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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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강 판소리계 소설 심청전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1106월 평가원] 1)심청이 수궁에 머물 적에 옥황상제의 명이니 거행이 오죽 하랴. 2) 사해 용왕이 다 각기 시녀를 보내어 아침저녁으로 문 안하고, 번갈아 당번을 서서 문안하고 호위하며, 금수능라 비

며 오스본을 중심으로 한 작은 정부, 시장 개혁정책을 밀고 나갔다. 이에 대응 하여 노동당은 보수당과 극명히 반대되는 정강 정책을 내세웠다. 영국의 정치 상황은 새누리당과 더불어 민주당, 국민의당이 서로 경제 민주화 와 무차별적 복지공약을 앞세우며 표를 구걸하기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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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전통문화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봅시다.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체험합시다.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집시다. 5. 우리 옷 한복의 특징 자료 3 참고 남자와 여자가 입는 한복의 종류 가 달랐다는 것을 알려 준다. 85쪽 문제 8, 9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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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사항이 없을 경우 무 표시하시기 바랍니다. 검토항목 검 토 여 부 ( 표시) 시 민 : 유 ( ) 무 시 민 참 여 고 려 사 항 이 해 당 사 자 : 유 ( ) 무 전 문 가 : 유 ( ) 무 옴 브 즈 만 : 유 ( ) 무 법 령 규 정 : 교통 환경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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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과 학기 술부 고 시 제 호 초 중등교육법 제23조 제2항에 의거하여 초 중등학교 교육과정을 다음과 같이 고시합니다. 2011년 8월 9일 교육과학기술부장관 1. 초 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은 별책 1 과 같습니다. 2. 초등학교 교육과정은 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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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국어에서 관용표현 지도 방안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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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習 說 ) 5), 원호설( 元 昊 說 ) 6) 등이 있다. 7) 이 가운데 임제설에 동의하는바, 상세한 논의는 황패강의 논의로 미루나 그의 논의에 논거로서 빠져 있는 부분을 보강하여 임제설에 대한 변증( 辨 證 )을 덧붙이고자 한다. 우선, 다음의 인용문을 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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伐)이라고 하였는데, 라자(羅字)는 나자(那字)로 쓰기도 하고 야자(耶字)로 쓰기도 한다. 또 서벌(徐伐)이라고도 한다. 세속에서 경자(京字)를 새겨 서벌(徐伐)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또 사라(斯羅)라고 하기도 하고, 또 사로(斯盧)라고 하기도 한다. 재위 기간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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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ON2009사업계획(v5.0)-3월5일 토론용 초안.hwp

0. 우유의 영양적 가치를 설명한 것 중 맞는 것은? 칼슘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2 비타민 D 가 풍부하다. 철분이 풍부하다. 유당이 적게 함유되어 있다.. 커피의 맛과 향을 표현한 용어에 대한 설명 중에 틀린 것은? Spicy : 2 Nutty : Rich : G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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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절 조선시대 이전의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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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부산연주문화\(김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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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자원의 9) 우리나라 굴할 경우,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채굴할 수 있는가를 계산한 것으로, 자원의 고갈 시기를 나타내는 지표가 된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5 비 : 국민들의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 는 국내 곡물 생산 기반을 유지할 필요가 있 어. 8.

장: 200 세외수입 관: 220 임시적세외수입 항: 223 기타수입 광역친환경농업단지사업 부가세 환급금 및 통장이자 79,440,130원 79, ,440 < 산림축산과 > 497, , ,244 산지전용지 대집행복구공사((주)하나식품)

목 차 국회 1 월 중 제 개정 법령 대통령령 7 건 ( 제정 -, 개정 7, 폐지 -) 1. 댐건설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 1 2. 지방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 1 3.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 촉진법 시행령 일부개정 2 4.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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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답 과 해 설 1 (1) 존중하고 배려하는 언어생활 주요 지문 한 번 더 본문 10~12쪽 [예시 답]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한 사 람의 삶을 파괴할 수도 있으며, 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해쳐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04 5

행당중학교 감사 7급 ~ 성동구 왕십리로 189-2호선 한양대역 4번출구에서 도보로 3-4분 6721 윤중중학교 감사 7급 ~ 영등포구 여의동로 3길3 용강중학교 일반행정 9급 ~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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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금융분야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 1. 개인정보보호 관계 법령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령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 은행법 시행령 보험업법 시행령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자본시장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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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0 인물 강순( 康 純 1390(공양왕 2) 1468(예종 즉위년 ) 조선 초기의 명장.본관은 신천( 信 川 ).자는 태초( 太 初 ).시호는 장민( 莊 愍 ).보령현 지내리( 保 寧 縣 池 內 里,지금의 보령시 주포면 보령리)에서 출생하였다.아버지는 통훈대부 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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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등록번호

광주은행 제2회 메세나 나눔행사 뮤지컬 공연 성료 광주은행(은행장 김한)은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본점 3층 대강당에서 개최한 제2회 메세나 나눔행사 무적의 삼총사 어린이 뮤지컬 공연이 지역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의 호응 속에 성료됐다. 올해로 2회를 맞이한 광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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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시시설관리공단 내규 제 24호 포천시시설관리공단 인사규정 시행내규 일부개정(안) 포천시시설관리공단 인사규정 시행내규 일부를 다음과 같이 개정 한다. 제17조(기간제근로자의 무기계약직 임용) 1 기간제근로자 관리규정 제16조 를 제19조 로 한다. 제20조(인사기록)

3. 은하 1 우리 은하 위 : 나선형 옆 : 볼록한 원반형 태양은 은하핵으로부터 3만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 2 은하의 분류 규칙적인 모양의 유무 타원은하, 나선은하와 타원은하 나선팔의 유무 타원은하와 나선 은하 막대 모양 구조의 유무 정상나선은하와 막대나선은하 4.

근대문화재분과 제4차 회의록(공개)

인천광역시의회 의원 상해 등 보상금 지급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의안 번호 179 제안연월일 : 제 안 자 :조례정비특별위원회위원장 제안이유 공무상재해인정기준 (총무처훈령 제153호)이 공무원연금법 시행규칙 (행정자치부령 제89호)으로 흡수 전면 개

교육실습 소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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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장스님 이사장, 수덕사 주지 희망과 꿈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명나눔실천회 창립 7주년 기념 <전국 민1인1장기기증운동 전진대회>에 참석해 주신 내외 귀빈과 회원 여러분께 먼저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본회는 7년 전 불교계의 뜻있는 인사 134명이 부처님의 구

2005년 6월 고1 전국연합학력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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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한 시간 계산으로 한 치의 오차 없이 여행일정을 계획하지만, 상황이 항상 뜻대로 돌 아가지는 않는다. 인도에서는 철로가 끊겨 있기도 하고, 미국에서는 인디언의 공격을 받 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항상 침착하고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며, 때로는 일정에 차질이 생 겨도

zb 2) zb3) 나 위 시와 보기의 공통적인 표현 방법이 아닌 것은? 뻐꾹새야 뻐꾹새야 뻐꾹뻐꾹 울어 주면 < 보기>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뻐꾹새야 뻐꾹새야 뻐꾹뻐꾹 울어 주면 밭을 매는 우리 엄마 허리 허리 덜 아프고 ᄂ밭을 매는 우리 엄마 허리 허리 덜 아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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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선배의 직장생활 개념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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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타리36호_완성본

Transcription:

커피 이야기 우석푸른바다

소개글 커피 이야기

목차 1 집에서 원두커피를 처음 드시려는 분들을 위한 안내서 6 2 최고의 아이스커피를 찾아서 14 3 콜롬비아 커피의 두 얼굴 17 4 중미 커피의 쓰리 아미고스 21 5 킬리만자로의 이편과 저편 - Kenya AA 와 Tanzania Kilimanjaro 26 6 화합을 부르는 커피, 인도네시아 커피 31 7 커피의 절대 강자, 예멘 모카 마타리 (Yemen Mocha Mattari) 37 8 에티오피아 커피는 왜 신성할까? 42 9 커피 집에서 로스팅 하는 법 47 10 커피콩, 보관의 정석 53 11 커피, 그 기나긴 여정의 시작 56 12 커피 포대 따라잡기 59 13 당신에게 '오늘의 커피'란 무엇입니까? 62 14 커피로 구원받을 수 있을까? 64 15 커피루왁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는? 66 16 모카 커피에 대해 알고싶은 두 세가지 것들 69 17 원두커피에 환각 작용이? 71 18 단종커피와 블렌드 커피 72 19 커피는 향미의 예술 이다 74 20 커피에 빠지다 77 21 원두커피의 예술 홈카페에서 즐겨요 84 22 키워드로 본 한국커피 110년 86 23 알기쉬운 에스프레소 커피의 이름 88 24 음악으로 표현하는 커피예찬 90 25 강렬한 커피향 여심을 담다 93

26 부부가 함께 즐기는 취미생활! 가정용 커피 기초와 소도구들 96 27 누구나 알아야 할 커피에 대한 상식 10가지 102 28 커피에 관한 100가지 토막상식 105 29 나만의 커피향을 찾아 내손으로 로스팅 을 111 30 건강하게 마시는 커피습관 114 31 '커피크림' 은 트랜스지방 덩어리다? 117 32 명품커피? 원두 따져라! 119 33 박 상홍의 좋은 커피 121 34 카페드림 독후감 - 127 35 취향에 따라 즐긴다! 나만의 커피 노트 131 36 스타벅스 를 집 안에 들여놓는다 143 37 로스팅을 위해 갖춰야 할 생두 지식 146 38 로스팅, 로스터, 로스터리 숍의 모든 것 151 39 각종 로스터 161 40 커피의 신선도를 지속시키는 방법 169 41 커피와 물의 상관관계 176 42 산지를 제대로 즐기자 181 43 그라인더를 말하다 184 44 한 방울에 과학, 한 방울에 정성 187 45 블랜딩 192 46 유형별 잔 바로 알기 197 47 Espresso italiano 인증 마크 200 48 커핑(Cupping) 209 49 한 잔의 커피 맛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 217 50 커피에 대하여 223

51 커피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 228

집에서 원두커피를 처음 드시려는 분들을 위한 안내서 2011.01.17 02:26 얼마 전 아시는 분이 전화를 하셔서는 집에서 인스턴트 커피만 마셨었는데 원두로 바꿔보려 해. 그런데 막상 뭘 사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하시더군요. 원두커피라는 것이 별 것 아니지만, 막상 처음 집에서 먹으려고 하면 기구도 다양하고, 그에 따라 맛도 다르다고들 하니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막상 어디서부터 어떻게 권해드려야 할지 좀 난감하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집에서 드시는 커피를 원두커피로 바꾸시려는 분들을 위해 몇 가지 방법과 단계에 대해 좀 얘기를 해 볼까 합니다. 집에서 원두커피를 먹는 4단계 정도 되겠습니다. 일단 원두커피를 만들기 위한 도구를 쉽게 비유하자면 붓글씨 재료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붓글씨를 쓰기 위해서는 먹, 벼루, 물, 붓, 종이를 사야합니다. 일단 각 재료의 질에 따라 가격차이가 많이 나는 관계로, 초보자의 경우 살 때부터 좀 망설여집니다. 이왕 사는 거 좋은 걸 사는 게 좋지 않을까? 아니야 쓰다가 그만둘 수도 있으니 처음엔 싼 걸로 사서 연습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고 고민하게 되죠. 아마도 가장 실속 있는 방법은, 처음엔 저렴하고 일반적인 재료로 연습을 하면서 붓과 종이와 먹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한편, 다양한 글씨를 쓰면서 내용에 맞는 글씨체들을 알아가는 것이 좋은 수순일 것입니다. 커피도 마찬가지. 가장 싸고 간편한 추출 기구로 각종 원두를 맛보고, 서서히 입맛에 맞는 커피를 찾으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밖에서 사먹던 커피를 집에서 비슷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정도를 목표로 말이죠. 집에서 원두커피를 처음 드시려는 분들을 위한 안내서 6

원두커피의 맛은 원두의 종류, 로스팅(볶음) 정도, 원두의 분쇄정도(그라인딩), 추출방법, 다른 재료와의 혼합방법에 따라 달라집니다. 궁극의 커피를 위해서는 각 단계에서 적합한 선택과 관리를 해주어야겠습니다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커피를 마실 경우에는 생두 자체나 로스팅까지 관리할 일은 없죠. 고로 집에서 마시는 커피의 가장 큰 선택은 추출방법과 그에 맞는 분쇄가 됩니다. 처음에 가장 고민스러운 것이 바로 어떤 추출기구를 살 것인가 인데요, 경험으로 볼 때 쉽고 싸고 간편한 기구로 시작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커피를 뽑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아주 크게 나누면, 흐리게 우려내는 드립방식과 높은 기압을 이용해서 진하게 뽑는 에스프레소 방식이 있습니다. 드립방식은 각종 원두커피의 맛을 음미하기에 적합하고, 에스프레소 방식은 진한 맛과 더불어 우유를 섞은 여러 가지 커피를 만들기에 적합합니다. 에스프레소는 일단 추출기구 값이 비싸고, 추출기술과 우유와의 혼합 기술이 필요하므로 초보자에게는 드립방식이 여러모로 용이합니다. 1단계. 커피메이커 + 여과지(드립필터) + 원두커피 + 분쇄기(그라인더) 커피메이커의 장점은 쉽게 일정 수준 이상의 커피를 내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커피메이커는 자동으로 드립커피를 만드는 기계입니다. 사실 에스프레소 커피에 뜨거운 물을 섞은 아메리카노 커피나 어설픈 사람이 내린 드립커피 보다 커피메이커로 내린 커피 맛이 낫습니다. 드립을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커피메이커보다 좋은 맛을 내는 드립실력이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거든요. 집에서 원두커피를 처음 드시려는 분들을 위한 안내서 7

다시 말해 커피메이커 커피가 그렇게 맛없는 커피가 아니라는 말씀.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이라면 번거롭고 어려운 추출을 시도하시지 말고, 커피메이커로 쉽게 커피를 내려서 드시길 권합니다. 커피메이커를 이용해 다양한 정도로 로스팅 된, 다양한 종류의 원두를 맛보시면서 커피의 맛도 파악하고, 입에 맞는 커피도 찾아보시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다음은 원두커피를 분쇄를 해야 합니다. 원두커피는 분쇄하지 않은 경우 한 달에서 두 달, 진공 포장시는 1년까지가 유통기한입니다. 분쇄한 이후에는 그 즉시부터 산폐하기 시작하므로 가급적 그때그때 갈아드시고, 진공용기에 보관할 경우 늦어도 5일 안에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분쇄기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요, 믹서에 갈 경우 원두가 바숴지는 것이 아니고 절단되기 때문에 물과 닿는 면적이 줄어들어 맛있는 성분의 추출이 덜 됩니다. 하지만 처음 드시는 분들이라면 일단 분쇄기를 따로 사시지 마시고 집에 있는 믹서기로 갈아드시길 권합니다. 커피 맛에 예민하지 않은 상태 에서 먹을 때마다 힘들게 분쇄를 하다보면 오히려 다시 편한 인스턴트로 돌아가게 되기 쉽습니다. 만일 커피를 갈 때 퍼지는 강한 커피향을 특별히 좋아하시거나, 더 좋은 커피 맛을 원하신다면 분쇄기를 구입해야겠죠? 장기적으로 볼 때 다양한 추출 방법에 따라 분쇄도를 달리 해줘야 되니까 이왕 사실 거면 3,4만원 대 이상의 견고한 것을 사시길 권합니다. 그래야 갈 때 힘도 덜 들고, 오래 쓸 수 있거든요. 여과지는 100장에 2000원에서 4000원대까지 있는데요, 커피메이커라면 맛은 다 비슷비슷 합니다. 가장자리의 눌러 붙인 자리(접착선)을 접은 다음 벌려서 넣어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분쇄한 원두커피 두 스푼 정도 넣고 스위치를 켭니다. 그리고 3분 정도 기다리시면... 집에서 원두커피를 드실 수 있겠습니다. 저렴한 수준에서 커피메이커, 여과지, 원두커피, 그라인더를 사시면 5만원에서 10만원이 인스턴트에서 원두로 갈아타시는데 필요한 비용입니다. 집에서 원두커피를 처음 드시려는 분들을 위한 안내서 8

