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MYTH 제우스와 세멜레, 헤라의 삼각관계 그리고 헨델의 오라토리오 세멜레 CLASSIC in CINEMA 영화 <필라델피아>와 움베르토 조르다노의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 DANCE 한량무 Gugak Q&A 다악( 茶 樂 ) 마음을 치유하는 음악 국악계에 부는 새바람, 힐링 창작무용극 백조의 호수 9 september 2012 no.342
5 2012년, 세종문화회관 무대를 채워나갈 공연과 무대를 빛낼 헤로인을 <문화공간>에서 만나보세요. 02 Look of sejong 한방 치유 음악회 <동행> contents september 2012 NO.342 04 SEOUL CULTURE SCHEDULE 서울 자치구 문화회관 9월 공연 소식 romeo & juliet LAURA FYGI art 18 MYTH 제우스와 세멜레, 헤라의 삼각관계 그리고 헨델의 오라토리오 세멜레 22 CLASSIC in CINEMA 영화 <필라델피아>와 움베르토 조르다노의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 24 DANCE 한량무 28 Gugak Q&A 다악( 茶 樂 ) 연서 황진이 People 30 HEROINE 공연 속 여주인공을 만나다 _ 창작무용극 <백조의 호수> 32 SEJONG ENQUETE 남산국악당을 찾은 청소년에게 물었습니다! 세종문화회관은 어떤 곳 같아요? 35 Interview 춤이 있는 융합 공연 <춤 배틀, 베틀?!> 출연팀 42 master 휘모리잡가 명인 박상옥 46 ARTIST 지휘자 유진 오르먼디 50 MUSE 송강( 鄭 澈 ) 정철과 기생 진옥 54 say one s last 오드리 헵번 자미 남산풍류 모차르트! story 56 김홍기의 갤러리 가는 길 인생이라는 가방에 담아야 할 것들 60 Lady 셰익스피어의 여자들 _ <오셀로>의 데스데모나 64 MOVIE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vs. 피나 68 MUSEUM 파리스와 헬레네 이야기 72 SPACE 앙리 마티스의 붉은색의 조화 와 에르미타주 국립미술관 76 Theatre 네덜란드 국립오페라극장 80 PATRON INTERVIEW 김주원법률사무소 김주원 변호사 82 PATRON 세종문화회관 후원회 86 SEJONG NEWS MAY 2012 NO.338 A R T+ ORCHESTRA ART SELECTION LAST SYMPHONY MYTH DANCE SAY ONE S LAST 5MAY 2012NO.338 book in book 9월 공연 일정표, 9월 전시 정보, 광화문 플러스 호기심 백조의 호수 10 OCT COVER STORY 창작무용극 <백조의 호수> 고전발레의 대명사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한국 춤사위로 재 해석한 창작무용극 <백조의 호수> 가 오는 10월 25일과 26일 세종문 화회관 대극장에 오른다. 창작무용 극 <백조의 호수>는 한국 춤사위의 정중동과 절제미가 어우러져 발레 작품과 전혀 다른 새로운 감동을 전할 것이다. sejong issue p.06 세종문화회관, <문화거버넌스>의 중심에 서다 세종문화회관은 서울시 지역 기 반 공공 문화 예술 기관과 협력 체 계를 구축하고 그동안 문화 예술 기관의 제한적 역할에서 탈피해 시민 문화 활동의 활성화를 이끌 자는 뜻에서 다양한 연계 사업을 진행한다. FOCUS ON p.08 국악계에 부는 새바람, 힐링 몇 해 전부터 국악계에 뜻있는 움 직임이 일고 있다. 음률( 音 律 )의 질서를 바탕으로 한국음악의 아 름다움과 가치를 규명하려는 노 력이 그것이다. 자기를 돌아보는 참선이나, 마음 수양을 하는 자리 에서 국악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복잡한 삶에서 때로는 상처받은 영혼에게 국악 혹은 국악기의 음 률은 치유로 작용한다. 11 NOV 12 dec 발행인 편집인 박인배 편집장 문정수 기획 김아림(arim1004@sejongpac.or.kr) 발행처 재단법인 세종문화회관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81-3 (우)110-821 제작 대행 thebookcompany 대표 이소영 편집 책임 김민경 에디터 백민정, 류현정, 두정아, 최진주, 이선주, 정성민, 이선희, 남현욱 사진 더블베이스 스튜디오 디자인 인펌 교열 박혜경, 육양희, 전남희 제판 새빛그래픽 인쇄 팩컴코리아 2012년 9월호(통권 342호) 9월 1일 발행 1986년 3월 16일 종 우편물 (나)급 인가, 정기간행물 2006년 4월 12일 등록 종로 라00188호 본 책자에 게재된 내용의 일부는 (재)세종문화회관과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문화공간>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윤리강령 실천 요강을 준수합니다. <문화공간>에 실린 글과 사진은 본지의 허락을 받고 사용하셔야 합니다. 저작권 안내문 이 서적에 게재된 일부 작품은 SACK를 통해 VEGAP와 저작권 계약을 맺은 것입니다. 저작권법에 의하여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전재 및 복제를 금합니다.
LOOK of SEJONG 사진 조은선 한 방 치 유 음 악 회 {동행} 삼청각 한방 치유 음악회 <동행>은 삼청각에서 즐기는 건강 강좌, 치유 음악 연주, 약선 식사로 구성된 복합 프로그램으로, 각각 40분씩 총 2시 간 동안 진행된다. 한방 건강 강좌는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중풍뇌질환센터장 고창남 교수 가 진행하는데 계절별, 장기별로 몸속 기운을 돋우는 건강법 등에 대해 상세하게 강의한다. 한방 치유 음악 연주는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한방음 악치료센터장 이승현 교수의 진행 아래, 나무 흙 불 쇠 물의 성질을 지닌 악기를 중심으로 매월 다른 연주곡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연주 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과 실력 있는 연주자들이 맡는다. 지난 6월 30일부터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오전 10시 삼청각 유하정에서 열리고 있으며, 레퍼토리와 메뉴는 매회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40명에 한해 관람이 가능하며 관람료는 전 석 13만원이다.
SEOUL CULTURE SCHEDULE 글 남현욱 04 05 SEOUL CULTURE SCHEDULE 노원구 중구 충무아트홀 연극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박완서 선생의 자전적 소설로, 한 어머니가 아들의 죽음을 통해 겪는 가치관의 변화와 그 속에 내재된 인간 내면의 모습을 한 편의 드라마로 그려냈다. 한 국문학의 거목 박완서와 최고의 연극배우 손숙. 연 극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우리나라를 대표 하는 두 여류 예술가의 만남이다. 일시 9월 1일(토)~23일(일) 화 수요일 오후 2시/ 목 금요일 오후 8시/ 토 요일 오후 3시 7시/ 일요일 오후 3시(월요일 공연 없음) 장소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가격 화 수요일 3만원/ 목~일요일 4만원 문의 02-3272-2334 마포구 일시 9월 8일(토) 오후 3시 장소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 가격 일반석 2만5천원/ 어린이 청소년석 1만5천원 문의 02-3274-8600 마포아트센터 권순훤 체르니 콘서트 어린이 피아노 교습자를 위한 콘서트로 많은 호평을 받은 권순훤의 체르니 콘서트. 이번 공연은 체르니 30 번과 소나티네로 구성되며 고급 과정을 배우는 어린 이 청소년 교습자들과 배우는 동안 겪을 수 있는 고 민이나 매너리즘, 효과적인 연습 방법 등에 관해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도 마련한다. 한눈에 보는 서울특별시 9월 공연 소식 강서구 영등포구 구로구 양천구 금천구 영등포구 영등포아트홀 신유 효 콘서트 트로트계 아이돌이라 부르는 신유 가 영등포아 트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가슴에 와 닿는 노 랫말과 감미로운 목소리, 출중한 외모로 청중의 눈과 귀를 단번에 사로잡을 그의 첫 콘서트는 효 가 주제인 만큼 어르신들에게 원기 충전의 무대 를 선사할 예정이다. 은평구 서대문구 마포구 관악구 동작구 종로구 용산구 중구 강북구 도봉구 노원구 성북구 중랑구 동대문구 광진구 성동구 강남구 서초구 광진구 송파구 강동구 일시 9월 21일(금) 오후 7시 30분 장소 노원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가격 미정 문의 02-951-3355 강동구 일시 9월 5일(수) 오후 8시 장소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 노원문화예술회관 어쿠스틱 앙상블 재비 의 <나는 재비다> 재비 란 우리 음악에서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전문 예술인을 이르는 순우리말이다. 11인의 젊은 예술인으로 구성된 어쿠스틱 앙상블 재비 는 전통에 기반 을 둔 창작곡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함 께 즐길 수 있는 무대를 선사한다. 강동아트센터 지그문트 그로븐 내한 공연 지그문트 그로븐은 솔로 연주자와 작곡가로서 국제적인 명성 을 쌓아왔다. <노르웨이 숲으로 가다>라는 제목의 이번 공연은 지그문트 그로븐의 하모니카 콘서트로 산이 색색으로 물들고 있는 가을에 노르웨이 숲 속을 걷고 있는 듯한 편안한 휴식 같 은 음악을 선사한다. 가격 R석 4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학생석 1만원(2층) 문의 02-440-0500 나루아트센터 클래시칸 앙상블의 <탱고> 클래식 음악을 기초로 만든 세상의 모든 음악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도록 느낌 좋은 음악회를 추구하는 클래시 칸 앙상블이 이번에는 탱고를 가미한 현악과 재즈 피아 노의 즉흥연주로 인간의 내면을 때로는 감성적으로, 때 로는 격정적으로 감싸 안는 열정의 음악회를 선사한다. 종로구 광화문아트홀 전래동화 연희극 <전우치전> 어려운 서민을 돕고 신기한 도술로 탐관오리를 혼내 는 매력적인 영웅 전우치가 연희극으로 무대에 오른 다. 전통 놀이에서 볼 수 있는 기예를 전우치의 도술 로 선보이며, 전통의 몸짓과 놀이를 배울 수 있는 체 험 공연이다. 아이들에게 우리의 신명과 흥을 제대로 느끼게 할 기회일 것. 일시 9월 1일(토)~9일(일) 오전 11시/ 오후 2시(월요일 휴관) 장소 광화문아트홀 전통연희상설극장 가격 R석 3만5천원/ S석 2만5천원 문의 1544-0592 일시 9월 22일(토) 오후 3시 7시 장소 영등포아트홀 공연장 가격 전 석 2만원 문의 02-2670-3128 일시 9월 11일(화) 오후 7시 30분 장소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 가격 R석 2만원/ S석 1만원 문의 02-2049-4700
SEJONG ISSUE 06 07 SEJONG ISSUE 세종문화회관, 문화거버넌스 의 중심에 서다 세종문화회관은 서울시 지역 기반 공공 문화 예술 기관들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그동안의 문화 예술 기관들의 제한적 역할에서 탈피해 시민 문화 활동 활성화를 이끌어보자는 뜻에서 다양한 연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거버넌스 의 의미를 지닌 다양한 활동을 통해 시민이 더욱 활발하게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글 이지향(세종문화회관 공연기획팀) 사진 김나윤 연계 문화거버넌스 마법의 주문을 외다! 지금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연계(connection) 라는 단어가 최고의 키워드 이자 유행어다. 이 키워드를 해석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연결, 결합, 관 계, 관련, 연고, 연줄, 연락, 접속, 단골, 거래처 등이 대표적 의미다. 세종 의 연계는 서울시 자치구 문화 예술 기관과의 일방적 관계 구성이 아닌 쌍 방향 문화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자율적 협력과 연계를 통해 네트워크 형성을 이룬다는 문화거버넌스 의 의미를 전제하고 있다. 문화거버넌스 는 전통적 통치(government) 방식의 문제점을 인식하면서 출현한 것처 럼 서울시 지역 기반 공공 문화 예술 기관들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그동 안의 문화 예술 기관들의 제한적 역할에서 탈피해 시민 문화 활동의 활성 화를 이끌어보자는 마법의 주문인 것이다. 그 첫 번째 액션 플랜으로 서울문화예술회관연합회와 공동으로 서울의 건강한 문화 생태계 조성을 위한 서울시 문화공간 네트워크 그리기 연속 토론회를 실시하였고, 자치구 문예회관과의 관계 구성, 자치구 공연장 활 성화 방안 모색, 세종문화회관 서울시예술단의 콘텐츠 구성과 보급 등을 고민해왔다. 두 번째 액션 플랜으로 서울시 문화 공간 환경 분석을 바탕으 로 연계할 자치구 문예회관 발굴에 나서게 되었다. 협력적 자치구 문예회 관을 시작으로 비협력적이던 자치구 공연장에 이르기까지 세종문화회관 의 서울시예술단 공연 예술 콘텐츠를 공동 주최함으로써 수평 관계구성 을 맺어가고 있으며, 2013년 2월까지 자치구 공연장에서 총 89회 공동 주 최 공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첫 번째 활동으로 8월 1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서울시청소년국악관현악단의 <2012 클릭! 국악 속으로>를 공연하고, 곧이어 자치구로 연결하여 8월 18일(토) 오후 5시 강동아트센 터에서 연계 사업의 첫 문을 연다. 공급자와 향유자의 인식을 바꾸다! 연계 사업에는 몇 가지 변치않는 원칙이 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예정하거나 혹 은 공연했던 콘텐츠로 연계 공연 프로그램을 구성하며 세종문화회관에서의 공연 퀄리티 를 유지함이 그 첫 번째 원칙이다. 이는 서울시예술단에 창작자로서 문화거버넌스 공감 대 형성과 책임감을 요구하고 있다. 자치구 공연장에서 이뤄지는 공연이 세종문화회관 공연보다 못하다, 혹은 수준이 떨어진다는 편견에서 벗어나고 질적으로 변함이 없다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자치구 공연장의 이미지가 변화되고 나아가 관객 개발로 이어진다 는 장기 전략을 위해 필요한 시도로 보인다. 또 하나 중요한 원칙은 유료 공연이어야만 한 다는 것이다. 각 자치구 공연장의 환경에 따라 일정 부분 티켓 금액의 차이가 있지만 국공 립 공연 기관의 무료로 제공되는 일방적 공급 체계에서 벗어나 저렴한 금액이지만 유료 판매를 또 하나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것이 기존 세종이 진행해오던 찾아가는 나눔예술 과 차별되는 점 중 하나다. 자치구 공 연장이 그동안 진행해온 무료 공연은 작품의 질적 완성도에 대한 관람자의 불신을 낳는 계기가 되었고, 국공립 공연장들이 연이어 초대권을 폐지하고 있는 지금, 무료 공연을 당 연하게 여기는 과거의 인식 변화가 요구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자치구 공연장의 자 생력 강화와 수준 높은 공연 프로그램 공급에 의한 자치구 공연장 활성화를 위해서 힘들 고 어렵더라도 초기 환경 조성이 더욱 중요하다. 자치구 문예회관 중에는 유 무료 공연을 해온 곳도 있지만 구민회관은 대부분 무료 공연에 익숙해 있고 무작위 초대권 배포로 공 연에 대한 신뢰도 저하와 향유자의 공연에 대한 기대치 저하 등 고질적 문제를 안고 있음 은 물론 자치구 담당자들의 무료 공연에 대한 고집을 꺾는 것 역시 쉽지 않다. 그러나 자 치구 공연장이 우수 공연 유치와 공연장 활성화가 한계가 있다고 느끼는 현시점에서 새로 운 첫발을 내디디는 시도가 요구된다. 어렵더라도 지금이 가장 빠른 시점이라 생각한다. 언제까지 그렇고 그런 공연, 무료니까 이해할 수 있는 공연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세종이 연계하다 가 아니라 모두 함께 연계되는 그날을 위해 물론 현재에는 연계 라는 의미 해석이 세종 내부에서도 통일될 만큼의 충분한 노력과 시간이 흐르기도 전에 지나치도록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자치구 문화 예술 기관과 충분한 공감대 형성 과 인식 변화, 수직 관계의 개념을 변화시키는 것부터 티켓 발권 시스템 구축까지 앞으로 넘어서야 할 산이 많은 사업이기도 하다. 문화거버넌스 는 이러한 관계를 변화시킬 것이다. 통치가 아니라 서울시 가 시민 참여를 보장하고 자치구 문화 기관과 협력해 일방적인 문화 예술 공급 구조를 바꿀 좋은 마법 이다. 그러나 이러한 협력 은 말처럼 쉽게 가능성의 문을 열어주지는 않을 것이다. 관련 기관과의 충분 한 토론, 수평적 참여와 의사 결정, 초기 위험성 감수 등 실행 과제가 꼬리처럼 따라 붙을 것이다. 그간 세종문화회관은 자의건 타의건 어떤 의지나 의도와 상관없이 문화 예술 콘텐츠의 생산자로서 그 리고 공급자로 여겨져왔다. 이제 그 편견을 벗고 자치구 공연장을 단골가게에서 시작해 공동 제작소라 는 협력 관계로 만들어가기 위한 첫걸음을 딛고 있다. 강한 자도 약한 자도 없는 연계 를 위해서, 서 울시 지역주민이 마법에 걸려 문화 예술에 깊숙이 빠져들 날을 기대하면서.
