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및 스테디셀러로 분석한 일본문학 번역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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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학과 한국의 독자 베스트셀러 및 스테디셀러의 분석 한양대학교 강우원용 Ⅰ. 머리말 해방 이후 60여 년간 한국의 독자는 다양한 일본의 문학을 수용해 왔다. 오늘 이 순간에도 여러 장르의 일본문학이 번역되고 있고, 그중에 많은 경우는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기도 한다. 일본문학은 한국 독자에게 매우 친숙한 장르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고 하면, 현재 이러한 현상과 상황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은 어떠하였을까? 이 질의에 대해 답변이 본고의 목적이다. 이미 필자는 수용자 입장에서 본 일본문학의 번역양상 1 에서 해방 이후 한국에 번역, 출간된 일본문학작품을 시대별로 정리하였다. 한국 근대사에 있어서 결코 지울 수 없는 일본의 존재감은, 해방 이후 국교의 단절과 국가차원의 문화교류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줄 곧 한국사회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으며, 한국 사회의 변화와 성장, 때로는 정치적 퇴보와 함께, 외국의 번역물을 받아들이는 현상도 보조를 같이하는 사실을 검증하였다. 본고는 그 후속편으로 이번에는 시대가 아닌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를 중심으로, 한국 독자의 요구와 성향을, 작품이 내재하는 성격에 견주어 분석해 보았다. 특히 일본문학 번역물은 사상적 코드가 아닌 문화적 코드와 맞물려 있기에, 번역물을 받아들이는 선별적인 태도를 통해 현대 한국사회의 문화행위, 지적 호기심의 상황을 살펴보는 것도 가능했다. 번역물의 역사를 밝히는 작업은 일본문학의 흐름을 파악하는 문제를 넘어서, 한국 안에서 일본문학의 위치와 역할, 그리고 다른 외국문학과 일본문학을 수용하는 차이를 살피는 일이기도 하다. 이러한 검토를 통해 한국의 문화적 현상과 역사를 연구하는 작업은, 궁극적으로 일본문학에 대한 기대와 요구, 역할뿐만 아니라, 한국문화의 과거와 앞으로의 발전방향에 대해 전망할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이번 분석에 사용하는 일차적 자료는 1945년부터 2005년까지 번역 출간된 단행본을 수집 정리한 일본문학 한국어 번역 목록 2 이다. 이 자료는 일본의 한 작가가 무슨 작품을 통해 한국에 번역 소개되었는지, 그리고 그 작품의 번역이 주로 몇 년도에 활발히 이루어졌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작성되어있다. 때문에 작가별 번역 상황과, 연도별 번역 빈도수를 교차시켜, 수용자로서 무엇이 취사선택 되었는가를 판단하고, 당시 1 강우원용 수용자 입장에서 본 일본문학의 번역양상(1) 시대별 현상 분석 아시아문화연구 2007년 5월, 경원대학교 아시아문화연구소 2 이 목록은 일본문학의 한국어번역 현황에 관한 조사 (1945~1997)(윤상인 외 한양일본학 6집 1998년 2 월)를 2005년도 분까지 보충, 보완한 자료이다. - 288 -

한국의 문학상황과 사회적 요구를 접목시킴으로 번역 을 한국의 문화적 현상 으로 해석할 충분한 근거로 삼을 수 있었다. Ⅱ. 미우라 아야코와 무라카미 하루키 일본문학이 한국어로 번역된 60여 년간 가장 많은 편수가 여러 번에 걸쳐 번역된 작가는 누구일까? 이번 자료를 통해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내용 중 하나는, 한 작가의 몇 작품이, 몇 회나 번역되었는지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전체 작가와 작품을 분석한 결과, 번역된 작품의 양과 횟수를 따져 보았을 때, 1위는 미우라 아야코( 三 浦 綾 子 ), 2위는 무라카미 하루키( 村 上 春 樹 )로 나왔다. 미우라 아야코의 경우 146편의 작품이 306회에 걸쳐 번역되었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경우는 110편의 작품이 256회에 걸쳐 번역되었다. 다만 여기에서는 출판부수를 상정하지 않았기에, 부수의 양까지 감안한다면 두 작가의 위치는 바뀔 수 있다. 게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현재에도 활발한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어서 결과가 달라질 날도 머지않았다. 문제는 1, 2위를 다투는 이 두 작가가 압도적인 차이로 다른 작가들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작품의 편수를 기준으로 1위에서 10위까지를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1미우라 아야코( 三 浦 綾 子 ) : 146편 2무라카미 하루키( 村 上 春 樹 ) : 110편 3무라카미 류( 村 上 龍 ) : 67편 4가지야마 도시유키( 梶 山 季 之 ) : 57편 5모리무라 세이치( 森 村 誠 一 ) : 57편 6아쿠타가와 류노스케( 芥 川 龍 之 介 ) : 50편 7도미시마 다케오( 富 島 健 夫 ) : 47편 8마쓰모토 세이초( 松 本 淸 張 ) : 47편 9오에 겐자부로( 大 江 健 三 郞 ) : 44편 10가와바타 야스나리( 川 端 康 成 ) : 39편 번역된 작품의 편수를 놓고 보았을 때, 2위인 무라카미 하루키와 3위인 무라카미 류의 차이가 약 두 배에 이른다. 그만큼 아야코 붐과 하루키 붐이 대단했다는 증거가 되겠는데, 이는 번역 횟수 및 출판한 수 3 를 기준으로 10위까지 다시 나열해 보아도 크게 다를 바 없다. 1미우라 아야코( 三 浦 綾 子 ) : 306회 3 번역 횟수 및 출판한 수 는 동일한 작품이라도 다른 번역자에 의해 번역되었거나, 같은 번역자에 의해 동일한 작품이 2번 이상 출판된 경우를 모두 포함한다. 그와 달리 작품 편수 는 중복 번역과 중복 출판을 일체 무시 하고, 번역된 개별적인 작품의 편수만을 기준으로 한다. - 289 -