참고로 여행기중독자는 3만원짜리 커피메이커 15년째 쓰고 있습니다. 원두의 경우, 1kg단위로 사시는 것이 싸기는 합니다만, 처음엔 좀 비싸더라도 소량의 커피를 사서 여러 가지를 드셔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원두커피를 마시다보면 각각의 커피 맛을 직접 느끼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이기 때문인데요, 커피를 많이 드시는 분은 500g, 하루 한 두잔 드시는 분이라면 250g 정도 사시면 한 달가량 드실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블랙퍼스트 블랜딩과 에스프레소 블랜딩을, 그 다음에는 단종커피 중 가장 무난하고 가장 맛있는 커피인 콜롬비아, 케냐가 좋겠습니다. 2단계. 드리퍼 + 전기주전자 + 여과지 + 원두커피 + 분쇄기 드리퍼는 일종의 원두커피전용 깔대기입니다. 깔대기에 여과지를 넣고 그 위에 주전자로 끓인 물을 직접 부어 우려내는 방식입니다. 가장 저렴하게 커피를 시작하실 수 있는 방식으로, 5000원, 1만원 대 내열 플라스틱 드리퍼를 쓰셔도 무방합니다. 건강에 특별히 예민한 분이나 디자인을 중시하는 분이라면 도자기나 스테인레스, 동... 등 다양한 재질의 비싼 드리퍼도 있습니다. 드립커피는 내리는 사람의 기술에 따라 맛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처음 한 달 동안은 실패를 각오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드립을 할 때는 분쇄기(그라인더)가 필수장비가 됩니다. 원두를 좀 굵게 갈아줘야 하는데, 전기믹서로는 분쇄를 일정하게 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또 단시간에 잘 우러나지도 않고요. 집에서 원두커피를 처음 드시려는 분들을 위한 안내서 9

분쇄도와 추출방법의 상관관계는 간단합니다. 뜨거운 물과 닿는 시간이 길수록 굵게 갈고, 단시간에 추출할수록 곱게 갈아줍니다. 고로 드립할 때는 굵게, 에스프레소 추출 시에는 가늘게 갈아줍니다. 분쇄도는 생각보다 커피 맛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커피를 뜨거운 물에 너무 오래 불리면 우러나지 않아야 되는 쓴맛이 우러나고, 너무 짧은 시간 불리면 맛있는 성분이 미처 다 우러나지 않아 싱거워지기 때문이죠. 드립퍼로 내릴 경우 좁쌀 반 만하게 분쇄하면 되겠습니다. 드립을 할 때는 커피를 담은 드립퍼에 뜨거운 물을 붓는 요령이 중요합니다. 처음 약간의 물을 가운데 떨어뜨려 5초간 원두커피를 불린 다음, 물줄기를 최대한 가늘게 해서 가급적 끊기지 않게 끝까지 부어줍니다. 드리퍼에 물이 넘치지 않으려면 밑에서 떨어지는 양과 비례하는 양을 부어주어야겠죠? 추출이 잘 되게 하기 위해 물을 부을 때 원을 그리거나 꽃모양으로 붇기도 하고요, 물을 가늘게 따르기 위해 주둥이가 길게 되어 있는 주전자, 즉 드립포트를 씁니다. 하지만 가정에서는 일반 주전자로 최대한 가늘게 부어주시면 되겠습니다. 드립포트라는 놈이 은근히 비싸거든요. 드립은 상대적으로 손이 많이 가서 커피를 덜 자주 먹게 되는데, 그래서 드립포트부터 사놨다가는 찬장에 모셔두기 딱 좋습니다. 장식효과가 있기는 하죠. 잘 내린 드립커피는 여러 원두의 고유의 맛을 최대한 살려 줄 수 있으며, 취향에 따라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 중간의 다양한 농도의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진한 커피는 향기도 진하지만 쓴맛도 진하므로 설탕을 추가해 드셔야 진한 향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요. 진한 드립커피에 생크림을 얹으면 환상의 비엔나 커피가 됩니다. 3단계. 모카포트 + 원두커피 + 분쇄기 집에서 원두커피를 처음 드시려는 분들을 위한 안내서 10

모카포트는 가스렌지에 올려놓고 불을 직접 가열하여 에스프레소를 뽑는 기구입니다. 집에서 에스프레소를 뽑는 가장 싸고 간편한 방법입니다. 모카포트는 5만원대 내외의 알루미늄으로 된 제품을 가장 많이 쓰긴 합니다만, 알루미늄은 사용 후 즉시 닦지 않을 경우 오래 쓰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뜨거운 모카포트는 식은 다음 청소해 주어야 하는데요, 커피를 마시다보면 씻는 걸 잊어버리기 쉽습니다. 그러다보면 금방 녹이 슬게 되는데, 알루미늄 녹은 인체에 상당히 유해하므로 결국 오래 쓰지 못하고 포트를 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죠. 알루미늄이 열전도가 빨라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준다고는 합니다만, 처음부터 녹이 슬지 않는 스테인레스 제품을 사시는 것이 건강에도 좋고 비용면에서도 더 실용적입니다. 스테인레스 모카 포트는 15만원 내외 정도 합니다. 모카포트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모카포트를 분해하면 3단으로 분리됩니다. 밑에 물을 붙는 용기, 가운데 커피를 담는 용기, 위에 추출된 커피를 받는 용기, 세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밑에 물을 부어준 다음 커피 담 는 용기를 덮고, 그 용기에 커피를 채워줍니다. 원두는 많이 볶은(다크로스팅) 원두를 사서 드립 할 때 보다 곱게 갈아줍니다. 밀가루만큼 곱게는 아니지만 설탕알갱이보다 가늘게 갈아줘야 합니다. 용기에 원두를 채울 때는 가급적 일정한 두께로 가득 채운 다음 평평하게 다져줍니다. 이것을 전문용어로 탬핑이라고 하고, 탬핑하는 기구인 탬퍼를 따로 팔기도 합니다만, 집에서 모카포트를 쓸 경우 굳이 꼭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커피가 뽑혀 올라오는 용기를 장착합니다. 그리고 불로 가열하면 가열된 압력에 의해 뜨거운 물이 위로 올라가 커피가 추출 됩니다. 약한 불에 놓고 가열이 되기를 기다리면 3-4분 후에 커피가 위의 용기로 뽑혀 올라오기 시작하는데요, 나중에는 밑에 물이 얼마 남지 않아 거품이 올라오는 소리가 납니다. 거품 소리가 잦아들면 다 추출 된 것입니다. 모카포트의 경우, 기본적으로 크래머(에스프레소 위에 생기는 미세한 거품층)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크래머가 생기는 장치가 달려 있어 2,3만원 정도 더 비싼 모카포트도 있습니다. 하지만 에스프레소의 맛에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집에서 원두커피를 처음 드시려는 분들을 위한 안내서 11

일반적인 카페에서 사용하는 에스프레소 기계에서 뽑은 것과 비교해 볼 때, 부드러운 맛은 덜하지만 가열된 열에 의해 약간 달여진 맛이 납니다. 그래서 기계로 뽑은 것보다 덜 맛있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반면 그 맛이 모카포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이기도 합니다. 우유거품을 섞어 드실 경우, 에스프레소의 맛의 차이는 거의 없어지기도 하고요. 작은 에스프레소 잔에 입맛에 따라 설탕을 한 두 스푼 넣어주고, 얼음물로 입을 가셔주면서 조금씩 마시는 것이 진한 향을 더 오래 즐길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하면 치아에 착색도 덜해지죠. 또 얼음물에 레몬즙을 뿌려주면 훨씬 상큼하게 입 안을 가셔주기 때문에 커피 맛도 훨씬 풍부하게 느껴집니다. 에스프레소에 약간의 우유거품을 섞으면 카푸치노, 많은 우유거품을 섞어서 캬라멜 시럽을 뿌리면 마끼야또, 초코시럽을 뿌리면 카페 모카, 아이스크림 한 덩어리에 에스프레소를 부어주면 아포가토가 됩니다. 4단계. 반자동 에스프레소 기계 + 원두커피 + 분쇄기 반자동 에스프레소는 전기를 이용해 집에서 비교적 간편하게 에스프레소를 뽑을 수 있게 만든 기계입니다. 불이 아닌 전기를 이용한다는 점 외에, 추출방법은 모카포트와 동일합니다. 모카포트와 비교할 때 우유 거품기가 달려 있다는 것이 특장점이 되겠습니다. 다만 모델, 가격대에 따라 압력의 세기가 달라 양질의 에스프레소를 추출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집에서 원두커피를 처음 드시려는 분들을 위한 안내서 12

고로 싸다고 선뜻 샀다가는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 중간쯤의 어중간한 에스프레소를 계속 드시게 될 수도 있겠습니다. 누가 어떻게 추출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역시 기계는 돈값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같은 사람이라면 에스프레소의 맛은 기계의 가격과 성능에 비례하죠. 반자동 에스프레소 기계일 경우 적어도 30만원 이상의 제품을 구입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집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에스프레소를 마시기 위해서는 어설픈 반자동 기계보다 차라리 캡슐커피가 나을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캡슐커피의 경우 다양한 원두를 즐기지 못하고, 그 회사만의 캡슐을 계속 사야한다는 것이 맘에 들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비용도 만만치 않고요. 집에서 에스프레소를 드시려는 분들께는 스테인레스 모카포트를 우선적으로 추천하고 싶고요, 꼭 기계식 에스프레소를 원하신다면 경제사정에 따라 구입여부를 결정하심이 좋을 듯 합니다. 이상 집에서 새로 원두커피를 드시려고 생각 중인 분들을 위한 4단계였습니다. 1단계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시다 보면 실속 있게 맛있는 커피를 드실 수 있고, 3단계까지만 되셔도 날씨와 기분에 따라 다양한 커피를 즐기거나 대접하실 수 있게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집에서 원두커피를 처음 드시려는 분들을 위한 안내서 13

최고의 아이스커피를 찾아서 2011.01.17 02:24 아이스커피의 맛 사계절이 유난히 뚜렷한 우리나라는 커피도 다양하게 즐기는 편입니다. 커피는 단 한 알도 나지 않지만 베리에이션은 오히려 다양합니다. 애초에 다양한 베리에이션이 나오게 된 이유도 커피가 아주 비싸던 시절에 그 양 을 늘려서 마시기 위해 시작되었다죠? 추운 겨울에는 적당히 우려낸 커피를 대접만한 커피 잔에 들고 마셔야 제격이고, 하늘 높은 쨍한 날에는 크래머가 두텁게 올라앉은 에스프레 소를 마셔야 제격이고, 부드러운 바람이 부는 봄날에는 진한 드립 커피가 제격이고... 갖다 붙이자면 끝이 없는 것이, 역시 사계절은 인간을 지능적으로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 더운 여름, 타는 갈증과 지친 몸에는 역시 아이스커피가 제격이겠죠? 아이스커피의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이 갈증 과 지친 심신 을 달래주어야 한다는데 있습니다. 지친 심신을 달래는 데는 일단 향이 중요하겠죠.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차가운 기운과 함께 입 안에 가득 퍼 지는 커피향이야 말로 아이스커피의 첫 번째 포인트입니다. 한편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바디가 강해야 합니다. 얼음에 어느 정도 희석되더라도 마신 후 혀에 착 달라붙어 쌉쌀한 여운을 길게 이어 가줘야 커피를 통한 갈증해소가 완성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두 번째 포인트입니다. 결론적으로 아이스커피에는 향이 강하면서도 묵직한 특성을 가진 커피가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여행기중독자가 추천하는 조합은 파푸아뉴 기니 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만델링 되겠습니다. 파푸아뉴기니(Papua New Guinea) 커피 최고의 아이스커피를 찾아서 14

파푸아뉴기니는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계열의 커피입니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계열 커피의 특징은 입안에 들어오는 순간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맛을 두텁게 밀고 나가는데 있습니다. 입안과 목구멍에 닿는 면적이 넓어 지면서 그 풍미가 점점 더해가다가 커피를 삼킨 후에도 계속 커피를 입에 머금은 것 같은 강한 여운을 이어갑니다. 이것이 화려한 궤적을 자 랑하는 예멘 모카나 하와이안 코나와의 차별점이고, 그 희소성으로 인해 일반 아라비카 커피의 열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거래되는 이유입니 다. 파푸아뉴기니에서 자메이카 커피가 재배되기 시작한 이유는 그 희소성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의 열악한 재배조건에 아쉬 워하던 루터파 선교사가 1937년 이곳으로 자메이카 커피를 들여와 커피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이죠. 결과적으로 파푸아뉴기니에서 재배된 커 피는 훨씬 변화가 심한 기후를 만나며 자메이카 블루마운틴보다 다채로운 맛을 지닌 커피로 재탄생합니다. 블루마운틴에서 빈틈없이 결합되 어 있던 강력한 초콜릿향과 부드러운 쓴맛이 분리되며 처음, 중간, 끝의 궤적을 그리게 된 것이죠. 파푸아뉴기니는 그 매력적인 초콜릿향으로 아이스커피에 생기를 불어 넣습니다. 커피가 아무리 시원하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달달하다 하더 라도 아로마가 없으면 섭섭한데요, 파푸아뉴기니는 차가운 중에도 강력한 아로마를 풍기는 한편 두터운 바디감을 유지합니다. 아이스커피용 으로 제격입니다. 자메이카 커피를 저렴한 가격에 대체해서 즐기는 커피, 대부분 유기농 생두가 들어오기에 건강에도 좋은 커피가 파푸아뉴 기니 커피입니다. 파푸아뉴기니 +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만델링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만델링 아이스커피는 제법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인 도네시아 커피를 포스팅하면서도 말씀드렸다시피 만델링의 특징은 비오는 날의 흙냄새 라 불리는 강력하고 독특한 뒷맛에 있습니다. 이 표현을 아이스커피에 적용하자면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이 아닌 시원한 자연풍 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지친 몸과 갈증을 날려 줄 한 잔의 아이스커피를 위해 강한 초콜릿향을 가졌지만 자메이카에 비해 뒷맛이 다소 엷어진 파푸아뉴기니와 원초 적인 뒷맛을 가진 수마트라 만델링을 섞습니다. 두 커피 모두 묵직한 커피이므로 바디감이 더 견고해 집니다. 파푸아뉴기니의 포인트는 첫맛 에 있고, 만델링의 포인트는 뒷맛에 있으므로 서로의 장점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매력을 발산합니다. 각 커피가 포인트를 이루는 지점을 파악하고 그것이 서로 겹쳐지지 않게 조합해서 다양한 궤적의 맛을 만들어 내는 것. 이것이 커피브랜딩 원리입니다. 물론 배합 비율에 따라 또 다른 느낌이 만들어지겠죠? 최고의 아이스커피를 찾아서 15

