王 朔 의 動 物 凶 猛 일고찰 * ** 崔 文 英 1. 들어가며 2. 나 의 기억 속으로 3. 진실과 허위 사이에서 4. 大 院 에서의 추억 5. 나가며 <목 차> 1. 들어가며 温 儒 敏 ㆍ 趙 祖 謨 주편의 現 當 代 文 學 專 題 研 究 에서 중문과 학부생을 위해 선정 된 16명의 작가 가운데 왕삭이 첨가되어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이는 포폄을 한몸에 받은 작가 왕삭을 학부생들의 필독서 대상으로 인정한다는 것을 시사하며, 문학의 다원화 경향과 문학사 다시 쓰기로 대표되는 동향의 고착화를 실감케 한다. 더욱이 다른 곳도 다닌 학교라는 제도권에서 그를 인정하기 시작했 다는 점, 비교적 보수적이고 온건한 리얼리즘의 대가로 일컬어지는 温 儒 敏 등에 의해 편찬된 교재라는 점 등은 중국현당대문학이 당면한 문제의식과 그 발전방향 역시 가늠케 한다. 1) * 이 논문은 BK21중일언어문화교육연구단 지원에 의해 연구된 논문임. ** 誠 信 女 子 大 學 校 中 語 中 文 學 科 講 師 1) 본고는 2006년도 2학기 고려대 수업교재였던 溫 儒 敏 趙 祖 謨 主 編, 中 國 現 當 代 文 學 專 題 硏 究, 北 京 大 學 出 版 社, 2002. 및 李 平 主 編, 中 國 現 當 代 文 學 專 題 硏 究 - 自 學 指 導, 北 京 大 學 出 版 社, 2003. 과 李 平 主 編, 中 國 現 當 代 文 學 專 題 硏 究 - 作 品 講 評, 北 京 大 學 出 版 社, 2004.에서 왕삭을 다루었던 것을 토대로 작성한 보고서이다. 따라서 수업 정리용 보고서의 성격을
216 중국학논총 22집 물론 温 儒 敏 의 위 교재에서는 왕삭을 논의하고는 있지만, 왕삭 자체에 대한 관 심이라기보다는 90년대 중국사회가 당면한 시장경제체제와 소비시장 그리고 대중 문화 등의 문제의 맥락에서 왕삭을 보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왕삭 은 문학가로서보다는 일종의 문화현상(이른바 왕삭현상)으로 보아낼 때 더 그 빛 을 발할 수 있는 작가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본고는 이처럼 대중문화, 매체, 상업 성, 시장경제, 영화산업 등과의 관련성 하에서 왕삭을 읽어내는 과정에서, 왕삭이 나 그의 텍스트가 대중문화의 하부구조에 불변의 태세로 위치한 것처럼 간주될 여지가 있다는 데에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이 때문에 왕삭 연구에 있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대중문화 틀을 잠시 떼어 놓고 왕삭 자체에 침잠해 들어가 보는 과정을 통하여, 텍스트를 읽어보고자 한다. 왕삭현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왕삭 및 그의 텍스트 자체에 우선적으로 주목해 보 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결코 왕삭=대중문화의 틀을 부정하거나 애써 외면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문화담론과 잠시 거리두기를 하는 과정을 통해, 왕삭의 작품 및 왕삭을 조명해 보는 것이 본고의 소박한 의도이다. 이상의 작업을 위하여 살펴보고자 하는 작품은 왕삭의 동물흉맹 이다. 여타 작품들은 냉랭한 비평계의 반응과 열렬한 독자들의 반응이라는 모순된 상황에 있 는 반면, 동물흉맹 은 비평계와 독자들 양자에게 모두 환영을 받았다는 데에서 특이할만한 작품이다. 2) 가령 陳 思 和 는 동물흉맹 을 왕삭의 여타 작품과 다른 격 을 보이는 차별화된 작품으로 보면서, 그 서사방식과 문학적 성취를 높이 평가한 바 있다. 3) 본고에서는 독특한 심미적 가치와 개인적 경험 묘사에 주력한 엄숙문 학 계열에 속하는 4) 동물흉맹 를 중점적으로 논하는 방식으로 왕삭의 작품을 읽어보려 한다. 띠고 있으며, 溫 儒 敏 의 책을 상당부분 언급하고 있음을 밝힌다. 2) 그러나 비평계와 독자층 모두에게 환영을 받은 동물흉맹 에 대한 논문은 극히 적다. 왕삭 과 관련한 논문이 속출하는 시점이지만,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작품들은 소위 대중성이 강한 작품들이다. 이러한 상황은 왕삭을 논의할 때 왕삭현상이라는 문화적 평가 잣대가 작 가나 텍스트에 선행한다는 것을 반증한다. 3) 陳 思 和 ㆍ 李 平, 中 國 當 代 文 學, 中 央 電 大 出 版 社, 2000 年. (여기에서는 李 平 主 編, 中 國 現 當 代 文 學 專 題 硏 究 - 作 品 講 評, 387쪽 재인용한 것임.) 4) 李 平 主 編, 中 國 現 當 代 文 學 專 題 硏 究 - 自 學 指 導, 213쪽.
