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노동리뷰 2 0 1 2 년 5 월호 p p. 5 ~1 6 c 한국노동연구원 한국노동정치의평가와전망 한국노동정치의평가와전망 * 1) 김윤철 ** 2) Ⅰ. 들어가며 최근한국의노동정치가새로운국면으로접어든것으로보인다. 민주통합당과통합진 보당의생성을계기로한국노총과민주노총양대노총을주축으로하는노동정치가새로 운양상을보이고있기때문이다. 이런의미에서노동정치 1기가끝나고 2기가시작되었 다고할수있다.2 기는크게두가지특징을갖는것으로보인다. 하나는노동정치의주 도성이민주노총에서한국노총으로전환되었다는것이고, 다른하나는양대노총모두 민주당계열과국민참여당계열이라는자유주의개혁세력과조직적으로통합했다는것 이다. 즉한국노총은집권가능성이점쳐지기도하는제1야당민주통합당의창당주역이되 었다. 반면에민주노총은민주노동당의소멸과통합진보당의창당으로노동정치의일선 에서다소밀려난듯한상황에놓여있다. 창당과정에서별다른영향력을행사하지못했 을뿐만아니라, 민주노동당시절과달리 배타적지지방침 등과같은조직적연계를형 성하는데실패한것이다. 그런가운데 자유주의개혁 세력이한축을이루고있는통합 진보당을노동정치세력으로간주해야되는지아닌지에대한의문마저제기되고있는상 황이다. 이와관련, 이글에서는현시기이후노동정치의미래를전망하기위한예비적작업으 로지난 10 년간의한국의노동정치를평가하고, 최근의흐름과향후과제가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한다. * 이글은노사관계비전포럼(2012. 1. 20) 과한국노사관계학회정책토론회 (2012. 2. 22), 한국산업노동학회춘계학술대회 (2012. 4. 20) 에서발표했던글들에바탕해있음을밝혀둔다. ** 경희대후마니타스칼리지 (gazeman@khu.ac.kr). 특집 _5
특 집 Ⅱ. 노동정치의정의와평가의틀 1. 노동정치의정의 노동정치란노동자계급혹은그것에기반한세력이사회적가치의권위적배분과정, 즉정치과정에참여하는것을가리킨다. 이때정치과정은제도적과정과비제도적과정 을포괄한다. 독자정당을만들어선거와의회, 정부영역에주안점을두는것이전자라 면, 집회및시위등을통한운동정치는후자이다. 하지만현대민주주의국가의경험을 볼때, 노동정치는대체로독자적정당의결성, 선거를통한정치적대표체제로의진입, 의회및정부참여라는형태를띠었다. 한국의경우2000 년민주노총에기반해창당되어 10 년간존속되었던민주노동당이그대표적인예라고할것이다. 이는결국노동정치를 이익집단이나사회운동단체가아닌, 정당 의관점에서조명해야함을의미한다. 이때문 에노동정치는세가지측면, 즉유권자속의노동정치, 정부속의노동정치, 조직으로서 의노동정치라는측면에서평가할수있다. 그리고이러한세가지측면에서부여받는 역할의수행을통해노동정치는 노동있는민주주의, 즉첫째, 노동이정치적으로대표 되고있거나혹은정치적대표체제안으로진입하는것이고, 다른하나는그것을통해 노동약자층 ( 중소영세사업장노동자, 비정규직노동자, 미조직노동자) 을비롯한사회적 약자층도헌법적권리인노동3 권을포함한고용권, 교육권, 주거권, 건강권등4대기본권 을보장받도록하는것이다. 2. 노동정치평가의틀 가. 유권자속의노동정치 유권자속의노동정치는유권자의표를구하기위한선거운동으로서의노동정치를의 미한다. 이때노동정치는사회의공공문제에대한견해를통해이미지가형성되고유권 자들의인정을얻어만들어진다. 이때노동정치조직으로서의정당은공공문제에접근 하기위한정보를얻는지름길역할을하고정책의결정과정에참여하거나정책결정을 돕는장치로서기능한다. 특히정보를얻는지름길이라는성격이매우중요한데, 이과정 에서기존의정치와구별되는노동정치의특별한역할이창출되기때문이다. 기존정치 세력과구별되는이념, 인물, 정책의제의제공이바로그것이다. 노동정치가지속적으로 6_ 노동리뷰 2012 년 5월호
