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I와 사회적 기업, 제도화를 위한 대장정에 나서다 <사회적기업과 기업의 사회책임(CSR) 활성화> 토론회의 의미 투자는 기업과 금융이 동시에 의존하는 연결고리이자 엔진이다. 사회책임투자(SRI : 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의 정신적인 구 루라고 불리우는 에이미 도미니(Amy Domini)는 자신의 저서인 사회 책임투자 를 통해 투자의 막강한 힘을 이같이 강조하며, 오늘날 우리 가 살고 있는 세계의 궁색함은 투자자들이 이러한 힘에 책임을 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투자에 사회적, 윤리적 기준을 통 합시켜야 한다고 역설한다. 지난 7월 16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사회적기업과 기업 의 사회책임(CSR)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는 자본시장에서 투자의 힘, 특히 사회책임투자가 가진 힘을 자각하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 건설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매우 의미있는 자리였다. 토론회를 주목해야 할 두 가지 이유 이번 토론회에서 먼저 주목해야 할 두 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하나는 두 개의 주제발표, 즉 사회적기업의 자본시장 조성을 위한 과 제 (양용희 호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CSR 활성화를 위한 SRI의 발전방향 제시 (류영재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부설 지속가능투자연구소 장)가 모두 자본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주제발표 1은 사회적기업이 자본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 들어가는 모양새인 데 반해, 주제발표 2는 자본시장이 기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모양새 로, 그 방향이 정반대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두 주제발표의 핵심에 자본시장 이 자리잡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토론회가 국회의원실(서갑원 의원)에서 주 최를 하고, 그 장소 또한 국회라는 점이다.
1 SRI로 CSR을 논하다 그렇다면 왜 자본시장-사회적기업에서 말하는 자본시장은 기금, 융자, 투자, 모금 등 다양한 방식을 지칭하고 있지만, CSR에서 말하는 자본 시장은 SRI를 의미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편의상 SRI로 협소 화시켜 사용한다-을 이야기 하는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표방하고 이를 수행하고자 하는 데는 다양한 동 기가 있을 수 있다. 한 설문 결과에 의하면, 미국의 기업들은 명성 (Reputation) 관리를 최우선으로 꼽았고, 그 다음이 사회책임투자(SRI) 자본을 받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라는 세월 이 걸리지만 그 명성을 무너뜨리는 데는 5분도 걸리지 않는다 는 워렌 버핏의 금언이 얼마나 본질적인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이 설문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SRI 자본을 받기 위해서 라는 답변이 두 번째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CSR를 촉진 시키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바로 SRI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 다. 물론 2007년 말 SRI 규모가 2조7천억 달러인 미국과 2조 밖에 되 지 않는 우리나라는 시장의 규모면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지만, 그래 서 CSR의 추동 요인으로서 현재는 큰 힘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지만, 시장의 성장에 따른 영향력 증대는 명약관화이다. 그럼에도 SRI를 추 진 동력으로 CSR을 논하는 세미나나 토론회 등은 거의 없었다는 건 새삼 놀라기까지 하다. 사실 SRI의 힘은 가장 시장친화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높인다 는 점에 있다. 패널 토론자인 한국외대 법대 안수현 교수의 다음과 같 은 말은 CSR 진영이 왜 SRI에 주목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준다. 기업의 입장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건 무엇인가 하는 문제와, 어느 정도로 해야 다한다고 볼 수 있는가, 또는 이에 대해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있는가 등에 대해 우려가 있을 수 있다. 때문에 직접적으로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을 묻는 건 여러 가지 다양한 측면에 서 더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직접 기업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묻는 방식보다 간접적으로(필자 해석-시장친화적으로)
