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누리5월호2차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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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등록번호 국립국악원 ISSN The National Center for Korean Traditional Performing Arts 가진 한민족의 전통 예술을 이어온 국립국악원은 오늘날에도 꾸준 Republic of Korea's premier institute of music. Continuing the great 히 미래의 전통을 만들어가고 있다. 국립국악원은 지난 1951년 개 history of Korean traditional arts, NCKTPA is tireless in its efforts to 원하여 명실상부한 국가 최고의 음악 기관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 promote the traditions of the past and create the traditions of 고 있으며, 멀리 신라의 음성서(音聲署) 고려의 대악서(大樂署) 조 tomorrow. Since its establishment in 1951, the National Center for 선의 장악원(掌樂院) 일제 시대의 이왕직아악부로 이어지는 왕립 Korean Traditional Performing Arts has played a dynamic role as the 음악기관의 전통을 계승하여 유구한 역사성을 자랑하고 있다. nation's foremost institute of music and is proud to carry on the 현재 국립국악원은 문화관광부 소속기관으로서 전국적인 국악 활 traditions and continue the ancient legacy of Korea's oldest and most 성화를 위해 전북 남원에 국립민속국악원, 전남 진도에 국립남도 prestigious Imperial Institutes of Music from the Eumseongseo of the 국악원을 운영중이며, 부산광역시에 국립부산국악원을 개원할 예 Silla Dynasty, the Daeakseo of the Goryeo Period, Joseon Dynasty's 정이다. Jangagwon, and more recently, Royal Music Institute during the 앞으로 국립국악원은 창작과 연주 활동, 학술 연구와 국악 진흥 및 Japanese Occupation Period. Today under the wings of the Ministry of 보급, 해외 공연활동 등 국악과 관련한 전방위적 활동을 통하여 온 Culture and Tourism, NCKTPA boasts the National Center for Korean 국민과 함께, 세계와 함께 하는 음악 기관으로 나아갈 것이다. Folk Performing Arts in Namwon, the National Center for Korean Namdo Performing Arts and the National Center for Korean Traditional Performing Arts in Busan as a sister annex to further and develop the distinct cultural qualities of the region. The NCKTPA is pressing forward with its goal to share Korean traditional music with the people of Korea and the world through such all-encompassing endeavors as novel productions, performance at home and abroad, academic research, the dissemination and promotion of Korean MONTHLY MAGAZINE GUGAKNURI VOL.73 The National Center for Korean Traditional Performing Arts is the 국악누리 국립국악원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음악 기관이다. 오랜 역사를 traditional music, and more. V O L. 7 3 M O N T H L Y M A G 국립국악원 The National Center for Korean Tradit onal Performing Arts 서울시서초구서초3동700 (남부순환로2364) Seocho-3dong, Seocho-gu, Seoul, Korea A Z I N E

2 <국악누리>는 그동안 국립국악원 계간지로 발행되었던 <국악소식>이 보다 참신하고 알찬 내용으로 거듭난 월간지이 다. 1989년 1월 계간지로 시작된 <국악소식>은 지난 20여년 가까이 국악원내의 공연, 교육 및 연구사업에 관한 내용 과 국악계의 동향을 다루며 전통예술의 우수성을 알리는 역할을 해 왔다. 국악원은 새로운 문화의 세기를 선도할 수 있는 전통음악지로서의 위상을 담아 보다 다양하고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하여 기존의 계간지를 월간지로 탈바꿈시 키면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국악누리>를 발간하게 되었다. <국악누리>는 온 누리(세상)에 우리 민족의 정신이요 고유 한 무형유산인 국악이 퍼져 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매월 국악을 아끼며 사랑하는 이들을 찾아갈 것이다. C O N T E N T S 년 5월 공연일정 06 공연 미리보기 2006 국립국악원 어린이날 특별공연 발해공주 08 공연 미리보기 2006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제5회 정기연주회 여섯빛깔여음 ( 餘 音 ) 09 공연 미리보기 2006 국립국악원 절기공연 단오 ( 端 午 ) 수리 마당놀이 10 공연 미리보기 2006 국립국악원 상설공연 12 공연 돌아보기 2006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제4회 정기연주회 명곡으로의 초대, 두 번째 이야기 14 공연 돌아보기 2006 국립민속국악원 기획공연 창극 적벽가 16 교육강좌 떠나자~소리여행! 현대미술과 전통음악 속 리듬 찾기 18 국악박물관 둘러보기 명무 ( 名 舞 )의 숨결을 간직한 옷자락 20 국악방송 국악방송 우면골 상사디야 제작 현장에서 22 영화로 간 국악 전래 ( 傳 來 )와외래 ( 外 來 ), 그 사이에서 길을 잃다 24 국악기 조선시대 악기조성청 26 전통건축 서산 개심사 _ 말을 접고 마음을 여는 곳 30 국악원의 발자취 장충동 청사와 완창 ( 完 唱 ), 완주 ( 完 奏 )전통 32 궁중연례 조선시대 종묘제례악 34 우리 문화 우리 음악 역사상의 공길, 그는 광대 중의 광대였다 38 예인조명 절창이 남기고 간 소리꾼, 명창 남혜숙 42 궁중기록화 숭정전진연도병 46 이달의도서 47 이달의음반 48 국악원 소식 50 국악원 밖 공연 표지그림 설명 _ 숭정전진연도 ( 崇 政 殿 進 宴 圖 ) 1744년, 6첩 병풍, 견본채색, 국립중앙박물관. 영조 20년인 갑자년 (1744) 10월, 경희궁 ( 慶 熙 宮 )의 정전인 숭정전 ( 崇 政 殿 )에서는 영조의 기로소 입사 ( 入 社 )를 축하하는 성대한 진연 ( 進 宴 )이 열렸다. 그 장면을 그린 것이 <숭 정전진연도>이다. + 더보기_ 42page 월간 <국악누리> 2006년 5월호 monthly magazine GUGAKNURI Vol.73 등록번호 발행처 국립국악원 발행인 김철호 편집인 이영우 편집팀장 박옥진 편집 진행 김혜선, 배윤아, 박성범, 박문희, 김재영, 전규학 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3동 700번지 국립국악원 기획홍보팀 (우) 전화 팩스 홈페이지 디자인 (주)에스앤에이커뮤니케이션즈 인쇄 지성인쇄 <국악누리>는 국립국악원 홈페이지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에 실린 글의 내용의 일부는 우리원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3 공연일정 국립국악원 예악당 국립국악원 우면당 국립국악원 별맞이터 국립민속국악원 예원당 국립남도국악원 진악당 아래의 일정은 주최 측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일요일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전통복식과 춤의만남 19:30 문의 제483회 화요상설공연 19:30 문의 제8회 정기연주회 19:30 문의 국립국악원 어린이날 특별공연 창작 국악인형극 발해공주 19:00 문의 국립국악원 어린이날 특별공연 창작 국악인형극 발해공주 14:00 문의 국립국악원 일요열린 국악무대 우면산자락 초록음악회 15:00 문의 제76회 춘향제 및 가정의 달 기념공연 창극 춘향전 15:00 문의 ~ 제484회 화요상설공연 19:30 문의 김운선 류별로본 우리춤 열번째 - 첫째날 19:30 문의 이수진 해금독주회 19:30 문의 사)경서도창악회 정기공연 15:00, 18:00 문의 서울국악관현악단 제22회 정기연주회 19:30 문의 제485회 화요상설공연 19:30 문의 세계무형문화재 초청시리즈 9 19:30 문의 김미영 가야금 독주회 19:30 문의 대금연구회 녹성 김성진선생 추모공연 19:30 문의 제486회 화요상설공연 19:30 문의 해금앙상블 수요회 제7회 정기연주회 19:30 문의 국악고등학교 국악목멱제 19:30 문의 제487회 화요상설공연 19:30 문의 윤선숙거문고독주회19:30 문의 국립국악원 절기공연 단오 수리 마당놀이 20:00 문의

4 목요일 박경랑 우리춤전수소 2006 광대들의 놀음 19:30 문의 국립국악원 어린이날 특별공연 창작 국악인형극 발해공주 19:00 문의 김운선 류별로본 우리춤 열번째 - 둘째날 19:30 문의 제267회 목요상설공연 19:30 문의 세계무형문화재초청시리즈9 19:30 문의 제268회 목요상설공연 19:30 문의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제5회 정기연주회 여섯빛깔여음 19:30 문의 제269회 목요상설공연 19:30 문의 금요일 2006 국립국악원 어린이날 특별공연 창작 국악인형극 발해공주 14:00 문의 제76회 춘향제 및 가정의 달 기념공연 창극 춘향전 15:00 문의 ~7 어린이날 특별공연 19:00 문의 국악사랑 해설음악회 19:30 문의 한양 대금 앙상블 2006 대금소리 셔블 19:30 문의 국립남도국악원 연주단 樂 歌 舞 종합공연 19:00 문의 진유림우리춤연구회가 무 악 19:30 문의 권인옥 제3회 거문고독주회 19:30 문의 한국의 명인명무전 19:00 문의 안산시립국악단 제24회 정기연주회 안산송가 19:30 문의 세종국악관현악단 청소년 음악회, 새싹들의 울림소리 19:30 문의 국립남도국악원 연주단 樂 歌 舞 종합공연 19:00 문의 토요일 토요상설공연 17:00 문의 국립국악원 어린이날 특별공연 창작 국악인형극 발해공주 14:00 문의 제76회 춘향제 및 가정의 달 기념공연 창극 춘향전 15:00 문의 ~7 06 토요상설공연 17:00 문의 토요국악무대 15:00 문의 ~7 13 토요상설공연 17:00 문의 판소리한마당 어린이 창작창극 깨비 깨비 도깨비 15:00 문의 토요상설공연 17:00 문의 김영옥창작판소리15:00 문의

5 공연 미리보기 l 2006 국립국악원 어린이날 특별공연 해동성국, 발해의 웅대한 기상이 빛나는 창작 국악인형극 발해공주 지금으로부터 약 1300여년 전 고구려의 후예로서 동방의 찬란한 혜성으로 등장 한 발해. 발해의 기상과 신비를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들의 마음에 심어주기 위하 여 기획된 발해공주 는 여러 면에서 돋보이는 인형극이다. 발해공주 에 주목할 수 밖에 없는 특징들을 중심으로 국악인형극 발해공주 를 살짝 살펴보자. 색다른 오브제! 주인공인 석통 은 항상 퉁소를 가지고 다니며 연주하는 음악을 매우 사랑하는 청년이다. 이처럼 우리 민족은 음악을 매우 사랑했다. 발해공주 에서는 우리 민족의 고대악기 나발, 소, 요고 등을 볼 수 있다. 나 를 넘어 우리 로 성장해 가는 이야기 발해의 공주인 나희 와 가난한 어부 석통. 그들의 신분을 뛰어 넘는 아름다운 사랑을 중심으로 여러 민족과 어울려 사는 지혜 등 발해공주 에는 사랑과 용기로 고난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과정이 아름다운 감동으로 그려진다. 고품격 인형 의상! 발해공주 의 등장인물들은 한복전문가가 고증을 통해 만든 화려한 색감의 옷을 입고 있다. 또한 진취적 기상의 북방계열의 여인인 동시에 해동성국의 공주의 모습을 보여주는 나희, 강직한 남편의 캐릭터 석통, 이웃집의 귀여운 꼬마 전통연희, 산대희의 무대 형상화! 발해공주 는 우리나라 유일한 인형극인 꼭두각시 놀이 와 그림자 인형극인 용이, 거란 장수 야휼 등의 인물들은 성격에 맞는 의상을 입고 있어 극을 한층 생동감있게 만든다. 만석중 놀이, 산대희 의 신선들이 놀던 신비로운 무대인 산대 를 연상시키는 무대 등 전통의 요소를 차용하는 한편, 움직이는 무대나 애니매이션 효과 등을 가미, 판타지 요소를 살려 역동성과 다양성을 주었다. 살아있는 우리음악!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재미있고 신나는 곡들로 이루어진 발해공주.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은 흥겨운 음악 연주로 인형극을 본 아이들이 마음속에 간직할 만한 귀여운 한지인형! 아름다운 선율을 선보인다. 인형극은 인형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상상력과 감수성을 담고 있는 예술이다. 하나하나 손으로 만들어 더욱 정감 넘치는 한지 인형들이 발해공주 에 더욱더 친근감을 준다. 06

6 최고의 제작진과 함께 만드는 국악인형극 연출 고동업 _ 극단 아리랑 연출 및 배우, 신 화극장 대표, 아시테지 제12회 국제아동청소 년연극 춘하추동 오늘이 연출상, 작품상 등 5개 부문 수상 작가 정호순 _ 명지전문대학교 문예창작과 겸 임교수, 방송 드라마작가 작곡 이준호 _ 현 KBS 국악관현악단 상임지휘자, 실내악단 슬기둥 대표 인형연출 이은미 _ 인형극단 시소 대표 의상 제작 박현주 _ 현 한복산업마케팅연구소 소장, 드라마 대장금, 신돈 의상 디자인 및 제작, 아트디렉터 인형제작 _ (사) 고려닥종이공예협회 출연 _ 인형극단 시소 음악 _ 국립국악원창작악단(예술감독: 곽태규) 2006 국립국악원 어린이날 특별공연 발해공주 일시 _ 2006년 5월 3일 (수) ~ 7일 (일) 장소 _ 국립국악원 우면당 관람료 _ 전석 20,000원 (5세 이상 아동 입장가능) 평일 오후 7시, 휴일 오후 2시 3인 가족권 51,000원, 4인 가족권 65,000원 전화예매시 가능 단체관람 30% 할인 20인 이상 24세 이하 청소년, 경로 및 동반 1인, 장애인 및 동반 2인 국악원 회원, 국민카드 회원 (국민카드 결제시) 20% 할인 예매 및 문의 _ 국립국악원 , 티켓링크 특별 체험 행사 공연과 함께 즐겨요! 발해공주 줄거리 옛날 발해국에는 매일 아침 백마를 타고 하늘을 여는 씩씩한 공주가 있었다. 어느날 문득 호숫가에서 들려오는 퉁소 소리에 까닭모를 설렘을 느끼게 된 공주. 그러나 말없이 돌아설 뿐이다. 평소 음악을 사랑하며 즐기던 착한 청년 석통이가 고기잡이를 나선 어느 날, 그는 고기 대신 크고 아름다운 연꽃을 낚게 된다. 신기하게도 그 연꽃은 비단옷을 입은 나희 라는 이름의 어여쁜 처녀로 변했다. 서로 끌리게 된 둘은 백년가약을 맺게 되고, 어머니를 모시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흉악한 거란족이 발해를 쳐 들어오고 마을 사람들은 성안으로 대피한다. 용맹하게 버티던발해인들도 성안의 우물이 나지 않자, 커다란 위기에 놓이게 되는데. 야외에서~ 전통 인형 전시회 및 만들기, 전통악기 놀이마당, 페이스 페인팅 체험 로비에서~ 포토존 설치 나도 주인공 집에서~ 그림일기 쓰기 오늘 발해공주를 보았어요. 본 인형극을 보고 난 후, 그림일기나 감상문을 보내주신 어린이들 중 선정하여 단소를 선물합니다. 보내실 곳 : 국립국악원 기획홍보팀 서울 서초구 서초동 700 ( ) 07

