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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연구 통권15호(2008년 1호), pp. 9~39 제7회 사회연구 학술상 우수상 수상논문 한국 성매매 반대운동의 프레임 형성과 변화에 관한 연구 - 1970 2005년 기간을 중심으로 1)이동주 이 논문에서는 한국의 성매매 반대 운동에서 나타난 프레임 변화 과정에 대해서 살펴 보았다. 1970년대에서 2000년대 중반에 이르는 성매매 반대운동에서 네 단계별로 프 레임의 뚜렷한 변화와 그에 따른 운동 전략의 변화가 있어왔다. 첫 번째 단계는 성매 매에 대한 도덕적 프레임이 형성된 시기로, 이 시기에서는 기독교 여성단체를 중심으 로 국가의 관광정책에 대한 비난과 배금주의적 향략문화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뤄졌다. 두 번째 단계는 성매매가 사회구조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한 인권침해 프레임으로 이해 된 시기로, 이 시기에는 현장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국가의 성매매 관련법 및 정책에 대 한 비판과 더불어 탈성매매 여성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졌다. 세 번째 단계는 여성운동 조직들의 대대적 연대를 통하여 기존의 인권침해 프레임이 가부장적 여성폭력이라는 프레임으로 확장된 시기이다. 성매매 프레임의 확장은 성매매를 가부장적인 국가와 남성 집단의 공모 문제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다는 점, 그리고 성매매 종사 여성을 가부장적 사회경제구조의 피해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한 점에서 중요한 지점이다. 또한 여성운동단체의 강화된 역량은 당시 정치적 기회구조의 변화를 성매매 반대 운동 에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결국 국가가 성매매특별법을 제정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이처럼 법 제정을 통해 성매매 반대 운동은 운동 목표의 성공을 이루었지 만, 동시에 이는 법 집행에 반대하는 성매매 종사 여성들의 저항운동이 조직되는 계기 가 되기도 하였다. 즉, 네 번째 단계는 가부장적 여성폭력과 성노동자의 생존권이라는 프레임 사이에 분쟁이 발생한 시기이다. 이 같은 프레임 분쟁은 여성운동조직이 견지 한 성적 자기결정권 의 침해라는 마스터 프레임이 가진 제한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처럼 사회운동이 형성한 프레임은 사회운동 조직의 주요 전략으로서, 운동을 둘러싼 정치적 기회구조와 제약요건을 해석 이용하며, 방관자들의 지지를 확보하고, 반대세 력을 무력화시키는데 있어 중요하게 작동한다. 하지만 프레임 내부에서 모순이 발생 했을 경우에는 프레임 분쟁에 직면하게 됨으로써 오히려 운동의 정당성이 심각하게 훼 손되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주제어: 성매매 반대 운동, 성매매특별법, 프레임 분석, 프레임 분쟁 이동주 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원(사회학). dj0170@hanmail.net

10 제7회 사회연구 학술상 수상논문 1. 서론 한국의 여성운동은 그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많은 가시적 성과를 이뤄내면서 한국 시민 운동의 중요한 한 부문으로 자리매김 해오고 있 다 1). 다양한 여성운동조직들이 우리 사회전반의 성차별적 의식과 제 도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 영역에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하 지만, 운동의 대상이 되는 성차별적 의식과 제도란 이미 오랫동안 지속 되어 그 자체로서 이미 우리 문화의 한 단면으로 여겨지기에 이를 개선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여성운동단체에게는 수많은 운동의 대상 가운데 구체적으로 특정 운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전략을 구상하 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즉 어떤 운동이슈를, 어떻게 문제제기 하 느냐가 운동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말이 다. 그리하여 한국의 여성운동단체들은 여성운동을 결집시키고 가시화 하기 위해 주로 법과 정책을 개선하고 제안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성 폭력, 가정폭력, 호주제 등 특정한 사안을 두고 전 여성운동 단체가 연 대하여 빠른 시간에 법 개정을 이루어내는 여성운동단체들의 전략은 단기간에 엄청난 성과를 이뤄내었다. 물론 이러한 전략은 여성운동의 이념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강력한 반발과 비난을 사게 만들 기도 하였지만, 지금껏 여성운동단체들은 평등, 인권 향상, 여성인력의 개발 등 보편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가치들을 토대로 정당성을 확보해 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 논문에서 다루고자 하는 성매매 특별법 제정 과 관련한 일련의 사건들은 기존 여성운동의 정당성을 약화시키는 계 기로 작용하였다. 1) 오늘날의 대표적인 여성단체들-한국여성단체연합(1987), 한국여성민우회(1987), 한국성폭력상담소(1991)-은 대부분 1980년대 말에 조직되었고, 90년대에는 여성 관련법들의 대규모 제 개정이 이루어졌다. 90년대 제 개정이 이뤄진 구체적인 법률과 시기는 다음과 같다. 이혼시 아내의 재산분할 청구권과 양육권을 인정 하는 가족법 개정(1990), 영유아 보육법(1991), 성폭력 특별법(1992), 여성 발전 기본법(1995), 가정폭력방지법(1997), 부모 양계 혈통주의를 채택하는 국적법 개 정(1998), 남녀차별금지법(1999).

