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르타뉴의 켈트 문화 : 로리앙 범( 凡 )켈트 페스티벌(Festival interceltique de Lorient)을 통한 고찰 이 상 빈(한국외대) 프랑스의 페스티벌 중에서도 로리앙 범켈트 페스티벌의 의미는 각별하다. 이 행 사가 파리 중심의 문화를 극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데다가, 지역적 정체성을 극대화시키면서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또 급변하는 유럽과 세계 질서에 발맞추어 전통을 현재에 조율시키며 변신에 성공한 행사로 꼽 히기도 한다. 로리앙 페스티벌의 벤치마킹은 지방자치제의 정착과 더불어 차별화된 문화 행정을 지향하고, 문화를 통해 지방 재원을 확보하려는 국내 각 유관기관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또 현재 프랑스 사회 구성원들의 정체성 변화도 주목 대 상이다. 1982년 프랑스에서 지방분권에 관한 법률이 통과된 후 프랑스 국민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이 크게 유럽-프랑스-지방의 3갈래로 나뉘며, 그중에서도 지방 사 람으로서의 정체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에 기꺼이 동의한다. 다시 말해 유럽연 합이라는 거대 공동체가 공고해감과 동시에 프랑스인들은 자신들의 뿌리를 구성하 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에 집착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정체성의 구축은 자연적인 동시에 인위적으로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켈트 라는 머나먼 역사 속의 개념이 오늘날 살아 숨쉬게 하는 데에도 다양한 전략이 동원됨을 알 수 있다. 유럽 이라는 개념과 중첩되는 동시에 분리되는 켈트 라는 단어를 통해 유럽의 일부 문화공동체는 자신들 미래를 발견하고 있는 중이다. - 3 -
<페스티벌 개요> 1971년 시작된 범켈트 페스티벌은 켈트 국가 예술가들에게 가장 큰 연례행사이 다. 매년 8월 약 4500명에 달하는 예술가들이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의 항구 로리 앙에 집결하는데, 그중에는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웨일즈, 맨 섬(Isle of Man), 코르누아이유, 스페인의 아스투리아스 지방과 갈리시아 지방, 프랑스의 브르타뉴 지방, 호주와 뉴질랜드를 위시한 전 세계 예술가들이 골고루 섞여 있다. 이 행사는 뿌리를 찾는 행사인 동시에 생동감 넘치는 미래를 함께 모색하는 자리이다. 그런 연유로 로리앙 페스티벌은 전통음악가들, 클래식 연주자들, 포크, 재즈, 락 음악 종 사자들뿐만 아니라 안무가들, 화가 및 조각가들, 작가들, 영화인들, 학자들도 찾는 종합 예술제로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도박의 성공> 로리앙 페스티벌은 일견 불가능해 보이는 작업을 성사시킨 것으로 정평이 나 있 으며, 크게 4가지 모험을 시도한 것으로 인정된다. 첫 번째 모험은 인근 도시 브레 스트(Brest)가 원치 않던 행사를 로리앙으로 가져온 것이었고, 두 번째 모험은 문 화를 파생시킨 사회와 문화 사이의 일치를 끌어내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표본실에 박제된 문화 대신 전통문화를 일상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목표였다. 또 세 번째 모험은 그 동안 문화적으로 서로 연대할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켈트 인종 의 다양한 공동체들을 한데 묶는 것이었으며, 네 번째 모험은 불확실한 성공을 위 해 파리로 무작정 상경하는 지역 출신 예술가들을 잡아놓는 것이었다. 그에 따라 예술가들의 재능을 극대화시키고 지역문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시장이 필요하게 된다. 비록 1980년대에 브르타뉴 음악에 대한 관심이 퇴조했을지라도, 로리앙 범 켈트 페스티벌은 브르타뉴 음악인들에게 호구책을 제공하는 일종의 제2시장을 형성 하는데 성공했다. 활동이 왕성한 문화단체들과 음악원의 지원을 받아 브르타뉴 지 역은 수천 명의 음악인들을 양성하는데 성공하자 페스티벌 주최 측은 음악인들에게 충분한 숫자의 관객들을 만들어주기를 도모한다. 브르타뉴 지방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하고, 전국 규모의 매스미디어들을 통해 그러한 - 4 -
