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한국 문학의 범위와 역사 4. 문학 담당층의 확대와 다양성 추구 이 시기의 문학 양상 152 152~153 [참고 자료] 조선 후기 문학의 새로운 경향 조선 후기에는 사회변동과 더불어 문학에서도 새로운 변동이 일어나게 된다. 시조와 가사가 근대 지향적인 방식을 추구하면서 새로운 형태를 모색하고, 소설도 전기에서는 볼 수 없었 던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또한 판소리의 등장은 우리 문학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 를 지닌다. 그 밖에 전문가객이 등장하고, 개화기 가사가 나타나는 등 조선 후기는 문학적 인 면에서도 매우 다양한 변모양상을 보인다. 1. 소설의 새로운 양상 (1) 군담소설의 성행 조선 전기에도 金 鰲 新 話 같은 작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소설은 주로 조선 후기에 이 르러서 본격적으로 발달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민족의식이 고취되고 일본과 청나라에 대한 적개심이 대단히 높아졌는데, 이러한 적개심과 민족의식이 영웅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軍 談 小 說 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 시기에 나온 군담소설은 대부분이 영웅의 일 대기를 다룬 것으로서 외적의 침입을 받은 봉건왕조의 왕을 구출하는 충신의 이야기이기 때 문이다. 조웅전 류충렬전 朴 氏 傳 등이 이러한 영웅소설의 범주에 속하는 작품이 다. 이 작품들의 무대는 거의가 중국으로, 외적의 침략을 받았거나 간신들 때문에 황제가 위태롭게 되었을 때 충신이 나타나 황제를 구하고 나라를 바로잡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구조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매우 많 이 읽혔던 문학 장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러한 영웅소설은 판소리계 소설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거의 독점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 한문단편의 발달 한문단편이 조선 후기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조선 전기에도 허균등이 한문단편을 썼는 데, 조선 후기에 나타난 한문단편은 새로운 양상을 띠었다. 주로 연암 박지원이 쓴 한문단 편은 傳 奇 的 인 성격을 완전히 탈피하고, 시대의 변화를 최대한 담으려는 양상을 보여 준다. 또한 작품이 무대와 주인공이 모두 우리나라로 되면서,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주인공 으로 등장하던 기존의 단편과는 달리 보통 이하의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박지원은 작품 속에서 당시의 잘못된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비판하고 있다. 양반의 허위 의 - 1 -
식과 과부의 수절의식을 통하여 인간의 이중적 성격과 잔학성을 고발한 호질, 매점매석 의 폐해와 명분과 실익이 전혀 없는 북벌론의 실상을 비판한 허생전 신분을 사고 파는 현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한 채 과거의 봉건사회로 되돌려 보려는 관료들 의 허상과 신분상승 욕구의 실상을 그린 양반전 똥장수를 하면서도 인간이 지켜야 할 기 본적인 인품을 잃지 않고 신의를 지키는 인간을 옹호하고 중농사상을 주장한 穢 德 先 生 傳 僞 學 好 名 을 배격하고 계급의식의 타파를 부르짖은 廣 文 者 傳 등은 조선 후기 사회의 실상을 잘 드러낸 단편소설이다. (3) 판소리계소설의 발달 이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판소리계 소설의 등장이다. 판소리계소설은 판소리가 먼저 만들어지고 그 후에 소설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판소리는 18세기를 전후해 서 호남지방을 중심으로 광대들이 만든 소리예술이다. 판소리는 명창과 고수가 한 조가 되 어 고수는 북으로 장단을 맞추고 명창은 서서 소리를 부른다. 여기서 소리로 부르는 내용들 이 서사적인 성격을 띠기 때문에 판소릴 시가문학과 산문문학 중 어디에 포함시켜야 할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 판소리는 신재효 당시를 전후하여 열두 마당으로 정리된 듯한데, 현재 열두 마당이 남아 있지는 않다. 열두 마당 중 소설로 만들어져 읽힌 것은 약 여섯 마당인데, 이 작품들은 소설로도 매우 인기가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판소리계 소설은 근대적 성격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면서 국문학 연구자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4) 가문소설의 등장 조선 후기에 국문소설이 대거 등장하면서 군담소설이 성행한 것은 앞에서 살펴본 것과 같 다. 18세를 지나 19세기로 들어오면서 판소리계소설의 등장과 더불어 소설문학에 또 하나 의 새로운 경향이 등장했다. 바로 大 河 小 說 이라고 할 수 있는 家 門 小 說 이다. 가문소설은 하 나 혹은 둘 이상 가문의 몇 대에 걸친 흥망성쇠를 다룬 작품으로 수백 책의 방대한 분량으 로 씌어진 것이 특징이다. 가문소설은 청나라 때 중국에서 나온 紅 樓 夢 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대하소설이 대량으로 만들어져 유통되었던 사실을 보면, 가문소설 의 등장과 발달은 조선 후기 문학의 새로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2. 민속극의 발달 민속극은 전통사회에서 전반적으로 이루어진 집단생활의 생활상을 신과 연관된 가면이란 탈 을 통해 극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민속극은 농경의례나 장례의식 등 각종 원시 종교의식 에서 출발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풍농, 풍어제의 성격을 띠는 洞 祭 와 喪 祭 禮 등에서 발생하 여 예능으로 발전한 연극양식을 예로 꼽을 수 있다. 즉 가면극을 위시하여 인형극, 그림자 극 등이 민속극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민속극에 포함시킬 만한 것이 더 있는 데, 농악이나 굿의 난장, 잡색놀이 등이다. 우리나라의 굿은 예능적 측면이 강해서 탈놀이가 끼어 있거나 주제가 뚜렷한 黙 劇 的 인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민속극은 祭 儀 性 이 강 한 초기 형태의 연극 양식을 지칭하는 것으로 문학성보다는 춤, 마임 등 표현성에 치중되어 - 2 -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민속극을 구비문학에 포함시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민속극은 축제의 일환으로 연행되어 왔으므로 놀이성이 강하다. 민속극은 17세기에 들어오자 농촌지역을 벗어나 도시로 진출하는 양상을 보였는데, 이는 상 업의 발달에 따른 도시의 발달과 관련이 깊다. 유통경제가 중심을 이루는 도시문화의 특성 상 집단관람의 성격을 때는 흥행예술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문화에 가장 잘 부합 할 수 있는 것이 민속극이나 판소리 같은 흥행예술이었기에 농촌 공동체에서 부락의 안녕과 화합을 꾀하던 민속극이 대거 도시로 진출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서울, 경 기도의 산대놀이를 비롯하여 황해도 일대의 해서탈춤, 영남지방의 야류와 오광대놀이, 하회 별신굿놀이, 관노가면극놀이 등과 남사당패의 덧뵈기 등이 조선 후기에 들어서 매우 빠른 속도로 발달하기 시작했다. 3. 판소리의 발달 판소리는 호남지방을 중심으로 발달한 소리예술이다. 판소리가 언제 어떻게 생겼는지는 정 확하게 알기 어렵다. 왜냐하면 판소리의 형성과정과 역사적 전개를 밝힐 수 있는 문헌기록 이 매우 드문데다가 피상적이어서 그것을 정확하게 해석해 내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은 조선의 사회현상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는데, 하층민들의 민속과 예술에 냉담 했던 지배층 및 지식인들의 태도에 기인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 단편적으 로 남아 있는 기록들도 역설적으로 판소리를 포함한 민간예술의 폐해를 언급하는 차원의 것 들이어서 더욱 어려움을 주고 있다. 판소리가 廣 大 笑 謔 之 戱 의 배뱅이굿에서 불리는 1 人 唱 형태의 영향을 받아서 생겼다고 보는 견해와 무당굿의 서사무가에서 왔다는 가설, 讀 書 聲 이나 歌 詞 唱 에서 왔을 것이라는 주장들 이 있지만 정확한 기원과 연대를 추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현재까지 발견된 자료로 미 루어 볼 때 판소리는 17세기 중엽 내지 말엽 정도에 이루어졌으리라 짐작한다. 16세기 말 에서 17세기 초에 일어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은 국력과 국권의 부재를 불러 오기에 충분 했고, 이에 상응하여 일반 백성의 힘과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에 17세기에는 각종 민간예술 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앞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소설을 비롯한 새로운 형태의 문학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했으니 이러한 변화는 문화 전체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당연한 결과로 소리예술도 새로운 것이 필요하게 되었을 것이다. 여기에 나 타난 것이 판소리였으니 무속을 중심으로 한 민간의 음악과 폭넓은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설화문학의 결합으로, 소리로 불리면서도 서사적인 내용을 지닌 특수한 형태의 판소리가 형 성되었던 것이다. 판소리의 발달은 조선 후기 사회에 일어난 변화 중에서 민간예술을 발전 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했을 것이고, 19세기를 지나면서 종합예술체로서의 면모를 완전히 갖추게 되었다. 4. 시조와 가사의 변모 조선 후기에 이르러 시조와 가사도 큰 변화를 겪었는데, 형태, 작가, 주제, 표현 등 모든 면 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 3 -
cafe.daum.net/songkorean 먼저 작가를 보면 시조나 가사 모두 조선 전기에는 사대부가 중심을 이루었는데, 시조에는 기녀작가가, 가시에는 승려작가가 일부 활동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조선 후기 에 이르면 작가가 중인 이하 서민층으로 확대되었고 부녀자의 참여도 두드러졌다. 시조와 가사 모두 작가를 알 수 없는 작품들이 대거 등장하는데, 표현방법이나 주제 등에서 이 작 품군의 작가는 중인 이하 서민층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시조에 비해 가사의 작가 층은 훨씬 더 다양한 변화를 보였다. 영남지방을 중심으로 여성 작가들이 등장해서 가사를 지어 스스로 즐겼는데, 이를 내방가사 혹은 閨房歌詞라고 한다. 또한 개화가사도 등장하는 데, 천주학인 서학을 중심으로 나타난 개화가사는 애국애족의 민족의식을 고양하고 외세를 배척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것은 모두 작가층의 확대에 따른 가사의 변모양상으로 보아 야 한다. 작가층의 확대에 따른 인식의 변화는 시조와 가사의 형식에도 변화를 주었다. 시조에는 사 설시조라는 새로운 형식이 생기고, 가사에는 짧아지는 형태와 길어지는 형태로 나누어 발달 하는 양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사설시조는 비슷한 길이의 3행으로 된 평시조의 형식에서 중 간의 행을 길게 하는, 평시조와는 상당히 다른 형태의 작품이다. 154쪽 ⑴ 사씨남정기(謝氏南征記)_김만중 [관련 기출 유형] [2001] 9. 다음에 제시된 소설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총 6점) - 4 -
9-1 사씨남정기 와 장화홍련전 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갈등 관계를 각각 서술하고, (가)와 (나)가 이 갈등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설명하시오. (3점) 9-2. 학생들이 (가)와 (나)에 등장하는 부정적 인물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도록 수업에서 토론 활동을 전개하고자 한다. 적합한 토론의 주제를 다음 <조건>에 따라 설정하시 오. (3점) [2010 2차] 2. (가)~(다)를 제재로 하여 사회.역사적 맥락을 고려하여 작품을 수용할 수 있다. 는 학습목 표로 수업을 하고자 한다. <조건> 에 따라 논술하시오. (30±3행) 20점 <2010년 1교시> (가) - 처용가(김완진 해독) (나) - 박인로, 선상탄 (다) 그때 동청은 더욱 부지런하게 엄 승상을 섬기고 있었다. 금과 구슬 십만 냥을 냉진에게 주어 서울로 올 라가 승상의 생일 헌수( 獻 壽 )로 바치게 하였다. 냉진은 서울에 도착하여 뜻밖의 말을 들었다. 천자가 엄 승상의 간사함을 점차 깨닫고 그의 관작을 삭탈 한 후 시골로 추방하였다. 가재( 家 財 )는 적몰( 籍 沒 )하여 관수( 官 需 )로 편입하게 하였다. 는 소문이었다. 냉진 은 깜짝 놀라 속으로 생각하였다. 동청은 많은 죄악을 저질렀지. 하지만 사람들은 엄 승상이 두려워 감히 고발하지 못했던 것이야. 이제 빙산이 녹았어. 동청이 어찌 오래 갈 리가 있겠는가? 계책을 쓰는 것이 무엇보다 좋을 것이야. 냉진은 즉시 대궐로 나아가 등문고( 登 聞 鼓 )를 두드렸다. 그러자 법관( 法 官 )은 그를 잡아 놓고 까닭을 물 었다. 냉진이 대답했다. 나는 본래 북방 사람입니다. 마침 계림 지방을 지나가다가 태수 동청이 자행하는 불법을 목격하고 속으 로 몹시 분통 이 터졌습니다. 이에 감히 먼 지방의 백성들을 위해 천자께 아뢰려는 것입니다. 냉진은 인하여 동청이 백성을 학대하고, 사람들을 죽이거나 겁박하여 재물을 빼앗고, 도적질을 일삼고, 편당 을 모아 변란을 일으켰다는 등의 열두 가지 죄상을 조목조목 진술하였다. 법관은 그것을 천자에게 올렸다. 천자는 진노하여 금의위( 錦 衣 衛 )에 명하여 동청의 가속( 家 屬 )을 옥에 가두게 하였다. 아울러 냉진이 열거 한 열두 가지 죄상을 본도( 本 道 )로 하여금 조사하게 하였다. 그 결과 냉진의 말과 하나도 다른 것이 없었다. 마침내 천자는 동청을 저자에서 참수하고 그 가산은 적몰하게 하였다. 그의 가산은 황금이 삼만 냥이요, 백금이 오십 만 냥이었다. 주옥과 비단은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 처첩은 관비로 삼게 하였다. - 5 -
