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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문화충돌현상의서사성에대한 철학적예비고찰 * 이진오 ** 주제분류 문화철학, 독일현대철학 주요어 시간성, 세계, 역사, 역사이야기, 서사성, 문화충돌 요약문 최근몇년사이우리나라에서도 서사 는문학연구자들을중심으 로하여전체인문학연구의중요한대상이되었다. 그런데서사학 (Narratologie) 은서사분석에필요한유용한지식을공급해주었다는긍정적 성과에도불구하고, 서사가문화와인간존재와맺는본질적관련성을보여 주는데까지나가지못하고있다. 서사가문화나인간존재및그의세계와 맺는본질적관계성은그것이실증주의적사실기술과구분되어탐구될때 밝혀질수있을것이다. 서사학적관점에서볼때 서사적 (narrativ, erzählerisch) 이라는표현은인 간의체험과지식을정리정돈해주는일종의본문의도식 (Textschema) 을 나타낸다. 사건과행위들은이러한본문의도식의중심을이루며하나의 이야기나역사를형성한다. 그런데모든이야기들은시간적직관형식에의 해전개된다. 시간의직관형식을통해이야기나역사는하나의체계를지 니게되고, 이로써하나의정체성을이루며시작점에서끝으로운동해가는 이행으로드러난다. 여기서우리는시간적직관형식이곧본문의도식을 * 본논문은 2007 년 11 월 14 일경희대학교비교문화연구소가 기억과서사 라는주제로주최한가을학술대회에서 문화충돌현상의서사성에대한철학적예비고찰 이란제목으로발표한것을수정보완한것이다. ** 명지대산학협력단선임연구원

348 논문 이룬다는점을짐작할수있다. 다른한편역사학은객관적인사실들을단지실증적이고과학적으로기술하는작업이아니다. 역사학은오히려발생한일들에대한인간적인지식을근본적으로규정하는것을목표로한다. 결국역사학은발생한일들을정확히기술하는데일차적목적이있는것이아니라오히려발생한사건들을해석하고그것에의미를부여하면서역사에대한지식을특정한형태로만들어가는작업이라고할수있는것이다. 이런이유로역사학이나역사적이야기나아가서는그렇게형성된역사자체는특정한의미구성방식으로파악될수있다. 역사는자신의의미부여의기반이자재료로서구체적인인간의삶의세계를전제하고있다. 사실상인간의체험자체가항상그리고이미서사적으로구조화되어있다. 인간체험의이런성격으로인해역사와의연관성에서볼때서사성 (Narrativität) 은역사의근본구조가되는것이다. 본논문는역사나문학적차원에서서사성을다룸에있어서그것을철학적으로조망해볼수있는하나의사례를제시하는것을목표로한다. 본논문은서사성에대한분석과관련하여특히문학쪽에서서사와인간의본질적관련을이해하기위해철학에요구하고있는과제를충족시키려는하나의시도인것이다. 이런작업을위해본논문은구체적서사를가능하게하는서사성이라는것도역사나환경세계및문화를형성하는데있어서최종적근거는아니라는전제를설정하였다. 서사성은시간성을본질구조하여전개되는것이기때문이다. 그리고서사가시간적전개방식을갖는다는점과서사성이인간적주관성과동시에역사적이고구체적생활세계및문화영역내에서의타당성을갖는다는점에주목해보건데, 서사성이시간성, 지평, 세계, 지향성, 생활세계등과같은현상학적개념을길잡이로철학적차원에서고찰될수있을것이다. Ⅰ. 들어가는말 서사는각자개인들이자기자신을둘러싼세계를이해하는방식이자, 한국가나민족의정체성의토대가된다. 발생한사건이나역사에대한이야기로서의서사는구체적삶의세계에밀착해전개되

문화충돌현상의서사성에대한철학적예비고찰 349 면서국가나민족구성원들에게정체성을부여해주기때문이다. 그런데서사가한국가나민족의문화적정체성을형성한다는것은, 서사가이방문화와의충돌요인으로작용하기도한다는뜻이다. 최근에 서사 는문학연구자들을중심으로하여전체인문학연구의중요한대상으로떠오르고있다. 이들연구에서서사는주로문화콘텐츠나역사해석의자료로활용되고있다. 한류드라마나영화진흥을위해다양한이야기공급해주려는실용적필요성에서서사에대한인문학적연구가수행되고있는것이다. 그런데문제는서사에대한기존의연구들중많은연구가인간의자기이해방식으로서서사가문화에대해갖는본질적연관성과의미를간과한채이루어지고있다는점이다. 그리하여인류가생산한서사물에보편적으로존재하는구조적원리나문법을밝히려는야심찬의도로기획된서사학 (Narratologie) 은서사분석에필요한유용한지식을공급해주었다는긍정적성과에도불구하고, 서사가문화와맺는본질적관련성을보여주는데까지나가지못하고있다. 서사가문화나인간존재및그의세계와맺는본질적관계성은서사의성격이실증주의적사실기술과구분되어밝혀질때드러날수있을것이다. 서사학적관점에서볼때 서사적 (narrativ, erzählerisch) 이라는표현은인간의체험과지식을정리정돈해주는일종의본문의도식 (Textschema) 을나타낸다. 사건과행위들은이러한본문의도식의중심을이루며하나의이야기나역사를형성한다. 그런데모든이야기들은시간적직관형식에의해전개된다. 시간의직관형식을통해이야기나역사는하나의체계를지니게되고, 또한이로써하나의정체성을이루며시작점에서끝으로운동해간다. 여기서우리는시간적직관형식이곧본문의도식을이룬다는사실을짐작할수있다. 다른한편역사학은객관적인사실들을단지실증적이고과학적으로기술하는작업이아니다. 역사학은오히려발생한일들에대한인간적인지식을근본적으로규정하는것을목표로한다. 결국역사학은발생한일들을정확히기술하는데일차적목적이있는것

350 논문 이아니라오히려발생한사건들을해석하고그것에의미를부여하면서역사에대한지식을특정한형태로만들어가는작업이라고할수있는것이다. 이런이유로역사학이나역사적이야기나아가서는그렇게형성된역사자체는특정한의미구성방식으로파악될수있다. 서사학적틀안에서한스미하엘바움가르트너는역사적이야기나역사학의이러한성격을밝히는데집중하였다. 그에따르면역사학은결코일어난사건들을재현하는일이아니다. 역사학이란오히려시공간적이고지역적인여러이야기요소들에특별한의의와의미를부여하는일을한다. 그런데이때역사는자신의의미부여의기반이자재료로서구체적인인간의삶의세계 (die konkrete Lebenswelt des Menschen) 를전제하고있다. 1) 그리고삶의세계에서전개되는인간의체험자체는항상그리고이미 (immer und schon) 서사적으로구조화되어있다. 2) 인간체험의이와같은성격으로인해서사성 (Narrativität) 은구체적시공의지평에서전개되는모든역사의근본구조가된다. 역사는서사성이라는구조에의해비로소파편적이야기모음이상의무엇이된다. 서사성이라는근본구조속에서역사적사건들은어떤하나의유기적통일체로형성될수있는것이다. 인간학적인관점에서볼때서사성은인간의구체적삶에서드러나는사실성에대한역사적구성이라고말할수있다. 유리겐코가와토마스니퍼데이는서사성의원리들을인간적실존에의존해있는사실성에대한근본적이고필연적인해석형식으로이해한다. 그들에따르면서사성은주어진것들에의미를부여하는해석학적근본도식의기능을한다. 3) 리쾨르는사건들과행위들을하나의전체로서체 1) Baumgartner, Hans-Michael: Erzählung in der Geschichte. In: Kocka, Jürigen / Nipperdey, Thomas(Hg.): Theorie und Erzählung in der Geschichte. München: Deutscher Taschenbuch Verlag. 1979. 참조. 2) Dietmar Mieth, Die Bedeutung der menschlicher Lebenserfahrung, in: Ders: Moral und Erfahrung. Freiburg. Schweiz 3. Aufl. 1977, 111-134 쪽중 117 쪽참조.

