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머의진리개념 서동은 ( 감리교신학대 ) 주제어 : 현상학, 진리론, 정신과학, 자연과학, 해석학적진리, 철학적해석학 Key Words: Phaenomenologie, Wahrheitstheorie, Geisteswissenschaft, Naturwissenschaft, Hermeneutische Wahrheit, Philosophische Hermeneutik 들어가는말 가다머가 진리와방법 이라는책에서해석학의역사를개관하면서자신의철학적해석학을자리매김시키듯이그렇게해석학에관한연구들은자주가다머의철학적해석학을해석학의역사속에서만자리매김시키고있다. 이러한철학적해석학에대한고찰은자칫그해석학이나온배경과문제의식과동떨어져서다루어지는경향이있다. 1) 이러한접근과는달리철학사에서논의되어온여러가지진리논의와관련하여가다머의진리개념문제를살펴볼필요가있다. 진리논의에서흥미있는것은푼텔이진리론에관한책을쓰면서 1) 이러한책들로는조셉블라이허저, 권순홍옮김, 현대해석학 - 방법, 철학, 비판으로서의해석학한마당, 1990. 리차드 E. 팔머저, 이한우옮김, 해석학이란무엇인가? 문예출판사, 1989. 에머리히코레트저, 신귀현옮김, 해석학종로서적, 1988. 등을들수있을것이다. 가다머의진리개념 / 서동은 101
하이데거와가다머의진리이해를생략하고있다는점이다. 서문에서그는이들의진리이해를생략한이유를밝히고있는데, 그이유는다른여타의진리논의처럼명확하게자신의입장이라고할만한진리이론이라고할것이없으며그렇기때문에이른바학문적논의의대상이되기가어렵다는것이다. 2) 이와는달리헥크만 (Heckmann, Heinz-Dieter) 은진리논의에서하이데거와가다머의진리이해를진리논의에포함시켜서 해석학적진리 라고이름붙이기도한다. 3) 그렇다면하이데거와가다머의진리이해에대한이러한상반된이해는어디에근거하는가? 라는의문이생긴다. 엄밀하게말하면이양자의경우가둘다옳다고할수가있다. 그이유는하이데거와가다머의진리이해는푼텔의지적처럼엄밀한이른바론 ( 論, -logy) 이아니기때문이다. 또다른한편으로는하이데거와가다머의진리이해는위에서말한의미에서론 ( 論 ) 은아니지만그러한진리이론의토대를문제시하면서여러진리이론의토대로서의진리 ( 사건 ) 를문제삼기때문에진리논의에서제외시키는것은뭔가중요한진리논의가운데하나를빠트린셈이될것이기때문이다. 가다머의진리이해에서중추역할을하는것은훗설, 하이데거그리고딜타이에이르는생활세계적현상학과생철학적배경이라고할수있다. 가다머의철학적해석학은모든시작을위한시작을자리매김하려고하는현상학적모토를철저화하려고한시도이기때문에진리논의역시여타모든진리혹은여타모든학문에서말하는진리이전의진리에관심할수밖에없는것이다. 하이데거에게있어서이러한진리는형이상학적진리와존재사유를통해드러나는 2) Puntel, L. B., Wahrheitstheorien in der neueren Philosophie, Darmstadt 1978, 17 쪽이하참조. 3) 그론딘 (Grondin, Jean) 과헥크만 (Heckmann, H-G.) 두사람다가다머의진리개념을 해석학적진리 라고명명한다. 그렇지만그론딘의경우는가다머의해석학을진리이론으로취급하지않는반면에헥크만은가다머의진리개념을여러개의진리이론가운데하나로취급한다. Heckmann, H-D., Was ist Wahrheit?-Eine systematische-kritische Untersuchung philosophischer Wahrheitsmodelle, Heidelberg, 1981. 164 쪽이하참조. 102 해석학연구제 19 집
진리로대비가되고있는데비하여, 가다머에게있어서이러한진리는자연과학적방법론에입각한진리와철학적해석학의진리로대비되어나타난다. 이러한가다머의시도속에서우리는자연과학과대비되는정신과학의정체성물음을묻게된다. 자연과학적방법만이학문의범주에들어갈수있다고주장하는풍조앞에서과연정신과학은뭐라고답변할수있을까? 라는물음을묻게된다. 가다머의철학적해석학은이러한우리의물음에대한하나의대답의시도라고볼수있을것이다. 지금처럼모든것이분화되어복잡다기한현상을나누어서분석적으로살펴보려는학문적상황에서, 보다폭넓게인문학혹은학문활동의일반에대한물음이필요한시기도없을것이다. 가다머의철학적해석학은바로방법론으로환원된과학으로서의학문의영역을넘어서, 보다종합적으로세상을이해하고사람의모습을가진학문의영역을만들어가는데중요한기여를하고있다고말할수있다. 이글은바로진리이론들과의대화속에서또하나의이론으로서가아닌이러한진리이론들이주장하는진리를가능하게하는근거혹은인문학의근거로서의가다머의진리 ( 대화 ) 이해를살펴보고자한다. 4) 1. 진리이론들 뒤에서살펴보게되겠지만가다머의진리개념이정신과학과밀접한연관을맺고있듯이각각의진리이론들은특정한학문적입장에정위되어있다고볼수있다. 여기서는각각의진리이론들과그이론이정위되어있는학문적입장이어떠한지를살펴보자. 진리이론들가운데대표적인진리이론은러셀 5) 진리론, 그리고모리스 (Morris, Schlick) 등 4) Grondin, Jean, Hermeneutische Wahrheit? Zum Wahrheitsbegriff Hans-Georg Gadamers, Weinheim 1994. 5 쪽비교. ( 이하 Hermeneutische Wahrheit 으로표기함 ) 가다머의진리개념 / 서동은 103
