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TV를 통해 본 TV의 생존법 한영수 책임연구원 hyszzz@lgeri.com Ⅰ. 머리말 Ⅱ. TV와 콘텐트 전달 방식 Ⅲ. 애플TV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Ⅳ. TV가 승자가 되는 길 Ⅴ. 맺음말 인터넷과 디지털 미디어 산업의 빠른 발달로 인해 영상 콘텐트의 종류는 점점 다양화되고 있으며 이런 다양한 영상 콘텐트를 고화질 TV를 통해 시청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구도 점차 커지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 관련 업체들은 이러한 소비자 욕구의 변화를 새로운 사업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자신에게 유리한 비즈니스 모델을 앞다퉈 개발하고 있다. 방송사, 영화사, 음반사 등의 콘텐트 제작업체, 블루레이 디스크나 셋톱박스 등의 미디어기기 생산업체, 케이블TV나 인터넷TV 등의 통신서비스 업체, 그리고 각종 유통업체가 서로 제휴하거나 독자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함으로써 미디어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 속에서 지금까지 가정용 디지털 미디어기기의 중심역할을 해왔던 TV가 현재의 위상을 유지함과 동시에 미래의 미디어산업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본고에서는 미래에 TV를 통해 구현될 것으로 예상되는 다양한 유형의 콘텐트를 살펴보고, 이러한 콘텐트 구현을 위한 디지털 미디어 산업의 발전 방향과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간의 경쟁양상을 분석함으로써 TV 제조업체의 바람직한 진로를 모색해보고자 한다. 21
디지털 미디어 콘텐트의 전달 방식은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Ⅰ. 머리말 최근 차세대 DVD (Digital Versatile Disc) 규격 전쟁에서 소니의 블루레이 디스크 (Blu-Ray Disc)가 도시바의 HD DVD를 눌렀다. 당초 시간을 끌 것으로 생각되었던 규격 경쟁이 예상보다 빨리 종결되었다. 주요 원인으로는 북미에서 DVD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워너브라더스 영화사가 블루레이 디스크에 손을 들어준 것과 소매 유통 1위 업체인 월마트가 블루레이 디스크 만을 독점적으로 유통시키겠다고 밝힌 것을 들 수 있다. 콘텐트 업체인 워너브라더스사나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예상보다 빨리 블루레이 디스크에 힘을 실어준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미 국에서는 케이블TV(이하 CATV) 또는 인터넷TV(이하 IPTV)를 통한 주문형 비디오 (VOD)가 빠르게 발전하고 인터넷 다운로드를 통한 영화의 구매 및 대여가 활성화됨 에 따라 DVD 매출 실적이 예상보다 빠르게 정체되기 시작했으며 2007년에는 오히 려 시장이 위축되었다(<그림 1> 참조). DVD의 실적 감소를 보상하기 위해서는 무엇 보다 차세대 DVD 시장의 확대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차세대 DVD의 규격을 빨리 하나로 통일하여 표준화함으로써 소비자의 혼란을 없애고 콘텐트의 제작 및 유 통 효율성을 제고시킬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상의 최근 업계 동향에서 크게 <그림 1> DVD 판매 또는 대여 실적 두가지사실을알수있다. 첫째, 콘 텐트 및 유통 업체가 디지털 미디어 산업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주 지하듯이 1980년대 VHS와 베타 (Beta) 방식 간의 비디오 테이프 규 격경쟁에서도콘텐트및유통업체 의 영향은 결정적이었다. 둘째, 각종 콘텐트를 소비자에게 공급하는데 있 어서 기존의 공급사슬과는 완전히 다 른 새로운 유통 경로가 나타나고 있 자료 : Adams Media Research 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영화사, 음반 22
사 등의 콘텐트 업체들이 DVD, CD 등의 매체를 제작하고 유통 업체들이 이를 배 포 대여해 주며 소비자들은 이를 구매하거나 빌려 각종 재생 기기(DVD/CD 플레 이어 등)나 TV를 통해 영상이나 음악을 즐겼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터넷 및 케이블 전송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통신업체나 케이블TV업체 등 서비스 업체들이 셋톱박 스를 통해 다양한 콘텐트를 곧바로 소비자에게 공급해주는 방식이 빠르게 확산되 고있다. 따라서 향후 디지털 미디어 산업에서는 동일 미디어 기기 생산업체 간의 단순한 경쟁을 뛰어넘어 콘텐트 업체와 유통업체, 그리고 이들과 본격적으로 경쟁하기 시 작한 통신 및 방송 서비스 업체 간의 치열한 각축전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러한 상황에서 영상 미디어 기기의 대표격인 TV 생산업체들이 지금처럼 단순한 영 상 단말기기인 TV만을 생산하는데 머문다면 TV 제조업은 외형적으로 계속 성장할 수 있더라도 대부분의 기업이 적자를 보는 이익 없는 성장 산업으로 남게 될 가능 성이 높다. 심하게 말하면 단순 대형 모니터 제조사업으로 전락해 버릴 가능성도 있다. TV 업체들도 단순기기 생산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쟁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Ⅱ. TV와 콘텐트 전달 방식 1. TV의 용도 변화 현재 TV는 공중파 방송 또는 케이블 방송의 영상과 소리를 실시간 시청하는데 주 로 이용되고 있다. 