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 i s i o n o f M e d i c i n e 인류의 건강과 행복을 향한 서울대학교병원의 비전 2015. Winter / vol.12 www.snuh.org
V i s i o n o f M e d i c i n e 인류의 건강과 행복을 향한 서울대학교병원의 비전 2015. Winter / VOL.12 www.snuh.org 06 view 1 / 왕규창 시간에 대한 단상( 斷 想 ) 28 46 interview 3 / 김혜선 병원의 안과 밖, 모두를 위한 상생 박재홍 대한의원 탑시계는 1907년경 대한의원 본관 건물이 완성될 때 함께 설치된 것으 로 추정된다. 1981년 보수공사를 거쳐 기 계식 탑시계가 전자시계로 바뀌었지만, 나흘에 한 번씩 쇠로 된 추를 감아 올리 던 과거의 흔적은 복원과정을 거쳐 고스 란히 되살아났다. 10 view 2 / 주경철 문명을 담는 큰 그릇, 역사라는 시간 14 view 3 / 정여울 문학 작품에 나타난 인간과 시간의 함수관계 18 view 4 / 박상민 일상의 시간, 기억의 시간 20 view 5 / 조영은 삶은 언제나 여기 현재에 있다 22 view 6 / 조비룡 우리 시대의 건강한 나이듦에 대하여 open talk / 오승하 & 최백호 여전히 뜨거운, 낭만에 대하여 34 SNUH history / 정희원 오늘의 영광과 내일의 희망, 서울대학교병원 시계탑의 역사 38 SNUH CULTURE / 김상태 이 약으로 말할 것 같으면 42 interview 1 / 윤보현 생명의 축복을 지키는 일 44 48 SNUH ING 꿈틀꽃씨 쉼터 50 SNUH REPORT 환자중심병원의 새 길을 열다 첨단외래센터 건립 기공 52 SNUH GLOBAL 세계로 뻗어나가는 서울대학교병원의 첨단 인술 54 SNUH network 58 contributor 59 to readers interview 2 / 김효자 발끝까지 고운 당신 時 발행인 오병희 발행처 서울대학교병원 발행일 2016년 1월 11일(통권 12호) 편집인 방문석 편집위원 김귀숙 김동완 김승기 김항래 박민선 유정숙 이동영 조영민 채종희 최자영 주소 (03080) 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로 101(연건동 28) 전화 02-2072-2133 홈페이지 www.snuh.org 기획 편집 큐라인(02-2279-2209) 사진 박재홍(Standstill Studio 02-541-5027) 인쇄 (주)연각피앤디 2012년 창간 이래 <VOM>은 생로병사( 生 老 病 死 ), 감각( 感 覺 ) 등을 통해 間 인간의 조건과 의학의 가능성을 탐색하며 의료문화매거진으로 자리매김해왔습니다. 그리고 2015년 한 해 동안 <VOM>은 시간( 時 間 ) 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통해 인간의 삶과 의학의 조건을 보다 깊이 있게 통찰해왔습니다.
생의 집적, 영겁의 시간을 생각 속에 담다 시간을 품고 있는 수많은 만물들 중 돌 이 지닌 미학은 축적이 커질수록 그 실체는 작아진다는 것에 있다. 그 작은 물질에 담겨 있는 억겁의 세월간의 빛과 흙, 바람과 물. 그렇게 무한한 시간과 공간을 견디며 그들이 만들어낸 형상을 펼쳐본다. 돌의 시간이 안으로 응축된다면 사람의 시간은 어떠한가. 삶의 질곡마다 상념이 되어 무한하게 펼쳐지기도 하고 때로는 과거를 거스르기도 하는 인간의 시간. 억겁의 시간을 단단한 돌과 이끼로 표현해낸 정은지 작가의 작품과 함께 소아신경외과 왕규창 교수의 삶과 시간에 대한 단상에서부터 주경철 사학자의 역사 속 시간의 의미까지. 시간을 둘러싼 다양한 성찰을 탐색해본다. <생의 집적>, 순지에 먹과 콩테, 144 222, 2013 동양화가 정은지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돌의 집적성에 대한 심상표현 이라는 주제의 논문연구로 졸업했다. 그 후 만물에 담겨있는 수많은 시간과 공간을, 돌이라는 작은 소재를 가지고 이미지를 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View 01 시간에 대한 단상( 斷 想 ) 글. 왕규창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소아신경외과 교수 서울대학교병원 뇌은행장)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소아신경외과 전문의로 선천성 신경외과 질환, 소아뇌종양 치료의 발전에 평생을 바쳤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장을 지냈으며, 세계소아신경외과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시간의 길이는 주관적이다 귀갓길, 경기도 한적한 도로에서 타고 가던 버스가 고속으로 달 리며 브레이크도 밟지 않은 채 느닷없이 서 있던 버스에 충돌했 다. 졸음에 취해 있던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유리창이 깨지고 버스 전등이 꺼지며 마침내 차가 정지할 때까지, 내 눈에 비친 광 경은 마치 슬로우 비디오를 보는 듯 했다. 어떤 교통사고 경험자 는 그 짧은 충돌 시간에 지난 날의 기억이 주마등 같이 지나갔다 고 한다. 아마 매우 중요하고 긴박한 순간에는 우리 뇌의 가용한 인지능력이 총동원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가 싶다. 같은 시간을 어떤 사람은 짧게 느끼고 어떤 사람은 길게 느낀다. 군복무 중 듣던 대로 하루는 긴데 일 년은 짧을 수도 있다. 대개 성실하고 진지한 사람이 같은 시간을 길게 산다. 지나간 시간은 가까운 지인과의 관계, 그리고 기억과 기록으로 남는다 많은 시간이 지났다. 조선시대에는 드물게 볼 수 있는 나이. 전공 의 때, 지금 내 나이의 환자가 악성 뇌종양의 진단을 받고 1년 정 도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는 환자 보호자가 그리 아쉬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전달했었다. 돌이켜보면 그 긴 시간은 내게 무엇으로 남았을까? 약간의 재산, 자그마한 명예. 그러나 내게 시간이란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와 내 머리와 가슴 속에 남아 있는 기억, 그리고 들출 때마다 자유 로운 시간 여행을 도와주는 기록인 것 같다. 이것들이 없다면 나 는 그 긴 시간을 잃은 것이다. 영화나 소설에서 단골로 이용하는 기억을 상실한 사람들 은 자신의 시간, 삶, 정체성, 그 모든 것을 조금 크게는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지워졌을 때 심리적 허탈(흔 히 멘붕 이라고 하더라)이 꽤 오래가는 것을 보면 지난 인생의 삭 제가 동반하는 엄청난 심리적 파괴력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누군가의 시간의 궤적으로 남는 가까운 지인이 되 어 주었을까? 시간 사고팔기 나는 내 시간을 팔아야 먹고 산다. 어떤 동물은 먹고 살기 위하여 생의 전부를 바친다. 사람은 문명의 발달 덕분에, 먹고 살기 위해 시간을 팔고 나서도 꽤 많이 남아있는 시간을 스스로 쓴다. 나는 내 시간을 발전을 위해 투자하기도 한다. 그냥 쉬기도 한다. 사랑 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면 포근하고 행복하다. 그런데 적지 않은 시간을 이것도 저것도 아닌 채 보낸다. 중고등학교 땐 방학기간이 며칠 남지 않아서 우울해지곤 했다. 크 나큰 기대로 시작한 방학이 너무나도 초라하게 끝나가고 있음을 한탄하기도 했다. 군에 입대하고 첫 면회 날이었다. 가족들을 만 났다가 헤어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자 나는 말수가 줄어들었다. 아쉬움이 쏟아졌다. 어떤 사람은 자기 시간을 톡톡 털어서 팔거나 함부로 허비한다. 그리고 나중에 후회한다. 어떤 사람은 자기 시간을 팔면서도 그 시간을 즐긴다. 텔레비전 속에 등장하는 달인 들은 단순 반복작업 속에서도 자신들의 꿈을 펼친다. 나도 내 시간을 팔면서 피곤하지만 행복감을 느낀다. 하 고 싶은 일을 하며 생활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은 정말이지 복 받 은 사람들이다. <돌 나이테>, 순지에 먹과 콩테, 144 148, 2013 잃었기에 그렇게 괴로워하는가 보다. 작게는 이동전화 연락처가, 06 VOM 2015 Winter 07
나의 시간에 무엇을 담을까? 나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데 꽤 자주 기도를 한다. 모 든 사람이 사랑, 희망, 행복, 보람이 가득한 시간을 보냈으면 한 다고. 그러려면 그 사람들이 건강, 생명, 재산, 지식이 지나치게 부족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런데 사람에게는 음지가 있어야 양지가 더 밝아진다. 깊은 증 오, 불행, 절망, 허무의 아픈 시간을 보냈던 사람만이 그 반대의 감정을 한껏 맛볼 수 있다. 심각한 장애나 수명의 단축을 동반하 겨있다. 문병을 갔다. 분명 뜻하지 않은 시한부 선고에 당황하셨 으리라. 그러나 마음을 정리하고는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를 받으면서도 최선을 다하여 책을 하나 집필하시기로 하셨다고. 역 동적이었던, 정의감 넘치던 그의 삶을, 그가 보고 느끼고 들었던 사랑과 감동의 이야기를, 함께 살았던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고 한 다. 어떻게 보면 시한부 선고는 갑작스러운 이별에 비해 오히려 특별한 배려인 것 같기도 하다. 병동을 나서면서 그 분의 소원이 사과 하나를 내가 먹는 것보다 남이 먹을 때 내가 더 행복해지는 것이 바로 사랑. 나 역시 내 삶을 그렇게 가꾸어 보고 싶다. 요양병원에서 어머니는 8년간 요양병원에 누워 계시다 돌아가셨다. 매주 찾아 가는 요양병원. 그곳의 시간은 벽 하나를 두고도 바깥 세상과는 전혀 다르게 돌아간다. 아마도 내 인생의 늦은 저녁시간이 되면 나 또한 이곳의 시간으로 살게 되리라. 그때 정신활동 능력이 남아 있다면 나는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며, 아니면 눈을 감고서, 좋아하던 음악을 듣고 있을까? 그 음악과 함 께 떠오르는 이런저런 추억과 상념 혹은 후회, 미안함, 아쉬움, 때 지 않는다면, 이런저런 어려움은 약이 되는 경우가 많다. 큰 병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로는 기쁜 순간의 향기로운 기억? 손 가는 대로 전화를 걸어 작별 을 앓았던 어린이가 정신적으로 일찍 성숙해진다. 나는 전공의 나도 기록을 남기고 싶다. 내 시간의 기록을 내가 사랑했던, 나를 의 인사를 할지도 모른다. 고마웠다고. 사랑한다고. 그런데 이런 때 엄청난 업무에 시달려 보았기에 아내와 마시는 커피 내음이 사랑했던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마무리의 행운이 내게 주어질까? 더 향기롭다.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 한때 애플의 번영을 이끌던 스티브 잡스가 죽음을 앞두고 잃은 후 절대로 되찾을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으니 그것이 바로 삶 이다 라는, 늘 어디선가 봄직한 이야기를 남겼다. 그리고 그 삶을 사랑 의 기억으로 채우라고 권했다. 사과 하나를 내가 먹는 것보다 남이 먹을 때 내가 더 행복해지는 것이 바로 사랑. 나 역시 내 삶을 그렇게 가꾸어 보고 싶다. 지금 의 내 일상은 적지 않은 수정이 필요하다. 하루살이로 치면 나름의 예측 시나리오에 의하면 75세까지는 바깥 출입을 하고, 이후 주로 집안에 머물게 된다. 몇 가지 병을 앓으며 지내다가 85 세에 저 세상으로 간다. 우리 부부가 75세에 모두 건강할 확률은 25%이고 85세에 모두 치매없이 살아있을 확률은 6%이다. 잠시 긴장감이 돈다. 이 시나리오에서 내 생애를 하루로 치면 나는 저녁 5시 20분을 넘 기고 있다(그러나 실제로는 이미 저녁 11시 45분을 넘겼는지도 모 른다). 저녁 9시 20분에는 잠이 들든 말든 나는 눕는다. 해가 지 는 4시간이 내게 활동시간으로 남았다. 노을과 별이 아름다울 것 같은 기대와 어두운 밤에 대한 두려움이 함께 다가온다. 책을 쓰겠다는 환자 평소 알고 지내던 분이 암 진단과 함께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 다. 비교적 차분하셨다. 딛고 일어서겠다는 의지도 있지만 잘 되 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더 큰 것 같아 보였다. 나와 알고 지냈 던 시간에 감사한다는 글과 환자복을 입은 모습이 휴대전화에 담 <A stone with mosses>, 74 144, 장지에 먹과 콩테, 안료, 2014 08 VOM 2015 Winter 09
View 02 문명을 담는 큰 그릇, 역사라는 시간 글. 주경철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양사학과에서 석사를 마친 후 프랑스의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럽경제사 분야에서 출발하여 문화와 경제의 역사적 관계에 대한 여러 분야로 관심을 확장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대항 해시대, 문명과 바다, 문화로 읽는 세계사 등이 있다. 시간이라는 영원한 수수께끼 8,760개의 돌로 건물을 짓고 그 안에 12그루의 나무를 심었으며, 나무마다 30개의 가지가 있고 가지마다 검은색 포도와 흰색 포도 가 하나씩 달려 있는 성이 무엇일까? 이집트의 파라오가 자신에게 도망쳐 온 아시리아의 재상 하이카 르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낸 수수께끼다. 답은 물론 1년이라 는 시간이다. 달, 날, 밤과 낮 등 시간과 관련된 상징 요소들을 어 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에서 흔히 그러하 듯 수수께끼를 못 풀면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니, 시간 은 인간이 목숨을 걸고 알아내야 하는 가장 어려운 난제 중 하나 임에 틀림없다. 인간은 시간을 어떻게 인식해왔을까. 인간에게 시간의 의미 는 시 간이 지나며 변해왔다고 할 수 있다. 중세 초 유럽에서는 세상을 영적이며 영원한 곳 과 시간이 흐르는 곳 으로 나누어 구분했다. 시간이 흐르는 이 세상이 세속(saeculum) 이다. 세속의 원래 의미 는 한 시대, 혹은 주어진 한 시대의 사람들 이었다. 말하자면 하 느님의 영원한 왕국과 대조되어 시대의 변전을 겪으며 살아가는 이 세상을 뜻한다. 임시적이고 일시적인 이 세상은 심원한 의미에 10 서 사악한 곳, 벌을 받아 마땅한 존재, 운율 없는 시, 부패와 쇠퇴, 합당한 이유 없이 계속 동요하는 세계다. 시간이 흐르는 곳에 만물 은 슬프다! 시간과 함께 인간은 고통을 겪으며 늙고 죽어 간다. 다 만 사랑과 희망으로 늘 존재하는 신국( 神 國 )을 동경하며 언젠가 그 곳으로 돌아가기를 기다릴 뿐이다. 이런 식이라면 현세의 삶은 실 로 아무 의미 없는 그림자에 불과하다. 영원한 슬픔에서 변화와 진보로 12~13세기부터 여기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이 세상의 삶이 아무 의미 없는 게 아니며,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소명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세속의 삶은 최후의 심판까지 불가피하 도록 쇠퇴하는 게 아니라 구원의 전제조건을 성취하기 위해 앞으 로 나아가는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게 가능해졌고 미래에 대한 새 로운 관심이 나타났다. 백 년이 하루 같고 하루가 백 년 같다 는 식 으로 사회는 변하지 않는다고 보았던 정적인 견해 대신 동적인 견 해가 우세하게 되었다. 그 결과 역사적 시간에 대한 새로운 감각 이 등장했다. 먼 과거와 현재 사회를 비교하는 학자들은 고대( 古 代 )와 근대( 近 代, modern times)라는 구분을 했다. 역사가 먼 과 <A floating stone>, 순지에 먹과 콩테 안료, 144 74, 2014 VOM 2015 Winter 11