7 공연 미리보기 l 2006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제5회 정기연주회 여섯 빛깔 여음 ( 餘 音 ) 따뜻한 마음이 표현되는 계절 5월! 가정의 달 이라는 표현이 아니더라도 5월은 우리에게 가족과 이웃을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은 이러한 5월의 의미와 맞물려 아 기자기하고 상큼한 이야기로 제5회 정기연주회를 마련하였다. 하고 담백한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창작악단 단원들의 땀방울로 완 성될 실내악의 진면목을 관객들에게 선사하게 될 것을 기대해 본다. 프로그램 일곱가지 이야기 _ 작곡 : 변계원 이번 공연은 특별히 관현악곡이 아닌 실내악곡으로만 위촉되었는데 그 면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국악 실내악을 위한 내 마음의 搏 動 (박동) _ 작곡 : 안현정 대금ㆍ피리ㆍ가야금ㆍ장구에 의한 소품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_ 작곡 : 류형선 이어도 가는 길 _ 작곡 : 계성원 뉴에이지 풍의 일곱가지 이야기 (seven different stories), 대금 피리 해금 가야 금 거문고 아쟁 타악기 등의 다양한 악기들로 편성된 국악 실내악을 위한 서도소리 룡강기나리/룡강타령 의 주제에 의한 룡강의 꿈 _ 작곡 : 양승환 4월의 가야금과 타악기를 위한 5월의 빛깔 _ 작곡 : 박영란 내 마음의 搏 動 (박동), 삶에 대한 본질적 통찰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있는 대금 ㆍ피리ㆍ가야금ㆍ장구에 의한 소품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전설속에 살아 숨쉬 는 환상의 섬 이어도 를 주제로 제주도의 투박하면서도 매력적인 선율들을 만 나볼수있는 이어도 가는길, 서도소리를 주제로 한 작품 룡강기나리/룡강 타령 주제에 의한 룡강의 꿈, 많은 사람들이 작은 것의 소중함, 희망과 열정이 가득 찬 5월의 빛깔을 체험하길 소망하는 마음에서 만든 작곡가 박영란의 4대 의 가야금과 타악기를 위한 5월의 빛깔 이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제5회 정기연주회 여섯 빛깔 여음 ( 餘 音 ) 일시 _ 2006년 5월 25일 (목) 오후 7시 30분 장소 _ 국립국악원 예악당 관람료 _ A석 10,000원, B석 8,000원 24세 이하 청소년 20%, 65세 이상 경로 및 동반자 1인, 장애인 및 동반자 2인 50% 할인 작곡가 개개인의 음악성향을 느껴 볼 수 있는 이번 정기연주회는 각각의 곡들 예매및문의_ 국립국악원 , 티켓 링크 이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 또한 다양해서 실내악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기자기 08

8 공연 미리보기 l 2006 국립국악원 절기공연 단오 ( 端 午 ) 수리 마당놀이 이어서는 남도의 노래와 함께 오늘의 시 선으로 새롭게 해석하여 깔끔하게 다듬 어 낸 창작무용 단오선과 남과 북의 풍 물패가 하나 되어 만나는 화합과 염원의 굿으로 그 풍성한 축제를 마무리한다. 끝으로 절기공연만의 빼 놓을 수 없는 즐거움, 공연과 함께 정성껏 마련하는 관 객들을 위한 참여의 장에는 전통에서 배우는 지혜를 차례로 소개하고 있다. 복 날에 먹는 삼계탕만큼 건강한 여름나기를 위한 필수음식이던 단오 음식인 앵두 화채와 수리취떡, 그리고 무더위를 몰아내고 시원한 바람을 몰고 올 단오부채까 지 무엇이든 함께 나누던 우리문화의 정신을 만나본다. 프로그램 공연사회 _ 김종엽 (국악방송 우면골 상사디야 진행), 김혜영 (귀순 배우) 고대국가의 제천행사에 뿌리가 닿아 있는 단오, 즉 수릿날은 예로부터 모내기를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기풍제를 올리며, 심신의 수고를 잊고 잠시 쉬어가는 의미와 함께 본격적인 더위를 앞두고 건강한 여름나기를 준비하는 날이기도 했다. 올해의 국립국악원 수릿날 특별공연에서는 이 중에서 북녘의 풍속을 집중적으 로 모았다. 길고 긴 겨울 끝에 맞이하는 봄의 명절인 수릿날은 북쪽 지역에서는 그 얼마나 반가웠을까? 이에 한가위보다도 더욱 성대하게 지내었고, 연희되었 던 단오의 풍속과 야외에서 즐기던 놀이 또한 매우 다양했다. 이중 땅거미가 질 무렵까지 횃불을 밝혀가며 판을 벌였던 북청 사자놀음이나 나물 캐러 가는 봄 처녀들이 부르던 달래춤과 노래, 또한 활기찬 기상의 칼춤 그리고 단순한 선율 을 지닌 퉁소 연주를 함경도 광 천 지방에서 전해오는 단오의 마당률 놀이 라는 틀 안에서 구성했다. 뿐 만 아니라 평소 무대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북한민요들도 찾아 소개한다. 하늘에 올리는 축문 고천문 씩씩활달 마당률 놀이 _ 마당률 사자놀음, 원률 무동춤과 칼춤, 처녀들의 춤 달래춤, 북한의 봄노래 삼동주 타령, 끔대 (나물) 타령, 전갑섬 타령 등 흥청능청 수리놀이 _ 남도의 노래 휘어능청, 그네뛰기 외, 창작무용 단오선, 풍물 바람굿 부대행사 _ 남과 북의 명절음식 맛보기 위 프로그램은 사정에 따라 일부 변경될 수 있습니다 국립국악원 절기공연 단오 ( 端 午 ) 수리 마당놀이 일시 _ 2006년 5월 31일 (수) 오후 8시 장소 _ 국립국악원 별맞이터 (야외공연장) 출연 _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무용단 외 관람료 _ 무료 문의 _ 국립국악원

9 공연 미리보기 ㅣ 2006 국립국악원 상설공연 화요상설공연 예혼이 숨쉬는 공간 목요상설공연 젊은 감성 열린 공간 화요상설공연은 중요무형문화재 전통음악ㆍ무용 부문의 보유자 및 이수 자, 전수자들의 발표 무대로 1979년부터 우리전통예술의 진흥과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시작되었다. 미래지향적인 한국전통예술의 개발 및 활성화를 위하여 창작 위주의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목요상설공연은 젊은 층의 기호에 맞는 작품이 기량 있는 젊 은 예술인들에 의해 꾸며지고 있다. 청춘 ( 淸 春 ) _ 신주희 대금 독주회 제483회 5월 2일(화) 평조회상 中 상령산( 上 靈 山 ), 한주환 流 대금산조 등 Garden Moonlight _ 한나라 해금독주회 제267회 5월11일(목) 적념, 사랑의 계절(해금3중주), Milonga for 3, Tango apasionado, 느티나무 숲에 관한 이야기 등 여백 ( 餘 白 )의사유 ( 思 惟 ) _ 박건희의 춤 제484회 5월9일(화) 여백의 사유, 살풀이춤, 한량무, 산조, 장고춤 등 5월의일기_이미진 대금독주회 제268회 5월18일(목) 파문, 대금과 풀루트를 위한 동행, 대바람소리 등 하늘의 소리, 봉황의 울음 _ 한국생황연구 이효분 가야금 독주회 뒷풍류, 김윤덕류 가야금산조 제485회 5월16일(화) 제269회 5월25일(목) 천년만세, 생황ㆍ퉁소ㆍ아쟁 3중주 수룡음, 생황과 함께하는 북청사자 놀음 등 하주화의 거문고 독주회 제486회 5월23일(화) 다스름, 상령산풀이, 평조회상, 취타풍류 윤은주 가야금독주회 판소리한마당 소릿길소리사랑 판소리 한마당 소릿 길 소리 사랑 은 1998년부터 시작되어 판소리 애호가 와 일반인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 왔다. 올해에는 지역 명창전 라는 부제를 가지고, 지역별 판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무대로 꾸며진다. 깨비깨비 도깨비 _ 깨비와 함께 떠나는 이야기 보따리 강태홍류 가야금산조 제487회 5월30일(화) 5월20일(토)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판소리한마당에서는 국립민속국 악원 어린이 창작 창극 깨비깨비 도깨비 를 선보인다. 전래 동화인 혹부리 영감 을 재구성한 작품으로 다채로운 형식들을 현대적인 음악극과 결합시켰다. 일시 2006년 5월 매주 화 목요일 (5월 4일은 제외) 오후 7시 30분 일시 2006년 5월 20일 (토) 오후 3시 장소 국립국악원 우면당 장소 국립국악원 우면당 관람료 일반 8,000원, 할인 4,000원 관람료 전석 5,000원 (36개월 이상) 24세이하, 65세이상경로및동반자1인, 장애인 및 동반자 2인 50% 할인 예매문의 국립국악원 , 티켓링크 예매문의 국립국악원 , 티켓링크

10 토요상설공연 넉넉한 주말 문화 일요열린 우면산자락 초록음악회 국악무대 토요상설공연은 청소년부터 일반인, 외국인에 이르기까지 국악을 쉽게 감상 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궁중음악, 무용, 민요, 창작국악 등 국악 전 장르에 걸친 100여 작품의 백미 대목을 한번에 종합 프로그램으로 감상할 수 있다. 일요열린 국악무대 우면산자락 초록음악회 는 5월부터 10월까지 우면산의 신록이 옷을 갈아입는 계절의 변화로 야외공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싱그러 운 공기, 바람, 풀내음, 그리고 우리 음악을 만끽할 수 있는 무대이다. 협종 ( 夾 鍾 )형 5월6일(토) 평조회상 中 염불도드리, 타령, 군악, 피리산조, 학 연화대무, 여창가곡 우조두거 일각이, 경기민요 담바귀타령, 한강수타령, 별조뱃노래, 잦은뱃노래 등 우리가족 봄나들이 5월7일(일) 국립국악원의 보물공간, 야외무대 별맞이터 (약1,800석) 는 서울시내에 얼마남지 않 은 그린벨트이기도 한 우면산 ( 牛 眠 山 ) 자연환경의 덕을 톡톡히 보는 곳이다. 우면 산자락 초록음악회는 우면산의 신록이 파릇파릇 봄옷으로 갈아입은 5월의 첫 일요일을 시작으로 10월까지 매월 첫번째 일요일 오후, 국립국악원과 우면산을 고선 ( 姑 洗 )형 찾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무료 공연이다. 5월13일(토) 종묘제례악 전폐희문, 영관, 25현금과 대금을 위한 메나리 (작곡: 박범훈), 시나위 가사 황계사, 두대의가야 금과 현악합주를 위한 저녁노래Ⅳ (작곡: 이건용) 등 2006 일요열린 국악무대 우면산자락 초록음악회 그 첫 문을 여는 5월 공연 은 가족과 함께 나들이가 가장 많은 때이니만큼 봄과 가족을 테마로 한 프로그 램으로 구성한다. 국립국악원 소속 연주자들 가운데 가족으로 구성된 팀들의 무 대와 우리 전통음악 및 창작곡 가운데 봄과 가족을 주제로 한 곡들을 선보이고, 봄의 생동하는 기운을 담아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에너지를 안겨주 중려 ( 仲 呂 )형 고자 한다. 5월20일(토) 푸살, 화운 (작곡: 한광수), 헌천화, 영산회상 中 세영산, 가 락덜이, 상현도드리, 남도민요 흥타령, 가사 상사별 태평소 능게 봄맞이 / 가야금 2중주 숲 / 단가 벗님가 남도민요 봄타령 / 나무가 있 는언덕 / 봉산탈춤 中 노장과장 / 란을 위한 노래 / 국악가요 어머니 / Frontier 곡, 작법 등 유빈 ( 乳 賓 )형 5월 27일(토) 대취타, 대금독주 경풍년, 봉산탈춤, 서도민요 긴난봉 가, 자진난봉가, 병신난봉가, 사설난봉가, 생황 단 소 이중주 수룡음, 천장 (작곡: 원일) 등 일시 2006년 5월 매주 토요일 오후 5시 일시 2006년 5월 7일 (일) 오후 3시 장소 국립국악원 예악당 장소 국립국악원 별맞이터 (야외공연장) 관람료 A석 10,000원, B석 8,000원 관람료 무료 24세이하, 65세이상경로및동반자1인, 장애인 및 동반자 2인 50% 할인 문의 국립국악원 예매문의 국립국악원 , 티켓링크

11 공연 돌아보기 l 2006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제4회 정기연주회 명곡으로의 초대, 두 번째 이야기 창작국악의 명품화, 명곡으로의 초대 현경채 _ 음악평론가 명곡 ( 名 曲 )의 사전적 의미는 뛰어난 악곡, 혹은 유명한 악곡이다. 3월 23일에 있었던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제4회 정기연주회 명곡으로의 초대, 두 번째 이야기 는국악 명곡들을 재조명하고, 새로운 해석으로 음악을 만드는 창작악단의 기획시리즈 공연이었다. 2004년 4월 창단된 짧은 역사의 악단이라는 이력을 넘어서서, 국립국악원 창 작악단은 한층 발전된 기량과 안정된 연주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제4회 정기연주회는 관객들로부터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연주기량이 쑥쑥 자라나는 악단을 바라보는 일 은 봄날의 새순과 만개한 봄꽃을 보는 듯 넉넉하고 푸근한 일이다. 주옥같은 명곡의 항연 디자이너 가브리엘 샤넬은 옷장 속에 있는 오래된 옷들은 낡은 옷이 아니라 모 두보석 이라고 했던 것처럼, 창작악단은 오래되어 망각의 늪 속에서 잊혀져 있 던 음악 중에 주옥같은 악곡들이 상당수 있다는 것을 깨우쳐 주었다. 국립국악 원 창작악단은 낡았다고 모두 버리지 않았다. 세월이 지난 것은 신선하지는 않 지만 한 시대의 역사와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음악이란 결코 새로운 창조 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으며, 대부분 오래된 전통으로부터 끌어낸 새로운 조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새 것도 좋지만 세월이 겹겹이 쌓여 만든 관록의 아름다움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 새 것만 만들다보면 그 깊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 을때가더욱많다. 이번 연주회는 국악관현악의 명곡 반열에 올라선 작품들을 국립국악원 창작악 단이 재해석하여 연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상규, 김희조, 이건용의 작 품은 명곡으로서의 가치가 재확인되었으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젊은 작곡자 원일과 김대성의 작품을 선정하여 연주함으로써 명곡으로 자리 잡을 가 12

