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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논문 칼라너 (Karl Rahner) 신학에서의철학의역할 이규성서강대학교 0. 들어가기 1. 인간학적전회 (Anthropologische Wende) 의신학적수용 2. 철학의필요성 3. 초월론적방법론과인간현존재분석 4. 본성과은총 (Natura et Gratia) 의유비 5. 학문으로서의기초신학과종교철학 6. 철학적개념의신학적적용의예 7. 나가기 0. 들어가기 가톨릭교회가낳은 20세기최고의신학자중하나로손꼽히는칼라너 (Karl Rahner SJ, 1904-1984) 가서거한지어언 25년이지났다. 수도자이자사제인그는비단가톨릭교회내에서신학과영성분야에만영향을미친인물로만평가되지않는다. 그의사상은가톨릭교회의경계를넘어교회일치및타학문과의교류그리고종교간의대화에서도깊은영향을미쳤고아직도그영향이지대하다고할수있다. 그럼에도불구하고그가저술한방대한양의논문과서적들, 그 261

의엄정한용어사용, 그리고그의깊고해박한, 심지어자유롭기까지한사변적인사유방식으로말미암아라너가우리나라에충분히소개되지는않았다고할수있다. 1) 실재로우리나라에서발표된그에관한논문은불과몇편에지나지않고있는실정이다. 물론심상태가말하는바와같이라너에대한 포괄적이고심도있는이해를추구하는분위기 2) 가일고있다는면에서는긍정적이라고할수있을것이다. 라너는신학자로간주되지만그의중요성은신학에만있는것이아니라아울러철학에도있다. 3) 그의철학은토마스아퀴나스와칸트를새롭게정리한요셉마레샬 (Joseph Maréchal SJ, 1878-1944) 의영향을받았다고평가된다. 마레샬의영향을받은이들은칼라너외에요한밥티스트롯츠 (Johannes Baptist Lotz SJ, 1903-1992), 발터브루거 (Walter Brugger SJ, 1904-1990), 에머리히코렛 (Emerich Coreth SJ, 1919-2006) 등이손꼽힌다. 4) 그의철학박사학위논문인 세계내정신 은토마스아퀴나스및칸트에대한작업으로서마레샬과하이데거의영향이엿보이는저술이기도하다. 아울러이논문에는헤겔과훗설의현상학적흔적이담겨있기도한다. 다른한편으로그는신학에있어서여타의신학자들이전통적으로표현하던방식에서벗어나신학을철학적으로표현하려고시도한것으로드러난다. 신학의기본개념인하느님, 인간, 예수그리스도 1) 참조, 심상태, 라너의초월철학적 세계내정신 의이해, in: 이성과신앙 28(2004) 137-179, 2) 심상태, 139. 3) 이에대해서는심상태와박병준의최근논문을참조할것. 이들은칼라너의초기저작들을철학적인관점에서이해하려고시도한다 ; 심상태, 같은책 ; 박병준, 인간의초월성 - 칼라너의 말씀의청자 로서의초월론적종교철학적인간해명, in: 철학 88(2006) 한국철학회, 143-177. 4) 참조, Otto Muck SJ, Die deutschsprächige Maréchal-Schule-Transzendentalphilosophie als Metaphysik: J.B. Lotz, K. Rahner, W. Brugger, E. Coreth u.a., Coreth/ Neidl/Pfligersdorffler(Hrsg.), Christliche Philos ophie im katholischen Denken des 19. und 20. Jahrhunderts. Bd. 2, Granz/Wien/Köln, 1988, 590-622; 김진태역, 독일의마레샬학파 - 형이상학으로서의초월철학 : J.B. 롯츠, K. 라너, W. 브루거, E. 코렛, in: 가톨릭신학과사상 24(1998) 170-225. 262 가톨릭철학 제 12 호 연구논문

등에대해서그는성서에만의존하지않고철학적형식으로표현하고자하였다. 칼라너는원래독일의풀라흐 (Pullach) 에있는예수회철학대학에서철학사교수로내정되어있었다. 그러나자신의철학박사학위논문인 세계내정신 (Geist in Welt) 5) 이기각되었기에그는철학도로서의길을가지못하게되었는데, 마침오스트리아의인스브룩크 (Innsbruck) 대학교에서신학교수가필요하였기에그는신학자로서의새로운길을가게되었다. 비록철학박사학위취득에는실패하였지만전문적인철학공부는그에게지대한신학적지평을열어주었다. 칼라너를연구하는이라면그의신학적사상이그의철학적사고를바탕으로전개되고있다는것을아무도부인할수없다. 그의철학적사유는결코그의신학적사유에분리될수없었다. 철학논문인 세계내정신 은신학자로서의그의길에좋은기초가되었다. 신학자로서의길을가면서초기에저술한 말씀의청자 (Hörer des Wortes) 는그의종교철학과기초신학의관계에대하여구명하여신학의학문성을밝힌다. 그리고그의철학적사고는아울러말년에저술한 그리스도교신앙입문 에서도발견된다. 그는이저술을통해서철학과신학의관계에대하여해명하려고시도한다. 철학적숙고는그의평생동안이루어진신학적작업의핵심으로자리를잡았다고하여도과언이아닐것이다. 본논문은신학과철학과의관계에대한라너의이해를조망하고자한다. 철학과신학의관계에대한이해는신학의학문성, 즉학적합리성을갖고있는지여부에대한질문과관계된다. 라너는범주적경험세계에서연역해낼수없는계시사건의우연성및그특수한경험내용을철학적숙고를통해서학문적정당성을부여 5) 이논문은그후책으로출판되었다. Geist in Welt. Zur Metaphysik der endlichen Erkenntnis bei Thomas von Aquin, Innsburck-Leipzig 1939; 아울러그의제자인 J. B. Metz 가수정하고보충한책이출간되었다. Geist in Welt. Zur Metaphysik der endlichen Erkenntnis bei Thomas von Aquin. Zweite Auflage im Auftrag des Verfassers überarbeitet und ergänzt von Johannes Baptist Metz, München 2 1957. 이하 GiW 로표기. 이규성 칼라너 (Karl Rahner) 신학에서의철학의역할 263

