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권력세습구도와 북한 정세 김 진 하 통일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 지난 9월 28일 북한 노동당대표자회는 김정은 후계구도가 공식화되는 자리였다. 이례적으로 서방 언론인들까지 초대하여 대규모로 진행된 10월 10일 창당 기념 열병식에서도 김정은은 김정일과 나란히 등단하여 세습 후계자로서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렸다.사전 조율된 등극시나리오가 예정대로 순항하는 모습이다. 마치 응답이라도 하듯, 10월 8일 제42차 한미안보협의회(SCM: Security ConsultativeMeeting)연례 회담이 끝난 후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양국 국방장관 들은 실질적으로 북한의 급변사태를 의미하는 불안정 사태 라는 문구를 삽입하였 다.우려를 반영하여 새로운 작계도 작성하기로 합의하였다.북한의 3대 권력세습 이 체제적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가정이 근저에 깔려 있는 것이다.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세습체제의 안정성에 대한 진단이 필요 해진 시점이다.북한체제의 총체적 불안이라는 실로 중차대한 국면을 맞게 될 수 도 있기 때문이다.이 글에서는 후계자 계승구도가 북한내부 정치동학에 던져줄 수 있는 파장을 분석하여 권력세습이 체제안정성에 미칠 영향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 1 -
I.후계구도의 특징 공개적으로 드러난 후계구도의 특징들을 살펴보자.먼저,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 이라는 권력승계 프로그램이 가동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김정일로의 계승에 이어 또다시 최고지도자의 혈연적 귀속관계에 의거한 권력승계구도가 수 면 위에 떠올랐다.국가의 사유화가 이제 전통으로 굳어지려는 찰나이다.김정은 은 인민군 대장에 임명됨으로써 군부 장악의 교두보를 마련하였고,신설된 중앙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전격 취임함으로써 당을 통한 군 견제 의도 역시 엿보인 다. 둘째,김정일 친족 및 측근 실세 그룹이 세습 전위대이자 후견인들로서 당 기구 (중앙군사위원회,정치국,비서국 등)를 통해 전위에 포진함으로써 베일에 가려있 던 그림자 후계정부의 윤곽이 드러났다.후견 세력에는 이번에 전면 부상한 김경 희(대장,정치국위원,경공업부장,백두산 혈통의 원로로서 남편 장성택에 대한 견 제 및 감독);장성택(정치국 후보위원,중앙군사위원회 위원,국방위 부위원장);최 룡해(황북도당 책임비서,비서국 비서,중앙군사위원회 위원);김평해(평북도당 책 임비서,정치국 후보위원,비서국 비서);문경덕(평양시당 책임비서);김경옥(당조 직지도부 위원,대장);강석주(부총리,정치국 위원,북핵 외교성과 인정 및 대미 접근 루트 유지)등이 포함될 수 있다.가족국가로서 북한의 진면목이 여실히 드 러났다. 정치국 후보위원 임명에 머무름으로써 장성택의 상승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도 비 칠 수 있다.그러나 이는 독주로 인한 잠재적 견제세력의 결집 위험을 사전에 대비 하려는 노회한 대응포석으로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할 것이다.축적된 정치적 경험과 잠재적인 영향력 면에서,그리고 후견인으로서 갖춰야할 중요한 덕목이라 할 수 있 는 신뢰도 면에서 김정일-김정은 부자와 혈통으로 이어진 장성택-김경희 부부라인 을 능가할 후견 그룹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을 일이기 때문이다.이들을 보좌할 최룡해,리영호,우동측 등의 장성택 친위그룹이 부상한 점에 보다 주목해야 한다. 셋째,군부의 부분적 세대교체를 들 수 있겠다.리영호(총참모장,정치국 상무위 원,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차수),김정각(총정치국 제1부국장,대장),최부일(대 장 승진,부총참모장),김명국(작전국장,중앙군사위원),정명도(해군사령관),현영철 - 2 -