2무라카미 하루키( 村 上 春 樹 ) : 256회 3가와바타 야스나리( 川 端 康 成 ) : 221회 4아쿠타가와 류노스케( 芥 川 龍 之 介 ) : 189회 5오에 겐자부로( 大 江 健 三 郞 ) : 92회 6미시마 유키오( 三 島 由 紀 夫 ) : 90회 7모리무라 세이치( 森 村 誠 一 ) : 82회 8무라카미 류( 村 上 龍 ) : 80회 9이노우에 야스시( 井 上 靖 ) : 79회 10나쓰메 소세키( 夏 目 漱 石 ) : 74회 역시 미우라 아야코와 무라카미 하루키는 다른 작가들에 비해 압도적이다. 이 두 작가는 바로 1960년대에 불기 시작한 첫 번째 일본문학 붐과 1990년대에 일어난 두 번째 일본문학 붐을 이끌어간 선두주자이기도 하다. 각각 한국 출판계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물론 스테디셀러로 지금까지도 꾸준히 번역되어 읽히고 있다. 이 두 작가의 어떤 면이 한국독자를 그토록 매료시켰는지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는데, 그 답은 물론 작품 안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1. 미우라 아야코의 경우 미우라 아야코의 가장 유명한 작품 빙점( 氷 点 ) 은, 지금으로 말하면 주말드라마가 시청자를 끌어 모으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불륜과 학대, 속임수와 복수, 출생의 비밀과 근친상간 등, 오늘날까지도 질릴 줄 모르고 사용되는 재료는, 이미 1960년대에 미우라 아야코에 의해 한번쯤 다루어진 내용이다. 4 부인이 다른 남자에게 한눈을 판 사이에 딸이 유괴범에게 끌려가 살해당했다고 믿는 남편은, 부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유괴범의 딸을 양녀로 입양한다. 친자식처럼 키운 양녀가 실제 딸을 죽인 범인의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의 배신감을 부인에게 맛보게 하기 위함이다. 부인이 자신을 배신한 것에 대한 복수극은, 그러나 남편의 부주의로 인해 부인에게 밝혀지고, 이후 소설의 내용은 아동학대라는 신데렐라 이야기로 전환하기까지 한다. 유괴범의 딸임을 눈치 챈 부인이 요우코(양녀)를 정신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하는 것이다. 괴롭힘을 당하는 인물에 걸맞게 천사 같은 마음을 소유한 요우코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마지막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자 하는데, 이 결말에 이르기까지 피는 통하지 않았지만 오누이로 같이 자란 오빠의 요우코에 대한 사랑 등 근친상간적인 요소도 가미된다. 전체적인 줄거리만을 보면, 이 작품은 전형적인 통속소설의 드라마적인 포맷으로 간주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적 특성만으로 일본과 한국에서 동시에 일어난 빙점 붐을 다 설명하기는 어렵다. 미우라 아야코의 작품은 대부분 기독교 교리가 뼈대를 이루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인간의 원죄 와도 같은 추악한 내면인 질투 배신 욕망 등을 부각시키고, 4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 을 각색한 한국 드라마는 1990년에도 존재해서, 그 문제점을 지적한 빙점 등의 번 안각색으로 멍드는 방송의 자존심 (신상일 방송 9호 1990년 2월)이라는 글이 있을 정도이다. - 290 -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용서 와 화해 를 동시에 그려내기도 한다. 즉 등장인물의 좌절이 중요한 내용을 구성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희망 의 메시지를 던져줌으로서 독자들이 안도할 수 있는 숨통을 항상 열어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작품 중간 중간에는 등장인물의 고백 을 통해, 삶에 대한 성찰, 진지한 자세를 삽입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자식을 죽인 살인자의 딸을 키우면서 남편은 이렇게 자문한다. 나는 이 아이를 사랑하는 것을, 일생의 과제로 삼지 않았던가! 사랑한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것을 말하는가? 사랑한다는 것은, 단지 귀여워해주는 것만은 아니다. 좋아한다는 것과도 틀리다. 원수를 네 몸같이 사랑하라! 이와 같은 대사를 오늘날 다시 읽어보면, 이 또한 통속적인 분위기가 짙게 배어 있지만, 당시의 독자들이 요구했던 문학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조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본에서는 미우라 아야코의 등장과 인기를 가리켜 순수문학만을 지향하는 구 문단에의 도전 5 이라는 식으로 받아들일 정도로 빙점 이 지닌 테마의 무게를 무시하지 않는다. 빈곤한 테마에 식상해하던 순수문학 독자까지 포용하는 매력을 지녔다는 평가이다. 그러나 한국 독자에게는 조금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순수문학의 위기감이나 문단의 구태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 지금까지 맛보지 못했던 새로운 감각의 장르로 재미있게 읽힌 것이다. 딱딱하고 지루하며, 일부 지식인의 전유물로서의 문학 이 아니라, 말하자면 당시에 한참 대중들의 귀를 자극하고 집중시켰던 라디오 드라마의 개념에 가까운 엔터테인먼트의 일종으로 받아들여졌다. 라디오 드라마는 1966년부터 68년까지 매년 평균 150편이 넘게 방송될 만큼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 이었다 6. 라디오 드라마에도 장르가 여럿 있지만 그중에서도 사랑과 이별, 배신과 용서를 내용으로 한 멜로드라마가 가장 큰 인기를 모았다. 빙점 은 기존 드라마의 내용을 앞서가는 자극 과 교훈 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열광적으로 읽혀졌고 드라마 붐 과 빙점 붐 이 서로 상승효과를 일으키며 1960년대 말의 한국에 대중문화를 만들어 나간다. 우선 소설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하여 손에서 책을 놓기가 아쉬울 정도이다. (중략) 아마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연들 속에도 이렇게 얽히고설킨 숱한 갈등들이 있으리라. 결국 우리는 누구를 욕할 수도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너무나 재미있고 구성이 치밀하여 끝내 놓기 아쉬운 미련을 간직하고 책을 덮었다.(조하숙 내가 읽은 빙점 ) 7 이 글은 평범한 독자가 기고한 독후감이다. 그만큼 당시 독자의 목소리가 생생히 전해져 오는데, 이 독자와 마찬가지 재미 와 감동 을 동시대의 일반 독자는 느꼈을 것이다. 현재에는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가 직접 일본으로, 일본 텔레비전 드라마가 직접 한국으로 서로 수입 수출되는 일이 빈번하다. 여기에는 인간성이나 욕망 따위에 호소하는 드라마틱한 줄거리가 국적을 넘어 공유할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미우라 아야코는 이미 5 하라다 요이치( 原 田 洋 一 ) 解 說 氷 點 ( 下 ) 1982.1 角 川 文 庫 p.366 6 최창봉 강현두 우리방송100년 2001년 11월 현암사 p.163 7 조하숙 내가 읽은 빙점 마을문고 제34호 1967년 9월 p.18~19-291 -