문화충돌현상의서사성에대한철학적예비고찰 351 계화시키기위해서는역사가들이서사적능력에의존할수밖에없다고본다. 4) 그런데구체적삶의세계를살아가는인간들의체험형식으로서의서사성은눈앞에전개되는사건들뿐만아니라이미지나간일들도파악하려한다. 문제는지나가버린것들은결코지각을통해직접관찰할수없고다만기억해낼수밖에없다는점이다. 또한이런이유로해서역사적구성물들은사실그대로에대한모사 (Abbild) 로서가아니라역사를기록하는자들의재구성 (Rekonstruktion) 으로서드러날수밖에없다. 개념사적으로볼때서사는영국의분석적역사철학과독일중심의초월론적역사철학을거쳐프랑스의구조주의적전통속에서철학적으로고찰되었다. 그러나이때까지의연구의중심은주로역사적사건들속에서서사적동기를찾아내는식으로역사학적맥락안에서이루어졌다. 서사성에대한본격적인철학적분석은아직시도되지않은것이다. 이상과같은논의에서우리는서사연구의주요작업이역사와그역사의전개터, 기억, 정체성, 그리고의미부여의본질에대한고찰이라는사실을알수있었다. 이러한주제들을자연과학적이고실증적인세계에대비되는인간적이고주관적인세계의성격과타당성에대한분석을통해조명하고나아가모든서사물의전개구조요운동방향인시간의성격을근본적으로밝히는것이철학적작업이될것이다. 본논문은역사나문학의영역에서주로다루어지는서사성을과연어떻게철학적으로조망해볼수있을것인지하나의철학적접근의사례를제시하는것을목표로한다. 본논문은서사성에대한분석과관련하여특히문학쪽에서서사와인간의본질적관련을이해하기위해철학에요구하고있는과제를충족시키려는하나의시도인것이다. 3) 이와관련하여바움가르트너는해석학적근본도식이의미부여 (Sinngebung) 에대한관심에근거해있다고말한다. 바움가르트너의같은글참조. 4) Paul Ricoeur: Temps et récit: Editions du Seul: Vol: Ⅰ: Pqris 1983 참조. 이에반해실증주의적입장에서 Carl Hempel 은역사가서사적인것으로규정될수있다는점을크게평가하지않는다.

352 논문 이런작업을위해본논문은구체적서사를가능하게하는서사성이라는것도역사나문화를형성하는데있어서최종적근거는아니라는전제를출발점으로삼았다. 서사성은시간의식을본질구조하여전개되는것이기때문이다. 서사가시간적전개방식을갖는다는점과서사물이인간주관적성격을지니면서도동시에역사적이고구체적생활세계및문화영역내에서의공적인타당성을갖는다는점에주목해보건데, 서사의본질적특성으로서의서사성이시간성, 지평, 세계, 지향성, 생활세계등과같은현상학적개념을길잡이로철학적차원에서고찰될수있을것이다. 이상의목표를충족시키기위해우리는위개념들이이를전개한후설과하이데거의사상체계안에서어떤위치를차지하며또한어떤의미의변천과정을거쳐쓰이고있는지에초점을맞추지는않을것이다. 다만서사성의본질과전개방식을철학적으로이해하는데도움이되는방향에서위개념들을재구성할것이다. Ⅱ. 서사의전개터로서지평적세계 서사적관점은인간이객관적으로어떤세계를사느냐보다는자신이살아가는세계에대해어떻게이야기하느냐가더중요할수있다는사실을깨닫게해준다. 인간과무관하게객관적으로존재하는물리적세계가아니라인간의눈을통해세계가어떤형태로드러나느냐가더중요할수있다는점을우리는서사적관점을통해확인할수있는것이다. 신화나역사, 소설이나미술품, 영화등의서사물은자연과학적으로파악된획일화된물리적세계가아니라구체적삶이전개되는인간의세계를다양한차원에서조망해주고있다. 실증주의적관점에서자연과학적으로파악된세계만을객관적타당성을지닌 진짜세계 로보고서사를통해드러난세계는 인간의주관적의지를형상화한허구 로파악하는것은삶이전개되는구체적세계를놓칠수있다는것을서사에

문화충돌현상의서사성에대한철학적예비고찰 353 대한연구를통해알수있다. 자연과학적세계가아니라인간적인시선에의해건설된서사적세계가오히려인간의삶이전개되는실제세계를다양한각도에서충실히반영하고있다는사실을우리는지평과세계에대한현상학적이해를통해확인할수있다. 흔히사람들은 세계는나의의식바깥에있는것이고, 나의의식은이바깥세계와분리된하나의내면적심리상태 라고생각하기쉽다. 그러나현상학적고찰을통해볼때이런이분법적해석은잘못된것이다. 인식주체로서인간의의식과인식대상 ( 객체 ) 으로서의세계사이의분리를의미하는이런이분법이잘못됐다는것을이해하기위해서는지평과세계에대한올바른이해가필요하다. 내가삶을영위하는터인그때그때의구체적이고생생한지평들은내의식밖에서내의식과무관하게그자체독립적으로존재하는것이아니다. 삶의터로서의지평은내의식의주관성과물리적세계의보편타당성 ( 객관성 ) 그어느곳에도편입되지않는중간영역으로있다. 체험대상이달라질때는그것을가능하게하는지평역시달라질것이다. 이각각의지평들을포괄하고있는것이바로세계이다. 그런데이렇게존재하는지평과그것의총괄로서세계는단지주관적관념의산물도아니고내의식밖에그자체로존재하는물자체도아니다. 그것은주관과객관적세계가결합되는중간영역으로존재하기때문이다. 근대이후자연과학의객관화작업과계량화작업을통해추상화되고이념화된물질적자연만이세계의유일한실체인양주장되고있다. 그러나우리가구체적삶속에서체험하는세계는자연과학적접근에의해추상화된세계가아니라 인간적이고인간화된세계 5) 이다. 물론그렇다고자연과학이밝혀낸물리적이고객관적세계의강제력을지닌보편타당성이부정될수는없다. 이런점을고려할때전체로서의세계는 인간적측면 6) 과자연적측면을함께지닌다고보아야한다. 세계가인간적측면을지닌다는것은, 세계가단 5) 같은책 328 쪽. 6) 같은책 258 쪽.

