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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차 례 1. 초등학교부문 5 2. 중학교부문 고등학교부문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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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초등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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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초등부분 2010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입상 작품(초등) 12편 구분 입상자 인적사항 성명 교육청 학교명 작품명 페이지 최우수 남지윤 인천 경인교대부설초(6-1) 영광의 상처, 또 다른 나의 이름으로 6 우수 방민영 강원 삼생초(6-목련반) 버섯을 키워내는 마음으로 9 오소민 서울 서울동작초(6-2) 할머니 제 이름도 기억해주세요 11 이정민 광주 유촌초(6-3) 앵무새에게 배우게 된 양성평등 14 강나현 대전 대전갑천초(6-4) 차별과 차이 를 구별하는 지혜를 갖자 16 장려 공혜영 부산 신남초(5-2) 엄마의 웃음 18 안지송 경남 능동초(6-5) 학교와 가정에서 양성평등 실현을 위하여 20 김난영 충남 인세초(6-1) 아빠 울음주머니 속에 담긴 큰사랑 23 김난이강원 봉오초(4-1) 엄마의 이장 선거 출마 26 진 실 부산 금곡초(6-1) 손녀의 반란, 그리고 할머니의 변화 28 정수민 대구 대구대성초(4-2) 사람 인( 人 )의 숨은 뜻 31 손수인 전남 여도초(6-7) 봄바람의 하루 33 5

8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1 영광의 상처, 또 다른 나의 이름으로 인천광역시교육청 경인교대부설초등학교 남지윤(6-1) 야! 야! 저기 남자윤 누나 온다 아냐, 아냐! 남형누나 야! 히히. 남자윤 누나 안녕하세요? 남형누나, 안녕. 이크, 이녀석들... 아침부터 또 시작이다. 3,4학년 남자 후배들이 나를 보자마자, 놀리는 말투로 오늘도 어김없이 요란스런 등굣길 아침인 사를 건넨다. 너희들 또..., 6학년 선배누나한테 자꾸 장난할래? 하고 눈꼬리를 치켜 세우며 으름 장을 놓긴 했지만, 한두 번 들어본 이야기도 아니여서인지, 이젠 그려러니 하는 생각으로 이내 마음 이 누그러진다. 왠지 그 놀림들이 싫지 않은지, 나도 모르게 괜힌 입가가 살짝 올라감을 숨기지도 못한게 사실이다. 그래, 나 여자윤 아니고 남자윤 이다. 어쩔래? 하고 눈을 동그랗게 떠 보이며 장난기 섞인 목 소리로 대꾸 했더니 옙! 누나 충성! 충성! 크크 하며 이내 웃음소리와 함께 종종걸음으로 복도 끝 으로 사라진다. 정확히 말하면 내 이름은 남자윤 이 아닌 남지윤 이다. 돌아가신 친할아버지께서 많은 시간 고심 끝에 지여주신 옥빛에 이를 만큼 환한 빛을 비추라는 뜻 을 가진 내 마음에 아주 쏙 드는 이름이 다. 그 이름 때문일 수도 있지만, 내게 이런 별명이 붙게 된 이유를 설명하자면, 2년 전인 4학년의 봄으로 기억을 되짚어 본다. 다른 친구들 보다 좀 더 낙천적이고 털털하고 씩씩한 성격 때문인지, 3학년 때 부터 학급회장 역할을 맡아서 학급에서의 리더로서의 활동들을 해 오며, 28명 모두가 함께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이끌려고 노력했고, 4학년이 되어서도 학급회장으로 당선되어 누구보다도 씩씩하게 학교 생활을 해 오고 있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재빠르게 점심급식을 먹고, 뭐 좀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하며 운동장 쪽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는데, 그 날 따라 유난히 화창한 날씨 때문인지 같은 학년 남자아이들끼리 축구를 하고 있었고, 여자 아이들은 마땅히 놀 것이 없어서인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축구를 구경하며 수다 6

9 초등부분 를 떨고 있었다. 뜬금없이 골기퍼를 해보겠다고 자청한 내게, 어디 해볼 테면 해보라는 표정으로 골대를 내주며, 연신 퍼부어대는 남자아이들의 골세례를 막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평소 친구들 사 이에서 강슛을 날리기로 유명한 공격수 권 00 이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용케도 온몸으로 즐기며 골을 막아내는 내게, 마치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하며, 교복치마를 입고 엉거주춤하게 서서 먼지를 먹으며, 볼이 빨게진 채로 골키퍼의 임무에 열중하고 있는 내 얼굴을 향해 있는 힘껏 강슛을 날렸다. 슈웅 퍽! 나는 엉겹결에 손으로 공을 막았고, 보호장비 하나없이 골기퍼 행세를 하 던 내 엄지가 보기좋게 꺽였다. 나는 그날 당장 깁스를 하는 신세가 되었고, 손 보호대도 착용하지 않고 겁 없이 무슨 배짱으로 골기퍼를 보았냐는 엄마의 꾸중과 함께 기죽은 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비록 깁스는 했어도 그 강슛을 막아낸 내 자신이 대견하기도 하고, 우쭐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 래도 깁스까지는 안했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두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고, 영광의 상 처로 딱딱한 로봇팔이 된 왼 손과 함께 쑥스러운 표정으로 교실 문을 들어섰다. 야 남지윤 너 골키퍼하다 다쳤다며? 네가 그 슛들을 많이 막아 냈다면서? 너는 겁도 없냐? 너 여자 맞아? 남자 아냐? 이제부터 남지윤이 아니고 남자윤이라고 불러야겠다. 그래 맞아! 하하. 호호 우리 반 아이들의 쏟아지는 질문과 함께 이내 아침 활동시간은 깁스를 한 내 왼손에 낙서를 하 는 시간이 되어버렸고, 순식간에 이런 글씨들이 쓰여지기 시작했다. 힘센여자! 대단해! 빨리 나아서 또 축구하자! 야구도 한판! 여자 골키퍼 짱! 등등등... 그 날 이후로 나는 남자윤이 되었다. 고학년이 되면서 이상하게도 자연스럽게 보일만큼 여자와 남자로 나누어지는 게 사실이었다. 여자 는 여자끼리 남자는 남자끼리 나눠서 놀게 되고, 따로 다니기까지 하는 분위기가 저절로 형성되었다. 그런데 난 그게 괜히 싫었다. 다른 반은 여자애들끼리는 피구를, 남자애들끼리는 축구를 했다. 나는 학급회장임을 내세워 우리반 피구를 남자아이들도 함께 할 수 있도록 유도했고, 집에 있는 야구 글러 브를 가져와서 소프트볼과 야구도 함께 했다. 그래서인지 우리 반은 남자 14명, 여자 14명이 모두 같 이 어우러져 뭐든지 함께하는 학급이 되었다. 나의 이러한 학교생활들 때문인지 후배들에게까지 남 형 이라고 불려지며, 내 이름이 진짜 남자윤 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은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하긴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 자매를 키우신 부모님도 나를 굳이 여자아이처럼 키우려고 하시지 는 않은 것 같다. 계절이 바뀔때 마다 옷장 정리를 하며 이미 작아져버린 나와 동생의 옷들을 볼때 면, 분홍색 보다는 푸른색 계통의 옷들이 더 많았었다. 그래서 친척여동생들 보다는 남동생들에게 물려주게 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때마다 나는 엄마께 엄마, 왜 나는 분홍색 옷보다 하늘색 옷이 더 많아요? 치마보다 바지가 더 많고... 여자아이라고 꼭 분홍색 옷을 입어야 하는 것은 아니야. 아기때부터 너는 파란색옷이 더 잘 어울렸었어. 워낙 씩씩하고 활동적이어서 치마보다 바지를 더 입으려고 했고, 여자아이라고 분홍색을 입으라는 법이 어디있나? 그건 사람들이 만든 편견이예요 우리아빠 또한 한 몫 하셨다. 만능스포츠맨인 우리아빠는, 공으로 하는 모든 스포츠를 다 좋아하시고 잘하시는 만큼 그 스포츠를 함께 할 수 있는 아들이 태어나기를 바랬지만, 딸로 태어난 우리들에게도 많은 운동을 가르쳐 주신다. 7

10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야구, 축구, 배드민턴, 볼링, 당구, 골프까지 나와 내 동생은 안 해본 운동이 없을 정도이고, 그 덕분인 지 학교생활을 하면서 고학년이 되어서도 남자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난 지금도 가끔 아빠에게 아빠 내가 남자아이로 태어났으면 더 좋았겠지? 하고 여쭤본다. 그럴 때마다 아빠는 여자라고 못하는 운동은 없단다. 남자가 모든 운동을 더 잘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힘의 차이가 있을 뿐인데... 힘이라면 우리 큰 딸 을 따라 올 사람 없지, 아마. 허허. 남자 여자 상 관없이 누구든 근력운동을 하면 근육질의 몸으로 더 튼튼해지고 힘도 세진 단다. 아빠도 남자지만 요즘 운동을 게을리해서 근육이 줄어드는 느낌인 걸 하하하. 그랬다.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엄마 아빠가 두 분 모두 다 그러셨다. 딸이라고 특정색을 고집하 지도 않으셨고, 남자 여자 할 일을 구분하지도 않고 위험하지만 않다면 무엇이든 경험하게 해 주셨 다. 전구를 간다거나, 벽에 못을 박는 일도 다치지 않게 지켜봐 주시면서 경험을 해 보는 게 중요 하다고 늘 말씀 하시며, 여자라서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정해놓지도 않으셨을 뿐더러, 무엇이든 잘 하는 아이로 키우려고 노력하셨던 것 같다. 이런 집안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나의 양성평등 의식을 싹트게 한 것 같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교내에서 개최된 양성평등 그리기, 글짓기 대회를 통하여 나의 생각들을 표현하면서 양성 평등 에 관한 인식들이 더 확고하게 정립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의 말씀대로 여자와 남자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신체적 차이가 있을 뿐, 다른 특별한 차이 가 있는 것도 아니다. 누구든 잘하는 것을 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남자가 앞 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하든, 수예부를 들어 바느질을 하든, 여자가 축구팀의 최강의 공격수를 하건, 자원하여 군대에 입대를 하든, 자동차를 정비하는 정비사가 되던 간에 스스로가 원하고 열정을 다하 는 일이라면, 어떠한 편견에 억매이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학교도 함께 사는 작은 사회이다. 남학생, 여학생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도 바람직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적대시 할 필요도 없다. 같은 학교,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서로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며 이해해 줄 수 있고, 서 로를 존중하는 따뜻하고 여유 있는 배려심만 있다면 양성평등 의식은 우리 학생들로부터 더욱 탄 탄하게 뿌리내릴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제 초등학생으로서의 마지막 한 해가 남았다. 1년 남짓한 시간동안 최고학년으로서의 뜻 깊은 6학년 생활을 보내고 싶다. 나를 알고 있는 친구들과 남아 있는 후배들에게 남지윤은 남자윤 으로 불려졌던 양성평등 의 멋진 롤 모델로 기억될 수있도록 노력하며 즐겁게 생활할 것이다. 그리고 먼 훗날, 이미 양성평등 이 누구에게나 깊이 뿌리내리고 있을 그 때쯤, 아니, 양성평등 이 라는 말조차 낡고, 구시대적인 잊혀진 단어가 되어 있을 미래에, 학교에서 리더로서의 경험을 바탕 으로 대한민국을 이끄는 멋진 대통령후보로도 꼭도전 해보고 싶다. 남자, 여자의 대결이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써 당당한 실력으로 떳떳히 맞설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있을, 미래의 나 자신을 그려보 며, 흐뭇한 미소와 함께 씩씩한 외침을 힘껏 소리쳐본다. 8

11 초등부분 2 버섯을 키워내는 마음으로 강원교육청 삼생초등학교 방민영(6-목련) 우리 부모님은 농사를 지으신다. 벼농사, 밭농사도 지으시지만 주로 버섯재배를 하시는데 버섯농 사는 매우 힘이 드는 일이다. 산에 가서 나무를 베어 말리고 종균을 붙이고 키워내는 과정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이다. 때문에 우리 아버지는 팔 다리 성한데 없이 온통 상처투성이고, 어머니 는 손톱 밑에 흙 빠질 날 없다. 그렇게 부지런하게 일을 하신 덕인지 우리 부모님이 키워내시는 버 섯은 동네에서 제일로 쳐준다. 버섯 주문이 많이 들어온 날이면 나와 오빠 동생까지 나서서 부모님 일손을 돕는다. 오빠는 힘 이 세기 때문에 버섯 상자를 나르고, 나는 손끝이 야무지다는 말을 듣는 편이어서 빠른 손놀림으로 버섯을 따내고, 동생은 키가 작으니까 낮은 곳에 있는 버섯을 딴다. 우리 삼남매는 손발이 척척 맞 아서 일을 하는 동안 말이 필요 없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우리 남매가 각자의 맡은 일만 해내 도 어느새 트럭에는 버섯상자가 하나 둘 쌓여간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아버지는 외양간의 소를 돌보시거나 밭으로 나가 일을 보시고, 어 머니는 부엌에서 저녁 준비를 하신다. 나와 동생은 방청소를 하고 오빠는 마당을 치우거나 씻고 들 어가 공부를 한다. 내가 매일같이 부모님을 돕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씩 이렇게 일을 하고 나면 힘 든 것 보다는 뿌듯함이 가슴에 꽉 차오르는 느낌이 크기 때문에 일손 돕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오 빠나 동생도 마찬가지 일 거다. 시골은 집 안팎으로 일이 많다. 그래서 가족 중 누구 하나 게으름 피우거나 안 한다고 물러나면 다른 사람이 힘들어지게 된다. 할아버지는 우리들에게 늘 말씀하신다. 부모님들 하시는 일이라고 물 러서지 말고, 남자 일 여자 일 가리지 말고 누구든 일을 보면 먼저 달려들어 하고 서로 도와야 가족 이 화목한 것이고, 옛날 어른들은 남자가 할 일 여자가 할 일 구분지어 살았지만 요즘처럼 바쁜 세 상에는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그러시면서 엄마가 바쁘실 때는 손수 부엌에 들어가서 밥상을 차리 시기도 한다. 그런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서 그러신 걸까? 우리 아버지도 오빠도 남자라고 해서 가사 일을 안 한다거나 그렇지 않다. 나와 동생도 여자이지만 힘 쓰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학교에선 가 끔 왈가닥이란 소릴 듣기도 하지만 씩씩하다는 뜻의 다른 표현 인 것 같아 그냥 웃어넘긴다. 9

