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측정을 위한 긴급강제채혈의 절차와 법리 A Study on the Urgent Compulsory Blood Collecting for Investigation of Driving while Intoxicated 양 동 철 * (Yang, Dong-Chul) < 차 례 > Ⅰ. 서론 Ⅱ. 체내신체검사와 긴급압수ㆍ수색ㆍ검증의 허용범위 Ⅲ. 긴급강제채혈의 허용범위와 법적 성격 Ⅳ. 관련 판례의 사안과 분석 Ⅴ. 긴급강제채혈에 관한 외국의 사례 Ⅵ. 긴급강제채혈의 적법성 확보 방안 Ⅶ. 글을 마치면서 주제어: 음주운전, 강제채혈, 신체검사, 혈액검사, 증거능력, 감정, driving while intoxicated, compulsory blood collecting, physical examination, blood test, admissibility of evidence, expert evidence. I. 서론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내고 의식불명이 된 음주운전 피 의자들로부터 혈중알콜농도 측정을 위한 긴급강제채혈 1) 을 한 다음, 감정을 하는 *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경희법학연구소 연구위원 / 변호사. (투고일자: 2013.05.10, 심사일자: 2013.05.23, 게재확정일자: 2013.06.12.) 1) 운전자의 동의 아래 채혈을 하는 경우를 동의채혈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런데 운전자
慶 熙 法 學 제48권 제2호 2013 사례가 실무상 자주 발생한다. 그 과정에서 채혈절차의 위법성 때문에 음주운전 의 유일한 증거인 감정서의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음주운전자 본인의 동의를 받지 않는 한, 가족 등 이 해관계자의 동의를 받는다 하더라도 긴급강제채혈은 적법하지 않다고 판시하여 엄격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 형사소송법에는 긴급강제채혈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이를 허용하 는 명문의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음주운전과 같이 인간 의 생명 신체에 심각한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범죄에 대한 증거확보가 어려운 사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2)3) 정확한 음주측정치의 확보는 실체적 진실의 규명을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전제 이다. 이는 단순히 음주운전죄의 증거로서만이 아니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 른 처벌 여부 4), 나아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위험운전치사상)죄 등 가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 법적 절차에 따라 강제적으로 채혈을 하는 경우를 비동의 채혈 내지는 강제채혈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현행법상 강제채혈의 경우 판사의 사전영장에 따라 시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시간이나 절차의 지연으로 사전 영장을 받아서는 음주측 정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긴급한 경우 판사의 사전영장 없이 강제채혈을 하는 경우 를 이 글에서는 긴급강제채혈이라고 정의하고자 한다. 2) 도로교통법 제44조 제2항은 음주측정을 위한 호흡조사를 원칙으로 하고, 그 측정결과에 불 복하는 운전자에 대하여만 동의 아래 혈액측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으로서 제44조 제2항에 따른 경찰공 무원의 음주측정에 응하지 아니하는 경우,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제2호에 따라 음 주측정거부죄로 처벌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음주측정거부죄는 형사처벌의 적정성 여부에 대 해서 부정적 견해도 다수일 뿐 아니라 음주측정거부죄의 존치만으로 실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점이 해결되기는 어렵다. 이 논점에 대한 보다 자세한 논의는 심규홍, 음주운 전 처벌의 실무상 제반 문제점, 창원지방법원 재판실무 3집(2005), 347면 이하 참조. 3) 운전자로부터 음주측정에 관한 동의를 얻을 수 없다면(운전자가 동의를 하지 않는 경우와 의식불명 등으로 동의를 하지 못하는 경우 등을 모두 포함한다) 판사의 영장을 발부받아 강제채혈한 후 이를 감정하여 혈중알콜농도를 측정하여야 하고, 강제채혈을 할 수 없거나 또는 운전시점으로부터 이미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여 혈중알콜농도를 측정한 때에는 위드 마크 공식을 활용하여 운전 시점의 혈중알콜농도를 추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위드마크 지수, 시간당 체내 알콜 분해량 등이 각 개인마다 편차가 생기므로, 실제 실무에 있어서 는 이러한 요소를 고려하지 아니하거나 개인적 편차를 무시하였을 경우 증명력이나 증거 능력이 부인되기 쉽다. 더욱이 음주운전의 유무죄를 판가름하는 중요하고 유일한 증거를 위드마크 공식에 의한 추정치에 의존하는 것은 실무상으로도 결코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 204
음주측정을 위한 긴급강제채혈의 절차와 법리 양동철 중범죄의 증명에서도 중요하고 유일한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의식이 있는 운전자와 의식불명이 된 운전자와의 사이에 형사절차에서 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야기된다. 의식이 있는 운전자는 음주측정거부죄의 주체도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체포 및 강제채혈의 대상이 되기 용이하여 처벌 가능성이 높아지는 반면 의식불명이 된 운전자는 그렇지 못하여 처벌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한편 혈액은 신체의 구성요소로서 이를 분리 채취하기 위해서는 신체의 자유 라는 중요한 기본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개인의 신체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신체로부터 분리된 이후라도 함부로 타인에게 수집 사용 된다면 개인의 비밀 보호,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등의 기본권을 침해할 염려 도 높으므로 강제채혈을 함부로 허용할 것도 아니다. 따라서 비록 음주운전이 명 백한 경우라도 판사가 발부한 사전 영장의 집행에 의해서만 강제채혈을 허용하 는 것이 옳지만,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그 예외를 인정할 필 요도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 현행법상 긴급강제채혈을 허용할 수 있다고 해석되는가, 허용한 다면 그 요건과 절차는 어떻게 할 것인가,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다면 입법론적 으로 긴급강제채혈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적정한가 하는 논점이 제기된다. 5) 최근 대법원은 법원으로부터 혈액 채취에 대한 감정처분허가장이나 사전 압수 영장을 발부받을 시간적 여유도 없는 긴급한 상황이 생기는 경우에 사고 현장으 로부터 곧바로 후송된 병원 응급실 등의 장소는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의 범 죄 장소에 준한다고 보고 긴급강제채혈을 허용함으로써 6) 이 문제의 일단을 현행 4) 주취상태에서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경우라도 교통 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제8호의 규정에 따라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을 위반하 여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을 한 것이 증명되지 아니하면 처벌하지 못하게 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5) 사실 우리나라가 음주측정과 관련하여 호흡검사우선주의를 채택하고 있고, 이 글의 주된 논점은 강제채혈에 있지만 음주측정(호흡조사)의 강제수사 여부도 논란이 되고 있다. 헌 법재판소는 호흡조사에 의한 음주측정과 관련하여 당사자의 협력이 궁극적으로 불가피 한 측정방법을 두고 강제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 는 결정을 하였으나(헌법재판소 1997.3.27. 선고 96헌가11 결정) 이 결정에 대하여는 호흡조사도 강제수사로 보아 영장주의가 적용 되어야 한다는 비판이 있다. 신동운, 운전종료후의 음주측정불응죄와 영장주의, 저스티 스 제30권 제4호(1997), 150쪽. 205
慶 熙 法 學 제48권 제2호 2013 형사소송법의 범주 안에서 해결하여 보려는 시도를 하였다. 이 판례는 긴급 강제 채혈에 관한 법 규정이 미비한 우리나라에서 현행법의 해석을 통하여 긴급강제 채혈을 허용하려는 의미 있는 판례 중의 하나이기는 하지만 뒤에서 살펴보는 바 와 같이 몇 가지 법리해석상의 난점을 안고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하게 발생하는 긴급 상황에 대처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현행법 아래에서의 긴급강제채혈 허용 여부에 대한 해석 론의 논점과 아울러 포괄적인 긴급강제채혈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입법론상 적절 한가 등 관련 논점을 집중하여 논하여 보기로 한다. 이를 위하여 먼저 형사소송 법 등 법규정의 해석에 대한 여러 견해와 판례를 조감 분석한 다음, 긴급강제채 혈과 관련한 외국의 입법례와 판례를 살펴보고, 바람직한 법 개정 방향을 제시하 여 본다. II. 체내신체검사와 긴급압수 수색 검증의 허용범위 1. 강제채혈과 체내 신체검사 신체 자체를 검사의 대상으로 하는 경우, 상처 등과 같이 외부에서 육안 등 오 감에 의하여 바로 확인할 수 있는 표지를 인식하는 것은 보통 검증으로 가능하 다고 한다. 그러나 이와 달리 신체 내부에 대하여 침해를 가하여 일정한 증거를 수집하는 경우, 즉 혈액, 소변, 모발 등을 과학적 기법을 통하여 채취하는 경우 등을 특별히 체내신체검사라고 부르게 된다. 이러한 체내신체검사는 일반적인 압수ㆍ수색ㆍ검증과 달리 헌법 제10조가 보 장하는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할 위험성이 높아 그 허용여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 양한 견해가 제기된다. 당사자의 굴욕감, 인간의 존엄을 현저히 침해한다는 이유 로 체내 신체검사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극단적인 견해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강제채취의 필요성, 증거의 중요성, 채취방법의 상당성, 대체수단의 부존재라는 요건을 충족하고, 전문가에 의하여 시행된다면 피검사자의 건강을 침해하지 않는 6) 대법원 2012.11.15. 선고 2011도15258 판결. 206
음주측정을 위한 긴급강제채혈의 절차와 법리 양동철 범위 내에서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이 통설적 견해이다. 체내신체검사로서 주로 논의되는 사안은 강제채혈 외에도 연하물의 강제배출, 강제채뇨를 들 수 있다. 다만 같은 체내신체검사라고 하더라도 각자의 특수성이 존재하므로 그 허용범위와 요건, 7) 법적 성질에 대해서는 견해가 다양하다. 8) 현행 형사소송법은 체내 신체검사에 대하여 명백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 만 일반 신체검사와 관련하여서는 ⅰ) 사람의 신체에 대한 수색(형사소송법 제 219조, 제109조), 9) ⅱ) 검증을 함에 있어서의 신체의 검사(219조, 제140조, 제141 조), ⅲ) 감정처분허가장에 의한 신체검사(형사소송법 221조의4, 제173조 제1항)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신체의 수색은 증거물 또는 몰수할 것으로 사료하는 물건의 발견 등을 목적으로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강제처분이고 10), 검증으 로서의 신체검사는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그 체격, 형상, 특징, 흔적 등을 오관의 작용에 의하여 감지하는 강제처분으로서 그러한 강제처분으로 강제채혈과 같은 체내신체검사를 허용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다툼이 있다. 11) 다만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특별한 지식ㆍ경험을 가 진 사람에게 그 특별한 지식ㆍ경험에 속하는 법칙 또는 그 법칙을 사람의 신체 7) 연하물의 강제배출에 대해서는 이것이 양심에 대한 충격 으로서 적정절차의 위반이라는 미국 판례도 있고, 강제채혈과 달리 채뇨는 강제배출의 방법을 쓰지 않더라도 일정한 시 간만 경과하면 채취가 가능하고, 피의자가 이미 배뇨를 하고도 이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 에는 압수의 방법을 통해서 그 점유를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강제채뇨는 허용되지 않는 다는 견해도 있다. 8) 강제채뇨의 법적성질에 관하여는 압수ㆍ수색설, 압수ㆍ수색과 감정설, 검증과 감정설 등 이 대립하고 있는바, 강제채혈에 대하여는 따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9) 신체수색도 광의의 신체검사의 개념에 포함될 수는 있을 것이다. 10) 질, 구강, 항문 등의 내부를 관찰하여 증거물을 찾는 강제처분은 신체수색으로 체내신체 검사와는 달리 보는 견해가 있는 반면 (신동운, 신형사소송법 제4판, 법문사, 2012, 349 면) 신체내부에 대한 수색은 검증의 성격도 가지므로 압수수색영장 외에도 검증영장이 필 요하다는 견해 등으로 나뉜다(이은모, 형사소송법 제3판, 박영사, 2012, 311면; 임동규, 형사소송법 제8판, 법문사, 2012, 235면 등). 11) 이재상, 형사소송법 제9판, 박영사, 2012, 328면은 신체내부 예컨대 질내ㆍ구강내ㆍ항문 내의 수색은 압수ㆍ수색과 검증영장에 의하여 행할 수 있지만, 신체에 대한 침해를 내용 으로 하는 강제처분, 즉 강제채혈 등은 전문가의 지식을 필요로 하는 감정의 절차에 따라 야 한다고 한다. 207
