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칠레의최저임금논란으로본소득불평등 김순배 칠레산티아고시내의버스를타려면줄을서는경우가많다. 그러다보니뜻하지않게앞사람의교통카드잔액을보게된다. 카드를들이대면잔액이자동으로표시되는데, 그잔액이 1~2천페소, 우리돈으로약 2천3백원에서 4천6백원도안되는경우가상당수다. 한번타는데평균 590페소니, 교통카드에 1~2번탈잔액밖에남아있지않은것이다. 하루는카드를충전하려고집앞은행에서줄을섰는데사람들이 천5백페소, 2천페소 하면서충전하는것을보게됐다. 충전하려고줄서기가귀찮아서한번에최대금액인 2만5천페소까지충전하는나로서는한동안이사람들을이해하지못했다. 칠레친구의말을듣고서야고개가끄덕여졌다. 그사람들은교통카드에 5천페소넘게충전해서넣고다닐여윳돈이없어. 하루하루겨우살아가는데 이렇게힘들게살아가는사람들, 그들이바로최저임금을받고칠레에서살아가는사람들이다. 칠레민간연구소 자유와발전 (Libertad y Desarrollo) 이지난 4월에분석한자료를보면, 5인이상사업장전체노동자약 450만명가운데유통분야등에종사하는 37만명이 ( 약 8.1%) 2011년에최저임금을받았고, 가사도우미등계약이없이일하는노동자약 33만8천명이최저임금또는그이하를받는것으로추정했다. 이들최
[ 기획특집 ] 칠레의최저임금논란으로본소득불평등 15 최근 10 년간칠레최저임금추이출처 : 메르쿠리오 (Mercurio) 2013 년 3 월 20 일 B6 면. 저임금노동자가운데약 3분의 1이자신의소득이유일한가구소득인것으로분석됐다. 현재칠레에서는 2013년도최저임금인상을놓고논란이다. 세바스티안피녜라정부는 3월말월 19만3천페소인현최저임금을 20만5천페소로 6.2% 인상하는안을의회에제출했다. 한달에 1만2천페소를인상하겠다는것이다. 하지만상하양원에서모두통과되지못하고, 5월 19일현재까지두달넘게논란을거듭하고있다. 야당및노동계는정부안보다대폭인상을해야기본적인생계유지가가능하다고맞서고있다. 야권은최소 21만페소, 칠레최대노동조합단체인중앙노동자총연맹 (CUT) 은 25만페소로인상할것을요구하고있다. 이에대해피녜라정부는이번인상안이올해물가인상률 3.3% 보다높고, 노동생산성등을고려할때추가인상은어렵다는입장이다. 현재도주변국에비해높다며, 대신저소득층가구에대한지원금을월 1,673~8,225 페소인상하겠다고밝혔다. 칠레일간지 테르세라 (Tercera) 가 3월 20일보도한내용을보면, 칠레의현최저임금 19만3천페소는미국달러로환산하면 409달러로, 우루과이 (405달러), 브라질 (339달러), 에콰도르 (318달러), 볼리비아 (144달
16 러 ) 보다높다. 하지만, 칠레언론이자국의 OECD 가입이후흔히비교하는 OECD 회원국과견주면상당히낮다. 각국의구매력평가지수 (PPP) 를적용해최저임금을환산하면, 칠레정부안대로 20만5천페소로인상하더라도시간당 2.3달러수준이다. 프랑스 (10달러), 미국 (7.3달러) 은물론스페인과한국 (5.3달러), 폴란드 (4.3달러), 헝가리 (3.5달러) 보다훨씬낮다. 다만멕시코 (0.9달러) 보다는높은수준이다. 34개 OECD 회원국가운데이신문이비교보도한 24개국가운데 23위다. 인상폭을둘러싼견해차는철학의논쟁이다. 지난 4월 자유와발전 은자유주의싱크탱크답게, 최저임금인상이저소득층의일자리를빼앗는등오히려도움이필요한계층에게역효과를내고기업에부담을주므로신중을기해야한다고밝혔다. 전체최저임금노동자가운데 47% 가 2~49인사업장에일하고있어, 최저임금의인상이이런소규모사업장에큰영향을미치고대기업과경쟁하는데불리하게작용한다는것이다. 이런주장은보수정치권의목소리와일치한다. 