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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ption:

논문 아도르노철학에서의이성의파괴 - 계몽의변증법에대한정치철학적비판 - 정태창 주제분류 정치철학, 사회철학 주요어 비판이론, 계몽, 이성비판, 권력정당성, 아나키즘, 포스트모더니즘 요약문 아도르노의계몽의변증법은 20세기의야만이라는역사적사실을기초로이성과지배의상호연관을설명하는하나의전형을제시하는것으로생각된다. 이와관련하여 계몽의변증법 은서로긴밀하게연관되어있는다음의세가지주장으로요약될수있다. 첫째, 20세기의야만은계몽의필연적인변증법적자기파괴의결과이다 ( 계몽의변증법 ). 둘째, 이성은필연적으로억압적지배와결합한도구적이성으로전락한다 ( 총체적이성비판 ). 셋째, 지배는곧억압이며정당한권력은가능하지않다 ( 아나키즘 ). 문제는계몽의변증법에서전개되는아도르노의총체적이성비판과그귀결인아나키즘이권력의정당성이라는정치철학의근본문제를해소시켜버린다는데있다. 이논문은이러한해소가타당한지를검증하는작업에할애되어있으며, 계몽의변증법 에서전개되는아도르노의세가지주장 ( 계몽의변증법, 총체적이성비판, 아나키즘 ) 을이성과권력정당성의상호연관이라는문제를중심으로비판적으로검토하는것을목적으로한다.

168 논문 Ⅰ. 서론 제 2 차세계대전이종결된직후인 1947 년에출간된 계몽의변증법 에서아도르노는 왜인류는진정한인간적인상태에들어서지못하고새로운종류의야만상태에빠졌는가? 1) 라는현대의근본물음을제기하고, 그에대한대답이야만으로부터의해방을내걸었던계몽의이념자체에있다고주장한다. 나치즘과아우슈비츠수용소로상징되는 20세기의야만은계몽이약속하는인류의지속적인진보하에나타난역사의단순한막간극이아니라계몽자체의변증법적자기파괴의결과물이라는것이다. 계몽적사유가얽혀들어가있는구체적인역사적형태나사회제도뿐만아니라계몽적사유의개념자체가오늘날도처에서일어나고있는퇴보의싹을함유하고있다 (DA, 13). 그렇다면계몽이함유하고있다는이 퇴보의싹 은무엇에기인하는가? 아도르노는계몽의자기파괴는이성이갖는자기파괴적경향에기초하고있다고본다. 자기파괴로의이념적인경향뿐만아니라실제적인경향이합리성안에는처음부터- 결코그것이적나라하게드러난국면에서만이아니라-속해있다 (DA, 17). 이성은인간의자기보존의충동에의해자연지배를위한도구적이성으로전락하면서맹목적인지배의원리가되었으며, 자연지배가자연으로서의인간에대한지배로확장되면서자기보존이라는본래의목적과반대되는자기파괴의원리로변질된다는것이다. 이러한관점에서볼때인류의역사란도구적이성과결합한억압적지배가자연지배에서인간지배로, 그리고최종적으로인간의내적자연에대한지배로전개되는과정에다름아니다. 2) 1) M. Horkheimer & T. W. Adorno, Dialektik der Aufklärung: Philosophische Fragmente, Theodore W. Adorno Gesammelte Schriften, Band 3, Frankfurt am Main: Suhrkamp, 1984, 11. 이하 DA 로약칭하여원전을기준으로본문에쪽수를표기하며, 인용은김유동의번역본 (Th. W. 아도르노, M. 호르크하이머, 계몽의변증법 : 철학적단상, 서울 : 문학과지성사, 2001) 을기본으로하되필요한경우필자의해석에따라약간의변형을가했다. 2) T. W. Adorno, Negative Dialektik, Theodore W. Adorno Gesammelte

아도르노철학에서의이성의파괴 169 계몽의변증법 이라는표제하에개진된아도르노의이러한주장들은 20세기의야만이라는역사적사실을기초로이성과지배의상호연관을설명하는하나의전형을제시하는것으로생각된다. 이와관련하여 계몽의변증법 은서로긴밀하게연관되어있는다음의세가지주장으로요약될수있다. 첫째, 20세기의야만은계몽의필연적인변증법적자기파괴의결과이다 ( 계몽의변증법 ). 둘째, 이성은필연적으로억압적지배와결합한도구적이성으로전락한다 ( 총체적이성비판 ). 셋째, 지배는곧억압이며정당한권력이란가능하지않다 ( 아나키즘 ). 문제는계몽의변증법에서전개되는아도르노의총체적이성비판과그귀결인아나키즘이마르쿠제가 사회이론의아프리오리 3) 라고부르는것을부정함으로써권력의정당성이라는정치철학의근본문제를해소시켜버린다는데있다. 이논문은이러한해소가타당한지검증하는작업에할애되어있으며, 계몽의변증법 에서전개되는아도르노의세가지주장 ( 계몽의변증법, 총체적이성비판, 아나키즘 ) 을이성과권력정당성의상호연관이라는문제를중심으로비판적으로검토하는것을목적으로한다. 4) Schriften, Band 6, Frankfurt am Main: Suhrkamp, 1990, 314. 3) 인간의삶은살만한가치가있으며, 그렇지않다면살만한것으로만들수있고살만한것으로만들어야한다. 모든지적노력의기초에놓여있는이러한전제는사회이론의아프리오리로서이를부정하는것은 ( 비록완벽하게논리적일수는있지만 ) 이론자체를부정하는것과마찬가지이다. (H. Marcuse, One Dimensional Man, Boston: Beacon Press, 1964, xi) 4) 본논문의아도르노비판은기본적으로 계몽의변증법 에한정된것으로서아도르노철학일반에대한종합적평가를의도하고있지않다. 이러한평가를위해서는 미니마모랄리아, 부정변증법 을비롯한아도르노저작일반을아우르는분석이이루어져야할것이나, 본논문의논의는 계몽의변증법 의영역을크게넘어서지않는다. 따라서본논문의제목인 아도르노철학에서의이성의파괴 에서 아도르노의철학 이란일차적으로계몽의변증법에서개진된아도르노의주장들을가리키는것으로이해되어야한다.

170 논문 Ⅱ. 계몽의변증법은이론적으로타당한가? 계몽의변증법의이론적토대가되는첫번째장인 < 계몽의개념 > 은다음과같은문장으로시작한다. 진보적사유라는포괄적의미에서계몽은예로부터인간에게서공포를몰아내고인간을주인으로세운다는목표를추구해왔다. 그러나완전히계몽된지구에는재앙만이승리를구가하고있다 (DA, 19). 그렇다면이러한역설을가능하게하는계몽이란무엇인가? 아도르노에따르면계몽의기획은지식 (Wissen) 을통해신화를해체함으로써세계를 脫주술화 (Entzauberung) 하는것이다. 아도르노는이러한계몽의개념을베이컨 (Francis Bacon) 에게서발견한다. 인간의탁월함 (sovereignty) 은의심할여지없이지식에있는것이다. 지식은많은것들을자신의내부에간직하고있다. [ ] 우리는말로만자연을지배할뿐자연의강압밑에서신음하고있다. 그렇지만우리가자연의인도를받아발명에전념한다면우리는실제로자연에게명령내릴 (command) 수있을지모른다. 5) 아도르노에따르면여기에는계몽이추구하는지식이 권력 (Macht) 과동일한것으로서자연과인간의완전한지배를목적으로삼는다는점이그대로드러나있다. 인간이자연으로부터배우고자하는것은자연과인간을완전하게지배하기위해서자연을이용하는법이다. 오직그것만이유일한목적이다 (DA, 20). 계몽의원리는지배인것이다. 지배를관철시키기위해계몽은계산가능성과유용성의척도에따라자연속에있는모든것을 반복가능한것 으로변형시키며, 이성은이과정에서계산적이고도구적인이성으로전락한다. 아도르노에따르면현대의실증주의는도구적이성의최종적형태로서계몽이자기파괴를통해신화로회귀했다는징표에다름아니다. [ 계몽의물화된사유에서는 ] 사실성만이정의로인정되며인식은사실성의단순한반복으로제한되고사유는단순한동어반복이된다. 사유의메커니즘이존재하고 5) F. Bacon, In Praise of Knowledge, The Works of Francis Bacon, vol. II, Basil Montagu(Ed.), London: [s. n.], 1826, 121.

아도르노철학에서의이성의파괴 171 있는것에굴복할수록사유는더욱더맹목적으로존재자의단순한재생산에만족한다. 이로써계몽은신화로돌아가지만이러한새로운신화로부터빠져나올방도를계몽은결코알지못했다 (DA, 43-44). 그런데아도르노에따르면계몽의제물이되어버린신화자체도이미계몽의산물인데, 왜냐하면예전의믿음인민간신앙을누르고나타난신화또한나름의언어적인총체성을가지고진리를요구한다는점에서이성에의한지배의계기를공유하기때문이다. 계몽은말하자면 과격해진신화적불안 으로서, 신화가죽은것을산것과동일시함 ( 애니미즘 ) 으로써지배를추구한다면계몽은산것을죽은것과동일시함 ( 동일성사유 ) 으로써지배를추구한다는것이다. 이에따라아도르노는 < 계몽의개념 > 의핵심논제를다음과같이정식화한다. 신화는이미계몽이었다. 그리고계몽은신화로돌아간다 (DA, 16). 아도르노는이처럼계몽의개념을인류의태고사 ( 太古史 ) 에이르기까지추적하여역사철학적으로재구성함으로써계몽이도구적이성과그산물로서의지식권력을매개로하는지배의원리임을밝혀낸다. 아도르노에게 지배 (Herrschaft) 는정당성을전적으로결여하는폭압적권력으로간주되기때문에이를목적으로하는계몽은그자체로억압의원리에다름아니다. 그렇다면아도르노의이러한억압적인계몽의개념은이론적타당성을갖추고있는가? 아도르노의억압적인계몽개념은무엇보다도아도르노자신의철학적기획인계몽의변증법과양립할수없다는점에서자기모순적이다. 우리의작업이당면하고있는아포리아 (Aporie) 는바로우리가연구하고자하는첫번째대상, 즉계몽의자기파괴임이드러난다. 우리는사회속에서의자유가계몽적사유와분리될수없다는데대해서는어떤의심도갖고있지않으며이것은우리의 - 아직검증되지는않았지만 - 전제를이룬다. 그러나우리는계몽적사유가얽혀들어가있는구체적인역사적형태나사회제도뿐만아니라계몽적사유의개념자체가오늘날도처에서일어나고있는퇴보의싹을함유하고있다는것을또한분명하게인식했다고생각한다. (DA, 13)