12 능성을 가늠해보았다는 점에서 공연기획자의 속내를 읽을 수 있었다. 창작국악의 명품화, 명곡의 브랜드화 이번 연주회는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이 나름대로 생각하는 창작국악 명곡 5곡을 무대에 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명곡 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 에서, 국악창작음악의 역사가 아직 길지 않기 때문에 명곡 이라는 단어를 사용 하면서 창작악단은 사뭇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이번 무대에 올려진 음악은 김희조 작곡의 한일섭류 아쟁산조 협주곡과 이상규 작곡의 피리협주곡 <자진한잎> 등 이미 명곡의 반열에 오른 음악을 비롯하여, 이건용 작곡의 합창과 관현악 <청산별곡>과 원일 작곡의 <새>, 김대성 작곡의 <선부리> 등 5곡이다. 이건용은 서양음악 작곡계의 중견 연주자이고, 원일과 김 대성의 곡은 명곡이라 부르기에는 조금은 성급한 듯하다. 원일 작곡의 <새>는 자유를 상징하는 새의 이미지를 통해서 인간의 자아의 소 망 과 희망의 꿈 등을 표현한 음악이다. 새의 날갯짓이 연상되는 소금과 대금 의 음색이 매력적으로 표현되었으며, 에너지의 역동성이 음악을 통해 표현되는 기류를 느낄 수 있어서 흥미로웠던 음악이다. 양금의 적절한 역할과 이영섭의 소금 연주가 귀에 쏙 들어왔으며, 찰현 악기의 배경 속에 타악기의 쓰임이 에스 닉했다.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음악으로 재탄생된 이 음악은 사실적인 표현을 조 금은 여과시키거나 가려두어도 좋을 듯하다. 한일섭류 아쟁산조 협주곡은 김영길의 아쟁 연주 자체만으로도 관객을 압도했 던 음악이다. 앞서 연주된 원일 작곡의 음악이 다소 어수선한 느낌이었다면, 이 곡은 유창하고 깔끔한 연주로 안정감을 찾게 한 음악이기도 하다. 이상규 작곡의 피리협주곡 <자진한잎>은 밀도 있는 끈끈함으로 정악의 유장함 을 보여준 음악이다. 환갑을 훌쩍 넘긴 정재국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원장, 중 요무형문화재 제46호 피리정악 및 대취자 기능보유자)명인의 피리 협연으로 완성도를 더 한 음악이다. 피리 연주자들은 40~50대가 전성기라는 말이 있지만, 정재국 명 인은 70~80세에도 현역으로 무대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이번 무 강권순 (무형문화재 제30호 여창가곡 이수자) 의 독창과 서울모테트합창단의 합창으로 연주된 이건용 작곡의 <청산별곡>은 노랫말이 상당히 애절한 음악이다. 이번 창 작악단의 연주는 1995년 국립국악관현악단 창단연주회에서의 초연과 사뭇 다른 해석으로 선보였다. 일단 템포가 느렸으며, 아쟁의 지속음과 가야금의 흩뿌려지 는 소리가 깔끔하게 표현되었다. 태평소의 쓰임이 상투적인 점과 풍물의 울림이 군대의 진격이나 혹은 혁명가 의 느낌으로 표현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1960년대 국악계는 국악관현악단의 탄생과 함께 수많은 작품들이 위촉되고 연 주되었다. 매해 많은 작품들이 초연되고는 있지만, <신모듬 (박범훈 작곡) >이나 <축 제 (이준호 작곡) >등의 단골 레퍼토리를 제외하고는, 예술적으로 뛰어난 악곡이나 유명한 악곡들이 지속적으로 무대화된 경우는 드물었다. 창작악단의 명곡으로 의 초대, 두 번째 이야기 는 이미 검증된 5곡의 음악을 엄선하여 명곡 이라는 단어로 브랜드화하였으며, 창작 국악곡을 완성도 높은 연주로 선보였다는 점에 서 일단 관객들과 국악계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매진행렬과 관객의 박수갈 채가 그것을 증명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다수의 관객들은 실험의 장이 아 닌, 완성도 있는 음악회를 선호하고 있었다. 대에서 확인했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은 이 곡을 느린 음악의 아름다움으로 밀 도있게 해석하였지만, 조금만 거뜬하게 연주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김대성 작곡의 <선부리>는 1998년에 작곡된 곡으로 2006년에 개작된 곡이다. 이번에 개작, 초연되면서 원곡에 없었던 소아쟁, 베이스, 25현 가야금을 추가하 였다. 이 곡의 표제인 선부리 는 진도풍물의 장단이름으로 풍물의 시작을 알리 는 장단이다. 이번 연주회의 레퍼토리 중에서 박자와 음정이 가장 까다로운 음 악이 바로 이 곡이지만, 연주자들에게는 가장 선호도가 높았던 음악이다. 관현 악의 묘미가 다양한 악기를 섞어서 새로운 음색과 음향을 만드는 브랜딩 에있 다면, 이 곡이 단연 으뜸이다. 경기도당굿의 10박 장단과 겹마치지, 선부리 등의 장단은 정확성이 다소 부족했다. 물론 굿 장단이 쉽게 흥분되고 어수선해 지기 쉬운 점이 있기는 하지만, 이지적인 냉정함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사용해보 는 것도 때로는 필요할 것이다. 13

13 공연 돌아보기 l 2006 국립민속국악원 기획공연 창극 적벽가 다섯바탕 판소리 창극화의 대미 ( 大 尾 ), 국립민속국악원의 창극 적벽가 명 현 _ 국립민속국악원 학예연구사 것이다. 영웅호걸들의 이야기는 20세기 이전 판소리의 주 수용층으로 등장했던 조선의 집권층과 양반들에게 많은 정서적 교감을 주었고, 우조 중심의 소리는 이들을 대상으로 전창되는 과정에서 취해진 당연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 때문에 판소리 적벽가가 일제강점기의 판소리 전승과정에서 계면조 중심 의 소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공감과 호응을 받았을 수도 있다. 계면조 중 심의 슬픈 소리를 선호하고, 많은 판소리 대목에 계면조의 비중이 높아졌던 당 시의 상황을 감안하면 충분히 그럴만한 현상이기도 하다. 때문에 <적벽가>는 다른 네 바탕의 소리에 비해 판소리 무대에서 상대적으로 위축된 전승 과정을 거쳤고, <적벽가>의 창극화 작업 역시 활발하지 못했다. 이 러한 이유 때문인지 1934년 조직된 조선성악연구회 의 창극 활성화를 위한 이 말이 지듯마듯 뜻밖에 살 한 개가 피르르르 문빙 맞어 떨어지니 황개 화선 이십척 거화포 승기전과 때때때 나발소리 두리둥둥 뇌고치며 좌우각선 부대 가 <적벽가>의 눈대목이라 할 수 있는 적벽대전 의 일부이다. 짧은 사설의 내용 만 보더라도 영웅호걸들의 지략과 전쟁이 줄거리인 <적벽가>의 긴박함과 웅장 함이 잘 드러난다. 그러나 판소리 <적벽가>는 표면에 드러난 전쟁이야기에만 치중하지 않는다. 조조가 보더니 에께, 웬 놈이 저리 성하냐? 성허거든 회쳐 잡수시요. 네 이 놈! 그게 웬 말이고. 아, 승상님이 병든 놈은 대려 먹자기로 성한 놈은 회쳐 자 수시라 하였소. 적벽강 싸움에서 패한 후 도망치던 조조가 군사들을 점고하는 대목 중 전동달 이 들어오는 데 의 사설 일부이다. 전쟁에 내몰린 백성들의 고뇌, 그리고 자신 들의 처지를 규정지었던 지배집단에 대한 직접적인 저항이 잘 드러나 있다. 전 쟁이라는 표면상의 이야기에 그려지는 왕후장상들의 지략, 그리고 그 뒤에 깃든 민초들의 고뇌와 아픔이 적벽가의 이면 ( 面 )에 숨어 있는 것들이다. 이 중 후자 는 적벽가의 원전인 나관중의 연희소설 삼국지연의 의 내용에는 없고, <적벽가> 가 판소리화되는 과정에서 민초들의 심성이 적극적으로 개입이 되어 나타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적벽가>는 창극화되지 못했다. 단 1935년 이동백, 김창룡 등이 참여한 분창 형태의 폴리돌판 <적벽가>가 음반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이 후 1976년 박봉술 명창과 1987년 오정숙, 정권진 명창 등의 녹음이 전하지만, 이는 모두 특정부분을 다룬 것이며 온전한 내용을 갖춘 것은 아니다. 또한 근 래에 <적벽가>가 창극화되어 공연된 사례는 1985년과 2003년 국립창극단에서 기획한 것 뿐이다. 이처럼 <적벽가>가 창극화되어 무대에 오르지 못했던 이유 는 판소리 <적벽가>의 줄거리와 내용을 시각화하기 위해 요구되는 많은 출연 자, 대규모의 무대와 소품, 그리고 무엇보다 우조 중심의 남성적인 소리가 주를 이루는 판소리 <적벽가>의 음악적 내용 때문으로 여겨져 왔다. 지난 3월 30일부터 4월 2일까지 국립민속국악원 예원당에서 판소리 <적벽가> 가 창극으로 선보였다. 이 작품은 국립민속국악원이 그 동안 진행해 왔던 현 전 다섯바탕 판소리 창극화 의 획을 긋는 작품으로, 1998년의 <흥보가>, 1999 년의 <수궁가>, 2000년의 <춘향가>, 2002년의 <가왕 송흥록>, 2003년의 <심 청가>, 2004년의 <신판놀음>에 이은 7번째 창극이다. 1992년에 개원하여 1997 년 현재의 공연장과 체제를 갖춘 기관에서 10년이 채 안되는 기간 동안 이루 어낸 성과이니 그 의미는 더욱 크다. 그 동안 국립민속국악원이 선보인 창극 작품의 음악적인 묘미는 원전판소리에 14

14 충실한 소리와, 그 소리를 즉흥적이며 간결하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뒷받침했던 수성가락 이었다. 창극 <적벽가>는 이러한 기존의 성과를 충분히 수용하고, 나 아가 보다 치밀하고 완성도 높은 음악적 형상화를 모색하고 있었다. 그 첫 번째는 송판 적벽가를 음악적 토대로 두었으며, 그 집짓기의 주역이 중 요무형문화재 제5호 적벽가 보유자인 송순섭 명창이라는 것이다. 송순섭 명창 의 <적벽가>는 송만갑을 기점으로 박봉술 - 송순섭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송판 <적벽가>로, 우조 중심의 선율과 성음, 그리고 간결한 붙임새를 구사하기 때문 에 적벽가의 이면을 가장 적절하게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번째는 수성가락 에 충실한 반주 뿐만 아니라 극적 효과를 최대한 높이기 위한 음악적 개입이다. 판소리 본바탕에 근거한 작창 외에 새롭게 작곡된 관현 악곡과 효과음악이 극적 전개를 충실히 돕는다. 이러한 구성은 수성가락 이 갖는 창극적 매력은 물론 음향적 충만함, 그리고 최대한의 음악적 외형과 감성 의 발현을 돕고 있었다. 송판 적벽가에 뿌리를 둔 소리와 변용된 극소리의 적절한 조화, 수성가락과 관 현악이 조화를 이루는 음악, 대형무대에서의 다양한 무대 메커니즘, 송순섭 명 창의 작창, 박병도 교수 (전주대학교 연극영화과) 의 연출, 지원석의 작 편곡, 심인 택교수 (우석대학교 국악과) 의 지휘, 100여명에 달하는 국립민속국악원 단원 및 객원 출연진, 그리고 스탭진. 땀 흘려 준비한 이들과 객석을 가득 메운 모든 사 람들이 창극 <적벽가>와 함께 하는 감동의 주인공들이었다. 판소리 창극화 작업의 대미를 장식하는 국립민속국악원의 창극 <적벽가>는 재 미 없고 딱딱할 것 같은 판소리 <적벽가>의 선입견을 마치 재미있는 영화 처 럼 그려냈다. 하지만 여전히 이야기의 전달 즉, 서사적 전개에 중점을 둘 것인 가 아니면 판소리의 음악적 내용을 충분히 확보할 것인가? 판소리 <적벽가>에 서 보이는 음악적 표현의 상대적인 부족을 어떻게 창극에서 표현하며, 음악적 완성도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이상의 것들을 보다 간결하고 효과적으로 드 러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등등의 고민과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 국립민속국악원의 창극 <적벽가>는 판소리의 충실한 전승과 이를 통한 창조적 계승이라는 과제를 충실히 이행하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나아가 진행될 창극 공연 레퍼토리의 확장과 다양한 음악적 실험의 전형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15

15 교육강좌 ㅣ 2006 주말 가족 체험 프로그램 국악 테마여행 떠나자~ 소리여행! 국립국악원의 국악 테마여행 은 남원과 진도에 각기 위치한 국립민속국악원과 국립남도국악원을 방문하여 그 지역의 독특하고 특색있는 소리를 통해 가족 모두가 우리 전통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기획되었다. 2006년에는 5월에서 9월까지 총 4회의 국악 테마여행 을 떠나게 된다. 빠져들려고 했는데 결국에는 빠져들고 말 았다. - 이찬용 / 반포초 5학년 장소 및 기간 전남 진도 (국립남도국악원) 2박 3일 5.26 (금) ~5.28 (일) / 7.21 (금) ~7.23 (일) 전북 남원 (국립민속국악원) 1박 2일 6.24 (토) ~6.25 (일) / 9.23 (토) ~9.24 (일) 대상 및 인원 초등학생 포함 가족 단위 160명 (1회당 40명) 행사내용 국악 테마여행 은 1박 2일의 국립민속 국악원 (남원) 일정과 2박 3일의 국립남도 국악원 (진도) 일정, 두 가지로 나누어져 있다. 오전 9시 서초동 국립국악원을 출발하여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의 버스 안에서 배 우는 국악동요와 판소리부터, 국악원 견 학과 공연 관람, 전문가의 해설이 함께 하 는 유적지 견학, 국악원 앞 마당에서의 전 래놀이 등 다채롭게 구성된 프로그램으로 호평받고 있다. 1박2일혹은2박3일의짧은주말여행이 지만 빈틈 없이 알찬 프로그램으로 가족 들의 주말 문화 활동에 좋은 기회가 될 것 이다. 다음은 지난해 국악 테마여행 에 다녀온 가족들의 후기이다. 단순히 먹고 노는 여행이 아닌, 소리 라 는 테마를 가지고 가족과 함께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 정은경 / 박하람 엄마 주말이라 아빠도 부담없이 함께할 수 있 어서 기쁨은 두배 ^^ 음치에 졸면서도 따 라 부르던 아빠들의 모습이 입가에 미소 를 절로 짓게 합니다. - 엄상진 / 황준하 엄마 어린이와 어른들이 같이 노는 것이 참 즐 거웠습니다. - 변진욱 / 벌말초 4학년 차 안에서부터 분위기가 다른 여행. 안.. 국악강습, 공연관람, 유적지견학 등 국악체험 프로그램 신청 방법 행사일 4주전 국립국악원 홈페이지 (www. ncktpa.go.kr)에 세부일정 공지 후 3주전 접수 참가비 1인당 3만원 (1박2일), 5만원 (2박 3일) 문의 국립국악원 국악진흥과 이배원 , eric@ncktpa.go.kr 16

