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순사상논총 제 31 집 (2018), pp.131~163 https://doi.org/10.25050/jdaos.2018.31.0.131 증산순례길제언 A Proposal of Jeungsan Pilgrimage Way 110) 김진영 * Kim Jin-young. Adjunct Professor, Hankuk University of Foreign Studies Abstract: The concept of pilgrimage is a phenomenon that appears in almost every major religion. It is traditionally defined as religious travel to a sacred external place for spiritual purposes and introspection. However, there are many different relationships between pilgrimages and religious customs, including excursions through abstract dimensions and regular journeys such as annual holidays. Because modern pilgrimages are taken for a variety of reasons, they are not limited to faith-based historical locations. Thus, many scholars also perceive pilgrimages as an increasing part of the general industry of tourism. These journeys are now studied in a diverse range of fields (e.g., ethnography and tourism). In this way, pilgrimages have created a new market from an industrial perspective. This economic analysis has resulted in secular interest. Pilgrimages can now be taken by gil (walkways), which have gained tremendous popularity. Thus, religiosity and humanity as they are embraced through pilgrimages are now receiving outside influences. This study therefore is aimed at generating suggestions for developing the pilgrimage routes related to Kang Jeungsan (i.e., the Supreme God of Daesoon Jinrihoe). These proposed Jeungsan routes are not * 한국외국어대학교겸임교수, E-mail: staci21@naver.com
132 대순사상논총제 31 집 / 연구논문 simply restricted to religious activities or nostalgia, nor are they exclusively concerned with encountering holiness. To realize this idea, it is necessary to reconsider the concept of a sacred space. Key words: Post-secularism, Pilgrimage, Sacred Site, Camino de Santiago, Jeungsan, Daesoon Jinrihoe
증산순례길제언 / 김진영 133 Ⅰ. 머리말 Ⅱ. 종교와순례 Ⅲ. 산티아고순례길 Ⅳ. 증산순례길 Ⅴ. 맺음말 Ⅰ. 머리말 인류의역사는이동 (movement) 의역사라할만큼인류의발전은 끊임없는이동을통해실현되어왔다. 길은이동의정점에서있고인 류는이동의수단으로무수히많은크고작은길들을만들고걸어왔 다. 그러나길은, 김치완의지적처럼, 공간좌표속에서두개의상이 한지점을연결하는물리적인선 ( 線 ) 으로표현되지만그속에는변화 라는시간성을내포하며, 1) 변화는물리적의미뿐만아니라인간정신 과같은추상적의미를동시에내재한다. 길을통한물리적이동으로 서순례는바로형이상학적인인간정신의변화를목적으로한의식 적, 무의식적제의행위인것이다. 순례는인구이동의가장오래된형식중하나로서거의모든주요 종교에서나타나는현상이다. 전통적으로순례는 외적으로는성스러 운장소로, 내적으로는정신적인목적과내적이해를위한종교적이 유로부터결과하는여행 으로정의되어왔다. 2) 하지만오늘날순례와 1) 김치완, 카미노 와 올레 를중심으로본문화콘텐츠로서의길 [ 道 ], 인문콘텐츠 30 (2013), p.52. 2) Richard Barber, Pilgrimages (London: The Boydell Press, 1993), p.1.
134 대순사상논총제 31 집 / 연구논문 종교관습간의이와같은관계는논거가빈약한것처럼보여종교적여행으로서의순례라는용어는현대적의미에서는추상적차원의거의모든종류의여행, 심지어는연차휴가와같이정기적으로반복되는여행으로까지확대되고있다. 3) 비록역사적으로순례자는종교적인동기를품고성지로향해가는사람으로묘사되지만, 현대의순례자들은많은다양한이유로여행을시작하므로, 순례는사실상역사적인성소에신앙을목적으로한방문으로그의미를제한할수없게되었다. 이와같은맥락에서순례를관광의일부로간주하려는시각이관광학을중심으로한실용학문분야에서대두하고있다. 순례를종교적제의로서가아니라관광의하위개념인종교관광으로분류하려는시도가빈번한데, 그것은산업적측면에서도매력적인시장이기때문이다. 4) 전세계적으로 종교여행 은가장빠르게성장하는부문중하나로매년 3억 ~3억 5천만명이종교유적지를방문하고있다. 5) 이는순례가경제적측면에서한지역이나국가의발전에기여할수있다는방증이기도하다. 순례를경제적가치의측면에서바라보려는이런시각은결과적으로종교를세속주의 (secularism) 의조류속에포함하는행위이며한국에서걷기열풍을타고유행처럼번져가는 길 의경험과순례를동일선상에놓음으로써순례길의경험이던져주는종교성 (religiosity) 을포함한고귀한인간정신은자칫길을잃을위험에처하게되었다. 비록특정성지또는성소로의순례가종교성이약화되었을지라도여전히종교성을발산하고있으며, 타종교신앙인이나비신앙인에게는역사적맥락또는원기나기개를기르는등의심신 3) Sean Slavin, Walking as Spiritual Practice: The pilgrimage to Santiago de Compsotela, Body & Society 9:3 (2003), p.1. 4) Suzanne Amaro, Angela Antunes, and Carla Henriques, A Closer Look at Santiago de Compostela s Pilgrims through the Lens of Motivations, Tourism Management 64 (2018), p.272. 5) UNWTO, Tourism Can Protect and Promote Religious Heritage. http://media.unwto.org/press-release/2014-12-10/tourism-can-protect-andpro mote-religious-heritage?page=1&field_news_date_value[value][year]=2014&fi eld_news_date_value[value][month]=12&title= 참조 : 검색일자 2018.6.26.
증산순례길제언 / 김진영 135 활동으로이해될수있다. 이런관점에서본논문은대순진리회의지고신 (the Supreme God) 인강증산의순례길개발을제언하는데그목적이있다. 이를위해먼저종교가현대사회에서어떤위치에놓여있는가를이론적으로검토해종교와순례 ( 길 ) 의관계를학문적으로제시할것이며, 스페인산티아고순례길 (Camino de Santiago) 의분석을통해순례길의존재의의를실증적으로설명하고 증산순례길 개발의이론적토대로삼을것이다. Ⅱ. 종교와순례 콩 (Lily Kong) 은전세계적으로일어나는네가지의큰변화, 즉점증하는도시화와사회적불평등, 환경파괴, 인구의노령화, 인류이동의증가로인해종교를바라보는전통적인관점이거센도전에직면하게되었다고주장한다. 6) 전지구적인변화와종교문제와의관련속에서발생하는가시적인갈등은종교의역할을위축시키고, 합리성을기반으로한이성중심사회는종교의영향력을축소하게될것으로예측되었다. 하버마스 (Jurgen Habermas) 에의하면, 사회학자들의이런가설은오랫동안반론이없었던그럴듯한 (plausible) 세가지이유에의존한다. 첫째, 과학과기술의발전은모든실증적인상태와사건을쉽게설명할수있기때문에과학적으로계몽화된사람은신 (god) 중심적이며형이상학적인세계관을쉽게받아들일수없고, 둘째, 사회의하위체계의기능적분화로교회와기타종교기관들은법, 정치, 민생, 교육, 과학에대한통제력을잃고구원의수단을관리하는기능으로스스로를제한함으로써종교를사적영역으로전환하여 6) Lily Kong, Global Shifts, Theoretical Shifts: Changing Geographies of Religion, Progress in Human Geography 34:6 (2010), p.755.
