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정치 7 제28집 1 호, 2007년 봄 여름 김 상 배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교수 인디애나대 정치학 박사 주요 논저 네트워크 지식국가 : 21 세기 세계정치의 변환 ( 공저) 동아시아 지역주의와 IT 협력의 미래, 동아시아와 지역주의 : 지역의 인식 구상 전략 ( 공저) 동북아 IT 협력과 한국의 전략, 한국의 국가전략 2020: 동북아 경제협력 ( 공저) 07 한류의 매력과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 최근 들어 한국의 TV 드라마, 대중음악, 영화 등이 동아시아 각국으로 활발하게 진출하면서 소위 한류( 韓 流 ) 열풍이 불고 있다. 게다가 온라인 게임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의 성공은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한다. 이 글은 21세기 문화세계정치의 시각에서 최근 주목받 고 있는 한류의 의미와 한계를 살펴보았다. 이 글의 문제의식은 한류의 단편적인 성공과 실패의 사례에 대한 소개의 차원을 넘어서 한류를 통해서 드러나는 21세기 매력정치와 네트워크의 부상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한류 연구는 자연스럽게 21세기 세계정치의 변환이라는 맥락에서 본 문화변환의 논의로 연결되어야 한다. 이러한 시각은 기존 의 아날로그 한류 현상에 대한 분석뿐만 아니라 새로이 주목받고 있는 디지털 한류의 잠재력, 그리고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의 구축과정에서 차지하는 국가의 역할을 살펴보는 데 있어서 도 매우 유용하다. 머리말 동아시아 문화산업과 한류의 매력 디지털 한류와 사이버 공간의 대항담론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의 전략적 모색 맺음말 주제어 : 한류, 매력, 동아시아, 네트워크, 문화산업, 사이버 공간, 네트워크 지식국가
1. 머리말 수그러들었듯이, 한류도 원래 이러한 성쇠의 운명을 타고났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최근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혐( 嫌 ) 한류 또는 항( 抗 ) 한류의 최근 들어 한국의 TV 드라마, 대중음악, 영화 등이 동아시아 각국으로 활발하게 진출하면서 소위 한류( 韓 流 ) 열풍이 불고 있다. 게다가 온라인 게임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의 성공은 디지털 콘텐츠산업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한다. 이러한 한류는 문화콘텐츠를 주로 수입에 의존하던 시대로부터 이제는 대외적으로 수출하는 시대로의 이행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점에 분위기가 생겨나면서 수년 전에 비해서 한류 상품의 기세는 다소 누그러진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한류는 벌써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는가? 한류를 통해서 한국의 매력과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를 논하고자 한다면 이렇게 현상적인 차원에서만 한류를 보아서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태까지 대부분의 연구는 신문기사나 정책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한 사실 서 큰 의의를 지닌다. 또한 한류는 글로벌 문화질서에서 입지를 트는 소개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2) 이에 비해, 사회과학의 시각에서 이론적 해석과 기회인 동시에 미국 일변도의 글로벌 문화패권에 맞서는 동아시아 차원의 대항담론을 엿보게 한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국내에서 한류 열풍을 한국의 매력( 魅 力, soft power) 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이다. 1) 실제로 한국이 한류의 매력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를 엮어내는 허브의 역할을 담당 하리라는 기대도 만만치 않다. 정말 이렇게 기대해도 되는가? 한류는 한국의 매력을 보여주는 현상인가? 한국이 매력을 발산하여 동아시아를 문화네트워크로 엮어낼 수 있을까? 현재 거론되는 한류의 가능성과 한계는 체계적 분석을 시도한 연구는 매우 제한적으로만 발견되는 실정이다. 3) 한류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의 빈곤은 궁극적으로 21 세기 문화세계정 치 의 연구에 대한 국내학계의 빈곤을 반영한다. 한류 연구는 단편적인 성공과 실패의 사례에 대한 소개와 비판의 차원을 넘어서 한류 현상의 저변에 흐르는 문화세계정치의 변환(transformation) 에 대한 논의를 담아 야만 한다. 한류 연구는 자연스럽게 문화 분야에서 발생하는 권력과 국가 및 세계 질서의 변환에 대한 논의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4) 이러한 연속선상 에서 한류의 매력이 지닌 가능성과 한계, 그리고 한류를 매개로 하여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차원에서 볼 때, 최근 쏟아져 나오는 한류 연구의 수준은 그 양적 질적 차원 모두에서 상당히 미흡하다. 게다가 벌써부터 한류의 쇠락에 대한 지적과 함께 한류 연구 자체에 대한 열기도 식어가는 느낌마저 들기까지 한다. 1980 년대의 홍콩영화가 일종의 홍콩류 ( 香 港 流 ) 를 이루었고 1990 년대 일본의 대중문화가 일류( 日 流 ) 를 이루다 1) 평화포럼21 편, 매력국가 만들기: 소프트 파워의 미래 전략 ( 서울:21세기평화재단 평화연 구소, 2005). 2) 박재복, 한류, 글로벌 시대의 문화경쟁력 ( 서울: 삼성경제연구소, 2005); 백원담, 한류: 동아시아의 문화선택 ( 서울: 펜타그램,2005); 유상철 외, 한류 DNA 의 비밀: 소프트 파워, 소프트 코리아의 현장을 찾아서 ( 서울: 생각의 나무,2005); 히라타 유키에, 한국을 소비하는 일본: 한류, 여성, 드라마 ( 서울: 책세상, 2005); 강철근, 한류이야기 ( 서울: 이채, 2006); 박희성 남경희, 영화 분야 한류 현황과 활성화 방안 연구 ( 서울: 영화진흥위원회,2006). 3) 조한혜정 외, 한류 와 아시아의 대중문화 ( 서울: 연세대학교출판부, 2003); 장수현 외, 중국은 왜 한류를 수용하나 ( 서울: 학고방,2004); 신윤환 이하우 외, 동아시아의 한류 ( 서 울: 전예원, 2006); 김수이 편, 한류와 21세기 문화비전 ( 서울: 청동거울, 2006). 4) Joseph S. Nye, Jr., Soft Power: The Means to Success in World Politics(New York: Public Affairs, 2004); Ronald J. Deibert, Parchment, Printing, and Hypermedia: Communication in World Order Transformation(NewYork:ColumbiaUniversityPress,1997); 하영선 김상배 편, 네트워크 지식국가: 21세기 세계정치의 변환 ( 서울: 을유문화사, 2006). 194 세계정치 7 7. 한류의 매력과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 195
엮어지는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의 미래를 제대로 탐구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글은 한류를 둘러싼 문화세계정치의 변환을 좀 더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 21 세기 세계정치의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는 지식 과 네트워크 의 두 변수가 문화 분야에 미친 영향에 초점을 맞추었다. 우선, 한류의 매력을 논함에 있어서 기술 정보 지식( 통칭하여 지 식) 변수, 특히 IT(information technology) 의 역할에 주목하여야 한다. 1980~90년대 홍콩이나 일본의 대중문화가 동아시아로 전파되던 시절과 한류 열풍이 불어 닥친 오늘날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 중의 하나는 디지털 현상에 있다.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거의 모든 영화나 TV 드라마가 IT 특수효과로 처리되어 생산되며, 애초부터 컴퓨터 게임, 뮤직 비디오, 인터넷 동영상 등과 같은 디지털 형태로 문화콘텐츠를 제작해 야 한다. 실제로 최근 한류의 성공은 소위 문화와 IT가 복합된 CT(culture technology) 분야에서 한국이 보유한 지식역량을 바탕으로 한다. 더 나아 가 한류를 디지털 현상으로 이해해야 하는 좀 더 근본적인 이유는 한류를 수용하는 소비자 측면의 변화에서도 발견된다. 실제로 한류 열풍의 이면에 는 인터넷상에서 동아시아 신세대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루어지는 디지 으로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한류는 문화의 영역에서 공유될 수 있는 지식과 문화의 인자( 因 子, gene) 를 찾는 작업이다. 6) 이러한 맥락에서 한류는 동아시아 문화를 엮어내기 위한 지역 네트워크의 구축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렇게 동아시아가 만드는 네트워크는 미국의 할리우드가 주도하는 글로벌 문화네트워크에 대한 대항담론의 의미를 가진다. 동아시아인의 수요와 정서에 맞는 문화콘텐츠의 생산과 전파 및 소비는 미국의 대중문화 에 대항하는 동아시아 지역 차원의 매력을 증대시키는 일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한류와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 현상의 이면에는 사이버 공간에서 부상하는 탈집중 네트워크가 존재한다. 온라인 게임과 인터넷 커뮤니티에 서 관찰되는 디지털 세대의 네트워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글로벌 문화패 권에 대한 본격적인 대항담론의 맹아를 싹틔우고 있다. 7) 결국 디지털 한류의 매력정치를 통해서 성공적으로 동아시아 문화네 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21 세기 문화 변환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을 구체적으 로 진행하기 위해서 이 글은 다음과 같은 네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제2장에 서는 글로벌 문화질서의 구조변동 속에서 약진하고 있는 동아시아 문화산 털 문화콘텐츠의 교류가 있고, 이를 매개로 한 지식의 공개와 공유 관념이 업의 현황을 이론적 역사적 맥락에서 살펴보고, 그 연속선상에서 한류의 존재한다. 요컨대, 이러한 온라인 현상이 오프라인 한류 열풍과 병행해서 발생하고 디지털과 아날로그 간의 디지로그 (digilog) 적 상호작용을 강화한 면이 적지 않다. 5) 이러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한류의 스토리 자체를 구성하 가능성과 한계를 분석하였다. 제3장에서는 최근 디지털 한류에 대한 기대 를 자아내고 있는 온라인 게임과 인터넷 커뮤니티의 부상을 살펴보고, 사이버 공간에서 부상하는 탈집중 네트워크의 대항담론이라는 차원에서 그 잠재력을 해석하였다. 제4장에서는 문화강국론과 스크린쿼터제 또는 는 일이다. 한류 프로그램에 담기는 한국 고유 문화와 보편적 가치의 문화허브국가론 등의 형태로 등장한 기존 문화산업 정책의 내용을 비판적 내용이 얼마나 동아시아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겠는가의 문제가 궁극적 6) 민병원, 네트워크시대의 문화세계정치, 하영선 김상배(2006), pp.442-479. 5) 이어령, 디지로그 ( 서울: 생각의 나무, 2006). 7) Tim Jordan, Cyberpower(New York; Routledge, 1999). 196 세계정치 7 7. 한류의 매력과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 197