FOCUS ON 글 윤중강 사진 조은선 08 09 FOCUS ON 국악계에 불고 있는 힐링 Healing 몇 해 전부터 국악계에서 뜻있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음률( 音 律 )의 질서를 바탕으로 한국음악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규명하려는 노력이 그것이다. 자기를 돌아보는 참선이나 마음 수양을 하는 현장에서 국악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복잡한 삶 속에서 상처받은 영혼에게 국악 혹은 국악기의 음률은 치유로 작용하는 것이다. 마음을 치유하는 음악 우리는 음악( 音 樂 )이라는 단어에 너무도 익숙하다. 그렇다면 이 단어를 과연 언제부터 사용했을 까? 이 땅에서 서양식 교육을 시작할 때부터 음악은 하나의 교과명으로 쓰였다. 그 이전에는 음악 이라는 고유명사가 없었다. 그렇다면 음악은 어떤 뜻을 내포할까? 한자의 뜻이 그렇듯이, 소리를 즐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음악이란 단어를 쓰기 전에는 어떤 용어를 사용했을까? 음 률( 音 律 )이다. 음악과 음률은 둘 다 소리를 매개로 한 것이지만,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참으로 다르다. 일상에서 률( 律 )이라는 한자를 쓰는 단어로 법률( 法 律 )을 들 수 있다. 서구적인 혹은 근대적인 개념의 음악은, 소리를 통해 즐거움을 얻고자 하는 반면 동양적인 혹은 철 학적인 개념의 음률은 소리를 통해 조화나 질서를 추구하고자 한다. 그러나 음률은 분명 법률과 다 르다. 법률이 딱딱하고 강제적이라면, 음률은 부드럽고 자발적으로 어떤 구속력에서 벗어나 스스 로 돌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음악과 마찬가지로 음률도 궁극적으로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거기서의 즐거움은 수신( 修 身 )을 통해서 도달하는 고차원적 즐거움일 것이다.
10 11 FOCUS ON Healing 이 땅에 이어져온 전통음악은 대부분 음악이라기보다, 음률의 범주에 서 출발한다. 예를 들어 서양음악에서 12반음과 같이, 동양음악에는 12 율( 律 )이라는 음 체계가 있다. 그러니까 동양 사람도 서양의 수학자이 자 철학자인 피타고라스와 비슷하게, 한 옥타브를 열둘로 나눈 것은 일 치했다. 그러나 그 쓰임새는 달랐다. 바로 그 가운데서 5개를 선택했고, 이를 통해 나를 다스리고 주변이 화합하기를 바랐다. 이것이 이른바 동 양의 오행적 질서이고, 이는 동양 사람 삶의 모든 분야에 그대로 적용되 었다. 방위 개념으로 중앙(황색), 동(청색), 서(백색), 남(적색), 북(흑색) 이 있는 것처럼, 오행 질서를 통해서 인간(소우주)과 세상(대우주)을 바 라보았다. 몇 해 전부터 우리 국악계에 뜻있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바로 이러한 음 률 질서를 바탕으로 한국음악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규명하려는 노력이 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이를 한국인의 실제 삶 속에서 의미 있게 존재하도록 하는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기를 돌아보 는 참선이나, 마음 수양을 하는 현장에서 국악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더 불어 가장 자연적인 소재로 음색을 내는 국악기를 통해서, 사람들의 마 음을 어루만지는 국악을 알리고자 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 복잡한 삶 속 에서 상처받은 영혼에게 국악 혹은 국악기의 음률( 音 律 )은 치유로서 작 용할 수 있다. 일찍이 음악치료학(music therapy)이라는 학문이 존재했 다. 이제는 이를 국악 혹은 국악기를 통해서 실천하고자 하는 체계적인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예를 들어 한방음악치료 가 여기에 해당한다. 차를 마시면서 풍류를 즐기는 다악 차 한잔의 여유. 어느 광고의 카피였던가? 우리는 여유를 갖고자 할 때 차를 대한다. 그야말로 차 라고 쓰고, 여유 라고 읽는 게 가능하다. 차를 마시는 이유는 무엇일까? 차는 분명 밥이나 술과 다른, 차만의 고유한 영역이 있다. 차는 한 호흡을 쉬고 사물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불러온다. 더불어 차를 매개로 사람과 만났을 때, 차는 사람 간의 관계를 부드럽게 해준다. 때로는 혼자 차를 마실 때 차에서 느껴지는 온기로 갈피 못 잡던 마음을 누군가가 어루만지는 듯한 느낌도 받지 않는가? 우리 조상은 이런 차를 마시는 자리에 늘 노래와 연주를 함께했다. 책을 읽다가, 글을 쓰다가, 그림을 그리다가, 악기를 타다가 자연스럽게 차를 마셨다. 조선 시대의 문집 을 보면, 우리 조상이 얼마나 차를 즐겼는지 알 수 있다. 1950년대 이후 한국 사회는 고도성장만을 추구한 탓에 우리 고유의 다례( 茶 禮 )가 생 활에서 많이 사라졌다. 그러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사람 간의 가치나 삶의 질을 생 각하는 사고방식이 변해 차를 마시는 문화가 지난 세기에 비해 오히려 우리 곁에 가까 이 다가왔다. 국악 분야에서는 최초로 다악( 茶 樂 )이라는 이름으로, 차를 마시면서 풍류를 즐기는 움 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이는 현재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을 이끌고 있는 김정수 단장과 그의 지인들이 주도해 펼쳐졌다. 차를 마시면서 음악을 연주하는 단계에서 정갈한 춤 도 추고, 운치 있는 글도 쓰는 복합적인 공연 형태로 점차 성장,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다악 공연에는 때론 관객도 차를 마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데, 관객들은 일반 국악 공연보 다 더욱 진지하면서 편안하게 다악의 세계로 다 가가는 성과를 거두었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다. 중국을 대표 하는 작곡가 탄둔( 譚 盾 )이 차를 소재로 만든 오 페라를 초연했다. 위쪽에 있는 물의 기운과 아 래쪽에서 올라오는 불의 기운이 만나서 서로 화합해 차가 만들어지는 것에 의미를 두고 만 든 작품이다. 중국 작곡가가 차를 소재로 작품 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 것을 보면서, 우리도 일찍이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이런 시도를 했 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악은 앞으로 여러 가능성이 있는 분야다. 21 세기의 키워드 중 하나가 힐링(healing)이지 않 은가! 많은 사람이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원한 다. 그리고 이런 치유에 대한 생각은 동양 혹은 한국으로 눈을 돌리게 만든다. 이런 흐름 속에 서 사람들이 점차 국악이나 국악기가 지닌 가 치를 잘 알게 되는 것 같아 반갑다.
12 13 FOCUS ON 계절에 따라 몸이 원하는 기운이 다르다는 것, 알고 계시나요? 삼청각 한방 치유 음악회 <동행>은 탁 트인 자연에서 계절에 맞는 건강 강좌 Healing 삼청각과 강동경희대학교병원이 공동 개발한 한방 치유 음악회 <동행>이 문화 애호가 사이에서 큰 화제다. 자연과 음악, 건강 강좌, 약선 음식이 어우러진 이색적인 콘셉트의 공연으로 매회 참가자들의 호응이 뜨겁다. 고창남 교수는 음악회에서 한방 건강 강의를 맡아 계절별로 우리 몸에 꼭 필요한 기운을 알기 쉽게 짚어준다. 글 정성민 사진 이재희 와 오행 음악을 듣고 약선 음식을 먹으며 오감을 자극해 심신을 치유하는 한 방 복합 치유 프로그램이다. 동양의 오행 원리와 오장육부를 조합하고, 계절 별로 몸에 필요한 음악과 음식을 각 분야의 한방 전문가가 설계했다. 공연은 고창남 교수의 명쾌한 한방 건강 강의를 시작으로 치유 음악회, 약선 요리 순 으로 진행한다. 고창남 교수는 일반인이 대상인 강의이기 때문에 전문 지식 없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재미있게 전달하려고 무척 신경을 쓴다 고 한다. 강의는 매달 바뀌는 공연의 주제를 소개하고 그날 제공되는 약선 요 힐링에 꼭 어울리는 국악 장단 리와 요리에 포함된 약재와 효능에 대해 쉽게 풀이해준다. 40명의 관객 앞에 현재 우리나라에는 힐링 이 제목인 토크 프로 서 하는 강의인지라 개개인의 치유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예방의학 차원에서 그램도 있다. 스튜디오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에 심신의 균형을 맞춰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지키는 데 초점을 둔다. 고창남 서 벗어나, 초대 손님과 야외에서 얘기를 나눈 교수는 강의자로 공연에 참여하지만 이제는 그 시간을 누구보다 기다리고 즐 다. 토크쇼 형식의 프로그램이 많이 있지만, 때 기게 되었다. 로는 내용의 한계나 단절을 경험할 때도 있다. 삼청각 내에서도 풍광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유하정에서 공연하는데 그 공 그러나 힐링 이라는 단어가 제목인 프로그램에 간이 주는 치유 효과가 대단합니다. 계절별로 달라지는 자연 풍경이 공연 몰 서는 대개 자신의 속내를 비추면서 진솔하게 얘 ( 水 淸 ), 사람이 맑다( 人 淸 )는 뜻이 아닌가! 예로부터 마음을 다스리기에 적절한 공간에 입도를 높여주거든요. 참가자들의 반응이 좋으니 강의하는 저도 매우 신이 기하는 경우가 많다. 서, 21세기의 새로운 방식으로 만나는 한방 치유 음악회는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 납니다. 한 달에 한 번이지만 자연 속에서 사람들과 교감하며 좋은 기운을 받 이렇듯 힐링 은 사람들을 무공해 청정 지역 으 다. 삼청각 한방 치유 음악회에서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등 출중한 국악 연주를 듣고, 다 보니 저 자신에게도 귀중한 치유의 시간이 된답니다. 로 옮기는 힘을 지닌 것 같다. 그러니 힐링을 할 건강 강좌를 들은 뒤, 더불어 몸에 좋은 약선 음식을 접하게 된다. 굳이 신토불이( 身 <동행>에 참가하는 이들은 건강과 치유에 대한 관심이 누구보다 높다. 고창 때, 자연적인 음향을 그대로 반영한 국악기가 土 不 二 )라는 말을 쓰지 않더라도, 이 땅에서 자란 음식물이 이 땅에 사는 사람에게 도 남 교수는 건강이 무엇인지부터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한방 더욱더 효과적일 수 있다. 사실 국악기를 연주 움이 될 것은 굳이 얘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건강 강의는 자연 현상과 인체 장기의 종합적인 연관성에 주목한다.건강하다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지금 특별히 삼청각 한방 치유 음악회 <동행>에선 우리 장단도 만날 수 있다. 이 프로그램 는 것은 심신의 균형이 맞는 상태라는 것. 예를 들어 땀이 나는 것 자체는 이상 처럼 힐링 뮤직이라는 용어가 대두되기 이전에 에서 만나는 장단은 단순히 리듬을 배우는 것을 넘어서서, 장단을 통해 삶에 활기를 할 게 없지만 너무 많거나 적은 것은 문제가 되고, 웃음이 지나치게 많거나 너 도, 영산회상 같은 국악기 연주곡을 들을 때면 불어넣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 여기서 배우는 국악 장단은 우리 삶을 더 건강하고 무 적은 것도 건강한 상태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적절한 생활 습관 어느새 음악에 빠져들어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 윤택하게 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것이다. 과 음식, 음악 등으로 몸 안팎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의 강의를 롭고 평안해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새삼 놀 이번에 공연하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다악 연주회 이름은 <다악일미( 茶 樂 一 味 )>. 듣다 보니 다음 번 <동행>의 내용이 궁금해져 프로그램을 미리 귀띔해 달라고 라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국악과 국악기를 매 차( 茶 )를 매개로 노래( 歌 ), 수행( 禪 ), 그림( 畵 ) 등을 다채롭게 만들 수 있다. 이런 형식 했다. <동행>의 9월 강의 주제는 맑고 청량한 기( 氣 )를 마시자! 이다. 특히 가 개로 한 힐링 뮤직은 앞으로 문화 산업 분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음에 착안해 좀 더 다양한 형태의 국악 힐링 뮤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삼청각 한방 치유 음악회 <동행>은 한의학과 은 분명 우리 전통차를 마시는 의식인 다례에서 출발하지만, 국내외 많은 사람에게 궁극적으로 한국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악 공연 형태 가 때로는 서양음악이나 서양의 공연 문화 형태를 그대로 차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같은 공연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적인 공연 형식이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심신을 치유하는 한방 건강 강의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중풍뇌질환센터장 고창남 교수 을에 약해지기 쉬운 폐와 대장의 건강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한다. 계절별로 필요한 기운을 오장육부와 연관해 설명해 주니 한결 이해하기 쉽고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생활에서 심신 치유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알찬 내용으로 채웠으니 당연히 참가자들의 반응이 좋을 수밖 함께 만드는 국악 연주회 를 표방한다. 우선 삼 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 많은 사람에게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한 청각이라는 공간은 힐링 뮤직을 만나기에 가장 의학 지식을 알리고 싶다는 고창남 교수의 바람은 이미 이뤄지고 있는 듯하 좋은 장소라고 생각한다. 북악산 산세에 자리한 다. <동행>의 횟수가 차곡차곡 쌓여갈수록 말이다. 삼청각에서 삼청은 산이 맑고( 山 淸 ), 물이 맑고
