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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전통문화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봅시다.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체험합시다.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집시다. 5. 우리 옷 한복의 특징 자료 3 참고 남자와 여자가 입는 한복의 종류 가 달랐다는 것을 알려 준다. 85쪽 문제 8, 9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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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과 학기 술부 고 시 제 호 초 중등교육법 제23조 제2항에 의거하여 초 중등학교 교육과정을 다음과 같이 고시합니다. 2011년 8월 9일 교육과학기술부장관 1. 초 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은 별책 1 과 같습니다. 2. 초등학교 교육과정은 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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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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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론-0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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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권 제3호 Ⅰ. 문제제기 온라인을 활용한 뉴스 서비스 이용은 이제 더 이 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 뉴스 서비스는 이미 기존의 언론사들이 개설한 웹사이트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 며 기존의 종이신문과 방송을 제작하는 언론사들 외 에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신생 언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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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구보학보 12집. 1),,.,,, TV,,.,,,,,,..,...,....,... (recall). 2) 1) 양웅, 김충현, 김태원, 광고표현 수사법에 따른 이해와 선호 효과: 브랜드 인지도와 의미고정의 영향을 중심으로, 광고학연구 18권 2호, 2007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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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비주류 프레임으로 본 19대 대선구도 예측 좌클릭-우클릭 논쟁 넘어 새로운 대선방정식 필요 단일대상 프레임의 넘어 듀얼 프레임 필요 본 보고서는 <데일리한국>에 기고한 2017 대선, 좌클릭-우클릭 논쟁 넘어 새로운 듀얼 전략 필요 의 원본 보고서이다(2015년

14 경영관리연구 제6권 제1호 ( ) Ⅰ. 서론 2013년 1월 11일 미국의 유명한 경영전문 월간지 패스트 컴퍼니 가 2013년 글로벌 혁신 기업 50 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2년 연속 혁신기업 1위를 차지했던 애플의 추락 이었다. 음성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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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of International Money and Finance 국제금융연구 2015년 제5권 제1호 비트코인은 대안 화폐인가?: 비판적 검토 * **3)4) 5)6)박종현 *** 류승민 **** IT의 발달과 함께 여러 종류의 가상화폐가 등장하고 있다. 이 중 비트코인은 모든 이용자들의 협력에 기초한 수평적 금융네트워크를 통해 이중지불의 문제를 낮은 비용으로 안전하게 해결했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래서 비트코인이 기존 화폐 제도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 나 비트코인의 비판자들은 그것이 대안화폐로 기능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논문은 화폐의 본성에 관한 이론적 논쟁(상품화폐론, 명목주의 화폐론)을 기초 로 비트코인의 옹호론과 비판론을 살펴보고자 한다. 옹호론자들은 화폐가 기본 적으로 유통수단이며,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발생 진화하는 것이므로, 중앙은 행의 규제가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논문은 화폐란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성격을 총체적으로 반영한 존재라는 입장에서 비트코인의 경제적 정치 적 사회적인 한계들을 지적한다. 핵심 용어: 가상화폐, 비트코인, 화폐의 본성, 상품화폐론, 명목주의 화폐론 주제 분류: B22, B25, E42 * 이 논문은 2013년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기성회 연구비 지원에 의하여 연구되었음. ** 이 논문은 2013년 정부(교육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RF-2013S1A3A2053799). *** 교신저자: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산업경제학과 부교수, ecohis@gntech.ac.kr. 논문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준 익명의 심사자들에게 감사를 드림. **** 공동저자: 가천대학교 글로벌경제학과 강사, rufrl@hanmail.net 논문투고일: 2015년 1월 5일, 심사완료일: 2015년 3월 31일, 게재확정일: 2015년 4월 17일

18 국제금융연구 2015년 제5권 제1호 Ⅰ. 문제의 제기 비트코인은 2009년 초 익명의 프로그램 개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Nakamoto, S.)에 의해 개발된 가상화폐다. 초창기에는 사람들의 관심도 없었고, 거래도 거의 없었다. 피자 한 판이 1만 비트코인에 판매된 게 화젯거리였던 것도 이러한 사정을 반영한다. 하지만 2011년을 기점으로 티핑 포인트 를 맞이한다. 그해 2월, 처음으로 1 비트코인의 가치는 1 달러를 넘어섰고 6월에는 1십 달러도 돌파한다. 불과 1년 사이에, 누군가는 피자 한 판을 먹는 데 10만 달러 를 사용한 셈이 되어 버린 것이다(정보라, 2013). 이후 2013년 4월 1백 달러를 넘어섰고, 11월에는 1천 달러까지도 돌파한다. 비트코인의 이러한 가격 급등은 전 형적인 금융거품 현상에 해당한다. 비트코인은 영원한 화폐 로 거론되는 금과는 달리 물 리적 실체도 없을 뿐더러 내재적 가치도 갖지 않는 명목상의 화폐 이다. 그럼에도 이 화폐 는 그 어떤 주식보다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리고 비트코인의 가격은 미디어 노출에 대단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는데, 이 또한 금융투기의 전형적인 현상이다. 이 점에서 비트 코인을 둘러싼 최근 양상을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금융거품이라는 튤립 광풍에 비견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Salmon, 2013). 2014년에 들어서 이런 열풍은 약간은 사라져버린 듯하다. Mt. Gox사의 해킹 사건 1) 이 후로 치솟기만 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폭락하였고, 이에 보안성 및 불법적 거래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견해들도 제기되었으며, 중국에서는 거래 금지 조치가 취해지기도 했다. 2) 하지만 비트코인이 무엇이냐는 문제제기 자체가 시들어진 것 은 아니다. 인터넷의 발전 및 그것에 기반한 여러 종류의 가상화폐가 등장하고 있는 오늘 1) 마크 카펠레스(Mark Karpeles)라는 프랑스인 개발자가 대표로 있던 Mt. Gox는 세계 최대 규모 의 비트코인 거래소이다. 이 회사는 2014년에 해킹으로 인해 850,000 비트코인(시가로 4억 8천 만 달러)이 유출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산을 신청하였다. 해킹 사건은 Mt. Gox만이 아 니라 여러 거래소에서 빈번하게 일어났는데, 이런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 가 떨어지고, 그것이 화폐로서 가져야할 안정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오태민(2014)을 볼 것. 2) 한국의 경우에는 중앙은행 차원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특별한 대응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헤럴드 경제, 2014). 하지만 한국에서도 2013년에 최초의 비트코인 거래소가 설립되었고 2014년 5월 말 기준으로 10여개의 거래소가 운영 중이라고 한다. 비트코인을 받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상점 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데, 코엑스몰에 최초의 비트코인 ATM기기가 설치되는 등 전국 32개 상점에서 비트코인을 받고 있다(김건우, 2014). 그리고 최근에는 핀테크(Fintech)에 대한 관심 이 높아지면서, 금융 서비스를 혁신시킬 수단으로서 새롭게 주목받고도 있다.