136 대순사상논총제 31 집 / 연구논문 공적영향력을상실하게되었으며, 마지막으로, 농업사회에서산업 사회를거쳐후기산업사회로의이동은평균적으로더높은수준의 복지와사회보장으로이어져삶의위험성감소와존재론적안전의 증가로종교만이인간의통제가불가능한우연성을통제할수있다는 이전의믿음을약화시킨다. 7) 그러나사회가현대화될수록종교가쇠퇴하는경향이있다는주장, 즉세속주의이론은세속 (the secular) 과신성 (the sacred) 의변증법 을잘못해석해왔다. 종교는여전히사회전반에걸쳐세속화된사회 의삶에서자신의 자리 (position) 를분명히주장하고있다. 8) 근대성 (modernity) 이비록조직적인제도화된종교의사회적의의와역할을 손상하여종교가사적영역에국한된채공적영역으로부터주변화되 었을지라도종교에대한개인의자유로운선택이나의지의문제는여 전히존재한다. 9) 종교는사라진것이아니라정신적자양분의커다란 한축으로서의미를다시채워넣고있는 정신적진공상태 의후기 세속주의 (post-secular) 사회로이행하였다. 오늘날, 사람들의종교적 인관심은전통적인믿음의개념과는다르다. 많은사람들이종교적인 믿음과실천은교회나종교공동체의제의, 관습, 전통과같은기준을 통해종교활동을판단하지만현재우리가목격하는것은 개인적이 며사적인신앙과실천에초점을맞추는일종의영적다원성 (spiritual plurality) 이다. 10) 후기세속주의시대의종교성은종종제도화된종 교의기대와의무에기초한신앙이라기보다는개인의존재, 의미, 실 현이라는문제와더관련된개별적이고사적인신앙으로구성된다. 따 라서후기세속주의사회는비판적태도를견지한채정신의문제에 새롭게공개적인태도를취하는사회로정의되며, 조직적이고규범적 7) Jurgen Habermas, Notes on the Post-secular Society, New Perspectives Quarterly 25:4 (2008), pp.17-18. 8) 같은글, p.19. 9) Mats Nilsson and Mekonnen Tesfahuney, Performing the Post-secular in Santiago de Compostela, Annals of Tourism Research 57 (2016), p.20. 10) 같은글, p.21.
증산순례길제언 / 김진영 137 인종교로부터자기중심적인경험론적정신으로의이동으로특징지을 수있다. 11) 세계적으로점증하는세속화에도불구하고종교는영성 (spirituality) 의의미로사회의고통과개인의역경에위안을제공하 는틀을구축함으로써개인적성장의표현으로인식될수있고, 사람 들은개별성이라는더강력한의식을허용하는종교의요소들을선호 하게되었다. 12) 그렇다면종교를개인적인정신의문제로이해하려는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왜순례를떠나는가? 순례의동기에관한수많은연구속에 서도터너 (Victor Turner) 의연구들은 커뮤니타스 (communitas) 와 역치성 (liminality) 의범주에따라순례의이론적토대를마련했다는 점에서의의가있다. 그는기독교순례의철저한분석을통해종교적 동기의순례자는구조 (structures) 로가득찬일상세계로부터자신을 분리한채순례라는제의적행위를통해다른순례자들속에서어느 지점에도속하지않는공통적이며보편적인인간성을발견하게된다고 말한다. 다시말해, 순례라는신성한여행을감행하는과정은일상의 세계를넘어서는새로운행태의상호작용 ( 커뮤니타스 ) 이일어나는경계 ( 역치성 ) 로순례자를이동시킨다. 구조적인속성이제거된채수평적인 동등한전체와개별화된인간들간에자연스럽게형성되는관계인커뮤 니타스속에서 타자 (the other) 는형제가되고신념체계를공유하는 특정한인류애를경험하게된다. 13) 결론적으로터너는순례의동기로 종교를기반으로한이와같은개인적변형을주장하였던것이다. 그러나최근많은학자들은세속적갈등이순례에내재하고있으 며순례의동기또한구조적인틀속에넣을수없다고비판한다. 빌 루 (Yoram Bilu) 는커뮤니타스의 평등과동질감 (equality and 11) Charles Taylor, A Secular Age (Cambridge, Massachusetts & London: The Belknap Press of Harvard University Press, 2007), p.534. 12) Elizabeth Carnegie, Religion, Museums and the Modern World, Martor: The Museum of the Romanian Peasant Anthropology Review 11 (2006), p.172. 13) Victor Turner and Edith Turner, Image and Pilgrimage in Christian Culture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1978), p.3.
138 대순사상논총제 31 집 / 연구논문 congeniality) 의이데올로기 가다양한방식으로순례속에그모습을드러낼지라도, 순례참가자들을실증적인데이터중심으로연구해보면파벌주의와갈등역시현저히드러나결국순례자들은구조적으로불평등한역할관계로분절된다고말한다. 14) 이드 (John Eade) 는주변부에위치한신성한중심으로의이동과그속에서발생하는커뮤니타스라는터너의설명은대단히다른역사적문화적배경에서발견되는 복잡성과이종성 (complexity and heterogeneity) 을잘못전달한것이라고주장한다. 15) 콜먼 (Simon Coleman) 또한커뮤니타스는순례에대한실증적인묘사라기보다는순례의담론을이상화하는것으로순례는서로경쟁하는종교적담론과세속적인담론둘다를수용할수있는 드넓은공간 (capacious arena) 으로해체되어야한다고역설하였다. 16) 또한종교와같이하나의구조적틀로순례를분석한터너식의해석은동기면에서타당하지않다는주장이최근학계의일관된견해이다. 17) 기독교에서전통적인순례가 강한종교적동기 18) 로수행되었음은연구자들의일치된의견이지만오늘날의순례자들에게종교가본질적으로동기를제공하지는않는다. 예를들어, 산티아고순례길에대한 1,140 개의표본을인터넷으로수합하여 8개항목으로분석한아마로 (Suzanne Amaro) 외 2인에따르면, 정신적동기, 새로운경험, 14) Yoram Bilu, The Inner Limits of Communitas: A Covert Dimension of Pilgrimage Experience, Ethos 16:3 (1988), p. 303. 15) John Eade, Pilgrimage and Tourism at Lourdes, France, Annals of Tourism Research 19 (1992), p.21. 16) Simon Coleman, Do You Believe in Pilgrimage? Communitas, Contestation and Beyond, Anthropological Theory 2:3 (2002), p.357. 17) Lluis Oviedo, Scarlett de Courcier, and Miguel Farias, Rise of Pilgrims on the Camino to Santiago: Sign of Change or Religious Revival?, Review of Religious Research 56:3 (2014), p.434. 18) 암브로시오 (Victor Ambrosio) 는과거에는교회자체가신앙을더깊이있게, 더풍부하게경함하도록순례를장려하였다고말한다. Victor Ambrosio, Sacred Pilgrimage and Tourism as Secular Pilgrimage, in R. Raj & K. Griffin, eds., Religious Tourism and Pilgrimage Management: An International Perspective (Wallingford, UK: CABI, 2015), p.131.