12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버섯을 키우는 일과 양성평등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키우는 일에는 몇 가지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다. 우선은 환경이다. 버섯은 온도와 습도가 가장 중요한데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질 좋은 버섯을 키워 낼 수가 없다. 우리 아버지도 할아버지의 평등사상이 가족 내에 뿌리내리지 않았다면 지금과 는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셨을 것 같다. 그 다음은 시기이다. 나무를 자르기에 알맞은 시기, 종균을 심기에 알맞은 시기가 있어서 그 시 기를 놓치면 한 해 농사는 끝이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처럼 한 사람의 생각과 행동은 어 릴 때 결정되는데 이 시기에 차별을 받으면 어른이 되어서도 누군가를 차별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역할이다. 버섯농사를 짓는 데는 크고 힘센 남자 손, 섬세하고 빠른 여자 손, 작고 여린 아이 손 할 것 없이 모두 요긴하게 쓰인다. 남자와 여자의 차별 없이 각자가 가진 능력과 소 질을 잘 펼쳐 양성이 평등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오늘도 우리의 버섯농장에선 가족의 땀과 정성을 먹은 버섯들이 예쁘게 자라나고 있다. 크기와 모양은 제각각이지만 하나로 어우러져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해줄 그날을 꿈꾸며. 10

13 초등부분 3 할머니 제 이름도 기억해 주세요 서울특별시교육청 서울동작초등학교 오소민(6-2) 우리 가족은 매년 한식 때마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묻혀계신 산소에 성묘를 하러 들른다. 올해 도 오씨 6형제 집안은 어김없이 산소를 찾았다. 아빠는 작년 추석이후 처음이다 보니 다시 찾는 고 향이라 마음이 많이 들뜨신 것 같았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와 충남 홍성의 어느 시골길을 지나 면서 아빠는 벚꽃을 처음 보는 냥 탄성을 내셨다. 우와- 저기 벚꽃 봐라 서울은 날씨가 추워 아직 꽃망울도 터지지 않았는데 이 곳은 남쪽이라서 그런지 벌써 벚꽃이 화 사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소민아, 잘 있었어? 키 많이 컸네? 예, 큰 엄마. 저도 이제 6학년 되었어요. 큰 엄마도 잘 계셨어요? 산소에 도착한 우리 가족은 이미 도착해있던 큰 아빠 가족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인사가 끝나고 남자 어른들께서 제사상 준비를 마칠 때까지 큰 엄마들께선 산소 주위를 돌아다니며 냉이, 쑥, 머위 등 산나물을 캐느라 여념이 없었다. 소민아, 비닐봉지와 물 좀 가져다줄래? 막내인 나는 잔심부름을 하기에 바빴다. 소민아, 경민아, 와서 절해라 둘째 큰 아빠께서 나와 언니를 호출했다. 자손들이 많다보니 차례를 지내는 시간도 길었다. 이미 돌아가신 첫째 큰 아빠를 제외하고, 둘째, 셋째, 넷째, 다섯째 그리고 막내이자 여섯째인 우리 아빠 까지 차례로 절을 하고 뒤이어 각 집의 자손들이 함께 절을 했다. 첫째부터 다섯째까지 사촌들은 모두 남자들인데 딸딸이인 우리 집만 나와 언니가 함께 절을 하게 되었다. 왠지 하늘에 계신 할머 니, 할아버지께서 나와 언니만 여자라고 지긋이 바라보고 계신 것 같았다. 차례를 마치고 잠시 쉴 겸 우리 가족은 산소 마당에 앉았다. 그 때 상석 옆에 새겨진 한자가 눈 에 들어왔다. 첫 글자는 모두 내 성과 같은 해주 오( 吳 )였는데 한자 자격시험 6급을 겨우 뗀 나는 그 뒤의 글자들을 도통 알 수가 없었다. 11

14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큰 아빠? 저기 한자는 무슨 뜻 이예요? 내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보신 큰 아빠께서 말씀하셨다. 그건 우리 집안 자손들 이름이야. 할아버지, 할머니의 아들, 그러니까 큰 아빠들 이름인거야. 아, 그렇구나. 그런데 그 아래 한자들은요? 이번 질문도 별것 아니라는 듯이 큰 아빠는 대답하셨다. 그건 큰 아빠들의 자식, 그러니까 소민이 사촌 오빠들의 이름이지. 나는 내 이름을 찾기 위해 꼼꼼히 살폈다. 근데 큰 아빠 설명대로라면 우리 아빠 이름 밑으로 언니와 나의 이름이 있어야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저와 언니 이름은 없네요? 제가 태어나기 전이라서 그런가? 아쉽네... 내 말은 들은 큰 아빠께선 약간 난처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음, 원래 관습상 상석에는 아들이름만 올리는 거란다. 순간 아쉬움이 억울함으로 변했다. 그런 것이 어디 있어요? 여자는 자식도 아닌가요? 뭐, 내가 여자로 태어나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닌데, 자식 취급도 안하는 법이 어디 있어요? 이건 너무 공평하지 않아요. 나와 언니가 비록 여자이긴 하지만 부모님을 공경하는 마음은 그 누구 못지않고 아무리 바빠도 1년에 적어도 한번은 빠짐없이 할머니, 할아버지 산소에 꼬박꼬박 찾아와 차례를 지내는데... 아 무리 예를 다해도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상석에는 이름을 올릴 수 없는 투명인간이라는 것이 너무 불공평했다. 나는 용기를 내어 큰 아빠에게 말했다. 큰 아빠! 저와 언니 이름도 올려 주세요. 버릇없이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너무 억울해서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나와 버렸다. 큰 아빠가 껄껄 웃으시며 말했다. 녀석, 제법인걸. 오랫동안 지켜온 전통이긴 하지만 그래, 요즘엔 여자라고 못하는 것도 없는 세 상인데, 뭐 어떠냐? 투표를 해서 다수결로 하자! 라고 말씀 하셨다. 잠시 후 투표가 시작 되었다. 소민이가 상석에 자기랑 언니 이름을 올려 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엄마가 맞벌이를 하셨던 내 어린시절동안 날 친자식처럼 보살펴 주신 셋째 큰아빠, 큰엄마만큼은 내편일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나는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나의 예상대로, 셋째 큰 아빠와 큰엄마는 찬성표를 던지셨다. 뒤이어 큰엄마들께선 모두 찬성표 를 던지셨다. 역시 여자들끼린 통하는 것이 있다니까! 속으로 쾌재를 지르며, 큰 아빠들이 계신 곳으로 고개 를 돌렸다. 그러나 아쉽게도 엄하신 둘째 큰 아빠와 넷째 큰 아빠께선 반대셨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어도 전통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아니지. 하지만 다수결로 이제는 여자들의 이름도 상석에 새기기로 결정하자구나. 그럼, 올 추석 전에는 소민이, 경민이 아름을 새겨 놓도록 하자 12

15 초등부분 셋째 큰 아빠께서 말씀하셨다. 이제 우리 집안 상석에도 나와 언니의 이름이, 아니 우리 가족 첫 여자의 이름이 새겨진다는 말에 그 때까지 꾹 참고 있던 웃음이 주체할 수 없이 터져 나왔다. 옆에 계시던 큰 엄마들께서도 나에게 미소를 지어 주셨다. 나만큼 기뻤던 사람은 또 한 명 있었다. 장가 간 상범이 오빠가 딸을 낳았기 때문에 오빠의 딸 여정이도 오빠이름 밑에 올릴 수 있으니 말이다. 요즘은 여자들도 남자들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되던 우주 비행이나 정치, 군인 등 다양한 분야에 서 어느 남자 못지않게 훌륭히 일을 해낸다. 여자라는 두 글자에 얽매이지 않고 동등한 인간으로서 맡은 분야에서 자신만의 꿈을 갖고 행복을 가꿈으로써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여자라서 못하고 남 자라서 잘하거나, 남자라서 못하고 여자라서 잘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하는 만큼 이루어지고 도전하 는 만큼 성공을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도 실생활에서는 남녀 차별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남자의 눈물과 여자의 눈물이 그 예이다. 여자가 울면 주위 사람들은 여자의 편을 들어주고 위로하는 반면 남자가 눈물을 보이면 소심하다든지, 사내답지 못하다고 한다. 사람이 흘리는 눈물은 같은데 단지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대우를 받는 것은 차이를 넘은 차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내가, 우리가 외치는 양성평등이란 무엇일까? 나는 성별에 대한 편견, 고정관념을 갖 지 않고 자신만의 개성을 개척하면서 살아가고 이러한 삶을 인정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 들이 또 사회가 요구하는 여자다운 여자, 남자다운 남자가 아닌 감성적인 여성, 이성적인 남성이 아니라 개개인의 특성을 가진 특별한 존재로서 서로를 의식하는 것이 우리가 오랜 시간동안 외쳐온 양성평등의 시대를 향한 첫 걸음이 아닐까 싶다. 13

16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4 앵무새에게 배우게 된 양성평등 광주광역시교육청 유촌초등학교 이정민(6-3) 우리 같은 학생에게는 황금 같은 주말에 중학교를 다니는 누나가 학교 숙제라면서 청소년기 양 성평등 사이버교육 무료학습을 열심히 듣고 있기에 나도 호기심에 같이 들어보았는데 양성평등에 대하여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나의 누나는 모든 동물들을 사랑하며 아낀다. 땅에 기어 다니는 개미가 밟혀서 죽을까봐 되도록이면 땅을 보면서 걷는 누나이다. 이런 누나를 위하여 부모 님께서 인성교육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앵무새 두 마리를 선물로 사주셨다. 내가 태어 났던 순간보다 더 기뻤다는 누나의 실망스러운 말을 들어서 기분이 나빴지만 앵무새들은 우리가족 에게 커다란 행복과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행복의 파수꾼이 되어주었다. 따뜻한 봄날 알을 낳은 앵무새부부는 알의 체온을 보호하기 위해서 남편인 수컷앵무새는 나무 알통을 열심히 물어뜯어서 모아주었고 엄마인 암컷앵무새는 알을 가슴에 품고 보호하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각자가 할일이 나뉘어 있는 줄 알았는데 자세히 관찰해보니 아빠가 알을 품으면 엄마가 나무통을 물어뜯는 것이 아닌가? 낮에는 엄마가 품으면 밤에는 아빠가 품으면서 대체로 정확하게 12시간씩 교대로 반반씩 나누어 품는 것을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태어날 사랑하는 자식을 위하여 잘 양육하려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엄마, 아빠 앵무새가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 류인 앵무새가 우리가 생각해보지 않았던 양성평등을 잘 지키며 살았던 것이다. 2주후에는 앵무2세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달력에 체크를 하면서 보내던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나의 두 눈에 아빠앵무새를 수건으로 감싸서 가슴에 안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게 되었고, 1시간 후에 열정을 다해서 알을 돌보던 아빠앵무새는 지쳐서 죽고 말았다. 엄마, 누나, 나는 나무젓 가락으로 십자가를 만들어 잘 감싸서 양지바른 나무 밑에 묻어주었고 다음날 아침에 앵무2세가 알 에서 부화를 성공하였다. 혼자서 아기새를 돌보던 엄마앵무새는 체력이 약해져서 결국 엄마가 주사 기에 이유식을 넣어서 키우게 되었다. 기쁨과 슬픔이 하루아침에 교차되는 그때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인간이 하 찮게 여기는 동물이 이렇게 헌신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 환상적으로 신기하고 멋졌던 모습이 떠올랐 고 우리 인간들의 삶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이큐가 많아야 두 자리라는 동물들도 암컷 수 컷 따로 할일을 정해두지 않고 교대로 도와가면서 자식을 보호하고 부화시키려는 아름다운 모습을 14

17 초등부분 떠올리는 지금 이 순간은 인간이 어찌 보면 동물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남자가 할일, 여자가 할일을 법인 듯 정해놓고 행동하려는 순간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아이의 양육과 집안일 은 여자, 돈을 벌어오고 조상을 모시는 일들은 남자가 해야 한다는 것들 말이다. 나의 의지와 아무런 상관도 없이 큰아버지에게 아들이 없고 딸만 있다는 이유로 졸지에 이씨 집 안의 종손이 되어버렸다. 아들이 없는 큰아버지 호적에 아들인 나를 입적시켜야 한다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말씀에 큰엄마와 엄마가 전화를 붙들고 앉아서 두 눈이 퉁퉁 붓도록 우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대대로 내려온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하여, 늙은 부모님을 모시기 위하여, 조상의 제사를 지내 야 하기 위하여 아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현재시대에 어긋나는 믿어지지 않는 이기적인 가치관들 을 알게 모르게 우리 머릿속에 심어주고 계셨다. 명절이면 종손 집안이다 보니 음식준비를 많이 하 게 된다. 한창 호기심이 많은 친척 누나들은 신기롭게 보이는 음식준비들을 도와드리려고 부엌에 몰려들어 도와드리곤 한다. 집안에 장손이 되어버린 나도 덩달아 하고 싶어 다가가면 할머니는 말 씀하신다. 남자가 부엌 출입하는 모습 보기 안 좋다. 아빠랑 온천이나 다녀오너라. 라고...나 도 설거지도 잘하고 부침개도 잘 뒤집을 수 있는데 말이다. 어른들의 고정관념들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아무렇지 않게 이루어짐으로서 우리의 세대에게도 알게 모르게 몸과 마음속에 배어지고 있고 세습적으로 물려오고 있는 편견의 사슬에 묶여 많은 사 람들은 자신들의 개성과 능력에 상관없이 관습적인 의무를 물려받고 있으며,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 조차 못하고 살 때가 많다고 생각한다. 이러 현상들을 막기 위해서는 끈임 없는 교육과 서로를 사 랑하고 배려하는 마음들을 만들어 가면 모두가 행복해지는 양성평등의 사회가 이루어질 것 이라고 믿고 있다. 나는 오늘도 앵무새 가족을 보면서 양성평등을 배우고 있다. 여러 가지 꽃들과 다양한 나무들, 이름도 모르는 잡초들이 모여서 아름다운 동산을 이루었듯이 우리도 서로가 다른 성별과 직 업과 모양을 갖추고 있지만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15

