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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메니데스의단편 2 에등장하는양상문의역할 강성훈 * 요약 파르메니데스는단편 2에서사유를위한탐구의길이둘있다고이야기한다. 하나는 있다라는, 그리고있지않을수없다라는길 이고, 다른하나는 있지않다라는, 그리고있지않음이필연적이다라는길 이다. 하지만여기에붙어있는양상문의역할은제대로해명되지않은채로이두길은그냥 있다라는길 과 있지않다라는길 이라고불려왔다. 본논문은파르메니데스가했던작업이맥락-상대적으로사용되었던단어인그리스어 einai( 있음 ) 를맥락을초월해서고정불변의의미를가지는것으로설정하는작업이었으며, 양상문은그의작업이그러한성격의것임을보여주기위한장치였다고제안한다. 이렇게보면, 첫번째길은 있지않음이섞여있지않은것으로서의있음 의길이고, 두번째길은 있음이섞여있지않은것으로서의있지않음 의길이다. 그러면 있음과있지않음이섞여있는것으로서의의견의길 의지위가분명해지며, 파르메니데스의시에등장하는길이모두몇개이며단편의각부분이어떤길에해당하는지와관련한많은혼란이해소될수있다. 주제어 파르메니데스, 있다, 사유, 진리, 파르메니데스의세길 * 서울대학교철학과 ** 이논문은 2010 년정부재원 ( 교육과학기술부인문사회연구역량강화사업비 ) 으로한국연구재단의지원을받아연구되었다 (NRF-2010-358-A00019). 익명의심사위원이적절하게지적했듯이, 본논문은 길게돌아가야할우회로의도면 이라고할수있다. 후속연구들을통해서그우회로를온전히걸어갈수있게되기를희망한다.

100 인간 환경 미래제 14 호 I. 시작하는말 서양철학의역사에서흔히파르메니데스는존재론을시작한인물이라는평가를받는다. 잘알려져있듯이, 우리말로 존재론 이라고번역되는영어 ontology, 혹은라틴어 ontologia 라는말은어원적으로 einai하는것 (to on) 에대한논의를의미하며, 이런논의를본격적으로시작한사람이바로파르메니데스인것이다. 파르메니데스의등장이후에모든고대철학자들은직접적으로든간접적으로든파르메니데스를의식하지않을수없게되었다. 그런의미에서파르메니데스의등장은그리스철학사에서그에비견할만한것을찾기어려울정도의역사적사건이었다고할수있다. 그런데파르메니데스의등장이역사적인사건이었다는데에는만장일치에가까운합의가있지만, 그사건의성격이어떠한것이었는지에대해서는의견의일치가없다. 파르메니데스의주장들중에서후대에가장큰영향을미친것은 to on 이하나이며생성소멸하지않는다는것이다. 이점에대해서는학자들사이에의견의불일치가있다고할수없다. 하지만파르메니데스가이야기하는 to on 이무엇인지, 그리고그것이하나이며생성소멸하지않는다는그의주장이정확히어떤주장인지에대해서는많은논란이있어왔으며, 가까운장래에이논란이해결될것으로보이지도않는다. 이문제와관련한단행본만수십권이출판되었고논문은수백편에이르니논쟁사를정리하는것도보통일은아닐것이며, 1) 이자리에서우리가그런작업을수행하지는않을 1) 다행히도기존의논쟁이큰틀에서어떻게이루어졌는지를틈틈이정리해준연구자들이있어서, 우리가그토록많은연구서들과논문들을모두직접읽어야만논쟁의흐름을파악할수있는것은아니다. 필자가생각하기에현시점에서논쟁사를파악하기에가장큰도움이될만한자료는, 국문으로는강철웅, 파르메니데스에서진리와독사 (Doxa): 세텍스트부분의상호연관에주목한파르메니데스단편해석 ( 서울대학교박사학위논문, 2003), 52-65 이있고, 영문으로는 John Palmer, Parmenides & Presocratic Philosophy(Oxford University

파르메니데스의단편 2 에등장하는양상문의역할 / 강성훈 101 것이다. 우리가주목하고자하는것은, 파르메니데스의주장에대해해석이분분한것이오늘날의연구자들에만국한되는것으로보이지않는다는점이다. 파르메니데스에게영향을받아서자신들의철학활동을했던고대철학자들자신도각기파르메니데스의주장을다르게해석했던것으로보인다. 물론 철학사 라는작업이확립되어있지않던시기에이들이파르메니데스의구절을놓고그구절을어떻게해석해야하는지에대해갑론을박을했던것은아니다. 하지만 to on 에대한파르메니데스의규정을받아들인것으로보이는철학자들이각기서로매우다른철학적체계를구축했다는사실은, 2) 이들이파르메니데스의 to on 을서로달리해석했다는것을시사한다. 그리고오늘날의연구자들만이아니라당대의철학자들도파르메니데스의 to on 을서로달리해석했다는것을승인한다면, 이것은파르메니데스가했던작업의성격을새롭게조망할수있는시각을제공해준다. 영어의 be 동사에해당하는그리스어 einai 동사는당연하게도일상적인언어생활속에서빈번하게사용되는단어였다. 그리고일상용어로서의 einai 는맥락에따라서매우다양한의미와용법으로사용되었다. 3) 본논문을통해서필자는파르메니데스가했던작업이맥락-상대적으로사용되었던 Press, 2009), 8-32이있다. 2) to on 에대한파르메니데스의규정을받아들인철학자들을누구로파악하는지에따라서이들이구축한철학체계의상이성의범위가달라질수있다. 파르메니데스의바로다음세대에국한해서이야기하자면, 20세기중반까지는소위 엘레아학파 라고불리는제논과멜리소스정도가 to on 에대한파르메니데스의규정을받아들인철학자들이고, 소위 다원론자 라고불리는엠페도클레스, 아낙사고라스, 원자론자등은그런규정을거부한철학자들로간주되는경향이지배적이었다. 하지만 20세기후반이후에는다원론자들도사실은 to on 에대한파르메니데스의규정을받아들였다는생각을가진연구자들이많아졌으며, 이자리에서자세히논의할수는없지만필자는이러한연구자들의생각에동의한다. 3) Charles H. Kahn, The Verb Be in Ancient Greek(D. Reidel Publishing Company, 1973; reprinted with a new introduction by Hackett, 2003) 은 einai 동사의다양한의미와용법에대한충실한분석을담고있다.

102 인간 환경 미래제 14 호 단어인 einai를정언화 ( 定言化 ) 하는작업, 즉 einai를그때그때의맥락을초월해서고정불변의의미를가지는것으로설정하는작업이었다는제안을할것이다. 4) 파르메니데스가단편 2에 ~ 일수밖에없다, ~ 이필연적이다 등의양상문을추가한이유는그가자신의작업이그러한성격의것임을나타내기위한장치였다고볼때가장잘설명될수있다. 그리고단편 2의양상문이바로그러한역할을수행한다고가정하면, 파르메니데스의진리편전체를보다정합적으로이해할수있는길도열릴것으로보인다. II. 단편 2 에등장하는양상문 잘알려져있듯이, 파르메니데스의시는서시부분과진리부분, 의견부분, 이렇게세부분으로나뉜다. 서시부분은단편 1, 진리부분은단편 2에서단편 8의중간까지, 의견부분은단편 8의중간이후부터나머지단편들모두이다. 단편 1에서젊은이 ( 아마도파르메니데스 ) 는마차에실려여신에게가는것으로묘사된다. 단편 1의마지막부분에서여신은찾아온젊은이를환영하며그에게 잘둥글려진진리의흔들리지않는심장 과 그속에참된확신이없는가사자 ( 可死者 ) 들의의견들 을모두배워야한다고이야기한다. 그러고나서 ( 아마도단편 1에서바로이어지는 ) 단편 2에서여신은다음과같이이야기한다. 자, 이제내가말할터이니, 그대는이야기를듣고명심하라, 4) 필자가여기에서 정언화 라는말을사용하는이유는파르메니데스를비롯해서 einai 에대해서철학적반성을했던그리스철학자들의작업을모두 정언화 라는틀속에서파악하고자하는보다큰기획과관련이있다. 하지만본논문의목적을위해서는지금여기에서이야기한것처럼 정언화 라는말을단지 맥락 - 상대적으로사용되는말을맥락을초월해고정불변의의미를가지는말로만드는작업 의의미로만이해해도충분하다.