16 교육강좌 ㅣ 2006 주말 가족 체험 프로그램 토요 문화산책 현대미술과 전통음악 속 리듬 찾기 토요 문화산책 은 국립국악원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으로 기획한 주말 체험 프로그램이다. 토요 문화산책 의 2006년 주제는 예술 속 리듬 찾기 로 현대미술과 우리 전통음악이라는 타 예술 장르 간의 리듬 을 찾아보고자 만들어졌다. 가족이 함께 문화예술을 느끼고 체험하는 통합예술 교육의 현장. 그 현장속으로 떠나보자. 지난 3월 29일 오전 10시부터 접수를 시작한 토요 문화산책 (4월 7일 실시) 은불 과 7~8분 만에 신청이 마감되었다. 신 청 인원은 총 40명. 버스 한대로 국립국 악원과 국립현대미술관을 이동하기 때 문에 12가족만이 행운을 거머쥘 수 있 었다. 행사 당일인 4월 7일 (토) 오전 9시 20분. 국립국악원에 모인 가족들은 푸근해진 봄기운을 만끽하며 버스에 올랐다. 국립 현대미술관으로 가는 동안, 버스 안 가 족들은 오늘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소곤거렸다. 드디어 국립현대미술관 도착. 미술관 초입의 너른 마당에는 벌써 강사 2분이 기다리고 계셨다. 준비된 노란색의 교 제가 모두에게 돌아가고 드디어 예술 속에서의 리듬 찾기가 시작되었다. 우선 첫 작품은 잔디밭에서 외로이 서서 하늘을 향해 노래를 부르고 있는 거인 (조 나단 브로프스키의 노래하는 사람 )이었다. 자 무슨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일까? 가만 히 거인의 노랫소리에 귀기울여 보기도 하고, 흥얼흥얼 거인의 노랫소리를 흉내 내 보기도 하고. 이렇게 진지하게 하나 하나 작품들 속 리듬 을찾다보니벌 써 점심시간이 되었다. 미술관 구내식당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 은 가족들은 또 다시 버스를 타고 국립 국악원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전통음 악 속 리듬 체험 시간. 북채를 들고 사물북 체험 에 나섰다. 강사의 지도에 맞춰 신나게 한바탕 두들기자, 과중한 수업과 업무에 지친 아이들 그리고 엄 마, 아빠 모두 훨훨 날아갈 듯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다음은 퍼즐 장구 만들기 시간. 장구 의 퍼즐 조각을 맞추며 장구의 구조와 각 부분의 명칭과 역할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흥미만점의 시간이었다. 이어 국악박물관으로 이동하여, 3D 입 체영상물을 감상하고 다양한 국악기 전 시실도 관람하였다. 현대미술과 전통음악 속 리듬 을찾아 나섰던 짧은 여행. 여행을 마치고 돌아 가는 가족들이 하루 동안 찾아낸 생동 감있는 리듬 을 일상 속에서도 계속 이어가기를 기대해 본다. 17

17 국악박물관 둘러보기 11회 고금 ( 古 今 )의 음악을 연결해주는 근대 악보 10회 이왕직아악부의 명인 ( 名 人 )과 명기 ( 名 器 )-3 1회 전통예술의 소통 창구, 국악박물관 2회 궁중음악의 멋을 담은 악보, 대악후보 3회 과학과 예술의 결합, 편경 4회 춤과 잔치의 화려함을 되살리는 의궤 5회 명무의 숨결을 부르는 옷자락 6회 우리음악 지침서의 결정 ( 結 晶 ), 악학궤범 7회 이왕직아악부를 세상에 드러낸 음반 아악정수 8회 이왕직아악부의 명인 ( 名 人 )과 명기 ( 名 器 )-1 9회 이왕직아악부의 명인 ( 名 人 )과 명기 ( 名 器 )-2 12회 민속음악을 풍요롭게 한 한일섭의 산조아쟁 명무 ( 名 舞 ) 의 숨결을 간직한 옷자락 흰 저고리에 푸른 치마. 붉은 옷고름. 그 위에 미끄러지듯 흘러내리는 가사와 붉은 띠. 춤판에서의 흔들림을 뒤로 한 채 국악박물관 명인실 한쪽 진열장을 지키고 있는 이 승무복의 주인공은 벽사 ( 碧 史 ) 한영숙 ( 韓 英 淑 : )이다. 춤을 통해 세상을 보았고 춤 속에서 자신을 넣어 꽃 피웠던 한영숙의 삶과 예술 세계를 여행해 본다. 춤을 향한 발걸음 박정경 _ 국립국악원 학예연구사 1988년 10월 2일 우리 민족의 가슴을 뜨겁게 불살랐던 88올림픽의 폐막식에서 단아한 체구의 한 노 인이 10만 관중과 전 세계 TV의 전파를 사로잡았다. 흰 옷과 흰 수건의 눈부신 순수함. 그리고 조용히 허공을 갈랐다가 일순간 흩어지는 삶의 몸짓은 우리 민족의 근원적인 정서였고 한영 숙이 칠십 평생을 지키고 이어온 예술의 정점이었다. 한영숙이 태어난 곳은 충청남도 천안이었으나 그의 춤이 시작된 예술의 고향은 서울이 다. 한영숙에게 있어서 서울은 불우한 가정환경 탓에 몸과 마음이 황폐했던 어린 시절의 아픔을 딛고 안정과 국악박물관 명인실에 진열되어 있는 벽사 한영숙의 승무복. 활기를 찾게 해 준 마음의 고향이기도 했다. 이 곳에서 명무 ( 名 舞 )이자 명고수 ( 名 鼓 手 )였던 할아버지 한성준 ( 韓 成 俊 : 1875~1941)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춤에 대한 사랑을 싹틔우기 시작한 것은 한영숙의 나이 13세 때다. 예술에의 열정과 끼는 한영숙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었겠지만, 그가 천부적 재능을 보이거나 타고난 춤꾼의 기 질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던 듯하다. 처음 춤을 배울 무렵 한영숙은 백지상태에서 엄격하게 기본기를 다졌다. 단순한 동작을 끝없이 반복해야 하는 힘든 수련을 이겨내고 춤의 맛을 알게 되기까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과정의 중심에는 전통예술에 대한 남다른 애착과 굳은 의지를 지녔던 할아버지가 있었다. 2대를이은예혼 ( 藝 魂 )과열정 ( 熱 情 ) 한영숙은 한성준이 세상을 떠난 후, 그의 뜻을 이어받아 전통예술을 굳건히 지켰고 춤의 세계로 더욱 깊이 빠져 들어갔다. 해방 직전 일본의 탄압과 횡포가 극에 달했을 때에도 한복을 입고 우리 춤을 추었고 창씨 개명을 강요 받아도 우리 이름을 고집했다. 이 무렵 한영숙은 우리 춤의 대변자이자, 한성준의 분신이었다. 해방 후 잠시 환희에 젖었던 춤판은 곧이어 터진 한국전쟁으로 인해 깨져버렸고 전쟁과 남북한의 대립, 불안 한 정치상황은 춤을 비롯한 예술의 순수함과 자유를 지켜주지 못했다. 이 때에도 한영숙은 세파에 휩쓸리지 않았다. 정직하고 떳떳한 춤을 출 수 없다면 아무리 큰 공연이라도 거절했고 서울을 떠나 대구에서 5년을 지내 기도 하면서 혼란한 시기를 무사히 넘겼다. 서울로 올라온 뒤 한영숙은 비로소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한다. 숱한 고비를 넘기고 동료 국악인들과 힘을 합 18

18 쳐 전통예술을 일으키는 데 앞장섰다. 김소희와 함께 민속예술학원 을 운영할 때는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의 무관심에 심신이 고달펐지만, 그 때마다 자신과 제자들을 가르치던 할아버 지의 모습을 떠올렸다고 한다. 여전히 한성준은 한영숙의 마음 깊이 살아있었고 그의 예술혼 은 한영숙을 움직이는 힘의 원천이었다. 근대 춤을 재정립한 명무 한성준 순백의 몸짓으로 세계를 품다 이렇게 후진 양성에 주력할 무렵인 1962년 한영숙은 연륜과 삶의 굴곡 속에서 형성된 예술적 정서와 완숙된 기량을 바탕으로 해외에 우리 춤을 알리기 위한 삼천리 가무단 을 결성하였다. 중국, 일본 등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마친 후 1964년에는 미국에서 첫 승무를 추어 서양인의 감 성을 자극하기도 했다. 중동과 유럽에도 그의 춤 맛을 선사했다. 그렇게 순백의 우리 옷과 우리 춤으로 세계를 누비던 한영숙은 마침내 1988년 서울올림픽의 폐막 공연으로 세계의 이목을 우 리땅, 서울로 불러들였다. 한영숙은 1969년에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었고 이어서 1971년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40호 학춤의 예능보유자로도 선정되면서 우리 춤의 중심에 우뚝 서게 되었 다. 이는 오십 평생을 매진해 왔던 춤과 예술에 대한 보답이었다. 춤이 좋아서 고집한 외길 인 생, 그것은 우리 것을 지키고 이어가겠다는 뜻 하나로 격동의 세월을 넘어온 한영숙의 땀과 의 지가 결실을 맺은 셈이다. 1989년 4월에 한영숙은 고희를 맞았다. 잔치 끝에 흥이 오르자 한영숙은 제자들의 연주와 김소 희 명창의 즉흥 구음을 타고 여한 없는 살풀이를 추었다. 몇 달 뒤 그는 지병으로 생을 마감했 고 고희연에서의 춤은 그의 마지막 몸짓이 되었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자신은 물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깨끗이 씻고 털어내어 삶의 무게를 덜어준 한영숙의 춤을 잊 지 못할 것이다. 한영숙의 승무 승무복에 간직된 우리 춤의 원류 마지막 춤은 살풀이였지만, 한영숙이 처음 춤을 배울 때부터 훗날 춤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가 장 중요하게 생각하였던 것은 승무였다. 한성준에 의해 다듬어지고 한영숙이 전승한 승무는 경 기 승무의 원류가 되어 이매방에 의해 이어지는 호남 승무와 함께 민속춤의 백미로 손꼽힌다. 승무는 모든 전통춤의 기본이 된다고 할 만큼 다양한 몸짓과 다채로운 음악을 지녔다. 한영숙은 승무에 무념무상의 불가적 정신세계가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 발을 들어올리는 동작 만 해도 2년에 걸쳐 익힐 만큼 힘들게 수련한 기억과 함께 춤을 추면 출수록 빠져드는 깊은 맛 을 사랑했다. 그는 춤은 몸으로 추는 것이 아니라 넋으로 추는 것이다. 또한 뼈 마디마디에서 춤이 우러나와야 한다 고 강조하였다. 한영숙의 승무는 이러한 정신이 녹아들어 정갈하고 단 아하다. 이제 온기를 잃어버리고 빛바랜 승무복이 말한다. 나의 주인은 지고지순으로 춤을 사 랑하여 춤의 향기로 승화한 진정한 춤꾼이었다고. 다음 6월호에는 우리음악 지침서의 결정 ( 結 晶 ), 악학궤범 이 소개됩니다. 19

19 국악방송 ㅣ 우면골 상사디야 국악방송 우면골 상사디야 제작 현장에서 우면골 상사디야 는 매일 매일 생활 속의 시사를 풍자하면서 교양과 오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아보자는 취지를 갖고 출발한 시사오락 프로그램으로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생방송된다. 전성희 _ 국악방송 PD 생방송이 갖는 그날 그날의 속보성과 진행자의 따끈따끈한 생동감 있는 멘트, 애청자가 직접 전화로 참여해서 노래 자랑을 하는 등의 실감나는 현장감만큼이나 어려움이 많은 게 생방송이다. 진행을 맡은 김종엽씨는 연극무대와 마당놀이판에서 인간문화재 라 할 정도의 연기자이면서, 봉산탈춤 예능보유자 후보에 오른 우 리 전통예술과 함께 살아온 분이요, 함께 진행하는 김영화씨도 국 악방송과 KBS를 숨가쁘게 오가야 할 정도로 바쁜 방송인이면서 경기창, 대감놀이에도 능한 재주를 가진 분이다. 매일 생방송을 한 다는 것은 하루의 절반을 우리 국악방송에 바치는 것이기에 국악 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면 단 한달도 버틸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싶다. 또 국악방송 개국 이래 5년을 넘게 함께 해온 1등공신이 있다면 작 가 김병준씨라 할 것이다. 국악원과는 지난 1998년 10월 국내 최 초의 경서도 소리극 남촌별곡 의 대본을 쓰면서 인연을 맺게 된 작가 김병준씨는 매일 그날 하루 생활 속 화제가 되는 이야기들을 신문, 방송, 지방소식 할 것 없이 전반적으로 정보를 검색하여 원 고를 쓴다. 그런데 우면골 상사디야 는 그 살림살이가 만만치 않 아서 오프닝부터 국악꽁트 광대별곡, 사극코너 이때가 어느땐 고, 생활꽁트 운수대통사, 기획코너 라디오창극, 해학꽁트 놀보 가라사대, 전문가 초대석 우리집, 풍수인테리어 에다 청취 연출 : 전성희 진행 : 김종엽, 김영화 극본 : 김병준 시간 : 매일 정오 12:00~오후 2:00 자참여 노래자랑 까지 2백자 원고지로 치면 60매 이상의 원고 를 매일 매일 써야 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일로 이 또한 작가의 국 악사랑, 방송사랑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생방송 시작 약 30분전 이메일로 도착하는 원고는 어느 때는 절반까지 정도의 원고량이거 나 잘해야 3분의 2정도이다. 국악원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드시고 올라온 진행자 두 분께 1차 원고를 건네주고 난 다음 원고내용을 살피면서 선곡을 해야 하고 그 날의 코너에서 사용되는 효과음원 도 확인해야 하고 정말이지 눈이 핑핑 돌아가는 소리가 들릴 지경 이다. 시사꽁트 광대별곡 에선 요즘 전국적으로 한창 기승을 부리고 있 다는 문화재 도둑들이 호연정 문짝을 떼어갔네, 종실 재실의 문집 을 훔쳐갔네, 노래극으로 풍자를 하고 있는데 여기에 어떤 곡을 올 려야 제격일까? 현판을 떼어라 명필이니 떼어라 / 문집도 털어봐 민속화도 떼어라 / 땡잡았다 떼어라 튀어라~~? 이게 강원도 목도 소리제로 엮어진 소리꽁트인데 그 뒤에 어떤 음악을 붙여야 문화 재를 소중히 돌아보는 마음에 씨알이라도 될 수 있을까? 그래! 한 태주 작곡 고구려 벽화의 노래 가 있지. 이렇게 선곡을 마치고 나 면 어느새 생방송 현장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생활꽁트 운수대통사 에선 요즘 정치인도 흉내내고 나선 꼭지점 댄스 를 풍자하고 있다. 그런데 마지막 던지는 말이 좀 걸린다. 운 수대통으로 인도해 준다는 대통사를 찾아온 정치인이 꼭지점 댄스 를 색다르게 안무해 달라고 하면서 시작한다. 조언을 해주는 여소 장은 상의 단추를 다 풀어놓고 추라고 한다. 이에 황당해하는 정치 20

