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말 풀꽃, 제주어 제주어는 제주인의 향기입니다. 제주인의 삶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삶의 향기이고, 꿈의 내음입니다. 그분들이 어루만졌던 삶이 거칠었던 까닭에 더욱 향기롭고, 그 꿈이 애틋했기에 더욱 은은합니다. 제주어는 제주가 피워낸 풀잎입니다. 제주의 거친 땅에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고, 비바람 맞고 자랐기에 더욱 질박합니다. 사철 싱그러운 들풀과 들꽃향기가 있어 이 제주의 자연이 아름다운 것처럼 제주어가 있어 제주인이 아름 답습니다. 제주인들은 자신의 삶의 빛과 향기를 제주어 속담에 담았습니다. 그것은 오랜 세월 사람들 속에서 전해져 오는 삶에서 건져낸 지혜와 깨달음을 의미합니다. 그러기에 제주어 속담은 우리에게 소중한 것 이상입니다. 이 책은 그런 제주어 속담을 찾고 간직하고자 하는 소담한 꿈을 담은 책입니다. 이 책을 읽어가다 보면 제주인들의 들풀 같은 삶도 만나고 들꽃 같은 향기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푸른 나무 같은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가만히 건네고 싶습니다. 여기에 실린 제주인들의 삶의 빛과 향기가 온전히 전해지기를 바라면서. 2009년 12월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양 성 언
일러두기 제주어는 제주인의 삶이고 정신이며 감성입니다. 제주어는 제주인들이 오랜 세월 동안 가꾸어 온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앞으로 청소년들이 배우고 씀으로써 이어나가야 할 우리의 언어입니다. 제주어를 잃어버리면 제주의 정체성도 잃고, 그 빈자리는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제주어 속담을 통해 제주어를 지키고 가르치려는 시도입니다. 주제는 면학과 일상 생활을 중심으로 하였고, 각각의 소주제에 따라 단원이 편성하였으며, 찾아보기를 쉽게 하고자 속담 첫 낱말 가나다 순에 따라 배열하였습니다. 각 단원의 내용은 <속담이 있는 대화>, <속담 해설>, <낱말 알아보기> 등을 실었습니다. 속담 소개는 대화 형식으로 엮어서 속담이 쓰이는 상황과 문맥을 함께 제시하려고 하였습니다. 이것은 제주어 경험이 낯선 학생들이 친하게 다가가게 하고자 한 것입니다. 대화 문장에는 각각 표준어 풀이를 나란히 밝혀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대화에는 그림과 글이 어우러져 있어서 제주어 속담을 보다 현장감 있게 떠올려 보는 시각화된 교수 학습 자료가 될 것입니다. 이 자료는 재량 시간에 학습 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쉽고 간편하게 제작하였습니다. 또, 틈새 시간을 활용하여 인성교육을 위한 게시물이나 훈화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끝으로 이 자료가 제주인의 소중한 삶과 정신과 감성이 담겨 있는 제주어 속담을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익히는 데에 유용한 자료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2009년 12월 개발 위원
제목 차례 가마귀도 석 열흘이 지나민 부모 공을 가픈다. 8 강정 아이덜은 조팝 주켄 민 안 울곡, 곤밥 주켄 민 운다 10 공거엔 민 눈도 벌겅, 코도 벌겅 12 으렌 말은 안 곡, 지 말렌 말은 더 잘 나. 14 구슬이 닷 말이라도 고망이 엇으민 못 꿴다. 16 국 하영 먹으민 가시어멍 눈 멜라진다. 18 귀 소문 말앙 눈 소문 라. 20 글 깨우친 놈 대왓더레 저 절 다. 22 글 실픈 놈 허천 글 익나. 24 기시린 도새기, 아멘 도새기 타령 다. 26 체 부지런은 하늘도 못 막나. 28 늙을 때 장 베와도 다 못 베왕 죽나. 30 의 숭 보민 이녁 숭이 된다. 32 둥그린 새긴 빙애기 뒈곡, 둥그린 사름은 쓸메 난다. 34 린 놈은 에염으로 가, 맞인 놈은 가운디로 간다. 36 나민 도새기 잡앙 잔치호곡, 아덜나민 발길로 조름팍 팍팍 찬다. 38 말은 앙 맛, 궤긴 씹어사 맛 40 먹돌도 람시민 고망 난다. 42 멜도 배설 싯나. 44 밥 동녕 말곡 글 동녕 라. 46 보리 곱곡 삼 거릴 땐 가시아방 봐도 조름으로 절 다. 48 보테는 정은 몰라도 더는 정은 안다. 50 식겟집 아이 몹쓸다. 52 심 자랑 당 심에 눌령 죽나. 54 아방보다 아 잘 낫젠 민 지꺼지곡, 성보다 아시 잘 낫젠 민 용심난다. 56
애기 어멍 쿰은 닷 뒈, 애기업게 쿰은 말 58 어멍은 좁 만씩 벌엉 오민 아덜은 똥만씩 먹나. 60 엇인 놈이 신추룩 곡 못난 놈이 잘난 첵 다. 62 여 로 나느니 쉐로 나주. 64 오 리 보앙 천 리 간다. 66 오시록 디 꿩 새기 싯나. 68 옳곡 글른 건 양펜의 말을 들어봐사 안다. 70 옷 봥 사름 금세 지 말라. 72 울르는 영장에 가지 말앙, 지게 송장에 가라. 74 작데기로 하늘 바투젱 다. 76 잘헤도 구숭, 못헤도 구숭 78 좁은 입으로 내친 말 넙은 치메깍으로 못 막나. 80 지 글른 건 모르곡 글른 건 안다. 82 지싯물이 잇돌에 고망 똘른다. 84 지 일름제도 모르멍 의 일름제 아는 첵 다. 86 짐 진 사름이 팡을 주. 88 녀 아긴 사을이민 체에 눅져뒁 물질 다. 90 천지를 모르곡 꿰춤을 춘다. 92 체면젱인 굶엉 죽곡 호 젱인 얼엉 죽나. 94 체 불리는 부제 읏나. 96 칠산바당 조기 튀난 제주바당 복젱이 튄다. 98 테풍은 농 엔 헤롭곡, 바당엔 이롭나. 100 허벅 진 이가 호이 난 펭 진 이도 호이 다. 102 센 허영 그른 디 읏나. 104 참고문헌 106
가마귀도 석 열흘이 지나민 부모 공을 가픈다. [까마귀도 석 달 열흘이 지나면 부모 공을 갚는다.] 호 준 : 선생님, 어제 어머니영 싸와수다. (선생님, 저 어제 어머니랑 싸웠어요.) 선생님 : 무사? 경허고 어머니영 싸왓다는 게 말이 뒈나? 어머니가 말허민 만이 들어사주. (왜? 그리고 어머니와 싸웠다는 게 말이 되니? 어머니가 말씀하시면 가만히 들어야지.) 호 준 : 제가 메일 확인헐 거 이성이네 컴퓨터를 켯주마씨. 겅헌디 어머니가 또시 게 임허냐면서 막 뭐렌 는 거라마씨. 경헨 나도 아니렝 메일 확인허젠 컴퓨터 킨 것뿐이렌 말 엿주마씨. 경헌디 어머니가 그짓갈 지 헴덴 허멍 어느제 사름 뒈젠 헴시녠 막 허는 거라마씨. (제가 메일을 확인 할 게 있어서 컴퓨터를 켰거든요. 근데 어머니가 또 게임하냐면서 막 뭐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아니라고 메일 확인하려고 컴퓨터 킨 것뿐이라고 말했지 요. 그런데 어머니가 거짓말까지 한다고 하면서 언제 사람 되려고 하냐고 하는 거예요.) 8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선생님 : 경헨 이제 지 냉전 상태가? 보나마나 오널도 어머니안티 말도 안 허영 그냥 학교 에 와실 테주. 경허지 말앙 네가 저 어머니안티 소리 질렁 줴송허다고 말씀드 려. 경허고 어머니 기분 풀리민 무사 컴퓨터 킨지도 말씀드리고. (그래서 지금까지 냉전 상태니? 보나마나 오늘도 어머니한테 말도 안하고 그냥 학교 왔을 테지. 그러지 말고 네가 먼저 어머니한테 소리 질러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려. 그리고 어머 니 기분 풀리면 왜 컴퓨터를 켰는지도 말씀드리고.) 호 준 : 경헌디 어머니가 저 절 의심헤수게? (그런데, 어머니가 먼저 저를 의심했잖아요?) 선생님 : 그건, 네가 평상시 컴퓨터 게임을 하영 허난 그런 의심을 받는 거 아니라게. 어 쨌거나 느가 어머니안티 대어든 건 잘못이여. 옛말에 가마귀도 석 열흘이 지나민 부모 공을 가픈다. 는 말이 잇져. 네가 까마귀보단 못헹이사 뒈크냐게. (그건 네가 평상시 컴퓨터 게임을 많이 하니까 그런 의심을 받은 거잖아. 어찌 되었건 네가 어머니께 대든 것은 잘못이야. 옛말에 까마귀도 석 달 열흘이 지나면 부모 공을 갚는다. 는 말이 있어. 네가 까마귀보다 못해서야 되겠니?) 해설 요즈음 부모 자식 간에도 다투는 경우가 많다. 예전의 윤리로 보면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부모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 기본 예절이었다. 까마귀도 알에서 부화된 지 석 달 열흘인 백일이 지나면 어미의 보살핌에서 떠나 홀로서 기가 가능해진다. 그러면 그간에 입은 보살핌의 공을 갚기 위해 먹이를 물어다가 그 어미 의 입 속에 넣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처럼 까마귀도 효도를 하는데 사람이 그보다 못해서야 되겠냐고 효도의 의미를 일깨울 때 쓰는 말이다. 낱말 알아보기 가마귀 : 까마귀. 석 : 석 달. 열를 : 열흘. 가픈다 : 갚는다. 저 : 먼저 9
강정 아이덜은 조팝 주켄 민 안 울곡, 곤밥 주켄 민 운다. [강정 아이들은 조밥 주겠다고 하면 안 울고, 쌀밥 주겠다면 운다.] 명 수 : 하르바님, 강정 아이덜은 곤밥을 주켄 헤신디 무사 울어신고마씨? (할아버님, 강정 아이들은 쌀밥을 주겠다고 했는데 왜 울었나요?) 하르방 : 강정천은 물이 느량 르지 아녕 나록농사를 하영 헷주. 경 난 곤밥을 하영 먹엇 주게. 난 디선 이 귀헤 난 식겟날이나 곤밥 귀경 헤신디 강정에선 느량 곤밥 을 먹을 수 이서부난 곤밥이 귀한 줄을 몰랏주. (강정천은 물이 늘 마르지 않아서 벼농사를 많이 했지. 그래서 쌀밥을 많이 먹었어. 다른 데서는 쌀이 귀해서 제사날이나 쌀밥 구경을 하였는데 강정에서는 항상 쌀밥을 먹을 수 있 어서 쌀밥이 귀한 줄을 몰랐지.) 10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명 수 : 옛날엔 곤밥 먹기가 어려와낫수과? (옛날에는 쌀밥 먹기가 어려웠습니까?) 하르방 : 경 헷주. 제주도는 화산섬이라 땅 소곱에 돌멩이가 득 이서부난 비가 오민 물 이 땅 소곱으로 다 스며들어부난 물이 잇어사 나록농사는 헐 수가 이섯주게. (그렇게 했어. 제주도는 화산섬이라 땅 속에 돌멩이가 가득 있어서 비가 오면 물이 땅 속으 로 다 스며드니까 물이 있어야 벼농사는 할 수가 있었지.) 명 수 : 경 헷수과? 제주도도 지역마다 꼼씩 사는 형편이 달라신게양? (그렇게 했습니까? 제주도도 지역마다 조금씩 사는 형편이 달랐었군요?) 하르방 : 기여, 사는 환경이 나부난 이런 속담이 나온 것이주. (그래, 사는 환경이 달라서 이런 속담이 나온 것이지.) 해설 이 속담은 같은 제주도내에서도 지역적 특성이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제주도는 대부분 빗물이 땅 속으로 스며들고 마는 지표구조로 인해 논이 전무한 실정이었다. 그러나 서귀포 시 강정천 주변에는 물이 흘러 논이 형성되어 질이 좋은 벼가 생산되었다. 그래서 이 곳 어린아이들은 쌀밥을 자주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조밥이 더 희귀한 것으로 알았다. 환경 에 따라 귀하고 흔한 것이 다름을 말해 주는 속담이다. 낱말 알아보기 하르방 : 할아버지. 조팝 : 조밥. 곤밥 : 쌀밥. 흰밥. 강정 : 서귀포시 강정동. 나록농사 : 벼농사. 소곱 : 속. 나다 : 다르다. 11
공거엔 민 눈도 벌겅, 코도 벌겅 [공것이라고 하면 눈도 빨강, 코도 빨강] 할아버지 : 요샌 공거만 좋아 주. (요새는 공것만 좋아하지.) 손 자 : 게메마씨. (그러게요.) 할아버지 : 옛날은 어시 살앗주만 인심은 좋앗지. (옛날은 없이 살았지만 인심은 좋았지.) 손 자 : 경 걸 보민 옛날이 살기 좋아신게마씨. (그렇게 한 것을 보면 옛날이 살기가 좋았네요.) 할아버지 : 요새 아이덜 보민 버릇이 나도 어서. (요새 아이들 보면 버릇이 하나도 없어.) 손 손 자 : 정말 버릇어서마씨. (정말 버릇없어요.) 자 : 하르버지, 경 디 공거로 주는 핸드폰 나 사줍서. (할아버지, 그런데 공것으로 주는 핸드폰 하나 사주세요.) 12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할아버지 : 느대로 돈 벌엉 사라. (너대로 돈 벌어서 사라.) 손 자 : 말 잘 들으크메 사줍서게 (말 잘 듣겠으니 사주세요.) 할아버지 : 공거 좋아 민 안 뒈여. (공것 좋아하면 안 되지.) 손 자 : 그건 알암수다. (그것은 알고 있어요.) 할아버지 : 공거 좋아 지 말앙 살아산다. (공것 좋아하지 말고 살아야한다.) 손 자 : 잘 알아수다. (잘 알았어요.) 해설 요즘 대형 마트에서 공짜로 물건을 준다면 손님들이 줄을 서고 기다리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이 속담의 뜻은 공짜라 하면 말초신경을 자극해 눈과 코가 빨갛게 된다는 말이다. 공짜라 하면 아무 것이나 무조건 좋아서 눈독 들이는 사람을 빗대고 있으며, 공짜를 좋아 하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도 이 속담 속에 숨어 있다. 배추 한 포기 속에는 농부들의 사랑과 땀방울이 맺혀 있고, 수산물 시장의 생선 한 마리 에는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험난한 파도와 싸우며 고기잡이 한 어부들의 땀방울이 서려 있다. 이처럼 세상의 모든 물건이나 재화는 노력의 대가로 얻어지는 것이니 공짜는 있을 수 없다. 낱말 알아보기 공거 : 공것. 뻘겅 : 빨강. 느 : 너. 민 : 하면. 좋아 주 : 좋아하지. 어서마씨 : 없어요. 13
