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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CITIES 세계와 도시 Vol. 10 2015 SUMMER 특집 보행이 편리한 가로 만들기 포커스 보행친화도시의 정책 동향 기획 중국의 도시화와 정책대응 현황 이머징 씨티 시리즈 9 중국 중서부 내륙지역 핵심도시 주목할 도시자료 IMF, 세계경제전망 브리프

편집자의 글 세계와 도시 는 해외의 도시정책과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글로벌한 시각에서 우리의 시정을 바라보고, 시정 혁 신과 정책 수립에 참고할 수 있는 정보 제공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시의 정책공유 및 국제협력 사업을 소개하고 이에 필요한 해외의 도시 및 도시 인프라 정보와 국내외의 국제협력 및 해외사업 추진 동향을 유관기관 과 협력하여 제공하고 있습니다. 세계와 도시 는 총 5개의 세션 포커스, 특집, 기획, 이머징 씨티 시리즈, 주목할 도시자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번 호 포커스 섹션에서는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보행친화도시 정책이 해외에서는 어떻게 발전했고 오늘 날 진행되고 있는지 소개하였습니다. 저자인 성현곤 교수님께서는 보행친화도시 구축을 위한 노력은 자동차 중심의 도시공간의 한계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고 설명하며 바람직한 보행친화도시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포커스 섹션이 도시 전체의 측면에서 보행친화도시 구축을 위해 시도된 사례들을 소개하였다면, 특집 섹션에 서는 사람들이 실제 생활을 영위하는 가로 수준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공간을 개선하고 보행 환경을 향상시킨 전 략과 시도들을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우선, 한상진 연구위원님께서 사람이 중심이 되는 가로를 만들기 위한 해외 의 혁신적인 시도로 네덜란드의 본엘프와 존30사업 등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둘째로, 김경모 디자이너께서 오늘 날 매우 성공적으로 길찾기 체계를 혁신시킨 영국의 레지블시티 프로젝트 사업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나 찾기 쉬운 길을 만들기 위한 길찾기 체계의 필요성과 추진 방향을 제시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여혜진 부연구위 원님께서는 서울시 제일의 대중교통 수단인 지하철 내에서 보행자를 위한 안내 체계의 향상을 위한 서울의 노력과 관련 해외 사례 조사연구 결과를 서울연구원에서 2011년에 추진한 연구를 바탕으로 소개해 주셨습니다. 기획 섹션에서는 사방으로 발전하고 있는 중국의 도시화 현상과 정책추진 동향을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우선, 박인성 연구위원님께서 중국의 전반적인 도시화 방향을 소개해 주셨는데요, 최근 추진되고 있는 중국 신형도시화 의 배경과 중국 도시계획의 특성, 그리고 중국의 도시개발 전략 방향까지 중국 도시화 현상과 정책 방향에 대한 이 해를 높일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서종원 박사님께서는 중국 대도시의 매우 중요한 현안이자, 우리 기업의 진출 가능성이 높은 중국의 도시교통에 대한 정부의 정책 방향과 시범도시 사례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유기영 박 사님께서는 서울연구원이 북경성시규획연구원과의 오랜 교류를 바탕으로 진행 중인 북경 폐기물 처리방안 향상을 위한 양 기관의 협력연구 사례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이머징씨티시리즈에서는 중국의 신형도시화 정책에 따라 발전하게 된 중국의 이머징 시티라 볼 수 있는 중국 중서부의 4개 핵심 거점도시에 대하여 구체적인 도시정보와 도시개발 동향을 살펴보았습니다. 코트라의 글로벌윈 도우에서 인프라 관련 최신 소식을 발췌 요약한 세계인프라시장 동향에서는 중국을 비롯하여 중동, 중남미에서 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새로운 도시개발 사업들에 초점을 맞춰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세계ODA사업동향에서는 코 이카에서 추진하는 재해 재난 관련 해외 사업 사례를 소개하였습니다. 주목할 도시자료에서는 이코노미스트 인 텔리전스유닛(EI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각각 2015년 4월에 발표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민관협력 환경평가 결과와 세계경제전망 결과를 담았습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며 좋은 정보가 되시길 바랍니다. 세계도시연구센터 편집자 일동

Contents 2015 SUMMER Vol. 10 06 포커스 보행친화도시의 정책 동향 97 주목할 도시자료 [보고서] 성현곤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조교수 98 EIU, 아시아태평양지역 민관협력 환경평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 2015.4 16 특집 보행이 편리한 가로 만들기 사례 104 [강연] IMF, 세계경제전망 브리프 국제통화기금, 2015.4 18 1 보행자 중심의 가로 만들기 사례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24 2 걷기 편한 길찾기 체계 구축하기 김경모 어플라이드 웨이파인딩 선임디자이너 32 3 지하철 보행자를 위한 안내 체계 여혜진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부연구위원 42 기획 중국의 도시화와 정책대응 현황 44 1 중국의 신형도시화 배경과 도시정책 동향 박인성 충남연구원 중국연구팀장 52 58 63 76 2 중국 대도시의 도시교통 정책과 추진 사례 서종원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 3 서울연구원과 북경시의 폐기물관리분야 협력 사례 유기영 서울연구원 안전환경연구실 선임연구원 세계인프라시장 동향 세계ODA사업 동향 27 81 이머징 씨티 시리즈 9 중국 중서부 내륙지역 핵심도시: 정저우, 우한, 시안, 충칭 박진희, 오종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권역별성별연구팀 연구원, 전문연구원 54 105

포커스 보행친화도시의 정책 동향 성현곤 조교수 hgsung@chungbuk.ac.kr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1. 개 요 최근의 도시계획 및 정책은 저영향개발(Low Impact Development, LID), 대중교통 중심 개발(Transit-Oriented Development, TOD), 차없는 도시(Car-Free City), 보행친화도시 (Pedestrian-Friendly City) 등의 구호를 내세우며, 바람직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세기에 대두된 자동차 중심의 저밀도 도시가 확산됨에 따라 교통혼잡, 대기 오염, 기후변화, 에너지 과소비, 사회적 공간적 분리에 따른 대립 등 수많은 도시문제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1세기에는 지난 세기에 경험하였던 도시 및 교통 계획의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바로 잡고 보다 바람직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도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국외 에서도 다양한 계획과 정책이 시도되고 있다. 이중 보행친화도시는 자동차가 아닌 사람에게 초점을 맞춘 인본주의적 도시 및 교통계획 패러다임이다. 자동차 중심의 교통체계가 교통수 단의 이동성을 높임으로써 경제활성화를 목표하였다면, 보행친화도시정책은 보행자의 접근 성을 제고하여 경제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한다. 동시에 사회 공동체 복원과 인간중심의 도시 계획 및 정책으로의 회귀를 목표한다. 06

보행친화도시의 정책 동향 이러한 점에서 보행친화도시는 오늘날 전 세계에서 도시 및 교통 측면의 정책 담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보행과 대중교통 계획 및 정책에 대한 최근 추세와 동향을 살펴보고 국내 보행친화도시 구축을 위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특히, 21세기의 도시는 더 이상 보행만으로 일상생활이 충족되기 어려운 공간적 범위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대중 교통과 보행을 함께 고려한 해외 사례들을 중심으로 검토해 보고자 한다. 2.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구축 사례 오늘날 도시는 보행권역을 넘어서 대부분의 일상생활이 이루어진다. 보행의 목적도 신체 활동 증진, 여가 및 레저보다 이동 수단으로써의 역할이 크다. 그래서 보행친화도시를 구축 하고자 할 때, 대중교통과 긴밀하게 연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점을 잘 반영한 해외 사례로 미국의 포틀랜드와 알링턴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오늘날 도시는 보행권역을 넘어서 대부분의 일상생활이 이루어진다. 보행의 목적도 신체활동 증진, 여가 및 레저보다 이동 수단으로써의 역할이 크다. 그래서 보행친화도시를 구축하고자 할 때 대중교통과 긴밀하게 연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 포틀랜드 성장관리와 대중교통 중심 도시 포틀랜드 대도시권은 미국의 서북부에 위치하며 총 240만 명의 인구(2014년 기준)가 25개의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포틀랜드 대도시권 지역정부인 메트로(Metro, 1979년 설립)는 토지이용 계획, 교통계획, 자연자원의 보존, 폐기물 처리계획 및 관리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포틀랜드 그림1 2040 포틀랜드 대도시권 전략계획에서의 성장관리 구상도 자료 : Gibb, 2014. p.5 World & Cities Vol.10 07

포커스 그림2 포틀랜드 대도시권의 최초의 경전철과 도시개발 포틀랜드의 TOD 프로그램은 특히, 보행성(walkability)을 강조하고 있어 철도역 주변 지역에 좁고 협소한 가로 패턴을 형성함으로써 보행을 통한 철도와 버스로의 접근을 개선하고 쇼핑, 통근, 여가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도록 계획하고 있다. 마운틴 후드 고속도로 건설 취소노선 MAX 최초의 경전철과 도시개발 자료 : Gibb, 2014. p.11 대도시권은 2040 지역성장전략(Region 2040 Growth Concept) 에서 미래성장에 대하여 성장하 되 밖은 아닌(growing up, not out) 이란 구호를 내세우고 있다. 이는 도심과 축(corridors) 그리고 대중교통 결절점인 역세권(station areas)에 집중하고 도시성장경계(Urban Growth 1 UGB는 오리건 주의 토지이용법(1973)에 의거하여 도입되었지만, 이 정책이 포틀 랜드의 TOD정책과 함께 추진되면서 더 욱 높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UGB는 도 시의 저밀확산(urban sprawl)을 억제하 기 위한 성장관리전략이다. 이러한 전략 은 도시의 새로운 개발을 성장경계선내에 서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도시의 확산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전략은 포 틀랜드의 대중교통 지향형 개발 프로그램 과 결합되어지면서 새로운 성장이 성장경 계선 내에 억제될 뿐만 아니라 대중교통 중심 축(corridor)으로 새로운 성장을 유 도하는 효과를 새롭게 창출하게 되었다. 2 TOD는 토지이용과 교통체계를 연계해 도시철도 역이나 버스정류장을 중심으로 대중교통 중심의 복합적 토지이용과 보 행친화적인 교통체계를 유도하고자 하는 도시개발방식이다. 도시계획적인 측면에 서 TOD는 무분별한 도시의 외연적 확산 을 억제하고 승용차 중심의 통행패턴을 대중교통 및 녹색교통 위주의 통행패턴으 로 변화시키는 기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3 포틀랜드 대중교통 운영회사인 트리멧 (TriMet)은 대도시권 급행(Metropolitan Area Express, MAX)이라는 이름을 가지 고 있다. Boundary, UGB) 밖의 보존가치가 높은 농사지역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도이다 1. 이 계획 을 보면 포틀랜드가 대중교통지향형 개발(Transit Oriented Development, TOD 2 ) 프로그 램을 통해 대중교통 중심의 점(철도역), 선(철도노선축), 면(공간구조)적 측면에서 성장관 리를 보다 강화시키고자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포틀랜드의 TOD 프로그램은 특히, 보행성 (walkability)을 강조하고 있어 철도역 주변 지역에 좁고 협소한 가로 패턴을 형성함으로써 보행을 통한 철도와 버스로의 접근을 개선하고 쇼핑, 통근, 여가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 도록 계획하고 있다(Gibb, 2014). 포틀랜드가 대중교통 중심의 정책을 펼쳐오기 시작한 것은 1976년 8차선 마운틴후드 고속 도로(Mt. Hood Freeway) 건설 사업을 취소하고, 최초의 경전철을 건설하기로 하면서 부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교외로의 도시확산에 따라 도심부의 쇠퇴와 경제적 침체가 심화되 던 시기였다. 게다가 고속도로를 건설하려면 약 1,500개의 주택을 철거해야 하고 완공 후 오히 려 도심부로 더 많은 자동차 유입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고속도로 노선계획을 취 소하고 대체 수단으로 경전철 건설이 시작되어 1986년 완공되었다 3. 그 후 2000년대 초반까지 포틀랜드 대도시권에는 4개의 노선, 87개의 정차역이 구축되었으며, 평일 기준 11.5만에서 13만의 대중교통 이용수요를 창출(Gibb, 2014)하고 있다. 포틀랜드의 TOD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98년 이후이다. 지난 16년간 철도역 주변의 물리적 환경개선에 14.9백만 달러, 토지취득에 8.5백만 달러가 투자되었으며, 전체 사업운영에 매년 0.6백만 달러가 투입되고 있다(Metro, 2014). 이러한 TOD 프로그램을 통해 포틀랜드 지역은 미국의 대도시권 지역과 비교할 때, 통행 관련 연간 26억 달러의 사회적 편익이 발생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Cortright, 2007; Gibb, 2014).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08