하려고한다. 그가인간의독특한신앙경험을어떠한방법을통해서학적으로구명 ( 究明 ) 하려하는지, 따라서철학적사유를신학에어떻게적용하는지가본논문의주제가될것이다. 6) 1. 인간학적전회 (Anthropologische Wende) 의신학적수용 그리스도교신앙은그가장본래적이고궁극적인복음을말하고자할때, 복음을듣는사람이과연어떠한인간이기를기대하는가? 여기서우선다루어야할것은이문제이다. 이것은윤리적인물음이아니라인간의실존ㆍ존재론적 ( 實存ㆍ存在論的 ) 인물음 (existentialontologische Frage) 이다. 7) 이는라너가말년에저술한 그리스도교신앙입문 에서복음을듣는인간을해명하기위하여제기한첫질문이다. 이와같이라너는자신의신학에서첫주제를복음을듣는인간으로삼는다. 역사적구체성을통하여초역사적말씀이인간에게발생하는데, 범주적차원에서는포착되어질수없는이러한특수한경험에대한이해를위하여라너는먼저인간이해에그초점을맞춘다. 이에따라라너의신학은 인간학적전회 로특징되어진다. 심지어그의신학은인간중심주의 (Anthropozentrik) 라고불리기도한다. 그러나인간학적전회라는표현은라너의사상에고유한것으로귀속시킬수는없다. 원래이개념은철학에서도입된것으로, 근대주의적관점에서인식의확실성이어떻게정당화될수있는지에 6) 신학과철학의관계에대한교도권의회칙은다음과같다 : 교황레오 13 세, 영원하시아버지 (Aeterni Patris), in: 신앙과이성,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99, 123-151; 교황요한바오로 2 세, Fides et Ratio.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99, 7) Karl Rahner, Grundkurs des Glaubens, Einführung in den Begriff des Christentums, Freiburg/Basel/Wien 1984, 35; 그리스도교신앙입문. 현대가톨릭신학기초론, 이봉우역, 분도출판사 1994, 43. 이하 Grundkurs 로표기. 괄호안의숫자는이봉우역본의쪽수를말함. 264 가톨릭철학 제 12 호 연구논문

대한숙고에서비롯한다. 르네데카르트 (R. Descartes) 와임마누엘칸트 (I. Kant) 는인식의확실성을인간주체에서찾도록시도한장본인들이었다. 이들은전통적인존재론적ㆍ형이상학적관점에서의철학적사유를인식론적인관점에로환원하였다. 8) 그들은존재에대한숙고보다는인식의주체가되는인간을그사유의대상으로삼은것이다. 설사존재에대한숙고가가능하다고하더라도그들에게그것은단지부차적인것에지나지않는다. 존재자의근거인존재에대한사유는배제되고인식의근거가되는인간의정신성만이그사유의핵심대상으로등장한다. 이는인식론적정당성을확보하기위한배타적인간중심주의라고말할수있다. 이러한입장에서는신학이가능하지도않을뿐아니라, 설사가능하다고하여신학적인관점에서적극적으로수용한다고하더라도마치도하느님에대한숙고를배제하고오로지인간만을그신학적주제로삼게될것이다. 결국신학은배타적인간학으로축소되어지며, 인간학이신학의중심이자모든것이될것이다. 이로써신이사라진인간학적신학이등장하게된다. 그러나라너는존재자체인하느님을배제한가운데신학적차원에서의인간중심적사유를수행한것으로보이지는않는다. 라너는근대주의의인간학적전회를자신의신학에서비판적으로수용할뿐이다. 그의철학적작업이었던 세계내정신 은인간의인식이토마스에따르면어떻게세계내정신이될수있는지에대한대답을시도한작업이었다. 9) 라너는여기서마레샬에의거하여토마스아퀴나스의인식형이상학을다룬다. 그에따르면경험인식에는언제나형이상학적존재이해가함께놓여있으며, 존재이해가경험을가능하게한다. 이는 말씀의청자 에서도그대로드러난다. 인간주체가대상을인식한다는것은근본적으로인식함 (Erkenntnis) 과인식되어있음 (Erkanntsein) 이근원적인통일을이루기때문이다. 10) 즉, 인식주관과존재와의통일성이전제되어야인식은가능 8) 참조, 심상태, 143. 9) GiW, 2 14f: Wie die menschliche Erkennen nach Thomas Geist in Welt sein könne, das ist die Frage, um die es in dieser Arbeit geht. 이규성 칼라너 (Karl Rahner) 신학에서의철학의역할 265

한것이다. 다른말로존재와의일치, 나아가서존재는인식가능성의조건이며, 따라서질문가능성의조건이된다. 질문제기는인간의본성상피할수없는것으로이는곧인간의본성수행, 즉인간본질의실현이다. 존재는바로인간의피할수없는질문제기의전제조건이되고존재를전제로인간은질문을던질수있으며나아가서질문을던져야하는가운데자신의본질을수행한다. 존재는인간의본성실현의조건인것이다. 라너는여기서존재는은폐되었지만먼저모습을드러내고언제나이미그의미와근거로서현존한다고이해한다. 그가경험인식을가능하게하는선험적인조건에주목한다는면에서는칸트와같은길을가고있다고할수있겠다. 그러나그에게있어서인간정신의선험성은단지인식내용을구성하는형식적인차원에만머무르지않는다. 그선험성은인식하는자안에전제되고인식을가능하게하는능력의의미에서존재론적인것이자아울러인간실존의지평이된다. 이지평안에서인식대상이등장하여경험이가능하며그에따른이해가가능하다. 지평으로서의존재는이미인간의정신성에선험적으로주어졌고비주제적이나마인간정신에고유한구성요소로현존한다. 이에따라라너는가능성의조건에대한초월론적질문을제기하여인간주체를현상학적으로분석하여인식형이상학적결론에도달한다. 우리는라너의이러한철학적관점이그의신학에도적용되어있음을볼수있을것이다. 만일신학이인간에대한하느님의말씀을그주제로삼는다면, 신학은결국그말씀을듣고, 말씀에대해질문을제기하여말씀을이해하고자하는인간에대한구명이없이하느님의말씀을직접적으로해명할수는없을것이다. 즉하느님말씀에대한이해는인간에대한이해와연결된다. 이러한의미에서신 10) Karl Rahner, Hörer des Wortes, Schriften zur Religionsphilosphie und zur Grundlegung der Theologie, 49-53[53-58(53-58)]; 말씀의청자. 종교철학의기초를놓는작업 ( 메츠에의한개정판 ), 김진태역, 가톨릭대학교출판부 2004. 이하 HdW 로표기. 첫부분의수는 1941 년도판본의쪽수를, 두번째수는 1963 년본의쪽수그리고마지막수는김진태역본의쪽수를말함. 266 가톨릭철학 제 12 호 연구논문

