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伐)이라고 하였는데, 라자(羅字)는 나자(那字)로 쓰기도 하고 야자(耶字)로 쓰기도 한다. 또 서벌(徐伐)이라고도 한다. 세속에서 경자(京字)를 새겨 서벌(徐伐)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또 사라(斯羅)라고 하기도 하고, 또 사로(斯盧)라고 하기도 한다. 재위 기간은 6

時 習 說 ) 5), 원호설( 元 昊 說 ) 6) 등이 있다. 7) 이 가운데 임제설에 동의하는바, 상세한 논의는 황패강의 논의로 미루나 그의 논의에 논거로서 빠져 있는 부분을 보강하여 임제설에 대한 변증( 辨 證 )을 덧붙이고자 한다. 우선, 다음의 인용문을 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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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국어에서 관용표현 지도 방안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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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과 학기 술부 고 시 제 호 초 중등교육법 제23조 제2항에 의거하여 초 중등학교 교육과정을 다음과 같이 고시합니다. 2011년 8월 9일 교육과학기술부장관 1. 초 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은 별책 1 과 같습니다. 2. 초등학교 교육과정은 별책

시험지 출제 양식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봅시다.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체험합시다.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집시다. 5. 우리 옷 한복의 특징 자료 3 참고 남자와 여자가 입는 한복의 종류 가 달랐다는 것을 알려 준다. 85쪽 문제 8, 9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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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민락초신문4호


제1절 조선시대 이전의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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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국회 1 월 중 제 개정 법령 대통령령 7 건 ( 제정 -, 개정 7, 폐지 -) 1. 댐건설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 1 2. 지방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 1 3.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 촉진법 시행령 일부개정 2 4.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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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답 과 해 설 1 (1) 존중하고 배려하는 언어생활 주요 지문 한 번 더 본문 10~12쪽 [예시 답]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한 사 람의 삶을 파괴할 수도 있으며, 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해쳐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0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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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0 인물 강순( 康 純 1390(공양왕 2) 1468(예종 즉위년 ) 조선 초기의 명장.본관은 신천( 信 川 ).자는 태초( 太 初 ).시호는 장민( 莊 愍 ).보령현 지내리( 保 寧 縣 池 內 里,지금의 보령시 주포면 보령리)에서 출생하였다.아버지는 통훈대부 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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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은하 1 우리 은하 위 : 나선형 옆 : 볼록한 원반형 태양은 은하핵으로부터 3만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 2 은하의 분류 규칙적인 모양의 유무 타원은하, 나선은하와 타원은하 나선팔의 유무 타원은하와 나선 은하 막대 모양 구조의 유무 정상나선은하와 막대나선은하 4.

근대문화재분과 제4차 회의록(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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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오스본을 중심으로 한 작은 정부, 시장 개혁정책을 밀고 나갔다. 이에 대응 하여 노동당은 보수당과 극명히 반대되는 정강 정책을 내세웠다. 영국의 정치 상황은 새누리당과 더불어 민주당, 국민의당이 서로 경제 민주화 와 무차별적 복지공약을 앞세우며 표를 구걸하기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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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음운 체계상의 특징 음운이란 언어를 구조적으로 분석할 때, 가장 작은 언어 단위이다. 즉 의미분화 를 가져오는 최소의 단위인데, 일반적으로 자음, 모음, 반모음 등의 분절음과 음장 (소리의 길이), 성조(소리의 높낮이) 등의 비분절음들이 있다. 금산방언에서는 중앙

4 꼬부랑 이라는 말이 재미있습니다. 5같은 말이 반복이 되어서 지루합니다. 4 꼬부랑 은 굽은 모양을 재미있게 흉내 낸 말입니다. 꼬부랑 을 빼고 읽는 것보다 넣어서 읽 으면 할머니와 엿가락, 강아지의 느낌이 좀 더 실감 나서 재미가 있습니다. 국어2(예습)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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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스님의 이 달의 법문 성철 큰스님 기념관 불사를 회향하면서 20여 년 전 성철 큰스님 사리탑을 건립하려고 중국 석굴답사 연구팀을 따라 중국 불교성지를 탐방하였습 니다. 대동의 운강석굴, 용문석굴, 공의석굴, 맥적산석 굴, 대족석굴, 티벳 라싸의 포탈라궁과 주변의 큰

15강 판소리계 소설 심청전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1106월 평가원] 1)심청이 수궁에 머물 적에 옥황상제의 명이니 거행이 오죽 하랴. 2) 사해 용왕이 다 각기 시녀를 보내어 아침저녁으로 문 안하고, 번갈아 당번을 서서 문안하고 호위하며, 금수능라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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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강습회원의 수영장 이용기간은 매월 1일부터 말일까지로 한다.다만,월 자유수영회 원,자유수영 후 강습회원은 접수일 다음달 전일에 유효기간이 종료된다.<개정 , > 제10조(회원증 재발급)1회원증을 교부받은 자가 분실,망실,훼손 및

Transcription:

발행처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발행인 김동철 편집인 조명기 발행일 2016년 5월 6일 주소 부산광역시 금정구 부산대학로 63번길 2 (장전동) 전화 051-510-1882 팩스 051-581-5655 홈페이지 http://www.pncc.kr/ 디자인/제작 비온후(051-645-4115) 로컬리티의 Localitology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인문 벤치와 로컬리티 _ 김원동 01 로컬과 사람 모퉁이극장: 관객운동 4년의 현장 리포트 _ 김현수 02 장소의 문화지형 위니펙과 캐나다 인권박물관: 새로운 랜드마크의 탄생 _ 이유혁 04 로컬리티 연구의 쟁점 로컬리티 연구, 경계 를 어떻게 할 것인가? _ 이명수 06 제29회, 제30회 학술세미나 08 2016년 제1기 세상을 여는 아름다운 인문학 11 북리뷰 13 로컬리티 관련 논문 14 연구소 소식 16 벤치와 로컬리티 2016 3/4 Vol. 김원동 _ 강원대 사회학과 교수, 사회학 두 달 전 연구년을 영국 에딘버러에서 보내고 돌아왔다. 생소한 외지에서의 1년은 불편하고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흥미롭고 부러 운 삶의 면면을 관찰하고 느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 중 한 대목을 한국민족문화연구소의 소식지 독자들과 함께 나누려 한다. 집과 학교를 이어주는 확 트인 잔디 공원의 오솔길을 걷다보면 좌우에 드문드문 놓여 있는 벤치를 지나게 된다. 언젠가 벤치에 앉 으려는데 등받이 부분에 붙어 있는 작은 팻말이 눈에 띄었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이 도시를 사랑했던 플로 렌스와 조지 헨더슨을 추모하며. 다른 벤치는 어떤가 싶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표현은 조금씩 달랐지만 벤치에는 한결같이 먼저 떠 난 가족이나 친구를 기리는 간략한 문구들이 새겨져 있었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다른 곳의 벤치는 어떨까? 벤치를 의식하고 다니며 눈여겨보았더니 시내 도처에 의외로 벤치가 많았다. 가장 번화한 도심 대로변의 보행로 사이사이에도 벤치가 있었고, 어김없이 추모의 표현이 부착되어 있었다. 햇살 좋은 날에는 주민과 관 광객들로 붐비는 도심 공원도 마찬가지였다. 공원의 꽃길에 촘촘히 줄지어 붙어 있는 벤치에도 이곳에서 행복한 많은 날들을 보내 다 떠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틋함이 배여 있었다. 도심에서 다소 벗어난 한적한 산속에서도 벤치는 볼 수 있었다. 모처럼 나섰던 겨울 산행의 하산길에서 경관이 빼어난 강가에 위 치한 벤치와 조우했다. 벤치와 마주한 강의 건너편은 병풍 같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그 사이를 맑은 강물이 산세의 모습을 고스 란히 담아내며 소리 없이 흐르고 있었다. 주변에 펼쳐져 있는 낮은 구릉에서는 수십 마리의 양떼가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벤치 에는 별도의 팻말 없이 등받이에 두 줄의 글귀가 쓰여 있었다. 로니 그레이 1937-2015. 그는 이곳의 풍광을 사랑했었다. 에딘버러에서 만났던 벤치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했다. 우선 벤치의 조성 장소가 지인들이 언제든 고인 생전의 친숙한 생활 반 경 속에서 고인을 추념할 수 있게 하는 이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인과 일면식이 없었던 지역주민이나 외지 방문객들에 게 주는 의미도 큰 듯했다. 벤치는 일반인들에게 고인에 대한 막연한 추념을 넘어 고인이 사랑했던 바로 그 지역과 특정한 장소에 대 한 애정과 관심을 환기시켜 주기 때문이다. 벤치에서는 사랑하는 이에 대한 기억을 대중의 사소하지만 요긴한 생활 속의 필요와 결 합시켜 확장시킨 지혜도 엿볼 수 있었다. 어디에서든 길을 걷다 피곤함을 느낄 즈음이면 으레 걸터앉을 곳이 있는지 눈길을 돌리기 마련인데, 이때 보행자를 반갑게 맞이하는 최적의 공간이 벤치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고인의 영면과 벤치에 앉은 산자의 휴식도 길게 보면 모두 동일한 휴식의 연장선 위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니엘 벨 식 의 표현을 빌리자면, 일상 속의 벤치는 이런 점에서 특정한 지역에서 살다 간, 그리고 살아가고 있고, 또 살아갈 이들을 이어주는 의 미심장한 로컬리티의 가교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리고 가끔은 그곳을 스쳐가는 이들에게도. 1