한국 성매매 반대운동 11 우리나라에서 성매매는 GDP의 4.4%(농림어업 4.4%, 2002년도 기준) 를 차지하는 대규모의 산업으로,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엄연한 사회적 현실로 인정되어 왔다 2). 이처럼 성매매가 정상화(normalization)된 상 황에서 2000년에 일어난 군산화재사건을 계기로 전국적인 규모의 성매 매 특별법 제정 운동(이하 성특법 제정 운동)이 일어나게 되었다. 성특 법 제정 운동은 과거 운동들처럼, 일정한 사건이 발생하여 공론화되면 이를 법제정으로 연결시키는 전형적인 여성운동 전략이었다. 입법화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2005년에 법률 제정에 성공하면서 운동의 일차적 목표를 달성하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성특법 제정 운동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는데 법의 시행과 동시에 이 법을 통해 보호하고자 했던 성매매 여성들이 반대 시 위를 일으키며 조직화된 것이다. 이들은 여성운동 단체들이 내세우는 성매매는 여성의 인권에 대한 침해이다 라는 주장에 맞서 성매매 종사 여성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고 요구하였다. 이러한 여성운동진영과 성 매매 여성들의 갈등은 언론을 통해 페미니스트 와 하층계급 여성 의 대결구도로 그려지면서 한국의 여성운동은 계급의식이 없고 성적으로 보수적인 부르주아 중산층 여성운동이라는 비판의 집중을 받게 되었다. 이 논문은 한국의 성매매 반대 운동을 프레임 분석(frame analysis)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성매매 반대 운동을 분석 대상으로 삼은 이유 2) 2002년 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성매매 거래량은 1억 7천만 건으로, 이로 인한 연간 매출액은 24조원이며, 성매매 업소 수는 80,100개 로 한국의 중소기업(2000년) 2,854천개의 2.8%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성매매에 전업으로 종사하는 여성인구는 최소한 33만 명으로 추정되며, 이 수치는 20~30 대 여성인구 8,090천명의 4.1%를 차지하고, 같은 연령대의 취업여성 인구 4,124 천명의 8.0%를 차지하는 엄청난 규모이다. 이처럼 엄청나게 비대한 성매매 산 업은 한국 정부의 암묵적인 방조와 지원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냉전시 기의 미군주둔기지로써 한국정부는 기지촌을 묵인하거나 정화하면서 성매매 지 역의 형성을 도왔고(Moon, 1997), 70년대 경제성장을 위한 외화획득의 일환으로 기생관광 을 애국행위로 칭송하였다. 박정희 정권 하에서 법적으로는 윤락행 위등방지법 을 제정하여 성매매를 불법화하였지만 동시에 기지촌을 보호하고 성 매매 종사 여성들을 관리하는 모순된 정책을 시행하였다. 오늘날에도 동두천, 송탄, 이태원 등 기지촌 지역을 관광특구로 지정하고, 예술흥행비자(E-6)를 통해 외국 여성들을 성매매 지역으로 유입시키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12 제7회 사회연구 학술상 수상논문 는 이것이 한국여성운동 전략의 전형적인 과정을 보여주는 운동이며 동 시에 그 한계를 보여주기도 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프레임 분석방법 을 사용한 이유는 여성운동이 조직과 자원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성특 법의 제정이라는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성매매 종사 여 성들의 저항운동이라는 위기를 겪게 된 이유를 동시에 잘 설명할 수 있 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매매 반대 운동 조직들이 어떻게 운동전략으로 써 프레임을 형성시키고 변화시켰으며, 그리고 결국에 프레임 분쟁을 겪게 되었는지 살펴보는 것은 사회운동에 관한 이론과 여성운동을 위한 이론 모두에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목적에 따라 이 논문에서는 운동 프레임의 내용과 특성에 따라 1970년대 80년대 중반(프레임 형성시기), 80년대 말 90년대(프레임 변화시기), 2000년 2004년(프레임 확장시기), 2004년 2005년(프레임 분쟁시기)의 네 시기로 구분하였다. 3) 그리고 각 시기별로 성매매 반대 운동의 목적, 성매매 현상의 원인, 성매매 문제에 대한 책임소재, 성매매 종사 여성들에 대한 프레임이 어떻게 발전하고 변화하는지 비교분석 될 것이다. 2. 이론적 논의 사회운동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는 운동의 형성, 전개과정, 결과에 작 용하는 구조적 측면에 중점을 두는 입장과 이에 참여하는 행위자적 측 면에 대해 중점을 두는 입장으로 대별된다. 먼저 초기의 고전적 집합 행동론에서는 사회심리학과 구조기능주의에 배경을 두고, 사회체계의 불 균형 혹은 사람들의 불만이 어떻게 사회운동으로 발전되게 하는지, 운동 의 형성조건에 초점을 두었다면(Smelser, 1963; Turner & Killian, 1987), 3) 성매매 반대 운동은 한국에서 약 40년간에 걸쳐서 형성되고 발전되었지만, 2000 년 성매매 특별법 제정 운동이 촉발된 이후에 본격적인 운동의 궤도에 오르게 되면서 급격히 진행되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2000년 이후에는 성매매 반대 운동이 동원가능한 자원이 확대되고, 운동반대자와의 갈등이 고조됨으로 인해 프레임의 변화 역시 급격하게 이루어지게 되고 따라서 한 프레임에 해당하는 시 기는 짧아지게 된다.

한국 성매매 반대운동 13 이에 반대하여 70년대에 태동한 자원동원이론은 사회운동을 정상적인 정치과정에서 파생된 것으로 바라보며, 합리적이고 제도적인 사회운동 조직 어떻게 자원을 동원하는지를 분석하였다(Tarrow, 1996; Kriesi, 1995; McAdam, 1982, 1996; McCarthy & Zald, 1997). 자원동원이론의 공헌은 무엇보다 사회운동을 사회 불만세력이 일으키는 일탈적인 현상 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제도적인 정치과정으로 이해함으로써 사회운동 론의 지평을 넓혔다는 것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원동원이론은 운동 조직, 운동자원 등 객관적 측면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사회운동에 있어 중요한 부분인 참여자들의 불만, 참여자들 간의 연대성, 운동의 의미나 이념의 문제와 같은 주관적 측면을 소홀히 취급하였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Buechler, 1993; Mueller, 1992; Melucci, 1985, 1995; Johnston & Klandermans, 1995; McAdam, 1997; Gamson, 1995; Eyerman & Jamison, 1991). 그리하여 사회운동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지적 변화과정을 분석하는 데 주력하는 구성주의적 이론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중 프레임 분석은 자원동원론, 정치과정론의 연구들과 통합함으로써 사회운동론에 대한 하나의 종합적 이론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McAdam, McCharthy & Zald. 1996). 프레임은 개인들이 자신의 한정된 활동공간과 전체세계 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위치시키고, 인식하고, 확인하고, 이름붙이는 것 을 가능하게 해주는 해석의 틀(schemata of interpretation) 4) 을 말한다 (Goffman, 1974: 21). 사회운동을 새로운 규범과 가치를 발견하고 확산 시키기 위한 인간들의 집합적 행동이라고 정의할 때, 어떤 사회운동이 출현하고 발전하게 되는 것은 결국 사회운동 참여자들이 당면한 기회 와 제약을 해석하고 정의 내리는 방식의 변화 즉 인지적 해방 에서 출 발하게 된다. 다시 말해 사회운동에서는 기회, 자원과 같이 객관적인 4) 사회운동에서 프레임이란 개인적 차원의 인식틀인 스키마(schema)와 구별되게 보다 집합적 과정 속에서 형성되는 인식틀을 말한다. 따라서 프레임은 단순하 게 개인들의 태도와 지각의 총합을 넘어서 개인들의 인식틀에 영향을 미치는 이 데올로기나 문화와 같은 인지적 구조(cognitive structure) 로 보아야 한다(Snow & Benford, 2000).

14 제7회 사회연구 학술상 수상논문 조건으로 여겨지는 것도 어떤 해석과정을 거치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 미를 지닐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스노우와 그의 동료들은 사회운동 을 프레임을 정렬하는 과정으로 이해하면서 운동의 전개과정과 프레임 정렬과정을 연결시켰다(Snow et al, 1986). 이들에 따르면 사회운동은 먼저 운동조직이 가지고 있던 이념적 틀과 운동참여자들의 인지적 틀 이 연결(프레임 연결단계)되면서 발발하고, 운동을 둘러싼 사건들에 대 한 의미들의 연관성을 명료하게 하는 프레임 증폭단계를 거쳐, 개별적 인 프레임이 해당 사회운동의 근본적인 목표 속으로 통합되는 프레임 확대단계에 이르고, 최종적으로 참여자들의 전통적인 생활양식이나 가 치관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프레임 전환 단계를 거친다. 한편 사회운동에서 프레임이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핵심 적 과제를 충족시켜야 하는데 이는 각각 진단적 프레임, 처방적 프레 임, 동기적 프레임으로 구성된다(Snow & Benford, 1988). 진단적 프레 임은 무엇이 문제인가를 규정하는 과정으로, 불의( 不 義 )의 프레임 이 등장한다. 즉 정의가 침해되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누구인지, 누가 이 러한 사태에 대해서 비난받고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를 형성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합의를 이루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 만으로는 효과적인 사회운동으로 발전하기 어렵다. 제기된 문제를 어떻 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처방적 프레임 및 운동에의 참여를 고무하는 동기적 프레임의 형성이 병행되었을 때야 말로 사회운동조직은 성공적으 로 자원을 동원하고 반대자에 저항하는 행동을 개시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어떻게 한 사회운동 내에서 프레임이 구성되는지에 대한 논의 만 가지고서는 프레임 분석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사회 운동 내부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추다보면 특정 시기 사회운동조직이 왜 하필 다른 프레임이 아닌 그 프레임을 형성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운동은 결코 고립된 상황에서 발생하지 않으며 다양한 행위자(잠재적 지지자, 방관자, 지지자, 반대자 등)들 및 조직들 (행정 당국, 국가 통제 기구, 다른 사회운동조직 등)로 구성된 유동적이고 때로는 적대적인 환경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사회운동조직이 다양