냉진은 관가에 재물을 바치고 교씨를 샀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산동으로 가려 하였다. 교씨는 재앙을 겪기는 하였으나 그래도 냉진을 따라갈 수 있었다. 또한 수중에 재물도 남아 있었다. 처음 에 냉진이 가지고 가서 엄 승상에게 바치려 했던 금과 구슬은 도합 십만 냥이었다. 냉진은 그것을 모두 자 신이 취했다. 두 사람은 몹시 즐거워하며 수레를 빌어 재물을 싣고 내려갔다. 동창( 東 昌 )에 이르러 객점으로 들어가 술과 고기를 마음껏 샀다. 두 사람은 마주앉아 술을 마시다가 크게 취하여 정신을 잃고 곯아떨어졌다. 차부( 車 夫 ) 정대( 鄭 大 )라는 자가 있었다. 그는 본래 도적이었다. 정대는 그날 밤 자신의 도당과 함께 냉진 의 재물 몇 수레를 모두 약탈한 후 도망을 갔다. 냉진과 교씨가 아침에 일어났다. 그러나 몸만 남아 길을 떠날 수가 없었다. 이에 동창에 머물며 관가에 호소하여 정대 의 종적을 찾으려 하였다. 하지만 그를 잡을 수 없었다. 어느 날 천자가 조회( 朝 會 )에 나갔다. 그날 대화가 수령이 백성을 학대하는 문제 에 미쳤다. 천자가 좌우에 물었다. 전에 동청이 저지른 죄상을 살펴보니 참으로 강도와 다름이 없었소. 동청이 어떻게 벼슬을 얻었던 것이오? 승상 서계( 徐 階 )가 아뢰었다. 엄숭이 동청을 천거하여 진류 현령으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발탁하여 계림 태수를 맡겼습니다. 짐이 이제야 생각하니 엄숭은 문학( 文 學 )과 이재( 吏 才 )를 갖추었다는 구실로 동청을 천거했소. 그로써 보건대 엄숭이 천거한 사람은 모두 소인이었고, 그에게 공척( 攻 斥 )을 당한 사람은 모두 군자였을 것이오. 천자는 이부( 吏 部 )에 명하여 엄숭이 천거하였던 관리 백여 명을 도태시키게 하였다. 그리고 과거 엄숭의 일로 죄를 입 었던 사람들을 다시 탁용하게 하였다. 그에 따라 간의대부( 諫 議 大 夫 ) 해서( 海 瑞 )로 도어사( 都 御 使 )를 삼고 한림학사 유연수( 劉 延 壽 )로 이부시랑( 吏 部 侍 郞 )을 삼았다. - 김만중, 사씨남정기 <조건> 1) (가)~(다)에서 알 수 있는 사회적 문제를 작품의 내 외적 근거를 들어 각각 해석할 것. 2) (가)~(다)의 문학사적 위상을 각각 설명할 것. 3) (다)를 읽고 학습자가 고전문학 작품의 현대적 의미를 발견하도록 하는 데 적합한 학 습 과제 2 가지를 들되, 그 과제의 의의를 논할 것. [관련 개론서 내용 정리] 가정소설 가정소설이란 가정 안에서의 생활을 주로 표현한 작품을 말한다. 고전 소설 중에는 가정 생 활에 있어서의 모순과 갈등을 드러내는 작품들이 많다. 가정소설 가운데서도 처첩간의 비극 과 전처 소생의 자녀간의 비극을 곡전 소설 작가들은 주로 다루었는데, 가정소설은 고전 소 설의 공통적 주제인 권선징악과 개과천선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하며, 악인들의 음해와 악 행이 탄로되어 징벌을 받거나, 참회하여 선이이 되도록 해 놓았고, 선인은 행복을 되찾도록 결구해 놓았다. 가정소설은 작품의 배경을 가정 내로 할 때, 그 가정은 공동생활을 영위하 기 위한 경제적 공동체로서의 장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작중 인물을 가족 구성원이라고 할 때 그 구성원의 혼인을 전제로 한 부부이거나 그 자녀로 결합된 혈연적 공동체 안에서의 인 - 6 -
적 관계자에 의해 야기된 사건으로 규정할 수 있다. 또한 건전한 가정 윤리를 강조한 것은, 최소의 사회 집단으로서 그 유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윤리적 공동체로서의 가정을 강조하 는 것이다. 가정소설이란 용어는 서구문학의 경우 크게 언급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사정은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여서 가정의 독자를 대상으로 한 읽을거리 정도의 의미만을 가지고 있 다. 그러나 한국문학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한국 고대 소설 중에는 이에 해당하는 작품 들이 많은데, 그들 중에는 본처와 첩 사이의 갈등을 다루고 있는 사씨남정기 와 같은 작 품들이 있고 전처소생과 후처, 혹은 후처 소생 사이의 갈등을 다루고 있는 장화홍련전 콩쥐팥쥐 와 같은 작품들이 있다. 가정 소설은 흔히 적통주의( 嫡 統 主 義 )라는 명분론적 논리를 표면에 내세우고 있다. 고대소설을 황당무계한 것으로 비판하면서 치지도외( 置 之 度 外 ) 했던 조선시대 사대구 계층으로부터도 가정소설만큼은 감계( 鑑 戒 )의 뜻이 함축되어 있 는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던 것은 바로 이 같은 명분론에 힘입은 결과이다. - 조성기, 창선감의록 : 제목은 선한 행동을 널리 드러내고 의에 감동하는 이야기 라는 뜻이다. 명나라를 배경으로 병부 상서 화욱의 세 부인인 심씨, 요씨, 정씨 사이에서 일 어나는 일부다처와 대가족 제도 아래의 가정 풍파를 사건으로 다루고 있다. 첩의 소생 을 처가 시기하여 죽이려 하다가 개과천선하여 결국 가정의 화목을 이루게 된다는 내 용이다. - 작자 미상, 장화홍련전 : 조선 효종 때 평안도 철산에 부사로 부임하게 된 전동흘이 배 좌수와 두 딸 장화, 홍련이 계모의 흉계로 억울하게 죽은 사건을 처리했던 실제 이야기 를 토대로 하여 지어진 작품이다. 전처의 두 딸과 계모 사이의 갈등이 중심을 이루는 계모형 가정 비극 소설인 동시에, 귀신이 나오는 이야기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 작자 미상, 정을선전 : 중국 명나라를 배경으로 하는 국문 소설로, 유소저전 이라고도 불린다. 경상 좌도 계림부에 사는 정을선과 익주 출생으로 계모의 학대 속에서 고난을 겪는 유추연과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작품은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전 반부는 계모의 학대를, 후반부에는 남편을 둘러싼 처첩 간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사씨남정기 교수 학습 내용 1. 지식 사씨남정기 는 김만중이 그의 노모을 위해 지었다는 국문가정소설이다. 이 소설이 본래 국문으로 지어졌음은 김만중의 조카 김춘택이 이 소설을 한역했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알 수 있다. 17세기에 한문으로 창작된 전기소설이 유행한 이후 17세기 후반에 나타난 비교적 긴 길이의 국문소설인 사씨남정기 는 구운몽 창선감의록 소현성록 등과 함께 이후 에 전개될 장편소설의 시대를 열었다. 사씨남정기 는 남 주인공 유연수를 중심으로 본처인 사정옥과 첩인 교채란이 벌이는 처 첩가들이 주요 내용이므로 쟁총형 가정소설로 이야기되어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이 처첩간의 갈등으로 인해 가문의 위기가 닥치고 이것이 해소되는 형식이 후대 가문소설의 구조에 영향 을 주고 있음에 주목하여, 이 소설을 초기 가문소설로 분류하는 학자도 있다. - 7 -
문학을 교화의 수단으로 생각하기도 했던 당시에 사정옥의 덕행을 칭송하며 교채란의 악행 을 징벌하는 이 소설은 가정윤리의 제고에 기여한 작품이다. 만외의 一 樂 亭 記 序 에서는 소위 남정기, 감의록 등 몇 편은 사람을 설득하여 감동하고 분발하게 하는 뜻이 있다. 소설이 비록 가공적으로 꾸며낸 이야기에게 나온 것이지만, 역시 착한 사람에게는 복을 주 고 악한 사람에게는 화를 주는 이치가 있다. 면서 이 소설과 창선감의록 의 효용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존규범의 수호를 주제로 하는 가정소설의 기원은 중국에서 전 래된 열녀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전래된 열녀전은 삼강행실도 열녀편 이나 내훈 등 여성교훈서에 수용되는데, 이후 훌륭한 여인상을 소설적 주인공으로 변형시켜 우리 문학 작품으로 형상화시키게 된다. 본격적인 가정소설은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2. 경험 사씨남정기 는 처가 되고자 하는 첩이 부도덕한 방법으로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고자 하 다가 파멸당하는 처첩갈등을 다루고 있고, 이러한 소재 덕분에 기존의 규범과 체제를 공고 히 하려는 당시 사대부와 부녀자들 사이에서 교화를 목적으로 읽혔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소설은 숙종이 장희빈에 현혹되어, 인현왕후를 폐위한 사건을 비유해서 썼다고 이야기되기도 하는데, 만일 이와 같이 목적을 가지고 이야기가 창작되었다면 소설의 내용은 다르게 읽힌다. 내용은 비록 처첩갈등을 다루고 있지만, 숙종의 마음을 깨우치고자 지은 것 이라는 조선 후기 실학자 이규경의 언급을 따른다면, 사씨를 폐비 민씨에 교씨를 장희빈 에 대응시켜 작품을 해석하게 된다. 이후 김태준도 소설은 필경 숙종의 마음을 감동시켜 폐비 민씨를 다시 복위케하고 임시로 비위( 妣 位 )를 빼앗고 있던 장씨로 다시 희빈을 삼아 방축( 放 逐 )하였다. 며 이를 언급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연구자에 따라 의견이 다르다. 김만중의 유배시기와 창작시기를 추정해 이를 긍정하는 연구자들도 있고, 당시의 소설 유통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불가능하다며 목적소설로서의 가능성을 일축하는 연구자들도 있다. 아무튼 작품을 목적소설로 읽더라도, 작품내용이 당대 처첩체도의 모순을 그리고 있음에는 변함이 없다. 또한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없이 여성의 규범순종과 순응만이 가정을 평화 롭게 이끌 것이라는 주제의식은 작품의 한계로 이야기되고 있기도 하다. 사실 작품은 축첩 제의 모순과 이로 야기되는 명분적 질서의 파탄을 현실적 맥락에서 세밀하고 강도 높게 그 려나가다가 교채란의 자리에 임씨를 대체시키며 축첩제를 옹호하는 것으로 마감함으로써, 축척제의 모순에 대한 비판과 축접제의 승인이라고 하는 상반된 지향의 두 의식을 공존시키 고 있다는 관점도 있다. 물론 이 지향 모두 당대에 공존하고 있던 인식들의 반영일 것이다. 3. 태도 사정옥과 교채란의 성품에 대해 평가해보자. 관점 1: 사정옥은 선한 본성을 교채란은 악한 본성을 타고 났다. 사정옥은 유교적 윤리관에 충실한 어진 아내의 전형이다. 교씨의 모함으로 버림받았지만 선 한 본성으로 어질게 행동해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가정을 회복한다. 반면 교채란은 교활하고 - 8 -
위선적인 인물로 유연수의 첩이었지만, 사정옥을 모함하고 자신이 처의 자리에 올랐다. 또한 동청과 사통하고, 동청이 권력을 잃자 냉진에게로 가고 냉진이 재물을 잃자 기생이 되어 살 다 유연수에게 처형을 당한다. 자신의 아들인 장주의 죽음을 방관한 것, 정처의 지위를 차지 한 뒤 유연수의 몰락에 동조한 것, 동청과 냉진의 사이를 오가는 것, 창기의 신분에 자족하는 것, 다시 재상가의 첩을 꿈꾸는 것 등은 교채란의 편집증적 욕망 추구의 기질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가히 사씨의 남정기는 교씨의 욕망기로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관점 2: 사정옥이나 교채란은 그들이 처한 상황이 만들어낸 선인과 악인이다. 사정옥이나 교채란은 그들이 처한 상황이 만들어낸 선인과 악인이다. 모두들 자신의 욕망에 따라 움직인 것이며,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성격일 뿐이다. 사씨가 첩을 들이기를 권하는 것은 당대에 당연시 여기는 아들없는 처의 도리였던 것이다. 교씨는 미모에 여공( 女 工 )에도 능한 인물이었지만, 상황이 악한 인물로 만들었던 것이다. 아들을 낳지 못할까 전전긍긍했 고, 아들을 낳은 후에도 사씨가 아들을 낳은 뒤 자신의 아들이 필요없는 존재가 될까 두려 워하게 되면서 악행을 저지르게 된 것이다. 후에 첩이 된 임씨 또한 현숙한 덕행을 가진이 라고 하지만, 농사꾼의 아내가 되기 싫다면서도 유연수의 첩은 기꺼이 된 인물이다. 교씨는 가난한 선비의 아내가 되느니 차라리 재상의 첩이 되겠다. 고 말하던 것으로 보아 임씨와 교씨 두 사람도 유사한 점이 있다. 본래 타고난 본성이 달랐던 것은 아니다. 이러한 관점들은 장화홍련전 등 다른 처첩갈등형 가정소설의 인물들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162쪽 ⑵ 시조 세 편 [관련 내용 정리] 시조의 변화 1) 15세기 중엽이후~16세기 (1) 강호시조 자연에 대한 태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자연에 물러가 자신의 심성을 가다듬으며 자연과 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을 표방하는 시조를 가리켜 강호시조( 江 湖 時 調 ) 라고 하며 이러한 유형의 시조는 시조의 흐름에서 두드러진 경향을 보임 1 자연 친화 - 자연과의 조화라는 동양적 전통의 강조 - 9 -
- 새로운 왕조가 흥성하는 기운에 동참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그들의 작품에 내보 이는 자연과의 조화에는 넉넉함이 깃들어 있음 - 이현보의 귀전록( 歸 田 錄 ) : 어부의 즐거움에 비길 만한 한가로운 전원생활을 그린 데서 조화의 넉넉함이 두드러지게 나타남 - 자연과의 조화와 관련한 넉넉한 태도는 이후 자연에 몰입하되 자신의 좌절을 자연과의 친화로 치환하려는 갈등 해소 방식으로서의 시조가 보여주는 은일( 隱 逸 ) 과 대조적 2 은일( 隱 逸 ) - 권호문의 한거십팔곡( 閑 居 十 八 曲 ) 자연에 은거하는 것을 노래했으나 이황이나 이이와는 달리 갈등이 있는 자신의 심경 을 노출하고 있어서, 이후의 작품에서 흔히 드러나는 갈등 해소를 위한 은일 시조가 시작 2) 17세기 (1) 이전 경향 지속 1 전대로부터 지속되어 온 상층인의 태도가 여전히 유지되어 자연친화 와 은일적인 삶 의 표방 이 그대로 지속 - 윤선도 : 산중신곡( 山 中 新 曲 ), 오우가( 五 友 歌 ) 어부사시사 등에서 자연친화 적 삶 표현 6) 19세기 (1) 전문 가객의 등장 1 김천택, 김수정, 안민영, 박효관 등이 가집을 편찬하고 시조 음악의 정비에 힘쓰면서 많은 작품을 창작 2 가객들의 활동은 그 아류를 낳아, 그 결과 시조 장르가 잡가나 민요를 넘나들면서 장 르 간의 뒤섞임을 보이게 되었던 것으로 추정 (2) 기녀 시조 기녀들의 시조 창작은 이미 있었던 일이지만 사랑을 노래하되 직설적이고 본능적인 내용 과 표현을 주저하지 않은 것이 이 시기의 특징 - 10 -
(3) 사설시조의 내용 1 희화적인 내용이나 남녀 간의 음담을 노골적으로 표현 - 평시조의 이형태( 異 形 態 )로서 사설시조가 지닌 형식적 성격이 후기 시조의 해학성과 결합하기 용이했기에 이 시기에 그런 주제의 창작과 향유가 두드러졌을 것임 - 19세기에 이르러서는 신분 계층의 혼란, 음악의 전문화 및 상품화 현상과 더불어 장 르 간의 넘나듦이 초래되고 그 결과 시조의 주제도 매우 다양한 변이를 보이게 됨 - 사설시조는 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으나 격조를 갖춘 내용보다는 희 화적이고 노골적으로 성문제를 표현하거나 감정의 거리낌없는 토로에 이른 것은 조 선 후기의 특징 167쪽 ⑶ 흥보가_작자 미상 [관련 기출 유형] [2000] 7. 다음 글을 반영론적 관점으로 접근하여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지도하려고 한다. 그 지도 내용을 제시된 <조건>에 맞추어 서술하시오.(7점) - 11 -
