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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목차 Ⅰ. 서론 1 Ⅱ. 한류의 진화과정 및 시각 4 1. 한류의 진화과정 4 2. 한류에 대한 시각 7 Ⅲ. 북한의 방송매체 성격과 정보기술 통제 8 1. 북한의 방송매체의 성격 8 2. 북한의 정보기술 통제와 우회 방안 11 Ⅳ. 대북 라디오방송의 현황 및 과제 대북 라디오방송의 현황 대북 라디오방송의 과제 28 Ⅴ. 북한의 한류현상의 실태 및 문화적 함의 북한의 한류현상의 실태 북한의 한류현상의 문화적 함의 49 Ⅵ. 독일 통일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역할 동독의 서독매체에 대한 정책과 그 배경 동독의 정치적 전환과 서독방송의 영향 대동독 라디오방송 DLF의 정체성 변화 독일 통일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역할 64 Ⅶ. 독일 통일과정에 비춰 본 북한 한류현상의 시사점 북한의 민심 변화와 한류현상의 정치사회적 영향 한류현상에 의한 북한사회 내 제2여론 형성 가능성 74 Ⅷ. 결론 79 참고 문헌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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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1 Ⅰ. 서론 북한에서는 1990년대 중반에 수십만 내지 수백만 명의 주민이 굶어 죽는 소 위 고난의 행군 이라는 최악의 식량난을 겪으면서 외부 정보의 유입이 가속화 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 당시 국경 통제가 이완된 틈을 타서 중국으로 나온 주민들 중 일부는 현지의 발전상을 목격한 후 북한으로 되돌아가서 외부 세계에 대한 정보를 퍼뜨렸을 것이다. 또한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 만연하게 된 중국과의 밀무역 과정에서 외부 세계의 미디어 영상물 등이 상당량 북한에 흘 러 들어갔다. 또 한편으로 한국으로 건너가 정착한 탈북자들이 북한 내 가족 친지 등과 연락을 취하면서 남한 사회의 정보가 들어가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근래 들어 한국 사회의 가치관이 녹아 있는 한류 드라마와 영화, 음악 등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가 주로 중국과의 접경지역을 통해 북한 사회에 유입돼 널리 유행하면서 주민들의 의식에 영향을 미쳐 문화적 모방의 단계로까지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제아무리 폐쇄적 인 강압체제일지라도 세계적인 정보화 혁명의 거센 조류를 빈틈없이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함을 함축한다. 국제사회의 제재 등으로 극심한 식량난 경제난을 겪으면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장마당 등 북한의 시장이 내외정보 전파의 허브 (hub) 가 되리라는 것은 북한 정권도 전혀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독일 통일의 과정을 살펴 볼 때, 동독에서 서독의 라디오와 TV 등 방송 콘텐 츠를 수용할 수 있게 된 것이 동독 주민으로 하여금 보다 나은 삶과 통일을 희 구하게 하는 의식적 기반 형성에 큰 공헌을 하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동독혁명 과정이 서독의 뉴스를 통해 상세히 전해짐으로써 동독 주민은 자신들 이 주도한 혁명의 전반적인 전개 양상을 파악하고 더욱 용기를 얻어 베를린 장 벽을 무너뜨리고 마침내 서독 편입을 자결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동서 독간 방송교류는 분단으로 퇴색될 뻔했던 민족 정체성을 되살리고 의식의 동질 화를 제고함으로써 평화통일을 견인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 북한에 유입돼 주민들 사이에 서서히 확산되고 있는 한류현상 을 독일 통일과정에서의 방송 콘텐츠가 미친 영향에 견주어 검토함으로써 장차

8 2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한반도 통일에의 시사점을 탐구하는 작업은 그 의의가 적지 않다고 하겠다. 이 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연구문제를 제기한다. 첫째, 한류가 진화해온 과정을 조망하고 기존의 한류에 대한 시각을 검토함 으로써 북한의 한류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토대로 삼고자 한다. 한류현상에 대 한 기존의 시각은 공급자 입장에 치우쳐 있어서, 한류를 수용하는 측의 사회문 화적 맥락이 간과돼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사회주의 폐쇄 체제 아래의 북한 주민들에게 자본주의 개방 사회의 산물인 한류 콘텐츠가 별다른 거부감없 이 수용되고 있는 현실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둘째, 북한의 방송매체의 성격을 살펴보고 북한의 정보기술 통제와 그 우회 방안을 짚어보고자 한다. 이는 북한 주민들이 왜 자신들의 방송매체를 외면하 고 처벌 위험을 무릅쓰고 남한 방송을 수용하고 있는지, 또 정보기술에 대한 북한 당국의 엄중한 통제를 어떻게 우회해서 한류가 침투할 수 있는지를 고찰 하기 위함이다. 셋째, 국내외 대북방송의 현황을 개관하면서 그 역할 및 과제를 진단해 보고 자 한다. 대북방송의 프로그램에는 남한의 음악 등이 포함되고 있어서 그 콘텐 츠는 넓게 보면 한류의 범주에 넣을 수 있지만, 민간 대북방송의 경우 해묵은 현안 과제 또한 적지 않아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 보려는 것이다. 넷째, 북한에서의 한류현상, 즉 북한 주민들의 남한 영상물에 대한 수용 내지 접촉의 실태를 파악하는 한편 북한에 퍼지고 있는 한류현상의 문화적 함의를 탐색해 보고자 한다. 이는 오늘날 북한에서 한류가 어떤 양태로 어느 만큼 확산 돼 있는지를 알아보고, 또 그것이 문화적 차원에서 지니는 의미는 무엇인지를 설명해 보려는 것이다. 다섯째, 동독의 정치적 전환에 있어서의 서독 방송의 영향을 검토하고 독일 통일과정에서의 이러한 방송 미디어의 역할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이 과정에 서 서독의 대동독 라디오방송인 DLF의 정체성 변화를 KBS 한민족방송의 경 우와 비교해 본다. 여섯째, 북한의 민심 변화 양상을 주목하면서 북한에서의 한류현상의 정치사 회적 영향을 가늠해 보는 가운데, 독일 통일과정에서 동독의 사례에 비춰볼 때,

9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3 한류에 의해 북한 사회내에 제2여론 이 형성될 가능성을 타진해 보고자 한다. 이는 한류에 의해 북한 사회에서 제2여론 이 형성될 경우 일정한 계기가 주어 지면 북한의 체제변화를 촉발시킬 잠재요인으로서 한반도 통일과정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의 결론 부분에서는 이상과 같은 연구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정책적 대안 등 을 담고자 한다. 본 연구는 이처럼 여러 측면의 다양한 연구문제를 한꺼번에 제기해 연구범위 가 매우 넓어진 가운데, 하나로 초점이 모아진 시사적인 연구결과의 도출을 목 표로 함에 따라 효율적인 연구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라는 속담이 있다. 하지만 흩어져 있는 진주구슬을 꿰어서 목걸이 를 만드는 일을 단숨에 해치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나하나 맞추어서 꿰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어떻게 보면 기존에 수행된 관련 연구결과들을 집성해 그 의미를 새롭게 부여하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북한 주민의 한류 수용 실태를 파 악하기 위해 북한 주민을 모집단으로 서베이를 실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 능하다. 하지만, 탈북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이면 북한 주민의 한류 수용 실태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북한의 한류현상과 관련해 탈북자 대상의 다양한 설문조사 및 심층인터뷰 결 과들, 북중 국경지대에서 북한 주민으로부터 직접 수집한 생생한 증언들은 본 연구의 수행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KBS가 독일 통일과정에서의 TV 역할에 관한 독일학자들의 연구논문들을 우리말로 번역해서 펴낸 자료집 등도 본 연구에 큰 기여를 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가 채택한 연구방법은 기존의 연구를 분석 검토하는 문헌연구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셈이다. 즉, 기존 연구결 과들을 한데 모아 체계화하고 보완해서 재해석하는 가운데 시사점을 끌어내려 는 것이다. 한마디로 보배구슬을 꿰어서 그 가치를 제대로 발현시키려는 작업 이라고 하겠다.

10 4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Ⅱ. 한류의 진화과정 및 시각 1. 한류의 진화과정 한국의 TV드라마 음악 영화 등 대중문화 콘텐츠가 동아시아를 비롯, 세계 각지에서 유행해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문화적 현상 을 뜻하는 한 류( 韓 流 ) 1 는 아래 <표 1>처럼 그 진화과정을 크게 3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표 1> 한류의 진화과정 시기별 특징 주요지역 대표 콘텐츠 한류 1기 한류 2기 한류 3기 생성기 (1997~2000년대 초반) 중국, 베트남, 대만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음악 H.O.T. 확산 및 정체기 (2000년대 중 후반) 일본, 중국, 동남아, 중앙아, 중동, 아프리카 드라마 <겨울연가>, <대장금> 신한류기 (2000년대 후반 이후) 일본, 동남아, 중국, 유럽, 미국, 중남미 아이돌 그룹의 K-Pop 중국에서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방영된 1997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는 한류 1기, 즉 한류의 생성기로서, 생동감있게 현실을 반영한 한국의 드라마 가 중국과 베트남 등 시장경제로 전환한 사회주의 국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섰다. 1990년대 말에는 H.O.T.(5인조 남성그룹), 클론(2인조 남 성그룹) 등의 댄스음악이 중국 대만에서 드라마의 인기를 이어갔다. 이를테면, 당시 중국에서는 H.O.T.의 콘서트에 수많은 청소년들이 몰리고, 한국 가요를 소개하는 라디오가 등장하는 등 그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 2000년대 중 후반은 한류 2기, 즉 한류의 확산 및 정체기로서 특히 드라마가 크게 부각된 시기라 할 수 있다. 2002년~2003년에는 간간이 동남아 중국 등에 1_ 한류 는 1999년 중국의 베이징청년보( 北 京 靑 年 報 ) 에서 한국의 대중문화와 연예인들에 빠 져 있는 젊은이들의 유행을 경계하는 뜻으로 처음 사용한 말이었다. 그래서 한류는 그와 음이 같은 한류( 寒 流 ) 의 뉘앙스가 내포된 부정적인 의미를 담은 말이었다(유상철외, 2005).

11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5 서 드라마와 가요가 인기를 끌기는 했지만 예전의 붐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 다. 그러다가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크게 히트하면서 한류 붐은 다시 이어졌다. <겨울연가>는 일본 중년 여성층에 젊은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 며 욘사마(배용준) 신드롬 을 낳았다. <겨울연가> 이후에 드라마 <대장금>은 전세계로 한류를 확산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즉, <대장금>은 중국 동남아는 물론, 중앙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동유럽 등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한류 2기는 드라마 전성기라 할 수 있으나 여타 콘텐츠의 성과도 무시할 수 없다. 가수 보 아 가 일본의 오리콘 차트에서 1위를 여러 차례 기록했고, 이어서 동방신기 는 일본 중국 등에서 인기몰이를 했으며, 비 는 해외공연을 통해 세계적인 스타임 을 입증한 바 있다. 하지만 크게 높아진 한류 콘텐츠의 수출단가에 대해 외국의 수입업자들이 반 발하는가 하면 각국 정부에서는 지나친 한류 붐을 견제하고 자국문화의 보호를 위한 정책을 내놓게 되었다. 또한 현지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반한류 또는 혐한류 정서가 대두되면서 한류의 주요 유행국이었던 중국 일본 등에서의 한 류 붐은 시들어갔다. 그러다가 2000년대 후반 이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원더걸스, 소녀시대 등 아이돌 2 그룹의 한국 대중가요, 이른바 K-Pop 3 이 일본, 동남아, 중국, 유럽 등지에서 히트해 신한류 붐에 불길을 당기면서 한류 3기를 형성하고 있다. 4 한류 3기에는 또 한식, 한글 등 한스타일과 같은 한국문화가 세계무대에 진출 2_ 영어로 우상 을 뜻하는 아이돌(idol)은 주로 청소년들에게 꿈과 환상을 심어주면서 큰 인기를 얻는 젊은 가수를 지칭한다. 3_ K-Pop은 대한민국의 국가 영문 이니셜인 K 와 대중음악을 나타내는 pop 의 합성어이다. 4_ 2009년 이후 동방신기 의 대중적 인기를 계기로 일본에서 K-Pop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2010년에는 빅뱅 과 초신성, 씨엔블루, FT아일랜드 등 남성그룹과 함께 특히 폭발적 인기를 모은 소녀시대 와 카라, 포미닛, 브라운아이드걸스 등 여성그룹의 일본 진출이 잇따르며 신한류 붐을 형성해 갔다. 이들은 특히 일본의 10대와 20대 여성들을 열광 시키고 있는데, 드라마에도 대거 출연했다. 동방신기 의 멤버였던 믹키유천이 주인공역을 맡은 KBS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과 남성 6인조 그룹 2PM 의 택연이 출연한 <신데렐라 언니>, 여성그룹 티아라 의 지연이 출연한 <공부의 신> 등이 그 사례다(이효영, 2010).

12 6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하면서 한류의 외연을 한층 확대시키고 있다고 하겠다.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그룹의 2011년 6월 파리공연은,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이 루브르박물관 앞에서 공연 연장을 요구하는 퍼포먼 스 시위(플래시 몹) 를 벌였는가 하면, 유럽 14개국에서 관객이 운집하는 등 숱 한 화제를 뿌렸다. 이를 계기로 K-Pop은 세계적 확산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K-Pop을 중심으로 하는 이처럼 새로운 한국 대중문화 열풍을 일컫는 신한류 현상은 기존의 한류와 비교할 때 다음과 같은 특징을 찾아 볼 수 있다. 첫째, 기존의 한류 현상은 TV나 라디오와 같은 전통적인 대중매체와 현지 콘서트 등을 중심으로 이뤄진 반면, 신한류 현상은 디지털 환경의 세계적인 동 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Youtube)를 통해 배포된 음원과 영상물이 현지 이 용자들에게 퍼지면서 형성되고 있다. 둘째, 기존의 한류는 연예기획사나 대중매체가 소개하는 한국 문화콘텐츠를 현지 이용자가 수용하는 방식으로, 즉 하향식(Top-down)으로 확산된 반면, 신 한류는 현지 매니아들이 자체적으로 한국 문화콘텐츠를 소개하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전파하는 방식으로, 즉 상향식(Bottom-up)으로 확산되고 있다. 셋째, 기존의 한류에서는 TV드라마 등의 영상물이 주류를 이뤘다면, 신한류 는 아이돌 그룹의 K-Pop이 중심이 되고 있는데, 그 이유로는 유튜브 페이스북 등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해, 짧은 시간에 다양하게 소비할 수 있고 쉽게 익숙해질 수 있는 K-Pop의 특성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 다(NRS, 2011). 넷째, 기존의 한류에 대한 소비형태가 감상과 동경이라면, 신한류는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의상과 춤을 흉내내고 따라하는 열혈 팬 문화인 커버(Cover)문 화 를 확산시키고 있다(박영일, 2011). 다섯째, 기존 한류의 확산은 체계적인 준비를 바탕으로 한 게 아니지만, 신한 류의 K-Pop은 연예기획사를 중심으로 오랜 기간 해외진출을 목표로, 기획(연 습생) 제품 출시(데뷔) 홍보(방송출연) 수출(해외진출)로 이어지는 체계적 인 준비과정을 거치고 있다. 2010년 유튜브를 통한 K-Pop 조회수가 세계 229개국에서 약 8억건에 달한

13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7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5 이는 SNS의 활용으로 신한류가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 각지로 확산될 수 있고 확산 시간도 크게 단축될 수 있음을 뜻한다. 특히 인터넷을 통제하는 북한에서조차 K-Pop 조회수가 224건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2. 한류에 대한 시각 한류에 대한 시각은 실력론, 매력론, 비판론 으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우 선 실력론 에 의하면, 한류는 좀 더 나은 문화상품을 만들 수 있게 된 한국의 경제적 실력(hard power) 의 상징이자 CT(Culture Technology)로 불리는 기술력의 표상이다. 따라서 문화 비즈니스 차원의 한류는 한국 기업들의 마케 팅 전략이나 현지 합작 등을 통해 동아시아 차원에서 엮은 문화산업 분야 생산 네트워크의 덕을 본 셈이다. 한류 스타 보아 와 비 를 각각 길러낸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나 JYP엔터테인먼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견지에서는 한류의 성공은 문화현상이라기 보다는 경제 또는 산업 현상이다. 매력론 은 상품으로서의 한류를 넘어서 한류의 문화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즉, 한류에 담기는 대중문화의 매력(soft power) 에 초점을 맞춘다. 한류 드라 마나 영화의 저변에 깔리는 내용은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민주주의를 이뤘으며, 그러면서도 시민사회의 역동성을 잃지 않은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 의 모델이라는 것이다. 매력론 에 따르면 한국 문화 고유의 가치관도 한류에 담기는 콘텐츠이다. 이를테면, 드라마 <대장금>은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유교 적 가치관을 한국적 시각에서 소화해 냈기 때문에 <대장금>으로 대변되는 한 류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문화적 가치의 전도사인 셈이다. 한편 비판론 에 따르면, 한류란 한국 대중문화의 질적인 우수성이나 문화적 5_ 중앙일보가 2010년 유튜브에 등록된 아이돌 가수들(SM YG JYP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전체 동영상(923개)을 분석한 결과, 총 조회수는 7억9357만여건으로, 대륙별로는 아시아(5억 6627만여건), 북미(1억2347만여건), 유럽(5537만여건) 순이며, 나라별로는 일본(1억1354만 여건), 태국(9951만여건), 미국(9487만여건) 순이었다(중앙일보, 2011년 1월 17일자).

14 8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고유성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기 보다는 급격한 산업자본주의적 발전을 겪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욕망들과 다양한 갈등을 가장 세속적으로 포장해내는 능력의 산물 일 따름이다(김현미, 2003). 이는 한류가 미국 중심의 글로벌 문화질서에서 단지 동아시아의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일 뿐이라는 인식 에 기반을 둔 것이다. 그러나 각기 다른 나라에서 유행한 한류를 하나의 잣대로만 바라보게 되면 실상을 놓칠 수 있다. 현지인의 문화적 해석과 선택적 수용이 이뤄지는 한류를 실력론, 매력론, 비판론 으로만 분석하는 것은 공급자 입장에 치우친 것이다. 그 나라의 역사적 사회문화적 맥락에 따른 수용자 입장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Ⅲ. 북한의 방송매체 성격과 정보기술 통제 1. 북한의 방송매체의 성격 북한에서 라디오와 TV 등 모든 방송매체를 총괄하는 조직은 조선중앙방송 위원회이다. 이 위원회는 내각 소속으로 되어 있지만 위원장은 당에서 임명하 고 방송에 대한 모든 사안에 대해 당 선전선동부의 통제를 받는다. 북한의 라디오 방송으로는 주민 대상의 조선중앙방송 과 대남용의 평양방송, 대외선전용의 외국어방송인 조선의 소리, 그리고 평양 FM방송, 유선방송인 제3방송 등이 있다. 또 TV방송으로는 주민 대상의 조선중앙텔레비전방송, 평양시민과 외국 인 전용의 만수대텔레비전방송, 그밖에 조선교육문화텔레비전방송 이 있다. 북한의 방송매체의 특징으로는 남한의 케이블TV와 달리 라디오방송인 유선 방송국을 평양시를 비롯해 각 도에 두고, 체제선전과 주민들에 대한 세뇌교육 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북한은 모든 가구에 의무 적으로 스피커를 설치토록 하고 각 지역 유선방송국에서 송출하는 방송을 주민 들이 청취하도록 하고 있다. 각 지역 유선방송들은 조선중앙방송위원회에서 제

15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9 작하는 라디오 방송인 조선중앙방송을 중계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각 지역 의 특성에 맞게 편집한 자체 방송을 함께 내보낸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은 조선 중앙방송도 개인별 라디오 수신기를 통해서 청취하기 보다 유선방송국이 중계 하는 것을 주로 듣는다. 특히 평양시 유선방송국은 체제선전과 함께 북한 당국의 노선과 정책을 주민 들에게 주입시키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방송국이다. 이 유선방송 국은 조선중앙방송위원회의 라디오총국 제3방송편집국에서 제작하는 제3방송 도 송출해 시민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제3방송은 각 가구에서 스피 커를 통해서만 청취할 수 있는데, 외부로 알려져서는 안되는 내용을 주로 전달 하고 있다. 이를테면,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불법 행위나 비리, 교통질 서 위반 행태 등을 기관과 개인 이름을 직접 거명하며 비판하기도 하고, 고위 외국 인사들의 방북이나 주요 행사 등이 열릴 때 주민들이 취해야 할 행동과 발언 등에 대해 사전에 알려주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북한은 대남방송인 구국의 소리 방송을 2003년 8월 1일부터 전격 중단했다. 북한은 2003년 7월 서울에서 열린 제11차 장관급회담에서 남북한이 대북 대남 텔레비전방송과 전연지대(휴전선) 방송뿐 아니라 상대방을 비방하는 모든 방송 을 8월 15일부터 동시에 전면 중지하는 조치를 취하자고 제의했다. 이에 대해 남북 양측은 남북사회문화협력 분과회의를 구성해 이 회의에서 상대방에 대한 비방방송 중지 등 쌍방이 제기하는 문제를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북한이 전격적 으로 구국의 소리 방송을 중단한 이후 남북한은 2004년 6월 장성급 회담에서 군사분계선 지역에 설치된 전광판과 확성기 등 선전수단을 철거하는데 합의하 고 이를 실행했다. 그러나 한국은 2010년 3월 서해상에서 천안함이 폭침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조사 결과 이것이 북한의 소행으로 확인되자 국방부 산하 국군 심리전단의 자유의 소리 방송을 재개했고, 군사분계선 지역에 대북방송을 위한 확성기를 재설치했다. 구국의 소리 방송은 북한의 대표적인 대남 비방방송으로, 북측이 남측에 존재하는 것으로 거짓 주장한 대남 흑색선전 조직인 한국민족민주 전선 이 운영했던 것으로서 민민전 방송 으로도 불렸다(북한 연구소, 2011). 한편 북한은 2011년 4월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 에 맞춰 대외선

16 10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전 라디오방송인 조선의 소리 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평양에서 송출 되는 것으로 알려진 조선의 소리 방송은 한국어와 영어외에도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 9개 국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조선의 소리 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혁명활동을 소개한 글을 비 롯해 보도, 시사해설 등의 메뉴가 있다. 한쪽에 조선은 하나다 라는 항목을 만 들어 련방제통일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일관한 립장 이라는 제목의 글 을 올려놓았다. 또 맑은 아침의 나라 라는 메뉴를 통해 백두산, 주체사상탑 등 관광지를 소개했고, 벗들의 소리 에서는 콩고민주공화국, 몽골 등 우방국 인물 의 북한관련 발언을 실었다. 조선의 명곡 이라는 코너도 마련해 10곡의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북한은 그간 숫자로 된 IP 주소를 직접 입력하는 방식을 이용했으나 올해 들어 북한의 공식 포털사이트 내나라 의 주소를 영문 도메인 인 로 바꾸는 등 자국 인터넷 사이트에 국가 도메인 kp 를 사용하고 있다(연합뉴스, 2011년 4월 13일자; 2011년 4월 15일자).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은 전통적으로 언론을 체제선전에 이용해 왔는데, 이러 한 행태는 2000년대 들어서도 변함없이 이어졌다. 북한에서 언론의 역할과 관 련한 입장은 2010년 2월 22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기자언론인대회에서 재확인 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 대회 참가자들에게 보낸 축하 서한에서 당의 사상과 의도, 노선과 정책을 기준으로 하여 출판보도 활동을 벌이는 것은 언론 건설의 철칙 이라며 전체 기자 언론인들이 총진군의 나팔수가 돼야 한다 고 역설했다(북한 연구소, 2011). 한편 북한의 조선중앙TV는 2009년 7월 2일 대동강맥주 광고를 방송한 것을 시작으로 개성 고려인삼, 머리핀, 옥류관 메추리요리 광고를 방송 프로그램 사 이에 내보냈다. 북한이 자본주의의 꽃 이라고 할 수 있는 TV 상품광고를 내보 냄으로써 남한에서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북한이 개혁개방을 시작하는 것 아 니냐는 성급한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조선중앙TV는 8월 31일을 끝으 로 상품광고를 중단함으로써 실험적 방송은 불과 2개월만에 막을 내렸다.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조선중앙TV의 상품광고 중단은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지 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TV를 시청하다가 저 광고는 뭐냐, 저런

17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11 광고는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할 때 처음으로 한 짓 이라며 몹시 화를 냈다는 것이다. 소식통들은 이 방송에 대한 책임을 물어 차승수 조선중앙방송위원회 위원장을 해임토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TV가 상품광고를 내보낸 것 은 김정일 위원장이 TV방송 프로그램을 좀 더 재미있고 다양하게 구성해 보라 고 지시함에 따라 조선중앙방송위원회가 자본주의식 상품광고를 모방해 의욕 적으로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연합뉴스, 2009년 11월 8일자). 북한은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 6자회담을 보이콧하고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대남 및 대외 강경입장을 확연히 드러냈다. 특히 대남 보도와 관련 해서는 한국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하는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다. 후계 체제 구축에 주력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향후 방송 등 언론매체를 총동원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선전선동 활동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북한 연구소, 2011). 이처럼 북한 주민은 자신들의 방송을 통해서는 남한의 소식은 물론 북 한 내부의 소식도 결코 사실대로 알 수 없는 형편인 셈이다. 2. 북한의 정보기술 통제와 우회 방안 북한은 2000년 이후 이른바 단번 도약 을 역설하며 경제난 타개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정보기술(IT: Information Technology) 6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공언 했다. 선군정치를 앞세우고, IT산업의 도약발전을 통해 사회주의 강성대국 을 건설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그러나 정보기술을 통한 단번 도약 은 한때의 정 치적 레토릭에 그치고 있는 게 오늘날 북한의 실정이다. 정보기술이 바이러스 가 되어 북한 사회를 오염시킬 것을 우려하여 적극적인 육성과 활용에 주저하 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00년 이후 정보기술 부문은 사실성 진척이 거의 없는 제자리걸음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인터넷의 경우 글로벌 인터넷 으로부터 차단된 인트라넷 개념의 국내 전용 인터넷을 운용하고 있는가 하면, 6_ 정보기술 이란 다양한 통신 인프라를 통해 정보를 소통시킬 수 있는 기술이자 매체를 뜻한다 (고경민 김일기, 2011).