또한 DVD 플레이어 등의 다른 디지털 미디어기기와 함께 영화 나 뮤직비디오 등을 보는데도 사용된다. 하지만 최근 TV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 되는 콘텐트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디지털 TV의 보급과 함께 과거에는 인터넷 과 PC/모니터를 통해 소비자들 사이에 공유되어 오던 다양한 콘텐트를 고화질의 대화면 TV를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소비자 욕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향후 TV는 실시간 방송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콘텐트를 소비자에게 전달해 주는 주요 수단 으로도 이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LGERI 리포트 23
향후 TV는 보다 다양한 콘텐트 전달에 이용될 것이다. 주문형 콘텐트 (On-demand Content) 주문형 콘텐트는 이미 CATV나 IPTV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공급되고 있다. 소비자가 보고 싶어하는 방송이나 영화, 뮤직비디오 등을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콘텐트들은 보통 유료이며, 방송사나 영화사, 음반사 등 대형 미디어 업체들이 제작하고 있다. 개인형 콘텐트 (Personal Content) 디지털 카메라 및 디지털 캠코더 등 개인용 영상 기기의 발달로 요즘 소비자들은 자신이나 가족, 친지, 친구들의 모습을 녹화하고 저장하기를 좋아한다. 이처럼 개 개인이 자기 자신을 위해 또는 주위 사람을 위해 만든 개인 사진 및 동영상 등을 개 인형 콘텐트라고 한다. 대안형 콘텐트 (Alternative Content) 상업적 목적이 아닌 독립적이고 아마추어적인 개인 또는 단체가 만든 콘텐트를 의 미한다. 유투브(YouTube)나 구글비디오(Google Video) 등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공유되는 동영상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최근 이러한 콘텐트의 생성 및 보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인터랙티브 콘텐트 (Interactive Content) 소비자와 상호 반응하는 콘텐트를 인터랙티브 콘텐트라고 한다. 인터넷을 통한 네 트워크 게임, PC용 아케이드 게임 등의 오락 콘텐트뿐만 아니라 각종 교육용 학습 프로그램도 여기에 포함된다. 2. 콘텐트별 전달 방식 방송국에서 제작하는 드라마, 뉴스, 쇼 등의 여러가지 방송 프로그램들은 주로 공 중파나 케이블을 이용하여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중간에 TV를 제외한 별도의 디지 털 미디어 기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앞에 언급한 주문형 콘텐트, 개인형 24
콘텐트, 대안형 콘텐트, 인터랙티브 콘텐트 등을 대화면 디지털 TV로 보기 위해서 다양하다. 는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의 전달 방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콘텐트를 구현하려면 TV 외에도 셋톱박스, 비디오 재생기, PC, 개인용 비디오 레코더 (Personal Video Recorder; PVR), 게임 콘솔 등 다양한 미디어 기기가 필요하며 일부 콘텐트는 이 러한 전자 기기 이외에도 콘텐트를 담는 팩 또는 타이틀이 필요하다(<그림2> 참조). 즉, 소비자가 이러한 콘텐트를 TV로 보려면 여러가지 불편과 비용을 감수해야 한 다. 소비자가 좀 더 편하고 저렴하게 TV 만으로 모든 콘텐트를 볼 수는 없을까?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전에 먼저 각 콘텐트의 전달 방식을 살펴보자. 콘텐트의 종류에 따라 그전달방식또한 주문형 콘텐트 CATV나 인공위성TV가 보편화되어가는데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왜 아직까지 DVD 대여점에서 DVD 타이틀(Title)을 빌려서 DVD 플레이어를 통해 영화를 볼 까? 소비자들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트를 보기를 원한다. 아직까지 CATV나 인공위성TV에서 공급해주는 영화 채널은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에게 동일한 콘텐 트를 공급하도록 되어 있다. 소비자들은 일정한 구독료를 매월 납부하며 원하는 시간에 원치 않은 콘텐트들을 보거나 원하는 콘텐트를 원치 않는 시간에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최근 IPTV <그림 2> 콘텐트별 주요 전달 방식 나 일부 CATV 등이 VOD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콘 텐트의 양이나 질이 현저히 떨어진다. 대여점에서 구할 수 있 는 최신 영화나 개별 소비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장르의 콘텐트 를 구하기가 어렵다. 화질도 열악하다. 아직까지 IPTV나 CATV는 전송속도나 전송량의 문제로 Full HD급 영화를 끊김 없이 시청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개인형 콘텐트 디지털 카메라나 캠코더로 녹화한 개인들의 동영상이나 사진 은 보통 다양한 형태의 메모리에 저장된다. 그 후 TV를 통해 재현되거나 PC에서 편집 수정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무선랜 LGERI 리포트 25