王 朔 의 動 物 凶 猛 일고찰 217 2. 나 의 기억 속으로 동물흉맹 은 특색있는 작품이다. 調 侃 (조롱, 비웃음, 조소), 嘲 謔 (희롱하고 농 담함), 沒 正 經 (단정치 못함), 反 叛 權 威 和 秩 序 (권위와 질서에 반발함) 5) 등으로 대표 되는 왕삭의 頑 主 계열 작품과는 시작부터가 다르다. 이러한 고향에 대한 갈망은 도시를 떠나본 적이 없는 도시인들에게 있어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이 부럽다. 그들의 기억 속에는 언제나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아련한 시골 정서가 묻어 있다. 그 기억들이 설령 가난과 배고픔에 찌든 산간벽지의 척박함뿐이라 해도, 원할 때면 언제라도 미음의 공허를 메울 수 있는 공간으로 자신의 고향을 떠올리며 삶의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6) 작품은 이렇게 어린 시절 개인의 기억에 대한 집착에서 시작되는데, 이는 90년 대 소설 서사의 한 특징인 개인의 파편화된 기억에 관한 글쓰기 와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7) 그리고 이러한 기억에 관한 집착은 이후 텍스트 끊임없이 등장하며 독자를 혼돈스럽게 한다. 물론 이러한 기억과 회고 그리고 서사 태도상의 솔직함 이 이 작품만이 갖는 묘미라 할 수 있겠는데, 70년대 당시 소년시절 자신의 모습에 5) 溫 儒 敏, 위의 책, 321쪽. 6) 3쪽. (이상 원문 번역 및 쪽수는 손소라, 햇빛 찬란한 날들, 고려대학교 인문정보대학원, 중국어번역학, 2002년. 따름.) 7) 陳 曉 明 은 90년대 소설 서사의 종말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징후로 개인의 파편화된 기억에 관한 글쓰기를 제안한다. 90년대 소설 속에 나오는 개인들의 기억찾기 여정은 고 향 혹은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라는 공통된 패턴을 가지고 있다. 영화화한 햇빛 찬란한 날들,에서 그렇듯이 (문화대혁명 이라는) 거대서사로의 역사는 사춘기 성애의 탐닉에 빠 진 어린 소년의 추억어린 비행행각에 대한 회고적 이야기 뒤에, 배경으로 깔린 찬란한 햇빛으로 탈색된다. 이러한 노스탤지어 패턴을 진효명은 개인의 기억과 역사의 기억이 분열된 방식으로 진행됨으로써, 개인의 기억이 역사의 기억에 균열을 내는 과정으로 설 명한다. 90년대 소설에 나타난 향수에 젖은 개인들의 추억찾기가 말해주는 것은 개인이 더 이상 역사의 기억 속으로 개입해 들어갈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불가능성으로 인하여 역사의 완결된 기억이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백지운, 포 스트모더니즘 시대 중국 지식계의 문화 담론, 중국현대문학 29집, 3쪽.)
218 중국학논총 22집 대한 회고에서 출발하면서도 줄곧 현재에서 과거로의 반추를 통해 이야기를 재구 성 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로 인하여 이 작품에는 근대적 서사에서의 시간 개념은 붕괴되고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새로운 세계가 열리게 된다. 이는 현재를 과거, 미래와의 연결 속에서 파악함으로써 사물의 정수를 파악하고자 한 프루스트의 견 해와도 상통하는 부분이다. 8) 이러한 시간의 자유로운 경계 허물기는 무시간성으로 설명될 수 있으며, 무시간 성은 순간 의 추구와 이어진다. 다시 말해 텍스트에서는 과거와 현재 시간의 경계 가 허물어지고, 근대적인 순환적 시간관은 붕괴되며, 텍스트 대목의 순간에만 집중 하면 되는 것이다. 언어의 끝없는 기표로서의 기능(언어 엔트로피- 語 熵 )과 욕망 의 분출은 현대적 글쓰기의 특징인데, 양자는 순간을 추구하는 서사방식을 통해 통일된다. 이는 중국 포스트모더니즘 텍스트 속에서 발견되는 경향이다. 중국의 포스트모더니즘은 언어 가운데 존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 언어 속에서 무 시간성의 돈오의 흔열을 찾고자 한다. 는 張 頣 武 의 지적은 텍스트에서 나타나는 직선적 시간의 붕괴를 적절히 설명해 준다. 9) 여기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진효명이 지적한 대로, 직선적 시간관의 붕괴를 통해 기억해 내는 이야기가 역사의 기억이 아니라 개인의 기억 이라는 점이다. 이 에 대해서는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할 수 있겠는데, 첫째는 왕삭의 서사를 비판적 맥락에서 읽어내고 있는 戴 錦 華 가 일찍이 지적했듯이, 개인서사 이면에 잠재되어 있을 또 다른 (시장자본주의를 지향한다는 맥락에서) 거대서사의 위험성이다. 그 녀에 의하면 상품사회 행위의 가치 체계를 합법화하고 상식화하고 있는 왕삭의 서사야말로 가장 이데올로기적이라 할 수 있는, 포스트모던 시대의 또 하나의 거 대서사이다. 10) 둘째, 개인의 기억이 역사의 기억에 균열을 냄으로써 역사의 완결 된 기억의 존재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집체담론 8) 프루스트는 보존된 기억을 붙잡아 둘 수 없다는 견해에 대항하여 자발적 기억(involuntary memory)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러한 시간관은 이후 들뢰즈 등에 의해 계승된다. 9) ( 張 頣 武, 在 邊 緣 處 追 索 - 第 三 世 界 文 化 與 當 代 中 國 文 學, 時 代 文 藝 出 版 社, 1993, 107-111쪽 참 조 한 것임.) 張 頣 武 는 王 朔 의 포스트모더니즘적 특징을 허무성과 광환 속의 순간적 향락으 로 정리하고 있다. 10) 戴 錦 華 著, 이현복 성옥례 역, 무중풍경, 산지니, 2007, 230-247쪽 참조.