14 15 FOCUS ON 9월의 시작은 평온한 기운을 지닌 아쟁 음악과 함께하세요 이승현 교수는 한의학 이론에 음악을 접목한 한방 음악 치료라는 새로운 분 야를 개발한 주역이다. 현재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한방음악치료센터에서 중 풍, 암, 소화기 장애, 갱년기 장애, 만성 스트레스 환자 등 다양한 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의 치료에 적용하고 있다. 그는 원래 대학에서 성악을 공부 했는데 성대 결절로 음악교육으로 전공을 변경했다. 서양음악과 우리 전통 가곡을 비교하는 논문을 쓰던 중 그녀는 한의학 책에서 우연히 오음을 발견 했다. 한의학의 음양오행 이론이 기반인 오행 음, 목 화 토 금 수가 신기 했다는 그는 왜 한의학 책에서 음악을 이야기했을까 하는 호기심을 풀기 위 해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결국 이승현 교수는 한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 고 한의학과 음악을 결합한 한방 음악 치료라는 치료 방법을 개발해냈다. 오 행 음악을 환자 치료에 활용하고 있는 그의 설명에 의하면 음악마다 발하는 기( 氣 )가 각각 다르다고 한다. 음양오행 이론에 보면 사람의 오장육부에 맞는 음이 따로 있어요. 목 화 토 금 수의 기운을 지닌 음이 각각 존재하죠. 간, 신장, 폐, 비장, 심장에 맞 는 각 음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수단이 바로 오행 음악이에요. 이승현 교수는 오행 음악을 기반으로 환자에게 안 좋은 장기의 기운을 치유 해주는 음을 들려주거나 직접 연주하게 하는 등 새로운 방식의 치료법으로 환자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6월부터는 환자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한방 오행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삼청각에서 매월 마지막 토요일에 열리는 삼청각 한방 치유 음악회 <동행>이라는 특별한 공연을 통해서다. 여름에는 기운을 발산하는 것이 중요해서 신명 나는 시나위 연주로 기를 발 산시켰어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환절기에는 여름 동안 밖으로 발산 한 기를 안으로 잘 여며야 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토 의 기운이라 전통악 기 중에서 아쟁을 연주합니다. 가을에는 몸에 즐거운 기운을 더해주는 피리 음악과 풍류 합주로 몸과 마음을 평온하게 할 예정이에요. 음악회는 계절별로 우리 몸에 꼭 필요한 기를 채워주는 방식으로 기획한다. 한방 음악이 생소한 참가자를 위해 악기의 음을 하나씩 짚으면서 오장육부 에 어떻게 좋은지 설명도 곁들인다. 종종 앙코르가 터져 나올 만큼 객석의 반 응은 뜨겁다. 한번은 연주회 내내 눈을 지그시 감고 감상하던 한 남성 관객이 심신이 정제되는 느낌 이라며 감사를 표했다고. 이승현 교수는 그럴 때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앞으로는 동서양 음악을 구분 짓지 않는 유연한 음 악 치유 프로그램도 만들고 싶다고. 한의 학과 음악의 경계를 허물어 치유 영 역을 한 발씩 넓히고 있는 이승현 교수. 음악마다 발하는 기가 다르다면 사람 마다 발하는 기도 다를 것이다. 그의 한방 음악 치료가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까닭은 그가 발산하는 평온하고 힘찬 기운 한 자락이 더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당신에게 건네는 차향 짙은 깊은 위로 다악, 지금 전하러 갑니다 무대 중앙을 조금 벗어난 뒤쪽으로 국악관현악단이 자리한다. 보통 연주회 와 달리 오늘은 무대 중앙 자리를 다인( 茶 人 )에게 양보했다. 김정수 단장의 손짓에 전통 가락을 실은 선율이 무대를 휘감는다. 마치 다인을 중심으로 음악이 흐르듯 말이다. 한복을 차려입은 다인이 정갈하고 우아한 손길로 차 를 우려내면 선율에 차향이 얹어져 관객석으로 향한다. 마치 이제 막 우려 낸 차를 머금은 듯 입안에 감도는 향 그대로 관객의 귀에 닿는다. 이것이 김 정수 단장이 말한 차와 국악을 음미하며 우리 문화의 진수를 느낀다 는 다 악일미 다. 다악이란 단순히 다도와 국악을 한번에 즐긴다는 게 아니에요. 다악을 통해 우리 안에 잠든 풍류를 깨우는 거죠. 어떤 고난이 와도 차 한잔에 삼키고, 큰 즐거움도 시 한 소절, 음악 한 자락에 흘려보내는 게 우리 조상의 풍류였어 요. 어떤 감정에도 흔들리지 않고 전통 예술로 승화시킨 우리 조상, 정말 멋 지지 않나요? 다악은 김 단장이 만든 새로운 장르다. 다도와 국악이 함께 무대에 오르면 이 후 가( 歌 ),무( 舞 ),시( 詩 ),선( 禪 ),화( 畵 )가 차례로 오른다. 일곱 가지 우리 전통문 화를 한번에 즐길 수 있는, 말 그대로 전통 예술 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이 다. 다악의 출발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풍류를 즐길 수 있을까 하는 우연한 생각에서 시작했다. 우리 안에 있는 풍류를 우리 식대로 즐겨야 하는데 현대인 에겐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국악은 지루하다며 멀리하고, 다도를 비롯한 전통 예술은 어렵다고 멀리하니 풍류를 즐길 틈이 없는 것이다. 만약 음악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한다면 장르마다 장점이 있기에 다양한 음악을 들어 도 된다. 하지만 풍류를 즐기고자 한다면 우리 음악, 우리 것 이어야 했다. 흔히 서양음악은 빠르고 우리 음악은 느리다고 하죠? 기준이 달라서예요. 서양음악은 심장박동이 중심이고 우리 음악은 호흡이 중심이거든요. 우리 음 악에선 호흡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이 한 박자예요. 그러니 우리 몸에 서양 리 듬이 안 맞는 거죠. 리듬이 안 맞으면 흥이 안 나고, 어깨가 들썩여지지 않아 요. 당연히 풍류를 즐길 수 없죠. 한국인에게 풍류가 없으니 외롭고, 지치는 거예요. 한국 사람에게 힐링은 풍류를 제대로 알고 즐기는, 바로 그것이죠. 작년 그가 다악을 처음 무대에 올리기 전 관객이 외면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 소리가 제법 컸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무대의 막이 올라가니 우려하는 소리 가 말끔히 사라졌다. 관객에게서 태어나 처음 풍류를 알고 제대로 즐겼다 는 평도 받았다. 덕분에 관객이 이번 공연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고. 현대 인이 잃어버린 별과 달, 해를 찾아주는 것 이 다악이라 정의내리며 김 단장은 오늘도 그만의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아마도 그 끝은 우리 모두가 차와 음악 을 즐기며 김 단장이 선사한 풍류를 만끽하는 게 아닐까. 빡빡한 일상에서 잠깐의 휴식이 필요할 때, 음악은 부드럽게 심신을 어루만진다. 몸 상태에 따라 고른 음악 한 곡은 기분을 전환해줄 뿐 아니라 치유 효과가 있다. 우리 악기의 음색과 장단, 가락으로 만병을 고치고자 하는 이승현 교수는 오늘도 약이 되는 음악을 찾기에 여념이 없다. 글 정성민 사진 이재희 현대인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전쟁 같은 하루를 살아가는 만큼 많이 지쳐 있다. 그래서일까. 휴식을 넘어서 지친 몸과 마음에 위로를 주는 힐링 이 거센 열풍이다. 저마다 다양한 힐링을 제시하지만 전통 이 기반인 경우는 드물다. 김정수 단장의 다악 은 우리 민족이 살아온 시간을 담은 음악과 향으로 따스한 손길을 건넨다. 그러기에 더욱 깊은 위로가 된다. 글 이선희 사진 이현수 음악의 기 氣 로 사람의 기 氣 를 살리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한방음악치료센터장 이승현 교수 심신을 치유하는 한방 건강 강의 세종문화회관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단장 겸 상임 지휘자 김정수
A Art p.18 MYTH 제우스와 세멜레, 헤라의 삼각관계 그리고 헨델의 오라토리오 세멜레 p.22 CLASSIC in CINEMA 영화 <필라델피아>와 움베르토 조르다노의 오페라<안드레아 셰니에> p.24 광고 DANCE 캉캉 p.28 Gugak Q&A 다악(茶樂)
MYTH 클래식 속 신화 이야기 글 류현정 18 19 + ART MYTH 클래식 속 신화 이야기 01 02 한 줌의 재 같은 인간의 욕망 제우스와 세멜레, 헤라의 삼각관계 그리고 헨델의 오라토리오 세멜레 세멜레는 제우스의 사랑을 받은 여인으로 질투심 많은 헤라의 계략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헨델의 오라토리오 세멜레 는 세멜레의 사랑과 욕망 그리고 허망한 죽음을 극적으로 부각했다. 제우스는 올림포스 신들의 제왕이자 최고의 바람둥이였다. 그는 신과 요정, 인간 상관없이 사랑에 빠졌으며, 물불을 가 리지 않고 상대에게 덤벼들어 자신의 소유로 만들었다. 그 는 헤라를 유혹할 때도 묘책을 썼다. 헤라가 고백을 받아주 지 않자 폭풍우를 불러온 후 비에 흠뻑 젖은 작은 뻐꾸기로 변신해 그녀의 품에 날아들었다. 헤라가 작고 연약한 새를 가엾이 여겨 꼭 안아주었을 때 제우스는 본모습을 보이며 헤라를 범하려 했다. 제우스의 평소 행동을 잘 알던 헤라는 정식으로 결혼을 해야 한다며 완강하게 버텼고, 마침내 결 혼을 허락했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굴레는 아무 쓸모가 없었다. 제우스의 바람기는 잠잠해지지 않았으며, 헤라는 언제나 눈에 불을 켜고 남편을 감시해야 했다. 헤라는 제우스의 사랑을 받은 여인들에게 독하게 분풀이를 한 질투심 많은 여신으로 유 명하다. 그 증거로 레토와 이오의 이야기를 들 수 있다. 헤 라는 제우스의 아이를 가진 레토를 시기한 나머지 뱀을 보 내 죽이려 했으며, 그리스의 모든 땅에 명령을 내려 태양 아 래 어느 곳에서도 그녀가 출산을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또 제우스가 주변을 구름으로 가리고 이오와 애정 행각을 벌일 때 헤라는 단박에 이를 눈치챘다. 다급해진 제우스가 이오 를 암소로 변신시켰지만, 헤라는 이 암소를 데려가 괴롭혔 다. 이 외에도 제우스의 연인들은 리스트를 따로 만들어도 될 만큼 많았으며, 헤라의 잔혹한 복수도 끊이지 않았다. 까맣게 불에 탄 사랑 헤라의 계략 때문에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한 여인 중에서 세멜레 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제우스는 카드모스와 하 르모니아의 딸 세멜레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아마도 세멜 레의 얼굴에서 누군가를 떠올렸기 때문인지 모른다. 세멜레 는 에우로페(크레타 섬에서 제우스와 사랑을 나누며 세 명 의 자식을 낳았던 여신)의 조카였다. 족보가 복잡하게 꼬이 긴 하지만, 과거의 연인을 다시 만난 듯 사랑의 감정에 휩싸 인 제우스는 세멜레와 달콤한 밀회를 즐겼다. 제우스가 밤마다 세멜레의 집에 드나든다는 사실을 눈치 빠 른 헤라가 모를 리 없었다. 세멜레가 아이를 가진 것을 알게 된 헤라는 또다시 강한 질투심에 휩싸였고, 세멜레를 처치 해버리겠다고 결단을 내렸다.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헤라는 머리가 하얗고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파로 변신해 세 멜레의 집을 찾았다. 허리가 구부정하고 지팡이를 잡은 헤 03 01 스타브 모로의 제우스와 세멜레. 02 헨델의 오페라 세멜레 중 세멜레와 제우스. 03 제임스 베리의 이다 산 위의 제우스와 헤라. 라의 모습은 영락없이 세멜레의 유모와 닮아 있었다. 유모 로 가장한 헤라는 어렵지 않게 세멜레의 집에 들어가 다음 과 같이 이야기했다. 아가씨 댁에 오는 남자가 정말 제우스 신일까요? 요즘엔 많은 남자가 어여쁜 처녀를 꼬여내기 위 해 신 행세를 한답니다. 그 사람이 자기 입으로 제우스라고 했다고 곧이곧대로 믿지 마세요. 아가씨가 욕심나서 꾸며낸 이야기일지도 몰라요. 오늘밤 한번 확인해보는 건 어때요? 위대하고 영광스러운 신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말이에요. 꼬임에 넘어간 세멜레는 제우스가 찾아오자 소원을 들어달 라고 청했다. 제우스는 어떤 소원이든지 말해보거라. 스틱 스 강을 걸고 소원을 들어주지 라고 답했다. 세멜레가 최고 의 신 제우스의 본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하자 제우스는 뒤늦 게 후회했다. 인간인 세멜레는 제우스가 뿜어내는 엄청난 광 휘와 열기를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었고, 스틱스 강을 걸고 한 맹세는 제아무리 제우 스라도 함부로 깰 수 없었다. 제우스가 어쩔 수 없이 번개와 벼락을 동반하고 찬란한 모습을 드러내자, 세멜레는 그 앞에 서 까맣게 불에 타 죽었다. 슬픔을 머금고 제우스는 세멜레 가 완전히 재로 변하기 전에 배 속에서 아직 형상을 갖추지 못한 아기를 꺼냈다. 그러고는 자신의 허벅다리 속에 넣고
