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알고 기사 쓰기 58 중요한 부분이 진실과 부합하지 않으면 허위로 보아야 2010년 언론보도 관련 주요 판결 양재규 언론중재위원회 조사팀장, 변호사 2011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 해를 매듭짓는 의미 로 이번 호에서는 지난해 법원에서 선고된 언론보도 관련 주요 판결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2010년 언론 보도 관련 주요 판결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이미 기사를 통해 알려졌듯이 공인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언론의 중요한 기능임을 인정한 하급심 판 결이 있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대구방송 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서울남부 지법은 언론 매체가 보도한 내용이 공직자의 도덕 성 청렴성이나 그 업무 처리가 정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와 관련된 경우에는 공직자에 대한 감 시와 비판이라고 하는 언론 기능의 보호영역권이 좁 아지게 만드는 경계선을 함부로 설정해서는 안 된 다 고 판시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10. 2. 16. 선고 2008가단96240 판결). 이와 비슷한 취지에서 2010년 12월 2일 서울중앙 지법 항소부에서는 연초에 선고된 1심 무죄 판결에 이어 MBC PD수첩 광우병 보도와 관련해 제작진 전원에게 무죄가 선고되었다(2010노380). 판결문에 서 담당 재판부는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 사회 성을 가진 사안에 관한 표현의 경우 민주주의의 토 대인 여론 형성이나 공개 토론에 기여하므로 사적인 영역에 대한 심사기준과 달리 언론의 자유가 보다 폭넓게 인정되어야 하고 특히 공직자의 업무 처리가 정당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여부는 항상 국민의 감시 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076
중금속 황토팩 보도와 관련해 KBS 해당 프로그램의 담당 PD들은 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민사재판에서 재판부는 사건 보도 내용이 진실이라거나 또는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이를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 피고 공사 등에게 입증책임이 있다 며 KBS에 패소 판결했다. 같은 감시와 비판 기능은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 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되어서는 안 된 다 고 판시했다. 이에 앞서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있 었지만 여기서도 법원은 원고들(미국산 쇠고기 수입 업자 및 국내 유통업자)의 청구를 모두 기각함으로 써 MBC와 제작진의 승소를 인정한 바 있다(서울남 부지방법원 2010. 2. 9. 선고 2009가합17586 판결). 중금속 황토팩 방송사 패소 이들 판결이 언론의 책임보다는 자유를 폭넓게 인정 한 것들이라면 오보를 낸 언론에 다소 무거운 책임 을 부과한 경우도 있었다. 황토팩 생산업체가 KBS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 제작진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법원은 1억 원의 배상금 지 급을 KBS 측에 명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0. 7. 14. 선고 2008가합48235 판결). 이 외에도 초상권 에 관한 몇 개의 의미 있는 판결이 선고되었고, 집단 표시에 의한 명예훼손 에서 적용 범위를 대폭 확대한 판결도 이색적이다. 1) 보도내용 중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진실과 합치되지 않 는 허위라고 할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 7. 14. 선고 2008가합48235 판결) 2007년 10월 5일 KBS는 이영돈 PD의 소비자고 발 프로그램에서 충격! 황토팩에서 중금속 검출 이 KBS 1TV 소비자 고발-중금속 황토팩 방송장면. 라는 제목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황토팩 제품에서 기준치를 넘는 납, 비소 등 중금속이 검출되었으며 이러한 성분은 인체에 흡수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날 방송에서는 황토팩의 주된 원료인 황토 를 미세한 분말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분쇄기구에서 떨어져 나온 쇳가루마저 황토팩 속에 유입되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보도했다. 업체 측은 방송 전부터 자신들의 제품에서 검출 된 쇳가루는 분쇄기구의 마모로 인한 것이 아니라 황토 자체에 들어 있는 성분임을 주장했다. 방송이 나간 후 업체 측에서는 황토팩 제품의 분말에 자철 석과 적철석이 포함되어 있는데, 자성을 띠는 검은 물질은 자철석이고 자철석은 황토팩 제품만이 아니 라 황토원료 분말 상태에서도 검출되었다 는 내용 의 보고서까지 제시하며 방송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 측은 같은 해 11월 9 일 황토팩 방송 그 이후 라는 제목으로 2차 방송을 077