로컬과 사람 모퉁이극장: 관객운동 4년의 현장 리포트 김현수 _ 모퉁이극장 대표, 관객문화활동가 관객운동은 영화를 좋아하는 한 개인인 내가 어떻게 일상에서 영화를 향유하며 살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 고민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단순히 영화를 많이 보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애호하는 다양한 관객들과 어울리며 꾸준히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 고자 했다. 이렇듯 모퉁이극장의 관객운동은 영화에 귀속되는 관객들의 활동이 아니라 영화와 동등하게 공존하는 관객의 자리를 뿌리내리게 하려는 생활문화운동이다. 내가 관객이라 손들 수 있는 실명의 관객운동 지금까지 관객들은 주류 미디어나 영화산업에 의해 소비자에 머무르거나, 천만 관객과 같은 수치로만 여겨졌다. 또한 관객들 스스로 도 관객의 자리에 대한 자의식이 부족하다는 사실도 현장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동안 관객들은 영화문화의 수용자, 소비자로만 인식되었지 고유한 문화를 가진 주체로서 제 대로 조명되지 못했다. 관객들의 문화가 홀대받았기에 그 토양이 잘 뿌리내리지도 못했 다. 관객의 자리를 가꾸기 위해서는 우선 빈약한 관객들의 문화를 살찌우는 일부터 시 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흩어져 있는 관객들의 활동을 모으고 엮고, 이어 내고 가치매김하며 관객들의 역사를 세우는 일도 매우 중요한 작업으로 생각되었다. 이 런 고려 속에서 익명의 관객이 아닌 실명의 관객, 대상화된 관객이 아닌 내가 관객이라 손들 수 있는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관객운동의 방향을 잡아나갔다. 2013년_모퉁이극장 잡지 창간 파티 영화계로부터 독립된 관객계를 이루기 위한 관객운동 영화계가 영화와 관련된 일에 종사하 는 조직체나 개인의 활동 분야 라면 관객계는 관객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조직체나 개인의 활동 분야 라고 할 수 있다. 모퉁이극장의 목표는 한마디로 생계 활동이 가능한 튼튼한 관객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것은 모퉁이극장의 활동에 대해 지금껏 길들여 진 영화문화 속에서 관객을 바라본 시각과 전혀 다른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2014년_실험영상 퍼포먼스 상영회 관객들의 목소리를 스크리닝하는 극장 처음 시작한 일은 관객극장을 만드는 일이었다. 장 비, 객석, 상영 시설이나 프로그램 을 중심에 두는 기존의 극장에 대한 정의들이 통상 누 락시키고 있던 관객 을 극장의 중요 요소로 삼았다. 관객 중심 극장이 되려면 관객들 간 의 연대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여 관객들이 주체적으로 활동하고 소통할 수 있는 관 객 자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여러 모색 끝에 기존의 상영 중심 극장과는 달리 관객들의 연대를 통해서 관객들 스스로 관객문화를 생산해내도록 응원하는 새로 운 극장 모델을 만들게 되었다. 2015년_제1회 모퉁이관객영화제 현장 지면 관객운동, 관객잡지 공간을 통한 활동과 더불어 지면 관객운동으로 관객잡지를 펴내 는 활동도 해왔다. 이 역시 기존의 주류 미디어가 전파하는 수동적 관객의 이미지에 저 항하며 관객들의 활동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려 알리고 기록하는 활동이다. 다양한 관객들이 모여 사는 가상의 마을을 떠올리며 잡지를 만들었다. 잡지가 100페이지라면 100명의 관객들의 고유한 활동들을 조명하고자 했다. 2013년 창간호와 2014년 2호, 두 권의 관객잡지를 어렵게 펴냈다. 2015년_애프터시네마클럽 단체 사진 2

관객운동의 가능조건, 관객연대 그런데 봉착한 문제는 토대의 구축과 지속의 어려움이었다. 관객잡지, 관객 리뷰단, 모퉁이 관객살롱과 같은 관객문화의 모델을 만드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르나 이러한 성 과를 지속하는 시스템과 운영체제를 안정화시키는 데는 여전히 큰 진척이 없었다. 그 원인은 지금까 지 관객운동의 롤 모델이 되는 프로그램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느라 오히려 관객문화의 토대를 함께 만들어갈 핵심 일꾼들을 양성하는 일에 소홀했던 데 있었다. 그런 이유로 모퉁이극장은 2014년까지 내부적인 어려움에 항상 시달리고 있었다. 2014년_관객잡지 모퉁이극장 2호 표지 관객운동의 주체, 관객문화활동가의 탄생 모퉁이극장의 상영 프로그램을 찾는 관객들, 간헐적으로 운영 한 영화제의 관객 리뷰단이 있었지만 이들이 관객운동의 항상적 참여 주체가 되어주지는 못했다. 모 퉁이극장의 관객, 곧 모퉁이극장의 관객운동을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함께 펼칠 이들은 요원했다. 이 러한 자체적인 평가 속에서 모퉁이극장은 그 대안으로 2015년 관객문화교실을 운영하고 관객문화활 동가를 배출하기에 이른다. 관객문화활동가는 지난 3년간 모퉁이극장의 취지를 이해하고 함께해 준 관객들과 관객문화교실을 이수한 관객들로 이루어졌다. 2015년_제 1회 모퉁이 관객 영화제 포스터 관객문화활동가들의 활약 2015년 봄에 시작된 제1기 관객문화교실은 최초의 관객문화활동가 양성 프 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들은 영화에 대한 자기 느낌을 스스럼없이 말하고, 다른 관객들 과 소통하고 어울리며 교류한다. 더 나아가 관객문화의 필요성을 공유하고 관객의 자리에서 할 수 있 는 의미 있는 활동들을 만들어나갔다. 2015년은 관객문화활동가들의 해였다. 5월에는 관객문화활동가 자치 운영 프로그램인 애프터시 네마클럽, 8월에는 영화제 네트워크 프로그램인 엑시코너스, 10월에는 부산국제영화제 관객부스, 10 월부터 12월까지는 모퉁이 관객 영화제를 개최하며 관객 중심의 영화문화가 어떤 것인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었다. 그리고 12월 부산국제영화제가 위기에 처하자 관객활동가들은 남포동 비프 광장에 서 1인 릴레이 시위를 두 달 간 벌였고, SNS를 통해서는 손글씨 응원릴레이를 주도했다. 2016년 1월 힘내라 BIFF 일일호프, 다이빙벨 상영회, 최근의 BIFF 시민연대의 밤 행사에도 주체로 참여했다. 관객운동의 영역 설정 모퉁이극장의 활동은 지난 4년간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매체 발간과 공간거점 활동을 통 해 그 고유한 영역을 시간성만큼 분명히 해가고 있다. 그리고 열악한 상황을 견뎌낸 시간만큼 모퉁이극장 고 유의 활동영역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예를 들면 영화운동에 해당하는 영역과 관객운동에 해당하는 영역의 경계를 재고해가며 기존의 영화운동으로 수렴되지 않는 고유한 영역으로서의 관객운동에 조금 더 초점을 맞 추어가게 된 것은 현장에서 수많은 관객들과 만난 시간의 힘이다. 관객들의 활동을 전하는 미디어 아직 영화계 사람들조차 관객들을 영화 콘텐츠의 소비자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관객들은 이미 풍부한 관객문화를 형성하고 있고 각자 역사를 가진 관객으로서 살아가고 있다. 다만 그 문화와 역사들을 가치매김하고 응원하며 조명할 미디어 역할이 없었을 뿐이다. 그렇기에 모퉁 이극장은 관객문화활동, 곧 관객운동의 지속을 통해 이 인식을 바꾸어 관객은 익명이 아닌 고유명의 존재이 며 영화 콘텐츠가 아닌 관객 자신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문화주체임을 알려갈 것이다. 우리는 도처에서 활동 중인 관객들이 가진 콘텐츠를 양지의 문화로, 공공재로 끌어올려 사람들과 소통시키는 미디어 활동을 꾸준히 펴나갈 것이다. 3