한국 성매매 반대운동 15 한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어떻게 프레임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변 화시키는가에 대한 연구도 중요할 것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서 스노우 와 그의 동료들은 사회운동 조직 내부, 혹은 여타의 다른 사회운동조직 들 간에 운동의 중심 프레임이 되기 위해 경쟁하는 프레임 분쟁 이라 는 개념을 고안하였다(Snow & Benford, 2000). 물론 프레임간 경쟁은 사회운동조직들 사이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하여 졸드, 맥 아담 등은 전략적 프레임 이라는 개념을 통해 사회운동조직이 처한 다 양한 환경 속에서 어떻게 프레임을 변화, 발전시키는 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McAdam, McCarthy & Zald, 1996; McAdam, 1996b). 그리하여 본고에서는 한국에서 발생한 성매매 반대 운동이 운 동의 전개과정에 따라 어떻게 전략적으로 프레임을 형성하고 변화시켰 으며, 그리고 분쟁을 겪게 되었는지 분석하고, 또한 각 시기별 프레임 이 성매매 반대 운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시 기별로 여성운동단체들이 성매매 문제에 대해 어떤 진단적 프레임과 처방적 프레임을 형성하였는가가 분석의 중심이 될 것인데, 이는 성매 매 반대 운동이 형성시기부터 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그 운동의 대상을 주로 국가로 설정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시기별 성매매 운동 참 여에 관한 동기적 프레임은 분석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왜냐하면 여성 단체들은 상대적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의식을 전환하거나 운동에 동 참하게 하는 활동에는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3. 성매매 반대 운동의 프레임 분석 1) 도덕적 프레임의 형성: 1970년 80년대 중반 가. 운동의 전개과정 한국에서 맨 처음 성매매 반대운동을 시작한 것은 기독교 여성단체 였다. 사회운동이 탄압받던 70년대 유신체제의 권위주의 정권하에서도

16 제7회 사회연구 학술상 수상논문 기독교 조직은 국가가 그 조직 자체를 와해시킬 수 없었다는 점에서 당 시 사회운동의 최후의 보루로서 작동하고 있었다(김두식, 1995). 여성 문제에 있어서도 기독교 여성운동은 본격적인 여성운동단체가 형성되 기 이전에 여성노동자 투쟁, 정신대 문제 대책활동, 원폭 피해자 지원 활동 등을 전개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문제들을 우리사회에 제기하였다. 최초로 성매매 문제에 개입하였던 단체는 한국교회여성연합회(이하 교 여연) 5) 로서 이들은 한국이 산업화하면서 성산업이 기하급수적으로 팽 창하고 이촌향도의 물결 속에서 가난한 농촌의 젊은 여성들이 성산업 에 유입되는 것을 보면서 성매매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윤락여성 미연방지사업 을 실시하여 상경한 여성들을 상대로 전단을 배포하고, 상담센터를 설립하여 이 여성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등의 활동을 하였다(민경자, 1999). 특히 교여연은 70년대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일본인 관광객이 증가 함과 더불어 성매매 종사 여성들의 수가 급증하는 것을 보고 기생관광 반대운동 을 전개하게 된다. 이들은 일본의 여성단체와 연대하여 일본 인 기생관광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일본인 섹스 관광의 실태를 조사 하였다. 또한 한국정부에 관광 정책의 시정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발송 하고 실태 조사서를 배포하며 대학생들과 함께 섹스관광 반대시위를 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활동은 당시 유신정부의 감시와 협박을 받았고, 결국 교여연 단체의 대표가 유신과업 수행을 가로막은 반정부 행위 로 간주되어 연행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으며, 이는 이들이 수행했던 운동 자체를 소강상태에 빠져들게 하였다(이현숙, 1992). 유신정권이 끝나자 잠잠했던 기생관광반대운동이 다시 시작되어 교여 연은 제주, 서울, 부산, 경주를 중심으로 전국 실태조사를 시행하였다. 이 들은 관광요정의 실태 및 관광기생의 인권유린 현장과 착취구조 등을 밝 혀내었는데 관광기생들이 마치 일본 자본의 힘에 유린되는 신정신대 와 다름없다면서 이를 방조하는 정부를 강력히 비난하였다(교여연, 1983). 5) 교여연은 1967년 한국 교회 갱신과 현대 사회 선교 그리고 여성 문제 해결과 세 계 평화의 과제 를 목표로 8개 교단 여전도회의 연합체로 설립되었다.

한국 성매매 반대운동 17 그러는 와중에 정부가 88올림픽을 유치하면서 해외잡지에 한국 여성의 접대를 상징하는 광고를 게재하고, 외국인들에게 에이즈 검사를 면제해 주는 등 성매매를 통해 관광수입을 올리려는 의도를 보이자 교여연, 여 성의전화, NCC 여성위원회, 한국여성신학자 등의 단체들이 정부와 서 울올림픽조직위원회의 사과를 요구하고 에이즈 추방 캠페인을 벌이는 등의 활동을 하였다(이현숙, 1992). 2) 성매매에 대한 도덕적 프레임 형성 교여연을 중심으로 한 초기 성매매 반대 운동의 기반은 종교적 휴머 니즘이었다. 이들은 한국사회가 자본주의화 되어가면서 정신적 가치보 다 물질적 가치가 우선시되고 있는 것에 문제를 느꼈다. 물질 만능주의 사회가 사람들의 도덕성을 타락시켜 성을 하나의 상품처럼 거래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기게 함으로써 성매매 현상이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 같이 기독교 가치에 바탕을 둔 도덕적 프레임은 성매매의 원인을 자본주의에서 찾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나 계급 의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을 결여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사람을 당신 형상대로 창조하시고 만물을 다스리라고 하신 것 은 사람이 세상의 주인이며 가장 귀한 존재라는 것을 명백히 하신 것이다. 여기 사람이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고 인간 이하의 취급을 당하고 있는 아픈 현장이 있다.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매춘관광까지 등장시켰으며 여성을 모독하고 국위를 실추시 키면서 하나님의 선물인 성을 악용하여 기독교 윤리에 위배되는 사태로까지 몰고 갔다(교여연, 1983) 이들은 특히 개발정책이나 외화획득이라는 목적으로 정부가 성상품 화의 풍조를 조장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강력하게 비판하였다. 당시 정부는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을 취함으로써 외국자본 유치를 절대적으 로 필요로 했는데 기술이나 자본의 투자 없이 쉽게 외화를 벌 수 있는 방법으로 관광산업을 장려했다. 해외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법적, 제

18 제7회 사회연구 학술상 수상논문 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관광기생들에게 허가증을 주어 호텔출입을 자유 롭게 하고 통행금지를 해제하는 등의 특혜조치를 취했으며 또한 이들 이 국가경제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지에 대한 교양교육 등을 통해 외국인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하도록 독려하는 일을 하였다. 윤락행위등 방지법에서 취하고 있는 금지주의와 다른 국가의 이런 이 중적 태도는 운동단체들로 하여금 높은 비난을 사게 하였다. 여성국민의 정조를 상품으로 하여서까지 외화를 벌어들인다면 5억불이 아니라 50억불을 벌어들인다 하여도 그 시비는 마땅히 역사와 민족의 얼 앞에서 가려져야 할 것이다(교여연, 1983)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국가를 비난하는 근거로 민족주의적 감정이 동원되었다는 것이다. 즉 외화획득을 위해 여성의 정조를 자원으로 삼 아서 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국가에 대한 도덕적인 비난 을 하고 있는 것이다. 초기의 성매매 반대 운동이 민족주의적 프레임 으로 운동을 전개하였다는 점은 이들 단체가 일반적인 성매매보다 외 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매매에 집중하였다는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한국 남성이 성매매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단 체의 활동은 압도적으로 일본인 기생관광이나 올림픽 관광 정책에 맞 추어져 있다. 한편 도덕적 프레임은 성매매 종사 여성들을 바라보는 데서도 크게 다르게 나타나지 않는다. 초기의 성매매 반대 운동은 성매매 여성들을 자본주의로 인한 상업주의 풍토 속에서 가난하고 불쌍한 피해자로 그 리고 있지만, 이들을 윤락( 淪 落 )여성 이라고 지칭하면서 도덕적으로 타 락한 여성으로 바라보았다. 즉 우리 선조는 빈곤을 사는 슬기와 여성 의 절개를 물려주었다(교여연, 1973년 12월 성명서 중) 라고 하면서 성 매매 여성들을 가난 때문에 절개를 저버린 슬기롭지 않은 여성으로 보 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성매매로 인해 이 여성들이 입고 있는 피해는 인 권의 침해나 사회적 낙인이라기보다, 정조의 상실로 파악하고 있다.