354 논문 순한물리적대상이나사실들의총합을넘어역사적이고문화적인측면을지니고있음을뜻한다. 그리고세계가지닌역사적이고문화적인측면을가장잘보여주는것이다름아니라서사이다. 7) 신화나전설과같은반실증적서사양상이형성되고통용될수있는것도서사가서있는세계의이러한특성때문이다. 세계의참모습을파악하려면세계의일면적측면만을지시하는자연과학적세계인식을넘어서서세계를의미연관으로이해할필요가있다고후설은말한다. 세계를의미연관으로이해한다는것은세계를객관적이고물리적인대상들의총계로서가아니라지평 (Horizont) 으로파악한다는것이다. 8) 가령내가어떤한건물을볼경우, 눈이라는나의감각기관에직접잡힌것은하나의건물뿐일수있다. 그러나사실나는단지이건물하나만을경험하는것이아니다. 특정한건물에대한지각에는이건물을살아가는사람들과건물을둘러싸고있는마을, 이마을을둘러싼도시, 이도시가속해있는지역이나국가, 하늘과지구와우주전체등등의의미연관체가건물을둘러싼배경으로서함께작용한다. 눈에들어온건물이다른그무엇이아닌건물로서지각되는것은의미연관체로서의숨은배경이함께경험되기때문인것이다. 바로이의미연관체가지평이며, 가능한모든개개의지평들을포괄하는포괄적지평이곧세계이다. 의미연관체로서의지평과세계는자연과학적세계개념이지니고있는일면성을넘어서서세계를살아가는인간의주관연관성을전제하며이를통해세계의역사적이고문화적인측면까지도포괄하고있다. 뿐만아니라의미연관체로서지평과세계개념하에서는자연과문화의구별이사실상무의미해진다. 모든층이하나의의미연관 7) 세계가지닌역사적이고문화적인측면을가장잘보여주는것이서사라고해서, 모든서사가자연과학적탐구를통해드러난세계를부정하거나간과한다는뜻은결코아니다. 8) E. Husserl, Erfahrung und Urteil, hg. von Landgrebe, Hamburg 1985. ( 경험과판단 32 쪽 )

문화충돌현상의서사성에대한철학적예비고찰 355 성속에포괄되어있는지평구조속에서자연과문화는서로뗄수없는통일체를이루고있기때문이다. 9) 또한지평으로이해된세계는주관의실천적가능능력 (Vermöglichkeit) 에근거를두고있는것으로밝혀진다. 10) 그리고이런한에서지평으로서의세계는인간주관의 모든현실적이고가능한실천의보편적터 11) 이다. 실증적이고자연과학적세계규정은구체적이고역사적삶의세계에서거리를두고행해진다. 그러나서사는물리적이고객관적인대상들의총합으로서의세계를객관적으로모사해제시하는것이아니라, 물리적이고객관적인지평또한가능하게해주는근원적이고주관연관적인실천의보편적터로서의세계에밀착되어전개되면서그것을이야기의형태로드러내주는것이다. 1. 서사의의미부여작용과지향성 20 세기초까지유럽학계를지배하던심리학주의에이끌렸던후설은브렌타노가제시한지향성개념을새롭게이해하며심리학주의의깊은늪에서벗어난다. 지향성개념이그것을가능하게했던것은, 지향성을통해드러난대상과세계가인간의식에전개되는인식내용이면서도동시에객관적이기때문이다. 어떤것이나의감각에잡힐경우이감각자체는날것인상태로현존하는데 ( das rohe Dasein der Empfindung 감각의본래대로의현존 ), 이것이그어떤무엇으로파악 (Apperzeption 통각 ) 된다는것은그것이나의의식에의해특정한것으로의미 (Sinn) 를부여받기때문이다. 말하자면의식이감각에혼을불어넣어주기 (beseelen) 때문에어떤것이비로소특정한무엇으로서즉지향적대상으로서인식될수있는것이다. 12) 가령 집이나에게 9) 같은책 27 쪽참조. 10) 같은책같은곳참조. 11) E. Husserl, Die Krisis der Europäischen Wissenschaften und die transzendentale Phänomenologie, Hua VI; Den Haag 1952. ( 위기 145 쪽 )

356 논문 나타나보이는것은내가실제로체험된감각내용을어떤방식으로통각 ( 파악 ) 하기때문이다. 내가손잡이오르간을듣는것은감각된하나하나의소리를바로손잡이오르간의소리로해석하기때문이다. 13) 어떤것 (etwas) 을특정한무엇으로 (als etwas) 파악 ( 통각 ) 한다는것은단지나의감각에잡힌날것그대로가의식에잡힌다는뜻이아니라나의의식작용이그것을어떤특정한무엇으로해석한다는뜻인것이다. 그러므로파악 ( 통각 ) 작용이란아직아무런형태도띠지않은날것상태의감각을어떤의미를가진대상으로서파악 ( 해석 ) 하는것이고, 의식의파악작용은의미부여작용 (sinngebender Akt) 인것이다. 그런데지향작용이다름아니라바로의미부여작용이다. 또한, 대상이어떤것으로파악되는가를결정하는것이바로의미이므로, 결국지향작용이의미부여작용이라는말은어떤대상을특정한어떤대상으로파악하는이해이자해석작용이다름아닌지향성의본질적성질이라는뜻이다. 14) 서사가과거현재미래라는시간의식에따라서역사적사건들을재구성하면서특정한 Text에의미를담아낼수있는것도객관적이고보편타당한물리적세계가날것상태의감각자료로서세계를직접드러내주기때문이아니라인간의식의지향성이지닌이러한의미부여작용때문에가능하다. 소박한실재론적사유에반대했던칸트와마찬가지로후설도의식밖에있는대상자체가감각을통해우리의식에그대로나타난다고보지않았다. 그러나지향성이대상형성작용을한다고해서대상이인간의주관작용위주로만대상화된다고본것은아니다. 대상은주관멋대로꾸며지는것이아니다. 지향작용혹은해석작용은멋대로꾸며대는일을하는것이아니라질료로서이미주어져있는것을이해할수형태로밝혀내는일을하는것이기때문이다. 세계의이런질료적성격이외에도우리가무엇인가를어떤특정한 12) 논리연구 Ⅱ / 1, 385쪽. 13) 논리연구 Ⅱ / 2, 233쪽. 14) 논리연구 Ⅱ / 1, 385, 392쪽참조.

문화충돌현상의서사성에대한철학적예비고찰 357 무엇인가로파악하기위해서는이러한지향작용을가능하게하는배경적의식이전제되어야한다. 지향적작용 ( 의미부여작용 ) 은백지상태의의식에서마치망상을펼치듯행해지는것이아니기때문이다. 가령우리가어떤나무를지각할경우일단나의시선이주목하여보는것은한그루의나무이지만, 이러한나무가나무로서나에게파악되는것은식물에대한선이해를가졌기때문이다. 또한내가이미숲전체나나무가서있는대지에대해불투명하게나마의식하고있기때문에가능한것이다. 배경의식은이처럼처음부터뚜렷하게주제화되어의식에등장하는것은아니라는점에서지향적의식과대조되는것으로볼수있다. 15) 그런데배경의식의정체를추적하다보면우리는다시지평개념및모든지평들을포괄하는총괄개념인세계개념과만나게된다. 예를들어내가 녹색의거칠고둥글넙적한노간주나무한그루 를정원에서지각할경우, 노간주나무에대한그러한파악 ( 의미부여작용, 지향작용 ) 이가능하기위해서는최소한색이라는관점과모양이라는관점, 그리고질감이라는관점이필요하다. 즉나는그러한관점들을 녹색의거칠고둥글넙적한노간주나무한그루 를파악하기위한배경의식으로이미지니고있어야한다. 그리고이러한배경의식은 침엽수이 나 육림가위, 정원사 라는관점등으로무한히뻗어나갈수도있다. 바로이러한배경지식이노간주나무가드러날수있는지평을뜻하고, 가능한한뻗어나갈수있는모든지평들의총체가바로세계이다. 그런데우리는노간주나무한그루를지각할때도위에서열거한모든관점들을즉지평들을항상전부고려하는것은아니다. 대개의경우특정한관점이선택되며나머지지평들은은익된다. 그런데선택된특정한지평들위에서비로소사물이드러난다는것은사물에대한우리의지각이나이해가대개의경 15) 이남인에따르면후설은이념들 Ⅰ 에서배경의식또한지향적체험으로규정할수있는가능성을열어놓고있다. 이남인, 현상학과해석학, 인문학연구총서 Nr.23, 서울대학교 2004, 289쪽.