파르메니데스의단편 2 에등장하는양상문의역할 / 강성훈 103 탐구의어떤길들만이사유를위해있는지. 그중하나는있다라는, 그리고있지않을수없다라는길로서, 설득의여로이며 ( 왜냐하면진리를따르기때문에 ), 다른하나는있지않다라는, 그리고있지않음이필연적이다라는길로서, 그길은전혀배움이없는길이라고나는그대에게지적하는바이다. 왜냐하면바로그있지않은것을그대는알게될수도없을것이고 ( 왜냐하면실행가능한일이아니니까 ) 지적할수도없을것이기에. 5) 사유를위해있는탐구의길들이어떤것들인지를이야기하겠다면서, 여신은첫번째길을밑도끝도없이그냥 있다라는, 그리고있지않을수없다라는 (hopōs estin te kai hōs ouk esti mē einai) 길이라고이야기하며, 두번째길도그냥 있지않다라는, 그리고있지않음이필연적이다라는 (hōs ouk estin te kai hōs khreōn esti mē einai) 길이라고이야기한다. 도대체뭐가있고또있지않다는말인가? 또한여기에서 있다 (esti) 라고하는말은무슨뜻으로사용된것인가? 우리말에서도누군가가아무런맥락없이그냥 있어. 라고이야기한다면그가무슨뜻으로그런말을하는지알기가어려울것이다. 그리스어 einai 가우리말의 있다 보다훨씬더다양한용법을가진다는점에서, 그냥 esti (einai의 3인칭단수형태 ) 라고이야기하는것이무슨뜻의이야기인지를파악하기는더욱어려운일이다. 6) 파르메니데스에관한수많은글들중에서아마도과반수는이두문장의주어가무엇인지, 그리고 esti 가어떤의미로사용되었는지에대한논의를담고있을것이다. 그만큼여신의길에대한규정은오늘날의연구자들에게당혹스러운것이었다. 연구자들은이당혹스러운문제에대한답을구하기 5) 파르메니데스의인용은모두기본적으로김인곤외, 소크라테스이전철학자들의단편선집 ( 아카넷, 2005) 을따르되필요한부분은약간의수정을했다. 6) 그리스어 einai 와우리말 있다 의의미와용법을비교한것으로강성훈, 고대그리스어 einai 에해당하는한국어는?: 비정언적존재개념으로서의 있음 과 einai, 서양고전학연구 48(2012) 을참조할수있다.

104 인간 환경 미래제 14 호 위해서대개진리편의나머지부분들, 특히단편 8에서 to eon 7) 이어떻게이야기되는지를고려해서, 단편 2에서 esti 의주어는무엇이며그것의의미는어떤것인지를파악하려고해왔다. 사실, 이렇게하는것은너무나당연한일이어서많은연구자들이그렇게해왔다는것을지적하는것이무슨의미가있을지가분명해보이지않을수도있다. 어떤철학자가어떤단어를어떤의미로사용하는지를파악하기위해서는그단어가사용된모든맥락을고찰해야하는것이아닌가? 문제는, 적어도필자가생각하기에는, 대부분의연구자들이단편 8을비롯한진리편의나머지부분에주목한나머지정작단편 2에서여신이하는이야기전체에충분히귀를기울이지는않는것처럼보인다는점이다. einai 를철학의주제로삼은것은파르메니데스가최초였다는점을상기하면, 오늘날연구자들이느끼는당혹감을당대의독자들도느꼈으리라고짐작해볼수있다. 우리가오늘날어떤철학자가어떤단어를어떤의미로사용하는지를파악하려고할때는보통그단어가철학적논의맥락에서어느정도의의미범위를가지는말인지를아는경우이다. 그러한선지식을배경으로그특정철학자가그단어를어떤의미로사용하는지를보다정확하게파악하기위해서그단어가사용된모든맥락을고찰하게되는것이다. 파르메니데스와당대의독자들사이에서는 einai 와관련해서이런관계가성립하지않는다. 당대의독자들이단편 8을비롯한뒤의이야기들을먼저읽고나서단편 2 부분을읽는것이아닌한, 파르메니데스는당대의독자들이뒷부분을먼저읽어야단편 2 부분을이해할수있는방식으로글을쓰지는않았으리라는기대해볼수있다. 이러한생각을가지고단편 2를볼때가장두드러지게드러나는것은양상문의존재이다. 단편 2에서여신은두길을이야기하면서단순히한길은 있다라는길 이고다른길은 있지않다라는길 이라고이야기하지 7) einai 동사의분사는파르메니데스이후에는 on 이라고쓰게되지만, 파르메니데스는아직 eon 이라는철자법을따르고있다.

파르메니데스의단편 2 에등장하는양상문의역할 / 강성훈 105 않는다. 여신은각각의길을이야기하면서양상문을붙여서한길은 있다라는, 그리고있을수밖에없다라는길 이고다른길은 있지않다라는, 그리고있지않음이필연적이다라는길 이라고이야기하는것이다. 특이하게도이런양상문은단편 2에만등장하고진리편의나머지부분에는등장하지않는다. 8) 이런상황에서진리편의나머지부분들을고려하는것을통해서단편 2의두길이어떤이야기를하는것인지파악하려는연구자들에게는여기에왜양상문이붙어있는지가의아스러운일일수밖에없었다. 대부분의연구자들은단편 2에붙어있는양상문은그냥무시하고논의를진행하였다. 그렇지않은경우에도어쨌거나여기에양상문이붙어있다는사실은문젯거리로간주되었다. 어떤학자들은양상문이왜붙어있는지를이해하기어렵다고이야기하며양상문이붙어있는이유에대한잠정적추정을제시하는정도에그치고, 9) 어떤학자들은양상문의부가가두길이배중적선언관계임을위협하는것으로여겨질수있음을지적하며그에대한해결책을제시한다. 10) 심지어파르메니데스가여기에양상문을붙인것은양상적오류를범했기때문이라고주장하는학자도있다. 11) 요컨대, 파르메니데스가두길을소개하 8) 해석하기에따라서는단편 6의 1행에등장하는 esti gar einai 를 있을수있다 라는양상문으로읽을수있다. 필자는이문장에등장하는 einai 를부사적으로읽는해석, 즉이문장을 있음을위해있다 정도로읽는것을선호하지만, 이문장을양상문으로읽더라도어쨌거나이것이단편 2에등장하는양상문과같은것은아니다. 9) 예컨대, Charles H. Kahn, The Thesis of Parmenides, Review of Metaphysics 22(1969), n. 9: 707. 10) 예컨대, Alexander Mourelatos, The Route of Parmenides, revised and expanded edition (Parmenides Publishing, 2008; originally published by Yale University Press, 1970), 71-73; G. S. Kirk, J. E. Raven, and M. Schofield, The Presocratic Philosophers, 2 nd ed.(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3), 245-246; Richard J. Ketchum, Parmenides on What There Is, Canadian Journal of Philosophy 20(1990), 174-175; 강철웅, 파르메니데스에서진리와독사, 65-66. 11) Frank A. Lewis, Parmenides Modal Fallacy, Phronesis 54(2009): 1-8. Michael V. Wedin, Parmenides Grand Deduction(Oxford University Press,

106 인간 환경 미래제 14 호 면서양상문을붙인것의의미를 ( 단순히방어적으로가아니라 ) 적극적으로규명하려는시도는거의없었다고할수있다. 이러한경향에대한주목할만한예외로는핀켈버그와팔머가있다. 12) 이중에서핀켈버그는아예여기에부가된것들이양상문이라는것을부정한다. 그는첫번째길규정의뒷부분인 hōs ouk esti mē einai 를 있지않을수있다 로읽지않고 있지않음이있지않다 는뜻으로읽는다. 즉, 이문장을 esti + 부정사 로양상을표시하는것으로보지않고, mē einai 가주어이고 ouk esti 는일반동사로보는것이다. 핀켈버그가이런해석을하는배경에는첫번째길의앞부분인 hopōs estin 의주어가 esti 관련어여야한다는생각이깔려있다. 우리말에서와마찬가지로그리스어에서는문장의주어가종종생략될수있다. 그런데역시우리말에서와마찬가지로그리스어에서도주어가생략되는것은맥락을통해서주어를쉽게찾을수있을때이다. 단편 2의맥락에서 estin 의주어역할을할명사가따로나와있지는않다. 그렇다면단편 2의맥락을통해서찾을수있는주어는동사자체로부터직접적으로파생되는것밖에없다. 13) 필자는여기까지의생각에대해서는핀켈버그에전적으로동의한다. 문제는그가 estin으로부터찾아야할주어를분사인 eon이아니라부정사인 einai로본다는것이다. 누군가가아무런맥락없이 사랑하고있군 이라는말을듣는다면여기에서주어로생각할수있는것은 사랑하는자 이지 사랑함 이아니고, 크다 라는말을듣는다면여기에서주어로생각할수있는것은 큰것 이지 큼 이아니다. 핀켈버그식으로생각한다면첫번째길은 있는것이있고, 있지않은것이있지않다 는길이어야할텐데, 그리스어의뒷부분에는부정사는있어도분사는 2014), 34-43 은어떤의미에서루이스가제기하는양상적오류비판에대한웨딘의대답이라고할수있다. 12) Aryeh Finkelberg, Parmenides Foundation of the Way of Truth, Oxford Studies in Ancient Philosophy 6(1988): 45-49; John Palmer, Parmenides & Presocratic Philosophy(Oxford University Press, 2009), 83-105. 13) Finkelberg(1988), 45-46.