소비자는 콘텐트를 보다 쉽고 저렴하게 얻기를 원한다. (Wireless LAN) 기술의 발달로 카메라나 캠코더로 촬영한 영상을 기기간 유선 연 결없이바로TV에서볼수있다. 소비자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개인이 녹화한 영상을 수정하거나 편집하기 위해서는 PC에 의존해야 하는 형편이 다. 아직 TV는 이런 기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안형 콘텐트 아직까지 대안형 콘텐트들은 대부분 PC와 모니터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전달된다. 대안형 콘텐트의 제작자들은 유투브나 구글비디오 등의 동영상 서비스 포털 사이 트에 콘텐트를 업로드하며 소비자들은 PC를 통해 이러한 사이트에 접속하여 시청 하거나 다운로드를 해서 이용한다. 아직까지 PC 없이는 대안형 콘텐트를 접하기가 쉽지 않다. 인터랙티브 콘텐트 텔레비전을 통해 게임이나 오락을 구현하기 위한 게임 콘솔 시장은 현재 경쟁이 심 하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3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Xbox)360 간의 경쟁 구도에 최근에는 닌텐도의 위(Wii)까지 뛰어들고 있다. 게임 콘솔 시장의 특징 은 생산업체들이 하드웨어 자체의 이익보다 이를 통한 소프트웨어 판매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즉 게임, 오락 등을 담은 소프트웨어 타이틀의 판매를 위해 하드 웨어는 비교적 저렴하게, 심한 경우 손해를 보더라도 널리 보급하려고 노력한다. 인터랙티브 콘텐트의 다른 예인 학습 프로그램 등은 대부분 PC를 통해 구현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아직까지 다양한 유형의 콘텐트를 텔레비전으로 보 기에는 상당한 불편함이 따른다. 또한 전달 방식에 따라 여러 단계의 미디어기기를 거쳐야 하므로 콘텐트를 즐기는데 많은 비용이 든다. 소비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편안한 거실에서 대화면 디지털 텔레비전 앞에 앉아 원하는 콘텐트를 손쉽게 구해 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시청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향후에는 이러한 콘텐트들의 전달방식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그 해답을 애플TV 사례를 통해 생각해보자. 26
Ⅲ. 애플TV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애플TV는 단순한 셋탑박스가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요즘의 미디어 이용자들은 과거처럼 방송사가 전해주는 콘 텐트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원 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기기로 보려는 취향을 갖고 있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미디어 선진국에서 공히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이런 와중에 애플과 같은 글로벌 디지털 미디어 회사가 셋톱박스 시장에 진출한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적 성공을 거둔 아이포드와 아이튠스 사업 모델을 셋톱박스 에 적용하여 가정 내의 디지털 미디어 기기 시장까지 장악하려는 의도는 아닐까? 애플TV는 하드웨어 상으로 드러나는 여러가지 특징도 가지고 있지만 진정한 의의 는 현존하는 디지털 미디어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통째로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데 있다. 즉, IPTV와 블루레이 디스크, 더 나아가서는 게임 콘솔과의 경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는 미래 미디어 기기의 한가지 전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 이다. 1. 공급사슬(Supply Chain)의 단순화 콘텐트 사업자가 제작한 콘텐트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이 전 달 과정에 관여하는 업체 및 기기가 많을수록 소비자와 콘텐트 제작업자의 부담은 커지기 마련이다. 영화의 예를 들어보자. 영화사에서 제작된 영화는 일단 DVD나 비디오테이프 등에 녹화된다. 이 과정에는 녹화기 제작업체, 녹화 업체, 공( 空 ) DVD나 공 비디오 테이프 제작 업체 등이 관련된다. 이렇게 제작된 영화 타이틀은 유통업체를 통해 각 대여점 또는 판매점에 배포된다. 여기에도 유통업체와 대여점, 판매점 외에 운송업체, 운송기기(비행기, 선박, 자동차) 생산업체 등 많은 업체들이 참여하여 저마다 이윤을 추구한다. 소비자는 대여점 또는 판매점에 방문하여 값을 치르고 영화 타이틀을 빌리거나 구매한다. 물론 가정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있 으나 결국 이것도 소비자 부담으로 귀착된다.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러한 영 화 타이틀을 텔레비전으로 보려면 소비자는 DVD 플레이어나 블루레이 플레이어 LGERI 리포트 27