cafe.daum.net/songkorean <조건> 1. M. H. Abrams의 문학 작품을 보는 네 가지 관점을 제시할 것 2. 반영론적 관점의 의미와 그 성립 근거를 제시할 것 3. 가난한 흥부가 박을 타서 부자가 되는 상황의 설정을 반영론적 관점에서 설명할 것 [2009 2차] 2. 고전 문학에 나타난 골계의 양상과 특성에 대하여 수업하고자 한다. (가)~(다)를 읽고 <조건>에 따라 논술하시오. (30±3줄) [20점] (가)-김병연, <안악성에서 치른 곤욕(過安樂見忤)>(나) 개를 여라믄이나 기르되 요 개 치 얄믜오랴 쉰밥이 그릇그릇 날진들 너 먹일 줄이 이시랴. (다) 여러 자식 놈들이 고기를 붙들고서 낫으로 자를 적에 고기 결을 알 수 있나. 가로 잘라 놓은 모양 서 까래 머리 잘라 놓은 듯, 기둥 밑 잘라 놓은 듯, 건개와 양념들도 별로 수가 많지 않아 소금 흩고 맹물 쳐 서 토정(土鼎)에 삶아 내고 그릇 없어 밥 푸겠나. 씻도 안은 헌 쇠죽통에 밥 두 통을 퍼다 놓고, 숟가락은 근본이 없고, 있더라도 찾겠는가. 적연 물기 안 한 손으로 질통 가에 늘어앉아 서로 주워 먹을 적에, 이 여 러 자식들이 노상 밥이 부족하여 서로 뺏어 먹었구나. 그리 많은 밥이로되 큰놈 입에 넣는 것을 작은놈이 뺏어 훔쳐 큰놈이 빼앗기고, 서로 집어 먹었으면 싸움 아니 하련마는 악을 쓰며 주먹 쥐어 작은놈 볼대기 를 이 빠지게 찧으면서, 개 아들놈 쇠 아들놈 밥통이 엎어지고 살벌이 일어나도, 무지한 저 흥보는 밥 먹느 라 윤기(倫紀) 잊어 자식 몇 놈 뒈져도 살릴 생각 아예 않고, 그 뜨거운 밥이로되 두 손으로 서로 쥐어 죽 방울 놀리는 양, 크나큰 밥덩이가 손에서 떨어지면 목구멍을 바로 넘어 특도 별로 안 놀리고 어깨춤 눈 번 - 12 -
득여 거의 한 말어치를 처치한 연후에, 왼편 팔 땅에 짚고 두 다리 쭉 뻗치고 오른편 손목으로 뱃가죽을 문지르며 밥더러 농담하기로 들어, 여봐라 밥아, 내가 하도 시장키에 너를 조금 먹었으나, 네 소위를 생각하면 대면할 것 아니지야. 세상인 심 간사하여 추세( 趨 勢 )를 한다 한들 너같이 심히 하랴. 세돗집과 부잣집만 기어이 찾아가서 먹다 먹다 못 다 먹어 개를 주며 돝을 주며 학 두루미 때거위를 모두 다 먹이고도, 그래도 많이 남아 쉬네 썩네 하는 것 을, 나와 무슨 원수 있어 사흘 나흘 예상 굶어 뱃가죽이 등에 붙고 갈빗대가 따로 나서, 두 눈이 캄캄하고 두 귀가 먹먹하여 누웠다 일어나면 정신이 어질어질, 앉았다 일어서면 다리가 벌렁벌렁, 말라죽게 되었으되 찾는 일 전혀 없고 냄새도 안 맡히니, 그럴 도리가 있단 말인가. ㅇ라, 이 괴이한 것. 그런 법이 없느니라. 아주 한참 엄하게 꾸짖더니, 도로 슬쩍 달래어, 내가 그런다고 노여워 안 오려느냐. 어여뻐서 한 말이지 미워 한 말 아니로다. 친고( 親 故 )는 이르고 늦 음이 없어 정지후박( 情 之 厚 薄 ) 매였으니, 어찌 서로 이리 늦게 만났는가. 원컨대 서로 떨어지지 말고 지내 보세. 애겨애겨 내 밥이야. 옥을 주고 바꿀쏘냐, 금을 주고 바꿀쏘냐. 애겨애겨 내 밥이야. 밥이 더럭더럭 오도록 새 정을 붙이려고 이런 야단이 없었구나. -신재효 <박흥보가( 朴 興 甫 歌 )> <조건> 1) 골계의 개념을 설명하고, 문학적 발상과 주체의 태도를 중심으로 (가)~(다)의 골계적 특성을 분석할 것. 2) (다)를 제재로 하여 <박흥보가>에 나타난 골계의 양상과 특성을 이해한다. 라는 학습 목표로 수업 할 때 목표 학습 단계에서 할 학습 활동 3가지를 제시하고, 이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학습 효과를 각각 서술할 것. [관련 개론서 내용 정리] 필자는 앞서 판소리 문학교육이 알게 모르게 전제해 온 두 가지 사항(전통문화유산, 판소리 의 서사적 특성에 대한 지식)이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결국 자승자박의 논리에 함몰될 수도 있음을 살폈다. 문학 교육 현장에서, 그리고 일반 대중의 모임에서 판소리가 외면받고 있는 이유의 일단이 여기에도 없지 않다고 보았다. 이에 필자는 판소리계 작품을 제대로 읽어내고 나아가 오늘날 문학 교육 현장에서 그리고 우리 주변에 살아 있게 하는 한 방법은, 판소리계 작품을 통한 인간 탐구, 곧 판소리계 작품에 나타난 인간론에 천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략)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와 관련하여 그 간 가장 많이 해 온 학습은 오늘날의 관점에 서 등장 인물을 비평해 보는 것이었다. 예컨대 선하고 도덕적이며 학식도 어느 정도 있기는 하지만 경제적 감각과 생활 능력이 떨어지는 흥부와 비도덕적이며 인간적 면모를 찾을 수는 없지만 경제적 감각과 능력만큼은 뛰어난 놀부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비교해 보고 오늘날 산업 사회의 시각에서 비평해보는 류의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학습은 등장 인물의 성격 을 파악하면서도 그 성격에 대한 문제적 시각을 통해 비판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 서 의미있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식의 거리 좁히기도 반드시 필요하리라 본다. 그리 고 이러한 아이디어는 이미 신재효본 박타령 에서 제공한 바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식의 학습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 등장 인물의 행위에 대해 비평하는 읽기에 앞서 먼저 공감하는 읽기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비평이란 이미 작품 속 인물 - 13 -
과 거리를 둠을 전제한다. 그러한 거리 두기는 때로는 필요할 경우도 있겠으나 결국 알게 모르게 작품 속 인물들을 오늘날 우리와는 다른 시공간에 생존했던 인물로 머물게 할 것이 다. 애초에 작품 속 등장 인물이 왜 그러한 행동을 했는지 알지 못하고서, 비평하는 일부터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판소리계 작품에는 다양한 캐릭터를 지닌 인물들이 현실 속에서 저마다의 욕망을 드러내며 고뇌하고 좌절하는 한편 즐거워하고 환호한다. 그러한 인물들에 공감해보고 그들의 내면속 으로 깊이 들어갈 필요가 있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하는 물음에 답 하는 과정일 터이고, 판소리계 작품은 그런 물음에 대한 답을 그 나름대로의 시각에서 충분 히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략) [중중모리] 흥보 마누라 나온다, 박흥보 마누라 나온다. 아이고, 여보 영감. 영감 오신 줄 내 몰랐소. 내 잘못되었소. 이리 오시오, 이리 오라면 이리 와. 어디 돈, 어디 돈, 돈 봅시다, 돈 봐., 놔 두어라, 이 사람아. 자네가 이 돈 근본 알겠나? 잘난 사람도 못난 돈, 못난 사람도 잘난 돈, ❶ 베개 너머는 춤 밭는 돈, 돈돈돈, 돈 봐라! 이놈의 돈아, 아나 돈아, 어디 갔다 이제 오느냐. 얼씨구 돈 봐라. 돈, 돈, 돈, 돈, 돈, 돈, 돈, 돈 봐. [아니리] 방으로 들어가서, 여봐라. 이 돈 가지고 쌀 팔고 고기 사서 ❷ 육죽을 ❸ 누그름허게 좀 많이 끓 여라. 그래서 각기 한 통씩 먹어 보자. 자식 다리고 흥보 내외가 한 통씩을 막 먹어 놨던지, 배 가 불러 가지고, 자식들 코 끄트리서 국 ❹ 말국이 ❺ 쇠죽 ❻ 후주국 내리듯 댕강댕강 흐르며, ❼ 고자 배기 잠으로 모다 앉어서 자지. 그 틈을 타 가지고 흥보 마누라가 아이고 여보시오, 영감. 대체 낮에 그 돈이 어디서 났으며, 어디서 그렇게 약주를 많이 잡숫고 오셨소?, 쉬이, 시끄러. 큰일 부터는 비불발설( 秘 不 發 說 )이였다, 잉. 남이 알면 큰일 날 돈이시. 낮에 그 돈이 다른 돈이 아니 라, 우리 고을 좌수가 병영 영문에 잡혔는듸, 좌수 대신으로 곤장 열만 맞으면, 매삯은 한 개에 석 냥씩, 열 개면 서른 냥이요. 낮에 그 돈은 나 말 타고 다녀오라는 마삯 닷 냥일시. 자네 혼자 만 알으소, 에잉? 흥보 마누라 이 말을 듣고, 중헌 가장 볼기품을 팔아 생명 ❽ 구지를 헌다 허니, 하날이 빙 돌고 땅이 툭 꺼지난 듯, 흥부는 매품을 팔기로 약속하고 교통비조로 닷냥을 받아 떡국부터 두 그릇 먹고 막걸리도 두 잔 걸치고 집으로 왔다. 평소 흥부 아내는 힘 없이 집에 앉아 남편이 오는 둥 마는 두 했을 것이고 흥부도 처자식을 제대로 못 먹이고 못 입혀 와 가장 역할도 제대로 못하던 자 신을 한스러워하며 집으로 돌아오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날만큼은 달랐다. 모처럼 돈을 번 흥부는 아내 앞에서 의기양양했던 것이다. 흥부전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흥부는 숫 한 사람이다. 고작 돈 닷냥이지만 훙부는 이때만큼은 자신이 가장 노릇을 했으며 그에 걸맞 는 대접을 받기를 원했던 것이다. 이어서 나오는 돈타령 은 빈민 가장이 모처럼 가장 노릇 을 제대로 하고 있는데 대한 자부심의 표현일 것이다. 돈이란 사람을 일시에 변하게 하는 - 14 -
무서운 위력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흥부 아내도 모를 리 없었다. 돈이 어디서 갑자기 떨어질 리 없다는 것, 그 댓가가 분명히 있으리라는 것 말이다. 흥부가 형 놀부로부터 양식을 얻어 오다 도적들에게 빼앗겼 다는 거짓말도 그의 아내에게는 통하지 않았던 터다. 가난한 삶을 살아가는 동지로서 눈빛 만 보더라도 그들은 서로의 심중을 꿰뚫어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그들 을 짓누르던 사회적 모순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러한 장면 장면들에는 일상생활을 세심하게 일구어가던 그들의 삶이 배어 있으며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이 깔려 있다. 판소리계 작품의 생동감은 바로 이러한 데 근원을 두 고 있다. 그것이 인간탐구와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중략) 인간에 대한 이러한 깊은 조망이 판소리계 작품에 나타난다는 것은 굳이 서사적 당착이나 모순, 장면 극대화나 부분의 독자성, 주에의 이중성의 개념을 들이대지 않더라도 충분히 파 악할 수 있는 일이다. 어쩔 수 없이 모순된 행태를 드러내는 인간살이, 그러한 인간살이에 서 우러나는 감정과 의식의 깊이, 인간을 보는 다면적 시각, 욕망은 욕망대로 드러내면서 인간적 가치를 소홀히 하지 않는 점 등이야말로 판소리문학을 조선 후기 서사 문학의 최고 봉이라 일컫게 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중략) 조선 후기 근대로의 이행기, 판소리의 부상은 새로운 인간론의 부상과 동궤의 현상일 것이 다. 그것은 서민의 부상과도 맥을 같이 한다. 그들의 인간론은 더 이상 고아하고 도덕적인 삶이 인간 삶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인간다움의 가치를 일상의 삶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었다. 판소리계 작품에 이르러 우리는 인간을 인간 그 자체로 볼 수 있는 시각을 획득하게 되었던 것이다. 판소리계 작품에서 도달한 인간론은 오 늘날에도 그 가치를 잃지 않는 인간다움 추구의 시발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판소리계 작품은 인간 탐구 제재로 활용할 때 그 속살을 드러낼 것이고 도한 우 리 주변에 친숙한 모습으로 함께 있게 될 것이다. ⑷ 구복막동( 舊 僕 莫 同 )_작자 미상 173 ⑸ 덴동 어미 화전가_작자 미상 180 [관련 개론서 내용 정리] 조선 후기 가사의 내용 1. 기행 여정 기행가사로 불리는 이 계통의 작품들은 장편인 것이 특징이다. 작가 유배지로 가는 여정이 나 그곳에서의 생활을 중심으로 한 유배가사, 관리가 임지로 부임해 가는 여정에서부터 시 작하여 관할지역을 순행하는 여정을 노래한 가사 그리고 외국에 사신으로 가서 그곳에서 보 - 15 -
고 느낀 것을 여정과 함께 노래한 使 行 歌 辭 등의 작품들이 이에 해당한다. 명종 때 백광홍 이 평안도평사를 제수받아 관서지방을 두루 편람한 뒤 1556에 지은 관서별곡 이 효시이 다. 이에 영향을 받은 송강 정철이 자신의 임지였던 관동지방을 돌아보고 지은 관동별 곡 이 뒤를 이었는데, 이 두 작품은 후대 기행가사의 본보기가 되었다. 유배가사로는 송주석의 북관곡 안조환의 만언사 김진형의 북천가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중국을 다녀와서 지은 홍순학의 연행가 등과 일본을 다녀와서 지은 김인겸의 일동장유가 같은 작품은 사행가사에 넣을 수 있다. 기행의 여정을 노래한 이러한 작품들은 구성 측면에서 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여행의 동기나 목적을 서술한 起, 여정과 여정에서 느낀 소감과 견문 등을 노래한 承, 그리 고 기행지에서의 생활과 느낌, 소감 등을 노래한 轉, 돌아오는 과정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結 의 4단으로 짜여진 것들과, 귀로의 여정이 없이 서사, 본사, 결사의 3단으로 짜 여진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기행의 여정과 정서를 노래한 이러한 기행가사는 조선 후기에 이르러 가사가 장편화하는 데 크게 작용한 것이다. 2. 곤궁한 생활 유학을 정치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의 양반사대부는 도학자로서의 법도를 잃지 않고 생활하는 것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았다. 산수자연을 찾아 호연지기를 키우고, 나물밥을 먹으면서 살 아도, 언제 어떤 상태에 있더라도 도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생활신조였다. 그 러므로 사대부는 어떤 상황에서도 안빈낙도의 정신을 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어야 했으며,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것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그들의 이러한 정신은 이론적으로는 상당히 설득력을 지니는 것이었으나 실제생활에서는 그 렇게 살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작품에서도 그러한 생활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것이 자신의 작품으로까지 형상화되지는 못 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선 전기까지는 안빈낙도를 노래한 작품의 내용과 실제 삶과 는 상당한 괴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임진왜란 이후에는 사회 전체가 경제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게 되자 사대부의 의식 에도 상당한 변화가 일어났다. 공리공론을 내세우는 이론적인 성리학보다는 생활에 도움이 되는 실증학문인 실학이 성행하면서 전쟁 이상의 변화를 겪지 않을 수 없었다. 신분제의 변 동과 새로운 사상의 유입, 상업의 발달 등은 모두 사회를 변화시키는 중심 요인으로 작용하 면서 조선을 지탱해 오던 힘의 균형들이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문학에서는 관념적으로만 노 래하던 안빈낙도의 정신이 엄연한 현실로 묘사되면서 사실주의적인 성향을 띠는 작품들이 나오게 되었다. 박인로의 누항사, 정훈의 우활가, 탄궁가 같은 작품들은 모두 자 신이 처한 경제적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박인로의 누항사 는 누항에 사는 것이 이념적이고 이상적인 차원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 니라 당면한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처음과 마지막 부분에서는 아무리 어려워도 簞 食 瓢 飮 의 뜻을 굽힐 수 없다고 노래는 하지만 굶기를 밥먹듯이 하는 현실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노래하고 있다. 힘들고 어려운 현실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춥고 배고픈 것이라는 사실을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임진왜란의 참혹함을 회상의 방식으로 나타내면서 농 사일을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를 체험적인 차원에서 보여 주어 전기의 양반가사 에 비해 엄청나게 변화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정훈이 지은 탄궁가 역시 누항사 - 16 -
