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가 전 략 연 구 Vol. 13 No. 2
국 가 전 략 연 구 Vol. 13 No. 2 목차 특집 대북핵전략 편집자의 노트 새 국방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북한체제의 변화를 유도해야 7 한미일 동맹 체제하에서 친중반일 노선이 과연 가능한가? 조갑제 11 북한 핵무장과 국가안보전략 김진무 31 김정은 체제의 북미관계, 어디로 가는가? 황지환 47 중국의 부상과 동아시아 질서의 변화 그리고 한국에 대한 함의 이희옥 59 남남갈등 요인과 해소방안 양무진 75 미래전 대비를 위한 한국 방위산업의 현황과 나아갈 방향 박영욱 95 북한 비핵화를 위한 미중의 협력방안 박인휘 121 북핵시대의 대러시아 외교전략 서동주 137 북한 핵문제와 한일 안보협력 방안 박영준 153 포럼 이승만 대통령의 업적 대평가 유영익 167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안종범 170 국정철학과 정부조직 개편 옥동석 174 박근혜정부의 교육문화정책 모철민 178 행복교육의 의미와 실천 문용린 182 세종 포럼 안내 186 신간 서적 소개 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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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노트 새 국방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북한체제의 변화를 유도해야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촉발된 남북 간의 위기 고조 상태가 지난 5월 하순 최룡해 북한군 총정치국장의 중국방문을 고비로 협상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협상국면이 본격화하려면 적지 않은 고비를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남북한 간 그리고 관련국들 간에 협상의 전초전은 시작되었다고 하겠다. 그러나 북핵문제를 둘러싼 협상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해서 한 반도의 위기상태가 해소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북한의 근본 적인 태도변화가 수반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협상이란 결국 또 다른 형태의 대 결이 치열하게 벌어진다는 의미일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무장을 기정사실로 인정한다면 이는 유사시 한반도에서 대량살상 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존함을 의미한다. 공포의 핵전쟁이 현실적 시나리오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핵문제가 협상국면으로 전환하든 군사적 대 치국면이 장기화하든 기존의 외교안보전략을 대신할 새로운 대북전략이 불가 피해졌다. 한마디로 북한 핵무장시대에 대응할 국가안보전략의 수립이 절대적 인 명제가 된 것이다. 북한은 3차 핵실험을 실시한 이후 이미 북핵을 대남위협수단으로 활용하고 특집 대북핵전략 7
있다. 미국과 한국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이른바 핵공갈 을 구사하 고 있는 것이다. 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북한이 서울을 대상으로 20kt급 핵무 기를 투발한다면 24시간 내 90만 명이 사망하고 130만 명이 부상하며 시간이 경과할수록 낙진 등으로 사망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에 하나 핵전 쟁이 일어나면 그것은 민족의 공멸을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의 핵공갈 저의와 관계없이 북핵에 대한 철저한 대응책 마련이야말로 국가안보전 략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의 핵보유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재래식 전력에 의한 방어개념은 이미 낡은 것이 돼버렸다고 하겠다. 그동안 북핵에 대한 대응책으 로 거론돼온 방안들, 이를테면 북핵사용에 대한 확실한 보복능력을 과시하여 핵억지력을 확보한다든지, 미국의 핵우산 제공에 대한 보다 확고한 보장책 강 구, 그리고 북핵사용이 확실시될 경우의 선제타격 능력 확보 등의 전략전술이 정교하게 수립되어야 한다. 결국 기존의 국방패러다임을 북핵위협에 대응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군사적으로 사용하는 순간, 정치외교적 효용가치는 상실하 고 말 것이다. 이같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을 북한으로서는 체제유 지를 보장받고 경제적 이득을 확보하기 위해 북핵을 활용하려 할 것이다. 북핵 을 둘러싼 남북한 간, 북미 간, 나아가 한반도 주변 강국들과의 치열한 외교전이 예상되는 배경이다. 한국의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에서 한반도 주변 이해당사국 들과의 외교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하겠다. 박 근혜 대통령의 방미외교를 통해 한미동맹관계를 확고히 하고, 방중외교를 통해 중국과의 상호 교감의 폭을 확대 심화시킨 것은 긍정적이지만 어디까지나 시작 에 불과하다.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통일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미국과 중국이 우리에게 유리한 우호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균형감각을 갖춘 외교력 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과 러시아 역시 한반도문제에 일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만큼 우리의 국가안보전략 수립에 중요한 고려요인이 되어 야 한다.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함에 있어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북한 8 국가전략연구 Global Affairs Vol. 13 No. 2
정권과 체제가 변화하지 않는 한 북핵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 이다. 북한의 현 김정은 정권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국제사 회의 공통적인 인식이다. 그렇다면 궁극적인 우리의 국가안보전략은 북한체제 의 변화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신뢰형성, 교류협력 과 대북제재의 절묘한 병행이 필요할 것이고, 북한의 엘리트 계층으로부터 일반 주민들에 이르기까지 의식변화를 유도할 다양한 노력들이 꾸준히 펼쳐져야 할 것이다. 특집 대북핵전략 9
특 집 대 북 핵 전 략 한미일 동맹 체제하에서 친중반일 노선이 과연 가능한가? 조갑제 * 미일동맹의 격상 지난 10월 3일 도쿄에서 열린 미일 외무-국방 장관 회담(미일안보협의위원회)은 미일 동맹 체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합의문을 발표하였다. 케리 국무장관, 헤이글 국방장관, 키시다 외무장관, 오노데라 방위청 장관이 참여한 회담에서 나온 이 합의에 대하여 발표문은 역사적 이란 자찬( 自 讚 )을 했다. 미 국무부도 기자들에게 한 배경설명에서 역사적 합의 라고 표현하였다. 합 의문을 읽어본 한국의 한 외교관도 비슷한 평가를 하였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 함에 있어서 일본을 영국과 비슷한 수준의 주력( 主 力 )동맹국으로 격상, 전면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하기로 한 것이다 고 설명했다. 그는 이 합의는, 친중반일( 親 中 反 日 ) 노선으로 치닫는 박근혜( 朴 槿 惠 ) 정부의 외교 방침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 다 고 덧붙였다. 현 조갑제닷컴 대표, 전 월간조선 편집장, 조선일보 기자, 저서: 朴 正 熙 傳 記 ( 全 13 권) 등 다수. 특집 대북핵전략 11
발표문은 먼저 미일 양국이 지향하는 가치를, <민주주의, 법의 지배, 자유롭 고 개방적인 시장 및 인권의 존중>이라고 규정하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평화, 안전, 안정 및 경제적 번영을 촉진하기 위한 전략적 구상을 명확히 한다> 고 했다. 합의 요지 발표문은 미일 동맹의 능력을 크게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적 비전과 구체적 조치를 담았다. 두 나라는 더 강력하고 더 큰 책임을 공유하는 동맹 이란 표현을 썼다. 요지는 이러하다. 1. 1997년에 합의한 美 日 방위협력 지침을 개정한다. 2. 미국은 지역 및 세계 평화와 안전에 더 적극적으로 공헌하고 싶다는 일본 의 결의를 환영한다. 3. 오키나와 주둔 美 해병대를 괌으로 이전하는 등 재일미군( 在 日 米 軍 )을 재편 한다. 4. 우주 및 사이버 공간에서의 안보협력 강화. 5. 미국은 <일본이 추진하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포함한 자국( 自 國 )의 안전 보장을 위한 법적 재검토, 방위예산의 증액, 방위계획의 대강( 大 綱 ) 재검토, 주권 하에 있는 영역의 방위를 위한 능력 강화, 그리고 동남아시아 국가를 포함한 지역적 공헌의 확대 방침>을 환영한다. 6. 두 나라는 <미일동맹이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모퉁이 돌의 역할> 을 한다는 점을 확인한다. 7. 미일동맹은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계획, 해양에서의 위협적이고 안정 저 해적인 행위, 우주와 사이버공간에서 일어나는 파괴적 행위, 대량살상 무 기의 확산, 자연 및 인위적 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였다. 12 국가전략연구 Global Affairs Vol. 13 No. 2
8. 2011년의 미일안보협의위원회(SCC) 공동발표문에 적힌 대로 양국 각료들 은 중국에 대하여 지역의 안정 및 번영과 관련하여 책임 있고 건설적 역할 을 다하고, 국제적인 행동규범을 준수하고, 급속히 확대하는 군사력 현대 화에 관한 개방성과 투명성을 향상시킬 것을 계속 촉구한다. 9. 탄도미사일방위협력: 양국은 탄도미사일방위(BMD)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약속을 확인하고, SM-3블록IIA 공동개발사업을 포함한 이 분야의 진전 을 환영하며 2기( 基 )째의 엑스 밴드 레이더를 교가미사키의 일본 항공 자 위대 기지에 배치하기로 한 계획을 확인하였다. 10. 우주상황감시 및 우주를 이용한 해양감시에 관하여 두 나라는 정보의 수 집과 공유 기능을 강화한다. 11. 공동의 정보 수집 감시 정찰 활동을 강화한다. 12. 시설의 공동사용: 일본의 남서제도( 諸 島 )를 포함한 지역에 있어서 미국과 일본의 시설을 공동사용하는 것은 동맹의 억지력을 강화하는 것임을 확 인하고 환영한다. 13. F-35(미국의 최신 전투기)의 제조에 일본기업이 참여하는 식의 연대를 통하 여 장비 및 기술에 관한 두 나라의 협력을 심화시킨다. 14. 정보의 보안이 동맹의 협력에 있어서 사활적( 死 活 的 )인 중요성이 있음을 확인하고 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정책의 강화를 추진한다. 15. 두 나라는 동남아시아 및 세계의 안보 능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상호협력 을 강화한다. 16. 미일 양국과 호주 및 한국 사이에서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대화의 성공에 유의한다. 이는 양국이 공유하는 안보상의 이익을 증진하고, 아시아 태평 양 지역의 안전보장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17. 미 해병대는 MV-22 헬리콥터 2개 비행대대를 일본에 배치한다. 미 해군 은 P-8 대잠 초계기( 對 潛 哨 戒 機 )를 해외에서 처음으로 일본에 배치한다. 미 공군은, 2014년 봄부터 글로벌 호크 무인비행기를 배치한다. 미 해병대는 2017년부터 F-35B 전투기를 미국 외에선 처음으로 일본에 배치한다. 특집 대북핵전략 13
유라시아 대륙에서 패권( 覇 權 )국가의 등장을 저지 미일안보협의회 발표문은 2012년 미국이 발표한 신전략 지침 (New Strategic Guidance)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라크, 아프간 전쟁을 끝내면서 아시 아-태평양 지역으로 전략의 중점을 옮기기로 하였다. 파네타 전 미 국방장관은 작년, 2010년 현재 태평양과 대서양에 50:50으로 배치된 미국 해군력이 2020 년까지 태평양에 60, 대서양에 40의 비율로 재배치될 예정 이라고 밝혔다. 그 목표는 경제발전의 힘을 군사력 증강, 특히 해군력 강화에 투입하고 있는 중국 에 대한 견제이다. 미국의 15대 교역국 중 7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몰려 있다. 미국 수출액의 60%가 이 지역을 상대로 한 것이다. 신흥 강대국이 해군력 을 증강하면 패국 국가를 자극, 큰 전쟁이 일어난 적이 몇 차례 있었다. 제1차 세 계대전의 발발엔 독일의 해군력 증강에 대한 영국의 경계심이 한 몫을 하였다. 태평양 전쟁도 일본 해군의 증강에 의한 미국 영국과의 긴장이 하나의 배경이 다. 미국 외교의 최우선적 목표는 유라시아 대륙에서 1개의 패권국가가 등장하 는 것을 저지하는 일이다. 이번의 미일안보협력 선언에 의하여 미국은 대중 견제망의 출발점을 미일동 맹 강화에 두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미국은, 일본, 한국, 호주, 동남아시아, 그 리고 인도를 연결하는 대중 포위망의 연결 고리로 미일동맹의 강화를 선택한 셈 이다. 미국 국방부는 2011년 의회와 행정부가 합의한 예산통제법에 따라 10년간 거의 1조 달러의 국방예산을 줄여야 한다. 미국으로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 부담을 덜어줄 나라가 절실하였다. 여기에 새로 등장한 일본 아베 내각의 적극적인 협력 자세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미국과 일본은 대중( 對 中 )견제를 안보 및 외교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사활적( 死 活 的 ) 국가이익이 일 치한다. 위에서 소개한 미일 안보협의회 발표문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중국에 대 한 경계와 대응방안이다. 특히 탄도미사일 방어망 강화를 위한 기술개발과 엑스 밴드 레이더 추가 배치는 북한과 중국, 특히 중국의 장거리 핵미사일 위협을 무 력화시키려는 것이다. 14 국가전략연구 Global Affairs Vol. 13 No. 2
