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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산 영 상 위 원 회 리 포 트 Winter Vol.36 BFCReport 파워인터뷰 <황해> 김윤석 Special Theme 부산영상위원회 오석근 운영위원장 신년 인터뷰 이제는 부산영화산업의 파이를 키워야 할 때 칼럼_ 아시아영상중심도시 부산의 빛과 그림자 칼럼_ 변화의 기로에 선 부산의 영상산업, 그 과제와 희망 영화인 추천맛집 김윤석, 하정우, 정대훈 PD Location vs Location 거기였군!_ 부산 로케이션 씨네맵 여기어때?_ 2011년 활약 할 새로운 로케이션

2 부산 영상산업을 이끄는 힘, 부산영상위원회 영화, 영상산업이 전무했던 부산을 영상산업 도시로 조성하기 위해 한국에서 제일 먼저 만들어진 필름커미션(Film Commission)이 바로 부산영상위원회입니다. 1999년 12월 20일, 부산영상위원회는 영화, 영상 인프라가 전무했던 부산에서 지방 행정기관과 영화제작팀을 연계하는 제작지원으로 촬영 유치를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까지 500여 편의 영화, 영상물이 부산에서 촬영되는 경이적인 성공을 거두었으며 한국의 11개 영상위원회와 일본 및 아시아 각지의 영상위원회 설립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후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2001년 11월)와 부산영상벤처센터(2002년 7월)의 개관으로 제작팀이 로케이션뿐만 아니라 실내 스튜디오 촬영과 카메라 장비까지 사용 가능해졌고, 부산영상후반작업시설(2008년 10월) 또한 준공되어 영화제작의 전 과정이 가능한 One-Stop 인프라가 부산에 구축되었습니다. 이에 매년 400~500억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발생시키고 부산지역의 영화 영상 업체 육성까지, 영상산업도시 부산 의 중심에 부산영상위원회의 바쁜 행보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내외 촬영팀을 유치하고 아시아 영상위원회의 주축으로 아시아 영화산업에 기여하며, 실내 스튜디오와 촬영장비 그리고 후반작업시설까지 아시아 영상산업의 관문이자 제작 중심 허브 도시 부산, 부산영상위원회가 만들어 갑니다.

3 CONTENTS Vol WINTER 04 News & On location 06 촬영지원기_ <어디로 갈까요?> 08 리뷰_ <수상한 이웃들>, <작별들> Special Theme 12 인터뷰_ 부산영상위원회 오석근 운영위원장 신년 인터뷰 16 칼럼_ 아시아영상중심도시 부산의 빛과 그림자 18 칼럼_ 변화의 기로에 선 부산의 영상산업, 그 과제와 희망 20 파워인터뷰_ <황해> 김윤석 24 영화인 추천 맛집_ 김윤석, 하정우, 정대훈 PD 25 Film in Busan_ 부산의 꿈, 365일 살아 움직이는 영화도시 28 Film indust-o-ry 영화산업이야기_ 중국, 어디까지 가봤니? 33 World Film Report_ 뉴질랜드, 독일, 싱가포르, 미국, 일본, 중국, 프랑스 52 부산과 영화_ 근대부산극장사 11회 56 아름다운 사람들_ 부산 영화판의 우직한 선수, 김희진 감독 58 극장가소식_ 국도&가람 예술관, 시네마테크 부산 61 부산에 보내는 편지_ 부산의 추억 62 Who Are in Busan Film Commission? 64 일러스트 이승원 Location vs Location 66 거기였군!_ 부산 로케이션 씨네맵 75 여긴어때?_ 2011년 활약 할 새로운 로케이션 발행처 사단법인 부산영상위원회 발행인 허남식 위원장, 부산광역시장 편집인 오석근 운영위원장 편집장 이진규 사무처장 기획 및 편집 김정현, 배주형, 이정표 자문위원 조종국 사진 이정표, 곽동민, 김종길 발행일 2011년 1월 3일(계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1동 1392 영화촬영스튜디오 2층 TEL ~6 FAX 디자인 제작 디자인글꼴 editor 신동윤 designer 한진수 cover illust 최유진 COVER STORY cover illust 최유진 2011년의 태양이 떠오른다. 세상을 비추는 태양은 끝없는 우주 속에서 사람들 이 살아가는 인생 곳곳을 비춰주며 타오른다. 태양이 떠오르면 세상은 감추고 있던 빛깔들을 드러내고 생동하는 세상이 되어 바삐도 돌아간다. 2011년 부산의 영화 영상정책은 하늘과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태 양처럼 영화산업의 활기를 더할 것이다. 지금은 부산영상위원회의 태양이 떠 오르는 순간! 그 영광과 에너지가 가득한 순간이 되길 기원한다. BFC Report 3

4 News 부 산 영 상 위 원 회 1. 메이드 인 부산 영화 한 단계 도약하다. - 부산 영화 기획전 개최 동네신문 편집장과 주변 이웃이 겪는 내 생애 가장 황당한 일주일 - <수상한 이웃들>(양영철 감독) 30대 여교수의 포르노적 환상을 통한 성적 주체화와 자유의 여정 - <심장이 뛰네>(허은희 감독) 사랑의 생채기를 안고 있는 소년 소녀가 여름 바닷가에서 우연히 만나 시작하는 두 번째 사랑 - <이파네마 소년>(김기훈 감독) 한국에서 일하는 엄마를 찾아온 조선족 남매 명희와 명호의 이야기 - <작별들>(김백준 감독) 최근 부산의 감독들이 부산에서 만든 다양한 영화들에 주목하며, 부산영상위원회는 지난 11월 16일부터 4일간, 01 4편의 부산 영화 들을 CGV 센텀시티에서 상영하는 기획전을 열었다.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로 여겨졌던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 코믹, 멜로, 휴먼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부산 영화들은 이번 기획전을 찾은 많은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지지와 성원을 받 았다. 특히 기획전 직전 안타깝게 사망한 <심장이 뛰네>의 여주인공 유동숙 씨에 대한 추모의 발길이 기획전으로도 이어졌다. 부 산영상위원회는 2011년에도 다양한 부산 영화들이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파네마 소년 심장이 뛰네 2. 부산영상후반작업시설(AZworks)에서 작업한 <적인걸> 대만 금마장 영화제에서 시각효과상 수상 쾌거 3. Together We are Better - 부산 영화 영상인들의 교류와 협력을 위한 송년 모임 부산영상후반작업시설(운영주식회사 에이지웍스)에서 영상 후반작업을 진행한 쉬커(서극) 감독의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 밀>이 대만 금마장영화제(Taipei Golden Horse Film Festival)에서 시각효과상(Best Visual Effects)을 수상했다. 지난 11월 20일 시상식을 개최한 제 47회 금마장영화제는 중 화권 영화제 중 가장 권위 있는 영화제로서 시각효과부분에 서 <적인걸>과 함께 펑샤오강 감독의 <대지진 After Shock> 등 총 4편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적인걸>은 지난 2009년 11월부터 2010년 8월까지 총 10개월 간 부산에서 컴퓨터그 래픽(CG)과 디지털색보정(DI) 작업 900컷 이상을 진행했으며, 그 중 150여 컷 이상은 전 화면이 CG 컷으로 작업되는 등 후 02 반작업 분량 자체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의 대규모 작업이 었다. 부산영상후반작업시설(운영주식회사 에이지웍스)은 이번 성 과를 바탕으로 향후 미국 영화의 영상후반작업까지 진행할 수 있도록 기술력과 해외 네트워크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같은 지역에서 활동하지만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서로 안부조차 묻기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부산지역의 영화 영상인들과 관련 기관, 단체 소속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가 지난 12월 20일 부산영화촬영스 튜디오 B에서 마련되었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서태건 원장의 제안으 로 모든 입장객들이 빨간 나비넥타이를 함께 맸으며, 부산영상위원회 오석근 운영위원장과 부산발전연구원 이언호 원장, 부산국제영화제 김 지석 수석프로그래머가 선곡한 삼바, 보사노바, 탱고 음악은 스튜디오 안을 한껏 부드럽고 흥겹게 만들어주었다. 바쁜 연말임에도 불구하고 각 기관의 기관장은 물론 실무자들까지 270명 이상이 참석한 이번 모 임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서로 얘기하고 의기투합 하는 의미 있는 자리 로 마무리되었다. 함께하신 분들 : 부산지역 감독, 연기자, 스태프 / 영화 영상관련 언론, 방송기자/ 부산관광컨벤션뷰로 / 부산광역시의회 / 부 산광역시청 영상문화산업과 / 부산국제광고제 / 부산국제단편영화제 /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 / 부산국제영화제 / 부산대학교 03 영화연구소 / 부산독립영화협회 / 부산문화재단 / 부산발전연구원 /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 부산영상포럼 / 부산영상후반작 업시설(Azworks) / 부산영화과교수협의회 / 부산영화영상산업협회 / 부산영화인협회 / 부산영화평론가협회 / 부산정보산업진 흥원 / 부산콘텐츠마켓 / 영화진흥위원회 / 입체영상공동연구센터 / 벤처센터입주업체 - 더 프리즘, 밀리디, 씨네랜드, 아이엠 아이, 이지원분장연구소, 지엑스, 채널9, 코아섬 / 언론 - 국제신문, 메트로 신문, 부산경남방송(KNN), 부산문화방송(MBC), 부 산일보, 연합뉴스, 한국방송공사(KBS) 부산총국 4. <황해> 시사회 개최 2010년 부산영상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연산동 과정사거리, 부산항 3부 두, 부산호텔, 동아대학병원 등지에서 촬영된 영화 <황해> (나홍진 감독 / 하정우, 김윤석 출연)의 시사회가 12월 22일 오후 8시 CGV 센텀시티 04 에서 개최됐다. <황해> 촬영을 지원한 부산소방본부특수구조단 부산 시설공단 부산의료원 부산항만공사 부산지방경찰청 연제경찰서 남부경찰서 해운대경찰서 동래경찰서 동부경찰서 사상경찰서 등 기관 및 일반인 700여 명이 초청되었으며, 영화에 대한 큰 관심을 반 영하듯 좌석의 맨 앞줄까지 꽉 차는 성황을 이뤘다. 4 WINTER 2010