에의해주창된논리실증주의자들특히루돌프카르답 (Rudolf, Carnap) 등에의해대표되는대응설적인진리이론이라고할수있다. 이들은모든문장은결국단어로환원될수있으며이단어에대응하는사물이외부에존재하면그진술은사실에부합하는말이므로진리치를갖는다고말한다. 그리고이들은이러한진술들의검토를통해객관적인과학의발전에기여할수있다고보았다. 이들에게있어철학은과학에기여하는것으로만의미가있다고보고, 논리학이유일한철학활동이라고간주하였다. 이들이설정하는진리문제의상황은자연과학의정당성부여가그근거를두고있었다. 철학의임무는언어분석을통해과학적인언어의정초에있었다. 과학적인언어의수립에힘쓴이들과는달리오스틴등으로대표되는일상언어학파들이있었다. 과학적인언어의수립에힘쓴이들과는달리오스틴등으로대표되는일상언어학파들이관심하는진리문제의토대는과학이아니라일상의생활가운데서무리없이잘사용되는일상언어의용법이다. 이들은일상언어의경험속에서진리치혹은진리가능성을보려고한다. 이들의관심은한진술이맞느냐틀리느냐가아니라일상의말들이문법에맞게잘사용되고있는가하는데있다. 특히오스틴은일상언어가운데서도 수행발화 에서진리의성격을문제삼는다. 과학의언어이든문학의언어이든나름의언어놀이라고하는다양성가운데하나일뿐이다. 때문에한언어놀이에참여하고있는사람은다른언어놀이를진리가아니라거나틀린놀이를하고있다거나하는판단을할수가없다. 5) 러셀밑에서공부하던비트겐슈타인이러셀의논리적원자론과유사한내용으로된일기형식의글을학위논문으로제출해서박사학위를받았는데그것이그의 논리철학논고 이다. 이책은초기비트겐슈타인의입장이고이초기의입장에서영향을논리실증주의자들이받은것처럼보이지만, 사실은논리실증주의자들이나러셀이나비트겐슈타인을오해한듯하다. 비트겐슈타인의관심은초기에서후기에이르기까지어떤말이 의미 있는가하는문제이지진리론이아니다. 이는하이데거와가다머에게있어서도마찬가지이다. 104 해석학연구제 19 집
일상언어학파와비슷한점이있으면서도앞에서언급한대응설적인진리이론에더가까운진리이론이 일관성진리이론 (Coherence Theorie) 이다. 이것은후기카르납과니콜라스레셔 (Nicolas, Rescher) 등에의해대표되는진리이론인데, 이들의관심은한진술의사실과의부합여부가아니라, 진술들사이의논리적인정합성이다. 즉진리의조건혹은진리기준은문장들의논리적인정합성에따를설득력의문제이다. 모리스슐릭등은후기의카르납의이러한진리이론에이의를제기한다. 그렇다면과학적인진술들과평범한논리적이야기와는어떤차이가있는가라고묻는다. 이에대해카르납을비롯한일관성진리이론가들은다음과같이대답한다. 이두정합성사이에는결정적으로는경험될수있는가아닌가에달려있다고말한다. 그러니까동화나이야기는나름대로논리적으로잘짜여진글이기는하지만그내용을검토해볼경우, 사실에조회해서증명할수없는글임에비해, 과학적인언어의정합성은증명가능한진술들이라는것이다. 이러한진리관은논리실증주의자들의소박한검증원리를좀더완화한진리관을대표한다고할수있다. 이입장또한과학적언어에정당성을부여하는쪽에정위되어잇다는점에서는근본적으로논리실증주의자들과같은쪽에서있다고할수있다. 논리적정합성에주목하면서도많은사람들의의견의일치를통한설득력에서진리혹은진리가능성을보는입장도있다. 아펠과하버마스의입장이이러한입장이라고할수있다. 하버마스에의하면진리란이상적인대화상황에서이루어지는설득력으로판가름이날문제이다. 마치변호사나검사가판사들과배심원그리고청중앞에서자신의입장을펼쳐다른대다수의설들과동의를얻어내면진리치에이를수있는것처럼말이다. 하버마스의이러한진리이론은이상적인대화상황과대화공동체들을전제로하여앞으로있게될합의를염두해두고있다고할수있다. 미국실용주의철학의창시자찰스퍼스또한이러한대화공동체를전제한다. 퍼스에게있어대화공동체는엄밀하게말해과학을연 가다머의진리개념 / 서동은 105
구하는 연구자공동체 이다. 퍼스에따르면인간에게유용한확신들은이러한연구공동체의토론을통해검증될수있다는것이다. 퍼스의진리관의특징은어떤사실진술이문제가아니고가치를포함한유용한확신에있다. 유용한확신들이연구공동체에있는사람들의동의에의해서검증이되면이때진리에도달하게된다는것이다. 퍼스의실용주의철학을전혀다른각도에서수용한윌리암제임스는이러한진리의보편성에이의를제기하면서개인적인종교적인확신을옹호사는다원주의적진리를주장한다. 즉진리란각개인에게유용한것으로판단이되는순간에확증되는것이지, 보편적인진리가따로존재하는것이아니라고주장한다. 쉴러와존듀이등도이러한실용주의적인진리관을대표한다. 이와는달리마틴하이데거는진리란검증에의해서도달되기이전에혹은동의를통해이루어지기이전에이미경험되는우리의존재이해속에드러난다고본다. 그러기에이러한진리는앞에서말한생각한것과사물의일치로서의대응설적인진리의근거가되는진리사건으로서의진리이다. 이러한진리관은언어나예술등을통해드러나는진리에가깝다고할수있다. 가다머의진리개념또한대응설적인진리이전의언어체험혹은대화를통해드러나는사건에주목하고있다. 이상에서볼수있듯이, 각각의진리이론들혹은진리이해들은각각자연과학이나사회과학, 일상세계그리고철학, 예술, 종교등을정당화하는진리관을대표하고있음을알수있다. 이를도표화하면다음과같이될것이다. 106 해석학연구제 19 집
존재사건이해사건 일상의문법 일상의수행발화 생각과사물의일치 과학공동체에의해서동의된유용한확신개인의결단에따른유용한확신토론을통한일치 논리적인정합성 인공적인언어조건 자연과학, 사회과학 일상의생활세계 철학, 예술, 종교 하이데거 가다머 논리실증주의, 초기비트겐슈타인 (?), 초기카르납 찰스퍼스 하버마스 후기카르납, 니콜라스레셔 6) 타르스키 후기비트겐슈타인 (?) 오스틴 윌리암제임스 이러한진리이론들가운데서가다머가특별히문제시한진리이론은논리실증주의의진리관이라고할수있지만근본적으로는위에서언급한모든진리이론들이가지고있는세계관을문제시하고있다고할수있다. 가다머의입장에서볼때, 이러한세계관이간과하고있는것은한마디로역사성이다. 엄밀하게말하면언어의역사성이다. 마치우리가언어의바다에서잠시밖으로나갔다가다시들어올수있듯이사람들은그렇게전제하면서출발한다. 이러한무역사적인관점을대표하는것이가다머가보기에근대의자연과학이자신의진리치를보증하는수단으로채용한수학이며, 이에입각한방법론이다. 그리고이러한근대과학의기원은그리스철학으로거슬러올라간다. 6) Nicholas, Rescher, Die Kriterien der Wahrheit, in:(hg.) Skirbekk, Gunner, Wahrheitstheorien-Eine Auswahl aus den Diskussionen ueber Wahrheit im 20. Jahrhundert, Frankfurt am Main 1977.337-390 쪽참조. 가다머의진리개념 / 서동은 107