으렌 말은 안 곡, 지 말렌 말은 더 잘 나. [하라는 말은 안 하고, 말하지 말라는 말은 더 잘 한다.] 순이 어멍 : 이녁안티만 째기 으커라. 철이 어머니가 이 말은 아무안티도 지 말렌 헤신디 입이 지로완 못살크라. (이녁한테만 살짝 말하겠어. 철이 어머니가 이 말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였는 데 입이 간지러워서 못살겠어.) 멩자 어멍 : 무신 말이라? 재게 아 봐게. (무슨 말이냐? 빨리 얘기해 봐라.) 순이 어멍 : 철이 아버지가 언치냑에 집에 안 들어완 새벡에 아사 들어와신디 철이 어 머니 고 판 부튼 모냥이라. 경 연 철이 어머니가 아버지안티 주먹 14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날려신디 그게 정통으로 눈퉁이 맞아 불엇덴. 눈퉁이가 시퍼렁 게 멍들어 신디 너무 고소허연 죽어지켄 허멍 안티랑 지 말렌 헤신디 입이 지로 완 질 못허크라. (철이 아버지가 어제 저녁에 집에 안 들어와서 새벽에 밝아야 들어왔는데 철이 어머니하 고 한판 붙은 모양이라. 그렇게 해서 철이 어머니가 아버지한테 한 주먹을 날렸는데 그 게 정통으로 눈퉁이를 맞았다고 해, 눈퉁이가 시퍼렇게 멍들어서 너무 고소해서 죽어지 겠다고 하면서 남에게는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입이 간지러워서 참지를 못하겠어.) 멩자 어멍 : 아이고, 그거 재미나시켜. 앙 들어온 남펜 주먹 날려부러시난 정말 시원허다. (아이고, 그거 재미있었겠네. 밝아서 들어온 남편 한 주먹 날려버렸는데 정말 시원하네.) 순이 어멍 : 게난 옛날부턴 으렌 말은 안 곡 지 말렌 말은 더 잘 넨 말이 이신 거주. 소도리 는 재미가 이서부난이주게. (그러니까 옛날부터 말하라고 한 말은 안 하고 말하지 말라고 한 말은 더 잘 말한다는 말이 있는 것이지. 고자질하는 재미가 있어서 그래.) 해설 여러 사람에게 공개해서 알려야 할 말과 알려서는 안 될 말이 있다. 그런데 그와 정반대 의 현상이 드러나 난처해지는 경우가 많다. 터놓고 떳떳이 하라고 한 말은 잘 안하고 해서 는 안 된다고 당부한 말은 심술처럼 더 잘하는 것이 그것이다. 비밀스런 내용일수록 더 남 에게 말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는 것이다. 말조심의 어려움을 일컬을 때 쓴다. 낱말 알아보기 다 : 말하다. 째기 : 살짝. 언치냑 : 어제 저녁. 지롭다 : 간지럽다. 소도리 다 : 고자질하다. 소문을 내다. 15
구슬이 닷 말이라도 고망이 엇으민 못 꿴다. [구슬이 닷 말이라도 구멍이 없으면 못 꿴다.] 구 슬 : 구슬 꿰영 무신거 멩글아신고? (구슬 꿰어서 무엇을 만들었을까?) 보 배 : 목걸이도 멩글곡, 찌도 멩글곡 헷주게. (목걸이도 만들고, 팔찌도 만들고 했지.) 구 슬 : 게난 구슬 나씩은 무신거 허여? (그러니까 구슬 하나씩은 무엇을 하지?) 16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보 배 : 구슬 나씩은 아무 쓸데엇고, 고망이 잇엉 꿰어사 보배가 뒈는 거주게. (구슬 하나씩은 아무 쓸데없고, 구멍이 있어서 꿰어야 보배가 되는 것이지.) 구 슬 : 경 난 구슬이 닷 말이라도 고망이 엇으민 못 꿴덴 헷구나. 꿰지 못헌 구슬은 아미영헤도 쓸데어시난 아무리 하영 이서도 필요가 업덴 는 말이주. (그러니까 구슬이 다섯 말이라도 구멍이 없으면 못 꿴다고 하였구나. 꿰지 못한 구슬은 아 무래도 쓸모가 없으니 아무리 많이 있어도 필요가 없다고 하는 말이지.) 해설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라는 말과 같은 맥락의 속담이다. 구슬은 낱개로서 존재하기보다는 용도에 맞게끔 실로 여러 개가 연이어 꿰어졌을 때 그 진 가가 드러난다. 구멍이 안 뚫려 꿸 수 없는 구슬 다섯 말이 아니라 그 이상의 많은 양을 가졌어도 유용하게 쓸 수가 없다. 그것은 구슬만이 아니라, 모든 것이 유용하게 쓸 수 있 도록 요건들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낱말 알아보기 고망 : 구멍. 멩글다 : 만들다. 꿰어사 : 꿰어야. 엇으민 : 없으면. 찌 : 팔찌. 아미영헤도 : 아무래도. 17
국 하영 먹으민 가시어멍 눈 멜라진다. [국을 많이 먹으면 장모 눈 자부라진다.] 장 모 : 밥 먹엉 와시냐? (밥을 먹어서 왔니?) 사 위 : 아니마씨. (아닙니다.) 장 모 : 국 멩글곡 밥 영 가키여. (국 만들고 밥 차려서 가겠어.) 사 위 : 옛날 국 곡 밥 때 보리낭 은 검질로 헷수과? (옛날 국 하고 밥 할 때 보릿짚 같은 검불로 했습니까?) 장 모 : 경 멍 살앗저. 요즘 정말 펜한 시대주. (그렇게 하면서 살았지. 요즘은 정말 편한 시대지.) 사 위 : 맞는 말이우다. (맞는 말입니다.) 장 모 : 국 하영 먹으민 가시어멍 눈 멜라진다. 는 속담 알아지크냐? ( 국 많이 먹으면 장모 눈 자부라진다. 는 속담 알아지겠는가?) 18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사 위 : 잘 모르쿠다. 무신 말이꽈? (잘 모르겠습니다. 무슨 말입니까?) 장 모 : 옛날은 보리낭 은 검질로 밥이영 국 엿저. (옛날은 보릿짚 같은 검불로 밥과 국 하였지.) 경 난 정지엔 네가 팡팡 낫저. (그렇게 하니까 부엌에는 연기가 팔싹팔싹 났지.) 사 위 : 네가 눈더레 들어가민 눈 아파시쿠다양. (연기가 눈에 들어가면 눈이 아팠겠습니다.) 장 모 : 사위 국 하영 먹젠 민. (사위 국을 많이 먹으려고 하면.) 사 위 : 보리낭 은 거 하영 너엉 불 부쪄사 다. (보릿짚 같은 것 많이 넣어 불 붙여야 한다.) 장 모 : 경 영 네가 눈더레 하영 들어가민, 눈이 멜라지는 거주. (그렇게 하여서 연기가 눈에 많이 들어가면 눈이 자부라지는 것이지.) 해설 옛날 부엌에서는 아궁이에 불을 붙여서 밥을 짓고 국을 끓였다. 어머니들은 부엌에 가득 한 연기와 솥에서 모락모락 나오는 김이 장모님의 눈가에 닿게 마련이었다. 그러면 반사적 으로 눈물도 나고 기침도 나고 고역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래서 사위가 처가에 모처럼 들러서 국을 많이 먹게 되면 장모는 국을 많이 끓이는 고 역을 치러야 하므로 장모의 눈이 상하게 된다는 뜻이 담긴 속담이다. 낱말 알아보기 하영 : 많이. 멜라지다 : 자부라지다. 보릿낭 : 보릿짚. 정지 : 부엌. 가시머멍 : 장모. 네 : 연기. 부쪄사 : 붙여야. 19
귀 소문 말앙 눈 소문 라. [귀 소문 말고 눈 소문 하라.] 호 준 : 선생님, 영호 여자 친구 생견마씨. 여중 뎅긴덴 헴수다. (선생님, 영호 여자 친구 생겼어요. 여중 다닌다고 하네요.) 영 호 : 아니우다게. 호준이가 나 놀리젠 영허는 거우다. (아니에요. 호준이가 날 놀리려고 이러는 거예요.) 호 준 : 정말이우다. 우리 반 아이덜 딱 알아마씨. (정말이에요. 우리 반 애들이 모두 알아요.) 영 호 : 재호가 날 놀리젠 소문낸 거라마씨. (재호가 저를 놀리려고 소문낸 거예요.) 20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선생님 : 호준아. 느 영호가 여자 친구영 이 뎅기는 거 본 적 이시냐? (호준아, 너 영호가 여자 친구랑 같이 다니는 거 본 적 있니?) 호 준 : 건 아니마씨. 경헤도 우리 반 아이덜 딱 경 암신디. (그건 아니에요. 그래도 우리 반 애들이 모두 그렇게 말하던데.) 선생님 : 우리 반 아이덜 가운디 영호가 여자 친구영 찌 뎅기는 거 본 사름 이시냐? (우리 반 아이들 중에 영호가 여자 친구랑 같이 다니는 거 본 사람 있니?) 호 준 : 건 모르는디마씨. (그건 모르는데요.) 선생님 : 경허민 우리 반 아이덜 다 누게신디 들은 거 아니라. 옛말에 귀 소문 말앙 눈 소문 라. 란 말이 잇져. 또시랑 느 눈으로 본 거 믿곡 그것만 으라. (그럼, 우리반 애들도 다 누구에게 들은 거 아니라. 옛말에 귀 소문 말고 눈 소문 하 라. 란 말이 있다. 다시는 네 눈으로 본 것을 믿고 그것만 말하렴.) 해설 귀 소문이란 귀를 통해서 듣는 것이고, 눈 소문이란 눈을 통해서 보는 것이다. 그러니 앉아서 간접적으로 듣는 소문은 제대로 전해지지 않아서 사실 그대로 믿기 어려울 때가 있 다. 주변의 수많은 소문이 사실이 아닌 그저 소문으로만 떠도는 것이 다 그런 이유이다. 그러나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은 그 진위를 사실대로 파악할 수 있으니 믿을 수 있다. 신 빙성 있는 확인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쓰는 속담이다. 낱말 알아보기 말앙 : 말고. 딱 : 몽땅, 모두. 또시랑 : 다시는. 라 : 하라. 뎅기다 : 다니다. 찌 : 같이. 21
글 깨우친 놈 대왓더레 저 절 다. [글 깨친 놈 대밭으로 먼저 절한다.] 호 준 : 선생님은 생덜 리는 거 어떵 생각헴수과.? (선생님은 학생들 때리는 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선생님 : 리다니? 교육적 체벌을 말 는 거냐? (때리다니? 교육적 체벌을 말 하는 거니?) 호 준 : 그거나 그거나마씨. (그거나 그거나요.) 22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선생님 : 게메. 옛날에 우리나라에서는 훈장이 훼초릴 옆의 놩 글을 르쳣주게. 경헨 글 깨우친 놈 대왓더레 저 절 다. 라는 말도 이섯져. 마디로 훼초리 맞으멍 공부헷주게. 요센 교육적 체벌도 욕허는 분위기라부난 선생님덜이 몽둥 이를 들렁 때리는 일은 거의 엇주게. (글쎄, 옛날에 우리나라에서는 훈장이 회초리를 옆에 놓고 글을 가르쳤거든. 그래서 글 깨친 놈 대밭으로 먼저 절한다. 라는 말도 있었지. 한마디로 회초리로 맞으면서 공부했 지. 요새는 교육적 체벌도 욕하는 분위기니까 선생님들이 몽둥이를 들어서 때리는 일은 거의 없잖아.) 호 준 : 경헌디 난 뭉둥이로 맞앗주마씨. 학원에서 숙제 안 헷덴 멍. (그런데, 저는 몽둥이로 맞았거든요? 학원에서 숙제를 안 했다고 하면서.) 선생님 : 야, 건 학원에 강 알아봐. 경허고 시험 잘 보민 학원 선생님 몽둥이에 절 고. (야, 그건 학원에 가서 알아봐. 그리고 시험 잘 보면 학원 선생님 몽둥이에 절하고.) 해설 글을 깨우친다는 말은 학문의 도를 깨우쳐서 성공했다는 말이다. 옛날은 서당의 선생인 훈장이 때리는 회초리로 맞아 가면서 글공부를 했다. 그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으며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덕분에 훗날 성숙한 자기가 있게 됐다는 고마움의 표시로써 대밭에 먼 저 절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은 회초리를 드는 선생님도 몇 안 계시지만 혹 회초 리를 들었다 하더라도 교육적 체벌로 보기보다는 자신이 미워서 때리는 것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학생들을 때리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은 것 같다. 머지않아 이 속담도 사라지게 될 것 같다. 낱말 알아보기 깨우치다 : 깨치다(일의 이치 따위를 깨달아 알다). 대왓 : 대밭. ~더레 : ~으로. 저 : 먼저. 다 : 한다. 23
글 실픈 놈 허천 글 익나. [글 싫은 놈 허천 글 읽는다.] 선생님 : 희철아, 문제 안 풀엉 뭐헴시니게? (희철아, 문제 안 풀고 뭐하니?) 호 준 : 선생님, 희철이가 만화책 봠수다. (선생님, 희철이가 만화책 봐요.) 선생님 : 그 만화책 이레 가졍와. (그 만화책 이리 가져와.) 24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희 철 : 선생님, 번만 봐 줍서. 신 만화책 안 보쿠다. (선생님, 한번만 봐 주세요. 다시는 만화책 안 볼게요.) 선생님 : 경 헤도 봐 주기사 메날 잘 봐 줨주게. 경 지만 만화책은 압수여. 지난번이도 만화책 보당 걸리지 안 헤샤? (그래도 봐 주기야 매일 잘 봐 주고 있지. 그렇지만 만화책은 압수야. 지난번에도 만화책 보다 걸리지 않았니?) 희 철 : 선생님, 제발마씨, 정말 신 경 안 허쿠다. (선생님, 제발요. 정말 다시는 그렇게 안 할게요.) 선생님 : 느가 공부 기 실펀 만화책 본 건 인정허마. 옛말에 글 실픈 놈 허천 글 읽나. 란 말이 잇져. 경 헤도 그건 그거고, 만화책은 이레 도라. 한 달 잇 당 으레 오라. (네가 공부하기 싫어서 만화책을 본 것은 인정해. 옛말에 글 싫은 놈 허천 글 읽나. 란 말이 있지. 그래도 그건 그거고, 만화책은 이리 줘라. 한 달 있다가 찾으러 와라.) 해설 무슨 일이든 하고 싶지 않으면 빈둥대기 일쑤다. 공부가 싫으니 하라는 것은 하지 않고 딴 짓을 하게 되는 것이다. 공부뿐만 아니라 다른 일도 하기 싫은 것을 하게 되면 하는 시늉만 하고 진정으로 하지 않게 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는 열과 성의를 다하 지만 하기 싫은 일을 할 때는 건성으로 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인생이 어디 하고 싶 은 일만 하고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보통 게으름뱅이의 처신을 비꼴 때 쓰는 말이다. 낱말 알아보기 실픈 : 싫은. 허천 : 보아야 할 것은 안 보고 외딴 곳만 보는 것. 익나 : 읽다. 풀엉 : 풀고. 잇당 : 있다가. 다 : 찾다. 25