보행친화도시의 정책 동향 통행거리 20% 감소로 인하여 교통비용 11억 달러 절약과 15억 달러(1억 시간)의 통행거리 저 감 효과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 프로그램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26억 달러에 달하고, 미국 전체와 비교할 때 다섯 배가 많은 25세~34세 인구유입 등의 효과를 거두었다고 평가되 고 있다. 2014년 현재 포틀랜드 대도시권 전역에 총 3,296채의 주택이 철도역에서 도보접근이 가능한 지역에 공급되었고, 이 중 991채의 주택은 저소득층을 위해 공급되었다. 상업과 업무 중심의 복합개발이 이루어진 면적도 총 399,760m2 규모이다(Metro, 2014). 또한 대중교통 중심의 압축적인 성장관리 정책을 통하여, 개발가용지 479ac(약1.94km2)의 토지를 절감할 수 있었다. 정책이 시행되지 않고 무분별한 도시의 확산이 이루어졌을 때에 비하여 그 정도의 개발가용지를 보존할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1998년~2014년까지 TOD 사업이 완결된 지역과 앞으로 개발 가능한 지역을 표시하면 아래 그림과 같다. 2014년 현재 포틀랜드 대도시권 전역에 총 3,296채의 주택이 철도역에서 도보접근이 가능한 지역에 공급되었고, 이 중 991채의 주택은 저소득층을 위해 공급되었다. 상업과 업무 중심의 복합개발이 이루어진 면적도 총 399,760m2 규모이다. 그림3 포틀랜드 TOD 개발사업 현황(1998-2014) 자료 : Metro, 2014. p.3 World & Cities Vol.10 09

포커스 미국에서 TOD의 성공적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또 다른 계획은 워싱턴 D.C.의 서쪽 외곽지역에 있는 버지니아주 알링턴 카운티의 소의 눈(Bull's Eye) 구상안이다. 포틀랜드 사례와 마찬가지로 고속도로 건설이 예정된 노선에 기존 계획을 취소하고 워싱턴 도심으로부터 외곽으로 연결되는 5개의 신규 철도역을 중심으로 역세권 개발을 구상하고, 지금까지 추진하고 있다. 나. 알링턴 카운티의 대중교통 중심 도시 미국에서 TOD의 성공적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또 다른 계획은 워싱턴 D.C. 서쪽 외곽 지역에 있는 버지니아주 알링턴 카운티(Arlington County)의 소의 눈(Bull s Eye) 구상안이다. 포틀랜드 사례와 마찬가지로 알링턴 카운티도 고속도로 건설이 예정된 노선에 기존 계획을 취소하고 워싱턴 도심으로부터 외곽으로 연결되는 5개의 신규 철도역을 중심으로 역세권 개발을 구상하여 지금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철도역을 중심으로 반경 1/4마일 이내에 고밀도의 복합적 토지이용을 유도하여 보행친화적인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이 계획 은 알링턴 카운티 내의 5개역 즉, 로즐린(Rosslyn)역에서 볼스톤(Ballston)역까지 5개 역을 대상으로 하여 로즐린-볼스턴 철도축 계획이라고 불리고 있다. 계획 추진을 위하여 알링턴 카운티는 1970년대 중후반부터 기성시가지의 TOD 활성화를 위한 토지이용계획(그림4 참조)과 구체적인 개발지침을 담은 부문계획(Sector Plan)을 수립 하고 있다. 역별로 기능 차별화를 유도하여 대중교통 이용 증진과 보행활동을 보다 활성화 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성현곤 외, 2007). 알링턴 카운티의 대중교통중심계획은 쇠퇴되 던 기성 시가지를 활성화 시켰을 뿐만 아니라 대중교통 및 보행의 통행수단 점유율을 증진시 키는 효과를 거두었다(성현곤 외, 2007). 오늘날 로즐린-볼스턴 철도축에서 철도역 이용을 위한 접근교통수단으로 전체 통행의 약 73%가 보행을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TOD 계획이 접목되지 않은 교외의 철도역(57.6%)과 비교할 때 약 15.4% 높은 수치이다. 또한, 통근수단 구성에 있어서 역세권 지역에서는 대중 교통이 38.0%, 보행교통이 8.0%로, 알링턴 카운티 전체(대중교통 및 보행이 각각 23.3%와 5.6%)와 비교할 때, 보행의 점유율이 높음을 알 수 있다. TOD 계획은 가구당 자동차 소유 비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데,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은 가구의 비율이 역세권 지역에서는 17.9%, 알링턴 카운티 전체에서는 12%로 나타났다. 미국 전체에서는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은 인구의 비율이 10%임을 감안한다면, 이 지역이 상당히 낮은 자동차 소유비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Brosnan, 2010). 그림4 알링턴 카운티의 TOD 계획 (a) 소의 눈(Bull's Eye) 구상 (b) TOD 토지이용계획 자료 : 성현곤 외, 2007. pp.108-109 10

보행친화도시의 정책 동향 3. 도심의 보행활동 증진 사례 보행친화도시의 구축에 대한 중요한 주제 중의 하나는 도심 또는 상업가로에서 자동차 진입을 규제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1950년대부터 주거지 및 쇼핑센터의 외곽확산에 따른 도심부 쇠퇴를 방지하고자 도심부 재개발 계획을 추진하였다. 대부분의 대도시권에서는 고속 도로를 도심부에 연결하고 단일용도 중심의 대규모 재개발을 추진하였지만, 미네소타주의 미네아폴리스만은 다른 형태의 재개발을 추진하였다. 도심부의 니콜렛트(Nicollet) 중심가로에 자동차 통행을 전면 금지시키고, 대중교통의 통행을 허가하되 보행자가 우선인 가로를 계획 하였다. 다른 사례로는 영국 런던의 이그지비션 도로(Exhibition Road)가 있다. 이 도로는 모든 교통수단의 진입과 진출을 허용하는 공유도로(Shared Space)이나 보행자가 가장 우선시 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사례이다. 가. 미국의 니콜렛트 몰 미국 교외에 쇼핑센터가 처음으로 등장한 1950년대에 미네아폴리스시는 도심부 재개발 계획을 시작하였다. 당초 의도는 도심의 가치를 강화하고 개선하기 위한 시도였으나 도심 쇠퇴가 예상되면서 상업활동이 집중된 니콜렛트 가로를 특화하여 도심을 활성화하는 종합 계획을 수립하여 개발하게 되었다(Brambilla and Longo, 1977). 니콜렛트 몰의 설계상 특징은 새로운 대중교통의 이용을 장려하기 위하여 설계단계부터 철도역을 중심으로 특색 있는 도시공간을 창출하고자 노력하였다는 것이다(Brambilla and Longo, 1977). 특히 혹독하게 추운 겨울날씨로 인한 보행자의 불편을 경감하기 위하여 버스 정류장에는 적외선 난방기구를 구비하였고, 보도에는 제설매트를 설치하였다. 몰의 양 가로 변에 재개발되는 빌딩들은 공중회랑(skywalk)으로 서로 연결하여 니콜렛트 몰과 일체화되는 건축공간을 설계하였다( 今 野 博, 1987). 몰의 중앙가로는 직선이 아닌 곡선형으로 설계함으로 써 대중교통의 속도를 자연스럽게 저감하는 기법을 도입하였다. 니콜렛트 몰 초기 사업에는 총 2억 2천 5백만 달러의 자금이 투자되었다. 계획 및 건설 초기단계에서는 상인들의 반발이 높았고, 버스나 택시의 소음과 배기가스로 인한 지역의 지속 적인 환경오염이 예상되었다. 그러나 1968년 몰이 완성된 이후 매출이 14% 증가하였으며 상가의 공실율이 급격히 감소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소음, 대기오염, 보행의 위험도 감소되었다. 보행자 수는 하루 9,000명에서 40,000명으로 크게 증가하였지만, 범죄는 증가 하지 않았다. 나아가 니콜렛트 몰은 도심부의 주택건설의 촉진제로 작용하여 시 당국이 저소 득층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니콜렛트 몰은 최근 미네아폴리스시 당국에 의하여 재설계되고 있다. 재설계의 배경은 현재의 도심을 복합용도로 재생시키고, 보다 활력있는 가로로 만들어 국가적 그리 고 세계적 관점에서도 보다 경쟁력 있는 지역으로 만들고자 함이다. 시 당국은 5천만 달러 미국 교외에 쇼핑센터가 처음으로 등장한 1950년대에 미네아폴리스시는 도심부 재개발 계획을 시작하였다. 당초 의도는 도심의 가치를 강화하고 개선하기 위한 시도였으나 도심 쇠퇴가 예상되면서 상업활동이 집중된 니콜렛트 가로를 특화하여 도심을 활성화하는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개발하게 되었다. World & Cities Vol.10 11

포커스 그림5 미네아폴리스시 도심부 니콜렛트 몰의 계획현황 재설계의 배경은 현재의 도심을 복합용도로 재생시키고, 보다 활력있는 가로로 만들어 국가적 그리고 세계적 관점에서도 보다 경쟁력 있는 지역으로 만들고자 함이다. (a) 도시부 도로망 (b) 니콜렛트몰 종합계획 (c) 도심부 확대 자료 : 今 野 博, 1987. p.40 를 투입하여 몰을 생동감 있는 상업 및 주거의 코리도(corridor)로 변모시키는 계획을 추 진하였다. 계획은 그랑 가로(Grant Street)부터 워싱턴 애비뉴(Washingtong Avenue)에 이 르는 12개 블록의 니콜렛트몰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2017년에 완공을 목표로 하는 이 계획 은 니콜렛트 몰 가로에 녹색 공간을 창출하고 소매 중심에서 주거와 다른 상업으로 용도를 다양화하는데 개발에 초점을 두고 있다. 가로수의 확충, 보도 공간의 확장, 조명의 개선, 보행자 휴식공간의 확충 등에 보다 초점을 둠으로써 보행자를 위한 공간에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진행되고 있다. 그림6 니콜렛트 몰 재설계 구상안 Loring Woods South Groves The Center North Groves Mississippi Woods 자료 : Nicollet Mall Redesign(http://nicollet.wpengine.com/) 12

보행친화도시의 정책 동향 그림7 니콜렛트 몰 재설계 갤러리 자료 : Nicollet Mall Redesign(http://nicollet.wpengine.com/gallery~2) 현재 니콜렛트 몰은 미네소타 주에서 가장 높은 고용밀도와 시장가치를 형성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니콜렛트 몰에는 2015년 현재 13만의 종사자수, 34백만 스퀘어피트의 업무공간, 포춘 500대 기업의 3개 본사 입지, 35,000명의 거주민이 있다. 미네아폴리스시 당국은 니콜 렛트 몰의 재설계를 통하여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보다 경쟁력 있는 몰의 새로 운 비전을 달성하고자 하고 있다. 재설계를 통하여 향후 10년간 32,000개의 건설직을 창출하 고, 약 70,000명의 주민이 몰 주변에 거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국 런던은 세계 제일의 걷기 좋은 도시 (walking friendly city)를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런던시는 단거리 통행에서 보행을 최우선의 교통수단으로 만들고, 장거리 통행에서도 대중교통과 보행을 장려하는 목표를 수립하였다. 나. 영국의 이그지비션 도로 (Exhibition Road) 영국 런던은 세계 제일의 걷기 좋은 도시(Walking Friendly City) 를 만들기 위하여 노력 하고 있다. 런던시는 단거리 통행에서 보행을 최우선의 교통수단으로 만들고, 장거리 통행 에서도 대중교통과 보행을 장려하는 목표를 수립하였다(한국교통연구원, 2014). 이러한 노 력은 5C로 표현되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연결성(connected), 생동성(convivial), 투명성 (conspicuous), 쾌적성(comfortable), 편리성(convenient)을 담고 있다. 연결성은 주거, 직장, 여가 공간을 연결하는 보행 네트워크 구축, 생동성은 거리의 쓰레기 등의 보행환경 저 해요인의 저감, 투명성은 사람들에게 더욱 안전한 거리의 조성, 쾌적성은 보도의 정비와 벤 치 등의 휴식공간 조성을 통한 보행자의 편안함 증진, 그리고 마지막으로 편리성은 보행과 다 른 교통수단과 비교하였을 때의 경쟁력 제고를 의미한다. 보행친화도시 구축을 위한 런던의 5C 정책과 함께 살펴보아야 할 최근의 노력은 공유도로 (Shared Space)의 채택이다. 공유도로는 다양한 도로이용자 중 보행자에게 우선권을 제공 함으로써 가로의 안전성과 생동성을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개인의 통행행태는 통행 규제 또는 제어가 아닌 공적 공간의 물리적 환경에 의하여 보다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이 이론은 일종의 위기보상효과로 덜 안전한 도로가 더욱더 안전한 도로가 될 수 있다는 역설에 근거하고 있다. 전통적인 공학적 관점에서는 안전에 위협을 World & Cities Vol.10 13