물을 수 있는 방식이 더 주목받고 있는 것이 현재의 주된 추세이다. SRI는 자본시장의 영향력을 활용하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대표 적인 간접적 방식이다. 류영재 소장의 <CSR 활성화를 위한 SRI 발전방향의 제시>는 SRI의 이러한 힘, 즉 직접적이지 않지만 가장 시장친화적이기 때문에 가장 영향력을 가질 수 밖에 없는 SRI의 힘에 주목하고 있는 주제발표이다. 사회적기업은 CSR의 활성화에 따라 기업이나 금융권으로부터 기부나 융자 등을 받을 수 있고, 일반인들의 사회책임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상품과 서비스의 이용도 증가될 가능성도 높다. 아직은 투자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없지만, 기업 성과에 따라 향후 SRI 자본도 끌어들일 수 도 있다. 이는 양용희 교수가 주장했던 기금, 융자, 투자, 모금 등 사회 적기업의 자본시장 다양화를 위한 환경을 조성해 주므로써 경쟁력 확 보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SRI를 CSR의 종속변수로만 여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즉 CSR이 없으면 SRI 그 자체가 있을 수 없다는 논리를 편다. 이에 대해 류 소장은 SRI는 기업의 CSR 수준을 평가하여 투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SRI는 주어진 기간 동안 최적의 수익률을 추구해야 하는 투자행위라는 생래적 한계를 충분히 인식하는 지점에서 논의의 출발선이 마련되어야 한다 는 말로 오류를 교정시킨다. 2 제도화를 위한 논의 다음으로 왜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장소 또한 왜 국회인가. CSR과 SRI 혹은 사회적기업과 관련된 기존의 세미나나 토론회 등은 숱하게 있어 왔다. 그러나 사회적기업과 관련해 사회적기업법 제정, CSR과 관련해 정부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종합시책을 수립해 시행할 수 있 도록 한 산업발전법 개정 등이 눈에 띄는 성과일 뿐 별다른 진전은 없 었다. 즉 논의만 무성할 뿐 제도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말이다. 이 에 대해 류영재 소장은 수 년 동안 동어반복만 해 온 느낌이다 며 답 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국회의원은 스스로가 입법기관이며, 국회는 법이 제정되는 곳이다. 그
런 점에서 이번 토론회는 우리나라 사회책임(SR : Social Responsibility) 발전과 관련, 상징적인 효과를 가지면서도 실질적인 진전을 위한 사전 작업이 될 수도 있다. 즉 제도화의 첫발을 내디딤으 로써 동어반복이라는 무의미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SRI- 연기금의 투자원칙 제정 의무화 - ESG 가이드라인 제정 필요 그렇다면 현재 CSR을 강화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인 SRI 활성 화를 위해 어떤 인식과 제도가 필요한가. 또 사회적기업의 자본시장 조성을 위해 또 어떤 제도가 강구되어야 하는가. 먼저 류 소장의 발표는 SRI의 개념과 이에 따른 핵심가치를 이해하고 우리나라 실정에서 이 핵심가치를 어떻게 뿌리내리게 해야 하는가에 천착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SRI의 개념과 SRI의 3대 핵 심가치를 필두로 자본시장의 패러다임이 어떤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는 가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의 틀을 제시한다. 그리고 주요국의 SRI 동향 을 제도적인 측면에서 살펴본 후 국내 SRI의 역할 및 발전 방향에 대 한 구체적인 안을 내놓고 있다. 특히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주요국들 의 제도적 관점에서의 SRI 동향들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는 데-토론자 인 안수현 교수도 관련 내용들을 친절히 보충하고 있다-이는 결국 이 번 토론회의 개최 목적이 SRI 활성화를 통해 CSR을 추동하기 위해 SRI에 대해 어떤 제도적인 접근이 필요한가에 대해 모색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류 소장은 SRI의 발전 방향으로 1.장기투자의 유도 2.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분석 인프라의 확대 3.주주권의 적극적 활용을 제시했다. 먼저 장기투자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의 경우 선 진국의 투자기관과 같이 투자원칙 제정을 의무화하고, 그 원칙 내에 마라톤 클럽에서 말하는 장기투자의 6대 핵심요소(수탁자의 투자신념, 목표, 리더십과 거버넌스, 자산운용사 선정, 자산운용사와의 관계, 재무
적 일체화)를 포함해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정토록 유도 SRI 공모 펀드를 확대하기 위해 일정기간 이상(ex : 5년 이상)의 환매를 금지하 는 장기투자 상품의 경우 세금감면 지원 펀드의 운용성과 평가기간 의 장기화 및 기준의 절대평가 및 GIPS(국제자산운용평가기준) 등과 같은 국제적 평가기준의 확대 도입 유도 등을 예로 들었다. 둘째, ESG 분석 인프라의 확대를 위해 정부 차원의 ESG 가이드라 인 제정 기업의 자발적 지속가능성보고서 발간 및 제3자 검증의 유 도 증권거래법상 상장 및 코스닥 기업의 정기, 수시공시 내에 ESG 이슈의 정보공개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 추진 SRI 관련 금융상 품에 대해 약관 및 상품설명서 등에 투자원칙, 투자대상, 기업 선택기 준 및 의결권 행사방법 등까지 구체적으로 기재토록 의무화 SRI Index 개발 연기금을 위시한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UN PRI 서명 및 원칙 이행 유도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셋째, 주주권의 적극적인 활용으로는 먼저 ESG 이슈에 대한 의결권 행사 기준을 마련하고, 적대적인 아닌 협조적인 주주행동주의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법 개정, ESG 요소 고려 수준 공시해야 류영재 소장이 제시한 안 중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항은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의 투자원칙 제정 의무화와, 상장 및 코스닥기업의 ESG 이 슈의 정보공개 단계적 확대, 정부의 ESG 가이드라인 제정 등이다. 특 히 연기금의 투자원칙 제정 의무화는 특히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공시에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사회책임투자와 관련된 사항의 공시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영국은 2000년 7월 연금법(Pensions Act)을 개정해 기금수탁자가 투 자 의사결정시 ESG 요소의 고려 여부와 그 고려 수준을 공시하도록 규정하므로써 책임투자를 장려하고 이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결과적으로 높여왔다. 우리나라의 SRI 발전을 위해 반드시 제도화되어 야 할 부분이다. 이 제도를 일반 기관투자자들에게도 적용한다면 좋겠 지만 반발이 예상될 수 있기 때문에 연기금,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 인 공적연기금인 국민연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