기시린 도새기, 아멘 도새기 타령 다. [그슬린 돼지가 달아맨 돼지 타령한다.] 아버지 : 옛날 잔칫칩의서 무신 거 잡앙 먹어신디 알아지크냐? (옛날 잔칫집에서 무엇을 잡아서 먹었는지 알아지겠느냐?) 아 들 : 도새기 아니꽈? (돼지 아닙니까?) 아버지 : 잘 알암신게. 경 곡 도새기 잡젠 민 돗통에서 끄서내사 뒈주. (잘 알고 있네. 그리고 돼지 잡으려고 하면 돼지우리에서 끄집어내 어야 되지.) 아 들 : 저디 봅서. (저기 보십시오.) 아버지 : 도새기 낭에 아메어신게. 낭에 아메민 아멘 도새기주. (돼지 나무에 달아매었다. 나무에 달아매면 달아맨 돼지지.) 아 들 : 저추룩 영 도새기 잡앙 잔칫날 먹는 거꽈? (저처럼 하여 돼지 잡아서 잔칫날 먹는 것입니까?) 26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아버지 : 경 곡 죽은 도새기 우티 보릿낭이나 그신새 놩 불 부찌민 무신 도새긴지 알아 지크냐? (죽은 돼지 위에 보릿짚이나 묵은 띠를 놓아서 불을 붙이면 무슨 돼지인지 알아지겠느냐?) 아 들 : 기시린 도새기 아니꽈? (그을린 돼지 아닙니까?) 아멘 도새기 : 느 신세나 알앙 나안티 라. (너 신세나 알아서 나한테 말하라.) 기시린 도새기 : 알아시메 느도 느 신세나 알앙 나안티 라. (알았으니 너도 너 신세나 알아서 나한테 말하라.) 기시린 도새기 : 느 신세나 알라이. (너 신세나 알라이.) 아멘 도새기 : 알앗저. (알았어.) 아버지 : 자기 신세 모르멍 는 말이주게. (자신의 처지 모르면서 하는 말이지.) 아 들 : 자기 신세 알민 얼마나 좋고 양. (자신의 신세를 알면 얼마나 좋을까 예.) 해설 제 큰 흉은 모르고 남의 작은 허물만 나무란다. 이 신세가 그 신세, 너나 내가 같이 잘 못된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데도 사람들은 잘못된 것은 생각하지 않고 남의 흉만 본 다는 의미를 돼지 도살 과정을 통해 의인화시키고 있다. 즉 자신의 험한 처지는 모른 채 남의 흠집을 들춰내어 비방하기 좋아하는 꼴불견을 빗댄 속담이다. 낱말 알아보기 기시리다 : 그슬리다. 아메다 : 달아매다. 그신새 : 묵은 띠. 도새기 : 돼지. 낭 : 나무. 놩 : 놓아서. 27
체 부지런은 하늘도 못 막나. [삼태기 부지런은 하늘도 못 막는다.] 손 자 : 체가 뭐꽈? ( 체 가 뭐에요?) 할머니 : 삼태기엔 다. (삼태기라고 다.) 손 자 : 체로 무슨 거 여마씸? (삼태기로 무엇을 합니까?) 할머니 : 도 날르곡 하강거 딱 날르주. (흙도 나르고 여러 가지를 모두 나르지.) 손 자 : 이제사 알아지쿠다. (이제야 알겠어요.) 할머니 : 옛날은 체가 두 놈의 역은 헷지. (옛날은 삼태기가 두 사람 역할은 했지.) 28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손 자 : 경 난 체 부지런 사름 부제 뒛구나 양. (그러니까 삼태기 부지런한 사람 부자가 되었구나 예.) 할머니 : 경 디 조상 밧 멍 놀레 뎅기는 사름덜 하영 이서. (그런데 조상 밭 팔면서 놀러 다니는 사람들 많이 있어.) 손 자 : 우리 친군양 조상 밧 안 유학 가수게. (우리 친구는요 조상 밭 팔아서 유학 갔어요.) 할머니 : 옛날 밧 파니 사젠 민 피눈물 낫지. (옛날 밭 한 뙈기 사려고 하면 피눈물 났지.) 손 자 : 이제사 알아지쿠다. 경 난 체 부지런은 하늘도 못 막는 거 아니꽈? (이제야 알겠어요. 그러니까 삼태기 부지런은 하늘도 못 막는 것 아닙니까?) 할머니 : 경 난 돈도 냥 곡 부지런히 공부 라. (그러니까 돈도 절약하고 부지런히 공부해라.) 손 자 : 멩심 쿠다. (명심하겠습니다.) 해설 체 는 표준어로 삼태기 이다. 삼태기로 흙을 나르고 거름을 나르고, 수확한 갖가지 농 작물과 여러 물건들을 나른다. 옛날 삼태기는 농사나 노동을 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농기 구이다. 삼태기를 많이 사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노력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삼태기는 노동과 근 면, 부지런함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부자가 되는 것은 하늘도 막지 못한다는 뜻이다. 근면은 곧 부자라는 말이 있다. 부지런한 사람은 언젠가는 부자가 되고 또한 성공한다는 교훈을 심어주는 속담이다. 낱말 알아보기 체 : 삼태기. : 흙. 다 : 팔다. 뎅기다 : 다니다. 냥 다 : 절약하다. 29
늙을 때 장 베와도 다 못 베왕 죽나. [늙을 때까지 배워도 다 못 배워서 죽는다.] 학생들 : 선생님, 시험도 끗나신디 우리 영화 보게마씨. (선생님, 시험도 끝났는데 우리 영화 봐요.) 선생님 : 아이고, 이 놈들아, 시험 끗나민 공부 끗이냐? (아이고 이 애들아, 시험이 끝나면 공부가 끝이냐?) 학생들 : 시험이 끗나신디 무신걸 또시 공부헤마씨. 경허고 교과서도 다 베왓수다. 베울 거 어서마씨. (시험이 끝났는데 뭘 또 공부해요. 그리고 교과서도 다 배웠어요, 배울 게 없어요.) 30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선생님 : 시험이 끗낫덴 영 공부가 끗난 게 아니주게. 경허고 교과서 다 베우면 베울 게 어시냐? 교과서 수벡 곱절 수천 곱절 베와도 헐 것이 하영 잇주게. 시험광 상관엇이 펭셍 공부헤사 허는 게 인생이여. 늙을 때 장 베와도 다 못 베왕 죽나. 란 말이 무사 이시크냐? (시험이 끝났다고 공부가 끝난 게 아니지. 그리고 교과서 다 배우면 배울 게 없냐? 교과서 수백 배 수천 배 배워야 할 것이 많이 있지. 시험과 관계없이 평생 공부해야 하는 게 인 생이야. 늙을 때까지 배워도 다 못 배워서 죽는다. 란 말이 왜 있겠니.) 해설 전국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공부는 늙을 때까지 해도 다 못한다. 와 같은 의미의 속담이 다. 공부는 학생 때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두고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학생들 은 시험이 끝나면 공부가 끝났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학년말 같은 경우에는 교과서가 끝났 다고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하는 학생들이 있다. 교과서는 배움의 도구일 뿐 그 자체 가 목적일 수 없는데도 말이다. 학문은 끝이 없어서 평생을 배워야 함을 강조할 때 쓰는 말이다. 낱말 알아보기 ~ 장 : ~까지. 베왕 : 배워서. 끗나다 : 끝나다. 베와도 : 배워도. ~왕 : ~와서/~워서. 31
의 숭 보민 이녁 숭이 된다. [남의 흉을 보면 자기 흉이 된다.] 먼 디 학생덜 가차이 이신 학생덜 숭을 봠서마씨. (먼 데 학생들이 가까이 있는 학생들의 흉을 보고 있다.) 학생1 : 이 아인 코구녕 후비는 버릇이 이서. (이 아인 콧구멍 후비는 버릇이 있어.) 학생2 : 저 아인 말 을 때 하영 더듬으메. (저 아인 말 할 때 많이 더듬어.) 32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학생1 : 저 아인 느신디 건망증이 싯덴. 숙제허는 거 잘 잊어부럼나? (저 아인 너한테 건망증이 있다고 했어. 숙제하는 거 잘 잊어버리니?) 학생2 : 저 아인 느 라 방기 잘 뀐덴 헨게. (저 아이는 너한테 방귀 잘 뀐다고 하던데.) 학생1 : 이크. 말 조심 헤사켜. (이크, 말 조심 해야겠어.) 학생2 : 의 숭 보민 이녁 숭이 뒌덴 헨게 그 짝이여. (남의 흉 보면 자기 흉이 된다고 했는데 그 짝이여.) 해설 이 속담은 남의 흉을 보면 자기 흉이 된다는 뜻이다. 사회생활을 잘 하고 좋은 인간관 계를 맺으려면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를 무시하고 남의 흉을 보는 데서 모든 일은 일어나고 있다.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끝내는 인간 관계를 막아버리기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주변의 크고 작은 말다툼의 원인은 남 의 흉을 보는 데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남의 흉을 보면 자기 흉이 된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낱말 알아보기 : 남( 他 人 ). 숭 : 흉. 이녁 : 이녁. 가차이 : 가까이. 코구녕 : 콧구멍. 방기 : 방귀. 33
둥그린 새긴 빙애기 뒈곡, 둥그린 사름은 쓸메 난다. [굴린 달걀은 병아리 되고, 굴린 사람은 쓸모가 생긴다.] 가 람 : 여름을 거두젠 허민 루아침에 뒈는 거 아닙주? (열매를 거두려고 하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지요?) 청 하 : 새길 부화허젠 민 이 라 날 가슴에 품어사 뒈는 거추룩 여러 모로 훈련 시킨 사름은 쓸메가 난다는 말이주. (달걀을 부화하려고 하면 닭이 여러 날 가슴에 품어야 되는 것처럼 여러 모로 훈련시킨 사 람은 쓸모가 생긴다는 말이지요.) 34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가 람 : 빙애기로 부화시켜사 컹 장 이나 암 뒈영 시 새기 가졍 빙애기를 멘들 거주게. (병아리로 부화시켜야 커서 수탉이나 암탉이 되어서 다시 달걀을 가져서 병아리를 만들 것 이다.) 청 하 : 사름덜도 어릴 때 어머니 아버지나 선생님이 잘 둥그린 사름은 훌륭허게 뒈는 거주게. (사람들도 어릴 때 어미니 아버지나 선생님 잘 굴린 사람은 훌륭하게 되는 것이다.) 가 람 : 이녁도 나중에 잘 둥그려사 놈의 역 는 사람이 뒐 거라. (자기도 나중에 잘 굴려야 한 사람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해설 옛날 어미닭이 병아리를 까기 위해서는 알을 20여 일 동안 품고 가슴으로 자주 굴려 줘 야 한다. 품기만 하고 굴려 주지 않으면, 달걀이 곯아서 병아리가 생겨나지 못한다. 사람도 마찬지로 어릴 때부터 이런저런 일 두루 체험하면서 고생도 하고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 자라야 유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낱말 알아보기 여름 : 열매( 實 ). 둥그리다 : 굴리다. 빙애기 : 병아리. 새기 : 달걀. 뒈다 : 되다. 35
린 놈은 에염으로 가, 맞인 놈은 가운디로 간다. [때린 놈은 옆으로 가고, 맞은 사람은 가운데로 간다.] 어 멍 : 느 무사 경 서럽게 울엄디? (너 왜 그렇게 서럽게 울고 있니?) 아 들 : 흑 흑. 어 멍 : 아이고 서룬 애기야, 허운데긴 무사 영 풀어져시니? (아이고 서러운 아기야, 머리는 왜 이렇게 풀어졌니?) 아 들 : 썰 인칙이 모른 사름신디 맞안마씨. (조금 전에 모르는 사람한테 맞았습니다.) 어 멍 : 무사 이자락 려부러냐? (왜 이처럼 때리더냐?) 36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아 들 : 모르쿠다. 아무상도 어시 트집 잡앙 부에내멍 련마씨. (모르겠습니다. 아무 이유도 없이 트집 잡아서 화내며 때렸습니다.) 어 멍 : 마가라, 시상에 나쁜 사름이여. (차마, 세상에 나쁜 사람이여.) 아 들 : 목도 거찌난 아프우다. (손목도 건드리니 아픕니다.) 어 멍 : 액땜 헤신가 라. 옛말에 린 놈은 에염으로 가 맞인 놈은 가운디로 간 다. 는 말이 싯저. (액땜 했는가 하라. 옛말에 때린 놈은 옆으로 가고, 맞은 놈은 가운데로 간다. 는 말이 있다.) 린 사름은 하늘이 벌 내리카부덴 스왕 피해 간덴 말이주. 맞인 사름은 떳떳 난 펜안히 간덴 여서. (때린 사람은 하늘이 벌을 내릴까 봐 무서워서 피해 간다는 말이지. 맞은 사람은 떳떳하니 편안히 간다고 하였어.) 해설 린 놈은 에염으로 가, 맞인 놈은 가운디로 간다 는 말은 때린 놈은 길가로 가고, 맞은 사람은 길 가운데로 간다 는 뜻이다. 에염 은 어염 이라고도 하는데 길가, 길 옆 이라는 뜻이다. 제주 선인들은 남을 때린 사람은 죄책감이 들거나, 하늘이 벌을 내린다는 생각을 했다. 이 때문에 남을 괴롭게 하거나 마음을 아프게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의식해 서 피하는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에 맞은 사람은 남을 의식할 필요가 없 으므로 떳떳하게 길을 갈 수 있는 것이다. 낱말 알아보기 리다 : 때리다. 에염 : 옆, 가( 邊 ). 가운디 : 가운데. 무사 : 왜. 습다 : 무섭다. 37
나민 도새기 잡앙 잔치호곡, 아덜나민 발길로 조름팍 팍팍 찬다. [딸 낳으면 돼지 잡아서 잔치하고, 아들을 낳으면 발길로 궁둥이를 팍팍 찬다.] 다 남 : 할마님, 제주도에선 무사 나민 도새기 잡앙 잔치헌덴 헷수과? (할머님, 제주도에서는 왜 딸 낳으면 돼지 잡아서 잔치한다고 했습니까?) 할 망 : 제주도는 옛날부터 지집아이덜이 밧일도 잘 곡 물질도 잘 헤부난 나이덜보 다 생활력이 강헨. (제주도는 옛날부터 계집애(여자)들이 밭일도 잘 하고 물질(해녀작업)도 잘 해서 남자들보 다 생활력이 강했어.) 38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다 남 : 밧디 나강 일도 고 바당에 강 물질도 허면서 집안 살림도 잘 꾸려나가부난 나이덜 노동력과 비교가 안 뒈낫구나양? (밭에 나가서 일도 하고 바다에 가서 물질도 하면서 집안 살림도 잘 꾸려서 나갔기 때문에 남자들의 노동력과는 비교가 안 되었었군요?) 할 망 : 제주도 나이덜은 밧디 안 가젠 곡 바당에도 안 가젠 허영 어떵 민 놀아보 카 허는 셍각만 허단 보난 경 뒌 거라. (제주도 남자들은 밭에 안 가려고 하고 바다에도 안 가려고 하면서 어떻게 하면 놀아볼까 하는 생각만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이다.) 다 남 : 맞수다게. 나이덜은 발길로 조름팍 팍팍 차사 일도 부지런히 곡 집안일도 잘 허여마씨. (맞습니다. 남자들은 발길로 궁둥이를 팍팍 차야 일도 부지런히 하고 집안일도 잘 합니다.) 해설 해녀마을에선 으레 여성의 노동력을 중시하였다. 이 말은 그만큼 딸을 선호한다는 사실 을 익살스레 표현한 것이다. 딸이 아무리 소중하다 하더라도 아들은 역시 아들인데 어찌 발길로 차기야 하겠는가? 속담 가운데는 이런 해학이 끼어듦으로써 사람들의 기억에 강렬 하게 뿌리내리게 된다. 그만큼 딸도 제주에서는 아들만큼 대우를 받는다는 말이다. 낱말 알아보기 : 딸. 조름팍 : 궁둥이, 꽁무니. 어떵 민 : 어떻게 하면. 나민 : 낳으면. 바당 : 바다. 39