파르메니데스의단편 2 에등장하는양상문의역할 / 강성훈 107 없으니아무리해도그렇게해석할수있는여지는전혀없다. 어쩔수없이그는첫번째길을 있음이있고, 있지않음이있지않다 는길이라고해석할수밖에없었던것으로보인다. 핀켈버그의해석의문제점은두번째길에서더욱분명하게드러난다. 첫번째길을 있음이있고, 있지않음이있지않다 로해석하는핀켈버그에게는, 두번째길이 있음이있지않고, 있지않음이있다 는이야기를하는것이면짝이잘맞는것이될것이다. 핀켈버그는두번째길을이런식으로해석하기위해서두번째길의뒷부분인 hōs khreōn esti mē einai 에서 khreōn 과 esti 를연결하는자연스러운해석을거부하고 khreōn 이 esti mē einai 전체를꾸미는부사로간주한다. 이제두번째길의생략된주어를 einai 로보면, 두번째길은 있음이있지않다는, 그리고, 필연적으로, 있지않음이있다는길 이된다. 그런데이런해석에서는 필연적으로 라는말이왜들어가있는지이해하기어렵다. 이말때문에핀켈버그해석에서의두길에대한묘사가정확한대구를이루지못하게되는데, 핀켈버그는왜 필연적으로 라는말이들어가는지에대한아무런설명을제시하지않는다. 그러니까핀켈버그는 kreōn 과 esti 를떼어놓는기묘한독법을들고나왔지만, 이렇게떨어뜨려놓은 khreōn 은없어도좋을, 아니사실은없어야좋을말이되어버리는것이다. 지금우리의관심사와관련해서더중요한것은핀켈버그가두번째길의앞부분인 hōs ouk estin 의주어도 einai 로본다는것이다. 두길에서 estin 과 ouk estin 의주어를 말해질수있고사유될수있는것 으로보는해석을오웬이제시하기전에는 14) 거의대부분의학자들이주어를 있는것 으로보았으니, 핀켈버그가 ouk estin 의주어를 einai 로보는것은그렇게새로운것은아니다. 하지만그이전의학자들이주어를 있는것 으로본 14) G. E. L. Owen, Eleatic Questions. Classical Quarterly NS 10(1960), reprinted in Studies in Presocratic Philosophy vol. II, eds. R. E. Allen and David J. Furley(Routlege and Kegan Paul, 1975), 48-81.

108 인간 환경 미래제 14 호 이유는진리편의나머지부분에서계속 있는것 에대한논의가있기때문이다. 이에비해서, 앞에서이야기했듯이, 핀켈버그는진리편전체를고려했을때적절한주어가 einai 이기때문에주어를그렇게보아야한다고주장하는것이아니다. 그는단편 2의맥락만가지고주어를찾아야한다고생각하며, 단편 2에서찾을수있는주어는동사자체로부터직접적으로파생되는것밖에없다는이유로 estin 의주어를 einai 로보았다. 그런데그논리에따르면 ouk estin 의주어도 einai 로보는것은곤란하다. 다른맥락없이 사랑하고있다 로부터만찾을수있는주어는 사랑하는자 이고 크다 로부터만찾을수있는주어는 큰것 이듯이, 사랑하지않는다 로부터만찾을수있는주어는 사랑하지않는자, 크지않다 로부터만찾을수있는주어는 크지않은것 이다. 그렇다면 ouk estin 으로부터찾을수있는주어는 mē eon, 혹은핀켈버그처럼분사가아니라부정사를주어로보려면최소한 mē einai 가되어야할것이다. 논의를더진행하기에앞서서단편 2의두번째길의주어는 있다 계열의명사가될수없다는것을다시한번강조하도록하자. 오늘날거의대부분의연구자들은두번째길의주어가 있는것 이아니라는데에동의한다고하면서도, 사실은암묵적으로두번째길의주어가 있는것 이라고생각하고있는것으로보인다. 필자가생각하기에는파르메니데스의시해석과관련한가장중요한혼란이여기에서발생하는것으로보이는데, 여기에대해서는뒤에서다시논의할것이다. 핀켈버그는단편 2에등장하는양상문이양상문이라는것자체를부정하니까, 결국양상문의의미를적극적으로규명하려는시도는팔머의시도가거의유일하다고하겠다. 팔머는양상문부분이단순히부가적으로붙은것이아니라오히려이부분이핵심이라고생각하며, 이에따라자신의해석을 양상적해석 이라고부른다. 15) 팔머에따르면첫번째길은 있다 라는길이라기보다 필연적으로있다 라는길이다. 마찬가지로두번째길은 있지않다 라 15) Palmer(2009), 45-50.

파르메니데스의단편 2 에등장하는양상문의역할 / 강성훈 109 는길이아니라 필연적으로있지않다 라는길이다. 16) 단편 2 이후에는여신이양상어를따로붙이고있지않지만, 팔머는이후에양상어가없이사용된 esti 나 to eon 도모두양상어를추가해서이해해야한다고주장하는셈이다. 팔머가파르메니데스를이해하는방식은결과적으로본논문에서필자가제시하게될이해방식과유사한점이있다. 하지만단편 2에한번등장한양상어가진리편의나머지전체에계속생략된채로따라다닌다는식의팔머의해석은무리가있어보인다. 파르메니데스가양상어를계속붙이지않는이유에대해서팔머는 있고또있지않을수없는것 이나 있지않고또있을수없는것 등의표현을매번쓰는것이번거롭기때문이라고하는데, 17) 이러한설명은대단히궁색하다. 팔머의해석에따르면 있다그리고있지않을수없다 에서더중요한부분은앞부분이아니라뒷부분이된다. 따라서 있고또있지않을수없는것 을간단히줄이려면 있는것 이아니라 필연적으로있는것 으로줄여야할것이다. 사실팔머자신도 what is and cannot not be 라는표현을계속쓰기가번거로워서이것을줄여서간단히 what must be 라고부르는것이다. 18) 팔머의해석을받아들이지않는다면우리는양상문의부가를어떻게이해해야할까? 이문제에대답하기위해서는, 양상문이단편 2에만붙어있고진리편의나머지부분에는빠져있다는사실에대해진지하게고민해보아야할것이다. 잠시단편 2의두길에서 estin 과 ouk estin 의주어가무엇인지라는문제에눈을돌려보자. 위에서이야기했듯이, 오웬은주어가 있는것 이라는전통적해석에반대해서 말해질수있고사유될수있는 16) 논의가너무간단해서확언할수는없으나, 어쩌면 David Sedley, Parmenides and Melissus, in The Cambridge Companion to Early Greek Philosophy, ed. A. A. Long(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9), 114-116도이런생각을표명하고있는지모른다. 17) Palmer(2009), 102-105. 18) Palmer(2009), 137-188.

