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1) 인물 관련 작품 분석 보충 1) 인물의 내면 심리 개, 돼지는 푹푹 크는데 왜 이리도 사람은 안 크는지, 한동안 머리가 아프도록 궁리도 해 보았다. 아하, 물동이를 자꾸 이니까 뼈다귀가 움츠라드나 보다, 하고 내가 너즛넌즈 시 그 물을 대신 길어도 주었다. 뿐만 아니라 나무를 하러 가면 서낭당에 돌을 올려놓고 점순이의 키 좀 크게 해 줍소사. 그러면 담엔 떡 갖다 놓고 고사 드립죠니까 하고 치성 도 한 두 번 드린 것이 아니다. 어떻게 돼 먹은 킨지 이래도 막무가내니 김유정의 봄봄 에서 나 는 데릴 사위로 들어와 점순이와 혼인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장인은 점순 이가 키가 작다는 핑계로 혼인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는 점순이와 빨리 결 혼하고 싶어하는 나 의 심리가 드러나 있다. 2) 인물의 내적 갈등 그 학생을 태우고 나선 김 첨지의 다리는 이상하게 가뿐하였다. 달음질을 한다느니보다 거의 나는 듯하였다. 바퀴도 어떻게 속히 도는지 구른다니보다 마치 얼음을 지쳐 나가는 스케이트 모양으로 미끄러져 가는 듯하였다. 언 땅에 비가 내려 미끄럽기도 하였다. 이윽고 끄는 이의 다리는 무거워졌다. 자기 집 가까이 다다른 까닭이다. 새삼스러운 염 려가 그의 가슴을 눌렀다. 현진건 운수 좋은 날 에서 김 첨지는 아내가 아픈데도 불구하고 인력거를 끌고 돈을 벌러 나간다. 어느 학생을 태우고 가뿐한 마음으로 가던 중, 아내가 있는 집 근처에 이르지 다리가 무거워졌다. 이는 아내에 대한 염려로 내적인 갈등을 겪고 있다. - 1 -
[참고자료] 모더니즘 소설의 소외된 인물 리얼리즘의 전형적 인물은 환경의 모순에 맞서 자신의 주체적 내면을 형성한다. 리얼리 즘 주인공의 이런 환경에 대해 있는 주체성은 의식과 무의식의 복합적 차원에서 설명 될 수 있다. 즉, 전형적 인물은 의식적 차원에서 환경의 모순에 맞설 뿐 아니라 궁극적 으로는 무의식적 수준에서 환경과 상호 반응한다. 그래서 설령 운수 좋은 날 의 김 첨지 처럼 의식적 층위에서는 환경에 맞서는 태도가 불분명한 경우이더라도, 무의식 층 위에서는 현실의 모순에 반응함으로써 자신의 의식을 전복시킨다. 이처럼 현실과의 무의 식적 상호작용 속에서 자기의식의 완결성을 해체하는 자기전복성 역시 리얼리즘의 전형 적 인물 의 중요한 특징이다. 리얼리즘 주인공의 이 같은 현실 비판과 자기전복(자기비판)은 현실의 모순에 대한 인물 의 치열한 상호 반응 속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환경의 모순이 점점 더 악화되어 그런 상 호작용조차 불가능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소설에서의 환경 이란 인간관계의 총체성 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인물과 환경의 상호작용은 인물의 인간관계를 통해 총체성 을 드러내는 과정이다. 그러나 인간관계가 돈이나 물질로 매개되는- 사물화 가 심화되어 인간관계 자체를 파탄시키는 상황에서는, 인물은 단절된 인간 관계 속에서 환 경으로부터 고립된다. 이처럼 단절된 인간 관계를 경험하는 인물을 통해서는 현실의 총 체성을 드러낼 수 없다. 사물화가 악화된 상황에서 총체성의 와해, 파편화된 현실 그리 고 인물의 소외 등이 나타난다. 모더니즘 계열의 소설이 그리는 것이 바로 파편화된 현 실에서 소외된 인물의 삶의 모습이다. 모더니즘의 소외된 인물 은 환경의 모순에 맞서는 전형적 인물의 주체적 내면을 지니기 어렵다. 설령 모더니즘 소설의 인물이 환경의 모순 에 반항하는 의식을 지닌다 해도 그것은 현실과 단절된 내면 의식에 제한되어 그려진다. 현실로부터 분리된 내면의식은 상당히 추상화되고 병리화된 형태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로 이상의 소설 날개 의 주인공 나 의 유아적이고 퇴행적인 행동을 들 수 있는데, 그것은 현실을 잃어버린 와해된 인격의 모습을 보여준다. 모더니즘 소설은 현실 과 괴리된 인물을 그림으로써 구체적 의식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내면세계를 형상화한다. 루카치는 이를 모더니즘 소설이 사회적 소외를 인간의 보편적 조건인 존재론적 고독으로 환원시키기 때문이라고 이해하는데, 이러한 단언은 많은 이론( 異 論 )의 여지가 있다. 모더니즘의 소설은 소외가 사회적 모순에 의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형상화한다. 소설의 주인공이 지닌 소외된 내면의식이 추상적이고 병리적으로 나타나는 사실 자체가, 이미 그가 건강성을 잃은 사회환경에 놓여 있음을 반증한다. 모더니즘 소설의 인물은 현 실과 단절됨으로써 주관적 의식에 빠져 있으며, 바로 이 때문에 현실의 이데올로기적 통 일성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위치에 있다. 이데올로기란 파편화된 현실을 현상적인 유기적 통일성으로 은폐하여 현실의 모순을 인물은 현실의 맥락에서 떨어져 나온 위치에서, 현 실의 이데올로기로부터 결락된 위치를 점하게 되는 셈이다. 즉, 그의 눈에는 자동화되어 무의미해진 현실의 모순이 생생한 긴장감을 주는 것으로 목격된다. 이처럼 자동화와 이 데올로기를 파괴하는 눈으로 파편화된 현실을 응시하는 과정에서 모더니즘의 인물은 자 신의 즉자적 소외 역시 대상화하게 된다. - 2 -
날개 의 나 는 소외된 위치에서 아내의 부정을 관찰하면서 이미 자동화되어 무이ㅡ 미해진 매음행위를 비상하게 긴장된 지각으로 포착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아내와 자신 의 왜곡된 인간 관계를 인식하며 자기자신의 소외 역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다. 다시 말해서, 매음 이라는 말로 이미 자동화된 어두운 일상사는 나 의 소외된 시선 에 포착됨으로써 특별한 긴장을 유발한다. 장지문 너머로 아내방을 엿보는 나 의 격리된 위치는 매음이라는 아내의 직업을 흥미로운 연구과제로 부상시킨다. 이처럼 모더니즘 소 설의 소외된 인물은 일종의 낯설게 하기 를 통해 자동화된 사회적 모순을 긴장된 시각 으로 응시하게 하는 것이다. 즉 모더니즘 소설 속 인물의 소외는 현실과의 단절에서 비 롯된 결과이지만, 역설적으로 단절을 강요하는 사회의 모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 3 -
유형2. 이야기와 플롯 [관련 기출 유형] [관련 교육과정] [관련 주요 용어] 스토리(story) 플롯(polt) 인과관계 소설의 구성 :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복선 긴장 피카레스크 구성 단순 구성 입체 구성 평명적 진행 입체적 진행 평행적 진행 1. 핵심 개념 1) 스토리와 플롯 (1) 스토리와 플롯의 비교 1 이야기(story) : 사건의 시간적 서술 2 플롯(plot) : 사건의 인과적 서술로 소설의 주된 재료를 결합하여 작가의 사상을 표현 하는 수단 사건 : 단순히 일어난 혹은 일어나고 있는 일 의 의미 문학에서의 사건 : 에피소드의 개념으로 여러 개의 개별 사건들로 이루어지고, 여러 에피소드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이야기 전체를 구성 3 플롯은 개별적인 사건이나 장면들이 단순하게 시간적 순서에 따라 배열되어 있다기보 다는 특수한 인과 관계에 따라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어 구성의 개념으로 연결됨 (2) 플롯 1 독자에게 결정적인 감각적 반응 을 불러 일으키도록 작가가 사건을 한정 하고 연속하 는 법칙의 집합 - 4 -
결정적인 감각적 반응의 불러일으킴 : 소설의 창작 의도에 맞추어 사건을 배열하고자 하는 의도 사건의 한정 : 많은 사건 중에서 어떤 사건을 선택 사건의 연속화 : 사건을 배열 2) 플롯의 성격 (1) 선택과 배열 1 플롯은 이야기를 선택하고 배열하는 원리로 작품속에서 사건을 새로운 순서로 재배열 하는 것 작가의 의도와 목표가 효과적으로 달성되기 위한 배열의 원리가 적용됨 2 분리되어 있는 에피소드들을 논리적이며 심미적인 조직체로 전달하여 기대됨직한 독자 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의도와 목표 3 작가가 소설을 쓰면서 그 소설의 주제에 적합한가의 여부에 따라서 여러 사실 가운데 서 어떤 사실을 서술할지 선택 사실 은 작가가 만들어 낸 가공 의 사실로 작가가 사실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점은 사실이 주제의 전달에 유용한가의 여부에 의함 (2) 인과 관계 왕이 죽고, 왕비도 죽었다. 이것은 이야기(story)이다. 왕이 죽자 슬픔을 못 이겨 왕비 도 죽었다. 이것은 플롯이다. 시간의 연속은 보존되고 있지만 인과감이 거기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또, 왕비가 죽었다. 사인( 死 因 )을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더니 왕이 죽음 슬픔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것은 신비를 안고 있는 플롯이며 고도의 발전이 가능 한 형식이다. 이것은 시간의 연속을 유보( 留 保 )하고 가능한 데까지 이야기를 떠나 멀리 이동한다. 왕비의 죽음을 생각해 보라. 이것이 이야기(story)에 나오면 그러고 나서는? 하고 의문을 갖는다. 이것이 플롯에 나오면 이유는? 하고 이유를 캔다. 이것이 소설이 갖는 두 가지 형상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점이다.(E,M, 포스터, 소설의 이해 ) 1 스토리가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나열한 서술이라면, 플롯은 그 러한 사건을 원인과 결과에 따라 나열한 서술로 플롯은 주된 재료를 결합하여 작가의 사상을 표현하는 수단 3) 플롯의 단계 (1) 발단(exposition) 1 앞으로 작품이 전개되어 나갈 바탕으로서의 가정들의 제시 2 등장인물의 소개, 배경의 확정, 사건의 실마리 제시 (2) 전개(complication) 1 사건해결에 장애가 되는 어려움들이 많아지고 갈등으로 말미암아 긴장이 조성 2 주제의 강조, 등장인물의 심리와 성격의 구축, 이후에 경이로운 결말로 독자의 반응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 동일한 사건이나 표현을 반복 - 5 -
3 인물의 성격이나 행동과의 내적 연관성을 강조하기 위한 복선(foreshadowing)의 활용 : 사건을 전개할 때 사건과 사건의 필연성, 가능성을 주기 위해 앞으로 다가올 상황에 대한 암시를 주는 서사적 장치의 활용 복선 앞으로 다가올 상황에 대한 암시를 하면서 서사를 진행하는 이야기적 장치를 말한다. 이 는 보통 예시적인 주변 사건들을 활용하도록 유추하도록 한다. 이를테면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어두운 배경을 그린다거나, 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인물에 대한 특별한 인물 묘사를 통해 그에 대한 강한 인상을 심어 주는 수법이 그것이다. 전자의 경 우는 대개 분위기의 효과와 일치한다. 복선의 목적은 독자의 흥미를 강하게 유발시킴으로 써 독서의 재미를 강화시키거나 독자들에게 미리 심리적 준비 단계를 거치게 함으로써 다가올 사건이 우발적이거나 당황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게 하려는 데에 있다. (3) 절정(climax) 1 여러 가지 갈등이 얽혀 복잡한 상황이 결국 어떤 사건이 돌발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 거나 또는 긴장을 품고 있던 정적인 상태가 필연적으로 깨어져 버리는 순간 2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는 순간으로 이후로 사건이 갈등이 해결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나감 (4) 결말(catastrophe, denouenment) 1 갈등의 결과가 드러나고 문제는 해결되며 새로운 안정상태를 위한 기초가 주어짐 2 새로운 안정상태가 최종적이거나 확정적이지 않고 임시적인 것일수도 있음 4) 유형 단순 플롯 복합 플롯 평면적 진행 단일한 주제하에 그 주제를 효과 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한 플롯 진행이 단일하고 단순하여 대개 한 가선의 진행만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음 단순한 플롯이므로 압축성, 독창 성, 교묘함, 필연성의 요소가 드 러나야 성공적 둘 이상의 플롯을 진행시켜 사건 이 교차되고 동시에 진행되는 복 잡한 플롯 사건을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 순서에 따라 진행시키는 플롯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은 4 가지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는 데, 이 소설은 어느 날 김첨지에 게 찾아온 아내의 죽음이라는 하 나의 사건을 단순하게 전개하면 서도 그 하루 동안 벌어진 사건 에 김 첨지라는 한 인간의 인생 을 압축시켜 넣어 가난으로 고통 받는 현대 도시 하층민의 모습을 독창적이면서도 교묘하게 형상화 대개 장편소설에 많이 쓰임 주된 사건과 이에 부속되는 사건 이 교차 혹은 동시에 진행됨 고전소설은 거의 모두 탄생-성장 -죽음에 이르는 주인공의 일대 기를 시간 순서대로 제시하는 평 면적 진행 근대 이후의 소설도 평면적 진행 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진행방 - 6 -