20 인에게 속이 보일수록 주민, 시민이 엄청나게 몰려든다는 소리에 정치인은 거침없이 상의 단추를 풀고서 아자,아싸 꼭지점 댄스 를 추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몰려들자 좋아하는 정치인이 외치기 를 바지 단추도 풀어? 말어? 자, 과연 이 말을 살려야 하나 죽여 야하나? 풀자! 로 외쳤다면 선정적 선동의미가 있고 정치인 비하 수위가 높은 데 마지막 풀어? 말어? 에 묘미가 있다고 판단해서 큐싸인을 낸다. 평생을 다져온 연기력에 국악 전반을 섭렵하여 두둑한 자산이 넘 치는 김종엽, 김영화 두 진행자의 신바람 난 연기와 창과 성대모사 등이 정신없이 흘러간다. 참으로 방송계의 보물이 아닐 수 없다. 가 동네명창 수준을 넘은 준 명창급 소리를 듣다보면 이런 솜씨는 전국으로 울려 퍼져야 하는 건데. 우리 국악방송 전국화는 언제 나 되는 걸까? 애청자의 흐드러진 노래 솜씨가 아까워 한숨을 쉬 기도 한다. 한동안 한의사를 모시고 건강보감 코너를 진행해 오다 4월 개편 부터 수요일이면 풍수인테리어 전문가를 모시고 생활 속의 풍수, 건강과 생체리듬을 살리는 현대적 의미의 생활 풍수 이야기를 전 하고 있다. 우리 우면골 상사디야 애청자 여러분께 마음 속 명당 을 선사하는 마음으로. 매주 금요일에는 애청자 노래자랑 코너가 있는데 두 분이 참여하 는 이 자리에 신청자 전화가 정신없이 울릴 때면 콧노래가 절로 나 온다. 주부도 민요 한 곡, 아저씨도 판소리 한대목, 기사님도 타령 한 곡조 하시는데, 아니 정말 국악이 이만큼 우리 생활 곁으로 다 가서고 있다는 것인가? 놀랍고 반갑고 고맙기까지 하다. 잘하거나 못하거나 자기 흥에 겨워 부르는 그 자연스러움이 좋다. 어느 날인 매일 매일 작가는 새벽부터, 진행자는 하루의 절반을, 제작진은 생 방송에 긴장하면서 열린 창문 틈새로 스며든 나무향 진한 산소처 럼 이 땅에 국악이 울려 퍼질 그 날까지, 전국 방방곡곡으로 날아 가 친구가 될 그 날까지, 우면골 상사디야 는 계속될 것이다. 다음 6월호에는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방송되는 우리마음 우리음악 이 소개됩니다. 국악방송 프로그램 편성표 서울, 경기 지역 99.1Mhz, 남원 지역 95.9Mhz 인터넷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방 송 시 간 월 화 수 목 금 토 일 05:04~07:00 솔바람 물소리 진행_ 윤서연 07:00~09:00 창호에 드린 햇살 진행_ 구영희 09:00~11:00 음악 감상실 진행_ 유은선 유영대의 판소리 여행 진행_ 유영대 11:00~12:00 국악이 좋아요 진행_ 유경화 전통의 향기 진행_ 박칼린 12:00~14:00 우면골 상사디야 진행_ 김종엽 김영화 이정일의 우면골 일요마당 진행_ 이정일 14:00~16:00 우리마음 우리음악 진행_ 최영미 김호성의 음악박물관 진행_ 김호성 16:00~18:00 이 땅의 오늘 음악 윤중강입니다 진행_ 윤중강 국악은 내 친구 진행_ 박경호 18:00~19:30 박상언의 문화 사랑방 진행_ 박상언 김일륜의 우리소리 사랑방 진행_ 김일륜 19:30~21:00 FM 국악당 진행_ 현경채 21:00~22:00 FM 국악특강 진행_ 국악 전문가 22:00~23:00 이금희의 음악 편지 진행_ 이금희 23:00~01:00 이 땅의 오늘 음악 윤중강입니다 진행_ 윤중강 이정일의 우면골 일요마당 진행_ 이정일 01:00~03:00 음악 감상실 진행_ 유은선 유영대의 판소리여행 진행_ 유영대 03:00~05:00 우리마음 우리음악 진행_ 최영미 김호성의 음악박물관 진행_ 김호성 생방송 / 녹음방송 / 재방송 21

21 영화로 간 국악 ㅣ 무릎과 무릎사이 전래 ( 傳 來 )와 외래 ( 外 來 ), 그 사이에서 길을 잃다 국악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주인공인 한국영화가 있다! 한국의 국민배우라고 하는 안성기가 주인공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1984년 에 상영된 이장호 감독의 무릎과 무릎사이 는, 한국영화에서 국악과 대학생이 주인공인 거의 유일한 영화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전통 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을까? 전통음악과 국악인에 대한 왜곡은 없는가? 윤중강 _ 음악평론가 무릎과 무릎사이 는 1980년대 당시, 한국사회의 개방적인 성풍속 도 ( 性 風 俗 圖 )를 다룬 작품이다. 이 영화에는 음대생 세 명이 등장한 다. 각각 국악과 (조빈), 기악과 (자영), 성악과 (수일) 에 다닌다. 당시 영화 카피에서는 이들을 각각 진실한 남자, 새로운 자극, 완전한 육체 라는 수식하고 있다. 대금을 전공하는 조빈 (안성기) 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전통한옥에서 생 활한다. 그는 유행과 추세에 무관하다. 사랑하는 대상에 대해 지고지 순하다. 그의 여자친구가 자영 (이보희) 이다. 플루트를 전공하는 그녀는 성적인 억압에 시달린다. 결벽증이 심한 어머니는 늘 딸에게 순결을 강조한다. 성악과 (테너) 에 다니는 수일 (임성민) 은 놀고 즐기는 쾌락을 쫓 는다. 도시 중산층의 젊은이의 모습을 대변하는 그를 가리켜, 당시 표현으로 빌리면 압구정동 오렌지족 이 될 것이다. 이들은 청평에서 열리는 썸머뮤직캠프에 참가한다. 여기서 수일은 자영의 무릎을 건드리면 성적인 환상에 사로잡힘을 알게 된다. 어 린 시절, 자영이란 소녀는 외국인 선생에게 플루트를 배웠다. 그 때 선생은 잘 따라 배우는 모습이 귀여워, 소녀의 무릎에 입을 맞 추었다. 이 장면을 목격한 어머니는 어린 소녀를 심하게 야단치며 구타했었다. 이 영화는 제목에서부터 감지되듯, 매우 자극적인 영 화다. 카메라는 종종 관음증의 시선에 사로잡힌다. 결국 영화는 여 주인공 자영을 만신창이로 만들어 죽음에 이르게 한다. 자살을 선 택한 자영은 회생하게 되고, 정신과 의사 (감독이 직접 분함) 는 그녀의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한다. 본인보다는 오히려 우리 사회에 잘못 이 많습니다. 우리 한국인에게 맞지 않는 서구식 생각이나 생활 때 문에 우리 모두는 열병을 앓고 있는 거죠. 영화의 마지막은 자영이 병원에서 퇴원하는 장면. 자영이 병원 밖 으로 나왔을 때 단정히 정장을 한 조빈이 서 있다. 그의 반가운 미 소에, 그녀는 흐르는 눈물을 보인다. 이 영화에서 국악을 전공한 조빈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을 까? 대학 캠퍼스에서 생활 한복을 입고 있는 조빈은 태극선 (부채) 까 지 들고 있다. 여자친구는 그의 별명이 골동품 임을 상기시켜 준 다. 그는 양복을 입어도, 흰색 셔츠에 까만색 바지로 일관한다. 거 기에 검은색 뿔테안경도 종종 쓰고 있다. 이것은 자영 혹은 수일의 유행을 따른 화려함 혹은 도시적인 세련됨과 비교된다. 영화에서 조빈의 집은 전통이 숨 쉬는 공간이다. 늦은 밤, 거문고와 대금이 울려퍼진다. 어머니는 대청마루에서 거문고산조를 타고, 아 들은 쪽마루에서 정악대금을 분다. 그는 세모시로 된 바지저고리를 입고 있다. 그는 이런 복장으로 치한에게 성폭행을 당하게 된 자영 을 구해주러 파출소에 간다. 모자 ( 母 子 )는함께 판소리 감상회 도 동행한다. 거기서 춘향가 중 의 한 대목을 듣는다. 충신 ( 忠 臣 )은 불사이군 ( 不 事 二 君 )이요, 열녀 ( 女 ) 는 불사이부 ( 不 事 二 夫 )라. 춘향가 중에서 유교적 도덕관이 가장 드 22

22 러나는 대목을 영화는 담고 있다. 최승희 명창의 소리에, 김득수 명 고의 장단이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명창도 고수처럼 처음부터 끝까 지 앉아서 소리를 일관한다는 점이다. 소리꾼은 서고, 북재비는 앉 는 전통적인 판소리의 연행방식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아서 좀 아쉽 다. 하지만 지금은 고인이 된 판소리고법 ( 鼓 法 ) 예능보유자 (인간문화재) 였던 김득수 선생 (1917~1990) 을 영화를 통해 함께 한다는 것은 기쁨이 다. 진도 출신으로 젊은 시절 국창 송만갑에게 소리를 배우기도 했 으나, 목이 상해서 소리를 그만두고 북을 잡았다. 중년 이후에는 박 동진 명창과 짝을 이루어서 많은 공연을 했다. 영화 무릎과 무릎사이 는 이렇게 나름대로 전통적인 이미지를 영 화에서 담아내려 힘을 쏟고 있긴 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흠은 전통과 현대, 혹은 한국과 서양을 대비시키는 방식이 선악적 인 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조빈네 가정에서 부친의 기일에 제사를 지낸다. 안방에는 대나무가 그려진 팔곡병풍 ( 八 曲 屛 風 )이 드리워져 있다. 이런 장면은 자영의 남 동생이 무도장에 현란한 사이키텔릭 조명을 배경으로 춤 연습을 하 는 장면과 선후관계를 이룬다. 이 영화는 조빈의 입을 빌어서 당시 마이클잭슨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팝문화를 이렇게 얘기한다. 지금도 전통예술을 하는 사람이 조빈처럼 서구문화 혹은 대중음악 을 바라보는 것은 아닐까? 맞다. 전통과 서구를 적대적인 관계의 이분법으로 도식화시킨 것 이 영화의 한계다. 하지만 진정 영화만을 탓할 수만은 없을지 모른 다. 한국의 1980년대가 이렇게 흑백논리에 의해서 좌우된, 그렇지 않은 사람은 회색분자로 치부했던, 그런 시대였는지도 모른다. 이 영화의 제목은 무릎과 무릎사이 지만, 내겐 이 영화가 도발과 도덕 사이 혹은 외래 ( 外 來 )와전래 ( 傳 來 )사이 에서 길을 잃고 헤매 는 모습이다. 이 영화는 이른바 여성을 대하는 태도가 1980년대에 유행했던 이른바 토속적 에로물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단지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당시로선 세련된 영상으로 포장하고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외래와 전래 사이 에서는 해답을 찾지 않 으려는 점이다. 영화는 서구적인 것과 전통적인 것을 갈등으로만 보고 있다. 그리고 전통적인 것만이 참 ( 眞 ) 이라고 역설한다. 언뜻 보면 국악을 하는 입장에선 기뻐해야 할 것 같지만, 앞서 말했듯, 국악을 하는 사람의 닫힌 사고라는 또 다른 왜곡을 만들어내고 있 는 것이다. 자영 : 내 동생은 자신을 마이클 잭슨으로 착각하며 산다. 조빈 : 나는 마이클 잭슨을 보면 겁 난다.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한 세 기말적인 모든 것의 선봉장과 같다. 자영 : 마이클 잭슨에게도 귀여운 구석이 있지 않은가? 말썽꾸러기 요 정같다고나 할까! 조빈 : 요정인지 악마인지 모르지만, 분명 우리에게는 달갑지 않은 친 구 다. 자영 : 쳇, 누가 자기 별명 모를까봐. 골동품, 좀 진보 ( 進 步 ) 좀해라. 조빈 : 내가 고리타분할지 모르지만, 된장 맛이 싫증도 안 나고 오래가 는 법이야. 물론 자영의 얘기처럼, 서구화가 곧 의식의 진보라는 건 아니다. 전통은 지키는 것은 좋지만, 외래문화에 대해 닫혀있는 게 문제다. 이 영화가 전통을 담아내려 했던 것은 좋지만, 전통음악을 하는 젊 은이를 그려낸 것은 현실감이 떨어져 보인다. 더불어 주인공은 타 ( 他 ) 장르에 대해서 평가가 아닌, 폄하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혹시 이 영화의 제목에 사이 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나 는 사이 란 말을 좋아한다. 문화를 발전시키는 사 람들은 이런 사이 를 연결해주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낸다. 국악과 양악 사이, 전통과 현 대 사이, 순수와 대중 사이를 보면, 우리 문화의 새로운 갈 길이 보인다. 우리에겐 또한 사이시옷 (ㅅ) 이있다. 두개의 단어가 어울려 합성 명사를 이룰 때, 앞 말에 받치어 적는 시옷 (ㅅ) 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두 개의 서로 다른 것을 부드럽게 연결해준다. 사이시옷은 또 사람 인 ( 人 )이란 한자와도 닮았 다. 사람이 사람과 기대고 있는 모습이다. 문화 도 마찬가지다. 문화는 문화와 만나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거듭난다. 사람과 사람사이 혹은 문화와 문화사이 를 꿰뚫는 영화가 보고 싶다. 23