172 논문 위의인용문에서나타나듯이아도르노가 계몽의변증법 이라는표제하에증명해야하는것은사회속에서의자유와분리될수없는원리로서의계몽이 20세기의야만으로발현되는 퇴보의싹 을함유하고있다는사실이다. 따라서계몽의변증법이성립하려면계몽이먼저사회적자유와분리될수없는원리로, 즉해방의이념으로표상되어야하며, 여기에 퇴보의싹 이본질적으로결합되어있음이증명되어야한다. 해방의원리로서의계몽이해방의원리인한에서필연적인자기파괴를통해억압의원리로변질된다는것을보여야만계몽의변증법은성립하는것이다. 그렇다면도구적이성과억압적지배가처음부터결합해있는아도르노의계몽개념은계몽의 변증법 을위해서는아무런쓸모가없다. 처음부터억압의원리로정식화된이러한계몽개념으로부터는 억압적계몽이억압으로귀결되었다 라는단선적인과의논리만성립할수있을뿐이기때문이다. 계몽의변증법 의표제하에아도르노가실제로보여주는것은해방의원리로서의계몽이억압의원리로변질된다는것이아니라, 도구적이성과억압적지배가결합된자기보존의원리로서의계몽이자기파괴적인원리로변질된다는것이다. 그러나도구적이성, 억압적지배, 자기보존의충동은인류사에서보편적으로관찰될수있는계기들로서계몽의이념에본질적으로속하는것은아니며, 계몽의개념에대한아도르노의역사철학적재구성은이러한계기들이계몽의이념에본질적으로속한다는것을이론적으로증명하기에는역부족이다. 왜냐하면아도르노의역사철학적재구성이란결국이론적구속력을결여한하나의해석에불과하기때문이다. 계몽의변증법 은주관적해석학의틀에서나가능할수있는-이것은논리의제한을벗어난다는점에서순수한의미에서 이야기 라고할수있을텐데-해석의곡예를허용하지않으나, 재구성적이론이가질수있는 구속력 은결여하고있다. 6) 해방의원리로서의계몽이그자체에억압적계기들을포함하고있음이증명되지않는한, 수단을가리지않는야만 6) 정호근, 사회구성과지배의연관, 철학사상 제 16 호, 2003, 171 쪽.

아도르노철학에서의이성의파괴 173 적인자기보존과지배의충동이자기파괴로귀결되는것은인류사에서보편적으로관찰될수있는억압과야만의변증법이지해방의원리로서의계몽이겪는변증법이아닌것이다. 결국아도르노는다음과같은이론적딜레마에처하게되는것으로보인다. 계몽의변증법을성립시키려면계몽을사회적자유와분리될수없는해방의원리로표상해야하지만그경우아도르노는계몽이자기파괴를통해억압의원리로변질된다는것을보일수없다. 억압적계기들은그개념상해방의원리로서의계몽과반대되는것이기때문이다. 반면에계몽을처음부터억압의원리로표상하면계몽의이념을자의적으로왜곡시키고있다는비난을피할수없을뿐만아니라계몽의변증법이성립할수없게된다. 7) 아도르노는후자를택한다. 아도르노는계몽을도구적이성과억압적지배의결합으로정식화하며, 그결과계몽의변증법의기본논리가붕괴하는것외에도다음과같은두가지이론적결함을감수한다. 첫째, 아도르노는계몽을억압의원리로표상하기때문에계몽의해방적계기들을배제할수밖에없으며, 이는 계몽의변증법 에서사실상계몽의이념을배제하는것과같은결과를낳는다. 즉아도르노는계몽을비판하지만계몽을직접다루지는않는것이다. 이는 계몽의변증법 의전체적인구조를분석해보면명백하게드러난다. 일종의인류사적개념으로변형된계몽을기초로 신화 = 계몽 의논제를전개하는 < 계몽의개념 >, 도구적이성과지배의결합을이미호머에서읽어낼수있음을보여주는 < 오디세우스또는신화와계몽 >, 反계몽주의자인니체, 사드를 계몽의무자비한완성자 로다루고있는 < 줄리엣또는계몽과도덕 > 등그어디에서도해방의원리로서의계몽이본격적으로다루어지지않는다. 도대체왜이런계몽으로의 우회로 들이필요한가? 왜아도르노는 계몽의변증법을최초로인식한 7) 이러한딜레마는계몽의이념을헤겔변증법의논리로다루려는아도르노의기획자체가잘못되었다는것을보여준다. 비판이론의방법론으로서헤겔변증법이갖는문제점들에대해서는정호근, 근대성의변증법과비판적이성의기능및가능성, 철학과현실 제 23 호, 1994, 395-397 쪽참조.

174 논문 철학자 (DA, 55) 인니체처럼근대적인계몽의이념을직접비판하여해방을약속하는계몽이실은권력의지에다름아니라는것을폭로하지않는가? 아도르노가허락하는유일한예외는베이컨과칸트인데, 전자는 실험철학의아버지 로서계몽의과학정신을대변할수는있지만해방의원리로서의계몽과는직접적인연관이없으며, 칸트의경우에는그가제시하는계몽의이념이억압적계몽으로, 즉도구적이성과억압적지배의결합으로부당하게재해석되고있을뿐이다. 계몽이염두에두고있는체계란인식의형태로서, 이러한형태의인식은사실들을능숙하게요리하며자연을지배하는데있어서주체를가장효과적으로지지해준다. 그원리는자기보존의원리다. 미성숙 (Unmündigkeit) 이란생존능력을결하고있음을말한다. 노예소유자, 자유기업가, 관료로탈바꿈해나가는시민은계몽의논리적주체다 (DA, 102). 아도르노는여기서계몽이자기보존의원리임을강조하면서 미성숙 이라는말로칸트를직접겨냥한다. 계몽이란우리가마땅히스스로책임져야할미성숙 (Unmündigkeit) 상태로부터벗어나는것이다. 8) 그러나칸트자신에따르면계몽은해방의원리이다. 권력의정당성에대해 따지지말라! (räsonniert nicht!) 는억압의소리에맞서서지식인이전체공동체의한구성원으로서, 혹은세계시민사회의한구성원으로서이성을공적으로사용할자유가확보되어야인류가계몽될수있다는것이다. 9) 이러한계몽개념은억압적계기로서의자기보존의충동과는직접적연관이없다. 둘째, 해방의원리로서의계몽을배제한결과계몽의변증법에서계몽의개념은설명력과내용을상실하며, 그빈자리는 도구적이성, 자기보존의원리, 지배 등인류사에보편적으로적용될수있는개념들이채우게된다. 사실아도르노의억압적계몽개념은도구적이성과억압적지배의결합으로온전히환원될수있으며, 계 8) I. Kant, Beantwortung der Frage: Was ist Aufklärung?, hrgb. von W. Weischedel, Immanuel Kant Werke in zehn Bänden, Band 9, Darmstadt: Wissenschaftliche Buchgesellschaft, 1983, 53. 9) 위의책, 55.

아도르노철학에서의이성의파괴 175 몽 을 도구적이성 -억압적지배와의결합을함축하고있는-으로치환해서읽어도계몽의변증법의독해에는문제가없다. 이로부터따라나오는결론은 계몽의변증법 이라는표제하에아도르노가실제로다루고있는것은계몽의변증법이아니라억압적지배와결합된도구적이성의자기파괴에다름아니라는것이다. 이와관련하여하버마스는 호르크하이머 (M. Horkheimer) 의 도구적이성비판 은 계몽의변증법 을체계적으로요약한것일뿐이다 라고지적한다. 10) < 계몽의변증법 > 이 < 도구적이성비판 > 으로요약될수있었다는것은전자에서계몽의개념이사실상불필요하다는사실을보여준다. 도구적이성의개념을중심으로아도르노의계몽의변증법의논리구조를분석해보면이개념이 20세기의야만과계몽을인과관계로연결시켜주는매개항의역할을하고있음을알수있다. 즉한편으로아도르노는계몽에대한재해석을통해계몽을순수하게도구적이성의발현으로축소하고, 이과정에서계몽의이념을왜곡한다. 다른한편으로도구적이성은자기보존의충동에의해억압적지배와필연적으로결합되어있는것으로표상되며, 나치즘과아우슈비츠수용소등 20세기의야만이그결과물로제시된다. 따라서계몽의변증법의전체논리구조는 도구적이성 (= 계몽 ) (20세기의) 야만 으로정식화될수있다. 그러나계몽은베이컨의 아는것은힘이다 라는슬로건으로상징되는과학의정신일뿐만아니라프랑스혁명의 자유, 평등, 박애 의이념으로상징되는정치적해방의원리이기도하며, 계몽의과학정신또한인간의해방을지향하고있으며또일정부분성취해왔다고보는편이정당한평가일것이다. 따라서왜계몽의해방적이고긍정적인계기들을무시하고계몽을순수하게도구적이성의발현으로보아야하는지에대해설득력있는대답을내놓지못하는한, 아도르노의계몽의변증법은해방과억압을변증법이라는미명하에뒤섞음으로써계몽을왜곡하고있다는비판을피할수없다. 10) J. Habermas, Theorie des kommunikativen Handelns. Band I: Handlungsrationalität und gesellschaftliche Rationalisierung, Frankfurt am Main: Suhrkamp, 1981, 463.