말은 앙 맛, 궤긴 씹어사 맛 [말( 言 )은 해야 맛, 고기는 씹어야 맛] 복두장 : 임금님! 귀 봅서. 당나귀 찌 하영 큰게마씨. (임금님! 귀를 보십시오. 당나귀같이 많이 큽니다.) 임 금 : 이 말 사름덜안티 민 알앙 라. (이 말을 사람들한테 말하면 알아서 해라.) 복두장 : 알아수다. 멩심 쿠다. (알았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임 금 : 쓸데기엇인 말 하영 지 말아사 다.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지 말아야 한다.) 40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복두장 : 말 안 난 죽어지쿠다. (말을 안 하니까 죽겠어요.) 임 금 : 말은 하영 지 말곡 잘 셍각 멍 아산다. (말은 많이 하지 말고 잘 생각하면서 말해야 한다.) 복두장 : 쓸데기엇인 말이주만, 이 말 사름덜안틴 못 곡 대낭밧디 강 아사쿠다. (쓸데없는 말이지만, 이 말을 사람들한테는 못 하고 대나무밭에 가서 말하겠습니다.) 우리 임금님 귄 당나귀마씨. (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입니다. ) 나 : 그 후젠 양, 름 불민 대낭밧디서 이추룩 소리 낫젠마씨. (그 후부터는 예, 바람 불면 대나무밭에서 이처럼 소리가 났다고 합니다.) 우리 임금님 귄 당나귀 귀, 우리 임금님 귄 당나귀 귀. (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 해설 말은 해야 한다. 그러나 무턱대고 아무 말이나 하라는 것은 아니다. 고기를 씹듯이 말도 심사숙고해서 하라는 뜻이다. 고기를 씹지 않고 먹으면 탈이 나듯이 말도 마구 내뱉으면 좋지 않은 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에 간직만 하고 있으면 병이 된다는 뜻도 들어 있는 속담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란 속담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떨까? 말은 그만큼 중요하다. 말할 때는 듣는 사람의 상황을 잘 고려해야 한다. 낱말 알아보기 다 : 말하다. 대낭밧디 : 대나무밭에. 하영 : 많이. 멩심 쿠다 : 명심하겠습니다. 이추룩 : 이처럼. 41
먹돌도 람시민 고망 난다. [먹돌도 뚫고 있으면 구멍 난다.] 호 준 : 선생님, 난 아멩헤도 머리가 나쁜 거 닮아마씨. 공부헤도 성적이 오르지 안 헴수다. (선생님, 전 아무래도 머리가 나쁜 거 같아요.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아요.) 선생님 : 공불 어떵 헤신디? (공부를 어떻게 했는데?) 호 준 : 학원에 강 밤 열두시 지 공불 헷수다. 경헌디 학원 안 뎅긴 때광 성적이 비슷 허여마씨. (학원에 가서 밤 12시까지 공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학원 안 다닌 때와 성적이 비슷해요.) 42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선생님 : 학원을 뎅기느냐 안 뎅기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노력헤시냐 안 헤시냐가 중요허주. 느 곰곰히 셍각헤 보라. 췌선을 다헹 노력헤시냐. (학원을 다니느냐 안 다니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노력했느냐 안 했느냐가 중요하지. 너 곰곰이 생각해 봐. 최선을 다 해서 노력했는지.) 호 준 : 머리가 나쁘민 노력헤도 벨로 소용엇지 안 허우꽈? (머리가 나쁘면 노력해도 별로 소용없잖아요?) 선생님 : 아니, 광 눈물이 벤 노력은 배신하지 안 헌다. 는 말이 잇주. 또시 제주도 옛말에 먹돌도 람시민 고망난다. 란 말도 잇져. (아니, 땀과 눈물이 밴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는 말이 있어. 또 제주도 옛말에 먹 돌도 뚫고 있으면 구멍 난다. 란 말도 있지.) 호 준 : 그럼 나가 먹돌? (그럼 내가 먹돌?) 해설 먹돌은 아주 견고해서 구멍을 뚫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끊기 있게 집념을 가지고 꾸준히 뚫고 있으면 언젠가는 구멍이 난다. 공부도 마찬가지이다. 머 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목적 의식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으면 성적도 오르고 공부 하는 방법도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 공부도 머리보다는 성실한 노력이 중요한 것이다. 강 인하고 끈기 있는 노력을 강조할 때 쓰는 속담이다. 낱말 알아보기 먹돌 : 아주 딴단하고 미끈한 돌. 람시민 : 뚫고 있으면. ~암 : 동작의 계속을 나타내는 말. 고망 : 구멍. 아멩헤도 : 아무래도. 43
멜도 배설 싯나. [멸치도 창자가 있다.] 남 자 : 나신디 경 은 사름이 누게라? 들엉 보난 부에낭 살지 못허켜. (나한테 그렇게 말한 사람이 누구야? 들어 보니 화가 나서 살지 못하겠어.) 아주망 : 나도 모르쿠다. 다른 사름이 는 거 도시리는 거뿐이우다. (나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말하는 걸 전하는 것뿐입니다.) 어 멍 : 저 사름은 잘도 어진 사름인디 무사 저영 용심냄수과? (저 사람은 매우 어진 사람인데 왜 저렇게 화를 냅니까?) 아 방 : 게메 말이주. 저영 는 거 본 적 어신디. (글쎄 말이지. 저렇게 하는 걸 본 적이 없는데.) 44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어 멍 : 무사 저영 헴신디 아지망은 알쿠과? (왜 저렇게 하는지 아주머니는 알겠습니까?) 아주망 : 인칙이 누게가 저 사름이 아무것도 모르멍 잘난추룩 덴 앗덴 마씨. 누겐지 알아지민 그냥 안 놔두켄 부에냄수게. (전에 누군가가 저 사람이 아무것도 모르면서 잘난 체 한다고 말했답니다. 누군지 알게 되 면 그냥 안 둔다고 화내고 있어요.) 아 방 : 저 사름은 그 일로 잔뻬가 굵은 사름인디, 분시어시 아시카. (저 사람은 그 일로 잔뼈가 굵은 사람인데, 분수없이 말했을까.) 어 멍 : 게난 부에 질렀구나게. 저 사름도 자존심이 신 사름인디. (그러니 부아 돋구었구나. 저 사람도 자존심이 있는 사람인데.) 아 방 : 옛말에 멜도 배설 싯젠. 연게 저 사름이 바로 그 착인게. (옛말에 멸치도 창자 있다. 고 했는데 저 사람이 바로 그 짝이네.) 해설 멜도 배설 싯나. 는 멸치도 창자가 있다는 뜻이다. 멜 은 작은 바닷고기인 멸치를 뜻하 고, 배설 은 창자를 뜻하는 말이다. 이 말은 남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아무리 작고 약한 사람이라도 자존심도 있고 자기 주장이나 고집도 있게 마련이다. 그것을 배려하지 않고 얕잡아 보거나 상처를 주는 언행을 했을 때에는 그 사람도 그냥 당 하고 있지만은 않는다는 뜻이다. 낱말 알아보기 멜 : 멸치. 싯나 : 있다. 인칙이 : 전에. 아지망 : 아주머니. 배설 : 창자. 게메 : 글쎄. 저영 : 저렇게. 45
밥 동녕 말곡 글 동녕 라. [밥 동냥 말고 글 동냥하라.] 학생들 : 선생님, 날도 더운디 아이스크림 꼼 사 줍서. (선생님, 날씨도 더운데 아이스크림 좀 사 주세요.) 선생님 : 에어컨 빵빵 나오는디 덥긴 무신 거 더와? (에어컨이 펑펑 나오는데 덥긴 뭐가 더워?) 학생들 : 경헤도 덥긴 덥수다게. 아이스크림 나 사 줍서. (그래도 덥기는 더워요. 아이스크림 하나 사 주세요.) 46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선생님 : 아이고 이놈들아, 밥 동녕 말곡 글 동녕 라. 란 옛말이 이섯져. 덥긴 덥 주만 공부 좀 더 허겟다고 그렇게 떼써 보라게. 경 민 아이스크림이 나올지 누게 알아져? (아이고 이놈들아, 밥동냥 말고 글 동냥하라. 란 옛말이 있었어. 덥기는 하지만 공부 좀 더 하겠다고 그렇게 떼써 봐라. 그러면 아이스크림이 나올지 누가 아냐?) 학생들 : 그럼 앞으로는 글 동녕? (그럼 앞으로는 글 동냥?) 해설 음식인 밥을 빌어먹는 것은 남의 미움을 받기 일쑤다. 제 몸 하나 못 가누고 남에게 의 존하고 사는 게으름뱅이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반면에 글을 모르는 사람이 글을 배우겠다 고 동냥하는 것은 허물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기특하고 장래성 있는 사람으로 비쳐진다. 배움의 욕구는 그 누구도 나무라거나 탓할 수 없는 떳떳한 행위이기 때문인데, 향학열을 부추길 때 쓰는 말이다. 낱말 알아보기 동녕 : 동냥. 먹을 것이나 돈푼을 얻기 위하여 동네 집집마다 돌아다니는 일. 말곡 : 말고. 그만두고. 말다 : 말다. 그만두다. 라 : 하라. 경 민 : 그러면. 누게 : 누가. 47
보리 곱곡 삼 거릴 땐 가시아방 봐도 조름으로 절 다. [보리가 구부러지고 삼가지 벌어질 때는 장인 봐도 궁둥이로 절한다.] 순돌이 : 아이고, 심들언 죽어지켜. (아이구, 힘들어서 죽겠다.) 돌 쇠 : 나도 보리 태작허젠 난 밥이 코로 들어감신지 입으로 들어감신지 모르켜. (나도 보리 타작하려고 하니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순돌이 : 보리고고린 번 곱아지민 보리낭이 약해부난 꺼꺼졍 비기가 심들주게. (보리 이삭은 한 번 구부러지면 보릿짚이 약해서 꺾어져서 베기가 힘들지.) 48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돌 쇠 : 맞아 이, 재게재게 비영 태작허지 안허민 심은 더 들곡 수확량도 줄어들어 부난 걱정 뒘서. (맞다. 빨리빨리 베어서 타작하지 않으면 힘은 더 들고 수확량도 줄어서 걱정 된다.) 순돌이 : 나도 요자기 장인어른이 무슨 부탁이 이성 아왓을 때 인사도 제대로 못헷 주. 아마도 화가 하영 낭 돌아가실 거라. 무슨 말 허젱 는 거 알멍도 모른 첵 헤부럿주. (나도 요전에 장인어른이 무슨 부탁이 있어서 찾아왔을 때 인사도 제대로 못했어. 아마도 화가 많이 나서 돌아갔을 거야. 무슨 말 하려고 하는 것 알면서도 모른 척 해 버렸어.) 돌 쇠 : 게난 옛말에도 보리 곱곡 삼거릴 땐 가시아방 봐도 조름으로 절 다. 는 말 이 잇주게. (그러니까 옛말에도 보리가 구부러지고 삼 가지 벌어질 때는 장인 봐도 궁둥이로 절한 다. 는 말이 있지.) 순돌이 : 그 말이 딱 맞은 것 닮아.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해설 농촌에서 음력 5월로 접어들면서부터는 일손이 매우 모자란다. 이때는 익은 보리를 베지 않으면 보릿짚이 구부러져서 거둬들이는 데 여간 애를 먹지 않는다. 또한 길쌈의 재료인 삼마저 가지가 벌어져 일이 겹친다. 눈썹에 불이 달라붙어도 끌 겨를이 없을 정도로 바쁜 시기이다. 그러니 정중하게 예를 갖춰 맞아야 할 장인어른이 찾아왔는데도 일에 열중하다 보니, 허리 굽혀 인사를 한다는 것이 방향감각까지 잃은 채 궁둥이로 절을 하는 실례를 범 하고 만다는 것이다. 실제로야 그럴 리가 없겠지만 보리와 삼 수확 때의 바빴던 생활상을 대변해 주고 있다. 낱말 알아보기 곱곡 : 구부러지고. 심 : 힘. 요자기 : 요전에. 태작 : 타작. 아왓다 : 찾아왔다 고고리 : 이삭. 49
보테는 정은 몰라도 더는 정은 안다. [보태는 정은 몰라도 더는 정은 안다.] 믿음이 : 사랑아, 지우게 꼼 빌려 라. (사랑아, 지우개 조금 빌려줘라.) 사랑이 : 무사 메날 나안티만 빌려 도렌 멘? (왜 매일 나한테만 빌려 달라고 하니?) 믿음이 : 이녁도 나안티 빌려간 거 무사 어서? (이녁도 나한테 빌려간 것 왜 없니?) 사랑이 : 어신 거 닮은디. 언제 빌려가나서? (없는 것 같은데. 언제 빌려간 적이 있니?) 믿음이 : 무사 요자기 연필 빌려간 거 잊어부런? (왜 요전에 연필 빌려간 것 잊어버렸니?) 50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사랑이 : 아, 그 때 번. (아, 그 때 한 번.) 믿음이 : 번이 아니주. 그 전이도 숙제 공책 빌려간 적도 잇주. (한 번이 아니지. 그 전에도 숙제 공책 빌려간 적도 있지.) 사랑이 : 무사 이녁도 나 꺼 자꾸 빌려 가지 안헤난? (왜 이녁도 내 것 자꾸 빌려 가지 않았느냐?) 믿음이 : 빌려 간 기억 어신디 언제 말이라? (빌려 간 기억이 없는데 언제 말이냐?) 사랑이 : 경 난 보테는 정은 몰라도 더는 정은 안다. 는 말이 싯주게. (그러니까 보태는 정은 몰라도 더는 정은 안다. 는 말이 있지.) 믿음이 : 맞아, 똑 튼 떡이라도 의 것은 커 보이고 자기 것은 족아 보이는 법이주. 사름덜은 느량 자기 입장만 셍각허기 마련이주. (맞아, 똑 같은 떡이라도 남의 것은 커 보이고 자기 것은 작아 보이는 법이지. 사람들은 항상 자기 입장만 생각하기 마련이지.) 해설 사회생활은 상호 의존의 대인관계이다. 그런데도 자기가 남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사실 은 모르고, 자기가 남을 도울 때는 손해를 본다는 생각만 곧잘 하게 된다. 즉 자기를 위해 주위에서 관심을 갖고 암암리에 성원해 주고 뒷받침해서 도와주는 고마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그러면서도 어쩌다 자기가 남을 위해 베푸는 조그마한 도움의 정은 대단한 선심 인 것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다. 낱말 알아보기 보테다: 보태다. 빌여 라: 빌려주라. 족아: 작아. 메날: 매일. 빌이다: 빌리다. 51