포커스 그림8 영국 런던의 공유도로 사례: 이그지비션도로 최초의 공유도로는 런던의 박물관과 학교 등이 위치한 남 켄싱턴(South Kensington)의 이그지비션 도로(Exhibition Road)이다. 이 도로는 매년 11백만 명의 관광객과 그 지역의 대학생들과 종사자, 그리고 거주민들에 의하여 애용되는 도로임에도 방문객들과 보행자에게 친숙하지 않은 도로로 평가받아왔다. (a) 항공사진 (b) 남 크롬웰 로드(South of Cromwell Road) (c) 써로우 스트릿(Thurloe Street) (d) 과학박물관(Science Museum) 자료 : The Royal Borough of Kensington and Chelsea (http://www.rbkc.gov.uk/) 주는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교통사고를 저감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공유도로는 차와 사람이 공존하는 도로에서는 보다 안전하지 않은 환경으로 인한 심리적 위협으로 차와 보행자 가 보다 더 조심스럽게 통행함으로써 심각한 교통사고가 줄어든다는 관점에서 출발하고 있다. 즉, 덜 안전한 도로에서는 운전자가 오히려 보행자의 이동에 주의를 기울이게 됨으로써, 더 안전해진다는 역설을 도로 설계에 적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최초의 공유도로는 런던의 박물관과 학교 등이 위치한 남 켄싱턴(South Kensington)의 이그지비션 도로(Exhibition Road)이다. 이 도로는 매년 11백만 명의 관광객과 그 지역의 대학생들과 종사자, 그리고 거주민들에 의하여 애용되는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방문객들과 보행자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도로로 평가받아왔다. 따라서 런던 시당국은 이 도로를 세계적 수준의 가로 경관을 지닌, 모두에 의하여 쉽고 편리하게 이용될 수 있는 공적공간으로 변모 시키고자 하였다. 이 도로는 2011년 12월 완공되었다. 이 공유도로에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의 교통수단에 대한 접근을 촉진하기 위하여 가로설계, 교통흐름, 그리고 주차 배치에 대한 변화를 시도하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보도와 차도의 경계부인 연석의 제거, 거리 장애물 제거, 많은 보행자 영역을 위한 가로배치, 보행자와 차량에 의하여 사용되는 공간의 시각적 포장선 설치, 20마일 속도제한 존 설치, 새로운 고품질의 가로등 설치, 횡단 보도의 재배치 및 설계 등이다(The Royal Borough of Kensington and Chelsea, 2014). 14

보행친화도시의 정책 동향 4. 시사점 지금까지 보행친화도시 구축을 위한 시사점을 도출하기 위하여 해외의 대중교통 중심도시 구축, 도심의 트랜짓 몰, 공유도로 사례를 살펴보았다. 최근 서울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도시 에서 보행친화도시가 화두이다. 기존의 전통적인 자동차 중심의 교통체계를 통해서는 도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한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국내의 노력은 대부분 보행 자체의 환경개선에만 초점을 두고 있고 대중교통과의 연계나 토지이용과의 긴밀한 협력 부분은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왔다. 오늘날의 도시, 특히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보행만으로 일상생활이 충족되기에는 도시의 영역이 너무도 넓다. 그러한 점에서 보행친화도시의 구축은 대중교통과 긴밀하게 연계되어 야 함을 해외사례를 통하여 살펴볼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해외 보행친화도시에서는 대중 교통뿐만 아니라 주차수요관리, 그리고 토지이용계획과 긴밀한 연계를 통해 보행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포틀랜드와 알린텅 사례에서는 대중교통 주요 결절점을 중심으로 토지이용계획이 밀접한 연관성을 지닐 때, 접근교통수단으로서의 보행과 통근, 쇼핑, 여가 등의 목적을 위한 주 교통수단으로서의 보행이 활발하게 이용되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 트랜짓 몰과 공유도로 사례는 보행활성화 노력이 차량의 수요관리 정책과도 병행 되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대도시에서의 보행친화도시 구축은 대중교통, 토지이용계획 등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정책이 추진될 때, 그 효과가 배가된다. 그러므로 향후의 계획에서는 교통, 도시계획, 도시설계적 관점을 서로 연계하여 보행친화도시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대도시에서의 보행친화도시 구축은 대중교통, 토지이용계획 등 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정책이 추진될 때, 그 효과가 배가된다. 그러므로 향후의 계획에서는 교통, 도시계획, 도시 설계적 관점을 서로 연계하여 보행친화도시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참고 문헌 - 성현곤 박지형 김동준, 2007, 대중교통지향형 도시개발의 효과분석 및 유도기법 적용방안,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총서 - 한국교통연구원, 2014, 녹색도시 조성을 위한 보행활동 추정기술 및 증진 가이드라인 개발, 건설교통기술촉진연구사업 최종보 고서 12 첨단도시 19, 국토교통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 今 野 博, 1987, 도시조성과 보행공간: 도시공간의 창조, 지문당 - Brambilla, R., Longo, G., 1977, For Pedestrians Only: Planning, Design, and Management of Traffic-Free Zones, Whitney Library of Design - Brosnan, R., 2010, 40 Years of Transit Oriented Development: Arlington County's Experience with Transit oriented Development in the Rosslyn-Ballston Metro Corridor, Presented at the Reston Land Use Task Force - Calthrope, P., 1993, The Next American Metropolis: Ecology, Community, and the American Dream, Princeton Architectural Press - Gibb, M., 2014, Transit Oriented Development in the Portland Metro Region, Presented in the 2014 Oregon Transportation Summit in the Portland State University - Metro, 2014, 2014 Annual report, Transit-Oriented Development Program - SYSTRA, 2014, Exhibition Road Phase 4 Report, Reference Number 102614 - Nicollet Mall Redesign 홈페이지 (http://nicollet.wpengine.com/) - The Royal Borough of Kensington and Chelsea 홈페이지(http://www.rbkc.gov.uk/) World & Cities Vol.10 15

특집 보행이 편리한 가로 만들기

특집1 보행자 중심의 가로 만들기 사례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특집2 걷기 편한 길찾기 체계 구축하기 김경모 어플라이드 웨이파인팅 컨설턴트사 선임디자이너 특집3 지하철 보행자를 위한 안내 체계 여혜진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부연구위원

특집 보행이 편리한 가로 만들기 1 보행자 중심의 가로 만들기 사례 한상진 연구위원 han@koti.re.kr 한국교통연구원 역사적으로 도시의 중심 교통수단은 보행 이었다. 자동차가 아니었다. 인류가 도시를 만들고 19세기 초반 증기기관이 발명되기 전까지 사람들은 주로 걸어 다녔다. 물론 수레나 마차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이는 고 위층이나 상품 운송이라는 특수한 목적을 가진 경우만 해당되었다. 따라서 도시의 규 모 역시 걸어서 1시간 정도 내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인 반경 4~5km에 국한되었다. 이 정도 거리에 주거, 상업, 공공업무, 수공 업, 교육, 문화 등 모든 도시 활동이 이루어 질 수 있었다. 고대 로마 도시의 모습을 그 대로 간직하고 있는 이탈리아 폼페이는 이 를 잘 보여준다. 유럽에 남아있는 고대도시 나 중세도시가 걷기 좋은 까닭은 규모나 건 물배치 등이 걷기에 알맞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1. 자동차 중심 도시의 한계 역사적으로 도시의 중심 교통수단은 보행이었다. 자동차가 아니었다. 인류가 도시를 만들고 19세기 초반 증기기관이 발명되기 전까지 사람들 은 주로 걸어 다녔다. 물론 수레나 마차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이는 고 위층이나 상품 운송이라는 특수한 목적을 가진 경우만 해당되었다. 따라 서 도시의 규모 역시 걸어서 1시간 정도 내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인 반경 4~5km에 국한되었다. 이 정도 거리에 주거, 상업, 공공업무, 수공업, 교 육, 문화 등 모든 도시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고대 로마 도시의 모 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이탈리아 폼페이는 이를 잘 보여준다. 유럽에 남아있는 고대도시나 중세도시가 걷기 좋은 까닭은 규모나 건물배치 등이 걷기에 알맞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20세기 초반 자동차가 폭넓게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가로의 주 인은 자동차가 되었다. 사람들은 도로에서 빠르게 질주하는 자동차를 피 해 조심해서 다녀야 했다. 하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사람들은 피해를 보았 다. 미국에서는 자동차 보급이 많이 늘어나기 시작한 제1차 세계 대전 이 후, 단 4년 만에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전쟁 중 프랑스에서 사망한 전사자 수를 넘어서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한 해 동안 4,762명이 사 망하였다. 이는 하루 평균 13명, 한 달에 422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 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자동차가 군림하는 위험한 도로에서 아이 들이 뛰어놀거나 이웃과 얘기할 수 있는 가능성은 사라졌다. 최근에는 교통사고의 위험뿐만 아니라 교통 혼잡도 문제다. 우리나라 의 2012년 교통혼잡 비용은 30.3조원으로 집계되었다 1. 이는 국가총생 산(GDP)의 2.2%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대기오염, 소음뿐만 아니라 온실 가스 배출 등 환경문제도 크게 부각되고 있다. 교통부문의 온실가스 배 출량은 2012년 기준 약 8천 6백 4십만 톤으로 우리나라 전체 배출량의 13.48%를 차지하고 있다 2. 자동차로 인한 교통사고를 줄이고, 교통 혼잡을 완화하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소시키려면 자동차를 아예 이용하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 다. 만약 회사, 학교, 상업시설, 문화시설, 관공서 등이 모두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면 굳이 차를 이용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공간적 범위가 넓은 대도시에서 신속하고 편리한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동차 를 도로에서 완전히 몰아낼 수는 없다. 버스 등 대중교통을 위한 공간도 필요하다. 따라서 차와 사람이 공존하는 묘수를 찾을 필요가 있다. 보행자 중심의 가로 만들기 는 자동차와 사람의 공존 가능성을 찾는 실험적 도전이다. 보행자 중심의 가로 만들기가 실험적 도전인 이유는 아 18

보행자 중심의 가로 만들기 사례 직까지 표준적인 도시부의 가로 설계가 사람보다 자동차 소통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인식을 전환시키는 데는 앞으로도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하지만 1960년대부터 시작된 보행자 중심의 가로 만들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본 글에서는 유럽과 북미에서 추진된 보행자 중심의 가 로 만들기 사업을 정리하고, 우리나라의 노력을 간략히 소개하며 앞으로 걷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정리하였다. 그림1 본엘프 사례 (델프트, 네덜란드) 2. 해외의 보행자 중심 가로 만들기 사람 중심의 보행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은 네덜란드의 본엘프 (Woonerf) 사업에서 시작되었다. 이 사업은 기조성된 주택가 생활도로에 서 통과교통을 배제하고 차량 이용을 최소화하면서 주민의 생활환경을 개 선한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본엘프 사업 사례는 이후 공유도로 (Shared Space), 홈존(Home Zone), 속도 30(Temp 30), 커뮤니티 도로 등 다양 한 형태로 변화하여 영국, 독일, 스위스 등 유럽국가와 일본으로 전파되었다. 가. 본엘프(Woonerf) 본엘프(Woonerf)는 네덜란드어로 삶의 마당(living yard)'이라는 뜻을 지니며, 차량으로부터 마을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가로와 공공공간의 질을 높이기 위해 1970년대에 네덜란드에서 도입되었다. 본엘프는 세계 최초 의 보행환경개선 사업으로 1976년에 법적인 지위도 확보하였다. 네덜란드 도로교통표지와 규제(Reglement verkeersregels en verkeerstekens, RVV) 제44조에 따라 본엘프로 지정된 구역 내에서 보 행자는 가로의 모든 횡단면을 사용할 수 있다. 심지어 어린이는 도로 위 에서 뛰어 놀 수도 있다. 반면, 차량은 보행자의 보행속도보다 빨리 달릴 수 없다. 차량의 최고속도는 보행속도인 4~7km/h로 제한되는 셈이다. 도로에서 연석을 제거하여 운전자와 보행자가 동등한 높이에서 통행하도 록 하는 것도 특징이다. 지그재그식 도로, 과속방지턱, 화분 등 속도를 억 제하는 장치도 설치된다. 주차도 지정된 곳에서만 가능하다. 본엘프 진출 입구는 특별히 다른 곳과 구분되어야 한다. 운전자가 조심해야 한다는 인 상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본엘프는 주거지역, 쇼핑구역, 도시 중심부, 자료 : Steven Schepel, 2005, Woonerf revisited- Delft as an example 학교 및 철도역 등 작은 구역에 대해 제한적으 로 적용하고 있다. 1999년까지 네덜란드에서는 6,000개의 본엘프가 지정 운영되었다. 나. 공유도로(Shared Space) 공유도로는 도로설계에서 도로 이용자가 엄 격히 따라야 하는 규칙을 없애고 자동차를 포함 한 모든 도로 이용자가 공간을 공유하게 함으로 써, 보행자의 이동성과 편안함을 향상시킨 공간 을 의미한다 3. 공유도로라는 용어는 영국의 베 일리 해밀턴(Hamilton-Baillie) 4 이 만든 용어로 2000년대부터 여러 나라에서 강조되고 있다. 하 지만 공유도로의 개념은 이미 1991년 네덜란드 1 e - 나라지표 (www.index.go.kr) 2 교통부문온실가스통합배출시스템 (www.kotems.or.kr) 3 Department for Transport, 2011, Shared Space, Local Transport Note 1/11 4 Ben Hamilton-Baillie, 2006, "What is Shared Space?" (PDF) World & Cities Vol.10 19