와 같은 종류의 작품인데, 가난한 생활에 대한 핍진한 묘사와 작가의 시점을 정확하게 설정 하고 치밀하게 구상한 작품이다. 신분제가 흔들리면서 경제적인 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되는 조선 후기 사회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3. 부녀의 삶과 한 조선 후기 사회는 대내외적인 요인들로 많은 변화를 겪게 되는데, 그 중 괄목한 만한 것은 여성 작가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작가로 활동한 여성들은 대부분이 양반사대부가 의 사람들이었지만 조선 전기에는 도저히 불가능했던 일 중의 하나였다. 그만큼 조선 전기 에 비해서 여성의 의식이 변화하고, 바깥 출입이 비교적 자유로워졌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 으로 볼 수 있다. 여성들의 참여는 시조보다는 가사에 집중되면서 여러 종류의 작품을 남겼 는데, 내방가사라고도 하는 이러한 가사작품들은 시집살이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신세를 한 탄하는 것에서부터 홀로 지내는 여성의 한을 노래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런 반면에 가정의 화목과 행복을 축원하는 송축가 계통의 노래도 있는데, 주로 통과의례 와 관련된 작품들이 중심을 이룬다. 이와는 성격이 좀 다르기는 하지만 여성 나름대로 풍류 를 즐기는 내용과 기행의 즐거움을 노래한 가사도 지어졌는데, 화전가 계통의 가사는 여 성의 풍류를 노래한 것이고, 유람가 계통의 노래는 기행의 즐거움을 노래하고 있다. 화전가 는 일년에 한번 있는 여성들만의 놀이인 화전놀이에서 불리는 노래이다. 꽃 피고 새 우는 따뜻한 봄날 산으로 나가 꽃을 따서 전을 부쳐 먹으면서 노는 화전놀이는 그 역사 가 매우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데, 놀이의 추제인 여성이 직접 지은 노래가 등장하는 것은 조선 후기이다. 화전가 는 화전놀이를 하는 과정에서 흥을 돋우기 위해서 짓고 읽기도 하지만 놀이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와서 짓기도 했는데, 이것은 그 때의 흥을 오래 간직하 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화전가 는 한 사람이 짓기도 하고, 여러 사람이 함께 짓기도 했 는데, 한 사람이 먼저 지으면 그것에 대한 답가 형식으로 짓기도 했다. 이 작품에 대하여 답가로 지은 것 중에는 화전놀이를 조롱하는 내용도 있는데 이에 대해 그것을 다시 꾸짖고 훈계하는 노래를 짓기도 했다. 여성들이 겪는 생활의 체험을 주로 노래하는 가사에는 시집살이의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화 자의 신세가 처량함을 한탄하는 한탄류의 노래도 있다. 여기에는 친정부모를 그리워하는 사친가 등이 있으며, 남편과의 사별을 소재라 하거나 노처녀가 겪는 규중의 한을 노래 한 노처녀가 같은 작품들이 있다. 그리고 여성의 삶 중에서 대단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 하는 것으로 가정에서 치르는 통과의례가 있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누구나 치르 는 의례인데, 백일잔치, 돌잔치, 생일, 혼인, 회갑잔치, 장례 등이 그것이다. 장례를 제외하 고는 모두 즐거운 일이기 때문에 송축하는 내용을 된 노래를 지어 부르는데, 이러한 송축가 에는 자녀의 장래를 축복해 주는 농장가 등이 있고, 부모의 회갑이나 회혼을 맞아 축수 하는 獻 壽 歌 같은 작품들이 있다. 조선 후기에는 여성들의 여행도 상당히 활발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기행의 즐거움을 노래한 가사로는 관동팔경유람기 등의 작품을 들 수 있다. 내방가사가 이처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었던 것은 조선 후기 사회가 크게 변화한 때문인데, 가사의 변모양상을 통해서도 당시 사회의 변모를 짐작할 수 있다. - 17 -
cafe.daum.net/songkorean 5. 근대 문학의 출발 [개화기~1920년대] ⑴ 무정_이광수 190 [관련 기출 문제] [2003] 10.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총 8점) 10-1. 작품의 구조가 작가 의식과 긴밀히 관련된다고 할 때, 작가 의식과 관련하여 이 작품 에 나타난 인물 관계의 구조적 특성을 예를 들어 서술하시오. (4점) 10-2. 다음의 관점에서 위 작품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가르칠 때 유의할 점을 문학사적 연 속성과 작품 자체의 평가 문제와 관련지어 기술하시오. (4점) - 18 -
[2011] 37. (가), (나)의 문학사적 평가에 따라 무정 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가) 무정 은 그 뚜렷한 언어 의식에 의해서 한국문학사상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이광수의 여러 작품들이 그 의 불투명한 논리 전개와 구성의 미비, 그리고 마침내는 그의 비극적인 친일 때문에 신랄하게 비판되고 있기는 하지만 무정 은 그것이 최초로 한글로 씌어진, 아니 한글 문체를 처음으로 완성시킨 작품이라는 점에서 지울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중략) 무정 이 문학사에서 중요하게 취급될 또 하나의 이유는 그것이 최초의 연애소설이 라는 데 있다. 구( 舊 ) 가족 제도의 표상으로 그려지고 있는 박영채와 자유연애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이형식과 김선형 사이의 삼각관계는 당대 사회의 풍속적 갈등을 가장 예리하게 포착한 설정이며, 옛날의 가치 제도와 새 가치 제도 사이의 찢김을 그대로 드러낸다. (나) 무정 에서 봉건적 속박에 대한 막연한 형상과 관념적인 반항은 작가 이광수의 허위의식과 이에 기반한 당 대 현실의 추상적 인식에 근거한다. 이 점은 이해조가 1900년대의 신소설에서 낡아 빠지고 생명력을 상실한 봉 건제도와 봉건적 인물의 부정적 형상을 구체적인 일상생활 속에서 특정 사건을 통해 세밀하게 그려 낸 것이나 이인직이 봉건적 억압에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초기 부르주아의 형상을 조선조 말기의 정치 경제적 모순 속에서 그린 것과 비교해 볼 때, 갈등의 긴박성과 사실성에서 현저히 뒤진다. 그리고 이는 곧바로 이광수가 내세운 반 봉건 의 허약성과 그가 부르짖은 근대화의 허구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1 (가) : 무정 에서 한글 문체가 완성되었다고 평가한 것은 무정 이 고어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였지만 ~다, 현재 진행형, 과거형 등을 지배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2 (가) : 무정 이 당대의 풍속적 갈등을 포착했다고 평가한 것은 이형식이 박영채와 정 혼한 사이지만 김선형을 선택하는 과정을 통해 구 가족 제도의 모순과 자유연애 사상 을 제기한 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3 (나) : 무정 에 드러나 있는 현실 인식이 추상적이라고 평가한 것은 무정 에서 이형식 이 직접 계몽적 이념을 토로하는 방식을 취하면서 민족적 자주성 회복을 강조했다는 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4 (나) : 무정 에 반봉건성의 허약성이 드러난다고 평가한 것은 이인직, 이해조가.은세 계.,.빈상설. 등의 작품에서 봉건 제도의 모순을 문제 삼았을 때 보여 준 사실성과 긴 박성이 무정 에는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5 (가), (나) : 무정 의 구성이나 갈등 제시에 문제가 있다고 평가한 것은 이형식이 인습 에 대한 반항과 문명개화를 주장하면서도 이를 관념적으로 인식하고 있어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 19 -
⑵ 만세전_염상섭 196 [관련 기출 문제] [2009 모의 2차] 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20점] (가) -김소월, 길 - (나)-고은, 문의( 文 義 )마을에 가서 - (다) 부두를 뒤에 두고 서편으로 꼽들어서 전찻길을 끼고 큰길을 암만 가야 좌우편에 이층집이 쭉 늘어섰을 뿐이요, 조선 사람의 집이라고는 하나도 눈에 띄는 것이 없다. 얼마도 채 못 가서 전찻길은 북으로 꼽들이 게 되고 맞은편에는 극장인지 활동사진인지 울그데불그데한 그림 조각이며 깃발이 보일 뿐이다. 삼거리에 서서 한참 사면팔방을 돌아다보다 못하여 지나가는 지게꾼더러 조선 사람의 동리를 물어 보았다. 지게꾼은 한참 망설이며 생각을 하더니 남쪽으로 뚫린 해변으로 나가는 길을 가리키면서 그리 들어가면 몇 집 있다 한다. 나는 가리키는 대로 발길을 돌렸다. 비릿하기도 하고 고릿하기도 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해산물 창고 가 드문드문 늘어선 샛골짜기를 빠져서 이리저리 휘더듬어 들어가니까, 바닷가로 빠지는 지저분하고 좁다 란 골목이 나타났다. 함부로 세운 허술한 일본식 이층집이 좌우로 오륙 채씩 늘어섰는 것이 조선 사람의 집 같지는 않으나 이문 저문에서 들락날락하는 사람은 조선 사람이다. 이집 저집 기웃기웃하며 빠져나가려 니까, 어떤 이층에는 장고를 세워 놓은 것이 유리창으로 비치어 보인다. 그러나 문간에는 대개 여인숙이라 는 패를 붙였다. 잠깐 보기에도 이런 항구에 흔히 있는 그러한 너저분한 영업을 하는 데인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아침결이 돼서 그런지 계집이라고는 씨알머리도 눈에 아니 띈다. 쓸쓸한 거리를 이리저리 돌다가 그 여인숙이란 데를 한 집 들어가 보고 싶은 호기심이 불쑥 났으나, 찻시 간이 무서워서 발길을 돌쳤다. 다시 큰길로 빠져나와서 정거장으로 향하다가, 그래도 상밥 파는 데라도 있으 려니 하고 이 골목 저 골목 닥치는 대로 들어가 보았다. 서울 음식같이 간도 맞지 않을 것이요 먹음직할 것 도 없겠지마는, 무엇보다도 김치가 먹고 싶고 숟가락질이 하여 보고 싶어서 찾아다니는 것이다. 그러나 조선 사람 집 같은 것은 그림자도 보이지를 않는다. 간혹 납작한 조선 가옥이 눈에 띄기에 가까이 가서 보면 화방 을 헐고 일본식 창들을 박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나 우스운 것은 얼마 되지도 않는 좁다란 시가이지마는 큰 길이고 좁은 길이고 거리에 나타나는 사람의 수효로 보면 확실히 조선 사람이 반수 이상인 것이다. 대체 이 사람들이 밤이 되면 어디로 기어들어 가누? 하는 생각을 할 제, 큰 의문이 생기는 동시에 그 불쌍한 흰옷 입은 백성의 운명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 는 것이었다. -염상섭, 만세전 - 4-1. (가)~(다)는 <보기>를 참고로, 길 모티프 중심의 통합 수업을 하기 위해 선정한 제재 이다. 아래 <조건>에 따라 (가)~(다)의 길 모티프 를 각각 분석하여 길 의 상징적 의 미를 파악한 다음, 모티프 중심 통합 수업의 의의를 가치 있는 경험의 확장 이라는 문 학 교육의 목적과 관련하여 논술하시오. [10점] 가. <보기> 문학은 인간의 가치 있는 경험을 언어를 통해 예술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무엇을 인간의 가치 있는 경 험으로 볼 것인가를 명확하게 규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인류 역사 속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면서 삶에 - 20 -
의미를 부여해 온 경험이라면 가치 있다 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문학 작품 속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제시되는 사물, 행위, 사건의 최소 단위를 모티프라고 부른다. 모티프는 인간의 보편적인 관심사이면서 개 별적인 특성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제론적 관점에서 문학 작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모티프에는 사랑, 입사, 변신, 꿈, 금기 위반, 낙원 상실, 희생양, 거울, 아비 찾기, 형제 갈등, 길, 귀향 등이 있다. 나. <조건> 1) (다)의 경우, 작품 전체를 대상으로 할 것. 2) (가)~(다)의 길 모티프 를 분석할 때 구체적인 예를 제시할 것. 3) 답안은 20줄(±2)로 쓸 것. [2002] 8.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총 9점) (가) 하여간 이방을 면하여야하겟다. 지긋지긋한 듯이 방안을 휘익돌아다보앗다. 어대던지 여 행을하랴는 생각은 벌서 數 朔 전부터의 계획이엇지만 여름에 한번 놀아본, 신흥사에도 간다는말 뿐이요 이때껏 실현은못되엇다. 1어대든지 가야하겟다. 세계의 끝까지. 무한에. 영원히. 발끝자라는대까지. 무인도! 西 伯 利 亞 의 荒 凉 한벌판! 몸에서 기름이 부지직 부지직타는 南 洋! 아 아. 나는 그림엽서에서본 울울한삼림, 야자수밋안즌 나체의 만인( 蠻 人 )을 생각하고 통쾌한 듯이 어 깨를 으쓱하얏다. 단일분의정거정도아니하고 땀을 벌벌흘리며 힘잇는 굿센숨을 헐덕헐덕쉬이는 풀스피드 의 기차로 영원히 달리고 싶다. 이것이 나의 무엇보다도 갈구( 渴 求 )하는바이엇다. 만일 타면, 현기가 나리라는 염려만업섯스면 비행기! 비행기! 하며 혼자조하하얏슬지도몰랏다. (염상섭, 표본실의 청개구리 ) (나) -채만식. 역로 - 8-1. 다음 <보기>를 참고하여, (가)의 화자가 밑줄 친 1의 생각을 품게 된 이유를, 만세 전 의 내용을 근거로 120자 내외로 설명하시오. (3점) <보 기> 표본실의 청개구리 의 주인공은 강렬한 현실 일탈 욕망을 지닌 인물이다. 당대 조선 현실에 대 한 강한 부정의식이 그 같은 일탈 욕망을 키웠을 것이다. 그러나 다만 추측일 뿐 우리는 이 작품에 서 그가 부정하는 그 현실의 구체적 양상을 확인할 수 없다. 이 작품의 발표 다음 해 묘지 라는 제목으로 선생활 에 그 첫 모습을 드러내었던 만세전 에서 그가 부정했던 당대 현실의 구체적 양상들을 만날 수 있다. - 21 -