18 12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한때 소프트웨어 입국을 선언하면서 소프트웨어 부문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 는 듯 했으나, 이 또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휴대전화도 2002년 초 첫 서비스 를 개시했지만 용천역 폭발사고 직후인 2004년 6월 서비스를 중단했다가 4년 6개월만인 2008년 12월에야 이집트의 오라스콤 텔레콤과의 합작으로 3세대 이 동통신 서비스를 재개하였다(고경민 김일기, 2011). 휴대전화는 2011년 9월말 현재 80만 9천여 명이 가입해 전체 인구 대비 4%에 못미치는 수준이지만 빠르 게 보급되고 있다. 7 북한은 2011년 들어 이집트 시민혁명의 성공을 전후해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을 통한 정보교류를 경계하는 언론 보도를 잇달아 내놓았다. 북한 당국은, 도미 노 현상을 보이고 있는 중동 북아프리카의 시민혁명이 주민들에게 확산되지 못하도록 일부 지역에서는 휴대전화를 차단하고 전화 내용을 감청하는가 하면, 외국인 방문객에 대해 이뤄지던 휴대전화 대여 서비스까지 중단한 것으로 알려 지고 있다(중앙일보, 2011년 2월 22일자). 결국 정보기술이 북한의 민주화에 기 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열악한 정보화 환경과 엄격한 정보기술 통제를 어떻게 우회할 것인지가 주요 관건이 된다고 하겠다. 정보기술에는 최첨단 하이테크 기술만 있는 게 아니다. 보다 용이하게 접근 할 수 있는 유선전화, 라디오, TV, 아마추어 무선통신(HAM) 등도 중급 수준 의 기술, 즉 미드테크(mid-technology) 정보기술이라 하겠다. 북한의 열악한 경제사정과 정보기술 보급 수준을 고려할 때, 오히려 하이테크 보다 미드테크 를 활용한 정보의 소통과 전파가 더욱 용이하고 유용할 수 있다. 1979년 이란 7_ 북한 내 휴대전화 가입자수는 2010년 3월말 12만5천여명 2010년 6월말 18만4천여명 2010년 9월말 30만1천여명 2011년 3월말 43만2천여명 2011년 6월말 66만5,517명 등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2011년 국회 국정감사시 통일부 답변자료 참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북한내 휴대전화 사업자인 오라스콤 텔레콤 의 2011년 3분기 실적 보고서를 인용해 9월말 현재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자수는 80만9천명이라고 전했다. 이 보고서는 현재 고려링크의 453개 기지국을 통해 평양과 14개 주요도시, 86개 소도시, 22개 주요도로 등에서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하고, 북한 주민의 94%가 휴대전화망을 이용할 수 있는 지역에 거주한다며 작년 3분기에 시작된 영상통화도 올해 6월 사용량이 4배나 늘었다고 소개했다(연합뉴스, 2011년 11월 15일자).

19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13 팔레비의 독재 왕정체제를 무너뜨린 호메이니의 녹음기 설교와 1989년 천안문 사태 당시 중국 내부 소식을 외부에 알리는 데에 기여한 팩시밀리 사례를 통해 볼 때 첨단 하이테크만이 시민혁명의 기폭제가 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또한 기술 융합이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오늘날 하이테크와 미드테크의 융합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안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경민 김일기, 2011). 이런 면에서 북한의 강력한 통제시스템을 뚫고 북한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정보매체의 역할이 더욱 주목되고 있다. 최근 데일리NK, 좋은벗들, NK지식 인연대 등 대북 민간단체들은 다양한 경로와 방법을 통해 북한 내부 정보를 한국사회로 유통시키고 있다. 이들은 중국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휴대전화나 위성전화 등의 정보기기를 북한으로 들여보내거나 중국 무역상과 탈북자 등을 통해 북한 내부 소식을 입수하고 있다. 북한의 화폐개혁, 신종 인 플루엔자 발생, 김정은 생일 국가기념일 지정과 같은 북한 내부 정보들은 이들 대북단체에 의해 입수되어 우리의 정부기관이나 언론 매체보다 먼저 공개되었 다.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두만강과 압록강 연안은 중국 휴대전화 등을 이용하여 북한 내부 정보를 유출시키는 정보벨트 가 되고 있다(동아일보, 2010년 1월 13일자). 또 대북 민간단체들은 북한 내부를 보다 더 깊숙이 들여다보기 위해 중국 접경지대에서의 휴대전화 사용을 넘어서, 기술적으로 북한 전역에서 사용이 가능한 위성전화를 평양 등 북한 중심부에 들여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 려지고 있다(동아일보, 2010년 3월 22일자). 한편 한국의 방송 콘텐츠를 북으로 유입시켜 북한 내부에서 한류 가 확산되 도록 하는 활동도 최근 들어 더욱 왕성해 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정보 매체 및 기기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대북 민간단체들의 단파 라디오방송이다. 이는 북한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라디오를 북한으로 들여 보내고 우리의 대북방송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북한에 유통시킴으로써 북한의 변화, 나아가 민주화를 유도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중동 의 M혁명, 즉 모바일혁명에 비견되는 R혁명, 즉 라디오혁명을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중앙SUNDAY, 2011년 2월 27일자).

20 14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또 다른 하나는 스텔스 USB 로, 이는 북한 당국의 검열을 피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즉, 그 안에 콘텐츠가 들어 있어도 세관 검색시 컴퓨터에 꽂으면 비었다는 뜻의 0 byte 로 표시되었다가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자동으로 콘텐츠 가 인식되는 게 스텔스 USB 저장장치다. 이러한 USB는 중동 민주화 소식이 나 국내 드라마 등 각종 콘텐츠를 북한 내부로 들여보내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조선일보, 2011년 2월 24일자). 또 한가지 중요한 수단은 CD나 DVD 등인데, 이를 활용하여 북한으로 다양 한 영상물을 들여보내고 있다. 주요 콘텐츠로는 영화와 드라마, 교양 및 시사물, 음반 및 뮤직비디오, e-book, 애니메이션, 게임 및 학습프로그램 등 다양하 다. 이 가운데 한국산 영화와 드라마가 가장 많고 인기도 높다고 한다(김흥광, 2011). 이에 따라 북한의 정보기관들은 내부 정보의 유출 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하는 한편, 외부에서 유입된 정보의 유통을 막기 위해 IT엔지니어가 포함된 130상무 단속조 를 신설해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북한 당국의 통제를 우회하는 전략을 통한 내부 정보의 유출과 외부 정보의 유입은 밑으로부터의 개방 에 버 금가는 예상밖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세계의 실상을 전하고 내부체제의 모순을 각성케 함으로써 민주화를 위한 의식적 기반을 닦는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정보기술이 민주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그 기술이 얼마나 새롭고 혁신적인 것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 보다는 정보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더욱 중요하 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최첨단 기술은 특정 정보를 보다 효율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히 우위에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 니라 그것을 통해 전파되는 정보와 그 기술을 매개로 한 소통이다. 따라서 북한 의 민주화를 위한 정보기술은 북한 주민의 주머니 사정과 눈높이를 고려한 적 정 기술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경민 김일기, 2011). 요컨대, 정보기술이 북한 체제에 정치적 영향을 미치기 위한 조건은 인터넷 과 모바일 기기와 같은 첨단 정보기술의 활용과 확산뿐만 아니라, 단파 라디오 와 같은 미드테크, CD나 DVD, USB 등과 같은 단순 저장장치에 이르기까지

21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15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것이 북한의 정보화 환경과 더 친화적으로 작 용함으로써 민주화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할 것이다. Ⅳ. 대북 라디오방송의 현황 및 과제 1. 대북 라디오방송의 현황 현재 국내외 대북 라디오방송의 현황은 아래 <표 2>에서 살펴볼 수 있다. 즉, KBS 한민족방송과 미국 민주주의재단(NED) 등의 지원을 받아 국내 민간단체들이 운영하고 있는 자유북한방송 열린북한방송 자유조선방송 북한 개혁방송, 국방부 산하 국군심리전단의 자유의 소리(VOF), 기독교 선교를 목적으로 하는 극동방송 광야의 소리(CMI) 순교자의 소리(VOM) 등이 있다. 그리고 해외의 대북방송으로는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미국의 소리 (VOA), 일본의 납치문제대책본본부 방송과 시오카제(JSR)가 있다. 본 연구 에서는 대북 라디오방송의 현황을 KBS 한민족방송, 국내의 민간 대북방송과 미국의 대북방송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표 2> 국내외 대북방송의 스케줄(2011년 10월 현재) 방송국명 방송시간(KST) 주파수(kHz) VOA 미국의 소리 RFA 자유아시아방송 21:00-22: , 5890, 7225, :00-00: , 5890, 7225, :00-06:00 648, 5835, 6060, :00-02:00 648, 5835, 7210, :00-03:00 648, 5895, :00-04:00 648, 5895, :00-07:00 648, 7460, 9385, 12075

22 16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방송국명 방송시간(KST) 주파수(kHz) KBS 한민족방송 FNK 자유북한방송 ORNK 열린북한방송 RFC 자유조선방송 NKRR 북한개혁방송 일본국 납치문제대책본부 (사단법인 JCIC 해외동포협회) radio/index.html JSR 시오카제 suu.html CMI 광야의 소리 VOM 순교자의 소리 (순교자의 소리 한국지부) [제1방송]13:00-09:00 972, 6015 [제2방송]19:00-13: :00-23:00 국제방송 송출 21:00-23: :00-23: :00-00: :00-04:55 774, FM 92.3MHz (춘천 mbc) 06:00-07: [1부] 21:00-22: [2부] 00:00-01: [3부] 05:00-06: :00-02: [한국어] 22:00-22: [일본어] 22:30-22:57 [일본어] 23:30-00: [한국어] 00:00-00: [한국어] 00:30-00: [일본어] 01:00-01: [본] 22:30-23: 또는 6020 또는 6135 [재] 05:00-06: 또는 5965 또는 :00-23: :00-22:30(일:~23:00) [목요일] 04:00-04:30 [토/일요] 05:00-06: :00-02: :00-05:00 FM 101.7MHz (서부전선) VOF 자유의 소리 06:00-09:00 FM103.1MHz (동,서부전선) (국방부 산하 국군심리전단) 12:00-14:00 FM MHz (중부전선) 18:00-23:00 * 동북아방송연구월보 2011년 10월(제45호) p. 24 인용.

23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17 1) KBS 한민족방송 해방 이후 정부 수립과 함께 태동한 대북방송은 한국전쟁 당시엔 심리전에 적극 활용되었고, 그 후 냉전시기에는 자유대한의 소리 방송으로서 위상이 더 욱 강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반공을 국시로 내건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61년 7월에는 최초로 서울국제방송국 전용채널로 대북방송을 내보냈다. 이 당시의 대북방송은 북한동포를 향한 방송인 동시에, 국내의 반공교육 매체이자 안보방 송으로서의 정체성을 띠었다고 하겠다. 1970년대에 들어 자유대한의 소리 방송은 7 4공동성명 발표 등 남북관계의 변화에 따라 1972년 사회교육방송 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KBS 산하로 들어가 면서 방송 수용자의 외연을 크게 넓히게 된다. 즉, 1972년 철의 장막 을 넘는 <사할린 동포에게> 프로그램과, 1974년 죽의 장막 을 넘는 <북간도 동포에게> 프로그램이 각각 신설되면서 중국 러시아의 북방동포까지 아우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북한군에 의한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이 일어났던 1976년 사회교육방 송은 북한 집권층의 사생활까지 폭로하기에 이른다. 이 당시 무려 73%에 달한 비판 폭로 방송 비율은 전쟁 일보직전까지 갔던 남북관계의 긴장을 여실히 보 여준다. 이처럼 이 시기의 대북방송은 체제우위를 점하기 위한 냉전기의 대표 적 심리전 방송으로 볼 수 있다. 1980년대 들어 사회교육방송은 비판 폭로 방송에서 설득의 심리전 방송으로 방향을 선회한다. 공산권의 경제난이 가시화되자 등소평의 개방정책과 폴란드 의 자유노조 소식 등을 전하며,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구하는 <노동당 고급 간 부들에게> 프로그램이 등장한다. 1983년 미얀마 암살 폭발사건, 1987년 KAL 기 폭파사건 등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자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안전하게 치르 기 위해서도 북한의 개방은 절실한 문제였다. 한편 중국 러시아 동포들이 사회 교육방송의 <공산권 동포들에게>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의 친척을 찾게 되는 전파상봉 이 1만세대가 넘는 등 이들 동포가 사회교육방송의 주 청취자로 되어 갔다. 이 <공산권 동포들에게>는 그후 <보고 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로 이 름을 바꿔 KBS 한민족방송의 대표적 프로그램으로 자리잡는다. 탈냉전기인 1990년대에 들어,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가 체결되고, 1992년에

24 18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는 한중 수교가 이뤄져 통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지만 1993년 북핵문제가 대 두되고, 1994년 김일성 사망으로 남북관계는 한동안 교착상태에 빠져든다. 그 러다가 2000년 6월에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6 15 공동선언을 계기로 햇볕정책 으로 불린 화해협력의 대북 포용정책이 자리잡게 되었다. 이에 따라 KBS 사회교육방송은 북한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는 등 기존의 정체성에 일대 변화를 맞게 되고 조직 규모 또한 축소된 가운데 남북간 교류협력에 따른 동질 성 회복을 강조하게 된다. 이때는 또한 IMF 직후여서 제작비용을 절감해야 하 는 상황인데다 대북 포용정책을 반영함으로써 프로그램이 연성화되고 단순화 대형화된다. 뉴스와 경제 프로그램이 강화되고 <가요 Korea> 등 문화 프로그 램이 확대 편성되었다. 대북 포용정책을 이어받은 참여정부 시절에 들어, 사회교육방송은 남북간 교류협력과 문화의 이질성 해소, 한민족 네트워크 강화를 목표로 하는 정체성 의 재정립에 나선다. 즉, 북방동포를 포함한 650만 재외동포들을 하나로 묶는 한민족 중심 채널로 거듭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한민족 동질성 회복과 한민 족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중국 동북 3성 러시아 연해주 일본 오사카의 동포들 을 겨냥한 <한민족 하나로> 프로그램을 마련해 이들의 방송 참여를 확대했다. 또 남북간 우리말의 이질화를 방지하고 통일성을 추구하는 <우리말 하나로> 프로그램도 신설된다. 사회교육방송은 이러한 방송 기조의 전환에 따라 2007년 8월 15일에 한민족방송 으로 이름을 바꾸고 새롭게 출발했다(안민자, 2009). 2008년 2월에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 아래의 <표 3>, <표 4>에 나타나 있듯 이 KBS 한민족방송은 남한으로 이주한 탈북자를 등장시켜 남북한의 생활상을 들여다보고 비교하면서 동질성을 모색하는 일일시트콤 <남남북녀>를 신설한 다. 또 탈북자 납북자의 인권상황을 말하는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 프로그램 도 신설된다. 이는 김영삼 정부 시절에 북한의 인권 탄압상을 폭로한 <북한의 인권>, <자유의 물결> 이후 다시 만들어진 인권 프로그램인 셈이다. 하지만 그 당시와는 달리 전 세계 KBS 통신원을 통해 세계의 인권상황을 함께 전함으 로써 내용상 차별화된다고 하겠다. 또한 한민족방송은 2005년에 폐지됐던 시사 종합 프로그램인 <오늘과 내일>도 되살렸다. 그리고 나아가 한민족방송은 남

25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19 북문화의 이질성 극복을 위해 남북공동의 가치를 담은 드라마 제작을 위해 <KBS 무대> 등의 극본을 공모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만하다. <표 3> 한민족 제1방송 주간 편성표(2011년 10월 현재) (AM 972kHz, 단파 6015kHz) 한민족 제1방송 시분\요일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요일/시분 R 24시 뉴스(재) 남북논단 통일열차 일일시트콤 남남북녀 시사초점 경제를 배웁시다 우리말 하나로 라디오 극장 나의 삶 나의 보람 다큐 역사를 찾아서 우리말 하나로(재) 종교와 인생 문화 한마당 세월따라 노래따라 흥겨운 한마당 가요 KOREA 보고 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 남북논단(재) 경제를 배웁시다(재) 종교와 인생(재) 아름다운 우리가곡 (재) 한민족 13시 뉴스 서울살림 무엇이든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서울입니다 물어보세요 세월따라 노래따라(재) 시사 초점(재) 나의 삶 나의 보람(재)

26 20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한민족 제1방송 시분\요일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요일/시분 통일열차(재) 한민족 16시 뉴스 5 아름다운 우리 가곡 일일시트콤 남남북녀(재) 문화 한마당(재) 라디오 극장(재) KBS무대 (재) 통일열차 (재) 18 한민족 18시 뉴스 라디오 출발 동서남북(생) 독서실 KBS무대 대한민국 인기가요 한민족 20시 뉴스 한민족 하나로 한민족 하나로 한민족 20시뉴스 한민족 하나로 KBS 뉴스9 (1TV 수중계) 20 남북논단(재) 25 KBS 뉴스9 (1TV 수중계) 우리말 하나로(재) 30 아름다운 우리 가곡(재) 고려인 희망 이야기 22 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재) 오늘과 내일 건강하게 삽시다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 23

27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21 <표 4> 한민족 제2방송 주간 편성표(2011년 10월 현재) (AM 1170kHz) 한민족 제2방송 시분\요일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요일/시분 00: 00~09: 00 한민족 제1방송 동시 송출 00: 00~09: 시사 초점 나의 삶 나의 보람 남북논단 우리말 하나로 한민족 하나로 한민족 하나로 문화 한마당 종교와 인생 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 12 13: 00~19: 00 정 파 13: 00~19: 00 19: 00~24: 00 KBS 월드 라디오의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프로그램 19: 00~24: 00 2) 국내의 민간 대북방송 (1) 자유북한방송 북한의 민주화를 위해 탈북자들이 모여 설립한 자유북한방송(FNK: Free North Korea Radio)은 2005년 12월에 단파라디오방송을 하루에 30분 송출하 기 시작해 2011년 10월 현재 밤 9시부터 11시까지 1일 2시간씩 방송하고 있다. 자유북한방송은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와 민주주의 이념을 전파하고 북한 정권 의 개혁개방을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정일 비화>, <북한인권 이야기>, <북조선사람 이야기>, <노동당이 감추는 북조선 소식>, <수용소의 노래> 등 북한의 실상을 파헤치는 다양한 기획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하고 있 다(아래 <표 5>는 주간 편성표). 북한군 장교시절 몰래 들은 남한방송을 통해 김정일 우상화가 거짓임을 깨닫고 탈북한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2003년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상호비방 방송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 대북방송을 만들게

28 22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된 동기라고 밝힌 바 있다( 北 韓, 2010). 한편 자유북한방송은 2008년 국경없는 기자회 로부터 올해의 매체상 을 수상했다. <표 5> 자유북한방송의 주간 편성표(2011년 10월 현재)* (21:00~23: kHz) 월 화 수 목 금 토 조갑제의 통일전략/조영기의 남조선경제이야기/강인덕의 노동당간부들에게 숫자로 보는 남과 북 김정일 비화 남과 북 이심전심 김흥광의 남북비교 북한인권 이야기 나도 여자이고 싶다 인권 캠페인 자유주의 총론 김정일 비화 북한인권 이야기 남과 북 이심전심 강철환의 북조선정세 북조선사람 이야기 독재의 하수인들에게 숫자로 보는 남조선 남조선 음악감상 김정일 비화 북한인권 이야기 글하나 쉼하나 북한도서 분석 니시오카의 납북자이야기 일본인 납치와 북일관계 니시오카의 납북자이야기 사람 찾는 사연 미국에서 보내는 편지 (시민) 미국에서 보내는 편지 (정치인) FNK 논평 북조선이 궁금하다 남과북의 이모저모 탈북여대생 의 일기 북조선 사람 이야기 생활의 발견 노동당이 감추는 북조선소식 수용소의 노래 일본인 납치와 북일관계 북한의 내부교양자료 분석 김정일의 요리사 황장엽 회고록 일본인 납치와 북일관계 일요일 : 주간프로그램 재방송 *출처: 동북아방송연구월보 2011년 10월(제45호) p. 25. (2) 열린북한방송 학생시절에 민주화 통일운동에 투신했던 하태경씨가 대표로 있는 열린북한 방송(ORNK: Open Radio for North Korea)은 2005년 12월 자유북한방송과

29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23 자유조선방송 등 대북방송의 프로그램 송출을 대행하는 중계사업자로 출발했 다. 2006년 12월 단파라디오 방송시간을 1시간으로 추가 확보한 이후부터 열린 북한방송은 중계사업을 중단하고 독자적인 대북방송에 들어갔다. 2011년 10월 현재 밤 10시~12시에는 단파방송, 새벽 4시~5시에는 춘천MBC를 통한 중파 및 FM 방송, 새벽 6시~7시에는 다시 단파방송을 내보내는 등 하루 4시간씩 방송하고 있다. 열린북한방송은 시민과 학생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는 <라디 오 남북친구>를 비롯, <내일을 준비하는 청년일꾼들>, <북한이 알고 싶다>, <인권르포>, <남한의 인기가요> 등 북한의 젊은 층을 겨냥한 프로그램에 중 점을 두고 있다(아래 <표 6>은 주간 편성표). 한편 열린북한방송은 2009년에 는 북한전문 소식지인 열린북한통신 을 창간하기도 했다. <표 6> 열린북한방송의 주간 편성표 (2011년 10월 현재)* (본방송 22:00~23: kHz, 재방송 23:00~00: kHz, 04:00~04:55 774kHz, FM 92.3MHz, 06:00~07: kHz) 월 화 수 목 금 토 일 보도 북한이 알고싶다 내일을 준비하는 청년 일꾼들 동무야 어떻게 살고있니? 북한인권이야기 라디오 남북친구 (1) 라디오 남북친구 (2) 굿모닝 니하오 그리운 그 사람 (이산가족 사연) 인권르포 *출처: 동북아방송연구월보 2011년 10월(제45호) p. 28. 열린시사 2030 남한의 인기가요 서울에서의 요청무대 인권토크 (3) 자유조선방송 국내의 북한 민주화 운동가들에 의해 창립된 자유조선방송(RFC: Radio Free Chosun)은 2005년 12월에 단파라디오방송을 1일 1시간 송출하기 시작해 2011년 10월 현재 밤 9시~10시, 밤 12시~새벽 1시, 새벽 5시~6시 등 하루 3시간씩