20 21 + ART MYTH 클래식 속 신화 이야기 실로 기운 뒤 달이 찰 때까지 기다렸다. 그렇게 태어난 아기 이 오페라는 현대에도 다양한 시각으로 재창조되어 무대에 영국이 사랑한 작곡가 헨델 가 술의 신 디오니소스인데, 제우스의 몸속에서도 자랐기 때 오르고 있다. 뉴욕 시 오페라는 올림포스 산을 백악관으로 세멜레 는 오페라와 오라토리오의 모호한 경계선에 있다. 문에 그의 이름은 어머니가 둘인 자 라는 뜻을 갖고 있다. 옮겨놓고 세멜레를 마릴린 먼로로, 주피터(제우스)를 J. F. 오라토리오로 분류되지만 신화가 바탕이기 때문에 성경이 의심과 야망, 치정의 드라마 케네디로, 주노(헤라)를 재키 케네디로 설정해놓았고, 캐나 다의 유명 연출가 로버트 카센은 주노에게서 엘리자베스 여 나 종교 이야기를 주제로 다루는 오라토리오와 이질감이 있 으며, 오페라로 공연되기에 더 적합한 측면이 많다. 오라토리오 세멜레 는 헨델(1685~1759)의 대표 작품으로 왕을, 세멜레에게서 다이애나 비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헨델은 국제적인 작곡가로 활동했다. 그래서 그의 일생은 거론되진 않지만, 신화의 극적 요소를 풍부하게 드러낸 매 총 3막으로 구성된 세멜레 는 세멜레와 아타마스 왕자의 일반적으로 할레, 함부르크, 이탈리아, 영국으로 시기를 력적인 작품으로 알려졌다. 로맨틱한 감성과 치정이 공존하 며 질투심 많은 아내, 야망에 사로잡힌 인간 등 21세기에도 결혼식 준비 장면으로 시작된다. 주피터와 사랑에 빠진 세 멜레는 원치 않는 사람과 결혼을 앞두고 신에게 도움을 청 06 나눈다. 독일 할레에서 태어난 헨델은 법률을 공부하던 중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음악가의 길로 접어들었으며, 공감할 수 있는 내용과 캐릭터를 갖추고 있다. 헨델의 오페 하고, 세멜레의 자매 이노는 아타마스를 짝사랑하며 괴로워 1703년부터 함부르크에 머물었다. 당시 함부르크에서 만난 라에서 세멜레는 신에게서 사랑의 증거를 확인하고 싶어 할 한다. 세멜레의 간청을 들은 주피터는 벼락을 쳐서 결혼식 귀족들의 주선으로 이탈리아에 간 헨델은 촉망받는 작곡가 뿐 아니라 인간의 신분을 넘어 신이 되길 갈망한다. 분수에 을 방해하고 이노는 아타마스에게 숨겨온 연정을 고백한다. 로 활동했으며, 훌륭한 작곡가들과 교류하고 이탈리아 양식 맞지 않는 것을 탐하면 벌을 받는다는 교훈을 전하듯, 자신 의 아름다움에 도취되고 허영에 빠진 세멜레의 운명은 비극 으로 치닫는다. 헨델의 세멜레 는 윌리엄 콘그레브가 오비디우스의 <변 형>(서사시 형식으로 15권의 작품으로, 로마 문학의 걸작) 을 토대로 집필한 대본을 취하고 있다. 18세기 초 콘그레브 이어 주피터는 독수리의 모습으로 나타나 세멜레를 데려가 고, 세멜레가 행복에 겨워 영원한 기쁨, 영원한 사랑 를 노 래한다. 2막이 오르면, 주노의 시녀 이리스는 주노에게 주피터의 새 로운 여인이 궁전에 머물고 있다고 전한다. 주노는 복수를 다짐하지만, 궁전을 지키는 용들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것을 05 04 루벤스의 세멜레의 죽음. 세멜레는 제우스의 광 휘와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불에 타 죽었다. 05 디오니소스의 탄생. 06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 07 헨델 추모식 중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오케스 트라와 연주자의 모습(1785년). 1759년 사망한 헨델 의 시신은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안장되었다. 을 흡수하는 중요한 경험을 한다. 이후 영국에 머문 헨델은 영국인의 사랑을 받는 작곡가로 활동하며 대단한 명성을 누렸다. 그는 영국인의 음악적 기 호를 잘 읽어내는 타고난 흥행사였다. 영국에서의 첫 오페 라 리날도 는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그는 왕실 음악 아카 데미를 위해 라다미스토, 오토네, 줄리오 체사레 등 의 대본은 영국 왕위를 둘러싼 스튜어트 왕가와 하노버 왕 깨닫고 잠의 신 솜누스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한다. 한편, 사 의 오페라를 작곡했다. 가의 대립 같은 정치적 상황을 은유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에 랑의 단꿈에 빠진 세멜레는 더 많은 것을 바란다. 그녀는 하 왕실 음악 아카데미는 이탈리아 오페라가 유행하던 당시 귀 07 족과 부유층 인사들이 시민에게 오페라를 보여주려고 설립 한 주식회였는데, 몇 년 동안 번창했으나 영국 청중이 이탈 리아 오페라에 싫증을 내기 시작하면서 재정이 악화되었다. 그동안 오페라에 집중하던 헨델은 재정난에 시달리자 오라 늘에서 신들의 세계에 걸맞지 않은 자신의 신분을 한탄하며 토리오로 눈을 돌렸다. 오라토리오는 오페라보다 자본이 적 영원불멸한 신이 되고 싶어 한다. 주피터는 그러한 욕망에 게 들었고, 영어로 된 가사는 영국인의 마음을 여는 데 효과 대해 경고하며 세멜레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이노를 불러오 적이었다. 당시 신화를 비롯한 고대 이야기는 일정 수준 이 고, 자매는 재회의 기쁨을 나눈다. 2막에서 주피터가 부르 상 지식을 갖춘 상류계급을 위한 것이었지만, 성서의 이야 는 당신이 가는 곳마다 는 이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아리 기는 중산계급층에도 널리 알려져 있었고 선택된 민족 이라 아로 손꼽힌다. 3막에서 주노는 솜누스가 있는 동굴을 찾아 는 이상이 담겨 애국심을 고취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더 폭넓 가고, 그의 도움을 받아 세멜레가 있는 궁전에 들어간다. 이 은 관중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성경을 바탕으로 사울, 이 노의 모습으로 변장한 주노는 거울을 건네며 세멜레의 미모 집트의 이스라엘 사람 등을 작곡하고 1742년 메시아 로 에 대해 찬사를 늘어놓는다. 세멜레는 현혹되어 자아도취에 큰 성공을 거둔 헨델은 1744년 세멜레 를 발표했다. 빠지고, 주노는 사랑을 독차지하고 불멸의 신이 되기 위해 아쉽게도 세멜레 가 런던 코번트가든에서 초연되었을 때 서는 주피터의 본모습을 보아야 한다고 부추긴다. 관객들의 반응은 시원찮았다. 그 즈음의 작품들처럼 성서의 세멜레는 신화의 내용과 같이 제우스의 본모습을 보고 불에 내용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그리스 신화 이야기에 공감하지 04 타 죽으며, 아폴로는 세멜레의 재에서 새로운 신, 즉 바쿠스 (디오니소스)의 탄생을 알린다.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CLASSIC in CINEMA 영화 속 클래식 음악 글 김성현(<조선일보> 문화부 기자) 22 + ART 23 CLASSIC in CINEMA 영화 속 클래식 음악 영화 <필라델피아>와 움베르토 조르다노의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 톰 행크스가 에이즈에 걸린 동성애 변호사로 분한 영화 <필라델피아>를 본 사람이라면 잊지 못할 음악이 있다. 인종과 성적 선호도의 차이로 이질감에 사로잡혀 있던 두 주인공이 서로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노래. 움베르토 조르다노의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 중 마리아 칼라스가 부르는 아리아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가 그것이다. 축하해요, 변호사님. 첫 게이 파티에서 무사히 살아남은 걸. 에이즈로 자신이 다니던 법률 회사에서 부당하게 해고된 앤드루 베킷(톰 행크스 분)은 자신의 소송을 맡아준 흑인 변호사 조 밀러(덴절 워싱턴)에 게 이런 농담을 건넨다. 영화 <필라델피아>에서 동성애자 파티가 막 끝 난 직후의 장면이다. 하지만 정의감으로 뭉쳐 있는 밀러도 동성애자의 고민과 삶까지는 깊이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소송 준비에 여념이 없을 뿐이다. 실은 동성애자 와 악수를 나누고 나서 자신의 6개월 난 딸에게 혹시 HIV 바이러스가 전 염되는 건 아닌지 내심 걱정한다. 그런데 어느 날 베킷이 밀러의 법정 예 상 질문을 끊고서 느닷없이 묻는다. 기도해본 적이 있느냐, 그 기도의 주제는 무엇이었느냐 고. 이때부터 베킷의 방에서는 은은하게 오페라 아리아가 흐른다. 움베르토 조르다노의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 가 운데 아리아 돌아가신 어머니(La Mamma Morta) 다. 소프라노 마리 아 칼라스의 목소리로 이 노래가 흐르는 동안, 카메라는 부감( 俯 瞰 )으로 베킷의 병든 얼굴을 잡아낸다. 오페라의 여주인공 막달레나는 프랑스혁명의 격랑으로 어머니를 잃고 서 그들이 내 방문 앞에서 어머니를 죽였어요. 어머니는 나를 구하려다 돌아가셨죠 라고 절규한다. 이 아리아를 들으며 베킷은 끊임없이 목소 리의 고통이 들리느냐 고 묻는다. 하지만 슬픈 단조로 출발한 아리아는 현악이 흐르면서 서서히 장조로 바 뀐다. 잔인하기 그지없는 현실에서도 희망과 숭고함을 꿈꾸는 것이다. 베킷을 비추던 조명은 온통 붉게 변하고, 그는 아리아의 노랫말을 나직 이 읊조린다. 그토록 비참할 때 내게 사랑이 다가왔어요. 그리고 온화한 목소리로 속 삭였죠. 그대는 살아야 하오! 나는 생명이오. 천국은 우리 눈 안에 있소. 당신은 혼자가 아니오. 내가 당신의 눈물을 모아주리다. 당신과 걸어나 가 붙잡아주겠소. 희망과 웃음! 내가 사랑이오. 주변이 온통 피와 흙으로 둘러싸여 있소? 나는 신성하며, 나는 잊혀진 자요! 내가 바로 세상을 구 원할 신이오. 나는 하늘에서 내려와 이 땅을 다시 천국으로 만들려 하오. 나는 사랑이오. 오페라의 여주인공에게 찾아온 천사의 목소리는 어느덧 영화에서도 죽 음을 앞둔 베킷을 따스하게 위로한다. <필라델피아>는 동성애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할리우드의 첫 장편 영 화다. 영화에서 베킷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긴 채 법률 회사의 수석 변호사로 승승장구하지만, 어느 날 이마에서 반점을 발견하고 극심한 복 통을 호소한다. 에이즈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가 책상 위에 놓아두었던 고소장 원본이 사라지자, 평소 그를 가족이 자 친구라고 부르던 법률 회사 이사들은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 서 자네를 그대로 두는 건 불공평하다 는 말로 싸늘하게 해고를 통보한 다. 베킷은 부당 해고 소송을 진행하고자 하지만 변호사 9명에게 퇴짜를 맞은 뒤, 이전 소송에서 반대편에 섰던 흑인 변호사 밀러를 찾아간다. 둘 사이에는 변호사라는 직업적 동질성과 함께 인종과 성적 선호도의 차 이에서 빚어지는 이질감이 묘하게 공존한다. 흑백으로 인종이 나뉘고, 이성애자와 동성애자로 성적 선호도마저 다른 두 주인공의 오해와 갈등 이 따뜻한 이해와 연대로 변하는 과정이야말로 영화의 극적 묘미다. 안드레아 셰니에 는 프랑스혁명 시기를 살던 실존 시인(1762~1794)의 이름이다. 셰니에는 격동기의 프랑스에서 혁명 정신에 깊이 공감했지 만, 공포 정치로 치닫던 급진파 자코뱅주의에 반대하고 입헌군주제를 옹 호했다. 결국 셰니에는 로베스 피에르에 의해 32세에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고,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로베스 피에르 역시 불과 이틀 뒤에 처형되고 말 았다. 생전 단 두 편의 시를 남긴 이 혁명 시인은 19세기 이탈리아 작곡가 움베르토 조르다노의 손에서 걸작 오페라의 주인공으로 되살아났다. 오페라와 영화가 조우( 遭 遇 )할 수 있는 건, 영화의 무대가 바로 필라델피 아이기 때문이다. 1776년 7월 4일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 대륙의 13개 주 가 독립선언서를 승인한 장소가 필라델피아의 독립기념관이다. 벤저민 프랭클린, 존 애덤스(미국 2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3대 대통 령) 등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공동으로 작업한 이 선언서는 비단 미국 독립의 당위성만이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주창했다. 영화에서 밀 러 변호사가 필라델피아는 박애의 도시이자 자유의 탄생지로 독립선언 의 장소이다. 내 기억에 그 선언서에는 모든 정상인은 평등하다 가 아니 라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고 적혀 있다 고 외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 화는 한쪽 귀퉁이가 깨진 채 이 기념관에 그대로 보관되어 있는 자유의 종을 끊임없이 비춘다. 영화 <필라델피아>는 싸우면서 동시에 죽어가는 베킷의 삶을 충실히 쫓아간다. 그리고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주제가 필라델피아의 거리들 (Streets of Philadelphia) 가 흐르는 내내, 필라델피아의 거리와 그 거리를 걷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비춘다. 인종과 종교, 성적 취향과 관계 없이 인류의 평등이라는 가치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지 되묻는 듯 이 말이다. 그렇기에 영화나 오페라를 본다는 것은 때로는 사그라지는 마음속 불씨를 다시 지피는 행위이기도 하다. 인간의 보편적 가치에 대 한 희망과 믿음의 불씨 말이다.