[개론서 내용 정리] 염상섭의 만세전 은 전체 9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1 동경 유학생인 나 는 기말시험 도중 아내의 위독 전보를 받고 귀국을 서두른다. 자주 다니던 술집에 들러 일본 여자인 정자( 精 子 )를 만난다. 2 동경에서 기차를 타고 신호( 神 戶 )에 들러 음악학교에 휴학 중인 동포 을라( 乙 羅 )를 만 나 본다. 3 기차로 하관( 下 關 )까지 와서 연락선을 탄다. 4 연락선에서 내려 부산에 도착한다. 5 부산에서 술집에 들러 시간을 보낸다. 6 기차를 타고 김천에 도착, 형의 마중을 받는다. 7 서울에 도착, 죽어가는 아내를 만난다. 8 서울에 묵으면서 집안의 분위기를 살피고, 을라와 사촌형과의 관계를 알아본다. 9 아내가 죽고, 정자에게 편지를 쓰고, 서울을 떠나 동경으로 향한다. 이상을 요약하면 작중서술자이자 관찰자인 나 는 동경 신호 배 안 부산 김천 서울 다시 동경으로 이어지는 여로의 기본 구조 안에 있다. 그러나 나 의 동경 서울로 이어지는 여로의 과정은 단순한 기행의 순차적 진행에 있거나 식민지 지식인인 나 의 눈에 비친 당대 현실의 파노라마적 진열이나 관찰의 기록에 머물지 않는다. 작중화자인 나 는 관찰나나 서술자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관찰되고 서술된 사건의 뒤엉킴과 얼크러짐 속에서 자신의 삶의 이념이나 가치, 또한 그러한 양태에 대한 자신의 행 동양식을 파악하고 있다.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귀국하였다가 아내의 장례를 치르 고 다시 동경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이 소설 서사구조의 골격이지만, 문제는 개인적인 사건 과 사회가 어떻게 이어지는가이다. 만세전 의 서사 단락은 표면적으로는 동경 서울 사 이의 거리의 단락으로 끊어져 있지만, 이를 이어 주는 것은 작중화자 나 가 보고 겪게 되는 사실과 그 사실들에서 나 와 팽팽히 이어지고 결속되는 상황의 내적 긴장관계에 있다. 이 작품은 이렇게 동경에서 서울로 왔다가 다시 동경으로 돌아가는 여로형의 서사구조로 되 어 있고, 이 여로의 과정에서 책방도련님이자 동경 유학 지식인인 주인공 이인화의 눈에 비 친 식민지 현실에 대한 관찰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그 관찰은 그저 파노라마적인 나열이나 기록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을 바라보는 지식인의 태도에서 이 작품은 자기 해부 와 지식인의 각성을 암시하고 있다. 만세전 의 서사구조는 무엇보다도 1~9로 이어지 는 여정이 단순한 기행이나 관찰자로서의 그것이 아니라 식민지 현실의 발견 과 자아의 각 성 의 도정이라는 점에 그 두드러진 특성이 있다. 주인공 이인화의 갈등은 자아의 세계화, 즉 사회화( 社 會 化 )의 과정이었다. 그러므로 주인공 이인화가 동경을 떠나 부산, 김천, 서울을 거쳐 다시 동경으로 향하는 서 사구조는 원점회귀 가 아니라 지배국과 피지배국, 문화 전달자와 수용자 사이의 새로운 관 계 정립을 위한 출발 의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정자에 대한 나 의 태도 변화는 다소 이지적인 그녀에 대한 친애감의 한계를 스스로 확인하게 된 데 의미가 있다. 다소 유탕하고 감상적이었던 그의 감정이 정리되고, 정자도 을라도 아닌 더욱 현실적이고 본질적인 것에 대한 열망과 희구로 변한 것이다. - 22 -
또한 주인공이 아내의 죽음이나 묘지로 파악된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단순한 지배자-피지배자 의 흑백논리로만 보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신소설과 이광수의 작품들에서 볼 수 있었던 추상적 인 현실인식의 태도를 극복하고 있다. 일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나 증오, 조선의 현실에 대한 막연한 애정이나 혐오, 주인공은 그 어느쪽에도 감당하지 않은 채 자아와 세계 사이에 감추어 진 현실을 들추어내고, 그 현실 속에서 자신의 삶의 이념이나 가치를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만세전 은 신소설 이후의 중요한 주제를 하나로 다져 복잡하면서도 통일된 예술적 구 조 로 만들어 냈으며, 삶이 우연이 아니라 필연적인 연관 속에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러한 미적 구조의 성숙은 3.1 운동을 중심으로 한 역사, 사회 의식의 성숙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 서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⑶ 초혼( 招 魂 )_김소월 202 [관련 개론서 내용 정리] 본고에서는 시적 화자의 교육적 의미를 중점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독자들이 우리 서정시 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시인의 다양한 목소리가 지니고 있는 의미를 설명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우리 시문학사에서 대표적인 서정시인의 한 사람인 김소월의 시를 선 택하였다. 그리고 이 중에서, 교육 현장에서 자주 언급되는 작품 세 편을 골라, 시적 화자를 분석하고 그 교육적 효용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1. 대상화된 화자 산유화 전통적으로 서정시는 시인의 정서를 직접 드러내는 방식을 취하거나, 다른 대상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여 표현하는 방식을 취한다. 서경시는 이런 서정시의 정서 표현 방식 중에서 자연 대상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는 형태를 취한다. 즉 객관적으로 묘사되는 객체로서의 자연이 아니라, 시인의 주관이 개입된 자연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 자연은 그것을 바라보고 묘사하는 시인의 다른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산유화 는 이런 서정시의 대표적인 형태로, 그 동안 여러 교육 현장에서 자주 언급된 작품 이다. 또한 가곡으로 널리 불려져서, 대중적으로도 사랑을 받고 있는 시이다. 그런 만큼 그 해석을 둘러싸고 논란도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저만치 라는 시어를 중심으로, 그 중의성( 重 義 性 )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작품이기도 하다. 먼저 산유화 를 읽어보고, 이 시에 나타난 시적 화자를 분석해 보자. - 23 -
이 시는 꽃이 피었다가 지는 자연 현상을 노래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시인이 자신의 감정을 직접 토로하지 않고, 꽃 이라는 객관적 상관물을 통해 감정을 객관화시키는 방식을 쓰고 있 다. 이런 방식은 현대시뿐만 아니라 고전 시가에서도 널리 쓰였던 시적 기법으로, 시인이 자신의 외로움을 서술하는 경우에 직접적으로 외롭다고 서술하지 않고, 자기의 외로움과 유 사한 사물이나 상황을 빌어 간접적으로 제시하는 형태를 취한다. 이 시가 깊은 산 속에 홀로 피었다가 지는 산유화 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 다는 말이다. 자연의 산유화를 통하여 시인과 시인이 속한 우리 민족의 삶의 모습을 비유적 으로 나타내고 있다. 즉 꽃 으로 표현된 이들은 현실적인 영욕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살고 있는, 그러면서도 제 자신의 삶에 만족하면서 살고 있다. 이를 통하여 가장 맑고 순수 하게 살고 있는 산유화 같은 우리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시를 감상함에 있어 주목하고자 하는 바는 이런 내용을 누가 진술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먼저 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접근 태도는 지나치게 피상적이다. 좀더 구체적 으로 살피기 위해서 시에 진술된 바에 충실하게 접근해 보자. 시에 형상화되고 있는 주된 대상은 꽃 이다. 그리고 이 꽃과 같이 살고 있는 새 를 만날 수 있다. 이것들은 시의 표면 에 직접적으로 제시된 존재이다. 이런 시적 대상을 시의 서술 주체로 보는 태도 역시 피상 적인 접근 태도다. 이와는 다른 관점에서 2번째 연을 다시 읽어보면, 저만치 떨어져 있는 꽃을 보는 또다른 주체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주체는 저만치 있는 꽃과 산새를 바라보고 있다. 꽃과 산새를 바라볼 뿐만 아니라 그것들과 같은 위치에 있는 주체이다. 그리고 이 주체는 궁극적으로는 이런 자연 대상이 누리고 있는 삶의 방식에 동감을 표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이 시의 화자는 저만치 라는 시어에서 추적할 수 있는 주체이다. 달리 말하면 은폐된 주체에 의해 꽃과 산새가 노래되고 있다. 이런 방식을 통하여 주체 또는 시인 자신의 감정 이나 정서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안분 자족하는 삶, 자연적인 삶,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삶의 자세가, 이 시의 주체가 살고자 하는 삶이다. 이처럼 이 시의 시적 화자는 자연 대상을 바라보는 존재이며, 그 자신도 이런 존재적 삶의 한 부분이 되고 있다. 이 시의 시적 화자는 객관적인 존재 즉 대상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 다. 그리고 이런 시적 화자를 찾아가는 여행을 제대로 할 때만이, 이 작품의 의미가 온전히 살아날 수 있다. 그의 대표작 중에서 자연 대상을 노래하고 있는 시인 산 이나 길, 왕 십리 등의 시적 화자가 이와 같이 대상화되고 있다. - 24 -
2. 정서를 표출하는 화자 진달래꽃 진달래꽃 은 1925년 매문사에서 발행된 김소월의 대표적인 시집의 표제작이자, 우리 교육 현장에서 가장 널리 가르쳐진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은 우리 시가 전근대적인 계몽성을 탈 피하고, 본격적인 현대시의 모습(정서, 시정신, 시어 등의 측면에서)으로 바뀌게 되는 시기 의 전형적인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즉 1910년대 최남선과 이광수가 주도하던 신체시 운 동의 집단적, 계몽적 성향과, 1920년대 초반의 감상성(sentimentalism)을 어느 정도 극복하 는 수준을 보인 작품이다. 이처럼 이 시는 시사적 의미와 교육적 위치에 있어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반복적인 리듬과 음악성을 지닌 시어를 구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하여 임을 보내고 싶지 않 은 주체의 정서를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진달래꽃 을 읽어보고, 이 시에 나타난 시적 화자를 분석해 보자. 이 시는 나 를 버리고 떠나려는 임에 대한 이별의 정을 노래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시는 낭만주의 시 일반이 보이는 감정의 과잉과 과장의 미학이 잘 나타나 있다. 즉 이 시는 시적 화자인 나 가 임이 떠나는 발길에 꽃을 깔아준다는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기보다는 이별의 순간에 느끼는 감정을 과장하여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시적 과장은 사실과는 관계없 이 구사되어, 나름의 미적 효과와 감동을 주기도 한다. 우리가 자기를 버리고 가는 임에 대하여 취할 수 있는 보편적인 태도는 무엇일까? 일반적으 로 우리는 애걸하고, 원망하고, 저주하고, 심하면 횡포를 저지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시에 서의 시적 화자는 이와는 다른 태도를 취한다. 그것은 체념이다. 그래서 이 시의 화자는 체 념의 태도를 취하여,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고 노래 하고 있다. 이런 자세는 감정보다는 이성에 바탕을 둔 것이며, 사랑을 잃더라도 인간적으로 는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확신에서 나올 수 있는 행동이다. 이런 행위를 통하여, 시인은 이별의 슬픔을 극복하고, 이를 승화시키고 있다. 이런 자세를 - 25 -