王 朔 의 動 物 凶 猛 일고찰 219 으로부터 개체담론으로의 전향은 문학 다원화 시기의 보편적 특징으로 왕삭 개인 의 특수성으로 볼 수는 없다. 첫 번째의 경우, 중요한 지적이긴 하나 적어도 왕삭 텍스트 제반에 적용시키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가령 동물흉맹 에 등장하는 주인공 자아를 시 장경제 맥락에서의 물질적 자아로 볼 수 있는가는 의문이다. 11) 작품 첫머리 시골 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작품을 관통하는 자아는 시장경제 주체로서의 자아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적어도 이 작품에서 나 에 기억 속에 은장되어 있는 시장자본주의로의 지향 의지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아울러 두 번째의 경우로 왕삭을 본다면, 텍스트에 나타나는 개인담론을 보편적 을 띤 시대적 산물로 간주하게 된다. 그리하여 왕삭을 하나의 역사적 필연성 맥락 에서 이해하게 되어, 왕삭이 아니라 해도 그와 같은 인물은 얼마든지 나왔을 것이 라는 식의 태도 12) 로 왕삭을 이해하는 데 머물게 된다. 그러나 동물흉맹 만 두고 볼 때, 왕삭은 하나의 사회적 현상을 넘어, 작가와 작품의 가치를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언어적 기교에서 찾아볼 있다. 조롱( 調 侃 ) 13) 은 왕삭의 대 표적인 특징으로 자주 지적되어 왔기에 새로운 것은 없다. 그러나 본고에서는 동 물흉맹 이 조롱을 사용하고 있다는 그 자체 보다는 개인의 기억에 관한 서사를 하는 과정에서 조롱의 방식을 사용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동물흉맹 의 주요골자는 건달형( 痞 子 ) 주인공들의 행인에 대한 조롱과 무력충 돌, 무력행사의 일상화 패턴이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을 단순한 한담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힘겹게 기억해낸 개인의 이야기라는 데 있다. 따라서 그 조롱의 의미 를 역추적해 본다면, 특정 배경을 초월하는 실존적 맥락에서의 주체의 고독감을 엿볼 수 있다. 14) 해학과 조롱하기 이면에 내장된 개체 본연의 고독과 근심에 착안 11) 戴 錦 華 에 의하면 王 朔 소설에는 혁명적 역사의 기억을 개인화시킴으로써 자아를 등장시키 는데 이때의 자아는 추상적 자아가 아니라 90년대 거대서사를 구성하는 주체로서의 자이 다. 중산계급이라는 상상된 거대집단을 불러 세우는 시장경제의 메카니즘이 이러한 자아의 물질적 정체이다. (백지운, 위의 논문, 16쪽 참조.) 12) 李 平 主 編, 中 國 現 當 代 文 學 專 題 硏 究 - 自 學 指 導, 213쪽. 13) 앞으로는 調 侃 을 조롱, 혹은 조롱하기 로 통일하고자 한다. 14) 王 朔 의 인물들은 대부분 기존질서를 비판, 부정, 반발하는 모습을 보여주나, 대부분 농담 ( 玩 笑 )과 언어를 통해 외부에서 진행하고 있기에 우리는 그 내부에 있는 고민 들을 보기
220 중국학논총 22집 하여 볼 때, 기억 저편 조롱의 의미는 텍스트 독해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개체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서 기인한 공허함( 失 重 感 )을 느끼는 그러한 고독한 개인의 구현이란 가능성을. 왕삭은 일종의 閑 話 (잡담, 여담, 한담, 쓸데없는 말)를 사용하여 이데올로기를 해소하고 있는데, 매우 폭발적이고 작렬하다. 15) 는 지적 역시 같은 맥락에서 조롱 하기의 의미를 재고한 결과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공허함은 텍스트에서 진실과 허위 사이를 넘나드는 과정을 통하여 더욱 확연히 부각된다. 3. 진실과 허위 사이에서 텍스트는 어른인 나가 우연히 과거를 회상하면서 과거의 기억을 하나씩 떠올리 는 것에서 시작한다. 문혁 시기 열쇠따기가 취미이며, 건달패거리 같은 모임을 일 삼던 나, 사진 속의 소녀에 대한 흠모 등 첫사랑에 대한 묘사에 이어, 친구를 대신 해 벽돌로 옆 동네 친구를 찍어버리는 소영웅 행위로 나의 미란과의 관계가 진전 되는 득의양양한 모습과 고진과 미란사이의 삼각구도 등이 잔잔하게 묘사된다. 이 후 나는 미란을 범하고, 벽돌로 찍힌 아이에 의해 보복구타를 당한다는 놀라운 사 건도 발생한다. 그러나 위의 서술 방식은 중간중간 작가의 개입으로 진위 여부에 의구심을 품게 되고 텍스트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에 대해 독자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진실한 열망으로 풀어나가려던 이 이야기는 내 거대하고 강한 의지로 온통 거짓 말로 변해버렸다. 나는 더 이상 어느 것이 진실이고 정말 발생했는지, 어느 것이 거 짓이며 없는 것을 날조해 냈는지 확언할 수 없다. 16) 힘들다. 이런 요인의 결핍으로 인해 그는 쉽게 대량생산과 복제를 하고, 소비과정을 가속화 시켰다. ( 溫 儒 敏, 위의 책, 322쪽.) 15) 張 頣 武, 위의 책, 109쪽. ( 張 은 王 朔 의 포스트모더니즘적 특징을 허무감이라 보고, 그 의의를 사적영역의 공개를 통한 개인 담론( 隱 私 化 )에서 찾고 있다.)