모습을 집중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시장 형성의 관건이 되었다. 켈트 음악의 판매고는 현재 재즈, 클래식, 가곡 CD의 판매량 전체와 맞먹는다. 19세기의 낡은 보석상자로부터 아무도 끄집어내기 원치 않던 이 문화는 현재 그 어느 때보다 더 풍요롭다. 대서양을 에워싸고 있는 켈트 문화권국가들은 오늘날 가 난에서 벗어나 경제적, 문화적 번영을 누리면서 문화 쪽의 세계화에 대항하고 있는 중이다. <통계로 본 페스티벌> - 시작년도 : 1971년. 2005년으로 제35회를 맞이함. - 개최시기 : 8월 첫 주 금요일부터 두 번째 주 일요일까지 - 장소 : 브르타뉴의 로리앙 시 내에 산재한 15개 공연장 - 컨셉 : 켈트 국가들 및 켈트적 표현을 현대적으로 해석해내는 국가들이 정기적 으로 만남의 장을 가진다. - 해외 참가자 :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웨일즈, 코르누아이유, 맨 섬, 갈리시아, 아스투리아스,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건너온 4500명의 음악가, 가수, 안무가, 미술가, 대학교수, 영화인들. - 방문객 숫자 : 50만 명 - 기간 : 10일간 - 조직 : 살아있는 켈트 문화를 생산해내는 모든 국가에 통신원을 둔다. 반면 4500명의 수송, 55000끼의 식사, 12000회에 걸친 숙박, 국제 연락, 파트너 모집, 새로운 예술가 발굴, 무대장치, 연극 공연 등 조직과 관련된 모든 활동 은 주최 측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다. - 예산 : 약 40억원이며, 자체 예산 비율은 75% 정도. - 5 -
<왜 켈트 문화인가?> 역사 교과서들은 켈트족을 단지 로마인에 의해 무력으로 짓밟힌 야만인 정도로 그리고 있으나, 현실은 그와 완전히 다르다. 실제로 켈트족은 흑해로부터 아일랜드 에 이르는 영토를 보유하고 있던 가장 강력한 민족이었다. 또 그리스인들과 로마인 들이 아직 청동을 이용하고 있을 때 켈트인들은 이미 철을 구사하고 있었다. 켈트 국가들은 로마와 게르만의 침입 이후 일부 지역에 살아남았고, 반면 유럽 서쪽지역 은 프랑크족, 앵글로색슨족에 의해 차례로 침공 당했다. 유럽의 켈트족들은 차례로 동화되었으나 그들 중 일부는 유럽 서쪽에 소재한 섬들을 중심으로 저항을 통해 수 세기 동안 독립적인 국가들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 국가들은 20세기말에야 대부 분 정치적 자율권을 되찾는다. 앵글로 색슨족에 의해 밀려난 영국의 브르타뉴 사람 들 일부는 바다를 건너 프랑스 땅에 리틀 브르타뉴 를 수립했다. 역사적 박해와 기근을 겪은 후 켈트 국가들은 이민자 수출국들이 되었다. 18세기 에 산악지방으로부터 쫓겨난 스코틀랜드 사람들 대부분은 북미, 뉴질랜드, 호주로 차례로 이민을 떠났으며 그곳에서 켈트 공동체를 구축했다. 기근 때문에 쫓겨난 아 일랜드 사람들도 19세기 중반에 그들과 합류하게 된다. 그들 뒤를 따른 웨일즈 사 람들은 심지어 파타고니아까지 진출할 정도였다. 같은 시기에 기근과 가난 때문에 스페인의 갈리시아 사람들과 아스투리아스 사람들도 남미로 떠났다. 수천 명에 달 하는 그들 후손들은 오늘날 아르헨티나, 칠레, 멕시코와 쿠바에서 가이타 악기를 연주할 줄 안다. 로리앙 페스티벌은 매년 호주와 뉴질랜드, 캐나다와 미국에서 백 파이프 경연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아르헨티나와 멕시코에서는 가이타 경연대회 를 연다. 수상자들은 매년 로리앙 페스티벌에 초대를 받고 있다. 켈트 문화의 가장 큰 장점은 아마도 개방적 성격의 문화라는 사실에 비롯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켈트 문화는 밀폐된 서클을 겨냥한 문화가 아니라, 시간에 따 라 오랫동안 변화를 맛본 예술 속에서 힘을 지닌 문화이다. 프랑스의 지방들 대부 분이 통일 국가라는 명분 하에 자신들의 고유문화와 관계를 단절했을지라도, 방랑 벽이 많고 모험심이 강한 브르타뉴 사람들은 세상을 향해 항상 귀를 열고 있으면서 덫을 피해 나갔다. 다른 지역의 문화들이 통일과 세계화라는 명분으로 피폐해진 반 면, 브르타뉴 사람들은 풍요로운 미래가 획일성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 속 에 있는 것이라 확신했다. 따라서 로리앙 페스티벌은 매년 삶과 건강, 미래에 대한 - 6 -