미사일방어망의 문제 만약 미국과 일본의 과학기술력이 거의 완벽한 핵미사일 요격망 건설에 성 공하면 주로 중국의 동부 지방에 배치된 장거리 미사일의 전략적 가치가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된다. 미국은, 미일의 탄도미사일방어망 건설에 한국의 참여를 요 청하고, 중국은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일단 북한의 미사일을 탐지, 요격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문제는 북의 미사일을 조기에 탐지, 요격하는 기술과 시스템을 미국의 협력 없이 구축할 수 있는가이다. 아울 러 한미일 동맹체제에서 미국이 가장 중시하는 대중( 對 中 )견제 전략인 미사일방 어망 구축에 동맹국인 한국이 빠질 수 있는가이다. 김관진 국방장관과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10월2일 서울에서 제45 차 한미안보협의회(SCM)를 열어 13개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양국 장관은 북 한 핵 WMD(대량살상무기) 위협에 대한 억제방안을 향상시키기 위한 북한 핵 WMD 위협에 대비한 맞춤형 억제전략 을 공식적으로 승인하였다. 양국 장 관은 억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동맹능력의 통합을 강화할 것 이라고 했다. 맞춤형 억제전략 이란 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하려고 할 때 위협의 정도에 따라 단계별로 대응, 선제공격도 포함한 대책으로 발사 이전에 무력화시킨다는 계획 이다. 두 장관은 또 미사일 위협에 대한 탐지, 방어, 교란 및 파괴 등 포괄적인 미사 일 대응전략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대한 민국이 신뢰성과 상호운용성 있는 대응능력을 구축할 것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KAMD)를 발전시켜 나갈 것임을 재확인하였다. 이를 위해 동맹 지휘 통제 체계의 상호운용성을 증진시켜 나기기로 하였다. 한미 정부는 2015년 12월로 예정된 한미연합사 해체 및 전시( 戰 時 )작전권 전환 시기를 북한의 핵위협 등을 평가하여 확정하기로 합의, 북핵 문제의 해결 때까지 연기되는 길을 열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 방어망 구축에 참여한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나 상호운용성이 있는 대응능력을 구축할 것 을 약속,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와 미일의 방어망을 연결할 수 있다는 암시를 특집 대북핵전략 15
남겨놓았다. 미국으로선 한미동맹의 일방적 시혜자( 施 惠 者 )인 미국에 대하여 일 방적 수혜자( 受 惠 者 )인 한국이 미사일 방어망 건설에서 협조해주지 않는다면 무 임승차만 즐긴다고 섭섭해 할 것이다. 집단자위권을 반대할 수 있나? 미국은 일본과 한 안보협의에서 일본이 법률해석을 통하여 집단자위권 행사 를 합법화하려는 시도를 지지하였다. 미국이 적의 공격을 받으면 동맹국인 일본 도 그 적을 공격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이다. 한국의 언론은 이를 일본의 군국주 의화라고 비판하였으나 박근혜 정부는 명확한 반대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 한 국 정부가 미국이 환영하는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반대한다면 미일동맹의 정상 작동을 방해하는 것으로 비쳐져 한미동맹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 확실하다. 현실적으로 미국을 공격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 북한이다. 미국을 공격한 北 을 일본이 공격하는 것을 한국이 반대할 순 없을 것이다. 북한군의 침략으로 한반도에서 또 다시 전쟁이 나면 재일( 在 日 )미군 기지는 일본에 있는 유엔군의 후방사령부와 연계하여 한미동맹군의 전투를 지원하게 된다. 전투기와 함정이 재일미군 기지에서 발진, 한국에 투입된다. 일본 자위대 도 미군의 한국 지원 노력을 지원하게 된다. 한일관계가 나빠지면 이러한 한미 일 동맹의 작동이 어렵게 된다. 일본 국민 여론이 지금처럼 한국을 중국 편이라 고 보게 되면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이승만 정부가 미국의 아이젠하워 행정부와 갈등을 빚게 된 가장 큰 원인도 미국이 원하는, 한미일 동맹의 정상 가동을 위한 한일 국교정상화를 반대하였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친중반일( 親 中 反 日 ) 노선으로 가면 한미관계도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16 국가전략연구 Global Affairs Vol. 13 No. 2
천황 비판 발언은 일종의 외교적 사고 박근혜 정부의 친중반일 노선은 이명박 정부 말년에 빚어진 한일갈등의 연 장이다. 李 대통령은 2012년 6월까지는 한일관계를 차분하게 관리하여 일본에 서 인기가 높았다. 특히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자주 바뀌는 일본 총리들과 비교 하여 이 대통령의 부지런한 실용적 국정운영은 호평을 받았다. 독도나 역사문제 를 둘러싼 해묵은 갈등도 악화되지는 않았다. 2012년 6월 이명박 대통령은, 야당과 좌파의 반발에 굴복, 한일정보 보호 협 정의 체결 서명식을 40분 전에 일방적으로 취소시켰다. 대선을 앞두고 여론에 민감해진 여당의 취소 권고도 있었다. 그 뒤 선거철을 맞아 대통령 측근의 정무 적 판단이 외교적 판단을 누르는 추세가 강해졌다. 대통령은, 8월엔 안보-외교 라인 참모들이 반대해왔던 독도 방문을 결행했다. 일본 정부의 비판이 있었으나 심하지는 않았다. 일본 정부와 국민여론을 결정적으로 악화시킨 것은 그 직후 있었던 李 대통령의 천황 비판 발언이었다. 교사들 모임에서 나온 이 발언은 예 고 없는 질문에 준비되지 않은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종의 외교 사고였 다. 일본 국민과 역사 속에서 천황( 天 皇 )이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하지 않은 실언 이었다. 일본 우파는 이 발언을 기화로 삼아 정략적 선동을 하고, 아사히 신문 같은 좌파언론도 가세하였다. 인접한 나라 사이의 역사와 영토문제는 늘 감정적 반응을 부른다. 여기에 양국의 정치와 언론이 가세하면 국민 여론도 서로 적대 적으로 변한다. 1년 넘게 계속되는 한일갈등은 정부와 정부 관계뿐 아니라 국민 과 국민 사이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전례가 드물다. 아베, 한국의 자유통일 지지 2012년 12월에 있었던 일본 총선에서 아베 신타로가 이끄는 자민당이 압승 하여 아베가 6년 만에 롤백한 데는 일본 유권자들의 반한( 反 韓 ) 감정도 한 몫을 했다. 2월 말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남긴 과제를 안고 출발하였다. 아 특집 대북핵전략 17
베 총리는 선대( 先 代 )에서도 인연이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화 메시지를 전하 려 했다. 나는 지난 3월2일 오전, 아베 총리를 도쿄 시내 총리 관저에서 만나 인터뷰 했다. 총리 취임 이후 한국 언론과 하는 최초의 인터뷰였다(지금까지도 유일하다). 질문의 통역은 일본인 납치자 구출 운동의 지도자인 니시오카 츠토무( 西 岡 力 ) 교 수(도쿄기독교대학)가 했고, 총리의 답변은 녹음해 와서 번역하였다. 인터뷰는 한 시간 진행되었는데, 아베 총리의 발언은 빠르고 군더더기가 없이 정확하였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더불어 한일 신시대를 열고 싶다고 했다. 일본과 한국은 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자본주의 경제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 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로 일한( 日 韓 )관계는 지극히 중요한 관계라고 생각하 고 있습니다. 동시에 일본은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도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습니다. 즉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는 데 있어 일본과 한국, 그리고 미국 등 3개국이 연계해 나가는 것이 지극히 중요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탄생한 것을 진심으로 축복합니다. 이번 국 회에서는 보정예산( 補 正 豫 算 )을 심의 중이었고 클라이맥스에 다다랐다고 보고 있 었습니다만, 심의를 중단하면서까지 아소 부총리 겸 재무대신을, 취임 축하를 위해 파견했습니다. 내가 어제 한국에서는 3 1절 행사가 있었으며 박근혜 대통령은 미래의 한 국과 일본 세대에게 역사 문제라는 짐을 넘기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고 했더니 이렇게 답변하였다. 저는 한국인들에게 필설( 筆 舌 )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스런 과거를 안게 만든 것 등, 그분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대단히 마음이 아픕니다. 그러나 동시에 역사 인식의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면, 정치 문제화, 외교 문제화시켜서는 안 되는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역사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 정치가들은 미래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지 않나, 그리고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박 대통령은 일본의 역사관 교정을 한일관계 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설정한 데 대하여 아베 총리는 미래의 문제 로 간주하였다. 근본적인 차이가 생긴 것이 18 국가전략연구 Global Affairs Vol. 13 No. 2
다. 아베 총리는 그러나 저는 한반도가 평화적으로 통일이 되어 민주적이며 자 유롭고,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법의 지배를 존중하는 통일국가가 되는 것이 마땅 하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하였다. 과거 문제엔 두 나라 정부가 이견( 異 見 )이 있지 만 미래의 통일문제에 있어서는 협력할 부분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한국 언론이 우파 극우 라고 비판하는 일본의 보수층은 대체로 한국 주도의 자유통일을 찬성한다. 한국 언론이 양심파라고 미화하는 일본의 좌파는 상당수 가 친북적( 親 北 的 )이다. 역사문제에서 한국 편을 드는 세력이 통일문제에선 한국 편이 아닌 경우가 많다. 중국은 변했는가? 작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천황 비판 발언 이후 한일관계는 외교적 단교( 斷 交 ) 상태이다. 정상 회담은 물론이고, 의미 있는 외교 장관 회담도 없었다. 박 대 통령은 아베 총리를 만나지 않으면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이어 중국과 베트남 을 방문,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미일 동맹 체제의 동반자를 배제하고, 과거의 적 국( 敵 國 ) 정상을 만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하였을 때 의전상의 환영 을 받았으나 공식적으로는 그 어떤 양보도 받지 못했다. 지난 6월 말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習 近 平 ) 주석의 정상회담을 거쳐 발표된 한중미래비전 공동성명 에는 이런 대목이 있었다. <한국측은 북한의 계속되는 핵실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어떤 상황에서 도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 이와 관련, 양측은 유관( 有 關 ) 핵무기 개발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심각 한 위협이 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하였다. 양측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 및 한반 도 평화와 안정 유지가 공동이익에 부합함을 확인하고 이를 위하여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하였다.> <북한의 계속되는 핵실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쪽은 중국이 아니라 한국이다. 중국이 이 특집 대북핵전략 19
런 표현에 동의하지 않았으므로 한국만이 그런 주장을 하였다고 명기한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 문장이다. <유관 핵무기 개발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하였다>는 데 유관 핵무기 개발 은 무슨 뜻인가? 북한의 핵개발과 유관한 핵개발, 즉 한국 과 일본의 핵개발을 의미한다고 해석한다면 곤란해진다. 그런 핵개발이 <한반 도를 포함한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하였다>고 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정권의 핵개발을 저지할 수 있고, 중국을 그 방향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카드, 즉 한국의 자위적 핵개발 카드 를 포기하였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 외교부에선 유관 핵개발 이 북한의 핵개발을 의미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한국과 미국에 유리한 용어인 북한의 비핵화 는 거부하고 중국과 북 한에 유리한 한반도 비핵화 를 넣었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한반도 비핵 화가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 이다. 한국은 핵개발을 하지 않고 있으며 한국엔 미 군의 핵무기가 없다. 그런데도 북한은 줄기차게 한반도 비핵화 를 주장해왔다. 그 속셈은 한국의 원자력 시설과 미군 시설을 조사하고, 궁극적으로는 핵무기를 반입할 가능성이 있는 주한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 위함이다. 그런 위험한 용어에 박 근혜 대통령이 동의하였다. 박근혜-오바마 대통령은 공동성명에서 한반도의 비핵화 란 용어 대신에 북한의 비핵화 라고 올바르게 썼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에 이를 관철시키지 못하였다. 중국은 손님을 극진하게 대접하는 척하면서 분위기를 띄운 뒤 실리를 챙긴 셈이다. 한국인은 불의를 못 참고, 중국인은 불리( 不 利 )를 못참는다는 말이 생각 난다. 비수( 匕 首 ) 이런 중국을 상대할 때 한국은 반드시 비수를 가져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20 국가전략연구 Global Affairs Vol. 13 No. 2