비트코인은 대안 화폐인가?: 비판적 검토 박종현 류승민 19 날에 비트코인이란 현상은 하나의 유행에 그치고 마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화폐 체제와는 이질적으로 보이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의 등장은 가상화폐의 유용성이 무엇인가, 이것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와 더불어 궁극적으로 화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글은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이 질문에 대해 좀 더 고찰해보려고 한다. 다음 장에서는 비트코인의 특성을 간단히 일별하고, 3장에서는 비트코인의 등장배경과 옹호론 을 광범위한 사회경제적 맥락에서 살펴보려고 한다. 4장에서는 비트코인의 문제점을 기술 적 측면, 실현 가능성 측면, 정책적 함의 등의 측면에서 검토하고, 마지막으로 5장에서는 상품화폐론과 명목주의 화폐이론이라는 화폐이론사의 대표적인 이론들에 근거하여 비트 코인의 특징과 한계를 평가해보려고 한다. Ⅱ. 비트코인이란 무엇인가? 비트코인은 분산된 공개 장부를 가진 거래 네트워크이다. 사람들은 인터넷 공간에서 이 비트코인을 활용해 거래를 벌일 수 있게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은 가상공간에서 만 존재하는 명목상의 화폐도 기성 화폐보다 상거래를 더 훌륭하게 중개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오늘날에는 인터넷을 통한 송금이 일상화되었는데, 이때 인터넷으로 돈을 보낸다 는 것은 돈을 디지털화된 형태로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디지털화된 형태의 돈 3) 은 디지털 문서와 마찬가지로 컴퓨터 속의 파일이므로 누군가에게 보냈다던가 하는 식으로 한 번 사용했더라도 복제를 해 이중, 삼중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이중지불의 문제 는 기존에는 양쪽 모두 신뢰할 수 있는 제3자에게 장부관리 역할을 위탁하는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인터넷을 통해 10만원을 보내려면 은행이나 신용카드사가 당신의 계좌 장부에서 10만원을 빼고, 상대방의 장부에 10만원을 더하는 식으로 거래를 처 리했던 것이다. 이처럼 금융기관의 도움을 받을 경우, 이중지불의 문제를 극복해 전자적인 3) 이것을 보통 디지털 화폐 또는 가상화폐라고 부른다. 가상화폐에 대한 개념은 아직 명확하게 정립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독자적인 화폐단위를 사용하며 국가별 차이가 있음에도 아직까지는 법적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자화폐와는 구별되는 것이다. 가상화폐의 개념 및 다른 가상화폐와의 차별성 혹은 우월성은 김태오(2013) 및 Paesani 등(2014)을 볼 것. 더불어 가상통 화의 역사에 대한 고찰은 신영미 등(2014)을 볼 것.

20 국제금융연구 2015년 제5권 제1호 거래가 가능하지만 대신 비효율과 비용이라는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김진화, 2013). 반면, 비트코인은 혁신적인 방식으로 이중지불의 문제를 해결한다. 비트코인의 혁신성 은 모든 이용자들의 협력에 기초한 수평적 금융네트워크의 솔루션을 내어 놓음으로써 이 문제를 안전하면서도 낮은 비용으로 해결했다는 점에 있다. 다시 말해 금융기관의 중개 없이도 이중지불의 문제 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거래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때의 핵심 은 모든 거래가 블록 체인(block chain) 4) 이라는 단일한 공개 장부에 기록되도록 하되, 이 거래 장부를 어떤 특정한 중앙 서버가 아니라 시스템 내의 모든 이용자들의 컴퓨터 네 트워크에 분산해 공동으로 관리한다는 아이디어이다. 새로운 거래가 일어나면 여기에 사 용된 비트코인이 이미 사용되어 블록 체인 내에 기록되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이 거래 기록을 새롭게 저장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사토시 나카모토는 이 작업을 네트워크 내 모든 이용자들이 공동으로 수행하도록 설계했던 것이다. 이때, 그의 천재성은 코인의 발행 및 인증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켰다는 점에서 특히 빛난다. 사람들이 인증작업에 자발적으 로 동참하는 수고와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도록 하기 위해 참여자들에게 참여시간에 비례 해 비트코인이 제공되도록 설계를 했던 것이다. 물론, 자신이 타인의 거래에 대한 인증작 업을 행하고 있음을 당사자들이 실제로 인식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구동시켜 서로 경쟁하며 복잡한 수학암호를 풀고 그 댓가로 비트코인을 채굴 5) 한다고 느낄 뿐이지만 사실은 이중지불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화폐생태계의 작동을 거들고 있는 것이다 (Nakamoto, 2008; 김진화, 2013; 김자봉, 2014). 이제 상대방이 비트코인을 받을 용의만 있다면 상대가 전세계 어디에 있든 비트코인을 통해 누구와도 지급결제가 가능하게 된다. 이때 비트코인의 이용자들은 송금이나 결제 관 련 수수료를 금융기관에 낼 필요도 없다. 또한 비트코인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소유자에 대한 정보는 포함하지 않은 채 주소를 임의로 생성할 수 있어 거래의 익명성도 보장된다. 그리고 비트코인은, 공급량이 2천1백만 개를 넘지 않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지나친 남 발로 인해 그 가치가 훼손될 위험도 없다. 4) 자세히 말하면, 이것은 비트코인의 기술적 원리의 핵심으로서, 모든 거래를 승인하고 저장하는 과정을 말한다. 가령 A가 어떤 물건에 대한 자신의 소유권을 B에게 이전할 경우, 디지털 세계에 서는 소유권의 복사를 통해 A는 C나 D에 대해서도 똑같이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중지불의 문제 를 해결하기 위해, A가 B에게 소유권을 이전했다는 것을 공개하는 것이다. 즉 블록 체인은 전자 적 거래를 숨김없이 공개하고, 그것을 타인들이 승인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5) 이 과정은 금을 채굴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해서 마이닝 이라 불리운다(정보라 2013).

