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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法 學 제52권 제3호 2011년 9월 63 87면 Seoul Law Journal Vol. 52 No. 3 September 2011. pp. 63 87 <논문> 1) 1991년 개정 국가보안법상 이적성 판단기준의 변화와 그 함의 * 曺 ** 國 요 약 이 글은 표현의 자유의 최대보장을 옹호하는 입장에 서서, 대법원 판례가 제시한 이적성 기준들의 내용과 변화의 함의를 분석한다. 1992년 대법원 90도2033 전원 합의체 판결에서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으로 나뉘어 각각 정식화된 적극적이고 공격 적인 표현 기준과 구체적이고 가능한 위험, 1990년 헌법재판소 89헌가113 한정합 헌결정에 의해 제시된 후 대법원 판례에 수용된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 기준, 그리고 2008년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판결과 2010년 남북공동선언 실천연대 판결이라는 두 번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소수의견이 채택한 명백 하고 현존하는 위험 기준 등이 분석의 대상이다. 현재 대법원은 적극적이고 공격 적인 표현 기준과 병행하여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 기 준을 사용하고 있으나, 후자에 의한 전자의 통제는 활발하지 못하다. 특히 북한의 정치노선에 일정하게 동조하거나 북한과의 연계활동을 벌이는 개인이나 단체에 대 해서는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 기준을 사용하면서도 가벌성을 확장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정치적 기본권의 핵심으로 이를 범죄화하는 것은 신중에 신중을 기 해야 한다. 과잉범죄화의 결과는 대한민국 체제의 모순과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성찰 하는 기회의 망실( 亡 失 )이다. 근래까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의 기준은 학계에서만 공유되고 있었지만, 소수의견이나마 대법원의 입장으로 수용된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주제어: 국가보안법, 이적성, 이적표현물, 이적단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 이 논문은 서울대학교 법학발전재단 출연 법학연구소 기금의 2011학년도 학술지원비의 보조를 받았음.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법학대학원 교수.

64 서울대학교 法 學 제52권 제3호 (2011. 9.) I. 들어가는 말 최근 신임 한상대 검찰총장은 취임사에서 종북세력 척결 의지를 표명하였다. 그리고 정치적 사회적 논쟁이 벌어질 때마다 보수진영은 진보진영을 향하여 친북 좌빨 과 같은 생경한 비난을 퍼붓는다. 한국 사회의 근저에는 극단적 이념대립이 깊게 뿌리박고 있음을 보여주는 실례이다. 과거 권위주의 체제시기에 비하자면 국 가보안법의 남용은 현격히 줄어들었지만, 지금도 여러 종류의 급진적 표현행위와 단체결성행위가 이적 으로 규정되고 처벌받고 있음도 사실이다. 현재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북한이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 임과 동시에 대남적화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전복 을 획책하고 있는 반국가단체 라는 성격을 함께 갖고 있다고 파악하고, 따라서 반 국가단체를 규율하는 국가보안법의 규범력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 다. 1) 그리고 권위주의 군사독재 체제 하에서는 물론, 1987년 헌법이 만들어진 이 후에도 대법원은 북한 노선을 추종하건 반대하건, 민족해방 (NL)노선이건 민중민 주 (PD) 노선이건 무관하게 좌파적 사상이나 실천전략을 담고 있는 대부분의 표현 물을 국가보안법 제7조의 이적표현물 이라고 금지해왔고, 그러한 좌파적 사상을 구현하기 위하여 의회주의를 넘어 대중투쟁 또는 혁명을 주장하는 조직을 이적단 체 라고 판단하고 처벌해왔다. 1) 헌법재판소 1997.1.6. 선고 92헌바6 결정, 93헌바34, 35, 36 결정. 대법원 판결 중 대표 적인 것으로는 대법원 2008.4.17. 선고 2003도758 전원합의체 판결과 대법원 2010.7.23. 선고 2010도1189 전원합의체 판결 등을 참조하라. 단, 2010도1189 판결에서 박시환 대 법관은 북한의 반국단체성에 대하여 새로운 해석방법을 제시하는 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을 규명할 때에도... 북한과 관련된 일체의 사항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국가보안법의 반국가단체를 전제로 한 규정이 자동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반국가단체적 측면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사항에 한하여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취급하여야 할 것이다. 북한과 관련된 모든 행위에 대하여 북한의 반국 가단체적 측면과 연관되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반국가단체와 관련된 행위로 보 아 그 행위를 국가보안법의 적용대상으로 삼은 뒤, 남북의 교류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등 대한민국의 존립 안전에 위해가 없는 행위임이 밝혀진 경우에 한하여 국가보안법의 적용을 면제해 주는 식의 법 적용은 국가보안법의 제정 목적, 국가보안법 제1조 제2항 의 엄격적용 원칙, 헌법 제37조의 기본권 보장규정 등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다. 그리 고 이는 어떤 행위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검사가 그 구성요건 해 당사실을 증명해야 한다는 형사소송절차의 기본 원칙에도 어긋나는 해석이다. [대법원 2010.7.23. 선고 2010도1189 전원합의체 판결(대법관 박시환의 반대의견 및 보충의견; 강조는 인용자)].

1991년 개정 국가보안법상 이적성 판단기준의 변화와 그 함의 / 曺 國 65 이 때 대법원은 이적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좌파는 바로 이 적이라는 선험적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이에 대하여 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많은 비판을 제기하였고, 1990년 헌법재판소도 89헌가113 한정합헌 결정을 통하여 일정 한 제동을 걸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보안법은 1991년 개정된다. 이후 대법원은 몇 가지 이적성 판단기준을 제시하는 바, 이 글은 표현의 자유의 최대보장을 옹호하는 입장에 서서 구체적 체제전복시도가 수반되지 않은 각종 표 현행위의 이적성 또는 그러한 행위를 추구하는 단체의 이적성에 대한 대법원의 판 단기준의 내용과 변화의 함의를 분석한다. 1992년 대법원 90도2033 전원합의체 판 결에서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으로 나뉘어 각각 정식화된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 현 기준과 구체적이고 가능한 위험 기준, 1990년 헌법재판소 89헌가113 한정합 헌결정에 의해 제시된 후 대법원 판례에 수용된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 기준, 그리고 2008년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판결과 2010년 남북공동선언 실천연대 판결이라는 두 번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소수의견이 채택한 명 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기준 등이 분석의 대상이다. II.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 기준 1. 좌파 표현물에 대한 광범한 금지 1992년 대법원은 90도2033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 이란 기준을 제시한다. 2) 동 판결은 <임금의 기초이론>, <미국, 누구를 위한 미국인가?>, <새벽 6호> 등의 표현물의 이적성을 검토하였다. 다수의견은 <임금의 기초이론> 은 자유경제체제의 붕괴와 임금제도의 최종적 폐지를 주장하면서 노동자계급은 자 본가계급 전체와 투쟁하여 자신들을 해방시켜야 하고, 임금인상투쟁은 자본주의체 제를 붕괴시키는 데에 그 목적을 두어야 한다고 선동하는 내용이고, <미국, 누구를 위한 미국인가?>는 대한민국을 친일매국노와 미국이 합작하여 세운 미국의 식민 지 정부라는 관점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북한의 정통성을 시인하면서 미국을 매도하고 제주폭동을 미제국주의에 대한 민중의 궐기라고 표현한 내용이며, <새벽 6호>는 노동자계급이 중심이 되어 반민주자주화투쟁과 반독재민주화투쟁 2) 대법원 1992.3.31 선고 90도2033 전원합의체 판결.