한국노동정치의평가와전망 성장하기위해서는바로이와같은요소들을적절히제공해야한다. 나. 정부속의노동정치 유권자와관계를맺고선거정치에참여하는한노동정치는정부와입법부를조직하는 세력으로서의위상과역할을갖는다. 이를통해노동정치는정책목표를이행하고이견과 반대를조직하거나정부의활동을책임지거나견제하는것이다. 다. 조직으로서의노동정치 노동정치조직은지도자, 활동가, 평당원등으로구성된다. 선거전문가의역할역시매 우중요하다. 노동정치는이조직을통해정치리더십을보급하고공직후보자를모집할 수있으며, 정치엘리트를육성할수있다. 또그것에필요한물적자원을보유할수있다. 그리고노동정치는바로이들을통해정치적이익을표출하고집약할수있으며, 국민과 정부간의협의를수행하는주체가된다. < 표 1> 노동정치의세가지측면 유권자속의노동정치 정부속의노동정치 조직으로서의노동정치 투표자를위한선택지의단순화 정치교육, 정체성과충성심의상징형성 참여를위한유권자동원 정부에서다수창출, 정부조직, 정책적목표이해 이견과반대조직, 정부행위의책임성보장 정부의행정기능통제, 정부의안정성함양 정치리더십보급과정부공직자모집 정치엘리트의훈련 정치적이익표출과집약 Ⅲ. 노동정치 10년평가 1. 유권자속의노동정치 득표율의관점에서볼때노동정치는 정체혹은약화 양상을띠고있다. 정당명부비 례대표제시행이전인 2000 년총선에서 1.2% 에그쳤던득표율이 17대총선에들어급격 특집 _7
특 집 < 표 2> 노동 진보정치득표율추이 16 대총선 : 민주노동당 1.2% ( 청년진보당 0.7%), * 정당명부비례대표제시행이전 17 대총선 : 민주노동당 13.1% 18 대총선 : 민주노동당 5.6% + 진보신당 2.9% = 8.5% 19 대총선 : 통합진보당 10.3% + 진보신당 1.1% = 11.4% 16 대대선 : 민주노동당권영길 3.9% 17 대대선 : 민주노동당권영길 3.1% 18 대대선 :? 2002 지방선거 : 민주노동당 8.1% 2006 지방선거 : 민주노동당 12.1% 2010 지방선거 : 민주노동당 7.2% + 진보신당 2.9% = 10.1% 히증대하였으나 18대총선에서는 8.5% 로다시감소하였다. 참고로정당지지율도 17대 총선직후18% 를기록하기도하였으나점차하락하여 18대총선직전에는 5~7% 대에머 물렀다.18 대총선이후최근까지도대체적으로 3~5% 정도의수준을보였다.19 대총선 에다소상승한 11.4% 를얻었다고하지만자유주의개혁세력과의통합과야권단일화효 과에기반한것임을감안할때, 득표력자체의향상이라고보기어렵다. 보다중요한것은득표추구과정에서노동정치가정당적역할을제대로수행하였느냐 는것이다. 정책의제의제공은어느정도수행했다고할수있으나, 이념과인물의제공은 그것의보유여부를논외로할때, 충분히이루어졌다고보기어렵다. 노동정치가가장성공한것혹은유의미한성과를거둔것이있다면그것은 의제의투 입 이다. 