으로 검토하고, 한류의 매력을 제대로 발산하기 위한 국가모델의 방향을 탐구하였다. 끝으로, 맺음말에서는 이 글의 주장을 종합 요약하고, 앞으 로 염두에 두어야 할 연구과제를 간략히 지적하였다. 미국 프로그램을 능가하여 선호되고 있다. 이러한 이중적 양상은 미국 문화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단순 논리를 넘어서 집중과 탈집중의 논리가 복합된 글로벌 문화질서의 변동에 대한 논의를 불을 붙이고 있다. 2. (1) 동아시아 문화산업과 한류의 매력 글로벌 문화질서와 동아시아 문화산업 이러한 글로벌 문화질서의 구조변동이라는 맥락에서 1990년대에 나 타난 일본 대중문화의 해외 진출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1990 년대 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시장과 동아시아 시장에서 TV 드라마, 대중음악,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패션 등과 같은 일본 문화상품들의 수출이 크게 늘어났다. 종전에는 제조업 상품을 팔던 경제대국 일본이 문화상품을 팔기 21세기 초 글로벌 문화질서는 상호 모순적으로 보이는 두 가지 모습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그 하나는 지구화와 정보화 시대를 맞이하면서 미국이 기존의 문화패권을 확대재생산하는 모습이다. 1980년대 미국의 패권 쇠퇴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문화의 확산이나 미디어의 지구화라는 흐름 속에서 미국의 문화패권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할리우드의 스튜디오들이 실리콘밸리의 첨단기업들과 제휴하면서 부상한 소위 실리우드 (Siliwood) 현상은 1990년대 이후 영화산업 분야에 서 미국의 문화패권이 부활하는 초석을 놓았다. 8) 이에 비해, 21세기 글로벌 문화질서에서는 지구화와 정보화의 탈집중 역학이 미국의 문화패권을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1990년대를 주름잡은 일본의 문화상품은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이들 문화상품들은 일본다운 일본문화를 강요하기보 다는 오히려 일본색을 탈색시킨 소위 문화적 무취성 (cultural odorlessness) 의 전략으로 포장되었다. 9)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가전제품(consumer electronics), 만화(comics/cartoons), 컴퓨터 게임(computer games) 등 으로 대변되는 소위 3C 제품들이다. 예를 들어 소니의 워크맨과 같은 가전제품, 저패니메이션 (Japanimation) 으로 알려진 일본 애니메이션, 닌 텐도의 슈퍼마리오에서 비롯되는 컴퓨터 게임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10) 엄밀히 말하면, 이들 제품들은 순수한 문화상품이라기보다는 제조업과 상대적으로 약화시키는 모습도 발견된다. 미국이 여전히 유일한 미디어와 문화의 초강대국인 것은 사실이지만 지구화와 정보화의 확산은 미국의 문화패권에 대응하는 비서구 국가들의 역량을 제고시킨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1990 년대 이후 미국이 만든 형식이 세계 각지에 서 확산되고 지역화되면서, 많은 현지 프로그램들이 독자적으로 제작되어 8) 김상배, 실리우드(Siliwood) 의 세계정치: 정보화 시대 문화제국과 그 국가전략적 함의, 국가전략 12(2), (2006), pp.5-34. 9) 이와부치 고이치, 전호경 역, 아시아를 잇는 대중문화 ( 서울: 또하나의문화, 2004). 10) 남장근, 일본 애니메이션산업의 성공요인과 시사점 ( 서울: 산업연구소,1998); 닛케이BP 사 기술연구부 편, 변화하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 ( 서울: 한울,1999); 닛케이BP 사 기술연 구부 편, 일본 애니메이션의 비즈니스 전략 ( 서울: 한울,2000); 한창완, 저패니메이션과 디즈니메이션의 영상전략 ( 서울: 한울아카데미,2001); 김윤아, 미야자키 하야오 ( 서울: 살림, 2005); Yuko Aoyama and Hiro Izushi, Hardware Gimmick or Culture Innovation? Technological, Cultural, and Social Foundations of the Japanese Video Game Industry, Research Policy Vol.32(2003), pp.423-444; Reiji Asakura, Revolutionaries at Sony: The Making of the Sony PlayStation and the Visionaries who Conquered the World of Video Games(New York: McGraw-Hill, 2000). 198 세계정치 7 7. 한류의 매력과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 199
문화산업이 복합된 형태로 만들어진 일본형 실리우드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11) 이러한 일본 애니메이션과 게임의 약진이 미국의 문화패권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 실제로 1990 년대 당시 일본의 영향력은 문화 권력의 이미지보다는 경제 권력의 이미지로 각인된 감이 없지 않다. 다시 말해 일본의 영향력은 경제 분야에 제한된 것이며, 일본 상품이 아무리 많이 팔린다고 해도 이것이 특정한 문화적 가치관을 전파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1980년대 말 이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 선진국에서 등장한 소위 기술 오리엔탈리즘 (technological orientalism) 은 바로 이러한 반일( 反 日 ) 담론을 대변한다. 12) 기술 오리엔탈리즘의 담론은 기술과 경제의 발전으로 인해서 이제는 더 이상 일본을 서구 근대의 열악한 모방이라고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일본은 오로지 기술력 향상에만 몰두하여 비인간적 사회를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고 비판한다. 즉 일본 기술문화는 타자와 물리적이고 개인적으로 접촉하지 않고 가상현실에서 사는 기계와 같은 오타쿠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결국 일본은 자본주의 발전이 가져온 디스토피아로 상징되고, 역으로 서구는 여전히 문화적이나 윤리적인 측면에서는 우수하다는 논리이다. 13) 가 그런데 1989 년 소니가 컬럼비아 영화사를 인수하고, 1990 년 마쓰시타 MCA 의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인수하면서, 일본이 글로벌 문화시장에 미친 영향력을 다른 차원에서 이해하는 계기가 발생하였다. 일본 제조업체 가 미국 문화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할리우드에 진출하면서 일본은 하드웨어 ( 기술), 미국은 소프트웨어 ( 문화) 라는 종래의 역할 구도가 깨지고 말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우려했던 문화 역전은 그리 쉽게 발생하지는 않았다. 마쓰시타는 주니어 (Junior, 1994) 나 워터월드 (Waterworld, 1995) 와 같은 영화에서 큰 손실을 보았으며, 결국 일본의 경제 불황이 심해지면서 추가 투자를 할 여력을 잃게 되자 할리우드에서 철수하였다. 소니도 컬럼비아 영화사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경제적인 소유만을 의미했을 뿐 할리우드 메이저의 문화적 지향을 좌우할 수는 없었다. 이러한 와중에 1990 년대 일본 경제가 소위 잃어버린 10 년의 위기를 맞게 되면서 미국은 글로벌 패권으로 부활하였다. 이제는 일본의 경제력과 미국의 문화력 으로 구분되었던 선마저도 무너지고 미국의 패권이 양쪽 모두를 휩쓸게 되었던 것이다. 14) 여하튼 1990년대 들어 일본은 증대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대중문화를 해외로 전파시킴으로서 미국의 문화패권에 대한 도전장을 던진 것은 사실 이다. 적어도 지구적 차원은 아니더라도 동아시아에서는 그러한 현상이 11) 세계적으로 이름 높은 애니메이션 감독인 오시이 마모루( ) 는 일본의 애니메이터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그리려 할 때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현실적 인 일본의 모습을 피해왔다고 지적하면서, 자신의 경우는 대부분 백인을 캐릭터의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 애니메이션이 소위 문화적 요소를 전혀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미국 팬들이 매료된 일본 애니메이션에 그려진 로맨스는 틀림없이 일본의 문화체계 에서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포켓몬스터를 비롯한 일본이 만든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소프트웨어가 세계적 차원에서 뭔가 문화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와부치(2004), pp.44-45, p.114. 12) David Morley and Kevin Robins, Spaces of Identity: Global Media, Electronic Landscapes and Cultural Boundaries(London and New York: Routledge, 1995). 발생하였다. 실제로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로부터 캐릭터, 패션, 대중음악, TV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대중문화는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널리 받아들여졌다. 예를 들어 일본의 수출량은 1980년대 13) 이와부치(2004), p.103. 14) Mike Wayne, Post-Fordism, Monopoly Capitalism, and Hollywood s Media Industrial Complex, International Journal of Cultural Studies, 6-1(2003), p.89. 200 세계정치 7 7. 한류의 매력과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 201