학은인간의입지에서출발하여그리스도교복음을듣고해석하는것이라고볼수있다. 그러므로하느님의말씀을이해하기위해서라도인간의제한된입지에대하여반성하는것은신학의학문적의무에속한다. 하느님에관한질문에대하여답을얻고자한다면그것은외적인자연을통해서가아니라인간의자기반성, 즉자기경험의분석을통해서가능하다. 11) 이러한신학적출발은배타적인간중심주의와는다르다. 라너의신학적인간중심주의의출발은오히려신중심주의에있다. 인간학적전회를표명하는그의철학이인식형이상학적입장이라면, 즉경험인식의구명을위하여인간인식의선험적구조를밝히는것이었다면아울러인식함과인식되어짐이근원적일치, 나아가서존재야말로인간인식의전제라고말할수있다면, 그의신학은경험되어지는하느님말씀을이해하기위하여인간의실존을구명하는작업이라할수있다. 그리고하느님과의근본적인일치를바탕으로하느님의말씀으로경험되는내용을이해하게된다. 이는곧신중심적인간중심주의의신학이다. 보잘것없는이작업의목적은교의신학이오늘날신학적인간학이되어야한다는것을보여주는것이다. 아울러그러한인간중심적전회가필수적이고또한결실을가져다준다는것을보여주는것이다. [...] 인간이하느님을향한절대적초월의본질이라고파악되는즉시 인간중심주의 와 신중심주의 는반대가아니라오히려엄격히말해서하나이자같은것이라고할수있다. 12) 라너에따르면인간은궁극적으로하느님과관련된존재이다. 그는하느님이망각된상태또는하느님이단지부차적인상태에서의인간중심적신학을수행하는것을거부한다. 인식주체를구명하지않고서는인식대상에대한답을얻을수없다는면에서그는근대 11) 참조, Matthias Lutz-Bachmann, Die Theologie bedarf der Philosophie. Über einen Grundsatz der Theologie Karl Rahners, in: Theologie aus Erfahrung der Gnade. Annäherungen an Karl Rahner, M. Lutz-Bachm ann (Hg.), Berlin 1994, 284-298. 12) K. Rahner, Theologie und Anthropologie in: Schriften zur Theologie Bd. VIII(1967), Einsiedeln-Zürich-Köln 1970. 43-65. 이규성 칼라너 (Karl Rahner) 신학에서의철학의역할 267

주의적입장에동의한다. 그러나라너는인식가능성의조건인존재를배제하는한인식은가능하지않음을말한다. 선사받은하느님의자기계시라는전제없이는인간은인식할수없는것이다. 라너는 인간학적전회 라는용어를이용하면서도이용어의본래개념에만의지하지않고비판적으로발전시키는것으로드러난다. 2. 철학의필요성 철학이신학에중요한자리를차지하는지여부에대해서그리스도교교파간에서도이견 ( 異見 ) 이있다는것은틀림없다. 더군다나가톨릭교회와개신교의입장차이는확연하게드러난다. 신학을철학과관련시키는것에경계하는개신교의신학자들은신앙을이성으로축소시키는위험을보았기때문일것이다. 라너는말년의인터뷰를통해다른교파에속하는신학자들이자신의의견에동의하지않을것이라는잘인지하는가운데철학에대한자신의생각을진지하게내비치고있다. 신학이정말철학을담고있지않다면학문다운신학을할수없다고말입니다. 누가만일윙엘 (Eberhard Jüngel) 이나, 조금덜할지모르지만몰트만 (Jürgen Moltmann), 에벨링 (Gerhard Ebeling) 등과같은신학자라면철학없이도신학을할수있다는것을인정하리라고믿습니다. 13) 라너는철학적숙고가학문으로서의신학적작업에매우중요한위치를차지한다고본다. 철학은그리스도교신앙의내용을보편 13) 칼라너, 칼라너의토마스수용. 토마스아퀴나스수용에대하여. 1982 년인스브루크에서있었던얀판덴아인덴과칼라너의대화 in: 가톨릭신학과사상 30 (1999/ 겨울 ) 200-229, 209-210. 이하 토마스수용 이라고표기. 원제는다음과같다. Zur Rezeption des Thomas von Aquin-Karl Rahner im Gespräch mit Jan van den Eijnden Innsbruck 1982, in: K. Rahner. Glaube in winterlicher Zeit, Gespräch mit Karl Rahner aus den letzten Lebensjahren, hg. v. P. Imhof/H. Biallowons, Düsseldorf, 1986, pp. 49-71. 268 가톨릭철학 제 12 호 연구논문

타당하게정당화하는데필수적이기때문이다. 그렇다고해서라너는 철학은신학에봉사해야한다 (Philosophia est ancila theologiae) 는중세의의미에서의철학의필수불가결성을반복하지는않는다. 신학을하기위하여모든철학이필요한것도아니다. 그반대로어떠한특정철학적체계또는전문철학이신학에배타적으로필요한것도아니다. 신학을수행하기위하여다른학문은도외시하고오로지철학만이필요하다는것은더욱아니다. 그에게있어서철학이란철학적사유로서신학의가능성을위한조건이다. 14) 이러한의미에서철학은신학에필수적인것이다. 신학은필연적으로철학을함축합니다. 그것이어떤종류의철학이건그것은부차적인것이며, 여기서중요한것은그철학이자신이행하는반성적사고에대해스스로책임감있는해명을한다는것이고, 신학안으로그런철학적반성을가지고들어간다는것입니다. 15) 철학은기초학문으로서인간의자기이해를표현한다. 이러한자기반성으로서의철학적수행은이성적으로이해되어져야하고, 이성에근거하여서로가인정하는방법론에의하여이끌어져야하며, 그리고담론을통해논증적으로수행되어야한다. 철학은즉이성에근거한인간의자기반성및해명이라고할수있을것이다. 이에반해신학은하느님의자기계시에의하여개방된인간의반성, 즉하느님계시의발생과그내용에대한새로운차원에서의반성이라고말할수있다. 여기에철학과신학의연결고리가있다고볼수있다. 신학은일차적으로하느님의말씀을그대상으로삼지만그말씀을이해하기위해서는질문을제기하고그질문에답을얻으려고숙고하는인간을먼저이해하려고시도한다. 이러한작업을수행하기위해서는철학적사유가필요하다. 신앙의내용, 즉계시된진리를반성적으로숙고하여신앙에정당성을부여 14) K. Rahner, Philosophie und Theologie, in: Schriften zur Theologie Bd. Ⅵ, Einsiedeln-Zürich-Köln 1968, 91. 15) 토마스수용, 210. 이규성 칼라너 (Karl Rahner) 신학에서의철학의역할 269

하는이러한작업이라너에게는곧신학이다. 라너의신학은따라서철학적숙고및반성이전제된신학이라고일컬어질수있다. 그러나그의철학적숙고는신학을철학으로환원시키는데에목적을두지않는다. 그의철학적인간학은존재에개방되어있기에신학적작업의가능성을열어둔다. 라너는인간존재가신앙가능성의주체라고본다. 16) 인간이란하느님의복음말씀에자유롭게귀기울여복종하는존재라는것이다. 17) 신학이란하느님에의하여개방된인간의자기반성이라는면에서그는분명근대주의의철학적사유의틀에만머무르는것은아니다. 3. 초월론적방법론과인간현존재분석 라너는자신의신학을다른신학자들의신학이론들로부터구분하는입장에서초월신학이라고평가하는데에대하여반대한다. 오히려모든신학은초월론적이라고말하면서그는다음과같은의견을내놓는다. 초월신학은 [...] 신학의한계기가된다. 왜냐하면신학은연역할수없는어떠한역사적구체성말해야하기때문이다. 여기에역사의구체적인것이인간에게그마지막실존과주체성에정말로관계가될수있다는것을이해하도록하여야한다. 역사적사실의실존적인의미는초월신학없이이해될수없다. [...] 그러한구원사건의사실성에대한인식이단순히후험적으로일어날수없기때문이아니다. 만일구원사건이인간과관계되는것이라면인간은구원사건들을전적인자기자신과관련시켜야한다. 즉그가그사건들로향하여있다는것을발견하여야한다. 그가그들을자신과관련시킨다면그는초월신학을수행하는것이다. 18) 16) HdW, 41[48(47)] 17) HdW, 41[48(47)] 18) Karl Rahner, Trasnzedentaltheologie, in: Sacramentum Mundi IV (1969): Sämliche Werke( 이하 SW), Enzyklopädische Theologie. Die Lexikonbeiträge der Jahre 1956-1973. Bearbeitet von Herbert Vorgrimler, Bd. 17/2, Düsseldorf/ 270 가톨릭철학 제 12 호 연구논문