5 영화도시 부산에서 현재 촬영 중이거나 촬영이 완료된 작품과 로케이션 장소를 소개합니다. On location 이방인들 10/1~6 감독 최용석 사물의 비밀 10/21~28 감독 이영미 위험한 상견례 11/28~12/5 감독 김진영 SBS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 11/13~14 제작사 필름문 제작사 필름프런트 제작사 전망좋은영화사 주요캐스팅 유재명, 장기훈 주요캐스팅 정석원, 장서희 주요캐스팅 송새벽, 이시영 주요지원기관 강서경찰서, 낙동종합사회복 주요지원기관 부산대학교, 태종대유원지사업소 주요지원기관 체육시설관리사업소 지관, 부산의료원 주요촬영지 기장횟집, 부산대학교, 태종대 주요촬영지 광안리 횟집, 국제시장, 대도예 주요촬영지 강서경찰서, 강서구 저수지, 강 식장, 사직야구장, 송도비치호넬, 신도시 교 서구 주택가, 강서구청 앞 도로, 강서체육공 황해 10/1~11/12 토술집, 파라다이스호텔 원역, 김해신어공원추모관, 낙동종합사회복 감독 나홍진 지관, 대저초등학교, 대저파출소, 덕구교회, 제작사 팝콘필름 부산의료원 주요캐스팅 김윤석, 하정우 감독 조효진 주요지원기관 부산지방경찰청, 동부경찰서, 제작사 SBS 연제경찰서, 해운대경찰서, 남부경찰서, 사상 주요캐스팅 유재석 외 경찰서, 동래경찰서, 부산의료원, 부산항만공 주요지원기관 부산항만공사 사, 부산소방본부 특수구조단, 동아대학병원 주요촬영지 국제여객터미널, 영도크루즈터 주요촬영지 3부두앞 도로, 감천항, 계좌터 미널 널, 과정사거리인근, 코스트코 앞길, 과정사 거리, 대남교차로 인근, 동아대학교병원, 보 모비딕 12/20~21 훈병원 앞 도로, 부산의료원, 3부두, 부산호 감독 박신규 다큐 <Kimchi chronicles> 12/1~2 텔, 사직운동장길, 울주군 해안가 제작사 팔레트픽쳐스 감독 Charlie Pinsky 주요캐스팅 황정민, 진구 제작사 frappe 푸른소금 10/1~8 주요지원기관 부산광역시청 주요캐스팅 Heather Graham, 감독 이현승 주요촬영지 자갈치 경복다방, 충무시설 Marja Vongerichten 제작사 스튜디오 블루 주요지원기관 해운대구청, 신세계백화점, 중 주요캐스팅 송강호, 신세경, 천정명 옥 12/24~27 구청 주요지원기관 광안대로사업소, 군수사령부, 감독 김대황, 김진태, 임선영, 김경연 주요촬영지 해운대바닷가, 개금밀면, 자갈치 해운대구청 제작사 오렌지시네마 시장, 남포동, 신세계백화점, 웨스턴 조선호 주요촬영지 광안대교, 광안시장, 동백섬 방 주요캐스팅 김미향, 손종범, 원태희 텔 파제, 문현동 주차장, 송정해수욕장, 임랑해 주요지원기관 동의대학교, 부산교통공사 수욕장 인근횟집, 죽성마을, 해운대 홈플러스 주요촬영지 해운대 모텔, 동의대, 지하철, 당 MBC <이웃사랑 특별생방송> 12/9 감동 주택가 감독 배운영 어디로 갈까요 11/14~12/6 감독 진승현 CF <자이 아파트> 10/1~2 제작사 문화방송 주요캐스팅 김상혁, 오종혁 제작사 진진엔터테인먼트 감독 김상태 주요지원기관 부산항만공사 주요캐스팅 김규리, 유건 제작사 (주)우라늄235 주요촬영지 국제여객터미널 주요지원기관 광안대로사업소, 해운대구청, 주요캐스팅 일반모델 사하구청, 한국철도공사, 경성대학교 주요지원기관 해운대구청, 신세계백화점 주요촬영지 감천동 주택가, 경성대 거리, 경 주요촬영지 신세계백화점 센텀점, 해운대해 CF <기아자동차> 12/10 성대학교, 광안대교, 광안리 방파제, 국제시 수욕장 감독 조원석 장, 남포동 거리, 다대포해수욕장, 대변초등 제작사 (주)우라늄238 슈퍼스타 10/1~11 학교, 대연동 주민센터 앞, 동명대학교, 매 단편 <천사의 마지막 유혹> 11/11~14 주요캐스팅 지진희, 한효주 감독 임진순 쉬노트 모텔, 민락회센터, 범천동 주택가, 감독 김지룡 주요지원기관 해운대구청 제작사 스토리룸 보수동 책방골목, 부산역, 서면 1번가, 부산 제작사 한국예술종합학교 주요촬영지 동백섬 방파제, 누리마루길 주요캐스팅 김정태, 송삼동, 장경아 영상위원회 사무실, 을숙도 주요캐스팅 전문배우 주요지원기관 해운대경찰서, 센텀시티점, 추 주요지원기관 부산광역시청 모공원사업소, 한국도로공사 패는여자 12/1~4 주요촬영지 금정산 폐성당, 충무시설 CF <듀오> 12/15 주요촬영지 그랜드호텔, 대영시네마, 센텀시 감독 김춘식 감독 이명훈 티점, 미포횟집, 부산국제영화제 행사장, 부 제작사 프로젝트A 필름 단편 <알파 센터우리> 11/13~17 제작사 아프리카 산톨게이트, 추모공원, 케네디바, 해운대 모 주요캐스팅 조주현, 전세홍, 오달수, 조상구 감독 정윤철 주요캐스팅 전문배우 텔, 중1동 치안센터, BMW매장 주요지원기관 부산항만공사, 온병원 제작사 입체영상문화기술 공동연구센터 주요지원기관 해운대구청 주요촬영지 동부부산컨테이너터미널, 봉래 주요캐스팅 김희, 최태석 주요촬영지 달맞이길, 미포철길 도로 산, 영도다리아래, 온병원, 용호부두 주요지원기관 온병원, 해운대구청 주요촬영지 온병원, 해운대해수욕장, 부산영 화촬영스튜디오 BFC Report 5

6 촬영지원기 어서오세요 손님 어디로 갈까요? 6 WINTER 2010

7 오륙도가 내려다보이는 천주교 공원묘원 앞에서 이루어진 촬영현장. 이날 촬영은 빡빡한 일정 탓에 여러 장소를 옮겨가며 진행되었다. 이곳에서는 희영(김규리)과 준호(유건)가 택시를 타고 묘지에 도착 하는 장면이 인서트 위주로 촬영되었다. 올 초 개봉한 <7월32일> 이후 2번째 장편을 만들고 있는 진승현 감독. 진승현 감독(우)과 준호 역의 유건(좌). 본인 촬영이 아님에도 상대 배우들의 모니터까지 열심히 해주 고 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하는 희영 역의 김규리(좌). 희영은 옛 남자친구의 행방을 찾아 예전 대학 교수를 찾아간다. 상대배우는 실제 대학 교수인 이희승 교수(우). 같은 과 교수이기도 한 진승현 감독과의 인연으로 카메오로 출연한다. 전문배우가 아님에도 김규리와 좋은 호흡을 보이며 몇 차례 NG없이 무난히 촬영을 이어나갔다. 햇빛이 부서져 흩어진 부산 오륙도 앞바다는 눈이 부시도 록 반짝이고 있다. 숨이 막힐 듯 탁 트인 바다의 절경을 따라 나 있는 고요한 도로. 택시 한 대가 여자 승객 한 명 을 태우고 도로 옆 작은 골목길로 들어선다. 잔잔한 바다와 닮아 있는 한 여 자와 그 길을 따라 운전을 하던 한 남자는 차를 멈추고 내린다. 간간이 불어 오는 바람에 그녀의 긴 머리가 살짝 흔들린다. 왜 하필 이곳일까? 둘만의 추 억이 묻어있는 곳일까? 아니면 누군가를 찾아온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드는 순 간 컷! 오케이~ 감독님의 시원한 컷 소리가 공기 중으로 울려 퍼진다. 자 칫하면 허공으로 사라져 버릴 뻔했던 장면들이 숨죽이며 돌아가고 있는 카메 라의 필름에 한 컷 한 컷 새겨지면서, 영화의 한 장면으로 살아나고 있었다. 휴우~ 혹여나 NG라도 날까 모두 숨죽이며 배우의 몸짓과 움직임을 하나 하나 따라가던 모든 스태프들도 그제야 일제히 안도의 한숨을 내어 쉰다. 신기하게도 감독님의 컷 소리에 지극히 평범한 부산 거리의 골목도, 추워진 날씨만큼 한껏 물들어버린 낙엽들이 바람에 날리는 대학의 캠퍼스 풍경도 모 두 멋진 영상으로 재탄생 된다. 영화 <어디로 갈까요?>는 가족과 일 때문에 스스로 나 자신을 버린 채 누군가 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자 한다. 어딘가로 가기 위해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택 시 라는 대상을 통해 언젠가 꿈꿔 보았을 자유 에 관한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나가는 영화다. 주인공 희영과 준호는 택시를 타고 부산 곳곳을 누비고 다닌다. 부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거리와 골목, 그리고 고요해 보이지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바다라는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이 영화가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와 잘 어우러져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촬영 현장에서 아무렇게나 기른 듯한 자연스런 머리 위에 남색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쓰고 편안한 청바지를 입고 있는 한 남자. 그가 바로 <어디로 갈까요?> 의 감독이자 동명대학교 언론영상학과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진승현 감독이 다. 감독이라고 하면 무섭고 딱딱할 것이라는 개인적 선입견과는 달리 장난기 가득해 보이는 얼굴로 농담을 던지기도 하며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 어내는 그는 옆집 아저씨처럼 친근하다. 하지만 촬영이 시작되기만 하면 좌중 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로 배우와 스태프 모두를 자연스럽게 리드해나간다. 오전 일찍부터 시작된 촬영과 이동이 많은 고된 스케줄에 지칠 법도 하지만 촬영장내부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깔깔 깔 넘어간다. 촬영 중 잠시 휴식시간에 나누어준 음료수 하나라도 스태프들 은 서로서로 챙겨주기에 바쁘고 감독님과 친구처럼 자유롭게 이야기도 나누 며 더 좋은 장면을 담기 위해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감독과 스태프들이 엮어낸 시간과 노력의 결과물임을 알기에 촬영현장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길 어질수록 더욱 영화의 내용이 궁금해진다. 감독님. 어디로 갈까요? 유난히 이동이 많았던 촬영인 만큼 스태프들이 수 없이 내뱉었던 질문 어디로 갈까요?. 이것은 그만큼 부산 곳곳에 숨어 있는 부산 특유의 냄새를 스크린에 담고자 하는 수많은 스태프들의 노력과 극 중 여주인공이 자신을 찾아 떠난 그 길 위에서 진짜 나 를 찾기 위한 처절한 몸 부림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글 박희수 동서대 영상문학전공_ 사진 이정표 감수 박미정 동서대 영상매스컴학부 교수 BFC Report 7

