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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로아메리카 제15권 1호 [2013. 6] : 47~78 현대 쿠바의 정체성 형성과 혼혈의 패러다임*: 마르타 로하스의 반노예주의 소설 3부작을 중심으로 (Construction of Identity in Contemporary Cuba and the Paradigm of mestizaje: Trilogy of Antislavery Narrative of Marta Rojas) 1)송 병 선 (Song, Byeong-Sun) This article explores the Marta Rojas trilogy of antislavery narrative to elucidate that the Cuban Revolution has influenced and inspired an expression of Afro-Cuban identity. It means that this study focuses on contemporary Afro-Cuban cultural praxis after the collapse of the Soviet Union in 1989 and Cuba s subsequent plunge into deep economic crisis. Unlike the traditional Cuban antislavery narrative, El columpio de Rey Spencer (1993), Santa lujuria (1998) and El harén de Oviedo (2003) introduce a different perspective of history, in which the author presents previously marginalized characters in history as the blacks, women and West Indian groups as active agents in the formation of Cuban identity. <Abstract> * 이 논문은 2012년 정부(교육과학기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RF-2012S1A5A2A01018181)

48 이베로아메리카 제15권 1호 [Key Words: Cuba/ Antislavery Narrative/ Marta Rojas/ Identity/ Mestizaje] [주제어: 쿠바/ 반노예소설/ 마르타 로하스/ 정체성/ 혼혈] Ⅰ. 들어가는 말 현대 쿠바 문학에서 인종 문제에 접근한다는 것은 흑인/물라토의 존재 를 인식하고, 그들을 대상이 아닌 주체로서 살펴보며, 인종주의와 유럽 중심주의적 시각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문화와 문학에 서 아프리카의 영향을 분석하고, 흑인/물라토들이 공헌한 문화적 상상체 가 드러나지 않은 채 소외되고 왜곡되어 있다는 것을 의식하면서, 20세 기와 21세기 쿠바 문학에서 그들이 주체로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지 묻는 것이기도 하다. 로베르토 수르바노(Roberto Zurbano)는 흑인에 관한 이런 문제를 세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쿠바 인종의 복잡성과 쿠 바 사회와 문화에서 흑인/물라토들의 공헌과 위치, 즉 주도적 역할을 했 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가시화되지 않은 채 배제된 현상이다. 둘째는 쿠바의 정체성 구성에서 불가결한 요인이면서도 대부분의 비평과 이론, 그리고 역사 담론에 의해 왜곡되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많은 역사학과 문학비평 작품이 인종주의적 이데올로기의 전제 아래 그들의 존재를 제 대로 드러내지 않고 소외시켰다는 점에서 볼 수 있다. 셋째, 인종과 아 프리카계 쿠바의 개념 아래 작업한 사람들의 개념적, 인식론적, 이데올 로기적 한계뿐만 아니라, 그런 개념에 관한 논의를 하지 않거나 지연시 키는 최근의 신인종주의(2006, 111-112)도 고려해야 한다.

현대 쿠바의 정체성 형성과 혼혈의 패러다임 49 본 글의 분석 대상인 쿠바 작가 마르타 로하스 로드리게스(Marta Rojas Rodríguez)의 반노예주의 소설 3부작은 로베르토 수르바노가 언급한 세 가지 문제를 소설을 통해 형상화하고 있다. 즉, 19세기 반노예주의 소설 에 나타나는 인자한 노예제 와의 단절을 통해, 쿠바 국가정체성의 선구 자로서 흑인여성/물라타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아프리카인들이 음탕하 며 육욕적이라는 신화를 해체하며, 유럽 노예주의자들의 성폭력을 밝힘 으로써, 쿠바 혁명정부의 사상적 미학 사상에 부응한다. 그렇게 1990년 대에 촉발된 인종주의적 행동에 종지부를 찍으면서, 계급 없는 사회에서 는 인종주의가 존재할 수 없다는 혁명 정부 입장을 재생산한다. 다시 말 하면, 로하스의 작품은 혁명 정부의 목표와 문화적 전략의 수정에 따라 변화한 아프리카계 쿠바인의 정체성과 의식을 표현하고 있으며, 이는 정 체성과 사회정치적 변화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시사한다. 일반적으로 비평계는 이 3부작을 카리브 해의 문화변이현상 (transculturación)과 문화적 다양성에 초점을 맞추어 수용했다. 아마도 이 것은 카리브 해 문화연구에서 중요한 개념인 에두아르 글리상(Edouard Glissant)의 관계의 시학 이나 안토니오 베니테스 로호(Antonio Benítez Rojo)가 강조한 다양성 속의 통일성 같은 개념들 때문인 것 같다(Valero 2011, 184). 그리고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쿠바 정부가 국가를 문화적 민족적 공동체의 관점에서 다시 정의했으며, 그런 개념 아래서 인종 관 계와 쿠바 문화에서 인종의 역할에 대한 논의에 문을 열었다는 점도 고 려해야 한다. 그래서 1990년대 쿠바 문화와 이데올로기를 연구한 에르난 데스 레구안트(Hernández Reguant)는 혼혈 이데올로기와 그것과 관련된 혼합주의, 문화변이현상과 인종민주주의는 아직 위세를 떨치고 있다. (2009, 81)라고 지적한다. 본 글은 마르타 로하스의 반노예주의 소설에 나타나는 정체성과 사회

50 이베로아메리카 제15권 1호 정치적 변화와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우선 혁명 정부는 특별기간에 쿠바의 정체성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 작품들 속에서 쿠바 정체성 형성에 크게 공헌했으면서도 침묵을 지켜야만 했던 아프리카계 쿠바여인들이 어떤 주체로 형상화되는지 살펴보고, 그 작품 들의 여주인공들이 19세기 반노예주의 소설과는 어떤 점에서 차이를 보 이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로하스가 여성의 육체와 여 성의 욕망을 국가성의 상징으로 채택하면서, 어떻게 혼혈과 이주자들의 잊힌 역사를 재건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Ⅱ. 특별시기의 문화정책과 정체성의 변화 1990년을 전후로 동유럽의 사회주의가 몰락하고 소련이 해체되면서 쿠바는 사회경제적 위기를 맞는다. 이 시기는 공식적으로 평화 시기의 특별기간(Período Especial en Tiempos de Paz) 라고 명명된다(López- Cabrales 2008, 17). 이 기간에 쿠바정부는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1993년부터 미국 달러를 합법화하고, 자영업을 허용하며, 무엇보다 외국 투자를 장려하는 조치를 취해야만 했다. 1990년 초의 경제 붕괴는 쿠바 혁명의 승리 이후 30년이 지났지만 쿠바가 단일 수출품목과 단일 시장에 의존함으로써 강대국에 종속되는 현상은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또한 한때 완전히 제거되었다고 여겨졌던 혁명 이전의 사회 문 제도 다시 불거졌다. 매춘은 번성했으며, 소득 불균형과 사회적 불평등 은 확대되었고 범죄도 증가하기 시작했고, 오랫동안 떠나 있던 외국 회 사들이 다시 돌아와 그들의 존재를 확인시켰던 것이다(De la Fuente 2000, 199). 인종문제도 마찬가지였다. 쿠바 당국은 1960년대 초부터 인종차별이

