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Labor 지역 방송이 아닌 지역 정치라는 돌파구 언론노보 정책칼럼 발행: 12월 27일 김동원(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강사) 1. 지역이 없는 한국, 방송이 없는 지역 흔히 지역 의 반대말을 물으면 중앙 이나 서울 이라는 말이 돌아온다. 일상적으 로 쓰는 말이지만 이런 용법은 인적 물적 자원을 배분하는 중심부를 상정하고 이를 일방 적으로 전달받기만 하는 지역을 주변부에 놓는 공간적 구조를 전제하고 있다. 물론 국가 주도의 압축 성장을 거쳐 온 한국의 정치-경제 구조를 생각하면 이런 공간의 은유가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렵게 획득한 선거라는 형식적 대의 민주주의는 그런 중심이란 사실 허구일 뿐임을 보여주고 있다. 늘 그렇듯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비우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 권력의 유지와 획득을 위한 결정적인 국면을 앞 두면 중심 은 비워지고 지역 은 다시 정치적 세력들로 채워진다. 결국 중심이란 수 많은 지역이 만들어낸 제도적 산물이지 구체적인 공간은 아닌 셈이다. 지역 의 반대말을 물으 면 중앙 이나 서울 이 라는 말이 돌아온다. 일상적으로 쓰는 말이 지만 이런 용법은 인 적 물적 자원을 배분하 는 중심부를 상정하고 이를 일방적으로 전달 받기만 하는 지역을 주 변부에 놓는 공간적 구 조를 전제하고 있다. 사람들의 다양한 삶이 뿌리박은 지역이라는 구체적 공간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러나 이렇게 구체적인 공간을, 다시 말해 사람들을 버려두고 권력과 돈이 오가는 흐름만을 쫓다 보면 중심을 상정하고 서울 을 그 물리적 공간으로 놓게 된다. 그러나 서울 또한 부산, 대전, 대구와 같은 지역 중 하나일 뿐이다. 지역이 아닌 중심이 된 서울은 구체적인 삶의 공간이 아니라 그 이외의 지역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추상적이고 제도적인 권력의 공간이 되고 만다. 모든 정치 경제적 권력의 중심부에서 쏟아내는 말에는 당연히 구체적인 언어 가 없다. 다양한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일상의 삶은 종이신문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면처럼 쪼개어진다. 거꾸로 이렇게 흩어지고 파편화된 언어들이 서울의 삶을 불안정 하게 만들고 타인들과 어떤 관계도 맺지 않는 지극히 개인적인 삶을 정당화시킨다. 이런 삶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서울이라는 중심에서 지역 에 대한 그 어떤 정책과 제도도 생 산되지 않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정치와 경제만 그럴까. 방송 또한 다르지 않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상파 지역 방송이 1
없는 곳은 바로 서울이다. <서울방송>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SBS를 떠올려 보자. SBS는 키스테이션이라는 중심이지 지역 방송이 아니다. 그래서 지역민방에 부여되는 자체 제작/ 편성이라는 지역성 책무로부터 유일하게 자유로운 방송이 바로 SBS이다. 2. 모든 문제가 중첩된 지역방송의 역사와 현재 그래서 지역방송의 문제는 결코 지역 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이며 그것도 다수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구체적인 문제일 수밖에 없다. 지역방송의 오 랜 과제였던 중앙 방송사(키스테이션)와의 광고 수익 배분의 문제부터 보자. 지역방송마다 일정한 비율로 분배되던 제작비와 시급제인 전파료를 전파료 하나로 통합하 며 인상한 통합 전파료 체계가 시작된 때는 1995년 12월이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인상액이었지만 1995~1996년은 한국의 광고시장 규모가 GDP 대비 1%를 상회하던 예외적 인 국면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더 이상 GDP 성장률과 연동이 되지 않는 광고시장 의 성장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미디어가 광고매체로 주목받으며 지상파 전체 의 광고 수익에 위기를 가져오기에 이르렀다. 광고 수익 배분에 대한 지역방송의 요구가 늘 무시되는 것은 지역을 저개발된 주변부로 간 주하고 베풀어야 할 원조 로 여기기 때문은 아닌가? 