로스팅 파푸아뉴기니의 향을 강하게 느끼기 위해서는 약하게 볶아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커피를 약하게 볶으면 약산 비릿한 생콩 냄새가 남게 되는 단점이 있는데요, 이때 필요한 것이 숙성 입니다. 볶은 커피를 2,3일 정도 숙성(그냥 놔두는 것)시키면 생콩냄새가 부드러워지며 비릿한 맛이 사라지게 됩니다. 바디는 강하지 않되 향이 풍부하고 부드러운 커피를 만드는 비결은 숙성에 있습니다. 만델링은 그 포인트가 뒷맛에 있으므로 세게 볶아주어야 더 묵직하고 깔끔해집니다. 어차피 브랜딩하실 생각이라면 아예 그라인딩을 해서 두 커피를 섞은 후 숙성시켜 주세요. 마치 하나의 새로운 커피처럼 다양한 맛이 부드럽게 결합됩니다~ 최고의 아이스커피를 찾아서 16

콜롬비아 커피의 두 얼굴 2011.01.17 02:23 커피라는 음료는 관성, 혹은 중독성이 매우 강한 음료입니다. 한 번 마시기 시작하면 음용량이 줄어드는 경우가 드물고, 한 번 입맛이 정해지 면 그 맛을 고수하는 경향도 강합니다. 커피믹스를 선호하는 사람은 커피믹스만 찾고, 별다방 커피에 입맛이 길들여진 사람들은 다른 가게의 커피는 맛이 없다고 하죠. 커피(생두)가 생산되는 곳은 커피밸트에 한정되어 있고 그 생산량도 일정한 편인데 반해 커피의 소비량은 위와같은 이유로 계속 증가할 것이 므로 그 가격은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커피 가격에 대한 최신뉴스들 역시나 요 몇 년의 이상기후로 인해 산지의 커피생산량이 줄어들어 작년부터 커피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며칠 전에 는 국제 선물시장에서 한 정체불명의 큰 손이 막대한 량의 로부스타 생두 를 사들여 커피가격이 급등했다는 뉴스도 있었습니다. 또 이런 이유들로 국내 인스턴트커피 업체들이 커피제품의 가격을 올리려 하지만 커피 전문점과의 가격경쟁을 의식해 목하 고민 중이라는 뉴스도 있 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가 커피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정답은... 베트남 입니다. 우리나라 인스턴트커피의 주원료가 베트남 로부스타 커피이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은 인스턴트커피 소비량이 원두커피 소비를 압도하고 있고, 점점 그 격차가 줄어 드는 흐름입니다. 한편 베트남은 최근 2,3년 사이 콜롬비아를 제치고 커피 수출 세계 2위국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다방면에서 베트남의 약진 이 돋보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 커피 수입처 2위는 콜롬비아입니다. 말이 2위이지 인스턴트커피를 제외하고 보면 1위나 다름없습니다. 콜롬비아 커피는 우리나라의 대 콜롬비아 수입액 중 절반에 가까운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먹는 커피도 콜롬비아 커피라고 하죠. 미국은 우리 나라가 커피를 수입하는 나라 5위국이기도 합니다. 다 별다방 의 활약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사실로 볼 때 우리나라는 커피의 맛과 가격에서 콜롬비아 커피의 영향권 하에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콜롬비아 커피는 국내 콜롬비아 커피의 두 얼굴 17

의 커피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거니와 우리가 가장 많이 마셔 온 커피, 커피맛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그 쌉쌀하고 부드러운 맛의 그 커피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협상 진행 중인 한-콜롬비아 FTA 가 성사된다면 그 영향력은 더 강해지겠죠? 커피 같은 열대작물과 지하자원이 주요 수출품인 콜 롬비아와의 FTA, 아직까지는 양국 모두에게 득이 되는 협정으로 보입니다. 콜롬비아 커피의 이중성 콜롬비아 커피의 시장 장악력이 워낙 강하다보니 커피시장에 관한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만 콜롬비아 커피는 그 역사나 맛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가 많은 커피입니다. 콜롬비아 커피의 맛은 강력합니다. 콜롬비아 커피는 입에 머금는 순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강한 신맛으로 입 안을 장악한 후, 곧바로 풍부 한 향을 뿜어내며 혀의 뒷부분과 후각을 자극하고, 목구멍으로 넘어간 뒤에도 강한 바디감과 달작지근한 여운을 길게 남깁니다. 만약 콜롬 비아 커피의 생산량이 적었다면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보다 비싼 커피가 되었을 것이다. 라는 말에 여행기중독자도 동의할 수밖에 없을 정도 로... 여행기중독자의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전문가들의 평가가 더 신빙성이 있겠죠? 콜롬비아 Huila 주 San Agust n 산 커피인 Virmax 는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 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에서 선정한 2010년 최고의 커피로 뽑히며 2년 연속 올해의 커 피상을 수상했습니다. 2위는 과테말라 안티구아, 3위는 온두라스 Marcala 주 Mogola, 그 다음으로 케냐, 페루, 파나마, 하와이가 뒤를 잇고 있습니다. 역시 미국 주관이라 그런지 중남미 커피가 후한 점수를 받고 있는 것 같은데요, 아무튼 콜롬비아 커피의 뛰어남을 증명하는 자료 임에는 분명합니다. 거기다가 콜롬비아 커피는 다른 커피에 비해 10~20% (자메이카의 1/10 가격) 쌉니다. 세계 커피 수출량 3위, 커피산업 종사자 50만 명(국민 7명 중 한명 꼴이라고 함), 국가차원의 커피 관리 원조국(일괄 수매, 등급 및 품질관리)의 경쟁력입니다. 그렇다보니 콜롬비아 커피를 좋아하게 되면 다른 커피를 마실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여기서 콜롬비아 커피의 두 얼굴이 비롯 됩니다. 일예로 다음과 같은 평가도 있습니다. 콜롬비아 커피의 두 얼굴 18

콜롬비아는 소비자에게 별 인기 없는 고급 커피를 생산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국가이다. - 헤닝 제후젠의 <엔조이 커피> 중 콜롬비아 커피는 강한 신맛으로 입맛을 길들여 다양한 커피를 음미하기 어렵게 만든다. - 모 커피체인 CEO의 인터뷰 중 모든 강한 존재들이 그렇듯 콜롬비아 커피는 다양한 미각을 마비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죠. 콜롬비아 커피를 커피계의 황소개구리 나 꽃매미와 같이 보는 것인데요, 이러한 경향은 아프리카 커피를 애용하는 유럽 사람들에게서 강하게 나타납니다. 콜롬비아 커피를 둘러 싼 논쟁은 거대한 커피산업을 두고 벌어지는 우리와는 상관없는 논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한-콜롬비아 FTA를 앞둔 이 시점에서 그 맛에 무력하게 길들여지기 보다는 다양한 커피의 맛과 문화, 거래방식에 관심을 갖는 것이 올바른 소비자의 자 세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울러 커피뿐 아니라 콜롬비아의 사람들, 안데스 산맥과 카리브 해, 태평양, 아마존 밀림을 모두 끼고 있는 그곳의 자연, 소설가 마르께스, 화가 보테로, 여가수 샤키라와 같은 그곳의 예술에 대한 관심도 가졌으면 하고요. 콜롬비아 커피의 상징 후안 발데스 Juan Valdez 콜롬비아 커피와 관련한 뉴스 중 최근의 가장 핫한 소식은 콜롬비아 커피 체인점 후안 발데스 의 국내 상륙 소식이 아닐까 합니다.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노리던 후안 발데스 카페 의 한중일 영업권을 우리나라의 업체가 따냈다 는 소식이 그것입니다. 후안 발데스 는 안데스 산맥을 타고 커피콩을 실어 나르던 당나귀와 콜롬비아 커피농장 아저씨를 상징화한 캐릭터입니다. 전 세계 호감도 제일의 광고 캐릭터로, 6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한편 실제 모델이 누군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당나귀와 농장아저 씨도 콜롬비아 커피의 두 얼굴이 되겠군요. 그 캐릭터만으로도 여윳돈이 있다면 하나 차려보고 싶은 마음이 불쑥 솟는 여행기중독자입니다. 콜롬비아 커피의 두 얼굴 19

내년 초 1호점 런칭을 준비중이라고 하는데요, 아무쪼록 미국, 유럽, 일본계 주도의 커피체인점 문화에 새로운 변화가 오길 바라봅니다. 이 국적이면서도 푸근하고 가격도 착한 체인점이길... 비정규직 알바도 덜 쓰는 체인점이길... 등급과 로스팅 콜롬비아 커피는 크기로 등급을 나눕니다. 가장 큰 사이즈부터 슈프리모(Supremo), 엑셀소(Exelso), U.G.Q(Usual Good Quality), 카라 콜리(Caracoli) 네 등급입니다. 슈프리모 는 스페셜티급, 엑셀소 이상이 수출용, U.G.Q와 카라콜리는 내수용입니다. 예전 케냐&탄자 니아 편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콜롬비아의 커피 관리 시스템은 후발 커피재배국들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로스팅은 밸런스가 좋은 커피이므로 2차 펌핑 직후인 시티 정도로 볶아줍니다. 과도하게 볶을 경우 그 신맛과 향이 쓴맛에 묻히게 됩니 다. 추출의 경우 그 맛이 워낙 강하므로 어떤 식으로 뽑거나 베리에이션(조제)하더라도 훌륭한 맛을 보장합니다. 콜롬비아 커피의 두 얼굴 20

중미 커피의 쓰리 아미고스 2011.01.17 02:22 중미는 질 좋은 커피로 유명한 곳입니다. 북미와 남미 사이를 이어주는 기다란 땅 위에 여러 나라가 오밀조밀 모여 있는 이곳에는 모든 나라에서 커피가 생산됩니다. 말 나온 김에 그 나라들을 한번 위부터 죽 훑어볼까요? 멕시코, 과테말라, 벨리즈, 온두라스, 엘 살바도르,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파나마. 조그만 나라들이 붙어있는 관계로 다 그 나라가 그 나라 같습니다만 각 나라의 문화적인 차이가 뚜렷하고, 커피 또한 그 개성이 뚜 렷합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개성 강한 커피 멕시코 알투라 (Mexico Altura), 과테말라 안티구아 (Guatemla antigua), 코스타리카 따라쥬 (Costa Rica Tarrazu) 를 소개할까 합니다. 일명 중미의 쓰리 아미고스 입니다. 멕시코 알투라 (Mexico Altura) 멕시코 알투라를 처음 맛보았을 때의 느낌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놀라운 발견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첫 번째 놀라움은 그 맛이 예맨 모카 마타리와 흡사하다는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멕시코 알투라는 강한 향과 신맛으로 시작해 뒤에서 향기를 내뿜 으며 솟구치는 궤적을 그립니다. 예멘 모카 마타리처럼 말이죠. 하지만 그 뒷맛은 마타리와는 다르게 가볍고 깔끔합니다. 바디가 약한 관계로 그 버라이어티한 면이 훨씬 도드라지게 느껴집니다. 사람들도 마타리가 적포도주라면 멕시코 알투라는 백포도주다 라고 한다고 하네요. 여행기중독자는 이렇게도 비유하고 싶습니다. 마타리가 화려한 아라베스크 무늬로 수놓아진 겨울 코트라면 멕시코 알투라는 화려한 꽃무늬의 얇은 원피스 같다고. 두꺼운 화려함 과 가벼운 화려함입니다. 만약 이 두벌의 옷이 한 곳에 걸려 있다면 어느 쪽을 고르실지요? 겨울옷이 더 비싸듯 마타리가 두 배 정 도 비싸답니다. 그러고 보니 멕시칸들의 솜브레로(sombrero, 모자) 나 세라페(serape, 망토)가 아랍 남성들의 치장과 유사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혈질적이고 호전적인 기질도 닮아 보입니다. 아랍 남성들이 뭔가 결연하면서도 숙명적인 분위기라면 멕시코 남자들은 소 란스러우면서도 즉흥적이죠. 진지함과 명랑함입니다. 두 커피의 차이와 정확히 일치하네요. 멕시코 알투라 라는 이름 중 알투라 altura 는 지역의 이름이 아니라 고지대 를 의미 합니다.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이탈 리아어 모두 같고, 스페인, 미국, 남미에서 고지대의 지명으로 두루 쓰이고 있습니다. 멕시코에서는 17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나는 최상급 커피를 알투라 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멕시코 알투라 코아타펙 coatapec 이라고 하면 멕시코 베라쿠르즈 지역의 중미 커피의 쓰리 아미고스 21

코아타펙이라는 고장의 고지대에서 생산된 커피라는 뜻이죠. 멕시코만 연안의 유전이 계속 타고 있겠군요. 들리는 말에는 우리나라 경기도만한 기름띠가 생겼다고도 하고, 허리케인이라도 불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하던데... 그곳이나 이곳이나 인간이 벌여놓은 어처구니없는 일들로 바다가 고생입니 다. 로스팅 & 추출 커피는 약하게 볶을수록 향기와 첫맛이, 강하게 볶을수록 바디와 뒷맛이 강해집니다. 멕시코 알투라는 첫맛에서 뒷맛에 이르는 밸런 스가 그 맛의 포인트이므로 대개 양쪽을 모두 살려주기 위해 과하지 않게 시티(city) - 2차 펌핑 직후 '로 볶아줍니다. 추출은 가벼 움 속에 다채로움을 살리기 위해 너무 진하지 않게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에스프레소로 추출했을 때 보다는 드립을 했을 때 더 고 급스럽죠. 과테말라 안티구아 (Guatemla antigua) 멕시코 바로 아래의 나라 과테말라로 갑니다. 과테말라는 나무가 많은 땅 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먼저 국장을 좀 볼까요? 국 장에 그려진 새는 마야문명에서 신성시하는 께찰 입니다. 께찰은 과테말라의 국조인 동시에 화페 단위이기도 하죠. 마야문명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인신공양을 하던 신관들이 머리 꽂고 있던 긴 깃털이 께찰의 깃털이었나 봅니다. 그리고 국장에서 께찰을 둘라 싼 나뭇잎이 바로 커피나무 가지입니다. 과테말라는 국장에 커피관련 문양이 들어가 있는 유일한 나라 인 것 같습니다. 커피를 좋아하는 여행기중독자에게는 케냐 국기의 마사이족 방패 문양만큼이나 인상적입니다. 과테말라 커피는 세계 최강의 스모키 (smokey)' 커피입니다. 멕시코 알투라 보다 바디도 강하고 신맛도 강합니다. 과테말라 커피 는 밸런스도 좋고, 특히 대체 불가능한 스모키함으로 많은 매니아들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과테말라 커피를 잘 가미하는 것은 전문가 들의 브랜딩 비법 중 하나입니다. 별다방 커피가 대표적인 경우죠. 그 맛의 차이는 바로 화산재 토양 때문이라고 합니다. 화산재 토양의 어떤 성분이 뿌리를 통해서, 그리고 바람을 통해서 커피열매에 스며든다는 얘기. 좋은 커피가 나는 많은 곳이 화산재 토양입니다. 화산재 토양의 어떤 성분도 영향을 미치겠고, 또 물 빠짐이 커피 나무의 생장에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중미 커피의 쓰리 아미고스 22