현대 쿠바의 정체성 형성과 혼혈의 패러다임 51 쿠바에서 축출되었다고 주장했다. 비록 인종주의적 편견과 사고방식이 완전히 일소되지는 못했다고 인정했지만, 지배 담론은 그것들을 머지않 아 사라질 과거 자본주의의 잔재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런 문화적 이데 올로기적 잔재는 사적 영역에 한정된 것이기 때문에 사회에는 거의 영 향을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De la Fuente 2000, 200). 하지만 특별기간 을 맞으면서 이런 생각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인종 문제는 사라지 지 않은 채 쿠바 사회에서 의미 있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었고, 흑인/물 라토들의 능력과 지성, 외모 그리고 도덕성에 대해서 사회적 의문이 형 성되고 있었다. 이미 1990년대 중반에 쿠바는 쿠바 당국과 동조자들이 한때 주장했던 인종 천국이라고 주장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되어 있었다 (De la Fuente 2000, 200). 쿠바 정부가 특별기간 이라는 미명 아래 경제문제만을 비유적으로 표 현한 것과는 달리(Valero 2011, 52), 헤수스 구안체(Jesús Guanche)는 당시 의 복잡함을 이렇게 밝힌다. 1990년대 위기는 심각한 경제상황과 그로 인해 파생된 여러 사회적 정치적 함의 속에서 무엇보다도 불평등의 문 제를 부각시켰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제가 사회와 분리되어 있지 않 고 정치와는 더욱 그렇기 때문에, 어느 국가건 정부의 통치능력이 시험 대에 오릅니다. 그래서 경제 문제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진중하지 못한 태도입니다. (Guanche 2009) 한편 라파엘 로하스(Rafael Rojas)에 의하면, 마리펠리 페레스 스타블레 (Marifeli Pérez-Stable)는 특별기간을 재건 으로 정의하면서, 1992년부터 1997년까지를 경제정책 수정과 엘리트그룹의 정화가 이루어진 형성기이 며, 1997년부터 2002년까지는 공고기로 쿠바 정권은 경제개혁으로 사회 적 불균형을 감내해야했고, 시민사회가 확대되면서 지식인과 과거 엘리 트들에게 비판의 자유를 허락해야했으며, 반체제 인사들의 증가를 용인

52 이베로아메리카 제15권 1호 했다고 지적한다(2006, 436). 하지만 쿠바 정부는 특별기간을 경제적 관 점에서 정의내리면서 정치와 경제를 분리시켰고, 체제의 합법성의 바탕 을 독립투쟁의 영광스러운 역사에 두었다(Hernández-Reguant 2009). 이런 의미에서 라파엘 로하스는 페레스 스타블레가 명명한 재건 은 공식 이데 올로기의 개편이 수반되지 않은 채, 국가의 반자본주의 패러다임보다도 국가 단일성과 독립운동의 가치에 관해 (2006, 438) 애국적 담론으로 혁 명의 사회주의적 정체성을 규정했다고 지적한다. 이렇게 이데올로기와 연결된 혁명 초기의 입장과 달리, 특별기간에는 독립운동의 가치 라는 말에 내포된 문화와 문화유산을 출발로 쿠바성을 정의하기 시작한다. 1999년에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는 베네수엘라 의 센트랄대학교(Universidad Central)에서 행한 강연에서 혁명은 문화와 사상의 딸일 수밖에 없다 (1999, 3)라는 말로 독립과 국가, 그리고 쿠바 사회주의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그 관계의 재건 가능성을 시사한 다. 그러면서 마르크시즘이나 공산주의에 바탕을 둔 혁명 초기 체제의 합법성은 특별기간에 내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혁명 민족주의로 대체 된다(Hernández-Reguant 2006, 287). 그렇다면 특별기간을 겪으며 문화적 차원에서 쿠바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할까? 이것은 쿠바성(cubanidad)이란 용 어가 쿠바혼(쿠바 魂 cubanía)으로 대체된 것에서 잘 나타난다. 작가이자 에세이스트이며 이후 문화부장관으로 1990년대 이후 쿠바의 문화정책을 주도한 아벨 프리에토(Abel Prieto)는 1994년에 페르난도 오르티스 (Fernando Ortiz)의 글 쿠바성의 인적 요인(Los factores humanos de la cubanidad) 을 바탕으로 민족문화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살피면 서, 정치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쿠바성이 아닌 쿠바혼을 지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대 쿠바의 정체성 형성과 혼혈의 패러다임 53 프리에토는 오르티스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엇 이 있어야만 국가와 문화에서 탄생하는 쿠바성이 완성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점을 언급 하면서, 그 무엇 이 바로 쿠바혼 이라고 규정한다. 오르티스는 쿠바혼을 충만하며 의식적이며 느껴지고 소망된 쿠바성 (1949, 35)이라고 정의하 면서 쿠바혼을 보다 완전하고 고양된 쿠바 정체성으로 간주한다. 즉, 쿠 바혼은 개인의 내면적 삶의 일부를 이루며, 주장되지는 않지만 느껴지는 것이고, 뽐내지 않지만 소망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쿠바인의 의식이 며, 그렇게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Pérez Firmat 1997, 7). 이런 쿠바혼의 추구는 특별기간의 사회경제적 상황뿐만 아니라 세계화와 국 제화가 대세인 현대세계에서 제국주의 문화가 민족주의 표현 양식을 갈 수록 부식시키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기인한다. 아벨 프리에토는 이런 쿠바혼, 즉 새로운 시대의 쿠바 문화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19세기에 시작되어 1920년대 아방가르드로 이어지고 혁명 으로 정점에 이르는 민족성 형성의 역사 과정을 강조하면서(Valero 2011, 55), 혁명 이후 거부되었던 고전작품에 관심을 보인다. 민족주의 담론에 바탕을 둔 이런 문화사상은 공화국 시대의 지식인들에게 눈을 돌리면서 1990년대 쿠바의 문화정책의 일부를 이루게 된다. 이렇게 쿠바 정부는 과거 지식인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면서, 이데올로기적 차이와 사회계 급을 뛰어넘는 문화 공동체 사상을 새로운 민족주의의 방향으로 설정한 다. 페르난도 오르티스의 이론은 문화변이현상(transculturación)과 아히아코 (ajiaco) 같은 메타포처럼 혼혈과 유사한 의미를 지닌 개념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주장은 특별기간에 쿠바의 문화정체성을 재정의하는데 핵심 축으로 다시 수용되지만, 이는 사회과학적 관점뿐만 아니라 상징적 표현 의 차원에서도 이루어진다. 아벨 프리에토는 자신의 소설 고양이의 비

54 이베로아메리카 제15권 1호 행 El vuelo del gato (1999)에서 날고양이 1) 의 상징을 통해 쿠바의 새로운 국가정체성을 보여주면서, 이것은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한 희망의 혼혈을 상징하며, 그 결과는 물려받은 두 부분의 총합이 아니라 새로운 산물이 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렇게 동유럽과 소련의 붕괴로 인한 쿠바의 변화와 더불어 쿠바성의 재정의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흑인성과 인종 그리고 인종주의에 관한 새 로운 반담론 소설이 등장한다. 이 시기의 흑인 묘사는 다양한 양식과 인식이 수렴되는 논의의 장이 등장하면서 의미를 획득한다(Valero 2011, iii). 마르타 로하스의 작품은 쿠바 문학사, 쿠바 역사, 그리고 민족과 인 종 논의와 관련되어 쿠바 내에서 이루어진 1990년대 담론과의 대화를 재 구성한다. 로하스는 흑인여성과 물라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문화 변이현상을 소설화하며, 그것을 통해 여성의 관점에서 현재 쿠바의 정체 성을 공고하게 만드는데 이바지한다. Ⅲ. 소외된 사람들에게 목소리 주기: 마르타 로하스와 반노예주의 소설 3부작 마르타 로하스는 반노예주의 소설 3부작을 통해 특별기간에 형성된 쿠바혼으로 규정되는 단일민족성과 혼혈로 이루어지는 다민족의 정체성 을 보여준다. 마르타 로하스는 1931년에 쿠바의 산티아고에서 태어나며, 아바나에서 언론학을 공부한다. 마르타 로하스는 역사에 지대한 관심을 1) 레사마 리마(Lezama Lima)가 담비와 고양이의 결합에서는 하얀 반점이 있는 셰익 스피어의 피부를 지닌 고양이나 형광색 눈을 지닌 담비가 나올 수 없으며, 이런 혼혈의 결과는 날고양이이다. 라고 알레고리를 사용해 혼혈이나 문화변이현상을 언급한 말이다.

