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례 1. 초등학교부문 5 2. 중학교부문 37 3. 고등학교부문 77
www.mest.go.kr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초등부문
초등부분 2010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입상 작품(초등) 12편 구분 입상자 인적사항 성명 교육청 학교명 작품명 페이지 최우수 남지윤 인천 경인교대부설초(6-1) 영광의 상처, 또 다른 나의 이름으로 6 우수 방민영 강원 삼생초(6-목련반) 버섯을 키워내는 마음으로 9 오소민 서울 서울동작초(6-2) 할머니 제 이름도 기억해주세요 11 이정민 광주 유촌초(6-3) 앵무새에게 배우게 된 양성평등 14 강나현 대전 대전갑천초(6-4) 차별과 차이 를 구별하는 지혜를 갖자 16 장려 공혜영 부산 신남초(5-2) 엄마의 웃음 18 안지송 경남 능동초(6-5) 학교와 가정에서 양성평등 실현을 위하여 20 김난영 충남 인세초(6-1) 아빠 울음주머니 속에 담긴 큰사랑 23 김난이강원 봉오초(4-1) 엄마의 이장 선거 출마 26 진 실 부산 금곡초(6-1) 손녀의 반란, 그리고 할머니의 변화 28 정수민 대구 대구대성초(4-2) 사람 인( 人 )의 숨은 뜻 31 손수인 전남 여도초(6-7) 봄바람의 하루 33 5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1 영광의 상처, 또 다른 나의 이름으로 인천광역시교육청 경인교대부설초등학교 남지윤(6-1) 야! 야! 저기 남자윤 누나 온다 아냐, 아냐! 남형누나 야! 히히. 남자윤 누나 안녕하세요? 남형누나, 안녕. 이크, 이녀석들... 아침부터 또 시작이다. 3,4학년 남자 후배들이 나를 보자마자, 놀리는 말투로 오늘도 어김없이 요란스런 등굣길 아침인 사를 건넨다. 너희들 또..., 6학년 선배누나한테 자꾸 장난할래? 하고 눈꼬리를 치켜 세우며 으름 장을 놓긴 했지만, 한두 번 들어본 이야기도 아니여서인지, 이젠 그려러니 하는 생각으로 이내 마음 이 누그러진다. 왠지 그 놀림들이 싫지 않은지, 나도 모르게 괜힌 입가가 살짝 올라감을 숨기지도 못한게 사실이다. 그래, 나 여자윤 아니고 남자윤 이다. 어쩔래? 하고 눈을 동그랗게 떠 보이며 장난기 섞인 목 소리로 대꾸 했더니 옙! 누나 충성! 충성! 크크 하며 이내 웃음소리와 함께 종종걸음으로 복도 끝 으로 사라진다. 정확히 말하면 내 이름은 남자윤 이 아닌 남지윤 이다. 돌아가신 친할아버지께서 많은 시간 고심 끝에 지여주신 옥빛에 이를 만큼 환한 빛을 비추라는 뜻 을 가진 내 마음에 아주 쏙 드는 이름이 다. 그 이름 때문일 수도 있지만, 내게 이런 별명이 붙게 된 이유를 설명하자면, 2년 전인 4학년의 봄으로 기억을 되짚어 본다. 다른 친구들 보다 좀 더 낙천적이고 털털하고 씩씩한 성격 때문인지, 3학년 때 부터 학급회장 역할을 맡아서 학급에서의 리더로서의 활동들을 해 오며, 28명 모두가 함께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이끌려고 노력했고, 4학년이 되어서도 학급회장으로 당선되어 누구보다도 씩씩하게 학교 생활을 해 오고 있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재빠르게 점심급식을 먹고, 뭐 좀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하며 운동장 쪽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는데, 그 날 따라 유난히 화창한 날씨 때문인지 같은 학년 남자아이들끼리 축구를 하고 있었고, 여자 아이들은 마땅히 놀 것이 없어서인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축구를 구경하며 수다 6
초등부분 를 떨고 있었다. 뜬금없이 골기퍼를 해보겠다고 자청한 내게, 어디 해볼 테면 해보라는 표정으로 골대를 내주며, 연신 퍼부어대는 남자아이들의 골세례를 막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평소 친구들 사 이에서 강슛을 날리기로 유명한 공격수 권 00 이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용케도 온몸으로 즐기며 골을 막아내는 내게, 마치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하며, 교복치마를 입고 엉거주춤하게 서서 먼지를 먹으며, 볼이 빨게진 채로 골키퍼의 임무에 열중하고 있는 내 얼굴을 향해 있는 힘껏 강슛을 날렸다. 슈웅 퍽! 나는 엉겹결에 손으로 공을 막았고, 보호장비 하나없이 골기퍼 행세를 하 던 내 엄지가 보기좋게 꺽였다. 나는 그날 당장 깁스를 하는 신세가 되었고, 손 보호대도 착용하지 않고 겁 없이 무슨 배짱으로 골기퍼를 보았냐는 엄마의 꾸중과 함께 기죽은 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비록 깁스는 했어도 그 강슛을 막아낸 내 자신이 대견하기도 하고, 우쭐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 래도 깁스까지는 안했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두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고, 영광의 상 처로 딱딱한 로봇팔이 된 왼 손과 함께 쑥스러운 표정으로 교실 문을 들어섰다. 야 남지윤 너 골키퍼하다 다쳤다며? 네가 그 슛들을 많이 막아 냈다면서? 너는 겁도 없냐? 너 여자 맞아? 남자 아냐? 이제부터 남지윤이 아니고 남자윤이라고 불러야겠다. 그래 맞아! 하하. 호호 우리 반 아이들의 쏟아지는 질문과 함께 이내 아침 활동시간은 깁스를 한 내 왼손에 낙서를 하 는 시간이 되어버렸고, 순식간에 이런 글씨들이 쓰여지기 시작했다. 힘센여자! 대단해! 빨리 나아서 또 축구하자! 야구도 한판! 여자 골키퍼 짱! 등등등... 그 날 이후로 나는 남자윤이 되었다. 고학년이 되면서 이상하게도 자연스럽게 보일만큼 여자와 남자로 나누어지는 게 사실이었다. 여자 는 여자끼리 남자는 남자끼리 나눠서 놀게 되고, 따로 다니기까지 하는 분위기가 저절로 형성되었다. 그런데 난 그게 괜히 싫었다. 다른 반은 여자애들끼리는 피구를, 남자애들끼리는 축구를 했다. 나는 학급회장임을 내세워 우리반 피구를 남자아이들도 함께 할 수 있도록 유도했고, 집에 있는 야구 글러 브를 가져와서 소프트볼과 야구도 함께 했다. 그래서인지 우리 반은 남자 14명, 여자 14명이 모두 같 이 어우러져 뭐든지 함께하는 학급이 되었다. 나의 이러한 학교생활들 때문인지 후배들에게까지 남 형 이라고 불려지며, 내 이름이 진짜 남자윤 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은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하긴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 자매를 키우신 부모님도 나를 굳이 여자아이처럼 키우려고 하시지 는 않은 것 같다. 계절이 바뀔때 마다 옷장 정리를 하며 이미 작아져버린 나와 동생의 옷들을 볼때 면, 분홍색 보다는 푸른색 계통의 옷들이 더 많았었다. 그래서 친척여동생들 보다는 남동생들에게 물려주게 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때마다 나는 엄마께 엄마, 왜 나는 분홍색 옷보다 하늘색 옷이 더 많아요? 치마보다 바지가 더 많고... 여자아이라고 꼭 분홍색 옷을 입어야 하는 것은 아니야. 아기때부터 너는 파란색옷이 더 잘 어울렸었어. 워낙 씩씩하고 활동적이어서 치마보다 바지를 더 입으려고 했고, 여자아이라고 분홍색을 입으라는 법이 어디있나? 그건 사람들이 만든 편견이예요 우리아빠 또한 한 몫 하셨다. 만능스포츠맨인 우리아빠는, 공으로 하는 모든 스포츠를 다 좋아하시고 잘하시는 만큼 그 스포츠를 함께 할 수 있는 아들이 태어나기를 바랬지만, 딸로 태어난 우리들에게도 많은 운동을 가르쳐 주신다. 7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야구, 축구, 배드민턴, 볼링, 당구, 골프까지 나와 내 동생은 안 해본 운동이 없을 정도이고, 그 덕분인 지 학교생활을 하면서 고학년이 되어서도 남자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난 지금도 가끔 아빠에게 아빠 내가 남자아이로 태어났으면 더 좋았겠지? 하고 여쭤본다. 그럴 때마다 아빠는 여자라고 못하는 운동은 없단다. 남자가 모든 운동을 더 잘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힘의 차이가 있을 뿐인데... 힘이라면 우리 큰 딸 을 따라 올 사람 없지, 아마. 허허. 남자 여자 상 관없이 누구든 근력운동을 하면 근육질의 몸으로 더 튼튼해지고 힘도 세진 단다. 아빠도 남자지만 요즘 운동을 게을리해서 근육이 줄어드는 느낌인 걸 하하하. 그랬다.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엄마 아빠가 두 분 모두 다 그러셨다. 딸이라고 특정색을 고집하 지도 않으셨고, 남자 여자 할 일을 구분하지도 않고 위험하지만 않다면 무엇이든 경험하게 해 주셨 다. 전구를 간다거나, 벽에 못을 박는 일도 다치지 않게 지켜봐 주시면서 경험을 해 보는 게 중요 하다고 늘 말씀 하시며, 여자라서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정해놓지도 않으셨을 뿐더러, 무엇이든 잘 하는 아이로 키우려고 노력하셨던 것 같다. 이런 집안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나의 양성평등 의식을 싹트게 한 것 같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교내에서 개최된 양성평등 그리기, 글짓기 대회를 통하여 나의 생각들을 표현하면서 양성 평등 에 관한 인식들이 더 확고하게 정립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의 말씀대로 여자와 남자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신체적 차이가 있을 뿐, 다른 특별한 차이 가 있는 것도 아니다. 누구든 잘하는 것을 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남자가 앞 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하든, 수예부를 들어 바느질을 하든, 여자가 축구팀의 최강의 공격수를 하건, 자원하여 군대에 입대를 하든, 자동차를 정비하는 정비사가 되던 간에 스스로가 원하고 열정을 다하 는 일이라면, 어떠한 편견에 억매이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학교도 함께 사는 작은 사회이다. 남학생, 여학생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도 바람직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적대시 할 필요도 없다. 같은 학교,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서로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며 이해해 줄 수 있고, 서 로를 존중하는 따뜻하고 여유 있는 배려심만 있다면 양성평등 의식은 우리 학생들로부터 더욱 탄 탄하게 뿌리내릴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제 초등학생으로서의 마지막 한 해가 남았다. 1년 남짓한 시간동안 최고학년으로서의 뜻 깊은 6학년 생활을 보내고 싶다. 나를 알고 있는 친구들과 남아 있는 후배들에게 남지윤은 남자윤 으로 불려졌던 양성평등 의 멋진 롤 모델로 기억될 수있도록 노력하며 즐겁게 생활할 것이다. 그리고 먼 훗날, 이미 양성평등 이 누구에게나 깊이 뿌리내리고 있을 그 때쯤, 아니, 양성평등 이 라는 말조차 낡고, 구시대적인 잊혀진 단어가 되어 있을 미래에, 학교에서 리더로서의 경험을 바탕 으로 대한민국을 이끄는 멋진 대통령후보로도 꼭도전 해보고 싶다. 남자, 여자의 대결이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써 당당한 실력으로 떳떳히 맞설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있을, 미래의 나 자신을 그려보 며, 흐뭇한 미소와 함께 씩씩한 외침을 힘껏 소리쳐본다. 8
초등부분 2 버섯을 키워내는 마음으로 강원교육청 삼생초등학교 방민영(6-목련) 우리 부모님은 농사를 지으신다. 벼농사, 밭농사도 지으시지만 주로 버섯재배를 하시는데 버섯농 사는 매우 힘이 드는 일이다. 산에 가서 나무를 베어 말리고 종균을 붙이고 키워내는 과정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이다. 때문에 우리 아버지는 팔 다리 성한데 없이 온통 상처투성이고, 어머니 는 손톱 밑에 흙 빠질 날 없다. 그렇게 부지런하게 일을 하신 덕인지 우리 부모님이 키워내시는 버 섯은 동네에서 제일로 쳐준다. 버섯 주문이 많이 들어온 날이면 나와 오빠 동생까지 나서서 부모님 일손을 돕는다. 오빠는 힘 이 세기 때문에 버섯 상자를 나르고, 나는 손끝이 야무지다는 말을 듣는 편이어서 빠른 손놀림으로 버섯을 따내고, 동생은 키가 작으니까 낮은 곳에 있는 버섯을 딴다. 우리 삼남매는 손발이 척척 맞 아서 일을 하는 동안 말이 필요 없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우리 남매가 각자의 맡은 일만 해내 도 어느새 트럭에는 버섯상자가 하나 둘 쌓여간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아버지는 외양간의 소를 돌보시거나 밭으로 나가 일을 보시고, 어 머니는 부엌에서 저녁 준비를 하신다. 나와 동생은 방청소를 하고 오빠는 마당을 치우거나 씻고 들 어가 공부를 한다. 내가 매일같이 부모님을 돕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씩 이렇게 일을 하고 나면 힘 든 것 보다는 뿌듯함이 가슴에 꽉 차오르는 느낌이 크기 때문에 일손 돕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오 빠나 동생도 마찬가지 일 거다. 시골은 집 안팎으로 일이 많다. 그래서 가족 중 누구 하나 게으름 피우거나 안 한다고 물러나면 다른 사람이 힘들어지게 된다. 할아버지는 우리들에게 늘 말씀하신다. 부모님들 하시는 일이라고 물 러서지 말고, 남자 일 여자 일 가리지 말고 누구든 일을 보면 먼저 달려들어 하고 서로 도와야 가족 이 화목한 것이고, 옛날 어른들은 남자가 할 일 여자가 할 일 구분지어 살았지만 요즘처럼 바쁜 세 상에는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그러시면서 엄마가 바쁘실 때는 손수 부엌에 들어가서 밥상을 차리 시기도 한다. 그런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서 그러신 걸까? 우리 아버지도 오빠도 남자라고 해서 가사 일을 안 한다거나 그렇지 않다. 나와 동생도 여자이지만 힘 쓰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학교에선 가 끔 왈가닥이란 소릴 듣기도 하지만 씩씩하다는 뜻의 다른 표현 인 것 같아 그냥 웃어넘긴다. 9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버섯을 키우는 일과 양성평등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키우는 일에는 몇 가지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다. 우선은 환경이다. 버섯은 온도와 습도가 가장 중요한데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질 좋은 버섯을 키워 낼 수가 없다. 우리 아버지도 할아버지의 평등사상이 가족 내에 뿌리내리지 않았다면 지금과 는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셨을 것 같다. 그 다음은 시기이다. 나무를 자르기에 알맞은 시기, 종균을 심기에 알맞은 시기가 있어서 그 시 기를 놓치면 한 해 농사는 끝이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처럼 한 사람의 생각과 행동은 어 릴 때 결정되는데 이 시기에 차별을 받으면 어른이 되어서도 누군가를 차별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역할이다. 버섯농사를 짓는 데는 크고 힘센 남자 손, 섬세하고 빠른 여자 손, 작고 여린 아이 손 할 것 없이 모두 요긴하게 쓰인다. 남자와 여자의 차별 없이 각자가 가진 능력과 소 질을 잘 펼쳐 양성이 평등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오늘도 우리의 버섯농장에선 가족의 땀과 정성을 먹은 버섯들이 예쁘게 자라나고 있다. 크기와 모양은 제각각이지만 하나로 어우러져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해줄 그날을 꿈꾸며. 10
초등부분 3 할머니 제 이름도 기억해 주세요 서울특별시교육청 서울동작초등학교 오소민(6-2) 우리 가족은 매년 한식 때마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묻혀계신 산소에 성묘를 하러 들른다. 올해 도 오씨 6형제 집안은 어김없이 산소를 찾았다. 아빠는 작년 추석이후 처음이다 보니 다시 찾는 고 향이라 마음이 많이 들뜨신 것 같았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와 충남 홍성의 어느 시골길을 지나 면서 아빠는 벚꽃을 처음 보는 냥 탄성을 내셨다. 우와- 저기 벚꽃 봐라 서울은 날씨가 추워 아직 꽃망울도 터지지 않았는데 이 곳은 남쪽이라서 그런지 벌써 벚꽃이 화 사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소민아, 잘 있었어? 키 많이 컸네? 예, 큰 엄마. 저도 이제 6학년 되었어요. 큰 엄마도 잘 계셨어요? 산소에 도착한 우리 가족은 이미 도착해있던 큰 아빠 가족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인사가 끝나고 남자 어른들께서 제사상 준비를 마칠 때까지 큰 엄마들께선 산소 주위를 돌아다니며 냉이, 쑥, 머위 등 산나물을 캐느라 여념이 없었다. 소민아, 비닐봉지와 물 좀 가져다줄래? 막내인 나는 잔심부름을 하기에 바빴다. 소민아, 경민아, 와서 절해라 둘째 큰 아빠께서 나와 언니를 호출했다. 자손들이 많다보니 차례를 지내는 시간도 길었다. 이미 돌아가신 첫째 큰 아빠를 제외하고, 둘째, 셋째, 넷째, 다섯째 그리고 막내이자 여섯째인 우리 아빠 까지 차례로 절을 하고 뒤이어 각 집의 자손들이 함께 절을 했다. 첫째부터 다섯째까지 사촌들은 모두 남자들인데 딸딸이인 우리 집만 나와 언니가 함께 절을 하게 되었다. 왠지 하늘에 계신 할머 니, 할아버지께서 나와 언니만 여자라고 지긋이 바라보고 계신 것 같았다. 차례를 마치고 잠시 쉴 겸 우리 가족은 산소 마당에 앉았다. 그 때 상석 옆에 새겨진 한자가 눈 에 들어왔다. 첫 글자는 모두 내 성과 같은 해주 오( 吳 )였는데 한자 자격시험 6급을 겨우 뗀 나는 그 뒤의 글자들을 도통 알 수가 없었다. 11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큰 아빠? 저기 한자는 무슨 뜻 이예요? 내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보신 큰 아빠께서 말씀하셨다. 그건 우리 집안 자손들 이름이야. 할아버지, 할머니의 아들, 그러니까 큰 아빠들 이름인거야. 아, 그렇구나. 그런데 그 아래 한자들은요? 이번 질문도 별것 아니라는 듯이 큰 아빠는 대답하셨다. 그건 큰 아빠들의 자식, 그러니까 소민이 사촌 오빠들의 이름이지. 나는 내 이름을 찾기 위해 꼼꼼히 살폈다. 근데 큰 아빠 설명대로라면 우리 아빠 이름 밑으로 언니와 나의 이름이 있어야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저와 언니 이름은 없네요? 제가 태어나기 전이라서 그런가? 아쉽네... 내 말은 들은 큰 아빠께선 약간 난처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음, 원래 관습상 상석에는 아들이름만 올리는 거란다. 순간 아쉬움이 억울함으로 변했다. 그런 것이 어디 있어요? 여자는 자식도 아닌가요? 뭐, 내가 여자로 태어나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닌데, 자식 취급도 안하는 법이 어디 있어요? 이건 너무 공평하지 않아요. 나와 언니가 비록 여자이긴 하지만 부모님을 공경하는 마음은 그 누구 못지않고 아무리 바빠도 1년에 적어도 한번은 빠짐없이 할머니, 할아버지 산소에 꼬박꼬박 찾아와 차례를 지내는데... 아 무리 예를 다해도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상석에는 이름을 올릴 수 없는 투명인간이라는 것이 너무 불공평했다. 나는 용기를 내어 큰 아빠에게 말했다. 큰 아빠! 저와 언니 이름도 올려 주세요. 버릇없이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너무 억울해서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나와 버렸다. 큰 아빠가 껄껄 웃으시며 말했다. 녀석, 제법인걸. 오랫동안 지켜온 전통이긴 하지만 그래, 요즘엔 여자라고 못하는 것도 없는 세 상인데, 뭐 어떠냐? 투표를 해서 다수결로 하자! 라고 말씀 하셨다. 잠시 후 투표가 시작 되었다. 소민이가 상석에 자기랑 언니 이름을 올려 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엄마가 맞벌이를 하셨던 내 어린시절동안 날 친자식처럼 보살펴 주신 셋째 큰아빠, 큰엄마만큼은 내편일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나는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나의 예상대로, 셋째 큰 아빠와 큰엄마는 찬성표를 던지셨다. 뒤이어 큰엄마들께선 모두 찬성표 를 던지셨다. 역시 여자들끼린 통하는 것이 있다니까! 속으로 쾌재를 지르며, 큰 아빠들이 계신 곳으로 고개 를 돌렸다. 그러나 아쉽게도 엄하신 둘째 큰 아빠와 넷째 큰 아빠께선 반대셨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어도 전통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아니지. 하지만 다수결로 이제는 여자들의 이름도 상석에 새기기로 결정하자구나. 그럼, 올 추석 전에는 소민이, 경민이 아름을 새겨 놓도록 하자 12
초등부분 셋째 큰 아빠께서 말씀하셨다. 이제 우리 집안 상석에도 나와 언니의 이름이, 아니 우리 가족 첫 여자의 이름이 새겨진다는 말에 그 때까지 꾹 참고 있던 웃음이 주체할 수 없이 터져 나왔다. 옆에 계시던 큰 엄마들께서도 나에게 미소를 지어 주셨다. 나만큼 기뻤던 사람은 또 한 명 있었다. 장가 간 상범이 오빠가 딸을 낳았기 때문에 오빠의 딸 여정이도 오빠이름 밑에 올릴 수 있으니 말이다. 요즘은 여자들도 남자들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되던 우주 비행이나 정치, 군인 등 다양한 분야에 서 어느 남자 못지않게 훌륭히 일을 해낸다. 여자라는 두 글자에 얽매이지 않고 동등한 인간으로서 맡은 분야에서 자신만의 꿈을 갖고 행복을 가꿈으로써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여자라서 못하고 남 자라서 잘하거나, 남자라서 못하고 여자라서 잘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하는 만큼 이루어지고 도전하 는 만큼 성공을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도 실생활에서는 남녀 차별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남자의 눈물과 여자의 눈물이 그 예이다. 여자가 울면 주위 사람들은 여자의 편을 들어주고 위로하는 반면 남자가 눈물을 보이면 소심하다든지, 사내답지 못하다고 한다. 사람이 흘리는 눈물은 같은데 단지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대우를 받는 것은 차이를 넘은 차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내가, 우리가 외치는 양성평등이란 무엇일까? 나는 성별에 대한 편견, 고정관념을 갖 지 않고 자신만의 개성을 개척하면서 살아가고 이러한 삶을 인정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 들이 또 사회가 요구하는 여자다운 여자, 남자다운 남자가 아닌 감성적인 여성, 이성적인 남성이 아니라 개개인의 특성을 가진 특별한 존재로서 서로를 의식하는 것이 우리가 오랜 시간동안 외쳐온 양성평등의 시대를 향한 첫 걸음이 아닐까 싶다. 13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4 앵무새에게 배우게 된 양성평등 광주광역시교육청 유촌초등학교 이정민(6-3) 우리 같은 학생에게는 황금 같은 주말에 중학교를 다니는 누나가 학교 숙제라면서 청소년기 양 성평등 사이버교육 무료학습을 열심히 듣고 있기에 나도 호기심에 같이 들어보았는데 양성평등에 대하여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나의 누나는 모든 동물들을 사랑하며 아낀다. 땅에 기어 다니는 개미가 밟혀서 죽을까봐 되도록이면 땅을 보면서 걷는 누나이다. 이런 누나를 위하여 부모 님께서 인성교육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앵무새 두 마리를 선물로 사주셨다. 내가 태어 났던 순간보다 더 기뻤다는 누나의 실망스러운 말을 들어서 기분이 나빴지만 앵무새들은 우리가족 에게 커다란 행복과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행복의 파수꾼이 되어주었다. 따뜻한 봄날 알을 낳은 앵무새부부는 알의 체온을 보호하기 위해서 남편인 수컷앵무새는 나무 알통을 열심히 물어뜯어서 모아주었고 엄마인 암컷앵무새는 알을 가슴에 품고 보호하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각자가 할일이 나뉘어 있는 줄 알았는데 자세히 관찰해보니 아빠가 알을 품으면 엄마가 나무통을 물어뜯는 것이 아닌가? 낮에는 엄마가 품으면 밤에는 아빠가 품으면서 대체로 정확하게 12시간씩 교대로 반반씩 나누어 품는 것을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태어날 사랑하는 자식을 위하여 잘 양육하려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엄마, 아빠 앵무새가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 류인 앵무새가 우리가 생각해보지 않았던 양성평등을 잘 지키며 살았던 것이다. 2주후에는 앵무2세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달력에 체크를 하면서 보내던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나의 두 눈에 아빠앵무새를 수건으로 감싸서 가슴에 안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게 되었고, 1시간 후에 열정을 다해서 알을 돌보던 아빠앵무새는 지쳐서 죽고 말았다. 엄마, 누나, 나는 나무젓 가락으로 십자가를 만들어 잘 감싸서 양지바른 나무 밑에 묻어주었고 다음날 아침에 앵무2세가 알 에서 부화를 성공하였다. 혼자서 아기새를 돌보던 엄마앵무새는 체력이 약해져서 결국 엄마가 주사 기에 이유식을 넣어서 키우게 되었다. 기쁨과 슬픔이 하루아침에 교차되는 그때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인간이 하 찮게 여기는 동물이 이렇게 헌신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 환상적으로 신기하고 멋졌던 모습이 떠올랐 고 우리 인간들의 삶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이큐가 많아야 두 자리라는 동물들도 암컷 수 컷 따로 할일을 정해두지 않고 교대로 도와가면서 자식을 보호하고 부화시키려는 아름다운 모습을 14
초등부분 떠올리는 지금 이 순간은 인간이 어찌 보면 동물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남자가 할일, 여자가 할일을 법인 듯 정해놓고 행동하려는 순간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아이의 양육과 집안일 은 여자, 돈을 벌어오고 조상을 모시는 일들은 남자가 해야 한다는 것들 말이다. 나의 의지와 아무런 상관도 없이 큰아버지에게 아들이 없고 딸만 있다는 이유로 졸지에 이씨 집 안의 종손이 되어버렸다. 아들이 없는 큰아버지 호적에 아들인 나를 입적시켜야 한다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말씀에 큰엄마와 엄마가 전화를 붙들고 앉아서 두 눈이 퉁퉁 붓도록 우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대대로 내려온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하여, 늙은 부모님을 모시기 위하여, 조상의 제사를 지내 야 하기 위하여 아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현재시대에 어긋나는 믿어지지 않는 이기적인 가치관들 을 알게 모르게 우리 머릿속에 심어주고 계셨다. 명절이면 종손 집안이다 보니 음식준비를 많이 하 게 된다. 한창 호기심이 많은 친척 누나들은 신기롭게 보이는 음식준비들을 도와드리려고 부엌에 몰려들어 도와드리곤 한다. 집안에 장손이 되어버린 나도 덩달아 하고 싶어 다가가면 할머니는 말 씀하신다. 남자가 부엌 출입하는 모습 보기 안 좋다. 아빠랑 온천이나 다녀오너라. 라고...나 도 설거지도 잘하고 부침개도 잘 뒤집을 수 있는데 말이다. 어른들의 고정관념들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아무렇지 않게 이루어짐으로서 우리의 세대에게도 알게 모르게 몸과 마음속에 배어지고 있고 세습적으로 물려오고 있는 편견의 사슬에 묶여 많은 사 람들은 자신들의 개성과 능력에 상관없이 관습적인 의무를 물려받고 있으며,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 조차 못하고 살 때가 많다고 생각한다. 이러 현상들을 막기 위해서는 끈임 없는 교육과 서로를 사 랑하고 배려하는 마음들을 만들어 가면 모두가 행복해지는 양성평등의 사회가 이루어질 것 이라고 믿고 있다. 나는 오늘도 앵무새 가족을 보면서 양성평등을 배우고 있다. 여러 가지 꽃들과 다양한 나무들, 이름도 모르는 잡초들이 모여서 아름다운 동산을 이루었듯이 우리도 서로가 다른 성별과 직 업과 모양을 갖추고 있지만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15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5 차별과 차이 를 구별하는 지혜를 갖자 대전광역시교육청 대전갑천초등학교 강나현(6-4) 플라톤은 이데아를 주장한 유명한 고대철학자이다. 우리가 눈에 보이는 것은 거짓이며 이데아 속 에 포함된 것이 진실이라고 설명한 플라톤마저도 남녀가 평등하다는 생각은 전혀 공감하지 못하였 다. 그는, 여자는 실을 잣고 뜨개질이나 하는 것이지 그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 그런 일로 남자들과 비교하려 하니 우스운 일이지. 라고 말하였는데 이런 이유로 고대부터 귀족남자들만 투표권을 받고 여자는 주지 않았다. 옛 사 람들은 남자는 능동적, 적극적, 독립적, 이성적인 존재로 생각되고 여자는 수동적, 소극적, 의존적, 감정적인 존재로 정치적 결정 능력이 없다고 여겨졌다. 지금은 21C, 남녀 불평등을 떠나서 이제는 지하에 계신 플라톤도 기절할만한 아니, 나 또한 처 음 TV로 보고 놀란 일이 발생했다. 예쁘게 화장을 하고 늘씬한 몸을 가진 사람이 남편과 함께 나 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듣다보니 경악을 금치 못 했다. 그는 분명 남자였는데 의학의 힘으로 여자가 되었고 자신은 확실한 여성의 마인드를 가지고 어 렸을 때부터 살았고 지금도 분명 자신을 여자로 생각하며 산다고 하였다. 같이 텔레비전을 보시던 엄마는 당혹한 표정을 어찌할 바 몰라 하시면서도 깜짝 놀라며 못 믿겠다는 나에게 이제 새로 생긴 신인류 라고 농담을 하셨다. 왜 저 사람은 저런 판단을 하여야만 했을까? 그러고 보면 우리 주위에도 마치 성이 바뀐 것처럼 행동하는 친구들을 본적이 있다. 십자수나 뜨개질에 관심을 보이며 옷도 화려한 색만을 고집하는 남자아이들이나 불의를 보면 달려가 어김없 이 응징하며 강력계 형사를 꿈꾸는 여자아이들 말이다. 왠지 겉으로는 그럴 수 있지 라고 말하지만 속으론 잰 왜 저럴까 남자답지 못하고 여자답지 못하게. 내버려 두자 나와 상관없으니까... 라고 눈 감으며 외면했는데 왠지 엄마가 농담으로 말씀하셨던 신인류 후보들이 되면 나는 이 친구들을 어 찌 대할까? 그것도 충격이었는지 남동생이 가지고 놀던 백호인형이 곱게 보이지 않는다. 왠지 여성스런 경향 으로 바뀌게 하는 원인이 저 인형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내 동생은 어려서부터 인형을 참 좋아 하고 독서가 취미이며 밖에 나가기를 싫어하고 옷이나 신발도 빨간색만 좋아한다. 물론 나에게서 16
초등부분 물려 입었던 이유도 있지만 그림 그릴 때도 보면 유독 빨간색에 손이 많이 간다. 주위에서는 성격 이 조용하고 밝아서 그렇다고 하시는 데 걱정이 되는 건 나의 노파심일까? 그런데 나의 이런 노파심을 단번에 날려준 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문득 책을 읽다가 차이와 차별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이 렇게 가슴에 와 닿기는 처음인 것 같다. 가끔 내 입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나오는 말, 차별... 요즘 나는 평상시에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들이 서운함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하교 후 특별 히 다니는 학원이 없어서 그런지 엄마께서는 항상 스스로 계획을 세워 알찬 시간을 하루하루 보내 야 한다 하시면서 숨 돌릴 틈도 없이 집에서 할 일 들을 재촉하신다. 그러나 동생의 일상은 너무 여유롭고 한가하다. 아니 쉬어가며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맘껏 꺼내 읽는다. 고생물 학자를 꿈꾸는 동생은 좋아하는 분야의 책과 장난감도 거침없이 사들인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엄마께서 아낌없는 격려를 하시며 사 주신다. 나는 가끔 집안의 경제를 들먹이며 실속 없는 잔소리도 해보지만 속으론 이건 분명 차별 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나는 성적 잘 나온 이유로 닌텐도를 부탁했으나 뼈아픈 거절을 겪은 지 오래다. 그런데 서운함을 느끼게 하는 차별이라는 단어를 어떤 책을 통해 정확히 알게 되었는데 차별이 란 나보다 못하거나 약한 사람을 등급을 나누어 함부로 대하는 행동 이라고 되어 있었다. 마치 미국 등 서구 사회에서 오랫동안 백인종이 흑인종을 열등한 인종으로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태도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엄마께서는 누가 더 낫거나 못하다고 생각해서 우리들을 대하신 것 같지는 않다. 그럼 이건 무엇이란 말인가? 그건 차별이 아니고 우리들의 개개인의 특징인 차이 를 아시고 대하셨던 것 같다. 적극적이고 활 동적이지만 가끔 빈틈을 보이는 나에겐 계획적이고 두서 있는 생활을 몸에 배게 하시기를 원하셨고 소극적이고 조용한 동생은 적극적인 격려로 평상시 생활하는데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하셨던 것 같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모두 다른 것 같다. 남자, 여자, 백인, 흑인 또 민족과 종교도 다르며 이 젠 자신의 성별마저 혼란스러워 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도 이해해야 하는 개개인의 차이 를 인정하 는 시대가 된 것 같다. 친구가 여자답지 못하다고 또 남자답지 못하다고 외면하는 구시대의 사고는 버리고 그들의 개성 과 능력을 인정하며 그들을 한 인격체로 대할 때 우리는 진정한 우정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젠 깊지 못한 생각으로 동생이나 샘내는 누나보다는 남동생의 성격 즉 개성을 존중하고 이해 하며 자신감을 발휘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내가 되어야겠다. 17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6 엄마의 웃음 부산광역시교육청 신남초등학교 공혜영(5-2) 얼마 안 있으면 또 제사네. 에구 에구 싫어라! 우리 집의 명절과 제사 등 각종 집안의 행사는 엄마의 한숨으로 시작 된다. 오랜만에 만나는 반 가운 사촌들과 맛있는 음식을 생각하면 나의 마음은 기대와 흥분으로 하늘로 둥둥 떠다니는데, 엄마 의 마음은 천근만근 땅속으로 떨어지시나 보다. 엄마도 나만했을 땐 지금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 텐 데... 힘들게 모든 일을 혼자 하셔야 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 이해가 되고 한편 죄송한 마음도 들지만, 여하튼 여자이지만 아직 어린 나의 명절은 즐겁다. 그런데 그런 엄마에게 큰 이변이 일어났다. 엄마에게는 한줄기 희망의 빛이자, 우리 집안에는 새 로운 변화의 시작이었다. 지난 할아버지 제사는 처음으로 토요일 저녁이었다. 지금까지 평일이여서 내려오지 못하셨던 작 은 고모네가 서울에서 오셨다. 더 많아진 식구로 할머니 댁은 더욱 더 북저북적 거렸고 우리들은 신이 났다. 제삿날. 아침 일찍부터 엄마와 할머니를 포함한 여자들의 부엌은 바빴다. 이에 반해 텔레비전 앞 을 지키고 있는 남자들의 거실은 평화롭다 못해 무료함마저 느껴졌다. 그 무리 속에서 슬그머니 고 모부가 일어나시더니 부엌으로 들어 가셨다. 보자... 칼이 어디 있지? 느닷없는 고모부의 출현에 눈이 동그래진 할머니가 와? 뭐 필요하나? 묵을 거 좀 주까? 아니에요. 저도 좀 거들어야지요. 아이고, 뭐라 카노? 남자가 뭘 하겠다고 빨리 들어가라. 강하게 손사래를 흔드시며 등을 밀어내 시는 할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괜찮습니다. 밤 정도는 제가 쳐야지요. 콧노래까지 흥얼거리시며 부엌 한편에 쪼그리고 앉아 밤을 깎기 시작하는 고모부는 엄마가 항상 손가락이 아프다며 끙끙거리며 치던 밤을 순식간에 모양 좋게 깎아 놓으셨다. 그러고도 슬그머니 18
