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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ption:

인문논총제65집 (2011), pp. 25~49 동독에대한과거청산작업 - 모니카마론의 조용한거리 6번지 - 동독에대한과거청산작업 - 모니카마론의 조용한거리 6 번지 - 이재원 ( 서울대학교독어독문학과 ) 1. 서론 독일이통일된지이미 20년이지났다. 국가혹은 체제 로서의동독은이미역사속으로사라진지오래지만 동독 은동독출신젊은작가들의작품에서조차여전히중요한주제로등장하고있다. 통일직후에는동독을 괴물 국가로일방적으로매도해버리는태도가지배적이다가그후통일에대한환상이사라지면서동독을향수어린시선으로그리워하는태도가나타났다면, 이제는동독에대한객관적인역사적평가를바탕으로동독의역사를새롭게쓰는일이필요한시점이라하겠다. 과거청산이일회적으로끝나는사건이아니라후세대에게과거의잘못을반복하지않도록과거역사를기억하고성찰하게끔하는지속적인과정이라는 주제어 : 모니카마론, 독일통일, 동독에대한과거극복, 희생자와가해자, 국부세대 Monika Maron, Deutsche Einheit, Bewältigung der DDR-vergangenheit, Opfer und Täter, Gründerväter-Generation

26 인문논총제 65 집 (2011) 점에서, 동독의역사를평가하고정리하는작업은곧기억과성찰이라는과거극복의과정이라고도할수있을것이다. 이러한관점에서본논문에서는동독에대한문학적과거청산작업이라고평가되는모니카마론 (Monika Maron) 의소설 조용한거리 6번지 (Stille Zeile sechs) 를살펴보고자한다. 조용한거리 6번지 는통일직후인 1991년에발표되었지만통일이전인 1980년대의동독을배경으로하고있는작품으로, 동독의정치적, 사회문화적과거에대한가장중요하고도덕적으로인상깊은청산작업 1) 중의하나로평가된다. 동독이라는역사에대해어느정도객관적인거리가확보된지금, 동독을몰락에이르게한불행한역사와대결하고있는이소설을객관적인시선으로살펴보는것은의미가있을것으로생각된다. 이텍스트는동독출신작가에의한구동독사회에대한철저한비판이라는점에서통일직후의문학논의에서큰주목을받았다. 통일이후, 크리스타볼프와같은제2세대 2) 작가들이사회주의유토피아에대한전망의상실로인해멜랑콜리적태도를보인데반해, 사회주의속에서성장한제3세대작가들에게사회주의는더이상, 추구해야할이념이아니라기형적현실일뿐이었다. 제3세대에속한다고할수있는마론은 80년대이후줄곧체제비판적인작품을발표해왔으며, 동독에서출판이계속거부당하자결국베를린장벽이무너지기직전인 1988년동독을떠난, 동독의체제에대해철저하 1) Volker Wehdeking: Die deutsche Einheit und die Schriftsteller, Berlin 1995, S. 36. 2) 동독문학은크게세세대로나누어볼수있다. 제1세대는제3제국시기에망명작가로활동하다전후동독에정착한작가들로, 베르톨트브레히트, 안나제거스, 요하네스베혀등이이에속한다. 이들은사회주의적신념에따라동독을선택하였고동독의건설에앞장섰던세대로서, 1950-60년대반파시즘문학, 사회주의리얼리즘 문학을주도했다. 제2세대작가들은유년기에나치와전쟁을체험한세대로, 크리스타볼프, 하이너뮐러등의개혁사회주의작가들이바로여기에속한다. 이들은동독체제를비판하되사회주의의이상은견지하고있었기때문에동독을떠나지않고비판적작업을계속하였다. 그리고전후에태어나동독현실사회주의체제에서성장한작가들을제3세대로구분한다.

이재원 / 동독에대한과거청산작업 27 게비판적인태도를가진작가라고할수있다. 특히마론은통일직후의크리스타볼프를둘러싼논쟁에서볼프와같은개혁사회주의자들에대해가차없는비판을가하기도했다. 서독의전후세대작가들이 68운동을거친후아버지세대에대한비판을통해나치과거극복을시도했던것처럼, 마론역시동독의전후세대에속하는작가로서, 이소설에서아버지세대와의대결을통한동독의과거청산을시도한다. 2. 죽은자들의독재 소설은동독공산당고위간부출신인헤르베르트베렌바움 (Herbert Beerenbaum) 의장례식으로시작된다. 3) 그리고이장례식에 1인칭서술자인로잘린트폴코브스키 (Rosalind Polkowski) 가참석했다가돌아오는것으로끝난다. 소설은이러한장례식이라는틀속에서, 1인칭서술자가장례식당사자인베렌바움을처음만나서베렌바움의회고록을대필해가는과정에대한회상, 그리고서술자주변인물들에대한묘사들이장례식의진행과정과더불어서술된다. 베렌바움은동독에서대학교수와고위관리직을역임한거물급인사로거의여든살가까이된노인이다. 그는은퇴하여자신의회고록을집필하고자하고, 카페에서우연히만난로잘린트에게자신의불편한오른손을대신해구술을받아적는일을맡긴다. 서술자인 나 로잘린트는 < 바라바스연구소 > 에서연구원으로일하다자발적으로그만둔 42세의독신여성이다. 나 는 돈을벌기위해생각하는것은수치 (eine Schande [ ], für Geld zu denken) (19) 라고생각하 3) 소설의첫문장은 베렌바움은판코공동묘지에매장되었다. Beerenbaum wurde auf dem Pankower Friedhof beigesetzt. (7) 로시작된다. Vgl. Monika Maron: Stille Zeile sechs. Frankfurt a. M. 1991. 이하본문인용은인용문옆에쪽수만표기함.

