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학교 수시논술 대비 秘 器 서강대 "근거제시형, 그리고 긴 논술문 작성" 2세트, 3문항으로 구성 그리 길지 않은 제시문이지만, 핵심을 찾아낸 뒤 다른 제시문과의 관계 속에서 근거로 활용해야 한다. 1000자 이상을 요구하는 마지막 문항에서는 제시문의 공통점을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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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1 학년도 수시 2-2 대학별 논술 특강 2011 년 대입의 마지막 전략 수시 논술의 비기 파이널 서강대편 논술비기팀 1

2 서강대학교 수시논술 대비 秘 器 서강대 "근거제시형, 그리고 긴 논술문 작성" 2세트, 3문항으로 구성 그리 길지 않은 제시문이지만, 핵심을 찾아낸 뒤 다른 제시문과의 관계 속에서 근거로 활용해야 한다. 1000자 이상을 요구하는 마지막 문항에서는 제시문의 공통점을 찾아 자신의 생 각을 더해 논술하는 유형이다. 2

3 PART1 제시문 분석연습 LEVEL 1 예제1-비교요약형 11 (가)와 (나)에 나타난 역사관을 각각 정리하여 200자 내외로 비교하라. (가) 랑케에 따르면 역사는 이미 정해진 일정한 목표를 따라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초기의 역사를 일종의 수단이나 준비과정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하고 하나의 개성을 소유한 시기로서 독자적 품위를 소유하게 되며 나아가서 모든 시기가 신과 직접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그 는 역사의 가치를 역사로부터 무엇이 나타났는가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존재 자체에서 찾았 고 각 시대는 독자성을 가지며 자격과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보았다. 랑케는 역사에 있어서 설명이 불가능한 부분 즉, 우연을 인정하여 역사에 있어서 우연의 중요성 을 강조하였는데 그에게 우연이란 바로 신의 섭리로 생각되어져 역사 내에 일정한 장소를 할애했 다. 그러나 이러한 신의 섭리를 역사상의 사건과 관련을 시켜 설명해야 하는 데서 어려움에 빠진 그는 지상에 나타난 신의 뜻을 인간은 각자가 주관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객관적이란 불가능하 다고 생각했고 역사 서술 또한 시대의 변화에 따르게 되어 시대성이 반영된 역사가 후대에 전달 된다고 보았다. 그리고 다양한 역사적 사건들을 연구함에 있어서는 개성을 제거하는 대신 역사로 하여금 스스로 말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역사가는 본래 일어난 일 그대로를 서술해야 한다고 하면서 역사에 있어서 개체의 독특함을 강조하였다. 그래서 그에게는 역사의 주제가 이러 한 살아 움직이는 개체들이었으며 그것들은 일정한 역사적 조건 아래서 독자적인 의미 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이것들은 각각 개별전인 원리를 지니고 있었고 그것이 내부로부터 작용하면서 동시 에 외계의 변화에 따라 그 작용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역사가의 임무에 대해서 랑케는 먼저, 비판적인 입장에서 역사적 사실을 편찬하는 일과 다시 이 것을 역사적 과정의 단일성 속에서 재구성하는 일을 들었다. 그리고 역사 연구의 목표는 사건의 중요한 시기의 연구와 보편적 관계의 연구라고 표현하였는데 이 일반적 관계의 인식은 지식을 바 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감정과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했다. 이것으로서 랑케는 단순히 무엇 이 일어났는가 만을 아는 것이 아니고 이와 같은 맥락에서 정말 사실이 어떠했는가를 알려고 하 였으며 이것은 결론적으로 전체사적 과정의 모습을 역사주의의 입장에서 고찰하고자 한 것이었다. (나) Carr는 19C의 랑케의 실증사학에 반기를 들었다. 즉, 역사적 사실은 단순히 과거에 있었던 사실 이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가 그 사실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자신의 해 석에 따라 재구성함으로써 역사적 사실이 되는 것이라 한다. 그런데 역사가는 그가 사는 시대와 사회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므로 역사적 사건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기준은 현재에 있다. 따라서 역사란 현재의 역사가와 과거 사실의 끊임없는 대화 인 것이다. 즉, 역사를 배우는 이유 는 과거 사실에 대한 단순한 암기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비추어 과거에 대한 이해 를 촉진하고 과거에 비추어 현재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며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통해 미래를 위 한 교훈을 획득하기 위한 것이다. 근대 역사학의 확립자 랑케는 역사가란 자기 자신을 죽이고 과거가 본래 어떠한 상태에 있었는 가를 밝히는 것을 그 지상과제로 삼아야 하며, 오직 사실로 하여금 이야기하게 해야 한다 고 언 3

4 급함으로써 역사적 사실들. 그 자체에 큰 비중을 두었었다. 그러나 이와는 정반대되는 역사인식론 이 금세기에 크로체(Benedetto Croce)나 콜링우드(Robin G. Collingwood)에 의해 피력되었었다. 즉 모든 역사는 현대의 역사(contemporary history)다 모든 역사적 판단을 기초를 이루는 것 은 실천적 요구이기 때문에 모든 역사에는 현대의 역사라는 성격이 부여된다. 서술되는 사건이 아무리 먼 시대의 것이라고 할지라도 역사가 실제로 반영하는 것은 현재의 요구 및 현재의 상황 이며, 사건은 다만 그 속에서 메아리 칠 따름이다. 라는 글들에서 보듯이 역사란 본질적으로 현 재의 눈을 통하여 현재의 문제의 관점에서 과거를 본다는 데에서 성립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 에 역사가의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E.H. 카는 그러나 중심을 과거에 두는 역사관과 중심을 현재에 두는 역사관의 중간 입장을 취하 고 있다. 즉,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과는 평등의 관계에 있는 것이며 말하자면 기브 앤드 테이크 (give and take)의 관계에 있다. 역사가는 사실의 천한 노예도 아니오, 억압적인 주인도 아니다. 역사가란 자기의 해석에 맞추어서 사실을 형성하고 자기의 사실에 맞추어서 해석을 형성하고 하 는 끈임없는 과정에 종사하고 있다. 요컨대 역사가와 역사상의 사실은 서로가 필요하다, 사실을 못 가진 역사가는 뿌리를 박지 못한 무능한 존재이다. 역사가가 없는 사실이란 생명없는 무의미 한 존재라는 것이다. 역사란 결국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부단한 상호 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 거와의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이것이 바로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카의 첫째 해답인 것이 다. 4

5 예제2-대립관계형 12 다음 제시문을 대립되는 논점이 잘 드러나도록 비교하시오. (500자) (가) 나라에서 돈을 쓰는 것은 어진 정치를 베풀기 위하여 당연한 처사지만 정부로서는 부득이한 일이 기도 하다. 법률이 공평하게 시행되고 교육이 골고루 베풀어져 풍속이 순후한 나라에서는 국민들 이 저마다 자기의 돈을 내서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는 집을 짓기도 하고, 옷이나 음식을 나누어 서로 돕기도 한다. 그러나 정부가 이러한 풍속만 믿고 가난한 국민들을 생각하지 않으면 당연한 직분을 행하지 않는 것일 뿐만 아니라, 민간인의 개인적인 재력으로는 사정이 미치지 못해서 구 제하는 방책이 때를 놓치는 적도 있으며, 때를 놓치는 염려는 없다고 하더라도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그 임무를 감당치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가 이 일을 담당하여 전국적인 세금으로 집행하고, 민간인들이 개인적으로 지은 구제소가 있으면 미풍양속을 권장하는 것도 좋 다. 구제하는 대상을 들자면 부모가 없는 고아, 집이 없는 홀아비나 과부, 빌어먹는 장애자, 생계 가 없는 병자 및 교육받지 못한 빈민 등이다. 이와 같이 남에게서 구제받기를 바라는 자라도 모 두 폐인은 아니다. 그 가운데 힘든 일을 할 수 있는 자도 있고, 재주가 뛰어난 자도 있으며, 또 이 두 가지 일을 못하지만 가르치면 할 수 있는 자도 있다. (유길준, 서유견문( 西 遊 見 聞 )) (나) 한 인간의 효율성은 그의 신체적 조건의 결과일 뿐만 아니라 그의 마음이나 의지와도 광범위하게 연관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중략) 사고와 건강을 위한 보험에 대한 파괴주의적 관점은 무엇보 다도 그러한 제도가 사고와 질병을 촉진시키고 건강회복을 방해하며 질병과 사고를 초래하는 기 능적 무질서를 매우 자주 조성할 뿐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든 강화하고 장기화시킨다는 사실에 근 거하고 있다. (중략) 일을 잘 하고자 하는 의지를 약화시키거나 완전히 파괴해 버림으로써 사회보 장제도는 질병과 일에 대한 무능력을 창출한다. 그것은 그 자체가 노이로제인 불평하는 습관이나 다른 형태의 노이로제를 생산해 낸다. (중략) 그것(출제자 주: 노이로제)은 마치 사회제도처럼 사 람들로 하여금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게 하거나 최소한 질병을 증식시키고 장기화하며 강화하는 데 일조한다. 그러므로 사회보장제도는 보험에 대한 노이로제를 위험한 대중적 질병으 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질병을 확대하고 더욱 악화시키고 있음이 분명한 그 제도는 확산될 것이 다. 어떠한 개혁방안도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건강에 대한 의지를 약화 시키거나 파괴함으로 질병에 걸리는 것이다. (한스헤르만 호페, 민주주의는 실패한 신인가) 5

6 예제3-대립관계형 13 다음 제시문을 대립되는 논점이 잘 드러나도록 비교하시오. (800자) (가) 어찌하여 느림의 즐거움은 사라져버렸는가? 아, 어디에 있는가, 옛날의 그 한량들은? 민요들 속의 그 게으른 주인공들, 이 방앗간 저 방앗간을 어슬렁거리며 총총한 별 아래 잠 자던 그 방랑객들 은? 시골길, 초원, 숲속의 빈터, 자연과 더불어 사라져버렸는가? 한 체코 격언은 그들의 그 고요 한 한가로움을 하나의 은유로써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그들은 신의 창( 窓 )들을 관조하고 있다고. 신의 창들을 관조하는 자는 따분하지 않다, 그는 행복하다. 우리 세계에서, 이 한가로움은 빈둥거 림으로 변질되었는데, 이는 성격이 전혀 다른 것이다. 빈둥거리는 자는, 낙심한 자요, 따분해하며, 자기에게 결여된 움직임을 끊임없이 찾고 있는 사람이다. 느림과 기억 사이, 빠름과 망각사이에는 어떤 내밀한 관계가 있다. 지극히 평범한 상황 하나를 상 기해 보자. 웬 사내가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문득, 그가 뭔가를 회상하고자 하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순간, 기계적으로, 그는 자신의 발걸음을 늦춘다. 반면, 자신이 방금 겪은 어떤 끔찍한 사고를 잊어버리고자 하는 자는, 시간상, 아직도 자기와 너무나 가까운, 자신의 현재 위치로부터 어서 빨리 멀어지고 싶다는 듯 자기도 모르게 걸음을 빨리한다. 실존 수학에서 이 체험은 두 개의 기본 방정식형태를 갖는다. 느림의 정도는 기억의 강도에 정비 례하고, 빠름의 정도는 망각의 강도에 정비례한다. 나는 실존 수학 교본 맨 첫 번째 장들 가운데 하나에 드는 이 유명한 방정식을 상기한 바 있다. 속도는 망각의 강도에 정비례한다는 것. 이 방정식에서 우리는 여러 필연적 귀결들을 연역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이런 것-우리 시대는 속도의 악마에 탐닉하고 있으며 그래서 너무 쉽게 자신 을 망각한다. 한데 나는 이 주장을 뒤집어 오히려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 시대는 망각의 욕망 에 사로잡혀 있으며 이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속도의 악마를 탐닉하는 것이라고. 그가 발걸음 을 빨리하는 까닭은 사람들이 자신을 기억해주길 이제 더 이상 바라지 않음을, 자신에게 지쳤고, 자신을 역겨워하고 있으며, 스스로 기억의 그 간들거리는 작은 불꽃은 훅 불어 꺼버리고 싶음을 우리에게 깨닫게 해주고 싶어서라고 (나) 빨리 빨리 가 우리의 발목을 잡은 뼈 아픔 사례를 뒤로 하고 창조적으로 극복한 우리의 빨리빨리 서비스 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얼마 전 계열사 사우의 영국의 느려터진 서비스를 지적 한 리포트를 읽으면서 느낀 점은 역시 한국의 발 빠른 서비스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뛰어나다는 점이었다. 인터넷의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장비나 인터넷 속도에 따른 정보 전달 속도 또 한 세계에서 최고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에서 고객들에게 인정을 받으려면 서비스 속도가 따라 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원칙을 이미 우리네 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도 알고 있는 듯하다. 사 우의 글을 읽고 있다 보니 비단 느려터진 애프터서비스가 단순히 영국의 경우만 아니라 선진국일 수록 서비스 시간대가 한정되어 있고 일을 느긋하게 처리하는 그네들의 습성을 그대로 담고 있다. 후진국의 경우는 서비스 체계가 제대로 갖추어 지지 않아서 어차피 신속한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는 환경을 가지고 있다. 기왕 인터넷을 예로 들었으니 인터넷으로 서비스 이야기로 가보자! 유학생, 이민자자 할 것 없이 세계 어느 나라에든 정착 초기에 하는 일 중에 하나는 인터넷을 설치하는 일이다. 정보에 민감한 한국 국민에게 인터넷은 기본적인 생활 기반이자 수단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서비스를 처리 하는데 있어서 1주일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영국과 같은 나라에서 한국인이 만족하는 서비스 속 도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5분 만에 끝난 계약이었지만 설치되는 데 까지는 3주일이 걸렸다고 했던 그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방문 날짜와 시간을 정해서 방문하고 친철하게 전화로 6

7 확인까지 해 주는 우리의 서비스 방식으로 방문 시간이 9시부터 5시 사이라고 말해주는 건 이해 할 수 없을 정도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을지 모르겠지만 본인이 일본에 체류하던 몇 년 전, 인터 넷설치를 위해서 1달여를 예약하고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그것도 그 중에 몇 번은 모뎀을 잘못 가져왔다면서 기사가 다시 되돌아가는 일도 있었다. 아무리 재촉을 해도 바꿔지지 않는 그들의 서비스 체계에 한국인 유학생이 고향에 대한 향수를 진하게 느꼈던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겠다. (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빠른 것을 선호하면서 단기간에 이루어낸 경제성장을 생각해 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빨리빨리 문화가 가져온 부작용도 적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빨리 빨리를 선호하며 공사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삼풍 백화점 등 건물과 시설의 붕괴를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고 과속은 세계 제 1위의 교통사고율이라는 부끄러운 기록과 함께 되돌릴 수 없는 인명 피 해를 불러 왔다. 또한 멀쩡히 사용가능 한 컴퓨터를 조금 더 빠른 초고속으로 계속해서 대체함으 로써 자원을 낭비하고 환경을 망가뜨리고 있다. 또 이런 빨리빨리 기질은 사람들간의 관계를 피 상적이게 하고 한국 사람들로 하여금 인내심이 없다는 소리를 듣게 하며, 빨리 해결이 되지 않는 일이나 작은 일에도 심하게 흥분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가져왔다. 그리고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꾸 준히 질서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무던히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질서를 잘 유지를 하지 않는 모 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입장하거나 도로에서 차량을 운전하면서 자신 이 빨리빨리 가기 위해 간단한 기본질서 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 화장실에서도 마찬가지 이다. 차 례차례 서서 기다리는 것이 오히려 더 빠른 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빨리빨리 자기 먼 저 사용하려는 등 질서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인의 급한 성격 때문에 이런 간단한 기본질서를 지키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엄청난 불편함과 피해를 우리는 인식하고 고쳐 나아가야 한다. (라) 옛날 옛적 아담이 하와 곁에 길게 누워 생명의 나무 그늘 밑에서 세상 기쁨을 맛보던 이래, 게으 름의 찬양 을 노래하여 마땅할 시절이 돌아온 것은 우리 시대가 처음인 줄 압니다. 왜냐하면 우리 시대는 치열한 생활을 자랑하고 있는데, 치열한 생활이란 실상 소동의 생활에 지나지 않기 때문 입니다. 우리 시대의 상징 또한 경쟁이고 보면, 뛰어났다고 과시하는 온갖 발명 역시 슬기의 발명이라기 보다는 모두 속도의 발명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 삶이 제대로 인간적이려면- 마냥 한가롭 기만 해야 할 것은 없지만 -거기에는 느림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허기야 일의 찬양 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일이나 힘씀은 역시 쉼에서 비롯돼 쉼에서 그쳐야 하는 법이고, 위대한 업적이나 크나큰 기쁨은 뛰면서는 이루어 질 수도 음미될 수도 없는 그런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주에 경주를 거듭한다는 것은 산에 산을 포개 쌓는 게 아니라 바람에 바람 을 포개는 꼴이 됩니다. 인생의 목적은 무엇이며 행복은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자꾸 뭘 하고만 있으면 뭐가 돼도 되겠지. 우선 해 놓고 나중에 봅시다." 하고 현대인은 말합니 다. 옛날엔 양반이면 아시다시피 일하기를 부끄러워했습니다. 그것은 그른 생각이었습니다. 꿋꿋 하고 반듯하게 하는 일, 인간적인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하는 일이라면 인간을 들어 높이기 때문 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어떻습니까? 이제는 양반이면 아무것도 '안' 하기를 부끄러워합니다. 이것 또한 그 릇된 생각입니다. 부질없는 것을 피해 마음의 저 깊이를 되찾게 하는 한가로움을 부끄러워해서야 되겠습니까? (러끌레르끄, 게으름의 찬양) 7

8 (마) 할아버지 어디 가세요? 할아버지는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서울 아들네. 어디 사세요? 목사동 대곡. 대곡이라면 내가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보성강 건너의 마을이다. 거기서 여기까지 오시기가 여기서 서울 가는 길보다 더 힘드셨을텐데요. 시골의 교통편이라는 게 말할 수 없이 옹색하다는 것을 잘 아는 나는 할아버지가 대곡에서 여기 읍내 기차역까지 오신 그 여정이 만만치 않았을 것에 이상하게 가슴이 아렸다. 더군다나 할아버 지는 시골 노인네들 특유의 짐들을 바리바리 싸 짊어지지 않았는가. (중략) 괜찮어. 했다. 괜찮어. 자식 보러 가는 길인데 뭐가 힘들어? 하나도 안 힘들어. 하지 않은 뒷말은 아마 틀림없이 그런 말들이었을 것이다. 대곡에서 어떻게 오셨는데요? 대곡에서 석곡 가는 차가 다섯 시. 네 시 반에 저녁 먹고 다섯 시 차 타고 석곡 왔지. 그래서요? 나는 침을 꼴딱 삼켰다. 석곡서 읍내 가는 버스가 일곱 시에 있어서 기다렸다가 타고 왔지. 할아버지는 천진하게 말했다. 천진무구하게. 하나도 어려울 것 없어. 차 시간에 맞춰 타고 왔지 뭐. 서울 가는 건 몇 시 기차예요? 물으면서도 나는 자꾸만 왜 이렇게 니 아부지 탄 기차가 안 온다냐고 말할 줄도 모르는 아들 녀 석에게 푸념처럼 말을 건넸다. 자꾸 역사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도 또 할아버지와의 대화에 슬슬 재미가 일고 있었다. 열 한 시 사십 분. 세상에나! 일곱 시 삼십 분에 역에 도착하여 그때부터 아홉 시 사십 분인 지금까지 줄창 이 자리 에 이대로 앉아 계셨단 말인가. 그러고도 또 앞으로도 두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할아버지가 타고 갈 기차가 온다. 나는 그만 억장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아니다. 눈물이 다 나올 것만 같았 다. 오후 네 시 반에 저녁을 잡숫고 출발하여 대곡에서 석곡까지 버스를 타고 와서 석곡에서 곡 성 읍내까지 또 버스를 타고 와서 읍내 터미널에서 역전까지 또 짐을 짊어지고 걸어와서 그때부 터 지금까지 장작난로 앞에서 기차를 기다리시는 할아버지. 가슴이 턱 막히는 어떤 느낌, 그것을 뭐라고 말해야 할까. 아, 바로 그것이었다. (바) 분당서울대병원이 작년 서울 및 분당지역 직장인 1289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식사습관에 대해 설 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식사시시간이 10분-15분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응답자의 49%인 623명, 5 분-10분은 22%인 289명, 5분 이내에 식사를 마친다는 사람도 15명으로 나타난 바 있다. 즉, 조사결과에 의하면 무려 72%의 직장인이 15분 이내에 식사를 마친다고 응답한 것. 또한 하 루 세끼 중 식사시간이 30분 이상인 경우가 몇 회 정도 되냐는 질문에는 64%인 819명이 전혀 없다고 응답해 대부분의 직장인이 식사를 쫓기듯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급하게 식사를 하는 습관은 특히 비만과도 연관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포만 감을 인지하는 호르몬이 식사 후 약 15~20분 후에 나오므로 이 시간 전에 식사를 끝낸다면 많 이 먹어도 배부르다는 느낌이 덜하기 때문에 식사를 더 많이 할 수 있다. 더불어 소화 과정에서 나오는 음식을 분해하는 타액 등이 충분히 나오지 못해 같은 성분이라도 지방으로 갈 수 있는 확 8

9 률도 높아진다. 가천의대길병원 가정의학과 이규래 교수는 급하게 먹으면 음식의 흡수, 소화 등의 과정이 충분 히 제 역할을 하기 전에 이미 음식이 축적되기 때문에 쉽게 비만해 질 수 있다 고 충고한다. 이 교수는 최근에는 위장에서 분비되는 식욕을 느끼는 호르몬인 그렐린(ghrellin)도 식사 속도가 빠 르면 분비가 촉진돼 더 빨리 배가 고파질 수 있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으며 포만감을 느끼게 하 는 호르몬인 렙틴 역시 먹는 속도에 좌우된다고 알려져 있다 고 말했다. (사) 속도가 문제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속도가 최고의 관건임을, 그것이 국운과 사운과 개인의 명 운까지 좌우할 지고의 가치임을 강변하는 표어들로 가득 차 있다. 펜티엄 칩의 처리속도, 인터넷 망이나 화상 디지털 전화의 전송 속도에 대한 각 업체의 광고는 실로 오늘날의 가치가 속도 그 자체임을 잘 말해주고 있다. 그 뿐인가. 지난 근대화 시대 내내 우리를 지배한 것은 남보다 더 빨리 였다. 아이 교육에서부터 대형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남보다 더 빨리 앞서가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오지 않았던가. 그 부작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질주하는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타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매우 빠른 속도는 우리의 익숙한 시공 간을 해체시키면서 동시에 오로지 저 소실점에 꽂혀있는 목표물만 보도록 만든다. 밀란 쿤데라는 그게 바로 우리 시대의 문제라고 말한다. 그는 질주하는 역동성보다는 느림의 성찰성을 강조한다. 그는 소설 <느림>에서 이렇게 말한다. 속도는 기술 혁명이 인간에게 선사한 엑스터시의 형태이 다. 오토바이 운전자와는 달리, 뛰어가는 사람은 언제나 자신의 육체속에 있으며, 뛰면서 생기는 미묘한 신체적 변화와 가쁜 호흡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우리는 뛰고 있을 때 우리 자신 의 체중이나 나이를 느끼며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우리의 인생을 사고한다. 그러나 기계에 속도의 능력을 의탁하는 순간 우리는 곧장 우리의 현실로부터 이탈되어 비신체적인 속도의 드라이브에 몰입한다. 쿤데라는 이를 테크닉의 싸늘한 몰개인성과 엑스터시의 기묘한 결합 이라고 불렀다. (아) 인도인이 느린가? 우리가 빠른가? 인도에 가면 누구나 알게 되는 1분만요~ 그 1분은 순식간에 수십 재로 부풀어 버리기 십상이 다. 되는 것도 없지만 결국은 안 되는 것도 없는 인도는 인내를 배울 수 있는 최상의 나라이다. 인도에 유학 간 첫 해 나는 빨리빨리 가 미덕인 나라에서 살다가 온지라 강의실까지 5분 거리를 늘 뛰어다녔다. 자동차며 인력거며 오토바이, 달구지 그리고 사람들 천지로 그 사이를 뛰지 않고 서는 다니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런데 어느 날 인도인 친구가 내게 물었다. 넌 늘 그렇게 뛰어다니니? 질문의 뜻을 몰라 어리 둥절해하는 나에게 그녀는 인도에서 사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냥 천천히 걸으면 다 알아서 비 켜 간다는 것이다. 인도인에게 시간은 직선이 아니라 순환 고리이다. 과거에 일어난 일이 반복되 고 돌아오며 시간 역시 시작도 끝도 없는 순환이며 신도 사람도 모두 이 순환 소리 속에 들어있 는 것이다. 이렇게 시간이 되풀이된다고 믿으니 인도인은 여유로울 수밖에. 이번 생에 다 못 이루 면 다음 생이 있으니까. 70평생에 모든 것을 거는 우리에게 영겁을 두고 작음 꿈을 키우는 인도 인들이 당연히 느리게 느껴지지 않겠는가. 70과 영겁. 인도인이 느린 것인지, 우리가 빠른 것인 지... (이옥순,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 (자) 시간은 단수( 單 數 )가 아니다. 단수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일직선 위에 배열하는 것을 뜻한다. 시 간이 단수라고 여기는 한, 앞의 물음들은 그저 불가지( 不 可 知 )나 신비주의의 영역으로 떨어지고 만다. 그러나 시간은 단수가 아니다. 유( 有 )와 무( 無 )의 경계를 넘나들고, 관현악의 화음처럼 중첩 되어 있으며, 뫼비우스의 띠처럼 시작과 끝이 맞물려 있다. 시공간이 연출하는 이 화려한 퍼레이 9

10 드를 목격하면서 어떻게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하나의 선분 위에 일렬로 늘어서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이것들을 그저 포스트모던 의 징후로 돌리는 건 적절치 않다. 분명 근대 이 전에도 시간은 복수( 複 數 )였다. 중세적 문명론은 천( 天 ) 지( 地 ) 인( 人 )이 함께 어우러진 복합적 시 공간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단수가 된 건 20세기 근대의 산물이다. 오직 인간의 활동 만으로 역사를 구성하게 되면서 시간은 단 하나의 척도로 가늠되었다. 시간의 주름들 이 얇게 펼쳐지면서 과거와 현재, 미래가 일직선으로 늘어서게 된 것이다. 그와 동시에 시간은 계산할 수 있고 통제할 수 있는 것으로 간 주되었다. 어떤 대상을 수로 측정할 수 있다는 건 모든 것이 동일한 질량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전제한다. 균질화! 모든 시간이 동일한 질량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오, 그걸 정말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사랑하는 이와 뜨겁게 교감하는 시간과 증오와 분노로 마음지옥을 헤매는 시간, 혁명적 열정으로 바리케이 트 위를 지키는 전사의 시간이 어떻게 동질화될 수 있단 말인가 토굴에서 7년 동안 면벽하는 달 마 대사의 시간과 아무런 목포도 의지도 없이 방황을 거듭한 나의 20대가 어찌 같은 척도로 측 정될 수 있을 것인가? 그럼에도 우리는 시간을 수로 계산하고, 그에 대한 맹목적 집착을 강제한 다. 그 이유는 바로 시간이 돈 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균질화하는 배후의 동력은 화폐라는 숨은 신 이다. 시간은 돈이다! 돈이기 때문에 단 한 순간도 헛되게 보내서는 안 된다. 시간을 낭비하는 자 는 처벌받아 마땅하다. 자본주의 사회가 고귀한 가치처럼 내세우는 노동의 신성함 역시 그 기저 에는 시간의 화폐화 라는 원리가 작동한다. 그러므로 상식처럼 통용되는 노동/게으름 의 이분법 은 사실 돈이 되는 짓 을 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자신이 아무리 즐거워도 돈이 안되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고 따라서 마땅히 비난 받아야 한다. 아니, 그 이전에 스스로 알아서 죄의식을 느낀 다. 자신에게, 가족에게, 그리고 국가와 인류에게. 속도에 대한 신앙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요컨대 지금 우리 시대를 지배하는 속도의 문화는 화폐화된 시간의 단신성 그 자체에 있다. 잘게 쪼개서 화폐로 계산되고 오로지 앞으로 나아가도록 강제하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피로함! 오직 앞만 보고 달려가는 맹목의 리듬, 속도! 이 궤도를 벗어나는 순간 삶은 산산이 부서지고 만다. 죽 거나 나쁘거나! 오직 하나의 방향으로 시선을 고정시키고, 그 외부 를 꿈꾸지 못하게 하는 것, 이 것을 이름하여 속도의 파시즘 이라 할 수 있으리라. 속도의 파시즘은 20세기 초 기차와 함께 이 땅에 도래하였다. 10

11 예제4-공통차이형 14 다음 제시문을 읽고 논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약술하시오. (500자) (가) 모든 감성에 있어서 각기 거기에 대응하는 쾌락이 생길 수 있음은 분명한 일이다. (우리는 보는 것이나 듣는 것에 대해서 즐겁다고 말한다.) 또한 감성이 최선의 상태에 있으면서 최선의 대상에 대해서 활동할 때에 두드러지게 쾌락이 생긴다는 것도 분명한 일이다. 대상과 지각자가 모두 최 선의 상태에 있을 때에는 언제나 쾌락이 있는 법이다. 거기엔 쾌락의 주체와 객체가 모두 있으니 말이다. 쾌락이 활동을 완전하게 하는 것은 활동의 주체에 내재하는 상태가 그렇게 하는 것과는 다르다. 오히려 쾌락은 마치 한창 나이의 왕성한 기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따르는 꽃다운 청춘과 같은, 부가적인 하나의 목적으로서 활동을 완전케 한다. 그러므로 지적 대상 혹은 감성적 대상과, 식별하는 능력 혹은 관조하는 능력이 다 같이 마땅히 있어야 할 상태에 있는 한 그 활동 에는 언제나 쾌락이 있을 것이다. 주체와 객체가 다 같이 불변하고 또 같은 방식으로 서로 관계 하고 있을 때에는 같은 결과가 자연히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아무도 계속해서 즐거워할 수 없음은 무슨 까닭인가? 우리가 피로해지기 때문에 그러한 것인가? 사실 모든 사람은 계속적으로 활동할 수 없다. 그러므로 쾌락 역시 계속적일 수 없다. 쾌 락은 활동에 수반하는 것이니 말이다. 어떤 일들이 새로운 것일 때 우리를 즐겁게 해주지만, 얼마 있으면 처음만큼 즐겁게 해주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것은 마치 어떤 물건을 우리가 응 시할 때에 우리의 시각이 그렇듯이 처음에는 정신이 자극을 받아 그런 일들에 대해서 강렬히 활 동하지만, 얼마 후에는 우리의 활동이 이완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또한 쾌락도 힘을 잃게 되 는 것이다. 누구나 살기를 희구하는 까닭에 또한 쾌락을 욕구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산다는 것은 활동 이요 또 사람마다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것에 관해서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능력을 가지고 활동 한다. 가령 음악가는 여러 가지 음률에 관해서 청각으로 활동하고, 학문을 사랑하는 사람은 이론 적인 문제에 관하여 이지( 理 智 )로 활동한다. 그런데 쾌락은 이러한 활동들을 완전케 하며, 따라서 사람들이 욕구하는 삶도 완전케 한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쾌락을 찾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중 략) 사실 활동이 없으면 쾌락이 생기지 않으며, 또 모든 활동은 거기에 따르는 쾌락으로 말미암아 완 전하게 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나) 쾌락이란 무엇인가? 이 말이 여러 가지로 쓰이고 있긴 하지만 가장 많이 쓰이는 용례로 볼 때 (살아 있다는 의미에서의) 능동성의 충족과는 무관한 욕망의 충족이라고 정의되기가 더 쉬울 것 이다. 그런 쾌락은 강도가 높은 것일 수도 있다. 사회적 성공을 거둠으로써 느끼는 쾌락, 돈을 많 이 버는 데서 느끼는 쾌락, 복권이 당첨됨으로써 느끼는 쾌락, 보통 말하는 성적 쾌락, 맘껏 먹는 데서 느끼는 쾌락, 경주에서 이기는 쾌락, 음주 환각 약품 등에 의해 고양된 상태, 혹은 살아 있 는 것을 죽이거나 난도질하려는 격정을 충족시키는 데서 느끼는 쾌락 등이 예거될 수 있다. 물론 우리가 부유해지거나 유명해지기 위해서는 바쁘다는 의미로 매우 활동적이어야 하지만 내 적 탄생 (birth within)이라는 의미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 목표를 성취했을 때 그들은 스릴 을 느 끼고 아주 만족하며 절정 에 도달했다고 느낄는지 모른다. 그러나 어떤 절정인가? 아마 흥분의 절정, 만족의 절정, 환각적, 광란적 상태의 절정일 것이다. 이런 상태에 도달하도록 하는 것은 그 들의 열정이다. 그러나 이 열정은 인간적인 것이긴 하지만, 그것이 본질적으로 인간 조건의 적절 한 해결을 향하지 않는 한 병적인 것이다. 그러한 열정은 더욱 위대한 인간의 성장이나 힘을 낳 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을 불구로 만든다. 극단적 쾌락주의자의 쾌락, 항상 새로운 물욕( 物 11

12 慾 )의 충족, 현 사회의 쾌락 등은 정도가 서로 다른 흥분 을 일으키지만 기쁨 을 갖다 주지는 못 한다. 실상 기쁨이 없기 때문에 항상 새롭고 한층 더 자극적인 쾌락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현대 사회는 3천 년 전에 헤브루 인들이 처했던 상황과 똑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모세는 이스라엘 민족에게 가장 사악한 죄악 중의 하나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너희들은 모든 사물의 충만함 가운데서 마음 속의 기쁨 과 즐거움 으로 주 하느님을 섬기지 않았다. <신명 기 28: 47> 기쁨은 생산 행위에 따른 부수물이다. 그것은 절정에 이르렀다가 급작스레 끝나 버리 는 절정 경험 (peak experience)이 아니고 오히려 사람의 본질적인 능력의 생산적 표현을 동반 하는 지속적 감정 상태이다. 기쁨은 순간적인 몰아( 沒 我 )의 불꽃이 아니다. 기쁨은 존재와 함께 오는 빛이다. 쾌락과 스릴은 소위 절정에 도달하고 난 후에는 슬픔을 낳는다. 왜냐하면 스릴은 경험했지만 그 용기( 容 器 )가 커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내적 힘은 증가되지 않은 것이다. 그는 비생산적 활동의 권태를 돌파하려고 시도하였고 잠시 동안 이성과 사랑을 제외한 그의 모든 에너지를 결합 하였다. 그는 인간의 힘을 벗어나 초인( 超 人 )이 되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그는 승리의 순간에 도 달한 것 같이 느끼지만 그 승리에는 깊은 슬픔이 뒤따른다. 그의 내부에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리히 프롬, 소유냐 존재냐) (다) 백 년이란 사람 목숨의 최대 한계여서 백 년을 사는 사람은 천에 하나도 안 된다. 설사 그러한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어려서 안기어 있던 때로부터 늙어 힘없는 때까지가 거의 그 반을 차지할 것이고, 밤에 잠잘 때의 활동이 끝난 시간과 낮에 깨어 있을 적에 헛되이 잃는 시간이 또 거의 그 반을 차지할 것이다. 아프고 병들고 슬퍼하고 괴로워하며 자기를 잃고 근심하고 두려워하는 시간이 또 거의 그 반은 될 것이다. 십 수 년 동안을 헤아려 보건대 즐겁게 자득하면서 조그마한 걱정도 없는 때는 한시라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사람은 살면서 무엇을 하여야 하는가? 무엇을 즐겨야 하는가? 맛있는 음식과 좋은 옷을 입어야 하고 음악과 미인을 즐겨야 한다. 그러나 맛있는 음식과 좋은 옷을 항상 만족스럽게 구비 할 수는 없고, 좋은 음악과 미인을 언제나 데리고 놀 수도 없다 그리고는 또 형벌과 상에 의하여 행동이 금하여지기도 하고 권면되기도 하며, 명예와 법에 의하여 나아가게도 되고 물러나게도 된 다. 황망히 한때의 헛된 명예를 다투고 그저 죽은 뒤에 남는 영화를 도모하여 우물쭈물 귀와 눈 으로 듣고 보는 것을 삼가고 몸과 뜻의 옳고 그름에 전전긍긍하면서 공연히 좋은 시절의 지극한 즐거움을 잃고 한시라도 자기 멋대로 행동하지 못한다. 이것이 형틀에 매어 있는 죄수와 무엇이 다른가? 태고적 사람들은 삶이 잠시 오는 것임을 알았고, 죽음은 잠시 가는 것임을 알았다. 그러므로 마음 을 따라 움직이면서 자연을 어기지 않았으니, 그가 좋아하는 것은 몸의 즐거움에 합당한 것이어 서 그것을 피해 가지 않았고 명예를 좇아 행동하지 않았다. 본성에 따라 노닐면서 만물이 좋아하 는 바를 거스르지 않았으며, 죽은 뒤의 명예는 취하지 않았다. (열자, 양주편) 12

13 예제5-근거활용형 15 다음 (가)의 글은 현대 소비사회의 특성을 묘사하고 있다. 오늘날 (나)와 (다)의 삶의 방식이 (가)의 소비사회와 갈등을 빚는 이유와 양상을 서술하고, 그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논술하시오. (800자) (가) 소비의 시대인 오늘날에는 상품의 논리가 일반화되어 노동과정이나 물질적 생산품뿐만 아니라 문 화, 섹슈얼리티, 인간관계, 심지어 환상과 개인적 욕망까지도 지배하고 있다. 모든 것이 이 논리 에 종속되어 있는데, 그것은 단순히 모든 기능과 욕구가 이윤에 의해 대상화되고 조작된다고 하 는 의미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진열되어 구경거리가 된다는, 즉 이미지, 기호, 소비 가능한 모델로 환기되고 유발되고 편성된다는 보다 깊은 의미에서이다. 소비과정은 기호를 흡수하고 기 호에 의해 흡수되는 과정이다. 기호의 발신과 수신만이 있을 뿐이며 개인으로서의 존재는 기호의 조작과 계산 속에서 소멸한다. 소비시대의 인간은 자기 노동의 생산물뿐만 아니라 자기 욕구조차 도 직시하는 일이 없으며 자신의 모습과 마주 대하는 일도 없다. 그는 자신이 늘어놓은 기호들 속에 내재할 뿐이다. 초월성도 궁극성도 목적성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이 사회의 특징은 반성 의 부재, 자신에 대한 시각의 부재이다. 현대의 질서에서는 인간이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는 장소였던 거울은 사라지고, 대신 쇼 윈도만이 존재한다. 거기에서 개인은 자신을 비춰보는 것이 아니라 대량의 기호화된 사물을 응시할 따름이며, 사회적 지위 등을 의미하는 기호의 질서 속으 로 흡수되어 버린다. 소비의 주체는 기호의 질서이다. 소비의 가장 아름다운 대상은 육체이다. 오 늘날 육체는 광고, 패션, 대중문화 등 모든 곳에 범람하고 있다. 육체를 둘러싼 위생, 영양, 의료 와 관련한 숭배의식, 젊음, 우아함, 남자다움 혹은 여자다움에 대한 강박관념, 미용, 건강, 날씬함 을 위한 식이요법, 이것들 모두는 육체가 구원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육체는 영혼 이 담당했던 도덕적,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문자 그대로 넘겨받았다. 오늘날 육체는 주체의 자율적 인 목적에 따라서가 아니라, 소비사회의 규범인 향락과 쾌락주의적 이윤창출의 원리에 따라서 다 시금 만들어진다. 이제 육체는 관리의 대상이 된다. 육체는 투자를 위한 자산처럼 다루어지고, 사 회적 지위를 표시하는 여러 기호 중의 하나로서 조작된다. (나) 그는 애정을 담은 눈길로 흘러가는 강물 속을 들여다보았다. 속이 맑게 들여다보이는 초록빛 강 물은 온갖 불가사의한 무늬를 만들어내며 수정처럼 빛나고 있었다. 찬연히 빛나는 진주들이 물 속 깊은 곳에서 솟아올라 물거품을 내며 거울 같은 수면 위를 헤엄쳐 다녔다. 그 물거품 속에는 하늘의 푸른빛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강물은 초록색, 하얀색, 투명한 하늘색, 그런 형형색색의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이 강물을 얼마나 사랑하는가! 이 강물은 나를 얼마나 황홀 하게 해주는가! 나는 이 강물에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가!' 그는 마음속으로부터 새로이 깨어난 음 성이 자신을 향해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 음성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 강물을 사랑하라!그 곁에 머물러라! 강물로부터 배우라!' 그는 강물의 가르침을 배우기 위해 강물이 들려주는 말에 귀 를 기울이기로 했다. 강물의 비밀을 이해할 수 있다면, 더 많은 비밀, 나아가 모든 비밀까지도 이 해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 얻기를 탐내는 자는 만족함이 없으니, 모두가 사치를 좋아하는 일념 때문이다. 만약 마음이 담담 하여 만족할 줄 알면 세상 재물을 구해서 어디에 쓰겠는가. 청풍명월( 淸 風 明 月 )은 돈으로 사는 것 이 아니요, 대 울타리 띠집에도 돈 쓸 일이 없고, 책을 읽고 도( 道 )를 이야기하는 데도 돈이 필요 하지 않으며, 자신을 깨끗이 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데도 돈이 필요하지 않다. 다만 사람을 구제하 13

14 고 만물을 이롭게 하는 데는 돈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마음을 가다듬고 성찰하면 세상 맛에서 초탈하게 될 것이니 탐욕스러운 마음이 또 어디로부터 나오겠는가? 14