4,585시간에서 1992년에는 22,324 시간으로 비약적으로 늘어났는데, 1995 년의 TV 프로그램 수출량의 반 정도가 동아시아 지역에 집중되었다. 15) 이러한 현상은 일본 제조업 상품이 주는 매력을 넘어서 일본의 대중문화도 동아시아 시장에서 일정한 매력을 발산함을 의미한다. 사실 과거 식민지 지배를 한 나라로서 일본은 오랫동안 동아시아,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대중문화 진출에 대한 더욱 신랄한 비판은 이러한 일본 대중문화의 동아시아 진출이 여전히 미국이 짜놓은 틀 안에서 이루어졌다는 지적이다. 결국 일본이라는 문명 변전소를 거쳐서 전파되는 글로벌 문화의 기원은 미국의 대중문화에 있고, 일본의 힘을 빌려 확산되는 것은 다름 아닌 글로벌 문화패 권을 확대재생산하는 미국발( 發 ) 자본주의의 메커니즘이기 때문이다. 간접적인 차원에서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일본의 문화적 영향력이 1990 년대에 들어서 좀 더 직접적인 형태로 두드러 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동아시아 국가들 간의 경제적 격차가 축소되고 각종 교류가 증대되면서, 남들보다 앞서 자본주의 발전을 이룩한 일본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작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일본의 대중문화는 서구 상품을 동아시아 소비자들의 기호와 물질적 조건 에 맞추어 교묘하게 변화시키는 문명 변전소로서 인식되었던 것이다. 16) 그렇지만 1990년대 일본 대중문화의 동아시아 진출에 대한 비판적 해석도 만만치 않다. 즉, 1980 년대까지 일본에서 등장했던 하드웨어 주도의 기술 국가주의가 1990년대에는 소프트웨어와 미디어 콘텐츠를 지향하는 연성 국가주의 (soft statism) 로 서서히 변화되었다는 지적이 그 중의 하나 다. 17) 실제로 1990년대 들어 미국에서 일본으로 문화권력이 이동했다는 (2) 한류의 매력, 그 가능성과 한계 이상에서 살펴본 일본 대중문화의 사례와 동일한 맥락에서 2000년대 에 들어서 발생하고 있는 한국 대중문화의 동아시아 진출도 이해할 수 있다. 한류( 韓 流 ) 는 1999 년 중국의 베이징청년보 ( 北 京 靑 年 報 ) 에서 한 국의 대중문화와 연예인들에 빠져 있는 젊은이들의 유행을 경계하는 뜻으 로 처음 사용한 말이었다. 그래서 한류는 그와 음이 같은 한류( 寒 流 ) 를 함유하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은 말이었다. 대만에 하한주( 哈 韓 族 ) 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 의미 역시 한( 韓 ) 은 한( 寒 ) 과 통하는 말로서 말라리아에 걸려 추워서 떠는 열병환자라는 뜻을 지닌다. 일본의 일( 日 ) 을 태양과 관련시킨 하르주 ( 哈 日 族 ) 라는 말이 열사병에 걸린 환자를 가리키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생겨난 말이다. 18) 인식과 함께 동아시아가 일본을 동경하고 있다는 식의 국가주의적 기대가 부상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향은 일본이 추구하는 동아시아 회귀의 목적이, 다른 동아시아 나라들과의 대화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자기도취적 인 국가정체성을 모색하는 데 있다는 비판을 야기하였다. 그러나 일본의 15) 이와부치(2004), p.61. 16) 이와부치 고이치, 일본 대중문화의 이용 가치: 초국가주의와 아시아에 대한 탈식민적 욕망 조한혜정 외(2003), pp.87-123. 17) 이와부치(2004). < 표 1> 세계 및 한국의 문화콘텐츠 시장 규모( 단위: 조 원) 2003 2004 2005 2010 2015 2020 세계 시장 1,518.7 1,597.7 1,680.7 2,165.7 2,790.4 3,595.4 국내 시장 39.2 44.4 48.6 78.3 126.1 203.1 한국 점유율 2.6% 2.8% 2.9% 3.6% 4.5% 5.6% 출처: 박재복, 한류, 글로벌 시대의 문화경쟁력 ( 삼성경제연구소, 2005), p.68 18) 유상철 외, 한류 DNA 의 비밀: 소프트 파워, 소프트 코리아의 현장을 찾아서 ( 서울: 생각의 나무, 2005), p.1. 202 세계정치 7 7. 한류의 매력과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 203
한류의 현황을 살펴보면, < 표 1> 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05년 현재 세계시장의 약 3%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10여년이 지난 2015년이 넘으면 약 5%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 문화콘텐츠 산업의 현황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영화산업의 경우 1998 년 쉬리의 성공 이후 대형 히트작이 연이어 출현했다. 2004 년 영화 실미도 가 최초로 1,000 만 관객동원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고 태극기 휘날리며는 1,175만 의 관객을 동원하며 기록을 경신했다. 그 후 왕의 남자 가 1,230만의 관객기록을 세웠으며, 괴물은 1,298 만의 관객으로 그 기록을 다시 돌파하 였다. 한국영화의 인기와 함께 국내시장에서 한국영화 점유율 ( 매출기준 ) 은 2003년 50% 를 넘어섰으며 2004년 상반기에는 60% 까지 치솟았다. 세계적으로 자국영화 점유율이 높은 프랑스나 일본도 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기록이다. 19) 30~40% 대에 그친다 고 있다. 평균 수출가도 2004년 현재 편당 평균 30 만 달러, 2005년 37.6만 달러에 달한다. 한국 영화는 양적으로만 성장한 것은 아니다. 한국 영화는 세계 3대 국제영화제에서 지난 5년 간 6개의 주요 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으로 도 세계에서 인정받았다. 그러나 < 표 3> 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러한 한국 영화의 수출은 동아시아 지역( 일본, 태국, 대만, 중국, 홍콩 등) 에 편중되어 있다. 2004 년에는 75.7% 에 달하고, 2005 년에는 85.9% 에 달한다. 특히 일본 에 수출이 편중되어 2004년에는 69.3%, 2005년에는 69.4% 에 이른다. 할리우드 영화 평균 제작비의 10분의 1, 일본 드라마 평균 제작비의 6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영세한 자본의 한국 영화산업이 이러한 성장을 이룩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2003년 기준으로 미국과 한국의 편당 영화제작비 차이는 미국 1억 달러인 반면 한국 400만 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근 한류 열풍과 함께 제작비도 증가하고 있다. < 표 4> 에서 보는 바와 같이, 1998 년까지는 총 500~600 억 원 정도에 머물던 < 표 2> 1998-2005 한국영화 수출실적 추이( 단위: 천 달러) 구 분 1998 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수출액 3,379 6,462 7,357 11,250 14,952 30,979 58,285 75,995 증가율 - 94% 18% 59% 33% 107% 88% 30% 평균수출가 93 80 186 110 112 189 300 376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연감 ( 커뮤니케이션북스, 2006) 또한 해외 수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 표 2> 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04년에만 전 세계 62개국에 총 194편의 영화를 수출해 5,828만 달러의 수익을 거두었다. 10년 전인 1995년에 비해 무려 280배 가까이 증가한 액수다. 증가율도 2003 년의 107%, 2004 년의 88% 에 달해서 그 위세를 구가하 총 제작비가 2003 13,893 (44.8%) 2004 40,401 (69.3%) 2005 60,323 (79,4%) 1999년을 기점으로 대단히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2001 년에서 2002 년 사이에는 1년 사이에 75% 나 증가하였 으며, 이후로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2003 년에는 40 억 원을 넘어섰다. 20) < 표 3> 2003~2005 주요 8 개국 국가별 수출현황 ( 단위: 천 달러) 일본 미국 프랑스 태국 독일 대만 중국 홍콩 기타 계 4,486 (14.5%) 2,361 (4.0%) 2,014 (2.7%) 709 (2.3%) 2,084 (3.6%) 1,505 (2.0%) 1,449 (4.7%) 1,772 (3.0%) 1,520 (2.0%) 1,909 (6.2%) 1,558 (2.7%) 1,237 (1.6%) 907 (2.9%) 1,069 (1.8%) 997 (1.3%) 806 (2.6%) 206 (0.4%) 530 (0.7%) 834 (2.7%) 702 (1.2%) 1,145 (1.5%) 5,988 (19.3%) 8,132 (14.0%) 6,722 (8.8%) 30,979 (100%) 58,285 (100%) 75,995 (100%)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연감 커뮤니케이션북스, 2006) 19) 이안재, 한류 열풍의 해부, 평화포럼21 편, 매력국가 만들기: 소프트 파워의 미래 전략 ( 서 울: 21세기평화재단 평화연구소, 2005), p.51. 20) 양종회 김우식 이호영 최항섭, 한국의 문화산업체계 ( 서울: 지식마당,2006),p.188. 204 세계정치 7 7. 한류의 매력과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 205
< 표 4> 1996~2005 한국영화의 제작편수 및 제작비( 단위: 억 원) 순제작비 (A) 마케팅비 (P&A) (B) 총제작비 (A+B) 제작편수 연간총제 작비( 추산) 1996 9.0 1.0 10.0 65 650.0 1997 11.0 2.0 13.0 59 767.0 1998 12.0 3.0 15.0 43 645.0 1999 14.0 5.0 19.0 49 931.0 2000 15.0 6.5 21.5 59 1,268.5 2001 16.2 9.3 25.5 65 1,657.5 2002 24.5 12.7 37.2 78 2,901.6 2003 28.4 13.2 41.6 80 3,328.0 2004 28.0 13.6 41.6 82 3,411.2 2005 27.3 12.6 39.9 87 3,471.3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연감 커뮤니케이션북스, 2006) 한편, 한류 열풍의 일등공신인 TV 드라마의 경우도 드라마 왕국이라 는 이름에 걸맞은 실적을 보여 주었다. 1990 년대 이후 사랑이 뭐길 래 (1992), 모래시계 (1995), 첫사랑 (1997), 허준 (2000), 대장금 (2004), 주몽 (2006) 등과 같이 시청률 50% 이상을 기록한 작품이 다수 등장했다. 최근에는 한류 열풍에 힘입어 국내 드라마의 해외 수출이 급증했다. 수출액은 7,000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2000년 대비 5.5 배나 증가했다. 이러한 수출액 증가는 수출 편수의 증가와 함께 편당 수출가격의 상승에 기인하다. 드라마 수출에서 특히 주목받는 것이 2004년 NHK 방송에서 20% 의 시청률을 기록한 겨울연가 의 열풍이다.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 배용준을 욘사마 로 부르며 일으킨 열풍은 한류의 바람을 거세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겨울연가 한 편의 경제적 효과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서 만 2조 3,269 억 원으로 추산된다고 일본의 한 경제연구소는 발표했다. 21) 그런데 주목할 것은 이러한 드라마 수출이 주로 대만, 일본, 중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 표 6> 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03년의 경우 이들 3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2.1% 에 달하고 있다. 나머지 나라들도 모두 동아시아 국가들이고, 미국과 독일은 2.4% 에 불과하다. 한류가 동아시 아 현상임을 보여준다. 한편, 일본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 수출액은 2001년 119 만 달러에 9.7% 의 점유율, 2002 년 231 만 달러에 10.8% 의 점유율, 2003 년 628만 달러에 19.0% 의 점유율, 그리고 2004 년 3,608 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었다. 22) 한편 애니메이션 분야의 해외수출도 2002 년에는 70만 달러이 던 것이, 2003 년에는 500 만 달러에 달하고, 2004 년에는 650만 달러에 달할 < 표 5> 방송 프로그램의 수출입 현황( 단위: 천 달러) 1995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수입 42,218 63,904 57,278 27,036 28,732 29,093 20,442 25,111 28,062 31,096 수출 5,536 5,996 8,318 10,017 12,736 13,111 18,920 28,813 42,315 71,461 출처: 문화관광부, 방송프로그램 수출입 현황 박재복, 한류, 글로벌 시대의 문화경쟁력, p.84에서 재인용 < 표 5> 에서 보는 바와 같이, 수입이 압도적으로 많던 1990 년대 중반의 추세에 비해서 2002년에 들어서면 수출이 수입을 능가하게 되고 이후 그 격차를 더욱 벌이게 된다. 2004년 드라마를 포함한 방송 프로그램의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주요 수출국도 2002년에는 동남아 국가들이던 것이 2003 년 이후에는 미국, 프랑스, 독일 등으로 확대된 것이 특징이다. < 표 6> 2003 년 한국의 방송 프로그램 주요 수출국(%) 국가 대만 일본 중국 싱가 포르 홍콩 말레이 시아 프랑스 인도네 시아 베트남 독일 미국 점유율 24.5 19.0 18.6 3.3 3.3 2.6 1.7 1.2 1.2 1.0 0.4 21) 유상철 외(2005), p.20. 22) 유상철 외(2005), p.90. 출처: 주간조선 (2004. 3. 11.) 206 세계정치 7 7. 한류의 매력과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 207