과테말라는 이렇듯 좋은 커피가 나는 나라이긴 합니다만, 잊을 만하면 한인 간 총격전 사건이 들려오는 나라, 문맹률이 60%를 넘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치안이 불안하고 공공시스템이 아직 미약하다는 의미가 될 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미에서 꼭 가보고 싶은 나라이기도 합니다. 우선 그곳은 거대한 마야유적인 띠깔 피라미드 가 있는 곳이지요. <가 보기 전에 죽지마라>에서 이시다 유스케가 세계 최고의 유 적으로 뽑은 곳입니다. 밀림 속에 우뚝우뚝 솟은 피라미드들을 보며 스모키한 과테말라 커피를 홀짝거린다면 최고일 텐데 말이죠. 거 기에 독한 담배 한대를 곁들이면 완벽한 스모키가 되겠죠? 또 과테말라는 스페인어를 가장 저렴하게 배울 수 있는 나라입니다. 사람들이 순박하고, 체류비도 싸고, 저렴하게 1:1식 강의를 들을 수 있어 남미 여행을 앞 둔 장기여행자들이 이곳에 한 달 가량 머물며 기초적인 스페인어를 배우기도 한다고 합니다. 아... 여행기중 독자에게 그런 날이 오기는 오는 걸까요? 뉴스를 끄고 덧없는 설렘을 과테말라 커피 한잔과 담뱃갑에 남미 지도가 그려진 모 담배 한대로 달래보는 오늘입니다. 기분도 그런데 경품 퀴즈 한 번 할까요? 그 동안 블로그를 찾아주신 분들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말이죠. 과테말라 국장의 중앙에 종이 위에 쓰여 진 문구는 무슨 뜻일까요? 댓글로 가장 먼저 정답을 달아주시는 두 분에게 여행기중독자가 직접 로스팅한 과테말 라 안티구아 200g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방문자 1만 돌파하는 날 로스팅 및 배송할 예정입니다. 많이 참여해 주세요... 로스팅 & 추출 조금 세계 볶아주어도 괜찮은 커피입니다. 하지만 너무 많이 볶으면 스모키함이 쓴맛에 방해를 받게 되므로 2차 펌핑 직후까지가 좋 겠습니다. 추출은 어떤 식으로 해 주어도 스모키함을 즐길 수 있습니다. 진하게 뽑을수록 스모키함도 짙어집니다. 코스타리카 따라쥬 (Costa Rica Tarrazu) 과테말라에서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니카라과를 지나 코스타리카로 넘어갑니다. 치안이 불안한 쓰리 아미고스군요. 하지만 코스타 리카에 도착했으니 이제 조금 긴장을 풀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코스타리카는 중미국가들 중 가장 정치가 안정되고 자연을 사랑하 는 나라입니다. 중미 커피의 쓰리 아미고스 23

그 이름도 풍요로운 해안 인 코스타리카는 땅 넓이는 세계의 0.03% 이지만 전세계 생물 다양성의 5%를 보유한 자연강국입니다. 이것은 좋은 기후조건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정책적인 자연보호 정책의 결과라고 하네요. 특별한 자원이 없는 코스타리카는 플랜테이 션 농장을 만들기 위한 벌목과 개간을 멈추고 친환경 국립공원 조성에 힘써 오늘날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국 토의 대부분이 국립공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잘 보존된 숲과 다양한 동식물들을 만날 수 있는 나라입니다. 커피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경작지는 다른 나라에 비해 넓지 않지만 단위면적당 생산량은 세계에서 최고입니다. 생두도 크고 알차죠. 또 아라비카 품종을 보호하기 위해 자생적으로 자라는 로부스타종을 벌목하여 커피의 품질을 관리한다고 합니다. 여러 방면으로 자 연을 잘 관리하는 나라네요. 코스타리카 커피는 역시 그 맛에서도 풍부함 의 대명사입니다. 좋은 멕시코 커피는 사람들을 활발하게 만들지만 코스타리카 커 피는 사람을 진실하게 만든다. 라는 말은 코스타리카 커피의 충실함을 전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부드러운 감칠맛을 베이 스로 해서 두터운 풍미를 선사하죠. 대개 중미커피는 묵직하면서도 섬세한 특징이 있고, 남미커피는 부드러우면서 풍부한 맛을 지니 고 있는데요, 코스타리카 커피는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하고, 풍부하면서도 섬세합니다. 코스타리카 커피의 이름에서는 'SHB'라는 표시를 볼 수 있습니다. 커피의 등급을 나타내는 표시입니다. SHB는 멕시코의 알투 라 와 같이 고산지대에서 생산된 커피를 의미합니다. 풀어서 쓰자면 'Strictly Hard Bean'인데요, 이는 고도 1600-1700m에서 생산 된 커피에 붙는 등급입니다. 멕시코를 비롯한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의 중미 지역에서는 고도에 따라 커피의 등급을 나눕니다. 고도가 높으면 일교차 가 심하기 때문에 낮과 밤의 팽창과 수축이 크고, 이것이 반복되면서 생두의 밀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Strictly Hard Bean'이라고 한 다고 합니다. 고산의 차가 좋고, 고랭지 채소가 맛있는 이유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로 코스타리카 따라쥬 SHB'라고 한다면 코스타리카 따라쥬 지방의 고산지대에서 난 최상급 커피 입니다. 그 아래 등급은 1350-1500m에서 생산된 커피는 'HB(Hard Bean)', 1200-1350m의 커피는 'SH(Semi Hard BEAN)'인데요, 대개 SHB등급은 수출용, HB등급, SH등급은 내수용으로 쓴다고 합니다. 참고로 콜롬비아와 아프리카는 크기에 따라 등급을 결정합니다. 콜롬비아에서 크기가 가장 큰 커피는 슈프리모 라고 하고요, 아 프리카에서는 대개 'AAA'나 TOP'같은 표현을 씁니다. 로스팅 & 추출 중미 커피의 쓰리 아미고스 24

세 가지 커피 중 로스팅에 가장 덜 민감한 커피입니다. 그만큼 안정된 맛을 지니고 있기 때문인데요, 바디감을 높이기 위해서 시티 로스팅(2차 펌핑 직후)보다 약간 더 볶아주어도 괜찮습니다. 세 가지 커피의 적정 로스팅을 비교하자면 시티단계를 전후하여 멕시 코 알투라 > 과테말라 안티구아 > 코스타리카 따라쥬 가 되겠습니다. 추출의 경우 그 묵직함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조금 진하게 뽑아줍니다. 드립을 하면 더 좋고요, 드립 중에서도 천으로 걸러내는 융드립을 하면 더더욱 부드럽고 묵직해집니다. 중미 커피의 쓰리 아미고스 25

킬리만자로의 이편과 저편 - Kenya AA 와 Tanzania Kilimanjaro 2011.01.17 02:21 커피가 재배되는 지역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적도 인근의 선선하고 비옥한 고산지대 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예외적으로 '인 도네시아 로부스타'와 같이 저지대에서 재배되는 커피도 있지만, 대부분의 '아라비카 커피'는 기후가 일정한 고산지대에서 재배됩니 다. 이런 이유로 커피의 이름에는 산 이름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쿠바 크리스털마운틴'처럼 말이죠. 그중 가 장 아름다운 이름은 '탄자니아 킬리만자로(Tanzania Kilimanjaro)' 입니다. '킬리만자로'란 이름의 신비로움은 '마운틴'이라는 정복자 들의 무성의한 작명을 압도합니다. 아프리카의 성산 '킬리만자로' 여러 품종의 미묘한 맛의 차이가 커피라는 음료의 핵심요소라고 볼 때, 커피의 이름은 분류의 틀이자, 그 커피의 캐릭터가 됩니다. 그래서 오늘은 케냐와 탄자니아의 국경이 되는 산 킬리만자로 에 대한 재미있는 상식으로 여행기중독자의 커피다이어리를 시작하 려 합니다. '킬리만자로(Kilimanjaro)'는 킬리마(Kilima) 와 은자로(njaro) 의 합성어입니다. 킬리마(Kilima)는 스와힐리어로 산 을 뜻 하는 '밀리마(milima)'의 변형입니다. 한편 은자로(njaro) 에 대한 해석은 분분합니다. 그리고 그 해석에 따라 킬리만자로 라는 이름의 의미도 달라집니다. 최초로 킬리만자로라는 이름을 기록에 남긴 선교사 Krapf 는 이를 위대한 산 이라고 번역하였다고 합니다. 은자로 (njaro) 의 어원에 대한 언급 없이, 그 이름을 알려 준 이들이 카라반(caravans, 대상)들이었기에, 그들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산, 이정표가 되어주는 산이라는 의미에서 위대하게 여겼을 것이라 추측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처음 킬리만자로를 위대한 산 (mountain of greatness) 이나 카라반의 산(mountain of caravans) 으로 부르게 된 이유입니다. 한편, 마사이족의 언어에서 은자로(njaro)와 비슷한 단어는 물(ngare) 이라고 합니다. 아프리카에서 물은 귀합니다. '물의 산 은 모든 강물이 시작되는 곳을 의미하지요. 또 다른 은자로(njaro)에 대한 이론으로 소수 종족의 수호신 이름이라는 주장도 있다고 하네 킬리만자로의 이편과 저편 - Kenya AA 와 Tanzania Kilimanjaro 26

요. 가장 최근의 학설은 킬리만자로를 합성어로 보지 않고 스와힐리어의 한 단어인 kilemanjaare(정복되지 않는) 이라는 단어에서 찾 기도 합니다. 킬레만자레 라는 원주민의 발음을 서구인들이 들은 그대로 옮기는 과정에서 킬리만자로 로 바뀌었을 것이라는 추측인데요, 이때 킬리만자로는 인간, 독수리, 혹은 표범 등 어떠한 존재로 부터도 정복당하지 않는 산을 의미하게 됩니다. 말하자면 범접할 수 없는 '신성한 산 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상 출처 Hutchinson, J. A. The Meaning of Kilimanjaro, 1965)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해석이 제일 마음에 드는군요. 비록 한때 유럽 강대국들에게 정복당했었지만, 원초적인 자연과 원주민의 민족 정신은 정복될 수 없음을 상징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케냐와 탄자니아는 킬리만자로를 국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북쪽이 케냐이고, 남쪽이 탄자니아입니다. 아프리카 최고의 영산에서 나는 커피이기 때문일까요? 두 나라의 커피는 아프리카 커피 애호가들로부터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커피입니다. 케냐커피는 상큼하면서도 묵직한 맛입니다. 흔히들 적포도주와 같은 맛을 지닌 커피 라고 하고요, 아프리카커피 중 밸런스가 가장 뛰어난 커피 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진한 향기는 원주민 중에서도 우월한 외모를 가진 마사이족의 모습과도 닮아있고, 충만한 밸런스는 마사이족의 걸음걸이만큼이나 불가사의합니다. 그들의 국기에 그려진 마사이족의 방패에서 느껴지는 긍지가 커피에도 그대 로 담겨있다고 봐야겠군요. 한편, 탄자니아 커피는 특유의 신맛과 원초적인 풍미로 가장 아프리카다운 커피 라고 평가됩니다. 아프리카의 가장 높고 신비로 운 산 중턱에서 나는 커피가 가장 아프리카다운 맛을 낸다는 사실이 마냥 흥미롭기만 합니다. 자, 이제 킬리만자로의 신비한 바람을 상상하며 두 잔의 커피를 마셔볼까요? Kenya AA -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잊어라!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의 배경은 케냐입니다. 작가 카렌 블릭 센 의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한 덴마크 여자가 커피농장을 일구며 겪는 슬픈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광활한 아프리카의 풍경 과 그 위에 감미롭게 흐르던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그리고 젊은 시 절의 메릴 스트립과 로버트 레드포드의 미모가 빛났던 작품인데요, 최근 킬리만자로의 이편과 저편 - Kenya AA 와 Tanzania Kilimanjaro 27

원작소설이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원작 소설은 사랑이야기보다는 카렌이 십여 년간 커피농장을 일구며 겪은 이야기들이나 거기서 만난 원주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 다고 합니다. 식민지의 침략자이면서도 그곳의 사람들과 현실을 우호적으 영화 vs 소설 / 열린책들 로 다루고 있다고 하니, 덴마크의 대표적 여류작가에게서 동화의 아버지, 알고 보면 여행기 전문작가 인 안데르센의 향취가 느껴 질 것만 같습니다. 읽을 책이 또 한 권 늘어나네요. 아프리카의 커피는 식민지 노예 착취의 대표적인 작물입니다. 다행이 카렌 같은 인간적인 주인을 만난 노예들은 좀 덜 고달프기도 하고, 다소의 대화가 가능했겠습니다만, 식민지에서 벌어진 잔혹한 착취의 역사는 어떤 식으로든 미화되거나 무마될 수 없는 슬픈 역 사입니다. 케냐커피를 마시며 마냥 모차르트나 메릴 스트립이나 로버트 레드포드에 취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커피 자체가 아니라 강대국들의 탐욕이겠지요. 케냐는 아프리카에서도 비교적 늦게 커피를 재배하기 시작한 나라로, 1899년 경 선교사들에 의해서 전해져 재배되기 시작하였다고 하는데요, 바로 위쪽에 위치한 에티오피아에서 13세기 경 커피가 탄생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뭔가 두 나라간의 심상치 않은 길고 긴 긴장을 예감 케 합니다. 서구 열강으로부터 독립한 케냐의 주요 수출품은 여전히 차와 커피입니다. 식민지 시대의 연속인 것으로만 생각할 수 있겠으나, 그 내막을 보면 생각이 조금 달라집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케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체계적으로 커피를 생산, 관리하는 나라입니다. 커피가 비록 식민지 대농장을 위해 재배되기 시작한 작물이긴 하지만 독립 이후의 케냐에게 는 가장 중요한 수출작물입니다. 케냐는 개별적인 농장들이 유럽상인들에게 착취당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정부에서 일괄적으로 커피를 관리한다고 합니다. 케냐의 커피 산업은 정부와 농민과 거래업체의 대표자로 구성된 KCTA(Kenya Coffee Trader Association, 케냐커피무역협 회) 의 주도하에 생산, 마케팅, 연구, 경영, 재정지원 됩니다. 쉽게 말해 국가주도의 협회에서 커피를 모두 한곳으로 모으고, 품질에 따라 등급을 결정하고, 관리가능한 일정한 장소에서 경매를 하여 품질과 가격을 관리하는 체계입니다. 여기에 커피를 구입하는 외국무역업체들과 국내 거래상으로 구성된 'CBK(Coffee Board Of Kenya, 커피무역협회)'와 'Coffee Research Foundation(커피연구원) 이 각각 거래와 품질관리와 품종개량 등을 관리합니다. 킬리만자로의 이편과 저편 - Kenya AA 와 Tanzania Kilimanjaro 28