1960년대부터 극적인 드라마 性 을 무기로 독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켜왔다. 현시대의 드라마 교류의 원류에 해당하는, 한국에서 일어난 최초의 日 流 였다고 지적할 수 있겠다. 한국인들이 빙점 을 선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일본에서 붐을 일으킨 작품이 반드시 한국에서 모두 인기를 누리는 것은 아니기에 더욱 빙점 붐 은 필연적인 결과이기도 하다. 앞 장에서 거론한 이시하라 신타로의 당시 일본에서 뜨거웠던 태양족 붐 은 동시대의 한국인을 매료시키지 못했다. 질서에 순응하고 집착하기보다, 그로부터 벗어나서 자유분방함을 추구하고, 때로는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젊은이의 감성을 한국사회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 가로놓인 감성의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전쟁 을 경험한 방식과 전후사회( 戰 後 社 會 ) 를 맞이하는 과정의 차이에 근거한다. 능동적인 선택에 의해 전쟁에 뛰어들고, 패전에 의해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나락으로 추락한 일본인과 일본사회는 과거의 틀을 벗어버리는 행위가 곧 전후사회 를 살아가는 방편이 된다. 1945년 8월 15일을 기준으로 모든 사상과 이념과 주장이 전복 되어버린 일본인의 전후사회 는 패망하기 이전의 과거를 부정하고 비웃는 행위가 곧 현재의 나를 존립시키는 하나의 도구로 성립한다. 그러나 한국사회가 맞이한 전후사회 는 틀리다. 수동적으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거기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념은 전후 라고해서 버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결코 아니다. 한국사회는 엄밀히 말하면 전후사회 가 아니라 휴전사회 이기 때문이다. 전쟁 중에 가지고 있던 사상이나 이념은 적어도 이 땅에서 살아가고자 마음먹는 한 바꾸거나 부정할 수 없다. 과거 한국전쟁 때 지켰기에 지금까지 나를 살아남게 만든 질서가 앞으로도 나를 보호해줄 것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위치에 놓여있을 뿐이다. 일본과 같이 더 이상 잃어버릴 것이 없는 상황에서 틀을 깨뜨리는 것이 아니라, 틀을 유지하는 것이 한국사회의 전후 인 것이다. 당연히 이시하라 신타로의 태양의 계절 과 같은 방식은 한국인의 전후 정서 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나 빙점 에는, 국한된 사회 적인 배경을 떠나 인간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수 있는 감성적 수단으로 종교와 인간성에 대한 성찰이 있다. 원수를 사랑하라 원수란 무엇인가 그 사랑이란 무엇인가 등과 같은 작품 속의 질의는 당시 한국 사회에 큰 호소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더욱이 같은 이웃과 형제가 서로 죽이고 죽는 전쟁을 경험한 전후세대 들에게는 비참했던 과거의 죄를 씻고, 새로운 삶을 영위할 명분이 필요했다. 기독교는 그런 의미에서 한국사회에 일종의 기여 를 했고, 빙점 붐 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해방과 전쟁 이후 한국의 기독교는 양적으로 급성장을 거듭하는데, 거기에는 가난한 민중의 삶을 구제하기 위한 서양 기독교 단체의 노력도 있었지만, 회개와 용서와 화해 그리고 다시 태어남을 강조하는 기독교의 교리가 한국인의 전후 감성 을 어우르는 매개체로 작용한 까닭이다. 미우라 아야코 이외에도 엔도 슈사쿠( 遠 藤 周 作 )나 소노 아야코( 曽 野 綾 子 ) 등 1960년대 이후 일본문학 번역물 중에 종교성이 강한 작품들이 눈에 많이 띈다. 특히 기독교 계열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이 또한 한국의 기독교 성장사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겠다. 2. 무라카미 하루키의 경우 - 292 -

그렇다고 한다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붐은 미우라 아야코를 받아들인 전후 한국독자 특유의 감성적 연장선이라 할 수 있을까? 그러나 대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 1980년대 말 이후 일본문학을 대하는 한국인 독자는 그 이전세대와 엄격히 구분되어진다. 이는 다시 말하면 한국전쟁 이후 전후세대 의 감성을 물려받지 않은 새로운 세대로 규정할 수 있다. 일본문학을 읽어 왔던 기존의 독자층과 달리 이들은 이념과 집단이 요구하는 양자택일의 사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고, 또한 그들 자신이 자유롭기를 원했다. 때마침 나타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세계는 그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기에 충분했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노르웨이의 숲 의 후반부에서 주인공 나 (와타나베)는 친구인 기즈키와 나오코의 죽음을 삶으로부터의 단절이 아닌, 삶을 구성하는 많은 요인의 하나로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죽음은 단순히 그저 죽음 일 뿐, 그로 인해 삶이 요동하거나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죽음은 삶과 대치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삶 속에 깃들어있는 것 이라는 상념을 친구의 죽음으로부터 배웠기에, 나 는 담담히 그들의 죽음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이 소설은 어느 한 사람의 죽음의 원인을 다른 누군가의 책임으로 전가하지 않는다. 