현대 쿠바의 정체성 형성과 혼혈의 패러다임 55 가진 작가이다. 예를 들어, 언론학을 공부하는 동안 로하스는 마누엘 모 레노 프라히날스(Manuel Moreno Fraginals(1920-2001))와 함께 작업하면서, 쿠바의 사탕수수 산업에 관한 그의 작품 사탕수수 농장El ingenio (1964) 에 필요한 18세기와 19세기 문서들을 옮겨 적는다. 이후 기자로 스페인 을 여행하면서 서인도제도 고문서보관소(Archivo de Indias)를 찾아 자세 한 자료를 찾고, 그것은 성스러운 육욕Santa lujuria 에 필요한 정보로 사용된다. 로하스의 글쓰기에 관해 미리암 데코스타 윌리스(Miriam DeCosta-Willis)는 이렇게 지적한다. 역사에 대한 그녀의 관심은 그녀의 글쓰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정확하고 분명한 언어, 주제와 거리 를 두는 능력, 세세한 것에 관한 관심이 그것이다. (2003, 55) 오랫동안 언론인으로 일한 후, 로하스는 1993년부터 반노예주의 소설 3부작을 출간하기 시작한다. 이 3부작은 레이 스펜서의 그네El columpio de Rey Spencer (1993), 성스러운 육욕 (1998), 오비에도의 후궁El harén de Oviedo (2003)으로 이루어진다. 쿠바의 전통적인 반노예주의 문학과 달리, 로하스의 작품은 또 다른 역사관을 제시하는 세밀한 연구 자료와 상이한 관점을 제시하며 전개된다. 그리고 작가는 이런 작업을 통해 쿠 바 정체성 형성에 역동적 동인으로 공헌했으면서도 역사에서 소외된 인 물, 즉 쿠바의 흑인여성이나 물라타, 그리고 다른 서인도제도의 흑인 여 성과 물라타를 작품의 주인공으로 삼는다. 이 3부작을 역사적 배경에 따 라 시간 순서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인 성스러운 육욕 은 쿠바가 최대의 사탕 수수 생산국이자 최대 노예시장으로 자리 잡는 1770년부터 1820년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삼는다. 이 작품에서 인종주의는 노예제의 원인이 아니 라 산물로 나타난다. 인종적 차이는 갈수록 두드러지고 다양한 인종적 범주가 탄생하는데, 거기서 목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백인이

56 이베로아메리카 제15권 1호 되는 것이었다. 이 작품에서 로하스는 다양한 범주 사이에 존재하는 차 이점을 지적하고, 백인화 를 이루기 위해 고안된 계략을 보여준다. 로하 스는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며, 동시에 공식담론이 보여주지 않은 역 사를 보여주기 위해 소설이란 장르를 이용한다. 이런 식으로 로하스는 소외되었던 그룹에게 목소리를 주고, 노예제 동안 만들어진 억눌린 심리 와 대화한다. 이 작품은 루실라 멘데스(Lucila Méndes)와 그녀의 아들 필로메노 (Filomeno)의 이야기를 서술한다. 루실라는 흑인 노예와 포르투갈 상인 사이에서 태어난 물라타이다. 아주 어린 나이에 그녀는 돈 많은 크리오 요 지주인 안토니오 폰세 데 레온(Antonio Ponce de León)에게 겁탈 당한 다. 루실라와 필로메노는 사회적 신분을 상승시키고 식민 쿠바 사회에서 특정한 직업을 갖기 위해 백인 증명서(Gracias al sacar)를 구입한다. 로하 스는 이렇게 설명한다. 성스러운 육욕 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스페인 사람과 쿠바 태생 의 백인에게 원주민이나 흑인, 혹은 혼혈이나 물라타 여자들과의 혼혈을 인정하는 해외법(overseas law)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1795년의 카를로스 4세 칙령에는 그런 특권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 것은 바로 백인증명서(Gracias al sacar) 라고 불립니다. [ ] 백인 증명서 는 그 칙령의 마지막 조항 중의 하나로 공표된 조세입니다. 콰르테론 2) (cuarterón)이나 킨테론 3) (quinterón)에서 면제되기 위한 증명서를 얻기 위해 신청자는 600, 800 혹은 1200레알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말하자면, 가격이 책정되어 있었습니다. [ ] 스페인 사람이 흑인 혹은 물라토 또는 원주민 여인과 낳은 아들에게 백인 의 지위를 부여하고 싶다면 그 증명서를 사야 했고, 그러면 그 아 들의 피부색이 어떻든 간에 법적으로 백인이 되었습니다(Pérez 2) 물라토와 백인의 후손 3) 콰르테론의 후손

현대 쿠바의 정체성 형성과 혼혈의 패러다임 57 Sarduy 2000, 83-84). 이것은 백인이 유색인 여자를 성폭행하여 낳은 산물이 기성 체제를 파편화했으며, 전환시기의 도움을 받아 카리브 해에서 인종과 권력의 관 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예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하스의 소설은 이렇게 한 체제에서 다른 체제로의 변환을 당시 스페인이 겪는 경제 위 기와 연결시키면서, 스페인 왕실이 백인증명서 같은 조세 전략을 만들 어서 물라토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취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백인 으 로 분류된 사람들이 실제로는 혼혈인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오비에도의 후궁 은 19세기 중반을 배 경으로 삼는다. 이 작품의 창작 동기에 관해 마르타 로하스는 이렇게 밝 힌다. 오비에도의 후궁 은 쿠바에 에스테반 산타 크루스 데 오비에 도(Esteban Santa Cruz de Oviedo)의 후궁이 존재했다고 밝히는 어 느 역사책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 그 인물에 관해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1882년 소송뿐이었다고 알려주었어요. 첫째 딸 엔리 케타의 주도 아래 서자들이 벌여 승소한 소송이었어요. 단지 대법 원의 선고 요약문만이 존재했는데, 나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걸 알았어요[ ] 그 소송은 1870년 아바나 법원에서 시작해서 1882년 마드리드 대법원에서 끝났지요[ ] 오비에도가 자식들을 뉴욕으로 공부하러 보낸 건 사실이에요. 선고문에 그렇게 적혀 있거든요. 오 비에도는 유언을 남기지 않고 세상을 떠났어요(Bermúdez 2007, 147-148). 오비에도의 후궁 은 19세기 중반의 소송 사건을 출발로 이야기를 전 개한다. 이 작품은 마탄사스(Matanzas)의 산티시마 트리니다드(La Santísima Trinidad) 농장에 설치된 에스테반 산타 크루스 데 오비에도의 여자 노예

58 이베로아메리카 제15권 1호 후궁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에스테반 씨가 죽은 후 그의 서자들은 첫째 딸 엔리케타(Enriqueta)와 함께 상속권을 요구한다. 주인공인 엔리케타는 에스테반 씨와 더불어 실존 인물이며, 이 작품 역시 성스러운 육욕 과 마찬가지로 실제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20세기 초반부터 1992년까지의 이야기를 다루는 레이 스펜서 의 그네 는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를 회상하면서, 이 작품의 이야기의 토 대를 이루는 스펜서 가족의 여러 세대에 걸친 복잡한 관계를 서술한다. 마르타 로하스는 이 작품의 창작동기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특별시 기에 언론인들은 영어와 컴퓨터 중의 한 과목을 선택할 기회를 가졌습 니다. 나는 컴퓨터를 선택했고, 그것이 내게 레이 스펜서의 그네 의 구 조를 설정하게 해주었습니다. 레이 는 스페인어 성이고, 스펜서 는 영어 성입니다. 내 컴퓨터 랄라 는 시간을 죽이게 해주었고, 이주자의 물결에 관한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Pérez Sarduy 2000, 83) 20세기 초의 쿠바 역사를 다루는 레이 스펜서의 그네 는 서로 다른 세대를 대표하고 집단 역사에 서로 다르게 접근하는 세 명의 주요 목소 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인공은 훌리아나 로드리게스 쿠에요(Juliana Rodríguez Cuello)와 안드레스 스펜서(Andrés Spencer), 그리고 자메이카 출신이며 안드레스의 흑인 어머니인 클라라 스펜서(Clara Spencer)이다. 클라라는 1920년대에 다른 많은 서인도제도 사람들과 함께 일자리를 찾 아 쿠바로 이주 온 사람이다. 훌리아나와 안드레스의 사랑이야기는 클라 라 스펜서와 아이티 태생의 물라토 의사인 아르투로 카사마주르(Arturo Cassamajour)의 금지된 사랑과 함께 서술된다. 안드레스의 회상과 글, 훌 리아나의 연구, 그리고 클라라의 일기를 통해 서인도제도 이주자들이 학 대를 받던 시기가 서술된다. 이 작품에서 크리스티 스펜서(Christie Spencer)는 자메이카 출신의 할