부자에게세금을서민에게복지를 이라는 17대총선당시의구호를기치로상가 임대차보호, 부유세, 무상급식, 무상교육, 무상의료, 공공주택증설, 국공립대네트워크, 카드수수료인하등의정책의제를유권자의인지망과정치과정에투입하는데성공했다. 하지만이념적측면에서노동정치는별다른성과를거두지못했다.NL( 자주) 과PD( 평 등) 를넘어서서 시대조응적공공성 을담지한새로운이념이나그것에바탕한비전제시 에성공하지못한것이다. 노동정치의정체성과유권자혹은지지자의충성심을강화시 킬수없었다. 인물의측면에서도마찬가지다. 몇몇의대중적인지도를갖춘개별정치인이존재하기 는한다. 하지만이들을제외하면리더십풀은전반적으로협소하다. 경쟁력있는공직후 보역량은말할것도없고, 조직내부의갈등을조정ㆍ관리할 권위있는리더십 을보유 한인적자원이부재하다. 대중적인지도가높은노동운동가의정치적성장에대한구상 과프로그램도보이지않는다. 이념적낙후성과인적자원의제약은의제투입의성공이득표력의강화로이어질수없 도록하였다. 각각의정책적의제를하나의비전으로엮어낼수없는데다가, 비전실현에 대한열망의투영체를 혹은담지체를 제시할수없었기때문이다. 8_ 노동리뷰 2012 년 5월호
한국노동정치의평가와전망 < 표 3> 한국사회기관및단체에대한신뢰도변화추이 ( 단위 : %) 언론시민대학군대종교경찰기업노조 1996 28.8 48.8 42.0 26.8 31.7 47.5 13.0 31.9 2003 20.2 48.0 26.6 30.3 28.3-13.3 22.3 2007 13.3 21.6 28.0 33.9 15.5 24.0 13.1 10.6 주 : 시민= 시민단체, 종교= 종교단체, 기업= 대기업. 자료 : 서울대사회발전연구소ㆍ동아일보 (2007. 10). 정책의제, 이념, 인물이외에노동정치의대중조직적기반인노동( 조합) 운동의사회적 고립역시노동정치가득표력을확장해나가는데있어큰제약이되었다.< 표3> 을보면 1996 년에서 2007 년까지 10여년동안노조는여타의사회기관및단체와비교해서도그 사회적신뢰도가매우큰폭으로하락했음을확인할수있다. 이와같은노동( 조합) 운동 의사회적고립은노동정치의다른한축, 비제도영역에서의운동정치가힘을발휘할 수없었던이유이기도하다. 2. 정부속의노동정치 정부속의노동정치지위는국회의경우기복이있었으나대체적으로의석수와점유 율이증대하면서정치적대표체제로의안정적진입이이루어졌다고할수있다. 특히지 방의회의경우가그러하다. 하지만집권경험이나연정참여등의경험을갖고있지못한상황에서노동정치는주 로행정영역이아니라입법영역을중심으로정부ㆍ여당에대한이견과반대를조직하는 데주력했다. 기존주요정당위주의국회운영과 군소야당 의한계이기도하였으나, 한계를극복하 고자신들의독자적인입법안을관철시킬지지층조직과광범위한여론형성혹은그것 을위한전략과기획등이미약했다. 그런가운데국회안팎에서 대안 보다는 반대 위 주의집합적행동에주로의존하는 운동정치 편향을그대로드러내는한계를보이기도 하였다. 비정규직보호법반대, 한미FTA 반대등등이바로그것이다. 공중부양, 최루탄 소동등은특정개인의성향때문이라기보다군소야당으로서의한계와극복방안의미비 라는현실을반영하는것이었다. 문제는이때문에, 노동정치세력이노동약자층의정치, 사회적권리를강화시키기위 한실천을수행해왔던것은부정할수없음에도불구하고, 그것을위한실천은주로의 제투입의정치에그쳤다는데있다. 이는노동약자층의관심과기대를집중시키거나정 치효능감을제공하는데실질적인성과를얻을수없게끔하였다. 특히기성보수정치 특집 _9