王 朔 의 動 物 凶 猛 일고찰 221 이처럼 진실을 되살리려는 처음 의도와는 달리, 이야기는 온통 거짓말로 변해버 려, 과거의 진정한 회복은 불가능하게 된다. 실로 동물흉맹 은 한 개인의 회상 속에서 과거의 훼손이 일어나고 있는데, 지금 와서 이를 회복할 방법은 거짓말에 불과하다. 과거에 존재했던 진실을 되살려 내려 시도하지만, 그 시도는 처음부터 결코 성공하지 못하도록 정해져 있었다. 17) 작중화자 나는 과거의 몇몇 단편 이미지를 중심으로 하여, 아름다운 과거를 만 들어내려 하지만, 미란과의 사랑, 친구들과의 우정, 패싸움은 거짓이거나 왜곡에 불과하다. 나는 미란과 친하게 지낸 적도 없으며 모스크바 식당을 가본적도 없고, 심지어 어쩌면 그 해 여름 어떤 일도 발생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처럼 서술자 자체가 이미 거짓임을 여러 번 서술하면서 텍스트는 마치 개인이 상상한 환상의 세계가 되어 버린다. 이러한 거짓말이 갖는 의미는 작가의 문학적 철학적 동기와 맥을 함께 한다. 작품의 주요 배경이 되는 곳은 군대 집단 거주지인 大 院 인데, 그 곳은 주로 어른 들이 외지로 근무로 가 어른들은 부재한 아이들만의 자유로운 공간이 된다. 이들 은 어른이 질서가 부재한 이 공간에서 자유로이 노닐고, 싸우고, 열쇠따기 18) 를 한 다. 그들의 부모는 항상 대립하는 입장으로 출현하거나 그들의 자유행위를 억제하 고, 괴롭히는 인물로 등장하며, 자유로운 개체는 그 어떤 원칙도 없고, 그 어떤 강 령도 없으며, 완전히 개인의 취향에 의해 모여 상대방의 이미지 속에서 자신을 발 견한다. 그들은 게걸스럽게 술을 마시며, 마작 따위를 하며, 막무가내로 말하니, 그 들이 생활하는 곳은 무경계의 지점이라 할 수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 전통적인 도덕과 규칙은 이미 효력을 상실하였고, 의식적으로 법칙을 위반하는 행위로 기존 원칙을 아무 쓸모가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하지 만 그들이 선택한 생활 방식 역시 그들에게 어떤 의미를 제공한 적 없다. 물론 그 들 자신도 애초부터 그 어떤 의의를 찾으려고 시도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늘 그렇 16) 90쪽. 17) 최재용, 王 朔 소설 연구,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6, 80쪽. 18) 열쇠따기를 즐긴다는 것은 곧 금기와 터부로부터의 자유의 상징이라 할 수 있겠다. ( 張 永 峰, 自 由 的 困 境 - 讀 王 朔 的 小 說 動 物 凶 猛, 濰 坊 學 院 學 報, 2005 年 3 期.)
222 중국학논총 22집 게 고민을 품고 의미를 찾는 행위에 대하여 멸시와 조롱의 눈길을 보냈다. 그들에 게 있어서 최고의 생존경계는 바로 가볍게 사는 것 이다. 19) 이처럼 텍스트에 나타나는 자유자재의 거짓말은 기존질서의 억압을 부정하며, 그 해방 안에서 모종의 쾌감을 얻어내는 자유에 대한 갈망을 보여준다 할 수 있겠 다. 인간의 원시적 본능에 충실한 동물성의 분출, 이른바 사나운 동물들이 활보하 는 세계 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허구를 통한 진실 추구라는 역설이 성립 된다고 할 수 있겠다. 왕삭이 王 安 憶 의 紀 實 與 虛 構 를 매우 좋아했다는 것 20) 역시 이를 입증해 준다. 마치 그토록 사랑한다고 믿었던 미란을 문 뒤에 붙어 있는 삼양 표 달력의 소녀와 연결시킬 수 있는 것, 그러한 식의 형상이 바로 왕삭 작품에 나 타나는 거짓인 것이다. 동물흉맹 에는 (문혁으로 대표되는) 좌절과 시련의 시기 를 해소하기 위해 로맨스, 21) 그리고 사실과 허구의 뒤섞임이라는 포스트 모더니즘 적 요소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할 수 있다. 여기에서 한 가지 더 언급할 것은 작가 자신의 개입을 통해 피력되는 문학에 대한 견해이다. 왕삭은 과거를 회복하려 하나 그 시도가 허망하게 좌절되고 마는 과정에서 그 좌절 원인을 문학으로 돌리고 있다. 지금 당장 문학이라는 이 사람을 속이는 직업을 때려 치지 않는 이상 난 계속 거 짓말을 할 수밖에 없어. 단지 이번 한번쯤 진실해진다고 해서 무슨 가치가 있단 말 이야? 그래봤자 내 앞길을 망치는 것밖에 아닌걸. 내 밥그릇을 차버리면 날더러 무 엇을 먹고 살라는 거야? 난 마누라랑 애들이 있고 여든이나 되신 부친도 있어. 나 는 내 생애에 있어 가장 개척정신과 창조력이 풍성했던 청춘시절을 모두 문학에다 바쳤으니 이제 와서 딴 사람이 되려 해도 늦었어. 내가 이제 몇 년이나 더 살겠어? 난 이제 계속 거짓말하는 사람들의 처지를 너무나 잘 이해할 수 있어. 진실한 사람 이 된다는 건 정말 어렵군. 좋아. 이렇게 하기로 하지. 진실 따윈 잊어버리자고. 난 내가 할 수 있는 한 거짓말을 끝까지, 그것도 멋지게 할 거야. 거기다 약간의 계몽 19) 温 儒 敏, 위의 책, 214쪽. 20) 李 平 主 編, 中 國 現 當 代 文 學 專 題 硏 究 - 作 品 講 評, 386쪽. 21) 왕삭은 상품소비문화 사회에서 권력담론과 엄숙문학의 안티테제로 성묘사에 주력하였다 할 수 있다. (박정원, 중국당대문학과 외래영향, 中 國 現 代 文 學 25, 27쪽.) 다만 동물흉 맹 의 경우 문혁기 햇빛 찬란한 날들로 대표되는 풋풋한 소년기 로맨스로 그려지는 바, 상품소비문화를 염두한 왕삭의 여타 작품과는 차별점이 있다 할 수 있다.