장소의 문화지형 위니펙과 캐나다 인권박물관 : 새로운 랜드마크의 탄생 Canadian Museum for Human Rights 이유혁 _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교수, 비교문학/문화 정치적, 사회적으로 상당한 의미를 지니는 랜드마크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공공건물을 어느 지역에 세 울 때는 그곳이 과연 들어서고자 하는 그 공공건물과 여러 가지 면에서 잘 부합되는지를 살피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 과정은 순탄하기보다는 오히려 종종 여러 가지 논란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이런 맥락에서 최 근 캐나다의 국립 인권박물관이 위니펙이라는 도시에 세워진 것의 정치적, 지리적, 문화적인 의미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위니펙은 캐나다 서부의 관문(the Gateway to the West)이라고 불리는 도시이다. 지리적으로 북미에서 경 도상의 중심에 위치하며 백인 유럽인들이 이주하기 훨씬 오래 전부터 원주민들의 무역 중심지 역할을 하였다. 유럽인들에 의한 식민시대를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이러한 역할이 확대되었고 오늘날에도 다양화된 경제 활동 과 함께 철도와 교통의 요충지 역할을 하고 있다.(사진 1) 그런데 이러한 정치경제적인 중심지로서의 위니펙의 위치와 함께 필자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위니펙의 역 사문화적인 위치이다. 고고학적 발견은 오늘날 위니펙이라고 부르는 지역에 원주민들이 뿌리를 내리고 살 아온 역사가 아주 오래되었음을 증명한다. 특히 위니펙은 레드 강(Red River)과 아시니보인 강(Assiniboine River)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하며 이 지점에 위치한 탁 트인 넓은 공간은 더 포크스 (The Forks)라고 널리 알 려져 있다. 최소 6,000년 동안 이곳은 원주민들을 위한 만남의 장소 역할을 하였고 유럽인들에 의한 식민시대 이후로는 유럽의 모피 무역업자들, 메티부족 1 의 들소 사냥꾼들, 스코틀랜드인 거 주자들, 강배(riverboat) 일꾼들, 그리고 수많은 이민자들을 위한 만남의 장소 역할 을 해왔다. 이러한 6천 년 동안 인간 활동의 장소로 이용되어 온 역사문화적인 가치 로 인해 더 포크스 는 1974년에는 캐나다의 국가사적지로 지정되었다. 이곳은 현 재 관광사업의 활성화를 위한 지속적인 개발로 인해 다양한 현대적인 레저시설들 이 들어서 있다. 과거와는 다른 의미에서 많은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로 활용되고 있 다.(사진 2) 이러한 더 포크스 라 불리는 만남의 장소의 한 모퉁이에 캐나다 국립 인권박물관 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는 캐나다 수도 지역이 아닌 곳에 건설된 첫 번째 국립박물관 이기도 하다. 애초에 이것은 한 개인의 비전에서 시작된 것이었는데 지방정부와 중앙 정부의 개입과 함께 한 국가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들어내는 거대한 프로젝트로 확 대되어 갔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과 그것이 최종적으로 완성되는 것을 통해 캐나다 에서 인권박물관의 의미와 역할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인권박물관 의 건립을 둘러싼 다양한 관련 당사자들의 문화정치학이 어떻게 작용하(였)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캐나다 위니펙에 기반을 두고 활동했던 기업가이고 자선가이고 정치가였던 이스 라엘 해롤드 애스퍼(Israel Harold Asper)는 인권박물관에 대한 아이디어와 비전을 품고 있었다. 그는 이곳이 캐나다 전 지역의 학생들이 인권에 관해 배울 수 있는 장 소가 되기를 바랐다. 이를 통해 그는 인권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증진시키고, 타자에 사진 1 _ 북미에서의 위니펙의 위치. (출처: http://www.gov.mb.ca/jec/invest/busfacts/overviews/shipping.html) 주1 메티부족(the Métis)은 북미의 원주민 부족들 중의 하나로서 원주민 여인들과 프랑스계 또는 영국계 유럽인 남자들의 결혼으로 인 해 태어난 혼혈족 후손들로 구성되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부족 내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다른 인종들 사이의 결혼이 생겨났다. 사진 2 _ 더 포크스 의 항공사진. 하늘로 우뚝 솟은 뾰족탑을 가진 캐나다 인권박물관도 보인다. (출처: http://danharperphotography.com/blog_2014.html) 4

사진 3 _ 완공된 박물과 사진. 박물관의 설계는 국제 공모를 통해 미국 뉴멕시코주의 건축가인 안토인느 프레독(Antoine Predock)의 안이 선택되었다. 그에 의하면 이 건물의 의미는 땅으로의 하강을 통해 시 작하는 여행 으로서 이를 통해 방문객들은 박물관의 뿌리들을 통해 그 안으로 들어간다. 그들은 더 그레이트 홀로 인도되고, 이후 일련의 거대한 공간들과 경사로들을 한참 지난 뒤, 다운타운 위니펙의 멋진 경치를 볼 수 있는 박물관에 우뚝 솟은 뾰족탑인 희망의 탑에 이르게 된다. (출처: http://vacay.ca/2015/01/20-best-places -to-visit-in-canada-for-2015/) 대한 존중을 장려하고, 이와 관련한 사색과 대화와 행동을 권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위니 펙으로의 관광을 증진시킴으로써 위니펙 다운타운을 다시 활성화시키기를 바랐다. 이러한 그 의 개인적인 비전은 그가 죽은 2003년 그의 딸을 통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하였다. 구체 적으로 2003년 4월 17일, 캐나다의 권리와 자유에 관한 헌장(Canada s Charter of Rights and Freedoms) 2 이 공표된 지 21주년을 기념하면서 애스퍼재단, 캐나다 연방정부, 마니토바 지 방정부, 위니펙시, 더포크스 노쓰 포티지 파트너십이 공동으로 참여하여 캐나다 인권박물관 의 설립이 공식화되었다. 2007년 4월 20일에 당시의 연방정부 수상이었던 스티븐 하퍼가 인 권박물관을 국립박물관으로 격상시킬 것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2008년 3월 13일에 관련 수정 법안 Bill C-42가 의회에서 모든 정당들의 동의하에 통과되었다. 그리고 나서 이 박물관에 인 권과 관련된 어떤 주제들이 포함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정부지원의 연구 프로젝트가 시작되었 고 이외의 여러 필요한 조치들이 박물관이 공식적으로 문을 연 2014년 9월 19일까지 시행되었 다.(사진 3) 여느 비슷한 프로젝트에서와 마찬가지로 캐나다 인권박물관의 건립 과정에서도 다양한 논 란이 발생하였다. 그 중의 하나는 박물관이 자리 잡은 더 포크스 가 원주민들의 묘지였다는 주 장이다. 이와 함께 또 하나의 큰 논쟁거리가 되었던 것은 박물관 안에 전시할 내용과 관련해서 이다. 초기 단계에서의 논란거리는 유태인들이 홀로코스트 동안 경험한 고통과 캐나다 원주 민들이 경험한 불공평에 대해 두 개의 영속적인 전시관을 할애할 것이라는 것에 대한 불만이 었다. 특히 가장 반발을 세게 한 그룹은 우크라이나계 캐나다인 이민자 집단이었고 다른 소수 자 이민자 집단들도 이에 동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에 보기에 특정 몇 개의 집단이 경험한 비인권적 경험 을 너무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결국 12개의 주제 전시관이 따로 마 련되었고 이를 통해 1차 대전 동안 우크라이나계 캐나다인들을 비롯한 다른 이들이 경험한 것들, 2차 대전 동 안 독일, 이태리, 일본계 캐나다인들이 경험한 것들, 1970년 10월 위기 때 퀘벡인들의 경험과 같은 캐나다의 역사에서 발생한 비인권적 역사를 수용하게 되었고, 더 나아가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대학살, 공산주의와 파시즘에 의해서 정치적으로 부추겨진 범죄들도 포함되었다. 전시 내용과 관련하여 이러한 긍정 적인 측면에서 개선과 확장의 과정도 있었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으로 인해 당사자들의 항의와 요구에 도 불구하고 배제된 것도 있었다. 그것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충돌의 역사에서 발생한 비인권적인 경험들 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개선의 과정에도 불구하고 2014년 9월 19일 공식적으로 박물관이 문을 열고 자 할 때 다양한 시민단체들의 항의시위는 멈추지 않았다. 그 이유는 자신들의 인권 관련 역사들이 부정확하 게 묘사되었거나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한 원주민 뮤지컬 그룹은 원주민 이슈들에 대한 박물관의 전시에 대 한 항의의 표시로 예정되었던 개막행사 공연에 참여하지 않았다. 캐나다 인권박물관이 한 개인의 비전에서 국가적인 프로젝트로 확대되는 과정은 인권이 캐나다라는 국가 의 비전에서 상당히 중요한 구성요소임을 보여준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지 간에 박물관의 건립과정 특히 전시 내용과 관련하여 에 재현의 정치학이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문제점이나 논쟁이 없으면 좋겠지만 모든 이들을 100% 만족시키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러므로 재현의 정치학이 펼쳐지는 것을 싸움의 과정으로 폄하하기보다는 배움의 과정으로 인식하고 승화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무엇보다 이러한 과정이 열려 있고 논쟁적이면서도 민주적일 때 더욱 그것의 가치가 살아날 것이다. 이는 이 박물관이 위치한 곳 더 포크스 (다양한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 의 정치지리적인 의미, 박물관을 설계한 건 축가의 박물관에 대한 비전, 그리고 박물관 내에 전시될 내용들의 결정과 관련한 일련의 과정들을 고려해 볼 때 더욱 그러하다. 바로 여기에 문화정치적 공간으로서의 캐나다 인권박물관의 가능성이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주2 이 헌장은 단순한 선언문이 아니라 캐나다 개정 헌법(The Constitution Act, 1982)의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5