DANCE 춤의 세계 글 강신재 사진 제공 kous 24 + ART 25 DANCE 춤의 세계 일탈과 절제를 오가는 남자의 춤 閑 良 舞 한량무 민속무용에서 빌려온 듯한 해학과 익살, 정제된 궁중무용과 견줘도 밀리지 않는 기교. 그것이 남자의 역동적이고 기품 넘치는 몸짓에 녹아든다. 서울시무용단 임이조 단장 경망과 기품, 진지와 해학 사이 춤은 때론 모든 것을 보여준다. 목소리는 묶여 있지만, 몸짓 하나만큼은 양과 음의 세계를 제재 없이 노닌다. 그래서 동작으로 말하는 절실한 마 음은 그 어떤 음성이나 얼굴보다 매력적일 때가 있다. 그런 점에서 한량무는 상당히 매혹적인 춤이다. 여인의 마음을 훔치려 는 속내 를 숨긴 남자의 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남자라는 양반이 보 통 사람이 아니라 한량( 閑 良 )이란다. 한량이란 호반( 虎 班 ) 출신으로 무과 에 급제하지 못한 사람 또는 돈 잘 쓰고 노상 놀고먹는 사람을 이른다. 남자의 몸짓은 날렵하면서 우아하다. 도포에 정자관을 깔끔하게 착복한 남자는 하얀 버선발을 사뿐하게 내딛고, 어느 여인네 못지않은 섬세한 손짓으로 좌중을 휘어잡는다. 그러다가도 한잔 술을 걸친 거친 남성의 입김이 느껴지듯 몸부림치기도 하고, 꽃을 띄워 보내는 것처럼 수줍고 처량한 몸짓을 해 보는 이의 마음을 쓸어내린다. 경망스럽다가도 기품을 잃지 않고, 진지함을 내보이다가도 이내 해학으로 돌아서는 춤이다. 그 동작에는 무슨 사연이 있을까. 한량무는 한량과 승려가 한 여인을 유혹 하는 내용의 무용극으로 알려져 있다.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으나 남사당패가 처음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본래 한량, 별감( 別 監 ), 기생, 승려로 분장한 무동( 舞 童 )들이 어른 사당패 의 어깨 위에서 춤을 추는 형태였다고 한다. 그러나 후일 어른의 춤으로 변하면서부터는 기방에서 여흥 거리로 춘 것으로 보인다. 사당패가 조선 후기에 조직됐다는 점, 고종 재위 시절(1863 1907) 정현 석의 <교방가요>에 이 춤이 기록됐다는 점으로 미루어 조선 말엽에 유행 한 것으로 추측한다. 하지만 오늘날엔 5인이 추던 남사당패의 한량무는 사라지고, 진주 교방에서 전해오는 7인이 추는 한량무와 홀춤의 한량무 만 남았다. 타락한 삼각관계 속에 숨은 해학과 풍자 사당패를 거쳐 교방에서 전해오는 이 춤의 중심은 삼각관계다. 자세한 내용은 이렇다. 한량과 별감이 색시를 데리고 즐겁게 노는 자리에 승려 가 나타난다. 승려는 색시에게 혹하여 멋진 춤으로 그녀의 환심을 사고, 색시는 마침내 한량과 별감을 배반하고 승려에게로 간다는 내용이다. 학 문은 뒷전이고 주색잡기에 빠져서 놀고먹는 한량, 탐관오리 별감, 여자 를 밝히는 승려, 지조 없이 파계승과 함부로 놀아나는 색시는 타락한 시 대의 상징이다. 이들을 관찰하며 비꼬는 상좌와 마당쇠 그리고 주모가 양념을 더하듯 맛을 낸다. 등장인물들은 배역에 따라 저마다의 춤사위와 옷차림을 선보인다. 도포
閑 良 舞 26 + ART 27 DANCE 춤의 세계 에 정자관을 쓴 한량은 양반의 기품과 멋이 밴 장중한 춤사위를 보여준 다. 춤의 폭이 커서 남성적인 멋과 박력, 기백의 위엄까지 두루 갖춘다. 궁중 기생 옷에 몽두리, 색한삼, 족두리까지 갖춘 색시는 현란하면서 절 제된 교태를 내보인다. 특히 한량과 승려를 한눈에 홀리는 요요한 춤사 위는 극에 갈등을 부여하는 주요 요소다. 궁중 별관복을 입은 별감은 남성의 기개와 관리의 위엄이 느껴지는 춤을 선보인다. 발을 높이 들고 걷는 큰 걸음사위, 발꿈치로 강하게 배기는 배 김사위 등으로 신분을 과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승복에 가사를 메고 방 갓을 쓴 승려의 춤은 일탈 속 고뇌를 함축한다. 상좌는 승려의 파계 때문 에 초조한 마음을 춤으로 표현한다. 한편 주모와 마당쇠는 극에 희극 요소를 부여한다. 주모는 경망스러움과 해학을 익살스럽게 표현한다. 엉덩이를 좌우로 심하게 흔드는 춤으로 모 자라 발꿈치가 엉덩이에 닿도록 뜀박질하기도 하고, 양팔을 접은 채로 익살스러운 꽁닥춤 을 춘다. 마당쇠는 겉으로는 순종하는 척하면서 웃 음 속에서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재치 만점 캐릭터다. 외양도 성격도 모 두 다른 이들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불협화음 속에서 조화를 이루 는 몸짓이 참으로 절묘하다. 주로 삼현육각의 연주에 중머리, 타령, 굿거 리, 자진모리 등의 가락을 사용한다. 무용극 형태의 한량무 외에도, 남자 홀춤으로 남은 한량무도 있다. 무용 극으로서 한량무는 한량 승려 색시 간의 애정 관계를 풍자하는 이야 기와 춤이 함께 어우러지지만, 홀춤의 한량무는 한량이라는 존재를 오직 춤만으로 구현한다. 한마디로 무용극 요소를 약식화한 것이다. 홀춤의 한량무는 한량의 기품과 자태를 강조하는 가운데 즉흥적 멋의 춤사위를 보여줌으로써 관객을 매료시킨다. 그래서 남성들이 유일하게 멋을 내며 춤출 수 있는 홀춤으로 각광받았다. 주로 장구 북 꽹과리 징 등으로 편성된 타악기에 덧뵈기장단이나 굿거리장단을 선보이며, 어깨춤이 주 를 이룬다. 독무로 많이 선보이는 한량무로 임이조류 한량무와 조흥동류 한량무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 춤사위엔 한량의 모습을 상징화한 이미 지가 많기에 무용가들이 새롭게 창작한 전통무용으로 봐야 한다 는 의견 도 있다. 민속무와 궁중무를 나눠 닮은 교방의 춤 무용극으로서 한량무를 보면 가면극이 떠오른다. 극적 형식을 갖춘 점에 서 탈춤과 유사하지만 가면을 착용하지 않는 점, 대사가 없는 점에서 탈 춤과 다르다. 하지만 풍자적이고 해학적인 춤과 몸짓 연기를 통해 등장 인물의 성격을 구현하는 점은 탈춤과 맥이 닿아 있다. 한량무는 남사당 패 남자의 춤에서 기원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1910년 이후 기방에서 성 행했다. 우리나라 가면극 중 교방계에서 연희되던 최초의 극 형식 춤이 다. 궁중계의 춤도, 순수한 민속춤도 아닌, 교방계의 무용극이라는 얘기 다. 교방계의 무용으로 옮겨오면서도 그 역동성과 다양성을 잃지 않아 남성적인 춤의 대명사로 꼽힌다. 순수한 민속춤은 아니지만 계급사회의 시대상을 날카롭게 풍자한 점은 민속춤의 성격과 닮아 있다. 한량무가 나타난 시기는 조선의 권력 구조 가 붕괴되는 시점이다. 그래서 한량무는 양반 신분으로 살면서 제구실을 못하는 한량의 생활상, 부정부패를 일삼는 탐관오리, 유교에 밀려 내리 막길을 걸으며 중심을 잃은 승려에 대한 비판 등 어수선한 나라의 상황 을 해학적으로 그리고 있다. 한량무는 시대 비판의 콘텐츠를 수용하면서 탈춤과 광대놀음 등의 민중 예술처럼 투박하지 않다. 예인, 사대부들이 출입하는 교방에서 창작돼 다듬어진 춤이기에 궁중무용 못지않게 세련된 것이 특징이다. 1979년 5 월 2일 경상남도 시도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되었으며, 예능 보유자 김덕명 외 7인이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김덕명은 스승 김농주에게 한량 무를 처음 배울 당시 그에게서 한량무의 유래는 소설 <구운몽>에 전한 다 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숙종 15년에 김만중이 지은 소설 <구운몽>엔 선녀와 풍류를 즐기다 결국 인간 세상에 유배돼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을 겪는 옥황상제의 아들 성진 의 이야기가 나온다.
GUGAK Q&A 글 이선주 P 다악(茶樂)이란 무엇인가요? People 일반적으로 차를 마시면서 듣는 음악이나 다실에서 연주하는 음악을 다악(茶樂)이라고 합니다. 혹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물소리, 바람 소리, 새소리 등 자연 p.30 의 소리와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들리는 영원의 HEROINE 공연 속 여주인공을 만나다 _ 창작무용극 <백조의 호수> 노래까지 모두 다악이라 말하기도 하지요, p.32 다악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록은 SEJONG ENQUETE 없습니다. 다만 차를 마실 때 음악을 연주했다는 기 록으로 유추했을 때 아마도 다악의 전성기는 차 마시 기가 생활화된 고려시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고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다악일미> 시대 사람들이 차 마시는 것을 본 중국 사람들이 이를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 즉, 늘 차 마시듯 하는 일 이라고 표현했으니 말입니다. 특히 고려의 차 문화는 불교를 중심 으로 꽃피었는데 사찰에서는 명선(茗禪), 즉 차 끓이기를 겨루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로 미뤄 볼 때 고려의 다 악은 불교 색채가 짙은 음악을 중심으로 연주되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선시대로 넘어와 불교가 쇠퇴하고 유교가 번성하면서 차 문화도 점차 쇠해, 그저 절간 스님들의 전유물로 남산국악당을 찾은 청소년에게 물었습니다! 세종문화회관은 어떤 곳 같아요? p.35 Interview 춤이 있는 융합 공연 <춤 배틀, 베틀?!> 출연팀 p.42 master 휘모리잡가 명인 박상옥 p.46 남아 명맥을 유지할 뿐이었습니다. 동시에 절에서 차를 마실 때 다악을 연주했다는 기록 역시 찾을 수 없습니다. 불교 ARTIST 음악의 백미라고 일컫는 영산회상은 제를 지내는 데 쓰는 음악일 뿐 다악과 관계가 없고, 또 불가에서 의식이 아닌 참 지휘자 유진 오르먼디 선 수행 시 별도로 음악을 쓰지 않았다고 하니 말이죠. 그러니 다악은 조선시대에 이미 자취를 감추었다고 해도 과언 이 아닙니다. 19세기 해남 대흥사를 중심으로 혜장 스님, 동다송 을 지은 초의 스님,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등 문 인이 차 문화를 일으켰지만 이때 다악을 연주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차와 전통음악의 만남은 지난 1998년 한국창작음악연구회가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현대적인 새로운 삶의 음악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차와 우리 음악의 다리 놓기 다악(茶樂) 이라는 제목으로 공연한 데서 비롯했다고 봅니다. 담백한 차 문화와 음악이 어우러져 음악과 차 문화 속에 들어 있는 전통의 멋을 끄집어내 현대인에게 선보인 공연으로 대성황을 이뤘으며, 이 공연에서 연주한 곡은 여덟 차례에 걸쳐 음반으로 나왔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다악은 정악 계열의 창작곡이 대부분이며, 다례 가운데 주로 궁궐에서 행하던 궁중 다례나 불교 다례를 염두에 둔 음악이었습니다. 국악과 차 문화는 왜 잘 어우러지는걸까요? 음악의 종류는 여러 가지인데, 서양음악이 감정을 고양한다면 우리 전통음악은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는 기능을 하는 것이 많습니다. 서양음악은 심장이 펄떡펄떡 뛰듯이 심장의 리듬을 따라 흐르지만, 국악은 호흡을 길게 내뱉었 다 들이쉬는 한 호흡이 한 박자일 정도로 느린 음악 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느릿느릿한 우리 음악에 몰입하다 보면 자 연히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죠. 그런 의미에서 한국음악이야말로 다른 어떤 장르의 음악보다 천천히 즐기며 음미하는 차 문화와 잘 어우러지고 밀접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p.50 MUSE 송강(鄭澈) 정철과 기생 진옥 p.54 say one s last 오드리 헵번
HEROINE 공연 속 주인공을 만나다 진행 백민정 사진 진언득 스타일링 정석 헤어 & 메이크업 정현정파라팜 30 31 + PEOPLE heroine 공연 속 주인공을 만나다 창작무용극 <백조의 호수> 고전발레의 대명사인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한국 춤사위로 재해석한 창작무용극 <백조의 호수>가 오는 10월 25일과 26일, 양일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오른다. 창작무용극 <백조의 호수>는 한국 춤사위의 정중동과 절제미가 어우러져 발레 작품과 다른 새로운 감동을 준다. 10월 25~26일 공연하는 창작무용극 <백조의 호수>에서 흑조 역을 맡은 박수정
SEJONG ENQUETE 글 남현욱 사진 이현수 32 + PEOPLE 33 SEJONG ENQUETE 조익래(17세) 방학이라 서울 구경 하러 대 구에서 왔어요. 광화문 일대 를 돌던 중이었는데 마침 세 종문화회관이 눈에 보여서 들 어왔어요. 여기 정말 럭셔리 해요! 저는 사진 찍는 게 취미 인데 건물 곳곳에 사진 찍을 만한 것이 많아요. 기회가 되 면 공연도 보고 싶어요. 세종문화회관은 어떤 곳 같아요? 여름방학 특별 기획 청소년 음악회 <2012 클릭! 국악 속으로> 공연이 있던 날, 세종문화회관은 다른 날보다 청소년 관람객으로 붐볐습니다. 공연을 기다리는 학생들은 이곳저곳을 구경하느라 호기심 가득한 눈을 빛냈고, 대극장 2층과 연결된 야외무대에도 교복을 입은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즐겁게 공연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몇 년 후면 문화를 소비하는 중심이 될 세종문화회관의 꿈나무 관객들에게 물었습니다. 세종문화회관을 어떻게 생각해요? 사촌 신윤호(15세). 이정훈(16세) 세종문화회관은 처음 와봤어요. 건 물이 크고 웅장해서 멋있어요! 국악 이나 클래식 공연을 보는 학교 숙제 가 있는데 마침 세종문화회관에서 국악 공연을 하더라고요. 다음에 또 오고 싶어요. (신윤호) 저는 몇 번 와봤지만 공연을 많이 보지는 못했어요. 오페라를 좋아 하는데 세종문화회관에는 공연 종 류가 다양해서 좋아요. (이정훈) 친구 김수림. 이지현(18세) 학교 숙제로 연극을 보러 온 적이 있었어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를 봤지요. 처음 본 연극이 었는데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오 늘은 두 번째 방문인데 야외무대 공연이 좋아 보여요. 흥겨운 음악 소리가 들리는데 어떻게 그냥 지 나가겠어요! (김수림) 야외무대 공연장에 모여 있는 다 양한 사람을 보니까 세종문화회관 이 꼭 만남의 광장 같아요. (이지현) 친구 최현주. 김준희(16세) 안유진(16세) 야외에서 공연을 하는 건 처음 봤 어릴 적 엄마랑 공연을 는데 색달라요! (최현주) 보러 세종문화회관에 온 세종문화회관은 음악 공연이랑 적이 있어요. 사실 기억 굉장히 잘 어울리는 곳 같아요. 은 잘 안 나지만 크고 멋 (김준희) 있었다고 생각했을 거예 요. 저는 뮤지컬을 좋아 하는데 지금은 공연 볼 기 회가 적어서 아쉬워요. 이건우(16세) 세종문화회관에는 누나랑 자주 왔었어요. 오늘은 방학 숙제를 하러 혼자 왔고요. 야외무대 공연장을 보니 혼자 온 사람도 많은 거 같아요. 사람들이 즐 거워 보여서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요. 친구 김윤정. 강혜은. 정재희(18세) 세종문화회관에는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도, 또 공연을 하는 사람도 연령대 이다은(16세) 가 다양해서 색달라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장 건물은 정말 멋지지만 왠지 쉽게 소인가 봐요! (김윤정) 다가가기 힘들어요. 청소년을 위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공연을 볼 기회가 거의 없어요. 저도 한 공연도 별로 없는 것 같고, 제 문화 생활을 즐기고 싶어요! (강혜은) 가 보기에 어려운 공연밖에 없는 세종문화회관에는 특히 외국인이 많아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간이라 것 같거든요. 는 뜻이겠죠? (정재희)
INTERVIEW 글 두정아 사진 진언득 춤이 있는 융합 공연 <춤 배틀,베틀?!> 다양성을 강조하는 시대, 문화 예술계의 크로스오버 및 대중화가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다. 서로 다른 장르가 결합해 새로운 감동과 재미를 안겨주며 대중성은 물론 작품성과 상업성까지 인정받는 요즘이다. 이번에는 춤이다. 춤 콘텐츠가 다른 장르와 만나 새로운 결과를 이끌어낸 실험적인 공연이 관객을 찾는다. 개성으로 똘똘 뭉친 옴니버스 공연 <<춤 배틀, 베틀?!>이 9월 12일부터 1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펼쳐진다. 춤을 주제로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만나는 즐거움을 함께 만끽해보자.
