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Ⅰ 여론조사 여론조사정치의문제와언론의반성 홍영림 조선일보여론조사팀장 서강대사회학과졸업 서울대사회학석사 대우경제연구소연구원 한국조사연구학회이사 조선일보정치부차장 선거때마다빠지지않고등장하는메뉴가여론조사다. 각언론에선선거 2~3개월전부터여론조사결과를쏟아낸다. 유권자들은호기 심과기대감을갖고본다. 지난 4 13 총선은부실한여론조사가판을치면 서수준낮은여론조사의민낯이그대로드러났다. 여론조사회사들은총 선전새누리당의압승을예고했다. 같은날, 같은지역에서실시한여론조 사결과가 20~30% 포인트씩차이가나고, 며칠사이수치가급등락하면서 순위가오락가락했다. 더심각한것은이처럼부실한여론조사가정당공 천에적극적으로활용됐다는점이다. 2002 년대선에서노무현 정몽준후 보가여론조사로후보단일화를한게시작이었지만지금은대부분의선거 에서활용하고있다. 새누리당은지난 3 월중순, 전국 130 여개지역구에서후보자를뽑는휴 대전화여론조사경선을실시했다. 더불어민주당도전국 40 여개지역에 서여론조사로경선을실시했다. 여야 ( 與野 ) 가 90% 이상의승률을보이는 이른바 텃밭지역구 의경우엔법적 ( 法的 ) 인 4 월선거보다여론조사경선 24 관훈저널 여름호
이실질적인선거로서더큰의미를지닐수밖에없었다. 기존여론조사가단순히여론참고용이었다면 4 13총선의경선여론조사는준 ( 準 ) 투표행위였던셈이다. 조사 (research) 와선거 (election) 를구분하지못한결과다. 이로인해일부학자들에의해 서베이민주주의 (survey democracy) 가우리정치에확고하게자리잡았다 는냉소적평가가나왔다. 부실한여론조사에의한부실한공천 우려 여론조사공천은과거소수의심사위원이공천후보를정하던것에서 국민에게선택권을돌려준다 는취지에서도입됐다. 하지만후보를결정하기위해여론조사가반드시필요한것이며, 여론조사자체는신뢰할수있는방법으로시행되었을까? 여론조사경선과관련해 정당정치훼손 과 부실한여론조사에의한부실한공천 에대한우려가커지고있다. 우선여론조사경선이정당의기반을약화시키는자기부정의측면이강하다는것은수많은정치학자들이지적한바있다. 강원택서울대교수 ( 정치학 ) 는 인기투표식평가인여론조사가공천에서중요해질수록 욕먹기쉬운 정당정치에직접가담하기보다는정당외부에서호의적이미지를유지하는것이안전한방법이될수있다 고했다. 여론조사로인해정당을통해서가아니라정당을우회해서정치지도자로나설수있는통로가열리기때문에정당정치가뿌리째흔들릴수있다는지적이다. 정당의후보자를여론조사로공천하는과정에서당원들의권한이일반유권자와비교하여큰차이를보이지않는다면결과적으로당원들을소외시킬가능성이높다는주장도있다. 한나라당의 2007년대통령후보경선과 2006년서울시장후보경선에서여론조사결과로이명박후보와오세훈후보가승리할수있었던것처럼, 여론조사란 민심 ( 民心 ) 이당원투표인 당심 ( 黨心 ) 을눌러버린다면당원들의소외감으로인해정당조직이약화될것이다. 여론조사정치의문제와언론의반성 25
여론조사응답자는민주적정치행위의주체가아니기때문에이들의결정이정당공천의결과를좌우해서는안된다는지적도있다. 여론조사결과는자발적인 참여자 가아니라수동적인 응답자 를통해얻어진다. 따라서책임있는선출권자의역할을기대할수없고, 보편적인민주적참여의원칙에도어긋난다는것이다. 즉, 여론조사는여론일뿐주권자의최종적선택이아니란얘기다. 정치시장의예측이나마케팅기법으로여론조사를활용하는것을넘어후보와정책의결정영역에까지여론조사가활용되는것은민주주의훼손이란주장이다. 기술적방법론의문제도심각하다. 아무리정확한여론조사도오차가있다. 표본 1000명을대상으로여론조사를하면오차범위는 ±3.1% 포인트다. 오차범위내순위는통계적으로의미가없다. 지난총선에선각지역구별로경선여론조사승자가오차범위내에서갈린곳이수두룩하다. 