형식이었던 당시의 대부분 노래형식과는 차이가 있다. <빈산> 은 김지하의 시 빈산 에서 표현하고 있는 정서적 흐름의 전개를 표현하기 위해 선율을 구성하였는데, 빈산 에서 의도하는 시대의식과 정서를 작곡가가 공감하면서 일종의 서 사적인 선율구조를 만들었으며 이 과정에서 원래 시어( 詩 語 )의 생략과 반복이 이루어졌 다. 생략된 가사에 해당하는 부분과 각 장을 연결하는 부분은 기악연결구로 대체되었고 이로써 원래 시의 정서와 노래의 구조적 전개를 연결하였음을 알 수 있다. <표 1>에서 나타난 가사구조는 <빈산>에서 따로 노래 선율만을 발췌한 <보례 1>과 함께 이해해볼 수 있다. 125

國 樂 院 論 文 集 제25집 <보례 1> <빈산>에서 발췌한 노래 선율(작곡자 필사 악보) * 기악연결구를 제외한 노래 선율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4도(5도) 관계의 음군이 선율형을 만들어가는 구조를 띠고 있다. 첫 번째 악곡부분( ) 전반부에서는 F음에서 C 음 간의 음 관계를 사용하였고, 이 음 관계는 의 후반부에서 G음에서 D음으로의 하 행으로 변화된다. 그리고 두 번째 악곡부분( )에서는 A음을 중심으로 D'로의 상행과 D 음으로의 하행, C음을 중심으로 한 F음으로의 상행, 그리고 D'음에서 A음으로의 하행 으로 선율형이 구성된다. 그리고 세 번째 악곡부분( )에서 A음에서 D'로의 상행과 G음 -(상행)-D'음-(하행)-G음-(상행)-C'음 간의 4도(5도) 음 관계로 다양하게 변형된 이후 <표 1>의 * 에 해당하는 마지막 부분에서는 C음을 중심으로 하여 4도(5도)관계의 F음 126

과 G음을 사용하였다. 이러한 4도(5도)의 음 관계 활용은 오용록 자신이 연구하였던 전 통음악형성론의 음군( 音 群 ) 2) 과 일맥상통한다. 한편 노래 가사에 선율을 붙이는 과정에서 음 관계 변형에 의한 구조화 외에도 음향 적으로 음역의 대비도 사용하였지만, 가장 특징적으로 보이는 점은 노래 선율 전체에 걸쳐 소리의 꺽는 소리, 떨어지는 소리, 구르는 소리 등 전통적인 음 기능을 주요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예로 <보례 1>에서 노래 도입부 두 마디를 보면, F음과 E b 음의 퇴성, 뒷꾸밈음, 그리고 선율 위에 표시된 전통부호 등은 전통음악의 음 기능을 활용하 여 노래의 흐름을 구성하려는 바를 보여준다. 이와 함께 서정적이면서도 암울한 정서를 선율적 호흡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악구(프레이즈)의 구분, 쉼표, 숨표를 세밀하게 구분 하여 사용하고 있는 것 또한 알 수 있다. 예로 처음 도입부의 가사 중 더는 오르지 않 는/ 저 부분은 하나의 악구로 구분되어있으나 더는 오르지 와 않는/ 저 사이를 숨표 로 구분하였다. 이는 원래 시의 단어인 저 빈산 에서 저 를 앞의 더는 오르지 않는 부 분과 연결하여 하나의 악구로 만든 것으로서 시의 정서적 흐름에 음악적 해석이 가해지 는 부분이다. <빈산>에는 뚜렷한 주제의식과 음 관계와 기능에 대한 고민이 드러난다. 첫 번째 작 품으로 노래를 선택한 데에는 명확한 주제로서 시대의식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작곡가의 의도가 엿보이며, 이를 작곡가 자신이 연구해왔던 전통음악의 음관계론을 적 용하려는 시도로 파악해볼 수 있다. 2. <발해성>(1992) <빈산>에 이어 작곡된 <발해성> 또한 김지하의 시를 취한 성악음악으로서 긴노래 라 는 부제가 있다. 이것은 1992년 9월 7일 국악모임 해오름의 창단연주회(국악당 소극장) 에서 초연되었고 이후 1993년 3월 2일과 3일 민족음악협의회의 공연으로 다시 연주되 었다 3). 국악모임 해오름 4) 은 국악의 대중화와 민중적 내용으로 라는 기치를 내걸고 2) 오용록, 상여소리를 통해본 노래의 형성, 한국음악연구 제30집(서울: 한국국악학회, 1992); 한국음악형성론 (서울: 민속원, 2012), 288쪽. 음군( 音 郡 )은 단순히 음의 나열만이 아니고 이 안의 움직임을 같이 포함하는 개념이어서 음계 와 구별된다. 3) 1993년 2월 22일자 연합뉴스 기사. 민족적 정서와 민중의 삶에 뿌리박은 새로운 음악문화 창 출을 위해 노력해온 민족음악협의회가 그동안의 성과를 정리하고 앞으로의 진로를 모색하는 공 연을 오는 3월2일과 3일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갖는다...(중략)...전통음악에서 민족음악으로라 는 부제를 단 2부에서는 해오름, 비가비, 도드리악회 등 국악실내악단들과 민요연구회가 중심 이 되어 창작국악, 창작민요, 전통음악 등을 연주한다. <즉흥시나위>, <대풍류>로 판을 열여 김 철호의 <껍데기는 가라>, 오용록의 <발해성 1992>등 가곡이 올려진다. 127

國 樂 院 論 文 集 제25집 1992년도에 첫 정기연주회를 가졌다. 1회 정기연주회 이후 공식적은 활동은 없었지만 당시 국악창작계에서 비판적인 문제제기를 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발해성>은 김지하의 지리산 을 노랫말로 삼아 남창의 노래, 대금(소금), 해금, 당피 리, 아쟁, 장구로 구성한 작품이다. 동일한 시인의 시를 노랫말로 취한만큼 <발해성>은 <빈산>과 비교해볼 수 있다. 두 작품 모두 악기의 구성은 동일하지만, 타악기 구성에서 <발해성>은 장구 하나로 간소화되었다. <발해성>의 몇 가지의 특징은 <빈산>에서 <발 해성>으로 전환되는 작곡방식의 변화와 연관된다. 다음 <표 2>는 지리산 과 <발해성>의 가사 배치 및 구조를 비교한 것이고 대략적인 음악구성을 함께 제시하였다. <표 2> 김지하의 지리산 과 <발해성>의 가사 및 음악구성 김지하의 지리산 <발해성>의 가사 음악 구성 눈 쌓인 산을 보면 피가 끓는다 푸른 저 대숲을 보면 노여움이 불붙는다. 저 대 밑에 저 산 밑에 지금도 흐를 붉은 피 =45 36박 =59 3/4 눈 쌓인 산을 보면 피가 끓는다 푸른 저 대숲을 보면 노여움이 불붙는다. 저 대 밑에 저 산 밑에 지금도 흐를 붉은 피 =45 (8.5박) 기악연결구1 지금도 저 벌판 저 산맥 굽이굽이 가득히 흘러 =60 2/4 지금도 저 벌판 저 산맥 굽이굽이 가득히 흘러 울부짖는 것이여 울부짖는 것이여 깃발이여 타는 눈동자 떠나던 흰옷들의 그 눈부심 깃발이여 깃발이여(반복) 타는 눈동자 떠나던 흰옷들의 그 눈부심 =45 26.5박 기악연결구2 4) 김창남 외, 노래 제4집(실천 신서 38) (서울: 실천문학사, 1993), 85쪽. 그들은 전통음악의 기존흐름에 대하여 두 가지 면에서 안티테제를 설정하고 있는데 첫째는 박정희 정권 이후 관제 민족주의 의 도구로서 전락한 그간의 전통음악계를 비판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진보적인 공간에서 활동하는 전통음악의 흐름 역시 비판하고 있는데 이는 70년 탈춤 부흥운동을 비롯한 문예운동에서의 전통음악운동이 예술성을 담지 못하고 풍물 등이 선전선동의 도구로만 쓰이고 있다는 점과 전통음악이 현재의 노동대중의 사상과 정서를 표현하기보다는 봉건사회의 목가적- 낭만적 음악 감수성에 젖어있어 대중문화에 실패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128