현대 쿠바의 정체성 형성과 혼혈의 패러다임 59 머니로 1920년경에 열아홉 살인 딸 클라라 스펜서를 데리고서 조그만 배 를 타고 쿠바에 도착한다. 쿠바의 산티아고에 도착하자, 클라라는 외국 노동자들이 쿠바의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기 전에 수용되던 카요 두안 (Cayo Duán) 지역의 의사를 알게 된다. 의사 아르투로 카사마주르는 그 렇게 영어권의 흑인 여자와 관계를 갖기 시작한다. 반면에 그의 가족사 는 프랑스 문화로 점철되어 있다. 당대의 인종적 문화적 편견으로 인 해, 클라라 스펜서는 아르투로 카사마주르와 결혼하지 못하지만, 그들은 아들 로버트(Robert)를 낳는다. 카사마주르가 파리의 소르본 대학에서 쿠 바로 이주한 사람들에 대한 임상연구를 마치기 위해 여행하자, 클라라 스펜서는 보다 서민적이고 편견에 덜 사로잡힌 낙농업자 레이 시몬(Rey Simón)과 결혼한다. 그 결혼에서 아나니아(Anania)와 안드레스(Andrés)가 태어나는데, 이 작품에서 그는 하바오jabao 4) 라고 불린다. 한편 스페인 인종과 더 가까운 엘로이사 쿠에요(Eloísa Cuello)와 후안 로드리게스 (Juan Rodríguez)에게는 훌리아나(Juliana)라는 딸이 있는데, 그녀는 이후 안드레스 레이 스펜서와 결혼한다. 레이 스펜서의 그네 와 성스러운 육욕, 그리고 오비에도의 후궁 에서 마르타 로하스는 노예 노동력으로 카리브해 지역으로 끌려오거나 이주한 아프리카인의 시각으로 쿠바의 국가건설을 되돌아본다. 그래서 마르타 로하스의 소설에서 역사는 매우 중요한 기초로 작용하지만, 그것 은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라 전설과 문학과 구전 전통을 통해 다루어진 다. 로하스는 노예제 시기와 식민지 시절의 이야기를 다시 쓰면서, 19세 기 문학작품이 흑인이나 물라토에게 부여한 역할을 탈신비화하면서 저 항의 역사를 추구한다. 그래서 19세기 반노예주의 소설과 달리 로하스의 작품은 노예폐지주의자들의 정치적 선전물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비 4) 하얀 피부에 곱슬머리를 지닌 사람을 일컫는다.

60 이베로아메리카 제15권 1호 록 19세기 노예폐지 소설은 공식담론이 제시한 것과 다른 담론을 제안하 지만, 마르타 로하스의 반노예주의 작품은 역사와 다른 판본을 제시하면 서, 더욱 공격적인 시각을 지니게 된다. 이렇게 역사적 사실을 재구성하려는 마르타 로하스의 열망은 역사적 으로 소외된 사람들로부터 출발하면서 소설에서 역사를 의문시한다. 국 가 색칠하기: 도미니카공화국의 인종과 인종성 Coloring the Nation: Race and Ethnicity in the Dominican Republic 에서 데이비드 하워드(David Howard)는 역사 형성에서 소설의 역할이 무엇인지 말하면서, 문학은 정 통 역사의 출처가 드러낼 수 없는 요인들을 밝힌다. 작가의 사회 묘사는 연구자에게 사회적 행동의 은밀하고 세세한 언급에서 정보를 수집하게 해준다. (2001, 120)라고 지적한다. 로하스는 현재로부터 과거에 관해 쓰 면서, 다양한 목소리와 언어, 그리고 문화와 정체성과 역사를 되찾을 공 간을 만들고, 그렇게 공식 역사 담론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흑인여인/ 물라타에 바탕을 두고 쿠바 정체성을 다시 정의한다. Ⅳ. 로하스의 여성 인물들: 19세기 반노예주의 소설과의 단절 마르타 로하스는 서양 이데올로기의 딱지가 싫어서 자신을 페미니즘 작가로 여기지 않지만, 가히 혁명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흑인여인/물라 타의 초상화를 통해 국가 역사를 다시 쓰는 과정에서 페미니즘 의식을 보여준다(Bermúdez 2007, 106). 19세기 반노예주의 소설의 작가들과는 달 리, 로하스는 정형화된 묘사와 온정주의적 입장에서 탈피한다. 로하스의 작품은 시간이 흐르면서 잊힌 여성과 그 역사를 되살린다. 그녀의 작품

현대 쿠바의 정체성 형성과 혼혈의 패러다임 61 에서 여성은 단지 어머니의 역할에 한정되지 않으며, 사회의 여러 면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19세기 반노예주의 소설의 인물들처럼 사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로하스는 19세기 반노예주의 소설과 자기 작품의 차이 점을 이렇게 밝힌다. 아마도 새로운 관점, 노예제를 보는 보다 현대적 관점일 겁니 다. 쿠바에서 반노예주의 소설의 정전은 세실리아 발데스Cecilia Valdés 입니다. 세실리아 발데스는 수동적인 존재입니다. 그 소설 은 노예주의 시기에 일어납니다. 그렇지만 주인들이, 그녀의 아버 지가 어떻게 그려지는지, 특히 성관계와 도덕에 있어서 어떻게 투 영되는지에 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 ] 이런 것들은 이곳이나 미국의 반노예주의 소설에서건 나타나지 않습니다. [ ] 예를 들어 제퍼슨은 모든 여자노예들과, 즉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 노예들과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조국의 아버지들의 성행위는 결코 나타나지 않습니다. [ ] 내가 이 작품에 새로이 구사하는 것 은 주인의 성행위입니다. (Bermúdez 2007, 151) 마르타 로하스의 이 말은 그녀의 작품이 반노예주의를 두 가지 측면 에서 강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나는 19세기 반노예주의 소설의 정전 을 파괴하는 틀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하나는 성적인 면에서의 도치이 다. 루실라, 엔리케타와 클라라는 로하스의 작품에 등장하는 다른 여성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반항적인 인물이며, 19세기 반노예주의 소설의 흑 인여성과 물라타의 특징인 수동성을 드러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성스 러운 육욕 에서 루실라는 아프리카 혈통의 여인이 어떻게 사회적 신분 을 상승시키고 사회 권력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사용하는지 보여준다. 베 르무데스는 이렇게 지적한다. 루실라는 상황을 아주 잘 이용할지 알았 고, 심지어 자신에게 유리하게 적용시킬지도 알았다 [ ] 사회규범에 의 하면 그녀는 귀부인이기도 했고 그렇지 않기도 했다. 특히 경제적으로