유지하고, 이처럼 행동할 수 있는 시적 화자는, 시의 표면에 나 라는 모습으로 나타나 있다. 그리고 이 시의 시적 화자는 시에서 노골적으로 이와 상대인 임 과의 관계를 드러내어 설 명하고 있다. 아울러 이 상황에서의 정서도 직접 기술되고 있다. 즉 이 시에는 시인 자신의 감정(이별을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하는 심정)이 직접적으로 토로 되고 있다. 나 보기를 역겨워하는 임 을 보내면서,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라는 감 정이 직접 서술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앞장에서 살핀 산유화 의 꽃 이나 새 와 는 달리 이 시의 자연 대상인 진달래꽃 은, 직접 이야기를 하는 시인 자신이 임에게 자신의 정서를 전달하는 한 도구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런 서정시의 시적 화자는 자기 감정을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하는 한계도 보인 다. 물론 이런 한계는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가장 강렬한 감정의 진솔한 표현이라는 평가도 가능하다. 이런 시적 화자의 모습을 보이는 초혼 의 부분을 읽어보자. 이 시는 서정시의 일반적인 특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 즉 내 라는 시적 화자의 억제할 수 없는 감정을 직접 서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하여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말을 꾸밈없이 독자 에게 직접 전하고 있다. 김소월의 시 대부분이 이 부류에 속한다. 특히 대표적인 작품으로 는 못 잊어, 개여울 등이 있다. 3. 이야기하는 화자 접동새 서정시는 앞의 장에서 살펴본 산유화 나 진달래꽃 과 같이 시인이라는 주체의 정서를 표 현하는 양식이다. 이밖에도 시의 종류에는 서사적인 주인공의 삶(사건)을 서술하는 서사시, 인물간의 갈등을 통해 사건의 극적 전개 과정을 보여주는 극시 등이 있다. 그러나 근대 이 후에 서사시가 그 고대 서사시의 전통을 상실하면서, 서정시에 서사적인 사건이나 이야기가 도입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와 같은 경향을 보이는 시들은 그 동안 담시(ballad), 서술시, 이야기 시 등으로 불려졌고, 그 의미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깊은 탐구가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즉 전통적인 서정시의 표 현 방식과는 달리, 서정적 주체의 정서를 표현하기 위하여 인물이나 사건을 제시하고, 궁극 - 26 -
적으로는 그것에서 느끼는 독자의 정서를 전달하는 미적 효과를 꾀하는 시 경향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런 시의 일반적인 특성은 서술자(narrater)에 의하여 시의 내용이 서술되고, 주인공이나 등장 인물의 역할을 하는 인물들에 의해 이야기와 사건이 전개된다. 이 경우 서술자가 시에 표면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은폐되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여기서는 김 소월의 접동새 를 통하여 이런 시의 화자에 대하여 알아보자. 이 시는 설화에서 소재를 끌어와서, 그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이 설화는 우리 나라 북부 지방에 널리 퍼져 있는 장화홍련전 의 모티브를 수용하고 있는 설화로, 계모가 전처 소생 들을 구박하는 이야기이다. 선과 악의 갈등과 그 해결에 초점을 맞추어 권선징악( 勸 善 懲 惡 ) 을 내세우고 있는 이야기 중에서, 이 시는 많은 부분을 생략하여 죽은 누나와 살아 있는 동 생들의 관계를 중심으로 재구성되어 있다. 이런 일화를 통하여 어머니 상실 의식으로 대표되는 한의 정서와 비애를 잘 표현한 작품이 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5연의 야삼경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 이산 저산 옮아가 며 슬피 웁니다 라는 부분을 중심으로, 이 시를 정한( 情 恨 )의 세계로 분석하기도 한다. 이런 정한의 정서는 일제에 강점당한 식민지 지식인의 허무 의식과 비판적 지성인들의 삶을 표현 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시에서 우선 주목되는 인물은 죽어서 접동새 가 된 누나 이다. 여기서 접동새 는 누나의 - 27 -
또다른 실체이자 그 정서를 나타내는 객관적 상관물의 역할을 한다. 또 이 누나를 일찍 돌아 가신 어머니로 생각했던, 그래서 누나를 잃은 슬픔에 젖어 있는 동생들이다. 시의 표면에는 이 두 인물군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시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 은 누나와 누나를 잃은 불쌍한 동생들의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이 시를 효과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죽은 누나와 살아있는 동생들의 관계를 제대로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이 시의 화자는 우선 누나 라고 부를 수 있는 상대자라고 볼 수 있다. 시의 화자는 아 홉 명의 동생들이거나, 그 중의 하나이다. 이렇게 보면, 이 시는 동생들이 누나를 그리워하 면서 부른 노래가 된다. 동생들은 시적 화자의 역할만을 한다. 그리고 누나는 화자의 대화 상대, 이야기 상대가 되며, 이 비극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다. 이와는 달리 누나 를 가족 관계 사이에서 불려지는 호칭이 아니라, 일반적인 관계 사이에서 불려지는 호칭으로 볼 수도 있다. 이 시에 등장하는 누나와 동생들의 관계와 그들의 이야기 는 시의 객관적인 대상이다. 그리고 은폐된 시적 화자가 이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는 것이 다. 즉 시의 표면에서 찾을 수 없는 화자, 그 이야기를 알고 있는 인물에 의하여 누나와 동 생들의 이야기가 전달되고 있다. 이 시에는 불설워, 못 잊어 라는 감정이 직접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서 서 술은 기본적으로는 시적 화자의 정서 서술이라고 볼 수는 없다. 불설워 라는 감정은 동생들 이 느끼는 정서를 표현한 것이며, 못 잊어 는 누나가 느끼는 것이다. 시의 등장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이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감정 서술이 화자와 무관한 것은 아니다. 어느 순간에 이 감정은 시적 화자의 것이 되며, 이 시를 읽는 객관적인 독자의 정서가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화자는, 널리 알려져 있는 설화나 이야기를 시적 제재로 삼는 시에서 나타 난다. 이 시는 구체화되지 않아도 되는 시적 화자를 설정하여, 자신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 를 전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궁극적으로는 독자에게 이 이야기가 주는 의미를 느끼도록 하 고 있다. 그리고 이런 시적 화자의 모습은 김소월의 시 춘향과 이 도령, 옷과 밥과 자유 등에서 만날 수 있다. - 28 -
6. 근대 문학의 전개 [1930년대~광복 이전] 이 시기의 문학 양상 208 ⑴ 여우난골족_백석 210 [관련 기출 문제] [2009학년도] [33~34] 다음 시를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나는 北 關 에 혼자 앓아누워서 어느 아침 醫 員 을 보이었다. 의원은 如 來 같은 상을 하고 關 公 의 수염을 드리워서 먼 옛날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짚더니 문득 물어 고향이 어디냐 한다. 平 安 道 定 州 라는 곳이라 한즉 그러면 아무개씨 고향이란다. 그러면 아무개씰 아느냐 한즉 醫 員 은 빙긋이 웃음을 띄고 莫 逆 之 間 이라며 수염을 쓴다.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 醫 員 은 또다시 넌지시 웃고 말없이 팔을 잡아 맥을 보는데 손길이 따스하고 부드러워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백석, 고향 - 34. (가), (나)는 위 시와 관련된 비평 자료이다. 이들 자료에 나타난 시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르게 파악한 것은? (가) 그의 시인 의식은 민족주의 정신 으로 요약할 수 있으며,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그 가 선택한 방향은 모국어 정신의 탐구 이다. 이것은 상실되어 가는 고향 의식을 회복하고 제국주의 문화를 극복하려는 그의 현실 인식과 민족 역사에 대한 따뜻한 긍정 의식의 소 산이다. 그는 이러한 정신을 시의 그릇에 담아 우리에게 전달함으로써 전통적인 한국인의 삶의 자세 또는 인생관의 가치를 맛보도록 해준다. (나) 그의 작품에는 주의의 인물 및 하찮은 사물에 대해서도 섬세한 시선과 관심을 보이 는 관찰자로서의 화자가 존재한다. 한편 다채로운 음식어, 놀이와 풍물의 묘사는 평북 방 언의 구사와 함께 생소함의 미학적 효과를 구현한다. 이처럼 그의 시는 감각적이고도 정 서적인 어휘의 구사, 압축과 절제로 통어되는 시상 전개, 전경화된 사건의 서술과 서사적 구성과 같은 시적 방법에 의해 시의 심미성을 강화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 29 -
1 (가)는 작가의 체험을 통해 작품에 반영된 세계상을 해명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2 (나)는 독자에게 미치는 작품의 효용을 강조하여 독자의 해석을 중심으로 작품을 이해 하고 있다. 3 (가)와 (나)는 공통적으로 시에 나타난 현실인식의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작가의 내면 세계의 표출로서 작품을 이해하고 있다. 4 (가)가 작가의 정신세계와 작품의 관계를 중시한다면, (나)는 작품의 미적 구조와 형상 화 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5 (가)는 작가의 창작 동기를, (나)는 작품의 양식을 중심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모두 작품 자체의 의미를 비본질적인 것으로 여기고 있다. [관련 개론서 내용 정리] 사건 표상을 통한 서정성 획득 백석 백석은 1912년 평북 정주에서 출생하여 정주 지역의 명문인 오산학교를 졸업하고, 1929년 조선일보 의 후원으로 일본에 유학하여 청산학원에 입학하여 영문학을 전공한다. 그후 1935년 귀국하여 조선일보 의 기자, 함흥 영생학원의 교사, 다시 조선일보 에서 운영하던 여성 의 편집일을 하다가 1939년 신경으로 망명하여 활동한다. 그리고 해방 후에는 귀국 하여 북에 머물게 된다. 그의 시에 대한 연구는 최근에 비교적 활발히 이루어졌다. 백석은 일본에 유학하고 돌아온 후인 1935년부터 조선일보 의 기자로 근무하면서 본격적 인 작품 활동을 하는데, 초기에는 일화( 逸 話 )와 같은 이야기를 발표한다. 즉 1935년 7월 1 일부터 20일까지 6회에 걸쳐 양아들에게 학대받다가 그들에게 버림을 받고, 오히려 새로운 삶과 자유를 누리는 맹인 노파와 허리 병신인 영감의 이야기인 마을의 유화 를, 그리고 8 월 11일부터 25일까지 7회에 걸쳐 닭을 놓고 벌이는 마을 사람들의 사소한 다툼과 인간의 심리를 그린 닭을 채인 이야기 같은 소품들을 발표한다. 이후 8월 31일 정주성 이라는 시를 조선일보 에 발표하면서 약 90여편의 시를 발표한다. 이같은 그의 시작품은 고향의 문제와 연관된 소재들을 중심으로 나름의 독특한 세계를 보여 주고 있는데, 여기서는 이런 시들을 담론 체계로서의 빠롤(parole)에 해당하는 방언의 사용, 민중적 세계관을 표현하는 풍물 기행, 의식의 양면성과 표현의 양면성의 측면을 중심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이는 본고가 의도하는 서술시의 한 측면을 살피는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 이며, 이를 통하여 백석이 획득하는 시세계의 실체도 파악될 것이다. 즉 서사적인 측면을 중요시했던 백석이 보여주는 담론 체계로서의 시가 당시 민중의 어떤 삶의 모습을 보여주 며, 이것들은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가가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1) 빠롤(parole)로서의 방언 사용 시인이 시어를 선택하는 것은 시의 제작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시가 자연스런 감정의 유로 라고 파악하는 낭만주의적인 표현론의 관점을 떠나 시인의 의도에 의하여 용의 주도하게 제작된다는 관점에 서게 되면, 시인이 어떤 생각, 사상, 이야기, 사건 등을 어떤 언어를 사용하여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장치(device)의 문제가 창작의 핵심에 놓이게 된다. - 30 -
특히 백석의 시를 살펴볼 때, 위의 시 제작 과정 중에서 시어의 선택이라는 측면은 여타의 시인들과 다른 특징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것이 이 시인의 독특한 서정성 획득 방법이라고 생각되는 점이다. 그것은 백석이 시를 쓰면서 수많은 평범한 시독자들은 해독이 불가능 한 방언들을 사용하여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시세계를 표출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백석이 표준어를 사용하지 않고 독특한 평안도 방언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시인이 랑그(langue)가 아닌 빠롤인 방언을 선택하는 시인의 세계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익명의 평민들에 의하여 거리에서 저급한 양식을 통해 표출되는 다언어적이고 대화적인 평민적 세계관 또는 축제적 세계관과 관련된 문제로, 시인의 문학 내적인 장르 특 성에 따라, 또한 사회적, 이념적 요인이나 역사적 요인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지니게 된다. 보통 시인은 사상 감정을 직서( 直 敍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대상이나 시인이 경험한 사건 이나 이야기를 빌어 표현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위하여 적절한 장치를 시어에 부여하게 된 다. 백석의 경우, 다양한 세계관과 세계의 모습을 독특한 방언을 사용하여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시가 사건을 보여주면서 서정성을 획득하기 위하여서는 좀더 다른 언어적 장치를 도입한 것이다. 봄철날 한종일내 노곤하니, 벌불 작난을 한날 밤이면 으례히 싸 개동당을 지나는데 잘망하니 누어 싸는 오줌이 넙적다리를 흐르는 따근따근 한 맛 자리에 펑하니 괴이는 척척한 맛 첫 녀름 일은저녁을 해 치우고 인간들이 모두 터앞에 나와서, 물외포기에 당콩포기에 오줌을 주는때 터앞에 발마당에 샛길에 떠 도는 오줌의 매캐한 재릿한 내음새 긴 긴 겨울밤 인간들이 모두 한잠이 들은 재밤중에 나혼자 일어 나서 머리맡 쥐발같은 새끼오강에 한없이 누는 잘매럽던 오줌의 사 르릉 조로륵하는소리 그리고 또 엄매의 말엔 내가 아직 굳은 밥을 모르던때 살갗 퍼 런 망내고무가 잘도 받어 세수를 하였다는 내 오줌빛은 이슬같이 새맑앟기도 샛맑았다는 것이다. 동뇨부( 童 尿 賦 ) 의 전문 소품과 같은 위의 시에는, 불장난을 하여 밤에 오줌을 눟는 사건을 통하여 오줌의 촉각과 밭에 오줌을 뿌렸을 때의 후각, 요강에 오줌을 눟을 때의 청각, 막내 고모가 세수했던 어린 시절 오줌 색깔인 시각적 이미지가 형상화되어 있다. 백석의 시 중에서 비교적 해독에 무리 가 없는(쉬운) 이 시편에도 몇 개의 방언이 사용되고 있다. 즉 벌불, 싸개동당, 잘망하 니, 당콩포기, 재밤중에 등의 방언 사용이 보이는데, 이 시의 경우에는 이 방언들의 정확 한 의미를 모른다고 해도 시를 이해 감상하는 데에는 별로 무리가 없다. 그러나 이 시어들 은 백석이 아니면 표현할 수 없는 언어들이다. 이를 통하여 한갓 지나치기 쉬운 오줌이 촉 각, 후각, 청각, 시각적 이미지를 통하여 우리 곁에 와 닿는 듯한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이 처럼 다양한 이미지를 동원하여 형상화하는 방법은 이미 정지용같은 시인에게서 보였던 시 도로, 백석도 이런 이미지스트적인 면모를 많은 시에서 보인다. - 31 -