2. 그리스철학과근대과학그리고진리 가다머는 진리란무엇인가? 제목의글에서니이체의과학적진리에대한회의를소개하고있다. 니이체에따르면광신자와과학사이의공통점이있다면 불관용 에있다고한다. 이러한불관용의이유는과학은자신의활동이엄밀한증명을요구하기때문에진리의최후의보루라고주장하고있다는것이다. 압도적으로자명한것으로드러난다고해도증명되지않으면이들에게있어이것은아직진리에부합한것은아니다. 가다머는이러한니이체의입장을소개하면서진지하게과연과학이그들이주장하는것처럼진리의최후의심사기준이며최후의담지자인가? 라고묻고있다. 7) 물론과학은우리의잘못된선입견이나잘못된환상에서벗어나게해주는데많은기여를하였다. 과학은언제나검토되지않은선입견에의문을제기하고이러한방식에입각해서지금까지알고있었던것과는다른것을인식하려고한다. 하지만이러한과학의입장이확대되면될수록이러한과학의규정방식이점점의심스럽게되어간다고가다머는말하고있다. 이들은자신들의고유한증명방법에입각해서검증된사태만이진리라고말한다. 과학에서의미 (Sinn) 는자신들의방법에의해매개된것만을뜻하기때문이다. 이에대해서종교나철학등은과학이가지고있는과학적특수화의한계와방법적연구의한계를말하지않을수없다. 어쨌거나우리가인정하고넘어가야할것은사람들은대체적으로진리혹은진리물음은우선적으로과학과언제나밀접한연관이있다고생각한다는점이다. 그런데서양문명에지대한공헌을한과학은그연원으로거슬러올라가게가게되면그리스의철학적정신과마주하게된다. 엄밀하게말해서근대과학의기원은그리스의철학적유산의산물이기때문이다. 잘알려져있듯이가상디나홉스데카르트등에도영향을미 7) Gadamer, H. G., Hermeneutik Ⅱ. Tuebingen 1986. ( 이하 Hermeneutik Ⅱ. 으로표기함 ) 45 쪽참조. 108 해석학연구제 19 집
친유클리드의기하학은다빈치를거슬러플라톤과피타고라스에게까지거슬러올라간다. 플라톤은보이는것가운데서도보이지않은어떤 지식 에이르려고하였다. 서양과학의정신은기본적으로이러한인식충동혹은플라톤적인진리탐구충동의산물이라고말할수있다. 하지만이러한진리의원천은엄밀하게말해서사람들이말을통해표현함으로서드러나는사태라고말할수있다. 그리스어의진리라는말은알레테이아 (aletheia) 이다. 이말의본래의미는하이데거가지적하고있듯이비은폐성 (Unverborgenheit) 이라는것이다. 그리스인들특히플라톤이전의철학자들에게있어말을통해드러나는것, 즉감추어진것에서드러난것, 곧비은폐된것으로드러난사건이진리였다는것이다. 그리스어로말혹은언어는로고스 (logos) 이다. 즉말을통해서감추어져있지않고드러나는사태가바로언어사건이면서동시에진리사건인것이다. 그런데이러한본래적인말이점차진술 (Aussage) 혹은판단 (Urteil) 으로이해되었다. 이렇게진리의드러남으로서의말 (Rede) 을판단으로축소시켜체계화논리화한사람이바로아리스토텔레스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그의논리학을통해서사람들이하는말가운데수없이많은다양한것들에서판단 (Urteil) 에입각한논리학을수립해간다. 예들들면사람들이하는말가운데명령형도있고부탁형도있고저주도있고수수께끼같은질문형식의말이있음에도불구하고이러한모든언술방식을제외한사실적인판단에관한진술만을자신의논리학의범주에넣었고, 이에입각해서만진리의가치를문제삼았다. 그래서그는이후서양의논리학과진리론의첫단추를낀셈이되었다. 이렇게해서진리는이제말과사물의일치 (adaequatio intellectus ad rem) 로서의진리로축소되고말았다는것이다. 진리는이제문장의진리혹은판단의진리가된것이다. 이러한진리관은서양의근대과학에서철저화되기에이른다. 근대과학은그리스의과학혹은철학적사유방식과결정적인단절을맞이하게된다. 이러한계기를가다머는방법론에서보고있다. 근대 가다머의진리개념 / 서동은 109
과학에서방법론이란뒤따라갈수있는길 (Weg des Nachgehens) 을의미하였다. 그리고이것이학문활동의방식을대변하게되었다. 가다머는바로이렇게방법론에입각한과학활동의제한이필연적으로진리의제한을수반하게되었다고보고있다. 8) 이러한방법론에입각한반복가능성혹은검증가능성을기준으로하는근대과학이인간삶전체를지배하게되었다고가다머는보고있다. 이러한근대과학의방법론이그러한방법론에의해포착되지않은모든것의진리가치를원천적으로배제시켰다는것이다. 하지만이러한근대과학적사유의원천에는앞에서도언급했듯이그리스적존재사유 (Seinsdenken) 가자리잡고있고따라서근대물리학은이러한고대그리스의형이상학적전제에서출발한다고말할수있다. 이러한검증원리에입각해서객관성을확보해가려는과학의시도는과학적진술의확보라고하는논리형식과맛물리게된다. 철학사에서는논리실증주의자들이이러한과학적진리입장을대변한다고말할수있다. 논리실증주의자들이말하는검증원리란바로이렇게판단과사실의일치여부를검증하는절차인것이다. 하지만언제나우리는쉽게객관화할수없는언어체험을하면서살아가고있다. 과학은상징이나시적인언어로표현되기도하는언어의다의적공간 (Vieldeutigkeit) 을애써개념의명료성혹은개념의일의성 (Eindeutigkeit) 을통해극복하려고한다. 9) 논리실증주의자루돌프카르납은실제로이러한인공언어를만들어과학에이바지하려고하였고, 심지어에스페란토어를배우는등의열심을보이기도하였다. 이러한엄밀성의요구기초에는수학적논리가자리잡고있다. 카르납은수학혹은수학적논리야말로지금까지철학혹은과학이당면해온모든문제를일거에해결할수있다고보았다. 그는이러한수학적인논리를바탕 8) Hermeneutik Ⅱ. 48 쪽참조. 9) 카르납을비롯한철학자들의이러한시도에관해서는다음의책참조. Sinnreich, Johannes, (Hg.) Zur Philosophie der idealen Sprache-Texte von Quine, Tarski, Martin, Hempel, Carnap, Muenchen 1972. 참조. 110 해석학연구제 19 집