62 이베로아메리카 제15권 1호 독립했기에 [ ]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었 고, 이것은 다른 여자들이 할 수 없는 것이었다. (Bermúdez 2007, 107) 여주인공 루실라 멘데스를 조금 더 살펴보면, 그녀는 아들 프란시스코 필로메노의 아버지 아과스 클라라스(Aguas Claras) 후작과 사랑을 나눈 다. 세실리아 발데스가 악사 피미엔타(Pimienta)를 사랑하는 것처럼, 후에 그녀는 산티아고 출신의 파르도 5) 악사인 비야비센시오(Villavicencio)를 사랑하지만 그를 버리고 자기 아들의 양육자 자격으로 산 호세 데 라스 플로리다스(San José de las Floridas)로 이주한다. 루실라가 아들 프란시 스코 필로메노를 다시 만나려는 목표를 성취하고 사회적으로 격상하기 위해서는 아들의 양육자 자격을 얻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카탈루냐 출신인 알보르 아란다(Albor Aranda)와 결혼하는데, 그는 라틴 아메리카 혁명에 낭만적으로 동조하는 유럽인을 상징한다. 그는 이국적 인 면에 매료되어 루실라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지만, 루실라는 이국적 여인이 되어주지 않는다. 그리고 중년이 되어 그녀에게 글을 읽고 쓰는 것을 가르쳐주는 카르타헤나 출신의 젊은 병사와 사랑을 나누면서 자기 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한다. 흑인 여자노예의 반항 정신을 보여주는 잊힌 역사의 중요한 예는 성 스러운 육욕 의 여자노예 마리아 루스(María Luz)이다. 그녀는 모든 수단 을 동원하여 도망치려고 하지만, 그녀의 주인 안토니오씨는 그녀를 자유 노예로 팔려고 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마리아 루스는 매우 위험한 방 법으로 도망치고자 결심한다. 그것은 플로리다의 늪지대를 통해 도망치 는 것으로, 그녀는 도망치다가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 5) 파르도(pardo)는 가문 있는 집안의 물라토이다. 가난한 백인과 가난한 흑인 여자가 낳은 물라토는 그냥 물라토이다. 반면에 돈don 칭호를 지닌 아버지의 물라토 아 들은 파르도이다. 자유 흑인은 그냥 흑인이 아니라 모레노(moreno) 이다. 스페인 식민 사회와 그 법은 이렇게 사회계급에 따라 흑인/물라토를 부르는 명칭을 달리 했다. (Pérez Sarduy 2000, 84)

현대 쿠바의 정체성 형성과 혼혈의 패러다임 63 을 잘 알고 있었다. 그 순간 그녀는 염치없고 기괴한 주인의 의지를 존중하는 수밖 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 예전에는 항상 감시받았고, 모질고 잔 인한 행동을 육체적으로 감내해야 했으며, 감시원들이 없을 때에 는 개들의 후각에 따라야 했고, 못된 십장들의 채찍 소리 때문에 밤의 어둠 속에서 선잠에서 깨어났으며, 땡볕 아래서 사탕수수를 잘랐고 작업 시간 중에는 거의 쉬지도 못한 채 일하다가 이가 들 끓는 지푸라기 더미 위에서 겨우 몇 시간을 잤으며, 매년 아이들 을 낳아야만 했지만, 그 아이들은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아니면 그 아이들이 결코 살지 못하도록 자기 뱃속에서 강제로 꺼내야만 했다. 마음대로 춤도 추지 못했고, 그들을 보호해주는 죽은 조상들 을 자유롭게 부르지도 못하면서, 자신들의 수호성인에게 제물을 받치지도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가사 노예가 되는 특권을 버리는 것이 매우 힘든 결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그녀가 원 한 게 아니었다. 채찍의 상처는 나았지만, 주인이 그녀를 욕되게 만든 상처들은 그녀를 괴롭게 했고 결코 치유되지 않았다. (Rojas 2007, 107-108) 마리아 루스의 이야기는 주인들에게 강간당한 여자노예들의 수동적 태도를 보여주는 19세기의 대표적인 노예폐지소설에 나타난 이야기들과 매우 다르다. 가령 안셀모 수아레스 이 로메로(Anselmo Suárez y Romero) 의 프란시스코Francisco (1839)에 나오는 도로테아(Dorotea), 안토니오 삼 브라나(Antonio Zambrana)의 흑인 프란시스코 El negro Francisco (1873) 의 작중인물 카밀라(Camila), 펠릭스 탕코 이 보스모니엘(Félix Tanco y Bosmoniel)이 발표한 페트로나와 로살리아Petrona y Rosalía (1838)의 페 트로나와 로살리아가 그렇다. 반면에 마리아 루스는 그녀에게 최고의 조 건인 가사 노예가 되는 특권도 수용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마리아 루 스는 로하스가 강조하려는 아프리카계 여인, 즉 반항정신을 가지고 자신

64 이베로아메리카 제15권 1호 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려는 여인의 관점을 대변한다. 한편 오비에도의 후궁 의 주인공이자 산타 크루스 오비에도 농장주 의 여자노예의 딸인 엔리케타는 자유롭게 행동하면서 모든 법칙을 위반 한다. 그리고 카탈루냐 출신의 호수 시프리아노 엘리치르비(Josú Cipriano Elichirvi)와 딸을 낳는다. 그는 후에 마드리드로 돌아가 다른 여자와 결혼 하고, 엔리케타에게 스페인에서 사회적 수준 (Rojas 2003, 438)을 향유할 수 있도록 딸을 요구하고, 엔리케타 같은 신분의 여자에게는 분명한 사 회적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자기의 정부가 되어달라고 요청한 다. 엔리케타는 자기의 노예 토마스 두라스(Tomás Duras)와 두 아이를 갖고, 그녀에게 글을 가르쳐주는 젊은이와 사랑을 하기도 한다. 19세기 문학전통과 달리, 엔리케타는 흑인 토마스와의 관계를 인종적 퇴보라고 여기지 않는다. 여기서 엔리케타의 성생활과 가족생활은 그녀 가 전혀 타협할 생각이 없는 주체적 공간이 된다. 엔리케타는 스스로 해 방된 여성에 대한 편견과 기성 규범에 도전하고, 그런 규범을 경멸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20세기 말에 쿠바 여성들이 추구하는 것과 부합하도록 독립적인 여인으로 구성된다. 한편 레이 스펜서의 그네 는 클라라 스펜서의 일기를 통해 20세기 쿠바에서 서인도제도의 이주자들이 학대를 받았으며, 유색인 여성이 계 속해서 노예 취급을 당했다는 사실을 비공식적인 눈으로 바라보게 해준 다. 이것은 카사마주르 박사와 그의 푸에르토리코 친구인 티토 오헤다 (Tito Ojeda), 그리고 클라라와 자메이카인 친구인 카롤(Carol)이 참석한 읍내 무도회의 묘사에서 잘 드러난다. 두 남자는 당시 전문인으로 상류 사회의 지위를 누린다. 반면에 클라라 스펜서가 그날 밤 회고하는 것에 의하면, 그녀와 그녀의 흑인 친구는 인종적 성적 계급적 차별을 받는 다. 상류사회의 백인 쿠바인들은 그녀들과 마주치자, 쿠바 노예사의 편

현대 쿠바의 정체성 형성과 혼혈의 패러다임 65 견과 유산을 드러낸다. 특히 여성의 육체를 소유물로 다룬다. 역겨워! 이것들은 카요 두안에 있는 자메이카 계집애들이야.....! 악취 풍기고 버릇없으며 뻔뻔해!... 젊은이들은 클라라를 테 이블에 올려놓고는 경멸하듯이 외쳤다. 5페소! 누가 더 많이 낼 겁니까?... 방금 전에 데려온 아이들입니다. 그들은 흑인 여자노 예를 판매하는 것처럼 흉내 냈다.(Rojas 1996, 115) 이 장면은 두 여자들에게 이미 쿠바에서는 몇 십 년 전에 노예 매매가 폐지되었지만, 인종, 성, 계급, 국적, 언어차이로 인해 흑인 여성/물라타 는 아직 사회 전반에 쿠바 시민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완전히 수용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클라라의 일기와 이야기들은 그들이 사회에서 배제되었다는 사실을 회고하면서 공식역사에 도전한다. 클라라가 글로 남기거나 입으로 전해준 기억은 결국 공식 쿠바 역사와 대조되어, 국가를 다시 정의하는 데 도움을 주면서 한때 숨겨졌던 요소 를 수면으로 떠오르게 만드는 공간이 된다(Feracho 2010, 71). 이 작품들을 자세하게 읽으면, 로하스는 이런 부당한 대우에 그다지 항변하지 않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로하스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지만, 비난의 어조를 띠지 않는다. 여기서 파농(Frantz Fanon)이 항변은 억압자의 권력을 재확인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대목을 떠올 릴 필요가 있다. 파농은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 에서 이렇게 지적한 다. 해방 투쟁의 목적과 방법은 점점 정밀해진다. 주제 또한 완전히 바 뀐다. 괴롭고 절망적인 읊조림이나 결국 점령국을 안심시킬 뿐인 격렬하 고 우렁차고 현란한 표현은 줄어든다. 사실 이러한 표현 양식은 식민주 의자들이 예전에 권장하던 것이었다. 통렬한 고발, 고통스런 조건의 폭 로, 표현을 통해 배출되는 열정은 점령국이 카타르시스의 과정을 통해 흡수한다. (2010, 243) 파농이 지적하는 것처럼 로하스는 일련의 카타르

