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 미디어시티서울2014 그녀의 시간 128 아트인컬처 2014.08 Art는 국내외 전문가와 특정 주제를 공동으로 기획, 진행하는 <CAST>의 첫 게스트로 박찬경과 미디어시티서울2014를 초빙했다. 냉전극장 (6월호), 괴력난신 (7월호)에 이어 마지막편으로 그녀의 시간 을 주제 삼아, 할머니를 한국 근현대사의 한 가운데로 위치시킨다. 어머니의 어머니, 연쇄적인 프랙탈 시간의 존재로서의 할머니. 그녀의 얼굴에 깊이 파인 주름 속에서 우리의 굴곡진 역사를 본다. / 편집부 129
INTRO 할머니, 어머니의 어머니 그녀의 시간 ❶ / 최상일 / 박찬경 할머니는 어머니의 어머니이고, 그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다. 할머니 는 이렇게 끝없이 올라가고 내려오는 연쇄적 관념을 품고 있다. 김혜순의 유명한 시 <딸을 낳던 날의 기억>은 이렇게 끝난다. 모든 내 어머니들의 어머니 조그만 어머니를 들어올리며 말하길 손가락이 열 개 달린 공주요! 이것은 할아버지는 따라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시는 또, 할머니를 여자 몸의 이어짐과 더불어, 거울의 방 속에 있는 존재로 묘사한다. 김혜순의 할머니의 시간은, 프랙탈 시간이다. 그 거울 안에 외할머니 앉으셨고 외할머니 앉은 거울을 밀고 문턱을 넘으니 거울 안에 외증조할머니 웃고 계시고 점점점 어두워지는 거울 속에 모든 윗대조 어머니들 앉으셨는데 여기 실린 세 필자의 글도, 김혜순 시인의 시각-연쇄와 난반사 속에서 끝없이 창조되는 생명력/죽음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읽혀야 마땅하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로 유명한 최상일 프로듀서는, 수십년 동안 할머니의 소리를 녹음한 경험을 풀어 놓았다. 그의 말대로 이 땅의 할머니들이 얼마나 대단한 분들인지 알게 되기도 하지만, 이 글을 보면 할머니의 문화적 능력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공주 탄생만 아니라, 구전되는 옛날 이야기, 집안의 비사도 대부분 할머니를 통해서 이어졌을 것이다. 130 할머니들 덕분에 버텨 온 세월 김용언의 할머니 정치문화사 는 할머니를 근현대사의 외부에서 그 한가운데로 재배치하면서, 할머니들의 성좌를 스케치하고 있다. 이 글에서 할머니 는 정의할 수 없이 미끄러지는 존재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정치문화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있다. 이용우는 돌아온 김추자를 중심으로 전설적 아시아 디바가 생산해 온 복잡한 가치의 지형을 논한다. 김추자의 신곡 앨범 제목은 < It s not too late>이다. 물론 이 제목은 그녀가 오래 전에 부른 히트곡 <늦기 전에>와 대구를 이룬다. 할머니, 그녀의 시간 은 직선으로 흐르는 공식적 연대기를 이렇게 비트는 시간, 향나무 고목과 같이 꼬인 시간이다. 이런 시간 속에서,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아내가 아니며, 손주의 할머니만이 아닌 그녀들 자신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녀들이 더 힘차게 나타나 이 대대적인 젊음 찬양을 추방해 주기를. 치매는 오히려 젊은이의 것이라는 것을 알려 주기를. ❶ 할머니들 덕분에 버텨 온 세월 / 최상일 ❷ 이상한 할머니들 / 김용언 ❸ 내 진심을 그대에게! -아시아 디바와 근대성의 목소리들 / 이용우