30 24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방송하고 있다. 북한의 개혁개방과 민주화를 목표로 하는 자유조선방송은 주민 들의 의식변화를 자극하기 위해, 재미 와 교육 이라는 두 요소를 프로그램에 적절히 불어넣으려고 하고 있다. 나레이션과 극이 결합된 형태의 입체 낭독극 형식의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을 비롯, <조선인민이 살 길은 개혁개방뿐이다>, <인권 깜빠니아>, <김정일의 진실>, <론평>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방송하 고 있다(아래 <표 7>, <표 8>은 주간 편성표). 자유조선방송은 또 한국을 남 조선 이라 부르는 등 북한 주민의 용어와 말투로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 램의 제작에 힘쓰고 있다. 다른 민간 대북방송의 경우 북한에서 일어나는 사건 들을 남한 내부에도 전달하는 보도매체로서의 역할도 겸하고 있지만, 오직 북 한의 민주화라는 목표만을 갖고 출범한 자유조선방송은 그러한 활동은 하지 않 고 있다. 1980년대 학생운동을 했던 이광백씨가 현재 자유조선방송 대표를 맡 고 있다. <표 7> 자유조선방송 제1부 보도종합방송의 주간 편성표 (2011년 10월 현재)* (21:00~22: kHz / 주말은 사회교육방송과 동일 편성) 월 화 수 목 금 주요보도 보도 해설 단신 남조선과 세계 조선인민이 살 길은 개혁개방뿐이다 남북관계소식 정세해설 라디오 초대석 주간소식 세계경제동향 통계로 본 세계속의 조선 조선인민들에게 김정일의 진실 날씨와 생활정보 2분 론평

31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25 <표 8> 자유조선방송 제2부 사회교육방송의 주간 편성표 (2011년 10월 현재)* (00:00~01: kHz / 주말은 21:00~22: kHz도 포함) 월 화 수 목 금 토 일 보도 남조선 소식 중국은 지금 세계의 창 북조선 소식 리광명이 풀어 드립니다 인권 깜빠니아 나는 김정일의 료리사였다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조선 인민이 살 길은 개혁개방 뿐이다 리광명이 풀어 드립니다 세계력사 리광명이 풀어 드립니다 대남 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김정일의 진실 인권 깜빠니아 추적, 사건과 진실 정의와 진실 정민재의 음악편지 그 아버지에 그 아들 나는 김정일의 료리사였다 조선인민이 살 길은 개혁개방 뿐이다 인권 깜빠니아 추적, 사건과 진실 남조선 생활기 론평 기획론평 론평 제3부 문화방송: 새벽 5~6시 방송 *출처: 동북아방송연구월보 2011년 10월(제45호) p ) 북한개혁방송 북한개혁방송(NKRR: North Korea Reform Radio)은 북한의 변화를 주도 할 핵심세력인 당 간부와 군 장교 지식인 대학생 등에게 개혁개방의 비전과 방 법을 제시해 이들의 의식을 일깨우기 위한 방송을 하고 있다. 2007년 12월 단 파라디오방송을 송출하기 시작한 북한개혁방송은 2011년 10월 현재 밤 12시부 터 새벽 2시까지 하루 2시간씩 방송하고 있다. 북한의 개혁개방을 실천하는 리 더 양성을 목표로 하는 북한개혁방송은 <개혁전망대>, <중국 개혁개방사>, <지도자의 길>, <개혁개방 실천강좌> 등 이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을 집중 방송하고 있다(아래 <표 9>는 주간 편성표). 김승철 북한개혁방송 대표는 북 한 내부에 권력투쟁 등 어떤 계기가 주어지면 대북방송 청취를 통해 축적된 반 체제 의식이 사회적인 여론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고 전망한다(데일리 NK, 2010). 북한개혁방송은 2009년 11월부터는 영상뉴스와 다큐멘터리를 비롯 다양한 영상물을 DVD에 담아 북한으로 들여보내고 있다.

32 26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표 9> 북한개혁방송의 주간 편성표(2011년 10월 현재)* (00:00~02: kHz) [1부] 00:00~01:00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시사논단 (논평/해설) 개혁 전망대 김용훈의 국제관계 분석 통일연구 소개 중국개혁 개방사 (재) (탈북자 인터뷰) 세계의 이모저모 노동신문 중앙방송 반박논평 보도 독일통일 연구강좌 지도자의 길 김용훈의 국제관계 분석(재) 숫자로 보는 북남 박정희 전집 낭독 남조선 사회현상 소개 개혁 전망대 (탈북자 인터뷰) 노동신문 중앙방송 반박논평 중국 발전뉴스 홍원일과 함께하는 개혁의길 주간 시사분석 내마음속 음악감성 중국 발전뉴스(재) 지도자의 길(재) 독일통일 연구강좌 (재) 시사해설 남조선 사회현상 소개 내마음속 음악감성 주간 시사 분석(재) 세계는 지금 개혁 전망대 (재) 통일연구 소개(재) 개혁의길/ 숫자로 보는 북남 [2부] 01:00~02:00 월 화 수 목 금 토 일 개혁 개방 실천강좌 남북한 교육비교 전문가 인터뷰 통일발자취 너는 내 운명 역사의 사실 개혁 개방 뉴스 구 사회주의 국가 개혁 개방 특집방송 9.9절 개혁 개방 실천강좌 (재) 남북한 교육비교 (재) 전문가 인터뷰 통일발자취 (재) 노동신문 중앙방송 반박논평 개혁 지도자 리더십 낭독 구 사회주의 국가 개혁 개방 특집방송 9.9절 (재) 너는 내 운명 (재) *출처: 동북아방송연구월보 2011년 10월(제45호) p. 27. 구 사회주의 국가 개혁 개방 (재) 북한의 개혁 개방 (재) 특집방송 9.9절 (재) 구 사회주의 국가 개혁 개방 (재) 전문가 인터뷰 통일발자취(재) 남북한 교육비교 (재) 너는 내 운명 (재) 개혁 개방 실천강좌 (재) 역사의 사실 (재)

33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27 4) 자유아시아방송과 미국의 소리 방송 자유아시아방송(RFA: Radio Free Asia)은 언론의 자유가 제한된 아시아 지 역 국가들을 대상으로 현지어로 방송하는 미국의 대외 홍보방송이다. 1996년에 창설된 RFA는 한국어 중국어 광동어 티베트어 위구르어 베트남어 버마어 라오어 크메르어 등 9개 언어로 아시아 대상지역 및 미국내 뉴스를 송출하고 있다. RFA의 한국어방송, 즉 대북방송은 1997년 3월 북한지역을 대상으로 프 로그램이 송출되기 시작했고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방송 역량이 확대되고 있 다.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RFA는 현재 서울 홍콩 타이페이 방콕 프놈펜 등 지에서 지부를 운영하고 있다. RFA의 서울지부에는 30여명의 스탭이 활동하 고 있다. 뉴스와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하지 못하는 북한 주민을 위해 사실 전달 에 주력하는 RFA 한국어방송은 밤 12시~새벽 4시, 새벽 6시~7시 매일 5시 간씩 단파 및 중파로 송출되고 있다. 미국의 소리(VOA: Voice of America) 방송은 1941년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나치 독일에 대항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는데, 1942년에는 아시아를 대상 으로 전파를 송출하기 시작했다. 워싱턴에 본부가 있는 VOA는 현재 미국 및 서유럽을 제외한 전 세계 45개 언어권을 대상으로 단파, AM, FM, 위성, 인터 넷 등을 통해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특히 VOA는 대북방송의 역량과 시간을 지속적으로 증대시키고 있다. VOA의 한국어 방송은 최근 중파로 송출되는 방 송 시간을 1시간 30분에서 5시간으로 강화했고, 한국어 방송 스태프를 30여명 으로 늘렸으며 한국지부의 인력도 보강했다. RFA와 VOA는 미연방방송위원회(BBG)의 지원과 통제를 받고 있다. RFA 는 미국 의회의 출연으로 설립되었지만 비영리 민간기구의 외양을 지니고 있 고, VOA는 BBG 산하 국제방송국(IBB)에 소속된 미연방정부기구로 이 둘은 법적 신분상 차이가 있다. RFA와 VOA의 궁극적 목표는 신뢰성 있는 뉴스와 다양한 정보의 유입을 통한 북한주민의 의식변화이다. 특히 RFA는 평양방송 에 대한 대안방송으로서 북한 내 뉴스보도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탈북자 및 다양한 뉴스원으로부터 각종 북한 내부 정보와 뉴스를 전달하고 있는 반면, VOA는 미국에 관한 정보와 국제사회 소식을 전하는 쪽에 치중하고 있다. 그러

34 28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나 이런 역할 구분으로 북한뉴스 보도에 있어서 뚜렷한 차별성이 나타나고 있 는 것은 아니다. VOA도 중국 내 탈북자 실태에 관한 심층보도 등을 송출한 바 있으며 탈북자 단체를 통한 북한 내부 정보도 취급하고 있다. RFA와 VOA의 큰 특징은 첫째, 사실보도 원칙을 확고히 함으로써 북한 청 취자의 신뢰를 얻는 것을 일차적인 목표로 하고 있는 점이다. VOA의 경우는 이러한 원칙에 더욱 충실해, 모든 뉴스는 복수의 정보원으로부터 확인받고 있 다. 둘째, 뉴스 칼럼과 다양한 심층취재 보도로 북한 사회를 철저히 분석하고 있고 핵 인권 등 현안 문제들에 대해서도 전문가의 견해를 쉬운 어체로 방송하 고 있다. 셋째, 인터넷과 UCC, 멀티미디어 등 뉴미디어 매체를 효율적으로 운 용하고 있는 점이다. 즉, 미국 대북방송은 미국의 가치관을 일방적으로 전파하 는 구시대 선전방송이 아니라 정보환경의 급속한 변화를 배경으로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기 위한 고도의 쌍방향 전략 심리전 방송을 추구하고 있다. 넷째, 북 한사회의 변화를 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 가치 및 목표지향적 방송편성 원 칙을 갖고 있다(이원웅, 2009). 2. 대북 라디오방송의 과제 KBS 한민족방송은 오늘날 대북방송으로서의 전략적 기능보다 중국 러시아 일본 동포까지 아우르는 한민족 네트워크로서의 포괄적인 기능을 갖고 문화적 동질성을 추구하는 콘텐츠와 뉴스 시사 프로그램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국내 민간단체들이 운영하고 있는 4개의 대북방송은 그 전략적 기능에도 불구하고 재정난으로 인한 영세성, 단파방송으로서의 제약과 주파수 확보의 어려움 등 여러 과제를 안고 있다. 기독교 선교방송은 특수 목적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순수한 전략적 대북방송으로 간주하기는 어렵다고 하겠다. 일본의 대북방송은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에 치중해 있다. 한편 RFA와 VOA 등 미국의 대북방송은 냉전기에 동구권 공산국가를 겨냥 한 자유유럽방송(RFE)과 소련을 겨냥한 자유라디오방송(RL) 등을 통해 축적 한 풍부한 경험과 상당한 재정적 지원을 바탕으로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35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29 것으로 보인다. 최근 RFA와 VOA의 예산과 인력이 더욱 보강되고 있는 것은 청취율 조사, 프로그램 평가 등을 통해 그 성과에 대한 철저한 검증 아래 이뤄 지고 있다. RFA와 VOA는 뉴스의 정확성과 신속성, 다양한 콘텐츠, 심도 있는 기획 및 특집 프로그램, 전문가 논평 등 돋보이는 점이 적지 않다. 국내 언론에 서도 북한뉴스나 미국 정계 동향 보도 등에서 이들 방송의 인용 횟수가 늘고 있다(이원웅, 2009). 미국의 대북방송은 미국적 시각과 가치관의 전파라는 구조 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제 북한 뉴스, 한반도 미래 등과 관련된 핵심이슈 영 역에서 확고하게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북방송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인식조차 낮은 한국의 경우 현 단계에서 시급한 과제는 KBS 한민족방송의 정체성과 프로그램, 조직 등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궤도에 올려놓는 일이다. 또한 정부는 민간 대북방송의 역할에 대해서 도 재평가해 적극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정보화시대를 표방하 는 우리 사회가 대북방송의 중요성을 간과한 채 자칫 냉전시대 이념경쟁의 낡 은 유물 정도로 취급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시각이라 하겠다. 미국의 대북방송 활성화는 이러한 점을 일깨워주고 있는 셈이다. 한편 KBS가 2010년 11월~2011년 4월에 국내 거주 탈북자 481명을 대상 으로 한민족방송(구 사회교육방송)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자의 34.8%(155명)가 북한 거주 시 한민족방송을 청취한 경험이 있었다. 그리 고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53.2%는 일주일에 한두 번 이상 규칙적으로 청취 한 것으로 나타났다(KBS, 2011). 한편 KBS가 이보다 약 7년 전인 2003년 2월에 국내 거주 탈북자 1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7.0% (69명)가 북한에서 사회교육방송을 청취한 경험이 있었다. 게다가 이중 무려 81.1%는 일주일에 한두 번 이상 규칙적으로 청취 한 것으로 응답했다(이주철, 2003). 탈북자를 대상으로 서로 다른 시기에 실시한 이 두 설문조사의 결과만을 놓 고 볼 때 북한에서의 한민족방송 청취율이 과거의 사회교육방송 청취율에 비해 표면적으로는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11년과 2003년의 조사를 단순 비교하는 데에는 무리가 따른다. 표본수에서의 차이가 매우 클 뿐만 아니라

36 30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2011년 조사에서는 응답자 가운데 대학재학 이상 의 학력자가 10.8%에 불과한 반면, 2003년의 경우 대학재학 이상 이 65.0%나 된 점도 감안해야 한다. 또한 2011년 조사의 응답자들은 2001년 이후 탈북한 경우가 83.6%(2009년~2010년 탈북 41.2%)인 데 비해, 2003년 조사의 응답자들은 2000년 이전 탈북한 경우 가 92.2%(1996년~2000년 탈북 73.8%)에 이른 점이 주목된다. 즉, 2003년 조 사의 응답자들이 주로 남북교류가 이뤄지기 전의 고난의 행군 시기에 탈북했 다면 2011년 조사의 응답자들은 주로 남북교류의 물꼬가 터진 이후에 탈북한 셈이다. 2003년 이후 민간 대북방송들이 등장했고, 남한의 각종 미디어 영상물이 북 한으로 흘러 들어갔음을 감안할 때 2011년 조사시 탈북자들의 KBS 한민족방 송의 청취경험이 34.8%에 이른 것은 예상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한가지 숙고해 보아야 할 점이 있다. 2000년 6 15 남북공동 선언 이후 KBS의 사회교육방송은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의 영향으로 북한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고 남북간 교류협력에 따른 동질성 회복을 강조하는 등 프 로그램이 연성화되고 조직 규모 또한 축소된다. 그 대신 중국 러시아 일본 동 포까지 하나로 묶는 한민족 네트워크로서의 역할을 앞세우는 등 정체성에 큰 변화를 겪게 되면서 2007년에는 명칭마저 한민족방송 으로 바꾸게 된다. 이러 한 정체성 변화가 있기 전의 KBS 사회교육방송을 청취했던, 2003년 조사시 탈 북자들은 북한정보 가운데 김일성 체제에 대한 비판 (46.9%)을 가장 선호했던 것으로 나타난 점은 주목된다. 이는 2000년 이후 사회교육방송의 대북방송으로 서의 전략적 기능이 약화되면서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 프로그램의 감소로 이 이진 데에 대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하겠다. 또한 한민족방송 은 방송 내용이나 표현 등에 있어서 북한 주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상당 하다는 평가마저 있다(데일리NK, 2010년 12월 15일자). 한편 김화순(2011)이 2005년 이후 국내에 정착한 탈북자 197명을 대상으로 2011년 3월~4월에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55.4%가 남한 라디오 방송을 청취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이들에게 북한 거주 당시에 라디오방송가 운데 주로 어떤 방송을 청취했는지를 묻자 KBS가 37.6%로 가장 많았다. 이어

37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31 자유아시아방송(16.3%), 자유북한방송(12.8%), 극동방송(10.6%), 국군 방송(5.7%), 열린북한방송(3.5%), 미국의 소리(3.5%), 북한개혁방송 (2.1%), 자유조선방송(2.1%), 자유의 소리(2.1%) 등을 청취한 것으로 나 타났다. 여기서 특기할만한 것은 비교적 높은 비율인 12.8%가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자유북한방송을 들었다고 응답한 점이다. 2005년 12월 단파라디오 방송을 송출 하기 시작한 자유북한방송은 그 역사가 짧을 뿐만 아니라 방송 인프라 측면에 서도 공영방송 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 그럼에도 자유북한방 송의 청취율이 비교적 높은 것은 탈북자들이 북한 주민의 정서나 취향을 정확 하게 파악해 북한체제를 강도높게 비판하는 등 그들에게 파고드는 방송 프로그 램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북한 주민들이 그만큼 남 한에 살고 있는 탈북자의 존재나 삶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풀이는 응답자들이 북한에서 청취한 남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내용을 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즉, 뉴스 가 37.9%로 1위를 점하고 있고, 노래 가 2위(17.9%), 탈북자 관련 내용 이 3위(15.8%) 순으로 나 타난 것이다(김화순, 2011). 이처럼 국내의 민간 대북방송들이 북한 주민들에게 적잖은 호응을 받고 있음 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함으로써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은 깊은 성찰을 필요로 한다고 하겠다. 이는 RFA와 VOA가 국가 재 정의 전폭적인 뒷받침 아래 고유의 목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과도 좋은 대조를 이룬다. 국내의 민간 대북방송들은 어떤 면에서는 정부가 해야할 일을 대신하고 있으 면서도 정부로부터 주파수를 할당받지 못해, 해외에서 높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저출력 단파로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민간 대북방송들의 해묵은 과제이자 최 대의 현안은 바로 국내에서 대북방송을 송출할 수 있도록 정부로부터 사용되지 않는 주파수를 배정 받는 일이다. 이와 관련, 김승철 북한개혁방송 대표는 민 간 대북방송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국내의 주파수 라며 출력이 약한 단파 (HF)방송임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의 청취율이 적지 않은 만큼, 국내의 선

38 32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명한 중파(AM) 주파수로 송출한다면 더욱 많은 주민들이 대북방송을 들을 수 있을 것 이라고 밝혔다(데일리NK, 2010년 12월 15일자). 사실 단파 송출은 먼 지역까지 간다는 장점은 있지만 음질이 좋지 않은데다 계절과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의 청취에 상당한 불편이 뒤따르는 것으로 알려 져 있다. 이들 국내 민간 대북방송의 재정은 미국 민주주의재단(NED)을 비롯 해외 지원금과 약간의 국내 후원금으로 충당되고 있는데 매우 빈약한 형편이다. 게 다가 민간 대북방송의 운영비 가운데 해외의 주파수 임대료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테면, 자유북한방송이 2009년에 후원받은 금액은 약 70만 달러로, 이 가운데 약 50만 달러가 주파수 임대료로 사용되었을 정도 다( 北 韓, 2010). 이처럼 과중한 주파수 임대료는 민간 대북방송으로 하여금 고 품질 콘텐츠 개발을 어렵게 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따라서 민간 대북방송들로서는 국내 주파수 할당이 절박한 당면과제일 수밖에 없다. 한편 북한이 가입한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은 정보 의 자유로운 취득과 전파 및 의사표현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 회는 2010년 12월에 통일부 등 관련 부처 장관에게 북한 주민의 자유로운 정보 접근권 보장을 위해 노력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국가인권위원회, 2011). 또한,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중 장기 정책 및 개선 로드맵 의 구체적 실행방안의 하나로 민간 대북방송의 국내 주파수 배정을 정부에 지속적 으로 권고하고 있다. 민간 대북방송에 국내 AM 주파수를 할당하는 것은 기술 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정필운, 2011). 다만 정부의 전향적인 정책의지가 관건이 되고 있다고 하겠다.

39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33 Ⅴ. 북한의 한류현상의 실태 및 문화적 함의 1. 북한의 한류현상의 실태 북한에서의 한류 확산은 북한 사회의 열악한 생활환경과 경제난 속에서도 오 히려 가속화되고 있다. 북한의 전력사정이 좋지 않은 관계로 전파가 강한 한국 이나 중국 방송의 월경(spillover) 현상이 나타나, 일부 지역에선 공중파를 통해 서도 남한 방송을 접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낙후된 미디어 제작 기술과 오락 거리의 부재는 암시장을 통한 한류 미디어물의 유통을 부채질하고 있다. 역설 적으로 북한의 폐쇄성과 경제난은 밑으로부터의 개방 의 동인으로 작용하는 셈이다(윤선희, 2010). 1) 북한 유입 외부정보 매체 및 영상물의 유형 북한 내에서 외부정보를 담은 영상물의 유통에는 1990년대~2000년대 초반 에는 카세트 테이프와 비디오 테이프가 주로 이용되었다면, 2000년대 중반 이 후에는 CD와 DVD, 그리고 USB가 주로 이용되고 있다. 이것들의 경우 플레이 어만 있으면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서 비밀리에 유통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박영정, 2011). 오늘날 북한의 일반 가정집도 값이 비교적 싼 중국산 중고 TV나 플레이어, 중국산 미니 노트북 컴퓨터 정도는 갖추고 있다고 한다. 또 2003~2004년경부 터 평양의 간부층 자녀들에게 유입되기 시작한 MP3는 비디오 기능이 추가된 MP4로 진화한 이후 MP3는 이제 일반 가정집 자녀들도 갖게 되었다. 기본적으 로 대학생들은 중국어나 영어 습득을 위한 어학용 위주로, 청소년들은 노래를 듣는 음악용으로 MP3를 사용한다. 노트북 컴퓨터는 USB를 통해 손쉽게 콘텐 츠를 저장할 수 있고 단속에 걸릴 위험도 낮으며, 전기가 부족한 북한에서는 배터리만 충전해 놓으면 재생이 가능하기 때문에 젊은 층 사이에서 꽤 인기가 높다. 요즘 들어 대도시 장마당에서는 DVD보다는 USB에 미국 드라마까지 복 사해 파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오양열, 2011).