환영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한미동맹 덕분이었다. 이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한 미동맹은 한미일 동맹 구조이므로 한일관계가 나빠지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의 친중반일노선은 위험하다. 민주국가인 일본과 멀어지고 공산독 재 국가인 중국과 친해지면 한국의 국익이 증진되나? 중국은 세계 패권을 놓고 미국에 도전할 수 있는 군사력과 과학기술력을 아 직 갖지 못하였다. 명( 明 ), 송( 宋 ), 한( 漢 ) 등 역대 한족( 漢 族 ) 왕조는 문화대국이었지 만 군사약국이었다. 중국은 영국, 미국, 몽골 같은 세계패권 국가가 아니라 동북 아에서 패권국가가 되려 할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한미일 동맹을 깨야 한다. 중 국은 한반도 통일과정에 개입, 한미동맹을 해체시키려 할 가능성이 높다. 이때 종북( 從 北 )세력은 종중( 從 中 )세력화할지 모른다. 일부 한국인의 기질 속엔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 전통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이들이 한미동맹을 해체하고, 한국을 중립화하자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들은 중국 공산독재 체제의 인력권으로 한 국을 밀어 넣으려 할 것이다. 중국은 개인의 인권과 자유 등 인류보편적 가치를 한 번도 구현한 적이 없는 나라이다. 한미일 동맹은 자유와 민주라는 가치관을 공유하지만 한국과 중국은 그런 공통된 기반이 없으므로 친중노선엔 한계가 있 을 수밖에 없다. 한 지한파( 知 韓 派 ) 언론인이 전하는 일본 사정 일본 신문의 서울 특파원을 지낸 60대 지한파 언론인을 최근에 만났다. 그는 작년 여름까지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에서 인기가 높았다. 내 아내도 이명박 팬 이었다 고 했다. 그의 독도 방문에 대해선 일본 민심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천황 비 판 발언이 독도에 무관심한 보통의 일본인들, 이명박을 좋아하던 사람들까지 반 한으로 돌게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아사히 신문까지 이명박을 비판하였으니까 요. 지금 천황에 대한 일본인들의 절대적인 존경심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천황이 2011년 쓰나미 피해자들을 찾아다니면서 무릎을 꿇고 위로하는 모 특집 대북핵전략 21
습에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천황은 한국에도 매우 호의적인 분입니다. 태평양 전쟁에 져서 항복을 논의할 때도 국가지도부가 가장 신경을 쓴 것은 천황제 유 지였습니다. 천황제 유지를 미국이 받아들인다면 어떤 불리도 수용하겠다는 태 도였습니다. 미국이 천황제를 폐지하고선 일본을 통치할 수가 없다고 판단한 것 은 옳은 일이었습니다. 당시 미국의 전쟁성 장관이던 스팀슨은 신혼여행을 교토에서 보낸 적이 있 었다. 원자폭탄을 투하할 도시를 선정할 때 1순위로 교토가 올라오자, 1000년 동안 천황이 살았던 이 도시를 폭격하면 일본인들을 영원히 적으로 돌리게 된 다 면서 반대하였다고 한다. 그는 천황제 유지에도 찬성하였다. 일본 천황은 공산주의자들을 특히 두려워했다고 한다. 러시아에서 공산혁명 이 일어나 황제 니콜라이 2세가 가족과 함께 학살되는 것을 본 때문인지는 모르 나 천황의 공산당 혐오는, 맥아더 사령부에 대한 일본의 적극적인 협조나 안보 부문의 적극적 대미종속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전 서울특파원은, 아베 수상이 이명박 스타일을 닮아가고 있다 고 했다. 외 국 방문을 많이 하고 기업인들을 데리고 나가서 세일즈 외교를 벌이고, 특히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를 성사시킨 점을 들었다. 오랜만에 국가 지도자다운 수상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2006년에 수상이 되었다가 1년 만에 물러난 이후 야당 생활도 하면서 자신을 반성하고 재기를 준비한 결과가 아주 생산성이 높은 직무수행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요즘 일본인들은 올자팬 (All Japan)이란 구호를 좋아합니다. 힘을 한번 모아 보자는 데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고 있어요. 경제가 살아나고, 나라의 분위기가 좋아지는 가운데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과거 중국을 침략하여 엄청난 피해를 끼친 데 대한 가해자로서의 콤플렉스도 있다고 봅니다 만, 국제규범을 존중하지 않는 중국으로부터 위협을 느낍니다. 그럴수록 미일관 계는 더 가까워집니다. 그는 삼성전자가 소니를 이기고, 김연아가 아사다 마오를 누르면서부터 일본 인들이 한국을 라이벌로 생각하기 시작하였다고 했다. 우리도 한국처럼 분발해 야 한다 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규슈를 경상 22 국가전략연구 Global Affairs Vol. 13 No. 2
남남도( 慶 尙 南 南 道 ) 라고 표현하였다. 부산에 가면 고향에 온 것처럼 편하게 느껴 져요. 양국 국민 사이의 친선관계가 정부 간 갈등의 영향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 습니다. 전 서울특파원은 한국 언론의 일본 보도는 너무 선동적이다 고 비판하였다. 일본의 우경화를 비판하면서 일본의 우파를 닮아가는 모습이다 는 것이다. 그 는 종군 위안부 문제에서 일본 정부가 국가 책임을 인정해놓고도 지엽적인 부 문에서 변명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아베 측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면서 한일관계의 정상화를 희망하였다. 평소 자기 나라 정부에 비판적이던 전 서울특파원은 이번엔 일본이 돌아가는 상황에 대하여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 아베 수상이 일본을 바꾸어놓고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인 셈이다. 박근혜 정부가 한국의 반일적 언론에 너무 영향을 받으면 국익을 놓칠 가능 성이 높다. 북한정권과 종북세력은 한일관계를 이간질 시키는 것이 결국은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는 길이란 의식을 갖고 행동하지만 한국의 보수층은 전략적 타 산 없이 감정적 반일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한국 언론의 일방적 반일보도로, 한 국인들은 우방국의 지도자인 아베를 적군의 수괴인 김정은보다 더 싫어한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박근혜 정부가 이런 여론과 언론에 영향을 받으면 안보 외교 를 그르칠 수 있다. 한일관계의 쟁점 정리 1. 한일관계에서 한국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국익은 무엇인가? -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고, 이를 위협하는 북한의 핵무장을 무력 화시키며,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에 일본이 도움을 주든지, 적어도 방해 가 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2. 영토 및 역사관 문제는 해결이 가능한가? - 어렵다. 영토문제를 무리하게 해결하려고 하면 무력을 쓰든지, 단교( 斷 交 )하 특집 대북핵전략 23
게 된다. 역사관의 차이는 양국 국민들이 상호 이해를 통하여 합일점을 찾 아야 하므로 시간이 걸린다. 3. 그렇다면 영토 및 역사관 문제의 해결은 시급한 것인가? - 급하지 않다. 일본이 무력으로 독도를 점령할 가능성은 없고 역사관의 차 이가 한국의 안보에 당장 위협이 되지도 않는다. 4. 영토 및 역사관 문제의 해결을 한일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삼을 것인가? -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의 해결을 전제조건으로 삼으면 긴급한 현재와 미래의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5. 영토 및 역사관 문제는 어떻게 다뤄야 하나? - 한국의 주장을 계속 설득력 있게 천명해 나가되, 과거문제에 집착하다가 오늘과 내일의 우호협력 관계를 희생시켜선 안 된다. 영토와 역사관 문제 는 아무리 노력해도 풀기 어렵다. 어려운 문제는 나중으로 미루고, 쉬운 문 제부터 풀어야 시험도 잘 친다. 북핵 공동대응 문제는 쉽다. 쉬운 문제부터 풀다가 보면 어려운 것도 절로 풀리는 수가 있다. 6. 한국 언론의 일본 보도는 정상인가? - 사실보도와 논평을 구분해야 한다. 일본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객관적 이고 정확한 보도를 하고 난 다음 논평이 따라가야 한다. 기사문의 경우 망 언 극우( 極 右 ) 군국주의화( 軍 國 主 義 化 ) 같은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표현은 선 입견을 심어 주어 사실 파악을 어렵게 하며 여론을 오도( 誤 導 )한다. 반국가 단체인 북한정권의 국방파괴자 김정일을 국방위원장 이라고 표기해 온 언 론이 천황이라 하지 않고 일왕( 日 王 )이라고 하는 게 맞는지도 생각해 볼 일 이다(한국정부의 공식 호칭은 천황). 24 국가전략연구 Global Affairs Vol. 13 No. 2
7. 일본은 한국에 해만 끼치고 있는가? - 북핵 대응, 북한의 인권 문제, 조총련 압박, 경제교류, 문화교류, 관광분야 에선 협력관계이다. 특히 미국을 매개로 하여 한 미 일 동맹체제가 작동 중이고 이것이 동북아의 안전판( 安 全 瓣 )이다. 한국이 북한군의 남침을 받으 면 일본은 싸우는 한미군의 후방기지 역할을 한다. 8. 아베 총리와 자민당 정권의 생각은 무엇인가? - 탈전후( 脫 戰 後 )체제에 의한 보통국가화 이다. 패전 후 미국의 지도하에 만들 어진 헌법체제를 수정하여 자위대를 정식군대로 명문화( 明 文 化 )하고, 집단자 위권을 갖는 정상국가로 변모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이른바 자학사관( 自 虐 史 觀 )을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경기부양 책의 성공으로 높은 지지율을 확보하고, 미 일동맹의 강화로 주변국가의 반발을 누르고, 개헌을 추진하려는 전략이지만 주변국은 물론이고 국내에 서도 반발이 심하다. 9. 아베 총리는 1995년의 무라야마 담화를 부정할 것인가? - 아베 총리는 지난 2월 일본 참의원( 參 議 院 ) 본회의 답변에서, 일본의 아시아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대하여 사과한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시아 여러 나라들에 다대( 多 大 )한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는 인식 은, 역대( 歷 代 )내각의 입장과 같다 고 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3월 초 필자와 한 인터뷰에서도 한국인들에게 필설( 筆 舌 )로 다할 수 없는 고통을 끼쳤다 는 표현을 한 적이 있다. 2015년의 종전( 終 戰 ) 70주년 담화 때 아베 총리는 (그때 까지 재임한다면) 무라야마와는 다른 미래지향적 담화를 발표하고 싶은 듯하 다. 그래도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과를 부정하는 내용이 될 수는 없 을 것이다. 10. 영토 및 역사관 문제에서 한국이 중국 및 북한과 손을 잡는 게 가능한가? - 한국이 안보상의 적인 북한과 북한의 군사동맹국인 중국과 협력, 일본을 특집 대북핵전략 25
압박하는 형국을 보이면 일본 여론은 물론이고 미국도 반발할 것이다. 그 결과는 한국의 안보상 손해로 나타날 것이다. 11. 북한정권의 한일관계에 대한 전략은 무엇인가? - 한일관계를 악화시키면 자동적으로 한 미 일 동맹관계를 약화시킬 수 있 다고 본다. 김일성은 한미동맹, 한일우호 관계를 양반이 쓴 갓의 두 끈으로 비유한 적이 있다. 두 끈을 자르면 갓(한국)이 바람에 날아간다는 뜻이었다. 12. 한일문제 해결의 원칙은? - 국민 대( 對 ) 국민감정의 악화를 경계하면서 정경( 政 經 ) 분리, 무력 불사용, 국민친선의 강화 를 원칙으로 삼는다. 과거의 갈등과 차이를 미래의 협력으 로 해결하려는 슬기를 발휘할 때이다. 국가 간 관계에서 힘을 쓰는 건 감정 보다는 국력이다. 국력 안에는 국민들의 교양도 포함된다. 한국인이 일본 인의 존경을 받게 될 때 양국 관계도 건강해질 것이다. 중국의 융성과 한국의 위기 중국에서 통일국가가 등장할 때마다 그 여파는 한반도에 밀려왔다. 이 전환 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왕조( 王 朝 )는 망하거나 쇠퇴하였고 신라처럼 성공한 나라 는 통일을 주도하였다. 7세기 중국에서 수( 隋 )를 이은 당( 唐 )이 등장하였을 때 대 중외교 정책을 잘못 쓴 고구려와 백제는 망하고 나당( 羅 唐 )연합을 맺은 신라는 성공하였다. 몽골이 남송( 南 宋 )을 무찌르고 元 을 세우는 과정에서 고려는 저항하 다가 속국이 되었고, 원( 元 )의 일본 침공에 가담하였다. 원( 元 )이 망하고 명( 明 )이 일어날 때 이성계( 李 成 桂 )는 현실적 외교정책으로 조선을 세웠다. 명청( 明 淸 ) 교체 기에 외교적 판단을 그르친 인조( 仁 祖 )는 병자호란을 불렀다가 삼전도의 굴욕을 당하였다. 청이 쇠퇴하여 중국이 혼란으로 빠져들 때 조선조는 주체적 외교역량 을 발휘하지 못하고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마오쩌둥( 毛 澤 東 )이 중국을 공산 26 국가전략연구 Global Affairs Vol. 13 No. 2
통일한 뒤 한국전에 개입, 북진( 北 進 )통일을 저지하였다. 이승만은 중국의 공산 화에 한미동맹으로 대응하였다. 덩샤오핑( 鄧 小 平 )의 중국이 개방정책으로 비약적 인 발전을 시작하자 노태우 정부는 북방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중국과 수교, 한국 경제의 뉴프런티어를 열었다. 그 중국이 미국 및 일본과 대결하는 상황에서 한 국은 중국과 군사동맹을 맺은 북한정권의 핵개발을 상대하고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과는 역사전쟁을 벌이면서 대중노선을 어떻게 정할 것이냐로 고민에 빠졌 다. 한미일 동맹 체제하에서 친중반일 노선이 과연 가능한가? 한미동맹을 대북 억지력으로만 묶어놓고 한국은 미중 대결에서 중립을 지키거나 중국과 친해질 수 있을까? 중일( 中 日 ) 대결에선 중국 편을 들 수 있을까? 지난 2000년의 한민족 역사 속에서 한 가지 원리가 있다. 한반도가 통일되어 강력한 정권이 들어서면 동북아에 평화가 오고, 분열되거나 약체화( 弱 體 化 )되면 국제전쟁터가 된다는 원리이다. 한국전, 러일전쟁, 청일전쟁, 임진왜란, 그리고 중국 세력과 왜( 倭 )가 개입한 삼국시대 전쟁은 모두 약해지고 분열된 한반도가 불러들인 국제전쟁이었다. 남북( 南 北 ), 한일( 韓 日 ), 한중( 韓 中 ), 한미( 韓 美 )관계가 복 잡하게 전개되는 한가운데서 자주성을 잃지 않으려면 강한 국력과 국민정신을 길러 내부통합을 이루고 국가지도부가 지혜로운 외교를 해야 하는데 아무리 둘 러봐도 한미동맹을 대체할 수단은 없는 것 같다. 특집 대북핵전략 27