식겟집 아이 몹쓸다. [제사집 아이 포악하다.] 나 : 야! 넬 우리 집 식게. 나영 놀민 넬 떡 하영 주크라. (야! 내일 우리 제사. 나하고 놀면 내일 떡 많이 주겠어.) 친구 : 느네 넬 식게난 좋키여. (너네 내일 제사니까 좋겠다.) 나 : 떡도 하영 싯고 궤기덜도 하영 실 거여. (떡도 많이 있고 고기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친구 : 넬랑 동산에 떡 꼼 가졍 오라. (내일은 동산에 떡 조금 가지고 오라.) 나 : 떡 하영 가졍 와신디 떡 먹을 사름 이레 부트라. (떡 많이 가지고 왔는데 떡 먹을 사람 이리 붙어라.) 52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친구 : 떡 주라. (떡 조금 주라.) 나 : 느네 식게 때도 안 주난 안 주젠. (너네 제사 할 때도 안 주니까 안 주겠다.) 친구 : 경 헤도 주라게. (그렇게 하여도 조금 주라.) 나 : 하영 먹지 마랑 만 끈차 먹어이. (많이 먹지 말고 조금만 끊어 먹어.) 친구 : 알아시메 만 주라. (알았으니까 조금만 주라.) 나 : 이제 나영 놀민 하영 주젠. (이제 나하고 놀면 많이 주려고.) 친구 : 우리 집 식겐 언제 돌아올 건고. (우리 집 제사는 언제 돌아올 것인가.) 해설 식게 를 제사 라고 한다. 제삿집 아이는 동네 아이들에게 제사라는 것을 자랑한다. 왜냐 하면 제사 때에는 안 먹어 보던 고기나 떡이 많기 때문이다. 이를 본 동네 아이들이나 친척집 아이들은 떡 하나라도 더 얻어먹기 위해 제삿집 아이한 테 잘 보여야 한다. 따라서 제사집 아이는 그 지위가 격상되고 어깨가 으쓱 올라간다. 이 속담은 옛날 못 먹고 허기졌던 시대를 잘 반영하고 있다. 낱말 알아보기 식겟집 : 제사집. 몹쓸다 : 행위가 조금 포악하다. 이레 : 이리 식게 : 제사. 부트다 : 붙다. 먹지 마랑 : 먹지 말고. 53
심 자랑 당 심에 눌령 죽나. [힘 자랑하다가 힘에 눌려서 죽는다.] 골리앗 : 흐흐흐. 심 엇곡 불쌍 놈덜. 아무 놈이라도 다 덤비라. 대들 용기가 어시민 끽 소리 지 말곡. (흐흐흐. 힘이 없고 불쌍한 놈들. 아무 놈이라도 다 덤벼라. 맞설 용기가 없으면 끽 소리 하지 말고.) 다 윗 : 몸뗑이 크곡 심 잇덴 큰소리치지 말라. 심 자랑 당 심에 눌령 죽나. (몸뚱이 크고 힘이 있다고 큰소리치지 말라. 힘 자랑하다가 힘에 눌려서 죽는다. ) 54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골리앗 : 햐, 요거 보라. 게민 는 날 이겨지크냐? (햐, 요것 봐라. 그러면 너는 날 이길 수 있겠느냐?) 다 윗 : 심 잇덴 심만 자랑 는 느가 얼메나 어리석은지 르쳐 줄 수 잇저. (힘 있다고 힘만 자랑하는 네가 얼마나 어리석은지 가르쳐 줄 수 있다.) 골리앗 : 하하하. 어이침사가리엇저. 느가 날 이기켕 는 거라. (하하하. 어이없다. 네가 날 이기겠다고 하는 거냐.) 다 윗 : 그래. 간다. 야아, 이단 옆차기에 돌려차기여. (그래. 간다. 야아, 이단 옆차기에 돌려차기여.) 골리앗 : 억. 으으으. (억. 으으으.) 해설 자기가 남보다 힘이 세다고 그 힘을 과신하다가는 도리어 당할 수가 있다. 자기를 당할 자가 없다고 자만에 빠졌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듯이, 자기 보다 한 수 더 앞선 강자에게는 당할 수 없다. 그러므로 자기가 제일인 양, 힘으로 남들을 모두 제압할 수 있다고 완력을 휘두르다가 언제 더 큰 강자에 의해 완력으로 제압당할지 모른다. 자중자애( 自 重 自 愛 )하는 몸가짐이 필요한 것이다. 이 속담은 자업자득 ( 自 業 自 得 ) 을 경계해서 일깨울 때 사용하는 속담이다. 낱말 알아보기 심 : 힘. 르치다 : 가르치다. 이기켕 : 이기겠다고. 눌령 : 눌려서. 잇덴 : 있다고. 어이침사가리엇다 : 어이없다. 55
아방보다 아 잘 낫젠 민 지꺼지곡, 성보다 아시 잘 낫젠 민 용심난다. [아버지보다 아들이 잘 낫다고 하면 기뻐하고, 형보다 동생 잘 낫다고 하면 성난다.] 아버지 : 삼춘네 잔칫칩 글라. (삼촌네 잔칫집 가자.) 아 들1 : 경 헙서. (그렇게 하십시오.) 아버지 : 저 리라. (빨리 차려라.) 아들 2 : 입을 옷 어신게마씨. (입을 옷 없습니다.) 아버지 : 우리 아덜은 잘 나시난 아무 거나 입엉 글라. (우리 아들은 잘 나니까 아무 것이나 입어서 가자.) 56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삼 촌 : 어떵 연 아덜 잘 나수과? 뒈게 잘 나신게마씨. (어떻게 해서 아들 잘 낳습니까? 되게 잘 낳습니다.) 아버지 : 잘 모르크라. 어떵 단 보난 나서.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하다 보니까 낳았어.) 삼 촌 : 아버지보담 아덜 잘 낫젠 난 지꺼지지 양? (아버지보다 아들 잘 낳다고 하니까 기쁘지 예?) 아버지 : 경 주. (그렇지.) 삼 촌 : 조캐덜 보난 아시보단 성이 더 잘 나신게마씨. (조카들을 보니까 동생보다 형이 더 잘 낳습니다.) 아버지 : 경 지 말라. 아시 용심낭 헴쩌. 잘 낫젠 헤사 기분 좋주. (그렇게 말하지 말라. 동생은 성나서 한다. 잘 낳다고 해야 기분이 좋지.) 삼 촌 : 삼춘이 잘못 아시메 이해 라. (삼촌이 잘못 말했으니 이해하라.) 해설 부모가 자식을 위해 바치는 사랑은 아름답고 맹목적이다. 어떤 보상이나 대가가 없다. 자식을 위하는 일이라면 부모는 어떠한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버지보다 아들이 잘 낳 았다고 하면 그 아버지는 참으로 기뻐하고 흐뭇해 한다. 그러나 형제간에 누가 얼굴이 잘 낳았다고 따질 경우에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 이다. 형제간에는 경쟁관계가 성립된다는 이야기다. 이와 함께 형제간의 깊은 우애라도 부 모의 사랑만은 못하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는 속담이다. 낱말 알아보기 지꺼지다 : 기뻐하다. 성 : 형. 아시 : 동생. 용심나다 : 성나다. 저 : 빨리. 조캐 : 조카. 57
애기 어멍 쿰은 닷 뒈, 애기업게 쿰은 말 [아기 어머니 삯은 다섯 되, 업저지 삯은 한 말] 똘이 어멍 : 오늘 기정이네 밧디 강 보리 검질메 줘사 건디 똘이 보젠 난 어떵헤사 뒐 지 모르켜. (오늘 기정이네 밭에 가서 보리 김매 주어야 할 것인데 똘이 보려고 하니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순이 어멍 : 우리 순이는 걸어뎅기곡 밥도 지대로 먹을 줄 아난 밧디 데려가젠 헴쩌. 애 기업게 허멍 검질메젠. (우리 순이는 걸어다니고 밥도 자기대로 먹을 줄 아니까 밭에 데려 가려고 한다. 업저 지 하며 김매려고.) 58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똘이 어멍 : 우리 똘이도 빨리 커사 경 건디 애기 보젠 난 일 못허영 죽어지켜. 애 기구덕에 눅저뒁 검질메어사 건디 애기 울어가민 젯도 물려줘사 건디 걱정이어게. (우리 똘이도 빨리 커야 그렇게 할 것인데 아기를 보려고 하니 일을 못해서 죽겠다. 아 기구덕에 눕혀 김을 매어야 할 것인데 아기 울어 가면 젖도 물려 주어야 할 것인데 걱 정이다.) 순이 어멍 : 나는 검질 제대로 멜거난 쿰을 제대로 받주기마는 이녁은 검질 쿰 제대로 받 아지카? 자꾸 젯 멕이레 왓다갓다 허당 보민. (나는 김을 제대로 맬 것이니까 삯을 제대로 받을 것이지만 너는 김매는 삯을 제대로 받아질 것이냐? 자꾸 젖을 먹이러 왔다갔다 하다 보면.) 해설 근면과 성실을 독려하는 속담으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는 데 있어서도 책임량과 고충 에 비례했다. 애기를 돌보는 것이 더 힘이 들 수도 있지만 애를 데리고 있는 어머니는 자 주 애기에게 젖을 줄려고 하면 하던 일이 그만큼 중단된다. 그러니 책임량으로 보면 애기 어머니의 일의 능률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애기 어머니는 품삯을 다 받지 못하지 만 애기 돌보는 아이는 그렇지 않으므로 품삯을 제대로 받는다는 뜻이다. 낱말 알아보기 애기 : 아기. 쿰 : 삯. 검질: 김. 젯 : 젖. 메어사 : 매어야. 멕이다 : 먹이다. 59
어멍은 좁 만씩 벌엉 오민 아덜은 똥만씩 먹나. [어머니가 좁쌀만큼씩 벌어서 오면 아들은 말똥만큼씩 먹는다.] 할머니 : 오널랑 오일장 구경가 보카. (오늘은 오일장 구경가 보자.) 손 자 : 경 헙주. (그렇게 합시다.) 할머니 : 저디 앚앙 어머니덜 무신 거 암시니? (저기 앉아서 어머니들 무엇을 팔고 있니?) 손 자 : 저디 어머니덜 키 는 디 말이꽈? (저기 어머니들 채소 파는 데 말입니까?) 할머니 : 저디 어머니덜 가졍 온 키 딱 민 얼마 뒈는지 알아지크냐? (저기 어머니들 가져 온 채소 몽땅 팔면 얼마 되는지 아느냐?) 60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손 자 : 2만 원 뒐 건가마씨? (한 2만 원 될 것인가요?) 할머니 : 잘 알암신게. 루 종일 2만 원 벌엉 오민 아덜은 루 술집 강 딱 써불엉 오주. (잘 알고 있네. 하루 종일 2만 원 벌어서 오면 아들은 하루 술집 가서 몽땅 써서 오지.) 손 자 : 아덜안티 돈 안 주민 뒐 거 아니꽈? (아들한테 돈 안 주면 될 것 아닙니까?) 할머니 : 경도 못 다. 느도 결혼 영 식 낭 살아보라. (그렇게도 못 한다. 너도 결혼해서 자식 낳아 살아보라.) 손 자 : 경제도 어려운디 냥정신을 베와사 뒐 건디 양. (경제도 어려운데 절약정신을 배워야 될 것인데 예.) 할머니 : 경 민 좋지만 경 헴서? (그렇게 하면 좋지만 그렇게 하느냐?) 해설 부모가 갖가지 고생을 하여 재산을 일궈 놓으면 자식들은 부모의 속도 모르고 배불리 많 이 먹고 재산을 탕진한다는 뜻이다. 이 속담은 버는 것이 적음을 좁쌀에, 씀씀이가 많음을 말똥에 빗대어 말하고 있다. 부모 가 먹고 싶은 것 안 먹고, 입고 싶은 것 안 입으면서 손마디가 굵어지도록 피땀으로 번 재 산을 자식들은 현상 유지 시키지는 못할망정 야금야금 잠식해 가는 모습을 풍자하고 있다.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 우리들에게 많은 교훈을 던져주는 속담이다. 낱말 알아보기 : 좁쌀. 딱 : 몽땅. 냥정신 : 절약정신. 똥 : 말똥. 벌엉 : 벌어서. 61
엇인 놈이 신추룩 곡 못난 놈이 잘난 첵 다. [없는 사람이 있는 척하고, 못난 사람이 잘난 척한다.] 아버지 : 옛날 잔치칩이 이서신디. (옛날 잔칫집이 있었는데.) 아 들 : 부제 집이꽈? 가난 집이꽈? (부자 집입니까? 가난한 집입니까?) 아버지 : 가난 집이주. (가난한 집이지.) 아 들 : 도새기도 잡아수과? (돼지도 잡았습니까?) 아버지 : 엇인 집인디 도새기 머리도 아닌 두 머리 잡안 먹엇젠 헤라. (없는 집인데 돼지 한 마리도 아닌 두 마리를 잡아서 먹었다고 해라.) 62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아 들 : 셈이 어신게마씨. 요즘 경제도 어려운디마씨. (셈이 없어요. 요즘 경제도 어려운데요.) 아버지 : 사름덜이 돗궤기 먹어난 후제 뻬도 하영 이실 거 아니라. 이건 개덜이 완 베 터 지게 먹엇저. (사람들이 돼지고기 먹은 후에 뼈도 많이 있을 것 아니라. 이것은 개들이 와서 배 터지게 먹었지.) 아 들 : 동네 개덜도 푸지게 먹어신게마씨 (동네 개들도 푸짐하게 먹었어요.) 아버지 : 느랑 어딜 가도 신추록 지 말곡 잘난 첵도 지 말라. (너는 어디를 가도 있는 척하지 말고 잘난 척도 하지 말라.) 아 들 : 알아수다. (알았습니다.) 아버지 : 아이덜안티도 잘난 첵 지 말아산다. (아이들한테도 잘난 척하지 말아야 한다.) 아 들 : 멩심 쿠다. (명심하겠습니다.) 해설 자신의 실제 모습보다 자신을 과장해 내세우거나 허풍 떠는 모습을 서술적으로 비꼰 속 담이다. 우리 옛 선인들은 별로 가진 것이 없이 가난한 생활 속에서도 거짓과 꾸밈없이 살 아왔다. 우리 옛 조상들의 눈에는 이와 같이 허세를 부리는 사람들을 달갑지 않게 보았다. 즉 없는 사람이 있는 척하고 못난 사람이 잘난 척하는 것 을 경계하는 속담이다. 낱말 알아보기 엇인 : 없는. 놈 : 사람. 푸지게 : 푸짐하게. 신추룩 곡 : 있는 척하고. 머리 : 마리. 셈 : 사물을 분별하는 슬기. 63
여 로 나느니 쉐로 나주. [여자로 태어나느니 소로 태어나지.] 우는 소리에 순덱이 어멍 일어낭 갈중이 입엉 짇을커 짇으멍 밥 다. (닭 우는 소리에 순덕이 어머니는 일어나 갈옷 입고 땔감 때면서 밥 짓는다.) 순덱이 어멍 : 식구덜 때 헹 멕여사켜. 일어낭 조반 먹읍서. (식구들 밥 해 먹여야지. 일어나서 조반 먹으세요.) 순덱이 아방 : 해 올랏저. 저 유채밧디 가사큰게. (해 올랐구나, 빨리 유채밭에 가야겠어.) 순덱이 : 앙앙~. 64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순덱이 어멍, 구덕을 내려놩 검질 메엄신디, 순덱이 우는 소리에 일어낫저. (순덕이 어머니, 구덕을 내려놓고 김을 매는데, 순덕이 우는 소리에 일어났다.) 순덱이 어멍 : 우리 순덱이 젯 고판댜? (우리 순덕이 젖 고팠니?) 순덱이 아방 : 저 강 냑 리라. (빨리 가서 저녁 차려라.) 순덱이 어멍 : 어휴, 여 로 나느니 쉐로 나주. (어휴, 여자로 나느니 소로 나지.) 해설 여자로 나느니 쉐로 나지. 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보다 차라리 소로 태어나는 것이 낫다 는 뜻이다. 여자로 일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소만큼이나 수고와 인내가 있어야 하므로 여자 로 태어난 것을 스스로 한탄한 말이다. 땅은 척박하고 바람은 거세었으니 삶은 고단했다. 더구나 제주 여자의 삶은 각박하고 힘 겨웠다. 살림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일에다가 밭일이나 물질까지 해야 했으니까 여자로서는 버거운 일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여자의 삶을 한탄하는 이 같은 속담이 지어졌을 것이다. 쉐 는 표준어로는 소. 제주도에서는 땅이 척박하고 돌이 많이 섞여 있어서 밭을 갈기 가 힘들었다. 이래서 요긴하게 활용된 것이 바로 소였다. 그만큼 소는 제주에서는 농사짓 는 데나 물건을 운반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가축이었던 까닭에 제법 살뜰히 보살 핌을 받았다. 그래서 힘겹게 일하고도 대접받지 못하는 심정을 차라리 소로 태어났더라면 하고 넋두리해 보는 것이다. 낱말 알아보기 여 : 여자. 쉐 : 소. 저 : 빨리. 짇을커 : 땔감. 멕여사켜 : 먹여야지. 녁 : 저녁. 65