한국 성매매 반대운동 19 특히 낙화암을 수놓은 정절의 여인들, 진주 남강의 논개의 얼을 이어받 은 우리의 딸들이 이국인들에게 몸을 팔아야 하는 억울한 현실(교여연, 1983) 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이 정조는 민족의 주체성과 순수성을 담보하는 의미에서의 정절이다. 정조가 본래 그 여성이 속해있는 (남 성) 집단의 도덕성을 담지하는 개념이라고 할 때(배은경, 1997) 여기서 성매매 여성들은 이 땅의 어머니 혹은 우리 어린 딸 로 묘사되면서, 개 인으로서의 여성이 아닌 전통적 공동체 안에서의 여성으로 여겨진다. 4. 인권침해 프레임으로의 변화: 1980년대 말 2000년 1) 운동의 진행과정 교여연을 중심으로 한 캠페인 운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80년대 중반 부터 카톨릭 수녀연합회를 중심으로 성매매 여성들을 위한 쉼터운동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업소에서 도망쳐 나온 성매매 여성들에 게 머물 곳을 제공하고, 탈성매매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이 들 쉼터는 생활상담, 의료상담, 직업상담 및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성매매 관련 법체계의 문제점을 여실히 느끼게 된다. 당시의 법에서 성매매 여성들은 범법자 이기 때문에 정부의 보호나 사회복지 서비스를 전혀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실적인 한계에 직 면한 쉼터 조직들은 단체들 간의 지원활동과 국제연대활동을 위해 1986년 매매춘 근절을 위한 한소리회(이하 한소리회) 를 구성하게 되었 다. 한소리회는 성매매를 사회구조적인 문제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 문제로 바라보고, 성매매 여성들을 일상적으로 지원하면서 이들이 현실 적으로 가지고 있는 빚 문제, 포주의 폭력 문제 등을 해결하는데 주력 하였다(민경자, 1999). 그러던 와중에 1995년 성매매 여성들과 가출소녀들의 재활기관인 경 기도여자기술학원의 방화사건이 일어났다. 원생 40명이 사망하고 12명 이 부상을 입은 이 사건을 통해 직업교육시설이 실제로는 강제수용시

20 제7회 사회연구 학술상 수상논문 설과 다를 바 없으며, 원생들에 대한 온갖 비인간적 대우와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교여연과 한소리회는 경기도여자 기술학원 사건대책 을 결성하고 진상규명과 조속한 대책마련을 위한 집 회를 개최하였다. 이들 집회에서는 모순투성이의 윤락행위등방지법(이 하 윤방법)을 유지하고, 대규모 강제수용시설을 성매매 여성들을 위한 복지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정부의 무책임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윤방 법을 개정할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이러한 국면은 성매매에 대한 사회 적 토론을 활성화시켜 성매매 여성에 대한 인권보호에 대한 관심을 환 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동시에 이 사건은 그동안 성매매 문제에 무관심하였던 여성단체들의 자성을 촉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화재 사건 이후 한 여성단체 는 성매매 문제가 여성운동의 이슈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여성운동에서 성매매 문제를 소외시켰던 현실을 반성하면서 성매매 여 성들을 여성운동이 지향하는 자매애 의 울타리에 들어오게 하자는 취 지로 매매춘 토론회 를 개최하였다(인천여성의전화, 1995). 그리하여 이제 성매매 반대 운동의 초점은 윤락행위방지법 개정 문 제로 모아지게 되었다. 그동안 교여연이나 한소리회는 꾸준히 윤방법 은 성매매를 방지하는데 효과적이지 않고, 성차별적인 조항들을 포함하 고 있다 는 점에서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해왔었다. 정부차원에서도 화 재사건으로 인해 정부의 성매매 관련 정책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거세 지는 것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94년 보건사회부를 중심으로 윤방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가 개최되었으나, 그 공청회 자리는 한국사 회에서 성매매 문제에 대한 합의가 얼마나 이루어지지 않았는지를 여 실히 보여주는 결과만 초래하였다(민경자, 1999). 보사부에서는 성매매 여성들을 강제 입소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와 보호기간 설정에 대한 타 당성 마련에 중점을 두고 개정안을 마련하였고, 남성 토론자들은 성매 매는 필요악이며 금지정책이 실효가 없으니 차라리 공창제를 설치하자 는 의견을 제시하였고, 여성 토론자들은 법이 실효를 거두려면 먼저 개 정안에 깔린 성차별적 사고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같은

한국 성매매 반대운동 21 공방 속에서 보건복지부는 결국 단독으로 법안을 발의하였고, 95년 윤 방법이 개정되었다. 그러나 개정된 법안에서도 성매매의 원인은 성매 매 종사 여성들에게 있다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었고 이는 결국 2000년 의 성매매 특별법 제정 운동으로 나아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2) 성매매에 대한 사회구조적 접근 이 시기의 성매매 반대 운동의 프레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성매매 문제를 개개인들의 도덕적 문제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닌,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는 점에 있다. 현장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단체들은 성매매 문제를 개인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법적, 제도적 문제로 규정하고 문제해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의 인권 보호와 복지증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하지만 이들은 성매매 문제를 여성의 문제라기보다는 착취당하고 소외받는 인 권의 문제로 이해하면서 성인지적인 관점(gender perspective)을 취하 지는 못하였다. 한편 80년대 후반의 여성단체들도 마찬가지로 성매매를 개인의 윤리 적 타락으로 바라보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은폐하는 것이며, 성매매를 계급문제와 제국주의의 사회구조적인 원인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인식 하였다. 이는 당시 여성운동단체들이 진보적인 민족민주운동의 범위 내에서 여성이슈를 제기하였던 경향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미경(1988) 은 성매매의 원인을 산업구조의 왜곡과 지역사회 해체라는 거시적인 사회경제 문제에서 찾고 있다. 성매매 문제는 가난한 여성 의 성이 착 취되는 것이며 따라서 성매매 반대 운동도 계급 타파로 역량을 기울여 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여성단체연합은 제국주의 성침탈과 여성 이라는 특집을 통해 성매매는 일차적으로 계급문제이며, 특히 한국사회 와 같은 제3세계에서는 제국주의의 문제가 중요한 원인이라고 인식하 였다. 이들에게 시급한 것은 계급모순과 제국주의를 철폐하는 것이고 이는 민주화 투쟁을 통해서 달성될 것이기에 성매매 문제는 부차적인 것으로 보았다. 이처럼 당시의 여성운동 진영은 성매매 문제를 계급이