입체적 진행 평행적 진행 사건이 발생한 시간 순서에 따르 지 않고 과거-미래-현재 또는 현재-미래-과거라는 식으로 시 간 순서를 바꾸어 사건을 진행시 키는 플롯으로 분석적 진행이라 고 함 두 가지 사건을 동시에 진행시키 는 플롯 독자로 하여금 공간을 극복하여 동시에 두 사건을 볼 수 있게 해 주지만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보 일 위험도 있음 법은 입체적 진행에 비해 스토리 와 플롯이 밀착되어 긴장감을 주 지 못하고 대개 스토리의 단순한 전달에 그치고 마는 한계 근대 소설 이후 입체적 진행을 보여주는 작품을 보다 예술적인 작품 혹은 문학적인 작품으로 높 이 평가하고 입체적 진행을 더 자연스럽게 여기는 경향 현대에 이르러서는 소설과 영화 의 상호작용에 힙입어 일종의 장 르 관습으로 정형화됨 이상의 실화( 失 花 ) 에서 서울 에서의 일과 동경에서의 일을 교 차하여 진행시키는 플롯 안정효의 하얀 전쟁 에서 과 거 베트남 전쟁 시기에 있었던 사건과 현재 서울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병치시키면서 진행 [참고자료] 피카레스크 소설 16세기~17세기 초반까지 에스파니아에서 유행한 문학 양식의 하나로, 악한소설이나 건 달소설이라고 한다. 이 용어는 스페인어 피가로, 즉 악한( 惡 漢 )에서 유래된 것이며, 본 래 피카레스크 소설은 어느 한 부랑자의 여행과 모험에 대한 이야기였다. 곧 가난한 집 안 출신으로 의지할 곳도 의지할 사람도 없는 주인공이 사회나 가정을 떠나 여행하면서 전개되는데, 불법적이거나 부도덕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관습적이지 않은 행동 때문에 곤 경에 빠지고 이에서 도망치지 않으면 안 되는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그래서 피카레스크 소설의 전형적인 내용은 기지로 살아가는 어느 낙천적인 악한의 탈선 행동이고, 모험의 연속을 거치면서도 주인공의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 이 소설은 기법상 사실적이고 그 구 조는 삽화적(에피소드적)이며, 어조에서는 대개 풍자적이다. 피카레스크 소설은 대체로 1인칭 서술자 시점으로 주인공이 고백을 하는 형식으로, 독자 와의 친밀감이 생겨 실감나게 읽을 수 있게 한다. 여행을 하면서 사회의 부조리나 부패 를 보게 되어 사회를 비판하는 효과도 있다. 주인공은 이런 여행을 통해 정신적으로 성 장하게 되어 자신의 행동(과오)을 뉘우치게 된다. 피카레스크 소설은 대개 사랑 을 주제 로 하기보다는 현실 에 초점을 둔다. 피카레스크 소설은 플롯이 독립적이지만, 전체적으 로는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현재는 그 뜻이 바뀌어 독립한 여러 개의 이야기를 모아 끝에 어떤 계통을 세운, 연작 소설과 같은 형식을 의미하기도 한다.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 이문구의 우리 동 네, 박태원의 천변풍경 등이 대표적이다. - 7 -
2. 관련 작품 분석 1) 선택과 배열에 의한 플롯 복녀는 원래 가난은 하나마 정직한 농가에서 규칙 있게 자란 처녀였었다. 예전 선비의 엄한 규율은 농민으로 떨어지자부터 없어졌다. 하나, 그러나 어딘지는 모르지만 딴 농민 보다는 좀 똑똑하고 엄한 가율이 그의 집에 그냥 남아 있었다. 그 가운데서 자라난 복녀 는 물론 다른 집 처녀들같이 여름에는 벌거벗고 개울에서 멱감고, 바짓바람으로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을 예사로 알기는 하였지만, 그러나 그의 마음 속에는 막연하나마 도덕이 라는 것에 대한 기품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열다섯 살 나는 해에 동네 홀아비에게 팔십 원에 팔려서 시집이라는 것을 갔다. 그 의 새 서방(영감이라는 편이 적당할까) 이라는 사람은 그보다 이십년이나 위로서, 원래 아버지의 시대에는 상당한 농민으로서 밭도 몇 마지기가 있었으나, 그의 대로 내려오면 서는 하나 둘 줄기 시작하여서, 마지막에 복녀를 산 팔십 원이 그의 마지막 재산이었다. 그는 극도로 게으른 사람이었다. 동네 노인의 주선으로 소작 밭깨나 얻어주면, 종자만 뿌려 둔 뒤에는 후치질도 안하고 김도 안 매고 그냥 버려 두었다가는, 가을 가서는 되는 대로 거두어서 금년은 흉년이네 하고 전주 집에는 가져도 안 가고 자기 혼자 먹어 버 리고 하였다. 그러니까 그는 한 밭을 이태를 연하여 부쳐 본 일이 없었다. 이리하여 몇 해를 지내는 동안 그는 그 동네에서는 밭을 못 얻으리만큼 인심과 신용을 잃고 말았다. 김동인 감자 에서 작가는 소설의 배경이 된 1920년대 평양의 빈민가에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이 상상해서 만든 사실을 이야기로 만들어 가고 있다. 사실 복녀가 태어나 성장하고 결 혼해서 칠성문 밖에서 살게 되기까지의 기간에는 소설에 언급된 것 말고도 다른 많 은 다양한 사실이 있었을 수 있다. 하지만 작품에서는 혼인할 때 복녀의 표정이 어땠 는지, 혼인예식은 어디에서 치렀는지, 아니면 아예 혼인식이 없었는지, 복녀가 남편과 어떤 반찬으로 매일 아침밥으르 먹는지, 복녀가 밥을 먹을 때 습관은 어떠한지에 대 해서는 아무 정보도 제시되지 않는다. 작가가 독자에게 복녀에 대해 알려주는 정보는 복년가 원래 도덕을 의식할 줄 아는 처녀였다는 사실, 복녀의 남편에게 80원에 팔려 갔다는 사실, 복녀의 남편이 스무살이나 나이가 많고 게으르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작가가 서두에서부터 자신이 쓰고자 하는 주제나 목표에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사실 들만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작가 김동인은 가난과 무지 때문에 농민의 딸에서 창녀로 전락하여 끝내 비참한 죽음을 맞는 복녀의 인생유전을 독자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제시하기 위해서 는 일상 생활의 습관 같은 소소한 사실보다는 복녀가 원래 양반의 자손으로 도덕을 의식할 줄 아는 처녀였다는 사실, 그리고 가난 때문에 팔려 가듯이 무능한 남편과 결 혼했다는 사실 등을 알려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작가가 창작 과정에서 사실들을 선택할 때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점은 그 사실이 주 제의 전달에 유용한가의 여부이다. 그 사실이 주제 전달에 유용하려면 독자의 상상력 을 휘저을 수 있을 만큼 생생한 사실이든지 줄거리가 전개되어 나가는 과정을 알려 - 8 -
주는 데 반드시 있어야 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이든지 해야 한다. 독자는 작가가 선택한 사실을 통해서만 작품 분석의 열쇠를 얻게 된다. 독자는 소설의 결말에 이르 러서야 왜 작가가 그런 사실을 선택했는가, 왜 나머지 사실들은 버렸는가, 만일 앞에 서 다른 사실을 선택해서 썼다면 얼마나 다른 소설이 되었겠는가를 이해한다. 2) 인과성의 플롯 큰 책을 다래끼 안으로 집어넣기 위한 예비 동작으로 하릴없이 책장을 카드놀이 하듯 드르륵 훑어 넘기던 내 눈에 희끄무레한 게 걸려들었다. 그 갈피를 다시 찾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웬 여인의 스냅사진이었다. 물론 빳빳한 인화지 사진이 아니라 모조지로 된 전단 따위를 오려낸 사진이었다. 월매어미처럼 이마 위로 매듭이 오도록 하얀 무명 수건을 처매고 더깨더깨 화장으로 떡칠을 한 얼굴의 왼쪽 뺨에는 좀 가장된 사마귀점이 붙어 있었다. 사진의 아래쪽에는 형광등 불빛에 비춰서야 간신히 알아볼 수 있는 아주 희미한 글씨로 고아떤 최옥분 이라는 글씨가 써 있어 처음에는 사진에 나온 여인의 이 름이 아닌가 싶었다. 김소진, 고아떤 뺑덕어멈 에서 이 작품의 첫 장면으로 인용된 부분은 주인공 나 가 결혼 후 짐을 정리하러 집에 왔 다가, 아버지의 치부책인 큰책 을 보게 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우연히 돌 아가신 아버지가 고아떤 최옥분 이라고 써 놓은 사진을 하나 발견한다. 이 사진을 보면서 나 는 아버지가 잠시 약장수 공연에 열을 올리고, 그 공연에서 뺑덕 어멈 의 역할을 하던 한 여자를 보고 회춘을 하였으며, 그 이유가 사실은 북에 두고 온 첫 부인 최옥분 과 그 여자가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 이 작품의 플롯이다. 나 가 큰책 속에서 사진을 발견하는 것은 가장 나중에 위치하는 사건이지만, 이 일이 원인이 되어서 그 결과, 나 는 사진 속의 여자와 관련된 과거 의 사건을 하나 둘 회상하게 된다. 그 회상의 순서는 시간 순서와 관계가 없다. 기억 을 불러일으키는 어떤 것이 원인이 되어 관련된 사건들이 이어져 서술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인과성에 의해 지배되는 플롯이다. 3) 서사구조 염상섭의 만세전 은 전체 9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1 동경 유학생인 나 는 기말시험 도중 아내의 위독 전보를 받고 귀국을 서두른다. 자 주 다니던 술집에 들러 일본 여자인 정자( 精 子 )를 만난다. 2 동경에서 기차를 타고 신호( 神 戶 )에 들러 음악학교에 휴학 중인 동포 을라( 乙 羅 )를 만나 본다. 3 기차로 하관( 下 關 )까지 와서 연락선을 탄다. 4 연락선에서 내려 부산에 도착한다. 5 부산에서 술집에 들러 시간을 보낸다. 6 기차를 타고 김천에 도착, 형의 마중을 받는다. - 9 -
7 서울에 도착, 죽어가는 아내를 만난다. 8 서울에 묵으면서 집안의 분위기를 살피고, 을라와 사촌형과의 관계를 알아본다. 9 아내가 죽고, 정자에게 편지를 쓰고, 서울을 떠나 동경으로 향한다. 이상을 요약하면 작중서술자이자 관찰자인 나 는 동경 신호 배 안 부산 김천 서울 다시 동경으로 이어지는 여로의 기본 구조 안에 있다. 그러나 나 의 동경 서울로 이어지는 여로의 과정은 단순한 기행의 순차적 진행에 있거 나 식민지 지식인인 나 의 눈에 비친 당대 현실의 파노라마적 진열이나 관찰의 기록에 머물지 않는다. 작중화자인 나 는 관찰나나 서술자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관찰되고 서술 된 사건의 뒤엉킴과 얼크러짐 속에서 자신의 삶의 이념이나 가치, 또한 그러한 양태에 대한 자신의 행동양식을 파악하고 있다.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귀국하였다가 아내의 장례를 치르고 다시 동경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이 소설 서사구조의 골격이지만, 문제는 개인적인 사건과 사회가 어떻게 이어지는가이다. 만세전 의 서사 단락은 표면 적으로는 동경 서울 사이의 거리의 단락으로 끊어져 있지만, 이를 이어 주는 것은 작중 화자 나 가 보고 겪게 되는 사실과 그 사실들에서 나 와 팽팽히 이어지고 결속되는 상 황의 내적 긴장관계에 있다. 이 작품은 이렇게 동경에서 서울로 왔다가 다시 동경으로 돌아가는 여로형의 서사구조 로 되어 있고, 이 여로의 과정에서 책방도련님이자 동경 유학 지식인인 주인공 이인화의 눈에 비친 식민지 현실에 대한 관찰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그 관찰은 그저 파노라마적인 나열이나 기록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을 바라보는 지식인의 태도에서 이 작품 은 자기 해부와 지식인의 각성을 암시하고 있다. 만세전 의 서사구조는 무엇보다도 1~9로 이어지는 여정이 단순한 기행이나 관찰자로서의 그것이 아니라 식민지 현실의 발견 과 자아의 각성 의 도정이라는 점에 그 두드러진 특성이 있다. 주인공 이인화의 갈등은 자아의 세계화, 즉 사회화( 社 會 化 )의 과정이었다. 그러므로 주인공 이인화가 동경을 떠나 부산, 김천, 서울을 거쳐 다시 동경으로 향하는 서사구조는 원점회귀 가 아니라 지배국과 피지배국, 문화 전달자와 수용자 사이의 새로 운 관계 정립을 위한 출발 의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정자에 대한 나 의 태도 변화는 다소 이지적인 그녀에 대한 친애감의 한계를 스스 로 확인하게 된 데 의미가 있다. 다소 유탕하고 감상적이었던 그의 감정이 정리되고, 정자도 을라도 아닌 더욱 현실적이고 본질적인 것에 대한 열망과 희구로 변한 것이다. 또한 주인공이 아내의 죽음이나 묘지로 파악된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단순한 지배자-피 지배자의 흑백논리로만 보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신소설과 이광수의 작품들에서 볼 수 있었던 추상적인 현실인식의 태도를 극복하고 있다. 일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나 증오, 조선의 현실에 대한 막연한 애정이나 혐오, 주인공은 그 어느쪽에도 감당하지 않은 채 자아와 세계 사이에 감추어진 현실을 들추어내고, 그 현실 속에서 자신의 삶의 이념이나 가치를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만세전 은 신소설 이후의 중요한 주제를 하나로 다져 복잡하면서도 통일된 예술적 구조 로 만들어 냈으며, 삶이 우연이 아니라 필연적인 연관 속에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 러한 미적 구조의 성숙은 3.1 운동을 중심으로 한 역사, 사회 의식의 성숙이라는 큰 테 두리 안에서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 10 -