66 서울대학교 法 學 제52권 제3호 (2011. 9.) 및 조국통일운동을 삼위일체적으로 수행하면서 민족 민주 통일전선을 구축하고 민주정부수립을 위해 식민통치하의 한국사회를 변혁시켜야 하고 반합법적이고 비 합법적인 대중조직도 광범하고 다양하게 건설해 나갈 것을 주장하는 내용으로 되 어 있다고 파악하면서, 이는 개정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제5항의 보호법익인 대 한민국의 안전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 이면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난다고 판단하였다. 3)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 기준은 그 이전 대법원이 암묵적으로 취해온 이적 표현물 판단기준을 사후적으로 정식화한 것이 불과하다. 이 기준이 제시되었다고 하여 대법원의 이적표현물 판단에 의미 있는 변화가 발생한 것은 아니었다. 4) 예컨대, 대법원은 이 기준에 의거하여, 공산주의 경제이론과 혁명이론 및 전략 전술 또는 계급투쟁론적 입장에 관한 것이거나 북한의 대남혁명전략 전술에 동조 하는 내용을 담은 유인물, 5) 연방제 통일, 평화협정 체결, 국가보안법 및 국가안전 기획부법 폐지, 재벌해체, 주한미군 철수, 군비축소, 한미행정협정과 한미방위조약 등의 파기 등을 주장하고 있는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의 자료집, 6) 남한정권을 식민지권력으로 규정하고 친미군사독재정권종식, 반미투쟁과 미군철수투쟁, 연방 제통일방안합의, 연공연북의식의 고양, 불평등조약협정폐기, 국가보안법철폐 등을 주장하는 내용의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 의 유인물, 7) 조국통일범민족연합 해외본부 구성원이 북한방문을 전후하여 발표한 각종 기자회견이나 대담 등을 담은 글과 각종 기행문, 8) 노동자계급의 주도에 의한 민중정부를 수립하기 위하여 다른 계급과도 연합하여 통일전선을 구축하여야 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반합법, 비합법 적인 수단을 동원하여서라도 현 정부를 타도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주장이 담긴 반제 반파쇼 한국민중전선 건설회 의 유인물, 9) 노동자계급이 주도권을 장악하는 3) 다수의견은 제7조제5항과 관련하여 표현물의 내용이 이적성 있는 것임을 인식하고 나 아가 그와 같은 이적행위가 될지도 모른다는 미필적 인식이 있으면 구성요건은 충족 되며, 이적성을 담은 표현물의 제작, 반포 등의 행위로서 미필적 인식은 추정된다고 하고, 이적 목적이 없었다고 보이는 자료가 나타나지 않는 한 초과주관적 위법요소인 목적의 요건은 충족된다고 보았다. 4) 대법원이 판단한 이적표현물의 유형에 대해서는 이광범,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제1항의 해석기준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동향, 형사재판의 제문제 제2권 (1999), 247-262면을 참조하라. 5) 대법원 1992.6.9. 선고 91도2221 판결. 6) 대법원 1996.12.23. 선고 95도1035 판결. 7) 대법원 1993.9.28. 선고 93도1730 판결. 8) 대법원 1994.5.24. 선고 94도930 판결.

1991년 개정 국가보안법상 이적성 판단기준의 변화와 그 함의 / 曺 國 67 민중연합정부를 수립하고 독점자본 등을 국유화하고 이는 사회주의에 이르는 이행 기로서 궁극적으로는 사유재산의 폐지와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내용으로 하는 사회 주의체제를 이룩하여야 한다는 반제반독점민중민주주의혁명론 을 제창하는 표현 물, 10) 한국을 미국의 식민지로 파악하고 반합법적, 비합법적 영역과 방식을 다 포 함하여 반미 자주화 투쟁과 자주적 통일 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내용의 민족통일 애국청년회 (민애청)의 자료집, 11) 한국을 미제의 신식민지 사회이자 재벌 중심의 매판독점 자본주의 사회로 규정하고 통일을 가로막는 미제를 몰아내고 매판자본을 타도하여 친미 독재정권을 민족민주정권으로 바꾸고 분단을 철폐하여 통일(연방) 국가를 건설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는 진보와 통일로 가는 서울민주노동자회 의 자료집, 12) 민중민주주의 실현과 자주 민주 통일 노선을 주장하면서 한국정부를 친미예속 식민지 파쇼정권으로 규정하고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정권 퇴진투쟁을 벌이자는 내용의 <제10기 한총련 정기대의원대회 자료집> 13) 등을 이 적표현물이라고 판시했다. 또한 대법원은 90도2033 판결 이후의 다른 여러 판결에서는 적극적이고 공격적 인 표현 기준을 명시하지 않으면서도, 좌파 사상이나 투쟁전략이 담긴 표현물, 14) 북한 당국이 발간한 서적과 작가 황석영씨의 북한 방문기, 15) 한국 전쟁을 민족해 방전쟁, 통일혁명전쟁, 미국의 참전을 남의 순수내전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것으 9) 대법원 1992.6.9. 선고 91도2513 판결. 10) 대법원 1993.2.9. 선고 92도1711 판결. 11) 대법원 2004. 7. 9. 선고 2000도987 판결. 12)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539 판결. 13) 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3도604 판결; 대법원 2004. 8. 30. 선고 2004도3212 판결. 14) 예컨대, <한국민중사 1>, <아리랑 2>, <레닌의 유물론과 경험비판론>,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 <러시아 혁명사>, <미완의 귀향일기>, <제주민중항쟁 1, 2> 등의 책 (대법원 1992.4.14. 선고 90도3001 판결), 서울사회과학연구소 소속 대학원생이 작성한 것으로 한국 사회를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사회로 파악하고 반제반독점민중민주 주의혁명을 주장하는 책(대법원 1993.2.9. 선고 92도1711 판결), 남한프롤레타리아 계급 투쟁동맹 준비위원회 조직원이 제작, 소지, 반포한 유인물(대법원 1996. 5. 14. 선고 96도561 판결), 한국 사회를 파쇼정권과 독점재벌이 함께 노동자계급을 탄압 착취하 는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 사회로 인식하고 노동자계급의 입장에서 파쇼정권과 독점재벌을 타도하고 노동자계급이 주인이 되는 사회를 이루어야 한다는 내용의 유인물 (대법원 1997. 6. 27. 선고 96도1369 판결) 등이 이적표현물로 인정된다. 15) 예컨대, 북한 서적인 <민중의 바다>(=<피바다>), <꽃 파는 처녀>, <조선전사>, <갑오 농민전쟁>, <한 자위단원의 운명> 및 <창작과 비평>지에 게재된 작가 황석영씨의 북한 방문기(대법원 1992.4.28. 선고 91도153 판결; 대법원 1995.5.23. 선고 93도599 판결) 등이 이적표현물로 인정된다.

68 서울대학교 法 學 제52권 제3호 (2011. 9.) 로서 침략행위 로 서술한 강정구 교수의 논문 16) 등을 이적표현물로 인정했다. 17) 2. 평가 - 상징적 위험성 에 의한 실제적 위험성 의 대체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 기준의 뿌리는 나치즘을 선전하는 표현물을 통제하려 한 1969년 독일 판례(BGHst 23, 64)의 적극적으로 투쟁적이고 공격적인 경향 기준 이다. 18) 그리고 볼세비키 노선에 따른 좌파 팸플릿을 제작, 배포한 피고인을 처벌 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1919년 Abrams v. United States 판결 19) 이 사용한 해악적 경향 (bad tendency) 기준도 궤를 같이 한다. 그런데 이러한 구미의 기준은 열전 또는 냉전 시기의 기준으로, 각 나라에서 폐기 된 지 오래이다. 예컨대, 미국 연방대법원은 1957년의 Yates v. United States 판결 20) 에서 정부의 폭력적 전복을 선동하고 공산당을 조직했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내 려진 유죄평결을 파기한다. 동 판결은 불법한 행동으로 직결되는 선동(advocacy directed at promoting unlawful action) 과 추상적인 원리의 선동(advocacy of abstract doctrine) 은 구별하면서, 21) 공산주의 사상에 대한 이론적 옹호와 선동은 직접적인 행동개시에 대한 선동과 다르므로 유죄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이다. 독일의 경우 1960년대 이후 공산당도, 네오 나치당도 합법화되었다. 요컨대, OECD 국가 수준의 정치적 민주주의 체제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 원리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clear and present danger) 22) 기준인 바, 적극적이고 16) 대법원 2010.12.9. 선고 2007도10121 판결. 17) 소수이지만 이적표현물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는, 98조선녹두대 에 속한 피고인이 소지하고 있던 <청년이 서야 조국이 산다>(대법원 1999. 10. 8. 선고 99도2437 판결), 4 3 제주사건의 발단과 역사적 배경, 그 전개과정과 피해 정도, 그 진상규명과 역사적 의미를 교수, 제주지방사 연구가 및 사건 당시의 체험자들의 견해와 증언, 신문기사 및 미군정청보고서 등 자료를 중심으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한 비디오물 레드 헌트 (대법원 2001. 3. 9. 선고 99도4777 판결), 민족통일애국청년회 조직원이 소지하고 있던 쿠시넨 저 <변증법적 유물론>(대법원 2004. 7. 9. 선고 2000도987 판결) 등이 있다. 18) 이광범(각주 4), 237-238면. 19) 250 U.S. 616(1919). 이 판결에서 법원은 다음과 같이 설시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 위가 불러올 경향이 있는(were likely to produce)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 (Id. at 621). 20) 354 U.S 298 (1957). 21) Id. at 318. 22) 이 기준이 최초로 제시된 것은 미국 연방대법원의 Schenck v. United States, 249 U.S. 47 (1919)에서였다. 이 원칙의 내용과 변천과정에 대해서는 장호순, 미국 헌법과 인권 의 역사 (개마고원, 1998), 제2장; 문재완, 명백 현존 위험의 원칙의 현대적 해석과