22 제7회 사회연구 학술상 수상논문 나 제국주의 같은 거대담론으로 환원해버렸고, 또한 그 안에서 성인지 적인 관점을 확보하지 못한 한계를 지녔다. 이 시기의 프레임을 종합적으로 평가해보자면 성매매에 대한 도덕적 프레임을 넘어서 사회구조적 프레임으로 변화 발전하였지만, 그 사회 구조적 원인에 대한 명료한 진단적 프레임을 형성하지는 못하였다고 할 것이다. 성매매가 사회적 문제가 되는 까닭이 여성들의 인권침해인 지, 자본주의 심화에 따른 불평등의 문제인지에 대한 합의를 형성하지 못하였고, 성매매의 원인에 대해서도 국가의 이중적 법과 행정체계, 제 국주의, 계급 등을 거론하였으나 이를 포괄하는 하나의 단일화된 프레 임을 형성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이같은 진단적 프레임의 분열은 당연 하게도 성매매 문제에 대한 처방적 프레임의 정교화를 이뤄내지 못하 였고, 따라서 국가 주도의 윤방법 개정이라는 유리한 정치적 기회구조 에서도 효과적인 전략으로 작용될 수 없었던 것이다. 5. 가부장적 여성폭력 으로의 프레임 확장 과정: 2000년 2004년 1) 운동의 전개 과정 기술원 화재 사건이 윤방법 개정으로 일단락되면서 한동안 특별한 이슈 없이 진행되던 성매매 반대 운동은 2000년 군산 대명동에서 성매 매집결지 화재가 발생하면서 본격적으로 성특법 제정 운동으로 발전하 게 된다. 성매매집결지 화재사건이 2001년 부산 완월동, 2002년 군산 개복동에서 연달아 일어나면서 당시 언론은 대대적으로 성매매 여성들 이 처한 빚과 감금상태에 대해 보도하였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동정 적인 여론은 여성단체들이 성매매를 운동을 이슈화 하는데 매우 긍정 적인 분위기를 제공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랫동안 현장을 중심으 로 쉼터 운동을 해왔던 새움터와 한소리회에 더하여 한국의 가장 대표 적인 여성단체인 여성단체연합이 중심이 되어 <군산 집결지 화재사건 대책위>가 구성되게 된다. 이들은 화재로 숨진 여성들의 장례식 및 보

한국 성매매 반대운동 23 상 문제를 다루면서 성매매 방지 법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였는데 이 것이 <성특법 제정 특별위원회>로 발전하게 되었고 결국 2001년 여성 단체연합의 입법 청원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 시기에 이르러 성매매 반대 운동은 많은 여성단체들의 연대로 발전되었는데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단체들(한국여성단체연합, 매매춘근절을위한한소리회, 새움터, 한 국여성의전화연합,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등) 거의 대부분 이 성특법 개정 운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들은 정부를 대상으로 하 는 입법화 운동뿐만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성매매 근절을 위한 서 명운동, 성매매하지 않기 선언 등의 캠페인 운동을 동시에 진행하게 된다. 한편 여기서 법제정과 관련한 중요한 정치적 기회구조가 변화되게 된다. 미국이 2000년 10월 제정한 인신매매피해자보호법 에 의해 미 국무부는 매년 세계국가들을 대상으로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게 되었는데, 그 1차 보고서에서 한국이 최하등급인 3등급 판정 을 받은 것이다. 6) 미국은 동시에 2003년부터는 3등급 국가를 인권침해 국가로 규정하여 일정한 제재를 가할 것임을 선포하였다. 한국은 이 보고서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정부 차원의 성매매 실태 보고서를 미 국무부에 제출하는 등 분주하게 대응하였다. 그 결과 2차 보고서에서 3등급 국가 중 한국만 유일하게 1등급으로 조정되었으나, 내 외부적으 로 한국이 제출한 보고서가 허위 과장된 것임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직 면하게 된다. 정부는 매년 제출될 인신매매 보고서에 대응하기 위해 상시 대책회의를 마련하는 동시에, 여성단체들이 청원한 성매매 특별법 6) 3등급 판정이유에 대해 미국무부는 한국은 인신매매의 발생국이자 경유국이다. 한국의 젊은 여성들이 주로 성적 착취의 대상으로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 및 일본으로 매매되고 있다. 또한 여러 국가 출신의 외국여성(주로 중국여성)들이 한국을 통해 미국과 세계 다른 많은 지역으로 매매되고 있다. 비록 한국이 아시 아에서 인권 민주주의의 선도국이지만, 한국 정부는 비교적 최근에 부상한 문 제로서 점차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인신매매 문제에 대해 거의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아 왔다. 인신매매 피해 외국인들은 불법 입국자로 취급되어 추방되고 있다. 인신매매 피해자 또는 동 피해자를 지원하고자 하는 NGO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없다. 고 밝히고 있다(한국여성단체연합 외, 2002. 부록 중 2001년 미 국무부 보고서에 언급된 대한민국 (3등급)).

24 제7회 사회연구 학술상 수상논문 제정을 인신매매 방지에 대한 국가의 의지를 보여주는 기회로 여기게 된다(법무부, 2001). 이는 성특법 제정 운동에 있어 유리한 정치적 기 회구조로 작동하게 되었다. 즉 그동안 국내 여성단체들이 성매매 문제 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인 책임성을 주장할 때 소극적인 방어 태도를 보 였던 국가로 하여금 성매매 특별법 제정을 중요한 국가적 과제로 인식 하게 한 것이다. 결국 성특법 제정은 급물살을 타게 되어, 2002년 9월 한 여성 국회의원이 성매매보호법안과 처벌법안을 국회에서 발의하였 고, 2004년 9월 국회 참석 의원의 만장일치로 법안이 통과되었다. 2) 가부장적 여성폭력으로서 성매매 프레임 성매매특별법 제정 운동은 집결지 화재사건이라는 성매매 종사 여성 들의 죽음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이전의 기술원 화재 사 건과는 달리 의미있는 성매매 반대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된 것에는 여성운동단체들의 대대적인 개입이라는 변수가 크게 작동하였다. 이 시기에 와서야 여성운동단체의 개입이 가능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 는 2000년의 여성운동 전반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여성운동은 90년대를 지나면서 많은 여성관련 법제정 운동의 성공을 이뤄내면서 조직의 규모 및 전문성 측면에서도 성장하였지만, 무엇보다 성매매 문 제를 인식하는 프레임의 확장을 가능하게 할 만한 역량을 확보하였다. 90년대는 무엇보다 성정치 담론이 빠르게 확산되었던 시기이다. 이는 여타의 민족민주운동들이 가졌던 고민처럼 90년대의 여성운동단체들도 제도적 민주화의 실현과 동구권의 몰락 속에서 독자적인 여성운동의 길을 모색하던 와중에, 성폭력이나 가정폭력과 같은 이슈들을 운동이슈 화 하는 것이 여성 내부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여성 일반 의 정체성의 형성(Rose, 1977)을 가능하게 하였기 때문이었다. 특히 성폭력 반대운 동은 이 시기 여성운동의 가장 핵심적인 이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 큼 중요한 이슈였는데, 성폭력 반대 운동이 여성운동에 가져다준 가장 큰 성과는 여성의 성과 몸에 대한 통제와 폭력을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 로 개념화하게 된 것이다(배은경, 1997). 물론 과거에도 강간

한국 성매매 반대운동 25 이나 강제추행 등은 범죄화되었으나 이는 여성 개인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기보다, 이 여성이 속한 (남성부계) 집단의 권리를 침해한 정조 의 침해죄 였다. 그러나 성적자기결정권은 자기 몸과 섹슈얼리티에 대 한 결정은 여성 스스로가 내려야 한다는 근본적인 의미에서 신체의 자 유 개념에서 도출(김명식, 2004)되었으며, 기본권의 하나로 여겨졌다. 이같은 인식의 변화는 성폭력의 범위를 강간을 넘어선 다양한 종류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들로 확장시킬 수 있었고, 그리하여 성적 자기결정권 은 여성운동의 개별 운동부문을 넘어서 하나의 마스 터프레임(master frame) 적 지위를 확보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마스터 프레임은 성매매 역시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폭력의 하나 로 인식될 수 있게 하였다. 성매매 행위는 매춘 여성이 자신을 신체로부터 분리시키고 단 편화된 신체의 일부에 대한 사용권을 남성 손님에게 위임하는 행 위로써 인간의 기본권에 위해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성매매에 서 남성이 여성의 몸을 임의대로 통제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 은 강간의 특성과 같은 것인데, 매춘 여성에게 강간이나 폭력은 화대 지불 의 유무에서 차이가 날 뿐 성매매 행위의 연속선상에 있다(원미혜, 1999, 강조는 필자). 따라서 성매매는 도덕성 타락이나 계급의 문제라기보다는 가부장적 여성폭력의 문제가 된다. 성매매는 여성을 인간이 아닌, 육체로 환원하 여 거래 가능한 상품으로 만들어버리고, 여성을 지배하고자 하는 남성 의 욕망을 실현하게 해주는 기제라는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프레임을 가지고 여성운동단체는 무엇보다 용어의 변화를 통해 일반인들의 인식 변화를 도모한다. 기존의 윤락( 淪 落 ) 이나 매춘( 賣 春 ) 은 성매매 종사 여성들을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문란한 여성으로 바라보게 하며, 성을 사는 남성들의 존재를 비가시화시키기 때문에 적절한 용어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대신에 성매매( 性 賣 買 ) 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여성의 몸과 성이 마치 물건처럼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한국여성단