국가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케냐커피의 이름에는 생산지의 이름 대신 등급이 붙어있습니다. 최상급인 케냐 에스테이트 (Kenya Estate)'와 보통의 커피와 다르게 열매 하나에서 한 개의 둥근 콩이 나오는 케냐 피베리(Kenya Peaberry)부터, 크기별 로 '케냐 AA' '케냐 A' '케냐 AB' '케냐 C'로 분류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케냐 AA' 가 유통되고 있습니다. 콜롬비아에서 도입하였다고 하는 이 일괄 시스템은 현재, 콜롬비아에서보다 훨씬 철저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케냐에서 함부로 커 피나무를 베거나 훼손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정도라고 하니, 국기에 그려진 마사이족의 방패에서 그들의 완고한 성향이 느껴집니다. 이런 이유로 케냐 커피는 뛰어난 맛과 일정한 품질을 보장하고 있고, 전 세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가장 훌륭한 커피 중 하나로 인정 받고 있습니다. 농민을 상대로 대출이자 장사나 하는 우리네 농협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죠? 정부가 농민들에게 선진화와 경쟁력을 강조할 때는, 같은 강도와 같은 논리로 정부나 농협의 실질적인 선진화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정부의 역할은 잘 하는 놈을 밀어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농민들과 함께 다수의 농민이 잘 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데 있을 테니까요. Tanzania Kilimanjaro 흥분을 가라앉히고, 많은 여행자들이 킬리만자로로 향하는 그 길을 따라, 케냐 뭄바사(Mombasa)에서 탄자니아의 모사이(Mosai)로 넘어갑 니다. 킬리만자로의 두 봉우리가 보입니다. 하나는 눈을 이고 있고, 하나는 검은 바위입니다. 그래서 봉우리의 이름도 하나는 Kibo ( 점 이라는 뜻으로 흰 눈 위에 있는 검은 돌들을 의미) 이고, 하나는 Kimawenze(날카로운 바위) 입니다. 이곳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부족은 차가족(chagga) 으로, 그들은 이 봉우리들을 그냥 Kichagga 혹은 Wachagga (언덕)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그들이 왜 킬리만자로를 언덕이라고 부르는고하니,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는 커다란 몸체에 두 봉우리가 마 치 뿔처럼 솟아있는 산이어서, 몸체가 언덕처럼 평평하기도 하고, 또 몸체에 붙어있는 두 봉우리가 작아보여 언덕처럼 보이기 때문이 라고 합니다. 하지만 5800미터의 산을 등정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어서 언덕을 오르는 기분으로 도전하다가는 사경을 헤매기 쉽 상이라는군요. 커피 이야기가 너무 여행이야기로 흘러버렸군요. 스와힐리어는 대단히 시적으로 느껴져 자꾸만 그곳의 더 깊은 곳으 로 들어가려 하는 것 같습니다. 킬리만자로의 이편과 저편 - Kenya AA 와 Tanzania Kilimanjaro 29

탄자니아는 케냐보다도 늦게 커피재배를 시작하였지만, 그 맛으로는 가장 아프리카다운 커피 로 평가됩니다. 신맛으로 시작해 쌉쌀한 원초적인 풍미로 입안을 가득 채우다가 깔끔한 뒤끝으로 사라지는... 원초적인 향기 라고 밖에 표현 할 수밖에 없는 맛입 니다. 그래서 그런지 헤밍웨이도 탄자니아 커피를 가장 좋아했다고 하는군요. 맹수사냥을 하면서 커피를 홀짝이는 헤밍웨이, 킬리만자로 설산 아래에서 자동차가 전복되어 둘째부인의 간호를 받으며 사경을 헤매는 헤밍웨이가 떠오릅니다. 도저히 동질감을 느낄 수 없는 그의 라이프스타일에도 불구, 그의 취향은 여행기중독자에게 묘한 환상을 유발시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헤밍웨이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길은 그곳을 직접 다녀오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노예무역의 중심이었던 탄자니아의 섬 잔지바르 Zanzibar 의 눈물은 여전히 마르지 않았으므로, 커피 한 잔에 헤밍웨이만큼 대담 하지 못하고, 쿨하지 못한 여행기중독자입니다. 결국 환상이 아닌 아픔을 나누는 것만이 인간적인 태도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좋은 커피는 역시 많은 이야기,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군요. 로스팅과 브랜딩 두 커피 모두 아프리카 커피 중에서 묵직한 바디를 자랑하는 커피이므로 조금 세게 볶아주어야 합니다. 중간 맛을 받쳐주는 커피인 브라질과 브랜딩을 하면 풍부한 맛을 더할 수 있고, 여기에 에티오피아 커피를 더해주면 향기에서부터 바디까지 버라이어티한 맛을 만들 수 있습니다. 킬리만자로의 신비로운 바람과도 같은 Kenya AA 와 Tanzania Kilimanjaro. 긴 망설임 끝에 불기 시작한 봄바람과 함께 마시기 딱 좋은 맛을 가진 커피입니다 ~ 킬리만자로의 이편과 저편 - Kenya AA 와 Tanzania Kilimanjaro 30

화합을 부르는 커피, 인도네시아 커피 2011.01.17 02:19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 사람들이 예멘의 알 모카 항에서 커피나무를 밀반출하여 처음으로 아프리카 밖에서 커피를 재배한 곳입 니다. 그리고 커피나무는 인도네시아에서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의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퍼져 북으로는 중국의 윈난, 남으로는 파푸 아뉴기니까지 재배지를 넓히게 됩니다. 오늘, 여행기중독자는 커피의 길을 따라 인도네시아로 가봅니다. 인도네시아는 수마트라(Sumatra), 자바(Java), 칼리만탄(Kalimantan), 술라웨시(Sulawesi)를 비롯하여 1만 8천여 개의 섬을 가진 나라입니다. 각 섬마다 풍토가 달라 커피도 13종 이상이 됩니다. (모두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마셔 본 바에 의하면) 인도네 시아 커피는 다른 커피와 만나 커피의 맛을 완성시키는 한편 다른 음식의 맛을 더해주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도 네시아 커피를 화합의 커피 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로부스타(Robusta)와 아라비카(Arabica) 커피의 품종은 크게 로부스타 와 아라비카 로 나뉩니다. 아라비카 커피 는 재배 조건이 까다롭고 병충해에 약한 품종입니 다. 고도 1000미터 이상, 적당한 온도와 강수량이 있어야 재배가 된다고 하는데요, 향과 맛이 로부스타보다 좋다고 평가를 받고 있습 니다. 자메이카 블루 마운틴 부터 콜롬비아 나 인도네시아 만델링 등 우리가 사서먹는 대부분의 원두커피가 아라비카 커피 입니다. 로부스타 커피 는 우리말로 자생종, 혹은 야생종이라고도 하는데요, 그 성장 조건이 아라비카에 비해 덜 까다롭고, 병충해에도 강 한 품종입니다. 기후 변화가 심하지 않은 수마트라 섬의 넓은 저지대에서 대량 생산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되는 커피의 97%가 로부스타입니다. 기후 변화가 없어서 그런지 맛도 단순합니다. 오로지 로부스타만으로 커피를 뽑을 경우 향기가 없고 쓴맛이 강합니다. 당연히 그 가격도 판매되는 생두 중에 가장 저렴합니다. 그런데 향이 커피 맛의 전부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로부스타 커피는 그 어떤 아라비카도 능가할 수 없는 강한 뒷맛(after taste) 을 가지고 있습니다. 커피를 한 모금 넘기고 나서 커피가 혀에 착 달라붙는 느낌, 다음 한 모금을 부르는 달짝지근한 쓴맛, 화합을 부르는 커피, 인도네시아 커피 31

그리고 아라비카 커피의 세 배에 달하는 카페인 함량의 증거인 혀에 남는 저리한 여운, 이것이 로부스타의 맛입니다. 로부스타의 매력 다. 로부스타 커피는 대개 인스턴트커피 를 만드는 주재료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커피를 진하게 우린 물을 급속 냉동 건조시키는 것이 인 스턴트커피 입니다. 커피를 우리면 향기는 날아가고 카페인 함량은 높아집니다.) 자세히 알고 보면 로부스타의 세계는 훨씬 깊고 오묘합니 1. 스페셜티 커피 (Specialty coffee) 로부스타는 유명한 바리스타가 만든 브랜딩 커피(일명 스페셜티 커피)에 대부분 꼭 들어갑니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대체 불가능한 강한 뒷맛 때문입니다. 와인이나 커피 모두 마시고 나서 입안에 남는 맛과 향의 흡착력을 바디(Body) 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로 부스타는 향이 좋은 아라비카 커피를 앞으로 보내고, 맨 밑바닥에 머물다 강한 바디감으로 커피를 완성시킵니다. 로부스타는 여기에 더해 높은 카페인 함량을 가지고 있어 각성효과라는 화학적인 만족감을 담당합니다. 카페인은 분명 중독을 불러 오는 물질이긴 합니다만 각성효과가 커피의 중대한 효능이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카페인의 유해성은 여전히 논란 중으로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하네요. 어쩌면 커피에 관해 과학적으로 결론나지 않은 유일한 문제일 것 같습니다.) 요컨대 로부스타는 가장 싼 값에, 가장 뒤에서, 그리고 가장 효과적으로 커피의 맛을 완성시킵니다. 화합이란 희생이 뒤따르는 일일지언정, 조화를 이루는 순간 그 희생은 빛나는 법 이라는 걸 로부스타를 통해 깨닫게 됩니다. 갑자 기 구호 하나를 외치고 싶네요. 희생하는 자여, 그대에게 영광이~ 라는. 화합을 부르는 커피, 인도네시아 커피 32

2. 코피 루왁 (Kopi Luwak) 따지고 보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도 로부스타입니다. 얼마 전 시트콤을 통해 화재가 되었던 한 봉지에 백만원 한다는 커피 인 코피 루왁 은 수마트라 섬에 사는 루왁 이라 불리는 사향고향이의 배설물에서 건져낸 커피인데요(베트남에는 원숭이가 그 역 할을 한다지요), 수마트라 섬에서 재배되는 커피의 97%가 로부스타라고 할 때 사향고양이가 먹는 커피는 분명 로부스타일 확률이 높 습니다. 코피루왁은 사향고양이의 동물적 감각에 의해 선별된 맛있는 열매가, 사향고양이만의 소화효소에 의해 숙성되어서 특별한 맛을 낸 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배설물의 형태는 커피가 배설물에 의해 붙어있는 형태로 우리의 강정과 같은 모양입니다. 오묘한 향과 풍 부한 맛이대단하다고 합니다만 지속 가능한 음용을 추구하는 저로서는 맛보기가 두렵군요. 아무튼 이것이 세계에서 가장 싼 커피인 로부스타가 가장 비싼 커피인 코피 루왁 으로 새로 태어나는 과정입니다. 3. 변비 로부스타의 매력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유럽의, 특히 프랑스의 커피 소비량의 절반 이상은 로부스타 입니다. 그 이유는 맛도 맛이려 니와 그 효능에 있다고 합니다. 유럽인들에게 변비는 고기를 많이 먹는 식습관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일반적이면서도 심 각한 증상이라고 하는데요, 커피의 변비에 대한 효능은 유럽이 커피를 일상적으로 마시게 된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합니다. (<커피 견문록> - 프랑스 혁명과 커피) 그 원리는, 로부스타는 향이 없으므로 대개 강하게 볶아서 먹는데요 (특히 프랑스는 숯이 되기 직전까지 볶는다고 합니다. 전문용어 로는 풀 시티 로스팅 ), 이때 발생된 다량의 탄소성분과 본래 함유된 다량의 카페인이 합쳐져서 변비에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합 니다. 로부스타는 스페셜티 커피의 필수요소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의 원료이며, 유럽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음용되는 변비 치료제요, 우리가 가장 많이 마시는 커피인 인스턴트커피의 원료입니다. 축구에 비유하자면 커피계의 리베로 입니다. 인도네시아 만델링 과 인도네시아 자바 잠피 화합을 부르는 커피, 인도네시아 커피 33

만델링 과 자바 잠피 는 그 이름이 표현하는 지역에서 소량으로 생산되는 인도네시아 아라비카 커피입니다. 19세기 초, 인도 네시아를 휩쓸고 지나간 커피 녹병 에서 살아남은 아라비카 커피들 입니다. 그 맛은 인도네시아 커피답게 향보다는 중간 맛 (2nd taste)에 포인트가 있는데요, 그 자체로도 훌륭한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특히 다른 음식과 곁들여 먹을 때 음식의 맛을 오묘하게 돋궈줍니다. 그런데 만델링과 자바 점피 가 음식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은 확연하게 다릅니다. 1. 인도네시아 만델링 (Indonesia Mandheling) 혹자는 만델링의 맛을 두고 비온 뒤의 흙냄새 라고 표현합니다. 첫맛은 약하지만 입 안에 들어와 머무는 순간 지체 없이 향긋한 흙냄 새를 강하게 품깁니다. 원초적인 느낌이고, 왠지 몸에 잘 스밀 것 같은 맛입니다. 바디는 로부스타보다는 약하지만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 면 강한 편입니다. 음식의 맛에 혀가 익숙해질 즈음 만델링을 한 모금 마셔줍니다. 첫맛이 강하지 않으므로 처음에는 음식을 촉촉하게 적시다가 잠시 후, 강력한 친화력을 발휘하며 음식의 맛에 또 하나의 풍미를 더합니다. 원초적인 향기라서 그런가요? 만델링은 그 향기로 음식의 맛과 합쳐지며 제 3의 시너지효과를 불러 일으킵니다. 만델링을 마시며 자연스러운 것이 다양한 시너지효과의 출발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만델링으로 만든 아이스커피는 단연 최고입니다. 아이스커피 이야기는 무더운 여름, 따로 포스팅하기로 하겠습니다.) 2. 인도네시아 자바 잠핏 (Indonesia Java Jampit) 자바 잠핏 의 뒷맛은 만델링에 비해 강도는 덜합니다만, 은은하게 퍼지는 고소한 맛이 특징입니다. 가벼운 호두 향을 낮고 길게 이어갑 니다. 화합을 부르는 커피, 인도네시아 커피 34

자바 잠핏 이 음식과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일단 처음에는 음식 맛의 밑으로 파고들어 기분 좋은 입가심을 선사합니다. 인도네 시아 커피 특유의 존중의 미덕입니다. 그러다가 중간 맛에 이르러 고소한 맛을 풍기기 시작하면 음식의 고소한 맛을 두 배로 만듭니 다. 특히 빵이나 과자, 케잌 등 밀가루 음식과 잘 어울리고요, 어떤 음식과 먹어도 씹을 필요 없는 견과류를 뿌린 것 같은 뒷맛을 남 깁니다. 자바 잠핏 의 교훈은 아름다운 화합은 존중에서 시작되는 법 이라고 생각됩니다. (또 하나의 유명한 인도네시아 커피 술라웨시 토라자(Sulawesi Toraja) 는 아직 먹어보지 못한 관계로 나중에 먹고 나서 보충하 기로 합니다.) 생두와 로스팅 로부스타의 생두는 크고 단단합니다. 콩이 단단하다는 건 골고루 볶아주기 어렵다는 뜻이 되겠죠? 하지만 로부스타는 많이 볶아주어 야 제 맛이므로 과감하게 볶습니다. 아래 사진에 불이 붙은 것 보이시나요? 맛있는 오일이 타고 있는 것입니다. 수망으로 로스팅을 하다보면 종종 이런 경우가 생기는데요, 당황하지 마시고 얼른 불에서 떼어내 후후 불어 꺼주시면 됩니다. 로부스타는 물로 세척한 생두이므로 체프가 거의 날리지 않습니다. 만델링의 생두는 작은 크기에 진하고 어두운 초록색입니다. 못생겼다고 하기보다는 개성 있는 생김새라고 표현하고 싶군요. 중간 이상으로 볶아주어야 잡냄새가 제거되고 깔끔한 맛을 냅니다. 자바 잠핏 의 생두는 작고 예쁜 모양입니다. 얌전한 고소한 맛을 풍기기 위해서 인지 모양도 얌전합니다. 자바 잠핏 역시 중간 이상(2차 크랙 1분 내외)로 볶아줍니다. 부족한 대로 함께 화합을 부르는 커피, 인도네시아 커피 35

인도네시아의 국가표어는 Bhinneka Tunggal Ika (빈네카 퉁갈 이카), 다양성 속의 통일 이라고 합니다. 커피의 맛과 국가표어 간 의 논리적인 관계를 주장하는 건 억지스러운 일이겠죠? 하지만 큰 틀에서 볼 때 인도네시아라는 나라의 생존법과 그 나라의 커피특 성이 유사하다는 점은 흥미로운 발견 입니다. 인도네시아 커피는 일반적으로 맛있다고 하는 커피와는 다른 맛을 지닌 커피입니다. 그렇지만 인도네시아 커피는 나름의 미덕을 밑 천 삼아 다른 커피를 만나고, 다른 음식을 만나 최고의 커피로 다시 태어납니다. 이것은 빛나는 희생과 다양함의 공존과 일단의 존중 이 있기에 가능한 것 같습니다. 화합 이라는 단어가 유난히 절실한 이 시점에, 잠시 인도네시아 커피를 맛보며 그 신비한 힘을 우리에게 불러오고 싶은 마음입니 다. 화합을 부르는 커피, 인도네시아 커피 36