특집 보행이 편리한 가로 만들기 그림2 라바이플라인 교차로의 광장교차로 설계(공유도로) 계획전 설계도면 계획후 자료 : https://thinkbicyclingblog.wordpress.com/2013/06/13/hans-mondermans-people-friendly-dutch-squareabout/ 의 한 몬더만(Hanm Monderman)이 제시한 바 있다. 공유도로의 핵심은 가로설계에서 보행자 와 자동차의 공간구분을 최소화하여 누가 우선 권을 가졌는지 모르도록 하는 데 있다. 통행우선 권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차량 운전자는 속도를 줄이게 되며, 차량 속도가 줄면 자전거, 보행자 등 모든 도로 이용자가 이익을 볼 수 있다. 불확 실성을 이용하여 차량 운전자의 경각심이 높아 지면 모든 도로이용자가 안전할 수 있다는 의미 이다. 공유도로가 성공한 이유는 역설적이다. 도 로 위에 교통규제를 없애면 오히려 안전해진 다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 들은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면 더 조심하 게 된다. 낭떠러지가 있는 좁은 산악지대 도로 에서는 누구나 조심스럽게 운전하기 마련이다. 통행우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정확히 모를 경 우 운전자들은 자전거, 보행자 등 다른 도로 이 용자와 시선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이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알아야 편하게 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차량의 속도는 줄어든다. 공유도로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네덜란드 드 라흐텐시의 라바이플라인(Laweiplein) 교차로이 다. 이 교차로는 공유도로 개념의 창시자인 몬더 만의 작품이다. 라바이플라인 사거리는 하루 교통 량이 2만 대 수준에 달했고 교통 정체는 나날이 심 해졌다. 몬더만은 처음 이 교차로를 신호등이 없는 원형교차로(Roundabout) 방식으로 변경해 정체 문제를 크게 해소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는 고심 끝 에 전통적인 광장의 형태와 원형교차로의 기능을 모두 갖춘 일명 광장교차로 (Squreabout: 광장 square과 원형교차로 roundabout의 합성어)를 설계한다. 광장교차로는 무려 7년에 걸친 설계와 공사 끝에 세상에 공개되었는데, 교차로에는 교통표시, 교통 신호등, 보도와 차도의 구분, 가드레일, 과속방 지턱 등 일반적인 도로 시설물이 전혀 없었다. 가운데 작은 원 즉, 라운드어 바웃이 있을 뿐이다. 또 네 개의 도로가 맞닿은 부분에 광장과 여러 개의 분 수대를 설치하고 교차로 공간의 주인이 차가 아닌 사람이라는 느낌이 나도록 설계했다. 그림2는 라바이플라인 교차로의 설계 전과 후의 모습을 보여준다. 2005년 광장교차로가 설치된 이후 교통사고는 대물 피해 사고만 한 두 건 발생하였다. 교통량은 증가했지만, 평균통행시간은 40% 감소했다. 버스의 도착시간 준수율도 높아졌다. 몬더만은 아무리 교통량이 많아 도 사람들은 분위기에 지배를 받아 거기에 어울리는 행동을 한다. 고 설 명했다. 처음 광장 교차로를 방문하는 운전자는 신호등도 없고 교통표지 판도 없어 어떻게 운전하지 몰라 당황할 수 있지만, 곧 다른 운전자가 어 떻게 하는지 보고 따라하게 된다. 대체로 이런 상황에서 운전자는 속도를 30km/h 이하로 떨어뜨리며 보행자 등 다른 도로이용자와 시선도 교환한 다. 또 이런 운전 방식을 모든 운전자가 따라하게 된다. 저속에서 교통신 호등이 없으면 운전자는 스스로 책임 있는 행동을 하게 된다. 런던의 켄싱 턴 하이 거리(Kensington High Street), 세븐다이얼스(Seven Dials) 교 차로 등도 공유도로의 개념이 성공적으로 적용된 사례이다. 하지만 공유도로는 시각 및 청각장애인 단체로부터 강한 반대를 받기도 한 다. 이들은 차량의 움직임을 전혀 예측할 수 없으며 운전자에게 자신의 움직 임이 알려졌는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통문화가 성숙하지 않은 나라에 서도 문제점이 많을 것으로 우려된다. 공유도로는 다양한 도로이용자의 요구, 20

보행자 중심의 가로 만들기 사례 대상도로의 환경적 특성, 사람들의 문화적 특성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그림3 완전도로의 사례 다. 완전도로(Complete Streets) 완전도로(Complete Streets)란 도시부에 서 기존의 자동차 중심의 도로를 불완전한 (incomplete) 도로로 인식하고 여기서 벗어나 자 동차뿐만 아니라 보행자, 자전거, 대중교통 등 모 든 도로 이용자가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로 를 의미한다. 완전도로는 사람들의 안전성, 건강 성, 형평성, 심미성, 경제성, 환경성, 거주 적합 성(livability) 등을 목표로 설계된다. 이러한 도시 부 도로설계 개념은 미국의 연방법(Title 23 USC 217)에 근거하여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이 법에서는 가능하다면 모든 도로에 자전거 시설과 보행자 도로가 고려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 다. 완전도로에 대한 설계지침은 주로 도시 차원 에서 발간되고 있다. 뉴헤이븐(New Haven)시의 완전도로설계 매뉴얼(Complete Streets Design Manual) 과 노스캐롤라이나 샬롯(Charlotte)시 의 도시거리디자인 가이드라인(Urban Street Design Guidelines) 이 대표적이다 5. 완전도로에 흔히 사용되는 설계기법에는 보 행자 횡단시설(고원식 횡단보도, 차도 폭 줄임 등), 보행자 대기공간(벤치, 쉘터 등), 자전거 도로, 갓길 확장, 버스우선차로, 차량 진출입구 최소화, 속도제한 등이 있다. 설계 내용 면에서 는 유럽에서 시작된 본엘프, 공유도로 등과 비 슷하다. 하지만 완전도로는 도로 그 자체만을 대상으로 하는 설계개념이기보다 주변 토지이 용계획과 연계, 네트워크 차원의 연결성 등도 같이 강조한 개념이다. 그림3은 잘 정비된 완전 도로의 사례를 보여준다. 자료 : http://www.smartgrowthamerica.org/complete-streets/complete-streets-fundamentals 6 라. 홈존(Home Zone) 홈존(Home Zone) 7 은 영국에서 시행하는 보행환경개선사업으로 네덜 란드 본엘프에 기반을 두고 있다. 도로에서 차량과 보행자의 이동뿐만 아 니라 다양한 사회적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강조한다. 홈존은 영국의 교통법(Transport Act)에 근거하여 지정된다. 단, 대상지를 선정할 때 첨 두시(peak time) 8 교통량이 시간당 100대 미만인 도로로, 총 연장이 600m 미만인 지를 검토할 것을 권장한다. 홈존에서의 주요 설계내용으로는 과속방지턱, 고원식교차로, 지그재그 형태의 도로 등 교통정온화기법, 주차면 정비 및 주차구역 조정, 차량 통 행 제한, 노면포장, 식수, 놀이기구 및 벤치 등이 있다. 호셤(Horsham), 할리팩스(Halifax) 등 많은 곳에서 홈존 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어왔 다. 그림4는 홈존의 사례를 보여준다. 그림4 홈존(Home Zone) 사례 자료 : (좌) Heydecker, B.J. et al, 2009, Evaluation of Pedestrian Priority Zones in the 5 정경옥, 설재훈, 박병정, 2011, 완전도로 구현방안 연구 European area, Centre for Transport Studies, University College London: London, UK; (우) 6 2014.4.25 접속 https://www.flickr.com/photos/29892784@n05/2977326692 7 Mike Biddulph, 2001, Home Zones: A planning and design handbook 8 첨두시 교통량: 교통량이 최고조로 달하는 시간대의 교통량 World & Cities Vol.10 21

특집 보행이 편리한 가로 만들기 마. 존 30(Zone 30) 존 30(Zone 30) 9 은 교통사고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차 량의 최고속도를 30km/h로 규제하는 생활권 역을 말한다. 최고 속도를 30km/h로 제한한 이유는 차량이 이 속도로 주행하면 보행자와 충 돌하여도 생존가능성이 95%이상으로 크게 높 아지기 때문이다. 존 30은 넓은 지역에 본엘프를 적용하기에 는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본엘프가 특정한 도로 구간을 대상으로 사업이 이루어진다면 존 30 은 보다 광범위하게 주택가 전체를 대상으로 하 는 경우가 많다. 존 30은 속도제한표지와 과속 방지턱 등 물리적 속도 저감시설이 주로 설치 된다. 네덜란드에서는 1983년부터 존 30사업을 벌여왔으며, 2008년 기준 주거지역 전체 도로 의 85%가 존 30으로 지정되었다. 독일, 스위스 에서는 속도 30(Temp 30)이라는 이름으로 시 행되고 있다. 3. 우리나라의 걷고 싶은 거리 만들기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보행환경 개선사업 이 전개되어 왔다. 걷고 싶은 거리 만들기 사 업 은 1990년대 서울에서 시작되어 지방의 여 러 도시로 전파되었다. 2000년 초반에는 주택 가 이면도로의 주차면 정비를 통해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녹색주차마을(Green Parking) 그림5 보행우선구역의 개념 10 보행 보행 사업을 벌였다. 도시의 상징거리를 조성하기 위해 기존의 차량 중심도로 를 보행자 전용도로로 탈바꿈한 경우도 있었다. 가령, 서울시 인사동길은 1997년~2003년까지 일요일에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되다가, 2003년부터 는 토요일까지 확장되어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보 행환경 개선사업은 특정 도로구간을 대상으로 선적인 정비에만 치중하기 때문에 생활 속의 보행환경 개선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이에 2008년부 터 면 차원의 보행환경개선 사업인 보행우선구역 시범사업이 시행되었다. 보행우선구역이란 차보다 보행자가 통행 우선권을 갖는 보행우선도로 가 주요시설 및 장소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보행자 중심의 생활구역을 의미하며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18조에 근거하여 추진되고 있 다. 즉, 보행우선구역 사업은 보행자가 안전하고, 편리하며, 쾌적하게 걸 을 수 있는 도로 네트워크를 면 차원으로 확대시키는 사업으로 볼 수 있 다. 보행우선구역 사업은 정부 주도로 2012년 까지 전국 26개소에 설치되 었다 11. 범례 보행우선거리 도로 통행금지 공영주차장 과속방지턱 주정차금지 지하철 도서관 버스정류장 우체국 보행우선가로 진출입구 구청 학교 지하철 도서관 보행 보행우선구역 내부의 모든 도로는 가능한 한 보행자 친화적 도로로 개 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행우선구역 내부에 속한 보행 중심축 (시간제 보행전용도로구간) (주말오후) 보행 자료 : 건설교통부, 2009, 보행우선구역 사업 중장기 추진방안 9 경찰청, 2008, ZONE 30 도입 등 보행안전 증진방안 마련 공청회 자료집 10 국토해양부, 2008b, 보행우선구역 중장기 추진방안 11 한상진, 2013, 보행우선구역의 주요 보행네트워크 추출방법, 교통연구, 제20권 제4호 pp119-130 12 국토해양부, 2008a, 보행우선구역 표준설계매뉴얼 13 서울통계정보 시스템(stat.seoul.go.kr) 14 한상진, 2014, 우리나라 도시부 가로설계의 Link & Place 기법 도입방안 연구, 한국도시설계학회지 제15권 제6호, pp 61-74. 22

보행자 중심의 가로 만들기 사례 모든 도로를 보행자 중심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 능하다. 차량의 속도를 물리적으로 줄이기 위 해 모든 도로에 과속방지턱 등을 설치하고 주 차공간을 대폭 축소시킨다면 차량 이용이 지나 치게 어려워 주민들의 생활에 오히려 큰 불편 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령, 무거운 물건을 운반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이 동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다. 따라 서 모든 도로를 보행자 중심의 도로로 전환시키 는 것은 오히려 큰 비효율을 초래할 수도 있다. 즉, 보행자 차원에서는 좋을 수 있으나 전반적 인 사회적 비용이 늘어날 수도 있다. 이러한 차 원에서 가급적 보행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도 로, 혹은 구역 내 주요 시설 및 장소를 연결하 는데 중요한 도로 만을 선별하여 보행자 친화적 인 도로로 탈바꿈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림5는 보행우선구역의 개념을 보여주고 있다 12. 4. 미래 도시의 가로 설계 방향 이런 차원에서 존스(Jones)등은 링크 앤드 플레이스(Link & Place) 가 로 설계기법을 새롭게 제시한 바 있다(Jones at el. 2007). 링크 앤드 플레 이스 기법은 기존의 가로 설계에서 개별적으로 고려되던 공학적 요소인 연 결(Link)과 공공 디자인적 요소인 장소(Place)를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방 법론이다. 기존의 가로 설계에서는 가로의 장소적 특성에 대한 배려가 없 이 도로의 기능적 분류에 따라 차로수, 설계속도, 보도폭원 등을 설계기준 에 맞추어 공학적으로 설계하였다면, 링크 앤드 플레이스 기법은 가로공간 의 배분에 있어 차량, 보행자, 자전거, 버스, 화물차 등 모든 이용자의 연결 성와 장소적 차원의 요구사항을 고려한 후 선형설계, 가로 운영시설, 가로 시설물을 배치하도록 유도한다. 앞으로 도시부 가로 설계는 링크 앤드 플레이스가 지향하는 바처럼 차 량과 보행자가 공존하면서 이동성과 장소적 머무름의 기능이 모두 고려되 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해야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 를 만들 수 있으며 그 만큼 걷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고 차량이 도로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차량의 이동성이 극대화되는 고속도로는 여전히 중요하며 간선도로 역시 중요하다. 다만 집분산도로나 국지도로처 럼 차와 사람이 혼용되는 공간에서는 사람이 최대한 존중되도록 설계되어 야 한다. 이것이 지금까지 상호 독립적으로 인식되어온 도로공학과 도시 설계를 융합하는 길이다. 가로(도로)는 도시에서 상당히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시를 예로 들면 주거가능 면적에서 가로 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인 도로율 은 2012년 기준 22.24%나 된다 13. 이는 가로가 도시에서 매우 비중 있는 시설임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가로는 지금까지 차량의 이동성을 중시하는 도로 및 교통공학적 관점에 서만 주로 설계되어 왔다. 그러나 가로는 차량 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사람을 위한 공간이 기도 하다. 따라서 이제는 보행자를 배려하는 설계에 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 보행자는 차 량과 다르게 가로를 이동 통로로만 활용하지 않 는다. 한 장소에 머무르며 쉬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대화도 나누고, 쇼핑도 하고, 공연을 즐 기기도 한다 14. 참고 문헌 - 경찰청, 2008, ZONE 30 도입 등 보행안전 증진방안 마련 공청회 자료집 - 국토해양부, 2008a, 보행우선구역 표준설계매뉴얼 - 국토해양부, 2008b, 보행우선구역 중장기 추진방안 - 정경옥, 설재훈, 박병정, 2011, 완전도로(Complete Streets) 구현방안 연구 - 한상진, 2013, 보행우선구역의 주요 보행네트워크 추출방법, 교통연구, 제20권 제4호 pp119-130 - 한상진, 2014, 우리나라 도시부 가로설계의 Link & Place 기법 도입방안 연구, 한국도시설계학회 지 제15권 제6호, pp 61-74. - Ben Hamilton-Baillie, 2006, "What is Shared Space?" (PDF) - Department for Transport, 2011, Shared Space, Local Transport Note 1/11 - Mike Biddulph, 2001, Home Zones: A planning and design handbook - Steven Schepel, 2005, Woonerf revisited- Delft as an example - e-나라지표 (www.index.go.kr) - 교통부문온실가스통합배출시스템 (www.kotems.or.kr) - 스마트그로스아메리카 홈페이지 (http://www.smartgrowthamerica.org) World & Cities Vol.10 23

