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해방이후 전체주의와 조지 오웰 소설의 오독30* 안미영(경북대) 목차 1. 서론 : 서구에 대한 이해와 전체주의 2. 동물농장 과 정치적 교조주의 1) 냉전의 도래와 동물농장 의 출간 2) 1948년 동물농장 의 번역 출간과 공산주의에 대한 경계 3. 1984년 과 강요된 민주주의 1) 1949년 반( 反 )민주주의 문화의 이해 수단, 만화 <1984년> 2) 1950년 1984년 의 번역과 오지 않은 미래 4. 결론 : 눈먼 성찰과 일민주의 국문요약 : 이 글에서는 해방이후 한국에서 전체주의가 확산되는 가운데 조지 오웰 소설이 수용되는 과정을 논의하였다. 민주사회주의자를 표명하는 조지 오웰은 그의 소설, 동물농 장 과 1984년 에서 알레고리형식을 빌어 전체주의의 파행성을 고발했다. 조지 오웰 소설 은 해방이후 남한사회에 번역되면서, 전체주의 에 대한 부정이 전제주의(독재) 에 대한 부 정으로 주제가 단순화된다. 그 결과 그의 소설은 김일성과 스탈린 독재체제를 비롯 공산주 의에 대항하는 반공소설로 둔갑하고 만다. 동물농장 은 1948년 10월 번역 발간된다. 공보처 관료인 김길준이 직접 번역한 동물농 장 은 정치적 교화의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1948년 수립된 남한정부는 공산주의를 부정하 고 민주주의의 옹립을 통한 집권세력의 정당성을 표명하기 위한 의도로, 이 작품을 번역 발 간한다. 1949년 10월 태양신문에는, 만화로 만들어진 1984년 의 줄거리가 소개된다. 조지 * 이 논문은 2011년도 정부(교육과학기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구 되었음(NRF-2011-35C-A00527) 해방이후 전체주의와 조지 오웰 소설의 오독 339
오웰의 신작이 신속하게 소개된 점은 이채를 띠지만, 이 역시 자극적인 이미지( 2분간의 증 오 )와 함께 공산주의 사회의 극단적인 파행성을 부각시키는 데 그친다. 1984년 은 1950년 3월에 번역되었지만, 한국전쟁으로 말미암아 전후에 출간 유통된 것으 로 보인다. 1951년, 1953년, 1957년 각기 다른 출판사의 3종의 번역본이 유통되었지만, 3종 번역본의 전문이 동일하며 역자소기( 譯 者 小 記 ) 내용도 동일하다. 역자소기에 의하면, 번역 자는 그 책을 개인적인 문제의식에서 어렵게 원서를 구해 번역에 임했음을 밝힌다. 번역자 는 조지 오웰의 생애와 문제의식을 공유하지만 1984년 을 오지 않은 미래 로 사유함으로써, 동시대 만연한 전체주의에 대한 알레고리를 읽어내지 못했다. 해방이후 조지 오웰 소설에 대한 눈먼 성찰[ 誤 導 ] 은 동시대 전체주의와 무관하지 않다. 극단적인 반공주의와 독재의 아 우라 속에서 조지 오웰의 소설은 공산주의의 파행성을 보여주는 전체주의의 도구에 그칠 뿐, 동시대 전체주의를 성찰하고 사유하는 지점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1949년 출현한 일민주 의( 一 民 主 義 )는 해방이후 지속되는 전체주의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주제어 : 조지오웰, 동물농장, 1984, 전체주의, 전제주의, 공산주의, 일민주의 1. 서론 : 서구에 대한 이해와 전체주의 해방기 소설의 미숙성을 지적할 때, 의례히 한 사회의 나아갈 지평이 없었 던 격변의 상황이 언급되곤 한다. 작가들 스스로 식민지 문제를 청산하지 못 한 탓도 있지만, 1 냉전의 도래와 남북한 분단의 아우라 속에서 그들은 가까운 미래도 읽어낼 만한 자유와 객관적 거리를 확보하지 못했다. 그 결과 그들은 세계사적 추이와 조선 현실의 연동관계를 읽어내기보다, 이념으로 균열된 해 방공간의 혼탁함을 조명하는 데 그친다. 이 글에서는 해방기 문학의 특수성 을 살펴보기 위해 제2차 세계대전 전후( 前 後 )의 정치적 문제의식을 소설로 구 현해 낸 조지 오웰 소설의 한국 내 수용과정을 천착해 보려 한다. 이 글은 동물동장 (1945)과 1984년 (1949)을 비롯한 조지 오웰 문학의 성 1 유석환은 김남천의 1945년 8 15 ( 자유신문, 1945.10.15~1946.6.28), 김동리의 해방 ( 동아일보, 1949.9.1~1950.2.16)의 경우 식민지 경험의 서사화 방식 및 8 15해방의 비 주체성을 텍스트 안에 내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반도의 안과 밖, 해방의 서사들-해방 을 둘러싼 기억투쟁과 민족문학(론)의 지정학, 상허학보 29집, 상허학회, 2010, 304면. 340
과에 주목한 것이 아니라, 2 그의 문학이 해방이후 한국에서 어떻게 수용되고 이해되었는지, 궁극에는 해방이후 조선의 세계 인식이 어느 정도에 도달해 있었는지 논의하려는 것이다. 해방이후 지식인들의 세계인식은 식민지시기 와 비교하여 어떤 차이를 보이는가. 완전한 독립을 위한 건국 담론 외, 이를 가능케 하는 조건으로서 동시대 세계사적 추이에 대해서는 얼마나 감지하고 있었는가. 1948년 남북한 단일 정부의 수립으로 어떠한 정신적 공황에 직면 하는가 등에 주목하려는 것이다. 최근 해방기 문학 연구는 한반도 문제를 미소 양국을 비롯한 냉전구도를 배경으로 당대 관점을 심층적으로 논의해 나가고 있다. 3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에 따른 조선의 해방, 38선의 구획, 탁치문제와 남북정부수립, 한국전쟁 발발과 정전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문제는 민족적 문제 인 동시에 세계적 문 제 였다. 4 당시 세계 질서는 서구 자유 진영 과 동구 공산 진영 으로 재편되 었고, 양자 간의 첨예한 냉각은 신생 독립국으로 하여금 반드시 어느 한쪽으 로든 편입되도록 강요했다. 독립-국가, 건설-냉전질서로의 편입 과정에서 조선은 냉전 제국의 일부로 편입되기 시작한다. 해방이후 조선에서는 정치와 문화 면에서 서구에 대한 관심과 정보가 증폭 된다. 특히 미국과 소련의 전제적 분위기가 외신으로 보도된다. 시카고 외신 에 따르면 장래에는 미국과 소련만 강력한 국가가 되고 타국가는 양자주위 에 군집한 위성( 衛 星 )이 되리라 우려하며, 미국 국민은 미국 정부가 원자폭탄 2 조지 오웰에 대한 연구자들의 평전과 대표적 연구서는 다음과 같다. 윌리엄즈의 글에 어빙 하우 에릭 프롬 등의 작품론 등을 모아 편집한 김병익, 오웰과 1984년 (문학과지성사, 1984), 어빙 호우 편저, 한승희 역, 전체주의 연구-조지오웰작 1984년 의 이해와 평가 (지문사, 1984), 마이클 쉘던, 김기애 역, 조지오웰-감춰진 얼굴 (성훈출판사, 1992) 등이 있다. 한국의 지식인이 쓴 조지 오웰 평전으로 박홍규의 조지오웰-자유 자연 반권력 정 신 (이학사, 2002)과 고세훈의 조지오웰-지식인에 관한 보고서 (한길사, 2012)가 있다. 3 정재석, 해방과 한국전쟁, 3차 대전론의 단층들, 상허학보 27, 상허학회, 2009, 191~ 228면; 김혜인, 난민의 세기, 상상된 아시아-이광수의 서울 (1950)을 중심으로, 대중 서사연구 24, 대중서사학회, 2010, 136~160면; 공임순, 원자탄이 매개된 세계상과 재지 역화의 균열들, 서강인문논총 31, 서강대 인문과학연구소, 2011, 5~43면 등등. 4 정재석, 타자의 초상과 신생 대한민국의 자화상-해방~한국전쟁기 인도인식을 중심으 로, 한국문학연구 38집, 동국대 한국문학연구소, 2009, 371~372면. 해방이후 전체주의와 조지 오웰 소설의 오독 341
을 공개하여 세계평화에 앞장설 것을 촉구한다. 5 워싱톤 외신은 소련과 미국 양자가 서로 적대시 되는 분위기에 우려를 표명하며, 우호 유지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6 당시 저널에 의하면 채정근의 뉘른베르크법정에 선 인류의 적 나치의 무리(1946.6), 김일환의 동경전범자재판(1947.1) 을 비롯 발칸반도의 정치동향, 영국의 대인도정책, 인도네시아, 전후일본의 동향, 제3차 세계대전 에 대한 가상, 동구라파 문제, 희랍문제 등을 특집으로 다루고 있으며 문학에 있어서도 실존주의, 흑인문학을 비롯 현하 서구의 문학 동정이 소개된다. 7 김광섭은 世 界 文 藝 私 觀 ( 경향신문, 1947)에서 제2차 세계대전 종식후 니 힐리즘, 센티멘탈리즘, 테카당트 등의 다양한 문학형태의 출현을 예상한다. 8 해방이후 조선의 저널에 소개된 외국문학은 크게 두 가지 특징을 보인다. 첫 째, 정치적 대립구도에 따라 신문과 잡지는 특정 국가의 문학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신문과 잡지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소련과 영미문학이 압도적으로 소개되다가, 1948년을 경계로 미국문학 소개로 경도된다. 둘째 노벨문학 수 상자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들 수 있다. 신문사에서는 각 시기별 노벨문학 수 상자가 누구인지 앞 다투어 소개하며, 수상작 외에도 수상자들의 문학세계를 소개하는데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1946년 헤르만 헤세, 1947년 앙드레 지드, 1948년 T.S 엘리엇, 1949년 윌리엄 포크너가 그에 해당된다. 첫 번째 특징과 관련하여 1946년 신문사설에는 올바른 미국문화의 섭취를 제안하는 사설이 보인다. 9 1948년 6월에는 일본 동경제대에서 영문학을 강 5 시카고 25일발 AP연합합동, 장래에는 미국과 소련만이 강력한 국가를 보존, 동아일보, 1946.1.28. 6 화성돈 25일발 AP연합합동, 미소양국간에 우호유지가 필요, 동아일보, 1946.1.28. 7 이상은 신천지 의 1946~1950년 사이에 외국정세를 다룬 특집 기사를 중심으로 소개한 것이다. 8 김광섭, 世 界 文 藝 私 觀, 경향신문, 1947.10.26. 오늘 세계는 전쟁으로 무엇을 얻었으 며, 인류는 전쟁으로 무엇을 잃었는가. 이 냉혹한 현실 앞에서 문학은 리알리즘을 더욱 강 화하기도 하리라. 그와 동시에 니힐리즘과 센티멘타리즘이 전쟁의 선물로 대두하기도 하리 라. 또한 세기말적 데카탄트의 진출이 반드시 없으리라고도 단정은 못하리라. 당대 현실 에서 문학은 이지적이고 과학적이지만, 그 근저에는 휴머니즘이 전제되어 있다. 9 미국문화의 섭취, 자유신문, 1946.2.25. 기사에 따르면 미국은 1776년 영국으로부터 독립된 신생국으로서 그 顯 著 한 會 成 國 民 으로 지닌 包 括 的 인 문화는 인류의 행복을 위하 342
의한 영국학자 에드먼드 쁘란덴이 영국의 현대작가를 소개하는 글이 번역되 었다. 10 1948년 9월 9일에는 영국의 버나드 쇼에 대한 근황, 11 1949년에는 미 국 여류연출가 다이린프의 버나드쇼 방문기도 번역 소개된다. 12 1949년에 이 를수록, 미국 영화와 더불어 미국 문학의 소개가 많은 지면을 차지한다. 13 잡 지에서도 미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확대된다. 1947년 11월에는 한흑구가 미 국문학의 진수 ( 백민, 1947.11)를 소개한 이래, 그는 지속적으로 미국문학을 소개하는 글을 발표한다. 14 1950년대 이르면 세계문학화한 미국문학의 위상 을 소개하는 글들이 번역된다. 15 두 번째 특징과 관련하여 각종 저널에서는 노벨문학 수상자를 소개함으로 써 동시대 세계문학의 흐름을 주목한다. 예컨대 1947년 11월에는 당해 노벨 문학 수상자 앙드레 지드에 대한 논의들이 기사화 되는데, 16 아메리카에서 지드의 위상을 다루는 등 빈번히 소개된다. 1948년 11월에는 1948년 노벨문 야 각종각양의 공헌 을 하고 있다. 청교도주의는 역사의 발전을 따라 실생활에서 현저히 침전하고, 물질주의와 현실주의적인 면이 점차로 확대되어 프랙마티슴과 뉴-듸-ㄹ도 역시 이러한 기저에서 파생 되었다. 당시 조선인들은 영화와 저널리즘을 통해 미국문화 의 선진적 정신과 궤적을 탐구하기보다, 외양을 좇기에 급급하다며 비판하고 있다. 10 에드먼드 C 쁘란덴, 英 國 의 現 代 作 家, 민성 4(6), 1948,6, 105면. 그는 영문학전공 학생 을 위해 맨들 영, 워스워-드, 하-듸, T.S. 엘리옷트, 하-바-드 리-드, 찰스램 등의 영국 의 고전적인 문인소개를 연재한다. 11 英 國 大 文 豪 버- 翁 近 況, 자유민보, 1949.9.9. 12 뻐나드 쇼-방문기, 경향신문, 1949.3.8. 13 예컨대 김명수, 오 헨리와 그 작품, 경향신문, 1949.6.9 등이 있다. 이 외 1949년에도 지속적으로 영문학이 소개되는데, 1949년 7월 12일에는 현대 영시가 오랫동안 연재된다. 이인수, 現 代 英 詩 小 論, 태양신문 1~8, 1949, 7.12~20. 14 최근의 미국문단, 백민 4(4), 1948.10; 미국문학의 기원, 백민 5(2), 1947.11; 최근 의 미국소설, 문학 6(3), 1950.5.1. 15 맬컴 카우리, 김형식 역, 世 界 文 學 化 한 美 國 文 學 ( 上 下 ), 문예, 1950.1~2. 16 이영준, 노-벨문학수상자 안드레 지드 소고, 독립신보, 1947.11.25. 1948년 이후 남 한사회에서 앙드레 지드의 소개 역시 정치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조지 오웰이 영국 식민 지배를 받은 버마를 경험한 것과 마찬가지로, 앙드레 지드 역시 프랑스 식민 지배를 받는 콩고의 참혹한 실상을 목격하고 콩고여행 을 쓰면서 1926년 공산당에 입당했다. 그 러나 그는 1936년 소련 방문에서 모스크바의 폐쇄성과 획일주의를 목도한 후 자신의 판단 착오를 고백하고 공산당에서 탈퇴했다. 이러한 앙드레 지드의 이력은 1948년 남한 사회 에서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해방이후 전체주의와 조지 오웰 소설의 오독 343