초등부분 전을 부치고 계시는 고모의 옆에 앉으시더니 프라이팬에 반죽을 넣고 꾹꾹 누르고 솜씨 좋게 뒤집 으신다. 고모부, 됐어요. 이제 나가서 쉬세요. 할머니의 눈치를 살피며 엄마도 만류하신다. 아이구, 저 잘 합니다. 괜찮습니다. 같이 하면 빨리 할 수 있잖아요. 언니, 괜찮아요. 이 사람 잘 해요. 놔 두세요. 오빠! 오빠도 와서 좀 도와. 요즘 세상에 남자 여 자가 어딨수? 고모는 한 술 더 떠 거실에 누워계시는 아빠에게도 소리를 지르신다. 아빠도 머쓱해하며 슬금슬금 나오시더니 가득 찬 음식물 쓰레기통을 들고 나가셨다. 할머니를 힐끗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엄마! 마뜩찮다는 표정의 할머니! 그 모습들을 보고 있던 나도 묘했다. 그렇게 그 날은 고모부의 큰 활약과 뒤늦게 나와서 뒷정리를 해 주신 아빠 덕분에 정말 일찍 모 든 준비가 끝났다. 너무 일찍 마쳐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요. 엄마의 웃음 가득한 상기된 얼굴. 그럼 모두 나가서 근처 한 바퀴 돌고 점심이나 먹고 오지요. 고모부의 시원시원한 제안. 그렇게 환하게 웃으시는 엄마의 얼굴을 참 오랜만에 본 듯하다. 양성평등이란 말을 들으면 작은 고모와 고모부가 떠오른다. 양성평등이란 남자와 여자가 무조건 똑같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약 한 점을 이해하여 서로 힘이 되어 주고 채워 주며 옛날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왔던 남녀에 대한 고 정관념을 버리는 것이다. 고모와 고모부는 이 모든 것을 실제로 행동으로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남아선 호 사상과 남자의 역할과 여자의 역할을 엄연하게 구별시켜놓음으로 어느 한쪽의 성만을 더 중시 여겨 희생을 강요해 왔던, 그리고 그것을 당연한 듯 보고 자라는 우리의 가정에서, 상대가 힘들어 할 때 기꺼이 도울 수 있는 배려와 사랑으로 양성평등을 실천해 가는 것이다. 가정 안에서의 작은 배려로 시작되는 양성평등은 사회적으로 확산되어 나갈 것이다. 앞으로의 명절, 제사 등의 가족 행사 때 더 이상 엄마의 한숨 소리는 없을 것이다. 그 대신 활 기찬 웃음소리와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만이 들려오겠지. 19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7 학교와 가정에서 양성평등 실현을 위하여 경상남도교육청 능동초등학교 안지송(6-5) 안녕하세요. 저는 능동초등학교 안지송입니다. 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양성평등을 잘 실천하는 우리 반과 우리 집에 대해서 소개를 할까 합니다. 3월 새 학기가 되어 새로운 담임선생님을 만났을 때, 담임선생님은 우리들에게 우리 반은 안아주 기 인사와 뽀뽀하기 인사를 한다고 했습니다. 그때 우리 반 모든 친구들은 비명을 지르고, 선생님이 변태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절대 그런 짓을 안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우리 반의 원하는 친구들만 하지, 원하지 않으면 절대 하지 않는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우리 반 친구들은 스스로 원하면 한다는 그 말에 안심은 하였지만, 아무도 안하면 선생님이 불쌍할 것 같은 생각도 조금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반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모든 친구들이 스스로 안아주기 인사 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그럼 지금부터 제 애기 잘 들어 보세요. 선생님은 학기 초 먼저 양성평등 의식 설문지를 통해 우리들의 양성평등 지수를 조사하였습니다. 그런 후 그 결과를 발표했는데 우리 반 모든 친구들이 양성 불평등 의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대부 분의 학생들이 선거에 남학생은 남학생을 뽑는다고 했고, 여학생은 여학생을 뽑는다고 했습니다. 그 리고 남학생과 여학생은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우리들에게 선생님은 꾸중하 시지 않고 여러 가지 활동들을 했습니다. 교과서 속의 남녀 불평등을 찾아보았고, 집안에서 학교에서 남녀 불평등 사례를 찾아보는 활동들을 했습니다. 그러 활동들을 하자 우리는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 했던 것들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학기 초 임시 반장은 지금까지 남학생이 하 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을 했고 집에서 엄마 아빠가 맞벌이를 해도 밥과 설거지는 엄마 담당 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그런 것들이 불평등의 시작이었습니다. 또 명절날 남자들은 계속 먹고 여자들은 부엌에서 일만 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특히 교과서 속 양성 불평등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신대로 축구를 하는 사람은 대부분 남학생이었고, 무용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여학생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우습게도 교과서에 남자들이 더 많이 나왔고, 의사나 판사 국회회원 등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직업은 대부분 남자들이 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집에서 부모님께 양성평등에 대해서 말씀드렸더니 엄마는 지송이가 좋은 것을 배워왔다고 말씀하셨는데, 아빠는 쓸데없는 소리한다고 저를 혼냈습니다. 저는 퇴근해서 20
초등부분 바쁜 걸음으로 집안일을 하시는 엄마가 한번도 불쌍하거나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는 데, 양성평등을 배우면서 우리 집이 양성 불평등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아빠보다 엄마는 빨리 출근하지만 밥을 차려놓고 출근하고 퇴근을 해도 항상 부엌에서 일을 하십니다. 아빠가 저녁 을 드시고 TV볼 때도 엄마는 쉬지 않고 늘 집안일을 하셨습니다. 우리 집이 너무 양성 불평등이라 는 것을 알고 난 후부터 우리 집을 바꾸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과 이야기를 했는 데, 선생님은 숙제로 온 가족이 우리 학급의 사이버 양성평등 수업을 보고 느낀 점을 적어오는 과 제를 내 주셨습니다. 우리 담인 선생님은 3년 전부터 경남 사이버 가정학습에서 양성평등 전문학급을 만드셨습니다. 이 곳에는 양성평등 및 성교육 동영상 자료들이 탑재되어 있어 우리들이 원하는 시간에 컴퓨터 앞 에 접속만 하면 양성평등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양성평등에 관한 많은 학습지와 이야깃 거리들이 있습니다. 난 양성평등 수업을 보는 날 아빠에게 선생님이 숙제를 내 주셔 아빠도 느낀 점을 적어야 하니 함께 수업을 보자고 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선생님은 부모님과 같이 수업을 보고 느낀 점을 적어 오라고 했는데, 처음엔 별로 관심이 없던 아빠가 조금씩 관심을 가지고 수업 을 보기 시작했고, 또 내 숙제이다 보니 아빠도 느낀 점을 적어 주기 시작했습니다. 아빠는 맞벌이를 하면 가정일도 나누어서 반씩 해야 한다고 하고, 서로 도와야 한다고 적었습니 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자 아빠의 행동이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아빠가 양말을 벗어서 바로 펴서 세탁기에 넣었습니다. 또 밥을 드시고 난 후 물도 스스로 떠서 드셨습니다. 그런 아빠가 바뀌는 것 을 보면서 난 양성평등이 정말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우리 집은 양성평등이 잘 실천됩니다. 정말 부럽죠. 우리 집은 온 가족이 토의를 통해 함께 양성 평등 실천 다짐을 만들었는데, 각자 역 할을 잘 하고 있습니다. 가정에서 양성평등이 잘 실천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학교에서도 남학생들을 이해하게 되었습니 다. 그러자 학교에서 남학생에게 화도 덜 내게 되었고, 남학생들도 고생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3월 한 달 동안 양성평등 학급에서 양성평등 사진 공모전, 양성평등 표어 만들기 등 다 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남학생 여학생이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친구가 될 수 있다 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친구끼리 안아주기 인사를 하면 좋겠다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 반 친구들은 남학생 2명을 빼고 모든 친구들은 매일 아침 서로 안아주면서 인사합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이상했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잘 합니다. 매일 안 아주기 인사를 하다보니 우리 반은 남학생 여학생이 다툼이 전혀 없습니다. 또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니까 서로 도와주고 보살펴 주게 되었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고 친구가 될 수 없는 것 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내 유치원 사진을 보면 남학생들과 친하게 찍은 사진이 있는데, 초등학교 들어 그런 사진이 하나 도 없었는데, 6학년이 되어 다시 남학생들과 친하게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우리 학급에는 정말 신 기한 사진들이 많습니다. 처음에 우리는 안아주기 인사를 할 수 있지만 다른 반 친구들이 우리 학 급에 들어와 사진을 찍어가서 놀릴 땐 양성평등을 실천하는 것이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이 21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제는 아닙니다. 놀리는 친구들이 부러워 서 그러는 줄 알기 때문에 놀려도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 습니다. 얼마 전 현장학습 때우리 반은 양성 평등 학급티를 입고 자신이 뽑은 마니또와 손을 잡고 다녔는데, 이제 남들 앞에서 양성 평등을 실천하는 것도 부끄럽지 않고 자랑스럽습니다. 저도 참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수업 시간에 자신의 꿈을 발표하는 시간에 한 남학생이 미래 자신의 꿈이 가정에서 애기 키우며 집안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예전 같으면 웃음이 터져 나왔 을 것을. 이제는 친구들과 나는 이해합니다. 짧은 한 달 동안 우리들은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우 리 반은 한달에 한번 양성평등 지수를 검사하고 양성평등 글짓기를 하는데, 선생님은 1년이 지나면 우리의 양성평등 의식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있고, 또 그것을 문집으로 만들면 정말 좋다고 하 셨습니다. 한 달 만에 30점이던 내 양성평등 지수가 40점으로 높아졌습니다. 선생님은 계속 양성평 등 교육을 한다고 하셨는데, 앞으로 더 기대됩니다. 대한민국에서 양성평등을 가장 잘 실천하는 우 리 학급 부럽죠. 그러면 꼭 우리 학급 홈페이지에 와서 우리들의 활동들을 보세요. 며칠 전 우리 집에서 큰 사건이 있었습니다. 우연히 벽에 붙어 있는 사진을 보는데, 오빠 돌잔치 사진은 있었는데 제 돌잔치 사진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엄마에게 이유를 묻자 오빠는 남자라서 돌 잔치를 했는데 저는 여자라서 할아버지가 하지 말자고 해서 안했다고 했습니다. 그때 저는 슬퍼서 펑펑 울었는데, 그런 저를 보며 아빠가 미안하다고 제 큰 사진을 찍어 벽에 걸어주셨습니다. 그때 제가 양성평등을 배운 것이 자랑스럽고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어른이 되어 아이가 생기면 꼭 양성평등을 실천할 겁니다. 사실 지금 우리 부모님들은 양성 평등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부모님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 리고 너무나 불평등하게 살아오셔 잘 바뀌시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린 우리들이라도 양성 평등 의식을 가져야 우리가 어린이 되면 우리 사회가 양성 평등 사회가 될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 학급만 양성 평등을 실천하다 보니 어려움도 많습니다. 다른 반 친구들과 주위에서 이상한 시신으 로 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선생님 말씀대로 우리 사회가 바뀌도록 하기 위해 우리가 꼭 양성 평등을 실천하고 내 주변 사람들이 양성 평등을 실천할 수 있도록 양성 평등 전도사가 되겠습 니다. 내가 먼저 양성평등을 실천해야 우리 사회가 양성평등 한 사회가 됩니다. 차이는 인정하며 차별 없는 밝고 건강한 양성평등한 세상을 만들 때 까지 파이팅! 22
초등부분 8 아빠 울음주머니 속에 담긴 큰사랑 충청남도교육청 인세초등학교 김난영(6-1) 신비한 동물의 세계 책을 읽다가 다윈코개구리를 발견하고 몇 번을 보고 또 읽었다. 남아메리카 우림에 사는 다윈코개구리는 새끼를 목에 있는 울음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엄마개구리가 30여개의 알을 낳고 긴 휴식을 떠나면 아빠개구리는 알들을 지키기 위해 알에서 올챙이가 될 때까지 울음주 머니에 넣고 부화를 시킨 다음 혼자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이 주머니 속에서 키운다고 한다. 울음주머니가 점점 커지는 동안 아빠개구리는 울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한다. 새끼들이 어느 정도 자라면 아빠 개구리의 입에서 나와 넓은 세상으로 나간다고 한다. 다윈코개구리는 우리 아빠와 많이 닮은 모습을 하고 있다. 지금처럼 날씨가 따뜻해지면 나는 유 치원 때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대부분 토마토와 벼농사에 종사하는 이곳에서는 지금부터 농번기가 시작되는 시기 이다. 그 때 내가 7살이고, 동생 윤영이가 5살이 되던 해이다. 그 날도 우리 아빠는 농사일과 방울토마토 밭에서 일을 하시기 위해 트랙터를 가지고 일터로 향하셨다. 많이 피곤했지만 한참 일하실 젊으신 때인 우리 아빠는 하루해가 부족하도록 열심히 일하셨다. 햇볕이 따스한 이즈음 우리 아빠는 큰 교통사고를 당하시게 되었다. 가까운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한 달을 넘게 생사를 넘나들었으며, 3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서울 에 있는 종합병원에서 투병생활을 하셨다. 우리 엄마도 아빠의 뒷바라지와, 어린 우리들, 집안일, 농사일에 가장 힘든 시기를 넘겼다고 지 금도 말씀하신다. 우리아빠는 그 교통사고 이후로 큰 다리 수술을 15차례나 해내셨지만, 아빠의 한쪽다리는 영영 잃어버리고 말았다. 지금은 왼쪽 다리를 의족으로 생활하고 계신다. 힘든 수술과정과 치료과정을 이겨내고 아빠가 3년 만에 집으로 오시는 날 우리 가족은 너무 기 뻤다. 아빠가 계시지 않은 몇년동안 이곳저곳에 흩어져 살던 우리 네 식구는 한곳에 함께 사는 것 만으로 행복했다. 그리고 아빠의 교통사고 이후로 우리 가정의 기둥이 되었던 건강한 한쪽 다리는 빼앗겼지만 우 23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리 집은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행복을 하나씩 찾아가기 시작했다. 몸이 건강하신 우리 엄마께 서 벼농사와 토마토 밭에서 주생활의 터전으로 열심히 일 하시기 시작했다. 가끔씩 아빠에게 조언 을 들어가며 열심히 농사를 짓고 계신다. 그리고 교통사고로 다리와 어깨, 팔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많이 약해진 아빠는 한동안 많이 힘들어하시고 괴로워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가족을 사랑하는 아빠는, 아빠의 몸으로 하실 수 있는 집안의 일들을 하나 둘 엄마에게 물어가며 직접 하시기 시작했다. 새벽 동트기 전, 들에 나가서 해가 저물어야 들어오시는 엄마를 대 신해 아빠는 가족을 위해 밥을 짓고,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집안의 대부분 살림살이, 특히 음식 만들기는 우리아빠가 최고의 선수가 되었다. 내가 얼마전만 해도 집안일을 하시는 우리 아빠 가 부끄러운 적이 있었다. 집에서 주로 살림을 도맡아 하시는 아빠에게 괜한 심술과 투정을 부렸다. 하지만 지금은 아빠가 끓여주는 김치찌개가 없다면 밥을 맛있게 먹을 수가 없다. 이번 봄 소풍 에도 아빠표 김밥도시락은 나의 어린추억들을 풍성하고 따뜻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집안에서 우리를 맞아주시는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대화가 많아지고, 함께 놀아주는 시간이 늘면서 아빠와의 사이가 더 가까워지고 비밀이 없게 되었다. 나와 동생 윤영이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은 아빠에게 먼저 알리고 아빠와 상의하고 대화한다. 뜨거운 비닐하우스 방울토마토 밭과 벼농사로 피부가 거칠어지고 손가락 마디마디가 굵어진 엄 마를 볼 때 나는 더욱 희망찬 미래를 꿈꾼다. 그래! 난 꼭 해 낼거야 남자가 대부분인 외과의사에 도전하기로 결심한 나는, 우리 엄마의 건강한 생활력을 볼 때마다 더욱 강하게 다짐을 한다. 내가 어릴 때 병원 생활을 길게 하시는 아빠를 보면서 그 때 뚜렷한 미래의 꿈을 나는 키우기 시작했다. 나에게 여자는 약하다 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위 친구들이 매일 집에만 계시는 우리 아빠를 궁금해 하는 이유가 짜증이 난 적도 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의 행복비결은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찾아서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설명할 수 있다. 현실에 맞게, 그 사람의 능력에 맞게 배려 해주고, 인정해주고,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양성평 등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자의 힘찬 신체특성으로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여자가 도와주고, 여 자의 꼼꼼한 성격으로 잘 해낼 수 있는 일은 남자가 뒤에서 밀어주는 것, 이것이 아름다운 양성평 등한 가정이라고 생각한다. 양성평등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 학교에서 또는 사회에서 성차별하지 않고 같은 자세로 생각하 고 생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릴 때 철없이 아빠에게 아빠는 왜 밖에서 일 안 해요? 라며 아빠를 당황스럽게 한때가 후회스럽고 많이 죄송하다. 아빠가 늘 하시는 말씀이지만 집안일은 열심 히 하면 표 나지 않고, 하루만 청소, 빨래를 안 하면 엉망이라고 말씀하신다. 아빠가 귀여운 투정을 부리면, 우리들은 웃음으로 받아주고 함께 집안일을 나눈다. 내가 얼마 전, 우리학교 전교 어린이 회장에 나갈 때도 우리 반 남자 아이들은 모두 남자 후보 에게 응원을 보내고, 여자들은 여자 후보에게 응원을 보내는 것을 보면서 많이 아쉬운 생각을 했다. 우리가 더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남자, 여자의 싸움대결이 아닌, 진실로 약속을 잘 지키고, 24
초등부분 일을 제대로 해 낼 수 있는지, 약속을 잘 들어보고 택하지 않는 것 같아 많이 안타까웠다. 다음 달에는 전국적으로 지방선거가 있다고 들었다. 우리 어른들도 남자, 여자를 구별하지 않고, 신체외모나 얼굴로 판단하지 않고, 미래의 계획과 약속을 잘 들어보고 믿음과 신뢰가 가는 나라의 일꾼을 뽑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양성평등! 차별이 없는 가정과 학교는 미래에 우리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밝고 평등한 사회를 보장 할 것이다. 그리고 다윈코개구리처럼 지금까지 우리 자매를 매일 돌봐주고 먹여주고 키워주시는 우리 아빠 에게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는 큰딸이 될 것이다. 아빠! 얼마나 힘드세요. 울음주머니가 점점 커질 수록 힘들어 하실, 우리아빠!, 제가 이다음 제 꿈을 이루는 날 아빠가 세상을 향해 큰 소리로 울 수 있도록 정말 노력하는 난영이가 되겠습니다. 엄마, 아빠! 조금만 더 고생하시고 우리들 지켜봐주세요. 다윈코개구리를 닮은 우리아빠 사랑합니다. 25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9 엄마의 이장 선거 출마 강원교육청 봉오초등학교 김난이(4-1) 당신은 가정주부야! 아이를 돌보고 집안 살림살이를 꾸려나가는 엄마라고! 화를 버럭 내시며 고함을 지르시는 아빠의 목소리에 놀라 잠을 깼다. 우리 엄마 아빠는 유난히 사이가 좋으셔서 좀처럼 큰소리 내는 것을 듣지 못하면서 자라온 나로 서는 부모님의 다툼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무섭기까지 하였다. 여자가 무슨 이장을 한다고 그래, 우리 동네에 지금까지 여자가 동네 이장에 출마한 적이 있었 어! 당신은 난이나 잘 기르면서, 부모님 뒷바라지나 잘 해 드려요. 처음보다 차분해진 아빠의 의견에 자신의 생각을 말씀하시는 엄마의 목소리는 나의 마음을 더욱 감동하게 하였다. 지금은 여자들도 그 능력을 인정받아 대통령을 하겠다고 출마를 하는가 하면 국가의 중요한 자 리에서 훌륭하게 일을 하고 있으며, 우리고장 화천만 해도 전 교육장님이 여자이고 교장선생님들도 절반이 여자인 것을 당신은 모르세요? 우리 집도 딸만 둘이라서 아들을 낳겠다고 하니까 당신은 아 들과 딸이 무슨 구별이 있느냐면서 잘 기른 딸이 열 아들 부럽지 않다고까지 하셨잖아요? 우리 딸 들을 위해서라도 우리 집부터, 우리 마을부터 남ㆍ여 차별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하지 않겠 어요? 그 동안 엄마는 사회 참여에 남자ㆍ여자 구별이 뭐가 중요하냐고 하시면서 학교의 궂은 일, 동네 반장이나 개발위원 등 마을의 웬만한 일은 거의 도맡아 해 오고 계신다. 하지만 남ㆍ녀의 일을 확실 히 구분해서 처리하시는 아빠께서는 엄마의 그런 행동으로 인해 평소에 불만이 많으셨던 것 같다. 우리 마을에서 척사대회가 있었던 지난 정월대보름날 동네 어른들과 나를 비롯한 아이들까지 마 을 회관에 모여 윷놀이도 하고, 고기도 구워 맛있게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날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어른과 손님들을 접대하시는 일과 뒷정리하시는 일로 분주하게 움 직이시는 엄마를 보면서 남ㆍ여의 구분 없이 열심히 사회에 참여하시는 엄마의 모습이 멋있어 보일 뿐만 아니라 무척 자랑스럽기까지 하였다. 척사대회가 있었던 날 저녁, 저녁상을 물리신 아빠께서는 많은 생각을 해보았는데, 당신이 사회에 참여하고자하는 열정이 아름다워 보였어 26
초등부분 라고 하시면서 내년에는 이장선거에 나가고 싶으면 나가보라고 엄마께 힘을 실어 주셨다. 양성평등은 남자이기 때문에 크고 굵직굵직한 일을 해야 하고, 여자이기 때문에 작고 소소한 일 을 해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는 데서부터 시작이 되며, 가정에서부터 마을과 고장으로 그 범위를 넓 혀가면서 서서히 확대시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몇몇 양성평등에 뜻을 가진 사람들이 어깨띠를 두르고 사진을 찍으며 양성평등을 외치는 운동을 텔레비전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그렇게 한다고 해서 참된 양성평등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자도 능력이 있으면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통하여 사회에 공헌하고, 남자도 아내가 자신의 적 성과 능력에 맞는 사회 참여로 가정을 돌볼 손이 모자랄 때에는 설거지, 빨래를 비롯한 집안의 작 은 가사 일을 함께 분담하여 풍요롭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간다면 아름답고 건강한 살기 좋은 사 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며칠 전 아빠 친구들이 모여 약주를 한잔씩 하시면서 남들은 이장을 하고 싶어도 능력이 안돼 못해서 안달인데, 자네는 능력 있는 안사람의 사회 활 동을 왜 못하게 말려? 라고 하시는 말씀에 아빠께서는 내가 왜 못하게 하겠어, 집사람의 능력을 사람들이 인정해 줄 때까지 기다렸다가 해도 늦지 않 는다고 충고를 했을 뿐이지. 라면서 은근히 똑똑한 아내와 살고 있는 아빠를 자랑하는 것 같이 보였다. 사실 요즘 들어 아빠의 변하신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데, 엄마께서 늦게 돌아오시는 눈치가 보이 면 키가 큰 우리 아빠가 어설픈 자세로 서서 서투른 설거지도 하시고, 걸레를 빨아 방청소도 하시 며, 빨랫줄에 마른 빨래도 걷어다가 차곡차곡 예쁘게 개어 놓기도 하신다. 얼마 전에는 직장 다니시 는 엄마께서 고생하신다며 내 머리를 손수 감겨주시기도 하셨다. 지난 번 이장선거 일로 아빠께서 느끼신 것이 많으신 모양이다. 나도 이 다음에 우리 아빠 같은 남자와 결혼을 하고 싶다. 앞으로 우리 아빠 같은 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내년에 엄마가 마을 이 장 선거에 나가시게 될 때, 아빠가 어떻게 엄마를 후원해 주실지 은근히 기대가 되기도 하지만, 아 마도 기발한 방법으로 엄마의 이장 출마를 도와주시는 멋진 우리 아빠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이번 주 내 생일 날에는 엄마 아빠가 함께 끓여주시는 미역국을 먹었으면 좋겠다. 27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10 손녀의 반란, 그리고 할머니의 변화 부산광역시교육청 금곡초등학교 진 실(6-1) 일요일 오후, 예배를 마치고 우리 가족은 늘 그랬듯이 할머니를 찾아 뵈러간다. 할머니, 저희 왔어요! 아이고~ 우리 솔이 왔나!! 분명 우리가족 모두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할머니께서는 내 동생 솔이만 부른다. 할머니의 우리 가족을 향한 열렬한 환영과 더불어 오순도순 이야기꽃이 피어오를 때면, 어느 순 간 내 동생은 할머니의 무릎 위에 올라앉아 있다. 맛있는 식사를 하는 순간에도 할머니는 아빠와 동생의 밥 위에 반찬을 올려주시느라 분주 하시 다. 엄마는 그러한 광경이 익숙해 지셨는지 별 반응이 없지만, 솔직히 나는 기분이 안 좋다. 그래서 내가 입술을 삐죽거리고 토라진 반응을 보이면 엄마께서는 얼른 눈치를 채시고 나를 챙겨 주신다. 식사를 끝낸 후에도 여전히 할머니의 생활 속 작은 차별은 계속 된다. 나와 동생은 곧장 TV 앞으로 달려가고, 아빠께서는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시고, 엄마께서는 설거지를 마치신 후, 청소를 시작하신다. 그럴 때면, 아빠와 이야기를 잠시 중단하시고 할머니께서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진실아, 엄마를 도와야지! 이제 너도 6학년이잖아... 라고 말이다. 그런데 그 말을 올 해 처음 듣는 것은 아니다. 내가 5학년 때도, 4학년 때도 늘 하셨던 말씀이 다. 정작 2살 터울인 내 동생은 지금 4학년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말씀은 하시지 않는다. 아마도,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그러시는 것 같다. 나는 늘 차별을 하시는 할머니가 솔직히 얄밉다. 할머니도 같은 여자이면서... 그로인해 나는 엄마를 도우면서도 투덜거리게 된다. 집으로 돌아와, 부모님께 내가 느낀 감정과 할머니의 차별에 대해 말씀을 드렸더니 엄마께서는 그래, 네가 그것 때문에 많이 속상했나보구나. 그러면 다음 주에 할머니를 찾아 뵜을때 네가 느 낀 그 감정을 할머니께 그대로 말씀드려 보는 게 어떠겠니? 라고 하셨다. 반면 아빠의 반응은 엄마 와는 또 다르다. 할머니는 옛날 분이라 아무래도 아들을 좀 더 사랑하시는 것이겠지... 28
초등부분 나는 속상한 마음을 뒤로하고 또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였다. 다시 일요일이 찾아왔다. 우리 가족은 할머니를 뵈러 갔다. 할머니께서는 언제나 그랬듯이 예전 의 상황과 똑같았다. 아이고~ 우리 솔이 왔나! 그래서 난 내 마음속 담아두었던 얘기들을 할머니께 털어 놓았다. 할머니, 사실은 저 너무 속상해요. 문을 열어주실 때에도 솔이만 온게 아니고 우리가족 모두가 왔는데 왜 솔이만 불러요? 그리고 식사를 할 때에도 솔이와 아빠만 챙겨주셔서 솔직히 속상해요. 할머닌, 너무 남자만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내 말에 할머니께서는 큰 소리로 웃으시며 아이고~ 우리 진실이 이제 다 컸네! 그래, 할머니가 너희 둘을 똑같이 사랑하는데 넌 그렇게 느꼈나 보네. 그렇다면 할머니가 조금씩 고쳐볼게. 라고 했다. 할머니의 반응에 나도 놀랐지만, 엄마 아빠도 조금은 의외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뒤로 할머니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나와 엄마도 고집쟁이 할머니의 변화를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명절을 앞두고 우리가족과 할머니가 다함께 마트에 갔었다. 할머니께서는 우리가 남성의류코너를 지날 때 마다 아빠께 이 티셔츠 멋있네! 한 번 입어봐 사줄게. 또, 넥타이 코너를 지날 때면, 어김없이 아빠께 이 넥타이 맘에 드나? 사줄까? 라고 하신다. 그래서 나는 할머니께 할머니! 저와 차별 안하기로 약속 했잖아요~ 엄마와 저에게도 관심을 주세요. 그로인해, 그날 아빠는 멋진 티셔츠를, 엄마는 예쁜 가디건을 할머니께 선물 받았다. 엄마께서도 무척 좋아하는 눈치였다. 그래서인지 엄마께서는 동생과 나에게도 예쁜 옷을 선물해 주셨다. 큭큭, 이런걸 두고 사자성어로 어부지리 라고 하는 것이겠지? 할머니의 80평생의 삶이 한순간에 바뀌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난 할머니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가끔씩 엄마께서 말씀하신다. 엄마 아빠도 해내지 못 한일을 우리딸이 해냈네 아빠께서도 한 말씀하신다. 역시 우리 딸이야!! 남녀의 차이는 분명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차별은 있어선 안 된다. 남녀의 차별을 마치 오래된 관습처럼 여기는 것은 반대한다. 지난 3월, 우리 학교의 학생회장을 선출하는데 이변이 일어났다. 그 동안 우리 학교 회장은 줄곧 남자들이 도맡아 왔는데, 올해의 학생회장은 여자가 뽑혔다. 그 29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여학생이 회장출마 연설을 할 때의 상황은 이랬다. 여학생후보: 왜 남자들만 회장을 해야 하나요? 남학생들: 원래 다~그래! 여학생후보: 다 그래를 뒤집어라! 모든 여학생들: 올레~~~~~ TV광고 속 이야기를 패러디 한 거지만, 모두에게 공감이 갔고 여학생의 당당한 연설이 더해져 많은 박수와 지지를 받았다. 결과는 마치 오래된 관습을 깨기라도 하듯이 당당히 여학생이 전교회 장으로 뽑혔고, 나는 진심으로 회장이 된 내 친구를 축하해 주었다. 남녀평등을 위해 거창한 구호는 아니더라도, 생활 속 작은 실천이 우리의 삶을 하나씩 변화시킨다고 생각한다. 난,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도 작지만 의미있는 반란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난 우리 할머니를 여전히 사랑한다. 손녀의 작은 반란을 귀엽게 여기시고, 변화를 기꺼이 보여주신 우리 할머니를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앞으로도 쭉~ 사랑할 것이다. 30
초등부분 11 사람 인( 人 )의 숨은 뜻 대구시교육청 대구대성초등학교 정수민(4-2) 어느 날 우리 집에서 있었던 일이다. 설거지는 여자가 해야지! 왜 남자에게 시켜! 남자가 설거지하는 거 봤어?" 라고 아빠가 엄마한테 잔소리를 늘어놓으신다. 엄마보다 좀 더 빨리 퇴근하시는 아빠는 집에 오시면 늘 설거지를 해주시는데 하루는 엄마에게 이제 당신이 해. 라고 하시며 문을 쿵 닫고 큰 방으로 들어가 버리신다. 엄마는 그렇지 않아도 요즘 따라 회사 일이 더 바쁘셔서 피곤하신데 집에 오자마자 아빠의 잔소리를 들으시고는 마음이 무척 상하셨다. 엄마도 그럼 맘대로 해! 라고 하면서 화장실 문을 쿵 닫아버리셨다. 우리는 엄마, 아빠 눈치를 보면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공부만 해야 했다. 나는 얼마 전 담임선생님께서 해주신 사람 인( 人 )의 뜻이 생각났다. 선생님께서는 한 쪽 사람이 힘들어서 넘어지려고 하면 넘어지지 않도록 다른 사람이 받쳐주는 것이 바로 사람 이라고 하셨다. 아빠가 힘들 때 엄마가 받쳐주고, 엄마가 힘들 때 아빠가 받쳐주는 것이 사람 인( 人 )이라고 하셨다. 또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하셨다. 남학생이 넘어지려고 하면 여학생이, 여학생이 힘들어 넘어지 려고 하면 또 남학생이 받쳐주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 말씀이 오늘따라 유난히 생각이 났다. 다음 날 집에 오자마자 아빠는 또 설거지를 하신다. 엄마가 퇴근하시자 아빠는 어제는 내가 당신한테 너무 심한 말을 해서 미안해. 라고 하셨다. 엄마도 늘 집안 일 도와주는 당신이 고마웠는데 요즘 회사가 바빠서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똑같이 화 를 내서 미안하다. 고 하셨다. 저녁을 먹으면서 나는 선생님의 말씀을 엄마, 아빠에게 말씀드렸다. 부모님은 선생님의 말씀이 맞다고 하시며 앞으로 더욱 화목한 가정이 되도록 엄마, 아빠 더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겠다고 하셨다. 우리나라는 오랜 옛날부터 남녀의 차별이 무척 심했다. 여자는 남자를 도와 바깥의 힘든 일까지 하고 집에 오면 또 집안일을 해야 했다. 혹 이러한 역할이 바뀌게 되는 것을 매우 이상하게 생각하 고 금기시 했다. 또 남자를 여자에 비해 귀하게 여기는 풍습도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점점 변하고 있다. 31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지난 주 일요일 엄마를 따라 시내에 있는 손톱 메이크업 하는 곳을 갔었다. 당연히 여자들이 일 을 하고 여자들만 손님이 올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남자 손님들도 있었다. 게다가 내가 더 깜짝 놀 란 것은 남자가 메이크업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보통 손톱 메이크업은 깔끔하고 섬세하며 부드러운 손길이 필요한데 이것을 남자가 하고 있다니 처음에는 많이 놀랐다. 하지만 다른 여자들 못지않게 열심히, 꼼꼼하게 잘 하는 것이었다. 또 얼마 전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자동차 정비소에서 여자가 타이어를 몇 개씩 들고 일을 하는 것을 보았다. 자동차 정비소 일을 너무나 열심히 하고 또 자동차 정비에 관해서는 무슨 일이든 척 척해내는 여자 사장님을 보면서 나는 아~ 남자도 저런 섬세한 것을 하는구나. 아~ 여자에게도 저 런 힘이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꼭 남녀의 정해진 역할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 느꼈다. 이것은 남자만 할 수 있다. 또 이것은 여자만 할 수 있다. 라는 말보다는 이것은 남자든, 여 자든 누구나 할 수 있다. 라는 말이 자연스러운 그런 세상이 되어야한다. 남자든 여자든 우리 모두 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조금씩 서로를 더 이해하고 배려하며 귀하게 여기면서 사람 인( 人 )의 정신이 펼쳐진 진정한 양성의 아름다운 평등이 실현되는 세상을 기대해본다. 32