서울 MBC나 SBS와의 네트워크 협약에서 매번 문제가 되어온 지역방송의 전파료 산정 방 식은 철저히 중심 의 논리에 따라 움직였다. 지역방송에 유리한 전파료 산정 지표를 제 시할 때조차 지역 내 총생산 이나 지역의 1인당 민간소비 지출 과 같이 지역방송이 내부의 생산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외적 변수만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키스테이 션의 광고 판매 수익은 간접광고나 가상광고, 그리고 시청률에 따른 할증 가격 등 콘텐츠 경쟁력에 따라 증가한다. 광고 수익을 가능케 하는 시청자들의 절반 이상이 지역에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광고 수익 배분에 대한 지역방송의 요구가 늘 무시되는 것은 지역을 저 개발된 주변부로 간주하고 베풀어야 할 원조 로 여기기 때문은 아닌가? 차라리 키스테 이션이 지역 방송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금전적 거래로 본다면 솔직하다. 이런 거래는 키스테이션과 대기업 광고주들이 여전히 큰 액수의 방송광고를 주고받을 때도 마 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내수 경기 순환과 광고시장에서 벌어진 큰 변화는 지상파 실시간 방송이 광고매체로서 그 효율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마케팅을 위한 광고는 이미 인터넷 기 반의 매체들로 이동 중에 있다. 인터넷 광고시장의 규모가 지상파 방송광고의 규모를 넘어 2
선지는 이미 몇 년이 흘렀고, 모바일 광고 시장 또한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국내 경제를 주도하는 대기업들의 성장 동력이 국내가 아닌 외국에 의존하면서 벌어진 변 화이기도 하다. 전체 광고시장의 50%를 점유하는 대기업들에게 국내 방송광고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정치적 이유 과 국내 자본 이라는 브랜드 이미지의 유지를 위한 후원 에 가깝다. 이렇게 보면 대기업 광고주 키스테이션 방송사 - 지역방송사로의 광 고 수익 흐름은 모두 합리적 선택의 경제가 아닌 각자가 다른 꿈을 꾸며 의존하고 있는 불 안한 동거일 뿐이다. 그래서 지역 방송의 광고 수익 문제는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키스테이션 방송사와의 광고 수익 배분 문제가 시장이라는 지역 방송 외부의 문제라면 내 부의 문제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역 민방의 광고 수익 분배 요구가 나올 때마다 반 박의 논리는 지역 민방의 사주를 비롯한 대주주에 돌아가는 과도한 배당금이었다. 사주의 대기업의 국내 방송광 고는 국내 자본 이라는 브랜드 이미지의 유지 를 위한 후원 에 가깝 다. 대기업 광고주-키스테 이션 방송사-지역방송 사로의 광고 수익 흐름 은 모두 합리적 선택의 경제가 아닌 각자가 다 른 꿈을 꾸며 의존하고 있는 불안한 동거다. 지역 방송의 광고 수익 문제는 지역만의 문제 가 아니다. 전횡과 대주주를 우선하는 지역 민방의 지배구조는 콘텐츠 경쟁력을 도모하기는커녕 지역 성을 약화시키고 지역 유지라는 지위만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쓰인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지역방송의 사주가 소유한 기업의 광고와 협찬을 SBS에 주면서 관계망을 형성하기도 한다. 지역 MBC의 사장들 또한 서울 MBC의 낙하산 인사로 채워진지 오래다. 지역에 아무런 연고도, 이해관계도 없는 이들이 지역 MBC의 오래된 과제에 발 벗고 나서 서 서울 MBC와 불편한 관계를 맺을 리 만무하다. 요컨대 지역민방의 소유주들에게 SBS는 안정된 재원이자 인맥이며, 지역 MBC 사장들에게 서울 MBC는 미우나 고우나 친정 인 셈이다. 지역이 없는 중앙 이 지배하는 지역 방송에서 밀착된 지역성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역방송사 외부의 시장 상황도, 내부의 지배구조도, 모두가 불리한 여건이라면 정부는 최 후의 보루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놓은 지역방송발전지원 특별법 과 그 실행을 위한 지역방송발전지원 3개년 계획은 그 실효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지역방 송이 납부하는 방송발전기금 총액과 비교했을 때, 절반도 안 되는 금액이 예산으로 책정된 것은 문제의 일부일 뿐이다. 부족한 인력을 지역에서 충원할 경우의 세제 혜택 및 교육 지 원, 유료방송사업자들에게 대응할 지역 디지털 플랫폼 구축 비용 등 콘텐츠 제작 이외에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전혀 파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역방송이 위치 한 지자체의 지원이 효율적인 것도 아니다. 지역방송 뿐 아니라 지역신문의 주된 수익원이 지자체의 홍보 예산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화행사 뿐 아니라 다문화가정 지원사업과 같 이 지자체가 직접 수행해야 할 공익사업들이 지역방송사의 행사로 잡히고 이에 따른 협찬 3