특 집 < 표 4> 정부속노동정치의위상( 국회및지방정부 의회의석과점유율 ) 국회의석수 17대국회민주노동당 10 석(9 석) 18대국회통합진보당 7석 19대국회통합진보당 13석 국회의석점유율 3.3% 2.3% 4.3% 지방의회의석수및지자체장수 지방의회의석점유율 2002 년 : 민주노동당광역 3 석, 기초의원 31, 기초단체장 2곳 2006 년 : 민주노동당광역 15 석( 지역 5, 비례 10), 기초 66 석( 지역 52, 비례 14) 2010 년 : 통합진보당 ( 민주노동당계열 : 광역 23 석, 기초 116 석+ 국민참여당계열 : 광역 5 석, 기초 24 석 + 진보신당 : 광역 3 석, 기초 22 석) = 광역 31 명, 기초 162 명, 기초단체장 3곳 2010 년 : 광역 4%(31/762), 기초 5.6%(162/2,888) 세력마저노동및복지관련의제를점차포괄해가는상황에서의제투입의정치의효과 는제한적일수밖에없기때문이다. 지방정부차원에서는경남도청처럼야권연대의선상에서공동정부의주요성원으로 참가하고있기도하다. 하지만그것이실제어떤유의미한성과를내왔는지에대해서는 별다른조명이이루어지고있지않은상태다. 지방의회역시마찬가지다. 3. 조직으로서의노동정치 지난10 년간조직으로서의노동정치의가장큰특징중하나는민주노총이라는조직노 동세력에기반해등장했다는것이다. 또의사결정등에있어서도조직적연계성이강했 다는것이다. 부문할당제도와배타적지지방침이바로그것이다. 하지만민주노총조합원 다수가참여하거나포괄되지는못했다. 일본사회당과유사하게주로노총상층간부와 활동가를중심으로만들어졌던것이다. 조직으로서의노동정치가갖는또다른특징은 1980 년대반독재민주변혁운동과정에서형성된급진적이념정파운동세력들의연합을 통해성장했다는것이다. 이는노동정치가노조와정파라는조직및네트워크재화를가진계층과세력에기반 해있었음을의미한다. 미조직노동과사회적약자층에기반해있던정치세력이아니었 다는것이다. 민주노동당주요지지층이중상층과고학력층이주를이루었던이유를여 기에서찾을수있다. 거꾸로영세사업장미조직비정규직노동자층혹은미조직사회약 자층과의 공감 에바탕한지지층확대와조직강화가이루어질수없었던이유도바로 여기에있다고하겠다. 이들을노동정치의기반혹은주체가되게끔하는것은그들을 보호해야한다는식의당위의반복적강조를통해이룰수있는성질의것이아니기때문 이다. 이는또한왜그리쉽사리노동정치세력들이당장의민생의제가아닌북한문제 등을둘러싸고내부정파간이념갈등의늪으로빠져들수밖에없었는지를이해할수있 10_ 노동리뷰 2012 년 5월호
한국노동정치의평가와전망 게해준다. 민주노동당과진보신당은비례대표국회의원후보우선순번에비정규직노 동자를배정하기도하였다. 하지만그것이과연노동약자층을중심으로한노동정치세 력의사회적기반확충이나정치력향상에얼마나유의미한효과를가져왔는지확인되지 않는다. 조직으로서의노동정치는초기 정당개혁 이라는시민사회적열망을충실히반영했다 고할수있다. 진성당원제, 여성할당제등의제도도입을통해한국정당정치의주요과 제였던 당내민주주의 를선도했던것이다. 하지만원내진출과함께당내민주주의제도가내부권력경쟁을위한도구로전락하였 다. 당원직선제와당직ㆍ공직분리제의도입은그의도와전혀다른결과를가져왔다. 정 파과두제적질서의형성을가져왔으며, 정치활동의비중을 내부정치 에두게끔만들었 다. 