강행했다. 2차 방송에서의 내용 역시 1차 방송의 내 용과 대동소이했다. 오히려 설령 황토팩에서 나온 성분이 업체 측의 주장과 같이 자철석이라 하여도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므로 제조 공정에서 제거되었 어야 한다고 보도했다. 두 차례에 걸친 방송내용 중 가장 크게 다루어진 점은 과연 황토팩에서 나온 철 성분이 가공하는 과 정에서 분쇄기구의 마모로 인해 유입된 쇳가루인지 였다. 이에 관해 재판부는 이 사건 보도 중 원고의 황토팩에서 검출된 검은색 자성체가 황토팩 제조 과정 중 쇠볼의 마모 등으로 인하여 유입된 쇳가루 라는 취지의 내용은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진실과 합치되지 않는 허위 라고 판시했다. 보도 내용의 진실 여부 판단 기준에 대해 우리 법 원이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는 기준이 바로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진실과 합치되는지 다. 보도 내용 중 사소한 부분에 오류가 있다고 하여 거짓으로 보지 는 않는다. 물론 어떤 내용이 중요한 부분인가는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뇌물 공여자 가 수뢰자에게 뇌물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으 로 어떻게 뇌물을 건넸는지는 사건의 중요한 부분 이 아닐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뇌물을 줬 는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례 3)에서 보는 것처 럼 정치자금이 특정 정치인에게 제공되었다는 취지 의 보도에서 돈을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건넸는지는 사건의 중요한 부분이 될 수도 있다. 한편 위 손해배상 판결이 선고되기 전 해당 프로 그램의 담당 PD들은 업체 측의 고소로 별도의 형사 재판을 받았고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선고받았 다. 이러한 형사판결의 결과를 고려하면 손해배상 판결에서도 동일한 취지의 판결이 선고되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재판부는 형사소송에서 피고인에게 유 죄 판결을 선고하기 위하여 검사에게 요구되는 입 증의 정도는 민사소송에 비하여 훨씬 고도의 입증 일 것이 요구되고, 이 사건과 같은 민사사건에서 는 피고 공사 등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 사건 보도 내용이 진실이라거나 또는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이를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 피고 공사 등에게 입증책임이 있다 며 피고 측에 1억 원의 배상금 지급을 명했다. 집단 표시에 의한 명예훼손 적용범위 확대 2) 집단 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구성원 수가 적거나 집단 내 개별 구성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때에는 집단 내 개별 구성원이 피해자로서 특정된다. (제주지방법원 2010. 4. 8. 선고 2008가합1800, 2009가합2718 판결) 오랜 기간 논의조차 금기시되었던 제주4 3사건 에 관하여 1990년대에 들어 국회 차원에서 진상규 명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구성되고, 나아가 희생자 와 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이에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사실조사 및 심사를 거쳐 1만 3,564명이 희생자로, 2만 9,239명이 유족 으로 결정되어 2008년 발행된 백서에 그 명단이 게 재되었다. 피고는 이러한 제주4 3사건에 대한 움직임이 잘 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피고는 역사의 왜 곡을 바로잡고자 정부와 제주교육청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하였다. 특히 피고는 2008년 1월 10일 초청강사로 참석한 국제외교안보포럼에서 제주4 3사건 진상보고서는 가짜로 작성되었으며, 1만 078
초상권에 관하여 공개된 장소에서 이루어졌다는 것만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면서도 공공장소에서 이루어진 집회 시위 현장에서 사진을 촬영하여 보도하는 행위는 독자에게 왜곡된 사실을 전달하거나, 특별히 피촬영자를 모욕하거나 비방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아닌 한 면책된다 고 판시했다. 3,564명의 사람들은 사형수와 무기수들이 주동한 제주4 3폭동의 가담자라는 취지로 강연했다. 이러 한 피고의 강연에 의해 명예 등이 훼손되었음을 주 장하며 97명의 희생자 및 유족이 손해배상청구소송 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은 집단표시에 의해 집단 구성원 개개인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볼 수 있는 가였다. 그동안 법원은 집단 구성원의 수가 많으면 집단 표시에 의한 비난이 개별 구성원에 이르러서는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어 구성원 개개인의 사회적 평 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 고 보아 손 해배상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사안에서 담 당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대상 집단의 수가 1만 3,564명임에도 불구하고 집단 표시에 의 한 명예훼손을 인정했다. 