王 朔 의 動 物 凶 猛 일고찰 223 적이고 교육적인 의도도 가질 수 있다면 좋겠지. 내가 당신에게 보여줄 수 있는 유 일한 진실함은 바로 당신에게 이 점을 알려주는 거야. 난 또 거짓말을 할꺼야. 22) 지금까지 이야기는 문학이기 때문에 거짓말이며, 문자와 기억 두 가지는 텍스트 속 나를 속였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그가 거짓말을 문학의 본질로 상정하고 있다 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23) 그는 약간의 계몽적이고 교육적인 의의 를 보여 줄 것 처럼 이야기하지만 오히려 그 선언 이후 이어지는 것은 순수한 폭력과 저질스러움 이다(상상속 미란 강간, 왕따 등). 이러한 결말은 문학에 대한 강렬한 부정으로 볼 수 있다. 즉 문학임이 밝혀지지 않았을 때 드러나던 아름다운 과거는 내가 진행하 는 회상이 문학임이 밝혀진 이후에 급속도로 붕괴된다. 24) 이러한 문학을 화두로 한 거짓말에 대한 왕삭의 의견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그 가 문학과 작가에 대해 이렇게 조롱 풍자하는 것을 업으로 삼은 것은 그의 내면에 지식인에 대한 공포와 반감이 내장되었기 때문이며, 또 하나는 기존 사회질서에 대한 반항적 태도 때문이다. 일례로 왕삭은 魯 迅 을 비판하였지만 정작 그가 비판 한 것은 노신이 아니라, 엘리트계층 계몽담론의 허위성을 비판하고자 한 것을 들 수 있다. 왕삭은 우리에게 노신식(아큐, 광인, 공을기 같은) 반면적 인물을 소조해 주고 있으니, 어떤 맥락에서 보면 그는 중국 현대문학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25) 노신이 그린 형상들 역시 당시 사회에서는 반면적 인물로, 왕삭이 그린 주변인의 형상과 분명 맞닿는 부분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동물흉맹 에서의 거짓말하기 구조는 진실과 허구 사이를 22) 90-91쪽. 23) 테리이글턴은 프로이트를 인용하면서, 문학작품이 의식적 노력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꿈보 다는 농담 에 가깝다고 본다. (테리이글턴, 문학이론입문, 창작과 비평사, 1989년, 221쪽.) 본 작품에서 나타나는 거짓말구조의 의미를 제고해볼 때, 거짓말을 문학의 본질로 보는 것 과 농담을 문학의 본질로 보는 것은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겠다. 24) 진실과 과거는 진지하게 추구되나, 그 진지함은 냉소와 자조적 태도로 부정된다. 그런 맥락 에서 동물흉맹 은 진실에 대한 추구와 좌절을 그린 작품이라 보는 견해는 타당할 수 있다. 마치 여든이나 된 부친과 밥그릇을 핑계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독자를 설득하는 화자의 모습에서 작가로 대변되는 지식인에 대한 조롱의 어투를 느낄 수 있다. (최재용, 위 의 논문, 81쪽.) 이러한 지식인에 대한 조롱은 기존권력담론에 대한 조롱으로 볼 수도 있으 며, 한편으로는 지식인(문학인)인 자기에 대한 조롱(자기반성)으로 볼 수도 있다. 25) 李 平 主 編, 中 國 現 當 代 文 學 專 題 硏 究 - 自 學 指 導, 217쪽.