로컬리티 연구의 쟁점 로컬리티 연구, 경계 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명수 _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교수, 중국철학 우리는 나 를 의식한 장소 차지 때문에 일차적으로 자기 경계 를 만든다. 그러면서 나의 몸은 의식을 갖추고 있는 탓에 그 의식이 파생하는 경계 속에 살아간다. 경계는 사람이나 사물의 존재를 위한 존재론적 측면과 사 람의 의식, 사람의 대상 인식에 관련한 인식론적 측면에 걸쳐 있다. 경계는 동아시아 사유에서 인간의 의식이 향하는 곳 이라는 의미가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고, 그것은 정치, 사회, 문화, 예술 방면에 걸친 것이어서 그리 단편적이지도 않다. 사람에게 생명이 있는 한, 참으로 다가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경계 도 있고, 정신적으로는 욕망, 의지, 관념이 빚어내는 경계도 있다. 경계 의미에는 사람의 사물 인식 체계에 관계되는 것도 있다. 눈, 코, 입, 귀, 신체 등 오감의 인식 과정에 의한 경계도 있다. 그런 경우라면 다분히 불교적인 맥락에 기초한 사물 인식 차원이다. 그 같은 인식 시스템에 서 발생하는 경계 는 궁극적이거나 바람직하지 않아서 탈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도 있다. 현실 수요의 물질 경계 경계는 현실이라는 시공간을 기초로 하여 넘나드는 자리이다.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구체 공간의 자리 에 존재한다. 그런 경계는 생명조건 확보에 필요한 형이하학적 자리이거나 거기서 파생하는 의식의 장소이 다. 사람의 의식은 물리적인 공간이 있어야 몸이 존재할 수 있다. 몸은 또한 물리적이면서 현실적인 수용의 공 간을 필요로 한다. 이런 생물학적이며 생리적인 존재 조건이 갖추어지고 나서 다음 단계의 진선미성의 경계 을 모색할 수 있다. 세속적 공간 을 거치고 나면 사람의 욕망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이상적 경계 를 상상한다. 6 대상 인식과 관련되는 경계 인간의 사물 인식에는 주관적 우상성, 편협성이 개입한다. 여기서 오도된 경계 가 발생할 수 있다. 불교에 서 말하는 바, 인간의 육근, 즉 눈, 귀, 코, 혀, 몸, 의( 意 : 뜻, 의지)에 의한 인식 과정, 눈이 인식하는 경계는 빛 이 되고, 코가 인식하는 경계는 냄새가 되며 귀가 인식하는 경계는 소리가 되며, 혀가 인식하는 경계는 맛이 되며, 몸이 인식하는 경계는 촉감이 되며, 의식이 인식하는 경계는 존재일반이겠지만, 역시 불교에서는 이 같 은 사람의 인식을 수행과 정행( 淨 行 )을 통해 끊을 것을 권장한다. 같은 맥락에서 인간의 인식이 만드는 경계 에 대하여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홍어는 생식기가 많 다-수컷 홍어는 2개-고 한다. 이는 사람의 인식체계로 판단할 때 우스꽝스러운 것이 되고 만다. 인간의 의식 이 만드는 물질 추구의 경계로 기준을 삼는다면 가치 없는 것이지만, 홍어의 입장에서는 그런 존재가 자연스 럽고 필수불가결하다. 사람의 각도에서는 이상한 것이자 돈 벌이에 장애가 되고 말지만, 자연철학자 장자의 인식으로는 피조물이란 어떤 것 하나도 제각각 자기 영역이나 경계 에서 나름의 존재 방식을 갖지 않는 것이 없어서 어떤 존재 양태도 정당한 것이 된다. 그런 점에서 만물제동( 萬 物 齊 同 )의 평등 의식이 요구된다. 우리나라의 상황을 볼 때 타자 접근에 있어 망령 되이 경계를 만드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떻게 보면 경계 라는 용어조차도 없어져야 할 판이다. 그만큼 타자 인식 과정에서 나름의 존재방식이나 가치에 대하여 객관적이면서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 다. 개인적이거나 주관적인 나 를 떠난 인정의 정치가 요구된다. 한 예로 세월호 기간제 교사 가 정규직 희생 자와 달리 순직 처리가 안 된다면, 본질적으로는 교사임에도 불구하고 법률적 또는 인식적 차별의 경계가 있 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몹쓸 인식의 경계 이고도 남는다.

의식이 만드는 경계 몸과 의식의 상호 작용 속에 만들어지는 경계는 수없이 파생될 수 있다. 사람의 몸에 내재하는 생명 현상에 는 자기 욕망을 외부적으로 확장하려는 자아율동의 심사( 心 思 )가 존재한다. 그리하여 나 이외의 존재물로의 외존( 外 存 )을 꿈꾼다. 나 라는 경계에 머물지 않고 남 과 공동체를 구성하면서 살아가기도 하여, 가족, 마을, 국가, 민족, 세계 등등의 경계를 만들기도 한다. 경계는 문학작품이나 예술에 내재하는 상상의 공간, 마음으로 가는 궁극의 장소이기도 한 그런 공간이기도 하다. 문학 방면에서 왕창령( 王 昌 齡, 698~756)은 시격( 詩 格 ) 에서 산수시를 짓고자 할 때 마음에서 바라보는 경지와 같은 물경( 物 境 ), 즐거움과 근심이 모두 생각에서 펼쳐져 몸으로 귀속하게 된 연후에 생각을 전개하면 깊이 얻을 수 있는 정경( 情 景 ), 의지( 意 志 )에서 펼쳐져 마음으로 헤아리면 그 진실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서 의 식의 경계를 말하였다. 물경은 자연 경물( 景 物 )로부터 마음에 들어오는 마음의 경계이며, 정경( 情 景 )은 정감의 지향에 따라 생겨나는 경계이다. 근대의 왕국유( 王 國 維, 1877~1927)는 인간사화( 人 間 詞 話 ) 의 상당 부분을 경계 담론에 할애하였다.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에 걸친 인생의 궁극 경계 종백화( 宗 白 華, 1897~1986)나 풍우란( 馮 友 蘭, 1894~1990) 같은 미학자 또는 사상가는 사물이나 대상을 둘러싼 인간적 지향, 상상의 세계, 인격, 풍격을 고려한 경계 를 사유하였다. 종백화에 의하면, 화가나 시인의 마음이 노니는 곳, 곧 그들의 독특한 영경( 靈 境 ), 그들이 창조해 내는 의상( 意 象, 마음으로 그려내는 형상)이야 말로 예술 창작의 중심 가운데 중심이 된다. 현대 신유학자 풍우란 역시 인간적 요소를 구성하는 근원적인 문 제를 논하면서 경계 존재의 불가피성 을 피력하였다. 그는 물질현상과 정신활동을 아우르고 동서라는 시공간 적 문화 경계를 상당부분 해소한 현대 신유가 철학자답게 인생의 격조를 정신활동의 단계에서 찾고 있었다. 한편 20세기 현대 신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인 당군의( 唐 君 毅, 1909~1978)는 마음 경계 곧 심령경계를 말하 였다. 여기서 심령은 심( 心 )과 령( 靈 )으로서, 내면의 본질적이거나 본체적인 요소로서 마음과 그 신령한 작용 적 측면의 합침이다. 그는 마음의 창 을 거쳐야 우주만물의 존재론적 본질과 현상의 경계를 종합적으로 볼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표출하였다. 그는 사람의 마음은 위로는 하늘에서 물려받은 것이 있고 아래로는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을 관통하는 것이 있어서 하늘, 땅, 인간 세 가지 존재는 하나로 어우러져 있는데, 사람의 관계를 통과하고 형이상학적 진리로서 도( 道 )는 동시에 형이하학적 현실로서 기( 器 )에 표현된다고 보았다. 장, 장소에 관한 메타 담론의 길목으로서 경계 이에 우리는 동아시아 경계 사유가 의식 공간으로까지 확장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중심 저편의 주변 (Boundary)이나 외곽 지대(Border)뿐만 아니라 우리의 몸과 마음이 머무는 것과 관련되는 공간이나 장소로서 경계와, 의식과 인식이 빚어내는 대상에 대한 경계 짓기에도 그 범주의 폭을 확장될 수 있다. 요컨대 그것은 몸과 마음, 형이상학과 형이하학, 선험적 공간과 경험적 장소, 존재와 인식에 관련된다. 그것은 이른바 탈경 계( 脫 境 界, 경계 벗기) 뿐만 아니라 입경계( 入 境 界, 경계 들기) 를 포함하는 다양한 메타 담론의 길목에 있다. 경험적이며 다소 관념적인, 그러면서 사람의 생존에 기초적으로 요구되는 장( 場 ), 장소, 지점으로서 경계 라 는 점에서, 현장성과 장소성, 그리고 공간성, 지역성, 지방성을 문제 삼는 로컬리티 연구에 매우 중요한 개념 이 아닌가 싶다. 7

제29회, 제30회 학술세미나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로컬리티의인문학연구단이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이 후원하는 <제29회 학술세미나>가 2016년 4월 1일(금)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부산대 인문관 501호에서 개최되었다. 마을연구와 로컬리티 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의 제1부에서는 총 6명이 주제 논문을 발표하였고 제2부에서는 종합토 론이 진행되었다. <제30회 학술세미나>는 2016년 4월 20일(수)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부산대 인덕관 소회의실 에서 지역서사와 재현 이라는 주제로 개최되었다. 이 세미나에서는 총 4명이 주제논문을 발표하고 토론이 진 행되었다. 두 세미나의 결과물은 각각 기획총서 <마을과 로컬리티>(가제), <지역서사와 재현>(가제)으로 출판될 예정이다. 8 <제29회 학술세미나>는 일상생활의 공간인 마을과 로컬리티의 관계를 살피기 위해 마련되었다. 제1부 1장 일상과 공동체 에서는 총 3명이 발표를 하였다. 마을연구와 일상생활 이론의 적용 (이동일, 창원대)은, 마을만 들기라는 프로젝트는 단순히 제도적 경제적 지원만을 강조할 경우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면서, 일상 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여 마을 구성원들간의 관계, 마을의 유지, 갈등과 같은 일상에 대한 논의를 전 개하였다. 이 발표는 마을의 일상과 공동체적 성격을 어떻게 연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마을만들기와 관련해서는 주민과 지방정부의 관계 즉 주민의 이해와 지방정부의 지원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결합되는가가 무 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일상에 대한 Elias, Baladier, Lefebvre, Maffesoli, Heller의 논의를 거쳐 생존, 일상의 구체적인 구성, 마을 내부의 갈등 등으로 구분하여 마을과 공동체 그리고 일상의 영역을 탐문하였 다. 압축근대와 농촌마을의 일상 (차철욱, 부산대)은 인간의 사회적 관계가 이루어지는 기초단위인 마을을 대 상으로 삼아, 1960 70년대의 압축근대, 농촌에서 생활하고 있던 마을 사람들의 일상과 욕망, 이 시대 대표적 인 국가정책이었던 새마을운동을 분석 소재로 삼았다. 부산시 북구 화명동 대천마을의 윤희주가 쓴 대천일기 (1954년 )와 경북 김천시 아포읍 동신마을의 권순덕이 쓴 아포일기 (1989년 )를 텍스트로 삼은 이 논문은, 압축근대의 시기에 협업적 전통이 상당정도 와해되었음을 밝힌다. 나아가 개인의 물질적 욕망의 증가가 새마을 운동의 전면화를 역행하는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아포 동신마을의 새마을운동은 개인적인 경제적 이익이 가능한 분야에서는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졌으나 공공노동이나 비경제 영역에서는 소극적으로 전개 되었다. 이는 압축근대시기 농촌마을 사람들의 욕망의 실현과 근대화로 인해 마을 내부의 전근대적인 호혜성과 공동체 정신이 축소된 결과였다. 새마을운동이 마을 현장에서 국가의 요구대로 진행되지 못한 이유는 마을 사 람들의 일상에 내재된 욕망이 국가가 추진하는 사업에 완전히 포섭되지 않는 영역, 즉 틈을 만들었기 때문이라 고 설명하였다. 문중의 활동을 통해 본 동족마을의 변화 (변광석, 부산대)는, 도심 주거공간의 급격한 집거화(아파트단지)와 같은 환경변화로 인해 종족( 宗 族 )마을이 오늘날까지 전통을 보존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며 도심 속의 동족마을 에 대한 연구 또한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부산시 금정구 남산동에서 300년 동안 내려온 은진( 恩 津 ) 송씨( 宋 氏 ) 동족마을의 지역성과 그 변화과정을 문중의 활동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이 논문은, 동족마을의 형성과 문중의 변화과정, 산업화 시기인 1960 80년대 회관 건립과 정수장(마을 간이상수도) 운영 등 새마을운동과 관련한 마을조직의 활동과 문중의 역할 그리고 마을의 변화를 세밀하게 살폈다. 남산동 4개 자연마을은 산업화시기 크게 해체되었지만, 문중은 간이상수도 운영과 관로사업, 마을회관 건립, 마을주민의 공동 모임공간인 서검 재 보수공사에 적극 관여하는 등 마을의 사회사업과 활동에 여전히 밀접히 연계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발표는 동족마을의 형성과 문중조직, 마을과 문중의 관계 등을 통시적으로 훑는 과정에서 이론 적 담론을 적용하고 구체화함으로써 도시 속 동족마을의 생존적 조 건과 변화 과정을 생생하게 제시하였다.