8 리뷰 아버지의 세계로 귀환과 웃음의 약수터 양영철의 <수상한 이웃들> 글 문관규 부산대 예술문화영상학과 조교수_ 은 사람들>은 개별적인 완결성을 갖는 이야기이지만 인물의 연관성과 서사의 진전을 보여준다. 구조의 완결성은 코미디의 무질서함과 유연성을 위협할 수도 있었지만 인물 들이 독자적인 사건을 만들어 가면서 단조로움을 피해간다. 인물은 고유한 캐릭터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한편의 영화적 서사에 발을 맞춘다는 점에서 마스게임에 참가한 잘 훈련된 여학생 같다. 인물의 역할 분담도 백화점의 상품 진열처럼 가지런하다. 예를 들 면 개장수와 택시운전수와 노래방 도우미는 사건을 만들어내고 지방 신문 기자와 학 교 선생님은 사건의 피해자이면서 수습하려는 사고 처리반 역할을 한다. 양영철 감독의 스타일은 문법적인 코미디 전략과 자동인형처럼 잘 움직이는 인물로 요 약된다. 그의 작품은 에피소드는 나열되었지만 산만하게 확산 되지 않고 한편의 이야 기가 나무 줄기처럼 작은 갈래들을 정교하게 수렴해낸다. 그는 결국 우리는 서로 다 르지만, 서로 오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해하고 연대하여 모두 행복을 성취하 자 는 따뜻한 화해로 귀결된다. 인물은 악인과 선인이 고루 등장하지만 악인들조차도 미워할 수 없는 인간이다. 개장수는 자신의 사업 실패에 대한 보복으로 박 기자에게 협 박전화를 한다. 하지만 그는 결국 받은 만큼 돌려주는 정도의 소박한 사적 보복에서 멈 춘다. 조직폭력배 출신인 봉봉건설의 사장 역시 험악한 문신이 아닌 야한 문신을 배에 그리는 정도의 선에서 자신의 직업적 정체성을 드러낼 뿐 구체적인 폭력은 삭제되어 있다. 모두 인물의 정체성을 유지할 정도의 악행만을 보일 뿐 임시로 나온 부랑아의 세 계에서 아버지의 선한 세계로 투항하거나 귀순하려는 인물들이다. 이와 같은 인물은 양영철 감독의 인간을 바라보는 태도에 기인한 듯하며 이로 인해 <수상한 이웃들>은 따뜻한 영화 혹은 휴머니즘에 충실한 코미디의 모범답안으로 평가될 것 같다. 헤세 식 으로 정리하자면, 아버지의 세계에 발 딛고 있거나 일시적으로 외출한 인물들이 다시 아버지의 집으로 귀가하는 코미디다. 우리는 모두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해할 수 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성장 소설의 대명사였다. 주인공은 세 계를 둘로 나누어 설명한다. 하나의 세계는 아버지의 집이며 그 곳에는 자신의 보호자이자 지지자인 부모가 있다. 그 세계는 어 머니와 아버지 라는 문패가 걸려 있으며, 동의이음어는 사랑과 엄격함, 모범과 학교 였다. 이 세계는 책임과 양심과 선한 원칙과 성경의 말씀이 존재하는 밝고 긍정적인 세계의 집합체다. 또 하 나의 세계는 하녀와 직공들이 있고 유령 이야기와 스캔들 로 채 워진 곳이다. 이곳의 공간은 도살장과 감옥 이며 등장인물은 술 취한 사람과 악쓰는 여자들과 부랑자들 로 명단이 작성되고 사건 은 강도, 살인, 자살로 이어진다. 주인공은 아버지의 세계가 주는 안정과 질서도 위안을 주지만 악당과 탕아들이 마음을 더 사로잡 았다고 고백한다. 영화의 주소지는 유령과 스캔들이 난타전을 치 르는 부랑자들의 세계에 가까이 있다. 양영철의 <수상한 이웃들>은 아버지의 세계에 사는 자들이 부랑 자들의 세계에 발목 잡혔다가 다시 귀환하는 영화다. 이는 토도 로프가 말한 이야기의 공식인 균형에서 불균형으로 갔다가 다시 균형으로 귀환하는 방식에 가깝다. 몇 개의 에피소드가 단일한 이 야기의 완결성을 갖고 있다. 다섯 개의 퍼즐이 각자의 독립된 색 깔을 갖고 있으면서 덧붙여 놓으면 <수상한 이웃들>이라는 한 개 의 큰 퍼즐로 완성되는 구조다. 양영철 감독은 감독과의 대화에 서 단편 시나리오를 써내러 가다 장편으로 완성되었다는 제작 에 피소드를 알려주었다. <잘못된 만남>, <해피버스데이>, <옆집 여자>, <택시드라이버>, <좋 수 상 한 이 웃 들 오해 장면과 기대의 전복으로 웃음을 유발하다 웃음이 부족한 시대다. 웃음은 사적인 자리에서도 만들지만 텔레비전과 영화는 직업적 으로 생산해낸다. 코미디는 웃음의 생산과 행복한 결말 을 위해 존재하는 장르다. 웃 음의 생산의 위해서는 웃기는 장면이라는 무기를 사용하고 행복한 결말은 인물들의 화 해라는 서사적 완결을 선호한다. 양영철의 <수상한 이웃들>은 웃음의 생산과 행복한 결 말이라는 두 개의 자로 재볼 때 합격통지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 작품이다. 웃음은 백 화점식으로 다양한 희극전략이 동원되었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희극전략은 오해 장면 과 기대의 전복이다. 오해 장면은 특정인이 정보에서 소외되어 오해를 유발한다. 기대 의 전복은 관객의 기대를 뒤집는 마지막 장면의 등장으로 놀람과 기대의 해소로 인한 안도의 웃음을 만들어낸다. 봉계 신문사 사무실 장면은 오해 장면의 전형이다. 옥 차장은 부하 직원들에게 홍보성 기사를 작성하고 광고를 수주해 올 것을 닦달한다. 박종호(박원상 분)는 개장수에게 전 화로 협박 받고 있으며 아침부터 왜 그러십니까? 라고 화를 낸다. 편집장은 자신에게 항의한 것으로 오해하고 움찔한다. 편집장은 사무실에서 부하직원들에게 죽고 싶냐고 으름장을 놓으며, 이때 수화기 안에서 개장수는 박종호에게 죽고 싶냐고 공갈 협박을 자행한다. 이에 박종호는 수화기를 향해 죽이든지 말든지 맘대로 하쇼 라고 화를 낸 다. 옥 차장은 자신에게 항의한 것으로 오해 하고 박종호에게 컵을 날린다. 다음 컷에 서 옥 차장은 박종호에게 아깐 미안했어 라고 사과를 한다. 박종호의 전화에 대한 옥 차장의 오해장면이다. 오해 장면의 압권은 옆집 여자 윤세아와 박종호의 모텔 앞 장면이다. 취해서 늦게 귀 가하고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에게 함부로 말하는 옆집 여자 윤세아에 대해 박종호는 관심이 많다. 박종호는 회사 회식 자리에서 노래방 도우미로 들어온 윤세아를 만난다. 박종호는 동료들과 엎치락뒤치락 소동을 벌인 다음 윤세아와 함께 밖으로 나온다. 박 종호는 음주운전을 해서 집으로 귀가하려고 하고 윤세아는 술 깨고 출발할 것을 권유 8 WINTER 2010

9 한다. 여자는 모텔 입구에서 남자를 부른다. 박종호의 시점샷으로 뉴하얏트 모텔이라는 간 판이 들어온다. 박종호는 모텔에 함께 투숙하여 술을 깨고 가자 는 제안으로 생각하고 기 대에 부풀어 있다. 박종호는 술 깨려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라고 볼멘소리를 내면서 숙박비를 지불하기 위해 만 원권을 꺼낸다. 윤세아는 만 원은 안돼요 하면서 커피 자판기로 향한다. 머쓱해진 박종호는 모텔을 바라본다. 윤세아는 모텔 가자고 그런 줄 알았어요? 라 고 채근하면서 눈을 흘긴다. 박종호의 모텔 간판의 시점 샷으로 인한 오해와 윤세아의 교묘 한 제안은 모텔행에 대한 남성의 기대와 이의 좌절로 실소하게 한다. 기대의 전복 장면은 관객의 기대가 마지막 쇼트로 인해 뒤집어지면서 놀람과 웃음을 생성한다. 기대의 전복은 놀람과 웃음으로 공포감과 감정의 이완을 왕래하게 한다. 첫 장면은 윤미가 맨발로 황량한 거리로 걸어나오는 장면을 로앵글로 잡았다. 하늘은 먹구 름이 가득 차있어 불길한 분위기를 만들고 여자는 맨발에 속옷 차림으로 울면서 넋을 잃고 거리를 비틀거리면서 걸어간다. 그리고 후경의 공중전화 부스로 대피하듯이 들어가고 이곳 은 자신의 위급함을 외부에 알리는 통로이다. 여자는 예기치 못한 폭력의 피해자이며 그곳 에서 구출의 신호를 누군가에게 보내려 한다는 사실을 관객은 상상의 시나리오로 써내려가 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만남>에서 윤미와 민기의 대화를 통해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고 싶었는데 전화할 사람이 없었다는 것과 미혼모인 윤미가 아이의 시신을 처리하지 못 해 고심했음이 뒤늦게 밝혀진다. 이 장면은 이 영화가 공포스러울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하 지만 다음 장면에서 코미디임을 이실직고하면서 속임수 장면이라는 사실이 드러낸다. 공중전화 부스에서 울고 있는 윤미에게 민기는 감정이 끌린다. 민기와 윤미는 술을 마시게 되고 두 사람은 윤미의 자취방에 함께 있게 된다. 민기는 성적인 기대감으로 윤미를 대하나 윤미는 민기에게 부탁을 한다. 민기는 윤미의 방에 놓여 있는 비키니 옷장을 열자 그곳에서 죽은 유아의 시신을 발견한다. 비키니 옷장을 여는 장면은 관객의 기대를 하게 하고 그 긴 장감은 시신의 출현으로 공포와 놀람으로 상승한다. 민기는 박종호를 데리고 윤미의 방으 로 돌아오고 긴장 속에서 옷장을 향해 다가갈 때 토끼 인형을 밟아 삑소리가 난다. 비키니 옷장으로 다가가는 긴장과 인형에서 내는 소리의 충돌은 이 영화의 압권이다. 이는 긴장과 이완, 놀람과 웃음이 종이 한 장 차이이자 한 지붕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보여준 디테일한 장면이다. 긴장과 이완, 웃음과 놀람의 변주는 형광등 교체 장면에서도 반복된다. 박종호는 윤세아의 부탁으로 형광등을 갈아 준다. 윤세아는 박종호의 바지 지퍼가 열린 것을 보고 웃 는다. 박종호는 부끄러워 지퍼를 추스르다 그만 윤세아를 덮치며 쓰러진다. 그때 공포 영화 의 사운드로 바뀌면서 박종호는 공포에 떨며 치매에 걸린 노인이 다가오는 것을 바라본다. 다음 컷에서 어머니는 방에 떨어진 과자를 주워 먹기 위해 다가온 것이고 박종호는 괴한의 공격으로 오해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놀람과 기대의 전복을 통한 희극장면의 전형이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좋은 사람들>에서도 마지막 반전으로 기대가 전복되고 오해가 풀린다. 수 상 한 이 웃 들 <좋은 사람들>에는 개장수 부부와 박종호 부부 그리고 봉계 신문사 사원들과 택시운전사가 모두 모여든다. 그동안 갈라 져서 진행되었던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몰려들어 대단원 의 화해를 시도한다. 옥 차장은 퇴임을 하고 봉봉건설의 사장이 신문사를 인수한 다고 발표한다. 박종호는 늘 신문사를 그만둘 기회를 노리고 있었기에 반가워한다. 하지만 옥 차장은 후임 편집장으로 박 종호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박종호 일행은 카페 좋은 사람들 에 도착하고 개장수와 만 나 말다툼을 한다. 개장사는 옥 차장에게 닭똥집 뒤집어지 게 생긴 여자 라고 해서 옥 차장을 자극하고 미라(전미선 분) 는 남편 박종호가 여자와 모텔에서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 추 궁하고 인물과 인물들이 서로 무질서하게 얽혀서 카오스로 변해간다. 한편에서는 30년 만에 만난 아버지를 용서 못 하 고 죽여버리고 술 한 잔 마시기 위해 왔다는 택시운전수가 울분을 토하며 술집 주인에게 내 말 좀 들어달라고 하소연한 다. 택시운전수는 자신의 대화가 주변의 소란으로 끊기자 식 칼을 들고 손님들을 위협하여 꿇어 앉힌다. 여기서 코미디는 공포 영화의 긴장을 갖게 된다. 택시 운전사가 손님들을 위 협하면서 절정에 치달을 때 그는 뒤통수를 맞고 쓰러뜨린다. 여기서 쓰러진 자는 협박하던 택시운전사이지만 관객의 공포 감도 일시에 무너지며 긴장이 이완된다. 택시 운전사는 그의 부인 윤세아의 공격에 쓰러진 것이다. 윤세아는 남편인 택시 운전사가 술만 먹으면 아버지 죽였다고 떠드는 버릇 을 모 두에게 폭로한다. 택시 운전수의 협박은 단지 술버릇이었던 것이다. 윤세아는 무대 장치에서 불쑥 나타난 신 deus ex machina 이다. 우연한 해결은 코미디다운 결론이다. 코미디는 개 연성 없는 행위, 산만한 내러티브를 환영하는 유일한 장르다. 좋은 사람들 에서 이들은 서로 화해하면서 관계를 복원하여 좋은 사람들로 거듭나서 밖으로 나간다. 좋은 사람들 의 공 간은 카오스의 공간이며 동시에 택시운전수에 의한 제의적 죽음을 겪은 공간이고 여기서 그들은 상호 소통과 관계의 회 복을 통해 좋은 사람들로 재생한 셈이다. 코미디는 늘 무질 서를 통한 구질서의 퇴각과 새로운 질서의 탄생을 약속한다. 영화평론가 정성일은 영화관에서 불이 꺼지면 우리들은 혼 자가 된다. 아니, 정확하게 둘이 된다. 영화와 나, 주어와 목 적어 라고 했다. <수상한 이웃들>은 영화가 끝나면 세 가지가 남게 된다. 영화의 기억과 나, 그리고 웃음의 여운이다. 여기 서 웃음은 시골에서 상경한 촌부에게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 드리고 난 다음 얼굴에 남는 잔여 표정과 닮았다. 코미디는 영화관을 웃음의 주유소로 만든다. 코미디의 웃음은 웃음이 부족한 극장 밖의 세계가 지속될 때 산속의 약수터처럼 관객 의 발길을 끌어당긴다. <수상한 이웃들>은 웃음의 약수터다. 이 영화가 어머니와 아버지의 세계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관 객뿐만 아니라 도살장과 감옥의 부근에서 거주하는 인간들에 게도 생수처럼 제공되길 희망한다. BFC Report 9