176 논문 이처럼아도르노의억압적인계몽개념은계몽의변증법의내적논리와모순될뿐만아니라계몽을정당하게다루고있지않다는점에서이론적타당성을결여하고있다. 그런데구체적인역사적고찰또한아도르노의계몽의변증법과양립할수없다는점에주목할필요가있다. 앞서살펴본바와같이계몽의변증법에따르면 20세기의야만을상징하는파시즘은계몽에기원하고있다. 계몽이신화로퇴보하게된원인은이러한퇴보를위해고안된국가주의적신화, 야만적신화혹은그외의현대적신화들에서찾을수있는것이아니라진리에대한두려움속에서경직된계몽자체에서찾을수있다 (DA, 18). 이순예는아도르노가말하려했던바를좀더직접적으로표현한다. 파시즘과제2차세계대전은합리적이성이가져온악마적결과다. 11) 그러나파시즘이계몽과는반대되는원리에기초하고있다는점에대해서는역사가들사이에합의가존재한다. 예를들어네오클레우스 (M. Neocleous) 는다음과같이지적한다. 괴벨스는 1933년나치가정권을장악했음을알리면서다음과같이말했다. 이제부터 1789년은역사에서삭제된다. 이말에서괴벨스는확실히진실의일부를표현하고있다. 무엇보다도파시즘은일반적으로계몽주의, 구체적으로는프랑스혁명에서표방된가치들에대한반작용으로출현했다. 때문에무솔리니는파시즘이프랑스혁명이지지한모든것들에대한거부임을거듭강조했던것이다. 어떤의미에서는파시즘은계몽의기획을미완성으로남겨두기위한, 심지어그것을파괴하기위한운동으로이해될수있다. 파시즘은 19세기의합리주의와관념론, 계몽의핵심적인정치적기획이라고할수있는자유주의와맑스주의에대한철학적논박에서시작되었기때문이다. 12) 파시즘이역사적ㆍ우연적산물이아니라계몽의자기파괴의필연적인결과라는아도르노의주장또한역사적으로근거가없다. 왜냐하면파시즘은계몽의전통이허약하거나제대로정착되지못한독일, 이탈리아, 일본등극소수의 11) 이순예, 아도르노와자본주의적우울, 풀빛, 2005, 29 쪽. 12) M. Neocleous, Fascism, Minneapolis: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1997, 23-24.

아도르노철학에서의이성의파괴 177 국가들에서만성공적이었기때문이다. 파시즘은역사적으로볼때성공한국가가아닌허약하거나실패한자유주의국가, 혹은지체되거나망가진자본주의체제에서나타난현상이었다. 흔히들파시즘은자유주의의위기로부터생겨났다고단언하는데, 허약하거나실패한자유주의의위기라고수정하는편이정확할것이다. [ ] 민주주의, 시민권, 법치는프랑스와영국의경우역사적으로국가의위대함을나타내는표시였지만대다수독일인들에게는외국에서수입된생소한개념이었다. 13) 이처럼역사적고찰은 20세기의야만 의원인이계몽이아니라야만에있음을시사한다. 루카치 (G. Lukács) 는이와관련하여나치의국가사회주의세계관으로이르는사상적예비작업의역할을한것은니체로대표되는反계몽주의ㆍ비합리주의철학이라고지적한다. 14) 파시즘연구자인팩스턴 (R. O. Paxton) 또한동일한지적을하고있다. 초창기지식인들은 [ 파시즘의성립에 ] 몇가지중요한영향력을발휘했다. 우선, 계몽적가치관에대한엘리트층의애착을약화시킴으로써파시즘운동이일어날수있는공간을만들어주었다. 그때까지도계몽적가치관은입헌정부와자유사회에서구체적인형태로수용돼널리적용됐다. 그런시기에일부지식인들은사람들이파시즘을상상하는것을가능하게해주었던것이다. 15) 결론적으로 20세기의야만이계몽의필연적인변증법적자기파괴의결과라는아도르노의주장은역사철학적으로구제받을수없을뿐만아니라역사적사실과도직접적으로모순되는것으로보인다. 아도르노의입장에서이러한결론을피하는한가지방법은이성자체를부정하는것이다. 도구적이성비판을총체적으로전개해나감으로써이성의해방적잠재력을부정하면아도르노는해방을실현하려 13) R. O. Paxton, The Anatomy of Fascism, New York: Knopf, 2004, 81-82. 14) G. Lukács, Die Zerstörung der Vernunft, Georg Lukács Werke, Band 9, Neuwied am Rhein: Luchterhand, 1962 참조. 15) R. O. Paxton, 앞의책, 18.

178 논문 는모든시도가필연적으로억압적지배와결합된도구적이성의실현으로전락한다고주장할수있다. 하버마스에따르면아도르노는 부르주아계급의어두운사상가들 인니체, 사드와결합함으로써이길을택한다. 16) Ⅲ. 도구적이성비판의총체화와그문제점 아도르노의계몽의변증법에따르면계몽은자기보존의충동에기초하고있으며, 이충동이이성을억압적지배와결합해있는도구적이성으로전락시킨다. 만약계몽에의해이성이도구적이성으로전락한것이사실이라면, 이러한전락을무효화하고이성을회복하는것도해결의한가지방법이될것이다 ( 하버마스 ). 계몽의변증법 에서그부정성이폭로된 도구적이성 에대립하여다른유형의이성을제시하는것은어려운일이아닐뿐아니라이에대한대안도다양하다. 17) 그러나아도르노는도구적이성의폭압으로부터벗어날어떠한가능성도열어놓지않으며, 이성이도구적이성으로전락하는것은필연적이라고본다. 비록 전락 이라는말이도구적이성이전의어떤본래적인이성의개념을암시하기는하지만, 이이성이만약호르크하이머가말하는 객관적이성 과같은것이라면그것은계몽이종교적-형이상학적세계관을해체할때그세계관과함께해체되어버렸으며, 종교적-형이상학적세계관이회복될수없는것과마찬가지로객관적이성도복구될수없다는것이다. 18) 객관적이성으로부 16) J. Habermas, Die philosophische Diskurs der Moderne, Frankfurt am Main: Suhrkamp, 1986, 130. 17) 정호근, 의사소통과합리성, 철학과현실 제 28 호, 1996, 71 쪽. 18) 아도르노의 계몽의변증법 에서는이성개념에대한체계적인분석이이루어지지않기때문에, 아도르노의총체적이성비판에대한본논문의논의는아도르노와함께 계몽의변증법 을저술한호르크하이머의 도구적이성비판 - 하버마스가 계몽의변증법 의체계적요약본이라고규정하는 - 에많은부분기대고있다. 이는총체적이성비판과관련하여

아도르노철학에서의이성의파괴 179 터주관적이성으로의이행은결코우연이아니며, 이념들의발전과정은어떤주어진순간에자의적으로되돌려질수없다. 만약계몽의형태안에서주관적이성이서양문화의본질적인구성요소인신앙의철학적토대를해체했다면, 그것은이러한토대가너무약한것으로증명되었기때문에가능했던것이다. 따라서객관적이성의부활은전적으로인위적이다. 19) 반면에 주관적이성 은인간의자기보존의충동과본질적으로연관되어있기때문에억압적지배와결합된도구적이성으로전락할수밖에없다. 그근거로아도르노는현대사회에서넓은의미에서의이성의세계기인인지적이성, 도덕적-실천적이성, 미학적이성이모두계몽의자기파괴에의해해방적계기를상실하고억압으로전락했음을지적한다. 즉 < 계몽의개념 > 은인지적이성이자연과인간의완전한지배를목적으로삼는권력의수단으로서의지식의형태로발현된다는점을보여주며, < 줄리엣혹은계몽의도덕 > 은도덕적-실천적이성이계몽의자기파괴에의해해체되면서도덕적인엄격성 ( 칸트 ) 와절대적인무도덕성 ( 니체, 사드 ) 의대립들사이에존재하는차이가사라진다는것을드러내며, 마지막으로 < 문화산업 : 대중기만으로서의계몽 > 은대중문화의분석을통해오락과합병된예술이본래가지고있던비판적-해방적동력을상실했다는점을폭로한다. 이처럼이성이해방적잠재력을근본적으로상실했다면대안은무엇인가? 아도르노에의하면희망은오직 주체속에있는자연의상기 (Eingedenken) 라는이차적인반성에있을뿐이다. 사유, 즉자신의강압메커니즘속에자연을반영하고되풀이하는사유는자신의철두철미함덕분으로스스로가또한강압적메 아도르노와호르크하이머의입장이크게다르지않다는, 그자체로검증될필요가있는전제에본논문의논의가기초하고있음을인정하는것이다. 19) M. Horkheimer, Zur Kritik der instrumentellen Vernunft, Max Horkheimer Gesammelte Schriften, Band 6, Frankfurt am Main: Fischer Taschenbuch Verlag, 1991, 78. 인용은박구용의번역본 ( 막스호르크하이머, 도구적이성비판, 서울 : 문예, 2006) 을기본으로하되필요한경우필자의해석에따라약간의변형을가했다.