Abstract Is it possible for pro-chinese but anti-japanese policies under the system of Korea, U.S., and Japan alliance? Cho Gabje Representative of the Chogabje.com Once the Imperial China found unified nations, the Peninsula was influenced by it. Then dynasties that did not adopt to a turning point perished or decay and a successful country, like Shilla, had led to the unification. In the 7th century, when Tang Period followed the Sui Period, Goguryeo and Baekje perished as the result of not succeeding in diplomatic policy of China, whlie Silla-Tang alliance was successful. Modern Mongolian conquered Southern Song and Yuan Dynasty was established. During the time Goryeo became a vassal state of Yuan Dynasty as they resisted them, then involved Yuan Dynasty invaded Japan. Yi Sejong-gye, Taejo, established Joseon Dynasty to practical diplomatic policy as collapse of the Mongol-led Yuan Dynasty and rise of the Ming Dynasty in China. King Injo of Joseon Dynasty made misjudgment of diplomatic toward the period of transition between Ming and Qing Dynasty. It caused Second Manchu invasion of Korea and King Injo was humiliated by Qing Dynasty. The Joseon Dynasty was colonized by the Japan because they could not show the independent diplomacy capability when the Qing Dynasty became decay and deepened into confusion. After Mao Zedong governed the country as 28 국가전략연구 Global Affairs Vol. 13 No. 2
Chairman of the Communist of China, he was intervention of Korean war and foil unification by expanding northward. Seungman Rhee responded to the with Korea-U.S. alliance, in the communization of China. As Deng Xiaping an open-door policy in China was in the rapid development, Roh Tae-woo government opened a new Frontier of the Korean economy by establishing diplomatic ties with China in the means of a northward policy. Korea has faced hard problems: deal with the nuclear of North Korea government who has military relationship with China. With Japan, an alliance country of U.S., faces a history war, and finding how to determine the China political line as the China confronts U.S. and Japan. Is it possible for pro-chinese and anti-japanese policies under the system of Korea, U.S. and Japan alliance? In the situation where U.S. and China confronts and South Korea-U.S. alliance made with a deterrent, can Korea be in a good relationship with China or keep its neutrality. CAN Korea standby the China, when a face-off between China and Japan happen? There has been rule for last 2,000 year-long history. A rule is when the Korean Peninsula was unified and ruled under strong government, the Northeast Asia will meet the peace. Or if the Korean Peninsula divides or becomes weaken, there is going to be a war place. The Korean war, Russo-Japanese War, First Sino-Japanese War, Japanese invasion of Korea, China power, and the period of the Three States that is invasion of Japanese raiders is all of the international wars caused by weaken of the Korean Peninsula. Korea should keep the relationship with U.S. to have confidence in the midst of complicated relation with South-North, Korea-Japan, Korea-China, Korea-U.S. Along with, Korean must have unity of the community with strong national power, the national sprit. 특집 대북핵전략 29
특 집 대 북 핵 전 략 북한 핵무장과 국가안보전략 김진무 * 들어가며 지난 2월 12일 북한은 3차 핵실험을 강행한 직후 이전보다 폭발력이 크고 소형화, 경량화된 핵실험을 완벽하게 진행 하였다고 하면서 다종화된 핵억제 력 을 물리적으로 과시했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작년 12 월 은하 3호 장거리로켓 발사 성공과 함께 핵탄도미사일 개발을 완성했으며, 핵 무기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한 북한은 유엔이 안보리 제재 결의안 2094호를 의결하자 3월 27일 최고사령부 명령으로 1호 전투근무태세 를 발령하면서 실제적인 군사적 행동은 강력한 핵 선제타격이 포함된다 고 한국과 미국에 대해 핵공격을 위협하였다. 국방부 정책자문위원,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을 역임, 한국국방연구원 안보 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겸임교수 역임. 저서 및 논문: 북한의 핵전략 분석과 평가 (한국국방연구원, 2010년 2월), 남북관계 변화 전망과 국방의 과제 (국제정치학회 기획세미나 자료집, 2009년 11월 23일), 북한급변사태 와 한반도 유형별 시나리오 ( 북한 2009년 8월호) 등. 특집 대북핵전략 31
정보가 극히 제한된 상황에서 북한의 선전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지만 지난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6년이 지난 상황에서 북한의 핵개발이 상당한 진전을 보였을 것이라는 추정은 가능하다. 이렇게 북한이 작년 12월 장거리로켓 발사 성공에 이어 3차 핵실험을 성공하고 핵공격을 위협하는가 하면 핵개발 지속의 지를 천명하는 등 북한의 핵위협이 가중되는 현실에서 우리 사회에서는 북한의 핵위협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해 다양한 논쟁이 진행중이며, 우리의 국 가안보전략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기존의 한미공조체제 강화를 넘어서서 미국의 전술핵 반입 또는 자주적 핵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북한의 핵무장 능력 평가 및 전망 핵무기의 주요한 구성요건은 1 핵물질, 2 기폭장치, 3 투발수단 등 인데 이는 핵물질과 기폭장치를 결합한 핵폭발장치(nuclear explosive device)와는 구별 되는 개념이다. 즉 핵폭발장치는 완전한 무기화 이전에 핵폭발 위력실험이나 기 폭장치의 정확성을 시험하기 위한 고폭실험 등을 위해 핵물질과 기폭장치만을 결합한 장치를 말한다. 즉 핵폭발장치는 미사일 등 투발수단과 결합되었을 때 비로소 핵무기라고 불릴 수 있다. 우선 북한은 1994년 제네바합의 이전부터 영변원자로 가동을 통해 플루토늄 을 추출해왔으며, 지난 2008년 2.13 합의에 의해 영변 핵시설이 불능화될 때까 지 총 40 50kg의 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하였고, 지난 2006년과 2009년 두 차 례의 핵실험을 위하여 플루토늄을 사용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 30 40kg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북한이 2011년 1월 미국의 핵 전문가 해커 박사에게 공개한 우라늄 농축시설과 한미 정보당국이 파악하고 있 는 별도의 농축시설에서 연간 80kg의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함형필, 북한의 우라늄 농축능력, 어지까지 왔나, 북한 2012, 89쪽). 이와 같은 여 러 가지 정보를 종합해 볼 때 북한이 플루토늄과 농축우라늄 등 무기급 핵물질 32 국가전략연구 Global Affairs Vol. 13 No. 2
을 모두 합한다면 10개 이상의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 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유 하고 있는 핵물질을 모두 핵폭탄으로 제조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핵무기의 개발과정에서 일단 핵물질을 확보했더라도 이를 폭발시키기 위해서는 기폭장치, 중성자 발생장치, 반사체, 전기점화장치 등이 필요하며, 핵 폭탄을 정교화, 소형화하여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개발되어야 한다. 북한의 핵폭탄 소형화 여부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논쟁이 있어 왔다. 그 러나 북한은 이미 지난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 핵실험으로 핵능력을 과시하 였고, 지난 2월 12일 제3차 핵실험 직후 이전과 달리 폭발력이 크면서 소형화, 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하여 높은 수준에서 안전하게 진행된 핵시험이었다 고 주장한 바와 같이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화된 핵무기를 실험하였을 가능 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지만 북한이 지난 20여년 동안 핵개발에 매진해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완전히 부정하기도 어려 운 상황인 것은 틀림없다. 한편 운반수단인 미사일은 북한이 이미 1970년대부터 탄도미사일 개발에 착 수하여 그동안 사정거리 300-500km SCUD-B,C를 비롯하여, 노동(1,300km), 대 포동 1호(2,500km), 무수단(3-4,000km) 등 다양한 미사일을 개발 완료하고 실전배치 하였고, 2012년 4월 15일 군사퍼레이드에서 사정거리 6,000km로 추정되는 KN-08을 선보였다. 그 외에도 북한은 KN-01, KN-02 등 다양한 단거리 미사일 을 개발중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북한은 2006년과 2009년 사정거리 6,000km 이상의 대포동 2호(은하 2호) 미사일을 시험발사하였으나 실패하였다. 그러나 지난 2012년 12월 12일 사정거리 1만 km 이상 되는 은하 3호 미사일을 발사하여 성공함에 따라 북한은 전략적 목표를 타격하기 위하여 다양한 사정거리 의 미사일을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같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 능력은 다량의 핵물질을 보유하고 이미 수발 의 핵폭탄을 제조하였으며, 또한 핵폭탄 소형화에도 상당한 진전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등 핵무기 개발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다양 한 전략적 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 특집 대북핵전략 33
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탄두 중량 500-700kg 이하)의 소형화 기술 개발에 대해서는 아직 회의 적이며, 또한 대기권 밖으로 나간 발사체를 대기권으로 재진입시키는 기술 등 핵탄도미사일 기술을 완성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 2006년 제1차 핵실험 이후 핵무기 개발을 더욱 가속화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ICBM급 핵탄도미사일은 물론이고 다양한 전술핵 도 가까운 시일내에 개발을 완성할 가능성은 높다. 즉 북한은 현재 위력은 증강 되지만 보다 작고 경량화된 효율적인 핵무기를 개발하려고 하고 있으며, 이는 보다 적은 핵물질로 더 큰 위력을 가진 핵무기, 그리고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미 사일 등 운반수단에 장착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핵무기를 목표로 기술적인 발 전을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은 앞으 로도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은 물론이고 4차 5차 핵실험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파키스탄은 핵개발 초기 7차례 핵실험을 실시하였다. 한편 북한이 그동안 영변 원자로를 통해 추출한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에서 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로 전환한 것이 확실시 됨에 따라 핵 무기 대량생산을 추구할 것이다. 현재 북한은 지난 2010년 공개한 영변 농축공 장 이외에도 몇 개의 공장이 더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보기관이 확인한 우라늄 농축공장을 바탕으로 추정해보면 2016년까지 우라늄 핵무기 20개 이상 을 제조할 수 있는 농축우라늄을 보유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박재환, 이정현, 북한의 핵능력 평가 및 전망, 핵정보분석지 No.58, 2012년 9월; 김종선, 북한 핵기술 어디가지 왔나, 북한 2013년 4월호, 93쪽). 그리고 이러한 추세라면 북한은 향후 10년내 40~50개의 핵무기 생산능력을 보유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북한이 핵무기 대량생산체제로 진입하게 된다면 북한은 전술핵 개발 로 전환할 것이다. 통상 핵무기의 숫자가 한정되어 있는 핵개발 초기단계에서 핵무기는 전략적 용도로 국한된다. 그러나 핵무기 보유량이 증가하게 되면 핵무 기의 일부를 전술용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즉 야포탄과 단거리미사일 탑재 가 가능한 소형 핵무기 개발을 통해 단거리 군사목표에 대한 타격능력을 구비한 전술 핵무기를 확보하고자 할 것이다. 34 국가전략연구 Global Affairs Vol. 13 No. 2