칸트의초월철학적방법론은인식론적인구명에그목적을두고, 인간주체의인식및행동가능성의선험적형식적조건을파악하고자한다. 그러므로칸트는존재 (esse) 에대해해명하고자하지않고오히려경험세계내에서오감의대상으로떠오르는것들에대한인식가능성의조건을살핀다. 그는여기서 초월론적 (transzendental) 이라는용어를 초월적 (transzendent) 이라는용어와달리구분하여사용한다. 19) 초월적 이라는표현은칸트에게있어서는 내재적 (immanent) 이라는용어에대응하는개념이다. 후자가경험세계의한계내를가리킨다면, 전자는경험세계를벗어난것, 따라서경험될수없기에인식될수없는것, 즉인식의대상이될수없는것에적용된다. 이는이성의한계를벗어나는것이다. 이에반해 초월론적 이라는개념은경험세계내에서어떠한것이인식될수있다면그가능성의조건이무엇인지를알기위하여인식대상으로부터떠나주체의선험적구조에로넘어서는것을뜻한다. 칸트는 초월론적 이라는용어를 범주적 (kategorial) 이라는용어의대응개념으로사용하는데, 범주적 이라는용어의개념이경험되어지는대상의인식과관련이되어있다면 초월론적 이라는용어의개념은 범주성 을떠나는것, 즉의식적인경험인식대상으로부터떠나인간주체의선험성에로향하는것을말한다. 초월적 (transzendent) 이라는것은인간의경험가능성을배제하는반면에 초월론적 (transzendental) 이란개념은인간의경험을전제한다고볼수있다. 칸트가초월론적철학을수행한다면그것은그가존재로부터인간인식주체에로의전환을시도한것을뜻한다. 그에게있어서 초월론적 이라함은경험을통해인식되어지는대상으로부터떠나, 즉인식대상을넘어서그대상을인식할수있는가능성의조건에로의주체적전회를말한다. 이는다른말로 초월론적 이라는개념을통해서칸트는오감의객관적대상을인식할수있는가능성의조건으로서의주체내의선험적구조를해명하 Freiburg im Breisgau 2002, 1334. 19) 참조, 박병준, 145-147. 이규성 칼라너 (Karl Rahner) 신학에서의철학의역할 271

고자하였다고할수있을것이다. 그는사실인식론적차원에서인간주체에로전회를이룬것이다. 이에반해서마레샬 (Joseph Maréchal) 의철학을바탕으로라너는 초월론적 이라는개념을인식형이상학적관점에서사용하여 주체에로의존재론적전회 를이룬다. 20) 그는인간의인식과행동을위한가능성의선험적조건을밝히려고한다. 그것은경험에서밝혀지는후험적인것 (aposteriorisch) 과구분되면서처음부터존재하는것이다. 선험적인계기가없으면인간의구체적인경험은불가능한데이러한선험적인계기를라너는인간주체성의초월론적구조라고말한다. 인간의경험이가능하도록하는이러한초월론적구조는개념적으로파악할수있는대상이아니라, 인간이인식하고경험할수있는가능성의조건이자동시에모든범주적현실을넘어언급될수없는무한자에게로향한개방성이다. 이러한개방성은초월적인본질 (Wesen der Transzendenz) 의특징으로서역동성을내포하고있다. 인간정신의역동성은개별대상을향하면서동시에그대상을넘어선다. 넘어섬을통해인간의인식과행동에선험적구조가있음이알려지고, 이선험적구조는범주적 / 대상적 / 구체적경험의결과나산물이아님을알게된다. 이구조에는인식가능성의무한한지평이열려있다. 그것은인간의구체적행위의결과가아니다. 라너에따르면인간은대상적인개별경험에앞서현실의파악될수없는전체를지향하고현실의근거에로향한다. 그것은언제나존재하며인간을자신의유한성과죄로부터벗어나게하는거룩한신비이다. 인간은전체와의대면을통해자신을주체로이해한다. 그리고이러한이해를바탕으로그만큼자기자신을소유한다. 이러한초월론적경험을통해서인간은유한한자기자신을넘어서존재자체를선취하고자기자신을대면한다. 칸트의초월철학은경험세계를발판으로이성의한계내에서인간의인식가능성에대하여질문하여내재적차원의인식론에머무른다면, 라너는초월론적방법을통하여인식을가능하게하는 20) 참조, 박병준, 148-151. 272 가톨릭철학 제 12 호 연구논문

조건은바로존재자체임을간파하고존재의문제를해명하기위하여인간학을수행함으로써내재적차원과초월적차원의연결을꾀하였다. 칸트가사유의가능성을경험세계의이성적한계로정함으로써신앙을기초로하는신학의가능성을배제하였다고한다면라너는이성과신앙을연결하고나아가서철학과신학의만남을추구하였다고할수있다. 4. 본성과은총 (Natura et Gratia) 의유비 철학과신학의관계에대한라너의이해는그의은총론에서도찾아볼수있다. 은총론의핵심주제중의하나인인간본성과하느님은총의관계에대한그의이해는철학과신학의관계에대한유비적이해를할수있도록도와준다. 은총론은아우구스티누스와펠라지우스의논쟁이후로 17세기이래로바로크적네오스콜라주의에서그논쟁이첨예화되었다. 그것은인간의자유를존중하는네오스콜라주의와하느님의은총을강조하는얀센주의의격렬한논쟁이었다. 21) 네오스콜라주의에따르면 22) 인간에게베푸는하느님의은총은무상이라는것을강조할수있었지만거꾸로인간본성을완성된체계라고인정한다는면에서인간은하느님의은총이없이도존재할수있는것으로이해하게되었다. 이러한이해에따르면무상으 21) 얀센주의는 1653 년교황이노센트 10 세의하여 1653 년 Cum occasione 라는교서를통하여단죄되었다. 참조, Heinrich Denzinger, Enchiridion symbolorum definitionum et declarationum de rebus fidei et morum. Kompendium der Glaubensbekenntnisse und kirchlichen Lehrentscheidungen. Lateinisch-Deutsch. Herausgegeben von Peter Hünermann, Freiburg in Breigau 37 1991, 2001-2005. 22) 이에대한개괄적이해를위해서는다음과같은서적을참조할수있을것이다 : Henri de Lubac, Surnaturel: Etudes historiques, Paris: Aubier-Mo ntaigne, 1946; 앙리드뤼박, 자연과은총, 최영철역, 신학전망 10 (1970 / 가을 ) 광주가톨릭대학교출판부 44-56; 박준양, 은총론. 그고귀한선물에관하여, 생활성서 2008, 95-120. 이규성 칼라너 (Karl Rahner) 신학에서의철학의역할 273