180 논문 커니즘으로서의잊혀진자연임을드러낸다. [ ] 스스로가지배임을고백하고자연속으로퇴각하는결단을통해정신은자신을바로자연의노예로만드는지배에의요구를분쇄할수있다 (DA, 56-57). 아도르노는이처럼이성의해방적잠재력자체를부정하면서다음과같은두논제를전개한다. 첫째, 이성은필연적으로억압적지배와결합된도구적이성으로전락한다. 따라서이성은지배의원리이며이성의사유와그구성요소로서의개념은지배를반영한다. 담론적인논리가만들어내는사유의보편성, 즉개념영역에있어서의지배는실제적인지배의토대위에세워지는것이다 (DA, 30). 둘째, 도구적이성으로전락한이성은목적에대해서는맹목적이기때문에어떠한규범성이나정당성도제공할수없다. 이성은계산과계획의기관이며목표에대해서는중립적이다. 이성의요소는조종이다. [ ] 이성은목적없는합목적성이되었으며, 이목적없는합목적성은모든목적속에서팽팽한긴장을일으킨다. 이런의미에서이성은순전히계획을위해고안된계획이다 (DA, 107-108). 이러한두가지논제를전개함으로써아도르노는칸트를거부하고 부르주아계급의어두운사상가 인니체, 사드와결합하게된다. 아도르노가보기에이성에기초한도덕론을전개하려는칸트의노력은이성과억압적지배사이의밀착관계를은폐하려는부질없는시도에불과하다. 계몽의도덕론은종교가허약해진상황에서, 사회속에서자신의입장을견지하는것이이해관계만으로는안될때이에대한근거를발견하려는무망한노력으로부터나온것이다. [ ] 도덕론은그것이엄격해보이는경우에도선동적이고감상적이다. 사실로서의윤리적인힘 에대한칸트의호소처럼, 도덕론은도덕자체가아무런근거가없다는의식에서나오는일종의폭력행위이다. [ ] 법칙의단순한형식의존중이라는칸트적동기를순진하게믿는시민은계몽되었다기보다는미신적이며 (abergläubisch), 바보다 (DA, 104-105). 반면에니체, 사드는이성과억압적지배사이의연관관계를그대로폭로한다는점에서긍정적이다. 부르주아계급의어두운사상가들은부르주아

아도르노철학에서의이성의파괴 181 계급의변호론자들과는달리조화의교리를통해계몽의결론을빠져나가려고시도하지않았다. 이들은또한형식주의적인이성이비도덕보다는도덕과친화성을갖는다고생각하지않았다. 밝은사상가들이이성과범죄, 시민사회와지배사이에존재하는뗄수없는밀착관계를부정함으로써보호한다면, 저어두운사상가들은충격적인진리를무자비하게폭로한다. [ ] 이들의무자비한교리는지배와이성의동일성을공표하고있지만, 부르주아계급의도덕적인비굴한하수인들 (moralische Lakaien) 의교리보다는오히려자비롭다 (DA, 139-140). 니체와사드가이성을 파괴 한것이아니라이성과지배의동일성을 폭로 했다고본다는점에서아도르노는이들과동일한사실인식을공유하고있다. 즉앞서제시된아도르노의두논제-이성은지배이며, 규범성을제공할수없다-는니체, 사드에게서와마찬가지로아도르노에게도하나의사실 (fact) 에다름아니다. 만약위의두논제가타당하다면이성에기초하여규범성혹은정당성에대해논의하는행위는그자체로권력의지의발현이자기만이될것이다. 따라서아도르노의총체적이성비판은도덕철학과정치철학의가능성자체를부정할뿐만아니라정치적실천에도대해서도적대적이된다. 20) 그렇다면아도르노는위의두논제를엄밀하게정당화할필요가있다. 왜냐하면 탈출구가전혀없다는사실을그가적어도설득시킬수있을때에만그는그입장을유지할수있기 21) 20) 아도르노사상의핵심은 실천의거부 와 이론의심미화 라고할수있다. 아도르노에게는적어도정치적실천의여지가남아있지않다. ( 김유동, 이론의심미화대실천의구제 - 아도르노와하버마스, 아도르노와현대사상, 문학과지성사, 1997, 78 쪽 ) 아우슈비츠라는엄청난불의의체험이나 물화 가더욱완전해진전후세계에대한체험으로부터아도르노는현실이나미래에대한어떤기대도가질수없으며이에따라실천을위한어떤지침도내놓을수없게된다. 이를넘어아도르노는좌파적이건우파적이건실천자체에대해깊은혐오를느낀다. 실천과행동을배격하는이러한관조적세계관은니체의 비극의탄생 에서적절히표현된다 ( 같은책, 83 쪽 ). 21) J. Habermas, Die philosophische Diskurs der Moderne, Frankfurt am Main: Suhrkamp, 1986, 155.

182 논문 때문이다. 그런데이와관련하여한가지분명한사실은역사적이고경험적인사실들을제시하는것만으로는아도르노가자신의입장을정당화할수없다는점이다. 왜냐하면아도르노의두논제는 이성이지배로전락했고, 규범성을제공하지못하고있다 라는사실을보고하는것이아니라, 이성은지배일수밖에없으며규범성을제공할수없다는필연성을주장하는것이기때문이다. A이다 라는사실명제로부터는 A일수밖에없다 라는양상명제가도출될수없다. 따라서나치즘과아우슈비츠수용소로대표되는 20세기의야만, 혹은아도르노가고발하는현대의병리현상들은위의두논제를긍정하게하는정서적효과를가질수는있으나이론적으로정당화하는데도움이되지는못한다. 더나아가아도르노가과연현대를올바르게평가하고있는가하는점도검토해볼필요가있다. 이와관련하여하버마스는다음과같이지적한다. 계몽의변증법은시민적이상속에견지되었던 ( 그리고이이상들을통해도구화되었던 ) 문화적현대의이성적내용을올바로평가하지못하고있다. 22) 하버마스는아도르노가입헌민주주의국가들의제도들에구현되어있는법과도덕의보편적토대들을간과하고있을뿐만아니라예술적근본경험들의해방적잠재력또한놓치고있다고본다. 결국완전한유토피아나디스토피아 (dystopia) 가아닌이상어떤사회든병리현상과긍정적인요소들이혼재되어있기마련이며, 후자가완전히결여된사회란유지될수없다는점에서현대에대한아도르노의평가는지나치게선택적이다. 따라서아도르노의두논제가역사적이고경험적인사실에만근거해있다면슈트라우스 (L. Strauss) 의다음과같은비판을피해갈수없을것으로보인다. 가치판단의거부는서로다른가치들및가치체계들사이의갈등이란인간의이성으로는본질적으로해결불가능하다는가정에기초하고있다. 그러나이러한가정이아주확실한것으로일반적으로인정되고는있지만결코한번도증명된적은없다. 이를증명하려면순 22) 위의책, 137-138.

아도르노철학에서의이성의파괴 183 수이성비판에필적하는구상과노력이필요하며, 평가적이성에대한포괄적인비판이요구된다. [ ] 우리가실제로발견하는것은이러저러한특정한가치갈등은해소될수없다는것을증명했다고내세우는산만한관찰들인것이다. 23) 아도르노가스스로의입장을정당화하기위해서는역사적ㆍ경험적사실을제시하는것만으로는부족하며, 이성과지배의동일성그리고도덕적-실천적이성의불가능성에대한일종의초월철학적인논증을제시할필요가있는것으로생각된다. 앞서살펴본바와같이다음과같은논증이제시된다. 24) 이성은현실에내재하는원칙이거나 ( 객관적이성 ), 정신의주관적능력이다 ( 주관적이성 ). 객관적이성개념은수단보다는목적을더많이강조했으며 이성적인것 의객관적질서를자기보존의충동과이해관심을갖는인간적현존재와화해시키는것을목적으로삼았다. 그런데계몽은종교적-형이상학적세계관과함께객관적이성개념자체를돌이킬수없이해체했으며, 이에따라이성은정신의주관적능력으로서목적자체의합리성에대해서는맹목적이면서단순히주어진목적에대해가장효율적인수단을발견하는도구로전락하였다. 왜냐하면정신의주관적능력으로의이성에는자기보존과지배에의충동이필연적으로결합되어있기때문이다. 그러나객관적이성이해체된지금도구적이성을극복하기위해객관적이성을부활시키려는시도는그자체로권력의지의발현에불과하다. 25) 이처럼객관적이성이돌이킬수없이해체되었고주관적이 23) L. Strauss, What Is Political Philosophy?, What Is Political Philosophy? and Other Studies, Chicago/London: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59, 23-24. 24) M. Horkheimer, Zur Kritik der instrumentellen Vernunft, Max Horkheimer Gesammelte Schriften, Band 6, Frankfurt am Main: Fischer Taschenbuch Verlag, 1991, 27-30 참조. 25) 현재의사회적선별메커니즘의시험을통과한모든교설들의운명을좋든나쁘든공유하는가운데, 객관주의철학은특수한목적을위해규격화된다. 철학적교설들은종교적인또는계몽된, 진보적인또는보수적인집단들의요구에기여한다. 절대자는스스로수단이되고, 객관적이성은얼마나보편적인지에상관없이주관적인목적을위한계략이된다 ( 위의

184 논문 성은지배와필연적으로결합되어있으므로, 해방적잠재력을이성에서찾으려는시도는성공할수없다는것이다. 그러나이러한논증은이성을억압하는자의입장에서만규정하고있다는점에서 억압당하는자 의이성을간과한다는한계를갖는다. 억압하는자의자기보존의충동이 도구적이성 을억압적지배와결합시킨다면억압당하는자의자기보존의충동은 도구적이성 을해방적동기와결합시키며, 억압당하는자에게이성은지배의도구가아니라지배를인식하고분쇄하기위한가장강력한도구가된다. 이성의시대 (Age of Reason) 인 18세기에계몽주의자들이강조했던이성, 그리고이후에지배계급이된부르주아가끊임없이해체를시도해온이성은바로이러한것이었다. 예를들어데카르트의 전지전능한악신 이란데카르트적주체를억압하고지배하는총체화된객체적인힘의상징이며, 이에맞서는 방법적회의 란이러한지배를분쇄하는가장강력한무기에다름아니다. 이를꿰뚫어본니체는데카르트를 합리주의의아버지 이자 혁명의할아버지 26) 로규정하였으며, 하이예크 (F. Hayek) 는데카르트적이성의급진적변혁의잠재력을분쇄하는것을주요목표로삼는다. 27) 결국목적에대해중립적인아도르노의 도구적이성 은해방과억압이라는목적에대해서도중립적인것이다. 따라서왜 도구적이성 의 해방적잠재력 이무시되어야하는지, 그리고왜억압자의입장에서만이성이규정되어야하는지에대해설득력있는대답을내놓지않는한이성이지배의원리라는아도르노의주장은지나치게일면적이라는비판을피하기어렵다. 그리고역설적이게도도구적이성의전횡을폭로하는아도르노자신의이성이이러한일면성의가장강력한증거가된다. 총체적이성비판하에서아도르노는비판을수행하는자신의이성-이자체 책, 78-79). 26) F. Nietzsche, Jenseits von Gut und Böse, Nietzsche Werke: Kritische Gesamtausgabe, Vol. VI2, Berlin: Walter de Gruyter & Co., 1968, 115. 27) F. A. Hayek, Law, Legislation and Liberty. Vol. 1: Rules and Order, London: Routledge, 1998, 9-11 참조.