증산순례길제언 / 김진영 139 자연과스포츠, 문화적동기, 새로운사람이나장소와의만남, 일상으로부터의탈출, 종교적동기, 약속 / 전통이행 의순으로나타나, 종교적동기는 7번째에불과하였으며동기또한다양함을드러냈다. 19) 또한닐슨 (Mats Nilsson & Mekonnen Tesfahuney), 빌러카 (Helena Vilaca), 오비도 (Lluis Oviedo, Scarlett de Courcier & Miguel Farias), 머리 (Michael Murray), 스미스 (Alison T. Smith), 린세드 (Gisbert Rinschede), 이건 (Kerry Egan) 등다수의학자들은설문조사, 데이터분석, 직접참여등의실증연구를통해순례동기의다양성을입증하였다. 순례에는종교적제의를따르거나내적인식을추구하는것과같은정신적인동기와길을기반으로한여행이라는세속적동기라는 참여의이중성 (duality of participation) 이있다. 20) 여행자의요구를충족시키기위해순례길을따라자연적또는인위적으로조성된마을, 도시의다양한세속시설 호텔, 식당, 카페, 기념품상점등 을거치는동안순례자의관광객으로서의시선은종교적인헌신과결합한다. 이제순례는관광이된다. 전통적인순례는정화, 회개, 숭배, 치유와관련이있지만전적으로종교적인의미만을갖던시기에서조차도순례자들은방랑벽, 기분전환, 호기심, 탐험과같은더세속적인욕망의충족을위해순례를떠났다. 21) 순례와관광, 순례자와관광객이라는엄격한이분법은여행에대한포스트모던시대의세계관에는적합한것처럼보이지않는다. 순례가다양한여행동기를제공할수있다는점을고려하면, 성지로의여행은일반적인관광과유사성을띠며세속적인장소 ( 음악가나작가의생가등 ) 로의여행또한종교적인의미가부여될수있다. 관광객과순례자는그역할이쉽게바뀔수있어관광객은독실한순례자의역할로, 순례자는자연과문화유산을탐닉하 19) Suzanne Amaro, Angela Antunes, and Carla Henriques, 앞의글, p.276. 20) Michael Murray, The Cultural Heritage of Pilgrim Itineraries: The Camino de Santiago Journeys 15:2 (2014), p.67. 21) Tatjana Schnella and Sarah Palib, Pilgrimage Today: The Meaning-making Potential of Ritual, Mental Health, Religion & Culture 16:9 (2013), p.890.
140 대순사상논총제 31 집 / 연구논문 는관광객의역할로전이할수있다. 22) 성과속은독점적인범주로 여겨지기보다는역동적인변화가가능한매우다양한성과속의조합 을갖는 연속체 (continuum) 며, 23) 순례는이와같은순치가능성의 양면성을함의한다. 종교의탐색은궁극적으로사람들에게중요한것을진지하게받아 들이게함으로써종교기관이나종교전통을뛰어넘는콘텍스트로확 대되어왔다. 이런의미에서슈넬라와팔리브 (Tatjana Schnella and Sarah Palib) 는 묵시적종교 (Implicit Religion) 라는범주속에서순 례의의미에접근한다. 그들에의하면, 묵시적종교는개인이자신의 믿음, 행동, 경험이라는개인화된방식을통해신성한인물과궁극적 으로의미있는관계를형성함으로써신성이라는세속을초월하는경 험을가능하게한다. 24) 즉, 순례는종교적이유이든, 세속적이유이든 간에순례자개인의경험을통해신성을경험케하는묵시적종교성 을내포한다. 해석을기다리는 텅빈기호 (empty ciphers) 로서 25) 순례는세속이던져주는삶의역경, 고단함, 무관심속에서묵시적으 로종교적제의를실행에옮김으로써그과정에서새로운가치체계 를경험하게한다. 이시점에서순례라는제의적행위속에반드시포함하는, 한국에서는 자주간과되고있는 걷기 의중요성을언급할필요가있다. 순례를오비 드는 개인들이자신들의가변적인정체성 (flexible identities) 을재정의 하려는과정 26) 으로, 벡스테드 (Zachary Beckstead) 는 개인의변형가 능성 27) 으로, 미카엘슨 (Lisbeth Mikaelsson) 은 정신적치유 28) 로, 닐 22) Victor Turner and Edith Turner, 앞의책, p.20. 23) N. Collins-Kreiner, Researching Pilgrimage: Continuity and Transformations, Annals of Tourism Research 37:2 (2010), p.452. 24) Tatjana Schnella and Sarah Palib, 앞의글, p.888. 25) Keith Egan, Walking Back to Happiness? Modern Pilgrimage and the Expression of Suffering on Spain s Camina de Santiago, Journeys 11:1 (2010), p.108. 26) Lluis Oviedo, Scarlett de Courcier, and Miguel Farias, 앞의글, p.45. 27) Zachary Beckstead, Liminality in Acculturation and Pilgrimage: When Movement Becomes Meaningful, Culture and Psychology 16 (2010), p.387.