경선참가후보들은규칙에승복하기위해오차범위내승부도인정하고있지만, 오차범위내에선승부를가릴수없다 는통계적규칙은철저히무시되고있다. 간발의차이로패배한후보가만약여론조사회사를상대로실랑이를벌이면경선은엉망이될것이다. 안심번호 도입도많은문제점노출 지난총선에선경선여론조사에휴대전화번호를사용할수있도록안심번호가도입됐다. 휴대전화를이용하면청년층의참여를더많이끌어낼수있다는이점이있다. 집전화에서문제가됐던대규모착신전환으로여론조작을할가능성도줄어든다. 그러나이제도역시많은문제점을노출했다. 안심번호로는실제당원이맞는지, 해당지역에거주하는지를검증하기어렵다. 휴대전화이용자는통신사홈페이지나콜센터를통해손쉽게주소를옮길수있는것을악용해경선예비후보들이지지층을지역구주민으 26 관훈저널 여름호
로둔갑시키거나그들의집전화를휴대전화로착신전환시킬우려도있다. 부모나자녀등가족의휴대전화요금을대납해명의자와실사용자가불일치하는경우도적지않다. 이동전화가입자의 24% 정도만우편으로요금청구서를받고있어이동전화가입자의주소를정확하게확인할수없다. 여론조사공천이안고있는근본적인한계인 역선택 문제도있다. A당을지지하는응답자가 B당지지자 라고거짓으로응답한뒤경쟁력이떨어지는 B당후보를지지한다고답변하면차단할방법이없다. 그래도지난 4 13총선은휴대전화안심번호여론조사가도입되면서어느때보다여론조사가위력을발휘했다. 그렇다보니 현재 1위를달리고있다. 여론조사를위해전화가오면꼭선택해달라 는후보들의문자가밤낮을가리지않고전국에서무차별적으로뿌려졌다. 문자메시지로인해인물에대한검증은물론건전한정책대결이뒷전으로밀려나유권자의판단과선택을어렵게했다. 언론, 여론조사공천비판크게줄어 하지만 4 13총선에선여론조사공천문제에대해비판적으로접근한언론기사가예전에비해크게줄었다. 휴대폰여론조사에정치운명을맡긴나라 ( 중앙일보사설, 2월 22일 ), 문제투성이안심번호공천, 이제라도대안찾으라 ( 문화일보사설, 2월 23일 ) 등을제외하곤이문제를다룬사설도별로없었다. 기사중에선한겨레신문 성한용선임기자의정치막전막후 의 국회의원선거후보, 여론조사공천괜찮을까 (3월 13일 ) 에서적극적으로문제를제기했다. 성선임기자는여론조사공천에대해 계파공천논란과동원경선비리에겁을먹은정치인들과정치와투표에서도편리함만을추구하려는유권자들의합작품 이라며 근본적인문제는정치의인스턴트화로인한 여론조사정치의문제와언론의반성 27
숙의민주주의실종, 정치혐오증심화로인한민주주의후퇴 라고했다. 그밖의사설과기사등에선 여론조사경선뒷말없도록할방법찾아야한다 식으로별탈없이여론조사공천을잘치러야한다는충고정도의내용이많았다. 여론조사전화가경선후보당락가른다 면서경선여론조사에적극적으로응해야한다는가이드기사도있었다. 정치에무관심한중도층이권리행사를미루면정치판에이해관계가있는사람들의목소리만반영되기때문에 귀찮거나바쁘더라도꼭여론조사에응해야한다 는것이었다. 이런기사들은여론조사공천이현실적으로불가피하다는의미로해석됐다. 언론의여론조사공천에대한비판이소극적이었던이유는그에대한타당성을주장하는정치권의논리에동조한측면이컸기때문이다. 선거구획정이늦어지면서다른방식으로공천을할시간이부족했고, 내부적인공천심사방식은필연적으로계파공천논란을빚게되어있어여론조사공천이필요하다는것이었다. 언론은 2002년대선이후 10년넘게선거때마다여론조사가투표대행 ( 代行 ) 역할을하는것에대해수없이문제점을지적했지만이제는여론조사정치에대해무뎌진분위기다. 유권자들이 상향식공천 으로포장된여론조사공천방식에대해거부감이크지않았던것도영향이있었다. 지난 2월 KBS 연합뉴스가코리아리서치에의뢰해실시한조사에서총선공천방식에대해 인재영입공천 (26.9%) 보다 국민에게선택권을주는상향식공천 (59.9%) 을선호하는것으로나타났다. 언론이여론조사공천을대체할만한현실적대안을제시하지못하면서강력한비판의목소리를내지못한측면도있다. 학계에서는여론조사정치옹호목소리도 그런가운데여론조사정치에대해비판일색이던학계에선옹호의목소 28 관훈저널 여름호