26 제7회 사회연구 학술상 수상논문 체연합, 2001). 따라서 매매의 주체는 남성 고객과 포주가 되고 성매매 여성은 그 대상이 된다. 결론적으로 성매매 여성은 여성의 몸을 통해 이 윤을 획득하고자 하는 자본과 이를 소비함으로써 자신의 성적 욕구와 지 배욕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가부장적 남성 사이에서 착취당하는 피해자의 지위를 얻게 된다. 이는 성특법 제정 운동에서 사용한 성매매 피해 여 성 혹은 성매매된 자 라는 용어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성특법 제정 운동이 성공하기 위하여 극복해야 할 가장 큰 장애물은 성매매는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직업 이라는 인식이었다. 이 자발적 선택론 은 성매매 여성들에게 면책 특권을 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로 작동해왔기 때문이다. 여성운동단체들은 자발적 선택론 에 대 응하기 위해 성매매 여성들이 성매매에 유입되기까지 존재하는 거대한 사회구조적 원인을 강조하였다. 성매매가 존재하는 것은 개별 여성들 이 성매매를 하기로 선택했기 때문이 아니라, 여성의 몸이 높은 이윤가 치를 낳게 하는 성산업과 여기에 결탁한 공권력이 여성들의 유입을 부 추기기 때문이며, 더 나아가 여성에 대해 낮은 가치를 부여하는 사회분 위기, 성차별적인 노동시장,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의 가해자들이 여성들 에게 제한적인 선택지만을 가지게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별 여성들 의 선택과 동의 유무는 이들을 가부장적 사회의 피해자로 보게 하는데 중요한 고려요소가 아니라고 본다. 포주, 중간포주, 감시원, 깡패조직, 성매매업소집결지의 실제경 영주, 직업소개소, 인신매매범, 성매매고객, 경찰, 시의 주택과, 사 회복지과, 위생과, 정치인, 지역유지, 병원 등은 성매매와 직접적으 로 관련된다. 뿐만 아니라, 여성들을 성매매로 내모는 강간범, 아 내 구타 남성, 근친강간의 가해자, 여성을 우선 해고하는 기업주 등 이들 모두가 성매매와 관련되어 있다(한국여성단체연합, 2001).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매매는 가부장제의 구조적 폭력 이라는 프레임 에 대한 사회의 전반적인 지지를 획득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운동단체 들은 성매매 종사 여성들의 사례와 성산업의 구조를 통해 이들이 구타

한국 성매매 반대운동 27 나 강간, 감금을 통해 육체적 제약을 심하게 받고 있으며, 사슬처럼 얽 힌 채무관계로 인해 전혀 자발적인 선택을 할 수 없음을 적극적으로 알 리면서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고발하게 된다. 많은 매춘여성들이 감금된 상태에서 매춘을 강요당한다. 잠을 자는 시간에도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 며, 이러한 상황에서 탈출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한국여 성단체연합 외, 2000). 오늘 우리가 확인하는 취업각서, 현금보관각서 등은 성매매 된 여성이 성산업을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현대판 노예문서로 서, 종종 피해자인 여성을 재산범죄 피의자로 둔갑시키는 증거가 되곤 했습니다. 선불금이란 성매매된 여성이 차마 인간으로서 견 딜 수 없는 고통을 벗어날 수 없도록 하는 올가미가 되곤 하는 것 입니다(한국여성단체연합, 2002). 한편 가부장적 사회경제구조로 인한 여성폭력 으로 진단적 프레임을 형성한 성특법 운동은 동시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처방적 프레임 을 마련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의 원인을 가부장적 사회경제구조로 설 정하게 되면, 운동이 추구하는 해결책은 너무나도 광범위한 것이 되어 버리고, 따라서 해결은 요원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성특법 제정 운동 에서 형성한 처방적 프레임은 성매매를 방치하고 포주들과 유착관계를 가지고 있던 국가에게 성매매 폐지에 대한 높은 책임성을 부과하고, 성 산업을 팽창시킨 포주와 남성 구매자들에 대한 강한 처벌을 통해 성산 업의 수요를 단절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한편으로 피해자인 성매 매 종사 여성들에게는 과거 운동방식 같이 단순한 구조( 救 助 )나 도덕적 설득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개입과 복지서비스를 통해 이들이 성산업에서 탈출하여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 는 정책이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결과적으로 성특법 제정 운동이 형성한 프레임은 많은 여성단체들의 연대를 가능하게 하였다.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 라는 마스터 프레임

28 제7회 사회연구 학술상 수상논문 과의 연결은 다른 여성운동단체들에게 성매매 반대 운동에 참여해야만 하는 당위성과 시급성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던 것이다. 많은 여성단 체들과 대학 내의 여성단체들에서 토론회가 진행되었고, 성명서가 발표 되었으며, 성매매 문제가 공론화되었다. 그리고 이 시기의 프레임은 동시에 미 국무부의 인신매매보고서 작성이라는 정치적 기회구조의 변 화를 전략적으로 이용가능하게 하였다. 성매매를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반인권적 행위로 규정함으로써, 대규모의 성산업을 팽창시키 고 성매매 종사 여성들을 방치한 국가에 대해 체계적인 비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국제사회에서도 반인권국가 로 낙인찍혀 한 국가로서의 정당 성과 책임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만일 한국 정부가 기지촌에서 일상적으로 자행되는 인신매매 현 실에 대해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법률 제정 과 이에 근거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으며, 또한 이를 알고도 보 고서에서 누락시킨 점이 발견되고, 나아가 한국정부에 대한 재조사 가 미국 상원에서 진행될 경우 한국정부와 미군이 성매매와 인신매 매를 방조, 묵인 내지는 용인하고 있다는 책임을 벗어날 길은 없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한국정부는 인신매매 1등급 국가로서의 면모 를 갖추기 위한 노력에 시급히 나서, 국가차원의 망신을 예방함 과 동시에 명실상부한 성적 인신매매 및 성매매 방지를 위한 노력 에 나서야 한다(한국여성단체연합, 2002, 강조는 필자). 하지만 성매매 철폐가 하나의 국가사업이 되면서 애초의 목적이었던 가부장적 폭력으로부터 여성 인권의 보호 라는 목적은 점점 약화되고, 마치 사회정화운동과 같은 모습을 띄게 된다. 즉 성매매는 범죄화되었 지만, 이는 실제 종사 여성들의 인권보호와 시민권 획득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더럽고 폭력과 범죄의 온상 인 성매매 집결지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여겨진 것이다. IT강국이자 민주화를 효율적으로 이뤄낸 국가 가 미국 국무부의 2004 인신매매보고서에서 성적착취목적으로 매매되 는 여성의 근원지, 목적지, 중간경유지 로 지목된 부정적 이미지를 벗