15 LEVEL 2 예제1-비교요약형 16 다음 제시문의 핵심사항을 요약하시오. (400자) 정당방위에는 두 가지 기본 사상이 깔려 있다. 그 하나가 자기 보존의 사상이다. 누구나 타인의 위법한 공격에 직면할 때 자기 자신 또는 제 3자를 보호하기 위해 방어 조치를 취하는 것은 개인 의 자연권을 보호하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개인적으로 향유( 享 有 )하는 이익이 눈앞에서 위 법 부당한 공격으로 침해되는 것을 보고서도 오히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똥이 더러워 피하 지 무서워 피하는 것이냐 라고 달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법은 보통 사람들에게 오히려 이 경우 자기 보존을 위해 공격자를 무력화시킬 선제공격이나 기선을 제압( 制 壓 )하는 공격을 허용하고 있 는 것이다. 정당방위는 개인의 자기 보존 사상 외에도 법이 무엇인가를 확충시켜 주어야 한다는 사상을 밑에 깔고 있다. 자기 자신을 위법 부당한 공격으로부터 방어하는 자는 이로써 법질서 전체의 효력까 지도 방어하는 것이다. 이 사상을 옛날부터 부정( 不 正 ) 대 정( 正 )의 원칙 이라고 불러 왔다. 즉 법은 불법에 양보해서는 안 되며, 정당한 것이 부당한 것에 길을 비켜 줄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 처럼 법질서 전체의 효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당방위의 옳음에 대한 신봉( 信 奉 ) 때문에 정당방위 는 가차 없는 방어 수단을 들이대도 허용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침해 받은 이익이 재산적 가치밖에 없는 것인데도 방어 수단으로는 그 공격자의 인명에 손해를 가해도 허용된다. 정당방위의 이 같은 과단성( 果 斷 性 )*이 제대로 인식된 것은 우리 법문화에서 비교적 최근의 일이 다. 196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 법원은 정당방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아직도 큰 이익과 작은 이익의 갈등 사이를 비교하려는 법익 교량( 法 益 較 量 )의 사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부정( 不 正 ) 대 정( 正 )의 사상은 피해자가 도망할 수 있는 경우에 도망하지 아니하고 가해자에게 공격한 경우 까지도 허용하는 입장이다. 부당한 공격에 정당한 것이 길을 비켜야 할 이유가 없듯 공격을 당하 는 자에게 비겁하게 도망하라고 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정당방위가 무제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자기 보전과 법질서의 확충이라는 사회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원칙적인 금지에 대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지 정당방위가 당당히 나서서 꼭 실현해야 할 권리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므로 과격한 정당방위 에도 그 내재적인 한계가 있다. 먼저 방어 행위는 사실상 방어의 필요성을 갖춘 것이어야 한다. 방어자는 위법한 공격에 대해 불 안전한 방어 수단만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주먹으로 방어해도 될 일에 무기를 사용했다 해서 언 제나 정당방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방어자는 공격을 확실하고 위험 없 이 막기 위하여 많은 수단을 선택할 수 있다면 그 중 가장 경미( 輕 微 )한 것으로도 중한 것과 동 일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 더 나아가 방어 행위는 규범적으로 요구된 행위여야 한다. 법질서 전체의 입장에서 요구되지 않 은 방어 행위는 정당방위가 아니라 권리 남용에 해당한다. 요구된 행위이기 위해서는 목적과 수 단의 상당성( 相 當 性 )**이 있어야 한다. 방어 행위에 의해 야기( 惹 起 )된 손해가 공격 위험에 비해 극단적인 불균형을 이룰 때 정당방위의 자기 보전 근거가 탈락된다. 만약 이 같은 극단적 불균형 이 존재함에도 방어 행위를 실행한다면 그것은 권리 남용일 뿐 정당방위는 아니다. (김일수, 정당 방위는 어디까지 허용되나) *과단성:일을 딱 잘라 결정하는 성질 **상당성:어떤 일이 어떤 경우나 상태에 알맞거나 합당한 상태를 이루는 것 15

16 예제2-대립관계형 17 다음 제시문을 대립되는 논점이 잘 드러나도록 비교하시오. (500자) (가) 개인들이 모일 때마다 곧바로 군중이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들은 서로 뒤섞이고 합해져서 변모한다. 그들은 자신의 성질을 억누르는 공통된 성질을 획득하며, 자신들의 개별적인 의지를 침 묵시키는 집단의지에 복종하게 된다. 이러한 압력은 실제적인 위협을 나타내는데,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엇인가에 휩쓸리고 있다고 느낀다.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고 항상 움직이며 우글거리는 이 사회적 동물을 볼 때, 어떤 사람들은 그 속에 무턱대고 자신을 던지기 전에 뒤로 살짝 물러서려고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진짜 공포 증을 느낀다. 이러한 반응들은 군중의 힘과 그것이 일으키는 육체적인 반향( 反 響 ) 그리고 그 반향 을 통해서 사람들이 군중에게 있다고 추정하는 효과를 증명한다. 모파상(Maupassant)은 필적할 만한 학자가 별로 없을 정도로 정확하게 그 효과를 훌륭하게 묘사하였다. 그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게다가 또 하나의 다른 이유에서 나는 군중을 싫어한다. 나는 극장에 들어갈 수도 공적인 축제 에 참가할 수도 없다. 그곳에서 나는 곧 마치 저항할 수 없는 신비한 영향력과 전력을 다해 싸우 는 것처럼 괴상하고 참을 수 없는 불편함과 굉장한 신경질을 느낀다. 그리고 사실 나는 나의 마 음속에 파고들려고 하는 군중의 혼과 싸운다. 나는 사람이 혼자서 살 때는 지성이 강해지고 향상 되지만, 다른 사람들과 섞이면 지성이 약해지고 쇠퇴하는 것을 여러 번 확인하였다. 사람들과의 접촉, 널리 퍼져 있는 관념, 사람들이 말하는 모든 것, 듣고 들리며 또 대답할 수밖에 없는 모든 것은 사고에 영향을 준다. 여러 관념들이 머리에서 머리로, 집에서 집으로, 거리에서 거리로, 도 시에서 도시로, 민중에서 민중으로 밀려왔다가 사라지면서 어떤 수준이 확립되는데, 그것은 수많 은 개인의 집합체 전체가 만들어 낸 지성의 평균이다. 사람이 혼자 있을 때 갖고 있는 자질, 즉 지적인 창의력, 자유의지, 분별 있는 성찰력, 심지어는 통찰력 등의 자질이 그가 많은 사람들 속 에 섞이면 일반적으로 곧 사라진다. (나) 노동의 생산물은 노동의 대상과 사용된 재료에 노동이 첨가된 것이다. 이 생산물 가치의 대소( 大 小 )에 비례해서 고용주의 이윤이 크거나 작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자신의 자본을 사용해 서 노동을 유지하는 것은 이윤을 얻기 위해서다. 따라서 그는 그 생산물이 가장 큰 가치를 가질 수 있게 하는 노동, 즉 그 생산물이 가장 큰 양의 화폐나 다른 재화와 교환될 수 있게 하는 노동 에 자기의 자본을 사용하려고 힘쓸 것이다. 그러나 한 사회의 연간수입은 그 사회의 노동의 연간 총생산물의 교환가치와 정확하게 같다. 또 는 오히려 그것의 교환가치와 정확하게 동일한 것이다. 따라서 각 개인이 최선을 다해 자기 자본 을 본국 노동의 유지에 사용하고, 노동생산물이 최대의 가치를 갖도록 노동을 이끈다면, 각 개인 은 필연적으로 사회의 연간 수입이 가능한 한 최대의 가치를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 된다. 사실 그는, 일반적으로 말해서, 공공의 이익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지도 않고, 공공의 이익을 그가 얼 마나 촉진하는지도 모른다. 외국 노동보다 본국 노동의 유지를 선호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 의 안전을 위해서였고, 노동생산물이 최대의 가치를 갖도록 그 노동을 이끈 것은 오로지 자기 자 신의 이익을 위해서였다. 이 경우 그는, 다른 많은 경우처럼, 보이지 않는 손(an invisible hand) 에 이끌려서 그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그가 의도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해서 반드시 사회에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흔히, 그 자 신이 진실로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는 경우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그것을 증진시킨 다. 나는 공공이익을 위해 사업한다고 떠드는 사람들이 좋은 일을 많이 한 것을 본 적이 없다. 사 16

17 실 상인들 사이에 이러한 허풍은 일반적인 것도 아니며, 상인들은 말 몇 마디만 해도 그런 허풍 을 떨지 않는다. 각 개인은 자기의 자본을 국내산업의 어느 분야에 투자하면 좋은지, 그리고 어느 산업분야의 생 산물이 가장 큰 가치를 가지는지에 대해, 자신의 현지 상황에 근거해서 어떠한 정치가나 입법자 보다도 훨씬 더 잘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17

18 예제3-대립관계형 18 다음 제시문을 대립되는 논점이 잘 드러나도록 비교하시오. (800자) (가) 산업혁명 이후 기술 발달로 인류는 풍요를 누려 왔다. 그러나 인류 문명은 써버리면 없어지고 마 는 고갈성의 자원을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풍요를 위한 대량 생산은 자원의 고갈이라는 문제 를 만들었으며, 개발에 따른 환경 변화와 환경 문제도 불가피하게 발생하였다. 이에 인류는 개발 과 보전을 두고 논쟁과 대립을 해 왔으며, 결국 타협점으로 찾은 것이 지속 가능한 개발이다. 1992년 유엔 환경 개발 회의에서 채택된 리우 지구 환경 선언 은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환경적 으로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 을 추구하도록 요구하였다. 지속 가능한 개발이란 장기적인 영향 을 고려한 개발이며, 세대 간 형평성을 고려한 개발, 철저한 오염 관리로 생태계를 보전하려는 개 발이다. 또, 자원의 순환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개발이며, 최적의 생활 조건을 고집하 지 않는 개발이다. 우리의 다음 세대로 쾌적한 환경 속에서 자신들의 삶을 스스로 꾸려 갈, 권리 가 있음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등학교 사회, 교학사) (나) 지구상에 사는 생명체가 만들어지는 데에는 수억 년이 걸렸다. 마치 영겁처럼 느껴지는 이 기간 동안 생물들은 계속 진화하고 분화해 가면서 주변 환경에 적응하고 균형을 이루어 나갔다. 그런 생물들을 형성하고 인도하는 주변 환경에는 도움이 되는 요소뿐 아니라 적대적인 요소가 포함되 어 있다. 어떤 암석은 위험한 방사능을 방출한다. 모든 생명체의 에너지원이 되는 태양 빛에도 해 로운 방사능이 존재한다. 단지 몇 년이 아니라 수천 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생명체는 환경에 적 응하고 그 결과 적절한 균형 상태에 도달한다. 이렇게 시간은 생명체의 생존에 있어서 필수적 요 소였지만 오늘날에는 그런 충분한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충동적이고 부주의한 활동에 의해 자연의 신중한 속도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빠른 속 도로 새로운 변화가 초래된다. 방사능은 암석에서 방출되거나 우주로부터 오기도 하고, 지구상체 생명체가 존재하기 전부터 있던 태양 자외선에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오늘날의 방사능은 원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인공적인 산물이다. 생물들이 적응해야 할 대상은 칼슘, 규소, 구리를 비롯해 암석으로부터 씻겨 내려와 강을 타고 바다로 흘러가는 광물질만이 아 니다. 이제는 인간의 상상력이 고안해내고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그렇기 때문에 자연상태에서는 어떤 대응 상대도 없는 합성물질에도 적응해야 한다. 생명체가 화학물질에 적응하려면 자연의 척도에 따라 적절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그저 인간이 생각하는 몇 년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몇 세대에 이르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설령 기적이 일어나 이런 물질에 쉽게 적응한다고 해도, 실험실로부터 계속 새로운 화학물질들이 꼬리 를 물고 쏟아져 나올 것이므로 별 성과가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만 매년 500여 가지의 화학물질 이 등장해 사용된다. 이 놀라운 수치가 암시하는 것은 인간과 동물이 매년 500종의 새로운 화학 물질에 적응해야 한다는 사실인데, 이는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다.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다) 생산 항목에 포함되는 것은 경제 계산에 종속되지만, 소비 항목에 포함되는 것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실제 삶은 이렇게 분류되기 어렵다. 왜냐하면 생산자로서의 인간과 소비자로서의 인간은 사실상 생산과 소비가 항시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동일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노동 자도 공장에서 흔히 노동 조건 이라고 불리는 어떠한 쾌적함 을 소비하며, 이 쾌적함 에서 불충 분함이 나타나면 그 일을 계속할 수 없거나 포기하게 된다. 아울러 물과 비누를 소비하는 사람들 18

19 조차 청결함을 생산하는 존재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중략) 이 이중성은 토지를 이용하는 데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농부는 단순히 가능한 방법을 이용 해서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생산자로 여겨질 뿐이다. 이 과정에서 그가 소비자로 서 토양의 건강성과 아름다운 경관을 파괴하며, 그 결과로 인구를 토지에서 몰아내고 도시의 과 밀화를 초래한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오늘날 대농, 원예업자, 식품 제조업자, 과수원 운영자처럼 자신의 생산물을 소비한다고 결코 생각할 수 없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다행스럽게도 충 분한 돈이 있으므로 유독 물질을 이용하지 않고 유기 농법으로 생산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고 말한다. 이들에게 왜 유기농법을 채택해서 유독 물질의 이용을 피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이들은 그럴 정도의 경제적 여유는 없다고 대답한다. 여기서 생산자로서의 인간이 할 수 있는 일과 소비 자로서의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서로 다르다. 그러나 양자는 동일한 인간이므로, 인간 - 또는 사회 -이 실질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문제는 끝없는 혼동을 야기한다. 토지와 그 위에 살고 있는 생명체를 오로지 생산 요소 로만 취급하는 한, 이러한 혼동에서 벗어 날 길은 없다. 물론 이것들은 생산수단, 즉 목적을 위한 수단이다. 그러나 이것들에게 이 특성은 부차적인 것이지, 일차적인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것들은 목적 자체이다. 그래서 이것들은 메타경제학적인 것이므로, 어떤 의미에서는 신성하다고 말해도 이성적으로 타당할 수 있다. 인간 은 이것들을 만들지 못한다. 자신이 만들지도 못하고 만들 수도 없으며, 한번 파괴되면 재창조할 수도 없는 것을 자신이 만든 것과 똑같은 방식과 정신으로 취급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행동이다. (E. F. 슈마허, 작은 것이 아름답다) (라) 농업경제학자들에게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식물 성장이 촉진되고 온실 농업이 발달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지구 전체에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물 사용의 효율이 증가 할 뿐만 아니라 식물 생산성이 향상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해 따뜻해진 기후는 식물의 태양 에너지 전환 능력을 향상시키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가 농업에 좋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예측은 이치에 맞다. 이러한 이슈에 관한 경제적 측면의 연구들에서도 동일한 결론에 도달했다. 적당한 지구 온난화는 국민총생산과 평균 소득을 증가시켜 경제적으로 순이익 을 창출해낼 가능성이 많다. (중략) 지구 온난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가장 끔찍하고 널리 알려진 예측 중 하나는 해수면 상 승이다. 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면 방글라데시와 같은 많은 섬과 해안 저지대가 수몰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러나 사실 해수면은 지금도 상승하고 있으며 이미 수천 년 동안 계속 상승 해왔다. 한때는 시베리아와 알래스카가 육지로 연결되어 인류가 아시아에서 북미까지 걸어서 이 주할 만큼 해수면이 매우 낮았다. 최근 연구에서 지난 3,000년 동안 해수면이 1세기에 약 12센 티미터 상승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20세기에 직접 관측한 기록을 분석한 일부 연구에서는 해수면 이 더 빠른 속도인, 1세기에 약 10~25센티미터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연구들에서는 그 속도가 이보다는 느리다고 결론지었다. 상승 정도가 얼마나 가속되었든 간 에 해수면 변화는 산업화 이전에도 발생했던 것이다. (잭 M. 홀랜더, 환경 위기의 진실) (마) 신과 인간의 이성은 인간에게 이 대지를 정복할 것을 명한다. 즉 이 대지를 생활에 도움이 되도 록 개량하여 그곳에다 그 자신의 것인 어떤 것, 즉 그의 노동력을 투하할 것을 명한 것이다. 이러 한 신의 명령에 따라서, 토지의 어떤 부분을 점유하여 그것을 갈고 씨를 뿌린 사람은 그의 노동 력을 그것에다 첨가한 셈이다. 따라서 이것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은 아무런 권리도 없으며, 이것 을 그로부터 빼앗으려고 한다면, 그러한 행동은 그에 대한 권리의 침해가 되는 것이다. 또한 토지의 어떤 일부분이라도 그것을 개량함으로써 - 즉, 그것에 울타리를 치고 개간을 함으로 써 - 이와 같이 점유하는 일은 다른 어떠한 사람에 대해서도 손해를 주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19

20 땅 위에는 아직도 토지를 손에 넣지 못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마음껏 이용하고도 남을 만한 정도 의 전과 다름없이 충분한 토지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로 누군가가 자기 자신을 위 하여 공유지를 울타리로 둘러싸서 점유한다 할지라도, 다른 사람의 몫으로서 남겨진 토지가 조금 도 감소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이 충분히 이용할 수 있을 정도의 것을 남 겨 놓기만 한다면 그는 전연 아무것도 점유하지 않은 것과 같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잔뜩 배 불리 물을 퍼마셨다 해도 그 후에도 똑같은 양의 물이 여전히 남아 있어 자기도 그 물로써 충분 히 갈증을 풀 수만 있다면 누구도 그것 때문에 손해를 입었다고 생각지는 않을 것이다. (존 로크, 통치론) (바) 가난한 사람들이 경제 수준이 향상되고 더욱 많은 자유를 누리게 되면 먼저 자신이나 가족 의 생계와 건강 같은 기본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역사를 통해, 지금은 선진국 국 민이 된 사람들도 가난했던 과거에 이렇게 행동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런 사실을 확신할 수 있 다. 부와 자유(둘 다 중요하다)가 증가하면 사람들은 정치적 의지, 경제적 자원, 그리고 기술적 독 창성을 환경 문제에 관해 좀더 광범위하게 논의하는 데 활용하려는 동기를 얻게 되고, 실제 활용 할 수 있게 된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지만, 건전한 경제와 환경의 질 사이에 본질적인 갈등은 없으며 실제로 이 둘은 함께 발전하는 관계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부유한 국가에서 활발한 경제 성장과 지속적인 환경 개선이 동시에 일어난 사실은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미래 산업국가에서 우수한 환경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환경 친화적이고 경제성 도 뛰어난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기존의 산업국가뿐만 아니라 새롭 게 시작하는 개발도상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다행히도 오늘날의 개발도상국들은 과거에 비해 유 리한 점이 많다. 지금의 개발도상국은 각 기술 분야에서 모든 경험적 학습 과정을 다시 밟을 필 요가 없다. 그들은 초기 산업국가들이 지나간 경로나 실수들을 뛰어넘고 21세기의 친환경적이며 더욱 우수한 기술에 곧장 도달할 수 있다. (중략) 21세기 소비자 중심주의는 낡은 공해 유발 기술을 자원 효율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새로운 기술 로 점점 대체하게 될 것이다. 좋은 환경의 질을 유지하는 핵심 열쇠인 기술 혁신과 경제적 효율 성은 개발도상국들이 부유한 민주국가가 되면서 점점 떠 뿌리내리게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잭 M. 홀랜더, 환경 위기의 진실) (사) 오늘날 생산 방법이 이미 산업시대 인간의 본질을 침식하고 있음은 명확하지 않은가? 많은 사람 들에게는 이것이 결코 명확한 게 아니겠지만 말이다. 오히려 이들은 생산 문제가 해결된 오늘날 이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과연 전보다 잘 먹고 잘 입고, 쾌적한 주거 환경 에서 생활하며, 좋은 교육을 받고 있는가? 물론 그렇다. 부유한 국가에서, 모두는 아닐지라도 대 다수가 그러하다. 그러나 이것이 내가 본질 이라고 언급했던 말이 의미하는 바는 아니다. 인간의 본질은 국민총생산으로 측정될 수 없다. 그것은 어떤 상실의 징후를 제외하고는 결코 무엇도 측 정할 수 없다. (중략) 생산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신념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가장 치명적인 오류 중의 한 가지라고 말했 다. 필자가 보건대, 이 환상은 주로 근대 산업체계가 지적 정교함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기 반 자체를 잠식하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력에서 비롯된 듯 보인다. 경제학자들 용어를 빌자면, 이 체계는 대체 불가능한 자본에 의존하면서도 이것을 즐겨 소득으로 취급한다. (아) 성장 이 0퍼센트 주위를 왔다갔다하는 오늘날과 같은 경제 상황에서도 고용 협약당사자들 이 지 키려는 낡은 원칙은 예전에도 항상 그랬듯이 비현실적인 희망사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는 20

21 언어에서 벌써 분명하게 나타난다. 우리는 경제 생산이 현재 수준에서 정체해 있는데도 여전히 성장 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정말 이해가 안 되는 단어는 제로 성장 이다. 더군다나 생산 수치 가 전체적으로 감소할 때도 여전히 성장이란 말이 사용된다. 마이너스 성장 이라는 표현으로 말 이다. 이것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난센스다! 특별한 형태의 성장이라는 말인가? 중요한 것은 항상 성장이다. 성장 없이는 아무 일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의 경제적 몰이 해를 우리는 아직도 현실 정치라고 부르고 있다. 착각 속에 빠진 정치인들의 언어 속에서 이 사 실은 다음과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 성장이 전부가 아닌 것은 사실이지만, 성장 없이는 모든 것 이 아무 것도 아니다. 그들은 옛 것을 관리할 능력도 거의 없고, 새로운 것은 꾸미기에는 상상력 이 너무 부족한 것이다. 경제와 사회 분야의 늙은 전문정치인들이 새로운 행태 문제가 낡은 사회 문제를 몰아냈다는 것을 아직도 제대로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심각한 보복이 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생존의 기초 를 파괴하는 것보다 더 비사회적인 것은 없다. 우리 자식들과 손자들은 우리가 연금을 더 받거나 덜 받는 것을 가지고 우리를 평가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우리가 그들에게 맑은 물, 건강한 땅, 그리고 깨끗한 공기를 물려주는 것을 가지고 우리를 평가할 것이다. 오늘날의 대다수 경제학자 와 정치가는 여전히 시장은 그 자체로 도덕적이고 보이지 않는 손의 인도를 받는다 고 주장했던 200년 전의 경제이론가이자 도덕철학자 아담 스미스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다. 이 경제종교는 도 그마가 되어버렸다. 종교의 맹신자들은 순수한 시장경제(사실은 순수하지도 않고 경제적이지도 않다)에서는 가난한 자와 부자 사이의 간격이 점점 더 크게 벌어진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이 순수한 시장경제 가 초래하는 환경손상은 또한 경제 파탄을 가져온다. 스위스의 사회윤리학자 한스 루(Hans Ruh)는 시장이 그 자체로서는 도덕적일 수 없다는 것을 분 명하게 보여주는 네 가지 문제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1. 시장은 출발점에서 참여자들에게 주어진 기회가 균등하지 않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는다. 장애 인과 병자를 배제하는 것이다. 2. 생태적인 고려를 조금도 하지 않는다. 3. 단기적으로만 생각한다. 4. 가치를 모른다. 예를 들어 시장은 생명을 유지시키는 식품뿐 아니라 생명을 파괴하는 무기도 생산한다. 그 의미 에 대해서는 조금도 묻지 않고 말이다. 그러나 의미에 대한 물음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어 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생산해야 하는가? 살기 위해서 생산하는가, 생산하기 위해서 사는가? 생태사회적인 시장경제는 경제적, 생태적, 사회적, 도덕적 요소들이 서로 어우러져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정부, 기업, 투자자, 그리고 소비자들이 국가 내에서뿐 아니라 전지구적으로 모든 행동을 도덕적인 기준에 맞출 때에만 가능해진다. 그러나 우리는 이 수준으로부터 까마득하게 떨 어져 있다. (프란츠 알트, 생태적 경제기적) (자) 생태계의 위기의 원인은 인간과 자연을 분리시키는 인간중심적 세계관에 있다. 생태주의는 생명 중심적 평등성, 생물학적 평등성을 주장한다. 세계는 최소 단위로 분해될 수 없는 것으로, 통일된 전체를 구성해 주는 여러 부분들이 복잡하게 상호 관계를 맺고 있는 그물망이며, 본질적으로 역 동성을 갖고 있다. 세계는 실체의 존재론으로서가 아니라 관계의 존재론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우 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의견상 불변의 사물들도 사실은 어떤 본질적인 과정의 작용, 즉 자연의 지속적이고 역동적인 흐름을 뚜렷이 보여 주고 있다. 생태주의는 태양과 물 그리고 바람의 순환 과정 및 강물의 흐름과 더불어 작동되는 태양력과 같은 소프트 에너지 생산을 지지한다. 또한 우 리와 지구의 상호 의존성을 반영하는 적절한 기술의 발전을 요구하며 자연적 해충방제 수단을 사 용하는 재생 농업을 옹호한다. 21

22 (차) 과학 기술은 생활 수준을 향상시켰고, 통신 및 교통 시설의 발전을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인간에 게 충분한 여가를 가져다 주었다. 과학기술에 의한 경제 성장은 인류가 계속 추구해 나가야 할 지향점이다. 과학 기술의 발전과 이를 통한 경제 성장이야말로 자원 부족, 환경문제 등 인류가 직 면해 있는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 있다. 과학 기술의 발달이 오늘날의 환경문제를 낳았다 하더라 도, 이는 과학의 포기에 의해서가 아니라 과학을 더욱 더 폭넓게 사용함으로써 근절될 수 있다. 22

23 예제4-공통차이형 19 다음 제시문을 읽고 논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약술하시오. (500자) (가) 주희( 朱 熹 )는 경( 敬 ) 을 성문( 聖 門 )의 제일의( 第 一 義 )로 삼고, 요( 堯 )가 천하를 다스린 것이나 孔 子 의 이른바 극기복례( 克 己 復 禮 )나 기타의 千 言 萬 語 도 모두 敬 이라는 글자 하나로 귀결된다고 하 였다. 敬 을 분류하면 內 外 의 두 방면이 있다. 內 는 조금도 게으름 없이 마음이 잘못되지 않은지 살피는 것이고 外 는 기거동작( 起 居 動 作 )을 조심성 있게 하는 것인데, 이른바 성찰( 省 察 )은 敬 의 내적 방면이고 정좌( 靜 坐 )는 敬 의 외적 방면이다. 이러한 內 外 의 노력이 어우러져야 하는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이는 天 地 의 원리에 자신을 합치시키고자 하는 부단한 노력으로서, 기질지성 ( 氣 質 之 性 )의 작용으로 말미암은 인욕( 人 欲 )을 억제하고 天 地 의 선한 이치에 도달하고자 하는 것 이다. 주자( 周 子 )가 주정( 主 靜 )*을 말하고 정이천( 程 伊 川 )이 靜 坐 를 높이 산 이래 靜 坐 에 찬성하지 않는 학자가 없게 되었다. 주희의 이른바 敬 은 동정일관( 動 靜 一 貫 ), 즉 움직임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항상 일관된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理 와 氣 의 관계에 대해 양자의 대등한 지위를 인정하는 주희의 理 氣 二 元 論 的 입장에서는 天 理 의 사회적 표현인 도덕 규범과 禮 는 누구에게나 적용되어야 하는 객관적 실체이다. 도덕 규범과 禮 가 객관적 실체이기에 만인에게 공통적으로 적 용되어야 하듯이 敬 또한 天 理 에 이르고자 하는 자들에게 공통적인 수행 과정이 되어야 하는 것 이다. ( 馮 友 蘭, 중국철학사 ) * 주정( 主 靜 ) : 욕망을 가라앉혀 마음을 고요히 하는 것. (나) 인간 정신은 태고 이래 조금도 발전하지 않았으며 과학과 기술의 진보와는 달리 역사가 처음 시 작되었을 때나 지금이나 항상 똑같은 상태에 있다. 는 말은 진실이 아니다. 우리는 인간 정신도 진보한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증명할 수 있다. 외적 강제 를 자기화 또는 내면화하는 과정은 인류의 발전과 보조를 같이 한다. 즉 인간의 특별한 정신 기제인 초자아(super ego)가 수용한 외 적 강제를 자신의 도덕 기준에 포함시키는 과정을 역사적으로 거듭하면서 인류의 발전이 진행되 어 온 것이다. 우리는 이런 변화 과정을 어린이가 도덕적이고 사회적인 존재로 성장해 나가는 것 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초자아는 엄격한 이상적 기준을 요구하고, 그것에 복종하지 않으면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한다. 본능의 욕구가 초자아를 압도하게 되면 초자아는 무의식의 뒷전으로 물러나서 도덕적 비난의 목 소리만을 내게 된다. 그런데 초자아의 요구를 의식의 전면으로 끌어내 보면, 그것은 현재의 문명 적 초자아의 명령과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자아가 강화된 사람은 문명의 대립자에서 문 명의 전달자로 변하게 된다. 그러므로 초자아의 강화는 심리학적으로 볼 때 귀중한 문화 유산이 라고 할 수 있다. (S. 프로이트, 환상의 미래, 문명 속의 불만 ) 23

24 예제5-근거활용형 20 다음 제시문들은 쾌락 에 대한 다양한 입장들을 보이고 있다. 제시문 (가)를 긍정적 논거로 활용하 여 쾌락 의 의미에 대해 논술하라. (단, 반드시 제시문 (나), (다)의 내용을 구체적 논거로 활용할 것.) (1000자) (가) 모든 감성에 있어서 각기 거기에 대응하는 쾌락이 생길 수 있음은 분명한 일이다. (우리는 보는 것이나 듣는 것에 대해서 즐겁다고 말한다.) 또한 감성이 최선의 상태에 있으면서 최선의 대상에 대해서 활동할 때에 두드러지게 쾌락이 생긴다는 것도 분명한 일이다. 대상과 지각자가 모두 최 선의 상태에 있을 때에는 언제나 쾌락이 있는 법이다. 거기엔 쾌락의 주체와 객체가 모두 있으니 말이다. 쾌락이 활동을 완전하게 하는 것은 활동의 주체에 내재하는 상태가 그렇게 하는 것과는 다르다. 오히려 쾌락은 마치 한창 나이의 왕성한 기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따르는 꽃다운 청춘과 같은, 부가적인 하나의 목적으로서 활동을 완전케 한다. 그러므로 지적 대상 혹은 감성적 대상과, 식별하는 능력 혹은 관조하는 능력이 다 같이 마땅히 있어야 할 상태에 있는 한 그 활동 에는 언제나 쾌락이 있을 것이다. 주체와 객체가 다 같이 불변하고 또 같은 방식으로 서로 관계 하고 있을 때에는 같은 결과가 자연히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아무도 계속해서 즐거워할 수 없음은 무슨 까닭인가? 우리가 피로해지기 때문에 그러한 것인가? 사실 모든 사람은 계속적으로 활동할 수 없다. 그러므로 쾌락 역시 계속적일 수 없다. 쾌 락은 활동에 수반하는 것이니 말이다. 어떤 일들이 새로운 것일 때 우리를 즐겁게 해주지만, 얼마 있으면 처음만큼 즐겁게 해주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것은 마치 어떤 물건을 우리가 응 시할 때에 우리의 시각이 그렇듯이 처음에는 정신이 자극을 받아 그런 일들에 대해서 강렬히 활 동하지만, 얼마 후에는 우리의 활동이 이완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또한 쾌락도 힘을 잃게 되 는 것이다. 누구나 살기를 희구하는 까닭에 또한 쾌락을 욕구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산다는 것은 활동 이요 또 사람마다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것에 관해서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능력을 가지고 활동 한다. 가령 음악가는 여러 가지 음률에 관해서 청각으로 활동하고, 학문을 사랑하는 사람은 이론 적인 문제에 관하여 이지( 理 智 )로 활동한다. 그런데 쾌락은 이러한 활동들을 완전케 하며, 따라서 사람들이 욕구하는 삶도 완전케 한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쾌락을 찾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중 략) 사실 활동이 없으면 쾌락이 생기지 않으며, 또 모든 활동은 거기에 따르는 쾌락으로 말미암아 완 전하게 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나) 쾌락이란 무엇인가? 이 말이 여러 가지로 쓰이고 있긴 하지만 가장 많이 쓰이는 용례로 볼 때 (살아 있다는 의미에서의) 능동성의 충족과는 무관한 욕망의 충족이라고 정의되기가 더 쉬울 것 이다. 그런 쾌락은 강도가 높은 것일 수도 있다. 사회적 성공을 거둠으로써 느끼는 쾌락, 돈을 많 이 버는 데서 느끼는 쾌락, 복권이 당첨됨으로써 느끼는 쾌락, 보통 말하는 성적 쾌락, 맘껏 먹는 데서 느끼는 쾌락, 경주에서 이기는 쾌락, 음주 환각 약품 등에 의해 고양된 상태, 혹은 살아 있 는 것을 죽이거나 난도질하려는 격정을 충족시키는 데서 느끼는 쾌락 등이 예거될 수 있다. 물론 우리가 부유해지거나 유명해지기 위해서는 바쁘다는 의미로 매우 활동적이어야 하지만 내 적 탄생 (birth within)이라는 의미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 목표를 성취했을 때 그들은 스릴 을 느 끼고 아주 만족하며 절정 에 도달했다고 느낄는지 모른다. 그러나 어떤 절정인가? 아마 흥분의 절정, 만족의 절정, 환각적, 광란적 상태의 절정일 것이다. 이런 상태에 도달하도록 하는 것은 그 들의 열정이다. 그러나 이 열정은 인간적인 것이긴 하지만, 그것이 본질적으로 인간 조건의 적절 24

25 한 해결을 향하지 않는 한 병적인 것이다. 그러한 열정은 더욱 위대한 인간의 성장이나 힘을 낳 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을 불구로 만든다. 극단적 쾌락주의자의 쾌락, 항상 새로운 물욕( 物 慾 )의 충족, 현 사회의 쾌락 등은 정도가 서로 다른 흥분 을 일으키지만 기쁨 을 갖다 주지는 못 한다. 실상 기쁨이 없기 때문에 항상 새롭고 한층 더 자극적인 쾌락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현대 사회는 3천 년 전에 헤브루 인들이 처했던 상황과 똑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모세는 이스라엘 민족에게 가장 사악한 죄악 중의 하나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너희들은 모든 사물의 충만함 가운데서 마음 속의 기쁨 과 즐거움 으로 주 하느님을 섬기지 않았다. <신명 기 28: 47> 기쁨은 생산 행위에 따른 부수물이다. 그것은 절정에 이르렀다가 급작스레 끝나 버리 는 절정 경험 (peak experience)이 아니고 오히려 사람의 본질적인 능력의 생산적 표현을 동반 하는 지속적 감정 상태이다. 기쁨은 순간적인 몰아( 沒 我 )의 불꽃이 아니다. 기쁨은 존재와 함께 오는 빛이다. 쾌락과 스릴은 소위 절정에 도달하고 난 후에는 슬픔을 낳는다. 왜냐하면 스릴은 경험했지만 그 용기( 容 器 )가 커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내적 힘은 증가되지 않은 것이다. 그는 비생산적 활동의 권태를 돌파하려고 시도하였고 잠시 동안 이성과 사랑을 제외한 그의 모든 에너지를 결합 하였다. 그는 인간의 힘을 벗어나 초인( 超 人 )이 되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그는 승리의 순간에 도 달한 것 같이 느끼지만 그 승리에는 깊은 슬픔이 뒤따른다. 그의 내부에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리히 프롬, 소유냐 존재냐) (다) 관능의 숭배는, 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이따금 비난 받아 왔다. 그것은 인간이 그 자신보다도 더 강하다고 여기는 정열과 감정에 대해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고, 또한 인간만큼 고도로 조직화되지 않은 존재 형태를 가진 것에도 관능이 있다고 의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 사람 들이 관능의 참다운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그것을 야만적이고 동물적인 것으로 여기 는 것은, 그들이 아름다움에 대한 섬세한 본능을 그 지배적인 성격으로 하는 새로운 영성( 靈 性 )의 요소로 관능을 승화시키지 못하고 굶주림과 고통으로 그것을 억제하고 말살하려 해 왔기 때문이 라고 도리언 그레이는 생각했다. 역사 속의 인간을 되돌아보았을 때, 그는 일종의 상실감에 사로 잡혔다. 얼마나 많은 것들이 포기되어 왔던가! 더구나 아무런 의미도 없이! 거기엔 격렬하고도 완 고한 거부( 拒 否 ), 기이한 형태의 자기 학대와 자기 부정이 있었다. 그리고 그 원인은 공포심이며, 그 결과는 인간이 무식하기 때문에 거기서 벗어나려고 애써 온 그 상상적인 타락보다도 훨씬 더 무서운 타락이었다. (중략) 우리 시대에 야릇한 부흥을 보이고 있는 가혹하고 꼴사나운 청교도주의( 淸 敎 徒 主 義 )로부터 인생 을 구할 새로운 쾌락주의 가 일어나야만 한다. 그것은 틀림없이 지성( 知 性 )에도 도움을 주어야만 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떠한 형태의 것일지라도 정열적인 체험을 희생으로 하는 이론이나 체계를 결코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실제로, 쾌락주의의 목적은 체험 그 자체여야 하는 것이지, 체험이 달든 쓰든 간에 그 결과여서는 안 된다. 관능을 죽이는 금욕주의에 대해서는, 역시 관능을 무디게 하는 저속한 방탕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쾌락주의가 전혀 관여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쾌락주의는 그 자체가 순간에 불과한 인생의 모든 순간에 자기를 집중하게 하는 것을 인간에게 가르쳐야만 한다. (중략) 우리는 그만두었던 곳에서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고, 그렇게 되면 판에 박은 듯한 습관 이 똑같이 지루하게 되풀이되는 속에서 힘을 지속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는 두려운 느낌에 어느새 사로잡히게 된다. 어쩌면,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뜨면 밤의 어둠 속에서 우리의 쾌락을 위해 새로 이 개조된 세계, 모든 사물이 신선한 형태와 색채를 드러내어 일변하거나 그 전과는 다른 비밀을 간직한 세계, 과거는 거의 존재하지 않거나, 적어도 의무라든가 후회라든가 하는 의식적인 형태로 는 남아 있지 않은 희열의 회상에까지도 쓰라림이 따르고, 쾌락의 기억에도 고통이 있으므로 그 와 같은 세계가 찾아오기를 열광적으로 동경하게 될지도 모른다. 25

26 도리언 그레이에게 있어선 그와 같은 세계의 창조야말로 인생의 참다운 목적이거나 적어도 참다 운 목적 중의 하나인 것같이 여겨졌다. 그리고 새로우면서도 즐겁고, 더욱이 로맨스에는 없어서는 안 될 그 이상한 요소를 가진 온갖 감각들을 추구함에 있어서, 그는 때때로 그의 천성에 전혀 어 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어떤 사고 방식을 받아들여, 그 미묘한 영향력에 몸을 맡기고, 그렇게 함으로써 이를테면 그 색조를 포착하여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켰다.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26

27 LEVEL 3 예제1-대립관계형 21 다음 제시문을 대립되는 논점이 잘 드러나도록 비교하시오. (500자) (가) 수의학에서의 안락사는 어떨까? 법적으론 물론 안락사에 대하여 특별한 문제가 없다. 병원에 따 라서 수의사의 경험에 따라서 안락사를 권유하는 경우도 있고, 고객의 요청에 따라 안락사를 시 키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근데 문제는 안락사의 시점이다. 상황에 따라 도저히 안 될 것 같다는 상황이 왕왕 있다. 근데 고객에게 안락사를 시키자는 말을 차마 못한다. 곧 죽을지 알면서도 강아지의 고통이 얼마나 되는지도 알면서도 안락사가 유일한 방법인줄 알면서도 눈물을 흘리는 꼬마의 얼굴을 보면서 자식처럼 키우다 나이가 들거나 사고로 죽음을 앞둔 강아지 앞에서 슬퍼하는 노부부를 보면서 일주일간의 입원 후에 극심한 경련을 하는 강아지를 곁에 두고 문병 온 주인 앞에 안락사 이야기를 할 때의 입장이란 수의사가 된 후 제일 힘들 때가 이 때다. (나) 한림대 법학부 이인영교수는 전국 16개 시도 지역에서 전체 인구 비율에 따라 추출한 조사대상 자 1020명을 대상으로 고통이 극심한 불치병 환자가 죽을 권리를 요구할 때 의료진은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가? 라고 물은 결과 69.3%가 이에 동의했다. 반면 치료중단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7.5%에 그쳤다. 이번 조사결과를 담은 보고서 (존엄사의 고찰)는 2일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와 밝은 죽음을 준 비하는 포럼, 한림대 생사학 연구소 등이 소극적 안락사 논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를 주제로 개 최하는 포럼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소극적 안락사는 의학적으로 회생가능성이 없는 환자나 가족 등의 대리인이 생명유지 치료를 비롯한 진료의 중단이나 퇴원을 요구하는 경우 의사가 이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의사가 환자의 호소를 받아들여 약물이나 의료기구로 환자를 죽게 하는 적극적 안락사에 대해서도 56.2%가 찬성했다. 적극적 안락사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39.1% 였다. 또 환자가 의식불명일 경우를 대비해 환자 스스로 사전에 치료 거부 또는 치료중단의 의사표시를 했다면 어떠한 경우에도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존엄사에 대해서도 역시 찬성한다는 응답이 반대 한다는 응답보다 70.8%, 25.3%로 훨씬 많았다. 그리고 안락사를 법제화해야 하나 라는 질문에는 사법연수생 397명(86.3%), 전공의 160명 (91.4%)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들 가운데 안락사 허 용 정도를 소극적 안락사까지 라고 답한 사람은 사법 연수생 304명 (76.6%), 전공의 106명 (66.2%)이었고 적극적 안락사까지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사법연수원생 93명(23.4%), 전공의 54명 (33.8%) 였다. (다) 에케의 아들을 안락사시켜 달라는 스튀들레의 부탁을 거절하고 난 후. 앙투안느는 인간이 고통스 러워하는 것을 보는 데 익숙해 있었다. 갓난아이의 고통까지도. 그런데 오늘밤은 어째서 무감각해 질 수 없는 것일까? 다른 사람의 임종 때는 언제나 불가사의하고 납득할 수 없었던 것이, 전혀 각오가 안 된 사람에게 그러하듯 오늘밤에는 견딜 수 없는 괴로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그 는 마음 속 깊은 데까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자기 자신과 자기의 행동에 대한 신뢰는 물론, 과 27

28 학과 생명에 대한 신뢰마저도 철저하게 두들겨 맞은 기분이었다. 그것은 마치 그를 침몰시키는 파도와 같았다. 그의 눈앞에는 불길한 행렬이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가 불치의 진단을 내렸던 환자들의 행렬... 오늘 아침의 명단만 해도 상당수가 된다. 병원에서 진찰한 네댓 명의 환자들. 위 게트, 에른스트의 어린 아들, 눈먼 갓난애, 지금의 경우... 그리고 또 있었는데 잊어버렸구나!... 그는 의자에 처박히듯 앉아 두터운 입술을 우유로 축이고 있던 아버지의 얼굴을 다시 생각했다... 몇 주일 뒤에, 고통스런 몇 날 몇 밤을 보낸 뒤에, 그 건장한 노인도 똑같이... 그렇다. 모든 사람들은 차례 차례로!,... 그리고 이런 보편적인 불행에는 어떤 이유도 있을 수 없 지... '그렇다. 삶은 터무니없는 것이다. 삶은 사악한 것이다!' 그는 마치 고집 센 낙천가에게 말 하듯 이렇게 격한 마음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 고집 센 사람, 멍청하게 안주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으며, 매일매일의 앙투안느였던 것이다. 그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의문이 생겼는데, 이것이 오히려 그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승락하기 위 해서는 거절하는 것 이상의 의지력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곰곰이 생각해도 두 가지 해결책 가운 데 어느 것을 택해야 좋을지 알 수 없어 헤매게 될 때, 그는 흔히 더 많은 의지를 필요로 하는 쪽을 택해 왔다. 그는 자기 경험에 비추어보아 그런 선택이 언제나 옳은 것이라고 주장하곤 했다. 그러나 오늘밤만은 자신이 옳게 판단했으며 정당한 길을 택했다고 인정할 수밖에 별 도리가 없었 다. 그는 자신이 입에 담았던 몇 가지 말 때문에 괴로웠다. 그는 스튀들레에게 '생명의 존엄성...'이라 고 말했다. 이렇게 통상적인 어구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언제나 경계해야 할 일이었다. '생 명의 존엄성...' 존엄성인가 아니면 맹목적 숭배인가?... (로제 마르탱 뒤 가르, 티보 가의 사람 들) (라) 이미 말한 바와 같이, 환자가 생기면 유토피아인들은 환자들을 극진히 돌보아주며,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면 약이든 음식이든 무엇이든지 줍니다. 불치병에 걸린 환자의 경우에는 간호부가 옆에 앉아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어 기분을 돋우어 주며, 증상을 제거할 수 있는 모든 처치 를 해줍니다. 그러나 불치병인 데다가 질병이 극심한 고통을 계속 일으키는 경우에는 신부들과 공무원들이 찾아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솔직히 말합시다. 당신은 정상적인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당신은 다른 사람에게는 귀찮 은 존재에 지나지 않고 당신 자신에게도 짐이 됩니다. 사실, 당신은 실제로는 죽은 사람과 마찬가 지의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왜 계속 병균을 기르고 있습니까? 당신의 생활이 비참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 왜 죽기를 주저합니까? 당신은 고문실에 감금되어 있습니다. 당신은 왜 탈출을 해서 더 좋은 세계로 가지 않습니까? 그럴 생각이 있으면 말씀만 하십시오. 그러면 우 리는 당신의 해방을 위한 준비를 하겠습니다. 당신의 사망은 상식일 뿐입니다. 또한 신부는 하느 님을 대신해서 말씀하시기 때문에, 신부의 충고에 따르는 것은 경건한 행위입니다." 환자는 이러한 권고를 타당하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굶어 죽거나, 또는 수면제를 먹고 고통 없이 비참한 상태로부터 벗어납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자유 의사에 따르게 되어 있어서, 만일 환자가 살기를 원하면, 누구나 전과 마찬가지로 친절하게 돌보아 줍니다. 공인된 안락사는 명예로 운 죽음입니다. 그러나 신부나 트라니보루스가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로 자살을 하면 매장 또는 화장을 할 권리를 박탈당하며, 시체는 아무런 의식 없이 연못에 던져 버립니다. (토마 스 모어, 유토피아) 28