28 인문논총제 65 집 (2011) 며 더이상돈을벌기위해생각하지않겠다 (Ich werde nicht mehr für Geld denken). (24) 고결심하고연구소를그만둔다. 역사학연구소에서작센과프로이센의프롤레타리아운동을연구하던 나 는자신이자기관심사와는상관없이위에서주어지는대로과제를수행해야하는대체가능한소모품에불과하다는사실을깨닫는다. 나에게업무영역이부여된게아니고내가그업무영역에또는그방에배당된꼴이었다. 내가죽는경우에도그업무영역과그방은내가오기전에도존재했던것처럼여전히존재할것이다. Nicht mir wurde das Sachgebiet zugeteilt, sondern ich dem Sachgebiet und auch dem Zimmer. Stürbe ich, würde es das Sachgebiet und das Zimmer immer noch geben, so wie es sie vor mir gegeben hatte [ ]. (22) 나 는이처럼단순히부속품이나어떤목적을위한도구로소모되는삶을거부하고자신이하고싶은일을하면서살겠다고마음먹는다. 지식마저도당의목표와필요에맞춰조종되고통제되는동독사회에서지식인으로살아간다는것은당의요구에예속될수밖에없기때문이다. 그대신 나 는 유용성과목표의세계에서완전히물러나 (aus der Welt des Nutzens und der Ziele endgültig zurückzogen) (30), 피아노를배우고모차르트의오페라 < 돈조반니 > 의이탈리아어레시터티브를독일어로번역하고자한다. 베렌바움의제안을받아들인것도, 베렌바움이불러주는것을기계적으로옮겨적기만하면되리라기대했기때문이다. ( 그러나나중에보게되겠지만, 회고록을대필해가는과정에서그러한일은애초부터가능하지않다는것이드러난다.) 회고록대필작업은 내 가매주두번씩베렌바움의집을방문하여이루어진다. 베렌바움의집이바로 < 슈틸레차일레 (Stille Zeile)> 거리 6 번지이다. 이거리가속해있는구역은일반시민들에의해일명 작은도

이재원 / 동독에대한과거청산작업 29 시 (Städtchen) 라고불렸던곳으로, 과거정부기관들과함께 초대대통령, 초대국무총리, 초대문화장관등 (8) 동독의특권층이모여살던곳이었다. 그러나정부청사가시외곽으로옮겨간후지금은 지난날막강했던남성들 (einstmals mächtige Männer) (8) 의미망인들과베렌바움같은은퇴자들이살고있는쇠락한곳으로그려진다. 이지역은소설첫부분에등장하는베렌바움의죽음과마찬가지로동독의몰락을증언하는듯하다. 한때철책으로둘러싸인채군대와경찰이지키고있던모습이나집집마다설치된도청장치들에대한무성한소문들 (Vgl. 8) 은곧감시와통제로유지되던동독체제의축소판이다. 그러나지금은오가는주민들도보이지않고정원에서노는아이들도찾아볼수없으며 청동판에죽은사람들의이름 (die Namen der Toten auf den Bronzetafeln) (9) 만이남아있는, 마치거대한공동묘지와도같은모습으로묘사된다. 이처럼베렌바움이살고있는곳은베렌바움이죽기전부터이미모든생명력이질식당한채죽어있는상태이다. 4) 따라서거리의이름이자소설의제목인 슈틸레차일레 는곧죽은자들이산사람을통치하는동독의현실을상징한다고할수있다. 동독의 2세대작가라고할수있는하이너뮐러역시다음과같은말로이러한현실을매우함축적으로표현한바있다. 동독의유일한정당화는반파시즘, 죽은사람들, 희생자들로부터나왔습니다. 그것은한동안은존경할만했지만어떤시점부터살아있는사람들의짐이되기시작했습니다. 그것은살아있는사람들에대한죽은자들의독재가된것입니다 [ ]. Die einzige Legitimation der DDR kam aus dem Antifaschismus, aus den Toten, aus den Opfern. Das war eine Zeitlang ehrbar, aber an einem gewissen Punkt fing es an, zu Lasten der Lebenden zu gehen. Es kam zu einer Diktatur der Toten über die Lebenden[ ]. 5) 4) Vgl. Stille Zeile Sechs, S. 118: Leblos lag das <Städtchen> im Oktoberdunst.

30 인문논총제 65 집 (2011) 베렌바움은바로이러한동독의 국부 (Gründerväter) 6) 세대, 한때반파시스트였으나또다른독재체제를구축한세대를대표하는인물이다. 베렌바움의이력은그를처음만난서술자가거의정확하게알아맞출수있을정도로전형적이다. 7) 베렌바움은 1907년생으로, 루르지방에서가난한광부의아들로태어났다. 초등학교만마치고노동자로일하다 17세에공산당에입당하였으며, 제3제국시절에소련으로망명을떠났다가전쟁이끝난후소련점령지역으로돌아왔다. 그후동독공산당에서중책을담당하였으며대학교수까지지냈다. 그는철저한반파시스트이자 완고한스탈린주의자 (ein unnachgiebiger Stalinist) (29) 로서, 다음세대들에게증거를남겨야할의무 (die Pflichte, künftigen Generationen ein Zeugnis zu hinterlassen) (47) 에서회고록을집필하려한다. 이러한베렌바움의모습은서술자에게자신의아버지의모습을떠오르게한다. 베렌바움의거실은내부모님의거실과닮았 (45) 고 나 의아버지역시베렌바움이입었던것과같은실내복을입었다 (Vgl. 46f.). 무엇보다도 나 의아버지역시가난한노동자출신으로초등학교밖에졸업하지못했지만교장까지역임한철저한공산주의자였다. 베렌바움과마찬가지로아버지도반파시즘과 계급본능 (Klasseninstinkt) 이란말을전가의보도처럼휘두르며국민들을통제하고자신들만의권력을유지하는데이용했다. 아마도아버지가한줄도읽어보지않았을카프카의책들이왜퇴폐적이고해로운문학인지에대해 [ ] 근거를대고자할때면계급본능이라 5) Heiner Müller: Das Böse ist die Zukunft. Heiner Müller im Gespräch mit Frank Raddatz. Siebte Folge. In: TransAtlantik(1991) 3; S. 35. Zit. n. Grub, S. 366. 6) Frank Thomas Grub: Wende und Einheit im Spiegel der deutschsprachigen Literatur, Bd. 1: Untersuchungen, Berlin: Walter de Gruyter 2003, S. 354. 7) Vgl. Stille Zeile Sechs, S. 26f.