애플TV의 특징과 시사점 2007년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맥월드 포럼의 기조연설에서 애플의 CEO인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야심작인 아이 폰(iPhone)과 함께 TV 시청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줄 미디어 센터인 애플TV를 소개했다. 이 제품은 아이튠스(iTunes)를 이 용해 다운로드한 음악, 영화, 드라마, 쇼 등의 영상 콘텐트를 고화질 디지털 텔레비전을 통해 사용자에게 쉽게 전달해 주는 일종 의 셋톱박스이다. 꼭 아이튠스를 통해 다운받지 않더라도 PC 내에 있는 음악이나 동영상 콘텐트를 무선으로 동기화하여 언제든 지 TV로 볼 수 있게 해주는 네트워크 미디어 플레이어이다. 지금까지 애플TV와 비슷한 형태의 셋톱박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CATV를 지원하기 위한 단순한 셋톱박스로부터 개인용 비디오 레코더 기능 및 인터넷 연결 기능을 포함하는 다기능 셋톱박스, 그리고 이러한 셋톱박스의 개념을 넘어 게임 기능 및 차세대 광디스크 재생 기능을 포함하는 게임 콘솔까지 매우 다양한 형태 및 기능의 셋톱박스가 나와있다. 애플 TV는 이런 제품들과 어떻게 다를까? 애플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영화 및 콘텐트 유료 대여 사용자는 애플TV만 설치하면 PC 없이도 아이튠스에 접속하여 원하는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직접 구입하거나 대여할 수 있다. 물론 음악도 같은 방법으로 구 입할 수 있다. 비디오나 오디오의 품질은 오프라인 대여점에서 빌려오는 DVD와 동일하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주요 영화사들의 다양한 콘텐트가 제공된다. 비 용은 오프라인 DVD를 대여하는 것보다 저렴하다. PC의 오디오 및 비디오 파일을 무선 홈 네트워크를 경유해 재생 디지털 카메라나 비디오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나 영상을 편집하여 보관하려면 PC에 저장하는 것이 제일 편리하다. 휴대 플레이어로 재생하기 위한 음악 파일도 인터넷으로부터 다운을 받든 소장하고 있는 CD로부터 읽어 들이든 간에 일단 PC 에 그 데이터를 보관해야 한다. 인터넷을 통해 전달되는 대부분의 동영상들도 일단은 PC로 수신한 후 재생한다. 현재 PC 는 영상 및 음악 관련 미디어의 집약 지점으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집약한 콘텐트를 PC와 모니터 만으 로 재생하는 것은 재미가 없고 불편하다. 거실에서 이러한 콘텐트들을 여유 있게 고화질로 즐기는 싶다면 역시 텔레비전을 통해 봐야 한다. 그것도 하나하나 DVD 비디오디스크를 만들거나 메모리 카드로 옮기는 방식이 아니라, 가정 내의 무선 네 트워크를 이용하여 PC로부터 데이터를 자동으로 전송받아 텔레비전을 통해 구현하는 형태가 이상적이다. 그 역할을 해주 는 것이 애플TV다. 동기(synchronization) 기능으로 콘텐트가 하드디스크에 자동 저장 애플TV에는 콘텐트의 동기 개념이 채용되어 있다. 타사의 네트워크 미디어 플레이어는 일반적으로 PC에 저장된 콘텐트를 재생한다. 즉, PC의 전원이 끊어져 있는 경우에는 콘텐트를 재생할 수 없다. 그러나 애플TV는 하드 디스크가 내장되어 있어 서 PC에 있는 콘텐트가 자동으로 이 하드 디스크에 동기화되어 저장된다. 따라서 PC의 전원이 끊어져도 하드 디스크에 보존 하고 있는 콘텐트를 재생할 수 있다. 이 콘텐트의 동기는 아이튠스와 아이포드 간에 이루어지는 것과 똑같다. 예를 들어 모두 동기하도록 설정해 두면 아이튠스에 등록되어 있는 PC의 콘텐트와 애플TV의 하드 디스크 내에 저장되는 콘텐트가 저절로 일치하게 된다. 즉, 어떤 음악 파일을 아이튠스에서 삭제하면 애플TV의 하드 디스크에서도 자동으로 삭제되고, 새롭게 음악이 추가되면 애플TV의 하드 디스크에도 자동으로 저장된다. 28
합리적인 디자인과 사용의 편리성 애플TV의 디자인은 동사의 다른 제품들처럼 매우 심플하지만 예쁘고 고객 지향적 이다. 사용자의 편의성을 최대한 고려한다. 단자류는 뒷면에 일렬로 배치되어 있 어 TV와의 연결뿐만 아니라 타 전자기기와의 연결이 쉽다. 아이포드 등 애플 제 품의 이용자라면 아이튠스라고 하는 소프트웨어를 잘 알 것이다. PC에 인터넷으 로 다운받은 아이튠스 프로그램을 설치한 후 애플TV의 설정 화면에서 지시하는 5자리 숫자를 아이튠스에 입력하면 간단히 설치가 끝난다. 그 다음에는 애플TV의 리모컨으로 조작하면서 콘텐트를 즐기면 된다. 처음으로 아이튠스를 사용하는 사 람에게도 조작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애플TV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단순하 면서도 소비자 지향적이다. 메뉴가 쉽고 간단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나이가 많거나 너무 어려서 복잡한 첨단 디지털 기기의 사용이 어려운 소비자들도 리모컨 만으로 원하는 콘텐트를 재생할 수 있도록 구성되 어 있다. 팟캐스트(Podcast)를 이용한 다양한 콘텐트 접속의 용이성 팟캐스트란 사용자들이 원하는 방송 및 콘텐트를 인터넷을 통하여 주기적으로 자 동 업데이트하여 파일 형태로 제공해 줌으로써 사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시청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송 전달 방식이다. 팟캐스트가 다른 온라인 미디어와 다른 점 은 사용자가 매번 미디어를 선택하거나 찾아 들어가는 방식이 아닌 구독 방식으 로 이루어진 점이다. 