원내진출이후민주노동당이정파갈등의소용돌이에휩쓸려들어갔던이유중하나 가바로이것이다.NL( 자주)vs.PD( 평등) 라는정파이념적갈등의소지를안고있었던태 생적특성이급격히표출될수있는조건을구비하게되었던것이다. 이런조직질서속에서정치리더십은원활히보급될수없었고, 그나마보유하고있던 리더십자원의활용도극대화할수없었다. 정치적이익의표출과집약에몰두할수도 없었다. Ⅳ. 최근의노동정치흐름에대한평가 최근노동정치의흐름, 즉한국노총의민주통합당참여와통합진보당의창당은사회적 기반이취약한노동정치를선거정치국면의적극적활용과정당정치참여강화로 우회 하고자하는시도라고본다. 하지만그러한시도는사회적기반의취약함을극복하기어 려울뿐만아니라, 현시기한국의노동정치의핵심과제인노동약자층 (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 비정규직노동자, 미조직노동자) 의정치, 사회적권익을향상시키고그들을정치 적주체로만들어내는데유의미한성과를거두기어려운선택이라고본다. 그와같은 선택은낮은조직률과기업별로구획된대기업정규직노조원에기반한정파운동세력 혹은조직노동상층이주도하는노동정치의특성을극복할수없다. 1. 한국노총과민주통합당 : 의제투입정치의반복 한국노총의민주통합당참여는최근노동정치가스포트라이트를받게된주된이유이 특집 _11
특 집 다. 기존의노동정치와달리독자정당을건설한것은아니다. 하지만집권가능성을담지 한제1야당의주축세력으로진입한데다가조직적연계성도그어느때보다도강하기 때문이다. 최근기업과정부측이노동의정치참여범위에관심을갖고한국노총의향방 에촉각을곤두세우고있는이유도바로이때문이다. 그러나민주통합당참여라는한국 노총의시도역시기존노동정치흐름의선상에서있는것이라고할수있다. 노동약자 층을중심으로한사회적기반의강화를위한뚜렷한전략없이의제투입의정치를반복 하고있는것으로보인다는것이다. 한국노총은민주통합당참여후정강정책에 노동 의가치를천명할것과노조법전 면재개정, 실질적사회적대화체제로의전환, 고용안정성강화, 비정규직감축및차별철 폐, 실업안전망확충, 노사주도고용거버넌스체계구축, 장시간노동구조개선등노동자 권리실현과노동시장개혁등을명분으로한7대핵심노동현안을당지도부선거에나온 정치인들에게단지 요구 하는데그쳤다. 하지만론스타의외환은행인수문제를둘러싼민주통합당내부의혼선에서도볼수 있듯이, 정책적통합성이낮은민주통합당이그러한요구를수용했다고해서실제성과 를내올수있을것인지다소회의적이다. 특히선거정치국면이끝난이후를생각하면 더욱그러하다. 민주통합당내부가노동에우호적인 혹은노동약자의문제를최우선 순위로인식하는 세력으로만구성되어있는것도아닌데다가, 어떤사안을주요의제 로설정하는것과그것을실제추진하는것은성격이확연히다른별개의문제이기때문 이다. 민주통합당이노동약자문제를주요문제로설정하고그것을추진한다고해도, 타 정당과갈등하기도하고타협하기도해야하는의회정치혹은국정운영과정을통해나 오는산출물은전혀다른것일수있다. 정치권에대해지속적인압박을가할수있는 탄탄한사회적기반이조성되어있지않는한그러하다. 결국한국노총은기존정치세력 들의득표추구(vote seeking) 전략의하위파트너혹은희생양에머물수있다. 대의원중앙위원회 노동부문할당을 15% 받았다고는하지만, 한국노총이요구한의 제의실현을강제할수있을지도미지수다. 민주통합당을내부로부터강제하기위해서는 한국노총대오자체의이념정책적 통합성이높아야하고그것이지속되어야한다는문 제가남아있다. 하지만결국 지위추구(officeseeking) 를위한정치적입지의확보가주를 이루고있는데다민주통합당을통한정치참여를둘러싸고서도내부갈등을겪고있음을고 려할때, 정책추구(policy seeking) 성향을강화할수있을것이라고기대하기는쉽지않다. 한국노총의최근시도는민주노동당모형의답습이라고할수있다. 민주노동당모델 은노조와정당의관계유형을중심으로볼때, 일본사회당모형 에가깝다고할수있 다. 이모형의특징은상층간부를중심으로당과노동조합이중첩되어있다는것이다. 이는사회적기반이취약하고이념적성향이강함에따라내부정치중심의정치활동에 12_ 노동리뷰 2012 년 5월호