29 예제2-병열구성형 22 (가)-(다)는 현대인이 처한 상황을 보여주는 글이다. 그 양상을 분석하시오. (500자) (가) 지난 몇 십 년 사이에 고객의 위상에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 소매 상점에서는 찾아오는 고객을 개인적으로 친절하게 대했다. 고객은 중요한 사람으로 대접받았고, 그의 일상까지도 상점의 주인 과 함께 의논할 수 있었다. 물건을 사는 행위 그 자체에서 고객은 자기의 중요함과 품위를 느낄 수 있었다. 오늘날 백화점의 경우, 고객은 우선 거대한 건물과 수많은 점원들과 잔뜩 진열된 상품 에 의해 압도된다. 이 모든 것에 비해 그는 자기가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존재인가를 느끼게 된다. 백화점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으로서의 그는 아무런 중요성을 갖고 있지 않으며, 단지 한 사람 의 고객일 뿐이다. 백화점은 고객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는 단지 추상적인 고객으로서 대 접받을 뿐이지 구체적인 고객으로서 중요시되지 않는다. 이런 상태는 현대의 광고 방법에도 잘 드러난다. 거대한 현대 광고는 상품의 효용성을 강조하여 합리적으로 소비자를 설득하기보다는 감성에 호소하거나 호기심을 자극한다. 즉 같은 일을 몇 번이고 반복하거나, 사교계의 부인과 유 명한 권투선수에게 특정 상표의 담배를 붙여 물게함으로써 권위 있는 이미지를 생기게 한다든가, 아름다운 소녀의 성적인 자극을 내세워 비판력을 마비시키려고 한다든가, 어떤 셔츠나 비누를 삼 으로써 뭔가 전 생애가 갑자기 변화하는 듯한 그런 공상을 자극하기도 한다. (에리히 프롬, 자유 로부터의 도피) (나) 지나간 두 세기 동안 기계적인 생활 수단이 전 세계적 규모로 보급되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내 면 생활이 풍요로워지거나 예술 창작과 향유에 쓰여지는 시간적 여유가 많아지기는커녕 우리는 우리 자신이 기계화의 과정에 더욱 깊이 빠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심지어 우리의 상상력까 지도 그 대부분이 내발적인 것이 되지 못한다. 우리의 상상력은 기계에 비끄러 매이거나, 라디오 나 텔레비전의 도움 없이는 자체적 실재성을 보유할 아무런 힘도, 생존 능력도 갖지 못한다. 우리 의 현재 상황을 17세기, 즉 기술 면에서 비교적 원시적이던 그 시대의 상황과 비교해 보라. 그 당시 평범한 런던 시민들은 심지어 하인들을 뽑을 때에도 그가 저녁 시간에 벌어지는 가족음악회 에 한몫 낄 수 있을 만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느냐를 고려하기도 했다. 오늘날 우리는, 야외에서 기계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자유롭게 노래 부를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하며, 휴대용 음향기 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면서 강변을 거니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루이스 멈퍼드, 예술과 기술) (다) 우리는 복도에서 헤어져서 사환이 지적해 준, 나란히 붙은 방 세 개에 각각 한 사람씩 들어갔다. 화투라도 사다가 놉시다. 헤어지기 전에 내가 말했지만 난 아주 피곤합니다. 하시고 싶으면 두 분이나 하세요. 라고 안은 말하고 나서 자기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도 피곤해 죽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라고 나는 아저씨에게 말하고 나서 내 방으로 들어 갔다. 숙박계엔 거짓 이름, 거짓 주소, 거짓 나이, 거짓 직업을 쓰고 나서 사환이 가져다 놓은 자 리끼를 마시고 나는 이불을 뒤집어썼다. 나는 꿈도 안 꾸고 잘 잤다. 다음 날 아침 일찍이 안이 나를 불렀다. 그 양반 역시 죽어 버렸습니다. 안이 내 귀에 입을 대 고 그렇게 속삭였다. 예? 나는 잠이 깨끗이 깨어 버렸다. 방금 그 방에 들어가 보았는데 역시 죽어 버렸습니다. 29

30 역시. 나는 말했다.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까? 아직까진 아무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우린 빨리 도망해 버리는 게 시끄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자살이지요? 물론 그것이겠죠. 나는 급하게 옷을 주워 입었다. 개미 한 마리가 방바닥을 내 발이 있는 쪽으 로 기어오고 있었다. 그 개미가 내 발을 붙잡으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는 얼른 자리 를 옮겨 디디었다. 밖의 이른 아침에는 싸락눈이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빠른 걸음으로 여관에서 떨 어져 갔다. 난 그 사람이 죽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안이 말했다. 난 짐작도 못 했습니다. 라고 나는 사실대로 얘기했다. 난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코트의 깃을 세우며 말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합니까? 그렇지요. 할 수 없지요. 난 짐작도 못 했는데. 내가 말했다. 짐작했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어요? 그가 내게 물었다. 씨팔 것, 어떻게 합니까? 그 양반 우리더러 어떡하라는 건지. 그러게 말입니다. 혼자 놓아두면 죽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그게 내가 생각해 본 최선의 그리고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난 그 양반이 죽으리라고는 짐작도 못 했다니까요. 씨팔 것, 약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던 모양 이군요. 안은 눈을 맞고 있는 어느 앙상한 가로수 밑에서 멈췄다. 나도 그를 따라서 멈췄다. 그 가 이상하다는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김형, 우리는 분명히 스물다섯 살짜리죠? 난 분명히 그렇습니다. 나두 그건 분명합니다. 그는 고개를 한번 기웃했다. 두려워집니다. 뭐가요? 내가 물었다. 그 뭔가가, 그러니까. 그가 한숨 같은 음성으로 말했다. 우리가 너무 늙어 버린 것 같지 않습니까? 우린 이제 겨우 스물다섯 살입니다. 나는 말했다. 하여튼. 하고 그가 내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자, 여기서 헤어집시다. 재미 많이 보세요. 하고 나도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우리는 헤어졌다. 나는 마침 버스가 막 도착한 길 건너편의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갔다. 버스에 올 라서 창으로 내어다 보니 안은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내리는 눈을 맞으며 무언지 곰곰이 생각 하고 서 있었다.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30

31 예제3-공통차이형 23 다음 제시문을 읽고 논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약술하시오. (500자) (가) 하루는 여자 둘이 임금에게 나아가 그 앞에 섰다. 한 여자가 말하였다. 저의 임금님! 저와 이 여 자는 한집에 살고 있습니다. 제가 아이를 낳을 때에 이 여자도 집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 이를 낳은 지 사흘째 되던 날, 이 여자도 아이를 낳았습니다. 집에는 저희 둘 말고는 아무도 없었 습니다. 집 안에는 저희 둘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밤에 이 여자가 아들을 깔고 자는 바람에 그 아 들이 죽었습니다. 그러자 이 여자는 그 밤중에 일어나, 당신 여종이 잠자는 사이에 곁에 있던 제 아들을 데려다 자기 품에 뉘어 놓고, 죽은 자기 아들을 제 품에 뉘어 놓았습니다. 제가 아침에 일 어나 제 아들에게 젖을 먹이려다 보니 죽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침이어서 그 아이를 자세히 보 니 제가 낳은 아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러자 다른 여자가 천만에! 산 아이는 내 아들이고 죽은 아이가 너의 아들이야. 하고 우겼다. 처음 여자도 아니야. 죽은 아이가 너의 아들이고, 산 아이 가 내 아들이야. 하고 우겼다. 그렇게 그들은 임금 앞에서 말다툼을 하였다. 그때에 임금이 말하 였다. 한 사람은 살아 있는 아이가 내 아들이고 죽은 아이가 너의 아들이다. 하고, 다른 사람은 아니다. 죽은 아이가 너의 아들이고 산 아이가 내 아들이다. 하는구나. 그러면서 임금은 칼을 가져오너라. 하고 말하였다. 시종들이 임금 앞에 칼을 내오자, 임금이 다시 말하였다. 그 산 아 이를 둘로 나누어 반쪽은 이 여자에게, 또 반쪽은 저 여자에게 주어라. (나) 이 깊고 긴 겨울밤들을 예감했을까 봄날 텃밭에다 무우를 심었다. 여름 한철 노오란 무우꽃이 피 어 가끔 벌, 나비들이 찾아와 동무해주더니 이제 그 중 큰 놈 몇 개를 뽑아 너와지붕 추녀 끝으 로 고드름이 열리는 새벽까지 밤을 재워 무우채를 썰면, 절망을 썰면, 보은산 컹컹 울부짖는 승냥 이 울음소리가 두렵지 않고 유배보다 더 독한 어둠이 두렵지 않구나. 어쩌다 폭설이 지는 밤이면 등잔불을 어루어 시경강의보( 詩 經 講 義 補 )를 엮는다. 학연아 나이가 들수록 그리움이며 한이라는 것도 속절이 없어 첫해에는 산이라도 날려보낼 것 같은 그리움이, 강물이라도 싹둑싹둑 베어버릴 것 같은 한이 폭설에 갇혀 서울로 가는 길이란 길은 모두 하얗게 지워지는 밤, 사의재( 四 宜 齋 )에 앉아 시 몇 줄을 읽으면 세상의 법도 왕가의 법도 흘러가는 법, 힘줄 고운 한들이 삭아서 흘러가 고 그리움도 남해바다로 흘러가 섬을 만드누나. (다) 80년대 말 YK는 경쟁 환경의 심화, 경영 악화, 심한 노사간의 불신 등으로 경영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그러나 YK는 정리 해고를 통한 인원 감축이라는 일반적인 대처 방식 대신에 일부 경영 진과 노조가 합심하여 3조 근무 방식을 4조 근무 방식으로 전환하고 다양한 경영혁신을 추진했 다. 단순하게 보면 이것은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으나, 일자리 나누 기와 함께 모든 노동자에게 교육훈련의 기회를 주는 것이 주요한 특징이다. 특히 4개조 2교대 근 무방식을 채택한 YK는 예비 학습조를 도입함으로써 노동자에게 평생학습의 기회를 제공한다. 예 비조 도입에 따른 인건비 및 교육비 증대는 설비가동률 제고와 생산성 향상으로 보전될 수 있었 다. YK모델의 핵심인 4개조 2교대 작업방식은 기존의 통상적 작업체계에 비해 여러 가지 장점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산업안전성이 크게 높아졌고, 다양한 경영참여 기회가 주어짐에 따라 일에 대한 보람과 만족도가 크게 제고되었다. 그리고 노동자와 그 가족에게 삶의 질 을 제고해줄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활동에도 참여의 가능성을 확대시켜준다. 이러한 개별기업 차원에서의 노사관계 혁신이 집적될 경우 국가 전체의 노사관계 개혁이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며, YK사례는 정규직 과 비정규직으로 양극화되고 있는 노동시장의 분단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메시지도 주고 있다. 31

32 예제4-근거활용형 24 (가)에서 사마천은 백이와 숙제를 의로운 사람으로 규정하고, 그들의 불행한 삶에 대해 당혹한 심 정을 토로하고 있다. 사마천의 이러한 시각을 (나)와 (다)을 바탕으로 논박하시오. (800자) (가) 백이와 숙제는 고죽군의 아들들이다. 아버지 고죽군은 숙제를 후계자로 세우려고 하였으나, 숙제 는 형인 백이에게 그 자리를 양보하였다. 그러나 백이는 그것은 아버지의 명령 이라며 사양하고 도망가 버렸다. 그러자 숙제도 도망쳐 버렸다. 그 후 백이와 숙제는 주( 周 ) 나라의 문왕( 文 王 )이 노인을 잘 대우한다는 말을 듣고 귀의하려고 찾아갔다. 주 나라에 이르니 마침 문왕은 죽고, 그 뒤를 이어 즉위한 아들 무왕이 나무로 만든 문왕의 신주 ( 神 主 )를 수레에 싣고 은( 殷 ) 나라의 주( 紂 ) 임금을 정벌하러 가는 중이었다. 백이와 숙제는 그의 말고삐를 잡고 간언하였다. 아버지가 돌아 가셨는데 장사를 지내지 않고 곧장 군사를 일으키는 것을 효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또 신하가 주인 격인 은 나라를 치는 것을 인( 仁 )이라 할 수 있 겠습니까? 무왕의 좌우에 있던 사람들이 그들을 해치려 하자, 태공망이라는 사람이 이들은 의 인( 義 人 )이다. 라고 하며 무사히 떠나게 하였다. 무왕이 은 나라를 정벌하자 천하는 무왕의 주( 周 ) 나라를 종주( 宗 主 )로 받들었다. 그러나 백이와 숙제는 그것을 부끄러이 여기고 의( 義 )를 지켜 주( 周 ) 나라 땅에서 나는 곡식을 먹지 않고, 수양 산에 숨어서 고사리만 캐먹다가 마침내 굶어 죽고 말았다. 백이와 숙제 같은 사람은 정말 선인( 善 人 )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처럼 인( 仁 )을 쌓고 깨 끗한 행동을 하였는데 굶어 죽고 말다니! 공자는 70명의 제자 중에서 안회( 顔 回 )만이 배우기를 좋아한다고 추켜세우지 않았던가? 그러나 안회는 굶기가 일쑤였고 술지게미조차 배불리 먹지 못 한 채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았다. 하늘이 착한 사람에게 보답하여 베푸는 것이 어찌 이럴 수가 있 는가? 반면 도척은 매일같이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사람의 고기를 먹었으며, 흉포한 행동을 제 멋대로 하면서 수천의 무리를 모아 천하를 횡행하였지만, 결국 천수를 다 누렸다. 그가 무슨 덕 ( 德 )을 쌓았기 때문이란 말인가? 또한 근세에도 법도에 어긋난 행동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만 골라서 하면서도, 일생을 편안히 살 뿐 아니라 대대로 부귀를 누리는 자들이 있다. 반면 땅을 가 려서 밟고, 때가 되어야 말을 하며, 사잇길을 가지 않고 공정한 일이 아니면 행하지 않음에도 불 구하고, 재앙을 만나는 사람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나는 심히 당혹함을 금치 못하겠다. 도 대체 이른바 천도( 天 道 )라는 것은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 (사마천, 사기( 史 記 )) (나) 은 나라의 후반기 통치계급은 갈수록 부패해갔다. <상서( 尙 書 )>에는 당시 왕들은 농사짓는 어려 움과 백성의 고통을 알지 못하고, 오직 쾌락과 안일만 추구하였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특히 은 나라 말기 주( 紂 ) 임금 때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였다. 그는 사치와 향락에 탐닉하였으며, 엄한 형 벌 제도를 만들어 백성을 탄압하였다. 지배계급 내부의 분열도 심각해졌다. 주( 紂 ) 임금의 충신이 었던 비간은 간언하다가 처형되었고, 기자는 미친 척했으며, 미자는 도망가 버렸다. 이처럼 충직 한 신하들이 주( 紂 ) 임금을 지지하지 않게 되자, 통치집단이 붕괴 상태에 빠졌으며, 이것은 은 왕 조의 멸망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한편 이 무렵 주( 周 ) 나라에서는 문왕( 文 王 )이 왕위에 올랐다. 문 왕은 농업생산의 제고에 진력하였으며, 백성들의 아픔을 돌보는 어진 정치로 인망( 人 望 )을 모았다. 이러한 국력의 배양과 민심의 지지를 기반으로, 문왕의 아들인 무왕( 武 王 )은 백성을 도탄에 빠뜨 린 은 나라의 주( 紂 ) 임금을 정벌하였다. (전백찬, 중국전사( 中 國 全 史 )) (다) 인간은 자기의 행위를 개조할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 능력에 의해 운명의 여신의 세력권 밖에 32

33 머물러 있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이 여신의 은총을 받아도 대단하게 여기지 않으며, 또 미움을 받아도 위축되지 않는다. 이와 같은 경지를 음지라고 하건 양지라고 하건 그것은 자유다. 그러나 이 경지는 본래 음지도 아니고 양지도 아니다. 다만 낮에는 밝고 밤에는 어두울 뿐이다. 부귀와 건강, 미모, 명예, 권력 등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며, 이와 반대되는 고뇌와 질병, 추방, 죽음 등 의 경우도 그렇다. 이런 것들은 그 자체로서는 가치중립적이며, 인간의 행복과는 관계가 없다. 이 것들이 덕성에 의해 어떻게 영향을 받느냐에 따라서 선으로도 생각되고 악으로도 생각될 뿐이다. 울부짖거나 신음하는 것은 인간의 본분에 대한 거부로, 이와 같은 약점이 있기 때문에 인간은 때 로 좋아서 어쩔 줄 모르기도 하고 때로 실망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름지기 자기 운명을 가만히 기다리기보다는 애써 창조할 일이다. 자기의 운명을 자기 힘으로 창조해 나가기만 하면, 운명의 여신이 얼굴을 찌푸린다고 해서 낙심하거나, 그 여신이 웃는 얼굴을 지어 보인다고 해서 황홀해할 필요가 없다. (L. 세네카, 행복론) 33

34 예제5-근거활용형 25 제시문 (가)의 주장에 대해 제시문 (나) (다) (라)의 사례를 적용해 비판하시오. (800자) (가) 차별적, 혐오적인 언어로 소수그룹을 모욕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생겨난 정치적 올바름 (Political Correctness) 은 성차별적이거나 특정 인종, 민족, 또는 장애인 등을 비하하는 표현을 지양하고 공공에 널리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적절한 언어사용을 주장한다. 이 주장은 일면 언어의 문법구조가 그 언어를 구사하는 인간의 사고에 영향을 준다는 사피어-워프 가설과 관련되어 있다. 예를 들어 fireman 이라고 하면 무의식중에 소방관은 늘 남성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처럼, 어떤 종류의 말과 용어를 쓰느냐가 인간의 사고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곧 성차별적인 어휘를 쓰다 보면 성차별주의자가 된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fireman 은 firefighter 로, black (미국 흑인)은 African American 으로 중성적이거나 차별성이 적은 용어로 대체하는 것이 정치적 올바름의 기본 정신이다. 정치적 올바름은 차별적 언어를 순화하여 극단적 감정을 억제시킨다는 측면에서 지지를 받고 있지만, 지나친 강조로 인하여 오히려 본래의 의미를 왜곡하는 부작용을 낳는 동시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땅콩을 건강에 좋은 식품이라고 표현할 때 땅콩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학생들에게는 편파적이 라는 이유로 이러한 표현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이다. (나) 감독 겸 배우 멜 깁슨(50)이 취중에 내뱉은 반유대인 발언 때문에 일생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깁슨은 지난달 28일 로스앤젤레스 말리부 해안도로에서 과속 및 음주운전으로 체포된 후 조사를 받던 중 세상의 전쟁은 모두 같은 유태인들 때문이다 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면서 그 파문이 거세지고 있다. (중략) 할리우드와 미국의 미디어산업이 유대인 큰손 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것 은 주지의 사실. 게다가 깁슨의 경우, 지난 2004년 자신이 제작, 감독한 영화 패션 오브 크라 이스트 의 내용이 반유대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받은 경력이 있어 더욱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 다. 할리우드내의 파워 단체인 반유대인 명예훼손리그(ADL)는 성명을 즉각 발표하여 깁슨이 마 침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드러냈으며, 자신의 영화를 둘러싼 논쟁 중 자신이 포용력 있고 폭넓 은 사랑을 지닌 사람이라고 한 말이 속임수임이 드러났다 고 맹비난했다. (중략) 사태가 악화일로 로 치닫자 깁슨은 1일 성명을 발표, 유대인 사회에 용서를 구했으며, 그의 사과를 유대인 사회 및 할리우드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 반유대 발언 멜 깁슨, 할리우드에서 왕따, 연합 뉴스, ) (다) 요즘 미국 학교에서는 빨간색 잉크 사용이 금지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언행을 조심하는 정치적 올바름 의 관례를 흉내 내려는 듯 교육계에서도 웃지 못 할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즉 답 안 채점 과정에서 틀린 답에 빨간색으로 X 마크를 하면, 스트레스와 모욕감 등 학생들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교사들은 보다 부드러운 색을 사용하라는 지시를 받고 있다. 이 는 어른, 특히 교사들이 학생들을 가련한 온실의 꽃 으로 생각하고 실망과 좌절로부터 보호해야 만 된다는 생각에 빠져 있다는 또 하나의 예이다. 또한 교정에서 피구( 避 球 ) 뿐만 아니라 술래잡 기도 금지되고 있다. 한 초등학교 교장이 학부모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설명했듯이, 이 게임에는 희생자 가 있게 마련인데, 이것은 학생들의 자존심을 상할 염려가 있다 는 것이다. 모든 경쟁적 인 스포츠를 폐지하고 혼자 하는 운동으로 대체하자는 교육자들도 있다. 이런 난센스는 누구에게 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늘날 교육 당국자들이 가장 내세우는 가치가 자존심인 것 같은데, 강한 자존심이 성공과 관계가 없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된바 있다. 중국이나 인도같이 미국 34

35 에 도전하고 있는 나라들의 학교 교실들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곳으로 교사들이 빨간 펜을 주저 없이 사용하고 있다. 성장발전하기 위해서 젊은이들은 경쟁과 비판, 실패의 경험이 필요하다. 학생들은 빨간 펜, 줄다리기, 피구 모두를 감당해낼 수 있다. 술래 가 되어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 (...학교 방침 재고해야, 매경 USA Briefing, ) (라) 농촌봉사활동(농활)을 떠난 일부 대학 학생들이 농민들의 성희롱성 발언을 이유로 중도 철수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아줌마, 아가씨 등 농민들에게는 통상적인 발언이 여대생들에게는 성희 롱 발언으로 받아들여지는 인식 차 때문이다. 서울 모 대학의 한 농활대는 마을잔치에서 농민들 이 여학생을 아줌마 로 지칭하고 다른 농민과 이야기하는 여학생에게 지금 둘이서 사귀냐 고 말 하는 등의 상황을 접했다. 학생들은 이를 언어적, 정황적 성폭력 이라고 규정한 뒤 자신들의 입 장을 농민들에게 설명했다. 사과는 받아냈지만 학생들은 농활을 계속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해 철수했다. 이에 해당 대학 총학생회는 아예 농활을 폐지하는 방안까지 논의 중이다. (중략) 농활 철수에 대해 일부 대학가에서는 비판적 시각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서울 모 대학 학생회장 류모 씨는 농민들이 고의적으로 그런 발언을 한 것이 아니라 그런 발언이 성폭력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할 뿐 이라고 지적했다. 농활에 참가했던 한 학생도 인식의 차이를 극복 해결 하는 것도 농활의 한 과정으로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 성희롱 논란 휩싸인 농 활, 경향신문, ) 35

36 LEVEL 4 예제1-대립관계형 26 다음 제시문을 대립되는 논점이 잘 드러나도록 비교하시오. (800자) (가) 각 개인이 자신의 생산 활동에 도움이 되도록 자본을 투자 운영하는데 최대한 노력하고, 그리하 여 제품이 최대의 가치를 확보하도록 생산 활동을 운용한다면, 각 개인은 결국 사회 전체의 연간 소득을 늘리는 데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그는 공공의 이 익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한 것도 아니고, 또한 그가 얼마나 공익의 증대에 기여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 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생산 활동에 노력을 기울여 오직 자기 자신의 삶의 안정만을 보 장하려 하고, 자신의 제품이 최대의 가치를 확보하도록 생산 활동을 벌임으로써 오직 자기 자 신 의 이윤만을 높이려 한다. 그리고 그 경우에도 다른 수많은 경우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는 보이지 않는 손 에 이끌려 자신이 전혀 의도하지 않은 공익 증진의 결과를 낳는다. 공익 증진이 그의 생 산 활동에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사회 전체에 언제나 해를 끼치는 것은 아 니다. (아담 스미스, 국부론) (나) 고자가 말했다. 사람의 본성이란 바구니를 만들 때 쓰는 버드나무 가지와 같네. 의로움이란 버드 나무 가지로 만든 바구니라고 할 수 있지. 사람의 본성을 가르쳐 어질고 의롭게 만드는 것은 버 드나무 가지를 구부리거나 휘어서 바구니를 만드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맹자가 말했다. 자네는 바구니를 만들 때 버드나무 가지의 성질을 잘 이용해서 만드는가, 아니면 버드나무 가지 본래의 성질을 어그러뜨려서야 바구니를 만드는가? 만약 후자의 경우라면 사람에 대해서도 본성을 어그러뜨려서야 어질고 의롭게 만드는 것이겠네 그려? 세상사람 모두로 하여금 어짊과 의로움을 해치게 만드는 것은 분명 그대의 말일 것이네. 고자가 말했다. 사람이 본성이란 갇혀서 소용돌이치는 물과 같은 것이지. 동쪽을 터주면 동쪽으 로 흐리고, 서쪽을 터주면 서쪽으로 흐르는 법이네. 사람의 본성에는 선함이니 선하지 못함이니 하는 구분이 없네. 이것은 물에 본래 동쪽과 서쪽의 구분이 없는 것과 같네. 맹자가 말했다. 물에 동쪽과 서쪽의 구분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지. 그러나 높고 낮음의 구분도 없을까? 사람의 본성이 선을 향해 움직이는 것은 물이 낮은 데로 흐르는 것과 같네. 사람은 누구 나 선을 향해 움직이고, 물은 어느 것이나 낮은 데로 흐르는 법이네. (맹자, 고자 상편) (다) 인간의 본성은 원래 악한 것이니, 선이란 인위적으로 된 것이다. 인간은 나면서부터 이익을 추구 하게 마련이므로, 그대로 내버려두면 서로 싸우고 빼앗고 하여 양보란 있을 수 없을 것이요, 또 나면서부터 남을 미워하고 시기하게 마련이므로, 그대로 내버려두면 남을 해치고 상하게 할 줄만 알 뿐 신의나 성실성은 없을 것이다. 또 귀로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눈으로 아름다운 것을 보려 는 감각적 욕망이 있으니, 그대로 두면 무절제해져서 사회규범으로 지켜야 할 예의나 규범의 형 식적 절차인 문리( 文 理 )는 없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타고난 성질이나 감정에 맡겨버린다면 반드시 서로 싸우고 빼앗아 사회의 질서를 파괴하고 세상을 혼란에 빠지게 할 것이니, 반드시 스승의 교 회와 예의의 법도가 있어야 한다. 그리해야 남에게 사양할 줄도 알고 사회의 질서를 지킬 줄도 알아 세상의 평화가 유지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사람의 천성은 원래 악한 것이 분명하며, 선이란 인위적인 것임 36

37 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구부러진 나무는 반드시 도지개를 대고 불에 쬐어 바로잡아야 곧게 되고, 무딘 칼은 반 드시 숫돌에 갈아야 날카로워지는 것처럼, 사람의 본성은 악인지라 반드시 스승이 있어야 바로 잡히고 예의를 얻어야 다스려질 것이니, 만일 스승이 없으면 편벽된 데로 기울어져 부정해질 것 이요, 예의가 없으면 난폭해져서 다스리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성왕이 이를 위하여 예의를 일 으키고 법도를 세워, 성정을 교정하고 훈련함으로써, 사회규범에 따르고 도리에 맞도록 한 것이다. 이제 사람들을 살펴보면 스승의 감화를 받고 학문을 쌓아서 예의를 숭상하는 사람은 군자가 되고, 제 성정대로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예의를 지키지 않는 사람은 소인이 되니, 이로써 사람의 본성 은 악인 것이 분명하며 선은 인위적인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순자, 성악편) (라) 그런데 이러한 단순한 설명의 문제점은 이타성의 진화가 어떻게 전체 종의 생존 혹은 멸종처럼 전체적인 단위(general level)로 나타날 수 있었는지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데에서 발견된다. 선택 의 실제적인 단위는 종이 아니고, 그렇다고 어떤 작은 집단도 아니며, 개체 또한 아니다. 선택의 단위는 바로 유전자(gene)인 것이다. 유전자는 우리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는 특성과 관계가 있 다. 어떤 유전자가 자신이 속해 있는 개체로 하여금 생존이나 번식을 고양시키는 특성을 갖게 하 면 그 유전자는 다음 세대에까지 살아남을 것이다. 반면 유전자가 자신을 실어 나르는 개체로 하 여금 자손을 적게 남기도록 한다면, 그와 같은 유형의 유전자는 자신을 실어 나르는 개체의 죽음 과 더불어 사라져 버리고 말 것이다. 전체 종 단위의 선택 이론이 유전자 선택 이론보다 합당한 이론이 되기 위해서는 진화에서 유전 자가 선택되는 것과 동일한 정도의 빈도로 종 또한 선택된다고 가정해야 할 것이다. 이는 마치 개체들이 번식에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것과 유사한 정도의 빈도로 오래된 종이 사라지고 새로운 종이 나타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자연은 그러한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종은 수많 은 세대를 거쳐가며 서서히 진화한다. 그런데 진화의 과정이 이처럼 완만하다면 정상적으로 따져 볼 때 이타성에로 유도되는 유전자는 종 전체에 유전자가 퍼져(다른 종과의 경쟁에서) 전체로서 의 종에 이익이 되기도 전에(동일한 종 구성원들간의 경쟁에서) 이기적 행위에로 유도되는 유전 자에게 패배해 버리고 말 것이다. (중략) 우리가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진화는 유전자들의 생존 경쟁으로 파악될 수 잇다. 내가 여기서 사용하는 유전자 라는 단어는 물리적 DNA조각 이러한 의미에서의 유전자는 그들이 속해 있는 개체로서의 늑대, 검은새 또는 인간과 운명을 같이 하게 된다 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DNA의 유형을 나타낸다. 이러한 의미에서의 유전자는 무한정 살아남을 수 있다. (중략) 이렇게 본다면 철저하게 이기적인 행위 다른 어느 누구도 고려치 않고 오직 내 스스로만의 생존 기회를 증진시키고자 하는 행위 는 진화에서 선택되지 않을 것이며, 어떤 경우에도 나의 운명은 이타성을 갖도록 정해져 있다. 나의 유전자의 생존은 내가 자손을 갖는지의 여부에 따라 결정되 며, 나의 자식이 그의 자식을 등등으로 결정된다. (피터 싱어, 사회생물학과 윤리) (마) 그러나 또 어떤 사람들은 그들에겐 그들대로의 분별 있는 이유가 있었겠지만 더 한층 인정 없는 주장을 했습니다. 그들의 주장인 즉, 이 전염병에 대해서는 그것을 피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고 또 확실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확신한 수많은 남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아무런 주저도 하지 않고 그저 자기만 살겠다는 욕심으로 그들의 고향, 정든 집, 친척, 재산을 버리고 자 기네들의 별장 또는 다른 사람들의 별장으로 피난을 했던 것입니다. 마치 이번 전염병으로 인간 의 죄업을 벌주려는 신( 神 )의 노여움이 시외로 피난 간 그들을 빼놓고, 이 도시 안에 남아있는 사 람들만을 멸망시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중략) 잠시 후 다른 사람들이 모두 조용해 졌을 때 팜피네아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37

38 여러분, 여러분들도 다 아시는 일이지만, 누구나 자기의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는 것은 조금도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즉 우리의 전력을 다 하여 우리들 각자의 생명을 기르고 보호하는 것은 우리들의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자기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죄 없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희생시키는 경우가 때때로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은연 중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바르게 살아나갈 수 있도록 우리를 돌보아 주어야할 법률까지도 이런 것을 인정하고 있는 형편이니, 하 물며 우리가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 우리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하여 모든 가능한 방법을 취하는 것은 얼마나 정당한 일이겠습니까! 그러나 오늘 아침 우리가 한 일, 지난 여러 달 동안 우 리가 해 온 일, 그리고 여태까지 주고받아 온 이야기들을 생각해 본다면, 그저 우리는 우리에 대 한 죽음의 공포 만을 걱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모두 이렇게 느낄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긴 그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모두 여자만이 지닐 수 있는 섬 세한 성품을 가졌으면서도 누구에게나 공통적인 이런 불안에 대하여 적당한 예방책을 생각지 않 는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중략) 고집과 태만으로 인하여 죽음의 함정에 빠지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고, 또 우리가 조심만 하면 피 할 수도 있는 불행이니 저의 생각으론 이 도시를 떠나는 것이 가장 상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우선 다른 사람들이 당하고 있는 죽음을 피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계신 여러분들은 모두 별장을 가지고 계실 테니까, 우선 그곳으로 가서 죽음을 피하고 다른 사람 들의 무서운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여, 품위는 버리지 않고 될 수 있는 대로 즐겁게 지낸단 말입 니다. 그곳에서 조용히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푸른 언덕과 평야, 그리고 바다의 물결처럼 출렁거리는 밀밭 벌판과 살랑거리는 갖가지 나무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늘은 여기보다 훨씬 환하고 푸를 것이요, 가령 험상궂은 날씨라도 황폐한 이 도시 안에 갇혀 있는 것보다 몇 갑절 유 쾌하고 영원한 아름다운 광경을 보여줄 것입니다. 게다가 공기는 훨씬 더 깨끗하고, 요즈음의 사 정으로 보아서는 일용품도 시골이 더 풍부합니다. 그리고 시골에선 우리에게 걱정을 주는 괴로움 도 덜 합니다. 물론 여기 도시에서와 마찬가지로 시골에서도 농민들이 죽어가고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인가와 사람들이 적기 때문에, 그에 따라 슬픔도 적을 것입니다. 또 한편, 우리가 이곳을 떠난다 해도 몰인정하게 누구를 버리고 가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상 버림 을 받은 것은 우리들이니까요. 가족들이라고 해도 모두 죽거나 피난을 가서 마치 아무것도 안 되 는 타인인 것처럼 우리들만을 이 무서운 재액 속에 남겨둔 것이 아닙니까. 그러므로 저의 제안대 로 우리가 시골로 간들 무슨 비난을 받겠습니까? 어떠한 비난도 있을 리 없습니다. 그러나 그대 로 여기에 남아있으면 괴로움과 고민, 그리고 잘못하면 죽음의 마수에 걸려들지도 모릅니다. (바) 인간은 선천적으로 선하기 때문에, 교육은 이러한 선함을 계발( 啓 發 ; unfolding)시키는 데 목적을 두어야 한다. 인간 생활 속에서 자기 표현과 자기 성취는 사회의 공통적인 신념과 지식을 습득하 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인간은 무엇이 옳은지 충분히 인식할 수 있고, 스스로의 삶에 대하여 책 임을 질 수 있는 존재이다. 섬머힐 학교교육에서 볼 수 있듯이, 학생들에게 도덕적인 행동을 가르 치지 않더라도, 그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행위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게 된 다. 배움이란 학생들이 자라면서 주위의 환경으로부터 가치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따라서 교사 는 학생들의 자연스러운 성장을 간섭하지 말고, 그들이 선한 사람으로 성장하리라는 확신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A. S. Neill, 섬머힐) (사) 말은 그 발굽으로 서리와 눈을 밟을 수 있고, 그 털로 바람과 추위를 막을 수 있으며, 풀을 뜯고 물을 마시며 껑충껑충 뛰어다니는데, 이것이 말의 천부적인 성질이다. 비록 높은 누각과 궁전이 있어도 말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백락( 伯 樂 )이란 사람이 나타나서 나는 말을 잘 다룬다 고 하면서 털을 태우거나 깎으며, 38

39 발굽을 깎고 낙인을 찍으며, 굴레와 고삐로 묶어 마구간에 매어 놓으니, 말 열 마리 가운데 두세 마리는 죽고 마는 형편이었다. 게다가 말을 훈련시킨다면서 배를 주리게 하고 목마르게도 하며, 달리게 하고 뛰게도 하며, 정돈시키고 늘어 세우기도 하며, 앞에서는 재갈과 가슴걸이 장식으로 못 견디게 하고, 뒤에서는 채찍으로 위협을 했기 때문에 마침내 말들 가운데 반수 이상이나 죽고 말았다. 또 옹기장이는 나는 찰흙을 잘 다루니 둥근 그릇이라면 원형을 그리는 그림쇠를 댄 것처럼, 모 난 그릇이라면 네모를 그리는 곱자를 댄 것처럼 만들 수 있다 고 하고, 목수는 나는 나무를 잘 다루니 굽게 깎으면 갈고리 같고, 곧게 깎으면 먹줄에 맞게 할 수 있다 고 한다. 그러나 찰흙과 나무의 본성이 어찌 그림쇠나 곱자나 갈고리나 먹줄에 맞추어지기를 바라겠는가?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백락이야말로 말을 잘 다루는 명수고, 옹기장이나 목수는 찰흙과 나무를 잘 다룬다 고 칭찬을 하니, 이것 또한 인의( 仁 義 )와 예악( 禮 樂 )으로 천하를 다스리는 자들이 현인 ( 賢 人 )이나 성인( 聖 人 )으로 칭찬받고 있는 것과 같이 잘못된 것이다. 내가 뜻하는 바 천하를 잘 다스린다 함은 그런 것이 아니다. 저 백성들에게는 변하지 않는 것이 있어, 옷감을 짜서 옷을 만 들어 입고 밭을 갈아 밥을 지어 먹으니, 이를 만민들이 자연의 도에 맞게 살아가는 공통된 덕이 라 하고, 한결같아 치우치지 않으므로 자연 그대로의 자유라고 한다. 그런데 성인이 나타나서 예악으로 몸을 굽히게 하여 천하 사람들의 몸을 바로 잡는다 하고, 인의로 천하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한다 했으므로 백성들은 헛되게 지식을 좋아하게 되고 이익을 좇아 다툼을 그칠 수 없게 되 었으니 이것 역시 성인의 허물이다. (장자, 외편 마제) 39

40 예제2-병열구성형 27 아래 두 글에는 '아이를 땅에 묻으려 한 행위'와 '딸의 눈에 청강수를 넣는 행위'가 서술되어 있다. 행위의 목적과 결과를 고려하여 두 행위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라. (500자) (가) 손순( 孫 順 : 古 本 에는 孫 舜 이라고 했다)은 모량리( 牟 梁 里 ) 사람이니 아버지는 학산( 鶴 山 )이다. 아 버지가 죽자 아내와 함께 남의 집에 품을 팔아 양식을 얻어 늙은 어머니를 봉양했는데 어머니의 이름은 운오( 運 烏 )였다. 손순에게는 어린아이가 있었는데 항상 어머니의 음식을 빼앗아 먹으니 손 순은 민망히 여겨 그 아내에게 말했다. '아이는 다시 얻을 수가 있지만 어머니는 다시 구하기 어렵소. 그런데 아이가 어머님 음식을 빼앗 아 먹어서 어머님은 굶주림이 심하시니 이 아이를 땅에 묻어서 어머님 배를 부르게 해 드려야겠 소.' 이에 아이를 업고 취산( 醉 山 : 이 산은 모량리 서북쪽에 있다) 북쪽 들에 가서 땅을 파다가 이 상한 석종( 石 鍾 )을 얻었다. 부부는 놀라고 괴이히 여겨 잠깐 나무 위에 걸어 놓고 시험삼아 두드 렸더니 그 소리가 은은해서 들을 만했다. 아내가 말했다. '이상한 물건을 얻은 것은 필경 이 아이의 몫인 듯싶습니다. 그러니 이 아이를 묻어서는 안 되겠 습니다.' 남편도 이 말을 옳게 여겨 아이와 석종( 石 鍾 )을 지고 집으로 돌아와서 종을 들보에 매달 고 두드렸더니 그 소리가 대궐에까지 들렸다. 흥덕왕( 興 德 王 )이 이 소리들 듣고 좌우를 보고 말했 다. '서쪽 들에서 이상한 종소리가 나는데 맑고도 멀리 들리는 것이 보통 종소리가 아니니 빨리 가서 조사해 보라.' 왕의 사자( 使 者 )가 그 집에 가서 조사해 보고 그 사실을 자세히 아뢰니 왕은 말했 다. '옛날 곽거( 郭 巨 )가 아들을 땅에 묻자 하늘에서 금솥을 내렸더니 이번에는 손순이 그 아이를 묻자 땅 속에서 석종이 솟아 나왔으니 전세( 前 世 )의 효도와 후세의 효도를 천지가 함께 보시는 것이로 구나.' 이에 집 한 채를 내리고 해마다 벼 50석을 주어 순후한 효성을 숭상했다. (나) 한데 그 때였다. 여인의 말 가운데 부지중 뜻밖의 사실이 한 가지 흘러 나왔다. '행여 또 그런 핏줄 같은 한 사람쯤 있었다 해도 앞을 못 보는 그 여자 처지에 떳떳이 얼굴을 내 밀고 찾아 나설 형편도 못 되었고요.' 여인의 눈이 장님이었다는 것이었다. '아니, 그 여자가 그럼 앞을 못 보는 장님이었단 말인가? 그리 된 내력이 도대체 어떤 것이었다던 가? 그 여자 아마 태생부터가 장님으로 난 여잔 아니었을 거 아닌가 말이네.' 사내의 표정이 갑자 기 사납게 흔들리고 있었다. 여인은 무의식중에 깜박 그런 말을 하고 나서도, 사내의 반응에는 도 대체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천연스럽게 말꼬리를 다시 뭉치려 하고 있었다. '그 여자가 장님이었다는 걸 말씀드리지 않았던가요. 하기야 그 여잔 눈이 먼 사람답지 않게 거동 이 워낙 가지런해서 함께 지내고 있을 때부터 앞을 못 보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잊고 있을 때가 많았으니께요. 하지만 손님 말씀대로 그 여자도 태생부터가 장님은 아니었던가 봅디다.' '그래, 어 떻게 되어서 눈을 잃게 되었다던가? 사연을 들은 것이 있었으면 들은 대로 얘기를 좀 털어놔 보 게.' 사내의 목소리는 억제할 수 없는 예감에 떨고 있었다. 그러자 여인은 처음 얼마간 겁을 먹은 듯한 표정으로 말끝을 자꾸 흐리려 하고 있었으나 이제는 사내의 기세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상세한 내력까지는 저도 잘 모르지만요.' 딸아이에게 눈을 잃게 한 것은 다름 아닌 그녀의 아비 바로 그 사람이었을 거라 말한 것이 여자 가 사내에게 털어놓은 놀라운 비밀의 핵심이었다. 소리꾼의 계집 딸이 나이 아직 열 살도 채 못 되었을 때 어느 날 밤 그녀는 갑자기 견딜 수 없는 통증으로 그의 아비 곁에서 잠을 깨어 일 40