아도르노철학에서의이성의파괴 185 가다시지배의원리일수는없다-의지위를설명할수없는것이다. 아도르노는 모든이성적척도들의부패를설명하기위해하나의온전한이성적기준을남겨놓아야만한다. 28) 이러한수행적모순은이성비판이총체화될수없으며, 이성의해방적잠재력또한부정될수없다는점을분명하게보여준다. 위의논증이갖는또다른문제점은그것이근대적인주체 / 객체, 혹은정신 / 자연의이분법에따라이성을일종의심리적사실로환원한다는데있다 ( 이성에대한심리주의 ). 이성의존재론적지위와관련하여아도르노의근대적인주체 / 객체의이분법은물리 / 심리라는실증주의적실체이원론으로변질된다. 즉이성이만약존재자라면, 그것은객체에존재하거나 ( 자연 = 물리 ), 주체에존재한다 ( 정신 = 심리 ). 그런데 객관적세계에있는하나의힘 으로서의이성이란실증될수있는사실이아니기때문에계몽에의해서완전히해체되었으며, 이성이존재한다면주체에만존재할수있다. 따라서이성은하나의심리적사실로서 사유메커니즘의추상적인기능작용 (Funktionieren), 즉구분, 추론, 연역의능력 이다. 29) 이처럼아도르노는실증주의의도구적이성은비판하면서도실증주의적인실체이원론은공유하며이에따라이성을 사유작용 이라는일종의심리적사실로환원한다. 30) 아도르노가말하는이성이란사유작용과동일한것으로서의내성 (introspection) 에의해서언제든자신안에서직접적으로감지할수 28) J. Habermas, Die philosophische Diskurs der Moderne, Frankfurt am Main: Suhrkamp, 1986, 153. 29) M. Horkheimer, Zur Kritik der instrumentellen Vernunft, Max Horkheimer Gesammelte Schriften, Band 6, Frankfurt am Main: Fischer Taschenbuch Verlag, 1991, 27. 30) 칸트의도덕법칙에대한아도르노의다음과같은분석은이점을잘보여준다. 칸트는자아내부에있는도덕법칙을어떤이질적인믿음으로부터도철저히정화시켰으며, 이때문에칸트의이러한보증은, 우리위의별이빛나는하늘이물리적인자연사실인것처럼, 거역할수없는심리적인자연사실이되었다. 칸트자신은그것을 이성의사실 이라고명명했으며, 라이프니츠는사회의보편적본능이라고일컫는다. 그렇지만사실이란그것이눈앞에현존해있지않는곳에서는아무쓸모가없는것이다 (DA, 113).

186 논문 있는심리적존재자이며, 감정, 본능등과함께인간의정신혹은마음을구성하는하나의실재적인부분혹은계기에다름아니다. 이처럼하나의심리적사실로환원된이성이야말로비로소또다른심리적사실인 자기보존의충동 과필연적인연관관계를맺고도구적이성이될수있는것이다. 문제는객관과의연관관계를상실한순전히주관적이고심리적인사실로서의이성이라는개념이자기모순적이며결코유지될수없다는데있다. 그근거는다음과같다. 만약이성이 사유메커니즘의추상적인기능작용, 즉구분, 추론, 연역의능력 이라면이러한 기능 혹은 능력 은인간이라면누구나갖고있는것이므로모든인간은이성적존재자이다. 따라서이러한이성개념하에서는 이성적 혹은 합리적 이라는술어는평가적기능을상실하며정상인인가아니면광인인가에상관없이일련의정신적기능만갖추고있다면이성적인존재자가된다. 광인은정상적인정신능력을갖추지못하고있다는식의반론은주관적이성의개념하에서는성립할수없는데, 왜냐하면정신능력의 정상 혹은 비정상 은주체내부에서주어질수없는일종의외재적기준이기때문이다. 따라서순전히정신의기능으로환원된이성개념하에서는어떠한평가도이루어질수없으며, 이성은하나의사실로서직접경험될수있는대신에의미를완전히상실한다. 더나아가도구적이성의개념도붕괴한다. 주관적이성의개념하에서는실제로목적합리적인사유와목적합리성을지향하지만실제로는목적합리적이지않은사유의경계도사라지기때문이다. 이처럼객관과의연관관계를완전히상실한하나의심리적사실로서의주관적이성이란순전히사적 ( 私的 ) 인이성으로전락하며, 이에따라 이성적 / 비이성적 혹은 합리적 / 비합리적 이라는술어들은의미를완전히상실하여이성의개념자체가지양되어버린다. 31) 결국아도르노는이성의개념자체가주체에외재적 31) 코스가드 (C. Korsgaard) 는비트겐슈타인의사적언어의불가능성논변을차용하여사적이유 (reason) 의불가능성을논증한다 (C. Korsgaard, The Sources of Normativity,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7, 136-139). 코스카드의논증의핵심은, 만약사적언어라는것이가능하다

아도르노철학에서의이성의파괴 187 인기준에의존하고있음을인정함으로써 이성적 혹은 합리적 이라는술어의평가적기능을회복시키는대신주관적이성의개념을포기하거나, 아니면설명력과내용을결여한 주관적이성 의개념- 사유, 판단 등평가중립적인개념들로온전히환원될수있는-을고수함으로써이성개념자체를제거하게되는이론적딜레마에처하게된다. 아도르노의 주관적이성 개념이처하게되는이러한딜레마는 객관적이성 즉 객관적세계에있는하나의힘 과의연관관계를완전히상실한 주관적이성 이라는개념이자기모순적임을보여준다. 사유를비롯한인간의여러행위들을 이성적 / 비이성적 혹은 합리적 / 비합리적 으로평가하게해주는기준들자체는개별인간의정신에대해서외재적이며, 인간의정신은이러한외재적기준들을예화 ( 例化 ) 하는경우에만 이성적 인것으로규정된다고보는편이진실에좀더가까울것이다. 아도르노의주체 / 객체이분법은이러한외재적기준들을포섭하기에는존재론적으로너무협소하며, 결국이성에대한심리주의로나아간다. 32) 여기서는이러한외재적기준들의존재론 면언어적규범을실제로지키는것과언어적규범을지킨다고생각하는것사이의차이가소멸하게되므로모순이발생하는데, 이와동일한논증이이유에대해타당하므로이유역시공적 ( 公的 ) 일수밖에없다는것이다. 위의논의는동일한논증을사적 ( 私的 ) 이성 (reason) 의개념에적용한것이다. 32) 이때문에프레게 (G. Frege) 는진리의담지자인 사상 (Gedanke) 은물리 / 심리의이분법적존재론으로는파악될수없으며, 사상이존재론적으로수용되려면비공간적이면서도객관적인것들의영역인 제 3 의영역 이인정되어야한다고주장한다. 사상은철저하게비실재적인것은아니지만그실재성은사물의실재성과는완전히다른종류의것이다. 그리고사상의작용은생각하는자의행위 - 이것이없으면적어도우리가볼수있는한에서사상은작용이없는것이될터인데 - 를통해서발생한다. 그렇지만생각하는자가사상들을만들어내는것은아니며그는사상이그러한바에따라사상을취해야만한다. 사상은생각하는자에의해서파악되는일이없이참일수있으며그때도그것들이파악되고그를통해실재성을가질가능성이있는한에서는완전히비실재적은아니다 (G. Frege, Der Gedanke, in G. Patzig(eds.), Logische Untersuchungen, Göttingen: Vandenhoeck & Ruprecht, 1976, 53).

188 논문 적지위에대해서는더논하지않겠다. 다만여기서중요한것은이성을하나의심리적사실로환원하는심리주의는자기모순적이며유지될수없다는점이다. 이성을이성이게해주는기준이주체에외재적이라는점이확실해지면아도르노에게서는명확하게분리되지않았던인간본성의타락의문제와이성의문제가선명하게구별되며, 이와함께이성이자기보존의충동에의해도구적이성으로전락한다는아도르노의주장의타당성이의심스럽게된다. 왜냐하면자기보존의충동에영향을받는것은 사유 혹은 판단 이라고하는개별적인심리적사실들이지외재적기준에의해평가되는이성자체가아니기때문이다. 과연자기보존의충동에의해서그릇된목적을설정하는그러한인간의정신이외재적기준에의해 이성적 으로규정될수있을까? 예를들어 부녀살해, 유아살해, 수간, 암살, 매춘, 강간 (DA, 139) 등인간이상상할수있는거의모든극악무도한악행들을저지르는브리사-테스타등사드 (Marquis de Sade) 소설의등장인물들-사드스스로가반복적인강력성범죄로인생의 1/3을수감되어있었다는점에서이들은사드의화신 (avatar) 에다름아니다-은 이성적인 존재인가? 그러나이성혹은합리성개념을이처럼왜곡하여이해하는사람들은아도르노를비롯한소수의철학자들뿐이며, 이성적 혹은 합리적 이라는술어의일상적인용법에는목적선택의합당성 (reasonableness) 이수단선택의합리성 (rationality) 과본질적으로결합되어있다. 33) 예를들어부당한목적과결합되어있는도구적사유를 이성적 혹은 합리적 이라는술어로규정하는것은일상언어에서는금기시되어있으며- 유아살해자, 강간범은이성적이고합리적이다 와같은문장을생각해보라-이러한사유를규정하기위해서는 치밀함, 간악함, 교활함 등처음부터부정적인가치판단이개입되어있는술어가사용된다. 부당하지는않지만무가치한목적을추구하는도구적 33) 합당성과합리성의개념에대해서는 J. Rawls, Political Liberalism,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1993, 50-51 참조.