慶 熙 法 學 제48권 제2호 2013 의 특징이나 상태에 적용하여 얻은 판단을 보고하여 주도록 감정을 위촉할 수 있고, 감정의 위촉을 받은 자는 판사의 허가를 얻어 신체의 검사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검사의 청구로 판사가 발부한 감정처분허가장이 필요하다(법 제 221조의4, 제221조, 제173조 제1항). 감정절차에 관한 규정에 명문의 규정은 없지 만 채혈이 전문적인 자격과 지식이 있는 의료인에 의하여 시술되어야 하고, 그 혈액의 성분 등 정보에 대한 분석이 전문가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제채혈이라는 체내 신체검사는 감정절차와도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12) 2. 긴급압수ㆍ수색ㆍ검증과 감정 절차 강제채혈이 압수ㆍ수색ㆍ검증이나 또는 감정절차에 따라 허용될 수 있다고 하 더라도 현행법상 사전 영장 없는 긴급강제채혈이 허용될 수 있는지 여부는 별개 의 문제이다. 현행 형사소송법법상 규정된 긴급 압수ㆍ수색ㆍ검증은 ⅰ) 타인의 주거나 타 인이 간수하는 가옥, 건조물, 항공기, 선차내에서의 피의자 수사(수색)(법 제216조 제1항 제1호), ⅱ) 체포ㆍ구속 현장에서의 압수, 수색, 검증(법 제216조 제1항 제2 호), ⅲ) 범행중 또는 범행 직후의 범행장소에서 압수ㆍ수색ㆍ검증(법 제216조 제 3항), ⅳ) 긴급체포된 자의 소유ㆍ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에 대한 압수ㆍ수색ㆍ 검증(법 제217조 제1항)을 들 수 있다. 13) 그 중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로 의식불명이 된 경우, 그 운전자에 대 한 긴급강제채혈을 허용할 근거로서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여 지는 규정은 ⅱ), ⅲ), ⅳ)의 경우이다. 14) 12) 이는 강제채혈의 법적 성질, 강제채혈의 경우 필요한 영장의 종류 등의 논점에 귀결되므 로 따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13) 김하중, 혈액수집과 적법절차, 형사법의 신동향 통권 제35호(2012. 6), 7면. 14) 물론 ⅳ)의 긴급체포의 경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이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도주차량죄 등을 범한 때는 별론으로 하고 단순 음주운전죄를 범한 경우에 는 긴급체포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자체가 불명확한 사안이 있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긴 급체포가 허용되기 위해서는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 제1항 피의자가 사형 무기 또는 장 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208
음주측정을 위한 긴급강제채혈의 절차와 법리 양동철 그런데 이 규정들의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러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차 례로 살펴본다. 첫째, 법 제216조 제2호와 법 제217조 제1항의 경우는 체포나 구속을 전제로 하여 긴급 압수ㆍ수색ㆍ검증이 허용되는 경우이므로, 의식불명인 사람에 대하여 도 체포ㆍ구속이 허용된다는 가정 아래에서만 긴급강제채혈의 근거 규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5) 따라서 이에 대하여는 의식불명인 사람에 대하여는 법리상 체포나 구속이 불 가능하다고 보는 입장에서 반대 견해가 있을 수 있다. 16) 현행범 체포를 위해 요구되는 미란다 고지 사항을 의식을 상실한 피의자에게 이행할 수 없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제216조 제1항 제2호에서 요구되는 현행범 체포로서의 적법성이 유 지될 수 없다. 그리고 제216조 제1항 제2호 와 제217조 제1항에서 각각 요구되는 긴급체포를 위해서는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하고 체포영장의 발부를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어야 하는데, 의식을 상실하여 병원에 호송된 피의자에게 그러한 사유 를 인정할 수 없다 는 등의 이유에서이다. 또한 체포나 구속의 요건으로 체포의 필요성, 즉 증거인멸 또는 도망의 염려가 있어야 하는데 17), 특별한 경우가 아니 라면 사고현장에서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후송된 피의자에게 증거인멸 또는 도 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체포나 구속을 전제로 하여 긴급 압수ㆍ 수색ㆍ검증을 허용할 여지는 극히 제한적이다. 있 어야 하는데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는 음주운전의 경우, 음주운전 전력이나 혈중알콜 농도의 정도에 따라 법정형을 달리 하고 있기 때문이다. 15) 현행범인을 체포하여 가까운 경찰관서로 인치한 경우와는 다른 문제이다. 이런 사안에서 는 음주운전 현행범을 사고장소나 적발장소에서 체포함과 동시에 긴급 강제채혈을 실시 하기 보다는 수사관서로 동행한 후에 채혈을 할 수밖에 없고, 체포절차가 진행 중에 있으 며 가까운 경찰관서라는 점에서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2호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16) 윤소현, 의식상실한 음주운전 피의자에 대한 채혈, 형사법의 신동향, 통권 제31호 (2011.6), 108-111면. 17) 판례는 현행범인 체포의 경우에도 체포의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대법원 2011.5.26. 선고 2011도3682 판결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12 조). 현행범인으로 체포하기 위하여는 행위의 가벌성, 범죄의 현행성ㆍ시간적 접착성, 범인ㆍ 범죄의 명백성 이외에 체포의 필요성 즉,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야 하고,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현행범인 체포는 법적 근거에 의하지 아니한 영장 없는 체포로서 위법 한 체포에 해당한다. 209
慶 熙 法 學 제48권 제2호 2013 둘째, 법 제216조 제1항 제2호를 적용함에 있어서는 입법취지와 관련하여 긴급 행위설과 부수처분설의 견해 대립이 있는데 18), 긴급행위설을 따른다면 압수ㆍ수 색의 범위가 제한되어 그 대상은 사실상 피체포자의 신체, 의류, 주변에 대한 수 색과 흉기 등의 압수에 국한되므로 결과적으로 음주측정을 위한 긴급강제채혈을 허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체포현장의 의미와 관련하여서도 접착설, 체포착수설, 현장설, 현실적 체포설 등의 견해가 대립되어 특히, 현실적 체포설과 같이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긴급 압수 수색을 허용하는 견해에 따른다면 의식불 명된 음주운전 피의자에 대한 긴급강제채혈은 적법성을 인정받기 어렵게 된다. 셋째, 법 제216조 제3항의 경우는 반드시 체포를 전제로 하지 않는 현행범 또 는 준현행범 상황임을 근거로 영장 없이 압수ㆍ수색ㆍ검증이 허용되는 것이므로 현행범 또는 준현행범 상황이라는 요건만 충족된다면 긴급강제채혈의 근거 규정 이 될 수는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최근의 대법원 판례는 유사한 사안에서 이를 긍정하고 있다. 19) 그런데, 의식불명으로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험성이 높은 피의자에 대하여는 우선적으로 인명구조를 위한 병원 후송 둥 의료 조치가 선행되어야 하는 바, 수 사 편의를 위하여 현장에서 긴급강제채혈을 하기는 적절하지 아니하고, 결국 병 원 등에 후송하고 응급조치가 끝난 후에야 채혈이 가능할 터인데, 이른바 시간적ㆍ 장소적인 접착성을 인정할 수 있는가 하는 점에 있어서 상당히 제한적인 해석이 불가피하다. 20) 피의자가 병원에 후송된 상태에서 신체나 의류에서 심한 술 냄새가 나는 등 준현행범인의 흔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현행범인 보다 시간적ㆍ장소적인 접 착성이 다소 완화되는 것일 뿐이므로 법 제216조 제3항의 확대 적용은 법리적으 로나 실무운영에 있어서도 무리가 있다. 21) 18) 부수처분설은 피의자에게 적법하게 체포나 구속절차가 시행되는 이상 이에 부수되는 보 다 경미한 재산권에 대한 침해는 영장 없이 허용될 수 있다고 하고, 긴급행위설은 체포자 나 피체포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흉기 등을 사전에 제거하고 증거물의 은닉, 손상을 막도록 긴급행위를 허용한 것이라고 한다. 19) 대법원 2012.11.15. 선고 2011도15258 판결. 20) 음주운전에 있어서만 범죄현장을 음주 사고 장소 뿐 아니라 후송되는 병원까지의 개념으 로 일괄하여 확대하여 해석하기는 어렵고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사견이다. 그러나 반대로 국민의 생명과 신체 보호의 필요상 시간적ㆍ장소적 접착성을 확대해석할 수밖에 없는 예외적인 경우로 볼 여지도 큰 것도 사실이다. 210
음주측정을 위한 긴급강제채혈의 절차와 법리 양동철 넷째, 현행 형사소송법상 긴급감정이 허용되는가 하는 문제이다. 형사소송법 제216조나 제217조에는 긴급한 경우에 일정한 요건과 절차 아래 긴급 압수ㆍ수 색ㆍ검증이 허용되지만 긴급 감정 절차에 대하여는 명문의 규정이 없기 때문이 다. 22) 결국 긴급 감정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음주운전 후 의식불명이 된 사람에 대하여는 법 제216조, 제217조의 요건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압수수색이나 검증절 차가 아닌 감정절차에 따라서는 긴급 강제채혈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이는 긴급 강제채혈의 성격을 감정처분으로만 이해하는 입장에서는 해석 상의 난관이 예상된다. III. 긴급강제채혈의 허용범위와 법적 성격 1. 허용범위 1) 적법절차의 원칙과 영장주의 헌법상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는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 를 내포하고 있다. 물론 이 또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 제한의 일반 원리에 따라 제한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23) 강제채혈도 마찬가지로 해석하여야 한다. 다만 채혈은 강제수사에 해당하므로 헌법 제12조 제3항 및 형사소송법 제215 조에 따른 영장에 의하여 시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아울러 신체의 자유의 본질 이 침해되지 않도록 적법절차의 원칙이 존중되는 한도 내에서 허용될 것이다. 21) 시간적ㆍ장소적 접착성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건 현장에서 수사담당자의 판단도 어렵고, 일반적인 지침 마련도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22) 사견으로는 감정절차에도 유추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 사후 감정처분허가장을 받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 수사기관의 판단 아래 감정을 의 뢰할 필요가 있고,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하다는 것 이외에 증거수집방법으로서 감정절차 를 압수, 수색, 검증과 달리 구별할 실익이 없다. 23) 정신교, 음주운전 강제채혈의 형사법적 검토, 인하대학교 법학연구 제14집 제1호(2012. 3), 256면. 211