비트코인은 대안 화폐인가?: 비판적 검토 박종현 류승민 21 Ⅲ. 등장배경 비트코인의 등장 및 그 열광의 이면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깔려 있다. 비트코인 열풍의 배경은 몇 가지 측면으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비트코인에 대한 옹호는 과학기술에 대한 신뢰, 정부와 금융기관 등 기성권력에 대한 불신, 자율에 기초한 독립적인 삶의 지향 등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자유로운 개인들이 국가나 은행의 지배를 벗어나 비트코인의 도움을 받아가며 스스로의 경제적 삶을 영위해 간다는 자유지상주의의 유토피아관은 사토시 나카 모토와 그 옹호자들에 의해 실제로 표방되었다. 이 입장에 따르면, 비트코인을 얻고 사용 하는 것 자체가 정부나 대기업의 권력에 맞서는 저항의 시도이자 새로운 경제질서를 세우 는 혁명적 행위가 된다(Nakamoto, 2008). 6) 비트코인의 높은 가격에는 경제적 계산과 투 기적 정념에 더해 이러한 대의에 대한 공감이 반영된 부분도 적지 않을 것이다. 둘째, 비트코인 열풍은 우파의 경제담론과 공명하는 과정에서 확산된 측면도 크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우파 매체들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정부를 무한 적 키우고 사람들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해 재정적자를 천문학적 수준으로 늘렸고,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도 경기를 회복시킨다는 미명 아래 막대한 돈을 살포하였는데, 이로 인해 미국이 사실상 파산 상태에 놓였다거나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임박했다는 주장 을 광범위하게 유포시켰다(Krugman, 2013; Wray, 2013). 그런데 이러한 주장의 정치적 의도에는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 경제적 함축에는 공감하는 이들이 대단히 많았다. 만약 미국의 파산이나 무시무시한 인플레이션을 우려한다면, 달러화를 팔고 금이나 비트코인을 사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정리하자면, 지난 몇년간의 비트코인 열풍은 손쉽게 일확 천금을 벌려는 투기적 욕망, 정보기술의 발달에 기초한 혁신적인 지급결제 시스템에 대한 높은 평가, 보수적인 무정부주의의 유토피아를 실현하려는 꿈, 달러화에 대한 불신, 재정 적자에 대한 우려, 오바마에 대한 증오,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믿음 등 그 성격이 전혀 다 른 여러 요소들이 기묘하게 뒤섞인 결과물인 셈이다. 6) 나카모토는 비트코인을 세상에 처음 내놓으면서 어느 누구도 신뢰할 필요가 없는 완벽하게 분권 화된 통화(completely decentralized, with no trusted parties)라고 소개한 바 있다. 전통적 인 통화의 진정한 문제는 신뢰이다. 이 통화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신뢰가 반드시 필요하다. 중앙 은행은 통화의 가치를 손상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되어야 한다. 그러나 명목통화의 역사는 이 신뢰를 저버렸던 역사이다. 은행은 우리의 돈을 보관하고 언제라도 이체해 줄 것이라고 신뢰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은행들은 신용 거품의 물결 속에서 준비금으로는 거의 보관하지 않은 채 우리의 돈을 과잉 대출했다. (Nakamoto, 2008)

22 국제금융연구 2015년 제5권 제1호 셋째, 비트코인의 등장 및 열풍을 가능케 한 또 다른 요인으로는 학설사적 배경도 있다. 화폐학설사의 다양한 학파들 중 통화주의, 오스트리아학파, 자유은행학파 등에서는 화폐 의 본질을 유통수단에서 찾는 가운데, 화폐란 시장에서 벌어지는 경제적 교환의 산물, 즉 효용을 극대화하려는 개인들의 경제활동 속에서 자연스럽게 진화한다는 입장을 발전시켰 다. 오늘날 비트코인에 대한 옹호론은 바로 이러한 이론적 전통에 입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7) 이들 전통에서는 인플레이션의 해악에 특히 관심을 집중하는데, 이때 가장 큰 책임 소재는 정부, 즉 중앙은행에 놓인다.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이용해 지나치게 통화량 을 늘림으로써 모든 문제가 일어난다는 인식체계에서는 중앙은행의 자의적인 통화량 발행 을 규율하는 원리가 특히 중요하게 대두된다. 8) 비트코인의 경우 내재적인 가치는 없지만, 최대 발행량이 고정되어 있고, 이에 따라 발행량이 많아질수록 가치가 하락하는 성격 (deflation spiral)을 지니는데, 이는 통화량의 증발을 통한 물가상승을 가장 우려하는 지 적 전통과 공명하는 것이다. Ⅳ. 문제점 1. 화폐로서의 결격 사유 (1) 기술적 문제점 첫째, 비트코인은, 옹호자들의 주장과 달리, 안전하지도 익명적이지도 않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9) 잔돈을 거슬러주는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특정한 주소를 계속 사용하게 되고 7) 물론 비트코인은 내재적 가치가 없는 가상화폐이며, 교환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출현한 게 아니라 는 점은 이러한 전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좀 더 넓은 맥락에서 가상통화의 경쟁 혹은 진화의 과정에서 비트코인을 자리매김한다면, 이렇게 볼 여지는 충분할 것이다. 실제 로 비트코인의 적극적인 옹호자들은 하이에크 화폐 (Hayek Money)라고도 부르며, 하이에크의 경쟁 화폐론 을 이론적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하이에크의 이론을 바탕으로 비트코인을 설명 하는 대표적인 논의로는 Ametrano(2014)이 있다. 하이에크의 화폐 사상과 더불어 화폐 발행의 자유를 주장하는 일련의 논의들에 대한 소개로는 김균(1995)과 황재홍(2007)이 대표적이다. 8) 가령, 프리드만의 k% 룰과 같은 주장이 대표적이다. 9) 일반적으로는 비트코인의 익명성 때문에, 그것이 사기나 돈세탁에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비판