커피의 절대 강자, 예멘 모카 마타리 (Yemen Mocha Mattari) 2011.01.17 02:17 예멘 모카 마타리(Yemen Mocha! Mattari) 는 풍부한 향과 두터운 뒷맛이 완벽하게 조화된 커피입니다. 처음 마시는 그 순간, 단번에 아랍 남성들이 차고 다니는 긴 칼이 떠올랐습니다. 은과 금으로 만든 손잡이에 보석이 박혀있고, 넓적한 칼날이 반달 모양을 그리는 두툼한 칼날처럼, 예멘 모카 마타리는 화려한 첫맛을 두텁게 밀고 가다가 마지막에 휙~하고 육중하게 하늘로 솟아오르는 맛 을 가지고 있습니다. 화가 고흐도 이 커피를 가장 좋아했다고 하니 스스로의 입맛에 마구 신뢰가 생깁니다. 세계 3대 커피 대개 세계 3대 커피하면 자메이카 블루 마운틴, 하와이안 코나, 예맨 모카 마타리 를 꼽습니다. 모두 강한 개성과 나름 의 완벽한 밸런스를 가진 커피들입니다. 이들이 3대 커피로 자리 잡은 이유는 그 뛰어난 맛과 적은 생산량에 있습니다. 커피를 둘러싼 속설 중에 우리나라에 대량 판매되는 스페셜티 커피는 80%이상이 가짜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생산량으로 볼 때 그만큼의 수량이 유통되기도 어려울뿐더러 그것을 시중에 나온 그 가격으로 유통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계산을 깔고 하는 얘기입 니다. 완전히 사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다른 원두를 섞었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지요. 일반적인 생두와 비교할 때 예멘 커피의 가격은 두 배 정도, 하와이안 코나는 여섯 배, 자메이카 블루 마운틴은 열배 정도 합니다. 생두를 사서 먹는 여행기중독자도 선뜻 주문하기 부담스럽습니다. 이쯤 되면 그 가격이 싸면 싼대로, 비싸면 비싼대로 미심쩍은 생각 이 들게 되어 차라리 콜롬비아나 케냐처럼 저렴하고 맛있는 커피를 먹는 것이 맘편한 일입니다. 그런데 일단 먹어보니 아, 이런 게 커피 맛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렴한 커피를 블랜딩 할 때 맛의 기준을 제시하 는 셈이 된다고 할까요? 의심 없이 커피의 맛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커피를 직접 로스팅 할 때 느끼는 작은 보람입니다. 그 중에서도 예멘 모카는 세계 3대 커피 중 가장 감동적인 맛이었습니다. 아랍과 유럽을 커피에 미치게 만든 장본인답게 묵직하면서도 버라이어티한 커피였습니다. 커피의 절대 강자, 예멘 모카 마타리 (Yemen Mocha Mattari) 37

예멘 모카커피의 여정 예맨 모카는 '에티오피아 모카 하라르(Ethiopia Mocha! Harrar)'가 홍해를 건너가 변형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더 좋은 환경을 찾아 에티오피아에서 예멘으로 향했듯이 커피도 그 길을 통해 홍해를 건넌 셈입니다. 아라비아 반도 서남쪽 구석에 조그만 나라, 예멘의 남쪽은 홍해와 인도양을 면하고 있기 때문에 아프리카와 아라비아 반도를 통틀어 가장 온난한 기후를 가진 것 으로 유명합니다. 그중 특히나 습한 지역인 중앙 산간지 바니마타리 지역에서 나는 커피가 바로 예멘 모카 마타리 입니다. 에디오피아 커피의 향이 비옥한 토양과 좋은 기후를 만나 강력한 초콜릿 향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애초에 커피 사탕이나 초콜릿의 재료로 사용되었다고 하니 예멘모카는 이미 오래전 우리의 무의식에 자리 잡고 있는 그 맛입니다. 예멘 커피는 그 맛으로 순식간에 커피의 존재를 아랍과 유럽에 알립니다. 커피는 예멘의 알 모카 항에서 이슬람으로 퍼져나갔습 니다. 이슬람은 치열한 논쟁 끝에 커피를 술과는 다른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카후아 라는 음료를 공식화했고, 오스만투르크의 수 도 이스탄불에 이르러 상류계급의 커피 회합인 사론 이 대중화되면서 카페문화가 탄생됩니다. 십자군 전쟁 당시 네덜란드 사람 들, 혹은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버려진 커피자루를 들고 가서 유럽 사람들도 커피를 알게 되었고, 네덜란드 상인들은 결국 커피를 사 기 위해 알 모카 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강대국들은 몰래 각자의 식민지로 커피나무를 가져갑니다. 네덜란드는 인도네시아 로, 프랑스는 브라질로... 설렁탕 효과 라는 말이 있죠. 설렁탕을 좋아하지 않던 사람도 맛있는 설렁탕을 먹어보면 설렁탕을 좋아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작 금의 이 거대한 커피 산업을 불러 온 것은 따지고 보면 예멘 커피의 설렁탕 효과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00년 전통의 맛 예멘의 커피 농장은 지금도 대농장화 되지 않고 400년 전 옛날 방식 그대로 재배, 가공하고 있다고 합니다(여기서 옛날 방식이란 소 커피의 절대 강자, 예멘 모카 마타리 (Yemen Mocha Mattari) 38

량의 커피를 자연 건조하여 가공하고 있다는 뜻). 그래서 예멘의 생두는 못생긴 걸로 유명합니다만 자연건조로 인해 풍미가 강해는 것은 물론 100% 유기농이라는 사실. 그런데 문득 이렇게 강력한 커피가 왜 강대국이나 대자본의 손을 타지 않은 걸까 궁금해집니다. 자메이카 블루 마운틴이나 하와이안 코나도 알고 보면 일본인들의 대대적인 투자와 관리 하에 스페셜티 커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역사학자가 아닌 이상 그 이유를 명 확하게 밝혀내긴 어렵겠습니다만 한번 발동한 호기심이 멈추질 않는 관계로 좀 깊이 들어가 봅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예멘이라는 나라의 폐쇄성과 카트 라고 하는 준 마약성 식물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예맨은 커피 이전에는 유향 으로 상당히 번성했던 나라입니다. 시바의 여왕 으로 유명한 시바 왕국은 예멘에 있던 왕국입니다. 유향 은 종교의식 의 필수품이었기에 유향의 주 생산지이던 시바 왕국은 그 명성이 이스라엘의 솔로몬 왕에게까지 전해질 정도로 부유하였다고 합니 다. 그런고로 이 유향의 채취나 제조에 관한 사항은 시바 왕국의 1급 산업 비밀이 됩니다. 결국 그들의 영화는 유럽이 그리스도교화 되 는 바람에 더 이상 종교의식에 유향을 사용하지 않게 됨으로써 막을 내리게 됩니다. 그런데 몇 세기 후 커피가 다시 예멘에 부를 불 러 옵니다. 예멘 모카커피의 강력함도 강력함이거니와, 아프리카의 커피도 사하라 사막에 막혀 결국 판로를 찾아 알모카 항에 집 결하게 됩니다. 이번엔 커피가 유향처럼 예멘의 1급 산업비밀이 됩니다. 네덜란드 상인들이 이 커피나무를 악착같이 숨겨서 인도네시아 자바섬이나 실론으로 가져가 재배하기도 합니다만, 다른 곳에서 자란 커피는 같은 품종이라 하더라도 예멘 커피와 같은 맛을 내지 못합니다. 그들은 이런 식으로 무역의 요지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정보를 제한했고, 그래서 더욱 폐쇄적이고 호전적이 되지 않았을까 생 각해 봅니다. 예멘과 아프리카 소말리아 사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석유의 길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오랫동안 사우디아라비아나 미국과 유럽에 시달리면서도 요충지라는 이점을 이용해 독립성을 유지합니다. 그들은 결국 서방세계를 등에 업은 사우디아라비아를 견제하기 위해 소련과 손을 잡습니다. 이슬람교 하나로도 폐쇄적인 나라가 되기 쉬운데 그들은 사회주의 국가이기도 했으니 예멘의 폐쇄성은 두 배 가 됩니다. 커피의 절대 강자, 예멘 모카 마타리 (Yemen Mocha Mattari) 39

그곳은 지금, 그 폐쇄성으로 인해 가난하고 혼란스런 나라가 되었습니다만, 어쩌면 그 이유로 여전히 최고의 커피를 만들어 내고 있 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행기중독자에게 그곳은 여전히 신비합니다. 카트 거기다가 예멘에는 커피를 능가하는 효능으로 커피를 몰아낸 카트 가 있습니다. 카트는 생잎을 따서 씹어 먹는 식물이라고 하는 데요, 남아메리카의 코카 잎 과 비슷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슬람의 남성들은 술을 마시지 않는 관계로 저녁마다 모여서 수다를 떠는데요, 커피나 차로 술을 대신하던 그들은 이제 카트를 씹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요즘 예멘에서는 커피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합니다. <커피 견문록>의 저자가 예멘에서 커피를 찾기 위해 며칠을 헤매 다녀야 했을 정도이니 이제 그들은 거의 커피를 먹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예멘에서 커피가 카트의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 이유는 첫째, 카트의 소비량 때문입니다. 예멘의 성인 남성은 소득의 30%를 카트 값 으로 쓴다고 할 정도로 그들은 카트를 애용한다고 합니다. 둘째, 카트는 커피와 달리 별도의 가공을 거치지 않고 바로 먹는 고로, 이 윤은 커피보다 좋고, 수공은 훨씬 덜 들어간다고 합니다. 예멘의 많은 커피 농민들은 지금도 커피 밭을 갈아엎고 카트를 심고 있다고 합니다. 카트는 정신을 약간 혼미하게 만드는 식물로 국민 건강이나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하는데요, 커피를 사랑하는 저 로서는 아무쪼록 남아있는 커피 밭이라도 안전하기를 바래봅니다. 한편으로는 커피를 몰아낸 카트 의 맛도 궁금해지긴 하네요... 로스팅과 추출 예멘 모카는 향이 풍부한 커피이므로 너무 많이 볶지 말라고 합니다. 예멘 모카는 약하게 볶았을 때 제대로 초콜릿 향을 풍기고, 신맛이 뛰 어납니다. 뒷맛도 에티오피아 커피에 비해 덜 쓰고요. 하지만 역시 제 입에는 로스팅 표준보다 좀 더 볶아주었을 때가 훨씬 맛있었습니다. 예멘 커피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로스팅도 중요하지만 추출도 중요합니다. 예멘 커피는 진하게 마셔야 제 맛을 느낄 수 있 습니다. 진하게 뽑을수록 맛도, 향도 깊어집니다. 비싼 커피라고 아끼지 말고 듬뿍 퍼 담아 주세요. 커피의 절대 강자, 예멘 모카 마타리 (Yemen Mocha Mattari)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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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커피는 왜 신성할까? 2011.01.17 02:16 에티오피아 커피의 개성은 강한 향에 있습니다. 에티오피아 커피를 한 모금 마셔보자면, 일단 커피를 볶을 때부터 강한 향을 풍기기 시작해, 추출한 후에도, 그리고 입 안에 들어오는 그 순간에도 오로지 그 향기로만 사람을 취하게 만듭니다. 여행기중독자는 '기아와 난민으로 유명한 에티오피아에서 이런 커피가 나오다니, 거꾸로 이런 커피가 자라는 나라가 그토록 가난하고 척박하다니...' 하는 생 각에 빠지곤 합니다. 에티오피아 커피는 왜 신성할까? 에티오피아 커피는 세계 최초의 커피였습니다. 목동이 유난히 팔팔한 염소를 보고 발견했다는 커피는 그 후 수도사들의 각성을 위한 음식이 되었고, 오로모족의 전투식량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오로모족은 현재 에티오피아 인구의 30% 정도라고 합니다) 알다시피 그곳은 예나 지금이 척박한 곳이고, 그들의 요리란 것은 은제라 라고 하는 부침개와 고기를 푹 삶아 고기와 국물을 건 져 먹는 윗 처럼 단순합니다. 향신료는 로마시대 이후에 들어왔다고는 하는데 지금도 서민들은 비싼 향신료를 충분히 가미하기 어렵겠죠. 커피를 볶아먹는 방법을 몰랐던 그 시절, 한 알의 생두가 실수로 모닥불에 떨어져 움막 안을 향기로 가득 채웠을 그 순간, 그들은 얼 마나 경이로웠을까요? 그런데 그 최초의 커피가 지금도 전 세계에서 가장 향이 강한 커피라니 그 또한 새삼 경이롭습니다. 그 뿐인가요. 에티오피아는 호모사피엔스 이달투 라는 현생인류와 가장 가까운 유인원의 두개골이 발견된 곳이기도 합니다. 인류 와 커피가 시작된 곳이라고 생각하니 에티오피아 땅에는 뭔가 신성한 기운이 있는 것만 같습니다. 에티오피아 커피는 왜 신성할까? 42

에티오피아 커피의 향기가 신성한 또 다른 이유는 훈증소독 에도 있지 않을까 추측됩니다. 과거 사람들은 좋은 연기가 병균을 소 독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안데르센의 여행기에 보면 다뉴브 강을 건너며 훈증소독을 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다뉴브 강 저편에 역병이 창궐하자 강 건너에서 온 사람들을 상대로 역병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40일 정도 집단 수용을 하였습니다. 이때 그들이 하루 한 번씩 하던 검역조치는 다름 아닌 약재를 태운 연기를 쐬는 훈증소독. 이러한 훈증소독의 예는 키르기스스탄의 유목민에서도 볼 수 있었는데요, 처음 천막을 치고 나서 간난 아기를 들이기 전에 좋은 향 기가 나는 나뭇잎을 태워 공기를 소독합니다. (EBS 다큐 프라임 중앙아시아의 스위스, 키르기스스탄 편) 18세기 중반의 유럽, 그리고 중앙아시아의 유목민들까지도 연기의 효험을 믿고 있는 걸 보면, 칼디 라는 목동이 커피를 발견한 9 세기에 퍼졌을 커피연기의 신성함은 대단하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에티오피아 커피를 마시면 항상 이 기도문이 떠오릅니 다. 엘레 부나 나가이 누클렌 (커피주전자는 우리에게 평화를 주고) 엘레 부나 이졸렌 하구다투 (커피주전자는 아이들을 자라게 하며) 후르마티 하구다투 (우리를 부자가 되게 하나이다) 완 함투 누라 도우 (부디 우리를 악에서 보호하여주시옵고) 보카이 마르그 누켄 (우리에게 비와 풀을 내려주시옵소서) - 가리족과 오로모족의 기도문 (스튜어트 리 앨런의 <커피 견문록> 중) 에티오피아 커피에 대한 원주민들의 종교적 경외심은 이 마지막 구절, 우리에게 비와 풀을 내려주시옵소서 에 분명하게 드러납니 다. 에티오피아 커피는 왜 신성할까? 43