으로지금까지의서양형이상학이극복될수있다고보았다. 가다머가문제삼고자하는것은바로이러한과학적방법에입각해서추상화되기이전의진리를주제화하려는것이다. 방법에의해서축소된진리이해에대해이의를제기하면서대화를통해서드러나는근원적이고원초적인진리사건즉언어사건에주목하고자하는것이다. 가다머는근대과학과달리근본적으로언어를통해서일어나는언어사건이진리이며또한이진리는언제나끊임없이문제제기가되고더욱더달라진인식에로열려있음을강조한다. 그럴수밖에없는것이진리물음과관련해서우리는언제나필연적으로특정한해석학적상황에갖혀있기때문이다. 즉과학행위에도이른바 유행 (Mode) 이라는것이있듯이우리는필연적으로우리가가진선입견가운데제한되어있기때문이다. 가다머에따르면어떤동기가없는순수한진술은없다. 모든진술은어떤질문에대한대답이다. 모든질문또한일종의대답혹은대답의시도이다. 즉둘다말걸기 (Anrede) 인것이다. 이러한질문과대답의변증법이바로언제나우리가처해있는상황인것이다. 소위자연과학에서수행되는질문과대답은무수히많은질문과대답이라고하는변증법가운데특수한한경우에불과하다. 가다머의주저 진리와방법 은바로수학과수학적논리에바탕한과학의방법론에으로축소, 제한될수없는정신과학의진리사건인해석학적상황을서술한것이라고할수있다. 10) 그러니까가다머의근본적인문제의식은철학적해석학의정초그자체에있다기보다는자연과학과대비된정신과학의진리혹은자연과학이간과한본래적인진리물음에로나아가도록우리를환기시키는데있다고볼수있다. 10) 세상은수 ( 數 ) 로되어있다고보고수에입각해서세상을설명하려는피타고라스의등장이후서양의철학과학문은이수에입각한학문으로정위되어있다고보아도과언이아닐것이다. 결국은수학의기원혹은수 ( 학 ) 에대해서상대적인입장을취하느냐절대적인입장을취하느냐에따라서로다른세계이해에도달할수밖에없다. 훗설의현상학도따지고보면결국수학에대한이해의차이에서나온것이라고볼수있다. 가다머의진리개념 / 서동은 111
3. 철학적해석학 가다머의저작 진리와방법 이란책의제목은그야말로마치진리그리고방법에대한논의가전개되는듯한인상을불러일으킨다. 이책제목은뭔가심도있는진리에관한논의가전개되고, 뭔가방법론이전개될것같은인상을주지만, 사실어느곳에도진리자체에대한논의는찾아볼수없다. 방법론에대한체계적인분석이있는것도아니다. 그렇다면가다머는왜자신의저서의제목을 진리와방법 이라고붙였을까? 일설에의하면원래가다머가제안했던제목은다른것이었다고한다. 다만출판사에서출판하는과정에서출판사사장의제안에의해제목이변경되었다고한다. 11) 왜이러한제목으로변경되었는지는정확하게알수는없다. 하지만이책을끝까지읽은독자라면이책이왜 진리와방법 이라는제목으로출간이되었는지짐작할수있게된다. 이책에서독자들은방법지상주의의과학과그러한방법적환원에앞선대화적진리혹은정신과학에있어서의진리의대비가이책의중심축을이루고있음을알게된다. 가다머가이책전체를통해서주장하고자하는핵심은정신과학은자연과학적, 수학적방법이나진리로환원될수없는독자적인영역을가지고있다는것이며그것의핵심은 대화 에있다는것이다. 그러니까밀이나포퍼등이주장하는것과같이자연과학적방법론에입각해서정신과학도그과학성을인정받을수있다고하는입장과는다른입장이다. 12) 이는설명대이해의지표를통해자연과학과 11) Hammermeister, Kai, Hans-Georg Gadamer, Muenchen 1999. 31 쪽참조. 12) 가다머에따르면밀 (John Stewart Mill) 은 귀납논리 라는책에서정신과학을 도덕과학 으로지칭했다고말하고있다. 여기서밀은기상학과비교하면서정신과학도장기적인기상예보와유사한학문이될정도의신뢰성을가질수있다고보았다. Hermeneutik Ⅱ. 320. 쪽참조. 포퍼또한헤겔철학을비롯한역사주의는그럴듯한과학으로포장한사이비과학이라고비판하며자연과학적방법론즉관찰과실험에입각한엄밀한방법론에입각해서사회과학이체계화되어야함을강조하고있다. Popper, Karl R. Das Elend des Historizismus, Tuebingen 1971. 참조. 특별히 31, 94 쪽이하참조. 112 해석학연구제 19 집
정신과학의독특성을인정한딜타이의문제의식과통하는것이다. 13) 이점에서보면, 오늘한국사회에서인문학의위기등을말하는상황에서인문학의정체성을문제삼듯이그렇게정신과학혹은인문학이자연과학과는다른독자적학문성의영역이있음을철학적으로정초지으려는시도인셈이다. 가다머의철학적해석학그자체는이러한가다머의문제의식속에서만올바로이해될수있는것이다. 따라서해석학의역사에서단순히수평적으로가다머의해석학을정초시키려는시도는불가피하게가다머의핵심의도를간과하게될위험이있다. 이러한점을염두해두면서우리는가다머의철학적해석학에접근해야할것이다. 이러한구도에서가다머가우선적으로살펴보고자하는것이정신과학을특징지을수있는지표들이다. 이러한지표들을가다머는몇가지로나열하는데, 대표적인것들이바로기호, 자기형성 ( 혹은교육 ), 예술, 14) 상식등등이다. 이러한것들은핵심적인정신과학의지표들 13) 가다머는 진리와방법 서문에서자신의사상형성에영향을끼친 3 명의사람을언급하고있다. 훗설, 하이데거그리고딜타이이다. 또한딜타이의영향에관해서는 Hermeneutik Ⅱ. 8 쪽참조. 여기서오해하지말아야할것은가다머가딜타이의문제의식을수용했다는것이지, 딜타이와마찬가지로자연과학과대조된정신과학의독특한학문방식을수립하려고했다는것이아니다. 가다머의딜타이에대한입장은다음의문장에서분명하게이해할수있을것이다. 사안에있어나는딜타이그리고정신과학의토대에관한질문에서출발하였다그리고딜타이에대해비판적인거리를유지하는쪽으로나아갔다 (Der Sache nach bin ich von Dilthey und der Frage nach der Begruendung der Geisteswissenschaften ausgegangen und habe mich kritisch dagegen abgesetzt) Hermeneutik Ⅱ. 8 쪽. 딜타이가자연과학과대비된정신과학의독자적인특성에관심했다고한다면가다머는근본적으로딜타이의문제의식을따르면서도자연과학의토대가근본적으로정신과학에뿌리를두고있다는것에더강조점을두고있다. 14) 진리와방법 에서예술혹은예술체험은대표적인인문학의지표에해당된다. 예술은후기하이데거에서진리가드러나는중요한매개체이다. 이는초기 존재와시간 에서의진리의매개체가언어라는것과맥을같이한다. 여기서하이데거에있어존재혹은존재의진리가드러나는예술체험과언어사건이가다머에게있어인문학적지표로축소된다. 그에따라서 ( 논의의여지가있기는하지만 ) 진리영역도하이데거에비해인 가다머의진리개념 / 서동은 113