358 논문 우완결된상태가아니라언제든변화될수있는역동적인상태에있다는것을의미한다. 만일우리가특정한지평만을고집하지않고열린마음으로대상에대한보다충실하고포괄적인이해를원한다면, 대상이지닌다양한성격들이들어날것이다. 또한세계가하나의고정된실체가아닌변화가능한역동성을지닌다는점에주목할때고향세계와이방세계의문화적만남은비생산적충돌을넘어서서지평 ( 세계 ) 의확장으로나갈수있을것이다. 이하에서우리는우리를둘러싼친숙한세계인고향세계가어떻게형성되는지를살펴볼것이다. 여기서세계에대한인간의서사적이해로서역사이야기혹은전승이고향세계와그것의정체성형성에결정적으로작용한다는사실이확인될것이다. Ⅲ. 생활세계로서고향세계의역사성과전승 후설은주관성과객관성이하나로융합되어있는의미연관체로의세계를좀더구체적으로설명하기위해 생활세계 (Lebenswelt) 개념을사용한다. 생활세계란우리의일상적삶이실제로전개되는구체적이고친숙한고향세계이다. 그런데이구체적삶의세계는보편타당한지식이나학문에의해객관화되고대상화되기이전의선이론적세계 (vortheoretische Welt) 이기도하다. 16) 후설후기발생론적현상학의관점에서볼때대상에대한모든종류의지식은 근원적인최초의앎 을전제로한다. 후설에따르면이근원적앎은한개인이나집단에의해능동적으로설립된다. 17) 그리고일단한대상에대해앎을갖게되면, 이지식은점차로잊혀져가 16) 경험과판단 38 쪽참조. 17) E. Husserl, Cartesianische Meditationen und Pariser Vorträge, Hua I, Den Haag 1963. ( 성찰 I 113 쪽.)

문화충돌현상의서사성에대한철학적예비고찰 359 기보다는 수동적인잔류의식의형태 18) 로남는다. 이렇게남게된지식은 지속적인획득물 19) 이된다. 그리고이 지속적인획득물 이언제라도되살려질수있는습성화된지식이다. 습성화된지식은 지속적타당성 (Fortgeltung) 20) 을지니는것이일반적이다. 습성이지닌 지속적타당성 은습성이단지개인적차원을넘어서상호주관적타당성을지니고있다는사실을함축한다. 그런데습성의지속성여부는개인들의의지보다는공동체에의해결정된다. 공동체는그공동체구성원각자에게그가넘어서는안될규준 (Norm) 을제시하며, 이를통해개개인들의습성이공동체에적합하도록방향을잡는다. 21) 나아가습성이기반을두고있는공동체는하나의문화공동체로서, 우리의구체적삶이이루어지는우리를둘러싼환경세계이다. 후설은우리를둘러싼친숙한문화공동체로서의이러한세계를 고향세계 (Heimwelt) 22) 라고칭하기도한다. 이와대조하여아직은경험되지않은다른인류와그들의생활세계를후설은 이방세계 (Fremdwelt) 라칭한다. 23) 이두세계는언어나민족과같은외적인조건에서뿐만아니라전통과역사성이라는내적인조건에의해서도서로구분된다. 후설에따르면고향세계를근본적으로특징짓는것은그것이지닌내부적인역사성, 즉전통이다. 전통은앞세대가뒷세대에게전달 18) E. Husserl, Ideen zu einer reinen Phänomenologie und phänomenologischen Philosophie, Zweites Buch, Hua Ⅳ, den Haag 1952. ( 이념들 Ⅱ 333쪽 ) 19) 성찰I 102쪽. 20) 같은책 113쪽. 21) E. Husserl, Zur Phänomenologie der Intersubjektivität, Zweiter Teil, Hua ⅩⅣ, Den Haag 1973. ( 상호주관성 Ⅱ 230쪽참조 ) 22) 고향세계 와관련된논의는박인철의 현상학의학문성과지평성- 현상학의문화연관성 (in: 기술시대와현상학, 경희대학교출판국, 2005년, 39-61쪽 ) 의내용을재구성한것이다. 이장의논의는박인철의위논문에크게빚지고있는것이다. 23) Husserl, Zur Phänomenologie der Intersubjektivität, Dritter Teil, Hua ⅩⅣ, Den Haag 1973. ( 상호주관성 Ⅲ 141, 232쪽참조 )

360 논문 해주는역사에대한이야기 (Geschichtserzählung) 에의해유지된다. 그런데역사에대한이야기는하나의언어적의사전달 (Mitteilung) 이며, 이런이유에서언어는고향세계의고유성을이루는또하나의요소가된다. 24) 나를둘러싼세계 (Umwelt 환경세계 ) 는하나로고정되어있지않고나와타자의 언어적의사전달 25) 을통해계속해서교정되고확장되면서만들어지고있다. 그러나후설은 특정한언어는특정한공동체를전제로한다 는점에주목하며언어적의사소통이다른언어를사용하는이방세계에대해서는일단은한계로작용한다는점도지적한다. 이런맥락에서그는다음과같이말한다. 나는이와같은행위 ( 의사소통행위 : 역자주 ) 를화성인에대해행할수없고또지구상의모든인간들에대해행사할수도없다. 26) 고향세계가지니는이러한배타적성격은고향세계가그세계를살아가는각세대간의연결고리 (Generationskette) 에의해이루어져있기때문이다. 이로인해고향세계에서는역사성을기반으로하는각세대의성격 (Generativität) 이중요한역할을한다. 후설은고향세계를지지하고있는이러한세대간의연결고리는다른그무엇보다도구전에의해이루어진다고말한다. 선조들에대해연장자와최연장자가들려주었던바를계속해서전달하며이야기해주는역사에대한서사 (Geschichtserzählung 역사이야기 ) 27) 를통해세대간의연결고리가형성되고, 이것이고향세계를이룬다는것이다. 이는자연환경과같은물리적대상이아니라구전이라는형태의서사가고향세계를형성하는본질적요소라는것을뜻한다. 서사학의관점에서도서사의제 1차적매체는구전이다. 전통적인사회에서구전에의해전달되는이야기는제의 ( 祭儀 ) 적성격을띤다. 제 24) 인간의고향세계는 [ ] 본질적으로언어에의해규정된다, 상호 주관성 Ⅲ 224쪽 f. 25) 상호주관성 Ⅲ 220쪽. 26) 상호주관성 Ⅱ 215쪽. 27) 상호주관성 Ⅲ 145쪽.