아도르노철학에서의이성의파괴 189 사유또한일반적으로 이성적 혹은 합리적 이라는술어에의해규정되지않는다. 이성 혹은 합리성 개념의이러한일상언어적인사용방식은이성혹은합리성으로부터목적의합당성을말끔하게분리하려는시도는정당성이없으며, 이성혹은합리성개념안에목적의합당성과수단의합리성이본질적으로결합되어있음을시사한다. 예를들어 정언명령을위반하고, 그러나그만큼더깊이순수이성에조응하면서, 파시즘은인간을사물로, 즉행동양식들의총화로만들었다 (DA, 105) 라는문장에서 이성 이라는말은실제로는인간본성의악으로의성향을의미할뿐이며, 이성개념이올바르게이해되는경우이러한문장은용납될수없다. 결론적으로이성이지배이며규범성을제공할수없다는아도르노의주장은양상명제를포함하기때문에역사적ㆍ경험적사실을근거로제시할수없으며, 아도르노가근거로제시하는초월철학적인논증은억압당하는자의이성을고려하지않는다는점에서일면적일뿐만아니라이성에대한심리주의로서자기모순적이다. 아도르노의총체적이성비판에서는이성의올바른개념이- 계몽의변증법에서와마찬가지로-결여되어있기때문에비판의이론적타당성또한결여되어있다. Ⅳ. 아도르노의아나키즘과권력정당성의문제 베버 (M. Weber) 는정당한지배의세가지순수한유형을합리적지배, 전통적지배, 카리스마적지배로구분한다. 34) 이중에근대이후의사회구성의핵심원리가될수있는것은합리적지배뿐이지만, 아도르노의총체적이성비판은정당성의근원으로서의이성혹은합리성자체를부정한다는점에서강력한아나키즘을함축한다. 노직 (R. Nozick) 34) M. Weber, Wirtschaft und Gesellschaft: Grundriss der verstehenden Soziologie, Erster Halbband, hrgb. von J. Winckelmann, Köln/Berlin: Kiepenheuer & Witsch, 1964, 159.

190 논문 이지적하듯이아나키즘은만약타당하다면 정치철학의전체주제를밑동에서부터잘라버린 (undercut) 35) 다는점에서정치철학적으로매우강한주장이다. 특히일반적인형태의아나키즘이무정부상태를지향하는것과는달리아도르노는권력의정당성과함께무정부상태도부정한다는점에서보다총체적이고근본적인형태의아나키즘을주장한다고할수있다. 아도르노의아나키즘이이처럼사회에대한총체적부정으로전개되는이유는아도르노가 지배 (Herrschaft) 의개념을근대적인주체 / 객체도식을기초로하여정식화하기때문이다. 아도르노의정식화에따르면 지배 는기본적으로객체에대한주체의지배, 혹은자연에대한정신의지배이며, 이러한지배는 자연지배 에서 인간지배 로그리고 인간의내적자연에대한지배 로확장되어나간다. 인간은자신이해방되는과정에서나머지세계와운명을공유한다. 자연지배는인간지배를포함한다. 모든주체는외적자연, 즉인간적이거나비인간적인외적자연을지배하는데가담할뿐만아니라, 이를수행하기위해자기자신안에있는자연을지배한다. 지배는지배를위해내면화된다. [ ] 내적ㆍ외적자연에대한인간의지배는의미있는동기에서비롯된것이아니기때문에, 자연은실제로초월되거나화해되지않고단순히억압된다. 36) 주체 / 객체혹은정신 / 자연의도식에따라재구성된이와같은지배의 원역사 (Urgeschichte) 는다음과같은두가지주장을함축한다. 첫째, 지배 (Herrschaft) 란객체에대한주체의억압에서유래하는 화해되지않은자연 (DA, 56) 으로서그자체로 악마적성격 (DA, 224) 을가지며, 사회란이러한 지배 를원리로삼아구성되므로그자체로억압적이다. 상징 (Symbole) 이의미하는반복되는자연은갈수록상징속에표현된항구화된사회적억압임이증명된다. [ ] 사유형식의이러한사회적성격은사회적연대감의표현이아니라사회와 35) R. Nozick, Anarchy, State, and Utopia, New York: Basic Books Inc., 1974, 4. 36) M. Horkheimer, Zur Kritik der instrumentellen Vernunft, Max Horkheimer Gesammelte Schriften, Band 6, Frankfurt am Main: Fischer Taschenbuch Verlag, 1991, 106.

아도르노철학에서의이성의파괴 191 지배가완전히하나가되었다는증거이다. 지배는사회속에서확립된것이지만또다시사회전체에한차원높은일관성과힘을부여한다 (DA, 38). 둘째, 지배란주체 / 객체도식내에서주체가객체에게필연적으로가하게되는억압이기때문에지배의해소를위해서는 주객동일성 혹은 정신과자연의화해 와같은형이상학적해결책이필요하다. 주체는결코객체를있는그대로인식할수없으며객체가주체에표상되는한에서만인식할수있다는근대철학의인식론적곤경은주체 -객체사이에부당하지만해소불가능한지배연관관계가존재한다는정치철학적주장으로변주된다. 아도르노에따르면이러한지배연관이해소불가능한이유는그것이자기보존의충동이라는주체의 초월론적 성격에기초하고있기때문이다. 이성의책략 (List der Vernunft) 은인간을점점더유능한야수로만드는데있는것이지주객동일성을수립하는데있는것이아니다 (DA, 254). 결국아도르노는주체-객체사이의필연적인지배연관을형이상학적으로해소하기보다는 주객동일성 혹은 화해 의이념을완전히포기하고체념한다. 양지바른곳을외쳐대는것은우상숭배다 (DA, 248). 이에따라 계몽의변증법 은다음과같은운명론적체념을담은문장으로종결된다. 동물계의종들에서와마찬가지로인간종 ( 種 ) 내에서의정신적인단계들과인간개개인의맹점들은희망이정지된지점들로서, 여기서화석화된희망들이보여주는것은살아있는모든것은굴레를벗어버릴수없다는것이다 (DA, 296). 아도르노의아나키즘에서일차적으로문제가되는것은 지배 라는기초적인개념이다. 한가지제기될수있는비판은자연지배, 인간지배, 인간의내적자연에대한지배라는삼중적지배연관의첫단계를이루는 자연지배 라는개념이하나의수사적표현에지나지않으며실질적인의미를결여하고있다는것이다. 엄밀히말해 지배 의대상이될수있는것은사회적존재로서의인간뿐이며, 자연 은지배의대상이될수없기때문이다. 하버마스는이점에서 자연지배 라는개념자체를의아하게여긴다. 호르크하이머와아도르노는자

192 논문 연에대한 지배 를비유 (Metapher) 로이해하지않는다. 그들은자연에대한통제를인간에대한명령, 그리고자기자신의내부의자연에대한억압과마찬가지로 지배 라는동일한이름으로부른다. 37) 정호근또한다음과같이지적한다. 자연과교섭하는것과자연을지배하는것은같은것이아니다. 자연과물질교환관계에머물러야한다는것은그자체로자연지배가되는것은아니다. 38) 인간은생존을위해서는노동을매개로하여자연과물질교환관계를가질수밖에없지만인간과자연사이의이러한교환관계는사회내에서의인간과인간사이에성립하는지배연관과는범주적으로다른것이다. 따라서 지배 는 자연지배 에서인간지배로확장될수없으며, 인간은언제나자신을자연밑에굴복시킬것인지아니면자연을자신의지배하에둘것인지를선택해야했다 (DA, 49) 와같은문장은수사 ( 修辭 ) 에불과하다. 이처럼 자연지배 와인간지배를분리하면주체 / 객체도식에따라재구성된아도르노의삼중적지배연관은기초부터무너져내리며, 지배 의문제를해소하기위해 주객동일성 이나 정신과자연의화해 와같은형이상학적해결책을구상해야하는부담도사라지게된다. 사회내에서의인간과인간사이의억압적지배관계를극복하려면주체일반과객체일반을화해시킬형이상학적방도를모색해야한다는식의주장은전혀근거가없다. 자연지배 가아도르노의삼중적지배연관에서떨어져나가면남는것은인간지배의문제뿐이다. 그런데인간지배의문제와관련하여주체 / 객체도식이야기하는가장심각한문제점은그것이주체와객체사이의연관관계자체를 지배 라는일종의 원죄 로규정함으로써권력의정당성이라는정치철학의핵심문제를부당하게해소해버린다는데있다. 아도르노에게 지배 란단적으로악이며정당한지배는존재할수없는데, 왜냐하면지배란객체에대한주체의억압이라는 근 37) J. Habermas, Theorie des kommunikativen Handelns. Band I: Handlungsrationalität und gesellschaftliche Rationalisierung, Frankfurt am Main: Suhrkamp, 1981, 507-508. 38) 정호근, 사회구성과지배의연관, 철학사상, 제 16 호, 2003, 170 쪽.