증산순례길제언 / 김진영 141 슨은 내적평화와정신적의미의탐색 29) 으로, 로페즈 (Lucrezia Lopez) 는 정신적목표의탐색 30) 으로정의한다. 하지만공통적으로이들학자들의비유는순례가필연적으로 걷기 의고통을수반하는 목적 중심이라기보다는 과정 중심이라는사실을전제로한다. 순례길여행자들이견디는걷기의고통은다른순례행위의시련과더불어상징적인속죄로해석될수있다는머리의주장처럼, 31) 스스로가택한순례에는종교적이든, 정신적이든, 세속적이든간에다차원적인동기와다양한궤적이있을지라도이런여행은지리적이며상징적인목적지에 도착하려는 상당한노력에의해통합된다. 내적길을발견하기위해서는육체의체험에우선권을주어야하며, 걷는과정속에서순례자의종교와정신과관련된믿음과가치는이동하고진화한다. 인간의가장나약한특징중하나인희망을찾는 삶의더깊은존재론적외침 에대한답은걷기라는고군분투속에서생겨난다. 32) 한국에서의순례는어떤의미를나타내는가? 아마도용어가갖는모호성이나광의성으로인해 성지 를결합한 성지순례 라는용어로특정화하여신성한의미를부여하려는경향이있다. 이런시도자체는순례의세속화를경계하려는의도겠지만실제로행해지는성지순례는순례속에내재된 걷기 의고통과같은과정은거의존재하지않는다. 학계의태도또한별반다르지않아, 권봉헌은순례를 관광상품 33) 의개념으로, 안양규와오정근은 방문 34) 으로, 김정희와박은숙은 28) Lisbeth Mikaelsson, Pilgrimage as Post-secular Therapy, Post-secular Religious Practices 24 (2012), p.266. 29) Mats Nilsson and Mekonnen Tesfahuney, 앞의글, p.22. 30) Lucrezia Lopez, How Long Does the Pilgrimage Tourism Experience to Santiago de Compostela Last?, International Journal of Religious Tourism and Pilgrimage 1:1 (2013), p.2. 31) Michael Murry, 앞의글, p.79. 32) Keith Egan, 앞의글, p.109. 33) 권봉헌, 기독교세계관에근거한관광학의개념및성지순례관광에관한연구, 호텔관광연구 18-6 (2016), p.136. 34) 안양규, 불교의성지순례와그종교적의의, 종교문화연구 2 (2000), p.112; 오정근, 종교관광의참가동기및매력속성과참가자만족간영향관계 : 기독교성지
142 대순사상논총제 31 집 / 연구논문 보상을목적으로한 35) 거룩한지역으로가는여행으로, 김신혜는심지어 트레킹코스 36) 로설명하기까지한다. 특정장소 ( 성지 ) 에 갔다오다 또는 방문하다 와같은태도는심리적변화를촉발하는촉매로 성지 또는 성물 을둘러보는단순행위로순례를제한하는행위에다름아니며, 결과적으로 과정 이생략된 목적 만이중요한일반적의미의세속관광과구별되지않는다. 과거에는교통수단자체가걷기나말을이용하는것과같은육체의사용이었으므로순례자체는엄청난고통을수반할수밖에없었다. 37) 그렇기때문에순례는신성한행위로경외시되었다. 산티아고순례가현대에더욱주목받고있는이유는바로과정을중시하기때문인데, 그런의미에서한국의성지순례가일정부분종교성을함양하는데기여할지라도종교또는정신의세계에커다란반향을불러일으키기에는역부족이므로종교관광이나종교문화답사로부르는것이더적합할지모른다. 인류는처음에는독단적인종교의절대성, 그다음에는세속적인이성중심의과학적세계관, 이제는깊은영적교감을추구하고있다. 지난수십년에걸쳐종교적참여는줄었지만이것이세속주의로인한종교의직접적인포기를의미하지는않았다. 윌킨스 -라플램 (Sarah Wilkins- LaFlamme) 은과거보다는적은수의사람들이제도권종교안에있는것으로식별될지라도늘어나는 종교속에있으면서종교를믿지않는사람들 (religious nones) 속에는종교적이며정신적인믿음에대한다 순례를중심으로, 관광경영연구 17-1 (2013), p.224. 35) 김정희ㆍ박은숙, 성지순례참가동기와매력성이성지순례만족에미치는영향, Tourism Research 38-3 (2013), p.37. 36) 김신혜, 트레킹코스의장소아이덴티티및디자인사례연구 : 국내외대표적트레킹코스를중심으로, 조형미디어학 17-4 (2014), p.54. 37) 중세서구기독교순례를분석한구본식에따르면, 여행의대부분은걸어서갔다 가장부유한사람들은짐승을탔으며그짐승의대부분은당나귀였다. 순례객들은여행의이러한조건에다자기들만의고유한순례실천사항을결정하였다. 그중에서도고행을실천하였고수도자들은그고행이더심했다. 또한 중세의순례자는사실적으로가난하기도하였고또고행도해야했기때문에걸었으며, 그중에서맨발로걷는이도있었다. 구본식, 가톨릭교회의성지순례 ( 기원과중세기의순례중심으로 ), 현대가톨릭사상 27 (2002), p.60, p.73.
증산순례길제언 / 김진영 143 층적인관심이남아있음을발견하였다. 38) 종교와무관할지라도사람들은여전히자신들의경험과삶속에서더깊은의미를발견할수있게해주는방법들을찾고있다. 순례는그런방법들중가장대표적이라할수있다. 다음장에서는중세에만들어져현대에더욱빛을발휘하는산티아고순례길이어떻게종교적제의로, 또그것을뚫고넘어서는정신적표현으로자리잡게되었는지를다루도록하겠다. Ⅲ. 산티아고순례길 현대인들은이성의실패를목도하고근대성에대한환멸의분위기속에서새롭게세계를해석할대안을찾고있다. 많은사람들이가정이나직장에서심한스트레스를겪고있고, 이로인해현재의자신을던져버림으로써삶의목적이나방향성또는삶의새로운동력을회복하기위한수단을절박하게필요로한다. 39) 이런의미에서순례는자신의정체성을더깊게이해할수있는 제의의전형 이며, 순례자는자신을일상으로부터분리시킴으로써 명상의공간 을제공받게된다. 40) 따라서순례는부패해가는사회의영향에대한치유책으로서깨달음, 내적평화, 또는궁극의구원을탐색하는정신적여행으로비유될수있다. 순례가오늘날전통적인종교적제의행위에서이탈하였을지라도, 오랜세월을간직한성소는여전히정신을탐색하는사람들에게 자석 과도같기때문에현재전세계에서 부활 을경험하고 38) Sarah Wilkins-LaFlamme, How Religious Are the Religious Nones? Religious Dynamics of the Unaffiliated in Canada, Canadian Journal of Sociology 40:4 (2015), p.478. 39) Nigel Rapport, I Am Dynamite (London & New York: Routledge, 2003), p.42. 40) Suzanne van der Beek, Ritual Identity, International Journal of Religious Tourism and Pilgrimage 5:2 (2017), p.26.
144 대순사상논총제 31 집 / 연구논문 있다. 41) 길, 즉 걷기 를기반으로한순례자또한급격한증가세에있다. 스페인의산티아고순례길, 일본의시코쿠 88사찰순례길 ( 四國遍路 ), 메카순례길, 인도바라나시순례길등이대표적이며, 42) 이들의공통점은종교성을기원으로한다는것이다. 본논문은순례가종교성과정신성의결합이라는주장에기초하므로이번장은더이상기독교순례길로만인식되지않는, 세계인의순례길로자리잡은스페인산티아고순례길을집중적으로살펴보려고한다. 스페인어로는 El Camino de Santiago, 영어로는 The Way of Saint James 로알려진산티아고순례길은스페인북부도시산티아고 (Santiago de Compostela) 의대성당으로가는성지참배길을말한다. 스페인의전설에따르면, 예수사후그의 12제자가세상으로흩어진후그중한명인대야고보 (St. James the Greater) 가예수의가르침을전하기위해스페인갈리시아 (Galicia) 지역으로여행하였는데, 이때그의이름이스페인어로번역되어산티아고라는도시명이탄생하였다. 서기 44년에팔레스타인으로돌아간대야고보는예루살렘에서순교를맞았고, 그의제자 2명이그의시신을은밀히운구하여배편으로갈리시아의항구도시이리아플라비아 (Iria Flavia) 로보내인근숲에비밀리에매장하였다. 그후잊혀져있던그의무덤은 813년과 820년사이에숲속에사는양치기에의해발견되었고, 이에이리아플라비아주교는무어인들에게대항한기독교인의상징으로그의무덤을보호하기위해예배당을지었는데, 그것이현대의산티아고대성 41) 매년 3 백 ~5 백만명의이슬람교들은메카로가는하지 (Haji: 메카로가는이슬람순례 ) 를떠나며, 5 백만명의순례자들이프랑스루르드 (Lourdes) 에, 대략 2 천 8 백만명의힌두교순례자들이갠지스강을찾고있다. N. Collins-Kreiner, 앞의글, p.441 참조. 42) 일본의시코쿠 88 사찰순례길은 88 개천년고찰을차례로참배하는총길이 1,200 km의순례길로, 도보로는약 40 일 ~60 일이소요되며연간 15 만명의순례자들이찾고있는곳이다. 3 천년순례역사를자랑하는인도바라나시순례길은갠지스강중류에위치한인도최고성지인바라나시 (Varanasi) 로가는순례코스를말하는데, 많은힌두교들이갠지스강물로몸을씻어신성함을받고자인도전역에서몰려든다. 김신혜, 앞의글, pp.55-57; 최화열, 박연옥, 윤병국, 슬로우투어리즘에대한탐색적연구 : 도보길과제주올레걷기축제를사례로, 관광연구저널 29-2 (2015), pp.176-177.