초등부분 12 봄바람의 하루 전라남도교육청 여도초등학교 손수인(6-7) 오늘도 봄바람의 하루는 가녀린 풀잎들을 흔들어주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봄바람은 나무에 매 달린 나뭇잎들을 흔들어주고 아침 일찍부터 나와 일하는 농부 아저씨들과 학교에 가는 아이들을 살 짝 스쳐 아파트 앞에 들어선 대형백화점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봄바람이 그곳을 향해 가자 나뭇가 지에 있는 나뭇잎들이 몸을 살랑살랑 흔들며 인사를 합니다. 봄바람은 그 곳에 가서 이른 아침인데 도 불구하고 일찍 나와 있는 사람들을 쳐다봅니다. 사람들 군데군데 아이들 몇몇이 끼어 있습니다. 봄바람은 아직도 잠을 깨지 못해 눈을 비비는 아이들을 향해 싱긋 웃어줍니다. 갑자기 그 고요함이 깨졌습니다. 으앙, 나 저거 사 줘. 나 저거 갖고 싶단 말이야. 한 사내아이의 목소리를 뒤로 그 아이의 엄마인 듯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안 돼. 저런 것은 절대로 못 사줘. 네가 여자 아이니? 왜 꼭 저런 것만 사려고 하니? 로봇, 퍼 즐 같은 것은 사줘도 절대로 소꿉놀이 장난감이나 인형 같은 것은 못 사줘! 그 여자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봄바람은 얼른 백화점을 나와 버렸습니다. 봄바람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그 사내아이의 울음소리가 가득합니다. 어휴, 백화점 어디를 가나 저런 일이 있다니까. 도대체 사람들은 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사주 려고 하지 않을까? 왜 사내아이는 꼭 로봇 같은 장난감을 사주고 왜 여자아이들에게는 소꿉놀이 세 트 같은 장난감을 사주려고 할까? 도무지 이해가 안 가. 사람들이란 말이야. 봄바람은 그 일을 떨쳐버리려고 노력하면서 이번에는 어떤 한 집으로 다가가 보았습니다. 그 집 은 아이들과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이렇게 6명으로 이루어진 가족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집 도 조용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집도 한 여자 아이가 울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여 자 아이를 쳐다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습니다. 그 여자 아이의 할머니가 입을 열었습니다. 너는 항상 애가 그렇게 칠칠맞게 다니니? 어떻게 여자애가 항상 칠칠맞아서 그릇을 깨고 다녀! 울음 안 그쳐! 뭘 잘 했다고 울긴 울어! 여자 아이는 그렇게 다그치는 할머니 때문에 더욱 더 서러운 모양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더 욱 더 크게 울었습니다. 봄바람은 결국에는 그 시끄러운 울음소리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져서 그 집 33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을 나오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꼭 항상 이렇게 말해. 여자아이가 울면 안 된다고. 이럴 때는 그 여자아이가 불쌍하기 도 하다니까. 봄바람은 이렇게 생각하며 바람들의 세계와 이 세계는 얼마나 다른지를 확연히 깨닫게 되었습니 다. 봄바람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이번에는 학교로 발을 돌렸습니다. 봄바람이 제일 먼저 본 것 은 선생님들과 아이들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에게 지금 미래의 꿈이 무엇이냐고 꿈 발표를 시키시고 계시는 중이셨습니다. 어느 한 여자 아이가 자신의 꿈을 발표하였습니다. 제 꿈은 축구 선수예요. 저는 남자 아이들 못지않게 훌륭한 축구 선수가 될 거예요. 그러자 한 남자 아이도 자신의 꿈을 발표하였습니다. 제 꿈은 유치원 선생님이에요. 저는 커서 자상한 유치원 선생님이 될 거에요. 그러자 아이들 모두 웅성거리며 그동안 아이들이 놀려서 숨겨만 왔던 자신의 꿈을 말하였습니다. 저는 미용사가 될 거예요. 저는 테니스 선수가 되고 싶어요. 저는 마라톤 선수가 되고 싶어요. 아이들 모두 모두 힘차게 자신의 꿈을 말하였습니다. 아이들이 숨겨만 왔던 자신의 꿈을 말하는 것을 보고 선생님께서 웃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모두 다 아름다운 꿈을 가지고 있구나. 남자만이 특별하게 가질 수 있는 꿈이나 여자만이 특별 하게 이룰 수 있는 꿈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란다. 우리 모두 그 꿈을 꼭 이루도록 하자구나. 봄바람은 그 광경을 보며 아이들과 선생님을 향해 웃었습니다. 환한 미소를 말입니다. 봄바람은 생각하였습니다. 그래. 그 말이 맞아. 아마 이런 아이들이 미래에는 이런 차별의 세상을 없애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거야. 아주 새로운 세상을 말이야. 봄바람은 아이들이 희망찬 미래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세상에 가슴이 미래에 대한 기대로 부 풀어 올랐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여자와 남자가 다르다는 식으로 말하였습니다. 그런데 왜 달라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에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 았습니다. 봄바람은 여자와 남자는 원래 평등해야 된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하고 있었기 때문입 니다. 사람들 모두가 여자와 남자는 원래 평등하다는 생각을 머릿속에 집어놓고 다니면 이 세상이 많이 변할 것이라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런 세상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봄바람은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박힌 편견을 없애기 전에는 말입니다. 봄바람은 사람들이 하나하나씩 천천히 변 화해 가야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풀밭과 꽃들이 서로 어울려서 꽃밭이 되는 것처럼 건물들이 서로 어울려야 멋진 풍경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봄바람은 사람들이 서로 평등하게 여기고 서로 아무런 편 견을 가지지 않을 때 세상은 가장 아름다워지고 가장 멋져질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34
www.mest.go.kr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중등부문
중등부분 2010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입상 작품(중등) 12편 구분 입상자 인적사항 성명 교육청 학교명 작품명 페이지 최우수 정원기 경기2 청심국제중(3-1) 나의 겉과 속 38 우수 박서영 충남 안면중(3-3) 차가운 별 42 정재윤 인천 안남중(3-1) 전업주부 우리 삼촌 45 이효주 충남 장기중(3-1) 뿌리 깊은 혹과 이별하는 날 48 이충현 전남 청호중(2-3) 양성평등. 모두가 이기는 게임을 위하여! 51 장려 최혜원 경기 곡란중(2-6) 기울어진 윗접시 저울 54 전세영 서울 양화중(1-7) 이브에게 과학의 꽃다발을 56 연해민 충북 남성중(1-9) 아빠, 생각을 바꿔봐요 59 성다은 경북 비안중(3-1) 우리들의 작은 이야기 62 정세미 경남 옥포성지중(3-2) 성으로 구분짓지 않는 개성있는 삶을 위해 67 오연정 제주 신성여중(3-3) 사랑하는 딸에게 70 장온유 대전 전민중(3-4) 2030년이 2010년에게 보내는 편지 72 37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1 나의 겉과 속 경기교육청(2) 청심국제중학교 정원기(3-1) 한때 나에게 감수성이란 허락되지 않은 사치일 뿐이었다. 초등학교 때 일이다. 만화 <등대지기> 를 읽는데, 마음 한 켠이 너무 아려왔다. 아직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시지만, 어릴 적 나를 위해서, 또 다른 손자 손녀들을 위해서 무겁고 아픈 몸 이끌고 바삐 움직이시는 우리 할머니의 모습이 머릿 속에서 계속 아른거렸기 때문이었다. 너무 슬펐다. 한 번도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없었는데, 고인 눈물이 뚝하고 나도 모르 게 떨어져버렸다. 장소는 우리 반 교실이었다. 친구들이 이상하다는 눈길로 쳐다봤다. 그리고 한 녀석이 입을 열었다. 니 왜 우는데? 책 보고도 우나? 그 녀석의 말이었다. 물론 그 아이에게 악의는 없었다. 친한 친구였기에,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붙여본 말이었다. 다른 여자아이가 남자 아이가 책 보면서 우는, 그 웃긴 꼴을 보고 또 입을 열었다. 책 보면서 울기도 하나? 남자아(남자아이)가. 신기하네. 물론 그 아이에게도 악의는 없었을 것 이다. 그냥 정말 신기해서 그렇게 말한 것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기억으론, 나는 그 후로 수많은 책들을 읽으면서 한 번도 울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인생에 세 번만 우는 것이 남자다. 선생님께 혼날 때도 그런 말씀을 들었고, 운동장에서 넘어져 서 울 때도 그런 말을 들었고, 시험 성적이 뜻대로 나오지 않아서 울 때도 그런 말을 들었다. 물론 그 말의 뜻 자체는, 그만큼 굳세게, 세상을 크게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는 좋은 뜻일 것이다. 하지만 어릴 때 수없이 들었던 그 말은 내 마음속 깊숙이 새겨지고 지워질 줄을 몰랐다. 마치 딱딱한 대리 석에다가 새긴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울음을 참으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친구들과 같이 있었 을 때, 특히 그랬던 것 같다. 왠지 내 친구들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면 절대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 혼자 타인의 시선 앞에서 감옥을 만들어냈던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항상 겉과 속이 달랐다. 밖으로는 센 척을 했다. 내 성격과는 다르게, 원체 목소리 가 큰 편이라 그것이 유리했다. 친구들 앞에서 장난을 치고, 수업 시간에는 질문도 큰 목소리로 하 38
중등부분 고, 대답도 크게 했다. 무대 공포증을 조금씩 고쳐나가면서, 반장도 하고, 전교 회장에도 당선되었 다. 그러다보니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것이 익숙해졌다. 아이러니하게 도, 그것이 '나만의 감옥'이 준 선물 중 하나이다. 하지만 내 속은 달랐다. 집에 와서는 남들 다 하는 운동을 하지 않고 소설을 읽었다. 그래서 한 때 살이 많이 찌기도 했었다. 또 가끔씩 십자수를 하기도 하였다. 그림을 기름종이에다 베껴서 그리 는 것을 좋아했고, 음악을 듣는 것도 좋아했다. 또 앞에서는 안 그런 척 했지만, 어쩌다 심한 말을 들으면, 별로 나쁜 말이 아닌데도 괜히 상처받아서 혼자 끙끙 앓아댔다. 한 마디로 소심했다. 그런 것들을 툭 까놓고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그렇게 초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졸업을 했다. 그리고 중학교엘 갔다. 중학교 때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남자 아이들은 여자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으려고 했다. 나의 겉 때문에 나도 그 일에 앞장섰다. 여자 아이들이랑 노는 애가 있으면 괜히 악담을 해댔고, 유치한 선긋기를 해대기도 하였다. 아마 남녀칠세부동석 운운하면서 그랬던 것 같다. 클라리넷도 연습하기 를 그만뒀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왜 그랬나 싶지만, 어쨌든 그 때는 그랬다. 그리고 어느새인가 나는, 예전에 눈꼽만큼이라도 있었던 감수성을 잊어버리기 시작했고, 그런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여 자 아이들이 유치해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날, 국어 선생님께서 수행평가로, 시를 써오라고 하셨다. 웬 시?. 소설은 많이 읽었 지만 알고 있는 시는 교과서에 실린 시 밖에 없었다. 주제는 '학교'. 무엇을 써야 할지 머리를 싸매 고 생각해보았다. 한 이틀 동안은 그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봤을 때 그때의 나 의 모습은, 비유를 하자면,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나오는 전학생 토드와 비슷했던 것 같다. (2주 전, 그 영화를 봤다) 토드는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았고, 난 10점 만점에 9점을 받았다는 사실 빼곤. 수행평가이기에 점수는 채점되어야한다는 것은 맞지만, 난 정말 고민해서 쓴 시였기 때문에 왜 10점이 아닌지 이해가 안 되었다. 한 마디로, 소심하게 상처받았던 것이다. 선생님에게 찾아가서 왜 10점이 아닌지 여쭈어봤더니, 시적인 요소가 부족하다고 말씀하셨다. 솔직히 말해서, 그 때는 이해 가 안 되었다. 그래서 오기 반 진심 반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내 속 이 어느 정도 이긴 것이다. 하지만 겉 은 여전히 기승을 부려댔고, 난 써 놓은 그 시들을 가지고 무엇을 할 줄을 몰랐다. 혹시 내가 시를 쓴다고 하면, 남자 아이들이 비웃지는 않을까 하는 심산이었다. 그 때, 문명은 나를 도왔 다. 인터넷의 개인 홈페이지(블로그)에다 내 글을 올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하지만 블로그의 방문자 수는 늘지 않았고, 댓글 또한 달리지 않았다. 별로 눈길 끌 요소가 없는 블로그는, 네티즌들에게는 그 무엇도 아닌 것이었다. 매일 블로그를 들리는 것도 조금 귀찮아졌고, 나중에는 이틀 주기로 들리고, 그 주기는 조금씩, 조금씩 늘어났다. 하지만 혹시 하는 희망을 나는 39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버리지 않았고, 그 희망은 나에게 대답을 들려주었다. 시에 댓글이 하나 달려있었다. Re: Two Thumbs up! 그러니까 한국어로 해석하면, 한 마디로 잘 썼다 는 소리였다. 어떤 경로로 들어왔는지는 몰라도, 그 아이디를 검색해 블로그에 들어가 보니, 우리 학교 학생이었다. 여자 아이였다. 빈 말인지는 몰 라도 칭찬을 받으니 용기가 났고, 나는 조금씩 시를 올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댓글은 점점 많아졌고, 내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 시를 계속 썼고, 짧은 글도 쓰기 시작했다. 대부분 우 리 학교 아이들이 댓글을 달아주었다. 특히, 블로그에 신경을 많이 쓰는 여자 아이들이 대부분이었 다. 그리고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내가 너무나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왜 학교에서 그렇게 여자 아이들과 멀리하 려고 하는가? 왜 그 아이들을 유치하다고 생각하는가? 내가 언제부터 그런 편견에 사로잡혔던 거지? 내가 왜 이 감옥 속에 나를 가두고 있는 거지? 긴 시간이 걸렸지만, 그 생각을 한 때부터 1년 후, 그러니까 2학년 2학기 때부터 나는 내 속 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다. 남들 시선 신경 안 쓰고, 그냥 진심을 보여주었다. 시를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한테 보여주기도 했다. 너무 슬퍼서, 울고 싶을 때는 그냥 울었다. 내가 마음 속 소심함을 터 놓고 이야기할 친구들도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일들은 한결 쉬웠다.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친구가 전학 갈 때 애들 앞에서 훌쩍거리기도 했다. 속 의 승리였다. 그리고 지금, 나는 여자 아이들이 대부분인 합창부에서 2주에 한 번씩 노래를 연습하고 있고, 방 에서 악기를 연주하기도 한다. 아직까지도 눈물을 흘린 적은 없지만, 수많은 감성 소설들을 다시 집 어 들어 읽고 있다. 여자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고도 있다. 이제는 예전의 그런 거리낌이 나에겐 없 다. 내 안의 감수성이 살아나고 있다. 또 나는 깨달았다. 여자 아이들에게는 배울 점이 너무나 많 아. 이게 양성 평등이랑 무슨 상관이 있냐 물어본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다. 양성 평등은 타인의 시선과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으며, 나를 진실되게 보여주고, 이성을 이해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고 말이다.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뿌리박혀 있었던 성리학에 너무나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여전히 어른들, 그리고 우리들 세대의 머릿속엔 그런 성리학적 습관들이 뿌리박혀 있다. 남존여비, 남녀칠세부동석 을 말했던 성리학이 우리 마음속에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이렇게 생각한 다. 리더는 아무래도 남자가 제격이다. 남자는 울어서는 안된다. 남자는 기가 세고, 당차야 한다. 40
중등부분 또 여자는 섬세하고, 행동거지가 점잖아야 한다. 여자는 나서서는 안된다 여자는 커서 아내가 된 후에는 남편을 내조하는 역할을 하여야한다. 그런 고지식한 생각들이, 아직 우리 사회 전반에는 남 아 있다. 그런 편견들을 먼저 이겨내야 한다. 내가 나를 숨기기를 멈췄을 때처럼 말이다 그런 남녀차별적인 생각들 때문에, 우리는 내 안에 있는 다른 성을 애써 짓밟아버리려고 한다. 남자들은 얼짱 몸짱 콤플렉스 에 시달리게 되고, 여자들은 신데렐라 콤플렉스 에 시달리게 된다. 모 두 자신을 감옥 속에 가두어버리기 때문이다. 언제나 사회가 지향하는 과거의 이상적인 남성의 모 습 그리고 여성의 모습을 부각시키려고 하는 태도가 아직도 사회에는 만연하다. 그리고 특히 우리 학생들은 초등학교에서, 그리고 중학교에서 남들이 볼 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자신의 모습 을 배우게 되고, 후로도 그것을 고집하게 된다. 그래서 그것을 이겨내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 는 것이 두 번째 발걸음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내 진심을 드러냄과 동시에, 다른 성을 극단적으로 아주 다르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남성의 마음과, 어느 정도의 여성의 마음을 모두 마음속에 간 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너는 여성 혹은 남성의 모습으로, 나 또한 남성 혹은 여성의 모습으로 태어났을 뿐이다. 주변 환경이 어느 한 쪽을 억누르고, 어느 한 쪽을 세워줄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흰 돌과 검은 돌처럼, 양극단에 서 있는 사이가 아니다. 다만 차이가 조금 있을 뿐이다. 그런 생각 을 마음속에 꼭 품을 수 있는 것이 세 번째 발걸음이다. 중 3인 지금, 나의 꿈은 대통령이다. 진정한 리더가 되는 것이 나의 꿈이다. 그리고 나는, 그러 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을 품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에는, 아니 이 세상에는 비슷 한 비율로 남자들과 여자들이 살아가고 있다. 그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지도자가 되기 위 해서는, 나는 그들 모두와 공감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이상 과거의 나처럼 나를 편견 속에 가두지 말고, 내 마음 속의 두 가지 마음들을 조화롭게 유지해야한다. 21세기의 사회 속에서, 모두 와 공감할 수 있는 양성성을 품어야 하는 것이다. 누군가 말했듯이, 남자와 여자는 서로 너무나 다 르면서도, 너무나 같은 존재이니 말이다. 41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2 차가운 별 충청남도교육청 안면중학교 박서영(3-3) 차별: 차등이 있게 구별함. 이것이 차별의 사전적 의미이다. 이 잉크 냄새 번지는 단어는 누구나 격어 봤을 뜻을 지니며, 누구나 아는 뜻을 품고 있다. 나 역시 사전에 적혀 있는 뜻만을 알고 있었 다. 하지만 지금은- 차별의 새로운, 그러면서도 차가운 의미를 알고 있다. 차별은 아주 오래전에 사라진 소행성의 이름이다. 어린 왕자의 소행성 B-612호 에서 얼마 떨어지 지 않은 차가운 별 의 줄임말이다. 그 별의 토양은 기름졌고 인간의 머리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다 채로운 생명체들이 살고 있었다. 그 생명체를 가운데에 인간과 가장 흡사하게 생긴 생명체가 있었 다. 이름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직립 보행에 도구를 썼고 문명도 발전 했다. 즉- 아주 오래된 지구라고 해도 별 할 말은 없는 것이다. 그 차가운 별에 사는 인간과 비슷하게 생긴 생명체들은 두 부류로 구분 되었다. 비교적 힘이 강 하고 운동 신경이 발달 된 부류와 비교적 힘은 약하지만 섬세한 일을 잘하는 부류였다. 그들이 차 가운 별의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상관없었다. 그들은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도움을 받을 부분은 도움을 받고, 도움을 줄 부분은 도움을 주며 행복하게 살았다. 모두 가 만족하는- 그런 멋진 별이었다. 그런 완벽한 별은- 곧 두 부류의 싸움 아닌 싸움으로 인해 사라지고 만다. 처음에 그들은 상대를 평가할 때, 이런 일을 잘하는 누구. 이런 일에 흥미를 갖는 누구. 하는 식의 상대의 본질부터 보았 지만 서서히 서로의 다름 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들은 그 다름 으로 상대를 판단하기 시작 했다. 자신과 다른 것은 배척하는 것- 이것에서 인간과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뒷이야기는 누구나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것처럼, 서로에게 불만을 느껴서 툭탁거리다가 두 부류 모두 다른 별 로 떠났다는 것이다. 그 별의 중추였던 두 부류가 살아지고 나자, 별은 점차 시들시들해졌고, 별들은 사 모아서 구슬 치기 하는 것이 취미인 어느 부자에게 헐값에 팔려 나갔다. 사실- 이 별에 주인이었던 그들이 사라 지고 나서, 그 별을 발견한 어느 사기꾼이 소유권을 주장하며 팔아넘긴 것이지만-. 하지만 더 이상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들은 서로와 떨어지고 나서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요소를 잃었기에, 금방 그 드넓은 우주에서 사라지게 되었기 때문에. 42
중등부분 사라진 그들의 이야기가 비단 그 자그마한 소행성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물이 흐르고 육지가 있으며 그들과 비슷한 생명체가 우글거리는 이곳, 지구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차별이 존재했다. 대상은 남자와 여자. 그들의 세상에서는 두 부류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남자는 비교적 힘이 세고 체력이 강한 부류와 비슷한 성질이고, 여자는 비교적 힘은 약하지만 섬세한 일을 잘하는 부류와 비슷한 성질이다. 이 둘이 처음에는 사이가 좋았는지 어 쨌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차별 을 끝으로 몰고 갔던 비극이 아주 오래전부터 여자와 남자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지금 시대에 무슨 남녀 차별이야? 하고 말하지만, 지금 시대 라는 것은 단지 포장지 일뿐. 포장지를 걷어내면 어제와 다를 바 없고 백 년 전과 다를 것이 없다. 아무리 평등 사회 를 주장하며 계몽 운동을 한다 한들,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르며, 그것은 곳 같은 선에 설 수 없다. 라는 사람들 머릿속 아주 깊숙이 박혀 있는 생각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그 먼지 묻은 생각들은, 다락방 제일 왼쪽 구석 서랍 안에 있는 사진첩과 닮아 있다. 딱 보면 별다른 영향을 끼칠 것 같지 않지만 사람들은 그 사진첩에 닮긴 사진. 즉, 기억으로 지금을 살고 있다. 생각도 마찬가지 이다. 그 오래되고 낡고 냄새나는 생각이 우리의 지금을 만들었다. 같은 선 에 설 수 없다는 생각- 그것은 우리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가장 아름답고 자유롭게 피어나는 10대.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 관계 속에서 많은 것 들을 배워나가는 학교. 지금 당장 내가 가장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이 학교 속에서도 차별이 일어 나고 있다. 지난 달 있었던 신입생들의 입학식. 강당에는 학부모님들과 학생들이 앉아 있을 의자가 필요 했 다. 주사님께서 옮기 시기에는 벅찼기에 한 선생님께서 3학년 교실 쪽으로 올라 오셨다. 선생님께서 는 남자애들 모두 강당으로 가라고 하셨다. 몇몇 아이들은 눈치를 채고 축 쳐진 표정을 하며 왜요- 를 남발 했지만, 선생님께서는 소리를 지르시며 빨리 빨리 움직이지 않겠느냐고 호통 치셨다. 그때 방학이 끝나갈 무렵부터 읽기 시작한 책을 붙들고 있던 나는 잠깐 책을 덮었다. 그리고는 한 가지 생각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다름을 인정하면서 그 인정한 부분에 대한 핸디캡은 주지 않는 것일까. 의자를 드는 것을 생각해 보면 남자애들 한명이 할 것을 여자애 들 둘이 하면 된다. 그것은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에 딸려오는 한계를 최소화 하는 것이다. 하지 만 사람들은, 일의 능률을 올리기 위해 차별 의 비극을 재연한다. 이들도- 결국에 이런 한계에 부딪 혀 사라진 것이다. 작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기술 가정 수행평가. 작년 수행 평가는 십자수였다. 작은 핸드폰 고리를 만드는 것인데 워낙 손재주가 없는 나로서는 무척이나 힘 들고 어려운 과제였다. 그 작은 구멍마다 실을 채워 넣는 일이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한번 43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은 기술 가정 담당 선생님 앞에서 친구에서 너무 어렵다고 징징 거린 적이 있다. 그러자 선생님께 서는 짧게 웃으시더니, 여자애가 그런 거 하나 못해서 어째? 하셨다. 분명 내 친구들은 십자수를 곧잘 했다. 하지만 그 친구들 중에서는 여자도 있고 남자도 있었다. 오히려 남자 애들이 더 꼼꼼히 하는 것도 보았다. 나는 그 순간 절실히 세상의 잣대를 느 꼈다. 그 뻣뻣한 나무 막대기를 조금 구부린 내 등에 갖다 대어서 남들과 똑같이 허리를 빳빳하게 세우는 기분이었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진 손재주 좋은 여자. 그리고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손 재주 좋은 남자. 그 선생님께서는 남자애가 십자수 하나 못해 어째? 라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고, 나는 다시 한번 차별 을 떠올리게 되었다. 차가운 별. 지금 이 지구도 한계와 잣대에 의해 차별 이 되고 있다. 지구 역시 언제 차가운 별이 될지 모른다. 남자와 여자의 사이를 가르는 잣대와 그 위에서 누르 는 한계. 차별 을 구슬치기에 이용되는 구슬로 만들어 버린 것도 이 때문이지 않나 싶다. 사람들은 다름을 인정하고 한계를 이해하는 것은 잘 하지만 그에 대한 방안에 대해서는 미숙하다. 남자와 여 자라는 다름. 그것은 채워줄 수도 있으며 갈라질 수도 있다. 차별 이 그랬듯이 말이다. 사람들이 조 금만 더 깊은 생각을 해주었으면 한다. 냉기 흐르는, 숨결 없는 지구를 마주하기는 싫으니까. 44
중등부분 3 전업주부 우리 삼촌 인천광역시교육청 안남중학교 정재윤(3-1) 우와! 우리 제재 왔어~? 문이 열리자마자 반가운 삼촌의 목소리가 용수철처럼 통 튀어 오릅니다. 저를 보자마자 부엌으 로 가서 요리를 시작하는 삼촌, 저는 식탁에 앉아 삼촌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삼촌은 저 를 등 뒤에 앉혀둔 채 그제야 식구들의 안부를 묻습니다. 착착착! 김치를 썰고 야채를 다듬는 솜 씨가 노련한 살림꾼 같습니다. 몇 년 전까지 우리 삼촌은 대기업에서 근무했습니다. 학교 다닐 때도 항상 공부를 잘 해 할아버 지 할머니의 자랑거리였고 큰 기업에 근무하며 하얀 와이셔츠에 정장 차림이 참 잘 어울리던, 서글 서글하고 웃기는 이야기도 잘 해주던 킹카였지요. 삼촌 같이 멋있고 재밌기까지 한 남자와 결혼하 고 싶다는 건 아무도 모르는 제 비밀스러운 꿈이었습니다. 그런 삼촌이 지금 제 앞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파와 양파를 다듬고 있습니다. 삼촌에게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큰소리 한 번 내지 않을 정도로 순해서 별명이 순둥이 였던 그 녀석에게 문제가 생긴 건 아마 녀석이 서너 살 정도였을 겁 니다. 또래에 비해 말이 너무 늦는 동생을 보고 숙모의 친구가 조심스럽게 병원 진찰을 권했답니다. 처음에는 숙모도 기분이 몹시 나빴답니다. 할머니는 멀쩡한 아이를 두고 유난을 떤다며 숙모를 나무라기까지 하셨답니다. 하지만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는 심정으로 병원을 찾았고 거기서 발달 지연 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 것입니다. 진단을 받고난 후 삼촌네의 생활은 동생을 중심으로 돌아갔습니다. 숙모는 직장을 휴직하고 여기 저기 동네 아줌마들과 어울리며 동생에게 또래 친구들을 만들어주기 위해 애썼고 여러 병원에서 언 어치료와 사회성 치료를 받게 했습니다. 그러나 계속 휴직을 할 수 없던 숙모가 직장에 다시 다니 면서 삼촌네 가족은 모두 힘겨워했습니다. 결국 동생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삼촌이 회사를 그만두고 동생을 돌보게 된 것입니다. 망신스럽게 남자가 살림을 하다니, 가당치도 않다! 어미가 그만두면 되지 왜 네가 회사를 그만두느냐 45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처음에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삼촌은 공무원인 숙모가 직장을 그만두는 것보다는 매일 늦게 퇴근해야 하는데다 정년퇴직도 빠른 삼촌이 그만 두는 게 더 낫다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설득했습니다. 결국 두 분도 삼촌의 결정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요. 지금 우리 삼촌의 하루 일과는 아침상을 차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아침 시간에는 숙모가 출근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것을 삼촌의 몫이라고 합니다. 숙모가 출근하 고 나면 삼촌은 동생의 손을 잡고 초등학교 정문까지 데려다줍니다. 아빠와 손을 잡고 가면서 동생 은 희한한 질문들을 쏟아 붓는답니다. 집으로 돌아와 설거지를 마친 삼촌은 그동안 직장 다니며 못 읽은 책을 마음껏 읽는답니다. 살림도 과학적으로 한답니다. 기본적으로 남자가 힘이 있는데다 인터넷을 뒤져 좀 더 과학적이고 손쉽게 집안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답니다. 예를 들면 가스렌지의 기름때는 베이킹소다를 이용하면 쉽게 제거할 수 있답니다. 산성과 알칼리가 만나 뭐 어떤 작용을 한다나요. 사촌 동생이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되면 둘이 운동장에 나가 공차기를 하기도 하고 둘이 나란히 손을 잡고 언어 치료를 받으러 가기도 합니다. 숙모가 돌아오는 저녁 시간이 되면 온 가족이 손을 잡고 근처 공원 으로 산책을 가기도 한답니다. 전업 주부가 된 삼촌으로 인해 더 행복해하는 건 바로 우리 숙모입니다. 예전에는 직장에 다녀 와 아이를 데리고 또 병원을 전전해야 하고 늦은 시간에 퇴근해서 동생을 돌보는 일을 전혀 해줄 수 없던 삼촌이 야속하고 미웠답니다. 그래서 싸우는 일도 많았고 동생도 불안해보였답니다. 그런데 삼촌이 집에 있고 나서부터는 저녁에 함께 산책을 가는 여유가 생겼고 집에 오면 아빠가 함께 놀아 주는 덕분인지 동생이 훨씬 밝고 명랑해졌다고 합니다. 얼마 전 초등학교 1학년 첫 중간고사에서 동생은 100점을 받아 삼촌과 숙모는 지금 그야말로 기분이 찢어진다고 합니다. 이게 모두 전업주부 우리 삼촌이 가져온 행복이랍니다. 전업주부 삼촌보다 대기업에 다니는 우리 삼촌이 더 멋지다고 생각한 건 제 고정관념인지도 모 르겠습니다. 남자는 꼭 돈을 벌어야 하고 집안일을 하는 건 여자의 몫이라고, 남자는 유능해야 하고 여자는 알뜰해야 한다고, 나도 모르게 남자와 여자의 성역할을 정해놓고 그 고정된 잣대로 사람을 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삼촌의 가정이 더 행복해진 건 삼촌이 성역할을 고집하지 않고 성역할의 편견으로부터 자 유로워졌기 때문입니다. 가족이 더 행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마음을 모으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서 로의 역할을 조정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만일 삼촌이 남자의 고정된 역할을 고집하고 있었다면 삼 촌과 숙모, 사촌 동생까지 지금보다 훨씬 힘들었을 수도 있을 겁니다. 삼촌은 말합니다. 한동안은 숙모의 수입만으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좀 경제적 여유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가로운 저녁 시간의 산책과 햇살 좋은 오후 운동장의 공놀이를 돈 몇 푼과 바꿀 생각 은 없다고 말입니다. 요즈음 삼촌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위한 구상을 하고 있답니다. 사촌 동생이 46
중등부분 좀 자라고 삼촌의 손이 덜 필요한 때가 되면 언젠가 중국으로 나가고 싶답니다. 그래서 앉은뱅이책 상을 앞에 두고 틈틈이 몽골어와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삼촌, 지금도 거실 한귀퉁이에는 삼촌의 몽골어 책과 MP3가 놓여 있습니다. 물론 전업 주부 삼촌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회사에 다닐 때보다 확실히 씀씀이가 작아진 삼촌은 기분을 내는 일이 확 줄었습니다. 어쩌다 기분을 써도 겨우 배추벌레 한 장(?)이 고작입니 다. 회사에 다닐 때와 비하면 거의 십분의 일 수준으로 줄었지요. 대신 요즈음 삼촌의 애정공세는 주로 맛있는 요리로 표현됩니다. 오늘도 삼촌이 전화를 해서는, 재윤아. 너 중 3 되더니 공부 스트레스 많이 받는다며? 와라! 삼촌이 끝내주는 레시피를 발견했 거든. 삼촌이 너 스트레스 한방에 날려줄게! 하루가 다르게 점점 요리솜씨가 일취월장하고 있는 우리 삼촌, 집안일 하는 남자를 굴욕 모드에 서 멋쟁이 모드로 탈바꿈시키고 있는 진정한 멋쟁이입니다. 제가 전업주부 우리 삼촌을 사랑하는 이유, 그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면 세상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삼촌이 보여주고 있 기 때문입니다. 47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4 뿌리 깊은 혹과 이별하는 날 - 엄마의 일기를 읽고 충청남도교육청 장기중학교 이효주(3-1) 1982년 2월 11일 <졸업식 날> 오늘은 중학교 졸업식 날이다. 친구들은 모두 축하를 받고 있는데 나는 가족들의 위로를 받았다. 정말 우울하다. 가족들은 고등학교에 가고 싶어하는 나를 말릴 뿐이었다. 학교에 가고 싶다. 정말로 학교에 다니고 싶다. 하지만 어려울 것 같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어려운 상황에서 남동생을 가르치고 집안 살림을 꾸려나가려면 내가 직장에 나가 돈을 벌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가족들의 표정이 그걸 말해주었다. 고등학교 수석이든 뭐든 간에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없다는 것이 내게 닥친 상황이다. 앞으로 나는 직장을 구해야 한다. 언니가 그랬던 것처럼 집안 살림과 남동생의 학업을 위해 밖 에 나가서 돈을 벌어야 한다. 눈물이 나온다. 아쉽다. 내가 남동생이었다면, 내가 여자만 아니었더 라면, 공부를 더 할 수 있었을 텐데. 오늘은 여자라는 사실이 너무도 원망스럽다. 1995년 5월 3일 <사랑하는 둘째딸 효주를 낳고> 둘째를 낳은 지 이틀이 지났다. 힘든 산통을 겪은 후 정신을 차렸을 때, 내 옆에서 잠들어 있는 예쁜 아기, 아, 정말 기뻤다. 연주에 이어 두 번째로 얻은 소중한 딸이다.그런데 손자를 바라던 시 어머니께서는 무척이나 섭섭하신 모양이다. 딸이라고 병원에도 안 오신다. 너무 서럽다. 딸을 낳은 게 그렇게도 커다란 잘못일까? 우리 아기에게 너무 미안하다. 딸이라는 이유로, 여자라는 이유로 태 어나자마자 누군가에게 환영 받지 못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눈물이 난다. 다 내 탓인 것만 같다. 이 소중한 아이가 딸이라고 설움을 받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하는데 걱정이다. 제발 이 아이는 나처럼은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아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면 서 자랐으면 좋겠다. 제발, 여자라는 이유로 꿈이 가로막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딸로 태어난 것을 48