2장 문화와 재현 에서는 두 편의 발표가 진행되었다. 우선, 마을 문화의 재구성과 정체성의 정치 (차 윤정, 부산대)는 전남 담양군 삼지내마을을 대상으로 삼아, 슬로시티라는 공간 문화적 재생 전략을 글 로벌과 마을의 만남이라는 측면뿐만 아니라 마을 내에서 경합하는 힘들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탐문한다. 슬로시티 사업 진행의 과정에서 누가 주체로 등장하는가, 즉 문화적 재구성의 주체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은 마을의 로컬리티가 어떻게 구성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발표에 따르면, 슬로시티 신청과 인정 후 초기의 슬로시티 기획과 구성 단계에서는 국가/지자체의 힘이 강하게 작동된 반면, 사업 이 진행될수록 마을주민들의 힘이 더욱 강하게 작동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달팽이를 표상체로 제시함으 로써 느림의 이미지를 획득하려 하는데 이 느림은 전통의 발견, 과거의 복원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특정 문화가 전면화되면서 관광을 위한 문화의 상품화라는 자본의 논리가 작동하게 되는데, 마을주민들은 이 로부터 소외되어 있다. 슬로시티에 대해 마을주민들은 무조건의 긍정이나 부정이 아니라 긍정과 부정의 혼재를 보여준다. 발표는, 동일성에 저항하는 모습을 통해 마을주민이 마을 문화의 주체로 전환될 수 있 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역사 자원과 마을 기억의 재현 (양흥숙, 부산대)은 대구시 달성군 우록리를 대상으로 삼아 마을에 전 승되는 문화와 마을 경관을 바꾸는 문화 사이에서 마을의 기억이 공유되고 확장되는 양상 즉 기억을 통 한 마을 경관의 재구성 양상을 살폈다. 우록리 구성원들은 마을의 상징적 인물로 김충선을 공통되게 내 세운다. 현재 마을 주민들이 김충선을 기억하는 주된 방식은 이야기의 전승이다. 이러한 기억들이 확산 되고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은 마을 입구 쪽의 녹동서원, 충절관, 달성 한일우호관 등의 문화유산이다. 이 들 문화유산은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내부 욕구, 외부의 힘과 개입에 의해 조성 되었는데, 이 과정은 마을 경관이 변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18세기 후반부터 김해 김씨 문중의 주도로 김 충선 기록을 정리하고 공적을 알리기 위한 사업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문중을 규합하고 김충선의 사상을 공유 전승하였다. 2000년대 중반 한일 양국의 화해 무드 속에서 김충선에 대한 재현 은 문중, 대구시, 일본에서 필요에 따라 상호연계하면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마을 경관은 일본인 방문객 의 증가로 인해 크게 변화했다. 공간과 변이 를 주제로 한 3장에서는 2편의 발표가 진행되었다. 민족 기억의 장에 대한 얽힌 시선- 우토로 일본인 지원자들의 사례 (전은휘, 오사카시립대)는 재일코리안 집주지이자 불법점거지역의 역사 를 가진 일본 교토부 우지시 우토로마을에서의 거주권 운동에서 나타나는 재일코리안의 문화적 표상의 성격을 일본인 지원자들과 그들의 실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밝혔다. 특히 1970 80년대의 우토로에 초 점을 맞춘 이 발표는, 우토로는 지역적 표상에서 생활의 기억으로 즉 지역 내부의 타국/타자를 대표하는 표상에서 지역을 이루는 한 요소로 포섭되어갔다고 설명한다. 주로 일본인 지원자들의 주도적 활동으로 이루어진 포섭은 조선이라는 지명이자 물질성, 다중 스케일성을 가진 공간적 표상으로 제시했다. 조선 이라는 단어는 여러 스케일들을 포괄함으로써 여러 이슈들을 묶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조선은 국민국가적 장소이자, 국가에 의해 억압받고 고통받으면서 그에 저항하는 광주의 민중이기도 한, 유토피 아적 기억의 장이었다는 것이다. 이후 전개된 주민운동은 이 시기에 형성된 네트워크와 공통 인식을 계 승하면서, 서로 모순되는 민족에 대한 공동체상을 포괄하는 기억의 장 만들기를 통해 실천되었다고 분석 하였다. 도시화와 공간의 분절, 구성원의 연대 (공윤경, 부산대)는 부산시 북구 화명동 대천마을을 사례로 삼 아, 산업화 도시화 신자유주의 등 국가정책이나 사회체제가 공간과 구성원에 미치는 영향을 비판적으 로 분석하고 대천천 네트워크를 통해 분절된 공간을 넘어서는 구성원들 간의 관계 맺기 방식과 그 내면 에 작동하는 가치를 찾았다. 대천마을은 단기간에 대단위 공동주택단지로 개발되어 도시화되면서 외부 유입인구가 월등히 높아졌다. 농업에 종사하던 토착민들은 생계터전을 잃어 마을을 떠나기도 하면서 마 을은 계층의 분절을 경험했다. 2000년대 들어 생활환경공동체인 대천천 네트워크가 형성되면서 구성원 의 연대를 재모색하게 된다. 이 공동체는 자본의 위력에서 벗어나 다른 가치를 창조하는 과정으로서 의 9

미를 지닌다. 이 공동체는 새로운 가치 즉 공통적인 것으로의 가치를 공생에서 찾았다. 대천천 네트워크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서 벗 어나 공생에 기반한 사회, 문화, 생태적 실천운동이라는 새로운 전망 을 제시한다. <제30회 학술세미나>는 지역서사가 생산 배제되는 문화정치적 역 학관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려는 목적에서 기획되었다. 첫 발표인 세 계유산등록을 둘러싼 한일 기억의 정치-나가사키 하시마(군함도)를 중심으로 (박수경, 부산대)는, 한인 강제동원의 역사가 새겨진 하시마 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는 과정을 반추하며, 한일 정부, 일본 지 역사회가 이 섬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를 살폈다. 하시마는 식민지 조선인으로서는 강제동원, 연 행되어 굶주림과 구타 속에서 차별받으며 혹사당한 기억의 공간이며, 일본인으로서는 허물어지는 대로 놓아두길 바라는 공간이기도 하며, 한 가족으로 생활했던 과거에 대한 향수의 대상이기도 했 다. 그러나 나가사키는 관광지로서의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 하시마의 부정적 기억을 외면하며 한국 정부는 적극적인 기억투쟁을 전개하지 않고 있다. 특히, 쇼카손주쿠가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것에도 각별히 주목해야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일본의 나가사키 재일조선인의 인 권을 지키는 모임 은 재일조선인이라는 터부로 한국 사회에서 기피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역의 서사와 장소 특정적 미술의 문제: 장소성에서 공공성으로 (김동규, 부산대)는 장소 특정적 미술의 역사를 개괄하는 가운데 각 단계에서 도출된 쟁점을 분석한 뒤 다양한 공공미술 유형을 분류 하는 방식을 소개하면서 장소성을 공공성의 관점에서 재사고할 것을 제안하였다. 다양한 각도에서 공공미술의 유형들을 분류하고 검토하면서 그에 대한 비평 역시 쉽게 완결될 수 없다는 개방성을 강 조하였고, 장소성과 공공성의 개념을 타자성과 잠재성의 문제를 통해 새롭게 사고하는 방법을 제시 하였다. 장소성의 문제를 특정 커뮤니티의 문제로 환원시킬 것이 아니라 공공성을 통해 재정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공공미술을 둘러싼 철거논란을 소개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이방인이나 방문자 같은 지역의 타자가 맡는 역할 역시 장소성의 분석에서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현된 이미지에 나타난 로컬의 기억-영화 <지슬>과 <비념>을 중심으로 (손은하, 부산대)는 오랫동안 망각 되어온 제주 4 3사건을 독창적 형식과 진정성 어린 시선으로 담아낸 오멸의 영화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 와 임흥순의 다큐멘터리 <비념>을 중심으로, 역사와 기억 그리고 그에 대한 영화적 재현의 의미에 대해 분석하 였다. 또한 두 작품에 내재된 로컬의 기억이라는 주제를 통해 공적인 역사와 공유된 기억들 사이에 존재하는 간 극을 강조하면서 두 영화를 연출한 감독의 시선을 내부자적 시선(<지슬>)과 외부자적 시선(<비념>)으로 설명하 였다. 특히, 두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을 위해 모리스 알박, 장 보드리야르, 피에르 노라 등의 역사와 기억 에 관한 인식론을 제기하고 제노사이드와 폴리티사이드 등의 개념을 사용했다. 안동의 무형문화재와 지역서사의 재현 (이상현, 안동대)은 전통문화의 보고로 인식되고 있는 안동 지역을 대 상으로 삼아, 지역의 민속이 새롭게 주목받고 활용되는 과정 그리고 이와 관련된 여러 주체들의 유형과 행동 특 징을 논의했다. 특히, 지역 민속의 재현과 관련된 집단 즉 민속을 발굴 연구하는 집단 그리고 유교적 전통을 지역의 전통으로 인식하려는 집단 간의 대립과 연대가 지역만들기와 연관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와 관련된 지역 서사의 내용, 재현 양상과 관련 주체들에 대해 분석하였다. 태사묘와 안동차전놀이를 통해 토박이 집단 간의 차 별과 연대를 살폈고, 하회탈춤과 놋다리밟기를 통해 토박이 집단과 전문 연구자의 만남과 갈등을 분석했으며, 안동민속축제와 안동민속박물관을 통해 재현의 장이 어떻게 변모하고 있는지를 다루었다. 10