살아남은 자에게 주어진 일은 비록 슬픔은 어쩔 수 없지만,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점에서 죽음을 둘러싼 빙점 의 논리는 하루키와 정반대에 위치한다. 딸의 죽음을 놓고 그 원인을 아내에게 발견한 남편의 복수는, 아내에게 배신감을 안기고, 또 다른 복수극으로 발전한다. 선과 악, 죄와 벌을 구별하려는 노력이 집요하게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경계를 만든다. 죽음은 죽은 본인에게는 모든 것의 끝일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의 삶도 송두리째 바꾸어 버린다. 질척한 늪과 같은 인간관계의 끈이 소설 전체를 뒤덮고 있는 것이다. 그와 달리 노르웨이의 숲 은 죽음 에 집착하지 않는다. 물론 이성의 힘으로 죽음 이라는 단어와 친구의 이름을 기억에서 지울 수 없지만, 집착으로부터 거리를 두려는 주인공의 노력에, 새로운 세대의 독자들은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다. 밑에 인용한 문장은 사보( 社 報 )기자, 편집인의 독후감에 가까운 글이다. 전문적인 문학평론가가 아니기에 솔직한 입장이 잘 드러나 있고,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태도가 오히려 일반 독자의 목소리에 근접해 있다. 하루키의 소설은 대부분, 오늘의 삶에서 속절없이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낭만적인 그리움을 부각하면서, 현대인의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내면세계의 공허함을 절묘하게 그려 낸다. 특히, 그의 소설은 신세대의 생활 감각과 문화적 감수성에 밀착하여 광범위한 젊은 층의 공감을 얻어낸다.(공지숙 상실의 시대 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 8 그의 소설속에 녹아있는 도시형 소설적 요소, 즉 경쾌한 리듬감, 가벼운 터치, 사실적 묘사, 윤리와 무관한 감성, 고독이 배어있는 공허감과 결핍감, 적당한 무관심 8 공지숙 상실의 시대 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신간뉴스 1996년 6월 영풍문고 p.6-293 -

등이 고정관념이나 전통, 습관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그려져 있어 젊은 세대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모든 인간관계를 포기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고 의지하지도 않으려는, 주변상황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려고 하는 하루키 작품속의 등장인물들의 감각이 도시적 공간에서 혼자일 때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는,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어하는 신세대의 감각에 맞아떨어지는 것이다.(편집실 무라카미 하루키 신드롬 ) 9 80년대 말 일본에서 연애소설 로 시작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붐은 같은 범주로 한국에 들어와 인기를 얻지만, 그 인기가 쉽사리 식지 않은 이유는 가볍지 않은 연애소설 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어두운 경험으로부터 무엇인가 삶의 의미를 얻어내는 것이 하루키 식의 교훈이라고 한다면, 한편으로 사람에게는 미련이 있어도 삶 자체에 큰 집착을 보이지 않는 모습은 하루키 식의 삶에 대한 태도이다. 상실로부터 얻은 깨달음과, 삶에의 집착과 거리를 두는 태도는, 하루키의 소설을 가볍지 않은 연애소설로 만드는 두 가지 축임과 동시에 1990년대 한국의 젊은 독자를 매료시킨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90년대 우리나라의 정치사회적 상황이 하루키 문학의 수용에 아주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지적을 빠뜨릴 수 없을 것이다. 주로 70~80년대의 일본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하루키의 소설은 이데올로기적 대립구도가 무너지고 사회전반에 걸쳐 가속적으로 탈정치화가 진행되는 한편 자본주의의 고도화로 물질적 풍요가 정착된 단계를 반영하고 있는데 바로 이러한 측면이 불의 연대 를 통과하여 90년대라는 이데올로기적 침체기에 접어든 우리 정서에 호소력 있게 다가올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해주었다는 설명이다.(남진우 오르페우스의 귀환 ) 10 1987년 6월 항쟁을 정점으로, 이후에 대학에 진학한 젊은이들은 점차 정치와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민주화의 가시적인 성과로 정치적인 구호를 외칠 명분을 내려놓은 젊은 세대는, 사회를 변화시킬 정치적 이념 대신 연애와 취업 등 개인의 삶의 문제와 씨름하는 시간이 늘게 된다. 사회 구성원으로 짊어진 이념의 무게가 가벼워졌지만, 상대적으로 삶의 무게에 비중을 두게 된 것이다. 민주화의 열망과 투쟁이 차지하던 자리를, 개인적인 삶에서 받은 상처와 이유모를 불안감이 대신한다. 이러한 생활의 변화에 투영된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은 한국 젊은이들의 자화상이자, 이상형이기도 했다. 소설의 형식은 말할 것도 없고 내용에서도 독선적 판단이나 가치관을 강요하지 않는 11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외부세계와 소통하는 개별적이고 정적이고 냉정한 방법은, 집단적이고 전체적인 관계에 눈을 감고 소란한 세계로부터 귀를 막고 싶어 하는 신세대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다른 사람이 남의 인생에 책임을 지지 않는 불완전한 세계에 살고 9 편집실 무라카미 하루키 신드롬 선진 1997년 9/10월 (주)선진 p.34 10 남진우 오르페우스의 귀환 무라카미 하루키, 댄디즘과 오컬티즘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춘 문학동네 제 11호 1997년 여름 pp.356~357 11 장석주 왜 하루키의 소설인가? 상실의 흔적을 안고 사는 현대인들의 공감대 문학사상 370호 2003년 8 월 p.252-294 -