한류 열풍의 또 다른 주역인 음악 산업도 최근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국내 음악 산업은 지난 수년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한 불법복제로 심각한 침체를 겪어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정부가 저작권법을 강화하려 하자 음악서비스의 유료화가 본격화되고 있고 DMB 등 신규 매체의 등장에 따라 소비채널도 확대되었다. 아울러 SKT, KTF, LGT 등 국내 이동통신사 들이 모두 유료 음악서비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수요 확대 및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또 하나의 기회는 해외 시장에 있다. 보아 의 성공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급증하고 있으며 한류열풍과 시너지를 일으키며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최근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 무대에 선 한류 스타 비의 성공을 놓고 국내에서는 이제 한류가 동아시아를 문화 상품이 소비시장을 확대하여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는 향후의 전략적 목표가 도출된다. 게다가 이러한 논리는 단지 한류 상품뿐만 아니라, 한국산 제조상품의 판매와도 연결된다. 이에 비해 상품으로서의 한류를 넘어서 한류의 문화적 측면을 강조하 는 측은 한류에 담기는 한국 대중문화의 매력을 논한다. 한류의 문화상품에 담기는 콘텐츠는 무엇인가? 권위주의를 거쳐서 경제발전을 했지만 결국 민주화를 달성한 한국형 발전모델이 문화콘텐츠에 담기는 매력상품 중의 하나다. 다시 말해, 한류 영화나 드라마의 저변에 깔리는 내용은 경제적으 로 발전하고 민주주의를 이룩하였으며, 그러면서도 시민사회의 역동성을 잃지 않는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 의 모델이다. 한국 문화 넘어 세계로 퍼져 나가는 징표라는 기대가 피어오르고 있다. 고유의 가치관도 한류에 담기는 콘텐츠이다. 이전의 한류 상품들과는 이러한 한류의 성공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한류가 성공하게 된 요인은 무엇이며 그 의미는 무엇인가? 기존의 평가는, 논자들에 따라서 다양한 견해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실력론, 매력론, 비판론 등 셋으로 나누어 이해할 수 있다. 먼저 실력론 을 보면, 한류 현상은 20세기 후반 한국이 빠른 산업화를 바탕으로 이룩한 경제적 성공을 바탕으 로 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한류는 좀 더 나은 문화상품을 만들 수 있게 된 한국의 경제적 실력( 實 力, hard power) 의 상징이며 소위 CT 로 알려진 기술력의 상징이다. 실제로 문화 비즈니스 차원의 한류는 한국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이나 현지 합작 등의 형태를 통해서 동아시아 차원에서 짜고 있는 문화산업 분야 생산 네트워크의 덕을 보았다. 보아를 길러낸 이수만의 SM 엔터테인먼트나 비를 길러낸 박진영의 JYP엔터테인 먼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한류의 성공은 문화현상 이라기보다는 경제 또는 산업현상이다. 따라서 지금의 기회를 틈타 한국 달리 TV 드라마 대장금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한국적 가치의 문제와 연관된다. 한국의 대중문화가 그 이전에는 서구 문화를 베낀다고 생각했는데 대장금은 한국이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유교적 가치관을 한국 적 시각에서 소화해 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대장금으로 대변되는 한류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문화적 가치의 전도사인 셈이다. 이렇게 매력으로서의 한류 상품은 이에 대항하는 항( 抗 ) 한류가 등장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한류의 성공에 대한 긍정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류란 동아시 아에서 부상하는 자본주의적 욕망들을 세속적으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고 보는 비판적인 입장도 만만치 않다. 다시 말해, 한류는 한국 대중문화의 질적인 우수성이나 문화적 고유성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기 보다는 급격한 산업자본주의적 발전을 겪은 ( 동) 아시아 지역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욕망들 과 다양한 갈등을 가장 세속적인 욕망으로 포장해내는 능력의 산물 일 208 세계정치 7 7. 한류의 매력과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 209
뿐이라는 것이다. 23) 따라서 글로벌 문화질서를 선도할 대박 비즈니스로서 한류를 육성하려는 기대의 실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비판론 에 선다면 결국 쟁점이 되는 것은 과연 한류가 앞으로도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이러한 전망이 밝지 않은 이유는 한류가 미국 중심의 글로벌 문화질서에서 단지 동아시아의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일 뿐이라는 인식에서 기인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한류는 미국적 문화상품의 형식에 한국적 터치를 가미한 정도이며, 게다가 체계적인 준비를 바탕으로 이룩한 산업화를 경험한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문화적으로 이질적인 서구 국가들보다는 이웃의 동아시아 국가들을 준거집단으로 삼고자 하는 막연 한 유대감이 형성된 것이다. 따라서 한류의 성공은 한국인의 손을 거친 서구 문화에 대한 동아시아인들의 심정적 동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한류 현상을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에서 발생한 문화변환 의 맥락에서 보아야 하는 이유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한류는 동아시아인들의 네트워킹을 통해서 성공이기보다는 우연하게 거두어 올린 성공의 성격이 강하다. 이렇게 문화적 상호 교류와 공존을 가능케 하는 차원을 넘어서 서구 중심의 글로벌 본다면 1980~90 년대의 홍콩과 일본의 대중문화를 대체해서 한류가 등장했 듯이 언젠가는 한류를 대체하는 다른 문화세력이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인정해야 할 것은, 여하튼 한류의 부상이 동아시아인들에게 일정한 정도로 네트워킹의 요소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한류는 한국의 대중문화가 국경을 넘어 새로운 문화상품으로 소비되었다 는 점에서는 새로운 현상이다. 그렇지만 이미 동아시아 국가들 간에는 다양하고 이질적인 문화를 교류하는 흐름이 형성되었다. 실제로 1990년대 이후 동아시아 젊은 층에서 소비되는 대중문화는 자국 문화와 서구 문화, 또는 여타 동아시아 문화가 복합된 형태였다. 이렇게 각 지역의 근대화 과정 속에서 뒤섞이고 엇갈리는 과정에서 한류의 대중문화가 수용된 것이 다. 다시 말해, 동아시아 지역의 시청자들은 유사한 산업화의 경로를 밟아가고 있는 여타 동아시아 지역의 영화나 TV 드라마를 보면서 일종의 문화질서에 대한 대항담론의 요소를 다분히 품고 있다. 글로벌 문화질서에 개별적으로 편입할 수밖에 없었던 동아시아 국가의 기성세대들과는 달리 오늘날의 젊은 세대들은 동아시아 대중문화의 연대를 통해서 공동의 문화 담론을 생성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쟁점이 되는 것은 과연 한류를 매개로 한 동아시아의 문화네트워크가 궁극적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문화 질서에 대한 대안적 비전을 제공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다시 말해, 한류 역시 미국이 짜놓은 틀 안에서 선전( 善 戰 ) 하는 차원으로 그칠 것인지, 아니면 그것을 넘어서는 진정한 매력을 발산할 것인지의 문제라고 하겠다. 그렇다면 한류는 서구 중심의 문화담론을 넘어서는 보편적인 문화담 론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가? 한류는 모방의 전략 을 넘어서는 대안의 전략 을 제시할 수 있는가? 그리고 현재의 한류에서 이러한 대안적이고 보편적인 요소들을 찾을 수 없다면, 과연 어디에서 새로운 대항담론의 연대의식을 갖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나름대로 즐길만한 시차 24) 로 단초를 모색해야만 하는가? 이러한 문제의식의 연속선상에서 이 글은 기존의 한류에 대한 검토와 병행하여 소위 디지털 한류의 가능성에 주목하 23) 김현미, 대만 속의 한국 대중문화: 문화 번역 과 혼성화 의 문제를 중심으로 조한혜정 외(2003), pp.155-156. 24) 조한혜정 외(2003), 머리말. 고자 한다. 최근 전통적인 매체인 TV 드라마나 영화 및 음악에 못지 않게 디지털 산업으로서의 온라인 게임이나 인터넷 커뮤니티가 활발하게 210 세계정치 7 7. 한류의 매력과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 211
해외로 진출하면서 새로운 한류 열풍의 주역이 될 가능성을 내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디지털 한류를 통해서 한국의 매력을 발산하고 동아시아의 디지털 신세대를 엮어 낼 문화네트워크의 가능성은 어느 정도 인가? 게임은 소위 정체성의 정치 가 창출되는 공간이다. 25) 2000 년대 들어서면서 온라인 게임은, < 표 7> 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세계 게임시장에서 급속하게 성장하였다. 2002년에는 105% 의 성장률을 보였으며, 2003년에는 85%, 2004년에는 60%, 2005년에는 45%, 2006년에 3. (1) 디지털 한류와 사이버 공간의 대항담론 온라인 게임과 인터넷 커뮤니티의 잠재력 는 33% 에 이르는 성장을 보이고 있다. 2005년 현재 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의 규모는 40 억 달러 정도이며, 2008년에 이르면 2005년의 2배인 84 억 달러 규모, 그리고 2011년에 이르면 3배인 13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6) 이러한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 한국의 성장세는 세계적 인 주목을 끌고 있다. 한국은 1990 년대 후반부터 온라인 게임 산업이 급성장 여태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컴퓨터 게임의 형태는 사용자가 ROM 카트리지나 CD-ROM에 기록된 게임 소프트웨어를 게임 전용기와 수상기를 사용해서 즐기는 것이었다. 즉 콘텐츠를 제작하는 소프트웨어 제작사가 패키지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판매를 수행하는 비즈니스이였다. 