41 어나게 되었고, 잠을 깨고 일어나 보니 그녀의 얼굴은 웬 일로 숯불이라도 들어부은 듯 두 눈알 이 모진 아픔으로 활활 타들어 오는 것 같았고, 그것으로 그녀는 영영 앞을 못 보는 장님 신세가 되어 버리고 만 것이라 했다. 여자의 아비가 잠든 계집자식 눈 속에다 청강수를 몰래 찍어 넣은 것이라 했다. 그런 얘기는 여인이 멀찍이 읍내 대갓댁 심부름꾼 시절서부터 이미 어른들에게서 들어 알고 있던 사실이었는데, 그렇게 하면 눈으로 뻗칠 사람의 영기가 귀와 목청 쪽으로 옮겨가 서 눈빛 대신 사람의 목청소리를 비상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어렸을 적의 여인은 결코 그런 끔찍 스런 얘기들을 믿으려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어느 날 밤 사실이 못내 궁금해진 여인이 그 눈이 먼 여자 앞에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고 물었을 때 가엾은 그 계집 장님은 길고 긴 한숨으로 대답 을 대신하여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믿어도 좋은 듯이 응대를 하고 말더라는 것이었다. (중략) 사내는 이제 얼굴빛이 참혹할 만큼 힘이 빠져 있었다. '그래 여자는 그럼 자기의 눈을 멀 한 비정 스런 아비를 어떻게 말하던가?" (중략) '행동거지로만 본다면야 말도 없고 원망도 없었으니 용서를 한 것 같아 보였지요. 더구나 소리를 좀 안다 하는 사람들까지도 그걸 되려 당연하고 장한 일처럼 여기고들 있었으니께요.' '그 목청을 다스리기 위해 눈을 멀게 했을 거라는 얘기 말인가?' '목청도 목청이지만, 좋은 소리를 가꾸자면 소리를 지니는 사람 가슴에다 말 못할 한( 恨 )을 심어 줘야 한다던가요?' '그래서 그 한을 심어 주 려고 아비가 자식 눈을 빼앗았단 말인가?' '사람들 얘기들이 그랬었다오.' 41

42 예제3-공통차이형 28 다음 제시문을 읽고 논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약술하시오. (500자) (가) 웃음에 기초하면서도 전통적으로 중시되었던 의전과 의식(ritual)의 형식들은 중세 유럽의 모든 국가에 존재했다. 그러한 의식적 구경거리들(ritual spectacles) 의 형식(카니발 행렬이나 장터의 희극적 볼거리)은 엄숙한 공식적, 종교적, 봉건적, 정치적 형식이나 의례들과 확연히 구별된다. 그 것들은 완전히 상이하고 비공식적인 그리고 종교와 정치를 벗어난 관점에서 바라본 세상과 인간 과 인간관계들을 제공하였다. 그렇게 하여 의식적 구경거리들은 모든 중세인들이 참여하는 공적 인 세계 밖에 제2의 세계, 제2의 삶을 건설하였다. 세상과 삶에 대한 이러한 이중적 관점은 이미 문화의 초기 발전 단계에서도 존재했다. 원시인의 민속을 보면 엄숙한 제사와 병행하여, 신을 비 웃고 조롱하는 희극적 제사가 있었다. 그것은 제의적 웃음 이라 칭할 수 있다. 중략 공식적인 축제와는 대조적으로 카니발은 지배적인 진리와 기존질서로부터의 일시적인 해방을 구가한다. 모 든 계급적 지위, 특권, 규범, 금지의 중지가 카니발의 특색이다. 카니발은 진정한 시간의 잔치, 곧 생성과 변화와 재생의 잔치이다. 중략 카니발 언어의 모든 상징들은 이러한 변화와 재생의 파토스(pathos)와 지배적인 진리와 권위에 대한 유쾌한 상대성의 감각으로 충만해 있다. 우리는 여기서 특유한 논리를 발견하는데, 그것은 뒤집기와 돌려보기의 논리이자, 위에서 아래로, 앞에서 뒤로, 지속적으로 이동함 의 논리이며, 다 양한 패러디와 익살스러운 모방과 비하와 신성 모독과 희극적인 대관( 戴 冠 )과 탈관( 脫 冠 )의 색다 른 논리이다. 중략 웃음에는 심오한 철학적 의미가 있다. 웃음은 세계 전체에 관한, 그리고 역사와 인간에 관한, 진 리의 본질적인 형식들 가운데 하나이다. 웃음은 세계와 관계하는 특수한 관점이다. 세계는 엄숙함 의 관점에서 본 것 못지않게 (아마도 훨씬 더) 심오하게 그리고 새롭게 보인다. 그러므로 웃음은 엄숙함과 마찬가지로 보편적 문제들을 제기하는 위대한 문학 속에 수용될 수 있다. 세계의 어떤 본질적 측면들은 오직 웃음을 통하여 접근할 수 있다. (중략) 계급문화의 엄숙한 측면들은 공식적이고 권위주의적이다. 그것들은 폭력과 금지와 제한과 결합되 어 있으며 항상 공포와 위협의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중세를 지배했다. 중세인 들을 가장 감명시킨 것은 공포에 대한 웃음의 승리였다. 그것은 신의 신비스런 공포에 대한 승리 일 뿐 아니라, 자연의 힘이 불러일으키는 경외감에 대한 승리였다. 그리고 그것은 무엇보다도 신 성시되고 금지되는 모든 것으로부터 비롯되는 억압과 죄책감에 대한 승리였다. 그 승리는 곧 종 교적 인간적 권력, 권위주의적 계율과 금기, 죽음과 사후의 징벌과 지옥처럼 지상보다도 두려운 모든 것들의 패배를 의미했다. 이러한 승리를 통해 웃음은 인간의 의식을 정화하고 삶에 대한 새 로운 전망을 갖게 하였다. (중략) 사람들은 공포와 놀이를 벌이고, 그 공포를 조소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두려움의 대상은 희극 적인 괴물 이 된다. 이와 같은 그로테스크 이미지는 추상적인 합리주의 정신으로 지나치게 단순화 시켜 해석한다면 결코 이해될 수 없을 것이다. (미하일 바흐친, 프랑수아 라블레의 작품과 중세 및 르네상스의 민중문화 중에서) (나) 참을 수 없이 지나친 엄숙함 의 분위기가 공식적인 중세문화의 특성이었다. 금욕주의, 음침한 섭 리주의, 죄, 속죄, 고통 그리고 억압과 위협의 봉건제도를 포함한 중세 이데올로기의 내용들은 얼 음같이 경직된 엄숙함의 분위기를 결정하였다. 엄숙함은 진리와 선 그리고 본질적이고 의미 있는 모든 것을 타당하게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분위기였다. 공포, 종교적 경외감, 비하 등은 이와 같 은 엄숙함과 조화를 이루었다. 42

43 초기 기독교 교회는 이미 웃음을 비난했다. 테르툴리아누스, 키프리아누스, 요한 크리소스톰은 고 대의 구경거리들, 특히 무언극과 무언극의 조롱과 웃음에 대해 반대하는 설교를 했다. 요한 크리 소스톰은 조롱과 웃음은 신이 아닌 악마로부터 온 것이라고 선언했다. 오로지 변치 않는 엄숙함 그리고 죄에 대한 참회와 슬픔만이 기독교인에게 적합하였다. (미하일 바흐친, 프랑수아 라블레 의 작품과 중세 및 르네상스의 민중문화 중에서) (다) (호르헤 수도사의 말) 웃음은 허약함, 부패, 우리 육신의 어리석음입니다. 그것은 농부의 여흥, 주 정뱅이의 방종으로, 지혜로운 교회도 잔치와 카니발과 장터의 시간, 이처럼 유머를 방출하고 다른 욕망과 야망을 가시게 하는 하루의 타락을 허용하였소 그렇더라도 웃음은 여전히 천박한 것 이며, 어리석은 사람의 옹호, 서민을 위해 타락한 신비에 지나지 않습니다. (중략) 웃음은 농노를 악마의 두려움에서 해방시킵니다. 왜냐하면 바보제( 祭 )에서 악마 또한 가난하고 어 리석게 보여서 통제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서책(아리스토텔레스가 지은 것으로 가정되 는 희극론)은 악마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지혜라고 가르치고 있어요. 포도주가 목구멍에서 꼴록꼴록 하듯이 웃을 때 농노는 주인이 된 기분을 느낍니다. 왜냐하면 그는 그의 주 인과의 관계를 역전시켰기 때문입니다. 헌데 이 서책은 그 순간부터 학습 받은 사람에게 역전을 합리화할 슬기롭고 뛰어난 책략을 가르칩니다. 그러고 나서 다행히도 소화 작용의 수준에 머문 농노를 두뇌 작용을 하게끔 탈바꿈시킵니다. 웃음이 사람에게 적합하다는 것은 우리 한계의 징표 로, 우리가 죄인임을 말합니다. 그런데 그대처럼 타락한 많은 영혼들은 이 서책으로부터 웃음은 인간의 목적이라는 그럴싸한 논법을 끌어옵니다. 웃음은 잠시 동안 농노들을 공포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그러나 율법은 공포, 신의 두려움으로부터 부여된 것입니다. 이 서책은 온 세상을 새롭게 불지를 수 있는 악마의 불꽃을 튀길 수 있으며, 웃음이 프로메테우스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공포 를 없애는 새로운 예술로 정의됩니다.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중에서) (라) (윌리엄 수도사의 말) 코메디, 즉 희극 이라는 말은 코마이, 즉 시골 마을 이라는 말에서 비롯 됩니다. 말하자면 희극이라는 것은 시골 마을에서 식사나 잔치 뒤에 벌어지는 흥겨운 여흥극인 셈이지요. 희극이란 유명한 사람, 권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사악하지는 않지만 천박하고 어리 석은 자들을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주인공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희극은 보통 사 람들의 약점과 악덕을 보여주어 우스꽝스러운 효과를 달성합니다. 여기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웃음 을 교훈적 가치가 있는 선( 善 )의 힘으로 봅니다. 희극은 마치 거짓말을 하듯 비록 사물들을 존재 하는 방식과 상이하게 표현하지만, 재치 있는 수수께끼와 예기치 못한 은유를 통해 그것들을 보 다 자세하게 검토하게 하여, 아, 실상은 이런 것인데, 내가 몰랐구나. 라고 말하게 합니다. 희극 은 사람과 세상을 본래보다 혹은 우리가 믿는 바보다 나쁜 것으로, 어떤 경우든 서사시와 비극에 서 보여주었던 성인( 聖 人 )보다 열등한 사람을 묘사하여 진실에 도달합니다. 그렇지 않나요? (움베 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중에서) 43

44 예제4-근거활용형 29 제시문 (나)에 나타나는 공통된 경영 활동의 주제를 근거로 하여 제시문 (가)의 의미를 설명하시오. (500자) (가) 스타벅스는 커피와 문화를 결합하여 커피에 관한 경험을 재창조한 회사이다. 스타벅스의 최고 경 영자가 된 하워드 슐츠는 1982년 스타벅스에 합류했다가 1987년에 스타벅스를 인수했다. 그는 단순히 최고급 커피원두를 소매로 파는 가게였던 스타벅스를 고객이 바리스타(barista)라 불리우 는 매장 점원과의 교감을 바탕으로 커피를 마시면서 새로운 문화를 경험 할 수 있는 오늘의 스타 벅스를 일구어냈다. 또한 존경과 품위, 다양성의 존중, 사회와 환경에 대한 공헌 등의 원칙을 공 유하는 문화를 키워나감과 동시에 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해 프라프치노 등 고객의 새로운 요구에 부합하는 새로운 상품을 적시에 선보였다. 그 결과 1987년 당시 6개 스토어에 100여명의 사원이 있던 수준의 회사를 10년만에 2,000여 개의 스토어에 25,000명 규모의 회사로 성장시켰다. 1992년에는 커피 판매 기업으로는 최초로 상장기업이 되었으며 2004년에는 5조 3천억 원의 매 출과 6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델은 1984년 창업과 함께 컴퓨터업계 최초로 제조업체가 제작한 컴퓨터를 최종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다이렉트 판매 방식을 도입했다. 기존의 PC 판매는 생산자 중심의 관점에서 고객의 새로운 요구에 대한 직접적인 이해 없이 생산하고 중간유통을 거치는 방식으로 이루어 졌다. 델 은 이러한 방식을 뛰어넘어 고객과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PC를 파악하 고 맞춤형 PC를 직접 판매하는 모델을 창조한 것이다. 그 결과 1994년부터 7년간 연평균 매출 액 성장률 37%를 기록하며 2001년에 세계 시장 1위의 사업자로 등극했다. 2004년에 델은 42조 6천억 원의 매출과 3조 5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AT 커니, 매일경제 Creative Korea 팀, 창조혁명 보고서) (나) 인간이 자연 그대로의 자원에서 새로운 용도를 찾아내고 그것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기 전까지 는 자원 이라고 불릴 만한 것은 없다. 경제적 가치가 생기기 전까지는 모든 식물은 식물 그 자체 이고, 모든 광석은 돌덩어리 일 뿐이다.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땅에서 스며 나오는 원유도, 알루 미늄 원광인 보크사이트도 자원이 아니었다. 귀찮은 존재로서 토양을 망치기만 했다. 페니실린 곰 팡이도 한때는 자원이 아니라 병균일 뿐이었다. 그러나 1920년대 영국의 미생물학자인 알렉산더 플레밍이 페니실린 곰팡이 병균 이야말로 세균학자들이 찾던, 바로 그 박테리아를 죽이는 물질임 을 확인함으로써 페니실린 곰팡이는 가치 있는 자원이 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 에 부를 창출하는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 혁신인 것처럼 기존 자원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높여 더 많은 부를 창출하도록 하는 활동도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 경제학자 J. B. 세이는 기업가는 경제적 자원을 생산성과 수익성이 낮은 곳으로부터 좀 더 높은 곳으로 이동 시킨다 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빌리면, 혁신은 자원의 생산성을 높이는 활 동 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혁신은 기업가정신의 구체적인 기능인 것이다. 똑같은 자원을 투입하 고도 더 많은 양을 산출할 수 있는 활동이 곧 혁신이라는 뜻으로 공급측면에서의 정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의에 적합한 구체적 사례를 들어보면, 제철산업의 경우 종합제철공장에서 미니밀 (mini-mill: 전기로)로 이동한 것은 공급측면에서의 혁신이다. 미니밀은 철광석을 녹이는 용광로 설비가 필요 없다. 고철을 녹여 철강 빔이나 철근 같은 소비제품을 만들어낸다. 최종 제품도, 용 도도, 고객도 똑같다. 그러나 생산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추었기 때문에, 즉 같은 자원을 투입하고 도 더 많은 양을 산출할 수 있도록 한 혁신인 것이다. 한편 혁신을 수요측면을 강조해 정의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혁신은 소비자들이 이제까지 느껴 44

45 온 가치와 만족에 변화를 일으키는 활동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아이포드(i-Pod) 또는 디지털 카 메라는 기술혁신이라고도 말할 수 있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와 만족도를 높인 혁신사례라고 할 수 있다. 헨리 루스가 1920년대에 타임, 라이프, 포천 등을 창간하여 보여준 사 회적 혁신이나,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에 개발된 머니마켓펀드(money market fund), 유 니버설보험상품(universal life insurance product)같은 금융상품의 성공적 혁신도 공급측면보다는 가치와 만족도라는 측면에서 훨씬 설명하기 쉽다. (피터 드러커, 피터 드러커의 위대한 혁신) 45

46 예제5-근거활용형 30 제시문 (나)와 (다)의 견해차가 생기는 이유를 제시문 (가)를 바탕으로 설명하시오. (800자) (가) 정의란 무엇인가? 서양철학에서 정의는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평등의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다.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오랫동안 계속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대한 합 의는 아직도 형식적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각자에게 그의 몫을 주는 것 이 정의라는 주장이 일찍부터 폭넓은 공감을 얻어 왔다. 그러나 각 자의 몫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은 채 단지 각자에게 그의 몫을 주라는 요청만으로는 정의의 내용 이 구체화될 수 없다. 예컨대 회사 사장의 몫과 같은 회사 경비원의 몫은 각기 무엇인가? 이를 어떤 기준에 의해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가? 오늘날 정의에 관한 다양한 견해들은 이런 문제에 대한 입장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혹자는 힘이 곧 정의라고 주장한다. 그에게 정의란 힘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하지 만 정의를 사회질서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믿는 사람들은 정당한 몫의 기준을 다른 시각에서 바 라본다. 예를 들면 사회적 효율성의 관점에서 정의를 이해하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효율성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나) 진리가 사상 체계의 으뜸 덕목이라면 정의는 사회제도의 으뜸 덕목이다. 아무리 잘 만든 이론이 라도 진리가 아니라면 물리치거나 고쳐야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아무리 쓸모 있고 번듯한 제도 라도 정의롭지 못하다면 다시 짜거나 버려야 한다. 사회 전체의 복지를 도모한다는 빌미로 정의 를 어길 수 없다. 개인은 정의에 의해 온전히 보호되어야 한다. 정의는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 에게 희생을 짊어지우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따라서 동등한 시민적 자유가 이미 자리 잡은 사 회는 정의롭다고 간주된다. 그 사회에서는 정치적 거래나 사회적인 이해타산이 정의가 수호하는 권리들을 좌우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정의관에 따르면 불평등한 분배가 모든 사람에게 이익을 가져오지 못한다면 분배는 평 등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다시 말해 불평등이 모든 사람의 이익이 된다면 그 불평등은 허용되어 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정의관에서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사람들이 자유를 어느 정도 포기하 는 대신 사회 경제적으로 충분히 보상 받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정의관은 불평등이 허용될 수 있는 정도와 그 세세한 내용들에 대해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다. 단지 모든 사람의 이익을 주장할 따름이다. 일반적인 정의관의 문제점은 노예제도마저 찬성하는 극단적인 예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경제적 이익은 월등한데 정치적 권리 행사가 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이 보잘것없다고 하여 사람들이 정치적 권리를 포기하는 사태도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정 의관을 고치고 다듬는 방향으로 정의의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 그 원칙에서는 기본적 자유를 사 회 경제적 이익과 교환하는 것을 배제해야 마땅하다. 정의의 원칙은 기본적 자유 다음으로 사회 경제적 분배의 문제를 고려한다. 사회 경제적 분배가 문제일 경우 사회계층들 사이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차이를 도외시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자 본주의 국가에서 기업가 계층의 일원으로 출발하는 사람은 미숙련 노동자 계층의 일원으로 출발 하는 사람보다 훨씬 나은 미래를 기대할 것이다. 사회에 현존하는 부정의가 모두 말소된 상태가 되더라도 삶의 전망의 차이가 두 계층 사이에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삶의 전망 에서 나타날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것은 무엇인가? 정의의 원칙은 미숙련 노동자와 같이 열악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 미래의 삶의 전망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경우에 불평등을 인정한다. 삶의 전망에서 나타나는 불평등은, 그 불평등을 줄일 때 사회적 약자의 처지가 더욱 악화될 경우에만 허용될 수 있다. 46

47 (다) 정의는 옳고 그름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 최대 행복의 원리를 도덕의 기초로 삼는 공리주의에 따르면 모든 행위는 행복의 증진에 기여하는 만큼 옳고, 그 반대에 기여 하는 만큼 그르다. 여기서 행복은 고통이 없는 쾌락의 상태를 의미하고 불행은 쾌락이 없는 고통 의 상태를 의미한다. 결국 옳음과 그름, 정의로움과 정의롭지 않음을 구별하는 기준은 사람들이 실제로 소망하는 것, 즉 행복뿐이다. 그런데 공리주의는 행위자 자신만의 행복이 아니라 관계된 모든 사람의 행복을 요구한다. 공리주 의의 기준도 행위자 자신의 최대 행복이 아니라 전체의 최대 행복이다. 공리주의 도덕은 인간이 다른 사람의 선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최대 선까지도 희생할 수 있고 그 희생이야말로 인간이 이 룰 수 있는 최고의 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희생 그 자체가 선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행복의 증대에 기여할 수 없는 희생은 아무런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공리주의가 인정하는 자기 포기는 단 하나뿐이다. 그것은 전체의 행복의 총량을 증대시키기 위해 자기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리주의는 사람들에게 가능한 한 덕을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서 사회 전체의 행복을 증진하라고 요구한다. 개인의 욕구는 사회 전체의 행복을 침 해하지 않는 한에서 용인된다. 그러나 개인의 행복과 다른 사람들의 행복이 충돌할 경우 공리주 의는, 개인에게 마치 불편부당한 제삼자처럼 됨으로써 자신의 행복보다 전체의 행복을 먼저 생각 하라고 한다. 이 같은 요구는 다소 가혹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누구나 한 사람으로 간주되어야 하 고, 누구도 한 사람 이상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 는 공리주의의 금언과 개개인이 아니라 전체 의 행복의 총량만이 도덕의 기준이라는 전제를 수용한다면 피할 수 없는 결론이다. 47

48 LEVEL 5 예제1-병열구성형 31 다음 제시문은 조선 후기 실학자들과 김구 선생의 글이다. 최근 들어 경제발전에는 경제적 요소만 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요소들도 중요한 작용을 하는 것으로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시 문에 나타난 견해들을 쟁점이 잘 드러나도록 정리하시오. (800자) (가) 옛날에는 사치가 욕심에서 생겼는데, 후세에 와서는 사치가 풍속에서 생기고, 욕심이 사치에서 생 겼다. 서경 에, "하늘이 사람을 낳았는데 누구나 욕심이 있다"고 했다. 욕심이란 눈,코,귀,입,사지의 바라는 바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 모두를 끊어버릴 수는 없는 것이므로 재 물에 의존하지 않고 살 아갈 수는 없다. 그래서 옛 습관을 따르다 보면, 혹 분수에 지나쳐서 사치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 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서 자신의 수레나 말, 의복이나 집, 음식 등이 다른 사람만 못하면 크게 부 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으니, 자기 자신은 아무 것도 없으면서 겉치레에 급급하여 오직 다른 사람만 못할까 두려워 한다. 가난한 선비가 집에서는 채소를 먹다가도 다른 사람을 대하면 성찬 을 차려내는 것이나, 또 가난한 집 여자가 집 에 있을 때는 때묻은 옷을 입고 있다가도 손님을 맞이하면 성대하게 화장하는 것은 모두 겉 치레를 힘쓰는 풍속이다. 지금 세상에서는 바야흐로 문벌을 숭상하여, 높은 벼슬아치의 자식 들은 반드시 높은 벼슬아치가 되고, 재산으로 교만을 부리는 집에서 태어나면 죽어서도 재산으로 교만을 부리니,이런 상황이 점 점 심해져도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 비록 토지도 없고 녹봉도 없는 집안이라도 질박하고 검소한 것을 꺼려, 죽어도 이런 집과 더불어 사귀고 혼인을 맺어 반드시 그들에게 기대려고 하니,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비웃는다. 사치는 반드시 재물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재물이 부족하면 온 갖 계책으로 구하니, 거기에서 불의라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므로 사치는 풍속에서 생기고, 욕심은 사치에서 생긴다고 말하는 것이다.... 중략... 나라가 믿고 의지하는 것은 백성이고, 백성이 믿고 의지하는 것은 재물이다. 재물을 풍족하게 하려면 탐욕을 없애는 일만한 것이 없고, 탐욕을 그치게 하는 데는 검소함을 숭상하는 일보다 나은 것이 없다. 검소함을 숭상하는 길은 또 어디에 있는 가? 현명한 사람을 먼저 등용하고 문벌을 가리지 말며, 재물을 만드는 일의 어려움 을 알게 해주는 것이다. 내가 일찍이 절을 지나가다가 종이 만드는 일이 매우 어렵고 힘든 것을 보았다. 이후로는 종이를 쓸때면 반드시 그 어려움을 생각한다. 종이 만드는 일이 이럴진대 하 물 며 농사짓는 일이나 베 짜는 일이야 어떻겠는가? (이익, '성호사설') 무릇 나라를 잘 다스리는 사람은 근본을 밝히는 것이지 말단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 에 일 은 줄어들고 성과는 큽니다. 지금 얘기하는사람 치고 "사치가 나날이 심해진다"고 하 지 않는 사 람이 없으나, 제가 보기에는 그 근본을 모르는 말입니다. 대체로 보아서 다른 나 라는 정말로 사 치 때문에 망했으나, 우리 나라는 검소함으로써 쇠약해졌습니다. 왜 그러냐 하면, 무늬 있는 비단 옷을 입지 않으니 나라 안에 비단 짜는 기계가 없고, 그렇게 되니 여공 (길쌈이나 베짜기 등의 일)이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음악을 숭상하지 않으니, 오음과 육률이 화합하지 못합니다. 물이 새는 배를 타고, 씻기지 도 않은 말을 타며, 이지러진 그릇에 밥을 먹고, 흙먼지나는 방에서 거처하니, 물건 만드는 일이 나 목축업 또는 질그릇 굽는 일이 모두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농사가 황폐해져 그 법을 잃었고, 장사는 이익이 적어서 그 업을 잃었 습니다. 모든 백성이 다 곤궁하여 서로 도울 수 없게 되니, 저들 가난한 사람들을 비록 매일 같이 사치하라고 다그쳐도 그렇게 될 수가 없습니다. 지금 예를 거행하는 대궐의 뜰에 거적 을 깔았고, 동서 대궐문을 지키는 위병은 무명옷을 입고 새끼줄을 매 48

49 고 있으니, 신은 이것이 진실로 부끄럽습니다. 여기에 대한 계책은 생각하지 않으면서, 도리어 일 반인의 집 대문이 높으면 헐어버리고,가죽신을 신은 평민은 잡아가며, 말몰이꾼이 좋은 방한모를 쓴 것을 좋아 하지 않으니, 이것은 말단만을 다스리는 것이 아닙니까? (박제가, `북학의') (나) 백성들의 작은 의견은 이해관계로 결정되거니와, 큰 의견은 그 국민성과 신앙과 철학으로 결정된 다. 여기서 문화와 교육의 중요성이 생긴다. 국민성을 보존하는 것이나 수정하고 향상하는 것이 문화와 교육의 힘이요, 산업의 방향도 문화와 교육으로 결정됨이 큰 까닭이다. 교육이란 결코 생 활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의 기초가 되 는 것은 우주와 인생과 정치에 대한 철학이다. 어떠한 철학의 기초 위에, 어떠한 생활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곧 국민교 육이다. 그러므로 좋은 민주주의의 정치는 좋은 교육에서 시작될 것이다. 건전한 철학의 기초 위 에 서지 아니한 지식과 기술의 교육은 그 개인과 그를 포함한 국가에 해가 된다. 인류 전체를 보 아도 그러하다. (중략) 나는 우리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 한다. 우 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 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요, 경제 력도 아니다. 자연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 과학만 가지 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나는 우리 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 나라 에서, 우리 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 다. 홍익인간이라는 우리 국조 단군의 이상이 이것이라고 믿는다. 또 우리 민족의 재주와 정신과 과거의 단련이 이 사명을 달성하기에 넉넉하고, 우리 국토의 위치와 기타의 지리적 조건이 그러 하며, 또 1차.2차 세계대전을 치른 인류의 요구가 그러하며, 이러한 시대에 새로 나라를 고쳐 세 우는 우리가 서 있는 시기가 그러하다고 믿는다. 우리 민족이 주연 배우로 세계의 무대에 등장할 날이 눈앞에 보이 지 아니하는가. 이 일을 하기 위하여 우리가 할 일은 사상의 자유를 확보하는 정치 양식의 건립과 국민 교육의 완비다. 내가 위에서 자유의 나라를 강조하고 교육의 중요성을 말한 것 이 이 때문이다. 최고 문화 건설의 사명을 달할 민족은 일언이 폐지하면, 모두 성인을 만 드는 데 있다. 대한 사람이라면 간 데마다 신용을 받고 대접을 받아야 한다. (김구, `나의소원') 49

50 예제2-병열구성형 32 *다음 글을 읽고 답하시오. 유신( 維 新 )이란 무엇인가? 파괴의 자손이다. 파괴란 무엇인가? 유신의 어머니다. 세상에 어머니 없는 자식이 없다는 것은 대개 말들을 할 줄 알지만, 파괴 없는 유신이 없다는 점에 이르러서는 아는 사람이 없다. 파괴라고 해서 모두를 무너뜨려 없애버리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다만 구습 ( 舊 習 )중에서 시대에 맞지 않은 것을 고쳐서 이를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것뿐이니, 이 름은 파괴이지만 사 실은 파괴가 아니며, 유신을 잘 할수록 파괴도 잘하기 마련이다. 어떤 사람이 큰 종기를 앓아 의사에게 보여 치료를 받는다고 하자. 대강 침술과 뜸질을 가하여 겉으로 그 피부만 아물게 하고 근원은 제거하지 않은 채 임시적 효과나 얻으려고 힘쓰는 사람은 용렬한 의사이다. 명의( 名 醫 )는 그렇지 않다. 군살을 잘라내고 엉겨있는 피를 빼어, 그 독을 제거하고 그 병의 근원 을 뽑아낸 다음, 증세를 살펴 약을 투여하여 점차 완전히 아물도록 해서, 환자로 하여금 애초에 종기를 앓은 적이 없는 것처럼 만든다. 파괴란 살을 잘라내고 피를 빼내는 것과 같은 것이니, 유신을 도모함에 마땅히 먼저 파괴를 앞세 워야 함은 의사가 먼저 군살을 잘라내고 피를 빼는 것과 같다. 위의 제시문은 대한제국이 무너진 1910년 한용운이 쓴 '조선불교유신론'의 일부이다. 제시문의 논 지를 파악해 <예시자료 1-4 를 활용해 역사의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는 현시점에서 우리가 무엇 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에 대해 논술하시오. (800자) <예시자료 1 주인과 나그네가 한가지로 술이 거나하니 취하였다. 주인은 미스터 방( 方 ), 나그네는 주인의 고향 사람 백( 白 )주사. "내 참, 이래뵈두, 응, 동양삼국 물 다 먹어본 방삼복이우. 청얼( 淸 語 ) 못허나, 일얼 못허나, 영어 야 뭐 말할 것두 없구 " '흥, 개구리가 올챙이 적을 못 생각한다더니, 발칙한 놈. 고얀 놈' 백주사는 생각하자니 속으로 이렇게 분개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일변으로는, 미씨다방 인지 구리다 방인지가 되어서는 가진 호강 다 하며 천하에 무서울 것이 없고, 기광이 나서 막 이 러니, 부럽기도 하고 또한 안타깝기도 하였다. 코 삐뚤이 삼복이의 이 눈부신 발신은 지극히 간단 하고도 수월한 것이었다. 1945년 8월 15일, 역사적인 날. 이 날도 신기료장수 방삼복은 종로의 공원 건너편 응달에 앉아서 구두 징을 박으면서 해방의 날 을 맞이하였다. 그러나 삼복은 감격한 줄도 기쁜 줄도 모르겠었다. 몰려다니는 군중이 오히려 성 가시고, 만세 소리가 귀가 아파 이맛살이 찌푸려질 지경이었다. "우라질! 독립이 배부른가?" 이렇게 그는 두런거리면서 반감이 솟았다. 그럭저럭 구월도 열흘이 되고, 서울 거리에는 미국 병정이 꼬마차와 함께 그득히 퍼졌다. '무슨 도리가 없을까?' 반일( 半 日 )을 궁리를 하다가 정오 때에야 한 줄기 서광을 얻었다. 노예도 상전을 선택할 자유를 가지는 수도 있다고. 삼복은 종로서 전차를 내려 동쪽으로 천천히 걸으면서 물색을 하였다. 생김새가 맘씨 좋아 보이 고 여느 병정이 아니라 장교쯤 가는 이라야 할 것이었다. 청년회관 앞에서 담뱃대를 사고 있는 미국 장교 하나가, 얼굴이 사뭇 선량하여 보이는 게 선뜻 마음에 들었다. 구경하는 체하고 넌지시 50

51 그 옆으로 가 섰다. 담뱃대장수 영감은, 삼십 원이라고 소래기만 지른다. 미국 장교는 알을 턱이 없어, 고개를 깨웃거 리면서 다시금 하우머취만 찾는 것을, 기회 좋을시고라고, 삼복이가 나직이 "더티원" 하여 주었다. 홱 돌려보더니 "오, 캔유 시피크?" 하면서, 사뭇 그를 안을 듯이 반가워하는 양이라니. 아스라지도록 손을 잡고 흔드는데는 질색할 뻔하였다. 직업이 있느냐고 물었다. 방금 실직하였노라고 대답하였다. 그럼, 내 통역이 되어주겠 느냐고 물었다. 그러겠노라고 대답하였다. 이 자리에서 신기료장수 코삐뚤이 삼복은 미스터 방으로 승차를 하여, S라는 미국 주둔군 소위의 통역이 되었다. 거진 매일같이 미스터 방은 S소위를, 낮에는 거리의 구경으로, 밤이면 계집 있는 술집으로 인도하였다. 내가 보기엔, 조선 여자의 옷이 퍽 아름답고 점잖스럽던데, 어째서 양장들 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S소위가 물었다. 미스터 방은, 여자들이 서양 사람들한테로 시집을 가고파 서 그런다고 대답하였다. 그 공로에 정비례해서, 미스터 방은 나날이 훌륭하여져 갔다 이전에 어떤 은행의 중역의 사 택이라던 지금의 이 집으로, 현저동 그 집에서 옮아오기는 S소위 의 통역이 되는 사흘 후였었다. (채만식, '미스터 方 '에서) <예시자료 2 민주주의의 이상은 특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누구든지 평등한 대우와 더불어 사회적, 경제적 가치 를 지닌 존재로 여겨져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를 쟁취하기 위하여 투쟁했던 19세기를 '민주주의 의 세기'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민주주의는 세기의 이상( 理 想 )이 되었고, 마침내 승리를 얻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승리를 얻고부터 민주주의의 신념에 회의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민주주의가 빈곤과 궁핍과 자본주의제도에 포함되는 많은 모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주린 배를 움켜쥔 사람이 투표권을 행사해 본들 무슨 보람이 있겠는가? 그리고 그의 투표, 그의 노력이 그의 식비( 食 費 )와 맞바꿔져 팔린다면 도대체 그는 어느 정도의 자유를 향유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때문에 민중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소망을 잃게 되었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정치적 민주주의의 신용은 떨어지게 된 것이다. 민주주의란 자유의 정치적 일면이다. 그것은 전제정치로 인한 압제에 대한 반발작용이었기 때문 에 새로 제기된 산업사회의 문제, 즉 빈곤이나 계급 투쟁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결도 주지 못했다. 산업자본주의의 가장 큰 난점은 노동을 하여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에겐 작은 대가밖에 오지 않고 나머지는 모두 노동을 하지 않은 자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이렇게 노동과 보수의 상관관계는 멀어져서 그 결과로 한쪽에는 가난한 노동계급이 생기고 다른 쪽에선 남이 생산해 놓은 부를 가로채는 기생계급이 형성되었다. 그것은 마치 밭에 나가 일하는 소작인과 일하지 않고 소작인의 노동에 의하여 이익을 얻는 지주의 관계와 비슷하다. 이 노동성 과의 분배방법이 불공정한 것은 명백했다. 굶주림을 견디다 못한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공장 문을 두드렸고, 목구멍에 풀칠할 정도의 보 수를 위해 공장에서 피땀을 흘려야했다. 그러나 고용주 측에서는 양보도 대우도 없었다. 그들은 자신의 사업을 확장하여 세계시장을 확보하려고 기를 썼으며, 목적달성을 위하여 어떤 희생이 따 르더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네루 '세계사편력'에서) 예시자료 3 안드레아 : 왜 선생님의 학설을 철회하셨나요? 갈릴레오 : 나는 육체적 고통이 겁이 나서 철회한 걸세. 그자들이 내게 고문도구를 보여주었지. 안드레아 :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인간적인 것이지요! 인간적인 약점은 학문과 무관한 겁니다. 갈릴레오 : 무관하다구? 사랑하는 제자 안드레아. 충분히 주어진 시간 동안 나의 경우를 철저히 51

52 검토해 보고, 학문의 세계가 나의 경우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네. 학문을 수행하는 일이야말로 각별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고 나는 생각하네 자네들은 무엇 때문에 일하나? 학문의 유일한 목표는 인간 현존의 노고를 덜어주는 데에 있다고 나는 생각하네. 만일 과학자들 이 이기적 권력자 앞에 위축되어 오로지 지식을 위한 지식을 쌓는 데 만족한다면, 학문은 절름발 이가 되고 말테고, 자네들이 만든 기계들도 단지 새로운 애물단지가 될 따름이네. 자네들은 시간 이 감에 따라 발견 가능한 모든 것을 발견해낼 수 있겠지만, 자네들의 진보는 인류로부터 동떨어 져 앞으로만 나아가는 것이 될 걸세. 안드레아. 내가 만약 저항을 했더라면, 자연과학자들도 의사들의 히포크라테스 선서 같은 것을 가 질 수 있었을 테지- 자신들의 지식을 오로지 인류의 복지를 위해서만 적용한다는 맹세 말일세! 그러나, 결국 나는 내 지식을 권력자들에게 양도했네. 완전히 그들의 목적에 맞게끔, 그 지식을 사용하든 말든, 또는 잘못 사용하라고 말일세. (갈릴레오의 딸 비르기니아가 들어온다) 갈릴레오 : 나는 내 천직을 배반했네. 나와 같은 행위를 하는 인간은 학문대열에서는 용납될 수 없어. 이제 그만 작별하세. (안드레아가 그에게 손을 내민다. 갈릴레오는 그 손을 바라볼 뿐, 악수하지는 않는다) 갈릴레오 :이제 자네 스스로가 스승이네. 나 같은 놈의 손을 잡을 생각하지 말게. (브레히트, '갈릴 레오의 생애'에서) 예시자료 4 징역살이에서 느끼는 불행 중의 하나가 한 발 걸음이라는 외로운 보행입니다. 실천과 인식이라는 두 개의 다리 중에서 '실천의 다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실천 활동을 통하여 외계의 사물 과 접촉함으로써 인식을 가지게 되며, 이를 다시 실천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그 진리성이 검증되 는 것입니다. 실천은 인식의 원천인 동시에 그 진리성의 규준이라 합니다. 이처럼 '실천 인식 재실천 재인식'의 과정이 반복되어 실천의 발전과 더불어 인식도 감성적 인식 에서 이성적 인식으로 발전해 갑니다. 그러므로 이 실천이 없다는 사실은 거의 결정적인 의미를 띱니다. 그것은 곧 인식의 좌절, 사고의 정지를 의미합니다. 흐르지 않는 물이 썩고, 발전하지 못하는 생 각이 녹슬 수밖에 없는 이치입니다. 이랑 많이 일굴수록 쟁기 날은 빛나고, 흐르는 물은 바다를 만난다는 너무나 평범한 일상의 재확인이었습니다만, 이것이 제게 갖는 뜻은 결코 예사로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실천이란 반드시 극적 구조를 갖춘 큰 규모의 일만이 아니라 사람이 있고 일거리가 있는 곳이라 면 어디든지 흔전만전 널려 있다는 제법 익은 듯한 생각을 가져 보기도합니다. 사람은 각자 저마다의 걸음걸이로 저마다의 인생을 걸어가는 것이겠지만, 땅을 박차서 땅을 얻든, 그 위에 쓰러져 그것을 얻든, 죽어서 땅속에 묻히기까지는 거대한 실천의 대륙 위를 걸어가기 마 련이라 생각됩니다.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52

53 예제3-공통차이형 33 제시문 (가)와 (나)의 비판하는 관점에 대한 공통점과 차이점을 구체적으로 밝혀 적으시오. (500자) (가) 천하에 두려워 할 바는 오직 백성뿐이다. 백성은 물 불 범 표범보다 두렵기가 더한데, 위에 있는 자가 한창 업신여기며 모질게 부림은 무 엇인가. 대저 이룩된 것만 함께 즐거워하면서, 항상 보는 것에 얽매이고, 그냥 따라서 법을 받들 면서 윗사람에게 부림을 당하는 자는 항민( 恒 民 )이다. 항민은 두렵지 않다. 모질게 빼앗겨서 살이 발겨지고, 뼛골이 뽑혀지며, 집에 들어온 것과 땅에서 나온 것을 다 내어서 한없는 요구에 제공하 면서, 시름하고 탄식하여 윗사람을 탓하는 자는 원민( 怨 民 )이다. 그러나 원민도 반드시 두렵지 않 다. 자취를 고깃간에 숨기고 남모르게 딴 마음을 쌓아서, 천지간을 곁눈질하다가 혹여 그때에 사고라 도 있으면 그 원( 願 )을 부리고자 하는 자는 호민( 豪 民 )이다. 대저 호민은 크게 두렵다. 호민은 나 라의 사단을 엿보다가 탈 만한 때를 노려서, 팔을 떨치며 밭두렁 위에서 한번 소리를 높여 부르 면 저 원민들이 소리만 듣고도 모이며, 모의하지 않아도 외치는 것은 같아진다. 항민들도 또한 살 기를 구해서 호미와 고무래 창자루를 가지고 따라가서 무도한 자를 죽이게 된다. 진( 秦 )나라가 망한 것은 진승( 陳 勝 ) 오광( 吳 廣 ) 때문이고, 한( 漢 )나라가 어지러워진 것도 황건적 ( 黃 巾 賊 )이 원인이었다. 당나라도 왕선지( 王 仙 芝 )와 황소( 黃 巢 )가 틈을 타서 난을 꾸몄는데 끝내 이 때문에 나라가 망하고 말았다. 이것은 모두 백성을 모질게 해서 제 몸을 봉양한 죄과이며, 호 민이 그 틈을 타서 그렇게 된 것이었다. 대저 하늘이 임금을 세운 것은 백성을 기르기 위함이고, 한 사람에게 방자하게 흘겨보며 구렁 같 은 욕심을 부리도록 한 것은 아니다. 그런즉 저 진 한 이래의 화란은 마땅한 일이며 불행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땅이 비좁고 사람이 적으며, 백성이 또 가난하고 좀스러 워서, 기이한 절개와 지조와 호방한 기개가 없다. 까닭으로, 평시에 위대한 사람이나 뛰어난 재주 를 가진 사람이 나와서 세상에 쓰임이 되는 일도 없지마는, 난리를 당해도 또한 호민과 한졸( 悍 卒 )이 어지럽게 외치며 앞장서서, 나라의 걱정이 되는 자도 없으니 그 또한 다행이다. 비록 그러나 지금은 왕씨 때와 같지 않다. 고려 때는 백성에게 세금을 매기는 것이 기준이 있었 고, 산택에서 나오는 이익도 백성과 함께 하였다. 상업이 유통되고 공장( 工 匠 )에게도 혜택이 있었 다. 또 능히 수입을 요량해서 지출했으므로 나라에 남은 저축이 있었다. 그리하여 갑작스럽게 큰 병란이나 상사가 있어도 백성은 그 일에 대한 부세를 알지 못하는데 말기에 와서는 3공( 空 )을 염 려하였다.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변변치 못한 백성을 거느리고 있으면서, 그 신을 섬기고 윗사람을 받드 는 범절은 중국과 같다. 백성이 내는 부세가 다섯이면 관청에 돌아오는 것은 겨우 한 몫이고, 그 나머지는 간사한 자에게 어지럽게 흩어진다. 또 남은 저축이 없어 사고라도 있으면, 1년에 혹 두 번도 부과하는데, 수령이 그것을 빙자하고 덧붙여 거두어서 다함이 없다. 까닭에 백성들의 시름과 원망은 왕씨의 말기보다 심함이 있다. 그러하건만 위에 있는 사람은 태평스레 두려워할 줄도 모 르고 우리나라에는 호민이 없다 한다. 불행하게도 견훤( 甄 萱 ) 궁예( 弓 裔 ) 같은 자가 나와서 몽 둥이를 휘두르면, 시름하고 원망하던 백성이 가서 따르지 않을 줄을 어찌 보증하며, 기주( 蘄 州 ) 양주( 梁 州 )와 6합( 合 )의 변은 발을 추켜 디디고서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민목( 民 牧 )으로 된 자는 두려울 만한 형세를 밝게 알고, 시위와 바퀴를 고차면 그래도 미칠 수가 있을 것이다. (허균, 호민론( 豪 民 論 )) 3공 : 흉년이 들어서, 祠 堂 에 제사를 못 지내고, 서당에 학생이 없게 되고, 뜰에는 개가 없게 된 다는 것. 6합 : 당( 唐 ) 희종( 僖 宗 ) 때에 황소( 黃 巢 )가 난을 꾸몄던 일. 53