224 중국학논총 22집 배회하는 모순된 자기 심리로 볼 수 있다. 또한 기존 질서와 가치관에 대한 왕삭의 도전심리에서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으며, 나 의 문제에 대한 작가 나름대로의 이해와 재구축을 염두한 창작방식이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26) 주목해야 할 또 한 가지는, 이러한 과거와 현재, 진실과 허위 사이를 넘나드는 이야기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 북경이라는 점이다. 4. 大 院 에서의 추억 텍스트는 문혁기 북경에서의 일을 추억하면서, 진실과 허위 여부를 모호하게 착 종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처럼 과거를 회상하고 추억하는 서사방식은 90 년대 소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정형화된 패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른바 노스탤지어붐( 懷 舊 熱 ) 이라는 정형화된 패턴에서 중요한 타겟은 上 海, 그것도 3-40 년대 번화한 상해이다. 이러한 원인은 중국에서 노스탤지어붐이 현대화 프로젝트에 대한 질의와 함께 시작된 것에서 비롯된다. 노스탤지어( 懷 舊 )는 직선적 시간관 및 과거와 현재의 대 비가 뚜렷한 환경에서 가능한, 현대성 속 문화충돌로 인한 반응 으로 현대성이 야 기한 징후라 할 수 있다. 27) 과거 상해를 노스탤지어의 대상으로 보는 당대문학 이 면에는, 아시아 제1도시로서의 상해에 대한 자부심과 현재에 대한 불만족, 그리고 완벽한 현대성에 대한 갈망 등의 심리가 혼합되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28) 이처럼 당대 중국인의 심리 속에 노스탤지어는 대부분 상해, 그것도 화려한 과 거의 상해를 노정한다. 29) 그러나 왕삭 텍스트 속 과거 추억하기는 이러한 주류( 上 26) 徐 志 偉, 批 評 範 式 的 危 機 - 從 王 朔 近 年 的 批 評 文 學 談 起, 小 說 評 論, 2002 年 4 期. 27) 劉 永 麗, 上 海 懷 舊 - 對 一 種 完 美 現 代 性 的 向 往, 當 代 文 壇, 2006 年 3 期. 28) 상하이 노스탤지어는 포스트모더니즘과 전지구화에서 문제적인 역사성, 지역성, 국가의 문제와 긴밀한 관련관계에 있다. (이에 대해서는 박자영, 상하이 노스탤지어 - 중국 대도 시 문화현상사례와 관련담론분석, 중국현대문학 30집 에서 자세히 논의되고 있음.) 29) 상상된 노스탤지어( 想 像 的 懷 舊 )는 90년대 중국인에게 상상된 중국역사로의 기억의 상을 제
王 朔 의 動 物 凶 猛 일고찰 225 海 懷 舊 )의 것과는 다른 北 京 懷 舊 의 면모를 보인다. 바로 동물흉맹 에서는 북경 그것도 문혁시기 大 院 30)을 노스탤지어의 정점으로 두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왕삭이 老 舍 등의 京 味 를 계승하고는 있지만 胡 同 으로 대표되 는 京 味 라기보다는, 大 院 등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는 일종의 도시유행어로 도시대중문화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31) 는 温 儒 敏 이 지적 역시 중요한 언급이라 생각된다. 나아가 여러 평론에서 언급하고 있든, 왕삭이 京 味 를 계승하면서도 그들과는 차별화를 보인다는 점에서 新 京 味 라는 개념 역시 가 능할 것이다. 新 京 味 작가로 왕삭을 언급하면서 함께 지적되어야 할 부분은 그의 북경 건달 들의 담론( 北 京 痞 子 話 語 ) 이다. 다시 말해 왕삭의 新 京 味 언어는 기존 京 味 파와는 달리 어떠한 도덕적 기능을 하지 못하며, 기존 가치관을 부정하고 유희적 생활 속 에서 일시적 쾌감획득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언어는 중국의 역사적 언어환경 ( 語 境 )과 문화적 전환기라는 균열을 틈을 타고 탄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32) 이러 한 시각에서 본다면 왕삭은 일반 京 味 와는 달리 북경 구어화라는 언어책략을 통하 여 철저한 해체의 기능을 성취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러한 해체의 역할은 왕삭의 완주계열 작품들의 보편적 특징으로 볼 수는 있겠으나, 동물흉맹 의 궁극적 의미로 볼 수는 없다. 바로 이 점을 규명해 내기 위해서 문혁기 大 院 이 가지는 의미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大 院 에서의 추 억은 현재와 과거, 그리고 사실과 허구가 소통하는 텍스트의 궁극적 종착점이다. 비록 텍스트는 표면적으로 소년의 자질구레한 일상을 묘사함으로써 거대한 역사 를 햇빛 찬란한 소년의 날들로 덧칠해 버리지만, 大 院 이라는 역사적 공간을 상정 하고 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공하면서 중국의 중요한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 戴 錦 華, 隱 形 書 寫, 江 蘇 人 民 出 版 社, 1999.) 30) 여기에서 大 院 은 여러 집이 한 마당에 모여 사는 뜨락인 大 雜 院 이 아니라 공화국의 성립에 의해, 단위를 주요 거주구역으로 하여 형성된 주택단위를 가리킨다. 왕삭은 군대의 大 院 이 나 현대식 층집( 樓 房 )을 주요 서술공간으로 삼고 있다. ( 温 儒 敏, 위의 책, 326쪽.) 31) 温 儒 敏, 위의 책, 326-629쪽. 32) 董 志 民, 論 王 朔 的 新 京 味 兒 語 言 及 文 化 内 涵, 石 家 庄 學 院 學 報, 2005 年 4 期 를 참조, 정리한 것임.