110 인간 환경 미래제 14 호 것 을주어로제시하는해석을내놓았다. 오웬이후에는이것이오히려표준적해석의지위를차지하게되지만, 말해질수있고사유될수있는것 이란단편 2의맥락에서도저히찾을수없는주어라는점이오웬해석의결정적인문제라고공통적으로지적되어왔다. 그래서오늘날에는실질적인주어를 말해질수있고사유될수있는것 으로보는사람들이나 있는것 으로보는사람들이나, 적어도단편 2의맥락에서형식적인주어가될수있는것은 무엇이되었든탐구의대상이되는것, 무엇이되었든시가이야기하고있는것 정도로봐야한다는데에어느정도합의가이루어진것으로보인다. 19) 요컨대, 단편 2의주어는단편 2 부분을읽는독자가채워넣을수 19) 예컨대, Schofield, The Presocratic Philosophers, 245; Jonathan Barnes, The Presocratic Philosophers(Routledge, 1979), 162-163; T. M. Robinson, Parmenides on Ascertainment of the Real, Canadian Journal of Philosophy 4(1975), 624; Robinson, Parmenides on the Real in its Totality, Monist 62(1979), 54 등. 이중에서반즈는실질적주어가 말해질수있고사유될수있는것 이라고생각하고, 로빈슨은 있는것 이라고생각한다. 사실주어가 무엇이되었든탐구의대상이되는것 이나 무엇이되었든시가이야기하고있는것 정도라는주장은, 주어에대해서실질적으로아무런정보를제공해주지못한다. 이러한사실을고려하면, 무렐라토스에의해서주도된소위 문장형식해석 도큰틀에서이런그룹에속한다고할수있다 (Mourelatos 2008, 51-55). 마찬가지로, 단편 2 의두길은주어가없다고주장하는것 ( 예컨대, Leonardo Taran, Parmenides: A Text with Translations, Commentary, and Critical Essays(Princeton University Press, 1965), 36-38) 도역시이런그룹에포함시킬수있을것이다. 필자는앞에서다른맥락없이 있다 로부터만찾을수있는주어는 있는것 이고 있지않다 로부터만찾을수있는주어는 있지않은것 이라고이야기했다. 하지만이이야기가단편 2 의두길이 있는것은있다라는길 과 있지않은것은있지않다라는길 이라는이야기가되는것은아니다. 앞에서이야기했듯이, 다른맥락없이누군가가 크다. 라는말을하는것만들었을때, 그문장의주어로생각할수있는것은 큰것 이다. 하지만그렇다고해서그사람이 큰것은크다. 라는말을한것은아니다. 큰것은크다. 라는이야기를하는사람은동어반복적인주장을하는것이지만, 그냥 크다. 라고이야기하는사람은그렇지않다. 크다. 라는이야기를듣고서주어를 큰것 이라고생각할수있다는이야기는, 그이야기를한사람에게, 예를들어, 그큰것은네모난가, 둥근가? 따위의추가질문을할때주어로 큰것 을잡을수있다는정도의이야기이다. 큰것은크다. 라는주장을한사람에게는 그큰것은네모난가, 둥근가? 라는

파르메니데스의단편 2 에등장하는양상문의역할 / 강성훈 111 있는것이어야한다는것이다. 파르메니데스도결국독자를상대로글을쓰고있는것이고, 파르메니데스자신이그러한사실을이해하고있었다면그는독자가채워넣을수없는것을주어로삼은채로그것을생략하지는않았을것이다. 오늘날대부분의연구자들이받아들이고있는이러한해석상의원칙을 독자고려의원칙 이라고불러보자. 필자의생각으로는 독자고려의원칙 이양상문의부가를이해할실마리를제공해줄것으로보인다. Ⅲ. 양상문을추가한파르메니데스의의도 앞에서우리는, einai 를철학의주제로삼은것은파르메니데스가최초였고그러한점을상기하면여신이두길을묘사하는방식에서오늘날연구자들이느끼는당혹감을당대의독자들도느꼈으리라고짐작할수있다는이야기를했다. 파르메니데스가자신이하는작업의성격을이해하고있었다고가정하면, 그는당대독자들이느꼈을당혹감을예상했을것이다. 그렇다면그는당대독자들이여신의이야기를이해할수있도록도와주는단서를진리편의서두부터남겨두었으리라는기대를해볼수있다. 물론파르메니데스가서사시적매체를사용하기로한이상 20) 독자를위해서자신의작업의 질문을던지는것이이상스럽다. 큰것은크다. 라는주장은사실은 무엇이든큰것은크다. 라는주장이나마찬가지이다. 즉, 이런주장을하는사람은 그큰것 이라고지칭할만한특정한어떤것에대한주장을하고있는것이아니다. 이것이바로, 이런주장을하는사람에게 그큰것 이네모난지여부에대한추가질문을하는것이이상스러운이유이다. 이에비해, 그냥 크다. 라고주장하는사람은, 무엇인지는밝히지않았어도그사람이염두에두고있는것이크다는주장을하고있는것이다. 이렇게보면, 필자역시단편 2의두길의주어가 무엇이되었든탐구의대상이되는것 이라고주장하는사람들과큰틀에서생각을같이한다고할수있다. 20) 파르메니데스가왜서사시적매체를선택했는지에대해서는강철웅 (2004), 파르메니데스의철학단편에서서시의의미와역할, 서양고전학연구 21, 25-27 을참조하라.

112 인간 환경 미래제 14 호 성격을미주알고주알설명해줄수는없는노릇이다. 하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단편 2를세심히살펴보면그러한단서들을발견할수있으며, 양상문의부가는그러한단서들중가장중요한것으로여겨진다. 논의를시작하기에앞서, 단편 2에등장하는두길은 있다라는길 과 있지않다라는길 이라는점을분명히하자. 사실팔머의해석이아니었다면이러한사실을다시언급할필요도없을정도로여기에대해서는만장일치에가까운합의가있다. 또한가지분명히할점은, 이미여러번강조했듯이, 당대의독자들도그냥 있다라는길, 있지않다라는길 이라는이야기만듣고서는이길들이무엇을말하는지짐작하기어려웠을것이라는점이다. 이두가지를기본사실로놓고서, 파르메니데스의입장에서서그가독자들을안내하기위해어떤이야기를하는지추정해보자. 지면관계상이추정은다소독단적인방식으로진행될수밖에없음을미리양해해주기바란다. 필자는파르메니데스가단편 2 부분을쓰면서가졌던생각을재구성해보려고하는데, 결국이재구성전체가그럴듯한지그렇지않은지에따라필자의추정이평가될수있을것이다. 여신은 1-2행에서탐구의어떤길들만이사유를위해있는지이야기를할테니잘듣고명심하라고이야기한다. 그러고나서두길을이야기하는것이다. 여기에서우선확인할것은, 여신이탐구의길이둘만있다고이야기한것은아니라는점이다. 여신은 사유를위한 (noēsai) 탐구의길이둘뿐이라고이야기한다. 물론파르메니데스의시에등장하는길이모두합쳐둘뿐이라고주장하는학자들의생각처럼, 길이모두둘뿐이고 사유를위한 이란제한어가길의개수에별다른차이를만들어내지않을가능성도없지는않다. 21) 21) 길이모두둘이라고생각하는대표적인연구자들은다음과같다. Alexander Nehamas, On Parmenides Three Ways of Inquiry, in his Virtues of Authenticity: Essays on Plato and Socrates(Princeton University Press, 1999, originally published in Deukalion 33/34, 1981); Patricia Curd, The Legacy of Parmenides: Eleatic Monism and Later Presocratic Thought(Princeton University Press, 1998); Nestor-Luis Cordero, By

파르메니데스의단편 2 에등장하는양상문의역할 / 강성훈 113 하지만적어도단편 2만을근거로탐구의길이모두둘뿐이라고주장하는것은정당화될수없다. 어쨌거나, 길이몇개인지의문제를차치하고서라도, 사유를위한 이라는제한어가붙어있다는사실은기억하도록하자. 그다음에곧장여신은첫번째길로서 있다라는길 을제시한다. 여기에주어가제시되지않았다는사실과 독자고려의원칙 을종합하면, 주어를특정하는것이파르메니데스의목적과어긋났으리라는추정을할수있다. 당대독자들이느꼈을당혹감을고려하면, 파르메니데스가여기에서주어를특정할수있었는데도그냥주어없이첫번째길을제시하지는않았을것이다. 더나아가서, 여기에서 있다 는탐구의결론으로제시된것이아니라는추정도할수있다. 주어를특정할수없다면, 그특정할수없는무언가가있다는것이탐구의결론일수는없다. 탐구의결과있는것이무엇인지가드러나면, 그때비로소그것이있다는것이결론으로제시될수있을것이다. 사실, 있다라는길 이 탐구의길 로명명된것자체가이미 있다 가탐구의결론이아니라는것을강력하게시사한다. 결론에이미도달했다면더이상탐구는필요없게되는것이니말이다. 파르메니데스가주어를밝혀줌으로써독자의당혹감을덜어줄수없었다면, 술어는어떤가? 우리는지금까지 esti 를편의상 있다 로번역해왔다. 하지만이말이영어의 exist 에해당하는 존재한다 는말로이해되어서는곤란하다. 레슬리브라운이그리스어에서 einai의완전용법과불완전용법이명확하게구별되지않는다는관찰을한이래, 22) esti 가보어없이쓰인것이반드시 존재한다 의의미를갖지는않는다는사실이이제는일반적으로 Being, It is: The Thesis of Parmenides(Parmenides Publishing, 2004). 이중에서적어도코르데로는 사유를위한 이라는제한어가결국에는차이를만들어내지못한다는논증을제시한다. Cordero(2004), 40-42. 지면관계상코르데로의논증에대한논의를할수는없으나, 그런제한어가어떤차이를만들어내는지는우리의논의를따라가면자연스럽게드러날것이다. 22) Leslie Brown, The verb to be in Greek philosophy: some remarks, in Language: Companions to Ancient Thought 3, ed. Steven Everson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4), 212-236.