(8군단장),김영철(총정찰국장)등과 승진된 류경,로흥세,리두정 등 소위 신군부 의 부상과 오극렬,김영춘,김일철,조명록 등 군 원로 그룹의 상대적 몰락은 장성 택 등 친족 세력의 장기적인 군 장악 의도에서 비롯되었을 개연성이 높다.김정일 후계구도로의 권력재편에 반발할 가능성이 있는 군 원로 그룹 및 유사 군벌로 발 전할 수 있는 세력의 발호를 세대교체 바람으로 대비하는 예방조치로서의 성격이 짙다.최부일 등이 보여준 바 있듯 세력개편 바람에 발 빠르게 적응하는 家 臣 化 만 이 출세의 지름길임을 암묵적으로 예시하는 효과도 거두었다. 김정일,김정은,이영호(총참모장,핵무기 및 비대칭 전력육성의 선군전략 주창자), 우동측(정치국 후보위원,중앙군사위원,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김창섭(국가안 전보위부 정치국장),주상섭(정치국위원,국방위원,인민보안부장),주규창(군수공업 부장)채희정(재정경리부장)등으로 이어지는 北 核 軍 産 複 合 體 支 配 聯 合 세력이 군 부와 보안 기구를 장악함으로써 핵심 권력집단으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차후 협상을 통한 북핵문제의 해결 시도가 더욱 난항을 겪게 될 것임을 예견케 하는 대목이다. 넷째,조직간 실력자간 세력균형 유지에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겸직이 증가하 였는데,이는 권력 집중의 의미보다는 실력자 상호간의 감시 감독을 강화하여,개 별 권력 조직을 기반으로 하는 독자파벌의 형성을 원천봉쇄 해보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군 인사의 당 진출과 족벌 및 가신 그룹의 군 고위직 겸임은 군과 당 기구들 간의 상호견제를 촉발하려는 계산으로 보인다. 1) 또한 당 기구의 인적충원 및 조직정비는 이념적 통제 및 감찰장치로 무장한 당의 지배능력을 강화하여 후 계자-지배연합이 당을 통해 군과 정부를 감시 통제하고자하는 의도에서 추진된 것 으로 추측된다. 견제와 균형 그리고 특유의 분할통치 전술의 활용으로,김정일의 노쇠화 및 김정 은의 경험미숙으로 초래될 수 있는 중앙에서의 유일적 핵심권력의 누수현상 방지 하고자 노력한 점이 눈에 띈다.이는 김정일의 권력의지가 여전히 절대적임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생존 기간 중에는 후계자를 옹위하는 새로운 권력 중심이 발생 1) 겸직 증가 추세와는 달리 10명이던 국방위원이 12명으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당 중앙군사위원직 을 겸직하는 국방위원회 위원은 이전과 동일하게 6인에 머무른 것은 양대 권력 조직간 경쟁과 견제 로 권력 집중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읽을 수 있다. - 3 -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김일성-김정일 공동정권 당시 에 김정일이 행사할 수 있었던 수준의 실질적 지도 권한이 김정은에게 주어질 것 같지는 않다.그러나 누구에게도 실질적으로 최고 권력을 부여하지는 않은 이러한 세력균형 지향적인 현상유지 포진은 김정일이 단기간 내에 무대에서 퇴장할 경우 에 벌어질 긴장과 위기의 국면을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낼 것으로 보 인다.김정은 본인이나 후견 그룹의 대표로서 김경희-장성택 라인이 개별 실력자 들 특히 군부 실세를 쉽게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II.정치적 의미 첫째,김정일 통치하에서 혁명적-카리스마적 권위구조로부터 家 産 制 的 - 人 的 전통 적-인습적 지배구조로의 이행이 완료되어 정당성의 토대가 변화되었고,이러한 변 화를 김정은으로의 권력세습 선언을 통해 공식화했다는 점에 주목해 보자. 폭력과 경제사회적 이익이 지배-피지배관계 유지의 물적 토대라면,권위와 권력의 분배 체계에 대한 자발적 복종을 일상화 시켜줄 수 있는 지배의 정당성을 구축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체제유지 비용의 크기와 통치 효과를 결정하는 상부구조라 할 수 있다.정당성의 토대가 결정적으로 약화될 경우,관리비용이 치솟아 체제 유지가 어려워진다. 혁명적 변환기를 거치고 제1세대 카리스마적 지도자들이 퇴장한 후 보다 안정된 일상적 통치 구조로 체제를 정착시킨다는 것은 매우 지난한 과제이며,특히 제2 세대 지도자를 어떻게 선택하는가의 문제는 체제 안정성을 결정하는 중대한 문제 로 대두될 수밖에 없다.