10 이 아이는 죽어야 했다 김백준의 <작별들> 글 강소원 영화평론가_ 더없이 가혹한 성장영화 필사적으로 달려가는 아이들의 뒤를 쫓는 카메라가 불안하게 흔 들린다. 15살쯤 되어 보이는 누이와 대여섯 살 즈음으로 보이는 남동생은 매일의 일과처럼 이곳 공항에 나온다. 동생은 헉헉대며 어머니, 아이 왔니? 라고 누이에게 묻는다. 아마 어제도 똑같은 질문을 했을 것이다. 말투로 짐작건대 이 아이들은 멀리서 온 한 국사회의 이방인들이다. 게다가 지금은 어머니와도 떨어져 있는. 그 위에 영화 제목이 무심히 뜬다. <작별들>(Separated). 김백준의 두 번째 장편 <작별들>은 이 첫 오프닝으로 이미 꼼짝 달싹 못하게 갈 길이 정해진 영화가 되었다. 부모와 떨어져 먼 곳 에 버려진 이 아이들의 삶이 어찌 될 것인지 짐작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들의 삶이, 그들의 경험이 얼마나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혹독하고 비극적일 지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영화는 거의 초반부터 자신들의 삶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들기 위해 이 아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아 버지는 오래전에 가족을 버리고 다른 여자에게로 갔다.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찾아 중국으로 갔다. 언제 갔는지 언제 돌아올지 도 모른다. 연락도 없는 어머니를 아이들은 매일 기다린다. 폐종 이박스를 줍는 일도 여의치 않고, 이 소녀에게 일자리를 줄 어른 이 있을 리 없다. 요컨대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작 별 들 그러니 이들에게 남은 것은 오로지 죽음의 가능성. 그런 것도 성장영화라고 한다면 이 성장영화에 어른거리는 죽음의 그림자가 너무나 짙어서, 그리고 (아마도) 감독의 구상 에서 그것이 강박처럼 초점화되었으리라는 점에서, <작별들>은 가장 가혹한 성장영화 중 한편으로 보인다. 사회 바깥에 놓인 투명한 존재 <안개 속의 풍경>(1988, 테오 앙겔로풀로스)처럼 시작해서 <아무도 모른다> (2004, 고 레에다 히로카즈)처럼 전개되는 <작별들>은 그러나 그리스 현대사의 정치적 은유인 < 안개 속의 풍경>처럼 아비를 찾아 떠나는 로드무비도 아니며, 현대 일본 사회의 정신 적 마비를 그린 <아무도 모른다>만큼 어미 없는 세상에서 방 안에 갇히지도 않는다. 그 보다 훨씬 평면적이고 단순한 이 아이들의 삶은 그럼에도 최종적인 그 '검은 구멍'을 향 해 점진적으로 다가간다. 결과적으로 뿌리 없는 어린 존재들의 이야기는 컨텍스트가 제거된 텍스트가 안기는 허망함으로 더욱더 비극적이 된다. 우선 <작별들>은 제목 그대로 여러 사람들과의 작별을 차례로 그린 영화이다. 먼저 주 인공 명희와 명호 남매는 영화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아버지에게 버림받았고 그 후 어머니와 작별했다. 그리고 그들이 알고 지내는 유일한 어른인, 연변에서 온 동포 아주 머니도 불법이민자로 경찰에 끌려갔다. 가스, 본드, 약에 취해 사는 소년 용규는 그들 의 유일한 친구가 된 직후에 그들의 신의를 저버리고 떠나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 린 동생이 누이의 곁을 떠난다. 기이한 점은 아이들에게 찾아온 이 모든 작별의 과정들이 사회 바깥에서 일어난다는 점이다. 이 아이들은 정말이지 완벽하게 제도 바깥에 존재한다. 그들이 왜 그렇게 지내 는지 궁금해 하거나 의아한 시선을 던지는 어른은 아무도 없다. 심지어는 집세를 독촉 하는 집주인조차 없다. 말 그대로 그들은 한국사회에서 투명인간이다. 한국사회의 공 인된 일원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국인이 아닌 것도 아닌 그들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사각지대에서 마치 투명망토라도 뒤집어쓴 듯 그대로 방치되었다. 물론 어른들이 이들 의 존재를 알게 되면 그들의 상황이 지금보다는 더 나아졌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는 아 니다. 오히려 거꾸로 어른들이 그들 삶에 개입한다면 그들의 삶을 더 빨리 더 가혹하 게 망가뜨리는 괴물이 되었을 것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끝끝내 의아한 것은 연변에서 온 이 아이들을 다루면서 감독은 그 어떤 사회 적 정치적 함의를 다 지워버리려 했다는 점이다. 그럴 경우 그들의 운명은 단 하나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 죽음. 나는 감독이 결국은 이 아이들의 죽음을 말하기 위해 이들 을 호출했다고 여기게 되었다. 그 죽음이 예정된 것이라는 암시는 영화 곳곳에서 발견 되고 그것은 결국 성장할 주체가 소멸된 성장영화라는 아이러니를 낳는다. 그 결과 우 리가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주변부-아이들의 죽음은 우 리에게 죄책감을 불러일으킨다. 누가 그들은 죽였는가? 이런 것들은 모두 싸그리 잡 아서 지네 나라로 보내야 되는 건데 라는 독설을 내뱉던 어떤 여자어른? 명희의 연변 말투를 듣고 뭐야 이건 또 라는 즉각적인 반응 뒤에 (그런 존재들 때문에) 동네가 아 주 좆같다 라고 일갈하던 그 소년? 명희와 명호, 그들이 지금 이 처참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의 일차적 책임은 그들 부모 에게 있겠지만 그보다 이 영화가 더 강조하고 있는 점은 사회적 무관심 일 것이다. 그 래서 영화는 그들이 처한 사회정치적 컨텍스트를 지우는 것으로 그것을 표현했다. 하 지만 나는 그것이 충분치 않을뿐더러 적절하지도 않다고 느낀다. 사회적 컨텍스트를 지우면 사회적 무관심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토대하고 있 는 텍스트가 빈약해진다. 그 결과 김백준 감독이 기댈 수 있었던 것은 아이의 죽음 밖 에는 없었을 것이다. 10 WINTER 2010

11 예고된 죽음 죽음의 공간인 갈대숲을 담은 두 개의 시퀀스를 보자. 처음에 명호는 누나와 함께 그곳으로 갔다. 카메라가 롱 쇼트 패닝으로 그 공간을 비출 때 들판 저 멀리 냉장고가 보인다. 그들 은 꽤 크고 깊은 웅덩이 가까이로도 가보고, 나뭇가지에 걸린 연을 보고 높은 나무 위에도 올라간다. 그리고 들판에 버려진 냉장고 앞에서도 한참을 서성였다. 웅덩이에 빠질까, 나무 에서 떨어질까, 걱정했던 우리는 그 첫 번째 갈대숲 시퀀스가 아무 일 없이 끝났을 때 그저 안도하게 되지만은 않는다. 그것을 보여주는 감독의 시선에는 우리가 염려했던 일이 다음 번에 일어날 것이라는 강한 예감을 갖게 하는, 죽음이 어른거리는 시선이었기 때문이다. 명희가 앓아누운 날, 마침내 그 예고된 비극은 일어난다. 누이는 아프고 약쟁이 동네 형은 명호를 내쫓았다. 갈대숲으로 간 명호는 나무 위에 올랐다가 과자봉지를 떨어뜨리고 저수 지에 빠진 과자봉지를 건져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결국은 냉장고에 갇히고 만다. 이 냉장고는 처음 왔을 때보다 훨씬 유혹적인 모습으로 그곳에 있다. 처음에 덩그러니 놓여 있 던 냉장고 옆에 이젠 소파와 TV, 담요, 녹음기와 곰 인형, 농구공이 잘 정리된 형태로 배치 되어 있다. 그것은 그저 그곳에 버려진 게 아니라 마치 이 아이를 유인하기 위한 미끼처럼 따뜻하고 푸근해 보인다. 그곳이 벌판이라는 점을 제외하고 나면. 말하자면 아늑한 집의 초현실적 버전. 아이가 그 냉장고를 여는 순간, 사운드조차 그 아이 를 그 안으로 들어가라고 부추기는 듯하다. 바깥의 바람 소리가 강해지고 아이는 그곳에 담 요를 깔고 들어가는 것으로 제 운명을 따른다. 그 뒤에 이어지는 아이의 울부짖음을 차마 듣고 있을 수가 없다. 이 아이는 여기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는 감독의 확신에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다. 영화는 이 아이의 죽음을 향한 예정된 서사를 차곡차곡 쌓아갔던 셈이고 다만 문제는 이것이 그 아 이의 운명을 축약하는 가장 쉬운 방식이라는 점이다. 이 신에 이어지는 텅 빈 공간 쇼트들 은 죽은 아이가 거쳐 갔던 공간을 다시 한 번 반복하는 것으로 아이에 대한 애도를 영화적 으로 표한다. 그리고 늪으로 들어가는 그의 누이. 꼬마의 실종에 사회가 아무런 관심도 표 하지 않을 때 소녀는 홀로 안간힘을 다한다. 허리까지 푹푹 빠지는 늪을 힘겹게 그러나 망 설임 없이 나아갈 때 소녀는 알았을 것이다. 동생이 이미 죽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이렇게 가혹하고 끔찍한 공간이 또 있을까? 늪은 가녀린 소녀의 육체가 겨룰 수 없는 공간이다. 결 국 아이는 늪 중간에 풀썩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린다.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난 이 장면이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음 신이 이어지는 게 놀라웠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으나 소녀는 버스 간에 앉아 있다. 언제나처럼 공항으로 나가는 길이다. 이 젠 엄마를 기다리기 위해 그곳에 가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소녀는 누군가가 흘린 지갑을 주워 첫 장면처럼 필사적으로 달린다. 처음과는 달리 이제 이 소녀에게는 아무런 기대감도 없을 것이다. 소녀는 이 사회로부터 탈주하고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는 중이다. 아이들의 연기는 흠 잡을 데 없이 훌륭하고 자의식을 드러내지 않은 연출은 더없이 겸손하 다. 심지어 단 하나의 플래쉬백조차 없이, 김백준 감독은 이 아이들의 삶의 일단을 재현한 다. 플래쉬백이 없다는 것은, 혹은 좋았던 시절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것은, 신파의 기운에 젖지 않고 이 영화를 관조하게 만든다. 하지만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추억도 없이, 그 어떤 위로도 없이, 소녀는 삶이 계속되기에 그것을 살아내야 한다. 그래서 감독은 엔딩 타이틀에 피아노 반주 하나에 실어 기교 없이 소박한 노래 한 곡을 들려주었을 것이다. 이 노래는 소 녀가 동생과 함께 잠들었던 그 방에서의 추억을 상기시키는 이 영화의 (유일한, 하지만) 상 상적인 플래쉬백이 된다. 새봄이 오면 돌아간다, 아내와 약속했건만 그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이내 마음 괴로워라. 그 누가 알아주랴, 타향의 슬픈 사연을 산을 넘어 뜰을 지나 정든 님께 전해다오. 그 누가 알아주랴, 타향의 슬픈 사연을 산을 넘어 뜰을 지나 정든 님께 전해다오. 이 노래를 부르던 소녀는 어디로 갔는가. 그 밤에 동생은 누 나가 부르던 이 노래를 들었을까. 버스 안에 머리를 단단히 묶고 앉아 있던 소녀는 이미 그 이전의 소녀가 아니다. 이 아 이의 성장이 이토록 가혹한 것을 우리는 그저 지켜볼 도리밖 에 없다. 아마도 엄마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소녀 의 삶은 계속된다. BFC Report 11