18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5 차별과 차이 를 구별하는 지혜를 갖자 대전광역시교육청 대전갑천초등학교 강나현(6-4) 플라톤은 이데아를 주장한 유명한 고대철학자이다. 우리가 눈에 보이는 것은 거짓이며 이데아 속 에 포함된 것이 진실이라고 설명한 플라톤마저도 남녀가 평등하다는 생각은 전혀 공감하지 못하였 다. 그는, 여자는 실을 잣고 뜨개질이나 하는 것이지 그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 그런 일로 남자들과 비교하려 하니 우스운 일이지. 라고 말하였는데 이런 이유로 고대부터 귀족남자들만 투표권을 받고 여자는 주지 않았다. 옛 사 람들은 남자는 능동적, 적극적, 독립적, 이성적인 존재로 생각되고 여자는 수동적, 소극적, 의존적, 감정적인 존재로 정치적 결정 능력이 없다고 여겨졌다. 지금은 21C, 남녀 불평등을 떠나서 이제는 지하에 계신 플라톤도 기절할만한 아니, 나 또한 처 음 TV로 보고 놀란 일이 발생했다. 예쁘게 화장을 하고 늘씬한 몸을 가진 사람이 남편과 함께 나 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듣다보니 경악을 금치 못 했다. 그는 분명 남자였는데 의학의 힘으로 여자가 되었고 자신은 확실한 여성의 마인드를 가지고 어 렸을 때부터 살았고 지금도 분명 자신을 여자로 생각하며 산다고 하였다. 같이 텔레비전을 보시던 엄마는 당혹한 표정을 어찌할 바 몰라 하시면서도 깜짝 놀라며 못 믿겠다는 나에게 이제 새로 생긴 신인류 라고 농담을 하셨다. 왜 저 사람은 저런 판단을 하여야만 했을까? 그러고 보면 우리 주위에도 마치 성이 바뀐 것처럼 행동하는 친구들을 본적이 있다. 십자수나 뜨개질에 관심을 보이며 옷도 화려한 색만을 고집하는 남자아이들이나 불의를 보면 달려가 어김없 이 응징하며 강력계 형사를 꿈꾸는 여자아이들 말이다. 왠지 겉으로는 그럴 수 있지 라고 말하지만 속으론 잰 왜 저럴까 남자답지 못하고 여자답지 못하게. 내버려 두자 나와 상관없으니까... 라고 눈 감으며 외면했는데 왠지 엄마가 농담으로 말씀하셨던 신인류 후보들이 되면 나는 이 친구들을 어 찌 대할까? 그것도 충격이었는지 남동생이 가지고 놀던 백호인형이 곱게 보이지 않는다. 왠지 여성스런 경향 으로 바뀌게 하는 원인이 저 인형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내 동생은 어려서부터 인형을 참 좋아 하고 독서가 취미이며 밖에 나가기를 싫어하고 옷이나 신발도 빨간색만 좋아한다. 물론 나에게서 16

19 초등부분 물려 입었던 이유도 있지만 그림 그릴 때도 보면 유독 빨간색에 손이 많이 간다. 주위에서는 성격 이 조용하고 밝아서 그렇다고 하시는 데 걱정이 되는 건 나의 노파심일까? 그런데 나의 이런 노파심을 단번에 날려준 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문득 책을 읽다가 차이와 차별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이 렇게 가슴에 와 닿기는 처음인 것 같다. 가끔 내 입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나오는 말, 차별... 요즘 나는 평상시에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들이 서운함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하교 후 특별 히 다니는 학원이 없어서 그런지 엄마께서는 항상 스스로 계획을 세워 알찬 시간을 하루하루 보내 야 한다 하시면서 숨 돌릴 틈도 없이 집에서 할 일 들을 재촉하신다. 그러나 동생의 일상은 너무 여유롭고 한가하다. 아니 쉬어가며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맘껏 꺼내 읽는다. 고생물 학자를 꿈꾸는 동생은 좋아하는 분야의 책과 장난감도 거침없이 사들인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엄마께서 아낌없는 격려를 하시며 사 주신다. 나는 가끔 집안의 경제를 들먹이며 실속 없는 잔소리도 해보지만 속으론 이건 분명 차별 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나는 성적 잘 나온 이유로 닌텐도를 부탁했으나 뼈아픈 거절을 겪은 지 오래다. 그런데 서운함을 느끼게 하는 차별이라는 단어를 어떤 책을 통해 정확히 알게 되었는데 차별이 란 나보다 못하거나 약한 사람을 등급을 나누어 함부로 대하는 행동 이라고 되어 있었다. 마치 미국 등 서구 사회에서 오랫동안 백인종이 흑인종을 열등한 인종으로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태도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엄마께서는 누가 더 낫거나 못하다고 생각해서 우리들을 대하신 것 같지는 않다. 그럼 이건 무엇이란 말인가? 그건 차별이 아니고 우리들의 개개인의 특징인 차이 를 아시고 대하셨던 것 같다. 적극적이고 활 동적이지만 가끔 빈틈을 보이는 나에겐 계획적이고 두서 있는 생활을 몸에 배게 하시기를 원하셨고 소극적이고 조용한 동생은 적극적인 격려로 평상시 생활하는데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하셨던 것 같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모두 다른 것 같다. 남자, 여자, 백인, 흑인 또 민족과 종교도 다르며 이 젠 자신의 성별마저 혼란스러워 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도 이해해야 하는 개개인의 차이 를 인정하 는 시대가 된 것 같다. 친구가 여자답지 못하다고 또 남자답지 못하다고 외면하는 구시대의 사고는 버리고 그들의 개성 과 능력을 인정하며 그들을 한 인격체로 대할 때 우리는 진정한 우정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젠 깊지 못한 생각으로 동생이나 샘내는 누나보다는 남동생의 성격 즉 개성을 존중하고 이해 하며 자신감을 발휘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내가 되어야겠다. 17

20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6 엄마의 웃음 부산광역시교육청 신남초등학교 공혜영(5-2) 얼마 안 있으면 또 제사네. 에구 에구 싫어라! 우리 집의 명절과 제사 등 각종 집안의 행사는 엄마의 한숨으로 시작 된다. 오랜만에 만나는 반 가운 사촌들과 맛있는 음식을 생각하면 나의 마음은 기대와 흥분으로 하늘로 둥둥 떠다니는데, 엄마 의 마음은 천근만근 땅속으로 떨어지시나 보다. 엄마도 나만했을 땐 지금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 텐 데... 힘들게 모든 일을 혼자 하셔야 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 이해가 되고 한편 죄송한 마음도 들지만, 여하튼 여자이지만 아직 어린 나의 명절은 즐겁다. 그런데 그런 엄마에게 큰 이변이 일어났다. 엄마에게는 한줄기 희망의 빛이자, 우리 집안에는 새 로운 변화의 시작이었다. 지난 할아버지 제사는 처음으로 토요일 저녁이었다. 지금까지 평일이여서 내려오지 못하셨던 작 은 고모네가 서울에서 오셨다. 더 많아진 식구로 할머니 댁은 더욱 더 북저북적 거렸고 우리들은 신이 났다. 제삿날. 아침 일찍부터 엄마와 할머니를 포함한 여자들의 부엌은 바빴다. 이에 반해 텔레비전 앞 을 지키고 있는 남자들의 거실은 평화롭다 못해 무료함마저 느껴졌다. 그 무리 속에서 슬그머니 고 모부가 일어나시더니 부엌으로 들어 가셨다. 보자... 칼이 어디 있지? 느닷없는 고모부의 출현에 눈이 동그래진 할머니가 와? 뭐 필요하나? 묵을 거 좀 주까? 아니에요. 저도 좀 거들어야지요. 아이고, 뭐라 카노? 남자가 뭘 하겠다고 빨리 들어가라. 강하게 손사래를 흔드시며 등을 밀어내 시는 할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괜찮습니다. 밤 정도는 제가 쳐야지요. 콧노래까지 흥얼거리시며 부엌 한편에 쪼그리고 앉아 밤을 깎기 시작하는 고모부는 엄마가 항상 손가락이 아프다며 끙끙거리며 치던 밤을 순식간에 모양 좋게 깎아 놓으셨다. 그러고도 슬그머니 18

21 초등부분 전을 부치고 계시는 고모의 옆에 앉으시더니 프라이팬에 반죽을 넣고 꾹꾹 누르고 솜씨 좋게 뒤집 으신다. 고모부, 됐어요. 이제 나가서 쉬세요. 할머니의 눈치를 살피며 엄마도 만류하신다. 아이구, 저 잘 합니다. 괜찮습니다. 같이 하면 빨리 할 수 있잖아요. 언니, 괜찮아요. 이 사람 잘 해요. 놔 두세요. 오빠! 오빠도 와서 좀 도와. 요즘 세상에 남자 여 자가 어딨수? 고모는 한 술 더 떠 거실에 누워계시는 아빠에게도 소리를 지르신다. 아빠도 머쓱해하며 슬금슬금 나오시더니 가득 찬 음식물 쓰레기통을 들고 나가셨다. 할머니를 힐끗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엄마! 마뜩찮다는 표정의 할머니! 그 모습들을 보고 있던 나도 묘했다. 그렇게 그 날은 고모부의 큰 활약과 뒤늦게 나와서 뒷정리를 해 주신 아빠 덕분에 정말 일찍 모 든 준비가 끝났다. 너무 일찍 마쳐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요. 엄마의 웃음 가득한 상기된 얼굴. 그럼 모두 나가서 근처 한 바퀴 돌고 점심이나 먹고 오지요. 고모부의 시원시원한 제안. 그렇게 환하게 웃으시는 엄마의 얼굴을 참 오랜만에 본 듯하다. 양성평등이란 말을 들으면 작은 고모와 고모부가 떠오른다. 양성평등이란 남자와 여자가 무조건 똑같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약 한 점을 이해하여 서로 힘이 되어 주고 채워 주며 옛날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왔던 남녀에 대한 고 정관념을 버리는 것이다. 고모와 고모부는 이 모든 것을 실제로 행동으로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남아선 호 사상과 남자의 역할과 여자의 역할을 엄연하게 구별시켜놓음으로 어느 한쪽의 성만을 더 중시 여겨 희생을 강요해 왔던, 그리고 그것을 당연한 듯 보고 자라는 우리의 가정에서, 상대가 힘들어 할 때 기꺼이 도울 수 있는 배려와 사랑으로 양성평등을 실천해 가는 것이다. 가정 안에서의 작은 배려로 시작되는 양성평등은 사회적으로 확산되어 나갈 것이다. 앞으로의 명절, 제사 등의 가족 행사 때 더 이상 엄마의 한숨 소리는 없을 것이다. 그 대신 활 기찬 웃음소리와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만이 들려오겠지. 19

22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7 학교와 가정에서 양성평등 실현을 위하여 경상남도교육청 능동초등학교 안지송(6-5) 안녕하세요. 저는 능동초등학교 안지송입니다. 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양성평등을 잘 실천하는 우리 반과 우리 집에 대해서 소개를 할까 합니다. 3월 새 학기가 되어 새로운 담임선생님을 만났을 때, 담임선생님은 우리들에게 우리 반은 안아주 기 인사와 뽀뽀하기 인사를 한다고 했습니다. 그때 우리 반 모든 친구들은 비명을 지르고, 선생님이 변태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절대 그런 짓을 안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우리 반의 원하는 친구들만 하지, 원하지 않으면 절대 하지 않는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우리 반 친구들은 스스로 원하면 한다는 그 말에 안심은 하였지만, 아무도 안하면 선생님이 불쌍할 것 같은 생각도 조금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반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모든 친구들이 스스로 안아주기 인사 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그럼 지금부터 제 애기 잘 들어 보세요. 선생님은 학기 초 먼저 양성평등 의식 설문지를 통해 우리들의 양성평등 지수를 조사하였습니다. 그런 후 그 결과를 발표했는데 우리 반 모든 친구들이 양성 불평등 의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대부 분의 학생들이 선거에 남학생은 남학생을 뽑는다고 했고, 여학생은 여학생을 뽑는다고 했습니다. 그 리고 남학생과 여학생은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우리들에게 선생님은 꾸중하 시지 않고 여러 가지 활동들을 했습니다. 교과서 속의 남녀 불평등을 찾아보았고, 집안에서 학교에서 남녀 불평등 사례를 찾아보는 활동들을 했습니다. 그러 활동들을 하자 우리는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 했던 것들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학기 초 임시 반장은 지금까지 남학생이 하 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을 했고 집에서 엄마 아빠가 맞벌이를 해도 밥과 설거지는 엄마 담당 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그런 것들이 불평등의 시작이었습니다. 또 명절날 남자들은 계속 먹고 여자들은 부엌에서 일만 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특히 교과서 속 양성 불평등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신대로 축구를 하는 사람은 대부분 남학생이었고, 무용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여학생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우습게도 교과서에 남자들이 더 많이 나왔고, 의사나 판사 국회회원 등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직업은 대부분 남자들이 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집에서 부모님께 양성평등에 대해서 말씀드렸더니 엄마는 지송이가 좋은 것을 배워왔다고 말씀하셨는데, 아빠는 쓸데없는 소리한다고 저를 혼냈습니다. 저는 퇴근해서 20