로선사되는하느님의은총은인간본성에우연적이자부차적인것으로전락하게된다. 은총의비채무성 (Gratuitas) 을구하기위하여은총은결국인간본성에특별한관계가없는것이되었다. 이를라너는이층이론 (Zwei-Stock-Lehre) 라고비판하였다. 하느님의은총이인간본성에필연적인구성요소라고하는정반대의주장도있다. 이입장의문제는인간본성을위하여하느님의은총이무조건적으로베풀어져야하는데에있다. 하느님은인간에게은총을베푸는데에있어서자유롭지못한것이다. 위두은총론의모델을철학과신학의관계에적용해보면, 네오스콜라적입장에서는철학과신학의관계는사실상없는것이고아울러신학이야말로철학적사고에부차적인것으로치부될뿐이다. 그런데이에반대하여은총이반드시인간본성의구성요소라고한다면철학은신학없이는가능하지않은것으로드러나게되며, 철학의독립성및자율성이훼손되고, 철학은신학에흡수되는것으로전락하게된다. 인간실존은여타의사물적인존재자들과는달리범주적차원을넘어서존재의차원으로초월한다. 이러한인간본성의구조를라너는하이데거의개념을이용하여초자연적실존 (Übernatürliches Existential) 이라고부른다. 인간실존은본성적인차원 (Natura) 에서만문제가되는것이아니라초월적인차원 (Gratia) 에서도함께문제가된다. 아울러이러한두차원은서로독자성을가진가운데역사적인간안에긴밀히결합되어있다. 라너에따르면본성의진정한목적은은총의수용이기에본성과은총의명확한구분은있을수없다. 본성은은총으로부터독립적이지만은총이선물될수있도록존재한다. 본성은은총을통해서자신을넘어선다. 인간본성은언제나이미은총의영향하에있다. 은총은필연적이지않지만본성위에얹히지도않는다. 철학과신학의관계가바로이러한유비적관계를갖고있다. 따라서그리스도교신앙이본래의복음을듣고이해하기위한전제로서인간론을취급하는경우, 철학과신학의엄밀한방법론적구 274 가톨릭철학 제 12 호 연구논문

별은그렇게중요한것이못된다. 인간실존의철학은그것이아무리본원적이고, 그근거가자신이가진초월론적철학이라하더라도항상역사적경험안에서이루어질수밖에없다. 아니, 이철학자체가인간역사의한요소인것이다. 마치인간이그러한경험, 적어도우리가 은총 이라고일컫는것의경험을전혀가지고있지않은것처럼철학할수는없다. 그것은아직반성되지않고객관화되지않아도좋다. 인간은은총으로파악되는그리스도교신앙의경험을가지고있다. 완전히신학과관계를갖지않는철학따위는우리의역사적상황에서는있을수없는것이다. 23) 이러한본성과은총의유비에따르면철학은신학을위한전제가되면서도동시에신학으로부터독립적이기도하다. 철학은존재의문제를다루는한거꾸로신학을전제하고아울러신학의내용을다루는것이된다. 이는곧본성의목적이은총에이끌리는것처럼철학의목적은신학에의해인도되는것이라고할수있다. 라너에의하면인간실존의이론적인반성, 즉자기해석은철학이다루어야할과제인데이는곧계시에따른신학의내용자체이기도한것이다. 5. 학문으로서의기초신학과종교철학 라너에게있어서신학의주제는곧인간이다. 그러나인간이신학적사유의궁극적목표로서자리를차지하는것은아니다. 라너의철학및신학에있어서의인간학적전회 (Anthropologische Wende) 이자주체에로의존재론적전회는존재자체인하느님을배제하지않는다. 철학이존재론적주체에로의전회를통해존재에대한질문을제기함으로써존재를구명한다면신학은하느님말씀의대상인인간주체에로의전향을통해인간의문제를다룸으로써인간에게말씀하는하느님을알도록하는것이다. 따라서라너에게는하느님에관한학문인신학은결국신학적인간학이라고불릴수도있다. 물론신학 23) Grundkurs, 36(44). 이규성 칼라너 (Karl Rahner) 신학에서의철학의역할 275

과신학적인간학은서로다른고유한차원을지니고있다. 라너는이러한상이성에도불구하고서로에대한관련성을동시에보고자한다. 이에대하여라너는다음과같이말한다. 하지만그런학문안에서도단순히인간을간과하거나배제할수없는데, 그이유는적어도그자체로볼때하느님의말씀을감지할수있는누군가가없다면하느님의말씀도없을것이기때문이다. 따라서신학적인간학이있다 : 곧하느님자신이당신의말씀안에서인간에게 고유한인간본질의마지막구조 를열어보여주셨다는, 그래서결국신학적인간학은신학내용의한부분이라는본래의엄격한의미로만신학적인간학이있는것이아니라, 또한 ( 설사순진한자기이해일지라도 ) 인간의반성되지않은자기이해가신학자체의가능성의조건이라는의미로서신학적인간학이있다. 24) 인간에게말씀으로다가오는하느님의계시는말씀을듣는인간의기본규정 (Grundverfassung) 을전제한다. 하느님의말씀이인간에게청취될수있다면그것은결국인간의언어를통해서가능하기때문이다. 따라서청취된하느님의말씀을이해하기위하여서는그말씀을듣는인간의기본규정을먼저이해하여야하는것이다. 그에게있어서인간인식가능성의조건은인식과존재의일치에있기에그가인간주체를신학적으로궁구하는신학적인간학을수행한다면그것은곧형이상학을포괄하는것이된다. 라너는형이상학을수행하는이러한신학적인간학을기초신학적인간학이라고명명한다. 25) 그런데라너는기초신학적인간학이곧본연의의미에서종교철학이라고단정한다. 신학적인간학은인간을자유로운하느님의복음에자유로이귀를기울이는존재로파악한다. 라너에따르면종교철학은이에반해종교가무엇이고무엇이어야하는지에대한철학적규정작업이다. 26) 종교철학은철학이며, 그래서철학 24) HdW, 214, [206-207(225)]. 25) HdW, 214[207(226)]. 26) HdW, 215[208(227)]. 276 가톨릭철학 제 12 호 연구논문