학수상자 T.S 엘리엇의 현대시운동 및 그에 관한 글이 기사화 된다. 17 해방 공간 외국문학 소개에서 주목할 부분은 1948년을 즈음한 영미문학에 대한 관 심고조이다. 1945년 8월 15일부터 1950년 6월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와 냉 전에 대한 인식은 균열의 지점을 내포하고 있다. 1948년 남북한 단일정부의 수립이후, 세계사적 인식의 진폭은 제한되고 협소해진다. 예컨대 문학에 있 어서도 미국문학을 세계문학으로 보편화하기 시작한다. 1948년 이전만 하더라도, 지식인들은 조선의 상황에 적합한 민주주의를 모 색하고 있었으며, 이를 위해 전체주의에 대한 이해도 선행해 있었다. 1946년 박치우는 제2차 세계대전의 종식이후 민주주의와 전체주의간의 대립을 조망 하면서 조선의 민주주의를 탐색하는 글을 발표했는데, 정치적이고 철학적인 안목이 전제해 있다. 18 그에 의하면 제2차 세계대전 후 전쟁을 자행한 국가 들은 파시즘 대 민주주의 의 대결이었다고 하지 않고 전체주의 대 민주주 의 의 대립이라 지칭한다. 왜냐하면 파시즘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스스로 지우기 위해서이다. 대체 파시즘이라면 발상지인 이태리의 경우라면 하는 수 업지마는 파시즘이라는 것이 본래 부터가 국수주의와 긴급히 손을 잡고 이러난 것인 만큼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에서 본다면 자신의 파시즘을 외국 인 이태리의 수입품 모조물로 자처하기에는 국수주의적 입장에서 대단히 체면 적은 점이 업지 안을 뿐만 아니라 ** 탄압을 위주로 하는 파시즘이라는 이름으로부터 벗어온 자국민의 인상을 고려에 너치 안을 수 업섯든 까닥이다. 그러기에 독일은 파시즘 대신 국민사회주의 라는 일종의 사회주의로, 일 본에서는 일본주의 라 명명했다. 파시즘은 전체주의 라는 철학적 간판을 내 17 김경린, 1948년 노벨문학수상자 그의 현대시운동, 경향신문, 1948.11.18, 英 詩 人 에리 옷트 氏 에 48 年 度 노-벨 文 學 賞, 자유신문, 1948.11.6. 18 박치우, 전체주의와 민주주의, 民 敲 창간호, 1946.5, 5~17면 참조. 이하 인용문은 이 글의 것임. 인용문은 현행 맞춤법의 띄어쓰기를 따랐으며, 강조는 필자에 의한 것임. 한자 는 한글로 변용함. 344
걸었다. 전체와 부분과의 관계의 문제에 잇서 부분에 대한 전체의 우위를 주 장한다는 의미 이지만, 파시즘의 전체주의는 처음부터 목적이 이론상의 흥 미에 잇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개인에 대한 민족 또는 국가의 우위를 주장함 으로써 민주주의와는 정반대인 개인의 자유를 위협한다. 전체주의에 대한 이해가 명확하게 이루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서구 정치의 흐름을 전 제로 박치우는 파시즘의 전체주의를 경계하면서 조선 민주주의를 모색한다. 신생 조선은 민주주의 국가래야만 된다고 한다. 올코도 조흔일이다. 우리는 몬저 모-든 특권 소수자에게 대해서 다수자의 이름으로 일대일을 주장할 일이다. 그래서 이 일대일을 관철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렇게 관철되는 일대일은 조선의 경우에서는 영미 등의 민주주의와는 당연히 상모가 달라져야만 하며 또 반드시 달라질 것이다. 웨 냐하면 여기에서는 처음부터 다수자는 근로대중이며 또 노동자임으로 해서 그 자신 이 생산자이며, 생산자이니만치 이럿캐 해서 어더지는 일대일은 결과에 잇어서 벌서 형식논리적인 일대일 즉 공평의 가상 이 아니라 여하한 주저나 예외업시 각자가 능 력에 의해서 노동하며 노동에 의해서 분배하는 사회를 향해서 나갈 수 박게는 없게 되 리라는 의미에서 진실로 이 의미에서 조선의 **은 현실적인 공평일수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만연해 있는 전체주의에 대한 이해를 통해 조선 민주주의를 모 색하려는 이와 같은 시도는 진전된 역사의식과 전망을 보여주고 있다. 식민 치하 경성제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해방이후에는 남로당에 가담한 중간파 박치우 개인의 정치적 입장도 전제되어 있겠지만 19 이러한 객관적인 성찰은 1948년 이전에는 가능할 수 있었지만, 1948년 남북한 단독 정부의 수립과 더 불어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진다. 당면한 역사와 현실에 대한 편향된 인 식은 문학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19 박치우에 관한 대표적인 논의로 윤대석의 아카데미즘과 현실 사이의 긴장-박치우의 삶과 사상 ( 우리말글 36, 2006.4, 371~396면)이 있다. 박치우의 철학은 아카데미즘에 머물지 않고 현실을 철학의 개념으로 풀어서 설명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그에 의하면 철 학은 오늘, 이 땅, 우리에게 마땅히 무엇이어야만 될 것인가 의 문제이다(윤대석, 앞의 글, 382면 참조). 해방이후 전체주의와 조지 오웰 소설의 오독 345
2. 동물농장 과 정치적 교조주의 1) 냉전의 도래와 동물농장 의 출간 1945년 8월 15일 조선의 해방을 즈음하여 세상에 빛을 본 소설이 있다. 그 것은 1945년 8월 17일 영국에서 출판된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이다. 20 작품 말미에 써 놓은 날짜를 보면, 1943년 11월 이 작품을 쓰기 시작해서 석달만인 이듬해 2월 탈고한 것으로 되어 있다. 조지 오웰은 1944년 탈고하여 출판사 에 의뢰했으나 출간되지 못했다. 2차 대전 기간 동안 소련은 서방 연합국들 에게 동맹국이었으므로 소비에트 체제에 대한 통렬한 캐리커처가 출판된다 는 것은 영국 정치사회에서 소련과의 협력 관계에 상당한 불편을 초래할 가 능성이 있는 일종의 정치적 위험이자 모험일 수 있었다. 21 세계대전의 종식과 때를 같이하여 이 땅에 출현한 조지 오웰의 동물농 장 은 당 시대의 정치적 문제성을 첨예하게 재현해 놓았는데, 그것은 파시즘 을 비롯한 전체주의에 대한 위협이다. 조지 오웰이 풍자한 전체주의는 기실 1, 2차 대전의 실체를 비롯 도래될 냉전의 실체를 시사한다. 대항해시대를 거 쳐 서구의 제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식민지 쟁탈전에 나섰으 며, 식민지 점유의 과열화는 국가 간의 전쟁을 예고하고 있었다. 근대 국가들 은 각 민족과 국가 간의 차별성 을 통해 국가주의를 유포했으며, 그 안에는 전체주의의 맹아가 자리잡고 있다. 조지 오웰은 영국의 식민지 버마에 근무 하면서 제국의 식민정책을 비롯한 국가주의의 압제를 목도한다. 22 일찍이 그 20 영국에서 출간된 출판사는 Secker &Warburg(1945)이다. 같은 시기 미국에서는 펭귄 북스 에서 출간되는데 필자가 찾은 Animal farm의 서지 사항은 다음과 같다. First published by Secker &Warburg 1945 Published in Penguin Books, 1951. 이어 1952 1954~1955년 재판을 거듭했으며, 1957~1959년을 이어 지속적으로 재판을 거듭하고 있다. 21 도정일, 작품해설 : 동물농장 의 세계, 동물동장, 민음사, 2007, 145~146면. 22 차별성 은 식민제국이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다. 조지 오웰은 교수형, 코끼리를 쏘다 등의 산문에서, 피식민자와 식민자의 정치적 계급의식이 인위적이며 비인간적인 행태로 조작되고 내면화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조지 오웰의 산문을 편집해서 번역한 국내서는 346
는 제국의 경찰로 근무하던 시절 목도한 것을 담은 첫 소설 Bumese Days( 버 마 시절, 1934)을 미국에서 출간한다. 1945년 발간된 동물농장 은 종전( 終 戰 )과 더불어 제국이 또 다른 이념을 등에 업고 대중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당대의 정치 문제를 담지해 내고 있다. 조지 오웰이 우려하는 전체주의의 실체는 동물농장 에서 다음과 같이 나타 난다. 농장의 운영은 사람을 중심으로, 사람의 이익을 극대화할 뿐 농장 동물 들의 권익은 무시되었다. 지배계급으로서 인간은 그들의 이익을 위해 동물들 의 자유와 노동력을 착취했다. 이러한 인간의 농장운영에 불만을 품은 동물 들은 인간을 적대시하며, 그들 스스로 운영되는 자치 공동체 동물 농장을 만 든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동물들의 지배계급인 돼지 역시 그들이 적대시해 왔던 인간과 동일한 행태를 보이고 있었다. 지배계급으로 안착한 돼지들은 그들만의 안락과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다른 동물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자유를 유린했다. 혁명은 실패로 돌아가고 혁명 정신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동물들의 지배계급은 그들이 적대시했던 인간들의 삶을 재현하고 있었다. 동물들은 또 다른 지도자와 그의 권위에 눌리어 지배당하고 있었다. 지도자 는 자신의 정신노동을 육체노동과 구분 하고 노동계급과의 차별성 을 정당 화했다. 노동계급에게는 자유와 평등 그리고 노동의 신성함을 강조하면서, 지배계급은 동물들의 적이라고 간주했던 인간들과 거래하며 이권을 챙겼다. 여기에는 노동계급의 판단할 수 없는 우매함과 무지가 전제되어 있다. 지배 계급은 노동계급의 판단력을 중지 시기키 위해, 공부를 시키지 않으며 교조 적인 구호들을 반복 학습 시킨다. 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또 다른 적 을 설정하고 적개심을 조장하는가 하면, 지배계급의 이익에 따라 구호 내용 이 조금씩 바뀌기도 한다. 23 다음과 같다. 조지 오웰, 이한중 역, 나는 왜 쓰는가, 한겨레출판사, 2010; 조지 오웰, 박 경서 역, 코끼리를 쏘다, 실천문학사, 2003. 23 이러한 상황은 1949년 발표된 1984년 과 동일하다. 빅브라더는 골드스타인 라는 적을 상정해 두고, 지속적으로 신어 를 창안하여 체제를 영속해 나간다. 해방이후 전체주의와 조지 오웰 소설의 오독 347