114 인간 환경 미래제 14 호 받아들여지고있다. 더구나칸은소위 존재적용법 이라는것자체가최소한여섯가지의서로다른의미로사용된다는것을밝힌바있다. 23) 결국, esti 의주어가무엇인지에따라서이동사의의미는달라질수있는것이다. 뒤집어서말하면, 주어가밝혀지지않은상태에서당대의독자들은 esti 가무슨뜻인지알수없었다. 이제필자는파르메니데스가자신이무슨뜻으로 esti 를사용하는것인지에대해독자들을안내하기위해서양상문을부가했다는제안을하고자한다. 24) 당대독자들 ( 가사자들, 단편 1, 30행 ; 단편 6, 4행 ) 은 esti 의주어가무엇인지에따라 esti 의의미를다르게사용한다. 또보어가있는경우에는보어로무엇이오는지에따라 esti 의의미를다르게사용한다. 또 esti 를수식하는부사가있는경우그에따라 esti 의의미를다르게사용한다. 한마디로말해서, 당대독자들의용법에서는 esti 에고정된의미가없다. 그리고일상어법에서 esti 는다양한방식으로모든것과결합할수있는데, esti 에고정된의미가없으면그렇게결합된것에도고정된의미가없다. 진리편의나머지부분에서엿볼수있는파르메니데스의생각에따르면, 이런상황에서는성공적인사유 (noēsai) 가있을수없다. 지성 (noos) 은있는것 (to eon) 을있는것에붙어있음 (to eontos ekhesthai) 으로부터떼어내지않을것이므로, 떨어져있으면서도곁에있는것들 (homōs apeonta pareonta) 을지성으로확고부동하게바라보아야 ( 단편 4, 1-2행 ) 성공적인사유가발생할텐데, 어찌할도리없음이헤매는지성 (plagkton noon) 을가사자들의가슴속에서인도하고있어서, 그들은아무것도알지못하면서머리가둘인채로헤매고 23) Kahn(1973), 228-330. 24) Mourelatos(2008), 72-73는필자와비슷하게양상문이설명적 (epexegetic) 역할을한다는제안을한다. 다만무렐라토스는서술적해석의틀안에서그런제안을하는것임에비해, 필자는존재적해석이니서술적해석이니진리사적해석이니하는것이근본적으로문제설정을잘못한것이라고생각한다. 이문제에대해서자세히논의할수는없으나, 필자가그렇게생각하는이유는우리의논의과정에서도어느정도드러날것이다.

파르메니데스의단편 2 에등장하는양상문의역할 / 강성훈 115 있는 ( 단편 6, 4-6행 ) 것이다. 파르메니데스가보기에는성공적인사유가가능하기위해서는 esti 의의미가고정되어야한다. 그렇게고정된의미의 esti 와결합할수있는것이무엇인지는그다음의문제이다. 그래서그는성공적인사유를위한탐구의길로우선 있다라는길 을제시한다. 그런데고정된의미에서의 있음 이란거기에 있지않음 이섞여있지않은것이다. 맥락에따라서 있음 의의미가달라지면, 이것과결합한것은한맥락에서는있지만다른맥락에서는있지않은것이되어버린다. 예를들어, 파란책이책상위에있을때, 이것은파란것으로 있는것 이지만의자위에는 있지않은것 이다. 파르메니데스가고정적인의미로서의 있다 의길이탐구의길이라는생각을가지고있었다면, 그리고당대의독자들은고정적인의미로서의 있다 라는것에대한생각을전혀가지고있지않았다면, 파르메니데스는자신이이야기하는 있다라는길 이어떤것인지에대해서독자들에게알려줄필요가있었다. 그는자신이이야기하는 있다라는길 이 있지않을수없다 (ouk esti mē einai) 라는길, 즉 있지않음 (mē einai) 이없다 (ouk esti) 라는길 25) 이라고이야기함으로써그런목적을수행하는것이다. 다음행에서여신은 있다라는길 이진리 (alētheiē) 를따르기에이길이설득의여정이라고이야기한다. 오늘날영어의 truth 라는말은너무나도희석된의미로사용되어서, 어떤것이사실이기만하면그것은 truth의지위를갖는것으로간주된다. 그래서파란책이책상위에있을때, It is true that a blue book is on the desk 라고이야기하는것은이상한것이아니다. 하지만 25) 양상을나타내는 esti + 부정사 의구문이마치부정사가주어이고 esti 가일종의존재적의미를가지는것과유사하다는상세한분석으로 Kahn(1973), 292-296 을참조하라. 앞에서잠깐언급했듯이칸은 einai 의존재적용법을크게여섯가지유형으로분류하는데, 그는그중에서다섯번째유형에속하는것들중에양상구문과유사한것들이있다고주장한다. 예를들어, oude tis est alkē ( 오뒤세이아 12.120) 는 [ 스퀼라를 ] 막음이없다, 즉 [ 스퀼라를 ] 막을수없다 는정도의뜻이다.

116 인간 환경 미래제 14 호 우리말에서는 파란책이책상위에있다는것은진리다 라고이야기하면대단히이상스럽게들린다. 우리는이럴수도있고저럴수도있는것을 진리 라고부르기를꺼려한다. 우리가오늘날 진리 라는말에대해서가지고있는직관을파르메니데스도공유하고있었다면, 그는고정적인의미를가지고있는 estin을적용할수있는영역에서만 alētheiē가성립한다고생각했을것이다. 26) 그리고그렇다면왜파르메니데스가사유를위해서는 있지않음이배제된것으로서의있음 의길을따라가야한다고주장하는지이해할수있다. 성공적인사유가진리를파악하는것이라면, 그리고진리라는것이맥락에따라서달라질수있는단순한사실에불과한것이아니라면, 있음과있지않음이섞여있는길을따라가서는성공적인사유에도달할수없다. 순수한있음의길은성공적인사유를보장해주는설득의여로 (peithous keleuthos) 여서, 이길을가면그결과참된확신 (pistis alēthēs, 단편 1, 30행 ) 을얻을수있다. 그런데있음과있지않음이섞여있지않아야한다는조건은순수한있음을통해서만충족되는것이아니라순수한있지않음을통해서도충족되는것이아닌가? 성공적인사유의조건자체를충족시켜주는길로는순수한있음의길만이아니라순수한있지않음의길도있다. 그래서 있지않다라는, 그리고있지않음이필연적이다라는길 도사유를위한길이다. 문제는이길에는전혀배움이없다 (panapeuthea) 는점이다. 있지않음이필연적인것으로서의있지않은것 은알수도없고지적할수도없다. 의자위에있지않은파란책은책상위에는있을수있다. 빨간것으로있지않은책상위의책은파란것으로는있을수있다. 현실세계에있지않은피터팬은네버랜드에는있을수있다. 이런것들에대해서는어쨌든배움을가질수 26) 여신이 진리의흔들리지않는심장 과 가사자들의의견 을대비시킨다는사실자체가이미파르메니데스가이렇게생각한다는강력한증거가된다. 파르메니데스는보통사람들 ( 가사자들 ) 이일반적으로참이라고여기는것들이진리는아니라고생각하는것이다.

파르메니데스의단편 2 에등장하는양상문의역할 / 강성훈 117 있을지모르겠으나, 있지않음이필연적인것으로서의있지않은것 에대해서는아무런배움도가질수없다. 바로그있지않은것 (to ge mē eon), 즉 있지않음이필연적인있지않은것 에는어떤의미에서의 esti 도결합할수없다. 다시말해서그것은어떤의미에서도있지않다. 그것은책상위에있지도않고, 파란것으로있지도않고, 책으로있지도않고, 네버랜드에있지도않다. 혹시그것에대해배우려는시도를한다고할지라도그런시도는성공할수없다 (anuston). 도대체우리는그런것이어떤것인지지적할수도없으니, 배움의시도는사실시작조차할수없다. 파르메니데스는있다는길과있지않다는길에각각양상어를붙임으로써자신이이야기하고있는 einai가어떤성격의것인지이해할수있는길을독자에게열어주었다. 당대의일상어법에서 einai는항상맥락에따라서뜻이달라지는것이었다. 파르메니데스는 einai 자체에대한철학적반성을통해서이전에는없었던전혀새로운개념으로서의 einai, 즉맥락을초월해서고정적인의미를가지는 einai를제안한다. 다른말로하자면, 파르메니데스는비정언적으로만사용되던개념인 einai를최초로정언화한사람이다. 그리고그는진리에도달하는방법으로서의사유는이렇게정언화된 einai만을대상으로삼는다고주장하는것이다. Ⅳ. 파르메니데스의세길 단편 2에서파르메니데스가하고있는작업의성격이분명해지면, 파르메니데스의시에길이모두몇개인지, 또시의각부분이어떤길에해당하는지와관련한혼란들을깔끔하게정리할수있다. 사실여신이이야기하기시작하는단편 1의마지막부분과단편 2만보면, 왜그토록많은논쟁과혼란이있었는지를이해할수없을정도로여신의이야기는분명하다. 여신이하는이야기를간단히줄이면다음과같다. 너는진리를배울것이고, 또 ( 진리가담겨있지