있는 불완전한 사람들 의 이야기는 곧 독자 자신의 이야기로 비춰지고, 바깥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기에 잘 다듬어져 보이는 주인공의 생활방식은 그들이 닮고 싶은 모습이었던 것이다. 젊은 청년의 통과의례라 할 수 있는 연애와 사랑과 죽음의 경험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현한 노르웨이의 숲 그 밖의 하루키의 소설은, 비로소 정치의 투구를 벗고 젊은이의 특권인 개인적 삶의 쓴 맛 을 누리기 시작한 한국의 독자들에게 나의 이야기 로 읽혀질 수 있었다. 이것은 고뇌하는 젊은이가 처음으로 탄생했다는 의미라기보다, 하루키가 그리는 젊은이의 상( 像 )에 공감할 수 있을 만큼 한국사회가 1990년 전후를 기점으로 변했음을 의미한다. 부연할 필요 없이 그것은 하루키 문학의 붐이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사실이다. Ⅲ. 베스트셀러의 장르별 구분과 시대 성향 위에서 제시한 베스트셀러 목록, 두 개의 순위로 다시 돌아가 보면, 미우라 아야코와 무라카미 하루키를 제외한 3위 이후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판매부수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수치는 번역된 작품편수 보다는, 번역해서 출판한 횟수이기에, 아래쪽의 순위가 많이 읽힌 인기도를 가깝게 나타내고 있다 할 수 있겠다. 굳이 대중문학과 순수문학의 경계로 따진다면, 순수문학이라 불리는 계열의 작품과 작가가 반수 이상을 차지한다. 대중문학계열의 작품은 비교적 짧은 시간동안에 인기가 오르는 반면에 식는 기간도 짧은 편이다. 그에 비해 유명한 작가는 명작 을 중심으로 일정한 시기를 불문하고 꾸준하게 번역이 되풀이되는데, 이번 자료에는 그러한 현상이 뚜렷이 드러나 보인다. 몇 예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雪 国 ) 은 1960년부터 2003년까지 43년이라는 기간 동안 40회나 번역 출판된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라쇼몽( 羅 生 門 ) 은 1960년부터 2005년까지 25회,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 氷 点 ) 은 1965년부터 2004년까지 29회에 이른다. 이미 검증된 인기와 명작 이라는 보증이 출판사의 경제논리에 부합했고, 유명한 작품에 자신만의 문장으로 도전하고자 하는 번역자들의 의지가 나타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을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1위에서 10위까지를 나타낸 위의 순위를 확장시켜, 그것들을 다시 임의의 장르별로 나누어 보았다. 이를 분석해 보면 특정한 장르의 소설이 특정한 시기에 주로 번역되었음을 알 수 있는데, 그것은 한국사회의 체질적 변화, 혹은 세대별 독자의 취향이 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순수문학계열 가와바타 야스나리( 川 端 康 成 ) : 39편 221회 (1960년~2003년) 나쓰메 소세키( 夏 目 漱 石 ) : 23편 74회 (1960년~2005년) 다니자키 준이치로( 谷 崎 潤 一 郞 ) : 21편 50회 (1960년~2005년) 다자이 오사무( 太 宰 治 ) : 28편 62회 (1961년~2005년) - 295 -

미시마 유키오( 三 島 由 紀 夫 ) : 30편 90회 (1960년~2002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芥 川 龍 之 介 ) : 50편 189회 (1960년~2005년) 오에 겐자부로( 大 江 健 三 郞 ) : 44편 92회 (1963년~2005년) 〇 인간 드라마, 종교(기독교)계열 미우라 아야코( 三 浦 綾 子 ) : 146편 306회 (1965년~2004년 주로 70, 80년대) 엔도 슈사쿠( 遠 藤 周 作 ) : 29편 56회 (1962년~2004년 주로 80년대) 소노 아야코( 曽 野 綾 子 ) : 28편 56회 (1965년~2005년 주로 80년대) 〇 역사소설계열 시바 료타로( 司 馬 遼 太 朗 ) : 21편 50회 (1973년~2005년 주로 80년대) 야마오카 소하치( 山 岡 莊 八 ) : 9편 43회 (1970년~2003년 주로 80년대) 요시카와 에이지( 吉 川 英 治 ) : 13편 32회 (1964년~1994년 주로 80년대 중반) 이노우에 야스시( 井 上 靖 ) : 30편 79회 (1962년~2005년 주로 70, 80년대) 〇 기업, 정치, 입신출세 소설계열 가지야마 도시유키( 梶 山 季 之 ) : 57편 73회 (1966년~1999년 주로 70, 80년대) 시바타 렌자부로( 柴 田 錬 三 郎 ) : 28편 48회 (1961년~2004년 주로 70, 80년대) 오치아이 노부히코( 落 合 信 彦 ) : 18편 27회 (1980년~1995년) 〇 추리소설계열 마쓰모토 세이초( 松 本 淸 張 ) : 47편 70회 (1961년~2004년 주로 80년대) 아카가와 지로( 赤 川 次 郞 ) : 25편 26회 (주로 80년대 말 90년대 초) 야마자키 도요코( 山 崎 豊 子 ) : 16편 44회 (1966년~2005년 주로 80말, 90중엽) 〇 애정소설계열 도미시마 다케오( 富 島 健 夫 ) : 47편 47회 (1976~2004 주로 90년대) 와타나베 준이치( 渡 辺 淳 一 ) : 37편 47회 (1977년~2001 주로 80년대 말 90년대 초) 이시자카 요지로( 石 坂 洋 次 郞 ) : 20편 43회 (1960년~2000년 주로 70년대 중심) 〇 그 외 모리무라 세이치( 森 村 誠 一 ) : 57편 82회 (1974년~2005년 주로 80, 90년대) 아사다 지로( 淺 田 次 郞 ) : 32편 33회 (1996년~2005년) 이시카와 다쓰조( 石 川 達 三 ) : 29편 48회 (1960년~2004년 주로 70년대 중심) 〇 90년대 이후 무라카미 류( 村 上 龍 ) : 67편 80회 (1989년~2005년) 무라카미 하루키( 村 上 春 樹 ) : 110편 256회 (1988년~2005년) - 296 -