SRI 활성화를 통한 CSR 강화에 패널들은 큰 틀에서 이의가 없어 보인 다. 기업 쪽의 패널 토론자로 나선 전경련 이병욱 상무도 전적으로 동 감하고 있다. 다만 SRI는 수탁자의 책무 라는 사항과 관련 법적인 논 란이 실제로 있고, 때문에 류영재 소장은 물론, 특히 패널 토론자인 안 수현 교수는 이에 대한 우려를 조심스럽게, 그러나 충분히 지적하고 있다. 안 교수는 수탁자 책임에 대한 입법적 태도의 명확화와 이에 대 한 법제 정비 를 주장했다. 패널 중 이병욱 상무는 가장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예를 들어 상장 및 코스닥기업의 ESG 이슈의 정보공개 단계적 확대, 정부의 ESG 가 이드라인에 대해 장기적이고 단계적이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여 기업의 입장을 대변했다. 또 주주권의 확대가 장기투자와 그 궤를 같 이한다는 발표자의 의견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사회적기업 - 사회적기업 기금설치 - Patient Capital 방식 도입 필요 사회적기업과 관련해서 양용희 교수는 사회적기업의 자본시장을 크게 상품이나 서비스판매, 이용료 등 시장성격의 자본시장과, 현금이나 물 품기부, 중앙 및 지방정부의 보조금 지급, 기업 내부예산 등의 비시장 적 성격의 자본시장으로 구분한 후, 우리나라 사회적 기업은 대부분 정부의 재정지원이 가장 큰 자본시장이고 민간차원의 자본시장은 거의 형성되어 있지 않을 정도로 매우 열악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또 금 융기관의 경우 사회적 기업에 대한 개념도 아직 없으며 융자에 대한 기준도 작성되어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정부 중심의 재정지원 은 사회적기업의 경쟁력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한계가 되고 있기 때문 에 자본시장을 기금, 융자, 투자, 모금 등으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양용희 교수의 주장이다. 실제로 정부 지원이 없다면 거의 대부분의 사회적기업이 자체 생산한 상품과 서비스의 판매만으로는 생존 가능하지 못할 정도로 경제력과 시장 경쟁력이 취약하다. 사회적기업을 운용하고 있는 청람사회복지회 임동완 사무국장은 재정적 불안정성으로 인해 자신이 추구하는 사회
적 목적 실현의 지속성마저도 위협받는 현실이다 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열악한 현실은 시장에서의 신용도 하락과 금융기관의 대출제한 등 자본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사회적 벤처캐피탈이나 실업극복국민 재단, 사회연대은행 등이 중심이 된 사회적기업 기금의 설치 등 양용 희 교수의 제안 등은 그런 점에서 고려해 볼 만하다. 또 정부에 대해 서는 Patient Capital 방식, 즉 같은 융자와 투자라 할지라도 사회적 기업의 성격과 사업 내용에 따라 융자의 이자 및 투자회수율에 있어서 차별화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이 또한 사회적기 업의 다양성과 특성을 고려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보여진다. 패널 중 한겨레경제연구소 이원재 소장은 사회적기업의 성공 조건을 자금, 인력, 기술, 판로를 중심으로 분석, 설명했다. 이원재 소장은 자 금에는 사회적 벤처캐피털, 인력은 사회적 기업가, 기술은 윤리적 경영 관리, 판로는 윤리적 소비를 통해 선순환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 했다. 자금적인 부분에서 특히 금융권의 SRI와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일자리 창출 차원으로 사회적기업 제한 그러나 사회적기업이 일자리 창출이라는 측면만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현실에서-실제로 사회적기업은 노동부의 일자리 창출과가 주무부서이 다-경쟁시장에서 사회적기업의 성공은 그리 밝아보이지 보인다. 일자 리 창출이라는 정부의 정책의 틀 속에 갇혀 일반 기업이 가져야 할 생 존 본능 그 자체가 거세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도화에 대한 낙관적 근거 이번 토론회는 앞서 언급했듯이 여러 단체에서 일년에도 몇 번씩 개최 한 담론 수준의 행사가 아니다. 실제로 8월부터는 서갑원 의원실과 SRI, CSR, 사회적기업 전문가들이 모임을 가지고 토론회에서 나왔던 내용을 바탕으로 제도화를 위한 논의의 자리를 가지기로 이미 합의했 다. 사실 SRI와 관련, 국회의원이 중심이 되고 장소 또한 국회에서 열 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제도화에 대한 후속조치가 없었을 뿐, 지 난 2006년 9월 4일 당시 열린우리당 오영식 의원 주최 하에 <사회책
임투자의 글로벌 동향 및 국내 활성화 방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개최 된 적이 있다. 또 그 사이에 이목희 의원실과 이와 관련한 논의가 오 고 갔으나 무산된 적도 있다. 그러나 이번만은 적어도 달라 보인다. 우선 SRI와 CSR, 그리고 사회적 기업이라는 시대적인 대세를 거스르기에는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주목하고 있으며, 스스로 전염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고무적인 건 법을 만드는 당사자인 국회의원 측이 더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적극 호응해 줄 것이라 믿는다. 실패한 사회에서 비즈니즈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Business cannot succeed in failing socie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