아도르노철학에서의이성의파괴 193 본악 이기때문이다. 아도르노의아나키즘은이처럼권력정당성이라는경험적이고현실적인문제를주체 / 객체도식에연관된형이상학적인문제로환원함으로써정당한권력과억압적권력의구분자체를파괴하며, 그결과 권위 (authority) 라는정치철학의핵심개념을처음부터결여하고있다는심각한결함을갖게된다. 아렌트 (H. Arendt) 는권위의개념을다음과같이해설한다. 권위는무력에의한강제와논쟁을통한설득모두와엄밀하게구분되는한에서만올바로정의될수있다. 명령하는자와복종하는자사이의권위적관계는일반적이성이나명령하는자의힘에기초하고있지않다. 명령하는자와복종하는자가공유하는것은위계질서그자체로서, 양자는이위계질서의견고함과정당성을인정하고있으며그속에서각각의안정된위치를점유하고있다 39) 즉명령하는자와복종하는자가모두해당위계질서의정당성을인정하는한에서만권위는성립하며, 이점에서권위는폭력과분명하게구분된다. 40) 그리고 아무리강한사람이라하더라도자기에대한복종을의무로바꾸지않는한영원히주인일수있을만큼강한것은결코아니라는 41) 점에서권력의정당성은사회구성을위한필수요건이다. 그러나아도르노는주체 / 객 39) H. Arendt, What is Authority?, Between Past and Future: Six Exercises in Political Thought, New York: The Viking Press, 1961, 93. 40) 베버 (M. Weber) 역시이러한관점에서 힘 (Macht) 과 지배 (Herrschaft) 를엄밀하게구분한다. 힘이란어느사회적관계내에서자기자신의의지를저항에거슬러서도관철할수있는온갖가능성을의미하며, 여기서이러한가능성이어디에근거를두고있는가는상관이없다. 지배란일정한내용의어느명령에대하여일정한사람들에게서복종을발견할수있는가망성을뜻한다고하겠다 (M. Weber, Wirtschaft und Gesellschaft: Grundriss der verstehenden Soziologie, Erster Halbband, hrgb. von J. Winckelmann, Köln/Berlin: Kiepenheuer & Witsch, 1964, 38). 지배란다른사람에게힘과영향력을행사할수있는모든종류의가능성을의미하지는않는다. [ ] 지배가존속할수있는가능성으로서물질적인, 감성적인, 또는가치합리적인동기만으로만족하는지배는존재하지않는다는것을우리는경험을통해서알고있다. 오히려온갖지배는지배의 정당성 에대한믿음을일깨우고길러내고자한다 ( 같은책, 157). 41) J. Rousseau, Du contrat social, Paris: GF Flammarion, 2001, 49.

194 논문 체사이의억압적관계라는 근본악 을중심으로사회구성과지배의연관관계를분석하기때문에권력의정당성이라는문제자체를처음부터간과하며, 이때문에아도르노의지배개념은 모든소가검게보이는어두운밤 을연출하게된다. 해방과억압, 권위와폭력, 정의와부정의는아도르노의지배개념하에서모두하나의혼돈으로합쳐지면서총체적인폭압으로표상된다. 그러나이러한핵심적인구분들을모두제거해버리는개념이란이론적타당성을완전히결여하고있다고해야할것이다. 아도르노의지배개념이갖는이러한치명적결함때문에아도르노는진정한의미에서의 사회상태 를이해하지못하며, 사회를일종의홉스적인자연상태의연장선상에서파악한다. 홉스적인자연상태내에서개인들이 자기자신을보존하기위한불가피한조치 로 폭력이나계략을써서가능한한많은사람을오랫동안지배하여더이상자신에대한위협이되지못하도록무력화 하려함으로써 만인에대한만인의전쟁상태 에돌입하게된다면, 42) 아도르노의 사회상태 에서는이러한폭력적상호관계가사회-개인사이의비대칭적인억압적권력관계로나타난다. 자기유지의계급적인형태는모든사람을단순한유적존재의단계에묶어둔다. [ ] 사회를지탱시켜주고있는개인은사회라는보기흉한상흔을지니고다닌다. 개인은겉보기에는자유를갖고있는것같지만사실은사회라는경제적ㆍ사회적장치의산물이다. 권력은자신으로부터피해를당한개인들에게자신을승인할것을강요하기위해그때그때의지배적인권력관계에호소한다 (DA, 178). 아도르노에따르면홉스는사회가이러한파괴적인원리임을꿰뚫어보고있다. 초기부르주아시대의어두운사상가들, 즉마키아벨리, 홉스, 맨더빌 (Bernard Mandeville) 과같은사람들은자아의이기주의에대해언급하면서바로이러한이기주의로부터사회라는파괴적인원리를인식했으며, 후에밝은사상가들이나 42) T. Hobbes, Leviathan, in: W. Molesworth(ed.), The Collected English Works of Thomas Hobbes, Vol. III, London: Routledge/Thoemmes Press, 1997, 112-113.

아도르노철학에서의이성의파괴 195 고전주의자들에의해서공식이념으로부상된조화의관념을탄핵했다. 저들은시민적질서의총체성이란종국에가서는보편자와특수자, 즉사회와자아모두를집어삼킬공포임을부각시켰다 (DA, 109-110). 여기서아도르노가홉스의 사회상태 의개념을전혀이해하지못하고있음이드러난다. 정치철학자로서홉스가갖는위대함은그가개별인간의이기주의가곧사회의구성원리가됨으로써사회가파괴적인힘으로전락한다는것을파악-이것은분명한오독이다- 했다는데있는것이아니라, 개인의이기심과자기보존의충동자체가전쟁상태를종결하고공동선 (commonwealth) 을설립하게만드는근본원리가된다는점을밝혔다는데있다. 43) 홉스에따르면인간이자기보존의충동에의해서만움직이는이기적존재라고가정하더라도이러한이기심을만족시키기위해서는전쟁상태를종결하고사회상태로이행할수밖에없다. 천성적으로자유를사랑하고타인을지배하기를좋아하는인간이공동선속에서의구속을스스로부과하는궁극적인원인과목적과의도는자기보존과그로인한만족된삶에대한통찰에있다. 다시말하면비참한전쟁상태로부터벗어나고싶기때문이다. 44) 이때 공동선 즉 공통의권력 이란전쟁상태와동일한방식으로개인을억압하는폭력이아니라개인의권리침해를 43) 허쉬먼 (A. O. Hirschmann) 은인간의사악한본성이국가혹은사회에의해교화적으로매개됨으로써놀라운조화와아름다운질서를이루게된다는생각이 17 18 세기에나타났으며, 홉스의사회계약론, 맨더빌 (Bernard Mandeville) 의자유방임주의, 애덤스미스의 보이지않는손 과헤겔 (G. Hegel) 의 이성의간지 등에이러한생각이반영되어있다고지적한다 (A. O. Hirschman, The Passions and the Interests: Political Arguments for Capitalism before Its Triumph,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81, 16-20 참조 ). 맨더빌의다음과같은언급은이점을잘보여준다. 사람본성을살피는사람이라면, 우리를사회적동물로만들어주는것이어울리기좋아하고착하고불쌍히여기고사랑하는것과같이겉으로아름답게드러나는품성이아님을알것이다. 행복하게잘사는사회라고들하는큰사회를우리가이루어살아가는것은가장야비하고밉살스러운품성때문이다 (B. Mandeville, The Fable of the Bees, London: Penguin Books, 1989, 53). 44) 앞의책, 153.

196 논문 방지함으로써쾌적한삶을보장해주는정당한권력이다. 공통의권력은외적의침입과상호간의권리침해를방지하고, 또한스스로의노동과대지의열매로일용할양식을마련하여쾌적한생활을보낼수있도록하기위한것이다. 45) 이처럼아도르노는권력의정당성과자연상태를모두부정한다는점에서정치철학적으로매우강한주장을하고있으면서도정당한권력과이를통해구성되는사회상태라는정치철학의기본개념들을전혀이해하지못하고있다. 이때문에그는민주주의, 시민권, 법치등정당한사회구성체로서의입헌민주주의사회의핵심이념들을너무간단하게거부하며, 자유주의보다는오히려파시즘이더본래적인사회구성의원리라고본다. 지배자에게있어인간이란자연전체가사회에대해그러하듯이물적자원이되었다. 시민들이서로장기판의상대역으로마주섰던자유주의라는짧은막간극이끝난후, 지배는파시즘적으로합리화된형태를띤태고의공포임이드러났다 (DA, 106-107). 이와같은 민주적- 법치국가적전통의과소평가 46) 는아도르노가니체와공유하고있는계기로서, 47) 아도르노는정당한권력과이를통해구성되는사회상태라는정치철학의핵심개념들을거부함으 45) 앞의책, 157. 46) J. Habermas, Dialektik der Rationalisierung, Die Neue Unübersichtlichkeit. Kleine Politische Schriften V, Frankfurt am Main: Suhrkamp, 1985, 171. 47) 자유란무엇이란말인가! [ ] 자유는남성적본능, 전투적이고승리의기쁨에찬본능이다른본능들, 이를테면 행복 본능을지배하는것을의미한다. 자유로워진인간은, 그리고자유로워진정신은더말할것도없이소상인과그리스도교인과암소와여자들과영국인들과다른민주주의자들이꿈꾸는경멸스러운복지를짓밟아버린다. 자유로운인간은전사이다 (F. Nietzsche, Götzen-Dämerung, Nietzsche Werke: Kritische Gesamtausgabe, vol. VI 3, Berlin: Walter de Gruyter Verlag, 1969, 132-133). 어떤가? 민주주의적취향의모든 근대적이념들 과편견에도불구하고낙천주의의승리, 합리주의의지배, 실천적이고이론적인공리주의는공리주의와동시대에존재하는민주주의와마찬가지로어쩌면쇠약해져가는힘, 다가오는노쇠, 생리적인피로의징후인것은아닌가? (F. Nietzsche, Die Geburt der Trägodie, Nietzsche Werke: Kritische Gesamtausgabe, vol. III 1, Berlin: Walter de Gruyter Verlag, 1965, 13)

아도르노철학에서의이성의파괴 197 로써니체적인아나키즘에합류한다. 슈트라우스는니체의아나키즘을다음과같이비판한다. 니체는순수한개인과근대국가사이의조화가가능하다는전제와더불어역사의과정이합리적이라는견해를거부했다. [ ] 그는누구도넘볼수없고지칠줄모르는열정적이고황홀한언어의힘을힘껏발휘하여자신의독자들로하여금사회주의와공산주의뿐만아니라보수주의, 민족주의그리고민주주의조차도혐오하도록만들었다. 이와같이지대한정치적책임을스스로에게부과한후그가자신의독자들에게정치적책임을향한길을제시할수는없었다. 그는정치에대한무책임한무관심과무책임한정치사이의선택을제외하고는독자들에게어떠한선택의여지도남겨놓지않았다. 48) 슈트라우스의니체비판은아도르노에게그대로적용될수있으며, 특히아도르노는 정치에대한무책임한무관심 을정당화하는철학자라는비판을피하기어려울것으로보인다. 이쯤에서아도르노의계몽의변증법이갖는부정적인귀결들-이논문의아도르노비판의직접적인동기가되는-을짚어볼필요가있을것으로생각된다. 이러한귀결들은크게다음의세가지로요약될수있다. 첫째, 계몽의변증법에서는실천을위해반드시필요한구분들, 예컨대계몽과야만, 이성과광기, 권위와폭력의경계가변증법이라는미명하에완전히소멸된다. 이점과관련하여하버마스는총체적이성비판일반을-아도르노를비롯하여-다음과같이비판한다. [ 총체적이성비판에서는 ] 헤겔과마르크스, 막스베버와루카치가사회적합리화의억압적-이분적양상들로부터해방적-화해적측면들을구별했던기준들이무뎌진다. 이러한측면들이가지고있는모순적연관이드러날수있도록이들을분리시킬수있는개념들도이제는비판되고파괴된다. 계몽과조작, 의식적인것과무의식적인것, 생산력과파괴력, 표현적자기실현과억압적탈숭고화, 자유를보장하는 48) L. Strauss, What Is Political Philosophy?, in What Is Political Philosophy? and Other Studies, Chicago/London: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59, 54-55.