확신을 표명하는 자리인 동시에 모두가 공유하는 열린 축제이기도 하다. <새로운 켈트 음악> 켈트 음악은 하나의 현상을 대표한다. 유럽에서 켈트 음악은 세계화의 대세에 의 해 부분적으로 수정된 문화 속에서 독자적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다. 게다가 19세기 와 20세기 초에 농촌 사회가 맛본 심오한 변화에 발맞춘 켈트 음악은 중앙정부들 이 강요한 소수언어들의 쇠퇴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의 대이동에도 불구하 고 음악과 구전 전통의 교육 측면에서 브르타뉴 지방에서는 그 어떤 단절도 일어나 지 않았다. 게다가 런던, 파리, 캐나다와 뉴질랜드에 도착한 켈트 음악가들은 자신 들의 전통을 이어나간다. 흐름이 끊어진 유일한 시기는 양차 세계대전 사이의 기간 이었다. 농촌들은 공동화되었고, 전통 음악가들은 더 이상 자리를 찾지 못했으며, 도시들에서는 살아있는 문화를 민속(folklore) 이라는 이름으로 폄하하기 시작했다. 켈트 음악은 강좌와 연수, 학교를 열면서 지방적 분파주의, 정책입안자들의 중앙집 권주의와 싸워나갔던 문화 쪽의 투사들 덕분에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오늘날 수 천 명에 달하는 음악가들이 현대의 켈트 음악을 매일 체험하며 영혼과 뿌리를 잃지 않은 채 사회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지역을 하나로 묶는 작업은 필연적으로 서로간의 이해를 방해하는 음악 쪽의 장벽 제거였을 것이다. 개방에 대한 염려 때문에 로리앙 페스티벌은 합 주곡, 칸타타, 혹은 락과 재즈 그리고 전통음악이 뒤섞인 작품들을 만들어냈다. 알 란 스티벨(Alan Stivell)의 <켈트 교향곡>, 숀 데이비(Shaun Davey)의 <브랜던 여행>과 <순례>, 패디 몰로네(Paddy Moloney)의 <프랑스인들의 해> 및 <트리스 탄과 이졸데>, 제임스 모로(James Moreau)의 <밤의 민족>[피에르 자케 엘리아스 (Pierre Jakez Helias)의 저서 각색], 에르베 카블리에(Hervé Cavelier)의 <섬 들에 사는 안느>, 자크 펠렌(Jacques Pellen)의 <켈틱 의식>, 마르크 스테카르 (Marc Steckar)의 <바가다팩>과 <켈토포니>, 에디 맥과이어(Eddie McGuire)의 <켈트 서사시>, 앙투안 에르베(Antoine Hervé)의 <모르간의 변덕> 등이 가장 뛰 어난 작품들이다. - 7 -
<페스티벌 성공 전략> 1. 파리의 성 패트릭 데이 오늘날 성 패트릭(Saint Patrick) 데이 는 뉴욕부터 시드니에 이르는 지역에서 수백만 명의 아일랜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으며, 북미와 호주, 동경과 부에노 스아이레스에 현재 수백 개에 달하는 켈트 관련 페스티벌이 개최되고 있다. 반면 프랑스에 성 패트릭 데이 가 도입된 시기는 상대적으로 늦으며, 또 다른 지역보다 훨씬 전략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1990년대 초에 로리앙 페스티벌은 전국 규모의 매스미디어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홍보 작업을 시작했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중앙의 여러 매체들이 브르타뉴 지방 에 존재하는 문화유산의 중요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페스티벌 측은 파리에서 성 패트릭 데이 를 개최하기로 결심한다. 이전까지 이 행사는 프랑스에 거주하는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선술집에서 벌이는 축일에 불과했다. 아일랜드 성 군주의 기원이 프랑스의 브르타뉴라는 사실에 착안하여 로리앙 페스티벌 측은 1993년부터 파리의 레알(Les Halles) 지구에서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는 란 비우 에(Lann Bihoué)가 이끄는 르 바가드(Bagad)와 한 아일랜드 인이 주도하는 파 리 앤 디스트릭트 파이프 밴드(Paris and District Pipe Band)가 주로 맡았다. 