증산순례길제언 / 김진영 145 당의유래가되었다. 43) 950년경에는최초의순례자들이산티아고순례를시작하였고, 44) 12세기초에는디에고겔미레스대주교 (Archbishop Diego Gelmirez, 1100~1140) 의열정적인독려로로마와예루살렘과더불어대표적인중세순례지의하나로자리잡았다. 45) 12세기부터 14세기까지는절정기로매년 15만 ~50 만여명의순례자들이방문하였고, 르네상스와종교개혁즈음해서는순례자수가상당할정도로감소하였으며, 그후 20세기이전까지는사람들의기억에서거의벗어나있었다. 46) 20세기에는자동차나비행기와같은기계화된교통수단의발달로산티아고를찾는사람들이늘어나기시작했지만도보나말을이용하는순례자들의수는오히려감소하였으나, 최근 30년사이관심이폭발적으로늘어나도보순례자는 1985 년 1,245 명이었던것이 2000 년에는 272,703 명으로대폭증가하였다. 47) 이중세기독교순례길의강력한부활은 1982 년교황요한바오로 2세 (Pope John Paul II) 의산티아고시방문, 1985 년산티아고시의세계문화유산등재, 1987 년산티아고순례길의유럽문화길 (European Cultural Route) 공인, 1989 년세계청소년의날 (World Youth Day) 개최, 1993년산티아고순례길의세계문화유산등재등을계기로더욱확대되었다. 48) 43) John B. Wright, The Pilgrimage to Santiago de Compostela, Spain, Focus on Geography 57:1 (2014), pp.26-28; Helena Vilaca, Pilgrims and Pilgrimages: Fatima, Santiago De Compostela and Taiz?, Nordic Journal of Religion and Society 23:2 (2010), pp.146-147 참조. 44) Buetta Warkentin, Spiritual but Not Religious: The Fine Line between the Sacred and Secular on the Camino de Santiago, Social Work & Christianity 45:1 (2018), p.112. 45) Pilgrim s Reception Office, The Pilgrimage to Santiago de Compostela. https://oficinadelperegrino.com/en/pilgrimage/introduction/ 참조 : 검색일자 2018.6.29. 46) Buetta Warkentin, 앞의글, p.112. 47) Pilgrim s Reception Office, 앞의글참조. 48) Pilgrim s Reception Office, 앞의글 ; UNESCO, Routes of Santiago de Compostela: Camino Frances and Routes of Northern Spain. http://whc.unesco.org/en/list/669 ( 검색일자 2018.6.29.) 참조 ; Mats Nilsson and Mekonnen Tesfahuney, 앞의글참조.
146 대순사상논총제 31 집 / 연구논문 < 표 1> 산티아고순례자수 1985-1994 49) 1998-2007 50) 연도 순례자 연도 순례자 1985 2,491 1998 30,126 1986 N/A 1999 154,613 1987 2,905 2000 55,004 1988 3,501 2001 61,418 1989 5,760 2002 68,952 1990 4,918 2003 74,614 1991 7,274 2004 179,944 1992 9,764 2005 93,924 1993 99,436 2006 100,377 1994 15,863 2007 114,026 중세산티아고로가는순례길은세월의흐름속에서유럽전역을연결하는거미줄처럼복잡한육상및해상접근로로발전하였다. 많은작은길들이있었지만 < 그림 1> 의산티아고순례길지도에서볼수있듯이프랑스를비롯한유럽각국의순례자들은전통적으로프랑스의네도시인파리 (Paris), 베즐레이 (Vezelay), 르퓌 (Le Puy), 아를 (Arles) 로모여들었고, 이곳에서피레네산맥 (the Pyrenees) 을넘어소위 프랑스길 (Camino Frances, French Way) 의시작점인프랑스남서부의셍쟝삐에드뽀흐 (St. Jean Pied de Port) 에집결하였다. 프랑스길은스페인의유서깊은관광도시팜플로나 (Pamplona), 부르고 49) Michael Murray and Brian Graham, Exploring the Dialectics of Route-based Tourism: The Camino de Santiago, Tourism Management 18:8 (1997), p.519. 50) Helena Vilaca, 앞의글, p.147. 산티아고순례자사무국 (Pilgrim s Reception Office) 은 2000 년도통계에는순례자수를 272,703 명으로적시하였다. 2000 년은가톨릭의성년 (Holy Year) 이었기때문에수치의급격한증가를기록했지만, 실제로부정순례자 ( 산티아고순례가요구하는기준을충족하기위해자동차를이용하는것과같이부정한수단을동원한사람들 ) 를제외하면그렇게많지는않아통계상차이가발생하고있다.
증산순례길제언 / 김진영 147 스 (Burgos), 레온 (Leon) 을거쳐산티아고에이르는약 800km 길이를자랑한다. 산티아고순례길중두번째로유명한길은 은의길 (Via de la Plata, Silver Route) 로비교적최근 (20세기 ) 에공인되었는데원래는이슬람지배하에서기독교도들이택하였던순례코스였다. 프랑스길처럼세월의흐름속에순례자숙소, 교회등이세워졌고순례자들은카세레스 (Caceres) 의산티아고기사단 (Knights of Santiago) 으로부터보호를받았다. 산티아고순례길중가장긴약 1,000km 에달하는이루트는프랑스길보다는마을등의주거시설이덜밀집한채주로텅빈긴시골길로구성되어있어힘겨운코스로알려져있으며순례자들또한이용이적은편이다. 51) 많은순례자들은종교에상관없이산티아고순례길의가장유명한출발지론세스바예스 (Roncesvalles) 에서순례자에게축복을내리는 < 그림 1> 산티아고순례길지도 * 출처 : Michael Murray, 앞의글, p.68 51) Michael Murray, 앞의글, pp.67-71.