유형3. 시점, 거리, 서술 [관련 기출 유형] 2013 39. 2 (가)의 서술자는 할머니 에 대한 심리적 거리를 가깝게 두어서 인물에 대한 공감을 표현하고 주제를 암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2011 40. 서울, 1964년 겨울 3 (나)에서 서술자의 시점은 무엇이며, 시점의 기능은 무엇일까? 라고 질문한 다음, 이주형 을 나 로 바꾼다면 이주형 의 경험이나 생각을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전달 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한다. 5 (나)에서 나 의 성격을 제시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라고 질문한 다음, 다른 인물 들의 시선을 통해 이주형 의 성격을 제시하면 독자의 흥미를 이끌어 내는 데 효과 적이라는 점을 설명한다. 2009 2차 4. (가)~(다)를 제재로 하여 문학 작품의 말하는 이 (화자/서술자)와 말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 정도를 평가하고자 한다. <조건>에 따라 평가 계획을 서술하시오. 20점 평가 목표 평가 영역 평가 요소 ᄀ 지식 ᄂ ᄃ (예) 문학 작품의 작가, 말하는 이, 등장인물 문학 작품의 말하는 이 을 구별하기 (화자/서술자)와 말하는 ᄀ 방식에 대한 이해 정도 기능 ᄂ 를 평가한다. ᄃ ᄅ ᄀ 태도 ᄂ 2008 인물에 대한 서술자의 태도와 서술 방식 알아보기 라는 학습 요소로 위의 소설(임철우, 사평역 )을 감상하고자 한다. 다음 학습 자료에 들어갈 내용을 쓰시오. [3점] 위 부분에 나타난 인물에 대한 서술자의 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나타나 있다. ᄀ과 ᄂ에 나타난 인물에 대한 서술 방식상의 공통점 - 11 -
2006 <보기>의 밑줄 친 부분과 같은 방식으로 서술된 문장을 (가)에서 찾아 첫 어절과 끝 어 절을 쓰고, 그 서술 방식과 그것이 독자의 감상에 미치는 효과를 설명하시오. [2점] 문장 서술방식 효과 2004 (나) (김유정 산골 나그네 )의 술집 며느리 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어떠한지 밝히고, 그렇게 볼 수 있는 근거를 본문에서 찾아 제시하시오. 그리고 이 작품을 통해 작가 가 드러내고자 한 바를 쓰시오. (3점 ) <조건> 술집 며느리 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감자(김동인) 에서 복녀 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과 비교하여 설명할 것. 2001 봄봄,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1) 화자 '옥희'와 '소년'의 공통점과 차이점(말씨, 인식 수준, 가치관 등 화자의 의식 근 거, 화자에 대한 독자의 판단 고려) (2) 이 소설을 읽을 때 화자의 특성으로 말미암아 독자에게 부여되는 해석적 과제(6점) 2000 두 작품(이상 날개 )의 실제 서술 과정에서의 나 는 그 기능과 역할이 서로 다른데 그 서슬상의 차이(2점) [관련 교육과정] 1. 선정의도 이 성취 기준은 작품이 누구의 눈을 통하여 전달되는지를 파악하고, 문학적 의사 소 통이 특정한 시각을 통해서 전달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서 생산과 수용이 이루어짐 을 이해하도록 하기 위하여 설정하였다. - 12 -
2. 지도의 중점 시나 소설에서 작품이 누구의 눈을 통하여 전달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작가가 시적 화자나 소설의 서술자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서 작품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고려되어야 함을 파악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다. 3. 세부설명 소설에서 서술자가 등장하듯이, 시에서도 서술자(시적 화자)가 등장한다. 작품은 대개 이야기의 형식으로 독자에게 전달 제시되며, 전달자(서술자)가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 다. 시에서는 시인 자신이 화자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흔히 시인은 화자에게 일정한 성격을 부여하고, 알맞은 표정과 태도를 취하게 함으로써 시인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같은 내용의 이야기라도 그것이 누구의 눈을 통하여 서술되느냐에 따라 대 상에 대한 이해나 판단의 내용이 달라진다. 소설에서 인물의 성격이나 행위, 사건 등 이 누구의 눈을 통하여 서술하고 있는지는 이야기 전달에 영향을 준다. 어떤 작품에 서는 풍자나 반어의 방법이 사용되기도 하는데, 풍자나 반어에서는 흔히 서술자가 특 별한 역할을 하게 되어 특이한 구성 방식을 취하게 된다. 4. 연계지도 이 성취 기준은 문학 작품이 다양한 시각과 방법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사실과 관련 하여 5학년 문학 영역의 ⑶ 문학 작품은 읽는 이에 따라 다르게 수용될 수 있음을 이해한다. 나 8학년 문학 영역의 ⑵ 다양한 시각과 방법으로 문학 작품을 해석하고 평가한다. 등과 연계하여 지도할 수 있으며, 풍자에 대해서는 8학년 읽기 영역의 ⑸ 다양한 풍자물의 매체 특성과 그 효과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한다. 와 연계하여 지도할 수 있다. 제재는 시적 화자나 소설의 서술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작품들을 감상하도 록 하고, 풍자나 반어의 경우 전형적인 작품을 감상하도록 한다. - 13 -
[관련 주요 용어] 시점 서술자(narrator) 1인칭, 3인칭 시점 인물-화자, 작가-화자 반영자-인물 주인공, 관찰자, 전지적 시점 의식의 흐름 내적 독백 내포작가 내포독자 거리 어조 1. 핵심 개념 1) 시점의 정의 (1) 시점의 정의 1 이야기를 서술해 나가는 위치 2 서술자를 통해 이야기가 서술되는 방식 (2) 시점의 의의 1 시점의 선택은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을 통어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기에 창작과 수용 에서 매우 중요 2 이야기가 서술될 때 그 소설의 재료가 어떤 위치에서 전달되는가 또는 작가의 눈이나 인물의 눈으로 어떻게 보여지는가 하는 서술의 관점을 다루는 문제가 시점의 문제 서술자는 작가가 주제를 재현할 때 그 진실을 객관화시키는 관계자라고 할 수 있음 (3) 시점의 성격 지각적 : 누군가의 눈 을 통해 서술 개념적 : 누군가의 세계관 을 보여줌 관심과 이익 : 누군가의 관심과 이익 과 관련됨 2) 시점의 분류 (1) 개관 내부시점 : 소설세계 내부에 위치한 인물-화자 외부 시점 : 소설세계 외부 에 위치한 작가-화자 사건의 내면적 분석 사건의 주인공인 인물이 자 신의 이야기를 서술 (1인칭 주인공 시점) 전지적인 작가-화자가 인물 의 내면까지 파악하여 서술 한다.(전지적 작가 시점) 사건의 외면적 관찰 사건의 관찰자인 인물이 주 인공인 인물의 이야기를 서 술한다.(1인칭 관찰자 시점) 관찰자인 작가-화자가 인물 의 외면에 대해서만 서술한 다.(작가 관찰자 시점) - 14 -
1 시점의 분류는 개개의 소설들의 시점을 큰 유형에 따라 분류하고 이해하기 위해 필요 한 것으로 실제로는 한 작품 속에서도 미시적 차원에서 시점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음 2 다양한 가치관이 서로 부딪치며 투쟁하는 현대사회의 소설에서는 동일한 사건을 다양 한 시점을 통해서 제시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음 최윤의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 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라는 역사 적 삭너이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송두리째 파괴했는지 증언하는 소설이다. 이 소설 은 화자가 독자에게 당신은 이라고 직접 말을 거는 2인칭에서 시작하여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가족을 잃고 정신이상이 되어 방랑하는 소녀의 삶을 소녀를 돌보게 된 남자 의 시점에 초점을 두고 서술하는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소녀의 내면을 직접 제시 하는 1인칭 주인공 시점, 사라진 소녀의 행방을 추적하는 사람들인 우리 의 1인칭 관찰자 시점 등으로 시점을 교체하여 사건을 보다 입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2) 1인칭 주인공 시점 1 성격 소설에서 사건의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서술하는 시점 서술의 시점과 인물의 시점이 일치하는 시점으로서 대체로 허구적으로 형상화된 인물 의 자서전적 서술이지만 작품에 따라서 작가의 자전적인 면모가 발견되기도 함 회상을 방법을 통해서 소설의 주인공이 과거의 경험을 현재의 시점에서 재현하기 때 문에 서술하는 자아의 독자적 목소리와 내면세계가 강조 인물-서술자에 서술의 초점이 놓여 있기 때문에 작품에는 주인공인 한 사람의 내면을 중심으로 해서 자연스럽게 통일성이 생김 2 장점 및 단점 주인공의 내면을 직접 제시하는 듯한 효과를 통해서 독자에게 인물에 대한 신뢰를 심 어주고 친근감을 줄 수도 있다는 장점 1인칭 화자의 개인의 기질과 재능이 허락하는 범위내에서만 사건의 서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서사의 경과에 대한 조망이 약하고 서술의 객관성이나 타당성이 부족해진다는 것이 단점 3 양상 1인칭 주인공 화자 나 는 소설 속에서 자신이 경험한 사건을 서술하는데 경험의 주 체이면서 동시에 서술의 주체로서 이중적 존재 - 나 가 과거의 나 에 대해 회상하고 이야기하는 서술방법을 선택하는데 이 때 서술하 는 현재의 나(서술자아) 와 서술 대상이 되는 과거의 나(경험 자아) 의 구별 - 1인칭 주인공 화자는 자기 자신의 입장이나 체험영역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기본 적으로 서술은 자기 고백이 되고 서술하는 과정에서 자기 변호의 심리를 보여 주기 쉬움 1인칭 주인공 화자의 시점에서는 서술하는 과정에서 자아의 변모나 발전이 나타나는 경우 - 이러한 유형의 소설은 서술 자아와 경험 자아가 뚜렷하게 구분되고 서술 자아가 훨 씬 성숙한 입장에서 경험 자아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시작하여 소설의 결말에 이르러 서 주인공 나 는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거나 자신의 잘못된 과거를 반성하고 새로운 대안을 발견하는 등 변신하거나 성숙 - 15 -
(3) 관찰자 시점 1 성격 주인공의 행위를 관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주변인물이 주인공에 대해 서술하는 시점 화자인 나 는 주인공의 외면세계만을 묘사할 수 있으며 주인공의 행동에 대해 자신의 생각에 따라 해설하고 설명 사건의 증인이나 관찰자인 화자 나 는 주인공이 아니면서도 주인공과 가장 밀접히 연 관된 구실을 맡는데, 이 구실은 주로 그의 서술이 아니고서는 알려질 수 없는 주인공 에 대한 사실을 독자에게 분명하게 밝혀주는 데에 있음 2 기능 액자( 額 子 )의 외부 화자의 기능과 일치하는 점이 많은데, 그러나 액자의 외부 화자는 참여하지 않은 과거의 사건을 경청하는 위치에 있지만 1인칭 관찰자는 현재 진행되 는 사건에 어느 정도 참여 하여 관찰하는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차이 3 장점 및 단점 주인공의 행위가 타인의 시점을 통해 객관화되어 전달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자 기 잣니에 대한 주관적 서술로 일관하기 쉬운 1인칭 주인공 시점보다 서술의 신빙성 이나 객관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 사건의 외부에서 관찰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서사적 기법이 시도될 수 있음 1인칭 주인공 시점보다 사건을 관찰하고 경험할 기회가 제한되어 있는 단점이 있는 데, 그 이유는 화자가 사건의 주인공이 아니라 관찰자로서 상대적으로 주인공보다 사 건의 외부의 위치에서 사건에 대해 서술하기 때문 4 양상 대부분 주인공에 대해 동조적인 인물이 서술자가 되기 때문에 일단 독자가 화자의 서 술을 신뢰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 - 현진건의 빈처 에서 화자인 나 는 주인공 아내의 가장 가까운 주변인물이면서 아 내를 깊이 사랑하는 남편이다. 이 소설에서는 오직 나 의 눈을 통해서만 아내가 포착 되고 가난에 대응하는 아내의 행위가 매우 실감나게 묘사된다. - 전영택의 화수분 의 경우에도 주인공 화수분의 처지에 대해 동조적인 관찰자인 셋집 주인을 통해 주인공의 비극적인 삶이 효과적으로 조망되고 있다. 1인칭 소설에서 독자가 화자에 대해 신뢰하기 쉬운 측면을 뒤엎는 상황을 설정하여 긴장감을 높일 수도 있음 - 성인 주인공의 행동을 이해하고 사상을 해설하기 어려운 어린아이와 같은 인물이 서 술자가 될 때에는 소설의 의미를 해석하는 독자의 구실이 더 중요해지게 됨 - 화자가 주인공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믿을 수 없는 화자 인 경우에 는 화자와 독자의 관계에서 긴장감이 더욱 고조 (4) 작가 관찰자 시점 1 성격 작가-화자가 자신의 주관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인물 외면만을 묘사하는 시점 2 장점 및 단점 소설 세계 밖에 위치하는 작가-화자를 통한 생생한 묘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구체적 인 인물 표현에서 1인칭 시점 보다 효과적 - 16 -