12 Interview 부산영상위원회 오석근 운영위원장 신년 인터뷰 이제는 부산영화산업의 파이를 키워야 할 때 이제 부산하면, 적어도 문화권에서만큼은, 부산국제영화제를 떠올리게 된다. 부산이 국내외에서 영화의 메카로 인정받기까지 영화제의 역할이 그만큼 컸 다는 얘기이다. 영화제만큼 부산을 영화의 도시로 만든 주역이 한 곳 더 있는데, 바로 부산영상위원회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부산국제영화제뿐만이 아니 라 부산영상위원회의 존재를 잘 알고 있다. 다만, 이 영상위원회가 과연 무엇을 하는 곳인지, 영화제와는 하는 일이 어떻게 다른 것인지, 국내 영화산업 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영상위원회 라는 말 자체가 모호하다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여기서 의 영상이 영화만을 가리키는 것인지, 아니면 영화를 넘어서서 TV드라마나 애니메이션, CF 등 영상 전체를 말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이유에서이다. 사람들에게 부산국제영화제가 먼저 각인되어 있는 만큼, 부산에서 영화와 관련된 기관이라면 이미 영화제라는 큰 범주 안에 들어가는 것으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특히 부산영상위원회가 그렇다고들 생각한다. 영상위원회의 일이 영화제를 보완하는 업무라고 생각하고 영상위원회는 영화제의 산하기구가 아 니냐고 묻는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이다. 활동영역과 관련 기구들 간의 네트워크까지 고려한다면 영상위원회는 영화제가 하는 일과 맞먹는, 그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향후 그 영역은 더욱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범주로 본다면 영화제 안에 영상위원회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영상위원회 안에 영화제가 있는 모양세가 맞다. 영상위원회가 없는 영화제, 혹은 그 반대의 관계를 쉽게 생각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 9월 초 취임, 부산영상위원회 제 2기를 열어갈 오석근 운영위원장을 만나 새해 계획을 들어본다. 글 오동진 영화전문기자_ 취임하신지 꽤 되셨지만, 취임소감 한마디 부탁 드리겠습니다. 음. 3개월이 지났는데요. 시간이 빨리 가네요. 업무 파악하는데 시간을 좀 보냈습니다. (다 아시는 일이잖아요?, 라는 질문에) 그래도 조직을 새 로 맡는 만큼 신중하게 재검토할 일이 많았어요. 사업전략도 새로 짤 필 요가 있었고. 취임소감이요? 흠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 아닌가요? 소감은 무슨 남다를 게 있겠습니까, 그저 막중한 책임의식을 느끼는 거죠. 그래서인지 요즘은 두렵고 불안하고, 조바심이 나요. 잘돼야 하는데, 그러 려면 지금 이런저런 일 말고도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인데 시간이 없 는데, 돈은 또 어디서 마련해야 하나, 등등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흔히들 얘기하는 것처럼 5개년 계획이 필요하겠군요. 5개년은 좀 짧죠. 한 7개년 계획쯤? (웃음) 실제로 좀 더 계획적이고 단 계적으로 사업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근에는 영상위 내부의 태스크포스 팀을 만들어서 진행 중이에요. 여담으로 드린 질문이었는데 진짜군요. 그렇죠. 농담 아닙니다. 그만큼 지금 부산영상위원회는 환골탈태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명실공히 첨단 영상시대에 맞는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 가를 고민하고, 또 거기에 맞춰서 조직의 규모와 기능, 성격 등을 어떻게 조정하는 것이 필요한가 여러모로 따져보고 있는 중이에요. 그렇군요. 일단, 영상위원회하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무엇 이라고 보십니까? 글쎄요, 아무래도 로케이션지원이 아닐까 해요. 로케이션지원이라면, 부 산에서 촬영되는 영화에 대해 로케이션, 즉 촬영장소를 지원하는 일인데, 어떤 영화에는 어느 장소가 좋은지, 거기에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는지, 또 특정장소에서의 촬영은 어떤 기관과 어떤 방식의 논의를 해야 하는지 등등, 기본적인 시스템을 마련해 놓고 가능한 한 많은 촬영을 부산으로 유치하고 지원하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겠죠. 12 WINTER 2010

13 물론 영상위의 활동이 거기에만 국한되는 것은아 니겠죠? 좁은 의미로 보면 영상위=로케이션지원이 맞긴 맞아요. 저희가 영어로 부산필름커미션(Busan Film Commission) 인데 필름커미션 이 미국 등 지에선 로케이션지원만을 가리키기도 하죠. 하지 만 로케이션지원은 부산영상위원회의 기본 업무 이고, 그보다 훨씬 종합적이고 유기적이죠. 한마 디로 토털(total)영화제작지원센터 라고 보면 됩 니다. 로케이션 지원하죠, 촬영스튜디오도 갖추고 있죠, CG, 색보정 등 후반작업 시설도 있습니다. 부산에서 촬영을 하면 일종의 원 스톱 서비스 (One Stop Service)가 가능하도록 되어있고 그 런 시스템을 구축하고 가동하고 있는 곳이 바로 부산영상위원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상위원회는 1999년 부산영상위가 만들어진 후 서울, 경기, 전주 등 지역 곳곳에 생겼습니다. 이 영상위들의 지역적 차별화가 가능한가요? 예컨 대 캐나다의 경우 토론토는 세트사업이, 몬트리 올은 로케이션 사업이, 그리고 밴쿠버 같은 경우 후반작업으로 나뉘어져 있더군요. 우리 경우는 그렇게까지는 어려울 겁니다. 국가 의 규모가 좀 다르고 특질도 다르니까요. 다만 전 국적으로 분산되어 있는 영상위원회의 기능을 조 금 더 유기적으로 네트워크화할 필요는 있다고 봐요. 아니 꼭 그렇게 해야겠죠. 몇 년 전부터 전 국 영상위원회들의 협의체인 한국영상위원회의 발족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고 있어요. BFC Report 13

14 산시내 일부를 다 막고 찍어야 할 거란 말이에요. 드라마 <아이리스>를 찍 을 때 서울 세종로 사거리를 막았던 것처럼 말이죠. 난리 아니겠어요, 그 런데 만약 부산 지역에 수백 미터의 크로마키, 곧 블루매트가 설치돼 있 는 쭉 뻗은 도로가 야외세트로 갖춰져 있다면 어떨까요? 웬만한 CG가 들 어가는 추격씬, 액션씬은 그런 난리를 치지 않아도 그냥 찍을 수 있는 거 예요. 이런 것이 스튜디오, 로케이션지원과 상통하는, 그러나 다른, 소프 트웨어 구축인 거죠. 이제는 바로 그런 디테일이 필요할 때라고 봐요. 그 어떤 촬영도 가능한 실내세트와 야외세트의 구축, 거기에 맞는 CG, 3D 등 첨단 영상업체들의 활동 네트워크 등이 필요한 시대가 지금인 거죠. 오픈 야외세트 얘기 들으니까 마치 중국의 상해제편장이나 북경제편창 같 은 느낌이 드네요. 바로 그런 겁니다. 하지만 중국이야 워낙 땅이 넓으니 가능한 일이고 우리들은 그들보다는 좀 더 효율적인 축소지향형으로 생각해야겠죠. 기능 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시면 돼요. 로케이션 지원이다, 스튜디오 사업이다 등등은 사실 지난 10년간의 영상위 원회가 이루어 놓은 일들입니다. 박광수 운영위원장 시절의 10년, 그리고 오석근 위원장이 맡을 앞으로의 영상위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지금의 부산영상위원회가 있기까지 박광수 전 운영위원장의 역할이 정 말 지대했습니다. 부산영화제하면 김동호, 이용관 집행위원장이지만 부산 영상위원회 하면 박광수 운영위원장이었죠. 후자가 전자보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현재 부산의 모든 영화적 인프라는 모두 박 광수 전 운영위원장이 구축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박광수 전 운 영위원장이 감독시절부터 <베를린 리포트> 등 유럽을 다닌 적이 많아요. 그만큼 선진적인 감각을 익히신 분이죠. 해외 영화계에서 눈으로 보고, 배 우고, 느낀 것을 부산에 다 풀어 놓으신 셈이죠. 하지만 앞으로의 10년은 박광수 전 운영위원장 때의 기반을 딛고 그 이상으로 도약할 때라고 생 각해요. 이제 물적 기반, 곧 하드웨어는 어느 정도 갖춰졌다, 그렇다면 지 금부터는 소프트웨어를 확충하고 개발해야 할 때인 거죠. 의미 있는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시죠. 지금 부산에서 웬만한 촬영은 다 할 수가 있잖아요, 일단 매머드 급의 스 튜디오가 마련돼 있고, 로케이션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매뉴얼이 잘 구축 돼 있어요. 그런데 만약 맹렬한 자동차 추격 씬을 찍어야 한다고 생각 해 보세요. 아무리 이런저런 기능이 다 갖춰져 있다고 해도 그런 장면은 부 문제는 이것도 사업입니다. 수익구조의 극대화란 개념은 지자체의 예산 으로 운영하는 영상위원회가 추구해야 할 대목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는 채산성이 맞아야 하겠죠. 아무리 시설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하더라 도 영화를 찍는 사람들이 부산에 와야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어떻게 하 면 부산으로 더 많이 유치할 수 있을까요? 일단 스튜디오나 후반작업 시설의 수준이 높아야 합니다. 그건 뭐, 지난 10년간 계속 개발해 온 부분이니까 어느 정도 자신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산에 오지 않겠죠. 경쟁력이 있어야 합니다. 시설 이용비 나 후반작업비가 합리적이거나 다른 데보다 경제적이어야 해요. 그것 뿐 인가요, 촬영하러 내려 온 감독과 제작자, 배우들, 스태프들이 싸게 머무 를 수 있는 숙박시설과 편의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부산 영상위원회가 촬영하는 사람들의 구미에 맞는, 훌륭한 곳을 섭외해서 지 원해 줘야 합니다. 부산영상위원회라고 싸게 빌리거나 사거나 하는 것은 아니겠죠.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일정 부분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영상 위원회가 채워주는 형식인데, 이를 위해서는 그런 비용을 충당할 적정 자 금이 있어야 하거든요. 바깥에서 안으로, 곧 서울에서 부산으로 촬영과 제 작을 옮겨오게 하기 위해서는 돈이 들어간다는 얘기예요. 모든 문제가 다 그렇지만 결국은 예산, 돈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꼭 바깥에서 부산 안으로 영화 제작현장을 옮기게 하지 않고, 부산에서 영화가 만들어지는 구조가 되면 되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얘기가 핵심으로 들어가는데요, 지난 10년간의 부산영상위원 회와 앞으로 10년의 부산영상위원회가 다른 점은 바로 그 부분에 있습니 다. 지금까지는 영화시설, 영화에 대한 간접지원, 우회지원을 만들고 늘리 는데 업무를 집중해 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부산에서 영 화를 만들고 싶어지게 할까, 라는 식의 직접지원을 대폭 늘리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봐요. 부산영상위원회가 됐든 부산국제영화제가 됐든, 영상과 관련된 부산의 무엇이든 부산 전체의 영화산업 근간이 확대되지 않고서 는 더 큰 발전은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부산영화산업을 키워라! 이것이 부산영상위원회의 7개년 계획의 모토이자 목표라고 할 수 있어요. 14 WINTER 2010