148 대순사상논총제 31 집 / 연구논문 저녁미사에참석하는것으로순례를시작한다. 52) 순례를시작한사람들은매일평균적으로 25km 를걸은후순례자숙소또는지정된장소에서출발전가톨릭교회가발행하는순례자수첩 (credencial) 에도장을받게되며, 도보나말을이용한경우최소 100km, 자전거를이용하는경우 200km 이상을여행한후산티아고대성당의순례자사무국이발행하는순례완수증명서인콤포스텔라 (Compostela) 를받게된다. 이때콤포스텔라를받는과정에서 진짜 순례자와단순관광객을구별하기위해완주자는순례동기를질문받게되는데, 종교적또는영적동기가아니라고대답할경우순례완수를입증하는다른종류의인증서인서티피카도 (certificado) 를받게된다. 53) 순례의과정에서한가지눈에띠는사실은타종교또는무종교인, 심지어산티아고순례길을가톨릭교회가독점하려한다며비난하는사람들조차도교회가제공하는활동과시설을상당부분수용한다. 예를들어, 순례시작전의저녁미사, 순례완수후산티아고대성당에서거행되는한낮미사, 교회부속무료순례자숙소, 그숙소에서거행되는크고작은미사, 무료공동저녁식사와저녁기도모임, 콤포스텔라등이그것이며, 순례길을걷는동안에도수많은기독교상징물과마주한다. 54) 그렇다면종교적차이에도불구하고많은사람들이이중세기독교순례를감행하는이유는무엇인가? 그것은아마도카미노 (Camino) 라고불리는 길자체에부여된깊은의미, 55) 즉길 52) Tina Sepp, Pilgrimage and Pilgrim Hierarchies in Vernacular Discourse: Comparative Notes from the Camino de Santiago and Glastonbury, Journal of Ethnology and Folkloristics 7:1 (2014), p.30; 53) Lisbeth Mikaelsson, 앞의글, p.264. 스페인팜플로나 (Pamplona) 소재나바라대학 (Universidad de Navarra) 은산티아고순례길에인접한여러대학과제휴를맺고각대학에서순례자도장을받고완주한학생들에게는별도의완수증명서 (La Compostela Universilaria) 를수여하고있는데, 2003 년 10 월시작한이후 2012 년 10 월까지 47 개국대학순례자약 32,000 명에게이증명서를발급하였다. Michael Murray, 앞의글, p.69 참조. 54) Tina Sepp, 앞의글, p.31. 55) Lisbeth Mikaelsson, 앞의글, p.206.
증산순례길제언 / 김진영 149 을따라걸으면서얻게되는경험이적어도 목적지자체만큼이나중요하기 56) 때문일것이다. 사실, 길은목적지에반드시도달하지않고도경험할수있으며, 목적지는길을따라가지않더라도도달할수있다. 산티아고순례길에관한한국의여행자문학을분석한최인호는 책이나화면에서본낭만적인길이도보여행자스스로맞닥뜨리는현실로다가왔을때는괴리감, 당혹감, 배신감의형태로전환 된다고말한다. 57) 산티아고순례길은사실상낭만, 즐거움, 산책, 기분전환이아니라목적지에도달할때까지계속되는고통을수반하는자기와의끊임없는싸움이다. 길은단순한이동의수단으로서가아니라개인의영적이동의목적이된다. 전통적으로가톨릭에서는산티아고순례의완성은대야고보의중보 (intercession) 와순례자가지은죄의삼분의일을사함받는것을의미했기때문에고행일수밖에없었다. 58) 비록현대의순례자대부분이죄의사면과용서를목적으로순례길에오른것이아닐지라도걷기, 육체의물리적고통, 여행을계속할것이라는스스로에게내린명령을통해 자아를재해석 한다. 59) 오늘날산티아고순례가유럽에서정신지향적순례의전형적인사례로받아들여지고있는것은순례자들이자신이전에수많은사람들이 그곳을걸었다 (walked it) 는, 어떻게보면지극히단순한사실에대해신성성을부여하고있기때문일것이다. 60) 반더비크 (Suzanne van der Beek) 는산티아고순례길은 1) 더단순한시대로돌아가고싶은사람들의욕망의표출이며 2) 순례자가마주치거나목격하는모든것은의미를지닌다는 범결정론 (pan-determinism) 이스며들어있고 3) 순례자들간에일상에서보 56) Michael Murray and Brian Graham, 앞의글, p.514. 57) 최인호, 여행자문학에나타난산티아고길풍경담론, 관광산업연구 7-2 (2013), p.39. 58) Buetta Warkentin, 앞의글, p.112. 59) Sean Slavin, 앞의글, p.1. 60) Mats Nilsson and Mekonnen Tesfahuney, 앞의글, p.24.
150 대순사상논총제 31 집 / 연구논문 다훨씬더개방적이며자유로운상호작용이가능하며 4) 자연속에서육체적, 정신적치유가일어나는자연으로의전환이이뤄지는곳이라고그특징을네가지로서술하였다. 61) 이러한특징을투출하게하는것이바로 걷기 인것이다. Ⅳ. 증산순례길 전술한바와같이, 한국의거의모든종교나종단에서는순례라는 단어자체가내포하는세속성을경계할목적으로순례를성지순례라 는용어로변용하여사용하고있다. 순례의대상은성스러운공간이나 물건이되어야하는데, 그런공간과물건속에깃든신성성은사람에 따라산이나강과같은자연, 유명인의기억의장소에서도발견할수 있기때문이다. 이와같은용어상의차이에도불구하고전통적으로 순례는필요조건의하나로개인이신이나신성한형상을마주하러가 는공간인성지를요구한다. 하지만강증산 (1871 1909) 을우주의최 고신인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강성상제 ( 九天應元雷聲普化天尊姜聖上帝 ) 라존칭하며신앙의대상으로삼고있는대순진리회는성지를타종 교와는다른 독특한 독자적인기준과범위에따라다소협소하게규 정함으로써순례의중요성이크게강조되고있지는않다. 62) 대순진리회는전국 5 곳의도장 경기도여주본부도장, 강원도금강 산토성수련도장, 경기도포천수도장, 서울중곡도장, 제주도제주수 련도장 만을성스러움을발현하는성지로규정하며, 교조증산의생 가나그가천지공사를행하였던동곡약방이나대원사등은과거에는 성스러운장소였지만현재는더이상성스러운장소라고생각하지않 61) Suzanne van der Beek, 앞의글, p.29. 62) 허남진, 대순진리회의성지와순례의의미, 대순사상논총 22 (2014), p.557.