40 34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한편 NK지식인연대 가 2010년 4월, 탈북해서 중국에 머물고 있거나 중국에 개인여행차 나와 있는 북한주민, 그리고 남한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 등 300여명 을 대상으로, 북한 유입 외부 미디어 콘텐츠 및 저장장치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가 아래 <표 10>과 <표 11>에 나타나 있다. <표 10> 북한 유입 외부 미디어 콘텐츠 및 저장장치의 유형* 종류 저장장치 분포량 영화 및 드라마 CD나 DVD, TAPE, USB 40%< 다큐멘터리 및 교양시사물 CD나 DVD, TAPE, USB 20%< 음반 및 뮤직비디오 CD나 DVD 20%< 전자도서(e-Book) USB, CD나 DVD 10%< 만화 및 애니메이션 CD나 DVD, USB 5%< 게임, 학습프로그램 USB, CD, DVD 5%< *출처: 김흥광(2011), 북한사회와 주민의식의 역동적인 변화실태와 활성화 방안, 국가인권 위원회 주최 제2회 북한인권 개선 공청회 ( ) 자료집 p. 23. 북한 내 유입 영상물 가운데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히 영화 및 드라마이다. 중국의 조선족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15년 이상 상당한 양의 CD 와 테이프 등을 북중 국경지역을 통해 암거래해 왔다. 컴퓨터로 플레이하여 e-book,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이 북한의 청소년과 대학생, 지식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2011년 7월 자유아시아방송은 평양시 내 대학생과 지식인들 사이에선 위키백과 를 보는 것이 유행이 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김흥광, 2011). 2011년 현재 중국과의 접경지역에서 외부와 연락해 정보를 주 고받는 데에 이용되는 휴대전화를 소지한 북한 주민은 약 5천명으로, 또 단파 라디오를 가지고 있는 주민은 약 2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하태경, 2011). AM라디오를 소유한 주민은 2003년에 이미 470만대로 추산되었다(박우용, 2004). 그리고 컬러 TV는 2010년 기준으로 약 200만대가 북한에 보급된 것으 로 추정되고 있다(이주철, 2011).

41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35 <표 11> 북한 유입 외부 영상물의 콘텐츠 형식과 사례* 콘텐츠 형식 사례 설명 e-book <세계문학작품선>,<카네기전서> 등 수백 가지 한글 코드에 맞춘 텍스트 기반 디지털 매거진 NKIS가 제작한 <지구촌의 창> 등 다수 작품 전용 뷰어, PDF파일 동영상 뮤지컬 <요덕스토리> 공연실황 녹화물 AVI, WMV 형식 전자사전 <위키백과> 등 best 사전류 오프라인판 영화 최신 베스트 작품 할리우드작이 다수 다큐멘터리 <천국의 계단을 넘다>,<21세기 병기> 등 작품 군인, 안전원, 보위원이 선호 TV 프로그램 <6 15 남북정상회담>,<김정일 방중> 지난 프로그램을 수합한 작품 전자앨범 세계 각국의 문화, 다양한 주제의 앨범집 압축 해제 파일 첨부 스토리텔링작 NKIS가 제작한 <쿠바는 사회주의인가> 종합적인 뉴미디어 작품 애니메이션 best작, 교양적 애니메이션 저작권 양해, 플레이어 첨부 음성소설 세계적인 best 작품의 음성파일 플레이어 첨부 게임 <삼국지> 무료판을 비롯해 다수의 게임 북한의 일반 컴퓨터 사양 고려 프리웨어 컴퓨터 유지보수, 파일관리, 원격지원 툴 등 북한의 컴퓨터 사양 고려 e-러닝교재 수학, 영어, 물리 등 각 과목 교육용 교재 북한 교과서에 준함 디지털 성경 기독교, 가톨릭 성경 최근에 수요가 급증 기타 <사주백과>,<토정비결> 최근에 수요가 급증 *출처: 김흥광(2011), 북한사회와 주민의식의 역동적인 변화실태와 활성화 방안, 국가인권 위원회 주최 제2회 북한인권 개선 공청회 ( ) 자료집 p. 24. 한편 오늘날 북한에서 한국의 TV방송을 시청하는 주민의 숫자를 정확히 파 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개성과 황해도, 강원도의 일부 주민들은 한국 TV의 시청이 가능하다. 평양에서도 20층 이상 고층 아파트에선 한국 TV의 시청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 TV는 NTSC 방식이고 북한은 PAL 방식 이어서 과거에는 시청이 불가능했지만 근래 들어 중국에서 NTSC-PAL 겸용 TV가 북한에 다량 보급되면서 한국 TV를 시청하는 북한 주민들이 늘고 있다. 전력 공급이 매우 열악한 북한에선 최근 정전이 되어도 차량 배터리를 이용해 서 시청이 가능한 12인치 14인치 소형 액정TV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와 같은 미디어 사용으로, 아래 <그림 1>처럼 외부세계의 정보는 3일이면 1%의 북한 주민들 사이에 퍼지고, 1주일이면 10%, 한달이면 30%의 주민들에 게 전파된다는 흥미로운 추정도 있다(하태경, 2011).

42 36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그림 1> 외부정보의 북한주민 전파속도* 외부정보 전파비율(속도) 기간 추정비율(명) 3일 1% 1주일 10% 한달 30% *출처: 국가인권위원회 주최 제2회 북한인권 개선 공청회 ( ) 자료집 p ) 탈북자 통해 파악한 북한내 한류 수용 실태 윤선희가 2010년 5월에 탈북 청소년들의 대안학교인 한겨레중고등학교의 전 교생을 대상으로 북한 거주시의 남한 영상물 수용 경험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가 아래 <표 12>에 나타나 있다. 10대에서 20대 초반에 걸친 신세대 청소년인 이들 설문조사 대상자 141명 가 운데 절반이 넘는 56%(79명)가 북한에 살던 당시 남한 미디어 영상물을 시청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57명은 DVD 등을 통해 영화를 보았고, 43명은 비디오를 보았으며, 15명은 TV를 통해 남한 방송을 시청했다고 응답했 다. 또 남한 미디어를 얼마나 자주 보았는가 란 물음에 40명은 보고 싶을 때면 언제나 라고 응답해 이들의 남한 미디어 접촉빈도가 낮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이어 한 달에 한 번 정도 가 21명, 평생 한 번 7명, 1년에 한 번 정도 6명,

43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37 매일 5명 등 순이었다. 남한 영상물을 보고 난 뒤의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대 다수 응답자가 재미있다 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대부분이 주변을 경계하 고 숨어서 남한 영상물을 접한 것으로 밝혔다(연합뉴스, 2010년 6월 14일자). <표 12> 탈북 청소년의 북한 거주시 남한 영상물 수용 경험* 내용 출신지 북한에서 남한 미디어 시청 경험 유무 시청 미디어 (중복 선택) 시청 빈도 인원수 평양(3명), 나선시(3명), 평안남도(2명), 평안북도 (2명), 양강도(13명), 황해도(2명), 함경남도(14명), 함경북도(98명), 강원도(4명) 총 141명 있다: 79명, 없다: 61명 TV: 15명 영화: 57명 비디오: 43명 한 번: 7명 1년에 한 번: 6명 한 달에 한 번: 21명 매일: 5명 보고 싶을 때마다: 40명 *출처: 윤선희(2011), 북한 청소년의 한류 읽기, 한국언론학보 55권 1호, p 강동완 박정란(2011)이 2000년 이후의 탈북자 33명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 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남한 영상물을 북한에서 한 달에 한두 번 시청했다는 비율이 41%로 가장 많았고, 매일 보았다 는 응답도 34%나 되었다. 그밖에 1주일 에 한두 번 정도 가 16%, 1년에 몇 번 정도 는 9%로 나타났다. 이처럼 강동완 박정란의 연구에서는 남한 영상물 접촉빈도가 상당히 높아 북한 내 한류현상이 광범하게 확산돼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김화순(2011)이 2005년 이후 국내에 정착한 탈북자 197명을 대상으로 2011년 3월~4월에 걸쳐 실시한 설문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무려 83.2%가 북한에 있을 때 남한의 영화나 드라마를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를 통해 북한의 한류현상은 남한의 영화와 드라마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음 을 알 수 있다.

44 38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김화순의 설문조사에서 한국의 영상매체나 라디오의 접촉빈도가 외국의 영화 나 라디오의 접촉빈도에 비해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난 점은 특기할만하다. 즉, 한국 영화나 드라마는 대다수(83.2%)가 본 경험이 있었지만 1년에 1~2회 정 도 보았거나 한번도 보기 힘들었다는 응답이 무려 98.2%( 1년에 1~2회 정도 보았다 59.6%, 1년에 한 번도 보기 힘들었다 38.6%)에 달했다. 반면에 외국 영화를 본 경험이 있는 응답자(87.4%)중에는 한 달에 1~2회 본 경우가 25.4% 로 가장 많았고, 1주에 1~2회 보았다 15.8%, 매일 보았다 6.2% 등으로 나타 나 한국 영화나 드라마의 접촉빈도에 비해 훨씬 높아 대조를 이뤘다. 외국 영화 를 1년에 1~2회 정보 보았다 는 15.8%, 1년에 한번도 보기 힘들었다 는 응답 은 16.4%에 불과했다. 또 한국 라디오의 경우 응답자의 55.4%가 청취한 경험 이 있었지만 1년에 한 번도 듣기 힘들었다 는 응답이 26.6%로 가장 많은 반면, 외국의 라디오는 43.1%가 청취했고, 한 달에 1~2회 들었다 는 응답이 20.9% 로 가장 많아 역시 대조적이었다. 이와 관련 김화순(2011)이 남한의 영화나 드라마를 본 경험이 없는 탈북자들 에게 그 이유를 묻자 가장 큰 비율인 38.5%가 남의 눈이 무서워서 라고 응답했 다. 이는 북한사회에서 한류의 접촉은 사회주의에 반하는 큰 범죄로서 가혹하 게 다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지 않은 이유로 관심이 없어서 라는 응답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이처럼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북한 주민의 관심 자체는 지대한 점에 비춰볼 때 향후 북한에서 한류현상은 매 우 빠르게 확산될 수 있음을 가늠하게 한다. 3) 한류현상에 대한 북한 주민의 증언 국내 인터넷매체 데일리 NK 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2011년 5월 북중 국경지대를 찾아 북한 주민, 대북 무역상인 등과 인터뷰해서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북한의 한류는 일부 농촌 지역과 고령 세대 를 제외하면 사실상 북한 전역의 주민들에게 유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진화 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45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년 높은 시청율속에 KBS 1TV에서 방영된 드라마 <웃어라 동해야>와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마이더스>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 었을 정도로 한류의 시간차 마저 좁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북한 의 젊은이들은 몸에 딱 달라붙는 뺑때바지 에 하이힐 을 신으며 밥은 굶어도 한국 노래나 영화는 즐기는 한류의 최대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또한 평양 대학 생들은 공개된 장소에서 가사 없이 반주만 녹음된 한국 가요에 맞춰 단체로 춤 을 춘다고 한다. 이는 프랑스 파리에서 젊은이들이 모여 K-Pop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과 흡사하다. 한류 드라마의 경우 2000년대 초에는 중국 조선족들 사이의 흥행작 정도가 평양이나 대도시에서 인기를 끄는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평안남도 평성에서 장사를 하는 40대 여성은 여러 해에 걸쳐 한국 드라마를 봐왔는데 젊은 사람들, 특히 의식이 깨어 있는 사람들은 국가에서 통제를 해도 한국 드 라마는 몰래 본다 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2005년 시댁에 갔을 때 비디오 테이프로 드라마 <천국의 계단>, <남자의 향기>를 처음 봤다 는 이 여성은 요즘 (한국에서) 인기있는 현빈 보다는 권상우가 매혹적으로 느껴져 (권상우가 나오는 드라마는) 10번 정도 봤다 면서 (한국 배우는) 현빈, 권상우, 이범수, 고현정, 하지원, 임현식, 이순재 등을 아는데, 임현식은 자기가 맡은 역할의 성 격을 잘 살려서 연기를 잘한다 는 등 한류 스타들을 줄줄이 꿸 정도였다. 이 여성은 한국 연예인 중 최고 연기력을 갖춘 배우로 남자는 이범수, 여자는 하지원 을 꼽았는데, 특히 이범수가 출연한 드라마를 예로 들면서 맛깔난 연기 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엔 일반 주민이 한국의 최신 드라마를 실시간으로 접할 정도로 북한 내 영상물 유통속도가 빨라졌다는 증언도 있다. 함경북도 출신 30대 여성은 요즘 <웃어라 동해야>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고 <마이더스>도 봤다 고 했는데, <웃어라 동해야>는 이 여성과의 인터뷰 당시 한국에서 방영 중이었다. 상대적으로 정보를 얻기 어려운 북한의 농촌에서도 남한 영상물이 공공연히 퍼져 나가고 있다. 평안남도 덕천 협동농장의 한 농장원은 아는 사람이 외국에 갔다가 가져온 한국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며 농촌에서는 테이프를 구해서

46 40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보기가 힘들지만 그래도 아는 사람들끼리는 녹화 테이프, CD 등으로 한국 영 상물이나 번역한 외국 영상물을 본다 고 농촌의 사정을 전했다. 한류 드라마뿐 아니라 대중가요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남포제철소 물자공급 원 출신 여성에 따르면 평양 대학생들이 가사 없이 멜로디만 있는 빠른 템포 의 한국 노래를 틀어놓고 역전에서 춤을 추기도 한다 는 것이다. 붉은청년근위 대(학생 군사조직)가 이들을 단속하려고 해도 반주만 나오니까 중단시킬 명분 이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한국 연예인들의 옷차림, 헤어스타일 등을 따라하려는 젊은 세대 때문에 뺑 때바지, 찡바지, 삼피스 등의 신조어도 생겨났다. 뺑때바지와 찡바지는 몸에 딱 달라붙는 바지인 스키니진 을, 삼피스는 원피스 를 뜻한다. 평성의 40대 여 성은 모피코트, 찡바지가 유행이고 특히 평양은 추세가 빨라서 삼피스도 유행 한다 며 배우들처럼 머리를 길게 풀어헤치고 짧은 치마를 입기도 하고, (남자 는) 현빈처럼 머리를 세우거나 염색도 한다 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나 중국 제품보다 품질면에서 뛰어나 2~3배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는 한국산 제품은 장사꾼들 사이에서 없어서 못 파는 인기상품으로 떠올랐다. 조선족 출신 한 대북 무역업자는 무역사업소 지배인들이나 행세깨 나 하는 간부들은 뭘 써도 좋은 것만 쓴다 면서 (간부들) 집에 가면 한국 제품 수두룩 하지, 없어서 못 팔지 비싸서 못 파나 라는 말로 북한 상류층의 소비성 향을 전했다. 북한 내 한류는 중국의 한류에서 비롯됐다. 중국 옌지( 延 吉 ), 단둥( 丹 東 ), 선 양( 瀋 陽 ) 등 조선족 거주 지역의 PC방들은 자체적으로 갖춘 위성방송 시청 시 설을 통해 실시간으로 한국 방송을 녹화해 손님들이 컴퓨터에서 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깔아놓는다. 조선족 젊은이들 상당수는 한국 방송을 보기 위해 PC 방을 찾는다. 이렇게 불법 녹화된 한국 방송은 불법 CD, DVD로 제작된 뒤에 돈벌이 되는 남한 영상물을 사가려는 북한 밀수업자들에게 판매된다는 것이 다. 남포 출신 여성은 중국과 북한을 왕래하는 한 동생으로부터 남한 방송을 처음 접했고, 그 뒤로 중국에서 북한에 (직접) DVD와 VCD 플레이어를 들여 보낸 적이 있다 는 경험을 털어놓았다. 이 여성은 주로 외국에 다니는 간부들

47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41 이 많이 (남한 영상물을) 가지고 들어오고, 무역이나 영업을 하는 집안의 자제 들이 돌리면서 퍼진다 고 덧붙였다. 함북 출신 30대 여성은 밀수 장사꾼들이 일반 가정에 DVD 플레이어를 파는데,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비싸다 면서도 발전된 것에 대한 호기심이 있고, 조금 못 먹어도 한국 DVD를 보는 추세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여유가 생기면 플레이어를 산다 고 전했다. 한국의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 DVD를 빌려보는 가격은 보통 2000원 정도이 고, 사는 가격은 그 두배라고 한다. 북한에서 쌀 1kg이 약 2000원(2011년 6월 20일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밥은 굶더라도 한국 드라마는 봐야겠다 는 주민들 의 말이 과장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북한에 한류가 확산됨에 따라 영상물 시청을 위한 미디어 기기 이용실태도 변해왔다. 2000년대 초에는 TV 안테나를 이용해 조선족 방송을 시청하거나 중 국산 DVD를 이용하는 것이 한국 영상물을 접하는 유일한 통로였다. 그러나 2005년 북한에서 DVD 플레이어가 합법화되고, 일반 가정에 보급된 컴퓨터 하 드디스크에서 불법 DVD가 사용되면서 한국 영상물을 퍼뜨리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엔 보위부원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휴대가 간편한 메모리칩 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40대 평성 여성은 예전에는 아들이 CD알 8 (DVD)로 가져왔는데 지금은 메모리로 구해온다 면서 아무리 (단속원이) 탐지기를 가동해도 CD알 녹화기 9 에 메모리만 갖춰 놓으면 되니까 걸리지 않는다. 그래도 걸리면 사는 곳에서 추방되기 때문에 친구네 집 에서 노트북으로 최신 것까지 챙겨본다 고 말했다. 조선족 대북 무역업자는 북한 젊은 애들이 밥은 굶어도 (한국) 노래나 영화는 보려고 하니까 (북한 상 인들이) MP3 같은 전자기기를 많이 찾고, 중국어 학습용으로 한국산 전자자전 누리안 도 많이 찾는다 고 근황을 알렸다. 8_ 알 은 북한에서 CDR이나 DVD를 지칭하는 용어다. 9_ 북한 주민들은 VTR(비디오 테이프 재생기), VCD 플레이어, DVD 플레이어를 모두 녹화기 라고 부른다. IT산업을 육성한다는 명목 아래 북한의 하나전자 합영회사가 2005년부터 DVD 플레이어를 조립해 시판하고 있다. 2006년 한해만 해도 VTR 35만대가 중국에서 북한으로 수출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오양열, 2011).

48 42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위성 TV나 대북 단파라디오를 통해 실시간으로 한국의 정보를 접하기도 한 다. 북한에서 자유아시아방송을 들어봤다 는 여성도 있고 위성 안테나를 통 해 (PMP 크기의) 한국제 소형 라디오로 36개 통로(채널)가 다 나온다 고 말하 는 여성도 있었다. 전력 사정이 열악한 북한에서 영상물 시청을 위해서는 건전 지가 필수다. 전기가 자주 끊기니까 가정마다 있는 휴대용 배터리나 자동차 배 터리 등을 전기 들어오는 시간에 충전해서 TV도 보고 영상물을 녹화하는 데도 쓴다는 증언도 있었다(데일리 NK, 2011년 6월 20일자). 4) 남한 영상물의 북한내 유통 구조 강동완 박정란(2011)이 2000년 이후의 탈북자 33명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 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남한 영상물은 북한 전역에서 광범하게 유통되고 있 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함경북도, 양강도, 자강도 등 북중 접경지역은 물론 평 양, 평안도, 강원도, 황해도 등 안쪽 (내륙)에 이르기까지 북한 전역에서 주민들 이 남한 영상물을 시청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남한 영상물의 유통뿐만 아니라 남한 방송이 직접 수신되는 지역도 고성, 원산, 사리원, 남포, 함흥, 청진, 온성 등 여러 군데로 나타났다. 또 자신의 거주지를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남한 영상매체를 시청하거 나 전달해준 사례도 많았다. 이는 당국의 통제가 이완된 상황에서 친지 방문이 나 장사를 위한 지역간 자유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남한 영상매체 유통이 활성 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혜산, 나진을 비롯한 국경도시의 경우 중국에서 들어온 남한 영상매체를 북한 전역으로 유통시키는 중간 기착지 역할 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혜산에서 평양, 순천, 김책, 함흥, 원산, 신 포, 청진 등지로 상인들이 이동하며 영상매체를 유통시키고 있고, 물건을 구입 하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혜산으로 온다는 증언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강동완 박정란, 2011). 한편 박정란 강동완(2011)은 탈북자 대상의 이 심층인터뷰를 통해 북한 내에 서 남한 영상물이 확산되는 대인간 네트워크의 기반이 되는 주요 요소로 신뢰

49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43 와 권력 의 관계, 그리고 시장화 와 정보화 가 작동하고 있음을 파악하였다. 우 선, 신뢰 를 기반으로 하는 대인간 네트워크, 즉 신뢰 가 돈독하게 형성된 가족, 친 인척, 친구, 이웃, 직장 동료 등과 남한 영상물을 집단으로 시청하기도 하고, 교환해 보기도 하며, 돌려보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치 자본 권력 을 기반으로 한 남한 영상물 확산은, 예를 들어 아래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이, 보위부 간부 부인이 일반주민을 달리기꾼 10 으로 고용해서 남한 영상물을 중국 국경을 넘어 북한 내륙으로 들여와 거주지역 외 에 타지역으로 유통시키는 현상을 들 수 있다. 또 직장 학교 등지에서 남성이 여성을 상대로 성인물을 함께 시청하도록 강요하는 것, 남한 영상물 압수 과정 에서 취득하게 된 영상물을 압수자가 직접 시청하거나 판매하는 행위, 상대적 으로 통제를 피해 갈 수 있는 간부 거주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남한 영상물 돌 려보기 현상 등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림 2> 북한에서의 남한 CDR의 밀수 및 유통 경로* *출처: 강동완 박정란(2011), 한류, 북한을 흔들다, p. 54. 북한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보화 와 시장화 상황 또한 남한 영상물이 북한 내부에 확산될 수 있는 유통망으로 자리잡고 있다. 평양을 비롯한 대도시 10_ 북한에서 달리기꾼 은 도매상인에게서 물건을 넘겨받아 북한의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시장 매대 상인들에게 물건을 넘기는 일을 하는 장마당의 중 소형 도매상인을 말한다(강동완 박정란, 2011).

50 44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를 중심으로 컴퓨터 보급이 확대되고, 시장을 통한 정보기기 구입이 늘어나면 서 USB나 외장하드로 남한 영상물을 다운로드 받아 시청하기도 한다. 또한 북 한 내 장마당이 활성화되면서 혜산 장마당을 비롯한 북중 국경지역의 장마당이 중국에서 들여온 이른바 아랫동네(남한) 영상물을 북한 전역으로 확산시키는 허브 역할을 하고 있었다. 북한에서 남한 영상물을 시청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구입 대여 압수 등을 통해 자신이 직접 소유하여 보거나 그렇지 못한 경우 직접 소유한 타자를 통해 시청 하게 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즉, 장마당이나 중개인을 통해 남한 영상물을 구 매 하는 것 외에도 대여 를 하거나 남한 영상물 유통 및 시청 단속 과정에서 압수 한 물품이 다시 유통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남한 영상물 통제를 위해 비사그루빠, 도당, 도보위부 등이 단속에 나서서 압수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단속자들이 압수 한 물품을 직접 시청하거나 판매하여 재유포하는 행위도 포 착되었다. 이와 함께 대여 를 통한 남한 영상물 시청 현황도 파악되었다. 이와 관련해서 전국적으로 CD 대여점이 있었다 면서 대여점에서 남한 불법 복제 CD 를 대여해서 봤는데 대여료뿐 아니라 연체료도 있었다 는 증언도 있다(박정란 강동완, 2011). 5) 북한 주민이 선호하는 한류 작품 강동완 박정란(2011)이 2000년 이후의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한 심층인터뷰 에서 북한에서 본 적이 있거나 기억하고 있는 남한 영화와 드라마의 제목을 모두 나열하도록 하자 영화의 경우 <장군의 아들>과 <올가미>, 드라마는 <가을동화>와 <천국의 계단> 등을 가장 많이 들었다. 이들이 본 적이 있는 한류 작품의 제목과 기억하는 배우나 가수는 아래 <표 13>, <표 14>에 나타 나 있다.