의일반적이고고유한인식수단들을가지고작업한다. 27) 즉종교철학은 이성의자연적빛 28) (das natürliche Licht der Vernunft) 의관점에서종교를규정한다는것이다. 이성의자연적빛은라너에의하면 처음부터그리고근본적으로항상 종교에접근할수있다. 이는인간의포기되어질수없는본질적인것이며아울러인간과함께필연적으로주어지는세계의본질이고나아가서합리적이고필연적인사유의형식적기본법칙들이다. 29) 여기서종교철학과신학적인간학이그개념규정에있어서서로다르다는것이드러난다. 신학적인간학이하느님의주도적인말씀사건에대한인간의자유로운응답에그초점을둔다면종교철학은오히려그반대로인간의이성적기초로부터출발한다. 그러나라너는종교철학과신학적인간학의교차점에대하여논하기도한다. 그에의하면종교철학은단순히인간문화안에존재하는종교현상에대한묘사가아니다. 종교철학은반드시존재하는종교의궁극적본질에대하여질문을던지는것이다. 라너는이러한면에서종교철학은세계의한계를뛰어넘어절대적이고인격적인하느님인식에이르러야한다고주장한다. 30) 결국종교란 인간전체가이하느님께실존적으로결합되어있다는것 31) 을종교철학은인식하여야한다는것이다. 라너는여기서종교철학이단지하느님께대한인식을주장하는것에서멈추어서는안된다고본다. 종교철학은신적인존재를향한인간존재에대한구명이기에인식론적인차원에국한될수없고인식론적형이상학으로나아가야하는것이다. 종교철학이종교의본질이무엇인가를추구하는한, 그래서경험세계안의종교현상의한계를넘어서하느님께이르게된다는것은라너에게는당연한것이다. 이러한의미에서종교철학의핵 27) HdW, 215[208(227)]. 28) HdW, 215[208(227)]. 29) HdW, 215-216[208-209(227)]. 30) HdW, 216[209(227)]. 31) HdW, 216[209(227)]. 이규성 칼라너 (Karl Rahner) 신학에서의철학의역할 277

심에는오직이성만을바탕으로하느님인식에도달하는자연신학이자리잡고있다. 그런데하느님께도달하는이러한철학적신인식 ( 神認識 ) 은라너에의하면형이상학내에서만가능한것이다. 즉종교철학은형이상학과의연관에서가능하다는것이다. 형이상학은존재자들의근거인존재자체를주제로삼는다. 그런데이러한작업은인간이자기스스로를정신이라고파악하여야만이가능하다. 라너에게있어서존재에대한질문은곧인간의질문이자인간자신에대한질문이다. 따라서존재에대하여묻길원한다면인간은질문을제기하는인간자신에대하여질문하는것이다. 질문을제기하는인간존재에대한해명이없이는존재에대한해명은결국불가능하기때문이다. 존재에대한해명은즉인간실존안에놓여있는것이다. 그러므로라너에게있어서형이상학은곧형이상학적인간학이된다. 라너는종교철학을말하고자할때는단지종교철학이하느님을지향하고하느님께도달하는것에만족하지않는다. 종교철학은하느님께대한인간의실존적결합에대한주제적인해석이다. 32) 종교철학은하느님에대하여알아야하는것만이아니라, 하느님께결합되어야하는인간에대하여알아야한다고라너는본다. 33) 따라서모든종교철학은필연적으로인간본질에대한진술이기도하며, 그래서그것은형이상학적인간학을함축하고있다. 34) 형이상학적인간학이라는내적인계기를갖고있는종교철학은라너에의하면언제나기초신학적인간학이다. 35) 물론라너는종교철학과기초신학적인간학을동일하게여기지않는다. 종교철학적작업과신학적작업의출발점이같지않기때문이다. 그러나다른한편으로종교철학은신학과는무관한별개의독자적학문으로도남아있을수는없다. 그들은서로를지향한다. 그가말하고자하는것은오히려종교철학의내적인행위는신학을위한준비된개방성 32) HdW, 218[210(229)]. 33) HdW, 218[210(229)]. 34) HdW, 218[210(229)]. 35) HdW, 218[211(229-230)]. 278 가톨릭철학 제 12 호 연구논문

과개방된준비성이다. 36) 종교철학은신학을위한준비를구성하는것 (Konstituion der Bereitschaft für Theologie) 이며신학의필연적인전제조건이다. 따라서종교철학은계시를위한순종적가능태의구성법칙이된다. 37) 종교철학은그러나이성만을바탕으로하느님앞에서있는인간을대상을숙고하므로하느님말씀에대하여규정할수는없다. 오히려하느님의자유로운말씀에-따라서침묵을할수도있는데-인간이자유롭게귀기울일수있게하고그말씀이자기자신에근거할수있도록한다. 이러한의미에서종교철학과신학적인간학은서로다르면서도일치하는것이된다. 인간주체는자유와자율로서스스로를결정한다. 하느님의말씀에귀기울이거나귀기울이지않기로결정하는것도인간스스로가결정하는것이다. 그러나이러한자유로움및자율성은이미그것이실행되기이전에하느님의자유로움으로가능하다. 종교철학은인간으로하여금하느님의말씀을귀기울일수있게하는전제조건이되지만이는곧하느님의말씀자체에기초하고있다고라너는본다. 38) 종교철학은신학에앞서조건으로등장하지만그것은결국말씀하시는하느님에의하여가능하게되는것이다. 종교철학은청취된말씀에대한신학적작업의조건이되지만그것은곧하느님말씀에의하여이미조건되어진것이다. 라너는이를두고 철학이하느님의가능한계시에귀기울이는자인인간의구성법칙인한에서철학은항상, 그리고어떤경우에든신학안에지양된다 39) 고말한다. 즉종교철학은신학과동일하게여겨질수없지만복음을위하여준비하고자신을포기하는한, 신학안에서일치하게된다. 36) HdW, 220[212(231)]. 37) HdW, 220[212-213(231)]. 38) HdW, 222[214(233)]. 39) HdW, 224[215(234)]. 이규성 칼라너 (Karl Rahner) 신학에서의철학의역할 279

6. 철학적개념의신학적적용의예 라너의철학과신학에는자주등장하는개념이있다. 그것은인식행위및의식에있어서주제적비주제적인식또는의식에관한것이다. 주제적 / 비주제적이란용어는훗설과하이데거의철학에서연원한사고로서라너의신학에관통되고있다. 비주제적이란기초적인것으로인식에있어서오직배경으로존립하여함께인식되고 (miterkannt) 함께의식 (mitbewusst) 되지만명시적의식으로는떠오르지않는것을말한다. 이는초월론적인것과범주적인것과의구분과유사하다. 마레샬학파는이개념이스콜라적인의미를가지면서도동시에칸트적인의미도함께갖고있는것으로본다. 초월론적인것은범주적인것을넘어서는것으로인식가능성의조건이며아울러존재와연결되어있다. 인간인식의가능성의조건은라너에따르면인간에의하여비주제적으로함께인식된다. 존재에대한인식은따라서존재자체에대한비대상적암묵적인식이다. 그리고이인식은우리의식의비명시적배경을설명한다. 만일우리가이비대상적인식을설명하려면인식자체가구체적인세상의형태를수용한가운데일어나기에범주적으로설명되어야한다. 40) 주제적 / 비주제적인식개념을먼저라너의그리스도론에서살펴볼수있다. 41) 전통신학은나자렛사람예수가자신이하느님의아들이라는자아의식을언제나갖고있었다고가르친다. 예수가하느님의아들로서성부와성령과같은하느님이라는것이그근거가된다. 이는다른말로성자예수그리스도가성부와성령과함께삼위일체의의식속에서실존하였다는것이다. 라너는당시의이러한주도적인교의적가르침에대하여의문을제기한다. 그가르침은근대적성서주석학과철학그리고그밖의 40) Grundkurs, 145-147. 41) Karl Rahner, Dogmatische Erwägungen über das Wissen und Selbst bewußtsein Christi, in: Schriften zur Theologie Bd. V, Neuere Sch riften, Einsiedeln- Zürich-Köln 1968, 222-245. 280 가톨릭철학 제 12 호 연구논문