증산순례길제언 / 김진영 151 는다. 이는도장내의증산을위시한 15신위신명들이봉안되어있는영대 ( 靈臺 ) 에는신명들이응기하고있는데, 이곳으로부터신성이발현된다고믿고있기때문이다. 63) 이와같은성지의정의는 쓰임 이라는기능적관점에초점이맞추어져역사, 문화, 예술등과같은다양한측면에서의접근이상당부분고려되지않은결과이다. 디건스 (Justine Digance) 는성지는세속이시간을뛰어넘어신성으로변형되는장소로서세속의시공간이신성한영역에길을내주는공간으로정의되며그런장소는 정신적인자성 (spiritual magnetism) 을발산한다고말한다. 64) 더욱이정신적인자성은성소에서만발현되는것이아니라성소에모인사람들, 성소로의여행, 순례자들을맞이하는마을이나도시에도있다고주장한다. 이런의미에서신성은특정한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정치적콘텍스트내에서상상되고, 정의되고, 표현된다. 65) 그렇기때문에교단의교리라는권위에의한정의는제한적의미를담아낼가능성이짙다. 이런점은 상제님과도주님의종적이남아있는여러곳을돌아봄으로써신앙심을더욱공고히하고자하는목적 66) 으로실시되고있는대학생 성지 순례에서도확인된다. 1989 년 대학생성지순례 라는명칭으로시작된순례는 2012 년부터는 대학생종교문화답사 라는명칭으로변경실시되고있는데, 67) 이는 성지 라는용어의사용이부적절하다는종단차원의결정에서비롯된다. 용어의변경이비록 올바름 을찾아가려는교리에의한시도일지라도, 산티아고순례길의목적지산티아고대성당안의대야고보시선이진위여부에 63) 차선근, 대순진리회성지의특징과의미, 동 ASIA 종교문화연구 창간호 (2009), pp.201-202. 64) Justine Digance, Pilgrimage at Contested Sites, Annals of Tourism Research 301 (2003), p.144. 65) Michael Murray and Brian Graham, 앞의글, p.514. 66) 대순진리회교무부, 대학생성지순례 : 2 월 22 일부터 3 박 4 일간, 대순회보 16 (1990), p.8. 67) 대순진리회여주본부도장, 2012 년대학생종교문화답사. http://www.idaesoon.or.kr/search/search_pop.php?encdata=awr4ptizmzimy29k ZT0xNDc5MzU5MDg3JnNzdHI97Iic66GA 검색일자 2018.7.2.
152 대순사상논총제 31 집 / 연구논문 대한논란에도불구하고여전히 성소 로서인식되고있는것처럼, 성지 는복잡한사회적맥락속에서정의되어야한다. 그러므로성지를도장 을중심으로한신앙공간으로서의성지와수도자들의도심을고취시키 고대순진리회의종교ㆍ역사적공간으로서의성지로확대분류하자는 허남진의주장은설득력을지닌다. 68) 또한 대순지침 에서도장은성역 ( 聖域 ) 으로서엄숙하고경건한마음 으로 참배 하여야한다고규정하는것처럼, 69) 성지로서도장은순례지 가아닌참배지로인식된다. 어떤의미에서성지순례를종교문화답사로, 도장으로의순례를도장참배로부르는것이올바를수있다. 왜냐하면 앞서언급한것처럼순례는 걷기 라는또다른필요조건을요구하기 때문이다. 성지는걷기의육체적고통을통하여순례속에서끊임없이 재생산된다. 순례자는반드시종교적일필요는없을지라도낮의육체적 리듬속에서코헨 (Erik Cohen) 이말하는이른바 중심 (center) 으로 계속해서나아간다. 순례자에게이중심이바로궁극의의미를발현하 기때문이다. 70) 따라서순례가활성화되기위해서는성지의개념을허 남진식으로분류하든, 아니면새로운용어의차용을통해차별화하든, 그장소성에대한인식의전환이선행되어야할것이다. 증산의발자취는온전한세속적관점에서도신성을발현한다. 서구 근대성이유입되던시기에인간증산은기존유교적사회체계의불 합리성과모순에혁신적변화를꾀하려하였다. 그의반상의철폐, 남 녀차별의혁파, 부의재분배, 인간사회의폭력해법은조선이라는특 수성을상기할때, 혁명적 발상에다름아니다. 71) 따라서사상가로 서, 철학가로서, 혁명가로서, 한국신종교의효시로서의증산의흔적 68) 허남진, 앞의글, p.553. 69) 대순진리회교무부, 대순지침 ( 서울 : 대순진리회출판부, 1984), IV. 처사의모범 ( 본보기 ) 2 장 3 절. 70) Erik Cohen, Pilgrimage Centres: Concentric and Eccentric, Annals of Tourism Research 19:1 (1992), p.35. 71) 윤기봉, 증산사상에서의근대성해석문제 : 계급제도의붕괴와부의재분배를중심으로, 종교교육학연구 34 (2010), p.144; 김현우, 이경원, 민족종교에나타난한국정신문화의원류, 한국철학논집 52 (2017), p.274.
증산순례길제언 / 김진영 153 은역사적가치면에서도탁월하다. 대다수지자체가소위 지역개발 또는 지역발전 의기치아래문화원형의발굴을통한콘텐츠개발에 상당한심혈을기울이고있는현실을감안한다면그의존재는세속적 가치면에서도대단히중요하다. 신앙이아닌세속의관점에서도증산 의흔적은 성소 로서기능할수있으므로순례의궁극적인목적을종 교적측면에서 신앙심을공고히하고종교활동을확대시키는것 72) 으로제한할수없다. 후기세속주의사회에서신앙과정신, 종교와 세속이라는이분법은증산이남긴물질적흔적과공간의순례를통해 극복될수있다. 우주최고신으로서또한역사적인물로서증산의삶자체는이동의 의미에서순례와닮아있다. 서양 ( 西洋 ) 대법국천계탑에내려오 셔서삼계를둘러보고천하를대순하시다가 갑자년에천명과신교 를거두고신미년에스스로세상에내리기로정하신 73) 증산은끊임 없는걷기속에서대순사상을세상에전하였다. 전경 속에서증산의 크고작은지역으로의무수한이동을발견할수있는데, 아래의 < 그 림 2> 에서처럼한번의이동거리는보통은 30 리 ( 약 12km) 였고 74) 거의대부분은종도 ( 들 ) 를대동하였다. 75) 증산의이동은대부분목적 을지닌걷기의방식이었고종도의대동은걷기의과정속에서종도 와그목적을공유함으로써 광구천하의뜻 76) 을펼치는데있었다. 그러므로그가다녀간곳, 그가머문곳, 그가천지공사를행한곳은 함께한종도에게는, 대순진리회수도인에게는, 더넓게는일반사람 들에게는삶과경험의변화를제공할수있는순례길어딘가에있는 터너가말한역치성의공간으로서커뮤니타스를형성한다. 증산순례길은단순히장소의성스러움을만나기위한여행으로, 72) 유승각, 대순진리회수도인의성지순례참여동기가만족도와재참여의사에미치는영향 : 성지가치의조절효과를중심으로, 대순사상논총 28 (2017), p.170. 73) 대순진리회교무부, 전경 ( 여주 : 대순진리회출판부, 2010), 예시 1 절. 74) 대순종교문화연구소, 박공우가상제님을따르게됨, 대순회보 118 (2011), p.13. 75) 전경 에는 1909 년정월최창조의집을혼자방문한기록을제외하고는늘종도를대동하였다. 전경, 행록 5 장 9 절 -10 절참조. 76) 전경, 행록 2 장 2 절.