과 광고 비용이 지급되는 일은 당연시되고 있다. 올해 부산시에서 최초로 제정한 지역방 송발전 지원 조례 처럼 음지의 거래 가 공식화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도리어 이런 공식화는 지역 방송사와 언론사들에게 음성적으로 얻는 수익의 감소를 의미하니 어느 곳 하나 적극적으로 나서질 않을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래된 문제가 풀리지 않은 상태가 지속되면 새로운 문제가 덧씌워 진다. 최근 발표된 SKT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은 이미 90% 이상의 가시청가구가 가입한 유료방송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 인수합병은 늘 그랬던 재벌 간의 거래로만 볼 수는 없다. CJ헬로비전의 전국 23개 권역을 시장으로 확보한 SKT는 초고속인터넷과 모 바일을 앞세운 결합상품의 매출 증대를 노리고 있으며, 콘텐츠 사업자로 입지를 굳힌 CJ는 통신 재벌들이 구축한 전국망 방송 플랫폼에 얹을 더 많은 콘텐츠를 준비 중이기 때문이 다. 지역 방송의 자체 콘텐츠는 고사하고, 명맥만 유지해온 케이블 방송의 지역채널도 더 이상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지 못할 것이다. 광고재원의 축소와 통 신 재벌의 지배력 확대 는 지역방송의 시장 경 쟁력을 말살할 것이다. 지자체의 광고와 협찬, 그리고 정부의 지원만 수익원으로 남는다면 지역방송의 정치적 종 속성은 더욱 심화될 것 이다. 3. 외롭지 않을 지역방송의 요구들 광고시장의 위축, 달라지지 않는 종속과 전횡의 지배구조 뿐 아니라 최근 급변하는 방송통 신 시장의 변화까지 고려하면 지역 방송의 위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도 모른다. 광고 재원의 축소와 통신 재벌의 지배력 확대는 지역 방송의 시장 경쟁력을 말살할 것이다. 그 결과 지자체의 광고와 협찬, 그리고 정부의 지원만 수익원으로 남는다면 지역방송의 정치 적 종속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런 위기에 맞서 다양한 해법과 요구들이 쏟아져 나왔다. 키스테이션의 광고 수익 배분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는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회를 만들게 했다. 지역 MBC 사장의 공개 모집, 방문진 이사 중 3명의 지역 이사 할당, 지역 민방 사장과 사외이사의 추천위원회 구 성 등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요구들이었다. 지역민방의 과도한 주주 배당금 할당 또한 방송사 재허가 심사에서 감점 항목으로 포함시켜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여기에 시혜 성 지원만을 고려하는 지역방송발전특별법과 해당 위원회에 대한 개선안들도 올해 새롭 게 제기되었다. 지역방송 노조와 노동자들의 운동은 이처럼 회사 살리기 혹은 방송의 제자리 찾기에 맞추어져 왔다. 종속된 지배 구조와 수익 구조, 어느 것 하나 노동자들이 아닌 사측이 앞장 4
서 지역 방송의 문제를 풀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측이 풀었어야 할 문제를 노조가 맡는다고 하여 그 해결의 방식 또한 동일할 수는 없다. 갈수록 줄어들 광고 수익 분배 몫의 해법, 지역방송 지배구조 개선안, 정부 지원의 확대 요청 등은 모두 그 요구의 수신자들이 국회나 관계부처와 같은 중앙 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이들이 머물고 있는 물리적 공간은 서울이다. 그러나 중 앙 의 키스테이션 방송사들은 정치적 영향력을, 유료방송사업자들은 막대한 로비 자금을 동원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이곳에서 맨몸으로 부딪혀야 할 지역 방송의 노동자들은 외롭 기 그지없다. 그렇다면 문제 해결의 방식에 필요한 것은 누구에 요구할 것인가 가 아니 라 누구와 함께 어떻게 요구할 것인가 라는 고민의 전환이 아닐까? 전국 방송이라는 영향력도, 막대한 로비자금도 없는 지역 방송의 노동자들에게 지역방송을, 아니 한국에서 사라진 지역 을 살리기 위해 필요한 무기는 오직 하나 밖에 없을 것이다. 