일인독재체제에서 최고 권력의 승계 문제는 더욱 심각한 난제이다.인적 통치 체제에서는 권력 후계방식을 매개로 하여 통치의 정당성 문 제가 공개적으로 불거져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일성이라는 유일독재자가 총체적 권력을 행사하는 수령체제에서의 최고지도자 교체라는 난제에 대한 북한식 해법은 카리스마의 혈연적 계수 에 정당화 기반을 둔 부자세습이라는 격세유전의 방식이었다. 2) 이는 당-국가 체제의 복원을 통한 2) Max Weber, Economy and Society, Edited by Guenther Roth and Claus Wittich (Berkely: University of - 4 -
후계선출의 제도화라는 근대적 대안을 배제한 수구적 선택이었다.김일성왕당파 의 입장에서 스탈린격하운동과 8월 종파투쟁은 김일성 사후에 벌어질 혼란과 자 신들 파당의 전면적 몰락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하게 하는 집단 트라우마로 작용 했던 것이다. [표 I-1]권위의 정당성 근거 카리스마적 권위 전통적 권위 법적 권위 정당성의 주장 초인간적 능력의 소유 관습,전통,인습 법질서 토대 통치자의 초인격적 능력 소유에 대한 피치자의 믿음 일상화된 관습 등 사회적 습관과 통치자의 물적 정신적 혜택 부여 공정한 절차, 탈인격화된 공적 권리 행사와 의무 수행 성립의 외적 환경 통치-피치자 간 관계 붕괴 요인 대표적 통치 형태 대표적 사례 전환기 북한에의 적용 일상적 질서가 붕괴된 위기 및 비상사태 인치(신뢰에 기초한 정치 종교화된 카리스마 공동체) 카리스마적 능력 보유에 대한 증명의무 실패 과도기혁명정부, 神 政 정치 나치 독일, 레닌치하 러시아 혁명정부 전통적 공동체의 안정 인치 (전통질서에 근거한 인적 후원-복종 관계) 권리 및 이익 분배 질서의 붕괴 가산제;봉건제 조선왕조 (가산제적 관료주의) (근대화 등)전면적 체제 2세대 통치자로의 승계; 개혁이 요구될 때;구조적 일상화된 통치체제 수립 과도기;위기관리의 실패로 혼란이 지속될 때 해방 후 혁명 및 전쟁 기간; 유일체제 수립 이후 김일성 통치(가산제 가미); 김정일 초기 위기관리 부패 등으로 재정 붕괴 사태가 발생할 때;극단적 빈곤 등으로 반란과 도피가 잇따를 때 선군정치기 가산제+카리스마 권위 근대사회의 성립과 정착 법치 관료적 위계질서 법질서 및 제도적 공정성의 쇠퇴 법치형 민주정체 당-국가 관료 체제 서구 절차적 민주주의; 정착기 소비에트 시스템 전쟁 등으로 국가 헌정 제한 또는 유예 등의 비상조치가 요구될 때; 카리스마형 도전자가 출현 할 때;경제공황 및 양극화 등으로 극단적 여론 분열이 조성될 때 유일체제 수립 전 전후 복구기 California Press, 1978), p. 234. - 5 -
또한 이들은 김일성-김정일 공동정권을 탄생시켜 부자세습의 안정화에도 만전을 기하였다.권력이양을 20년 이상 후견한 부자공동정권은 북한의 혁명적 독재체제 가 아시아적 전제정치로 일상화되는데 있어서 마찰과 반발을 최소화하는 과도기 적 안정장치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3) 공동정권의 주도하에,정당성 토대 면에서는 혁명 과업의 완수를 신성한 사명으로 여기는 유사종교적 신념에 기초한 카리스마적-이념적 동원구조를,그리고 물적 토대 면에서는 권력 세습으로 대변되 는 전통적인 가산제적-인적 지배형태를 결합한 이중적 혼합통치 구조가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국제 사회주의권 붕괴 및 북한 경제의 심각한 위축은 체제붕괴의 위기 상황을 불 러왔지만,김정일 정권은 계수된 카리스마적 권위를 바탕으로 전체 인민에 희생 을 요구하면서 가산제적 충성 특권집단을 보호하는 버티기 전술로 대응할 수 있 었다.김일성이 물려준 카리스마적 유산의 후광이 난국에 빠진 아들 독재자를 구 조하였던 것이다.그러나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은 피지배층은 물론 엘리트층에 게조차 더 이상 카리스마적 정당성을 신빙성 있게 주장할 여지를 없애버리는 결 정이었다.정당성의 토대가 명백하게 전통적 가산제로 이전되었음을 의미한다. 실패국가의 비극을 바닥까지 체험한 피통치 인민대중에 있어서 김정일 정권은 카 리스마적 검증에 실패한 실격정권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데,또다시 그의 젊은 아들이 혈통적 카리스마를 주장한다는 것은 희비극적으로 여겨질 것이다.