원천을 궁구하는 것은 단순히 먼 옛날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실상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다. 즉 과거를 재해석하여 역사적 기억 을 새로운 상황에 맞추면서 먼 미래에 투사하는 작업이다. <돌 나이테>, 순지에 먹과 콩테, 144 74, 2013 12 거로부터 출발해서 여러 단계를 거쳐서 새로운 미래로 움직여 나 아간다고 보는 시각이 등장했다. 더 나아가서 고대-중세-근대 라는 3분법적인 시대구분이 등장한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기본적 인 철학이 바뀌었음을 뜻한다. 이 안에 내포된 뜻은 세상은 진보 한다는 것이다. 다시, 과거의 거울에 비친 미래를 들여다보다 이런 경향을 잘 보여주는 말이 르네상스라는 단어다. 르네상스란 다시(re-) 태어난다(naissance)는 의미니, 재생 혹은 부활을 말한 다. 무엇이 죽었다가 다시 부활했다는 말인가? 먼 과거에 존재했 던 찬란한 문화의 빛이 지난 과거에 죽어 일시 암흑세계에 빠졌으 나 우리 시대에 이르러 그 빛이 다시 피어올라 세상을 밝게 비춘다 는 것이다. 개혁적인 인사들은 흔히 고대 로마의 법률, 고대 종교 적 텍스트, 원전 성서, 고전 그리스 문헌 등 먼 과거의 문화유산들 을 연구했다. 왜 과거를 연구하는가? 원천을 궁구하는 것은 단순 히 먼 옛날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실상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다. 즉 과거를 재해석하여 역사적 기억 을 새로운 상황에 맞추면서 먼 미래에 투사하는 작업이다. 르네상스란 원래 15세기경 이탈리아에서 자기 시대를 파악하는 개 념이었지만, 그 후 역사학에서 더 넓은 의미로 확대되었다. 르네 상스의 개념 자체가 진보하고 발전하게 된 셈이다. 과거의 빛나는 유산을 연구하여 오늘을 재해석하는 것은 꼭 15세기 현상만은 아 니다. 더 이전 시대인 12세기에 로마법을 재발견하여 새로운 국가 체제의 기틀을 만든 것도, 또 8~9세기에 궁정에서 지난 시대의 문 헌을 되새기는 움직임이 싹튼 것도 르네상스 현상으로 보게 되었 다. 17~18세기에 고대의 찬란한 문예를 재발견하여 당대 문화를 살찌운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그러고 보면 이제 르네상스는 보편 적 현상이 되었다. 우리는 단기적으로 사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살아간다 이와 연관된 개념이 장기지속(la longue dur e)이다. 시간은 그냥 흘러가버리고 인간의 경험은 흩어져버리고 마는 게 아니다. 장구 한 시간 동안 누적된 인간의 정신적 물질적 성취물들은 문명이 라는 이름으로 사회에 큰 구조물을 형성한다. 인간은 문명 속에서 태어나 문명이 가르쳐주는 생활의 결을 따라 산다. 아시아의 벼 문 명권을 예로 들어보자. 수천 년 전에 시작된 벼농사는 조금씩 개선 되며 후손들에게 전해지고, 그것이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을 지배 한다. 마을을 이루고 함께 살아가며 일하는 방식도, 쌀을 이용하 여 음식을 조리해 먹는 방식도, 이와 연관된 노래와 민담도 장구한 시간을 거쳐 전해내려 온 유산이다. 이 문명의 틀은 쉽게 파괴되지 않고 지속되는 특성을 지닌다. 참혹한 전쟁이 일어나 무수한 사람 이 죽었다 해도 인간의 삶이 송두리째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해당 지역에 굳건히 자리 잡고 있는 문명의 기억이 살아남은 사람들에 게 기존 생활 방식을 되살려주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 리는 먼 과거의 조상과 함께 살아가는 것과도 같다. 우리 속에 과 거 조상들이 만들어 놓은 유산이 들어와 있다. 한 개인은 백 년이 채 안 되는 기간만 허락 받아 살지만, 그 삶들은 모두 수백 년 혹은 수천 년 문명의 틀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언젠가 케인즈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 두 죽는다. 경제학적으로 필요한 정책을 강조하느라 그런 이야기 를 했겠지만 역사학의 관점에서는 달리 이야기하는 게 옳다. 우리 는 단기적으로 사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살아간다. 우리에게 주어 진 짧은 시간 속에서 살아가며 이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키지만, 그 자체가 긴 시간 속에 누적된 문명의 큰 그릇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 다. 끊임없이 변화하면서도 동시에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살아가 는 것이 역사학적 시간의 의미다. VOM 2015 Winter 13
View 03 문학 작품에 나타난 인간과 시간의 함수관계 글. 정여울 (소설가 문학평론가) 작가. 현재 국악방송 라디오에서 정여울의 책이 좋은 밤 의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한 후 이 효석 연구로 동 대학원 국문과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및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서 문학과 글쓰기 강의를 진행 했다. 저서로 마음의 서재, 시네필 다이어리, 정여울의 문학 멘토링, 소통 등이 있다. 죽음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축복이다 인간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도 시간의 흐름이고, 인간을 가장 괴롭히는 것도 시간의 흐름이다. 태어날 땐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하던 갓난아기가 시간이 흘러 어느새 온 동네를 뛰어다니는 것 을 보면 부모는 무한한 기쁨을 느끼지만, 오랫동안 고향을 떠난 이가 삶의 끝자락에 이르러 텅 빈 가슴으로 고향에 돌아와 보면 예전에 사랑했던 그 누구도 남아 있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뜨거 운 눈물을 훔쳐야 한다. 시간은 진보와 희망의 약속이기도 하지 만, 쇠락과 죽음의 징표이기도 하다. 이토록 무정한 시간의 흐름 을, 후회도 원망도 없이 있는 그대로, 온몸으로 받아들인 이들이 야말로 성인( 聖 人 )이 아닐까. 인간사에는 아무 것도 영원한 것이 없음을 뼈저리게 느꼈던 소크라테스는 성공도 역경도 그저 지나 인간사에는 안정된 것이 하나도 없음을 기억하라. 그러므로 성공에 들뜨거나 역경에 지나치게 의기소침하지 마라. 소크라테스 가는 것, 그다지 집착할 필요가 없는 것 으로 여겼다. 시간의 흐 름에 따라 흥망성쇠하기 마련인 인생의 빛과 그림자를 그는 온 몸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소크라테스의 수많은 격언들 중에 서도 내가 가장 이해하기 힘든 문장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 로 이런 문장이었다. 죽음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축복 이다(Death may be the greatest of all human blessings). 14 <A stone with mosses>, 순지에 혼합재료, 74 72, 2015 VOM 2015 Winter 15
나는 이 문장을 읽을 때마다 아직도 등골이 서늘해진다. 사춘기 때는 아예 이해를 하지 못했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조금씩 깨달 아갈수록 더 마음이 아려온다. 돌이켜보면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은 언젠가는 죽는 것 이었다. 초등학교 때 처음으로 내 손으 로 심었던 해바라기는 한 달 만에 죽었고, 내가 가족 다음으로 가 장 가깝게 여겼던 반려견 복실이는 네 마리의 앙증맞은 새끼강아 지를 낳은 후 트럭에 치여 즉사했으며, 내가 사랑했던 수많은 시 인이나 소설가, 철학자는 이미 죽은 사람들이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은 언젠가는 죽는다. 그런데 이게 왜 축복이란 말인가. 우리를 뼈아픈 고통 속으로 몰아넣을 이 죽음 이 왜 인간의 축복이란 말인가.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나는 질문 을 바꾸어보았다. 해바라기가 불멸의 존재였다면, 반려견 복실 이가 영원히 죽지 않는 존재였다면, 내 가족과 내가 사랑했던 모 든 사람들이 영생불사의 존재였다면, 나는 과연 그들을 그만큼 애틋해하고, 그리워하고, 안타까워했을까. 한 번뿐이기에 이토록 소중하고 절실한 우리에게 무한정의 시간이 남아 있다면, 우리는 지금처럼 서로 를 아끼고 사랑하지 못할 것 같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니, 내 일 사랑해도, 한 몇 년 뒤에 사랑해도, 아니 200년 후에 사랑해도 될 것 같다 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녀에게 오늘은 꼭 내 마음을 고백해야지 하고 생각하던 젊은이도, 갑자기 무한정의 시간을 얻 게 된다면, 나중에, 좀 더 준비가 되면, 그녀도 나를 좋아한다는 확신이 들면 그때쯤 고백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브램 스 토커의 드라큘라 에서 흡혈귀가 되어버린 존재는 삶에서 어떤 의미도 찾지 못한 채 결국 언젠가는 죽을 것이 분명한 존재, 평 범한 인간 을 부러워하게 된다. 그들에게는 그 무엇도 절실한 의 미를 지니지 못했으며, 오직 피에 대한 굶주림만이 죽지도 살지 도 못하는 운명 을 증언하는 저주의 흔적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영생은 결코 우리가 상상하는 것만큼 눈부신 축복이 아니었던 것 이다. 한 번뿐인 인생 이라는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제한조건 이 우리를 그토록 간절하게 무언가를 열망하도록 만들었던 것이 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 사라진다는 것, 언젠가는 이토록 사랑했 던 기억마저도 사라진다는 것이 우리로 하여금 한 번뿐인 이 생 애 를 꽉 붙들게 만들어준 것이다. 돌이켜보면 잊을 수 없는 감동을 느끼게 해 준 대부분의 문학작 품들이 한정된 시간 앞의 인간 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오 헨리의 소설 마지막 잎새 는 창 밖의 나뭇잎이 다 떨어지면 나 는 죽을 거야 라는 상념에 시달리던 환자 존시에게 아무리 바람 이 불어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마지막 잎새 를 그려준 화가 할아 버지가 등장한다. 그는 40년 동안 단 한 번도 걸작을 그리지 못 한 무명화가였지만, 자신의 생명을 걸고 마지막 잎새 를 그림으 로써 쓸쓸한 그의 인생 자체를 불멸의 걸작으로 만들었다. 정작 폐렴에 걸려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던 존시는 그 마지막 잎새 덕분에 희망을 얻어 살아나고, 마지막 잎새를 그리느라 온갖 비 바람을 견디며 밤새 고생을 한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고 만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네. 그렇게 바람이 불었는데 저 잎사귀가 팔락거리지도 않았다는 게 이상하지 않니? 마지막 잎사귀가 떨 어졌던 날 밤에, 할아버지가 저걸 그린 거야. 그의 작품은 결코 유명한 미술관에 전시된 적도, 비싼 값에 팔린 적도 없지만, 죽 어가는 한 사람을 위해, 오직 그에게 살 수 있다 는 희망을 주기 위해 그린 마지막 잎새는 이 세상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숨은 걸작이 되어 우리 마음을 밝혀준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한다 마지막이라는 것, 바로 그것이다. 인간에게는 마지막 이 있기에, 우리가 애착을 가지는 그 모든 것들이 언젠가는 마지막 을 예비 하고 있는 것이기에, 삶은 비로소 눈부신 축복이 될 수 있다. 시 간 이라는 것이 존재하기에 우리에게는 처음 과 마지막 이 있다. 태어남과 죽음이 있고, 첫사랑과 마지막 사랑이 있으며, 당신을 처음 만난 순간과 당신을 마지막으로 만난 순간이 존재하게 된 다. 그 모든 것이 시간의 축복이다. 하지만 시간 자체는 선하지 도 악하지도 않다. 시간의 장벽 앞에서 우리 앞에 주어진 한 번 뿐인 삶을 아름답게 하는 기술, 그것은 바로 삶에 대한 사랑, 타 인에 대한 사랑, 그리고 우주만물에 대한 사랑일 것이다. 오이 디푸스 의 작가 소포클레스는 인간으로서 겪어야 할 가장 끔찍 한 고통을 그렸으면서도 또한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눈 부신 축복의 씨앗을 심어놓았다. 그가 남긴 축복의 씨앗 또한 바 로 사랑이었다. 낱말 하나가 삶의 모든 무게와 고통에서 우리 를 해방시킨다. 그 말은 사랑이다(One word frees us of all the weight and pain of life: That word is love). 단지 커플간의 사랑이 아니라, 그 어떤 비극 앞에서도 무릎 꿇지 않는 인간의 삶에 대한 사랑 이야말로 시간의 장벽을 뛰어넘는 인간의 마지 막 무기일 것이다. <A yellow stone with mosses>, 순지에 혼합재료, 144 142, 2015 16 VOM 2015 Winter 17
View 04 일상의 시간, 기억의 시간 글. 박상민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환자들을 만나고 있다. 국회 대북거버넌스 자문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2009년 대한의학회에서 수여하는 분쉬의학상 젊은 의학자상을 수상했다. 탈북민, 소외계층 및 암 환자들 의 권익과 삶의 질 향상에 힘쓰고 있다. 역설적으로 빠르게 흘렀다고 느낀 몰입한 시간은 깊은 의미를 가지게 되어 오랫동안 각인되고, 더디고 지루하게 흘러간 시간은 뇌의 기억에서 사라진다. 때로는 빠르게, 혹은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좋아하는 음악을 감상하며 깊이 그 선율에 빠져들 때, 단지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시간이 훌쩍 흘러가 버린다. 좋아하는 사람 들과 함께 마시고 대화하고 웃다 보면 세 시간이 십분처럼 느껴 질 때도 있다. 집중하고 즐거운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간다. 이러한 경험은 연인 사이에서 데이트 하다 보면 어느새 헤어질 시간이 다가와 안타까 워할 때 가장 절실하게 다가올 지 모르겠다. 몰입 속에서 보낸 시 간은 그 순간에는 비록 짧게 느껴지지만, 세월이 흘러도 사소한 것까지 생생하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반면 점심식사 후 지루한 강의를 듣기 위해 버티는 시간은 너무나 더디게 흘러간다. 그리고는 이내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도 대체 그 괴로운 시간 동안 무엇이 일어났는지 도무지 생각하려고 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이렇게 흩어져 사라지는 시간들은 바로 망 각의 바다로 흘러가 버린다. 속도와 공간에 따라 물리학적 시간이 다르다는 상대성이론이 아 니라 하더라도, 실제 일상 경험에서 몸으로 흘러가는 시간과 뇌 에서 인지하는 시간의 속도와 강도가 다르다는 것을 수시로 느낀 다. 역설적으로 빠르게 흘렀다고 느낀 몰입한 시간은 깊은 의미를 가지게 되어 오랫동안 각인되고, 더디고 지루하게 흘러간 시간은 뇌의 기억에서 사라진다. 의사와 환자의 짧은 만남 그리고 오랜 기억 바쁜 일정에 쫓겨 스쳐 가는 진료실 앞에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 는 수많은 환자들을 본다. 문득 환자들은 진료실 앞에서 기다리는 오십분은 다섯 시간 같이 느껴지고, 진료실 안에서 의사와 만나는 촌각을 다투는 응급실에서 겪게 되는 절대 절명의 시간과는 다르 지만, 오랜 세월 숙성되며 쌓인 관계를 통해 겪게 되는 외래에서 의 만남이 가지는 시간의 무게도 작지 않은 것 같다. 그 짧은 오분 동안 환자들은 많은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 거친 사 회 속에서 생존하면서, 모두들 어느 정도의 딱딱한 겉껍질을 씌 우고 깊은 내면의 상처를 타인에게 드러내지 않는 법을 학습해왔 다. 그러나 환자들은 종종 눈을 마주치며 건네는 그동안 잘 지내 셨지요? 라는 작은 질문에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어 속 깊이 꾹 꾹 담아 두었던 몸과 마음의 아픔을 열어 놓는다. 내가 만약 진료 실에서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지 않았다면, 그 들이 그토록 깊은 신뢰를 내어줄 수 있을까? 그 짧은, 마치 삼십 초 같은 오분이 깊은 치유의 시간으로 오랫동 안 기억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성숙하지 못한 나의 태도와 누적된 피로 때문에 깊은 상처의 시간으로 남은 분들도 있으리라. 좋은 만남이 빚어내는 가치있는 삶 건강이 개인에게 남겨진 시간의 지표라면, 의사는 몸의 시간 관 리를 환자에게 일정부분 위임 받은 대리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진료실에서의 짧은 만남이 환자의 기억 속에 긴 세월 동안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의사는 환자의 뇌의 시간에도 책임이 있 는 존재일 것이다. 필자가 의료인이기 때문에 개인의 경험에서 느낀 점을 밝혔지만,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기억의 시간에 영향을 주며 몸의 시간을 살 아갈 것이다. 일상 속에 경험하는 짧은 만남의 시간이라도 서로 에게 깊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오랜 세월 속에 기억될 수 있다 면, 그리고 그러한 시간들이 쌓이고 쌓인다면 가치 있는 삶의 탑 <A stone with mosses>, 순지에 혼합재료 144 74, 2015 오분은 삼십 초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위기의 순간이 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18 VOM 2015 Winter 19