비트코인은 대안 화폐인가?: 비판적 검토 박종현 류승민 23 이에 따라 지급자의 흔적이 남는다는 것이다. UC 샌디애고의 Sarah Meiklejohn 연구팀 은 이러한 점에 착안해 public blockchain 분석을 통해 온라인 불법 물품 거래소인 실크 로드의 비트코인 이동흐름을 밝혀내기도 했다. 법 집행 당국의 관점에서는 다행스런 일이 겠으나, 온라인통화의 완벽한 익명성과 안전성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결함이 될 수도 있다(Markoff, 2013). 둘째, 비트코인의 공급량을 늘리고 통합성을 보장해주었던 마이닝 시스템은 연산 관 련 과도한 군비경쟁을 낳았다. 이러한 연산 관련 과도한 군비경쟁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낭비이고 지속가능성을 근저로부터 훼손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채굴의 수익률이 현저하 게 떨어진다면 블록체인의 온전함(integrity)을 입증하기 위해 사람들이 기꺼이 나서지 않 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서는 채굴자들의 인증작업에 대한 대가로 수수료 를 대폭 올리자는 대안이 제시된 바 있다(The Economist, 2013). 셋째, 하나의 단일한 장부에 거래를 기입하는 시스템(distributed-ledger system)은 거래가 늘어나고 누적될수록 장부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짐으로써 관리가 곤란하게 될 수도 있다. 비트코인의 자기 교정적 메커니즘과 이용자들의 계몽된 자기이익 추구행위만으로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 화폐의 가치를 유지할 안정화 메커니즘의 결여 그런데 비트코인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은 기술적 측면의 한계보다는 오히려 화폐로 서의 기능을 원활히 담당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찾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 비트코인의 옹호 자들이 비트코인의 주요한 장점으로 주목하는 특징이 문제의 핵심이 된다는 역설이 발생 한다. 비트코인의 옹호자들에 따르면, 모든 화폐는 공급량이 증가할수록 그 가치가 떨어 지고 인플레이션의 문제를 발생시키는데, 비트코인의 경우에는 채굴량의 상한선이 정해져 있으므로 인플레이션의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오스트리아 학파 전통 의 학자들이 화폐의 기능들 중 가장 중시하는 교환수단으로서의 기능이 현저히 약화된다 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왜냐하면, 가치의 하락을 예방하는 측면만 고려되어 있을 뿐 가치 의 상승을 예방하는 측면은 고려되지 않은 까닭에, 거래를 위해 사용하기보다는 자산으로 서 보유하려는 강한 유인을 낳기 때문이다. 10) 화폐 역할을 담당할 사물은 그 가치가 너무 하는 논의들이 많다. Blundell-Wignall(2014) 참고. 10) 비트코인의 주된 장점 중 하나가 바로 정부에 의해 그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24 국제금융연구 2015년 제5권 제1호 높아져도 곤란하고 너무 낮아져도 곤란하며, 그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시켜줄 메커니즘 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de Brunhoff, 1976). 화폐의 가치가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도록 하려면, 곧 그 가치가 너무 높아지거나 너무 낮아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일정한 안정화 장치가 있어야 한다. 금의 경우에는 금의 유용 성이 금 가치의 하한으로 작용하고, 금 생산 기술의 계속적인 발달로 인해 금의 공급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 금 가치의 상한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편, 중앙은행권의 가치 는 중앙은행에 의해 뒷받침될 것이다. 원화나 달러화 가치가 크게 떨어질 것 같으면 중앙 은행은 보유한 국공채를 매각해 이들을 회수할 것이다. 반대로 중앙은행권의 가치가 지나 치게 높아지고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이 떨어지는 디플레이션 현상을 예견되면, 통화량의 대규모 증발 등을 통해서 이를 막는 것이 가능하다(De Long 2013). 이처럼 금과 중앙은행권 경우에는 가치 안정화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 요가 있다. 이러한 가치 안정화 메커니즘은 화폐의 가치척도 기능이나 가치저장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필요조건일 뿐 아니라 경제의 안정화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그런데 비트코 인의 경우에는 이러한 메커니즘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내재적 가치도 없고, 이 를 관리할 중앙은행도 없기 때문에, 비트코인의 가치는 폭락할 위험과 폭등할 위험이 상존 하는데, 이는 화폐가 되기 위해서는 심각한 결격 사유인 셈이다. 이는 결국 비트코인의 경우 확고한 신뢰의 닻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11) (3) 신뢰를 부여할 장치의 결여 무언가가 화폐로 작동하려면 언제 어디에서건 누구라도 화폐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신뢰 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이 신뢰는 일차적으로는 그 가치가 안정될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 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동안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화폐는 내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던 금과 국가에 의해 통용력을 보장받았던 법정화폐였다(Krugman 2013, De 교환수단의 역할을 제대로 담당하려면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가치가 계속해 서 올라가더라도 교환수단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기가 곤란해진다. 앞으로도 가치 상승이 예상 되는 상황에서는 유통에서 퇴장시켜 보유만 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11) 실제로 비트코인의 가치는 큰 등락을 보였다. 언론에서 크게 언급될 때마다 가격이 급등했고, 그 어떤 주식보다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런데 이 점은 비트코인의 위상을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통화로 정립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큰 고민거리가 된다. 