1991년 개정 국가보안법상 이적성 판단기준의 변화와 그 함의 / 曺 國 69 공격적인 표현 기준은 이에 현격히 미치지 못한다. 이적성이 인정된 표현물의 내 용의 적실성과 타당성에 문제점이 있고 표현방식이 거칠고 과격하다고 하더라도, 국가형벌권을 동원하여 그 표현물을 금압하는 것은 자유주의의 근본원리인 사상의 자유시장 (marketplace of ideas) 23) 이론과 배치된다. 밀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이러한 이적표현물은 대한민국 체제의 정당성을 철저하게 점검하기 위한 가장 노 련한 악마의 변호인 24) 의 주장으로 포용되어야 한다. 예컨대, 미제 축출, 자본주의 폐절, 혁명투쟁 등의 주장이 들어있는 표현물의 경우에도 그 표현의 전투성과 과격성에 주목하여 무조건 금압할 것은 아니다. 이러 한 혁명적 구호는 사물의 맥락(context)에서 볼 때에는 최첨단의 개량주의자의 표 현 25) 이라고 읽힐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표현물도 한국 사회에서 미국의 지위와 역할, 확대재생산되는 자본주의의 모순,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 등을 성찰하는데 기여할 수 있으므로 비판과 반( 反 )비판의 마당에 풀어놓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칙 에 보다 부응하는 것이라고 본다. 또한 후술할 90도2033 판결 반대의견의 지적대로,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 기준은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하여 도대체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표현을 가리키는 것인지... 표현의 자유의 한계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한계를 뜻하며 그것이 표현의 자유의 우월적 지위를 전제로 한 것인지 전혀 분명 치가 않다. 26) 사실 이 기준에 따르면 좌파적 입장에서 대한민국 체제를 강력히 비판하고 혁명적 전복을 주장하는 표현물은 별도의 검토 없이 그 자체로 이적성을 가지게 된다. 반대의견의 표현을 빌자면, 표현물이 상징적 위험성 만 있으면 실 제적 위험성 이 있는지를 검토하지도 않고 바로 이적으로 규정된다. 27) 이후 대법 원은 이적성 판단시 표현물의 전체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그 작성의 동기는 물론 표현행위 자체의 태양 및 외부와의 관련사항, 표현행위 당시의 정황 등 제반 사정 을 종합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라고 첨언하였지만, 28) 이러한 종합적 판단방법은 이 적용에 관한 연구, 헌법학연구, 제9권 제1호 (2003), 381-407면을 참조하라. 23) John Milton, Areopagitica, Robert Maynard Hutchins (ed.), 32 Great Books of the Western World (1952), 409면; 존 스튜어트 밀(박홍규 옮김), 자유론 (문예출판사, 2009), 119-120면. 24) 밀(각주 23), 93면. 25) 강경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그러나 민주주의, 민주법학, 제5호 (1992), 252면. 26) 대법원 1992.3.31 선고 90도2033 전원합의체 판결(이회창, 이재성, 배만운 대법관의 반 대의견). 27) Id.

70 서울대학교 法 學 제52권 제3호 (2011. 9.) 적성을 부인하는 데 사용되고 있지는 않다. 한편 남조선해방노선 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북한의 존재가 남한 사회의 표현의 자유를 억지하는 근거로 사용되는 것도 문제가 있다. 현재 압도적 다수의 시민은 북한 체제의 정치적 억압성과 경제적 비효율성을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주체사 상이나 북한 체제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표현물을 시민들의 공개적 논의와 점검의 장에 내놓길 두려워하는 것은 반공주의 세력들의 대북 패배주의 또는 북한 공포 증, 29) 북한에 대한 과대망상, 피해망상증 30) 의 산물이다. 그리고 북한 정권의 대남선전 주장과 동일한 주장을 하는 경우를 모두 국가보안법상의 표현 범죄에 해 당한다고 해석한다면,... 국민의 표현행위에 대한 선별적인 형벌권의 행사로 인하 여 예기치 못한 처벌가능성을 낳게 될 것 31) 이라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과거 송 두율 교수의 내재적 접근법 의 편향과 문제점을 강력하게 비판한 강정인 교수가 송두율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여 송 교수의 형사처벌을 또 한 강력하게 반대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32) 같은 맥락에서 한국 전쟁을 통일전쟁, 민족해방전쟁, 통일혁명전쟁 이라고 서술하고 북한의 기습적인 침략전쟁으로 보기 힘들다 고 서술하며, 또한 북한은 민족자주세력 으로 남한은 외세의존, 반혁명, 반민중세력 으로 대비하여 서술하 고, 미국의 참전은 남의 순수내전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것으로서 침략행위 이나 중국의 참전은 우방을 돕기 위한 방어적인 성격 을 띠며 소련의 관여는 동맹적 수준의 동의와 지원 으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대비하여 서술하고 있는 강정구 교수 의 논문 <한국전쟁과 민족통일> 33) 도 형사처벌의 대상이라기보다는 학문적 비판의 대상이라고 본다. 대법원은 이 논문이 학문적인 연구물의 외형 을 지니고 있지만, 28) 대법원 1999. 10. 8. 선고 99도2437 판결; 대법원 2001. 2. 23. 선고 99도5117 판결; 대법원 2004. 8. 30. 선고 2004도3212 판결 등. 29) 홍윤기, 양심과 사상의 자유와 국가보안법, 민주법학, 제26호 (2004), 64면. 30) 한인섭, 국가보안법 폐지론, 헌법학연구, 제10권 제4호 (2004.12), 153면. 31) 서울지방법원 형사항소 제1부 (재판장 이신섭) 1995.4.6. 선고 95노8 판결. 이러한 관 점에서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상임의장 이창복씨의 국가보안법 위반의 점에 대 하여 무죄판결을 내린 이 하급심 판결은 대법원에 의해 파기된다. 32) 송두율 교수 사건의 제1심 법원은 강정인 교수의 송두율 교수 비판 논문을 원용하며 송 교수를 유죄로 인정하였는데, 강 교수는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여 재판부 및 검찰의 논리를 비판하였다[<오마이뉴스>(2004.6.17.),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 at_pg.aspx?cntn_cd=a0000192211 ]. 상세한 것은 김종서, 송두율 사건을 통해 본 학문의 자유, 민주법학, 제26호 (2004)를 참조하라. 33) 대법원 2010.12.9. 선고 2007도10121 판결.