기본적으로 관찰자의 입장에서 인물의 외부에 대해서만 서술하기 때문에 인물의 내면 까지 통찰하고 해설할 수 있는 전지적 작가 시점에 비해 서술이 자유롭지 못함 화자의 존재를 편집자 혹은 해설자의 수준으로까지 공공연하게 드러낼 수 있는 전지 적 작가 시점에 비해 화자의 개입을 제한하는 작가 관찰자 시점에서는 작가 혹은 인 물의 사상을 직접적으로 전달하기에는 어려움 독자는 작가 관찰자가 제시하는 인물의 행위를 통해 인물의 심리를 추론해야 하는 입 장에 놓이게 됨으로써 단편소설에 알맞고 전지적 작가 시점은 장편 소설에 적합하다 고 보는 시각도 있음 3 양상 작가-화자가 인물의 내면에 대한 정보를 제시하지 않고 외면에 대한 정보만 제시함으 로써 오히려 사건을 통하여 인물의 진면목을 독자에게 객관적으로 제시하는 데 더 효 과적인 서술방법으로 기능 인물의 생생한 내면 제시는 독자의 연민을 얻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물의 내 적 동기를 적나라하게 제시할 때 독자는 그가 부도덕한 행위를 했을지라도 일단 온정 적으로 그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시도하게 됨 화자가 인물의 내면을 제시하지 않는 경우에는 독자의 연민 역시 배제하는 결과를 낳 게 되는 데 이점에서 3인칭 관찰자 시점은 화자가 자신의 존재를 최대한 드러내지 않고 사건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느낌을 주는 데 매우 유효한 서술방법 - 사건에 대한 감정이입을 미리 배제하는 방법 - 화자의 서술을 최대한 자제하기 위해서 장면제시의 기법을 주로 활용하고 극단으로 가면 인물의 대화 장면으로 일관하는 하는 경우도 있음 전체적으로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을 취하는 경우에도, 작품 내부에서 선택적으로 작가 관찰자 시점을 취하는 경우가 있음 -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은 초반부터 작가-화자가 인물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제 시하고 간간이 인물의 감정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3인칭 전지 적 작가 시점이지만, 가난으로 고통받는 주인공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서 부분에 따라서 관찰자적 시점을 취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김첨지가 아내의 죽음을 예감하면서도 바로 집에 돌아가지 않고 선술집에서 김 첨지와 술을 마시는 절정의 장 면에서 작가-화자는 개입을 최대한 배제하고 김 첨지와 치삼의 대화를 극적으로 제 시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독자는 돈을 저주하며 웃고 울며 술주정을 하는 김 첨지의 행동만을 보고서도 그가 느끼는 심리적 고통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5) 전지적 작가 시점 1 개념 가장 전통적인 시점으로 서술자의 일관된 관점에 의거하여 이야기의 내용을 통제하고 서술을 진행시키는 시점 모든 작중 인물의 심리 상태와 감정 등을 자유롭게 서술할 수 있기 때문에 제재의 범 위가 넓고 사회의 다양한 영역과 인물 군상을 다루어야 하는 장편소설에 더 적합 2 양상 동일한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도 서술의 초점이 어떤 인물에게 있느냐에 따라 서술 효 과상의 차이를 볼 수 있는데, 보통의 전지적 작가-화자는 사건을 편집하고 해설하고 - 17 -
평가하는 주석적 서술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명확히 드러냄 화자가 전적으로 특정한 한 인물의 관점에 의존해서 서술하는 경우도 있는데, 현대로 올수록 화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반영자(reflect)-인물의 개인적인 언어를 빌려 쓰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이 경우에 전지적 작가 시점에도 불구하고 독자가 거의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처럼 반영자(reflect)-인물의 내적 동기에 가까이 접근하는 상 황에 놓이게 됨 소설 내부에서 초점을 누구에게 두느냐에 따라 서술의 위치가 이동하는 경우 - 박태원의 천변풍경 을 보면 카메라가 이동하듯이 화자의 초점이 인물들 사이를 이동하면서 초점이 되는 인물이 바뀌고, 그때 그때 초점화된 인물의 시각에 따라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이 소설은 특정한 주인공이 없이 천변 주 변에 사는 인물들의 삶을 번갈아 가면서 에피소드 형식으로 제시하기 때문에 이와 같 은 초점의 이동이 더 분명하게 나타남 3) 시점과 거리 (1) 성격 거리의 개념 : 대상에 대한 주체의 시각을 효과 있게 조절해 나가는 것 대상과 얼마만큼 거리를 두었을 때 그 대상의 실체가 잘 드러날 수 있느냐 하는 논의에 서 비롯됨 소설에서의 거리는 작가가 소재를 다루는 데 있어 일정한 예술적 효과를 얻기 위해 취 하는 심적, 지적 절제를 의미 (2) 의의 표현 방법의 한 규범으로 시점 이론과 관련있음 작품의 창작과정과 해석, 감상에서 중요한 일면을 제공해 줌 작가가 자신의 목소리를 숨기고 작품에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또는 독특한 미적 효과 를 거두기 위해 거리를 둠 (3) 시점에 따른 거리 시 점 거 리 1인칭 주인공 시점 1인칭 관찰자 시점 3인칭 관찰자 시점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등장 인물이 서술자 자신이므로 서술자와 등장 인물의 거리가 가 까우며, 서술자와 독자의 거리도 가깝다. 서술자가 주인공을 관찰하므로 주인공에 대하여 거리가 있고, 서 술자와 독자의 거리도 멀다. 서술자가 인물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게 되므로 서술자와 등장 인물 의 거리가 멀고 서술자와 독자의 거리도 멀다. 인물의 모든 것을 서술자가 알고 있으므로 서줄자와 등장 인물의 거리는 가까우며, 독자도 서술자의 서술에 의존하므로 서술자와 거리가 가깝다. 1 독자와 등장 인물의 거리 서술자와 등장 인물의 거리에 반비례 서술자가 등장 인물에 대해 모든 것을 알려 줄 때, 서술자와 등장 인물의 거리는 가 - 18 -
깝게 되지만, 독자는 자신이 인물에 대해 생각하거나 다가가는 노력을 할 필요가 적 어지므로 독자와 등장 인물의 거리가 멀어짐 서술자가 등장 인물에 대해 객관적 태도, 관찰자의 입장에 설 때 독자들은 서술자의 관찰에 의해 보여지는 등장 인물을 더 자세히 알기 위해 추리하고 상상하고 판단하는 등 심리적으로 다가가는 노력을 해야하므로 거리가 가까워짐 2 서술자와 독자의 거리 등장 인물의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서술자와 등장 인물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것 이 자연스러우며, 이 경우 서술자와 독자의 거리는 서술자와 등장 인물의 거리에 비 례하여 가까워짐 반대로 등장 인물의 내면 표현에 관심이 없을 때 서술자와 등장 인물의 거리가 멀어 지게 되며, 서술자와 독자의 거리는 서술자와 등장 인물의 거리에 비례하여 멀어짐 [참고자료] 거리 소설에서 거리 의 문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논의될 수 있다. 먼저 이야기 전달과 관계 된 내포작가, 화자, 작중인물, 독자 사이의 거리가 논의될 수 있다. 내포작가, 화자, 작중 인물, 독자가 서로 간에 얼마나 잘 이해하고 공감하느냐, 혹은 그 반대로 얼마나 냉정한 태도를 견지하느냐 등과 관련한 정서적 거리를 논의할 수 있으며, 또한 누가 더 지적인 가 하는 지적인 거리, 누가 더 도덕적인가 하는 도덕적인 거리 등도 논의될 수있다. 능력 있는 작가들은 작품이 지닌 개성 및 효과의 획득을 위해 내포작가, 화자, 작중인물, 독자 사이의 거리를 신축성있게 조절할 줄 안다. 독자가 작중인물의 감정이나 태도를 똑 같이 공유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그 인물의 시점 속으로 독자를 끌고 들어가 소설적 세 계를 독자들이 생생하게 체험하도록 하며, 반대로 비판적 시각을 유지해야 할 때에는 허 구적 세계로부터 독자를 유리시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도록 한다. 소설에서 거리의 문제는 어떤 시점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측면이 있지만, 시점 외에 인물 형상화 방법, 묘사 방식, 시공간의 구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나타날 수 있다. 내포작가 소설 속의 이야기는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그것이 화자에 의해 독자에게 전달된다. 그런데 이야기 전달자로서의 화자는 여러 시점에 따라 다른 위치에 놓인다. 화자는 소설 속의 인물일 수도 있고, 소설에 등장하지 않는 외부의 존재일 수도 있다. 이때 화자를 포함하여 이야기 전체를 이끌어 가는 존재를 상정할 수 있는데, 이를 실제 작품을 쓰고 있는 작가와 구별하여 내포작가 라고 한다. 즉 화자가 전달하는 이야기보다 한 차원 높은 층위에서 전체 이야기를 아우르며 제어하는 이가 내포작가이다. 예를 들면 채만식의 태평천하 를 읽으면서 소설의 속의 모든 사건과 인물과 가치관 에 따라 그릴 수 있는 작가의 모습은 실재작가인 채만식이 아니라 내포작가이다. 독자는 동일한 작가가 쓴 여러 작품에서 성향이 다른 여러 내포작가가와 만날 수 있다. 채만식 이 쓴 탁류, 태평천하 치숙 레디메이드 인생 등을 통해 우리는 소설마다 다 른 모습을 지닌 내포작가를 그릴 수 있다. - 19 -
내포독자 내포독자는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에서 실제로 책을 읽는 독자들 개개인이 아니라 서사 물 자체에 의해 예상된 독자를 의미한다. 내포독자는 작품에 의해 미리 조작된 것이다. 따라서 실재독자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능동적으로 독서를 하고 또한 독서행위를 통 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독자라면, 내포독자는 작품 자체가 어떤 유형의 반응을 유발하도 록 구조적으로 한정시켜 놓은 독자이다. 한 작품에는 하나의 내포독자가 상정되어 있지 만, 실재독자는 수만 명에 이를 수 있다. 4) 목소리(voice)와 서술태도 (1) 개념 목소리(어조, voice) : 한 작가가 이야기의 서술 속에서 소설 내적 요소나 독자를을 향 해 가지는 태도의 특성 태도 : 서술자에 의한 인물에 대한 자신의 시각이나 평가 서술태도 : 목소리(어조)는 서술태도와 관련이 있는데, 이 때 서술태도란 서술자 혹은 등장 인물이 다른 등장 인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심리적, 윤리적, 지적 판단과 그에 근 거한 비평적 평가 (2) 성격 1 서술자는 좀 더 정확하고 실감나게 이야기를 들려 주기 위해 다양한 목소리를 구사 2 서술자가 인물과 환경, 인물의 태도나 심리, 사건의 추이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그 양상은 서술을 이끌어 나가는 서술자의 성격이나 그것을 대하는 서술자의 태도에 따라 달라짐 3 목소리(어조)는 서술의 모든 국면을 총괄하는 작가의 존재의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이 것은 일관된 하나의 태도나 입장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나타난다고 간주됨 4 목소리(어조)를 통제하는 것은 내포작가(독자가 글을 읽으면서 만나게 되는 작가를 실 제 작가와 구분하여 명명)이며, 내포작가가 행하는 진술상의 모든 특징, 혹은 그가 지 닌 개성이 어조 - 작품에서 작가의 기본적인 태도는 단순히 화자의 서술에 따라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어조)에 나타나는 보다 복합적인 성격에 따라 주어짐 - 목소리(어조)의 특성은 독자에게 화자에 대한 신뢰감을 만들거나 웃음 혹은 연민의 감정을 자아내면서 일관성 있게 이야기를 전달하고 궁극적으로는 그 작품 전체의 미 학적 특성 결정지음 (3) 목소리(어조)를 드러내는 방법 목소리(어조)를 드러내는 방법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인 서술에 의해서 가능 1 서사 : 어떤 일이 어떻게 해서 일어났는가 에 초점을 맞추는 기술 태도 2 묘사 : 사물과 현상에 대해 지배적인 인상을 중심으로 그 특징과 양상을 그려내는 기술 (4) 양상 목소리(어조)는 동정적, 경멸, 절망적, 유쾌, 냉소, 풍자, 해학, 역설 등이 있음 - 20 -