오 리 보앙 천 리 간다. [오 리를 보고서 천 리 간다.] 학 생 : 어떵 헤사 공부 잘 헤저마씨? (어떻게 하여야 공부 잘 해집니까?) 선생님 : 쉐추룩 부지런히 헴시민 뒈주. (소처럼 부지런히 하면 되지.) 학 생 : 경 허젠 슴먹엉 허젠 여도 시민 실펑 안 뒈염수다. (그렇게 할려고 마음먹고 하려 하여도 조금 있으면 싫어서 안 됩니다.) 선생님 : 옛말에, 오 리 보앙 천 리 간다고 는 말이 싯저. (옛말에, 오 리 보아서 천 리 간다고 하는 말이 있어.) 66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학 생 : 예? (예?) 선생님 : 이 말은 목표를 라 개로 나눵 나씩 허여 보렌 허는 뜻이주. (이 말은 목표를 여러 개로 나누어 하나씩 해 보라고 하는 뜻이지.) 학 생 : 경 영 언제 라가마씨? (그리 하여서 언제 따라갑니까?) 선생님 : 근 근 당 보민 천 리도 가주. (차근차근 하다 보면 천 리도 가지.) 해설 오 리 보앙 천 리 간다. 는 속담은 오 리를 보고서 천 리까지도 간다는 뜻이다. 한꺼번 에 많은 목표를 정하면 갈 길은 멀고 진척이 없어 조급해지고, 급기야는 포기해 버리기 쉽 다. 반면에 멀리 있는 목표도 몇 개의 단계로 적당히 나누고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 면 끝내는 목표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실패하는 사람들을 보면 목표를 너 무 멀리에 두고 급하게 이루려다가 빨리 지쳐 버리거나 포기하는 경우들이다. 낱말 알아보기 보앙 : 보아. 쉐추룩 : 소처럼. 라 개 : 여러 개. 헤사 : 하여야. 슴 : 마음. 근 근: 차근차근. 67
오시록 디 꿩 새기 싯나. [으슥한 곳에 꿩알이 있다.] 어머니 : 보리밧디 강 대우리 메게. (보리밭에 가서 귀리 매자.) 딸 : 대우리가 뭐꽈? (대우리가 뭐예요?) 어머니 : 보리 춘 뒈주. 식물덜도 춘이 잇주. (보리 사촌 되지. 식물들도 사촌이 있지.) 딸 : 저디 보난 암꿩 암신게마씨. (저기 보니까 암꿩이 날고 있어요.) 어머니 : 그디 강 보라. 꿩 새기 실 거여. (거기 가서 보라. 꿩알 있을 것이다.) 딸 : 이디 꿩 새기 하영 신게마씨. (여기 꿩알 많이 있어요.) 68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어머니 : 꿩 새긴 아무 디나 싯지 아년다. 주넹이 잡으레 뎅기당 보민 보리밧디 곡 유 채밧디 오시록 디 싯나. (꿩알은 아무 곳이나 있지 않지. 지네 잡으러 다니다 보면 보리밭 하고 유채밭 으슥한 곳 에 있어. ) 딸 : 무사마씨? (왜요?) 어머니 : 꿩은 겁이 한 동물이주. 경 난 오시록 디만 꿩 새기 싯나. (꿩은 겁이 많은 동물이지. 그러니까 으슥한 곳에만 꿩알 있다.) 딸 : 저디 강 꿩 새기 줏엉 오쿠다. (저기 가서 꿩알 주어서 오겠어요.) 어머니 : 꿩 새기에 세우리나 패마농 썰어 놩 반찬 멩글라. 코시롱 주. (꿩알에 부추나 파 썰어 넣어서 반찬 만들어라. 구수하지.) 해설 평소 점잖고 조용한 사람이 갑자기 이상하고 못된 짓을 하거나 이 같은 행동이 뒤늦게 밝혀졌을 경우를 견줄 때 나오는 속담이다. 예를 들면 평소 빌려준 돈이나 물품 대금 등을 잘 갚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도망을 친다든가, 열심히 공부하고 학생으로서 본분을 다 한 모범 학생이 갑자기 학생의 본분에 어긋난 행동이 뒤늦게 밝혀졌을 때 빗대어 말하기도 한다. 즉 근엄한 사람의 이중적 위선을 상징적이고 재미있게 표현한 속담이라 할 수 있다. 낱말 알아보기 꿩 새기: 꿩알. 춘: 사촌. 다: 날다( 飛 ). 주넹이: 지네. 세우리: 부추. 패마농: 파. 코시롱 다: 구수하다. 69
옳곡 글른 건 양펜의 말을 들어봐사 안다. [옳고 그른 것은 양쪽 말을 들어 보아야 안다.] 호 준 : 선생님, 선생님. 지용이영 형탁이가 싸왐수다. (선생님, 선생님. 지용이랑 형탁이가 싸워요.) 선생님 : 지용아. 무사 싸와신디 말헤 보라. (지용아, 왜 싸웠는지 말해 봐.) 지 용 : 형탁이가 나 가방을 곱져 놩 안 줨수다. 집에 가사 허는디. (형탁이가 제 가방을 숨겨 놓고 안 줘요. 곧 집에 가야 하는데.) 70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선생님 : 형탁아, 무사 지용이 가방 곱져시냐? (형탁아, 왜 지용이 가방을 숨겼니?) 형 탁 : 지용이가 내 필통을 곱져뒁 자꾸 안 곱졋뎅 우기난 헐 수 엇이 그걸 젱 지용 이 가방을 가져갓주마씨. (지용이가 제 필통을 숨겨놓고 자꾸 안 숨겼다고 우겨서 할 수 없이 그걸 찾으려고 지용이 가방을 가져갔어요.) 선생님 : 지용아, 형탁이 말이 맞이냐? (지용아, 형탁이 말이 맞니?) 지 용 : 예. (예.) 선생님 : 아이고, 경 허난 옳곡 글른 건 양펜 말을 들어봐사 안다. 허는 것이구나. (아이고, 그래서 옳고 그른 건 양쪽 말을 들어봐야 안다. 라는 것이로구나.) 지용. 형탁 : 양펜이 뭐지? (양편이 뭐지요?) 해설 누가 옳고 그르냐를 판단할 때는 양쪽의 말을 다 들어 보아야 한다. 자칫하면 어느 한쪽 사람의 말만 듣고 경솔한 판단을 내리기 쉽다. 말하는 쪽에서는 자기의 옳은 점만 앞세우 게 되므로 상대편의 말을 반드시 들어보고 난 다음에라야 공평한 판단을 내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학생들은 자신의 잘못은 감추고 다른 사람의 잘못만을 들추어 말하는 경 향이 있다. 그렇게 하여 오해도 생기고 다툼도 생기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낱말 알아보기 옳곡 : 옳고. 건 : 것은. 들어봐사 : 들어보아야. 글른 : 그른. 양펜 : 양편(양쪽). 71
옷 봥 사름 금세 지 말라. [옷 보고 사람 평가하지 말라.] 호 준 : 선생님 영호가마씨 수학여행 가젠 옷 두 벌 삿젠마씨. (선생님 영호가요 수학여행 가려고 옷을 두 벌이나 샀다고 해요.) 선생님 : 두 벌자락? 수학여행 뗀 교복 입을 건디. (두 벌이나? 수학여행 때는 교복 입을 것인데.) 호 준 : 에서도 교복 입을 거마씨? 그 뗀 사복 입을 거 아니꽈? ( 에서도 교복 입을 거예요? 그 땐 사복 입을 거 아닙니까?) 72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선생님 : 너네덜 경 옷 사민 에서도 교복 입어사 걸. 옷 못 사는 아이덜은 어떵 렌. 경 난 옷 살 필요 엇이 교복 입으렌 헤사주. (너희들 그렇게 옷을 산다면 에서도 교복 입어야 할 걸. 옷 못 사는 아이들은 어떡 하라고. 그래서 옷 살 필요 없이 교복을 입으라고 해야지.) 영 호 : 건 아니라마씨? 에서 어떵 교복 입어마씨? 촌티 팍팍 나게. 새옷으로 입 어줘사주마씨. (그건 아니죠? 에서 어떻게 교복 입어요? 촌티 팍팍 나게. 새옷으로 입어야죠.) 선생님 : 무사 교복 입으민 촌티나? 경 고 새옷이 아니민 촌티나? 무사 입은 옷 가졍 촌티 어쩌구 멍 사름 평가 젠 헤? 옛말에 옷 봥 사름 금세 지 말라. 는 말이 이서. 무사 것모습 가졍 사름을 평가 젠 냐? (왜 교복 입으면 촌티나냐? 그리고 새옷이 아니면 촌티나냐? 왜 입은 옷을 가지고 촌티 어 쩌구 하면서 사람을 평가하려고 해? 옛말에 옷 보고 사람 평가하지 말라. 하는 말이 있어. 왜 겉모습을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려고 하니?) 해설 사람에게 옷은 날개라는 말도 있지만, 반드시 좋은 옷만 입고 살 수가 없다. 생활에 경 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이 아니면 아무리 영특한 자질을 가진, 전도가 촉망되는 사람일지 라도 남루한 옷을 입게 마련이다. 그러니 입은 옷을 보고 그 사람의 됨됨이를 평가하지 말 아야 한다는 말이다. 낱말 알아보기 봥 : 보아, 보고. 금세 : 금새( 價 格 ), 값. 말다 : 할 일을 그만두다. 사름 : 사람. 지: 하지. 73
울르는 영장에 가지 말앙, 지게 송장에 가라. [요란한 영장에 가지 말고 지게 송장에 가라.] 두 초상칩 시에서 남자1 두리번거리멍 싯저. (두 초상집 근처에서 남자1 두리번거리고 있다.) 남자1 : 어느 영장밧디 가사코? (어느 장지에 가야 하나?) 남자2 : 아멩 셍각 여도 삼춘네 영장밧디 가사주게. (아무리 생각하여도 삼촌네 장지에 가야지.) 74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남자1 : 건 무사라? (그것은 왜지?) 남자2 : 울르는 영장에 가지 말앙, 지게 송장에 가렌 옛말 싯저. (요란한 영장에 가지 말고, 지게 송장에 가라고 하는 옛말 있어.) 남자1 : 그건 무신 말이라? (그건 무슨 말인가?) 남자2 : 울르는 영장보다 초라 영장 하영 돌아봐사 헌덴 는 말이주. (요란한 영장보다 초라한 영장 많이 돌아보아야 한다는 말이지.) 해설 울르는 영장에 가지 말앙, 지게 송장에 가라. 이 속담은 요란한 영장에 가지 말고 지게 송장에 가라는 말이다. 울르는 것은 여러 사람이 모여들어 떠들썩하다는 뜻이고, 지게 송 장은 지게에 시신을 메고 나간다는 뜻이니 몹시 가난하거나 후손이 없어서 장례 절차도 갖 추지 못하고 치르는 장례를 뜻한다. 그런대로 사는 집은 영장이 나면 사람도 많이 찾아와 조문도 하고 부조도 하기에 요란하 기 마련이다. 그러나 가난하게 사는 집안에서는 관이나 상여조차 제대로 갖추기 못하여 지 게에다가 시신을 메고 영장을 치러야 했다. 형편이 이렇다 보니 조문하러 오는 사람도 적 고 초라한 것이다. 이 속담은 이런 초라한 영장일수록 이웃에서 돌아보아야 한다는 훈훈한 인심을 일깨워주는 말이다. 낱말 알아보기 초상칩 : 초상집. 영장밧 : 장지. 시신을 묻고 묘소를 꾸미는 곳. 싯저 : 있어. 시 : 근처. 울르는 : 외치는, 요란한. 75
작데기로 하늘 바투젱 다. [작대기로 하늘을 받치려고 한다.] 갑 돌 : 갑순아. 주만 지들리라. 대박 터지민 느 원 는 거 딱 사주마. (갑순아. 한 주만 기다려라. 대박이 터지면 네가 원하는 것 모두 사 주마.) 갑 순 : 진짜마씨? 경 디 돈 어디 셩 딱 사주켄 염서? (진짜요? 그런데 돈이 어디 있어서 모두 사주겠다고 하느냐?) 갑 돌 : 투자헷저. (투자했어.) 76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갑 순 : 무신 거? 투자? 뭘 어떵 거? (뭐? 투자? 뭘 어떻게 한 거야?) 갑 돌 : 오천 원 줘네 로또 복권 삿저. 이번엔 당첨뒐 거 튼 느낌 확 왐쩌. (오천 원을 줘서 로또 복권을 샀어. 이번에는 당첨될 것 같은 느낌이 확 온다.) 갑 순 : 메께라. 작데기로 하늘 바투젱 다. 는디 헛꿈을 꿔도 제라 게 헛꿈 꿤 저. 로또 당첨은 베락 맞앙 죽는 거보다 더 심들덴 는디 제발 헛꿈 꾸지마랑 일이나 열심히 라. (뭐라고? 작대기로 하늘을 받치려고 한다. 하는데 헛꿈을 꿔도 진짜로 헛꿈을 꾸네. 로 또 당첨은 벼락을 맞아서 죽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하는데 제발 헛꿈을 꾸지 말고 일이나 열심히 해라.) 갑 돌 :. 해설 하늘이 무너져 내릴까 봐서 긴 막대기로 받치려 든다면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만일 하늘이 무너져 내린다고 하더라도 작대기로 받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속담은 마치 손 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는 것과 같이,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되지도 않을 것을 가지고 대응하려 드는 무모한 행위에 대한 비방이다. 불가능한 일을 하려고 할 때 사용하는 속담 이다. 연목구어 ( 緣 木 求 魚 )라는 한자성어와 뜻이 통하는 속담이다. 낱말 알아보기 작데기 : 작대기. 사주켄 : 사주겠다고. 베락 : 벼락. 바투다 : 받치다 딱 : 몽땅, 모두 77
잘헤도 구숭, 못헤도 구숭 [잘해도 한 가지 흉, 못해도 한 가지 흉] 아 들 : 엄마. 집의 오단 올레 앞의서 네부떠젼 옷 칮어먹어수다. (어머니. 집에 오다가 골목 앞에서 넘어져서 옷 찢어졌습니다.) 엄 마 : 아이고, 는 어떵 생겨먹은 아이고? 경 조심성 엇엉 옷 칮어먹느냐? 지난 번엔 우산 일러부렁 완게마는 오늘은 족 옷 다 헐루아부러시냐? (아이고, 너는 어떻게 생긴 아이냐? 그렇게 조심성이 없어서 옷을 찢기느냐? 지난 번에는 우산을 잃어버리고 오더니마는 오늘은 아까운 옷을 다 헐게 했느냐?) 아 들 : 무사 엄만 메날 나 못 거만 말헴수과? (왜 어머니는 매일 내가 못한 것만 말씀하십니까?) 78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엄 마 : 못 는 일이 하난 경 는 거 아니가? 느가 잘 거 뭐고? (못하는 일이 많으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냐. 네가 잘한 것이 무엇이냐?) 아 들 : 오늘 성적표 받아신디, 지난 중간고사에서 평균이 10점이나 올라수다. 이번엔 평균이 80점이우다. 나 잘헤수게? (오늘 성적표를 받았는데, 지난 중간고사에서 평균이 10점이나 올랐습니다. 이번에는 평균 이 80점입니다. 저 잘했죠?) 엄 마 : 하이고, 들어보난 앞집의 길동이는 이번에도 평균 98점 받안 1등엔 헤라. 느 길 동이추룩만 헤보라. (하이고, 들어보니 앞집에 길동이는 이번에도 평균 98점 받아서 1등이라고 하더라. 네가 길동이처럼만 해 봐라.) 아 들 : 엄만 잘헤도 구숭, 못헤도 구숭 이꽈. 못 당 잘 민 칭찬도 해줍써게. (어머니는 잘해도 한 가지 흉, 못하여도 한 가지 흉 입니까? 못하다가 잘 하면 칭찬도 해 주십시오.) 엄마:. 해설 무슨 일을 치르고 난 다음에는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 잘하면 잘한 대로, 못하면 못한 대로 그에 대한 비평을 늘어놓게 마련이다. 일을 치르는 쪽에서는 잘하려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지만, 모든 사람의 마음에 다 들 수는 없다. 아무리 잘하노라 애써도 흉잡히는 것이 있기 마련. 그러므로 이 속담의 이면( 裏 面 )에는 소신을 가지고 역량껏 행사할 수밖에 없다 는 뜻을 담고 있다. 열심히 해도 흉잡히지 않는 일이 없을 때 사용하는 속담이다. 낱말 알아보기 족 옷 : 아까운 옷. 구숭 : 흉. 메날 : 매일. 일러부렁 : 잃어버리고. 하난 : 많으니까 79
