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토크 TV 보도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화면 어떻게 사용해야 문제없나? - 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252969 판결을 중심으로 한위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영상이 주가 될 수밖에 없는 TV 보도프로그램에는 방송내용과 직접 관계없는 이른바 자료화면 이 사용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그 보도가 좋은 내용이라면 별 문제 없겠으나 안 좋은 내용인 경우, 자료화면 속 인물은 자신과 무관한 일에 대한 보도로 명예나 초상권이 침해되었다고 느낄 소지가 많다. 그렇다고 자료화면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방송사의 보도의 자유를 현저히 제약하는 것이 될 수 있으므로 자료화 면을 어느 정도까지,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는 중요한 문제다. 62
한 TV 방송의 심층보도 프로그램은 2명의 여성 연예인이 유명배우 L모씨와 함께한 술자 리에서 촬영한 음담패설 등이 담긴 동영상을 이용해 L씨에게 거액을 요구한 사건을 다루었 다. 그런데 피의자 중 1명의 이름을 밝히면서, 또 다른 피의자는 모델 A양 이라는 자막과 함 께 한 패션쇼에서 모델 B씨가 등장하는 영상을 자료화면 임을 표시하여 약 6초간 방영하였다. 이에 B씨는 위 자료화면으로 말미암아 자신이 해당 사건의 피의자로 오인 받았다면서 방송사 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 였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위 사건의 재판결과는 1심(서울서부지방법원 2015. 5. 15. 선고 2014가합40121 판결)에서는 B씨가, 2심(서울고등법원 2015. 11. 20. 선고 2015나2030761 판결) 에서는 방송사가, 대법원(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252969 판결)에서는 다 시 B씨가 승소하였다. 법원도 심급에 따라 결론이 뒤바뀔 만큼 자료화면으로 인한 인 격권 침해의 판단은 어렵고 미묘한 문제다. 1심에서 B씨가 승소한 주된 이유는, 원고의 모습이 나오는 영상에 자료화면 이라 는 표시가 되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같은 화면에서 또 다른 피의자는 모델 A양 이라 는 자막은 화면 중앙 하단에 상당히 큰 글씨로 시청자들의 눈에 잘 띄게 표시되어 있 는 반면, 자료화면 이라는 표시는 영상 좌측 상단에 작은 글씨로만 표시되어 있을 뿐 만 아니라 그 표시 이외에는 원고와 실제 피의자 사이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취지 의 표시가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 는 것이었다. 반면, 2심에서 방송사가 승소한 주된 이유는, L씨를 협박한 여성 2명 중 김OO 이 외의 다른 여성 1명은 그녀가 모델이라고 알려졌을 뿐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취지를 음성으로 밝히면서 원고가 등장하는 패션쇼 장면에 자료화면이라고 표시하고 원고의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를 한 것으로서, 이러한 취지와 표시 등에 비추어 볼 때 김OO 이외 다른 여성 1명이 모델이라는 점을 나타내는 것일 뿐, 그 여성 1명을 원고 로 특정 하는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1심 판결과 비슷한 이유로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63
판례토크 결국,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법원은 방송사가 자료화면이라 고 표시하고 모자이크 처리를 하는 것만으로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취지를 밝힌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처럼 자료화면 내지 자료 사진의 방영이나 게재가 문제 가 된 사례는 오래전부터 많이 있었다. 특히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사진을 부적절하게 사용하여 사회적으로도 크게 논란이 된 사례로1990년대초미국의시사 주간지 뉴스위크 지가 너무 빨리 부자가 되다 라는 제목의 한국에 관한 특집기사를 실어 문제가 된 사건이 있다. 뉴스 위크 는 한국에 과소비 및 금전 만능풍조가 사회전반에 만연하 여 문제가 되고 있고 대학생들 도 마찬가지라는 취지의 기사 와 함께, 마침 졸업기념 사진 을 찍으려고 정장차림으로 등 교하였다가 이화여대 정문을 뉴스위크에 돈의 노예 라는 제목으로 게재되어 논란을 빚었던 사진. 출처 : 동아일보 1991. 11. 14.자 22면 나서는 원고들의 사진을 찍어 돈의 노예들 :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 이란 설명을 붙여 게재하였다. 이에 대해 사진 에 찍힌 학생들 중 일부가 민사소송을 제기하였고, 결국 잡지사의 책임이 인정된 사 건(서울민사지방법원 1993. 7. 8. 선고 92가단57989 판결)이다. 위 판결은 원고들의 동의 없이 사진을 촬영하고 잡지에 게재한 것은 원고들의 초 상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인정하고, 나아가 사치와 과소비 또는 배금주의 풍조 등 사회적으로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문제들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기사의 중간에 위 사진을 삽입하면서 돈의 노예들 이라는 부제까지 달아 놓아, 그 사진 속에 나오 64