리도나왔다. 조진만덕성여대교수 ( 정치학 ) 는 여론조사공천문제는무조건적인비판과거부의대상은아니다 라며 정당정치의책임성강화와여론조사공천의대표성제고의장점을적절히조합하여긍정적인효과를낼수있는개선책을지속적으로고민할필요가있다 고했다. 하지만조교수도여론조사공천이논란의대상이되지않기위해선전제조건이필요하다고했다. 그는 휴대전화정보를활용한여론조사시행같은기술적문제들이해결되고, 여론조사의중요성에대한민주시민교육투자와공천과정의투명성과합리성제고를위한정당들의자정노력이복합적으로전개되어야한다 고했다. 지난총선에선정당의여론조사경선으로인해언론사여론조사가부실해지는피해를입기도했다. 각언론의여론조사가크게빗나간원인중하나는집전화로만여론조사를실시했기때문이다. 올해초개정된선거법에의하면정당만휴대전화여론조사를위해안심번호를신청할수있다. 선거법개정과정에서국회의원들이정당경선에만안심번호를사용하고일반국민에게공표되는언론사여론조사에선사용해선안된다고강력하게주장했기때문이다. 작년 8월 18일정치개혁특위선거법심사소위원회에선안심번호를정당경선뿐아니라언론등의일반여론조사에도도입하는문제를논의했다. 당시정개특위위원들은 공직선거전 ( 前 ) 단계인당내경선은공익성이있지만일반여론조사까지확대적용하면당내경선에도부정적여파를미칠것 이라며반대했다. 정개특위는이렇게정해진선거법개정안을최종의결하기직전에여야합의로당내경선뿐아니라후보지지도등여론참고형조사도정당이안심번호를쓸수있게했다. 당내경선은준 ( 準 ) 투표행위라서유권자의개인정보인안심번호가필요하다 고했다가 정당은모든조사에안심번호를맘껏쓰자 는식으로바뀐셈이다. 이에따라 20대총선부터정당들은자체적으로휴대전화여론조사를실시해선거판세를파악할수있었다. 여론조사정치의문제와언론의반성 29
하지만여론조사를발표할의무가없는각정당은지역별조사결과를외부에내놓지않았다. 결국유권자들은전체가구의절반밖에쓰지않는집전화로조사한여론조사만접할수밖에없었다. 그럼에도불구하고총선과정에서여론조사가불리하게나올때마다정치권은 앞으로집전화여론조사를금지시키겠다 면서마치언론이일부러집전화로여론조사를실시하는것처럼유권자를기만하기도했다. 정치권, 여론조사공천중단해야 정치권은여론조사를오용 ( 誤用 ) 만할뿐제도개선을통해여론조사의정확성을높이려는노력은하지않았다. 우선정치권은여론조사공천을중단해야한다. 그래야정치시장에홍수처럼쏟아지는무책임한여론조사의혼란이정리될것이다. 정당들은장기적안목을갖고공천제도를근본적으로손질해야한다. 선거를앞둔시점에서급하게논의하지말고선거가임박하지않은지금이문제를잘따져봐야객관적인결과가나올것이다. 여론조사업계도반성할점이있다. 예전엔 여론조사공천은여론조사의원칙을위배하는것 이라며정당들이의뢰한경선여론조사를거부한경우가많다. 지난 2007년한나라당대선후보경선에서매출상위 10위안에드는대부분의여론조사회사들은오차범위내에서승부가갈릴수있다는것과관련해여론조사맡는것을꺼린적이있다. 하지만최근엔선거때마다전국각지역에서실시되는경선여론조사가회사수익의중요한부분을차지하기때문에적극적으로나서고있다. 정치권의여론조사오용에대해비판의기능을충실하게하지못하고, 문제가많은집전화여론조사를실시한언론의책임도크다. 여론조사로공천을하면안된다 식의단순한비판으로는 쇠귀에경읽기 란것을이미경험했다. 정치권및학계와함께대안을공동으로모색하는연구와기획이필요하다. 상향식공천, 국민에게공천권돌려주기 등으로포장된 30 관훈저널 여름호
여론조사공천에대해유권자의거부감이점차줄어드는현상도주의깊게봐야한다. 언론으로선유권자에게여론조사공천에대한문제를상세히설명할의무가있다. 정치권과언론은합심해서여론조사를여론조사본연의자리로되돌려놓아야한다. 그리고민낯이드러난여론조사의실패를되풀이하지않을방안을빨리찾아야한다. 여론조사정치의문제와언론의반성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