1991년 개정 국가보안법상 이적성 판단기준의 변화와 그 함의 / 曺 國 71 현재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객관적, 역사적 진실에 반하는 극 단적 경향성과 편파성 을 띠고 있기에 이적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 논문의 객관성과 진실성에 대한 평가는 법원이 아니라 학계의 몫이다. 한국 학 자와 시민은 북한이나 중국 등 국가사회주의(state socialism) 나라 또는 권위주의 체제 국가의 이데올로그 또는 관변 학자의 논문에 대해서도 이를 비판적으로 분석 하고 합리적 핵심만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한국 학계는 물론 시민 은 이 정도의 논문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지 않는다. 다수의 학자들이 강 교수의 논문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강정구 교수 사법처리 저지 및 학문의 자유 쟁취 공동 대책위원회 를 결성하고 그에 대한 형사처벌에 반대하였고, 유엔 자유권위원회 (Human Rights Committee)의 크리스틴 샤네 위원장이 강 교수 기소는 국가보안법 의 남용이라고 의견을 표명한 이유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34) 또한 이 정도의 논문 이 한국 체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 이나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을 가 져왔다고 보기도 힘들다. III. 구체적이고 가능한 위험 기준 변화의 단초 상술한 90도2033 전원합의체 판결에서의 반대의견(이회창, 이재성, 배만운 대법 관)이 제출된다. 이 반대의견은 구체적이고 가능한 위험 기준을 제시한다. 반대의 견의 입장에 선 세 대법관은 게재물의 내용이 기존의 이념과 가치를 부정하고 공 격하는 내용이어서 당장은 당혹스럽고 불쾌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과감하게 허용하여 사상의 경쟁을 거치게 함으로써 그 상징적 위험성을 제거하는 것이 자유 민주주의 체제의 정도 라고 파악하면서, 이적성이 있으려면 대한민국의 존립, 안전 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할 구체적이고 가능한 위험 이 있어야 한다는 보 았다. 35) 이 기준에 따르게 되면, 일응 이적성이 있는 표현물이라고 하더라도 행위자와 행위상황에 의하여 이적성의 발현이 가능한 위험으로 구체화되어 나타 36) 나는 지 34) <연합뉴스>(2006.10.27., http://media.daum.net/society/welfare/view.html?cateid=1066&newsid= 20061027000513910&p=yonhap). 35) 대법원 1992.3.31 선고 90도2033 전원합의체 판결(이회창, 이재성, 배만운 대법관의 반 대의견). 또한 반대의견은 제7조제5항이 요구하는 목적 은 초과주관적 위법요소로서 이적행위를 함에 대한 의욕 내지 인식 이 있음을 요한다고 보았다.

72 서울대학교 法 學 제52권 제3호 (2011. 9.) 를 검토한 후 이적성 여부를 확정해야 한다. 따라서 표현된 위험의 내용이 구체 적이라고 하더라도 현재에 있어서의 국가안보에 대한 직접적인 위해행위 가 아니 고, 그로 인하여 대한민국의 안전과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폐지 전복을 가져올 상당한 개연성 이 없다면 허용되어야 한다. 37) 이 기준은 위험의 명백성이나 현존성 을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느슨한 것이지만,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 기 준에 비하여 구체적이고 엄격한 것이었다. 김대휘 판사는 이 기준을 지지하면서 다음과 같이 평가하였다. 표현범죄에 있어서 위법성의 판단기준으로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에서의 위험의 급박성이나 중대성 개연성이라는 요건을 완화하고, 경향성론 의 포괄성을 제한하는 중간적 지점에서 원리를 찾는 것이 우리 헌법규범과 현실에 맞추는 공 식이 될 것이다. 38) 1992년 시점에서 국가보안법의 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이적표현물 판단기준이 보다 구체화되고 엄격화되어야 했던 바, 적어도 반대의견의 구체적이고 가능한 위험 기준 정도는 확립되었어야 표현의 자유 보장 수준이 한 단계 높아졌을 것이다. 단, 반대의견도 반체제 표현물에 폭력 기타 비합법적 방법에 의하여 대한민국 의 존립 안전과 헌법의 기본질서를 폐지 전복할 것을 유도 또는 선동하는 내용 이 표현되어 있으면 구체적이고 가능한 위험 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점에서 비합법 적 혁명의 주장 자체만으로는 위험성을 인정하지 않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기준과 차이가 있다. IV. 실질적 해악을 미칠 명백한 위험성 기준 1. 이적단체 에 대한 엄격한 판단 경향의 등장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 기준 이후 대법원의 판결 중 이적단체 39) 여부를 36) 김대휘,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제5항의 해석기준, 경사 이회창 선생 화갑기념 법과 정의 (1995), 62면. 37) Id. 64면(강조는 인용자). 38) Id. 46면. 39) 대법원은 정부참칭이나 국가의 변란 자체를 직접적이고도 1차적인 목적으로 삼고 있는

1991년 개정 국가보안법상 이적성 판단기준의 변화와 그 함의 / 曺 國 73 신중하게 판단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40) 이 경향이 분명히 드러낸 판결은 대법원 1999. 10. 8. 선고 99도2437 판결인데,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남총련 산하의 전투 조직인 민족해방군 의 하부조직인 98조선녹두대 가 남총련 주최의 행사에 동원되어 양심수 석방과 김영삼 사법처리, 한총련 이적규정 철회 및 한총련 대의원 대회의 평화적 개최 보장, 안기부 해체, 구속학우 석방, 5 18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전 노 재구속 촉구 등을 주장하면서 불법 가두시위를 벌인 사실은 인정할 수 있 으나, 이를 이적단체로 볼 수 없다고 파악하고 다음과 같이 설시한다. 이적단체 라 함은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 고무 선전 또는 이에 동조 하거나 국가의 변란을 선전 선동할 목적으로 특정 다수인에 의하여 결성된 계속적 이고 독자적인 결합체라고 할 것인데, 이러한 이적단체의 인정은 국가보안법 제1조 에서 규정하고 있는 위 법의 목적 등 및 유추해석이나 확대해석을 금지하는 죄형 법정주의의 기본정신에 비추어서 그 구성요건을 엄격히 제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41) 98조선녹두대 의 경우 반정부투쟁성이 높은 집단이지만, 이 활동이 북한을 이롭 게 했다고 파악하는 것은 오류라고 본 것이다. 이 판결 이전에도 98도1726 판결은 북한 찬양 노래를 불러 이적단체 구성혐의로 기소된 수원지역 대학생연합 노래패 천리마 노래단 에 대하여, 노래의 이적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조직이 내부지휘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적단체구성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42) 한편, 2000년대 이후에는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미칠 명백한 위험성 여부로 이적단체성을 판단하는 대법원 판결이 등장한다. 원래 이 기준은 상술한 1990년 헌법재판소의 89헌가113 한정합헌결정에서 처음 제시되었다. 43) 동 결정은 구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제5항을 국가의 존립, 안전을 때 에는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이고, 별개의 반국가단체의 존재를 전제로 하여 그 반국가단체의 활동에 동조하는 것을 직접적, 1차적 목적으로 하는 경우 는 이적단 체 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1995.5.12. 선고 94도1813 판결). 40) 대법원이 판단한 이적표현물의 유형에 대해서는 최은배, 15. 가. 국가보안법 제7조 제3항이 규정한 이적단체 의 의미 및 그 판단기준, 나. 보건의료단체인 진보와 의료를 위한 보건의료운동연합(진보의련)이 국가변란을 선전 선동하는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이적단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대법원판례해설, 제70호 (2007년 상), 409-418면 을 참조하라. 41) 대법원 1999.10.8. 선고 99도2437 판결 (강조는 인용자). 42) 대법원 1998.12.23. 선고 98도1726 판결. 43) 헌법재판소 1990. 4. 2 89헌가113 결정. 헌법재판소 1996. 10. 4. 선고 95헌가2 결정은