중등부분 안타까워하면서 내가 겪었던 설움을 내 딸들은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직 사회가 그 만큼 변화하 지 못했다면 모든 고통 다 나에게 주고 이 아이들은 아프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 나에게는 딸이든 아들이든 그런 것은 상관없다. 소중한 아이를 지켜주고 싶고 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고 사랑받는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싶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힘들 것 같다. 아이들이 다 자라기 전에, 차가 운 현실에 부딪혀 상처받기 전에 제발 세상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딸들만은 남자와 여자 가 동등하게 대우받는 세상에서 마음껏 꿈을 펼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1995년 8월 8일 <손목의 혹> 효주 백일이 내일이라 떡이며 과일을 준비하려고 했더니 어머니는 백일잔치는 하지 말라고 하신 다. 건강하게 오래 살라는 의미로 온 가족이 모여서 밥을 먹자고 했더니 딸년이 그런 게 무슨 소용 이냐고 하신다. 아무래도 그냥 지나가야 하나 보다. 그나저나 이상스레 손목에 혹이 없어지지 않는다. 만지면 아프고 툭 튀어나와 보기에도 좋지 않 다. 효주 낳고 쉬지 못하고 축사에 나가 일을 해서 그런가 보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게 일인가 보다. 더구나 아들이 아닌 딸을 낳았다고 시어머니가 눈치를 주니 더 힘들다. 남편도 사료 공장이 바쁘다는 핑계로 집안일을 돌보지 않으니 쉴 틈이 없다. 내일은 사료 공장에 나가 서류 정리도 해 야 한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것 같다. 빨리 병원에 가 봐야 할 것 같은데. 2010년 4월 13일 <엄마의 일기를 읽고> 이렇게 엄마의 일기를 읽게 될 줄은 몰랐다. 가끔 엄마가 가계부를 쓰시면서 뭔가를 적는 것을 보긴 했지만 이렇게 오래된 엄마의 일기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혹. 오늘, 먼지 쌓인 엄마의 일기장을 발견하기 전까진 엄마 손목의 그 혹이 몇 십 년 동안 엄마가 지나온 세월의 고통과 아픔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저 이 상하게 생긴, 가끔씩 커졌다가 병원 다녀오면 작아지는 재미있고 신기한 녀석이라고만 생각해왔던 엄마의 혹이었다. 엄마의 손, 오래된 사진 속의 하얗고 가느다란 곱디고운 손은 이제는 밭일로 햇볕에 그을려 검어 졌고, 뼈마디는 굵어졌다. 축사에서 일하느라 손끝은 닳아서 뭉툭해졌고, 곳곳이 굳은살에, 울툭불툭 힘줄도 튀어나왔다. 그리고 손목 가까운 손등에는 수술자국이 있고 그 옆에는 치료를 기다리는 새 로운 혹이 자라나고 있다. 우리 엄마는 분명 여장부였다. 언니와 나, 여동생, 남동생까지 매일 4남매를 돌보며 농사일을 하 신다. 사료 공장을 하시며 소를 키우시는 아빠를 도와 회사 일도 하시고, 축사의 소도 돌보신다. 그 49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리고 집에 와서는 밀린 집안일들까지 하시느라 잠시도 쉴 새 없이 움직인다. 해야 할 일만으로도 하루 24시간이 모자라지만 엄마는 지금도 공부중이다. 고등학교 입학시험에서 수석을 하고도 가지 못했던 한 많은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졸업하고, 밤마다 시간을 쪼개어 4년 동안을 공부하신 끝에 방송통신대학을 졸업하셨다. 그리고 지금도 경영학과 3학년에 편입학해서 공부중이시다. 이렇게 강한 열정으로 살아오신 엄마지만 한없이 약한 부분이 있다. 엄마의 혹, 그게 그렇게 오 래 된 것인 줄 몰랐다. 엄마의 일기를 보니 내가 백일 즈음부터 생겼던 혹이니 벌써 15년이 되어간 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없어지지 않고 아직도 크고 있다. 하나를 떼어낸 수술 자국이 있지만 다른 혹이 또 하나 자라고 있다. 오늘에야 알겠다. 엄마의 손목에 자라고 있는 혹은 엄마가 여자로서 짊어져야 했던 삶의 무게였 다. 내가 딸이라고 백일잔치도 하지 말라던 할머니는 세 살 밑 여동생이 태어났을 때도 또 그랬다. 그 긴 세월 동안 엄마 가슴에 생긴 마음의 상처가 뭉치고 뭉쳐져 생긴 혹인 것이다. 아기를 낳고도 바로 쉬지도 못하고 들로, 축사로 다니면서 일을 해야 했던 엄마였다. 막내 남동생이 태어나면서 할 머니는 백일잔치도, 돌잔치도 했다. 이런 분위기였으니 아무리 강한 엄마라 하더라도 상처가 생기고 겉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었나 보다.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은 두 분 다 바쁘고 고단하게 일하신다. 하지만 집 안에 들어오는 순간, 아빠는 소파에 앉아 리모컨을 잡으시지만 엄마는 고무장갑을 끼신다. 옛날부터 그래왔다. 많은 빨래 와 설거지, 집안 청소, 요리 등 집안일은 엄마 몫이었다. 나는 아빠가 집안일을 하시는 것을 본 적 이 거의 없다. 엄마가 동생들을 낳으시느라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아빠가 언니와 내 밥을 차려주신 게 기억나는 전부다. 남자는 바깥일을 하고 여자는 집안일을 한다는 옛날의 사고방식이 맞벌이를 하는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바깥일은 엄마도 하시는데 집안일은 당연하다는 듯이 엄마 혼자만의 몫이 되어왔다. 그것을 혼자 감당해야만 했던 아픔의 증표라도 되는 듯이, 오른쪽 손의 혹 은 그렇게 자라났던 것이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은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아빠가 하루 아침에 엄마와 똑같이 집안일을 하 는 것은 쉽지 않을 거다. 하지만, 함께 나눈다는 작은 배려의 마음만 있어도 엄마의 혹은 더 이상 크게 자라지 않을 거다. 똑같이 힘들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마음, 그것이 바로 세상을 크게 움직이는 작은 힘이 될 수 있다. 할머니가 막내인 남동생에게만 관심을 쏟을 때 우리 엄마는 딸들이 엄마처럼 여자라는 이유로 꿈이 접히지 않도록 힘을 주셨다. 엄마가 쏟는 그 작은 힘으로 세상은 조금씩 움직일 것이다. 남자든 여자든 모두 같은 사람, 소중한 존재로서 인정받고 존중받는 그런 세상, 편견과 오해들은 사라지고 배려와 사랑으로 움직이는 세상, 그런 세상이 온다면, 우리 엄마 손목에서 몇 년을 살아오 며 엄마를 괴롭혔던 지긋지긋한 혹도 영원히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나는 여지껏 한 번도 뭔가를 간절히 빌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오늘은 간절히 빌어본다. 나를 낳 고 눈물 흘리며 딸이라고 설움 받지 않고 잘 자라기를 기도했던 우리 엄마처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해본다. 우리 엄마 거친 손목에 달려있는 혹 대신 깨끗한 새살이 빨리 돋아나게 해 달라고. 50
중등부분 5 양성평등, 모두가 이기는 게임을 위하여! 전라남도교육청 청호중학교 이충현(2-3) 난 남자다. 그것도 어렸을 때부터 사내자식은 울면 안 되고, 아파도 참고, 엄마가 보고 싶어도 참고, 힘들어 도 내색하면 안 된다는 교육을 받아 아버지의 바람대로 어머니의 기대대로 씩씩하고 듬직하게 자란 소위 사나이다운 면이 흘러넘치는 남자다. 가끔 주변에서 TV나 신문을 통해 또는 책을 통해 성차 별, 양성평등, 여권신장 등을 접해 본 적은 있지만 솔직히 내 이목을 끌만큼 관심 있는 주제는 아니 었다. 왜? 난 남자니까. 오히려 매스컴을 통해 혹시라도 여성운동가들이 열띤 논쟁을 벌이는 모 습을 보면 난 냉소적인 태도로 채널을 돌리곤 했다. 가끔은 너무 억지스러워 보인다는 생각에 여성 운동가 전부에게 편견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언젠가의 명절 날 시골에 다녀오신 어머니께서 쑤신 다리를 주무르시며 한숨 섞인 말씀을 하실 때에도 난 귀담아 듣지 않았다. 오랜만에 친척들이 만나 재밌게 놀고 있는데 부엌에 계신 어머니께 서 자꾸 불러 심부름을 시키셔서 짜증을 내자 어머니께서 평소보다 훨씬 화를 내셨던 기억도 별다 른 느낌 없이 받아들였다. 그냥 많이 피곤하신 것이라 생각했다. 어느 영어 수업시간이었다. 선생님께서 이런 저런 단어를 설명하시던 중 남녀평등을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그 사회의 언 어에도 반영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시며 chairman 을 요즈음엔 chairperson 이라고 한다는 예를 들어 주셨다. 참 재미있었다. 선생님께서 그 이외에도 많은 단어에서 성차별적인 요소를 찾을 수 있다 하시며 몇 개 더 예를 들어주시고, 한 번 주위에서 유심히 살펴보라는 숙제를 내주셨다. 숙제를 하려고 인터넷 사이트를 여 기저기 드나들다가 난 정말 재미있는 영어를 찾아내 아! 이거다. 싶어 자신 있게 노트에 적었다. 그 리고 다음 날 수업시간에 목청 높여 발표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여성부. 영어로 Ministry of Gender Equality(성평등부). 누가 알았으랴? 영어로 이렇게 표현할 줄이야. 난 정말 신기했다. 우리말과 뜻이 너무 다른 51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것 같아서. 수업시간에 발표하자 선생님께서 어제 수업시간에 예로 들어준 어휘의 변천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고 하시며 오히려 더 큰 공부를 해왔다고 칭찬 비슷한 격려와 함께 은근히 다른 숙제를 또 주셨다. 왜 이런 표현을 해야 했을까? 다행히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의 답은 여성부 사이트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 명칭 하나에 우리나라 여성의 현실이 모두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렇게 깊고도 안타까운 뜻이 있었다니. 그렇다. 대한민국의 여성들은 성적인 평등을 실현해야하는 큰 과업을 지니고 있는 것이었다. 난 이것을 계기로 평소 관심도 없던 성차별과 양성평등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기회 를 갖게 되었다. 답을 찾기 위해 살펴보던 중 평소 모르고 지나쳤던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날 나의 태도를 돌이켜 볼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옛날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고 했다. 요즘은 며칠이 멀다하고 놀랄만한 변화가 이곳저곳에서 일어난다. 가히 놀랄만한 변화와 발전 이 잠시도 사회를 한 모습으로 머물러있지 않게 하며 그에 발맞춰 사람들도 변화해야 하는 실로 바 쁜 사회다. 옛날 소를 몰고 농사짓던 모습으로, 가마솥에 밥 해먹던 생각으로 변화무쌍한 오늘의 사 회를 논한다면 비웃음을 면치 못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에겐 아직도 변화하지 않고, 그렇다 해서 비웃음도 사지 않는 유일한 안전지대가 있 다. 바로 남성우월주의이다. 힘센 남자가 경제력을 갖고 가부장적인 사회를 이끌어 나가던 그 오랜 옛날의 사고방식만은 모든 것이 변한 지금도 너무나 버젓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남자는 힘으로 농사를 지어서 가족의 생계를 이끌고 여자는 인내심으로 집안을 지키던 그 사회가 이제는 초고속 통신이니 가상현실이니 하며 몰라보게 변화했어도, 우리사회는 아직도 소 몰던 남성의 강인함과, 자 식 키우며 집안 지키던 여성의 참을성만을 요구하고 있다. 여자는 집안에 있어야 가정이 편하다는 사고방식에 약간의 변화를 준 것이 IMF로 인한 경제위기 라 생각한다. 너도나도 벌어야만 살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 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여성들도 취업 전선에 뛰어들게 되고 남성 못지않은 경제 주체가 될 수도 있다는 현실을 실감하게 된 기회였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여성의 전문적 능력을 인정하여 이루어진 사회 활동이라기보다는 단순노동에 종사하는 임시직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많은 국민들이 경제활동은 남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여자가 직업전선에 뛰어들면 남자가 가사를 돌볼 수도 있다는 역할과 의식의 전환이라는 경 험을 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국민의 자각에서 비롯된 수준 있는 변화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자의든 타의든 우리에겐 이전과는 다른 사회적 변화를 경험했던 것이다. 앞으로 우리에겐 무한한 사이버 세상이 펼쳐질 것이며 가장 값진 자산은 더 이상 널리 펼쳐진 들판의 농작물도, 땅 속 깊이 숨겨진 광물도, 바다 속의 수산자원도 아닐 것이다. 물론 모두 소중한 것이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국가가 되기 위해선 첨단 지식기반사회의 틀을 마련하여 끊임없 는 발전의 주도자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에게 이젠 남자인가, 여자인가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로운 52
중등부분 세계가 요구하는 것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지닌 유능한 실력자인 것이지 어떤 신체적 또는 정서적 특성에 얽매인 성적 차별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나는 학생이기 때문에 그래도 아직은 깊이 있고 전문적인 남녀차별의 실태를 경험하거나 파악하 지도 못한 것이 사실이다. 단지 가끔 TV를 통해 여성 목표 채용제니, 군 가산점이니 하는 토론을 본 적은 있다. 그러나 아직은 나의 입장을 취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슨 문제든 불리한 입장의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 보다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상대방의 어려운 입장을 이해하고 해결하려 앞장 서줄 때 문제가 수월하게 해결된다는 단순한 이치이다. 약자가 강자를 향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 할 때 강자가 들은 척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곧 대립과 대결의 구도가 된다. 약자들은 희생을 감수 하고서라도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하려 할 것이다. 세상엔 두 성이 있다. 여성과 남성, 남성과 여성. 그 두 성 중엔 강자도 약자도 없다. 여성은 약 자로 태어나지 않았다. 단지 아직까지 남성이, 아니 남성과 여성이 함께 여성을 사회적으로 약한 자 의 위치에 놓아둔 것뿐이다. 누가 뭐라 해도 아직 우리나라는 남자에게 유리한 사회라고들 한다. 물 론 요즘 들어 가끔 남자도 성희롱을 당하고 차별을 받는다는 불평의 소리도 들려오지만 아직은 양 성평등하면 여성의 평등실현이 급선무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다면 과연 누구의 몫인가? 이 성차별이라는 뿌리 깊은 병의 치료는 사회적으로 유리한 입장을 고수해 온 남성들이 외면한다면 여성들의 양성평등을 위한 외침은 남 성과 여성을 대립하게 만들고 많은 갈등을 유발시킬 것이다. 양성평등의 궁극적 목적지는 어디일까?, 대결을 통한 여권의 신장일까?, 그동안 받아온 부당한 대우에 대한 반발일까? 아마 그것은 아닐 것이다. 서로가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사 회적인 걸림돌을 제거하자는 의도일 것이며, 여성이라는 멍에를 이젠 벗어버리고 완전한 인격체로 거듭나 남성과 여성의 조화를 통한 한 단계 높은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리라 생각한 다. 이로써 양성평등의 실현이 과연 누구의 몫인가를 굳이 따지지 않고도 우리가 서로 협력해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가 될 것이다. 나의 어머니가, 나의 누이가, 그리고 미래의 나의 아내가 나와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 해 자신들의 능력을 인정받고자 하는데 강자가 어디 있고 약자가 어디 있으며 손익이 어디 있으 랴. 세상의 또 다른 반쪽을 위해 손을 내밀어 주는 그 마음으로 양성평등을 받아들인다면 우린 이미 목적지에 성큼 다가간 것이 아닐까? 그렇다. 양성평등 실현이라는 높은 산을 넘기 위해서는 우리 남자들도 함께 손을 잡아야 한다. 여성들의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가지 않도록, 그리고 우리가 함께 정상에 도달할 수 있도록. 모두가 이기는 게임을 위하여! 53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6 기울어진 윗접시저울 경기교육청 곡란중학교 최혜원(2-6) 윗접시저울은 한쪽 접시에 분동을 올려놓고 다른 접시에는 물체를 올려놓아 물체의 질량을 알아 보기 위한 실험 도구이다. 그런데 이 윗 접시저울을 우리나라라고 생각하고, 각 접시 위에 있는 분 동과 물체를 남자와 여자라고 생각해 보자. 과연 윗접시저울의 인권상태는 수평이 되어 있을까? 그 렇지 않다. 법적으로는 여성들의 인권이 많이 보장되어 있을지라도 일상생활 속에서는 남자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경우가 훨씬 많다. 어떻게 하면 남자와 여자가 수평을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 을 찾아보자. 첫 번째로 다양한 경험의 분동 이 필요하다. 아직까지도 집안일 이라는 단어를 듣게 되면 여자가 떠오를 것이다. 이 말은 여자=집안일 과 같은 식이 된다는 뜻과 같다. 한마디로 말하면 여자들 특히 주부들의 삶은 온통 집안일에 얽히고 설키며 살아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당연히 나만의 시간은 줄 어들게 되고, 그렇게 아무 의미 없이 살아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여자들에게는 다양한 경험 들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여성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직업이나 또는 여러 가지 활동들을 많이 늘 린다거나 혹은 남자들에게 잠시나마 일을 맡겨놓고 밖에 놀러가는 일도 좋을 것이다. 단지 여자라 는 하나의 이유 때문에 그렇다는 것은 불공평하다. 우리는 같은 존재인데 남자들은 많은 다양한 경 험들을 하고, 여자들은 집안일에 얽메여 살아야 한다는 것이 말도 안된다. 두 번째로 자신감의 분동 이 필요하다. 옛날부터 우리나라는 여자는 공손하고 조용해야 한다는 관념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이런 관념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비록 모든 사람들이 이 렇지는 않지만 그래도 난 여자니까 못해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몇 몇 있을 것이다. 그 래서 여자들에게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무슨 어떤 일을 하더라도 도전정신을 가지고 당당하게 나선 다면 그 어떤 일인 듯 못하겠는가? 여자라고 기죽지 말자. 밑져야 본전이다. 세 번째로 남녀 간의 의사소통의 분동 이 필요하다. 가만히 보면 우리는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어울리고 말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러다 보니 남녀 간의 의견차이가 당연히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남녀 간의 의사소통이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의견 차이를 극복 해 가면서 서로의 마음을 알아간다면, 남자와 여자는 크게 다를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 다. 그러면서 여자들도 자신의 의견을 떳떳하게 말할 수 있게 되고, 이와 더불어 남자와 여자는 54
중등부분 평등한 사회 속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남자와 여자가 서로 수평을 이 루며 조화롭게 살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의 분동 자신감의 분동 그리고 남녀 간의 의사소통의 분동 이 필요하다. 그러나 만약 실천하자고 제시만 해놓고 아무 의미도 없다는 듯 물 흐르듯이 지나 가 버린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위의 세 분동을 하나하나 실천해 나갈 때 답답하고 꽉 막혔 던 여자들의 일생이, 차가 고속도로 위를 달리듯 여유롭고 시원하게 바뀔 것이며 세상 속에서 당당 하게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여기 이 땅 대한민국에서 완전한 양성평등이라는 꿈이 이 루어지는 날이 먼 훗날의 일이 아니기를 기대해 본다. 55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7 이브에게 과학의 꽃다발을 서울특별시교육청 양화중학교 전세영(1-7) 나는 외동아이다. 그래서 집에서의 나는 딸이라기보다는 자식이라는 넓은 의미로 존재한다. 즉 나는 우리 부모님의 아들이며 딸이고 딸이며 아들인 것이다. 아빠 엄마 또한 나를 아들과 딸의 고 정관념으로 구속하지 않고 키워 남자와 여자의 편견과 차이를 별로 느끼지 못하고 살아온 나는 얼 마 전 우연찮게 그 벽을 실감하게 되었다. 운이 좋았던지 초등학교에 이어 중학교에 올라와서도 학급 회장을 맡게 되었는데 어느 날 담임 선생님께서 우리 반 친구들을 대상으로 과학의 날 행사에 참가할 종목을 개인별로 조사하라는 말 씀을 하셨다. 행사종목에는 과학 탐구토론대회, 환경 UCC, 환경신문 만들기, 포스터그리기, 과학뉴 스 만들기, 진동 카, 물 로켓, 기계로봇, 스턴트 구조물 등 20여 가지의 다양한 종목으로 구성된 행 사이었다. 3일에 걸쳐 친구들의 희망종목을 조사한 결과를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여학생들 모두 약속이나 한 것처럼 환경신문 만들기와 캐릭터, 포스터 그리기를 선택했고 남학생 들은 대부분이 진동 카와 물 로켓, 스턴트 구조물을 신청했다. 진동 카나 로봇제작을 신청한 여학생 은 거짓말처럼 단 한 명도 없었다. 세 명이 한 팀을 이뤄 참가하는 과학뉴스 만들기를 신청했던 나는 함께 할 친구를 찾지 못해 할 수없이 스턴트 구조물에 참가해야 했다. 신기하게도 조사 결과는 신청한 항목만 봐도 그 학생이 여 학생인지 남학생인지 알아맞힐 수 있을 정도로 확연하게 나뉘어져 있었던 것이다. 집에 돌아와 이 현상이 무엇 때문인지를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마치 누군가가 여학생과 남학생을 줄을 세워 갈라놓기라도 한 것처럼 명확하게 나눠져 있는 조사결과, 그 보이지 않는 벽이 무엇인지 를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다음날 저녁 우연히 TV의 한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 해답의 한 가닥을 찾을 수 있었다. 56
중등부분 소극적이고 약하게 보이는 남자들이 해병대 체험, 비행기 조종사 등 힘든 체험에 도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남자의 자격 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남자의 자격이 저런 것이라면 과연 여자의 자격은 무엇이란 것일까?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내 머릿속에는 우리 반 학생들의 과학행사 조사결과 가 맴돌았다. 그리고 한창 호기심도 많고 미래에 대한 꿈도 많을 중학교 1학년인 우리들을 남학생과 여학생으 로 갈라놓은 그 보이지 않는 벽은 바로 우리 사회의 편견과 고정관념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태어날 때부터 주위로부터 듣게 되는 아들과 딸의 차이, 아직 우리나라는 여자이기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할 것들과 남자이기 때문에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우리 반 여학생들이 시도해 보지도 않고 스스로를 과학치, 기술치라고 여긴 것도 과학은 남학생에 비해 여학생이 뒤질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 여학생들은 과학 활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그나마 나는 정보통신을 전공한 아빠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비교적 과학 활동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전기회로도도 직접 만들어보고 전류계를 장난감삼아 갖고 놀기도 해서 나에게는 과학과목이 어렵다기보다는 흥미롭고 재미있는 과목이다. 하지만 친구들은 과학시간이 되면 무슨 말인지 잘 모 르겠다며 투덜대면서 시험에 대비해 무조건 외우려고만 한다. 내 친구들도 나처럼 어렸을 때부터 과학 활동을 자주 접해봤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어떤 연 구결과에 따르면 12세 이전에 과학 활동을 접해보지 않은 여학생들은 과학에 대한 흥미도가 현저히 떨어진다고 하니 어린 소녀들을 위한 과학교육 프로그램이 더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세계에서 여성들의 과학기술 활동이 가장 높은 나라는 네덜란드라고 한다. 네덜란드에서 과학기 술 분야를 직업으로 가진 여성들의 비율은 15%, 얼핏 보기에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우리나라가 1%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결과인 것이다. 네덜란드가 여성들의 과학기술 강국이 된 것은 적 극적인 과학기술 교육 때문이라고 한다. 그 비결은 바로 테크니컬 캔이라는 과학기술 프로그램이다. 방과 후 학교로 운영되는 테크니컬 캔은 8살부터 12살까지의 여학생을 대상으로 과학기술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네덜란드 전 지역 에 200여 개의 테크니컬 캔이 있는데 목공과 금속, 전기, 전자 분야 등 과학 기술 전 과목을 가르 치고 선생님들 또한 모두 여성들이다. 네덜란드의 소녀들은 여성 과학자를 자신의 롤 모델로 삼고 또 과학기술을 재미있고 즐거운 일상으로 느낀다고 한다. 그러니 당연히 과학기술을 직업으로 삼는 여성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57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거기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내가 초등학교 때 참가했던 와이즈센터 과학교실이 떠오른다. 이화여자대학교가 중심이 되어 운영 중인 와이즈센터 또한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과학교육 프로 그램이다. 이 와이즈센터 조차 초등학생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데다가 운영지역이 몇 군데 되지 않 아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다. 돌이켜보면 와이즈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이 내가 과학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네덜란드의 테크니컬 캔처럼 우리 나라도 여학생들을 위한 과학 기술 프로그램이 더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과학 프로그램을 위 시하여 찾아보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더러 있겠지만 우리가 힘들게 찾아가지 않아도 학교 현장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과학 프로그램이 더 많이 개설됐으면 좋겠다. 학교 현장과 와이즈센터 같은 프로그램을 접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방학 때만 일시 적으로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아닌 학교 현장에서 꾸준히 배울 수 있는 과학기술 특별 프로그램이 생긴다면 우리 여학생들이 과학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를 들면 학교 방과 후 프로그램에 과학실험 교실 같은 프로그램이 생긴다면 좋을 것 같다. 과학 교과서 내용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접하게 되는 과학의 원리를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실험 교실이 연중 정기적으 로 개설되었으면 한다. 왜냐하면 각 대학교에서 찾아가는 과학교실 을 운영하고는 있으나 대부분 방 학 때 열리고 홍보가 잘 안 돼 많은 친구들이 참여하지 못하고 있고 주민자치센터 과학 프로그램도 초등학생에 한정되어 우리 중학생들이 참여할 만한 과학 실험 프로그램은 찾기 어렵다. 심지어 학 원에서도 중학생만 되면 실험활동이 교과수업으로 바뀌어져 학교가 아니면 어디에서고 쉽고 재미있 는 과학기술 프로그램을 접하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과학기술분야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과학기술 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프로그램들을 통해 더 많은 여성들이 과학기술에 관심을 갖고 흥미를 느낀다면 여성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박사 같은 인재배출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은 더욱 화려하게 꽃 을 피우지 않을까? 우리 반 친구들을 포함한 미래의 위대한 이브들에게 장미꽃처럼 화사한 과학의 꽃다발이 전해지 기를 기대해본다. 미래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수많은 과학 이브들에게 꿈과 용기를!! 58
중등부분 8 아빠, 생각을 바꿔봐요 충북교육청 남성중학교 연해민(1-9) 아빠, 난 그 학과에 꼭 갈 거예요. 안 돼, 여자가 어디 그런 델 간다는 거야? 왜 안 된다는 거예요? 여자라고 하고 싶은 공부를 포기하라는 거예요? 언제나 조용하고 평화롭던 우리 집에 갑자기 긴장감이 감돈다. 쾅쾅 방문을 걸어 잠근 언니 방 에서는 낮은 흐느낌 소리가 새어나오고 아빠의 혼잣말이 들려온다. 다 저 위해서 하는 소리지. 그런 데가 얼마나 거칠고 험한 세상인 줄 알기나 해? 아들이면 또 몰라. 나는 우리 집에도 남녀차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큰 언니의 대학 입학 당시 처음 알게 되었다. 우리 집은 딸만 셋이다. 하지만 아빠가 7남매의 막내인데다 기독교 집안이라 아들이 없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다른 가정에 비해 적었다. 나는 막내딸로 태어나 자라면서 단 한번도 아유, 저게 아 들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내가 늦둥이인데다가 체형이 작은 편이 어서 혹시라도 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까 봐 언제나 맛있는 것도 나부터 챙겨주시고 언니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나와 함께 보내주셨다. 우리 집은 아들이 없어서 남녀의 차별이 처음부터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나의 생각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언니는 수학과 물리를 좋아해 기계공학과를 가고 싶어 했다. 그 중에서도 인체공학을 연구해 몸 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의학기구를 발명하는 것이 꿈이었다. 나는 그런 언니가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그런대 여자라고 꿈을 포기하라니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빠, 아빠가 생각을 바꿔봐요. 언니가 저렇게 하고 싶다잖아. 맨날 우리보고 자기가 좋아하 는 일 하면서 사는 게 제일 행복한 거라면서 나도 모르게 원망섞인 말투가 터져 나왔다. 넌 어려서 아직 몰라. 그런 일은 너무 어려운거야.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여 자가 사범 대학 나와 선생님하면 좀 좋아? 59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아빠는 늘 우리의 의견을 존중해 주시고 긍정적인 분이셨는데 개인의 적성이나 능력보다도 미래 가 보장되는 평탄한 직업을 원하시는 아빠의 모습을 보고 언니가 아들이었으면 저러지 않으셨을 텐 데... 하는 생각에 당황스러웠다. 그만큼 믿었던 아빠에 대한 실망도 컸다. 언니와 아빠의 냉전 상태는 일주일 정도 계속되었다. 그 동안 엄마와 나머지 식구들은 말소리 한 번 크게 내지 못하고 쥐 죽은 듯이 지내야 했다. 이 러한 우리 집의 긴장감을 해결해 준 사람은 대학을 갓 졸업하고 서울에서 전자회사를 다니는 사촌 오빠였다. 모처럼 가족이 다 모여 식사를 마친 후 오빠는 아직도 고집을 꺾지 않는 아빠에게 한마 디 했다. 삼촌, 요새 여자 남자 직업이 따로 있는 줄 아세요? 그런 건 다 고정관념이에요. 여자 공학 도가 얼마나 멋진 대요. 언니는 결국 아빠와의 타협 끝에 공과대학 우주항공학과에 진학했다. 항공우주 연구원이 되어 제 2의 꿈인 우주선을 설계해 우주의 신비를 파헤쳐본다는 멋진 포부를 안고서. 아빠께서도 우리나라 의 첫 여성 우주인인 이소연 언니를 보면서 나중에 언니도 우주선 타고 달에 가는 것 아니야? 하 시며 웃으셨다. 이로써 우리 집의 성차별에 얽힌 사건이 일단락 되었지만 나는 아직도 아빠에 대한 서운함이 남아있다. 요즘에는 옛날에 비해 사회에서나 가정에서 남녀차별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2008년 1월 시행된 호주제 폐지제도이다. 그래서 단순히 핏줄로만 이루어진 가족의 범위가 다양화되었다. 재혼한 엄마와 함께 사는 아이들 의 경우 새 아버지와 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학교와 주변에서 눈총과 놀림을 받았다. 그런데 이제 친아버지의 성을 따르지 않고 재혼한 엄마의 성을 사용하거나 필요에 따라 현재 아빠의 성을 사용 할 수 있게 되었다. 내 주변에는 이런 일이 없어서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작년에 전학 온 아이가 2 학기부터는 성이 바뀐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학교에서 남자와 여자가 교대로 번호 순서 정하기, 방송 앵커들의 첫 멘트 번갈아하기, 회사에서 남자와 여자의 업무차별 없애기 정도로 양성 평등을 인식하고 있던 나는 이렇게 커다란 사회적인 문제까지 양성평등 법이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 에 놀랐다. 하지만 사회 곳곳에는 아직도 여성들에게 불리한 여러 요소들이 남아있다. 얼마 전 사촌언니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게 되었다. 결혼 후 전에 다니던 회사에 계약직으로 다녔는데 재임용이 되지 않은 것이다. 결혼한 여성은 출산과 아이 돌보는 일로 자주 휴가를 내고 가족행사 때문에 직장 일에 소홀히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언니는 집안일과 직장 일을 병행하는 것 도 힘이 드는데 회사에서 이런 대우밖에 받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 억울하다며 하소연했다. 사회에 서 여성의 지위가 좋아졌다고는 하나 그것은 공무원이나 대기업처럼 신분을 보장받는 직업일 경우 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인 것 같다. 연말에 각종 연예대상 프로그램을 보면 여자 MC들이 광대처럼 60