23 국악기 조선시대 악기조성청 조선시대 궁중음악기관인 장악원을 계승하고 있는 국립국악원에는 조선시대 여러 시기에 걸쳐서 만들어졌을 편종과 편경의 여러 편이 전하고 있다. 이 곳 국립국악원에서 악기연구소를 출범하면서 기념 자료집을 출판하고 세계를 향한 이 시대의 악기조성청 이라는 말을 썼다. 그렇다면, 조선시대에 악기조성청은 어떤 일을 하는 기관이었을까? 서인화 _ 국립국악원 학예연구사 규장각에는 악기조성에 관한 일종의 사업경과서인 악기조성청 의궤가 3권을 전하고, 조선왕조실록 등에 악기조성청에 관한 기 록이 있다. 이에 따르면 악기조성청은 나라에서 사용하는 악기를 대대적으로 제작할 필요가 있을 때 이 일을 수행하기 위하여 설 치하는 임시관청이었으며, 악기도감이라고도 했다. 아악을 정비하고 편종과 편경 등 아악기를 주체적으로 제작하 기 시작한 세종대에 악기도감이 설치되었다. 또한, 악기가 불타 서 다시 제작해야 할 경우에도 악기조성청을 설치했는데, 예를 들면 창덕궁 인정전의 불타버린 전정 헌가악기를 제작하면서 인 정전 악기조성청을 만들었다. 인정전악기조성청의궤 (영조11년, 1745)에 의하면 임시기관이었던 악기조성청에는 지금의 국립국악 원 원장에 해당하는 장악원 제조와 예술감독에 해당하는 전악을 비롯하여, 현재 문화관광부에 해당하는 예조, 그리고 호조, 공조, 병조 등 여러 부서의 관리가 관여했다. 영조실록 권54 (17년 7월 17일 기묘) 에 의하면, 영조가 음률에 밝은 악기조성청 직원을 불러 악률의 차례를 질문하고 계축 ( 癸 丑 )이라 는 간지가 새겨진 옛 경 ( 磬 )을 관람했는데, 편경의 가장 높은 음인 청협종 ( 淸 夾 鍾 )의 곁에 그 경을 걸어 두고 장악원 전악 ( 典 樂 )에게 치 게했다. 악기조성청의 악기 제작에는 많은 장인들이 참여했다. 쇠붙이 를 다루는 야장, 경석을 캐는 석수와 경석을 가는 마조장, 악기의 틀을 짜는 목수, 나무틀을 조각하는 조각장, 가죽으로 북을 만드 는 고장, 그림을 그리는 화원, 줄을 꼬아서 고리를 만드는 관자장 등 다양한 장인들이 함께 했다. 이러한 장인의 종류를 보면 악기 악학궤범 에 수록된 편종 그림 24

24 인정전악기조성청의궤 에 수록된 악기 그림 제작 작업이 지금보다 더 세분화되어 있었던 것 같다. 인정전 악 기조성청의 경우, 1744년 10월 20일부터 이듬해 5월 15일까지 이루어졌는데, 동절기에 약 2달간을 쉬었으니 동시에 여러 악기 에 대한 작업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인다. 이렇게 해서 인정전 악기조성청에서 만든 물건은 편종, 편경, 건고, 응고, 삭고, 어, 축과 같은 아악기, 휘와 조촉과 같은 의물 과 뒤주와 궤짝 등 보관함이다. 인정전악기조성청의궤 에는 이 러한 물건을 만들기 위해 수레로 나르는 일이나 사람을 불러올리 는 행정적인 일, 그리고 악기 재료와 숫자, 관리와 장인의 급여가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또한, 인조실록 25년 (1647) 기 록에 의하면 악기도감에서 제사 복식도 만들어 서, 악기도감에서 의물과 복식 제작을 포 함한 종합적인 제작 작업이 이루어졌음 을 알 수 있다. 이밖에 악기조성청은 숙 종3년 (1710) 에도 설치되었다. 이후, 정조 1년 (1777) 에는 경모궁악기 조성청의궤 를, 순조 4년 (1804) 에는 사 직악기조성청의궤 를 만들었다. 정조가 즉위하자 참혹하게 죽임을 당한 아버지 사도세자의 혼령을 위로하기 위하여 경 모궁을 세우고, 대제를 거행하고자 악 기 및 복식을 제작하기 위해 악기조성청 을 설치했다. 각종 악기의 제도가 악학 궤범 에 실려 있으나 장인들이 이를 살 악학궤범 에수록된 편경 그림 리지 못할 것을 염려하여 영조대에 만들어진 황단 ( 皇 壇 )의악기중 에서 골라 거기에 준하여 조성하도록 하였다. 경모궁제례악에는 향, 당, 아악기가 모두 사용되므로 가야금, 거문고, 당비파, 당적, 편종, 편경 등 제반 악기가 조성되었다. 사직악기조성청은 1803년 토지와 곡식의 신에 대한 제사인 사 직제에 사용되는 악기를 넣어두는 창고에 불이 나서 악기와 관 복을 제작하기 위해 설치되었다. 이때 사업경과서인 의궤를 만 드는 의궤청을 장악원에 두고, 만들어진 의궤는 예조와 장악원 에분상 ( 分 上 )하였다. 이러한 조선시대 악기조성청의 전통을 이어 국립국악원에 설치된 악기연구소에서는 이러한 악기 의 역사적 연구에서부터, 21세기 과학을 이용한 악기에 대한 음향학 및 재료공학적 연구, 이 시대에 맞는 신악기 개발을 비롯하 여, 국악기 보급, 확산을 위한 표준화 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업을 수행하려 고 한다. 조선시대 의궤처럼 충실한 사 업경과서를 남기는 일, 악기제작 장인 들과 협력하여 악기산업이 진흥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일, 그리고 악학 의 종합판인 악학궤범 이나 의궤에는 생략된 악기 제작 방법과 과정을 여러 매체로 기록하고 후세에 계승될 수 있 도록 하는 일도 악기연구소의 역할 중 하나이다. 25

25 전통건축 사찰 말 을 접 고 마 음 을 여 는 곳 5월 서산 개심사 _ 말을 접고 마음을 여는 곳 6월 충주 미륵대원 _ 폐허가 주는 가르침 7월 창녕 관룡사 _ 산은 병풍이요, 법당은 배다. 8월 남원 실상사 _ 선문구산의 호쾌함 전통건축 에서는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김동욱 교수(경기대학교 건축 공학과)의 궁궐 편이 소개되었다. 경복궁 근정전을 시작으로 하여 창경궁 홍화문, 창덕궁 연경당, 후원 등 우리나라 궁궐의 수려함 을 돌아보았다. 이번 5월부터 8 월까지, 4개월간은 사찰 편으 로 김봉렬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 과)가 서산 개심사, 충주 미륵대 원, 창녕 관룡사, 남원 실상사를 차례로 둘러볼 것이다. 김봉렬 _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교수, 문화재위원 김영민 _ 사진 중국 당나라 때, 깨달음의 위대한 스승으로 조주선사가 있었다. 한 제자 승려가 조주에게 물었다. 부처님의 법은 무엇입니까? 조주는 눈을 들어 창밖의 뜰을 쳐다보고 말했다. 뜰 앞의 잣나무다. 이 화두에 그 제자가 깨달음을 얻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단지 진리란 특별하고 거창한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 주변 사소한 데 있으며, 맑은 마음으로 일상 속에 있는 진리를 발견하고 깨달음을 얻으라는 충고쯤이 아닐까? 이런 게 선(禪)일까? 조선시대의 불교는 기본적으로 선불교였고, 문자를 통한 경전 해석을 주로 하는 교(敎)불교는 극히 보조적인 위치였다. 따라서 조선조의 사찰건축은 당연히 선의 방법론과 선적 사고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터인데 아직도 그 실체를 알기는 커녕, 실마리도 잡기 어렵다. 도대체 어떤 건축이 선의 건축물일까? 선적 세 계가 실체화된다면 과연 어떤 공간이 될까? 말이나 글로 설명할 수 없는 불립문자(不立文字)인 선을 건축으로 설 명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헛된 것인지 어렴풋이 눈치 챘지만, 기어코 그 구체적인 사례를 찾아내려는 나 역시 어리석은 범부임에 틀림없다. 26

26 충남 서산 운산면 신창리 골짜기에 개심사가 있다. 마음을 여 는절 이라는 이름 때문일까? 아니면 그 범상하면서도 평범치 않은 건 축 때문일까? 언제부턴가 개심사에 갈 때마다 이 절에서는 선의 냄새 가 난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산 속을 올라가는 고적한 계단 길에서, 소 리 없이 자리 잡고 있는 법당 앞마당에서, 무엇보다도 절 전체의 고요 함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른다. 아직도 뚜렷이 어떤 부분이라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개심사가 위치한 서산 운산면 일대는 백제 때부터 불교의 중요 한 통로였다. 인근에는 백제의 미소 로 유명한 서산마애삼존불과 통 일신라때 큰 사찰이었던 보원사 터가 남아있다. 백제에서 바다 건너 중국으로 향하던 항구가 서산만 일대에 있었으며, 운산면 일대는 그 육지로 연결되는 중요한 교통로였고, 중국과 한국의 불교는 이 길을 통해 서로 교류했던 것이다. 개심사 역시 백제 때 창건된 절이라고 전 해진다. 그러나 백제 때의 흔적을 알 수 있는 유물은 없다. 오랜 세월 의 세탁 때문이리라. 백제가 망하고 신라와 고려의 긴 세월을 거치면서도 개심사의 법등은 꺼지지 않았는데, 조선조 성종 때인 1475년 어처구니 없는 실 수로 개심사는 불에 타 없어지고 만다. 김서형이라는 양반이 절 뒷산 인 가야산에서 사냥을 하다가 산불을 일으켜 온 산과 절이 타버린 것 이다. 곧바로 복구 작업이 시작됐으나, 한창 숭유억불정책이 기승을 떨치던 때라 중창불사는 여의치 않았다. 10년 후인 1484년에야 비로 소 지금의 대웅전이 세워져 현재까지 이른다. 그 후 전국토를 초토화 시킨 임진왜란의 참화가 용케도 이 절을 피해가서, 임진왜란 이전의 법당 건물로는 열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오래된 건물로 보물 143호로 지정되어 있다. 절 전체의 모습도 이 당시의 것으로 매우 귀한 사례가 된다. 울창한 소나무 숲 (순 한국 소나무를 만날 수 있는 희귀한 숲 중 하나이다.) 사이로 무심하게 놓여진 계단들이 보 이고, 이 계단 길을 따라 몇 굽이 산 위로 오르면 드디어 개심사 종각 앞에 다다른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입구 시작점과 여기까지 그다지 먼 거리는 아니다. 경사가 급한 것도 아니어서 지름길을 낸다면 한 3분이면 올 수 있는 길인데, 서너 번의 굽이를 따라 오면 10여분의 거리다. 일부러 길을 늘이고 펼쳐놓은 것이다. 이 늘임과 펼침은 절에 도착해서도 계속된다. 절로 올라가려면 길이는 짧지만 옆으로 긴, 마치 직사각형 강과 같은 연못을 건너야 한다. 일설에는 뒷산 가야산의 불교적 이름은 코끼리 임금 이란 뜻의 상 왕산이고, 그 코끼리가 마실 물을 담기 위해 이 연못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처럼 옆으로 긴 연못은 다 른 어느 절에서도 볼 수 없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일부러 옆으로 길게 늘여놓은 것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연못을 건너면 또 하나의 무심한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계단이 끝날 무렵, 계단 가운데에 느닷 없이 벚나무 한 그루가 서있다. 그 나무 왼쪽을 돌아 오르면 조그마한 해탈문에 이르고, 그 문에 들어서면 비 로소 대웅전 마당에 닿는다. 그러나 벚나무 오른쪽으로 돌아 동쪽으로 가면 좁은 길을 통해 승방을 거쳐 명부 전에 다다른다. 전혀 예상치 못한 풍경이며 장소에 온 것이다. 흐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길은 명부전 옆 의 또 다른 승방을 지나 산 위로 연속되는데, 그 산길의 끝에는 작은 산신각이 자리 잡고 있다. 입구에서부터 계속된 긴 산길과, 옆으로 늘려진 긴 연못과, 대웅전-명부전-산신각을 잇는 펼 쳐진 배치들. 지름길을 거부하고 효율을 무시하며 늘어진 여유와 느린 생각들을 통해 자연과 일상을 접하면서 어떤 깨달음에 이르라는 옛 스승들의 배려가 아닐까? 27

27 또 다른 제자가 조주에게 물었다. 개에게도 불성(佛性)이 있습니까? 조주는 단호히 말한다. 없다(無). 선가에선 유명한 무(無)자 화두이다. 세상 미물에도 다 불성이 있다고 했는데, 조주는 왜 개에는 없다고 했을까? 이렇게 어리석게 반문하면 영원히 깨달음에 이를 수 없다고 했다. 어쨌든 선가의 건축은 없 음, 또는 비어있음과 통한다. 모든 상념과 욕망을 끊어버리는 곳이 선이라 했으니, 온갖 장식을 통해 아름다워 지려는 욕망을 버린 건축이 선의 건축과 통하리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개심사 대웅전의 마당이 바로 그렇다. 마당 앞에는 안양루가 서있다. 절 앞에서 보면 이 건물은 정말 누각 같이 보인다. 높은 축대 위에 놓여 마치 2층집과 같은 착시를 일으킨다. 그러나 마당 안으로 들어서 면 안양루는 사라지고 마당 면에 잇닿아 펼쳐진 마루면만 나타난다. 안양루는 말만 누각일 뿐, 지붕 덮인 마당 에 불과하다. 안양루라는 건물은 지붕 덮인 마당을 만들기 위한 껍데기일 뿐이다. 건물은 사라지고 빈 공간만 남는다. 앞의 안양루와 뒤의 대웅전, 그리고 양옆의 승방들이 감싼 마당은 외부공간이 아니라 지붕 열 린 방과 같이 작고 콤팩트하다. 건물들을 배치하다 남은 곳이 마당이 아니라, 애초부터 이 빈 마당을 만들기 위해 건물들을 세운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다. 얼룩말(일명 줄무늬말이라 부르는 zebra)은 흰 말에 검은 줄을 그은 것인 가, 아니면 검정말에 흰 줄을 그은 걸까? 개심사 마당을 보면서 건물들과 마당의 관계를 생각하면 바로 얼룩 말에 대한 의문과도 같다. 비어있는 마당이 주인인 건축. 유형적인 것은 부수적이고 무형적인 없음과 비어있 음이 주체인 건축, 그래서 조주는 없다(無)라고 했을까? 28

28 또 한 분의 선지식인 덕산선사에게 제자가 물었다. 마음이란 도대체 뭡니까? 덕산선사는 대답 대신 몽둥이를 들어 그 제자를 흠씬 두들겨 팼다. 그때 제자는 마음의 큰 깨달음을 얻었다. 지금이라면 폭력교사나 미친 개로 고발당했을 행적이다. 덕산은 생각했을 것이다. 이 놈은 어 떤 말로도 깨닫기 어렵다. 파격적인 충격을 주자. 큰 스님들의 이러한 파격적인 행동은 깨달음으로 얻은 자유 이다. 진리에 이르는 길은 하나가 아니요, 정해진 것도 아니다. 어떤 규범과 제도에도 속박되지 않는 자유로 움. 그것이 선의 경지일 것이다. 개심사의 여러 건물을 보면 건축적 파격과 자유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대웅전 우측에는 심검당이란 승방이 있다. 마음의 칼을 찾는 집 이란 뜻의 이 집은 매우 정갈하게 다듬어져 있는 승방부분과, 마구 휘어지고 비틀린 기둥과 보로 엮은 부속 건물로 이루어졌다. 하나의 건물이 이렇게 다른 부분들로 만들 어져도 될까 싶게 상식의 틀을 깨는 건물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휜 목재로 만들어진 부속부가 규격적인 목재 의 주요부보다 더 주인 같아 보인다는 사실이다. 따지고 보면, 길게 펼쳐진 길과 절의 배치도, 비어있는 안양 루와 마당도 모두 파격적이고 자유로운 발상이었다. 선이란 무엇인가? 부처의 마음이라고 했다. 부처의 말씀은 교가 되어 논리로 이해되었고, 마음은 선이 되어 논리를 초월한 곳에서 전해졌다고 한다. 개심사 건축을 논리적인 학설로 설명하기는 어 렵다. 논리와 분석과 말을 접고 일단 느낌과 마음을 열어보자. 그러면 조금은 보이지 않겠는가. 다음 6월호에는 충주 미륵대원 _ 폐허가 주는 가르침 이 소개됩니다. 29