118 인간 환경 미래제 14 호 않은 ) 의견을배울것이다. 그런데사유를위한길이단둘이있는데, 하나는진리의길이고다른하나는배움이없는길이다. 그러면배움이있는길이둘이고사유를위한길이둘인데사유를위한길하나는배움이없는길이니, 모두합치면길은셋이라는결론이간단하게따라나온다. 단적으로말해서, 단편 1과단편 2에서 배움 과 사유 를명확하게구분하고있는여신이이구분을시전체에서일관적으로유지하고있다는것만받아들이면혼란은없다. 혼란이생기는이유는대부분의연구자들이이개념들이시전체를통해일관적으로사용되고있지않거나최소한불분명한방식으로사용된다고생각하기때문이다. 27) 앞에서핀켈버그에대해논의하며잠깐언급했듯이, 대부분의연구자들이파르메니데스에게개념의비일관적사용, 혹은불분명한사용의혐의를두는것의근원에는단편 2의두번째길의주어가 있는것 이라는뿌리깊은오해가자리하고있는것으로보인다. 필자가왜그렇게생각하는지는앞으로의논의에서드러나게될것이다. 논란의쟁점이너무나도많기때문에그쟁점들을일일이따라갈수는없고, 배움 과 사유 를각각일관적으로사용하고있다는전제만받아들이면어떻게해서혼란들이정리될수있는지만을간략하게이야기하도록하겠다. 우선단편 2의첫번째길은 있다는, 그리고있지않을수없다 ( 혹은있지않음이없다 ) 는길, 두번째길은 있지않다는, 그리고있지않음이필연적이다라는길 이며, 이둘이사유를위해서있는길들이라는것을다시한번확인하도록하자. 그러면사유를위한길은아니지만배움은있을수있는제삼의길은 있음과있지않음이뒤섞인길 이될것이다. 이제논란이되는구절들을하나씩따라가보자. 27) 대부분 이라고이야기했지만, 유감스럽게도필자는이에대한예외를발견할수없었다.

파르메니데스의단편 2 에등장하는양상문의역할 / 강성훈 119 1. 단편 7 이것, 즉있지않은것들이있다는것이결코강제되지않도록하라. 오히려그대는탐구의이길로부터사유 (noēma) 를차단하라. 그리고많은경험에서나온습관이그대를이길을따라서주목하지못하는눈과잡소리가득한귀와혀를사용하도록강제하지못하게하라. 다만나로부터말해진, 많은싸움을담은테스트를논변으로판가름하라. 있지않은것들이있다는것 은있음과있지않음이섞여있는것이다. 이것으로부터이미 1-2 행은제삼의길에해당한다는것을알수있다. 이길로부터사유를차단해야한다는이야기로부터도 1-2 행이제삼의길에해당한다는것을알수있다. 3 행이하에서묘사되는길은가사자들의의견의길이다. 3 행이하역시제삼의길이라는것을알수있다. 28) 2. 단편 6 있는것이있다고말하고사유하는것이필연적이다. 왜냐하면그것은있음을위해있고아무것도아닌것은아니니까. 이것들을곰곰이생각해보라고나는그대에게명한다. 왜냐하면나는그대를위해탐구의이길로부터우선... 그러나그다음으로는가사자들이아무것도알지못하면서머리가둘인채로헤매는 ( 왜냐하면어찌할도리없음이그들의가슴속에서헤매는지성을 (noon) 인도하고있기에 ) 그길로부터. 그들은귀먹고동시에눈먼채로, 어안이벙벙한채로, 판가름못하는무리로서, 이끌려다니고있는데, 그들에게는있음과있지않음이같은것으로, 또같지않은것으로통용되어왔다. 그리고 [ 그들에게는 ] 모든것들의길이되돌아가는길이다. 28) 이에대한보다자세한논의로김남두 (2001), 파르메니데스의단편에서탐구의길과존재의규범적성격, 서양고전학연구 17, 14-17 을참조하라.

120 인간 환경 미래제 14 호 3행에공백이하나있는데, 많은연구자들은이공백을어떤단어로채우는지가길이모두세개인지두개인지를판가름하는결정적인것이라고생각한다. 전통적으로이공백에는 제지한다 (eirgō) 는말이있었다고생각되었다. 그런데제지되는길이둘이있고진리의길은제지되지않는다고하면, 29) 결국길이모두셋이라는결론이나온다. 길이둘이라는주장을하는학자들은그래서이공백에 시작할것이다 (arxō) 가들어간다고주장한다. 30) 그리고길이셋이라고생각하는연구자들은여러가지이유로 시작할것이다 가공백에들어간다는것에반대한다. 31) 이논쟁에는 1-2행을어떻게번역할지도걸려있기때문에문제가대단히복잡하다. 하지만다른논쟁거리는차치하고, 시작할것이다 가들어가더라도길이모두셋이라는점은달라지지않는다는것만을확인하도록하자. 필자는 제지한다 가들어가거나 시작할것이다 가들어가거나큰차이가발생하지는않는다고생각하지만, 필자가선호하는해석은사실 시작할것이다 가공백에들어간다는것이다. 그리고위의번역에서 1-3행도그런해석에맞춘것이다. 32) 우선 1-3행은단편 2의첫번째길을가리킨다. 그리고 29) 타란은진리의길도잠시제지된다고주장한다. 이때문에간혹타란은네하마스, 코르데로, 커드처럼길이둘이라는주장을하는사람으로오해되기도하는데, 사실타란은길이모두셋이라고생각한다. (1965), 59-61 와 75-76. 30) Nehamas(1999), 129-132; Patricia Curd, The Legacy of Parmenides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98), 53-58. 코르데로는 arxō( 내가시작할것이다 ) 대신에 arxei( 너가시작할것이다 ) 를선호한다. Nestor-Luis Cordero, By Being, It is: The Thesis of Parmenides(Parmenides Publishing, 2004), 97-124. 31) 공백에들어가는단어가 시작할것이다 라고생각하면서, 그럼에도불구하고길은모두셋이라고생각하는연구자로는팔머가있다. Palmer(2009), 51-105. 32) 만약 제지한다 가들어간다면 1-3행의번역도좀달라져야한다. 제지한다 가공백에들어가면 1-2행중어딘가에서단편 2의두번째길에대한언급이등장해야하는데, 텍스트상에서두번째길에대한언급을찾기가좀어렵다. 번역을달리하는경우, 2행에서두번째길에대한언급을찾는것이불가능하지는않을것같지만, 이것이그렇게좋은해석이라고생각하지는않는다. 어쨌거나지금우리의문제와관련해서이것이중요한문제는아니고, 이에대해서논의하는것은

파르메니데스의단편 2 에등장하는양상문의역할 / 강성훈 121 8행을보면 4-9행에서묘사되는길이있음과있지않음이섞인길이라는것을알수있다. 당연히우리의해석에서는제삼의길이다. 하지만길이둘이라고주장하는학자들은단편 2의두번째길이있음과있지않음이섞인길이라는해석을제시하는것이므로, 8행은그들의해석에걸림돌이되지않는다. 하지만 6행의 헤매는지성 에대한언급은이길이사유를위한길이아니라는것을강력하게시사한다. 즉, 4-9행은단편 2의두번째길을가리키는것이아니다. 그런데길이모두셋이라고주장하는학자들은대개 시작할것이다 가공백에들어간다는데에반대하므로, 시작할것이다 가들어가면단편 6이어떤이야기를하는것인지간단히설명하도록하자. 공백에 시작할것이다 가들어간다면, 여신은도대체무엇을시작할것이라는말인가? 단편 1의마지막에서여신은젊은이에게진리와의견을배울것이라고이야기했다. 단편 6에서여신은이제그가르침을두길로부터시작할것이라고이야기한다고볼수있다. 실제로그가르침은단편 8에서이루어진다. 우리는앞에서 있다라는길 에서 있다 가탐구의결론으로제시된것이아니라는추정을했다. 탐구의길로서 있다라는길 은우선 있다 를놓고서길을떠나는것이다. 여신은 있다 를놓는데에서출발해서그길에있는많은표지 (sēmata) 들을보여준다 ( 단편 8, 2-3행 ). 하지만단편 8의 50행이르러서는그여정을멈추고, 가사자들은비록헤매는자들이지만 ( 단편 8, 54행, cf. 단편 6, 5행 ) 그럼에도불구하고그들의의견에대한배움을주기시작한다. 3. 단편 8, 6-9 행... 그것의어떤생겨남을도대체그대가찾아낼것인가? 어떻게, 무엇으로부터그것이자라난것인가? 나는그대가있지않은것으로부터라고 대단히복잡하기때문에여기에서는그에대한논의를생략하기로한다.