慶 熙 法 學 제48권 제2호 2013 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험성이 높은 음주운전이라는 범죄행 위를 효율적으로 수사하기 위한 정당한 목적이 전제되어야 하고 음주운전자가 의식불명 등으로 호흡검사가 불가능하거나 몹시 어려운 경우에 한하여 시행되어 야 할 것이다. 24) 따라서 긴급 강제채혈의 적법성을 긍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과 정에서의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의 예외가 최소한이 될 수 있도록 신중하게 접근 하여야 한다. 특히, 혈액의 채취는 신체의 일부를 외부로 분리하는 것이므로 신체의 손상과 건강상태에 대한 중대한 침해를 의미하므로 당사자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강 제수사에 해당된다고 보아야 하고, 혈액 등을 강제채취하기 위해서는 1 증거보 전의 필요성이 있고 2 증거로서의 중요성이 있으며 3 달리 증거를 수집ㆍ보전 할 방법이 없고 4 전문가가 행하는 필요 최소한의 채취라는 의미에서 방법이 상당성을 갖추어야 그 적법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는 이론의 여지 가 없다. 25) 2) 혈액정보지배권의 문제 뿐만 아니라 혈액의 다양한 정보성 때문에 개인의 비밀 등 인격권이 침해될 소지가 매우 크다. 따라서 개인의 인격권 또한 강제채혈을 논함에 있어 가벼이 다룰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최근 정보화 사회의 새로운 기본권으로 떠오르고 있는 정보지배권 또는 정보 적 자기결정권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자기신체에 대한 정보에 대한 수집, 저장, 사용을 자신이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정보지식사회에서 주체적 삶을 살 아가기 위한 필수적 요건이라 할 수 있다. 이 정보지배권은 당연히 모발, DNA, 혈액 등에 대하여 인정된다. 특히 혈액에 는 개인의 질병이나 혈액형, 유전자조합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개인정보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비록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혈액 정보의 수집, 저장, 사용에 관한 독점적이며 배타적인 처분권, 즉 정보지배권을 갖는다. 따라서 개인의 정보지배권이 위법하게 침해되면 그 침해를 배제하고 원 24) 음주운전자가 의식이 있고 호흡검사가 가능하다면 호흡검사를 불응하는 경우에는 음주측 정거부죄로 처벌이 가능하므로 긴급강제채혈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정신교, 앞의 논문, 259면. 25) 강제채혈에 있어서의 비례성의 원칙의 중요성이 다시금 강조된다. 212
음주측정을 위한 긴급강제채혈의 절차와 법리 양동철 상회복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지배권은 국가기관에 대해서도 효력을 미치는 것으로 보아 야 한다. 26) 즉 국가기관은 개인으로부터 직접 동의를 받지 않은 채 그 개인의 혈액정보를 수집, 저장, 사용할 수가 없다는 강력한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다면 가족의 동의를 받는다 하더라도 본인의 동의 없이 긴 급 강제채혈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도2109 판결]이 나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도10871 판결]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만, 당해 정보를 음주운전 외에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제 한하는 등 규정을 정비하고 실무를 운용한다면 정보지배권 침해의 논란을 최소 화할 수 있을 것이다. 3) 진술거부권과의 문제 강제채혈의 경우, 헌법상의 진술거부권을 침해하지 않느냐 하는 논점이 제기될 수 있다. 즉, 이미 발생한 주취운전이라는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를 위한 음주측정권한 을 경찰공무원에게 부여한 뒤 이에 불응할 경우 처벌하는 것은 헌법 제12조 제2 항이 규정하는 국민의 기본권인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는 견해가 있 을 수 있다. 27) 강제채혈과 관련한 직접적인 판례는 없으나 교통안전과 위험방지의 필요성 이 있을 때의 음주측정은 음주운전의 혐의가 있는 운전자에 대하여 요구할 수 있는 26) 김하중, 앞의 논문, 13면 이런 자기 결정은 단지 사법상의 권리에 그치지 않고 공법상의 권리로 승인되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왜냐하면 개인정보에 대한 지배권은 사생활의 비 밀(헌법 제17조)을 유지하고 행복을 추구(헌법 제10조)하기 위해서는 없어서는 아니 될 필수적인 권리이기 때문이다. 27) 도로교통법 음주측정거부죄와 관련하여 대전지방법원 95고단3580 사건의 담당재판부는 직 권으로, 교통안전과 위험방지와는 관계없이 운전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기만 하여도 음주측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측정을 거부하면 형벌로써 처벌하는 것인데, 이미 발생한 주취운전이라는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를 위한 음주측정권한을 경찰공무원에게 부여한 뒤 이에 불응할 경우 처벌하는 것은 법률이 범법자에게 자신의 범법상태를 수사기관의 요구에 따라 그대로 현출할 것을 규정하고 그 위반시 처벌하는 벌칙을 규정하는 것이 되어 결국 헌법 제12조 제2항이 규정하는 국민의 기본권인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는 이유로 위헌여부심판을 제청하였다. 213
慶 熙 法 學 제48권 제2호 2013 예방적인 행정행위 28) 인데 반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등을 운전하였다고 인정될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의 음주측정은 이미 행하여진 주취운전이라는 범 죄행위에 대한 증거 수집을 위한 신체검사로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주취운행 거리의 장단, 운전의 종료여부, 운전계속의 의사 유무 등은 묻지 아니한다. 후자의 음주측정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헌법상 진술 거부권을 침해하거나, 영장주의, 적법절차에 위배되지 아니하고, 기타 양심의 자 유, 인간의 존엄과 가치,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생각된다. 헌법재판소도 헌법 제12조 제2항은 진술거부권을 보장하고 있으나, 여기서 진술 이라 함은 생각이나 지식, 경험 사실을 정신작용의 일환인 언어를 통하여 표출하는 것을 의미하는 반해, 도로교통법 제41조 제2항에 규정된 음주측정은 호 흡측정기에 입을 대고 호흡을 불어넣음으로써 신체의 물리적, 사실적 상태를 그 대로 드러내는 행위에 불과하므로 이를 두고 진술 이라 할 수 없고, 따라서 주 취운전의 혐의자에게 호흡측정기에 의한 주취여부의 측정에 응할 것을 요구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 처벌한다고 하여도 이는 형사상 불리한 진술 을 강요하는 것 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헌법 제12조 제2항의 진술거부권조항에 위배되지 아니하고 라고 판시하였다. 29) 대법원도 같은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 30) 28) 대법원 1994.10.7. 선고 94도2172 판결. 29) 헌법재판소 1997.3.27. 선고 96헌가11 결정. 30) 대법원 2009.9.24. 선고 2009도7924 판결, 헌법 제12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 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 고 규정하여 형사책 임에 관하여 자신에게 불이익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할 것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 하고 있고, 헌법이 진술거부권을 기본적 권리로 보장하는 것은 형사 피의자나 피고인의 인권을 형사소송의 목적인 실체적 진실발견이나 구체적 사회정의의 실현이라는 국가이익 보다 우선적으로 보호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고, 나아가 비인간적인 자 백의 강요와 고문을 근절하려는 데 있고, 여기서 진술 이라 함은 생각이나 지식, 경험사 실을 정신작용의 일환인 언어를 통하여 표출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반해, 도로교통법 제44 조 제2항에 규정된 음주측정은 호흡측정기에 입을 대고 호흡을 불어 넣음으로써 신체의 물리적, 사실적 상태를 그대로 드러내는 행위에 불과하므로 이를 두고 진술 이라 할 수 없으며, 따라서 주취운전의 혐의자에게 호흡측정기에 의한 주취 여부의 측정에 응할 것을 요구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에는 같은 법 제150조 제2호에 따라 처벌한다고 하여도 이를 형사상 불리한 진술 을 비인간적으로 강요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도로 교통법의 위 조항들이 자기부죄금지의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12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214
음주측정을 위한 긴급강제채혈의 절차와 법리 양동철 이에 비추어 볼 때 강제채혈이 영장주의 원칙에 따라 적법절차 아래 시행되는 경우 역시 헌법 위반은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강제채혈의 법적 성격 강제채혈이 일정한 조건아래 허용된다고 보더라도 그 법적 성격은 무엇인가? 이 는 실무상 강제채혈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종류의 영장이 필요한가에 귀결된다. 1) 학설의 대립 (1) 압수수색설 혈액의 강제채취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채혈단계에서의 강제성이 가지 는 기본권 침해적 요소 때문에 이 문제에 관한 실질적 관점은 혈액채취수단의 적정성에 있으므로 혈액의 강제채취는 압수 수색영장만으로 가능하다고 이해하는 것이 형사절차의 효율성이나 그 적정성을 고려할 때 타당하다는 견해이다. 31) 일본 판례 32) 는 의사가 의학적으로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방법에 의할 것 을 조 건으로 기재한 압수수색영장에 의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2) 검증설 검증으로서의 신체검사는 신체 외부에 대하여만 관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부 검사를 포함하는 것이므로,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의 경미한 신체의 손 할 수 없다. 31) 김형준, 진료목적으로 채취한 혈액의 압수, 형사판례의 연구 : 志 松 李 在 祥 敎 授 華 甲 紀 念 論 文 集 (II) (2004), 88면. 압수ㆍ수색영장설에 의하면 이미 신체로부터 분리된 혈액은 압수의 대상이 되고, 혈액을 신체로부터 분리하여 채취하는 것을 압수를 위하여 필요한 처분 으로, 채취된 혈액에 대한 분석은 압수물에 대한 필요한 처분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0조)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혈액의 채취를 위하여 독립된 검증영장을 받거나, 혈액의 분석을 위하여 다시 감정처분허가장을 받을 필요도 없게 된다. 왜냐하면 혈액의 채취를 내용으로 하는 압수ㆍ수색영장을 발부하는 경우에 그 법관은 압수의 필요성을 판 단함에 있어서 감정의 관련성을 당연히 인정하고 있을 것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32) 일본 최고재판소 1980.10.23. 결정. 215