54 (나) 조선국 세종대왕 즉위 십오 년에 홍화문 밖에 한 재상이 있으되, 성은 홍이요, 명은 문이니, 위인 이 청렴강직하여 덕망이 거룩하니 당세의 영웅이라. 일찍 용문에 올라 벼슬이 한림에 처하였더니 명망이 조정의 으뜸되매, 전하 그 덕망을 승이 여기사 벼슬을 돋우어 이조판서로 좌의정을 하이 시니, 승상이 국은을 감동하여 갈충보국하니 사방에 일이 없고 도적이 없으매 시화연풍하여 나라 가 태평하더라. (중략) 이때에 길동이 집을 떠나 사방으로 주류하더니, 일일은 한 곳에 이르니 만 첩산장이 하늘에 닿은 듯하고, 초목이 무성하여 동서를 분별치 못하는 중에 햇빛은 세양이 되고 인가 또한 없으니 진퇴유곡이라. 바야흐로 주저하더니, 한 곳을 바라보니 괴이한 표자 시냇물을 쫓아 떠오거늘, 인가 있는 줄 짐작하고 시냇물을 쫓아 수리를 들어가니, 산천이 열린 곳에 수백 인가 즐비하거늘, 길동이 그 촌중에 들어가니, 한 곳에 수백 인이 모여 잔치를 배설하고 배반이 낭자한대 공론이 분운하더라. 원래 차촌은 적굴이라. 이날 마침 장수를 정하려 하고 공론이 분운하더니 길동 이 말을 듣고 내 념에 헤아리되, 내 지처없는 처지로 위연이 이곳에 당하였으니 이는 나로 하여금 하늘이 지시하 심이로다. 몸을 녹림에 붙여 남아의 지기를 펴리라. 하고 좌중에 나아가 성명을 통하여 왈, 나는 경성 홍승상의 아자로서 사람을 죽이고 망명도주하여 사방에 주류하옵더니, 오늘날 하늘이 지시하사 위연이 이곳에 이르렀으니 녹림호걸의 으뜸 장수됨이 어떠하뇨? 하며 자청하니, 좌중제인이 이때 술이 취하여 바야흐로 공론 달난하더니, 불의에 난데없는 총각아 이 들어와 자청하매 서로 돌아보며 꾸짖어 왈, 우리 수백 인이 다 절인지력을 가졌으되 지금 두 가지 일을 행할 이 없어 유예미결하거니와, 너 는 어떠한 아이로서 감히 우리 연석에 돌입하여 언사 이렇듯이 괴망하뇨? 인명을 생각하여 살려 보내니 급히 돌아가라. 하고 등 밀어 내치거늘, 길동이 돌문 밖에 나와 큰 나무를 꺾어 글을 쓰되, 용이 얕은 물에 잠기 어 있으니 어별이 침노하며, 범이 깊은 수풀을 잃으매 여우와 토끼의 조롱을 보는도다. 하였더니, 한 군사 그 글을 등서하여 좌중에 드리니, 상좌의 한 사람이 그 글을 보다가 여러 사람에게 청하 여 왈, 그 아이 거동이 비범할 뿐 아니라, 더욱이 홍승상의 자제라 하니 수자를 청하여 그 재주를 시험 한 후에 처치함이 해롭지 아니하다. 하니, 좌중제인이 응낙하여 즉시 길동을 청하여 좌상에 앉히고 이르되, 즉금 우리 의논이 두 가지라. 하나는 이 앞의 초부석이라 하는 돌이 있으니 중이 천여근이라 좌 중에서는 용이케 들 사람이 없고, 둘은 경상도 합천 해인사에 누거만재이나 수도중이 수천 명이 라 그 절을 치고 재물을 앗을 모책이 없는지라. 수자가 이 두 가지를 능히 행하면 오늘부터 장수 를 봉하리라. 하거늘, 길동이 이 말을 듣고 웃어 왈, 대장부 세상에 처하매 마땅히 상통천문하고, 부찰지리하고, 중찰인의할지라. 어찌 이만 일을 겁 하리요. 하고, 즉시 팔을 걷고 그 곳에 나아가 초부석을 들어 팔 위에 얹고 수십 보를 행하다가 도로 그 자리에 놓으되 일분 겨워하는 기색이 없으니 모든 사람이 대찬 왈, 실로 장사로다! 하고, 상좌에 앉히고 술을 권하며 장수라 일컬어 치하 분부하는지라. 길동이 군사를 명하여 백마 를 잡아 피를 마셔 맹세할새 제군에게 호령 왈, 우리 수백 인이 오늘부터 사생고락을 한가지로 할지니 만일 약속을 배반하고 영을 어기는 자가 있으면 군법으로 시행하리라. 하니, 제군이 일시에 청령하고 즐기더라. (중략) 일일은 길동이 제적을 불러 의논 왈, 우리 비록 녹림에 몸을 붙였으나 다 나라 백성이라. 세대로 나라 수토를 먹으니 만일 위태한 시 54

55 절을 당하면 마땅히 시석을 무릅쓰고 인군을 도울지니 어찌 병법을 힘쓰지 아니하리요? 이제 군 기를 도모할 모책이 있으니, 아무날 함경감영 남문 밖의 능소 근처에 시초를 수운하였다가 그날 밤 삼경에 불을 놓으되 능소에는 범치 못하게 하라. 나는 남은 군사를 거느리고 기다려 감영에 들어가 군기와 창고를 탈취하리라. 약속을 정한 후에 기약한 날에 군사를 두 초로 나누어 한 초는 시초를 수운하라 하고, 또 한 초 는 길동이 거느려 매복하였다가 삼경이 되매 능소 근처에 화광이 등천하였거늘, 길동이 급히 들 어가 관문을 두드리며 소리하되, 능소에 불이 났사오니 급히 구원하옵소서. 감사 잠결에 대경하여 나와서 보니 과연 화광이 창천한지라. 하인을 거느리고 나가며, 일변 군사 를 조발하니 성중이 물 끓는 듯 하는지라. 백성들도 다 능소에 가고 성중이 공허하여 노약자만 남았는지라. 길동이 제적을 거느리고 일시에 달려들어 창곡과 군기를 도적하여 가지고 축지법을 행하여 순식에 동중으로 돌아오니라. 이때에 감사 불을 구하고 돌아오니 창곡 지킨 군사 아뢰되, 도적이 들어와 창고를 열고 군기와 곡식을 도적하여 갔나이다. 하거늘, 크게 놀래어 사방으로 군사를 발포하여 수탐하되 형적이 없는지라. 변괴인 줄 알고 이 연 유를 나라에 주문하니라. 이날 밤에 길동이 동중에 돌아와 잔치를 베풀고 즐기며 왈, 우리 이제는 백성의 재물은 추호도 탈취지 말고, 각 읍 수령과 방백의 준민고택하는 재물을 노 략하여 혹 불쌍한 백성을 구제할지니, 이 동호를 활빈당 이라 하리라. (중략) 상이 진로하사 꾸짖어 가라사대, 네 무고한 재물은 취치 아니했다 하면, 합천사 중을 속이고 그 재물을 도적하고, 또 능소에 불을 놓고 군기를 도적하니, 이만 큰 죄 또 어디 있느냐? 길동 등이 복주 왈, 불도라 하옵는 것이 세상을 속이고 백성을 혹하게 하여, 갈지 아니하고 백성의 곡식을 취하며, 짜지 아니하고 백성의 의복을 속여 부모의 발부를 상하여 오랑캐 모양을 숭상하며, 군부를 버리 고 부세를 도망하오니 이에 더한 불의지사 없사오며, 군기를 가져가옵기는 신 등이 산중에 처하 여 병법을 익히다가 만일 난세를 당하옵거든 시석을 무릅써 임금을 도와 태평을 이루고자 함이오 며, 불을 놓으되 능소에는 아니가게 하였사오며, 신의 아비 세대로 국록을 받자와 갈충보국하여 성은을 만분지일이라도 갚지 못할까 하옵거늘 신이 어찌 외람되이 범람한 마음을 두오리까? 죄를 의논하여도 죽기에 가지 아니할 터이로되, 전하께서 조신의 무소를 들으시고 이렇듯이 진로하시 니 신이 형벌을 기다리지 아니하옵고 먼저 스스로 죽사오니 노를 더옵소서. (중략) 미재라! 길동의 행어사여! 쾌달한 장부로다. 비록 천생이나 적원을 풀어 버리고, 효우를 완전히하 여 신수를 쾌달하니 만고에 희한한 일이기로 후인이 알게한 바이러라. (허균, 홍길동전 완판본) 55

56 예제4-근거활용형 34 아래의 제시문 (나), (다), (라), (마)에는, (가)에 나타나 있는 과학발전에 대한 낙관적 믿음을, 인문 학의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논거가 들어있다. 이 논거를 적절히 활 용하여 과학발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1000자) (가) 18세기와 19세기 동안 과학자들은 자연에 관한 여러 불변의 법칙들-뉴턴의 운동법칙, 중력의 법 칙, 보일의 법칙, 진화의 법칙 등등-이 발견되어 명확하게 확정되었다고 생각하였고, 과학자의 직 무는 관찰된 사실로부터 귀납적인 추론과정을 통해서 그러한 불변의 법칙들을 더 많이 발견하고 확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법칙 이라는 용어는 구름의 꼬리처럼 영광스러운 흔적을 길게 남 기면서 갈릴레이와 뉴턴에게서 전해내려 왔다. 사회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 으로든 자신의 연구가 과학적 지위를 가진다는 주장하고 싶은 마음에서 과학에서 사용하는 용어 와 똑같은 용어를 사용하였고, 자기들도 과학에서와 똑같은 객관적 연구방법을 따르고 있다고 믿 었다. 예컨대 버클은 그의 문명사 결론에서 인류 역사의 발전과정에는 보편적이고 일관된 규 칙성이라는 영광스런 원리가 스며들어 있다 는 확신을 표명했다. (나) 동아시아가 하나의 지리적 인접 단위이며 적대적 우호적 관계를 다 같이 포함한 역사적 경험을 긴밀하게 공유하는 장임은 분명하다 월남은 지리적으로는 몽고, 티베트처럼 주변에 위치하였 으나 동아시아 질서 에의 참여 면에서는 중요한 위치를 점하여 왔다. 오늘날 적지 않은 역사서가 동아시아사를 논할 때 월남을 포함시키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월남을 동아시아의 틀 속에 넣어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동남아시아 는 정치적 문화적 실체가 아닌 2차대전 후 편의적 개념으로서 출발하였으나 지금은 연대의 실효를 거두어가고 있는 새로 태동하고 있는 질 서인데 월남은 앞으로 그에 속하게 될 것이다. 이 예로 보건대 지난날의 문화적 정치적 질서는 앞으로의 동아시아적 질서를 구성하는 데 필수요건일 수는 없다. 월남이 현실의 필요에 따라 또 앞으로 지향에 맞추어 동남아에 속하듯, 동아시아도 현실의 필요에 따라 그리고 앞으로의 지향에 맞추어 미래의 질서를 구축해나가야 할 것이다. 지난 날의 역사적 경험의 공유는 현재 그리고 앞 으로의 질서 구축을 위한 필요조건일 수는 있으나 충분조건일 수는 없다. 앞으로의 동아시아 질 서가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가는 이 글에서 구체적으로 논할 과제가 아니지만, 지난 날의 역사 경 험의 분석을 통해 평등한, 그것도 형식상의 것이 아닌 실질적으로 평등한 관계라야 한다는 것을 추론해낼 수 있다. (다) 현대의 컴퓨터는 컴퓨터와 파일 캐비닛 사이의 유사성에 토대를 두고 있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 며, 우리가 만들어 내는 거의 모든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컴퓨터는 그것이 작동한다는 점에서 파 일을 보관하는 캐비닛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컴퓨터는 기계이지 가구가 아니다. 파일 캐비닛이 라는 은유가 우리를 붙잡아서 정보 관리를 적극적으로 하는 대신 소극적으로 하도록 만든다. 당 신이 맥이나 PC에 잔뜩 만들어서 쌓아 놓은 엄격한 파일-디렉터리 시스템은 프로그래머들이 프 로그래머들을 위해 고안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들은 프로그래머들에게는 여전히 매우 쓸모가 있 는 시스템이지만 프로그래머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좋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한 번도 좋 았던 적이 없으며, 그리고 원래 일반인들에게 유용하도록 고안되지도 않았다. 당신이 만일 애완견 세 마리를 가지고 있다면 그들에게 이름을 붙여 주어라. 하지만 1만 마리의 소를 가지고 있다면 일일이 이름을 붙이느라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 컴퓨터에 있는 모든 파일에 이름을 붙인다는 오늘날의 생각은 정말로 터무니가 없다. 56

57 (라) 물론 엄청난 도덕적 압력도 있다. 질병과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수백만 명이 아니라 수십억 명이나 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기술 발전을 통하여 그런 문제들을 극복할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암으로 고통 받는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우리는 그들을 암으로부터 구원해 줄 대단한 발전을 이 룩하기 직전에 와 있긴 하지만 어쩌면 테러리스트들이 그 지식을 이용하여 생물공학적인 병원균 을 만들어 낼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한 조치 에 타당한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경제적 기술적 발전을 계속하는 것이 이익이 된다는 거대한 믿음이 있다. 물론 이런 기술이 가져 올 위험이라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나는 이와 같은 위험 시나리오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데 관 심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내 생각에 그것은 21세기에 우리가 직면할 첫 번째 도전이다. (마) 식물 인간 을 위한 안락사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따라 나타난 문제들 가운데 하나다. 자신이 식물 인간이 되면, 사람다운 위엄을 지닌 채 죽겠다는 희망을 사람들이 갖게 된 것은 최근의 일 이다. 안락사는 물론 고대부터 있었다. 그러나 병자가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없게 된 뒤에도 기계의 힘을 빌어서 최소한의 육체적 기능을 유지하도록 하는 기술이 나오고 사회가 그런 기술을 쓸 만한 경제적 여유를 갖게 되자, 그것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지금 논의의 초점은 예전의 안락사처럼 일부러 사람의 목숨을 단축시키는 행위가 아니라 기계의 힘을 빌어서 억지로 연명시 키는 일을 그만두는 행위다.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결정을 내리려면, 우리는 목숨이나 의술과 같 은 것들에 대한 우리의 도덕적 사회적 가정들을 근본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그런 성찰은 어렵고, 시민들이 그런 성찰의 결과에 대해 합의하기는 더욱 어렵다. 57

58 예제5-비판사고형 3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미국에서 가장 돈 되는 말은 `I am sorry(미안합니다)'" 미국에서 `I am sorry'라고 사과를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소득이 높다는 `이색'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조그비 인터내셔널은 최근 7천59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인터뷰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오차범위 ±1.1%), 연봉이 10만 달러 이상인 고소득자가 연간 2만5천 달러 이하의 소득을 올리는 빈곤층보다 2배 정도 사과를 많이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를 의뢰한 온라인 보석판매업체인 `더 펄 아울렛(The Pearl Outlet)'은 많은 고객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사과하기 위해 진주를 산다는 사실을 알고 이 같은 조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조사에 따르면 `자신이 잘못했다고 느꼈을 때 사과하느냐'는 질문에 연봉을 기준으로 10만 달러 이상자 가운데 92%가 `그렇다'고 답변한 반면, 7만5천~10만 달러 소득자는 89%, 5만~7만5천 달러 소득자는 84%, 3만5천~5만 달러 소득자는 72%, 2만5천~3만5천 달러 소득자는 76%, 2만5 천 달러 이하 소득자는 52%만이 `그렇다'고 답변했다. 소득이 높은 사람일수록 사과를 더 많이 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 또 `자신이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했을 때도 사과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10만 달러 이상 소득자 가운데 22%가 `그렇다'고 답변한 반면, 2만5천 달러 이하 소득자는 단지 13%만이 `그렇다'고 답 변, 1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가 2만5천 달러 이하 빈곤층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사과를 많이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비즈니스 컨설턴트 피터 쇼는 "성공한 사람은 자신의 실수로부터 배우려 하기 때문"이 라고 분석했고, 다른 전문가인 마티 넴코는 "고소득자들은 더 총명하고 자신을 더 안전하게 하려 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들은 자신이 잘못했을 때 사과하는 게 자신의 경력에 흠이 되지 않는다 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고소득자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을 짓밟거나 무시하기 때문에 더 많이 사과를 하는 것이라는 해석 도 제기됐다. 더 펄 아울렛의 테리 셰퍼드 사장은 "고소득자일수록 사전에 허락을 구하는 것보다 사후에 사과 하는 게 쉽기 때문에 더 많이 사과를 하고 사전에 허락을 덜 구하는 것"이라면서 "이번 조사의 결론은 많이 벌고 싶으면 `미안하다'고 말하는 법을 배우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결혼한 사람이 싱글이나 이혼자보다 타인과 다투고 난 뒤 두 배 정도 사과 를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조그비 인터내셔널은 밝혔다. `미안하다'는 말이 성공적인 결혼생활의 비결이라는 점도 아울러 확인된 것이다. (연합뉴스) 위 글에서 조사된 자료에 관한 세 가지 설명들을 지적하고, 어떤 설명이 가장 적절한 것이라고 생 각하는지 각자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58

59 LEVEL 6 예제1-병열구성형 36 다음 상황에서 제시문 (가), (나), (다)의 세 인물(기자 랑베르, 신부 파늘루, 의사 리유)이 각각 역경 에 대처하는 방식을 정리하시오. (500자) <상황> 며칠이 지나자 사태는 점점 더 심각해졌다. 죽은 쥐들의 수는 날로 늘어만 갔다. 나흘째 되는 날 부터 쥐들은 떼를 지어 거리에 나와 죽었다. 집안의 구석진 곳으로부터, 지하실로부터, 지하 창고 로부터, 수챗구멍으로부터 쥐들은 떼를 지어 비틀거리면서 기어 나와서는 햇빛을 보면 어지러운 지 휘청거리고, 제자리에서 맴을 돌다가 사람들 곁에 와서 죽어 버리는 것이었다. 밤이면 복도나 골목길에서 그놈들이 찍찍거리는 마지막 작은 소리가 들려오곤 했다....(중략)... 마치 건강한 사 람의 짙은 피가 돌연 역류하기 시작하는 것처럼, 여지껏 그렇게도 고요하기만 했다가 불과 며칠 사이에 발칵 뒤집혀 버린 이 자그마한 도시의 아연실색함이 어느 정도일 것인가를 상상만이라도 해보라! (중략) 갑자기 병이 급속도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사망자의 수가 다시 30명으로 늘어난 날, 리유는 전보 공문을 받았다. 전보에는 <페스트 사태를 선포하고 도시를 폐쇄하라.>라고 적혀 있었다. 그 때부터 페스트는 우리들 전체의 문제가 되었다. 그때까지는 그 이상한 사건들로 인한 충격과 불안에도 불구하고, 오랑 시민들은 각자가 평소와 마찬가지로 맡은 자리에서 그럭저럭 일을 계속 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마 그 상태는 그대로 이어질 것이었다. 그러나 오랑 시의 문들이 폐쇄되자 그들은 한 독 안에든 쥐가 되었으며 거기에 그냥 적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가령 사 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같은 개인적인 감정도 처음 몇 주일부터 당장 모든 사람들 전체의 감정이 되었고, 공포심이 가세하면서 저 오랜 귀양살이 시절의 주된 고통거리가 되었다. (가) 랑베르는 몹시 흥분해서 말했다. 그는 파리에 아내를 두고 온 것이었다. 정식 아내는 아니었지만 아내나 마찬가지였다. 시가 폐쇄되자 그는 곧 아내에게 전보를 쳤다. 처음에는 그저 일시적인 것 이려니 하고 편지 왕래나 할 방도를 궁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랑의 동료 기자들은 자기들로서 는 아무 방도가 없다고 말했고, 우체국에서는 상대도 하지 않았고, 도청의 한 여자 서기는 그에게 콧방귀를 뀌었다. 마침내 그는 두 시간이나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만사 순조로움. 곧 다시 봅 시다.>라고 쓴 전보를 한 장 접수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얼마 동안이나 이 사태가 계속될는지 알 수 없다는 생각 이 문득 머리에 떠올랐다. 그는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는 소개장을 갖고 있었으므로 도청의 비서 실장과 접촉할 수 있었다(직업이 기자이고 보니 여러가지 편의가 있었다). 자기는 오랑과는 아무 런 관계도 없으며, 여기에 머물러 있을 일도 없고, 우연히 자기는 여기에 있게 되었고, 일단 나가 서 격리 수용되는 한이 있더라도 어쨌든 퇴거를 허가해 주는 일이 마땅하리라고 그에게 말했다. 비서실장은 이에 대해서, 잘 알아듣겠으나 예외를 만들 수는 없다, 검토는 해 보겠지만 요는 사태 가 중대한 만큼 선뜻 어떤 결정도 내릴 수는 없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랑베르는 말했다. "나는 이 도시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아마 그렇겠죠. 그러나 어쨌든 전염병이 오래 가지 않기를 피차에 바랄 뿐입니다" 결국 그는 랑베르를 위로하면서, 오랑에서 흥미있는 기사거리를 얻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무슨 일이건 간에 잘 살펴보면 반드시 좋은 면이 있는 법이라고 말해 주었다. 랑베르는 어깨를 으쓱 치켜 올렸다. 그들은 시가의 중심지에 도착했다. 59

60 "어리석은 일입니다, 선생님. 저는 기사를 쓰려고 세상에 태어난 게 아닙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어떤 여자하고 살기 위해서 세상에 태어난 것 같습니다. 그 쪽이 더 어울리는 얘기가 아닙니까?" 어쨌든 그 쪽이 더 이치에 맞을 것 같아 보인다고 리유는 말했다. (중략) "이건 그야말로 인도적인 문제입니다. 서로 마음이 잘 맞아서 살고 있는 두 사람에게 이러한 이 별이 어떤 건지를 아마 선생님께서는 이해하지 못하실 겁니다." 리유는 금방 대답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그는, 자기도 그걸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랑베르가 아내와 다시 만나게 되고,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가 다시 결합하게 되기를 진심으 로 원하는 바이지만, 포고와 법률이 있고 페스트가 있으니, 자기의 역할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완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니지요." 입맛이 쓰다는 듯이 랑베르는 말했다. "선생은 이해하지 못해요. 선생님 말씀은 이성 에서 나오는 것이지요. 선생님은 추상적이십니다." (중략) "아! 알겠어요." 랑베르가 말했다. "공적인 일이라는 말씀이시죠. 그러나 공공 복지도 개개인의 행복으로 성립되는 것입니다." (나) 그 달 말경에, 우리 시의 고위 성직자 측에서는 집단 기도 주간을 설정함으로써 그들 특유의 방 법으로 페스트와 싸우기로 결정했다. 대중 신앙심의 표시가 담긴 이 행사는 일요일에 페스트에 걸렸던 성( 聖 ) 루가에게 드리는 장엄한 미사로 끝맺기로 되어 있었다. 그 기회에 파늘루 신부는 강론을 위촉받았던 것이다. (중략) "오늘 페스트가 우리에게 닥쳐온 것은 반성할 때가 왔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사람들은 그것을 두려워 할 필요가 조금도 없습니다. 그러나 사악한 사람들이 벌벌 떠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우 주라는 거대한 곳간 속에서 가차없는 재앙은 짚과 낟알을 가리기 위해서 인류라는 밀을 타작할 것입니다. 낟알보다는 짚이 더 많을 것이며, 선민들보다는 버림받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불행은 하느님이 원하신 것은 아닙니다. 너무나 오랫동안 이 세상은 악과 타협해 왔습 니다. 너무나 오랫동안 이 세상은 성스러운 자비 위에서 안식하고 있었습니다. 회개하는 것으로써 충분했고 모든 것은 허용되었습니다. 그리고 회개라면 모든 사람들이 다 자신 있다고 생각했습니 다. 때가 오면, 사람들은 틀림없이 회개를 하고 싶은 심정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때가 오기 전에는 가장 쉬운 길은 그냥 제멋대로 살아가는 것이요,그 밖의 것은 하느님의 자비로 해결될 것 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 식으로 오래 계속될 수는 없었습니다. 참으로 오랫동안 이 도 시의 사람들에게 그 연민의 얼굴을 보여 주시던 하느님께서도, 기다림에 지치고 실망하시어, 마침 내 외면하신 것입니다. 하느님의 광명을 잃고 우리는 바야흐로 오랫동안 페스트의 암흑 속에 빠 지고야 말았습니다!" (중략) "그렇습니다. 반성할 때가 온 것입니다. 여러분은 주일에 하느님을 찾아뵙기만 하면 나머지 시 간은 자유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서너 번 무릎을 꿇는 것으로 여러분의 그 죄스러운 무관심에 대한 대가를 하느님께 갚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미지근하지는 않으십 니다. 그처럼 드문드문 찾아뵙는 관계 정도로는 하느님의 넘쳐흐르는 애정을 만족시킬 수 없었던 것입니다. 하느님은 여러분을 더 오래 보고 싶으셨던 것입니다. 그것이 여러분을 사랑하시는 하느 님의 방식이며, 그것만이 유일한 사랑의 방식입니다. 이리하여, 여러분이 찾아뵙는 것을 기다리다 가 지치신 하느님은, 인류가 역사를 가진 이래 재앙이 죄 많은 모든 도시를 찾아들었듯이, 여러분 에게도 찾아들게 하신 것입니다. 카인과 그 자손들이, 노아의 대홍수 이전의 사람들이, 소돔과 고 모라의 사람들이, 애굽의 왕과 욥, 그리고 또한 모든 저주받은 사람들이 그것을 알았듯이, 이제 여러분은 죄가 어떤 것인가를 알 것입니다. 그리고 이 도시가 여러분과 재앙을 벽으로 둘러싸고 가두어 버린 그 날부터, 여러분은 그네들이 모두 그러했듯이, 새로운 눈으로 모든 존재와 사물들 을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제야, 마침내 근본적인 것에로 돌아와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중략) 60

61 "우리가 좀더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본다면 그것은 모든 고민 속에 가로놓인 저 영생의 황홀한 빛을 보여 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확고하게 악을 선으로 변화시키는 신의 뜻 을 말해 주는 것입니다. 오늘도 또 다시, 죽음과 고뇌와 아우성의 길을 통해서, 그 빛은 우리들을 본질적인 침묵으로 이끌어 가며, 모든 생명의 원천으로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여러분, 이것이야 말로 광대무변한 위안입니다. 이 위안을 여러분에게 가져다 주고자 합니다. 부디 여러분은 이 자 리에서 응징의 언사를 듣고 돌아가시는 데에 그치지 말고 여러분을 진정시키는 '말씀'도 잘 듣고 가시기 바랍니다." (다) "그래도 선생님은 파늘루 신부처럼 페스트에도 그 것대로의 유익한 점이 있어서 사람의 눈을 뜨게 하고,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을 하게 한다고 여기고 계시겠죠!" 리유는 답답해서 머리를 흔들었다. "이 세상의 모든 병이 다 그렇죠. 그러나 이 세상의 모든 고통에 있는 것은 페스트에도 역시 있습니다. 하기야 몇몇 사람들을 위대하게 만드는 구실도 하겠죠. 그러나 그 병으로 해서 겪는 참 상과 고통을 볼 때, 체념하고서 페스트를 용인한다는 것은 미친 사람이나 눈먼 사람이나 비겁한 사람의 태도일 수밖에 없습니다." 리유는 어조를 높였다고 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타루는 그를 진정시키려는 듯이 손을 저었다. 그 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좋습니다." 어깨를 으쓱하면서 리유가 말했다. "한데, 내가 아까 한 말에 대해 아직 대답을 안 하였습니다. 잘 생각해 보셨나요?" 타루는 안락의자에서 좀 편안하게 고쳐 앉으면서 머리를 불빛 속으로 내밀었다. "선생님은 신을 믿으시나요?" 질문은 역시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리유가 망설였다. "믿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나는 어둠 속에 있고, 거기서 뚜렷 이 보려고 애쓴다는 뜻입니다. 그러는 것이 유별나다고 생각하지 않게 된 지가 벌써 오래됩니다." "좋아요." 타루가 말했다. "선생님 자신은 신도 믿지 않으시면서 왜 그렇게까지 헌신적이십니 까? 선생님의 답변이 제가 대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늘에서 얼굴을 내밀지도 않은 채 의사는, 그 대답은 이미 했으며, 만약 어떤 전능한 신을 믿는 다면 자기는 사람들의 병을 고치는 것을 그만두고 그런 수고는 신에게 맡겨 버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심지어는 신을 믿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파늘루까지도 그런 식으로 신을 믿는 이는 없는데, 그 이유는 전적으로 자기를 포기하고 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며, 적어도 그 점에 있어서는 리유 자신도 이미 창조되어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거부하며 투쟁함으로써 진리 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 타루가 말했다. "그러면 선생님은 자신의 직업을 그렇게 보고 계시는군요?" "대충은 그렇습니다." 의사는 다시 밝은 쪽으로 몸을 내밀면서 말했다. 타루는 나직이 휘파람을 불었고 의사는 그를 보았다. "그럼요." 그는 말했다. "아마 자존심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시겠죠. 그러나 나는 최소한의 자존심 밖에는 없습니다. 정말이에요. 앞으로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지, 이 일들이 모두 끝난 다음에 는 무엇이 올 것인지 나는 모릅니다. 당장에는 환자들이 있으니 그들을 치료해야 합니다. 그런 다 음에 그들은 반성할 것이고, 또 나도 반성할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긴급한 일은 그들을 치료하는 것입니다. 나는 힘이 미치는 데까지 그들을 보호해 줄 것입니다. 그뿐이지요." (중략) "내가 이 직업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나는 말하자면 그냥 막연히 택했지요. 직업이 필요했었고, 딴 직업이나 마찬가지로 괜찮은 직업이었고, 젊은 사람이 한 번 해볼 만한 일이었기 때문이죠. 또 어쩌면 나 같은 노동자의 자식으로서는 특별히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택하 고 났더니 죽는 장면을 보아야만 했지요. 죽기를 거부하는 사람이 있는 것을 아시나요? 어떤 여 61

62 자가 죽는 순간에 '안돼!' 하고 외치는 것을 들은 일이 있나요? 나는 있어요. 그때 나는 절대로 그 런 것에 익숙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그때는 나도 젊었고, 해서 나의 혐오감은 세계의 질서 그 자체에 대하여 솟구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죠. 그 후 나는 한층 더 겸허해졌어요. 다만, 죽는 것을 보는 일에는 여전히 길들여지지 못한 채로요. 그 이상은 아무 것도 모릅니다. 그러나 결국 " 리유는 입을 다물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입안이 마른 듯싶었다. "결국은요?" 하고 타루가 나직하게 물었다. "결국 " 의사는 말을 계속하려다가 타루를 물끄러미 보면서 또 주저했다. "당신 같은 사람이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떠세요? 그러나 세계의 질서는 죽음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니 만큼, 아마 신으로서도 사람들이 자기를 믿어 주지 않는 편이 더 낫고, 신이 그렇게 침묵하고 있는 하늘만을 쳐다볼 것이 아니라 있는 힘을 다해서 죽음과 싸워 주기를 더 바랄지도 모릅니다. 62

63 예제2-병열구성형 37 아래 제시문을 바탕으로 21세기를 맞이하여 우리가 선택할 삶의 목적과 가치를 생각해 보면서, 지 식 기반 사회 구축에 있어 '지식'은 어떠한 것이라야 하는지 정리하시오. (500자) (가) 세계 경제는 바야흐로 대량생산 대량소비로 특징 지워지던 산업경제 사회에서 벗어나 무형의 지 식과 정보가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지식 정보화 사회로 넘어가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한국 경제의 주체인 기업과 경영인 그리고 경영학자들은 다가오는 21세기가 요구하는 새로운 경 영패러다임을 마련하고 이에 적응해야 한다. 기초과학기술이나 경 제 경영이론과 같은 학문적 지식 뿐만 아니라 기술특허, 소프트웨어, 데이터 베이스 등 실용적 지식과 각 근로자나 기업가가 갖고 있는 작업상의 노하우, 고객서비스 방법, 경 영지식 등을 우리 모두 공유 활용해 지식이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원 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개인은 항상 자신의 일을 개발, 개선, 혁신해 부가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노력과 함께 인터넷과 외국어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기업과 경영자는 지식경영기법을 도 입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하며, 이를 실천에 옮겨 지식경영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많은 경영학자에게 신지식인 육성을 위한 교육과 지식경영 연구에 관심을 갖고 노력을 기울이고, 기업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 자세로 기업의 지식경영 도 입을 적극 지원해 주기를 기대한다. (정대환, '전국 경영학자 통합학술대회( )' 기조연설 문) (나) 오늘날 인류가 각별히 과학 기술 때문에 처하게 된 절박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물 현상 을 부분적이고 단편적 시각에서 보는 습관을 깨뜨리고 모든 것을 상호간의 관련 속에서 총체적으 로 보는 안목이 우선 필요하다. 그러한 시각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 우리가 세운 목적의 의미를 항상 반성하고 재검토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만일 이러한 능력 없이는 그릇된 가치를 추구하고 잘못된 목적을 세워 그런 목적을 위해 과학 기 술을 개발하고 활용하게 될 것이다. (중략) 인문 과학, 오로지 인문 과학이야말로 반성적 사고의 결실이며, 부단히 사물 현상, 우리들의 활동, 우리들이 언제나 선택해서 추구하고 있는 목적 등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반성하고 비판하고 그것 을 수정 혹은 보완해서 새로운 가치를 시험하고 창조하는 마당이다. (중략) 과학적 지식은 물론 모든 지식이, 인간 이 선택한 가치와 궁극적으로 떼어 생각할 수 없음을 상 기할 때, 그리고 모든 이른바 과학적 기술 발달이 어떤 성질의 목적을 전제함으로써만 결정되고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새삼 깨달을 때, 위와 같은 기능과 내용을 가진 인문 과학의 교육이 모든 사람에게도 그렇지만 특히 긍정적이기도 하며 부정적일 수도 있는 양면의 힘을 잠재적으로 발휘 하는 과학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중요성을 갖는가를 쉽사리 알 수 있다. (박이문, 과 학철학이란 무엇인가) 63

64 예제3-공통차이형 38 제시문 (가), (나)를 참고로 하여, 올바른 인재 등용의 방법을 제시하시오. (800자) (가) 나라를 경영하는 자와, 함께 천직( 天 職 )을 다스릴 자는 인재가 아니면 될 수 없다. 하늘이 인재를 내는 것은 원래 한 시대의 쓰임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인재를 내는 것은 고귀한 집이라 하여 그 부명( 賦 命 )을 넉넉하게 하지 않고 미천한 집이 라 하여 그 품부를 아끼지 않는다. 까닭에 옛날 현명한 임금은 그런 줄을 알고 인재를 초야에서 도 구했으며, 혹 군인 중에서 뽑았고, 혹은 패전하여 항복한 적장을 발탁하기도 하였다. 혹은 도 둑 무리를 들어올리고, 혹은 고지기를 등용하였다. 쓴 것이 다 알맞았고 쓰임을 당한자도 각자 가 진 재주를 펼쳤다. 나라가 복을 받고 다스림이 날로 높아진 것은 이 방법을 쓴 때문이었다. 그러 므로 천하의 큼으로써도 그 인재를 혹 빠뜨릴까 오히려 염려하였다. 근심해서 옆으로 앉아 생각 하고 밥 먹을 때에도 탄식하였다. 그런데 어찌해서 산림과 초택에 포부를 품고도 팔지 못하는 자가 흔하게 있으며, 영걸찬 인재로 서 낮은 자리에 침체해서 그 포부를 끝내 시험하지 못하는 자가 또한 많이 있는 것인가. 참으로 인재를 죄다 구하기 어렵고, 다 쓰기도 또한 어렵다. 우리나라는 지역이 좁으니 인재가 드물게 나서, 대개 예부터 걱정하였다. 그리고 이조에 들어와서 는 사람을 쓰는 길이 더구나 좁다. 세족으로서 명망이 드러나지 않았으면 높은 벼슬에는 통할 수 없었고, 바위구멍, 띠풀지붕 밑에 사는 선비는 비록 기이한 재주가 있어도 억울하게 쓰이지 못한 다. 과거출신이 아니면 높은 벼슬에 오를 수 없으며, 비록 덕업이 훌륭한 자라도 경상에는 오르지 못한다. 하늘이 재주를 태어주는 것은 고른데, 세족과 과거로써 한정하니 항상 인재가 모자람을 병통으로 여기게 되어도 당연하다. 예로부터 지금까지는 오랜 시일이고 세상이 넓기도 하나, 서얼 이라 하여 그 어진 이를 버리고, 어미가 개가했다 하여 그 인재를 쓰지 않았다는 것은 듣지 못했 다.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어미가 천하거나 개가했으면 그 자손은 아울러 벼슬길에 충수되지 못한 다. 변변찮은 나라로서, 두 오랑캐의 사이에 끼어 있으니, 모든 인재가 나의 쓰임으로 되지 않을 까 염려해도 오히려 나라일이 이룩되기를 점칠 수 없다. 그런데 도리어 그 길을 막고는 이에 자 탄하기를, 인재가 없다, 인재가 없어. 한다. 이것이야말로 월남으로 가면서 수레를 북쪽으로 돌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런 것은 이 웃나라에게 알게 할 수 없는 것이다. 한 부인네가 원한을 품어도 하늘이 그를 위해 감상하는데, 하물며 원망하는 남정과 홀어미가 나라 안에 반이 넘으니 화평한 기운을 이루기는 또한 어렵다. 옛날에는 어진 인재가 미천한 데에서 많이 나왔다. 그때에 만약 지금 우리나라와 같은 법을 썼더 라면 범문정( 范 文 正 )이 정승으로 되어서 공업( 功 業 )을 세울 수 없었을 것이고, 진관( 陳 瓘 )과 반양 귀( 潘 良 貴 )는 강직한 신하로 되지 못했을 것이다. 사마양저( 司 馬 穰 苴 )와 위청( 衛 靑 )같은 장수도, 왕부( 王 符 ) 같은 문장( 文 章 )도 마침내 세상에 쓰이지 못했을 것이다. 하늘이 낳아주는 것을 사람이 버리니 이것은 하늘을 거스르는 것이다. 하늘을 거스르면서, 하늘에 기도하여 운명을 영원하게 한 자는 없다. 나라를 경영하는 자가 하늘을 받들어서 행하면 큰 명수 도 또한 맞이할 수가 있을 것이다. (허균, 유재론( 遺 才 論 )) (나) 최근 교육계 일각에서 현행 교육제도가 학생 서열화를 강요하고 학력에 따른 차별을 심화시킨다 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서열화의 정점에는 대학입시가 있다는 인식 아래 차별철폐를 위해 학력이 아니라 인간성을 기준으로 대학입학을 허용하고 평준화( 平 準 化 )를 실현해야 한다는 64

65 주장조차 나오는 실정이다. 공부할 학생을 실력과 의지가 아니라 인간성 기준으로 뽑자는 이 주장은 일견 매력적이다. 하지 만 이는 월드컵에서 활약할 국가대표 선수를 축구실력이 아니라 인간성을 보고 뽑자는 것과 마찬 가지로 낭만적 공상에 가깝다. 월드컵 대표팀을 축구실력이 아니라 인간성으로 선발한다면, 성격 무난한 선수들로 팀을 만들 수는 있어도 강한 팀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기는 어렵다. 게다가 국가 대표 후보군인 수백 명 선수의 인간성 평가도 쉽지 않지만 매년 수십 만 명 규모 입시생의 인간 성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월드컵 대표팀을 축구실력 기준으로 선발하는 것은 차별( 差 別 discrimination)이 아니다. 선수들의 차이( 差 異 difference)를 인정하는 것이다. 실력 있는 사람 누구에게나 기회는 열려있지 만, 모두에게 동일한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백 번 양보해서 월드컵 국가대표팀을 축구실력 기준으로 선발하는 것이 우리나라 선수 전체를 서 열화하고 숭고한 스포츠 정신을 훼손하는 차별적 정책이라는 주장을 인정해, 인간성을 기준으로 선발한다고 하자. 우리 국민들은 세계적 스타들이 각축을 벌이는 월드컵 본선에서 대한민국 대표 팀을 영원히 보지 못할 것이고, 우리나라가 동네축구 수준에서 맴돌아야 하는 대가를 치르는 것 은 불가피하다. 차별 철폐를 주장하는 교육계 일각의 현실인식에서 가장 결여된 관점이 바로 '차별과 차이'를 구 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최근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우리 사회 일각의 공통적인 현상이고, 우리 공동체가 선진화되 기 위해서 '차별은 없다. 그러나 차이는 인정한다'는 관점 정립의 필요성을 새삼 느끼게 한다. 차 별이란 '키, 인종, 성별, 출신 지역' 등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선천적( 先 天 的 ) 특성을 기준으로 기 회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다. 차이란 '실력, 성과, 성실도, 적성' 등 후천적( 後 天 的 ) 노력에 따른 다 름을 인정하며, 다름에 따른 프리미엄을 인정하되 기회 자체는 제한하지 않는 것이다. 인간의 삶이란 누구에게나 일정 수준 불만족스럽기에, 자신의 문제를 부당한 사회적 차별의 탓으 로 돌리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 사회에서 '차별 철폐'는 항상 대중들에 대한 호소력도 높 을뿐더러, '차별 없는 사회'를 앞세운 정치적 구호들은 그 현실적 가능성과 무관하게 흥행이 잘 된 다. 그러나 조직과 공동체가 차별과 차이의 다름을 사려 깊게 생각해 보지 않고, 비현실적 평등개 념에 휘둘려서는 번영할 수 없다. 건전한 자본주의 사회는 기회의 균등을 추구하는 곳이지 결과의 평등을 보장하는 곳이 아니다. 칼 포퍼는 "이 지상에 천국을 건설하려는 모든 시도는 지상에 지옥을 만드는 것으로 끝났다"고 갈파했다. 인간의 역사에서 차별철폐와 결과의 평등을 내세워 지상천국을 약속하는 사람들은 많 았지만, 이들이 정작 만들어낸 것은 인간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압살하는 지상지옥이었다. 반면 인 간능력의 한계와 각자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에 따른 건전한 경쟁 원칙을 정착시켜 온 사회는 불 완전하지만 현실에서 작동하는 선진화된 사회로 발전했다. 최근 교육문제를 비롯해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커지고 있는 '차별철폐'의 목소리는 합리적 논의 를 통해 갈무리될 수 있는 사회적 지향점 수준을 넘어서서 종교적 도그마에 가까워지고 있다. 인 간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인정해야 하는 모든 차이를 차별이라고 강변하는 비현실적 평등 논리는 우리사회의 선진화를 위해 넘어야 할 대표적인 사고방식이다. (김경준, 차별( 差 別 )과 차이( 差 異 )) 65