23 초등부분 바쁜 걸음으로 집안일을 하시는 엄마가 한번도 불쌍하거나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는 데, 양성평등을 배우면서 우리 집이 양성 불평등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아빠보다 엄마는 빨리 출근하지만 밥을 차려놓고 출근하고 퇴근을 해도 항상 부엌에서 일을 하십니다. 아빠가 저녁 을 드시고 TV볼 때도 엄마는 쉬지 않고 늘 집안일을 하셨습니다. 우리 집이 너무 양성 불평등이라 는 것을 알고 난 후부터 우리 집을 바꾸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과 이야기를 했는 데, 선생님은 숙제로 온 가족이 우리 학급의 사이버 양성평등 수업을 보고 느낀 점을 적어오는 과 제를 내 주셨습니다. 우리 담인 선생님은 3년 전부터 경남 사이버 가정학습에서 양성평등 전문학급을 만드셨습니다. 이 곳에는 양성평등 및 성교육 동영상 자료들이 탑재되어 있어 우리들이 원하는 시간에 컴퓨터 앞 에 접속만 하면 양성평등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양성평등에 관한 많은 학습지와 이야깃 거리들이 있습니다. 난 양성평등 수업을 보는 날 아빠에게 선생님이 숙제를 내 주셔 아빠도 느낀 점을 적어야 하니 함께 수업을 보자고 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선생님은 부모님과 같이 수업을 보고 느낀 점을 적어 오라고 했는데, 처음엔 별로 관심이 없던 아빠가 조금씩 관심을 가지고 수업 을 보기 시작했고, 또 내 숙제이다 보니 아빠도 느낀 점을 적어 주기 시작했습니다. 아빠는 맞벌이를 하면 가정일도 나누어서 반씩 해야 한다고 하고, 서로 도와야 한다고 적었습니 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자 아빠의 행동이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아빠가 양말을 벗어서 바로 펴서 세탁기에 넣었습니다. 또 밥을 드시고 난 후 물도 스스로 떠서 드셨습니다. 그런 아빠가 바뀌는 것 을 보면서 난 양성평등이 정말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우리 집은 양성평등이 잘 실천됩니다. 정말 부럽죠. 우리 집은 온 가족이 토의를 통해 함께 양성 평등 실천 다짐을 만들었는데, 각자 역 할을 잘 하고 있습니다. 가정에서 양성평등이 잘 실천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학교에서도 남학생들을 이해하게 되었습니 다. 그러자 학교에서 남학생에게 화도 덜 내게 되었고, 남학생들도 고생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3월 한 달 동안 양성평등 학급에서 양성평등 사진 공모전, 양성평등 표어 만들기 등 다 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남학생 여학생이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친구가 될 수 있다 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친구끼리 안아주기 인사를 하면 좋겠다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 반 친구들은 남학생 2명을 빼고 모든 친구들은 매일 아침 서로 안아주면서 인사합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이상했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잘 합니다. 매일 안 아주기 인사를 하다보니 우리 반은 남학생 여학생이 다툼이 전혀 없습니다. 또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니까 서로 도와주고 보살펴 주게 되었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고 친구가 될 수 없는 것 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내 유치원 사진을 보면 남학생들과 친하게 찍은 사진이 있는데, 초등학교 들어 그런 사진이 하나 도 없었는데, 6학년이 되어 다시 남학생들과 친하게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우리 학급에는 정말 신 기한 사진들이 많습니다. 처음에 우리는 안아주기 인사를 할 수 있지만 다른 반 친구들이 우리 학 급에 들어와 사진을 찍어가서 놀릴 땐 양성평등을 실천하는 것이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이 21

24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제는 아닙니다. 놀리는 친구들이 부러워 서 그러는 줄 알기 때문에 놀려도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 습니다. 얼마 전 현장학습 때우리 반은 양성 평등 학급티를 입고 자신이 뽑은 마니또와 손을 잡고 다녔는데, 이제 남들 앞에서 양성 평등을 실천하는 것도 부끄럽지 않고 자랑스럽습니다. 저도 참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수업 시간에 자신의 꿈을 발표하는 시간에 한 남학생이 미래 자신의 꿈이 가정에서 애기 키우며 집안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예전 같으면 웃음이 터져 나왔 을 것을. 이제는 친구들과 나는 이해합니다. 짧은 한 달 동안 우리들은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우 리 반은 한달에 한번 양성평등 지수를 검사하고 양성평등 글짓기를 하는데, 선생님은 1년이 지나면 우리의 양성평등 의식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있고, 또 그것을 문집으로 만들면 정말 좋다고 하 셨습니다. 한 달 만에 30점이던 내 양성평등 지수가 40점으로 높아졌습니다. 선생님은 계속 양성평 등 교육을 한다고 하셨는데, 앞으로 더 기대됩니다. 대한민국에서 양성평등을 가장 잘 실천하는 우 리 학급 부럽죠. 그러면 꼭 우리 학급 홈페이지에 와서 우리들의 활동들을 보세요. 며칠 전 우리 집에서 큰 사건이 있었습니다. 우연히 벽에 붙어 있는 사진을 보는데, 오빠 돌잔치 사진은 있었는데 제 돌잔치 사진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엄마에게 이유를 묻자 오빠는 남자라서 돌 잔치를 했는데 저는 여자라서 할아버지가 하지 말자고 해서 안했다고 했습니다. 그때 저는 슬퍼서 펑펑 울었는데, 그런 저를 보며 아빠가 미안하다고 제 큰 사진을 찍어 벽에 걸어주셨습니다. 그때 제가 양성평등을 배운 것이 자랑스럽고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어른이 되어 아이가 생기면 꼭 양성평등을 실천할 겁니다. 사실 지금 우리 부모님들은 양성 평등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부모님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 리고 너무나 불평등하게 살아오셔 잘 바뀌시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린 우리들이라도 양성 평등 의식을 가져야 우리가 어린이 되면 우리 사회가 양성 평등 사회가 될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 학급만 양성 평등을 실천하다 보니 어려움도 많습니다. 다른 반 친구들과 주위에서 이상한 시신으 로 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선생님 말씀대로 우리 사회가 바뀌도록 하기 위해 우리가 꼭 양성 평등을 실천하고 내 주변 사람들이 양성 평등을 실천할 수 있도록 양성 평등 전도사가 되겠습 니다. 내가 먼저 양성평등을 실천해야 우리 사회가 양성평등 한 사회가 됩니다. 차이는 인정하며 차별 없는 밝고 건강한 양성평등한 세상을 만들 때 까지 파이팅! 22

25 초등부분 8 아빠 울음주머니 속에 담긴 큰사랑 충청남도교육청 인세초등학교 김난영(6-1) 신비한 동물의 세계 책을 읽다가 다윈코개구리를 발견하고 몇 번을 보고 또 읽었다. 남아메리카 우림에 사는 다윈코개구리는 새끼를 목에 있는 울음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엄마개구리가 30여개의 알을 낳고 긴 휴식을 떠나면 아빠개구리는 알들을 지키기 위해 알에서 올챙이가 될 때까지 울음주 머니에 넣고 부화를 시킨 다음 혼자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이 주머니 속에서 키운다고 한다. 울음주머니가 점점 커지는 동안 아빠개구리는 울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한다. 새끼들이 어느 정도 자라면 아빠 개구리의 입에서 나와 넓은 세상으로 나간다고 한다. 다윈코개구리는 우리 아빠와 많이 닮은 모습을 하고 있다. 지금처럼 날씨가 따뜻해지면 나는 유 치원 때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대부분 토마토와 벼농사에 종사하는 이곳에서는 지금부터 농번기가 시작되는 시기 이다. 그 때 내가 7살이고, 동생 윤영이가 5살이 되던 해이다. 그 날도 우리 아빠는 농사일과 방울토마토 밭에서 일을 하시기 위해 트랙터를 가지고 일터로 향하셨다. 많이 피곤했지만 한참 일하실 젊으신 때인 우리 아빠는 하루해가 부족하도록 열심히 일하셨다. 햇볕이 따스한 이즈음 우리 아빠는 큰 교통사고를 당하시게 되었다. 가까운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한 달을 넘게 생사를 넘나들었으며, 3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서울 에 있는 종합병원에서 투병생활을 하셨다. 우리 엄마도 아빠의 뒷바라지와, 어린 우리들, 집안일, 농사일에 가장 힘든 시기를 넘겼다고 지 금도 말씀하신다. 우리아빠는 그 교통사고 이후로 큰 다리 수술을 15차례나 해내셨지만, 아빠의 한쪽다리는 영영 잃어버리고 말았다. 지금은 왼쪽 다리를 의족으로 생활하고 계신다. 힘든 수술과정과 치료과정을 이겨내고 아빠가 3년 만에 집으로 오시는 날 우리 가족은 너무 기 뻤다. 아빠가 계시지 않은 몇년동안 이곳저곳에 흩어져 살던 우리 네 식구는 한곳에 함께 사는 것 만으로 행복했다. 그리고 아빠의 교통사고 이후로 우리 가정의 기둥이 되었던 건강한 한쪽 다리는 빼앗겼지만 우 23

26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리 집은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행복을 하나씩 찾아가기 시작했다. 몸이 건강하신 우리 엄마께 서 벼농사와 토마토 밭에서 주생활의 터전으로 열심히 일 하시기 시작했다. 가끔씩 아빠에게 조언 을 들어가며 열심히 농사를 짓고 계신다. 그리고 교통사고로 다리와 어깨, 팔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많이 약해진 아빠는 한동안 많이 힘들어하시고 괴로워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가족을 사랑하는 아빠는, 아빠의 몸으로 하실 수 있는 집안의 일들을 하나 둘 엄마에게 물어가며 직접 하시기 시작했다. 새벽 동트기 전, 들에 나가서 해가 저물어야 들어오시는 엄마를 대 신해 아빠는 가족을 위해 밥을 짓고,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집안의 대부분 살림살이, 특히 음식 만들기는 우리아빠가 최고의 선수가 되었다. 내가 얼마전만 해도 집안일을 하시는 우리 아빠 가 부끄러운 적이 있었다. 집에서 주로 살림을 도맡아 하시는 아빠에게 괜한 심술과 투정을 부렸다. 하지만 지금은 아빠가 끓여주는 김치찌개가 없다면 밥을 맛있게 먹을 수가 없다. 이번 봄 소풍 에도 아빠표 김밥도시락은 나의 어린추억들을 풍성하고 따뜻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집안에서 우리를 맞아주시는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대화가 많아지고, 함께 놀아주는 시간이 늘면서 아빠와의 사이가 더 가까워지고 비밀이 없게 되었다. 나와 동생 윤영이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은 아빠에게 먼저 알리고 아빠와 상의하고 대화한다. 뜨거운 비닐하우스 방울토마토 밭과 벼농사로 피부가 거칠어지고 손가락 마디마디가 굵어진 엄 마를 볼 때 나는 더욱 희망찬 미래를 꿈꾼다. 그래! 난 꼭 해 낼거야 남자가 대부분인 외과의사에 도전하기로 결심한 나는, 우리 엄마의 건강한 생활력을 볼 때마다 더욱 강하게 다짐을 한다. 내가 어릴 때 병원 생활을 길게 하시는 아빠를 보면서 그 때 뚜렷한 미래의 꿈을 나는 키우기 시작했다. 나에게 여자는 약하다 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위 친구들이 매일 집에만 계시는 우리 아빠를 궁금해 하는 이유가 짜증이 난 적도 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의 행복비결은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찾아서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설명할 수 있다. 현실에 맞게, 그 사람의 능력에 맞게 배려 해주고, 인정해주고,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양성평 등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자의 힘찬 신체특성으로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여자가 도와주고, 여 자의 꼼꼼한 성격으로 잘 해낼 수 있는 일은 남자가 뒤에서 밀어주는 것, 이것이 아름다운 양성평 등한 가정이라고 생각한다. 양성평등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 학교에서 또는 사회에서 성차별하지 않고 같은 자세로 생각하 고 생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릴 때 철없이 아빠에게 아빠는 왜 밖에서 일 안 해요? 라며 아빠를 당황스럽게 한때가 후회스럽고 많이 죄송하다. 아빠가 늘 하시는 말씀이지만 집안일은 열심 히 하면 표 나지 않고, 하루만 청소, 빨래를 안 하면 엉망이라고 말씀하신다. 아빠가 귀여운 투정을 부리면, 우리들은 웃음으로 받아주고 함께 집안일을 나눈다. 내가 얼마 전, 우리학교 전교 어린이 회장에 나갈 때도 우리 반 남자 아이들은 모두 남자 후보 에게 응원을 보내고, 여자들은 여자 후보에게 응원을 보내는 것을 보면서 많이 아쉬운 생각을 했다. 우리가 더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남자, 여자의 싸움대결이 아닌, 진실로 약속을 잘 지키고, 24

27 초등부분 일을 제대로 해 낼 수 있는지, 약속을 잘 들어보고 택하지 않는 것 같아 많이 안타까웠다. 다음 달에는 전국적으로 지방선거가 있다고 들었다. 우리 어른들도 남자, 여자를 구별하지 않고, 신체외모나 얼굴로 판단하지 않고, 미래의 계획과 약속을 잘 들어보고 믿음과 신뢰가 가는 나라의 일꾼을 뽑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양성평등! 차별이 없는 가정과 학교는 미래에 우리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밝고 평등한 사회를 보장 할 것이다. 그리고 다윈코개구리처럼 지금까지 우리 자매를 매일 돌봐주고 먹여주고 키워주시는 우리 아빠 에게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는 큰딸이 될 것이다. 아빠! 얼마나 힘드세요. 울음주머니가 점점 커질 수록 힘들어 하실, 우리아빠!, 제가 이다음 제 꿈을 이루는 날 아빠가 세상을 향해 큰 소리로 울 수 있도록 정말 노력하는 난영이가 되겠습니다. 엄마, 아빠! 조금만 더 고생하시고 우리들 지켜봐주세요. 다윈코개구리를 닮은 우리아빠 사랑합니다. 25

28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9 엄마의 이장 선거 출마 강원교육청 봉오초등학교 김난이(4-1) 당신은 가정주부야! 아이를 돌보고 집안 살림살이를 꾸려나가는 엄마라고! 화를 버럭 내시며 고함을 지르시는 아빠의 목소리에 놀라 잠을 깼다. 우리 엄마 아빠는 유난히 사이가 좋으셔서 좀처럼 큰소리 내는 것을 듣지 못하면서 자라온 나로 서는 부모님의 다툼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무섭기까지 하였다. 여자가 무슨 이장을 한다고 그래, 우리 동네에 지금까지 여자가 동네 이장에 출마한 적이 있었 어! 당신은 난이나 잘 기르면서, 부모님 뒷바라지나 잘 해 드려요. 처음보다 차분해진 아빠의 의견에 자신의 생각을 말씀하시는 엄마의 목소리는 나의 마음을 더욱 감동하게 하였다. 지금은 여자들도 그 능력을 인정받아 대통령을 하겠다고 출마를 하는가 하면 국가의 중요한 자 리에서 훌륭하게 일을 하고 있으며, 우리고장 화천만 해도 전 교육장님이 여자이고 교장선생님들도 절반이 여자인 것을 당신은 모르세요? 우리 집도 딸만 둘이라서 아들을 낳겠다고 하니까 당신은 아 들과 딸이 무슨 구별이 있느냐면서 잘 기른 딸이 열 아들 부럽지 않다고까지 하셨잖아요? 우리 딸 들을 위해서라도 우리 집부터, 우리 마을부터 남ㆍ여 차별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하지 않겠 어요? 그 동안 엄마는 사회 참여에 남자ㆍ여자 구별이 뭐가 중요하냐고 하시면서 학교의 궂은 일, 동네 반장이나 개발위원 등 마을의 웬만한 일은 거의 도맡아 해 오고 계신다. 하지만 남ㆍ녀의 일을 확실 히 구분해서 처리하시는 아빠께서는 엄마의 그런 행동으로 인해 평소에 불만이 많으셨던 것 같다. 우리 마을에서 척사대회가 있었던 지난 정월대보름날 동네 어른들과 나를 비롯한 아이들까지 마 을 회관에 모여 윷놀이도 하고, 고기도 구워 맛있게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날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어른과 손님들을 접대하시는 일과 뒷정리하시는 일로 분주하게 움 직이시는 엄마를 보면서 남ㆍ여의 구분 없이 열심히 사회에 참여하시는 엄마의 모습이 멋있어 보일 뿐만 아니라 무척 자랑스럽기까지 하였다. 척사대회가 있었던 날 저녁, 저녁상을 물리신 아빠께서는 많은 생각을 해보았는데, 당신이 사회에 참여하고자하는 열정이 아름다워 보였어 26