그러나 최근에 게임 전용기뿐만 아니라 TV PC와 인터넷을 이용해서 사용자끼 리 온라인으로 접속하여 동시에 같은 게임을 즐기는 온라인 게임이라는 새로운 형태가 등장했다. 이러한 온라인 게임이 기존의 컴퓨터 게임과는 달리 주목을 받는 이유는 게임의 과정에서 익명의 참여자들이 다자간 정체성을 공유하게 되는 네트워크 형태의 게임이기 때문에 다른 게임콘 텐츠보다도 몰입의 정도가 크기 때문이다. 소위 MMORPG(massively multiple online role playing game)로 알려진 온라인 게임은 게임 공간 하여 현재 세계 최대의 온라인 게임 산업국이 되었다. 온라인 게임 산업이라 는 것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한국에서 1998년에는 5억 원대에 불과하던 시장이 2002년에 3 천억 원대의 새로운 비즈니스로 발전한 것이다. < 표 7> 세계 게임시장의 규모와 전망( 단위: 억 달러)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온라인 게임 5.3 10.9 20.0 32.3 46.8 62.0 모바일게임 2.0 5.8 9.2 14.0 20.6 28.6 비디오게임 186.5 215.0 193.8 139.0 160.0 232.0 PC게임 37.0 35.0 34.0 33.2 33.0 33.6 아케이드게임 280.0 294.0 293.7 300.2 309.2 321.5 부가 매출 29.0 52.0 70.0 92.0 121.0 150.0 총계 539.0 613.0 621.0 611.0 691.0 828.0 출처: 한국게임산업개발원, 2004 대한민국 게임백서 ( 한국게임산업개발원, 2004) 속의 세계가 구성되는 과정에 사용자들이 참여하고 사용자들이 자신의 캐릭터를 통해 이 세계를 끊임없이 성장시켜 가는 구조를 가진다. 따라서 이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은 캐릭터의 발전과 세계의 변화를 동시에 경험하 면서 마치 현실 세계와 유사한 하나의 삶을 경험하게 된다. 요컨대 온라인 25) 황상민, 한류의 대중문화의 심리: 온라인 게임을 통한 아시아 문화 연구 방향 조한혜정 외(2003), p.55. 26) 엔씨소프트 관계자 인터뷰. 212 세계정치 7 7. 한류의 매력과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 213
< 표 8> 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국은 2003년 온라인 게임 시장의 규모면에서는 세계 2 위를 차지하였으며,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세계 3 위의 시장 규모를 기록했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세계 1 위를 유지하며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의 국내시장 성장률은 무려 비중에서 지속적으로 40% 에 이른다. 온라인 게임은 전체 플랫폼 별 게임시장 60% 선을 차지한다. 하였지만 현실 공간과 사이버 공간을 넘나드는 네트워크를 창출하지는 않았다. 온라인 게임을 통해 사이버 공간의 문화를 인식하게 만들고 현실과 유사한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 내는 수준으로 올린 것은, 한국에서 개발된 바람의 나라 그리고 리니지 와 같은 MMORPG 형태의 온라인 게임이었다. 특히 1998 년 엔씨소프트에 의해서 서비스가 시작된 리니지 는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국내에 널리 확산되었다. 그 이후 200년대에 접어들면서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은 뮤, 리니지 2 등과 같은 3차원 < 표 8> 2003 년도 세계 주요국 게임 시장 규모( 단위: 백만 달러) 온라인 게임 모바일 게임 비디오 게임 PC 게임 미국 2716.0 86.0 8146.0 1458.0 한국 377.0 84.0 130.0 1370.0 중국 84.0 64.0 381.0 467.0 일본 38.0 805.0 5884.0 222.0 영국 23.0 36.6 1771.0 269.0 독일 12.8 46.7 1129.0 439.0 프랑스 6.8 30.4 1027.0 255.0 출처: 중앙일보 2005. 4. 27) < 그림 1> 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국의 온라인 게임의 성장률은 2004 년 게임의 성공에 힘입어 크게 성장하였다. < 그림 1>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 규모(2004~2008)( 단위: 억 원) 2004 2005 2006 2007 2008 62% 50% 57% 60% 62% 10,186 16,450 14,397 18,140 21,950 28,551 25,681 온 라 인 게 임 비 중 온 라 인 게 임 플 렛 폼 별 합 계 (온 온 라 인 +모 모 바 일 +비 비 디 오 +PC+아 아 케 이 드 ) 31,821 36,684 41,541 출처: 한국게임산업개발원, 2006 대한민국 게임백서 ( 한국게임산업개발원, 2006) ( 엔씨소프트 제공) 에는 62%, 2005년에는 50%, 2006년에는 57% 를 보였으며 2007년에는 60%, 2008년에는 62% 의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약 2조 5,681 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게임 산업의 성장세는, < 표 9> 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여타 문화 콘텐츠 산업, 특히 영화 산업을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온라인 게임의 보급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1997 년 블리자 드라는 회사에서 출시한 스타크래프트 (Star Craft) 라는 게임이다. 이 게임 은 한국에서 인터넷 PC방의 형성과 확산을 불러일으키는 촉매제 역할을 < 표 9> 영화 산업과 게임 산업의 최근 성장세 비교 영 화 게 임 2004 2005 2004 2005 업체( 개) 1만1564 1만868 3만9594 4만1062 종사자( 명) 3만1898 2만9078 4만7051 6만669 매출액( 원) 3조224억 3조2948억 4조3156억 8조6798억 수출액( 달러) 5828만 7599만 3억8769만 5억6466만 출처: 동아일보 2007. 2. 16) 하였다. 그러나 이 게임은 온라인 게임 시장을 만드는 데 커다란 기여를 214 세계정치 7 7. 한류의 매력과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 215
한국의 온라인 게임 산업은 단기간에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한 것이 특징이다. 일본과 미국의 온라인 게임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지 않은 단계에서 어째서 한국의 온라인 게임 산업이 이렇게 급성장하게 된 것일까? 한국의 온라인 게임 산업의 형성을 촉진한 초기 조건과 인프라 요인을 들 수 있다. 우선 초기 조건으로는 기존에 존재하던 소규모 게임 전용기 시장이 부진한 대신 잠재적인 사용자들이 이미 존재했다는 점이 이후 온라인 게임의 확산에 유리하게 작용하였던 점으로 들 수 있다. 또한 널리 유포되어 온 불법복제의 관행은 이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온라 인 게임이 개발자들에 의해서 선호되는 조건을 제공하였다. 이외에도 인프라 요인으로는 휴대폰에 의한 소액결제 시스템의 도입, 초고속 인터넷 (ADSL) 의 보급, PC방의 보급 등도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였 다. 이러한 초기 조건과 인프라 요인은 각각 개별적으로 혹은 다른 요인과 상호작용하면서 한국 온라인 게임 산업의 성장을 촉진했다. 27) 국내 온라인 게임 산업은 온라인 게임의 제작 및 구조적 측면에서 세계적 수준을 자랑한다. 특히 서버 운영 능력과 개발 인력 등에서 세계 동아시아를 비롯해 미국, 유럽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2000년에 대만에 상륙한 한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게임인 리니지 는 대만에서 약 300만 명(2003 년 3 월)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면서 로열티 수입만 년 간 수백억 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획기적인 문화상품으로 등장하였다. 중국에 진출하 여 상용화에 성공한 온라인 게임들도 많다. 2004년 중국에서 서비스된 온라인 게임 164개 중 81 개(49%) 가 한국산 게임이었을 정도로 현지에서의 인기가 매우 높다. 그러나 최근에 중국에서의 온라인 게임 비즈니스는 불법복제 문제와 현지회사 인가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9) 한편 인터넷 커뮤니티 서비스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고 최근에는 해외 진출을 모색 중이다. 30) 예를 들어 SNS(social networking service) 인 싸이월드 (Cyworld) 의 성공을 바탕으로 SK커뮤니케이션즈가 해외 진출 을 추진하고 있다. 싸이월드는 2005 년 6월 글로벌 서비스 가운데 중국에서 가장 먼저 오픈하였으며, 현재 진출한 나라들의 성공적 안착을 바탕으로 앞으로 미국, 독일, 동남아, 남미 등의 지역에도 진출을 준비중이다. 아직은 해외 진출의 초기 단계로서 안정된 상황은 아니다. 그동안 국내 인터넷 일류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능력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온라인 기업들이 게임 부문에서만 성과를 거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터넷 커뮤니 게임이 디지털 한류의 개척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 개발사들 은 한국을 능가하는 기회의 땅으로 동아시아 국가들을 생각하여 진출해 왔다. 28) 예를 들어 뮤, 미르의 전설, 라그나로크, 바람의 나라 등과 같은 국산 온라인 게임의 해외 시장 진출이 붐을 이루고 있고, 진출 시장도 27) 위정현, 한국 온라인 게임 산업의 형성과정 신타구 준지로 다나카 다쓰오 야나가와 노리유키 편, 게임산업의 경제분석: 콘텐츠 산업 발전의 구조와 전략 ( 서울: 풀빛,2004), pp.368-385. 28) 2006년 현재 총 매출액 3,387억 원 규모의 기업인 엔시소프트의 경우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태국, 그리고 북미와 유럽 등을 대상으로 하여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티 분야에서 잇따른 새로운 도전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네티즌 중심의 자발적인 인터넷 문화를 이끌어 왔던 국내 인터넷 서비스가 글로벌 경쟁력을 판단하는 잣대가 된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한국의 온라인 게임이나 인터넷 커뮤니티 서비스의 해외 진출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리니지 와 같은 온라인 게임이 동아시아에서 확산되는 것은 국내의 온라인 게임 산업이 외국에 비해 발전한 것도 29) 위메이드 관계자 인터뷰. 30) 서이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한국사회 ( 서울: 한울, 2002). 216 세계정치 7 7. 한류의 매력과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 217