한 자루의 녹슨 낫과 울며 껴안던 그 오랜 가난과 돌아오마던 덧없는 약속 남기고 가버린 것들이여 지금도 내 가슴에 울부짖는 것들이여 =54 늦은 중모리 한 자루의 녹슨 낫과 울며 껴안던 그 오랜 가난과 돌아오마던 덧없는 약속 남기고 가버린 것이여 ( 전체 반복 1회) 지금도 내 가슴에 울부짖는 것이여 =45 33.5박 기악연결구3 얼어붙은 겨울 밑 시냇물 흐름처럼 지금도 살아 돌아와 이렇게 나를 못살게 두드리는 소리여 옛 노래여 눈 쌓인 산을 보면 피가 끓는다 푸른 저 대샆을 보면 노여움이 불붙는다 아아 지금도 살아서 내 가슴에 굽이친다 지리산이여 지리산이여 74박 얼어붙은 겨울 밑 시냇물 흐름처럼 갔고(삽입) 시냇물 흐름처럼 지금도 살아 돌아와 (생략) 울부짖는 소리여 울부짖는 옛노래여 옛노래여 * 악곡부분인 ~ 표시는 본 연구자가 임의로 붙인 것임. * 오랜 표시는 원래 시에서 생략된 부분. 원래 시의 구성을 따르면서도 가사를 생략하거나 배치를 변화시켜 노랫말로 구성하는 점에 있어서는 <발해성>과 <빈산>이 비슷하지만 <발해성>은 가사 배치와 구성의 변화 폭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시어의 부분적 생략과 반복이 등장하고 무엇보다도 원래 시 에 나오지 않는 노랫말( 시냇물 흐름처럼 갔고 )이 네 번째 악곡부분( )에서 삽입된다. 그리고 노래의 마지막은 작곡가가 시에서 선택한 시어의 반복으로 가사를 구성하고 있 다. 이 작품이 초연된 배경으로 가사의 구성을 비추어보면 국악모임 해오름의 기치에 부합하기 위한 의도적 배치로 볼 수 있다. 즉 국악의 대중화와 민중적 내용이라는 두 기치는 작곡가가 원래 시인 지리산 을 재구성하면서 반복하거나 삽입하였던 시어를 통 해 표현된다. 반복되는 시어로서 울부짖는 과 깃발이여 는 민중적 내용을 함의하는 것 으로 볼 수 있고 옛노래여 - 소리여 의 대조구는 국악의 전통과 대중화 에 대한 주제의 식을 드러내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새로운 시구인 시냇물처럼 갔고 를 원래 시구인 시냇물 흐름처럼 지금도 살아 돌아와 의 대조구로 삽입 배치하면서 국악의 현 재성(대중화의 목적)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즉 시냇물 흐름처럼 갔 던 옛노래 의 과 거성은 시냇물 흐름처럼 지금도 살아 돌아 오는 소리 의 현재성으로 전개된다. 이로써 129

國 樂 院 論 文 集 제25집 김지하의 지리산 은 오용록의 <발해성>에 의해서 새롭게 해석되고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악곡구조의 측면에서 볼 때, <빈산>과 <발해성> 모두 시의 서사적 정서 흐름에 중점 을 두고 음관계론을 중심으로 선율을 구성하였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러나 <빈산> 에서 악곡구성보다는 음 기능(억양)이 특징적으로 드러난 반면에 <발해성>은 악곡 구성 의 규칙적인 구조화가 강조되었다고 본다. 다시 말하자면 <빈산>은 전체 3장으로 구성 되었지만 각 장 사이의 기악연결구가 규칙적으로 구조화되었다기보다는 가사의 정서적 구분에 중심을 두고 노래와 기악구를 연결하였고, <발해성>에서는 기악연결구와 악곡부 분이 점차로 확대되는 일종의 규칙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두 성악음악의 특징적 차 이라고 할 수 있다. <발해성>의 구성은 전체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악보에는 표시되어있지 않지만 작품의 이해를 위해 본 연구자가 임의로 번호를 붙여 구분하고자 한다. <표 2>에서 에서 까지의 네 부분은 기악연결구를 기준으로 나눈 것이며 이 작품의 대표적 특징은 악곡구조의 점진적인 확대가 기악연결구의 길이와 악곡부분의 속도 전개를 통해 구조화 되어 있다는 점이다. 우선 <발해성>에는 다음 <보례 1-1>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세 개의 기악연결구가 있다. <보례 1-1> <발해성>의 기악연결구(작곡자 필사 악보) 기악연결구1 기악연결구2 기악연결구3 130

보통 각 악곡부분 사이에 (소위 간주라 불리는) 연결구가 규칙적으로 등장하는 경우 에는 그 길이가 일정하고 각 부분 또한 비슷한 길이로 구성되는 예가 많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세 개의 기악연결구가 속도는 같지만( =45), 그 길이가 점차로 확대된다. <보례 1-2>는 <보례 1-1>을 막대그림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 막대그림은 박을 사분음 표( ) 기준으로 적용한 것이다. 실제 선율진행에서는 점이분음표 혹은 이분음표 등의 다양한 기준박을 사용하고 있지만 전체 선율의 길이를 비교하기 위해 사분음표를 기준 으로 하여 파악한 것이다. <보례 1-2> <발해성>의 기악연결구 구성 기악연결구1 기악연결구2 기악연결구3 속도 =45 동일 동일 길이 8.5박 26.5박 33.5박 점차로 확대 기악연결구의 길이가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구조는 마지막 기악연결구3 이후에 연결 되는 마지막 악곡부분 에 이르러 극대화되는데, 정해진 박자표는 없고 기준박만 있는 상태에서 전체 74박의 긴 호흡으로 나타난다(이후 <보례 4-2> 참조). 기악연결구의 점진적인 길이 확대는 점차로 고조되는 원래 시 지리산 의 시적 감성이 음악적으로 표현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악연결구는 앞뒤의 악곡부분 연결에서도 속 도의 세심한 고려로 구조화되는데, 다음의 <보례 2>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악곡부분 의 마지막에서 점차로 느려져서 =45에 도달한 뒤에 이 속도로 기악연결구1을 연 주하고 이후 속도를 당겨서 악곡부분 로 연결한 것이 그 예이다. 에서 의 기악 연결구2도 동일하게 이루어진다. <보례 2> <발해성>의 악곡 구성 악곡부분 속도 기악연결구 =45 =59 =60 =54 =45 후반+rit. 후반+rit.. 1 =45 2 =45 3 =45 131