동물농장 에서 비판의 초점은 돼지 나폴레옹으로 풍자되는 소련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애초 비판의 표적은 농장주인 존즈, 사람들로부터 시작 되고 있다. 농장에서 쫓겨난 농장주 존즈가 사람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하소 연했지만, 사람들은 동정하는 듯 했으나 이렇다 할 도움도 주지 않았다. 내 심 그들은 존즈에게 닥친 불행을 이용해서 뭐 득볼 일이 없을까 속으로 계산 해 보고 있는 참이었다. 24 동물농장의 지배계급에게 무조건적이고 무비판적 으로 복종하고 순응하는 다른 동물과 달리, 자신의 생애를 한 토막도 빠짐없 이 고스란히 기억 하는 당나귀 벤저민은 그들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 다. 그의 말인즉 지금의 사정이 옛날보다 더 나을 것도 못할 것도 없고 앞으 로도 더 나아지거나 더 못해지지 않을 것이며 굶주림과 고생과 실망은 삶의 바꿀 수 없는 불변 법칙이라는 것이었다. 25 조지 오웰이 주목한 것은, 공산진영과 자유진영 양자 모두에 잠재해 있는 전체주의의 위협과 인간이 지닌 삶의 조건이다. 그는 인간의 권리와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당면한 현실을 문제 삼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종식이후 냉전(cold war)은 팽팽한 두 힘의 맞섬을 보여준다. 자유진영이든 공산진영이 든 간에, 어느 한쪽도 팽팽하게 맞섬의 끈을 놓지 않고 더 단단하게 조여가고 있었다. 양자 모두 집단의 권익을 위해 또 다른 한 편을 적 으로 간주하여, 독 재를 서슴지 않을 수 있다. 국가의 안보와 민족의 사활을 내걸고 또 다른 한 편의 적이 지닌 가공할만한 공포와 위협으로부터 국민 스스로 희생과 봉사의 선봉에 나설 것을 자극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경험하면서, 조지 오웰 이 직시했던 당대 삶의 문제성은 이데올로기를 초월하여 인류의 삶에 포진한 전체주의의 위협이었다. 26 작가는 인간의 삶에 포진한 전체주의에 대한 경계 24 조지 오웰, 도정일 역, 동물동장, 민음사, 2007, 37~38면. 25 위의 책, 114면. 다만 벤쟈민 만이 자기는 오-랜 생애의 일을 전부 기억하고 있는데 모-든 것은 좋와질 수도 없고 납버질수도 없는 것이요 饑 餓, 困 境, 失 望 이란 전 생애의 변할 수 없 는 法 則 이라고 말하였다. 1948년 번역본, 101~102면. 띄어쓰기는 현행 맞춤법에 따름. 26 최근 민주주의에 대한 성찰에 주목해 보면, 웬디 브라운은 민주주의가 자본주의와 더불어 하나의 브랜드 로 상품물신성의 최신 변형으로 변질된 점을 지적하는가 하면( 오늘날 우 리는 모두 민주주의자이다 ), 크리스틴 로스는 민주주의란 단어가 간직한 해방의 울림을 완전히 제거한 채 계급적 이데올로기가 되어버렸음을 탄식한다( 민주주의를 팝니다 ). 아 348
를 보여주려 했다. 27 1936년 조지 오웰은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면서 공산주의 내부의 균열을 목 도했다. 스탈린 공산주의자들이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다른 사회주의자들(무 정부주의, 사회민주주의, 트로츠키주의)을 탄압하고 숙청하는 과정을 목도하면서 공산주의에도 내재해 있는 전체주의를 발견했다. 20세기 출현한 사회주의는 19세기 만연했던 제국주의를 부정, 해체, 극복 하는 역사적 과제를 수행하면 서, 제국주의 이데올로기의 실체를 밝혔다. 사회주의가 제국주의의 실상(착취 와 수탈)과 허상(문명과 진보의 전파) 간의 괴리를 노출시켜 이데올로기 내부의 허 위와 야만성을 폭로한 공과가 있지만, 28 사회주의 역시 스탈린체제에 접어들 면서 전체주의의 변종에 지나지 않음을 목도한 것이다. 그는 동물농장 (194 5)의 출간에 앞서 Homage to Catalonia( 칼탈로니아 연가, Secker&Warburg, 1938)를 출간하는데, 이 르포에서 공산주의 내부에 존재하는 전체주의의 허위성을 고 발하고 있다. 감벤 외, 김상운 외 역, 민주주의는 죽었는가?, 난장, 2010. 27 그는 글을 쓰는 동기로 순전한 이기심, 미학적 열정, 역사적 충동, 정치적 목적 네 가지 로 분류하고, 자신의 글쓰기에는 정치적 목적이 전제해 있음을 밝힌다. 조지 오웰, 도정일 역, 나는 왜 쓰는가, 동물농장, 2000, 133~144면. 1936년 이후 내가 진지하게 쓴 작품 들은 그 한 줄 한 줄이 모두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전체주의에 반대 하고 내가 아는 민 주적 사회주의를 위해 씌어졌다. ( 중략 ) 지난 10여년을 통틀어 내가 가장 하고 싶었 던 것은 정치적 글쓰기를 예술이 되게 하는 일이었다. 나의 출발점은 언제나 당파의식, 곧 불의( 不 義 )에 대한 의식이다. ( 중략 ) 그 책을 쓰는 이유는 내가 폭로하고 싶은 어떤 거 짓말이 있기 때문이고 사람들을 주목하게 하고 싶은 어떤 진실이 있기 때문이다(조지 오 웰, 위의 책, 141면). 28 도종일, 문명의 야만성과 세계화 비전, 시장전체주의와 문명의 야만, 생각의나무, 2008, 82~83면 참조. 도종일은 나치 독일의 파시즘과 스탈린의 소비에트 전체주의는 정 치 독재와 기술의 결합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음을 지적한다. 양자 모두 기술적 방법지 와 실용교육을 강조하고 반지성주의를 취택했다는 것이다. 비판적 지성의 학살과 관련하 여, 도정일은 권력-자본-기술의 3자 연정 관계를 기반으로 한 시장전체주의에 대해 비 판한다. 시장의 신은 자유의 이름으로 자유를 박탈하고 선택의 이름으로 선택을 제한하 며 다양성의 이름으로 다양성을 죽인다. 시장의 신은 오락, 소비, 향락의 문화로 세상을 장악하며 비판 지성을 침묵시키고 사회의 창조적 에너지들을 고갈시킨다고 비판한다. 도 정일, 시장전체주의와 인문가치, 위의 책, 198~199면. 해방이후 전체주의와 조지 오웰 소설의 오독 349
2) 1948년 동물농장 의 번역 출간과 공산주의에 대한 경계 한국에서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은 1948년 10월 31일 김길준에 의해 번 역 출간된다. 29 김길준의 번역으로 1948년 10월 31일 대건인쇄소(1947.9.30 등록 제21호) 에서 인쇄되었으며, 발행소는 국제문화협회 출판부(서울 종로 YMCA 內 )이고 책값은 150원이다. 이 책이 번역 발간되던 해, 칼럼형식의 서평 동 물농장 ( 경향신문, 1948.12.1)을 제외하고, 당시 신문과 잡지에서 이 책에 관한 언급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신문의 서평에 의하면 어떤 공식주의에서 절규하 는 현대인의 위험한 착각을 바로 잡기에 충분하고 이 책을 읽음으로써 진정 한 민주주의에의 지향이 명시될 것으로 믿는다 는 30 뚜렷한 정치적 목적을 전달했다. 번역자 김길준의 해방이전 이력을 뚜렷하게 알 수 없으나, 민족문제연구소 의 해외친일인명 수록 명단으로 보아 친일 관료로 보인다. 해방이후에는 공 보국장으로 있었으며, 1946년 10월 19일 일간지에서 그는 김기림의 언론집회 의 자유 및 출판물배급 시급이라는 요구에, 군정청 공보국장으로서 당대 지 식인의 책임없는 자유를 질타하며 앞으로 언론집회사상의 자유에 더 힘쓸 것 이라 응답한다. 31 같은 해 그는 러취(Lerch,A.L.) 군정장관의 군정장관실 내 Public Relations Office 의 고문이 된다. 32 1947년 7월 20일 일본여정을 신문 에 소개하기도 하고, 같은 해 10월 7일에는 대일( 對 日 )기술배상안과 관련하여 무조건적 배일사상은 쇄국주의의 잔재라 여기며, 일본에 배상을 청구하게 되 겠지만 기술배상을 청구하여 자생자활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칼럼을 발표 한다. 이 칼럼에서 그는 일본에 대한 반발을 약화시키는 한 편 문제의 초점을 29 動 物 農 場 (작품명) 소설(종별) 죠-지 오어웰(원작자) 英 (국적) 金 吉 俊 (역자) 국제문화협 회출판부(출처) 10월 31일(간행일) 김병철, 한국근대번역문학사연구 Ⅱ, 을유문화사, 1973, 1018면. 이 외 오영식의 해방기 간행도서 총목록 : 1945~1950 (소명출판, 2009)과 광 복 60주년 기념 : 해방공간의 도서들 (국립청주박물관, 2005)에는 소개되어 있지 않았다. 30 동물농장, 경향신문, 1948.12.1. 강조는 필자. 글쓴이가 소개되어 있지 않다. 31 (공개장)우리생활의 긴급한 과제(8)문화편, 경향신문, 1946.10.19. 32 러취장관 연내귀임 영전하는 김길준씨, 경향신문, 1946.12.17. 350
삼팔선 에 집중시키려 한다. 33 1949년 6월 18일 그는 군정장관고문에서 공보 처 고문으로 취임한다. 34 같은 해 9월 6일 국방부 장관실로, 35 9월 30에는 교 통부비서실장으로 취임한다. 36 그는 미군정 우익 권력의 중심에 있었다. 동물농장 의 출간이 1948년 10월이라는 사실은 중요하다. 1945년 8월 17 일 영국에서 발간되고 뒤이어 같은 시기 미국에 소개된 책이 불과 3년 만에 남한에서 소개될 수 있었던 것은 그 만한 정치적 이유가 선행해 있었기 때문 이다. 37 번역본 동물농장 은 총 10장의 내용이 빠짐없이 완역되었으며, 역 자는 이 작품의 주제와 의도를 책의 서두에 상세히 소개한다. 특히 줄거리를 자세하게 안내하고 있으며,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작중 인물의 특징과 의의도 밝혀준다. 38 쫀스 씨의 농장 동물들은 성공리에 혁명을 일르키어 농장을 자기네의 소유로 한 다. 그네들의 希 望 과 計 劃, 그리고 成 就 하는 業 績 들이 이 동물농장이란 작품의 골자 가 되는 것이다. 혁명 당초에는 목적달성에 도취한 나머지 모-든 動 物 은 平 等 하다 라는 위대한 誡 命 을 표방하나 불행하게도 지도권이 다른 동물들보다 지적으로 우수 한 도야지 들에게로 자동적으로 옮겨나 버리고 만다. 그리하야 일껀 성취된 혁명도 점차 부패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혁명당초의 원칙이 뒤집혀 질 때마다 그럴듯한 辨 明 이 임기응변적으로 작고 나오는 것이었다. (3면) 원작자 오에웰 氏 는 이 농장에 등장하는 동물개개에 대하야 깊은 동정을 갖이고 33 김길준, 對 日 技 術 賠 償 案, 경향신문, 1947.7.10. 34 김길준 공보처고문으로, 경향신문, 1949.6.18. 35 공보처 김길준씨 국방부로 전출, 동아일보, 1949.9.6. 36 교통부비서실장 김길준취임, 경향신문, 1949.9.30. 37 1948년 5월 10일에 남한에서만의 총선거가 실시되어 5월 31일에는 최초의 국회가 열렸다. 이 제헌국회는 7월 17일에 헌법을 공포하였는데, 초대 대통령에는 이승만이 당선되었다. 이어 8월 15일에는 대한민국의 수립이 국내외에 선포되었으며, 그해 12월 유엔 총회의 승 인을 받아 대한민국은 합법정부가 되었다. 38 죠-지 오에웰, 김길준 역, 譯 者 序, 動 物 農 場 (Animal Farm), 국제문화협회간, 1948, 3~5면. 이후 인용문에서는 인용한 쪽수만 기입. 한자는 가급적 한글로 표기. 강조는 필자. 해방이후 전체주의와 조지 오웰 소설의 오독 351
그들의 생태를 묘사함에 비범한 수완을 보히었다. 이 작품을 읽을 때 무엇보다도 독 자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눈물지웃게 하는 것은 스노-뽈 과 나폴레온 의 조직 覇 權 다툼 보다도 뻬앞흐게 일하는 빡설 이나 또 그리 찬양할 만한 동물은 못되나 저자가 일단의 묘필로써 그려낸 당기를 좋아하는 암말 몰리- 의 풍모일 것이다. 이 저자는 명작 妙 術 나라의 애리스 (Alice in wonderland)에 비견할만한 것으로 그의 기상천외의 탁월한 상상력에는 오즉 감탄을 불금하는 바이다. 그리고 이 소설 의 특징인 신랄한 풍자와 유-모어 는 직접 우리의 심금을 울려서 생각하면 생각할사 록 길이길이 미소를 지어내게 한다. (4면) 인용문에 의하면 역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첫째, 평등을 내걸고 혁명을 수행했으나 그것은 변명에 불과할 뿐 독재가 지속된 다. 둘째, 인물의 형상화라는 측면에서 독재자보다 그들에게 희생당하는 빡 설(Boxer) 과 몰리(Mollie) 의 성격창조를 높이 평가한다. 양자 모두 우매한 피 지배자로서 빡설이 맹목적으로 복종하고 헌신하는가 하면, 몰리는 실체가 아 니라 눈에 보이는 것(아름다운 댕기)에만 현혹되어 독재자의 수하에 들어가 혹 사당하고 만다. 요컨대 이 작품에서 역자는 독재의 횡포에 초점을 맞추어 고 통받는 피지배계층의 모습을 강조한다. 맹목적이며 눈에 보이는 것 밖에 알 지 못하는 피지배계층의 속성을 지적함으로써, 그들의 불행을 통해 독재의 위협을 경고한다. 역자 소개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다음과 같은 출간의 정 치적 목적이다. 동물농장 (Animal Farm)은 제2차세계대전후에 발표된 가장 저명한 풍자소설이 니 전인류가 미국과 소련의 두 개의 세계로 양분되어 이데올로기- 의 싸움이 한참인 이때에 專 制 主 義 보다는 역시 民 主 主 義 가 일층 進 步 된 方 式 이오, 또 專 制 主 義 의 獨 裁 가 얼마나 많은 矛 盾 과 당착을 들어내이고 있는가의 사실을 우리는 다시 한 번 재검 토할 필요가 있을 줄 안다. 나치스 의 독일과 파시즘 의 이태리와 군국주의 일본은 이 미 패망하였지만은 지구상에는 아즉도 전제주의적 독재가 존재하고 있지 않을지? 동 물농장 은 동물의 세계를 빌어서 독재의 모순과 피지배자의 비애를 여실하게 갈파하 352