북한의 핵전략 북한의 핵무기는 크게 방어, 공격, 그리고 확산 등 세 가지 차원에서 군사적 사용전략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핵무기의 군사적 사용전략의 첫 번째 는 핵억지전략이다. 먼저 북한은 스스로 핵개발의 근본 이유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핵억제력 강화라고 주장해왔다. 즉 북한은 미국 등 외부로부터 군사적 공 격을 받았을 때 자신이 보유한 핵무기를 사용하여 보복 공격한다고 위협하는 핵 억지(nuclear deterrence)를 통해 자신의 안보를 지키려 할 것이다. 특히 서울이 휴 전선에 근접해 있고, 일본 역시 북한이 실전배치한 노동미사일의 사정거리에 있 다는 점에서 보복전략은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기가 방어용에만 머무를 것이라는 예상은 억측이다. 핵 무기에 공격용과 방어용은 따로 없다. 유사시 북한은 공격을 위해 핵무기를 사 용할 것이며,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제1차적 대상은 한국이 될 수밖에 없 다. 따라서 북한의 현존 핵능력은 적어도 한반도 전구차원의 전략무기를 보유하 게 되었음을 의미하며, 유사시 한반도에서도 대량살상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 을 나타낸다. 결국 재래식 전력에 의한 군사충돌 외에도 한미연합전력과 북한 간 핵전력에 의한 충돌, 즉 핵전쟁(nuclear war)이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등장한 것 이다. 북한이 군사적 목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기본적으로 핵공갈, 전술적 핵 사용, 전략적 핵사용 등의 핵전략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김태우, 북한의 핵실험과 확대억제 강화의 필요성, 한국국방연구원 주최 제3회 북한군사포럼 발표 논문, 2009, 12). 첫째, 핵공갈(Nuclear Blackmail)은 구두나 선언 또는 고의적 정보유출 등에 의한 핵사용 위협으로서 반드시 실질적 핵사용 의지를 나타내지는 않으며, 국제 핵정치에서 흔한 현상이다. 북한은 이미 우리는 핵억제력을 가지고 있다 라고 하였으며, 또 한 최근에는 실제적인 군사적 행동은 강력한 핵 선제타격이 포함된다 라고 핵 공갈을 실행하였다. 상대로 하여금 핵보유 여부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게 하는 불확실 전략(strategy of ambiguity) 상태에서 위협적인 언행을 표출하는 것도 일종의 핵공갈에 해당한다. 특집 대북핵전략 35
둘째, 전술적 핵사용(tactical use)은 군사시설이나 군대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타격하는 counter-force 공격을 의미한다. 북한이 이 용도로 핵을 사용한다면 남한 내의 공군기지, 군항, 군부대 밀집지역 등이 타격대상이 될 수 있다. 미군 의 평택기지 이전이 완료될 경우 최대의 군사밀집 지역이 될 평택-오산 지역은 전술적 핵사용의 최대 타깃이 될 것이다. 셋째, 전략적 핵사용(strategic use)은 최후의 방법으로 상대국의 국가기반을 파괴하기 위한 목적으로 핵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량파괴 및 대량살상 을 목적으로 하는 핵사용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핵무기는 상대국의 대도시, 산 업기반, 배후시설 등을 타격하게 되며, 상대국의 전쟁수행 능력을 종식시키고 국가기능을 정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산업시설들이 밀집되어 있는 울산이나 서울이 전략적 핵사용을 위한 최대 타깃이 될 것이며, 인구밀집지역으로서 국력의 절반을 포용하는 서울은 최후의 타깃이 될 것이다. 북한의 대남 핵사용 의지나 선택할 행태는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할 것 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북한이 전면전 도발 초기에는 핵공갈 등으로 남한의 전쟁의지를 후퇴시키려 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전쟁이 지속되는 경우 북한은 해공군 기지, 군사밀집 지역 등을 대상으로 전술적 핵사용을 결행할 수 있으며, 만약 전세가 불리하여 북한체제와 정권이 위협을 받는다고 판단할 경우 전략적 핵사용을 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북한이 대남 전면전 도발시 조속한 전쟁승리와 한반도 적화 의 공세적 목적을 가지고 선제적으로 전략적 목적의 핵 사용을 결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한국의 안보전략 북핵 위협 대비 안보전략 기조 북한의 핵능력 강화는 결국 한반도에서의 핵전쟁(nuclear war)이 현실적인 시 나리오로 등장하게 한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는 경우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 시물레이션 연구에 의하면 북한이 서울을 대상으로 20kt급 핵무기를 36 국가전략연구 Global Affairs Vol. 13 No. 2
투발한다면 24시간 내에 90만명이 사망하고 136만명이 부상하며 시간이 경과 할수록 낙진 등으로 사망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발 위력이 더 큰 핵 무기는 더욱 상상을 초월하는 사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렇듯 한 번의 핵공격으로도 국력의 절반이 집중되어 있는 서울은 초토화된다. 이러한 북한의 가공할 핵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우리의 전략적 기조는 첫째, 국방정책 전반을 재검토,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즉 북한의 핵위협은 우리 국방 정책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핵으로 무장한 북한군에 대적하기 위 해서는 재래전 중심의 군비경쟁논리나 억제 방어체계는 분명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는 가운데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리 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방어에 안주하면 적의 도발을 초청하는 것 이라는 교훈을 새기며 보다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공세적인 억제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우리의 대북정책 목표가 남북관계의 현상 유지 에 머물지 말고 현상의 변경 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3차 핵실험 이후 가공할 핵무기로 우리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함에 따라 북한 핵무기의 인질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현상 유지 정책으로 미래 우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 다. 그러나 북한은 핵무기가 자신의 정권을 지켜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으며, 앞으로 핵능력 증강에 매진할 것이다. 즉 북핵 문제는 북한의 비정상적인 체제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북핵 문제는 북한 정권과 체제가 변화하지 않는 다면 해결이 불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대북정책 목표는 현상의 변경 이 되어야 하며 북한 체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셋째, 6자회담 등 기존의 북핵 협상 체제 등 국제사회와 협력을 강화하여 북 한의 핵포기를 유도하고 핵위협을 억제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북한이 핵능력 증강 의지를 고수하면서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포기를 유도하려 는 노력은 번번이 실패하였고, 6자회담 무용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정권과의 협상을 통한 북한의 핵폐기 유도는 현 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경제난 등으로 체제위기 상 황이 지속되고 있는 북한에게 6자회담 경제지원 등을 통한 체제안전보장은 젊 은 김정은 정권에게는 당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 특집 대북핵전략 37
들은 한반도에서의 전쟁 또는 불안정 상황을 우려하는 공통인식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6자회담에서 북한의 위험한 행동을 억제 또는 제재할 수 있는 국제공조 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군사적 대비 측면 북한의 핵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유일한 방법이 군사적 강압이라는 인식 하에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군사적 방책을 개발하는 데 온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군사적 방책은 크게 세 가지 로 나뉘며, 그 첫째는 북한의 핵무기 사용에 대한 확실한 보복능력을 과시하는 것이다. 즉 보복의 위험으로 인하여 북한이 핵공격을 못하도록 하는 방책이다. 물론 보복능력은 북한이 핵무기로 공격하였을 때 보복을 통해 전쟁을 승리로 이 끄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둘째는 북한의 핵무기 사용이 확실한 상황에서 선 제공격을 통하여 핵공격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는 북한의 핵공격 을 방어하는 능력을 보유하는 것이다(박휘락, 김병기, 북한 핵에 대한 군사적 대응태세와 과제 분석, 국제관계연구 제17권 제2호, 2012, 95-99).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북핵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군은 물론이고 범정부 차 원에서 다양한 군사적 방책들을 검토하여 추진하고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 후 북한의 심각한 핵위협 현실화되었다고 보고 우리의 안전을 보다 확실하게 보 장할 수 있는 군사적 방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즉 핵 에는 핵으로 대응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으며, 힘의 균형 을 공포의 균 형 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핵무기의 속성이고, 상호확증파괴(MAD) 가 가능할 때 핵억지가 성립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한국군 주도의 대 북 군사태세는 현실적으로 큰 의미가 없으며(이상형, 2009, 239), 미국의 핵우산 제 공 약속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2015 년 전작권 전환 이후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북핵 위협에 대비하여 자주적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자주적 핵무장은 자주적 핵개발과 미군의 전술핵 38 국가전략연구 Global Affairs Vol. 13 No. 2
재반입으로 대표되며, 특히 전술핵을 재반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전술핵 재반입 이 국내적으로도 한국의 핵무장론을 불식시키고 한국의 비핵정책을 유지하는 동시에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의심을 해소하여 한반도의 군사적 안정을 가져오 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주적 핵무장론에 대한 비판이 거센 것도 사실이다. 먼저 자 주적 핵개발에 대해서는 국제법상 불법이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현 한미동 맹체제에서 불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즉 자주적 핵개발은 국제법, 유엔안보리 결 의 등 비확산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며, 핵개발시 국제사회로부터 다양한 제재를 받을 것인 바 한국은 어떤 나라보다도 개방되고 경제제재에 취약하며, 한미간 갈등을 초래하는 동시에 미국의 핵우산을 후퇴시키는 등 한미동맹에 결정적인 손상을 입힐 것이라는 주장이다(전봉근, 북한 비핵화정책, 이상 없나, Korea Policy 2013, 19). 또한 미국의 전술핵 재반입은 미국이 동의해야 하며, 국내에서 합의가 이루어져야 추진할 수 있다. 특히 핵무기의 국내 반입 문제는 격렬한 남남갈등 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자주적 핵개발이나 전술핵 재반입은 북한에 대 해 핵을 폐기하라고 주장할 명분이 사라지게 되며, 동북아 핵군비경쟁을 촉발하 여 핵전쟁 위험을 더욱 키울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한 사항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상기 두 가지 대안을 적극적 으로 검토하는 동시에 논의를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첫째,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이 핵능력 증강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안보를 위한 확실한 대안이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북한의 핵개발을 지켜보며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필요는 있다. 특히 자주적 핵개발과 관련하여 대규모 핵물 질(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고 있는 일본으로부터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나가사키급 원자폭탄을 5,000-7,000발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 44.3톤을 국내외에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따 라서 자주적 핵개발 주장의 이면에는 당장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핵개발 능력의 보유를 추진하는 것이며, 이를 위한 논의를 확대할 필요는 있다 고 하겠다. 둘째, 핵확산 위협은 중국, 러시아 등을 자극하고 국제사회의 북핵문제 해결 특집 대북핵전략 39