특집 보행이 편리한 가로 만들기 2 걷기 편한 길찾기 체계 구축하기 김경모 선임디자이너 kyoungmo@appliedwayfinding.com 어플라이드 웨이파인팅 컨설턴트사 시민과 관광객이 자동차를 버리고 보행 이 동을 더 많이 한다면 이는 유동 인구 증가, 골목상권 활성화, 소비 증가, 특정 지역의 체류 시간 증가, 재방문율의 증가를 의미한 다. 또한 대중교통 이용 증가, 차량 이용 감 소, 공공 건강 증진의 효과도 있어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앞다투어 보행친화도시가 되려 노력하고 있다. 1. 보행친화도시의 필요성 보행친화도시가 되면 무엇이 좋은가? 시민과 관광객이 자동차를 버리 고 보행 이동을 더 많이 한다면 이는 유동 인구 증가, 골목상권 활성화, 소 비 증가, 특정 지역의 체류 시간 증가, 재방문율의 증가를 의미한다. 또한 대중교통 이용 증가, 차량 이용 감소, 공공 건강 증진의 효과도 있어 세계 의 많은 도시들이 앞다투어 보행친화도시가 되려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는 얼마나 많은 보행 이동을 하고 있는가? 빅토리아 트랜스포트 폴리시 인스티튜트 (Victoria Transport Policy Institute)의 2011년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의 주요 도시들에서 이루어 지는 전체 이동 중, 보행으로만 이루어진 이동 의 빈도는 7%였지만 보행 이 포함된 이동 은 21%에 달하였다.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 우에도 지하철역에서 최종 목적지까지는 대개 걸어서 이동한다는 사실 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다. 영국에서 보행이 차지하는 이동 거리는 전 체 이동 거리 중 2.8% 밖에 되지 않았지만, 보행이 차지하는 이동 시간은 17.7%나 되었다 1. 이렇듯 보행은 이미 우리 삶 속 중요한 이동 수단이다. 따라서 현재 이 루어지고 있는 보행 이동을 지원하기 위해서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행 이동을 권장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보행친화도시를 만들 필요가 있다. 아울러 관광객에게 보행 경험은 해당 도시에 대한 첫인상을 결정짓는 중요 한 요소이기도 하다. 서울을 찾는 관광객에겐 특정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것 과 여유롭게 도시 둘러보기 가 중요한데, 둘 다 보행 경험과 밀접하게 관련 있 다. 서울의 첫 방문에 길을 자주 잃거나, 이동하기 불편한 경험을 하게 된다면 재방문으로 이어질 확률은 낮아지고, 본국으로 돌아가 서울은 돌아다니기 어 렵다. 는 입소문으로 이어진다. 또한 보행자를 위한 길찾기 체계가 제대로 구 축되어 있지 않아 특정 관광 명소의 방문 빈도수가 떨어진다면, 이는 우리 관 광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다. 2. 보행친화도시 추진의 어려움과 극복 방향 이렇게 좋은 것을 왜 쉽게 진행하지 못하고 있을까? 우선, 아직 많은 도 시가 자동차 중심의 도시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토목공사같이 크고 가시적인 결과물이 잘 나오지 않는 보행 분야는 예산이 상대적으로 적게 배정되곤 한다. 부처 성과주의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보행은 행정의 측면 에서 교통, 공공디자인, 도시계획, 문화, 보건 등 여러 부서에 얽혀 있고, 24

걷기 편한 길찾기 체계 구축하기 지역별로도 여러 행정 구역에 걸쳐 있다. 보다 적극적으로 보행을 권장하려면 관광, 경제 부서 와도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교량 건 설같이 눈에 보이지도 않으면서, 이렇게 많은 부서의 업무를 긴밀히 조율해야 하다 보니 그간 보행 정책은 많은 도시들의 행정 어젠다의 후순 위로 밀려나곤 했다. 하지만 이러한 핑계는 시민과 관광객의 입장 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는다. 시민과 관광 객이 바라는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다 양한 부서 간 협력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하 고, 이해관계자들을 끌어모아야 한다. 필요에 컴플리트 스트리츠(Complete Streets)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어떠한 이동 방법을 택하든, 안전하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 는 거리를 기획하고 조성해야 한다는 개념. 보행자와 자전거, 대중교통 이용자를 배 려하고, 교통 정온화 (traffic calming) 기법을 사용한다. 이러한 복합적인 접근법 으로 시민의 안전, 보건, 경제, 환경적인 측면을 제고한다. 베터 블록(The Better Block) 프로젝트 2010년 미국 댈러스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로서, 낙후된 거리 한 곳을 여러 가지 간 단한 방법으로 활성화시키며 주목받았다. 자전거 도로 만들기, 노천에 카페 테이블 과 의자 놓기, 화분 배치하기, 조명 설치하기, 팝업 스토카어 유치하기 등의 기법을 복합적으로 사용했다. 뉴욕 액티브 디자인 가이드라인 (NYC Active Design Guidelines) 2010년 뉴욕 시민들의 비만 문제 해결을 도모하기 위해 발표한 비전 문서. 디자인 과 건강의 상관관계, 도시환경 및 건축 디자인을 통한 신체활동 증진의 방법을 기술 하고 있다. 따라 예산도 나눠써야 하며, 관계 부서가 균등 히 성과를 나눠야 한다. 디자인 프로세스 에 조 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독자는 잘 알겠지만, 길 찾기 디자인 에 있어서도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 이 긴밀히 협업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다. 그럼 보행친화적인 환경은 어떻게 만들 수 있 을까? 일단 물리적 환경 개선이 있어야 한다. 컴 플릿 스트리트(Complete Streets)의 개념 아래 보도를 넓혀야 하고, 차량의 숫자와 속도를 제한 해야 하며, 대중교통이 도시의 구석구석을 돌아 다녀야 한다. 보행에 불편을 주는 장애물을 제거 하고, 휠체어 사용자와 시각 장애우, 노약자를 하지만 이러한 물리적 환경 개선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무리 도시 환경 이 잘 정비되어 있다 하더라도, 내가 길을 잃어 어느 방향으로 걸어야 할 지 모른다면 과연 보행친화적인 환경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필요한 것이 보행자를 위한 길찾기 체계 이다. 앞서 언급한 물 리적 환경 개선을 하드웨어, 길찾기 체계를 소프트웨어 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우리가 운전할 때 도로 표지판에서 정보를 얻으며 운전하듯 보행자도 다양한 안내표지를 통해 적절한 정보를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형태로 제공받아야 최종 목적지까지 불편 없이 도달할 수 있다. 이는 체계 적인 정보 디자인과 시각 디자인의 과정을 거쳐야만 도출해 낼 수 있는 결 과물이다. 위한 시설도 마련해야 한다. 보도와 차도의 물리 적 구분을 위한 조경도 적극 활용하면 좋다. 더 나아가 미국의 베터 블록(The Better Block) 프로젝트, 뉴욕 액티브 디자인 가이드라 인 (NYC Active Design Guidelines) 을 참고하 여, 보행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개 공지, 앉을 수 있는 벤치 등을 더 많이 공급하면 보다 더 보행친화적 환경이 조성된다. 카페와 식당의 야외 테이블도 이러한 노력에 도움이 된다. 3. 런던의 보행자용 길찾기 체계 구축하기 도시계획과 시각정보 디자인의 적극적인 결합 형태인 현대 도시 길찾 기 디자인(City Wayfinding Design)의 시초는 1999년 영국의 브리스톨 레지블 시티(Britstol Legible City)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이후 길찾 기 디자인 전문 회사인 어플라이드 웨이파인딩(Applied Wayfinding) 이 콘셉트를 개발하고 런던 교통청(Transport for London)이 수용해 대도시 1 Todd Alexander Litman, 2011, Economic Value of Walkability, Victoria Transport Policy Institute 2 NYCDDC, 2013, Active Design Guidelines, NYC Department of Design and Construction World & Cities Vol.10 25

특집 보행이 편리한 가로 만들기 그림1 어플라이드 웨이파인딩사가 기획하고 디자인한 레지블 런던의 핵심 정보표시체.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보행자용 길찾기 체계 그림2 레지블 런던 핵심 정보 표시체인 모노리스 (monolith) 는 방향 안내 정보, 광역지도, 상세지도 등 으로 구성 자료 : Applied Wayfinding 2015 로는 처음으로 도시 통합형 보행자 길찾기 시스템이 레지블 런던(Legible London) 이라는 이름으로 2007년 구축되었다. 레지블 런던 프로젝트 시작 당시 런던은 도심 지역에만 32개의 각기 다른 길찾기용 안내표지 시스템이 무질서하게 설치되어 있었다. 모두 각 각 다른 행정 주체들이 설치한 안내표지들이었다. 즉, 32가지 각기 다른 시각 디자인 문법으로 구성되어 있었던 이러한 안내표지 시스템은 모두 한 생활권 안에 있었음에도 사용자 중심 의 안내표지 시스템으로 통일되 지 못하고 행정 기관 중심 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서울에 비유하자면, 한 시민이 오전에 강남 지역만의 고유한 시각 디자인 문법을 터득하고, 오후 에 여의도로 넘어가서는 여의도만의 시각 디자인 문법을 다시 새롭게 터 득해야 했던 것이다. 이렇게 복잡하고 행정구역별로 일관되지 못한 시각 언어는 사람들의 보행 이동에 혼란을 주었고, 특히 도시 이동의 최약자인 외국인 관광객들 에게 큰 스트레스가 되고 있었다. 당시 추산으로 하루 2만 5천 명이 런던 도심에서 길을 잃고 있었다 3.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3년에 걸친 사용자 중심 리서치와 디자 인 개발을 토대로 2007년 런던 도심에 19개의 새로운 안내표지가 시범 설 치되었다. 이렇게 시범 설치된 안내표지들에 대해 런던 교통청은 독립적 기관인 콜린 부캐넌(Colin Buchanan)사에 사용자 영향 평가를 의뢰했다. 조사 대상자 중 85%가 만족도를 보였으며, 시범 설치 지역 내 16% 이동 시간 단축을 가져다주었다. 현재 자기 위치가 확인 가능하다고 한 응답자가 9% 에서 15%로 증가했고 이 중 62%는 레지블 런던 시스템 때문에 평소보다 더 걷고 싶어졌다. 고 응답했다 4. 2007년의 성공적인 시범 설치 이후 레지블 런던 안내표지는 도시 전역으로 확대 설치되었고, 연간 추산 7천8백만 명이 이용하는 보행자용 길찾기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2008년 영국 디자인비즈니스협회(DBA) 의 디자인 효과상(Design Effectiveness Award), 2010년 미국 환경 그래 픽 협회(SEGD)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렇게 런던은 공급자 중심의 보행자용 안내표지 체계를 사용자 중심으 로 통합했고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현재 레지블 런던 모델은 다른 도 시들에 벤치마킹 되고 있으며, 뉴욕, 밴쿠버, 브라이튼, 토론토, 모스크바, 클리블랜드 등 세계 여러 도시들이 보행자용 길찾기 시스템을 현대적으로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 3 Colin Buchanan, 2008 4 Colin Buchanan, 2008 26