였으니 전제주의에 대한 어떠한 비난공격보다도 이 일 편이야말로 가장 뻬앞흔 교훈이 될 것이다. (4면) 동물농장 의 번역은 공산주의에 대한 경계의 일환이자, 민주주의를 옹호 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다. 1948년 8월 15일 남한정부가 들어서고, 북한에 대 한 남한 정부의 정당성을 공산주의에 대한 민주주의의 우위에서 설파하려는 것이다. 역자는 공산주의를 전체주의 로 보지 않고 전제주의 와 동일시한다. 전체주의( 全 體 主 義, Totalitarianism)가 개인의 모든 활동은 민족 국가와 같은 전체 의 존립과 발전을 위하여서만 존재한다는 이념 아래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상이라면, 전제주의( 專 制 主 義, Despotism)는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지 배자의 독단에 의한 정치 형태를 의미한다. 번역자는 전체주의에 대한 이해 없이, 전근대적인 독재자의 횡포에 초점을 맞추어 작품의 주제를 전제주의의 위협으로 단순화 한다. 역자는 또 이 이야기에는 저자가 일부러 어떠한 모랄 을 지적하여 첨가시 키려고는 하지 않었지만은 우리들이 다 잘알고 있는 세계정세의 어느 부분에 부합되는 점 을 지적하여, 소련과 북한의 독재체제 대( 對 ) 미국과 남한의 민 주주의 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 결과 처음부터 끝까지 이 소설을 다 읽고 난 사람은 누구나 어떠한 判 定 과 結 論 을 스사로 얻고야 말 것이다 라고 자신한 다. 나아가 좀 더 직접적으로 다음과 같이 단언한다. 동물농장 은 자칫하면 허울 좋은 공식주의로 떨어지기 쉬운 현대인류에 대한 일대 경종이니 진정한 민주주의의 자주독립국가를 수립하여야 할 우리 조선청년이 이 소책 자를 읽음으로써 적어도 어느 것이 참된 민주주의이며 또 어느 것이 민족결합의 가장 공평한 생활방식이냐? 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반성하게 된다면 譯 者 는 물론, 원작자도 만족할 줄 안다. 1948년 5월 譯 者 識. 박홍규는 한국에서 조지 오웰의 작품 초역은 미국정부가 깊이 관여하고 있 음을 지적한 바 있다. 1948년 동물농장 의 한국어 번역을 시작으로 미국 해 해방이후 전체주의와 조지 오웰 소설의 오독 353
외정보국은 오웰의 책을 30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 배포하기 위한 자금을 지원했다. 39 공산주의에 대한 심리적 공격 이라는 점에서 국무부가 대단한 가치를 평가하고 번역에 대한 자금을 지원했다고 한다. 이러한 증언 외 번역 자 김길준의 정치적 입지, 신문의 서평과 번역자의 해설 등으로 보아, 동물 농장 의 국내번역은 미군정과 정부에 의해 기획된 것임을 알 수 있다. 40 자 세한 작품 소개에 비해, 작가에 대한 소개는 정확하지 않다. 조지 오웰의 다 른 작품 및 정치적 입장에 대한 소개도 없다. 41 원작가 소개 : 죠-지 오어웰 氏 는 영국인으로서 평론가이며 수필가인 동시에 倫 敦 업서버지와 뉴-스테잇쓰맨 앤드 네이슌 지에 소설을 정기적으로 집필하고 있다. 그리고 싸이릴 커너리 의 월간잡지 지평선 에도 자조 투고하고 있으며 그의 倫 敦 通 信 은 米 麴 -파-틔산-레뷰 誌 에 게재되어 평판이 높다. 벵갈 에서 영국인과 인도인 사이에 출생한 오어웰 氏 는 이-튼 학교 재학당시부터 벌서 이채를 띄운 학생이었고 삐루마 國 에서 오년간이나 인도국립경찰소속으로 근무 한 일도 있으며 西 班 牙 내란 당시에는 西 班 牙 국군에 가담하여 전투중에 중상을 당한 일까지 있는 다채로운 이력을 가진 작가이다. (5면) 인용문에서 볼 수 있듯이, 작가의 소개가 올바르지 않다. 번역자는 조지 오 웰을 영국과 인도의 혼혈인으로 소개한다. 그의 부계와 모계가 다 같이 인도 와 버바에서 군인 또는 공무원으로 있었거나 상업에 종사했으나, 그들 모두 는 영국인이었다. 이 외에도 이튼 재학 시 이채를 띄운 학생이라는 점 역시 39 Rodden, John, The Politics of Literacy Reputation : The Makingabd Claming of St.George Orwell,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1989, p.202, 박홍규, 조지 오웰-자유 자연 반권력 정신, 이학사, 2002, 21면에서 재인용. 40 더 확인해 보아야겠지만 1948년 9월 동물농장 을 출간한 출판사, 국제문화협회출판부 역시 정부가 관여한 우익성향의 기관으로 보인다. 1947년 2월 20일자 조선출판협회( 동 아일보 ) 기사에 의하면, 국제문화출판부 는 협회에 참석한 11개 출판사 창립 멤버 중의 하나로 명시되어 있다. 김을한( 金 乙 漢 )이 1945년 12월 조선문화사를 국제문화협회 로 개 편하여, 맡았으며, 발행한 책으로 김구의 도왜실기 등이 있다. 41 기존의 미국판에서 작가소개의 일부만을 발췌한 것으로 보인다. 354
정확하지 않다. 일련의 연구서에 의하면 조지 오웰은 어린 시절부터 명석하 긴 했으나 명문학교 이튼에서는 학업 능력이 출중하지 않았으며, 조용한 성 품으로 존재감이 부각되는 학생은 아니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젊은 시절에는 영국제국 중간층 공무원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지만, 제국경찰에서 빠져나온 후부터 런던 동단지구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살 펴보는 등 실재하는 현실과 불합리한 정치를 직시한다. 42 제국경찰을 그만두 고 유럽으로 돌아온 이후, 하층민 생활의 실재를 담은 것으로 Down and Out in Paris and London(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1933), 버마 시절에 대한 글이 Burmese Days( 버마 시절, 1934), 영국북부지방의 실업실태와 생활환경을 소개 한 The road to Wigan Pier( 위건 부두로 가는 길, 1937), 그 밖에 다수의 에세이 와 소설이 있으며,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품으로 Animal farm( 동물농장, 194 5)과 Nineteen Eight-Four( 1984년, 1949)이 있다. 조지 오웰은 30년대 초반의 반제국주의, 30년대 후반의 혁명 사회주의 그리고 30년대와 40년대 후반의 과격파 흐름을 보이지만, 전 시기에 걸쳐 사회주의 입장을 초월해서 정직하 게 사회를 보았다. 43 저자 소개의 불명확성은 동물농장 에서 치닫고 있는 공산주의의 파행성 을 고발하는데 주목했을 뿐, 인간 조지 오웰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전무했음 을 시사한다. 그저 대부분 소설가들이 그러하듯, 다채로운 이력 의 작가에 불 과했다. 조지 오웰은 사회주의에 대항한 작가가 아니라 전체주의에 대항한 작가였으며, 1948년 조선은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형태의 전체주의 에 휩싸여 있으면서도 이를 탈각한 채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을 오로지 독 재를 고발한 반공문학으로 유포시킨다. 조지 오웰에게 있어서 민주주의는 공 산주의와 마찬가지로 전체주의의 횡포를 지닌다는 작가의 문제의식에까지 도달하지 못한 채, 역자는 전체주의 가 아니라 전제주의 로 작품의 주제를 단 순화 했다. 정부의 정치적 목적에서 번역되었으므로, 이에 대한 지식인의 자 발적이고 깊이 있는 접근이 이루어지 어려웠을 뿐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후 42 R. 윌리엄즈, 남용우 역, 블레어에서 오웰로, 조오지 오웰, 탐구당, 1981, 5~15면 참조. 43 박홍규, 앞의 책, 101면 참조. 해방이후 전체주의와 조지 오웰 소설의 오독 355
냉전구도와 한반도 남북의 분단으로 인해, 동시대 문화에 대한 정제된 접근 과 평가가 가능하지 않았다. 1948년 남북한 각각의 단독정부를 수립함에 따 라, 만연한 전체주의 분위기 속에서 작품의 주제의식 및 작가의 의도를 직시 할 수 없었다. 첫 번역본인 1948년판 동물농장 은 원작의 내용을 충실히 반영했다. 차 이가 있다면 공산주의 사회에서 사용하는 어휘, 원수 악질반역자 44 등이 빈 번히 등장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적개심 대신 증오심, 45 메이저 가 아니라 노소좌, 공포와 학살 대신 테로 와 살육 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크로바- 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떠러젓다. 말로 표현은 못하지만 수년전에 인간타도를 계획할 때에는 오늘과 같은 생활을 목적한 것은 아니였었다고 혼자서 생 각하는 것이었다. 老 少 佐 가 처음으로 혁명을 말하던 그날 밤에는 테로 와 살육을 생 각한 동물은 꿈에도 없었을 것이다. 크로바- 도 그날 밤에는 굶주림과 채찍에서 해 방되어 모두가 동등한 입장에서 자기실력에 따러서 일하고 강자는 약자를 보호하고 평화롭게 사는 그 세계를 마음에 그리며 老 少 佐 의 말을 드럿던 것이었다. 그런 동기 와 목적으로 출발한 동물농장이라면 왜? 누구나 마음에 생각하는 것을 자유로 말할 수 없게 되고 왜? 무서운 개들이 농장안 가는 곳마다 서있게 되며, 왜? 사랑하는 동무 들이 끔찍한 죄를 고백하고 목잘리워 죽는 것을 보지 않으면 않되게 되었을까? 도저 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7장 69면) 46 44 동무들! 우리는 조금도 지체할 수 없오! 우리는 해야할 일이 있소. 우리는 오늘 아침부터 당장에 풍차공사를 다시 시작하겠오. 겨울동안도 쉴 수는 없오, 비가 오건 눈이 오건 계속 할 터이오. 우리는 악질반역자가 우리의 하는 일을 파괴할 수 없는 것을 아르켜 주어야 되 겠오! 우리의 계획은 변할 수 없다는 것을 아러두시요. 동무들 전진합시다. (6장~58면) 45 나는 좀 더 말할 것이 있소. 인간에 대하야 憎 惡 心 을 가지는 것이 동무들의 의무이오. 두 다리를 가진 것은 모두 원수고, 네다리나 날개를 가진 것은 동무요, 인간에 항쟁함에 있어 서 우리는 인간을 달머서는 않되오, 인간을 정복한 헤라도 그들의 악습을 배워서는 않될 것이오. 동물은 집에서 사러서는 않되오. 물론 침대에서 자는 것도 않되고 돈을 만지거나 장사를 하여도 않되오. 인간의 습성은 전부 악한 것이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명심 해야 할 것은 한 동물이 다른 동물을 학대해서는 않되오(14면. 이하 인용문은 현행 맞춤법 의 띄어쓰기를 따랐으며, 강조는 필자에 의한 것임). 46 인용문의 내용을 원문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As Clover looked down the hillside her 356