154 대순사상논총 제31집 / 연구논문 그리고 대순진리회의 종교적 기억과 회상의 공간으로 한정할 수 없다. 그 길은 내적 의미를 추구하고 변화와 개인적 성장을 희망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정신의 이동 통로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성지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거나 분류할 필요가 있으며, 순례는 차를 타고 목적지에 내려 성스러운 대상을 둘러보는 편안한 관광이 아니라77) 걷 는 동안 이루어지는 심고의 시간이라는 순례의 제의적 성격을 기억해 야 할 것이다. <그림 2> 증산의 이동 실례 * 출처: 대순회보 118, p.13 77) 셉(Tina Sepp)은 산티아고 순례자들 간에도 계층구조가 형성되어 걷는 자만을 진짜 순례자로 간주하며 그렇지 않은 자들은 가짜 순례자, 방랑자, 관광객 등으 로 분류되고 경계된다고 말한다. Tina Sepp, 앞의 글, pp.22-23 참조.
증산순례길제언 / 김진영 155 Ⅴ. 맺음말 근대는계몽으로부터출현해종교, 전통, 권위보다는과학과이성으 로설명되고연구되는세계를촉발하였다. 그렇지만역설적이게도과 학과이성의주장이첨예해질수록그것의객관성은의심받게되었고 종교나과학그권위에대하여의문을품게하였다. 그것은개인적경 험, 다원주의, 진실의다중성을강조하는사회로인류를이끌고있고, 그속에서콕스 (Harvey Cox) 의주장처럼인류는영성을개인적으로 직접경험하는데관심을두는 정신의시대 속에살게되었다. 78) 정신의강조는아이러니하게도정신의피폐를의미하며, 이로인해개 인은정신적경험을통한치유를더욱필요로하게되었다. 움직임은우리의모든경험과우리삶의일상의구조에영향을미 치는데, 움직임이더습관적이되는것은바로낯선환경인여행속에 서이며움직임자체와그새로운환경이관계를형성할때사유 (reflection) 는슬며시고개를든다. 79) 성지로의숭고한여행인순례 는, 그것의동기가종교적이든다른사적동기이든, 성지가발산하는 신성성과고독한걷기의고단함으로사유의깊이를더욱깊게한다. 성지의신성성이처음에는목적이었을지라도순례가정신의치유를 행사하는것은성지로가는 과정 속에서이며, 육체의습관적움직임 은정신의움직임으로전화한다. 자아는익숙한일상의공간에서출발 해성지까지걸어가는기나긴시간속에서미지의다양한콘텍스트 에의해자기속의다양한자아를발견하고경험하고풍요로워진다. 산티아고순례길에서개인이경험하게되는정신적치유가그힘을 발휘하는것은바로걷는동안영혼속의고통에자아를개방하는점 진적과정인것이다. 78) Harvey Cox, The Future of Faith (New York: Harper One, 2009), pp.3-4. 79) Zachary Beckstead. 앞의글, p.384.
156 대순사상논총제 31 집 / 연구논문 프레이 (Nancy Frey) 는순례가개인적상처나일상에서놓치고있는문제들을날카롭게인식하고정신의회복또는변형을통해과거를정비하고새로운미래로나아가도록사람들을자극한다고말한다. 80) 그렇기때문에산티아고순례길을비롯한많은순례길이세계각지에서부활하고있고순례자는 포스트모던인류의상징 81) 으로간주된다. 순례가다양한이유나의도로행해지며다중의활동을수반해어쩌면전통적인의미의용어로는담아낼수없게되었을지도모른다. 그렇지만순례는의식적, 또는무의식적으로여전히종교속에서행해지며종교를포함하는정신으로인식되고있다. 증산순례길은대순진리회만의전유물이아니다. 증산이예시한후천시대로의이동은우주만물이공유하는가치이고증산순례길이비록세속의의미로퇴행하는것처럼보일지라도시야를열고바라보면증산의품속에안겨있는것을발견할수있다. 성지는복잡한맥락속에서사멸하고부활하며변형된다. 성지를도장으로한정하는미시적시야가비록대순사상의정수로서바꿀수없는진리일지라도그것은창생을깨우치고인도하려는증산의수많은움직임을찰나의시간으로가두어놓을수있다. 성지 라는용어는인간에의해만들어지고해석되었으므로또다시재정의될수있다. 도장이참배의공간이라면증산이걸었던길은순례의공간일수있다. 우주를대순하고한반도를주유하고종도들과걸으며천지공사를행한것은닫혀있는한반도와세계사람들에게정신의개벽을알리려는증산의힘겨운외침이고현대인은증산순례길에서그외침을들을수있다. 이제증산의발자취를따라단하루정도의코스라도내두발로직접걸어보는것은어떠한가? 80) Nancy Frey, Pilgrim Stories: On and Off the Road to Santiago (Berkeley: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98), pp.220-222. 81) Lucrezia Lopez, 앞의글, 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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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대순사상논총제 31 집 / 연구논문 증산순례길제언 국문요약 김진영 순례는거의모든주요종교에서나타나는현상으로서전통적으로외적으로는성스러운장소로, 내적으로는정신적인목적과내적이해를위한종교적여행으로정의되어왔다. 하지만오늘날순례와종교관습간의관계는추상적차원의거의모든종류의여행, 심지어는연차휴가와같이정기적으로반복되는여행으로까지확대되고있다. 다시말해, 현대의순례자들은많은다양한이유로여행을시작하므로, 순례는사실상역사적인성소에신앙을목적으로한방문으로그의미를제한할수없게되었다. 이와같은맥락에서순례를관광의일부로간주하려는시각이문화콘텐츠나관광을중심으로한다양한실용학문분야에서대두하고있다. 순례를종교적제의로서가아니라종교관광으로분류하려는시도가빈번한데, 그것은산업적측면에서도매력적인시장이기때문이다. 순례를경제적가치의측면에서바라보려는시각은결과적으로종교를세속주의 (secularism) 의조류속에포함하는행위이며한국에서걷기열풍을타고유행처럼번져가는 길 의경험과순례를동일선상에놓음으로써순례길의경험이던져주는종교성 (religiosity) 을포함한고귀한인간정신은자칫길을잃을위험에처하게되었다. 이런관점에서본논문은순례의내적의미를추구하고변화와개인적성장을희망하는모든사람을위한정신의이동통로이어야한다는전제하에대순진리회의지고신인강증산의순례길개발을제언하고자한다. 증산순례길은단순히장소의성스러움을만나기위한여행으로, 그리고종교적기억과회상의공간으로만한정할수없다. 이를
증산순례길제언 / 김진영 163 위해서는성지의개념을새롭게정의하거나분류할필요가있다. 주제어 : 후기세속주의, 순례, 성지, 산티아고순례길, 증산, 대순진리회 논문투고일 : 2018.10.22. 심사완료일 : 2018.11.25. 게재확정일 : 2018.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