- 최서해의 탈출기 에서 볼 수 있는 비참, 엄숙함 - 김유정의 봄봄 에서 볼 수 있는 소박성과 유머 - 주요섭의 사랑손님과 어머니 에서 볼 수 있는 어린 서술자의 천진한 어조 어조 어조는 한 작가가 이야기의 서술 속에서 소설 내적 요소나 독자들을 향해 가지는 태도 의 특성을 말한다. 이때의 작가란 서술의 모든 국면을 총괄하는 내포작가를 말한다. 내 포작가의 어조는 일관된 하나의 태도나 입장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한 편의 소 설을 읽을 때 독자들은 작품 속의 모든 소재를 선택하고, 배열하고, 묘사하고, 표현하는 서술의 모든 국면마다 침투해있는 분명한 개성과 도덕적 감수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 이 바로 어조이다. 어떤 작품에서는 엄격하게 작가의 개입을 통제하여 객관적인 이야기 전개를 강조하기도 하는데, 그러한 객관적인 목소리도 하나의 어조라고 할 수 있다. 한 편의 소설에서 일관된 어조는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주제를 분명히 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2. 관련 작품 분석 1) 시점의 분류 (1) 1인칭 주인공 시점 어느 해, 나는 그 집에서 방 한 칸을 얻어 들고 더러워진 나의 폐를 씻어내고 있었다. 어머니도 세상을 떠나간 뒤였다. 이 바닷가에서 보낸 일년, 그 때 내가 쓴 모든 편지들 속에서 사람들은 쓸쓸하다 라는 단어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단어는 다소 천박하 고 이제는 사람의 가슴에 호소해 오는 능력도 거의 상실해 버린 사어( 死 語 ) 같은 것이지 만 그러나 그 무렵의 내게는 그 말밖에 써야 할 말이 없는 것처럼 생각되었었다. 아침의 백사장을 거니는 산보에서 느끼는 시간의 지루함과 낮잠에서 깨어나서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이마를 손바닥으로 닦으며 느끼는 허전함과 깊은 밤에 악몽으로부터 깨어나서 쿵쿵 소리를 내며 급하게 뛰고 있는 심장을 한 손으로 누르며 밤바다의 그 애처로운 울 음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의 안타까움, 그런 것들이 굴껍데기처럼 다닥다닥 붙어 서 떨어질줄 모르는 나의 생활을 나는 쓸쓸하다 라는, 지금 생각하면 허깨비 같은 단어 하나로 대신시켰던 것이다. 김승옥, 무진기행 주인공 나 는 몇 해 전 무진의 바닷가 집에서 폐병을 앓고 있던 시절을 회상하고 있 다. 이 대목에서 현재의 서술 자아 나 는 쓸쓸하다 는 말을 편지에 써서 사람들에게 보냈던 과거의 경험 자아 나 를 회상한다. 서술 자아 나 는 고독한 감정을 직접적으 로 드러내는 말이 건조한 일과를 보내는 도시 사람들에게 감상적이고 공허하게 들릴 것임을 알면서도 그 말을 편지에 써서 보냈던 그 무렵의 경험 자아 나 에 대해서 한 편으로는 냉소적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동정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 - 21 -
은 산업화 시대의 타락한 질서에서 도망쳐서 잠시 무진을 찾은 주인공 나 가 다시 도시로 돌아가 결국은 그 질서에 타협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 준다. 이 소설을 통해서 독자는 나 가 도시와 무진 사이에서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면서 약육강식의 도시적 생리에 점차 적응해 왔음을 알게 된다. 1인칭 주인공은 무력한 타협의 과정 속에 있 었던 자신의 내면을 낱낱이 고백하고 자신의 행동을 변호한다. 이 소설에서 독자는 주인공 이외의 다른 인물의 의견을 참조할 수도 없다. 독자는 결국 또 다른 타협을 하기 전에 무진을 찾은 주인공의 감정과 사고에 매우 가깝게 밀착됨으로써 도덕적 판단을 앞세우기 전에 좀 더 주인공을 이해해야 하는 강제적인 상황에 놓이게 된다. 김 군! 나도 사람이다. 정애가 있는 사람이다. 나의 목숨같은 내 가족이 유린받는 것을 내 어찌 생각하지 않으랴? 나의 고통을 제삼자로서는 만분의 일이라도 느낄 수 없는 것 이다. 나는 이제 나의 탈가한 이유를 군에게 말하고자 한다. 여기 대하여 동정과 비난은 군의 자유이다. 나는 다만 이러하다는 것을 군에게 알릴 뿐이다. 나는 이것을 군이 아니면 다 른 사람에게라도 알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충동을 받는 까닭이다. 그러나 나는 단언한다. 군도 사람이어니 나의 말하는 것을 부인치는 못하리라. 최서해, 탈출기 에서 1인칭 주인공 서술자 시점의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일정한 시간적 거리를 두고 과거 의 자기의 경험을 전달하는 서술 자아이다. 이 소설의 경우에는 서술 자아와 경험 자 아 사이에는 뚜렷한 경험의 차이와 생각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일종의 가치론적 긴 장이 유발된다. 이 두 자아 사이의 긴장감이 소설을 이끌어 나가는 원동력이 되며 결 국 결말에 이르러서는 두 자아의 갈등을 통해서 새로운 변증법적 자아가 성립된다. 이 작품의 결말에서 주인공은 가난을 타개하기 위해 집을 떠나 XX단에 가입하겠다는 결심을 보여준다. (2) 1인칭 관찰자 시점 나는 그 아저씨가 어떠한 사람인지는 몰랐으나 첫날부터 내게는 퍽 고맙게 굴고 나도 그 아저씨가 꼭 마음에 들었어요. 어른들이 저희끼리 말하는 것을 들으니까 그 아저씨는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와 어렸을 적 친구라고요. 어디 먼데 가서 공부를 하다가 요새 돌 아왔는데 우리 동리 학교 교사로 오게 되었대요. 또 우리 큰 외삼촌과도 동무인데 이 동 리에는 하숙도 별로 깨끗한 곳이 없고 해서 위 사랑으로 와 계시게 되었다고요. 또 우리 도 그 아저씨한테서 밥값을 받으면 살림에 보탬도 좀 되고 한다고요. 하여튼 어머니는 나더러 너무 아저씨를 귀찮게 한다고, 어떤 때는 저녁 먹고 나서 나를 방 안에 가두어 두고 못 나가게 하는 때도 더러 있었습니다. 그러나 조금 있다가 어머니 가 바느질에 정신이 팔려서 골몰하고 있을 때에 몰래 가만히 일어나서 나오지요. 그런 때에는 어머니가 내가 문 여는 소리를 듣고서야 퍼뜩 정신을 차려서 쫓아와 나를 붙들 - 22 -
지요. 그러나 그런 때는 어머니는 골을 아니 내시고, 이리 온, 이리 와서 머리 빗고 하고, 끌어다가 머리를 다시 곱게 땋아 주시지요. 주요섭, 사랑 손님과 어머니 에서 이 소설의 화자는 이제 겨우 6살이 된 어린아이 옥희이다. 어린 옥희가 관찰자가 된 사건은 바로 옥희의 어머니와 사랑방에 손님으로 온 아저씨의 로맨스이다. 이 소설에 서 옥희가 나이에 비해 영악한 아이로 형상화되어 있기는 하지만 어린아이이기 때문 에 기본적으로 어른들의 심리와 상황을 이해하는 데에는 역시 한계가 있다. 따라서 화자 옥희는 자신이 서술하는 이야기의 내용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 독자는 정보가 빈약한 옥희의 서술에서 지적 심리적적으로 우월감을 느끼는 동시에 어머니와 아저씨 간에 벌어지는 아련한 로맨스의 진행과정을 추리하는 즐거움을 누리게 된다. 사실 우리 아저씨 양반은 대학교까지 졸업하고도 이제는 기껏 해먹을 거란 막벌이 노동 밖에 없는데, 보통학교 사 년 겨우 다니고서도 시방 앞길이 환히 트인 내게다 대면 고쓰 까이( 小 使, 관청에서 심부름하는 사람)만도 못하지요. 아, 그런데 글쎄 막벌이 노동을 하고 어쩌고 하기는커녕 조금 바시시 살아날만하니까 이 주책꾸러기 양반이 무슨 맘보를 먹는고하니, 내 참 기가 막혀! 아니, 그 놈의 것하구는 모든 대천지 원수가 졌단 말이지, 어쨌다고 그걸 끝끝내 하지 못해서 그 발광인고? 그러나마 그게 밥이 생기는 노릇이란 말인지? 명예를 얻는 노릇이란 말인지. 필경은 붙 잡혀 가서 징역을 사는 놀음? 아마 그것이 아편하구 꼭 같은가 봐요. 그렇길래 한번 맛을 들이면 끊지를 못하지요? 그렇지만 실상 알고 보면 그게 그다지 재미가 난다거나 맛이 있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 더군 그래요. 부랑당패던데요. 하릴없이 부랑당팹디다. 채만식, 치숙 이 소설은 일제 시대 평범한 서민인 조카가 사회주의 운동을 하는 지식인인 아저씨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서술한 서술이다. 순박하지만 무식한 조카는 아저씨를 세상에 해 독을 끼치는 무능력자로만 묘사하고 소설이 전개되는 내내 거듭해서 비판을 퍼붓는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독자가 긴장하게 되는 것은 1인칭 소설의 관습 때문이다. 독자는 원래 관습상 화자 나 의 말을 무조건 신뢰해야 하는데, 지성과 교양이 부족한 듯 보 이는 화자의 말투 때문에 화자의 말을 전적으로 믿어야 할 지 망설이게 된다. 소설이 전개됨에 따라 화자가 식민체제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고 돈밖에 모르는, 시야가 좁 은 인물이라는 사실이 확연히 드러난다. 그리하여 독자는 결국 화자를 믿을 수 없게 된다. 이 소설의 묘미는 바로 믿을 수 없는 화자의 말이 독자에게 반어로 받아들여지 면서부터 발생하는 긴장감에 있다. 독자는 주인공과 지식의 격차뿐만 아니라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큰 화자의 시각을 통해 주인공의 모습을 바라보게 됨으로써 보다 객관적으로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게 된다. - 23 -
(3) 작가 관찰자 시점 C 여학교에서 교원 겸 기숙사 사감 노릇을 하는 B 여사라면 딱장대요 독신주의자요 찰 진 야소꾼으로 유명하다. 사십에 가까운 노처녀인 그는 주끈깨 투성이 얼굴이 처녀다운 맛이란 약에 쓰려도 찾을 수 없을 뿐인가, 시들고 거칠고 마르고 누렇게 뜬 품이 곰팡 슬은 굴비를 생각나게 한다. 여러 겹 주름이 잡힌 훌렁 벗겨진 이마라든지, 숱이 적어서 법대로 쪽지거나 틀어 올리 지를 못하고 엉성하게 그냥 벗겨 넘긴 머리꼬리가 뒤통수에 염소똥만하게 붙은 것이라 든지, 벌써 늙어가는 자취를 감출길이 없었다. 뾰족한 입을 앙다물고 돋보기 너머로 쌀 쌀한 눈이 노릴 때엔 기숙생들이 오싹하고 몸서리를 칠이 만큼 그는 엄격하고 매서웠다. 위 부분에서 볼 수 있듯이 화자는 B 사감의 내면과 성격에 대해 직접 서술하지 않고 외부에서 관찰한 바를 보고하는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결말에 이르기 전까지 독자 들은 B사감의 주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내면에 대해 전혀 알 수 없는 상태 에서 외적인 이미지로 그녀의 성격을 판단하게 된다. 결말에 이르러서야 B 사감이 혼자 있을 때는 연애편지를 소리내어 읽으며 환상에 젖는다는 사실이 알려진다. 그 사건을 통해서야 비로소 독자들은 인간적인 매력이 전혀 없는 듯한 그녀 역시, 한 사 람의 인간으로서 아름다운 사랑을 늘 갈구해 왔음을 깨닫게 된다. 이 소설의 화자가 시종일관 관찰자적인 태도를 견지했기 때문에 주인공이 늘 보여 주던 태도의 진실이 폭로되는 결말의 순간은 독자에게 좀 더 강한 호소력을 갖게 된다. (4) 전지적 작가 시점 혼인날은 시월 보름이었다. 시월 보름은 공교하게도 음력으로는 구얼 보름이었다. 시월 십오일 오후 세 시. 정동 예배당에서 허숭과 윤정선은 만인이 다 부러워하는 혼인식을 하기로 되어, 시월 초승에 벌써 청첩이 발송되었다. 허숭 측 주혼자로는 숭의 청에 의하 여 한민교의 이름을 썼다. 한 선생은 속으로 숭이 이 혼인에 반대의 생각을 가졌으나, 이와 약혼이 된 것을 보고는 오직 내외 일생에 행복되기를 빌었다. 허 군. 하고 한 선생은, 그리되면 서술서 변호사 생활을 하시오. 하고 약혼했다고 보고를 듣던 날 숭에게 질문을 뜻을 품을 권고를 하였다. 숭은 한 선생의 이 간단한 평범한 말이 심히 가슴을 찌름을 깨달았다. 마치 한 선생이 자기의 비루한 속을 꿰뚫어 보고 조롱하는 것 같이도 생각하였다. 이광수, 흙 에서 작가는 허숭과 윤정선의 결혼식과 같이 작품의 전개에서 중요한 사건의 정보를 독자 에게 객관적으로 전달하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작중인물인 한 선생과 허숭의 마음 속을 마치 신처럼 환히 꿰뚫어 보는 듯이 이야기 하는 등 매우 자유롭게 서술하고 있다. 독자는 전지적 작가-화자의 서술을 통하여 사건의 추이와 동시에 겉으로 보이 는 인물들의 행위와 달라질 수 있는 내면까지 두루 통찰할 수 있게 된다. - 24 -
그는 웃으면서 스푼을 젓는다. 그때였다. 그는 무슨 소리를 들었다. 공기를 휘젓고 가볍 게 이동하는 발자국 소리였다. 그는 귀를 기울였다. 그는 욕실 쪽에 무슨 소리가 들려오 는 것을 눈치챘다. 그는 난폭하게 일어나서 욕실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분명히 잠근 샤 워에서 물이 쏟아져 내리는 것을 보았다. 제기랄. 그는 투덜거리면서 물을 잠근다. 그리 고 다시 소파로 되돌아 온다. 그러자 이번엔 부엌 쪽에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그 는 될 수 있는 한 불평을 하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고 부엌 쪽으로 간다. 북엌 석유곤로 가 불붙고 있다. 그는 투덜거리면서 그것을 끈다. 그리고 천천히 소파 쪽으로 왔을 때, 그는 재떨이에 생담배가 불이 붙여진 채 타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는 반사적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그는 엄청난 고독감을 느낀다. 최인호, 타인의 방 에서 화자의 직접적인 설명이 거의 보이지 않고 서술의 초점이 주인공 그 의 의식에 놓여 있다. 위 소설에서 화자는 전지적 작가-화자로서 주인공 그 의 외면과 내면을 모두 자유롭게 기술하고 있지만 인물의 시각에 밀착해서 그의 경험을 서술할 뿐 편집자 혹은 해설자로서 자신의 존재를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이와 같은 경우 화자가 자신이 선택한 반영자-인물 의 내면에 밀착해서 서술해 감으로써 궁극적으로는 화자 의 목소리와 그 인물의 목소리를 구분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되기도 한다. 서술은 화자가 하지만 서술 주체인 화자가 특정인물의 의식에 초점을 두고 서술할 경우 그 인물을 반영자(reflector)라고 한다. 반영자가 있을 경우에는 소설 속의 이야기는 그 인물의 의식에 반영(reflect)되어서 독자에게 전달된다. 즉 서술에서 인물이 부각되고 화자의 개입이 보이지 않게 되면서 인물의 목소리만으로 서술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 이다. 이 소설에서도 제기랄 이라고 인물이 투덜거리는 대목에서 화자의 목소리와 인 물의 의식 속의 목소리가 하나가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2) 작중 인물의 시점 변화 그는 몸을 일으키려 애썼다. 고개를 들었다. 맑은 광선이 눈부시게 흘러 들어온다. 사닥 다리다. 뭐하고 있어! 빨리 나와! 착각이 아니었다. 그들은 벌써부터 빨리 나오라고 고함을 지르며 재촉하고 있었다. 한 단 한 단 정신을 가다듬고 감각을 잃은 무릎을 힘껏 괴어 짚으며 기어 올랐다. 입구에 다다르자 억센 손아귀가 뒷덜미를 움켜쥐고 끌어당겼다. 몸이 밖으로 나가는 순간, 눈 속에서 그대로 머리를 박고 쓰러졌다. 찬 눈이 얼굴 위에 스치자 정신이 돌아왔다. 일어 서야만 한다. 그리고 정확히 걸음을 옮겨야 한다. 모든 것은 인제 끝나는 것이다. 끝나는 순간까지 정확히 나를 끝맺어야 한다. 오상원 유예 에서 작중 인물의 시점 변화 3인칭 시점과 1인칭 시점이 교차되고 있다. 1인칭 시점은 주인공의 자의식이 깊어질 때 주로 사용되며, 3인칭 시점은 사건 전체의 흐름과 관련된다. - 25 -