國 樂 院 論 文 集 제25집 기악연결구에서 보여주는 점진적인 확대성은 에서 까지의 악곡부분이 점차로 느 려지는 속도로 구성되는 구조적 전개와 연결된다. 여기에서 이 제외가 된 데에는 시 적인 정서를 해석하는 작곡가의 관점을 유추해볼 수 있다. 작곡가가 은 시적 감성을 시작하는 도입부로 여기고 에 해당하는 노랫말의 정서를 상대적으로 가장 고조된 지 점으로 본 것으로 추측한다. 를 고조지점으로 보는 까닭은 기악연결구1의 속도 =45에서 악곡부분 의 속도인 =60으로 당긴 것이 연결구와 악곡구성부분 간의 연계 중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급하게 몰아 부친 부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작품의 마지막 노래가사로 채택되어 여러 번 반복되는 울부짖는 시어가 의 시구에서 나왔다 는 것도 그 이유가 된다. 그리고 고조된 를 시작으로 까지 분위기가 서서히 하강하 면서 속도가 느려진다. 한편 의 시작을 보면 박자표는 없지만 선율진행으로 보건대 점이분박을 기준으로 무거운 느낌의 박 진행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이며 이 같은 무거운 박 진행은 악 곡 마지막의 박 진행과 닮아있어서 전체 구조의 앞과 뒤를 상통하게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악연결구와 악곡부분에서 나타나는 전체 선율전개는 시적 전개와 선율 진행 간의 관계와 흐름을 세밀하게 인식한 것으로 보이며, 이후 무용음악 작업(<땅>과 <수트라>) 에서 악곡 부분들 간의 연결을 세분한 것과 상통하다. 앞에서 기술한 기악연결구, 악곡부분의 속도 등의 특징 외에도 <발해성>은 음 시가와 박의 구성을 변화하여 가사의 전달이 선율적 호흡(악구의 흐름)으로 잘 표현되도록 만 들었다는 특징이 있다. 박자표가 없는 의 첫 부분은 사분음표( )기준으로는 36박이 지만 가사의 배치와 선율진행을 보면 점이분박을 기준으로 한 12박으로 볼 수 있다(<보 례 3>). <보례 3><발해성> 첫 번째 부분( )의 노래 선율(작곡자 필사 악보) 132

위 보례를 보면 박자 표시는 없지만 선율이 점이분박을 기준으로 전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마지막 악곡부분인 (<보례 4-1>)는 기악연결구 중 길이가 가장 확대된 기악연결구3 이후 연결된 것으로 그 속도 또한 기악연결구의 =45 속도로 유지된다. 즉 앞의 <보례 2>를 보면, 에서부터 까지 점차로 느려지는 속도 변화는 이 작품에 서 가장 느린 =45로 도달하고 이는 곧 악곡 첫 부분이 시작하는 속도와 동일하다. 부분에서의 노래<(보례 4-1>)는 의 첫 부분과 마찬가지로 박자표는 없으며 사 분음표 기준으로 본다면 첫째 단의 26박과 둘째 단의 30박이 합쳐져 전체 56박의 긴 호흡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러나 가사와 선율의 흐름 그리고 노래의 숨표와 쉼표를 살펴 보면, 4 5 6 8의 덩어리로 맺어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전의 기악연결구3은 사분음 표가 두 개 합쳐진 덩어리(이분음표)로 진행하고 이것이 확대된 4 5 6 8 형태로 구조 화되는 것이다. <보례 4-1> <발해성> 악곡부분 의 노래 선율(작곡자 필사 악보) <보례 4-2>는 악곡부분 마지막 두 단의 노래와 기악 전체를 나타낸 것인데 전체 악곡의 마무리는 18박(첫째 단 후반의 8박과 둘째 단 10박)의 기악 선율로 긴 호흡으로 연주한다. 이 마지막 기악부분은 이분음표 기준으로는 9박이며 좀 더 큰 덩어리인 점이 분음표 기준으로는 6박의 흐름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대금 주자가 소금으로 바꾸어 불 면서 마무리하는 이 부분은 점차로 느려지는 악상기호에 따라서 시가 혹은 기준박의 의 미는 상대적으로 희석된다. 133

國 樂 院 論 文 集 제25집 <보례 4-2> <발해성> 악곡부분 의 마지막 두 단 전체(작곡자 필사 악보) 이 작품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노래 가사인 김지하의 시를 올린 시 로 적고 그 앞에 는 숨은 노래 라는 이름으로 제주 성읍 홍애기소리 를 쓰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 성읍 홍애기 소리는 <보례 5>에서 나타난 바, C'-B b -G-F-E b -C의 기본 골격 진행 5) 을 가지 고 있으며 <발해성>의 선율 구성은 이로부터 골격 선율을 취했음을 알 수 있다. 즉 <발 해성>의 악곡 전반에는 홍애기 소리의 구성음이 가는 길을 모방하면서도 그 음 순서만 변화를 꾀하였고, 후반부에는 새로운 음인 A b 을 첨가하여 홍애기 소리의 골격음의 변화 를 취하였다. <보례 5> 제주 성읍 홍애기 소리 6) 5) 이러한 기본 골격음의 진행을 선법이나 조로 보기보다는 음 진행의 길로 보는 것이 적합하다고 본다. 오용록은 상여소리를 통해본 노래의 형성 ( 한국음악형성론 (민속원, 2012))의 283쪽에 서 제주 상여소리의 음계를 큰 틀로서 메나리토리로 구분하였지만 세부 진행에 있어서는 3음 중심의 음 관계로 설명한 바 있다. 여기에서 음 구성의 원리를 선법의 개념으로 제한하지 않았 다는 점은 서양식 조성의 개념이 아니라 음 관계론이라는 용어로서 설명하고자 했던 의도를 파 악해볼 수 있다. 6) <보례 5>는 한국민요대전 제주도민요해설집(서울: 문화방송, 1991), 133쪽에 나와 있는 악보 (실음은 한 옥타브 아래)를 사용한 것이며 다만 본 논문에서는 기보 조표를 #4개에서 b3개로 바꾸어서 <발해성>과 비교가 용이하게 만들었다. 134

숨은 노래 를 사용하는 것은 이후 논의할 무용음악 <땅>에서도 발견된다. 숨은 노래 라고 함은 골격선율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 골격선율을 중심으로 선율진행을 만들었음을 말한다. 특히 이러한 점은 오용록이 음관계론과 형성론 연구를 통해 논의했던 개념과 정의를 실제 창작작업에 적용하는 바를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3. <땅>(1992) <수트라>(1996) <땅>과 <수트라>는 무용음악으로서 극음악 형태를 띠고 있다. 무용음악은 안무자와 연출자의 공동 작업으로 이루어지는 데 이미 작곡된 음악 보다는 현장에서 끊임없이 수 정이 요구되는 것으로 무용 및 극과 함께 능동적으로 맞물리는 현장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성악음악인 <빈산>과 <발해성>은 작곡가가 시의 운율 및 정서와 만나는 개인 작업인 반면에 무용음악인 <땅>과 <수트라>는 극적 내용, 무용의 안무 구 성, 연출자, 안무자 등과 통합적으로 움직이는 공동 작업이다. 앞서 살펴보았던 두 작 품을 통해 오용록은 뚜렷한 주제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시대에 깨어있는 사고와 한국음 악어법의 창의적 적용, 이 두 가지의 주제의식은 작곡가로서 표현하고자 했던 사고를 반영한다. 특히 시대적 성찰을 중시 여겼던 그에게 공동 작업은 곧 같은 작업관을 가진 이들과의 소통이었다. 현장의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소통해야하는 작업의 과정을 통해 무용음악을 작곡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극의 내용과 작업자들의 철학이 어느 정도 공유되 었음을 의미한다. 이에 무용음악의 공연 배경과 극적 내용을 대략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 무용음악 <땅>이 작곡된 시기는 1992년으로 악보에 기재되어있으며, 현재 기록으로 찾을 수 있는 공연은 1995년 11월 1일과 2일에 발표된 무용극 땅 (원작: 이철 용, 안무: 윤덕경, 출연: 윤덕경 무용단)이다. 이 무용극은 농촌에서 도심으로 쫓겨 난 이농민인 한 여인(누리엄마)의 삶을 중심으로 네 개의 극 부분인 축복의 땅, 수난의 땅, 저항의 땅, 약속의 땅으로 구성된다. 공연 팜플렛의 내용으로 사료되는 정보 7) 에는 땅 을 설명하는 짧은 시가 있다: 가라네/ 가라시네/ 날보고 가라시네 이 땅에서 가라시 면/ 저 땅으로 가지요/흙에서 나와 흙으로 되돌아가는/ 우리들의 고향땅이니까요 땅에 7) 1995년의 공연정보는 인터넷 상의 검색 사이트(http://cafe.daum.net/JDancer)를 참조하였는 데, 내용을 보면 팜플렛의 내용을 올린 것으로 사료된다. 여기에서 도심 속의 누리엄마는 정처 없이 삶을 꾸려 가면서 소망을 버리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간다. 이웃끼리 인정과 사랑을 나누 는 축복의 땅이 끝없는 사람들의 탐욕과 이기로 생명의 젖줄인 땅을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땅 차지와 파괴로 처참한 사건들이 일어난다. 삶에 지친 누리엄마는 절망 가운데 온 힘을 다해 환 상을 쫒아 꿈을 노래한다 라고 공연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135