慶 熙 法 學 제48권 제2호 2013 상이 수반되는 것이라면 검증으로서의 신체검사에 해당된다는 견해이다. 더욱이 의사 등의 전문가의 보조를 받아 실시되는 검증으로서의 신체검사에서는 채혈이 나 채뇨가 허용된다는 입장이다. 신체구속과 관련된 체포현장에서의 체내검사는 체포영장의 발부와 병행한 검 증영장에 의하여야 하며, 그 밖의 긴급한 경우에는 독자적인 사후의 검증영장에 의하여야 한다는 견해이다. 33) (3) 감정설 채혈은 수사기관이 직접 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전문 의사에 의해서만(수사 기관의 입장에서는 의사를 통하여서만) 시행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채취된 혈액을 분석하는 것은 전문 감정인 내지 감정기관에 의해서만 시행될 수 있는 것으로서 순수한 감정 그 자체에 해당한다. 따라서 혈액채취는 감정인이 감정을 하도록 그 감정 자료를 채취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즉, 혈액채취는 감정 인의 감정에 필요한 처분 이라고 보는 견해이다. 34) 다음에서 살펴 보는 바와 같이 [대법원 2011.5.13. 선고 2009도10871 판결]이나 [대법원 2004.11.12. 선고 2004도5257 판결]은 우리 형사소송법에 의하더라도 음 주측정을 거부한 사람에 대하여 법원의 감정처분허가장 등을 발부 받아 강제로 혈액을 채취한 다음 그 혈액을 의사로 하여금 감정하게 하는 방법으로 혈중알콜 농도를 측정하지 못할 이유는 없으며 라는 판시를 통하여 감정처분허가장을 발 부받아 강제채혈을 시행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한바 있으나, 다음에서 살펴보 는 바와 같이 우리 대법원의 입장이 감정설을 취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33) 윤소현, 앞의 논문, 95면; 김하중, 앞의 논문, 26면; 신동운, 앞의 책, 350면. 단, 전문의료 인의 특별한 감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감정처분허가장을 요한다고 하고 있으므로 강제채 혈의 경우, 검증과 감정설을 취하지는 여부는 다소 불명하다. 34) 손동권, 형사소송법, 세창출판사, 2010, 336면, 사람의 인격, 정보 등이 체화된 혈액을 물건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는 없고, 사람의 체내를 건드리는 행위 그 자체를 압수ㆍ수색 으로 이해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그리고 사람의 신체를 건드린다고 하여 그것을 수사 기관이 물건(신체)의 형상 등을 오관의 작용에 의하여 그대로 인식하는 검증으로 이해하 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라고 압수수색설이나 검증설을 비판하고 있다. 216
음주측정을 위한 긴급강제채혈의 절차와 법리 양동철 (4) 검증과 감정설 신체검사로서의 검증의 성격을 가지지만 아울러 전문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사 안이므로 감정의 성격도 함께 가진다고 보는 견해이다. 35) (5) 압수수색과 감정설 혈액의 채취, 엑스선 촬영 등 신체의 장애를 주는 처분이라도 사회의 통념상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는 일단 검증으로 가능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전문적 지식 이나 경험을 요하여 본래 의사 등만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신체의 장애를 주는 행위는 감정으로서만 가능하다. 다만 이후 채취된 증거물인 혈액에 대하여는 압 수ㆍ수색영장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36) 마약음용이나 음주운전의 확인을 위하여 증거확보의 필요성이 큰 점을 고려하 여 적법성을 인정하고, 적법성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으로 강제채혈의 법적 성격 을 이해함에 있어 수사기관이 아닌 전문 의사에 의하여 시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감정에 해당하고 채혈의 자료가 수사기관에 의하여 증거로서 보관ㆍ사용되는 것 이기 때문에 압수수색의 성질도 가진다고 보는 견해이다. 따라서 압수ㆍ수색영장 이외에 감정처분허가장에 의하여 의사에 의하여 적법하게 의학적으로 시행되어 야 한다고 본다. 2) 판례 체내검사 내지 신체침해, 특히 강제채혈의 법적 성질에 관한 우리 판례의 명백 한 입장은 찾아보기 어렵다. 음주운전자에 대한 채혈은 실무상 보통 운전자의 요 구에 따라 이루어지거나 또는 경찰관이 먼저 제의한다 하더라도 운전자의 동의 아래 임의제출의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37) 물론 우리 35) 이재상, 신형사소송법연습 제4판, 박영사, 2010, 142면; 신양균, 형사소송법, 화산미디 어, 2009, 248면은 채혈 자체는 검증이라고 보면서 혈액에 대한 분석은 따로 감정처분허 가장이 필요하다고 한다. 감정은 임의감정도 허용된다고 본다면 검증설에 가까운 듯하다. 36) 노명선/이완규, 형사소송법 제2판,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2011, 294면; 배종대/이상돈/정 승환/이주원, 신형사소송법 제4판, 홍문사, 2012, 205면; 손동권, 앞의 책, 315면; 이은 모, 앞의 책, 341면; 임동규, 앞의 책, 236면; 정웅석/백승민, 형사소송법 전정5판, 대명 출판사, 2012, 225면 등. 37) 이는 혈액을 미리 분리하여 보관하는 것은 아니므로 동의에 의한 압수수색내지는 감정처 217
慶 熙 法 學 제48권 제2호 2013 형사소송법에 의하더라도 음주측정을 거부한 사람에 대하여 법원의 감정처분허 가장 등을 발부 받아 강제로 혈액을 채취한 다음 그 혈액을 의사로 하여금 감정 하게 하는 방법으로 혈중알콜농도를 측정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38) 전형적인 강제채혈의 사례는 아니지만 [대법원 1999.9.3. 선고 98도968 판결]에 서는 운전자의 동의는 받지 않았지만 현실적 소지ㆍ보관자인 간호사로부터 임의 제출받은 혈액을 감정한 결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기는 하다. 대법원은 강제채혈의 법적 성격과 관련하여 1 우리 형사소송법에 의하더라도 음주측정을 거부한 사람에 대하여 법원의 감정처분허가장 등을 발부 받아 강제 로 혈액을 채취한 다음 그 혈액을 의사로 하여금 감정하게 하는 방법으로 혈중 알콜농도를 측정하지 못할 이유는 없으며 39) 라고 판시하여 감정설이 아닌가 하 는 시사를 주기도 하였으나, 이후 2 형사소송법 규정에 위반하여 수사기관이 법원으로부터 영장 또는 감정처분허가장을 발부받지 아니한 채 피의자의 동의 없이 피의자의 신체로부터 혈액을 채취하고 더구나 사후적으로도 지체 없이 이 에 대한 영장을 발부받지 아니하고서 40) 3 위와 같은 형사소송법 규정에 위반 하여 수사기관이 법원으로부터 영장 또는 감정처분허가장을 발부받지 아니한 채 피의자의 동의 없이 피의자의 신체로부터 혈액을 채취하고 더구나 사후적으로도 지체 없이 이에 대한 영장을 발부받지도 아니하고서 41) 라고 하여 다른 영장(압 수ㆍ수색ㆍ검증)이나 감정처분허가장이 필요한 듯한 판시를 한 적이 있으며, 최 근에는 4 음주운전 중 교통사고를 야기한 후 피의자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있는 등으로 도로교통법이 음주운전의 제1차적 수사방법으로 규정한 호흡조사에 의한 음주측정이 불가능하고 혈액 채취에 대한 동의를 받을 수도 없을 뿐만 아 니라 법원으로부터 혈액 채취에 대한 감정처분허가장이나 사전 압수영장을 발부 분으로 정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도로교통법 제44조는 음주측정에서의 호흡조사를 원칙 으로 규정하고, 그 측정결과에 불복하는 운전자에 대하여만 동의 아래 혈액측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38) 대법원ᅠ2004.11.12.ᅠ선고ᅠ2004도5257ᅠ판결, 교통경찰관들이 음주측정을 거부하는 운전자 들에 대하여 강제채혈을 하지 않고 음주측정거부로만 의율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우리 형 사소송법이 강제채혈에 관련된 명시적 규정을 따로 두지 아니하고 있는 데서 오는, 절차 적인 불명확함이나 번거로움, 시ㆍ공간적 제약 등에서 비롯되는 실무 관행일 뿐이므로. 39) 대법원ᅠ2004.11.12.ᅠ선고ᅠ2004도5257ᅠ판결. 40) 대법원 2011.5.13. 선고 2009도10871 판결. 41) 대법원 2011.4.28. 선고 2009도2109 판결. 218
음주측정을 위한 긴급강제채혈의 절차와 법리 양동철 받을 시간적 여유도 없는 긴급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42) 라고 판시하며 영장의 종류를 압수영장이라고 특정함으로써 감정과 압수수색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사견으로는 대법원 판례가 감정처분허가장 또는 (압수)영장 이라는 판시를 하는 것으로 보아 압수수색영장이나 감정처분허 가장 중 임의로 선택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최근 판례에서 압수영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하더라도 그 동 안 계속 영장 등 이라는 표현을 해 왔던 것을 고려할 때 아직 강제채혈의 법 적 성질에 대한 대법원의 의견이 통일되지는 아니한 것으로 보이며, 실무상으로 는 어떤 종류의 영장이나 또는 감정처분허가장을 활용하더라도 적법절차에 어긋 나지 않는다는 소극적인 입장인 것으로 해석하고 싶다. 3) 소결 실무상으로는 종래 본인 내지는 가족의 동의를 받거나 형사소송법 제216조 내 지 제217조에 따라 사후 영장을 받는 방식을 선호하여온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가족의 동의에 대하여는 판례에 따라 적법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형사소송법 제 216조 내지 제217조에 따라 사후영장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 요건이 흠결되어 역시 적법하지 못한 사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사전영장을 받는 경우는 압수 수색영장이나 압수ㆍ수색ㆍ검증영장을 청구하고, 법원도 해당 영장을 발부하는 것이 관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귀결로 강제채혈의 법적 성질에 대하여 실무 상 치열하게 다투어진 적은 별로 찾아 볼 수 없고 실무상 확립된 견해도 없다. 신체검사에 관한한 검증과 감정은 객체에 대한 인식과 판단이라는데 일치한다. 다만 감정은 특별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에 의하여야 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더욱이 검증을 함에 있어서는 특별한 지식과 경험을 가지는 사람을 보조 자로 둘 수 있음에 비추어 신체검사와 관련한 감정절차와 검증절차는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43) 검증영장을 받아 전문가인 의사의 도움을 받아 채혈을 하 고 그 혈액을 임의감정의 방법으로 44) 성분을 분석할 수도 있고, 처음부터 감정 처분허가장을 받아 의사로 하여금 주도적으로 혈액을 채취하여 직접 감정할 수 42) 대법원 2012.11.15. 선고 2011도15258 판결. 43) 노명선, 앞의 책, 293면. 44) 실무상 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한다. 219
慶 熙 法 學 제48권 제2호 2013 도 있다. 따라서 굳이 검증영장과 감정처분허가장을 모두 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 각된다. 이는 압수수색영장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혈액도 일종의 유체물 로 보아 압수나 수색이라는 강제처분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압수ㆍ수색영장을 받아 채혈하고 그 혈액을 임의감정의 방법으로 감정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압수ㆍ 수색영장 이외에 따로 검증영장이나 감정처분허가장을 요구하는 것은 옥상옥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압수ㆍ수색 절차를 따르는 경우에도 사람의 신체를 침해하고 건강과 안전의 염려가 있으므로 당연히 의사에 의하여 채혈 자체는 당연히 의사 에 의하여 시행되어야 하고 이러한 취지가 영장에 기재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강제채혈이 어느 종류의 영장에 의하여 시행되어야 하는 점은 실무상 굳 이 어려운 논란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된다. 다만 혈액은 채취 전 까지는 신체 의 일부이고 채취 과정에서 사람의 건강과 신체의 안전에 밀접한 관련이 있으 며 45) 채취 후에도 개인의 신체정보가 포함되어 있으며, 일반 유체물의 점유이전 을 목적으로 하기 보다는 채취된 혈액을 의학적으로 분석하여 그 결과를 증거로 사용하는 것이므로 압수수색절차 보다는 신체검사의 일종인 검증영장이나 감정 처분허가장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사료된다. 46) 다만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감정절차설을 취하는 경우에는 우리 법상 긴급 감정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긴급강제채혈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있을 수는 있다. 47) 45) 뇨가 체외에 배설되어야 할 노폐물임에 반하여 혈액은 인체의 구성요소로 특별한 경우 외에는 체외로 배출될 수 없다는 차이가 있다. 46) 일본에서도 주로 검증영장설과 감정처분허가장설이 대립하고 있고, 병행설을 취하는 견해 도 있다. 池 田 修 / 前 田 雅 英, 刑 事 訴 訟 法 講 義 (제2판), 東 京 大 學 出 版 會, 2006 上, 152면. 47) 손동권, 앞의 책, 337면. 220