한 나라의 통화가 비트코인처럼 높은 변동성을 보인다면 교환수단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담당하기가 대단히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대안 화폐인가?: 비판적 검토 박종현 류승민 25 Long 2013, Wray 2013). 그런데, 비트코인은 결제수단으로 잘 작동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금 처럼 내재적 가치를 지닌 것도 아니며, 법정화폐처럼 국가에 의해 그 사용이 강제된 존재 도 아니다. 12) 옹호자들은 비토코인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제주체들에 의해 화폐로서 기꺼이 선택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매력이 있다는 것이 그 선택의 확 실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이러한 확실성이 전제되지 않는 한 보유한 물건이나 서비스 를 제공하는 대가로 비트코인을 받아줄, 곧 지급결제수단으로 수용할, 동기가 크다고 보 기는 어렵다(Salmon, 2013). 더욱이 비트코인과 그 메커니즘이 유사한 다른 가상화폐들 도 얼마든지 출현할 수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비트코인과 같은 특정한 가상화폐가 경합하 는 수많은 다른 화폐들을 제치고 지급결제수단으로서 사용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여기에 더해 비트코인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언급되는 것들, 즉 중간상인 없이 공급자 와 수요자의 직거래로 인해 거래비용을 크게 줄여준다는 주장 또한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문제점도 더해진다. 이러한 주장이 현실화되려면 비트코인이 교환수단이나 지불수단의 지 위를 확고하게 확보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를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 주요한 교환수단이나 지불수단이 되지 못한다면 비트코인을 다시 원화나 달러화로 바꿔야 할 것이고, 결국 거래비용은 줄어들지 못하게 된다. 이처럼 비트코인을 다시 국내 통화들 과 교환하는 상황에서는 양 당사자 이외의 다른 사람들, 곧 중개상들의 역할이 부각되고, 추가적인 수수료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2. 예상되는 현실적 부작용 13) 이제까지의 검토를 통해 비트코인 옹호자들의 주장처럼 비트코인이 현실에서 기존 법 정화폐를 대체하는 대안 화폐로서 기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하였 12) 비트코인의 경우 화폐보다는 상품의 성격이 강하며, 거래수단보다는 투기수단이 되기 쉬운 것도 바로 이러한 요인에 기인하는 것이다. 13) 이 절의 논의는 비트코인이 기존통화를 대체할 정도로 확산되었을 경우를 가정한다. 물론 현실 적으로 비트코인의 장래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가정은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극단적인 가정을 세운 이유는 당연하게도 비트코인 옹호자들의 주장 이 가진 내재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함이다.

26 국제금융연구 2015년 제5권 제1호 다. 그러나 설령 비트코인이 기존 통화를 대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부작용이 예상된다. (1) 불황의 장기화 가능성 첫째, 정부의 안정화정책 수행 능력이 현저하게 약화될 것이다. 무엇보다 경기변동에 대 한 대응 능력이 약화됨으로써 불황이 만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대공황 이후 오랜 기간 동안 경기변동에도 불구하고 불황의 골이 극심하지 않았던 데는, 사람들이 지갑을 열지 않으면 통화량을 늘리고 금리를 낮췄던 정책적 대응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비트코인 통화체제에 서는, 통화의 발행이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개인들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며 은행이나 중앙은 행의 역할이 원천적으로 배제되므로, 정부의 통화정책은 존립 근거를 완전히 상실한다. 14) 특히 비트코인의 발행량이 정해져 있으므로 경제의 규모가 커지고 교환수단에 대한 수 요가 늘어남에 따라 비트코인의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이때 비트코인의 폭등 현상은 하이퍼 디플레이션에 해당한다. 비트코인으로 나타낸 가격이 계속해서 크게 하락하는 상 황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플레이션도 나쁘지만 디플레이션은 더 나쁘다는 데 있다. 디 플레이션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도 돈을 써서 물건을 사려 하지 않는데, 이 과 정에서 디플레이션을 다시 심화시키고 불황의 골을 한층 깊게 만드는 자기실현적 악순환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Fisher, 1933).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화폐량이 이에 발맞춰 늘어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에 기반 한 경제에서는 불가능한데, 이는 비트코인이 성장 경제에서 화폐의 역할을 담당할 수 없음 을 의미한다. 이처럼 비트코인의 생산이 경제활동과 무관하게 기계적으로 결정되는 상황에 서는 시장경제의 불안정성이 가속화되며, 사회통합 능력도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15) 14) 비트코인의 경우에는, 금화와 달리 그 공급이 본연의 경제활동과 무관하게 이뤄지며, 은행권과 달리 대출이나 신용창조와도 관련이 없어, 경제활동과의 연결고리를 확보하고 있지 않다. 이 문제는 보다 근본적으로 비트코인의 경우 인체의 혈액 역할을 제대로 담당할 수 없다는 점으로 까지 연결될 것이다. 화폐는 인체의 혈액과 같은 것으로, 경제활동을 매개하고 촉진시켜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화폐가 이러한 역할을 실제로 잘 담당할 수 있으려면, 경제의 변동에 대응해 화폐 공급량도 신축적으로 변동하는 게 필요하다. 실물경제의 성장에 비해 화폐가 중앙은행의 인위적 개입 속에서 지나치게 늘어나는 것도 문제이지만 생산 활동은 늘어나는데 교환의 매개인 화폐가 줄어든다면 바로 그 이유로 인해 불황이 찾아올 수 있다. 15) 여기에 더해 독자적인 화폐 금융적 사업모델이 불분명하다는 점도 들 수 있다. 비트코인이 유 효한 결제 수단을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비트코인이 속해 있는 네트워크가 기존의 화폐