66 이베로아메리카 제15권 1호 시스 과정으로 남지 않도록 날카로운 담론을 제시하고, 새로운 독자를 의식화시키며, 그것을 통해 파농이 민족문학이라고 부른 것을 창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마르타 로하스는 과거의 반노예주의 소설이 남자들의 독점적인 영역이었을 뿐만 아니라, 허구이건 실제건 주인공들은 남자 인물들인 6) 것과는 달리, 물라타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과거 전통과 단절한 다. 이 경우 로하스의 반노예제 3부작에서 남성인물은 레이 스펜서의 그네 의 안드레스처럼 공동주인공으로 나타나거나 다른 두 작품처럼 주 인공에 버금가는 비중 있는 인물로 등장하긴 하지만, 세 작품의 전반적 인 이야기는 흑인여성/물라타의 삶 주변으로 구성되고, 여성 인물의 이 미지와 관련된 혁명 이전의 이데올로기를 거부하면서 국가 정체성 건설 의 초석이 된다. 이런 점에서 로하스의 반노예주의 3부작이 중심인물로 흑인여성/물라타를 회복한다는 점은 의미가 깊다. 그렇다면 그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빅토르 파울러(Víctor Fowler)가 혁명문학에서 성적인 것을 새로운 해 방의 성 (1998, 180)이라고 부른 것처럼, 로하스의 작품은 인종주의적 전 형과 거리를 두면서, 물라타의 성을 부르주아적 관점, 즉 무한한 성욕의 소유자이며 동물적이고 거의 주체성이 없는 존재로 다루지 않는다. 로하 스는 혁명 이전의 성적 이미지를 파괴하고 여성 인물들을 자족적이며 여성에게 금지된 공간과 관련된 사회적 규범을 파괴하고 넘어설 능력 있는 인물로 그리면서, 성에 바탕을 둔 국가 토대소설로 구성한다. 이와 같은 것은 특히 성스러운 육욕 의 루실라와 오비에도의 후궁 의 엔리케타에게서 잘 드러나는데, 그들은 현명하게 자신들이 찾고자 하 6) 토대소설인 세실리아 발데스Cecilia Valdés (1882)와 안토니오 베니테스 로호 (Antonio Benítez Rojo)의 전투복을 입은 여인Mujer en traje de batalla (2001) 정도 가 예외라고 볼 수 있다.

현대 쿠바의 정체성 형성과 혼혈의 패러다임 67 는 것을 손에 넣는다. 루실라는 법적으로 백인화 되고 아들과 재회하며, 엔리케타는 아버지의 유산 재판에서 승소한다. 이런 의미에서 19세기 반 노예주의 소설에서 가시화되지 않는 물라타와 대립된다. 로하스의 소설 들은 물라타를 전면에 내세우고, 동시에 초기 혁명문학의 물라타와도 다 른 공간에 위치시킨다. 살퍼(Salper)는 혁명이 성공한 후 초기에 물라타 들은 백인 여자들과 도덕적 차원에서 아무런 차이도 보이지 않고 모든 힘을 혁명 약속에 집중한다고 지적한다(1991, 177). 즉 인종차별주의는 멈추지만, 사회적 범주로서 여성은 남성 권력 구조의 통제 속에서 규정 된다는 것이다. 반면에 마르타 로하스의 작품들은 인종과 성과 사회계급 을 구별하지 않는 유일한 국가 창조를 지향하고 있으며, 이런 점에서 초 기 혁명소설과는 차이를 보인다. Ⅴ. 혼혈과 잊힌 이주자들의 역사의 재건 마르타 로하스는 19세기 반노예주의 소설의 틀을 해체하는 것에 그치 지 않고 혼혈 담론으로 확장시키면서 쿠바의 새로운 정체성을 찾고자 한다. 로하스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내 글의 주제로 내 머리에서 끊임없이 맴돌고 있던 것을 골랐습니다. 그것은 바로 라틴아메리카 대륙에서의 인종혼합입니 다. 나는 인종혼합이 갈수록 커지고 다양해지고 있는 쿠바의 동부 출신입니다. 그곳에는 아프리카와 쿠바의 혈통을 지닌 쿠바 태생 의 흑인이 있으며, 자메이카나 아이티 혹은 바베이도스 등에서 태 어난 흑인과 뒤섞인 쿠바 태생의 흑인이 있습니다[ ] 그곳에는 아 이티 혁명 이후 파도처럼 밀려온 프랑스 인들과의 인종혼합도 있 습니다[ ]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뒤섞여 있습니다. 이들 모두가

68 이베로아메리카 제15권 1호 쿠바 문화에 자신들의 흔적을 남겼습니다. (Pérez Sarduy 2000, 82-83) 우선 오비에도의 후궁 은 혼혈을 성폭력을 통해 7) 드러내며, 이것은 스페인이 서인도제도를 성을 통해 정복했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에스테반 씨는 후궁의 여자노예들과 29명의 아이를 낳는다. 그래서 산타 크루스 데 오비에도 씨의 사생아들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는 엔리케타를 강간과 방종의 딸이며, 제가 대변하는 혼혈 여인 (Rojas 2003, 259)이라고 부른다. 오비에도는 그의 아버지가 가르쳐준 것처럼 결코 자기 아이들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항상 그들을 친자식처럼 대한다. 로하스는 문화 텍스트로서 식민지 쿠바가 보여주는 다양한 사회적 범주, 즉 피부 색뿐만 아니라, 혈통이나 사회적 조건을 자세히 기술한다. 여기서 로하스는 인종 혼합만 언급하는 게 아니라, 문화 충돌로 야기 된 음악과 음식, 언어와 종교 같은 여러 요소들의 문화적 혼합도 말한 다. 가령 오비에도의 후궁 에서는 강가족 8) 의 흑인 여인이 등장한다. 무릎을 꿇고 그녀는 자기 부족의 엉터리 언어로 올로두마레(Oloddumare) 9) 7) 라틴아메리카 전체가 성으로 정복되었다는 의견에 관해서는 Ricardo Herrén(1992), La conquista erótica de las Indias. Barcelona: Planeta를 참고할 것. 마르타 로하스 역시 칠레를 여행했을 때 이 책을 발견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밝힌다 (Bermúdez 2007, 148). 8) 아프리카 인종 그룹의 하나로 19세기에 쿠바 중서부 지역의 노예 중에서 10%에서 15% 정도를 차지했다. 9) 올로두마레는 올로두마레 은자메, 올로핀, 그리고 바바 은쿠아라는 세 영혼을 지닌 다. 올로두마레 은자메는 태양과 달과 대지와 별, 그리고 낮과 밤을 창조했다. 그 래서 어머니라고 여겨진다. 그녀는 최초의 인간이자 불멸인인 오모 오바를 만들었 다. 오모 오바는 거만하고 건방졌으며, 그래서 올로두마레는 그를 파괴하라고 명 령했지만, 그는 불멸이었기에 파괴될 수 없었다. 오늘날 그의 이름은 올로시이다. 그는 대지에 살면서 인간들이 올로두마레에게 반항하도록 만들려고 한다. 후에 올 로두마레는 불멸인 또 다른 사람을 만들었다. 그는 아내를 갖고 자식을 낳은 올로 핀 세쿠메에서 태어난다. 올로핀은 아버지이다.