음주측정을 위한 긴급강제채혈의 절차와 법리 양동철 IV. 관련 판례의 사안과 분석 1. 대법원 1999.9.3. 선고 98도968 판결(1판례) 이 판결은 경찰관이 간호사로부터 진료목적으로 이미 채혈되어 있던 피고인의 혈액 중 일부를 주취운전 여부에 대한 감정을 목적으로 임의로 제출받아 이를 압수한 경우 당시 간호사가 위 혈액의 소지자 겸 보관자인 병원 또는 담당 의사 를 대리하여 혈액을 경찰관에게 임의로 제출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고 볼 특 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그 압수절차가 피고인 또는 그 가족의 동의 및 영장 없 이 행하여졌다고 하더라도 이는 적법하고 절차를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사안이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및 기타 법령상 의료인이 진료 목적으로 채혈한 혈액을 수사기관이 수사 목적으로 압수하는 절차에 관하여 특 별한 절차적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의료인이 진료 목적으로 채혈한 환자의 혈액을 수사기관에 임의로 제출하였다면 그 혈액의 증거사용에 대하여도 환자의 사생활의 비밀 기타 인격적 법익이 침해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반드 시 그 환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고, 따라서 경찰관이 간호사로부터 진료 목적으로 이미 채혈되어 있던 피고인의 혈액 중 일부를 주취운전 여부에 대한 감정을 목적으로 임의로 제출 받아 이를 압수한 경우, 당시 간호사가 위 혈 액의 소지자 겸 보관자인 병원 또는 담당의사를 대리하여 혈액을 경찰관에게 임 의로 제출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그 압수절차 가 피고인 또는 피고인의 가족의 동의 및 영장 없이 행하여졌다고 하더라도 이 에 적법절차를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고 법리를 설시하고 있다. 사실상 긴급강제채혈의 필요성이 있는 사안이었으나, 법절차의 미비 때문에 혈 액을 강제압수하거나 감정처분을 하는 방법 대신 진료를 목적으로 채취된 혈액 을 간호사로부터 임의제출 받은 사안이다. 법규정의 미비를 법해석으로 메우고자 하는 대법원의 고뇌에도 불구하고 그 실질을 외면하고 형식적 요소만 따져 법리 를 왜곡하였다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높다. 이에 대하여는 정당한 치료행위에 기하여 채취된 혈액 등은 강제수사의 일환 인 강제채혈과 무관한 것이라는 이유로 타당하다는 견해 48), 의료종사자는 업무 48) 신동운, 앞의 책, 235면. 221
慶 熙 法 學 제48권 제2호 2013 상 비밀에 대하여는 압수거부권을 가지지만 그 권한을 행사하지 아니한 것만으 로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고, 수사기관의 압수거부권고지도 법적 의무는 아 니고 위법한 것도 아니므로 판례의 태도가 옳다는 견해 49) 등도 있으나 비판하는 견해가 우세한다. 주된 비판 논리는 간호사의 소지자ㆍ보관자로서의 지위 여부, 혈액 소유자인 피고인의 동의와 연관된 제출권한 유무, 제출시의 임의성 등에서 볼 때 임의제 출물의 압수 에 해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체포에 수반된 압수에도 해당하지 않 으므로 무영장 압수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압수ㆍ수색영장 에 의하여 그 혈액을 압수하여야 함에도 수사기관은 무영장으로 이를 압수하였 으므로 위법한 절차에 의한 것임에 분명하다. 따라서 이러한 혈액을 자료로 분석 된 감정결과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이 혈액 소유자의 법익에 대한 침해를 간과하고 형사소송법 제218조를 형식적으 로 이해하여 무영장 압수의 허용범위를 확대하고, 만연히 그 감정결과를 증거로 인정한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50) 는 데 있다. 그 밖에, 수사기관이 간호사에게 압수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아 위법하다는 견 해 51) 도 있고, 피고인의 혈액정보지배권을 침해하였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간호 사의 혈액제출은 비록 임의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진료의 목적으로 혈액정보를 수집, 저장,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묵시적으로 동의하였다고 볼 수 있지만, 음주운전죄의 혐의입증이라는 진료목적 외의 목적 을 위하여 피고인의 혈액정보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묵시적 동의가 있다고 볼 수 없게 된다. 52) 법규정의 미비를 법해석으로 메우고자 하는 대법원의 고뇌에도 불구하고 그 실질을 외면하고 형식적 요소만 따져 법리를 왜곡하였다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높은 판례이다. 49) 손동권, 앞의 책, 316면. 50) 김형준, 앞의 논문, 89면. 51) 한영수, 음주측정을 위한 동의 없는 채혈과 혈액의 압수, 형사판례연구 (9)(2001), 376면. 52) 이상돈, 혈액압수와 정보지배권, 저스티스 34권 제4호(2001), 232면, 간호사의 혈액제 출이 목적 외 사용으로 위법하다면, 이후의 수사행위와 법원의 증거사용도 위법하게 될 수 있다. 222
음주측정을 위한 긴급강제채혈의 절차와 법리 양동철 2. 대법원 2011.4.28. 선고 2009도2109 판결(2판례) 사안에서 피고인이 화물자동차를 운전하여 가다가 도로 우측 가드레일을 들이 받고 차량이 논으로 빠지는 사고가 발생하였고 피고인은 위 사고로 약 7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고 응급실로 호송되었다. 그런데 같은 날 위 사고신고를 받고 응급실로 출동한 경찰관은 법원으로부터 압수 수색 또는 검증 영장을 발부 받지 아니한 채 피고인의 동서로부터 채혈동의를 받고서 의사로 하여금 무알콜 솜을 사용하여 의식을 잃고 응급실에 누워있는 피고인으로부터 채혈을 한 후 음 주측정을 위해서 감정의뢰를 하였다. 대법원은 이 사건 채혈은 법관으로부터 영 장을 발부받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졌고 사후에 영장을 발부받지도 아니하였으 므로 피고인의 혈중알콜농도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서 및 이에 기초한 주취운전자적발보고서는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고 달리 이 부분 공소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이 사건 채혈이 피고인 동서의 동의를 얻어 서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는 달리 볼 수 없다 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운전자 본인이 아닌 동서의 동의만을 얻어 혈액을 채취한 사례에서 그 절차적 위법성을 문제 삼은 판결이다. 3. 대법원 2011.5.13. 선고 2009도10871 판결(3판례) 이 사건은 피고인이 피고인 소유의 승용차를 운전하여 가다가 도로 우측 갓길 에 정차해 있던 중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던 화물차에 추돌당하는 사고가 발생하 였고, 피고인은 위 사고로 약 8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고 응급실로 호송 되었다. 위 사고신고를 받고 응급실로 출동한 경찰관은 법원으로부터 압수ㆍ수색 또는 검증 영장이나 감정처분허가장을 발부받지 아니한 채 피고인의 처로부터 채혈동의를 받고서 간호사로 하여금 의식을 잃고 응급실에 누워있는 피고인으로 부터 채혈을 하도록 하였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법원으로부터 영장 또는 감정 처분허가장을 발부받지 아니한 채 피의자의 동의 없이 피의자의 신체로부터 혈 액을 채취하고 더구나 사후적으로도 지체 없이 이에 대한 영장을 발부받지 아니 하고서 위와 같이 강제 채혈한 피의자의 혈액 중 알콜농도에 관한 감정이 이루 어졌다면, 이러한 감정결과보고서 등은 형사소송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하여 223
慶 熙 法 學 제48권 제2호 2013 수집하거나 그에 기초한 증거로서 그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 용을 침해하는 정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증거동의 여부를 불문하고 이 사건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채혈이 피고인의 처의 동의를 얻어서 이루어졌다는 사정만 으로는 이를 달리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주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 하였다. 이 판례 또한 운전자 본인이 아닌 처의 동의만을 얻어 혈액을 채취한 사례로 서 위 [2대법원 2011.4.28. 선고 2009도2109 판결] 등과 함께 본인이 아닌 사람 은 가족을 포함하여 그 누구도 혈액채취의 정당한 동의자가 될 수 없다는 대법 원의 엄격한 태도로 해석되었다. 위 2, 3 판례등의 출현으로 [1대법원 1999.9.3. 선고 98도968 판결]의 취지도 상당히 희석된 것으로 보여 지고 대법원 이 가급적 긴급강제채혈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 능하다. 4. 대법원 2012.11.15. 선고 2011도15258 판결(4판례)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사고 현장으로부터 곧바로 후송된 병원 응급실 등의 장 소는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의 범죄 장소에 준한 곳으로 보아 형사소송법 제 216조 제3항에 따른 긴급압수의 한 방법으로 긴급 강제채혈을 허용하는 취지의 판례를 탄생시켰다. 사건의 내용을 살펴보면 피고인이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가다가 선행 차량의 뒷부분을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야기한 후 의식을 잃은 채 119 구급차량에 의하 여 병원 응급실로 후송되었다. 사고 시각으로부터 약 1시간 후 사고신고를 받고 병원 응급실로 출동한 경찰관은 법원으로부터 압수 수색 또는 검증 영장을 발부 받지 아니한 채 피고인의 아들로부터 동의를 받아 간호사로 하여금 의식을 잃고 응급실에 누워 있는 피고인으로부터 채혈을 하도록 하였다. 대법원은 이 사건 채혈은 법관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 어졌고 사후에 영장을 발부받지도 아니하였으므로 피고인의 혈중알콜농도에 대 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의뢰회보 및 이에 기초한 주취운전자 적발보고서, 주취운전자 정황보고서 등의 증거는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으므로, 피 고인의 자백 외에 달리 이를 보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 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위 2, 3 판례와 같이 아들의 동의만으로 강제채혈 224