한국노동정치의평가와전망 더친화적인, 즉실사구시하기어려운조직구조를갖고있음을의미한다. 일본사회당은다수당원을확보하는데소극적이었고, 결국그것에실패했다. 사회당 의당원수는1989 년12만5 천명을기록한게최대치였다. 이중당비납부당원은 10% 에불과했다. 사회당이창당때부터당원확보에소극적이었던주된이유는총평이라는 버팀목이존재했기때문이다. 총평의인력재정 지원만으로당을꾸려가기에충분했던 것이다.1960 년대부터당안에서도이러한당체질에대한문제제기가등장했다. 그리고 1970 년대에는 백만당원확보운동 을시도하기도했다. 하지만일단고착된당노동조 합관계를깨는데는역부족이었다. 사회당당원으로가입한노동자들은대부분총평간 부들이었다. 그중에서도다수는관공노( 官公勞 ) 간부들이었다. 사실총평조합원의 60% 가관공노소속이었다. 사회당은어쩌면관공노의정치위원회라고까지할수있었다. 소 수간부층은진보적이념으로무장하고있었지만, 이이념은노동대중에게뿌리내리지 못했다. 당은노동조합간부들에게의존하면서독자적생존력을상실했고, 노동조합내에 서도대다수조합원은당을수동적으로지지할뿐이었다. 이것은사회당자체의문제뿐 만아니라일본노동조합운동의문제를반영한것이기도했다. 기업별노동조합으로출 발한일본노동운동은산업별노동조합으로전환하는데실패했다. 일본사회당은당과 노동조합이상층간부를중심으로중첩되는것을특징으로했다. 그결과,1987 년민간 대기업부문을중심으로새로운노총인 렌고( 聯合 ) 가건설되었고, 총평은해산했다. 이 것은독자적인노동계급토대를지니지못한사회당에게커다란위기를의미했다. 렌고 는출범당시부터사회당보다온건한 사민리버럴 정당 의건설을표방했다. 사민리 버럴정당은 1998 년드디어민주당의창당으로현실화됐고, 이소용돌이속에서사회당 은급속히붕괴했다. 현재렌고와민주당은미국민주당과 AFL-CIO 의경우와유사한정 당과노동조합사이의선택친화적로비관계를맺고있다. 민주노동당과일본사회당의사례는한국노총의최근실험이사회적기반을형성하는 데있어그다지유효한모형이아니라는것과, 한국노총의최근실험이향후어떻게귀결 되어갈것인지에대해보다깊이숙고하지않으면안된다는것을알려준다고하겠다. 2. 통합진보당과진보신당 : 내부갈등의지속과사회기반의취약성확인 노동정치를그간주도해온세력, 즉민주노총 통합진보당 진보신당내부갈등은특 히심각하다. 노동정치의이념적정체성을둘러싸고갈등하고있기때문이다. 사르토리는 ( 정당) 조직내부의이념갈등문제와관련하여기본원리( 이념) 에관한갈등은내전을일 으키고 결국유일한해결책은분리뿐이라고언급했다. 국참당과함께하는것을줄곧 반대해온노동정치세력내 좌파 들의문제제기가그것이다. 특집 _13