View 05 삶은 언제나 여기 현재에 있다 글. 조영은 (임상심리전문가 임상 및 상담심리연구소 공감 소장) 고려대학교 심리학과와 동 대학원 임상 및 상담심리학 석사를 졸업한 후, 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임상심리레지던트 과정을 거쳤다. 임상심리학자의 마음놀이터 를 운영하며, 심리학에 대한 정보를 알리는 동시에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왜 나는 늘 허전한 걸까, 처음 시작하는 심리학 등이 있다. <이끼핀 돌>, 순지에 먹과 콩테, 74 144, 2013 지금 여기 삶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온종일 자신의 마음을 내어놓고 도움을 받길 원하는 타인 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상담실에서 만나는 내담자의 삶은 과거의 잊지 못할 아픈 기억들과 별처럼 아름다운 추억들, 그리고 앞날에 대한 무거운 고민들로 이루어져 있다. 나를 만나러 오는 분들이 이끄는 삶의 돛단배는 시간선 위 과거 어딘가에, 혹은 미 래의 시점 어딘가에 머무른 채 끝없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자 신을 뼈아프게 괴롭혔던 과거의 트라우마, 그리고 제대로 풀릴 것 같지 않은 불안한 나의 미래, 누군가 내 가슴을 찌른 날카로운 말 한마디, 어디선가 만나게 될 것 같은 사람들의 차가운 눈빛. 삶을 흔드는 외풍은 이렇듯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우리의 머 릿속에 존재하는 과거와 미래는 기억 과 생각 이라는 이름으로 의 식 속에 끊임없이 끼어든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여기 삶의 한가 운데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자꾸만 기억과 생각 속 으로 빠져든다. 그렇기 때문에 눈앞에서 환하게 웃는 어린 아이의 천진함, 하늘을 새하얗게 채색하는 첫눈의 눈부심, 사랑하는 이 시간의 유한성으로 인해 모두들 각자의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우리들은, 저마다 주어진 삶의 타이머를 들고 생의 트랙을 돌고 있다. 언젠가는 이 삶이 끝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불안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때문에 삶의 무게를 실감한다. 의 눈가에 글썽이는 눈물을 놓쳐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지 금 느껴야 할 몸의 감각과 감정의 울림조차도 어느새 알아차림 속 에서 멀어져 버린다. 당신의 과거와 미래가 머릿속을 가득 채우며 눈앞에 존재하는 현재 에 장막을 드리우기 때문에. 시간이라는 착각 속에서 현재를 살아가다 심리학자이자 상담자로서 나의 역할은 오늘의 당신을 만든 기억 과 생각을 존중하되, 지금 현재를 충실하게 살도록 돕는 것이다. 과거를 묻는 것은 해결되지 않은 지난 감정과 생각의 소용돌이에 묻혀 놓쳐버리는 현재를 다시 살리기 위해서이다. 과거의 기억으 로 얼룩진 당신의 안경을 깨끗하게 닦아주는 과정인 것이다. 무엇 이 과거로부터 온 유산이고, 무엇이 지금 여기 현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인지 맑은 시야로 볼 수 있게끔 말이다. 나를 마주한 당신 에게 미래를 묻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앞날에 대한 두려움을 딛 고 일어서게끔 하는 과정이다. 불안한 미래를 상상하며 용기를 잃 은 당신에게 희망이 있는 미래를 꿈꾸도록, 그래서 지금 현재를 놓치지 않고 살게끔 하는 과정인 것이다. 그렇다. 상담자인 나는 사람들이 현재를 충분히 알아차리며 살아 가게끔, 그래서 기억과 관념 속으로 도망가지 않고 눈앞에서 벌어 지는 삶을 마주하게끔 돕는 일을 한다. 알고 보면 과거도 미래도 없기 때문에. 우리에겐 오직 현재뿐이기 때문에. 시간의 유한성이 만드는 삶의 가치와 의미 그런데 이 현재라는 것도 언젠가는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인간 이라면 누구나 필연적으로 죽음을 직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 의 유한성으로 인해 모두들 각자의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우리 들은, 저마다 주어진 삶의 타이머를 들고 생의 트랙을 돌고 있다. 언젠가는 이 삶이 끝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불안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그 때문에 삶의 무게를 실감한다. 당장 6개월 후에 죽는다면 무얼 하겠어? 누군들 이 질문 앞에 서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신이 아닌 이상 6개월 후, 당신이 여전 히 존재할 것이라고 누가 확신할 수 있겠는가? 시간의 유한성과 죽음이 일으키는 불안, 그 불안 때문에 삶은 더 가치 있는 것이 된다. 그리고 자칫 허무해질지 모를 삶은 의미를 가진다. 한 순간 도 놓치고 싶지 않게끔 말이다. 따라서 삶을 충실히 살아간다는 것은 지금 마주한 이 순간을 알아차린다는 것, 그리고 현재 밖에 없는 삶 속에서 이 알아차림의 순간이 확장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다시 질문을 던질 차례다. 당신은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 가. 아니면 과거와 미래, 어딘가에서 표류하고 있는가. 20 VOM 2015 Winter 21
View 06 우리 시대의 건강한 나이듦에 대하여 글. 조비룡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건강노화 를 추구하는 노화클리닉 을 담당하면서 이를 위해 첨단 의학과 컴퓨터 기술을 적극 활용하 지만, 이의 한계도 같이 느끼고 있다. 초고령사회의 행복한 건강노화를 위해서는 첨단 기술과 부단한 노력 못지않게, 나눔, 배려, 사회참여와 같은 덕목들이 중요함을 환자들과 나누려 노력하고 있다. 최 근에는 이런 가치관을 제도화하기 위해 정부와 함께 일차의료에서의 임상예방서비스 를 구축하기 위 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A stone with mosses>, 캔버스에 혼합재료, 41 31.5, 2015 병원을 찾는 두 환자의 이야기 매년 정기검진 때만 되면 우리가 권해드리는 검진스케줄에 값비 싼 검진항목을 꼭 한두 개 추가하시는 김회장님은 겉보기에도 정 말 건강하다. 여든이 다 되셨는데도 혈압약 하나만 드시는 정도 의 건강에, 허리도 곧고, 목소리도 우렁차고, 성공한 중견기업에 다 이를 이어갈 자녀마저 있으니 어느 모로 보나 건강하고 성공하 신 분 같다. 하지만 이런 김회장님이 나타나면 우리 직원들은 긴 장하기 시작한다.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로, 자신감이 철철 넘치는 김회장님께 언제 어디서 어떤 꾸중을 들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김회 장님도 병원만 오시면 혈압이 오르긴 마찬가지다. 모든 곳에서 완 벽을 추구하는 김회장님께 꼭 하나씩 빠트리고 온전히 챙겨주지 못하는 간호사들은 게으르게 보이고, 자신의 콩팥과 갑상선에서 발견된 조그마한 물혹은 속상하고 걱정스러우며, 매번 괜찮다고 만 하는 주치의는 야속할 뿐이다. 당뇨의 합병증으로 발생한 만성 신질환으로 최근 인슐린 치료를 시작하신 변회장님은 매번 증가되는 치료로 짜증이 나실 만도 한 데, 우리 직원들에게는 천사로 통한다. 병원 방문 때마다 챙겨주 시는 요구르트며, 길어지는 대기시간으로 불평하는 환자들이 생 기면 본인도 바쁘고 짜증이 날텐데 우리 직원들을 감싸고, 심지 어는 그 환자와 순서를 바꾸어 가며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김회장님은 최근 또 다른 고민이 하나 생긴 것 같다. 아마 상속관 련한 문제인 것 같은데, 자녀들간의 문제가 생겨 해결이 쉽지 않 은 모양이다. 다행히 검진 결과는 문제가 없었지만, 몸무게도 빠 지고 잠이 잘 오지 않을 정도여서 혈압의 변동폭이 더 커졌다. 변회장님은 지난 외래 방문에서 본인의 몸을 사후에 기증하겠다 는 의사를 밝히며 해맑게 웃으셨다. 의과대학의 담당 부서로 안내 해 드리는 담당 주치의 표정이 평정을 유지해야 할지, 같이 웃어 드려야 할지 표정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았다. 같이 진료하는 우리 전공의 선생님과 직원들에게 물어보았다. 두 분 중 누가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이느냐고. 아마도 객관적인 건 강수치만 보거나, 일반인들에게 질문했다면 김회장님 이라고 답 변했겠지만, 대부분의 의사와 간호사들의 대답은 병도 많고 기대 수명이 더 길지 않은 변회장님 이었다. 물론 감정이 섞인 답변이지 만, 의미하는 바가 있다. 22 VOM 2015 Winter 23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이후 나타나는 건강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 최선을 다할 때에도 모든 것을 희생하는 최선보다는 중용( 中 庸 ) 의 자세가 좋다. 건강과 공존하는 삶의 가치들 우리나라의 경제와 의료가 발전하면서 변회장님 도 자주 보게 되 지만, 최근에는 김회장님 이 훨씬 많아지는 느낌이다. 김회장님은 건강에 관심이 많고 나름 관리를 잘하여 만수무강하실 것 같은 데, 의외로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갑작스런 사고나 급격한 건 강악화를 보이는 경우가 예상외로 흔하다. 이분들은 대체로 건 강 이 삶의 목표에 해당하는 것 같다. 이분들은 본인의 건강을 위 해 여러 가지를 희생한다.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도 희생하고, 인 생의 다양한 가치들도 잊기 시작한다. 건강을 위해 많은 것을 희 생한 이분들에게 예상외의 질병이나 몸의 기능 저하는 받아들이 기 어려운 대상이다. 한번 병이 발생하고 조절이 잘 되지 못하면 오히려 더 쉽게 전의를 상실하거나, 반대로 적절하지 못한 화로써 몸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이분들에게서 자주 발생하는 질병은 우리가 흔히 기능성질환이라고 이야기하는 자율신경계 문제들 이다. 잠이 안 오고, 소화가 안 되고, 피로하고 두통이 발생한다. 여러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지만, 본인은 힘들어 한다. 이 문제를 밝혀주지 못하는 의사와 병원이 야속하여 또 다른 명 의와 병원을 찾아보지만, 마찬가지이고 결국은 상업성이 강한 돌 팔이 치료에 피해를 보기도 한다. 변회장님 들은 이미 죽음을 받아들인 분들이 많다. 이분들이 죽 음을 편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를 살펴보면, 자신의 가족과 후배 들, 심지어는 우리 사회가 본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그래서 자신 의 뒤를 잇는다는 감정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건강에 관계없이 가족과 주위 사람들에게, 그리고 사회에게 많은 공을 들인다. 자신의 손자들의 성공 못지않게 이웃과 사회의 여 러 미담들에 기뻐하고 이를 확장시키려 노력한다. 자신의 건강 못 지않게 주변인들의 건강에도 좋아한다. 주위에 양보하고 기증하 는 것에 진정한 기쁨을 느끼다 보니 이분들에게는 기쁠 일이 정 말 자주 흔하게 일어난다. 성공적인 노화는 마음에 깃든다 흔히들 건강수명이라고 하면 신체적 건강을 우선 떠올린다. 실제 로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싹트기 때문에 건강한 신체는 건 강수명과 행복의 기본이다.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김 회장님의 지식과 태도가 필요하다. 건강을 악화시키는 술, 담배 를 멀리하고, 과로를 삼가고 규칙적이고도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 져야 한다. 하지만 이런 신체의 건강이 삶의 최고 목적이 되어서 는 곤란하다. 진정한 성공인생에 중요한 정신적 행복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신체와 행복한 정신에 하나 더, 적극적 인 사회참여가 이루어질 때 우리는 성공적인 인생 또는 성공 노 화 라고 부른다. 그래서 김회장님의 건강한 육체와 변회장님의 건전한 정신이 모 두 같이 있다면 제일 좋다. 하지만 불행히도 모든 건강문제, 특히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여러 질병과 기능의 저하를 아직은 모두 막아낼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다가오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어떤 자세로 받아들이느냐가 정말 중요하다. 김회장님과 같이 싸 우는 자세로는 크게 당할 수 밖에 없다. 진정한 건강수명을 위해 서는 신체적인 건강 을 체념할 줄 아는 자세도 필요하다. 그래서 진정한 건강수명을 추구하는 길을 진인사대천명( 盡 人 事 待 天 命 ) 에 비유하기도 한다.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이후 나타나 는 건강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최선을 다할 때에도 모든 것을 희생하는 최선보다는 중용( 中 庸 ) 의 자세가 좋다. 100 세를 넘기고 건강한 삶을 누리고 있는 여러 사람들의 생을 살펴보 면 이러한 생각이 맞다는 것을 한번 더 느낄 수 있다. 이 분들은 최고로 돈을 많이 번 분도 아니고, 명예나 권력이 가장 강한 사람 들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대부분은 다행히 진정한 건강수 명을 오래오래 누릴 수 있는 좋은 후보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위 : <A stone with yellow mosses>, 순지에 혼합재료, 72 74, 2015 아래 : <A stone with mosses>, 순지에 먹과 콩테, 72 74, 2014 24 VOM 2015 Winter 25