2016년 제1기 세상을 여는 아름다운 인문학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로컬리티의인문학연구단과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이 공동주관하고 한국연구 재단이 후원하는 <2016년 제1기 세상을 여는 아름다운 인문학>이 2016년 4월 5일(화)부터 28일(목)(매주 화 목, 오전 10시 12시)까지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 무한상상실에서 진행되었다. 세계의 시장을 가다 를 주제 로 시장의 가치와 장소성을 알아보는 8개의 강의가 진행되었는데, 강의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일본 도쿄 쓰키지 시장 (조정민, 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교수): 일본 도쿄도( 東 京 都 ) 주오구( 中 央 区 ) 쓰키 지( 築 地 )에 위치한 공설 도매시장 쓰키지 시장( 築 地 市 場 )은 수산물 거래 시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청과물, 닭고기와 계란, 가공식품류도 취급하는 일종의 종합시장이다. 약 400년 전 에도( 江 戶 )시대부터 시작된 이 시 장은 외국인 거류지로도 지정된 바 있어 서양 각국의 문화가 유입되고 교차되는 통로가 되었다. 1923년 관동 대지진, 1954년 제5후쿠류마루( 第 五 福 龍 丸 ) 피폭사건, 그리고 2011년 동일본대지진 등으로 여러 차례 위기 를 겪었지만, 지금도 일본 국내시장의 표준 시세를 결정할 정도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역사가 오래된 만 큼 상당히 노후된 쓰키지 시장은 2016년 인근 지역 도요스( 豊 洲 )로 이전할 예정이다. 터키 그랜드 바자르 (손은하, 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연구교수):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그랜드 바자르 는 터키의 이스탄불에 위치하고 있다. 이스탄불은 육상 실크로드의 종착지이고 지중해를 거쳐 이탈리아의 베 네치아와 제노바로 가는 해상 실크로드의 연결지점이자, 보스포루스 해협(Bosphorus Strait)을 사이로 아시 아와 유럽이 맞닿은 곳에 위치한, 두 개의 대륙이 걸쳐있는 세계 유일의 도시다. 이러한 위치로 인해 동서양의 문물과 문화들이 오가는 교역지로 성장했다. 터키에서는 시장을 바자르라고 한다. 원래는 길거리에서 식품을 펼쳐놓고 사고팔았다. 그런데 날마다 시장이 열리면서 눈과 비를 피하기 위해 천막을 쳤고 오늘날 덮개가 있 는 모양이 되었다. 시장은 양탄자, 모피, 도자기, 금은 세공품, 보석, 벨벳, 비단 등 화려한 직물들로 넘쳐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농민시장 (박규택, 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교수): 현대적 시장의 발전을 주도하고 있 는 미국에서 1990년대 이후 농민시장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현재 8,000개 이상의 농민시장이 농산물 생산 시기에 맞추어 열리고 있다. 거대도시인 LA에 여러 개의 농민시장이 있는데, 이 가운데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으며 또한 주민과 외부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곳이 LA농민시장이다. 이 시장에서는 캘리포니아 지역의 농 민들이 생산한 신선한 농산물과 식품이 거래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가게들이 자신만의 전통과 개성을 지닌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또한 이 시장은 LA를 방문하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중국 베이징 리우리창 문화시장 (이명수, 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교수): 리우리창은 문자의 뜻 그대로 유 리기와를 굽던 공장이었다( 琉 =유리 유, 璃 =유리 리, 廠 = 공장 창). 이곳 장소의 역사는 7, 8백 년을 거슬러 올 라가는데, 오늘날은 베이징의 특별한 문화 기질을 간직한 문화거리 가 되었다. 동가(동편 상가)와 서가(서편 상가)로 나뉘는 이곳에서 우리는 취향 따라 문방사우(붓, 벼루, 먹, 종이)와 찻잔, 차 등의 물건을 살 수 있다. 그런데 이곳은 원래 서점 이 즐비하여 자료가 없어 애 먹던 연구자와 수험생의 책 가게 역할 을 톡톡히 하였다. 이곳은 동아시아 근대 사상을 발휘하게 한 문화 시장이자 다양한 값나가는 보물을 찾던 곳이기도 하다. 또한 예술 작품의 거래 시장이자 치바이스( 齊 白 石 ) 같은 저명 예술인 탄생의 장소이다. 국자감 같은 과거시험장이 근처에 있어서 여비를 위해 수험도구를 팔고 고향에 간 낙방생의 애환 공간이기도 하다. 그곳 은 후퉁 (우물을 함께 쓰는 몽골인의 집단 거주지)이라는 골목과 어 우러져 있어서 서민문화를 또한 접할 수 있다. 11

캐나다 장딸롱 시장 (이유혁, 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교수): 캐나다에 위치한 두 개의 시장(market)의 특징을 살펴보면 캐나다인들의 삶과 문 화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하나는 북미 동부의 대도시 몬트 리올에 위치한 장딸롱 시장이고 다른 하나는 북미의 서쪽 끝 태평양 연안 의 대도시 밴쿠버에 위치한 그랜빌 아일랜드 퍼블릭 마켓이다. 장딸롱 시 장을 통해서는 시장의 발전 역사를 통해 도시의 발전과 시장의 역동적인 관계와 몬트리올의 주된 특징인 다문화주의를 중점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랜빌 아일랜드 퍼블릭 마켓은 시장이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 이라는 일반적인 개념을 넘어, 시장을 중심으로 이 자그마한 섬에 펼쳐진 다양한 문화공간과의 관계성을 통해 시장이라는 공간의 공공성과 창조성 등과 같은 시장의 새로운 역할과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다. 이집트 카이로 카릴리 시장 (조관연, 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교수): 이집트는 서방세계와 동방세계를 이 어주는 가교이며, 그 중심에는 알렉산드리아와 카이로가 있다. 이집트는 중세시기에 중계무역을 통해 막대 한 세수입을 거두었고, 이를 기반으로 정치적, 종교적 그리고 경제적 번영을 구가하였다. 하지만 페스트와 포 르투갈의 새로운 항로개척 등으로 인해 이집트의 경제와 문화는 서서히 쇠락을 길을 걷는다. 정복자의 도시 카이로에 있는 칸 엘 카릴리 (Khan el-khalili)는 쇠락하는 이집트를 다시 부흥시키기 위해 만든 시장이었다. 이 시장은 물건을 거래하는 장소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특히 근대 이후 이집트인의 정신적 고향이 되 기도 하였다. 모로코 페스 가죽시장 (공윤경, 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교수): 페스는 모로코의 4개 황제도시 중 가장 오 래된 도시로서, 모로코의 정신적 종교적 수도이다. 이곳 메디나(구시가지)에는 1,000년 넘게 전통방식 그대 로 무두질과 염색작업을 하는 가죽 무두질 작업장이 있다. 페스는 사하라와의 통상무역 집산지이며 메카로 이동하는 순례 통상로와 북아프리카 연안 통상로를 잇는 중요한 거점 중 하나였기 때문에 가죽 수공업이 특 히 활발하였다. 근대화의 변혁을 거쳤지만 가죽 작업장, 골목길과 수크(재래시장), 전통주택 리아드 등은 대 부분 남아 있고 주민들은 그 속에서 일상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페스의 어제와 오늘이 담긴 메디나는 일상의 중첩이 유일함과 고유함의 원천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 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보케리아 시장 (장세용, 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교수): 1836년 개장하여 현재는 하루 방문자만도 30만 명이 넘어선다는 보케리아 시장은 올리브와 포도주를 비롯하여 스페인 전역에서 생산된 풍 부한 소비상품의 최종 판매처로서 유럽연합의 경제 질서에서 농업강국 스페인의 위상을 잘 보여주는 농수축 산물 판매로 전문화된 시장이다. 보케리아 시장은 북유럽인, 아랍인, 아프리카인, 동양인들이 고객과 관광객 으로 뒤섞여 살아가는 국제적 시장이다. 또 한편으로는 풍부한 농산물과 수산물을 다양하게 이용한 음식들이 항구도시 바르셀로나의 해양지리적 조건과 지역적 고유성을 잘 드러내는 전통시장이다. 또한 스페인 경제의 중심지이며 문화와 예술의 도시 바르셀로나를 찾는 관광객들이 바르셀로나의 일상생활과 음식문화에 접근하 는 유용한 창구로서 문화 공간 의 역할을 넉넉히 잘 수행하고 있다. 12