國 樂 院 論 文 集 제25집 서 일어나/ 땅에서 쓰러지는/ 땅의 사람들이기에 하늘로 땅을 갈고/ 땅으로 하늘가는/ 땅맞이 춤으로 사랑을 노래할 거예요. 한국의 시대 상황을 비판적으로 숙고하면서 민 중의 삶을 노래한 이 짧은 시로 전체 극의 분위기를 상상해볼 수 있다. 안무의도에서는 공연된 시기인 1995년이 광복 50년을 맞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이며 종교적(기독 교) 의미로는 땅의 문제를 다시 한 번 심도 있게 되새겨 보는 희년의 해 8) 라는 점을 상 기하고 있다. 즉 탐욕, 정의, 소망, 평화라는 시대적인 문제제기와 반성 그리고 바람을 주제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무용음악 <땅> 또한 무용극의 구성과 마찬가지로 네 부분으로 구성되지만 다른 점은 제1장 시작 전에 푸너리 가 있고, 제1장에서 축복의 땅 제목 대신에 열리는 땅 으로 악보에 적고 있으며, 제2장이 두 개의 주제로 다시 나뉜다는 것이다. 무용극의 구성과 극에서 사용된 무용음악의 구성을 제시하면 다음 <표 3>과 같다. <표 3> 무용음악 <땅>의 구성 무용극 땅 극에서 사용된 무용음악 <땅> 악기구성 0. 푸너리 꽹과리2, 징 1. 축복의 땅 1. 열리는 땅 피리3, 북 2. 수난의 땅 2(1). 수난의 땅 해금 2(2). 불타는 땅 노래( 女 ), 대금, 북 3. 저항의 땅 3. 저항의 땅 장구, 북, 징, 꽹과리 + 피리, 대금, 해금 해금, 장구, 호적 4. 약속의 땅 4. 약속의 땅 노래(전체), 북, 장구 악기의 구성은 대금, 피리, 해금, 호적 등 선율악기와 장구, 북, 징, 꽹과리 등의 사 물 타악기로 되어있고 제2장과 제4장에서는 노래가 첨가된다. 실제 공연음악을 참조하 지 않았기 때문에 무대 위의 음향적 효과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사물장단과 타악기가 강조된 악보를 보건데 역동적인 타악으로 무용음악의 극적 효과를 표현하고자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전체 음악의 구성을 보면 두 대의 꽹과리와 징으로 연주되는 푸너리에 이어서 제1장 8) 위의 출처 참조. 136

열리는 땅은 세 대의 피리와 북이 고취악의 분위기로 작곡되어있다. 악보 상 선율 진행 에는 음 기능의 표시가 없는 편이며 장단의 형식은 부분적으로는 제시되어있으나 변박 이 갑작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볼 때, 무용극과 안무에 따른 분위기와 리듬에 따른 것으로 본다. 제2(1)장의 수난의 땅에서는 해금의 골격 선율이 여섯 패턴으로 나뉘었고 그 옆에는 (안무에 따른) 시간 배분이 적혀있다. 제2(2)장 불타는 땅은 노래와 대금으로 구성된 부분이고 제3장 저항의 땅은 장구, 북, 징의 다양한 장단 형식과 함께 해금과 피리의 기본 선율형식이 제시되어있다. 특히 꽹과리가 더해지는 후반부는 사물장단과 12개의 선율이 기보되어있는데 이 부분은 피리, 산조대금, 해금 연주자가 제시된 가락 들 중 임의로 선택하여 일종의 시나위로 연주하는 것이다. 이 시나위 연주는 이후 해금의 진계면과 장구, 그리고 호적의 음진행이 어우러짐으로 제4장 약속의 땅으로 연결된다. 이 무용음악에서 특징적인 것은 <발해성>과 마찬가지로 숨은 노래 가 등장한다는 점 이다(<보례 6>). <보례 6> <땅>의 제 2(2)장 누리엄마의 노래 노래 선율 일부(작곡자 필사 악보) <보례 6>은 제2(2)장에서 주인공 누리엄마의 노래 일부이며 그 가사는 다음과 같다: 타네 타네 노을이 불붙어 타네/ 내 몸 가로질러 흐르는 잿빛 강물 그 강물 위/ 두 눈 부릅뜨고/ 떨어진 희디 흰 꽃잎/ 노을이 불붙어 타네/ 밤은 깊어 어두운 곳/ 거친 바람 휘모는 곳/ 네가 묻힌 땅/ 도견이 울 때/ 갈라지고 찢겨져서 땅 울음 울 때/ 일어나라 아들아/ 일어나라 아들아/ 불타올라라. 이 노래 악보의 오른쪽 위에는 숨은 노래: 결성 상사소리 라고 적혀있다. 이것은 골격 선율을 결성 상사소리로부터 취함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충청남도 결성면 홍성 모심기 노래를 지칭하는 이 상사소리의 주요 골격음은 누리엄마의 노래 의 진행과 동일하며 다만 골격음 사이에 새롭게 첨가하는 음들로 선율 을 만들고 있다. 137

國 樂 院 論 文 集 제25집 이 무용극에서 등장하는 또 하나의 노래는 마지막 제 4장에서이다. 여기에서는 가사 없이 워 허 우 허 어 등의 구음으로만 되어있는 소리가 북과 장구의 반주로 진행된 다. 노래가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숨은 노래 가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제2(2)장의 누리 엄마의 노래 와 마찬가지로 결성 상사소리의 뒷소리를 구성하는 4도 관계를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구음의 음 관계 구성 또한 상사소리의 뒷소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번째 무용음악인 <수트라>는 경기도립 무용단 제6회 정기공연인 수트라 를 위해 작곡된 것으로 1996년 5월 22일부터 25일에 경기도 문화예술회관에서 초연되었다(연 출: 윤조병, 안무: 김근희, 대본: 안정의). 이 작품은 통일신라시대에 경주 토함산에 세 운 석불사 창건 배경에 얽힌 전설을 바탕으로 만든 창작무용극으로서 한국적 삶의 정서 와 예술적 혼의 아름다움을 장대한 형식 9) 이다. 공연제목에서도 나타나지만, 이 무용극 은 봉축행사 중의 하나이기도 하며 10) 종교적 색채와 함께 전통적인 음향으로 구성된 무 용극과 음악임을 알 수 있다. <수트라>의 악보는 극음악작업의 특성을 반영하여 대략적인 진행이 나와 있을 뿐 성 악음악과 같은 자세한 음 기능 표현이 적고 선율구조 또한 골격 선율만 제시되어있어서 음악분석을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악보 후반부에 필사로 기록된 악곡 구상표를 통해 무용음악이라는 극음악작업에 임하는 오용록의 작업형태를 논할 수 있 다. 이번 작품의 필사 악보에는 처음 구상 이라는 제목으로 악곡의 구성이 일목요연하 게 제시되어있다(<사진 1>). 9) 1996년 5월 14일자 연합뉴스. 10) 1996년 6월 1일자 불교소식에서 각 지역 봉축행사를 공고하면서 수원지역의 봉축행사로서 이 공연이 소개되었다. 138