74 서울대학교 法 學 제52권 제3호 (2011. 9.)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미칠 명백한 위험성 이 있는 경우로 처벌을 축소제한하면 헌법합치적 해석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실질적 해악을 미칠 위험성 기준은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 기준과 달리 해 악의 실질성을 따져 이적성을 판단할 것으로 요구하므로 이적단체의 범위가 확장 되는 것을 막는다. 예컨대, 2001도1099 판결은 노동해방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고 노동자들을 의 식화시키고 조직하여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도모하기 위한 청년조직인 부천 민주노동청년회 의 강령과 규약 등에서 북한의 주의, 주장과 다소 부합하고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없지는 않다고 보면서도 국가의 존 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없기에 이적단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다. 44) 2000도987 판결은 상술하였듯이 조국의 자주 민주 통일을 조직목적으로 하는 민애청 의 자료집을 이적표현물로 인정하 면서도, 민애청 을 이적단체로 인정한 원심을 파기한다. 재판부는 이 조직이 이적 단체로 규정되어 있는 조국통일범민족연합 (이하 범민련 ) 등의 활동과 연계되어 있고 범민족대회 에 참가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 성은 부족하다고 보았다. 45) 실질적 해악을 미칠 위험성 기준의 실천적 의미가 선명히 드러난 것은 2003도 8165 판결이다. 이 판결은 한국 사회를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 사회로, 국가를 자본가 계급의 지배도구로 보면서 자본주의 철폐와 노동자계급의 국가권력 수립을 지향하며 활동한 진보와 연대를 위한 보건의료운동연합(진보의련) 은 실질적 해악 을 끼칠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적단체로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 였다. 46) 판시내용을 인용하자면, 진보의련이 강령(목적), 노선으로 내걸거나 회원 교육 자료, 회지 등에서 주장을 하고, 강연, 토론을 벌인 내용 가운데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국가변란 선전 선동 목적을 가진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프롤레 타리아 독재, 계급관계의 전복, 부르조아 국가기구 파괴, 노동자의 항쟁, 폭동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성,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 이란 표현을 사용하는데, 그 내용은 동일하다. 44) 대법원 2003.12.12. 선고 2001도1099 판결. 45) 대법원 2004.7.9. 선고 2000도987 판결. 46) 대법원 2007.3.30. 선고 2003도8165 판결.

1991년 개정 국가보안법상 이적성 판단기준의 변화와 그 함의 / 曺 國 75 정도이고, 나머지는 모두 노동자계급의 국가권력 수립,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 주의, 자본가의 노동자 착취, 노동자계급의 계급적 이해에 기반한 투쟁, 노동자 계급 정당, 자본의 폐해 지적과 자본의 폐지, 자본주의 철폐, 자본주의의 고유한 모순 폭발과 자본주의의 위기 폭로, 노동자계급이 주도하는 보건의료운동과 그 운동의 변혁운동성 확보, 보건의료자본의 철폐, 보건의료의 사회화, 사회주의 추구, 사회주의 정당 등을 언급한 수준의 것으로서, 이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 하거나, 무장 봉기, 민중민주주의혁명론을 직접 언급하거나, 의회제도, 선거 제도, 시장경제 질서를 부정하고 계획 경제를 주장하는 등 국가의 존립 안전과 자유민 주적 기본질서를 직접 부정하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국가의 존립 안전 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는 프롤레타리아 독재, 계급관계의 전복, 자본주의 국가기구 파괴, 노동자의 항쟁, 폭동 은... 위 단체가 주장하고 강연, 토론한 내용 중 위 이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하였고,... 위와 같은 내용들이 진보의련의 노선, 강령, 활동의 한 내용이 되었다거나, 그 노선, 강 령, 활동 등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47) 진보의련 판결에 확인되는 이적단체 판단방법은 다음과 같이 재정리될 수 있 다. 즉, 1 대한민국의 정통성 부정, 무장봉기나 민중민주주의혁명 주장, 의회제도, 선거제도, 시장경제질서 부정 등은 일단 국가의 존립 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 서에 실질적 해악을 미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 2 이러한 주장 이외의 좌파적 주장은 그것이 급진적이고 공격적이라도 허용되어야 한다, 3 문제 단체가 만든 표현물에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내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그 단체의 노선, 강령, 활동의 내용이 되었거나, 그 노선, 강령, 활동 등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그 단체는 이적단체가 아 니다. 이 판결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의 기준을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직접 적이고 구체적인 영향 을 요구함으로써 사실상 이 기준을 사용하였다고 보인다. 이 판결의 논리구조를 간략히 도해화하면 다음과 같다. 47) 대법원 2007.3.30. 선고 2003도8165 판결 (강조는 인용자).

76 서울대학교 法 學 제52권 제3호 (2011. 9.) 대한민국의 정통성 부정/ 무장봉기, 민중민주주의혁명, 프롤레타리아 독재 주장/ 의회제, 선거제, 시장경제질서 부정 기타 급진적 공격적 주장 단체의 노선, 강령, 활동에 직접적 구체적 영향 단체의 노선, 강령, 활동에 직접적 구체적 영향 X 실질적 해악을 미칠 위험성 실질적 해악을 미칠 위험성 X 이적단체 이적단체 X 그리고 2008년 11월 검찰과 경찰은 사회주의노동자연합 (이하 사노련 )의 운영 위원장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와 동 단체 운영위원 5명 등이 혁명적 사회주의 노 동자당 건설 등을 강령으로 하면서 국가체제를 부정하는 문건 등을 제작, 배포했 다며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영장을 2회 청구했으나, 그 때마다 영장전담판사 들은 실질적 해악을 미칠 위험성 이 없음을 지적하며 모두 영장을 기각했다. 48) 이상과 같은 법원의 판결 경향은 헌법재판소의 89헌가113 한정합헌결정의 실질 적 해악을 미칠 위험성 기준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그리고 김대중, 노무현 두 정부 출범 이후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사회적 환경 역시 이 러한 판례를 만드는 데 일조한 것으로 판단한다. 2. 지속되는 불관용 경향 그렇지만 이상의 소수의 사건 외에는 해악의 실질성에 대한 엄격한 심사가 이루 어지지 않는다. 대법원은 실질적 해악을 미칠 명백한 위험성 을 이적 판단의 기준 으로 삼으면서도,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물 을 만들어 배포하며 활동을 하는 48)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3&aid=000238 3513. (최종방문일 2011.6.30.) 그러나 이후 재판에서 사노련은 이적단체로 인정된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10224183841; 최종방문일 2011.6.30.).

1991년 개정 국가보안법상 이적성 판단기준의 변화와 그 함의 / 曺 國 77 조직의 다수를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49) 특히 북한 정치노선에 일정하게 동조 하는 조직은 거의 자동적으로 이적단체로 규정한다. 예컨대, 연방제 통일, 조국통 일 3대 헌장 지지, 미국반대, 한미군사동맹 분쇄 등을 강령을 삼고서 10차례에 걸 쳐 범민족대회를 개최하면서 정부와 물리적 충돌을 일으킨 범민련 남측본부 는 여러 번에 걸쳐 이적단체로 규정된다. 50) 대표적으로 2003도758 전원합의체 판결의 판시를 보자. 어느 단체가 표면적으로는 강령 규약 등에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 고무 선 전 동조하는 등의 활동을 목적으로 내걸지 않았더라도 그 단체가 주장하는 내용, 활 동 내용, 반국가단체 등과 의사 연락을 통한 연계성 여부 등을 종합해 볼 때, 그 단 체가 실질적으로 위와 같은 활동을 그 단체의 목적으로 삼았고 그 단체의 실제 활동에서 그 단체가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 을 끼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된다면 그 단체를 이적단체로 보아야 한다.... 비록 범민련 남측본부가 표면적으로 이적성 탈피와 대중성 강화를 위해 강령 규 약을 개정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더라도, 범민련 남측본부는 피고인이 가입할 당시 에는 적어도 반국가단체인 북한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 양 고무 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는 행위를 자신의 목적으로 삼았고, 실제 활동 또 한 국가의 존립 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을 가 지고 있는 이른바 이적단체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51) 한편, 제10기 한총련 사건의 경우 대법원이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 기준 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제10기 한총련이 그 강령 및 규약을 일부 변경했음에도 불구하고 종전의 한총련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대남적화통일노선에 부합하는 폭 력혁명노선을 채택함으로써 그 활동을 찬양 고무 선전하며 이에 동조하는 행위 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인 점에는 근본적 변화가 없다는 이유로 이 조직이 이적단 체라고 판단한다. 52) 49)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개정된 신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제3항 및 제5항은 전면합헌 이라는 결정을 내린다(헌법재판소 1996.10.4. 선고 95헌가2 결정). 50) 대법원 1996. 12. 23. 선고 96도2673 판결; 대법원 1997. 5. 16. 선고 96도2696 판결; 대법원 2008.4.17. 선고 2003도758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9.1.30. 선고 2008도9163 판결; 대법원 2009.5.14. 선고 2009도329 판결 등. 51) 대법원 2008.4.17. 선고 2003도758 전원합의체 판결(강조는 인용자). 52) 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3도604 판결; 대법원 2004. 8. 30. 선고 2004도3212 판결. 그리하여 제5기 이후 모든 한총련은 이적단체로 규정되었다(대법원 1998. 5. 15. 선고