특 집 이문제는통합진보당이만들어진이후에는통합진보당에대한민주노총의배타적지 지방침문제를둘러싼갈등으로외화되기도하였다. 민주노총주류는통합진보당에배타 적지지를하지않아통합진보당의세를키우지못하면한국노총이새정부의노동부장 관을차지할것이라는논거로배타적지지방침의정당성을주장하기도했다. 하지만진 보신당을지지하는세력의비판을잠재우지못했다. 또좌파들은통합진보당이당의이 러저러한의례에있어 사랑도명예도 가아니라, 애국가를틀고민주열사에대한묵념도 안하는등 국가주의적 편향을보인다며 우경화 되고있다고비난했다. 이는그갈등의 깊이뿐만아니라폭도매우넓음을보여준다. 이런가운데노동정치의전략적요충지라고하는창원과거제에서의패배는노동정치 내부의갈등의결과이기도하다. 즉창원성산에서통합진보당후보와진보신당후보가 모두출마했고, 거제에서는단일화가이루어지긴했으나통합진보당이총력을쏟지못했 다는평이다. 또울산북구에서는여전히조직노동에의존하면서이미 17대총선이후 절실하게확인한바있는정규vs. 비정규균열과유권자수가2000 년75,413 명에서2012 년 132,751 명으로늘어난새로운인구층의유입이라는사회경제적환경변화에조응하지 못했다. 사회적기반의취약성을극복하지못했음을확인한것이다. Ⅴ. 향후전망과과제 역설적이게도한국정당정치의불안정성 합종연횡과이합집산의빈번함 은연합형 성과협박의능력을발휘할수있는정치적기회구조를제공해주고있다. 이번통합진보 당과민주통합당의창당과정에서양대노총이각각차지하고있는위상과역할이이를 잘보여주고있다. 조직률이 10% 미만에불과하지만, 조합원수( 한국노총약75 만명, 민주노총약60만 명-2009 년도노동부기준) 와조합비( 양대노총합산연4,000 억원추정-2006 년도기준) 등자원동원능력의측면에서는자본을제외한여타의사회구성원들에비해조직노동세 력은결코 약자 라고볼수없다. 구메이쿠오는 일본형노사관계의성공: 전후화해의정치경제학 ( 일본판,1998) 에서 일본의정치과정을 노동없는코포라티즘 으로보는서구학계의시각을비판하고대안 적설명을제시하고자했다. 이때구메이쿠오는정치적기회구조가자원의동원보다도 더결정적이라고본다. 노동의조직력이약하고분열되어있다고하더라도정치적기회 구조를어떻게이용하는가에따라노동의성과는달라질수있다는것이다. 이를감안할 14_ 노동리뷰 2012 년 5월호
한국노동정치의평가와전망 때, 한국의노동정치세력은비교관점에서도결코최악의조건에놓여있지않다. 이것이갖는의미는노동정치의핵심목표가이미정치적대표체제에진입해있는양 대노총과진보정당을주도하는세력들의 정치적입지 확보에있지않고, 규범적으로나 실리적으로나이미획득한정치적입지와자원을최대한활용하여노동및사회적약자 의정치, 사회적권리신장을우선하면서 노동있는민주주의 를더욱진전시켜나가야 한다는것이다. 따라서중요한것은정당정치영역을포함하여노동정치세력이어떤역 할을해야하며, 그것을위해서는어떠한조건이필요하고, 그것을어떻게구비해나갈 것이냐이다. 이때향후노동정치의과제로서다음과같은사항들이검토될필요가있다. 첫째, 노조상층간부나정당활동가에의존한기존정당정치영역으로의진입에비중 을두기보다는노동약자층을중심으로노동정치의사회적기반을우선강화하기위해현 재확보하고있는자원과정치적기회의활용을극대화해야한다. 돌째, 노동약자층의이해와요구를단지의제투입정치의방식으로다루는것을넘어 서야한다. 실질적충족의문제를고민해야한다. 사실상민주노동당의원내진출이후 노동정치세력에대한 시간의할인효과 1) 는사라졌다고봐야한다. 과도한성과주의는 지양해야하지만, 정치를단지 말 로때워서는사회적기반을강화할수도없으며, 보다 큰영향력을갖는정치적입지를확보할수도없다. 셋째, 노동및사회적약자를 위한 대리정치가되어서는안된다. 노동및사회적약 자에 의한 정치가되어야한다. 