이재원 / 동독에대한과거청산작업 31 는끔찍한단어가나의아버지의가장확실한무기였다. Das furchtbare Wort Klasseninstinkt, die todsichere Waffe meines Vaters, wenn er zu begründen versuchte, warum Kafkas Bücher, von denen er vermutlich keine Zeile gelesen hatte, dekadante und schädliche Literatur [ ] seien. (58) 그들은모든것을자신의 계급본능 을근거로평가했으며그러한본능은언제나옳은것이었다. 8) 그들에게계급본능은이미전제되어있는것으로, 논박할수없는것이었다. 아버지는학교에서나집에서나권위적인지배자로군림하며개인의개성을존중하지않고자신의기준만을강요했다. 무엇보다도 나 는어린시절에아버지와의친밀한교감을원했지만 아버지는교육적의도에서만나와말하였고, 그외에는나에게할말이전혀없었다 (mein Vater [sprach] überhaupt nur in pädagogischer Absicht mit mir - darüber hinaus hatte er mir nichts mitzuteilen - [ ]). (61f.) 서술자는이처럼권위주의적인아버지에대한반감이매우커서아버지가죽기를바랄정도였다. 9) 이처럼베렌바움과서술자의아버지의모습이겹쳐지면서이들은곧제1세대에대한상징이된다. 흥미로운것은아버지 ( 세대 ) 에대한이러한반감이서술자의개인적인차원의것이아니라이세대에공통적으로관찰되는특징이라는점이다. 특히 1970-80년대서독과오스트리아에서, 전후세대의작가들에의해아버지세대를비판하는작품들이쏟아져나왔다. 이작품들은독일의죄에대해침묵하고권위주의적인사회구조를유지시킨아버지세대에대해가차없는비판이이루어진다는공통점을지닌다. 이러한특징을지닌일련의작품들을가리켜문학사에서 아버지문학 (Vaterliteratur) 이라고 8) Vgl. Stille Zeile Sechs, S. 59: 본능이라는단어로써나의아버지는무오류성을주장했다. Mit dem Wort Instinkt beanspruchte mein Vater Unfehlbarkeit. 9) Vgl. Stille Zeile Sechs, S. 114: Vor dem Einschlafen wünschte ich mir manchmal, dass er stirbt.

32 인문논총제 65 집 (2011) 지칭한다. 10) 마론의 조용한거리 6번지 역시이러한아버지문학의범주에속한다고볼수있다. 11) 서독의아버지들이전쟁에서돌아와가정에서권위적인태도를고집하며과거에대해침묵하고경제재건에만매달렸다면, 동독의아버지들역시권위적인태도로국가건설에만매진하였다는점에서는다르지않다. 동독의아버지들은과거청산에적극적으로앞장섰지만그것은정치적목적을위한것이었을뿐, 철저한반성이이루어지지못한점은서독의경우와마찬가지였다고할수있다. 이소설에서도드러나듯이그것은오히려체제유지를위해이용되었다. 더구나동독의아버지들은스탈린의범죄에대해서침묵하였다. 무엇보다도동서독을막론하고전쟁에서돌아온아버지들은자식들에대해친밀한애정을거부하고, 자식들은그러한아버지에대해적대감에가까운감정을느끼는등이들세대에서는놀라울정도로똑같은모습이나타난다. 서독의경우에는 68운동을비롯하여아버지세대에대한적극적인비판을통해권위주의적인사회분위기가해소될수있었던데반해, 동독의경우에는그것이극복되지못함으로써얼마나비참한결과에이르게되는지를이소설을통해서확인할수있다. 3. 희생자에서가해자로 베렌바움과같은아버지세대가자신의정당성을주장하는근거는역사의희생자라는지위에서나온다. 베렌바움은노동자의아들로서바이마르공화국시절자본주의체제의희생자였으며, 나치시절에는공산주 10) 이재원, 아버지문학 의관점에서본브리기테슈바이거의 < 오랜부재 >, 독일언어문학 37집, pp. 103-110 참고. 11) Vgl. Wolfgang Emmerich: Kleine Literaturgeschichte der DDR. Erweiterte Neuausgabe, Leipzig: Kiepenheuer 1997(1996), S. 489.

이재원 / 동독에대한과거청산작업 33 의자로서정치적박해를받아소련으로망명을떠나야했던희생자임을내세운다. 로잘린트의아버지역시희생자는죄가있을수없다며 (Vgl. 112) 자신들의무오류성을주장한다. 이처럼 모든불행이그들에게속한운좋은전기의소유자들 (alles Unglück gehört schon ihnen, den glücklichen Besitzern von Biografien) (141) 은권력을잡은후자신을도덕적기준으로내세우며다른사람들을억압하였다. 희생자가가해자가된것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베렌바움은죽어서도 불멸의희생자 (ein unsterbliches Opfer) (56) 로기려진다. 이러한모습에역겨움을느낀로잘린트는이들의희생자임에도불구하고자신은절대로희생자임을내세우지않겠다고결심한다. 12) 대신현실에서물러나 아무것도하지않는삶 (Untätigkeit) (43) 을택한다. 이소설에서는표현주의극작가이자행동주의자에른스트톨러 (Ernst Toller) 의다음과같은질문이주도동기처럼반복된다. 행동하는자는언제나죄를지을수밖에없는가? 아니면죄를짓지않으려면몰락해야하는가? Muss der Handelnde schuldig werden, immer und immer? Oder wenn er nicht schuldig werden will, untergehen? (41) 로잘린트는스스로에게이러한질문을던지며, 죄를짓지않기위해현실에서도피한다. 교장의딸이었던그녀는자신이아버지에게반항하기위해한행동때문에학생전체가사상교육을받아야했던경험을한다 (Vgl. 113f.). 또한이다아줌마 (Tante Ida) 의경우 < 민족교류협회 (Gesellschaft zur Verständigung aller Völker)> 라는곳에서일하며민속인형등의기념품을사서해외로보내는일을하는데, 스스로는민족간의 12) Vgl. Stille Zeile Sechs, S. 210: Als hätte ich nur das gesucht: meine Schuld. Alles, nur nicht Opfer sein.