돌 이라는 작은 물질에 담겨 있는 억겁의 시간. 그리고 시간을 빚어낸 빛과 흙, 바람과 물. 그 가운데 또 다른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을 나타내는 이끼 의 피어남이 점 의 형태로 담겼다. 응축된 세월을 뚫고 생명으로 피어 오른 이끼를 보라. 이것은 단단한 시간 과 생 生 의 기운에 대한 이야기다. <A stone with mosses>, 순지에 혼합재료, 135 262, 2015 26 VOM 2015 Winter 27
Open Talk 여전히 뜨거운, 낭만에 대하여 이비인후과 오승하 교수와 가수 최백호 정리. 박채림 사진. 이규순 서울 아현동 6차선 대로 아래, 지하보도를 개조해 만든 뮤지스땅스 합주실에 이른 저녁부터 기타 연주가 울려 퍼졌다. 사이먼앤가펑클에서 카펜터스로, 다시 피터폴앤마리로 이어지는 포크 선율에 읊조리듯 흘러 나오는 노랫소리. 서울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오승하 교수와 가수 최백호가 한 대의 기타를 두고 주고받은 아름다운 화음에 관한 이야기다. 28 VOM 2015 Winter 29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테이프가 너덜너덜해지도록 팝송을 외고 또 외며 홀로 기타를 연주하던 기억이 있기에 이비인후과 오승하 교수에게 있어 듣는다는 것의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생의 아름다운 멜로디가 모두에게 공평하도록, 인공와우 수술에 삶을 바친 그의 바람은 그래서 더 눈부시다. 낭만 소년, 기타를 만나다 오승하 : 최백호 선생님께서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선생님을 뵌 적이 있습니다. 일전에 경제적으로 소외된 청각장애인들에게 인공와우 수술과 보청기를 지원하는 사랑의 달팽이 후원 공연 무대에 오르신 적 이 있으시지요. 저도 의료인으로서 행사에 참석했었는데 그때 인연이 잠 시 닿았던 기억이 납니다. 최백호 : 7년 전 즈음의 일이지요. 저도 기억이 납니다. 시간이 꽤 지났는 데 이렇게 다시 뵙게 되어 참 반갑습니다. 처음 오늘 만남에 대한 얘기를 듣고 의사선생님께서 기타를 치신다고 하시기에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 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전에 들려주신 트윈폴리오의 웨딩 케이크 는 정말 의외였어요. 실력이 수준급이시더군요. 기타는 언제부터 연주하기 시작하셨나요? 오승하 : 취미로는 꽤 오래되었네요. 어릴 적엔 피아노를 조금 쳤어요. 그 러다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기타를 샀습니다. 최백호 선생님과 연배가 비 슷한 사촌형님이 계셨는데 어린 제게 사이먼앤가펑클이나 밴 모리슨의 음반을 사주셨어요. 당시는 막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시절이어서 저도 영어 가사를 욀 겸 음악을 듣다가 자연스럽게 기타를 배우게 됐죠. 아시 겠지만 1970년대 초에는 다들 기타를 배웠잖아요. (웃음) 그러다가 대학 에 가서 친구들과 그룹을 만들었지요. 피터폴앤마리나 트윈폴리오처럼 포크 음악을 주로 연주했습니다. 최백호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기타를 배 우게 되셨나요. 최백호 : 교수님 말씀처럼 그 시절엔 다들 독학으로 기타를 배웠지요. 제 가 십대 때만 해도 트윈폴리오나 이장희, 김민기 같은 가수들이 한창 음 악을 하던 시절이에요. 저도 그 시절에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기타를 배웠죠. 전 부산에 살았으니 친구들과 어울려 바닷가에서 밤낮으로 기타 를 치고 놀았어요. 사실 꿈은 화가였거든요. 중학교 때까지 미술반 활동 을 하면서 당연히 그림의 길로 접어들 줄 알았지요. 하지만 어머니가 돌 아가시면서 미대 진학에 대한 꿈도 접게 되었습니다. 대학 낙방을 하고 천생 재수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형편이 여의치 않더군요. 그래서 같이 음악하는 친구들과 부산 음악살롱 무대를 전전하며 공연을 시작했 어요.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었으니 저는 처음부터 생계형 가수였던 셈 이죠. 그러던 것이 반응이 좋아 서울에서 앨범을 내고 지금에 이르게 되 었습니다. 오승하 :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저도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곡을 들으면 서 기타를 배우던 생각이 납니다. 당시엔 악보도 없어서 무조건 귀로 주 법을 익혔잖아요. 지금은 악보며 주법이 잘 나와있어서 새삼 세상이 많 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면 처음부터 자작곡을 쓰셨나요? 최백호 : 처음엔 저도 다른 밴드의 음악을 카피해서 부르다가 가수가 되 고 나서는 작곡가들에게 곡을 받았죠. 저는 기타실력이 부족해서 작곡 까지는 생각도 못했어요. 그런데 곡을 받아 부르다 보니 마음에 들지 않 는 때도 있더라고요. 신인가수가 곡에 이렇다저렇다 할 형편이 못되니까 제가 곡을 만들어서 부르자는데 생각이 미쳤죠. 영 엉터리에요. 제 곡은. (웃음) 다만 제가 학창시절에 공부는 부족했지만 만화책은 아주 열심히 봤거든요. 거기서 보고 느낀 것들을 토대로 가사를 조금씩 쓰기 시작했 지요. 그러다가 조금씩 곡도 쓰게 됐고요. 교수님께서도 워낙 오래 기타 를 치셨으니 써두신 곡이 있을 것 같은데요. 절박함과 열정 사이, 음악이 가져다준 위로와 용기 오승하 : 저는 완성한 곡은 없습니다. 대학 때는 저도 곡을 써보려고 했 어요. 그런데 실패했죠. 당시 대학친구들하고 방송제 공연도 하곤 했거 든요. 막상 해보니 곡을 쓴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곡을 써보 려고 하니 한 여덟마디쯤 쓰면 막혀서 진도가 나가질 않아서요. 30년째 그대로 멈춰버렸습니다. (웃음) 밴드를 꾸려나가고 있지만 음악을 좋아하 는 것과 곡을 쓴다는 건 완전히 다른 작업인 것 같아요. 선생님 곡을 듣다 보면 쓸쓸하면서도 우울한 정서가 절로 제 마음에 스 미는 것 같습니다. 마냥 우울한 것이 아니라 멜로디에 마음 한 구석이 사 로잡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요. 그런 힘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최백호 : 그건 아마 제가 자라온 환경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 삶의 질 곡마다 평탄치 않은 순간들이 있었고 그때마다 절박한 심정으로 노래를 불렀어요. 그런 순간들이 제 음악의 정서를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도 말씀하신 것처럼 곡을 쓰다가 멈춰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그냥 그대로 두었다가 시간이 지나 꺼내보면 의외로 잘 풀릴 때가 있 더라고요. 그러니 교수님도 포기하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연주가 아주 좋으신데 그대로 썩혀두긴 아까워요. 연습은 주로 어디서 하시나요. 30 VOM 2015 Winter 31
가수 최백호에게 음악은 낭만이자 생계이고 삶의 그늘인 동시에 영광이다. 담담한 노랫말로 시대를 어루만져온 그는 이제 젊은 음악인을 키워내고 감싸 안으며 창작자들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자처하기 시작했다. 오승하 : 예전엔 저도 저렴한 연습실을 전전하다 집 지하실에 작은 연습 실을 만들어서 기타와 퍼커션 정도를 두고 연습하고 있습니다. 지인 분 의 건물 지하 연습실을 쓸 때도 있고요. 최근에는 컴퓨터 장비만 있으면 세션을 넣어서 곡 작업도 가능하니 조금씩 익혀나가고 있어요.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저도 곡을 다시 써보고 싶다는 용기가 생깁니다. 최백호 : 이렇게 음악에 열정이 있으신 줄은 몰랐습니다. 만약 앨범을 내 실 의향이 있으시거든 제게 연락을 주세요. (웃음) 오늘 모신 공간은 뮤 지스땅스라는 독립음악가들을 위한 창작지원공간인데요. 6차선 대로 밑 에 있는 지하보도를 리모델링해서 만들었지요. 올해는 주경야락 이라고 해서 직장인 밴드를 모아 콘테스트를 열었는데 교수님 밴드도 참여하셨 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콘테스트에 참여한 밴드는 재즈피아니스트 조윤 성씨가 멘토링을 맡아주고 계세요. 프랭크 시나트라 밴드의 수석 피아니 스트 출신이시죠. 또 저희가 밴드연습실이나 공연장, 녹음실 장비에 공 을 많이 들였어요. 아마 레코딩하시는데 부족함이 없으실 겁니다. 오승하 : 말씀을 들으니 저도 욕심이 생기네요. 사실 우리나라는 음향 부 문에는 발달이 미흡하잖아요, 음악인으로써 장비에 신경을 많이 쓰신 이 유를 알 것 같습니다. 해외만 해도 음향학이라는 학문을 따로두고 연구 를 하죠. 유럽에는 공대에 청각 관련 학과가 있고요. 그곳에서는 보청기 를 만들고, 청각과 관련해 음향을 기술적으로 얼마나 완전하게 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하지요. 이비인후과 학문과도 연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요. 이런 연구는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와 같이 음 악이 귀에 가장 잘 전달될 수 있는 건축물로 구현됩니다. 청각에 대한 논 의가 단순히 듣는다는 것을 떠나서 어떻게, 얼마나 잘 듣느냐의 시대로 변하고 있는 거죠. 최백호 : 맞아요. 많은 공연을 다녀봤지만 우리나라 음향시설에는 항상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비인후과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는데 연구분야가 음향이나 건축에도 연관되어 있다니 새삼 놀랍습니다. 음악에 대한 애정 이 있으시기에 잘 듣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신 걸까요. 교수 님께서는 인공와우 수술을 통해 많은 난청 환자에 희망을 선물하셨다고 들었습니다만 특별히 이비인후과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최백호 : 초기에 난청검사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군요. 오승하 : 맞습니다. 난청 퇴치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정 부차원에서 태어나는 아이들 모두에게 무조건 난청검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저소득층 가 정의 아이들에게만 청력검사를 지원해주고 있고 나머지 가정에서는 사 비로 검사비를 충당하고 있는데요.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난청검사를 모든 신생아들이 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다양한 노력을 기 울여갈 예정입니다. 듣지 못하는 사람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요. 최백호 선생님의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최백호 : 저는 독립음악인들을 위한 공간인 뮤지스땅스를 잘 꾸려나가 는데 집중하려 합니다. 음원 중심의 현재 음악 생태계에서는 음악가들이 먹고 살기 위한 수익원이 너무 부족해요. 음원사이트에의 불공정한 수익 분배나 방송사 등에서 주관하는 무료 공연들로 인해 유료 관객들이 사 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젊은 음악인들을 키울 수 있는 길을 찾고 있습니 다. 우리 공간이 튼튼하게 성장해서 오승하 교수님의 앨범을 레코딩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그리고 의료 분야에 있어 좋은 일 을 위해 우리 음악인들의 목소리가 필요한 때에는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오늘의 인연이 더 좋은 곳에 쓰여지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오승하 교수는 서울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로 난 청 질환을 주로 담당하며 오랜 시간 인공와우 수술에 힘 써왔다. 대한이과학회 회장이자 동아시아 이과학회 사무 총장으로 대한이과학회의 위상을 국제적으로 알렸다. 이 비인후과 출신 의사로 구성된 밴드 ENT의 리드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기도 하다. 잘 듣고,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오승하 : 처음 이비인후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인턴 시절이었습니다. 제가 대학에 다닐 때만해도 듣지 못하는 사람은 보청기의 효과가 없다면 평생 그 상태로 살아야 한다고 배웠지요. 그렇게만 알고 있다가 어느 날 제 스승님께서 집도하시는 인공와우 수술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 고 얼마 후 인공와우 수술을 받았던 난청환자가 전화를 받는 모습을 봤 어요. 의학의 또 다른 문이 열린 거죠. 그 모습을 보고 이비인후과로 진 로를 정했습니다. 난청은 매우 흔한 질환입니다. 부모님이 난청이 아니어 도 그렇습니다. 그만큼 난청 유전자가 우리 몸 속에 많다는 이야기지요. 난청의 경우 조기에 발견해서 인공와우 수술을 하면 환자의 90%는 일반 학교에 진학해 평범한 생활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인공와우 수술이야 말 로 20세기 최고의 발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지요. 가수 최백호는 1976년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로 데뷔하여 낭만에 대하여, 부산에 가면, 영일만친구 등 공전의 히 트곡을 남겼다. 현재 독립음악가들을 위한 복합공간 뮤지 스땅스 소장으로 독립음악가들을 키워내고 있다. 32 VOM 2015 Winter 33
SNUH History 오늘의 영광과 내일의 희망이 교차하다 서울대학교병원 시계탑의 역사 의과대학 학생은 물론 병원을 지나치는 사람들에게도 시계탑은 만남의 장소였습니다. 대한의원 서쪽 날개채에서는 학생들의 임상강의와 의사들의 임상회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도 했지요. 구술. 정희원 정리. 편집실 일러스트. 방현일 대한의원은 1907년 고종황제의 칙령에 의해 대한제국이 설립한 국립병원이다. 서울대학교병원 안에는 대 한의원 본관이 남아 있으며, 이곳에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탑시계가 남아있다. 그래서 서울대 학교병원 사람들은 이 건물을 시계탑 이라 부른다. 서울대학교병원의 역사와 전통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한국의료사의 격동의 현장을 지켜본 시계탑의 어제와 오늘을 소개한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탑시계 2015년 겨울, 오늘로서 서울대학교병원 탑시계의 나이가 109세가 됩니다. 고종과 순종 두 황제의 뜻으 로 대한의원이 설립된 이후, 탑시계에는 임금이 백성의 시간을 관장한다는 전통적인 의미와 대한제국이 표방한 근대화에 대한 의지가 함께 녹아 현재에 이르렀지요. 재정이 어려웠던 대한제국을 생각하면 대 규모의 서양식 국립병원을 지어낸 의지도 대단하지만, 먼 유럽의 시계 제작 기술을 들여와 근대식 시계 를 만든 황제의 뜻이 새삼 놀랍게 다가옵니다. 영국의 시계공들은 저 먼 바다 건너 대한제국이 어떠한 곳일지 상상이나 했을까요? 이곳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만 그 먼 길을 따라 다시 수리를 맡 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정교하게 시계를 만들었던 시계 장인들의 장인정신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을 뿐 입니다. 물론 세월에 밀려 고장이 나기도 하고 역사의 부침에 방치되어야 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과거의 세심한 기술력은 시계에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1969년 제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했던 당시만 해도 병원 주변의 풍경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습 니다. 서울대학교병원 터는 과거 마등산이라고 불렸던 야트막한 언덕의 꼭대기에 위치해 있었기에 종로 저 멀리에서도 병원의 시계탑이 내다보일 정도였지요. 붉은 벽돌과 흰 화강석으로 시공한 대한의원의 화려한 외관과 탑시계는 오랜 시간 서울대학교병원의 자부심을 상징해왔습니다. 그 때문에 의과대학 학생은 물론 병원을 지나치는 사람들에게도 시계탑은 만남의 장소였습니다. 고단 한 학생들은 대한의원 앞 잔디밭에 앉아 시름을 녹이기도 하고, 연인들은 시계탑 앞을 단골 데이트 장 소로 삼기도 했지요. 지금은 해체되고 없지만 대한의원 서쪽 날개채에서는 학생들의 임상강의와 의사 들의 임상회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신경외과 레지던트 시절, 병원에서 거의 매일 당직 을 해야했던 제게도 시계탑 앞 잔디밭은 특별한 장소로 기억됩니다. 여벌옷과 도시락을 싸가지고 병원 앞에 찾아온 아내를 만나 허겁지겁 끼니를 때우면서도 곁눈질로는 몇 번이고 탑시계의 시계바늘을 쳐 다봐야 했습니다. 15분이 10분으로, 5분으로 줄어드는 것을 보며 아내와 못내 아쉬운 작별을 했던 기억 이 납니다. 이른 아침, 멀리서 탑시계의 분침을 바라보며 분주히 뛰어가던 출근길의 기억도 생생합니다. 1980년대 전자시계가 돌아가면서부터 배터리 교체를 깜빡 잊으면 시계가 멈춰버리던 날도 있었습니다. 어쩌다 시계가 멈추기라도 하면 병원의 누군가 시계탑 건물에 전화를 걸어 시계가 멈췄다는 제보를 앞 다투어 보내기도 했지요. 탑시계는 그렇게, 한 개인이 아닌 100여 년의 세월 동안 이곳을 거쳐간 병원 직 1910년대 시계탑의 모습.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서쪽날개채(그림의 왼편 건물)에는 임상강의실과 수술실이 있었다. 원과 환자, 그리고 동시대를 살았던 수많은 이들이 함께 만들어온 시간이자 자부심인 셈입니다. 34 VOM 2015 Winter 35