51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45 <표 13> 면접참여 탈북자들이 북한 거주시 시청한 한류 목록* 장르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버라이어티 시트콤 제목 장군의 아들, 올가미, 조폭 마누라, 공공의 적, 화려한 휴가, 키스도 못하 는 남자, 아래층 여자 위층 남자, 풀잎사랑, 투캅스, 깡패, 결혼은 미친 짓이다, 쉬리, 미녀는 괴로워, 어린 신부, 깡패수업, 변강쇠, 무사, 가위, 가을동화, 천국의 계단, 올인, 겨울연가, 첫사랑, 인어 아가씨, 낭랑 18세, 유리 구두, 풀하우스, 목욕탕집 남자들, 귀여운 여인, 노란 손수건, 야인시 대, 대장금, 옛날의 금잔디, 귀공자, 100만 송이 장미, 쾌걸춘향, 내이름은 김삼순, 꽃보다 남자, 환상의 커플, 제5공화국, 형수님은 열아홉, 보고 또 보고, 별난 남자 별난 여자, 열아홉 순정, 하늘만큼 땅만큼, 히트, 주몽, 대조영, 아이리스, 호텔리어, 마이걸, 조강지처 클럽, 개와 늑대의 시간, 그대 그리고 나, 장밋빛 인생, 바람불어 좋은 날, 욕망의 바다, 오필승 봉 순영, 남자 이야기, 진실, 사랑이 뭐길래, 여자만세, 카인과 아벨, 눈물이 보일까봐, 바람은 불어도, 연인, 달빛가족, 죽일 놈의 사랑 인간극장 명랑소녀, 해피선데이, 전국 노래자랑, 순풍산부인과 *출처: 강동완 박정란(2011), 한류, 북한을 흔들다, pp <표 14> 면접참여 탈북자들이 기억하는 남한 배우 가수 목록* 구분 가수 배우 이름 김연자, 태진아, 송대관, 나훈아, 주현미, 설운도, 현철, 김난영, 핑클, H.O.T., 이효리, 심수봉, 조용필 최수종, 송해, 최지우, 배용준, 이병헌, 송혜교, 장동건, 이영애, 이다해, 권상우, 고현정, 신은경, 강호동 *출처: 강동완 박정란(2011), 한류, 북한을 흔들다, p. 33. 김화순(2011)이 2005년 이후에 국내에 정착한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이들이 북한에서 살던 당시 주로 어떤 영화나 드라마 작품을 보았는 지에 대해 개방형으로 개수에 제한없이 답하도록 한 결과, 이들이 즐겨 시청했 다고 응답한 한류의 목록은 아래 <표 15>과 같다. 총 197명의 응답자가 본 드라마나 영화는 모두 87개에 이르렀는데, 그 가운 데 10명 이상이 공통적으로 본 드라마나 영화는 5개였다. <가을동화>를 본 응 답자가 37명으로 1위를 차지했고, 2위는 <천국의 계단>으로 29명, 3위 <장군

52 46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의 아들> 20명, 4위 <야인시대> 16명, 5위 <유리구두> 15명 순이었다. 5위 이내에 들어가는 영화는 <장군의 아들> 뿐이었다(김화순, 2011). 북한에서 남한 드라마는 2000년대 초부터 암암리에 유통되기 시작하여 2003년~ 2004년경부터 본격적으로 유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콘텐츠 자체가 남한에 서 생산 공급되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 내 한류의 경향을 시기별로 특정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대체로 초기에는 <겨울연가>(2002), <남자의 향기>(1998) 등 멜로물이 인기였고, 2000년대 후반엔 <말죽거리 잔혹사>(2004), <목포는 항구다>(2004) 등의 액션영화나 <대장금>(2003~2004), <해신>(2004~2005)과 같은 역사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반면에 남북주민 간의 유머감각 차이 때문인 지 코미디 영화나 시트콤 드라마는 <사랑이 뭐길래>(1991~1992) 외에는 이 렇다할 인기물이 없다. 11 이렇게 남한의 30~40대 이후 중장년층의 취향에나 어 울릴만한 콘텐츠가 북한의 모든 연령대에서 인기를 끌었다고 할 수 있다. <표 15> 탈북자들의 북한 거주시 시청한 한류 목록* 번호 제목 명 번호 제목 명 1 가을동화 장밋빛 인생 2 2 천국의 계단 질투 1 3 유리구두 진달래 꽃필 때까지 3 4 줄리엣의 남자 6 48 아내의 유혹 1 5 큰 형님 2 49 투캅스 1 6 남자의 향기 7 50 가위 1 7 토마토 8 51 가시고기 4 8 불꽃여자 1 52 이브의 모든 것 4 9 두사부일체 3 53 성날 얼굴로 돌아보다 1 10 장군의 아들 엽기적인 그녀 2 11_ 이는 탈북자들이 <개그 콘서트>를 즐기게 되면 비로소 남한 사람 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박영정, 2011).

53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47 번호 제목 명 번호 제목 명 11 조폭마누라 5 55 쉬리 1 12 고맙습니다 1 56 서울 아가씨 1 13 달콤한 스파이 만송이 장미 2 14 야인시대 전국 노래 자랑 1 15 모래시계 1 59 겨울연가 7 16 올인 8 60 대장금 4 17 넌 어느 별에서 왔니 1 61 취권 2 18 공동경비구역 1 62 타이타닉 1 19 사랑이 뭐길래 8 63 천국의 나무 1 20 말죽거리 잔혹사 2 64 청춘의 덫 2 21 노란 손수건 5 65 천생연분 1 22 검은 모자 1 66 시라소니 3 23 야망의 전설 4 67 호텔리어 1 24 눈꽃 1 68 달빛가족 1 25 그대 그리고 나 5 69 포도밭 사나이 1 26 첫사랑 3 70 라이터를 켜라 2 27 약속 3 71 형수님은 열아홉 1 28 올가미 6 72 어여쁜 당신 1 29 목욕탕집 남자들 3 73 나쁜 친구들 1 30 온달왕자 1 74 하늘이시여 2 31 아스팔트 사나이 2 75 평양박치기 1 32 한일 월드컵 1 76 결혼은 미친 짓이다 1 33 보고 또 보고 7 77 친구 3 34 씨받이 1 78 쩐의 전쟁 1 35 춘향전 1 79 주유소 습격사건 2 36 작두날 2 80 주몽 1 37 욕망의 바다 2 81 부모님전상서 1 38 별난 여자 별난 남자 1 82 선물 1 39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4 83 우리가 남인가요 1 40 욕망의 불꽃 1 84 내이름은 김삼순 1 41 아빠 안녕 2 85 옥탑방 고양이 1 42 허준 1 86 지금은 연애중 1 43 인어 아가씨 3 87 개같은 날의 오후 1 44 아름다운 날들 2 * 출처: 김화순(2011), 북한 주민의 외부정보 접촉실태와 의식변화, 제4회 북한전략센터 학술 세미나 자료집 pp

54 48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특히 대중가요의 경우에는 트로트가 주류를 형성해, 송대관의 <해뜰날>과 <네 박자>, 주현미의 <비 내리는 영동교>, <신사동 그 사람>, 김연자의 <홀로 아리랑> 등이 모든 연령층에서 인기를 끌었다. 노사연의 <만남>,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 등 1980~1990년대 발라드풍의 노래가 일부 대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엔 북한의 일부 젊은이들이 남한의 10대 문화를 직접 수용해, 확 산시키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대도시 고위층이나 부유층 자녀들중 10대 후반 에서 20대 초반의 젊은이들, 특히 중학교 5~6학년(남한의 고등학교 2~3학년) 학생들이나 이른바 직통생 12 을 중심으로 남한의 뮤직비디오가 인기를 끌고 있 다는 것이다. 이들은 뮤직비디오로 남한의 아이돌 그룹이 부른 랩, 힙합, 록 등 을 들으면서 옷차림이나 몸짓을 흉내내기도 한다고 한다. 북한의 일부 젊은이들은 스토리가 뻔한 남한 영화나 드라마보다 <람보 (Rambo) 4>(2008), <007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2006), <슈퍼맨 리턴 즈(Superman Returns)>(2006), <아마겟돈(Amageddon)>(1998) 등의 액션 영화나 <프리즌 브레이크(Prison Break)> 등의 미국 드라마에 더 열광한다고 한다. 이들은 남한 영화나 드라마는 깡패 이야기 아니면 사랑타령 이야기뿐이라 며, 특히 입씨름(말장난) 이나 협잡이 너무 많아 이제는 식상하다는 반응을 보인 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자본주의 황색바람인 미국영화의 경우 이제 <타이타닉 (Titanic)>(1997) 같은 영화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하며, 한때 <바람 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1939)의 경우 특히 평양의 상류층 에게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오양열, 2011) _ 북한에서 중학교 졸업후 입대하지 않고 곧바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을 일컫는 말이다. 13_ 조선중앙TV가 <백설공주>, <신데렐라>, <로빈후드> 등 디즈니 영화를 이따끔 방영하기 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외국영화가 상영되는 경우는 평양국제영화제 등의 일부 행사가 고작 이다(오양열, 2011).

55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북한의 한류현상의 문화적 함의 북한과 같이 폐쇄적이고 정태적인 사회에서 정치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변 화는 최후의 근본 변화가 일어나기 이전에는 미미할 수밖에 없어, 문화적 일상 성을 살펴보는 게 북한 사회의 밑으로부터의 변화 를 인식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북한 청소년들의 일상적인 미디어 수용 양태, 특히 이들이 한류를 어 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북한 사회의 변화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 라 하겠다. 왜냐하면 청소년은 어느 사회나 권력의 변방에 머무는 마이너리티 (minority), 즉 힘을 가지기 이전의 보호계층이자 피지배계층에 속하지만 그로 인해 기존 사회에 가장 저항적인 문화를 형성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탈북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윤선희(2011)의 심층 인터뷰에 따르면, 북한 미 디어에서 계속적으로 내보내는 사상교양과 김정일 우상화는 신세대 청소년들 에게는 관심 밖의 일로서 반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한마디로 볼 필요가 없고, 시찰 그런 거 신경 안쓴다 는 것이다. 그 대신 이들은 북한 미디어의 계획적인 교화와는 대조적으로,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일상성이 엿보이는 남한 미디어에 흥미를 가지게 된다. 이들이 남한 미디어의 장점으로 가장 많이 거론하는 것이 바로 일상 속의 실제성 이다. 그렇다고 북한 청소년들이 직접적인 정치적 동기 로 한류 미디어를 수용하고 남한을 동경해서 탈북하게 된다고 결론짓는 것은 다소 성급해 보인다. 북한 청소년들의 남한 미디어 수용은 포스트구조주의 이론의 대가인 푸코 (Foucault, 1977, 1969)가 말하는 문화적 저항 의 징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 다. 14 여기서 북한과 같이 억압적인 권력이 팽배한 사회에서도 변화의 바람은 밑으로부터 문화적 저항의 대안적 방식으로 생성된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 할 수 있다. 북한 청소년들은 그들의 일상 속에서 미시적으로 권력에 저항을 보이면서 감성적 차원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들의 한류 미 14_ 푸코가 말하듯 혁명의 시대는 거대 담론의 동원과 거대 담론의 저항이 서로 격돌하여 구조적 변화를 달성하지만, 포스트근대의 시대에는 거대 담론이 해체되고 미시적 권력 생성과 문화 적 저항이 변화의 동인이 된다고 볼 수 있다(윤선희, 2011).

56 50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디어 수용은 북한 사회에서 금지되고 위험부담이 큰 행위이지만, 거대한 계획 이나 정치적 행위로 도모된다기 보다는 일상적이고 가벼운 시도로 이뤄져 소리 없이 공유되는 셈이다. 북한 청소년들은 <가을 동화>와 같은 드라마를 보고 송혜교를 비롯한 한류 스타들의 패션이나 머리 스타일을 모방해 유행을 이끌기도 하고, 노래와 춤을 따라하기도 한다. 한류 미디어 수용은 궁핍에 찌든 북한의 일상에서는 유일한 낙이며, 이들이 이국적 정서와 환경을 선보이는 남한에 대해 판타지를 갖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따라서 이렇게 한류를 수용하는 북한 청 소년들의 일상생활 자체가 대안적 놀이문화이자, 주류 문화에 도전적인 하위 문화(subculture) 로서 미시적 저항을 낳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현실적 위험성 때문에 한류에 대해 대놓고 얘기를 나누지는 못하지만 암암리에 또는 공공연하 게 이를 확산시키면서 한국 대중문화의 코드를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윤선희, 2011). 박정란 강동완(2011)은 남한 영상물 시청이 이러한 하위문화를 북한의 청소 년들뿐만 아니라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도 형성케 하는 계기로 작용한다고 본 다. 즉, 남한 영상물 시청 후 그 영상물이 담고 있는 다양한 내용에 대한 동화 의 과정을 통해 북한의 지배적 공식문화에 반하는 일탈 하위문화 가 주민들 사 이에 자리잡아 가게 된다는 것이다. 당국으로부터 철저하게 정보를 통제당하던 북한 주민들이 남한 영상물을 통해 외부 정보를 습득하게 되는 것 자체가 곧 체제에 대한 소극적 저항으로서의 하위문화 형성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말하자면, 북한에서 남한 영상물 시청 후 하위문화를 형성해 나간다는 것은 소규모라도 나름대로의 국지적이고 차별적 문화구조를 형성해 나감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하위문화가 남한 영상물에 대한 시청소감 공유의 네트워크를 통해 북 한 내부를 점차 포괄해 나가는 문화로 자리잡아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청소 감 공유는 단순히 내용이 재미있다는 소감 외에 남한의 실상 이해, 남한에 대한 동경, 북한 지도부에 대한 비난 및 불만, 남북한 비교에 이르기까지 반체제적인 내용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박정란 강동완은 또 북한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집단주의, 지도자에 대한 신

57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51 뢰와 충성 요구에 반하는 하위문화 형성으로 정리하고 있다. 즉, 집단주의에 대 비되는 국가보다 내가 우선 이라는 인식, 지도자에 대한 신뢰와 충성에 대비되 는 전쟁 시 군복무 회피 의지, 집에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 대신 자신의 초상화 걸기, 지도부 교체 희망, 지도부에 대한 불신, 종교를 배제한 절대적 지도자에 대한 충성 요구 불만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박정란 강동완, 2011). Ⅵ. 독일 통일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역할 1. 동독의 서독매체에 대한 정책과 그 배경 1) 서독 인쇄매체에 대한 정책 동독에서는 체신부가 허가한 신문 잡지만이 판매가 허용되었는데, 1975년 11월 20일에 발효된 신문 잡지 판매 관련법과 이보다 앞서 발효된 1959년 4월 3일자의 우편신문 관련법에 기초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동독에서의 서방 인쇄 물의 판매금지를 뜻하는 것이었다. 소포나 작은 꾸러미로 발송되는 신문, 잡지, 기타 인쇄물은 엄격한 통제를 받았다. 원치 않는 신문 잡지물을 판매에서 제외 시키는 권한이 체신 당국의 수중에 있었기 때문에 서베를린을 포함한 서독과 기타 서방 국가의 신문 잡지물들은, 몇가지 전문지를 제외하고는 구독이 불가 능했다. 인쇄물 판매 관련 법령은 1989년까지 지속되면서 국경에서의 집중적인 통제 와 우편검열을 통해 집행되었다. 이에 따라 동독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서방의 인쇄매체는 몇 개에 불과하였다. 이에 비춰 알 수 있듯이 동독의 위정자들은 법적으로나 실제적으로 제한조치를 취함으로써 서구의 사상과 문화상품의 확 산을 한사코 막으려 했던 것이다. 동독의 SED(독일 사회주의 통일당) 정권은 유포금지를 실행에 옮기는데 별다른 무리가 없었기 때문에 인쇄매체 정책을 1989년까지 그대로 밀고 나감으로써 끝내 개방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58 52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2) 서독 방송매체에 대한 정책 노베르트 링케(Nobert Linke)는 수신 가능한 서독 TV 프로그램에 관한 동 독의 커뮤니케이션 정책을 3가지 국면으로 시기구분하고 있다. 즉 수신방해의 국면, 침묵하는 관용의 국면, 개방적 친교의 국면 이 그것이다(Nobert Linke, 1987, KBS 2001 통일방송연구 에서 재인용). (1) 수신방해의 국면(1952~71년) 동독에서는 서독 라디오와 TV 방송의 수신에 대한 뚜렷한 금지가 없었던 것 은 사실이지만, SED 지도부는 반국가적 프로파간다와 선동에 대한 규정이 포 함된 형법 부칙 제19조 등에 의거해 서독방송을 수신했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 있었다. 동독 정부는 이러한 법적 강제조항 외에도 서독방송의 수신 자체를 방 해하려고 했다. 동독 정부는 1961년 8월 베를린 장벽을 쌓고 나서부터는 서독 TV 시청을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다. 즉, 동독 정부는 자유청년동 맹 의 소위 옥센코프(Ochsenkoph) 캠페인 15 을 지원했는데, 이 캠페인은 서독 TV를 시청하는 동독 주민들에게 옥센코프 송출시설을 향한 안테나를 철거하 도록 요구했다. 16 그러나 주민들은 실내 안테나나 야간 안테나를 이용해 금지령 을 무시해 버림으로써 당 지도부는 결국 캠페인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Nobert Linke, 1987, KBS 2001 통일방송연구 에서 재인용). 옥센코프 캠페인 이후에 동독 정부는 사적 영역에서 서독방송 시청을 금지 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고, 이후 공공장소에서 의 시청만 처벌하는 정책으로 전환하였다. 즉, 옥센코프 캠페인 이 실패로 끝나 15_ 옥센코프(Ochsenkoph) 캠페인 이란 동독 국경에 인접한 바이에른주 산악지역에 설치된 송신탑이 위치한 지명인 Ochsenkoph( 황소머리 )를 차용한 것으로, 서독방송을 수신하는 동독주민들을 색출하는 캠페인이었다. 정부주도가 아닌 자유청년동맹(Die Freie Deutsche Jugend)이 주도한 캠페인으로, Ochsenkoph 지역으로 향한 개인 주택의 안테나를 철거하 였다(이우승, 2006). 16_ 동독정부는 서독TV 시청자를 형법에 근거해 처벌하기 보다는 시청자 신상을 공개하는 사회 적 압력만을 가하였다(이우승, 2006).

59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53 자 서독방송 수신에 대항하는 동독 정부의 커뮤니케이션 정책은 미디어 교육과 이데올로기 교육을 통해 면역성을 강화하는 데에 역점을 두게 된다. 이와 관련 해 1965년에 동독 자유청년동맹은 서독방송 시청자를 인내심을 갖고 설득해 올바른 방송 시청자로 거듭나도록 교육할 것 을 주장한다. 사적 영역에서 서 독방송 시청은 허용하고, 공공장소에서는 금지하면서 미디어 교육을 통해 올 바른 시청행위로 유도한다는 동독 정부의 커뮤니케이션 정책 가이드라인은 1989년에 통일이 이뤄질 때까지 유효하였다(이우승, 2006). 서독매체의 수신을 막으려는 또 하나의 국가적 조치는 방해전파를 발사해 서 독 라디오 프로그램을 알아듣지 못하도록 교란하는 것이었지만 이 또한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는 못했다. (2) 침묵하는 관용의 국면(1971~80년) 1971년 5월 에리히 호네커가 SED 제1서기장으로 선출되고 나서부터 동독 지도부는 현실을 받아들여 서독매체의 소비를 완전히 금지시키려는 노력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17 그대신 이데올로기적 프로파간다를 통해서 서독 라디오와 TV를 제국주의적 반문화 심리전의 도구 로 매도하려 했다. 서독매체의 소비를 간접적으로 제한하려 했던 또 하나의 수단은, 서독 프로그램을 흉내낸 오락 프 로그램 도입 등 동독 TV 프로그램의 개선이었다. 침묵하는 관용의 국면에서도 SED의 정책적 노력은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즉, 프로파간다를 강화 하고 동독 TV 프로그램을 개선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독매체의 소비는 저지될 수 없어서 동독 대중의 매체소비 행태를 눈감아줄 수밖에 없었다(Nobert Linke, 1987, KBS 2001 통일방송연구 에서 재인용). 17_ 노베르트 링케는 1973년 5월에 당시 당서기장이었던 호네커가 당중앙위원회 9차회의에서 서독의 매스미디어를 주민들은 원하면 볼 수도 안볼 수도 있다 고 천명하였던 사건을 침묵 하는 관용의 국면 의 출발로 보았다. 하지만, 호네커의 발언은 이미 오래전부터 개인의 사적 영역에서 서독방송 수신을 묵인하였던 동독정부의 매체정책을 공식적으로 재확인해 주는 의미만 있을 뿐 수신 방해정책으로부터의 전환점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 도 있다(이우승, 2006).

60 54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3) 개방적 친교의 국면(1980년 이후) 1980년부터는 서독 TV 프로그램들이 동독 케이블망에 입력되었고 개별적으 로는 서독 공영 제1 TV인 ARD 18 와 공영 제2 TV인 ZDF 19 만을 수신하기 위 해 설치된 케이블망도 있었다. 동독시민들이 (서독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독어 권 3국 합작 위성방송인) SAT1을, 케이블망을 통해 수신하겠다고 요구했을 때 동독정권은 인내의 한계에 도달해 공식적으로는 거절했다. 그러나 1985년 6월 21일자 우편통신법 제2차 시행령 이후부터 시민 혹은 시민단체들 에게 위성 프로그램을 수신하기 위한 공동안테나 설비를 독자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 수신설비로 동독 라디오와 TV 프로그램의 수신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 유일한 허가 조건이었다. 하지만 이 시설을 통해 전적으로 동독방송만이 수신돼야 한다고 명문화돼 있지는 않았다. 즉, 서독매체의 수신을 명료하게는 허용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묵인은 해주었던 셈이다(Nobert Linke, 1987, KBS 2001 통일방송연구 에서 재인용). 요컨대, 동독 정부의 커뮤니케이션 정책은 1961년 옥센코프 캠페인 이래로 개인의 사적 영역에서 서독방송 시청을 금지시키거나 처벌하지 않는다는 소극 적인 개방정책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공장소에서의 서독 TV 시청행위와 제3자에게 전달하는 행위는 형법에 의해 처벌한다는 원칙이 적용되었다. 3) 동독의 서독매체에 대한 정책의 배경 동독의 매체정책은 호네커가 집권한 후부터 급변하기 시작했다. 호네커는 적 의 공중파 방송 을 막기 위해 또 하나의 장벽을 쌓을 수 없었기 때문에 커뮤니 케이션 정책을 바꾼 장본인이다. 호네커는 이러한 어려움을 덮기 위해 새로운 18_ 1950년 6월 9일 설립된 ARD의 공식명칭은 독일연방공화국 공영방송사업연맹 으로, 서독 각 주의 9개 방송국과 2개의 연방 국제방송이 가입해 있다. 19_ 서독 제2 TV인 ZDF는 1961년 6월 6일 서독 각 주의 협정에 의해 비영리 공적법인으로 설립되어 1963년 4월 1일 개국한 전국방송이다.

61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55 이데올로기를 만든다. 즉, 그는 동독이야말로 필적할 상대가 없을 정도로 세계 제1의 개방국가 라고 치켜세웠던 것이다(Holzweißig, 1995, KBS 2001 통일 방송연구 에서 재인용). 동독의 커뮤니케이션 정책의 변화가 정치적 어려움에서 온 것이라는 설명은 동독의 최종적 국가붕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타당성을 갖지만 이와 다소 다른 해석도 있다. 크리스티안 페터 루츠(Christian Peter Lutz, 1970, KBS 2001 통일방송연구 에서 재인용)에 의하면, 동독은 60년대 중반까지 전체주의를 제 도화하고 사회를 철저히 지배하기 위한 권력기구를 만드는 데에 열중했고, 이 것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SED가 권력기반을 확실하게 다졌을 때 국내 정치는 협상적 권위주의 쪽으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이 협상적 권위주의는 어느 한계 점에 이르면 스스로 물러설 수 있을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개 방성 은 SED의 권력체제를 장기간 받쳐주었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SED의 커뮤니케이션 정책의 변화는 강력한 정치적 파 워로부터 생겨난 것이라고도 해석될 수 있다. 의도적으로 자유를 보장해줌으로 써 주민들의 불만을 막고 동독의 사회주의 체제를 지속적으로 안정시키려 한 셈이기 때문이다. 호네커가 집권하기 전까지 SED는 서독매체의 소비를 전면 거부했지만, 호네커의 집권 후부터는 서독과의 경쟁도 두려울 것이 없고 제한 적인 매체정책도 더 이상 필요치 않다고 호언했다. 동독주민의 서독매체에 대한 욕구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높았고, 제재 조치도 주민들의 서독방송에 대한 수신행위를 막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동독주민들에게 있어서 서독매체는 두 가지 기능, 즉 기분전환과 정치적 정보 제공의 기능을 했다는 점은 1961년 하일(Heil)의 조사결과와 25년 후 헷세 (Hesse)의 조사결과에서 완전히 일치한다. 요컨대, 서독매체에 대한 계산된 자 유 의 허용이란 SED의 정책 변화는 동독주민의 이런 욕구를 수용해 누적된 불 만을 잠재우려는 데에 있었다는 것이다(Langenscheid, 2000, KBS 2001 통일 방송연구 에서 재인용).