[참고자료] 김동인의 시점이론 김동인은 1925년 4월부터 7월까지 조선 문단 에 연재한 소설작법( 作 法 ) 에서 시점에 관한 논의를 최초로 전개한다. 그는 이 글에서 일원묘사체 A형식과 B형식, 다원묘사체, 순객관적 묘사체 등 모두 네 가지로 소설의 시점 유형을 분류하여 제시하고 있다. 일원묘사 A형은 작가가 경치든 정서든 심리든 주요 인물의 눈에 비친 대상에 대해서만 서술하는 묘사방법이다. 이 방법에서 작자는 그 인물의 시각을 통해서만 사물의 모든 국 면에 접근할 수 있고 다른 인물의 심리나 주요 인물이 관여하지 않은 사물에 대해서는 서술할 수 없다. 일원묘사 B형식은 작품 전체를 절, 장 등 여러부분으로 나누고 각 부분 의 주요 인물을 선택하는 묘사방법이다. 이 대목에서 김동인은 동시대의 서양 장편소설 이 대개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이와 같은 일원묘사 방법은 오늘날의 시점이론에서 보면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의 인물시각적 서술로서 이때의 주요 인물은 반영자(reflector)-인물에 가깝다. 이와 같이 서술방법의 미묘한 차이에까지 관심을 기울 인 것을 보면 김동인이 시점의 이해에서 이론적으로 다른 작가에 비해 상당히 앞서 있 었음을 알 수 있다. 다원묘사란 작가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 작품 속에 나오는 어느 인물에 대해서 나 묘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때 작가는 작중 모든 인물의 심리를 통찰하고 사건의 모 든 동정을 다 묘사할 수 있다. 순객관적 묘사란 작가가 절대 중립의 위치에 서서 등장인 물의 행동만을 묘사하는 방법이다. 이때 작가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심리는 직접 묘사할 수 없으며 다만 독자로 하여금 인물의 행동을 통하여 심리를 추론하도록 해야 한다. 김동인은 근대 단편 소설에 순 객관적인 묘사를 사용하는 예가 많다고 쓰고 있다. 김동인 이와 같은 여러 가지 묘사의 방식들은 각각 장점과 단점이 있으므로 소설을 쓰 고자 하는 사람이 이를 미리 잘 연구하고 자기의 필법과 소설의 플롯에 견주어 그에 적 합한 방식을 취해 사용해야 한다는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 김동인의 시점이론은 오늘날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서구의 시점이론과 합치되는 점이 많 다. 김동인의 일원묘사는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가운데 인물 시각적 서술에 해당되고 다원묘사는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에 해당하며, 순객관적인 묘사의 방법은 3인칭 작가 관찰자 시점에 해당한다. 김동인은 소설작법 에서 1인칭 시점 서술에 대해서는 중요 한 항목으로 거론하고 있지 않다. 다만 김동인은 일원묘사 형식에서 화자를 일인칭 나 로 할 경우는 그것이 곧 1인칭 서술과 동일한 것이라고 쓰고 있다. 물론 김동인의 시점이론은 실제 작가와 작품 속의 작가-화자의 성격을 분명하게 구별하 지 않고 그대로 동일시 하는 등 오늘날의 관점에서 볼 때는 매우 소박한 분류방법을 보 여준다. 그러나 전문적인 문학이론가가 등장하기 이전에 한 사람의 소설가로서 당시에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소설미학에 관심을 갖고 구체적인 창작방법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는 점, 당시 작가들과 독자들에게 소설이론의 기초적인 이해를 제공하려고 노력 한 점은 분명 높이 평가할 만하다. - 26 -
유형4. 시간과 공간 [관련 기출 유형] 2011 (가) 최인훈,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나) 오정희, 중국인거리 - 38. (가), (나)에 제시된 공간의 의미를 해석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 (가)에서 거리 는 변화하는 현실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변화의 동인을 심층적으로 드러내 주지는 않는다. 2 (가)에서 거리 는 회상의 계기로 작용하여 현재의 상황에서 부재하는 것들이 갖는 의미를 성찰하게 한다. 3 (나)에서 벽장 은 어머니가 아이를 낳는 공간과 병치되면서 나 가 여성이 되어가는 이행의 의미를 드러낸다. 4 (나)에서 벽장 은 골방, 항아리 등과 연결되면서 현실에서 벗어나 이상적 세계를 꿈꾸는 나 의 지향을 드러낸다. 5 (가)에서 거리 가 구보의 사회적 관심을 드러내는 대상이라면 (나)의 거리 는 노란 햇빛으로 가득차 있는 감각적 대상으로 존재한다. 2011 40 2 (나)에서 1964년 서울, 어느 겨울밤의 선술집 모습을 자세히 묘사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라고 질문한 다음, 시공간적 배경이 구체적으로 제시되 어야 이야기에 사실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한다. 2010 37. 김동리 역마 학습 내용 유기적 시간상징 자연관 공간상징 학습 활동 계절의 변화는, 성기가 삶의 의욕을 회복하는 직접적 계기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유기적 자연관과 관련지어 이해한다. 화개장터라는 공간적 배경이 체 장수, 성기 아버지, 성기의 유 랑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유기적 자연관과 관련지어 이해한다. 1 2 2007 다음은 위 소설(박완서, 그 여자네 집 )의 배경을 지도하기 위한 교수 학습 자료이다. 빈 칸에 적절한 내용을 와 같이 기술하시오. [3점] - 27 -
학습 목표: 배경의 기능과 종류를 이해한다. 배경의 기능 인물과 사건에 생동감을 부여하여 주제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인물의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 배경의 종류 그 여자네 집 의 배경 분석 자연적 배경 공간적 배경 시간적 배경 사회적 배경 심리적 배경 만득이와 곱단이의 연애를 바라보는 나의 감정이나 만득이의 입을 통하여 서술하고 있는 민족사의 운명에 대한 갈등은 심리 적 배경의 역할을 한다. (다)부분에는 현대사의 질곡 속에서 평 범한 삶을 살지 못했던 만득이와 나 의 심정이 드러나 있다. [관련 교육과정] 이 성취 기준은 작품의 정서와 분위기를 이해하고, 또 그것에 근거하여 작품을 감상 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하여 설정하였다. 이 경우 정서의 파악 방법 에 대한 이해는 작품의 개략적 이해를 위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선에 멈추어야 하고, 그것이 해석을 위한 만능 열쇠가 될 수는 없음에 유의하여, 작품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그것을 토대 로 작품을 감상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지도의 중점을 둔다. 문학 작품에 나타나는 정서는 여러 가지 이질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장편 소설에서 는 단일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서정시나 짧은 수필 혹은 단편 소설에서 정서는 비 교적 통일된 모습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작품 전체의 주된 정서에 대한 이해가 작품 자체에 대한 이해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 되는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정서의 파악은 매우 중요하다. 작품에 드러난 어조 등 언어적 특성이나 특정한 이미지에 주 목하여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파악하는 개략적인 방법을 익히고, 그것을 잠정적 인 토대로 하여 작품 전체의 정서 파악에 이르는 길을 안내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그 리고 반대로 이번에는 작품 전체의 정서에 대한 이해가 다시 어조 등에 의해서 점검 되어야 함을 이해하도록 한다. 이 성취 기준은 분위기 파악과 관련하여 4학년 문학 영역의 ⑴ 좋아하는 시를 분위기를 살려 암송한다. 와 연계하여 지도할 수 있다. - 28 -
작품 전체의 차원에서 정서나 분위기를 문제 삼는 활동을 통하여 문학적 능력을 기 르려면 정서 표현이 풍부하게 드러난 작품이나 정서의 색조가 비교적 명확한 작품을 선택하여 감상하도록 한다. 이 경우 대개 시가 권장될 수 있겠지만, 수필이나 소설을 제재로 하여 감상할 수도 있다. [관련 주요 용어] 공간 공간성 배경으로서의 시간 스토리의 시간 서술의 시간 시간모순 시간배열모순 소급제시 사전제시 시간지속모순 장면 요약 생략 확장 멈춤 1. 핵심 개념 1) 배경의 개념 (1) 시공간 1 인물이 존재하고 사건이 일어나는 시간적 물리적 공간 2 소설 속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거나 정황이 진술될 때 구체적인 시간과 물리적인 공 간이 필요한 데 이렇게 구체적, 물리적 시공성을 배경(setting)이라고 함 3 물질적 배경뿐만 아니라 장소의 요소, 등장인물의 생활상, 시대적 배경, 사회적 종교적 심리적 도덕적 배경까지를 포괄 (2) 배경의 기능 1 작품 내의 행동과 행위의 주체들에게 시간적, 공간적 세계를 부여해 주는 소설의 요소 2 인물이나 그의 행동, 사건에 신빙성을 부여하는 기능 3 등장인물의 의식과 태도, 사회비판적 측면을 보여주는 기능 4 작품의 입체감을 더해주어 상징적 기능을 수행하거나 주제를 드러내는 조건이 됨 배경은 플롯과 일치하고 소설의 제 요소와 어울리는 결합을 이룰 때 주제를 풍요롭게 - 29 -
하며 독특한 미적 효과를 낳음 소설의 주제를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해서 상징적인 시공간을 창조하는데, 현대소설에 서 낭만주의 문학, 알레고리 문학에 속하는 작품은 공간의 상징성이 더욱 두드러짐 2) 공간의 특성 (1) 의의 1 작품에 나타난 공간의 구조와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등장인물의 행위의 의미는 물론 작가의 세계인식까지도 이해하는 지름길 2 소설의 공간은 사건이 일어나는 경험적이고 구체적인 세계만이 아니라 인물의 내면적 이고 심리적인 공간도 포괄 (2) 기능 1 작품의 배경으로만 기능할 뿐만 아니라 인물의 성격을 구체화하기도 하고 그 성격에 리얼리티를 부여하는 동기가 되기도 함 2 공간의 이동을 통해 독자들의 상상력을 촉발하기도 하며 여러 공간의 체계적인 답사를 통해 작품의 주제를 파악하게 함 (3) 양상 1 서술자나 등장인물의 의식 속에서도 공간이 구축되는데, 등장인물들은 현실의 공간에 있지만 의식상으로는 동시적으로 여러 개의 공간을 경험함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 주인공인 구보는 현재의 공간에서 친구와 서울 거리를 걷고 설렁탕집에서 땀을 흘리며 음식을 먹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몇 년 전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있었던 일본의 동경이라는 내면공간을 체험 이상의 실화( 失 花 ) : 주인공은 동경의 친구 집에서 친구의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면 서 동시에 아내 연이와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서울 공간을 경험 김유정의 공간 : 마을, 거리, 주택과 같은 묘사는 대충 생략하면서도 산과 강 같은 자 연 배경의 묘사는 주관적 감정을 이입하여 비교적 자세히 묘사 이상의 공간 : 날개 의 공간 구성은 도형으로 그릴 수 있을 정도로 그 대칭과 대 립의 윤곽이 뚜렷하게 나타남 이태준의 공간 : 눈으로 파악된 공간이 아니라 감정으로 파악된 공간, 전설과 신화로 암시된 공간, 상징으로 가득 찬 공간으로 나타남 3) 시간의 특성 (1) 시간 개념의 특성 1 존재론적 시간 : 배경으로서의 시간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 속에서 통일된 자아로서의 인물의 행위와 세계의 관계를 통해 소설의 주제를 드러냄 2 인식론적 시간 이야기의 시간 : 물리적 시간의 지배를 받음, 물리적 시간의 경과에 따라 일어난 사건 전개의 시간이며 스토리의 시간 서술의 시간 : 심리적 시간의 지배를 받음, 사건이 소설 내적 논리에 따라 재배열된 시간이며 담론의 시간 - 30 -