김정일 이 조기 퇴장할 경우,차기 정권 치하의 북한은 신성권위의 도움 없이 조악한 민 족주의적 대중선동과 발가벗은 권력의 행사만으로 위로부터 또는 아래로부터의 체제 도전행위에 대처해야 하는 말기적 권력국가로 전락할 것이다. 4) 가산제적-인적 통치구조는 통치자로부터의 정치적 권력과 경제적 특권의 시혜적 하사와 관리계층 및 피지배층의 충성심과 복종이 교환되는 형태를 갖게 된다.이 런 점에서,카리스마적 권위가 가미된 혼합 통치체제에서 가산제적-인적 통치로의 3) 동양적 전제정(Oriental Despotism)은 과도한 국가 개입과 사회부문의 예속화,비대한 관리형 관료주의,총 체적 절대 권력 및 수탈과 강제동원을 통한 피지배층의 주변부 臣 民 化,세습화된 지배층, 神 政 政 治 的 이 념 등을 특징으로 하는 술탄적 지배의 독재체제(Autocracy)를 말한다.Karl A. Wittforgel, Oriental Despotism: A Comparative Study of Total Power (New York: Vintage, 1981) 4) 종반으로 치달리는 김정일 후기 정권은 이미 이러한 퇴락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 6 -
전면적 전환은 체제 유지비용의 비약적 증가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이념적 헌신 이나 신념에 따른 희생과 같은 자발적 복종이 기대될 수 없기 때문이다.경제 및 정치 체제의 포괄적 개혁에 기초한 내적 생산력 강화라는 본질적 해법에 대한 정 면 거부로서 탄생한 3대 세습체제가 증가된 체제유지 비용을 감당한다는 것은 장 기적 관점에서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며,결국 태생적 딜레마에 봉착하게 될 것이 다. 둘째,당의 통치 기능 및 위상을 상징적 차원에서 제고하려 시도했다.당 기구를 통한 3대 세습 구조의 정당화( 노동당은 김일성의 당 )및 비대해진 군과 원로들에 대한 견제 의도가 감지된다.제도적 방식으로 권력 분배에 대한 컨센서스를 형성 하고, 새로운 엘리트를 충원하며, 잠재적 반대가능세력 일부를 선별귀화 (Co-optation)하는 등 파워엘리트의 분열을 방지하는 당의 엘리트 통합기능을 부 분적 상징적으로 복원하여 포스트 김정일 과도기 상황에서 안정화 도구로 재활용 하려는 포석으로도 생각될 수 있다. 5) 또한 가산제적-인적 비공식적 지배구조의 공개적 천명으로 저하된 정통성을 당 중심의 脫 人 格 化 된 법적 제도적 통치로의 외양적 회귀 제스처를 통하여 벌충해 보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그러나 최고 권력의 세습 및 가산제적 통치의 근본 틀을 유지하려 할 것이기 때 문에,어떠한 정치적 개혁도 결정적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이런 면에서,당-국 가 체제로의 완전 복원 또는 사회주의 정상국가로의 복귀라는 시나리오의 신뢰도 는 그리 높지 않다.당의 부분적 위상 강화는 당-국가 체제의 복원이라기보다는 일인통치의 한계를 보완하여 후계구도 안착을 지원하기 위한 임시변통적 한계를 지니는 상징적 조치로 여겨진다.또한,김정은이 김정일과 동일한 위상과 장악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이므로,최고지도자의 전위부대로서의 당 조직 을 한시적으로 활성화하여 김정은의 통치부담을 덜어주려는 전술적 움직임으로도 볼 수 있는데,이는 장성택,이영호,김경희 등 핵심 후견세력이 당 조직을 통하여 포 진하는 후견 진용을 펼쳐 보인 것으로도 짐작해 볼 수 있다. 셋째,김정은 세습 선포는 Ancien Regime의 결사수호 천명으로 해석될 수 있다. 5) 권위주의 체제의 내구력과 독제체제 집권여당의 제도화된 통합기능 간의 정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다음 을 참조.Jason Brownlee, Authoritarianism in an Age of Democratization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7), pp. 16-43. - 7 -