즉, 기존 방송과는 달리 방송 시간에 맞추어 시청할 필요가 없으며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시청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콘텐트 제작 자 입장에서도 제작한 콘텐트를 MP3와 같은 미디어 파일 형태로 웹에 올리고 알 에스에스(RSS) 주소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배포하면 되므로 공유나 전송에 별도의 비용이 요구되지 않는다. 따라서 개인이나 소규모 단체에서 자유롭게 콘텐트를 제 작할 수 있으므로 콘텐트의 종류가 다양하다. 지금까지는 주로 라디오나 음악 등의 콘텐트가 많았으나 드라마, 쇼, 영화 등의 동영상 콘텐트도 점점 늘고 있다. 애플TV는 이 팟캐스트를 텔레비전으로 쉽게 가져오는 기능을 갖고 있다. 애플TV는 아직까지 성공이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은 아니다. 작년에 처음 출시된 애플TV는 겨우 40만대 정도밖에 팔리지 않았다. 이것은 애플이 예측한 2007년 판매량인 60만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성공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하지만 셋톱박스인 애플TV 사례는 셋톱박스 업체보다 오히려 TV업체들에게 더 많은 시사점을 준다. IPTV나 CATV용 셋톱박스는 콘텐트를 팔기 위해 기기를 이용하지만, 애플TV는 기기를 팔기 위해 콘텐트를 이용한다. 이 점이 본고에서 애플 TV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애플TV는 올해부터 아이튠스 서비스의 백미인 고화질 영화 대여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PC 없이도 아이튠스에 접속할 수 있도록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더욱 개선하였다. 하드 디스크 용량도 늘리고 가격을 낮추었다. 지 금까지 지적돼왔던 단점들이 많이 개선되었다. 이러한 개선노력이 망설이고 있던 소비자들을 애플TV의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LGERI 리포트 29
공급사슬이 단순할수록 소비자는 유리하다. 같은 비디오 재생기를 구매해야 한다. 비디오 재생기를 구매하는 과정에서도 비디 오 재생기의 제작업체, 유통업체, 판매업체 등 많은 업체들이 관여하며 결국 모든 비용은 소비자가 지불해야 한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사업 모델이 CATV나 IPTV 서비스이다. CATV나 IPTV는 케이블이나 인터넷으로 콘텐트를 전달하므로 기존 전달 방식에서 필요한 타이틀 제작이나 유통, 대여 및 판매 등의 과정이 필요없다(<그림 3> 참조). 즉, 소비자는 전보다 더 저렴하게 원하는 콘텐트를 얻을 수 있다. CATV나 IPTV의 장점은 또 있다. 소비자는 비디오 재생기 대신 셋톱박스를 설치하고 거실에 편안히 앉아서 원하는 콘텐트를 선택해 구매하고 시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CATV나 IPTV도 소비자 만족을 극대화시키지는 못한다. CATV나 IPTV 서비스는 현재 케이 블 TV업체나 통신업체에서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매월 일정금액을 서비스 업 체에 지불해야만 콘텐트를 접할 수 있다. 역으로 말하면 콘텐트를 하나도 보지 않으 면서도 서비스 업체에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특별한 콘텐트, 예를 들면 최신 영화나 뮤직 비디오 등 일부 콘텐트는 추가로 돈을 더 지불해야 얻을 수 있다. 콘텐트 제작업체의 입장도 마찬가지이다. 콘텐트 제작업체는 이러한 서비스 업체에 콘텐트를 직접 팔거나 배급권을 줌으로써 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 이러한 서 비스 업체의 힘이 커질 경우 많은 이익을 서비스 업체에 넘겨줘야 한다. CATV나 <그림 3> 콘텐트 전달 방식에 따른 공급망의 비교 30
애플TV는 소비자나 콘텐트 IPTV의 또 한가지 단점은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아직까지 콘텐트의 양이나 질이 제작자 모두에게 부족하다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점은 향후 계속 개선되겠지만, 새로운 전달 방식이 유리하다. 나 서비스가 등장할 경우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취약요인이다. 애플TV는 소비자가 최소한의 비용으로 콘텐트에 쉽고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 록 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UI)를 제공해 준다. 즉, 공급사슬을 단 순화하여 그 이익을 소비자와 콘텐트 사업자에게 돌려준다. 콘텐트 사업자가 애플 이 제공하는 아이튠스에 콘텐트를 올려놓으면 소비자는 애플TV를 통해 직접 아이 튠스에 접속하여 콘텐트를 구매하거나 대여하면 된다. 소비자는 꼭 필요한 콘텐트 에 대해서만 비용을 지불하면 될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대여점에서 빌리는 타이틀 과 같은 수준의 고화질과 고음향을 즐길 수 있다. 콘텐트 사업자 입장에서도 콘텐 트의 방영권이나 배급권을 유통업체나 서비스 업체에게 넘겨주면서 수익을 남기는 것이 아니고 소비자에게 직접 콘텐트를 빌려주거나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남기는 것이므로 훨씬 유리하다. 애플에게는 아이튠스를 유지할 만한 소규모의 판매 이익 만 지불하면 된다. 당연히 애플의 주 수익원은 애플TV의 판매이다. 이에 반해 CATV나 IPTV의 경우 콘텐트 사업자와 소비자 사이에 셋톱박스 제조업체와 서비 스업체가 끼어든다. 서비스 업체는 콘텐트의 방영권 또는 배급권을 콘텐트 사업자 로부터 구매한 후 이 콘텐트를 소비자에게 다시 공급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한다. 