한국 성매매 반대운동 29 어던지기 위해 이제는 성매매를 근절해야 한다(여성부, 2004) 와 같은 정부의 입장에서 성매매 여성의 인권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 강력한 법 집행 의지를 보이기 위해 불가피했을 것으로 보이는 성매매 집결지 특별단속은 그 시행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단속으로 인해 성매 매로부터 이탈하게 될 종사 여성들에 대한 대책이 미비했다는 점에서 문제이다. 집결지여성 자활지원센터가 전국에 고작 2개소에 350명 수 용 가능한 상황에서 법을 집행하였다는 것은 그만큼 무엇에 우선순위 를 두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성특법에서는 과거 인권침해 소지로 비난받았던 선도보호시설에 대한 조항이 삽입되는 등 인권의 측면에서 본다면 성특법이 오히려 윤방법보다도 더 후퇴했다는 평가를 듣기도 하였다. 6. 프레임 분쟁 - 성매매 종사 여성들의 생존권 투쟁: 2004년 2005년 1) 운동의 전개과정 성특법의 제도화와 시행은 성노동자 운동이라는 저항운동을 출현시 킨 계기가 되었다. 여성들의 탈성매매와 사회 적응을 위한 정책과 지 원체계가 미비함에도 불구하고 우선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 는 집결지에 집중적인 단속을 시행하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각 지역 집결지에서 성매매 여성들이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는 시위가 간헐적으 로 일어났고, 마침내 국회 앞에서 12개 지역에서 모인 3000여명 여성들 의 집회가 이루어졌다. 과거에 어떤 형태로든 네트워크를 갖고 있지 못하였던 성매매 종사 여성들이 이처럼 짧은 기간에 조직화에 성공한 것은 한터 라는 성매매 업주들의 모임을 통해서 가능했다. 그렇기 때 문에 여성단체와 여성부는 이들의 시위는 포주들에 의해 강제적으로 동원되었고 대응의 필요가 없다면서 성매매 여성들의 면담 요구에 전 혀 응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성매매 종사 여성들은 결국 여성부 앞에 서 소복 농성을 벌이며 여성부는 해체하라 는 구호까지 외치게 만들

30 제7회 사회연구 학술상 수상논문 었다. 이처럼 성매매 종사 여성들의 저항이 직접적으로 여성부 및 여 성단체를 향하게 되자 기존의 성매매 반대 운동을 전개해왔던 여성운 동가들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성매매 종사 여성들은 처음에는 변화된 법으로 인해 자신들의 생존 수단이 박탈되게 생겼으니 법에서 약속한대로 2007년까지 집결지 폐쇄 를 보류하거나, 폭력이나 강제가 없는 성매매에 대해서는 직업으로 인 정해달라는 요구를 주장하기 위해 길거리로 나섰다. 그러나 점점 언론 의 조명을 받고, 여성부와 협상하려는 노력이 결렬되면서 이 여성들은 점차 독자적인 조직화의 필요성에 대해서 인식하게 된다. 한편 이들의 활동은 국제적인 여성주의 진영의 관심을 받게 되어 세계여성학대회나 세계여성행진에 참여하게 되었고, 국내적으로도 노동운동단체 및 다른 여성단체들의 지원을 받으면서 점점 성노동자로써의 집합적 정체성을 형성해나가게 된다. 그리하여 2005년 이들은 민주성노동자연대(이하 민성노련)을 결성하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 가입을 신청하였다. 그 러나 이들은 합법적인 노조로 인정받지 못하고 양대 노총으로부터 가 입을 거절당하게 된다. 2) 성노동자의 노동권 프레임 형성 성매매 종사 여성들의 저항 행동은 처음에는 단순히 경찰들의 단속 때문에 업소가 문을 닫자 당장 일을 할 수 없어 생계가 곤란해진 것에 대한 반응으로 시작되었다. 이들은 성특법에서 제공하는 지원정책은 자신들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아 실효성이 없고, 정부가 제공하는 지원 금이나 직업훈련 프로그램으로는 자신들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성매매 종사 여성들은 여성부가 자신들의 생존권 을 박탈했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여성 운동하는 사람들을 자신들보다 훨 씬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가지고 있어 자신들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 하는 것으로 여긴다(한국여성종사자연합, 2004). 명료한 계급의식으로 발전하지 못하였지만 여성주의자들과의 사회경제적 지위 비교를 통해 자 신들이 하층계급 여성으로써의 지위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한국 성매매 반대운동 31 한편 이들은 철저히 사회적 관심으로부터 유리되었던 이전과 달리 공적인 논의에서 사회적 집중을 받게 되면서 자신들에 대한 사회적 시 선을 처음으로 실감하게 된다. 성매매 여성이 일반사람들의 시선에서 는 범법자나 인간 이하로 취급당하고, 여성단체에 의해서는 피해자로만 그려지는 이중적인 상황 속에서, 자신들이 주체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능력조차 없는 집단으로 인식되었고 따라서 그들의 목소리와 요구사항 이 쉽게 주변화되는 현실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기자회견 하다가 뛰쳐나왔어요. (중략) 딱 대놓고 너네 죽어라 이렇게 안 해도 뉘앙스라는 게 있잖아요. 아, 저 사람이 나를 씹는다, 나를 죽으라고 하는구나 느낄 때가 있잖아요. 제가 그때 그런 기분이었어요, 진짜. 그래서 울면서 나오면서, 각 지역 대표들한테 저희가 전화를 다 했어요. 우리 도저히 못 참겠다, 우리를 완전히 인간 취급도 안 한다, 벌레 취급을 당했다 고(언 니네, 2004, 강조는 필자). 저희도 처음에는 이 법 찬성 많이 했어요. 진짜 피해 받는 여 성들 많아요. 집창촌도 형태가 많아요. 이 법이 군산화재사건 계 기로 생긴 거잖아요. (중략) 그니까, 여성단체 분들한테 진짜 말 하고 싶은 거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서 원래 그분들의 취지대로 그런 피해여성들을 도와주라는 얘기예요. 지금은 피해자가 아닌 우리를 상대로, 강요를 당한다, 피해를 당한다, 피해자로 만들어 버리고 있어요(언니네, 2004, 강조는 필자). 이렇게 체계적으로 자신들의 존재가 주변화되는 상황에서 이들은 자 신들 역시 인권과 시민권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 호소한다. 여기서 흥 미로운 것은 그들이 성특법에 반대할 수 있는 정당성을 성특법이 기반 하고 있는 원칙, 즉 성매매 종사 여성들의 인권에서 찾고 있다는 것이 다. 과거의 윤방법에서처럼 성매매에 종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로 범 죄자의 처분을 받아야 했던 상태에서 벗어나, 자신들이 새로이 법적으 로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대상이 되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자신 들의 세력화의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여성들은 성특

32 제7회 사회연구 학술상 수상논문 법은 스스로 그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며 자신들 반대 운동의 정당성을 찾는다. 대신에 성매매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자신들의 권리 행사에 방해가 되는 요소이며, 자신들의 하는 일을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함으 로써 낙인을 제거해달라고 요구한다. 내가 까놓고 업주들한테 얘길 했어요. 자~ 발등에 불이 떨어 졌습니다. 하지만 당신네들은 당신네들의 목소리를 못 내지만,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정당하게. 우리 생활하기 도 힘들고 생계도 힘드니까 우리가 가서 얘기를 해보겠다, 돈을 좀 주세요 그랬어요. 우리의 권리를 찾게 돈을 달라고 그랬어요 (언니네, 2004, 강조는 필자). 우리나라에는 무수히 많은 직업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우리들 처럼 몸을 파는 성매매라는 직업 또한 있습니다. 우리들이 일 을 하고 있는 이곳 이 집창촌의 존재를 수치스럽게 생각하기 보다 는 왜 지금까지 이곳이 존재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십시오(한여 연, 2004). 결국 이들은 성특법 시행이라는 갑자기 부과된 고통 으로 인해 무계 획적으로 집합행동을 하게 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생존권과 시민권을 보장받기 위해서 무엇보다 성매매가 하나의 노동으로써 인정 받아야 한다는 인식에 이르게 된다. 성특법이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 주지 못한 상태에서 성매매 근절 이라는 원칙만으로는 자신들의 경제 적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 채 해외이주나 음성적 성매매로 유입하게 하여 실질적인 인권은 더욱 열악해질 것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게 된 것 이다. 또한 성매매 근절 원칙만으로는 성매매에 종사했던 자신들에게 부과된 낙인이 제거되지도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들 은 처음에는 생존권 보장에 대한 요구에서 시작하였지만, 점점 성특법 의 폐지와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하게 되면서 자신들이 성노동자라는 집합적 정체성을 형성해 나간다.