29 국악원의 발자취 1. 건원 ( 建 院 ) 1,400년의 의미 2. 이왕직아악부의 활동 3. 아악원 국영에 관한 청원과 국립국악원 개원 4. 운니동 청사와 국악기 개량 5. 장충동 청사와 완창 ( 完 唱 ) 완주 ( 完 奏 ) 전통 6. 예악당 우면당 별맞이터 7. 공연으로 풀어보는 국립국악원의 역사 8. 연주단 이야기로 엮는 국립국악원의 역사 9. 한국음악 관련 자료 발간 10. 국립민속국악원 11. 국립남도국악원 12. 국립국악원이 열어갈 미래 1967년 12월 9일 국악사양성소 준공식. 국립국악원은 국립극장이 세워지는 1973년까지 이 건물을 양성소와 함께 사용했다. 장충동 청사와 완창 ( 完 唱 ), 완주 ( 完 奏 ) 전통 김경희 _ 국립국악원 학예연구관 황량한 장충동 산14의21번지 1967년 12월 9일, 정부가 추진하는 종합민족문화센터 5개년 계획의 첫 번째 계획에 의해서 국 립국악원 부설 국악사양성소 건물 이 준공되었다. 건평 570평에 지하 1층과 지상 2층으로 지 어진 이 학교 건물에는 교실 7실과 연습실 10실 그리고 강당 하나가 마련되었다. 그런데 종합 민족문화센터 건립 계획의 제2차 년도에는 국립극장, 예총회관, 국립중앙도서관, 국립현대미술관, 세종대왕기념관 등이 차례로 착 공될 예정에 있었다. 그리고 국립국악원은 대극장을 사용하기로 계획된 국립극장과 함께 소극장을 전용무대로 하여 1973년에 들어 서기로 계획되었다. 따라서 국립국악원은 국립극장이 지어지면서 같은 시기에 옮겨도 되는 일이었으나 당시 홍종철 장관은 이전을 독촉하였고, 국악원 직원과 악사들은 상수도 시설은 물론이고 기반 시설도 없이 황량한 산기슭에 건물 한 동만 지어진 국악사양성소 의 건물을 양성소와 함께 사용하였다. 현재는 국립중앙극장 별관 (영상물 등급위원회) 으로 활용되고 있다. 30

30 완창( 完 唱 )의 기원을 열다 장충동으로 이전한 다음해인 1968년 9월 30일에 국악계를 뒤흔드는 사건이 일어난다. 국립국 악원 국악사인 박동진 명창이 국립국악원과 유엔군 사령부방송 (VUNC) 공동 주최로 열린 제5회 방송의 날 기념 공개녹음방송을 국립국악원 연주실에서 가지면서 판소리 <흥보가>를 5시간에 걸쳐 완창한 것이다. 이 녹음방송은 이전까지 토막이나 대목으로만 부르는 것으로 여겼던 판소 리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완전히 뒤집는 획기적인 시도였다. 박동진 명창은 그 다음 해인 1969년 5월 20일에는 서울신문사 특별후 원의 두 번째 완창공연으로 판소리 <춘향가>를 8시간에 걸쳐 국립극장에서 가졌다. 휴식시간도 없이 전곡을 이어 부르는 이러한 완 창 기록은 판소리 무대사상 최장의 기록이며 세계적으로 처음 있는 일 이었으며, 오늘날 당연시하는 완창판소리 공연의 전통과 판소리 연구의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국립국악원은 새 시대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할 새로운 국악의 창조 갈망에 부응하여 김기수 신국악에서 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음악인 신국악 의 흐름을 이어, 1972년 김기수가 국립국악원 원장으 창작국악으로 로 취임하면서 창작국악 에 주력한다. 이전까지도 국립국악원의 연주곡목에 창작국악이 함 께 편성되어 있었으나, 1974년 7월 26일 한국음악창작발표회 가 처음으로 시작되면서 창작 국악의 본격적인 발굴이 시작된 것이다. 사실상 신국악 에 대한 발굴은 1965년 10월 6일에 열린 신국악작곡발표회 에서 시작되 었다. 이 발표회는 1966년 12월에도 열린 뒤 1967년 6월 22일에는 신국악작곡을 공모하여 입상자를 시상하고 발표연주회를 가졌 다. 이후 1969년과 1974년 12월에 연주회를 한번씩 가진 뒤 새로운 창작음악을 발굴하려는 노력으로 만들어진 한국음악창작발표 회 로 흡수되었다. 이러한 연주 전통은 이후로 꾸준히 이어져 현재의 창작악단 정기연주회에까지 그 맥을 잇고 있다. 정기연주회, 국립국악원은 개원 이후 전통음악발표회 전곡연주 인 국악감상회를 꾸준히 가져왔다. 여러 가지 기획으로 만들어졌던 이 감상회는 1976년 4월 국립국악원 개원 25주년 기 념연주회부터 정기연주회 성격의 전통음악연주회 로 이름을 바꾸어 본격적 인 공연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름을 가지기 전인 1975년 3월 28일의 공연은 국립국악원 연주 역사상 획을 긋는 연주회로 기록되는데, 그것은 <관 악영산회상>과 <평조회상>의 전곡 연주였다. 1968년 이후 판소리 5마당의 완 창 무대는 있었지만, 기악 연주의 전곡연주회는 당시의 사정으로는 긴 곡을 완 주하는 것이 극히 어려운 것으로 여겨 시도된 적이 없었던 공연 양식이었다. 이러한 전곡연주회는 이후 정기연주회인 전통음악연주회의 성격을 대변하게 되었다. 따라서 1976년 4월에 열린 제1회 전통음악연주회에서는 첫째 날에 <수제천>,<동동>등을 연주하고, 둘째 날에 <보태평>,<정대업> 전곡을 연주하 는 공연으로 성공적인 시작을 하여 지금에 이른다. 1976년 개원25주년 4월 12일, 13일 기념 제1회 전통음악연주회 프로그램 서울신문 1969년 5월 21일자 다음 6월호에는 예악당 우면당 별맞이터 가 소개됩니다. 31

31 궁중연례 대악후보 조선시대 종묘제례악 왕가에서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종묘 의식은 신라시대부터 있었는데 구체적인 것은 알 수 없다. 고려 예종 11년 (1116) 이후에는 당시 송 ( 宋 )에서 들여 온 대성아악 ( 大 晟 雅 樂 )을 종묘[태묘]에 사용하였으며 완전히 정비되지 못한 채 조선 초기까지 사용되었다. 주재근 _ 국립국악원 학예연구사 1월 조선시대 궁중연례와 공연양식 2월 조선시대 연례와 정재 - 봉래의 이야기 3월 국립국악원과 연례악 봉래의 4월 종묘와 종묘제례 5월 조선시대 종묘제례악 6월 종묘제례악의 어제와 오늘 세종조때 박연 등에 의해 아악이 정비되면서 종묘악도 정비되었다. 옛 제도에 따라 대뜰 위의 등가 ( 登 歌 )에는 음려 ( 陰 呂 )를, 대뜰 아래의 헌가 ( 軒 架 )에는 양률 ( 陽 律 )의 곡을 사용하였다. 등가에 편 경과 편종 및 여러 관악기가 추가되었고, 노래가 불려지게 되었으며 향악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현재 연행되는 종묘제례악의 연원은 조선조 세종조 때 회례악으로 창제된 임종 평조 <보태평 ( 保 太 平 )> 11곡과 남려 계면조 <정대업 ( 定 大 業 )> 15곡으로 세종실록 악보에 전한다. 세종 이조선초의고취악 ( 鼓 吹 樂 )과향악 ( 鄕 樂 ) 선율을 바탕으로 몸소 막대기로 땅을 짚으며 악절을 삼 아 하룻밤에 만들었다고 한다. 실제 서경별곡[영관], 청산별곡[휴명], 풍입송[융화], 사모곡[용 광], 귀호곡[형가], 만전춘[혁정] 등 고려 향악곡들의 선율을 차용하였음이 밝혀졌다. 세종은 <보태평>과 <정대업>을 아들인 수양대[세조]에게 명하여 여기 ( 伎 ) 수십인으로 하여금 익히게 하였다. 세종조때 회례악에 사용되었던 <정대업>과 <보태평>은 계속되는 국상 ( 國 喪 ), 단종의 폐위 등 국가가 어지러워지자 제대로 전승되지 못하였다. 이것을 세조가 1463년에 종 묘제례악으로 사용하기 위해 최항 등에게 명하여 가사를 줄이고 음악의 길이도 제사에 사용 하도록 알맞게 줄였다. 또한 세조실록 악보를 보면 <보태평>은 청황종 평조로 <정대업>은 청황종 계면조로 각각 11곡으로 바꾸었음이 확인된다. 32

32 보태평 - 희문 ( 熙 文 ) 기명 ( 基 命 ) 귀인 ( 歸 仁 ) 형가 ( 亨 嘉 ) 즙녕 ( 輯 寧 ) 융화 ( 化 ) 현미 ( 顯 美 ) 용광 ( 光 ) 정명 ( 貞 明 ) 대유 ( 大 猷 ) 역성 ( 繹 成 ) 정대업 - 소무 ( 昭 武 ) 독경 ( 篤 慶 ) 탁정 ( 濯 征 ) 선위 ( 宣 威 ) 신정 ( 神 定 ) 분웅 ( 奮 雄 ) 순응 ( 順 應 ) 총수 ( 寵 綏 ) 정세 ( 靖 世 ) 혁정 ( 赫 整 ) 영관 ( 永 觀 ) 세조 때 <보태평>과 <정대업>을 종묘에 채택하면서 악기편성인 악현 ( 樂 縣 )의 모습도 향악기, 당악기, 아악기를 골고루 포함한 우리 식의 악기편성으로 변화시켰다. 노래 부르는 악장은 등가에만 편성되었던 것을 헌가에도 편성하였다. 제례를 할 때 추 는일무 ( 佾 舞 ) 가운데 문무 ( 文 舞 )에서 중국식으로 오른손에 간 ( 干 ), 왼손에 척 ( 戚 )을들고추 었던 것을 검 ( 劍 ), 창 ( 槍 ), 궁시 ( 弓 矢 )를 사용하였다. 세조 10년 (1464) 이후 종묘제례악은 임진왜란 이전까지 잘 전승되다가 임진왜란과 병 자호란 이후 왕실의 혼란으로 인해 잠시 중단되었다. 또한, 악기의 종류와 연주인원 도 눈에 띄게 줄어 들었지만 점차 종묘제례악의 절차와 악현 등이 제대로 갖추어졌 다. 조선조 인조 3년 (1625) 에 임진왜란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한 선조대왕의 공을 찬 양하기 위해 용광과 정명을 합치고 중광 ( 重 光 )을 새롭게 추가하였다. 중광의 음악선율 은 역성의 선율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1706년 종묘의궤 악현 현재 연행되고 있는 종묘제례악과 비교해 보면 세조실록 악보와 1759년에 편찬된 대악후보 ( 大 樂 後 譜 ), 1892년에 중수 ( 重 修 )된 속악원보 인 ( 仁 )편, 신 ( 信 )편에 거의 동일한 선율로 이어져 오고 있다. 다만, 음악적인 변화 즉, 악기편성이나 리듬, 박 ( 拍 )의 위치, 장고의 장단형 등에 변화가 있 다. 일례로 거문고, 가야금, 비파, 중금 ( 中 ), 당적 ( 唐 笛 ), 퉁소 ( 簫 ), 생황 ( 笙 ), 훈 ( 塤 ), 지 ( ), 소금 ( 小 ) 등의 악기가 빠진 채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강제적이거나 인위적인 변화가 아 니라 예술의 전승에 따른 자연적인 변화이다. 종묘제례악은 경술국치 (1910년) 이후 전승 위기를 맞았으나 1969년부터 전주이씨대동종약원이 주관하여 매년 5월 첫 번째 일요일에 종묘에서 거행되고 있다. 또한, 국립국악원에서 종묘제례악을 무대 공연화하여 일반인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종묘제례는 최고의 품격과 격식으로 500여년을 이어 온 조선왕조 최대의 국가의식이다. 그리고 바로 그 한 가운데 삼라만상을 깨우는 영원한 한국의 소리, 종묘제례악이 우리와 숨쉬고 있다. 세조실록악보 다음 6월호에는 종묘제례악의 어제와 오늘 이 소개됩니다. 33

33 우리 문화 우리 음악 영화 왕의 남자 돌아보기 역사상의 공길, 그는 광대 중의 광대였다 손태도 _ 문화재 전문위원 영화 왕의 남자 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고 한국 영화사상 최다 관객 동원의 기록을 달성하며 훌륭한 마무리를 하였다. 먼저 광대 연구가의 한 사람으로 전통 공연물 문화를 바탕으로한 영화 왕의 남 자 가 이룬 업적들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이제는 영화의 흥행이 성공적이었기에, 그 동안 이 영화에서 잘못되었다고 여긴 것들을 말할 때도 되지 않았나 한다. 34