노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셋째, 우리의 자주적 개 발 주장은 미국이 보다 적극적이고 확실한 핵우산을 제공하도록 하는 촉진 역할 을 할 수 있다. 지난 3월 키리졸브-독수리훈련 기간 동안 미국이 핵잠수함, B-2 스텔스 폭격기 등을 훈련에 참가시킨 것은 최근 우리 사회 내에서의 자주적 핵 보유 주장 확산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자주적 핵개발과 전술핵 재반입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음에 도 불구하고 당장 가용한 대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당면 한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 현단계에서 가장 현실적인 군사적 방책을 수립하 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 첫 번째는 미국의 핵우산을 확고하 게 보장하는 것이다. 즉 지난 2009년부터 한미간에 협의되고 있는 미국의 확장 억제 제공 과 관련하여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보다 구체적이고 확실한 방책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즉 미국의 핵우산은 북한의 핵위협 또는 핵사용을 억제하 고 유사시 즉각 보복할 수 있도록 보다 구체적이고 확고하게 보장되어야 할 것 이다. 이와 같이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여 미국이 제공할 핵우산을 비롯한 확장 억제는 북핵 위협 대비 맞춤형 한미연합훈련의 정기적인 실시, 핵잠수함 등 억 제무기의 한반도 주변 상시배치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의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는 것 외에도 미국 의 확장억제 제공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핵공격과 관련된 확장억 제의 경우 미국이 자국 영토에 대한 핵공격의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 방위를 위 해 핵억지를 사용할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미국의 핵우산 제공 약속은 정치적 약속일 뿐이다. 국가간 약속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바 뀔 수 있다. 따라서 한미동맹이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신뢰할 수 있는 억지력이 작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확장억제의 법적 지위를 높이 는 조치가 필요하다. 즉 조약 차원에서 명시적으로 천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NATO조약이나 미일동맹조약에도 미국의 핵우산 제공이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미국이 한국에 대해 조약차원의 문서로 핵우산을 명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핵 위협의 심각성, 한미간의 전략목표 조화 등 을 부각시키며 동맹조약 차원의 핵우산 명시를 목표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김태 40 국가전략연구 Global Affairs Vol. 13 No. 2
우, 2009, 26). 둘째, 북한 핵무기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정보능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 다.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는 가장 우선적인 목표는 북한의 핵사용을 억제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핵능력, 핵무기의 위치 등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적인 과제이다. 북핵에 대한 정보는 북한의 핵공갈 무력 화, 선제타격 등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셋째,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방어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우선 북한 이 항공기를 이용하여 핵무기를 투발할 경우 우리 군은 즉각적으로 탐지하여 요 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핵미사일을 투발할 경우 방 어력은 충분하지 않다. 특히 서울이 휴전선에 근접해 있고 북한의 SCUD 미사 일 기지가 서울에서 150km 안팎에 위치하고 있어 미사일 발사 5분 이내에 도달 한다는 지리적 취약점으로 인해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을 방어하는 것이 매우 어 려운 실정이다. 또한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그동 안 미국의 미사일 방어시스템(MD) 참여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어 왔으나 여러 가지 장애요인과 현실성 문제로 인해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정욱식, 미사일 방어체 제(MD), 서울: 살림, 2003; 박휘락, 2013). 최근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KMDA: Korea Air and Missile Defense) 라는 개념이 논의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논의 단계에 머 물러 있다. 따라서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 시스템 구축을 위해 보다 구체적인 논 의와 발전방향 정립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넷째,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군사전략에 일대 전환이 필요 하다. 우리의 대북 군사전략은 북한의 선제도발을 방어한다는 개념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한다면 우리의 방어나 반격 자체가 무의미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북한의 핵전쟁 도발에 대해 선제공격 개념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대북 군사전략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한편 북한의 핵위협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한 미연합사 해체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특히 2015년 전작권을 전환하는 것을 예정대로 진행하더라도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간의 확고한 연합 방위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미국측과 보다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전작권 특집 대북핵전략 41
전환 문제는 우리의 안보 여건과 연계되어야 할 것이다. 즉 한미간에 전작권 전 환을 합의한 시점의 한국의 안보상황과 현재 북한의 핵위협이 현실화된 시점에 서의 한국의 안보여건에 있어 큰 차이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한 2015년 전작 권 전환 이후 우리 군의 정보 및 작전능력 등 북핵 위협에 대한 독자적인 대북 억지력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인 바, 특히 킬체인시스템 구축, 미국 의 확장억제 제공 등은 모두 미국의 정보능력에 의존하거나 미국이 핵우산을 제 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2015년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지금과 같이 한미간의 확 고한 군사적 공조체제 유지, 유사시 자동개입 등에 대해 확신이 필요하기 때문 이다. 마지막으로 북핵 위협 대비 군사적 대비태세를 재정비하는 맞춤형 국방개혁 이 필요하다. 향후 한반도 안보환경은 변화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 북한의 핵위 협은 점점 더 우리 안보에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는데, 전시작전권 전환과 한 미연합사 해체는 한국의 방위계획에 있어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다시 말하 면 그동안 여러 차례 수립, 추진되었던 국방개혁을 북핵 위협이라는 보다 새로 운 위협, 새로운 시각에서 맞춤형으로 개혁되어야 할 것이다. 즉 전작권 전환에 대비한 군 지휘체계 발전, 미래 작전환경에 부합하는 전력증강 우선순위 등을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는 맞춤형 개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맺는 말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우리 사회에 북핵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북 한의 핵능력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되지만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것도 경계해 야 한다. 왜냐 하면 아주 제한된 정보로 북한의 핵능력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특 히 북한의 대외 발표는 외부에 위협을 극대화하기 위한 선전용일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지난 몇 년 동안 핵개발을 서두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개발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에 대항하기 위한 것 42 국가전략연구 Global Affairs Vol. 13 No. 2
이며, 미국이 북한 체제를 보장해주면 북한은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북한의 핵문제는 대미 협상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북핵문제는 세계 에도 유래가 없는 김정은 1인 절대독재체제라는 근본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다. 따라서 김정은 정권이 유지되는 한 북한은 핵을 포기하기는커녕 핵능력 증 강에 매진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북한이 앞으로 계속해서 핵능력을 증강해 나가는 상황에서 우리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비하여 안보 국방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즉 북 한의 핵무장으로 실제 위협을 받게 된 나라는 한국으로서 우리 안보 환경에 엄 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즉 북한이 보유한 핵폭탄의 가공할 위력은 남북간 군사적 균형을 무너뜨리며 우리의 안보를 극도로 불안정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우선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북한 핵무기에 대비하는 안보우선주의로 국정운영방향 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한미동맹을 강화하여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핵우산 등 충분한 억지력을 확보하는 한편 독자적 대북 억제력을 확보하기 위해 군사전략을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의 국방체제와 정책을 북 핵 위협에 대비하는 맞춤형으로 전면적인 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특집 대북핵전략 43
Abstract Strategy of National Security in the Era of North Korean Nuclear Armament Kim Jinmoo Korea Institute for Defense Analyses Senior Research Fellow Many arguments on how to deal with North Korea s nuclear threat are currently taking place in our society. In reality, North Korea s nuclear threat is raising the level. Not only did North Korea succeed in launching the long range rocket in December of last year, but also on February 12 th, it successfully conducted the 3 rd nuclear test, threatening the world with nuclear attacks. North Korea has continuously announcing its intention to develop nuke. In terms of evaluating North Korea s capability, by launching Unha-3 rocket in last December and successfully conducting the 3 rd nuclear test, North Korea seems to come one step closer to developing the ICBM level nuclear warhead missile. Furthermore, North Korea will aim to develop the nuclear weapons that are small, lightened, and effective with increased explosiveness. It is prospected that utilizing the enriched uranium facility, North Korea will work on setting up the mass production system for nuclear weapons. According to the intelligence available so far, North Korea is expected to possess from 40 to 50 nuclear weapons within ten years. It will try to possess the strategic nuclear weapons with the striking capability for the short distance military target. North Korea will work on developing the small nuclear weapons that can load the shell and the short distance 44 국가전략연구 Global Affairs Vol. 13 No. 2