걷기 편한 길찾기 체계 구축하기 그림3 캐나다 밴쿠버(Vancouver)는 2010년 동계 올림픽을 전후로 대중교통 정보 디자인과 보행자용 길찾기 체계를 새롭게 구축 그림4 미국 클리블랜드(Cleveland)는 민간 비영리 관광 기구(Destination Cleveland)의 주도로 보행자용 길찾기 프로젝트를 진행 그림5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Glasgow)는 옥외 광고 회 사인 클리어채널(Clear Channel) 과의 파트너십으로, 세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보행자용 길찾기 체계를 구축 그림6 미국 클리블랜드(Cleveland)는 관광객 유치와 경제 활성화를 위해 2013년부터 보행자용 길찾기 체계를 새롭게 구축하기 시작 자료 : Applied Wayfinding 2015 World & Cities Vol.10 27

특집 보행이 편리한 가로 만들기 길찾기 체계가 답해야 하는 보행자의 질문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보행자용 길찾기 체계는 무슨 일을 해야 하는가? 다음은 보행자용 길찾기 체계가 답해야 하는 시민과 관광객의 질문들이다. 1. 나는 지금 어디에 있지? 지역 명칭 확립 및 각인 보행자는 지역 명칭, 주변 랜드마크, 주소, 방위 등을 이용 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한다. 이 중 명칭 문제는 흔히 예상하는 것보다 상당히 파급효과가 크고 중요하다. 쉬운 예를 하나 들어보자. 동대문 은 동대문구에 있지 않 고 서울시 중구에 있다. 서울시민의 일상생활에서 동대문 이 라는 단어는 흥인지문 을 뜻하기도 하고 동대문시장 지역 을 뜻하기도 한다. 흥인지문 역시 중구에 있다. 그뿐만 아니라, 동대문 쇼핑타운, 동대문 관광특구, 지하철 동대문역사문화공 원역 모두 서울시 동대문구가 아닌, 서울시 중구에 있다. 한국어에 능숙하고 서울에 익숙한 내국인에게 이러한 복잡 함은 큰 불편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어를 못하고, 한글을 읽을 줄도 모르며, 휴대폰 로밍도 해오지 않은 외국인에게 이렇게 혼란스러운 명칭 체계는 길찾기에 큰 불편을 초래한다. 실제로 2013년 동대문시장 지역에서 설문을 진행해보았다. 당신은 현재 어느 구 에 있습니까? 라고 물어보았을 때, 10% 만이 중구 라고 제대로 대답했고, 49%는 동대문구 라고 잘못 대답했다. 같은 질문에 중구 라고 정확히 대답한 외국인 응답 자는 2%밖에 되지 않았다 5. 아울러 외국인 응답자 중 구 가 무엇인지 모른다 도 17% 의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는 서울의 기본 길찾기 체계인 시 > 구 > 동 > 도로명, 사거리, 건물 의 커뮤니케이션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다. 동대문시장 지역에서 우리가 심층 인터뷰한 관광통역사는 동대문시장을 가려고 하는데, 동대문시장 이 도대체 어디냐? 라는 질문을 외국인 관광객으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다. 라고 했고, 동대문시장이라는 곳이 어떻게 생겼고, 어디에서부터 어 디까지를 아우르는 공간인지 궁금해한다고 한다. 또한 여기(동대문시장 지역)를 동대문구라고 알고 있는 사 람이 많다. 그래서 동대문구 답십리에 있는 호텔을 예약해놓고, 여기에서 호텔까지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지 물어보는 관광객 도 많다. 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이렇듯 서울에는 지역 명칭이 정확히 확립되지 않고 통용되 는 사례가 많다. 공공 기관은 길찾기 디자인 프로젝트를 통해 이러한 명칭을 정리하고, 공공 정보로 일관성 있게 정보를 유 통 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 도로명 주소 체계 적극 활용 서울도 이제 도로명 주소 체계로 전환을 시작해 예전보다 쉽게 길 이름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 족하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길 이름을 정보의 단위 로서 유통 시키고 있지 않다. 그래서 현재 길 이름을 안다 해도 길찾기에 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도로명 주소 체계가 아직 걸음마 단계여서이기도 하지만, 도로명 주소 체계를 서울의 길찾기 체계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안내표지의 방향 정보나 오프라인 지도 에서 도로명 주소를 적극 활용하는 사례는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종로, 을지로, 덕수궁 돌담길, 가로수길 의 지리적 위치 가 우리에게 친숙하듯 새로 이름을 부여받은 서울의 다른 길들 도 시민과 관광객의 머릿속에 쉽게 각인 되도록 길찾기 정보 디자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5 김경모, 2013, 서울형 시각정보체계 구축 연구: 보행자를 위한 길찾기 체계 연구, 서울디자인재단 28

걷기 편한 길찾기 체계 구축하기 2. 내가 가려는 곳은 어디에 있지? 민간 랜드마크 명칭을 활용할 것 보행자가 최종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달하려면 관련 정보를 정 확히 취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최종 목적지는 공공시설 일수도 있지만, 민간 시설인 경우가 더 많다. 쇼핑센터, 미술관, 식당, 호텔 등은 길찾기 정보가 가장 많이 필요한 관광객이 자주 찾는 장소다. 하지만 현재 서울의 공공 정보 표시체계에 민간과 사설 랜드 마크 명칭은 많이 통용되지 못하고 있다. 오로지 시민과 관광객의 입장에서, 그들이 자주 찾고 쉽게 인식하는 랜드마크의 명칭을 적 극적으로 유통시켜야한다. 일례로 현재 동대문시장 지역의 공공 안내표지 지도에 두산타워 와 밀리오레 는 직접적으로 표기되어 있지 않고 하단의 리스트로 작게 표기되어 있다. 공무원의 입장에 서는 민간 업체들을 공평하게 다룬다는 의미에서 그랬겠지만, 시 민과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불편함일 뿐이다. 공정한 기준을 만들 어 민간 랜드마크를 제 위상대로 표기해준다면 형평성 잡음도 생 기지 않고, 시민과 관광객의 길찾기에 도움도 줄 수 있다. 3. 나는 휠체어를 사용하고 스마트폰이 없는데, 저기까지 갈 수 있나? 이동 약자를 위한 배려 민간 프로젝트가 아닌 공공 프로젝트는 최대 다수의 최대 편의 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가장 약자를 기 준으로 두고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다. 이 방법론은 유니버설 디 자인의 핵심 개념이기도 하다. 보행에 있어 대표적 약자는 휠체어 를 사용하는 장애우, 한글을 못 읽는 외국인, 스마트폰이 없는 관광 객 등이 있다. 이들을 기준으로 놓고 길찾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이런 이동 약자는 어떻게 배려할 수 있을까? 간단히 몇 가지 예를 들어본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 애우에게는 어디에 장애물과 계단이 있는지 소상히 알려줘야 한다. 한글을 읽지 못하는 외국인을 위해 공공 정보 표시체에 영문 표기를 문법과 뉘앙스의 틀림없이 표기해야 한다. 스마트 폰이 없는 관광객을 위해 안내표지에 주요 관광 명소의 위치를 정확히 표기하고, 주변 대중교통 시설에서부터 해당 관광 명소 까지 일관되고 정확한 방향 유도를 해야 한다. 4. 얼마나 멀지? 지도의 범위는 적절하게 지도는 매우 유용한 매체다. 광역 지도는 큰 지역 속 내가 어디 위치해있는지 알려주고, 상세지도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길을 가야 하는지 알려준다. 또한 지도를 통해 최종 목적지가 얼마나 멀리 있는지도 가늠할 수 있다. 따라서 지도의 축적은 도시 지역과 상황에 따라서 적절히 설정되어야 한다. 이를테면 관광 랜드마크가 많지 않은 거주지 밀집 지역은 지도상 넓은 지역을 표기해도 되지만, 명동과 같이 명소와 랜드마크가 많은 관광지역은 상세 지도를 세밀하게 보여주는 것이 적절하다. 거리의 단위까지도 사용자 입장에서 거리를 표기할 때 공급자 입장의 가장 쉬운 방법은 km로 표기하는 것이다. 책상 위에서 쉽게 거리를 계산할 수 있기 때 문이다. 하지만 보행자의 입장에서 km의 표기는 직관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레지블 런던 프로젝트의 결론이었다. 결국 평균 보행속도를 계산해 걸어서 5분 거리, 걸어서 15분 거리 식의 분 단위로 표기했다. 이러한 디테일도 사용자의 입장에서 신경 쓸 수 있어야 좋은 길찾기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그림7 영국 남부 해안 도시인 브라이튼(Brighton)의 보행자용 방향 정보 안내표지. 해안 도시의 특성에 맞춰 길찾기 체계를 구축했다. 자료 : Applied Wayfinding 2015 World & Cities Vol.10 29

특집 보행이 편리한 가로 만들기 5. 지금 내가 어느 방향으로 서 있는거지? 사용자 중심의 지도 1999년 브리스톨 레지블 시스템의 가장 혁신적인 부분은 길 찾기 체계 내 모든 지도를 북쪽 상위 가 아닌, 보행자 정면 상위 로 표기했다는 점이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북쪽이 상단에 올라간 지 도를 일괄적으로 제작하면 가장 쉽지만, 보행자 입장에서 내가 바 라보는 방향 과 지도의 상단의 방위 가 일치하지 않을때 사용자가 느끼는 혼란은 크다. 우리가 거리 위에서 종이에 인쇄된 지도를 제대로 보려고 지도를 이리저리 돌리는 것을 생각해보면 된다. 이 러한 정보 표기 방법 역시 사용자 중심의 길찾기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장치로써, 현재 많은 도시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6. 근처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을까? 대중교통 연결성 차를 갖고 나오지 않은 보행자에게 대중교통 연결성은 중요하다. 내가 다음 행선지까지 걸어서 버스나 지하철을 탈 수 있는지, 어떠한 노선을 선택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일은 길찾기 체계가 해야 할 일이다. 사전 이동 계획하기 효과적인 길찾기 체계 구축을 위해 보행하기 전 단계에서부 터 시민과 관광객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를 저 니 플래닝(Journey planning), 즉 이동 계획하기 라고 부른다. 집 을 나서기 전 인터넷으로 목적지를 검색해보고, 이동 계획을 짜 는 단계에서 공공 정보가 제대로 유통되고 있는지 관리 감독하 고, 틀린 정보를 바로 잡아야 하는 것도 공공 기관의 몫이다. 7. 가는 길 내내 같은 형식으로 안내 받을 수 있을까? 도시 통합적 시스템 모든 안내표지 체계는 고유의 시각 문법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보행자가 특정 안내표지 체계를 사용하려면 반드시 시각 문법의 학습 단계 를 거쳐야 한다. 보행자가 오전에는 강남에서 안내체계 A를 학습해 이동하고, 오후에는 여의도 에서 안내체계 B, 저녁에는 삼청동에서 안내체계 C를 학습 해 이동해야 했을 때, 이는 사용자의 입장에서 불필요한 비 효율과 혼란이다. 따라서 하나의 도시내에서는 통합적 보행 자 안내 체계를 구축하여, 한 번의 시각 문법 학습만으로도 서울시 내 어디에서든 쉽게 길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8. 가는 길을 다 외워야 하나? 점진적인 정보 제공 보행자가 안내표지를 보고 한 번에 기억할 수 있는 정보 의 양은 제한적이다. 따라서 제공되는 정보의 양이 너무 많 아도 안 되고, 적어도 안 된다. 또한, 정보를 목적지까지 점 진적으로 제공해줘야 한다. 처음에는 특정 지역의 방향, 그 이후 지역의 랜드마크의 방향, 최종적으로 해당 랜드마크의 세부 위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 이는 정보 디자 인 기획 단계에서 정리해야 하는 부분이다. 9. 이 그림은 무엇을 뜻하는 거지? 시각 정보 디자인 품질은 투자한 시간에 비례 아무리 잘 기획한 길찾기 체계라도 구체적이고 실질적 인 시각 정보 디자인으로 구현하지 않으면 사용성이 현저 히 떨어진다. 디자인 개발은, 합리적 사고를 통해 크고 작 은 문제 해결을 이루어내는 과정이기 때문에, 디자인의 최 종 품질은 투자한 시간에 정비례한다. 타분야의 많은 사람 들이 이 사실을 간과한다. 레지블 런던 프로젝트도 삼백 번 이상의 디자인 수정을 거쳐 비로소 안내표지 시범 제품 (prototype)이 나올 수 있었다. 조급한 마음으로 프로젝트 를 진행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차분하고 꼼꼼하게 프로젝 트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30