34 인문논총제 65 집 (2011) 소통을위한일을한다고생각하며뿌듯해하지만실상은슈타지의해외공작활동을돕는일이었다 (Vgl. 119ff.). 로잘린트는아무리이다가그러한사실을몰랐다고하더라도범죄의공범임을부인할수없다고생각한다. 무엇보다도그녀는지식인으로서자신의지식이자신도모르는새에정권에이용당하고누군가를억압하는수단이될수도있다는두려움에연구소도그만둔다. 이처럼행동하는것자체가죄를저지르는것이될수있는상황에서벗어나기위해그녀는아무것도하지않는세계로물러나려한다. 13) 그러나로잘린트는두뇌작업을하지않는조건으로회고록의대필작업을시작하였지만작업이진행됨에따라, 지난날의역사적과오에대해서는회피로일관하고자신의삶을합리화하고미화하기에급급한베렌바움의구술내용에대해참을수없는역겨움을느낀다. 그리고이러한베렌바움에대해그녀가아무것도하지않음으로써, 그의죄에공범자가되는것은아닌가하는죄책감을느끼게된다. 14) 이러한죄책감은세가지사건을거치며베렌바움에대한분노로직접적으로표출된다. 첫번째충돌은베렌바움이베를린장벽에대해 반파시즘방어벽 (Antifaschistischer Schutzwall) (107) 이라며정당화했을때이다. 역사적인 61년 8월이전에는 [ ] 브란덴부르크문을통해적의탐욕스런몸체속으로신생공화국의생명수의강이붉게고동치며흘러들어가 13) Vgl. Andreas Meyer: Opfer und Täter. Zu Monika Marons Roman Stille Zeile Sechs. In: Hannelore Scholz(Hg.): ZeitStimmen, Berlin 2000, S. 139. 14) Vgl. Stille Zeile Sechs, S. 77: 내가베렌바움이불러주는것을저항하지않고받아쓰는동안나는그가자신의기념비를활자로주조하는것을도움으로써내자신을공범자로만드는것은아닌지, 그의공범자가되는것은아닌지점점더의문을가지게되었다. Während ich widerspruchslos hinschrieb, was Beerenbaum diktierte, fragte ich mich immer öfter, ob ich mich nicht zum Mittäter machte, ob ich nicht sein Komplize wurde, indem ich ihm half, das eigene Denkmal in Lettern zu gießen.

이재원 / 동독에대한과거청산작업 35 는환영을종종보았다고베렌바움은말했다. Damals, sagte Beerenbaum, vor dem historischen August 61, habe er [ ] oft die Vision gehabt, Ströme des Lebenssaftes der jungen Republik, rot und pulsierend, durch das Brandenburger Tor geradewegs in den gierigen Körper des Feindes fließen zu sehen. (107f.) 베렌바움의이러한평가에대해 나 는분노를참지못하고다음과같이소리친다. 그때당신들스스로피가흘러가게했잖아요. 당신들이장벽을세워사람들의몸에총으로구멍을낼수있었으니까 [ ] Da haben Sie das Blut lieber selbst zum Fließen gebracht und eine Mauer gebaut, an der Sie den Leuten die nötigen Öffnugen in die Körper schießen konnten [ ] (108) 베렌바움은이러한 나 의비판이현실의어려움을모르는철부지의생각이라고무시하며당시상황에서 불가피한결정 (eine notwendige Entscheidung) (109) 이었다고강변한다. 두번째는베렌바움이모스크바의망명시절에대해무비판적으로묘사했을때이다. 모스크바의룩스호텔은나치를피해망명을온독일의공산주의자들이대거머물렀던곳이다. 스탈린의 대숙청 (Große Säuberung) 기간에 1937년에는소련내의독일인들에대해서도대량학살이이루어졌고, 이곳에머물던망명자들중많은수가나치의스파이라는혐의로처형되거나수용소로끌려갔다. 서술자가당시룩스호텔에머물렀던베렌바움에게그일에대해질문하자, 베렌바움은 몰랐다 고하면서 우리는히틀러에맞서싸웠다 (Wir haben gegen Hitler gekämpft). (138) 고대답한다. 서술자는히틀러에맞서싸우고국가를건설한 15) 그들 이스탈린의범죄행위에대해눈감고번번이 반파시즘투쟁 이란명목으로스

36 인문논총제 65 집 (2011) 스로를정당화하는것에분노한다. 16) 그들은언제나옳지, 라고나는생각했다. [ ] 내가살아온삶에대해하소연하려하자그들은라벤스브뤼크나부헨발트같은덩어리로내입을틀어막았다. Sie haben immer recht, dachte ich [ ] Kaum mach ich das Maul auf um meine einzuklagen, stoßen sie mir einen Brocken wie Ravensbrück oder Buchenwald zwischen die Zähne. (141) 동독을건국한이세대는스스로를파시즘의희생자로둔갑시키며그것을무기로반대의목소리를철저하게억눌러왔다. 그런점에서 내 가볼때그것은스탈린의통치와다를바가없다. 스탈린의희생자들에대한질문에당황한베렌바움은곧자신의아내가 1939년에나치의수용소로끌려갔다는내용을받아쓰게한다. 그러면서 그것 [ 라벤스브뤼크집단수용소 ] 은시베리아에있지않소 (Und das liegt nicht in Sibiren). (141) 라고외친다. 그러나 나 는베렌바움의말을그대로받아쓰는대신 <39 년가을에그레테가체포되었다. 그녀는라벤스브뤼크집단수용소로갔다. 시베리아는라벤스브뤼크옆에있다 (Grete wurde im Herbst 39 verhaftet. Sie kam in das Konzentrationslager Ravensbrück. Sibirien liegt bei Ravensbrück)>. (142) 라고덧붙인다. 서술자는나치와스탈린의강제수용소를상징적으로병치시킴으로써파시즘의희생자가가해자로변모한현실을함축적으로표현하고있다. 이러한일련의사건을거치며서술자는결국생각하지않고일하겠다는자신의계획은실패했음을, 아니애초부터불가능한것이었음을인정 15) Vgl. Stille Zeile Sechs, S. 138: Haben wir einen Staat aufgebaut. 16) 어린시절서술자의아버지역시서술자의질문에대해스탈린이 천재 이며공산주의에는살인자가없다고말한다. Vgl. Stille Zeile Sechs, S. 111.