학문에상응하지않았기때문이었다. 갓태어난아기또는어린이예수가이미하느님과의공동체성에대한명시적의식이있었다면그것은인간학적이해를무시하는것이며아울러성서의증언에도합당하지않다. 만일하느님이진정으로인간과일치되고싶었다면인간이갖고있는한계상황도수용하였을것이다. 하느님이인간으로태어나면서하느님은갓난아이의무의식도수용하였을것이다. 여기서라너는바로주제적인식과비주제적인식이라는철학적개념을이용한다. 라너는예수가성장과정중비주제적으로하느님과일치하며살았으며성장해서는이문제에대한반성적숙고를통하여점점더명시적으로하느님과의일치를의식하며삶을영위하였다는것이다. 이러한의미에서예수는언제나성부와의일치안에서살았다고말할수있다. 이러한철학적개념의신학적적용은성사론에서도또한드러난다. 전통적인관점에서는예수가일곱성사를제정하였다고하나그것은성서주석학적인근거를가지고있지않다. 라너는이에대하여예수가구체적인성사하나하나를제정하였는지여부를성서에서실증적으로근거를대려는시도는의미가없는것으로본다. 라너는이러한논의에서도예수의주제적비주제적인식 / 의식을적용한다. 즉예수가제자들을부르는행위나사도를선발하는행위는비록예수가교회제정에대한명시적인의식을갖고있지않다고하더라도, 그래서성서에서는교회창설에대한실증적인증거를찾을수없다고하더라도비주제적인의식속에서라도교회를제정하였다고보는것이옳다는것이다. 아울러교회의제정은곧성사의제정과연결된다. 왜냐하면성사는교회의자기수행 (Selbstvollzug der Kirche) 으로드러나는것이기때문이다. 42) 나아가서 익명의그리스도인 이라는개념에서도라너는주제적비주제적인식 / 의식의개념을사용한다. 43) 예수그리스도에대한 42) Karl Rahner, Was ist ein Sakrament? in: Schriften zur Theologie Bd. X, Einsiedeln-Zürich-Köln 1972, 377-391; SW 18(2003) 477-488. 43) 참조, Karl Rahner, Die anonymen Christen, in: Schriften zur Theologie Bd. Ⅵ, Einsiedeln-Zürich-Köln 1968, 545-554; ders. Anonymes Christentum 이규성 칼라너 (Karl Rahner) 신학에서의철학의역할 281

명시적인신앙을갖는이들은그리스도교신앙인이라고말할수있다. 그에따르면인간의구원문제와관련하여예수그리스도에대한명시적신앙고백이없다고하더라도, 즉명시적인그리스도교신앙인이아니더라도그리스도에의하여구원받을수있다고한다. 그리스도교를알수있는기회가없지만각자가자신의양심에따라죄를짓지않고선행을실천하여왔다면그들은비주제적으로이미그리스도에대한신앙고백을하는것이고아울러구원에서도배제되지않았다고라너는주장한다. 즉명시적인신앙고백없이자신의양심에따라행동하는것은그리스도교신앙인이행하는것과유사한것이고그것은곧하느님에대한신앙, 나아가서예수그리스도에대하여신앙을비주제적으로고백하는것이다. 44) 7. 나가기 이상의소박한고찰을통하여철학과신학의관계에대한라너의입장을살펴보았다. 라너는철학이자신의독자성을확보하면서아울러신학과관계하는것으로이해한다. 철학또는철학함은그의신학의내적인계기가된다. 45) 신학은숙고및반성을포함하고있는데이러한것들은이미철학적사유를뜻하는것이기때문이다. 신학은계시를통해서청취된말씀에대한단순한반복이될수없다. 청취된말씀은대화의사건중에하느님에의하여인간에게선사된것이다. 대화를통해청취된말씀은인간으로하여금주체적으로숙고하고반성하도록한다. 철학과신학의이러한관계는철학의자율성과신학의품위를지키면서서로가긴밀한관계 und Missionsauftrag der Kirche, in: Schriften zur Theologie Bd. Ⅸ, Einsiedeln- Zürich-Köln 1970, 498-515; ders. Bemerkungen zum Problem des anonymen Christen, in: Schriften zur Theologie Bd. X, Einsiedeln-Zürich-Köln 1972, 531-546. 44) 이에대하여는종교신학의분야에서더욱상론할필요가있을것이다. 45) 물론라너는철학이신학의중요한계기를이룬다고하더라도신학적작업을수행하는데에있어서유일한계기로존재하지는않는다고본다. 282 가톨릭철학 제 12 호 연구논문

에있다는것을말한다. 이는다른말로철학은자신의정체성을잃지않으면서도말씀또는신앙에대한반성적숙고를통하여신학을수행할수있다는것이다. 인간본성 (Natura) 의목적이은총 (Gratia) 에인도되는것이라면철학의목적은라너에게있어서신학에인도되는것이다. 이러한의미에서철학적숙고를통하여인간은이미비주제적으로신학을수행하는것이라고할수있다. 철학과신학은그리스도인의구체적삶속에서는원초적인통일을이루고있다. 즉, 그리스도인은신앙을가지고있는인간이며동시에신앙은자신의실존자체를반성할것을요구한다. 여기에철학과신학모두가다루어야할대상이존재한다. 양쪽은처음부터이인간의삶에서적어도원칙적으로는하나가되어있는것이다. 그리고이양쪽의통일때문이라도어떤자리에서는세속철학만으로는도달할수없는신학적자료를명백하게다룰필요가있다. 46) 철학과신학의이러한통일성에대하여라너는세가지관점에서설명한다. 하나는질문을제기하는인간자신이보편적인질문자체이며, 둘째는계시가가능한초월론적조건 (transzendentale Bedingung) 과역사적조건이반성되어야하므로신학과철학사이에서의중개점이밝혀져야하고, 마지막으로인간이라는질문에대한대답으로그리스도교의가르침이고찰되어야한다는것이다. 47) 이는다른말로, 신학이초자연적인하느님의말씀을대상으로하는한그래서그말씀의대상인인간에대한구명이없이는하느님말씀이구명될수없다고주장될수있다면그래서결국신학이인간존재에대한학문이된다면그것은곧철학적주제와동일하게된다는것이다. 위에언급한세가지차원은서로가서로를제약한다. 아울러서로일치를이루기도하지만서로구분되기도한다. 48) 철학은신학의한부분도아니고신학에흡수되지도않는다. 철학은무전제에 46) Grundkurs, 22(28). 47) 참조, Grundkurs, 22(28). 48) Grundkurs, 22(28). 이규성 칼라너 (Karl Rahner) 신학에서의철학의역할 283