인바이것은과학적방법론에의해접근되지않은독특한것들이라고가다머는보고있다. 전통을통해서지속되어서우리가경험하는것이면서도과학적으로증명될수없는그러한사안들이다. 이러한것들의특징은한마디로지속적으로해석되어지는과정을통해서수정보완되어변화된다는점이다. 객관적무역사적명석자명한사실이라기보다는부단히사람들에의해서해석되고새로운의미를띠고이어져가는특징을가지고있다. 이러한지표를통해서알수있듯이정신과학은바로이렇게지속적으로 재해석 되어지는특성을가지고있다. 이것이가다머가 진리와방법 의처음부분에서보여주려고하는내용이다. 가다머는이러한정신과학의지표를부각시킨다음, 이러한정신과학의지표인 이해 의문제에관해서본격적으로논의한해석학의역사를개관한다. 이러한해석학의역사개관은자신의철학적해석학의전역사의개관이다. 가다머는우선자신의해석학에서빼놓을수없는것으로 선입관 을주장한다. 전통적으로선입관은해석이나이해에있어서피해야할것, 가능하면벗어나야할것으로간주되었다. 특별히객관성을지향하는과학에서는더욱더그러했다. 하지만가다머는선입 문학적진리혹은해석학적진리로축소된다. 이는또한하이데거에게결핍되어있는타자성혹은 대화 라고하는측면을강조하면서비판적거리를취한가다머의입장의피할수없는귀결이기도하다. 바로이러한비판적거리때문에도고대그리스철학에대한이해와형이상학에대한이해등도서로다른입장으로갈라진다. 하이데거와가다머의비교에관한책으로는다음의책을참조. Coltmann, Rod, The Language of Hermeneutics-Gadamer and Heidegger in Dialog, Albany 1998. Grondin, Jean, Von Heidegger zu Gadamer-Unterwegs zur Hermeneutik, Darmstadt 2001. 특히진리개념의비교에관해서는 Robert J. Dostal, The Experience of Truth for Gadamer and Heidegger: Taking Time and Sudden Lightning, in: (ed.) Brice R. Wachterhauser, Hermeneutics and Truth, Illinois 1994. 47-67 쪽참조. 하이데거진리이해는대표적으로 존재와시간, 진리에본질에관하여 그리고 예술작품의기원 에서다루어지고있다. Heidegger, M, Sein und Zeit, Tuebingen, 1993. Heidegger, Martin, Wegmarken, Frankfurt am Main 1978. Heidegger, M. Holzwege, Frankfurt am Main 1994. 참조. 114 해석학연구제 19 집
관은피해야할것이아니라, 바로모든이해의전제라고말한다. 역사속에사는사람은어느누구나이미주어진전통과문화속에편입되어있는한선입관을가지고있다. 자신의선입관을가지고사물이나텍스트를이해할수밖에없다고한다. 선입관없는이해란존재하지않으며선입관을배제하고순수하게사태에접근하는것은근본적으로불가능하다고말한다. 선입관이란단어가자주부정적인의미로사용되어왔다고가다머는말하면서선입관은부정적인의미로이해되어서는안되며, 모든이해에필수적인요소임을강조한다. 선입관이란영향사를통해서우리에게경험된다. 아무도자신의전통에서벗어날수없듯이현재의나의이해혹은나의이해의조건은어떤사태에대한해석의역사를이미담고있다. 그러니까역사적사건혹은어떤과거의예술작품그자체를우리가경험하기보다는이미나이전의사람들에의해서이해된역사성을반영하고있다. 영향사적으로나에게영향을미치면서나의지평을형성하고있는것이다. 따라서이해란나의선입관이투영된지평과현재의 해석 을통해서이루어지는지평융합의사건이라고할수있다. 이러한지평융합의사건이란결국 언어사건 이다. 내가교육을통해서습득하게된언어를통해서또다른언어에접근하여이해의지평을확대해가는것이곧이해사건이며, 궁극적으로는언어사건인것이다. 이러한측면에서이해될수있는존재는언어사건이라고말하면서가다머는언어적존재론을펼친다. 15) 그러니까설명을통해구획화되고, 15) 가다머는앞의두장과는달리세번째부분에서 언어 에입각해서이해사건을다루고있다. 내용적으로는앞장에서이야기한내용과다르지않다. 다만약간의관점의이동이있을뿐이다. 이러한책의편집구성은하이데거의 존재와시간 의편집구성을연상케한다. 물론하이데거는자신의저서 존재와시간 의끝에다시 시간과존재 에관한연구를언급한바있지만이것을완결짓지않았다. 하지만하이데거의후기작품이보여주듯이현존재에서존재라고하는관점의이동혹은초점의이동이있다. 이러한하이데거의문제의식을가다머의 진리와방법 의편집구성에서도평행적으로비교해볼수있겠다. 가다머의이러한언어적존재론에입각한해석학은엄밀하게말하면슐 가다머의진리개념 / 서동은 115