<사진 1> <수트라>의 처음 구상 (작곡자 필사 악보) 139

國 樂 院 論 文 集 제25집 <사진 1>에서는 악곡 구상이 나열되어있고 오른쪽 하단에는 전통음악의 편성법에 따 른 연주 편성분류가 표로 되어있다. 여기에는 무용음악을 0부터 22까지의 소부분들로 나누어 기본적인 악기구성과 함께 한 두 마디 정도의 골격 선율을 제시하여 23개 주제 별(서곡포함)로 특징적인 선율을 구성하였다. 여기에는 각 주제별로 완성하거나 발전시 킨 악곡부분들 또한 뒤따른다. 전체 악곡 구상에는 악기구성과 특징 선율구 외에도 장 단형, 분위기, 속도 등 여러 작곡 재료들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장단은 동살풀이, 굿거 리, 삼채, 휘몰이 등 민속장단을 다양하게 사용하여 장단의 화려한 효과를 극대화 한 것으로 보인다. 연주악기는 악기와 풍물로 나누고 악기에는 대금, 피리(2), 해금, 가야금, 법금, 단 소, 태평소(2), 나발을 사용하였고 풍물에는 꽹과리, 장구, 북(2), 징, 바라(2)를 취하였 다. 전통악기가 아닌 것으로는 전자양금만을 취하였는데, 이것은 극 중 효과악기로만 사용되었다. 악곡 구상표에서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악기 구성을 고려할 때 대풍류, 줄풍류, 독주 및 중주, 전자양금, 기타(쇠, 고취) 등으로 나누어 보았다는 것인데, 전체 무용음악에서 전통음악의 음색과 음향을 고려하여 구성했음을 알 수 있다. 악곡 구상표 에서 나타난 내용을 표로 정리해보면 <표 4>와 같다. <표 4> <수트라>의 악곡 구상표 편성분류 처음 구상 풍 물 대 풍 류 줄 풍 류 독 중 주 전 자 양 금 기 타 악기구성 0 서곡 전자양금 1 기원무 단소 대금 해금 전자양금 가야금 2 석공들의 춤 대금 피리ⅠⅡ 해금 전자양금 풍물 3 왕의 행렬춤 고취 태평소ⅠⅡⅢⅣ 나발 바라ⅠⅡ 북ⅠⅡ 징 4 언약의 춤 피리 가야금 바라 5 상념(첫 만남의춤) 대금 가야금 6 석공과 아낙들의 춤 대금 피리 해금 전자양금 풍물 7 낭도들의 춤 8 금강역사의 춤 피리ⅠⅡ 북ⅠⅡⅢⅣ 140

편성분류 처음 구상 풍 물 대 풍 류 줄 풍 류 독 중 주 전 자 양 금 기 타 악기구성 9 십대제자의 춤 단소 대금 해금 전자양금 가야금 10 사천왕의 춤 전자양금 11 여운과 목마름의 춤 - 대금ⅠⅡ 12 광부신중의 춤 대금 피리 해금 전자양금 풍물 13 사대보살 관음보살의 춤 해금 전자양금 14 - - 15 사랑의 희열 대금 가야금 16 질투의 화신 대금 가야금 피리 17 하늘의 어눌한 손짓 전자양금(effect) 18 바라의 난무 바라 바라 풍물 (해금) 19 이 미망의 사바에 대금 전자양금 20 눈물로 흔들리는 갈대 대금 전자양금 가야금 21 천신의 춤 전자양금 21.5 반야바라밀아심경 22 탑돌이 춤 바라 태평소 풍물 바라 ( : 악곡 구상표와 편성 분류가 다른 경우) 한편 악곡의 기본 재료를 구성하면서 오용록은 악곡 구상표(<사진 1>)에서 무용음악 의 특성에 맞추어 악곡들의 연결을 컷(Cut)과 오버랩(O.L(overlap))으로 표시하였다. 두 악곡을 연결하는 데에 있어서 컷 은 앞의 악곡을 끝맺고 다음 부분으로 넘어가는 것 으로 > < > > 등의 세 가지 기호로 나누었다. 이는 주로 악상 크기의 조절에 따라 구분하는 것으로 보이며, 아마도 > < 기호는 앞의 악곡을 점점 작게 마무 리하고 다음 부분이 작은 크기로 시작하여 커지는 연결구를 나타내는 것이고, > 기호 는 앞의 악곡을 점점 작아지는 음향으로 마무리하는 중에 다음 악곡이 들어오는 것이 며, > 기호는 앞의 악곡을 점점 작게 마무리한 뒤에 다음 부분을 시작함을 표시하고, 마지막으로 기호는 앞의 악곡을 완전히 마무리한 뒤에 다음 부분이 시작되는 것 을 의미한다고 본다. 그리고 오버랩 은 두 부분을 겹쳐서 연결하는 것으로 >< 와 기호가 있는데, ><기호는 앞의 부분을 점점 작게 하는 중에 다음 부분의 시작을 작게 하 141

國 樂 院 論 文 集 제25집 여 어느 정도 겹치게 한 뒤에 점차로 커지면서 전환하는 연결부를 나타내는 것이고, 기호는 앞의 악곡 마지막 (종지)부분에 다음악곡의 시작이 겹치게 하여 연결하는 표시 로 보인다. 이러한 무대 및 장면 전환을 위한 연결장치는 무용음악작업에서 필수적인 요소다. 그 러나 처음구상 을 작성할 때부터 악기 및 주제선율 등의 기본 구상 외에도 연결장치를 다양하게 고려했던 바는 앞서 살펴본 두 성악음악에서 악곡의 전환과 기악연결구를 세 심하게 구조화했던 예를 비추어 보게 한다. 즉 성악음악을 작곡할 때에는 반복적인 유 절형식이 아닌 시적 내용과 정서의 흐름을 표현하는 악곡형식을 만들기 위해 연결구에 신경을 썼음을 짐작할 수 있으며 극적 진행에 따라 연주되는 무용음악에서는 장면전환 에 따른 악곡부분들 간의 연결구를 고심했음을 알 수 있다. 성악음악과 무용음악 모두 시나 극의 전개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오용록은 음악구조 내에서 그 시와 극의 전개 를 사용하기 보다는 시와 극의 전체 흐름이 적절하게 표현될 수 있는 음악형식을 만들 고자 했다고 본다. 한편 악곡 구성표에 해당하는 처음 구상 부분과 (악보로 완성한) 실제 악곡의 순서 는 차이가 있지만, 순서가 바뀌거나 생략된 것이 있을 뿐 기본적인 음악구조(악기구성, 선율, 장단)는 거의 비슷해 보인다. 작업 과정에서 안무와 연출의 변화에 따라 매번 수 정해야하는 것이 무용음악이기 때문에 <땅>과 마찬가지로 <수트라> 또한 무용극의 현 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정작업이 끊임없이 이루어졌던 것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두 무 용음악 모두 선율의 진행은 골격 선율의 구조를 중심으로 기보되어있는데, 이는 변화하 는 안무의 리듬적인 호흡과 시간 길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Ⅲ. 이론연구와 창작작업이 만나는 지점 이제까지 간략하게 개관한 오용록의 네 작품은 창작연도에 따라 배열한 것이고 초기 두 작품은 성악음악이며 후기 두 작품은 무용음악이다. 이들 작품은 순수 기악음악이 아니라 시와 극적 내용이 있는 성악음악과 무용음악이다. 노랫말을 선택하거나 무용작 업과 같은 공동 작업을 하는 데에는 시 극 내용 타작업자와 작곡가 간의 주제의식이 공유되었을 때 가능하다. 그러기에 <빈산> <발해성> <땅> <수트라>에는 주제의식이 음악적 해석을 거쳐 작품으로 표현되고 있는 일련의 맥락이 관통되는데, 시대의식과 한 142