78 서울대학교 法 學 제52권 제3호 (2011. 9.) 통상 이적단체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는 그 단체의 강령과 규약인데, 범민련 남측본부 나 제10기 한총련 의 강령과 규약에서는 이적성을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그렇지만 대법원은 이 조직의 활동 내용에서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 을 발견 하였다. 대법원이 동시에 사용하고 있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 기준과 실질 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 기준 사이에는 개념적 긴장이 존재하는 바, 후자의 원래 취지는 전자를 제약하는 데 있다. 그런데 범민련 남측본부 판결과 제10기 한총련 판결에서 대법원은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 기준을 상술한 2007년 진보의련 판결의 경우와 달리 이적성을 확장하는 데 사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V.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기준의 등장 1. 금기 없는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한 전환의 시작 그런데 상술한 2008년 범민련 남측본부 판결에서 박시환, 김지형, 전수안 세 명의 대법관은 별개의견을 통하여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이 있는 경우라 함은 국 가의 존립 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구체적인 위험을 발생시키는 경우에 한정한다 고 해석하고, 이 기준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상술한다. 먼저 어떤 사람의 주장 내용이나 그 사람의 행동에서 드러난 의견이나 사상이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지 않는다면(예를 들어 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연방제 통일 방안, 평화협정 체결 등), 단지 그 주장이나 의견이 북한 등 반국가단체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내용이라 하여 실질적 해악성을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음으로 여기에서 더 나아가, 그 사람의 의견 사상이 설사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양립할 수 없는 내용의 것(예를 들어 파시즘, 군주제 국가, 프롤레타리아 독재, 공산주의 등)이라 하더라도 이를 실현하는 방편으로 대 한민국의 독립을 위협 침해하고 영토를 침략하여 헌법과 법률의 기능 및 헌법기 관을 파괴 마비시키거나, 무장 봉기, 폭력적 비합법적 수단을 통한 정부 전복을 꾀하거나, 법치주의에 기반한 기본적 인권의 존중, 의회제도, 선거제도, 복수정당 제도, 권력분립,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하는 경제질서와 사법권 독립 등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근간... 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위협하는 방법을 동원 98도495 판결; 대법원 1999. 12. 28. 선고 99도4027 판결 등).

1991년 개정 국가보안법상 이적성 판단기준의 변화와 그 함의 / 曺 國 79 하려 한 것이 아니었고, 다른 사람들을 상대로 그러한 방법을 동원할 것을 선전 선동 하는 수준에 이르지 않는 표현행위 또한, 이에 대해 실질적 해악성을 인정하여서는 아 니 된다. 만일 이를 처벌할 경우 사상에 대한 처벌이 되어 심각한 인권 침해를 불 러올 소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53) 이러한 기준에 따라 세 명의 대법관은 범민련 남측본부 의 이적성을 부정한다. 즉, 1 범민련 남측본부는 공산혁명 등과 같이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직접 위협하는 주장을 펴거나 이를 위한 활동을 벌인 것이 없다; 2 범 민련 남측본부의 목적, 목표, 활동은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연방제 통 일 미국으로 대표되는 외세의 전쟁책동 반대 한미군사동맹 폐기 남북 상호군 축 실현 등의 주장과 그 실현을 위한 활동을 벌인 것이 주된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는 시민 사회 일각에서 다양한 의사 표현 방법으로 제기되는 것으로서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공격하는 내용이라 볼 수 없다; 3 설사 범민련 남측본부 가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구성원과 의사연락을 하고 그들과 연계 성을 가지는 등의 사정이 있어, 그 단체의 주장에 자유민주질서를 부정하고 국가 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위험성 있는 내용이 있다고 보더라도, 그 주장 실현을 위해 위 단체가 활동을 벌인 것은 성명발표, 범민족대회 등 집회개최, 기자회견, 공개서한 발송 등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 이를 간략히 도해화하면 다음과 같다. 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연방제 통일, 평화협정 체결 주장 프롤레타리아 독재, 공산주의 주장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 X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 명백 현존하는 구체적인 위험 발생 X 명백 현존하는 구체적인 위험 발생 이적성 X 이적성 53) 대법원 2008.4.17. 선고 2003도758 전원합의체 판결(대법관 박시환, 김지형, 전수안의 별개의견; 강조는 인용자).

80 서울대학교 法 學 제52권 제3호 (2011. 9.) 여기서 실질적 해악을 미칠 명백한 위험성 기준을 사용한 2007년 진보의련 판결의 논지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의 기준의 채택으로 진화한 것임을 확인 할 수 있다. 세 대법관은 실질적 해악을 미칠 명백한 위험성 기준이 이적성의 확 대를 억지하는 기준으로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면서, 보다 엄 격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의 기준을 전면적으로 내세우자는 판단을 한 것으 로 보인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의 기준은 2010년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이하 실천 연대 ) 판결에서 재현된다. 실천연대는 자신의 강령, 규약, 출범식 보도문 등에서 반미자주화, 미국의 한반도 지배양식 제거 등을 주장하고 있으며, 북한의 주체사 상, 선군정치, 강성대국론, 핵실험 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표시해왔다. 다 수의견은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 기준을 적용하여 동 단체를 이적단체로 인 정하였다. 54) 그러나 박시환, 김지형, 이홍훈, 전수안 네 명의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제출한다. 이 네 명의 대법관은 반미자주, 미군철수, 연합ㆍ연방제 통일 등의 주장은 사상의 자유와 참정권이 보장된 대한민국 내에서 자유로운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그 중에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직접 위해가 된다고 볼 만한 것은 없으며, 북한자료를 인용한 강의교재에 북한의 주체사상과 선군정치 등을 긍 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도 있으나 이는 통일운동과 북한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북한자료를 사용하여 북한의 사상과 체제 운용방식을 소개하는 정도이고, 물리력 행사와 민중 폭력의 당위성을 언급한 부분도 그 빈도수와 전체 문맥에서 차지하는 의미 비중 등을 종합해 보면 이론적 타당성을 원론 수준에서 언급한 정도에 불과 하며, 실천연대는 통일부에 비영리민간단체로 공식등록을 하여 약 10년간 적법 영 역내의 단체로 활동해왔다는 점 등의 이유에서 실천연대를 대한민국의 존립 안전 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가진 이적단 체라고는 볼 수 없다고 보았다. 55) 그리고 이 네 명의 대법관은 이적표현물이 되기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54) 대법원 2010.7.23. 선고 2010도1189 전원합의체 판결. 55) 대법원 2010.7.23. 선고 2010도1189 전원합의체 판결(대법관 박시환, 김지형, 이홍훈, 전수안의 반대의견). 그리고 반대의견은 다수의견과 같이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의 기준에 따른다고 하더라도, 그 위험은 위험의 단순한 경향성 또는 개연성이나 추상적 해악의 통상적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 해악의 현실적 가능성이 있 는 경우에만 인정되어야 한다. 는 점을 지적한다.