있지만 사이버문화, 특히 온라인 게임 문화의 성격이 이제 막 생성기에 접어든 동아시아 청소년의 디지털 코드와 부합되었기 때문이다. DVD, 인터넷, 위성방송이 없었다면 일본의 욘사마 열풍이 가능했겠는가? 실제 차원에서 미국 주도의 글로벌 문화 네트워크에 대항하는 또 다른 문화네 트워크의 맹아가 사이버 공간을 중심으로 출현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 가 있다. 31) 로 한류는 근본적으로 디지털의 위력에서 비롯되었다. MP3 파일의 공유 네트워크가 댄스뮤직의 선봉장이 되고, TV 드라마 동영상의 공유사이트 (2) 사이버 공간의 탈 허브형 문화 생산 모델 등의 존재가 오프라인의 한류 열풍 이면에 존재한다. 한류 열풍의 밑바탕 에는 디지털 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점에서 온라인 게임이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한 디지털 한류는 동아시아를 문화네트워 크로 엮는 대중문화의 코드 와 사이버 공간 속에서 독특한 행동방식과 심리를 드러내고 있는 디지털 신세대의 코드 를 모두 반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온라인 게임이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대중문화의 어떤 속성이 동아시아로 확산되어 가는가? 여기서 주목할 점은 디지털 한류의 속성이 되는 것은 한국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려는 특수성보다는 동아시아의 신세대들이 공유하는 디지털 문화코드의 보편 성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온라인 게임의 디지털 한류가 지니는 특징은 한국적 가치를 넘어서는 탈근대적 보편가치의 추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한국의 온라인 게임이 사이버 공간에서 디지털 한류를 만들어 낼 수 있으려면 온라인 게임의 기술적 특성, 즉 네트워크의 속성을 활용하여 참여자들 사이에서 이미 존재하는 문화적 속성을 공유 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 한류의 관건이 동아시아 사이버 공간의 부상은 글로벌 문화패권이 권력을 재생산하는 공간을 창출하는 동시에 대항 진영에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최근 신세대 들을 중심으로 한 사이버 공간의 문화 생산과 소비의 행태는 기존의 전통적 인 모델과는 상이한 모델을 창출한다. < 그림 2> 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새로운 문화의 생산과 전파 및 소비 모델은 실리우드로 대변되는 기존 글로벌 문화패권의 집중 모델과는 그 아키텍처나 작동방식의 면에서 매우 다르다. 좀 더 가시적인 논의를 진행시키기 위해서 최근 자연과학과 사회과 학에서 주목받고 있는 네트워크 이론을 원용하여 보자. 우선 미국 주도의 문화패권 모델은 a) 단( 單 ) 허브(mono-hub) 네트워크에 비유해 볼 수 있다. 또한 1990 년대 이후 글로벌 문화질서의 구조변동 과정에서 발견되는 일본의 대중문화와 한류의 부상은 b) 다( 多 ) 허브(multi-hub) 네트워크를 배경으로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다. 이에 비해 사이버 공간에서 부상하는 디지털 한류의 대항 네트워크는 좀 더 복잡한 형태를 띠는 c) 탈( 脫 ) 허브 (hub-bypass) 네트워크의 모습이다. 32) 이러한 탈허브형 네트워크의 사례는 최근 동아시아( 특히 한국) 의 문화네트워크의 구축 여부에 있다는 이유다. 그리고 기존의 글로벌 문화질서의 틀 안에서 틈새시장을 노리는 아날로그 한류와는 달리 디지 털 한류가 기존 글로벌 문화질서에 대한 근본적인 대항담론의 성격을 지닌다는 것도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좀 더 개념적인 31) Frank Webster(ed.), Culture and Politics in the Information Age: A New Politics?(London and New York: Routledge, 2001); Marc A. Smith and Peter Kollock(eds.), Communities in Cyberspace(New York: Routledge, 1999). 32) 김상배, 정보화 시대의 제국: 지식/ 네트워크 세계정치론의 시각 세계정치 26-1(2005), pp.93-120. 218 세계정치 7 7. 한류의 매력과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 219
사이버 공간에서 부상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발견 된다. 인터넷상에서 신세대들은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뮤직비디오와 애니 메이션 동영상을 서로 돌려보고 친구들과 채팅을 한다. 이러한 사이버 공간의 네트워크는 실제 현실과 가상 현실을 넘나드는 신세대의 감수성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33) < 그림 2> 네트워크의 세 가지 유형 (a) 단( 單 ) 허브형 (b) 다( 多 ) 허브형 (c) 탈( 脫 ) 허브형 라와 알카에다가 등장하여 제국에 대항하는 스토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한류의 성공 이면에는 이러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존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서비스 모델 자체가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34) 사이버 공간의 문화 생산과 소비 양식이 기득권 세력에 대한 대항담론 을 형성할 가능성은 탈 허브형 네트워크에서 생성되는 정보 공유 (copyleft) 의 정신에서 발견된다. 이는 단순한 콘텐츠의 내용을 넘어서 이들 사이버 공간의 네트워크가 조직되는 독특한 방식에서 기인한다. 예를 들어 사이버 공간에서 생산되고 활용되는 디지털 콘텐츠나 온라인 게임 등은 거대한 자본을 등에 업지 않고도 작동하는 새로운 모델을 실험하 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정보와 지식은 배타적 권리주장의 대상이기보다 는 널리 나누어지는 공유의 대상으로 인식된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지식은 생산과정 자체에서 가치가 창출될 뿐만 아니라 그 소비 과정에서도 가치가 출처: Paul Baran, On Distributed Communications: Introduction to Distributed Communications Network, RAND Memorandum. RM-3420-PR(1964) <http://www.rand.org/publications/rm/rm3420/>( 검색일: 2004년 12월 4 일) 에서 응용하여 필자가 재구성 이러한 과정에서 생성되는 문화 정체성은 종래 국가단위의 정체성, 즉 국민 정체성(nationality) 을 넘어서는 네트워크상의 노드 정체성 (nodality) 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네트워크에서 공유되는 디지털 콘텐츠에 담기는 내용도, 007 제임스 본드나 람보가 등장하여 공산주의와 대결하고 테러리스트를 물리치는 스토리라기보다는 사이버 판( 版 ) 헤즈볼 재생산되는 복합적인 양상을 띤다. 35) 최근 사이버 공간을 중심으로 정보 공유 담론이 확산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논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신세대들은 위계적 네트워크에서의 일방적 소비자가 아닌 수평적 네트워크를 매개로 한 쌍방향적인 생산적 소비자 (prosumer) 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온라인 게임은 그 자체의 논리가 제대로 게임 매뉴얼을 만들 수 없게 하는 면이 있다. 게임 활동과 관련된 몇 가지 기본 내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게임 내용이 사용자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36) 33) Howard Rheingold, Smart Mobs: The Next Social Revolution(Cambridge, MA: Perseus Publishing, 2003); 이동후, IT 와 신세대 문화의 형성, 확산과정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보고서 04-52(2004); 장원호, 사이버커뮤니티와 사회관계의 변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보고 서 04-25(2004). 34) 채지형, 싸이월드는 왜 떴을까? ( 서울: 제우미디어,2005); 이재현 편, 인터넷과 온라인 게임 (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01); 위정현, 한국 온라인 게임사업의 형성과정 35) C.K., Prahalad and Venkat Ramaswamy, The Future of Competition: Co-creating Unique Value with Customers(Cambridge: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2004). 220 세계정치 7 7. 한류의 매력과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 221
또한 인터넷 커뮤니티가 문화패권의 권력에 대한 근본적인 대항담론 을 제기할 가능성은 소위 탈계몽주의 로 개념화되는 그들만의 독특한 가치관에서도 발견된다. 예를 들어 리니지의 초기 개발에 참여했던 어느 개발자에게 온라인 세계는 바로 누가 누구를 끊임없이 가르치려 드는 사회로부터의 탈출구였고 도피처였다. 그는 어느 누구의 간섭이나 가르침 도 없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이것이 리니지 게임 세계의 철학, 혹은 비전 이라는 것이다. 리니지 세계를 만든 사람들은 사이버 공간에 리니지와 같은 세상을 만든 것은 현실 세계의 삶에 대해 우리 사회가 끊임없이 요구하는 계몽주의에 대한 환멸 때문이라고 표현하였다. 현실의 계몽주의적 힘에 대항하는 새로운 세대의 탈계몽주의 사회를 구체화한 것이 바로 리니지 세계라는 것이다. 논자들은 사고와 행동이 기성세대와 구분되는 새로운 행동 방식과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이들을 사이버 신인류 라고 부르기도 않겠다는 정책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노무현 정부는 문화적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산업 육성이라는 기치하에 문화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한 기반 구축, 창의적인 전문 인력 양성과 기술개발 확대, 문화산업 유통 합리화 및 시장구조 개선 등을 내세워 왔다. 38) 이후에도 노무현 정부는 영상과 음반, 애니메이션, 게임을 비롯한 문화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하여 앞으로 5 년 이내에 세계 5 대 문화산업 강국 을 실현함으로써 국민소득 2 만 달러의 시대를 앞당기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에 걸쳐서 천명하여 왔다. 특히 최근 한류의 성공에 고무되어 여러 가지 정책구상이 제시되고 추진 중이다. 영화산업 정책의 경우, 유치산업의 보호 차원에서 정부로부터 각종 지원과 특혜를 받아왔으며, 또한 외화( 外 畵 ) 수입 쿼터제나 스크린쿼터제 등과 같은 정책을 통해 외국 영화와의 경쟁으로부터 보호되어 왔다. 39) 한국에서 스크린쿼터제는 1966년에 명문화되었고 1967년 1월 1일부터 한다. 37) 시행되었다. 몇 차례 변동은 있었으나 현재의 영화진흥법에서도 한국 4. (1)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의 전략적 모색 문화콘텐츠 산업정책을 넘어서 영화 의무상영제는 승계되고 있다. 스크린쿼터제의 변천과정을 요약하면, 1 1966 년 1차 개정영화법에서는 연간 6 편 이상, 연간 90일 이상의 한국영 화 상영을 규정하였으며, 2 1970년 3차 개정영화법에서는 연간 3편 이상, 총 상영일수 30 일 이상, 3 1973년 4차 개정영화법에서는 연간 상영일수 3분의 1 이상(121 일), 4 1984년 5차 개정영화법에서는 연간 노무현 정부는 2003 년 출범과 함께 문화산업 강국의 실현 을 12대 상영일수 5분의 2 이상(146 일) 40) 을 규정하였다. 이러한 스크린쿼터제는 핵심 국정과제 중의 하나로 내세우고 문화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36) 라도삼, 가상공간의 전경과 삶의 단편들: 리니지 를 중심으로 한국언론정보학보 14(2000, 봄),pp.115-149; 황상민, 대한민국 사이버 신인류: 폐인, 그들이 세상을 바꾼다 ( 서 울: 21 세기북스, 2004), pp.36-37. 37) 황상민(2003) pp.73-75. 38) 백원담(2005), p.216 39) 스크린쿼터는 1927 년 영국에서 처음 도입했으며 지금은 한국과 프랑스(112-140 일: 대상은 EU 국가의 영화), 스페인(73-91 일: 대상은 EU 국가의 영화), 브라질(28 일), 파키스탄( 외화 상영관 55 일, 자국영화 상영관 310 일), 중국(243 일: 극장용 외화 수입 편수를 연간 20편으로 제한)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222 세계정치 7 7. 한류의 매력과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 223