15 i n t e r v i e w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복잡해지겠죠? 그렇죠. 여러 문제를 사전에 풀어야 하겠죠. 하나하나씩 하면 되는 겁니 다. 예를 들어, 전체 촬영분량의 50% 정도를 부산에서 찍으면 부산영화 다, 라고 인정하고 제작에 들어가는 여러 비용들을 부산영상위원회가 지 원하는 방식을 궁리하고 있는데, 50%라는 비중도 점점 낮아져야겠죠. 까 다롭게 굴지 않겠다는 겁니다. 부산에서 촬영되는 씬이 영화의 핵심 장면 이다, 라고 생각되면 분량에 그리 구애 받지 않을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직접지원이라고 생각해요. 직접 제작비를 조달해 주는 방향을 고민 중이에요. 예를 들어 요즘 국내 영화계에 개발비가 없어서 고사 직전이라는 얘기가 많잖아요.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 감독 계약금이나 시나리오 작가 비용 등을 제작자가 모두 부담해야 하는 구조여서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 리고 있죠. 영화제작 환경이 점점 더 돈을 갖고 있는 쪽, 돈을 쌓아 놓고 있는 독점자본 쪽으로 움직이게 하는 구조라는 거예요. 그런 걸 막을 수 있는 일, 영화제작 환경을 보다 정상적으로 돌려 놓을 수 있는 일을 해야 하는 게 저희 일이라고 보는데요, 아까 얘기한 개발비를 제작자나 감독들 에게 직접 지원해 주는 방법 같은 거 말이죠. 쉬운 일이 아니죠. 일단 돈이 들어가겠는데요. 그래서 기획 개발펀드를 구상 중이에요. 시나리오만 제출하면, 그리고 그 시나리오에 부산에서의 핵심 촬영 분이 어느 정도 있으면 영화를 개 발할 수 있는 시드 머니를 지원하는 정책 같은 게 있으면 아주 좋겠지요. 무엇보다 재원이 필요한 사업이라 쉽지는 않겠지만 총력을 다해 애를 써 볼 작정입니다. 위상과 발언권도 강해져야 됩니다. 아까 말씀 드린 기획 개발과 투자 등 직접지원 형식의 새로운 사업들이 정교하게 뿌리내리고 제대로 진행되어 야 이런 역할도 할 수 있겠죠. 모든 일은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저게 잘 되려면 이게 잘되어야 하고 이게 잘되려면 저게 또 잘돼야 하는 거죠. 거기에다 부산에서 3D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등 첨단 영상기술쪽 움 직임도 만만치 않죠? 네. 그쪽도 놓치기 어려운 부분이에요. 앞으로 부산영상위는 장편극영화 에만 해당되는 기관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3D 관련영화 는 모두 영상위를 거치게 되는 구조가 될 겁니다. 2011년에는 TV드라마 의 부산 촬영이 예정돼 있는데, 이제 TV쪽도 부산영상위원회의 적지 않 은 사업 영역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고무적인 계획이 많으신 것 같 아 기대가 큽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군색하게 일하는 상황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봅 니다. 제작자들, 감독들이 당당하게 투자 받고 당당하게 지원받을 수 있 는 구조를 만들겠습니다. 믿고 지켜봐 주시기를 바랍니다. 부산을 근거지로 하는 투자배급사도 고려하시는 것인가요? 배급은 조금 다른 부분이에요. 기존의 빅3 배급사도 있고 섣불리 판단하 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하지만 투자사는 다른 부분이에요. 이제는 부산에 도 영화투자사가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 최소한 창투사가 만들어져야 한 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태펀드를 받고 매칭펀드를 묶어서 철저하게 부산에서 100% 투자되는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져야겠죠. 결국 부산에서 투자부터 제작, 스튜디오, 야외로케, 후반작업까지 일사천리로 제작되는 원스톱 체 계가 완성되는 거죠. 부산이 진정으로 영화의 메카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 한 구조가 성립되어야 하는 겁니다. 제가 운영위원장으로 있는 동안 이를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정말 7개년 계획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군요. 그런데다 영화진흥위원회 가 2012년까지 내려오기로 돼있죠? 그렇습니다. 상황이 더욱 복잡다변해지고 있는 겁니다. 단순히 영화진흥 위원회가 내려올 때 어떻게 바뀔 것인가 소극적으로 기다릴 것이 아니라 달라질 상황을 능동적으로 주도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볼 생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산영상위원회의 조직과 기능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BFC Report 15

16 Special Theme_칼럼 SPECIAL THEME 1 COLUMN 아시아영상중심도시 부산의 빛과 그림자 글 류형진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원_ pink93@kofic.or.kr 지난 10년 아시아 영상 중심 도시 라는 걸출 한 목표 아래, 부산은 자갈치 와 갈매기 로 대변되던 오래된 항구도시 이미지를 뒤로하고, 영화의 열기가 가득한 아름다운 영화 도시로 재탄생했다. 또 <친구>, <해운대> 등 부산을 소 재로 한 한국영화들이 연이어 한국 최고 흥행 기록들을 갈아치우면서 부산이라는 지역 공간 과 사투리가 최고의 문화상품이라는 점이 입 증되었다. 여기에는 아시아 최대 영화제로 성 장한 부산국제영화제 와 부산을 가장 매혹적 인 영화 촬영장소로 소개해온 부산영상위원 회 의 공이 크다. 부산 영상문화와 영상산업의 핵심인 두 주체가 이루어낸 가시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부산이라는 도시의 가치는 점점 높 아지고 있고, 사람들은 점점 들뜨고 있다. 부산 영상산업의 현재 구체적인 지표들을 좀 살펴보자. 2010년 12월 현재 한국에 영화업으로 등록한 제작사는 2,473개, 수입사가 757개, 배급사가 578개이다. 이중 부산 지역에 위치한 곳은 제작사 58개(2%), 수입사 4개(0.5%), 배급사가 13 개소(2%)에 불과하다. 또한 현재 부산 지역 제작사 중 최근 3년간( ) 작품 개봉 경험이 있는 제작사 는 단 5개사뿐이며, 배급사는 전국단위 배급 경험이 전무하다. 부산 지역의 제작사가 제작한 영화들 또한 일 반적인 극장개봉용 영화에 비해 제작비 규모가 낮은 저예산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들로 산업적인 비중이 매우 떨어지는 편이다 부산 소재 제작사의 작품 개봉 경력 1) 연도 제작사 영화명 감독 주연 배급 2010 드림슈거픽쳐스 꿈은 이루어진다 계윤식 이성재, 강성진 CJ엔터 2010 고스트라이터필름 이파네마소년 김기훈 이수혁, 김민지 프리비젼엔터 2009 한코리아 핑크토끼 김회근 고다미, 권철 한코리아 2009 영화사활동사진 집행자 최진호 조재현, 윤계상 스폰지이엔티,실버스푼 2007 영화사활동사진 오프로드 한승룡 조한철, 선우선 스폰지 2007 제니스엔터테인먼트 두사부일체 3 심승보 이성재, 김성민 이십세기폭스코리아 하지만 영화도시로 멋지게 변신한 부산의 모 습에 너무 들떠서, 현실적인 것들에 둔감해지 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부산만을 놓고 본다면, 그 놀라운 성장속도에 감탄할 수 있겠지만, 타 도시와의 비교에서 부산은 여전히 녹록지 않 은 현실에 직면해 있다. 부산은, 부산국제영 화제 를 제외하면, 여전히 영상 산업과 영상문 화라는 측면에서 수도권의 도시들과 비교할 때 열위에 있는 것이 사실이고, 특히 타 지역과의 경쟁이 치열해진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경 쟁에서 뒤처지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영화산업을 통해 부산이 거둬들인 수입은 얼마나 될까? 2009년 한국영화 순제작비 총액은 1,725 억 원이고, 이 중 촬영, 후반작업 등에 소요된 실제작비는 710억 원 정도이다 2). 그런데 부산 지역에서 영화 및 기타 영상물(광고, 드라마 등)의 로케이션이나 후반작업 등을 통해 지출된 예산은 모두 합쳐 87.6억 원으로 추 정되고 있다 3). 한국영화 연출이나 기획 단계에서 부산 지역이 거둬들인 수입이 거의 전무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부산 지역이 영화산업을 통해 거둔 수입은 전체 한국영화산업의 4%, 로케이션 비용의 10% 미만이다. 부산영상위원회의 선도적인 역할로 인해 부산의 브랜드 가치는 높아졌지만, 실제 영화산업을 통해 부산에 발 생한 부가가치는 여전히 미미한 셈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런 정도의 부가가치마저도 2000년대 중반 이 후 조금씩 줄어드는 조짐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부산영상위원회를 본보기로 하여 타 지 역영상위원회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부산지역을 방문하는 영상물의 편수가 2006년을 정점으로 줄어들고 있 다. 또 2008년 이후 촬영 유치한 작품수가 경기영상위원회나 서울영상위원회의 1/4 수준이라는 점도 부산의 냉정한 현실을 일깨워준다. 1. 영화진흥위원회, 각 연도 영화산업 결산 자료 참조 2. 영화진흥위원회, 2009년 한국영화 수익성 분석 자료 (미발표) 참조 3. 부산발전연구원, 2009년 부산지역 영화영상 촬영 유치에 따른 제반효과 분석 16 WINTER 2010