그러나 백석의 경우 이같은 시어의 선택은 단순히 이미지의 형상화에 머물지 않고 있음을 주목하여야 한다. 즉 백석이 보여주는 이같은 방언은 그가 고향에 대해 각별히 애정을 기울 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종래의 연구 성과들에서는 백석의 시에 나타나는 고향의 의미를 고 향 상실이라는 측면에서 해석했으나, 좀더 정밀하게 검토하여 보면 고향의 상실이 아니라 추억의 상태로서의 고향에 대한 확대된 추구라고 할 수 있다. 즉 고향의 방언을 자유롭게 시어로 구사함으로써, 현재는 옛 모습을 보존하지 못하고 있는 파괴된 고향의 모습을 재현 하려는 것이다. 이곳에는 상실의 그림자가 아닌 공존의 즐거움과 향유의 즐거움이 있다. 명절날나는 엄매아배따라 우리집개는 나를따라 진할머니 진할아 버지가있는 큰집으로가면 얼굴에별자국이솜솜난 말수와같이눈도껌벅거리는 하로에베한필 을짠다는 벌하나건너집엔 복숭아나무가많은 新 里 고무 고무의딸 李 女 작은 李 女 열여섯에 四 十 이넘은홀아비의 후처가된 포족족하니 성이잘나는 살빛이매감탕같은 입술과 젓꼭지는더깜안 예수쟁이마을가까이사는 土 山 고무 고무의딸 承 女 아들 承 동이 六 十 里 라고해서 파랗게뵈이는 山 을넘어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된 코끝이빩안 언제나힌옷이정하든 말끝에설게 눈물을짤때가많은 큰곬 고무 고무의딸 洪 女 아들 洪 동이 작은 洪 동이 배나무접을잘하는 주정을하면 토방돌을뽑는 오리치를잘놓는 먼 섬에 반디젓담그려가기를좋아하는삼춘 삼춘엄매 사춘누이 사춘동생 들 이그득히들 할머니할아버지가있는 안간에들뫃여서 방안에서는 새옷의내음새가나고 또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차떡의내음새도나고 끼때의두부와 콩나 물과 뽂운잔디와고사리와 도야지비게는모두 선득선득하니 찬것들이 다 저녁술을놓은아이들은 외양간섶 말마당에달린 배나무동산에서 쥐잡이를하고 숨굴막질을하고 꼬리잡이를하고 가마타고시집가는 노름 말타고장가가는노름을하고 이렇개 밤이어둡도록 북적하니논다 밤이깊어가는집안엔 엄매는엄매들끼리 아르간에서들웃고 이야기 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웋간한방을잡고 조아질하고 쌈방이굴리 고 바리깨돌림하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하고 이렇게화디의 사기방등에 심지를 멫번이나독구고 홍게닭이멫번이나울어서 조름이 오면 아릇목싸움 자리싸움을하며 히드득거리다 잠이든다 그래서는 문창에 텅납새의그림자가치는아츰 시누이동세들이 욱적하니 흥성거 리는 부엌으론 샛문틈으로 장지문틈으로 무이징개국을끄리는 맛있 는내음새가 올라오도록잔다 여우난곬 族 전문 - 32 -
위의 시에서 보여주는 세계는 공존하고, 향유하는 즐거움의 세계다. 이같은 세계를 표현하 기 위하여 거의 의미 파악이 곤란한 방언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이 방언들을 통하여 백석은 고향을 새롭게 보여준다. 이같이 백석 시의 특징은 독백적 방언의 세계를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백석의 시에 형상화된 고향의 모습은 그가 읊고 있는 여인의 그림자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힌 바람벽이 있어 ( 문장, 1941.4)의 아내, 통영 ( 조선일보, 1936.1.23)의 난이, 나와 나타샤와 힌 당나귀 ( 여성, 1938.3)에서 보이는 나타샤도 고향 처럼 다정하고 착한 사람들이다. 이들과 같이 있는 고향은 그곳이 북관이건, 정주건, 통영이 건, 고성이건, 삼천포 등 어느 곳이어도 무방하다. 그리고 이런 고향의 공간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보여 주기 위하여 다양한 사물이나 사건들 이 선택되며, 이 선택된 것들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하기 위하여 방언이 선택된다. 이때 상 실의 그림자가 없는 고향이 재현된다. 이런 측면에서 시인들이 방언을 사용하는 의도를 설 명할 수 있다. 그리고 백석의 거의 모든 시에 보이는 사건 표현의 세계관은 고향에 침잠하 기 위하여 방언을 사용하는 방법적 장치와 일맥 상통한다고 할 것이다. 2) 풍물 기행 백석이 그의 시에서 평민적 세계관을 표현하고 있음은, 그의 기행시에서도 찾을 수 있다. 즉 시인이 체험한 풍물들을 시에 도입하여 다양한 민중적 세계관을 보이는데, 그 형태로는 토속 신앙을 통한 전통 세계, 주막이나 시장과 같은 사람이 많은 장소의 민중들의 삶, 그리 고 여행을 통하여 체험한 다양한 모습의 기행 서정으로 나타난다. 우선 백석의 시에서 보이는 풍물 기행의 요소는 모두가 체험과 깊은 관련이 있음이 주목된 다. 그리고 이런 특성은 새로운 것에 대한 외경보다는 파손되지 않는 것에 대한, 즉 민족 공동체적인 삶에 대한 시인의 진솔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마을에 태어나기가 잘못이다 마을은 맨천 구신이 돼서 나는 무서워 오력을 펼수 없다 자 방안에는 성주님 나는 성주님이 무서워 토방으로 나오면 토방에는 디운구신 나는 무서워서 부엌으로 들어가면 부엌에는 부뜨막에 조앙님 나는 뛰쳐나와 얼른 고방으로 숨어 버리면 고방에는 또 시렁에 데석님 나는 이번에는 굴통 모퉁이로 달아가는데 굴통에는 굴대장군 얼혼이 나서 뒤울안으로 가면 뒤울안에는 곱새녕 아래 털능구신 나는 이제는 할수 없이 대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대문간에는 근 력 세인 수문장 나는 겨우 대문을 뻐쳐나 밖앝으로 나와서 밭 마당귀 연자간 앞을 지나가는데 연자간에는 또 연자망구신 나는 고만 디겁을 하여 큰 행길로 나서서 마음 놓고 화리서리 걸어가다 보니 아아 말 마라 내 발뒤축에는 오나 가나 묻어 다니는 달걀구신 마을은 온데 간데 구신이 돼서 나는 아무데도 갈수 없다 마을은 맨천 구신이 돼서 의 전문 - 33 -
이 시는 어릴 때 할머니에게 듣던 각종 귀신의 이야기 성주님, 지운 귀신, 조왕님, 제석 님, 굴네 장군, 털능 귀신, 수문장, 연자망 귀신, 달걀 귀신 등 우리 주위에 있는 많은 귀신 들이 나열되고 있는데, 백석은 토속 신앙이나 무속적인 전통 세계의 추구를 통하여 이들을 나열하는데 머물지 않고, 그것이 우리의 생활을 구성하는 한 부분인 것처럼 민중의 삶을 보 여주는 것으로 형상화되고 있다. 위와 같은 예로 외가집 (시집 사슴, 1936)의 낡고 초 라한 귀신나올 것 같은 집, 넘언집 범같은 노큰마니 ( 문장, 1939.3)의 국수당(성황당), 가즈랑집 (시집)의 신장님 달련, 오금덩이라는 곧 (시집)의 국수당과 녀귀의 탱화, 고야 (시집)의 내빌 눈 등이 민중적인 삶을 보여주는 방편으로 사용된 무속 신앙적인 요소들이다. 이와 같은 세계는 주막이나 시장을 표현한 작품에서도 자주 드러난다. 그의 시를 보면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과 군상들이 나열되고 있는데, 이 방식은 나열을 위한 나열에 머 물지 않고 풍물 기행을 통하여 자신의 세계관을 달리 표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거리는 장날이다 장날거리에 녕감들이 지나간다 녕감들은 말상을하였다 범상을하였다 쪽재비상을하였다 개발코를하였다 안장코를하였다 질병코를하였다 그코에 모두 학실을썼다 돌체돗보기다 대모체돗보기다 로이도돗보기다 녕감들은 유리창같은눈을 번득걸이며 투박한 北 關 말을 떠들어대며 쇠쇠한 저녁해속에 사나운 즘생같이들 살어젔다 석양 의 전문 영감들이 모여드는 시장은 민중들의 삶의 터전이자 생활의 공간이 아니다. 즉 말상, 범상, 쪽제비상을 한 영감들이 돌체, 대모채, 로이도 학실(돋보기)을 쓰고서, 투박한 북관말을 떠들 어대는 시장의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 이같은 생활의 현장은 주막 (시집)의 장꾼들을 비롯 하여 성외 (시집)의 술집 주변 모습, 기행시초에 나오는 월림장 ( 조선일보, 1939.11.11) 이나 산숙 ( 조광, 1938.3) 등에서 보이는 시장이나 주막의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것들은 아름다운 정경에 대한 묘사라기보다는 시인과 공감된 공간, 인간들의 생활이 있는 공간, 즉 시인의 삶과 합일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애정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백석이 20여편의 기행 시초를 남기고 있는데, 이것들도 풍물 기행의 대표적인 형태이다. 조광 에 보이는 기행 시초인 함주시초 (1937.10), 산중음 (1938.3), 물닭의 소리 (1938.10)나 조선일보 에 실린 남해시초 (1936.3.5~3.8), 서행시초 (1938.11.8~11.11) 등이 있다. 이 외에 정주성 (1935.8.31), 통영 (1936.1.23), 안동 (1939.9.3), 시집에 등 재된 통영 이나 문장 의 북방에서 (1940.6)나 시와 소설 에 있는 이두국진가도 (1936.3)가 기행에서 얻어진 것들을 표현하는 풍물 기행의 한 모습이다. 백석은 이처럼 고향과 국토를 기행하면서, 그 속에서 만난 다양한 군상들의 집합소인 주 막 시장의 묘사나, 무속이나 토속 신앙을 통하여 그들의 내면적인 삶의 모습과 공동체적인 생활의 모습을 진솔하게 표현했다. 위와 같은 측면은 백석의 시에 보이는 수많은 민속이나 전통음식 등을 통하여서도 표현되는데, 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것들도 평민(민중)적인 삶의 세계인 동시에 백석 자신의 세계관의 표현인 셈이다. - 34 -
⑵ 고향_이기영 214 [관련 개론서 내용 정리] 사회적 리얼리즘 (1) 사회적 리얼리즘의 플롯 구성 원리1 : 낙관적 전망 1 낙관적 전망 사회적 리얼리즘의 플롯의 결말이 단합된 민중들의 승리의 신념을 표명하는 것으로 끝 나면서 배열되는데 이러한 원리를 일컬음 사회적 리얼리즘은 긍정적 주인공과 민중들의 행동을 통하여 새로운 사회에 대한 신 념을 토대로 이루어짐으로써 전체의 플롯은 그 신념을 형성하는 진보적 세계관의 전 망에 의해 짜여짐 사회적 리얼리즘의 낙관적 전망에서 인물들의 신념은 매우 확고하고, 그들의 투철한 신념은 진리(과학적 세계관)에 기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앞날의 전망은 낙관적으로 느껴짐 미래의 승리가 기정사실로서보다는 민중들의 신념에 토대를 둠으로써 그것의 구체 적 형상화는 상징적으로 그려지게 된다. 즉, 이기영의 고향 에서는 밝아오는 여 명으로 나타난다. 2 민중의 집단 의식 대변 사회적 리얼리즘은 주인공의 집단적 행동을 집단적 인물 의 움직임으로 전개 - 주인공이 실천적 행동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그를 포함한 민중들이 단합하는 과정과 일치 한설야의 황혼 에서 주요 인물들의 저항은 모든 노동자들의 단합을 전제로 그 의미를 지닌다. 이것은 진보적 지식인과 소작인들의 결합을 그리고 있는 조명희의 낙동강, 이기영의 홍수, 고향 등 농민 소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 35 -
(2) 사회적 리얼리즘의 플롯 구성 원리2 : 본질적 관계의 형상화 1 사회적 리얼리즘은 현실의 본질을 형상 으로 보여주는 방법을 사용 사회적 리얼리즘은 본질적인 모순관계의 인물들을 직접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고 향 에서는 마름 안승학과 진보적 지식인 김희준 및 인동 방개 등의 소작인들을 주 요인물로 등장시키며, 한설야의 황혼 에서는 자본가 안중서와 노동자 준식 여순 을 등장인물로 형상화한다. 이들 주요 인물들은 자본주의 사회구성체의 식민지 반 봉건 사회 에서의 본질적인 모순관계를 보여준다. 물론 이러한 인물의 선택은 환경 의 선택에 있어서의 본질적인 설정에 근거한 것이다. 고향 은 지주-소작인 관계 (식민지 반봉건 사회)로 설명되는 농촌의 현실을, 황혼 은 노동자-자본가의 관계 (자본주의 사회)를 드러내는 공장의 환경을 설정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인물과 환경의 역동적 상응관계를 살펴볼 수 있다. 인물과 환경의 구조적 상응은 양자의 역 동적 반응을 형상화하는 전제 조건이다. 2 사회적 리얼리즘은 인물과 환경의 상호작용에서 본질적 모순관계 를 반영 일례로 고향 의 경우를 살펴보자. 이 소설에 나오는 두 부류의 인물은 미학적으 로 각기 상이한 기능을 한다. 먼저 김희준(진보적 지식인), 인동, 방개 등은 소작인 으로서 환경의 본질적 관계의 한 부분을 이루지만, 또한 잘못된 환경(지주-소작인 관계)에 저항하는 환경에 대해 있는 인물이다. 반면에 마름 안승학은 환경의 논리 에 집착하는 환경에 즉한 인물로서, 단지 잘못된 환경의 논리를 대표하고 있을 뿐 이다. 따라서 두 부류의 인물들의 갈등관계는 실제로는 인물과 환경의 모순관계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이 소설에서는 이러한 인물들의 갈등관계를 포함, 소작인들과 모순된 환경(지주-소 작인 관계)과의 상호작용이 진행된다. 구체적으로 김희준과 소작인들은 마름으로부 터 억압당하기도 하고 저항하기도 하며, 소작인들끼리 갈등하기도 하고 단합하기도 한다. 또한 지주-소작인 관계에서 빚어진 궁핍한 생활로 고통당하기도 하고 그것에 서 벗어나려고 애쓰기도 한다. 소설 속의 이러한 모든 양상들은 인물과 환경의 상호 작용으로 설명될 수 있다. 그리고 이 인물과 환경의 상호작용은 근본적으로 소작인 과 마름(혹은 지주)의 갈등양상이며, 지주-소작인 관계라는 현실의 본질적 모순관계 의 반영인 것이다. (3) 사회적 리얼리즘의 인물 : 긍정적 주인공 1 긍정적 주인공 : 저항적 행동을 통해 부정적 환경을 바로잡으려는 인물 2 사회적 리얼리즘 소설에서는 주인공의 의식의 각성이 반드시 실천적 행동으로 이어지 는 플롯으로 구성 주인공의 실천적 행동은 잘못된 환경을 개조함으로써 올바른 역사의 방향으로 나아가 려는 목표를 갖고 있음 3 사회적 리얼리즘의 주인공은 그 계급적 성격상 모순된 환경으로부터 가장 핍박받는 위 치에 있고, 반대로 자신은 그 모순을 해결해야 할 임무를 부여받고 있음 4 소설의 플롯은 그 실천적 행동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인물과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형상화 인물의 측면에서 보면 실천적 행동으로 나아가는 의식의 각성과정 환경의 측면은 인물들이 각성을 이루는 계기로서 작용하는 전개 - 36 -