29 초등부분 라고 하시면서 내년에는 이장선거에 나가고 싶으면 나가보라고 엄마께 힘을 실어 주셨다. 양성평등은 남자이기 때문에 크고 굵직굵직한 일을 해야 하고, 여자이기 때문에 작고 소소한 일 을 해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는 데서부터 시작이 되며, 가정에서부터 마을과 고장으로 그 범위를 넓 혀가면서 서서히 확대시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몇몇 양성평등에 뜻을 가진 사람들이 어깨띠를 두르고 사진을 찍으며 양성평등을 외치는 운동을 텔레비전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그렇게 한다고 해서 참된 양성평등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자도 능력이 있으면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통하여 사회에 공헌하고, 남자도 아내가 자신의 적 성과 능력에 맞는 사회 참여로 가정을 돌볼 손이 모자랄 때에는 설거지, 빨래를 비롯한 집안의 작 은 가사 일을 함께 분담하여 풍요롭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간다면 아름답고 건강한 살기 좋은 사 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며칠 전 아빠 친구들이 모여 약주를 한잔씩 하시면서 남들은 이장을 하고 싶어도 능력이 안돼 못해서 안달인데, 자네는 능력 있는 안사람의 사회 활 동을 왜 못하게 말려? 라고 하시는 말씀에 아빠께서는 내가 왜 못하게 하겠어, 집사람의 능력을 사람들이 인정해 줄 때까지 기다렸다가 해도 늦지 않 는다고 충고를 했을 뿐이지. 라면서 은근히 똑똑한 아내와 살고 있는 아빠를 자랑하는 것 같이 보였다. 사실 요즘 들어 아빠의 변하신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데, 엄마께서 늦게 돌아오시는 눈치가 보이 면 키가 큰 우리 아빠가 어설픈 자세로 서서 서투른 설거지도 하시고, 걸레를 빨아 방청소도 하시 며, 빨랫줄에 마른 빨래도 걷어다가 차곡차곡 예쁘게 개어 놓기도 하신다. 얼마 전에는 직장 다니시 는 엄마께서 고생하신다며 내 머리를 손수 감겨주시기도 하셨다. 지난 번 이장선거 일로 아빠께서 느끼신 것이 많으신 모양이다. 나도 이 다음에 우리 아빠 같은 남자와 결혼을 하고 싶다. 앞으로 우리 아빠 같은 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내년에 엄마가 마을 이 장 선거에 나가시게 될 때, 아빠가 어떻게 엄마를 후원해 주실지 은근히 기대가 되기도 하지만, 아 마도 기발한 방법으로 엄마의 이장 출마를 도와주시는 멋진 우리 아빠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이번 주 내 생일 날에는 엄마 아빠가 함께 끓여주시는 미역국을 먹었으면 좋겠다. 27

30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10 손녀의 반란, 그리고 할머니의 변화 부산광역시교육청 금곡초등학교 진 실(6-1) 일요일 오후, 예배를 마치고 우리 가족은 늘 그랬듯이 할머니를 찾아 뵈러간다. 할머니, 저희 왔어요! 아이고~ 우리 솔이 왔나!! 분명 우리가족 모두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할머니께서는 내 동생 솔이만 부른다. 할머니의 우리 가족을 향한 열렬한 환영과 더불어 오순도순 이야기꽃이 피어오를 때면, 어느 순 간 내 동생은 할머니의 무릎 위에 올라앉아 있다. 맛있는 식사를 하는 순간에도 할머니는 아빠와 동생의 밥 위에 반찬을 올려주시느라 분주 하시 다. 엄마는 그러한 광경이 익숙해 지셨는지 별 반응이 없지만, 솔직히 나는 기분이 안 좋다. 그래서 내가 입술을 삐죽거리고 토라진 반응을 보이면 엄마께서는 얼른 눈치를 채시고 나를 챙겨 주신다. 식사를 끝낸 후에도 여전히 할머니의 생활 속 작은 차별은 계속 된다. 나와 동생은 곧장 TV 앞으로 달려가고, 아빠께서는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시고, 엄마께서는 설거지를 마치신 후, 청소를 시작하신다. 그럴 때면, 아빠와 이야기를 잠시 중단하시고 할머니께서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진실아, 엄마를 도와야지! 이제 너도 6학년이잖아... 라고 말이다. 그런데 그 말을 올 해 처음 듣는 것은 아니다. 내가 5학년 때도, 4학년 때도 늘 하셨던 말씀이 다. 정작 2살 터울인 내 동생은 지금 4학년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말씀은 하시지 않는다. 아마도,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그러시는 것 같다. 나는 늘 차별을 하시는 할머니가 솔직히 얄밉다. 할머니도 같은 여자이면서... 그로인해 나는 엄마를 도우면서도 투덜거리게 된다. 집으로 돌아와, 부모님께 내가 느낀 감정과 할머니의 차별에 대해 말씀을 드렸더니 엄마께서는 그래, 네가 그것 때문에 많이 속상했나보구나. 그러면 다음 주에 할머니를 찾아 뵜을때 네가 느 낀 그 감정을 할머니께 그대로 말씀드려 보는 게 어떠겠니? 라고 하셨다. 반면 아빠의 반응은 엄마 와는 또 다르다. 할머니는 옛날 분이라 아무래도 아들을 좀 더 사랑하시는 것이겠지... 28

31 초등부분 나는 속상한 마음을 뒤로하고 또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였다. 다시 일요일이 찾아왔다. 우리 가족은 할머니를 뵈러 갔다. 할머니께서는 언제나 그랬듯이 예전 의 상황과 똑같았다. 아이고~ 우리 솔이 왔나! 그래서 난 내 마음속 담아두었던 얘기들을 할머니께 털어 놓았다. 할머니, 사실은 저 너무 속상해요. 문을 열어주실 때에도 솔이만 온게 아니고 우리가족 모두가 왔는데 왜 솔이만 불러요? 그리고 식사를 할 때에도 솔이와 아빠만 챙겨주셔서 솔직히 속상해요. 할머닌, 너무 남자만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내 말에 할머니께서는 큰 소리로 웃으시며 아이고~ 우리 진실이 이제 다 컸네! 그래, 할머니가 너희 둘을 똑같이 사랑하는데 넌 그렇게 느꼈나 보네. 그렇다면 할머니가 조금씩 고쳐볼게. 라고 했다. 할머니의 반응에 나도 놀랐지만, 엄마 아빠도 조금은 의외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뒤로 할머니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나와 엄마도 고집쟁이 할머니의 변화를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명절을 앞두고 우리가족과 할머니가 다함께 마트에 갔었다. 할머니께서는 우리가 남성의류코너를 지날 때 마다 아빠께 이 티셔츠 멋있네! 한 번 입어봐 사줄게. 또, 넥타이 코너를 지날 때면, 어김없이 아빠께 이 넥타이 맘에 드나? 사줄까? 라고 하신다. 그래서 나는 할머니께 할머니! 저와 차별 안하기로 약속 했잖아요~ 엄마와 저에게도 관심을 주세요. 그로인해, 그날 아빠는 멋진 티셔츠를, 엄마는 예쁜 가디건을 할머니께 선물 받았다. 엄마께서도 무척 좋아하는 눈치였다. 그래서인지 엄마께서는 동생과 나에게도 예쁜 옷을 선물해 주셨다. 큭큭, 이런걸 두고 사자성어로 어부지리 라고 하는 것이겠지? 할머니의 80평생의 삶이 한순간에 바뀌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난 할머니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가끔씩 엄마께서 말씀하신다. 엄마 아빠도 해내지 못 한일을 우리딸이 해냈네 아빠께서도 한 말씀하신다. 역시 우리 딸이야!! 남녀의 차이는 분명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차별은 있어선 안 된다. 남녀의 차별을 마치 오래된 관습처럼 여기는 것은 반대한다. 지난 3월, 우리 학교의 학생회장을 선출하는데 이변이 일어났다. 그 동안 우리 학교 회장은 줄곧 남자들이 도맡아 왔는데, 올해의 학생회장은 여자가 뽑혔다. 그 29

32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여학생이 회장출마 연설을 할 때의 상황은 이랬다. 여학생후보: 왜 남자들만 회장을 해야 하나요? 남학생들: 원래 다~그래! 여학생후보: 다 그래를 뒤집어라! 모든 여학생들: 올레~~~~~ TV광고 속 이야기를 패러디 한 거지만, 모두에게 공감이 갔고 여학생의 당당한 연설이 더해져 많은 박수와 지지를 받았다. 결과는 마치 오래된 관습을 깨기라도 하듯이 당당히 여학생이 전교회 장으로 뽑혔고, 나는 진심으로 회장이 된 내 친구를 축하해 주었다. 남녀평등을 위해 거창한 구호는 아니더라도, 생활 속 작은 실천이 우리의 삶을 하나씩 변화시킨다고 생각한다. 난,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도 작지만 의미있는 반란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난 우리 할머니를 여전히 사랑한다. 손녀의 작은 반란을 귀엽게 여기시고, 변화를 기꺼이 보여주신 우리 할머니를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앞으로도 쭉~ 사랑할 것이다. 30

33 초등부분 11 사람 인( 人 )의 숨은 뜻 대구시교육청 대구대성초등학교 정수민(4-2) 어느 날 우리 집에서 있었던 일이다. 설거지는 여자가 해야지! 왜 남자에게 시켜! 남자가 설거지하는 거 봤어?" 라고 아빠가 엄마한테 잔소리를 늘어놓으신다. 엄마보다 좀 더 빨리 퇴근하시는 아빠는 집에 오시면 늘 설거지를 해주시는데 하루는 엄마에게 이제 당신이 해. 라고 하시며 문을 쿵 닫고 큰 방으로 들어가 버리신다. 엄마는 그렇지 않아도 요즘 따라 회사 일이 더 바쁘셔서 피곤하신데 집에 오자마자 아빠의 잔소리를 들으시고는 마음이 무척 상하셨다. 엄마도 그럼 맘대로 해! 라고 하면서 화장실 문을 쿵 닫아버리셨다. 우리는 엄마, 아빠 눈치를 보면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공부만 해야 했다. 나는 얼마 전 담임선생님께서 해주신 사람 인( 人 )의 뜻이 생각났다. 선생님께서는 한 쪽 사람이 힘들어서 넘어지려고 하면 넘어지지 않도록 다른 사람이 받쳐주는 것이 바로 사람 이라고 하셨다. 아빠가 힘들 때 엄마가 받쳐주고, 엄마가 힘들 때 아빠가 받쳐주는 것이 사람 인( 人 )이라고 하셨다. 또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하셨다. 남학생이 넘어지려고 하면 여학생이, 여학생이 힘들어 넘어지 려고 하면 또 남학생이 받쳐주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 말씀이 오늘따라 유난히 생각이 났다. 다음 날 집에 오자마자 아빠는 또 설거지를 하신다. 엄마가 퇴근하시자 아빠는 어제는 내가 당신한테 너무 심한 말을 해서 미안해. 라고 하셨다. 엄마도 늘 집안 일 도와주는 당신이 고마웠는데 요즘 회사가 바빠서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똑같이 화 를 내서 미안하다. 고 하셨다. 저녁을 먹으면서 나는 선생님의 말씀을 엄마, 아빠에게 말씀드렸다. 부모님은 선생님의 말씀이 맞다고 하시며 앞으로 더욱 화목한 가정이 되도록 엄마, 아빠 더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겠다고 하셨다. 우리나라는 오랜 옛날부터 남녀의 차별이 무척 심했다. 여자는 남자를 도와 바깥의 힘든 일까지 하고 집에 오면 또 집안일을 해야 했다. 혹 이러한 역할이 바뀌게 되는 것을 매우 이상하게 생각하 고 금기시 했다. 또 남자를 여자에 비해 귀하게 여기는 풍습도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점점 변하고 있다. 31

34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지난 주 일요일 엄마를 따라 시내에 있는 손톱 메이크업 하는 곳을 갔었다. 당연히 여자들이 일 을 하고 여자들만 손님이 올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남자 손님들도 있었다. 게다가 내가 더 깜짝 놀 란 것은 남자가 메이크업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보통 손톱 메이크업은 깔끔하고 섬세하며 부드러운 손길이 필요한데 이것을 남자가 하고 있다니 처음에는 많이 놀랐다. 하지만 다른 여자들 못지않게 열심히, 꼼꼼하게 잘 하는 것이었다. 또 얼마 전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자동차 정비소에서 여자가 타이어를 몇 개씩 들고 일을 하는 것을 보았다. 자동차 정비소 일을 너무나 열심히 하고 또 자동차 정비에 관해서는 무슨 일이든 척 척해내는 여자 사장님을 보면서 나는 아~ 남자도 저런 섬세한 것을 하는구나. 아~ 여자에게도 저 런 힘이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꼭 남녀의 정해진 역할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 느꼈다. 이것은 남자만 할 수 있다. 또 이것은 여자만 할 수 있다. 라는 말보다는 이것은 남자든, 여 자든 누구나 할 수 있다. 라는 말이 자연스러운 그런 세상이 되어야한다. 남자든 여자든 우리 모두 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조금씩 서로를 더 이해하고 배려하며 귀하게 여기면서 사람 인( 人 )의 정신이 펼쳐진 진정한 양성의 아름다운 평등이 실현되는 세상을 기대해본다. 32