우리 병원의 역사와 전통을 과거의 선배들과 미래의 후배들이 함께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상징은 앞으로도, 미래까지도 대한의원 시계탑일 것입니다. 복원사업이 결정되자 우리 의료사에 귀중한 유산인 탑시계를 복원하기 위해 저와 함께 병원 경영에 참 여했던 보직교수님들이 기꺼이 기금을 조성해주셨습니다. 이후의 과제는 국내에 유례를 찾기 어려운 탑 시계를 복원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보유한 장인을 찾는 것이었지요. 그런 의미에서 시계 복원을 맡 아준 정윤호 장인을 뵙게 된 것은 그야말로 귀한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윤호 장인은 2013년 말 시 계를 점검하고 부품을 분해, 세척하고 망실 부품을 원형과 같이 만들어 조립하면 다시 정상적으로 복원 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다만 부품이 추가적으로 마모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복원된 시계는 시 계탑 건물 내부에 전시하고, 시계탑 외부의 시계는 기존의 전자식으로 작동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의 역사와 전통을 담아 미래로 그렇게 100여 년의 시간을 거슬러 서울대학교병원의 탑시계는 오늘날 과거의 영광 그대로 우리 곁에 모 습을 다시 드러냈습니다.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도 있습니다. 우리 병원의 교직원들이 서울대학교병원 의 유구한 역사를 담은 시계탑에 대해 아직은 너무 모르고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우리 병원의 역사 와 전통을 과거의 선배들과 미래의 후배들이 함께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상징은 앞으로도, 미래까지도 대한의원 시계탑일 것입니다. 우리 병원을 축복하는 사람들 또한 이 시계탑으로 서울대학교병원을 기억 하겠지요. 시계탑에는 오래된 전통이 하나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의사들이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면 항상 시계 탑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것입니다. 저의 선배들로부터 지금의 후배들까지 항상 변하지 않는 약 속이랄까요. 고된 레지던트 과정을 끝냈다는 뿌듯함과 전문의로서 첫 발을 내딛는 설렘과 자부심 뒤에 는 언제나 서울대학교병원 시계탑이 있었습니다. 우리 병원의 숭고한 과거와 오늘, 미래의 영광들까지 도 모두 품은 채로요. 서울대학교병원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시계탑이 언제나 변치 않고 우 뚝 서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대한의원 시계탑 앞에 선 레지던트 시절의 정희원 前 원장과 동료들 탑시계의 변천, 그리고 역사를 보존하는 마음 1907년 대한의원 설립 당시 탑시계에는 로마숫자 자판에 브레게 스타일 의 곡선바늘, 피뢰침에는 닭 모 양의 철제 풍향계가 달려 있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후 탑시계의 유리가 파손되었다가 1959 년 내외부를 모두 수리했다는 기록으로 미루어보아 한국전쟁 중 크게 파손되었던 것을 외부만 수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자판은 숫자가 선으로 표시되었고 바늘은 직선 형태로 바뀝니다. 역사의 부침에 따 라 탑시계 역시 고난의 순간을 겪었습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이신 김용일 선생이 의과대학 3학년 때 문예지 함춘월보 에 기고한 글에는 탑시계의 안위를 걱정하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습니다. 대 한의원 시계는 환자들에게는 생명을 지켜줄 희망과도 같아, 멈추어 있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는 글귀에는 탑시계가 방치되는 것을 걱정한 젊은 의대생의 분연한 의지가 엿보입니다. 이후 1980년대에 이르러 잦은 고장으로 멈춰있는 날이 많았던 기계식 시계가 퇴역하고 전자시계의 시 대를 맞이합니다. 풍향계 역시 사라져버리고 시계 자판은 아라비아 숫자로 바뀌었습니다. 시계는 다시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지만 25kg의 무거운 추를 시계탑 2층까지 끌어올렸다가 중력에 의해 내려오는 힘으로 돌아가던 과거의 기계식 작동은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이후 세월이 흘러 제가 병 원장으로 취임하고, 정준기 의학역사문화원장의 아이디어로 탑시계 복원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 어졌습니다. 대한의원 본관(시계탑 건물) 중 엄밀한 의미의 탑시계 부분 정희원( 前 서울대학교병원장) 1975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이래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외과 전공의를 거쳐 뇌종양 연구에 매진했다. 대한두개저외과학회 회장, 대한뇌종양학회 회장, 대한신경외과학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으 며 서울시보라매병원장을 거쳐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대학교병원장을 맡아 병원 행정에도 뛰 어난 성과를 보였다. 2009~2013년 세계신경외과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최근 각 분야 순위를 정 하는 온라인 잡지 JO LEE Magazine 의 세계의 신경외과 의사 16인 에 선정되기도 했다. 36 VOM 2015 Winter 37
SHUN culture 한약업자들, 근대 약업( 藥 業 )을 시작하다 당시의 약품은 한약에서 양약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했다. 특히 약재업 을 하던 한약업자들이 기존 한의학 처방대로 만든 한약에 상표를 붙여서 이 약으로 말할 것 같으면 시장에 내놓은 것들이 많았다. 한약 소화제인 령신환( 靈 神 丸 ) 의 경우, 천 일약방( 天 一 藥 房 )에서 천일령신환 을, 조선매약( 朝 鮮 賣 藥 )에서 언문령신 환 을 만들어 경쟁했다. 활명수( 活 命 水 )처럼 한약재에 양약재를 섞어 만든 동서합작( 東 西 合 作 ) 형의 신약( 新 藥 )도 있었다. 금계랍( 金 鷄 蠟, 키니네) 같은 수입 양약도 유통되었다. 1910년대에는 제생당( 濟 生 堂 ), 화평당( 和 平 堂 ), 천일약방, 동화약방( 同 和 藥 글. 김상태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역사문화원 교수) 서울대학교에서 한국근현대사를 전공하고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부터 흥미진진하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한국 근현대 의료문화사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사진과 함께 보는 한국 근현대 의료문화 사, 제중원 이야기 등이 있다. 房 ), 조선매약 등이 이런 매약업( 賣 藥 業 )을 주도했다. 1930년대에는 평화당 ( 平 和 堂 ), 신기신성당( 神 崎 神 聖 堂 ) 등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신문광고와 통신판매제도 등이 본격화되면서 판매 경쟁도 날로 치열해졌다. 한약 소화제인 령신환( 靈 神 丸 ) 의 경우, 천일약방( 天 一 藥 房 )에서 천일령신환 을, 조선매약( 朝 鮮 賣 藥 )에서 언문령신환 을 만들어 경쟁했다. 활명수( 活 命 水 )처럼 한약재에 양약재를 섞어 만든 동서합작( 東 西 合 作 ) 형의 신약( 新 藥 )도 있었다. 금계랍( 金 鷄 蠟, 키니네) 같은 수입 양약도 유통되었다. ➊ ➋ ➌ 장터를 누빈 약장수 자, 이 약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의학박사 아무개 선생이 10년 연구 끝에 개 발한 신약으로 이번에 저희 약방에서 장터에서 울려 퍼지는 약장 수의 구성진 목소리. 풍악이 울리며 분위기를 띄우면, 호기심 어린 눈으로 기웃거리던 마을사람들은 결국 호주머니를 털어 만병통치약 몇 병을 사 고야 만다. 요즘처럼 약국이 많지 않던 일제강점기, 약장수는 지방 장터를 돌며 서민들에게 약을 공급하던 중요한 존재였다. 일본인 매약업자( 賣 藥 業 者 )들, 일본 약품을 들여오다 일본인 매약업자들은 1898년 이래 부산, 인천, 원산 등 개항지를 중심으로 조선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비누, 치약 등의 생필품을 팔다가 점 차 약을 팔기 시작했다. 서울의 아라이약방( 新 井 藥 房 )과 야마기시천우당 약방( 山 岩 天 佑 堂 藥 房 ), 기타시마약방( 北 島 藥 房 ), 모리카와약방( 森 川 藥 房 ), 기무라약방( 木 村 藥 房 ), 부산의 오쿠로약방( 大 黑 藥 房 ), 평양의 모리다약방 ( 森 田 藥 房 ) 등이 대표적이었다. 그 밖에도 대구, 마산, 목포, 군산 등 일본 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대도시와 항구도시에 일본인 매약업자들이 많았다. 일본인 약행상은 러일전쟁이 끝난 후 제대한 일본 군인 출신이 대부분이 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진탄( 仁 丹, 오늘날의 은단), 용각산, 대학목약( 大 學 目 藥 ) 등 수많은 일본 약품이 우리나라 시장에 쏟아져 들어왔다. 1 화평당약방의 매약 행상원 모집광고(1913) 2 조선매약 령신환 ( 靈 神 丸 1910년대) 3 동화약품 활명수(일제강점기) 38 VOM 2015 Winter 39
➍ 1화평당약방 자양환 滋 陽 丸 (1915) 2 일 제 강 점 기 약 품 신 문 광 고 로 보 는 근대적인 제약회사가 등장하다 매약업이 정착되고 약품 시장이 확대되면서 양약 수요도 늘어났다. 이에 1920년대부터 조선인들의 힘으로 양약을 만들어 파는 제약회사들이 등장 하기 시작했다. 유한양행과 금강제약이 대표적이었다. 이 회사들의 창립자 인 유일한과 전용순은 미국이나 일본에서 외국 약품을 수입하는 무역업 오른쪽의 쇠약한 사람이 자양환을 복용하면 차차 왼쪽의 비만강장( 肥 滿 强 壯 ) 한 사람이 된다는 내용이다. 당시에는 살찐 사람이 건강하다고 인식했음을 알 수 있다. 3 4 동화약방 활명수(1929) 기사회생( 起 死 回 生 ) 영약( 靈 藥 ) 이라는 문구와 이 약 사실 때 반드시 부채 상표를 주의하시오 라는 광고 문구가 흥미롭다. 종사자들이었다. 이들은 무역업에서 번 돈을 투자해 근대적인 제약 기술 을 갖춘 조선인들을 기용하고 본격적으로 제약업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4 진탄( 仁 丹, 오늘날의 銀 丹 ) 광고지(1930년대) 대례복( 大 禮 服 )을 입고 카이젤 수염을 기른 인물은 진탄의 효능을 알리는 외교관을 상징한다. 광고지를 보면, 진탄은 기사회생하는 신약( 神 藥 ) 이자 외출 및 여행 시의 필수품 으로 묘사되어 있다. 5 이호벽의 약제사 시험 합격증(1920) 조선인 약제사( 藥 劑 師, 약사)의 탄생 근대적인 약제사를 배출하려는 대한제국의 첫 시도는 1899년에 공포된 병원(국립병원, 1900년 광제원으로 개칭)관제 에서 찾을 수 있다. 병원에 제약사를 두어 각양 약료( 藥 料 )를 검사하고, 학도 몇 사람을 두어 제약법 ( 製 藥 法 )과 화약법( 化 藥 法 )을 학습하게 할 것 이라는 조항이 마련된 것이 다. 실제로 도쿄의학교에서 근대 약학을 배운 유세환( 劉 世 煥 )이 1902년 광 제원 의관이 되었다. 그는 1904년 국립 의학교육기관인 의학교( 醫 學 校 ) 교관이 되어 근대적 약학교육도 시작했다. 그러나 조선인 약제사의 탄생은 1918년에 비로소 이루어졌다. 이관영( 李 觀 泳 )이 조선인 최초로 약제사시험을 통과해 13호 면허증을 취득한 것이다. 이어서 1921년에는 조선약학교(서울대학교 약대의 전신) 제1회 졸업생인 천일약방 됴고약(1934) 일제강점기의 가장 대표적인 고약이었던 됴고약 ( 趙 膏 藥 )의 신문 광고. 천일약방 창업자인 조근창 ( 趙 根 昶 )의 성씨를 따서 상표 이름을 붙였다. 엄마가 다른 고약은 안 되고, 꼭 됴고약을 사오라고 했다 는 아이들의 대화 내용이 흥미롭다. 기나뽄(일제강점기) 폐렴, 유행성 감기, 말라리아 등에 걸렸을 때 복용하던 기나뽄의 신문 광고. 주성분은 키니네였다. 5 제생당대약방 청심보명단 淸 心 保 命 丹 (1911) 소화제인 청심보명단이 위에 들어가 활동을 시작하자, 위에 남아 있던 음식물이 도망치는 모습을 재미있게 그렸다. 이호벽( 李 浩 璧 )과 신경휴( 申 敬 休 )가 각각 26호, 28호 면허증을 받았다. 1928년 조선약학교는 경성약학전문학교로 승격되었다. 이듬해에는 조선 전문학교령에 의해 지정을 받아, 졸업생은 약제사 시험을 치르지 않고도 조선 내에서 약제사로 일할 수 있는 자격을 인정받게 되었다. 1932년에는 일본 문부성의 지정도 받아 졸업만 하면 일본에서도 약제사로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7 ➎ 6 삼천당 대학목약 大 學 目 藥 (1936) 일본 삼천당주식회사( 參 天 堂 株 式 會 社 )의 안약 광고. 모델은 당시 세계적 명성을 날렸던 무용가 최승희( 崔 承 喜 )였다. 중장탕 中 將 湯 (일제강점기) 일본 도쿄의 쓰무라준텐도본점( 津 村 順 天 堂 本 店 )에서 만든 중장탕( 中 將 湯 )의 신문 광고.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을 벤치마킹한 듯하다. 중장탕은 일본식 한약제로서 생리불순 등에 먹는 여성용 약품이었다. 40 VOM 2015 Winter 41