따 라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셋톱박스를 사야 할 뿐만 아니라, 콘텐트 사업자로부터 직 접 구매할 때보다 더 많은 비용을 서비스 업체에게 지불해야 한다. 콘텐트 사업자 입장에서도 CATV나 IPTV 사업자와 불리한 입장으로 계약하거나 소유권의 일부를 나누어 줘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거래 인터페이스만을 제공하는 애플TV보다 매력 이적다. 2. TV용 콘텐트의 다양화 다수 소비자들은 개인형 콘텐트나 대안형 콘텐트 등을 PC와 모니터를 통해 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콘텐트 제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트를 유투브나 구글비디 오 등의 사이트에 무료로 업로드하며 사용자들도 언제든지 PC와 모니터를 통해 접 LGERI 리포트 31
소비자는 애플TV를 통해 보다 다양한 콘텐트 시청이 가능하다. 속하여 무료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콘텐트를 TV를 통해 보는 것은 상당히 번거롭다. 콘텐트를 다운받아서 메모리 카드나 USB에 저장한 후 TV에 연결하여 재생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메모리를 넣을 수 있는 잭과 해당 파일을 실행시킬 수 있는 디코더 기능을 갖고 있는 TV로만 가능하다. 더구나 저작권 문제로 인하여 다 운로드가 불가능한 콘텐트의 경우는 하는 수 없이 PC나 노트북을 TV와 유선으로 연결하여 볼 수밖에 없다. 애플TV는 소비자들이 이러한 콘텐트를 거실에서 대화면 TV를 통해 쉽게 볼 수 있도록 해준다. 우선 PC에 파일 형태로 들어 있는 콘텐트는 파워만 켜면 무선으로 애플TV에 자동 저장되며 소비자는 리모컨 만으로 언제든지 그콘텐트를볼수있다. 또한PC 없이도유투브등의동영상사이트에 접속하여 콘텐트를 볼 수 있을뿐만 아니라 아이튠스를 통해 팟캐스트를 제공해 줌으로써 다 양한 콘텐트를 텔레비전을 통해 즐길 수 있다. 애플TV는 영화와 음악 외에도 TV를 통해 즐길 수 있는 간단한 오락 게임을 제공 하고 있다. 아직까지 이것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이나 닌텐도의 위(Wii)와는 비교 할 수 없는 단순한 아케이드형 게임이다. 다만 가격이 5달러 이하여서 소비자들이 부 담 없이 다운받아 대형 TV를 통해 즐길 수 있다. 만약 애플TV가 널리 보급되어 가정 내의 홈서버로 자리잡는다면 현재의 게임 콘솔 업체들에게 상당한 위협이 될 수도 있다.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들은 유통에 부담이 없는 아이튠스를 통해 양질의 게임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으며, 소비자들은 별도의 게임 콘솔과 비싼 게임 타이 틀을 구입하지 않고도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Ⅳ. TV가 승자가 되는 길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블루레이 디스크를 필두로 하는 기존의 전달 방식과 CATV나 IPTV 같은 통신서비스를 통한 전달 방식, 그리고 최근 출현한 애플TV와 같은 전달 방식 간의 경쟁이 점점 더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콘텐트 사업자들도 미래 영상 산업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미디어 산업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TV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 32
1. 공급사슬(Supply Chain)을 단순화하라 것이다. 공급사슬 측면에서 보면 TV 사업자는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TV는 최종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데다 아직까지 가정용 영상기기의 중심에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통신 사업자나 서비스 사업자의 요구에 맞추어 수동적으로 제 품을 생산하는 것에서 벗어나 통신 업체나 콘텐트 업체를 위협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적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 가지 유망한 비즈니스 모델은 애플 TV의 기능을 TV 자체에 포함시켜서 콘텐트의 전달 방식을 더욱 단순화하는 것이 다(<그림 4> 참조).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애플TV를 별도로 살 필요가 없으며 다른 형태의 셋톱박스나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구매하지 않고도 고화질의 콘텐트를 즐길 수있게된다. 애플TV가 애플사의 성공 제품인 아이포드(iPod)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무엇 일까? 아이포드의 중심 콘텐트는 음악(소리)이고 애플TV는 영화(영상) 중심이라는 차이도 있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아이포드는 소비자와의 최종 접점에 있는 기기지 만 애플TV는 아니라는 점이다. 즉, 아이포드가 없으면 소비자는 음악을 듣지 못한 다. 하지만 애플TV가 없어도 소비자는 영화를볼수있다. TV가최종접점에위치 공급사슬 단순화란 콘텐트나 소비자를 가깝게 해주는 <그림 4> 공급망의 단순화 LGERI 리포트 33