즉 위원회는 심사를 거 쳐 1만 3,564명을 희생자로 결정한 점, 피고가 폭동 에 가담하였다고 한 1만 3,564명은 희생자로 결정 된 인원수와 정확히 일치하는 점, 일반인들도 (백 서나 위패를 통해) 희생자로 결정된 사람들의 등록 기준지와 이름을 알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가 이 사건 강연에서 원고들 혹은 희생자들을 직접 거 명하거나 일일이 지적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해 자가 특정되었다고 보아 원고 1인당 30만 원 내지 20만 원의 배상금을 인정했다. 3) 언론 매체가 보도한 내용이 공적인 영역에 관한 경우에 는 사적인 영역에 관한 경우에 비하여 언론권의 보호영역권이 더 넓어지도록 경계선을 설정해야 한다. (서울남부지방법원 2010. 2. 16. 선고 2008가단96240 판결) 교육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던 모 사학재단 이사장이 DJ 정부 시절 박지원 당 시 청와대 비서실장의 측근으로부터 정치자금 기부 를 요청받고 3,000만 원을 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 한 적이 있다는 진술을 했다. 이러한 내용은 담당 검 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에도 기재되어 있다. 얼마 후 대구방송 소속 법조 출입기자가 해당 검찰 청 특수부장검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부장검사로부 터 위와 같은 정치자금 관련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결국 대구방송은 2008년 10월 13일 정치권 실세 금 품전달 이라는 제목하에 구속수사 중인 모 사학재 단 이사장이 박지원 의원 측으로부터 10억 원의 정 치자금을 요구받고 박 의원의 측근을 통해 3,000만 원을 건넸다 는 취지로 보도했다. 보도의 진실성 여부가 문제된 이 사안에서 담당 재판부는 정치자금 요구 와 전달, 두 부분으로 나 눠 살폈다. 정치자금 요구에 관해 재판부는 전체적 인 맥락에서 볼 때 원고 측이 에게 억대의 정치 자금을 요구하였다는 진술 부분에 있어서는 서로 1) 일치하므로 가 진술한 내용이 이 사건 보도와 는 달리 요구 주체가 원고가 아니라 원고의 측근이 었다거나 요구금액이 10억 원이 아니라 3억 원이었 다고 해도, 이러한 차이로 인하여 허위라고 보기 는 어렵다 고 판시했다. 079
그러나 정치자금 전달과 관련해서는 가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은 누구인지 지정하지 않 고 선거관리위원회에 3,000만 원을 기탁했다는 것 이고, 이 사건 보도 내용은 박지원 의원 측근을 통하여 박지원 의원 측에 3,000만 원을 건넸다는 것이므로 이 부분에 관한 이 사건 보도는 진실하다 고 할 수 없다 고 판시하였다. 앞서 판례 1)에서 살펴본 것처럼 보도내용 중 중 요한 부분이 객관적 진실과 합치되지 않으면 허위 라고 보는 기준이 이곳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언론 사의 책임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부정했다. 첫째, 고위직, 정무직 공무원이 명예훼손을 주장하며 언 론 매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에 대해 서는 본인을 위해서나 더 나아가 민주주의의 발 전을 위해서 배척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하며 둘 째, 원칙적으로 언론 매체가 보도한 내용이 공적 인 영역에 관한 경우에는 사적인 영역에 관한 경우 에 비하여 언론권의 보호영역권이 더 넓어지도록 경 계선을 설정해야 한다. 물론 재판부는 다만 공직 자에 대한 감시나 비판을 내용으로 하는 언론보도 가 악의적인 면을 가지거나, 아주 과도하게 공격하 는 면을 가질 경우에는 언론 기능의 보호영역권 범 위가 좁아지도록 경계선을 잡을 수밖에 없다 고 하 여 공직자에 대한 보도라도 악의적인 경우는 면책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공공장소 집회 등의 사진 보도는 면책 4) 공공장소에서 이루어진 집회 시위 현장에서 사진을 촬 영하여 보도하는 행위는 독자에게 왜곡된 사실을 전달하거 나, 특별히 피촬영자를 모욕하거나 비방할 목적으로 이루 어진 경우가 아닌 한 면책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 1. 27. 선고 2009가합81994 판결) 2009년 6월 10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는 6월 항쟁 계승 민주회복을 위한 범국민대회 가 열렸다. 그러나 행사 당일 오전부터 주최 측과 광장 주변에 배치된 경찰은 수시로 옥신각신하며 몸싸움을 벌 였다. 이런 장면을 담은 사진과 함께 관련 기사가 동아일보와 동아닷컴에 실렸다. 해당 사진 중앙에는 원고의 얼굴과 상체 일부도 촬영되어 있었다. 특히 사진에 나온 원고의 모습은 마주 보고 서 있는 의경들을 향해 오른손을 주먹 쥔 채 어깨 가까운 높이로 들어 올리고 어깨를 뒤로 빼는 자세를 취하고 있어 마치 의경들을 주먹으로 때리려고 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이에 원고는 자 신은 집회에 참석하거나 경찰들을 폭행하려 한 적 이 없었으며, 나아가 이 사진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초상권이 침해되었음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 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러한 원고의 주장을 재판부는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초상권에 관하여 그것이 공개된 장 소에서 이루어졌다는 것만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고 하면서도 다만 공공장소에서의 집회 시위란 본 질적으로 참가자들이 자신의 의사를 널리 일반에 알리기 위한 것이고 공공장소에서 이루어진 집회 시위 현장에서 사진을 촬영하여 보도하는 행위는 독자에게 왜곡된 사실을 전달하거나, 특별히 피촬 영자를 모욕하거나 비방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경 우가 아닌 한 면책된다 고 판시했다. 1) 피의자 신문조서의 내용과 보도 내용을 비교한 것이다. 0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