북리뷰 한국 근현대사 역사의 현장 40 교수신문ㆍ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로컬리티의인문학연구단 외 지음, 휴머니스트, 2016. 02. 이 책은 2012년 교수신문 에 연재되었던 근현대 한국을 만든 40곳 을 묶은 책이다.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고 있는 한국을 만든 주요한 장소는 어디일까라는 질문을 앞에 두고 여러 분야의 학 자들이 탑골공원, 판문점 등의 40곳을 선정했고, 한국민족문화연구소 로컬리티의인문학연구단 등이 집필에 참여했다. 책은 역사의 현장 40곳을 단순히 서술 묘사하거나 기존의 지배적 기억 과 공간 정체성을 답습하기를 거부한다. 오히려 표상체로 재현된 이념, 가치, 구조, 헤게모니, 역 사화의 시공간성을 통찰함으로써 새로운 공간인식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그래서 감동과 자 부심만이 아니라 치욕과 부끄러움에 대한 기억을 드러내고 성찰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 책 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개항부터 한국병합까지를 다룬 1부 근대의 심장을 찾아서 에서는 경복궁, 명동 충무로 등 6개 장소를 답사한다. 일제강점기를 다룬 2부 머나먼 여정, 식민에서 독립으로 에서는 옛 서대문형무소, 군산항 등 11개 장소를 걸으며, 해방 후부터 1960년대까지를 다룬 3부 새로운 출발, 그러나 아픈 에서는 청와대, 경교장 등 12개 장소의 트라우마를 살핀다. 1970년대부터 오늘날까지를 다룬 4부 영광의 길목 에서는 마산 앞바다, 금남로 옛 전남도청 등 11개 장소를 훑는다. 미셸 드 세르토, 일상생활의 창조 장세룡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주), 2016. 04. 이 책은 다양한 실천적 검토의 대상이며 이론적 공감과 논박의 주제인 미셸 드 세르토의 역사 서술론, 일상과 민중문화론, 신비주의론의 이해를 돕는 키워드 10개를 추려서 소개하는 것을 목표 로 한다. 특히 세르토가 역사 서술에서 주체와 타자, 타자와 일상 그리고 근대 초 신비주의와 그것 들이 재현된 공간에 주목한 배경을 탐색한다. 이를 통해, 후기구조주의 또는 그것만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끊임없이 유동하는 지적 세계의 틀 안에서 언어, 일상, 문화 그리고 공간에 관한 이론을 상 호교섭시키며 조밀하게 작동하는 후기자본주의 사회를 해명하고 나아가 그것을 전복시킬 가능성 을 모색한 전혀 새로운 형식의 변혁 이론으로 안내한다. 재채용, 변용, 담론 생산, 경전기록적 글쓰 기, 밀렵 등을 통해 글쓰기와 글읽기의 문제를 다룬 역사서술론을 설명하며, 전략과 전술, 공간 이 야기, 가발 쓰기를 통해서는 후기자본주의 일상과 민중문화의 성격을 탐색한다. 그리고 이종학, 신비적 우화를 통해 근대 초 신비주의에 대한 접근을 시도한다. 20세기 후반 현대 가톨릭 좌파의 고뇌와 수난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면서 미셸 푸코, 에마뉘엘 르 루아 라뒤리, 폴 벤느와 함께 프랑 스 역사학계의 역사인식론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꼽히는 세르토에 이르는 길과 관련하여, 이 책은 아주 친절하지는 않지만 성실한 안내자의 역할을 자임한다. 13

로컬리티 관련 논문 최병두, 한국의 신지역지리학, 한국지역지리학회지 22(1), 한국 지역지리학회, 2016.02. 이 논문은 2000년대 이후 한국의 신지역지리학의 발달 배경 및 종합적 연구 동향에 관한 이전의 논문( 한국의 신지역지리학, 한 국지역지리학회지 20(4), 한국지역지리학회, 2014.11)에 이어, 인 문지리학의 주요 전공분야들에서 이루어진 경험적 지역연구의 동 향과 과제를 고찰한다. 특히 장소와 경관에 관한 역사문화지리학, 산업지구에 관한 경제지리학, 도시 네트워크와 분화에 관한 도시 (사회)지리학에서 지역이 어떻게 연구되고 있는지를 살핀다. 그 결 과, 지역의 특수성을 보편적 과정과 관련시키고, 본질적 실체이지 만 또한 담론적 구성물로 이해하며, 영역성 보다는 네트워크나 관 계성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고 정리한다. 경험적 연구의 주 요 이슈로 새로운 관점에서의 지역적 종합, 지역 내ㆍ외적 관계로 서 지역불균등발전, 그리고 대안적 지역만들기 등이 제시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특수성/보편성, 실체성/구성물, 그리고 영역성/ 관계성의 이분법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윤경, 사회적 배제 극복을 위한 소셜믹스정책과 대안 주거운 동, 한국도시지리학회지 19(1), 한국도시지리학회, 2016.04.30. 이 연구는 정부 주도의 소셜믹스정책과 청년세대 중심의 셰어하 우스를 살펴봄으로써 주거영역에서의 사회적 배제를 극복하고 공 생의 삶을 살기 위한 대안적 방안을 모색한다. 주거영역에서의 사 회적 배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셜믹스정책이 도입되었다. 그러나 집단 간 갈등과 상충되는 심리적 인식이 여전히 존재하고 사회적 배제는 극복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주거취약계층이 된 청년 세대는 주거영역에서의 배제를 자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대안 주거운동인 셰어하우스를 시작하였다. 청년계층은 셰어하우스에 서 공간, 자본, 관계의 공유를 통해 돌봄, 친밀성, 지속성을 만들 어가면서 주거공동체를 시도한다고 평가한다. 한선정, 로컬 아카이브 구현을 위한 미술의 공공성과 지역성, 기초조형학연구 17(1), 한국기초조형학회, 2016.02. 이 논문은 미술이 자본의 교환가치를 넘어 삶을 투영하고, 많은 이들과 소통하며 보다 더 객관화된 공적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 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여 로컬 아카이브를 구성하는 데 있어 부드 럽지만 강한 통로가 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대구의 CMCP프로젝 트, Navigation ID, 방천시장예술프로젝트를 대상으로 하여, 아카 이브 구성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미술이 일상적 사물들 을 새롭게 사유하도록 유도함은 물론 아카이브 구성에 유연하게 접근하여 시민과 함께 많은 층리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확인한다. 미술이 지역 사회를 바르게 이해하는 통로로서의 기능을 지니고 있음을 강조한다. 송주란, 예쓰( 也 斯 ) 작품에 나타난 홍콩 도시화에 대한 기억과 흔 적-소설 포스트식민 음식과 사랑 을 중심으로, 중국학 54, 대 한중국학회, 2016.03. 이 논문은 홍콩작가 예쓰( 也 斯 )의 작품을 통해 식민지 홍콩이 중 국 대륙의 정치, 사회, 문화와는 상당히 다른 자신만의 독자성과 로컬적 특징을 어떤 식민지 역사적 과정을 통해 형성시켜왔는지, 동시에 홍콩 문학 역시 그만의 독자성을 어떻게 형성하고 있는지 를 살핀다. 특히 1970년대 홍콩 정부가 시행한 사회개혁안 중 도 시개혁으로 인해 사라져버린 특정 장소나 건물에 대한 개인의 기 억과 생각들이 작품 속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추적한다. 그 결과, 홍콩은 서로 다른 문화가 뒤섞여 만들어진 공간이지만, 서로 다른 문화가 단순히 혼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상이한 문화가 뒤섞여 제3의 새로운 성격을 지닌 곳으로 재탄생하였다고 결론맺는다. 그리고 이것이 예쓰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한 홍 콩이라고 설명한다. 차윤정,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적 상상과 재현의 정치-암남공 원 해녀공동체를 중심으로, 코기토 79, 부산대 인문학연구소, 2016.02 이 논문은 신자유주의를 위반하는 논리가 작동하지만 은폐되어 있는 로컬공동체를 재현함으로써 대안적 상상을 시도한다. 우선, 신문 기사에 재현된 우리 사회의 경쟁담론의 분석을 통해 물화 된 너 와 우리, 공생 개념의 삭제, 몰인격적 관계에 기반한 경제 14