좁은 입으로 내친 말 넙은 치메깍으로 못 막나. [좁은 입으로 뱉은 말 넓은 치맛자락으로 못 막는다.] 갑 순 : 갑돌아. 니가 어떵 내 숭을 보멘. 느안티 너무 실망헤서. (갑돌아. 네가 어떻게 내 흉을 보니. 너한테 너무 실망했어.) 갑 돌 : 갑자기 무사 영 웨엄시냐? (갑자기 왜 이렇게 외치느냐?) 갑 순 : 느가 친구들안티 나가 뚱뚱 고 양지도 곱닥 펜은 아닌디 막 메달리난 억지로 만나주는 거렌 랏젠 헨게. (네가 친구들한테 내가 뚱뚱하고 얼굴도 고운 편은 아닌데 막 매달리니까 억지로 만나 주는 거라고 말했다고 하더라.) 갑 돌 : 어어, 그 말 누게안티 들언? (어어, 그 말 누구한테 들었니?) 80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갑 순 : 영순이가 아라. (영순이가 말했어.) 갑 돌 : 어어, 난 길동이신디만 아신디. (어어, 나는 길동이에게만 말했는데.) 갑 순 : 낮말은 생이가 듣곡 밤말은 쥉이가 듣는 벱이여.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 법이야.) 갑 돌 : 야야야, 아냐. 갑순아. 느 양진 곱곡 뚱뚱 지도 안허멍 곱닥 다. (야야야, 아니야. 갑순아. 네 얼굴 곱고 뚱뚱하지도 않고 곱다.) 갑 순 : 좁은 입으로 내친 말 넙은 치메깍으로 못 막나. 느 곤 끗이여. (좁은 입으로 뱉은 말 넓은 치맛자락으로도 못 막는다. 너하고는 끝이야.) 해설 말은 일단 입 밖으로 내뱉으면 사방으로 퍼지기 마련이다. 사실 그대로 퍼질 수도 있지 만, 다른 말이 더 붙고 과장돼서 날개 달린 듯이 삽시간에 퍼진다. 이처럼 말이란 것은 작 은 입으로 나왔지만 전파되는 힘이 강하다. 그러므로 한 번 뱉은 말을 아무리 넓은 치맛자 락으로 막아보려고 해도 막을 수가 없다. 그래서 말을 할 때는 함부로 하지 말고 신중을 기해야 한다. 말조심을 타이를 때에 사용하는 속담이다. 낱말 알아보기 내치다 : 뱉다. 치메깍 : 치맛자락. 웨다 : 외치다. 소리를 높이 지르다. 느안티 : 너한테. 양지 : 얼굴. 쥉이 : 쥐. 곱닥 다 : 곱다 81
지 글른 건 모르곡 글른 건 안다. [자기 잘못한 것은 모르고, 남 잘못한 것은 안다.] 호 준 : 선생님, 교실에서 음식 먹으민 안 뒈는 거 아니우꽈? 영호가 교실에서 아이스크 림 먹어수다. 벌점카드 발급헙서. (선생님, 교실에서 음식 먹으면 안 되죠? 영호가 교실에서 아이스크림 먹었어요. 벌점카드 발급하세요.) 선생님 : 물론 교실에서 음식물 먹으민 안 뒈주. 영호야 교실에서 음식물 먹으민 벌점 2 점인디 무사 먹어시냐? (물론 교실에서 음식물 먹으면 안 되지. 영호야, 교실에서 음식물 먹으면 벌점 2점인데 왜 먹었니?) 82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영 호 : 다른 아이덜도 하영 먹어마씨. 걸리지 안 헌 것뿐이주. 호준이가 오늘 아이스크 림 사 주렌 허는 거 안 사줘부난 정 헴수다게. 호준이도 메날 교실에서 뭐 먹어 마씨. (다른 아이들도 많이 먹어요. 걸리지 않은 것뿐이지. 호준이가 오늘 아이스크림 사 달라고 하는 걸 안 사 줬더니 저렇게 하는 거예요. 호준이도 매일 교실에서 뭐 먹어요.) 선생님 : 호준아, 영호 말이 맞이냐? 느도 교실에서 음식물 자꾸 먹엄시냐? (호준아, 영호 말이 맞니? 너도 교실에서 음식물 자주 먹니?) 호 준 : 메날은 아니주마씨. 꼼 자주 먹기는 헴수다. (매일은 아니에요. 조금 자주 먹기는 하죠.) 선생님 : 아이고 옛말에 지 글른 건 모르곡 글른 건 안다. 더니 호준이 너를 두 고 헌 말인 거 닮다. 하여튼 둘 다 종례 끗낭 교무실로 오라. 둘 다 벌점카드 받아야허켜. (아이고, 옛말에 자기 잘못한 것은 모르고, 남 잘못한 것은 안다. 더니 호준이 너를 두고 한 말인 거 같다. 어쨌거나 둘 다 종례 끝나고 교무실로 와. 둘 다 벌점카드 받아야겠네.) 해설 사람은 흔히 제 결함은 지나치면서 남의 결함은 곧잘 지적한다. 어쩌다 다툴 때를 보면, 서로가 잘못인데도 상대방더러 잘못이라고 항변하기 일쑤이다. 특히 학생들의 경우에는 자 기의 잘못은 쏙 빼고 다른 사람의 잘못을 들추어냄으로써 다툼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자 기의 잘못을 모른 체 남의 잘못만 지적하는 행태를 꼬집을 때 쓰는 속담이다. 낱말 알아보기 지 : 자기( 自 己 ). 건 : 것은. : 남( 他 人 ). 글른 : 그른. 모르곡 : 모르고. 83
지싯물이 잇돌에 고망 똘른다. [낙숫물이 댓돌에 구멍을 뚫는다.] 나그네 : 뭐 헴수과?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우 공 : 태행산( 太 行 山 ), 왕옥산( 王 玉 山 ) 이 두 산을 딱 까까불젱 헴수다. (태행산, 왕옥산 이 두 산을 모두 깎으려고 합니다.) 나그네 : 아니, 어르신은 나이도 하곡 늙어신디 어떵 저 큰 산을 까끄젠 헴수과? (아니, 어르신은 나이도 많고 늙으셨는데 어떻게 저 큰 산을 깎으려고 합니까?) 우 공 : 지싯물이 잇돌에 고망 똘른다. 헤신디 까깜시민 다 파질테주. ( 낙숫물이 댓돌에 구멍을 뚫는다. 고 하는데 깎고 있으면 다 파일 겁니다.) 84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나그네 : 허어. 게민 파낸 흑은 어디레 버릴거꽈? (허어. 그러면 파낸 흙은 어디에 버릴 겁니까?) 우 공 : 발해( 渤 海 )에 가져당 버리젠 헴수다. (발해에 가져다가 버리려고 합니다.) 지수공 : 허어. 죽을 날이 멀지 않은 할아버지가 헷저. 여기서 발해에 갓당 오젠 민 1 년이 꼬박 걸리는디, 언제민 산을 다 파헤칠 거꽈? (허어. 죽을 날이 멀지 않은 할아버지가 했구나. 여기서 발해에 갔다가 오려고 하면 1년이 꼬박 걸리는데, 언제면 산을 다 파헤칠 것입니까?) 우 공 : 나 죽으민 아 이 곡, 아 은 손질 낳곡 손지는 또 아 을 낳곡. 이추룩 자자손손( 子 子 孫 孫 ) 계속 민 언젠가는 저 두 산을 다 팔 날이 올 거우다. (내가 죽으면 아들이 하고, 아들은 손자를 낳고 손자는 또 아들을 낳고. 이처럼 자자 손손( 子 子 孫 孫 ) 계속하면 언젠가는 저 두 산을 다 팔 날이 올 것입니다.) 지수공 : 어어. 해설 지붕의 빗물이나 눈 녹은 물이 처마에서 떨어질 때 일정한 위치에 떨어진다. 댓돌은 집 채의 낙숫물이 떨어지는 곳 안쪽으로 돌아가며 놓은 돌 이다. 빗물이나 눈 녹은 물이 떨어 지기를 반복하다 보면 오랜 세월이 지나서 댓돌을 파이게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집 중력을 갖고 한 곳에 몰두하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이 속담은 외곬의 집념과 끈기 를 빗댈 때 사용하는 속담이다. 옛 분들은 절차탁마( 切 磋 琢 磨 )와 연계시켜 이 속담을 사용 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어떤 일이든 끊임없이 노력하면 반드시 이루어짐을 이르는 말 인 우공이산 ( 愚 公 移 山 )이란 한자성어와 뜻이 통하는 속담이다. 낱말 알아보기 지싯물 : 낙숫물. 잇돌 : 댓돌. 고망 : 구멍. 까깜시민 : 깎고 있으면. 아 : 아들. 흑 : 흙. 85
지 일름제도 모르멍 의 일름제 아는 첵 다. [자기 이름자도 모르면서 남의 이름자를 아는 척한다.] 아나운서 : 쳣수다. 쳣수다. 아주 큰게마씨. 공이 쭉쭉 뻗엉 나감수다. 아, 유장타 선수, 홈런인게마씨. 홈런. 것도 장웨홈런이우다. 장웨홈런. (쳤습니다. 쳤습니다. 아주 큽니다. 공이 쭉쭉 뻗어서 나갑니다. 아, 유장타 선수, 홈런 입니다. 홈런. 그것도 장외홈런입니다. 장외홈런.) 나무식 전유식 : 와우, 대단 네. 유장타 잘헴쩌. (와우, 대단하네. 유장타 잘한다.) 나무식 : 들은 말인디 유장타 선수의 일름제가 한자론 긴 장 ( 長 )에 칠 타 ( 打 )렌 헤라. 일름대로 홈런을 잘 렴쩌. 햐, 일름값 는데. (들은 말인데 유장타 선수의 이름자가 한자로 긴 장 ( 長 )에 칠 타 ( 打 )라고 하더라. 이름대로 홈런을 잘 때리네. 햐, 이름값을 한다.) 86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나유식 : 야, 무식아. 는 느 일름제가 한자로 무신 글젠지 알암시냐? (야, 무식아. 너는 네 이름자가 한자로 무슨 글자인지 알고 있니?) 나무식 : 으, 으응? 그, 게메. 잘 르켜. (으, 으응? 그, 글쎄. 잘 모르겠어.) 나유식 : 야, 지 일름제도 모르멍 의 일름제 아는 첵 냐? 경 난 무식허뎅 는 소릴 듣는 거여. 느 주제도 모르곡 아는 첵 지 마라. (야, 자기 이름자도 모르면서 남의 이름자를 아는 척하냐? 그러니까 무식하다고 하는 소리 를 듣는 거야. 네 주제도 모르면서 아는 체하지 마라.) 나무식 : 응? 으응? 알아서. (응? 으응? 알았다.) 해설 이 세상에 자기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자기 이름자도 모른다. 는 것은 그만큼 무식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자기 이름자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무식한 사람이 남의 이름자를 알 리가 없는데, 아는 것처럼 나서면 웃음거리밖에 되지 못한다. 그런데 세상에 는 아무것도 모르는 처지에 잘 아는 체 하면서 한몫을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제 역량에서 크게 벗어난 잘못된 처신이다. 그러므로 이 속담은 주제 파악을 못하는 처지를 나무라고 꼬집을 때 사용하는 속담이다. 낱말 알아보기 일름제 : 이름자. 의 : 남의. 잘헴쩌 : 잘하고 있어. 모르멍 : 모르면서. 리다 : 때리다. 87
짐 진 사름이 팡을 주. [짐을 진 사람이 쉼터를 찾는다.] 아 내 : 오늘은 날도 물아시난 짐 설렁 가게마씨. (오늘은 날도 저물었으니 짐 챙겨서 갑시다.) 남 편 : 경 허주. 아고, 오늘따라 무사 짐이 영 무거우니? 둑지영 종에 아판 시 못 걸 으켜. (그렇게 하지. 아이고, 오늘따라 왜 짐이 이리 무겁니? 어깨와 종아리 아파서 도저히 못 걷겠어.) 88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아 내 : 오늘 밧디서 하영 속아십주. 게난 지친 거 아니우꽈. (오늘 밭에서 많이 수고했죠. 그러니 지친 거 아닙니까?) 남 편 : 어디 쉬엉 갈만헌 디 아봐. (어디 쉬어 갈 만한 데 찾아봐.) 아 내 : 요 앞의서 쉬엉 갑주. 마침 짐 올려놓을 만헌 팡도 이신게마씨. (요 앞에서 쉬어 가죠. 마침 짐 올려놓을 만한 쉼터도 있네요.) 남 편 : 그거 잘 뒈엇저. 저 짐부터 팡더레 부리곡. (그거 잘 되었어. 먼저 짐부터 쉼터에 부리고.) 아 내 : 짐 진 사름이 팡을 는덴 연게. (짐 진 사람이 쉼터를 찾는다고 했는데.) 남 편 : 다 맞는 말이주. (다 맞는 말이지.) 해설 짐 진 사름이 팡을 주. 라는 속담은 등짐을 진 사람이 쉼터를 찾는다는 뜻이다. 무거 운 짐을 진 농부에게 잠시 짐을 부려 놓을 만한 쉼터는 꿀맛 같은 휴식으로 잠시 지친 몸 을 충전할 수 있는 요긴한 곳이다. 그러기에 짐을 진 농부에게 쉼터는 무엇보다 절실한 곳 임에 틀림없다. 이 말은 확대해 보면, 무슨 일이든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이 찾고 구하기에 관심과 노력을 더하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낱말 알아보기 주 : 찾는다. 물다 : 저물다. 경 : 그렇게. 종에 : 종아리. 팡 : 말을 타고 내리거나 짐을 지고 부리거나 할 적에 대( 臺 )가 되게끔 큰 돌 따위로 놓 은 것. 쉼터. 89
녀 아긴 사을이민 체에 눅져뒁 물질 다. [해녀 아기는 사흘이면 삼태기에 눕혀두고 물질한다.] 해순이 어멍 : 복순이 어머니, 무사 물질허레 나와서? 메역국 먹은 지 메칠 지낫덴 나와서? (복순이 어머니, 왜 물질하러 나왔니? 미역국 먹은 지가 며칠 지났다고 나왔느냐?) 복순이 어멍 : 어떵 말이우꽈. 집이 이시민 누게 밥 멕여 준덴마씨? 아이덜은 커 가곡 서 방은 뭣사 헴신디 돈 벌어오젠 는 기색은 엇고 아이덜은 밥 주렌, 젯 주 렌 울멍 타령허는디 물질허레 아니 나올 수 엇수다. (어떻게 말입니까. 집에 있으면 누가 밥을 먹여 준답니까? 아이들은 커 가고 남편은 무엇을 하는지 돈 벌어오려고 하는 기색이 없고 아이들은 밥을 달라, 젖을 달라 울 면서 타령하는데 물질하러 아니 나올 수가 없습니다.) 90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해순이 어멍 : 경헤도 이건 너무헴쩌. 애기 낭 쉬지 안헹 일 민 꽝도 삭아불고 몸도 하 영 축나불건디 어떵 헐 거라? (그렇더라도 이것은 너무한다. 아기 낳아서 쉬지 않고 일하면 뼈도 삭아 버리고 몸 도 많이 축날 것인데 어떻게 할 것이냐?) 복순이 어멍 : 수 잇수과? 내가 물질이라도 헤사 우리 식구덜 멕여 살릴 거 아니우꽈? (할 수 있습니까? 내가 물질이라도 해야 우리 식구들 먹여 살릴 것 아닙니까?) 해순이 어멍 : 아이고, 우리 불쌍한 녀 생활, 바당이라도 꼼 자그네 펜안이 물질헤시 민 좋키여. 복순이 어머니! 메역이영, 구젱기영, 전복이영 많이 따라 이. (아이구, 우리 불쌍한 해녀 생활, 바다라도 조금 잔잔해져서 편안히 물질하였으면 좋겠다. 복순이 어머니! 미역이랑, 소라랑, 전복이랑 많이 따라 이.) 해설 제주 해녀의 경우는 분만한 다음 평균 열흘쯤 뒤에 다시 물질에 뛰어드는 게 한 마을을 조사해본 결과였다. 그러나 고작 사흘을 내세운 것이나 아기의 잠자리로 삼태기가 등장한 것은 분명 과장이다. 사흘이라고 해야 며칠 후라는 뜻이 선명하며, 삼태기를 내세움으로써 눕힐 자리를 정갈하게 가리지 않는다는 그런 사정을 인상적으로 그렸을 뿐이다. 아기를 눕 힐 자리가 하필 삼태기라야 할 까닭은 없지마는, 속담에서는 이렇게 인상적이고 독특한 어 휘를 끼워 넣어야 잘 기억되고 그 전승력도 강하다. 낱말 알아보기 녀 : 해녀. 사을 : 사흘. 3일. 체 : 삼태기. 메역 : 미역. 구젱기 : 소라. 자다 : 출렁이던 파도가 잔잔해지다. 91