걷기 편한 길찾기 체계 구축하기 4. 효과적인 보행자 길찾기 체계로 나아가는 길 서울의 문제는 서울의 해결책으로 앞서 런던의 사례를 큰 비중으로 소개했지 만, 이는 런던이 런던의 문제를 해결한 사례에 불과하다. 세계 곳곳의 많은 레지블 런던 표절 제품들이 매번 실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울에는 서울 고유의 문제가 있고, 이는 런던 이나 뉴욕의 고유 문제와 다르다. 따라서 구체 적인 해결책도 다를 수밖에 없다. 서울만의 문 제를 심도 있게 리서치하고, 근본적인 해결책 을 기획해야 제대로 된 길찾기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챔피언(champion)의 필요성 영어 표현 중, 운동선수가 아닌 인물을 챔 피언 이라고 부를 때가 있다. 어떤 목적이나 취 지를 위해 싸우고, 옹호하고, 행동하고, 책임지 는 인물을 해당 분야의 챔피언 이라고 부른다. 보행친화도시가 서울시의 중요한 비전으로 설 정되었다면, 우리도 이런 챔피언 이 필요하다. 굳이 의역하자면 총괄감독 이라고 할까. 시 장실에 직접 보고할 수 있고, 여러 부서와 구 청의 이해관계를 직접 조율할 수 있는 사람 이 이상적이다. 런던에는 벤 플라우든던(Ben Plowden)이라는 사람이, 뉴욕에는 자넷 사 딕-칸(Janette Sadik-Khan)이 이런 역할을 수행했다. 프로젝트 내용에 대한 사후 평가 체계 갖추기 프로젝트 중간 자문 회의를 진행하는 것, 욕심부리지 않고 시범 설치로 일단 작게 시작하는 것, 둘 다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덧붙여 당사자와 제 3의 전문가들에 의한 프로젝트 사후 평가 도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당사자들이 데드라인의 압박에서 벗어나고 프로젝트 속 첨예한 이해관계 에서도 어느 정도 멀어졌을 때, 제3의 전문가들과 모여 프로젝트 내용에 대한 성과와 아쉬웠던 점을 차분히 논하고, 다음 단계 프로젝트에 교훈을 공유하고 전이시켜야 한다. 그래야 발전이 있다. 물론 현재 공공 프로젝트가 감사의 형태로도 감독을 받고 있지만, 흔히 감사 나오는 사람들은 해당 분야 전문가도 아니고, 행정 성과 구조상 호전 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유의미한 내용적 교훈을 도출해내는데는 무리가 있다. 자동차 중심 도시문화에서 보행친화도시로 보행친화도시가 시정 주요 의제로 설정된 것은, 비단 도시환경의 실리 적 측면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급하게 대충 빨리 처리하는 우리 일상 문 화의 변화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서서히 차근차 근 단단히 보행문화가 자리 잡길 기대한다. 참고 문헌 - Applied Wayfinding, 2007, The Yellow Book, Transport for London - Applied Wayfinding 외, 2011, I Walk New York: A Plan for Pedestrian Wayfinding in New York City, NYC DOT - A pplied Wayfinding, 2013, 서울형 시각정보체계 구축 연구: 보행자를 위한 길찾기 체계 연구, 서울디자인재단 - Todd Alexander Litman, 2011, Economic Value of Walkability, Victoria Transport Policy Institute - Colin Buchanan, 2008, Legible London Bond Street Prototype Evaluation Framework, Transport for London - NYCDDC, 2010, Active Design Guidelines, NYC Department of Design and Construction Applied Wayfinding <어플라이드 웨이파인딩> 소개 어플라이드 웨이파인딩 (구 Applied Information Design)은 길찾기 디자인, 정보 디자인 스투디오로서, 도시계획과 시각정 보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결합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보행자용 길찾기 체계 프로젝트인 레지 블 런던 을 최초로 고안했으며, 뉴욕 보행자용 길찾기 전략을 수립했다. 그 외 밴쿠버, 토론토, 글래스고, 클리블랜드, 브리스톨, 브라이튼, 더블린 등 세계 여러 도시의 공공 정보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런던에 본사를 두고 서울과 뉴욕에 각각 사무소가 있다. http://appliedwayfinding.com World & Cities Vol.10 31

특집 보행이 편리한 가로 만들기 3 지하철 보행자를 위한 안내 체계 여혜진 부연구위원 hjyeo@auri.re.kr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보행자가 길을 찾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 을 수 있다. 지상 공간에는 낯익은 풍경, 랜 드마크 건물, 익숙한 간판 등 다양한 환경 정보가 있기 때문에 이중 안내표지판은 길 찾기에 도움을 주는 여러 가지 방법의 하나 일 뿐이다. 하지만, 지하 공간은 지상 공간 과 달리 제한된 환경과 시야로 인해 안내표 지판이 길찾기에 매우 중요한 방법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든지 안내표지판을 보 면 목적지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신 뢰감을 주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된다. 1. 개 요 보행자가 길을 찾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지상 공간에는 낯익은 풍경, 랜드마크 건물, 익숙한 간판 등 다양한 환경정보가 있기 때 문에 이중 안내표지판은 길찾기에 도움을 주는 여러 가지 방법의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지하 공간은 지상 공간과 달리 제한된 환경과 시야로 인 해 안내표지판이 길찾기에 매우 중요한 방법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 든지 안내표지판을 보면 목적지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신뢰감을 주 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된다. 2011년 서울연구원에서 길찾기 좋은 서울(Legible Seoul)을 위한 전략 연구를 수행한 이듬해 우연히 어느 지하철역 안내표지판에서 출구방향 안 내가 고쳐진 것을 보았다. 연구에서 제안한 대로 표지판을 교체하지 않고 잘못된 출구번호만 수정하여 우왕좌왕 헤매는 헛수고를 덜어주었기에 유 쾌했던 기억이 난다. 2011년 이후, 후속연구를 하지 않아서 얼마나 개선되 었는지, 현재의 쟁점은 무엇인지 정확히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당시 제기 했던 문제와 쟁점이 여전히 서울의 길찾기 체계에서 유효할 것이라고 가 정하고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2. 서울의 보행자를 위한 길찾기, 무엇이 문제인가? 서울 지하철 역사 내에는 안내표지판이 무척 많다. 하루 평균 9만여 명이 이용하는 서울역에는 종합안내도 26개, 대형보조안내판 46개, 방 향유도표지판 105개 등 총 181개의 안내표지판이 있다. 또한, 6만여 명 이 이용하는 고속터미널역에도 종합안내도 14개, 방향유도표지판 70개 등 총 113개의 안내표지판이 있고, 관광객 방문지역 1위를 차지하는 명동 의 명동역에는 종합안내도 10개, 방향유도표지판 33개 등 총 54개 안내 표지판이 있다 1.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는 지하공간에서 일상적으로 두리번거리기, 헛걸음하기, 다시 돌아오기, 나가는 길 물어보기를 경험한 다. 181개의 안내표지판이 있는 서울역의 1호선 대합실에는 19개의 임시 안 내표지판이 부착되어 있다 2. 안내표지판이 없거나 잘 안 보여서 불편하다 는 민원 때문에 담당자들이 임시방편으로 붙여둔 것들이다. 무엇이 문제일 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게 많고 다양한 안내표지판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위치를 제시하는 기준과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32

지하철 보행자를 위한 안내 체계 가. 서울 지하철 안내 표지판의 종류 서울시 내의 지하철은 서울메트로, 도시철도공사, 서울메트로 9호선, 한국철도공사, 신분당선 주식회사 5개 기관이 운영하고 각각 안내표지판 의 기준이 약간 다르다. 일반적으로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10가지 종류의 안내표지판을 통해 입구 방향, 동선유도, 노선 및 역 안내, 주변지 역에 대한 종합 안내를 제공하고 있다. 안내표지판은 종류에 따라 출입구, 대합실, 환승통로, 승강장, 개찰구에 놓인다 3. 표1 지하철 역사 내 길찾기 관련 안내표지판의 종류 및 주요 내용 종류 정보 내용 정보 형태 정보 위치 1 입구유도 안내 역명, 출구번호, 역번호, 지하철 로고 및 픽토그램 2 동선유도 안내 타는 곳, 나가는 곳, 갈아타는 곳, 표 사는 곳, 화장실, 엘리베이터 3 종합안내 주변지역 안내, 역이용 안내, 수도권 광역 노선도 4 노선안내 광역노선도, 개별노선도 5 역안내 승강장 역명 (현재역, 전후역), 승차위치 안내, 승강정보 지주형 폴사인, 캐노피 심볼사인 천장 달대형, 기둥형, 벽부형 동선유도, 바닥형 벽부형, 지주형 벽부형, 스크린도어형 벽부형, 기둥형 출입구 대합실, 환승통로, 승강장, 개찰구 대합실, 개찰구, 승강장 대합실(매표소), 승강장 승강장 6 스크린도어 노선도, 전후역 스크린도어형 승강장 7 출구번호 안내 출구번호 달대형 출입구, 대합실, 승강장 8 환승역 최단거리 이용안내 환승역 최단거리 승차위치 안내 벽부형 9 장애우 안내 장애우 픽토그램 평면형 돌출형, 폴 심볼형, 노선티 통합형, 점자안내 10 Digital View 주변지역 안내 (맛집, 학원, 병원, 쇼핑) 관광객 안내(외국어 표기), 버스노선 안내, 로드뷰 지주형 승강장 출입구, 대합실, 승강장, 개찰구 대합실, 승강장 자료 : 여혜진 외, 2011, p.25~26 나. 서울 지하철 안내표지판 관련 계획 및 기준 서울의 길찾기 체계에 관해 본격적인 문제 제기가 이루어진 것은 1990년대 중반이다. 이 때 처음으로 서울시 교통정보 및 안내체계 개 선방안 연구(서울연구원, 1994) 가 수행되었지 만, 운전자의 관점에서 지상 공간의 길찾기에 중점을 두어 보행자를 고려하지 못한 한계가 있 었다. 또한, 도로교통법에 따른 도로표지규칙 이나 제2차 서울시 보행환경 기본계획(2005)도 운전자의 관점을 더 중요하게 고려하였다. 보행자 관점에서 길찾기 체계와 안내표지판 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민선 4~5기 디자인 서울정책을 통해 추진되었는데, 지하철 정거 장 환경디자인 가이드라인(2008) 과 디자인서 울 가이드라인(2009) 은 모두 안내표지판의 색 상, 형태, 서체, 모듈 등은 개선하였지만, 보행 자의 시지각적 특징을 고려하여 안내표지판을 배치하는 방식과 기준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또한 서울시 장애인 편의시설 매뉴얼(서울시, 2007) 도 노약자를 위한 픽토그램, 점자 크기 등 안내표지판 제작을 위한 기준만 제시하고 노 약자의 시지각을 고려한 안내표지판의 위치와 높이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 3. 해외 도시의 지하철역 길찾기 체계 본 원고에서는 서울의 지하철 안내체계 개 선을 위한 참고 사례로 영국의 런던과 일본의 도쿄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런던은 도 1 여혜진 외, 2011, p.15 2 여혜진 외, 2011, p.71~72 3 최근에는 스마트폰 이용이 보편화되어 공공 안내표지판에 대한 의존도가 낮을 수 있지만, 여전히 공공 안내표지판은 교통약자를 포함한 모든 연령대의 지하철 이용자가 신뢰할 수 있는 길찾기 체계로 만들어져야 한다. 한편, 청장년과 노약자 등 일반인을 위한 안내표지판은 지하철역 전체에 놓여 있지만, 장애우 안내표지판은 출입구, 대합 실, 승강장, 개찰구에 집중되어 있다. World & Cities Vol.10 33

특집 보행이 편리한 가로 만들기 그림1 런던 언더그라운드 사인 매뉴얼의 보행자 시지각을 고려한 안내표지 배치기준 1 2 3 자료 : London, 2002, London Underground Sign Manual 시 차원에서 통일되게 적용되는 안내표지 매 뉴얼을 두고 있으며, 일본은 국가 차원에서 단 일한 매뉴얼을 제시하고, 대규모 개발사업의 경우에도 계획 범위 내에서 통일되게 적용되 는 공공사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가. 런던의 지하철 안내표지 체계 런던은 오래된 지하철역 공간을 사용자 관 점에서 전면 리모델링하면서 런던 언더그 라운드 사인 매뉴얼(London Underground Sign Manual, 2002) 을 수립하고 지하철역 안내표지에 관한 종합적인 기준을 제시하였 다. 주목할 만한 점은 지하철역이라는 시지각 을 제한하는 특수한 물리적 환경에서 이용자 의 눈높이에 따라 안내표지가 인지되는 높이 와 거리에 대한 기준을 연구하고 척도를 설정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뉴얼은 역사 내부공간 에서 손쉽게 인지될 수 있는 안내표지판의 설치기준을 제시하여 안내표 지가 길찾기의 주요기능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안내표지의 배 치기준에 대해서도 엄격한 규칙성을 부여하고 있다. 개찰구 전면에 기 둥형과 벽부형의 안내표지를 설치하여 출구, 주변지역 랜드마크, 버스 환승 안내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으며 천정형 안내표지에는 나가는 곳, 출구번호, 출구명을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출구 계단 직전 에 기둥형 안내표지로 출구와 주변지역 랜드마크를 재차 안내하도록 하 는 등 안내표지 배치의 반복성과 규칙성에 대한 상세한 기준을 제시하 고 있다 4. 표2 런던의 지하철역 내 길찾기 관련 안내표지판의 종류 및 주요 내용 종류 정보 내용 정보 형태 정보 위치 1 입구유도 안내 역명, 출구번호, 지하철로고 2 동선유도 안내 타는 곳, 나가는 곳, 갈아타는 곳, 표 사는 곳, 환승 3 종합안내 주변지역 안내, 역이용 안내, 수도권 광역노선 안내, 야간버스 운행표, 주변 대중교통시간표 띠부착형, 천정형, 타워형, 지주형 천정형, 벽부형, 지주형 벽부형, 지주형, 기둥형 출입구 대합실, 승강장, 환승통로, 개찰구 대합실, 개찰구, 출입구 자료 : Transport for London, 2002, London Underground, Signs manual Issue 4, Mayor of London 4 여혜진 외, 2011, p.116~117 34