122 인간 환경 미래제 14 호 말하는것도사유하는것도허용하지않을것이다. 말할수도없고사유할수도없으니, [ 그것이 ] 있지않다라는것은... 9행의그리스어원문은 hopōs ouk esti 이고, 이것은단편 2의 5행에등장하는 hōs ouk estin 과거의같은구문이다. 그리고단편 2에서는이길이사유를위한길이라고했다. 그런데여기에서는이것이사유할수없다고이야기하고있는것이아닌가? 두번째길이사유를위해있다고하기는했지만결국이길은사유할수없는길이라면, 우리가앞에서사유가없는길을제삼의길이라고이야기했던토대가무너지고만다. 그리고그런경우에는길의개수가몇이며어떤구절이어떤길을가리키는지의문제가다시혼란에빠질수밖에없다. 이문제와관련해서기억해야할가장중요한것은단편 8에서는이미 있다라는길 의여정에들어섰다는것이다. 지금여신은있는것이생성소멸하지않는다는논증을펴고있는중이다. 단편 2에서와달리여기에서는 9행의 있지않다 의주어가무엇인지가분명하다. 9행의주어는지금의논의에앞서 3행에등장한 있는것 (eon) 이다. 6-7행에서 그것 이지칭하는바가바로 3행의 있는것 인것이다. 여신은 7-8행에서 있는것이있지않은것으로부터자라났다 고말하거나사유하는것을허용하지않겠다고이야기한다. 그리고 8-9행에서 있는것이있지않다 라는것은말할수도없고사유할수도없다는것을그이유로제시하는것이다. 6-9행의맥락을고려하면여기에서도사유할수없다고이야기된것은있음과있지않음을섞는제삼의길이다. 앞에서이미여러차례이야기했듯이, 혼란은두번째길의주어가 있는것 이라고생각하는데에서발생한다. 그런데혹시단편 2의맥락에서는 독자고려의원칙 에따라서두번째길에서의주어를 있는것 이라고할수없었지만, 진리편을모두살펴본후에돌이켜보면결국두번째길의주어가 있는것 이된다고생각할여지는없는가? 두번째길이진리의

파르메니데스의단편 2 에등장하는양상문의역할 / 강성훈 123 길이되지못하는이유도결국에는이길이 있는것이있지않다 는모순적인주장을하고있기때문이아닌가? 하지만, 일단여신은두번째길이거짓이라거나모순적이라는이야기는어디에서도한적이없다. 여신이제시한두번째길의문제는 있지않은것 을알수없고지적할수없다는것이었다. 보다중요하게는, 두번째길의문제가 있는것이있지않다 는모순적인주장을하는데있다면, 두번째길의뒷부분의양상문은도대체왜추가되었는지를이해할길이없다. 있는것이있지않다 는이야기로충분히잘못이드러날텐데, 왜 있는것이있지않음이필연적이다 라는이야기까지해야하는가? 두번째길의주어는 있는것 이될수없다는것을다시한번확인하도록하자. 4. 단편 8, 13-18 행... 그것을위해디케 ( 정의 ) 는족쇄를풀어서생겨나도록또소멸하도록허용하지않았고, 오히려꽉붙들고있다. 이것들에관한판가름은다음의것에달려있다. [ 그것은 ] 있거나아니면있지않거나이다. 그런데필연인바그대로, 한길은사유될수없는이름없는길로내버려두고 ( 왜냐하면그것은참된길이아니므로 ) 다른한길은있고진짜이도록허용한다는판가름이내려져있다. 이제우리는제일어려운대목에도달했다. 있거나아니면있지않거나이다. 뭔가장엄함이느껴지는멋있는말이다. 단편 2에양상문이붙어있다는사실만잠깐기억에서지우면, 단편 2의이야기도이렇게멋있는말로만들수있다. 탐구의길은둘밖에없다. 있다는길과있지않다는길. 거의대부분의연구자들은단편 8의 16-18 행이단편 2의두길을지칭하는것이라고생각한다. 정말로이구절이단편 2의두길을지칭하는것이라면, 17행에서여신은단편 2의두번째길이사유될수없는길이라는것을명시적으로

124 인간 환경 미래제 14 호 이야기한셈이된다. 그러면정말로이두길이단편 2의두길을지칭하는것일까? 조금자세히살펴보도록하자. 우선, 다시한번우리가 있다라는길 에들어섰다는것을상기하자. 지금이구절도큰틀에서보면있는것이생성소멸하지않는다는것을논증하는맥락이고, 16행의 있거나아니면있지않거나이다 라는말의주어도특정되지않은것이아니라 있는것 이라고보는것이자연스럽다. 더구나이구절의직접적인맥락은주어가 있는것 이라는점을더욱분명하게보여준다. 있거나있지않거나 에달려있는판가름이란, 디케가있는것이생성하거나소멸하도록허용하는지그렇지않은지에관한것이다. 여신은디케가족쇄를푸는경우에만있는것의생성과소멸이가능한것처럼이야기하고있다. 이족쇄는 있는것 에채워져있을것이다. 그리고이족쇄가풀어지면 있는것이있지않다는것 도가능하게될것이다. 있는것의생성소멸이가능한지에대한판가름은있는것이있는지아니면있는것이있지않은지에달려있다. 여신은판가름이이미내려져있다고이야기한다. 이판가름은도대체어디에서내려졌는가? 우리가파르메니데스의시를온전하게가지고있는것이아니니, 이판가름이우리가갖고있지않은부분어딘가에서내려졌을가능성도배제할수는없다. 하지만어쨌거나이판가름이단편 2에서내려졌다고할수는없다. 우선단편 2에등장하는두길의주어가모두 있는것 이아니라면, 이판가름은단편 2에서내려진것이아니다. 주어문제를떠나서도, 단편 2에서는사유될수없다거나이름이없다는따위의이야기는아예등장한적이없다. 단편 2에서두번째길은 배움이없는길 로묘사되었다. 단편 1과단편 2에서 배움 과 사유 를명확하게구분하고있는여신이여기에와서는양자를혼동하고있는것이아니라면, 판가름은단편 2에서내려진것이아니다. 필자의생각으로는이판가름은단편 6과단편 7 부근에서내려진것으로보인다. 위에서인용한단편 6의 1행에서여신은 ( 필자가택하는방식으로

파르메니데스의단편 2 에등장하는양상문의역할 / 강성훈 125 1행을번역하자면 ) 있는것이있다고말하고사유해야하는것이필연적이다 (khrē to legein to noein t eon emmenai) 라고이야기한다. 있는것이있다고사유해야하는것이필연적이라면, 있는것이있다고사유하지않는것은가능하지않다. 그러면있는것이있지않다고사유하는것도가능하지않다. 있는것이있지않다는길은사유할수없는길이다. 단편 7의 1-2행에서는 있는것이있지않다 의역인 있지않은것이있다 는길에서사유를차단하라고이야기한다. 있는것이있지않다 든그역이든있음과있지않음이섞여있다는점에서는차이가없다. 단편 7의 3-5행에서는 많은경험에서나온습관이... 잡소리가득한귀와혀를사용하도록강제하지못하게하라 고이야기한다. 잡소리가득한귀와혀를사용하는것은어떻게하는것일까? 단편 8의 38-42행에서는가사자들이 생겨남과소멸함, 있음과있지않음, 장소를바꿈과밝은색깔을맞바꿈 등을참되다고확신하고서 (pepoithotes einai alēthē) 마구잡이로이름을붙이는것으로묘사된다. 잡소리가득한귀와혀를사용하는것은이런식으로이름을붙이는것이라고추정해볼수있다. 가사자들의이러한행태가잘못된것이라면, 있음과있지않음이섞여있는길은사실은 이름없는 길이라고해야할것이다. 또한단편 6의 1행에서있는것이있다고말하는것도필연적이라고이야기했다는점을고려하면, 있는것이있지않다 는길은또한말할수없는길이된다. 말할수없는길은아마도이름없는길일것이다. 단편 6과단편 7을종합하면, 있는것이있지않다 는길은사유될수없고이름없는길이라는판가름이여기에서내려졌다고할수있다. 단편 8의 16-18행에서두길을대비시키는방식도이두길이가사자들의길과단편 2의첫번째길이라는점을시사한다. 16-18행에서여신은사유될수없는길은참된길 (alēthēs hodos) 이아니라면서이것을 있다 의길과대비시킨다. 물론단편 2에서 있다 의길이진리를따른다고이야기된다. 하지만 있지않다 의길이참된길이아니라는이야기는단편 2에없다. 단편 2에서두길의대비는진리와진리아님의대비가아니다. 단편 2의