는 사람들이 최소한 그 기사에서 나오는 부정적 측면 또는 위 부제에서 의미하는 내 용과 관련되어 있거나 그러한 경향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함으로써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고 판단하였다. 즉 원고들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어 원고들의 사진을 게재하는 것이 보도목적상 꼭 필요한 것이었다고 보기 어려 운데다, 돈의 노예들 이라고 붙인 사진에 대한 설명 등으로 원고들을 기사의 주인 공으로 오인하게 한 점이 책임의 근거가 된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1) 모 월간지가 압구정동 문화의 실체를 벗긴다 는 제목으 로 1993년을 전후해 서울 압구정동 일부 지역에서 번성한 부유한 신세대 젊은이들 의 향락적 과소비 문화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취재 분석한 기사를 게재하면서, 친구 인 여대생 3명이 우연히 압구정동의 커피숍에서 만나 대화를 나눈 후 귀가하는 모습 의 사진을 승낙없이 촬영하여 게재한 것은 초상권침해 및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 결한 사건(서울민사지방법원 1994. 10. 20. 선고 94가합36754 판결), (2) 한 방송사 가 수백만 원짜리 고가 웨딩드레스를 고발하는 TV 프로그램에서 자료화면으로 당국 의 허가 없이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 유명해진 임수경 씨의 결혼식 필름을 사용한 것 에 대하여, 원고인 임수경 씨가 과시적으로 비싼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한 신부의 하나이거나 최소한 그러한 경향과 관련이 있는 사람으로 오해하게 하였다는 이유로 초상권 침해 및 명예훼손책임을 인정한 사건(서울고등법원 1996. 6. 18. 선고 96나 282 판결)이 있다. 나아가 자료화면이 기사에서 언급된 인물에 관한 것이라 하더라도 기사내용과의 연관성이 희박한 경우 또는 기사내용 자체가 명예훼손 등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자료화면 게재만으로 별도의 초상권 침해 가 인정되기도 한다. 예컨대, 미스코리아 출신 연예인인 원고가 홍보용으로 기 획한 사진영상집을 일반대중에게 배포, 판매한 것은 그 사 진의 공표에 관해 원고가 동의를 한 것이라고 할 수 있 으나, 피고가 여성잡지에 유명인사와의 불륜설 등 원 고의 명예를 훼손하는 기사를 게재하면서 위 사진집 의 사진 중 선정적으로 보이는 2장의 사진을 함께 게 재함으로써 원고가 행실이 좋지 못하다는 강한 인상 을 받게 한 것에 대해 책임을 인정한 사례(서울민사 65
판례토크 지방법원 1989. 7. 25. 선고 88가합31161 판결)가 있다. 일본에서는 남편 살해혐 의로 체포된 원고에 관한 기사에서 원고가 30년 전 잡지사의 미인 콘테스트에 제출 한 수영복 차림의 사진을 게재한 것은 게재의 필요성이나 상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며 언론사의 책임을 인정한 사례(일본 동경지방재판소 1994. 1. 31. 판결)가 있었다. 최근에는 한 인터넷신문이 수술 중 사망사고가 발생한 병원이 외국인환자를 무리 하게 유치하여 불필요한 수술을 강행하였다고 잘못 보도하면서 그 병원의 이사장이 다른 의료관련 심포지엄에 참가한 모습의 사진을 게재한 것은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 다는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4. 16. 선고 2013가합63221 판결)이 내려지기 도 했다. 그렇다면 보도에 있어서 자료화면이나 자료사진의 사용은 어떠한 경우에 허용되는 것일까? 이는 그 사진이나 화면이 필요하다고 볼 정도로 보도내용과 관련성이 있는 가, 그 사진이나 화면이 어디에서 어떻게 촬영되었는가, 그로 인한 피해가 어느 정도 인가, 촬영대상이 공인이어서 어느 정도는 감수하여야 할 정도인가 등을 함께 고려 하여 보도의 자유와 보호가 필요한 인격권을 비교형량해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슷한 취지의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2다31628 판결 참조). 66
그렇게 볼 때 기본적으로 자료화면은 대부분 당해 화면이 보도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다면 원칙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되고, 사용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화면(사진) 속의 인물이 보도의 내용과 관련이 있다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자료화면 임을 명시하고, 얼굴 부분 등을 모자이크 처리함은 물론 화면 속 인물은 당해 보도 내용과는 상관없 다 는 설명을 반드시 붙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그 화면이 보도 속 인물에 대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보도내용과의 연관성이 희박하거나 공개되기를 꺼려할만한 영상일 경우에는 초상권 침해의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당해 보도내용 자체가 명예훼손 등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에 관련된 화면이더라도 역시 초상권 침해의 책임을 지게 된다. 환언하면, 당해 보도내용 자체가 명예나 사생활 등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 고, 보도에 사용된 사진이나 화면이 보도 내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그 보도에 사용 될 필요가 있으며, 그 촬영 역시 적절한 방법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만 사용이 허용된 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언론사로서는 보도에 많은 제약을 받는 셈이지만 자료화면 속 인물의 인격권 보호를 위한 부득이한 조치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한다. 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