국음악어법에 대한 고민, 이 두 가지 주제의식이 작품들을 하나로 연계하고 있다. 이 두 주제의식은 시대에 깨어있는 정신, 노래가사의 선택, 악곡의 구조적 구성, 전통적 음관계론과 음 기능의 분석과 적용, 기존 음악계에 대한 비판적 성찰 등으로 해석 적용 되어 네 작품을 하나의 맥락으로 엮어나가고 있다. 우선 오용록의 첫 번째 작품인 <빈산>이 작곡되었던 시대적 배경을 생각해보고자한다. 작곡되었던 시기인 1980년 초반은 한국현대사에서 암울하고 억압된 시대였고 이때에 당시 저항시인인 김지하의 시를 노래했다는 것은 작곡가의 시대의식을 반영한다. 모두 들 숨죽여 자신들의 목소리를 잃어가고 있었던 그 시기에 작곡가는 무엇을 노래하고자 했을까? 그리고 십년이 지난 뒤 <발해성>을 작곡하고 이어 <땅>과 <수트라>를 작업하 는 시대현실은 <빈산>의 시기와 달랐을까? 마지막에 작곡된 <수트라>까지 살펴본 지금, 오용록은 또 다른 극복 과제가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시대와 사회를 안타깝게 바라보지 는 않았을 까 생각해본다. 안타까움, 절망, 희망 등은 어느 지점과 수준에서 고려하느 냐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작곡가가 표현하는 음악은 소리로 되어있지만 소 리를 엮어내는 것은 음논리에 대한 사고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 어느 누구보다 스스로 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해야 하는 태생적 의무를 지니게 되는데, 이를 이행하는 데에는 개인과 음악 간의 관계에만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끊임없이 질문하고 비판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힘든 과정을 견뎌내야 한다고 본다. 오용록은 그 길을 걸어갔다. 오용록의 작품이 순수 기악음악이 아닌 성악음악이나 무용음악인 이유를 추측해보건 대, 좀 더 명확한 주제의식을 표명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그의 작품 에서 노동요(홍애기소리, 결성 상사소리)를 숨은 노래 로서 채택한 것이나 타악의 리듬 을 민속악으로부터 주로 취한 것은 시와 극 내용에 담겨 있는 주제의식을 표현할 수 있 는 음악적 주제로서 민중의 음악을 선택한 것이다. 저항과 승리, 슬픔과 기쁨, 절망과 희망 등 이 극단적인 두 지점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음악적 형식으로서 민중의 음악 인 민속악의 요소를 강조한 것이다. 작곡가가 음악으로 드러내는 것은 소리의 음악적 구성뿐 아니라 내적 성찰의 표현이 다. 외부자가 이 모두를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 본 연구자 또한 그러하다. 이에 그가 고민하고 표현하고자 했던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 오용록이 창작작업과 함께 수행했던 당시 이론연구를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창작에 관한 그의 생각을 대략적이나마 파악하 고자 한다. 오용록의 작품세계를 이루는 두 가지 주제인 시대의식과 한국음악어법의 창의적 적용 은 그의 연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우선 시대의식은 시대와 사회에 대한 비판적 의식 143

國 樂 院 論 文 集 제25집 이 발전적 전망으로 전개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으로 인식된다. 이십세기 한국음악의 역사를 기존음악과 외래음악의 갈등으로 기록될 것이다...(중략)...이러한 음 악현실은 한국 사회의 모순된 삶의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사회모순이 제 거된 바람직한 삶의 구조가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가깝게는 음악현실의 변개, 즉 기존음악과 외래음 악의 갈등상황을 극복하는 일이 절실히 요구된다...(중략)...이론가의 작업은 바람직한 미래의 음악 상을 예감해 내는 기술적인 처방으로 이어져야할 것이다. 기존음악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이런 점 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1) 위 인용문에서 그는 기존음악과 외래음악의 갈등으로 점철되는 한국음악의 역사와 현 실을 한국사회의 모순된 삶의 현실로 치환한다. 이로써 양 음악 간의 갈등을 극복하는 것이 바로 바람직한 삶의 구조를 도모하는 것과 다름없음을 주장한다. 시대의식이 이론 가의 작업 소명과 부합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를 위한 해법으로 기존음악(한국음악) 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요구하면서 연구자의 명확한 시대의식과 기존음악의 분석이 필 연적임을 주장하고 있다. 명확한 시대의식은. 오용록의 산조연구의 두 가지 시각 에서 이야기한 관점을 투영해보면, 서양학문적 시각으로 기존음악을 바라보았던 20세기의 외부적 시각 이 아니라 21세기의 내부적 시각 으로 전환되는 사고방식이 적용되는 것으 로 볼 수 있다. 산조를 가능케 한 배후의 사고방식은 요즘 우리 머리를 지배하고 있는 20세기의 사고방식과는 달 랐을 것이다. 이러한 산조를 20세기의 입장과 시각에서 바라다본다는 것은 강 건너를 멀리에서 바 라다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중략)...20세기의 시각에 의한 연구방법을 외부적 시각 이라 한다 면, 19세기적 감수성을 회복하고 이것을 21세기 시각으로 전환하는 연구방법은 내부적 시각 이라 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2) 오용록은 시대의식을 명확하게 인식하여 기존음악을 이해했을 때에 한국음악이 오늘 의 현재성을 지닐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즉 오늘날 전승되고 있는 국악을 과거의 음악 이 아니라 현재 살아있는 국악곡으로 여기고 이를 철저히 재인식하여야 미래로의 전승 11) 오용록, 한국 기존음악 음관계론(1), 민족음악학 제14집(서울: 서울대학교 동양음악연구소, 1992); 한국음악형성론 (서울: 민속원, 2012), 301-2쪽. 12) 오용록, 산조연구의 두 가지 시각, 민족음악학 제18집(서울: 서울대학교 동양음악연구소, 1996); 한국음악형성론 (서울: 민속원, 2012), 494쪽. 144

이 가능하다는 것을 주지하고 있다. 요즈음 연주되고 노래되는 국악곡은 과거에 궁 안에서건 궁 밖에서건 한국음악이라는 도도한 흐름 에 몸을 실은 채 부단한 변모를 거듭하며, 손질에 손질을 거듭하여 오늘날까지 전승되어 온 것이 고, 이것은 비단 과거의 유물로서만이 아니라 오늘날도 계속 손때가 묻으며 살아있는 음악으로 존 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집에서 증조할머니의 술병이 요즈음은 꽃병으로 훌륭히 제 몫을 해내 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가 된다. 파커크리스탈의 산뜻한 꽃병이 예쁘다고 때는 좀 묻었지만 백자로 된 병을 깨버릴 어리석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현재 살아있는 국악곡을 철저히 재인식하는 일이다. 13) 오용록의 국악곡의 철저한 재인식은 전통음악의 형성논리인 음관계론과 음형성론을 논의함으로써 실제 창작음악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도모하는 것이며 이로써 국악의 살아있음 이 존재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을 반영한다. 위의 글을 통해 그가 한국음악의 분석연구를 행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국악이 과거의 음악이 아니라 현재의 음악으로서 그 음악어법이 살아 숨 쉬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 기존음악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선제되어야하고 이로써 한국음악의 독창적인 창작어법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오용록은 이론적 연구와 창작작업을 병행하면서 그 목적을 이루 고자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용록의 논문인 보허자형성고 에서 주지하는바 또한 동일하다. 그는 현행 보허자가 형성되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이 점을 아는 것이 조선조 말의 궁중악인이 공동으로 창출해 낸 중요한 음악어법의 하나를 이해하 는 일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옛 악보에 지시된 음이 그들에게 부과된 지상과제였다고 한다면, 보허자 1장 후반 이하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음들이 확대되어 넓혀진 공간은 그들이 누릴 수 있었던 무한한 창조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보허자가 형성되는 방법을 밝히는 것은 곧, 현재 연 주되는 보허자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나아가 이름 없이 사라져간 수많은 궁중악인들의 창 조적인 음악어법을 흡수하여 오늘의 음악적 자원으로 바꿔 갖는 것이기에 그 의의가 클 것으로 생 각한다. 14) 13) 오용록, 국악곡과 국악기의 분류, 국악과 교육 제7집(서울: 한국국악교육학회, 1989); 한국음악형성론 (서울: 민속원, 2012), 592쪽. 14) 오용록, 보허자형성고, 민족음악학 제7집(서울: 서울대학교 동양음악연구소, 1985); 한국음악형성론 (서울: 민속원, 2012), 36쪽. 145