인용문에서 크로바 의 독백은 이 작품의 주제를 시사한다. 일련의 우매한 동물 중에 가장 현명해 보이는 크로바 는 혁명이 결국 독재에 지나지 않았으 며, 오히려 민주주의로부터 훨씬 멀어져 있음을 시사한다. 혁명을 일으킨 공 산주의 사회에서는 표현의 자유조차 허락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외 8장에서도 처형의 공포 를 肅 淸 旋 風 (71면)이라 명명하며, 슬로-간 (77 면)이라는 어휘를 그대로 사용한다. 어휘의 자극적인 표현에서 짐작할 수 있 듯, 당시 이 책의 출간은 특정한 정치 목적을 실현하는데 있다. 공산주의에 대한 비판과 경계를 목표로, 동물 세계를 빌어 공산주의는 허울 좋은 변명에 불과할 뿐 종국에는 독재 와 피지배자의 비애 를 초래함을 강조한다. 냉전의 도래와 더불어 소련을 비롯한 북한을 전제주의 독재체제로 치부하면서, 진정 한 민주주의 실현은 미국과 남한에서 가능함을 시사한다. 그 결과 1948년 조선 에 번역 소개된 동물농장 은 당대 만연한 전체주의의 경계라는 작가 조지 오 웰의 의도와 반대로 전체주의의 도구로 활용되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다. eyes filled with rears. If she could have spoken her thought, it would have been to say that this was not what they had aimed at when they had set themselves years ago to work for the overthrow of the human race. These scenes of terror and slaughter were not what they had looked forward to on that night when old Major first stirred them to rebellion. If she herself had had any picture on the future, it had been of a society of animals set free from hunger and the whip, all equal, each working according to his capacity, the strong protecting the weak, as she had protected the last brood of ducklings with her foreleg on the night old Major s speech. Instead-she did not know why-they had come to a time when no one dared why-they had come to a time when no one dared speak his mind, when you had to watch your comrades torn to pieces after confessing to shocking crimes. George Orwell, Animal Farm, Penguin Books, 1970, pp. 75~76. First published by Martin Secker&Warburg 1945. Published in Penguin Books 1951. 해방이후 전체주의와 조지 오웰 소설의 오독 357
3. 1984년 과 강요된 민주주의 1) 1949년 반( 反 )민주주의 문화의 이해 수단, 만화 <1984년> 1949년 10월 5일 태양신문 에는 만화로 된 조지 오웰의 1984년 이 소개 된다. 47 기사문은 방대하게 총 5단에 걸쳐 서술되어 있으나, 기사 내용 모두 는 만화의 줄거리만 소개하고 있다. 소설을 읽고 쓴 것이 아니라, 만화로 만 들어진 <1984년>의 내용을 소개한 것이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 이 영 국에서 1949년 출간된 것을 고려할 때, 1949년 10월 5일 기사는 1984년 의 발간 이전 국내 첫 소개에 해당된다. 이 기사가 실린 태양신문 은 1949년 2 월 25일 창간된 종합일간지로서 독립운동가 출신 노태준이 사장으로 있었으 며 정부수립이후 공산당이 불법화된 시기에 발간되었음에도 좌익적 색채를 띠고 있었다고 한다. 48 신문사의 취지를 분명히 알 수 없지만, 동시대 다른 신문사와 구별되는 진보적인 성격을 감지할 수 있다. 필자가 직접 만화를 보 았는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한 컷의 그림 2분간의 증오 와 더불어 기사 내 용은 2분간의 증오 의식을 소개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 공산당에서 분리된 골드스타인 에 대한 민중의 증오심은 매일 정기적인 의례를 통해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2분간의 증오 의식이다. 기사에는 <그림 1> 삽화와 더 불어 그 의식이 다음과 같이 소개된다. 오늘도 인민의 적인 골드슈타인의 얼굴이 스크린에 나타났다. 관중가운데는 이곳 47 1984 年 原 作 = 조-지 오-웰. 漫 畵 = 에브나 띤, 태양신문, 1949.9.27. 이하 그림과 기사문의 내용은 이 기사의 내용을 참조한 것이다. 띄어쓰기는 현행 맞춤법에 따름. 48 6 25동란으로 부산에 피난하여 계속 발행하였으나, 휴전 후 서울에 돌아온 뒤 경영난에 부딪혀 사장 겸 발행인 임원규( 林 元 圭 )에 의하여 명맥만 이어오다 1954년 4월 25일 장기 영( 張 基 榮 )에게 판권이 이양되었다. 이 무렵 발행부수는 8,000부 정도였으나 유가지( 有 價 紙 )는 절반에 지나지 않았다. 장기영이 계속 발행하다가 같은 해 6월 8일자 제1,236호를 마지막으로 한국일보 로 개제되었고, 지령은 그대로 계승되어 발행하였다. 편저자 강인 봉, 언론방송편, 한국민족대백과사전, www.naver.com. 358
저곳에서 고함소리가 일어났다. 골드슈타인이라는 자는 과거 당의 최고인물의 한 사 람이었는데 그만 탈락하여 반혁명운동을 하였다는 **로 사형선고를 받았는데 신비한 일이지만 도망하게 되었다. 2분간 증오 의 계획은 *****은 변화하는데 골드슈타인만 은 항용 주요인물이 되었다. 당에 대한 모든 범죄, 음모 ( 중략 ) 모두 그의 교시를 따른다는 데서 나타나는 것이며, 그는 어딘지는 모르나 아직도 생존하고 있으며 ( 중략 ) 골드슈타인의 얼굴을 보면 윈스톤(작품의 주인공)은 가슴이 맥맥해졌다. 그 는 여윈 유태인 얼굴인데 영리해 보인다. 그는 양의 얼굴 비슷도 하고 그 목소리조차 양같았다. ( 중략 ) 스크린에 나타난 스스로 만족한 표정을 한 양같은 얼굴과 유라 시아 군대의 무서운 힘을 쳐다보면 누구든지 참을 수 없다. 그림 1. 주인공 윈스톤도 군중들에 동화되어 증오를 발산하기 시작한다. 돼지같은 자식! 돼지같은 자식! 돼지같은 자식! 인용문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기사 는 전적으로 만화 <1984년>의 줄거리 일부를 소개하는 데 할애되어 있다. 골 드슈타인과 빅브라더간의 대립 구도, 그 속에서 빅브라더의 지시를 따라 맹 목적으로 골드슈타인에게 증오를 퍼붓는 군중들의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만 화의 완성도 원작과 원작자에 대한 안내 창작 배경에 대한 언급 없이, 순 해방이후 전체주의와 조지 오웰 소설의 오독 359
전히 흥미로운 이야기 거리로 작품의 내용이 소개되는 데 그친다. 기사의 제 명으로 原 作 = 조-지 오-웰 이 소개될 뿐, 독자들에게 저자의 저작 의도 와 주제에 대한 안내가 전무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원작이 발표되던 1949년에 만화의 형태로 조지 오웰의 1984년 이 한국에 소개되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 작품 역시 전체주 의의 속성을 간파하기보다, 동물농장 과 마찬가지로 공산주의 사회의 파행 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로 독자들에게 인지되었을 것이다. 무고한 대중에 게 증오심을 조작하여, 불합리한 체제를 존속시켜 나가는 공산주의에 대한 비판은 남한의 독자들에게 섬뜩한 이미지로 각인되었을 것이다. 이 만화의 포스터를 비롯, 2분간의 증오, 이어서 전개되는 전쟁 이 곧 평화 이고, 자유 가 곧 노예 이며, 무지 가 곧 힘 이라는 선동 등은 동시대 남한의 독자들에게 공산주의 독재의 맹목성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한 자료가 되었을 것이다. 해방 이후 조지 오웰의 문학은 그 전모가 올바르게 소개되지 못하고, 당대 이데올 로기를 공고히 하기 위한 교조적인 수단으로 활용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오도된 이해는 한국전쟁이 지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남 녀 간의 자연스러운 사랑과 연애마저 불허하는 공산주의, 적개심으로 똘똘 뭉쳐 가족애를 비롯한 따뜻한 인간 정서를 말살하는 공산주의, 이러한 공산 주의에 대한 극단적 적대성은 한국전쟁이후 소설에서 남한의 작가들에 의해 반공정신을 실현하기 위한 플롯으로 원용되었다. 49 조지 오웰 소설에 대한 교조적 오독( 誤 讀 )은, 1949년 소개된 만화 <1984년>보다 1954년 영국에서 조 이 벳첼러(Joy Batchelor)와 존 할라스(John Halas)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애니메 이션 <동물농장>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였다. 49 안미영, 정비석의 대중소설에 나타난 윤리 고찰, 전전세대의 전후인식, 역락, 2008, 43~69면 참조. 정비석의 애정윤리 (1952)의 주인공들은 연애의 자유가 허용되는 것과 민주주의를 동궤에 놓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에덴동산의 길은 아직도 멀었다 ( 조선일 보, 1961 연재)에 이르러서도 지속된다. 작중 주인공들은 자유로운 연애를 즐기면서 그 근거를 공산주의가 아닌 자유주의 국가에서 찾고 있다. 정말 자고 싶으면 호텔에라도 가 지 않고 왜 안타까와만 했을가요? 그건 자유주의 국가에서나 할 수 있는 일이야. 공산국 가에서는 감시가 심해서 호텔출입이 아무나 맘대로 안되거든. 정비석, 에덴동산의 길은 아직도 멀었다, 회현사, 1978, 279면. 360
애니메이션 <동물농장>은 결말부분이 원작과 상이하다. 원작의 결론은 피 지배층 동물들이 돼지들의 집안에서 타락한 행태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끝맺 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억압받는 동물들이 돼지들을 공격하여 새로운 혁명 을 이끌어 내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이 애니메이션은 1960년 한국에 수입되 었는데, 처음에는 극장판으로 상영되다가 최근까지 DVD로 판매되고 있다. 50 애니메이션 <동물농장>은 1960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특집 총천연색 만 화 로 이듬해 1월까지 대한극장에서 상영된다. 신문하단의 영화광고란을 주 목하면, 당시 이 작품이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어린이나 어른이나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X마스 특별선물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누나! 오빠! 아저씨! 나! 全 가족 다함께 맘껏 웃고 즐길 수 있는 재밋고 신나는 만화영화! 동물농장이란 어떤 만화? 특이한 작풍의 영국의 풍자 작가 죠-지 오웰 원작의 영화화! 공산주의의 발전, 탄생, 발전사, 독재를 동물세계에 비유 풍자! 51 광고에 의하면, 애니메이션 <동물농장>은 남녀노소가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영화이다. 왜냐하면 심각한 문제의식을 전달하기보다, 보복과 인과응보의 윤리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에 대항한 동물의 혁명이 50 알라딘에서 다음과 같은 품명으로 73% 세일가 3,900원으로 판매되고 있다. 동물 농장 SE -조이 벳첼러 존 할라스 블루미디어 2009-02-17 원제 Animal Farm SE 51 경향신문, 1960.12.22, 3면 하단 영화 광고란. 이 진귀한 만화영화의 플롯트 소개 라고 하여 다음과 같이 줄거리를 8개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1 농장주는 흉작의 계속을 비판하고 가축의 밥조차 주지 않고 매일 술만 마신다. 2 굶주린 동물에게 가장 연장인 돼지 메이저 는 동물혁명을 역설하고 죽는다. 3 몇일후 웅변과 독창력이 뛰어난 스노볼 돼지는 혁명을 성공에 이끈다. 4 혁명에 성공한 동물농장엔 일곱 가지 계율이 정해졌다. ( 一 ) 동물은 옷을 입어서는 안 됨. ( 二 ) 침대에 자선 안 됨. ( 三 ) 다른 동물을 죽여선 안 됨. ( 四 ) 모든 동물은 평등함. ( 五 ) 술을 마셔선 안 됨. ( 六 ) 두 다리로 다니는 자는 원수임. ( 七 ) 네다리 동물은 동무다. 5 얼마 후 스노볼은 의지와 지혜가 강한 나포레온 돼지에 의해 숙청당한다. 6 동물농장은 나포레온에 의해 독재되고 모든 동물은 죽도록 일만하게 되었다. 7 어느 사이에 일곱 계율은 무시당하게 되고 나포레온은 흡사 인간처럼 행세했다. 8 특권만을 휘두르는 독재 돼지 나포레온 에게 항거하는 동물들의 혁명 또 다시 폭발 해방이후 전체주의와 조지 오웰 소설의 오독 361