35 초등부분 12 봄바람의 하루 전라남도교육청 여도초등학교 손수인(6-7) 오늘도 봄바람의 하루는 가녀린 풀잎들을 흔들어주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봄바람은 나무에 매 달린 나뭇잎들을 흔들어주고 아침 일찍부터 나와 일하는 농부 아저씨들과 학교에 가는 아이들을 살 짝 스쳐 아파트 앞에 들어선 대형백화점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봄바람이 그곳을 향해 가자 나뭇가 지에 있는 나뭇잎들이 몸을 살랑살랑 흔들며 인사를 합니다. 봄바람은 그 곳에 가서 이른 아침인데 도 불구하고 일찍 나와 있는 사람들을 쳐다봅니다. 사람들 군데군데 아이들 몇몇이 끼어 있습니다. 봄바람은 아직도 잠을 깨지 못해 눈을 비비는 아이들을 향해 싱긋 웃어줍니다. 갑자기 그 고요함이 깨졌습니다. 으앙, 나 저거 사 줘. 나 저거 갖고 싶단 말이야. 한 사내아이의 목소리를 뒤로 그 아이의 엄마인 듯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안 돼. 저런 것은 절대로 못 사줘. 네가 여자 아이니? 왜 꼭 저런 것만 사려고 하니? 로봇, 퍼 즐 같은 것은 사줘도 절대로 소꿉놀이 장난감이나 인형 같은 것은 못 사줘! 그 여자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봄바람은 얼른 백화점을 나와 버렸습니다. 봄바람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그 사내아이의 울음소리가 가득합니다. 어휴, 백화점 어디를 가나 저런 일이 있다니까. 도대체 사람들은 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사주 려고 하지 않을까? 왜 사내아이는 꼭 로봇 같은 장난감을 사주고 왜 여자아이들에게는 소꿉놀이 세 트 같은 장난감을 사주려고 할까? 도무지 이해가 안 가. 사람들이란 말이야. 봄바람은 그 일을 떨쳐버리려고 노력하면서 이번에는 어떤 한 집으로 다가가 보았습니다. 그 집 은 아이들과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이렇게 6명으로 이루어진 가족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집 도 조용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집도 한 여자 아이가 울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여 자 아이를 쳐다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습니다. 그 여자 아이의 할머니가 입을 열었습니다. 너는 항상 애가 그렇게 칠칠맞게 다니니? 어떻게 여자애가 항상 칠칠맞아서 그릇을 깨고 다녀! 울음 안 그쳐! 뭘 잘 했다고 울긴 울어! 여자 아이는 그렇게 다그치는 할머니 때문에 더욱 더 서러운 모양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더 욱 더 크게 울었습니다. 봄바람은 결국에는 그 시끄러운 울음소리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져서 그 집 33

36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을 나오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꼭 항상 이렇게 말해. 여자아이가 울면 안 된다고. 이럴 때는 그 여자아이가 불쌍하기 도 하다니까. 봄바람은 이렇게 생각하며 바람들의 세계와 이 세계는 얼마나 다른지를 확연히 깨닫게 되었습니 다. 봄바람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이번에는 학교로 발을 돌렸습니다. 봄바람이 제일 먼저 본 것 은 선생님들과 아이들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에게 지금 미래의 꿈이 무엇이냐고 꿈 발표를 시키시고 계시는 중이셨습니다. 어느 한 여자 아이가 자신의 꿈을 발표하였습니다. 제 꿈은 축구 선수예요. 저는 남자 아이들 못지않게 훌륭한 축구 선수가 될 거예요. 그러자 한 남자 아이도 자신의 꿈을 발표하였습니다. 제 꿈은 유치원 선생님이에요. 저는 커서 자상한 유치원 선생님이 될 거에요. 그러자 아이들 모두 웅성거리며 그동안 아이들이 놀려서 숨겨만 왔던 자신의 꿈을 말하였습니다. 저는 미용사가 될 거예요. 저는 테니스 선수가 되고 싶어요. 저는 마라톤 선수가 되고 싶어요. 아이들 모두 모두 힘차게 자신의 꿈을 말하였습니다. 아이들이 숨겨만 왔던 자신의 꿈을 말하는 것을 보고 선생님께서 웃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모두 다 아름다운 꿈을 가지고 있구나. 남자만이 특별하게 가질 수 있는 꿈이나 여자만이 특별 하게 이룰 수 있는 꿈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란다. 우리 모두 그 꿈을 꼭 이루도록 하자구나. 봄바람은 그 광경을 보며 아이들과 선생님을 향해 웃었습니다. 환한 미소를 말입니다. 봄바람은 생각하였습니다. 그래. 그 말이 맞아. 아마 이런 아이들이 미래에는 이런 차별의 세상을 없애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거야. 아주 새로운 세상을 말이야. 봄바람은 아이들이 희망찬 미래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세상에 가슴이 미래에 대한 기대로 부 풀어 올랐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여자와 남자가 다르다는 식으로 말하였습니다. 그런데 왜 달라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에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 았습니다. 봄바람은 여자와 남자는 원래 평등해야 된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하고 있었기 때문입 니다. 사람들 모두가 여자와 남자는 원래 평등하다는 생각을 머릿속에 집어놓고 다니면 이 세상이 많이 변할 것이라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런 세상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봄바람은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박힌 편견을 없애기 전에는 말입니다. 봄바람은 사람들이 하나하나씩 천천히 변 화해 가야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풀밭과 꽃들이 서로 어울려서 꽃밭이 되는 것처럼 건물들이 서로 어울려야 멋진 풍경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봄바람은 사람들이 서로 평등하게 여기고 서로 아무런 편 견을 가지지 않을 때 세상은 가장 아름다워지고 가장 멋져질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34

37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중등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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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중등부분 2010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입상 작품(중등) 12편 구분 입상자 인적사항 성명 교육청 학교명 작품명 페이지 최우수 정원기 경기2 청심국제중(3-1) 나의 겉과 속 38 우수 박서영 충남 안면중(3-3) 차가운 별 42 정재윤 인천 안남중(3-1) 전업주부 우리 삼촌 45 이효주 충남 장기중(3-1) 뿌리 깊은 혹과 이별하는 날 48 이충현 전남 청호중(2-3) 양성평등. 모두가 이기는 게임을 위하여! 51 장려 최혜원 경기 곡란중(2-6) 기울어진 윗접시 저울 54 전세영 서울 양화중(1-7) 이브에게 과학의 꽃다발을 56 연해민 충북 남성중(1-9) 아빠, 생각을 바꿔봐요 59 성다은 경북 비안중(3-1) 우리들의 작은 이야기 62 정세미 경남 옥포성지중(3-2) 성으로 구분짓지 않는 개성있는 삶을 위해 67 오연정 제주 신성여중(3-3) 사랑하는 딸에게 70 장온유 대전 전민중(3-4) 2030년이 2010년에게 보내는 편지 72 37

40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1 나의 겉과 속 경기교육청(2) 청심국제중학교 정원기(3-1) 한때 나에게 감수성이란 허락되지 않은 사치일 뿐이었다. 초등학교 때 일이다. 만화 <등대지기> 를 읽는데, 마음 한 켠이 너무 아려왔다. 아직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시지만, 어릴 적 나를 위해서, 또 다른 손자 손녀들을 위해서 무겁고 아픈 몸 이끌고 바삐 움직이시는 우리 할머니의 모습이 머릿 속에서 계속 아른거렸기 때문이었다. 너무 슬펐다. 한 번도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없었는데, 고인 눈물이 뚝하고 나도 모르 게 떨어져버렸다. 장소는 우리 반 교실이었다. 친구들이 이상하다는 눈길로 쳐다봤다. 그리고 한 녀석이 입을 열었다. 니 왜 우는데? 책 보고도 우나? 그 녀석의 말이었다. 물론 그 아이에게 악의는 없었다. 친한 친구였기에,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붙여본 말이었다. 다른 여자아이가 남자 아이가 책 보면서 우는, 그 웃긴 꼴을 보고 또 입을 열었다. 책 보면서 울기도 하나? 남자아(남자아이)가. 신기하네. 물론 그 아이에게도 악의는 없었을 것 이다. 그냥 정말 신기해서 그렇게 말한 것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기억으론, 나는 그 후로 수많은 책들을 읽으면서 한 번도 울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인생에 세 번만 우는 것이 남자다. 선생님께 혼날 때도 그런 말씀을 들었고, 운동장에서 넘어져 서 울 때도 그런 말을 들었고, 시험 성적이 뜻대로 나오지 않아서 울 때도 그런 말을 들었다. 물론 그 말의 뜻 자체는, 그만큼 굳세게, 세상을 크게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는 좋은 뜻일 것이다. 하지만 어릴 때 수없이 들었던 그 말은 내 마음속 깊숙이 새겨지고 지워질 줄을 몰랐다. 마치 딱딱한 대리 석에다가 새긴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울음을 참으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친구들과 같이 있었 을 때, 특히 그랬던 것 같다. 왠지 내 친구들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면 절대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 혼자 타인의 시선 앞에서 감옥을 만들어냈던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항상 겉과 속이 달랐다. 밖으로는 센 척을 했다. 내 성격과는 다르게, 원체 목소리 가 큰 편이라 그것이 유리했다. 친구들 앞에서 장난을 치고, 수업 시간에는 질문도 큰 목소리로 하 38

41 중등부분 고, 대답도 크게 했다. 무대 공포증을 조금씩 고쳐나가면서, 반장도 하고, 전교 회장에도 당선되었 다. 그러다보니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것이 익숙해졌다. 아이러니하게 도, 그것이 '나만의 감옥'이 준 선물 중 하나이다. 하지만 내 속은 달랐다. 집에 와서는 남들 다 하는 운동을 하지 않고 소설을 읽었다. 그래서 한 때 살이 많이 찌기도 했었다. 또 가끔씩 십자수를 하기도 하였다. 그림을 기름종이에다 베껴서 그리 는 것을 좋아했고, 음악을 듣는 것도 좋아했다. 또 앞에서는 안 그런 척 했지만, 어쩌다 심한 말을 들으면, 별로 나쁜 말이 아닌데도 괜히 상처받아서 혼자 끙끙 앓아댔다. 한 마디로 소심했다. 그런 것들을 툭 까놓고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그렇게 초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졸업을 했다. 그리고 중학교엘 갔다. 중학교 때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남자 아이들은 여자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으려고 했다. 나의 겉 때문에 나도 그 일에 앞장섰다. 여자 아이들이랑 노는 애가 있으면 괜히 악담을 해댔고, 유치한 선긋기를 해대기도 하였다. 아마 남녀칠세부동석 운운하면서 그랬던 것 같다. 클라리넷도 연습하기 를 그만뒀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왜 그랬나 싶지만, 어쨌든 그 때는 그랬다. 그리고 어느새인가 나는, 예전에 눈꼽만큼이라도 있었던 감수성을 잊어버리기 시작했고, 그런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여 자 아이들이 유치해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날, 국어 선생님께서 수행평가로, 시를 써오라고 하셨다. 웬 시?. 소설은 많이 읽었 지만 알고 있는 시는 교과서에 실린 시 밖에 없었다. 주제는 '학교'. 무엇을 써야 할지 머리를 싸매 고 생각해보았다. 한 이틀 동안은 그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봤을 때 그때의 나 의 모습은, 비유를 하자면,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나오는 전학생 토드와 비슷했던 것 같다. (2주 전, 그 영화를 봤다) 토드는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았고, 난 10점 만점에 9점을 받았다는 사실 빼곤. 수행평가이기에 점수는 채점되어야한다는 것은 맞지만, 난 정말 고민해서 쓴 시였기 때문에 왜 10점이 아닌지 이해가 안 되었다. 한 마디로, 소심하게 상처받았던 것이다. 선생님에게 찾아가서 왜 10점이 아닌지 여쭈어봤더니, 시적인 요소가 부족하다고 말씀하셨다. 솔직히 말해서, 그 때는 이해 가 안 되었다. 그래서 오기 반 진심 반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내 속 이 어느 정도 이긴 것이다. 하지만 겉 은 여전히 기승을 부려댔고, 난 써 놓은 그 시들을 가지고 무엇을 할 줄을 몰랐다. 혹시 내가 시를 쓴다고 하면, 남자 아이들이 비웃지는 않을까 하는 심산이었다. 그 때, 문명은 나를 도왔 다. 인터넷의 개인 홈페이지(블로그)에다 내 글을 올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하지만 블로그의 방문자 수는 늘지 않았고, 댓글 또한 달리지 않았다. 별로 눈길 끌 요소가 없는 블로그는, 네티즌들에게는 그 무엇도 아닌 것이었다. 매일 블로그를 들리는 것도 조금 귀찮아졌고, 나중에는 이틀 주기로 들리고, 그 주기는 조금씩, 조금씩 늘어났다. 하지만 혹시 하는 희망을 나는 39