UI 차별화는 미래 TV 차별화의 핵심이다. 한 기기라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영상 산업에 있어서 TV가 애플TV보다 유 리한 측면도 있다. 2. 콘텐트 서비스용 UI로 차별화하라 평판형 디지털 TV 제조업에서도 업체간 기술력이 비슷해짐에 따라 대화면, 고해상 도 등의 제품 특성이 더 이상 차별화 포인트로 먹히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더 얇 게, 더 아름답게, 더 심플하게 의 방향으로 외관 디자인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으나 이마저도 머지않아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 향후 차별화 포인트로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의 편의를 위한 심플하고 미려한 화면 메뉴나 입력 기기 등의 단순한 UI 뿐만 아니라 콘텐트와의 연결을 더욱 용이 하게 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개발이 중요해질 것이다. 특히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공급사슬을 단축시키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 기 위해서는 이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꼭 필요하다. 공급사슬의 단순화가 하드 웨어적으로 애플TV를 TV안에 집어넣는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포드의 성공요 인은 뛰어난 제품 기능만이 아니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아이튠스라는 콘텐트 서비 스용 UI가 함께 제공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애플TV도 마찬가지이다. 아이튠스가 없는 애플TV는 반쪽 짜리일 뿐이다. 모바일 음악 산업에 있어서의 성공 모델이 아 이포드+아이튠스 라면 가정용 영상 산업에 있어서의 성공 모델은 TV+아이튠스 가될수있다. 따라서아이튠스와 같은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제공은 공급사슬 단 순화 및 TV의 차별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UI의 제공은 TV 업체 간 차 별화도 되겠지만 통신업체나 서비스 업체, 콘텐트 업체와의 주도권 경쟁에서 TV가 앞서나갈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3. 콘텐트 사업자와 제휴하라 최근 CATV나 IPTV의 보급이 확산됨에 따라 TV 제조업체들은 이런 서비스에 적 합한 TV를 생산 공급하고 있다. 예를 들면 CATV나 IPTV의 시청을 위해 필요한 34
셋톱박스 기능을 포함하는 TV가 제작됨으로써 소비자는 별도로 셋톱박스를 구입 하지 않아도 된다. 단기적으로 보면 통신회사나 서비스회사와의 제휴나 공동 개발 이 TV 사업에 유리하며 소비자의 편의도 개선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중 장기적으로 볼 때 통신회사나 서비스회사의 요구에 맞추어 하드웨어 측면 만을 개 선한 TV를 단순 생산하는데 머무른다면 TV가 디지털 미디어 산업의 주도권을 잡 기는 어렵다. 소비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쉽고 저렴하게 콘텐트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따라서 TV 업체는 콘텐트 사업자와의 직접적인 제휴 또는 동업 을 통해 공급사슬을 최대한 단순화함으로써 더 많은 고객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필 요하다. 앞 절에서 말한 콘텐트 서비스용 UI를 제공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콘 텐트 사업자들과의 제휴이다. 콘텐트 사업자들의 동의와 참여 없이는 아이튠스와 같은 훌륭한 UI를 구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콘텐트 사업자의 입장에서도 이를 반 대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케이블 사업자나 통신 사업자에게 종속되어 방영권이나 배급권을 불리한 조건에 넘기지 않아도 되고, 소비자에게 직접 대여나 판매를 할 수 있어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적절한 가격에 콘텐 트를 공급함으로써 불법 다운로드의 폐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성공적인 UI의 구현은 콘텐트 사업자와의 제휴에 달려 있다. 4. 기득권을 포기하라 TV 업체들이 앞에서 설명한 비즈니스 모델로 가는데 있어 가장 큰 장애는 무엇일 까? 제품이나 UI를 구현할 만한 기술력의 부족이나 콘텐트 업체들과의 우호적 관 계 정립 등도 만만치 않은 도전과제이겠지만 무엇보다 큰 장애물은 자기 자신이다. 대부분의 TV 제작 업체들은 블루레이 플레이어, DVD 플레이어와 같은 비디오 재 생기나 IPTV나 CATV용 셋톱박스, 개인용 비디오 레코더, PC, 모니터, 게임 콘솔 등을 동시에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히 이러한 제품들에서 수익이 줄어들게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관련 제품을 담당하는 내부 조직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너무 단기적인 시각에서 나오는 반응이다. 어차피 블루레이 플레이어와 IPTV, 애플TV 중 무엇이든 간에 경쟁에서 패배한 미디어 및 기기는 서 LGERI 리포트 35