행사는 즉시 성공을 거두었고, 연이어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그 후 행사 장소는 레 알에서, 기자회견 장소는 오디토리움과 퐁피두센터로 정해졌다. 성 패트릭 데이는 그 후 빌레트(Villette) 과학공원, 시르크 디베르(Cirque d'hiver), 제니트 (Zenith), 베르시(Bercy) 등의 공연장을 거쳤고, 국민 축제의 위상을 훨씬 넘어서 서 국제적 성격의 축제로 자리잡아나갔다. 2. 로리앙 페스티벌의 국제 네트워크 페스티벌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웨일즈, 갈리시아, 아스투 리아스 사람들을 서로 묶는 연결 고리가 전혀 없었기에, 그들 대부분은 브르타뉴가 어디 위치했는지 모를 정도였다. 그러나 점차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페스티벌을 중 심으로 한 우정이 구축되었다. 그 때문에 매년 로리앙에서는 가족적인 분위기가 느 - 8 -
껴진다. 대서양을 중심으로 한 유럽 네트워크가 구축된 것을 느낀 로리앙 페스티벌 은 전 세계에 산재한 켈트 커뮤니티들이 서로 모이는 만남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수 행하게 되었다. 그러기에 다양한 켈트 문화를 한자리에서 맛보려면 필히 이 행사를 찾아야 한다. 로리앙 페스티벌은 매년 연수와 방문을 통해 전 세계 주요 켈트 페스티벌들의 주 요 인물들을 영접하고 있으며, 새로운 페스티벌이 만들어지는 것을 돕고 있는 중이 다. 또 로리앙 페스티벌을 위해 특별히 구성된 그룹인 이리오(Hirio)는 모든 대륙 에서 벌어지는 각종 페스티벌에서 브르타뉴를 대표하여 참가하고 있다. 브르타뉴를 대표하는 외교관인 이 그룹은 주요 도시를 여행할 때마다 매번 해당 지역의 언론과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축제의 실제> 1. 주요 공연장 페스티벌이 열리는 주요 공연장들은 항구로부터 무스투아르(Moustoir) 공원에 이르는 산책로를 따라 펼쳐져 있다. - 바다 쪽 : 케르그루아즈(Kergroise) 공연장은 5000석을 구비하고 있다. - 클럽 K(Club K) : 항구 가까이 위치해 있으며, 경제계 인사들의 회합 장소 역할을 한다. - 카르노 홀(salle Carnot) : 매일 저녁 페스트-노즈(Fest-Noz)의 음악가들 공연이 열린다. - 국제전시장(Palais des Congrès) : 유로 켈틱 아트(Euro Celtic Art) 미술 전시회가 여기서 열린다. 800석의 콘서트홀을 구비하고 있으며, 매스터 클래 스가 열린다. 페스티벌 조직위원회가 들어서 있는 곳이기도 하다. - 3개의 옥외공연장 : 오후 연극을 동반한 카바레와 주제별 야간 공연이 열리는 장소, 초청국가에게 할애하는 공간, 그리고 관광, 음반전시회 및 도서전시회가 열리는 3개 공간으로 나뉜다. - 성 루이 교회 : 합창과 교회음악 관련 저녁 공연이 열린다. - 9 -
- 르 퓝(le Pub) : 새벽 3시까지 열리는 야간 음악공연 특화 장소이다. - 갈르리 뒤 파우에딕(Galerie du Paouëdic) : 매년 초청국가의 특별 전시회가 열리는 곳이다. - 비쏭 홀(salle Bisson) : 문화협회들이 만나는 장소이자 경연장 및 연주 장소 로 이용된다. - 켈트 빌리지(Village Celte) : 시청 광장, 르 퓝 정면에 위치해 있으며, 브르 타뉴 음식을 좋아하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매일 찾는 장소이다. - 무스투아르 공원 : 바가두(Bagadoù) 챔피언십, 국제 파이프밴드 챔피언십, 백파이프의 밤(Nuit des Cornemuses), 4회에 걸친 마법의 밤(Nuits Magiques) 행사, 그리고 폐막 콘서트가 열리는 곳이다. - 케르바릭 홀(Espace Kervaric) : 주요 무용 공연들이 열린다. 15개의 주요 공연장 외에도 바(bar)나 광장, 거리에서 수백 명의 음악인들이 별 도의 공연을 갖는다. 페스티벌 측과 계약을 맺은 바들에게는 켈티바(Celtibar) 라 는 라벨이 주어진다. 2. 매년 개최되는 주요행사들 매년 프로그램 편성이 달라지지만, 일부 주요행사들은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 다. 로리앙 페스티벌을 빛내는 가장 독창적인 행사이자 약 4500명의 음악인 및 무 용수들이 약 3시간동안 시가를 행진하는 켈트 국가들의 대( 大 )퍼레이드(Grande Parade des Nations Celtes), 무스투아르 공원에서 4차례 열리는 동안 약 700 명의 음악인들이 참가하며, 조명, 대형 영상, 불꽃놀이 등의 첨단 기술이 총동원되 는 마법의 밤, 가장 테크닉이 뛰어난 브르타뉴 그룹들과 전 세계에서 실력이 가장 뛰어난 그룹들이 참가하는 백파이프의 밤, 축제 분위기 속에서 6개 무대에서 40여 개 그룹이 연주하는 어항( 漁 港 )의 밤(Nuit du Port de Pêche), 천여 명의 무용 수들이 브르타뉴 문화유산의 화려함과 다양성을 보여주는 무용의 밤, 어부들의 노 래를 들으며 식도락 행사를 즐기는 코트리아드(Cotriade) 등이 페스티벌을 채우 는 주요행사들이다. - 10 -