문화충돌현상의서사성에대한철학적예비고찰 361 의가지속적실천을요구하는하나의모범적틀을담고있기때문이다. 구전서사는생성기원을알수없는익명의메시지로청자에게전달되며, 청자는다시화자가되어또다른청자에게전달한다. 그러므로구전서사의매체적특성은그것이한사회집단을관통하는구술적릴레이행위라는것이다. 문학을대표로하는문자적서사는구술릴레이과정에서자유로운창조적변형이가능했던구전서사의열린구조를정형화시킴으로써서사의민중적생명력을감소시켰다고비판되기도한다. 그러나서사의문자화가서사의상상력과독창성의범위를확장시키고, 창조행위에윤리와책임의차원을부여하였으며, 서사의보존과계승에도크게기여했다는점또한부정할수없는사실이다. 한편, 현대디지털기술의눈부신발달은서사의창조및전달매체의국가적민족적구분을무의미하게만들고있다. 오늘날매체환경의급격한변화는집단이나개인정체성의전통적기준을해체하였을뿐만아니라서사의창조와소비형태에근본적인변형을가져왔다. 개방성과익명성및접속의용이함을특징으로하는인터넷공간은더이상물리적고향세계를중심으로하는처음-중간-끝의완결성에구속되지않는다. 디지탈을중심으로하는현대적서사매체는전승의의존성을줄이면서자가증식하는서사형식을문화의중심부로옮겨놓았다. 다른한편정보통신기술이보여주는현실과가상공간의경계선허물기는사실자체를기록하여그대로전달하는일보다는인간을둘러싼사건들을인간적인눈으로보여주는서사의힘을신화의시대이후다시한번웅변해주고있다. 역사적한계로인해서사매체의이러한시대적변화를읽을수없었던후설은고향세계가지닌전통또한앞세대가뒷세대에게전해준 1차적서사물인구전을통해유지된다점에주로주목하였다. 습성이란바로이러한역사적성격을지닌고향세계를기반으로만들어져사회적습성이되는것이며, 이것이고향세계의지배적규준에부합할경우에는고향세계의구성원들에게 정상적인 (normal) 것으로받아들여진다. 그러나고향세계의규범에맞지않는습성은대

362 논문 다수구성원들에의해 비정상적 (anormal) 인것으로배척된다. 이방세계는고향세계의관점에서볼때아직은직접경험해보지않은미지의세계이기에그타당성을인정할수없으며따라서비정상적인것으로보이는것이다. 이질적문화사이의갈등은고향세계속에서형성된이러한정상성 (Normalität) 과비정상성 (Anormalität) 의충돌에기인한경우가많다. 그런데후설에따르면정상성과비정상성을나누는것은자연과학적객관성과엄밀성을지닌규준이아니라역사적이고구체적인고향세계의삶을살아가는 성숙한어른들의일반적경향성 (Durchschnittlichkeit der reifen Erwachsenen 성인들의평균성 ) 28) 이다. 그런데정상성이성인들의평균성에의해결정된다고해서그것이성인들의사변적관념이나의지혹은취향에의해서만결정된다고보아서는안된다. 자연을통해드러난보편적지식또한성인들의평균성에영향을주기때문이다. 즉, 정상적인것은단지인간의주관성에의해서만주도되는역사적이고문화상대적인성격만을지니는것이아니라보편적성격을지니기도하는것이다. 후설은정상적인것이지닌이러한보편성의근거를설명하기위해고향세계와이를포괄하고있는 하나의세계 (die eine Welt) 와의관계에대해설명한다. 29) 그에따르면 하나의세계 는모든정상적인간이지니고있는기본적인의식이며이런점에서공통적이다. 또한이런이유로고향세계가지닌정상성은세계성과동시에보편성을갖는다. 한고향세계와다른고향세계 ( 이방세계 ) 와의상호문화성은바로위와같은공통된세계의식위에서이루어질수있다. 후설은자연을이러한상호이해와통섭 ( 通涉 ) 이이루어지는출발점으로본다. 30) 가령 28) 같은책 231 쪽. 29) 같은책 177 쪽참조. 30) 현상학적으로볼때자연역시순수객관적인물리적대상의총합이아니라항상 문화적자연 이자 인간화된자연 으로우리에게드러난다. 참고, 상호주관성 Ⅲ 439 쪽.

문화충돌현상의서사성에대한철학적예비고찰 363 날씨와계절의변화나, 죽음, 생노병사, 육체적본능등과같은자연적사건들은각각의고향세계마다제각각의고유한문화적해석이부여되면서도모든고향세계에서발생하는동일한자연현상이다. 31) 자연이지닌이러한보편성을매개로서로다른문화들사이의이해의통로가열리고이를바탕으로해서서로의역사성에대한접근도가능해지는것이다. 나아가이러한이해를바탕으로이방세계가지닌정상성에대한이해도가능하다. 후설은만약이러한과정이어느일방에의해주도되는것이아니라상호적으로이루어질경우각각의고향세계를이루는지평들이결합되어 보다높은단계의정상성 32) 이형성될수있다고본다. 그는이런과정을거쳐결국은모든문화를관통하는 보편적정상성 33) 이실현될수도있다고믿었다. 그런데상이한문화가만나충돌을넘어서서지평확대로나아갈수있는가능성은인간의역사적이고구체적인삶이전개되는지평 ( 세계 ) 자체의역동성과미래지향적성격에기인한다. 어제나오늘과다른내일의가능성은과거자체에서생기는것이아니라근본적으로는시간의식이미래를향하고있기때문에가능한것이다. 우리의시간의식의이러한미래지향적성격으로인해, 서로다른이방세계간의문화적만남은각자의고향세계만을사수하려는충돌을넘어서서지평 ( 세계 ) 의확대로나갈것이다. 특정한지평에고정된과거보다는새로운세계를열어보여주는미래에주목한다면, 이러한가능성은더욱커질것이다. 후설은 뭔가를기대한다는것은뭔가를기억하고있다 는뜻이라고말한다. 34) 그런데개별적인모든것을완벽하게기억하는경우를제외하고는기억이라는것도특정한한가지형태로고정되어있는것이아니다. 따라서과거에대한서사나미래에대한 31) 위기보충 270쪽참조. 32) 상호주관성 Ⅲ 137쪽. 33) 상호주관성 Ⅱ 235쪽. 34) 이러한한에있어서기대직관은거꾸로된기억직관이다. 시간 의식, 후설저, 이종훈역, 한길사 1996, 130쪽참조.