66 예제4-근거활용형 39 (나) 글의 주제와 관련하여 (가)의 이야기에 담겨 있는 자연에 대한 상상력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 를 줄 수 있는지 서술해 보시오. (500자) (가) 옛날에 환인( 桓 因 )의 서자 환웅( 桓 雄 )이 항상 천하에 뜻을 두고 인간 세상을 몹시 바랐다. 아버지 는 아들의 뜻을 알고 삼위 태백을 내려다보매 인간 세계를 널리 이롭게 할 만한지라, 이에 천부 인( 天 符 印 ) 세 개를 주어, 내려가서 세상을 다스리게 하였다. 환웅은 그 무리 3천 명을 거느리고 태백산 꼭대기의 신단수( 神 檀 樹 ) 아래에 내려와서 이곳을 신 시( 神 市 )라 불렀다. 이분을 환웅천왕이라 한다. 그는 풍백( 風 伯 ), 우사( 雨 師 ), 운사( 雲 師 )를 거느리 고 곡식 수명 질병 형벌 선악 등을 주관하고, 인간의 삼백예순 가지나 되는 일을 주관하 여 인간 세계를 다스려 교화시켰다. 이때, 곰 한 마리와 범 한 마리가 같은 굴에서 살았는데, 늘 환웅에게 사람 되기를 빌었다. 이때 환웅이 신령한 쑥 한 쌈과 마늘 스무 개를 주면서 말했다. 너희들이 이것을 먹고 백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는다면 곧 사람이 될 것이다. 곰과 범은 이것을 받아서 먹었다. 금기를 지킨 지 21일 만에 곰은 여자의 몸이 되었으나, 범은 그것을 지키지 못했으므로 사람이 되지 못했다. 여자가 된 곰은 혼인할 상대가 없었으므로 항상 신단수 아래에서 아이 배기를 축원했다. 환웅은 이에 잠시 사람으로 변하여 그녀와 혼인하여 아 들을 낳으니, 이를 단군왕검이라고 하였다. (고등학교 <문학>) (나) 과학 기술의 발달과 지속적인 경제 개발은 산업화와 도시화에 의한 자연 환경의 파괴를 초래하였 다. 이에 따라,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순환과 재생 능력이 무너지는 생태적 위기가 닥쳐왔다. 인간 이 자연을 착취하고 파괴를 일삼은 결과로, 인간의 존속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 제 우리는 한시바삐 대안을 찾아야만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그런데 생태계의 위기를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과학적 차원보다는 윤리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물질적 풍요와 진보만을 숭상하거나, 인간 중심주의적 관점에서 자연을 바라보지 말고, 산업 혁명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현대 문명을 주도하고 있는 관점 자체를 반성해 볼 시점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중략) 자연을 단순히 인간이 직접 소비할 수 있는 상품으로 취급하는 순간, 인간은 자연과 잘못된 관계 를 맺게 된다. 자연을 순전히 물질적 효용 가치의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자연의 가치를 제대 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 인간이 모든 것을 만들 수 있고, 인간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란 아 무 것도 없다 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잘못이다. 동양의 산수화를 보면, 거대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한 귀퉁이에 인간의 모습이 작게 그려져 있다. 이것은 우리 조상들이 자연을 인간 중심적 관점에서 하나의 대상으로서 바라본 것이 아니라, 겸 손하게 우리가 거기에 의지하여 함께 살아가야 할 대상으로 여겼음을 말해 준다. 이제 우리는 오 늘날의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모든 사람들과의 열린 대화를 통하여 인간 중심주의와 기계적 자연관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할 것이다.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66

67 예제5-비판사고형 40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지금까지 의학과 심리학에서 고안되어 온 거의 모든 치료법들은 지지자들을 긁어 모아 왔으며, 충심으로 그 효용성을 증언할 사람들을 생산해 낼 수 있었다. 의학은 멧돼지 이빨, 악어 똥, 이집 트 미라 분말, 그리고 다른 많은 상상력이 동원된 치료법들의 치유능력에 대한 증언서를 기록해 왔다. 실제로 처치가 가해지고 있다는 단순한 시사조차도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병세가 나아졌다 고 느끼게 만드는 데 충분하다는 사실이 오래 전부터 알려져 왔다. 치료적인 요소가 실제로 들어 있든 아니든지 간에, 어떠한 치료이든 도움이 되었다고 보고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경향성을 가짜약 효과(placebo effect)라고 부른다. 가짜약 효과라는 개념은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라는 영화에서 잘 예시되었다. 마법사가 실제로 깡통인간에게 심장을, 허수아비에게 두뇌를, 그리고 사자에게 용기를 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모두 나아졌다고 느꼈던 것이다. 사실, 의학이 진정으로 치료 효과를 가지고 있는 상당한 종류의 치료 법을 발전시킨 것은 불과 지난 한 세기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난 세기 이전까지 의학의 전체 역 사는 가짜약 효과의 역사였을 뿐이다 라고까지 말하는 것이다. (나) 가짜약 효과의 개념은 생의학 연구를 들여다봄으로써 예시할 수 있다. 이 분야에서 새로운 의학 적 처치에 대한 모든 연구들은 가짜약 효과의 통제를 포함하여야만 한다. 전형적으로, 새로운 약 물의 효과를 환자집단을 대상을 검증할 때는 이에 상응하는 집단도 구성하여서 그 약물의 성분이 들어 있지 않은 약(가짜약)을 주게 된다. 어느 집단도 자기들에게 투여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몰라 야 한다. (다) 가짜약 통제를 채택한 실험들은 단지 개선을 보고하는 사람들의 전체 비율만을 고려하게 되 면 특정한 치료법으로 원인을 돌릴 수 있는 개선의 정도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게 된다는 사실을 증명하여 왔다. 따라서 도움이 되었다고 증언하는 환자집단의 진술은 특정 치료법에 대한 신념을 정당화하는 데 충분하지가 않다. 오히려 가짜약 효과가 설명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여기서 문제는 증언서가 너무나 쉽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코넬 대학교의 심리학자 토마 스 길로비치(Thomas Gilovich)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신체는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학적 치료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은 비록 의사가 도움이 될 만한 행위를 전혀 하 지 않더라도 긍정적 결과를 경험한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성공률이 매우 높은 경우에는 아무런 가치도 없는 치료법조차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날 수가 있다. 피터 메다와는 이 상황을 다음과 같 이 기술한다. 만일 어떤 사람이 a)건강하지 못한데 b)그를 치유하기 위한 치료를 받고 c)건강이 좋아진다면, 의학계에 알려진 어떤 추리방법을 동원하더라도 그의 건강을 회복시킨 것은 치료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설득할 수가 없다. 요컨대, 어떤 치료적 중재가 가해지게 되면, 그 중재 의 효율성 여부와 관계없이, 가짜약 효과가 일어날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가짜약 효과가 너무도 강력해서 사용하는 치료법이 아무리 우스꽝스러운 것이라 할지라도 대규모 집단의 사람들에게 적용할 경우 그 치료법의 효용성을 기꺼이 증언할 사람들을 찾아내기가 어렵지 않다 는 데 있다. (스타노비치, 심리학의 오해 ) <논제1> 위 글 (나)의 밑줄 친 제한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새로운 의학적 처치의 효과를 평가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지, 글 (가)에 나타난 가짜약 효과에 관한 설명에 비추어 유추해보시오. 67

68 <논제2> 글 (다)에 나타난 증언서의 신뢰성에 관한 설명을 참고하여, 가짜약 효과를 통제하기 위해 가짜약 을 포함한 어떤 처치도 받지 않은 집단을 실험에 포함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결과를 예상해보시 오. 68

69 LEVEL 7 예제1-공통차이형 41 다음 제시문을 읽고 논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약술하시오. (500자) (가) 언어는 두 가지 관점에서 문화 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첫째, 어떤 사회가 구축한 문화는 언 어에 반영되기 때문에 언어를 잘 살펴보면 그 사회의 문화적 특징들을 읽어 낼 수 있다. 둘째, 어 떤 사회가 사용하는 언어는 그 자체가 문화 유산이다. 우리가 국어, 즉 우리말을 소중히 간수해야 하는 까닭 중의 하나는 이처럼 우리말에 우리의 문화가 반영되어 있을 뿐 아니라, 그 자체가 또 한 소중한 문화 유산이기 때문이다. 언어를 존재의 집 이라고 규정한 유명한 말이 있다. 이는 어떤 사상( 事 象 )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가 있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이를 바꿔 말하면 만약 언어가 없다면 존 재 자체를 의식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장구한 세월에 걸쳐 우리 민족이 간직하고 발전시켜 온 우리말 전체를 집이라고 한다면, 그 속에 살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우 리 문화이다. 지금 우리말에 들어온 말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언어와 문화의 관 계, 즉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우리말에는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문화가 반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문화라고 하면 의식주 등의 물질적 문화뿐 아니라 우주관, 세계관, 사고 방 식 같은 정신적인 문화까지도 망라된다. 우리말에는 바야흐로 사라지려고 하는 것도 있다. 국어에 서만 사용되는 독특한 어휘, 문법, 표현법 등을 살펴보면 우리의 독특한 문화를 발견할 수 있다. 언어는 음성 언어(말)와 문자 언어(글)로 구분되는데 특히 문자 언어는 문화와 문명의 보전과 전 수를 위하여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위대한 과학자, 사상가들이 생각해 낸 지혜가 책 속에 저장되 는 것과 더불어 문명이 발전하는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졌다. 문자의 덕택으로 지식을 축적 하고 효과적으로 전수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인간의 후손들은 선배들처럼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고서도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언어와 문화의 관계를 확인하는 데 있어서 언어를 수단으로 하여 생산되는 문학의 위상에 대하여 파악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 문학은 바로 우리말을 도구로 하여 창조되고 있기 때 문이다. 15세기에 한글이 창제된 뒤부터 많은 문학 작품들이 생산되었으며, 조선 후기, 근대, 현 대에 들어오면서 방대한 양의 문학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리의 정서를 문학적으로 가장 잘 형상화해 낼 수 있는 언어는 우리말이다. 우리의 중요한 문화재이기도 한 문화적 유산의 보존 과 전수를 위해서도 우리말을 잘 가꾸어 보존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언어 자체가 문화 유산이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지구 전체를 생각해 보면 우리말은 지구 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영어, 중국어, 프랑스 어, 일본어, 스와힐리 어, 유대어, 등과 같은 여 러 언어 가운데 하나이다. 이 개별 언어들은 각각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오랜 세월에 걸 쳐 가꾸고 다듬어 온 것으로서 바로 문화적 결실이다. (김광해 외, 언어와 문화 ) (나) 공자의 정명( 正 名 ) 사상은 원래 군신과 부자에게는 각자 이름에 어울리는 윤리와 질서가 있다는 뜻이다. 역사용어에 있어서도 '올바른 이름( 正 名 )'을 붙여주고 불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잘못된 이 름은 한 집단이 과거를 기억하는 방식을 왜곡할 뿐 아니라 때론 힘없는 이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일반인들이 평소에도 무심결에 쓰고 있는 역사용어들이 과연 올바른 이름인지 35명의 학자들이 고민한 산물이다. 69

70 지정학적인 용어 중 특히 문제 있는 표현이 많다. 예를 들어 '한국전쟁'은 올바른 표현인가. 한정 숙 서울대 교수는 "다분히 유럽 중심적인 시각을 담고 있는 표현이지만 현재 마땅한 대안을 찾기 힘들어 통용되는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3년 전쟁'을 더 가치중립적인 표현으로 제 안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6.25'라는 기념 형식의 용어보다는 '한국전쟁'이 낫다고 말했다. '극동( 極 東 )'이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극서라는 말이 국제관계에서 안 쓰이는 상황에서 극동이라는 말만 쓰는 것은 서쪽(구미)에서만 동쪽을 대상화하고 있음을 뜻한다. 분단 상황도 역사용어의 혼란에 일조했다. 흔히들 '독립운동'은 우익 민족주의 측에서, '민족해방 운동'은 좌익 민족주의 측에서 쓰는 말로 생각한다. 북한이 '민족해방'을 강조해온 탓이다. 그러나 민족주의운동의 대표격인 임시정부에서도 두 용어를 같이 사용했다. 이기훈 역사문제연구소 연구 원은 "민족해방운동은 정치적 권리뿐 아니라 제국주의하에서 빼앗긴 사회적 권리의 회복까지 목 적으로 하므로 정부를 세우겠다는 독립운동보다 좀 더 포괄적"이라고 설명했다. '광복'과 '해방'도 비슷한 맥락이다. '해방절'은 미군정을 거치며 '광복절'로 바뀌었고 전두환 시절에 이르면 교과서에서도 광복이 해방을 완전히 대신한다. 그러나 '해방둥이', '해방공간' 등에서 '광복' 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본에서 번역돼 수입된 역사용어도 논란의 대상이다. 'civilization'을 번역한 '개화'나 'anarchism' 을 옮긴 '무정부주의', 'independence'를 옮긴 '독립' 등이 그렇다. 특히 무정부주의는 아나키즘에 대한 많은 오해를 낳았다. 아울러 '삼국시대'는 한반도에 고구려, 백제, 신라만 함께 한 시기가 실제로 년의 98년 간에 불과해 제대로 부르려면 가야까지 포함시켜 '사국시대'로 불러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박명림 교수는 "1980년대 후반 제주 4.3을 연구하며 '폭동', '반란'이라는 기존 용어에 압도돼 평 생 겁에 질려 살아온 제주민들을 보고 이 용어 하나만은 바로 잡아야겠다고 결심했다"며 "역사용 어와 기억의 문제는 역사 이해의 문제이자 미래 건설의 철학 및 방향과 연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 (다) 언어의 의미 본질에 대한 구명을 주된 과제로 삼는 분석철학의 한 영역을 의미론이란 용어로 지 칭하는데, 이 분야의 학자들은 어떤 언어적 표현이 의미를 갖게 되는 기준은 무엇인가라는 유의 미성의 문제와, 서로 다른 언어적 표현들이 동일한 의미를 갖게 되는 조건은 무엇인가라는 의미 동일성의 문제 및 의미란 무엇인가라는 의미 일반의 문제 등 세 가지 의문을 주요과제로 삼아 왔 다. 20세기에 들어와서 이뤄진 언어에 대한 철학적 논의는 대략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러 셀, 초기 비트겐슈타인, 카르납 등의 논리적 원자론과 후기 비트겐슈타인, 오스틴, 라일, 스트로슨 등의 일상언어학파, 촘스키 중심의 생성문법 등이 그것이다. 촘스키 중심의 생성문법 이론도 언어 철학적인 전통의 토대 위에서 형성된 것이므로, 넓은 의미에서의 언어의 철학적 관심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우리는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인간이 인식하고 있는 세계와 실재 세계는 과연 서 로 일치할까? 이러한 문제를 놓고, 인식과 실세계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보자. 언어와 사고의 관계를 연구한 사피어에 의하면, 흔히 생각하듯이 우리는 객관적인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우리는 언어를 매개로 하여 살고 있으며, 언어가 노출시키고 분절시켜 놓은 세계를 보고 듣고 경험한다. 워프 역시 사피어와 같은 관점에서 언어는 우리의 행동과 사고 의 양식을 결정하고 주조한다고 말한다. 논리적 원자론으로 접근한 초기 비트겐슈타인과 러셀에 따르면, 언어는 본질적으로 실재 세계를 반영하는 것이고 즉, 언어 구조와 실재 세계의 구조는 대응관계에 있으며, 진리함수적 논리의 인 공언어 체계가 우리의 일상언어인 자연언어의 논리적 구조를 보여 준다는 것이다. 특히, 초기 비 트겐슈타인은 러셀, 무어, 프레게 등의 영향 아래 언어에 대한 논리적 분석이 철학적 작업의 본질 70

71 이라는 철학관을 가지고, 언어의 본질을 기술적 기능으로 파악하여, 언어는 실재세계에 대한 묘사 가 그 본질적 기능이라 보았다. 즉, 그러한 기술적 기능에 의해 언어가 언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며 의미있는 언어가 된다는 논리이다. 말하자면, 언어가 어떤 사실을 기술할 수 있는 것은, 언어와 세계가 구조적으로 동일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것은 언어구조와 실재세계 의 구조가 1:1로 대응된다는 논리로서, 언어는 본질적으로 실재세계를 반영하는 것이며, 자체로서 하나의 독립적인 자족체계라기보다 세계의 모습을 보여주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이해됨을 뜻한다. 앞에서 언급한 초기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에 의하면 언어와 세계는 논리적 형식을 공유한다는 것 인데, 언어와 세계간의 논리적 형식의 공유는 언어의 존재 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상정된 것이다. 어떤 언어든지 언어로서의 역할을 하는 한, 논리적 형식의 보유를 전제하지 않으 면 안 된다. 그러한 전제 없이는 언어가 실재세계의 논리적 그림으로서의 역할(사실에 대한 기술 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 언어를 통해 이 세계의 어떤 사실을 기술할 수 있는 것은, 언어와 세계가 구조적으로 동 일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언어의 논리적 구조가 세계의 논리적 구조와 동일하다는 주 장은 실물과 사진의 예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진 속의 인물이나 대상이 실재 세계의 인물이 나 대상은 아니지만 분명 그 모습을 그대로 전달한다. 실물과 사진의 이와 같은 관계는 기하학적 유사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직접 목격하지 않은 사건이나 사고의 현장 상황을 우리 는 언어를 통해서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언어를 통해서 그 언어가 말하는 세계의 구조를 알게 된다. 그렇다면, 언어가 가진 논리적 형식은 어떠한 것일까? 많은 철학자들은 이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동시대의 여러 학문 중에서 가장 설득력 있고 전위적인 것을 모델로 삼았는데, 기하학, 물리학, 진화론 등이 그와 같은 모델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들은 진리함수적 논리야말로 세계의 구조 를 밝혀줄 수 있는 모델 학문이라고 생각했다. 이와 같은 생각에 의해, 러셀과 초기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기본적인 성격을 진리함수적인 것 즉, 외연적인 것으로 규정했다. 이는 우리의 언어를 구성하는 모든 명제들은 궁극적으로 단순 명 제들의 진리함수적 결합에 불과하다는 논리이다. 언어와 현세계에 존재하는 사실 사이에 이와 같 은 일치 관계를 전제하지 않는 한, 우리는 세계에 대한 어떠한 진술도 할 수 없으며, 그것은 곧, 우리의 언어를 구성하는 명제들이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진리함수적 체계로서의 일상 언어의 논리적 형식은 일상 언어가 가지고 있는 애매성과 다의성 때 문에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일상 언어 안에 감춰져 있는 언어의 참모습(논리적 구조)은 일체 의 애매성과 다의성이 배제되고, 하나의 언어적 표현에 대한 문법적 형식이 그것의 논리적 구조 와 일치하는 언어체계일 수 밖에 없다. 인간은 언어의 구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아니 라, 세계의 거울(그림)으로서의 언어를 사용할 뿐이다. 인간은 그러한 언어를 가지고 사고할 뿐이 므로, 언어의 한계는 곧 사고의 한계가 된다. 그러므로 언어의 한계를 아는 것은 사고의 한계, 사 유표현의 한계를 아는 것이며, 말할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을 구별하는 것이다. 이처럼 언어와 실세계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언어와 실세계는 서로 동일한 것이 아니므로 분명히 구분하여야 한다. (김미숙, 언어와 인식 및 실세계의 관계 ) 71

72 예제2-근거활용형 42 *다음을 읽고 답하시오. 정부가 국민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미 FTA를 둘러싼 찬반논란은 한국 사회를 다시 두 갈래로 찢어놓고 있다. 최근에는 시위현장에서 반미주장이 제기 되는 등 FTA 반대 시위가 정치 투쟁화하는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미 FTA는 과연 독인가 약인가. 반대론자들은 한미 FTA는 우리 경제를 미국 경제에 종속되게 만들 것 이라고 걱정한다. 미국의 거대 자본이 허약한 국내 시장을 침탈하게 되고 우리 경제는 제2의 IMF 위기 같은 고통을 맞을 것이라는 저주가 쏟아지고 있다. 이에 반해 찬성론자들은 수 입시장 규모만도 1조 7000억 원에 이르는 미국과 FTA를 맺는 것은 미국이 아닌 한국을 위한 선 택 이라며 과도한 국내 시장 보호 논리는 장기적으로 우리 나라를 후진국에 안주하게 만들 것 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위 기사는 최근 한미 FTA 협상과 관련한 찬반논란을 다루고 있다. 다음 제시문을 읽고 둘 중 하 나의 입장을 선택하여 자신의 FTA에 대한 견해를 논술하시오. (800자) (가) 자유무역의 이론적 배경에는 아담 스미스의 절대우위론과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이 있다. 간단히 말하면 생산비에 있어 무역 상대국보다 절대우위 또는 비교우위가 있는 상품을 특화해 서로 무역 하게 되면 무역을 하지 않을 경우보다 사회 전체의 이익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유무역을 위해 특화하는 과정에서 열위에 있는 국내 산업은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우위에 있는 무역 상대국의 제품이 무역장벽이 제거된 채 국내로 들어오기 때문에 열위에 있는 국내 산업은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이와 반대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국내 산업은 해외 시장 규모 확대로 이득을 볼 것이다. 공리주의는 옳고 그름의 기준을 행복의 증진에 둔다. 어떠한 행위가 행복 증진에 기여(유용성: utility)하면 그 행위는 옳은 것이다. 벤담에 따르면 사회 제도와 관련한 원칙은 최대 다수의 최 대 행복 이다. 어떤 제도가 사회 전체 행복의 총량을 증가시키면 그 제도를 채택할 수 있다. 밀에 따르면 이러한 제도의 도입으로 손실을 보는 개인이 사회 전체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최고의 미 덕이라고 본다. 그리고 공리주의는 사회 전체의 행복을 위해 희생하는 개인에 대해 일정한 보상 이 가능하다고 본다. 공리주의 입장에서 한미 FTA를 바라본다 하더라도,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한미 에프티에 이를 통해 국내총생산(GDP)과 고용이 증가할 것인가? 또한 동북아경제허브 구축 등 다른 이득이 있을 수 있는가? 이득을 보는 집단은 누구이고 손실을 보는 집단은 누구인가? 이득을 보는 집단 이 손실을 보는 집단에게 보상이 가능한가? 이러한 보상은 민간 경제 주체가 자발적으로 행해야 하는가, 아니면 국가의 일정한 역할이 필요한가? (나) 롤즈는 공리주의가 제시하는 정의는 결과주의라고 비판한다. 공리주의 관점에서 어떤 행위의 결 과가 좋으면(good) 그 행위는 옳고(right), 결과가 나쁘면(bad) 그 행위는 그르다(wrong). 제도의 공정성 여부는 벤담식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과 같은 결과로 평가될 수 없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사회 제도의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면 인간의 행위를 도구적 관점에서 평가하고 유용성으로 정의 개념을 규정짓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떠한 과정을 거쳐 도출된 정의의 기준이 공정한 것일까? 롤즈는 인간이 사회 제도를 구 성하기 전 상태를 원초적 상태로 가정한다. 원초적 상태란 각 개인들이 자신의 사회적 지위, 재산, 72

73 능력 등을 알 수 없는 무지의 장막에 가려진 상태다. 이 상태에서 개인들은 자신의 권리와 의무 를 심사숙고해 공정한 규칙을 받아들이게 된다. 공리주의는 사회 전체 행복의 총량을 기준으로 사회 제도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무지의 장막에 가려진 개인들은 자신이 미래에 가장 열 악한 처지에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므로 공리주의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개인들이 원초적 상태에서 모두 동의할 정의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각 개인은 기본적 자유 에 있어 평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 기본적 자유란 정치적 선거 및 피선거권, 언론과 집회의 자 유, 양심과 사상의 자유, 재산권과 신체의 자유 등을 가리킨다. 둘째,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은 다 음 두 조건을 만족시켜야 인정될 수 있다. 1) 가장 불우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편익을 최대화해 야 한다. 2) 불평등은 기회 균등의 원칙 아래 모든 사람에게 개방된 직책이나 지위와 결부된 것이 어야 한다. 롤즈는 이러한 원칙을 제시함과 함께 정의의 원칙 간에 충돌이 발생할 경우 해결 방 안도 제시하고 있다. 롤즈의 정의론 관점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여부를 결정하고자 한다면 어떤 논의가 가능할까? 첫째,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개인의 기본적 자유가 침해되지는 않는가? 이와 관련 하여 경쟁력이 약한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구조조정으로 인한 생존의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 성을 고려할 수 있다. 둘째,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가? 심화시킨다면 그 불평등으로 인하여 사회에서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편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가? 이와 관련해 자 유무역협정 체결로 양극화가 심화되는 경우를 고려할 수 있다. 셋째, 불평등은 기회 균등의 원칙 하에 모든 사람에게 개방된 직책이나 지위와 결부된 것인가? 이와 관련해 대기업과 수출 주도 경 제 성장 정책에서 상대적으로 배제되어 있던 산업의 문제를 고려해볼 수 있다. 73

74 예제3-비판사고형 43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세 명의 판사로 구성된 재판을 상상해 보자. 첫 번째 판사와 두 번째 판사는 오랜 경험을 통해 그들이 올바른 판단에 도달하는 확률이 3/4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즉 그들이 피고가 유죄(혹은 무죄)라는 결론을 내릴 때, 평균적으로 네 번 중 세 번은 피고가 실제로 유죄(혹은 무죄)이다. 그 리고 그들은 네 번 중 한 번은 여러 가지 이유로 잘못된 판단을 내린다.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 은 세 번째 판사는 무책임하다. 사건 때마다 그는 그저 동전 던지기만 할 뿐이다. 그는 동전의 앞 면이 나오면 유죄 라고 말하고 뒷면이 나오면 무죄 라고 말한다. 이 판사가 올바른 판단을 내릴 가능성은 물론 1/2이다. 마지막 평결은 3분의 2 과반수로 결정된다. 만약 판사 세 명 중 어느 두 명이 피고가 무죄라고 선언하면 그것이 곧 배심의 평결이 되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학문의 논리) <논제> 위에 설명된 재판에서 올바른 평결에 도달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74

75 예제4-비판사고형 44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일반적으로 여자보다 남자가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정확하게 말하면 이것이 반드시 맞는 것 같지는 않다. 몇몇 선진국에서의 조사에 의하면, 전체 노동자의 평균 임금을 비교해 볼 때 여성 노동자의 평균 임금이 남성 노동자의 평균 임금보 다 더 높았다고 한다. 수입이 많은 직업은 대부분 남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반면, 수입이 가장 적 은 직업들도 대부분 남자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종류의 엄밀한 통계는 잠시 접어두고, 일정 이상의 소득수준에 이른 직업만을 생각해 보 도록 하자. 여자보다 남자의 수입이 많은 것은 어느 나라에서건 엄연한 사실이다. 미국에서는 관 리직의 약 4할을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여성들이 보이지 않는 벽에 방해되어 최고 의 자리에는 이르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을 유리 천정 이라고 부른다. 이 격차는 남성 사회에 의 한 여성 차별이 계속되고 있다는 증거일까? 이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설명이 주어졌다. 여성 차별이 원인은 아니다. 여자 스스로가 이 격차를 선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남녀 각각에게 여러 가지 유형의 이성들 중에서 결혼상대로서 바람직한 이성을 선택하게 해 본다고 하자. 신장, 체형, 성격, 사회적 지위, 수입 등과 같은 배우자의 조건이 주어질 때, 여자에 대한 남자의 취향 은 천차만별이지만, 남자에 대한 여자의 취향은 꽤 한결같을 것이다(예를 들어 신장이 큰 편이 인기가 있는 등). 특히 업무상의 지향에 대해서는 더욱 뚜렷한 차이를 나타낸다. 커리어를 목표로 하는 여자도, 적당하게 일하는 여자도, 가사와 육아에 전념하고 싶은 여자도, 제각각 다양한 여러 남자에게 선호될 것이다. 그러나 열심히 일하는 남자와, 적당하게 일하는 남자와, 가사와 육아에 전념하고 싶은 남자는 여성들에게 비슷한 정도로 선호되지 않는다. 일 잘하는 남자에게 인기가 집중하고, 일하지 않고 아이와 지내고 싶어하는 남자는 인기가 없는 것이다. 여기서 성 도태가 일 어난다. 여자는 어떤 삶의 방식을 택해도 배우자를 만나지만, 남자에게는 돈을 벌지 않고 가정을 지킨다는 선택사항은 허락되기 어렵다. 그런 삶의 방식을 선택하면 배우자를 얻을 수 없는 것이 다. 이성에 대한 남녀의 취향에서 나타나는 경향의 차이는 결혼 상담소 등의 데이터에서도 확실히 증 명되고 있다. 남자의 기호의 폭이 훨씬 넓기 때문에 여자에게는 다양한 삶의 방식이 허락되고, 여 자의 편향된 기호 때문에 남자의 인생이 제한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로 남자는 더 적극적으 로 경쟁에 뛰어들고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 남녀의 수입 격차는 여자가 차별 당하고 있다는 증 거가 아니라, 여자가 남자의 삶의 방식에 제약을 부과한 결과다. 유리 천정 이라는 것도, 어떤 벽이 제도적으로 실재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해이며, 단지 여자의 자발적 선택의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논제> 유리 천정 이라고 명명한 현상에 대한 위의 설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이에 관한 자신의 입장 을 밝히시오. 75

76 LEVEL 8 예제1-공통차이형 45 다음 제시문을 읽고 논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약술하시오. (800자) (가) 어느 생명 공학자의 말에 따르면 99.9%의 과학자들이 인간 복제에 반대한다고 한다. 복제 기술 의 불완전성으로 동물 복제에서도 장기나 두뇌가 기형적인 동물이 태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인간 복제에 적용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0.01% 혹은 그 이하의 과학자들 중 일부가 드디어 일을 내고 말았다. 유사 종교 단체인 라엘리언(Raelian)의 주도하에 지난 연말 세계 최초로 복제 인간이 탄생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인 간 복제에 대한 논의가 있은 지 5-6년 만에 드디어 복제 인간 문제가 현실 문제로 대두한 것이 다. 물론 아직 진위가 가려지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 발표는 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만 것인가 하 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인간 복제를 포함한 생명 공학의 생명 조작 행위와 이에 대한 종교계의 비난은 근대 이후 줄곧 있어왔던 과학과 종교간의 갈등을 연상시킨다. 천동설에 대한 지동설의 등장, 수혈과 장기 이식, 피임, 시험관 아기, 기형아에 대한 선별적 낙태 등등 과학이 새로운 이론과 기술을 등장시킬 때마 다 종교 혹은 기존의 가치관과 갈등을 빚어왔다. 하지만 인류 사회는 놀라울 정도로 새로운 과학 기술에 적응해온 것 또한 사실이다. 인간 복제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까? 그래서 지금은 충격적이지만 그 유용성이 증명되고 일상화되면 기존의 과학 기술이 그랬던 것처럼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사람이 수긍하고 받 아들이게 될까? 일부의 사람들은 과학 기술 발전의 논리상 인간 복제는 기필코 현실화되고 말 것 이라고 예단한다. 라엘리언들은 인류가 외계인의 복제에 의해 탄생했다고 믿는다. 창조냐 진화냐 하는 생명의 기원 논쟁에서 벗어난 새로운 우주관을 제창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그들은 인위적인 복제를 당연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들의 우주관이 옳다면 천동설과 지동설의 대립을 연상해 봄직하다. 그러나 그 들의 우주관이 옳다고 하더라도 인간 복제마저 정당화될 수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생명의 기원과 발생이 그렇다고 해서 오늘날 생명을 복제하는 것이 곧바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 더구나 그들의 행태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결국 영생( 永 生 )을 꿈꾼다는 점에서 여느 사람들의 속내와 다를 바가 없다. 인간 복제는 지금까지의 과학 기술 성과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처럼 보인다. 앞에서 든 수혈, 장기 이식, 피임, 시험관 아기, 낙태 등이 처음 등장할 때도 인간의 존엄성과 같은 근본적 가치에 대한 도전과 파괴라는 비난이 있었다. 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이 존재의 유일성 또는 독자적 개체성 에 있다고 볼 때 그런 과학 기술은 다른 식으로 정당화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인간 복제는 인간의 존엄성을 근본적으로 위태롭게 할 위험성을 간직하고 있다. 단순화를 무릅쓴다면 인간 복제는 기존의 의료 또는 생명 과학 기술에 비추어 볼 때 인간의 탐욕 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분야라 하겠다. 태고로부터 인간은 영생을 꿈꾸었겠지만, 그것을 위 해 인간 복제가 현실화된다면 도덕적인 측면은 고사하고 인류의 삶 자체가 근본적인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나) 한 인간의 생명이 태어나는 것은 축복받을 일이다! 더군다나 보다 발전된 인류의 과학 기술을 사 용해서 최초의 새로운 방법으로 인간이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은 경탄할 일이며 그러한 기술에 도 76

77 달한 우리 스스로들이 오히려 자부심을 가져야 할 하나의 전 인류적인 축하 이벤트인 것이다. 그 어떤 새로운 발견이든 간에 처음에는 시행착오와 약간의 부작용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어처구니 없게도 복제와 관련되어 일어나는 모든 것들은 무조건적인 부정만 있을 뿐인 것 을 볼 때 이 사람들이 과연 현대 문명을 누릴 자격이나 있는지조차도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 정도 로 상황은 우스꽝스럽기조차 하다. 이브 그는 그냥 하나의 인간일 뿐이며 그것도 이제 막 태어 난 갓난 아기일 뿐이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원래 있던 한 사람의 온전한 DNA를 복제하여 태 어났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다) 복제된 인간은 자신을 개별인간으로 볼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과학자들은 일란성 쌍둥이 들을 대상으로 타인과 동일한 유전자를 공유하는 경험에 대해 조사했다. 이 연구팀은 쌍둥이에게 서는 그들의 유전자가 정체성을 결정하는데 제한된 역할을 한다고 믿고 있다. 영국과 오스트리아 의 연구진은 이 결과를 Social Science and Medicine 에 보고했다. 영국 런던의 세인트 토마스 병원의 쌍둥이 연구소(Twins Research Unit, St Thomas Hospital)의 팀 스펙터(Tim Spector) 교수와 함께 비엔나 대학의 바바라 프라인색(Barbara Prainsack) 박사 는 "복제양 돌리의 탄생 이후 많은 문제가 제기되었으며 우리는 복제인간이 없는 상태에서 쌍둥 이를 대상으로 연구했다"고 말했다. 일란성 쌍둥이는 단일 난자가 단일 정자에 의해 수정된 이후 두 개의 개체로 분리되어 유전적으로 동일한 수정란이 형성된다. 이 쌍둥이는 동일한 유전자를 공유하기 때문에 복제인간에 대한 경험을 대신 연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쌍둥이는 복 제인간(복제인간의 경우, 연령의 차이가 있다)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과학자들은 17쌍의 쌍둥이를 대상으로 면접을 하였으며 이 일란성 쌍둥이들은 개인성에 대해 양 보하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의 유전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결정하는데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대신 쌍둥이들은 동일한 환경에서 오랫동안 함께 지내며 부모들에 의해 동일하게 길 러지기 때문에 이러한 요소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발견으로부터 과학자들은 복 제인간이 아마도 다른 사람과 유전자를 공유한다는 점으로 인해 자신의 개인성을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복제인간과 원본 인간의 관계는 축복이며 자신의 특유의 성격은 부정적인 것 이 되지 않을 것이다. (라) 풍랑을 만난 배 한 척이 망망대해에 표류하고 있다. 배에 탄 사람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한다. 어 떤 사람들은 오른쪽으로, 또 어떤 사람들은 왼쪽으로, 또 일부는 뒤로 가야 한다고 소리친다. 선 장 역시 나침반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방향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이 배는 그만 큰 암초를 만나고 말았다. 지금 배아복제에 관한 생명윤리 논쟁은 바로 망망대해에 표류하고 있는 배와 같다. 1997년 복제 양 돌리가 탄생된 이후 인간복제를 규제하자는 목소리와 질병 치료를 위해 배아복제를 허용하자 는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미국 어드밴스트셀테크놀로지(ACT)사의 세계 최초 배아복제 성공은 그야말로 생명윤리에 있어서 하나의 암초와 같다. 왜냐하면 복제된 배아는 여성 의 자궁에 착상하면 언제든지 한 인간으로 발달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복제인간은 공상소설의 주인공이 아니라 이제는 엄연한 현실이다. 과학의 발전 측면에서 보면 이는 분명 혁명이지만, 생명윤리의 측면에서 보면 하나의 폭거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정자와 난자 결합에 의한 인간 탄생이란 생식의 비밀은 이제 신화 속으로 사 라지고, 한 인간의 체세포를 이용하여 유전자가 동일한 인간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인간이 갖 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인간 출생의 신비가 절대자의 손에서 과학자, 그것도 유전의학자의 손으로 옮겨왔음을 의미한다. 이로써 인간은 신에 버금가는, 실질적인 만물의 영장이 된 셈이다. 만물의 영장이, 특히 생명공학자의 손이 이기심의 노예가 되어 더러운 손으로 전락할 때 인류 운 77

78 명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사실 배아가 인간이냐, 배아복제가 자연의 질서에 어긋나느냐 등과 같은 생명윤리 물음은 과학의 물음이 아니라 철학의 물음이요, 근본적으로 종교의 물음이다. 과학은 경험과 이성에 의해 그 참 거짓을 객관적으로 가릴 수 있지만, 종교는 초이성의 영역으로 그렇지 못하다. 초이성의 영역이기 에 생명윤리의 나침반은 없다. 아니 서로 다른 나침반을 갖고 자기 입장이 옳다고 주장한다. 배아 복제에 관한 한 어느 입장이 참이라고 논리적 혹은 과학적으로 증명할 길이 없다. 그렇다고 우리는 망망대해에 표류하고만 있을 수 없다. 가만히 있어도 바람이 불어 암초를 만나 듯이, 우리 역시 생명공학에 자본이란 바람이 불어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수 없기 때문 이다. 즉, 아무런 제도를 마련하지 않은 것 자체 역시 하나의 정책이기 때문이다. 법률이나 제도 가 없다는 말은 과학자 개인의 윤리에 따라 배아복제를 해도 좋다는 말이나 다름없지 않는가? 그 래서 실제로 이미 ACT사에서 배아를 복제하지 않았는가? 서로 다른 종교, 철학,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 하는 길밖에 없다. 원래 민주주의의 본질은 한 사회의 제도나 법률의 내용이 어떠한가의 물음이 아니라, 그 제도나 법률을 얼마나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제정하였느냐에 달려 있지 않는가? 생명 윤리자문위원회에서 마련한 (가칭)생명윤리기본법을 건설적으로 입법화하고, 또 미국 등 선진국과 같이 연구윤리위원회(IRB)를 제도화하여 과학적 연구의 투명성과 윤리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마) 인간의 특성은 유전자와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이 두 가지 가운데 어느 쪽의 영향을 더 많이 받 느냐 하는 것은 생물학계의 오랜 논쟁거리가 되어 왔다. 복제인간의 경우 유전자에 관심이 집중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복제인간은 체세포 제공자를 얼마나 닮게 될까? 우리는 그 실마리를 일종의 복제인간 이라 할 만한 일란성 쌍둥이에서 찾을 수 있다. 쌍둥이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 따르면,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키나 몸무게 같은 생물학적 특징뿐만 아니라 심지어 이혼 패턴과 같은 비생물학적 행동까지도 유사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인슈타인을 복제하면 복제인간도 아인슈타인과 똑같은 천재가 될까? 과학자들은 이 같은 질문에 대부분 아니다 라고 말한다. 일란성 쌍둥이는 비슷한 환경에 놓이는 반면 복제인간 과 체세포 제공자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 놓일 수 있기 때문에, 복제인간의 경우 환경의 영향이 일란성 쌍둥이에 비해 훨씬 크게 작용할 것이다. 물론 그 경우에도 복제인간은 다른 사람들보다 는 체세포 제공자를 많이 닮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환경이 동일하더라도 복제인간이 체세 포 제공자와 똑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어쩌면 복제인간은 외모마저 체세포 제공자와 다를지도 모른다. 최근 국내 연구팀은 복제 동물이 체세포 제공자와 다른 외모를 보일 수 있다는 사례를 보고하였다. 흑갈색 돼지를 체세포 복제 방 식으로 복제한 돼지 다섯 마리 가운데 한 마리가 흰 색으로 태어난 것이다. 연구팀은 미토콘드리 아 유전자의 차이 때문에 복제 돼지가 흰색이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전자에는 핵 속의 DNA에 있는 것 말고도 미토콘드리아 DNA에 있는 것이 있고, 이 미토콘드 리아 유전자 가 전체 유전자의 약 1%를 차지한다. 연구팀이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원인으로 지 목하는 이유는 이 유전자가 세포질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으로서 수정 과정에서 남자를 통해 어미 로만 유전되기 때문이다. 다섯 마리의 복제돼지는 각각 다른 난자를 이용해 복제됐고, 따라서 다 른 미토콘드리아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흔히 복제인간이 DNA 제공자와 100% 같은 유전정보를 갖는다는 말을 하는데 이는 엄밀히 말하 면 잘못된 표현이다. 과학자들은 복제인간도 복제동물처럼 체세포 제공자와는 다른 사람의 난자, 즉 다른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물려 받기 때문에 유전 정보가 100% 같지는 않고 외모도 체세 포 제공자와는 차이가 날 가능성이 크다 라고 말한다. 78