missile. Despite North Korea s claim that it is developing the nuclear weapons to protect its regime and for the sake of nuclear deterrence, if it decides to use the nuclear weapons, the first victim will be Republic of Korea. Thus, the current status of North Korea s nuclear capability is to possess the strategic weapons at Korean peninsula theater level. Now, one of realistic scenario is nuclear war, meaning the conflict between ROK-US alliance and nuclear armed North Korea, besides the conventional military conflicts. In order to prepare for North Korea s nuclear threat, Republic of Korea needs to review and rearrange its overall defense policy. It means that North Korea s nuclear threat is demanding the paradigm shift on Republic of Korea s defense policy. Also, to fight against the North Korean army equipped with nukes, Republic of Korea must recognize the limit on conventional way s logic of arms race and deterrence defense system, while preparing a resolution. It is important to guarantee enough deterrence, for example, by utilizing nuclear umbrella, through strengthening ROK-US alliance. To deter North Korea solely, Republic of Korea must seriously come up with a groundbreaking military strategy. The most important lesson is that being satisfied with the defense stance itself is an act of inviting an enemy to provoke. Thus, Republic of Korea should take more aggressive deterrence strategy. 특집 대북핵전략 45
특 집 대 북 핵 전 략 김정은 체제의 북미관계, 어디로 가는가? 황지환 * 김정은 체제하의 사건과 사고들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김정은 체제가 등장하고 1년 반의 시간이 흘렀다. 김정은 체제의 대외정책의 지난 시기를 되돌아보고 향후 북한의 전략평가(strategic assessment)에 대한 해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고에서는 북한의 대외발표문을 통해 김정은 체제가 등장한 2011년 12월 이후 북한의 전 략적 사고를 분석하고 북미관계의 퍼즐을 재구성해 보려고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11년 12월 17일 사망하였는데, 사망 직전에 북미접 촉을 진행하고 있었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3년 이후 진행되던 6자 회담이 2008년 12월 수석대표회담을 마지막으로 3년 넘게 중단되어 있는 상황 에서 북한은 한국 및 미국과 소위 3단계 접근법에 대해 조율하고 있었다. 3단계 접근법이란 6자회담으로 가는 과정에 남북 비핵화 회담을 1단계로 시작하고, 2 서울시립대학교 국제관계학과 조교수.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정치학사, University of Colorado 정치학석사, 박사. 명지대학교 북한학과 조교수 역임. 특집 대북핵전략 47
단계에서 북미접촉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고 그 결과물을 바탕으로 3단계로 6 자회담을 개최한다는 한미의 복안이었다. 남북한은 2011년 7월과 9월 두 차례 접촉하였고, 이후 북한과 미국이 일련의 고위급 회담을 통해 2012년 2월 2.29 합의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북미간의 합의는 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로 붕괴되기 시작한다. 북한은 북미합의가 이루어진 직후부터 장거리 로켓 발사 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을 이틀 앞둔 4월 13 일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였으나 실패하였다. 이후 북미간에 첨예한 긴장관계가 고조되었고 이후 북한은 7월 들어 핵문제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를 선언하였다. 북한은 2012년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를 다시 시도하여 광명성 3호-2호기를 성 공적으로 발사하였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고와 압력에도 불구하고 두 달 뒤인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감행하였다. 이러한 북미관계의 경색은 남북 관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쳐 2013년 4월 개성공단이 중단되는 등 긴장관계가 고조되었다. 하지만, 북한은 5월 들어 다시 대화국면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갑자 기 일본의 대북강경파인 아베 내각의 이지마 이사오 내각관리를 받아들여 북일 관계에 대한 논의를 진행시켰다. 또한 중국에 대해서는 5월 최룡해 총정치국장 을 특사로 파견하여 긴장된 북중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노력을 시도하였고, 6월 에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중국에 보내 북핵문제와 6자회담의 재개 방안을 논의하였다. 북한은 남한에 대해서도 6월 6일 남북회담을 제안하여 협상국면을 이끌어가고자 시도했으나 회담대표의 격 문제로 남북간에 갈등이 발생하여 고 위급 회담이 결렬되었다. 북한은 남북회담이 결렬된 직후 6월 16일 미국에 대한 회담 제안도 함으로써 향후 대외관계를 협상국면으로 이끌어가고자 하는 의도 를 보여주었다. 48 국가전략연구 Global Affairs Vol. 13 No. 2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북미관계의 재해석 김정은 체제의 대외관계는 크게 보면 다음의 세 시기로 구분될 수 있다. 첫 번째 시기는 2011년 7월부터 시작되어 2012년 6월까지 지속된 협상국면이다. 이 시기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이라는 이유로 2.29 합의와 로켓 발사를 병 행시키고자 한 협상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시기는 2012년 7월부터 2013년 5월까지로 북한이 핵문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선언하고 미국에 대해 군사적 위기를 고조시키는 정책을 취했던 시기였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시기는 올해 5월 이후 북한이 주변국들에 대해 차례로 대화제안을 한 시기로 북 미협상과 6자회담을 준비하는 시기로 이해될 수 있다. 2011년 7월에서 2012년 6월까지 2.29 합의와 로켓발사의 병행 2011년 7월 남북 비핵화 회담과 북미접촉 이후 북한은 로켓발사와 2.29 합 의가 병행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그 해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 서에도 불구하고 북미대화를 지속하여 2012년 2월말 2.29 합의를 이끌어 낸 것 은 북한이 당시 핵문제에 있어서 협상국면을 준비하고 있었음을 잘 보여준다. 북한은 이후 비핵화를 위한 사전조치를 취하는 듯한 제스처를 보였지만, 3월 중 순 들어 돌연 광명성 3호 발사 계획을 발표하면서 미국과의 긴장을 고조시켜 나갔다. 결국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인 태양절을 이틀 앞둔 4월 13일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도했다가 공중폭발하여 실패하고 만다. 당시 미국은 장거리 로켓 발사가 북미간 2.29 합의의 위반이라고 비판하였 지만, 북한은 북미간 접촉에서 미국이 장거리 로켓 시험발사를 양해했다고 주장 하였다. 합의내용에 대한 북한과 미국의 해석이 너무 다르고, 북미간 합의는 이 전에도 제네바 합의나 9.19 공동성명에서 해석을 달리하는 경우가 있어서 누구 의 주장이 정확한지를 밝히기는 어렵다. 하지만, 북한은 최소한 장거리 로켓 발 사를 강행하면서도 2.29 합의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던 것으로 보인 다. 이러한 북한의 대외전략은 김정일 사후 김정은 체제의 국내정치적 배경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미접촉과 로켓발사를 준비하는 특집 대북핵전략 49
와중에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였기 때문에 대내외적 기반이 취약한 김정은 체 제로서는 두 가지 모두 김정일의 유훈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2012년 7월에서 2013년 5월까지 핵정책의 재검토와 위기조성 전략 2012년 4월의 장거리 로켓 발사 시도에도 불구하고 2.29 합의에 대한 기대 를 가지고 있던 북한은 7월 들어 핵문제의 전면적 재검토 를 선언하고 새로운 대미정책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북한은 2012년 7월 20일 북한 외무성 담화 이 후 일련의 담화 및 비망록을 쏟아내며 대외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선언 하였다. 특히 북한은 7월 25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와 8월 31일 외무성 비망록에 서 미국에 대해 두 가지 길 을 제시하였다. 북한이 미국에게 요구하는 첫 번째 길은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이바지하라는 요구 이다. 이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2.29 합의를 그대로 수용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북한이 오랫동안 주장해 왔던 것처럼 미국의 대북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북한이 제시하는 두 번째 길은 북한이 인식하고 있는 2012년 당시의 현실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다. 이는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계속 유지하는 한 북한은 핵무기 능력을 계 속 강화할 것임을 공언하는 것이다. 당시 북한 외무성 비망록을 보면, 미국의 대북제재의 역사와 전개과정을 자 세히 기술하면서 미국에 대한 원망과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지난 2.29 합의의 무산에 대해 미국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북미 간에 2.29 합의 무산으로 긴장이 있었지만 특별한 충돌이나 협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미국의 대북제재 전개과정과 정전협정 내용을 외무성 담화 및 비망록 형태로 자세하게 발표한 점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었다. 이는 또한 북한 이 로켓 발사에도 불구하고 2.29 합의의 이행과 북미대화의 재개 가능성을 염두 에 두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4월 로켓 발사 직전 북미간 긴장이 고 조되어 있을 때 미국 정부인사가 방북했으며, 이후 8월에도 미국의 고위급 인사 가 방북하여 북한과 핵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핵문제를 협상국면에서 전면적 재검토 로 옮겨가는 북한의 정책전환 50 국가전략연구 Global Affairs Vol. 13 No. 2
은 새로운 전략적 판단에 기초하고 있다. 북한은 2011년 이후 진행되던 북미접 촉 및 2.29 합의에 대한 기대를 접고 당분간 핵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 면서 시간을 벌겠다는 정책 전환을 꾀한 것이었다. 북한 외무성의 비망록은 그 러한 이유에 대해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그 주요 내용은 그동안 북한이 미국 한국과 핵 및 평화회담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진전이 없었기 때문에, 핵무기 등 국방력 강화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당분간 북미접촉에 대한 기대를 접고 북한 나름대로 시간을 벌면서 핵능력을 증강시켜 향후 있을 북미협 상에 유리하게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핵문제의 전면적 재검토 의 내 용은 2011년 북미 사이의 접촉내용 및 합의내용을 더 이상 염두에 두지 않을 것 이며, 이제 핵문제에 있어서 협상국면을 벗어나 위기조성전략을 취하겠다는 의 미로 해석된다. 북한은 2012년 4월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북한에 다시 접근할 것인지에 대해 그동안 상황을 주시했지만, 7월 이후 그 기대를 접었다. 북한의 전략적 판단으로는 당분간 북미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없으며 대화할 상황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핵 및 미사일 프 로그램을 당분간 지속적으로 강화하며 시간을 벌려고 하는 상황인식을 보여주 었다. 이는 이후 2012년 12월의 광명성 3호-2호기 발사 및 2013년 2월의 3차 핵실험, 그리고 그 이후의 군사적 위기조성 전략과 연결된다. 북미관계의 차원 에서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을 통해 미사일 능력과 핵능력의 결 합을 암시하였는데, 이는 향후 북미회담 및 6자회담에서 미국의 양보를 유도하 고 북한의 요구조건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된다. 2013년 5월 이후 협상전략으로의 전환 움직임 2012년 7월 이후 정책전환을 하며 위기조성전략을 구사하던 북한은 올해 5 월 들어 갑자기 협상전략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5월 22일 최룡해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김정은의 특사로 방중하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면담하였고, 6월 6일에는 갑자기 남북회담을 제안하였다. 또한 6월 16일에는 미 국에 대해서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는가 하면, 이틀 뒤에는 핵문제를 관장하는 특집 대북핵전략 51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중국에 보내어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을 논의했 다. 