가장큰적은 항상 내부에 있다. 서히 사라질 운명이다. 결국 다른 디지털 미디어 기기의 수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TV업체는 영상 산업에서 주도권을 갖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애플 아이포드의 성공은 아이튠스라는 서비스 사이트 덕분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애플의 아이포드와 아이튠스 이전에는 하드웨어와 이를 위한 음악 다운로드 사이트를 함께 제공해주는 사업 모델이 없었을까? 일본의 소니 는 네트워크맨 이라는 MP3 플레이어와 이에 연동되어 음악을 다운로드할 수 있 는 Open MG Jukebox 라는 음악용 어플리케이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성공 하지 못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브랜드 측면이나 유통망 측면에서 유리했던 소니의 네트워크맨이 애플의 아이포드에 패배한 이유는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 다. 음반사나 영화사 같은 콘텐트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던 소니는 저작권을 보호하 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각종 소프트웨어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개발하였다. 따라서 애플에 비해 사용자 친화적인 서비스 및 편의를 제공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애플보다 우수한 기술력과 브랜드에도 불구하고 참패하고 말았다. 소니는 전자 산업에 있어서 항상 선두를 달려왔다. 브라비아 TV, 바이오 노트 북, 워크맨 MP3 플레이어, 디카와 캠코더, 소니에릭슨 휴대폰, 플레이스테이션, 그 리고 이러한 기술 선도의 최정점인 블루레이 디스크까지. 특히 블루레이 디스 크는 최근 차세대 규격 전쟁에서 도시바의 HD-DVD를 눌렀다. 과거 베타와 VHS 간 규격전쟁의 악몽에서 벗어나고자 소니는 블루레이 디스크의 표준 선정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러한 승리의 기쁨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의문이 다. IPTV나 애플TV 등이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다면 블루레이 디스크는 채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시들어 버릴 수 있다. 소비자에게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 가 치를 가져다 주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유명 TV 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현재 생산하고 있는 다른 디 지털 미디어 기기 사업의 수익성 악화나 내부 조직의 반발이 두려워서 새로운 비즈 니스 모델의 도입을 주저한다면 기득권 유지 부담이 없어 과감한 사업모델로 승부 를 걸어올 수 있는 새로운 TV 업체에게 시장을 빼앗길 공산이 크다. 또한 이러한 TV 업체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애플TV나 IPTV 사업자들에게 디지털 미디어 시장 의 주도권을 넘겨주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36
Ⅴ. 맺음말 지금까지 TV는 가정용 디지털 미디어 기기의 중심이었다. 영상 방송 산업의 발전 에 힘입어 출현하여 안방을 든든히 지켜왔다. 하지만 미래에는 그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소비자가 TV를 통해 보려는 콘텐트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 으며, 그 전달 방식 또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기존의 콘텐트 전달 방식을 유지하 려는 세력과 새로운 비즈니스 패러다임으로 이를 파괴하고 신시장이 열어 젖히려 는 세력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블루레이 진영은 차세대 DVD 규격 경쟁 에서의 승리를 기반으로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IPTV 또는 CATV 진영 도 화질 개선을 위한 기술 개발 및 콘텐트 확보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 는 새로운 전달 방식인 애플TV가 다크호스로 등장하였다. 치열한 경쟁의 수단 또 는 부산물로 출현하는 다양한 디지털 기기들 속에서 TV가 현재처럼 다른 TV업체 만을 경쟁자로 생각하고 하드웨어적인 차별화에만 골몰한다면 과연 미래에도 TV 가 가정용 디지털 기기의 중심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디지털 미디어 산업의 게임의 룰은 점차 제품 간 경쟁에서 비즈니스 모델 간 경 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승리한 비즈니스 모델에 사용되는 기기는 살아남고 패배 한 비즈니스 모델에 사용되는 기기는 도태된다. TV는 아직까지는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아직은 TV를 통해 영상을 즐기는 것을 선호한 다. TV는 소비자에게 가장 가까이 있다. 소비자에게 가장 많은 가치를 전달해 줄 수 있는 기회가 아직은 남아 있다. www.lgeri.com 제품간 경쟁보다 비즈니스 모델간 경쟁이 중요하다. LGERI 리포트 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