이러한관점에서정당조직의구조를바꾸어야한다. 이때기존의노동정치내부의정파질서를어떻게극복해낼것인지가관건이다. 특히친 북민족주의나급진적사회주의등의낙후된이념에기반한정파질서의극복이중요하다. 넷째, 사회적기반이될노동및사회적약자층을누구로호명할것인지에대해서도 고민할필요가있다. 우선노동계급내부구성이고용형태, 사업장규모, 노조가입여부 등을둘러싸고다층적균열을띠고있는상황에서노동이라는호명이유효한것인지에 대해고민해야한다. 게다가노동약자층을무엇으로호명할때, 주체적자긍심을갖고노 동정치에결합할가능성이높은것인지를논의해야한다는것이다. 이런점에서노동정 치가여전히 노동자정치세력화 라는관점에만머물러있어서는안된다고본다( 청년유 니온이 노조 가아니라 유니온 이라고표현하는것도나름그러한고민의선상에있다 고한다 ). 다섯째, 이제노동정치는사회적고립의극복과노동있는민주주의를진전시키기위 1) 시간의할인효과란노동정치의미래가치를중시함으로써, 시간대비성과가없거나낮음을용인해주는것을의미한다. 즉시간의가치를상대적으로낮게책정해주는것이다. 하지만그것은제도진입이이루어짐으로써약화되거나사라지게된다. 제도진입으로당장의가시적성과에대한기대가높아지기때문이다. 특집 _15
특 집 해서라도 더큰민주주의 를위한주체형성의관점에서자신의위상과역할을재조명해 야한다. 이때문에비정규직문제를중심으로한노동약자층문제도단지 노동계 의문 제로접근되어서는안된다. 진보냐보수냐의문제를넘어사회권의실현을가로막는, 즉 민주공화국의존속을훼손하는 시민정치, 더나아가 서민정치 의문제로접근되어야 한다. 여섯째, 이미시도되고있는 생협, 민중의집, SNS 등을매개로한시민주도의풀 뿌리활동에기반해상층편향성을극복하고일상적정치활동영역의확장속에사회적 연대의근거를확보해가는대안정치모형을탐색해야한다. 이때우리가참고할수있는 것은스웨덴모형이다. 스웨덴모형은상층에서는당과노동조합의분리를강조한반면기층에는당과노동조 합의경계를허문것을특징으로한다. 스웨덴에는이전부터 노동자코뮌 이라는조직이 있었다. 노동자코뮌은스웨덴의기초지자체단위인 코뮌 마다존재하는노동자지역조 직이었다. 노동자코뮌의회원이되면 민중의집 이라불리는건물에입주해있는노동자 교육단체문화단체소비협동조합 등에서활동할수있었다. 사민당과노총은모든조 합원들이최소2 년동안노동자코뮌의회원으로의무가입해야한다는원칙에합의했다. 그러고나서사민당은 1901 년당의지역조직을해체했다. 대신노동자코뮌이당의지역 조직을대신하게했다. 당과노동조합은기층에서노동자코뮌을통해하나로융합된셈 이었다. 사민당은이를통해영국형집단입당제도의단점을극복했다. 영국노동당의사 례를보면, 집단입당한조합원들은선거때에노동당을지지하는것외에는특별한일상 정치활동을벌이지않는다. 따라서당이노동자들의지지를받기는하지만, 그렇다고당 의이념이노동대중사이에깊게뿌리내리는것은아니다. 이에반해스웨덴에서는조합 원들이노동자코뮌을통해자연스럽게일상정치활동에노출됨으로써노동계급의정치의 식이영국에비해훨씬더높은수준으로발전할수있었다. 이와같은스웨덴모형에서한국의노동정치세력은지금까지의중앙의상층간부중 심의정당결합이아니라, 지역의정치, 사회적공동체를창출해가면서사회적기반을 형성해가는한가지방식, 그리고이미존재하는민중의집과같은자원들을어떻게활 용해갈지영감을얻을수있을것이다. 16_ 노동리뷰 2012 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