62 56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2. 동독의 정치적 전환과 서독방송의 영향 1) 서독 TV의 가시청권역 확대 1956년 동독 정부는 텔레비전 송출방식을 동구권이 공용하던 OIR 규격에서 서구권의 CCIR 규격으로 전환하였다. 이러한 송출방식의 전환은 동독 TV와 서독 TV의 송출방식을 통일시킴으로써 동독 정부가 미처 고려하지 못한, 의도 치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즉, 서독 주민의 동독 TV 프로그램 시청이 가능해졌 을 뿐만 아니라, 동독 주민도 서독 TV를 시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송출방식 의 통일은 실질적으로 동서독 방송이 상호 개방되는 결과를 가져와, 방송사 간 에 치열한 시청률 경쟁시대의 개막으로 이어졌다. 서독 정부는 동독지역에서 최대한 폭넓은 가시청권역을 확보한다는 목표 아래 TV 송신소 위치를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대다수의 송출시설이 국경지 역에 밀집하게 되었다. 이 시설들은 최고 출력으로 중파를 이용해 방송함으로 써 대부분의 동독지역에서 ARD 프로그램 시청이 가능하게 되었다. 1980년 대에 들어 동독정부는 공동주택에 설치된 공청안테나를 이용한 서독방송 시 청을 묵인함에 따라 ZDF의 가시청권역도 크게 확대되었다. 그 결과, 1980년 대의 가시청권역은 ARD의 경우 동독지역의 87%, ZDF의 경우는 83%에 이 르렀다. 1961년에 서독의 여론조사 기관인 인프라테스트(Infratest)가 동독 탈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응답자의 78%가 서독방송을 시청하 였고, 그중 79%는 화질상태가 좋음 과 아주좋음 으로 평가하였다. 1980년 동 독지역에서의 서독 TV의 수신상태는 아래 <표 16>에 나타나 있다. 전체 동독 가구의 52%는 서독 TV를 좋은 화질로 시청할 수 있었으며, 30%는 상태가 만 족스럽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이우승, 2006).

63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57 <표 16> 1980년대 동독지역에서의 서독 TV 수신 상태* 수신 상태 가구 비율 가구 수 양호 52% 3백20만 만족스럽지 못함 30% 1백90만 수신 불가능 18% 1백10만 *출처: 이우승(2006), 방송전파 월경에 따른 동 서독 주민의 시청태도와 방송정책, 한 독 사회과학논총 제16권 제2호, p. 18. 이는 공청안테나가 가시청권역을 확대시켰을 뿐만 아니라, 수신상태 개선에 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음을 뜻한다. 결국, 동독 정부가 주택정책을 이용해 서독방송 시청을 전면 봉쇄하거나 억제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동독 주민의 반 발로 실현되지 못하고, 오히려 수신지역이 확대되고 수신상태가 개선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2) 동독 주민의 서독 TV 수용 실태 동독 주민은 서독방송 시청을 일상적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적극적인 시청 태도를 보였다. 1961년 인프라테스트의 설문조사에서는 동독 시청자의 70%가 매일 규칙적으로 서독 TV를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청빈도는 수신된 서독 TV의 화질 상태에 따라 차이를 보였는데, 화질이 양호할수록 시청빈도가 높았다. 헤세(Hesse)가 1983년 동독 탈출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1961년 인프라테스트의 조사결과를 앞지른다. 즉, 조사 대상자의 82%가 매일 시청, 12%가 자주 시청, 그리고 6%만이 가끔 시청 한다고 응답했다. 1961년 의 인프라테스트 조사와 비교해 보면, 헤세의 조사결과는 서독 TV의 시청빈도 가 증가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동독 정부가 수신 억제 정책을 포기하고 1980년대에 접어들어 서독 방송의 수신을 허용하는 개방적 방송정책으로 전환 한 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헤세는 동독인들의 서독 TV 시청 동기를 이용과 충족(Uses and Gratifications) 효과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수동적 매체 수용자가 아닌 능동적 매체 이용

64 58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자라는 관점에서 동독 시청자들은 긴장해소, 정보 그리고 오락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서독방송을 시청했다는 것이다. 헤세는 동독인들이 서독 TV 에 높은 충성도를 보인 이유를 동독 방송에서 찾고 있다. 말하자면, 프로파간다와 객관성이 결여된 정보, 시청자의 욕구를 무시하고 사회주의로 물들여진 오락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동독 TV를 거부하고 서독 방송에 더욱 몰입해 갔다고 본다. 1984년에 인프라테스트는 연방정부 내독성의 의뢰를 받아 동독지역에서의 서독 TV 수용실태를 다시 조사한 결과, 시청빈도의 경우 거의 매일 이 80%로 1983년 헤세의 조사결과(82%)와 거의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설문조사에 서 계획적(의도적) 시청행위 20 의 경우 ZDF의 통일관련 프로그램인 표식 D(Kennzeichen D) 21 가 36%로 1위를 차지했다. 인프라테스트의 1984년 조사 결과는 1961년 조사결과를 재확인하는 의미도 지녔다. 즉, 동독 시청자들에게 는 정보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오락 프로그램도 똑같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1984년에 인프라테스트는 동독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장르별로 동독 TV와 서독 TV의 시청빈도를 조사했는데, 그 결과가 아래 <표 17>에 나타나 있다. 뉴스 장르에 관한 시청빈도 비교치인 index 6.1은 동독 시청자들 이 서독 TV 뉴스 프로그램을 동독 뉴스 프로그램보다 6.1배 자주 시청한다는 것을 뜻한다. 시청빈도 Index를 보면 모든 장르에서 서독 TV의 시청빈도가 높 은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영화/범죄물과 스포츠 장르에서만 시청빈도의 차이가 미미한 것을 볼 수 있다. 22 이러한 결과는 정치 정보프로그램이 오락 프로그램 보다 높은 시청빈도를 보인다는 헤세의 조사와는 상반되는 것이다. 헤세는 동 독 시청자들이 정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우선적으로 정보 프로그램을 수용 한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20_ 계획적(의도적) 시청행위 란 수용자가 특정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특정 시간대에 특정 채널 을 통해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행위를 의미한다(이우승, 2006). 21_ 여기서 D는 동독과 서독 자동차가 유럽에서 제조국가 표시로 모두 D를 사용하고 있는데서 연유한다. 22_ 1961년의 인프라테스트 조사결과 역시 이와 비슷한 시청태도를 보였다. 1961년 조사결과에 의하면, 서독 TV 프로그램 가운데 어떤 장르를 가장 선호하는가라는 설문에 89%가 영화, 79%가 TV드라마라고 답했다. 정치 매거진 장르라는 응답은 약 60%였다(이우승, 2006).

65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59 <표 17> 프로그램 장르별 서독 TV와 동독 TV의 시청 빈도** 서독 TV 동독 TV 시청 빈도 Index* 뉴스 85% 14% 6.1 영화/범죄물 78% 67% 1.2 정치 매거진 76% 6% 12.7 동독 관련 프로그램 76% 6% 12.7 오락성 퀴즈, 쇼, 음악 68% 22% 3.1 문화, 과학 프로그램 62% 21% 3.0 동물 프로그램 61% 43% 1.4 해외 정보 프로그램 61% 24% 2.5 스포츠 48% 36% 1.3 콘서트, 연극, 오페라 18% 10% 1.8 *Index 수치가 높을수록 해당 장르에서 동독 TV에 비해 서독 TV의 시청빈도가 높음을 의미함. **출처: 이우승(2006), 방송전파 월경에 따른 동 서독 주민의 시청태도와 방송정책, 한 독 사회과학논총 제16권 제2호, p. 22. 하지만, 인프라테스트의 1961년과 1984년 조사결과는 동독 시청자들이 외부세 계에 대한 정보 수집을 추구하지만, 그들에게 오락 욕구 충족도 대단히 중요한 의미 를 지닌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동독과 서독의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프로 그램 장르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셈이라고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헤세와 인프라테스트의 연구에서는 동독 시청자들의 동독 TV 시청률도 함께 조사됐는데, 헤세의 연구에서는 매일 시청 이 10%, 가끔 이 72%였으며, 인프라 테스트에서는 매일 시청 이 17%, 가끔 이 58%로 나타났다. 수치상의 차이는 나지만 동독 주민들의 자국 TV 방송에 대한 거부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동독 TV가 자신들의 방송권역을 서독 TV에 양도하고 보완적 프로그램으로서 의 역할만을 수행했음을 입증해주는 시청빈도라고 하겠다(이우승, 2006). 3) 동독의 정치적 전환에 미친 서독 TV의 영향 위에서 살펴봤듯이 독일 통일과정에서 서독 방송매체들은 동독에서 높은 시 청률을 기록하면서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서독의 공영방송 ARD와 ZDF의

66 60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프로그램은 장기적으로 동독 정치체제를 이완시키는 데에 한몫했다. 서독 매체 는 동독의 반체제 그룹과 개혁 그룹의 목소리를 증폭시키는 기구로서, 동독인 의 외유, 탈동독 운동, 시위 항의 사건들을 널리 알림으로써 집단적 반체제 의 식이 발생하도록 밀어붙이는 기능을 했다. 말하자면, 서독 TV는 무대의 구석 까지 샅샅이 비춰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려주고 해설까지 함으로써 사건 들을 크게 부각시켰고, 이 사건들은 다시금 변화의 과정을 부채질했다. 한마디 로 서독 방송매체는 동독의 혁명에 깊숙이 관여해 그 과정을 가속화시킨 셈이 다. 호네커의 실각 후 동독의 매체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지만 동독 주민들 은 여전히 다각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매력적인 서독 라디오와 TV의 프로그램 을 선호했다(Hesse, 1990, KBS 2001 통일방송연구 에서 재인용). 동독의 라이프치히 청소년 중앙연구소 의 조사에 의하면, 1980년대 동독에서 는 서독의 라디오와 TV 프로그램의 이용이 꾸준히 상승한 반면 동독 프로그램 의 이용은 1988년까지 계속 줄어들었다. 라이프치히 연구소의 또 다른 조사연구 에서는 1976년에서 1988년까지의 사이에 견습공, 학생, 젊은 노동자들은 정치 정보를 얻기 위해서 서독매체를 더 많이 이용하는 추세였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Stiehler, 1990, KBS 2001 통일방송연구 에서 재인용). 그러나 서독매체에 대한 선호도는 조사에서 표면적으로 나타난 수치보다 더 높았을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응답자 대부분은 동독의 국가기관 앞에서 정치 정보를 주로 서독매체에서 얻고 있다고 진술하면 개인적으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독은 정권수립 이래 커뮤니케이션 정책에 있어서 결코 여유있는 모습을 보 여주지 못했다. 동독정권은 봉쇄전략도, 개방전략도 세우지 못했으며, 규범적 통신정책도, 실용주의적 통신정책도 세우지 못했다. 동독매체의 대중적 영향력 은 허구였다. 동독이 중구권이나 동구권 공산국가들과 다른 점은 우선 국영매 체의 정보 독점이 성립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동독 TV의 간판 뉴스 Aktuelle Kamera 는 1989년 10월까지 시청률이 고작 2%를 약간 웃도는 수준에 불과했다. 동독인들은 세상 돌아가는 것을 주로 ARD의 Tagesschau 와 ZDF의 heute 를 통해 알고 있었다. 동독 국내 소식

67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61 도 - 일상 소식이건 정치 소식이건 - 서독매체가 첫 출처이거나 유일한 출처일 때가 빈번했다. 서독매체의 동독 주재 특파원들은 동독인을 위한 국내 특파원 의 역할까지 함께 했던 셈이다. 서독방송의 월경은 동독 위정자들에게는 큰 골치거리였지만, 어떻게 대처할 길이 없었고 그러다 보니 면역이 되어갔다. 그러나 국내 정치가 심각해질수록, 체제 전체가 흔들릴수록 동독 정권은 서독매체의 보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고 특파원들의 취재활동을 강력히 규제하고 방해했다. 이를테면 1987년 성심강림 절 주말에 운터 덴 린덴(Unter den Linden) 거리에서 청소년 록 팬들이 장벽 은 물러가라! 는 구호를 외쳤을 때 슈타지(국가안전부) 요원들과 경찰은 무력 행사로 이를 저지했고, ARD 기자들은 체포돼 온갖 구타를 당하고 취재 카메라 는 파손되었다. 동독 내무부는 서독기자들을 정신병자로 몰아세워 추방하겠다 고까지 위협했다. 어쨌든 서독매체의 꾸준한 세계정세 보도는 동독주민의 인식 전환 과정을 촉 진하고 가속화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장벽과 철조망은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장 애물이 되지는 못했다. 동서 국경을 넘나드는 서독매체로서는 극복해야 할 언 어적 문화적 걸림돌도 없었다. 걸림돌이 있었다면 동독체제가 유일했는데, 이 역시 별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동독의 정치체제는 인민 대다수가 받아들이지 않는 강압체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민들은 이 체제에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지배자와 피지배자 간의 깊은 골을 대변해 주는 뚜렷한 징표는 당과 국가의 정치적 도구가 돼 버린 동독매체에 대한 거부반응이었다. 동독매 체는 정보 왜곡, 사실 은폐, 그리고 자기 찬양을 일삼았다. 동독의 청취자, 시청 자 그리고 독자들은 동독매체의 현실왜곡을 날마다 체험할 수 있었다. 한편에 서는 동독매체의 보도, 다른 한편에서는 일상의 자기 관찰과 체험, 서독 방송매 체를 통해 소개된 현실과 해석, 이 양자 간의 거리는 너무나 컸다. 물론 여기에 는 예외와 변형도 있었지만 정보 프로그램 전반에 걸쳐서 저널리스트적 접근이 란 미미한 정도에 불과했던 것이다. 국경이 열리기 전의 서독 TV는 동독 시민들에게는 세계의 창 과 같은 것이 었고, 여가 구성에 있어서도 핵심적인 요소여서 여가활동의 시간 배정에 1순위

68 62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용과 충족 이론의 맥락에서 보면 서독 TV는 정보의 욕구, 긴장해소의 욕구, 기분 전환의 욕구를 동시에 만족시켰던 셈이다. 또한 서독 TV는 적어도 잠시만이라도 동독의 일상을 잊고 저녁이면 매체를 통해 서 쪽 세계로 건너갈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주었다. 말하자면 현실도피성 대리체험 의 기회를 제공했던 것이다. 그러나 서독 TV를 수신할 수 없었던, 이른바 바깥 세상을 모르는 자들의 계 곡 으로 불렸던 드레스덴 지역에서는 그러지를 못했다. 그 곳에서는 동독의 일 상을 탈출하지 못한 채 그 안에서 싸워나갈 수밖에 없었다. 동독 TV는 정보 제공과 심심풀이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비록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의 교시 가 프로그램에서 점점 사라지긴 했지만 노동 현장에서 행해지던 SED의 미사 여구와 거짓말은 일과 후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드레스덴 주민들은 바깥 세상 과 유리되어 있다고 생각했고 생활 조건에 있어서도 다른 동독지역 주민들보다 불만이 더 많았다. 드레스덴 사람들이 비교적 열심히 청취한 서독 라디오 프로 그램이 서독 TV의 부재를 일부나마 메워 준 셈이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삶의 질을 가늠하는 척도는 다른 곳과의 비교라 할 수 있다. 드레스덴에서 서독 TV 의 수신이 불가능했던 것이 문제 되는 것도 다른 지역에서는 이러한 제약이 존 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드레스덴 지역에서 출국 신청이 타 지역보다 유별나게 많았던 것은, 부분적이긴 하지만 서독 TV의 수신 부재에서 비롯된 강한 불만과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Hesse, 1990, KBS 2001 통일방송연구 에서 재인용). 서독 TV는 현실 사회주의의 프로파간다적 자기찬양의 허상을 끊임없이 폭 로함으로써 SED의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무능력과 기만성은 물론 정권의 통 치 성격까지 드러냈다. 베를린 장벽으로 인해 사람들간의 직접적인 만남이 봉 쇄된 뒤부터 서독매체는 정보 전달자의 기능을 톡톡히 수행하게 되었다. 그 후 SED가 동독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지 못하고 국민과 체제의 통합을 이루지 못 했던 데에는 서독매체가 일부나마 기여한 셈이다. 요컨대, 서독 매체, 특히 ARD와 ZDF는 동독 체제를 뒤흔들어 마침내는 SED 정권이 붕괴하는 데 일익을 담당 했다고 하겠다.

69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대동독 라디오방송 DLF의 정체성 변화 독일의 경우 1961년 8월 베를린 장벽의 설치로 이데올로기 대립이 심화되면 서 동독은 대서독 방송을 강화했고, 서독은 동독 주민에게 폭넓은 정보를 전달 하기 위해 연방 라디오방송국 DLF(Deutschlandfunk) 를 설립했다. DLF는 동서독 분단의 문제점을 유럽 전역에 지속적으로 제기했는데, 특히 동독 관련 보도는 서독지역은 물론 전 세계 미디어에 영향을 미쳤다. 동독에선 정책 실패, 부패, 정치적 탄압 등에 관한 보도가 금기시됐기 때문에 이런 정보를 제공하는 DLF에 대한 동독 주민의 청취율은 매우 높았다. 특히 <나로부터 너에게로> 프로그램은 서독인이 동독의 친척 친지에게 사연을 보내는 가교역을 했다. 초 기의 DLF는 동유럽과 소련 치하의 3백만 동포까지 하나로 묶는 민족의 소리 이자 통일을 지향하는 통일의 소리 였던 셈이다. 1970년대에 서독의 브란트 정부가 접근을 통한 변화 를 내걸고 추진한 동방 정책은 통일에 연연하지 않는 공존공영의 화해협력 정책이었다. 동서독 간에 기본화해조약이 체결된 1972년은 DLF 역사상 가장 힘든 한해였다고 할 수 있 다. 서독의 여타 방송들과 달리 DLF는 단순히 정치현실의 관찰자가 아니라 정 치현실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즉, 동서독 간에 화해분위기가 정착되면서 대동독 선전방송으로 출발한 DLF에 대한 무용론이 공개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변화된 동서독 관계에 적응해야 했던 시기에 취임한 아펠(Appel) 사장은 1960년대에 내걸었던 통일방송 에서, 동독 을 용인하고 설득하는 대화방송 으로 DLF의 정체성을 재설정했다. 이에 따라 DLF는 대동독 방송의 기조를 바꾼다. <아침에 보는 동독 신문> 프로그램의 경우 원래 동독 신문 기사에 대해 반박하는 내용으로 꾸며졌는데, 개편 후에는 동독의 현실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를테면, 동독 신문 이 동독 농민들의 풍작을 보도하면서 이들을 영웅으로 칭송하면 <아침에 보는 동독 신문> 역시 동독 농민의 성공을 축하해 주는 식이었다. 이 시기의 DLF는 있는 그대로의 동독을 인정하고 대화하고 설득한다는 민족의 소리 이자 화해 협력의 소리 로서 정체성이 달라졌음을 엿볼 수 있다.

70 64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1989년과 1990년 동독과 동유럽의 극적인 상황 전개는 DLF로 하여금 정치 적인 뉴스를 쏟아내게 했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 헝가리 국경선의 개방으로 인 한 철의 장막 의 철폐, 고르바초프와 개혁론자들에 의한 소련의 변화, 라이프치 히의 자유를 위한 시위 등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이 줄을 이었다. 이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보도한 DLF에 동독 청취자들로부터의 격려 문의 편지가 쇄도했다. 1989년 DLF의 애청자가 동독의 탈주자와 이주자였다면, 1990년엔 DLF의 서 독지역 청취자가 크게 증가하는 특징을 보이기도 했다. 이 무렵 KBS 사회교육방송에서는 DLF처럼 뉴스보도가 강화되지만 양국의 주어진 상황은 달랐다. 사회교육방송이 통일을 위해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던 시기였다면, DLF는 개방된 동독이 서독사회와 유연하게 통합되도록 동서독 주 민을 아우르는 통일의 중심매체로서의 역할을 했던 것이다. DLF나 KBS 사회교육방송은 정부의 통일정책이나 국익에서 자유로울 수 없 는 방송이었다. 참여정부의 대북 평화번영 정책이 추진되던 2003년 사회교육 방송은 구국의 소리 방송과는 달리 남북간 교류협력과 문화 이질성 해소를 위 한 방송이자 한민족 네트워크 강화를 목표로 하는 방송으로 채널의 정체성을 재정립했던 것도 DLF의 방향전환과 유사한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안민자, 2009). 4. 독일 통일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역할 매일 저녁 TV 스크린 앞에서 전자매체적 재통일 이 행해지고 있다는 표현은 진지한 통합에 대한, 다시 말하자면 독일민족을 위한 매체의 클립 기능에 대한 노골적인 암시이다. 서독 총리였던 빌리 브란트(Willy Brandt)는 1970년 국정 연설에서 민족이란 공통의 언어와 문화, 국가와 사회질서 그 이상의 것을 포괄 하고 의미한다. 민족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영속적인 귀속감에 기초한다 고 표현 함으로써 국가나 문화 민족 보다는 의식의 민족, 의지의 민족에 더 역점을 두었 다. 서독 매체가 독일인의 귀속감을 고양시켰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ARD, ZDF, DLF는 방송 내지 프로그램은 평화와 자유의 분위기에서 독일의

71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65 재통일에 기여해야 한다 는 책무를 위임받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무는 ZDF의 정관과 시청자들에 대한 안부 인사로부터 시작해서 동독 관련 프로그램의 방 송, 나아가서는 정치 매거진 표식(Kennzeichen) D 와 대조(Kontraste) 와 같 은 정규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 관련되어 있었다. 그밖에도 동독 매체의 뉴스 은폐 행위까지 서독 뉴스 프로그램에서 문제 삼았던 것이다. 방금 알려드린 사건 뉴스는 동독에서는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라는 멘트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만일 헝가리 서부국경이 열리지 않았더라면, 그 국경의 현장에서 서독 TV가 생중계를 하지 않았더라면, 그리하여 동독으로부터의 탈출을 재촉하는 촉매제 가 되지 않았더라면 SED 정권의 붕괴는 몇 달, 혹은 몇 년이나 지연되었을지 도 모른다. 서독 TV는 탈출로를 보도하면서 헝가리-오스트리아 국경으로 넘 어 오면 쉽게 탈출할 수 있다는 것까지 가르쳐 주었고, 탈출 전부터 탈출 후에 이르는 모든 과정마다 탈출자들과 인터뷰를 했다.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이 영 상들의 위력은 동독 곳곳에서 큰 파장을 일으켜 시민토론뿐만 아니라, 심지어 는 시민 차원의 직접적인 연대행위까지 유발시켰다. 출국의 기회를, 혹은 탈출 의 기회를 오랫동안 기다렸던 사람들은 물론, 이전에는 동독을 떠나겠다는 생 각을 구체적으로 가져본 적이 없는 사람들까지 이들 영상의 위력에 사로잡혀 탈출의 물결이 본격화했던 것이다. 서독 TV는 출국과 탈출 사태를 보도함으로써 동독이 붕괴되는 과정을 가속 화한 셈이다. 서독방송이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커뮤니케이션의 흐름은 다른 방 향으로 진행되었을 것이고, 어느 경우에든 그 흐름의 속도는 훨씬 느렸을 것이 다. 뒤따라 일어난 사건들, 그리고 혁명이 본궤도에 진입한 1989년 10월과 11월 에 일어난 사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10월 2일 월요 기도회 후에 1만여명의 라이프치히 시민들이 참여했던 시위는 무력으로 해산되었다. 체코의 프라하 주재 서독 대사관에 있었던 동독 난민을 실은 기차들이 드레스덴 기차 역을 통과하기로 되어 있었던 10월 3일, 그리고 동독 건국 40주년 기념행사가 끝난 후 사상 최대 규모의 항의시위가 있었던 10월 7일에도 동독 지도부는 집 단체포와 무력행사로 사태를 장악하려 했다. 자국민에 대한 국가권력의 공공연