음주측정을 위한 긴급강제채혈의 절차와 법리 양동철 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견지하였지만, 음주운전 중 교통사고를 야기한 후 피의자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있는 등으로 도로교통법이 음주운전의 제1차적 수사방법으로 규정한 호흡조사에 의한 음주측정이 불가능하고 혈액 채취에 대한 동의를 받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법원으로부터 혈액 채취에 대한 감정처분허 가장이나 사전 압수영장을 발부받을 시간적 여유도 없는 긴급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경우 피의자의 신체 내지 의복류에 주취로 인한 냄새가 강하게 나 는 등 형사소송법 제211조 제2항 제3호가 정하는 범죄의 증적이 현저한 준현행 범인의 요건이 갖추어져 있고 교통사고 발생 시각으로부터 사회통념상 범행 직 후라고 볼 수 있는 시간 내라면, 피의자의 생명 신체를 구조하기 위하여 사고현 장으로부터 곧바로 후송된 병원 응급실 등의 장소는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 의 범죄 장소에 준한다 할 것이므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의 혈중알콜 농도 등 증거의 수집을 위하여 의료법상 의료인의 자격이 있는 자로 하여금 의 료용 기구로 의학적인 방법에 따라 필요 최소한의 한도 내에서 피의자의 혈액을 채취하게 한 후 그 혈액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형사소 송법 제216조 제3항 단서, 형사소송규칙 제58조, 제107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사 후에 지체 없이 강제채혈에 의한 압수의 사유 등을 기재한 영장청구서에 의하여 법원으로부터 압수영장을 받아야 한다. 고 판시함으로써 위 사건에서 법 제216조 제3항의 긴급압수의 요건은 갖추고 있으므로 그 절차에 따라 채혈하고 사후영장 을 받았더라면 적법하였을 것이라는 태도를 보인다. 이 판례는 위 2, 3 판례와 같이 소극적으로 강제채혈의 위법성만 판단하는데 그치지 아니하고 적극적으로 현행법 아래에서도 긴급 강제채혈이 허용될 수 있 다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으므로 향후 음주운전 수사의 실무에 있어서 도 활용의 가치도 풍부하고 해석상으로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앞으로 관련 판례의 출현이 기대된다. 그러나 한편 사고 시각으로부터 약 1시간 후에 장소적으로 상당히 떨어진 병 원 응급실 상황에서 의식불명된 운전자의 신체, 의복 등에서 술냄새가 난다는 이 유로 현행범이나 준현행범 상황이라고 판단한 점에 대하여는 지나친 확대해석이 라는 비판의 소지가 크다. 또한, 사고 후 운전자의 생명, 신체에 대한 구호 등이 우선되어야 할 것임을 감안하면, 유사한 사안이 발생한 경우라도 사고 당시의 시간, 장소와 혈액채취의 시간적ㆍ장소적 접착성, 범행의 증적 등이 뚜렷한지 등 법 제216조 제3항의 요건 충족 여부가 불명확하여 실제 사건에서의 적용에 있어서는 혼란이 예견될 뿐 아 225
慶 熙 法 學 제48권 제2호 2013 니라, 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사건이 오히려 많을 것임을 고려하면 긴급강제채 혈의 문제를 종국적으로 해결할 만한 판례는 못된다고 생각된다. V. 긴급강제채혈에 관한 외국의 사례 1. 독일의 입법례와 판례 강제채혈과 관련하여 독일의 형사소송법 제81조 a는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제89조a[신체검사-혈액표본] 1 소송에 필요한 중요한 사실의 확인을 위하여 피의자에 대한 신체검사를 할 수 있다. 이를 위하여 검사목적으로 의사에 의하여 의술에 따라 수행되는 혈액채취 및 기타 체내검사는 피의자의 건강을 손상할 위 험이 없는 것을 전제로 피의자의 동의가 없어도 허용된다. 2 체내검사의 명령은 법관이 할 수 있으며, 지체하는 경우 그 목적의 달성이 어려운 경우에는 검사나 그 보조관(법원조직법 제152조)도 명령할 수 있다. 3 피의자에게서 채취한 혈액 기타 신체조직은 당해 형사절차 또는 계속중인 관련 형사절차를 위해서만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표본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 은 경우에는 즉시 폐기되어야 한다.] 따라서 독일에서 검사와 그 보조원인 공무원은 법령에 따라 영장 없는 긴급 강제채혈이 가능하다. 또한 독일의 Celle 고등법원은 피고인이 음주한 상태에서 국도를 운전 중 차선을 이탈하여 교통표지판을 파손하는 등의 교통사고를 일으 켜 중상을 입고 의식불명되어 병원으로 후송되어 수술을 위하여 간호사에 의하 여 혈액이 채취되고, 이후 경찰관이 혈액의 나머지 일부를 간호사에게서 건네받 아 감정을 의뢰하였고, 그 감정결과에 따라 피고인의 음주운전의 유죄를 인정한 바 있다. 53) 제1심법원의 유죄 인정에 대하여 피고인은 항소하면서 그 이유로 혈중알콜농도를 측정함에 있어서 위법한 방식으로 혈액검사가 이루어졌고, 1심 법원은 이것이 증거사용금지에 해당함에도 증거로 사용하여 위법하다 라는 주장 을 하였는바, Celle 고등법원은 이 사건에서 경찰은 피고인의 혈액을 제81조 a에 53) 이 사안은 우리나라 대법원 1999.9.3. 선고 98도968 판결의 사안과 상당히 유사하다. 226
음주측정을 위한 긴급강제채혈의 절차와 법리 양동철 따라 강제로 채취한 것이 아니라 간호사가 채취한 혈액을 그로부터 자발적으로 건네받았다. 또한 적법하게 피고인의 혈액을 채취할 수 있는 가설적인 가능성 이 존재하였기 때문에 증거금지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라고 피고인의 항소를 배 척한 바도 있다. 54) 2. 미국의 입법례와 판례 미국에서는 경찰은 호흡측정기를 이용하여 호흡조사를 하거나 또는 의료기관 에 의뢰하여 혈액검사, 소변검사, 타액검사를 실시하여 혈중알콜농도를 확인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미국에서 운전면허는 국가에 의하여 부여된 특권의 하나로 이 해된다. 55) 미국의 모든 주는 이 전제하에 운전자는 케미칼 테스트(chemical test) 에 응할 것을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법 규정을 두고 있다. 보통 혈 액검사를 위한 채혈은 의사, 등록된 간호사 등 법에 의하여 권한이 부여된 자만 이 할 수 있다. 적발되었을 때부터 혈액채취까지의 시간, 보관ㆍ운반방법, 절차는 엄격히 준수 되어야 하고 이를 위반하여 얻은 음주측정 결과는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사례가 많다. 검사는 피의자가 원하는 경우 2차 검사까지도 허용된다. 다만, 운전자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강제채혈이 무조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혈액채취 등 체내 신체검사는 영장에 의한 경우, 그리고 긴급한 상황에 서 증거가 발견되리라는 것이 확실할 때에는 수정헌법 제4조에 의하여 허용된다 고 본다. 56) 숙련된 기술자에 의한 혈액검사는 양심에 충격을 주는 행위가 아니 며, 정의에 반하는 증거채취방법도 아니라는 것이 연방대법원의 입장이다. 57) 54) 이에 대하여는 학계의 찬반이 갈리고 있으나 다수 학설은 Celle 고등법원의 판결을 지지 하며, 증거사용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가설적 인과관계 는 다른 고려사항으로 보고 있 다고 한다. 한영수, 음주운전 수사방법인 음주측정의 형사절차법적 문제점과 입법론적 해결방안, 형사정책연구 제12권 제4호(2001), 32면 등 참조. 55) 윤남근, 음주운전에 관한 형사법적 고찰, 사법논집 제29집(1998.12), 300면. 56) 미국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사후영장제도가 없으므로 긴급강제채혈을 허용한다는 것은 곧 영장 없는 긴급강제채혈을 허용한다는 의미이다. 57) 박강우, 무영장, 무동의 채혈의 적법성에 관한 각국 판례의 동향, 형사정책연구 제16 권 제4호(통권 제64호, 2005ㆍ겨울호), 137면. 227
慶 熙 法 學 제48권 제2호 2013 특히 음주운전으로 체포된 사람으로부터 혈액채취가 필요하고 또한 장소와 절 차가 합리적이라면 강제로 혈액샘플을 채취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혐의자의 혈 액안의 알콜이 영장을 발부받기 위하여 지체되는 동안에 사라질 우려가 있으므 로 긴급히 채취할 필요가 있다는데 근거한다. 미 연방대법원이 영장 없는 긴급강제채혈의 적법성을 논의한 사건이 Breithaupt v. Abram 사건 58) 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음주상태에서 고속도로를 트럭으로 운전하다가 피해차량과 충돌하여 3명이 사망하고 자신도 중태에 빠졌다. 병원 응 급실에서 술냄새를 맡은 경찰은 담당의사에게 의뢰하여 피고인의 혈액 약간을 채취하였고, 이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은 과실치사(involuntary manslaughter)죄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았다. 피고인은 미 연방대법원에서 채혈절차가 미국 헌법 수정 제14조에 보장된 적법절차를 위배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 았다. 미국에서도 강제채혈이 미국 헌법 수정 제5조에 규정된 자기부죄금지의 원칙 에 반하여 위헌은 아닌가 하는 논의가 있다. 피의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의 혈액 을 채취하는 것은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제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 이 그 논거이다. 연방대법원도 1966년의 Schmerber사건 59) 에서 음주측정을 위한 강제채혈은 연방 헌법 수정 제5조가 규정하는 자기부죄거부특권의 보장 대상이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다. 그 이유는 강제채혈은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그 분석 결과가 진술 증거의 성격을 갖는 것도 아니므로 여기에 자기부죄금지의 원칙이 적용될 여지는 없고, 적법한 체포가 있었고 영장을 발부 받을 시간적 여 유가 없는 경우 체포에 수반하여 영장 없이 강제채혈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입법례는 각 주마다 상이한데, 강제채혈을 금지하기도 하고, 중 죄의 경우에만 강제채혈을 허용하면서 체포와 관계없이 법관으로부터 별도의 영 장을 발부 받을 것을 요구한다. 60) 수사기관의 강제채혈은 압수ㆍ수색의 한 종류 58) Breithaupt v. Abram, 352 U. S. 432 (1957). 59) Schmerber v. California, 384 U. S 757 (1966);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운전 중에 교통사고 를 일으키고 부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하였다. 피고인의 입에서 술 냄새가 났고 여기에 다 른 정황을 종합해 본 결과 피고인이 주취상태에서 운전했다는 의심을 하기에 충분하였으 므로 경찰관은 피고인에게 체포한다는 사실과 함께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고지하고 피고인이 반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의사로 하여금 피고인의 혈액을 채 취하게 하였다. 이 사안은 피고인이 의식이 있었던 사안이다. 228
음주측정을 위한 긴급강제채혈의 절차와 법리 양동철 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3. 일본 일본 형사소송법 제220조 제1항은 체포현장에서 압수, 수색, 검증을 할 수 있 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우리나라 형사소송법 제216조 내지 제217조에 규정된 바 와 같이 폭넓게 긴급 압수, 수색, 검증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으나,판례 와 학설은 위 제220조의 해석을 탄력적으로 하고 있다, 일본의 학계는 영장이나 동의가 없는 강제채혈에 관하여 증거능력 부정설과 증거능력 긍정설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증거능력 부정설은 영장이나 동의 없는 채혈은 형사소송법에 반하고 일본 헌법 제35조의 영장주의에도 반하는 중 대한 위법이기 때문에 그 혈액은 증거능력을 부정해야 한다고 하며, 증거능력 긍 정설은 긴급성, 상당한 방법에 의하는 것을 전제로 체포된 주취상태의 피의자로 부터 무영장ㆍ무승낙으로 미량의 채혈이 가능하다고 한다. 관련 판례를 살펴보면, [센다이( 仙 台 )지방재판소 1971.8.4. 판결]은 자동차사고로 인해 의식불명상태로 병원에 후송된 사건에서 경찰관이 의사에게 채혈을 위탁하 였고, 의사가 간호사로 하여금 약 2밀리리터의 채혈을 하여 경찰에 감정을 의뢰 하였던 사안으로 센다이 지방재판소는 일본 헌법 제31조(법정절차의 보장), 일본 형사소송법 제1조(이 법률의 목적)의 취지에 비추어 채혈행위는 인간의 신체에 대한 상해를 동반하는 것으로 중대한 인권에 관계되는 것이고, 이 채혈행위는 영 장주의에 반하여 중대한 절차 위반이 있었으므로 그 증거능력을 부정하여야 한 다고 판시하여 다소 엄격한 입장을 보였다. 61) 그러나, 이후로 긴급 강제채혈의 적법성을 긍정하는 판례를 다수 찾아 볼 수 있다. [후쿠오카( 福 岡 ) 고등재판소 1975.3.1. 판결]을 들 수 있다.이 사건에서 피의자가 교통사고로 실신하여 수술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경찰관이 간호사에게 부탁하여 피의자의 출혈을 막고 있던 거즈나 탈지면에 묻어 있는 혈액이라도 달라고 하였 60) 보다 자세한 입법례는 윤남근, 앞의 논문, 315면 이하 참조. 61) 항소심판결에서도 센다이 고등재판소도 채혈이 경도라고 하더라도 신체에 대한 손상을 동반하고 생리기능에 장해를 가할 위험이 있는 것 이라고 제1심판결을 지지하였다. 229