요즘은 그렇지 못하지만, 나는 그동안 할머니들을 많이 만났다. 민요를 찾으러 다니기 시작한 것이 1980년대 끝자락이었으니 3~4년 전까지 얼추 20년 넘게 할머니들을 만나고 다닌 셈이다. 물론, 일부러 할머니들만 찾아다닌 건 아니다. 할머니들보다는 남자 어르신들을 더 많이 만났다. 하지만 남자 어르신들보다 할머니들이 훨씬 더 기억에 남는다. 할머니들에게는 남자 어르신들과 다른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들은 남자 어르신들보다 부드럽고 다정하다. 처음 보는 나그네한테도 별로 경계심을 갖지 않는다. 할머니들은 여성의 특징인 공감 능력과 본능적인 모성애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할머니들에게는 길을 물어 보기도 좋고, 이야기나 노래를 청해 듣기도 쉽고, 마음만 먹으면 함께 수다를 떨 수도 있고, 잘하면 밥이나 술도 얻어먹을 수 있다. 그래서 할머니들을 만나는 일은 편안하고 즐겁다. 이야기와 노래를 청해 들어야 하는 내게 할머니들은 몸이 아프신 분들을 빼고는 거의 모두 훌륭한 인터뷰 대상이다. 길고 험한 세월을 살아 온 분들이라, 이야기보따리만 풀어지면 인터뷰를 할 것도 없이 그냥 고개만 끄덕이며 녹음기를 틀어 놓기만 하면 된다. 할머니들 이야기 속에는 남자들은 모르는 집안 살림 이야기, 아이 낳고 키우며 고생한 이야기, 여자들끼리 하는 시집살이 이야기, 남자들의 바람기 때문에 겪은 마음 고생 이야기까지, 가슴 속에 담아 놓은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 우리네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국문학이나 인류학을 하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진지하게 들어 볼 필요가 있다.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이 땅의 삶과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해도 좋을 만큼 다양하고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내가 듣고 다닌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조금씩이나마 소개하고자 한다. 할머니들이 해 주신 이야기들을 내 나름대로 뭉뚱그려 전달할 수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할머니들 이야기를 말씀하시는 그대로 적는 것이 더 생생하고 흥미로울 것이다. 애면글면 꾸려 온 살림살이 집안이 가난할수록 여자들의 살림살이는 어려워진다. 예나 지금이나 얼마 안 되는 부자를 제외하고는 어려운 살림살이를 해야 하는 집안이 대부분이었기에, 가난한 살림을 애면글면 꾸려 오신 할머니들의 고생담은 너무 흔하다. 더덕을 캐러 산에 갔다가 땅벌집을 밟아 죽을 뻔한 영동 물한리의 할머니 이야기를 들어 본다. 게 더덕이 하나 있어. 그래 고마 울다 일어나서 또 그걸 캤어. 시방도 생각하면 기가 막혀. 삼신바가지를 내다가 개울물에 띄워 보냈다. 삼신바가지는 아이들이 잘 자라게 해 달라고 방 한구석에 걸어 놓고 모시는 민간신앙이다. 그 독하다는 땅벌떼에 얼굴이 안 보일 정도로 쏘이고 앉아 울다가도 눈앞에 보이는 더덕을 캐러 일어났다는 기막힌 이야기다. 영동 물한리 민주지산 자락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골짜기 할머니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산더덕을 캐서 팔아 아이들 학비를 대고 생활비를 보탰다. 남편이 없거나 변변찮아 여자가 이런저런 품팔이로 식구들을 근근이 먹여 살리는 일도 많았다. 이렇게 남편 없이 심한 고생을 하신 할머니는 가슴 속에 한이 맺힌다. 삼신바가지라고 요래 해 논 게 있거든. 아이고, 삼신제왕님네 우리 아 좀 낫아 주십사. 그래 빌었는데, 하나 죽고 나서 또 하나 죽을라 하길래 삼신 치고 자슥 못 키우는 삼신이 어디 있나! 하고 삼신바가지를 뜯어가 땅바닥에 던져 버릴라 칸게 우리 큰 아 -가 내 아랫도리를 훔치잡고 오메, 그라지 말라 그라고 막 울어. 그래 그 놈을 도로 올려 놔뒀다가 밝은 날 고마 물에 떠내려 보내 버렸어. 