요시모토 바나나( 吉 本 ばなな) : 21편 26회 (1990년~2005년) 1. 순수문학 계열의 경우 먼저 순수문학계열 작품을 살펴보면 특정한 시기와 관계없이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번역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가장 많이 번역된 위 7명의 작가는 우선 일본에서 인정받고,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작가라는 사실이다. 7명 중에서도 특별히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작품이 눈에 띄게 많은 부수가 번역되는데, 이것은 한국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 두 작가에게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라는 타이틀과, 한국의 이상 문학상이 곧바로 연상되는 아쿠타가와상의 이미지로 인한 효과가 크다. 노벨문학상에 대한 한국 문단과 출판계의 관심은 수상자를 2명이나 배출한 일본보다 오히려 높다고 할 수 있는데, 같은 동양인으로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수상이 1968년에 한국에 미친 충격은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실제로 설국 이 최초로 번역된 해는 1960년이지만, 이후 64년과 67년에 산발적으로 번역물이 등장하고, 1968년에는 무려 7권이나 되는 설국 이 동시에 출간된다.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70, 80년대에도 꾸준히 번역되는 양상을 보이는 설국 에 대한 한국 독자의 관심은,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선망의 시선과 함께, 일본의 미 에 대한 궁금증에 이끌린 결과이다. 1965년 한국과 일본은 국교를 정상화 하기는 했지만, 직접적으로 일본 문화가 한국에 들어올 수 없었다. 일제 강점기의 아픔이 채 가시지 않았기에, 일본적인 분위기를 나타내는 것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해방이후 성장한 세대는, 일본문화와 거의 단절됐거나 부정적인 면만을 교육받았다. 그들에게 일본은 배척해야 할 악( 惡 ) 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악 으로부터 탄생한 문학이 세계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단절은 오히려 강한 호기심과 상상력을 유발하기 마련인데, 한국 독자의 혼란스러운 감정은 일본에 대한 궁금증으로 발전하고, 일본의 미 를 훌륭하게 표현했다고 검증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를 통해 그들의 상상력을 충족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그와 달리 강점기 시대를 경험한 세대들에게 일본의 문화는 낯설지 않았다. 그들이 손에 든 가와바타의 작품들은 때로는 과거에 익숙했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정치라는 표면적인 형태로는 일본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 독자 개인에게는 해방 이전 세대나 이후 세대 모두에게 일본적 인 것을 접하고 알고 싶은 욕구가 있었던 것이다. 그 때문인지 1994년 일본인으로는 두 번째로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이 된 오에 겐자부로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상황이 다르다. 오에 겐자부로 작품의 번역 편수나 횟수는 상대적으로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미치지 못한다. 설국 과 같은 뜨거운 반향도 없었다. 오에의 작품은 주로 장편소설이기에 가와바타에 비해 부담스럽다는 요소도 무시할 수 없지만, 무엇보다 그의 작품이 일본적 인 것과 거리가 먼 점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오에 겐자부로에게는 다양한 작품이 있지만, 개인적 체험과 서양 작품의 인용이 상상력과 어우러져 탄생한 경우가 많다. 작가 자신이 노벨상 수상 강연에서 밝히고 있듯이, 그것은 아름다운 일본 의 그림을 메우고자 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정 반대편에서 애매한 일본 의 - 297 -

현상을 파헤치는 일이다. 실제로는 애매한 일본 도 일본적 인 것에 변함은 없지만, 가와바타 식의 향수도 환상도 아닌 적나라한 현실이 그곳에 존재한다. 한국 독자들은 이 애매함 과 아름다움 사이에서 아름다움 쪽의 손을 들어준 듯이 보인다. 물론 독자 개인의 선택에는 다양한 동기가 있겠지만, 단순히 번역의 수와 양만을 따져 보았을 때, 사실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두 작가의 상대적인 분석이고, 오에 만을 놓고 생각하면, 오에 또한 결코 읽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동시대 일본 전후사회에 대한 한국독자의 관심은 오에를 통해 충족될 수 있었고, 현실을 적시하는 작가의 비판정신은 존경할 만한 일본인 작가로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또한 가와바타 야스나리를 읽는 동기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가장 많이 번역된 작품은 근대 이전 일본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배경으로 한 라쇼몽( 羅 生 門 ) 으로, 이 작품을 읽는 독자에게도 일본적 인 것을 찾는 기대감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의 이상( 李 箱 )과 같이 요절한 천재작가로, 그 천재성을 인정받아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이름이 기념되는 작가라는 사실에, 일본적 인 매력이 더해진 것이다. 그 밖에 나쓰메 소세키, 다니자키 준이치로, 다자이 오사무, 미시마 유키오 등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어진다. 이들 대부분은 작품 자체 혹은 사생활에서 일본 내에 큰 반향을 일으킨, 그야말로 일본인을 대표하는 작가들이다. 이들을 통해 한국 독자는, 반일감정의 틈에서 생겨난 일본에 대한 호기심을 채워갔다. 2. 순수문학 이외의 경우 순수문학 계열 이외의 장르는 일정기간 동안 집중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한국 사회의 움직임과 보조를 같이하는 듯 보이는데, 예를 들어 인간드라마나 종교계열에 포함시킨 엔도 슈사쿠와 소노 아야코는 1980년대에 번역이 집중된다. 일찍이 이 계열의 선두주자이면서, 80년까지 인기가 시들지 않은 미우라 아야코의 성과가 이들 번역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고, 무엇보다 70, 80년대를 거치며 변화한 천주교와 기독교의 위상이 깊게 관여한다. 1980년대는 한국에 기독교가 들어오고 100주년이 경과하며, 한국교회가 양적으로 급성장한 시기이다. 