Interview 01 생명의 축복을 지키는 일 국내 최초로 세계주산의학회 공로상 수상한 윤보현 산부인과 교수 글. 김문영 사진. 박재홍 지난 11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12차 세계주산의학회에서 윤보현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공로상을 수상했다. 국내 의학자 중 최 초 수상이라는 점에서도 쾌거지만 윤 교수가 헌신적으로 연구해온 내용을 세계적으로 다시 한 번 조명하는 계기라는 점에서 더욱 뜻 깊다. 조산의 높은 발생빈도와 그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위험에 대한 인식 정도 는 미미하다. 조산은 신생아 사망 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생존 하더라도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킨다. 과거에는 후유증의 원인조차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채 일반적으로 저산소증이나 출산 시의 여러 문제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라고 봤다. 자궁내감염이 조산의 주원인임이 알려지면서 1990년대 초에는 세계적으 로 항생제를 사용하는 임상시험이 시도되었으나 결과적으로 조산을 막지 는 못했다. 윤 교수는 조산을 막을 수 없다면 조산아의 주요합병증을 예 방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연구를 통해 조산의 주원인인 자궁 내감염 또는 염증이 뇌성마비, 만성 폐질환등 조산아 주요합병증의 주원 인임을 규명했다. 후유증을 일으키는 감염이나 염증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양수감염이나 염증이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필요했다. 감염, 염증 여부를 알려줄 표식자를 발굴하고 양수 내에 그 표식자가 존재하는지 간 단하게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했다. 윤보현 교수는 이에 그치지 않고 양수 감염, 염증 반응이 나타난 환자를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로 다음 연구를 이어갔다. 그때까지 세계적으로 통 용돼오던 치료법이 두 종류의 항생제를 투여하는 방식이었는데, 이 치료 법이 미흡함을 확인한 윤 교수는 2003년부터 다른 종류의 항생제들을 새 롭게 조합해 투여하는 치료법을 시도했다. 기존 치료 방식이 효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감하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 셈이다. 결과는 이 전과 확연히 달랐다. 새로운 조합을 시도한 환자 쪽에서 효과가 바로 나 타났다. 새로운 치료법이 인정 받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작위 임상시험을 하는 것 입니다. 환자군을 무작위로 나눠 한 그룹에는 A라는 치료법을, 다 른 그룹에는 B라는 치료법을 시도하고 그 결과를 비교하는 방식이지요. 하지만 연구를 위하여 제가 이미 그 효과가 좋다고 확신하는 새로운 치료 법 대신 효과가 없었던 기존 치료법을 일부 환자들에게 시도할 수는 없었 습니다. 효과적인 치료법을 빨리 널리 알리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지만 이 를 위해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치료법을 환자에게 적용하여 연구를 시행 하기는 꺼려졌다. 그래서 임상시험 대신 오랜 기간의 실제 치료를 통해 새 로운 치료법의 효과를 입증할 데이터를 모았다. 2003년 무렵부터 서울대 학교병원 산부인과에서는 윤 교수가 개발한 새로운 치료법을 모든 환자 에게 적용했고 단 한 명의 조산아 뇌성마비도 발생하지 않았다. 조산아의 생존률도 크게 높아졌다. 2015년 초에 이에 관한 2편의 논문을 투고하자 마자 세계주산의학회에서 강연요청이 왔고, 학회 개회식 때 공로상도 받 았다. 윤 교수는 조산아 주요합병증들의 원인을 규명했고, 이를 쉽게 예측 하는 진단법을 개발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만들어 그 유용성도 확인한 공 로를 인정받은 것 이다. 세계 조산 예방과 치료의 흐름을 바꾸고 정확한 길을 제시해온 윤보현 교 수의 연구 인생은 그 성과뿐만 아니라 성실함으로도 의학계의 귀감이다. 최근에는 침습적인 양수천자를 하지 않고도 자궁경부에서 흘러나오는 양수를 간단히 채집하여 양수염증을 진단하는 획기적인 방법도 개발해 곧 실용화를 앞두고 있어 수많은 환자들에게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 각에 가슴이 벅찹니다. 윤 교수는 임산부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양수 감염/염증 여부를 검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복 속에 잉태된 생명을 소중히 지키기 위해 오늘도 윤 보현 교수는 연구에 여념이 없다. 42 VOM 2015 Winter 43
Interview 02 발끝까지 고운 당신 재능기부로 나눔을 실천하는 김효자 님 글. 황원희 사진. 박재홍 사람들은 종종 첫인상을 통해 그 사람의 인생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일 흔다섯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김효자 님의 포근한 인상은 받는 기쁨 만큼이나 주는 기쁨도 클 수 있다는 긍정의 에너지를 가득 품고 있었다. 20여 년 전 서울대학교병원 자원봉사자로 함춘후원회와 인연을 맺은 그 녀는 매년 고운방신 이라는 청바지 슬리퍼를 손수 제작해 함춘바자회에 기부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1994년부터였어요. 친구의 소개 로 병원에서 안내봉사를 시작했죠. 어느 순간 돌아보니 15년이라는 시간 이 지났더라고요. 당시 제 나이가 68세였는데 나이에 어울리는 다른 일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해서 안내봉사는 그해 겨울에 그만두었죠. 대신 자원봉 사를 시작하면서 함께 했었던 재능기부는 계속 이어가기로 했어요. 헌 청 바지를 활용해서 만든 청바지 슬리퍼를 매년 함춘바자회에 내놓고 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아서 더욱 열심히 만들게 돼요. 고운방신 은 그녀의 남편이 지어준 호( 號 ) 고운 과 방 안에서 신는 신 이 라는 뜻의 조합으로 탄생했다. 김효자 님의 고운 마음씨와 참으로 잘 어 울리는 이름. 누군가의 좋아요 한 마디에 신바람이 난다는 그녀는 같은 이유로 처음 고운방신을 만들기 시작했다. 때론 아주 평범한 이유가 가장 특별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청바지로 슬리퍼를 만들어서 며느리에게 선물했더니 정말 좋아하더라고 요. 며느리가 좋다고 하니 신이 나서 더 열심히 만들었지요. 그 뒤로 서울 대학교병원 함춘바자회에 물품을 후원했는데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 렇게 시작한 일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네요. 고운방신을 통해 주는 기쁨 을 알게 된 그녀는 재료를 구입하고, 재단하고, 바느질하며 고운방신을 신고 미소 지을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한다. 그녀에 게는 고운방신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 그 자체다. 주재료인 청바지는 10년 동안 자원봉사를 했던 아름다운 가게에서 대부 분 지원받고 있어요. 다른 재료는 직접 구입 하는데 어느 날은 동대문 시 장에 솜을 사러 갔다가 쓸만한 조각 솜을 버리는 곳이 있어서 제가 사용 해도 되냐고 물었더니 가져가라고 하시더라고요. 뭐에 쓰냐고 물어보셔서 헌 청바지로 슬리퍼를 만들어 기부하고 있다고 했죠. 좋은 일에 쓴다고 하 니 조각 솜을 버리지 않고 따로 모아놨다가 저에게 문자를 보내주시곤 해 요. 솜이 꽤 모여있으니 가져가라면서요. 그분들의 마음 씀씀이가 정말 고 마워요. 고운방신은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탄생하는 셈이지요.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은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 김효자 님의 고운 마음과 그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들의 정성이 모여 발끝까지 따뜻해지는 고운방 신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녀의 따뜻한 마음은 고운방신에서 그치지 않 고 널리 퍼져나간다. 최근에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위한 동화구연 봉사활동을 시작했어요. 작년에 동화구연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긴 했는데 아직 전문가가 아니라 서 힘든 부분이 많아요. 그래도 아이들이랑 함께하니까 아주 재미있어요. 고운방신을 만들어 기부하는 일 외에도 아이들을 위해 동화구연을 하고, 한 달에 두 번씩 빵을 굽고, 하모니카를 연주하고 마술까지 선보이는 팔방 미인 그녀는 하루를 결코 허투루 보내는 법이 없다. 끊임없이 배우고 베푸 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 그녀의 열정은 고스란히 새로운 나눔을 위한 밑 거름이 된다. 즐거운 마음으로 기부를 생활화하는 그녀의 모습은 작은 관 심도 기부가 될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증명한다. 꼭 비싸고 대단한 것만이 기부의 대상이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바자회 에 참여하는 어떤 분은 꾸준하게 동전지갑을 만들어서 기부하는데 분야 는 얼마든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해요. 마음을 담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떤 것이든 기부가 될 수 있으니까요. 44 VOM 2015 winter 45
Interview 03 병원의 안과 밖, 모두를 위한 상생 진료협력팀 김혜선 간호사 글. 박채림 사진. 박재홍 서울대학교병원은 중증 급성기 환자를 진료하는 국가중앙병원이자 상급 종합병원으로서 1, 2차병원에서 의뢰된 중증 급성기 환자의 치료를 수행 하고, 환자가 안정화되면 다시 1, 2차병원으로 회송하여 바람직한 의료전 달체계 수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진료협력팀은 의료전달체계 정립을 위해 2003년 7월 신설되어 타 병원 의료진으로부터 종합전문 진료가 필 요한 환자의 진료의뢰를 받고, 회복기의 입원환자 및 외래환자를 협력병 의원 또는 지역병의원으로의 후속 진료를 위한 연계서비스를 제공하는 역 할을 한다. 김혜선 간호사는 진료협력팀을 외부 협력병의원과의 소통창구 이자 문지기라고 설명한다. 서울대학교병원을 찾는 외래환자는 하루 평균 9천여 명. 시급한 환자를 받는 것만큼이나 급성기 치료가 종료되었으나 재활 치료 등 장기적 관리 가 필요한 환자의 후속 진료를 위한 기관으로 안내하는 서비스도 시급했 다. 진료협력팀이 생겨나기 전까지 재활 치료 및 만성질환 관리, 호스피스 케어가 필요한 환자 등 후속 진료가 필요한 경우 퇴원 후에 옮겨갈 병원 을 알아보는 것이 온전히 보호자의 몫이었다. 진료협력팀은 상담을 통해 환자의 질환 등 상태에 맞는 지역병의원 및 협력병의원을 소개하고, 해당 병원이 환자를 보다 잘 케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의료정보를 공유하는 역 할 또한 담당하고 있다. 환자가 처음 방문하는 외래 진료부터 퇴원까지 전 과정에 관여하는 만큼 환자 질환의 특성 및 상태를 고려하여 퇴원 계획을 수립하고, 이용 가능한 자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적정 의료기관으로 의 연계를 위해 구성원 모두가 수년간의 임상 경험이 있는 중견간호사 출 신이다. 서울대학교병원과의 협력을 요청한 의료기관의 서류 검토, 병원 실사 및 협력증서, 협약서 관리 등 협약 체결 과정에서부터 협력병의원 네트워크 관리 전반의 모든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김혜선 간호사 역시 오랜 시간 병동과 응급실, 중환자실에서 경험을 쌓아온 베테랑이다. 저희 진료협력 팀의 장기적인 목표는 환자의 의뢰를 받고, 입원한 환자의 퇴원계획 수립 및 전원을 통한 입원환자의 재원일수 관리를 넘어 지역 협력병의원과의 상생으로 전체적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있습니다. 상담을 통해 전 문재활병원이나 요양병원, 호스피스 기관 등으로 환자를 보내드린 후에 도 환자의 상태에 맞는 지속적인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으실 수 있 도록 매년 협력병원 원장 및 실무자 간담회 통해 각종 정보를 교환하고 소통하고 있으며, 양 기관이 서로 발전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도 합 니다. 사실 저희 병원 환자의 후속 진료를 위해 최선을 다해 열심히 관리 해 주시면 저희는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해요. 최근 만성질환이나 복합 질 환을 가진 환자가 늘어나면서 재활병원이나 요양병원의 역할도 커져가고 있고, 호스피스 케어에 대한 관심도도 점점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그러니 저희 진료협력팀에 있어 협력병의원과의 상생은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입니다.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환자가 급성기 치료가 종료되어 보다 장 기적인 후속 관리를 위해 타병원으로의 전원을 진행해야 할 때, 특히 호스 피스 기관이나 재활병원을 알아봐야 할 때, 환자와 보호자의 마음속에는 불안함과 막막함이 교차하게 마련이다. 환자의 상태나 경제적, 지역적 요 건들을 모두 고려하여 믿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아내야 한다는 부담감 외에 도 호스피스 케어가 필요한 환자를 상담할 때 보호자가 느끼는 막연한 죄 책감 역시 진료협력팀이 함께 짊어지고 있다. 환자와 그 가족의 고민을 이 해하고 함께 동감하는 것. 이렇듯 진료협력팀의 업무는 소통과 공감을 바 탕에 두고 있다. 처음 전원을 위해 상담을 시작하면 서운함과 걱정에 우시는 분들이 많아 요. 환자를 위해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몰라 불안해하며 당황하는 분들 이 대다수죠. 진료협력팀에서는 환자의 의료 전반에 관한 정보를 가지고 가장 나은 선택을 하실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해 환자와 걱정을 덜어드리고 자 합니다. 그리고 그분들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협력병원에 양질의 정 보를 제공하고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지요. 오랫동안 몸담은 중환자실을 나와 병실 밖의 환자와 그 가족들, 외부 의 료진 및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과 만나며 병원을 바라보는 눈이 더 넓고 깊어졌다는 김혜선 간호사. 그녀의 말처럼, 서울대학교병원의 의료서비스 는 병원 내부뿐 아니라 바깥에서도 상생이라는 이름으로 움트고 있다. 46 VOM 2015 Winter 47