⑶ 오감도 시제1호_이상 222 7. 역사적 격변기의 현대 문학 [광복 이후~1960년대] 이 시기의 문학 양상 228 ⑴ 비 오는 날_손창섭 230 ⑵ 원고지_이근삼 238 ⑶ 다시 나의 전설 슈바빙_전혜린 246 8. 산업화 시대의 문학과 현대 문학의 다양화 [1970년대~1990년대] 이 시기의 문학 양상 252 ⑴ 농무( 農 舞 )_신경림 254 [관련 기출 문제] [2003학년도] 9. 다음 작품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총 7점) (가) -황동규, 기항지( 寄 港 地 ) 1 - (나) -신경림, 가난한 사랑노래-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 9-1. 위 두 작품의 시적 상황은 유사하지만, 시적 자아의 정서는 다르게 표출되고 있다. 두 작품이 드러내는 시적 자아의 정서는 각각 무엇이며, 그러한 정서가 나타나게 된 까닭 은 무엇인지, 위 시를 인용하여 비교, 설명하시오. (4점) [관련 개론서 내용 정리] 이 글은 신경림이 1980년대 이전에 발표한 시, 특히 시집 농무 와 새재 에 수록된 작품 을 중심으로 살피고, 이런 시적 성취를 뒷받침하는 일부 시론도 같이 분석할 것이다. 이는 이번호 특집이 1970년대 문학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이 두 시집의 간행으로 1970년 대 신경림의 위상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두 시집에서는 신경림 시인의 실험 정 신, 즉 민중 의식의 시적 형상화와 장편 서사시의 새로운 시도라는 의미가 가장 잘 드러나 기 때문이다. 1. 신경림의 시에 대해서는 시집 농무 가 간행된 초창기부터 획기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일찍이 백낙청은 보아라 이런 詩 集 도 있지 않은가, 라고 마음놓고 말할 수 있게 되 - 37 -
었다. 고 그 의미를 규정하고 있다. 물론 이런 평가는 1960년대 현대시의 난해성이나 비민 중적 속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런 점을 전제로 한다고 하더라도 이 시집에 수록 된 시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현장과 현장의 정감을 형상화 하는 방법을 통하여, 시가 우 리와 나의 이야기를 그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새롭게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이런 평가에 작용하는 긍정적인 근거들은 주로 그가 영문학을 전공하였지만, 이런 외국 문 학에 영향을 받기보다는 쉬운 우리말을 효과적으로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그는 우리 의 농촌 현실을 적실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과 한글전용을 하면서 알기 쉬운 시어를 구사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한글전용이라는 시어에 대한 평가는 재고( 再 考 )를 요한다. 즉 신경림은 대부분의 시어를 한글로 구사하고 있지만, 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제 목에는 한자를 많이 쓴다는 점이다. 이런 특징은 농무 와 새재 (창작과 비평사, 1979)의 제목을 보면 쉽게 확인된다. 특히 문학의 다른 갈래에 비하여 시에서 제목은 텍스트 자체로 보아야 한다는 점에서, 간단하게 한글전용이라고 규정될 수 없다. 이 점은 신경림의 시세계가 우리 전통의 한시 자체가 아니라 한시가 추구한 시세계와 밀접 한 관련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또한 그가 일찍이부터 우 리말의 아름다움을 개척하고자 했던 송강( 松 江 )을 비롯한 옛시인들의 영향과 근대 시인으로 향토적인 방언을 많이 구사한 백석( 白 石 ) 등이 추구한 시세계를 동경하고 사숙했다는 점과 도 관련이 있다. 즉 그는 근대 학문을 했지만, 그 근대 학문의 영향보다는 자신이 몸소 체 험한 삶의 이야기가 더 중요했으며, 영문학이라는 대학에서의 학습보다는 다양한 독서체험 중에서 접한 숱한 한국 문학의 유산이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이런 점은 그의 시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자연 세계나 이야기를 노래하고 있지만 우리 인간들의 삶과 관계 속에서 읊어지고 있으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객관화하여 전해 주고 있지만 남의 이야기만이 아닌 우리와 나의 이야기로 들린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시적 기법은 전통적인 시조나 한시의 기법인 선경 후정( 先 景 後 情 )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자연 대상에 의탁하여 자신을 표현하는 감정이입( 感 情 移 入 )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신경림의 시는 앞의 관점에서는 리얼리즘을 확보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으며, 후 자의 관점에서는 서정시의 미학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광산 가까운 산골 연인숙에서 만난 우리들의 모습. 지난 얘기, 옛날 얘기, 빈 얘기를 하면서 밤을 지샐 수 있는 우리네의 모습이 가을 달빛과 산국화와 어우러져 이 시에는 그려져 있 다. 한 폭의 수묵화와 같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전달하면서, 무엇인가 사연이 있는 사람들의 - 38 -
부끄럽고, 가난한 삶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이런 모습은 달빛이 비치는 밤이라는 시간, 산 골 마당이라는 공간, 달빛에 비치는 하얀 산국화라는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전달되고 있 으며, 우리의 전통 시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정서이자 서정시의 세계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시적 기교는 갈대 와 같은 초기시에서부터 드러나며, 최근에 발표된 작품들(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창작과 비평사, 1998)에서 다시 나타나고 있다. 시인의 시세계 를 이루는 체험이 사실적인 표현으로만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이 작동되어 새로운 시 적인 형상으로 재창조되고 있는 것이다. 즉 신경림의 시세계 중에서 사실적인 이야기의 전 달은 독자들에게 쉽게 전달되기는 하지만, 서정시의 은근함을 통한 정서적 감동의 전달에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다. 오히려 달빛 이나 갈대 와 같은 시세계가 정서 전달의 측면에서 는 보다 서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은 신경림의 1970년대 시에서 당대 농민들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시들이 현실 반영 이라는 리얼리즘의 성취에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지만, 독자의 정서적 감동에는 같은 정도의 성취를 이룩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말이다. 더구나 문학이 1970년대 현실을 떠나 좀더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라는 관점에서는 이런 시세계를 감동적으로 받아 들일 수 있는 현대의 독자는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 점은 1970년대 민중시 일반에 대한 평가에도 적용되는 사항으로, 이런 시가 민족 민중의 당대 현실을 잘 반영하고 형상화하고는 있으나, 현대 독자들에게는 그리 쉽게 이해되지 않 는다는 점과 1970년대 민중시가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이에 상응하는 형상 의 창조에는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신경림의 시 역시 이런 1970년대 민중시에 대한 현대적 현재적 평가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다. 2. 1970년대 신경림의 시 작품에 대한 또다른 평가는 서사시적 이야기 문학을 서정시에 도입 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점은 신경림 한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다. 일제 강점기나 해방 정국에서 서술시를 실험했던 임화, 박세영, 백석, 이용악, 김상훈, 최석두 등 과 같은 전대 문학 전통에 빚지고 있으며, 가깝게는 박봉우, 신동엽 등이나 동시대적으로는 김지하, 고은, 이시영와 같은 선후배들과 짐을 나누어 맡고 있었다. 이런 중에 그의 시 작품이 돋보이는 점은 앞 부분에서 말한 서정적인 시세계를 간직하고 있 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점에 주목하여 그의 시적 성취가 긍정적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아 울러 이런 평가의 관점은 이야기를 내포한 서술시인 농무 의 단계에서 서사시 새재 로, 다시 남한강 (1981)이나 쇠무지벌 (1985)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그의 시적 편력이 결코 성공적이라고만 평가할 수 없다. 서사시 새재 에 보였던 전형적 인물 창조가 이후 작품에서는 민중 일반으로 확대되면서 구성상 유기성을 상실하고 주제가 산만하거나 분산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서사시가 지향하는 서사 갈래의 요건과 서정 갈래의 요건 사이에서 방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런 방황은 이미 농무 에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시를 쓰는 단계에서부터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이야기가 전달하는 농민으로 대표되는 민중의 삶과 그들의 고난은 알 수 있으 되, 이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서 말만 있고 행동이 뒤따르지 못하는 사람들을 그 려내는 데 머물고 있다. 그의 초기 대표적인 작품인 다음 시는 이런 측면에서 새롭게 읽을 수 있다. - 39 -
흥겨워야 할 농무 는 이제 아이들이나 처녀애들의 구경거리일 뿐, 농민들 스스로의 신명풀 이가 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자신들의 삶이 답답하고 고달프게 느껴지고 원통 하게도 생각된다. 힘겨웠던 농사일들을 잊어버리고자 했던 예전의 농악놀이가 아니라 자신 들의 생활 기반인 농사를 포기하고서 실없는 사람처럼 위장하여 행동할 때만이 신명 이 난 다. 따라서 이즈음에 나는 신명은 뿌리뽑힌 자의 신명이며, 우리 라고 표현했지만 우리 모 두의 신명이 아니다. 그 행사에 참여한 몇 사람만의 신명이다. 그리고 이처럼 비교적 긴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농무 는 시적으로 형상화된 이야기와 사건 이 전달하는 정서는 있으되, 그 정서가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것은 아니다. 더구나 후기 산 업사회를 살고 있는 대부분의 독자들에게는 어른들이 이야기하는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일 뿐이다. 나의 이야기나 우리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신들의 이야기로 들리는 것이며, 나와는 상관 없는 이야기일 뿐이다. 이 점은 우리 교과서에 수록된 근대시가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라는 상황을 이해할 때에 나 설명이 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맥락에서 훨씬 후대의 역사적 현실을 반영한 가 난한 사랑노래 (실천문학사, 1988)가 독자들에게 보다 감명 깊게 다가온다. 물론 이렇다고 해서 신경림의 1970년대 시가 그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 나름대로는 1970년대 민중 의 정서를 표현한 것이고 그것도 살아 있는 서정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그 서정이나 정서는 이야기에만 의존함으로써 그 한계를 스스로 노정하고 만다. 그렇 기 때문에 갈대 가 보여주었던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의 깊이도, 후대 서정시가 보여주었던 그리운 추억의 그림자도 보여주지 못하고 만다. 달리 말하면 시의 리얼리즘적인 성취는 보여 - 40 -
주지만 서정시의 정신적 높이와 인간적 감동의 깊이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이제는 병풍으로 표구화되어 박제화( 剝 製 化 )되어 버린 풍속화 한 폭을 보는 느낌을 받을 뿐이다. 이런 측면에서 신경림의 1970년대 이야기를 전하는 농민시, 민중시는 서사를 추구하였지만, 서정성의 구현에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은 일찍이 단편 서사시를 추구하면서 서정성을 구현하지 못함으로써 실패하고만 일제 강점기 프로시나 해방정국의 정 치시의 전철을 밟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쉽고 친근한 시를 통하여 전대 모더니즘시의 난해성을 추문화하고, 가난한 생활의 탐구를 통하여 현실 모순을 전경화 ( 前 景 化 )하는 데에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현대시의 시적 현실주의를 실현 했다는 측면에서는 서정성의 확보라는 측면에서 미흡했던 점도 인정되어야 한다. 3. 신경림 시의 또다른 특징은 민요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은 그의 여러 시론에서 반복적으로 힘주어 주장되고 있다. 그는 1970년대 이후 민요연구회 를 조직하여 민요 발굴 과 보급에 힘썼고, 민요 기행을 하면서 민요 기행 (1985, 1989)이라는 산문집을 2권이나 출간했으며, 이 과정에서 민요를 실험하는 시를 달 넘세 (창작과 비평사, 1985)라는 시집 으로 집약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그의 민요 탐구는 1970년대 민중시에서부터 시작되어 이후의 서사시에 많은 민요가 삽입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 결과이다. 그리고 이런 민요 탐구는 등단 직후부터 10년 가까운 공백 이후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1956년 등단 이후 낙향하여 생활을 하면서 겪은 농촌 체험과 떠돌이 체험이나 이렇게 접한 농민, 민중들의 삶을 시적으로 형상화하면서 찾았던 방법이었던 것 같다. 민중의 삶을 추구 하다가 보니 민중들의 노래 형식인 민요를 찾을 수밖에 없었으며, 이런 시적 형식 추구는 1970년대 시 일반에 두루 나타난다. 여기서는 이런 점에 대해서 평론가들과 시인 자신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다음의 시를 통하여 살펴보자. - 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