비트코인은 대안 화폐인가?: 비판적 검토 박종현 류승민 27 (2) 극단적인 작은정부 의 사회 비트코인은 정부의 통화정책 수행능력을 현저히 약화시킬 뿐 아니라 정부의 조세기반 및 정부지출 집행능력도 크게 훼손할 것이다. 비트코인의 옹호자들이 꿈꾸는 세상은 무엇 보다도 인플레이션 없는 세상이다. 그러나 우리의 통념과 달리 지난 삼십년 동안은 통화가 치의 하락으로 인한 폐해는 크지 않았으며 1차 세계 대전 이후 독일이나 짐바브웨의 엄청 난 하이퍼 인플레이션 은 통화제도보다는 극심한 정치적 사회적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트코인의 이러한 매력은 실상 큰 의미가 없다. 또한 비트코인의 옹호자들이 꿈꾸는 세상에서는 정보기술의 발달로 정부가 발행한 화 폐 없이도, 금융기관의 도움 없이도, 조건만 맞으면 원하는 것을 무엇이건 마음껏 사고 팔 수가 있다. 16) 국가의 시장 통제 또한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져 한 푼의 세금도 낼 필요가 없다. 따라서 조세와 적자 재정을 통해 공공재를 공급하고 소득의 재분배를 꾀하며 통화정 책을 통해 일시적인 경기후퇴가 만성적인 불황이나 대공황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하던 정 부는 역사책에서만 볼 수 있게 된다. 비트코인이 화폐의 역할을 전담하는 세상에서 정부의 자리는 총과 패스워드로 대체된다. 정부의 조세기반을 약화시키고 사회간접자본 지출이나 사회복지 지출을 축소되면 불평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자유와 익명성만이 강조됨 으로써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변질되고 도덕의 타락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크다. 이곳은 자 신의 능력에 따라 원하는 것을 익명으로 모두 다 이룰 수 있는 자들의 천국이다. 이러한 극단적 개인주의가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대단히 확고한 개인윤리가 필요한데,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서 이러한 윤리를 기대하는 것은 몽상에 불 네트워크와 어떻게 다른지가 불분명하다. 화폐는 16세기의 환어음이건 오늘날의 전자화폐건 그 경제적 네트워크 속에 묻어들어 있는 것이다. 이 네트워크 자체가 생존하지 못한다면 그 화폐도 생존할 수 없다. 그런데 기존의 경제적 네트워크와 차별화되는 비트코인의 고유한 경제적 네트 워크가 과연 무엇인지는 분명치 않다. 과거 환어음이나 영란은행권은 이에 성공했던 것은, 이들 에 의해 원격지 무역이 크게 늘고, 산업혁명이 가능했던 것인데, 비트코인이 뒷받침하는 새로운 경제적 활동이 확산되고 있다고 볼 근거는 없는 가운데, 오히려 마약이나 무기 등 불법거래의 온상인 실크로드가 비트코인의 대표적인 경제 네트워크처럼 부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Markoff, 2013). 16) 이러한 낙관주의는 비트코인의 사례에서만 발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자화폐(e-cash)가 확산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헬라이너(Helleiner, 1998)에 따르면, 전자화폐의 옹호론자들 은 화폐발행의 자율성은 IT기술이 기존의 금융통화제도를 모두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 러한 주장은 기술에 대한 과도한 맹신이며, 금융통화제도가 가지는 사회 정치적 성격을 간과하 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비슷한 입장의 지적으로서 Henwood(2014) 참고.

28 국제금융연구 2015년 제5권 제1호 과하다. 그러나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은 시민의 자유를 훼손하고 재산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공동행동을 통해 파이를 키우는 협력적 작업이라고 보아야 한다. 복잡한 현대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과연 강한 개인의 자유지상주의 철학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국가는 인민의 억압기구가 아니라 다수 대중의 대변기구로 볼 수도 있다. 신뢰받는 강한 국가가 시민의 행복도 동반할 수 있다. 그런데 신뢰받는 강한 국가를 위해서는 국가에 자금이 필요하고, 국가는 조세와 적자재정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확보해 다수 대중의 삶을 풍성하게 해야 한다. 따라서 화폐는 국가가 관리하도록 하고, 국가와 공무원들은 깨어있는 시민들이 감 시하고 통제한다는 발상이 현실적일 것이다. 국가의 경제적 역할을 최대한 활용하되, 이 과정에서 발생할 정부로의 권력 집중이나 부패 문제는 정치적 민주주의를 통해 제어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므로 비트코인의 실험으로부터 진보적 성격을 읽어내려는 일부 식자층의 낙관 섞 인 기대에는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다. 물론 대중의 참여와 협력에 기반한 개방형 네트워크 화폐는 많은 장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금융기관의 권력에 균열을 가져와 소비 자주권의 가능성을 키웠는데, 이러한 네트워크의 영향력이 앞으로 한층 커질 것이다. 하 지만 비트코인 연결망 속에서의 개인들이 공동으로 이중지불을 막는다 할지라도, 이때의 참여와 협력은 단세포생물의 세포분열에 가까울 뿐 진정한 사회적 관계와는 거리가 멀기 에 대자본에 악용될 여지도 크다. 공공선의 달성과 실물경제의 온전한 순환 그리고 개성의 존중이라는 가치들에 비슷한 무게를 두려면, 국가 중심의 화폐관계를 살아 숨쉬는 구체적 개인들 사이의 진짜 관계에 기초한 자생적 화폐관계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17) 17) 대표적인 시도들로는 지역화폐(local currency)를 들 수 있다. 지역화폐란 정부에 의해 통용이 강제되고 전국에서 유통하는 법정화폐와 달리 시민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운영되며 소규모 지역 내에서 유통하는 국지적 화폐이다. 보다 자세한 논의는 North(2010)을 볼 것.