SNUH Ing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의료문화 행동. 서울대학교병원이 제안합니다. 제안.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일러스트. 김진영 중증 희귀난치질환 환자와 그 가족을 위한 쉼터 꿈틀꽃씨는 소아청소년 중증 희귀난치질환 환자와 가족을 위한 총체적 서비 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초반에는 자원봉사자와 코디네이터가 직접 병실에 방 꿈틀꽃씨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주세요 문하며 상담 및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시작되었습니다. 병마와 싸우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을 접하며,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은 환자와 가족 상담을 통해 병원에서 치료받으며 겪는 다양한 심리 정서적 어려움을 파 악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사전교육 을 받은 봉사자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2015년 4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투병중인 아이들과 그 가족을 생각하는 여러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꿈틀꽃씨 쉼터 가 문을 열었습니다. 꿈틀꽃씨 쉼터 에서는 전담 코디네이터의 관리 하에 자원봉사자들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환아의 필요와 상태를 파악한 후 미술, 놀이, 음악, 독서, 휴식 등 개인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물품 기부 꿈틀꽃씨는 거창하고 반짝이는 도움보다는 따뜻한 마음을 기다립 니다. 소소한 재능과 물품을 기부하고 싶으신 분은 언제든 연락주 세요. 꿈틀꽃씨는 항상 열려있습니다. 특히, 아직 사용할만한 물품 인데 해결하기 어려운 물품이라면 더더욱 환영합니다. 향기로운 기 부를 원하시는 분은 꿈틀꽃씨 코디네이터에게 문의해주세요. 꿈틀꽃씨 코디네이터 대표번호 02-2072-3523 / 010-3400-5070 꿈틀꽃씨 쉼터 중증 희귀난치질환 환우들의 꿈이 활짝 피어납니다 비뚤비뚤 서툰 그림과 박자여도 괜찮습니다. 재잘재잘 시름을 잊은 수다가 피어나고, 지친 마음에 몽글몽글 꽃 같은 꿈이 활짝 움트는 곳. 중증 희귀난치질환 환우와 그 가족이 함께 모여 함께 나아지고, 위로하고, 어울리는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꿈틀꽃씨 쉼터를 소개합니다.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꿈을 함께 응원해주세요 꿈틀꽃씨는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개념을 도입해 병원 내 독립공간을 구축한 국내 첫 사례로, 소아청소년 완화의료의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는 모든 의료관 계자들에게도 뜻 깊은 공간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환자와 가족 모두 완 화의료나 호스피스를 낯설고 먼 이야기로만 생각하곤 합니다. 수요가 적어 투 병 중인 소아청소년과 그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실질적 서비스나 정책 또한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해외에서는 중증 희귀난치질환을 가진 소아청소년 환자와 가족에게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돌봄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로 규정하고 이를 위한 정부 지원을 확대 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아직 누구도 하지 않았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일.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은 힘든 투병과정을 겪고 있는 환자와 가족에 대한 관심을 모아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를 위한 큰 걸음을 함께 내딛고자 합니다. 꿈틀꽃씨 쉼터의 개관을 통해 중증희 귀난치질환 환자들과 가족의 쉴 공간을 제공함과 동시에, 환자와 그 가족들이 서로 소통하며 힘겨운 투병의 시간을 함께 나누고 위로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 들어나가고자 합니다. 아이들의 꿈을 담은 꽃씨가 꿈틀꿈틀 움트길 바라는 이 름처럼, 소아청소년 환자와 보호자가 편안하게 쉬며, 어울리며, 회복하는 꿈틀 꽃씨에 따뜻한 응원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운영비 후원 꿈틀꽃씨 아이들을 위한 꿈틀꽃씨 쉼터 운영비 후원을 원하시는 분은 어린이병원후원회에 연락하셔서 발전기금으로 지정후원해주 시면 됩니다. 어린이병원후원회 02-2072-3004 48 VOM 2015 Winter 49
SNUH Report 환자중심병원의 새 길을 열다 첨단외래센터 건립 기공 첨단외래센터는 지상 1층에서 지하 6층, 연면적 약 5만m2에 달하는 규모로 2018년 6월 완공되며, 편의시설이 멀어 불편을 겪었던 환자 및 가족의 불편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쾌적한 의료시스템을 위한 서울대학교병원의 도약 서울대학교병원이 진료시설 및 환자 서비스 제고를 위한 주차장과 편의시설 등을 확충하기 위해 대 규모 시설 마련에 나섰다. 본관과 대한의원 건물 사이에 마련될 첨단외래센터에는 외래진료실과 검사 실 등의 진료공간과 식당을 비롯한 각종 편의시설, 주차장이 들어선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지난 1978년 개원 당시 동양 최대 규모로 건립됐으나, 하루 평균 외래 환자가 당시 최대 2,000명에서 2015년 현재, 9,000여 명으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늘어난 환자로 인해 진료공간마 저 부족한 상황으로 각종 편의시설까지 분산되어 많은 환자들이 불편을 겪어야 했다. 만성적 주차난 역시 환자 서비스에 어려움을 끼쳤다. 새로 마련되는 첨단외래센터는 지상 1층에서 지하 6층, 연면적 약 5만m2에 달하는 규모로 2018년 6월 완공되며, 편의시설이 멀어 불편을 겪었던 환자 및 가족의 불편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 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지난 12월 3일, 센터건립부지에 노관택 前 원장, 정희원 前 원장, 강대희 서울의 대 학장, 오병희 원장, 조상헌 서울대학교병원강남센터 원장, 김태유 암병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센 터 기공식을 열었다. 자리에 참석한 오병희 원장은 첨단외래센터가 완공되면, 더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환자에게 진료를 비롯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50 VOM 2015 Winter 51
SNUH global 세계로 뻗어나가는 서울대학교병원의 첨단 인술 세계에 생체간이식 수술 전파하는 간담췌외과 이광웅 교수 성공률 99%, 세계 최고 수준을 향하다 간이식은 기증되는 간의 종류에 따라 뇌사자 간이식과 생체간이식으로 나눌 수 있다. 두 종류의 간 이식 모두 수술만이 유일한 방법인 말기 간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그 때문에 수술과정뿐만 아니 라 수술 후 관리 역시 복잡하고 까다로운 것이 현실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간이식 수술은 74.1%가 생체간이식, 나머지 25.9%가 뇌사자 간이식이다. 생체간이식의 경험이 쌓이면서, 수 술 흉터를 최소화 시키는 복강경 수술과 다양한 술기 개발 등 간이식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과거 생 체간이식 분야에 있어 최고 권위는 일본이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수술 후 공여자의 사망에 따른 생 체간이식의 부정적 사회인식 등의 이유로 현재 그 사례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반대로 우리나 라는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생체간이식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뇌사자 장기이식 케이스가 턱없이 부 족한 이유도 있지만, 아직 국내에 B형 간염과 관련된 간경화 혹은 간암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 의 료진 역시 간 절제술 경험이 풍부해 생체간이식 분야 경쟁력을 쌓는데 유리하게 작용했다. 현재 술기, 생존율, 백만 명 당 수술 건수 등으로 따져볼 때 한국의 생체간이식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서울대학 교병원 간이식팀(서경석, 이광웅, 이남준)은 지난 해 성인 간 생체간이식 수술 성공률 99%, 장기 생존 율 81.5%라는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77.7%(UNOS 자료), 국내 평균 77.98%(2008년 KONOS연보) 로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성적이다. 이광웅 교수는 지난 2004년 간질환 환자에게 뇌사자 간에서 추출한 간세포를 이식하는 수술을 아 조지아 트빌리시의 첫 생체간이식 수혜자와 현지의료진, 이광웅 교수의 기념사진. 왼쪽이 수술 직후, 오른쪽은 3개월이 경과된 후의 모습이다. 시아 최초로 성공한 바 있다. 또한 담도 합병증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술기를 개발하였고, 생체간이 식 후 담도 합병증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담도 분류법을 발견하여, 외과 분야의 최고의 권위지인 Annals of Surgery 에 기재한 바 있다. 2008년부터는 거의 모든 공여자를 상복부 중앙 최소절개법 과 복강경 기법을 이용하여 기증자를 수술함으로써 큰 상처로 인한 환자의 불안감을 최소화시키는데 조지아 첫 생체간이식의 쾌거를 이루다 일조했다. 지난 2015년 3월,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서 첫 생체간이식이 성공리에 이뤄졌다. 열여덟 소녀 마리 암 고베지쉬빌리의 간 60%를 아버지 가차 고베지쉬빌리(55)에게 이식하는 수술이었다. 이로써 조지 아와 한국 간 의료협력 확대의 문이 활짝 열렸다. 상대적으로 의료기술이 척박한 조지아에서 한국으 로 날아든 도움 요청에 기꺼이 손을 내밀어준 이는 서울대학교 간담췌외과 이광웅 교수. 이광웅 교수 는 조지아 현지 외과전문의와 마취전문의, 간호사와 함께 성공리에 수술을 집도했다. 유럽과 아시아를 가로지르는 코카서스 산맥이 위치한 조지아는 민영 의료기관이 존재하지만 의료 및 보험의 대부분은 국가에 의해 관리된다. 응급수술은 무료로 운영되지만 비응급 의료는 비용의 절반 만 지원된다. 특히 생체간이식의 경우 조지아 정부에서는 현재 재정적 지원이 전무한 상황이다. 2015 년 5월, 이광웅 교수팀이 두 번의 생체간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후 해당 병원은 간이식을 받 기 위해 대기 중인 환자의 수가 크게 증가했다. 조지아대사관은 앞으로 행정 지원 외에도 더 많은 분 야의 의료 협력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광웅 교수의 이번 수술은 에버시 클리닉 외과 전문의 코바 샤나바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그는 2014 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받았던 6개월간의 연수 경험을 바탕으로, 2015년 서울대학교병원 간이식팀에 첫 생체간이식의 파트너십을 제안했다. 현지에서 두 번째 간이식 이후 서울대학교병원에 단기 간이 식 연수를 온 에버시 클리닉의 외과전문의 니콜로스 우비리아는 조지아 의료기관도 서울대학교병원 간이식팀 같은 높은 수준의 의료 기준을 유지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한 수술 기법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수술 전후 관리와 같은 전반적인 의료문화를 배워서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간이식 같 은 첨단 의료의 역사가 짧은 조지아 입장에서는 높은 의료 수준과 헌신적인 지도를 아끼지 않는 서울 대학교병원과 파트너를 이루는 것은 행운이다 라고 말했다. 생명연장을 향한 또 다른 도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이광웅 교수의 인술은 앞서 2014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도 이뤄졌다. 이광웅 교수팀은 2014년 10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의 국립과학의료연구원(한국의 대형병원과 유사)에서 4건 의 생체간이식 수술을 했다. 현지 의료진 20여 명이 수술실에서 수술을 지켜봤으며, 대회의장에서도 100여 명의 의료진에게 수술과정이 생중계됐다. 카자흐스탄에서의 간이식 수술은 2014년 1월 외과 서 경석 과장, 이광웅 교수, 최영록 전임의, 마취과 정철우 교수 등 7명의 수술팀의 첫 생체간이식 수술을 시작으로 2014년까지 9건의 수술로 이어졌다. 처음 서경석 과장이 길을 트고 난 뒤 그 다음부터는 이 광웅 교수가 주도했다. 당시 수술을 참관했던 알마티 시티병원 원장은 다시 이광웅 교수에게 당신의 실력에 놀랐다. 우리 병원으로도 제발 와달라 는 편지를 보내기로 했다. 일련의 수술은 2011년 카자흐 스탄 국립과학의료연구원 신장내과 의사와 2013년 외과 마취과 등 3명의 의사를 서울대학교병원으 로 초빙해 석 달간 무료 연수를 시켜준 것이 계기가 됐다. 연수를 마친 의사들은 고국으로 돌아가 장 기이식센터를 열었고, 실력이 아직 부족하다고 판단해 서울대학교병원 의사를 초빙해 수술을 함께 하 며 선진 의료기술의 전파를 제안한 것이다. 국립과학의료연구원에서의 성공적 간이식 기술 전수는 아 스타나 제1시민 병원 및 국립암센터 등으로 이어져 최근까지 40여 건 이상의 간이식을 성공적으로 마 무리했다. 또한 2015년 11월 카자흐스탄의 부유한 주(state)인 Aktobe 주지사의 초청을 받아 방문하여 그 곳에 기술이전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세계 간이식 분야를 주도하고 있는 이광웅 교수는 앞 으로도 아직 의료기술이 부족한 국가에 생체간이식 기술을 전파하고 보다 많은 의사들이 우리나라에 서 펠로우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 경쟁력을 높여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52 VOM 2015 Winter 53