바로 지역의 시청자/시민/노동자들이다. 전국 방송이라는 영향 력도, 막대한 로비자금 도 없는 지역 방송의 노동자들에게 지역방송 을, 아니 한국에서 사 라진 지역 을 살리기 위해 필요한 무기는 오 직 하나 밖에 없을 것 이다. 4. 지역 방송의 돌파구는 다시 정치 의 문제이다. 최근 SKT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으로 인해 전국 사업자인 IPTV의 시장 점유율이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랫동안 저가의 월정액 가입자로 버텨온 케이블 방송이 사 양길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SKT는 지역 채널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를 볼 때 케이블 방송의 지역 채널이 공적 기능을 확대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지역성을 담보할 최후의 보루는 지역 지상파 방송 밖에는 없는 셈이다. 그렇 다면 공영/민영을 떠나 지역방송의 공적 책무에서 최우선은 지역 콘텐츠를 어떻게 더 많은 지역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게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특히 갈수록 실시간 시청률이 낮아지 고 모바일 환경을 비롯한 미디어 플랫폼이 다양화되고 있는 지금, 지역 시민들과 시청자들 에게 지역방송의 필요성과 존재 근거를 설득할 유일한 접점은 더 많은 플랫폼을 확보하는 길이다. 누구에 요구할 것인 가 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어떻게 요구할 것 인가 라는 고민의 전환 이 필요하다. 우선 인터넷-모바일 플랫폼을 보자. 현재 콘텐츠연합플랫폼이 운영하고 있는 푹(pooq)에는 지역방송 채널이 전무하다. 종편사업자인 MBN과 JTBC 조차 제휴 사업자인데 말이다. 방 송VOD에도 지역 콘텐츠를 찾아 볼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기술적 측면을 고려하면 지역 IP에 따라 푹에 해당 지역 VOD, 해당 지역 실시간 방송을 우선 노출하는 방안을 요구할 수 있다. 물론 푹을 통한 지역방송 콘텐츠는 광고 기반의 무료 방송으로 제공한다. 중앙 5
지상파 방송사가 과거 시청가구별 직접 수신으로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주창했다면, 높은 인터넷-모바일 보급률을 보이고 있는 한국에서 인터넷이 연결된 곳이라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지역 지상파 콘텐츠를 상상하는 것은 무리일까? 인터넷-모바일 플랫폼이 푹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디어 플랫폼을 단순히 방송콘텐츠의 전달수단(vehicle)이 아닌 다수의 시청자/이용자들이 모여 있는 공간으로 본다면 네이버와 다음과 같은 포털 사이트 또한 지역 시청자들과의 접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네이버의 경 우는 TV캐스트에 클립(clip) 형태의 지역 콘텐츠를 제공하고 푹과 마찬가지로 지역 IP에 기 반한 지역별 우선 노출을 요청할 수도 있다. 특히 네이버의 경우, 최근 지상파 방송사의 콘 텐츠 독점 계약으로 모바일 동영상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 다. 푹이나 네이버와 같은 플랫폼에 지역방송 콘텐츠가 진입해야 하는 이유는 단지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이미 몇몇 사업자들의 시도처럼 시청자/이용자들의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여 지역 시민과 시청자들에게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실험의 장으 로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인터넷-모바일 보 급률을 보이고 있는 한 국에서 인터넷이 연결 된 곳이라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지역 지상 파 콘텐츠를 상상하는 것은 무리일까? 방송 콘텐츠의 제작을 위한 재원 확보 또한 다른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최근 주목받 고 있는 포털 사이트 다음의 <스토리 펀딩>은 제작비 뿐 아니라 지역 의제를 전국화하기 에 적합한 플랫폼이다. 올해 불거졌던 경상남도의 보편급식 폐지, 진주 의료원 폐업 뿐 아 니라 전국 각지에서 지역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했던 메르스 사태까지. 