72 66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한 무차별 폭력행위, 체포된 시위대원들에 대한 슈타지와 경찰의 구타행위는 더 이상 비밀일 수 없게 되었고 사람들을 더욱 길거리로 내몰았던 것이다(Hesse, 1990, KBS 2001 통일방송연구 에서 재인용). 항의시위는 처음에는 서독 TV에서만 방송했고, 호네커가 실각하고 나서 한 참 후에야 비로소 동독매체에서도 다루었는데 이들 보도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 도시의 시민 데모에 참가하도록 부추겼던 것이다. 슈타지의 통계를 믿어 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1989년 10월 16일부터 22일까지 1주일간 14만명 이상이 참가한 24차례의 데모가 일어났고, 10월 23일부터 29일까지 54만명 이상 이 참가한 145차례의 데모가 잇따랐으며, 10월 30일에서 11월 5일까지는 135만명 이상이 참가한 210차례의 데모가 있었다(Mitter/Wolle, 1990, KBS 2001 통일 방송연구 에서 재인용). 서독매체는 혁명과정을 가속화함으로써 결국에는 동독의 재야세력에게 힘을 실어주는 기능을 하게 되었다. 재야세력과 반체제 인사들은 이미 수년, 혹은 수 십년 전부터 서독매체를 통해 민중의 목소리를 익히 들어왔다. 혁명 이전에 개 혁 그룹과 시민단체들은 동독매체를 통한 발언이 허용되지 않았고, 어려운 조 건하에서 상호간의 정보교환만이 가능했을 뿐인데, 서독매체는 이들을 위한 대 변인 역할을 했던 것이다. 동독사회의 그늘진 곳에 박혀 있는 이러한 그룹들을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주시하던 서독 TV는 이들 그룹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지 원하고 이들의 정치적 목적을 널리 민중 속에 확산시키는 데에 일조를 했다. 서독 TV는 1989년 9월 24일 동독 개혁그룹의 전국대회가 끝나고 나서 상부조 직으로 결성되었던 노이에스 포룸(Neues Forum) 을 소위 동독 반체제 세력을 위한 공식 대화 파트너로 간주했던 것이다(Hesse, 1990, KBS 2001 통일방송 연구 에서 재인용). ARD와 ZDF는 매거진, 피쳐, 다큐멘터리, 토론 프로그램, 뉴스 프로그램을 통해 동독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끊임없이 그리고 폭넓게 다루었다. 이미 1989년 9월 4일부터 14일까지는 Tagesschau 와 heute 에서 총 92건의 동독 관련 보도가 나갔으며 11월에는 동독 관련 보도가 절정에 달했다. 크뤼거(Krüger) 는 1989년 8월부터 12월까지의 프로그램에 대한 상세한 분석에서 보도 국면을

73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67 여러 개로 구별하여 테마 구성의 시간적 순위를 다음과 같이 종합적으로 정리 했다: 보도 테마의 스펙트럼은 국면을 거듭할수록 탈출 아이템이 점점 확대되 면서 저널리스트의 의도는 점점 빛을 잃고 동독 내에 있는 믿을만한 정보출처 가 생겨나면서 그것이 더 큰 역할을 하게 된다 (Krüger, 1990, KBS 2001 통일방송연구 에서 재인용). 혁명을 시발점으로 하여 1990년 3월의 인민의회 총선, 화폐통일, 경제통합을 거쳐 1990년 12월 전 독일 총선에 이르기까지 동독의 사회 정치 경제 구조의 철저한 그리고 지속적인 변화는 동독 국민의 강력한 정보 욕구에 불을 당겼다. 결과적으로 동독 시민들은 가능한 한 다양한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각종 매체 를 이용하게 되었다. TV부문에서 ARD와 ZDF가 선두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동독 TV 기자들 중에는 많은 PDS(민주사회당, SED의 후신) 당원과 PDS 열성팬들이 포진돼 있다는 이유로 동독 시민들이 동독 TV에 보인 회의적인 태도와 무관하지 않 다. 서독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에 대한 선호도는 여러 조사 연구에서 입증됐 다. 예를들면, 수신이 가능했던 TV 프로그램 중에는 서독의 ARD가 가장 많이 이용돼 응답자의 52%가 주 7일 내내 ARD를 켠다고 했다. 그 다음으로 서독의 ZDF가 47%였고, 서독 민방인 SAT1이 17%, N3 9%, RTL Plus 7% 순위였 다. 동독 TV의 프로그램은 동독 시청자들에게는 부차적인 선택 대상에 불과했 다. 즉, DDR 23 1TV는 응답자의 35%, DDR 2TV는 24%가 주 7일 시청하는 데,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14~29세의 젊은이들은 동독 TV를 거의 보지 않는 다는 것이다(조사의뢰인: NDR 매체연구; 조사실시일 1990년 2월 12~25일; 조사대상: 14세 이상 1041명, KBS 2001 통일방송연구 에서 재인용). 동독의 성인들은 하루 평균 TV 소비량에 있어서 넉넉잡아 절반 정도가 서독 ARD와 ZDF 프로그램을 시청했고, 4분의 1정도는 동독의 DFF의 프로그램을, 그리고 5분의 1이 서독 SAT1과 RTL Plus를 시청하고 있었다. 동독 주민의 라디오 소비 또한 서독의 라디오 소비보다 훨씬 웃돌고 있었다. 이것은 상이한 사회구 23_ DDR은 독일민주주의공화국(Die Deutsche Democratische Republik), 즉 동독을 말한다.

74 68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조, 상이한 일상의 흐름, 빈약한 여가 활동조건 때문에 동독의 성인들은 너나할 것 없이 전자매체 쪽으로 몰려들고 있었다는 증거이다(조사의뢰인: ARD-광고; 조사실시일: 1990년 4월/5월; 조사대상: 14세이상 3048명, KBS 2001 통일방송 연구 에서 재인용). Ⅶ. 독일 통일과정에 비춰 본 북한 한류현상의 시사점 1. 북한의 민심 변화와 한류현상의 정치사회적 영향 1) 민심 이반의 구조적 토양과 한류의 착근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29세의 후계자 김정은의 권력장 악이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예상보다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세습정권의 연착륙 여부를 점치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 북한의 정권과 급속도로 유리돼 가는 주민의 민심이 후계체제의 정착과 남북관계의 앞날에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정권세습과 민심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몇가지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첫째, 북한 정권은 화폐개혁 실패를 분수령으로 크게 이반돼 온 민심을 되돌 릴 수단을 여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물론 과거 같으면 북한의 체제 특성상 민심은 별다른 변수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후계세습을 정당화 하기 위해 민심을 다독일 당근 이 절대로 필요한 북한의 현실은 사망한 김정일 위원장부터 절감했던 것같다. 김 위원장이 2010년 연초에 이밥에 고깃국 이 아 직도 달성치 못한 유훈임을 자인한 것도 이러한 민심을 민감하게 의식했던 제 스처 로 읽힌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2010년 5월이래 1년 사이에 세 차례나 중 국을 방문하는 전례 없는 행보에도 불구하고, 중국 측으로부터 굶주린 북한 주 민의 환심을 살만한 선물 은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둘째, 북한 정권은 중동 북아프리카에서 불붙은 재스민 혁명 이 북한 내부에

75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69 민주화의 불똥 을 옮길까 봐 중동 파견 근로자들의 귀국을 막는가 하면, 생계형 저항 에 대비한 진압 장비를 대량 구입하는 등 주민들에게 채찍 을 들 태세를 노골화하고 있는 점이다. 화폐개혁 실패의 책임을 지워 박남기 당 계획재정부장을 총살하더니 최근엔 쌀값을 남한에 알려준 주민을 공개처형하는 등 날로 강도를 더해 가는 강압통치는 북한의 대내적 소프트파워 자원의 고갈을 함축한다. 이는 김일성을 빼닮았다는 김정은으로의 후계세습이 북한 주민에게 별다른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 주지 못한 채, 체제의 결속력이 날로 약화돼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셋째, 가중되는 각종 상납금 부담, 의무화된 외화벌이, 시장화와 단속의 숨바 꼭질속에 갈수록 심화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 부패의 만연 등으로 좌절한 주민들이 당과 정치지도자에 대해 극도의 불신과 불만을 품게 된 점이다. 이는 생활총화 와 같은 북한 주민의 정치적 동의 창출 메커니즘의 형해화로 이어지 면서 후계권력의 통치시스템 작동을 교란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넷째, 물질 추구의 사회지배 가치, 시장을 통한 정보의 빠른 유통 등으로 북 한 주민의 의식이 크게 변화하고 있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남한의 드라마와 음악, 영화 등이 북한에서 확산되고 있는 한류현상은 향후 북한 체제의 DNA 변화 가능성마저 시사한다. 최근 들어서는 남한의 TV영상물을 보고 삶의 질과 2세 교육을 고려해 탈북하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은 이 러한 주민의 변화욕구에 대해 억압과 처벌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김정은 우상화작업의 실효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게 하는 이러한 민심 이반의 구조적 환경 속에서 세습권력이 들어선 셈이다. 하지만 어 떠한 정권도 주민의 민심을 완전히 등진 채 주민 속에 뿌리내리기는 어렵다. 한류는 이러한 억압기제와 공포정치로 찌든 북한 주민들의 의식의 토양 속으로 더욱 깊고 넓게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 한류현상의 자본주의적 정치사회화 효과 북한에서의 한류현상은 당국의 나름대로 철저한 단속과 가혹한 처벌에도 불 구하고 이미 그 경계선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당 군 정의 간부층 상당수가

76 70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한류 애호가들로서 일반 주민이나 상인들로부터 압수한 한류 영상물을 소각하 지 않고 시청하거나 되팔기까지 하고 있다. 더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 자신이 생존시 남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 출연한 이영애의 팬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장남 김정남은 말할 것도 없고, 차남 김정철 역시 영국의 뮤지션 에릭 클랩튼(Eric Clapton)과 미국 농구선수 마이 클 조던(Michael Jordan)의 열렬한 팬이다. 24 최근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 에 의하면 후계자인 3남 김정은도 청룽( 成 龍 )의 액션영화와 <007 시리즈>, 그 리고 형과 마찬가지로 마이클 조던을 좋아한다고 한다. 이러한 남한발 한류와 미국발 황색바람 은 폐쇄적 사회주의 사회에 갇혀 살 아온 북한 주민들에게 자본주의적 정치사회화의 싹을 키워 체제전반에 근본적 인 변화를 가져올 원동력으로서 잠재화되고 있다고 하겠다. 한류의 유행과 더 불어 북한의 장마당에서는 각종 전자제품(LG TV, 애니콜 휴대전화기, 믹서기 등)과 생활용품(한국 도자기 식기, 장갑, 방취제 등), 식료품(쇠고기 다시다 등), 기호식품(커피믹스 등), 과자류(초코파이 등), 의류( 뺑때바지 등)에서부터 사 치품목(목걸이, 귀걸이 등)에 이르기까지 온갖 남한산 제품이 버젓이 남한 상표 를 붙인 채 혹은 상표를 뗀 채 팔리고 있다. 특히 남한산 고가제품은 뇌물이나 혼수용품으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 평양의 간부층 부인들 사이에는 목 욕탕에 갈 때 케라시스 샴프와 린스를 가지고 가는 것이 유행이며, 부유층 사이 에는 중국산이 아닌 남한산 쿠쿠 고압가마(압력밥솥) 소유 여부가 재력을 평가 하는 신종 아이콘이 되고 있다(오양열, 2011). 북한 내 한류를 주도하고 있는 젊은 층은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고 풍덩한 (크고 넉넉한) 옷을 사주면 이거 구식이야 라고 말할 정도로 유행에 민감하다. 미국식으로 머리를 자르고 영어 글자가 있는 옷이나 몸에 딱 달라붙는 스키니진 을 입고 하이힐 신기를 좋아하는 이들 젊은 층은 춤추며 놀고 싶어한다(데일리 24_ 김정철은 새별조 라는 록밴드를 만들어 김정일 국방위원장 앞에서 연주하는가 하면, 에릭 클랩튼의 공연현장을 직접 찾기도 하고 남자 농구팀인 우뢰팀 을 만들어 친동생인 김정은 이 구성한 팀과 경기를 하기도 했다(오양열, 2011).

77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71 NK, 2011년 6월 20일자). 한류는 북한 주민들의 미( 美 )의식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전통적으로 북 한 사회에서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얼굴 생김새나 몸매, 몸단장이나 차림새 등 의 외양보다는 그 사상정신적 풍모에서 찾을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주체의 미학관 에 근거한 미의식은 북한 사회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계속되는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외양을 갖추기 위한 일부 계층의 멋내기 미용성형이 점차 일반 서민계층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년 12월 평양 김형직사범대학 여교수가 남한 말투를 사용한 죄 로 교원 자격을 박탈당한 데 이어, 2008년 3월에는 평양 김책공업대학의 여교수가 수업 시간에 남한 말투를 사용한 것이 문제가 돼 당적과 교수 자격을 박탈당하고 교 화형 5년형을 선고받았다. 최근 북한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다소 투박한 북한식 말투를 벗어나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서울말투를 쓰는 것이 세련된 것으로 인식 되면서 서울말투는 하나의 유행이 되고 있다. 주위를 살피면서 동무 를 친구 로, 오라버니 를 오빠 로, ~다/~까 로 끝내는 북한식 말투보다 ~요 로 끝내 는 남한식 말투를 사용한다. 특히 친한 사이에서는 오빠~ 라고 하면서 코맹맹 이 소리를 내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또 무언가를 물어볼 때 ~하니? 또는 ~하거든요, ~해요 등 부드러운 어미와 억양을 사용하면서, 안녕, 잘자, 예뻐, 사랑해 등 주로 남한 드라마에서 많이 사용하는 말들을 부지불식간에 따라하고 있다. 또한 요즘 평양의 여대생들은 사랑하는 남성에게 기타나 손풍금(아코디언)을 치며, 남한 노래를 불러주기도 하고 청춘남녀가 은밀히 남한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이 데이트 코스 중 하나가 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평양 젊은이들 사이 에는 남한 영화에서 본 머리모양이나 화장을 따라하고 <올인>(2003)의 송혜 교 머리 등 특정 형태의 외모를 공유해 집단의식을 형성하는 현상까지 나타나 25_ 본격적인 성형수술보다는 예컨대 박피, 쌍꺼풀 수술, 콧대 높이는 수술, 입술 색들이기(입술 선살리기), 눈썹 및 아이라인 문신, 얼굴주름 펴기, 주근깨 없애기 등 간단한 수술이 주류를 이룬다(오양열, 2011).

78 72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고 있다. 또 가슴이 파인 옷, 머리핀 등 남조선 날라리풍 을 추종하는가 하면, 남한 드라마의 영향을 받아 과일바구니로 인사 하는 새로운 트렌드도 생겼다고 한다. 일부 고위층이나 부유층의 자제인 대학생들이 크리스마스 이브를 세계적인 명절로 인식하여 징글벨과 남한 유행가를 부르고, 미국문화의 아이콘인 미키 마우스(Mickey Mouse) 그림이나 I JESUS 가 쓰인 티셔츠를 입은 소녀가 평양거리를 활보한다. 평양 고려호텔 인근 지하식당에서는 혼합주, 장군님 담 력주(폭탄주) 가 돌아간다고 하니 이와 같은 생활습관이나 행태의 변화는 남북 한 주민 간 의식과 문화의 동질화로 수렴돼 가고 있는 셈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남한과 미국 대중문화의 밑바탕에 자리잡고 있는 인간관은 당연히 개인주의 적이고 자유주의적이며, 자본주의적인 사상에 입각한 인간관이다. 이러한 인간 관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이익보다는 사회공동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그것이 총폭탄 정신 26 이 되어 정치사회적 생명체의 뇌수인 수령을 옹호하는 것을 최 고의 미덕으로 삼는 인간관과 정면으로 배치될 수밖에 없다. 북한 당국이 한류 를 비롯한 자본주의 황색바람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 기에 있다. 말하자면, 남한과 미국의 대중문화가 바탕을 두고 있는 인간관이 점 차 북한 주민들의 뇌리에 자리잡혀 가면서 북한 사회에 대한 인식과 가치관 자 체가 바뀌고 이것이 결국 체제를 붕괴로 이끄는 뇌관이 될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이다(오양열, 2011). 1990년대 이후 경제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북한 사회는 두 가지의 뚜렷한 균열적 특징을 체제내부에 체화하게 되었다. 즉, 자생적 시장의 발달과 비사회 주의적 요소의 확산으로 상징되는 사회주의 규범의 해체 현상의 만연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북한 사회의 균열 속으로 한류가 파고든 셈이다. 2000년 이후 북한 주민들 사이에 한류를 즐기는 주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최근 들어 신 세대 젊은이들이 한류를 주도하면서 더욱 많은 일반 주민들이 비사회주의적 한 류문화에 깊이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북한 내에서 한국 영화나 드라마, 노래를 26_ 북한에서 총폭탄 정신 은 수령을 결사옹위하는 정신을 말한다.

79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73 즐기는 행위는 비사회주의적 현상의 네 가지 단계 27 가운데 가장 큰 범죄로 취 급되고 있다(김화순, 2011). 오늘날 북한의 도시가구 중 거의 60~70%는 장사나 이와 연관된 수공업, 운 수업 등으로 먹고 산다고 한다. 장마당이라는 시장이 주민들의 생활터전이 된 것이다. 장마당 활성화는 북한 주민의 가치관에도 변화를 불러와 당과 국가보 다 개인중심 의 사고가 확산되고 오직 돈이 최고 라는 의식이 널리 퍼지는 계 기가 되었다. 이러한 개인주의, 배금주의 경향은 결국 친 자유주의적, 친 자본주 의적 사고방식으로 이어지고 남한 사회에 대한 적대감정이 완화되는 결과를 가 져오고 있다. 북한 주민들도 물론 남한 드라마가 실제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남한 사회에 대한 동경이 문화적인 모방으로 이어지면서 남한에 대한 적대적 정서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오양열, 2011). 결국 한 류에서 비롯된 이와 같은 생활방식의 변화, 사고방식의 변화는 북한 주민을 점 차 자본주의로 정치사회화하는 비공식적인 과정내지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서독 방송매체가 동독주민을 자본주의적으로 정치사회화하는 데에 일 정한 영향을 미친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서독의 TV 광고에서, 가족 시리즈에 서, 퀴즈 프로그램 등에서 서독 제품들이 소개됨으로써 동독의 시청자들은 자 국 제품의 형편없는 품질, 생필품의 품귀현상 등 경제적 초라함을 끊임없이 실 감했다. 서독 TV의 프로그램들은 동독 시청자들로 하여금 여러 가지 형태로 동서독 간 생활수준과 생활양식의 차이를 비교하도록 자극했다. 서독을 기준으 로 해 비교했을 때, 동독의 일상이 실제보다 상대적으로 더 비참하게 느껴졌을 것임에 틀림없다. 이는 부지불식간에 동독 주민들로 하여금 서독 사회를 동경 하게 하고 그들의 의식속에 자본주의를 용인하게 하는 자연스러운 정치사회화 과정으로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27_ 일탈행위 위법 범죄 비사회주의 행위의 4단계이다(최대석 외, 2010).

80 74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2. 한류현상에 의한 북한사회 내 제2여론 형성 가능성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의 붕괴를 설명하는 개념으로는 제2사회론이 거론된다. 헨키스(Hankiss, 1988)가 헝가리 사회주의 체제 붕괴 과정을 설명하면서 사용 한 개념인 제2사회 는 전체주의적 성격의 제1사회 와는 대조되고 상반된다. 제 1사회가 공식적이고 제도적인 영역이라면, 제2사회는 비공식적이고 사적인 영 역이라 할 수 있다. 제2사회에서는 제2경제영역이 암시장 형태로, 제2공공영 역 28 은 비밀학습과 지하언론으로, 그리고 제2문화영역은 반문화, 대체문화로 존재하게 된다. 제2사회는 제1사회에 대한 불신과 반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제1사회를 밑으로부터 흔들어 사회변동을 가져오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동독에서 SED 정권이 교조주의적 세계관에 의거해 형성한 여론은 사회적 이해갈등과 충돌을 담아낼 수 없었다. 그 정치시스템 29 과 여론은 사회주의 반 사회주의라는 이분법적 코드에 의해서만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임금님은 벌거숭이 라는 어린아이의 외침과 같은 제2여론은 이러한 정치시스템에 대한 직접적인 항거라 말할 수는 없지만 분장한 가짜 여론 을 부각시키는 기능을 하 는 셈이다. 이는 종전까지 원자화된 방법으로만 이뤄졌던 개개인의 인식을 집 단적 이해로 전환시키는 결과를 가져옴을 뜻한다. 동독에서의 제2여론의 생성은 바로 이 정치시스템과 이것이 주도하는 여론에 대한 배척에서 출발하였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통제받는 제1여론에는 국민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는 반면, 제2여론은 제1여론과 달리 국민의 의사가 반영된 다(이우승, 2005a). 제2여론의 형성은 외부로부터 통제받지 않는 객관적인 정 보의 유입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동독으로 월경한 서독 방송은 동독의 통치 이데올로기와 공식적 여론을 위협하는 제2여론을 조장하는 데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하겠다(이우승, 2006). 동독 주민들은 관영방송이 제공하는 정보보 28_ 제2공공영역이란 제1사회의 제1공공영역에 반영되지 못하고 거론될 수 없었던 공공의 문제 가 비공식적 영역에서 여론화되는 과정을 의미한다(이우승, 2005a). 29_ 정치시스템 이란 동독 공산당 SED의 영향력 아래 놓여있는 기구와 조직을 포함하는 개념 이다. 따라서 정치시스템은 국가시스템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81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75 다 오히려 제1차 제2차 집단 30 내에서의 구두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국 현실 에 대한 정보를 얻고 나름대로 현실을 재구성해 내재화했다. 그러나 오로지 구 두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에 의존함으로써 확인이 불가능한 풍문이 동독 사회 내 에 만연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독 방송매체는 동독 주민들에게, 제한 된 시각을 뛰어 넘어 현실을 평가할 수 있는 정보원이 되었던 셈이다. 서독 방 송을 통해 동독인들은 자국 내에서는 접할 수 없던 정보와 오락을 직접 수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제2여론은 제1여론이 담아내지 못한 사회현실에 관한 정보를 바탕으로 형성 되는 일종의 저항여론 혹은 대안여론적 성격도 지니고 있다. 제2여론은 유언비 어와 소문, 그리고 외국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에 근거해 형성되는 특징을 지 닌다. 동독 정부가 관영매체를 통해 그린 자화상과 서독 TV를 통해 전달되는 동독 이미지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극명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서 독 TV는 동독 정부의 여론 독점을 방해하고 나아가 여론 형성력을 붕괴시켰다 고 하겠다. 현재 북한에 제2공공영역이 존재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제2여론 이라 할 수 있는 다양한 현상들이 확인되고 있다. 이를테면, 북한 체제에 대한 주민들의 불평불만 31 과 유언비어 32 가 그것이다. 불평불만은 개인적 차원에 머 30_ 제1차 집단 이란 얼굴을 맞대는 밀접한 결합 속에 공동생활이나 공동의 작업을 하는 집단으 로 가족 근린집단 등을 말하며, 제2차 집단 은 간접적인 접촉을 통해 결합되고 특수한 이해관계를 매개로 하는 집단으로 조합 정당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31_ 민간 대북방송인 자유북한방송은 2011년 1월 18일 북한이 선군정치를 부르짖으며 2012년 강성대국에 진입하겠다고 했지만 날이 갈수록 주민의 생활은 피폐해지고 있어 곳곳에서 선군정치가 밥 먹여주냐, 개는 짖어라 행렬은 간다 는 식의 불만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고 전했다(뉴스한국, 2011년 1월 19일자). 32_ 2011년 1월 18일 자유북한방송에 따르면, 주민들 사이에서 앞으로 북한의 최고 통치자는 김씨가 아니라 정씨다. 도탄에 빠진 북한은 김씨가 아니라 정씨가 구한다 는 말이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은 또 함경북도 내부 통신원의 말을 인용, 함경북도에만 이런 소문이 도는 줄 알았는데 함경남도와 양강도에서도 소문이 암암리에 돌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며 정씨 에 대한 루머는 몇 년전부터 주민들 사이에 떠돌았지만 최근 들어 확산세가 빨라지 고 있다고 전했다(뉴스한국, 2011년 1월 19일자). 대북매체인 데일리 NK 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김정은의 인민군 대장 임명 및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선임과 뒤이은 사진