1991년 개정 국가보안법상 이적성 판단기준의 변화와 그 함의 / 曺 國 81 표현 이라는 요건 외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보 고, 실천연대가 제작한 <2008년 정기 대의원대회 자료집>과 <우리민족끼리> 등의 각종 표현물의 이적성을 부정하였다. 이 표현물에는 6.15공동선언 실천, 이를 위한 구체적인 목표로 미군 철수와 자주민주정부 수립, 평화협정 체결, 국가보안법 폐지, 민주노동당 등 진보진영과의 연대 등의 주장을 수록되어 있었고, 북한은 주체사상 에 철학적 기초를 둔 바람직한 사회주의 국가로서 선군정치를 앞세워 미국에 대응 하는 투쟁을 효과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통일강성대국 건설사업의 추진과 선군 정치를 앞세운 북한의 노력이 6.15공동선언에서 지향점으로 삼은 낮은 단계의 통 일로 다가가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반대의견은 이러한 내용 의 표현물을 다음과 같이 평가하였다. 위 각 표현물의 핵심내용은 남북정상들이 통일을 촉진하기 위하여 채택한 6.15 공동선언과 10.4공동선언의 내용을 제대로 실천하자는 것으로서 그 자체는 완전히 적법한 내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또 그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제시하는 일부 내용 중에는 미군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평화협정 체결, 연방제 통일 등 북한이 주장해 온 것과 같은 주장을 전개하고 있는 측면이 있기는 하나, 그 대부분은 대한민국의 존립 안전과는 무관한 내용이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상충된다고는 보기 힘든 내용이고 대한민국 내에서도 평화롭게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어야 할 내용들이다. 따라서 그로부터 대한민국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해악 발생의 위험이 명백하거나 급박하게 현존한다고 볼 수는 도저히 없는 것이며, 그 내용 중에 주체사상, 선군정치 등 북한사회와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동조하는 내용이 있다고 하여, 이를 말로써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그러한 해악 발생의 위험이 명백하다거나 현존한다고 할 수는 없다. 56) 56) 대법원 2010.7.23. 선고 2010도1189 전원합의체 판결(대법관 박시환, 김지형, 이홍훈, 전수안의 반대의견; 강조는 인용자). 그리고 반대의견은 다수의견과 같이 실질적 해 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의 기준에 따른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표현물의 내용이 대부분 대한민국의 존립 안전과 무관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상충된다고 볼 수 없는 것들이므로 그로부터 국가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해악이 발생할 실질적 위험 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북한의 주장과 일치되거나 이를 찬성하는 내용 또는 북 한사회와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내용들 역시 말로써 주장함에 그치는 것으로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험을 발생시킬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는 점 을 지적한다. 그런데 박시환 대법관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기준을 제창하면서도 상술한 강정구 교수 논문의 이적성은 인정하였던바(대법원 2010.12.9. 선고 2007도 10121 판결), 이 기준을 철두철미 관철시키지는 않았다.

82 서울대학교 法 學 제52권 제3호 (2011. 9.) 이상의 두 개의 대법원 판결에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의 법리는 소수의견 의 형태로나마 한국 대법원의 판결문에 등장하였다. 이는 1990년 헌법재판소의 한 정합헌결정에서 변정수 재판관의 다음과 같은 반대의견의 문제의식을 계승한 것이 기도 하다. 57) 친북 ( 親 北 ) 성향의 조직에 대해서도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의 법 리를 적용하여 이적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소수의견 대법관들의 의견은 향후 한국 사회에서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금기 없이 인정되도록 만드는 발판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2. 난감한 사안 주체사상과 북한 지도자를 노골적으로 찬양하는 표현 행위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의 기준이 나온 사건에서 문제가 된 두 단체의 경우 강 령, 규약, 활동 등에서 북한의 정치노선에 일정하게 동조하기는 하였으나, 주체사 상이나 북한의 정치지도자를 직접적 노골적으로 찬양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한국 전쟁 시기 빨치산으로 활동하고 조선노동당에 입당하였고 이후 비 전향장기수로 20년간의 징역과 그에 이은 약 13년간의 보안감호처분을 받은 70대 의 노인 김영승 씨는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북한의 지도자와 정치노선을 찬양하 는 내용의 글을 올린 후 유죄판결을 받는다. 김 씨는 이 글에서 한국전쟁을 조국 해방전쟁 으로 규정하고 당시 빨치산들을 영웅, 열사 로, 당시의 군경을 적 으 로, 유엔군을 16개 침략군 으로 호칭하는 한편, 김일성을 수령님 으로, 김정일을 장군님 으로 부렀다. 또한 그는 2005년도 북한의 신년공동사설, 북한의 대남선전 기관인 반제민족민주전선 의 3대 애국운동 (민족자주, 반전평화, 민족대단합) 노 57)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제도적 토대라고 할 수 있어 헌법에서 보장된 여러 기본권 가운데에서도 특히 중요한 기본권... 그 의사표현행위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장래에 있어 국가나 사회에 단지 해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성향을 띠었다는 것만 으로는 부족하고, 법률에 의하여 금지된 해악을 초래할 명백하고도 현실적인 위험성 이 입증된 경우에 한정되어야 하는 것이다(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 그런데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의 찬양, 고무, 동조 등은... 반국가단체에 이로울 수 있는 의사표현은 그것이 대한민국에 현실적으로 해악을 끼칠 위험성이 명백한 경우이건 아 니건 간에 무조건 규제대상으로 삼는 것이어서 정부에 대한 비판이나 북한 등 공산계 열에 관한 진실한 보도나 정당한 평가 또는 합리적인 언급조차도 권력의 선택에 따라 처벌할 수 있게 되어 있어 위 법률조항은 북한 등 공산계열이나 통일 분야에 관한 국 민의 알권리를 철저히 봉쇄하여 민주주의의 기초인 건전한 여론형성을 저해하는 기능 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헌법재판소 1990.4.2 89헌가113 결정(재판관 변정 수의 반대의견)].

1991년 개정 국가보안법상 이적성 판단기준의 변화와 그 함의 / 曺 國 83 선에 충실하면서, 반미결사항전 의 결의를 다져 미국을 몰아내고 반동냉전수구 세력을 분쇄하자는 주장,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인권은 문제없고 미제는 인 권을 논할 자격이 없다 등의 주장 등을 펼쳤다. 58) 여기서 김 씨가 한국 역사와 사 회를 철두철미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 분석 평가하고 있음은 쉽게 확인된다. 한편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 라는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면 북한 체제를 찬양하여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된 황길경 씨는 법정에서 위대한 김정일 장군 만세 를 외쳐 추가 입건되었다. 59) 이 카페에는 김정일, 김정은 및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글과 두 부자에게 바치는 충성맹세문 등이 다수 게재되어 있었다. 60) 한국 전쟁의 경험이 여전히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고 북한 체제의 호전성과 억압성이 잘 알려져 있는 상황에서, 이상과 같은 명백한 종북 ( 從 北 )적 언사는 대 다수의 시민에게 불쾌감이나 당혹감을 줄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 민주주의의 수준, 시민의 정치의식, 피고인의 나이와 정치 사회적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러한 표현행위만으로 국가의 존립 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명백하고 도 현존하는 구체적인 위험이 발생한다고 판단하는 것은 과도하다. 먼저 3대 애국운동 주장은 북한의 대남선전기관에서 주창하고 있는 것이기는 하나, 그 내용은 민족자주, 반전평화, 민족대단합 등으로 그 자체로 체제위협적 성 질을 가지고 있지 않다. 북한 정권은 이러한 세 가지 운동을 북한 체제를 지키고 자 하는 관점에서 전개해나가고 있지만, 이 세 가지 운동의 취지는 남한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활용될 수 있다. 반미결사항전, 반동냉전수구 세력 타도 등의 주장도 그 표현의 공격성이나 생경함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만으로 체제를 위태롭 게 한다고는 볼 수 없다. 북한에는 인권 문제가 없는 주장의 타당성은 공론의 장 에 올리기만 하면 쉽게 밝혀질 수 있다. 요컨대, 이상과 같은 노골적인 종북적 표현행위에 대해서조차도 국가보안법을 적용하여 처벌하는 것이 한국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를 정치적 표현의 자유행사의 일환을 보장한 후, 토론과 비판을 통하여 그 내용의 올바름 여 부를 드러내는 것이 한국 민주주의의 수준을 높이는 길이다. 종북적 표현행위를 58) 대법원 2010.10.28. 선고 2008도6062 판결; 인천지방법원 제1형사부 2008.6.26. 선고 2007노2452 판결; 인천지방법원 2007.10.10. 선고 2006고단4705 판결. 59) <연합뉴스> (2011.8.24., http://app.yonhapnews.co.kr/yna/basic/article/new_search/yibw_ showsearcharticle.aspx?searchpart=article&searchtext=%ec%82%ac%ec%9d%b4%eb%b2%8 4%eb%af%bc%ec%a1%b1%eb%b0%a9%ec%9c%84&contents_id=AKR20110809109900061). 60) <조선일보> (2011.5.30.,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5/30/2011053000335.html).