3. 경연대회 브레스트 경연대회는 이미 19세기부터 이름이 나 있었다. 켈트 국가들에서는 전 문 음악인들도 지속적인 평가 대상이 된다. 매년 약 3000명의 음악인들이 로리앙 페스티벌이 마련하는 여러 경연대회에 참가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행사는 바로 그 행사를 바탕으로 1971년 로리앙 페스티벌을 시작한 바가두 챔피언십 이 다. 이 행사에서 오직 40위 이내에 든 그룹들만이 로리앙의 초청을 받는다. 그 외 에도 백파이프 독주자를 위한 더 막칼란 트로피, 파이프밴드 국제 챔피언십을 위시 한 여러 행사들을 개최하고 있다. 4. 현대예술 소개 유로 켈틱 아트 는 신사실주의부터 미니멀리즘에 이르기까지, 원시 미술부터 가 장 전위적인 미술에 이르기까지 현대미술의 여러 경향을 보여주는 행사이다. 따라 서 이 행사는 켈트 국가들의 미술가들, 다양한 유럽 문명들 사이의 가교 역할을 담 당한다. 갈르리 뒤 파우에딕(Galerie du Paouëdic)에서는 해당년도에 초청 국가 가 된 나라가 회화, 조작 및 설치작품을 중심으로 특별전을 개최한다. 5. 켈트 문학 소개 행사 켈트에 관련된 문학 쪽의 소재들은 상당히 풍부하다. 트리스탄과 이졸데, 아더 왕, 원탁의 기사, 요정 메를랭 등은 켈트족과 관련된 인물들이며, 핼로윈 도 원래는 켈트족의 신년을 뜻했다. 역사적으로는 1960년대 말부터 전통적인 소설문학뿐만 아니라 SF소설, 만화, 영화, 비디오게임 쪽에서 켈트 이야기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 가 일어난다. 소위 영웅적 판타지 라는 장르의 유행은 주목할 만하다. <반지의 제 왕>을 쓴 톨키엔(Tolkien)을 중심으로 미국에서 비롯된 이러한 운동은 전 세계에 서 숱한 켈트 작가들을 양산했는데, 특히 브르타뉴,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미국에 서 두드러졌다. 이 문학은 켈트와 관련된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했는데, 마리온 짐 머 브래들리(Marion Zimmer Bradley)가 쓴 <아발론의 여인들>은 세계적인 성공 을 거두기도 했다. 로리앙 페스티벌은 켈트 도서전을 개최함으로써 문화적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동 시에, 이 새로운 문학을 산출하는 작가들끼리 만남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 11 -
<페스티벌에 대한 경제적 접근> 1. 페스티벌 관련 상품들 에로미(EROMI) 사( 社 )를 통해 페스티벌 측은 도서, CD, TV용 필름을 제작한 후 전 세계에 판매하고 있다. 에로미 사는 매년 페스티벌의 주요 행사들을 촬영하 는 팀을 가동하고 있으며, 전 세계에 영상 제품을 판매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페스 티벌에서 만들어지는 CD의 배급은 버진 프랑스(Virgin France) 및 브르타뉴 회 사들인 켈티아(Keltia) 뮤직과 브레이즈 디퓨전(Diffusion Breizh)이 담당한다. 인터넷 공식 홈페이지(www.festival-interceltique.com) 역시 페스티벌 측에서 제작한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는 중이다. 2. 문화와 경제 로리앙 페스티벌은 소수문화들이 주류문화와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오랫동안 투쟁해왔다. 그들은 문화적 정체성이 중요한 경제적인 요소라는 점 을 옹호했다. 로리앙 페스티벌은 이전까지만 해도 파리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 애 쓰던 예술가들을 지역에 붙들어두면서 브르타뉴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성공했고, 새로운 문화시장을 창출했다. 