서출발하지만신학은이미주어진것, 즉성서 / 전통 / 교도권의가르침으로부터시작한다. 철학과신학은이미형상적차원과질료적차원에서도구분이된다. 철학이인간본성에대하여주제를삼는다면신학은원초적으로는하느님 / 은총 / 초자연에대해서주제를삼는다는면에서또한서로구분된다. 라너의철학적숙고는신학의내적계기로서신학을이해할수있도록아울러신학을학문으로서정초하려는시도였다고할수있다. 그의초기작품인 세계내정신 이나 말씀의청자 는그러한신학적작업의기초가된다. 그러나라너에게는철학은그자체로독립적인철학이다. 신학은반면에철학적논의들을포함하고있고또필요로한다. 이러한의미에서라너에게철학은신학의한구성요소라고할수있다. 철학이반드시신학을필수적으로요청해야할이유는없음에도불구하고은총과계시와관련한신학은인간의본성을말하고자할때철학적숙고를필요로한다. 철학과신학의상호지향성은라너에게서이성과신앙의상호지향성을아울러뜻한다. 이성을배제하는신앙은가능하지않고신앙을배제하는이성은방향을잃는다. 이성은신앙에개방되어있으며신앙을수용할수있는가능성이된다. 이는이성및신앙이서로를배제한이분법적인또는괴리된차원에서삶이수행되지않고오히려일치되어수행되고있고또그렇게수행되어야함을뜻한다. 라너는이러한면에서종교적삶이이성적으로관통되어있음을말하고아울러이성적인삶은비주제적이나마종교적삶을지향하고있으며, 종교적삶의차원에서이성적삶이가능하다고말한다. 따라서라너가말하는그리스도교인의종교적삶은일상에서개방된이성적자기반성의삶을뜻한다. 이로써신학과철학의일치, 이성과신앙의일치를통하여일상에서의신비적삶이가능한것으로드러난다. 284 가톨릭철학 제 12 호 연구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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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초록 신학과철학은서로어떠한연관을갖는가? 이러한질문은철학이나신학을전공하는이들에게는자주떠오르는주제중의하나일것이다. 본논문은 20세기최고의신학자중의하나인칼라너의이해를바탕으로철학과신학의관계에대하여탐구하고자한다. 라너는철학이신학의내적계기라고말한다. 철학은신학으로부터독립한독자적인학문이지만, 존재의무한지평에서있는인간을그숙고의대상으로삼는한철학은신학에로연결된다. 이성이신앙을위한순종적잠재성이라고말할수있는것처럼철학은신학을향하여개방적이다. 철학은신학에게있어서유일한내적인계기라고할수는없다. 그리고철학의모든것이신학을위한것도아니다. 그러나신학이인간을향한하느님의말씀을그숙고대상으로삼는한, 인간에대한해명이없이는말씀을해명할수없기에신학과철학은그탐구주제에있어공통성을지니고있다. 이러한철학은그러나단지인식론적인차원에머물수없으며결국인식가능성의조건은존재라는알게된다. 철학과신학은그출발점이다르기에서로구분되긴하지만하느님으로부터출발하여인간을구명하는신학과인간이성으로부터출발하여존재에이르는철학은인간을주제로삼는다는공통점을가지고있다. 신학은다른말로라너에게신앙에대한반성적숙고, 즉신앙에대한철학적숙고일것이다. 반면에철학적작업의가능성은라너에의하면신학에있다고본다. 그것은인식의가능성의조건이존재에있지만그존재가명시적숙고의대상이되지는않는것처럼철학의가능성의조건은, 철학이궁극적으로존재자체에로정향되어있다면, 그것은라너의입장에서는신학이라고볼수있다. 철학이신학에질료적요건을제공한다면신학은철학에형상적요소를제공한다. 라너는철학적사유방식을철저히자신의신학에 이규성 칼라너 (Karl Rahner) 신학에서의철학의역할 287

관철시킨것으로드러난다. 그러나그는신학을철학에로환원시키지않으면서동시에철학과결코분리되지않는채수행한다. 주제어 : 철학, 신학, 인간학적전회, 초월론적방법, 가능성의조건, 존재, 인식 288 가톨릭철학 제 12 호 연구논문

Abstract The Role of Philosophy in Theology of K. Rahner Lee, Kyou-Sung (Sogang Univ.) What is the relation between philosophy and theology? Such a question would be one of the subjects which are being brought up often not only to philosophes but also to theologians. The aim of this thesis is to research the relationship between philosophy and theology in understanding of Karl Rahner SJ, who is one of the most important figures as a theologian in 20. century. He says that philosophy is a inner moment of theology. Philosophy is an independent science from theology. It is, however, related to theology, as far as philosophy takes human being as a object of consideration who is standing in the unlimited horizon. If he can say that reason is the potentia oboedientialis for accepting belief, that means philosophy is open toward the theology. Rahner doesn t say philosophy is the only one inner moment of the theology. And not all of philosophy is for theology. But we can t elucidate Word of God without explaining what the human being is, as far as theology takes the Word of God toward human being as a object of reflection. In so far philosophy and theology have the same subject to be researched. Philosophy therefore can t stay within cognitively limited field. After all it comes up to Be(esse, Sein) as the foundation of all being which is recognized as the 이규성 칼라너 (Karl Rahner) 신학에서의철학의역할 289

condition of possibility of cognition. At the same time because of the differences where they begin to operate they are independent from each other. Nevertheless they have something in common as far as theology begins with the revelation of God to human being and philosophy goes from the reason of human being without any presupposition. Theology is in other word for Rahner the reflexive consideration for belief. Theology therefore has the philosophical component. On the other hand, the possibility of philosophy lies in theology. Like the condition of possibility of cognition is in esse while it doesn t arise as a thematic object, the condition of possibility of philosophy according to Rahner is theology as far as philosophy is oriented to esse ipsum. Philosophy is for theology material condition and theology is for philosophy formal condition. In the unity of both they take human being as a theme. Rahner seems to carry through his philosophical way of reflection in theological field. But he doesn t try to reduce theology into philosophy. His theology is operated without any separation between philosophy and theology. Key Words: Philosophy, Theology, anthropological wend, transcendental method, condition of possibility, esse, cognition. 투고일 : 2009. 3. 20 심사완료일 : 2009. 4. 7 게재확정일 : 2009. 4. 13 290 가톨릭철학 제 12 호 연구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