오랫동안 한국과 미국 간의 투자협정 (BIT) 협상에서의 걸림돌이 되어 게임산업 정책의 경우, 사회적으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왔다. 41) 그러다가 2006년 2 월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 협상의 시작과 함께 73 일(20%) 로 쿼터 일수를 축소한 바 있다. 음반산업 정책의 경우, 정부가 처음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지원책 을 마련한 것은 1996 년경이었다. 당시 문화관광부는 국제음반박람회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참가할 음반업체들을 모집하여 후원하였으며, 한국 음반을 소개하는 공동부스를 마련해 주고 해외 바이어들을 위한 홍보용 CD 와 안내 책자의 제작도 지원해 주었다. 이것이 한국 대중음악과 음반산 업의 발전을 위한 최초의 정부지원이었다. 한국 대중가요의 해외 시장 진출을 뒷받침하기 위한 문화관광부의 본격적인 지원은 1999년 12월 인하여 규제적인 정책을 지향하는 경향이 강하다. 43) 이러한 맥락에서 2006 년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이 제정되고 게임물등급심의제도 가 개 선되었다. 게임산업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문화관광부는 2007년에 이르러 건강한 게임문화 세계 속의 게임한국이라는 정책목표를 제시하고, 게임의 사회 문화적 가치 제고, 게임 한류의 전 지구적 확산, 산업의 지속 성장 토대 마련, 게임 등급 및 심의 환경의 재정립 등의 4대 정책방향을 설정하였 다. 이를 추진하는 구체적인 중점 과제로는 건전한 게임문화 환경 조성 및 산업 이미지 개선, 유관기관 간 제휴를 통한 게임업계 다각적 수출지원 확대, 환경 변화에 대응한 차세대 게임 콘텐츠 개발환경 조성, 게임 산업 해외홍보용 외국어 음반의 제작으로 구체화되었다. 당시 정부의 예산 양극화 해소 및 산업구조 혁신 기반 마련, 불법 사행성 게임 규제 및 지원으로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세 가지 버전의 CD 가 제작되었다. 각 CD는 국내 인기가수들이 자신의 노래를 번안하여 직접 취입한 곡들로 구성된 편집앨범이었는데 중국어 음반의 타이틀이 바로 한류였다. 이외에 도 한국 대중음악을 동아시아 지역에 소개하는 각종 방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한국 대중음악 및 음반산업계의 최신 동향을 해외에 소개하기 위한 책자를 만드는 사업을 펼치기도 하였다. 42) 40) 그러나 문화관광부의 조치로 여름철 성수기 상영에 총 20일 한도까지 1일을 1.67일로 인정하며 통합전산망 가입자에게 는 106 일(30%) 이었다. 20일 감경혜택을 부여함으로써 실질적인 의무상영 일수 41) 한미 BIT협상에서 스크린쿼터가 문제되는 것은 스크린쿼터가 미국 측의 BIT 표준형상안 제6 조에 명기한 이행의무금지 규정에 반하는 자국 영화 상영의무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 다. 제6 조는 체약국들이 일정 수준 또는 비율 이상의 국내부품 사용, 국내산 재화 및 용역의 구매, 사용, 또는 선호를 강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국가는 자국 산업의 발전을 위한 여러 정책 수단, 기술 이전, 현지 생산품 사용 의무, 국내 생산물의 수출 의무 등은 금지된다. 따라서 국산 영화 의무상영 일수라는 현지 생산품 사용 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미현 외, 한미투자협정과 스크린쿼터제 ( 서울: 영화진흥위원회, 2003), p.22. 건전화 시스템 구축, 게임물 등급 체계의 예측 가능하고 투명한 심의 정착 등의 6 개를 제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산업들이 지적하 듯이, 영화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은 있어도 게임 산업에 대한 지원정책은 없고 규제 정책만 있다는 불만이 토로되는 실정이다. 44) 이외에도 노무현 정부가 출범 이후 제기한 동아시아 비즈니스허브 국가론의 연속선상에서 등장하는 문화산업 클러스터 조성계획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화관광부는 1999년 문화산업단지조성 기본계획을 수립하 면서부터 문화산업에 대한 클러스터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45) 문화 42) 김정수, 한류( ) 현상의 문화산업정책적 함의: 우리나라 문화산업의 해외 진출과 정부의 정책지원, 한국정책학회보 11-4(2002), p.9. 43) 김미나, 게임산업과 국가의 역할:IMF 이후 게임산업의 발전과 국가혁신시스템 홍성걸 편, 국가와 산업경쟁력: 정보통신산업 발전의 정치경제학 ( 서울: 국민대학교 출판부, 2004), pp.329-370; 유승호 김민규, 게임의 사회적 수용과 정부 정책의 변화 홍성걸 편, 국가와 산업경쟁력, pp.371-410. 44) 캐릭터라인 관계자 및 엔씨소프트 관계자 인터뷰. 224 세계정치 7 7. 한류의 매력과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 225
산업 관련 업종을 특정지역에 집적시켜 기업 간 네트워크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국제경쟁력이 있는 문화상품의 기획, 생산, 유통 및 수출기반 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지역별로 특화된 문화산업단지 조성을 불필요한 규제나 풀라는 식의 반응에 접하게 된다. 46)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현 단계에서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보호와 지원의 평면적 발상을 넘어서는 입체적인 문화 전략의 창출이다. 통해 지역 문화산업 발전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지향한다. 단지의 조성업무는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고 문화관광부에서 지원한다. 현재 (2) 네트워크 지식국가의 매력전략 지반문화산업단지로 지정된 곳은 7 개 지역으로 춘천, 부천, 대전, 청주, 광주, 전주, 경주 등이다. 한편 최근 논란이 되는 소위 한류우드 ( 韓 流 -wood) 의 조성 방안이나 정보통신부가 주도하여 인천 송도 단지, 상암동 DMC(Digital Media City), 부산 센텀시티 등에 디지털 콘텐츠산업 클러스 터를 만들려는 계획도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문화산업 클러스터 성공의 관건은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들을 얼마나 유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문화콘텐츠 산업 분야에서 한국 정부가 추진해 온 각종 정책은 종전의 산업화 시대에 취했던 정책들을 문화강국론의 기치 아래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산업의 보호와 육성으로 대변되는 소위 발전국가 (developmental state) 의 문화콘텐츠 산업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1세기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발전국가형 정책모델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스크린쿼터제는 한국 영화 산업의 숨을 돌리기 위한 임시방편의 방패막이 노릇은 할지언정 급속히 부상하는 새로운 문화 생산과 전파의 양식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일 수는 없다. 또한 제조업 분야의 산업정책을 연상시키는 각종 정부의 지원정책도 개인 아날로그 한류뿐만 아니라 디지털 한류의 매력을 발산하고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를 창출하기 위해서 한국의 문화 전략은 어떠한 방향으로 펼쳐져야 하는가? 무엇보다도 먼저 19세기 저항민족주의나 산업화 시대의 발전국가적 발상으로 21세기 글로벌 문화질서의 구조변동에 대처하는 잘못을 경계하여야 할 것이다. 지식과 네트워크의 두 변수로 요약되는 21세기 문화 변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래 전략의 방향도 마찬가지로 복합적인 지식/ 네트워크의 국가 전략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21세 기 문화 전략은 네트워크 지식국가 (network knowledge state) 47) 의 문화 전략이라는 맥락에서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염두에 두면서 몇 가지 전략적인 방향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최근 국내에서 일고 있는 단순한 문화강국론을 넘어서는 21세기 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문화 전략이 필요하다. 21세기 문화 전략의 출발은 역시 IT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한류의 문화 역량 강화에서 구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판 실리우드를 모색하는 것도 의미가 크다. 그렇지만 이러한 전략은 단순히 한류와 같은 문화상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서 한류상품에 담기는 문화 내용의 보편성과 포용력을 과 기업의 창의성을 생명으로 하는 문화산업 분야에서 효과를 보기 어렵다. 한류 기업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어설픈 지원정책을 펴느니 오히려 각종 45) 고정민, 국내 문화산업 클러스터 현황과 발전방향 홍성걸 편(2004), pp.421-422. 46) SM 엔터테인먼트와 엔씨소프트 관계자 인터뷰. 47) 이 글에서 원용하는 네트워크 지식국가의 개념에 대해서는 하영선 김상배 편(2006) 을 참조. 226 세계정치 7 7. 한류의 매력과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 227