오로모족은 섹스와 죽음을 찬양하는 분칼레(bun-qalle) 라는 의식에서도 나이든 사람들이 버터에 볶은 커피를 씹고 사람들을 축 복한다고 하니, 에티오피아 커피 향기는 원시적인 신성함의 향기라 여겨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에티오피아 커피의 종류 에티오피아 커피의 생두는 다른 종류의 커피보다 크기가 작고, 투명한 초록색입니다. 대개 생두는 고온 다습하고 토양이 비옥할수록 크기가 커지고, 볶았을 때 기름이 많습니다. 그러니 에티오피아 커피는 건조하고 척박한 그곳의 풍토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 을 것 같습니다. 에티오피아 커피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에티오피아 이가체프, 에티오피아 모카 시다모, 에티오피아 모카 하레르가 그것입니 다. (여기서 모카란 한때 커피거래의 중심이었던 예멘의 유명한 항구이름(알 모카, Al-mokha)으로, 나중에는 커피의 다른 이름이 되 기도 하였으며, 향기가 좋은 커피를 따로 부르는 이름이기도 합니다.) 에티오피아 커피의 공통점은 생두의 모양이 거의 비슷하고, 모두 강한 향을 가지고 있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가볍다는 점입니다. 즉, 첫 향은 매우 강하지만 입 안에 들어갔을 때나 삼키고 나서의 느낌은 강하지 않습니다. 한편 각 종류별로 그 향의 정도와 밸런스는 약간씩 다른데요, 그러니 다른 이름이 붙었겠지요. 다음은 제가 마셔 본 바에 의한 맛의 차이입니다. * 에티오피아 이가체프 (Ethiopia Yirgacheffe) 향(aroma)이 가장 강합니다. 중간 맛(second taste)과 뒷맛(after taste)은 유난히 가볍고 신맛과 쓴맛이 강합니다. 고로 흐리게 추 출해서 먹을 때는 뒤를 받쳐주는 커피와 블랜딩을 하면 강한 향이 있는 밸런스를 만들어 줍니다. 에스프레소로 진하게 추출하는 것 도 뒤를 강하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이가체프로 뽑은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듬뿍 넣으면 지구상에서 가장 환성적인 커피가 됩니다. * 에티오피아 모카 시다모 (Ethiopia Mocha! Sidamo) 에티오피아 커피는 왜 신성할까? 44

이가체프보다 향은 덜하지만 에티오피아 커피 중 밸런스가 가장 좋습니다. 스트레이트로 드립 할 경우 시다모가 최고입니다. * 에티오피아 모카 하레르 (Ethiopia Mocha! hararr) 하레르의 맛은 이가체프와 시다모의 딱 중간입니다. 개성이 약한 탓일까요? 하레르에서 커피 중개상을 했던 시인 랭보는 사실 하레 르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그는 무기 중개도 했다고 합니다). 지저분하고 커피도 맛이 없는 곳이라고 불평했다고 하지요. 그래서 그런지 그는 여기서 몹쓸 병을 얻게 됩니다. 하지만 하레르 커피의 묘한 밸런스는 예맨으로 건너가 재배되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커피인 예맨 모카 커피 를 탄생시킵니다. 하레르는 맛 그 자체보다 랭보(현지인들은 람보 라고 부른다지요)나 예맨 커피를 상기시키며 강한 추억의 향기를 풍기는 커피입 니다. * 로스팅의 주의점 대개 향이 강한 커피의 경우, 너무 많이 볶지 말라고 합니다. 커피가 볶아질수록 향이 약해지고 쓴맛이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로스팅 표준 도표를 보면 황토색으로 표시 될 정도로 약하게 로스팅하라고 합니다만, 제가 마셔 본 결과로는 이렇게 볶으면 씁쓸한 생콩 냄 새가 남아 중간 맛이나 뒷맛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그러니 따로 블랜딩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2차 크랙을 잠깐 하고 옅은 갈색이 날 때까지 볶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조금 많이 볶아도 그 강한 향은 어디 가지 않습니다. 또 한가지, 에티오피아 커피의 생두는 작고 단단하므로 태우지 않도록 조금 더 신경을 써 줘야 합니다. 더 빨리 돌리고, 자주 뒤집어 주어야 한다는 뜻. 로스팅하는 동안에 체프가 많이 날리는 편이고, 향기도 강합니다. 로스팅을 하고나면 신성한 연기가 방 안을 가득 채웁니다. 이제 기도를 해야 할 시간입니다... 에티오피아 커피는 왜 신성할까? 45

엘레 부나 나가이 누클렌, 엘레 부나 이졸렌 하구다투, 후르마티 하구다투, 완 함투 누라 도우, 보카이 마르그 누켄! 에티오피아 커피는 왜 신성할까? 46

커피 집에서 로스팅 하는 법 2011.01.17 02:15 로스팅(roasting) 이라는 말은 굽는다 라는 뜻으로 커피뿐만 아니라 요리 전반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말입니다. 커피를 로스팅 한다고 할 때는 볶는것 을 의미하지요. 로스팅의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원시적인 직화식이나 숯불식, 열풍 기계식 등이 많 이 쓰이는 종류이고요, 시중에는 직화식 자가 로스팅을 좀 더 용이하게 할 수 있는 각종 도구들도 있습니다. 이 기계식 로스팅기는 대량의 커피를 일정한 정도로 볶기 위해 개발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집에서 먹을 소량을 로스팅할 경우, 기계 를 사용하지 않고도 어렵지 않게 로스팅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근 1년째 가스버너와 수망(스테인레스 망)으로 로스팅을 하고 있는 데요, 생각보다 쉽고 간단합니다. 그래서 커피 블로그를 집에서 하는 로스팅 방법으로 시작하려 합니다. 커피를 직접 로스팅하면... 1. 저렴합니다 로스팅해서 판매되는 저렴한 원두커피 가격과 비교할 때 절반 정도의 가격으로 신선한 커피를 먹을 수 있습니다. 로스팅 되지 않은 커피콩(bean)을 생두(green bean)이라고 하는데요, 제가 알기로는 로스팅한 커피는 관세가 붙어도, 생두에는 관세가 붙지 않는다 고 하는군요. 그래서 가격차이가 엄청납니다.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직접 로스팅한다면 경제적이면서도 꽤 좋은 취미생활을 갖게 되 는 셈입니다. 2. 건강에 좋습니다 커피가 건강에 좋으냐, 나쁘냐에 대해서는 여러 설과 이론이 있습니다만, 커피에 들어있는 성분인 폴리페놀 은 노화를 예방하고 커피 집에서 로스팅 하는 법 47

기억력을 좋게 만들어주는 활성물질입니다. 그런데 이 폴리페놀이 가장 많을 때는 로스팅하고 나서 5일 전후라고 하는군요. 커피가 산폐되면 몸에 안 좋은 물질이 생기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맛도 로스팅을 한 후 5일 전후가 가장 좋습니다. 이 기간에는 커피를 삼키고 나서 입 안에 살짝 단맛이 돕니다. 3. 커피가 가장 맛있는 기간 기호품으로서의 커피와 와인의 가장 큰 차이는 유통기한에 있습니다. 와인은 숙성되면서 깊은 맛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커피는 신선도가 생명입니다. 일반적으로 커피 생두의 유통기한은 잘 보관할 경우 2-3년 정도까지 입니다. 하지만 로스팅을 하게 되면 커피는 급속도로 산폐됩니다. 대개 분쇄하지 않은 경우는 한 달, 분쇄를 한 경우는 일주일을 넘기면서 그 고유의 맛을 잃어버리기 시작합니다. 아무리 좋은 커피도 산폐 되기 시작하면 가장 싸고 질 낮은 생두를 갓 볶은 것보다 못합니다. 커피의 맛은 커피를 볶고 나서 2-3일 후가 되었을 때가 가장 좋습니다. 커피가 볶아지면서 생겼던 내부의 탄소 성분이 빠져나가며 숙성되는 것인데요, 그렇게 보면 한번 로스팅한 커피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기간은 5일 정도가 됩니다. 그렇다고 갓 볶은 커피의 맛이 숙성된 커피보다 꼭 더 떨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갓 볶은 커피는 단맛은 덜하지만 그 대신 향이 훨씬 풍부하므로 선호하는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겠습니다. 4. 커피의 맛을 알게 되는 즐거움 커피를 직접 로스팅할 때의 즐거움은 뭐니 뭐니해도 다양한 품종의 커피를 직접 맛볼 수 있다는데 있습니다. 생두는 대개 500그램이 나 1킬로 단위로 판매 하는데요, 매번 살 때마다 다른 종류의 커피를 사서 볶아먹다 보면 여러 종류의 커피 맛을 알게 됩니다. 커피 종류별로 다들 개성이 있으니 로스팅을 계속하다보면 자신의 입에 맞는 커피를 찾게 될 것입니다. 당연히 밖에서 먹는 커피 맛에도 예민해져서 일 년 정도 로스팅을 한 후에는 어느 정도의 맛을 평가(컵핑, cupping)할 수 있게 됩니 커피 집에서 로스팅 하는 법 48

다. 예민한 분이라면 어떤 종류의 원두를 사용하고 있는지, 신선한 것인지 오래된 것인지도 대충 판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저처럼 여행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각 나라의 풍토까지 상상하는 재미도 있겠지요. 집에서 로스팅 하기 자, 그럼 로팅을 시작해 볼까요? 1. 원리 로스팅의 원리는 생두를 서서히 가열하여 생두의 내부 온도를 태우지 않고 200도까지 올리는데 있습니다. 그런데 프랑스의 경우 는 대개 거의 숯이 될 정도로 로스팅을 해서 마신다고 하니 약간 태워도 상관없습니다. 너무 조심스러울 필요는 없다는 얘기! 중요한 것은 서서히 입니다. 가장 쉽게 생각해서 보리를 집에서 볶아서 보리차를 먹는 것과 유사하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조금 덜 볶이더라도, 혹은 조금 타더라도 보리차가 못 먹을 정도는 되지 않듯이 커피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종류별로 가장 적당하다고 하는 로스팅 표준 같은 것이 있긴 합니다만 그것도 로스팅을 하면서 자신의 취향에 맞추게 됩니다. 로 스팅 정도와 맛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같이 얘기해 보도록 하지요. 2. 준비 장비는 말씀드린 대로 가스렌지(일면 부루스타)와 스테인레스 수망 2개입니다. 수망은 동네 그릇가게에서 각각 1만원, 5천원 주고 사서 1년 째 쓰고 있습니다. 생두는 인터넷에서 '커피 생두'를 검색하셔서 온라인에서 주문하시면 되겠습니다. 집에서 로스팅을 할 경우 가장 큰 문제는 공간입니다. 연기는 집안 탈취 한다 생각하고 환기만 해주면 되지만, 볶는 동안에 커피콩의 커피 집에서 로스팅 하는 법 49

껍데기(체프, chaff)가 좀 많이 날립니다. 생활공간은 좀 그렇고요 나중에 청소하기 좋은 베란다나 창고에서 합니다. 그리고 가스불이 일정해야 하니 바람도 불지 않아야 합니다. 고로 연기는 로스팅이 끝나고 한 번에 환기 합니다. 3. 로스팅 시작 일단 한줌의 생두를 수망에 올립니다. 대개 100그램 이하의 양을 볶습니다. 양을 너무 많이하면 불이 골고루 가지 않아 커피가 볶아지는 정 도가 불규칙해지니 가급적 조금씩 볶는 게 좋습니다. 쉽게 말해 휴대용 가스렌지를 사용할 경우 주먹 만큼이면 적당합니다. 불과 커피의 거리는 25센티미터 가량을 두고 수망을 천천히 돌립니다. 커피를 살짝 익혀준다는 기분. 그러면 생두에서 살짝 연기가 올라옵니다. 그러면 손목으로 수망을 까불러서 뒤집어 주어 위에 있는 생두가 밑으로 가게 합니다. (프라이팬으로 볶음 요리할 때와 같은 액션입니다)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하면 생두가 투명한 초록색으로 변합니다. 돌리고, 뒤집고... 단순한 동작의 반복. 3-4분가량 지나면 이제 커피콩이 황토색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수망을 5센티미터 가 량 불쪽으로 내린 후 조금 더 빠르게 계속 돌리고 뒤집어 줍니다. 커피가 골고루 같은 색깔을 보일수록 로스팅 고수입니다. 비싼 기 계도 알고 보면 다 골고루 일정하게 볶기 위해 고안된 기계입니다. (진행상 콩의 상태를 보아 불을 조절할 필요를 느낀다면 렌지의 불을 조절을 하지 마시고 수망을 적당히 올렸다 내렸다 하면 됩니 다.) 4. 1차 크랙 커피 집에서 로스팅 하는 법 50

이 상태에서 3-4분 가량이 지나면 커피콩이 갈색이 되고, 큰 소리로 탁, 탁 소리가 납니다. 콩 터지는 소리, 커피가 맛있어지는 소리입니다. 커피의 내부온도가 다 올라왔다는 뜻이니까 타지 않도록 하려면 좀 더 빨리 돌리고 뒤집어 주어야 합니다. 5. 2차 크랙 1차 크랙에서 2-3분 정도면 커피는 진한 갈색을 띠기 시작하고, 기름이 배어나와 반짝거립니다. 콩이 튀는 소리도 탁탁 소리가 아니라 자작 자작 소리를 냅니다. 1차 크랙이 양철지붕에 드문드문 우박 떨어지는 소리 같다면 2차 크랙은 잔비가 열심히 내리는 소리 같다고 할 수 있습 니다. 이 과정을 2분 내외로 하다가 불을 끕니다. 6. 냉각 이제 커피 로스팅은 끝났습니다. 실내에 연기가 꽉 차 있을 테니 창문을 엽니다. 가열된 커피가 계속 타고 있을 테니 냉각을 시켜주어야 합 니다. 옆에 대기하던 수망을 대고 쏟아줍니다. 이건 시골에서 곡식 껍데기를 날리는 키질과 같은 과정입니다. 커피를 식히는 한편 커피 속에 남아있는 껍데기(채프)를 걸러내면 됩니다. 커피 집에서 로스팅 하는 법 51

잡티가 다 제거된 것 같으면 종이(A4지나 달력종이)를 깔고 널어줍니다. 커피를 마저 식히고 내부의 탄소가 날아가게 하기위해서입 니다. 7. 청소 및 분쇄 바닥에 떨어진 체프도 쓸어줍니다. 커피가 다 식으면 마른 양념을 가는 믹서기에 적당량을 갈아 원하는 방식으로 추출해서 드시면 됩니다. 저는 그냥 커피메이커로 내려먹습니다. 생두주문에 체프에 연기에... 처음엔 엄두가 안 나서 저도 망설였는데요, 세 번 정도 하고나니 바로 숙달 되더군요. 두 번의 로스팅, 주말 30분이면 일주일 정도 먹습니다. 1년 정도 되니 이제 주변에서 모두들 제 커피를 기다리게 되어버렸습니다. 커피 집에서 로스팅 하는 법 52