이재원 / 동독에대한과거청산작업 37 하게된다. 자신이단순한 타자기 가될수없다는인식 17) 에도불구하고 나 는베렌바움의요청으로어쩔수없이일을계속하게된다. 오히려그일을계속하는것을자신의임무처럼느낀다. 나는그것을끝까지가져가볼생각이었다. 나는베렌바움을이겨보고자했다. 나는삶이나에게부여한하나의과제로서그를받아들였던것이다. [ ] 베렌바움에맞서서나는진싸움을뒤늦게나마이겨보려고했다. Ich wollte es zu einem Ende bringen. Ich wollte Beerenbaum besiegen. Ich hatte ihn angenommen als eine Aufgabe, die das Leben mir zugeteilt hatte. [ ] Gegen Beerenbaum wollte ich einen verlorenen Kampf nachträglich gewinnen. (182) 이처럼 나 는단순히받아쓰기만하는역할에서벗어나점차적극적으로베렌바움과맞서싸우게된다. 그것은동독의건국세대에대한개인적인과거청산의시도로보인다. 급기야 나 는자신의동료인칼-하인츠바론을무고하게감옥에보낸책임을물어베렌바움을비난한다. 저명한중국학자였던바론은 1962년에체포되어 3년간감옥에가게된다. 서독으로탈출한중국- 일본학연구소의조교가바론에게자신의교수자격취득논문을부쳐줄것을부탁했고, 바론이몰래논문을부쳐주었는데, 그사실이당시대학에서중요한지위에있던베렌바움의고발로알려져비밀경찰에체포되었던것이다 (Vgl. 180f.). 그일에대해책임을묻자베렌바움은역시자신의입장만을강변한다. 17) Vgl. Stille Zeile Sechs, S. 121f.: 비록내가타자기이상의어떠한책임도없더라도, [ ] 베렌바움을위해서는더이상일하고싶지않았다. 한살인자가타자기에게자신의고백을썼다고해서누가타자기에게죄를물을수있을까? 하지만나는결코타자기가아니었다 [ ]. I ch wollte nicht mehr für Beerenbaum arbeiten, obwohl ich... dabei nicht schuldiger werden konnte als eine Schreibmaschine. Wer würde eine Schreibmaschine für schuldig halten, nur weil ein Mörder sein Geständnis auf ihr geschireben hatte. Aber ich war keine Schreibmaschine [ ].

38 인문논총제 65 집 (2011) 우리는대학에다닐수없었지. 우리는다른사람들이대학에갈수있도록돈을지불했소. 처음에는무산자로서우리의땀으로, 그리고나중에는우리국가의돈으로말이오. [ ] 이러한교양은우리의재산이고, 그것을가지고도망친자는도둑놈인거요. [ ] 도둑놈은감옥에가야지. Wir durften nicht studieren. Wir haben bezahlt, dass andere studieren durften, immer, zuerst als Proleten mit unserem Schweiß, dann mit dem Geld unseres Staates. [ ] Diese Bildung war unser Eigentum, wer damit weglief, ein Räuber. [ ] Ein Dieb gehört ins Gefängnis. (206) 이처럼베렌바움은끝까지과거에대해반성할줄모르고, 모든것을계급투쟁의틀에맞추어재단하고그틀에맞지않는것은모두반동적인것으로탄압하는, 시대에뒤떨어진고루한사고방식을고수한다. 서술자는베렌바움이지병이악화되어몸상태가좋지않다는걸알면서도그동안쌓인자신의분노를베렌바움을향해거침없이쏟아낸다. 서술자는그들이자기세대의삶을소진시켜버렸다며 한무리의고문리들을거느린노예주인 (Sklavenhalter mit einem Heer von Folterknechten) (207) 이라고비난한다. 결국베렌바움은그녀의 심문 18) 을견디지못하고심장발작을일으키게되고, 그로부터얼마지나지않아죽는다. 이장면에서서술자는 나 와 로잘린트 로분리되어, 나 는마치다른사람을보듯이로잘린트의행동을관찰하고서술한다. 19) 그리고 나 는격분한로잘린트가 복수의여신처럼 (wie eine Rachegöttin) (205) 베렌바움을때리고짓밟아직접살해하는환상을본다 (Vgl. 207ff.). 이것은어린시절아버지의죽음을바랐던것처럼베렌바움의죽음을간절히바랐던 나 의소망을환상을통해실현한것이라고볼수있다. 18) Vgl. Stille Zeile Sechs, S. 205: Rosalind verhörte ihn. 19) Vgl. Stille Zeile Sechs, S. 205: Ich sehe sie vor mir, Beerenbaum und Rosalind.