364 논문 기대가기억에의존한다고는하나그것이특정한형태의과거에의해고정되는것은아닐것이다. 기억과의연관성속에서생겨난기대자체도많은것을결정되지않은상태로남겨놓는다. 서사학적관점에서볼때기억이서사연구의한축이되는것은무엇보다기억이서사적으로구성되기때문이다. 기억이란과거의사실그자체에대한재현이아니라주체의의지와욕망에따라과거를재구성해내는일종의서술행위이다. 서술자가엮어내는이야기인서사는과거의사건들을시간적흐름을지닌하나의연속체로구성해놓은것을말한다. 기억한다는것은과거를주체의삶이라는서사적틀속의부분으로통합하는것이다. 이런서사적통합을통해과거가주체의기억속에서의미있는사건으로재구성됨으로써개인은개인적정체성을, 집단은집단적정체성을구성한다. 서사적통합을통해정체성을구축하는이런형태의기억을 ' 서사적기억 ' 이라고부를수있을것이다. 근대초기는이러한서사적기억이다양한문화적형태로발전된시기이다. 서사적형태를띠는문화적기억의양태는사회구성원들에게하나의공동체의일원이라는정체성을부여함으로써그들을하나로통합시키는데상당부분성공했다. 18세기기억에관한논의에서공간적패러다임에서시간적패러다임으로의전환이일어난다. 이때저장하기와불러오기의동일성이란사유속에서공간의차원만이고려의대상이되었던기억술에서와달리, 시간의차원이기억과정에고려됨으로써저장과불러내기간의근본적인차이가인식된다. 이제기억은근본적으로재구성적이며항상현재적상황에따라자의적으로생겨난다고파악된다. 기억은결코과거의것에대한객관적인모사가아니라현재에서출발하는선별적재구성으로서, 기억하는시점의상황에좌우된다. 기억에대한이런새로운이해에있어서핵심적개념으로작용하는것이아스만이이론화한 문화적기억 (cultural memory) 이다. 35) 문화적기 35) Assmann, Aleida. 기억의공간. 변학수 백설자 채연숙역. 경북대학교출판부, 2003. 참조.

문화충돌현상의서사성에대한철학적예비고찰 365 억은알박스 (Maurice Halwachs) 의 집단적기억 개념에시간이나기원의문제를추가하여발전시킨개념이다. 문화적기억이란집단적정체성의신성함과보편성을강조하기위해그기억을태초의 기원 으로소급시키고그신화적기억을불러세우기위해작동하는문화적기제들이다. 예를들면기록물과텍스트, 건축물, 도상, 묘비, 사원, 제의, 축제등다양한문화적형식들이여기에속한다. 우리는이런문화적형식들을넓은의미의 서사 로이해할수있을것이다. 이런형식들이서사로이해될수있는것은표면에드러난것이든잠재된것이든그속에하나의이야기가내포되어있기때문이다. 그것은집단을하나로묶어줄정체성이라는주제가서술되어있는이야기이다. 문화적기억을통해과거는집단구성원들의현재에의미를제공해줄사건으로조명되고현재의의미질서속으로통합된다. 아스만의문화적기억이 서사적기억 으로해석될수있는근거가여기에있다. 서사적기억이란과거의사건을주체의삶의전체적흐름속에의미있는한부분으로통합함으로써주체에게정체성을부여해주는기억이기때문이다. 문화적기억과정체성의관계에관한이런문제의식은서구역사학계에서는 전통 과 기념 에관한구체적인연구성과로이어졌다. 민족정체성을형성하는데있어중심이되는전통은사실상과거의계승이아니라과거와의단절일수있으며, 그단절을은폐하기위한수단으로이용될수있다. 전통은전승된것이아니라발명된것 이라는홉스봄의주장은이논리에근거하고있다. 이전통발명의수단들이바로기념비와경축일, 역사소설이나전기소설및역사교과서를통한민족사교육이다. 문화적기억과정체성의이러한재구성적본질을우리는인간의역사적이고구체적인삶이전개되는지평 ( 세계 ) 자체의역동성과미래지향적성격에기인한다고지적했다. 이하에서는과거에대한단순한모사가아니라미래지향적재구성으로서의서사성의성격에대해서사의주체로서현존재와그의시간의식에대한분석을통해살펴보도록한다.

366 논문 Ⅳ. 서사의주체로서현존재와시간성 각각의고향세계가각각의구체적세계인지평이다. 그러므로이상에서살펴본대로고향세계가역사성과전통을지닌다는사실은곧지평및포괄적지평으로서의세계또한역사성을특징으로한다는것을의미한다. 지평은발생과변화, 지속과발전이라는역사성을지니는것이다. 각각의고유한지평으로서의고향세계는그고향세계의역사성에의해형성된다. 그런데지평의이러한역사성은근원적으로지평이지닌시간성에의해가능하다. 포괄적지평이세계이므로결국그세계를가능하게하는근원은다름아니라시간성으로밝혀진다. 그런데고향세계를형성하는전승과역사이야기등서사적지평의시간성을상세히고찰하기위해서는세계와자기자신을서사적으로이해하는서사의주체로서의인간에대해먼저살펴보아야한다. 하이데거는인간을특징적으로나타내기위해현존재 (Dasein) 라고칭한다. 그런데그에따르면인간현존재는항상그리고이미어떤상황속에존재한다. 하이데거는이를 Befindlichkeit( 처소성, 정황성 ) 라칭한다. 현존재의이러한처소성은그가그때그때마다이미그의세계에던져져있음 (Geworfenheit 피투성 ) 을의미한다. 그런데현존재에게그의세계는그가세계에던져지고나서야비로소나타나는것이아니라, 현존재가그의세계에던져져있음으로인해항상그리고이미그에게드러나있다. 존재론적차원에서볼때인간현존재가항상어떤세계에던져져있다는사실은그가항상어떤기분에젖어있음 (Gestimmtsein) 을의미한다. 하이데거는현존재가현재어떻게지내고있으며, 또앞으로어떻게될것인지를드러내는것이바로기분이라고말한다. 현존재는기분에서현 ( 現 Da) 으로서의자신의존재 [ 세계 ] 에직면한다. 36) 결국현존재에게세계가드러나는근 36) M. Heidegger, Sein und Zeit, Halle a.d. S, 1927( 존재와시간,

문화충돌현상의서사성에대한철학적예비고찰 367 원적방식은지각이나인식혹은이들을바탕으로한객관화된학문활동이아니라기분 (Stimmung) 인것이다. 결국현존재는항상기분에젖어세계를살아가며또한인식이라는객관적태도에앞서서특정한기분에젖은상태에서자신과자신을둘러싼세계에대해이야기하며이를통해서사를형상화하는자라할수있다. 이상에서우리는인간이이미항상어떤세계에던져져있는존재라는사실을살펴보았다. 그런데하이데거에따르면인간은단지수동적으로어떤상태에던져져있기만한것이아니라, 그와동시에능동적으로자기자신을특정한세계에로부단히던지고있는 (Entwurf 기투 ) 존재이기도하다. 특정세계에던져져있으면서동시에그세계를향해자신의존재 ( 세계 ) 를던지는이것이바로세계를자기자신의것으로만드는이해 (Verstehen) 이다. 인간은이러한이해를통해동물들과달리주어진자연세계에맡겨져있기만한것이아니라스스로자신의고유한세계 37) 인인간적세계를만들어갈수있는가능성을지닌존재 (Seinkönnen 존재가능 ) 로살아간다. 위에서살펴보았듯인간에게세계가드러나는것은현존재로서의인간이세계에던져진채기분에젖어세계를자기나름대로이해하고있기에가능한것이다. 그리고처소성과이해성은항상이미말에의해낱낱의것들로분절되어 (artikuliert) 구성되어있다. 이런이유로처소성과이해성에의해현존재인인간에게드러나는세계는항상말 38) 로드러날수있다. 이로써역사이야기나전승 134쪽.) [ ] 는필자가첨가. 37) 이것이바로역사적이고문화적인세계이자서사적세계이다. 38) 하이데거에있어서말 (Rede) 은언어 (Sprache) 와구별되는실존론적이고존재론적개념이다. 그에따르면언어는언어의가능조건인말이문자나음성을통해밖으로발화된형태이다. 이런의미에서말은근원적인언어라할수있다. 존재와시간,160쪽참조. 서사성에대한구체적인논의를위해서는역사이야기와전승에대한후설의논의와더불어존재론적말과공공성 (Öffentlichkeit) 에대한보다상세한논의가요구된다.