추상화되기이전에경험되는우리의 이해사건 이야말로자연과학적진리이전의근원적인진리인것이다. 16) 하지만진리에대한이러한견해를가다머는자신의저서 진리와방법 에서는명시적으로언급하지않는다. 다만철학적해석학의내용이라고할수있는두번째장에서제목으로암시되고있을뿐이다. 그가진리에관해언급하고나름대로짤막하게그리고보다명시적으로정의한것은 정신과학에서의진리 와 진리란무엇인가? 라는두개의글에서이다. 4. 정신과학에있어서의진리 가다머는아리스토텔레스의니코마코스윤리학에나오는 프로네시스 (phronesis) 개념에서자신의해석학적실마리를얻었다고말한다. 이개념이야말로그가말하고자하는 대화적실천 에부합하는지표가된다고가다머는생각하였다. 17) 이개념은아리스토텔레스에게있 라이에르마허의해석학으로거슬러올라간다. 슐라이에르마허해석학에있어두계기즉문법적해석과심리적해석가운에서슐라이에르머허해석학의기여는심리적해석에있다고가다머는보고있다. Gadamer, H. G., Wahrheit und Methode Grundzuege einer philosophischen Hermeneutik, Tuebingen 1986. 191 쪽참조 ) 만프레드프랑크 (Manfred, Frank) 는이러한가다머의슐라이에르마허해석이일면적이라고비판한다. Frank, Manfred (Hrsg. u eingeleitet), Schleiermacher Hermeneutik und Kritik-mit einem Anhang sprachphilosophischer Texte Schleiermachers, Frankfurt am Main, 1995. 60 쪽참조. 또한 Herneneutik Ⅱ. 14 쪽이하참조. 이러한비판에대해가다머는슐라이에르마허해석학의이러한문법적인측면을자신의저서 진리와방법 이출간된이후에다시알게되었다고말하고있다. Hermeneutik Ⅱ. 15 쪽참조. 16) WM. 2 쪽참조. 17) WM. 319 쪽참조. 또한 Hermeneutik Ⅱ. 328 쪽참조. 아리스토텔레스의이개념에입각해서가다머가철학적해석학의기초를수립할수있게해준사람은하이데거였다. 가다머는 1923 년프라이부르그에서하이데거가인도하는세미나에처음으로들어갔다가하이데거의이개념에대한독자적해석을듣고그리스철학에대한독자적이고비판적인사유의 116 해석학연구제 19 집
어과학혹은인식 (episteme) 의영역에들어올수없는것, 즉일상의지혜, 인식혹은지식의위계질서에서낮은위치에있는것이었다. 하지만이러한일상의삶의경험이야말로진정한경험의원천이며이토대위에서만진정한과학혹은지식이발전할수있는것이었다. 하지만앞에서도언급했듯이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나그이후서양의근대과학에서는이러한토대에서벗어나추상화의길을갔다. 그래서근원적인경험, 근원적인진리에서벗어나게되었다고가다머는보고있다. 가다머의이러한시각은그의스승하이데거에게거슬러올라간다. 18) 정신과학에서의진리 에서가다머는 17세기이후에발전된자연과학의성과를인정하면서그러한자연과학의방법론에입각해서정신과학을정초시키려는시도에반대하고정신과학독자적인영역을강조한다. 정신과학의특징적인지표를가다머는여기서 권위 에서보았다. 여기서가다머가말하고자하는권위는무조건복종해야하는어떤절대적이고부정적인권위가아니라, 이성의권위이다. 이성의권위라고해도어떤자연과학적의미의계산의의미에서의이성이아니라, 경험이없는사람보다더사태를잘보고이해할수있는이성이며, 이러한이성의경험에입각한권위이다. 가다머는이러한권위를선생의권위로이해하고있다. 그래서어떤학생이 선생님은그것을어떻게아십니까? 라고질문하면그선생님은이렇게대답한다. 당신이나만큼의나이가되면알게될겁니다 19) 끝없는연구를통해언어학적경험이많은선생님과그렇지못한학생과의차이는명백하다. 경험이많은선생이옳고그렇지못한초보자의학생이틀리다는것은모든교육적상황에서명확하다. 그렇지않다면교육적상황 길을가는계기가되었다고말하고있다. Hermeneutik Ⅱ. 485 쪽참조. 18) 자연과학적언어로추상화되기이전의경험에대한강조와그러한진리경험의강조는기본적으로후기훗설의입장인 생활세계적현상학 과하이데거에있어서의존재적인진리이전의 존재론적진리 (ontologische Wahrheit) 문제의식과궤를같이하는것이다. 19) Hermeneutik Ⅱ. 39 쪽이하참조. 가다머의진리개념 / 서동은 117
이성립될수없다. 물론선생이많이알고더많은경험이있다고해서연구에있어모든절대적인기준점을제시할수는없다. 바로이러한이성의권위에입각한 대화 야말로가다머에게있어진리의원천이며방법론으로환원될수없는근원적인진리라고할수있다. 정신과학에서의진리 에서가다머는진리에대하여다음과같이말한다. 전승 (Ueberlieferung) 을듣고전승안에서있는것, 이것이명백하게정신과학에서찾을수있는진리의길이다. 역사가로서의우리가이르게되는전승에대한모든비판은궁극적으로우리가서있는진정한전승에연결되는목적에기여한다. 제약성은또한역사적인식의장애가아니라, 진리자체의계기이다.( ) 인식자의관점에서벗어난진리의현상 (Phantom) 을파괴하는것에서바로 학문적인 것의타당성이획득된다. 20) 여기에서가다머는인식자의관점에서벗어난객관적이고보편적인진리를추구하는자연과학적진리이해에대비혹은토대가되는정신과학의진리를말하고있다. 근대과학에서진리 (veritas) 란검증가능한것만을의미하였다고가다머는보고있다. 따라서진정한의미에서진리라고할수있는것이필연적으로제한되었다고말한다. 21) 말하자면진리가드러나는장소가협소화된것이다. 말혹은대화에서사물이드러나는사건으로서의진리가특정한문장이나판단이있고그판단과일치하면진리가되는그러한문장의진리혹은판단의진리로협소화되었다는것이다. 그리하여진리는오로지과학의영역과만관련되는듯한인상을주게된것이다. 여기에서수학적인논리와계량화할수있는통계만이모든문제의유일한해결책인것처럼되어버린것이다. 하지만언어자체를통해서혹은시인의언어를통해서경험하는우리들의일상세계는그러한객관적세계와는너무나거리가멀다. 이러한의미에서가다머는근대의자연과학적방법지상주의에의해서망각된본래적인진리사건에주목 20) 같은책, 40 쪽. 21) 같은책, 48 쪽. 참조. 118 해석학연구제 19 집