지배층 동물에 의한 피지배층 동물의 착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피지 배층 동물들의 혁명으로 이어지면서 인과응보의 유쾌한 윤리를 제공하고 있 기 때문이다. 그 근저에는 공산주의의 발생과 발전, 나아가 필연적인 몰락을 암시한다. 조지 오웰 원작이 제시한 전체주의에 대한 경계가 선악( 善 惡 )의 대 립구도 속에 희석됨으로써 전체주의의 경계라는 애초의 문제의식이 전달되 지 못한다. 조지 오웰의 원작 동물농장 은 그 이듬해 1962년 동물공화국 이 라는 제명으로 중앙일간지에 번역 연재된다. 52 1964년 5월 13,19일에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이 인형극으로 만들어져 공연되었다. 53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보아 조지 오웰 문학에 대한 이해는 1960년도에 이 르기까지 전체주의의 알레고리라기보다 공산주의 독재(전제주의)로 수용되었 을 뿐만 아니라 공산주의의 자가당착적 몰락을 예고하는 풍자소설로 소비되 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4 1960년 애니메이션 동물농장 이 공산주의의 발전, 탄생, 발전사, 독재를 동물세계에 비유 풍자 한 것으로 소개되었던 것과 마찬 가지로, 1949년 만화의 형태로 소개된 1984년 역시 비민주적인 공산주의 교조적 획일화를 엿볼 수 있는 기회로서, 특이 하고 자극 적인 독재 에 대한 캐리커처로 수용되었을 것이다. 1949년 소개된 당시의 만화를 찾아보기 어 려웠고, 소설 1984년 은 1955년 마이클 앤더슨 감독에 의해 영화(컬럼비아 픽 쳐스 : 영국)로 만들어졌는데 SF영화로 소개된다. 이후 1984년 영국 마이클 레 드퍼드 감독에 의해 리처드 버튼이 주연하여 영화화 될 무렵에는, 55 공상적 인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 고발의 정치의식으로 독해하고 있다. 52 조지 오웰, 박병화 역 김성환 박근자 그림, 동물공화국 1~56, 동아일보, 1962.10. 6~1963.12.14. 53 현대인형극회는 1964년 5월 18,19일 시민회관소강당에서 세 작품을 공연하는데 그 중 하 나가 <동물농장>이다. 인형극공연, 경향신문, 1964.5.14. 54 이 만화영화는 1990년 국영방송 K-2TV에서 방영된 것으로 보인다. 만화 <동물농장>- 동물을 통해 인간사회 풍자, 한겨레신문, 1990.10.1. 55 조지 오웰의 1984년 영( 英 ) 영화감독이 영화로 제작, 경향신문, 1984.6.21. 1993년 비 디오로 출시되면서 당시 이 영화에 대해서는 통제와 감시의 전체주의의 사회의 미래( 볼 만한 비디오 베스트10 선정, 한겨레신문사, 1993.12.31), 정치의식과 현실고발을 담 고 있는 조지 오웰의 원작소설을 영화 로 만든 것으로 소개되었다. 베스트10에 뽑혀 대 만영화 <로빙화>, 경향신문, 1993.12.31. 362
2) 1950년 1984년 의 번역과 오지 않은 미래 정인섭은 영미문학의 동향과 그 수입방략 1~4 (1950.2.8~10)을 기획 연재 하면서 56 마지막 기사에 오랜 문학적 전통과 유산 을 지닌 영국의 1949년 수 작을 소개한다. 그는 이 글에서 조지 오웰의 1984년 과 그 소설의 특징으로 풍자 를 언급한다. 미겔 태니스 는 바다의 비밀 이라는 소설에서 직업적 자유당원을 예민하게 풍 자하였는데 이것은 1949년의 걸작의 하나로서 영국과 미국 두 나라를 통해서 비평가 들의 주목을 끌었던 것이다. 조지오웰 씨의 一 九 八 四 年 의 풍자, 엘리집스 보웬 양의 그날의 열 의 전시의 인간관계, 죠이스 캐리어 씨의 순례자 의 도덕관, 헨 리 그린 작의 사랑한다는 것 의 ****취, 호프 민츠 의 황금의 무사 의 역사물 등 등 일일이 적을 수 없거니와 이 모든 작품들이 영국에서만이 아니라 미국으로 수출되 어 많은 독자를 갖게 되었다. 57 그는 영국문학을 국내에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을 개탄하며, 미국 내에서 동 시대 영국 작품을 읽어볼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장황하게 소개한다. 뉴욕 市 에는 1949년 5월 4일에 영국정부의 주관하에 영국서적 공보원(브리 티쉬 부크 센터)란 것을 개설 했는데, 빌딩의 한 층을 제공하여 독자들을 즐 겁게 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영국의 유명한 출판업자 12회사가 한지붕 밑에 모여서 영국의 모든 출판물을 전람 출판소개하고 있다. 1948년에 영국서 출 판된 서적류가 14,686권이었는데, 그 중에서 9,897권이 미국으로 소개되었다 는 것이다. 정인섭이 제안 하는 바는 영국소설의 국내 유통이다. 以 上 에 말한 英 美 文 壇 의 最 近 모습을 若 干 紹 介 했거니와 현재 민주주의 문화진영 56 정인섭, 영미문학의 동향과 그 수입방략 1~4, 서울신문, 1950.2.8~10. 57 정인섭, 英 美 문학의 動 向 과 그 輸 入 의 方 略 ( 完 ), 서울신문, 1950.2.10. 현행 맞춤법에 따라 띄어쓰기 함. 강조는 필자. 이하 동일 기사내용은 이 기사의 내용임. 한자를 한글로 변용함. 해방이후 전체주의와 조지 오웰 소설의 오독 363
을 지도하고 있는 영미문학을 우리 문화계도 잘 알아야 되겠는데 그것을 수입하여 오 는 급무는 두말할 것도 없거니와 구체적 방법에 있어서 미국문학은 미국공보원이 있으 니, 그것을 통해서 어느 정도 추진하면 가능하거니와 영문단의 것은 그것을 주관하는 기관이 없는 만큼 우리들의 힘으로 해결해야 될 것이다. 정인섭은 미국공보원( 美 國 公 報 院 )을 통해 미국문학 작품은 구해 볼 수 있지 만 영국의 것은 찾아 볼 수 없는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가 직접 미국공보원 측에 찾아가 영국문학서적도 미국문학과 함께 한국에 소개해 줄 것을 청했지 만, 공보원 측에서는 공보원의 사업과 서적은 미국 국무성( 國 務 省 ) 관할인 만 큼, 미국 이외의 것은 취급하지 않는다고 했음을 전달한다. 그는 곧 우리들 가운데 누구든지 꼭 진행해야 할 사항임을 강조하며 글을 마친다. 정인섭의 글을 통해 해방기 외국 문학의 번역과 소개가 미국 공보원의 통제에 있으며, 그 이외의 유입은 용이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1948년 동물농장 의 번역처 럼 정부와 미군정 시책의 일환이 아닌 이상, 외국 문학 작품이 해방공간 조선 에 유입되기 어려웠다. 그런 의미에서 1950년대 번역 출간된 一 九 八 四 年 은 주목할 만한 작업이 다. 조지 오웰의 1984년 은 1949년 출간(published by Martin Secker &Warburg 1949)되었는데,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출간된 지 1년만인 1950년 2월 국내 일 간지에서 정인섭의 영미문학 동향 소개를 통해 동시대 영국소설의 수작으로 소개된 바 있다. 물론 당시에는 제목 一 九 八 四 年 과 풍자 라는 특징만 소개 될 뿐, 번역된 것이 아니다. 조지 오웰의 1984년 은 1950년 3월에 번역된다. 당시 번역본은 각기 다른 출판사의 세 가지 종류가 있으나, 譯 者 小 記 의 내 용 1950년 3월 15일이라는 번역일자 소설의 번역 전문 모두 세 종이 동 일하다. 아마 동일자의 번역을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한 것으로 보인다. 시기 별로 소개하면 一 九 八 四 年 (문예서림, 1951), 未 來 의 種 - 一 九 八 四 年 (청춘사, 1953), 一 九 八 四 年 (정연사, 1957)이 해당된다. 1951년 번역본의 표지에는 지영민( 池 英 敏 )이 역자로 표기되어 있으나 마지 막 페이지에는 역( 譯 )겸( 兼 )발행자로 김희봉( 金 熙 鳳 )이 표기되어 있어 번역자가 364
불명확하다. 1953년의 번역본에는 표지에 번역자가 표기되어 있지 않으며 마지막 페이지에 편자( 編 者 )겸( 兼 ) 발행인으로 김현송( 金 玄 松 )이 명시되어 있는 데, 번역자를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1953년 번역본의 역자소기에서 역 자의 개인정황이 제시된 마지막 두 단락은 삭제되어 있다. 1957년 번역본에 는 전면과 마지막 페이지 모두에서 나만식( 羅 萬 植 )이 역자( 譯 者 )로 표기되어 있 다. 3종 중 1957년 번역본이 표지와 마지막 페이지 모두에서 나만식이 역자 로 표기되어 있으므로, 유력한 번역자로 보인다. 58 3종의 一 九 八 四 年 은 출 간일자는 달라도 역자서문은 모두 1950년 3월 15일 로 표기되어 있음을 주 목할 필요가 있다. 59 그런 의미에서 一 九 八 四 年 은 한국전쟁발발이전에 번 역되었으며, 전쟁으로 말미암아 곧바로 유통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60 3종 의 동일한 譯 者 小 記 에 의하면, 번역자가 어렵게 원서를 구했으며 이 작품의 가치를 절감하고 자발적인 의지를 지니고 번역에 전력했음이 나타나 있다. 그는 외국문학의 유입이 가능하지 않던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지인의 도움을 받아 원서 를 구했다. 다소 길지만 역자의 말을 모두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금년으로 우리는 20세기로 후반에 들어섰다. 지나간 반세기동안 우리는 모든 분야 58 나만식( 羅 萬 植 )은 1935년 6월 10일 동경형사지방(판결기관)에서 치안유지법위반 으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의 판결을 받은 것으로 미루어 보아(독립운동관련 판결문, 국가기 록원), 일본유학생 출신의 지식인으로 보인다. 1957년 발간된 번역본 마지막 페이지의 출 간일자는 다음과 같다. 단기 4290년, 역자 나만식( 羅 萬 植 ), 발행자 정병모( 鄭 秉 謨 ), 인쇄 자 제일인쇄사, 발행소 정연사, 총판 한일서관, 가격 1,200환 이로 미루어, 번역은 1950년 3월에 이루어졌고 1951년 발간 당시에는 번역자의 실명을 밝히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이 며, 1957년에 이르러 번역자의 실명을 밝힐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59 1950년 일본에서도 요시다 겐이치[ 吉 田 健 一 ]와 龍 口 直 太 郞 의 공역( 共 譯 )으로 一 九 八 四 年 (문예춘추신사, 소화25년 1950)이 출간되는데, 한국어판 번역일자가 1950년 3월 15일 이지만 일본어판의 중역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동물농장 의 경우 한국에서 1948년 (김길준 역, Animal farm, 국제문화협회간, 1948) 일본에서 1949년(나가시마케이스케 譯, Animal farm, 오사카교육도서주식회사, 1949) 번역 발간 되었으므로, 영어판을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60 1951년 지영민 역으로 출간된 번역본과 1957년 나만식 역으로 출간된 번역본 양자의 책표 지가 앞서 1949년 10월 5일 태양신문에 소개된 기사의 만화 <1984년>의 삽화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1949년 이 작품을 처음 소개하면서 지녔던 문제의식이 이후에도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해방이후 전체주의와 조지 오웰 소설의 오독 365