이재원 / 동독에대한과거청산작업 39 나치도아니었고, 비겁한위선자도아니었고, 게다가저항의용사였던당신을나는자랑스럽게여길수있기를바랐습니다. 그렇지만이제당신께말해두어야겠습니다. 나는당신의죽음을바랍니다. 당신이모든집과모든종이와, 모든거리, 모든생각을, 당신이내가살기위해필요로하는모든것을내게서훔쳐가서는다시돌려주지않기때문입니다. 당신은나에게생각할수있는가장잔인한일을하도록강요합니다. 누군가의죽음을갈망하게하는것입니다. 어떻게내가당신이계속사는것을바랄수있겠습니까? [ ]ich wünschte, ich dürfte stolz sein auf Sie, einen, der widerstanden hat, der kein Nazi war und kein feiger Duckmäuser. Trotzdem, würde ich zu ihm sagen, muss ich Ihren Tod wünschen, weil Sie jedes Haus, jedes Stück Papier, jede Straße, jeden Gedanken, weil Sie alles, was ich zum Leben brauche, gestohlen haben und nicht wieder rausrücken. Sie zwingen mich, das Abscheulichste zu tun, was ich mir denken kann: jemandes Tod zu wünschen. Wie könnte ich wollen, dass Sie weiterleben. (156) 로잘린트와같은제3세대는빼앗긴삶, 즉개인의자유와일상의행복을되찾기위해그것을가로막고있는 1세대의죽음을바란다. 베렌바움의죽음은한개인의죽음이아니라국부세대전체의죽음을상징할뿐아니라, 그들에의해짓눌리고왜곡되었던동독의과거삶전체로부터의작별을의미한다. 나는단순히베렌바움의삶과작별한것이아니다. 나는우리가만나기오래전부터, 마치자신의것이라도되는것처럼그가자리를차지하고있던나의삶으로부터작별한것이다. Ich verabschiedete Beerenbaum nicht einfach aus dem Leben, ich verabschiede ihn aus meinem Leben, in dem er, lange, bevor wir uns begegnet waren, Platz genommen hatte, als wäre es sein eigenes. (57)

40 인문논총제 65 집 (2011) 그리고 나 는베렌바움이죽었다는사실을신문기사에서접한후그의죽음을확인하기위해장례식에참석한다. 나는작별이필요했기때문에, 그가정말로매장되었는지, 정말로이세상에서사라졌는지를알아야했기때문에여기에와있다. 나는그를위해우는사람이있는지, 그를위해우는사람이누구인지알아야만했다. Ich war hier, weil ich den Abschied brauchte, weil ich wissen musste, dass er wirklich begraben war und weg von dieser Welt. Ich musste wissen, ob jemand um ihn weinte, und wer das war, der um ihn weinte. (34) 이처럼로잘린트는 -상징적인의미에서 - 베렌바움을직접살해하고매장한다. 소설의끝부분에가서그녀는톨러의질문에스스로그렇다고대답하며, 설사죄를짓더라도행동을하는쪽을선택한다. 로잘린트는 희생자 로서승리자가되는대신차라리 행동하는사람 으로서죄인이되기로한것이다. 그리고그것은로잘린트가자기자신에게던지는질문이자곧독자를향한질문으로남는다. 4. 모레세대 이모든문장은모레로시작되었다. 모레는사막이얼어붙을것이다. [ ] 모레는바다가하늘로솟구칠것이므로, 수영못하는사람은조심하시길. 한번도내일이말해진적이없었다. 내일은아직나의날이아니었다. 내일일어날일은이미베렌바움의일정표에들어있었다. 모레는베렌바움이죽은후의날이다. Alle diese Sätze begannen mit: übermorgen. Übermorgen vereist die Wüste. [ ] Übermorgen stürzen die Wasser himmelwärts -Vorsicht für Nichtschwimmer. Niemals hieß es morgen. Morgen war noch nicht mein Tag.

이재원 / 동독에대한과거청산작업 41 Was morgen geschehen würde, stand schon in Beerenbaums Terminkalender. Übermorgen war der Tag nach Beerenbaums Tod. (155) 역사의수레바퀴를앞으로돌리기 (die Vorwärtsdrehung des Geschichtsrades) (154) 위해손에무기를들고싸웠던베렌바움세대와달리제3 세대는 나이외에는아무것도지킬것이없는 (nichts zu verteidigen als mich) (154) 세대이다. 다시말해 3세대는거창한역사적명분하에개인의자유와소소한일상의행복을빼앗은 1세대에맞서서자신의삶을지켜내야하는것이다. 그러기위해이들은 1세대의죽음을바란다. 이에반해 2세대개혁사회주의자를대표하는크리스타볼프의경우 이나라를통치했던일군의반파시스트들이정확히규정하기힘든어떤시점에실용적인이유에서자신들의승리의식을전국민에게전이시켰다. 20) 고비판하면서도, 사실상 우리는나치시대에강제수용소에수감되었던사람들에맞서저항을하는것에대해매우가책을느낀다. 21) 고고백한다. 여전히내일의유토피아에대한희망을버리지않고있는 2세대들을 내일 세대라고한다면, 로잘린트와같은 3세대는 1세대가죽은후비로소자신의삶을시작하게되는 모레 세대이다. 로잘린트가술집에서만나는동료들은바로이러한모레세대의모습을대변한다. 한때애인사이였다지금은친구로지내는브루노 (Bruno) 와, 백작 (Graf) 이라는별명으로불리는중국학자칼-하인츠바론 20) Christa Wolf: Das haben wir nicht gelernt [21. Okt. 1989]. In: Wochenpost v. 27. 10. 1989. Zit. n. Grub, S. 366: Eine kleine Gruppe von Antifaschisten, die das Land regierte, hat ihr Siegesbewußtsein zu irgendeinem nicht genau zu bestimmenden Zeitpunkt aus pragmatischen Gründen auf die ganze Bevölkerung übertragen. 21) Christa Wolf: Schreiben im Zeitbezug. Gespräch mit Aafke Steenhuis [11. Dez. 1989]. In: C. W.: Reden im Herbst. Berlin Weimar 1990, S. 136. Zit. n. ebd.: Wir fühlen eine starke Hemmung, gegen Menschen Widerstand zu leisten, die in der Nazizeit im KZ gesessen hatten.