82 76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물기 때문에 조직화해 확산될 가능성이 적은 반면에, 유언비어는 전파되고 공 유되면서 제2여론으로 발전될 수 있는 개연성을 지닌다. 또 유언비어는 북한 관영매체가 침묵하는 사회문제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제2사회의 공공영역과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대상이다(이우승, 2005a).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북한 내에 반체제 관련 전단을 뿌리거나 외부에 협력 을 요청하는 그룹이 포착된 경우는 여러번 있었다. 2010년 6월에는 망명구국 행동대 라는 명의로 북한 체제를 비난하는 문구가 적힌 5천원권 신권 지폐가 청진시 내 김일성 동상 주변에서 무더기로 발견돼 보위부가 수색작업을 폈다. 앞면에 그려진 김일성 초상화가 훼손된 이들 5천원권 지폐가 대거 살포된 점으 로 보아, 이는 북한 내 지하조직이 탈북자와 손을 잡고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되 었다. 2006년에는 함경남도 단천역 근처의 주민 왕래가 많은 장마당 벽에 선군 정치 바람에 백성이 굶어 죽는다. 군대들에게만 주지 말고 인민들부터 쌀을 달 라 는 벽보가 붙었다. 또 2004년 11월에는 자유청년동지회 가 회령시에서 격문 을 부착하는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데일리 NK, 2011년 3월 2일자; 2010년 7월 8일자). 33 내적 모순과 갈등이 극심한 북한 체제가 동구권 국가들과 달리 지금까지 생 존하고 있는 원인을 분석하는 시각은 다양하다. 북한 체제의 전환을 위해서는 공개 이후 북한 주민들 사이에 김정은에 대한 비난 여론이 증폭되자 노동당 조직과 보안기 관을 총동원해 북한 내부의 유언비어 차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 은 당대표자회 이후에도 주민들의 (김정은에 대한) 여론이 긍정적이지 못하다 면서 주민 들 사이에 틈만 나면 외국영화를 보고 산해진미를 즐긴다, 아버지를 닮아 표독스럽다, 후처의 자식이다 는 등의 소문이 계속 돌고 있다 고 전했다(데일리 NK, 2010년 10월 2일자). 33_ 한편 2004년에만 네 차례에 걸쳐 반김정일 전단이 북한내에 뿌려지기도 했다. 6월 중순경의 1차 전단은 용천역 폭발사건의 진상 에 관한 것이고, 2차 전단은 김일성 주석 사망의 진상은 김정일이 김일성을 살해했다는 것 이며, 3차 전단은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10대 거짓말, 4차 전단은 유라(김정일의 소련 이름)는 소련으로 돌아가라 에 관한 것이다. 이들 전단은 평양 남포 신의주 등 50여 시 군 지역에 유포됐는데, 외부에서 제작되어 북한 내부로 유통 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또 스프레이 페인트로 김일성 주석 및 김정일 위원장의 초상화와 당국의 선전구호를 훼손하는 행위가 평양과 남포, 신의주 등 북한의 주요 도시에서 발생했는 가 하면, 페인트를 뿌리는 대신 구호가 적힌 담을 허무는 일도 이따끔 일어났다(주간경향, 2004년 10월 22일자).

83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77 심각한 갈등을 조직화하고 세력화할 수 있는 북한 내 시민사회의 부재 내지 구 심점의 결여가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갈등과 불만은, 끊임없이 계속되는 폭력적 억압과 이데올로기 공세로 인해 잠복돼 있는 상태라 할 수 있다. 체제 저항적인 다양한 갈등 현상은 북한 내에 아직은 가시화되고 있지 않은 제2사회로서의 지하사회 가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하겠다. 한편 북한 사회에서 유통되는 유언비어를 분석하면, 제2여론의 형성 가능성 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유언비어와 소문은 긴밀한 인간관계를 전제로 두 사람 혹은 소수의 대화 속에서 유통된다는 유사점이 있다. 그러나 소문은 사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생활소식으로, 사회적 정치적 문제도 개인적 차원으로 축 소시켜 특정인을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특성을 지닌다. 이에 비해 유언비어는 정치나 경제와 같은 공적 문제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 모두가 관 심을 갖게 되며, 사회 전역에 전파될 수 있는 특성을 갖는다. 페스팅거(Festinger)에 의하면, 유언비어는 신뢰할 수 있는 공적 정보유통 이 부족하고, 개인이 상황규정에 필요한 정보를 소유하지 못하며, 공신력 있는 정보원에 의해 확인이 안된 가운데 비조직적 노력만 있게 될 때 상황을 정의하는 데에 기여하게 된다. 이때 필요한 정보가 일시적 경로를 통해 익명의 정보원으로부터 유언비어의 형태로 유포되는데 이것은 집단의 결속을 강화시 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유언비어 현상을 북한에 적용시킬 경우, 이는 곧 제도화 된 여론이 담아내지 못하는 북한 현실에 관한 인식의 공유를 뜻하게 된다. 나아 가 제2여론적인 성격을 지니는 유언비어의 발생과 전파는 북한 현실에 대한 비 판적 집단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들은 현실비판과 인식공유라는 집단 목적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향후 저항여론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겠다. 북한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체계는 당, 정부, 언론기관, 사회조직, 주민이라는 요소로 구성된다. 여기에서 언론기관과 사회조직은 당 정부와 주민을 연결시키 는 중개자 역할을 한다. 또한 북한 체제가 용인하지 않는 비합법적 외부 조직도 북한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를테면, 외부로 부터 북한 주민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KBS 한민족방송, 남한의 민간 대북방송 들, 미국의 RFA와 VOA는 물론 북한 사회에 유입되는 각종 한류 미디어들이

84 78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여기에 해당한다. 북한 주민은 제도화된 커뮤니케이션 구조속에서 자신들의 욕구와 현실인식 을 반영할 수 있는 기회가 전무하며 생활세계와 유리된 여론만을 강요받고 있 다. 제2여론이 사적 공간(준거집단)에서 어떠한 형태로 유통되고 있는지, 제2여 론의 사회적 역할과 의미는 무엇인지를 북한 내 유언비어의 분석을 통해 규명하 려는 의미있는 시도가 있었다(이우승, 2005a). 북한 내 제2사회 형성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이우승(2005b)은 북한 사회에 서의 유언비어 전파 과정 및 영향에 관한 경험적 연구를 통해 북한에도 제2여 론이 존재할 수 있음을 입증한 바 있다. 이우승이 2004년 11월 남한에 입국한지 3개월 미만으로, 하나원 교육과정에 있던 탈북자 15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북한에서의 유언비어 행위는 사회적 상호작용론에 의한 해석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상호작용론에 의하면 유언비어는 관심있는 사람들간의 상호작용속에서 구성된다. 즉, 사회적 상호작용의 관점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인간은 상황판단 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게 되며, 수집된 정보는 설득력을 기준으로 해석되고, 지 배적 해석은 여론의 기능을 대신 수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집단의 특성을 분석해 유언비어 전달과정을 설명하는 사회적 상호작용론 은, 집단의 구조가 심리적 요인보다 유언비어의 효과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친다 고 본다. 말하자면, 유언비어는 누구에게나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와 친한 사람, 이를테면 가족, 친척, 친구, 동료와 같은 긴밀한 인간관계가 형성되어 있 는 준거집단 내에서 이뤄진다. 따라서 이러한 집단의 구조가 유언비어 전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셈이다(이우승, 2005b). 북한 사회에 외부정보가 더 많이 유입될수록 제2여론적 영역은 더욱 확대되게 마련일 것이다. KBS 한민족방송과 국내외 대북방송, 그리고 한류를 통해 외부 소식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 점차 확산되고 있는 현상은 탈북자 대상의 각종 설문 조사와 북중 국경지대에서의 북한 주민 인터뷰 등을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러한 한류 콘텐츠나 대북방송의 내용은 북한의 정부나 언론매체가 주도하는 제1여론과는 상반되는 제2여론을 주도할 가능성이 큰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85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79 오늘날 북한의 한류현상은 북한 정권의 통제를 우회해 제2여론을 형성함으로 써 밑으로부터 북한 사회의 변화를 견인할 수 있는 에너지로 잠재화되고 있다 고 하겠다. 이것이 과도기적 체제 위기를 맞고 있는 북한 사회에 던지는 의미는 가볍지 않다. 이렇게 쌓인 에너지가 특정한 계기를 맞아 수면위로 분출함으로 써 북한 체제의 DNA 변화 를 추동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한류 현상은 또한 북한 사회의 왜곡된 커뮤니케이션 구조와 흐름을 바로잡는 한편, 보다 장기적으로는 남북한 주민간의 사회문화적 의식의 동질화 내지 통합에도 일정부분 기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Ⅷ. 결론 북한은 1990년대 중반의 극한적인 고난의 행군 에도 불구하고 체제가 붕괴 되지 않았고, 동북아는 물론 전 세계의 우려와 비난에도 아랑곳없이 핵무장 야 욕을 꺾지 않고 있다. 천안함 연평도 도발시 중국의 일방적인 북한 두둔 은 북 중동맹의 건재 마저 확인시켜 주었다. 게다가 경색된 남북관계는 김정일의 사 망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빙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오늘날 한반도 를 둘러싼 현실은 현세대로 하여금 과연 평화통일을 꿈꿀 수 있는지조차 가늠 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베를린 장벽의 설치에도 불구하고 동서독 주민 간 전자 매체를 통한 소통과 그로부터 자연스레 결과된 의식적 문화적 교류를 감안할 때 한반도와 통일전 독일의 상황은 거의 이질적인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한꺼풀 벗기면 생각을 달리할 수 있는 모습들을 엿볼 수 있다. 우선 근래 들어 1년에 3천명 가량이나 되는 탈북자들의 국내 이주 행렬은 동독탈출 러시를 연상케 하고 있다. 더구나 한국인의 삶의 에센스가 담겨 있는 한류의 북한 내 확산은 반세기가 훨씬 넘은 남북 주민간 문화적 단절의 장벽을 허물고 밑으로부터 교류의 징검다리를 놓는 값진 현상으로 비쳐지고 있다.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은 독일 통일을 계산에 넣은 포석이 아니었다. 서독

86 80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과 주변국 간의 국경선 획정 협정은 당시로선 독일의 영구분단을 감수한 조치로 여겨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독일 통일은 예상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다가왔다. 이 세상에 원인이 없는 결과란 존재할 수 없다.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의 용도폐 기라는 세계사적인 조류와 함께, 자본주의의 경쟁력으로 부강해진 서독의 국력 이 뒷받침된 선린외교에다, 월경한 서독 방송의 시청을 통한 동독인들의 각성 등이 독일 통일의 원동력으로 지목될 수 있을 것이다. 서독의 ARD와 ZDF, DLF가 독일 통일에 얼마만큼 기여했는지를 산술적으 로 계산할 수는 없다. 과연 이들이 통일에 기여하기는 했는지에 의심의 눈초리 를 보내는 사람마저 없지 않다. 그러나 동독인들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대한 서독 TV의 상세한 보도와 함께, 평소의 서독 TV 시청이 자본주의 사회에 대 한 거부감 해소로 이어진 동독인들의 재정치사회화를 떠나서 독일 통일을 설명 하기는 어렵다. 한류가 어느 만큼 북한 사회에 확산됐는지를 정확히 알기란 어렵다. 탈북자 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설문조사 결과는 상당한 확산을 시사하고 있지만 탈북 자가 북한주민을 전적으로 대표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류가 북한 사 회의 변화를 어느 정도 견인할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다. 하지만 도저히 침투할 수 없을 것 같던 극단적 폐쇄 사회에 한류가 스며들었다는 사실부터가 의미심 장하다. 세계화 정보화시대를 맞아 한층 증대된 상호연결성 내지 상호의존성 과, 첨단 정보기술을 통한 개방적 네트워크의 힘이 당구공 국가모델 의 전형이 나 다름없는 북한의 철통같은 국경에 적잖은 구멍을 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세계화 정보화의 급속한 진전은 국경을 초월한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의 형성 을 필연적으로 초래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을 저장한 USB와 DVD, CD 등의 북한 사회내 유통과 KBS 한민족방송과 민간 대북방송 등의 전파 월경은, 북한의 공식 커뮤니케이 션 체계에 용인될 수 없는 불청객 들의 참여를 뜻한다. 북한 당국의 엄혹한 처 벌과 단속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남한 미디어를 한사코 수용하려는 몸부림은 북한 사회의 밑으로부터의 변화를 강하게 시사한다. 북한에 유입된 이들 외부 세계의 신선한 정보와 오락은 기계적으로 반복 주입되고 있는 북한의 교조적

87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81 메시지들을 고루하고 허접한 쓰레기 로 전락시키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한류현상이 갖는 사회문화적 함의는 결코 가볍지 않다. 북한 의 장마당에서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각종 한국산 제품은 그것을 웅변한다. 한류를 주도하고 있는 북한 젊은이들은 뺑때바지 를 입고 남한 유행가를 부르 며 남한 말투를 흉내냄으로써 북한 체제에 대한 소리없는 저항 을 뜻하는 하위 문화 를 형성하고 있다. 북한의 한류현상은 북한 사회에 연쇄적 파장을 드리우 며 장차 높은 변화의 파고를 예고하고 있다. 북한 한류는 동구권 몰락의 설명 이론인 제2사회론에서 말하는 제2여론의 형성 가능성을 함축하기 때문이다. 북 한에 유언비어가 횡행하는 것 자체가 당국이 주도하는 박제된 제1여론을, 주민 의 속마음이 은연중에 반영된 제2여론이 대체하고 있는 징후로 볼 수 있다. 물론 한류가 만능이 아님은 분명하다. 남한 미디어 영상물의 일부 내용은 북 한 주민들이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퇴폐적 요소도 포함하고 있다. 북한 주민이 남한 미디어를 선호하는 것을 북한 체제에 대한 직접적인 반대나 노골적인 저 항으로 간주하기는 이르다. 무엇보다 북한에선 변화를 주도할 시민사회가 아직 형성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 체제의 변화는 필연적인 역사적 과 정이라 하겠다. 주민들의 누적된 욕구불만과 불안, 공포, 원망, 심리적 저항이 끊임없이 체제를 밑둥부터 흔들어 대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통일 과정에서 동독 주민의 민심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 점을 감안할 때 한반도 통일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북한 주민의 민심을 얻는 일은 중대한 과 제라고 하겠다. 한류는 고단하기 이를 데 없는 북한 주민의 삶에 유일한 즐거움 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한류가 북한 주민들에게 한줄기 희망 의 빛이 되도록 활발한 유통을 돕는 데에 지혜가 모아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TV는 2012년까지 디지털 방식으로 완전히 전환되는데, 이러한 디지털 전환 후에도 북한 주민들이 한국 TV를 시청할 수 있도록 아날로그 방 식을 일부 남겨두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일각의 지적은 경청돼야 한 다. 그리고 한국 TV의 디지털 전환 시에 북한 주민들에게 디지털-아날로그 컨 버터를 보급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만 하다.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말미암아 중 고 스마트폰이 대량으로 나오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서 지상파 DMB의 시청이

88 82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가능한 중고 스마트폰을 북한 내부로 들여보내고, 북한과 가까운 지역에 DMB 송출 시설을 설치하는 것도 검토할만한 전략이다. 또한 북한 주민들 사이에는 라디오와 TV 이외에도 CD, DVD, USB, MP3, MP4, PMP 등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 TV를 직접 시청하는 주민들에 비해 이 러한 IT 기기를 이용해서 한국의 영상 콘텐츠를 시청하는 주민들이 압도적으 로 많은 실정이다. 따라서 북한 내부에서도 자체적으로 이들 미디어 영상 프로 그램을 복제해서 배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둬 대북 매체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경 개념이 사라져 가고 있는 세계화 정보화 시대에서 문화는 집단 정체성 (collective identity) 공유에 본질적인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집단 정체 성은 문화의 교류 및 융합을 통한 공통된 의식기반의 확장에서 배태되고 성장할 수 있다. 따라서 가치관 및 신념 체계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문화 콘텐츠의 전파 는, 60년 이상 지속돼온 분단의 현실로 인해 이질화의 길을 치달아온 민족공동체 의 정체성 인식의 회복에도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현재로선 북한의 한류현상의 영향이 어디까지 파급될지 속단하기 어렵 다. 그러나 북한의 한류현상이 지속적으로 심화될 경우, 분단의 장기화로 인한 남북 간 의식의 깊은 골을 메우는 데에 긍정적 작용을 하리라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더 나아가 이러한 민족 간 의식적 동질화 현상이 한반도 통일로 가는 여정에 주는 함의는 실로 중차대하다. 시장화로 싹트기 시작한 북한 주민의 자 본주의적 정치사회화에 박차를 가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북한 체제의 변화는 햇볕정책 으로 단순히 외투를 벗겨서 되는 것이 아니라 DNA 자체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현실적합성 있는 지적이라 하겠다. 특히 후계체제 구축과정의 유동적인 과도기야말로 체제 변화의 진폭이 큰 기회 로 다가올 수도 있다. 이제 북한의 정권이 아니라 북한의 주민을 변화의 주체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 위에서 북한의 한류현상을 북돋기 위한 주도면밀한 전략 과 정책적 지혜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평화통일을 꿈꾸는 민족적 염원이 구 체적 현실로 다가서기 위해서는 그만큼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성이 가미된 전략 과 정치한 분석에 바탕을 둔 유연한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89 참고 문헌 83 참고 문헌 강동완 박정란(2011), 한류, 북한을 흔들다: 남한 영상매체의 북한 유통경로와 주민 의식 변화, 서울: 늘품플러스. 고경민 김일기(2011), 중동 시민혁명이 북한 민주화에 주는 시사점: 민주화 지원과 정보기술 효과를 중심으로, 북한연구학회보 제15권 1호, 북한연구학회, pp 국가인권위원회(2011), 북한주민 정보접근권 증진방안 공청회 ( ) 공지자료. 김수이(2006), 한류, 21세기 한국문화의 국가적 아젠다, 한류와 21세기 문화비전, 서울: 청동거울, pp 김현미(2003), 대만 속의 한국 대중문화: 문화 번역 과 혼성화 의 문제를 중심으로, 조한혜정외(2003), 한류 와 아시아의 대중문화, 서울: 연세대학교 출판부, pp 김홍구(2006), 동남아 한류의 새로운 메카: 태국의 한류, 동아시아의 한류, 신윤환 이한우 외, 서울: 전예원, pp 김화순(2011), 북한주민의 외부방송 접촉실태 및 의식변화, (사)북한전략센터 주최 2011년 제4회 북한전략센터 학술세미나 ( ), 발표자료집. 김흥광(2011), 북한사회와 주민의식의 역동적인 변화실태와 활성화방안, 국가인권 위원회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주최 제2회 북한인권개선 공청회: 북한주민의 정보접근권 증진방안 ( ) 발제문. 뉴스한국, 2011년 1월 19일자. 데일리 NK, 2010년 7월 8일자; 2010년 10월 2일자; 2010년 12월 16일자; 2010년 12월 15일자; 2011년 6월 20일자. 동북아방송연구회(2011), 동북아방송연구월보, 2011년 10월(제45호). 동아일보, 2010년 1월 13일자; 2010년 3월 22일자. 박영일(2011), 신한류를 넘어서..., 콘텐츠칼럼, 한국콘텐츠 진흥원. 박영정(2011), 북한에 부는 한류 열풍의 진단과 전망, JPI정책포럼 No , 제주평화연구원. 박우용(2004), 북한방송총람,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p 312. 박정란 강동완(2011), 북한 주민의 남한 영상물 시청: 하위문화 (Subculture) 의 형성과 함의, 북한학보 (제36집 1호), 북한연구소, pp

90 84 북한의 한류현상과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방송매체의 영향 北 韓 (2010), 통일의 견인차, 그들이 뛴다-자유북한방송, 北 韓 2010년 4월호, 북한 연구소, pp 북한연구소(2011), 북한총람(2003~2010), pp 연합뉴스, 2009년 11월 8일자; 2010년 6월 14일자; 2011년 4월 13일자; 2011년 4월 15일자; 2011년 11월 15일자. 안민자(2009), 대북방송의 정체성 변화와 프로그램 편성 연구,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오양열(2011), 북한 내 외래문화 유입으로 인한 영향과 전망 플랫폼 26권(2011년 3.4호), 인천문화재단, pp 유상철 외(2005), 한류 DNA의 비밀: 소프트 파워, 소프트 코리아의 현장을 찾아서 서울: 생각의 나무, p. 1. 윤선희(2011), 북한 청소년의 한류 읽기: 미디어 수용에 나타난 문화 정체성과 사회 변화, 한국언론학보, 55권 1호, pp 이우승(2006), 방송전파 월경에 따른 동 서독 주민의 시청태도와 방송정책, 한 독 사회과학논총, 제16권 2호, pp 이우승(2005a), 통일방송론, 서울: 한울아카데미. 이우승(2005b), 북한 유언비어의 전파 과정과 영향에 관한 연구, 한국언론학보, 제49권 3호, pp 이원웅(2009), 미국 대북방송 연구: 운용실태 및 전략을 중심으로, KINU 정책연구 시리즈 09-06, 통일연구원. 이주철(2011), 조선중앙TV 연구 년대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경남대 북한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pp 이주철(2003), 북한주민의 남한 방송 수용 실태와 의식 변화, 통일문제연구, 2003년 하반기호(통권 제40호), 평화문제연구소. 이효영(2010), 한 중 일 방송콘텐츠 유통의 가능성과 미래, 방송문화, 통권 제350호, 한국방송협회. 전성홍(2006), 타이베이 시먼띵의 하한쭈 : 대만의 한류, 동아시아의 한류, 신윤환 이한우 외, 서울: 전예원, pp 정필운(2011), 북한지역에 대한 방송 송출: 기술적 법적 가능성 검토, 국가인권위원회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주최 제2회 북한인권 개선 공청회: 북한주민의 정보 접근권 증진방안 ( ) 발제문. 조선일보, 2011년 2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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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nt 문 화 비 전 선 언 문화는 삶을 담는 그릇이다. 우리는 문화시대에 살면서 세계인과 한 가족으로 인류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할 책무를 지닌다. 지방문화원은 전통문화예술의 발굴과 육성, 문화예술교육 기회의 제 공, 문화자원의 확보와 활용에 앞장서 온 지역문화발전의 주역임을 자 랑스럽게 여긴다. 이제 인간의 창의성 계발, 우리 문화의 세계화, 지방분권하에 따른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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