현대 쿠바의 정체성 형성과 혼혈의 패러다임 69 와 에추(Echu) 10) 에게, 그리고 또한 파두아의 아기 예수에게 기적을 베풀 어달라고 애원했다. (2003, 79) 한편 오비에도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렇 게 충고한다. 명심해라. 여기 서인도제도에서 그 사람들은 단 하나의 국가야. 모든 게 뒤섞인 사람들이야. 여기서 내가 모든 것 이라고 말하 는 것은 정말로 모든 게 그렇기 때문이야. (2003, 100) 이 작품에서 쿠바의 혼혈을 가장 분명하고 정확하게 보여주는 장면은 미사 시간에 물라토 페페 카라콜레스(Pepe Caracoles)의 율동적인 음악을 묘사할 때이다. 성당 안 성전의 아치 근처에, 그러니까 신부가 미사를 집전하던 제단의 앞줄에서 백인 여인들 부인과 아가씨들 역시 몸을 흔들었다. 처음에는 안 그러는 척했지만, 후에는 명랑하고 활달하 게 그렇게 했다. 그리고 뒷줄에 앉은 유색인 여자들은 자유인이건 노예건 가리지 않고 가슴에 백인 아기를 매달거나 아니면 다른 사 람의 사생아를 데리고 있는 유모들과 뒤섞여서 멋지게 어깨와 허 리를 흔들었다. 아마 백인 여자들보다는 더 느리게 흔드는 것 같 았다. 크리오요 아이들의 위장을 이루고 혈관으로 흘러들 우유를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의 귀로도 시끄러운 소리가 들어 가고 있었다. 어느 어린 아이의 날카로운 비명소리는 유모가 어떤 이유에서든 페페 카라콜레스의 성가 음악 리듬에 몸을 흔들지 않 는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었다. 의심의 여지없이 이미 모두가 완전 한 쿠바인이 되고 있었다.(2003, 187) 이 장면에서 모두가 공유한 요인들은 인종의 장벽을 넘어 토착화 과 정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완전한 쿠바인 이라는 마지막 결과를 산출하면 http://www.cuban-traditions.com/religions/others_orishas/olordumare/olorduma re.html 10) 올로두마레와 정반대되는 신. 태초에 올로두마레와 함께 살았다. 모든 길과 운동 혹은 행위의 주인이며, 변화와 발전을 가능하게 만드는 불균형을 야기하는 우주 의 움직임을 상징하는 근본적인 힘이다.

70 이베로아메리카 제15권 1호 서 새로운 쿠바 정체성을 합법화한다. 이렇게 공식담론이 유럽의 공헌을 강조하는 것과 반대로, 마르타 로하스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쿠바 인은 다문화의 충돌과 융합과정에서 유래되며, 거기서 소외된 그룹들 역 시 쿠바의 역사와 정체성 형성에서 능동적인 힘이었으며 주인공이었다 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성스러운 육욕 은 제목부터 혼종과 인종 편견을 암시한다. 이 작품에서 과도함이나 무절제, 특히 육체적 쾌락을 뜻하는 육욕 은 인종 간의 혼합과 문화 혼합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성스러운 은 교 회와 쿠바 사회가 여자노예에 대한 주인의 권리를 비롯하여 주인이 흑 단 조각 과 섹스를 하면서 일탈적인 쾌락을 즐길 권리를 승인했다는 것 을 의미한다. 또한 주인은 여자 노예의 삶과 운명을 결정한 절대적 자유 를 지니고 있었다는 것(Díaz González, 2002)을 시사한다. 이 작품에서 로 하스는 에로티즘을 노예제와 혼혈의 메타포로 사용하고, 동시에 사회적 종교적 속박에서 해방시키는 도구로 이용한다. 특히 필로메노는 인종적 혼합뿐만 아니라 문화적 혼합도 보여주는 대 표적인 작중인물이다. 그는 백인증명서를 통해 사회적으로 상승한다. 퇴 색된 유색인 (Rojas 2007, 236)인 그는 물리적일뿐만 아니라 문화적이고 심리적인 혼혈을 경험한다. 그는 흑인 혈통을 수치스럽게 여기면서도 이 런 혈통에 집착한다. 가령 필로메노는 자기 아저씨가 만들어준 종이쪽지 를 가지고 다니며, 동시에 그가 태어날 때 할머니가 새겨준 나비 자국을 숨긴다. 아르볼레타(Arboleta) 할머니는 내가 태어날 때 감고 있던 천으 로 부적을 만들어주면서, 미래의 골치 아픈 문제를 피할 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 ] 호세는 유창목으로 부적을 만들어주었는데, 나 는 그 부적을 숨겨 가지고 다닌다. 나의 비천한 신분에 관한 세

현대 쿠바의 정체성 형성과 혼혈의 패러다임 71 번째 비밀은 아야가 내 뇌를 정화하고 세뇌시키기 위해 마시게 하 는 장뇌 혼합물과 내 머리에 바르는 카카오 기름이다. 그리고 특 히 창피하기 그지없는 네 번째 것은 여자들의 문신과 마찬가지로 너무나도 눈에 잘 띄는 곳에 새겨지고 색칠 된 나비이다.(2007, 94-95) 필로메노는 할머니가 만들어준 부적을 가톨릭의 상징인 그리스도의 성심이 수놓인 주머니 안에 보관한다. 이것은 그가 물려받은 두 세계, 즉 흑인 세상과 백인 세상을 모두 수용하는 현대 쿠바인의 특징을 보여 준다. 이렇게 마르타 로하스는 혼합주의 담론뿐만 아니라, 쿠바가 심리 적이고 물리적으로도 물라토이며 혼혈 국가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편 레이 스펜서의 그네 는 값싼 노동력이 필요하다는 경제적 이유 로 쿠바에서 만들어진 다양성을 분석한다. 카리브 해 역내 이주를 다루 는 이 작품은 왜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아이티와 영어를 구사하는 바베 이도스와 자메이카 사람들이 쿠바로 들어오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지주들과 농장주들은 사탕수수 수확이 시작될 때면 비위생적 이민 에 관해서는 귀를 막았다. 특히 지주들과 사탕수수 농장주들 은 수확에 방해가 되거나 아이티나 자메이카에서 노동자들을 들여 오는데 제한이 될 만한 그 어떤 조치도 무시했다. 그것은 그들의 높은 생산성이 이미 증명되었고, 노동력이 값쌌기 때문이다. 그들 은 비위생적 이민 이 의미하는 위험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1996, 67-68) 아프리카계 카리브 해 사람들은 20세기 초반에 쿠바로 들어와 사탕수 수 수확이 끝나자 쿠바에 정착한다. 쿠바 지배 엘리트들은 그들이 쿠바 에 있다는 것 자체가 국가의 아프리카화 라고 느꼈다. 아프리카계 쿠바 종교 의식의 실천, 야만인 같은 아이티 인들의 이미지, 자메이카 이민자

72 이베로아메리카 제15권 1호 들의 강력한 흑인 인종의식, 이런 것들이 쿠바 엘리트에게 흑인을 발전 과 근대화의 장애로 수용하게 했던 것이다(Valero 2011, 183). 아프리카계 카리브 해 사람들은 유전적 병리적으로 결함을 지니고 있고 문명에 부 적합한 뇌 구조를 지닌 인종으로 여겨지고 바람직하지 않은 사람들 로 규정되면서, 19세기부터 정치사회분야에서 추구되었던 탈 아프리카화 정책을 조장시켰다. 헤라르도 마차도(1925-1933) 정권 동안에는 여러 정 치경제적 문제들이 야기되었고, 아이티 인들과 자메이카 인들은 송환되 기 시작했다. 치명적인 질병의 매개체일 뿐만 아니라 쿠바의 아프리카화에도 기여했다. [ ] 주조된 용어는 쿠바에 유색인종의 이민에 반대하여 지속된 저주하고 차별적인 행위였다. 이들은 주로 인근 섬에서 온 사람들로, 쿠바는 카마구에이와 오리엔테 지방을 통해 국가로 천 연두나 독감 혹은 말라리아 같은 질병을 대규모로 들여온 장본인 이라고 간주했다. 약 10년 전부터 인종차별적 중상모략은 국회의 지지를 받았다(1996, 67). 이런 근거 없는 유산 앞에서 로하스의 소설은 편견을 탈신비화하고 이주자들의 옹호에 중심을 둔 담론을 제안한다. 로하스는 클라라의 목소 리를 통해 특히 흑인과 물라토들의 역내 이주자들이 쿠바 발전에 얼마 나 영향을 주었는지 인정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그녀는 자기 자손들이 자신의 기억을 알기를 바랐다. 그건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었고, 유색인 종인 가난한 서인도제도 사람들의 삶은 보통 책에 쓰여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국가 건설에 참여한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1996, 135) 이런 사명을 맡은 인물은 클라라 스펜서의 아들인 안드레스 레이 스펜서와 그의 아내 훌리아나 로드리게스이다. 그들은 공식기억에서 왜 곡되었거나 잊히도록 선고받은 역사의 조각을 연결시킨다. 이렇게 카리