368 논문 등특정한언어에의해형상화되기이전에세계가이미현존재의처소성과이해성그리고이들을분절하고있는말에의해개시 ( 開示 ) 되어있다는사실이밝혀진다. 그런데인간에게세계가체계적이고통일성있게파악되기위해서는세계가드러나는등근원적구성요소인처소성과이해성그리고이들을분절하는말을통일하는무엇인가가있어야한다. 하이데거에따르면이러한통일성의가능근거가다름아니라시간성 (Zeitlichkeit) 이다. 현존재의처소성과이해성에통일성을부여하면서세계를드러내주는가능근거가시간성이라는것은곧시간성이세계이해의가장근원적인계기라는뜻이다. 하이데거에따르면시간은통속적이해에서주장하는것처럼과거에서현재를거쳐미래로흘러가는것이아니라, 현재에이미도래하고있는미래인장래에서현재로그리고현재에서과거로이어져있다. 통속적이고객관화된시간이해와는달리존재론적으로볼때우리가시간을우선은우리에게이미도래해있는미래인장래로서경험한다는것은시간이지금의우리에게 앞서있음 으로체험된다는것을의미한다. 그런데시간이 앞서있음 으로체험된다는것은이미도래한장래로서의시간체험을통해인간이지금의자신을벗어난다는것을의미한다. 따라서시간체험의근원이장래라는것은다른그무엇이아닌 이미자신에게도래한장래 라는시간체험을통해인간이현재의자신으로부터벗어난다는것을의미한다. 그리고이는또한우리의현재가과거나현재자체보다는미래적시간양상인장래에의해이해된다는뜻이다. 모든서사는시간의축을따라전개된다. 그리고이상과같은시간의식을세계이해의근본틀로지닌인간이전개하는서사는있었던그대로의과거의사건을재현하거나현재의상태를보고하기보다는미래적시간양상에이끌려되어전개될수밖에없다. 하이데거와함께현상학적시간이해를전개한후설은시간이현재에서과거를거쳐미래로흐른다고보았다. 그에따르면현재, 과거,

문화충돌현상의서사성에대한철학적예비고찰 369 미래라는시간의세양상중현재는과거나미래가조금도섞여있지않은점으로서의지금을의미한다. 이같은의미의현재가시간연장을지니기위해서는 방금 으로변양되어야한다. 결국현재가방금으로변양된다는것은시간이현재에서과거에로의흐름으로파악된다는뜻이다. 하이데거와후설양자의시화 (Zeitigung) 의방향중어느것이인간의시간의식에적합한것인지판단하기위해서는좀더상세한논의가필요하다. 다만, 인간이점적인지금이아니라, 이미나의현재에들어와작용하고있는미래인장래를걱정하며 39) 또한이를위해과거를되새기며현재를살아간다는점을고려할때후설이말한시화의방향보다는하이데거의그것이인간의시간체험에보다적합하다고잠정적으로판단할수있겠다. 실존적관점에서도우리는역사형성의원점을미래가아니라현재로볼수도있다. 실존적관점에서볼때이세상이열리는지점이지금나의의식이기때문이다. 시간만가지고말한다면과거는이미없고미래는아직없다. 있는것은오직현재, 지금뿐인것이다. 무엇이현재를있다고말하게하는가? 그것은다름아닌 나 이다. 나 없이는, 즉의식의주체가빠진객관적시간은체험시간에서아무런의미가없다. 그래서체험시간을또인간적시간이라고도하는것이다. 이 나 가있음으로해서비로소현재는있는것이다. [ ] 현재는스스로있으면서동시에이미없는과거와아직없는미래를존재로전환하고그존재를서로연결한다. 그중심에살아있는 ( 즉 39) 하이데거는인간이자기자신과남에대해걱정하고고려하는것을 마음씀 (Sorge 존재걱정 ) 이라고규정한다. 바로이마음씀이세상을살아가는인간의존재방식이기도한데, 그것은구체적으로 세계안에이미존재자곁에있으면서자기를앞질러있음 (Sich-vorweg-schon-sein-in-der-Welt-Sein-bei 이라는구조를갖는다. 이러한마음씀의구조를시간양상들과관련해서재해석해보면 기존하면서-현존화하는-장래 (die gewesend-gegenwärtigend-zukunft) 로밝혀진다. 이로써 시간성은본래적마음씀의의미로서드러난다. 참고, 존재와시간, 192, 326쪽.

370 논문 깨어있는의식인 ) 나 가있다. 나는시간의주체이다. 40) 그러나이런 자기중심적 시간개념과 지금현재의나의의식 을좀더분석해보면, 현재라는시간양상은과거나미래와분리되어있지않으며, 지금나의의식이라는것도이미미래가육박해들어와이해되고있다는사실을알수있다. 지금여기의나 를중요시하는실존적의식에게도점적인지금으로서의현재보다는지금현재의내의식에들어와있는미래의나와나의세계에대한걱정이 지금여기의나 를규정하고있는것이다. 이야기의구조인서사성 (Narativität) 은이상에서고찰한시간성을축으로하여전개된다고볼수있다. 서사가시간에따라전개되는것인한, 시간성이역사와문화를구체적으로형상화하는서사성을이끈다고할수있는것이다. 시간성과서사상의이러한연관관계로인해시간성이올바로파악될때만이서사성역시근본적이고총체적으로파악될수있다. 이때또한서사성이단지서사물에대한기술적분석의도구로서뿐만아니라인간과그의세계를규정하는하나의본질적구조로밝혀질수있을것이다. V. 글을끝내며 한국가나민족의정체성형성에서서사가차지하는역할은엄청나다. 한문화권에거주하는사람들은그문화에내재된특정서사문법을공유함으로써 우리는하나 라는집단적정체성을형성한다. 서사는문화구성원들에게정체성을부여해주는의미의원천이기때문이다. 가령, 유대인들은모세의출애굽이야기에서속박에서풀려나해방을이뤄낸민족신화의원천을발견한다. 이목적지향적인해방서사에서이스라엘인들은오랜디아스포라에서벗어나조국을건설 40) 소광희, 시간의철학적성찰, 문예출판사 2001, 177-178. [ ] 는필자가첨가.