226 중국학논총 22집 왕삭은 大 院 에서 성장하여 어려서부터 혁명담론의 영향을 받은 작가이다. 그의 언어에는 강렬한 혁명적 언어가 내재되어 있으며, 그의 북경에 대한 기억은 단순 히 북경이 아닌 북경 大 院 에 대한 기억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大 院 에서 배운 북경 어는 왕삭식 조롱하기를 창조하는 밑거름이기에, 그의 언어는 홍위병 시대 혁명담 론에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그의 조롱의 의미는 첫째, 자신이 창조 한 언어속에서 상상적 혁명전통을 지향하는 방식으로 권위 일체를 부정하는 것, 둘째,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기의 홍위병시절의 기억을 부활시켜, 새로운 언어환경 속에서 상상된 혁명을 창조하는 것. 33) 이라 볼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상상된 혁명 은 왕삭이 문혁에 동참한 홍위병이 아니라, 문혁을 낭만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紅 小 兵 이었기에 가능했다는 지적 역시 흥미롭다. 34) 이를 통해 볼 때 동물흉맹 에서 나타나는 大 院 에서의 추억은 紅 小 兵 으로의 자 아의 문혁기 기억과 상상의 반복된 과정일 수 있다. 이처럼 문혁기 개인의 추억을 힙겹게 기억하고 상상해내고 있다는 것은,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보고자 하는 작가 의 노력의 결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35) 이는 이데올로기와 오리엔탈리즘의 유산 과 시장의 힘까지, 문혁의 현재 재현을 형성하는 데 이바지했다는 딜릭의 비판적 지적에 비추어 볼 때, 분명 어둠의 시선으로 문혁을 스케치하려 한 일부시선과는 다른 차원의 기억이라 할 수 있겠다. 36)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동물흉맹 은 문혁의 상처 나아가 인간 본연의 아픔을 그려보고자 하는 성장소설과도 연계되는 부분이다. 37) 분명 이 작품은 강호의 재건 33) 王 一 川, 想 像 的 革 命 - 王 朔 與 王 朔 主 義, 文 藝 爭 鳴, 2005 年 5 期. 34) 王 一 川, 위의 논문, 28-30쪽. (왕삭은 58년 생으로 문혁이 발발했을 때 8세에 불과했다. 따라 서 그에게 있어 문혁은 정말로 햇빛 찬란한 날일 수도 있다.) 35) 전통적 京 味 작가는 북경의 胡 同 으로 대표되는 북경어를 사용하고 있다면, 왕삭은 大 院 으로 대표되는 북경어를 사용하고 있다. 老 舍 는 엘리트문인의 입장에서 제3자의 시선을 보이고 있다면, 왕삭은 大 院 식 북경어를 통해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내고 있다. ( 王 一 川, 위의 논문, 32쪽.) 36) 아리프 딜릭, 황동연 역, 포스트모더니티의 역사들, 창비, 2005, 78쪽. (이 책의 역사와 기억 속의 혁명들 에서는 문혁에 대한 기억의 재현 문제를 탈식민주의적 관점에서 고찰하 고 있다. 역사적 관점에서의 논의이지만 혁명의 기억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는 점에서 계발받는 부분이 많다. 37) 曹 文 軒 이나 畢 飛 宇 등의 작품에서는 성장소설로의 포스트모더니즘적 특징이 농후하나, 그 들보다 앞서 창작된 왕삭의 작품은 이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할 수 있다. 다
王 朔 의 動 物 凶 猛 일고찰 227 을 통해 근대 중국을 상상하려 했던 金 庸 식의 상상이나, 법으로부터 일탈한 사람 대 국민국가라는 대립틀을 구축하여 민간적 힘을 통한 국민국가의 해체를 보여주 는 莫 言 식의 상상과는 다르다. 38) 작품에서는 인민의 기억에 집착하는 과정에서, 39) 본래 지니고 있던 혁명담론은 개인의 기억에 대한 세부묘사(디테일화)에 의해 해 소되는 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 아울러 이는 紅 小 兵 출신의 시선에서 처리되었다는 점에서 비생산적 상상이라는 혐의를 면할 수 있을 것이다. 5. 나가며 본고에서는 동물흉맹 을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일반적으로 대중 상업문화와의 연계점 속에서 왕삭을 보려 하는 태도를 반추하는 차원으로 논의를 진행하였다. 그 과정에서 나 의 기억을 추억하는 텍스트의 서사방식에서, 이면에 내장된 개체 의 실존적 자아에 대한 고민과 허무의식을 읽어낼 수 있었다. 또한 진실과 허위(거 짓말)가 착종되는 방식을 통하여 작가의 자유에 대한 갈구 및 기존 가치에 대한 전복 의지를 읽어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추억하기와 거짓말하기가 이루 어지고 있는 장소가 북경 大 院 임에 착안하여, 강렬한 혁명 언어가 北 京 痞 子 話 語 의 방식으로 해소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이상의 논의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왕삭 텍스트는 다양한 해석이 공존하는 장으 로 기능할 수 있다. 이러한 가능성은 아와 속의 경계, 엄숙문학과 통속문학의 경계 가 붕괴되는 양자 소통의 문학 풍토의 분위기를 입증한다고도 할 수 있겠다. 아울 만 문혁을 단순히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적으로나마 재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대 로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백지운, 시장과 전장 - 중국 성장소설의 포스트모던적 징후, 한국중국현대문학학회 2007년 전국대회 논문. 76-81쪽 참조 정리한 것임.) 38) 유경철, 金 庸 武 俠 小 說 의 中 國 想 像 硏 究, 서울대학교 박사논문, 2005. 및 이욱연, 新 時 期 文 學 속의 民 間 과 國 家, 中 國 語 文 學 誌 12, 2002. 참조. 39) 張 頣 武 는 90년대 문학에서 인민기억의 발굴과 탐색의 중요성을 피력한다. 그는 불안정한 80년대에서 평화로운 90년대 문화로의 전환 과정에서, 전통으로의 回 返 담론이 부상하게 됨 을 지적한다. 이때의 回 返 이란 세속적 일상생활에서의 자질구레함과 흩어짐( 零 散 )을 통한 순응과 동일시를 의미한다. ( 張 頣 武, 위의 책, 89쪽.)