지하철 보행자를 위한 안내 체계 그림2 리버풀가 지하철역(Liverpool Street Station) 안내도 [ 안내표지판 위치 현황 ] A. Liverpool street 지하철역 출구 B. Central line 승강장 C. Stensted 공항철도 D. 기타 출구 1 E. 출입구 환승경로 안내 표지 F. Central line 출입구 G. Liverpool street 지하철역 내부 H. 기타 출구 2 Liverpool Street 지하철역 출구 Central line 승강장 기타 출구 1 Stensted 공항철도 Liverpool street 지하철역 내부 기타 출구 2 Central line 승강장 Hammersmith & city line으로의 환승통로 자료 : 여혜진 외, 2011, pp.42~44 런던 리버풀가 지하철역의 안내표지판을 현장 조사한 결과, 안내표 지판의 종류는 3가지 뿐이었다. 출입구, 대합실, 승강장, 환승통로 등 서로 다른 공간에서도 통일성 있는 기준에 따라 안내 표지판이 설치되 어 있었다. 임시 안내표지판은 찾아볼 수 없었 고 외국인의 관점에서도 길찾기에 큰 어려움 이 없었다. World & Cities Vol.10 35

특집 보행이 편리한 가로 만들기 나. 도쿄의 지하철 안내표지 체계 도쿄는 일본 국토교통성이 제시하는 공공기 관의 여객시설에 관한 이동 등 원활화 정비 가 이드라인(2007) 을 모든 역사 내 안내표지체계 에 적용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사항은 일반 이 용자와 휠체어 이용자를 구분하여 안내표지 시 점과 이동 중 시인이 가능한 거리를 비교 분석 하여 적정한 안내표지의 위치와 높이에 대한 기 준을 상세하게 설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쿄 지하철역에는 크게 입구유도 안내표 지, 동선유도 안내표지, 종합 안내표지의 세 가 지 종류의 안내표지가 설치된다. 입구유도 안 내표지는 역명, 출구번호, 지하철 로고를 출입 구 주변에서 벽부형으로 제공한다. 동선유도 안내표지는 타는 곳, 나가는 곳, 갈아타는 곳, 표 사는 곳, 환승 정보를 대합실, 승강장, 환승 통로, 개찰구 주변에서 바닥형, 천정달대형, 벽 부형, 기둥형으로 제공한다. 종합 안내표지는 주변지역 안내(지도), 역이용 안내, 수도권 광 역노선 안내도, 버스노선도, 주변 대중교통 시 표3 일본의 지하철역 내 길찾기 관련 안내표지판의 종류 및 주요 내용 종류 정보 내용 정보 형태 정보 위치 1 입구유도 안내 역명, 출구번호, 지하철로고 벽부형 출입구 2 동선유도 안내 타는 곳, 나가는 곳, 갈아타는 곳, 표 사는 곳, 환승띠 3 종합안내 주변지역안내(지도), 역이용안내, 수도권 광역노선도, 버스 노선도, 주변 타 대중교통 시간표 바닥형, 천장 달대형, 벽부형, 기둥형 벽부형, 지주형 대합실, 승강장, 환승통로, 개찰구 대합실, 개찰구, 출입구 자료 : 일본 국토교통성, 2007, 공공교통기관 여객시설의 사인시스템 가이드북 간표를 대합실, 개찰구, 출입구 주변에서 벽부형, 지주형, 기둥형으로 제 공한다. 도쿄의 안내표지는 바닥이나 기둥과 같은 시설의 기본구조를 공간적으 로 잘 활용하여 설치되어, 보행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특 징적이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바닥형, 계단형, 벽부형, 기둥형 안내 표지판은 보행자의 이동 동선과 시지각을 고려하여 눈에 잘 띄고 멀리서 도 알아보기 쉽게 되어 있다. 그림3 일본 공공교통기관의 여객시설에 관한 이동 등 원활화 정비 가이드라인의 보행자 시지각 기준 안내표지 거리(m) 30 20 10 4~5 1~2 높이 (mm) 국문 120 이상 80 이상 40 이상 20 이상 9 이상 영문 90 이상 60 이상 30 이상 15 이상 7 이상 자료 : 일본 국토교통성, 2007, 공공기관의 여객시설에 관한 이동 등 원활화 정비 가이드라인 36

지하철 보행자를 위한 안내 체계 그림4 도쿄의 안내표지판 a 01 a 02 (바닥형) a 03 (계단형) a 06 a 07 a 08 ab 11 벽부형 안내표지판 기둥형 안내표지판 그림5 도쿄 시부야(JR사철) 역내 환승 동선에 따른 안내표지판의 활용 자료 : 여혜진 외, 2011, pp. 59~62 a11 a3 a2 a1 a8 a6 a7 자료 : 현장촬영, 2011.7. World & Cities Vol.10 37

특집 보행이 편리한 가로 만들기 요코하마의 보행자 안내 체계 일본은 국토교통성의 가이드라인을 기본적으로 하되, 요코하마와 같이 대규모로 재개발되는 사업지구에는 별도로 적용되는 구체적인 공공사인 가이드라 인을 수립하여 복잡한 도시공간에서 단순명료한 길찾기 체계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요코하마 공공사인 가이드라인은 국토교통성의 가이드라인을 적용하 는 공통기준, 유도사인 기준, 안내사인 기준을 제시하는데, 예를 들면, 안내사인 기준은 1지도분류, 2지도방향, 3축척 및 범위, 4정보 게재기준, 5조형 물 형태, 6표시내용, 7표시면의 방향, 8안내도의 높이, 9설치 위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도 범위 기준 지도 분류 주변안내도 광역안내도 지구안내도 지도 방향 예) 안내지도방향 광역안내도 : 북측을 위로 제작 지구안내도 및 주변안내도 : 사인을 마주보고 전방을 위로 제작 축척 및 범위 지구안내도 : 1/2,500 주변안내도 : 1/1,000 광역안내사인 지구안내도 판형 게재 범위 축척 900X900 약 2.25km 사방 600X600 약 1.5km 사방 1/2,500 300X300 약 750m 사방 주변안내도 판형 게재 범위 축척 900X900 600X600 300X300 지구안내사인 (1/2,500) 주변안내사인 (1/1,000) 약 900m 사방 약 600m 사방 약 300m 사방 1/1,000 정보 내용 기준 다음과 같은 항목에 대해서 명칭, 색채, 픽토그램 표시 여부를 세부적으로 규정 지세 등 산, 만, 섬, 반도, 하천, 호수, 연못, 수로, 항, 부두, 운하, 잔교 가구 등 시, 구, 정, 가구 도로 교통시설 고속도로, 국도, 현도, 주요지방도, 기타 도로 철도노선, 철도역, 버스터미널, 버스정류소, 버스노선, 택시승차장, 여객선터미널, 항로, 항공여객터미널, 공공주차장 관광명소 대규모 집객시설 경승지, 유적, 역사적건조물, 가구 공원, 근린공원이상공원, 녹지, 해변 공원, 특수시설 공원, 전국적 유명지 대교모 몰, 국제전시장, 국제회의장, 테마파크, 대규모 유원지 체육시설 종합경기장, 체육관, 무도관, 스포츠센터, 야구장, 테니스코트 쇼핑시설 대형산업건물, 지하상가 숙박시설 호텔 및 여관 행정기관 중앙관청, 중앙관청출연기관, 산업시설 교육연구 시설 공익기업, 금융기관, 방송국, 신문사 초 중 고 대학교, 대규모 기타대학교, 전문학교, 대규모 연구소 시도청, 구청, 경찰서, 파출소, 소방서, 재판소, 세무서, 법무국, 일반우체국, 특정 간이우체국, 운전면허시험장, 직업안정소, 대사관, 영사관 지점 인터체인지, 다리, 육교 이동원활화 시설 공중화장실,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관광안내소 문화시설 박물관, 미술관, 극장 및 홀, 회의장, 공립도서관 의료복지 시설 병원, 복지보건센터, 대교모 복지시설 기타 광역피난소, 대규모시설 방향 및 높이 기준 표시면의 방향 표시면이 동선과 평행하게 설치 될 경우, 동선의 연장선 상에서 안내도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도록 사인을 추가 예) 안내 사인의 설치 안내도의 높이 노면으로부터 1,350mm를 중심으로 최고 높이 2,000mm, 최저 높이 500mm 범위 내에 설치할 것을 원칙으로 함 예) 이용자와 안내도 사이의 거리에 따른 설치 높이 자료 : 横 浜 市, 2003, 横 浜 市 公 共 サインガイドライン 38

지하철 보행자를 위한 안내 체계 4. 시사점 런던은 9개 노선의 지하철을 운영하는 주체 가 3개나 되고(BCV, JNP, SSR), 지상 철도는 국영철도공사가 운영하며, 민간에서 운영하는 도크랜드 경전철(Dorklands Light Railway)과 트램링크에서 운영하는 런던트램도 있다. 이 에 더해 런던은 1863년 지하철이 개통된 이후 1990년대 후반까지 여러 회사가 시설을 운영하 면서 누적된 다양한 문제들도 가지고 있었다. 런던 정부는 어떻게 매뉴얼 작성을 통해 이 모 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을까? 런 던의 보행자 길찾기 체계 개선 과정에서 우리 가 주목할 만한 시사점은 계획, 제작, 시공 및 설치, 유지 보수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 간 협력 체계가 구축되어 있다는 점이다. 런던시는 모 든 역에 적용할 수 있는 통일되고 종합적인 사 인 매뉴얼을 만들었고, 런던교통국(Transport for London)은 민관협력방식(Public Private Partnership, PPP)으로 런던언더그라운드파 트너 그룹 을 구축하여 안내표지판의 제작, 시 공 및 설치, 유지 보수를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 하였다. 안내표지판의 디자인은 어플라이드 웨 이파인딩(Applied Wayfinding)이 맡고, 시공 과 설치는 스톡사인스(Stocksigns Ltd)와 링 크사인스(Links Signs)가 크로스레일사인스 (Crossrail Signs)을 설립하여 공동으로 수행하 며, 유지 보수는 메트로넷(Metronet)과 투브라 인(Tube Line)이 전담하고 있다. 이 기관 중 일 부는 런던 교통국 관할의 준공공기관으로 전환 하기도 했다. 런던의 안내 체계는 계획과 지침, 제작과 시공, 유지 보수까지 공공이 총괄적으 로 질적 관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와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일본의 사례는 길찾기 체계가 단순히 길찾기와 관련된 정보를 많이 나열해주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공간 여건을 활용하여 정보의 가독성을 높일 수 있는 디자인 적 접근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도쿄의 지하철역 기둥은 4면 전체가 종합적 인 안내정보를 제공하도록 만들어져 안내정보 폴 의 기능을 갖고 있다. 하 지만 서울 지하철역의 종합안내정보는 기둥과 기둥 사이에 벽을 두어 설치 되고 있어 이용자의 동선을 차단하는 불편함을 주기도 하고, 기둥에 표시된 정보는 구체성과 세밀함이 많이 부족하다. 마지막 사진은 길찾기 안내를 끝 까지 책임지는 집요함이 돋보이는 사진이라고 말하고 싶다. 출구 계단을 오 른다는 것은 계단 전에 출구번호를 파악하고 이동방향을 결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가 자주 경험하는 것처럼, 이동하는 과정에서 우리 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확인되지 않으면 우리는 자꾸 두리번거리게 되 고 불안감을 느낀다. 따라서 계단을 오르는 과정에도 출구 방향과 지상 공 간의 목적물을 확인할 수 있도록 계단 벽면에 안내도를 제시하고 있는 도쿄 는 이용자 눈높이에 맞추어 정보를 제공하는 좋은 사례이다. 그림5 서울과 도쿄의 지하철 안내표지판 비교(예시) 서울 도쿄 자료 : 여혜진 외, 2011, p.129 World & Cities Vol.10 39

특집 보행이 편리한 가로 만들기 서울은 급격한 도시화 과정을 거치며 시민의 삶의 질을 중시하고 보 행자 관점의 도시환경을 조성하려는 정책적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가로 환경개선사업은 추진한 지 20년 이상 되었고, 2014년에는 중앙정부에서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 을 제정하여 국민 안전처에서 보행환 경개선지구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총리실 산하 건축도시공간 연구소도 지속적으로 보행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보행 행태에 대한 이해 를 바탕으로 보행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각종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서 울도 도시공간을 단순히 조성하는 것에서 나아가 도시공간의 이용자인 보행자 관점에서 섬세하게 문제를 진단하고 보행자의 다양한 보행 특징 및 한계와 환경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길찾기 체계를 선진화할 필 요가 있다. 참고 문헌 - 여혜진 이동훈 이창, 2011, 길찾기 좋은 서울(Legible Seoul)을 위한 전략, 서울연구원 - Transport for London, 2002, Signal Manual, Mayor of London - Transport for London, 2010, Advertising Public Service Information and System Services Standard, Mayor of London - 일본 국토교통성, 2007, 공공교통기관 여객시설의 사인시스템 가이드북 - 横 浜 市, 2003, 横 浜 市 公 共 サインガイドライン, http://www.city.yokohama.lg.jp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