42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버리지 않았고, 그 희망은 나에게 대답을 들려주었다. 시에 댓글이 하나 달려있었다. Re: Two Thumbs up! 그러니까 한국어로 해석하면, 한 마디로 잘 썼다 는 소리였다. 어떤 경로로 들어왔는지는 몰라도, 그 아이디를 검색해 블로그에 들어가 보니, 우리 학교 학생이었다. 여자 아이였다. 빈 말인지는 몰 라도 칭찬을 받으니 용기가 났고, 나는 조금씩 시를 올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댓글은 점점 많아졌고, 내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 시를 계속 썼고, 짧은 글도 쓰기 시작했다. 대부분 우 리 학교 아이들이 댓글을 달아주었다. 특히, 블로그에 신경을 많이 쓰는 여자 아이들이 대부분이었 다. 그리고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내가 너무나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왜 학교에서 그렇게 여자 아이들과 멀리하 려고 하는가? 왜 그 아이들을 유치하다고 생각하는가? 내가 언제부터 그런 편견에 사로잡혔던 거지? 내가 왜 이 감옥 속에 나를 가두고 있는 거지? 긴 시간이 걸렸지만, 그 생각을 한 때부터 1년 후, 그러니까 2학년 2학기 때부터 나는 내 속 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다. 남들 시선 신경 안 쓰고, 그냥 진심을 보여주었다. 시를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한테 보여주기도 했다. 너무 슬퍼서, 울고 싶을 때는 그냥 울었다. 내가 마음 속 소심함을 터 놓고 이야기할 친구들도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일들은 한결 쉬웠다.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친구가 전학 갈 때 애들 앞에서 훌쩍거리기도 했다. 속 의 승리였다. 그리고 지금, 나는 여자 아이들이 대부분인 합창부에서 2주에 한 번씩 노래를 연습하고 있고, 방 에서 악기를 연주하기도 한다. 아직까지도 눈물을 흘린 적은 없지만, 수많은 감성 소설들을 다시 집 어 들어 읽고 있다. 여자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고도 있다. 이제는 예전의 그런 거리낌이 나에겐 없 다. 내 안의 감수성이 살아나고 있다. 또 나는 깨달았다. 여자 아이들에게는 배울 점이 너무나 많 아. 이게 양성 평등이랑 무슨 상관이 있냐 물어본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다. 양성 평등은 타인의 시선과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으며, 나를 진실되게 보여주고, 이성을 이해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고 말이다.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뿌리박혀 있었던 성리학에 너무나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여전히 어른들, 그리고 우리들 세대의 머릿속엔 그런 성리학적 습관들이 뿌리박혀 있다. 남존여비, 남녀칠세부동석 을 말했던 성리학이 우리 마음속에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이렇게 생각한 다. 리더는 아무래도 남자가 제격이다. 남자는 울어서는 안된다. 남자는 기가 세고, 당차야 한다. 40

43 중등부분 또 여자는 섬세하고, 행동거지가 점잖아야 한다. 여자는 나서서는 안된다 여자는 커서 아내가 된 후에는 남편을 내조하는 역할을 하여야한다. 그런 고지식한 생각들이, 아직 우리 사회 전반에는 남 아 있다. 그런 편견들을 먼저 이겨내야 한다. 내가 나를 숨기기를 멈췄을 때처럼 말이다 그런 남녀차별적인 생각들 때문에, 우리는 내 안에 있는 다른 성을 애써 짓밟아버리려고 한다. 남자들은 얼짱 몸짱 콤플렉스 에 시달리게 되고, 여자들은 신데렐라 콤플렉스 에 시달리게 된다. 모 두 자신을 감옥 속에 가두어버리기 때문이다. 언제나 사회가 지향하는 과거의 이상적인 남성의 모 습 그리고 여성의 모습을 부각시키려고 하는 태도가 아직도 사회에는 만연하다. 그리고 특히 우리 학생들은 초등학교에서, 그리고 중학교에서 남들이 볼 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자신의 모습 을 배우게 되고, 후로도 그것을 고집하게 된다. 그래서 그것을 이겨내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 는 것이 두 번째 발걸음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내 진심을 드러냄과 동시에, 다른 성을 극단적으로 아주 다르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남성의 마음과, 어느 정도의 여성의 마음을 모두 마음속에 간 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너는 여성 혹은 남성의 모습으로, 나 또한 남성 혹은 여성의 모습으로 태어났을 뿐이다. 주변 환경이 어느 한 쪽을 억누르고, 어느 한 쪽을 세워줄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흰 돌과 검은 돌처럼, 양극단에 서 있는 사이가 아니다. 다만 차이가 조금 있을 뿐이다. 그런 생각 을 마음속에 꼭 품을 수 있는 것이 세 번째 발걸음이다. 중 3인 지금, 나의 꿈은 대통령이다. 진정한 리더가 되는 것이 나의 꿈이다. 그리고 나는, 그러 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을 품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에는, 아니 이 세상에는 비슷 한 비율로 남자들과 여자들이 살아가고 있다. 그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지도자가 되기 위 해서는, 나는 그들 모두와 공감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이상 과거의 나처럼 나를 편견 속에 가두지 말고, 내 마음 속의 두 가지 마음들을 조화롭게 유지해야한다. 21세기의 사회 속에서, 모두 와 공감할 수 있는 양성성을 품어야 하는 것이다. 누군가 말했듯이, 남자와 여자는 서로 너무나 다 르면서도, 너무나 같은 존재이니 말이다. 41

44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2 차가운 별 충청남도교육청 안면중학교 박서영(3-3) 차별: 차등이 있게 구별함. 이것이 차별의 사전적 의미이다. 이 잉크 냄새 번지는 단어는 누구나 격어 봤을 뜻을 지니며, 누구나 아는 뜻을 품고 있다. 나 역시 사전에 적혀 있는 뜻만을 알고 있었 다. 하지만 지금은- 차별의 새로운, 그러면서도 차가운 의미를 알고 있다. 차별은 아주 오래전에 사라진 소행성의 이름이다. 어린 왕자의 소행성 B-612호 에서 얼마 떨어지 지 않은 차가운 별 의 줄임말이다. 그 별의 토양은 기름졌고 인간의 머리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다 채로운 생명체들이 살고 있었다. 그 생명체를 가운데에 인간과 가장 흡사하게 생긴 생명체가 있었 다. 이름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직립 보행에 도구를 썼고 문명도 발전 했다. 즉- 아주 오래된 지구라고 해도 별 할 말은 없는 것이다. 그 차가운 별에 사는 인간과 비슷하게 생긴 생명체들은 두 부류로 구분 되었다. 비교적 힘이 강 하고 운동 신경이 발달 된 부류와 비교적 힘은 약하지만 섬세한 일을 잘하는 부류였다. 그들이 차 가운 별의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상관없었다. 그들은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도움을 받을 부분은 도움을 받고, 도움을 줄 부분은 도움을 주며 행복하게 살았다. 모두 가 만족하는- 그런 멋진 별이었다. 그런 완벽한 별은- 곧 두 부류의 싸움 아닌 싸움으로 인해 사라지고 만다. 처음에 그들은 상대를 평가할 때, 이런 일을 잘하는 누구. 이런 일에 흥미를 갖는 누구. 하는 식의 상대의 본질부터 보았 지만 서서히 서로의 다름 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들은 그 다름 으로 상대를 판단하기 시작 했다. 자신과 다른 것은 배척하는 것- 이것에서 인간과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뒷이야기는 누구나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것처럼, 서로에게 불만을 느껴서 툭탁거리다가 두 부류 모두 다른 별 로 떠났다는 것이다. 그 별의 중추였던 두 부류가 살아지고 나자, 별은 점차 시들시들해졌고, 별들은 사 모아서 구슬 치기 하는 것이 취미인 어느 부자에게 헐값에 팔려 나갔다. 사실- 이 별에 주인이었던 그들이 사라 지고 나서, 그 별을 발견한 어느 사기꾼이 소유권을 주장하며 팔아넘긴 것이지만-. 하지만 더 이상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들은 서로와 떨어지고 나서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요소를 잃었기에, 금방 그 드넓은 우주에서 사라지게 되었기 때문에. 42

45 중등부분 사라진 그들의 이야기가 비단 그 자그마한 소행성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물이 흐르고 육지가 있으며 그들과 비슷한 생명체가 우글거리는 이곳, 지구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차별이 존재했다. 대상은 남자와 여자. 그들의 세상에서는 두 부류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남자는 비교적 힘이 세고 체력이 강한 부류와 비슷한 성질이고, 여자는 비교적 힘은 약하지만 섬세한 일을 잘하는 부류와 비슷한 성질이다. 이 둘이 처음에는 사이가 좋았는지 어 쨌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차별 을 끝으로 몰고 갔던 비극이 아주 오래전부터 여자와 남자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지금 시대에 무슨 남녀 차별이야? 하고 말하지만, 지금 시대 라는 것은 단지 포장지 일뿐. 포장지를 걷어내면 어제와 다를 바 없고 백 년 전과 다를 것이 없다. 아무리 평등 사회 를 주장하며 계몽 운동을 한다 한들,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르며, 그것은 곳 같은 선에 설 수 없다. 라는 사람들 머릿속 아주 깊숙이 박혀 있는 생각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그 먼지 묻은 생각들은, 다락방 제일 왼쪽 구석 서랍 안에 있는 사진첩과 닮아 있다. 딱 보면 별다른 영향을 끼칠 것 같지 않지만 사람들은 그 사진첩에 닮긴 사진. 즉, 기억으로 지금을 살고 있다. 생각도 마찬가지 이다. 그 오래되고 낡고 냄새나는 생각이 우리의 지금을 만들었다. 같은 선 에 설 수 없다는 생각- 그것은 우리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가장 아름답고 자유롭게 피어나는 10대.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 관계 속에서 많은 것 들을 배워나가는 학교. 지금 당장 내가 가장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이 학교 속에서도 차별이 일어 나고 있다. 지난 달 있었던 신입생들의 입학식. 강당에는 학부모님들과 학생들이 앉아 있을 의자가 필요 했 다. 주사님께서 옮기 시기에는 벅찼기에 한 선생님께서 3학년 교실 쪽으로 올라 오셨다. 선생님께서 는 남자애들 모두 강당으로 가라고 하셨다. 몇몇 아이들은 눈치를 채고 축 쳐진 표정을 하며 왜요- 를 남발 했지만, 선생님께서는 소리를 지르시며 빨리 빨리 움직이지 않겠느냐고 호통 치셨다. 그때 방학이 끝나갈 무렵부터 읽기 시작한 책을 붙들고 있던 나는 잠깐 책을 덮었다. 그리고는 한 가지 생각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다름을 인정하면서 그 인정한 부분에 대한 핸디캡은 주지 않는 것일까. 의자를 드는 것을 생각해 보면 남자애들 한명이 할 것을 여자애 들 둘이 하면 된다. 그것은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에 딸려오는 한계를 최소화 하는 것이다. 하지 만 사람들은, 일의 능률을 올리기 위해 차별 의 비극을 재연한다. 이들도- 결국에 이런 한계에 부딪 혀 사라진 것이다. 작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기술 가정 수행평가. 작년 수행 평가는 십자수였다. 작은 핸드폰 고리를 만드는 것인데 워낙 손재주가 없는 나로서는 무척이나 힘 들고 어려운 과제였다. 그 작은 구멍마다 실을 채워 넣는 일이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한번 43

46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은 기술 가정 담당 선생님 앞에서 친구에서 너무 어렵다고 징징 거린 적이 있다. 그러자 선생님께 서는 짧게 웃으시더니, 여자애가 그런 거 하나 못해서 어째? 하셨다. 분명 내 친구들은 십자수를 곧잘 했다. 하지만 그 친구들 중에서는 여자도 있고 남자도 있었다. 오히려 남자 애들이 더 꼼꼼히 하는 것도 보았다. 나는 그 순간 절실히 세상의 잣대를 느 꼈다. 그 뻣뻣한 나무 막대기를 조금 구부린 내 등에 갖다 대어서 남들과 똑같이 허리를 빳빳하게 세우는 기분이었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진 손재주 좋은 여자. 그리고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손 재주 좋은 남자. 그 선생님께서는 남자애가 십자수 하나 못해 어째? 라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고, 나는 다시 한번 차별 을 떠올리게 되었다. 차가운 별. 지금 이 지구도 한계와 잣대에 의해 차별 이 되고 있다. 지구 역시 언제 차가운 별이 될지 모른다. 남자와 여자의 사이를 가르는 잣대와 그 위에서 누르 는 한계. 차별 을 구슬치기에 이용되는 구슬로 만들어 버린 것도 이 때문이지 않나 싶다. 사람들은 다름을 인정하고 한계를 이해하는 것은 잘 하지만 그에 대한 방안에 대해서는 미숙하다. 남자와 여 자라는 다름. 그것은 채워줄 수도 있으며 갈라질 수도 있다. 차별 이 그랬듯이 말이다. 사람들이 조 금만 더 깊은 생각을 해주었으면 한다. 냉기 흐르는, 숨결 없는 지구를 마주하기는 싫으니까. 44

47 중등부분 3 전업주부 우리 삼촌 인천광역시교육청 안남중학교 정재윤(3-1) 우와! 우리 제재 왔어~? 문이 열리자마자 반가운 삼촌의 목소리가 용수철처럼 통 튀어 오릅니다. 저를 보자마자 부엌으 로 가서 요리를 시작하는 삼촌, 저는 식탁에 앉아 삼촌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삼촌은 저 를 등 뒤에 앉혀둔 채 그제야 식구들의 안부를 묻습니다. 착착착! 김치를 썰고 야채를 다듬는 솜 씨가 노련한 살림꾼 같습니다. 몇 년 전까지 우리 삼촌은 대기업에서 근무했습니다. 학교 다닐 때도 항상 공부를 잘 해 할아버 지 할머니의 자랑거리였고 큰 기업에 근무하며 하얀 와이셔츠에 정장 차림이 참 잘 어울리던, 서글 서글하고 웃기는 이야기도 잘 해주던 킹카였지요. 삼촌 같이 멋있고 재밌기까지 한 남자와 결혼하 고 싶다는 건 아무도 모르는 제 비밀스러운 꿈이었습니다. 그런 삼촌이 지금 제 앞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파와 양파를 다듬고 있습니다. 삼촌에게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큰소리 한 번 내지 않을 정도로 순해서 별명이 순둥이 였던 그 녀석에게 문제가 생긴 건 아마 녀석이 서너 살 정도였을 겁 니다. 또래에 비해 말이 너무 늦는 동생을 보고 숙모의 친구가 조심스럽게 병원 진찰을 권했답니다. 처음에는 숙모도 기분이 몹시 나빴답니다. 할머니는 멀쩡한 아이를 두고 유난을 떤다며 숙모를 나무라기까지 하셨답니다. 하지만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는 심정으로 병원을 찾았고 거기서 발달 지연 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 것입니다. 진단을 받고난 후 삼촌네의 생활은 동생을 중심으로 돌아갔습니다. 숙모는 직장을 휴직하고 여기 저기 동네 아줌마들과 어울리며 동생에게 또래 친구들을 만들어주기 위해 애썼고 여러 병원에서 언 어치료와 사회성 치료를 받게 했습니다. 그러나 계속 휴직을 할 수 없던 숙모가 직장에 다시 다니 면서 삼촌네 가족은 모두 힘겨워했습니다. 결국 동생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삼촌이 회사를 그만두고 동생을 돌보게 된 것입니다. 망신스럽게 남자가 살림을 하다니, 가당치도 않다! 어미가 그만두면 되지 왜 네가 회사를 그만두느냐 45