아이고, 사는 게 나같이 고통 많은 사람 없시오, 이 세상에. 봄에는 누에 멕이느라고, 누에를 한 장이나 반 장이나 놔 놓으면, 뽕나무 없는 사람들은 산에 가서 뽕을 따다 믹이야 돼요. 매일 매일 저 삼도봉 같은 데를 가서 뽕을 따가지고 와서 누에를 멕이고 아유, 이 근방에선 내가 제일 고생했어요. 남자가 똘똘하고 이러면 어데 가서 품팔이라도 해다 먹고 살지. 내가 안 나가면 고만 온 집안 식구가 다 굶어요. 품 팔아가 쌀 좀 어찌 해서 가져오면 나물 넣고 무시 넣고 이래 감자 한 쪼가리쓱 넣고 죽 끓여 가지고... 그러구로 그러구로 살아서 이렇게 늦게까증 며느리 손에 밥도 못 얻어 먹고, 어째 생각하면 얼렁 죽어야 되는데, 귀신이 안 잡아간 게 안 죽어요. 연기도 없이 타는 가슴 삼신할머니가 따로 있나 아이 낳고 기르는 일이야말로 오로지 여자들의 일이었다. 산골 오지에서는 병원 나들이를 하기도 힘들어 집에서 혼자 아이를 낳는 일이 흔했다. 그것도 요즘처럼 하나 둘이 아니고 일곱 여덟이나 되는 아이들을 말이다. 요즘 사람들은 도무지 믿기 어려운 일이다. 나는 아 - 일고 여덟을 나 혼자 났어. 아 -가 나올 거 같으면 남편을 내보내 놓고 혼자 아 -를 낳았어. 아이고 소리도 한 번 안 하고. 혼자 누워서 삼신할머니한테 빌어요. 아이고 삼신님네 어찌든지 아 - 머리를 바로 터서 어서 그만 무사히 놓그로 점지해 줍소이. 아 -를 그래 많이 낳는 바람에 내가 지금 병신이 안 됐소? 아 - 낳고도 밥이나 옳게 묵어? 그리 살았소, 내가. 이렇게 어렵게 낳은 아이가 잘 자라 주기만 하면 다행이지만, 문제는 돌림병이었다. 요즘은 예방주사 한 방이면 평생 걱정이 없는 홍역 때문에 아이들이 많이 죽었다. 한번은 우리 쫑말이(막내아들)를 군인을 보내 놓고 걱정이 돼서 울다가 더덕을 캐러 갔는데, 고마 땡삐(땅벌) 집을 꾹 밟았어. 고마 땡삐 떼가 막 달라드는 기라. 한 100발 쏘였어. 나 죽는다고 고함을 지른게, 혜정이 어매가 저 산에서 뛰어와가 흙 묻은 손으로 막 주무르고, 옷을 벗은 게 옛날에 아 -를 낳기는 많이 낳았는데, 7남매나 죽었어. 홍역을 하는데, 땡삐가 막 날라가는 기라. 한 달에 하나도 죽고 둘도 죽고, 그래 모두 홍역에 머슴아 여섯을 갖다 (이웃집 할머니) 100발도 더 쏘였지. 머리가 비도(보이지도) 않던데. 내 버렸어 내가. 나는 한도 많애. 그래가 울고 앉았으니까 다른 사람들이 집에 내리가. 이래가지고 더덕 못 캐아 그러는데도 그냥 한참을 울고 앉았다가 이래 앞에를 본 아이들이 자꾸 죽어가자 할머니는 방에 모셔 놓았던 132 할머니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인고의 세월을 겪어 온 분들이다. 특히 이 땅에서 근현대사를 살아 온 할머니들은 식민지 시대와 전쟁을 겪으면서 아픔을 겪은 분들이다. 경북 봉화의 두메산골에서 만난 할머니의 기막힌 사연은 가슴을 울린다. 제주도에 가서 40년 살다 여기 나온 지가 인제 한 10년? 10년 조금 못 됐어요. 시집은 여기서 갔는데, 6.25 사변 때 남편하고 애기 다 잃어 버리고요, 혼자 정처 없이 제주도에 가 있다 아이구, 그 뭐 이야기를 다 할 수가 없어요. 그때는 고향에 살 수가 없어서 아무것도 듣도 보도 안 한다고 제주도로 간 거래요. 가 가지고 고향에도 안 알리고 살다가 나이 많고 하니까네 고향 생각이 나서 왔는데, 한 7년 만엔가 오니까네 언니도 내 말 소리를 못 알아들어요. (나) 그럼 6.25 때 영감님이 돌아가신 거예요? 빨갱이들한테 뺏겼죠 뭐, 말하자만. 그땐 군인도 아니고 여- 방위 근무 같은 거 하잖아요? 그 책임을 지고서 그 노루목이라는 데서 하다가선 빨갱이 시대가 잠까 됐었잖아요? 그때 잡혀 가버렸어. (나) 이북으로 갔어요? 못 갔지요. 중간에 다 죽여 버렸지요. 군인들이 다시 이쪽으로 복귀해 나와 본께네 가둬 놨던 사람들 다 죽이고 가버렸어요. 우리 동네서 72명인가, 여 널목재라고 거기 가둬 놓고 있다가 군인들이 오니까 다 나오라 해가 전부다 죽이고 갔다 그래요. 죽은 사람 찾으러 올라가니까,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어서 어떤 사람들은 신발 보고 찾고, 애 옷보고 찾는다 그러는데, 뭐 열 사람씩 묶어가지고 그냥 칼로 찔러 죽여노니까네 못 찾겠데요. 