교회의 성장은 교인의 증가를 말하고, 그만큼 기독교 교리로 점철된 두 작가의 작품을 읽는 독자가 늘어난 셈이다. 당시 출판사를 살펴보면, 평화출판사, 희망출판사, 카톨릭출판사, 성바오로출판사, 한국장로교출판사 등 종교계열 출판사가 다수 눈에 들어온다. 작품을 읽는 대상이 주로 종교인이라는 제한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출판을 가능하게 한만큼, 기독교인 독자 수의 양적인 팽창과 번역물과의 관계는 1980년대 한국만이 갖는 독특한 현상이라 할 수 있겠다. 다음으로 역사소설과 기업 정치소설의 유행은 같은 시기에 비슷한 독자를 대상으로 번역이 이루어졌기에 유사한 현상으로 취급해도 큰 문제는 없겠다. 전국시대로부터 일본을 통일한 무사들의 이야기나, 메이지 유신을 전후해서 활약한 진보적인 인물의 일대기 등이, 현대 기업 전략과 사회인들의 처세술을 그린 기업소설과 유사한 효과를 노리며, 동일한 독자를 대상으로 삼는다. 이들 작품의 독자는 주로 사회인들로, 입신양명을 꿈꾸며 조직이나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기 원하는 직장인들의 대리만족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 298 -

없었다. 군사쿠데타가 성공한 80년대, 처세술과 음모로 권력을 장악한 정권이나, 부조리한 정권과 함께 부를 축적하는 대기업이 실제로 존재하기에, 소설에 등장하는 역사속인물이 하루아침에 흥망성쇠를 번복하는 내용이 비록 허구일지라도 독자의 느낌에는 현실감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시바 료타로의 료마가 간다( 龍 馬 がゆく), 야마모토 소하치의 대망( 徳 川 家 康 ) 과 大 傑 ( 小 田 信 長 ), 요시카와 에이지의 미야모토 무사시( 宮 本 武 蔵 ), 이노우에 야스시 의 돈황( 敦 煌 ) 등 대표적인 작품은 모두 역사물의 특성상 인물을 중심으로 극이 전개 되고, 독자들의 흥미를 끄는 내용은 역사적 사실 그 자체보다도, 역경을 헤쳐 나가는 인물이 살아가는 과정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가지야마 도시유키 공저로 출간된 人 間 經 營 이나, 시바타 렌자부로 공저로 출간된 大 物 人 間 등은 역사물에서 다룰법한 인간과 인간관계를 새로운 감각의 입지( 立 志 )소설로 각색한 것으로, 출판의도 면에서 역사소설과 굳이 차이를 둘 필요는 없겠다. 실제로 시바타 렌자부로의 경우, 그는 일본에서 기업소설이 아닌 검객, 영웅소설로 더 유명하다, 그러나 한국에서 가지야마 도시유키나 시미즈 잇코( 清 水 一 行 )와 함께 소개된 탓으로, 경영전략과 관계되는 입지소설 작가로 읽히고 있는 것이다. 실은 위의 人 間 經 營 이나 大 物 人 間 과 같은 작품은 일본에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시바타 렌자부로, 가지야마 도시유키, 시미즈 잇코, 시로야마 사부로( 城 山 三 朗 ) 네 작가의 공저로 출간되어 있는데, 이것은 한국 출판사가 임의로 편집한 것일 뿐, 작품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독자의 입맛에 맞추어 개별적인 입지소설, 기업소설, 스파이소설, 영웅소설 등을 인간 과 경영 이라는 이름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급격한 경제성장과 혼란스러운 정국을 살아가는 80년대 한국의 출판인과 독자가, 그만큼 입지 와 처세 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시대 가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80년대 당시 역사소설이나 기업소설이 갖는 또 하나의 특징은, 번역본의 제목에 대( 大 ) 자를 즐겨 사용한 점이다. 대망 대걸 대벌 대물 대승부 대명 등이 그것인데, 일본의 원제와 관계 없는 이러한 경향은, 권력 지향적이고 성공주의와 출세지상주의에 사로잡힌 대중의 시선을 모으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 밖에 추리소설과 애정소설, 그리고 특별히 한 장르에 포함하기 어려운 작가들이 70년대부터 90년대에 걸쳐 산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것은 한국독자의 요구가 있었다기보다, 일본에서 반향을 얻은 작품이 거의 동시기에 한국에 유입된 경우이다. 한국인 작가에게 볼 수 없는 치밀한 구성과 참신한 내용에 이끌려 독자층이 형성됐고, 마니아적인 독자들에 의해 동일한 작가의 새로운 작품으로 번역이 이어진 것이다. 일본문학은 이렇듯 다양함을 무기로 한국 독자를 매료시켜 왔다. 한국에 없는, 혹은 한국에 있더라도 질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분야를 일본문학이 대신한 것이다. Ⅳ. 맺음말 90년경부터 각광받기 시작한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村 上 龍 ), 요시모토 - 299 -

바나나( 吉 本 ばなな)는 일본문학의 다양성 이라는 의미에서 한 단계 발전해, 기존의 일본문학이 한국에 제공해왔던 것과 전혀 다른 분위기로 독자들을 확보한다. 그 기운은 지금껏 보지 못했던 열기를 동반하며, 미우라 아야코 이상으로 일본문학 붐을 주도한다. 이 새로운 세대에 의한 각기 새로운 작풍은 더 이상 설국 과 같이 일본적 인 취향을 내세우지 않고, 독자가 일본인이든 서양인이든 한국인이든 관계없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보고 공감할 수 있는 나 의 문제에 접근하기도 한다. 일본문학이기는 하지만 굳이 일본 이라는 따옴표를 필요로 하지 않은 작품인 것이다. 이들 작품은 1980년대까지 통속성과 대중성으로 한국문학의 틈새에 자리 잡았던 내용과 틀리다. 그렇다고 해서 테마가 진지하거나 무거운 쪽으로 치우친 것은 아니고, 반대로 너무 가볍지도 않다. 일본 문단에서 지금은 중견 작가 이상으로 인정받는 이들은 한국 독자와 함께 성장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일본의 변화가 한국에 민감하게 영향을 미쳤고, 일본의 변화를 아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한국독자의 폭이 넓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삶과 죽음, 인간의 의지와 운명 등은 오랜 세월동안 변함없는 문학의 테마이지만, 그것을 어떤 형태로 다루느냐에 따라 문학의 모습이 변하는데,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그려내는 현대 일본작가의 균형 감각이 오늘날 한국독자의 정서와 조화를 이룬 것이다. 