에 있어 수없는 변화와 눈부신 발전을 보아왔다. 이 변화와 발전이 인류생활에 참다운 행복을 가져오는데 도움이 되었는지 그렇지 못하였는지는 식자의 판단에 마끼기로 하 더라도 과거를 회상하고 熟 廬 할 때 우리는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흑이 백이고 둘에 둘을 보태면 다섯이 된다고 믿게 되는 경위를 읽어갈 때 우리는 어느덧 깊은 사색에 잠기는 것이다. 한권의 諷 刺 小 說 로 내치기에는 너무도 深 刻 한 어 떤 사사를 주는 것으로 주인공 윈스튼 스미스 가 정말 다음세대의 전형적인물이 되 지나 않을까하는 실감이 방불하여 전율을 금하지 못하는 것이다. 허구이면서도 이렇게 도 박력을 가진 미래의 전망은 다시 없을 것이다. 풍자라기보다는 일종의 경고가 될 것 이라고 평한 사람도 있다. 객년( 客 年 ) 미국에서 출판되어 일대 센세이숀을 일으킨 본 서가 미래를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지식인들에게도 일독할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믿는 까닭에 감히 역필( 譯 筆 )을 들었다. 저자 조-지 오-웰(George Orwell) 은 인도 벤갈 출생의 영국인으로 본명을 애 릭 블래어 라고 하는 이-튼 졸업생이다. 버-마 에 가서 경관이 되었다가 기후가 몸에 맞지 않을뿐더러 영국 식민지정책에 대한 반감, 불타오르는 창작에의 욕구에서, 구라 파에 되돌아와서는, 파리의 호텔, 머슴살이까지 하고 심지어는 서반아내전의 일병사로 서 참전한 일도 있다는, 무척 고생한 분이다. 체험과 탁월한 상상력, 그리고 독창적인 필치로 이루어진 본서로 크게 명성을 날리었으나 불행히도 폐를 앓아 금년 1월 하순 에 별세하고 말았다. 본서를 저술하고 있을 때 이미 절망적인 상태에 있었다고 하나 두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명석하였다고 한다. 역자는 이 기회에 심심한 애도를 표하 며 그 명복을 마음으로부터 비는 바이다. 본서고유의 단어는 역자의 졸역으로는 그 진미를 전하지 못할까 두려워 권말에 일괄하여 원어와 대조해 놓았다. 천학비재( 淺 學 非 才 )의 약배( 若 輩 )인지라 불비한 점 이 많을 줄 아오며 강호제현의 하교가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끝으로 이 역서를 상재함에 있어 절대한 후원을 아끼지 않으신 김형식( 金 亨 植 )선 생, 동대( 東 大 ) 홍순탁( 洪 淳 鐸 )씨, 그리고 김호민( 金 灝 旼 ), 한동삼( 韓 東 三 ) 양선생의 지도와 편달에 뜨거운 감사를 올린다. 원서를 보내주신 지영숙( 池 英 淑 )씨 외우 천중 식( 千 重 植 )씨의 협력, 본서를 알게 된 동기를 지어준 옥강휘( 玉 岡 輝 )형의 은혜도 잊 을 수는 없다. 366
一 九 五 年 三 月 一 五 日 譯 者 識. 61 위의 서문은 1984년 원서를 번역한 번역자의 의도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보여준다. 1950년 1984년 번역자의 작가에 대한 공감과 경의는 1948년 동 물농장 의 번역자와 비교해 볼 때, 큰 차이를 보인다. 당대 청년들의 정치적 교화를 목적으로 서문을 쓴 김길준은 번역 의도에 집중할 뿐, 조지 오웰을 영 국와 인도인의 혼혈로 보는 등 작가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 반면 1950년 一 九 八 四 年 의 번역자는 작가의 삶의 궤적과 세계관을 이해하고 이 작품이 지 닌 역사의식에 깊이 동감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번역자의 정치적 입장과 의도가 선행해 있을 것이다. 아울러 1948년 조지 오웰의 첫 소개라는 시점과 1950년 세월이 경과한 시점에서 소개라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1950년 번역한 작품의 내용은 지금의 번역본과 비교해 볼 때 원본의 누락 없이 동일 하다. 다만 빅브라더 를 대형( 大 兄 )이라고 번역하는 등 소소한 어휘 번역의 차 이를 보이고 있으며, 62 제1, 2, 3부의 구분 외 내부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세 분하여 63 장편의 이해를 돕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61 죠지 오-엘, 나만식 역, 譯 者 小 記, 現 代 名 作 一 九 八 四 年, 정연사, 단기4290, 3~4 면; George Orwell, 지영민 역, 一 九 八 四 年, 문예서림, 1951, 3~4면. 현행 맞춤법의 띄어 쓰기에 따르며 한자는 한글로 변환함. 강조는 필자. 62 텔레스크린을 電 幕 으로, 주시를 監 視, 진리부를 眞 理 省 으로, 평화부를 平 和 省 으로, 애 정부를 사랑 省 으로. 이중사고를 二 重 考 로. 증오를 미워하기. 소설제작기를 書 話 機 로. 노동자의 반발을 下 層 民 反 動 으로. 유라시아를 大 歐 邦 으로, 동아시아를 大 東 邦 으로, 오 세아니아를 大 洋 邦 으로, 두목을 司 令 官 으로, 형제단을 同 志 로 등등. 이와 같이 소소한 어휘의 변화만 있을 뿐 내용의 차이는 보이지 않는다. 63 第 一 部 : 一. 勝 利 館, 反 性 同 盟, 書 話 機, 思 想 警 察. 二 分 間 미워하기. 大 兄 을 打 倒, 二. 流 動 要 塞. 로캘 彈, 三. 꿈이야기. 女 敎 師. 體 操, 四. 記 憶 의 구멍. 空 氣 傳 送 管, 五. 食 堂 에서. 面 刀 칼날, 안좋다. 現 實 制 御. 오리소리, 밤나무카페. 二 重 考. 얼굴 罪, 六. 어느날 밤. 錄 音 되 는 人 間. 思 想 罪, 七. 四 月 의 散 策. 汽 船. 福 票. 옛날은 어떠하였습니까? 古 物 商. 마음에 드는 방. 黑 髮 의 여자. 第 二 部 : 一. 나는 그대를. 勝 利 의 廣 場. 어디서, 二. 密 會. 黃 金 의 나라. 政 治 行 爲, 三. 鐘 樓. 春 畵 局. 變 態 的 인. 十 一 年 前 에, 四. 남모르는 방에서. 진짜 커피. 아름다운 그 여자. 쥐, 五. 장기 委 員 會. 憎 惡 歌. 새로운 포스타. 로캘 彈 의 洗 禮, 六. 錯 誤. 생각,말, 行 動. 어이하여 두 려울까? 七. 꿈이야기. 어머님, 배가 고파서, 아무리 그네들이기로소니, 九. 敵 이 바뀌다. 寡 頭 的 全 體 主 義 의 理 論 과 實 際, 十. 우리는 죽은 사람. 너희들은 죽은 사람. 무거운 목소리. 해방이후 전체주의와 조지 오웰 소설의 오독 367
관주도가 아닌 개인의 필요에서 시작한 독자적 번역인 만큼, 작품에 대해 자유롭게 이해하고 수용한 감이 없지 않지만 한계도 있다. 해설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번역자는 이 작품을 오지 않은 미래의 이야기 로 인식하고 있다. 풍자와 아이러니의 대상을 냉전구도 속의 당대 현실에서 읽어내려는 시도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흑이 백이고 둘에 둘을 보태면 다섯이 된다고 믿게 되 는 경위 라고 하여 고문과 강제 속에 진실이 위증되는 지점에 주목하고 있긴 하지만, 이 작품을 현실체제의 알레고리로 읽어내기 보다 오지 않은 미래의 판타지로 수용하고 있다. 제명 1984년 이 도래하지 않은 미래를 의미하긴 하 나, 극단적 전체주의의 위협이 냉전과 반공체제하 남한의 현실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공존하고 있음을 읽어내지 못한 것이다. 단순히 미래의 공상소설로 분류함으로서 당대 현실에서 조지 오웰이 지적하는 정치적 통찰에까지 이르 지 못한 것이다. 한국 내부의 전체주의 구도 속에서 전체주의에 대한 경계라는 작가의 진의 가 제대로 수용되기 어려웠던 것이다. 특히 체제 영속을 위해 언어[ 新 語 ]의 통 제와 의식 조작이 연동되고 있다는 점에 대한 통찰은 미비한 것으로 보인다. 1950년 한국전쟁을 통해 남북한의 이념대결이 한창일 무렵 1984년 이 번역 출간되었으므로, 일상에 만연한 전체주의를 통찰하기보다 작중에 드러난 전 체주의의 자극적인 소재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개인의 자유가 허 락되지 않는 독재의 분위기, 부모가 자식을 믿을 수 없는 감시의 살벌함, 남 녀의 사랑마저 허락되지 않는 교조적 사회 등은 적대적인 북한 공산주의 체 제의 야비함에 대한 이해 수단으로 그쳤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잡지와 신문 을 통해 이 작품에 대한 문단의 반응을 직접 확인할 수 없었지만, 이전 장에 서 언급한 정비석 소설에서와 같이 일련의 자극적인 소재는 남한 작가들에게 반공 윤리를 유포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절히 소설에 원용되었다. 조지 오웰의 1984년 이 학술적으로 다루어진 것은 1964년이다. 학회의 第 三 部 : 一. 一 一 號 室. 이빨이 나오다, 二. 눈물이 날때까지. 界 針 盤. 過 去 가 存 在 하는 곳. 넷,다섯. 殉 敎 는 없다, 三. 大 兄 에의 사랑. 勝 利 의 웃음. 錄 音 한 말소리. 六 의 老 人 같 이, 四. 즐거운 꿈. 自 由 란? 五. 쥐! 다시 만나서, 六. 나는 大 兄 을 사랑한다. 368
신년시무 영어영문학회서 두 대외행사 ( 경향신문, 1964.1.9)에 따르면, 정인섭 은 조지 오웰의 1984년 에 대하여 를 발표한다. 그는 이 작품이 당시 영국 노동당을 풍자한 것으로 보이지만, 도래할 현실의 보편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64 이어 1968년 김병익의 번역으로 1984년 (문예출판사,1968)이 출 간되는데, 전체주의체제 정치체제의 진상을 밝힌 정치소설 로 분류된다. 65 1968년 을유문화사에서 출간되는 세계문학전집 에는 조지 오웰의 작품이 수록된다. 1984년을 전후 하여 전 세계적으로 조지 오웰의 소설이 주목받기 시작하는데, 한국에서도 1983년 조지 오웰의 사회주의 이력과 그의 작품세계 를 객관적으로 소개하는 글이 발표된다. 빅브라더 에 대해 국가독점매스미 디어로 읽는 등 전체주의에 소용되는 여러 가지 요소들과 그에 대한 알레고 리에 대해 점차 객관적 독해를 보이게 된다. 66 4. 결론 : 눈먼 성찰과 일민주의 조지 오웰의 소설이 소개되던 1948년 이후 저널과 문예지에 출현한 새로운 이데올로기 일민주의( 一 民 主 義 ) 가 눈길을 끈다. 일민주의를 언급하기 앞서, 해방이후 조지 오웰 문학에 대한 이해가 어떤 수준에 도달해 있는지 정리할 필요가 있다. 조지 오웰의 문학은 1948년 남한정부에서 전체주의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었다. 해방직후 조선에서는 파시즘을 비롯한 전체주의에 대해 어 64 학회의 신년시무 영어영문학회서 두 대외행사, 경향신문, 1964.1.9. 정인섭은 영국 런던 대학 교수(1950 1953), 일본 덴리대학( 天 理 大 學 ) 교수 및 경도대학원 강사(1953)로 있으면 서 1953년 런던대학원을 수료하였다. 이러한 그의 이력은 영국 문인 조지 오웰에 대한 이해 에 큰 영향을 주었으리라 본다. 아울러 그는 해외문학연구회를 조직한 창립 멤버로서, 그의 자유민주주의적 입장이 조지 오웰 문학에 대한 온건한 이해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본다. 65 조지 오웰 미래 정치소설 1984년 전역 간행, 동아일보, 1968.5.23. 66 김효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 그리고 오늘, 경향신문, 1983.10.6. 해방이후 전체주의와 조지 오웰 소설의 오독 369