198 논문 효과와자유를박탈하는효과, 진리와이데올로기- 이모든계기들이이제는하나로합쳐진다. 49) 아도르노는주체의 자기보존의충동 이라는심리적사실을근거로해방과억압의상호대립적인여러계기들을변증법적일자로통합하여하나의총체적인폭압으로표상하며, 이러한총체적인폭압은 A임 과 not A임 을모두포괄하고있기때문에이로부터빠져나갈길은논리적으로막혀있다. 그러나앞서계몽의개념을분석하면서드러났듯이이런식의변증법적논리란이론적구속력을결여한자의적해석에불과하기때문에가볍게거부될수있다. 둘째, 아도르노는변증법적논리에따라계몽에서야만으로, 이성에서광기로, 그리고권위에서폭력으로의전락을필연적인것으로규정하며, 이때문에아도르노의비판은비판이아니라인간의운명에대한한탄으로변질된다. 왜냐하면 사회적인것 에대한비판이란비판되는억압에대해대안이존재할때, 혹은적어도대안을제시할가능성이열려있을때만성립할수있기때문이다. 따라서올바른비판은 흔히필연적인것으로사념되고정당화되는사회의총체성을상대화 50) 해야만한다. 그러나아도르노는 전락 을필연적인것으로규정함으로써 철학자들은세계를다양하게해석해왔을뿐이며, 중요한것은세계를변혁하는것이다 51) 라는맑스 (K. Marx) 의논제를거꾸로뒤집어버린다. 전락 은필연적인것이기때문에세계를변혁하려는시도는그자체로기만적이며, 아도르노에게중요한것은필연적인 전락 을단순히드러내고관조하는것이된다. 이점에서아도르노의 주체속에있는자연의상기 (Eingedenken) 는맑스의다음과같은비판을피할수없다. 청년헤겔학파의공상에따르면인간사이의관계들, 인간의모든활동과충돌들, 인간의속박과한계까지도 49) J. Habermas, Die philosophische Diskurs der Moderne, Frankfurt am Main: Suhrkamp, 1986, 392. 50) 정호근, 사회구성과지배의연관, 철학사상 제 16 호, 2003, 174 쪽. 51) K. Marx & F. Engels, Thesen über Feuerbach, Karl Marx Friedrich Engels Werke, Band 3, Berlin: Dietz Verlag, 1990, 7.

아도르노철학에서의이성의파괴 199 의식의산물이며그런까닭에청년헤겔학파들은그논리적귀결로서, 너희들의현의식을인간적이고비판적인의식으로바꾸어라. 그렇게해서너희들의여러한계를극복하라는도덕적요망사항을인간들에게부과한다. 의식을변화시키라는요구는결국세계에대한해석방식을변화시키라는요구, 즉다른해석방식을통해세계를승인하라는요구로귀착된다. 52) 셋째, 아도르노의총체적비판이인간의운명에대한한탄으로변질됨에따라계몽의변증법은결국자신이비판하는모든것과손을잡게된다. 왜냐하면아도르노의비판은변증법이라는미명하에해방의계기와억압의계기를똑같이비판하면서 모든것 을거부할뿐만아니라, 전락 이필연적이라고주장하면서대안제시의가능성자체를제거하기때문이다. 아도르노식으로표현하면모든지배에대한전적인거부란모든지배에대한전적인수용과동일한실천적귀결을가지며, 가장비타협적인비판은가장타협적인영합이되는것이다. 53) 게다가도구적이성의극단인실증주의, 파시즘, 무도덕주의, 조작으로서의대중문화, 반유대주의등계몽의변증법에서거부되는모든것들이주체의자기보존의충동, 그리고주체와객체의억압적관계에서기원한다는아도르노의도구적이성비판은이러한모든것들에필연성을부여한다는점에서도구적이성에대한초월철학적인정당화와동일한내용을갖는것이되고만다. 이러한맥락에서하버마스는다음과같은우려를표시한다. 널리칭송받는자신들의기능주의이성에다전통주의저고리를덧씌우려는변호적입장의신 52) K. Marx & Friedrich Engels, Die Deutsche Ideologie, Karl Marx Friedrich Engels Werke, Band 3, Berlin: Dietz Verlag, 1990, 20. 53) 울프 (J. Wolff) 는이를다음과같이표현한다. 철학의다른영역들과는달리정치철학에는숨을곳이없다. [ ] 모든사회에서누군가는정치권력을갖고있으며, 재산은어떤방식으로든분배된다. [ ] 정치에참여하려고하지않는사회구성원은좋든싫든자신과관련한정치적결정들이이루어지는것을보게될것이다. 아무것도말하지않고아무것도하지않는것은실질적으로현재의상황을승인하는것이다 (J. Wolff, An Introduction to Political Philosophy, Revised Edition, Oxford/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06, 3-4).

200 논문 보수주의자들과다른한편으로시대사적위험에대한자신들의감수성, 위협받는생활양식의용감한수호, 그리고새로운생활양식의탐구를이성에대한일종의탈구조주의적거부와결합시키는청년보수주의자들간에아이러니한분업이일어나지않기를바란다. 54) 이렇게볼때파시즘과억압적사회주의의근원을이성에서찾는다는점, 정당성의근원으로서의이성에대한부정, 그리고정치권력에대한회의적시각등에서아도르노와하이예크 (F. Hayek) 의입장이서로에게수렴해간다는사실은눈여겨볼만하다. Ⅴ. 결론 지금까지 계몽의변증법 에서개진되는세가지주장, 즉계몽의변증법, 총체적이성비판, 그리고아나키즘이어떠한내용을갖고있는지살펴보고각각의이론적타당성을이성과권력정당성의상호연관이라는문제를중심으로비판적으로검토해보았다. 먼저나치즘과아우슈비츠수용소로대표되는 20세기의야만이계몽의필연적인변증법적자기파괴의결과라는아도르노의주장 ( 계몽의변증법 ) 은아도르노의억압적인계몽개념이계몽의변증법의내적논리를파괴할뿐만아니라계몽의해방적계기를담아내고있지못하는점에서이론적타당성을결여하고있고, 더나아가계몽의변증법의주장자체가역사적사실과양립할수없다는점에서거부되었다. 계속해서이성이필연적으로억압적지배와결합한도구적이성으로전락한다는아도르노의주장 ( 총체적이성비판 ) 은양상명제를포함하기때문에역사적ㆍ경험적사실에의해서지지될수없으며, 아도르노의초월철학적인논증은주관적이성의개념이억압하는자만을고려할뿐억압당하는자의이성을간과하고있다는점에서, 그리고이성을심 54) J. Habermas, Dialektik der Rationalisierung, Die Neue Unübersichtlichkeit. Kleine Politische Schriften V, Frankfurt am Main: Suhrkamp, 1985, 184.

아도르노철학에서의이성의파괴 201 리적사실로환원하는자기논박적인심리주의라는점에서이론적타당성을결여하고있음이드러났다. 마지막으로지배는곧억압이며정당한권력이란가능하지않다는아도르노의주장 ( 아나키즘 ) 은주체 / 객체도식의한계때문에아도르노의지배개념이 자연지배 라는이론적으로타당하지않은개념에본질적으로기초하고있을뿐만아니라인간지배와관련해서는정치철학의핵심개념인정당한권력과이를통해구성되는사회상태라는개념을정당한이유없이결여하고있다는점에서설득력이없음을살펴보았다. 이러한검토결과들을종합해볼때실제로변증법적자기파괴로귀결된것은계몽이아니라아도르노자신의총체적이성비판인것으로보인다. 대안의가능성조차도부정하는총체적비판이란결국스스로를지양할수밖에없기때문이다. 투고일 : 2011. 4. 22. 심사완료일 : 2011. 5. 11. 게재확정일 : 2011. 5. 12. 정태창서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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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르노철학에서의이성의파괴 205 ABSTRACT Destruction of Reason in Adorno s Philosophy Jung, Tae-Chang Adorno s Dialectic of Enlightenment can be summarized by the following three arguments. 1) Dialectic of enlightenment: the origin of barbarity in the 20th century is to be found in the inevitable self-destruction of enlightenment. 2) Totalized critique of reason: reason inevitably declines into instrumental reason which is connected to suppressive ruling. 3) Radical anarchism: ruling is in itself suppressive and legitimate authority is not possible. The problem is that in the dialectic of enlightenment, Adorno s totalized critique of reason and consequent radical anarchism deny the possibility of legitimate political authority, the main theme of political philosophy. This paper aims to examine the validity of Adorno s three arguments in Dialectic of Enlightenment, focusing on the interrelation between reason and the legitimacy of authority. Keywords: Critical Theory, Enlightenment, Critique of Reason, Legitimacy of Political Authority, Anarchism, Postmodern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