79 예제2-근거활용형 46 (가)의 과학에 대한 설명에 비추어 (나)에서 정약용이 자연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접근하는 방식을 분석 평가하시오. (500자) (가) 물리학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법칙을 발견 하고, 또 기술하려고 노력하는 자연과학의 한 분야이다. 그 대상은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현상일 수도 있고, 크게는 천체에서 일어나는 현상, 작게는 원자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일수 도 있다. 물리학, 더 크게 자연과학은 자연현상에 대해 관찰하고, 우리가 관찰하는 현상으로부터 논리적 방법과 과 학적 상상력을 이용하여 가설 또는 기본원리를 제안하고 이를 통해 자연현상을 기술하려고 한다. 나아가 이러한 가설 또는 기본원리가 논리적 추론을 통해 다른 여러 현상들을 예측하고 설명할 수 있으면 하나의 법칙으로 인정될 수 있다. 이와 같이 관찰, 논리적 추론을 통한 가설의 수립, 가설의 검증등과 같은 과학적 접근방법을 이용하여 자연현상을 설명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예측 할 수 있으면 법칙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법칙은 실험과 관찰을 통하여 끊임없이 수정되고 개 량되어 더욱 완성된 체계를 갖춤으로써 과 학적 이론이 된다. (나) 음력 초하루에는 아침 밀물이 묘시(오전 5시~7시)에 있다. 그 후로는 날마다 시간이 늦어져서, 초이틀에는 두시간의 차이가 나게 된다. 초사흘 이후에도 밀물은 매일 두시간씩 늦어진다. 또한 음력 초하루에는 저녁 밀물이 유시(오후 5시~7시)에 있다. 그 이후로 시간 이 조금씩 늦어지는 것은 아침 밀물 때와 같다. 열엿새에는 다시 묘시에 아침 밀물이 있고, 유시에는 저녁 밀물이 있 다. 이와 같이 조수는 보름을 주기로 끝없이 반복된다. 섬에서 오래 살아 조수를 많이 알고 있는 작은 형님이 이렇게 말했다. "달이 뜰 때에도 조수가 있고 달 이 질 때에도 조수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조수가 생기는 원인이 달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있다. 그렇다면 달이 뜰 때에는 밀물이 있고 달이 질 때에는 썰물이 있는 것이 이치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달이 뜰 때에도 밀물이 있고 달이 질 때에도 밀물이 있는데 그 이유 는 무엇일까? 또 달이 중천에 떠 있을 때 밀물이 없 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이 문제에 대 해 나는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보았다. 달은 물의 근본이 되는 정기다. 그 정기가 물에 비치면 물이 감응하여 위로 솟구쳐 오르게 된다. 달은 하늘 위에 떠 서 항상 지구의 반을 비추고 있다. 두 개의 둥근 물체인 지구와 달이 서로 마주보기 때문에 이치상 조수가 생기는 것이다. 지구의 반이 지평선의 경계이기 때문에, 달이 가는 곳에는 항상 밀물이 지구의 앞면과 뒷면 에 생겨난다. 달이 동쪽 지평선 경계에 이르면 달을 마주보는 지구의 앞면에 밀물이 나타난 다. 달이 서쪽 지 평선 경계에 이르면 처음에는 뒷면에 있던 물이 나타나서 밀물이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들 이 서 있는 땅에 서서 밀물이니 썰물이니, 밀려오느니, 빠져 나가느니라고들 말한다. 물의 실제 모습은 항상 두개의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는 산덩어리 같 고 다른 하나는 얼음덩어리 같 다. 이 두가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항상 달과 함께 대지의 허리 부분을 끝없이 잇따라 돌고 돌아 그치는 때가 없다. 산덩어리의 형세와 얼음덩어리의 광체는 그 길이가 몇천 리나 되어 서 언제나 대지의 허리부분을 감돌고 있다. 그런데 대지의 허리부분에서 멀어질수록 그 여파가 점차 줄어들어 사람들이 살고 있는 항구에까지 이른다. 사람들은 눈 앞에 있는 이 현상만을 보고 이를 밀물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것은 단편적인 관찰에 불과하다. 조수가 생기는 까닭이 달에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고 있다. 그렇다면 보름에는 바닷물이 꽉 들어차 사리가 되고, 그믐에는 바닷물이 적게 들어와 조금 이 되는 것이 이치에 맞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보름에도 사리가 되고, 그믐에도 사리가 된다. 그리고 상현달과 하현달이 뜰 때에는 조금이 된다. 그것은 무엇 때 문인가? 바로 해 때 문이다. 해는 불의 근본이 되는 정기이다. 물은 불을 만나면 끓어서 솟아오른 79

80 다. 초하루에는 해가 동쪽에 있고 달이 중간에 있고 지구는 서쪽에 있어서 이 세가지 물체가 일 직선으로 있 으면 바닷물이 꽉 들어차게 된다. 보름에는 달이 동쪽에 있고 지구가 중간에 있으며 해가 서쪽에 있어서 (달이 뜰 때에 해당한다) 이 세가지 물체가 일직선으로 있으면 바닷물이 꽉 들어차게 된다. 상현일 때에는 달이 위에 있고 지구가 아래에 있으며 해가 서쪽에 있어서 (해가 질 때에 해당한다) 이 세가지 물체가 삼각형을 이루면 바닷물이 줄어들게 된다. 하현 일 때에는 달이 위에 있고 지구가 아래에 있으며 해가 동쪽에 있어서(해가 뜰 때에 해당한 다) 이 세가지 물체가 삼각형을 이루면 바닷물이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 달은 빛을 내는 힘 이 강할 때도 있고 약할 때도 있으니, 보름날 바닷물이 꽉 들어차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초하루와 그믐에는 달이 이미 이지러져 빛을 낼 수 있는 온전한 힘이 있겠는가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이것에 대해서 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달은 애초부터 차거나 기울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달과 지구가 서 로 비추는데 항상 반쪽만 비추고, 나머지 반쪽은 항상 어 둠에 묻혀 있다. 초하루에는 사람들이 어둠에 묻혀 있는 반쪽을 보게 되고 보름에는 빛이 나는 반쪽을 보게 된다. 또한 상현과 하현 때 에는 빛이 나는 반쪽의 절반과 어둠에 묻혀있는 반쪽을 보게 되고 보름에는 빛이 나는 반쪽을 보 게 된다. 또한 상현과 하현 때에는 빛이 나는 반쪽의 절반과 어둠에 묻혀 있는 반쪽의 절반을 보 게 된다. 따라서 달 자체는 차거나 기우는 것이 아니다. 만약 사람들에게 날개가 있어서 초하룻날 해와 달 사이로 날아가 고개를 숙여 달의 본 모습을 내려다 본다면 보름달처럼 둥글 것이다. 그 러니 어찌 바닷물을 꽉 들어차게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80

81 예제3-비판사고형 47 근대 민주주의의 가장 큰 특징인 간접 민주주의다. 간단하게 말해 유권자가 자신을 대표해 줄 사람 을 뽑는 것이다. 이는 그렇게 뽑힌 자가 유권자들의 권리를 대변해 줄 거라는 가정에 근거해 있다. 다음 제시문은 민주주의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의사결정에서의 문제점을 각각 지적하는 예이다. 각 제시문을 활용해 현대 민주주의 한계와 문제점에 대하여 논하시오. (1000자) (가) 영국의 국민들은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중대한 착각이다. 그들이 자유로운 것은 대표를 선거하는 동안뿐이며, 대표가 일단 선출되면 영국인은 다시 노예의 상태로 돌아가 버린다.. 그래서 대표들이 최고의 권력자로 위임이 계속되는 임기 동안, 대표들이 행사할 수 있는 것들을 규제하기 위한 어떠한 제한도 가하지 않는다는 국민들의 태만, 무관심, 그리고 그 무지함에 대해 경탄해 마지않는 바이다. (루소, 대한교과서 <정치> 51쪽) (나) 직선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마을이 있다. 그 마을의 크기는 100m이며, 각 구역 내에는 매우 고르 게 인구가 분포한다. 이 마을에 아이스크림 가게가 2개 들어서는데, 과연 어디에 위치할 것인가? (단, 아이스크림을 사는 것은 오로지 가게와 집과의 거리에만 관계한다.) 일단 두 아이스크림 가게가 양 마을의 끝에 있다면, 아이스크림 가게의 권역은 정확히 마을의 반 반을 차지할 것이다. 그런데 왼편의 가게 A가 중앙으로 10m 이동하면 A의 왼쪽 지역의 사람들 은 모두 A 가게로 가고, A, B 사이에 있는 사람들의 절반이 A 가게로 이동하기 때문에, A는 전체 상권의 55%를 차지하게 된다. 같은 이유에서 B는 우측 끝에서 10m 중앙으로 이동한다. 이와 같 은 작업을 무한히 반복하면 두 개의 아이스크림 가게는 마을의 중심부에서 만난다. (아이스크림 판매의 패러독스) (다) 2개의 건초 더미 정확히 한가운데에 당나귀가 있다. 2개의 건초 더미는 외형상 완전히 같다. 당나 귀는 공복이라 건초를 먹고 싶지만, 어느 쪽의 건초로 가야 좋을지 모른다. 어느 한쪽보다 다른 한쪽을 선택해야 할 이유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당나귀는 선택하지 못하고, 건초 더미 속에서 굶어 죽어 버렸다. (뷰리단의 당나귀) (라) 한 고속도로를 따라 A, B, C 세 개의 목장이 있다고 하자. 고속도로에서 목장으로 간선도로가 생 길 경우 7의 편익을 얻고, 비용은 6이 드는데, 이 비용은 A, B, C 세 사람이 2씩 부담한다. 고속 도로에서 A의 목장으로 간선도로가 생길 경우 A만 편익을 얻고, B와 C의 목장으로 간선도로가 생길 경우도, 각각 B와 C만 편익을 얻는다. 이 사안에 있어 과반수 규칙을 적용할 경우 어떤 대 안도 선택되지 않게 된다. (로그롤링 Log-rolling, 투표의 딜레마) 81

82 예제4-비판사고형 48 [문제1]현대의 간접 민주주의는 의사결정의 과정에 많은 문제가 있다. 다음 표는 각각의 대안에 따 라 수혜자가 받는 만족도를 수로 표시하였다. 선거를 통해 이 대안들이 선택될 수 있다고 가정하고, 각 대안들의 장단점을 비교하시오. (500자) 대안Ⅰ 대안Ⅱ 대안Ⅲ 수혜자 A 수혜자 B 수혜자 C 합 계 [문제2] 위 문제표를 활용해 최대행복(the greatest happiness)의 원칙과 최대다수(the greatest number) 의 원칙과의 조화 를 주장하는 공리주의의 한계를 지적하시오. (500자) 82

83 PART2 기출문제 2009년 수시2 (인문 경영) <문제 1: 30%, 500~600자> 새로운 지구를 위한 에너지 디자인 (바츨라프 스밀)에서 발췌한 다음의 제시문 [가]~[라]를 읽 고, 제기된 논점을 파악하여 설명하라. <문제 2: 30%, 500~600자> 자신이 한 화학제품 제조회사의 경영자라고 하자. 이 회사의 생산 과정은 에너지 소비량이 많고, 장치산업의 특성상 제조공정의 개선을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제시문 [마]와 [바]의 관 점에 입각하면 <문제 1>에서 제기된 논점에 대해 다른 대응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 대응방식의 차이를 설명하고, [사]를 참조하여 그 차이를 발전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하여 논술하 라. [가] <그림 1> 미래 석유 생산 예상 시나리오 주: 점선으로 표시된 곡선들은 궁극적으로 채굴 가능한 추정치가 2,500, 3,000, 3,500Gb(기가 배럴)일 경우에 대한 미래 석유 생산 예상 시나리오이다. [나] 수력발전은 다른 전력 생산방식에 비해 운영비용이 낮고 설비의 수명도 길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기존 방식에 비해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그림 2> 발전 유형별 이산화탄소 배출량 83

84 주: 1) 1kWh의 전력량을 생산하기 위해 각 발전 유형에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그램)을 가리킴. 2) 온실가스의 주된 원인은 대기중 이산화탄소량의 증가로 알려져 있음. [다] 가장 근본적인 논점은 핵이 절대악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 따르면 핵발전을 에너지 전환의 선도적 방식으로 인정하는 것은, 아무리 좋게 보아도, 문명이 이 위험한 기술과 파 우스트적인 거래를 맺으라고 요구하는 것일 것이다. 이는 사회제도의 안정성을 고갈되지 않는 에 너지원과 맞바꾸는 것이며, 인간 사회가 지난 천년 동안 대면한 그 어느 것과도 이질적이다. 나쁘 게 보면, 전 세계에서 핵에너지를 주도적인 전력 공급원으로 채택한다면 환경 및 군사적인 재앙 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자에 의하면 운영되는 발전소 수가 늘어남에 따라 심각한 사고 의 확률도 높아진다. 후자에 의하면 상용 핵발전소가 널리 퍼지면 이에 따라 핵무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라] <그림 3> 에너지 집약도와 에너지 소비의 증가 주: 에너지 집약도는 1달러의 재화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에너지의 양(단위: 메가 줄) [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개념은 1960년대 사회적 가치의 변화로 인해 이를 사회 측면과 더불 어 윤리 측면에서 바라보는 견해가 나타나면서 더욱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많은 학자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사회의 일원으로서 기업이 당연히 가져야 하는 도덕적 책무라는 윤리원칙의 관점 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환경보호주의자들은 경영활동이 인간의 생활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적 비용이 어떠한 것이냐에 중점을 두고, 소비자 만족의 극대화보다는 삶의 질의 극대화에 더 치중하여 기업이 야기하는 각종 환경적 비용 내지 사회적 비용을 기업 스스로 부담할 것을 주장한다. - 슈리베스터버, 그린 비즈니스 [바] 사회에 대한 책임은 개인으로서의 사람들에게만 있는 것이며, 조직으로서의 기업은 사회 전반에 까지 책임질 필요는 없다. 그 이유는 기업의 목적은 주주들에 대한 이익을 최대화하는 것이기 때 문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비즈니스의 기본적인 목적과 본질에 불일치하는 것이며, 이에 대한 강조는 궁극적으로 자유시장 원리에 위배된다. 또한 건강과 수명연장, 유아복지, 삶의 질 향상 등 많은 사회적 복지가 실제로 각 기업들의 자유시장 논리, 즉 자신의 비즈니스를 충실히 수행한 결 과로서 나타난 것이다. - 프리드만, 뉴욕 타임즈 매거진 84

85 [사] 소비자들은 점점 더 그들의 일상적인 소비활동의 환경적 그리고 사회적 결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이를 그들의 제품/서비스 구매결정으로 연결시키게 되었다. 윤리적 소비자중심주의는 이러한 배경에서 형성된 소비자 운동으로, 인간, 동물, 환경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호하여 구매하고자 하는 긍정적 구매활동과, 그렇지 못한 제품과 서비스를 거 부하는 부정적 구매활동으로 나타난다. (그레이스 코헨, 기업 윤리: 호주의 문제와 사례들 ) <문제 3: 40%, 1,000~1,200자> [나], [다], [라]를 바탕으로 [가]의 푸네스가 기획한 언어의 의의를 설명하고, 그 실현가능성을 평 가하라. [가] 17세기에 로크는 각각의 사물, 돌, 새, 나뭇가지가 고유한 이름을 가질 수 있는 하나의 불가능한 언어를 가정했다. 푸네스는 한때 그와 비슷한 유의 언어를 기획했다. 중략 사실, 푸네스는 모 든 숲의 모든 나무들의 모든 나뭇잎들뿐만 아니라 그가 그것들을 지각했거나 그것들을 다시 생각 했던 모든 순간들까지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날들의 하나하나를 7천 개의 기억들로 축약 시키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 다음 기호들을 가지고 그 기억들을 정의해 보려고 했다. 중략 그는 개 라는 종목별 기호가 다양한 크기와 형상들을 가진 상이한 수많은 하나하나의 개들을 포 괄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또한 그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14의 3 자리에 있는 개 와 (정면에서 보았을 때) 4의 3에 있는 개가 왜 똑같은 이름을 가져야 하는지 골머리를 앓았다. 그는 거울에 비쳐볼 때마다 다르게 보이는 자신의 얼굴과 손들 때문에 화들짝 놀라곤 했다. 스위 프트에 따르면 릴리푸트의 황제는 미세한 손의 움직임을 분간할 수 있었다고 한다. 푸네스는 상 처의 화농, 이가 썩는 것 그리고 피로의 고요한 진행과정을 쉴새없이 분별했다. 그는 죽음이 진척 되거나, 습기가 차오르는 하나하나의 과정을 보았다. 그는 다형적이고 순간적이고 그리고 거의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정밀한 세계에 대한 고독하고 명 징한 관찰자였다. (보르헤스, 기억의 천재 푸네스 ) [나] 언어의 의미가 늘 불확정적이며 또한 분명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언어는 엄밀한 사유( 思 惟 )의 전 개를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불완전한 도구라는 것이다. 동일한 언어가 때로는 여러 가지 의미들을 갖는가 하면 또 때로는 동일한 개념을 위해서 여러 가지의 언어적 표현들이 가능하다. 이러한 것 은 일정한 정의( 定 義 )와 정확한 구분을 통해서 혼동을 피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더 곤란한 것은 많은 중요한 낱말들이 명확하게 정의될 수 없는 성질을 가졌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섰다, 간다 와 같은 단순한 낱말도 엄밀하게 따지면 정의될 수 없다. 그리고 거의 모든 낱말들은 언제나 특수한 어감( 語 感 ) 과 의미관련을 갖고 있다. 더욱이 낱말들을 일의적( 一 義 的 )으 로 정의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언어에서의 메타포(Metaphor) 현상이다. 집 이니 다리 니 길 이니 하는 쉬운 일상어도 수없이 많은 전용된 의미들을 갖고 있다. (이규호, 말의 힘 ) [다] 광선이 프리즘을 통과했을 때 나타나는 색깔이 일곱 가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무지개를 일 곱 빛깔로 묘사하기 때문이다. 서로 인접하고 있는 색, 예컨대 녹색과 청색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 선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사이의 색깔은 아주 녹색도 아니고 아주 청색도 아니다. 하지만, 만일 그 부분을 지칭하는 단 어가 있다면 그 모호한 색깔도 분명하게 인식할 것이다. 어중간한 그 색깔을 지칭하는 단어가 없 85

86 기 때문에 그 색도 분명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프리즘을 통과해 나타나는 색은 수 십, 수백 가지로도 분류할 수 있고, 두세 가지로 나눌 수도 있다. 로데시아의 쇼나(Shona) 말에서 는 무지개 색을 오직 세 가지로 표현한다. 빨강, 주홍, 자주색을 한 범주로 묶어 cipswuka [십슈 카]라고 하고, 초록의 연한 부분과 노란색을 아울러 cicena [시세나]라고 부르며, 청색과 초록의 진한 부분을 한 가지 색으로 하여 citema [시테마]라고 한다. 이들에게는 일곱 빛깔 무지개 가 아니라 삼색 무지개 인 것이다. 물론 같은 색이라도 진하다느니 엷다느니 하는 수식어를 붙여서 구별하기는 한다. 더 심하게는 리베리아의 바싸(Bassa) 말처럼 무지개 색을 오직 두 가지로만 구 별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이삼형 외, 고등학교 국어생활 교과서) [라] 켈러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자서전에서도 밝혔다시피 그녀의 학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열쇠 는 유추 였다. 가정교사였던 애니 설리번이 물에 대한 욕구와 느낌을 가지고 연상해서 그것을 표 현해보라고 가르친 직후에, 켈러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감촉과 냄새로부터 어떤 인상이 떠오르 는지, 전에는 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이 물건 저 물건을 가지고 시험해볼 수 있다. 이 감각들이 내게 무수한 개념 들을 공급한다는 것을 알고 무척 놀랐다. 그것들은 내게 시각과 청각의 세계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주었다. 켈러가 장애인이면서도 유추할 수 있었던 것은 보고 들을 수 없었던 것과 맛, 냄새, 느낌으로 알 았던 것들 사이에서 수많은 연상과 유사성 을 이끌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지각할 수 있는 것들과 없는 것들의 유사성을 만들어내는 일은, 켈러가 직접 접근할 수 없었던 광범위한 정 보를 습득하는 주요한 도구가 되었다. 예를 들어 나는 기분이 좋아지는 향기의 종류와 농도를 관찰 한다. 이것은 다양한 색의 종류와 색조에 내 눈이 어떻게 매혹 당하는지 상상할 수 있게 한다. 그 다음 나는 생각의 빛과 한낮의 빛 사이의 유사성을 추적한다. 그러고 나면 인간의 삶에서 빛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예전보다 더 뚜렷하게 인식하게 된다. 그녀의 글은 이와 비슷한 유추로 가득 차 있다. 켈러가 듣지 못하면서 말을 배웠다는 것, 보지 못하는데도 읽고 쓰는 능력을 익히고 순전히 점자 만을 통해 몇 개 국어를 읽을 수 있었으며, 사람의 생각에 관한 설득력 있는 글을 썼다는 것, 그 리고 보고 듣는 세계와 이것이 차단된 세계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는 것은 유추적인 상상력이 실 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놀라운 증거다. (루트번스타인 루트번스타인, 생각의 탄생 ) 86

87 2009 수시2 (국제 사회과학) <문제 1: 30%, 500~600자> [가]와 [나]는 현대사회가 겪는 문제들에 대해 논하고 있다. [다], [라], [마]가 제기하는 논점들을 고려하여 [가]와 [나]의 입장을 비판하라. [가] 1980년대 이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빈부격차가 세계적으로 그리고 한 나 라 안에서 더욱 심화되었다. 세계 경제는 거대한 금융 자본의 신속한 이동으로 말미암아 더욱 불 안정하게 되었으며, 세계 인구 전체의 자유ㆍ평등ㆍ연대의 문제와 지구 전체의 환경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등장하였다. (김수행, 제3의 길과 신자유주의: 영국 ) [나] 페이얼과 같은 살인 광란자들이나 아미르와 같은 저격자들은 개인주의의 극단이다. 그러나 극단 의 시대 에 이들이 퇴보적이고 야만적이라고 폄하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들은 동시에 진보적이고 혁신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편으로는 대중문화적으로 생산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도덕 적으로 터부시되는 비인간적인 사람들은 사회와 개인주의를 점차 동일시하려는 힘의 논리를 대변 하는 듯 행동한다. 신자유주의의 선봉장인 마가렛 대처는 이러한 힘의 논리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사회와 같 은 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남자와 여자 그리고 가정이 있을 뿐이다. 중략 이런 식으로 자기 자신의 이해만 강조하게 되면서부터 사회공동체의 이해는 점점 설 땅을 잃게 된다. 자유주의 초기에 나왔던 학설의 표현을 빌자면, (개인주의의 대두와 함께) 사회적 관심사는 해약 통보 를 받은 것과 다름없었다. (홀러트ㆍ테르케시디스, 21세기 대중문화 속의 전쟁 ) [다] 프로이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모두 타고난 병과 소아병 때문에 자연과 운명에 대해 원 한을 간직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우리 모두는 조기에 손상된 나르시시즘과 자존심에 대한 보 상을 요구한다. 왜 자연은 우리에게 천재의 훤칠한 이마와 고상한 특질을 부여하지 않았는가? 왜 우리는 왕궁이 아니라 부르주아의 방에서 태어났는가? (부뤼크네르, 순진함의 유혹 ) [라] 현재의 모든 법규 전체가 이재민들과 소외된 자들을 더욱 잘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은 바람직하다. 1985년에 통과된 교통사고 관련 법의 예는 교훈적이다. 보행자는 온갖 경솔한 짓을 저지를 수 있고, 신호등이나 횡단보도가 없는 곳에서 도로를 건널 수 있다. 그런데도 그는 보험으로 보호받도록 보장되어 있다(그가 변명할 수 없는 과오를 저질렀을 때조차도 말이다.). 이 러한 개념은 법정이 거의 결코 고려한 적이 없는 개념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법이 전제하는 것은 약자가 항상 옳기 때문에 자동차를 탄 사람(강자)만이 덕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이 두 사람 이 대립했을 때 후자는 불리한 조건으로 출발하고 전자는 으뜸패를 가지고 출발한다는 것이다. 명확한 손해가 더 이상 산정되지 않게 되고, 사회적 신분들이 여타의 고려 사항보다 우선적으로 내세워지게 된다. 달리 말해서 이러한 제도가 확산된다면, 개인들은 제대로 심의되지도 않은 상태 에서 판결받을 것이며, 그들이 저지른 행동에 따라서가 아니라 그들의 신분 상태에 따라서 사전 에 용서를 받게 될 것이다. 약자들을 보호한다는 구실 아래 단번에 공동의 법규에서 벗어난 몇몇 부류들이 설정되고, 이들은 신중하고 조심해야 하는 의무로부터 벗어나게 될 것이다. 87

88 [마] 이데올로기의 추락은 우리에게서 편리한 의지처를 앗아갔다. 이 의지처는 다름 아닌 우리의 불운 을 제국주의와 자본주의ㆍ공산주의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었다. 이것은 의 잘못이다. 라는 반사 작용은 더욱 어렵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허깨비들이 사라진 것이 우리 사회를 더욱 현명한 방 향으로 이끌 것이라는 믿음은 잘못이다. 반대로 큰 희생양들이 소멸한 지금 절대적으로 이것들을 부활시키고 싶은 유혹이 생기며, 우리에게 은밀한 자기 논리를 강제하는 모호한 어떤 실체의 협 잡에게 우리 자신의 피로함과 불쾌함을 돌리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부뤼크네르, 순진함의 유 혹 ) <문제 2: 30%, 500~600자> 아래 [가], [나], [다]는 각기 다른 수치심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들 수치심을 각각 설명하고, 이를 근거로 [라]의 논점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평가하라. [가] 나는 타인의 도움에 의존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네 명의 아이를 키워야 하고, 따라서 만약 남들이 내게 뭔가 도움을 준다면 받을 자격이 있겠지요. 그러니까 내 말은, 나도 이웃에 사 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럭저럭 살아나가려고 애쓰고 있다는 겁니다. 나는 남들에게 동정을 구 하지도, 동냥을 하지도 않습니다. 당신들은 나에게 내 아이들을 정말로 잘 키워줄 사람이 필요하 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왜 내게는 잘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 거죠?(네 아이와 함께 살 공공주택을 찾는 과정에서 혼란에 빠진 한 여성의 말.) (세넷, 불평등 사회의 인간존중 ) [나] 알프레드 아들러는 열등 콤플렉스inferiority complex 라는 표현으로 수치심을 공식화했다. 그는 시장 경제에서 겪는 경쟁의 경험이 성인 노동자들에게 수치심을 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믿었다. 시장에서의 실패야말로 이러한 자존심 상실의 원천인 것이다. 중략 열등 콤플렉스는 복지 개 혁을 위한 현대의 노력(이른바 신자유주의)에 관해 의문을 제기한다. 복지 개혁가들은 사람들을 일하게 만듦으로써 그들의 위신을 떨어뜨리는 인생의 장이 마감될 것이라고 상상해왔다. 그러나 이 경우 또 다른 장이 열릴 수도 있다. 만약 아들러의 생각이 옳다면, 이 새로운 노동자들이 직업 의 사다리에서 가장 아래쪽에 위치하기 쉽다는 바로 그 사실이 열등감을 낳게 될 것이다. 중략 시기심이 불러일으키는 비교가 곤궁 그 자체의 자리를 차지하며, 이때 정말로 수치심이 발생 하는 것이다. (세넷, 불평등 사회의 인간존중 ) [다] 카브리니 그린(Cabrini Green, 시카고에 있는 다인종이 뒤섞인 소수계 집단 거주지)을 둘러싼 아 파트 몇 채가 아무도 살지 않는 폐허가 되어 빈 방마다 깨진 유리창과 건축 폐기물로 가득 차 있 었다. 빈 아파트를 마주보는 이곳에서 아이들이 거리 양편으로 나뉘어 몸을 숨긴 채 유리 전쟁 놀이를 했다. 이 놀이는 마치 강물에서 물수제비를 뜨듯이 새총을 이용해 거리 맞은편으로 유리 조각을 날리는 것이었다. 중략 한번은 어린 여자애가 전쟁놀이 도중에 목이 베어서 죽을 뻔한 일이 있었다. 같은 편 아이들이 지나 가는 버스를 세워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병원 측은 아이 부모 대신 경찰에 연락했고, 경찰 역시 부모 대신 학교에 전화를 걸었으며, 학교에서도 부모가 아니라 사회 복지사들에게 연락해서 사회 복지사들이 떼거리로 몰려왔다. 결국 사태가 마무리되고 전문가들이 그럭저럭 처리한 뒤에 야, 아이의 부모는 사고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부모의 마음을 고려치 않고 내용보다 형식적 절차에 충실한 전문가들의 행동에 대해 확 88

89 실히 수치심을 느꼈고 분노했다. (세넷, 불평등 사회의 인간존중 ) [라] 1979년 집권한 영국 보수당 정부는, 개인의 빈곤이나 불행이 개인 자신의 책임이지 국가나 사회 의 책임이 아니라는 이데올로기뿐만 아니라, 개인의 가치보다 제도의 가치를 우선시하여 개인의 삶에 개입하려는 관료제도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사회보장제도를 축소하려 했다. 물론 여러 가지 실용적인 계산도 이에 기여했다. 첫째, 사회보장제도의 유지에는 거대한 정부지출 이 요구되기 때문에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다. 둘째, 부유층과 기업의 세금을 줄여주기 위해서 다. 셋째, 사회보장 제도에 의존해 일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줄이기 위해서다. 넷째, 노동자들이 사회보장제도를 믿고 기업가의 지휘ㆍ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것을 고치기 위해서다. (김수행, 제 3의 길과 신자유주의: 영국 ) <문제 3: 40%, 1,000~1,200자> 아래 제시문 [가] [라]는 <문제 2>의 [나]에서 지적된 문제적 상황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참조할 만한 나름의 사유를 제공한다. 이를 각각 설명하고, 그것들을 종합하면서 그 문제적 상황의 치유 가능성에 대해 논술하라. [가] 야노마모 사회의 동맹을 가능하게 하는 접착제는 교역이다. 야노마모족 마을들은 교역의 핑곗거 리를 만들기 위해 마을 간의 노동 분화를 주도면밀하게 조성하고 있으며, 이것을 통해 정치적 동 맹 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어떤 특산물을 생산하는 마을이라고 해서 특별히 그 마을에서만 원 료를 구하기 쉬운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것들은 어느 마을이든지 자급자족할 수 있는 물건들이 다. 그러나 그들은 자급자족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교역과 동맹을 촉진하 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중략 야노마모족이 아마존에서 수렵채집 생활을 해온 것은 일만 년 정도로 비교적 짧은 기간이지만,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이 수렵채집 생활을 해온 기간은 야노마모족의 여섯 배나 된다. 그러나 두 석기 시대인들의 교역 패턴은 거의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특히 교역과 호혜적 대우가 서로 얽혀 있다는 점에서 완전히 일치한다. 샤농의 생각에 따르면, 목적은 호혜적 대우이며 교역은 핑 계일 뿐이다. 호혜적 대우를 통해 동맹 관계를 공고히 다질 수 있는 우정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 이다. 그러나 교역이 단지 수단인지 아니면 목적인지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점은 교 역이 정치의 결과물이 아니라 정치가 교역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리들리, 이타적 유전자 ) [나] 사람들이 느끼는 보상감은 절대 소득이 아닌 상대 소득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자신의 소득이 주변 사람들의 평균 소득에 뒤지지 않도록 많은 신경을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자가 모든 것 을 갖는 경우는 일상생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원자가 면접을 볼 때 멋지게 보여 야 한다. 는 충고를 받는다. 이는 곧 다른 지원자들보다 멋지게 보여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기 위 해서는 우선 다른 지원자들보다 옷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술도 필요하다. 성형수술이 외모 경쟁에 활용되면서 군비경쟁 은 더욱 치열해졌다. 개인이나 기업이 낭비적인 지위군비경쟁에 말려들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면, 더 나 아가 그런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참으로 경악스러울 것이다. 다행히도 이런 낭비적인 과정들에 대해서는 암묵적으로나마 알려져 있고, 더 나아가 이런 소모적인 경쟁을 억제하기 위해 여러 전략들이 실행되어 왔다. 전략들은 군비를 제한하는 조약들과 유사하므로 지 위군축협상 positional arms control agreement 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프랭크ㆍ쿡, 승자 89

90 독식사회 ) [다] 어차피 세상은 불공평하다. <토끼와 거북>에서 달리기 경주 코스는 지극히 토끼 중심적인 사고에 서 나왔다. 산 오르기 경주는 그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 만약 해안가에서 바다를 건너 섬으로 가 는 코스라면 어땠을까? 토끼가 시합에나 참가할 수 있었을까? 이야기에서는 비록 거북이 이겼지 만, 그것은 정말 운 에 불과했다. 실력도 전략도 없이 이뤄진 시합이었기 때문에 이제 거북이 토 끼를 이기는 결과는 또다시 없을 것이다. 중략 진로설정 측면에서 볼 때 거북은 자신에게 맞 는 코스를 선택했어야 했다. 거북은 자기 자신의 강점을 분석하고 환경을 분석해서 토끼와 싸워 이길 수 있는 코스를 협상했어야 했다. 중략 이제는 있는 집 자식들이 공부를 더 잘하고 더 빨리 학위를 받는 시대이다. 그렇다고 이 사실을 억울해하고, 우리 부모는 왜 돈이 없냐고 불평만을 할 것인가? 그래봐야 변 화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콤플렉스 덩어리라는 비난만 받을 것이 뻔하다. 지금 자신이 뛰는 코스가 토끼 에게 유리한 코스라면, 기꺼이 거북 에게 맞는 코스로 만들어서 달려야 한다. 경주와 경쟁의 기준을 나에게 맞게, 나의 장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우곤, 20대, 취업은 연애다 ) [라] 한 인간의 비참은 모든 의미에서 나의 계율이 되고, 나의 책임을 끌어들인다. 그의 고통을 경감시 켜주는 것은 중요한 일이며, 이를 피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타인에게 가해진 모욕에서 상처 를 입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의 인간성이다. 더 나은 것은 이런 것이다. 인도주의적인 것이 자비에 비해 진일보한 것이라면, 그 이유는 배려를 가까운 사람들에게 한정하지 않고 인류 전체에 대한 잠재적인 염려를 나타내고, 타인이 나와 멀리 떨어져 있다 할지라도 어디에서나 나의 이웃이라고, 인도주의가 선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결코 쉽지 않지만 매우 중요한 것이다. (부뤼크네 르, 순진함의 유혹 ) 90

91 2010 년 수시 1(문학 커뮤니) 다음 세 제시문을 읽고 [문항 1]과 [문항 2]에 대해 논술하라. [문항1] 제시문 [가]와 [나]에서 그린버그와 세종이 거둔 성공의 공통 요인을 찾아 이를 구체적으 로 논하라. ( 자, 30% 배점) [문항2] 제시문 [다]의 논거를 활용하여 제시문 [가] 에 나타난 그린버그의 문제 해결 과정을 논 하라. ( 자, 30% 배점) [가] 오전 1시21분13초, 우리는 부기장이 말하고자 했던 것을 알고 있다. 기장님, 후행대책 없이 시계접근을 하겠다고 하셨지만 바깥 날씨가 끔찍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지 못했다. (중략) 기관사도 아마 이렇게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육안에만 의존해서 착륙을 시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기상 레이더에 뜬 걸 보세요. 계속 가면 문제 가 생길 수 있습니다. (중략) 오전 1시41분59초, 부기장이 혼잣말을 했다. 안보이잖아? 오전 1시42분19초, 부기장이 말했다. 착륙, 포기합시다. 그는 결국 힌트를 주다가 동료에게 권 유하는 방식으로 어조를 높였다. 그는 착륙을 취소하고 싶었던 것이다. 훗날 조사를 통해 그 시점 에 부기장이 조종권을 넘겨 받고 조종간을 당겼더라면, 니미츠 힐에 충돌하지 않고 재착륙을 시 도할 수 있는 충분한 여유가 있었음이 확인되었다. 부기장은 기장이 명백히 잘못하고 있을 경우, 그렇게 행동하라고 훈련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교실에서 배우는 내용일 뿐이고 하늘에서 벌어지는 일은 엄연히 달랐다. 실수를 하면 손으로 등을 얻어맞을 수도 있는 것이 조종실의 현실 이었다. 오전 1시42분20초, 기관사가 말했다. 안보이잖아. 결국 재앙이 그들 앞에 얼굴을 드러낼 때가 되어서야 부기장과 기관사가 입을 열었다. 그들은 기 장이 고 어라운드 하기를, 조종간을 당겨 다시 착륙을 시도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엄 격한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문화 속에서 조종사, 부조종사, 기관사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단절되었 고 1997년 8월 5일, 괌 사고는 이렇게 발생했다. 2000년, 대한항공은 데이비드 그린버그를 비행 담당 임원으로 영입한다. 그린버그가 처음으로 한 일은 그가 대한항공의 문제를 뿌리부터 파악하고 있지 않았다면 내놓을 수 없던 것이었다. 그린 버그는 대한항공의 공용어는 영어다. 만약 대한항공의 조종사로 남고 싶다면 영어를 유창하게 구 사할 수 있어야 한다 는 규칙을 세웠다. 케네디 공항의 러시아워에 손짓, 발짓으로 대화할 수 없 지요. 어디까지나 대화로 풀어가야 하므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잘 이해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물론 한국 사람들끼리 영어로 말할 필요는 없겠죠. 그러나 외국인과 중요한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영어는 매우 중요해집니다. 그린버그는 조종사들에게 또 다른 정체성을 심어주고자 애썼다. 그들이 문화적 유산의 함정에 빠 져 있다는 것을 심각한 문제로 보았기 때문이다. 일단 조종석에 앉았을 때는 기존의 역할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었고, 언어는 그 전환을 이끌어내는 열쇠였다. 영어로는 한국어의 복잡한 경어체 계를 사용할 수 없지 않은가. 그린버그의 개혁에서 가장 결정적인 것은 그가 하지 않은 일 에 있 었다. 그는 절망에 빠진 대한항공 조종사들을 몽땅 해고하고 권력 간격이 낮은 문화권의 조종사 로 대체하지 않았다. 그는 문화적 유산이 문제이고, 그 힘은 강력하고 널리 퍼져 있으며 본래의 유용성이 사라진 후에도 오래도록 지속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문화적 유산을 떨 쳐낼 수 없는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그는 한국인이 스스로의 문화적 기원에 솔직해지고 항공 세 91

92 계와 맞지 않는 부분과 정면으로 대결할 의향이 있다면 그것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결 국 그는 하키선수로부터 소프트웨어 재벌, 인수합병 변호사까지 모든 이들이 누렸던 기회를 대한 항공 파일럿에게도 제공했다. 일과 삶의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는 기회를 말이다. (말콤 글래드웰, 아웃라이어) [나] 정그렇다면, 백성들에게 어떤 제도가 더 좋은지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이 어떻겠소? (중 략) 허를 찔린 신하들은 허둥거렸지만 세종은 침착하게 여론조사를 준비했다. 여론조사 기관에 서 집집마다 찾아가 백성들에게 의견을 물어 본 결과 찬성이 9만 8000여 가구, 반대가 7만 4000여 가구였다. 찬성이 우세했다. 찬성이 압도적인 곳은 삼남과 같은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높 은 지역이었고, 반대가 많은 곳은 척박한 농지가 많은 한강 이북의 지역이었다. 그런데 이처럼 지 역적으로 이해관계에 얽혀 편차가 심하고 신하들도 반대하자 세종은 공법개혁을 일단 유보했다. 세종은 반대하는 신하들의 심리를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었다. 이유는 명확했다. 공법개혁을 하 게 되면 세금을 더 많이 걷을 수 있어 국가재정은 튼튼해지지만 문제는 누구도 세금을 더 많이 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특히 부유한 관리들은 세금을 덜 내고 싶어 했기 때문에 강 력히 반대했다. 다시 1년이 지나자 세종은 공법개혁 문제를 또 꺼냈다. (중략) 세종도 물러서 지 않았다. 거듭 개혁안의 수정을 지시했다. 세금처럼 민감한 문제일수록 반대편의 동의 없이는 성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세종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꼼꼼하게 챙겼다. 마침내 공법개혁을 제안한 지 15년 만에, 즉 세종 24년에 토질과 수확량에 따라 세금을 거두는 새로운 제도가 통과되었다. 손실답험법과 정액세제를 절충하여 연분 9등-전분 6등 이라는 새로운 징수기준이 마련된 것이다. 만장일치로 이뤄낸 결과였기에 그 의미는 더욱 컸다. 세종은 프로젝트를 언제나 중장기적으로 모두가 동의하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시행하기 전에 전문가로 하여금 충분히 연구하게 했다. 또 연구 결과가 나오고 프로젝트의 성공 과 그 영향에 대해 확신이 설 때까지 그 문제를 중신들끼리 충분히 논의하도록 했다. 그리고 중 신들의 의견이 하나로 결집되지 않으면 여론조사를 통해 백성들의 의견을 모았다. 세종은 대화를 통한 상호이해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깊게 인식한 왕이었던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새로운 정책과 제도를 채택했고, 채택을 한 경우에도 한꺼번에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차츰차츰 시행했다. (정도 상 최재혁, 백성을 섬긴 왕, 세종이 꿈꾼 나라) [다] E. H. 카는 역사는 역사가와 사실과의 상호작용의 부단한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와의 끊임없는 대 화 라고 했지만, 그 상호작용, 대화의 성격과 질이 문제의 핵심이다. 대화 보다는 넒은 의미의 커 뮤니케이션 이라는 단어가 더 적합하다. 역사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중략) 어떤 주제를 다루더 라도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보자는 게 커뮤니케이션사의 취지다. 역사를 선의로 이용할 경우에도 일반적인 역사 기술 방법 자체에서 비롯되는 문제가 있다. 역사 가들은 역사의 객관성 확보와 자료 활용의 용이성 때문에 주로 명시지( 明 示 知 )에 의존하며 암묵 지( 暗 默 知 )를 배척한다. 명시지는 구체적으로 명문화하기 쉬운 지식인 반면, 암묵지는 그렇게 하 기 어려운 지식이다. 객관성을 소중하게 여기는 역사가들이 명시지를 선호하는 건 당연하지만, 암 묵지를 전면 배척할 경우 의도하지 않은 역사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체제, 제도, 법, 규칙, 선거, 사건, 사고 등은 명시지의 영역인 반면, 정신, 자세, 의식, 전통, 습속, 관습, 관행, 기질 등은 암묵지의 영역이다. 역사가 후자를 무시하고 전자 위주로 기록된다고 생각 해보라. 왜곡이 발생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런 역사 기술은 인간을 왜소하게 만들고 성찰을 무의 미한 것으로 여기게끔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달리 말하자면, 기존 역사 기술은 커뮤니케이 션과 과정을 소홀히 하면서 구조와 결과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거대담론의 폭력성 을 은 연중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강준만, 역사는 커뮤니케이션이다) 92