배양함으로써 정보화 시대의 매력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결국 초점은 IT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한반도에서의 문화적 삶의 풍요로움에 둘 수밖에 없으며, 이를 바탕으로 동시에 남에게도 권하고 싶은 한류의 내용적 확보에 있다. 또한, 최근 국내에서 일고 있는 저항적 문화수호운동을 넘어서 글로벌 코드와 호환되는 안의 네트워킹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스크린쿼터 수호운동과 같은, 수용이냐 아니면 저항이냐는 식의 이분법적인 발상을 넘어서는 좀 더 정교화된 문화 전략이다. 이러한 맥락에 탈바꿈시키고 이웃을 산업적인 공략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한 한류는 아류 제국주의의 범주를 넘어서기 힘들 뿐만 아니라 1990년대 일본이 추구했던 연성 국가주의의 점철을 겪게 될 것이다. 한류가 한국의 매력을 동아시아에 발산할 중요한 출발점인 것은 사실이지만, 한류를 비즈니스 의 호기로만 생각하고 자국의 이익 극대화를 쫓는 모습은 모순일 수밖에 없다. 49) 이를 극복하는 길은 동아시아를 엮는 밖의 네트워킹 전략을 추구하는 길밖에 없다. 한국 문화를 세계적으로 진출시키는 여정에 우리 혼자만 서 실리우드가 주도하여 전 세계적으로 짜고 있는 문화산업의 글로벌 나서서는 특별한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연대를 네트워크에서 한국의 역량에 걸맞은 역할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문화산업 클러스터에 대한 구상은 네트워크를 확충하는 차원 에서 적절한 방향 설정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안으로 웅크리는 집적단지 (cluster) 가 아닌, 밖으로 열린 네트워크의 노드(node) 를 지향하는 발상 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최근 한류에 대한 정부와 민간 부문의 대응양상을 보면, 여전히 중상주의적 담론에 입각한 민족주의적 대응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최근 어느 한류 음악 프로듀서가 지적하길, 지나친 애국심에 입각하여 민족주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오히려 한류를 망칠 수도 있다고 했다. 48) 이렇듯 한류가 성공하려면 자국 중심의 발상을 넘어서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의 구축을 고려해야 한다. 동아시아를 엮는 코드로서 한류 를 활용해야 한류도 살고 동아시아도 산다. 동아시아를 거대한 시장으로 통해서 지역 차원의 네트워크 정체성을 활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문화 분야에서 동아시아 스탠더드를 수립하여 전파시켜 글로벌 스탠더드와 어깨를 맞대고 경쟁하는 지역차원의 네트워크 구축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결국 중요한 것은 동아시아의 문화네트워크를 엮어낼 공통의 요소를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의 문제이다. 다시 말해, 디지털 한류의 매력정치를 펼치기 위해서는 일국 차원을 넘어서 동아시아 를 함께 묶어낼 공통의 문화적 인자( 因 子, gene) 를 발굴하여야 한다. 50) 이러한 연속선상에서 현재 붐을 이루는 오프라인의 한류와 온라인의 인터넷 커뮤니티 모델을 연결하는 미래로의 네트워킹 전략이 필요하다. 본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의 인터넷 커뮤니티 모델은 문화제국에 대한 대항담론으로서의 맹아를 피우고 있다. 그러한 아직은 담론 차원에서 제기되는 이러한 모델을 현실화 (materialize) 시키기 위해서는 오프라인에 48) 세계 무대로 뛰고 있는 가수 비 를 키워낸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은 정치권과 언론이 한류를 띄우면서 지나치게 민족주의를 강조, 중국 일본 등 주변국으로부터 반감을 자초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한류의 정체성과 역할에 반기를 들고 문화의 탈국적화를 주장한 바 있다. 중앙일보 2007. 2. 7.) 49) 심상민, 한류( ) 와 디지털콘텐츠 산업의 발전전략 홍성걸 윤석만 외, 정보화 시 의 신성장국가론 ( 서울: 나남, 2006), pp.113-137 50) 민병원(2006). 228 세계정치 7 7. 한류의 매력과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 229
서의 성공을 거울삼고 실패를 극복하는 냉철한 전략의 마련이 필요하다. 그나마 소박한 기대를 갖게 되는 것은, 우리가 최근 동아시아 문화의 한국이 새로운 네트워크를 주도하는 프로그래머 (programmer) 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는 현실에서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에만 모든 것을 걸 수는 장에의 진출이나 사이버 공간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문화생산 양식에 결코 뒤져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소비의 없기 때문이다. 51) 아울러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한류를 통해서 구축하고자 하는 동아시 아 네트워크의 성격에 대한 것이다. 최근의 한류나 동아시아 담론을 들여다 보면, 이 기회를 동아시아에서 서구나 미국의 문화를 막을 수 있는 문화블록 5. 맺음말 형성의 기회로 활용하고 싶어 한다. 이는 글로벌 문화 공간과 경쟁하는 지역 차원의 문화 공간을 하나 더 잡아야 함을 의미한다. 실제로 한류는 동아시아 문화블록 형성을 위한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한류는 그런 점에서 동아시아적 문화 사건이고 지역공동체를 마련할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그런데 한류가 동아시아 지역공동체를 향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닫힌 동아시아 네트워크의 모색이 성공하 기란 쉽지 않다. 궁극적으로 동아시아 네트워크는 글로벌 문화네트워크와 호환이 되는 열린 네트워크를 지향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미국 주도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새롭게 구축되는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의 사이에서 한국의 위상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서 구축한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에서 새로운 패권으로 군림할 잠재력을 지닌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이는 21 세기 망제정치 ( 網 際 政 治, inter-network politics) 에서 발생하는 권력정치의 문제인데, 벌써부터 지역패권으로서 중국의 행태에 대한 우려가 이 글은 21세기 문화세계정치의 시각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한류의 의미와 한계를 살펴보았다. 이 글의 문제의식은 한류의 단편적인 성공과 실패의 사례에 대한 소개의 차원을 넘어서 한류를 통해서 드러나는 21세기 매력정치와 네트워크의 부상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한류 연구는 자연스럽게 21세기 세계정치의 변환이라는 맥락에서 본 문화 변환 의 논의로 연결되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시각은 기존의 아날로그 한류 현상에 대한 분석뿐만 아니라 새로이 주목받고 있는 디지털 한류의 잠재력, 그리고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의 구축 과정에서 차지하는 국가의 역할을 살펴보는 데 있어서도 매우 유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문제의 식을 바탕으로 이 글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주장을 제시하였다. 첫째, 동아시아 문화세계정치의 맥락에서 한류가 차지하는 가능성을 면밀히 따져보아야 한다. 한류의 부상은 글로벌 문화질서 속에서 동아시아 문화산업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이러한 점에서 한류는 문화 세계화의 현상과 함께 미국 일변도의 문화 생산이 탈중심화되 만만치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네트워크 국가 전략이 취할 길은 조야한 2 차원적 균형자 (balancer) 의 발상을 넘어서 신 구 네트워크 사이 에서 두 개의 언어를 구사하는 스위처 (switcher) 의 전략밖에 없다. 특히 51) 네트워크 세계정치에서 스위처(switcher) 와 프로그래머(programmer) 가 행사하는 권력에 대한 논의의 원형은 다음을 참조. Manuel Castells, Informationalism, Networks, and the Network Society: A Theoretical Blueprint, in Manuel Castells(ed.), The Network Society: A Cross-cultural Perspective(Cheltenham, UK: Edward Elgar, 2004), pp.3-48. 230 세계정치 7 7. 한류의 매력과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 231
는 와중에서 틈새시장을 노리는 문화변환 전략의 성공적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류는 이전의 홍콩이나 일본의 대중문화와 같은 운명을 맞이할 한계를 가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류는 기존의 글로벌 문화질서의 틀 내에서 증대되는 한국의 시력 및 매력 역량과 이를 수용하는 동아시아 차원에서의 네트워크의 확산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사건이며, 일정한 한계 내에서도 앞으로 계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전략 분야다. 둘째, 한류가 궁극적으로 현재의 글로벌 문화질서에 대한 의미 있는 대안적인 비전, 또는 독자적인 매력을 제시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인터넷을 매개로 벌어지고 있는 문화변환에 주목하여야 한다. 다시 말해 디지털 현상으로서의 한류, 즉 디지털 한류의 의미를 본격적으로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디지털 한류의 대항담론은 사이버 공간에서 문화의 생산과 소비, 그리고 공유의 사례들에서 발견된다. 예를 들어 리니지 와 같은 온라인 게임이나 싸이월드와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 서비스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사이버 공간의 네트워크들은 향후 문화담론을 주도할 디지털 다. 한국이 추진한 문화산업전략은 기존의 발전국가 중심의 경제발전전략 을 연상시키는 일면이 강할 뿐만 아니라, 보호주의적 무역정책의 측면도 강하게 남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향후 한류의 문화 전략은 지식 역량을 바탕으로 하여 동아시아 차원의 문화네트워크를 엮어내는 매력의 공식을 개발하여야 한다. 요컨대, 향후 한류의 미래 전략은 한국의 매력을 발산하고, 이와 병행하여 동아시아의 문화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한 다. 이러한 시도는 궁극적으로 21 세기 문화세계정치에서 한국이 코리언 스탠더드 를 동아시아 스탠더드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한류의 매력정치와 동아시 아 문화네트워크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 와 제대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바깥세상의 코드를 정확히 읽고 대응할 필요 성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와의 호환성을 확보하지 못한 동아시아 차원의 대항담론은 궁극적으로 현실화되지 못하고 고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세대를 엮는 네트워크라는 의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21세기 문화 생산 과정에서 새로운 개념변환을 내보인 디지털 지식의 내용을 엿볼 수 있다는 논문 접수일 4월 19 일, 심사 완료일 6월 4일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디지털 문화콘텐츠의 활용과 소비의 영역에서 한국이 동아시아의 어느 나라보다도 앞서 있다는 점은 많은 기대를 갖게 한다. 끝으로, 매력과 문화네트워크의 세계정치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문화강국론과 스크린쿼터제 또는 문화허브국가론 등을 넘어서는 네트워크 지식국가의 모색이 필요하다. 여태까지의 상황을 보면, 여전히 중상주의적 담론에 입각한 민족주의적 대응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어 아쉽 232 세계정치 7 7. 한류의 매력과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 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