김정일 독재정권의 입장에서 주어진 권력 이양 대안들 중 [1]현 지배 엘리트들 간의 균열을 최소화하고,[2]그들의 지배적 특권을 고수하며,[3]권력 이양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사회적 충격과 불안정성을 감소시킬 수 있는 대안은 현실 적으로 부자승계라 볼 수 있다.이는 결국,현 특권층이 지배구조 영속화의 물리 적 토대로 삼고 있는 불균형하게 비대해진 군산 복합 경제,그리고 이를 폭력행 사를 통해 지켜나가려는 선군 및 공안정치의 통치 패러다임,그리고 핵보유 도박 및 주변국 협박게임으로 대외적 생존을 도모하고자 모험적 대외정책을 근간으로 하는 구체제의 절대 사수를 일반 대중과 국제 사회에 선포하는 행위라 할 수 있 다. II.세습체제의 안정성 위협요인 후계체제의 순항을 저해할 불안정 요인들을 고려해보자. 첫째,특권 및 권위의 재분배를 둘러싼 권력투쟁 심화 가능성을 들 수 있다.가산 제형 인적 통치는 특권 배분을 통한 충성심 유지가 관건이므로 새로운 엘리트 및 통치기관에 이권과 특혜를 새로이 나눠주어야 한다.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한정 된 가용 자원의 재분배를 시도해야 하는데,조직 및 파벌간의 치명적인 갈등이 초래될 위험성이 있다. 특히 당-국가 체제 복원을 통한 제도적 통치요소의 부분적 도입이 시도될 경우, 인적 숙청과 더불어 제한된 국가자원의 재분배(예:군 경제에서 당 또는 인민경제 로의 자원 배분상의 유턴)를 추진해야 하나,이는 당 군 분열로 이어질 위험성이 농후하다.핵심 지도부가 아닌 야전군을 지휘하는 현역 소장파 장성들까지 계열적 지배로 묶어서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므로,이러한 위험성은 세대간, 위계질서상의 상하 간의 간극과 대립으로 연결될 소지도 있다. 동일한 갈등의 논리가 당 군 정 내부 조직 간 다툼이나 타조직과의 갈등 구조 형 성으로 재연될 수 있다.특히 비공식적 후원관계에 기초한 가산제적 인적 통치구 조에서 이러한 갈등은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집단의 파벌화로 진행될 수 있으며, 권력과 이해관계의 이합집산에 따른 내부 권력판도의 급격한 변화와 파벌동맹간 - 8 -
기회주의적 세력 투쟁은 체제 안정성을 전반적으로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물론 이러한 변동성이 위로부터의 개혁세력 등장이나 아래로부터의 혁명 적 급변이 반드시 예고되는 것은 아니다. 6) 다만,체제 안정성 저하와 혼란의 증가 는 그 가능성을 높여 줄 수 있을 것이다. 둘째,김일성-김정일 공동정권과 같은 수준의 안정성을 김정은 후견정부에서는 바 랄 수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김정일은 74년 당정치위원으로 지명되면서 후계세 습을 준비하기 시작하였고 정치국 상무위원 및 중앙군사위원으로 취임한 80년 후 계자로서의 권한을 공식적으로 행사하기 시작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최소 5년 동안의 후계 공고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가정해 볼수 있다.단기간(5년 이내)내의 김정일 퇴장 시에는 전술한 권력투쟁 가능성이 보다 치열하고 혼란스런 양상으로 현실화될 수 있다. 김정은 유일독재가 궤도에 오르기 전에 절대 권력자 김정일이 퇴장할 경우,이권 및 특권 쟁탈전이 상부로부터의 조정 및 감독이 부재한 가운데 무한경쟁 방식으 로 진행될 수 있다.물론 후견 친족그룹의 존재감과 그들 상호간 견제를 염두에 둔다면 그 가능성이 낮아 보이지만,최고 권력 쟁취 자체를 둘러싸고 최고 수준의 권력투쟁이 발생할 가능성조차 배제할 수는 없다.이런 상황에서는 최악의 경우 기습적 친위 쿠데타 및 역 쿠데타가 주기적으로 반복하여 발생하는 무정부적 혼 란 상황조차 상정해 볼 수 있다.반면,김정일 통치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후계자 를 중심축으로 한 차세대 측근 그룹이 결성될 경우,즉 드러나지 않는 이중권력 구조가 형성될 경우,신구세력 간 암투 가능성도 역시 상존한다. 끝으로,주민저항의 가능성을 짚어보자.국가실패의 지속으로 주민들의 체제에 대 한 충성도 저하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김정일 정권은 선군 및 공안 정 치를 통해 경제 붕괴로 반감된 가용 재원과 자원을 폭력수단을 관리하는 국가 조 직과 이를 점거한 특권집단에 선택적으로 집중 투자하였다.비무장-피통치-피압박 인민대중의 잠재적 저항으로 발생할 수 있는 국가적 혼란과 체제 위해상황을 예 방하는 선제적 공세로서의 성격이 짙었다.자원의 선별적 강제배분으로 생존의 위기에 몰린 대중의 입장에서 북한은 약탈경제에 근거한 도둑정치체제를 가진 것 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6) 조선왕조체제는 뿌리 깊은 당파 투쟁과 혼란의 주기적 반복에도 불구하고 수세기를 지속하였다. - 9 -