126 인간 환경 미래제 14 호 첫길이진리를따른다는이야기는이길이바로단편 1의 진리의흔들리지않는심장 을나타낸다는표시라고보는것이더그럴듯하다. 단편 1에서모든것을배워야한다고이야기할때, 여신은 진리의흔들리지않는심장 과 가사자들의의견들 을배울것이라고이야기한다. 그러면서가사자들의의견들에는 참된확신 (pistis alēthēs) 이없다고이야기한다. 또한단편 8의 50행이하에서첫번째길을멈추면서여신은 여기서나는진리에관한확신할만한논변 (pistos logos) 과사유 (noēma) 를멈춘다 고이야기하고, 그다음에가사적인의견을배우라고하면서자신이할이야기를 ( 말 (logos) 이아니라 ) 단어들의기만적인질서 (kosmos epeōn apatēlon) 라고묘사한다. 이런모든정황을고려해볼때, 단편 8의 16-18행이지칭하는것은, 단편 2의두길이아니라, 진리의길과의견의길이라고보아야한다. 그리고우리는여신이 사유 와 배움 을혼동한다거나 사유 라는말을일관적으로사용하고있지않다고생각할아무런좋은이유가없다. 파르메니데스의시에등장하는길들은배움의길이둘이고사유를위한길이둘이다. 배움의길이면서사유를위한길 은정언화된것으로서의있음의길이고, 사유를위한길이지만배움은없는길 이정언화된것으로서의있지않음의길이다. 그리고 배움은있지만사유를위한것은아닌길 이있음과있지않음이섞여있는길, 즉 있음 도 있지않음 도정언성을확보하지못한길이다. 이렇게길은모두셋이다. Ⅴ. 나가는말 파르메니데스는맥락에따라서각양각색의의미로사용되는단어인 einai 를정언화하고이렇게정언성을확보한것으로서의있는것만이진리에도달할수있는사유의대상이라고이야기한다. 더나아가그는제대로된사유와제대로된말 (logos) 을연결시킨다. 예컨대, 파란책이책상위에

파르메니데스의단편 2 에등장하는양상문의역할 / 강성훈 127 있다 는따위의진술은말 (logos) 이아니라단어들의질서있는배열 (kosmos epeōn) 에불과하다. 이런진술은진리를담고있지않다. 책상위에있던파란책을책꽂이에꽂으면더이상파란책은책상위에있지않다. 또책상위에있던파란책의표지를빨간색으로칠하면더이상그책은파란것으로있지않다. 하지만우리는 파란책이책상위에있다 는따위의진술들로가득차있는 의견 (doxa) 도배워야한다. 이런진술들이진리는아닐지몰라도일상적인의미에서참일수는있다. 파란책이책꽂이에꽂혀있지않고책상위에있을때에는 파란책이책상위에있다 는것이참이다. 어쨌거나 의견 은우리가매일경험하는세계에대한묘사이다. 때때로이것은법칙과비슷한일반성을보여주기도한다 ( 단편 10, 단편 11, 단편 12, 단편 18). 그렇기때문에오히려이것은기만적 (apatēlos) 이다. 의견 의영역에도 필연성 같은것이성립할수있고 ( 예컨대, 태양은항상동쪽에서뜬다. 단편 10, 7-8행 ), 사람들은 의견 이가지는 필연성 을진리가가지는필연성과혼동할수도있다. 하지만그러한혼동을피하기만하면여기에서는배움이성립할수있다. 순수한있지않음의경우에는말하자면배움에대한넘을수없는장벽이있지만, 의견 의영역에는그런장벽같은것은없는것이다. 그런데그건그렇다치고, 정언성을확보한것으로서의있는것은도대체어떤것인가? 그것은전체로서의우주인가? 이세상을구성하는기본적인원소들인가? 단일한성질만을가지는불변의것인가? 세계의형이상학적원리인가? 플로티노스의일자같은것인가? 신인가? 근세철학자들이이야기하는실체같은것인가? 파르메니데스는정언성을확보한것으로서의있는것의특징들만을이야기하고그것이무엇인지는이야기하지않는다. 어쩌면그는진정한앎의대상이되는것은 정언성을확보한것으로서의있는것 이어야한다는생각만을한것일지도모른다. einai 의정언화작업을최초로수행한것인만큼, 그는 einai가정언화될수다양한방식이있을수있다는데에는생각이미치지못했을지도모른다. einai의정언화란, 다양한맥락에서

128 인간 환경 미래제 14 호 다양한의미를가지는 einai를맥락을초월해서한가지의미만을가지는단어로만드는것이다. 오늘날우리에게익숙한 존재 (existence) 니 계사 (copula) 니하는것들도 einai가특정한방식으로정언화된결과물이다. 파르메니데스에게영향받은후대의철학자들이 einai를 존재 나 계사 로정언화하지는않았다. 하지만그들은모두나름대로 einai를정언화하고그것을철학의중심주제로삼았던것으로보인다. 이후의철학자들이각기어떤방식으로 einai를정언화했는지는앞으로의연구를통해서밝히도록하겠다.

파르메니데스의단편 2 에등장하는양상문의역할 / 강성훈 129 참고문헌 강성훈 (2012), 고대그리스어 einai 에해당하는한국어는?: 비정언적존재개념으로서의 있음 과 einai, 서양고전학연구 48, 77-115.. 강철웅 (2003), 파르메니데스에서진리와독사 (Doxa): 세텍스트부분의상호연관에주목한파르메니데스단편해석, 서울대학교박사학위논문. 강철웅 (2004), 파르메니데스의철학단편에서서시의의미와역할, 서양고전학연구 21, 1-36. 김남두 (2001), 파르메니데스의단편에서탐구의길과존재의규범적성격, 서양고전학연구 17, 1-26. 김인곤외 (2005), 소크라테스이전철학자들의단편선집, 아카넷. Barnes, Jonathan(1979), The Presocratic Philosophers, Routledge. Brown, Leslie(1994), The verb to be in Greek philosophy: some remarks, in Language: Companions to Ancient Thought 3, ed. Steven Everson, Cambridge University Press. Cordero, Nestor-Luis(2004), By Being, It is: The Thesis of Parmenides, Parmenides Publishing. Curd, Patricia(1998), The Legacy of Parmenides: Eleatic Monism and Later Presocratic Thought, Princeton University Press. Finkelberg, Aryeh(1988), Parmenides Foundation of the Way of Truth, Oxford Studies in Ancient Philosophy 6. Kahn, Charles H.(1969), The Thesis of Parmenides, Review of Metaphysics 22. (1973), The Verb Be in Ancient Greek, D. Reidel Publishing Company (reprinted with a new introduction by Hackett, 2003). Ketchum, Richard J.(1990), Parmenides on What There Is, Canadian Journal of Philosophy 20. Kirk, G. S., Raven, J. E., and Schofield, M.(1983), The Presocratic Philosophers, 2nd ed., Cambridge University Press. Lewis, Frank A.(2009), Parmenides Modal Fallacy, Phronesis 54. Mourelatos, Alexander P. D.(2008), The Route of Parmenides, revised and expanded edition, Parmenides Publishing (originally published by Yale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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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메니데스의단편 2 에등장하는양상문의역할 / 강성훈 131 Abstract In Fragment 2, Parmenides says that there are two ways for thinking. One is the way that it is and that it is not possible not to be, and the other is the way that it is not and that it is necessary not to be. However, these two ways have been called the way that it is and the way that it is not, without proper explications of the existence of the modal parts. This paper suggests that what Parmenides did in his poem was to set up the Greek word einai (to be) as having a context-independent meaning, and that the modal parts were the device to show that he was doing just that. With this understanding, the first way turns out to be the way of being that is free of non-being, and the second way to be the way of non-being that is free of being. The status of the way of Doxa, then, becomes clear as the way that combines being and non-being, and the confusions about how many ways there are in Parmenides poem and about which part of his poem belongs to which way can be explained away. Keywords Parmenides, Be, Thinking, Truth, Parmenides Three Ways 논문투고일 : 2015. 3. 3 심사완료일 : 2015. 4. 21 게재확정일 : 2015. 4.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