42 인문논총제 65 집 (2011) (Karl-Heinz Baron) 이그모임의중심인물이다. 이들은모두지식인으로서, 현실의세계와는 다른법칙이통용되는반대세계 (eine Gegenwelt [ ] wo andere Gesetze galten) 로서의 술집의제국 (das Kneipenreich) (172) 으로도피한다. 그술집은베렌바움의권력이끝나는곳이다. 22) 그곳은현실의질서와는반대로, 라틴어를아는사람들, 즉교양을가진사람들이 라틴어를모르는사람들, 즉현실에서권력을휘두르는야만인들을지배하는곳이다. 그러나 술집공동체 에서부딪치게되는지식인의모습은아무런전망도없이절망에빠진채삶을소모하는모습으로나타난다. 이들은 1세대가구축해놓은그로테스크한현실에부딪쳐, 알콜중독이나정신박약상태에빠지는등 삶의의미상실과절망, 무정부주의적방황, 현실도피와네오비더마이어의성향 23) 을보인다. 로잘린트는이들과의교류에서같은세대지식인이자삶을빼앗긴세대로서동류의식을느끼긴하지만, 지적우월감에사로잡힌채지적유희만을일삼는이들의태도에불편함을느낀다. 특히이들은자신의 행동주의적동경 (aktionistische Sehnsüchte) 에대해 선천적인기형이문제되는양 (als handelte es sich dabei [ ] um eine angeborene Abnormität) (43) 비아냥거리며모든행동에대해냉소적인태도를보인다. 또한그곳은 남성의자유의마지막보루 (der letzte Hort männlicher Freiheit) (74) 로서, 바깥세상과마찬가지로남성중심적위계질서가뿌리깊게자리잡고있다. 단지교양 귀족 이라틴어를모르는 야만인 들을지배할뿐이다. 여자이자라틴어를모르는로잘린트는그들만의공동체에서단지 청중 (Publikum) (77) 에불과할뿐이다. 그것은소수의엘리트만의배타적인공동체로서현실도피수단에불과할뿐, 결코죽어가는동독현실에대한대안이될수없다. 22) Vgl. Stille Zeile Sechs, S. 173: In der Kneipe endete Beerenbaums Macht. 23) 김누리, 또하나의장벽. 모니카마론의소설 < 조용한거리 6번지 >, 독어교육 16집, 1998, p. 365.

이재원 / 동독에대한과거청산작업 43 로잘린트역시처음에는이들과마찬가지로현실도피적태도를보이지만, 앞에서보았듯이베렌바움과작업을해나가는과정에서인식의변화를겪는다. 죄를짓지않기위해현실에서도피하려던태도에서, 죄를짓더라도행동을하려는입장으로변화한것이다. 그런점에서로잘린트는술집공동체의 남성 들과구분된다. 다른한편으로로잘린트는베렌바움이죽어야한다고생각함에도불구하고자신이베렌바움을죽인것이라는생각에죄책감을느낀다. 그리고자신이베렌바움과의관계에서어느덧희생자에서가해자가되어있음을깨닫는다. 베렌바움이그랬던것처럼자신역시희생자임을내세우며자신의행동에대해도덕적정당성을주장하고있는것은아닌지되돌아보는것이다. 이러한성찰이없다면로잘린트세대역시 1세대가그랬던것처럼자신들이체제의희생자임을내세워후세대를억압하는위험을배제할수없을것이다. 그녀는희생자가가해자가되는역사를되풀이하지않으려는것이다. 아버지문학 의작가들은아버지에대한비판에서출발하지만아버지에대해회상을하는과정에서도달하게되는것은결국자기자신에대한성찰이다. 이소설역시아버지세대에대한비판을통해자신에대한성찰에이르게되고자신의 ( 여성적 ) 정체성을확인하게된다. 그리고남성들의술집공동체가아닌, 이웃에사는테클라플라이셔 (Thekla Fleischer) 와일종의여성적연대를구축한다. 피아노교습을하며혼자살아가는그녀는 50대의나이에 70세의유부남과사랑에빠져결혼식을올리는등 다른모든인물들에대한반대기획 (Gegenentwurf zu allen anderen Figuren) 24) 으로나타난다. 그녀는숨막히는도시에서 어느정도손상되지않은오아시스 (eine halbwegs unverdorbene Oase) (196) 와같은역할을하는호젓한공원과마찬가지로로잘린트에게베렌바움의세상속에서어느정도나마자신을지킬수있는희망의계기로그려진다. 24) Grub, S. 364.

44 인문논총제 65 집 (2011) 그러나이러한로잘린트의행동은그자체로는현실에아무런영향도미치지못하는무의미한것처럼보인다. 즉베렌바움에대한로잘린트의공격은베렌바움에게어떠한반성도이끌어내지못하고그저개인적인복수로그치고마는것처럼보이기때문이다. 사실상소설속에서베렌바움은마지막까지도불멸의희생자로기려지며그를둘러싼체제는그대로남아있다. 베렌바움은죽어서묻혔다. 그런데모든것이전과똑같다. 모레는베렌바움이죽은후의날이다. 모레는언제인가? [ ] 모레는이미있었는데내가그것을알아채지못한것인가? Beerenbaum ist tot, begraben. Und alles ist wie vorher. Übermorgen ist der Tag nach Beerenbaums Tod. Wann ist übermorgen? [ ] Ist übermorgen schon gewesen, und ich habe es nicht bemerkt? (216) 로잘린트는 1세대들이죽는다해도그들이구축해놓은 동독이란이름의거대한교육임무 (die gigantische Erziehungsaufgabe namens DDR) 25) 는계속영향을미치고있음을깨닫는다. 오랜세월에걸쳐삶의세세한부분과사람들의의식깊은곳까지지배해왔기때문이다. 이러한회의에대해그녀는유명한이솝우화의내용을떠올린다. 아버지가포도밭에보물이묻혀있다는유언을하고죽자아들들이숨겨진보물을찾으려고포도밭을다파헤쳤으나금은보화를찾는데실패하고아버지를원망하고불평한다. 그러나다음해여름, 잘갈린포도밭에서포도가풍성하게열매를맺었고, 결국아버지가말한보물이그포도열매였다는내용이다 (Vgl. 217f.). 즉모레가언제인지는알수없지만아무것도하지않은채기다리기만한다면우리가바라는미래는결코다가오지않을것이다. 그러나당장눈에보이는결과가없더라도뭔가행동을 25) Emmerich, S. 490.