- A, B, C, D 라는 작은 일들이 차례로 모여서 전체 사건을 이루고 있다면, 스토리의 시간은 A, B, C, D 로 순차적이겠지만, 작가는 소설에서 B부터 시작하여 B,A,C,D의 순서로 사건을 전개시킬 수도 있고, D,A,B,C 나 C,D,A,B의 순서로 전개시킬 수 있음 - 이처럼 스토리의 시간이 실제 사건의 추이에 따라 일어난 사건의 시간이라면, 서술의 시간은 그 사건이 작품 내의 논리에 따라 재배열된 시간 3 소설에서 물리적 시간과 심리적 시간은 각각 이야기의 시간과 서술의 시간을 형성하며 유기적으로 통일되어 나타남 (2) 기능 1 인물과 사건이 존재하고 진행되는 중요한 전제로서 기능 2 인물이 속한 환경으로서 인물에게 실재감을 부여하는 기능 3 인물의 행동을 설명하고 작품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기능 (3) 양상 1 작가가 세계를 바라보는 시간의 길이 김성한의 오분간 : 5분간에 각기 다른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룸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 룸펜 지식인이 고독하게 보내는 단 하루의 일상 을 다루면서 그의 삶의 본질적인 측면을 압축시켜 보여줌 2 상징적 의미를 띠고 주제를 강조하는 중요한 장치 박완서의 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 김채원의 겨울의 환 : 겨울이라는 계절이 일 차적으로는 작품의 시간적 배경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주인공에게 찾아온 시련과 고 통의 시기라는 의미를 상징적으로 드러냄 김유정의 봄봄, 동백꽃,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 젊은 남녀간의 풋풋한 사랑을 다룬 소설들은 꽃피는 시절을 소설의 시간적 배경으로 설정하고 소설의 주제 를 자연스럽게 은유하도록 한 것 3. 관련 작품 분석 1) 공간의 상징성 내가 남포에 가던 전날 밤에는 그 증이 심하였다. 간반통밖에 안 되는 방에 높이 매달은 전등불이 부시어서 꺼버리면 또다시 환영에 괴롭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가 없지 않았으 나, 심사가 나서 웃통을 벗은 채로 벌떡 일어나서 스위치를 비틀고 누웠다. 그러나 째 응 하는 소리가 문틈으로 스러져 나가자 또 머리를 엄습하여 오는 것은 수염 텁석부리의 메스, 서랍 속의 면도다. 메스 면도, 메스 잊으려면 잊으려 할수록 끈적끈적하게도 떨 어지지 않고 어느 때까지 꼬리를 물고 머릿속에서 돌아다니었다. 금시로 손이 서랍으로 갈듯하여 참을 수가 없었다. 괴이한 마력은 억제하려면 할수록 점점 더하여 왔다. 스스 로 서랍이 열리는 소리가 나서 소스라쳐 눈을 뜨면 덧문 안 닫은 창이 부옇게 보일 뿐 이요, 방속은 여전히 암흑에 침적( 沈 寂 )하였다. 비상한 공포가 전신에 압도하여 손끝 하 나 까딱 거릴 수 없으면서도 이상한 매력과 유혹은 절정에 달하였다. 염상섭, 표본실의 청개구리 에서 - 31 -
위의 장면은 허무주의에 사로잡힌 나 가 기거하는 좁고 어두운 공간이 제시되어 있 다. 이 소설에서 나 의 방은 일차적으로는 1920년대 초반 식민지 사회에서 글을 쓰 며 살아가는 지식인인 나 의 생활공간이다. 나 의 방은 신경이 날카로울 대로 날카 로워져서 불면증에 시달리는 그의 내면세계를 반영하는 듯 좁고 어둡고 답답한 공간 으로 묘사되고 있다. 나 는 이 방을 면해야겠다 고 생각하고 풀 스피드로 달리는 기 차 여행을 상상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거듭해서 여행을 미루는 처지이다. 나 는 이 어서 꼭 금전 문제 때문만이 아니라 실은 자신이 대문밖으로 나가기도 쉽지 않은 심 경임을 고백한다. 따라서 이 대목에서 나 의 방은 단지 가난한 지식인의 현실적인 생활공간일 뿐만 아니라 허무주의에 침윤되어 사회로부터 고립된 나 의 상황을 상징 적으로 드러내는 공간이기도 한 것이다. 남다른 눈썰미로 한 번 보면 못 내는 시늉이 없었고, 손속 또한 유별났으니 애써 가르친 바가 없어도 음식 맛깔과 바느질 솜씨는 어머니도 나무랄 수 없음을 진작에 선언한 정 도였다. 동냥을 주면 종구라기가 넘치고 개밥을 주어도 구유가 좁게 손이 컸다. 저것이 저리 손이 크니 시집가면 대번 시에미 눈 밖에 나리. 어머니의 걱정처럼 그녀는 오종종하거나 소갈머리 오죽잖은 짓을 가장 싫어했고, 남의 억울한 일에는 팔뚝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뒵들어 싸워 주며, 부지런하려 들기로도 남보 다 뒤처짐이 없었던 것이다. 대소 간에 대사가 있을 때마다 그녀가 징발됐던 것도 남의 집 뒷수쇄에 뛰어난 능력을 보였음이니, 온갖 일의 들무새요 안머슴이었던 것이다. 말꼬랑지 파리가 천 리 가더라구 옹젬이가 그렇당께. 부락 사람들은 그녀의 억척과 솜씨를 그렇게 비유하였고, 그녀는 그녀대로 그런 말 듣 게 된 자신을 대견스레 여기는 것 같았다. 그녀가 열여섯이라는 어린 나이였음에도, 안팎 동네의 머슴이나 품일꾼, 그리고 어리전 이나 드팀전을 보아 제 몫은 하던 장돌뱅이 총각들의 눈독을 한 몸에 받고 있었음은 당 연한 일 이었다. 그러나 그 총각들은 장차 그녀를 아내로 맞고 싶어서 그러던 것은 분명 아닌 것 같았다. 그 시절만 해도 혼사에 있어서만은 으레 근본의 어떠 함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던 것이다. 양반 찌꺼기들은 말할 것도 없고 향품배( 鄕 品 輩 )* 끄트머리만 되어도 집안이 이렇고 저러함을 가장 큰 구실로 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경우 교전비( 轎 前 婢 )*와 난봉난 행랑것 사이에서 태어났던 그녀의 신분은 누구라도 고개를 저을 커다란 허물이었다. 아무리 소견이 들어 됨됨이가 쓸 만하고 살림에 규모가 있더라도 그녀의 내력을 번연하게 외던 근동 사람이라면 거들떠보려고도 않을 판이었다. (중략) 관촌 부락에서 등성이를 끼고 돌면 요까티라는 작은 부락이 있었다. 원래 이웃하고 농 사짓는 초가집 대여섯 가구뿐으로 일년 내내 대사 한 번 치르지 않아 사는 것 같지 않 던 동네였으나, 해방 이듬해부터는 금융 조합 창고 같은 연립 주택이 몇채 들어서고 한 채에 여남은 가구씩, 북해도에서 왔다는 전재민들을 들여 정착시키자, 밤낮 조용한 날이 없게 시끄러운 마을로 변하면서 전재민촌이라는 새 이름이 붙은 곳 이었다. 읍내의 지게 꾼, 신기료장수, 리어카꾼과, 주제꼴이 남루한 낯선 사람은 모두 전재민촌에서 사는 사람 - 32 -
들이라고 해도 무방할 지경이었다. 그 전재민촌이란 이름은 차츰 도둑놈 소굴이라는 뜻 의 대명사로 불리어져 갔다. 관촌 사람들은 집안에서 무엇이 없어진다거나, 논밭에 심은 것이 축난 듯 싶으면 으레 전재민촌 사람들의 소행으로 여겨 버릇했고, 서툰 임고리 장 수가 들어서도 전재민촌 사람으로 판단, 물건을 갈아 주기보다 집어 가는 것이 없는가를 살피려는 도사림으로 냉대해 보내기 일쑤였다. 그런 중에도 옹점이는 조금 달랐다. 그네들의 살아온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 보면 불쌍하기 그지없다던 거였다. 굶다 못해 이불솜을 빼다 팔아 겨울에도 홑이불을 덮 는다든가, 변변한 옷가지는 죄 팔아 먹어 주제꼴이 그처럼 비렁뱅이꼴이라는 거였다. 그 렇다면서 전재민만 오면 어머니를 졸라 무엇이든 한 가지는 갈아 주도록 꾀하던 것이다. 그녀는 특히 그녀만 보면, 옥상, 오꼬시 사 먹소. 하며 들어붙던 절름발이 늙은이를 가장 측은하게 여기고 있었다. 일본에서 건너오다 처 자를 놓쳐 홀로 된 늙은이라는 거였다. 그 옥상만 보면 지 애비가 모집 나갔다 나오면서 고상했다던 생각이 나서 딱해 못 견 디겄슈. 옹점이가 어머니한테 하던 말이다. 과자를 먹어 어디서 난 것이냐고 물으면 옹점이는 서슴지 않고, 쭉젱이 보리 한 종발 주구 옥상헌티 샀지. 했다. 옥상에게 곡식을 빼돌려 가면서까지 그녀가 내게 군것질을 시킨 이유는, 옥상이라 고 부르던 그 불우한 늙은이를 돕는 마음이었지만, 그러나 더 갸륵한 뜻이 없지 않았음 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근래에 들어와 크게 유행을 본 말 가운데서 내가 가장 깨닫기 수월찮던 말이 주체 의 식이니 주체성 운운하던 단어들 이었다. 어떡하는 것이 주체 의식이 있는 일이 고 무엇 이 주체성을 지키는 것인지 얼른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세상이 어지러운 난세일수 록 유언비어가 난무함이 예사이고, 말을 않으면 병신 대접 받기 십상인 줄 모르지 않으 나, 주체 의식이나 주체성이란 말을 외래어 보다도 막연하게, 개나 걸이나 지껄여 대지 않으면 행세를 못하는 줄 알던 많은 사람을 보아 온 터여서, 그 천한 말을 옹점이는 일 찍이 내게 행동으로써 보여준 셈이라고 장담하게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한 번 더 다 짐해 두지만, 그 무렵 옹점이의 태도를 주체 의식, 또는 주체성이 있는 것으로 보아 무 방하다면, 나는 그녀만 한 정신 자세를 가진 인간을, 내가 이 사회에 나와 벌어먹게 된 뒤로는 몇 사람 외에 구경하지 못했다고 단언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문구, 관촌수필 에서 * 향품배: 지방의 낮은 벼슬아치들. * 교전비: 혼례 때에 신부가 데리고 가던 계집종. 이 소설의 공간적 배경 1 관촌은 공동체적 유대감과 계층 간 위계의식이 남아 있는 공간이다. 옹점이가 대소 간에 대사가 있을 때마다 징발되었다는 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관 촌 사람들은 억울한 일이 있거나 대소사를 치를 때에는 서로 도우면서 살아가고 - 33 -
있다. 공동체적 유대감이 남아 있는 전통적인 농촌 사회인 것이다. 또한 혼사에서 신분을 중시하는 전근대적인 모습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 2 전재민촌은 원래는 대여섯 가구뿐인 작은 부락이었으나 다른 곳에서 이주민들이 몰려와 떠들썩하게 변한 동네이다. 그런 동네이니 결속력이 강할 리 없고, 들고 나 는 것에 구애받지 않는 개방적인 마을이다. 3 관촌은 여전히 전근대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는 공간인데 반해, 전재민촌은 읍내에 서 지게꾼, 장사꾼 등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아 시대의 흐름을 많이 타 는 공간이다. 4 관촌은 공동체적인 유대감을 나누고 신분을 중시하는 등의 특성을 지닌 곳으로, 아 직은 물질적인 가치보다는 전근대 사회의 공동체적 가치가 우위에 있는 마을이다. 이와는 반대로 전재민촌은 읍내에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이다. 2) 시간의 상징성 계속 비가 내렸다. 어쩌다 한나절씩 빗발을 긋는 것으로 하늘은 잠시 선심을 쓰는 척 했 고, 그러면서도 찌무룩한 상태는 여전하여 낮게 뜬 그 철회색의 구름으로 손의 무게를 더 한층 단도리하는 것이었고, 그러다가도 갑자기 하마터면 잊을 뻔했다는 듯이 악의에 찬 빗줄기를 주룩주룩 흘리곤했다. 아무데너 손간락으로 그저 꾹 찌르기만 하면 대꾸라도 하는 양 산명한 물기가 배어나왔 다. 토방이 그랬고 방바닥이 그랬고 벽이 그랬다. 세상이 온통 물바다요 수렁속이었다. 쉬임 없이 우물은 거의 구정물이나 마찬가지여서 팔팔 끓이지 않고는 한 모금도 목을 넘길 수가 없고, 밤새 아궁이 밑바닥엔 물이 흥건히 괴어 불을 지필 적마다 어머니가 울 상을 지으며 봇도랑을 푸듯 양재기질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세상이 하도 빗소리 천 지여서 심지어는 아버지가 뀌는 방귀마저도 그놈의 빗소리로 들릴 지경이라는 객쩍은 농담 끝에 딱 한 차례 웃는 걸 본 적이 있다. 윤흥길의 장마 에서 한국전쟁이라는 고통스러운 체험을 농촌의 생활을 마비시키는 장마라는 시기를 통해 매우 효과적으로 은유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 어린 나 가 살고 있는 농촌에 장마가 시작되면서 전쟁에 참전했던 외삼촌의 부고가 날아온다. 이 소설에서 할머니의 죽음으로 전쟁에 대한 회상을 마친 성인 화자가 탄식하듯이 정말 지루한 장마였다. 라고 말할 때 장마 는 세 가지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그가 어린 시절 농촌에서 겪었던 실제의 장마 그 자체이다. 장마철의 농촌에서는 아이들 은 놀 수 없고 어른들은 노동할 수 없으며 애써 추수한 곡식을 썩힐 수도 없다. 둘 째, 소설의 내적 맥락에서 장마 는 빨치산인 삼촌이 몰래 다녀간 뒤 생사를 알 길 없는 가족들의 답답한 상태를 간접적으로 보여 주는 장치로 기능한다. 마지막으로 장마 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지속되던 한국 전쟁에 대한 은유이다. 화자의 마지막 말은 가족을 잃고 이념 때문에 서로 고통을 나누지 못하고 반목하던 시기에 대한 탄식이기도 한 것이다. - 34 -