최룡해는 북한의 전반적인 국방정책의 측면에서, 김계관은 핵문제의 측면에 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때문에 5월 이후 북한의 움직임은 대외관계를 또 다 시 협상국면으로 되돌리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북한의 전략수정은 위기조성전략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 안의 긴장고조가 이제는 효용을 상실했으며, 위기조성으로 인해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다. 시진핑 정부가 등장하면서 대북정책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국제사회가 주시하기 시작했고, 중국의 새로운 정부는 북한의 장 거리 로켓발사와 3차 핵실험에 대해 유엔안보리 제제결의에 찬성하며 적극 대 응했다. 시진핑 주석도 전임 후진타오 주석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전략적 중요성 을 여전히 인정하며 정책의 연속성을 추구하겠지만, 중국내에서 대북정책에 대 한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또한 6월초 오바마-시진 핑의 미중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및 대북정책에 대한 조율이 이루어지면 서, 한국, 미국, 중국간 3국간 협력 움직임이 나타나고 중국내 북한 여론이 악화 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지속적으로 위기조성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부담이었다. 북한은 미중정상회담 직전에 한국정부에 남북회담을 제안하여 미중간에 합의될 수 있는 부정적 대북정책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였다. 더구나 북 한이 남북회담을 제안했다는 사실은 북중회담이나 북미회담을 추진하는 협상국 면에서 북한의 입지를 강화시켜 줄 수 있는 좋은 구실이 될 수 있었다. 북한의 대외전략과 북미관계의 방향 지난 5월까지 북한의 대외전략 구상은 협상을 통해 우호적인 결과물을 얻어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따라서 북한은 당분간 긴장을 고조시키며 유리한 상황을 기다리는 전략 을 구사하였다. 하지만, 5월 이후부터는 그러한 위기조성 전략의 한계를 인식하고 대화를 제시하며 상황을 이끌어나가려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현재 북미접촉이 단절되어 있지만, 북한은 오바마 2기 행정부가 결국 52 국가전략연구 Global Affairs Vol. 13 No. 2
대북접촉을 재개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위협을 하며 기다리는 전 략 을 구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이 협상장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북 한이 판단하는 근거는 다음의 몇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북한은 2010년 11월 최신시설의 우라늄 농축 설비를 미국 인사들에게 공개하여 핵능력의 지속적인 강화가 가능함을 국제사회에 보여주었다. 이는 영 변 5MW 원자로의 노후화에도 불구하고 북핵문제가 동결될 수 없다는 인식을 미국이 갖게 함으로써 대북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게 하려는 의도다. 이는 또한 오바마 1기 행정부가 보여준 소위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정책이 구조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어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었다. 전략 적 인내 는 북핵문제가 동결된 상태에서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핵능력 이 계속 증강될 경우 유지가 불가능한 정책이라는 것이 북한의 인식이다. 둘째, 북한은 2012년 12월 광명성 3호-2호기의 발사 성공으로 인해 미사일 능력을 국제사회에 입증하였다. 로켓 기술의 속성상 인공위성과 장거리 미사일 의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로켓 발사 능력은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운반체계 능력을 걱정하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의 핵기술과 미사일 기술의 결합을 우려하여 미국 본토에 대한 북한의 군사적 위협 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는 것이 북한의 판단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북한의 핵능력과 미사일 능력이 이란, 파키스탄, 시리아 및 테러그룹 등과 연계 및 확산될 가능성을 최악의 상황으로 걱정하고 있으며, 북한 역시 이러한 미국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강조하는 핵무기 없는 세계(a world without nuclear weapons) 구상을 좌절시킬 뿐 아니라 국 제비확산체제를 붕괴시켜 전 세계를 핵경쟁의 위기로 몰아넣을 수도 있는 사건 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북한의 대미전략은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 이라고 칭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식 벼랑 끝 전술은 핵무기를 테러그룹과 같이 자살폭탄테 러 형태로 사용하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북한의 상황에서 벼랑 끝 전술은 벼랑 에서 떨어지지 않을 때 성공할 수 있다. 어떤 핵무기 개발국도 핵을 군사적으로 만 사용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북한이 핵무기를 군사공격용으로만 사용하는 순 특집 대북핵전략 53
간 정치외교적 효용을 상실하게 되고 그 결과 김정은 정권의 종식을 고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정권안보 자체에 대한 위협이 될 것이다. 결국 북한은 위협을 하든 거래를 하든, 협상을 통해 정치, 외교, 경제 적 목적을 위해 핵무기를 활용해야 할 것이며, 최근 북한의 대미전략은 그러한 북한식 벼랑 끝 전술의 협상국면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의 협상전략은 언젠가는 재개될 북미대화와 협상국면에서 더욱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2013년 1월 북한 외무성 성명의 조선반도 비핵화 논의 폐기 및 국방위 성명의 강대국들의 비핵화 실현 총력 에 따르면, 북 한의 협상전략은 이슈의 중심을 단계적으로 확대 및 변화시켜 협상의 프레임을 공세적으로 전환시키려는 노력이다. 북한은 기존에 6자회담에서 관련국들이 논 의하던 북한 비핵화를 넘어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또한 북한은 이제 한반도 핵문제가 비핵화의 단계를 넘어서 상호 핵군축의 협상 단계로 넘어갔다고 새롭게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북한의 비핵화가 북미관계 정 상화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이 포기되고 북미관계가 정 상화되어야 비핵화가 달성될 수 있다는 기존의 입장도 반복하고 있다. 더불어 비핵화의 범위도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여야 한다고 주 장하고 있다. 또한 2009년 2차 핵실험 이후에는 미국과의 핵협상 어젠다를 비핵 화에서 핵군축으로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북미회담이나 6 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협상의 단계에서 북한과 더 커다란 갈등을 피할 수 없다 는 점을 암시하는 것이다. 김정은 체제의 국내정치와 대외관계 국내정치적인 차원에서 북한의 올 초 대미 위기조성전략의 시작은 작년 12 월 광명성 2호기의 발사인데, 이는 작년 4월의 발사실패 만회, 김정일 위원장 유 훈 및 사망 1주기, 김정은 체제의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올해 1월 1일 북한은 김정은의 신년사에서 광명성 3호-2호기의 성공적 발사를 54 국가전략연구 Global Affairs Vol. 13 No. 2
새로운 주체 100년대의 첫해를 위대한 승리로 빛내인 특대사변 이라고 언급함 으로써, 장거리 로켓 발사가 김일성 탄생 100주년과 김정일의 유훈을 실행한 것 이라는 국내정치적 요인을 강조하였다. 북한의 국내정치적 관점에서 볼 때, 앞으로 김정은 체제는 김정일이 만들어 놓은 기존의 제도에 김정은이 안착하는 단계를 넘어 김정은 스스로 새로운 제도 를 만들어 안정화시키는 단계로 옮겨가야 한다. 김정은 체제는 정권 초기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을 잇는 백두혈통으로서 가지는 정통성으로 안정될 수 있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김정은 체제 스스로 정권의 정당성(legitimacy)을 주장할 만 한 결과물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북한 의 경제상황이 될 것이며,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북한은 미국과 한국 및 중국에 접근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2012년 8월 장성택의 방중은 이러 한 노력을 위한 김정은 체제의 첫 시도라고 인식되며, 최근의 협상국면 전환은 두 번째 시도가 될 것이다. 최근 북한이 위기조성전략에서 협상전략으로 전환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북한이 강조하는 인민생활경제의 향상을 위한 국내정치적 노력의 일환으로서도 중요한 모습이다. 김정은 체제의 대외전략과 한국의 대응방향 김정은 체제의 대외전략과 북미관계의 방향성에 대해 한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리 정부는 북한의 대남의존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대북정책 및 대미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남북한 관계의 현실은 남북경협의 현황을 북중 관계와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이후 남북한의 교류협력이 경색 되면서 북한의 대중 수출과 수입이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북한의 로켓발사와 핵 실험 등 일탈행위에 대한 한국정부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북중무역의 증가 로 상당부분 무력화되었다. 중국은 북한의 대중 의존도를 앞으로 더욱 높여가면 서 북한을 관리하려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북한의 대중 의존도 심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할 기회로 특집 대북핵전략 55
이용하려 할 것이다. 비대칭적 상호관계에서 상대국에 대한 의존도의 증가는 상 대국이 가지는 영향력의 상승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것은 곧 권력의 증가를 의 미한다. 북한의 대중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 상승을 의 미하며, 이는 또한 중국의 대 한반도 영향력의 상승을 의미한다. 미국 내에서도 역시 북미관계의 현실상 북한에 대해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는 중국이라는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조차도 2013년 4월 미 의회에서 북핵문제 해법의 중요한 변수가 중국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의 태도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유일한 나라는 중국이라고 미국 외교정책의 최고 담당자가 언급한 것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 상승은 당연히 한국의 대북영향력 감소를 의미한다. 미 국조차 제대로 된 대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대북 영향 력 회복 노력은 절실하다. 북한문제에 있어서 한국 정부의 정책은 어떻게 하면 미국과 중국을 활용하여 대북 영향력을 높일 수 있을지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 이다. 56 국가전략연구 Global Affairs Vol. 13 No. 2
Abstract Relationship between North Korea and America in the Regime of Kim, Jeongeun Where is it heading for? Hwang Jihwan Professor, Department of International Relation Studies, University of Seoul One and half year has passed since Chairman Kim Jong-il suddenly died in December 2011 and his son Kim Jong-un took power. There have been many events occurred for the short period, and it is necessary to make a strategic assessment of Kim Jong-un regime s foreign policy. This short essay will try to examine North Korea s strategic thinking since the death of Kim Jong-il and explain the big picture of U.S.-North Korean relations. Kim Jong-un regime s foreign policy can be divided into three different periods. The first one started from July 2011 and ended in June 2012, in which North Korea sought a negotiation with the U.S. and concluded the February 29 agreement. In this period, Kim Jong-un regime wanted to pursue the seemingly conflicting policies, the longrange rocket launch and the agreement. The second period was from July 2012 to May 2013. Kim Jong-un regime declared that it would reexamine the nuclear issue in a completely different way and build up the tension with the U.S. The third period was May 2013 and after. In this period, North Korea changed its course of action again and sought to have other nations come back to the negotiation table. North Korea has tried to pursue the strategy of wait and see because 특집 대북핵전략 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