이재원 / 동독에대한과거청산작업 45 한다면언젠가반드시결실이있을수있다는것이다. 그런점에서로잘린트의싸움은미래의수확을위한작은한삽이될수있을것이다. 5. 나가는글 소설은동독이무너진현재를상징하듯베렌바움의매장으로시작된다. 1세대, 혹은동독의죽음이전제된상황에서출발하여베렌바움이죽음에이르는과정이회상의형식으로서술되는것이다. 그런점에서이소설은곧동독이어떻게죽음에이르게되었는가에대한기록이라고할수있다. 로잘린트가베렌바움의회고록을함께써나가는과정에서보여주듯이, 1세대는자신들의기억, 자신들이만들어낸역사를모든세대에게강요했다. 따라서이소설은 1세대가만들어낸기억의허구성을폭로하는과정이기도하다. 여기서로잘린트, 혹은작가는희생자라는정체성을통해모든것을정당화하는폭력을비판하며, 그것은곧자신에대한성찰로이어진다. 소설의마지막에베렌바움의장례식을마치고떠나면서그의아들이아버지의자서전을로잘린트에게전해준다. 로잘린트는그것을열어보지않을거라고다짐하면서버리지않고보관해둔다 (Vgl. 219). 베렌바움의자서전은결국자기손에의해씌어진것임을잊지않기위한것이라고볼수있다. 베렌바움이죽은후인지금동독의역사를다시쓰는일은 3세대의몫으로남는다. 동독은이미역사속으로사라졌지만동독의역사는지금부터다시쓰여져야한다. 그리고그것이일방적단죄나향수어린회상에머무르지않기위해서는철저한자기성찰과미래에대한전망을토대로이루어져야함을이소설은역설한다. 그런점에서이소설의메시지는오늘날에도여전히유효하다하겠다. 과거청산작업은

46 인문논총제 65 집 (2011) 일회적으로끝나는것이아니라기억과반성의형태로끊임없이계속되어야하는것이라는점에서동독의역사역시계속해서기억되고논의되어야할것이다.

이재원 / 동독에대한과거청산작업 47 참고문헌 1. 일차문헌 Maron, Monika(1991), Stille Zeile Sechs. Frankfurt a. M. 2. 이차문헌 김누리 (1998), 또하나의장벽. 모니카마론의소설 < 조용한거리 6번지 >, 독어교육 16집, 349-373. 이재원 (2007), 아버지문학 의관점에서본브리기테슈바이거의 < 오랜부재 >, 독일언어문학 37집, 103-121. Emmerich, Wolfgang(1997), Kleine Literaturgeschichte der DDR. Erweiterte Neuausgabe, Leipzig: Kiepenheuer. Grub, Frank Thomas(2003), Wende und Einheit im Spiegel der deutschsprachigen Literatur, Bd. 1: Untersuchungen, Berlin: Walter de Gruyter. Meyer, Andreas(2000), Opfer und Täter. Zu Monika Marons Roman Stille Zeile Sechs, ZeitStimmen, hrsg. v. Hannelore Scholz, Berlin, 135-146. Wehdeking, Volker(1995), Die deutsche Einheit und die Schriftsteller, Berlin. 원고접수일 : 2011년 4월 29일심사완료일 : 2011년 5월 16일게재확정일 : 2011년 5월 26일

48 인문논총제 65 집 (2011) ZUSAMMENFASSUNG Vergangenheitsbewältigung der DDR-Geschichte -Monika Marons Stille Zeile Sechs - Lee, Jaewon Die DDR als Staat und politisches System ist ein Kapitel der Geschichte geworden, trotzdem spielt die DDR als literarisches Thema noch eine wichtige Rolle in der deutschen Literatur. Monika Marons Roman Stille Zeile sechs(1991) setzt sich kritisch mit dem diktatorischen System der DDR in den 1980er Jahren auseinander. Der vorliegende Aufsatz untersucht den Text als einen Versuch der Vergangenheitsbewältigung der DDR-Zeit. Der Roman beginnt mit der Beerdigung des ehemals hohen Parteifunktionärs, Herbert Beerenbaum. Dieser hatte vor, seine Memoiren zu verfassen und die Ich-Erzählerin Rosalind Polkowski wurde für ihn als Schreibkraft tätig, da seine rechte Hand gelähmt war. Beerenbaum ist ein Vertreter der Gründerväter-Generation, die einmal als Antifaschisten gegen die Nazis gekämpft, aber später die Diktatur in der DDR aufgebaut hatten. Seine Generation rechtfertigte ihre Tat aufgrund ihres Opferstatus gegenüber den Nazis. Rosalind will nichts tun, um nicht schuldig zu werden. Sie glaubt, dass

이재원 / 동독에대한과거청산작업 49 man sich noch viel schuldiger macht, wenn man sich aktiv beteiligt. Aber im Laufe des Schreibprozesses gerät sie zunehmend in einen Konflikt, da der von Beerenbaum diktierte Inhalt nichts als die Rechtfertigung und Verschleierung seiner Schuld darstellt. Sie fühlte sich als Mittäterin, da sie nichts gegen ihn unternimmt. Schließlich entscheidet sie sich, Handelnde und Schuldige zu sein, statt Opfer und Siegerin. Sie erhebt Anklage gegen Beerenbaum und der kranke Alte erleidet einen Herzanfall, an dem er einige Tage später stirbt. Die erste Generation der DDR, zu der Beerenbaum gehört, zwang allen Nachgeworenen ihre Erinnerung als verbindliche Geschichte der DDR auf. In diesem Sinne ist dieser Roman auch ein Versuch, diese verfälschte Geschichte zu entlarven. Heute, wo die Beerenbaums tot sind, obliegt die Aufgabe, die Geschichte der DDR neu zu schreiben, der dritten Generation, für die Rosalind steht. Diese Generation braucht diese Selbstreflexion, um eine Perspektive für die Zukunft zu gewinn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