중등부분 짙게 화장을 하고 깊게 파인 옷을 입고 진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몇 시간 동안 말은 몇 마디 하 지도 않고 그냥 옆에서 방긋방긋 웃고 있거나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네. 대답만 하고 서있는 것을 보면 같은 여자로서 부끄러운 때가 있다. 왜 아직도 여자를 예쁜 꽃 장식으로밖에 여기지 않는 걸 까? 하는 생각에 화가 나기도 한다. 이제 나도 중학생이 되고 보니 여러 가지 걱정이 앞선다. 앞으로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인이 되 었을 때 여성으로서 당당히 내 몫을 다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학교와 매스컴에서의 계획적이고 정기적인 교육을 통해 남자 일,여자 일 구별하는 선입견을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각 성의 고유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요즘 우리 집에서도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집에서 공부방을 하시던 엄마께서 새로운 일 에 도전해 보신다며 직장생활을 선언하자 아빠께서는 엄마의 의견을 존중해 흔쾌히 허락하셨다. 그 리고 아빠보다 일찍 출근하시는 엄마를 위해 아침밥을 손수 해 주신다. 각자 바쁘고 힘이 들 때 서 로를 위해주고 도와주는 두 분의 모습이 정말 좋아 보인다. 이렇게 부모가 서로를 배려하며 각자의 역할을 찾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자녀들도 자연스럽게 상대의 성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게 될 것이다. 서로를 믿고 인정하는 조화롭고 아름다운 가정, 이것이 진정한 양성평등 사회로 가는 산교육이 아닐까?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 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서로 부족한 부분을 도와주며 존중하는 마음을 가 진다면 양성 간의 커다란 마찰 없이 조화로운 사회가 될 것이다. 생활 속에서 우리들이 무심코 내뱉는 성차별적인 언어를 조심하고 양성이 평등하고 함께 어우러 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서로 꾸준히 노력하자. 여성의 섬세함과 부드러움, 남성의 대범함과 강한 추진력. 이러한 장점들이 조화를 이루어 남녀차별 없이 자신의 개성과 능력에 맞는 일을 하며 보람 을 느끼는 미래의 나를 기대해본다. 오늘따라 보글보글 끓는 아빠의 된장찌개가 구수하고 향기롭다. 61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9 우리들의 작은 이야기 경상북도교육청 비안중학교 성다은(3-1) 준수야! 핵교 같이 가자! 준수의 두 귀에서 이어폰을 빼면서 민경이 말했다. 어, 민경이 니가 왠일로 핵교를 늦게 가노? 준수가 이제야 알아봤다는 듯이 민경을 슬쩍 본다, 그리고, 계집아가 와 치마를 입고 그래 뛰어댕기노? 오늘 대통령 투표 결과일 아니가!! 니는 결과 보고 왔나? 사회분야에 관심이 많은 민경이 약간 흥분된 말투로 말한다, 핵교 늦을까 뛴기제, 치마입고 뛰는 거 뵈기 싫음 니가 학교에 건의해서 여 자아들도 교복 바지 입게 해달라 케라. 그게 오늘이었나? 워낙 관심이 없다보니께... 헤헤, 누가 됐는데? 준수가 멋쩍은 표정으로 말 한다, 여자아들은 당연히 치마를 입어야제! 무슨 소리하노!! 여자에 관해서는 언제나 보수적이게 행동하는 준수와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고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민경, 이 둘은 어릴 적부터 친구로 지내온 사이였다. 첫 여성대통령! 그 분 대단하지 않나? 첫 여성대통령이란다! 처음이야! 민경은 사람들이 쳐다봤 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길 위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여성대통령~ 여성대통령~ 노래를 불렀다. 준수 의 표정은 살짝 굳어 졌다. 여자가 나랏일을 잘 볼 수 있을라? 내가 보기에는 남자 후보가 듬직하이 괜찮아 보였는데. 준 수가 혼잣말을 하듯 속삭이며 말했다. 준수의 한마디에 민경은 좋아졌던 기분이 순식간에 땅바닥을 치는 것을 경험했다. 민경은 준수를 째려보았지만 준수는 알아채지 못한 듯 궁시렁궁시렁 대면서 계속 제 갈 길만 갔다. 민경은 잠깐 생각하는 듯 한 모습을 보이더니 준수의 어깨를 잡아서 준수를 멈추게 한다. 야! 니는 와 맨날 그카노? 여자라고 무시만 하고, 그거 그거 잘못된기레! 민경이 그렇게 말하자 준수의 표정은 더욱 더 굳어갔다, 지금은 양성평등 사회인데, 니는 남자가 더 낫다고 맨날 카잖아! 62
중등부분 먼데 그 표정은? 민경은 여러 가지 예시를 들먹이면서 준수의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니는 내가 농구하고 축구할 때, 맨날 기집애가 기집애가 카면서 내 보고 뭐라카제? 왜 여자아 들은 하면 안되는데 어? 그런 자세를 가지고 있으면 니 안되는 기다. 그리고 군대는 남자들만 간다 고 맨날 내세우고 다니는 데, 요즘 여자들도 군대가는 사람들 있거든? 그리고 남자는 요리를 하는 게 아니라고? 절대 아이다! 요즘 일류 호텔 요리사들 중에 남자 쉐프가 얼마나 많은지 아나? 어! 대 답해 봐라! 준수는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민경을 본다, 알았다 알았다. 내가 안 그러면 될 거 아니가! 학교에 다다를 때 까지 민경과 준수는 서로에게 한마디도 말을 걸지 않았다. 학교에 도착하고 반에 들어가자 달이 가 기다렸다는 듯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달이는 중학교에 들어와서 매우 친한 친구가 된 남자애였다. 이제 오는거가? 둘 다 늦었네? 민경이 니는 봤제? 여성대통령! 첫 여성대통령이라 기대가 많이 된다. 달이가 눈치 없게 이야기를 꺼낸다. 응... 민경이 기분이 안 좋은 듯 그냥 대꾸만 하고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는다. 역시 사회분야의 책이다. 그날 마침 사회선생님께서도 첫 여성대통령이 나왔으니, 더 알아봐야지 않겠냐고 하면서 그들에 게 양성평등 에 관해서 알아오라는 숙제를 주었다. 조별 숙제였는데, 준수와 민경 그리고 달이가 한 조가 되었다. 숙제 때문에 달이네에 가는 길에서도 준수와 민경은 기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계속 뚱 하게 있었다. 니들 와 그카노? 빨리 찾고 놀자! 달이가 그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집으로 들어가서 인터넷을 켠다. 그래, 그럼 뭐부터 찾아볼래? 민경이 그나마 밝은 목소리로 말한다. 음...예전에는 남자들만 주로 했지만 요즘은 여자들도 마이 하는 직업을 먼저 알아보는 건 어떤노? 그리고 와 우리나라에서 남녀차별이 심한지도 알아보면 좋켔고, 또 뭐가 있겠노? 준수 니는 궁금한 거 없나? 자기가 생각해 뒀던 것을 달이가 말한다. 양성평등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도 찾아보자. 준수가 무뚝뚝하게 내뱉는다. 그래, 그것도 좋겠다. 달이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정보를 찾고 있을 동안 준수와 민경은 도서관에 가서 양성평등에 63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관한 책을 빌린 후에 책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정보를 찾고 있었다. 다 했다! 니들은 다 했나? 달이가 자기가 찾은 정보들을 적어서 정리를 다 한 후에 준수와 민 경에게 내밀었다, 내가 모르는 것도 많고, 재밌더라. 니들은 어떤데? 우리도 거의 다 찾아간다. 민경아, 거기 종이 좀 넘겨라. 이것 좀 쓰게. 준수가 약간은 풀린 목 소리로 말했다. 응, 잠만 기다려봐라. 나도 좀 쓰고. 모든 정보들을 한 곳에 모아두고 그들은 필요 없는 정보를 걸러냈다. 그리고는 서로 자기가 찾 은 정보를 보여주며 어느 것을 숙제에 넣고, 어느 것을 빼낼지 상의했다. 몇 시간 후, 그들은 전부 지쳤지만 보람 있는 얼굴로 완성된 숙제가 프린트되어 나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민경아, 미안하데이, 내가 이때까지는 양성평등에 대해서 잘 몰라가... 준수가 말끝을 흐리 면서 민경이에게 사과를 했다. 아니래, 아니래, 나도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했어야 하는데, 내가 더 미안하지. 민경이도 준 수에게 사과를 했다. 달이는 숙제 덕분에 화해를 한 그들을 보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 다음날, 그들은 수업 시간에 당당하게 발표를 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푸르름조 한민경, 김준수, 이달이입니다. 일단 저희 조의 작은 사건을 이야기 해 드 릴께요. 그들은 먼저 민경과 준수 사이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반에 있는 학생들이 모두 흥미로운 시선으로 그들을 보았다. 그들은 이야기를 다 설명하고는 본격적으로 숙제 때문에 찾은 내용들을 발표했다....그래서 결국 저희 둘은 숙제를 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고, 더욱 더 사이가 좋아졌답 니다! 민경이가 밝게 말했다. 나름 숙제발표라고 표준어를 쓰려고 하니 느낌이 영 이상했다. 일단 저희 조에서는 양성평등이 이루어지지 않은 시대에는 남녀별로 어떤 직업을 선택했는지 알 아봤습니다. 조선시대나 고려시대에는 여자들은 대부분 주부 의 역할을 했습니다. 밖에 나가서 하는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집안에서 길쌈을 하고, 남편을 도와 밭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일 64
중등부분 이 전부였습니다. 반면 남자들은 정치도 하고, 군인으로서 일도 하고, 교육을 받고, 여자들보다는 넓 은 범위에서 직업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근대사회를 보면 여자들은 아직 주부 의 역할이 많았고, 밖 에서 일한다고 해도, 공장 또는 전화교환원으로 일한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남자들은 이때 도 경찰, 소방관, 회사원, 공장 노동자, 경영직, 과학자 등 여러 가지 직업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양 성평등이 이루어진 현대사회에서도 여러 가지 남녀차별이 보이는 직업들이 있습니다. 간호사, 유치 원선생님 등의 직업은 대부분 여성의 비율이 높고, 많은 사람들은 당연히 여자가 하는 직업이지, 남자가 저런 일을 하면 좀 그렇지 않나?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대통령, 경찰, 소방관, 군인 등의 직업은 남자가 한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번 여성대통령도 걱 정이 되는 면이 있다면, 여자라고 남자들이 무시할까 걱정됩니다. 그리고 헌법 제32조 4항 '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고용.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라고 설명되어있지만 이 법이 안 지켜지는 경우도 수두룩합니다. 이 법을 지키기 위해 단속을 강화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민경이는 잠깐 숨을 마시고는 계속 이어갔다. 다음 설명드릴 것은 양성평등이 이뤄지는 것을 방해하는 것들입니다. 일단 대한민국은 조선시대 부터 유교적인 나라였고, 현재도 유교의 영향이 무척이나 큰 나라입니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우 리나라 남자들은 부엌에 들어가는 것을 꺼려합니다. 이런 말도 있지 않습니까? 남자가 부엌에 들어 가면 고추 떨어진다. 이런 말이 생길 정도로 남자들은 부엌에 들어가지 않으며, 요리는 전부 여자들 의 몫입니다. 다행히 요즘에는 남자 요리사도 많이 생겼고, 남자들도 집안에서 요리를 하는 경우가 많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명절을 생각하면 전혀 다릅니다. 여러분도 모두 명절에 큰집에 가거나, 아 니면 집에서 친척들이 모일 것입니다. 그런 때에 혹시 남자들이 일을 하던가요? 아니지요? 명절 때 는 왜 여자들만 일을 할까요? 이것도 유교의 영향이라고 저희는 생각합니다. 민경이가 달이를 슬쩍 쳐다봤다. 그러자 달이가 말을 이어갔다. 유교의 영향이 아닌 것으로는 신체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여성과 남성은 신체적 으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차별이 된다고 말합니다. 예, 그 사람들의 말은 맞는 면이 있습니다. 당연히 여성과 남성의 몸에는 차이가 있지요. 예를 들자면 남자는 여자와 달리 일정한 체 력을 타고 났습니다. 그리고 여성은 조금 더 섬세한 면이 있고, 남자는 강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 때문에 왜 차별을 받아야 하나요? 아이 낳는 것이요? 육아를 하는 것이요? 아이 낳고 나서 일 을 하면 됩니다. 그리고 육아는 남자와 같이 공유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분명 신체적인 차이는 극 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저희는 생각합니다. 더욱 더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시간 관계상 다음 내용 으로 넘어가겠습니다. 65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달이와 민경이가 함께 준수를 쳐다보았다. 준수는 살짝 멈칫하다가 말을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지 양성평등을 이룰 수 있을까요? 저희가 생각한 방법들은 이러합니다. 첫째, 남성들과 여성들의 역할 바꾸기를 일 년에 몇 번 정도 함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합시다. 남성들은 이날에 청소를 하고, 요리를 하고, 임신 체험을 하는 등 여러 가지 보편적으로 알려진 여성 의 일을 해봄으로 여성의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여성들은 군대 체험 등을 해보면 좋을 듯 합니다. 둘째, 남녀를 가리지 않고 똑같은 양, 종류의 일을 시켜야 합니다. 학교를 예시로 들자면, 남자들 은 무거운 짐을 드는 일을 하고, 여자들은 설거지, 청소 등을 맡아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너무 차별하지 않고, 신체적인 차이 즉, 힘의 차이는 인정하되 여자와 남자를 언제나 섞어서 일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자들도 충분히 무거운 짐을 들 수 있습니다. 역시 남자들도 청소 와 설거지를 할 수 있지요. 셋째, 여러 사람들이 왜 양성평등을 여자들이 원하면서 데이트 비용 등은 왜 여자가 안 내냐 라 고 말합니다. 여자들도 데이트 비용, 결혼 비용, 이혼 후 양육비 등을 처리해야 한다고 저희는 생각 합니다. 모든 것을 반반, 또는 수입의 양에 따라 결정하면 합리적일 것 같습니다. 그들은 웃음을 띤 환한 얼굴로 함께 외쳤다. 저희 푸르름 조의 양성평등 발표였습니다.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즐겁게 학교를 뒤로하고 좁은 길을 달려가는 세 명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남녀차별이 없는 진정 한 우정이 보였다. 하지만 역시 사람은 하루 아침에 고쳐지지 않는 것일까?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민경이 니 뛰지 말아라! 치마 속 다 븨잖아! 준수의 표정이 영 이상했다. 니가 뭔데? 오늘 숙제 해놓고도 그딴 소리하나? 민경이가 말했다. 야야, 봐줘라 니가 좋으니께 그카는 기지! 달이가 깔끔하게 마무리를 했다. 66
중등부분 10 성으로 구분 짓지 않는 개성 있는 삶을 위해 경상남도교육청 옥포성지중학교 정세미(3-2)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귀에 살짝 걸리는 짧은 머리에 교복바지. 멀리서 보면 꼭 남자 같은 나지만 나는 여자다. 사람들 은 내게 꼭 한 번씩 물어본다. 왜 그렇게 남자애처럼 머리도 짧게 하고 바지만 입고 다니냐고. 그 럴 때마다 나는 한마디로 일축하고는 한다. 나는 이게 좋고, 이게 편해. 그럼 사람들은 나를 싱겁 게 한번 쳐다봐 주고는 다시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내가 언제부터 머리를 짧게 자르기 시작했을까. 초등학교 3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가본다. 초등학 교 3학년, 그 때의 나는 머리 묶는 걸 굉장히 싫어해서 어깨길이의 머리카락을 그냥 제멋대로 풀어 놨었다. 어느 날, 나는 어머니 손을 잡고 익숙하지 않은 미용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냥 머리를 단정 히 다듬는 거라고 생각한 나는 아무런 의심 없이 의자에 올라앉았고 곧이어 미용실 보자기가 내 목 에 둘러졌다. 머리 손질을 끝내고 거울을 본 나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어깨너머까지 자리하고 있 던 생머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거울 속에는 꼭 우리 반 남학생들이 떠오르는 짧은 머리가 있 었다. 안 그래도 나는 치마보단 바지를 즐겨 입는 편이였고 여자애가 뭐 그렇게 방정맞게 행동하냐 는 소리를 자주 들었는데, 앞으로는 또 무슨 소리를 들을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 학교에서 애들의 놀림소리가 들려왔다. 야, 정세미! 이젠 아주 남자가 다 됐네. 뭔 우유를 그렇게 찔끔찔끔 마시냐, 남자답게 한 번에 들이켜! 처음에는 그런 놀림에 반쯤 울상이 되어 애들한테 화를 내고는 했는데, 몇 번 듣다보니 내성이 생겨 그냥 흘려듣고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자연히 아이들의 놀림은 줄었고 짧은 머리는 이제 애들 이 나를 알아보는 나만의 상징이 되었다. 왜 사람들은 짧은 머리는 남성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TV를 켜보면 많은 여성들이 짧은 머리를 하고 나온다. 그들은 당당하고 깔끔하며 자신감에 차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TV를 보면 여성 들의 짧은 머리가 익숙한 일인데도 내게 그렇게 물어보는 걸 보면 아직까지는 우리 사회가 고정관 념에 사로잡혀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67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내 친구 중에 종민이라는 친구가 있다. 종민이는 나와 반대로 굉장히 여성스러운 남학생이다. 말 투도 차분하고 여학생들과 마음도 잘 맞는다. 남자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 보다 여자 친구들과 어울려 대화를 나누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런데 이런 종민이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있다. 몇몇 남학 생들은 종민이를 남자답지 못하고 여자애들이랑 노는 여자 같은 아이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본 인은 자기 스스로를 여성스럽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 모습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데 오히려 주위 사 람들은 자신들의 잣대로 종민이를 여성스러운 아이라고 단정지어 말하고 비난한다. 아마 종민이도 처음에는 주위의 시선들 때문에 나처럼 마음고생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성격을 굳이 바꾸 려 하거나 숨기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당당하게 드러내며 긍정적으로 지낸다. 성격이 나 취향이 보통과 다르다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것 또한, 양성평등이 우리 사회에 자리를 잡기 위해서 버려야 할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성격은 자신의 특징일 뿐, 그 특징을 성을 구분하는 기준 으로 삼는 것은 당연히 안 될 말이다. 양성평등, 그것은 결코 사회적인 큰 문제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말한 나의 경험담과 종민이 이야기처럼 작고 세세한 문제도 있다. 우리는 머리스타일, 성격 등에서 굳이 남자와 여자를 나누려고 한다. 성은 우리를 둘로 구분하는 선이 아니라 하나의 상징인데 말이다. 나에게는 3살 터울의 오빠가 한 명 있다. 기숙사 생활을 하며 가끔 집에 오는 오빠는 집에 올 때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컴퓨터 앞에만 하루 종일 앉아 있다. 어쩌다가 내가 그걸 따지려고 하 면 어머니는 항상 오빠는 아들이잖니. 라는 말을 하신다. 성이 다르다고 평등하지 않은 것은 아닌 데, 왜 우리는 성이 다르다고 차별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그것은 비단 여성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나는 가끔 내가 성별이 바뀐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 을 해본다. 오빠처럼 컴퓨터도 많이 할 수 있고, 맛있는 것이 생기면 오빠에게 먼저 갈 일도 없을 것이고, 짧은 머리를 한다고 이상한 시선을 받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남자들도 남자라서 차별 받을 때가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남자니까 당당해야지, 남자면서 이 정도 힘도 없어, 남자니까 그런 건 하면 안되는 거야. 우리는 결국 남자여자 할 것 없이 양성불평등 속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남자가 잘하는 일이 있고, 여자가 잘하는 일이 있다. 이렇게 구분 지을 게 아니라 사람마 다 잘하는 것이 따로 있다. 로 구분 지을 수는 없는 것일까?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편견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잠재의식 속에는 틀에 박힌 편견이 자리하고 있다. 양성불평등도 그 중 한가지라고 생각한다. 양성평등이 이루어지려 면 먼저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한다. 아무리 겉으로 양성평등은 좋은 사회로 발전하는 첫 발걸 음 이라는 생각을 가져봤자, 깊숙이 자리한 편견을 꺼내지 않으면 그냥 겉치레에 불과할 뿐이다. 남성을 물주로 생각하는 여성이나 여성을 식모로 생각하는 남성이나. 모두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을 문제들이다. 68
중등부분 우리나라의 양성평등은 아직 미흡하다. 양성평등 을 주장하면서도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에서는 여자니까 혹은 남자니까 로 일축하는데 발전이 가능할 리가 없다. 국어시간에 상호보완적 관계 라 는 것을 배웠다. 말 그대로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주는 것이다. 나는 남성과 여성도 상호 보 완적 관계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남성도 여성이 없으면 불편할 것이고, 여성도 남성이 없으면 완전 하지 않을게 분명하다. 서로 도와가는 사회가 되어야 양성평등이 이루어질 것이다. 완전한 양성평등이 이루어지기는 지금 현재로는 아마 힘들 것이다. 그러나 사소한 것에서부터 차 근차근 고쳐나가면서 노력한다면 조금 더 나은 사회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빠르면 내가 어른이 되 어서, 혹은 내 아이들 세대에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특징과 장점을 살려 성에 구애받지 않고 개 성 있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본다. 69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11 사랑하는 딸에게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신성여자중학교 오연정(3-3) 봄이 왔다는 걸 얼마나 알리고 싶었으면 벚꽃나무 가지가 방충망을 뚫고 우리 딸을 보러왔네. 아빠도 지금에서야 발견했는데 우리 딸이 오늘 소풍에서 갔다 오면 그 벚꽃을 볼 수 있겠지? 뚫린 방충망이 조금 걱정이긴 하지만, 우리 딸이 벚꽃을 보며 좋아할 모습을 떠올리니 아빠도 기분이 좋 아지네. 오늘은 우리 딸이 좋아하는 분홍색 도시락에 꼬마김밥을 만들었어. 방울토마토도 넣었으니 까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나눠먹으렴. 아빠는 이렇게 시간이 남을 때 우리 딸에게 편지도 쓰고 소풍 때는 도시락도 싸주는 게 너무 기 쁘고 행복해. 집안 청소와 빨래, 설거지를 하는 건 조금 힘들지만 바쁜 일 때문에 늦게 들어오는 엄마를 도와주고 우리 딸을 자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하나도 힘들지 않아. 아빠가 집에서 지내다 보니까 우리 딸에게 해줄 멋진 요리도 개발해 내기도 하고 우리 딸이 학 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조잘조잘 말하는 것도 들을 수 있는 걸! 이렇게 아빠는 매일 아침에 우리 딸을 깨우고 밥을 해주고 학교에 데려다 주는 게 행복한데 우리 딸은 이 아빠가 엄마 역할을 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나봐. 지난번 우리 딸 생일파티 때 엄마가 아닌 아빠가 생일파티에 있고 생일파 티 음식을 만드는 걸 보고는 입이 삐죽 나와서 아빠랑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았지? 다른 친구들 생 일파티 때는 엄마들이 집에 있는데 왜 우리는 엄마가 아니라 아빠가 집에 있느냐며. 또 지난주 학교 참관수업 때도 모두 엄마들뿐인데 아빠만 혼자 남자라서 우리 딸이 부끄러웠나봐. 그런데 딸 아, 집에서 집안일을 하고, 음식을 만들고, 학교 참관수업에 가는 일은 엄마만 해야 되는 일이 아니 란다. 우리 딸 지난번에 아파서 병원 갔을 때 의사 선생님 옆에 있던 간호사는 아빠와 같은 남자였 지? 그리고 그날 돌아올 때 탄 택시를 운전한 택시기사는 엄마랑 같은 여자였어. 요즈음에는 남자 가 하는 일, 여자가 하는 일이 구분되어 있지 않아. 우리 딸 생각처럼 옛날에는 남자가 직장에 가 서 일을 하고 돈을 벌어오면 여자는 아이를 돌보며 집안일을 해야 한다고 모든 사람이 생각했었는 데, 지금은 그리고 앞으로는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나눠지지 않는대. 이다음에 우리 딸이 커서 비행 기 조종사나 검사, 대통령, 이종격투기 선수, 경찰 같은 일을 하게 될 수도 있고, 우리 딸의 남편이 요리사나 미용사, 피부 관리사, 혹은 일을 하지 않고 아빠처럼 주부일 수도 있다는 거야. 아빠도 이해해. 친구들이 많이 있는 곳에서 아빠 혼자만 남자니까 아빠가 주부라는 사실이 우리 70
중등부분 딸 마음에 안들 수도 있겠지. 하지만 아빠는 직장에 나가서 일을 하는 대신 집에서 주부라는 일을 하는 것일 뿐이야. 또 아빠는 이 아빠 자신이 자랑스러운 걸? 바빠서 딸, 아들에게 신경도 잘 못쓰 고 아이가 무엇을 잘 먹는지, 제일 친한 친구는 누구인지, 좋아하는 연예인은 누구인지 모르는 아빠 들에 비해서 난 우리 딸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주부라는 직업이 아무리 돈을 잘 버는 회 사 사장보다 마음에 드는데? 엄마는 일이 바빠서 늦게 들어오고 다음날 들어오기도 해서 집안 청소, 설거지, 빨래나 우리 딸 과 놀아주는 것을 자주 못하지만 사회에선 인정받고 으뜸인 대장이란다. 우리 딸이 여러 밤을 자고 키가 크고 더 높은 학년이 될수록 엄마처럼 일하는 씩씩한 엄마들이 많아질 거고, 그래서 집안일을 도와주는 아빠들도 많아질 거야. 학교에서도 우리 딸과 남자 친구들이 똑같이 대우받고 남학생이 하는 일, 여학생이 하는 일이 따로 있지 않다는 걸 알아두자. 우리 딸도 남자와 여자가 평등하다는 사실을 알아서 오늘 아빠가 우리 딸을 데리러 갈 때는 비 록 남자는 아빠 혼자뿐이라도 자랑스럽게 그리고 반갑게 아빠를 맞아줬으면 좋겠어. 우리 아빠는 직장을 다니는 대신 집에서 집안일을 하고 요리도 하고 저랑 많이 놀아줘서 좋아요. 라고 말하는 우리 딸의 모습이 아빠를 더 힘내게 할 것 같아. 알았지? 벚꽃이 하늘하늘 흩날리는 어느 날 우리 딸을 기다리면서, 아빠가. 71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12 2030년이 2010년에게 보내는 편지 대전광역시교육청 전민중학교 장온유(3-4) 안녕, 온유야. 편지 잘 받았어. 네가 살고 있는 2010년은 어때? 내가 살고 있는 2030년은 재밌는 일들로 가득해. 오늘은 우리 학교 개교기념일이야. 난 집에 아빠랑 동생이랑 셋이 있어. 엄마는 출 근하셨고. 아빠는 조금 전에 설거지와 빨래를 모두 끝내신 모양이야. 동생과 숫자놀이를 하고 계시 네. 요즘 동생이 글을 읽기 시작하면서 아빠가 동생에게 이것저것 가르치시느라 정신이 없으셔. 동 생이 6살이 되니까 아빠의 집안일이 갑자기 불어났지 뭐야. 동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아빠도 다 시 유치원 선생님으로 복귀하신대. 동생이 태어나면서 그만 두셨거든. 온유야, 축하해줘. 우리 엄마가 지난주에 회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셨어. 히히. 그런데 회사 분 위기는 뒤숭숭하대. 사회 곳곳에서 여자들만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남자들은 늘 밀리니까 조금 그 런가봐. 얼마 전에는 남성부장관이 남성우대정책을 발표했는데 잘 될지 모르겠어. 그런데 네가 살고 있는 시대는 정반대라면서? 상상이 안 가네. 여자들이 시장이 되거나 대기업의 회장이 되면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떠들썩하다는 네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 능력이 있다면 남자 든 여자든 시장이 되고 대기업 회장이 되는 것이 당연한 거 아닌가? 하긴 네 편지를 읽으니 그것 말고도 놀랄 일들이 많더라. 네가 살고 있는 시대에는 대부분 엄마 들이 집안에서 살림을 한다며? 우리는 그런 거 없는데. 엄마든 아빠든 상황 되는대로 집안 살림을 하거든. 두 분 모두 밖에서 일하시는 경우는 집안 살림도 반반씩 나누어서 하고. 같이 밖에 나가서 일하시는데도 집안에서는 엄마가 살림을 대부분 도맡아 한다는 네 이야기는 이해하기 힘들어. 어떤 일은 꼭 남자가, 어떤 일은 꼭 여자가 해야만 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편견이야. 아참, 온유야. 내 꿈이 뭔지 알아? 난 군인이 될 거야. 얼마 전에 텔레비전을 보니까 여군 출신 장군께서 육군참모총장이 되었더라구. 너무 멋지더라. 난 공군전투조종사가 돼서 공군참모총장을 할 거야. 우리 엄마, 아빠도 대찬성이야. 온유 네 꿈은 뭐야? 아, 교수라고 했지. 네가 살고 있는 시대 는 여자들이 뭔가를 하고 싶어도 제약이 많다고 했나? 사실 난 그것도 이해하기 힘들었어. 어느 분 72
중등부분 야든 남자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이 있고 여자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이 있으니까 서로 조화롭게 힘을 모으면 훨씬 발전할 수 있는데 왜 여자라는 것 때문에 부당한 차별을 받아야 하는지 말이야. 어제는 우리 가족 모두 월드컵 경기를 보느라 밤을 꼬박 새웠지 뭐야. 목도 다 쉬고. 너희도 6 월에 월드컵 경기가 열린다고 했지? 지난 2026년 월드컵 경기부터 남자 6명, 여자 5명으로 팀을 구 성하면서 월드컵 경기가 더 재미있어졌단다. 하긴 온유 너는 그런 경기를 볼 수 없겠구나. 정말 재 미있는데. 요즘에는 모든 운동경기에서 남녀혼성팀이 대세야. 아마 이번 월드컵 경기에서는 브 라질의 여자 선수가 득점왕에 오를 것 같아. 그 선수 프리킥이 정말 예술이거든. 빅 뉴스! 얼마 전에 어떤 남자가 인공자궁을 통해 아이를 낳았대. 그런데, 사실 나는 인공자궁을 통해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 반대야.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부분이 있잖아. 여자만 아이를 낳도 록 만들어진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 남자가 여자의 모든 부분을 대신할 수 없고 반대로 여자가 남 자의 모든 부분을 대신할 수 없잖아. 오히려 남자와 여자는 서로의 장점과 색깔이 다르지만 사회 속에서 한 데 어우러져 살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해. 다시 말해 서로의 특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한 데 어우러져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좀 더 지혜롭게 살아가도록 만들어진 존재인 것이지. 남자와 여자가 평등하다고 해서 서로의 차이마저 무시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해. 내가 너무 무거운 이야기를 했나? 온유야, 다음엔 네가 살고 있는 시대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줘. 네 이야기를 들으면 이해가 안가고 안타까운 부분도 있지만 한편으로 나는 참 행복한 시대 에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거든. 하긴 너는 내 이야기를 들으면 좀 우울하겠다. 너랑 같이 살 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을 경험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온유야, 네가 살고 있는 시대도 남자든 여자든 서로의 색깔과 장점을 살리면서 지혜롭게 살아가 는 모습으로 바뀌길 빌어줄게. 안녕. 2030년을 살고 있는 평등이가 2010년을 살고 있는 온유에게 73
www.mest.go.kr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고등부문
고등부분 2010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입상 작품(고등) 12편 구분 입상자 인적사항 성명 교육청 학교명 작품명 페이지 최우수 황 원 충남 서령고(1-3) 북감자 78 우수 곽원규 경기 중흥고(3-3) 여남설( 女 男 說 ) 81 강영욱 부산 양정고(3-7) 우산을 던져 버리다 84 고영경 광주 광주수피아여고(3-2) 치마 입는 남자 88 김성현 서울 청담고(3-1) 우리 엄마에겐 조상이 없다!! 91 장려 김원식 충북 봉명고(3-1) 남녀의 차이, 모르면 배워야 해요! 94 김세원 전북 전북외고(3-1) 함께 가는 길 97 김상아 경북 성주여고(2-4) 완벽한 분자 만들기 99 이동욱 울산 학성고(2-6) 인식의 힘 101 유호찬 강원 춘천고(1-5) 양성 이 아니고 인간성 이다 104 현승연 제주 중앙여고(2-3) 여성과 남성, 공생관계를 맺다 106 최보명 대구 성산고(2-6) 안경잡이109 77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1 북 감 자 충청남도교육청 서령고등학교 황 원(1-3) 그래, 이 따위 걸 가지고 또 시작이다. 주말 오후만 되면 주간 행사처럼 시작되는 바로 엄마와 아빠의 말다툼 말이다. 평 소에는 자주 볼 수 없는 일이나 꼭 주말이면 되풀이 되는 것이다. 아주 사소한 일이 꼬투리가 되어 날이 저물어서야 끝나는 그 짧은 전쟁..., 내가 야간 자율학습으로 밤 11시나 돼야 집에 도착하기 때문에 평소 두 분의 일은 잘 모른다. 그 때에도 저리 싸우시는지는 모르겠으나, 하교 후 반갑게 맞아주시는 두 분의 모습을 보면 적어도 평일에는 없는 일인 것 같았다. 오늘의 원인 제공자는 북감자 로 밝혀졌다. 엄마가 시장에서 사 온 북감자를 아빠에게 깎으라고 던져주신 것이다. 마침 아빠는 정원의 분재를 돌보려 나가시던 참이었다. 손에 전지가위를 든 모습 을 보니 분명 그러했다. 시간만 나면 분재와 씨름하시는 아빠이니 말이다. 내 차림을 보고도 그래, 그런 말이 나오나! 아빠는 전지가위를 들어 시위하듯 말했다. 그런 모습에 기죽을 엄마가 아니었다. 붉은 고무장갑 을 낀 손을 내밀며, 북감자 하나 깎는 것이 얼마나 걸린다고, 그래, 10분이면 끝날 일을, 그래 그만한 시간도 낼 수 없단 거예요? 하며 붉은 손을 휘저었다. 두 분은 늘 이런 식이었다. 즉 남자는 밖의 일을 해야 되고, 여자는 집안 일을 해야 한다는 생 각이었다. 그래서 아빠는 정원의 나무와 텃밭의 채소 가꾸기에는 열심이었으나 집안일에는 관심이 없었고, 엄마는 집안일에는 적극적이었으나 아빠 일에는 외면했던 것이다. 그래서 여유 시간이 생기 는 주말이면 서로들 힘들어 하시는 것이었다. 엄마는 서산, 아빠는 태안이 고향이시다. 서산이나 태안이나 다 충남의 서쪽에 위치해 있고, 지 리적으로 가까운 이웃이었기에 말투며 용어가 같았다. 했어유 식의 사투리는 쓰지 않았으나 북감 자 만은 두 분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용어였다. 고구마 가 표준어인 북감자. 나는 그 단어를 어릴 때 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그래서 고구마보다 더 정겹고, 그리고 더 맛있다는 느낌이 든 78
고등부분 다. 그것이 바로 오늘 다툼의 원인 제공자가 되었던 것이다. 아빠는 끝내 북감자를 외면했다. 그렇다고 엄마가 쉽게 포기하지도 않았다. 십여 분간의 말다툼 이 있었고 그 뒤로는 쭉 침묵으로 싸웠다. 그러다가 또 십여 분간의 말다툼이 있었다. 이러한 과정 이 몇 번씩 반복 되었다. 두 분의 사이에는 문제의 북감자를 담은 그릇과 과도만이 놓여 있었다. 한 시간쯤 지났다. 그래도 두 분의 대치는 끝없이 지속되었다. 언제 다시 입 싸움이 시작될지, 언제 끝날지 모를 냉전의 연속이었다. 나는 책을 펼쳤다. 그리고는 책장을 넘겼다. 집합 단원이었다. 교집합과 합집합의 정의가 나오고, 예제 문제가 몇 개 보였다. 전체집합 U={1,2,3,4}의 두 부분집합 A,B에 대하여 A ( B ( U 를 A,B를 만족하는 집합 A,B 의 순서쌍 (A,B)의 개수를 구하여라 나는 연습장을 펼쳐 문제를 풀었다. 순서쌍 A,B의 개수는 모두 80개가 나왔다. 그러나 나는 그 개수가 맞는지 아니면 틀리는지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거실에 계신 두 분의 냉전이 내내 머릿속 을 어지럽혔기 때문이었다. 정답지를 확인했다. 답은 81개로 나와 있었다. U의 부분집합 B의 원소 의 개수가 0개인 경우, 즉 A B U를 만족하는 A의 집합의 개수 1개를 포함하지 않은 결과 였다. 그러다가 문득 나는 정답과 오답의 차이는 풀이 과정의 문제임을 깨달았다. 엄마(아빠 (나의 관 계에서 엄마와 아빠를 만족하는 집합의 개수는 결국 81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적어도 나 는 80가지는 생각해 냈다. 두 분을 위해 심부름하기, 안마해 드리기, 청소하기, 그러나 마지막 한 가지를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다가, 그 마지막 한 가지의 방법이 바로 나임을 깨달았다. 나의 행위가 두 분의 냉전을 해소 시킬 수 있는 정답임을 깨달았다. 나는 연필을 던졌다. 그리고는 거실로 달려가 두 분의 가운데 놓 인 북감자를 깎기 시작했다. 길쭉하고 단단한 몸통에서 흙냄새가 풍겼다. 그 흙냄새를 깎는다는 것 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칼을 집어본 적이 없었기에 서툴렀다. 그래도 나는 북감자 깎기를 계속했 다. 두 분의 냉전이 빨리 해결되길 바라며 깎는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아얏 너무 서두른 탓에 칼이 왼손 검지를 후볐다. 순간, 검지에서 붉은 피가 솟았다. 스쳐 지났기에 상처가 깊지는 않았으나 쓰리고 아팠다. 그 때였다. 그렇게 침묵으로 일관하던 두 분이 동시에 나에게 달려든 것이다. 상처가 돋은 그 손 가락을 향하여 두 분의 손이 동시에 나온 것이다. 아니, 원아! 정신 차려라. 원아! 또한 두 분의 입에서 동시에 비명이 쏟아졌다. 그러면서 소독약을 바르고, 약을 바르고, 밴드를 79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붙였다. 좀 전의 냉전의 모습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다른 행동이었다. 순간, 나는 두 분의 다툼이 사실 아무 것도 아님을 느꼈다. 생각만 바꾸면, 서로의 입장을 조금 씩만 더 생각해 주면 해결되는 것임을 깨달았다. 남자라는 이유로, 또는 여자라는 이유로 자신만을 고집하면 안 되는 것임을 깨달았다. 조금씩만 양보하고 서로 도우면 성의 차별도 무너지리라는 것 을 느낀 것이다. 나의 손가락에 난 상처에 두 분이 동시에 반응하듯이, 남성과 여성이라는 신체적 상처도 동시에 치료할 수 있음을 느낀 것이다. 남성과 여성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의 수는 무한대이다. 굳이 인류라는 전체집합 속의 남성과 여성이라는 부분 집합이 아니라도, 서로들 조금씩 돕고 양보하면 만족을 이끌 수 있는 것이다. 원아, 너도 장갑을 엄마는 나를 위해 목장갑을 내밀었다. 곧이어 아빠가 붉은 고무장갑을 낀 채 밖으로 나오셨다. 설거지를 끝낸 모양이었다. 오늘 간식은 북감자야, 아빠가 깎으셨으니 정말 맛있을 거야 호미를 든 엄마가 빙그레 웃으셨다. 80