SNUH network 서울대학교병원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서울대학교암병원 첨단외래센터 기공 1 당, 보라매, 강남센터)을 개최했다. 공공보건의료사업 국 외 국가에서는 최초다. 뷰레이는 자기공명영상 개원 30주년 기념 행사 개최 4 암맞춤치료센터 개소기념 국제 심포지엄 성료 5 를 통해 적절한 신체활동과 의료진 및 암환우 간의 12월 3일 서울대학교병원 본관과 대한의원 건물 사이 단 합동심포지엄은 지난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 대 (MRI)과 방사선치료시스템이 융합된 실시간 자기공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개원 30주년을 맞아 10월 16 11월 23일 의학연구혁신센터(CMI) 서성환연구홀에서 교류, 자신감 고양 등의 효과를 얻고 있다. 공사 부지에서 첨단외래센터 건립 기공식이 열렸다. 응책과 국립대병원의 공공보건의료사업 경험 및 발전 명 유도 방사선치료기로 MRI영상을 통해 종양을 실 일부터 17일까지 개원 30주년 기념 병원의료정책 암맞춤치료센터 개소기념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 첨단외래센터에는 환자에게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시간으로 확인하여 추적 방사선 조사( 照 射 )가 가능하 및 국제학술심포지엄 이 어린이병원 임상 제1강의 다. 이번 심포지엄은 암 맞춤치료 실용화 를 주제로 암병원 뇌종양센터, MGH와 공동연구 본격화 공하기 위한 외래진료실, 검사실 등 진료공간과 식당 메르스 사태의 원인을 분석하고 감염병 대응을 위한 다. 예를 들어, 폐암과 간암 등은 환자의 호흡에 따라 실에서 열렸다. 첫날 정책심포지엄에서는 각계각층 정밀의료와 중개연구 분야에서의 최신 정보를 논의 9월 15일 서울대학교암병원 뇌종양센터에서 미국 을 비롯한 각종 편의시설, 주차장 등이 들어선다. 첨단 다양한 방안 등을 모색했으며, 두 번째 세션에서는 국 암세포의 위치가 크게 바뀌는데 뷰레이는 이러한 움 의 전문가와 정책담당자들이 우리나라 소아보건의 하기 위해 마련되었으며, 국내외 관계자 300여 명이 하버드대 부속병원인 MGH(Massachusetts General 외래센터는 지상 1층에서 지하 6층에 연면적 약 5만m2 립대병원의 공공보건의료 담당자들이 다양한 사업 경 직임에 맞춰 암세포에만 방사선을 조사함으로써, 기 료의 개선방안을 도출하며 토론을 펼쳤다. 다음 날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서울대학교암병원은 정밀의 Hospital)와 6번째 화상회의를 열었다. 뇌종양센터는 규모로 오는 2018년 6월 완공된다. 험과 현장에서의 고민을 공유했다. 마지막 세션에서 존 방사선치료의 문제점인 정상조직의 방사선 피폭을 열린 국제학술심포지엄에는 의료 질 향상 및 어린 료를 현실화하고자 암맞춤치료센터를 운영 중이며, 2013년부터 뇌종양 질환의 증례 및 연구결과를 공유 는 4개 병원의 공공보건의료사업 사례 발표가 이어졌 해결한 것이다. 아울러 MRI영상으로 암의 위치뿐 아 이병원이 나아갈 방향을 주제로 토의를 진행하고 보다 수준 높은 암맞춤치료를 위해 국내 호발암의 해왔으며, 지난 4번째 회의부터는 연구 프로젝트에 서울대학교병원 뇌은행 개소 2 으며, 다양한 사례와 발전방향 등이 논의됐다. 니라, 크기 변화도 추적해 치료계획을 수정할 수 있어 어린이병원진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조망 유전자 변화를 효과적으로 찾아낼 수 있는 바이오마 관한 논의에 중점을 두면서 양 기관의 연구협력이 11월 12일 의학연구혁신센터 1층 승산허완구홀에서 서 보다 정확한 방사선 조사가 가능해졌다. 하는 시간을 가졌다. 커 진단법 개발과 새로운 표적치료제 개발에 전력을 본격화됐다. 이날 양 기관은 뇌종양 질환의 최신지견 울대학교병원 뇌은행 개소식이 개최됐다. 뇌은행은 서울대학교병원 장기기증 캠페인 개최 다하고 있다. 을 나누고 새로운 진단 및 치료법 개발을 위한 공동 사망자의 뇌 조직을 기증받아 보관 관리하고, 연구자 서울대학교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신장이식환우회인 뮤지컬 배우 손준호씨 가족 병원 홍보대사로 위촉 3 소아청소년 일차진료를 위한 개원의 연수강좌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양 기관은 이날 논의된 내 에게 분양하는 기관으로 뇌 조직은 뇌 연구발전을 위 새콩사랑회 와 함께 11월 3일, 본관 1층 로비에서 장기 서울대학교병원은 지난 12월 7일 기부문화 활성화를 9월 13일 개원의 250여 명을 초청해 제3회 소아청 2015년 하반기 워크숍 개최 용을 바탕으로 유전자 발현에 근거한 두개인두종의 한 중요한 자원으로 쓰인다. 서울대학교병원 뇌은행 기증캠페인을 개최했다. 이번 캠페인은 새콩사랑회 회 위해 뮤지컬 배우 손준호 씨 가족(부인 김소현, 아들 소년 일차진료를 위한 개원의 연수강좌 를 개최했 11월 27일 암병원 2층 서성환홀에서 2015년 암병원 표적치료에 관한 연구 등을 공동 진행할 계획이다. 은 지난 6월 국내 최초로 한국뇌은행이 지정한 거점 원 15명이 병원을 방문한 환자와 가족, 내원객에게 장 손주안)을 병원 후원회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대한의 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번 연수강좌는 어린이 하반기 워크숍 을 개최했다. 이번 워크숍은 2015년도 뇌은행으로, 사후 뇌 기증 및 뇌 연구 활성화를 위한 기기증의 중요성을 알리고 장기기증 희망서약을 받는 원 제1회의실에서 위촉식을 열었다. 손씨 부부는 뮤지 병원 30주년을 기념하며 개원의들에게 이슈가 되 주요성과 보고 및 2016년도 발전방향 수립 이라는 주 갑상선암 환자 교육 500회 돌파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뇌질환 환자가 사후 뇌 기증 자리로 마련됐다. 또 행사장에는 서울대학교병원 장 컬 배우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명성황후>, <마리 고 있는 성장상담 을 주제로 성장에 대한 최신지견 제로, 한 해 동안 있었던 주요 뉴스 및 사업들을 돌 갑상선암 환자 교육 500회 기념식이 11월 12일 암병 의사가 있을 경우 뇌은행 담당의사 혹은 코디네이터 기이식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진전이 열려 방 앙투와네뜨> 등의 작품에서 활약했다. 특히 부인 김소 을 소개하고자 마련됐다. 아보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원 2층 교육실에서 열렸다. 갑상선암 환자 교육은 수 에게 상담을 받은 후, 뇌 기증 희망자 등록신청 을 할 문객의 눈길을 끌었다. 현 씨는 김성권 전 서울대학교병원 교수의 딸로 병원 술에 대한 환자들의 궁금증과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수 있다.(문의_ 뇌은행 상담코디네이터 010-5052- 과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이들 가족은 앞으로 서 배우 송일국씨 삼둥이 이모티콘 수익금 1억 원 후원 암 예방 335 걷기대회 개최 6 2006년 처음 시작된 이래 약 5천 명 이상의 환자들 0887, brain-bank@snuh.org) 세계 최초의 MR 영상유도 방사선 암 치료기 울대학교병원과 함께 의료분야의 기부 활성화를 위한 배우 송일국씨가 카카오톡 이모티콘 스토어에서 대 9월 15일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제9회 암예방 335 걷 이 참여했다. 기념식에서는 갑상선외과 이규언 교수 뷰레이 국내 첫 도입 다양한 홍보활동을 진행할 예정. 특히 서울대학교병 한, 민국, 만세 삼둥이의 모습을 담은 이모티콘 판 기대회 가 개최됐다. 서울대학교암병원은 암 예방의 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서경석 외과 주임교수, 박도 공공보건의료 합동심포지엄 성료 서울대학교병원에 최첨단 방사선 암치료기 뷰레이 원 가족 이미지를 바탕으로 병원 내외 기부자들에게 매를 통해 마련한 수익금 1억 원을 서울대학교어린 중요성을 알리고 암경험자의 재발 및 2차암 예방을 준 갑상선센터장, 정현훈 암정보교육센터장의 축사 9월 10일 의생명연구원 1층 대강당에서 공공보건의료 (ViewRay) 가 국내 최초로 도입되어 11월 10일 개소식 친근히 다가갈 계획이다. 이병원에 기부했다. 송일국씨는 삼둥이가 태어난 돕기 위해 매년 걷기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참가자들 가 이어졌으며, 병동 및 갑상선센터 직원들이 모여 사업단이 개최한 공공보건의료 합동심포지엄(본원, 분 을 열었다. 뷰레이 도입은 세계에서 네 번째이자 미 서울대학교병원에 저소득층 환자들이 많다는 소식 은 고궁, 공원 등에서 열리는 335 암예방 걷기대회 축하하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을 듣고 기부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1 2 3 4 5 6 54 VOM 2015 Winter 55
SNUH network 서울대학교병원의생명연구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서울대학교병원강남센터 셰이크칼리파왕립병원(SKSH) 미국 국립보건원 원장 서울대학교병원 방문 분당병원 이야기 출간 이해인 수녀 가수 조덕배와 함께한 제3회 앎의 날 2주기 의료기관 인증 현판제막식 10 연길시중의병원 검진센터 개원 2주년 행사 참석 11 Women s Health conference 개최 프란시스 콜린스 미국 국립보건원(NIH) 원장이 로저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의 지난 10년간의 이야기를 담 11월 10일 제 3회 앎의 날을 맞이하여 암을 극복한 2주기 의료기관 인증을 달성한 보라매병원이 9월 서울대학교병원강남센터는 9월 7일 열린 중국 연 10월 10일 UAE 여성암 연구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 글라스 미국 포가티국제센터 센터장과 함께 9월 8일 은 책 분당병원 이야기 를 출간했다. 분당병원 환자들을 위한 축하 파티를 개최했다. 앎의 날 은 16일 병원 1층 희망관에서 현판제막식을 개최했다. 길시중의병원 검진센터 개원 2주년 기념 행사에 참 고자 라스알카이마 힐튼 컨벤션센터에서 The first 서울대학교병원을 찾았다. 콜린스 원장과 글라스 박 이야기 는 개원 12주년을 맞은 분당서울대학교병 암 과 알다 의 의미를 가진 앎 이라는 합성어로, 2011년 1주기 인증에 이어 시 도립 공립병원 최초 석했다. 이번 방문은 서울대학교병원과 강남센터의 Women's Health Confernece 를 개최했다. 이번 컨 사는 강대희 서울의대 학장과 오병희 서울대학교병 원의 10년사가 고스란히 담긴 책으로, 병원 오픈 암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치료 정보를 공유하기 로 2주기 의료기관 인증을 획득한 보라매병원은 지원 아래 연길시중의병원 검진센터가 개원 2주년 퍼런스는 제약회사 로슈의 후원으로 유방암 및 자 원장, 방영주 서울대학교병원 의생명연구원장 등과 을 준비했던 순간부터 짧은 시간 안에 빠른 성장 위해 기획된 특별한 행사다. 앎의 날 행사에는 이 지난 6월 23일부터 26일까지 강화된 인증기준에 을 맞이하게 된 행사로 오병희 병원장과 조상헌 강 궁경부암 등 영상종양을 진단하는 최신방법과 치 환담을 하고 병원의 진료 및 연구시설을 둘러봤다. 을 이뤄낸 현재의 모습,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해인 수녀와 가수 조덕배 씨가 함께해 암 환우를 따라 환자확인절차, 낙상예방, 손위생 등 530개 전 남센터장 등이 참석하였다. 행사가 끝난 후에는 이 료법에 대한 임상정보를 공유하는 자리로 UAE지 이어 콜린스 원장은 서울의대와 서울대학교병원의 을 담았다. 위로하고 암 완치 후 10년이 지난 생존자들에게 축 체영역에 걸쳐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창현 소화기내과 교수가 내시경 촬영법과 합병증, 역의 여성암 관련분야의 의료진 200여 명이 참석했 연구진들을 대상으로 의생명 분야 연구의 절호의 기 하의 인사를 전했다. 대장내시경 시 용종 절제 등을 주제로 현지 의료진 다. 성명훈 원장은 SKSH는 앞으로도 정기적인 학 회 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 오병희 병원장은 환영사 제3동 소통(행정동) 어린이집 준공식 8 2년 연속 최우수 공공보건의료기관 선정 에게 강의를 진행했다. 회나 심포지엄을 개최하여 UAE 의료인의 임상과 를 통해 이번 방문을 계기로 인류의 보편적 건강증 8월 20일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행정동 및 어린이집 하재헌 하사에 위로금 전달 9 보건복지부가 전국 공공병원 211개소(176개소 평 연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지역사회 질병연구의 진을 위한 양 기관의 연구협력이 보다 활성화 되길 준공식이 열렸다. 행정동에는 소통 이란 이름을 붙 북한군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로 두 다리에 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4년 공공보건의료계획 2015 서울대학교병원강남센터 건강 심포지엄 성료 도약과 발전에 일조할 것 이라고 말했다. 기대한다 고 말했다. 었으며, 준공식을 통해 서로에게 위로와 칭찬을 아 중상을 입고 응급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하재헌 시행결과 평가 에서 2년 연속 최우수기관으로 선 10월 11일 서울대학교병원 임상강의실에서 건강검진 끼지 않는 바람직한 소통의 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하사를 위한 모금활동을 진행하여 위로금 1,600만 정됐다. 보라매병원은 2014년부터 빅데이터 통계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올해는 보다 효과적이고 안전 사랑의 헌혈캠페인 12 임상시험센터 개원 20주년 7 로 전 교직원이 다짐했다. 원을 전달했다. 하재헌 하사는 분당서울대학교병 료를 기반으로 공공의료사업을 확장하는 등 서울 한 건강검진을 위한 강남센터의 노력과 최신 의학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고 나눔문화를 실천하기 위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시험센터가 12월 17일 한국 임 원에서 무릎부위 절단 및 여러 차례의 파편제거술 시 리더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선도해나가고 있다. 지식을 공유하는 자리로 특히 여러 분야에 활용되 해 9월 14일 병원로비에서 사랑의 헌혈캠페인 운 상시험의 과거와 현재, 미래 를 주제로 개원 20주년 노벨상 수상자 월터 길버트 초청 과 피부이식술을 받았으며, 현재는 재활치료를 받 고 있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미래 세대의 헬스케어에 동을 실시했다. 이번 헌혈캠페인은 Sharjah Blood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은 초기임상시험 자 아시아 최초 사진전 개최 으며 중사진급 심사도 통과했다. 서울형 중증환자 이송서비스 출범 심포지엄 개최 대한 흥미로운 주제가 마련되어 더욱 의미가 컸다. Transfusion & Research Center의 후원으로 진행됐 동화시스템(EPIC)과 임상시험센터약국 자동화시스템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세계적인 생화학자이자 노 병원간 중증환자를 이송하는 서비스인 S-MICU 사 으며, 아랍에미리트 왕립병원은 Your blood equals (RFID System)의 구축을 기념하는 공식 행사도 함께 벨상 수상자인 월터 길버트(Walter Gilbert) 박사를 건강계단 오픈식 업과 관련해 11월 17일 진리관 대강당에서 서울형 강남구 의료관광 우수기관 공로패 수상 my life 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SKSH 전직원 열렸다. 18일에는 제3회 마이크로도징 국제심포지엄 초청하여 아시아 최초로 특별 사진전을 개최했다. 건강증진활동의 일환으로 병원 곳곳의 계단을 건 중증환자 이송서비스 출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11월 4일 강남구 의료관광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어 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헌혈캠페인을 펼쳤다. 이날 과 의료기기임상시험 심포지엄이 각각 임상 및 진단 길버트 박사는 DNA염기서열 연구로 1980년 노벨 강계단으로 조성하고 지난 9월 23일 오픈식을 진 보라매병원은 서울형 중증환자 이송서비스를 시범 공로패를 수상했다. 강남구는 매년 외국인 환자 유 은 의료진 외에도 행정파트 및 외부용역직원 등 전 을 위한 마이크로트레이싱의 최신지견 과 국산 내시 화학상을 수상했으며 2000년대부터는 사진작가 행했다. 건강계단 은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와 보 운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병원 중환자실 수준의 치 실적이 우수한 의료기관에 공로패를 수여하고 직원이 적극적으로 지원했으나, 제한된 시간으로 경 개발의 현재와 전망 을 주제로 열렸다. 활동에도 열정을 쏟기 시작했다. 실재와 추상이 함 호자, 교직원들이 계단을 통해 생활 속에서 건강을 의료장비 및 의약품을 구비한 특수구급차에 전문 있다. 강남센터는 차별화된 외국인 수진자 지원 시 인해 60여 명의 직원만이 헌혈을 했다. 께 녹아있는 그의 작품들은 병원 분위기를 새롭게 위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마련한 캠페인이다. 의료진이 탑승, 중증 응급환자의 병원간 이송 중 전 스템 등을 통해 연간 2,000여 명의 외국인이 검진 환기시키고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문적인 중환자 치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을 받고 있다. 7 8 9 10 11 12 56 VOM 2015 Winter 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