아이고, 그 이야기를 다 할 수가 없어. (나) 그러네요. 괜히 물어봤네요 제가. 최상일 PD가 전국을 돌며 민요를 녹음하면서 촬영한 할머니 사진들. 1989년부터 MBC에서 <한국민요대전>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1만 5천여 곡의 구전민요를 모아, 9권의 자료집과 103장의 CD를 제작했다. 그 밖에도 풍물굿, 북한 민요, 아시아 민요 등을 수집하며 민요의 DB화 방안에 대해 연구한다. 지금도 민요 전문 웹사이트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www.urisori.co.kr)를 손수 운영하고 있다. 전쟁으로 남편과 아이를 잃은 할머니는 전쟁의 직접적인 피해자였다. 가진 것 없는 젊은 과부가 고향을 떠나 객지로 떠돌며 사는 과정에서 또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었을까.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할머니의 얼굴을 보면 인고(忍苦) 라는 두 글자가 얼굴에 쓰여 있는 듯하다. 아트인컬처 2014.08 133
집안 의례의 담당자 할머니는 집안의 의례를 도맡아 주관하는 담당자였다. 동네 우환 없이 해달라고 비는 동제나 당산제가 남자들의 임무였다면, 집안의 여러 신령님들께 식구들의 안녕을 비는 의례는 그 집 안주인, 특히 할머니들의 일이었다. 옛날에는 다달이 돌아오는 명절이 모두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충북 영동의 물한리 골짜기에서 만난 할머니 한 분이 평생을 해 오신 명절 치레를 들어 보자. 점말에서 만난 할머니 한 분이 산골 다락논에서 가을걷이를 하면서 마음에 있는 노래를 모두 쏟아 내는 장면이다. (나) 아이고, 논으로 올라 오기도 힘드네. 나락은 잘 됐어요 할머니? 예 나락은 올해 좀 괜찮게 됐어요. 점심을 좀 잡숫고 갈 낀데 어떡해요. 라면이라도 끓여 잡숫고 갈 낀데. (나) 걱정 마세요. 할머니. 심심한데 노래나 좀 불러보세요. 노래요? 노래를 할 줄 알아야지요. (나) 거 왜 옛날에 모 심으면서, 밭 매면서 하던 노래 그런 거 있잖아요. 한 번 해보세요. 그럼 모 숭근 노래 내 한 번 불러볼께요, 이. 그녀의 시간 ❷ 이상한 할머니들 / 김용언 (앞부분 생략) 유월에는 유디(유두)떡을 해서 고사를 지내야지 농사가 잘 된다고. 송편을 해가지고 새벽에 나가 논두렁 두럼 두럼이 물꼬에 갔다가 놓고 농사 잘 되게 해달라고 고사를 지내. 칠석에는 칠석날이라고 돈 타잖아. 옛날 돈, 노랑돈 구녕 뚫린 거. 엽전. 일꾼들은 서마지기 논배미는 반달겉이 고와져요 그거 가지고 장에 가서 떡 사먹고 술 사먹고. 여자들은 또랑에 가서 니가 무신 반달이냐 초성달이 반달이요 머리 감아 삣고. 칠월 백중에는 젊어서 죽은 매혼들 절에 갖다 모시 놓고 제사 지내는 날이래요. 나는 시숙 둘이 젊어서 죽었기 때문에, 요 위에 아이구 숨 가빠라. 황룡사 절에 모셔 놓고 백중날 가서 꼭 제사를 드려요. 그리고 팔월은 한가웃날, 추석날 아이라? 그건 다 아는 거고. 구월 구일에는 자손들 숨이 가빠서 할머니의 모심는 소리 의 박자가 나무 빠르다. 없고 불쌍하게 죽은 사람들 제사 지내 주고. 시월 상달엔 시사, 제실이 이어지는 노래는 청춘가 다. 있으면 거기서 하고 아니면 산에 가서 시사 지내고. 동지에는 동지팥죽, 수지비 새알. 낮 12 시도 있고 밤 12 시도 있고 아침 오시(午時)니 뭐니 나를 마다고 가시는 우련(우리) 님 따져서 하마 고 시간에 팥죽을 끓여 놨다 떠먹으면 약 먹은 거 보다 낫다 십리도 못 가서 어어 발빙(발병)이 난답니다 하는 기라. 섣달에는 초닷새 날에 호박떡 해먹는다 하고. 총각아 총각아 내 홀목(손목) 놓소 연약한 내 홀목 어어 다 잘크라지네(망가지네) 명절날에는 액을 물리치고 복을 비는 깊은 뜻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농사가 잘 되도록 비는 날이 있는가 하면, 젊어서 죽은 조상들을 모시는 날이 있고, 오래된 조상을 모시는 날이 따로 있었다. 