고등부분 2 여남설( 女 男 說 ) 경기교육청 중흥고등학교 곽원규(3-3) 어떤 손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어제 저녁엔 아주 처참한 광경을 보았습니다, 어떤 불량한 남성이 길거리에서 동반한 여성을 큰 목소리로 다그치며 나무라는데, 보기에도 너무 참혹[ 慘 酷 ]하여 실로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습 니다. 어찌 남성이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큰소리를 칠 수 가 있단 말입니까? 그래서 이제부터는 맹 세코 남성들이 다그치는 행위를 방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도 지난주에 어떤 한 쌍의 커플로 보이는 여성이 백화점( 百 貨 店 ) 1층 명품매장을 활보하며 이 리저리 눈길을 주며 교태[ 嬌 態 ]로써 남성에게 자신을 위한 소비를 하게끔 하는 것을 보고, 나는 마 음이 아파서 다시는 여성을 사귀지 않기로 맹세했습니다. 손이 실망하는 표정으로, 남성은 강물( 强 物 )이 아닙니까? 남녀가 사귐에 있어 남자가 주도( 主 導 )를 해야 한다는 것은 연애 [ 戀 愛 ]에 있어 불변의 진리[ 眞 理 ]이지요. 산업사회를 지나오면서 남성에 비해 실추되고 유린( 蹂 躪 )되 어왔던 우리의 여권( 女 權 )을 패미니스트들과 여러 시민단체들이 가까스로 극복해나가고 있는 이 와 중에, 남성이 여성을 위해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위해주지는 못할망정 여성을 함부로 대한다는 것이 어찌 요즘 세태에 가닿기나 한 말입디까? 나는 연약하고 작고 가련한 여성이 당하는 것을 보고 불 쌍히 여겨서 한 말인데, 당신은 구태여 이를 대꾸하니, 이는 필연코 나를 놀리는 것이 아닙니까? 하고 대들었다. 나는 좀 구체적으로 반박할 필요를 느꼈다. 81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무릇 음[ 陰 ]과 양[ 陽 ]이 있는 것은 각각의 남녀가 가진 특성이요, 예로부터 상호간의 조화와 존중 을 그 바탕으로 했던 바, 세상에 숨 쉬는 남녀 모두가 한결같이 평등하게 대우받기를 원하고, 차별과 편견에 따른 차이를 긋는 것을 싫어하는 것입니다. 손께서 말씀하신 남녀간의 차이란 단지 역량의 차이에서만 기인한 것입니까? 요즘같이 자본주의[ 資 本 主 義 ]에 찌든 세태 속에서 매스컴이 만들어 낸 남성의 모습과 여성의 모습이 상업논리와 야합( 野 合 )하여 남성만이 더 많은 역량( 力 量 )을 지녔다고 스스로가 착각하게 된 것입니다. 어찌 여성만 돈 쓰기를 싫어하고 남성만 돈 쓰기를 좋아하겠습니까? 이는 단지 연애사에 있어서 국한( 局 限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사고방식이 팽배해진나머지 우 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간과( 看 過 )하고 있습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약한 존재로써 인식이 되고, 또 이를 여성들이 스스로 인정한다면 이는 분명 여성들에게는 그들의 장래를 특정 분야에만 국한 되게 하는 처사( 處 事 )에 지니지 않을 것입니다. 예컨대 한 여성은 자신의 진로가 군관( 軍 官 )이 되는 것인데 이러한 잘못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라면, 군관은커녕 과거 전통적 여인상의 표준( 標 準 )이라 할 수 있는 현모양처( 賢 母 良 妻 )의 상( 狀 )에 부합하는 가사분야로 직업이 국한될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르지요. 물론 이는 극적인 상황을 가정한 것입니다. 근래에는 여성들도 나름대로의 의식 발전을 통해 사회에서 남성과 비등( 比 等 )한 입지에 위치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위에게 언급했던 내용은 여성들의 제고( 提 高 )된 권위를 이용하여 남성에게 여성들이 여태껏 당했던 피해만을 강조하 면서 이를 여타의 수단으로 정당화( 正 當 化 )하려는 셈에 지나지 않습니다. 했더니, 논박이 점차 근원적인 원인을 규명하는 쪽으로 이어지자 손이 반박하기를 하지만 남성들은 옛 봉건체제부터 여성들을 괄시( 恝 視 )했으며 우리 어머니들은 혼인을 하면 이 른바 인고( 忍 苦 )의 세월 이라는 표현을 해 가며 참고 또 참아왔습니다. 요즘 남녀간의 격차가 많이 줄었기에 망정이지 과거로부터 근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여성이 남성에게 강요받았을 희생을 생 각하면 아직도 울분( 鬱 憤 )이 치솟아 오름을 감출 수 없습니다. 또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여성에 대한 편견히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예컨대, 직장에서는 여성들이 인사발령( 人 事 發 令 ) 및 승진( 昇 進 ) 에 있어 남성에 비해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이는 아직도 남녀간의 관계에 있어 보이지 않 는 사회의 벽이 있다는 것을 시사( 詩 思 )하는 것이 아닙니까? 라고 말했다. 뒤이어 내가 말하기를 물론, 과거 남성우월주위가 팽배했을 당시 여성들의 권위가 크게 실추( 失 墜 )되었다는 점을 인정 은 합니다만, 지금 남성에게 이를 강조하여 여성들이 받아왔던 피해를 강조 하는 것은 과거에 여성 들이 받아온 피해들을 청산( 淸 算 )하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입니까? 세대가 변해감에 따라 남성들 82
고등부분 의 여성에 대한 동반자적 인식은 제고( 提 高 )된 반면, 여성들의 남성에 대한 인식은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학당( 學 堂 )의 합반의 경우, 아직도 담임훈장( 擔 任 訓 狀 )님의 지시 하에 무거운 짐은 남학도( 男 學 徒 )들이 도맡아 들고 있습니다. 이는 물론 이 얘기는 여학도( 女 學 徒 )도 남학도와 마찬가지로 무거운 짐을 들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남학도이기 때문에 무거운 짐을 들어야 한다 라는 논리가 더 이 상 당연시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남성 혹은 여성간의 틀에 박힌 사소한 생각 하나 하 나가 바뀌어야 비로소 남녀가 상호간의 호혜적( 互 惠 的 )인 관계로 거듭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아직은 사회적으로 남녀 간의 관계가 불평등적인 요소가 있을 가능성은 농후( 濃 厚 )합니다. 하지 만 요즘 각 가정의 생활상은 이와는 사뭇 다릅니다. 새로 결혼한 신혼부부들의 경우, 아이가 생겼으 면 남편은 아내에게 모든 육아( 育 兒 )를 담당케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아이에게 분유를 먹이며, 앞 치마를 두른 채 설거지를 합니다. 이는 나이 든 남편들이 수십년을 가사노동에 시달려온 아내의 성 화에 이기지 못해 한번 해주지 뭐 하는 식의 가사노동을 하는 것을 의미 하는 게 아닙니다. 또한 여성들도 가사부담이 줄어든 만큼의 시간을 더욱 내조( 內 助 )에 전념( 專 念 )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이는 변화된 남녀관에 입각( 立 脚 )하여 서로가 등등한 입지에서 역할을 분담해가는 과정을 통해 서로 의 입장을 이해하고, 보완해주는 지극히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근래에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회자( 膾 炙 )되고 있는 남녀 간 사회적 불평등 문제는, 가 정에서의 남녀관에 바탕을 둔 바람직한 보완적 정신이 사회로까지 이어진다면 충분히 가능한 것입 니다. 현재 사회 각 계층( 階 層 )에서 활동하고 계신 우리의 부모님 세대는 남성우월주의 및 남아선호 ( 男 兒 選 好 )사상에 상당한 영향을 받은 세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로 물밀 듯이 들어오는 신세 대들의 남녀 간의 상호 보조적 태도와 부모님 세대의 남성위주의 태도가 대치되고 갈등을 겪는 것 은 어쩌면 남녀 간 평등을 향한 과도기적( 過 渡 期 的 ) 단계에서 우리가 거쳐야 할 필수적인 과정이라 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며, 사회현상을 이 과도기적 상태만을 생각한 편 협( 偏 狹 )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서로에 대한 입장만을 강조하게 되면 발전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이젠 여성의 실추된 권위를 제고( 提 高 )하는 단계에 국한되어서 남녀평등의 관계를 논할 것이 아니라 남녀가 다가올 미래에 대해 서로 어떤 관계를 유지시켜나가는지가 관건( 關 鍵 )이 될 것입니다. 이제 당신은 물러가서 눈을 감고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그리하여 여성의 실추( 失 墜 제 당권위만을 강조하지만 말고 남성과의 동반자 ( 同 伴 者 )적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더 많은 대안을 물색( 物 色 )해보십시오. 그런 연후에 나는 당신 과 양성평등( 陽 性 平 等 )의 도( 道 )를 이야기하겠습니다. 라 했다. 83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3 우산을 던져 버리다 부산광역시교육청 양정고등학교 강영욱(3-7) 1 토요일 자습이 끝났다.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 오는 걸 좋아하는 나는 비를 맞지 못하고 바라 보기만 한다. 비가 오면 내 코로 비의 그 특유의 냄새가 스며든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동 안 비는 계속 내렸다. 눈앞의 유리창에 부딪혀 분산되어 버리는 빗방울은 다시 한 덩어리가 되어 땅으로 향한다. 회색 아스팔트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그리고 다시는 볼 수 없는 떨어진 빗방울의 형체. 나는 온몸으로 비를 맞이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생각만으로 끝이 났다. 뒷문이 열리자마자 나는 우산을 펼치고 그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집으로 가는 동안 왠지 모를 우 울한 감정에 휩싸인다. 비를 맞고 싶다는 생각과 비를 맞지 않은 상황이 충돌해버린 탓일까. 집에 도착해 대문을 열면서 몸을 먼저 넣고 우산을 접었다. 비 한 방울도 맞기를 거부했다. 내가 안 맞 은 게 맞을 지도 모른다. 비를 맞으면 옷이 젖으니까. 토요일이면 늘 그렇듯이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 문을 열면서 우산을 펼치고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지난 주말에 뿌려둔 해바라기 씨앗에서 싹이 많이 올라와 있었다. 여섯 종류의 씨앗을 뿌 렸지만 떡잎을 내는 모습은 모두 똑같았다. 식물은 어느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자연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의지대로 식물의 모습을 변형시킬 수 있는 거대한 힘을 가진 인간이 그토록 자부하는 바로 그 자신의 생각 에 오류가 있다. 식물들은 암수에 관계없이 같은 떡잎을 내어 암수의 구분이 없지만 인간의 삶에서 남녀의 구분은 이미 확고한 사실 이 되어 버렸다. 인간에게는 오래전부터 정신적으로 그 와 그녀 라는 구분이 있었던 것이다. 인간 사회는 오래전부터 평등 을 주장해왔고 현대사회에 들어 이제는 어느 정도 평등 이 뿌리내 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차별 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현대사회의 거울 중 하나인 TV 드라 마 에서 남자 셰프가 내 주방에 여자는 없다. 며 여성 요리사를 해고했다. 그는 남녀가 함께 애정 행각을 벌였는데도 여성만 해고했다. 그는 그 요리사를 능력이 부족해서 해고한 것이 아니라 여성 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당 해고를 한 위법자인 셈이다. 개인의 능력은 자신의 노력과 열정으로 일구 어 낼 수 있는 열매이다. 그 열매를 얻기 위한 노력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침해받아서는 절대로 84
고등부분 안 된다. 성( 性 )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흥미를 잘 살려 열매를 키울 수 있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 인 권리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 때문에 남의 마음에 불평등 이라는 단어를 새기게 한 적이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일 이다. 나는 미술 영재교육을 받고 있었는데 교육청에서 평가를 하기 위해 반별로 대표자를 선발할 일이 있었다. 담당 선생님께서 나에게 네가 혼자 남자니까 네가 대표하자. 라고 말씀하셨다. 며칠 후 평소처럼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4학년 누나가 대표돼서 좋겠다. 라고 말했다. 나는 위로를 한 다고 그림은 누나가 더 잘 그리는데 내가 남자라서 된 거야. 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누나는 그 래, 너 남자라서 좋겠다. 라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내 의지와는 상관이 없었고 나는 불평등을 의식하지 못했지만 그 누나가 느꼈을 불평등을 생각하면 아직도 미안한 마음이 남아있다. 2 아샤-로스 미기로 유엔 사무부총장은 한국은 여성을 불평등하게 대하는 사회적 관행이 뿌리 깊게 남아있다. 고 말하지만 이제는 여성들의 불평등만 사회의 이슈거리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 나는 남 자니까. 혹은 여자니까. 와 같은 편견에서 비롯된 불평등을 느끼기 싫어서 학교에서는 감성적인 나의 모습을 감출 때도 있다. 중학교 국어시간에 엄마와 아들 단 둘이 사는 이야기에 대해 수업을 받으며 맺혔던 눈물을 남몰래 닦은 기억은 잊을 수가 없다. 나는 풀빵엄마 가 말했던 제가 엄마잖아요. 엄 마니까 할 수 있어요. 라는 말을 되뇌며 엄마의 사랑을 곱씹으면서 눈물을 쏟아내기도 한다. 작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의 피에타상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딸이 되어보기 도 하고 영화 친정엄마 의 딸이 되어보기도 한다. 만일 이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했다면 남자가 뭐 그런 일에 우냐. 라며 웃어버렸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남자는 감성이 풍부하지 못하다. 새파랗게 맑은 하늘을 보아도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남자 전체에 적용 해서는 안 되는 문장이다. 남자 중에서도 누군가는 영화관에서 눈물을 흘릴 줄도 알고 회색빛 하늘 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기도 한다. 이런 사례 외에도 많은 남성은 여전히 일상생활 속에서 불평등을 겪고 있다. 만원버스나 엘리베 이터에서 여성과 남성이 몸을 부딪치게 되면 여성은 남성을 흘겨본다. 그러면 남성은 괜히 무안해 진다. 남성은 그렇게 하고 싶어서 그렇게 했을까. 여성인 혼자만 소중한 것이 아니다. 왜 공동체의 공간에서 남성이 피해의식을 갖도록 만드는가. 일부 여성들은 자신들만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여성의 남성을 무시하고 의심하는 태도는 고쳐야 한다. 그들은 남성보다 못난 것도 없지만 잘난 것도 없다. 나는 여자라서 행복해요. 라는 말은 자주 들어봤지만 남자라서 행복해요. 라는 말 은 들어본 적이 없다. 겉으로 보기에 현재 우리나라는 남성이기에 행복할 수 있는 사회이기 보다는 여성이기에 행복할 수 있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사회에는 여성만을 위한 다양한 제도와 서비스가 존재한다. 길을 가다보면 볼 수 있는 나이트클 85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럽 광고지에는 10시 이후 여성 손님에게 기본 안주+맥주 공짜 라고 되어 있다. 맛있는 음식을 소 개하는 TV 프로그램은 여성 단체 손님일 경우에는 반값 등의 혜택을 부여하는 가게가 많이 있음을 안내한다. 이 뿐만 아니라 한 대부업체 광고에서는 여성만을 위한 대출 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여성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면 업체가 시장에서 생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여성을 우대하는 마케팅 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남성을 위한 서비스 혜택이 없기 때문에 남성고객이 적은 것은 아닐 까. 남성전용 미용실 체인점은 차별화와 저비용을 통해 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여 남성 고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업체에서 여성만을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 남성을 위한 서 비스를 마련하여 쉽게 느낄 수 있는 남녀불평등을 해소시켜야 한다. 또 인기 있는 개그 프로그램에서 주장하듯이 남성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남성의 고민거리 를 상담해주고 남녀불평등에 대한 제안을 받는 상담소를 마련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현재 방영중 인 수상한 삼형제 라는 드라마에서는 남편이 퇴직 이야기를 하자 부인이 남자들은 밥숟가락 놓자마 자 바로 나가야 해. 라고 말한다. 남편은 생계를 책임지고 일을 했는데 퇴직을 하고 갈 곳이 없으 면 구박받는다. 이런 경우에도 상담소에서의 상담을 통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남성의 불평등 사례만 본다면 과거와 달리 여성의 영향력이 커져서 남성과 여성의 평등 은 균형을 이루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겉과는 달리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세계경제포럼에서 조사한 우리나라의 양성평등 지수는 134개국 중에서 115위로 최하위권이다. 따라서 개인은 물론 사 회 전체에서 남성과 여성이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며 평등점을 찾아가면서 남성과 여성의 불평등 사 례를 줄여나가야 한다. 지금도 사회 곳곳에서 양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찾을 수 있다. 교육청에서는 여자교사들 의 비율이 높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 남성교사를 추가로 채용해 성비를 조정하는 양성평등 채용 목표제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리고 통계청이 발표한 2009년 생활시간 조사 에 따르면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2004년보다는 6분이 늘어 42분이 된 것에 비해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5 분이 줄어 3시간 35분이라고 한다. 살림하는 남편 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어 가사분담의 생생한 사례를 소개하여 성역할 고정관념의 변화를 이끌어내어 일과 가정의 조화 라는 모델을 제시하였다. 실제 사례로 이루어진 다큐멘터리처럼 남녀평등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남녀평등과 관련된 자 료에는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흥미를 유발하고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져 있어야 한다. 한 방송 사에서 한국의 유산을 알리는 공익광고를 많이 펼치듯이 남녀평등에 관련된 공익광고를 만들어 한 번쯤 생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거부감을 가지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양성평 등에 대한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쇄물을 읽고 학생이 쓴 글을 국어 수행평가 점수에 반영한다 든지, 우수한 작품을 선정해 시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참여율이 너무 낮다면 자습시 간에 양성평등과 관련된 유인물을 읽게 하는 것이 좋은 시작이 될 것이다. 86
고등부분 3 저녁을 먹기 위해 옥상에서 내려왔는데 비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우산을 집어 들고 옥상으로 향했다. 나가자. 문을 여는 순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둡다.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비 소리가 경쾌하면서도 우울하다. 옥상 아래로 보이는 거리에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걸어간다. 비가 오면 남과 여는 없다. 아니, 있는데 구분할 수 없다. 그들은 모두 우산 속에 들어가 버리기 때문이 다. 때론 우산을 쓴 사람들의 모습이 갑갑해 보인다. 아, 우산. 내 손에는 아직도 우산이 쥐어져 있 다. 그렇다. 그것은 우산 때문이었다. 우산은 나 를 가리고 있다. 아니, 우리가 스스로를 감추고 있 었다. 우산을 던져버렸다. 모자이크 작품이 분해되듯이 내 몸은 흩어지기 시작한다. 배수관을 통해 비 는 밑으로 내려가고 다시 합쳐져 하늘로 올라간다. 그리고 다시 비가 내리고 다시 하늘로 올라간다. 그들은 항상 같은 모습으로 다가온다. 남녀가 같은 모습이었던 것처럼. 지금 우리는 같을 수는 없을 까. 우산 없이 당당하게 나 를 드러낼 수 있도록.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 를 존중할 수 있도록. 나는 이 비의 순환을 동경한다.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하나가 되는 비의 진정한 평등을 동경한 다. 나는 우산으로 나 를 가리는 겉보기 양성평등 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비가 오면 우산을 쓰 는 것이 평범한 것처럼 겉보기 양성평등은 그저 평범한 것이 되어버렸다. 비를 온몸으로 맞고 있는 지금 나는 행복하다. 아, 시야가 흐려진다. 아주 묘한 기분이 든다. 나에게서 비, 그 특유의 냄새가 난다. 87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4 치마 입는 남자 광주광역시교육청 광주수피아여자고등학교 고영경(3-2) 배이상헌. 어딘지 좀 낯선 느낌의 이름이라고 생각이 들지 모르겠다. 이 이름은 한 잡지의 칼럼 에 나온 좀 극성스러운 엄마의 아이 이름이다. 그 칼럼을 쓴 엄마는 어려서부터 왜 아버지 성만 따 라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달고 살았다고 한다. 어쩌면 누구나 한번쯤 했을 법한, 또는 전혀 의식 하지도 못한 생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한번쯤 했을 법한 또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하고 살 았던 그 엄마의 질문에 답을 정하고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아무래도 주위의 시선이나 그동안의 고정관념이 지배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엄마는 자신의 아이에게 자신과 남편의 성을 함께 물려주기로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만 주고 싶은 아이에게 남자와 여자가 공존하는 세상의 이치를 선물하고 싶다는 큰 뜻이 담긴 일이었다. 몇 년 전, 호주제가 폐지되고 어머니만의 성을 따를 수도 있어서, 아버지와 성이 다른 아이들도 적잖이 생겼다. 이젠 한 사람의 존재의 대표성을 갖는 이름의 성도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저 이름 몇 자 달라지는 것일까. 그건 분명 아닐 것이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았던 그동안 누적되어 온 모든 문화와 풍습 그리고 가치관을 뒤집은 사례인 것이다. 시대는 달라지고 있다. 아니, 이제야 저울의 양 어깨에 같은 무게의 추가 나란히 놓인 평등한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조선시대부터 우리나라는 유교를 숭상하게 되었다. 보다 남성 중심의 사고방식과 가부장제도로 조선의 여자들은 몸가짐 하나부터 사상의 표출까지 전부 제약 받아야 했으며 남성의 전유물로서 자 손을 생산해내는 도구적인 존재로 전락하게 되었다. 꼭 자신의 핏줄을 이어 받은 자손만이 가문의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었으므로 여자는 한 남자를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해야만 했다. 여자를 여럿 거느릴 수 있었던 남자들에 비해 여자는 자손을 남기지 않고 남편이 죽어도 이미 죽은 남편에게 귀 속된 존재로 평생을 청상으로 늙어가야만 했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여자들의 의견은 묵살되기 마련 이고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는 속담이 생기기도 했다. 여자는 다소곳해야 하고 행실이 발라 야 하며 다리를 꼬고 앉아야 하고 순종적이고 함부로 크게 웃어도 안 된다. 반대로 남자는 호탕해 야 하며 하는 일이 대범해야 하고 남자답게 꿈과 포부가 커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자는 살림이나 잘 하면 되고 남자는 나가서 큰일을 하는 일꾼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 88
고등부분 고 있는 현대에도 만연되어 있는 흔히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일이기도 하다. 최근에 겪은 일이다. 할머니 댁에서 제사를 지내기 위해 친척들이 모두 모였다. 어머니는 할머니 댁에 도착하자마자 일하기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큰어머니들이 일하고 있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반 면, 아버지는 느긋하게 큰 방으로 들어가 다른 큰아버지들과 함께 뉴스를 시청했다. 부엌에선 음식 을 하느라 부산스러운 소리와 지지고 볶는 냄새가 한창이었고 큰 방에선 느긋한 담소가 이어지고 있었다. 제사상이 차려졌다. 가족이 많은 만큼 제사상엔 음식이 거나했다. 집안의 남자들은 하나같 이 단정한 옷으로 갈아입고 제사 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여자들은 쉬지 못한 다리를 두드리거나 아픈 어깨를 주무르며 거실에 앉아 있었다. 자정 무렵 제사를 지내는데 집안의 남자들이 향을 지피 고 술을 따르고 절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집안의 어느 여자도 함께 절을 할 생각을 하지 않았 다. 딸인 나는 그 풍경이 이해되지 않았다. 애써서 음식한 사람 따로 있고 조상을 향해 절을 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니. 나는 일에 대한 대가를 얘기하고 싶은 게 아니다. 음식을 남자들이 해야 한다 는 말도 아니다. 단지, 어딘지 형평성에 어긋난 그림이 제삿날마다 그려지는 것 같아 언짢았다는 것 이다. 나는 그게 딱 꼬집어 어떤 이유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또 얼마 전 일이다. 대학생인 오빠는 수줍음이 많은 편이다. 사람들과 대화할 때 자꾸 얼굴이 빨 개지기도 하고 곱상한 인상 때문에 기집애 같다. 는 소리도 더러 듣는다. 오빠는 정적이어서 발라 드 음악을 좋아하고 유난히 꽃을 좋아해서 꽃이름도 줄줄 외웠다. 그런 오빠에 비해 나는 좀 성격 이 외향적이고 토론하는 것을 즐겨서 사람들과 종종 의견 마찰이 있었고 나서기를 좋아하다보니, 늘 실수가 많은 편이었다. 성격이 문제였다. 친척들은 우리 남매를 두고 비교하기를 좋아했다. 무턱대 고 사내자식이 그렇게 고와서 앞으로 처자식을 먹여 살리겠냐는 둥, 기집애가 되어서는 그렇게 경망 스러우면 다음에 소박을 맞을 거라는 둥, 듣기에 거북한 말들이 오고 갔지만 내가 아무리 성격 탓 이라고 우겨도 소용이 없었다. 이미 여자다운 것과 남자다운 것에 대한 잣대를 놓고 우리 남매는 저울질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남자답지 못한 오빠는 기집애 같다는 말로 비하했으며 여 자답지 못한 나는 선머슴 같다는 말로 비하한 것이다. 여자답다는 것과 남자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여자답다는 것의 핵심이 순종적이고 부드러운 이미 지라면 남자답다는 것은 그 반대의 의미인 것일까. 남자는 왜 여자다우면 안 되고 여자는 왜 남자 같으면 안 되는 것일까. 아니, 남자다운 것과 여자다운 것이 처음부터 존재하기는 한 것일까. 친척들과 헤어져서 돌아오는 길에 인류학을 전공한 오빠에게 들은 말이다. 파푸아뉴기니의 호숫 가 근처에 사는 챔블리족이라는 부족이 있다고 한다. 이 부족은 부계사회의 겉모습을 갖췄지만 내 부적으로는 모계사회의 성격을 띠고 있다. 여자들은 실생활에 경제적인 활동과 동적인 일을 하고 남자들은 몸치장을 하는 데 시간을 많이 보낸다고 한다. 구애의 행동도 우리와는 많이 다른데 주로 예쁘게 치장한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 부드럽고 연약한 표정과 말씨를 쓰며 자신을 선택해주기를 바란다고 한다. 참 곤란한 상황이다. 화장을 하고 귀에 꽃을 꽂은 남자들이라니. 여자 는 그런 남자들 중 하나를 골라서 사랑을 나눈다니. 나는 그 얘기를 듣고 정말 여자답고 남자다운 89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것은 없는 것인데 시대와 나라에 따라 잘못된 성의식이 남자와 여자를 영원히 분리시켜버린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챔블리족에 대한 사례를 살펴보면 결국 여자다운 것도 남자다운 것도 없을 뿐, 문화가 지배하고 있었다는 것이 되는 것이며 한 사람의 행동 양상은 성으로 결정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 선택적인 취향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덧붙이자면, 세상엔 부드러운 것을 좋아 하는 사람, 거친 것을 좋아하는 사람, 예쁘고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 큼지막하고 강인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 등 보다 다양한 취향과 성격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꽃을 좋아하는 남자 도 있을 것이고 야구를 좋아하는 여자도 있을 것이며 음식하기를 좋아하는 남자도 있고 다리를 꼭 붙이고 앉기 싫은 여자도 있는 것이다. 단지, 어떤 것이 더 나은가는 자신의 가치관으로 선택할 뿐 인 것이다. 그렇게 보면 세상의 이치란 얼마나 당연하고 이미 평범한 것인가. 결국, 양성평등이라는 말 자체도 의식의 변화가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인지 모른다. 누가 누구에게 속했거나, 누가 누구 밑에 귀속된다는 생각 자체도 성립되지 않을뿐더러, 가정으로 치자면 가장이라는 자리도 꼭 정해진 것이 아니어서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 가족을 책임지겠다고 하는 순간 성립하게 되는 자리가 되는 것이다. 제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일률적으로 누군가의 일방적인 입장 에서 시행되는 것보다는 간편하고 편리하게 서로 돕는다는 차원으로 제도를 개선하면 차별 받는 사 람도 없을 것이고 불만도 사라질 것이다. 내가 경험했던 제사 풍습을 예로 들자면, 음식을 돕고 싶 은 남자들도 부엌으로 들어가 팔을 걷어붙이고 아내를 도울 수 있으며 피곤한 아내는 남편에게 일 을 맡기고 쉴 수도 있으며 제사상에 함께 절을 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마음이 아닌가 말이다. 어쩌면 지극히 당연하게 생각하고 몸에 젖어 살았던 세상의 모든 것들을 상 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여자도 남자도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 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세상엔 편견들이 참 많은 것 같다. 하지만 편견을 편견인지 모르고 사는 세상이 더 무서운 것 같다. 스코틀랜드의 남자들의 민속 의상은 치마야. 남자들도 치마를 입는다구. 챔블리족 얘기에 곁들여 들려주던 오빠의 말은 그래서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오빠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곱상한 얼굴과 말씨의 오빠의 말을 들었다면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았을 것이다. 게이나 호머라는 말을 떠올리면서. 하지만 오빠는 정상적이고 건강한 남자다. 스코틀랜드 남자들이 입는 치 마를 스코틀랜드 여자들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시대는 달라졌다. 밥을 짓는 남편과 돈을 버는 아내도 생겨나고 있고 남자 요리사와 여자 복싱 선수도 있다. 화장하는 남자도 생기고 있고 꽃미남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단순한 힘의 우열을 놓고 남자와 여자를 가르기보다, 능력이나 능률 취향을 놓고 자리를 바꿀 뿐이다. 그러니 세상은 남자와 여자가 아닌, 수많은 성격의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둥근 곳인 것이다. 개개인의 개성과 인격을 존 중한다면 양성평등 문제뿐만 아니라, 장애우와 소수자들의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까. 자식에게 아버 지와 어머니의 성을 함께 물려주면서 고정관념을 버리고 세상을 더불어 살아가는 가치관을 함께 물 려준다면 그 보다 더 행복한 세상이 또 있을까. 그럼 치마를 즐겨 입는 남자가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날이 올지 또 아는가. 90