國 樂 院 論 文 集 제25집 그는 기존음악을 연구하는 목적에 있어서 창조적인 음악어법을 밝히는 것을 주요한 음악적 과제로 여기고 있다. 즉 서양음악과 다른 토대로 전개되어온 한국음악의 음악어 법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창조적인 음악어법으로 창작작업에 적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 던 것이다. 옛 악보에 지시된 음 들이 음악구조를 형성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이로써 선 조들이 해왔던 이 음들이 확대되어 넓어진 공간 의 작업을 한국음악이 형성되어온 무 한한 창조영역 으로 보는 것이다. 오용록이 서양음악의 방법론이나 용어나 개념으로 한 국음악이 분석되어온 기존연구를 비판적으로 돌아보는 데에는 기존음악(한국음악)의 무 한한 창조영역 과 그 방법이 서양적인 개념으로 제한되어 인식되는 것에 대한 우려 때 문이었다고 본다. 이에 대한 언급은 다음의 인용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 음악을 사고하는 데 있어 서양 음악의 장 단조 이분법적 사고의 주술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 서양음악의 맥락에서는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개념인 주음 을 우리 음악에 아무런 검토 없이 도 입했다는 점 등 후대의 학자들에 의해 재검토되어야할 문제들을 남겼다. 15) 오용록은 기존음악 이해를 위한 일차적 과제로서 어떤 재료가 어떻게 이루어지는 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여기에서 어떤 재료 는 피치론, 음관계론, 리듬론, 장단론, 악기론 등이며 어떻게 엮어지는 가 는 선율전개론과 형성론이다. 16) 음관계론과 형성론은 그의 분석연구를 통해 전개되어왔고 또한 그의 창작작업에서 고심한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 아볼 수 있다. 이 두 논의는 이론분야에서는 기존음악의 형성론으로 논할 수 있겠지만 한국음악어법을 염두에 둔 작곡분야에서는 한국음악의 작곡 법칙을 이해할 수 있는 살 아있는 연구이며, 이는 곧 창작의 실제와 직결된다. 오용록은 음과 음 사이에 일정한 관계를 밝히는 음관계론에 관한 논의를 하면서 몇 가지 용어를 사용했다. 여기에는 음 억양의 선율화 또한 포함된다. 그가 음관계론에서 사용한 용어를 다음과 같이 열거할 수 있다. 17) 15) 오용록, 산조 연구의 두 가지 시각, 민족음악학 제18집(서울: 서울대학교 동양음악연구소, 1996); 한국음악형성론 (서울: 민속원, 2012), 490쪽. 16) 오용록, 한국 기존음악 음관계론(1), 민족음악학 제14집(서울: 서울대학교 동양음악연구소, 1992); 한국음악형성론, 302쪽. 17) 오용록, 앞의 책, 318-9쪽. 146

2도 아래 수식음 가는 선율 수식 덜 안정된 음 밟고 가는 음 선율 수식 안정된 음 음 억양 음의 숨은 연장 준비하는 음 흔드는 음 4도 아래 수식음 굵은 선율선 덜 중요한 음 불쑥 내미는 음 선율 확대 오래 머무는 음 음 억양의 선율화 잠시 머무는 음 중요한 음 특히 음 억양의 선율화 는 퇴성과 추성 등의 음 기능이 선율적으로 표현되는 것을 말 하는 데, 그의 작품 중 <빈산>은 음 억양의 선율화를 적용하고자 했던 대표적 예이다. 뒷꾸밈음으로 표현되는 추성과 특정 음에 표시되는 퇴성 그리고 수식음의 활발한 사용 은 이론연구를 통해 드러난 방법을 창작작업에 적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굵은 선율선, 안정된 음, 음 억양, 중요한 음 은 성악음악인 <발해성>과 <땅>(제2(2)장의 노래)에서 숨은 노래 를 명시했던 이유를 보여준다. 오용록의 용어를 빌자면, <발해성> 의 숨은 노래 인 제주 성읍 홍애기소리와 <땅>의 제2(2)장의 숨은 노래 인 결성 상사소 리는 굵은 선율선 인 동시에 중요한 음 이며 음들 간의 관계는 음 억양 을 만들어가는 골격진행에 해당한다. 그리고 숨은 노래의 골격 진행에 살을 붙이는 과정은 가는 선율 수식과 덜 안정된 음 그리고 음 억양을 선율화 해나가는 작업으로서 작곡에 해당한다. 이 과정에서 오용록이 궁중음악 보다는 주로 민속악의 음관계론을 사용한 것은 음 관계 표현 및 음 억양의 선율화가 자유로운 정서와 함께 농축된 민속악 장르를 중요시 했던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본다. 또한 시대비판의식이 함의된 작업을 수행하는 데에 있어서 가사의 내용을 담을 수 있는 적절한 음악장르로서 민속악, 특히 민요를 중시하였음을 파악할 수 있는 바이다. 오용록에게 있어서 민요는 그의 창작에 있어서 핵심적인 화두라고도 할 수 있다. 그 의 연구가 명확한 시대의식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면 민요는 그러한 연구를 이십세 기 창작을 반성하는 논의로 전개하는 하나의 중심이 된다. 그리고 민요는 노래 라는 확 장적인 개념으로 확대된다. 오용록이 생각한 노래 는 19세기 모든 음악갈래를 가능케 한 원형질의 토양으로, 여기에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자기 이야기를 길어 올렸다 18) 고 147

國 樂 院 論 文 集 제25집 보고 있다. 그리고 민요로써 새로운 음악을 창작하기 위해서는 민요의 선율이 아니라 민요 속의 노래 질료를 재료화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다소 모호한 설명이지만 표면적인 선율 차용으로 창작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 안에 담긴 생명력을 인지하여 창작작업을 해 야 한다는 바람으로 해석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우리는 이십세기 들어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우리의 노래 를 잃었고, 지금도 잃어버린 채로 살고 있다. 작곡가는 노래 가 없는 음악을 양산하고, 연주가는 노래 의 토양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손의 연주 를 계속한다. 이렇게 죽은 음악이 계속되는 한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완전한 죽음뿐이 다. 따라서 살기 위해서는 노래 의 회복이 절실한 문제가 된다...(중략)... 노래 를 둘러싼 현실은 현재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다. 문명 중심은 현재 힘의 절정에 있고, 이 땅의 음악 현실은 자본의 무차별 폭력에 숨을 죽이고 있다...어둠이 가장 짙은 지금부터 서로 공유하는 문화 와 고유한 문 화 의 균형 잡힌 공존이 준비되어야한다. 살아있는 오늘의 노래 가 지금부터 준비되어야한다. 19) 위의 글에서 오용록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그에게 노래 는 창작의 중심이자 전통음 악이 현재의 살아있는 음악으로 존재하는 의미와도 같다. 무엇보다도 노래를 둘러싼 현실 을 음악적 상황 뿐 아니라 시대적인 사회 현실과 연계하여 사고하는 것은 오용록 에게 있어서 시대의식과 한국음악연구 및 창작이 같은 영역에 있음을 시사한다. 오용록은 논문을 쓸 때 대개 음악적 문제제기 뿐 아니라 한국음악의 총체적인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연계하여 설명하곤 한다. 어떤 이유로 이 연구를 하는 지에 대한 논리 적 배경을 음악적으로도 그리고 시대상황의 인식론적으로도 짚어내고자 한다. 그의 이 론적 연구를 통해 보여준 성향은 창작작품을 통해서도 그대로 보여준다. 오용록의 작품 에서 나타나는 뚜렷한 주제의식과 음악적 해석 및 적용은 바로 그의 이론적 연구의 실 천이라고 본다. 그리고 오용록의 창작작업은 이론과 창작이 만나는 지점을 지향하고 있 다. 학자이자 작곡가이었던 오용록의 작품세계는 한국음악에 대한 그의 이론연구와 창작영역이 어떻게 연계되어 발현되는 지를 숙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18) 오용록, 민요와 창작, 한국민요학 제10집(서울: 한국민요학회, 2002); 한국음악형성론 (서울: 민속원, 2012), 531쪽. 19) 오용록, 위의 논문; 한국음악형성론 (서울: 민속원, 2012), 541-2쪽. 148