현재 브르타뉴는 음반과 도서 출판 측면에서 제1시장 이다. 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시골사람 으로서의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던 경제인 들조차 문화적 정체성이 외부로 수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무기라는 사실을 인식하 기 시작하면서 로리앙 페스티벌 측이 구축한 국제 네트워크에 주목하고 있는 중이 다. 클럽 K 는 경제와 문화 쪽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주최 측이 구축하기 시작한 시스템이다. 기업가, 정책입안자, 예술가들은 이 시스템을 통해 고난의 역사를 통해 익힌 노하우를 서로 교환하고 있는 중이다. - 12 -
<결 어> 로리앙 시의 인구는 7만, 인근 도시 인구까지 포함시키더라도 15만 명에 불과하 다. 소규모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10일 동안의 축제 기간에 시 인구의 7~8배에 달 하는 방문자를 매년 끌어들인다는 점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에서 출간된 문화정책 관련한 저서가 인구 7만 명의 도시부터 축제를 도모하기 시작한다고 지적 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그다지 놀라운 사항이 아니겠지만, 전 세계 사람들이 이 축제를 주목하고 있는 측면에서는 적지 않은 부러움을 제공한다. 무수한 사람들이 로리앙을 찾는 이유는 행사가 제공하는 양질의 프로그램에서 기인하지만, 일사불란 한 행정체계 역시 좋은 해답이 된다. 1. 행사 성격은 음악 위주의 축제임에도 불구하고 켈트 문화 전체를 아우르는 종 합문화제에 오히려 가까웠다. 예를 들어 클럽 K 가 전 세계에서 이 행사를 찾 는 정치인, 경제인들을 위한 만남의 장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던 반면, 포구에 따라 설치된 부스에서는 도서 판매, 미술품 판매, 행사 참가국들의 관광안내 소, 켈트 관련 기념품 판매대가 빠짐없이 들어서 있다. 다시 말해 행사를 찾 는 모든 사람들에게 켈트 문화에 대한 총체적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2. 행사의 성공은 홍보 전략에서도 기인한다. 브르타뉴 지방에 국한된 축제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페스티벌 측에서는 1993년부터 파리에서 개최한 성 ( 聖 ) 파트릭 데이 외에도, 프랑스인들의 켈트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거의 무 지에 가깝다는 점에 착안하여 1990년대 초에 렝테르셀티크(L'Interceltique) 라는 매거진을 창간했다. 현재 이 잡지는 중앙에 소재한 언론사 및 파리 소재 각 기업체의 간부들에게 1년에 두 번씩 발송된다. 잡지 속에는 켈트 문학, 역 사, 음악, 미술 등 다채롭고도 격조 있는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인터넷을 통 한 홍보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중이다. 3. 축제는 연중 수천 명의 음악가들을 양성하는 학교들을 활성화시켰으며, 그를 통해 배출된 양질의 음악인들이 자신의 음악 세계를 표출해낼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 브르타뉴 지역에서 배출된 얀 티에르센(Yann TIERSEN, 영화 <아멜리에> 영화음악 담당), 드네즈 프리장(Denez PRIGENT), 디디에 스키방(Didier SQUIBAN) 같은 음악인들은 오늘날 가 - 13 -