48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처음에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삼촌은 공무원인 숙모가 직장을 그만두는 것보다는 매일 늦게 퇴근해야 하는데다 정년퇴직도 빠른 삼촌이 그만 두는 게 더 낫다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설득했습니다. 결국 두 분도 삼촌의 결정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요. 지금 우리 삼촌의 하루 일과는 아침상을 차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아침 시간에는 숙모가 출근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것을 삼촌의 몫이라고 합니다. 숙모가 출근하 고 나면 삼촌은 동생의 손을 잡고 초등학교 정문까지 데려다줍니다. 아빠와 손을 잡고 가면서 동생 은 희한한 질문들을 쏟아 붓는답니다. 집으로 돌아와 설거지를 마친 삼촌은 그동안 직장 다니며 못 읽은 책을 마음껏 읽는답니다. 살림도 과학적으로 한답니다. 기본적으로 남자가 힘이 있는데다 인터넷을 뒤져 좀 더 과학적이고 손쉽게 집안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답니다. 예를 들면 가스렌지의 기름때는 베이킹소다를 이용하면 쉽게 제거할 수 있답니다. 산성과 알칼리가 만나 뭐 어떤 작용을 한다나요. 사촌 동생이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되면 둘이 운동장에 나가 공차기를 하기도 하고 둘이 나란히 손을 잡고 언어 치료를 받으러 가기도 합니다. 숙모가 돌아오는 저녁 시간이 되면 온 가족이 손을 잡고 근처 공원 으로 산책을 가기도 한답니다. 전업 주부가 된 삼촌으로 인해 더 행복해하는 건 바로 우리 숙모입니다. 예전에는 직장에 다녀 와 아이를 데리고 또 병원을 전전해야 하고 늦은 시간에 퇴근해서 동생을 돌보는 일을 전혀 해줄 수 없던 삼촌이 야속하고 미웠답니다. 그래서 싸우는 일도 많았고 동생도 불안해보였답니다. 그런데 삼촌이 집에 있고 나서부터는 저녁에 함께 산책을 가는 여유가 생겼고 집에 오면 아빠가 함께 놀아 주는 덕분인지 동생이 훨씬 밝고 명랑해졌다고 합니다. 얼마 전 초등학교 1학년 첫 중간고사에서 동생은 100점을 받아 삼촌과 숙모는 지금 그야말로 기분이 찢어진다고 합니다. 이게 모두 전업주부 우리 삼촌이 가져온 행복이랍니다. 전업주부 삼촌보다 대기업에 다니는 우리 삼촌이 더 멋지다고 생각한 건 제 고정관념인지도 모 르겠습니다. 남자는 꼭 돈을 벌어야 하고 집안일을 하는 건 여자의 몫이라고, 남자는 유능해야 하고 여자는 알뜰해야 한다고, 나도 모르게 남자와 여자의 성역할을 정해놓고 그 고정된 잣대로 사람을 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삼촌의 가정이 더 행복해진 건 삼촌이 성역할을 고집하지 않고 성역할의 편견으로부터 자 유로워졌기 때문입니다. 가족이 더 행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마음을 모으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서 로의 역할을 조정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만일 삼촌이 남자의 고정된 역할을 고집하고 있었다면 삼 촌과 숙모, 사촌 동생까지 지금보다 훨씬 힘들었을 수도 있을 겁니다. 삼촌은 말합니다. 한동안은 숙모의 수입만으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좀 경제적 여유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가로운 저녁 시간의 산책과 햇살 좋은 오후 운동장의 공놀이를 돈 몇 푼과 바꿀 생각 은 없다고 말입니다. 요즈음 삼촌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위한 구상을 하고 있답니다. 사촌 동생이 46

49 중등부분 좀 자라고 삼촌의 손이 덜 필요한 때가 되면 언젠가 중국으로 나가고 싶답니다. 그래서 앉은뱅이책 상을 앞에 두고 틈틈이 몽골어와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삼촌, 지금도 거실 한귀퉁이에는 삼촌의 몽골어 책과 MP3가 놓여 있습니다. 물론 전업 주부 삼촌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회사에 다닐 때보다 확실히 씀씀이가 작아진 삼촌은 기분을 내는 일이 확 줄었습니다. 어쩌다 기분을 써도 겨우 배추벌레 한 장(?)이 고작입니 다. 회사에 다닐 때와 비하면 거의 십분의 일 수준으로 줄었지요. 대신 요즈음 삼촌의 애정공세는 주로 맛있는 요리로 표현됩니다. 오늘도 삼촌이 전화를 해서는, 재윤아. 너 중 3 되더니 공부 스트레스 많이 받는다며? 와라! 삼촌이 끝내주는 레시피를 발견했 거든. 삼촌이 너 스트레스 한방에 날려줄게! 하루가 다르게 점점 요리솜씨가 일취월장하고 있는 우리 삼촌, 집안일 하는 남자를 굴욕 모드에 서 멋쟁이 모드로 탈바꿈시키고 있는 진정한 멋쟁이입니다. 제가 전업주부 우리 삼촌을 사랑하는 이유, 그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면 세상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삼촌이 보여주고 있 기 때문입니다. 47

50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4 뿌리 깊은 혹과 이별하는 날 - 엄마의 일기를 읽고 충청남도교육청 장기중학교 이효주(3-1) 1982년 2월 11일 <졸업식 날> 오늘은 중학교 졸업식 날이다. 친구들은 모두 축하를 받고 있는데 나는 가족들의 위로를 받았다. 정말 우울하다. 가족들은 고등학교에 가고 싶어하는 나를 말릴 뿐이었다. 학교에 가고 싶다. 정말로 학교에 다니고 싶다. 하지만 어려울 것 같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어려운 상황에서 남동생을 가르치고 집안 살림을 꾸려나가려면 내가 직장에 나가 돈을 벌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가족들의 표정이 그걸 말해주었다. 고등학교 수석이든 뭐든 간에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없다는 것이 내게 닥친 상황이다. 앞으로 나는 직장을 구해야 한다. 언니가 그랬던 것처럼 집안 살림과 남동생의 학업을 위해 밖 에 나가서 돈을 벌어야 한다. 눈물이 나온다. 아쉽다. 내가 남동생이었다면, 내가 여자만 아니었더 라면, 공부를 더 할 수 있었을 텐데. 오늘은 여자라는 사실이 너무도 원망스럽다. 1995년 5월 3일 <사랑하는 둘째딸 효주를 낳고> 둘째를 낳은 지 이틀이 지났다. 힘든 산통을 겪은 후 정신을 차렸을 때, 내 옆에서 잠들어 있는 예쁜 아기, 아, 정말 기뻤다. 연주에 이어 두 번째로 얻은 소중한 딸이다.그런데 손자를 바라던 시 어머니께서는 무척이나 섭섭하신 모양이다. 딸이라고 병원에도 안 오신다. 너무 서럽다. 딸을 낳은 게 그렇게도 커다란 잘못일까? 우리 아기에게 너무 미안하다. 딸이라는 이유로, 여자라는 이유로 태 어나자마자 누군가에게 환영 받지 못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눈물이 난다. 다 내 탓인 것만 같다. 이 소중한 아이가 딸이라고 설움을 받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하는데 걱정이다. 제발 이 아이는 나처럼은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아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면 서 자랐으면 좋겠다. 제발, 여자라는 이유로 꿈이 가로막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딸로 태어난 것을 48

51 중등부분 안타까워하면서 내가 겪었던 설움을 내 딸들은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직 사회가 그 만큼 변화하 지 못했다면 모든 고통 다 나에게 주고 이 아이들은 아프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 나에게는 딸이든 아들이든 그런 것은 상관없다. 소중한 아이를 지켜주고 싶고 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고 사랑받는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싶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힘들 것 같다. 아이들이 다 자라기 전에, 차가 운 현실에 부딪혀 상처받기 전에 제발 세상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딸들만은 남자와 여자 가 동등하게 대우받는 세상에서 마음껏 꿈을 펼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1995년 8월 8일 <손목의 혹> 효주 백일이 내일이라 떡이며 과일을 준비하려고 했더니 어머니는 백일잔치는 하지 말라고 하신 다. 건강하게 오래 살라는 의미로 온 가족이 모여서 밥을 먹자고 했더니 딸년이 그런 게 무슨 소용 이냐고 하신다. 아무래도 그냥 지나가야 하나 보다. 그나저나 이상스레 손목에 혹이 없어지지 않는다. 만지면 아프고 툭 튀어나와 보기에도 좋지 않 다. 효주 낳고 쉬지 못하고 축사에 나가 일을 해서 그런가 보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게 일인가 보다. 더구나 아들이 아닌 딸을 낳았다고 시어머니가 눈치를 주니 더 힘들다. 남편도 사료 공장이 바쁘다는 핑계로 집안일을 돌보지 않으니 쉴 틈이 없다. 내일은 사료 공장에 나가 서류 정리도 해 야 한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것 같다. 빨리 병원에 가 봐야 할 것 같은데. 2010년 4월 13일 <엄마의 일기를 읽고> 이렇게 엄마의 일기를 읽게 될 줄은 몰랐다. 가끔 엄마가 가계부를 쓰시면서 뭔가를 적는 것을 보긴 했지만 이렇게 오래된 엄마의 일기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혹. 오늘, 먼지 쌓인 엄마의 일기장을 발견하기 전까진 엄마 손목의 그 혹이 몇 십 년 동안 엄마가 지나온 세월의 고통과 아픔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저 이 상하게 생긴, 가끔씩 커졌다가 병원 다녀오면 작아지는 재미있고 신기한 녀석이라고만 생각해왔던 엄마의 혹이었다. 엄마의 손, 오래된 사진 속의 하얗고 가느다란 곱디고운 손은 이제는 밭일로 햇볕에 그을려 검어 졌고, 뼈마디는 굵어졌다. 축사에서 일하느라 손끝은 닳아서 뭉툭해졌고, 곳곳이 굳은살에, 울툭불툭 힘줄도 튀어나왔다. 그리고 손목 가까운 손등에는 수술자국이 있고 그 옆에는 치료를 기다리는 새 로운 혹이 자라나고 있다. 우리 엄마는 분명 여장부였다. 언니와 나, 여동생, 남동생까지 매일 4남매를 돌보며 농사일을 하 신다. 사료 공장을 하시며 소를 키우시는 아빠를 도와 회사 일도 하시고, 축사의 소도 돌보신다. 그 49

52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리고 집에 와서는 밀린 집안일들까지 하시느라 잠시도 쉴 새 없이 움직인다. 해야 할 일만으로도 하루 24시간이 모자라지만 엄마는 지금도 공부중이다. 고등학교 입학시험에서 수석을 하고도 가지 못했던 한 많은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졸업하고, 밤마다 시간을 쪼개어 4년 동안을 공부하신 끝에 방송통신대학을 졸업하셨다. 그리고 지금도 경영학과 3학년에 편입학해서 공부중이시다. 이렇게 강한 열정으로 살아오신 엄마지만 한없이 약한 부분이 있다. 엄마의 혹, 그게 그렇게 오 래 된 것인 줄 몰랐다. 엄마의 일기를 보니 내가 백일 즈음부터 생겼던 혹이니 벌써 15년이 되어간 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없어지지 않고 아직도 크고 있다. 하나를 떼어낸 수술 자국이 있지만 다른 혹이 또 하나 자라고 있다. 오늘에야 알겠다. 엄마의 손목에 자라고 있는 혹은 엄마가 여자로서 짊어져야 했던 삶의 무게였 다. 내가 딸이라고 백일잔치도 하지 말라던 할머니는 세 살 밑 여동생이 태어났을 때도 또 그랬다. 그 긴 세월 동안 엄마 가슴에 생긴 마음의 상처가 뭉치고 뭉쳐져 생긴 혹인 것이다. 아기를 낳고도 바로 쉬지도 못하고 들로, 축사로 다니면서 일을 해야 했던 엄마였다. 막내 남동생이 태어나면서 할 머니는 백일잔치도, 돌잔치도 했다. 이런 분위기였으니 아무리 강한 엄마라 하더라도 상처가 생기고 겉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었나 보다.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은 두 분 다 바쁘고 고단하게 일하신다. 하지만 집 안에 들어오는 순간, 아빠는 소파에 앉아 리모컨을 잡으시지만 엄마는 고무장갑을 끼신다. 옛날부터 그래왔다. 많은 빨래 와 설거지, 집안 청소, 요리 등 집안일은 엄마 몫이었다. 나는 아빠가 집안일을 하시는 것을 본 적 이 거의 없다. 엄마가 동생들을 낳으시느라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아빠가 언니와 내 밥을 차려주신 게 기억나는 전부다. 남자는 바깥일을 하고 여자는 집안일을 한다는 옛날의 사고방식이 맞벌이를 하는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바깥일은 엄마도 하시는데 집안일은 당연하다는 듯이 엄마 혼자만의 몫이 되어왔다. 그것을 혼자 감당해야만 했던 아픔의 증표라도 되는 듯이, 오른쪽 손의 혹 은 그렇게 자라났던 것이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은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아빠가 하루 아침에 엄마와 똑같이 집안일을 하 는 것은 쉽지 않을 거다. 하지만, 함께 나눈다는 작은 배려의 마음만 있어도 엄마의 혹은 더 이상 크게 자라지 않을 거다. 똑같이 힘들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마음, 그것이 바로 세상을 크게 움직이는 작은 힘이 될 수 있다. 할머니가 막내인 남동생에게만 관심을 쏟을 때 우리 엄마는 딸들이 엄마처럼 여자라는 이유로 꿈이 접히지 않도록 힘을 주셨다. 엄마가 쏟는 그 작은 힘으로 세상은 조금씩 움직일 것이다. 남자든 여자든 모두 같은 사람, 소중한 존재로서 인정받고 존중받는 그런 세상, 편견과 오해들은 사라지고 배려와 사랑으로 움직이는 세상, 그런 세상이 온다면, 우리 엄마 손목에서 몇 년을 살아오 며 엄마를 괴롭혔던 지긋지긋한 혹도 영원히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나는 여지껏 한 번도 뭔가를 간절히 빌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오늘은 간절히 빌어본다. 나를 낳 고 눈물 흘리며 딸이라고 설움 받지 않고 잘 자라기를 기도했던 우리 엄마처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해본다. 우리 엄마 거친 손목에 달려있는 혹 대신 깨끗한 새살이 빨리 돋아나게 해 달라고.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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