반세기가 넘는 전체주의적 주민 통제의 효과로 대항동원의 중심으로 기능할 수도 있는 자생적 시민 사회단체,학생자치단체 및 자유노동조합,종교단체 등이 소멸됨 으로써 대중적 저항이 자발적이면서도 조직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은 미약하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국가 배급체제의 파탄과 자생적으로 발생한 시장에 의존하는 자급적 생존 유지 방식의 생활화는 주민들의 사회적 세속화 및 경제적 합리화 경 향을 가속화 시켰고,이념화된 전체주의적 동원 구조에 자발적으로 복종할 가능성 도 그 만큼 저하되었다고 볼 수 있다.소극적 저항과 드러나지 않는 불복종 행위 가 증대되고 있음은 자명하다.따라서 비용 대비 통치효율의 전반적 하락도 불가 피한 일이다.배급 경제의 파탄은 정치적으로는 미약하지만 사회적으로 의미가 큰 시장화 세력을 양산하는 효과를 불러왔다.생존의 위기에 내몰려 발로 뛰면서 밑 으로부터의 경제이행의 기초를 다지고 있는 친시장 세력은 외부정보와 전술한 새 로운 행동 및 인식 정향을 대중에 불어넣는 선구적 행위자로서 기능하고 있다. 7) 엘리트층 분열 시 친시장 세력은 잠재적 저항세력으로 동원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피지배 주민의 적극적 세력화나 정치적 동원은 요원한 일로 보 일 수 있으나,엘리트층의 분열 효과가 가세된다면,잠재적 폭발력이 현실화될 수 있다.위기 구조가 심화되어 권력 장악력이 약화되고,비조직적이지만 광범위하게 대중적 저항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경우,전체주의적 동원 및 감시 수단으로 기능 하던 국가주도로 조직된 각종 사회 및 직능 단체들이 대항동원의 조직적-이념적 구심점으로 급전환 될 수도 있을 것이다.또는 이와 정반대로,김정일 퇴장 후 엘 리트 분열이 심화되고 대중의 불복종 경향이 위협적으로 대두될 경우,체제적 위 기 돌파를 위해 최고 통치엘리트들이 문화혁명 방식에 준하는 주체근본주의 대중 투쟁운동을 전개하여 주도권 회복을 노릴 수도 있다.이념 광풍의 혼란 속에 핵 심 지배층이 급진적 돌격대를 양산하여 소극적 불복종 성향이 강한 지식인 및 관 료계층을 대규모로 숙청하면서 지배 권력의 연장을 기획할 수도 있다.체제 내외 적 불안정 양상이 극도로 고조될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김정일이 상당 기간 생존하여 후견체제 안정화에 진력할 수 있 다면,그 기간 동안에는 체제 안정성의 급격한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정책변화 나 또는 돌발사태의 발생을 예상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그러나 축적된 체제 7) 시장 탄압과 부분적 개혁의 철폐라는 반개혁적 복고의 반복은 자생적 시장 세력의 확대를 저지하려 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 10 -
모순들,즉 생존을 위한 자생적 시장의 확대와 이에 기생하는 착취관료주의의 정 착 그리고 재생산 능력이 고갈된 공식경제부문의 약탈적-기형적 방식에 의한 생 명연장 현상 등이 권력과 부를 매개로 한 이합집산과 세력다툼을 그 특징으로 하 는 가산제형 통치구조와 결합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면,중장기적인 관점에 서 현 북한체제의 안정성을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급작스런 붕괴를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만,불확실성의 시대가 도래 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제 우리는 통일에의 확고한 의지와 유동적인 북한정세에 대처할 수 있는 전략 적 유연성을 동시에 추구해야할 지점에 서게 되었다. - 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