동짓날 시간을 맞춰서 팥죽을 먹으면 1년에 약 먹은 거보다 낫다는 말이 재미있다. 이 모든 명절치레를 대부분 할머니들이 관장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 밖의 민간신앙을 꾸준히 지켜온 것도 할머니들이다. 청춘가에서 자진아라리로, 다시 창부타령으로, 할머니는 알 수 없는 노래를 계속 부르신다. 이참에 알고 계신 노래를 다 한 번 불러보실 모양이다. 영감아 땡감아 일어나소 보리방애 품 팔아 개떡 쪘네 개떡을 쪘으면 작게나 쪘소 서말지기 떡시루가 능청능청 산에 나물 뜯으러 가면 밥 싸가지고 가잖애. 가서 점심 먹을 적에도 산에 갔으면 그 산을 밝히야 되거든. 산신령님네, 알지 못하는 제가 왔은께 그저 오늘 재수 있게 해 주십시오 하고 밥을 떠 내삐리요. 나는 꼭 그라고 먹어. 산에서는 어데든지 가면은 마음속으로 요 골에 있는 지금까지 그 동안 내가 만난 할머니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삼신령님네가 저를 돌봐 주시야지요 이란다고. 그라고 이런 들에 가서는 땅의 할머니들이 얼마나 대단한 분들인지 알아보았다. 할머니들은 뭐 먹을 때 고시네 하면서 조금 떠 내삐리고. 부족한 살림해 내느라, 혼자 아이 낳고 키우느라, 그리고 전쟁의 상처로 엄청난 고통을 받으면서도, 이 땅의 전통의례와 문화를 면면히 간직해 할머니는 노래 보따리 온 고마운 분들이다. 어쩌면 우리 할머니들의 음덕(陰德)으로 오늘날 우리가 험한 세월을 이만큼이나마 버텨 온 것일지도 모른다. 할머니들은 술 담배를 안 하셔서 남자 어르신들보다 훨씬 총기가(기억력이) 좋다. 그래서 노래에 소질이 있는 할머니를 만나면 오른쪽 페이지 노래 보따리가 풀어지곤 한다. 내가 할머니들을 좋아하는 이유다. 나이토 마사토시(Naito Masatoshi) <Grandma Explosion(Ba-Ba-Bakuhatsu!)> 사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늦게까지 억새지붕이 남아 있던 무주군 설천면 40.64x50.8cm 1968 134 아트인컬처 2014.08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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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 :. ( ) 1)... 2) 6.25 (1966 3 ). 3).. 4) (libido). 1971, (demasculinization). 1970, (castration complex). 5),.,,, 1970,..,. :,,..., 2007 6 2014 6, 33.,, 1960.. 1955 8 (postcolonial hybridity),,,.,,,,,, (danceability)., 1970 1 ( ),,,.. 1971,,..,,. 1970,, 1980,, 1990,,,. (voice) (corporeality).,, (negotiation).,,., (modality).,. 6), (ambivalent sensibility). ( )..,. 1974 4 19 5 2. ( ).. 140 art in culture 2014.08 2014.08 141
20 (playback singer) (Lata Mangeshkar) 11). (Asha Bhonsle) 12)....,,.. 20, (Arif (Spectrographies) 13) Dirlik). ( )..,,,.,.., (soundscape),,.,..,,..,?.. 20?,,.,,.,. (Noema). (Noesis), (Pen Ran), 7) 20 (incommensurability),,, (Kim Loo Sisters) 8)?,. (L'inquiétanteétrangeté).,,,,,.,..,,, -...?,,,.,,.,,,.., ( )_1970 1990. 3. (1996). (Misora Hibari).,. (Inul Daratista) 9), (Misora Hibari) ( ), 10),, (agency).,.,,,,. 142 art in culture 2014.08 2014.08 143