慶 熙 法 學 제48권 제2호 2013 고, 간호사가 거즈에 묻은 혈액 5.6밀리리터를 시험관에 넣어 경찰관에게 준 사 안이다. 후쿠오카 고등재판소는 위 채혈이 피고인의 신체에 하등의 장해나 고통 도 가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적법하다고 판시한 사실이 있다. 따라서 이 사 안은 피의자의 몸에서 이미 흘러나와 폐기될 혈액을 제공받은 것으로 신체의 자 유를 침해한다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은 적어지지만 혈액정보지배권이라는 기본 권은 고려되지 아니하였다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큰 사례이다. 다음 [마쯔야마( 松 山 ) 지방재판소 1984.6.28. 판결]에서도 혈액의 채취방법이 전 문적 의사에 의하여 피고인의 생명, 신체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행하여졌으며, 혈중알콜농도 검사는 가급적 빠른 시기에 채취된 혈액을 통하여 행하여져야 하므로 이 건에서 피고인의 혈액을 채취할 필요성과 긴급성이 인정 되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영장주의를 위반한 것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당사자의 동의 없는 긴급강제채혈을 인정한 바가 있다. 62) 위 판례들은 모두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강제채혈의 적법성을 인정한 바, 제한적 범위 내에서만 적용될 수 있는 판례이었으나, 다음 [다카마쯔( 高 松 ) 고등 재판소 1985.6.16. 판결] 63) 은 일반적인 사안에 있어서의 긴급 강제채혈의 기준을 제시한 판례로 해석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중앙선을 침범하여 마주 오는 자동차와 충돌한 후 병원 으로 이송된 후, 통상적인 검사용 혈액이 채취되었다. 피고인에게 큰 상처는 없 었고 경찰관의 음주여부에 대한 질문에 맥주를 마셨다고 진술하였다. 이에 경찰 관이 음주측정을 위하여 호흡측정기를 가지고 왔으나 그 사이에 피고인은 진정 제를 맞고 잠이 들어 측정을 할 수 없었다. 경찰관은 의사에게 피고인의 혈액을 좀 달라고 요구하였고, 의사가 간호사에게 지시하여 주사기로 통상의 채혈방법에 의하여 혈액 약 5cc를 채혈하여 경찰관에게 제공하였다. 채혈시 피고인은 진정제 때문에 명확한 의식이 없었고 피고인이나 그 보호자가 채혈을 거부하거나 승낙 한 사실은 없었다. 검사 결과 혈중알콜 농도는 0.09%였고 병원에서 영장발부를 62) 음주운전을 의심한 경찰관이 의사에게 혈액채취를 의뢰하여 의사가 피고인의 좌슬관절부 의 출혈부위에 저류된 상태의 혈액을 침이 없는 주사기로 흡인하여 채취하였는바, 당시 피고인은 신체의 상태 등에 대하여 비교적 정확히 대답할 수 있었고 채혈에 대하여도 특 별히 거절의 태도를 취하지 아니한 사안. 63) 河 上 和 雄, 無 斷 採 血 の 結 果 の 証 拠 能 力 -- 高 松 高 裁 昭 和 61 年 6 月 16 日 判 決, 判 例 タイムズ, 37권 44호 10-14면. 230
음주측정을 위한 긴급강제채혈의 절차와 법리 양동철 담당하는 가장 가까운 간이재판소까지는 자동차로 약 1시간 거리였다. 담당재판 부는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적은 양의 채혈은 의사 또는 의사의 감독 하에 있는 간호사에 의하여 의학적으로 상당한 방법으로 실시되는 때에는 강제채뇨에 비하여 피채혈자에 대한 침해의 정도가 경미하다고 할 것이고 그 고통과 그 위 험도 그다지 큰 것이라고 하기 어렵지만, 자기의 신체가 이유 없이 침해되지 않 아야 함은 헌법(제35조)에서 보장되는 것이기 때문에, 피채혈자의 동의가 없는 한 신체검사영장 또는 감정처분허가장의 어느 것을 요하는가 또는 그 상방을 요 하는가는 별론으로 하고, 영장 없는 강제채혈은 원칙적으로 위법하다고 하여야 하고, 그 위법의 정도가 영장주의의 정신을 몰각하는 것과 같이 중대한 것이고 채혈한 혈액의 감정서를 증거로서 허용하는 것이 장래의 위법한 수사를 억지하 는 견지에서 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위 감정서의 증거능력은 부정되 어야 한다. 따라서 본건에서 영장에 기하지 않고 또한 피고인으로부터 동의를 얻 지 않고 채혈하였기 때문에 위법하지만, 본건이 사망자 2명이라고 하는 중대한 교통사범이고 피고인의 주기를 띤 운전의 혐의가 농후하여 혈액입수의 필요성이 강하였던 점, 본건의 경우에는 영장을 발부받으려면 수 시간을 요하는 한편, 본 건 채혈은 객관적으로 강한 긴급성이 있었던 점, 본건 채혈은 의사의 감독 하에 의학적으로도 상당한 방법으로 실시되었으며 채혈량도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주 는 것은 아닌 점, 경찰관이 갑자기 채혈을 구한 것이 아니고 다른 검사방법을 사 용하여 보려고 한 점, 당시의 피고인의 상황에 비추어 피고인의 동의를 구하여도 도로에 그쳤을 가능성이 강한 점 등 이상의 실질면, 절차면의 제요소를 비교교량 하면, 본건 채혈행위는 수사활동의 일환으로 인정되든 아니되든 간에 그 위법성 은 낮다고 생각된다. (중략) 채혈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필요성, 긴급성, 상당성 등이 인정되기 때문에 그 위법성은 낮고, 압수절차과정에서의 위법이라는 면을 가미하여도 본건 채혈절차의 위법성이 영장주의의 정신을 몰각할 정도로 중대하였다고 까지는 할 수 없고, 결국 위 혈액을 감정자료로 한 감정서의 증거 능력을 부정하는 것은 상당하지 아니하다. 이 판결은 전체적으로 위법성의 정도 가 낮아 감정서의 증거능력을 긍정한 것으로 보인다.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고 이후 일본에서 영장ㆍ동의 없는 채혈에 관한 중요한 지도적 판례로 기능하고 있다. 231
慶 熙 法 學 제48권 제2호 2013 4. 기타 오스트리아에서는 인격의 존엄성(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처분이므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고, 법관의 명령에 의한 체내 조사를 허용하는 스위스 형사소송법 제 251조에 따르면, 사람의 신체에 대한 체내조사는 특별한 고통(besondere Schmerzen) 및 건강에 대한 위해초래가 없을 경우에만 인정되고(동조 제3호), 역시 의료전문가 에 의해서만 시행될 수 있다(제252조). 64) VI. 긴급강제채혈의 적법성 확보 방안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실무상 긴급 강제채혈의 필요성은 점증되고 있고, 형사절차에서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음에 반하여 현행 형사소송법은 체포ㆍ구 속 현장에서의 긴급 압수ㆍ수색ㆍ검증, 범행중 또는 범행직후의 범죄 장소에서의 긴급 압수ㆍ수색ㆍ검증, 긴급체포된 자의 긴급 압수ㆍ수색ㆍ검증만을 인정하고 증거수집절차 자체의 긴급성이 있는 경우의 독립적인 긴급 압수ㆍ수색ㆍ검증을 인정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현행법상 해석론으로 긴급강제채혈의 적법성을 확보하기에는 쉽지 않 아, 결국 대부분의 긴급강제채혈은 위법한 것으로 결론지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와 같은 불합리를 시급히 시정하기 위해서는 결국 긴급강제채혈을 사후영장의 통제 아래 적법절차 아래 포섭하는 입법적 결단만이 해결책이라고 생각된다. 첫째, 음주측정을 위한 채혈제도를 정비하여야 한다. 도로교통법을 개정하여 호흡검사 우선주의를 채택하면서, 음주측정거부죄의 존 치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운전자의 동의나 요청에 따라 또는 판사의 사전 영 장을 발부받아 또는 긴급한 필요시에는 사후영장을 발부받을 것을 전제로 혈액 검사를 허용하여야 한다. 도로교통법 제44조 제4항으로 운전자의 의식불명 등 기타 사유로 호흡조사를 64) 손동권, 혈액의 채취ㆍ압수ㆍ감정의 적법성 여부와 증거평가의 문제, 고려법학 제62호 (2011.9), 334면. 232
음주측정을 위한 긴급강제채혈의 절차와 법리 양동철 할 수 없고, 범죄의 수사에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사법경찰관은 검사에게 신청하 여 검사의 청구로 지방법원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 혈액 채취 등의 방법으 로 운전자가 술에 취하였는지를 측정할 수 있다. 다만 긴급을 요하여 법원판사의 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영장 없이 혈액채취를 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사 후에 지체 없이 영장을 받아야 한다. 라고 추가하고 현행 제4항은 제5항으로 개 정하면 될 것이다. 둘째, 긴급 강제채혈절차에 대한 규정을 신설하여야 한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현행법 아래서 판사의 사전 영장을 받지 아니하는 한 당 사자 본인의 동의 없이 음주측정을 위한 채혈을 할 수 있는 사안은 지나치게 좁 아진다. 더욱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영장 없이 실행할 수 있는 긴급감정처분 은 인정하지 않거나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장 없이 사람의 혈액을 수사ㆍ감정의 목적으로 채취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해석하는 견해에 따르면 긴급 강제채혈은 아예 허용되지도 않는다. 그런데, 피의자가 의식불명의 상태인 경우 등과 같은 경우에는 실체적 진실은 밝힐 수 없을 것이다. 실체적 진실주의가 형사소송의 중요한 이념임을 감안할 때 긴급강제채혈제도를 입법적으로 정비할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는 것이다. 물론 혈액채취 그 자체는 반드시 전문가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하며, 사후영장의 통제 를 받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체내 신체검사는 강제채혈만의 문제는 아니므로 형사소송법에 강제채혈, 강제 채뇨 등과 관련한 일반적 법조문을 신설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생각된다. 65) 65) 몇 가지 제시된 안은 다음과 같다. 김하중, 앞의 논문, 43면. 제218조의 2 영장에 의하 지 않은 채혈 검사, 사법경찰관은 피의자의 혈액을 즉시 채취하지 않으면 범죄수사를 위 한 혈액검사가 무의미해질 수 있는 때에 한하여 영장 없이 채혈할 수 있다. 채혈은 의료 인에 의해 의술에 따라 행해져야 한다. 이 경우에는 사후에 지체 없이 영장을 받아야 하 며 영장을 받지 못하면 채취한 혈액을 모두 즉시 폐기하여야 한다. ; 한영수, 음주운전 수사방법인 음주측정의 형사절차법적 문제점과 입법론적 해결방안, 형사정책연구 제12 권 제4호(2001), 32면. 형사소송법 제139조를 법원은 사실을 발견함에 필요한 때에는 검 증과 체내검사를 할 수 있다 로 고치고, 제139조의 2[체내검사의 관한 주의]를 신설하여 1 체내검사는 전문의료진에 의해 일반적으로 승인된 의료방법으로 행해져야 하며, 피검 사자의 건강을 해칠 위험이 없는 경우에 한해 인정된다. 2 피의자에게서 채취한 혈액과 그 밖의 신체조직은 오직 당해 형사사건이나 계류중인 관련사건에만 사용될 수 있으며,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 경우에는 즉시 폐기처분한다. 로 규정한다. 그리고 제215조의 1 항과 2항에 규정된 압수, 수색, 검증에 각각 체내검사 를 추가하고, 215조의 2(또는 제 233
慶 熙 法 學 제48권 제2호 2013 셋째, 보다 근원적인 처방으로 독립적인 긴급 압수ㆍ수색ㆍ검증 제도를 도입하 는 것이 옳다. 사실 긴급강제채혈제도의 도입이 시급한 형편이지만, 이는 강제채혈에만 국한 되는 문제는 아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에는 독립적 인 긴급압수ㆍ수색ㆍ검증제도 66) 가 갖추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강제채혈의 경 우에도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현행 특별법상으로도 긴급한 경우에 영장 없는 압수 수색을 허용하는 예는 여 럿 있다. 조세범처벌절차법 제9조 67), 관세법 제296조 제1항도 68), 통신비밀보호법 제8조 제1항 69) 등이 그 예이다. 70) 215조3항)를 신설하여 체내검사를 함에 있어서 긴급을 요하여 법원판사의 영장을 받을 수 없을 때에는 영장 없이 실시할 수 있다. 이 경우 에는 사후에 지체 없이 영장을 받아 야 한다 로 규정한다. 마지막으로 준용규정인 제219조에 제139조의 2를 첨가한다. 66) 독립적인 긴급압수ㆍ수색ㆍ검증제도란 일반적으로 체포 또는 구속에 수반되지 아니하고, 사전 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긴급압수ㆍ수색ㆍ검증을 의미한다.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 217조에 규정된 긴급압수ㆍ수색ㆍ검증을 협의의 독립적인 긴급압수ㆍ수색ㆍ검증제도로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조상제, 독립적 긴급 압수수색제도의 입법론적 연구, 형사법 의 신동향, 통권 제32호(2011.9), 201면. 67) 조세범처벌절차법 제9조 1 세무공무원이 제8조에 따라 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근 무지 관할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를 받은 관할 지방법원판사가 발부한 압수ㆍ수 색영장이 있어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해당 조세범 칙행위 혐의자 및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에게 그 사유를 알리고 영장 없이 압 수 또는 수색할 수 있다. 1. 조세범칙행위가 진행 중인 경우 2. 조세범칙행위 혐의자가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어 압수 수색영장을 발부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 2 제1항 단서에 따라 영장 없이 압수 또는 수색한 경우에는 압수 또는 수색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관할 지방법원판사에게 압수 수색영장을 청구하여야 한다. 68) 관세법 제296조(수색 압수영장) 1 이 법에 따라 수색ㆍ압수를 할 때에는 관할 지방법원 판사의 영장을 받아야 한다. 다만, 긴급한 경우에는 사후에 영장을 발급받아야 한다. 69) 통신비밀보호법 제8조 (긴급통신제한조치) 1 검사, 사법경찰관 또는 정보수사기관의 장 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음모행위, 직접적인 사망이나 심각한 상해의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범죄 또는 조직범죄등 중대한 범죄의 계획이나 실행 등 긴박한 상황에 있고 제5조 제1항 또는 제7조제1항제1호의 규정에 의한 요건을 구비한 자에 대하여 제6조 또는 제7 234