현대 쿠바의 정체성 형성과 혼혈의 패러다임 73 브 해 역내 이주자들의 역사를 지키고 재건하는 과정에서 훌리아나와 안드레스는 끊임없이 문학과 사회과학, 비밀과 진실의 경계를 넘나들면 서, 거짓 역사의 가면을 벗긴다. 이 작품은 19세기 초에 있었던 최초의 이주부터 쿠바에 정착한 다른 카리브 해 국가의 흔적을 회복하는 사회과학과 인문학 텍스트 목록을 포함시키고, 그렇게 망각으로부터 구해내려고 한다. 이런 방식으로 로하 스는 상징적 차원에서 역사의 빚을 갚기 위해 서인도제도 노동자들을 사회적으로 보호했던 혁명 정부의 사회정책과 하나가 된다. 배제된 그룹 에게 기회의 평등을 제공한다는 전제로 이루어지는 이런 계획의 목적은 낙인과 편견을 제거하고 쿠바의 문화와 역사에 아이티 인들의 소중한 공헌을 인정하려는 요구에 부응하는 것 (Sklodowska 2009, 105)이다. 아이티, 자메이카, 바베이도스 등의 여러 카리브 해 국가들이 쿠바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프루덴시오의 훌륭한 혼혈 가문인 아르투로 카사마주르는 자기 조상들이 처음에 정착하던 장 면을 재창조한다. 투르키노(Turquino) 정상에서 자메이카를 느끼면서, 그들은 그것을 블루 마운틴 피크(Blue Mountain Peak)의 정상과 동일시했 을 것이다. 그곳은 1세기 전에 도망친 노예의 참호이자 은둔처로 사용된 곳으로, 그들은 아이티에서 노예 사슬이 파괴되면서 이 땅에 도착했다. 그곳에서도 역시, 그러니까 마이시(Maisí)에서 조금만 동쪽으로, 즉 바람 의 통로(Paso de los Vientos) 한가운데로 헤엄친다면, 그들이 영원히 잃 어버린 생도밍그를 볼 수 있었다 (1996, 106). 이렇게 레이 스펜서의 그네 는 그들이 쿠바에 처음으로 이주한 흔적 을 역사적, 지리적, 관습적으로 자세히 재현한다. 그러면서 여러 카리브 해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오리엔테 지방 정착하면서 문명 이 설정한 경 계를 넘어 오리엔테 지역이 그들의 공간 이 된다(Sklodowska 2009, 159)

74 이베로아메리카 제15권 1호 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아이티 사람들에 의해 이식된 특별한 요리를 언 급하고(1996, 132), 프랑스 무덤의 의식(1996, 122)을 묘사한다. 로하스는 또한 아이티의 향수(Nostalgia haitiana) 라는 노래의 가사를 옮겨 적는데, 이것을 크레올 어가 아닌 스페인어로 적는다(1996, 132). 또한 이 소설은 인종 탄압과 반란으로 점철된 복잡한 역동성의 관점에서 프랑스인들의 사회경제적 유산을 재구성한다. Ⅵ. 맺는말 로하스의 작품은 자유 신분이건 노예 신분이건 흑인 여인/물라타의 역 할과 쿠바 정체성 형성과 역사에서 그들이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끼쳤 는지를 강조한다. 역사를 여성적 관점으로 재점검하면서, 마르타 로하스 는 루실라, 아르볼레타, 엔리케타, 클라라, 크리스티 같은 아프리카 혈통 의 여인들의 육체를 통해 어떻게 혼혈이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이렇 게 로하스는 쿠바 정체성 형성에 능동적 동인으로 아프리카계 여인이 맡았던 역할을 부각시킨다. 데코스타 윌리스에 의하면, 이것은 마르타 로하스의 역사관이 쿠바 혁명과의 약속으로 형성되었음을 보여줌과 동 시에 학자나 작가들에게 도전하여 혁명 이전의 문학사 국가 정체성 형 성에 아프리카계 쿠바인들의 공헌을 거의 인정하지 않는 문화적 생산물 를 해체하려는 (2003, 106)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편 엘바 버밍햄 포코니(Elba Birmingham-Pokorny)는 레이 스펜서의 그네 를 평하면서 카리브 해 지역의 사탕수수 농장 체제로 인해 생겨난 타자, 즉 흑인이나 물라토는 현재 카리브 해의 담론을 형성하는 세 개 의 주요 개념을 완벽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첫째는 카리브 해 공동 체라는 사회체의 분산이며, 둘째는 아프리카계 후손들의 사회적 문화

현대 쿠바의 정체성 형성과 혼혈의 패러다임 75 적 경제적 차원뿐만 아니라 그들의 심리에도 영향을 끼친 사탕수수 농 장의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힘이고, 셋째는 사탕수수 농장 노예나 노동 자들의 저항 담론이다(2001, 22-23). 이런 저항담론은 분산되고 절단된 카 리브해 흑인여성과 물라타의 정체성을 찾고 재창조하는데 필수적이다. 버밍햄 포코니가 지적한 이런 개념은 오비에도의 후궁 과 성스러운 육욕 에도 그대로 존재한다. 특히 저항담론의 경우는 가시적으로 나타난 다. 로하스의 반노예주의 3부작은 반항적이고 전통과 단절하는 작품으 로, 국가 설립의 아버지들이 만든 공식담론 에 대한 반담론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공식담론은 쿠바의 식민지역사를 뒷받침하기 위해 그릇된 정보 를 창조하고 보존했다. 즉, 스페인 식민지는 자비롭게 노예제를 운영했 으며, 아프리카 사람들은 성적으로 방종하다는 생각, 그리고 크리오요 엘리트는 순혈이라는 신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로하스는 그 역사를 역전 시키면서 엄정한 고문서 연구에 바탕을 둔 허구적 텍스트를 통해 폭력 으로 점철된 노예제와 노예주인의 성폭력을 비롯해 크리오요 계층 역시 흑인의 뿌리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DeCosta-Willis 2003, 103). 마르타 로하스는 레이 스펜서의 그네 와 성스러운 육욕, 그리고 오비에도의 후궁 에서 흑인과 백인의 이분법을 문제시하면서, 물라토 혹은 혼혈 민족을 제시한다. 쿠바의 혼혈 정체성은 자메이카 여자들의 싸구려 여인숙에서 팔던 프루 라는 음료수 (Rojas 1996, 75)부터 지난 세 기에 노예들이 도착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질병과 배고픔을 참고 견디면 서 허름한 배에 몸을 싣고 쿠바에 도착한 아이티 사람들과 바베이도스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나타난다. 작가는 여러 흑인/물라토 문화를 강조하며, 쿠바의 혼혈 과정이 그런 문화들이 교차된 결과임을 보여준 다. 그리고 그런 다인종의 혼혈 패러다임을 통해 인종과 문화에 바탕을 둔 국가 정체성을 구현하며, 그것을 단일민족성으로 수렴시키고 쿠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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