36 + PEOPLE 37 INTERVIEW 으로 레퍼토리화 하는 만큼 참가 팀의 열정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2시간가량 소요되는 일반 공연과 달리 <춤 배 틀, 베틀?!>은 한 작품당 30분 내외의 공연으 로 마련된다. 그런 만큼 짧은 시간에 재미와 감 동, 메시지를 담으려는 창작자들의 고민이 이 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한 번도 접하지 못한 장르의 융합은, 작품을 준비하는 무용수에게 <뜨거운 냄비> 20대의 뜨거운 열정을 담아 특별한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 관객에게는 색 다르고 신선한 즐거움을 안긴다. 소재의 다양함은 물론 여느 대작 못지않은 물 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화려한 무대 구성까지, 흔히 냄비 근성 이라는 말을 한다. 어떠한 여론 볼거리가 풍성하다. 대학생으로 이루어진 뜨 이 뜨겁게 끓어오르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거운 냄비 와 국악과 비보잉, 현대무용이 한데 무관심해지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이번 공연 어우러진 신별주부전 난감하네 를 비롯해 전 무대에 오르는 뜨거운 냄비 는 휘발성이 강한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K-Pop을 바탕으 사회적 분위기를 꼬집는 동시에, 누구보다 빨 로 한 비보이파파, 태권도와 춤의 만남인 태 리 끓어오르는 20대 청춘의 뜨거운 열정을 이 권, 춤을 품다, 탈놀이를 신명 나게 표현한 쉿! 야기한다. 대학생으로만 구성된 뜨거운 냄비 네 번째는 20대 남자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군대 이야기다. 멤버들이 각자 아이디어를 탈들이 온다 를 준비 중인 주인공들을 만나 작 팀은 연출과 안무를 담당하는 신희무를 중심으 내 스토리화했다. 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축제를 앞둔 이들 로 조연희와 김진선, 정재우 등 한성대 무용학 네 가지 스토리에는 내레이션과 함께 각 주제에 맞는 춤을 펼친다. 음악 또한 가요와 이 시대에 창작이란 재발견 에 가깝다. 재해석과 재조합으로 전혀 새로운 문화 콘텐 의 땀과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과 선 후배가 호흡을 맞춘다. 연령대가 낮은 팝, 클래식을 넘나들며 각각의 스토리에 어울리는 곡을 선정했다. 신희무는 우리는 츠가 탄생하고, 독특한 문화 트렌드가 형성되기도 한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재인 팀인 만큼 젊은 패기와 풋풋함이 남다르다. 기성세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순수하게 우리끼리 아이디어를 내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 데도 내러티브 형식과 캐릭터의 재미를 살려 작품을 완성하고, 균형을 잃지 않으면서 학교에서 늘 어울려 다니는 사이인데, 이번 작 다 며 자의로 작품에 임하는 모습이 명확하게 보인 것 같다 며 공모전에 당선된 비결 관객의 시선을 끈다. 품을 하면서 더욱 똘똘 뭉치게 됐어요. 우리 이 을 전했다. 때로는 청출어람을 떠올리게 할 만큼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기도 한다. <춤 배틀, 베 야기를 다른 표현 방식으로 재해석한다면 재밌 특이하게도 뜨거운 냄비 에는 바람잡이 가 있다. 바람잡이 란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틀?!>은 그러한 면에서 기대를 갖기에 충분한 이색적인 창작 공연이다. 프로와 아마 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모두 춤추면서 하고 싶 방송 녹화 전 방청객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개그 등으로 웃음을 전달하는 이를 말한 추어 구분도 없고, 형식이나 제약도 없다. 그야말로 자유로움이다. 은 이야기가 있고, 이러한 개인사를 레퍼토리 다. 방송 녹화뿐 아니라 공연에서도 가끔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춤 공연에 바람잡이 경연을 의미하는 배틀(Battle) 과 베를 짠다는 의미의 베틀 을 결합한 <춤 배틀, 베 틀?!>은 춤에 관한 다채로운 볼거리가 풍성한 프로젝트 공연으로, 기존 방식에서 탈 피해 대중에게 선보일 수 있는 춤의 다양성과 소통의 의미를 극대화했다. 세종문화회관은 예술가에게 창작 동기를 부여하고 작품 활동 활성화를 고취하기 위 해 공모전을 통해 <춤 배틀, 베틀?!> 무대에 오를 여섯 팀을 선정했다. 춤의 융합 을 주제로, 연극이나 뮤지컬, 미디어, 음악 등 모든 장르를 대상으로 했으며, 스토리텔링 과 완성도, 관객 친화성, 장르 융합의 독창성과 참신함 등을 기준으로 선정했다. 1 2차 심사를 거쳐 총 104개의 응모 작품 중 뜨거운 냄비 와 신별주부전 난감하네, 화해서 무대에 올려보자 했어요. (신희무) 뜨거운 냄비 는 사회적으로 파장을 불러일으킨 사건들이 다른 사건 때문에 쉽고 빠르게 잊히는 현 사회의 문제점과 원인을 비유해 표현한 작품 으로, 무용과 힙합, 영상, 연극, 내레이션 등 다 양한 예술 장르를 복합적으로 연계해 안무에 반 영한 것이 특징이다. 이 작품은 네 가지의 작은 이야기로 꾸며진다. 01 공연을 지루하지 않게 하려고요. 막상 해보니 무척 재밌더라고요. 다음 장면을 소개 가 등장한 까닭은 무엇일까. 도 하면서 관객의 몰입도를 끌어 올릴 수 있죠. (신희무) 전공하면서 알게 됐는데, 주위에 춤 공연을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에요. 공 연을 보더라도 동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궁금해 하고 이해하려고 하면서 어렵게 생각하지요. 굳이 정답을 찾을 필요없이, 보이는 대로 생 각하고 느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정철인) 이번 작품으로 성과를 내겠다는 욕심보다, 20대 감성을 통해 요즘 청년들의 생각을 다 비보이파파, 태권, 춤을 품다, 쉿! 탈들이 온다, Dialogue 3.0.2 등이 무대에 이름 첫 번째는 여성과 성에 대해, 두 번째는 책임감 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것이 이들의 최종 목표다. 젊은 층에게는 공 을 올렸다. 공연 중 가장 반응이 좋은 작품을 선정해, 2013년 세종문화회관 정식 공연 에 대해 다뤘다. 세 번째는 아픈 유년의 기억, 감을 얻고, 기성세대에게는 학창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공연이다.
38 + PEOPLE 39 INTERVIEW <비보이파파> K-Po p의 열풍을 뛰어넘을 K-댄스 03 이 이야기는 실화가 바탕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안무를 맡은 춤추는 사람들 의 최종 환 대표는 댄스를 배우러 오신 73세 할아버지는 TV에 나올 만큼 유명인이 됐다 며 할아버지를 보면서 이런 게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진정한 소통 방식이 아닐까 하 는 생각을 했다 라고 말했다. 춤추는 73세 할아버지 는 비보이파파 의 결정적인 모티브가 됐다. 최 대표는 예전에 는 춤만으로 대학 가기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예고에도 스트리트 댄스과 가 있고 대학 도 춤으로 지원할 수 있을 만큼 세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며 춤에 관심이 높아진 대 요즘 가장 한국적인 것 을 꼽으라면 대다수가 중의 변화를 설명했다. K-Pop을 꼽지 않을까.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연출을 맡은 홍성희 경민대학교 실용댄스과 교수는 관객은 일단 귀로 음악을 듣고 남미까지 매료한 K-Pop의 열풍은 한여름 뜨거 고개를 돌려 눈으로 춤을 본다 며 그러니 음악이 중요하다. 관객이 자주 접하고 편안 운 열기만큼이나 강렬하다. 비보이파파 는 세 하게 들을 수 있는 K-Pop이야말로, 춤에 대한 관심과 친밀함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콘 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K-Pop을 바탕 텐츠 라고 전했다. 으로 비보잉과 현대무용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국내에서 비보잉이 주목받기 시작한 때는 해외 유수의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신별주부전 난감하네> 국악과 비보잉, 현대무용의 만남 중요하죠. 단순히 추상적으로 구경만 하는 것 이 아니라 같이 즐기고 마음속에서 흥이 나면 좋겠어요. 무용가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많 귀에 익숙한 우리나라의 대중가요로 무대를 꾸 민다고 해서 청소년만의 전유물일 거라는 편견 은 버리자. 기성세대와 청소년 간의 문화 차이 를 이해한다는 주제로, 시대에 걸맞은 기획과 콘텐츠가 단연 돋보인다. 서부터. 인기 가수가 선보이던 춤은 물론 실력파 비보이들의 춤 향연도 기대를 모은 다. 또 현대무용으로 풀어내는 K-Pop에 어울리는 안무가 어떻게 탄생하는지도 공연 의 관전 포인트다. 안무팀 고상호는 없는 스토리를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바 탕으로 한 리얼리티를 느낄 수 있어 몰입이 더 잘된 것 같다 며 아직까지 K-Pop을 은 관객과 만날 수 있을지를 생각해요. 단순히 비보이파파 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갈등으로 중점으로 한 공연 형태는 흔치 않은데, 춤 외에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면서 무대에서 상업적이거나 개그적인 희화화 말고, 전래동 시작한다. 두 캐릭터는 세대 간의 갈등을 대표 성숙한 작품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고 말했다. 공연 주제는 결국 사랑 이다. 손자와 할 국악과 비보잉, 현대무용이 한데 만났다. 신별주부전 난감하네 는 프로젝트 락이 판 화 토끼와 거북이 를 재해석해 현대 사회상에 한다. 할아버지는 손자와 교감하기 위해 춤을 아버지가 손잡고 공연을 보러 간다면 더없이 의미 있을 작품이 아닐까. 가수 싸이의 소리 수궁가를 모티브로 만든 난감하네 라는 곡을 바탕으로 현대무용과 비보이, 그림 맞춰 풍자와 해학을 담고자 했어요. 누구나 쉽 배운다. 놀랍게도 할아버지는 손자와 댄스 배 강남스타일 춤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요즘, K-Pop 열풍처럼 K-댄스에 대 자 쇼가 어우러지는 신개념 국악 콘서트다. 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장은정) 틀을 할 만큼 춤에 재능을 보이고, 비로소 두 세 한 무한한 가능성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겠다. 비보잉에 관심 있는 어린 친구들이 우리 공연을 보고 국악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고, 신별주부전 난감하네 의 스토리는 모두가 알 대에게 조금씩 변화가 찾아온다. 또 국악을 보러 왔다가 현대무용이 이런 느낌이구나, 하면 절반은 성공한 거라고 생 고 있는, 토끼 간을 구하려는 자라가 등장하는 각해요. (타악 연주자 이충우) 별주부전 을 바탕으로 한다. 작품을 현대에 맞 춤을 전면에 내세우는 다른 공연과 달리 신별주부전 난감하네 는 공연자가 모두 주인 게 재해석한 것이 재미있다. 소시민 아버지와 공이다. 가야금을 든 연주자도, 비보잉을 하는 댄서도 무대 한가운데에서 어우러져 극성인 이른바 강남 스타일 엄마도 등장한다. 신명 나는 무대를 연출한다. 무대에 오르는 인원만 17명에 이른다. 우리 음악과 춤이 전래동화가 이 시대의 우리 와 어떻게 만나는 02 각자의 색깔을 표현하면서,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우리 멋과 맛을 보여주겠다 는 각오다. 공연 제작과 기획은 여민( 與 民 )이, 예술 감독은 장은정 현대무용협회 이사 가 맡았고, 출연진은 무용은 장은정 무용단, 비보잉은 국악비보이 플라잉코리언, 그 림자 쇼는 매직플레이, 음악 구성과 연주는 에스닉 팝 그룹(Ethnic Pop Group) 프로 젝트 락이 맡는다. 각자 개성이 뚜렷한 만큼 조율과 조화가 중요했다. 비보이 팀의 김성수는 비보잉은 화려한 테크닉이 많은데, 자칫하면 가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어서 최대한 노래에 어우러지도록 완성했다 고 말했다. 서로 공유하고 융합하는 자체가 이번 프로 지 지켜보는 즐거움도 크다. 개성 강한 캐릭터 가 등장하는 것은 물론 탄탄한 스토리 라인을 갖춘 것 또한 큰 강점이다. 공연 중간에 변사( 辯 士 )도 등장한다. 노래와 춤 으로 스토리를 이어가기 애매한 부분은 변사가 그 공백을 메운다. 비보이 이준희는 연주자가 즐거우면 관객에게도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 된다는 믿음이 있다 며 연습하는 내내 모두 즐 젝트의 화두였다. 겁게 임하는 만큼 좋은 반응을 얻을 거라고 확 이 시대의 화두는 소통이에요. 일반 관객이 재미있게 관람하고 소통할 수 있느냐가 신한다 고 말했다.