음주측정을 위한 긴급강제채혈의 절차와 법리 양동철 외국의 입법례나 판례도 독립적인 긴급압수ㆍ수색ㆍ검증을 허용하고 있다. 71) 우리 형사소송법 해석론이나 판례로서는 수사상 긴급히 필요한 긴급압수ㆍ수 색ㆍ검증을 허용하기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을 뿐 아니라 비교법적 관점에서도 지나치게 제한적이므로, 강제채혈을 비롯하여 다양한 사안에 대처할 수 있는 일 반적인 독립적 긴급압수ㆍ수색ㆍ검증 절차를 형사소송법에 규정하는 것이 보다 근원적 처방이라 할 수 있다. VII. 글을 마치면서 살펴 본 바와 같이 긴급강제채혈의 허용범위, 법적 성격 등에 대하여 견해의 대립이 심하고, 판례도 명백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해석론이나 실무상의 어려움이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강제채혈의 법적 성격과 관련하여 어떤 종류의 영장을 사용하여야 하는 점에 관하여 여러 견해가 나뉘지만 필자는 실무상으로는 실익이 없는 다툼이며 다만 검증영장이나 또는 감정처분허가장을 발부받는 방법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 하였다. 아울러 현행법상 명문의 허용규정은 없지만 긴급한 경우, 영장이나 본인의 동 의 없이도 강제채혈을 하여야 할 필요성은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를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2항, 제3항 및 제217조 제1항의 긴급 압수ㆍ수색ㆍ검증 규 정을 적용하여 해결하려는 시도는 위 규정들의 적용범위가 제한되어 있고, 요건 도 까다로워 성공적이지 못하다. 일부 판례에서와 같이 자칫 이 규정들을 확대해 조제1항 및 제3항의 규정에 의한 절차를 거칠 수 없는 긴급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법원 의 허가없이 통신제한조치를 할 수 있다. 70) 다만 이는 수사목적이 아닌 행정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압수수색이라는 점에서 달리 취급 하여야 한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 71) 보다 자세한 내용은 조상제, 앞의 논문, 202면 이하; 김기준, 독립적 긴급압수수색제도의 도입 필요성에 대한 고찰, 형사법의 신동향, 통권 제15호(2008), 4면 이하 등 참조. 이 글에서는 지면의 제한상 긴급 강제채혈과 관련한 논점에 집중하기 위하여 독립적인 긴급 압수ㆍ수색ㆍ검증제도 일반에 대한 논의는 생략한다. 235
慶 熙 法 學 제48권 제2호 2013 석하려다가는 중요한 적법절차의 이념을 훼손할 염려가 커 바람직하지도 않다. 따라서 이는 궁극적으로 입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적절하다. 외국의 입법례나 판례도 긴급한 필요시의 강제채혈을 허용하는 추세이다. 무엇보다도 형사소송법에 독립적인 긴급 압수ㆍ수색ㆍ검증제도를 도입하는 것 이 근원적인 해결책이기는 하지만, 우선 음주운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도로교통법을 개정하여 운전자의 동의나 요청에 따라 또는 판사의 사전 영장을 발부받아, 또는 긴급한 필요시에는 사후영장을 발부받을 것을 조건으로 혈액검사 가 가능하도록 하여야 한다. 법의 개정을 통하여 해석상의 다툼을 종식하고 실무상의 명백한 기준을 제시 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236
음주측정을 위한 긴급강제채혈의 절차와 법리 양동철 참고문헌 1. 국내 단행본 노명선/이완규, 형사소송법 제2판,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2011. 배종대/이상돈/정승환/이주원, 신형사소송법 제4판, 홍문사, 2012. 손동권, 형사소송법, 세창출판사, 2010. 신동운, 신형사소송법 제4판, 법문사, 2012. 신양균, 형사소송법, 화산미디어, 2009. 이은모, 형사소송법 제3판, 박영사, 2012. 이재상, 형사소송법 제9판, 박영사, 2012., 신형사소송법연습 제4판, 박영사, 2010. 임동규, 형사소송법 제8판, 법문사, 2012. 정웅석/백승민, 형사소송법 전정5판, 대명출판사, 2012. 2. 국내 논문 김기준, 독립적 긴급압수수색제도의 도입 필요성에 대한 고찰, 형사법의 신동 향 통권 제15호, 2008. 김하중, 혈액수집과 적법절차, 형사법의 신동향 통권 제35호, 2012. 김형준, 진료목적으로 채취한 혈액의 압수, 형사판례의 연구 : 志 松 李 在 祥 敎 授 華 甲 紀 念 論 文 集 (II), 2004. 박강우, 무영장, 무동의 채혈의 적법성에 관한 각국 판례의 동향, 형사정책연 구 제16권 제4호(통권 제64호), 2005ㆍ겨울호. 손동권, 혈액의 채취ㆍ압수ㆍ감정의 적법성 여부와 증거평가의 문제, 고려법 학 제62호, 2011. 신동운, 운전종료후의 음주측정불응죄와 영장주의, 저스티스 제30권 제4호, 1997. 심규홍, 음주운전 처벌의 실무상 제반 문제점, 창원지방법원 재판실무 3집, 2005. 윤남근, 음주운전에 관한 형사법적 고찰, 사법논집 제29집, 1998.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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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측정을 위한 긴급강제채혈의 절차와 법리 양동철 음주측정을 위한 긴급강제채혈의 절차와 법리 양 동 철 교통사고를 내고 의식불명이 된 음주운전 피의자들로부터 혈중알콜농도 측정 을 위한 긴급강제채혈을 한 다음 감정을 하는 경우, 채혈절차의 위법성 때문에 음주운전의 유일한 증거인 감정서의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판례는 음주운전자 본인의 동의를 받지 않는 한, 가족 등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받는다 하더라도 긴급강제채혈은 적법하지 않다고 판시하고 있고, 형사소송법에 는 긴급강제채혈을 허용하는 명문의 규정이 불충분하다. 강제채혈은 판사가 발부 한 사전 영장의 집행에 의해서 허용하는 것이 옳지만,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 에는 제한적으로 그 예외를 인정할 필요도 높다. 따라서 현행법 아래에서의 긴급강제채혈의 허용 여부, 법적 성격에 대한 해석 론과 긴급강제채혈제도에 대한 입법론적 논점이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이 글에 서는 먼저 형사소송법 등 법규정의 해석에 대한 여러 견해와 판례를 조감ㆍ분석 한 다음, 긴급강제채혈과 관련한 외국의 입법례와 판례를 살펴보고, 바람직한 법 개정 방향을 제시한다. 강제채혈의 법적 성격과 관련하여 어떤 종류의 영장을 사용하여야 하는 점에 관하여 여러 견해가 나뉘지만 필자는 실무상으로는 실익이 없는 다툼이며 다만 검증영장이나 또는 감정처분허가장을 발부받는 방법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 한다. 아울러 현행법상 명문의 허용규정은 없지만 긴급한 경우, 영장이나 본인의 동 의 없이도 강제채혈을 하여야 할 필요성은 매우 높지만, 이를 형사소송법 제216 조 제2항, 제3항 및 제217조 제1항의 긴급 압수ㆍ수색ㆍ검증 규정을 적용하여 해 결하려는 시도는 위 규정들의 적용범위가 제한되어 있고, 요건도 까다로워 성공 적이지 못하고 자칫 이 규정들을 확대해석하려다가는 중요한 적법절차의 이념을 훼손할 염려가 커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이를 해석론으로만 논의하여서는 아니 되고 입법론적으로 해결하는 것 이 적절하다. 외국의 입법례나 판례도 긴급한 필요시의 강제채혈을 허용하는 추 세이다. 239
慶 熙 法 學 제48권 제2호 2013 무엇보다도 독립적인 긴급 압수ㆍ수색ㆍ검증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근원적인 해결책이기는 하지만 우선 음주운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도로교통법 을 개정하여 운전자의 동의나 요청에 따라 또는 판사의 사전 영장을 발부받아 또는 긴급한 필요시에는 사후영장을 발부받을 것을 전제로 혈액검사가 가능하도 록 법을 개정하여야 한다. 240
음주측정을 위한 긴급강제채혈의 절차와 법리 양동철 A Study on the Urgent Compulsory Blood Collecting for Investigation of Driving while Intoxicated Yang, Dong-Chul * Recently, in the process of investigation of driving while intoxicated, it is gradually increased that a police officer have to do urgent compulsory blood collecting from an unconscious suspect without a warrant issued by a judge or consent of the suspect. With reference to that point, Supreme Court takes the strict stance that compulsory blood collecting from an unconscious suspect without a warrant or consent is illegal. On the other hand, Article 216 (2), (3) and Article 217 (1) of Criminal Procedure Act provides that a public prosecutor or judicial police officer may urgently seize, search and inspect the evidence without warrant if it is necessary. In these cases, a warrant of seizure and search shall be obtained after the act without delay. However, coverage of these articles is considerably narrow and it is not effective to obtain a warrant before the act because ratio of alcohol in the blood is rapidly reduced as time passed. As a result, in respectable practices, compulsory blood collecting from an unconscious suspect without a warrant or consent may be illegal. Supreme Court has released meaningful precedents about the point. And various interpretations and many sincere arguments are raised with reference to it, but they are controversial. Therefore, it is necessary to analyze various interpretations and the standpoint of the Supreme Court and suggest a manifest criterion on that issue. Major issues of this paper are the urgent compulsory blood collecting for investigation of driving while intoxicated and related problems such as physical examination. This paper reviews leading precedents and academic comments on the issues and suggests possible solutions to the problems. * Professor at Kyung Hee University Law School / Advisor of Kyung Hee Institute of Legal Studies / Attorney at law. 241
慶 熙 法 學 제48권 제2호 2013 This Article starts with a analysis of domestic leading judicial precedents and theories. Secondly, it reviews judicial and legislative precedents of foreign countries. Finally, it suggests criteria on that issue and possible solutions to the problems. 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