할것을강조하고있다. 이사건이란근본적으로언어를통해서드러나는언어사건즉매순간의구체적인상황에서제기되는질문과대답을통해서이루어지는대화의사건, 이해의사건이야말로진리의원천임을강조한다. 가다머는기독교인의과제를현재속에서과거와의간격을해소하는데있다고본키에르케고르가한말에기대어정신과학의과제를다음과같이규정한다. 과거지평과현재지평의융합이역사적인정신과학의일이다 22) 정신과학은바로역사를경험하는현재의지평과과거의지평이만나서융합을이루는현상그자체이다. 언어그자체혹은우리가언어를통해말하며산다고하는것은과거의지평과현재의지평이지속적인종합을이룬다는것을의미한다. 중요한것은모두에게공통된언어를만드는것이문제가아니고비록서로다른언어를가지고있다할지라도개개인, 민족그리고시간의한계를넘어서서로이해할수있는가능성이열리는기적 (Wunder) 에주목하는것이다. 가다머에게있어서진리란언제나자신의고유한시간성과역사성을가지고다가오는사물의드러남 (Offenbarung) 즉비은폐성 (Unverborgenheit) 이다. 23) 해석학의과제는바로언제나우리사이에서역할을하고있는언어와대화의의미연관에대한해명에있다. 그리하여가다머에게있어진리는곧해석학적인진리인것이다. 그렇다면다음과같은의문이생긴다. 모든것이끊임없는해석의과정이고이이해사건이곧진리사건이라면진리와진리아닌것의차이는어디에있는가? 라는질문이나올수있다. 22) 같은책, 55 쪽. 23) 이러한가다머의진리에대한나름의정의그자체로만보면하이데거의진리개념이나하이데거가해석한바에따라플라톤에의해체계화되기이전의고대일상언어인 aletheia 에상응하는것처럼보인다. 하지만그가정신과학에있어서의진리를말할때다른내용을담고있다고보아야할것이다. 가다머의진리개념 / 서동은 119
5. 진리의기준문제 이러한가다머의해석학적진리에대한질문이하버마스에의해제기된다. 해석학적경험이진리라면진리와진리아닌것의차이는어디에있는가하는것이다. 모든이해과정자체가진리라면불순한의도를가진정치가들의이해와해석혹은그들이만들어낸이데올로기에대하여비판할수있는근거가희박하지않은가하는물음이다. 이해라할지라도반드시거기에는잘못된이해와올바른이해사이의명확한구분이있어야한다. 만약이러한구분점이존재하지않는다면무엇을진리라고할것인가의문제가생긴다. 한마디로해석학적경험에는비판의식이결핍되어있다는것이다. 이에대해서가다머는이해경험자체안에이미비판의식이포함되어있다고말한다. 내가전제하고있고또설득하고자하는출발점인이해의보편성이우리사회에대한특별한어떤조화로운혹은보수적인기본태도를함축한다고생각한다면이것은심각한오류이다. 우리사회의질서를이해한다고하는것, 이세계안에서서로이해한다는것은이미존재하고있는질서에대한인정이나변호와마찬가지로또한낮설은것에대한비판과투쟁을전제하고있다. 24) 해석학적경험이란근본적으로지식의완성이아니라, 새로운경험에로의개방이다. 이것이바로절대지식개념에대한해석학적반성이타당성을얻을수있는진리이다. 25) 가다머와하버마스사이의이러한견해차이는근본적으로이두사람사이의언어관과그에따른진리관의차이에서나온다고할수있다. 가다머는잘알려져있듯이후기하이데거의언어관에입각해서언어현상은우리들의세계관계의 24) Hermeneutik Ⅱ. 188 쪽. 25) 같은책 271 쪽참조. Grondin, Jean, Hermeneutische Wahrheit? 177 쪽참조. 그론딘은여기에서가다머에게는진리의검증을위한기준문제는중요한문제가아니라고말한다. 그에따르면가다머에게있어진리는 의미에의참여 (Teilhabe an Sinn) 이다. 120 해석학연구제 19 집
전체라고보고있으며, 진리란바로인간의언어사건에서드러나는이해 ( 언어 ) 사건이라고본다. 헤겔에있어서정신이끊임없이정반합의과정을거쳐발전해가듯이가다머에게있어서이해는끊임없이역사속에서다르게이해되어가는과정이다. 다만헤겔과달리가다머는역사의완성혹은목적성을설정하지않는다. 이에비해서하버마스는언어는종종지배와사회적힘의수단이기도하다는사실에주목한다. 그렇기때문에언어현상을이해사건으로만일반화시켜서볼수없는것이다. 종종언어는제도화나권력관계의정당화로기능할수도있는것이다. 다시말해서언어는종종이데올로기적이라는것이다. 해석학적경험이자칫간과하기쉬운점은바로이러한이데올로기비판의기능인것이다. 26) 가다머의입장에서볼때하버마스의입장은마치우리가역사혹은언어적경험속에서따로떼어낼수있는주체가존재한다고하는것을전제하는것이다. 이것은가다머의입장에서불가능하다. 언어혹은언어적경험이란우리가관찰자로머물수있는나외부에있는어떤대상이아니고이미우리가참여하고있는일종의놀이인것이다. 27) 6. 나오는말 이상의고찰을통해서분명해진것은가다머의진리개념은방법혹은방법지상주의에입각한근대과학과대비및토대가되는진리라는점이다. 그러니까수학적통계를기반으로하는자연과학적진리혹은수학적보편성과는대조적으로대화를통해드러나는이해의보편성을대비시키고있는셈이다. 가다머가자연과학의방법에대비한정신과학의 방법 을말하지않은것은그나름의이유가있 26) Habermas, J. Zur Logik der Sozialwissenschaften Materialien. 2. Aufl. Franfurt am Main 1971, 287 쪽참조. 27) Hermeneutik Ⅱ, 242 쪽이하참조. 가다머의진리개념 / 서동은 121
을것이다. 다시정신과학의 방법 이라고말하면이는곧자신이비판하는자연과학의틀로다시되돌아가버리는결과가될수있다. 이는하이데거가직면한문제와같은것이다. 하이데거는형이상학과의비판적인대화를통해형이상학의언어를피하기위해여러가지언어유희를시도하기도하고어원학적분석을시도하기도한다. 그는이러한전통적형이상학의틀을벗어나자신의입장을말할때자주 ( 사유의 ) 길 (Weg) 이란비유를사용한다. 가다머는이러한하이데거를이해하면서하이데거의의도는작품이아니라사유의길에있다는말로함축적으로표현하기도한다. 28) 이점에서보면하이데거의사상과가다머의해석학은독일어의 Methode 의본래적인뜻으로돌아가려는시도라고볼수있다. 그어원은그리스어의 Met(mit, durch)+hodos(weg) 의합성어이다. 이와맞물려서진리또한본래적의미의그리스어 aletheia 의본래적의미에도달하려고한시도인것이다. 진리의원천적인장소는바로여기에있다고하는것이며자연과학적진리는이러한대화적보편성가운데지극히일부를추상화한것에지나지않는다는것이다. 이를통해알수있듯이 1 가다머의진리이해는따라서여타의진리이론처럼어떤한이론으로취급될수없는독자적인특성을가진다. 그렇다고진리이론을취급할경우, 어떤이론으로수립된것이아니라고해서제외시킬수도없는독특한특성을가진다. 이는하이데거의진리개념의경우도마찬가지로해당된다. 2 가다머의주저 진리와방법 이라는제목이암시하듯이가다머의관심사는방법지상주의에따른근대과학에대비된정신과학의진리가화두이기에그의철학적해석학이라는부제에만초점을두어진리물음과관계없이해석학의역사에서등장하는독특한해석학으로만자리매김시키려는시도는불가피하게가다머의의도에서벗어날수밖에없다고생각한다. 그러니까제목과부제가주는의미를동시에이해해야하는것이다. 그는진리에관한담론에서정신과학적진리의지평을말하고자 28) Gadamer, H.G., Heideggers Wege, Tuebingen 1983, 15쪽참조. 122 해석학연구제 19 집