문화충돌현상의서사성에대한철학적예비고찰 371 하는자신들의모습을발견하고이스라엘인이라는민족적, 인종적정체성을발견한것이다. 이런정체성의형성이개별적이해관계에따라이리저리흩어진집단들을하나로묶어방향성을부여하고화합과통합을유지하는것이사회발전에긍정적에너지로작용한사례를우리는많이알고있다. 그러나서사가한국가의문화적정체성형성을위해정당화될때그것은내부적으로는이질적목소리의억압을, 외부적으로는타문화와의충돌로나타날수밖에없다. 우리는하나 라는통합적정체성의서사는이념적차원에서공동체를만들어내긴하지만필연적으로다른공동체와타자관계를형성할수밖에없기때문이다. 이런이유에서서사는이해집단들을묶어주는 공공영역 을창출하기만하는것이아니라차이에대한억압위에허구적통일성을만들어낼수있다. 문명의충돌이라는헌팅턴의비관적예언이가시화되고있는지금상반되는가치를판정하고, 충돌하는입장들을중재할수있는 제3의기준 이그어느때보다도절실하게필요하다. 차이 를넘어함께공유할수있는최소한의기준과틀을만들어가야하는것이다. 그렇다면문화간차이로인한갈등을넘어공존을위한최소한의보편성을창출해줄서사적방법은무엇인가? 문화적만남이갈등과정체성붕괴로만끝나지않고정체성재구성의계기로서작용하기위해서는어떤서사적실험이이루어져야하는가? 이런질문들은이제우리시대인문학이더이상피할수없는현실적문제가되었다. 서사성 에대한철학적고찰은각문화의정체성의내용을형성하는구체적서사내용의차원을넘어서서사가어떻게그런정체성을형성하고또어떠한방식으로각문화에대한타당성을형성하는지그보편적구조를근본적으로밝혀줌으로써문화적갈등을넘어타자와공존할수있는서사문화를형성하는데하나의메타적도구로서의기여할수있을것이다. 본연구는역사와문화의정체성구성계기로서서사성을시간성이라는인간의주관적이면서도보편적인존재성격을통해밝히려하였다. 이를통해본연구는

372 논문 1. 단지문학이나역사학의연구대상으로서탐구될때밝혀내지못한서사성의보다본질적이고체계적인성격을보여주고자했다. 2. 이것은또한서사성을문화컨테츠개발을위한하나의도구로서만연구하는차원을넘어서서사성이어떻게인간과그의세계와관계를맺고있는지파악하는작업이었다. 3. 또한이러한작업속에서본논문은서사의전개터인지평으로서의세계가보편적이고객관적인자연과학적세계와는달리인간의의미부여과정과그것에대한세대간의전승을통해 형성되는것 이라는점을보여주었다. 이를통해특정한문화만을절대화시키려는시도의본질적한계와타당성정도가간접적으로지적되었다. 4. 본연구는무엇보다도서사성이지닌그시간적성격을상세히밝혀주었다. 이는각각의구체적서사물들이어떠한의미구성적지향성과시간양상에이끌려하나의이야기를이루고또어떤의미지향성에의해변화해가는지를범례적으로이해하는데도움을줄수있을것이다. 본논문의이상과같은작업들은문학이나역사학에서서사를연구할때참조될수있을것이다. 물론서사에대한이러한철학적예비분석이완성되기위해서는지평, 지향성, 의미부여작용, 시간성등의개념들이특정한역사이야기나신화, 드라마나영화등구체적서사물의발생과전개에어떻게작용하는지좀더비판적이고상세히고찰이되어야만한다.

문화충돌현상의서사성에대한철학적예비고찰 373 참고문헌 Husserl, E., Die Krisis der Europäischen Wissenschaften und die transzendentale Phänomenologie, Ergänzungsband, Hua ⅩⅪⅩ, Dordrecht 1993. ( 위기보충 ), Erfahrung und Urteil, hg. von Landgrebe, Hamburg 1985. ( 경험과판단 ), Die Krisis der Europäischen Wissenschaften und die transzendentale Phänomenologie, Hua Ⅵ; Den Haag 1952. ( 위기 ), Analysen zur passiven Synthesis, Hua Ⅺ, Den Haag 1966. ( 수동적종합 ), Cartesianische Meditationen und Pariser Vorträge, Hua Ⅰ, Den Haag 1963, ( 성찰 Ⅰ ), Ideen zu einer reinen Phänomenologie und phänomenologischen Philosophie, Zweites Buch, Hua Ⅳ, den Haag 1952. ( 이념들 Ⅱ ), Zur Phänomenologie der Intersubjektivität, Zweiter Teil, Hua ⅪⅤ, Den Haag 1973. ( 상호주관성 Ⅱ), Zur Phänomenologie der Intersubjektivität, Dritter Teil, Hua ⅪⅤ, Den Haag 1973. ( 상호주관성 Ⅲ) Heidegger M., Sein und Zeit, Halle a.d. S, 1927( 존재와시간 ) Assmann, Aleida und Jan. Schrift und Gedächtnis: Beiträge zur Archäologie der literarischen Kommunikation. München, 1983., 기억의공간. 변학수 백설자 채연숙역. 경북대학교출판부, 2003. Ricoeur, Paul. 시간과이야기 1 2 3. 김한식 이경래역. 문학과지성사, 2005.

374 논문 Mieth, M., Die Bedeutung der menschlicher Lebenserfahrung, in: Ders: Moral und Erfahrung. Freiburg. Schweiz 3. Aufl. 1977 ( 인간적삶의체험이지닌의미 ). Ricoeur, P., 시간과이야기 1 2 3. 김한식 이경래역. 문학과지성사, 2005., 해석의갈등. 양명수역. 아카넷, 2001. 강헌국. 서사문법시론, 고려대민족문화연구원, 2003. 박진. 서사학과텍스트이론 : 토도로프에서데리다까지, 랜덤하우스중앙, 2005. 박인철의 현상학의학문성과지평성-현상학의문화연관성 in:: 기술시대와현상학, 경희대학교출판국, 2005년소광희, 시간의철학적성찰, 문예출판사 2001, 손영미. 서사학과포스트휴머니즘, 내러티브 9호. 2004. 10. 이남인, 현상학과해석학, 서울대학교인문학연구총서 Nr.23,2004. 임정택외. 기술매체시대의텍스트와미학 : 매체와이야기의인문학, 연세대학교출판부, 2005. 한용환, 서사이론과그쟁점들, 문예출판사, 2002.

문화충돌현상의서사성에대한철학적예비고찰 375 ABSTRACT Eine philosophische Untersuchung zur Narrativität im Phänomen der Kulturkonflikt Lee, Jin-Oh 41) Zur Zeit bekundet sich ein wachsendes Interesse an den narrativen Formen. Narrativität gilt als eines der wichtigsten Mittel, mit denen sich die menschlichen Erfahrungen konstitutieren lässen. Narrativität entwickelt sich in verschiedenen Richtungen, die philosophisch begründet sind. Man bezeichnet den Terminus narrativ als ein Textschema, das dazu dient, Erfahrung und Wissen zu ordnen. Im Textschema steht ein Zusammenhang von Geschehen und Handlung im Mittelpunkt, der sich in eine Geschichte übersetzen lässt, die aus dem Aspekt unter einer temporalen Anschauungsform darzustellen ist. Der menschliche Erfahrung vollzieht sich also in der Zeit. Das Ziel der Untersuchung besteht vor allem darin, die Grundstruktur der Narrativität als Zeitlichkeit philosophisch vorzuzeichnen. In der vorliegenden Arbeit soll damit versucht werden, den wesentlichen Bezug der Narrativität auf die Zeitlichlichkeit unter besonderer Berücksichtigung der historischkulturellen Konflikt zu betrachten. Main Scope: Phänomenologie, Kulturphilsophie Keywords: Zeitlichkeit, Welt, Geschichte, Geschichtserzählung, Narrativität, Kulturkonflikt 원고접수일 : 2008. 01. 29 / 심사완료일 : 2008. 0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