비트코인은 대안 화폐인가?: 비판적 검토 박종현 류승민 29 Ⅴ. 화폐학설사적 쟁점 1. 상품화폐론과 명목주의 화폐론 한편, 비트코인은 화폐에 관한 기존의 이론적 논의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 다. 특히 상품화폐론과 명목주의 화폐론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화폐이론들은 비트코인의 장점과 단점, 가능성과 한계를 분석하는 데 유용한 틀이 될 수 있다. 동시에 오늘날 새롭 게 거래수단으로서 등장한 비트코인은 기존의 화폐이론들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데 유용한 몇 가지 시사점들을 줄 수도 있다. 우선 상품화폐론은 오스트리아 학파와 마르크스주의가 대표적인데, 화폐의 기원을 시 장의 상품교환에서 찾는다는 특징이 있다. 이 점에서 상품화폐론은 물물교환 속에서 보편 적 교환매개물이 자생적으로 출현한다는 시장 모델이라고 요약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화폐가 가치의 체현물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어떤 물건이 화폐의 역할을 담당한다면 그것 은 그 물건 자체가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입장에서 보자면, 가치를 가장 잘 표현하고 저장해주는 물건이 자연스럽게 보편적 등가물이라는 화폐의 지위에 오 르게 된다. 상품화폐론은 이밖에도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첫째, 화폐는 시장에서 벌어지는 경제적 교환의 산물로서, 개인들의 경제활동 속에서 자연스럽게 진화한 것이라는 입장을 공유한다. 둘째, 화폐의 기능들 중에는 교환의 매개수단 기능을 강조한다. 셋째, 인플레이 션의 해악에 관심을 집중시키는데, 이때 가장 큰 책임은 주로 정부와 중앙은행으로 집중된 다.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이용해 지나치게 통화량을 늘림으로써 모든 문제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앙은행의 자의적인 통화량 발행을 규율하는 원리가 중요하게 대두된 다. 18) 넷째, 화폐의 역사는 대체로 독점과 지대 추구의 특권을 더 챙기기 위해 정치권력을 남용해 왔던 역사로서 인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명목주의 화폐론은 역사학파, 케인즈학파가 대표적인데, 화폐가 가치를 표현하는 존재라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화폐가 반드시 가치를 가져야 할 필요는 없다고 믿는 다. 이들의 입장에 따르면, 명목적인 존재도 가치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명목주의 화폐론은 또한 화폐의 기원을 경제적 교환이 아닌 사회적 의무와 사회질서의 유지에서 찾 18) 프리드먼의 k% 준칙이 강조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30 국제금융연구 2015년 제5권 제1호 는데, 특히 사회적 종교적 책임과 채권 채무관계에 주목한다. 이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화폐란 국가가 그 지불을 보장하는 채무증서이며, 그 지불의 보장은 세금을 걷고 범죄자를 처벌할 수 있는 국가의 폭력 또는 공권력에 기반하는 것이다. 19) 명목주의 화폐론은 이밖에도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첫째, 모든 화폐는 신용/채권 이라는 사회적 관계를 통해 창출된 것으로, 이 점은 금화와 같은 상품화폐도 마찬가지이 다. 둘째, 화폐의 기능들 중 교환수단보다는 가치의 표현 수단 또는 계산화폐 기능을 강조 한다. 화폐성의 기초는 교환의 매개가 아니라 추상적 가치 측정, 곧 계산단위에 있다는 것이다. 이때 특정한 계산단위는 국가라는 권위체에 의해 사람들에게 강제로 부여되는 것 이다. 셋째, 이들은 화폐의 생산을 정부와 개별 경제주체 사이의 이익 충돌로 보는 데 반 대하고, 대신 화폐의 생산을 사회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경쟁집단들이나 이익집단들 사이 에 벌어지는 이해관계의 충돌로 이해한다. 이들의 입장에서는, 임금, 고용, 금리, 환율 등 이 모두 이러한 이해관계의 충돌, 곧 투쟁의 표현인 셈이다. 넷째, 인플레이션은 통화량이 늘어나서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며, 인과관계는 반대이다. 즉, 다른 원인에 의해 인플레이 션이 발생을 하고, 그로 인해 통화량이 늘어나는 것이다. 가령,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통화 량 남발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질서의 붕괴로 인한 화폐질서의 붕괴 에서 비롯된 것이다. 명목주의 화폐론의 주장들 중 비트코인의 해석과 관련해 특히 주목할 부분은 계산화폐, 신뢰, 국가의 권위, 징세 등의 관계이다. 명목주의 화폐론은 화폐를 시장질서의 산물이자 시장질서의 유지체로 본다는 점에서는 상품화폐론과 의견을 같이 한다. 그러나 물물교환 속에서 화폐라는 보편적 교환매개물이 자생적으로 출현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고, 시장질서가 화폐를 낳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시장질서를 낳는 것이 바로 계산화폐라 며, 인과관계에 대해서도 상이한 주장을 펼친다. 이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계산화폐는 시 장에 논리적으로 선행한다. 이들의 입장에서는 주화의 주조가 수백년 동안 무수한 흥망성 쇠를 겪었음에도 파운드, 실링, 리브로와 같은 계산단위들이 그대로 유지되었다는 것도 계산화폐의 주도성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주화에서 중요한 것은 무게나 금속의 구성비 가 아니라 발행자의 이름 또는 발행자를 나타내는 독특한 표시로서, 이는 발행자가 이 주 화를 징세의 수단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니스(Innes)는 여기에 19) 명목주의 화폐론의 대표적인 학자로는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크납(F. Knapp), 알프레드 미첼 이니스(A. M. Innes) 등이 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논의는 잉햄(Ingham, 2004)을 볼 것.

비트코인은 대안 화폐인가?: 비판적 검토 박종현 류승민 31 더해 최초의 주화가 발생하기 2천년 전에 이미 채권채무 관계가 계산화표로 표시되었다고 주장하는데, 이러한 인류학적 연구를 통해 그는 화폐의 기원이 시장의 상품이 아니라 국가 에 대한 조세 지불수단이었음을 밝힌다(Wray, 2004, Ingham, 2004). 20) 2. 상품화폐론과 명목주의 화폐론의 관점에서 본 비트코인 이처럼 상품화폐론과 명목주의 화폐론의 주요 논점을 명확히 한 위에 비트코인을 다시 볼 경우에는 비트코인의 객관적 한계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오스트리아 학파와 마르 크스주의의 경제학에서는 화폐가 그 자체 내재적 가치를 가지는 상품임과 동시에 상품과 상 품의 교환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한 자생적 질서의 산물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비트코인 은 천재적 엔지니어에 의해 수학적 디지털 방식으로 창조되었으며, 내재적 가치는 지니지 못한, 가상의 화폐이다. 비트코인은 이렇듯 교환과정에서의 자생적 질서의 산물은 아니라는 점에서 오스트리아 학파나 마르크스주의 학파로부터 좋은 점수를 얻기는 어렵다. 21) 한편, 비트코인은 금과 같은 상품화폐와 달리 어떠한 내재적 가치도 지니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자체가 명목화폐이며, 그 존재방식 자체는 명목주의 화폐론과 공명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경우 내재적 가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적인 우수성으 로 인해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함으로써 정부와 중앙은행에 의존하지 않은 채 화폐로 서 기능할 수 있다는 옹호론은 명목화폐론의 기본 입장과 크게 배치된다. 명목주의 화폐론 의 입장에서 보자면, 중요한 것은 화폐가 내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느냐의 여부가 아니라 가 치를 부여하고 표현할 능력을 지니고 있느냐의 여부이며, 이 능력은 원칙적으로 국가권력의 20) 이니스(Innes), 크납(Knapp) 등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잉햄(Ingham, 2004)에 따르면, 광범 위한 화폐적 공간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교환 거래 네트워크와도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사회적 정치적 관계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또한 화폐적 관계를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확장하 기 위해서는 몰인격적 신뢰와 정당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게 바로 국가가 담당하는 역할이 된다. 국가는 그 권위를 빌려 계산화폐를 법으로 제정했고, 또 이 계산화폐는 신민( 臣 民 )들이 국가에 지고 있는 조세의무를 일방적으로 결제할 법적 수단이 되었다는 것이다. 국민화폐의 성립을 이런 방식으로 이해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여러 화폐가 경쟁을 벌이다가 가장 경쟁력 있는 화폐가 화폐 자리를 차지하는 식으로 진화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하이에크식의 추측이나 다양한 은행권들 사이의 경쟁을 권장해야 한다는 자유은행학파의 주장은 오류가 된다. 21) 하지만 이미 지적했듯이, 비트코인 뿐만 아니라 그것과 유사한 가상화폐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 다는 점에 주목할 경우, 화폐의 자유 발행과 그것의 경쟁과정을 강조하는 오스트리아 학파의 입장은 비트코인 혹은 가상화폐 옹호자들의 이론적 근거로서 사용된다.