전경제부장관자이자독립민주연합당 UDI: Partido Unión Demócrata Independiente) 대선후보로나선파블로롱게이라는최근언론인터뷰에서 최저임금을 25만페소로올리자며선동하기는쉽지만, 최저임금노동자대다수는중소기업에서일하고있어사람들이일자리를잃게된다 고밝혔다. 사실주변국의값싼노동력공급이최저임금인상을억제하는측면도있다. 한예로, 페루여성은칠레가정에서최저임금수준을받고가사도우미로일하는데, 언론보도를보면 차별을받기도하지만이것도큰돈이다. 내가보낸돈으로페루에있는아이들이학교에간다 고말하는현실이다. 노동단체등은최저임금인상이고용에악영향을미친다는주장은검증된바없다고반박하고있다. 중앙노동자총연맹 (CUT) 바르바라피게로아위원장은 4월 3일의회재무위원들과의면담에서 정부통계에따르더라도빈곤선에서벗어나려면 7만6천페소가필요하다 며 25만페소인상안을굽히지않고있다. 민주당 (PPD: 민주당 (Partido por la Democracia)
[ 기획특집 ] 칠레의최저임금논란으로본소득불평등 17 의호르헤타루드하원의원은최근언론인터뷰에서 25만페소로인상하는게하루아침에되기는어렵지만최소한 20만5천페소로는한가정이생존하기에필요한액수에서한참멀다 고지적했다. 칠레 21 재단 (Fundación Chile 21) 같은진보적싱크탱크도최저임금인상은불평등해소에기여한다는사실은명확하지만, 고용에대한부정적영향은검증되지않았다고밝히고있다. 사실최저임금이얼마나인상하느냐는일면허무한논쟁처럼보인다. 왜냐하면, 설령 25만페소, 곧현재보다월 5만7천페소가늘어나더라도칠레에서살아가는데큰도움이되지않는액수이기때문이다. 요즈음칠레에도착한많은한국인은비싼물가에놀란다. 햄버거세트가보통 3천3백페소안팎이다. 생수한병은보통 5백페소, 오렌지쥬스 1리터가천8백페소수준이다. 한국보다결코싸지않다. 국립대인칠레대학교학생식당점심값이 1천8백에서 2천1백페소수준이다. 그러니슈퍼마켓에서이것저것사다보면, 2~3만페소를훌쩍넘는때가많다. 인터넷과유선방송을묶은정보통신요금은월 4만6천934페소다. 최근 1 년안팎기간으로연수를오는한국인들은원룸오피스텔을많이얻는데, 한달에 45만페소정도를줘야구할수있다. 가장기본적인공공요금은더만만치않다. 이달치전기료가 1만페소가나왔다. 가스요금은 3만4천717페소, 수도료는 1만5천페소다. 추운데도가스비가비싸서보일러를안켜고전기장판을쓰고있으니, 다음달전기료는한참더나올게뻔하다. 최저임금이 20만5천페소든 25만페소로오르든, 칠레의현물가수준을고려하면턱없이부족한액수다. 그래서칠레에오는한국인들은칠레인들이어떻게사는지모르겠다고말한다. 말그대로계산이안나오기때문이다. 한국인이그동안살아온보통의삶의수준을유지하고그런수준으로칠레에서살기위한비용을고려하기때문이다. 곧, 칠레저소득층은최소한경제적면에서는훨씬낮은삶의수준을살아가고있다는의미다. 의료보험이없거나, 점심
18 무상공교육을주장하는학생들의시위 (2013 년 5 월산티아고 ) 을싸다니거나, 낡아한국사람들은좀체매고다니지않을것같은가방을매고다닌다. 저소득층자녀는무료인공립학교에보낸다. 대학은가지못하거나입학하더라도좋은학교에입학할가능성은무척낮다. 2011 년대학입학시험 (PSU) 성적을보면, 수학과목의경우공립학교평균은 470점인반면, 사립학교는평균 614점을기록했다. 저임금은현재의저소득계층의삶의질을보장하기어려운것은물론자녀의미래의삶조차옭아매고있는것이다. 결국최저임금문제는칠레저소득층의삶의질, 소득불평등의문제와닿아있다. 한번은수업시간에중산층문제를다루었다. 중산층의정확한의미및계산법을다루는수업이었다. 그런데그날논의는사실이런것이칠레에서과연무슨의미가있느냐는결론아닌결론에닿고말았다. 칠레는이른바선진국클럽이라는 OECD에진입했다지만, 2011년칠레전국사회조사통계 (CASEN) 를기준으로빈곤층은전체인구의 14.4% 에이른다. 전체인구의 2.8% 인 47만2천명이한달에 3만6천49페소이하로살아가는극빈층이다. 2011년평균임금은 39만365페소로조사됐다.