40 + PEOPLE 41 INTERVIEW <태권, 춤을 품다> 난타 와 점프 의 뒤를 이을까 04 미있는 요소다. 웃음에 대한 밀당의 예술 이야 말로 우리 공연의 핵심 이라고 말할 만큼 작품 곳곳에 다채로운 웃음 코드가 담겨 있다. 무대 에 진짜 여성이 등장하지 않는 까닭에 다소 딱 <쉿! 탈들이 온다> 신명나는 탈놀이 한 번 구경해볼까 태권도를 경기가 아닌 공연으로 연출한다면 어떨까. 무용수와 태권도 선수 등 17명의 남자로 구성된 태권, 춤을 품다 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태권도와 춤을 접목한 작품이 다. 고등학생 때까지 태권도 선수로 활동한 현대무용가 정연수가 이번 작품의 안무를 담당했다. 정연수는 태권도에 대한 향수가 있다 며 태권, 춤을 품다 는 자전적 이야 기 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사회적으로 무능력해 보이는 한 남자가 학교에서 아이 들에게 무용과 태권도를 가르치며 삶에 대한 열정을 되찾고 꿈과 희망을 전하는 내용 을 담았다. 처음에는 제목을 스쿨 로 지었으나 논의 끝에, 태권도가 전면에 드러나도 록 지금의 제목으로 바꿨다. 태권도 인구가 8000만 명인데, 아직 태권도와 관련된 콘텐츠는 상당히 부족합니다. 태권도의 변형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태권도 고유의 것을 지키되 콘텐츠를 변형한 다면 많은 분이 흥미를 가지지 않을까요? (정연수) 주인공 남자는 백수로 전전긍긍하다 우연한 기회에 학교 기간제 교사로 부임한다. 태 권도 유망주였으나 다리를 다치면서 무용으로 전공을 바꾼 주인공은 학생들에게 태 권도와 현대무용을 동시에 가르친다. 학생들을 열정적으로 가르치면서 그들에게 꿈 과 희망을 주고 스스로 삶의 활력도 되찾지만 비정규직인 그는 결국 학교를 떠나게 된다. 대사가 있어 스토리를 이해하기 쉽고, 특유의 웃음 코드가 있어 누구나 유쾌하 게 관람할 수 있다. 발레 여교사나 할머니 등 무대에 등장하는 여성은 모두 여장 남자 식에서 탈피한 맞춤형 탈놀이가 탄생했다. 배우들이 쓰는 탈은 직접 제작해 기존 모양 다. 화려한 의상과 진한 화장에도 금세 남자인 것을 알아챌 수 있는 것이 또 하나의 재 딱하고 밋밋할 것이라는 생각은 기우다. 화려 한 고공 점프, 다이내믹한 액션과 테크닉으로 잠시도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할 것이다. 또 무 려 4.8m 높이의 무대장치로 화려한 볼거리를 마당극에서나 만날 법한 탈놀이를 무대에서 만 제공한다. 요즘 대작 공연물로 안목이 높아진 난다. 쉿! 탈들이 온다 는 서울시무용단 단원과 대중의 눈높이를 맞추고자 했다는 것이 관계자 연극배우로 구성된 실력파가 한데 뭉친 공연이 의 설명이다. 다. 지난 2009년 연극으로 공연된 쉿! 탈들이 남자들의 폭발적인 에너지와 강한 면모를 느 온다 는 가면극 놀이의 연극 요소를 춤 안에 현 낄 수 있을 거예요. 보편타당한 주제와 태권도 대적으로 수용한 창작 탈놀이다. 놀이를 통해 를 접목한 콘텐츠라는 점에서 기존과 다른 묘 우리 땅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현재를 돌아보며 미를 접할 수 있을 겁니다. (신원민) 미래의 나아갈 길을 생각해보는 현대적 감각을 이번 무대에 오르는 무용수 신원민은 콘텐츠 지닌 작품이다. 를 이렇게 접목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 안무를 담당한 서울시무용단 부수석 최태선은 다 며 보통 춤은 뮤지컬이나 음악, 연극 등의 현대의 관객과 친화하는 재미가 특징인, 연극 장르와 접목을 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외로 성을 지닌 완성도 높은 창작 탈놀이 라며 전통 태권도와도 접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을 기반한 창작이기 때문에 가장 한국적이면서 무용수로서 생각을 넓힐 수 있는 기회였다 고 현대적이다 라고 작품을 설명했다. 말했다. 쉿! 탈들이 온다 는 천상에 살던 선녀가 지상의 또 다른 무용수 신재호는 태권도는 이번 작품 한 남성에게 반해 결국 하늘에서 내려온다는 이 과 비슷하면서 또 다른 분위기를 완성해냈다. 을 통해 접했는데, 그간 과격한 스포츠로만 알 야기가 바탕이다. 지상의 남자와 사랑해 결혼하 편안하게 같이 웃고, 슬퍼하는 공연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탈놀이나 무용극, 하면 추 고 있던 것과 달리 매우 체계적이고 작은 발차 고 아이도 낳으며 행복하게 살던 중 탐욕의 왕 상적이고 난해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쉿! 탈들이 온다 는 대중에게 가장 가깝 기 기술 하나에도 원리를 담고 있어 놀랐다 고 이 그녀를 탐하기 시작한다. 여자를 유린하고 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말했고, 무용수 배민우는 무용과 태권도를 할 괴롭히는 탐욕의 왕 에 맞서기 위해 남편은 목 무대에는 무용수 10명과 연극배우 3명이 함께한다. 탈놀이는 탈을 써야 하므로 얼굴 때 쓰는 근육이 각각 다르다 며 유연하기로는 숨을 걸고 싸우다 결국 죽음을 맞이하고, 여자 이 아닌 온몸으로 연기해야 한다. 표정이 드러나지 않아 내면을 감출 수 있지만 또 반 무용수들이 가장 뛰어날 거라 생각했는데, 태 권도는 보기보다 어려운 기술이 많았다 며 작 품에 임하는 소감을 전했다. 태권, 춤을 품다 는 단순한 프로젝트 공연이 아 닌, 상품성을 지닌 콘텐츠로서 발전을 꾀하고 있다. 정연수는 난타 나 점프 처럼 우리나라 를 대표하는 문화 코드로서 새로운 콘텐츠가 되길 꿈꾼다 며 점차 완성도를 높여 이색 콘텐 05 는 하늘을 지키는 수문장을 시켜 천년간 잠들었 던 탈들을 불러 모아 외세를 물리친다. 탈은 해학입니다. 외국 가면은 무섭고 딱딱한 표정이 많죠. 하지만 우리나라 탈은 웃거나 우 스꽝스러운 인간적인 표정이에요. 한이나 슬 픔이 아닌 절망을 딛고 승화하는 긍정적인 모 습이죠. 해학과 한과 신명이 어우러진 공연을 펼칠 예정입니다. 대로 그 무엇도 표현할 수 있는 무한성을 지니고 있다. 탈의 표정은 한 가지이지만, 모 든 것을 표현해낼 수 있는 것은 가장 큰 매력이다. 탈놀이는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탈로 인해 시야가 한정되고, 호흡 또한 쉽지 않아 금방 지치기 때문이다. 그러니 만큼 서로를 무조건 믿고 연기해야 한다. 춤추는 사람들의 얼굴은 가슴속에 있어요. 가슴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탈을 썼다고 해서 연기할 때 제약을 받지는 않죠. 몸짓 하나하나로 모든 감정이 충분히 전달되는 것 같아요. 서울시무용단에서 활동 중인 박수정의 말이다. 그는 움직임이 좋거나 춤을 잘 추는 게 츠로 자리 잡아 더 많은 관객을 만나길 바란다 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기존 탈놀이와 달리 쉽게 다가가려고 노력한 것은 이번 공연의 가장 큰 화두다. 그리하여 형 좋은 댄서가 아니라 표현이 사람이 좋은 댄서라고 생각한다 며 움직임만으로도 관객 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공연을 하는 것은 일종의 숙제인 것 같다 고 말했다.
MASTER 글 조혜진 사진 조은선 42 + PEOPLE 43 MASTER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1호 휘모리잡가 보유자 박상옥 일제강점기, 익살스러운 장단과 해학적인 가사로 그 시절 우리 민족의 울분과 한을 달래준 음악이 있었으니, 바로 휘모리잡가다. 시대가 달라지고 그 음악의 이름조차 생소해진 이때 맥을 이어가고 있는 명인이 있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1호 휘모리잡가 보유자 박상옥 명인을 만났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여 년 전 일제강점기, 우리 조상은 마을 공공회관에 해당하는 공청이 라는 곳에서 삼삼오오 모여 노래 부르며 민족 혼을 달랬다고 한다. 이때 부른 노래는 주로 가사나 시조였고, 흥이 좀 오르면 긴잡가, 이어 민요를 불렀는데 항상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은 휘모리잡가였다. 휘모리잡가는 조선 후기, 경기 지방에서 서민에 의해 전승되어온 전통 소리로 우스꽝스 러운 익살과 곁말투성이의 사설을 휘몰아치듯 빠른 속도로 촘촘히 몰아쳐가는 창법에서 붙인 이름이다. 잡가는 가사체의 긴 사설을 얹어 부르는 민속 성악곡 중 하나로, 민요가 후렴이 붙는 짧은 사설의 노래라면 잡가는 긴 사설의 통장 형식으로 이뤄진 노래이다. 한때는 애써 익살스러운 장단과 가사의 해학으로 우리 민족의 울분과 한을 달래주었을지 언정 이제는 이름만으로도 생소한 이 휘모리잡가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명인이 있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1호 휘모리잡가 보유자 박상옥 명인. 나이가 무색하게 휘모리잡가 의 장단만큼이나 경쾌한 모습이다. 어린 시절 유성기, 축음기에서 나오는 소리가 너무나 신기했어요. 거기서 나오는 소리를 따라 부르고, 동네에서 들리는 상여 소리, 노동요를 곧잘 따라 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어 린 나이인데도 소리를 온몸으로 배운 거지요. 어린 시절부터 유독 음악을 좋아하고, 곧잘 따라 불렀던 명인은 1960년대 중반, 그가 스무 살 되던 해 KBS <민요 100일장>에 출전해 장원, 주장원, 월장원을 휩쓸었다. 하지만 혼자
44 + PEOPLE 45 MASTER 집안에서 반대가 심했어요. 사남 매의 장남인데, 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신 데다 장남인 제가 소리 를 한다고 하니 집안에서 광대가 난다고 난리가 난 거죠. 그랬다. 예술을 딴따라, 광대로 하 대하던 시절이었다. 먹고살기 바빴던 시절에 열정 하나로 아무것도 보장할 수 없는 소리 꾼 의 삶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탐탁지 않아 하신 어머니를 설득한 것 역시 그의 열정이었 다. 이런 기나긴 노력 끝에 1990년 초, 박상옥 명인은 선소리 산타령의 전수 조교로 지정 되었다. 하지만 정작 명인의 마음을 이끈 것은 단절되기 직전의 휘모리잡가를 지키고 계 승해야 한다는 사명감이었다. 누군가는 이어나가야 할 길입니다. 우리 조상의 흥이 담기고, 눈물이 담기고, 인생이 담 긴 소리예요. 휘모리잡가라는 소리가 인기 장르가 아니기에 대중의 관심과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 는 것이 마냥 아쉽다는 그다. 그래서 명인의 바람은 제대로 된 소리를 내는 제자를 한 명 이라도 더 발굴하고 키우는 것이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을 뿐, 음악교육을 받지 못한 명인은 음악을, 소리를 제대로 배워보 고 싶어 <민요 100일장> 녹화가 끝난 뒤 무작정 심사위원이 나오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그때 인연이 닿은 분이 김득수 선생님입니다. 김득수 선생님은 판소리 고수이신데, 제가 무작정 소리를 배우고 싶다고 매달렸어요. 그러자 선생님께서 이창배 선생님께 저를 데 리고 가서 소개해주셨죠. 그렇게 박상옥 명인은 벽파 이창배 선생과 연을 맺고 그의 문하에서 시창, 시조, 경기잡 가, 휘모리잡가, 선소리 산타령, 경기 산타령, 서도 산타령 등 경서창 전반에 걸쳐 닥치는 대로 배워나갔다. 당시 집이 인천이었는데, 인천에서 종로2가로 오는 삼화고속 버스가 있었어요. 매일 새 벽 그 첫차를 타고 종로에 와서 하루 종일 노래를 부르고 밤이 되면 돌아가고, 그렇게 노 래를 배웠죠. 누가 억지로 시켜서 했으면 절대 하지 못했을 그 열정의 시간들, 그때 그 시절이 명인의 삶을 갈고닦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새문안 거지바위, 문턱바위, 둥글바위 너럭바위 치마바위 동료로 북바위 갓바위, 동소문 밖 덤바위, 자하문 밖 붙임바위, 백운대의 결단바위, 승갓 절 족두리바위, 양천의 허바위, 김호로 돌아 감바위, 통진 붉은 바위, 인천의 석바위 -휘모리잡가, 바위타령 중 긴 세월 그 자리에서 변치 않고 우리 민족을 지켜봐온 바위들을 우리 조상은 휘모리장단 에 맞추어 이렇게 흥겹게 노래하고 자랑스러워했다. 늘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기에 그 소 중함이 잊혀가는 것은 비단 바위뿐이 아닐 것이다. 지금도 시간은 가고 있어요.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열심히 해볼걸, 그때 한번 해 볼걸 하 는 뒤늦은 후회는 없어야죠. 그러니 지금 이 시간이 가장 소중하고,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순간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해요. 지난 50여 년간 우리 소리를 이어가기 위해 묵묵히 한 길을 걸어온 박상옥 명인. 이제는 인생이라는 무대의 피날레에서 더욱 흥겹고, 깊이 있는 휘모리잡가를 부르기 위해 그는 오늘도 장구채를 다시 잡는다.