느 정도 철학적 이해를 보였지만, 남북한의 분단과 제각각의 정부수립으로 양자 모두 전체주의의 긴 늪 속으로 귀환해 들어갔다. 남한에서는 북한의 공 산주의 사회가 지닌 파행성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조지 오웰의 동 물농장 이 유용한 텍스트가 되었다. 작가의 출생 및 행적에 관계없이, 작가 가 지향하는 정치적 성향에 대한 이해 없이, 작품에 등장하는 강렬한 캐리커 처에 열광하고 교조적으로 활용했던 것이다. 1984년 역시 마찬가지이다. 작품이 발간되던 1949년, 국내 태양신문에 소개된 만화의 삽화와 내용은 이 소설의 자극적인 소재, 강렬한 캐리커처를 단순히 볼거리로 전락시켰다. 신문사의 의도가 어떠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단정수립이후 남한의 독자들에게 공산주의 독재의 획일화와 비 인간적인 풍모를 전달하기 위한 교조적 수단으로 작용했다. 1950년 3월 번역 자로 추정되는 라만식이 비교적 작가의 행적에 동감하고 작품의 특이성을 높 이 평가하긴 했지만, 그 역시 소설에 나타난 전체주의의 공포를 미래의 극단 적인 편린으로 이해할 뿐, 당면한 현실에 내재한 전체주의적 속성을 읽어낼 수 있는 반성적 텍스트로 독해하지 못했다. 조지 오웰의 문학을 단순히 반공 문학, 공산주의 독재에 대한 풍자문학으로 이해함으로써, 그가 제기한 전체 주의에 대한 통찰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러한 사실은 1948년 남한의 단독정부의 수립이후 이승만정권의 전체주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조지 오웰 문학에 대한 교조적 오독은 1949년 남한사 회에 풍미한 일민주의 의 전개 확산과 연동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승만 은 정부수립직후 1948년 11월 13일 대한국민당의 결단식에 일민주의 를 기치 로 내건다. 일민주의는 새로운 민주주의 강령으로, 1949년 조국재건과 삼대주 의 중의 하나가 된다. 당시 조국재건을 위한 삼대주의에는, 일민주의 외에도 신민족주의와 삼균주의가 있다. 1949년 11월 민성 에 의하면 일민주의는 김 광섭, 신민족주의는 안재홍, 삼균주의는 김흥곤이 각각 소개하고 있다. 하나의 국민( 一 民 ) 으로 대동단결하여 민주주의의 토대를 마련하고 공산주의에 대항한 다는 일민주의 는 집권자의 권력의지를 대변하는 당대의 신어( 新 語 ) 였으며, 이 후 일간지를 비롯한 저널에서는 일민주의라는 신어( 新 語 ) 소개에 주력한다. 370
김광섭은 일민주의를 소개하기 앞서, 하나의 主 義 가 새롭게 출현하는 이유 를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들었다. 사회가 부패하였을 때 그 사회를 혁신하 려하거나 또는 한 사회를 자기의 사상으로 유도하려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시대의 일반적 요청에 의하여 선지자로서 국민사상을 계몽하고 나아가 영도 하려는데 있 다고 보았다. 67 그 중 이승만의 일민주의 제창 이유를 세 번째 항 목에서 찾았다. 김광섭은 해방공간에서 공산주의자들 역시 진보적 민주주의 라 하여, 민주주의라는 어휘를 사용해 왔음에 그와 구분하려는 취지에서 민 주주의를 일민주의 라 명명한다. 다른 말로, 알기 좋은 民 主 主 義 弊 端 없는 民 主 主 義 平 民 民 主 主 義 라 칭한다. 그에 의하면, 一 民 主 義 는 다른 나라의 민주주의와 요소에 없는 한 백 성 으로 뭉쳐서 하나로 統 一 된 한 땅에서 共 存 共 生 하자는 三 千 萬 民 族 의 要 求 가 內 在 하여 있는 것이다(27면). 이승만대통령은 한 백성이 되기 위해 경제 적인 균등, 파벌의식 청산, 양반과 상놈의 구분 타파, 남녀의 동등, 관존민 비( 官 尊 民 卑 ) 사상 타파 등을 부르짖었다. 그러나 국민을 백성 으로 사유하는 방식에는 이미 전체주의적 요소가 기초해 있다. 이승만을 비롯하여 그의 일 민주의를 추종하는 김광섭은 국민을 주권의 주체로 보지 않고, 군주의 지도 와 편달을 받는 백성 으로 사유하고 있었다. 이승만 정권은 정권의 정당성을 표명하고 공산주의에 대항할 만한 또 하나의 신어( 新 語 ) 를 창출해 낸 것이다. 결국 일민주의 는 일민구락부 를 만들어 내는 등 반공을 공고히 하고 집권세 력의 존립근거로 활용됨에 따라, 전체주의에서 빈번히 나타나는 구호중의 하 나로 작용했다. 1948년 남북한의 단정수립과 분단으로 우리의 역사 인식과 소양은 퇴행하 거나 제자리걸음을 걸어야 했다. 그것을 입증하는 바로미터가 바로 조지 오 웰 문학에 대한 이해 라 할 수 있다. 조지 오웰의 소설은 제2차 세계대전 전 후( 前 後 ) 냉전구도 속에서 탄생했으며, 해방이후 한국은 미국과 영국에 편승하 67 김광섭, 一 民 主 義 小 論, 민성 5(11), 1949.11, 26면. 강조는 필자. 이하 이 글의 인용은 인용문 말미에 페이지 수만 기입하고 강조는 필자. 현행 맞춤법에 따라 띄어쓰고 한자는 가급적 한글로 변환 함. 해방이후 전체주의와 조지 오웰 소설의 오독 371
여 그들의 정치적 편향성으로 조지 오웰을 오독했다. 나아가 이승만 정권의 영속과 공산주의에 대한 적대성으로 말미암아, 조지 오웰이 제시한 전체주의 와 인간의 자유에 대한 뼈저린 문제의식은 제대로 독해될 수 없었다. 조지 오 웰의 문학은 1948년 이래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번역 소개되고 있으며, 자유당 정권의 몰락과 4 19세대의 성장 그리고 이 땅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비 례하여 점차 객관적 이해에 도달했다. 그것은 지나온 우리 역사에 대한 진통 이기도 하고 당면한 시대에 대한 성찰의 결과이기도 하다. 조지 오웰의 문학 은 오늘에 이르러서도 전체주의, 제국주의, 자본주의로부터 거리를 두고 분단 을 타계하고 정치적 통찰을 가능하게 해 주는 유효한 텍스트라 할 수 있다. Abstract : The Misreading of George Orwell s Novels and Totalitarianism After Liberation in Korea; Ahn, Mi-Young This article discusses the process of the reception of George Orwell s novels in Korea after its National Liberation. George Orwell, who advocated democratic socialism, accused totalitarianism of its limping with his novels Animal Farm and 1984 in the form of allegory. Orwell s negation of totalitarianism was translated into that of despotism with the simplification of the theme in South Korean society after its National Liberation. As a result, his novels turned into anti-communist novels against communist regimes including Il-seong Kim s and Stalin s despotic ruling. Animal Farm was translated and published in October 1948. Translated by Gil-jun Kim, a bureaucrat of the Ministry of Information, it was used as a means for political correction. With its foundation in 1948, the South Korean government translated and published this work for the purpose of accusing communism of its limping and expressing the justice of the democracy-oriented rightist government. In 1949, the contents of 1984 were presented in the form of cartoon in a popular daily newspaper. Though it was unusual to quickly introduce Orwell s new work, this also remained accusing communist society of its extreme limping with a stimulating image( hatred for two minutes ). Although 1984 published in three publishing company in 1950s, a translator is same. I guess 1984 was first translated by Man-sik Ra by the 1950s. According to the forward written in March 1950, the translator had read this book due to his own individual critical mind, and translated it though having difficulty getting his hands on it. Though he shared Orwell s life and critical viewpoints, the translator was not able to read the allegory of the totalitarianism that were contemporarily prevailing since he thought of this work as a future that never happened. The blind reflection (misunderstanding) on George Orwell s 372
novels in Korea after its National Liberation is involved in totalitarianism. As a result they were insensible of the spread of Ilminjuuy (Ideology of One Nation), another form of totalitarianism appearing in 1949. Keywords : George Orwell, Animal Farm, 1984, Totalitarianism, Autocracy, Anti-Communism, Ilminjuuy(Ideology of One Nation) 참고문헌 George Orwell, Animal farm, Published in Penguin Books 1951. 죠-지 오에웰, 김길준 역, Animal Farm 動 物 農 場, 국제문화협회간, 1948. 쪼오지 오어웰, 변영로 조용만 역, 풍자소설 동물농장, 정음사, 1954. 조오지 오오웰, 정병조 역, 신세계문학전집1- 動 物 共 和 國 ; 1984 年 ; 빠리와 런던의 零 落 生 活, 을 유문화사, 1969. GEORGE ORWELL, 지영민 역, 一 九 八 四 年, 문예서림, 1951. 죠-지 오-엘, 김현송 역, 未 來 의 種 - 一 九 八 四 年, 청춘사, 1953. 죠지 오-엘, 나만식 역, 現 代 名 作 一 九 八 四 年, 정연사, 1957. 조지 오웰, 도정일 역, 동물동장, 민음사, 2007., 정희성 역, 1984, 민음사, 2012., 이한중 역, 나는 왜 쓰는가, 한겨레출판사, 2010., 박경서 역, 코끼리를 쏘다, 실천문학사, 2003., 정영목 역, 카탈로니아 연가, 민음사, 2012., 박경서 역, 버마 시절, 열린책들, 2010., 이한중 역, 위건부두로 가는 길, 한겨레출판, 2011., 숨쉬러 나가다, 한겨레출판사, 2011. 신천지, 백민, 문예, 민성 등 잡지. 독립신보, 자유신보, 경향신문, 태양신문, 서울신문, 동아일보, 자유신문 등 신문. 고세훈, 조지오웰-지식인에 관한 보고서, 한길사, 2012. 김병익, 오웰과 1984년, 문학과지성사, 1984. 김병철, 한국근대번역문학사연구 Ⅱ, 을유문화사, 1973. 박홍규, 조지오웰-자유 자연 반권력 정신, 이학사, 2002. 도종일, 시장전체주의와 문명의 야만, 생각의나무, 2008, 유석환, 한반도의 안과 밖, 해방의 서사들-해방을 둘러싼 기억투쟁과 민족문학(론)의 지정학, 상 허학보 29, 상허학회, 2010. 윤대석, 아카데미즘과 현실 사이의 긴장-박치우의 삶과 사상, 우리말글 36, 우리말글학회, 2006. 정재석, 타자의 초상과 신생 대한민국의 자화상-해방~한국전쟁기 인도인식을 중심으로, 한국 문학연구 38집, 동국대 한국문학연구소, 2009., 해방과 한국전쟁, 3차 대전론의 단층들, 상허학보 27, 상허학회, 2009. 해방이후 전체주의와 조지 오웰 소설의 오독 373
아감벤 외, 김상운 외 역, 민주주의는 죽었는가?, 난장, 2010. 어빙 호우 편,한승희 역, 전체주의 연구-조지오웰작 1984년 의 이해와 평가, 지문사, 1984. 마이클 쉘던, 김기애 역, 조지오웰-감춰진 얼굴, 성훈출판사, 1992. R. 윌리엄즈, 남용우 역, 조오지 오웰, 탐구당, 1981. 접수 : 2012년 5월 30일, 심사완료 : 6월 30일, 게재확정 : 7월 15일 3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