Ⅳ. 마무리하는 글 20세기 들어서 한국음악의 환경은 이론가나 작곡가 모두에게 연구와 창작이라는 영 역 외에 전통, 문화, 새로움(창작), 개인 등 정체성에 관련한 여러 문제의식을 일으켰 다. 문제의식의 다양한 가치와 내용에 따라, 표면적으로 도드라지지는 않지만 암묵적으 로 대립해왔던 여러 흐름들이 있다. 특히 창작음악계는 명확하게 정의할 수 없는 두 분 야인 국악 과 창작 을 통합하지 못하고 시대의 흐름을 그대로 순응해나가는 수동적 입 장에 놓여있다. 학자나 작곡가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은 곧 연구와 창작의 방향과 방 법론 그리고 내용과 직결된다. 즉 어떠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지가 논문과 작품을 통해 드러나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오용록의 이론연구와 창작작업은 그의 문제의식 과 음악적 해석이 만나는 견지에 놓여있다. 작곡가의 생각은 여러 가지로 자라나 작품마다 개별적으로 다르게 전개된다. 그러나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개별성에는 그 뿌리를 두고 있는 중심적 사고가 흐르고 있 다. 이로부터 작곡가의 작품들을 연계하는 통합적 주제의식이 형성되는데, 여러 작품을 관통하는 음적( 音 的 ) 논리성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다양한 작품을 엮어내는 주제로 파 악되기도 하며, 혹은 독창적인 음악어법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한국음악의 정통성과 새로움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작곡가의 사고에는 개인 사고와 작업 실 제 간을 연계하는 주요한 맥락이 더해진다. 바로 전통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사회적 문화적 인식이다. 한국음악작곡을 하나의 화두로 삼고 있는 작곡가의 작품세계는 전통 과 새로움의 요소를 조화시키고자 하는 음악만들기 20) 의 과정이 어떠한 맥락 속에서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폭 넓은 조망이 요구된다. 오용록의 작품세계를 이루는 두 가지의 주제는 시대의식과 한국어법의 창의적 적용이 다. 이론연구로서 한국음악의 분석과 창작방법을 논의하였고 창작작품을 통해 시대의식 과 창작어법의 적용을 시도하였던 오용록의 이론과 창작 작업을 통해서 한국음악창작의 방향과 고민을 심화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견지에서 오용록의 작품세계는 한국음악 창작의 담론을 풍성하게 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본 연구자는 인간 오용록을 바라본다. 시대와 사회에 끊임없이 질 문을 던져왔던 그는 학자와 작곡가라는 두 영역을 수행하면서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살 20) 여기에서는 끊임없이 제기되는 한국음악창작의 담론에서 작곡자가 수행하는 전통음악과 새로 운 음악에 대한 이론적 연구와 창의적 적용을 총체적으로 일컫기 위해 차용한 것이다. 149

國 樂 院 論 文 集 제25집 아왔다. 그가 노래하고자 했고 표현하고자 했고 그리고 소망했던 그 목소리에 다시금 귀기울여본다. 그의 연구와 작품을 통해 그에게 이야기를 걸어본다. 그가 고뇌하였던 그 공간에 들어가 시대의식은 물론이며 이상에 대한 열망을 들어본다. 그리고 상상해본 다. 학자였던 오용록에게 작곡가 오용록은 그가 숨을 쉴 수 있었던 공간은 아니었을까? 아니면 이론적 논의를 창작작업에 적용하고자 하는 또 다른 연구의 공간이었을까? 그 답은 알 수 없다. 다만 새로운 이상을 지향했던 그의 삶은 끝났지만 그 꿈은 지속될 것 이라는 희망만이 남아있다. 오용록 사후( 死 後 ) 1주년을 맞이하여 그의 작품세계를 처음으로 논하는 이번 논문이 한국음악창작 영역에 성찰의 여지를 더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150

<참고문헌 및 자료> 1. 악보 오용록. 필사 악보. <빈산>.. 필사 악보. <발해성>.. 필사 악보. <땅>.. 필사 악보. <수트라>. 2. 논문 오용록. 한국음악형성론. 서울: 민속원, 2012.. 보허자형성고. 민족음악학 제7집. 서울: 서울대학교 동양음악연구소, 1985.. 국악곡과 국악기의 분류. 국악과 교육 제7집. 서울: 한국국악교육학회, 1989.. 한국 기존음악 음관계론(1). 민족음악학 제14집. 서울: 서울대학교동양음 악연구소, 1991.. 상여소리를 통해본 노래의 형성. 한국음악연구 제30집. 서울: 한국국악 학회, 1992.. 한국 기존음악 음관계론(1). 민족음악학 제 14집. 서울: 서울대학교 동양 음악연구소, 1992.. 산조연구의 두 가지 시각. 민족음악학 제 18집. 서울: 서울대학교 동양 음악연구소, 1996.. 민요와 창작. 한국민요학 제10집. 서울: 한국민요학회, 2002. 3. 기타 자료 김창남 외. 노래 제4집(실천 신서 38). 서울: 실천문학사, 1993. 불교소식. 1996년 6월 1일자. 연합뉴스. 1996년 5월 14일자. 연합뉴스. 1993년 2월 22일자. 충청투데이. 2009년 10월 6일자. 한국민요대전 제주도민요해설집. 서울: 문화방송, 1991. http://cafe.daum.net/jdancer(무용공연정보) 151

國 樂 院 論 文 集 제25집 <Abstract> The Realm of Musical Works by Oh Yong-Rok Yoon Hye-Jin Lecturer at Seoul National Univ. This is to discuss about the realm of musical works composed by Oh Yong- Rok(1955~2012), who had been mainly a Korean music scholar rather than a composer during his life. Considering that the subject of Korean music theory was the one combined by theory and composition at the early stage, it is not difficult to understand the background not only in which he had applied many creative concepts and methods to the analysis of Korean music but also why he composed music. The study dealing with musical works of Oh Yong-Rok is directly related to arguments over Korean musical composition of the current times. That is to say, he posed at the critical view and alternative scheme on the issues of discourses in the times and society of Korean music. Specially the theory of tonal relationship and formation in Korean music was the one of his main research subjects which was closely linked to music composition. Therefore the realm of musical works by Oh Yong-Rok can be a point of integration between his theoretical research and music composition. Oh Yong-Rok composed the first piece Bin-San(Empty Mountain) at 1982, the next two pieces, Bal Hae Seong and Ddang(Earth), was followed after 10 years, and he composed the last piece Sutra at 1996. The former two pieces are of vocal music while the later two of dance music. It is quite limited to discuss the realm of music works through only four pieces. However the musical background of those four is connected not only to musical composition rather but with his research carried during the coetaneous period of his compositions. It shows that he researched the theory of form and compositional method in Korean music, and applied them to his musical composition. He encompassed the two areas, theoretical research and musical 152

composition together in order to unfold some discourses on the identity and compositional method of Korean music which had spread throughout the field of Korean music composition. There flows a coherent view through the four music works Bin San, Bal Hae Seong, Ddang, and Sutra. That view exists as the integration of the two keyword, 'the consciousness of the times' and 'the own method of Korean music composition.' With such a view, it can be asserted that the realm of musical works by Oh Yong-Rok makes the discourse of Korean music more rich and dynamic. Key words: consciousness of the times, Korean music, musical composition, realm of musical works, tonal relationship 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