ARTIST 세기의 연주자 글 이선주 46 47 + PEOPLE ARTIST 세기의 연주자 필라델피아 사운드 를 빚어낸 명지휘자 유진 오르먼디 필라델피아 사운드는 유진 오르먼디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함께 창조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카라얀이나 토스카니니처럼 인기가 높은 지휘자는 아니었지만 무려 4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세계 최고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이름은 오랜 시간 회자될 것이다. Eugene Ormandy 될성부른 바이올리니스트, 지휘자의 길을 걷다 유진 오르먼디(Eugene Ormandy, 1899~1985)는 부다페스 트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들이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기를 원했던 아버지 덕에 그는 네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한다. 될성부른 나무였던 그는 바이올린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뛰어난 재능을 보였고, 다섯 살 되던 1905 년 부다페스트 왕립음악원(프란츠 리스트 국립음악원의 전 신)에 입학한다. 16세 때인 1917년 바이올린 교수 자격을 얻 고 음악원을 졸업했으며, 이후 부다페스트 대학에 입학, 철 학을 전공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오르먼디는 바이올리니스트로 본격적인 연주 활동을 개시한다. 블뤼트너 오케스트라의 콘서트 마스 터이자 솔리스트로 헝가리와 독일을 순회했고, 1920년에는 솔리스트로 오스트리아와 프랑스를 여행하기도 했다. 그러 던 중 그의 음악 인생에 큰 전환기를 맞이한다. 1921년, 미국으로 연주 여행을 떠난 오르먼디는 공연을 주 선한 매니저에게 속아 무일푼으로 낯선 땅에 남겨졌다. 고 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당황한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보낸 이 가 있었으니, 지휘자 에르노 라피(Erno Rapee)였다. 그는 부다페스트에서 함께 지낸 친구로 부다페스트 왕립음악원 동기였다. 라피의 주선으로 오르먼디는 1921년 뉴욕 캐피톨 극장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연주자가 되었다. 77명의 단원 으로 구성돼 있던 캐피톨 극장 오케스트라는 주로 무성영화 의 반주를 하는 악단이었다. 곧 실력을 인정받은 오르먼디 는 입단한 지 닷새 만에 콘서트 마스터가 됐고, 나중에는 이 극장에서 지휘를 맡았다. 1924년 9월, 뉴욕 캐피톨 극장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갑자 기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부득이하게 오르먼디가 대타 로 지휘하게 됐는데, 이것이 그의 지휘자 데뷔 무대가 됐다. 그동안 해보지 않은 장르였지만 오르먼디는 지휘에서 뛰어 난 재능을 보인다. 이 공연을 계기로 오르먼디는 바이올리 니스트에서 지휘자로 진로를 바꾸었다. 당시 오르먼디의 스 케줄을 관리하던 사람은 아서 저드슨이라는 매니저였다. 그 는 미국 클래식 음악계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 중 하나로, 오 르먼디가 콜럼비아 라디오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도록 주선 했고, 뉴욕 필하모닉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여름 연주 회 지휘대에 그를 세우기도 했다. 당시 오르먼디는 멩엘베 르흐, 푸르트벵글러, 토스카니니 등 뉴욕 필하모닉을 지휘 하는 거장들의 리허설을 빠짐없이 참관했다. 이 중 오르먼 디가 자신의 롤모델로 삼은 지휘자는 토스카니니였다. 그러 던 중 저드슨은 오르먼디에게 또 한 번의 대타 타석을 마련 해주었다. 1931년 10월 25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를 지
48 49 + PEOPLE ARTIST 세기의 연주자 지휘자로서 총명함도 훌륭했다. 총보를 빨리 익히는 재주가 있는 데다 기억력이 비상해 협주곡이나 현대곡 외에는 거의 모두 암보로 지휘했다. 또 그는 시간을 인지하는 능력이 뛰 어났다. 현재 시각을 시계처럼 정확하게 말하거나 방금 연 주한 시간이 몇 분 동안이었는지 놀랄 만큼 정확하게 가늠 한 것이다. 음악적 성실함도 높이 평가받았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시절, 오르먼디는 연간 100~180차 례의 연주회를 지휘했다. 이 같은 기조는 1980년 상임 지휘 자에서 물러나 계관 지휘자가 될 때까지 계속됐다. 오르먼 디의 지휘 하에 처음에는 RCA, 나중에는 컬럼비아 레코드 로 이적해 레코드를 양산한 것은 오케스트라 재정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오르먼디는 콘서트 프로그램과 레코딩 스케 줄을 긴밀하게 연결해서 최소한의 리허설만으로 레코딩에 임할 수 있도록 했다. 오르먼디가 사랑한 음악 스타일 하르트 슈트라우스, 차이콥스키, 글린카에서 쇼스타코비치 에 이르는 러시아 국민악파 음악, 시벨리우스, 말러, 코다 만, 로저 세션스, 버질 톰슨, 리처드 야두미언 등 미국 작곡 가들의 작품을 초연했다. 휘할 예정이던 토스카니니가 몸이 너무 아파서 지휘대에 설 오르먼디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수장을 맡은 이후 갑 이, 스메타나, 바르토크, 관현악으로 편곡한 바흐 작품을 자 수 없게 되자, 오르먼디에게 대타 지휘를 요청한 것이다. 이 자기 악단의 음색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 스토코프스키가 주 연주했다. 반면 그는 하이든, 모차르트, 슈베르트 초기 오르먼디에게는 필라델피아 사운드 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 연주회를 성공적으로 이끈 오르먼디는 미니애폴리스 심포 창조한, 비옥하고 부드럽게 음을 잇는 스타일의 연주를 지 교향곡 등은 피했으며, 그가 지휘한 베토벤이나 브람스 등 다닌다. 확실히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친숙한 사운드와 니 오케스트라(현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가 속해나갔고, 악단은 점차 유명해졌다. 오르먼디의 지휘 스 은 몇몇 평론가에게 좋지 않은 평을 듣기도 했고, 슈만이나 스타일은 스토코프스키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오르먼디는 되었다. 오르먼디 최초의 메이저 교향악단 포스트였다. 타일은 풍부한 사운드를 빚어내며 칭송받았다. 하지만 동 멘델스존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던 풍성한 필라델피아 사 이내 스토코프스키가 현악 주자들에게 강조한 개별적인 보 유진 오르먼디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시에 진실하고 개성적인 터치가 부족하다는 평을 받기도 했 다. 늘 블록버스터에 비견되는 대중적 프로그램을 골랐고, 운드 를 적용했을 때 효과를 덜 거둔 분야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르먼디는 이따금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을 비롯 잉을 원상 복귀하고 화려하고 매끈한 레가토로 대표되는 사 운드를 유지했다. 그 결과 현악기의 음색은 더욱 우아해졌 1936년 오르먼디는 미니애폴리스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떠 새롭고 참신한 작품의 연주는 점점 줄였다. 실용주의 노선 해 앞에 언급한 몇몇 작품들에서 놀랄 만한 명연주를 펼치기 다고 평가받는다. 오르먼디의 지시에 따라 현악, 목관, 금 나 스토코프스키와 함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공동 상 을 타며 외향적이고 경제적인 음악을 하지만 예술적인 동기 도 했다. 마찬가지로 림스키코르사코프나 리하르트 슈트라 관, 타악기 등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모든 파트가 질적 임 지휘자가 됐다. 1912년부터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를 이 가 결여됐다는 비판이 따랐다. 그런데도 오르먼디는 보수적 우스의 작품들은 기복이 심해서 어떤 때는 영감에 찬 연주 으로 탁월한 수준을 보여주었다. 오르먼디는 늘 이 필라델 끌어오던 스토코프스키는 경영진과 잦은 마찰로 1934년 오 인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를 들려주다가도, 다른 때는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오 피아 사운드 의 소유권은 자신에게 있음을 주장했다. 이 사 케스트라를 떠나겠다고 발표했지만 청중의 반대로 사임을 오르먼디의 장기는 후기 낭만주의 레퍼토리와 20세기 초 르먼디는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작품의 해석에서는 타의 운드를 만든 건 바로 접니다. 나의 지휘 덕분이에요. 왜냐하 유보했다가 결국 1936년 그만두기로 최종 결정을 한 상태였 음악이었다. 특히 브루크너, 드뷔시, 드보르자크, 라벨, 리 추종을 불허했다. 라흐마니노프 교향적 무곡 을 초연했을 면 난 바이올리니스트니까. 토스카니니는 첼로를 연주했어 다. 스토코프스키는 이따금 활동을 계속하다가 1941년 바흐 뿐 아니라 1939~1940년 라흐마니노프가 직접 연주해 녹음 요. 쿠세비츠키는 더블베이스를 연주했죠. 스토코프스키는 의 마태 수난곡을 지휘하고 물러난 이후 1960년까지 객원으 한 피아노 협주곡 전 4곡 중 세 곡(2번만 스토코프스키가 지 오르간을 연주했고요. 피아니스트였던 지휘자들은 날카롭 로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를 지휘하지 않았다. 이후 공동 휘)을 지휘하기도 했다. 오르먼디는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고 타악기 같은 박자를 만들어내지요. 이 모든 것이 그들의 상임 지휘자였던 오르먼디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를 이 중 몇 곡의 미국 초연을 지휘했으며 데릭 쿡이 완성한 말러 오케스트라를 통해 나타나는 겁니다. 끄는 단독 수장으로 자리했다. 오르먼디는 실력도 실력이지 교향곡 10번의 연주용 버전을 처음으로 녹음하기도 했는데, 1980년 공식적으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직에 만 덕망 있는 지휘자의 표상이었다. 단원이 실수했다고 해 많은 비평가의 찬사를 받았다. 서 물러난 오르먼디는 그 뒤에도 계관 지휘자로 몇 장의 음 서 좀처럼 화내지 않았고, 연주가 개선되면 작곡가의 스코 카미유 생상스 교향곡 3번 오르간 도 호평받았으며 현재도 반을 녹음했다. 오르먼디의 뒤를 이어 1990년까지 10년 동안 어를 수정하는 일도 주저하지 않았다. 단원 모두 지휘대에 높이 평가받고 있다. 오르먼디는 미국 작곡가들의 레퍼토리 이어진 리카르도 무티 시대에 필라델피아 사운드 는 상당히 서 정중하고 겸손한 그의 매너를 좋아했다. 그리고 그 점은 를 많이 연주했다. 사무엘 바버, 폴 크레스턴, 데이비드 다 변색됐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평가다. 1985년 3월 12일, 그만이 가진 리더십으로 빛을 발했다. 이아몬드, 하워드 핸슨, 월터 피스턴, 네드 로렘, 윌리엄 슈 오르먼디는 필라델피아에서 폐렴으로 생을 마감했다.
MUSE 불멸의 연인 글 최진주 50 51 + PEOPLE MUSE 불멸의 연인 송강 정철( 鄭 澈 )과 기생 진옥 정말 강한 쇠는 구부러지지 않고 끊어진다는 옛말이 있다. 여기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끊어져버린 쇠를 따뜻하게 녹인 옥이 있으니, 바로 송강 정철의 여인 진옥이다. 비록 기생 신분이었지만 진옥의 예술적 재능과 그를 향한 애정은 임금의 미움을 받아 귀양살이를 하게 된 정철의 착잡한 마음을 달래주었다. 쓸쓸한 유배지에서 그녀를 만나다 귀뚜라미가 처량하게 울고 바람 소리가 스산한 어느 가을밤이었다. 멀리 있는 임금부터 가엾은 백성 그리고 자신의 처지까지 온갖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쉬이 잠들지 못하 던 송강 정철(1536~1593) 귀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 없이 사뿐히 들어서는 여인. 얼굴을 가린 장옷을 벗으니 절색의 미모가 모습을 드러냈고, 정철은 깜짝 놀랐다. 대감, 저는 진옥이라 하옵니다. 일찍이 대감의 명성을 익히 들었사오며, 특히 대감의 글을 흠모해왔습니다. 한낱 기생이 자신의 글을 읽고 자신을 사모해왔다니 정철은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한 양에 살던 때부터 수백 번 이상 기방에 드나들었지만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할 정도로 재능 있는 기생은 지금까지 만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철이 얼굴도 보지 못한 나 를 사모했단 말이냐? 라고 재차 묻자, 진옥은 정철의 의구심을 풀어주겠다는 듯 시 한 구절을 읊었다. 居 世 不 知 世 (거세부지세) 세상에 살면서도 세상을 모르겠고 戴 天 難 見 天 (대천난견천) 하늘 아래 살면서도 하늘 보기 어렵구나 知 心 唯 白 髮 (지심유백발) 내 마음을 아는 것은 오직 백발 너뿐인데 隨 我 又 經 年 (수아우경년) 나를 따라 또 한 해 세월 넘는구나 그녀가 읊은 시에 귀 기울이던 정철은 놀라고 만다. 타지에서 고독을 벗 삼으며 귀양 살이 중인 자신의 처지와 세월의 무상함에 대해 서글픈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내용이 었기 때문이다. 마치 정철의 마음을 열어본 것처럼 현재 정철의 심정을 제대로 이해 한 진옥. 이날을 계기로 송강 정철의 마음속에 진옥에 대한 애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강철 같은 남자의 험난한 인생 정철은 부친이 병조판서를 지내는 등 뼈대 있는 양반 가문에서 태어났다. 전형적인 신동 의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진사 시험에서 장원으로 급제한다. 그의 큰누나는 인 송강 정철의 가사를 소재로 한 서울시무용단의 창작 무용극 <사미인곡> 종의 후궁인 귀인 정씨였고, 둘째 누나는 왕족인 계림군의 부인이었기에 정철은 어려 서부터 궁궐에 자주 출입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당시 왕세자였던 경원대군과도 어릴 적부터 친분을 쌓았다. 성장한 후에도 누이를 만나러 입궐할 때면 동궁에 자주 들를 정도였다. 그가 27세 되던 해 별시문과에 장원급제하자, 합격자 명단을 본 명종이 기 뻐하면서 따로 축하연을 베풀어주기도 했다. 명종이 바로 어린 시절 그와 우정을 나 눈 경원대군이었다. 그러나 관직에 오르고 나면 사람도 조심히 만나고 말도 쉽게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동서고금의 진리 아닌가. 정철은 성격이 강직하고 바른 소리를 잘하는 타입이었기에 명종의 비위를 자주 상하게 했다. 명종의 사촌 형 경양군이 처조카를 죽인 죄로 수감 되었을 때 명종이 관대하게 처리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정철은 왕족이라고 예외로 취 급해서는 안 된다며 명종의 청을 거절하고 경양군을 사형했다. 이를 계기로 명종과 우정에 금이 가고, 명종은 그를 피하게 됐다. 실제로 뒤에서 욕하는 것을 싫어하고 앞에서 비판하는 직설적인 성격 탓에 정철에게 는 적이 많았다. 절친인 율곡 이이의 제발 술 좀 끊고,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 는 충고 역시 귓등으로 듣던 정철. 자신의 정치적 재능과 백 성을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임금의 총애까지 분명 충분히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을 법한 환 경이었지만, 그의 인생에 타향살이가 많은 것 은 어찌 보면 성격 탓일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 선조 대에 이르자, 정철의 정치 인 생은 점점 더 소용돌이에 빠졌다. 그나마 다행 이었던 것은 치열한 당쟁에서도 선조가 그를 아끼고 두둔했다는 사실이다. 그가 회의를 느 끼고 관직에서 물러나 낙향하더라도 선조는 몇 번이고 그를 불러 다시 관직에 앉혔다. 강원도 관찰사, 전라도 관찰사, 함경도 관찰사 등으로 부임한 정철은 전국 각지의 실상을 밝히고 그 때까지 이어져 내려오던 여러 폐단을 개혁하는 등 관찰 임무를 잘 수행해 선조에게 인정을 받 았고, 그에 대한 민심도 상당히 좋았다. 그 유 명한 <관동별곡>과 <훈민가>가 관찰사 시절에 지은 시다. 그러나 이 시대의 임금의 총애 란 하룻밤에 생 겼다가도 하루아침에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것 아니겠는가. 선조가 몸이 약해 자주 병에 걸리 고 나이 역시 마흔을 넘기자 대신 사이에서는 후사를 얼른 정해야 한다는 공론이 있었다. 당 시 영의정이던 이산해는 정철을 매우 경계하며 그를 제거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던 인물이었 다. 그는 선조의 총애를 받던 인빈 김씨의 소생 인 신성군을 세자로 밀고 싶었다. 그러나 공식 적으로는 좌의정 정철과 우의정 유성룡 등 조 정의 여러 대신과 광해군을 세자로 추천하자고 의논한 후, 뒤에서는 인빈 김씨 집안에 정철이 광해군을 세자로 세우고 신성군 모자를 없애려 한다 고 말한다. 이에 인빈 김씨는 선조에게 울 면서 호소한다. 전하, 살려주십시오. 정철이 저희 모자를 죽이 려 하니 궐 밖으로 내보내주시옵소서! 세자 책봉을 건의하기로 한 날, 이산해는 병을 핑계로 나오지 않고 아무것도 모르는 정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