3) 스토리의 시간과 서술의 시간 남을 주면 땅을 버린다고 여간 근실한 자국이 아니면 소작을 주지 않았고, 소를 두 필이 나 매고 일꾼을 세 명씩이나 두고 적지 않은 전답을 전부 자농( 自 農 )으로 버티어 왔다. 실속이 타작만 못하다는 둥, 일꾼 셋이 저희 농사 해 가지고 나간다는 둥 이해만을 따져 비평하는 소리가 많았으나 창섭의 아버지는 땅을 위해서는 자기의 이해만으로 타산하려 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임자를 가진 땅들이라 곡식은 거둔 뒤 그루만 남은 논과 밭이 되, 그 바닥들의 고름, 그 언저리들의 바름, 흙의 부드러움이 마치 시루떡 모판이나 대하 는 것처럼 누구의 눈에나 탐스럽게 흐뭇해 보였다. 이런 땅을 팔기에는, 아무리 수입은 몇 배 더 나은 병원을 늘쿠기 위해서나 아버지께 미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잡히기나 해 가지고는 삼만 원 돈을 만들 수가 없었 고, 서울서 큰 양관( 洋 館 )을 손에 넣기란 돈만 있다고도 아무 때나 될 일이 아니었다. (중략) 웬일인데 어째 혼자만 오느냐? 어머니는 손자 아이들부터 보이지 않음을 물으신다. 오늘루 가야겠어서 아무두 안 데리구 왔습니다. 오늘루 갈 걸 뭘 허 오누? 인전 어머니서껀 서울로 모셔 갈 채빌 허러 왔다우. 서울루! 제발 아이들허구 한데서 살아 봤음 원이 없겠다. 하고 어머니는 땅보다, 조상님들 산소나 사당보다 손자 아이들에게 더 마음이 끌리시는 눈치였다. 그러나 아버지만은 그처럼 단순히 들떠질 마음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아들의 뒤를 쫓아 이내 개울에서 들어왔다. 아들은, 의사인 아들은, 마치 환자에게 치료 방법을 이르듯이, 냉정히 차근차근히 이야기 를 시작하였다. 외아들인 자기가 부모님을 진작 모시지 못한 것이 잘못인 것, 한집에 모 이려면 자기가 병원을 버리기보다는 부모님이 농토를 버리시고 서울로 오시는 것이 순 리인 것, 병원은 나날이 환자가 늘어 가나 입원실이 부족되어 오는 환자의 삼분지일밖에 수용 못 하는 것, 지금 시국에 큰 건물을 새로 짓기란 거의 불가능의 일인 것, 마침 교 통 편한 자리에 삼층 양옥이 하나 난 것, 인쇄소였던 집인데 전체가 콘크리트여서 방화 방공으로 가치가 충분한 것, 삼층은 살림집과 직공들의 합숙실로 꾸미었던 것이라 입원 실로 변장하기에 용이한 것, 각층에 수도 가스가 다 들어온 것, 그러면서도 가격은 염 한 것, 염하기는 하나 삼만 이천 원이라, 지금의 병원을 팔면 일만 오천 원쯤은 받겠지 만 그것은 새 집을 고치는 데와, 수술실의 기계를 완비하는 데 다 들어갈 것이니 집값 삼만 이천 원은 따로 있어야 할 것, 시골에 땅을 둔대야 일 년에 고작 삼천 원의 실리가 떨어질지 말지 하지만 땅을 팔아다 병원만 확장해 놓으면, 적어도 일 년에 만 원 하나씩 은 이익을 뽑을 자신이 있는 것, 돈만 있으면 땅은 이담에라도, 서울 가까이라도 얼마든 지 좋은 것으로 살 수 있는 것. 아버지는 아들의 의견을 끝까지 잠잠히 들었다. 그리고, 점심이나 먹어라. 나두 좀 생각해 봐야 대답허겠다. 하고는 다시 개울로 나갔고, 떨어졌던 다릿돌을 올려놓고야 들어와 그도 점심상을 받았다. 점심을 자시면서였다. - 35 -
원, 요즘 사람들은 힘두 줄었나 봐! 그 다리 첨 놀 제 내가 어려서 봤는데 불과 여남은 이서 거들던 돌인데 장정 수십 명이 한나잘을 씨름을 허다니! 나무다리가 있는데 건 왜 고치시나요? 너두 그런 소릴 허는구나. 나무가 돌만 허다든? 넌 그 다리서 고기 잡던 생각두 안 나 니? 서울루 공부 갈 때 그 다리 건너서 떠나던 생각 안 나니? 시쳇사람들은 모두 인정 이란 게 사람헌테만 쓰는 건 줄 알드라! 내 할아버님 산소에 상돌을 그 다리로 건네다 모셨구, 내가 천잘 끼구 그 다리루 글 읽으러 댕겼다. 네 어미두 그 다리루 가말 타구 내 집에 왔어. 나 죽건 그 다리루 건네다 묻어라. 난 서울 갈 생각 없다. 네? 천금이 쏟아진대두 난 땅은 못 팔겠다. 내 아버님께서 손수 이룩허시는 걸 내 눈으루 본 밭이구, 내 할아버님께서 손수 피땀을 흘려 모신 돈으루 장만허신 논들이야. 돈 있다고 어 디가 느르지논 같은 게 있구, 독시장밭 같은 걸 사? 느르지 논둑에 선 느티나문 할아버님께서 심으신 거구, 저 사랑 마당의 은행나무는 아버님께서 심으신 거다. 그 나무 밑에를 설 때마다 난 그 어룬들 동상( 銅 像 )이나 다름없이 경건한 마음이 솟아 우러러보군 헌다. 땅이란 걸 어떻게 일시 이해를 따져 사구팔구 허느냐? 땅 없어 봐라, 집이 어딨으며 나라가 어딨는 줄 아니? 땅이란 천지만물의 근거야. 돈 있다 구 땅이 뭔지두 모르구 욕심만 내 문서 쪽으로 사 모기만 하는 사람들, 돈놀이처럼 변리 만 생각허구 제 조상들과 그 땅과 어떤 인연이란 건 도시 생각지 않구 헌신짝 버리듯 하는 사람들, 다 내 눈엔 괴이한 사람들루밖엔 뵈지 않드라.. 이태준, 돌다리 에서 사건을 일어난 순서대로 정리 이 장면에서 사건의 발생 순서를 짐작할 수 있는 단서(대화와 서술) ㆍ 웬일인데 어째 혼자만 오느냐? / 어머니는 손자 아이들부터 보이지 않음을 물으신 다.(집에서 어머니가 창섭을 맞이함) ㆍ아버지는 아들의 뒤를 쫓아 이내 개울에서 들어왔다. /ㆍ아들은, 의사인 아들은, 마치 환자에게 치료 방법을 이르듯이, 냉정히 차근차근히 이야기를 시작하였다.(창섭이 아 버지에게 계획을 말함) ㆍ아버지는 아들의 의견을 끝까지 잠잠히 들었다. 그리고, / 점심이나 먹어라. 나두 좀 생각해 봐야 대답허겠다. / 하고는 다시 개울로 나갔고(아버지가 다시 개울로 나감), 떨어졌던 다릿돌을 올려놓고야(장정들과 함께 다릿돌을 올려 놓고 옴) 들어와 그도 점 심상을 받았다. (아버지가 들어와 점심상을 받음) / 점심을 자시면서였다. 사건들을 순서대로 정리 서울에서 내려온 창섭이 개울에서 다릿돌을 올려놓고 있는 아버지를 만나다. - 36 -
집에서 어머니가 창섭을 맞이하다. 아버지가 아들의 뒤를 쫓아 이내 개울에서 들어오다. 창섭이 아버지에게 계획을 말하다. 아버지가 다시 개울로 나가 장정들과 함께 다릿돌을 올려 놓고, 그 사이에 창섭이 점 심을 먹다. 아버지가 들어와 점심상을 받다. 아버지가 창섭의 제안을 거절하다. [참고 자료] 공간성 소설에서 공간은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장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소설 속의 사건이나 정황 등은 반드시 과학적으로 실증이 가능한 물리적 토대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 니다. 서술자나 등장인물의 의식 속에서도 공간은 구축된다. 공간이 가지는 이러한 특성 때문에 공간성(spaciality)이라는 용어가 쓰인다. 이 개념은 물리적 배경으로서의 구체적 이고 명시적인 장소의 뜻뿐만 아니라 이야기 자체의 공간, 심리적 공간 등 의식이 지속 되고 있는 장( 場 )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이상의 소설 날개 에서 33번지 의 어느 방, 특히 해가 잘 들지 않는 방은 식민지 현실에서 절망하고 있는 지식인의 소외와 좌절 이라는 내면의식을 비유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이 소설에서 33번지의 방 은 심리적이고 암시적인 의미를 포괄하는 공간성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 시간모순 소설에서는 서술의 시간과 실제 스토리 시간의 순서가 같지 않고, 서술의 지속 시간과 스토리의 지속시간이 일치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의미 배열 모순 : 스토리의 시간과 서술의 시간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그 중에서 시간의 순서가 같지 않는 경우의 모순을 말함 - 소급제시 : 현재의 사건이 진행되는 도중에 과거의 사건이 끼여들어와서 현재의 사 건의 흐름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경우로 이런 방법은 소설적 현재에 과거 사건을 덧붙임으로써 사건 이해에 필요한 설명을 제공해주는데, 이는 독자에게 필요한 정보 를 제공해주는 효과 - 사전제시 : 현재 사건들의 진행 중에 뒤이어 일어나는 사건들이 앞질러 제시되는 경 우로, 다음에 일어날 일을 미리 독자에게 알림으로써 독자의 흥미를 감소시키는 듯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큰 효과를 노리거나 다른 종류의 효과를 노리는 것이 보통 지속 모순 : 스토리의 시간과 서술의 시간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그 중에서 지속시 간이 같지 않는 경우의 모순을 말하는데, 서술 속도는 스토리를 진행해 가는 속도를 의미하며, 소설에서 이 속도는 스토리의 시간과 다르게 나타나서 어떤 시간은 길이 를 줄여서 표현하기도 하고, 어떤 시간은 순간을 확장해서 서술 속도를 늦추기도 함 - 37 -
- 장면 : 인물의 동작이나 대화 등을 통해 사건을 직접 눈으로 보는 듯이 집약적으로 묘사하는 방법으로 스토리의 지속시간과 서술상의 지속시간이 동일 - 요약 : 대체로 시간을 통제하고 스토리의 진행을 신속하기 위해 소설 내의 시간을 압축하여 설명하는 방법으로 스토리의 지속시간에 비해 서술의 지속시간이 짧음 - 생략 : 서술을 하지 않고 넘어가는 기법 - 확장 : 서술의 속도를 늦추는 기법으로 극히 짧은 시간에 일어난 일을 그보다 훨씬 연장하여 상세하게 묘사 - 멈춤 : 스토리의 시간 진행을 완전히 멈춘 채 묘사만 하는 기법 빈도의 불일치 : 스토리의 시간과 서술의 시간에서 사건 서술의 빈도가 일치하지 않 는 모순을 의미하는데, 실제 스토리의 시간에서는 똑같은 일이 반복되어 일어나는 일이 절대 없지만, 서술을 할 때는 같은 사건을 반복해 서술하는 것이 가능 근대소설의 시간 고소설은 작가가 전지적 위치에서 등장인물들의 동기와 기질을 단순하고도 상세히 평가 하는 소위 말하기(telling) 를 취한 데 비하여, 근대소설은 독자가 상상력으로 작품에 동 참할 수 있도록 권위적인 작가의 흔적을 지우고 등장인물을 통한 극적인 방법, 곧 보여 주기(showing) 의 방법을 취한다. 이 시기의 작가들은 불안의 요소를 소설의 처음에 보 여주고 이에 필요한 정보를 객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등장인물의 회상이라는 적절한 장치를 끌어들이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현진건의 빈처 앞부분을 보자. 소설의 시작 되면, 아내가 무언가 열심히 찾는 장면이 제시된다. 아내는 아침거리를 장만하기 위해 하나남은 모본단 저고리를 잡히려고 하는 것이다. 빌어먹을 것 되는대로 되어라. 나는 점점 견딜 수 없이 두 손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올리며 중얼거려 보았 다. 이 말이 더욱 처량한 생각을 일으킨다. 나는 또 한번 후 한숨을 내쉬며 왼팔을 비 고 책상에 쓰러지며 눈을 감았다. 이 순간에 오늘 지낸 일이 불현듯 생각난다. 늦게야 점심을 마치고 내가 막 궐련 한 개를 피어 물적에 한성은행 다니는 T가 공일( 空 日 )일고 놀러왔었다. 이 소설의 처음에 제시된 아내의 모습과 가난한 작가의 절망은 바로 이어 회상된 T의 방문이란 사건을 통해 더욱 강조되며, 뒤이어 그들의 주변인물과 배경에 대한 설명이 요 약되어 나타난다. 이와 같이 등장 인물의 회상을 통한 역행적 배열로서 사건의 발생-사 건 발생의 동기 회고-(전개)-결말 이라는 구성방법이 근대소설의 초기에 흔하게 발견되 는데, 같은 작가의 술 권하는 사회, 김동인의 감자, 전영택의 화수분, 조명 희의 낙동강 등이 그러하다. 이처럼 1920년대의 소설에서 역행적 배열이 많이 나타나게 된 것은 앞서도 말했듯이 역 행적 배열이 단편소설의 긴축성에 매우 적절한 시간배열이기 때문이다. 또한 등장인물들 이 경험하는 시간상의 모순을 전지적 위치에서 마음대로 서술할 수 있는 화자가 사라 - 38 -
지고, 대신에 소설 내에 화자가 등장하여 이러한 시간모순을 부득이 역행하여 보여 주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개인의 기억, 상상력을 통해 과거는 언제 든지 재현될 수 있으며, 이것은 현재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합리적이고 역 사적인 인식의 성립이 이러한 역행배열의 전제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1930년대의 소설 가운데는 소설에서 지연의 효과를 기법적으로 사용한 것이 눈에 띈다. 즉,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을 전개시키는 도중에 이와 관련된 과거의 핵심적인 사건을 단속적으로 개입시켜 끊임없이 긴장을 야기시키는 것이다. 1930년대 대표적인 신심리주 의 소설가의 하나인 최명익의 무성격자 는 폐쇄된 미래, 혼란한 현실에서 방황하는 한 무력한 주인공이 기차 여행을 하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으로, 여행이라는 구성장 치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현재의 자기 자신의 정체를 깨달아 가는 한 인물의 의식에 따라 전개되는 입체적인 배열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배열은 이상의 실화( 失 花 ) 에서는 그 속도가 더욱 빨라져 자아의 해체, 시간의 파편화에까지 치닫고 있다. 그 러나 이 작품을 이끌어 가는 자유연상 이라는 논리는 이 소설을 난해성에 빠뜨리지 않 고 오히려 경험의 파편들을 유의미하게 연결하여 심리적으로 일관된 통일적 자아를 형 성시키는 창조원리로 작용하고 있다. 1930년대 대부분의 지식인은 외세에 뿌리 뽑힌 전통부재의 삶 속에서 심한 정신적인 고 통을 겪었고, 이에 따라 다면가치적인 혹은 몰가치적인 혼란에 빠지기도 하였다. 이때의 소설이 미래가 폐쇄되고 전망이 부재하는 과거 회고적 시간관과 정체의식을 보인 것은 당연한 결과라 할 것이다. 물론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지닌 소설이 더러 없는 것은 아니 나, 대체적으로 행동하는 주인공보다는 과거를 회상하고 재정리하는 정체적인 주인공이 주로 등장하였다. 과거의 이야기를 표현하기에 알맞은 다양한 시간배열 방식이 나타난 것은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 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