커피콩, 보관의 정석 2010.12.17 20:49 최근 커피 시장이 급성장하고 커피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커피 관련 정보나 지식들이 인터넷을 통해 많이 유통되고 있다. 특히, 지난 십 년간 에스프레소 커피 시장이 커지면서 고급 원 두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고 이에 따라 로스팅과 이른바 핸드드립 커피도 자연스럽게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젠 조금만 커피에 관심이 있다면 인터넷을 통하거나 로스터리 카페에서 자신이 원하는 다양한 원두를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만큼 커피 소비자 대중들은 커피에 대한 기 준이 까다로워진 셈이라 커피 회사들도 지금까지와는 달리 보다 긴장하게 되었다. 다시말해 커피도 음식이란 측면에서의 접근과 조명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커피는 갓볶은 것이 신선하고 맛 있다는 엄연한 진리(하지만 그 동안 감춰졌던 상식)가 이제 시장을 바꾸고 있다. 갓볶은 커피는 바로 마셔야 제 맛? 갓볶은 커피가 좋은 것은 분명하지만 무조건 갓볶은 커피가 맛있는 것은 아니다. 갓볶은 커피가 맛 있으려면 어떤 생두를 어떻게 볶았는지에 대한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또한 어떻게 추출을 했는지도 중요하다. 하지만 오늘은 일단 갓볶은 커피 원두의 보관법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예전에 어떤 커피 관련 TV 프로그램에서 로스터 기기에서 갓볶아진 커피에 코를 대고 향을 맡는 장면이 나온 것 을 본 적이 있다. 아마도 연출된 장면일 것이다. 사실 갓볶은 커피 그러니까 로스팅 기기에서 막 볶 아 나온 커피는 오히려 커피향이 많이 나지 않는다. 이때는 향보다 색깔이나 오일 방출 유무를 확인 하는 것이 옳다. 로스팅 직후의 커피에서 향이 약한 이유는 볶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커피향의 발산을 막 고 있기 때문이다. 커피 원두는 아주 미세한 작은 구멍들로 구성되어 있는데(이는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이 작은 구멍 안에 이산화탄소가 가득차 있다. 이런 이산화탄소가 다량으로 남아있으면 커피를 추출했을 때 커피맛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갓볶은 커피에는 이산화탄소가 날아 갈 시간이 필요한 데 이것을 숙성 기간이라고 표현한다. 로스팅을 얼마나 강하게 했는 지에 따라서 이 숙성 기간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개 로스팅 후 3일~5일 사이의 커피가 가장 커피향이 풍부한 정점이 된다. (보통 이를 숙성 이라고 부른다. 참고로 인터넷으로 원두를 구입하면 주문 후 로스 팅해서 보내주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숙성이 되어 맛있는 시점이 시작될 때 배송되는 장점이 있다.)그 리고 15일 이내 소진하는 것이 좋다. 앞으로 커피 원두를 구매할 때 참고 하시기 바란다. 분쇄 야욕 분쇄하자! 또한 원두를 구매할 땐 분쇄한 커피 보다는 갈지 않은 홀빈 상태의 커피를 사는 것이 좋다. 왜냐하 면 위에 언급했듯이 커피는 작은 구멍으로 이루어져있기에 그라인더로 커피를 갈아 버리면 커피 향 커피콩, 보관의 정석 53

을 머금고 있는 구멍들이 없어지는 셈. 따라서 순식간에 커피향이 날아가버릴 뿐 아니라 공기 중 산 소와 접하는 면적이 증가하여 커피 산패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진다. 보통 분쇄 후 5일이 지나면 커 피향은 없어지기 시작하고 산화가 지속될수록 맛은 그 만큼 떨어진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이유로 갓볶은 커피 원두 구매는 반드시 홀빈 상태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홀빈으로 구입하고 싶어도 분쇄기가 없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 데 앞으로 지속적으로 커피를 즐길 계획이라면 커피 분쇄기 정도 하나는 장만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커피 분쇄기는 크게 전동식과 수동식이 있는데 쓸만한 전동식 분쇄기는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 이 있다. 그렇다고 가격이 저렴한 전동식 분쇄기는 전동 모터의 열이 커피의 맛을 떨어뜨리고 심지 어 모터의 고장이 잦은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왕 구매하리라 마음 먹었다면 수동식 핸드밀을 추 천하고 싶다. 그 이유는 가격이 저렴하고 자신의 힘으로 커피를 가는 수고를 통하여 커피 마시는 과 정 자체에 정성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산화탄소(CO2)를 발산시키지 않는 그러니까 지 구를 살리는 친환경적인 행동을 실천하는 멋진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커피 마실 때 마다 커피를 직 접 갈면 당연히 귀찮고 힘들 수 있지만 커피 브레이크를 삶의 여유로 승화시킬 수 있는 또 다른 기 회라 생각하고 한번 도전을 해보시길! 최적의 보관이 최고의 맛을 지킨다. 그럼 구입한 커피 원두는 어떻게 보관을 해야할까? 앞서 언급했지만 커피는 갈지 않더라도 결국 산 패가 된다. 산패란 커피가 산소와 맞닿아 화학 반응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화학 반응으로부터 커피를 지켜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완벽한 방법은 없다. 하지만 최선의 방법은 있다. 그것은 밀폐 용기에 보관하고 빨리 마셔 없애는 것이다. 그런데 밀폐 용기라 해서 가정에서 많이 쓰는 프라스틱 재질은 피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커피 원두의 향이 플라스틱 용기에 스며들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고유의 냄새가 커피에 섞여 커피향을 변질 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드시 유리로 된 밀폐 용기(커 피 하나 마시려면 살게 참 많군!)에 실온 보관한다. 이렇게 유리 재질로 된 밀폐용기가 답 이다. 만약 당장 이런 용품의 준비가 어렵다면 커피를 빨리 먹어 치우자! 저기요! 그냥 고무줄로 커피 봉투 꽁꽁 묶어 냉장고에 보관하면 안되나요? 네, 절대 안됩니다. 라고 커피콩, 보관의 정석 54

대답하고 싶다. 커피는 자체 향도 강하지만 다른 냄새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냉장고나 냉동고에 들어있는 각종 다른 음식 냄새들이 이 커피에 빨려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커피를 방향제나 탈 취제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커피를 구매하면 그 커피가 어떠한 봉투에 담겨져 있 는지 여부를 막론하고 구매와 동시에 유리로 된 밀폐 용기에 옮겨 담아야 한다.(물론 봉투 그대로 유리 밀폐 용기에 넣는 것은 상관없음.) 이렇게 커피 보관은 커피의 맛과 직결되는 중요한 과정 중 의 하나다. 아무리 최고의 생두로 최고의 로스터가 볶은 커피일지라도 보관이 허술하면 그 커피는 생명을 잃는다. 매우 당연한 이치다. 왜냐하면 커피도 음식이니까. 커피콩, 보관의 정석 55

커피, 그 기나긴 여정의 시작 2010.12.17 20:47 커피의 재배 조건, 이젠 제/대/로 말할 수 있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커피 나무 열매의 씨를 볶은 것이다. 지금까지 마셔왔던 대부분의 커피를 인스턴트 커피 형태로 소비 하다보니 커피 열매 구경은 커녕 로스트 빈(볶은 커피콩)을 직접 구경하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 또는 로스터리 카페(직접 커피 콩을 볶아 판매하는 커피하우스)의 증가와 인터넷의 수많은 커피 동호회를 통해 커피의 로스팅과 신선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대중 들에게 점차 알려지고 있다. 안전하고 좋은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작금의 상황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고급 원두 커피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아라비카종 커피는 인스턴트 커피용으로 재배되는 로부스타종 커피에 비해 재배 조건이 무척 까다롭 다. 보통 적도를 기준으로 북위 남위 27도 사이의 아열대 기후 지역을 '커피 벨트'라 부르며 이 지역에서 커피가 자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 만 커피의 재배 조건은 이렇게 간단히 정의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커피의 재배 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기온과 강우량이라고 한 다. 년중 1,200mm~2,000mm에 이르는 강우량이 물론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비를 받쳐줄 수 있는 토양이라 하겠다. 그것도 적당히 수분을 머금으면서 걸러낼 수 있는 땅 말이다. 이런 땅이 없다면 아무리 비가 많이 내려도 커피를 재배할 수 없다. 또한 따뜻한 기온이란 조건에서도 정작 중요한 것은 항상 따뜻한 온도가 아니라 낮과 밤의 적정한 온도차다. 낮과 밤의 온도차는 커피 열매 의 이완과 수축을 반복시켜 조밀도를 높혀 맛과 향을 뛰어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을 갖추기 위해선 이상적인 고도가 필요하다. 아라비카종 커피의 이상적인 재배고도는 1,500m~2,000m로 알려져있다. 커피, 그 기나긴 여정의 시작 56

그런데 사실 온도와 강우량 말고 매우 중요한 전제 조건이 하나 있다. 어쩌면 제일 중요한 것일 수 도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서리가 내리면 안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커피 벨트 지역이라 하여도 커피 농장에 서리 한번 내리면 농장을 옮겨야 할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커피는 파종을 해서 첫 수확을 하려면 최소한 2~3년이 지나야 가능하기 때문에 서리 피해는 커피 농가에 큰 타격을 준다. 하지만 해발 고도 가 3,000m 넘더라도 에콰도르나 코스타리카에선 맛좋은 커피가 나오고 이른바 음영수(Shade tree, 커피 재배에 필요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식물을 말하며 대표적으로 바나나와 야자나무가 있다.)가 없더라도 구름이 그늘을 만드는 자마이카, 하와이, 콜롬비아 나리노 등을 보노라면 역시 커피 재배는 신의 영역인 것이다.(현재 60여개국에서 커피가 재배된다.) 커피, 그 기나긴 여정의 시작 자, 이렇게 자연 조건이 충족된 공간과 시간대에 재배된 커피 나무의 열매가 빨갛게 익으면 드디어 수확을 한다. 커피콩은 커피 열매로 부터 크게 두가지 방식으로 얻어지는데 수세식 건조 가공 방식과 자연 건조 방식이 그것이다. 수세식 가공은 잘 익은 커피 열매가 물에 뜨는 성질 을 이용한다. 물에 붕붕 뜬 열매만을 골라내 탈곡기를 거치면 껍질이 벗겨진다. 그리고 다른 한가지 방법인 자연 건조 방식은 열매 그대로 말리는 것인데 말리는 방법도 태양에 그대로 말리는 것과 건조 기계를 이용하여 말리는 방법이 있다. 이와 같이 건조 방식에 차이가 있는 이유는 자연 조건도 한 몫하겠지만 무엇보다 돈이다. 경제력이 있는 농장이라면 자연 건조 방식 보다는 보다 설비를 갖춰 수세식 건조 방식을 사용한다.어쨌든 이러한 건조 방식을 통하면 커피 열매는 적절한 수분을 함유한 파치먼트(씨앗) 상태 가 된다. 여기서 우리가 또 한가지 알아둬야 할 것은 파치먼트 상태까지 만들 수 있는 농장들이 생각만큼 많지 않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커 피 열매(커피 체리) 상태로 그대로 갖다 파는 소규모 영세농이 많다는 것인데 이러한 농가들은 그 만큼 자신의 농작물을 값싸게 넘길 수 밖 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게다가 커피의 질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체 넘기는 아픔까지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유럽의 공정무역 커피 단체 들은 이렇게 중간 유통 단계에서 벌어지는 농가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파치먼트 단계까지 생산할 수 있는 설비들을 지원해 주면서 농 가 소득을 높히고 그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파치먼트 상태로 생산된 커피콩은 주로 커피 커피 협동 조합에 모이게 되는데 이곳에서 커피는 커핑(cupping, 맛 테이스팅 과 커피, 그 기나긴 여정의 시작 57

정)을 거쳐 등급을 받는다. 이것은 마치 우리의 쌀 농사 추곡 수매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등급을 받은 커피는 등급별로 분류되어 세계의 커피 무역 회사에 판매가 된다. 커피 무역 회사들은 커피 생두 주문이 들어오면 도정(파치먼트를 생두로 만드는 과정. 그러 니까 커피 씨앗의 얇은 껍질을 제거하는 과정으로 쌀 도정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을 해서 생두 상태로 만든 후 커피 포대에 담아 선적 한다. 커피 포대는 보통 6,70kg 단위로 되어있다. 커피, 그 기나긴 여정의 시작 58

커피 포대 따라잡기 2010.12.17 20:45 커피 포대 따라잡기 엘살바도르 커피 포대는 옆의 사진에 있는 '아가베'라 하는 선인장을 이용하여 만든다. 아가 베는 중남미 커피 산지 부근에 널려 있는 식물로 데낄라의 원료가 되기도 하고 약으로도 사용되는 그곳 사람들에겐 매우 유용한 식물이다. 최근엔 시럽으로 만들어 국내 유통되고 있기도 하다. 하여간 저렇게 생긴 선인장과 마대 자루 느낌의 커피 포대를 연상시킨다는 것이 어렵긴 하겠지만 사실이다. 저 아가베를 자르면 성긴 섬유질이 그대로 드러난다. 커피 포대에 담긴 생두는 커피의 기나긴 여정이 시작될 준비를 마쳤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커피 포대를 잘 보면 그 커피의 이력을 알 수 있는 정보가 담겨져 있을 뿐 아니라 자국 커피의 상품성을 높이거나 마케팅 차원에서 최근엔 커피 포대에 신경을 많이 쓰는 추세다. 예를들어 커피 포대엔 기본적으로 어느 나라의 커피인지, 그리고 어떤 농장에서 생산된 커피인지가 기본적으로 써있으며 가공방식과 수확 년 도, 등급, 스크린 사이즈 등은 물론이고 수출하는 회사 이름까지 적혀 있는 경우도 있다. 커피 포대 따라잡기 59

여기서 잠깐, 커피의 등급 얘기가 나온 김에 등급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자. 커피의 등급 기준은 나라마다 다른데 크게 세가지 기준으로 분류한다. 첫째는 재배 고도로 나누는 방 법으로 주로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멕시코 등 중앙 아메리카에서 많이 사용한다. 제일 높은 고도에서 생산된 그러니까 1,200m 이상 지역에서 생산된 커피가 SHB(Strictly Hard Bean) 또는 SHG(Strictly High Grown) 등급이다. 과테말라 안티구아 커피나 코스타리카 따라주 등이 대표적이다. SHB 밑으로 HB,HG 그리고 PW가 있다. 커피 포대 따라잡기 60

두번째 방법으로는 결점두수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결점두란 불량 커피콩의 갯수를 말한다. 보통 300g 을 샘플링하지만 미국은 350g을 기 준으로 하고 하여간 그 안에 담긴 결점두 수를 통해 등급을 나타낸다. 예컨대 에티오피아 모카 하라 롱베리 G-4라 하면 G-4가 등급을 나타 내는데 G는 grade를 뜻하고 4는 300g 중 결점두가 20~45개 나왔단 뜻이다.(참고로 G-1은 0~3개, G-2는 4~12개) 지난 시간 복습 차원에 서 다시 설명드리면 에티오피아는 생산국명, 모카는 수출 항구 이름, 하라는 지방이름, 롱베리는 길쭉한 콩의 생김새를 뜻한다. 세번째 방법은 콩의 크기로 가늠하는 것으로 보통 스크린 사이즈란 말을 사용한다. 구멍이 크기 별로 슝슝 뚫린 스크리너란 것이 있는데 이 것을 기준으로 한다. 1 Screen이라 함은 1/64inch의 크기를 뜻하며 대략 0.4mm의 크기다. 그러니까 18 Screen은 약 7.14mm의 크기를 말하고 'A'등급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더블A(AA) 등급은 19 스크린이며 엑스트라 라지 빈(Xtra Large Bean)이라고도 한다. 단, 케냐 AA(더블 A)는 아프리카 기준으로 18스크린이다. 곡식의 알갱이가 굵으면 보기가 좋고 상품성이 높듯이 커피도 마찬가지로 큰 놈이 인 기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알갱이가 작은 피베리가 맛으로 개성이 있고 에티오피아 모카 하라 커피의 크기가 들쭉 날쭉 못생겼지만 그 맛과 향에서는 단연 커피의 본좌를 넘보는 것으로 봐서는 크기만이 최고가 아니다. 이 점은 커피나 사람이나 역시 똑같이 적용된다. 커피 포대 따라잡기 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