32 국제금융연구 2015년 제5권 제1호 권위에 의해서만 확보될 수 있는 것이다. 즉, 어떤 사물이 화폐의 역할을 담당하면 그것에 가치를 부여하고 유지하는 사회적 장치와 행위가 반드시 필요한데, 22) 국가의 징세권 및 나 라가 인정한 물건으로 세금을 내도록 하는 행위가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23) Ⅵ. 남는 문제들 지금까지 비트코인에 대한 옹호론을 살펴보고, 이에 대해 학설사적 관점에서 비판적으 로 고찰하였다. 향후 비트코인 생태계의 성장 여부에 따라 그것이 확산되고 공식 화폐로서 발전할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안고 있는 여러 한계를 감안할 때, 현재의 법정화폐를 대체할 본격적인 대안 화폐가 될 가능성은 대단히 낮아 보인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은 화폐의 본질, 화폐와 사회의 관계, 화폐의 역할 등에 대해 근본부터 다시 천착해볼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비트코인은 사회 전반에 걸쳐 화폐가 창조되고 통제되는 과정에 대한 관심을 환기 시켰다는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화폐 창조의 전통적인 핵심 주체는 정부(곧 중앙은행)와 은행이다. 비트코인의 옹호자들은 정부와 거대은행을 믿을 수 없으니 이들로부터 발권 권 22) 비트코인에는 이러한 사회적 행위나 제도적 장치가 결여되어 있는데, 비트코인이 거래수단으로 서 장기간 유지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23) 이 점은 Knapp(1905)의 화폐국정설에서 특히 강조되고 있다. 크납에 따르면, 화폐는 교환으로 부터 출현하는 매개수단이 아니다. 화폐는 채무를 계산하고 결제하기 위한 수단이었으며 이 채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조세채무로서, 그 채무가치가 계산화폐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크납에 따르면, 계산화폐란 지불의 양이 표현되는 단위이고, 채무 지불에 실제로 사용되는 수단은 가치 단위의 담지자이다. 가령 1인당 세금으로 백 냥/백 만원/백 달러/백 비트코인을 내라 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이때 냥, 원, 달러, 비트코인의 실제 담지자는 금일수도, 종이일수도, 디지털 숫자 일 수도 있으며, 그 물리적 소재나 재료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이 단위(원/달러/엔)와 채무지 불 수단(1천원권, 금화, 담배)을 결정하는 건 시장이나 개인들이 아니라 정부라는 점이다. 크납 의 이러한 입장에서 보자면, 화폐는 어떤 물질적 형태를 띠고 있는가와 무관하게 그 속에 추상적 가치를 저장하거나 그것을 담아서 이동시켜주는 증표 또는 상징(token)인 것이다. 그런데 크납 의 논의에서 중요한 것은 가치 평가 능력과 실제 가치의 구분이다 화폐는 사물들의 가치를 평가 하는 핵심 기능을 담당하지만 실제 가치를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인데, 이러한 인식은 전통적인 맑스주의 화폐론과도 크게 다르다. 자세한 논의는 Knapp (1905), Ingahm(2004)을 볼 것.

비트코인은 대안 화폐인가?: 비판적 검토 박종현 류승민 33 한을 빼앗자는 주장을 펼쳤던 셈이며, 반면 크루그먼과 같은 명목주의 화폐론이나 화폐국 정설에 서 있는 사람들은 화폐를 만드는 것은 본성상 정부일 수밖에 없으므로, 정부를 제 대로 통제하고 규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맞선 셈이다. 이 입장에서 보자면, 중요한 것은 비트코인을 만드는 게 아니라 통화정책의 민주화, 통화 창출의 민주화인 셈인데, 이러한 주장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이 되어야 할지는 차후의 과제로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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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국제금융연구 2015년 제5권 제1호 <Abstract> Is Bitcoin an Alternative Currency?: A Critical Appraisal Park, Jonghyun Gyeongnam National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Ryu, Seungmin Gachon University Several Kinds of virtual currencies have emerged with the development of IT. Among them, Bitcoin is considered to be innovative in that it solves the double spending problem safely at low cost through the horizontal financial network which is based on the cooperation of all users. So Bitcoin is expected to replace the existing monetary system. On the other hand, critics argue that it can not be an alternative currency. This paper explores the advocates and critics of Bitcoin on the basis of theoretical debate(commodity Theory of Money, Nominalist Theory of Money) about the nature of money. In view of the advocates, money is basically means of circulation and is spontaneously born and evloving in the market. So the regulation of the central bank is not required. However, criticizing that such a view is based on the theory of money emphasizing a very narrow economic terms, this paper discusses the economic, political and social limits of Bitcoin on the perspective that the nature of money is political and economical. Keywords: Virtual Currency, Bitcoin, The Nature of Money, Commodity Theory of Money, Nominalist Theory of Money JEL Classification: B22, B25, E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