1) 미생(未生) 은 바둑에서 집이나 대마 등이 살아 있지 않은 상태 혹은 그 돌을 이르는 말이다. 완전히 죽은 돌을 뜻하는 사석(死石) 과는 달리 미생은 소생할 여지를 남기고 있는 돌을 뜻한다. 2) 케네디가 암살된 이후 1965년 2월 대통령직을 승계한 린든 존슨이 박정희를 미국으로 초청해 성대한 퍼레이드로 국빈대접을 해주면서 한국군의 전투 병력을 파병해줄 것을 요청했다. 본 논의에서 린든은 1개 사단급의 병력을 우선 증파하고 그 대가로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다. (스탠리 로버트 라슨 베트남 참전 동맹국(Allied Participation in Vietnam) 미국 육군성 1985. http://catalogue.nla.gov.au/ Record/3835555) 3)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에 따르면 1964년 9 월 11일 대민지원 명목으로 이동외과병원과 태권도 교관단을 필두로 1965년 맹호, 청룡부대, 1966년 백마부대에서 연인원 5만 명(최대 30만 명)을 파병했다. 이 전쟁으로 5,099명의 사망자( KIA)와 11,232명의 부상자( WIA)를 기록했고 31만 명이 생존해 귀국할 수 있었다. 4) 고엽제 피해자는 159,131명에 달했고, 전투화공약품의 후유증, 정신질환, 한국군과 베트남 내지인 사이에서 비롯한 라이따이한의 문제들은 은폐되고 잊혀졌다. 5) 쾅나이성은 미군에 의해 대규모 민간인 학살이 자행된 미라이가 소재한 장소이기도 하다. 미국을 위시한 전 세계적 베트남 반전운동에 불을 지핀 미라이 학살은 1968년 3월 16일 베트남에 파병된 미군 20연대 1중대 소속 찰리 소대가 저지른 민간인 학살이다. 찰리 소대는 베트콩 48중대가 출몰하고 있다고 추정되는 미라이 미케( My Khe) 마을을 포함한 송미(Son My) 지역에 들어가 504명의 노약자, 부녀자, 갓난아이들을 포함한 어린 아이들을 강간 및 살육했다. 페미니스트 사학자 수잔 제포드(Susan Jeffords)는 미국의 재남성화 : 젠더와 베트남전쟁 (인디아나대학출판부, 1989)에서 전쟁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으로 젠더 문제를 제시하며 전쟁의 일차적 직접적 동인을 인종으로 치환하는 시각에 문제를 제기하고 전쟁에 대한 보다 다각적 접근방식을 통해 미라이 학살이 재해석될 수 있다 고 주장했다. 국내논문으로 권석우의 여성과 죽음: 베트남전쟁소설을 중심으로 인문언어 8집 2006 pp. 129~150 을 참조. 6) 이에 관한 글은 저자의 졸고 만나고 갈리기는 연분이라오 : 일본과 미국, 두 제국과 한국의 사운드 스케이프 아트인컬처 2012년 4월호 참조. 7 )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초까지 미국화(Americanization) 과정이 동남아시아 및 동아시아에 전파되는 양상에는 상당한 유사점과 차이점이 있다. 동남아시아, 특히 캄보디아의 경우, 베트남에 주둔하던 병사들을 위한 라디오 스테이션에서 발송된 전파가 캄보디아까지 우연히 전파되어 미국 대중문화가 전해지면서 독특한 팝씬을 조성했다. 미국화 과정이 미국 군대와 라디오 스테이션의 주파수라는 재미난 변수가 만들어 낸 결과다. 8) 킴 루 시스터즈는 중국계 미국인 재즈 보컬리스트로 폴란드 중산층 난민의 딸로 태어나 전미 순회공연을 통해 전국 버라이어티쇼에서 큰 성공을 거둔 여성 그룹이다. 고향인 미니애폴리스에서 아동극 배우로 출발하여 가난과 인종적 편견을 극복하고 미국 브로드웨이 무대와 할리우드를 수놓은 최초의 아시아계 여성 대중그룹이 되었으며 중국계 미국 연예인이 희귀한 상황에서 인종차별을 극복하고 오리엔탈리즘을 적극 차용하며 프랭크 시나트라, 재키 글리슨, 앤 밀러와 같은 스타들의 대대적 백업싱어로 활약했다. 