전국의 이슈, 정확 히 말해 모든 지역의 보편적인 관심사가 될 지역의 이슈들은 앞으로도 더 많이 제기될 수 있다. 이런 이슈들을 지역방송이 위치한 해당 권역 시청자 뿐 아니라 전국의 시청자들을 통한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방식으로 제작하여 전국화를 시도할 수도 있다. 또 다 른 재원은 지역에서 막대한 수익을 얻는 대기업들로부터 마련할 수 있다. 이미 KT, SK, LGU+의 통신 3사는 전국 유료방송가구의 60% 이상을 가입자로 확보하고 있 다. 다른 사업자는 차치하고라도 이들로부터 나오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은 당연히 지역의 몫으로 우선 할당되어야 한다. 최근 SKT의 인수합병에 대해 학계에서 지역 뉴스펀드를 조 성하라는 요구가 나온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6
물론 이와 같은 플랫폼 전략은 지역방송 노조들이 지금까지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의제들 과 함께 수행되어야 한다. 예컨대 지역방송발전지원금에 추가할 예산의 항목이 될 수도, 사측에 요구할 지역방송의 디지털 전략의 일환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위와 같은 업무들이 현재 부족한 인력에게 추가되는 것은 철저히 경계할 부분이다. 인터넷-모바일 플랫폼 전략은 부족한 인력의 충원을 요구할 근거이지 노동 강도를 강화할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인터넷-모바일 플랫폼을 통한 지역방송 콘텐츠와 시청자와의 만남은 분명한 한계 가 있다. 일방향적인 콘텐츠의 제공만으로 수많은 콘텐츠와 서비스에 노출된 지역 시청자 들이 눈길을 돌릴 리 없기 때문이다. 도리어 지역방송의 콘텐츠는 지역 시민들과 시청자, 그리고 노동자들과 방송 노조가 함께 만날 기회가 되어야 한다. 지역에서 어떤 이슈를 확 대할 것인지, 감시와 견제가 필요한 기관이나 제도는 무엇인지 등의 기획이 지역 방송사 밖에서 이뤄지는 것은 어떨까? 이는 단순한 방송 제작 참여가 아니다. 지역 정치의 영역에 지역방송의 노조가 직접 참여한다는 것을 뜻한다. 지역방송의 콘텐츠는 지역 시민들과 시청자, 그리고 노동자들과 방 송 노조가 함께 만날 기회가 되어야 한다. 지역에서 어떤 이슈를 확대할 것인지, 감시와 견제가 필요한 기관이 나 제도는 무엇인지 등 의 기획이 지역 방송사 밖에서 이뤄지는 것은 어떨까? 예컨대 연간 1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쓰는 시청자미디어재단의 지역별 시청자미디어센터 는 좋은 거점이 될 수 있다. 지역 미디어 활동가들이 모이는 이곳에 숙련된 지역 방송 노 동자들이 함께 결합하여 지역 뉴스를 기획하거나 다른 언론사의 뉴스를 모니터 한 결과를 옴부즈맨 프로그램 포맷으로 제작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물론 이렇게 만들어진 지역 콘텐 츠는 앞서 언급한 인터넷-모바일 플랫폼으로 유통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지역 시민과의 만남은 여당-야당과 같은 제도권 정치의 복사판이 될 수는 없 을 것이다. 그보다 더 넓은 영역의 정치, 지역민들의 삶과 밀착된 일상의 정치가 그것이다. 앞서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중심 을 떠올려 보자. 구체적인 삶의 공간이 아니라 지역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추상적이고 제도화된 권력의 공간인 중심 말이다. 앞으로 다가올 총선은 바로 그러한 중심이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시점이다. 지역의 정치 란 그런 권력의 정치를 견제하고 감시할 또 다른 권력을 만드는 과정이다. 노조의 이런 활 동이 정치적 이라고 한다면 이렇게 대답하자.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바로 그 활동 이 지극히 정상적인 언론인의 사명 이라고 말이다.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강사=대학원에서 전공은 신문방송학이었지만 정치경제학에 대한 관심이 더 컸다. 미디어 노동과 계급에 대한 관심은 <한국방송산업의 유연화와 비정규직의 형성>이라는 학위 논문 으로 이어졌다. 이후 공공미디어연구소에 연구팀장으로 재직하며 미디어 산업 전반과 자본의 흐름을 추적했 다. 지금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새롭게 진입할 예비 미디어 노동자들과 만나고 있다. <누가 문화자 본을 지배하는가?> 등 몇 편의 공저와 <이용자를 통한 미디어 자본의 가치 창출>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