한국 성매매 반대운동 33 우리 성노동자들은 그간의 치열했던 생존권 투쟁을 통해 인간으 로서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우리들이 정체성을 가지고 주체화되 어야 한다는 점을 배웠고, 이를 위해 좀 더 견고한 조직을 필요로 하게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우리는 일하는 자 즉 성노동자로 자 신을 규정했다. 이는 우리들이 사회적으로 당당하게 커밍아웃한 것과 같다. 우리들이 집회 때 마스크를 쓰는 건 부모형제를 고려한 것이지 결코 수치스러워서 그런 게 아니다(민성노련 외, 2005). 성매매 종사 여성들은 스스로를 성노동자로 정체화하고 노조를 결성 하였고, 이러한 인식은 민성노련의 강령에도 반영되어 있다. 그 핵심 적인 내용은 성매매 여성들의 권리는 스스로 찾겠으며 자신들은 노동 자 라는 것이다. 이들은 사회에서 하나의 주체적인 세력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우선 합법적인 사회 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자신들이 하는 일이 범죄 가 아닌 노 동 으로 인정받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스스로를 급진적 여성운동 에 대한 비판세력으로 자리매 김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이들은 급진주의 페미니즘 이 가진 기본적 인 생각에는 동의하지만 성억압만을 강조해서는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 한 불평등-경제적 불평등을 포함하여-으로 인한 여성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에 도달하였다. 따라서 앞으로의 여성운동은 다 양한 조건의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차이 에 기반하여 다양한 여성들의 목소리들을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여성운동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 장한다(민성노련 외, 2005). 7. 결론 및 논의 한국의 성매매 반대운동의 프레임은 다음의 네 단계 과정을 거쳐온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첫 번째 시기에는 문제의 원인으로 민족주의, 자본주의 등이 제기되었으나 이를 성매매 종사 여성과 성구매 남성들의 도덕적인 문제로 명명함으로써 구체적인 운동의 대상과 해결책에 대한

34 제7회 사회연구 학술상 수상논문 명료한 프레임을 형성하지 못하였다. 한편 이러한 전략의 한계는 성매 매 문제를 다른 민족문제나 자본주의 문제에 비해 부차적인 문제로 여 기게 함으로써 이 자체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받기 어렵게 하였다는 점 이다. 두 번째 시기에 성매매 문제는 사회구조적 원인에 의해 야기된 인권침해의 프레임을 통해 이해되었다. 따라서 보다 적극적으로 이러 한 사태를 방치한 국가에게 책임성을 부과할 수는 있었지만, 반면 성매 매는 여성들의 자발적인 선택의 결과라거나, 사회의 필요악이라면서 성 구매 남성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반대 논리에 대항할만한 프레임을 형성 하지 못하였다. 세 번째 단계에 이르러서 성매매 반대 운동은 페미니즘 운동의 마스터프레임인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 라는 프레임으로 통합 되었고, 이는 여성단체들의 연대를 가능하게 하였다. 이로써 성매매 운 동은 단지 의식개선 캠페인 수준을 넘어서 법제정 운동으로 도약하게 되었다. 이 프레임 하에서 성매매는 가부장적인 국가와 남성 집단의 공 모로 발생한 문제로 이해되며, 국가에게 성매매를 근절할 적극적인 책 임을 부여함과 동시에 피해여성 지원이라는 새로운 정책방향을 제시할 수 있었다. 그런데 때마침 미국무부에 의해 한국이 인신매매 3등급이라 는 판정을 받게 되면서 정부의 책임성은 내적 외적으로 강조되게 되고 결국 성매매 특별법 제정이라는 운동 목표의 성공을 가져오게 되었다. 네 번째 단계는 프레임 분쟁 시기로, 이 시기의 성매매 반대 운동은 성 매매 종사 여성들의 저항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들은 저항의 프레임으 로서 생존권 문제 를 사용하였는데 이는 성매매 운동의 정당성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었다. 그런데 이처럼 저항운동이 발발한 것은 단지 운동 의 성공 결과인 법률의 제정, 이에 기반한 정책 집행의 부실함이 아니 라, 성매매 반대 운동이 가진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 라는 프레임 자 체가 가지는 모순에서 비롯된 것이다. 성특법 제정 운동이 형성한 프레 임은 여성운동의 과제인 성차별의 철폐 를 위한 프레임이었지만 이는 성매매에 종사하고 있는 현실의 여성들을 포괄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너무나도 보편적인 프레임이었기 때문이다. 성매매가 가부장적 구조에 서 발생하는 것이라면 가부장제를 극복하는 것이 목적인 여성운동에게

한국 성매매 반대운동 35 있어 성매매는 그 구조의 파생물인, 따라서 제거해야만 하는 대상이었 다. 따라서 성특법 제정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인권은 성매매 피해 여 성 의 인권이지 결코 성매매를 하는 여성 의 인권이 될 수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과 성적 자기결정권은 서로 배치 되는 권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성매매 여성들의 저항운동은 기존의 성매매 반대 운동의 내부로 포함되지 못하고 여성운동의 외부에서 여성 운동을 비판하는 세력으로 조직화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지금까지 살펴 본 성매매 반대 운동조직이 형성한 프레임의 변화과정 분석을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우선 각 시기별 성매 매 반대 운동이 형성한 프레임은 운동의 기회조건 및 제약조건의 해석 이용, 지지자와 반대자의 설득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특히 현재 한국의 여성운동처럼 조직적 자원이 부족하고, 사회적인 지지가 크 지 않은 운동에서는 전략적 프레임의 적절한 사용이 운동 성패에 핵심적 임을 알 수 있었다. 특정한 사건, 국내적 정치상황, 국제적 맥락과 같은 기회구조의 변화를 어떻게 해석하고, 그 의미를 어떻게 확산시키며 반대 자들의 프레임에 대항해 자신의 프레임의 정당성을 어떻게 확보해나가느 냐 하는 것은 사회운동조직에서 매우 중요한 전략이다. 특히 성특법 제 정과 같이 개혁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는 운동에 있어서는 그 운동 프레 임이 얼마나 보편적인 가치(자유, 평등, 인권과 같은)에 부합하느냐가 운 동의 성공과 실패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운동이 목 표를 달성하더라도 그 프레임 내부의 모순이 드러나게 된다면 해당 운동 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이러한 모순은 잠재적 지지자들을 이 탈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운동의 반대자들에게 반대의 명분을 제공함으로써 운동의 정당성에 훼손을 가져올 수도 있다. 따라서 사회운동에 있어 프레임의 사용은 신중한 숙고 끝에 이루어 져야 한다. 운동의 성공을 위해 효율적으로 자원을 동원하기 위한 프 레임 사용은 결국 프레임 분쟁에 의해 일순간 실패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운동 전략 프레임의 설정은 자원동원과 내적통합이라는 두 가지 관점의 종합적 고찰을 통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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