게다가 1990년대 이후 일본문학은 문학 만이 독립된 장르로서가 아니라, 영화, 텔레비전 드라마, 애니메이션과 함께 신 일본문화 의 한 형태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나 드라마의 흥행에 힘입어 원작소설이 나중에 번역되는 일도 있고, 원작의 인기에 따라 영화나 애니메이션이 들어오기도 한다. 장르의 구분을 떠나 인기가 또 다른 인기를 재생산하는 구조 속에,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일본의 대중문화가 일본문학 을 일정부분 지탱하고 있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 1990년대 말 이후 일본대중문화개방의 물결과 일본번역문학의 출판은 서로 맞물려있다. 일본에서 생산되는 대중문화에 어느새 익숙해진 한국의 대중은, 일본 현대 작가들의 다양하고 자유로운 작품을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전후 일본 문학의 질적인 성장이나, 일본인 전후 세대들의 세계관, 가치관의 분화가 내용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 다양성을 수용할 만큼 성장한, 아니 오히려 다양성을 요구하기 시작한 한국 사회와 독자들의 변화가 문화 와 함께 문학 을 소비한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만 하더라도 그의 소설은 도시에서의 공허한 삶을 가득 채워줄 무언가를 찾던 신세대들이 선택한 정서적 휴식처 12 역할을 한다. 문학은 예술 을 넘어 패션 과 음악 과 요리 와 접목해서 새로운 유행을 재창출하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FARBE (1999년 11월호)라는 패션 잡지는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속 패션과 재즈에 대하여 라는 기사를 싣고, 객석auditorium (2002년 1월호)이라는 음악 잡지는 하루키와 떠나는 음악여행 귀를 빌려줘, 자유를 들려줄게 라는 기사를, Sa Vie Cooking (2002년 3월)이라는 요리 잡지는 하루키 소설에서 찾아낸 정말 쉬운 일본요리 라는 기사를 기획해서 싣고 있다. 2000년대 중반을 넘긴 현재까지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일본문학이 사라질 조짐을 12 정혜욱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속 패션과 재즈에 대하여 FARBE 1999년 11월 p.118-300 -

보이지 않는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요시모토 바나나는 여전히 건재하고, 오히려 그들의 뒤를 이어, 오쿠다 히데오( 奥 田 英 朗 )나 에쿠니 가오리( 江 国 香 織 )등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동참하고 있다. 이제는 일본문학 번역서가 더 이상 일본문학 이 아닌, 문학 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과거 한국사회에서 일본문학만이 가진 특수한 의미와 현상을 넘어, 시간이나 공간의 제한 없이 일본 독자와 공유하고, 언어와 문화습관의 차이로 인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보편적인 의미의 문학 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참고문헌 강우원용 수용자 입장에서 본 일본문학의 번역양상(1) 시대별 현상 분석 아시아문화연구 2007년 5월, 경원대학교 아시아문화연구소 공지숙 상실의 시대 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신간뉴스 1996년 6월 영풍문고 남진우 오르페우스의 귀환 무라카미 하루키, 댄디즘과 오컬티즘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춘 문학 동 네 제11호 1997년 여름 신상일 빙점 등의 번안각색으로 멍드는 방송의 자존심 방송 9호 1990년 2월 윤상인 외 일본문학의 한국어번역 현황에 관한 조사 (1945~1997) 한양일본학 6집 1998년 2월 한양대학교 장석주 왜 하루키의 소설인가? 상실의 흔적을 안고 사는 현대인들의 공감대 문학사상 370호 2003년 8월 정혜욱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속 패션과 재즈에 대하여 FARBE 1999년 11월 조하숙 내가 읽은 빙점 마을문고 제34호 1967년 9월 최창봉 강현두 지음 우리방송100년 2001년 11월 현암사 하라다 요이치( 原 田 洋 一 ) 解 說 氷 點 ( 下 ) 1982년 1월 角 川 文 庫 무라카미 하루키 신드롬 선진 1997년 9/10월 (주)선진 - 301 -

要 旨 日 本 文 学 と 韓 国 の 読 者 ベスト セラーとステディー セラーの 分 析 1945 年 の 解 放 以 降 日 本 文 学 は 外 国 文 学 として 韓 国 語 に 翻 訳 され 様 々なジャンルに 渡 り 数 多 の 小 説 が 刊 行 される そのなかでたくさん 読 まれ 永 い 期 間 人 気 を 集 めた 所 謂 ベストセラ ー ロングセラ が 存 在 する 本 稿 ではその 注 目 度 の 高 い 作 品 を 中 心 に 韓 国 の 読 者 が 日 本 文 学 をどういうふうに 受 け 入 れたのか その 受 容 者 の 態 度 を 文 化 史 的 立 場 から 分 析 しようとした 翻 訳 された 日 本 文 学 は 思 想 的 な 側 面 ではなく 文 化 的 な 側 面 と 噛 み 合 っているわけで 翻 訳 文 学 を 受 け 入 れる 態 度 を 通 して 現 代 韓 国 社 会 の 文 化 行 為 知 的 満 足 感 の 時 代 別 推 移 を 追 うこ とができる つまり 日 本 文 学 を 受 容 する 韓 国 人 読 者 の 趣 向 の 変 化 は 解 放 以 降 の 韓 国 社 会 にお ける 文 化 面 での 変 遷 過 程 を 物 語 る 一 種 のモノサシとなる 翻 訳 文 学 の 歴 史 を 明 らかにする 作 業 は 日 本 文 学 の 流 れを 把 握 する 問 題 を 越 え 韓 国 の 中 で の 日 本 文 学 の 位 置 と 役 割 そして 他 の 外 国 文 学 と 日 本 文 学 を 受 容 する 相 違 を 比 較 することでも ある この 分 析 を 通 して 韓 国 の 文 化 的 な 現 象 と 歴 史 を 研 究 し 究 極 には 日 本 文 学 に 対 する 期 待 と 要 求 役 割 を 含 めて 韓 国 文 化 の 過 去 と 今 後 の 発 展 方 向 について 展 望 する 機 会 になるだろう - 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