228 중국학논총 22집 러 특정 작가를 상업 대중문화라는 틀에 끼워 맞추기 식으로 이해하는 것의 위험 성을 반증하는 셈이기도 하다. 분명 왕삭의 전반적 경향을 두고 볼 때, 상업 대중문화와 불가분의 관계망에 놓 여 있는 작가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대중문화, 매체, 상업성, 시장경제, 영화산업 의 망 속에서 중국 작가를 살펴보는 데에는 무리인 면이 있다. 중국 대중문화 발전 과정의 특수성은 대중문화의 틀로 텍스트를 살펴보는 것의 지난함을 보여준다. 40) 따라서 왕삭을 상업 대중문화와의 연계 속에서 이해하고자 한다면, 이에 대한 검 토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물흉맹 에서 보여주는 작품 경향의 변화는, 왕삭 자신 역시 가벼움에서 엄숙 함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그의 내면의 초조함과 고민을 보여준다. 이러한 문제 까지 함께 고려해 볼 때 진정 왕삭 및 중국 대중문화에 대한 이해가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본고에서 행한 작업은 왕삭을 대중문화로 접근하는 것에 대해 부정하려는 이유에서가 아니라, 좀 더 대중문화 속에서의 왕삭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한 이유에서 행한 초보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 < 參 考 文 獻 > 戴 錦 華, 隱 形 書 寫, 江 蘇 人 民 出 版 社, 1999. 溫 儒 敏 ㆍ 趙 祖 謨 主 編, 中 國 現 當 代 文 學 專 題 硏 究, 北 京 大 學 出 版 社, 2002. 李 平 主 編, 中 國 現 當 代 文 學 專 題 硏 究 - 自 學 指 導, 北 京 大 學 出 版 社, 2003. 李 平 主 編, 中 國 現 當 代 文 學 專 題 硏 究 - 作 品 講 評, 北 京 大 學 出 版 社, 2004. 張 頣 武, 在 邊 緣 處 追 索 - 第 三 世 界 文 化 與 當 代 中 國 文 學, 時 代 文 藝 出 版 社, 1993. 40) 90년대 소비문화의 발흥은 경제적 사건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사건으로, 소비주의문화는 대 중의 일상생활에 침투하여 현대 이데올로기의 재건 과정을 완성시키고 있다. 그러나 관변 문화와 대중문화를 이원대립적 관계로 보는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은, 중국 특유의 시장 경제 건립과 함께 양자가 모호하게 착종되어, 대중문화와 이데올로기 구축의 관련성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는 왕휘의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왕휘, 이희옥 역, 중국적 전통 과 도구적 극대성 - 세계화 속의 중국, 자기 변혁의 추구, 당대비평11, 2002, 266-267 쪽 참조 정리한 것임.)
王 朔 의 動 物 凶 猛 일고찰 229 張 永 峰, 自 由 的 困 境 - 讀 王 朔 的 小 說 動 物 凶 猛, 濰 坊 學 院 學 報, 2005 年 3 期. 徐 志 偉, 批 評 範 式 的 危 機 - 從 王 朔 近 年 的 批 評 文 學 談 起, 小 說 評 論, 2002 年 4 期. 董 志 民, 論 王 朔 的 新 京 味 兒 語 言 及 文 化 内 涵, 石 家 庄 學 院 學 報, 2005 年 4 期. 王 一 川, 想 像 的 革 命 - 王 朔 與 王 朔 主 義, 文 藝 爭 鳴, 2005 年 5 期. 손소라, 햇빛 찬란한 날들, 고려대학교 인문정보대학원, 중국어번역학, 2002. 유경철, 金 庸 武 俠 小 說 의 中 國 想 像 硏 究, 서울대학교 박사논문, 2005. 최재용, 王 朔 소설 연구,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6. 테리이글턴, 문학이론입문, 창작과 비평사, 1989. 대금화, 이현복 성옥례 역, 무중풍경, 산지니, 2007. 아리프 달릭, 황동연 역, 포스트모더니티의 역사들, 창비, 2005. 왕휘, 이희옥 역, 중국적 전통과 도구적 극대성-세계화 속의 중국, 자기 변혁의 추구, 당대비평11, 2000. 이욱연, 新 時 期 文 學 속의 民 間 과 國 家, 中 國 語 文 學 誌 12, 2002. 박정원, 중국당대문학과 외래영향, 中 國 現 代 文 學 25집. 백지운, 포스트모더니즘 시대 중국 지식계의 문화 담론, 중국현대문학 29집. 박자영, 상하이 노스탤지어-중국 대도시 문화현상사례와 관련담론분석, 중국현대문학 30집. 백지운, 시장과 전장-중국 성장소설의 포스트모던적 징후, 한국중국현대문학학회 2007 년 11월 전국대회 논문. < 中 文 提 要 > 本 論 文 通 過 王 朔 的 小 说 動 物 凶 猛 的 硏 究, 其 目 的 對 於 把 王 朔 的 作 品 看 做 商 業 大 衆 文 學 的 社 會 現 象 作 一 種 反 省 本 論 文 首 先 分 析 了 主 人 公 追 憶 自 身 記 憶 的 敍 事 方 式, 幷 對 其 作 品 中 隱 藏 的 個 體 失 重 感 及 其 虛 無 意 識 作 具 體 分 析 之 後, 着 力 於 作 家 對 於 自 由 的 渴 求 和 對 旣 定 秩 序 的 顚 覆 意 志 這 種 被 認 爲 是 作 家 眞 實 與 虛 構 錯 綜 交 叉 描 寫 的 方 法 作 了 具 體 分 析 最 後 跟 王 朔 的 北 京 大 院 懷 舊 情 緖 同 一 般 的 上 海 懷 舊 作 了 對 比, 本 論 文 認 爲 王 朔 的 大 院 懷 舊 跟 其 紅 小 兵 作 家 的 體 驗 有 直 接 密 切 的 關 係 但 是 這 種 强 烈 的 革 命 語 言 在 動 物 凶 猛 中 被 北 京 痞 子 話 語 解 消 就 此 而 言, 我 們 可 以 找 到 王 朔 作 品 被 解 釋 的 多 樣 的 原 因, 同 時 這 種 原 因 反 過 來 可 以 證 明 王 朔 作 品 爲 中 國 當 代 文 學 中 雅 俗 工 賞, 嚴 肅 純 文 學 境 界 的 超 越 關 鍵 詞 : 王 朔 動 物 凶 猛 眞 實 與 虛 威 調 侃 大 院 懷 舊
230 중국학논총 22집 원고접수일 2007. 6. 8 심사일정 2007. 8. 13 1차수정 2007. 8. 28 게재확정 2007. 9. 10 출간 2007. 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