17 부산영상위원회 로케이션 유치실적 영상위원회 로케이션 유치 실적 구분 부산 서울 경기 *각 영상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부산의 새로운 전망과 전략 무엇이 원인일까? 사실 모든 시설, 인력, 자본이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의 강력한 영상산업 블록 에 비해 지방인 부산이 가지는 핸디캡은 너무도 극명하다. 사실상 후발주자인 부산이 지금 정도 의 성과를 올린 것만으로도 찬사를 받아 마땅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이 정말로 '아시 아 영상산업 중심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수도권과의 경쟁 구도를 형성하기 위한 특 화된 전략과 대안이 필요하다. 문제는 여기 있다. 과연 부산은 지난 5년간 어떤 전략을 내걸었 고 어떤 사업을 추진했는가? 초창기 부산의 가장 중요한 전략 목표는 영상 시설 인프라를 구축 하는 것이었다. 2001년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가 오픈한 이후 2009년 AZWorks가 오픈하면서 이 오랜 숙원 사업은 마무리되었다. 시설 면에서는 수도권에 뒤지지 않는 최신 설비를 구축해놓 았다. 그런데 그 다음은 무엇인가? 이러한 인프라 구축은 영상산업의 육성을 위한 가장 기본적 인 전제조건일 뿐이다. 또한 초창기 부산영상위원회의 로케이션 유치 활동이 선도적인 모델이 되었지만, 이제는 이미 모든 영상위원회들이 똑같은 목표를 가지고 똑같은 사업을 진행하고 있 다. 게다가 수도권 지역의 경우 기존의 풍부한 자원과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한 발 앞선 기획으로 앞으로 더 나아가고 있다. 그들은 기획과 창작, 투자라는 화두로 벌써 이동한 지 오래다. 이 상황에서 부산영상위원회가 취해야 하는 다음 전략은 무엇인가? 이제는 단순 로케이션 지원 서비스와 촬영 및 후반작업 시설 제공이라는 기초 단계에서 벗어나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특히 그간 부산이 거둔 영상 관련 실적과 성과, 인프라, 세계적인 네트워크 등을 융합해서 산업 화 하기 위한 구체적인 사업을 추진해야 할 때이다. 지금까지의 부산의 영상전략이 부산 브랜드 가치 확대였다면, 이제 그 브랜드 가치를 사용하여 실질적인 수익 모델을 만들어내야 할 때이다. 로케이션 유치활동을 한번 예로 들어보자. 최근 전 세계 영화, 영상 제작자들이 가지는 공통점 은 더 이상 매혹적인 풍경만으로 유혹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매혹적인 풍경에 관심은 가지지만 그 때문에 촬영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 지역에서 촬영할 경우 어떤 경제적인 이익을 볼 수 있는가 하는 현실적인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영상위원회를 중심으 로 한 지방정부의 영상산업 정책은 단순 행정 지원이나 시설 제공이 아닌 새로운 인센티브와 투 자기금의 개발, 운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일의 베를린 부란데르크 기금 의 경우, FFA(독 일 연방 영화진흥기구)에 필적하는 강력한 영화산업 지원제 도를 구축하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활발한 촬영유치 활동 을 벌이고 있다. 그들의 지원조건은 명쾌하다. 촬영해간 영 화에 베를린의 아름다운 풍경이 나올 필요도 없다. 단 지원 받은 금액의 150%를 이 지역에서 쓰고 가라는 것이다. 지금은 부산영상위원회가 새로운 전략을 마련할 최적기이 다. 이를 위해서는 새롭게 출발한 오석근호'가 향후 부산영 상위원회의 중장기 비전과 전망을 수립하는데 큰 힘을 실 어줘야 하고 이에 대하여 물적으로나 심적으로 전폭적인 지 원이 필요하다. 지난 10년 동안 부산영상위원회가 다른 지 역 영상위원회들에게 훌륭한 롤모델이 되었다면 이제는 한 국영화산업 본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더 나아가 아시아 영화산업을 주도해 나가는 부산영상위원회 로 발 돋음 할 최적기이다. 여기서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부산이 가진 최대 장 점인 아시아와 범유럽 네트워크를 활용해야 한다는 사실이 다. 이 네트워크를 단순히 인지도와 명망을 쌓는 데 사용할 것이 아니라 경제적 가치를 실현하는 구심점으로 삼을 필 요가 있다. 그리고 특히 산업적인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것 은 최근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중국시장에 대한 고려일 것 이다. 사실 중국은 한국과의 공동제작을 무척이나 원하고 있지만, 그 목적은 한국을 통한 자본 조달이 아닌 기술 인 력, 연출 인력에 대한 수급에 있다. 그런 점에서 국내 펀드 와의 연계가 아닌 이미 충분한 자본 구조를 가진 중국 펀드 와의 연계 등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 대신 부산은 그들에게 충분히 전문적이고 역량 있는 기술진과 창작인력을 제공해 야 한다. 이것이 투자자금 확보에 이어 부산이 해결해야 할 절대 과제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부산은 중국의 영상물을 부산 지역으로 유치하는 소극적 방법에서 벗어나, 오히려 부산지역의 기업, 인력이 중국과의 합작을 통해 그 수입을 부산지역 내로 들여오는 것이 중요하다. 고유명사 부산영상위원회 지금은 부산영상위원회가 새로운 전략을 마련할 최적기이 다. 이를 위해서는 새롭게 출발한 오석근호'가 향후 부산영 상위원회의 중장기 비전과 전망을 수립하는데 큰 힘을 실 어줘야 하고 이에 대하여 물적으로나 심적으로 전폭적인 지 원이 필요하다. 지난 10년 동안 부산영상위원회가 다른 지역 영상위원회들 에게 훌륭한 롤모델이 되었다면 이제는 한국영화산업 본류 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더 나아가 아시아 영화산 업을 주도해 나가는 부산영상위원회 로 발돋음 할 최적기 이다. BFC Report 17

18 SPECIAL THEME 2 COLUMN 변화의 기로에 선 부산의 영상산업 그 과제와 희망 글 김영진 영화평론가, 명지대학교 영화 뮤지컬학부 교수_ hawks1965@hanmail.net 나는 영화도시 부산에 대해 늘 상반된 감정을 갖고 있다. 하나는 여기까지 온 게 어디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 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동시에 든다. 1990년대 초 내가 대학원생 신분으로 방학을 이용해 부산을 놀 러 왔을 때 지금은 부산국제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인 김지석 씨가 초대해 그의 사무실인 부산영화연구소를 찾아간 적이 있다, 라고 하면 거창할 것 같지만 그곳은 코흘리개 아이들이 문가에 설치된 게임기에 열중하고 있는 문방구였다. 꼬마들이 학용품 값을 깎아 달라고 떼를 쓰는 일이 비일비재한 그곳 구석에 김지석 씨는 후 배들과 영화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놓고 있었는데 여하튼 영화연구소는 영화연구소였다. 약간 어안 이 벙벙한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그날 저녁 김지석 씨는 야심 찬 포부를 술자리에서 털어놓았는데 부산에 한 국 최초의 국제영화제를 언젠가는 개최할 것이란 얘기였다. 나는 이 사람 정신이 어떻게 된 거 아닌가라는 심 정이었는데 그는 열정적으로 얘기를 이어갔다. 1996년 내가 부산 남포동 거리에 모인 관객인파를 보고 놀랐 던 것은 꿈이 실현된다는 고전적인 명제였다. 오석근 감독은 김지석 씨와 죽마고우로서 만나면 티격태격하는 사이지만 그들은 영화도시 부산을 실현하기 위 해 청춘을 보낸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올해부터 부산영상위원회의 수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앞서 말한, 영화도시 부산이 제대로 꼴을 갖추기 위한 중차대한 기로에 그가 키를 잡고 있다는 생각 이 들었다. 그는 약간 돈키호테 기질이 있는 사람으로서 일을 추진할 때 이것저것 재면서 신중한 사람이라기 보다는 뭐든 일단 부딪쳐서 해결해야 일이 돌아간다는 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유형의 사람이라고 나는 알 고 있다. 그런 그가 부산영화제를 비롯해 부산에서 열리는 온갖 영화관련 현안에 늘 관계돼 있었고 중요한 일 을 한 것으로도 나는 알고 있다. 그러나 오석근 감독의 지휘 아래 나아가야 할 앞으로의 부산영상위원회는 가야 할 길이 멀다. 영화인으로서 내 이메일에는 전국 각지의 영상위원회에서 보내는 안내 메일이 수시로 들어오는데 그 중 부산영상위윈회가 가장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느낌이 종종 들곤 한다. 특히 이곳은 영화제작 로케에 필요한 매뉴얼을 가장 일찍, 체계적으로 축적했다는 점에서 선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임자인 박광수 감독이 남들보다 일찍 영상위원회가 실제로 뭘 하는 곳인지를 실제적으로 잘 알고 있는 수장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부 산은 이제 틀림없는 영화도시이지만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영상위원회가 활발히 촬영을 유치하는 것 이상을 넘 어서 좀 더 입체적인 꼴을 갖춰야 할 시기를 맞았다. 그동안 도로, 항만 등 로케이션 지원 서비스에서는 선도 적인 역할을 했고 후반작업 시설인 AZWorks 를 설립해 독보적인 롤모델이 되어 왔지만 앞으로는 단순 로 케이션 지원 서비스와 단순 후반작업 시설과는 차원이 다르게 부산의 여러 인프라를 산업화 하기 위한 구체 적인 사업을 추진해야 할 때다. 간단하게 말해 부산에서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는 한 영화도시 부산은 속 빈 강 정이라는 것이다. 18 WINTER 2010

19 이제 부산뿐만 아니라 서울, 경기, 전주 등 각 지역의 영상위원회들이 모두 열심히 하고 있고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제작유치를 하는 것이 이들 각 영상위원회의 관건인데 부산의 경우 부산지역 로케이션 을 옵션으로 제작비를 투자해주는 방식이 가장 유용 한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자면 당연히 돈이 필요하고 내실 있는 펀드를 만드는 게 최고로 좋다. 초기에는 부산광역시가 종잣돈을 제공하고 이 돈을 활용해 매칭펀드 를 조성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다. 그래야 부산에서 주도권을 가진 자금 확보가 가 능해지고 부산영상위원회가 이 자금을 바탕으로 각종 사업을 구현하면 부산이 영화산업의 대안거점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지 도 모른다. 부산이 롤모델로 삼은 뉴욕과 같은 도시의 경우 할리우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부지역에서 숱한 대안영화의 제작거점으로 미 국영화의 얼굴을 바꾸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역사를 갖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전 세계 영화인들의 집합소가 된 뉴질랜드의 경우 우수한 인력과 작업시설로 할리우드의 촬영소를 대체하는 공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부산이 명실상부 영화도시라는 브랜드를 가지 려면 도시에서 자체 생산되는 브랜드의 영화를 갖고 있어야 하고 이는 전체적인 지도를 그린 끝에 나오는 세세한 전통의 축적 없 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성공했고 그에 따라 영화문화가 꽤 고급한 도시라는 인상을 줄 수는 있지만 사실 영화 제의 성공과는 별개로 국제영화제가 환영할 만한 영화들이 한국의 시장에서는 속절없이 죽어가고 있다. 관객은 분명히 없지 않은 데 시장에서는 영화가 죽어가고 있다. 영화를 소개하고, 영화작업을 유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객이 환영할 만한, 기존의 충무 로 영화와는 다른 영화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어 시장에서도 일정한 파급력을 지니는 영화도시로서 부산이 기능했을 때 입체적 으로 극복 가능한 시나리오일 것이다. 내가 알기로 오석근 감독은 그에 관한 한 상당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1990년 무렵에 젊은 패기로 충무로에서 저예산 독립영 화를 일군의 친구들과 함께 집단적으로 만들어냈다가 보기 좋게 실패했으며 <백한번째 프로포즈>라는 상업영화로 흥행한 다음 부 산에 내려와 영화제를 비롯한 이런저런 일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왔다. 두주불사 말술에다 친화력이 좋은 이 사람은 죽마고우 김 지석 씨와 마찬가지로 영화도시 부산의 꿈을 위해서 일로매진한 사람으로서 가끔은 주변 사람들에게 영화 일로 가볍지 않은 짐 을 지우기도 한다. 몇 년 전 부산에서 <연애>를 감독하고 최근 아시아 유명 감독들의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옴니버스 러브 스토리, <카멜리아>를 제작하기도 했고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된 영화들을 수입해 극장에 트는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던 그가 감독으로서, 제작자로서, 영화사 대표로서 쌓은 경험을 활용해 부산영상위원회가 제작의 맵핑 캠프로 도약하게 하는데 크게 공헌할 부분이 있 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가끔 부산에 출장을 간다. 주로 시네마테크 부산에 강의를 하기 위해 가는데 부산역에 내려 택시를 타고 시네마테크 가 있는 요트경기장에 갈 때면 기사 분들이 가끔 묻는다. 영화 하시는 분인가 보지예? 예, 뭐 그 비슷한 일을 하는 전부터 궁 금했는데예, 부산영상위원회가 뭐하는 데지예? 예, 저기서 영화도 찍고 서울에서 영화 찍는 사람들 편의도 제공해주고 하는 그 럼 부산에 돈이 되는 깁니까? 그럼요. 서울사람들이 여기 와서 돈쓰고 가는데요. 그 뭡니까? <친구>같은 영화가 이런 데서 만들 고 그런다 이 말이지예 그렇죠. 아, 기런 거구나. 부산은 지금부터 영화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지금이 부산영상위원회가 활로를 모색하기에 최적기다. 지난 10년간의 박광수 감독 체제에 이어 2010년 9월 취임한 오석근 감독 이 향후 부산영상위의 중장기 비전과 전망을 수립하는데 큰 실력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한국영화계 전체가 어렵고 어딜 가도 돈 이 씨가 말랐으며 대기업의 품에 들어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푸념인 요즘 부산이 새롭고 다른 영화를 만들어내는 소용돌이의 진원지가 되어 영화산업에 펌프질을 하는 제2의 영화산업도시가 되면 아마 부산은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영화도시가 될 것이다. 부산에 계시는 높은 분들이 좀 더 큰 그림을 그려줬으면 한다. 부산 로컬 영상위원회 가 아니라 한국영화산업의 중추로 역할을 키 우고 나아가 아시아 영화산업을 주도하는 큰 역할을 모색하기 위해 부산영상위원회가 좀 더 센 용트림을 해야 할 때라고 본다. BFC Report 19