적 효용성의 추구라는 신자유주의적 논리가 작동하고 있음을 확 인한다. 또한 지배적 담론에 가려 재현되지 못하지만 지금, 여기 에 존재하는 다른 것 의 모습을 부산 암남동 해녀공동체를 통해 추적한다. 해녀공동체 내부의 경쟁에서는 나 와 관계 맺는 너, 신 자유주의적 경쟁에서 삭제되었던 우리, 공생 의 개념이 복권되고 인간적 관계에 기반한 다른 경쟁 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음을 강조 한다. 또한 존재하지만 재현되지 못했던 다른 것 의 재현은 지배 적 담론에 균열을 가하고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실천의 일종임을 주장한다. 이응철, 도시재개발( 都 市 更 新 )과 지역공동체-대만 타이베이 국 제 예술촌 바오짱옌( 寶 藏 巖 ) 사례, 중국학연구 75, 중국학연구 회, 2016.02. 이 논문은, 도시재개발 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 방식, 그에 대 응하는 주민들의 반응, 실제 추진 방법 등은 지역에 따라 상이하 다고 전제한 뒤, 글로벌 도시로의 성장을 기획하고 있는 타이베이 및 주변지역의 도시재개발 사업이 어떻게 추진되었는지를 살핀다. 이를 통해, 르코르뷔지에의 모던한 도시 건설 제안과 제인 제이콥 슨의 소규모 공동체적 도시에 대한 옹호 사이의 간극이 타이베이 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결론맺으면서 도시재개발 과정에서 철거 만이 유일한 해답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도시재개발은 도시 내의 다양성을 조화롭게 유지하기 위한 합의 과정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승구ㆍ박희영, 현대 건축에서 기념비성을 통한 지역성 재현에 대한 연구, 대한건축학회연합논문집 18(1), 대한건축학회지연합 회, 2016.02. 이 논문은 현대 건축에서 지역성이 지니고 있는 의미에 대한 고찰 을 통해, 지역적인 특색이 건축의 구축과 어떤 방식으로 결합되고 지역성의 의미가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는지를 살핀다. 그 결과 현대 건축은 지역성과 기념비성을 통합하여 제시해야 하는 데, 기념비성은 거대한 양적 개념이 아니라 시간의 연속성과 재료 의 물성을 통해 재현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지역 고유의 재료를 통해 지역성과 기념비성의 통합ㆍ재현 가능성을 탐문하는데, 기념 비성은 거시적 측면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이고 보 편적인 관점에서 지역성과 통합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박수경, 平 和 都 市 としての 長 崎 構 築 のための 岡 正 治 の 実 践 (1): 原 爆 と 朝 鮮 人 (1982 1991)と 長 崎 忠 魂 碑 訴 訟 (1982)を 中 心 に, 日 本 學 報 106, 韓 国 日 本 学 会, 2016.02. 원폭도시로서의 나가사키는 평화운동에 있어서 수동적 경향이 강한데, 이러한 로컬리티에 균열을 가할 수 있는 인물로 오카 마 사하루(1918~1994)가 존재한다. 그는 시의원, 시민운동가, 나가사 키충혼비위헌소송의 제기자로서 소개할 수 있는데, 일본 제국주 의가 조선인이나 중국인에게 범한 범죄를 속죄의식으로 많은 실 천적 평화운동을 행하였다. 이 논문은 그 중에서 원폭과 조선인 (제1집 제5집: 1982 1991)은 인적자원으로서 취급당하던 조선 인에 대한 구술증언조사를 행하여, 그들을 물건이 아닌 인간으로 복원하였으며, 충혼비위헌소송(1982)으로는 충혼비에 국가가 관 여하는 것은 정교분리의 위반과 종교의 자유가 저해되는 행위로 서 위헌의 가능성이 있음을 사회에 알리는 계기를 만들었음을 명 확히 하였다. 변화영, 조정래의 아리랑 에 나타난 장소성 연구, 국어문학 61, 국어문학회, 2016.03.30. 이 논문은 소설 아리랑 을 텍스트로 삼아 공간적 배경인 김제와 다른 지역과의 관련성을 통해 김제만경평야의 장소성 그리고 군 산, 만주, 연해주, 훗카이도, 타슈켄트 등 여타 지역들이 갖는 의미 를 살핀다. 논문은 텍스트가 김제만경평야를 사회적 공론의 장으 로 확대시켜 장소성을 모색하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김제만경평야 를 구심으로 한 만주, 연해주 등으로의 공간 확장은 김제만경평야 가 개인적인 장소애착에만 머무는 곳이 아니라 강제노역과 이산 의 슬픔, 그리고 위안부들과 징용자ㆍ징병자, 해방을 잊지 말아야 할 기억으로 부각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글로컬리즘적 입장에 서 지역-간 연구가 활발하게 논의되어야 장소성이 더욱 풍부하게 규명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15

연구소 소식 출판 소식 로컬리티 인문학 15호(2016.04) 좌담회: 생태와 대안 의 로컬리티 기획논문(문화적 도시재생과 로컬리티): 문화적 전환과 로컬리티의 문제 (박훈하ㆍ전국조) 외 2편 일반논문: 식민지 조선의 국폐소사( 國 幣 小 社 )에 관한 일고찰 (문혜진) 외 3편 로컬리티 인문학 제16호 투고 안내 논문주제: 다양한 인문학적 주제를 로컬리티의 시각으로 재조명하거나, 분과학문 의 경계를 넘어 통섭적인 방법으로 구성된 로컬리티 관련 연구 원고분량: 200자 원고지 150매 이내 이메일 접수: locality@pusan.ac.kr 접수마감: 2016년 9월 5일(발간일: 2016년 10월 31일) 문의: (051)510-7432, 1882 제7회 대학원생 로컬리티 논문 현상 공모 논문주제(택1): 1) 로컬리티에 관한 인문학적 탐색 2) 다문화사회에서 로컬리티의 비전 3) 연대의 실천과 (로컬)공동체의 전망 4) 생태와 공생의 로컬리티 5) 로컬리티 관련 일반 주제 학위논문 또는 게재된 논문은 응모 대상에서 제외 공모대상: 전국 대학원 재학생 및 수료생 원고분량: 200자 원고지 기준 120매 내외 접수마감: 2016년 5월 20일(금) 18:00 접수처: 우편 혹은 이메일(hk-locality@pusan.ac.kr) 시상내역: 최우수상 1편, 우수상 2편 (상장 및 상금 각 300만 원, 150만 원) 문의: (051)510-1882,7435 국제학술지 Localities 6호 Call for Papers Special topic: Translocality and Refugees General topics: Theories and methodologies of humanitiesoriented locality, Empirical studies on local or trans-local phenomena, Practices or movements for resolving various local and/or trans-local problems 이메일 접수: hk.localities@gmail.com 접수마감: 2016년 7월 31일 문의: (051) 510-7436 3 4월 학술행사 제29회 학술세미나 일시: 2016.04.01(금) 13:00-18:00 장소: 부산대 인문관 501호 발표: 1-일상과 공동체 마을연구와 일상생활 이론의 적용(이동일, 창원대) 압축근대와 농촌마을의 일상(차철욱, 부산대) 문중의 활동을 통해 본 동족마을의 변화(변광석, 부산대) 2-문화와 재현 마을 문화의 재구성과 정체성의 정치(차윤정, 부산대) 역사 자원과 마을 기억의 재현(양흥숙, 부산대) 3-공간과 변이 민족 기억의 장에 대한 얽힌 시선-우토로 일본인 지원자들의 사례 (전은휘, 오사카시립대) 도시화와 공간의 분절, 구성원의 연대(공윤경, 부산대) 토론: 이성철(창원대), 장세용(부산대), 권상구((사)시간과공간연구소), 문재원(부산대), 우신구(부산대), 이상봉(부산대) 제30회 학술세미나 일시: 2016.04.20(수) 14:00-17:50 장소: 부산대 인덕관 소회의실 발표: 1. 세계유산등록을 둘러싼 한일 기억의 정치-나가사키 하시마(군함도)를 중심으로 발표자: 박수경(부산대), 토론자: 허광무(한국외대) 2. 지역의 서사와 장소 특정적 미술의 문제 발표자: 김동규(부산대), 토론자: 조선령(부산대) 3. 재현된 이미지에 나타난 로컬의 기억-영화 <지슬>과 <비념>을 중심으로 발표자: 손은하(부산대), 토론자: 차민철(동의대) 4. 안동의 무형문화재와 지역서사의 재현 발표자: 이상현(안동대), 토론자: 조관연(부산대) 2016 인문한국(HK)연구소 공동학술심포지엄 일시: 2016.03.25(금) 11:00-18:00 장소: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커넥트홀 주제: 디지털 시대 인문학의 현재와 미래 주최: 인문한국(HK)연구소협의회 후원: 교육부, 한국연구재단, 네이버 3 4월 대외사업 2016년 1기 세상을 여는 아름다운 인문학 일시: 2016.04.05-04.28 매주 화, 목 10:00-12:00 장소: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 무한상상실 주제: 세계의 시장을 가다 일정: 일본 도쿄 쓰키지 시장(조정민) 터키 그랜드 바자르(손은하) 미국 로스앤젤레스 농민시장(박규택) 중국 베이징 리우리창 문화시장(이명수) 캐나다 장딸롱 시장(이유혁) 이집트 카이로 카릴리 시장(조관연) 모로코 페스 가죽시장(공윤경) 스페인 바르셀로나 보케리아 시장(장세용) 주관: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로컬리티의인문학연구단 내셔널 지오그래픽 연구지원 프로그램 세미나 일시: 2016.03.25(금) 11:00 장소: 부산대학교 인문대학 교수연구동 210호 주제: 내셔널지오그래픽 연구지원 프로그램 발표: 이재철(내셔널지오그래픽 아시아재단 대표) 주관: 부산대 고고학과,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연구소 동정 이은상(HK교수)는 2016년 4월 7일(목)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이 주최한 <제50회 중국 관행연구포럼>에 참석하여 산동과 의화단운동: 지역의 관점 을 발표하였다. David William Kim(호주국립대 교수)은 2016년 4월 20일부터 11월 16일까지 우리 연구소에 펠로우로 파견되어 Morden History: Australia Volunteerism in the Hermit Kingdom The socio-cultural Renaissance of colonial Korea(1889-1941)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정주영(연구원)은 2016년 4월 30일(토)부터 5월 16일(월)까지 캐나다 맥매스터대학 지구 화와 인간조건연구소 주최 제2회 서머스쿨에 참석하고 있다.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