84 서울대학교 法 學 제52권 제3호 (2011. 9.) 하는 사람들을 처벌하면 오히려 이들은 자신에 대한 공안당국의 공격을 사상탄압 으로 몰아붙여 시민적 자유를 옹호하는 세력의 지지를 유도할 수 있다. 61) 일찍이 미국의 홈즈 대법관은 우리가 혐오하며 또한 죽음을 내포하고 있다고 믿는 의견의 표현을 억제(check)하려는 시도에 대하여 영원히 경계해야만 한다, 62) 우리와 의견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위한 사상의 자유가 아니라, 우리가 증오하는 사상을 위한 자유를 뜻한다. 63) 라고 갈파하였던 바, 이 함의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울림이 있다. 그리고 김수영 시인은 최근 공개된 1960년 탈고 시 <김일성 만세>에 서 다음과 같이 갈파했던 바, 그의 투철한 자유정신은 50여 년이 흐른 지금에도 청청하다. 김일성 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언론의 자유라고 조지훈 이란/시인이 우겨대니//나는 잠이 올 수밖에. VI. 맺음말 이상의 같은 구체적 체제전복시도가 수반되지 않은 각종 표현행위의 이적성 또는 그러한 행위를 추구하는 단체의 이적성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기준을 거칠게 도해 화하면 다음과 같다. 표현물 또는 단체의 활동 내용 판단기준 주한미군 철수, 한미군사 동맹 분쇄, 연방제 통일, 프롤레타리아 독재 수립 등 주장 주체사상, 선군정치에 대한 긍정적 평가 북한 지도자 찬양 적극적이고 공격적 표현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이적성 유 이적성 유 이적성 유 이적성 유/무 이적성 유 이적성 유 이적성 무 이적성 무 미확인 61) 한인섭 (각주 30), 150면. 62) Abrams v. United States, 250 U.S. 616, 630 (1919) (dissenting opinion). 63) United States. v. Schwimmer, 279 U.S. 644, 654-655 (1929) (dissenting opinion) (강조는 인용자).

1991년 개정 국가보안법상 이적성 판단기준의 변화와 그 함의 / 曺 國 85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등 국회에 의석을 갖고 있는 진보정당의 강령을 보면 이들 정당의 반( 反 )자본주의 지향은 분명하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고 연대를 강조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권위주의 시대였다면 이 두 정당은 이적단체로 처벌되고 구성원은 중형에 처해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의 포용력이 커지고 정치적 민주주의의 수준이 높아 짐과 동시에 자본주의의 모순이 선명히 드러나면서 시민들은 두 정당을 지지하거 나 적어도 용인한다. 정당 구조 바깥에는 이 두 진보정당과 크게 보아 유사한 지향을 가지면서도 보 다 급진적인 강령과 행동양식을 가진 사회단체가 존재한다.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북한 당국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거나 북한 체제와 북한 지도자를 추수 찬양하 는 활동을 벌이는 개인 또는 단체도 있다. 이러한 개인 또는 단체가 대한민국 체 제에 대하여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 행위를 전개하고 있음은 충분히 예상된 다. 그러나 이 정도 수준의 표현행위를 범죄화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미제 축 출, 자본주의 폐절, 혁명투쟁 등을 주장하는 이에게도 사상의 자유 시장 에서 자신의 사상을 선전하고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사상의 구매자 인 시민은 이 상품 의 내용을 점검하면서 합리적 핵심은 수용하고 문제점을 버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사상의 주장자도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자신의 사상이 검증될 때만 자신의 사상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교정할 수 있다. 그러한 기 회 제공 없이 형사처벌로만 일관한다면 그는 자신의 사상이 탄압받는 것은 자신의 사상이 올바르기 때문이라고 확신하면서, 그 사상을 지키는 데 급급할 것이다. 현재 대법원은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 기준과 병행하여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 기준을 사용하고 있으나, 후자에 의한 전자의 통제는 활발하지 못하다. 특히 북한의 정치노선에 일정하게 동조하거나 북한과의 연계활 동을 벌이는 개인이나 단체에 대해서는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 기준을 사용 하면서도 가벌성을 확장하고 있다. 단기간 내에 대법원 다수의견이 명백하고 현존 하는 위험 기준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지만, 적어도 실질적 해악을 미칠 위험성 기준의 실천적 의미를 분명히 한 2003도8165 판결의 취지는 복구되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정치적 기본권의 핵심으로 이를 범죄화하는 것은 신중에 신 중을 기해야 하며, 과잉범죄화의 결과는 대한민국 체제의 모순과 문제점을 근본적 으로 성찰하는 기회의 망실( 亡 失 )이기 때문이다. 근래까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 험 의 기준은 학계에서만 공유되고 있었지만, 소수의견이나마 대법원의 입장으로

86 서울대학교 法 學 제52권 제3호 (2011. 9.) 수용된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를 계기로 표현의 자유의 규제기준에 대해 서는 감성보다는 이성에 기초한 차분한 논의가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투고일 2011. 8. 16 심사완료일 2011. 8. 31 게재확정일 2011. 9. 8

1991년 개정 국가보안법상 이적성 판단기준의 변화와 그 함의 / 曺 國 87 <Abstract> The Legal Standards of Enemy-benefiting Activities of the National Security Act 64) Cho, Kuk * The National Security Act has extensively restricted the exercise of freedom of expression by criminalizing several kinds of leftist activities. A great number of leftist publications and organizations have been criminalized as enemy-benefiting even if they are against North Korean political line. Although the Constitutional Court mandated that the Act apply only to the danger of bringing about substantive evils to the state in its landmark 1990 decision, the Supreme Court has not taken it seriously. In its leading 1992 decision, rather, the Supreme Court invoked the bad tendency test, and held that the content of the materials are active and aggressive expression threatening the security of the State and the liberal democratic system, going beyond the limit of the freedom of expression. It is noteworthy that in the decision, relying on the liberal theory of a free market of ideas, the minority opinion argued for acquittal by applying a new test to regulate freedom of expression, namely, the concrete and possible danger test. In the late 1990s, the Court applied the strict test of the danger of bringing about substantive evils to quash guilty judgements in a few decisions. In the majority of the National Security Act cases, however, the Court punished leftist organizations, in particular pro-north, that published the materials whose contents are active and aggressive expression threatening the security of the State and the liberal democratic system. It was in the 2009 and 2010 decisions that the clear and present danger was submitted by the minority Supreme Court Justices, who followed the lonely dissenting opinion by Justice Byon Jung-Soo in the Constitution Court s 1990 decision. Keywords: National Security Act, free market of ideas, enemy-benefiting, clear and present danger, freedom of expression. * Professor, College of Law/School of Law, Seoul National Univers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