이들은 중국 여성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인 드래곤 레이디의 이미지와 콘셉트를 차용하고, 복종적인 푸치니의 나비부인 이미지(복종적인 배우자, 의무를 다하는 딸)를 활용하여 1940년대 아시아계의 미국 아이콘이 됐다. 옆집에 사는 평범한 소녀이자 핀업걸의 이미지, 순수와 방탕의 이미지를 넘나들며 미국 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으며 제2 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위문협회( USO)에 합류해 유럽주둔 병사를 즐겁게 하고자 군복을 입어 프로파간다 가수로서의 면모도 보여주었다. 전쟁과 혁명, 결혼과 아이들, 화려한 경력에서 스타덤에서 퇴락할 때까지 네 자매는 그들의 긴 삶 전반에 걸쳐 초창기 아시아 이주 여성으로서의 삶을 대변하며 문화적 정체성, 이민, 차별, 인종, 성별의 문제점들을 프리즘처럼 보여 주었다. 9) 동부 자바 출신. 이눌 다라티스타는 2003년 자카르타에서 열린 콘서트 당시 이슬람교의 교리에 반하여 과도한 섹슈얼리티를 발산하여 인도네시아에서 격렬한 논란을 일으키며 유명 가수로 급부상했다. 인도네시아무슬림평의회( MUI ) 등 보수단체는 이눌의 콘서트 및 레코드 판매를 금지시켰고, 이후 실시된 반포르노 법안의 대상으로 선정돼 다양한 사회적 금기에 도전하는 아이콘이 됐다. 10) 일본 쇼와시대 대표 여성 가수 및 배우. 재일동포 2 세이며 1989년 일본 여성 최초로 일본 정부가 수여하는 국민영예상을 수상했다. 1950~1960년대 일본 최고의 가수로 명성을 날리며 대중 음악계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대표곡으로 도쿄 키드(東京キッド), 슬픈 술(悲しい酒 ), 흐르는 강물처럼(川の流れのように) 등 다수. 11) 인도에서 가장 존경받고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플레이백 가수(영화에서 여배우들이 부르는 노래들의 실제 목소리). 인도의 여성 대중가요는 인도 영화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라타는 1942년부터 가수 활동을 시작해 천 편이 넘는 힌디 영화 속에서 36개가 넘는 인도 방언과 외국어 곡을 부르며 인도 여성 목소리를 대변해 왔다. 기네스북에 1974년부터 1991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레코딩을 한 아티스트로 등재됐다. 1948 부터 1974년까지 2만 5천 곡의 솔로, 듀엣, 코러스백 노래를 20개 이상의 인도어로 불렀다. 12) 힌디 영화의 플레이백 가수로 알려져 있으며 라타의 친동생. 라타가 힌디 영화의 여주인공 목소리를 담당했다면, 아샤는 주로 악하고 섹슈얼한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다양한 보컬 기교를 통해 영화음악, 인도팝, 가잘(Ghazals), 바얀(bhajans), 인도 전통음악과 민속음악 등을 넘나들었다. 2011년 기네스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레코드를 취입한 가수 로 기록됐다. 13) 베르나르 스티글레르와 자크 데리다의 에코그라피: 텔레비전에 관하여 (1996)에서 사용된 용어. 사전적 의미로는 분광사진술이지만 여기서는 유령의 효과를 낳는 아카이브의 양상, 그리고 아시아 여성가수로 환기할 수 있는 여성과 젠더의 문제들을 소환하는 의미에서 유령기록 으로 기술한다. 위부터 전성기 시절의 김추자와 보그 2005년 10월호에 실린 트윈 디바스 이효리, 엄정화_ 1969년 <늦기 전에>로 데뷔한 김추자는 1981년 결혼 이후 33년만의 공백을 깨고 올해 6월 새 앨범 <It's Not Too Late>로 컴백, 6월 28일 콘서트를 열었다. 144 아트인컬처 2014.08 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