93 [문항3] 제시문 [가]를 읽고 자아와 자서전의 관계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설명하고, 이를 토대로 제시문 [나]에서 예로 든 것과 같은 자서전의 경우에는 자아와 자서전의 의미가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를 제시문 [다]를 참조하여 논하라. (1,000-1,200자, 40% 배점) [가] 문학적 자서전은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보다 자연스럽고 간결하게, 그리고 에피소드와 연결된 설명을 하게 될 때에 쉽게 드러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그것은 우리에게 자아가 무엇인가 하는 데 대해서 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숨겨진 철학적 개념을 암시해준다. 최근 의 한 저서에서는 이 점이 분명히 강조되어 있는데, 여기에서는 이 자서전 장르를 실질적으로 개 척한 성 어거스틴의 고백 Confessions에서부터 그 종언이라 할 수 있는 사뮤엘 베케트까지 검토 되고 있다. 어거스틴은 자신의 탐구를 그의 진실한 인생, 그의 진실한 자아를 위한 탐구로 보았고, 그래서 자 서전을 진실한 기억, 실재의 탐구로 간주한다. 그에게 있어서 인간의 진실한 삶은 신과 섭리에 의 해 주어진 것이며, 내러티브(자서전 이야기)의 고유한 독자적 질서는 기억이라고 하는 자연적인 형식, 섭리로서 주어진 존재에 대한 가장 진실한 형식을 반영한다. 그리고 어거스틴은, 진실한 기 억은 현실세계를 반영하며, 내러티브가 그 매체라고 인정한다. 그의 생각은 내러티브적 실재론 (realism)이며, 그로부터 출현하는 자아는 계시의 선물, 이성에 의해 발효되는 것이다. 18세기의 지암바티스타 비코와 어거스틴을 대조해보기로 하자. 비코는 마음의 힘에 대해 생각함 으로써, 어거스틴의 내러티브적 실재론에 눈을 돌린다. 비코에게 삶이란, 그 삶을 살아가는 인간 의 정신적 행위에 의해 생겨나는 것이지 신의 행위에 의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삶의 이야기 적 측면은 우리의 활동에 의한 것이지 신의 그것이 아닌 것이다. 비록 비코가 일종의 합리주의에 의해 보호받고는 있지만-그 합리주의가 일반적으로 그런 입장과 연결되어 있는 회의주의로부터 그를 지켜주었다-그는 아마도 최초의 급진적 구성주의자였을 것이다. 그리고 약 반세기 뒤의 장- 자크 루소도, 비코의 사상에 영향을 받고 또 자기가 살고 있던 혁명적 시대의 새로운 회의주의에 의해 고무되어, 어거스틴의 확고하고도 순수한 내러티브적 실재론에 대해 새로운 의문을 제기했 다. 루소의 고백록 Confessions 은 대담한 회의주의와 연결되어 있다. 그로부터 2세기 뒤에, 베케트는 비코가 어거스틴의 내러티브적 실재론을 이성적으로 거부한 것을 지지하고 루소의 왜곡된 회의주의에도 공감한다. 하지만 그는 내러티브를 삶의 초월적 질서를 반 영하는 것으로 보는 견해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반대한다. 실제로, 그는 어떤 초월적인 질서가 존 재한다고 하는 생각을 거부한다. 그의 이런 생각은 철저한 허구주의(fictionalism)이며, 그의 사명 은 삶에 대해 글을 쓰는 것?문학만이 아니라?을 그 내러티브적 구속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다. 삶은 문제적인 것으로서, 관습적인 장르에 구속되는 것이 아니다. (존브루너, 이야기 만들기) [나] 알튀세르(Louis Althusser)는 프랑스의 철학자로, 1940년 전쟁포로가 되어 심리치료를 받기 위해 입원한 적이 있으며 1947년에도 심각한 우울증 증세로 인해 병원에 입원하여 전기요법 치료를 받았다. 이후 그는 1980년 정신착란 상태에 빠져 아내를 교살한 죄로 병원에 강제 수용되었으나, 이듬해 금치산자 판정을 받고 면소( 免 訴 )되었다. 그는 1985년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라는 제목 의 자서전을 집필했는데, 그 자서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나는 이제까지 그 누구도 하기를 원치 않았거나 할 수 없었던 것을 했다. 즉, 마치 제3자의 일 인 것처럼 나는 모든 자료들 을 내가 겪은 것에 비추어 정리하고 대조했으며 그 역으로도 했던 것 이다. 그리고 나는 온전한 정신과 책임하에 마침내 나 자신이 공개적으로 나를 해명하기 위해 말 문을 열기로 결정한 것이다. (중략) 나는 내가 지금 나 자신에 대해서 어느 정도 명료하게 해 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런 경험에 대한 비판적 고백 의 선례가 전혀 없었던 하나의 구체적 경험, 가장 심각하고 가장 끔찍한 형태로 내가 겪은 한 경험에 대해 다른 사람들도 깊이 생각해 93

94 보기를 권하는 입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경험은 분명 나의 이해를 넘어서는 것이 다. (중략) 내가 일러두고자 하는 것은 이 글이 일기도 회상록도 자서전도 아니라는 점이다. 모든 것을 희생시키면서 내가 오직 드러내고자 한 것, 그것은 바로 내 존재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으 며 또 나의 존재를 이러한 형태로, 즉 그 속에서 내가 나 자신을 알아보게 되고 타인들도 나를 알아볼 수 있으리라 여겨지는 그런 형태로 만들었던 모든 정서적 감정 상태들의 충격이다. [다] 자서전의 문제는 고유명사와의 관련 하에 연구되어야 한다. 책으로 인쇄된 텍스트의 경우에 그 언술 행위는 일반적으로 책의 표지와 간지 위에, 제목 상단 혹은 하단에 이름이 기록되는 사람의 것으로 인정된다. 바로 그 이름 속에 우리가 저자라고 부르는 존재가 그대로 요약되는 것이다. 그 것은 확실한 텍스트 외부의 요소가 텍스트 내에 존재하는 유일한 징표이며, 결국 텍스트의 언술 행위에 대한 책임을 최종적으로 자기에게 물을 것을 요구하는 실제 인물을 지칭한다. 많은 경우에 있어서 텍스트 내에서 작가가 나타나는 것은 이 단 한 번의 이름으로 족하다. 그렇 지만 이 이름이 차지하는 위치는 아주 중요하고, 그것은 사회적인 관례에 의해 텍스트의 언술 행 위에 대해 실제 인물이 책임을 약속하는 행위에 연결된다. (중략) 자서전은 저자(책 표지에 자기 이름을 걸고 모습을 드러내는 대로의 저자)와 그 이야기의 화자, 또 그 속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인물의 이름이 모두 동일하다는 것을 상정한다. (중략) 저자의 이름이 들어간 그 페이지를 텍스트에 포함시키게 되면 (저자-화자-주인공의) 동일성이라는, 자서 전을 정의해주는 보편적인 텍스트 내적 기준이 주어진다. 자서전의 규약이란 결국 표지에 기록되 는 작가의 이름으로 귀결되는 이러한 동일성의 문제를 텍스트 내에서 확실하게 드러내는 것을 의 미한다. (필립르죈, 자서전의 규약) 94

95 2010 수시1 (사회 경제 경영) <문제 1: 30%, 자> 제시문 [가], [나], [다], [라]를 읽고 제시문 간의 논리적 연관성을 설명하라. <문제 2: 30%, 자> 제시문 [가], [나]의 논거를 활용하여 [마]의 밑줄 친 주장의 타당성을 논술하라. [가] 경제학자들이 효율적 시장이론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시장가격에 따라 수급이 조절되는 메커 니즘 그 자체 때문은 아니다. 이들은 그보다는 최적의 자원배분을 통해 경제적 성과를 극대화하 는 가격메커니즘의 역량 을 중시한다. 금융전문가들은 거래되는 품목들의 가격을 더욱 직접적으 로 중시한다. 금융이론은 정교하게 다듬어지고 확장되었고, 시장효율의 의미는 일반적인 법칙으로 확대돼 효율화의 결과에 따라 시장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전통적인 효율적 시장이론의 핵심 메시지는 이미 결정된 금융자산의 가격은 언제나 그리고 어디 에서나 정확한 수준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즉, 지금의 시장가격은 그것이 무엇이든 자산의 진정 한 가치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현재의 경제상황과 더불어, 그 상황이 미래에 어떻게 개선될 것인지에 관한 합리적인 예상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이러한 이론에 따르면, 모든 자 산가격의 변동은 틀림없이 외부의 충격 에서만 비롯될 뿐, 자산시장 내적으로는 생겨나지 않는다. 효율적 시장이론을 주창하는 학파에게는 금융시장에서 관찰되는 끊임없는 가격변화가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새로운 정보, 뉴스 등에 시장이 반응하고 움직인 결과이다. 효율적인 시장이 론에서는 자산가격의 거품 형성과 과열의 여지가 없다. 일반적으로 거품으로 일컬어지는 자산가 격의 폭등은 경제기초여건의 변화에 대한 시장의 반응일 뿐이다. 거품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조지 쿠퍼, 민스키의 눈으로 본 금융위기의 기원 ) [나] 아담 스미스의 이론은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고려했다. 그러나 비경제적 동기가 행동에 미치는 영향과 비합리성 및 오류의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았다. 간단히 말해 그는 야성적 충동을 간과했다. 반면 케인즈는 경제가 균형을 달성하지 못하는 이유 를 설명하려고 시도했으며 야성적 충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가의 계산에서 야성적 충 동이 차지하는 근본적 역할을 지적하면서 지금부터 10년 후에 철도, 구리광산, 섬유공장, 특허약 품, 대서양 횡단 여객선, 런던의 건물로부터 얻을 수익(가격의 변화)을 추정할 수 있는 근거는 거 의 없다 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결정을 내릴까? 케인즈의 주장에 따르면 바 로 야성적 충동에 따라서만 가능하다. 다시 말해서 경제적 결정은 행동에 대한 즉흥적인 욕 구 의 결과다. 합리성을 강조하는 경제이론처럼 모든 경제적 결정이 정량적 편익에 정량적 확률 을 곱하여 평균을 구하는 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야성적 충동은 스피리투스 아니말리스(Spiritus Animalis)라는 라틴어에서 파생된 것으로 야성적 이라는 단어는 마음의 혹은 생기에서 나온 의 의미를 지니며, 근본적인 정신적 에너지나 생명의 힘을 가리킨다. 그러나 현대경제학에서 야성적 충동은 다소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경제학적 개념 에서 야성적 충동은 경제에 내포된 불안정하고 일관성이 없는 비경제적 요소를 말하며, 사람들이 모호성이나 불확실성과 맺는 독특한 관계를 가리킨다. 우리는 때로 야성적 충동에 억눌려 주저하 지만, 때로는 야성적 충동에 힘입어 두려움과 우유부단함을 극복하기도 한다. (에커로프 & 쉴러, 야성적 충동 ) 95

96 [다] 다른 모든 과일처럼 체리 역시 자연의 주기를 따른다. 덜 익었을 때에는 시큼하여 얼굴을 찌푸리 게 만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단맛이 점점 강해진다. 체리 농가에서는 판매 시점을 고려하여 체리 의 수확시기를 결정한다. 하지만 공원에 열리는 체리는 미처 단맛이 들기도 전에 사람들의 입속 으로 사라진다. 조금만 기다리면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을 텐데, 사람들은 기다리지 않는다. 체 리 과수원은 사유지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지나가다가 체리를 따먹는 사람들은 처벌을 받을 수 있 다. 따라서 체리 농가가 체리를 미리 딸 이유는 없다. 누군가 체리를 먼저 따갈 위험도 없고 잘 익은 체리일수록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누구든 체리를 따먹을 수 있는 공원의 경우는 다르다. 체리가 완전히 익도록 내버려 두면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 믿고 무작 정 기다리다가는 체리를 맛볼 기회가 아예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로버트 프랭크, 이코노믹 씽 킹 ) [라] 숫자 1이상 100 이하에서 좋아하는 수를 하나 선택했을 때 그 수가 모든 사람들이 선택한 수의 평균치의 2/3에 가장 가까운 예상을 한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이 있다. 참가자 전원이 무작위로 선택했을 때의 평균치는 50이다. 50의 2/3는 33이다. 모든 사람들이 33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승리하기 위해서는 33의 2/3, 즉 22가 첫 번째 후보가 된다. 참가자 전원이 동일한 추론을 한다고 가정하면 다시 22의 2/3에 가장 가까운 수인 15를 선택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 (중략) 이런 식의 사고과정을 거듭하면 7, 5, 3으로 이어지고, 마지막에는 1이 아니면 승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중략) 그러나 201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평균치는 24였으 며, 24의 2/3에 가장 가까운 수인16이라고 대답한 4명이 승자가 됐다. (도모노 노리오, 행동경 제학 ) [마] 슈퍼마켓 계산대에서 어떤 줄이 가장 빠를까? 간단히 대답하자면 이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어떤 줄이 가장 빠를 것인지가 확실하다면, 사람들은 이미 그 줄로 갔을 것이며, 더 이상 그 줄은 가장 빠른 줄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냥 아무 줄에나 서서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 지만 사람들이 정말로 아무 줄에나 선다면, 총명한 쇼핑객이 파악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패턴이 존재하게 된다. 사람들이 입구에서 시작하여 상점을 가로질러 쇼핑을 하게 된다면, 가장 빠른 줄은 입구 반대편 에 있는 줄이 된다. 그러나 총명한 쇼핑객들이 이를 알게 된다면, 입구 반대편 줄은 더 이상 가장 짧은 줄이 되지 못한다. 사실은 빠르고 영리하고 민첩하고 경험 많은 쇼핑객들이 가장 빠른 줄을 찾는데 조금 나으며, 그리하여 다른 사람들보다 평균적으로 조금 빠르지만, 한편으로 그렇게 많이 빠르지는 않다. (팀 하포드, 경제학 콘서트 ) <문제 3: 40%, 1,000~1,200자> 제시문 [나]와 [다]를 비교한 후, 이를 바탕으로 제시문 [가]의 귀스타브가 처한 모순적 상황에 대 해 논하라. [가] 여기 컵과 물이 있어. 육체가 컵이라면 정신은 물이야. 컵이 없으면 물이 계속 흐르듯이, 육체가 없으면 정신은 자유로워져. (중략) 그렇다고 해서 육체를 없애 버릴 수는 없어. 그건 죽음이 야. 꼭 그렇지는 않아. 우리는 정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육체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 뇌를 따로 96

97 떼어내어 영양액 속에 보존하면 되는 거야. (중략) 귀스타브는 아내와 두 자녀와 비밀리에 초청된 몇몇 과학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기 자신 속으로 은둔하기 위한 수술을 받았다. 완전 한 은둔자가 되기위해, 외과에서 시술할 수 있는 모든 절제 수술 가운데 가장 극단적인 형태인 전신 절제를 선택했던 것이다. (중략)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자 부속물들은 말끔히 제거되고 진짜 뇌라고 할 만한 것만 남았다. 의사들은 매우 신속하게 그것을 투명한 영양액으로 가득 찬 표본병 속에 넣었다. 그럼으로써 뇌는 끄트머리만 남은 경동맥을 통해 영양액 속의 당분과 산소 를 직접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중략) 아빠는 돌아가신 거야? (중략) 아냐. 아빠는 여전 히 살아 계셔. 단지 모습이 달라졌을 뿐이야. (중략) 저 뇌가 보이지? 저기 표본병 속에 들 어 있는 것 말이다. 저것은 80년 전부터 명상을 계속하고 있는 네 할아버지의 뇌다. 네가 책임지 고 저것을 보살 피거라.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때때로 영양액을 갈아주어야 한다. 그러는 동안에도 귀스타브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는 수십 년의 시간을 유익하게 활용하여 인간의 사고와 관련된 많은 비밀을 알아냈다. 그는 뇌로만 남음으로써 완전한 묵상에 들어갈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수명을 연장하기까지 했다. (중략) 쓰레기통에 뇌가 들어 있다는 것을 알 턱이 없는 빌리 아버지는 그것을 가지고 내려가 집 앞에 놓인 쓰레기 수거함에 비워 버렸다. 영 양액을 잃은 귀스타브는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 채 죽어가고 있었다. 거리를 떠돌던 개 한 마리가 냄새를 맡고 와서 그를 쓰레기 수거함에서 끌어냈다. 세상의 모든 은둔 수행자들 가운데 가장 완전하고 가장 연륜이 깊은 귀스타브 루블레를 궁지에서 건져낸 것이 다. 하지만 개에게는 그 뇌가 한낱 고깃덩어리일 뿐이었다. 귀스타브는 허망하게 개의 먹이가 되 고 말았다. 자기 자신을 탐구하기 위해 자신의 내면으로 떠났던 한 남자의 깊디깊은 사유는 그렇 게 끝이 났다. (중략) 개는 식사를 끝내고 가볍게 트림을 하였다. 그리하여 귀스타브 루블레 의 사유 중에서 아직 남아 있던 것들이 모두 저녁 공기 속으로 흩어져 버렸다. (베르나르 베르베 르, 완전한 은둔자 ) [나] 소크라테스: 그렇지만 사용하는 사람과 사용되는 것은 다르지 않은가? (중략) 갖바치가 굽은 칼과 곧은 칼 및 다른 도구들로 자르듯이 말일세. (중략) 그러니 사용하고 자르는 사람 다르 고, 자를 때 사용되는 것 다르지? (중략) 그러면 우리는 갖바치에 대해서 뭐라 말하지? 도구 만 사용해서 자른다고 말하나, 아니면 손도 사용해서 자른다고 말하나? 알키비아데스: 손도죠. 소크라테스: 그러니 그는 손도 사용하는 것인가? (중략) 눈도 사용해서 신발을 만드는가? (중략) 그런데 사용하는 사람과 사용되는 것들이 다르다는 데 우리는 동의하는 것이지? (중 략) 그러니 갖바치와 키타라 연주자는, 그들이 작업할 때 사용하는 손과 눈하고는 다르지? (중략) 신체 전부도 사람이 사용하는 것이지? (중략) 그러니 사람은 자신의 신체와 다르 지? (중략) 그러면 도대체 사람은 무엇인가? (중략) 그래도 신체를 사용하는 쪽이라는 점 만큼은 자네가 말할 수 있네. (중략) 그러니까 혼 말고 다른 무엇이 그것을 사용하겠나? 알키비아데스: 다른 것이 아니라 혼이 사용하죠. 소크라테스: 혼이 다스리면서겠지? (중략) 사람은 적어도 셋 중에 하나가 아니겠는가 하는 것 이지. (중략) 혼, 신체 그리고 이 둘이 합쳐진 전체 말일세. (중략) 하지만 신체를 다스리 는 것은 바로 인간이라는 데는 우리가 동의했었지? (중략) 그러면 신체가 바로 스스로를 다스 리는가? 알키비아데스: 전혀요 소크라테스: 그것은 다스려진다고 우리가 말하기 때문일세. (중략) 그러니 이것만큼은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이 아니군. (중략) 그렇기 때문에 둘이 합쳐진 것이 신체를 지배하며, 이것이 사 람인 것인가? 알키비아데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만. 97

98 소크라테스: 무엇보다도 그것은 아닐 걸세. 어느 한쪽이 다스림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둘이 합쳐 진 것이 다스릴 방도는 전혀 없을 테니까. (중략) 사람은 신체도, 둘이 합쳐진 것도 아니니, 내 생각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거나, 그것이 무엇이기는 하다면 혼 말고 다른 게 결코 아니라는 결론이 남는군. 알키비아데스: 바로 그렇습니다. 소크라테스: 그러니 아직까지도 혼이 사람이라는 것에 관해 이 이상 분명하게 자네에게 논증할 필요가 있겠는가? (중략) 그러니 자신을 알라고 명하는 자는 우리에게 혼을 알라고 시키는 걸 세. (중략) 그러니 신체에 속하는 것들 중에 무엇인가를 아는 사람은 자신에 속하는 것들을 아는 사람이지, 자신을 아는 사람은 아닐세. (플라톤, 알키비아데스 I ) [다] 팔꿈치에 난 찰상으로 인해서 따가운 통증을 느끼게 되고, 식중독이 걸리면 복통과 메스꺼움이 뒤따른다. 당신의 망막에 빛이 투사되면 시각 경험을 가지게 되고, 주위의 사물에 대해서 믿음을 가지게 된다. 감각 표피가 자극을 받으면 여러 가지의 심적 사건들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이것들 은 멀리 있는 원인들이고, 심적 사건들의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두뇌 상태의 변화라고 할 수 있 다. 마취가 작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감각 기관의 말초 신경으로부터 오는 신경 신호가 차단되거나, 두뇌의 정상적인 기능이 방해를 받아서 중추 신경이 마비가 되면, 어떠한 고통도 경 험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정신생활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은 그것의 가장 근접한 물리적인 기반으로서 두뇌 상태(또는 중추 신경계)를 가진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심성의 존재가 적절한 신경 구조의 존재에 의존한다는 생각을 강력하게 지지해 주는 증거가 있다. 그것은 한 사람의 두뇌를 이루는 분자를 모두 제거해 버리면, 그의 정신생활이 모두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마치 그 사람의 신체를 이루 는 모든 분자를 제거해 버리면, 그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적 어도 사물들이 존재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김재권, 심리철학 ) 98

99 2011년 모의 다음 제시문을 읽고 [문항 1]과 [문항 2]에 대해 논술하라. [문항 1] 제시문 [가]가 어떤 사례를 설명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런 사례가 빚어진 이유는 무엇인 지를 제시문 [나]와 [다]를 근거로 설명하라. ( 자, 30% 배점) [문항 2] 제시문 [마]를 참조하여, 제시문 [나]와 [다]와 [라]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과 그 해 결의 방향을 논술하라. ( 자, 30% 배점) [가] 비키 디아즈는 34세로서 다섯 아이의 엄마이다. 필리핀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학교 교사를 하 다가 여행사에서 근무했던 그녀는 미국으로 건너왔다. 미국에서 비키는 로스엔젤레스의 비벌리힐 스에 있는 부유한 가정의 가정부 겸 두 살짜리 아들의 보모로서 일한다. 그녀는 연구 조사자인 라첼 파레나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도 내 아이들은 내게 집으로 돌아오라고 설득한다. 아이들은 내가 떠날 때 화를 내지 않았 다. 그때는 아이들이 아직 아주 어렸기 때문이다. 남편도 화를 낼 수가 없었다. 그것만이 아이들 을 기로도록 내가 실제적으로 도울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수가 있었다. 나는 매달 아이들에게 돈을 보낸다. 곧 출판될 자신의 저서 전지구적인 하인들(The Global Servants) 에서 라첼 파레나스는 엄 마되기의 세계화 인 이 당혹스런 이야기를 소개한다. 비키는 그녀가 여기서 소개하는 여성 응답자 의 이름이다. 비벌리힐스의 그 가족은 비키에게 주급 400달러를 지급한다. 그리고 비키는 다시 필리핀에 있 는 자기 가족의 가정부에게 주급 40달러를 지급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전지구적인 보살핌의 사 슬 속에서 사는 것은 비키와 그녀의 가족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비키는 파레나스에게 이렇게 얘 기했다. 보수가 많다 해도 일이 너무 힘들다. 옷을 다리고 있다가도 부엌에서 부르면 가서 그릇을 닦아 야 한다. 그것은 또 울적한 상황이기도 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모든 사랑을 아이(두 살 짜리 미국 아이)에게 주는 것뿐이다. 내 아이들과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든 사랑을 그 아이에게 주는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비키는 자신을 고용할 사람에게 자신의 아이들을 기른 경험이 있다고 말함으로써 일자리를 얻었다. 그녀의 얘기를 들어보자. 나는 신문 광고에서 그 자리를 알게 되었다. 나는 그 들에게 전화했고, 그들은 나에게 와서 면접을 받으라고 얘기했다. 나는 결국 채용되었다. 그들은 나에게 아이를 어떻게 돌보는지 아느냐고 물었을 뿐이고, 나는 나에게도 다섯 명의 아이가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이들을 보살핀 사람은 내가 아니었다. 가 정부가 그 일을 대신했기 때문이다. 세계 자본주의는 무엇이든 그것이 만지는 것에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그것은 거의 모든 것을 만지는데, 그 중에는 내가 얘기하는 전지구적인 보살핌의 사슬 도 포함된다. 이것은 유급 혹은 무급의 보살피는 일을 바탕으로 한 전세계 사람들 간의 일련의 개인적 연결이다. 대개는 여자들 이 이런 사슬을 만들지만, 어떤 경우에는 여자와 남자 모두가 만들고, 드문 경우에는 남자들만이 만든다. 이와 같은 보살핌의 사슬은 국지적, 국가적 혹은 전지구적일 수도 있다. 전지구적인 사슬 은(비키 디아즈가 이에 해당하는데) 대개 가난한 나라에서 시작해 부자나라에서 끝난다. 하지만 어떤 경우 그런 사슬은 가난한 나라들에서 시작하고, 바로 그 가난한 나라 안의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한다. 혹은 그것들이 하나의 가난한 나라에서 시작해 다른 약간 더 가난한 나라로 확장되고, 99

100 이어서 후자의 나라 안에서 하나의 장소와 다른 하나의 장소를 연결한다. 사슬들은 또 연결되는 지점의 수에서도 다양하다. 어떤 것은 하나이고, 어떤 것은 둘이나 셋이다. 그리고 연결되는 강도 도 다양하다. 이런 사슬의 한 가지 흔한 형태는 다음과 같다. (1) 가난한 가족의 손위 딸이 동생 들을보살피고, 그 동안에 (2) 어머니는 보모로 일하면서 다른 곳에 보모로 가 있는 사람의 아이 들을 보살피고, 후자의 보모는 다시 (3) 부자나라에 있는 가족의 아이를 보살핀다. 어떤 보살핌의 사슬은 보살핌의 대상(가령 아이나 혹은 돌봐야 할 나이든 사람)에 기반하고, 어떤 사슬은 보살핌 의 주체(보살피는 사람들 자신 그들도 보살핌을 받기 때문에)에 기반한다. 각각의 사슬 종류는 보 살핌의 비가시적인 인간 생태학을 표현하는데, 한 종류의 보살핌이 다른 종류의 보살핌에 의존하 는 식이다. (알리 러셀 혹스차일드, 보살핌 사슬과 감정의 잉여가치 ) [나] 경쟁의 세계에서 속도는 사회적 신분의 지표가 된다. 빠른우편 도장이 찍힌 편지는 이제 느림 보 라는 조소를 받는 일반우편보다 더 존중되며, 가난한 사람들은 더 천천히 움직인다. 이들은 기 다림이라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 권력자나 부자들을 위한 초고속 철도와 비행기 최고 속도의 자동차들에 의해 추월당한다. 속도는 고도로 정치적이다. 어떤 사람의 속도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 지불되기 때문에, 그래서 자동차 중심의 교통 시스템은 자동차에 의해 보행자와 자전거 탄 사람의 가던 길이 차단당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계속도를 넘어서면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의 시간을 빼앗지 않고는 시간을 절 약할 수 없다. 고 일리치는 말한다. 영국에서 도로 건설은 자동차 운행자의 시간 가치에 의해 정 당화되어 왔다. 즉 자동차 운행자의 시간은 시간당 3만 원의 가치로 환산되면서도, 자동차 도로 들이 파괴하는 풍경의 시간에는 그와 같은 가치가 부여되지 않는다. 운전자가 속도와 편안함 같은 혜택을 누리는 대가는 여타 보행자들에 의해 두려움과 신체적 부 상과 공기오염과 교통혼잡과 같은 형태로 지불되고 있다. 정서적으로 볼 때는 질주하는 운전자가 속도의 쾌감을 맛보는 동안 보행자들은 불안과 무력감 등의 장애를 겪는다. 이와 매우 유사한 것 이 서구화된 경제구조라 할 수 있다. 금융을 주도하는 자들이 그 시스템의 혜택을 누리는 동안, 그 지배력에의 접근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는 무산자들은 고용 불안과 빈곤에 시달린다. 제3 세계 외채 문제의 전문가 수전 조지는 금융자본이 얼마나 빨리 이동하는지(하루에 10억 달러 이 상이 이동한다)를 보여주면서, 세계는 빠른 계급 과 느린 계급 으로 양분되어 있고 빠른 계급은 혜택을 누리지만 느린 계급은 채무의 늪에 빠진다고 주장한다. (제이 그리피스, 시계 밖의 시 간 ) [다] 반다나 시바는 다국적기업에 의한 종자의 독점이 인류가 현재 직면한 최대의 위협이라고 한다. 지역 공동체가 주도하는 종자 보존 운동이 무엇보다 긴급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말할 나위도 없 이 씨앗은 재생이라는 생명 현상의 핵이며 생명의 재생 없이는 사회를 유지해 나갈 수 없다는 사 실 또한 자명하다. 그러면서 그녀는 그러나 라고 덧붙인다. 그러나 문제는 어지럽게 돌아가는 현 대 산업사회에는 생명의 재생에 대해 생각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우리는 생명의 재생을 기다릴 수조차 없게 된 것이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현대 세계를 뒤덮은 생태학적, 사회적인 위기는 재 생이라는 숭고한 가치가 격하되어 있는 데에 기인하고 있다. 지구촌의 풍요로운 음식 문화를 뒷받침해 온 재래 종자들이 최근 들어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이제 세계 작물 종자의 30퍼센트는 다국적기업 10여 개 사가 독점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재래 종을 취급하는 지역의 종자 회사들은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다국적기업은 수확량 면에서 유통에 적합한 1대 교배종을 개발하고, 다시 유전자 조작으로 새로운 종자를 만들어 농약과 함께 그것을 판매함으로써 시장 독점을 꾀해 왔다. 이러한 방식의 세계화와 균질화의 그늘에서, 지역의 전통적인 음식 문화와 그것을 지탱해 온 종자, 그리고 전승 문화들은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종 100

101 자의 균질화와 함께 생물의 다양화에 의해 유지되고 있던 생명 공동체 인 지역이 교란되고 쇠약 해지고 붕괴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 가운데 호주의 바이론 베이에 거점을 둔 종자 보존 네트워크 는 전세계에 공동체 의 종자 부활과 종자 은행 설치를 호소하고 있다. 또한 지역들끼리 서로 연합하여 세계화에 대항 하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곳 대표인 팬튼 부부는 자신의 집 주변에 견본 정원이랄 수 있는 야채 농원을 두고,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정성어린 슬로푸드를 대접하고 있다. 그 들에게 종자 보존 운동이란 각각의 종자가 갖고 있는 고유한 시간을 존중하는 일이다. 종자에는 긴 시간 속에서 배양되어 온 각 지역의 기후, 토양, 미생물 등과의 관계가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씨앗을 뿌리고 기르고 다시 씨를 거두고 계속해서 보존해 온 수세대에 걸친 농민들의 지혜와 삶 이 담겨 있다. 그래서 종자를 보존하는 일은 생태계의 시간과 문화의 시간을 지켜내는 일이기도 하다. (쓰지 신이치, 슬로 라이프 ) [라] 농업은 인간의 온갖 욕구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을 충족시키며, 제3세계의 대다수 민중에게 있어서 생계의 직접적인 원천이다. 그런데도 농부의 지위가 지금처럼 낮았던 일이 없다. 국제적인 경제 수뇌 회의에서 농업은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들에 관한 합의를 이루는 데 그저 장애물 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사실 현재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소규모 농부들은 다음 세대에 소멸되어 버릴 것이다. 농업에 응분의 가치를 부여하고, 직업으로서 농사의 지위를 높이도록 적극 노력함으 로써 이러한 추세를 우리가 역전시키는 것보다 더 절박한 일은 없다. 탈중심화된 개발 방식은 소 규모 농업에 막대한 이익을 줄 것이다. 수출용 작물보다 지역 소비용 식량 생산이 강조된다면, 그 들의 생산물이 보조금을 받은 수송 체계를 통해 멀리에서 실려 온 생산물들과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면, 그리고 대규모 농장과 기업농에 맞는 자본 집약적인 농업 시설이 아니라 지역의 조건에 적합한 농업 기술의 개발이 지원을 받는다면, 소규모 농부들의 형편이 더 좋아질 것이다. 그리고 살충제와 화학비료의 사용이 아니라 생태적으로 더 건전한 방법이 권장된다면 역시 농부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이미 많이 진행되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를 줄이는 농민 시장이 생겨 나고 있고, 세계적으로 수많은 개인과 단체들이 이미 증명된 전통적인 농업 체계의 성공에 고무 되어 지역에 기초를 둔 지속 가능한 대안들을 탐구하고 있다. 그러나 공식적인 지원은 아직 크게 뒤떨어져 있다. 유기농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정부들이 인정하고 있다는 고무적인 징 후가 있기는 하지만, 경제적 인센티브는 여전히 생명공학과 대규모 기업농 쪽에 주어지고 있다. 우리는 소규모의 다품종 농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긴급히 시행하지 않으 면 안 된다.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오래된 미래 ) [마] 17세기 중반 과학의 제도적 기관들이 형성되고 있었을 당시에 런던왕립학회 는 자신의 과제는 남성적 세계관을 고양시키기 위한 것 이라고 언명하였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진정한 남성적 시 대 의 막을 열고, 사람들을 자연과 자연의 모든 산물들에게로 인도하여, 자연을 인간에게 봉사하 도록 예속시키고, 자연을 사람의 노예로 만들어 정복하고 억누르기 위해, 즉 자연을 뿌리까지 흔 들어 놓기 위해서 새로운 실험적 세계관을 이용할 것을 주창하였다. 심지어 아리스토텔레스조차 도 여성적인 것을 하나의 기형 혹은 불구 로 생각했다. 그는 남성 과 여성 이라는 용어를 우주 에까지 확장하여, 영원불변의 하늘을 남성으로, 변화무쌍하게 생성하는 땅을 여성으로 보았다. 그러니까 서구 과학의 시초부터, 여성적으로 분류된 특성들은 과학에는 무관계한 것 - 심지어 는 위험한 것 - 으로 여겨졌다. 20세기 미국에서, 잡지 과학교육 에 실린 논문들은 과학자들 에게 의도적으로 모든 감정과 욕망을 포기하고 차갑게 생각하며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철저 히 자기 통제된 사고를 할 것을 촉구해 왔다. 101

102 우리가 우리의 인간성, 우리의 세계, 우리의 현실의 여성적 측면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우리가 느낌, 보살핌, 수용성, 협력, 직관을 무시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놓치게 되는가? 바바라 맥 클린톡은 이른바 도약 유전자 로 알려져 있는 이동성 유전 요소들을 발견하여 1983년에 노벨상 을 받았다. 이 발견은 환경이 유전인자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유전자가 유기체를 절대적으로 결정한다는 유전학의 핵심 교리를 거스르는 것이었기 때문 에 그녀는 거의 지원을 받지 못한 채 30년 동안이나 사실상 고립 상태에서 연구를 수행하였다. 그런데 그녀는 연구 대상으로부터 자신을 감정적으로 분리시키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옥수수 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자신의 연구를 설명할 때, 그녀가 사용하는 언어는 전투와 싸움 이 아니라, 애정과 친밀함과 공감이 담겨 있는 말들이었다. 나는 이 밭에 심겨져 있는 옥수수 하 나하나를 모두 식별할 수 있습니다. 나는 그것들을 아주 친밀하게 알고 있습니다만, 그렇다는 사 실이 매우 기쁩니다. 맥클린톡에게, 과학은 주체와 객체 사이의 구분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사랑이라고 해야 할 주의 집중에 기초하고 있었다. 다른 많은 유전학자들이 통계와 확률에 의존하고 있는 반 면에, 맥클린톡은 식물 하나하나를 이해하고자 했다. 맥클린톡의 생물에 대한 느낌 은 그녀의 연 구를 손상시키거나 방해하기는커녕 자신이 연구하고 있던 염색체들과 그녀가 더욱 가까워지도록 만들었다. 그것은 과학자로서의 그녀의 능력을 강화시켰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가 염 색체들과 함께 일하면 할수록 그 염색체들이 더 커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 ) 나는 염색체의 내부 구조를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 ) 나는 실제로 마치 내가 바로 거기서 그 염색체 들이 마치 내 친구들인 것처럼 느껴져서 놀랐습니다. ( ) 이런 것을 관찰하고 있으면 마침내 그 것들은 내 자신의 일부가 됩니다. 그리고는 나는 자신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자연과 연결되면 연구 결과에 대해서도 염려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린다 진 세퍼드, 과학의 여성적 얼굴 ) [문항 3] 아래 세 개의 제시문을 관통하는 논제를 밝히고, 개별 제시문들이 어떻게 관련될 수 있는 지 대해 아는 대로 논술하라. (1,000-1,200자 40% 배점) [가] 인간의 집은 한 공동체의 문화 체계를 반영한다. 생리적 욕구, 정서적 동기 이외에 문화가 집을 짓는 것이다. 흔히들 말하듯이 집은 원칙적으로 한 공동체가 지닌 우주상( 宇 宙 像 )을 본떠서 지어 진다. 집은 우주의 작은 모상( 模 像 )이다. 가령 시베리아 원주민의 저 유명한 파오는 하늘과 땅을 줄여놓은 모양이라고 생각된 것이다. 깔때기 모양의 파오, 그러니까 커다란 팽이를 거꾸로 엎어놓은 것은 같은 모양의 파오에 있어 그 원추형의 꼭지점은 북극성의 자리로 생각되고 있다. 그리하여 하늘이 북극성을 큰 못으로 삼아 걸려 있는 커다란 천막이듯이, 파오의 지붕은 원추의 꼭지점에 걸린 작은 천막인 것이다. 뿐만 아 니라, 하늘이란 천막이 대지를 덮고 있듯이 원추형의 지붕은 방바닥이라는 작고 좁은 대지를 품 고 있는 것이다. 이리하여 시베리아 원주민들은 하늘과 땅의 모상으로 만들어진 작은 우주 공간 에 살게 되는 것이다. (김열규, 한 그루 우주나무와 신화 ) [나] 수미산 세계의 모사( 模 寫 )로서 조선시대 사찰 배치의 서사 구조는 불교적 사유에 있어서의 공간 인식을 매개로, 깨달음에 이르는 길의 핵심이라 할 사성제( 四 聖 諦 )의 진행 과정을 반복한다. 1) 사찰 건축에 있어서 속세의 연장이자 사찰의 경계가 시작되는 진입 공간은, 사바 세계의 고 통을 인지함으로써 깨달음의 길을 출발하는 고성제( 苦 聖 諦 )의 단계에 해당한다. 이후에 연속될 집 ( 集 ), 멸( 滅 ), 도( 道 )의 과정을 위한 전제라고 할 수 있다. 102

103 2) 이어 나타나는, 산문의 반복과 중첩은 공간에 대한 반복적 정화, 참례자의 지속적인 수행의 과정을 의미하며, 이때의 수행이란 곧 자신 안에 존재하는 고( 苦 )의 원인을 밝히고 이를 끊어내는 과정이므로 산문의 통과는 집성제( 集 聖 諦 )의 단계로 해석된다. 3) 멸성제( 滅 聖 諦 )는 깨달음의 실재성으로, 사찰의 중심을 이루는 불전 영역이 여기에 해당한다. 산문의 통과 이후에 나타나는 마당[ 佛 國 土 ]과 부처가 존재하는 불전, 그리고 화려한 불전의 장엄 은 멸( 滅 )하여 성불한 자 (석가여래)와 그가 주재하는 불국토의 지고지순함을 보여줌으로써 중생 역시 깨달음의 길에 나아가도록 북돋우는 멸성제의 단계가 된다. 4) 보살전( 菩 薩 殿 )의 전각들은 도성제( 道 聖 諦 )를 구현하는 공간들로, 참례자는 화엄경의 선재동 자와 같이 이러한 전각들을 순행하면서 각 전각들에 모셔진 보살의 인도를 따라 깨달음의 길에 나아가게 된다. 불전까지의 과정이 고( 苦 ), 집( 集 ), 멸( 滅 )의 단계로서 사유와 인식의 과정이라면 보살전의 과정은 보살의 회향( 回 向 )과 중생의 실천행, 두 가지 지향의 결합을 통하여 중생이 스스 로 부처가 되기 위해 나아가는 도성제의 단계이다. (양상현, 조선시대 사찰 배치의 서사구조 ) [다] 교회는 세계의 중심 이자 진리의 거처 였습니다. 그러나 세계의 중심 이어야 할 교회는 광장의 후미진 곳에 지어졌으며, 진리의 거처 는 중심선 위에는 없고 오히려 광장의 후문과도 같은 장소 에 배치되었습니다. ( ) 그리고 광장 중앙은 자유로운 채로 방치해 두고자 했습니다. 거기에는 분수도 모뉴먼트도 설치되지 않았으며, 권력자가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상징물이나 조각물 같은 것도 놓이지 않았습니다. 광장에서는 사회적 언어 활동이 이루어집니다. 그리스인은 이것에 무척 민감했지요. 광장에 모 여든 사람들은 그곳에 서사적 환상이나 허튼 생각을 되도록 억제하고,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 는 사회적인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타인의 동의를 얻을 때마다 거기에 사회적 의미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러나 광장이 광장으로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또 다른 종류의 토폴로지 가 하나 연결되어야만 했습니다. ( ) 인간의 생명은 잠깐 동안의 생존만이 허용되는 덧없는 것이 며, 인간이 만드는 사회는 우주 속에 생겨난 보잘것없는 자율성을 가진 작은 섬에 불과합니다. 사 회에는 사회의 밖 이 있고, 인간의 사고에는 이해를 초월한 밖 이 있지요. 그 밖 이란 인간이 만 드는 사회의 공공성을 초월한 우주적 공공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람들은 일찍이 사회적 공공 성은 우주적 공공성으로 통하는 통로가 없는 한 인간을 에워싼 광대한 자연 속에서 의미를 잃는 다고 생각했지요. (나카자와 신이치, 예술 인류학 ) 103

104 PART4 적중! 예상문제 104

종사연구자료-이야기방2014 7 18.hwp

종사연구자료-이야기방2014 7 18.hwp 차례 1~3쪽 머리말 4 1. 계대 연구자료 7 가. 증 문하시랑동평장사 하공진공 사적기 7 나. 족보 변천사항 9 1) 1416년 진양부원군 신도비 음기(陰記)상의 자손록 9 2) 1605년 을사보 9 3) 1698년 무인 중수보 9 4) 1719년 기해보 10 5) 1999년 판윤공 파보 10 - 계대 10 - 근거 사서 11 (1) 고려사 척록(高麗史摭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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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 의 공포 *주민들은 어두운 방 안에서 온갖 지혜와 힘이 도움이 되지 않는 천재지변이나 살인적인 대혼란이 가져다주는 엄청난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와 같은 느낌은 기존의 질서가 뒤집 히거나, 더 이상 안전이 보장되지 않거나, 인간의 법이나 자연의 법칙이 보호해 누가 저 여인의 울음을 멈추게 할 것인가 기 드 모파상, 비곗덩어리 (1880) 외 이제부터 당신들은 새로운 지위를 획득했습니다. 당신들은 창녀가 아니라 특별봉사대원입니다. 당신들 은 임무를 완수해야 합니다. 당신들은 조국을 위해 봉사하는 육군의 협력자입니다. ( 판탈레온과 특별봉 사대, 233쪽) 빌어먹을, 하찮은 일이 너무 복잡해지고 있어. ( 판탈레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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