하려는것이다. 그러니까자연과학대정신과학의관계성물음이나토마스쿤의과학의역사성에관한문제의식그리고포퍼와쿤사이에서벌어진논쟁의틀에서바라볼필요가있는것이다. 과학철학의주제와관련해서다루어져야할문제이기도한것이며, 근본적으로는세계혹은존재이해와관련된논의에서다루어질수있는주제이기도하다. 이렇게볼때, 가다머의진리논의는자연과학혹은과학철학과사회철학, 예술, 종교, 체험등의다양한영역과의대화를통한학제적접근을가능케하는기초가될것이다. 마지막으로생각해볼것은가다머가정신과학의진리를말할경우, 특히권위있는선생과의대화에서이루어지는사건이진리사건이라면이러한진리요건에이르기위하여대화를위한훈련이필요한가라는점이다. 어떠한권위자도가지지않은일반적인대화의차원에서도진리가드러나는가아니면드러나지않는가? 그저혼자사물을바라보고있을때에도 대화 는일어나는가즉진리사건이일어나는가? 소리나몸짓에지나지않은사건을바라볼때에도진리사건은일어날수있는가? 하는물음이남는다. 가다머의진리개념 / 서동은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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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usammenfassung> Gadamers Wahrheitsbegriff Dong-uhn Suh (Methodist Theological Seminary) In dieser Arbeit geht es darum, Gadamers Wahrheitsbegriff im Vergleich mit den Wahrheitstheorien von mehreren Philosophen in Betracht zu ziehen. Der Titel von Gadamers Hauptwerk, Wahrheit und Methode scheint eine systematische Untersuchung ueber die Wahrheit und die Methode zu eroertern. Man hat den Eindruck, dass es eine Sammulung von mehreren Arbeiten ist. die jeweils unterschiedlich geschrieben worden sind. Es wird aber deutlich, dass er im Buch gar keine Wahrheitstheorie entwickelt hat. Von Anfang an zielt er sich nicht darauf, neue Wahrheitstheorie zu gruenden, wie bei den anderen Philosophen, sondern darauf, die philosophische Hermeneutik als die Basis mehreren Wahrheitstheorien bzw. der Wahrheit der Naturwissenschaften aufmerksam zu machen. Gadamer zufolge sind die Wahrheitstheorien der Naturwissenschaften, die auf der Methode oder Methodenideal beruhen, werden abstrahiert. Diese Auffassung der Naturwissenschaften geht im Grunde auf die griechische Denktradition zurueck. die man bei Aristoteles und Platon zu finden ist. Gadamer versucht, den urpruenglichen griechischen Wahrheitsbegriff d. h. den Wahrheitsbegriff als Un-verborgenheit (auf griechisch a-letheia ) im Bezug auf die Geisteswissenschaften neu zu erhellen. 126 해석학연구제 19 집
필자소개 ( 가나다순 ) 김선희 (scharnier@hanmail.net) 강원대학교철학과및동대학원졸업베를린자유대학철학박사현재강원대학과강사 박남희 <nhee-park@hanmail.net> 감리교신학대학종교철학과졸업연세대대학원철학과석 박사현재연세철학연구소전임연구원, 철학아카데미공동대표 박병준 <pbjluis@sogang.ac.kr> 가톨릭대학교신학과및오스트리아인스브룩대학교철학과졸업이태리로마교황청립그레고리안대학교철학박사현재서강대학교문학부철학과교수 박준상 <quidamempal.com> 연세대학교수학과졸업프랑스파리 8대학철학박사현재전남대학교철학연구교육센터연구원, 철학아카데미강사. 서동은 (hodos10@hanmail.net) 감리교신학대학교와동대학원졸업독일도르트문트 (Dortmund) 대학교철학박사현재감리교신학대학교, 세종대학교강사 필자소개 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