고등부분 5 우리 엄마에겐 조상이 없다!! 서울특별시교육청 청담고등학교 김성현(3-1) 지난 겨울에는 다른 해보다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다. 눈이 오면 지금도 생각나고 그리워지는 분이 계시는데 바로 외할머니다. 외할머니 고향은 호반의 도시 강원도 춘천이다. 외할머니를 찾아 뵌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면 외할머니가 돌아가신지 5년이 지났고, 살아생전 의 외할머니의 사랑과 보살핌을 독차지했던 나는 지금도 외할머니의 품이 그립다. 어릴 적에는 엄마와 함께 외가댁에 놀러가서 외사촌들이랑 동네에서 미역도 감고 숨바꼭질도 하 면서 즐겁게 놀았고, 멋모르고 남의 밭에 들어가 뛰어놀다가 이웃 주민의 한 해 수확을 망치는 등 적지 않은 사고를 친 적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도끼눈을 하고 나를 혼내주곤 하였는데, 외 할머니는 그 특유의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엄마를 말렸고 나는 외할머니 뒤에서 눈물을 닦으면서도 의기양양하게 엄마를 쳐다보곤 하였다. 어느 해인가 겨울에 외할머니를 찾았을 때, 외할머니께서는 많이 야위셨는데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외할머니께 동네 뒷산에 가서 눈썰매를 타자고 졸랐고, 외할머니는 힘드신 몸을 이끌고 나의 손 을 꼭 잡고 함께 산에 오르셔서 내가 눈썰매를 타는 모습을 힘드신 내색 없이 한없이 바라보셨다. 그리고 그 후론 외할머니를 뵌 적이 없다. 이제와 생각하니, 그 때 이미 외할머니는 중병을 앓으셨 고 그 해 겨울을 넘기시지 못하였던 것이다. 나에게는 또 한분의 할머니가 계시다. 바로 친할머니시다. 그런데 친할머니의 얼굴을 직접 뵌 적 도 단 한마디의 말도 나눈 적이 없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내가 세 살 되었을 때 돌아가 셨으니 내 기억에, 내 추억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고 단지 친할머니께서 나를 자주 안아주셨다는 말만 부모님께 전해 들었을 뿐이다. 따라서, 불행하게도 친할머니 하면 영정사진 속의 무표정한 얼굴만 떠오를 뿐 각별한 애정과 연 민은 솔직하게 말하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해마다 한 번씩은 무슨 일이 있어도 친할머니 를 찾아뵈러 간다. 아니 내 의지로 가는 것이 아니라, 아버님의 압력과 회유로 어쩔 수 없이 충청 도 부여의 큰집으로 해마다 간다. 벌써 15년이 지났다. 큰집에 가기 며칠 전부터 아버님은 온 가족에게 제사 날짜와 제사 참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 리 가문의 조상인 김해김씨의 시조인 김수로왕의 탄생설화부터 김유신, 김홍도 등 유명한 위인들에 91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대해 강의를 들어야 했고, 조상의 공덕에 대해 교육받아야 했다. 뿐만 아니라, 제사의 격식인 좌포 우혜, 홍동백서, 조율이시 등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아리송한 단어와 씨름을 하여야 했다. 따라서, 형과 나는 어릴 때부터 아버님의 주입식 반복 교육으로 인하여 다른 행사에참가하거나 제 사에 빠질 생각을 아예 하지도 못했고 역사속의 어르신들의 은덕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 왔다. 그러나 형과 나는 엄마에 비해 훨씬 조건이 좋았다. 제사 준비에 가장 고생하는 사람은 엄마다. 엄마는 돌아가신 큰어머니를 대신하여 큰 집에 가기 수일 전부터 아버님의 지휘와 잔소리 아래 제 사에 필요한 각종 나물, 과일, 고기, 생선 등을 준비하시느라 마트와 시장에 다녀오시길 수차례 반복하시고, 아버님의 체크리스트에 하나라도 빠진 것이 있는 경우에는 아버님의 불호령에 마치 죄 인이 된 듯한 심정과 모습으로 어찌할 바를 몰라 하신다. 그럴 때마다 어렸던 형과 나는 당연히 엄마가 잘못해서 혼이 나는 줄 알았지, 엄마의 어려움이나 고통에는 별다른 관심도, 어떤 이해도 없이 이를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해오던 어느 날, 엄마와 아버지가 다투는 현장을 목격하였다. 엄마는 친정엄마의 첫 제사이니 만큼 가족이 모두 제사에 참석하여야 한다고 말씀하셨고, 아버님은 바쁘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하였으며 형과 나도 공부해야 한다며 제사에 참석하는 것을 반대하셨다. 또한, 엄마에게는 외삼 촌이 알아서 제사를 모실 터이니, 출가외인 인 엄마는 제사에 참석을 안 해도 된다고 말씀하셨다. 엄마는 아버지께 울다시피 사정을 하였으나 아버지가 한번 내린 결정을 번복할 수는 없었다. 나는 외갓집에 가고 싶었다. 비록 돌아가셨지만 외할머니를 뵙고 싶었고 외할머니의 체취가 그리 웠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뿐이지 무서워서 아버지께는 입도 뻥끗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속으로는 왜 친할머니 제사에는 반드시 참석하라고 하시면서, 외할머니 제사에는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시는 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 이후로 몇 년이 또 지났건만, 그렇게도 외할머니의 따뜻한 정과 사랑을 흠뻑 받았건만, 나는 아직도 외할머니 제사에는 한 번도 참석 한 적이 없다. 해마다 명절과 제삿날이 다가오면 여전히 엄마는 바쁘다. 그러나 엄마의 조상이 아닌 아버지의 조상 때문에 바쁘다. 명절과 제사는 근본적으로 조상숭배의 의식에 있다. 우리나라는 가부장제를 채 택한 문화권으로 적장자가 가문을 계승하는, 즉 아버지에서 아들로 가문의 혈통이 이어지는 전통 속 에서 아직까지 살고 있다. 족보의 이름 속에는 남자만 있고 남자만 중요하다. 엄마에게도 부모님이 있지만, 우 리 김해 김 씨 족보에는 엄마의 부모님은 물론 엄마도 기재되어 있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엄마는 엄마 가 아니요, 며느리도 아니요, 단지 여자 일 뿐이다. 서로가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고 서로의 부족함 을 채워주는 결혼을 가부장적 남아선호사상에 영향력으로 힘없는 여성 일 뿐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 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그저 말없이 그 집안의 일꾼처럼 노동력만 제공하고 당신들의 조상들뿐만 아니라, 당신 들의 부모님의 제사에 조차 참석하지 못하고 온갖 음식 준비에 정신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사에 도 참석하지 못한다. 그저 정신없이 음식을 만들고 제사상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는 일꾼일 뿐이다. 또한, 정서적으로도 제사상에서 빠진 것이 없나 하는 걱정과 시어른들의 눈치만 살피는 존재감 없는 92
고등부분 존재일 뿐인 것이다. 올 겨울에도 역시 나는 외할머니를 찾아뵙지 못했다. 역시 엄마도 엄마의 엄마 제사에 참석하지 못하였다. 올 겨울 눈이 많이 내리던 어느 날 나는 엄마의 눈물과 한숨을 보았다. 엄마의 눈물과 한숨 속에서 엄마의 미래를 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남자로 태어났다. 아직까지는 적어도 먼 훗날 엄마의 제사를 지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현재이다. 나는 외할머니가 그립다. 나보다 엄마가 더욱 그리울 것이다. 이제 내년이면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대학생이 되고, 성인이 되며, 아버지와 대화할 수 있는 나이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아버지께 말씀 드려야겠다, 어머니께도 조상을 찾아 드리자고. 그리하여 우리 가족 모두 제사를 지내러 외가에 가려한다. 이것은 양성평등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결 국에 양성평등은 남녀의 차별을 해소하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인간으로서 본질적으로 해야 할 의무 에 관한 사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엄마의 손을 잡고 외할머니를 찾아뵙고, 그 몇 년이 지난 어느 날에는 나와 엄마, 그리 고 미래의 나의 반려자가 함께 외할머니를 찾아뵙는 날이면 하늘에서 외할머니가 온화한 미소를 지 으시며 기뻐하시리라 생각한다. 우리 인간은 남녀 모두가 하나같이 존엄한 존재로서 공통점을 갖는다. 남자, 여자로서가 아닌 서 로 존중받는 대상으로서 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양성차별 의식을 양성평등 가치로 변화시 킨다면 지구의 반을 차지한 여성, 내 엄마이고 누이이고 할머니이고 아내인 그들이 더 이상 여자이 기 때문에 안고 살아가야 하는 마음의 상처는 없을 것이다. 또한,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여성에 대해 역지사지하는 마음을 발휘함으로써 성 역할을 고정시키 는 사회에서 탈피하여 양성평등 사회로 나아간다면, 백범 김구선생님께서 그리도 원하셨던 사랑의 문화, 평화의 문화로 우리 스스로가 잘 살고 인류 전체가 즐겁게 살도록 하는 일 을 우리가 해 내어 세계에서 우리 민족이 가장 우수한 문화를 창조하는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확신한다. 93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6 남녀의 차이, 모르면 배워야 해요! 충북교육청 봉명고등학교 김원식(3-1) 남자, 여자 몰라요. 여자도 남자 몰라요. 모르면 배워야 해요! 요즘 케이블 TV tvn 채널에서 방송하는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 이라는 프로그램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이 프로그램으로 하여금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관심도 적고, 시장 도 작은 케이블 TV 채널에 방송되면서도 내로라하는 유명 MC들이 출연하는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 들과 인터넷 검색순위에서 어깨를 나란히 견줄 수 있게 만드는 것일까? 그 인기의 비결이 성우 서혜정씨의 건조하면서도 위트있는 내레이션이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지 만, 내가 생각하기에 이 프로그램의 진짜 알짜 는 단순히 웃기기만 한 것 같은 이 방송 안에 담겨 진, 제작자가 우리에게, 방송을 시청하는 이 시대의 남녀들에게 전하고 싶어 하는 메시지(message) 이다. 이 방송은 차별 이 아닌 차이 를 이야기한다. 같은 상황에서 남성과 여성의 감정과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 또 그 다른 생각이 말과 행동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심리학에 근거해서 적나라하게 들춰 낸다. 그렇지만 이 방송은 결코 차이 만을 이야기하고 끝나지 않는다. 남녀의 차이 를 이야기 한 후 에는 반드시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어떻게 이해하고 반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따라온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차별 이 없을 수 없는 것처럼 남녀탐구생활 에도 분명히 차별 은 등 장한다. 실적은 자신이 더 좋은데 승진에서는 남자 사원에게 밀려 억울해하는 여주인공의 모습 속 에서, 또 남자라는 이유로 연인과의 데이트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부담을 안고 연애하는 남자주인공 의 생각 속에서 우리는 현대사회와 우리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부당한 성 차별 을 발견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송에서 여주인공은 남자사원만 승진시키는 이 더러운 회사! 라고 불평만 하지 않 는다. 그녀는 비록 지금은 밀렸지만 꾸준히 노력하고 열심히 일 하다 보면 언젠간 나도 인정받을 날이 올 거야! 라고 생각하는 적극적인 여성이다. 94
고등부분 또 이 방송은 남자만 데이트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며 여성들의 이해와 배려로 극 복해야 하는 문제이다 라고 분명히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제작자가 이러한 방송을 통해 우리에게 이야기 하고 싶어 하는 것은 무엇일까? 첫 번 째는 남자, 여자 몰라요. 여자도 남자 몰라요! 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르면 배워야 한다! 는 것 이다. 남성과 여성은 의심의 여지없이 차이 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서로의 차이 를 이해하고 나아 가 그 이해를 바탕으로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할 때 그 차이 가 차별 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저마다 장단점을 지닌 농구선수들이 모여 서로를 이해하고 상대에게 자신을 맞추어 조 화를 이룰 때 역사에 남을 멋진 팀(TEAM)이 만들어지고, 반면에 다른 팀원들을 고려하지 않고 난 내 멋대로 할 거야 라고 고집하는 선수들로 구성된 팀은 실패한 팀으로 기록되는 것처럼 남자와 여 자가 하나님이 만들어주신 대로 서로 함께 살아 갈 수밖에 없는(TEAM) 존재이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자신의 노력과 부당한 차별을 이기려는 적극적인 의지로 사회와 우리의 마음에 자리 잡은 성 차별을 이겨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매 주 마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이라고 외치며 자신을 차별하는 부당한 사회를 불평하 는 한 개그맨의 모습을 보자. 비록 연기이긴 하지만 그의 모습은 항상 술에 취해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 찬 모습이다. 그의 모습에서 우리는 자신을 차별하는 부당한 사회에 맞서 싸우려는 적극적인 의지도, 자신이 1등이 되어보려는 필사적인 노력도 찾아 볼 수 없다. 역사서나 전래동화 등 아주 오래 전에 쓰인 책이나 이야기 들은 모두 남성들의 이야기 이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한 가지는 고대의 사회가 농경사회 였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농경사회는 힘 이 바로 능력 인 사회이다. 힘이 많이 드는 농사일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신체적인 능력이 떨어지는 여성보다 남성이 더 대접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농경사회, 산업사 회를 거쳐 정보화 사회 인 21세기를 살고 있다. 지금은 더 이상 그 누구도 힘이 곧 능력 이라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 정보화 사회는 힘보다는 지식이, 신체적인 능력보다는 정신적인 사고 능력이 더 존중받는 사회이다. 예전 농경사회에서는 열 심히 해도 안 되는 신체적인 차이 에 따라 부당하게 차별받을 수 있었을지 몰라도 지식(정보)이 능 력 인 현대 사회에서는 여성들이 더 이상 태어날 때부터 우리 여성이 남성보다 무능력하게 태어났 으니까 그거 감안해서 부디 차별하지 말아 줘 라고 이야기 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정보화 사회에 서는 여성이 결코 남성보다 능력 이 모자라지 않다는 것이다. 남녀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실행된 많은 연구와 실험들이, 또 지금 우리 학교 남녀학생들의 성적이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지금은 여성들이 가진 그 능력으로 남성들과 공평하게 경쟁해서 쟁취해야 될 때 이다. 물론 아 95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직까진 우리 사회에 남성 우월주의의 잔재가 남아있을 지 모르지만, 합리성을 중요시하는 서양적 가 치관이 우리 사회에 점점 더 깊숙이 흡수됨에 따라 머지않아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능력 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하는 부당한 성 차별은 사라질 것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남성 우월주의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던 우리나라도 꾸준한 사회적 노력으로 제도적으로는 양성평등사회 실현을 위한 준비가 거의 완성 단계에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여성과 남 성이 선의의 경쟁 상대로서 뿐만 아니라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동반자로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 여 제도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 을 만들어 가는 것뿐이다. 오늘 날 남성의 군복무와 여성의 임신을 비교하면서 개그콘서트 보다 더 웃긴 코메디(Comedy)를 찍고 있는 어리석은 현대인들을 위해 오늘도 서혜정 성우는 이야기한다. 남자, 여자 몰라요. 여자도 남자 몰라요. 모르면 배워야 해요! 96
고등부분 7 함께 가는 길 전라북도교육청 전북외국어고등학교 김세원(3-1) 저녁식탁에 앉으면 이상한 기분이 든다. 아빠가 일 때문에 함께하지 못하는 오늘 같은 날, 엄마, 나 그리고 남동생이 앉아있는 식탁의 자리배치 순서가 난 항상 언짢다. TV가 정면으로 보이는 제일 좋은 자리에 남동생. 그리고 TV를 옆으로 살짝 틀어 앉아 봐야하는 자리에 엄마와 내가 마주보고 앉는다. 뭔가 이상하다. 왜 그 자리는 항상 남동생 자리가 되어버린 걸까. 하지만 이건 오래 전부터 계속되어 온 것이기 때문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걸 보면, 꽤나 평등하고 자유롭다고 느꼈던 우리 가족도 남성 우대 같은 옛 잔해가 조금 남아 있진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친척들이 모였을 때도 마찬가지다. 엄마, 이모, 외숙모들이 식사를 준비하면 나와 사촌언니들이 그걸 나르고, 식사는 시작이 된다. 사람 수가 많아 자연스럽게 엄마, 이모, 외숙모와 할아버지, 삼촌, 남동생 등 두 팀으로 자리가 이루어진다. 옛날처럼 남녀가 함께 먹지 못 하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옛날로 되돌아가는 듯 한 이상한 기분이 든다. 더욱 더 이상한 건, 가족 모두 그것을 당연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어른들은 그렇다 치고 아이들까지 모두 다. 유교적인 이상, 가치관이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던 옛날과는 달리 요즘 우리나라의 모습은 세계 화를 거치며 점점 서구화되어가고 있다. 즉, 유교적인 관습이나 예절들이 조금씩 밀려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 중 동양과 서양의 상반되는 양상을 띄는 가치들 중 하나가 바로 양성평등에 관 한 것이다. 유교적인 문화에서 중시되던 가부장적, 남성 우대적 가치와는 달리 서양에서는 우리보다 빨리 양성평등이 주장되어왔고 현재까지 이어져 오늘날에는 많은 인정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그렇게 서구화 되던 중에 이러한 인식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현재에는 여성들이 사회에서 중요한 영 향력을 행사하는 등 남성과 대등한 지위를 누리고 있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그에 따라 양성평등의 중요성이 환기되어져 왔고 현재에는 사람들의 긍정적 인식도 얻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런 건 사회 에 진출한 지적인 직업여성들에게 좀 더 가까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에서만 보더라 도 아직까지는 남성우대적인 모습을 더 쉽게 접할 수 있으며, 우리들 또한 그런 것에 익숙하다. 최근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인기를 얻고 있는 프로그램 롤러코스터 남녀탐구생활 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여자는 비교적 남성에게 의존하는 의존적 여성상으로 그려지는 한편, 남성들은 그러한 여성들보다 능력 면에서 앞서나가게 그려지고 있다. 많은 드라마에서도 집안에서 남자들이 97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못을 박는다던가, 짐을 옮긴다던가 하는 모습들을 많이 그려내고 있다. 그 때문에 우리는 무의식적 으로 성역할을 기존의 것으로 고정시키게 된다. 즉, 이러한 것으로 볼 때 현재까지 양성평등이 잘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인식의 문제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학교나 사회에서는 연일 양성평등을 교 육하고 일깨우려 하지만 정작 우리는 예로부터 생활 속 깊숙이 내려오는 기존의 성역할을 새롭게 자각하지 못 하고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양성평등을 진정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먼저 양성평등이 가지는 의미와 의의 등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 양성평등을 잘못 오인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은데, 이는 기존의 성역할에 비교해서 그 걸 바탕으로 양성평등을 인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가정에서 남자가 무거운 짐을 들고 여자는 설거지를 했으니 양성평등을 실천하려면 이를 번갈아 가며 해야한다 라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하 지만 이렇게 인식하는 것은 흔히 나오는 군복무 문제와 같은 논리가 될 수 있다. 남녀의 역할분담 에 대해, 양성평등이니 모두 동등하게 해야 한다 라는 논리가 되면 사회적인 비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남녀의 역할분담은 대체적인 남녀의 신체적 특성으로 인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비교적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모든 남녀가 서로의 역할을 동 등하게 실행한다면 비효율성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보다는, 개인의 의견을 좀 더 존중하는 것도 양성평등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 한다. 남녀를 극과 극으로 대립시키려는 기존의 인식과는 달리 그러한 것을 넘어서서 개인의 자유 의사를 존중하고 개인의 고유한 가치를 인정하는 게 양성평등의 시작이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가 정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자신의 성으로 인해 차별과 불평등을 겪는다. 자신의 한계가 성 으로 규정되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인식을 배제하고 각 개인의 능력과 이상을 좀 더 배려해 준다면 그것이 진정으로 양성평등을 실현하는 바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암묵적으로 체육부장이 되는 남자아이들 보다, 체육에 뛰어난 능력을 가진 여자아이가 체육부장이 된다던지 하 는 일들은 모두 각 개인의 성보다는 능력을 인정해 평등이 실현된 예라고 할 수 있다. 가정에서도 집안일 분담을 할 때, 요리를 잘 하는 아빠가 식사를 맡는다던지 하는 예도 있을 수 있다. 양성평등에 대해 보다 넓은 인식의 확대를 위해서는 가정에서 먼저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정이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며, 영향력을 많이 주기 때문이다. 각 가족구성원들의 능력을 인정하고 그것에 따라 행동하고 서로를 존중할 때 보다 넓은 가능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98
고등부분 8 완벽한 분자 만들기 - 두 원자가 이루어가는 평등한 세상 - 경상북도교육청 성주여자고등학교 김상아(2-4) 물은 두 개의 수소원자와 한 개의 산소원자로 구성된다. 한 개의 전자를 잃는 수소 원자와 두 개 의 전자를 가지는 산소원자가 2대 1로 만나야지만 서로의 전자를 공유하여 제대로 된 물이 나올 수 있다. 이렇듯 세상은 요구되는 완벽한 비율이 이루어 질 때에 구성될 수 있다. 우리들도 그렇다. 남 자와 여자가 차별되지 않고 동등하게 이루어질 때, 그때서야 비로소 안정된 사회를 만들 수가 있다. 우연찮게 텔레비전을 보다 방금 아기를 출산한 며느리를 혼내는 시어머니를 보았다. 이유는 딸을 낳아서였다. 1년 간 애지중지 뱃속에서 키웠던 아기를 내려다보는 며느리의 시선 속에는 안타까움과 눈물이 깃들어있었다. 과연 시어머니의 행동은 올바른 것인가. 더 크게 확장시켜 앞으로 자라날 아이 들이 보는 방송에서 남아선호사상이 드러나는 내용을 주제로 방영하는 대중매체 또한 올바른 것인가. 얼마 전 일이다. 수업 도중 앞으로의 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선생님께서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이니? 하고 급우에게 물었던 적이 있는데, 그 중 한 급우가 의사 남편 만나는 게 꿈이에요! 라 고 말해 반을 떠들썩하게 한 적이 있다. 어느 새, 기성세대가 아닌 미래를 이끌어 나갈 우리에게도 남존여비사상이 심어졌나 보다.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인습이 그대로 담긴 급우의 대답보다도 더 욱 더 놀란 것은 의사 남편 만나고 싶으면 예뻐져야겠구나. 라고 말하시는 선생님의 태도였다. 과 연 선생님의 행동은 올바른 것인가. 그렇다. 대한민국 사회 속 양성평등이란 그저 겉으로 포장된 포장지에 불과하다. 전체에게 물어 보면 양성평등은 실현되어야 한다 하지만 실상 개개인의 속사정은 다르다. 남자가 소위 말하는 여 성스러운 행동 을 한다거나 여자가 남성스러운 행동 을 하면 사회는 그것을 이상하게 바라보고 부모 님들은 아이들의 행동을 고치기 위해서 남자는 칼! 여자는 인형! 을 외치며 훈계한다. 정작 사회가 일꾼을 뽑을 때나, 부모님들이 집안일을 분담할 때에는 양성평등을 외치면서 말이다. 평범한 여성이 멋진 남성을 만나게 되어 성공한다는 신데렐라형의 드라마, 남아선호사상이 깃들 어 있는 상황을 방영하는 대중매체, 학생에게 양성평등에 대해 제대로 된 가치관을 성립해주지 못하 는 교육자들. 양성평등에 대해 올바른 사고방식을 가르쳐 주어야 할 주역들이 오히려 역방향을 일 99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으키는, 이러한 사회 환경은 여전히 우리를 양성평등이라는 이상 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우선적으로 양성평등이 이루어지려면 개개인이 조선시대부터 타성처럼 이어져온 편견과 고정관념 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허나, 성 의 반하는 행동 에 대해 사회가 바라보는 인식이 변하지 않는다 면 설사, 개인이 변한다 하더라도 양성평등은 영원한 이상 일 뿐이다. 우리 어머니는 자장면 배달부이시다. 주야로 덜덜거리는 오토바이를 타며 바람이 너무 세 오토바 이가 넘어질 것 같아도, 비나 눈 때문에 오토바이가 미끄러질 것 같아도 어머니는 언제나 씩씩한 얼굴을 하시고 모든 것을 이겨내셨다. 여름엔 피부가 타서 벗겨졌고 겨울엔 발이 동상으로 성할 날 이 없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남자들도 하기 어렵다는 배달을 2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이나 해내시며 꿋꿋이 모든 것을 이겨내셨다. 언젠가 어머니, 배달은 남자들도 힘들다는데 어머니는 힘들지 않으 세요? 라고 여쭈어 본 적이 있다. 어머니께서는 20년간 해오면서 힘들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면 거 짓말이겠지. 하지만 배달은 엄마의 소중한 일이야. 배달이 힘들어도 남자만 하라는 법은 없어. 엄마 는 이 동네에서 제일가는 배달부인걸? 이라고 답하셨다. 어머니의 환한 미소가 담긴 답변 속에는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할 당당함이 가득 들어 있었다. 일을 하시는 어머니를 도와 묵묵하신 아버지 또한 일을 하심에도 불구하고 집안일을 나누어 설거지를 하시고 빨래를 하셨다. 똑같이 일을 하시고 똑 같이 가정을 분담하시는 부모님 덕에 집안은 언제나 활기차다. 남자와 여자는 분명히 다르다. 남성에게, 여성에게 각각의 유리한 이점들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 다. 하지만 서로가 못할 것은 없다. 우리 어머니처럼, 우리 아버지처럼. 여자가 배달을 못 할 이유 도 없고, 남자가 설거지를 못 할 이유도 없다. 여자가 정치에 대해 모를 이유도 없고, 남자가 요리 에 대해 모를 이유도 없다. 여자가 대범할 수도 있고, 남자가 소심할 수도 있다. 우리들은, 대중매 체는, 사회는, 대한민국은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고 성별에 따라 능력을 구별할 것이 아니라 한 사 람, 한 사람이 가지는 개성과 능력을 진정으로 편견에서 벗어나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양성평등은 남성의 권위에 여성이 침범하여 남성의 권위를 줄이는 것이 아니다. 서로만의 영역이 었던 곳에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내딛으며 서로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 여성과 남성이 삶의 모든 영역에서 동등한 참여를 보장받고 동등한 지위와 인격으로 동등한 권리와 이익을 향유하는 것. 이 것이 바로 양성평등 이다. 세상은 변한다. 눈 깜짝 할 새에 새싹이 돋고 억수가 내리며 낙엽이 떨어지고 눈이 내린다. 사람 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앞으로의 경제, 정치, 입시 등 당장 앞에 놓여있는 기회만을 잡으려 급급하 다. 하지만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오히려 너무나 중요해서 보 이지 않는 사람 이 있다. 사람이 있어야 사회가 만들어지고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세상을 이루는 가 장 큰, 동등한 개수의 전자를 가진 원자와 전자를 잃은 원자인 남자와 여자. 이 두 원자가 서로를 공유하지 않는다면 세상 이라는 분자는 절대 만들어질 수가 없다. 나는 원한다. 두 원자가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를 이해하여 동등하게 공유를 했을 때에만 생겨나 는 양성평등 이 우리에게 있어 바랄 수밖에 없는 이상 이 아니라 소리 없이 만들어져 어느 샌가 우 리 옆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 물처럼 되기를. 100
고등부분 9 인식의 힘 -넘어지지 않는 법- 울산광역시교육청 학성고등학교 이동욱(2-6) 인적이 드문 어느 흙길, 그 길을 걸어가다 유독 솟아난 돌부리에 다리가 걸려 넘어졌습니다. 그 렇다면 우리가 탓해야 하는 건 유독 솟은 그 모난 돌입니까 아니면 그 솟은 돌만을 남겨둔 평평한 땅입니까? 일상 속에서, 흔치 않지만도 우리는 가끔씩 남녀차별, 혹은 평등에 대한 논쟁을 보기도 하며 직 접 참여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지까지의 이러한 논쟁은 여타 다른 회의, 혹은 토론처럼 어떠한 긍정 적인 합의나 대안을 제시할 수 있었을까? 대안을 제시하였다면 그것으로 인해 바뀐 점은 무엇일까? 현대에 들어 상대적으로 자주 나타나게 된 남성과 여성의 차별 에 대한 논쟁은 결국 그것이 진 행되면 될수록 감정적인 논쟁에 지나지 않게 되어 이젠 아무 생산적인 결론도 합의도 만들 수 없게 되었다. 중성이 아닌 한 어느 누구라도 남성과 여성이라는 한쪽 편에 서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일지 도 모르지만 논쟁은 결국 서로에 대한 불신과 피해의식으로 인해 긍정적인 어떠한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였다. 그런데 이러히 다양하게 나타나고 첨예한 남녀차별에 대한 논쟁 중 놀라운 점은 이러한 차별에 불만이 있는 것은 여성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적인 인식으로 남성과 여성에 대해선 언제나 남성의 우월이 강조되었는데도 남성 또한 남녀차별의 문제에 불만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 은 그 차별에서의 승리자 인데도 말이다. 나는 그것의 이유가 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역차별 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여지까지 차별 에 대처했던 자세는 어떤 것이었을까. 굳이 필요하지 않은 부분에 살을 덧붙이고, 필요한 부분을 억 지로 잘라내었던 것을 아닐까? 한 예로서 이젠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게 된 남녀의 신체적 차이를 더욱 강조하여, 여자는 약하고 남자는 강하다. 라는 인식을 통해 남녀 모두에게 그에 맞는, 어떤 이에겐 인권침해 적일 수 있는 행위를 이 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남성위주의 전쟁, 101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농사 모두 현대에 들어선 그 비중이 크게 줄어들었음에도, 현재까지 이어져온 구시대의 인식에 불필 요한 편견을 덧붙였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역차별은 결국 양자 모두의 불만을 가져오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 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역차별은 그 결과, 남성우월주의에 이어 최근 여성우월주의가 또 다른 사회적 논란이 되도록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 우리는 남자와 여자사이에서 공통점을 찾기보단 차이점을 찾는데 급급하였고, 둘 사이 의 차별은 차이를 낯설게 봄으로써 극단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그 차별이 꼭 한쪽 방향으로, 일방 적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남성우월주의에 이어 여성우월주의가 이미 이 시대를 지배하고 하고 있으며, 이젠 남성의 인권을 보다 신장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여성우월주의 가 이 사회에 뿌리내리려고 하는 데에 비판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는 이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착각해선 안 되는 것은 최근 여성우월주의의 단면이 이 사회에서 왕왕 보여 진다 해도 그것이 곧 남성과 여성의 관계가 완전히 역전된 것이라 말할 순 없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여성우월주의에 민감하게, 비판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그것이 우리에게 생활 이 아니며, 오히 려 하나의 현상 일 뿐이라고 반증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이 사회에서의 남성우월주의는 평평한 땅 이고, 여성우월주의는 그 한가운데 난 뾰족한 돌부리 인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땅에 나타난 뾰 족한 그 돌부리를 인식하게 하는 건 그 돌부리 자체가 아니라 그 돌부리를 제외한 나머지의 모든 평평한, 그리고 넓은 땅에 있다는 점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의 시각은, 우리의 기준은 그 넓고 평탄한 땅에 있기에 솟아오른 그 돌부리 에 민감하게, 또한 비판적으로 반응한다. 그리고 그것은 이러한 여성우월주의에 대한 논란이 곧 남 성우월주의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일상적인 평범한 생활 이었고 여성우월주의는 기존의 생활 에 반대 한, 하나의 현상이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현상 은 그것의 지속여부를 떠나 단편적인 모습이고 적어 도 아직까진 이 생활 을 대체하진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바로 이러한 현상 으로 남성과 여성의 관계 가 뒤바뀌었다고 말할 수 없는 근거인 것이다. 아직 일반적인 우리사회에서의 인식은 남성은 우월 하며 여성은 열등하다 에 가까이 머물러있다. 분명 옳지 못한 상황이라 해도, 아직은 이것을 부정할 순 없다. 위의 비유처럼 여성의 권리와 힘이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눈에 띄지 않게, 혹은 너무나도 당연하 게 우리의 생각과 의식이 성에 대한 편견에서 부터 비롯되었음을 보여준다. 남성에 대한 우월주의 가 하나의 사건 이 되지 않는 것은 그 땅의 높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이에 있 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생활에 깊숙이 파고들어 우리의 의식에 너무나도 광범위하게 쌓인 이 편 견은 그 넓이만큼이나 해결하기, 개선하기 힘들 것이다. 더 이상 우리는 여성에 대한 차별, 남성에 대한 차별의 예를 드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게 되었 다. 일상에서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졌던 많은 행동과 생각에는 다분히 남성과 여성에 대한 차별 적인 인식이 담겨있고 또한 우리는 그 차별이 잘못된 것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도 자신의 생 각이 남녀 차별적인 생각이라고 잘 알아차리지도 못하며, 알게 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일반적인 인식 102