[ 기획특집 ] 칠레의최저임금논란으로본소득불평등 19 이런현실에서심각한소득불평등은이른바중산층에대한논의를무색하게만든다. 2011년전국사회경제조사 (CASEN: Caracterización Socioeconómico Nacional) 기준으로, 상위 6분위가구소득은 55만7천페소, 7분위는 67만6천페소, 8분위는 88만6천페소, 9분위는 122만3천페소다. 한달가구소득이 300만페소를넘는최상위 10분위를빼면, 칠레의생활비를고려할때, 중산층이진정한중산층으로서일정한수준의삶의질을누릴경제적여건이되지않는것이다. 몇백페소가아쉬운사람들반대편에는또다른세상도있다. 산티아고의동북쪽지역을보면, 수영장과잔디가깔린넓은집들이들어찼다. 불평등지수에서세계 1위를다투는칠레의현실이다. 소득불평등을나타내는지니계수는 0.55(2009년 ) 로 OECD 34개회원국가운데최악이자 ( 한국은 2008년기준 0.314로 OECD 평균이다 ), 전세계조사대상 160 개국가운데 141위다.(CEPAL 2012) 솔재단 (Fundación SOL) 에따르면, 칠레는현재상위 5% 가하위 5% 보다 260배나더많은소득을올리고있다. 노벨경제학상수상자인아마르티아센이지적했듯, 오늘날인간의삶은고립된섬이아니라상대적관계속에서형성되기마련이고, 그만큼상대적박탈감이중요하다. 사정이이러하니정부의최저임금월 1만2천페소인상안은해당계층에게는서글프다. 결국문제는칠레가어떤사회를지향하느냐다. 칠레에살다보면, 칠레가〇〇기준 ( 또는결과 ) 으로 OECD에서몇번째를기록했다 는식의보도를자주접하지만, 이른바이들선진국들다수의지향과는멀어보인다. 최저임금에관한담론에서드러나듯, 칠레는성장위주의담론이압도적이며, 그틀안에갇혀있다. 그런구조안에서불평등한소득분배가장기적으로성장에도움이되지않는다는주장은밀려나기마련이다. 그런면에서칠레의학생시위가몇년째이어지는것은한편당연해보인다. 시위에나서는학생들에게물어보면, 오래된문제가아직도해결되지않고있다 고말한다. 정부의학자금이자율인하등에대해학
20 생들은 화장을고친수준 이라고비판하고있다. 학생들은소득불평등이교육기회를빼앗고빈부격차를재생산하는사회구조의혁신을요구하고있다. 정부보조금을반영한가구별소득은칠레의사회구조를잘드러낸다. 보조금을더해도하위 10% 의소득이전체에서차지하는비율은 1.1% 에서 1.7% 로다소늘어날뿐, 하위 2분위소득은 2.9% 에서 3.2%, 하위 3분위소득은 4.0% 에서 4.2% 로큰차이가없다 ( 이상 CASEN 2011). 정부의개입에따른재분배효과는대단히제한적인것이다. 칠레는오는 11월대통령선거를앞두고있다. 여론조사에서압도적 1위를달리는미첼바첼레트전대통령은출마를선언하면서불평등개선을기치로내걸었다. 바첼레트재임기간 (2006~2010) 최저임금은평균 6.7% 인상을기록했다. 하지만물가인상률을고려한실질인상률은평균 2% 로피녜라재임기간실질인상률 3% 에못미친다. 좌파연합콘세르타시온은 20년간집권했지만, 피노체트이후이어진신자유주의경제정책의틀을이어갔기때문이다. 그러므로바첼레트가재집권하더라도불평등한사회구조의획기적변화는의문스럽다. 게다가구리가칠레수출의 56% 를차지하고, 세계최대구리생산업체칠레구리공사 (CODELCO) 가 1) 정부재정수입의 15%( 이상 2010년기준 ) 를기여하는구조에서국제구리가격이하락세다. 2011년파운드당 4.5달러에이르던구리가격은 5월 17일뉴욕상품거래소 (COMEX) 에서 7월인도분선물이파운드당 3.31달러에거래됐다. 26% 가떨어진가격이다. 따라서최저임금의대폭인상이나소득불평등개선으로가는길은창너머안데스산맥처럼험난해보인다. 김순배 - 칠레대학교사회과학박사과정 1) 2012 년기준, 전세계구리의 10%, 175 만톤을생산했으며구리산업에의존하는칠레의얼굴이라할거대국영기업이다. 1971 년살바도르아옌데정부의조처로구리광산기업들이국유화되고이후통합되면서 1976 년세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