천지를 모르곡 꿰춤을 춘다. [천지를 모르고 깨춤을 춘다.] 나자랑 : 와우. 올히. 이번 모의고사에서 언어영 수리영 1등급 맞앗저. (와우. 올해. 이번 모의고사에서 언어랑 수리랑 1등금 맞았다.) 나자랑 : 야, 중한아. 나 성적 올랏저. 다음엔 외국어도 1등급 맞앙 S대 가불켜. (야, 중한아, 내가 성적 올랐어. 다음에는 외국어도 1등금 맞아서 S대 가겠다.) 신중한 : 야, 자랑아. 느 셍각이 이시냐 어시냐? 천지를 모르곡 꿰춤을 추냐? (야, 자랑아. 너는 생각이 있는 것이냐 없는 것이냐? 천지를 모르고 깨춤을 추냐?) 92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나자랑 : 무사? 무신 일 이시냐? (왜? 무슨 일이 있어?) 신중한 : 야, 임마. 길동이가 이번엔 시험 죽을 쒔다고 허멘. 기분이 아앚앙 점심도 안 먹엄저. (야, 임마. 길동이가 이번에는 시험을 망쳤다고 하네. 기분이 가라앉아서 점심도 안 먹어.) 나자랑 : 기이. 까불언 미안허다. (그래. 까불어서 미안하다.) 해설 천지를 모른다는 것은 세상 돌아가는 물정을 모른다는 말이다. 깨춤은 깨를 볶을 때에 톡톡 튀듯, 체구가 작은 사람이 방정맞게 까부는 모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만일 즐거운 경사가 있어 춤을 춘다면 모르되, 춤을 출 수 없는 상황인데도 춤을 춘다면 어리석 은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자기가 처해 있는 환경이 어떤지도 모르는 주제에 제철을 만난 듯이 깨춤을 춘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형세 파악을 못하고 우쭐대는 꼴을 나무 랄 때 사용하는 속담이다. 낱말 알아보기 모르곡 : 모르고. 올히 : 올해. 올랏저 : 올랐어. 꿰춤 : 깨춤. 아앚앙 : 가라앉아서. 93
체면젱인 굶엉 죽곡 호 젱인 얼엉 죽나. [체면치레하는 사람은 굶어서 죽고, 호사( 豪 奢 )하길 좋아하는 사람은 얼어서 죽는다.] 신사 1 : 에구. 베고프다. 가진 돈은 엇고, 메날 친구덜안티 얻어먹을 수만도 엇고. 오기 부련 직장에 사표냉 나온 거 두고두고 후훼뒘쩌. 친구덜안티 대기업에 잘 나감젠 헤신디, 이제 왕 체면 때문에 밥 사 도렌 수도 엇고. 어휴, 체 면 리당 굶어 주그켜. (에구. 배고프다. 가진 돈은 없고, 매일 친구들한테 얻어먹을 수만도 없고. 오기를 부려서 직장에 사표를 내고 나온 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되는구나. 친구들에게 대기업에 잘나간다 고 했는데, 이제 와서 체면 때문에 밥을 사 달라고 할 수도 없고. 어휴, 체면 차리다가 굶어 죽겠네.) 94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신사 2 : 아니, 갑자기 무사 영 날씨가 추우냐. 저실양복덜은 딱 꾸질꾸질 연 입질 못 켜. 맞선보는 날인디 멋지게 령 가살 건디. 에이, 봄양복이라도 입어사켜. 어어어, 경 디 무사 영 추우냐. 으흐흐, 춥다. 얼어 주그켜. 아이고, 호 부리 당 얼엉 죽으켜. (아니, 갑자기 왜 이렇게 날씨가 추우냐. 겨울양복들은 모두 꾸질꾸질해서 입지를 못하겠 네. 맞선보는 날인데 멋지게 차려서 가야 할 것인데. 에이, 봄양복이라도 입어야겠네. 어 어어, 그런데 왜 이렇게 춥냐. 으흐흐, 춥다. 얼어 죽겠네. 아이고, 호사부리다가 얼어서 죽겠네.) 해설 체면은 남을 대하기에 떳떳한 도리나 얼굴을 말한다. 오랫동안 굶어서 배가 고픈데 체면 치레하느라고 얻어먹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체면만 내세우다가는 굶주려 죽기 알 맞다. 호사( 豪 奢 )는 호화롭게 사치함을 일컫는다. 그러므로 호사쟁이 는 호사스럽게 보이기 위하여 멋을 부리는 사람을 뜻한다. 추운 겨울 나들이 때 멋을 부리려고 옷을 얇게 입었다 가는 추위에 된 고생을 한다. 추위에 얼어 죽기 알맞다. 이처럼 괜히 남의 눈을 의식하여 개인적 실리( 實 利 )를 잃는 행위야말로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속담은 실속 없는 처신을 나무라면서 경계할 때 사용하는 속담이다. 낱말 알아보기 체면젱이 : 체면치레하는 사람. 체면쟁이. 호 젱이 : 호사하길 좋아하는 사람. 호사쟁이. 굶엉 : 굶어서. 왕 : 와서. 엇고 : 없고 95
체 불리는 부제 읏나. [겨 날려 버리는 부자 없다.] 농 부 : 주인장 싯수과? (주인장 있습니까?) 방앗간 주인 : 예, 무사 오랏수과? (예, 왜 왔습니까?) 96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농 부 : 보리 까끄레 왓수다. (보리 깎으러 왔습니다.) 방앗간 주인 : 예, 잘 까까 안네쿠다. 요레 앚앙 만 지들립서. (예, 잘 깎아 드리겠습니다. 여기에 앉아서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농 부 : 체는 따로 모두와 줍서. 옛말에 체 불리는 부제 읏나. 헷수다. (겨는 따로 모아 주십시오. 옛말에 겨 불리는 부자 없다. 고 했습니다.) 방앗간 주인 : 예. 다 뒛수다. 가정 갑서. (예. 다 됐습니다. 갖고 가십시오.) 농 부 : 보리 은 우리 식구 밥헤영 먹곡, 체는 우리 큰 쉐 죽 쒕 줘사켜. (보리쌀은 우리 식구 밥해서 먹고, 겨는 우리 큰 소 죽을 쑤어 줘야지.) 해설 체 불리는 부제 읏나 라는 속담은 겨 날려 버리는 부자 없다. 는 뜻이니, 제주 선인들의 냥정신 을 엿볼 수 있는 속담이다. 탈곡한 보리로 밥을 지으려면 먼저 방앗간에서 한두 번 깎아내야 한다. 이처럼 보리를 깎을 때 보리의 겉껍질이 벗겨지면서 생기는 가루가 바 로 겨 이다. 이 겨는 식용으로 하기에는 너무 거칠어 버려도 그만인데 가축의 사료용으로 는 최상의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이 겨 를 소홀히 생각하여 바람에 날려 버리는 것은 쓸 만한 것을 낭비하는 것이니 이러고서야 어찌 부자가 될 수 있겠는가? 절약하고 재활용 하는 냥정신 과도 통하는 속담이다. 낱말 알아보기 체 : 겨. 읏나 : 없다 모돠 줍서 : 모아 주십시오. 불리는 : 날려 버리는. 죽 쒕 : 죽 쑤어. 97
칠산바당 조기 튀난 제주바당 복젱이 튄다. [칠산바다 조기가 뛰어오르니 제주바다 복어도 뛰어오른다.] 학생 1 : 야. 어제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봔? 지성이 성 정말 잘헤라. (야. 어제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보았니? 지성이 형 정말 잘해라.) 학생 2 : 무사 두 개의 심장 진 나이렌 는지 알아지크라라. (왜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사나이라고 하는지 알 수 있겠더라.) 학생 1 : 나도 다음 주 체육대훼 땐 지성이 성추룩 종휑무진 활약 켜. (나도 다음 주 체육대회 때는 지성이 형처럼 종횡무진 활약을 하겠다.) 98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학생 2 : 칠산바당 조기 튀난 제주바당 복젱이 튄다. 고 하더니 느가 그 짝이여. ( 칠산 바다 조기가 뛰어오르니 제주바다 복어도 뛰어오른다. 고 하더니 네가 그 꼴이 구나.) 학생 1 : 무사. 임마. (왜. 이놈아.) 학생 2 : 야. 누게 널 대표선수로 뽑아주켄 헤냐? 주제넘게 행동 지 마. (야. 누가 널 대표선수로 뽑아주겠다고 하더냐? 주제넘게 행동하지 마라.) 학생 1 :. 해설 칠산바다 는 굴비로 유명한 전라남도 영광군의 앞바다를 가리킨다. 이 속담은 영광 앞바 다의 조기 가 뛰어오르니 제주바다에 있던 복어 도 덩달아서 뛰어오른다는 뜻이다. 최근 에는 복어가 조기보다 고급어로 귀하게 대접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복어를 잡으면 먹지 않 고 던져버리는 하급어의 하나였다. 그렇게 보잘것없는 복어가 조기를 흉내 낸다는 것은 숭어가 뛰면 망둥이도 뛴다. 는 말처럼 주제넘은 행동에 대한 비아냥거림이다. 그러므로 이 속담은 분수에 어긋난 처신을 비웃고 나무랄 때 사용하는 속담이다. 낱말 알아보기 튀다 : 뛰어오르다. 복젱이 : 복어. 성 : 형( 兄 ). 바당 : 바다. 나이 : 사나이. 99
테풍은 농 엔 헤롭곡, 바당엔 이롭나. [태풍은 농사에는 해롭고, 바다에는 이롭다.] 호 준 : 선생님, 올힌 테풍 안 불엄수다. 테풍 불어사 교 안 오는디. (선생님, 올해는 태풍이 안 불어요. 태풍 불어야 학교 안 오는데.) 선생님 : 테풍은 자꾸 분다게. 단지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느냐 안 주느냐주. 그리고 학생 이 공부는 안 곡 휴교 는 거만 셍각 니 나라 장래가 걱정이여. (태풍은 자주 불어. 단지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느냐 안 주느냐지. 그리고 학생이 공부는 안 하고 휴교하는 것만 생각하니 나라의 장래가 걱정이다.) 호 준 : 꼭 그건 아니주마씨. 테풍이 불민 바다 적조가 어서진덴 연게마씨. 경허난 일 년이민 멧 번은 테풍이 불어산덴 허던디. (꼭 그것만은 아니죠. 태풍이 불면 바다 적조가 사라진다면서요. 그래서 일년이면 몇 번은 태풍이 불어야 한다던데.) 100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선생님 : 테풍 나리 때 찌 비 하영 왕 도로 팡신나곡 집이 침수뒈곡 사름이 죽는 거 어떵 곡. (태풍 나리 때처럼 많은 비가 와서 도로가 결딴나고, 집이 침수되고, 사람이 죽는 것 은 어떻게 하고.) 호 준 : 경 민 테풍은 불어사 좋은 거우꽈, 안 불어사 좋은 거우꽈? (그러면 태풍은 불어야 좋은 거예요, 안 불어야 좋은 거예요?) 선생님 : 시상 일이 나가 좋으민 나는 나쁜 법이주게. 경 난 테풍은 좋곡 나쁘곡의 문제가 아니라 그건 자연재해난 적절한 대비가 필요헌 거라. 경 난 옛날 사름 덜도 테풍은 농 엔 헤롭곡, 바당엔 이롭나. 라고 은 거 아니카. (세상 일이 하나가 좋으면 하나는 나쁜 법이다. 그래서 태풍은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 라 그건 자연재해니까 적절한 대비가 필요한 거야. 그래서 옛날 사람들도 태풍은 농사 에는 해롭고, 바다에는 이롭다. 라고 말했던 거 아닐까.) 해설 태풍은 농작물에 막심한 피해를 입힌다. 그 태풍이 한 번 휘몰아치고 나면 풍년을 눈앞 에 두고도 삽시간에 흉년으로 바뀌고 만다. 더구나 최근에는 농사만이 아니라 인적, 물적 인 피해가 막심하다. 그래서 태풍이 불면 무조건 안 좋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바다의 생태계에는 오히려 신선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조상들이 체험으로 얻 은 자연의 이치인 것이다. 낱말 알아보기 테풍 : 태풍. 헤롭곡 : 해롭고. 경 난 : 그래서. 농 : 농사. 바당엔 : 바다에는. 경 민 : 그러면. 101
허벅 진 이가 호이 난 펭 진 이도 호이 다. [물동이를 진 사람이 호이 하니 병을 든 사람도 호이 한다.] 게으른 농부 : 에고 에고 심들다. 꽝이여 둑지여. (에고 에고 힘들다. 뼈마디여 어깨여.) 부지런한 농부 : 어이, 뭐 헴서? 재게재게 날르게. (어이, 무얼 하고 있는가? 빨리빨리 나르자.) 게으른 농부 : 안 봠수광? 땀 찰찰 흘치멍 쉬지 아녕 날람수게. (안 보십니까? 땀을 뻘뻘 흘리면서 쉬지 않고 나르고 있습니다.) 부지런한 농부 : 허, 자네 꽝 쎈 젊은 사름이 찍 뭇씩이 뭐고. 나추룩 번에 댓 뭇씩 날르주게. (허, 자네는 뼈가 센 젊은 사람이 짚 한 뭇씩이 뭔가. 나처럼 한 번에 다섯 뭇씩 나르게나.) 102
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 게으른 농부 : 경 민 등 쑤시곡 빠지곡 영 살지 못 여마씨. (그렇게 하면 잔등이 쑤시고 팔이 빠지고 해서 살지 못합니다.) 부지런한 농부 : 허어 참. 호이. 어허 심들다. (허어 참. 호이. 어허 힘들다.) 게으른 농부 : 나도 호이. 허 심들다. (저도 호이. 허 힘들다.) 부지런한 농부 : 하이고 어이 엇저. 건들건들 일 멍 뭐 심들덴 호이 헴시냐? (하이고 어이가 없다. 건들건들 일하면서 뭔가 힘들다고 호이 하느냐?) 게으른 농부 : 성님이 호이 난 나도 조찬 호이 헤수다. (형님이 호이 하니까 나도 따라서 호이 했습니다.) 부지런한 농부 : 허허허. 허벅 진 이가 호이 난 펭 진 이도 호이 다. 다더니 지 금이 그 짝일세. (허허허. 물동이를 진 사람이 호이 하니 병을 든 사람도 호이 한다. 고 하더니 지 금이 그 꼴일세.) 해설 과거에는 수돗물이 없었기 때문에 물허벅 을 등에 지고 멀리 걸어가서 물을 길어다 먹 었다. 샘물을 긷고 물동이에 담아서 등에 지고 집으로 오려면 숨이 찬다. 잠시 걸음을 멈 추고 호이 소리를 내면서 가쁜 숨을 가라앉히게 된다. 옆에서 작은 병을 들고 가던 사람 이 그것을 보고 덩달아서 호이 하고 숨을 내쉬면서 무거운 물동이를 지고 있는 사람처 럼 숨이 차서 힘든 시늉을 한다. 주제넘게 남에게 그럴듯한 존재라는 것을 과시하려는 태 도이다. 분수에 어긋난 처신으로 얄미운 행동이다. 이 속담은 주제 파악을 못하는 사람을 나무라면서 비꼴 때 사용하는 속담이다. 낱말 알아보기 펭 : 병. : 팔. 꽝 : 뼈. 허벅 : 모양이 둥글며 배가 불룩하고 위의 아가리는 아주 좁은, 물을 길어 나르는 동이. 물동이. 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