장 브르타뉴적인 동시에 가장 세계적인 음악인이 되었다. 4. 축제를 치르는 공간은 기존의 시설들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유명 음악인들의 콘서트가 주로 열린 장소는 별도로 마련한 공연장이 아니라 케르 바릭(Kervaric) 스포츠센터다. 또 경기장, 포구( 浦 口 ), 상공회의소 건물 등 건축미학적으로도 평범한 시설들이 모두 가동되고 있었고, 부족한 공연 관련 시설들은 가설무대나 부스가 보완한다. 어떤 의미에서 2차대전 당시 건물의 93%가 파괴되었다는 로리앙 시는 도시의 하드웨어적인 측면보다 소프트웨어 적 측면을 통해 장소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5. 로리앙 페스티벌은 아직도 현재진행형 인 행사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행 사가 1971년에 시작되어 이미 35년째를 맞이했을지라도, 로리앙 페스티벌은 켈트 문화의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축제의 확대를 위해 끊임없이 노 력하는 느낌을 주었다. 새로운 악기를 행사에 도입하려는 노력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마치 화교권( 華 僑 圈 )이 전 세계적으로 거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듯 켈트 민족들은 이 행사를 통해 전쟁과 분열로 점철된 역사를 뛰어넘어 하나됨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우리의 축제에도 충분히 세계적 시각을 반영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 각으로 연장되었다. 다시 말해 전 세계에 골고루 산재해 있는 한민족을 아우 르는 문화 행사나, 아시아 음악제 같은 것을 통해 아시아인들의 정체성을 묶 으려는 시도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비록 형태는 변질되었을지라 도 재외 동포들이 산출해내는 문화의 모습은 얼마나 다채로운가? 타국에서 표출되는 한민족의 제 문화를 포용하는 일은 우리 문화의 외연을 확장시키는 동시에, 한반도에 국한되는 우리의 심리적, 물리적 지평을 확대시키는 일임에 틀림없다. 또 그러한 확대된 지평에서 바라보는 우리 자신에 대한 인식이 우 리 문화를 더욱 세계적이고 보편적인 것으로 만들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6. 켈트 정체성을 하나로 묶고, 그것을 통해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작업에는 필연 적으로 전략이 가미된 느낌이었다. 그러나 페스티벌에서 관의 역할은 기술 지 원 등 우회적인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본인이 직접 방문 후 확인한 바로는 로리앙 시청이 페스티벌 운영을 전적으로 조직위원회에 일임하고 있었다. 시 와 조직위원회 사이의 관계가 적대적이라는 느낌도 없지 않았지만, 관의 지나 친 개입이 종종 페스티벌을 파행으로 몰고 가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 방식이 - 14 -
바람직해 보였다. 또 하나의 페스티벌이 장기적으로 자구책을 세울 수밖에 없 는 현실을 고려할 때 그러한 방식은 더욱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로리앙 페스 티벌의 예산은 40억 원 정도이지만, 자체 예산 비율이 75%에 달하는데다 그 비율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공공보조금 비중이 24%이고 그 중 23%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액으로,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 로 낮은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유럽연합의 문화지원 프 로그램인 칼레이도스코프 가 총 예산의 1%를, 프랑스 정부가 0.4%를 지원하 는 데 그칠 정도로 페스티벌이 정부 및 유럽연합에 기대는 바도 거의 없다. 올해의 경우 아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 항공이 유일하게 로리앙 페스티벌의 스 폰서로 참가했는데, 페스티벌 측은 오히려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해 예산을 확 보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로리앙 페스티벌은 지역 정체성의 확보, 관민 협력, 축제 성공에 대한 지역주민 의 의지, 장-피에르 피샤르(Jean-Pierre Pichard)를 위시한 조직위원회의 노력, 행사에 참가하는 각 국가간의 유기적 협조, 이익을 따지기 이전에 행복권을 우선시 하는 프랑스인들의 사고 등 이 모든 것이 행복하게 조화를 이룬 결과물이라는 느낌 이 들었다. - 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