고등부분 이라고 자신을 위안하면서, 생각을 바꾸려고 크게 노력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알면서도 그것을 제대 로 바라보지 못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남성과 여성의 진정한 평등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과거의, 차이를 차별의 근거로 바라 보았던 관점에 반대한, 차이에 대한 새롭지만도 정확한 인식 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인식은 곧 차이를 낯설게 보지 않는 것 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물론 그렇다고 이 새로운 인식이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예를 든다면 일상의 가정생활 속에서, 한 사내아이가 소꿉놀이를 하거나 인형을 가지고 놀 때, 그것을 억지로 말리지도, 특이하다는 듯이 보지 않고, 일상인양 바라 볼 수 있는 그 시각, 남자의 울음에 혀를 끌끌 차지 않는 그 시선, 모두,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편견을 낯설지 않게 바라보는 새로운 인식인 것이다. 이렇듯 우리에게 필요한 새로운 인식은 차이를 낯설게 보지 않는 것에서 출발해야한다. 차이를 낯설게 보는 순간, 그 차이는 본래의 차이보다 한없이 커져서 결국 평등조차 낯설게 볼 수 있기 때 문이다. 더 이상 차이를 차별의 근거로서 바라보지 않고 또한 낯선 차이 로도 바라보지 않는 것. 낯 선 것은 언제나 인간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으나 우리는 차이를 두려워해선 안 되기에, 우리는 곧은 시선으로 차이를 직시해야한다. 돌부리에 넘어졌다면 사실 그 잘못은 튀어나온 그 돌부리에 있는 것도 아니며, 그 땅만을 남겨둔 평평한 땅에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우리는 잘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지만, 잘못은, 넘어진 것 대 한 잘못은, 어느 다른 것에 있지 않고, 바로 그것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 우리,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우리들의 인식과 자세에 있는 것이다. 아직 우리는 차이를 바라보는 데에 익숙하지 못하기에 여러 번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지도 모른 다. 넘어지고 넘어져, 그 아픔을, 그 차별의 아픔을 우리가 진정 느끼게 될 때, 그때야 말로 우리는 어떤 장애물에도 넘어지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러기 위해, 넘어지지 않기 위해 우리가 먼저 낯설게 바라보아야 할 것은 차이 그 자체가 아니라, 차이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인식이 아닐까? 103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10 양성 이 아니고 인간성 이다. 강원교육청 춘천고등학교 유호찬(1-5)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남성성을 강요하고 계발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잘못된 남성성으로 인해 남자와 여자가 모두 상처를 받고 있다. 이제 이것을 치유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양성평등 이란 자신만이 가지는 인간성 의 아름다움과 자긍심 을 기르는 것이다. 여성성 과 남성성 을 구분한다면 또 다른 양성 불평등 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남자이기 때문에, 여자이기 때문이 아니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그대로 드러내고도 자유로울 수 있고 존중받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양성평등 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옛 이야기 속에 나타 난 인물들의 모습에서 현재 우리를 들여다보려고 한다. <심청전>에는 아버지의 어리석은 선택으로 인해 희생당하는 어린 딸이 나온다. 아버지는 왜 그 런 무책임한 결정을 할 만큼 심리적으로 약한 것일까? <장화홍련전>에서도 자신의 딸이 계모에게 온갖 구박을 당하고 목숨까지 잃었는데도 뒷짐 지고 서 있는 아버지가 나오고 있다. 우리 옛이야기 에는 어머니를 위해 희생하는 아들의 이야기는 드문데 반해, 아버지를 위해 희생하는 딸의 이야기가 지나치게 많은 것 같다. 소극적인 여자 아이가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강요하는 가치를 수동적으 로 따르기가 아들보다는 쉬웠을 것이다. 대다수의 여성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말하려고 할 때 나 만 아는 이기적인 사람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한 태도에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그러면 심청이 공양미 삼백 석을 절에 바치기 위해 인당수에 빠져 죽는 것이 과연 효도라고 할 수 있을까? 현명한 효녀라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고 아버지의 무지를 깨우쳐야 했을 것이다. 아버지 사회에서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왜곡된 억압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딸은 그렇게 죽 었지만 심봉사는 바로 눈을 뜨지 못한다. 결국 풍요로움과 넉넉함이 있는 잔치에서 심봉사 뿐만 아 니라 모든 봉사들이 눈을 뜨게 된다. 영화 서편제 에서도 아버지 유봉이 명창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딸 송화의 눈을 멀게 한다. 아들 동호는 그런 삶을 거부하고 떠난다. 그런데 여기서 가부장제 사회 에서 심봉사와 유봉과 같은 남성의 내면에 있는 여성성 또한 상처를 받는다는 것이다. 한쪽의 가치 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인간은 고통을 겪게 된다. 여성성이든, 남성성이든, 그것의 진정한 힘과 아름다움을 감추고 어느 하나가 우위인 것처럼 여기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심리학적으로 인간은 누구나 양성이라고 한다. 상황에 따라서 남성성이 드러날 수도 있고 여성성이 104
고등부분 발휘되어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남성성의 우세를 강요하여 개인의 심리가 남성성의 원리에 길들여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들은 여성성에 상처를 입고 있다. 남성성에만 가치를 두고 보상하는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성의 원리를 수용하고 모방하며 살 수 밖에 없다. 자기 안의 여성성의 진정한 힘과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 내면에서 나오는 스스로의 힘과 자부심이 아니라 사회, 문화 속에서 그려낸 여성의 모델을 따라가려는 여성의 모습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신이 살아있다는 느낌이나 감정으로부터 멀어지고 삶의 의미를 잃어갈 수 있는 것이다. 조선 후기 17세기에 나온 고전소설 <최척전>에 나타난 인물들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이 소설을 거듭 읽는 동안 신선하게 다가온 것은 고단한 삶을 이겨나가려는 옥영 이라는 여성의 당차고도 능동적인 행동들과 그녀의 흔들림 없는 의지였다. 그 당시에 있을 법한 평범한 여성을 영웅으로 느끼게 할 정도로 대단하게 보였다. 전쟁 후 어려운 시대를 이렇게 열심히 살았던 여성이 실제로 존재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오로지 순종만이 미덕이었던 그 시기에 감히 죽음 앞에 도전하는 옥영의 두둑한 배짱과 행동을 통해 마음이 뿌듯해짐을 느꼈다. 옥영 은 최척 에 비해 다혈질이고 더욱 용감하다고 할 수 있겠다. 옥영은 대담하게도 사랑의 마음을 담은 쪽지를 최척에게 전했으며, 어머니의 반대에도 최척과 혼인을 하기 위해 자살을 결행한 용기를 보였 다. 특히 최척을 찾아 나서는 장면에서 옥영은 강단뿐만 아니라 주도면밀한 추진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그려진다. 주어진 대로, 시키는 대로 살지 않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계획하고 꾸려나가는 능력에 있어서 옥영은 현대 여성 못지않다. 그렇지만 옥영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결함도 갖고 있다. 자기 뜻이 관철되지 않을 때 옥영의 용기는 과격함과 무모함으로 변한다. 최척과의 혼인이 위태로워졌을 때 자살 시도를 한 것도 그렇고, 최척이 명나라 병사로 전쟁터에 나갈 때에는 떠나는 남편 앞에서 죽으려 한다. 최척과 옥영은 정말 천생연분의 부부라는 생각이 든다. 이몽룡과 성춘향처럼 둘 다 재자가인 이라면 보기 좋고 완벽한 한 쌍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매우 드물 것이다. 자기 눈에 안경 을 가지고 짝을 발견하는데 이럴 때 상대를 더욱 아름답고 멋지게 만들어 주는 것은 자기에게 없는 면모이다. 진중하 고 사려 깊으나 결단력이 부족하며 쉽게 나약해지는 최척의 눈에는 당시 사회의 눈으로 봤을 때 어쩌면 한 성깔하는 옥영의 자신의 의사를 당당히 말하는 모습이 용기로 보이고, 일을 추진하는 주도면밀함이 무엇보다 아름답게 여겨졌을 것이다. 한편, 옥영에게는 최척의 별 대책 없는 느긋함도 사려 깊은 진중함으 로 느껴지고, 생활력이 강하지 못한 점도 선비의 도리라고 멋지게 보였을 것이다. 이처럼 서로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 주며 삶의 역경을 함께 극복해가는 부부의 모습은 배우자 선택이나 부부 생활에 있어서 본보기가 될 것이다. 마치 두 사람이 우리 부모님을 많이 닮은 듯해서 웃음이 나왔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주체적인 모습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양성평등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성 에서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은 과연 무엇일까? 두 이야기를 통해서 찾아보고 싶었다. 우리 의 옛 이야기 속에서 인간성의 재발견 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우리의 전통적인 인간 성은 남녀의 역할을 엄격하게 구분하여 굴레를 씌워 힘들게 살아가는 삶이 아니었다. 고전소설에 나타난 인물들을 통해 창조적으로 계승하여 발전할 수 있는, 양성 이 아닌, 그저 자유롭고 행복한, 인간성 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105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11 여성과 남성, 공생관계를 맺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중앙여자고등학교 현승연(2-3) 얼마 전, 나는 좋은 시를 추천해달라는 친구의 부탁을 받은 일이 있었다. 평소 알고 있는 시가 많이 없던 나는 친구에게 추천도 하고 오랜만에 시도 읽어볼 요량으로 인터넷으로 시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인터넷 속 수많은 시들 중 나의 눈길을 멈추게 한 시가 있었다. 명령하는 남자, 순종하는 여자라고 세상이 가르쳐 준 대로 아내를 야금야금 갉아먹으면서 나는 성실한 모범 근로자였었다 노조를 만들면서 저들의 칭찬과 모범표창이 고양이 꼬리에 매단 방울소리임을, 근로자를 가족처럼 사랑하는 보살핌이 허울 좋은 솜사탕임을 똑똑히 깨달았다 편리한 이론과 절대적 권위와 상식으로 포장된 몸서리쳐지는 이윤추구처럼 나 역시 아내를 착취하고 가정의 독재자가 되었었다 투쟁이 깊어갈수록 실천 속에서 나는 저들의 찌꺼기를 배설해낸다 노동자는 이윤 낳는 기계가 아닌 것처럼 아내는 나의 몸종이 아니고 106
고등부분 평등하게 사랑하는 친구이며 부부라는 것을 우리의 모든 관계는 신뢰와 존중과 민주주의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잔업 끝내고 돌아올 아내를 기다리며 이불 호청을 꿰매면서 아픈 각성의 바늘을 찌른다 위 글은 박노해 시인의 이불을 꿰매면서 란 시의 일부분이다. 언뜻 보기엔 다른 시와 별반 다 를게 없어 보이는 이 시가 내게 그토록 강한 인상을 준 이유는 간단하다. 그건 바로 우리가 오랫동 안 그토록 갈망해 오던 양성평등. 이 어렵고도 쉬운 글자의 진정한 의미를 이 시 속에서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가 신뢰하고 존중하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 이것은 어쩌면 이제껏 우리가 찾아 헤메던 양성평등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산업혁명 이후 사회와 정치에 대한 개인의 인식이 성장하면서, 자신의 권리를 되찾으려는 노력과 함께 양성평등의 문제도 대두되었다. 그에 따라 여성들은 남성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억압받아왔던 그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열심히 대항했고 그 결과, 현대 사회로 오면서 성차별 이란 색안경은 조 금씩 희미해져 왔다. 실제로 요즘은 여군, 남자 간호사 등 성역할의 구분 없이 자신의 능력을 마음 껏 펼쳐 보이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고 해서 오랜 관습과 문화적 토양 속에 뿌리박힌 의식들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아직도 여성과 남성을 구분 지으며 남자는 자고로 힘이 세야지. 여자는 다소곳한 면이 있어야지 하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보면 아직도 양성평등을 실현하기가 힘들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기본적으로 성차별은 남성과 여성의 차이 에서 시작된다. 남성과 여성의 신체 구조와 성향이 다 르기 때문에 남녀의 역할을 구분하게 되었고 그 결과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힘이 센 남성의 역할이 중요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짚고 가야할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남성과 여성이 조금 다를 뿐이며, 그 차이를 빌미로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르다는 것이 차별의 이유가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성별로써 개인의 능력을 지레짐작하고 평가하려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이 더 이상 세습되 지 말아야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양성의 동등한 권한과 좀 더 나은 변화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먼저 우리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어쩌면 사람들은 말로는 양성평등, 성차별 없는 사회 라 외치면서 정작 자신들이 성차별을 만들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누구도 남성과 여성의 가치를 구분 지은 적은 없다. 태어나서는 똑같이 소중한 생명이며 자라서는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똑같은 인격체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남성에게는 남성다움이, 여성에게는 여성다움이 강조되었고 그 결과 성차별이 생겨나게 되었다. 남성이 꼭 남성다워야 할 필요는 없을뿐더러 남성다움 이란 것 의 기준이 어떤 것인지 말할 수 있겠는가? 즉 남성다움, 여성다움 이라는 것은 모두 우리의 편협한 107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생각이 만들어 낸 성 구분의 잣대인 것이다. 한편 우리의 가정 내에서는 남성에 의한 옛 권위주의적 가부장제를 벗어버리고, 여성 또한 실질 적인 집안 재정을 보태어야할 필요가 있다. 아버지가 육아 및 가사활동을 함으로써 어머니의 육체 적 노동을 분담하고, 어머니가 경제 활동을 함으로써 아버지가 안고 있는 부담감을 덜어주는 것. 즉 부부의 평등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 환경에 따라 자녀들에게 잘못된 성의식이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들에게 성차별을 두지 않으며, 바른 성 관념을 가지기 위해 함께 식사준비 하기, 가족회의에 모두 참여하기 등 작은 것에서부터 실천해 나가야 한다. 성차별을 없애기 위한 교육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학교는 우리가 세상으로 나아가는 관문이자 작은 사회이다. 이러한 학교에서, 남성과 여성은 그 누구도 우위에 있지 않음을 인식시켜 주어야 한 다. 그 뿐만이 아니다. 프랑스의 여성 철학자 보봐르의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 로 만들어 진다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성차별이 남자답게, 여자답게 등 의 언어를 통해 만들어지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이러한 문제는 개인이 해 결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므로 교육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 어떤 남성들은 말한다. 여성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존재라고... 또 어떤 여성들은 말 한다. 남성과 여성은 너무 달라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 보면 남성 과 여성은 다르기 때문에 서로 더 잘 이해하고 조화를 이룰 수 있다. 남성에게 상대적으로 부족한 섬세함이나 차분함을 여성이 채워주고 여성에게 부족한 힘을 남성이 채워준다면 분명히 시너지 효 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 글을 쓰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쩌면 여성과 남성이 달랐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여기 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서로 다른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 오히려 남녀의 차이 가 우리 사회를 잘 돌아가게 하는 기름 역할을 해 준 것이다. 양성평등. 그것은 말로는 쉬운 것이지만 행동으로는 어려운 것일 수 있다. 더군다나 우리의 인식 속에 성차별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더 힘든 일이 되고 만다. 하지만 개인의 능력을 우선시 하는 현대 사회에서 성차별은 시간 이 걸리더라도 꼭 사라져야 하는 것이며 성차별이 완전히 사라질 때 개개인의 능력이 모두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남성과 여성. 그들 서로 서로가 디딤돌이 되어 더 큰 사회를 만드는 그 날, 서로에게 의 지가 되어주는 조화로운 그 날을 기대해 본다. 108
고등부분 12 안경잡이 대구시교육청 성산고등학교 최보명(2-6) 하아... 오늘 날씨는 왜 이렇게 더운 거야. 보통의 아이들이 사는 집과는 조금 다른 집에서 나오면서 성화는 푸념을 늘어놓았다. 아직은 조금 쌀쌀한 4월 초이지만 성화에게는 그저 덥고 답답하기만 했다. 태극문양이 멋드러지게 그려진 전통 한옥의 대문은 성화가 사는 집이 종가( 宗 家 )집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게 해준다.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유교적 기본예절을 배우고 자란 성화는 그 시대 아이들과는 맞지 않는 특 별한 사고방식이 하나 있었다. 바로 남자와 여자의 성역할에 관한 것이었다. 할아버지는 항상 서재에서 책을 읽으시고, 아버지는 직장에서 돌아오셔서 독서를 즐기시거나 TV 를 보실 뿐, 집안일을 하는 장면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 언제나 부엌에 가서 밥을 짓고 빨래를 하 고 하는 것은 전부 집안의 여자들뿐이었으며, 또 그 이유를 어머니한테 물어봐도 마땅히 여자들이 할 일이라는 대답 밖에는 듣지 못했다. 그러한 환경에서, 이미 18년을 살아온 성화에게 있어서 다른 평범한 아이들의 생각은 성화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여자가 무슨 농구는 농구야. 그냥 집안일만 잘하면 되지. 그리고 안경은 뭐지? 난 안경을 쓰지 않는데... 문제는 바로 이것이었다. 3일전만 해도 성화에게 권시라 라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시라는 중학교 때부터 농구를 해 왔고,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는 망설임 없이 농구부에 들어왔다. 그리고 고2로 올라온 지금 드물게도 여자 로써 농구부 주장을 맡고 있는 중이었다. 3일전 시라는 성화에게 자신의 꿈을 말했었다. 나는 커서 여자 농구단을 만들고 싶어. 나뿐만 아니라 많은 여자들이 농구 하는 것을 좋아하고, 또 자신의 실력을 보이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거야. 그런 사람들과 함께 하며 코트를 뛰고 싶어. 말을 하는 시라의 눈은 반짝이는 듯 했고, 성화는 그런 자신감이 넘치는 시라의 모습에 약간의 불편함을 느끼고 홧김에 말을 툭 던졌다. 그리고 시라는 또 거기에 반발하고, 그렇게 말다툼은 시작됐었다. 109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야. 여자가 무슨 농구선수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마라. 자고로 여자는 집에서 내조나 하는 게 최고인거야. 뭐? 야. 지금이 여자가 무슨 이라는 말이 통용되는 시대니? 여자들도 충분히 자신의 능력과 그 에 걸 맞는 직업을 가지는 시대라고 대답을 하는 시라의 얼굴은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그게 말이 안 된다는 소리야. 아니 여자가 그냥 집에만 있으면 되지. 왜 분수도 모르 고 밖으로 나서서 그러는지 모르겠다. 야! 너 말 다했어? 뭐가? 말 다했냐고! 지금 여자 무시해? 그럼 나는 뭔데? 나도 지금 농구부 주장인데? 나도 지금 분수 도 모르고 나선다는 거야? 나도 옛날부터 말하고 싶었던 거야! 아니 도대체 여자가 농구 같은 건 왜 하는데? 그냥 조용히 공부나 하다가 대학 가서 좋은 남자 만나서 시집이나 가면 돼... 짝! 강렬한 타격음과 함께 성화의 고개는 어느새 돌아가 있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시라가 독기어린 눈초리로 성화를 노려보고 있었다. 평생 그렇게 안경이나 쓰고 살아! 바보야! 그리고는 난데없이 한마디를 던지고는 등을 돌려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시라와 그렇게 크게 싸 우고 나서 성화는 하루 동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성화는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왜 여자가 농구를 하는지 진심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 기에 왜 시라가 화를 내는지도 이해가 안됐다. 그래서 성화는 이런 저런 생각으로 멍하게 하루를 보냈던 것이었다. 아.. 시라야. 눈앞에 시라가 서있었다. 3일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고등학생이라서 파마를 하는 건 허용 되지 않았지만 성화가 긴 머리카락을 좋아했기에 조금은 긴 생머리였던 시라가 쇼트커트를 해 있었 다. 그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못한 모습에 성화는 아무 말 없이 시라를 가만히 쳐다만 보았다. 머리 잘랐어. 농구에 방해돼서, 왜? 마음에 안 드니? 이렇게까지 농구에 열정을 쏟아 붓는 내가 이해되지 않아? 자신들의 불편한 관계를 냉정하게 그어버리는 듯, 시라의 눈은 차갑게 가라앉아있었다.... 다시 한번 가르쳐 줄게, 네가 스스로 네 눈에 씌운 안경을 벗지 못한다면 넌 평생 어떤 여자한 테도 사랑 못 받고 살 거야. 이건 여자친구가 아닌 농구부 주장 권시라로서 해주는 충고야. 시라는 짧아져 버린 머리를 보이며 교문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성화도 멍한 표정으로 뒤따라 들 어갔다. 어느 학교나 그렇듯 성화의 학교에도 게시판이 있었다. 그 중에는 4월, 과학의 달을 맞아서 110
고등부분 기계부에서 자그마한 행사를 한다는 내용의 팸플릿도 있었다. 공부하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만들 어진 작은 로봇들을 전시하는 행사였다. 로봇인가? 그러니까.. 거기 다희가 있었지? 다희는 성화와 유치원 때부터 알아온 소꿉 친구였다. 부모님끼리도 알고 지내는 사이였기 때문에 다희랑은 서로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였다. 다희는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분해하고, 조립하는 것을 좋아했다. 시계든, 라디오든 다희의 손에 들어가기만 하면 작은 톱니바퀴가 되어 나왔고, 성공률이 작긴 하지만 고장 난 물건을 분해한 뒤 여러 가지를 추가해서 다시 짜 맞추어 고친 사례도 몇 번 있었다. 그렇게 다희는 기계에 관심이 많은 아이였고,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기계부에서 활동하게 되 었다. 물론 어릴 때부터 보아왔던 모습이긴 하지만 성화는 다희의 그런 모습이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았다. 역시나, 성화의 그 특이한 사고방식의 탓이었다. 그래서 몇 번 투닥투닥 거리긴 했지만 이 젠 그 자체도 익숙해지고 있는 실정이었다. 팸플릿을 자세히 보니 4월 2일부터 4월 5일까지 3일 동 안 점심시간에 시청각실에서 로봇들의 전시와, 간단한 움직임시범을 보일 예정인 듯 했다. 4월 2일이면.. 오늘인가? 다희도 꽤 본격적인걸... 남자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데 여 자는 로봇이라든지, 그런 기계로는 성공할 수 없는 걸까? 다희는 요새 여자 엔지니어들도 많이 활동 하고 있다고 하던데... 그럼 나는 왜 다희가 남자였다면 하는 생각을... 퍽! 꽤 둔탁한 소리를 내며 성화의 생각은 사라져버렸다. 아야야, 죄송해! 어라? 선배!? 여기서 뭐해요? 빨리 뛰어요! 어? 어어? 왜? 1교시 HR이잖아요! 부장 선배가 다음 HR시간이니까 지금 쉬는 시간부터 시작해서 이어서 연습 한다고 문자했는데, 혹시 못 봤어요? 뭐? 진짜? 빨리 뛰어! 성화와 부딪친 아이는 같은 동아리에 속해있는 1학년 후배 승혜였다. 아침부터 여러 생각을 하 느라 휴대폰을 미처 열어보지 않아 부장한테서 온 문자 메세지를 보지 못했던 것이다. 헐레벌떡 뛰어 들어 온 승혜와 성화는 연습실에서부터 들려오는 잔잔한 키보드소리를 듣고는 재빨리 문을 열 고 연습실 안으로 들어갔다.성화는 밴드부였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특유의 목소리 때문인 지, 리드보컬을 맡고 있었다. 그리고 승혜는 드러머였다. 연습실에 들어가서 재빨리 자리를 잡은 승 혜와 성화는 이내 연주에 몰입했다. 승혜야, 넌 왜 여자면서 드럼을 치는 거야? 무슨 소리에요? 여자는 드럼 치면 안 되나요? 야, 여자가 무슨 드럼이야. 그냥 키보드 같은 거 하는 게 여자한텐 더 어울리지. 요즘 시대에 그런 게 어딨어요? 무슨 조선시대도 아니고 아직도 여자한테 어울리는 거 있고 안 111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어울리는 거 따로 있나요?... 승혜야. 네? 그 때 기억나니? 왜 내가 전에 너보고 왜 여자면서 드럼을 치냐고 물었었잖아. 잘 기억나지 않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리던 승혜가, 갑자기 생각이 난 듯 외쳤다. 아..! 네..! 나는 솔직히 네 생각이 이해가 되지 않았어. 여자인데 왜 하필이면 힘들고 또 파워감이 있는 드 럼을 하는지, 여자라면 오히려 감미롭고 아름다운 키보드라든지, 싱어가 더 맞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어. 그리고 그 생각은 아직도 바뀌지 않았고... 내 생각이.. 혹시 틀린 거니? 음.. 저 선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지만 여자는 이러는 것이 당연하다 여자는 무슨 일을 하면 안 된다 는 식의 생각은 정말 잘못된 것 같아요. 하지만 어른들은 다 그러시잖아.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지 말아라, 또 여자아이가 어딜 그렇게 돌아다니냐고 하신다든지.. 그러니까 그게 잘못된 거죠. 이렇게 성 역할에 대해서 차이가 생겨난 것은 조선시대부터 였다고 해요. 고려시대 까지만 해도 여자도 제사를 올릴 수 있었고, 또 재산 분배라든지 그런 것에서 남자 와 똑같이 권리가 있었는데 조선시대에 들어 국교가 유교로 바꿔지면서 무조건 아들을 바라고, 또 남성들만 벼슬자리에 오르는 사회가 형성이 되어버린 거죠. 그래서 그 시선이, 그 생각의 잔재가 아 직까지도 남아있는 거죠. 하지만 지금은 조선시대가 아니잖아요? 미국에서도 원래는 소방수들을 fireman이라고 불렀는데 지금은 여성들의 반발로 fire fighter로 불리고 있잖아요? 이제는 성이 아닌 실력으로, 능력으로 판단 받는 시대가 된 거죠. 저는 분명히 여자고 또 드럼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 을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드럼을 좋아하고, 또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다른 분들도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 그런 거구나.. 선배. 응? 선배는 안경만 벗으면 진짜 멋있을 것 같아요. 헤헤.. 안녕히 가세요! 폭발적인 드럼실력에 걸맞지 않게 작은 체구를 가진 승혜는 이해 못할 말을 던지고 계단 밑으로 뛰어갔다. 안경..이라니? 어, 어, 그래, 잘 가. HR시간이 끝나고 성화는 반으로 내려왔다....... 성화의 짝은 시라였다. 수업시간에는 그나마 수업에 집중할 수 있었는데 쉬는 시간이 되다보니 괜히 화장실도 한 번 더 가게 되고, 사물함도 더 가게 되고, 또 같이 앉아있을 때는 서로 시선을 112
고등부분 피하고 말도 안하다 보니 이제는 쉬는 시간이 그저 부담스럽고, 또 불편한 시간이 되어버렸다. 이제 는 눈에 익어버린 시라의 짧은 머리,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성화는 그것이 마치 자기의 잘못인 양, 가슴이 아파왔다. 하지만...난.. 딩동~ 종소리가 울리고 4교시 수업의 시작이었다. 와아... 이 톱니 좀 봐! 정말 정교하지 않아? 이런 걸 끼워 맞춰서 만든 사람은 정말 시간이 많 이 들었겠지? 아아, 많이 들었겠지. 근데 이건 어디 쓰이는 거지? 아 이건 보조 톱니.. 그리고 배터리 공간하고... 잠깐만, 근데 그거 고칠 수는 있는 거냐? 어어, 잠깐만. 이걸 여기 배치하고.. 충전해두었던 배터리를 장착하면! 아 됐다! 돌아가지? 어! 진짜로 돌아가네? 대단한데. 캬~, 네가 남자였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응? 왜? 그야 기계 같은 거 좋아하잖아. 그런 거 잘 고치고, 나중에 카이스트 같은데 가서 로봇 같은 거 에 관련된 일을 하면 좋을 텐데. 할거야. 뭐? 할거라고, 엔지니어 쪽으로 나가고 싶어. 야! 넌 여자잖아! 엔지니어는 무슨 엔지니어! 문제 돼?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데 그게 무슨 상관인데? 여자, 남자 그게 그렇게 중요하나? 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고 싶어! 말을 하는 다희의 눈은 매섭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 눈은 마치, 시라의.! 꿈인가?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시라는 사라져 있었다. 꿈에, 다희가, 그래! 다희! 성화는 별안간 시청각실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다이오드에 불이 들어오면 센서가 빛을 감지해서 미리 입력해 놓은 행동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짝! 짝! 짝! 짝! 짝!짝! 113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자신의 허리만큼도 안 오는 차가운 고철덩어리가 유행하는 가수의 춤을 따라하는 것을 보고 많 은 사람이 신기해가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 중에는 예전과는 조금은, 달라진 눈빛을 띄고 있는 성화도 함께 있었다. 하아! 하아! 다희야! 어! 성화야? 와 준거야? 그럼, 당연히 와야지. 친구인데. 너 할 말 있지..! 어? 응? 어떻게 알았어? 네가 나한테 친구라는 말을 쓴 건 오늘이 처음이라고.. 알아? 그래서.. 무슨 일인데? 너 아직도 엔지니어 하려고 생각하니? 응. 내 꿈은 옛날부터 그거였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야. 나는 왜 그때 네가 엔지니어를 하려고 했는지. 또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그런 힘든 일을 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됐었어.. 나는 어릴 때부터 여자는 부엌에서 일을 해야 하고, 또 함부로 집안의 대 소사에 나서서는 안 되고.. 그렇게 배워왔고, 자라왔어. 이런 내 생각이 틀린 걸까? 그래. 예상은 했었어. 난 솔직히 네가 내가 엔지니어가 된다는 말을 듣고 놀란 표정을 지을 때 장난인 줄 알았어. 그런데 너희 집이 종갓집이라는 걸 생각하다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여 자는 이제 더 이상 남자 밑에 있는 존재가 아니야. 스스로의 능력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는 지금은 그런 시대라고. 소위 말하는 남자들만 의 직업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어. 이제 직업에서 성 구분이 사라지고 있는 거지. 스포츠에서 활약하는 것도 이제 남성들뿐만이 아닌 여성들의 숫자가 점점 늘고 있어. 점점 시대가 변해가고 있는 거지. 아직까지도, 여자아이가 아닌 남자아이를 원하는 그런 집안들도 많이 있을 거야. 하지만 말 이야 난 이렇게 생각해. 우리 모두가 조금만 그런 성역할에 대한 구분에 있어서, 평등한 시선을 가지면 조금은 여자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또 그런 틀에 얽매여서 발전의 가능성을 놓치고 있는 우리나라도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수많은 로봇들을 보아온 그 눈이, 이번에는 성화의 속마음이라도 본 것일까, 마치 무언가 각오를 한 듯, 나지막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였다. 고맙다. 어쩌면 나는 정말 큰 착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난 이때까지 여자들이 어떻게 하 고 또 남자들이 어떻게 하고. 이런 생각들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어. 정말 중요한 건 겉으로 보이는 성별 같은 게 아닌데 말이야. 후, 나 사과해야 하는 사람이 있어 서 먼저 가 볼께..! 어, 어? 야! 숨 쉴 새도 없이, 성화는 어느새 다희의 눈앞에서 사라져 있었다. 바보가 이제야 안경 벗는 거야? 114
고등부분 주위의 사물이 빠르게 지나갔다. 아니, 성화는 달리고 있었다. 자신의 잘못 된 생각으로, 성화는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을 상처 입히고 있었단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헉, 헉, 헉 성화는 실내 체육관으로도 사용되는 강당의 문을 거칠게 열었다. 하아, 하아, 시라야. 성 화야? 갑자기 찾아온 성화를 본 놀라움 때문일까? 시라의 눈은 영화 '슈렉'에 나오는 고양이만큼이나 동그랗고 커져있었다. 미안, 정말 미안하다. 다 내 잘못이야. 잘못했어. 내 잘못된 생각 때문에 널 상처 입히고 말았 었어. 정말 미안하다. 성화의 말을 듣고 있던 시라의 눈에 조그마한 빗방울들이 맺히기 시작했다. 바보구나. 너무 늦게 벗었잖아, 안경. 뭐? 안경을 벗다니. 아니야, 조금은 나에 대한, 아니 여자들의 시선이 달라졌니? 조금은, 나는 내가 남자라는 이유로 대접받고 살아왔고, 그게 당연한 것인 줄만 알고 살아왔 어. 하지만 이제 진짜로 깨달았어. 꿈을 가진다는 건, 성별과는 관계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지 않을래? 그럼 이번만 특별히 용서해 줄께 나도 머리 잘라버렸으니까. 이제 다시는 여자라는 그 이유 하나만 으로 다른 시선을 가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 고마워. 안녕하세요! 농구부 부장 권시라 라고 해요. 잘 부탁드려요.. 아.. 안녕하세요..! 밴드부 드럼을 맡고 있는 오승혜라고 해요. ㅎㅎ 안녕하세요. 기술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다희라고 해요. 그런데 모든 동아리부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친목회인데 저희 셋 밖에 없네요. 그러게요. 글쎄, 그 오빠가 여자애가 무슨 드럼을 치냐면서.. 그냥 키보드를 치라고 하잖아요. 에, 그건 좀 아니다. 그 사람 이름이 뭐니? 이성화.. 선배요. 뭐어!? 성화? 성화가!? 115
2010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작품집 어? 성화 알아? 너두? 그 오빠는 뭐랄까, 눈에 뭘 쓰고 있는 것 같아요. 여자들을 보는 시선에 뭔가 편견이랄까나.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확실히 성화가 그런 게 있긴 해. 내가 엔지니어 한다고 말했을 때도 무지 놀라더라고 성화가 그런 게 있어? 난 몰랐는데 야. 여자친구라고 해놓고 그런 것도 모르면 어떡해. 우리 성화 선배한테 별명 하나 지어 줄래요? 음? 어떤 거? 안경잡이요! 헤헤. 세상을 잘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닌 세상을 왜곡되게 보게 하는 안경잡 이. 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