34 정치적으로 연산군을 이긴 공길의 화극 공연 연산군 11년 (1505) 그 해의 마지막 날인 섣달 그믐 무렵인 12월 29일에 공길은 임금 앞에서,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 다워야 한다.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고, 신하가 신하답지 못하면 아무리 곡식이 창고에 가득한들 그 쌀을 먹을 수 있겠는가? 란화 극 공연을 하게 된다. 이것은 궁궐에서 매년 있었던 연말 나례희의 한 행사였다. 고려시대 매년 새해가 오기 전에 잡귀잡신을 쫓는 중국의 연말 나례 ( 儺 禮 ) 의식이 들어온 이래,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궁궐에서는 한 해의 마지막 날인 섣달 그믐날에 잡귀잡신들을 몰아내는 구나 ( 驅 儺 ) 의식도 행하고, 연말 분위기 속에 가무백희도 즐기는 관례 가 성립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연말 나례희 때의 가무백희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광대의 화극 공연이었다. 임금은 궁궐에 있어 궐 밖의 사정을 잘 모르기에 매년 연말 나례희 때 광대들이 시정 ( 市 井 )의 여러 가지 일들을 연극으로 꾸며 공연하는 것이다. 이것이 화극 ( 話 劇 ) 공연의 전통이다. 이러한 화극은 오늘날의 개그 (gag) 와 비슷한데, 대체로 광대 한 명이 주동이 되어 간단한 재담과 흉내내기를 통해 임금을 웃기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비록 광대의 놀이이기는 하나 세상의 여러 일들을 알려 임금의 정치에 도움을 준다는 정치적 목적이 있었기에, 이 화극 공연들이야말로 연말 나례희 때 가장 중요한 공연물이 되었다. 영화에서는 공길 일행이 우연히 궁궐에 들어가 공연을 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사실상 공길은 매년 있었던 연말 나례희 때 공연 을 한 것이다. 한편 이 화극 공연으로 공길은 매를 맞고 먼 곳으로 유배되는 중벌을 받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공길의 중벌은 우연한 것이 아니 고 사전에 예상된 것이었다. 이러한 공길의 화극 공연이 있기 몇 년 전에 그와 비슷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산군 5년, 역시 연말 나례희가 행해지던 12월 30일에 공결 ( 孔 潔 )이란 광대가, 벼를 김매는데 오정이 되니/ 벼포기 아래로 땀이 떨어지누나./ 그 누가 알아주랴, 소반 위의 쌀밥이/ 한 알, 두 알 모두가 신고 ( 辛 苦 )인것을. 이란 이신 ( 紳 )의 민농시 ( 憫 農 詩 ) 를외 우고, 삼강령 ( 三 綱 領 ), 팔조목 ( 八 條 目 ) 등의 말을 하자, 임금은 신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를 끝내 형장 60대를 때리고 역졸 ( 驛 卒 ) 에 소속시켰다. 광대의 화극 공연은 처음부터 정치적 목적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기에, 그 내용에 대해서는 불문에 붙이는 것이 관례였다. 그런데 고려 조선 이래 처음으로 광대가 화 극 공연을 하다 벌을 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일을, 더구나 같은 공씨 ( 孔 氏 ) 성을 가진 공길 ( 孔 吉 )이 모를 리 없었다. 그런데도 목숨을 거는 중 벌을 각오하고, 임금은 임금다워야 한다. 는 화극공 연을 한 공길은, 분명한 정치적 목적을 갖고 한 것이 틀 림없다. 이 공연이 있던 다음 해 8월에 연산군은 중종 반정으로 폐위되고 만다. 그러므로 폐위 바로 전의 연말 나례희 때의, 임금은 임금다워야 한다. 는 화극 공연은 폭군 연산군에 대한 마지막 경고였다. 그것은 공길 개인의 계획일 수도 있고, 중중 반정을 준비하고 있던 집단의 계획일 수도 있다. 문제는 그러한 마지막 경고를 광대 인 공길이 목숨을 걸고 하였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공길이야말로 광대 중의 광대였다. 방상씨 _ 방상씨는 궁중에서나 장례때 악귀를 쫓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35

35 1884년경 길거리에서의 화극공연, 퍼시벌 로웰 촬영 공길은 악공 계통의 사람 영화 왕의 남자 에서 공길 일행은 민간의 떠돌이 공연 단체였는데 어쩌다 궁궐에까지 들어가 공연을 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고려, 조선 시대 이러한 화극과 같은 광대 역할을 한 사람들은 주로 악공 집단의 사람들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다음과 같은 조선 시대 보통법 현행법으로 사용된 대명률직해 ( 大 明 律 直 解 ) 를 비롯한 여러 문헌들 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무릇 악공들이 잡극 ( 雜 劇 )을 만들어 하되, 역대 제왕, 후비 ( 后 妃 ), 충신, 열사, 선성 ( 先 聖 ), 선현 ( 先 賢 )의신상 ( 神 像 )으로 장 식하여 희롱하면 장 100이다. 대명률직해 (1395), 형률, 잡범 악공을 시켜 북, 피리, 필율 ( 筆 )을 연주하게 하였다...음악 연주가 끝나자 여러 악공들이 북을 치며 광대담 ( 廣 大 談 ) 과창우 ( 倡 優 )의 여러 놀음을 하니 신유한, 해유록 (1718) 이들 중에는 악사들 - 배우이기도 했다 -도 있었다...연기자는 사실상 한 명이었다. 왜냐하면 하나나 둘 가량의 다른 사람은 그저 들러리로 참가해 밝은 별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그림자 역할을 할 뿐이었기 때문이다. 퍼시벌 로웰, 내 기억 속의 조선, 조선 사람들 (1883~1884) 악공이 광대의 역할도 하는 중국의 대명률 등의 규정을 받아들여 우리나라에서도 악공이 화극 등을 하는 광대의 구실도 하게 하였고, 이러한 전통은 근대 무렵까지도 이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공길은 원래 관에 소속된 악공 계통 의 사람으로 보아야 한다. 조선 시대의 연말 나례희 때는 경기도 지역까지의 광대들이 동원되었으므로 그는 궁중 소 속 악공이거나 경기도 지역의 관아에 속해 있었던 악공 계통의 사람으로 볼 수도 있다. 36

36 공길의 후손 악공 광대였던 공길의 후손을 찾는 것은 정말 불가능할 것 같다. 그러나 그가 악공 광대이기에 오히려 그의 후 손을 찾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다음처럼 악공은 특수 기능을 지닌 천민이기에, 고려 시대부터 이미 세습 제도가 마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악공으로서 세 아들 또는 네 아들이 있는 자는 그 한 아들이 아버지의 직업을 계승한다. 고려사, 선거, 문종 7년 (1053) 그러므로 공길의 후손들이 단절되지만 않았다면, 오늘날까지도 그들은 공씨 성을 가진 채 국악 영역에서 활동할 여지가 있다. 지금까지의 조사로 보아 국악계에서 공씨성을 가진 유일한 국악인 집안은 공창식 (1887~1936), 공기남, 공대일 (1910~1990), 공옥진 (1931~) 등의 판소리인들을 배출한 전남 화순 일대의 공씨들이다. 이 중 공옥진은 공창식의 손녀이고, 공대일의 딸로 판소리 뿐 아니라 병신춤으로도 유명하며 현재도 활동 중에 있다. 이들 전남 화순 일대의 공씨들이 공길의 후손이라는 직접적 자료는 없다. 그러나 악공은 신분을 세습해 내려 왔기 에 연산군 때 먼 곳으로 유배된 공길의 후손들이 아직도 살아있다면, 사실상 먼 지방이라 할 수 있는 이 전남 화순 일대에서 여전히 대를 이은 국악인들로 남아 있을 여지는 있다 할 것이다. 남사당패는 1900년 전후 무렵에 생긴 단체 영화 왕의 남자 에서 공길 일행은 남사당 집단과 비슷한 모습으로 설정된 면이 있다. 그러나 남사당패가 성립된 것은 사당패가 없어질 무렵인 1900년대 전후 무렵이다. 사당패 집단은 여자인 사당들과 남자인 거사들로 구성되 어 있었는데, 근대에 접어든 1900년 무렵에 오면 여자인 사당들을 더 이상 조달할 수 없어 거사들이 나이 어린 남 자아이들을 여자처럼 꾸며 말 그대로 남사당 으로 만들어 다녔다. 이것이 남사당패의 시작이다. 그러므로 공길 일행을 남사당패처럼 설정하고 영화 곳곳에 남색적 ( 男 色 的 ) 요소들을 설정한 것은 잘못된 것으로, 이 는 단순히 영화적 흥미 정도로 그쳐야만 할 일이다. 37

37 예인조명 ㅣ 민요 김옥심제 경서도소리의 유일한 계승자, 전승 보급에 혼신 절창이남기고 간소리꾼, 명창 남혜숙 김문성 _ 언론중재위원회 경기민요의 중견명창인 故 지화자, 양옥과 동년배인 남혜숙은 1942년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에서 태어났다. 많은 명창들의 어린 시절이 그러했듯 남혜숙 역시 소리를 매우 잘해 인근 마을까지 그 소문이 자자했으나 집안이 워낙 가난해 소리를 제대로 배우기는 커녕 학교조차 갈 형편이 되지 못했다. 38

38 남혜숙, 소리와 만나다 어린 남혜숙은 돈을 벌어 집안 생계를 꾸릴 목적으로 10세를 전후해 서울로 상경했다. 공장생활도 해보고 간호 조 무사 일도 하는 등 돈이 될만한 일은 닥치는 대로 하면서도 늘 소리를 흥얼거렸는데 주변에서는 팔자좋다 고비 아냥거리곤 했으나 그것은 그녀의 힘든 삶을 지탱해주는 유일한 낙이었다. 그녀의 소리가 애원조의 성음이 많이 묻어나는 것도 10대 때 겪은 힘든 생활이 소리로 배겨들어서 라고 한다. 당시 황정자 같은 가수가 인기를 끌 즈음였는데 하루는 라디오에서 서도소리 배따라기가 흘러나왔고 부드럽고 구 성진 성음과 멋들어지게 넘어가는 기교에 매료된 남혜숙은 일 끝나가기 무섭게 그 사람이 누구인지 수소문하여 학원까지 찾아갔다. 당시 이창배, 정득만과 함께 선소리산타령과 경기잡가를 전수하던 김순태였다. 이 때가 남혜숙의 나이 19세. 소리꾼으로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국악계에 입문한 것이다. 당시 김순태 학원에는 윤평화, 조순자 (현 경기도 갈매도당굿 보유자), 양옥 (현 제주 심방), 조유순 등이 수업하고 있었다. 그러나 학원에 나가는 날보 다 나가지 않는 날이 더 많아졌다. 생각만큼 재미가 오르지 않았고, 또 남자청으로 부르는 민요가 자신의 목과도 맞지 않은 데다 집안 형편이 그녀의 발목을 노동현장에 잡아 맨 것이다. 결국 김순태 학원을 포기하고 다시 생업에 전념했다. 남혜숙, 김옥심을 만나다 그러나 한달만에 다시 민요학원을 찾았다. 김순태 학원이 아닌 명창 배출의 요람인 이창배의 청구학원이었다. 여 자청으로 수업을 하던 경기명창 최창남의 오전 수업반에 등록한 남혜숙은 1965년 겨울, 김옥심과 운명적인 조우 를 하게 된다. 일 때문에 오전반 수업을 못 듣게 되자 오후반 문을 두드렸다. 40대 중년의 여성이 노랫가락을 가 르치고 있었는데 그 소리는 마치 벼락을 맞은 듯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김옥심의 눈에 든 남혜숙은 김옥심의 권유 를 받아들여 이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수업을 아예 오후반으로 옮겨 소리에만 전념하게 되는데, 남혜숙은 이 때 그의 소리인생에 많은 영향을 준 편영화, 유명순 등과도 만나게 된다. 당시 김옥심은 청구학원에서는 민요만 가르쳤다. 상당수 국악인들이 생활고 때문에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는 공연에 집중해야 했고 대중에게 인기있던 창부타령, 노랫가락 같은 소리를 빨리 배워 공연무대에 세워야 했기 때 문이다. 공연장에서 잡가를 부르면 오히려 노스승들이 버럭 화를 낼 정도로 잡가의 인기는 일천했다. 국악인들의 생활고 는 제자 배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밥벌이에 바쁜 명창들은 제자에 얽매일 경우 생활 이 각박해지는 게 불을 보듯 뻔한지라 제자 거두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쇄도하는 공연요청 때문에 늘 바빴 39

39 1971년 김옥심의 인사동 학원에서 서울잡가를 배우던 시절, 김옥심 선생과 함께 던 김옥심 역시 남혜숙 등이 잡가를 가르쳐 달라고 찾아왔을 때 매몰차게 거절할 수가 없어 한두곡 정도만 가르쳐 줄 요량으로 이들을 맞았을 뿐 제자로 삼을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옥심은 남혜숙의 열정에 탄복해서 생 각을 고쳐먹고 학원 수업 후 인사동 자택에서 잡가와 가사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남혜숙은 아예 김옥심의 단칸방 한 곳을 빌려 김옥심을 어머니 모시듯 하며 서울 긴 잡가의 대표곡인 유산가, 적벽가, 평양가 등12잡가외에 관동팔경, 배따라기, 초한가, 엮음수심가 같은 서도잡가, 육칠월, 곰보타령 같은 휘모리잡가, 산타령 등을 비롯해 시조와 가사, 민요를 사사받았다. 현재는 경기소리의 중진들로 성장해 있는 이유라, 최영숙, 이금미, 한진자 등이 이 즈음 김옥심에게서 민요와 잡가 일부를 배우기도 했다. 1975년 경기민요 보유자 인정 시 장기간 예능계를 떠나있었다 는 다소 황당한 이유로 탈락한 김옥심은 상심이 컸던지 어느 날 남혜숙에게 다른 스승 문하로 가서 잡가를 배울 것을 제안했으나 남혜숙은 스승의 소리에 뼈를 묻기로 결심하고 시작한 소리 라고 딱 잘라 얘기했다. 제자의 의지에 용기를 얻은 김옥심은 문화재 탈락 이후 아 픔을 극복하고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왕성하게 활동했고 남혜숙은 스승의 공연에 늘 함께 출연하였다. 제2회 선소 리산타령 및 12잡가 발표회때 산타령과 민요팀에 배치되어 공연했으며 3회부터 5회 발표회 때는 긴 잡가 팀에 배 치되어 김옥심과 함께 소춘향가 등을 불렀다. 그러나 1980년, 김옥심의 건강이 많이 악화되면서 활동량이 줄고 남 혜숙 역시 생활고 때문에 장구 하나 메고 현해탄을 건너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대중들에게서 잊혀져 갔다. 남혜숙, 세상 밖으로 다시 나오다 서도명창 지관팔, 남도명창 박동진 등과 지방공연 및 일본 공연을 자주 다닌 남혜숙은 1985년 불광동에 정착, 김 옥심의 또 다른 제자 유명순과 함께 민요학원을 설립했다. 이는 잦은 병치레로 체계적으로 제자를 가르치지 못한 김옥심의 유지이기도 했다. 딸을 의지해 가끔씩 남혜숙의 학원에 들른 김옥심은 남혜숙의 잡가를 깎아주곤 했는 데 이때 남혜숙은 서도소리를 집중적으로 연마했으며 오늘날 그녀가 부르는 서도잡가 관동팔경 등은 이당시 완성되었다고 회술한 바 있다. 1988년 김옥심이 지병으로 작고한 뒤로는 남혜숙 역시 외부활동을 일절 두절한 채 묵계월, 이은주 선생의 소개를 받고 찾아온 제자들에게만 소리를 가르쳤다. 40

+국악누리 8월호 내지최종 0722

+국악누리 8월호 내지최종 0722 August 2006 _ Vol 76 등록번호 11-1370132-000057-06 ISSN 1739-9599 The National Center for Korean Traditional Performing Arts www.ncktpa.go.kr 2006.08 MONTHLY MAGAZINE 는 그동안 국립국악원 계간지로 발행되었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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