20 파워인터뷰 이 인터뷰는 <황해> 개봉 전에 이루어진 인터뷰임을 알려드립니다. 고집스런 디테일과 지독한 연기력으로 무장한 <황해>김. 윤. 석. 그야말로 요즘 대세는 김윤석 이다. 오랫동안 연극무대에서 내공을 쌓아온 연기파 배우에서 흥행 배우로까지 발돋움한 그는 스크린을 압도하는 폭발적 카리스마로 이제 대한민국 영화 관객에게 가장 신뢰받는 배우 몇 중의 하나가 되었다. 지난 12월 22일 <황해>가 개봉했다. <추격자>보다 더 지독해진 영화 <황해> 속에서 도무지 그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연기를 보여 준 김윤석. 그의 필모그래피에 <황해>가 또 어떤 작품으로 남게 될지 사뭇 기대된다. 인터뷰 진행 정리 배주형 부산영상위원회 홍보팀_ 20 WINTER 2010

21 >>> 공개된 포스터를 봤습니다. 강한 악인의 카리스마를 뽐내고 계신데, 김윤석에 의해 탄생된 면 가 가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선과 악을 떠나 돈에 의해 움직이는 살인청부업자 면가 가 지닌 캐릭터의 매력은 무엇이며, 어떻게 접근하셨나요? 면가 라는 캐릭터는 연변이라는 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단련된 사람이예요. 연변은 국경과도 가 깝고, 권총 밀매도 이루어지는 위험한 곳이기 때문에 그 곳에서 강자로 살아가기 위해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사람입니다. 야생의 환경에서 생존해가는 대륙적인 기질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지 만, 그를 악인이라는 잣대로 접근하지는 않았어요. 상황과 환경에 따라 선과 악의 가치는 달라 지니까. 면가의 모습을 악인이라고 여기는 것은 타인들의 잣대일 뿐이예요. 그가 그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행하는 일들이기 때문에 모든 행동이 그에게는 생활이지 악행 이라고 할 수는 없는 거죠. >>>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과 하정우, 김윤석이 다시 뭉친 것만 으로도 화제였습니다. 한편으론 <황해>가 <추격자>의 속편이 되는게 아닌가 우려되기도 했을텐데, <황해>를 선택한 이유는? <추격자> 이후에도 자연스럽게 술자리를 가질 시간이 많았어 요. 워낙 함께 한 시간도 길고, 고생도 같이 했기 때문에 종종 만남을 가져왔습니다. 그러던 중 나홍진 감독이 한가지 이야 기를 들려줬어요. 조선족 남자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 스토 리가 매력적이었습니다. 나홍진 감독, 하정우와 또 한편의 영 화를 한다고 해서 속편으로 오인 받을 거라는 걱정은 전혀 하 지 않았어요. 오히려 한 차례 호흡을 맞췄던 사람들이었기 때 문에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었고 본론으로 빨리 들어갈 수 있 어서 장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추격자>를 함께 했던 이성제 촬영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들에 대한 신뢰 또한 높았고요. <황 해>는 <추격자>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영화에요. 다른 스토 리, 다른 구조, 다른 캐릭터의 영화이기 때문에 속편이 될 거 란 우려는 전혀 없었습니다. >>> 영화를 고를 때 어떤 캐릭터인지를 항상 먼저 본다고 하셨는데, 어쨌든 표면적으로 보면 이번 에도 또 악역입니다. 명성을 가져다 준 작품 <타짜>의 악랄한 아귀 로 광기어린 열연을 펼쳤 고, <추격자>의 전직형사이자 보도방 사장 엄중호 로 연쇄살인마와 엮이며 서늘한 광기가 빛 났습니다. 전작 <전우치> 또한 인자하기 그지없는 미소로 조선 최고의 도사 화담 을 그리는가 싶더니, 온갖 요괴를 부리며 섬뜩하고 차가운 눈빛을 뿜어내는 악역의 카리스마를 보여줬습니 다. 악역에 대한 어떤 철학이 있으신가요? <황해>의 면가와 마찬가지로 아귀 를 악인이라고 여기지 않았어요. 아귀 는 게임의 룰을 따를 뿐이죠. 그는 게임에서 승자가 되려 하고, 패자에게 페널티를 줄 뿐이예요. 도박판 밖의 사람들 에게는 전혀 해를 입히지 않습니다. 엄중호 또한 출장안마소라는 어두침침한 업소를 운영하 고 있지만, 일말에는 양심이 남아있는 사람이었고. 맡은 캐릭터들을 악하다 라고 생각하고 연 기하는 순간 타인의 잣대가 섞이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그 사람 자체가 되어 그가 하는 행동들 에 이유와 근거를 부여하고자 합니다. >>> 제작 기간 300일, 170회차 촬영, 총 5,000여 컷! 수치로만 봐도 <황해>의 거대한 스케일이 짐작됩니다. 특히나 <황해>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부산시내에서 촬영된 대규모 카 체이싱과 트레일러 전복 장면이 기대되는데요. 위험한 장면도 많고, 중국 로케이션도 있었는데 기억에 남 는 에피소드나 고생담이 많을 것 같습니다. 카 체이싱과 트레일러 전복 장면은 무술팀과 촬영팀이 고생을 많이 했어요. 카 체이싱때는 차 량과 사람들을 통제하는 데 스태프들의 고생이 많았어요. 트레일러 전복 장면에서는 카메라가 13대나 쓰였는데 한 번에 끝나야 하는 촬영이라 다들 신경을 바짝 세우고 촬영했고요. 그래두 뭐니뭐니해도 중국에서 촬영했던 일들이 가장 많이 기억에 남아요. 언어도 통하지 않고 음식도 맞지 않는 곳에서 지낸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았거든요. 중국에서도 현지 사람들을 통 제하느라 스태프들이 애를 많이 먹었고, 카메라가 움직이면 현지 보조출연자들이 일제히 카메 라를 바라봐서 NG가 나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낼수록 그 곳의 분위기와 사람들에게 익숙해져 서 정이 들더라고요. BFC Report 21

22 >>> 2010년 최고 흥행작인 <아저씨>를 비롯해, 올 한 해 동안 액션스릴러 영화가 많이 개봉했습니다. <황해> 또한 같은 장르인데요. <황해>만의 특징이 있다면? 액션 스릴러라고 하지만 <황해>의 큰 축은 드라마에 있어요. 액션 스릴 러라는 외피 속에는 가족, 운명, 한 남자의 인생에 대한 광활한 드라마 가 있는 거죠. 드라마에 액션 스릴러적인 재미를 더했다고 생각하면 됩 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남자 주인공은 아내를 찾기 위해 헤매고, 그 과 정에서 추격이 발생하기 때문이예요. 하정우도 멜로의 감정을 잊지 않 고 연기했다고 했고. 영화를 보고 나면 통쾌한 액션 스릴러를 봤다는 감 정이 아니라 가슴이 먹먹해지는 한 편의 지독한 드라마를 본 기분이 들 거예요. >>> 나홍진 감독은 김윤석의 내공은 남다르다. 항상 현장에서 볼 때마다 놀 라게 되고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혀끝까지 연기를 하고 계신다 라며 칭찬했고, 함께 연기한 하정우 또한 그는 너무나 큰 사람이다. 그가 없 었다면 구남 을 연기하는 것이 더 큰 어려움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라 고 신뢰를 표했습니다. 나홍진 감독, 하정우와 두 번째 호흡을 맞춘 소 감은 어떠하며, 두 사람(나홍진 감독, 하정우)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나홍진 감독은 작은 것 하나도 허투루 지나가는 법이 없어요. 항상 촉이 서 있는 사람이고, 촬영을 할 때나 하지 않을 때나 항상 날카로운 눈으 로 주변을 살피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황해>와 같은 이야기도 탄생된 거고. 그러한 사소한 것을 극화 시켜서 예술로 만드는 능력이 뛰어난 감 독이에요. 특히 굉장히 디테일하고 영화의 어느 요소 하나도 대충 하는 경향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감독에 대한 신뢰가 탄탄하게 생기는 거 고, 촬영 기간이 길었지만 잘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정우는 신 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너무나 괜찮은 배우에요. 나이가 들면 더 좋 은 배우가 될 거라는 확신이 든다고 할까. 여유가 있으면서도 순간 집중 력이 뛰어나요. 힘든 촬영 기간이었지만 매번 촬영 현장 분위기를 즐겁 게 해주는 역할도 도맡았고. 그럼에도 슛이 들어가면 돌변해서 스태프 들이 놀라기도 했어요. >>> 최동훈 사단 이라고도 불리는데, 최동훈 감독과 세 작품(<범죄의 재구 성><타짜><전우치>)을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나홍진 감독과는 두 작품 째입니다. 이렇게 같은 감독과 여러 편의 작품을 이어갈 수 있는 비결 이 따로 있나요? 작품을 해나갈수록 신뢰도 두터워지고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는 것이 사 실이에요. 사전에 서로를 파악하는 시간도 필요 없고. 처음부터 본론에 들어가면 되기 때문이죠. <전우치>를 8개월, <황해>를 10개월을 찍었어 요. 앞서 작품들을 같이 하기도 했고, 긴 시간 작품을 같이 해나가면서 서로 의견을 조율해 더 좋은 쪽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었던거 같아요. 최동훈, 나홍진 그 사람들은 이제 제 인생에서 영화의 동반자같은 사람 들입니다. 22 WINTER 2010

23 >>> 백윤식 선생님이 롤모델이라고 하신 인터뷰를 본적이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신가요? 2008년에 <추격자>로 남우주연상을 휩쓸었어요. 이제는 주조연 을 떠나 좋은 영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대학을 나오고, 연기도 부산에서 시작 했습니다. 처음 연기를 시작한 계기와, 부산 연극무대에서 활동 하다가 서울로 진출하게 된 과정도 궁금합니다. 그리고 제2의 송 강호나 김윤석을 꿈꾸고 있는 부산의 젊은 영화 연극인들에게 도 한 말씀 부탁드려요. 제가 대학을 다닐 때 데모가 많이 일어났었어요. 그 시기에 극예 술 동아리 사람들이 무언가에 심히 몰두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 던 거 같아요. 그 열정이 좋아서 연극을 시작했고, 연극은 철저히 공동작업이라는 것을 배웠어요. 부산에서 활동하다가 혈혈단신 서울로 올라와 대학로로 무작정 찾아 갔어요. 연극을 하면서 작 품 분석도 많이 했고, 그랬던 경험들이 영화 시나리오를 고르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영화, 연극인을 꿈꾸고 있다면, 자신이 하는 일에 신념을 가지고 정면돌파하길 바랍니다. 열정을 가지고 한다면 안 될 것이 없으니까. >>> 제 개인적으로는 김윤석씨의 다음 이 더 기다려집니다. 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실지...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완득이 >의 남자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는데, 이번엔 어떤 역할이신가요? <완득이>는 창비사 청소년문학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고, 완득이라는 아이의 성장과정을 다루고 있어요. 완 득이라는 아이를 단지 학생이나 아이가 아니라 한 사람의 자아 로 바라보는 작품입니다. 저는 완득이의 담임선생님 역할을 맡았 고 완득이를 괴롭히는 역할이에요. 무서운 역할만 한다고들 하는 데 이번에는 교사 역할입니다. 아직 자세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 해진 바가 없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이에요. >>> 마지막으로, 부산 시민들에게 인사를 전해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연말에는 <황해>를 꼭 보시길 바랍니다. BFC Report 23

24 영화인 추천 맛집 김윤석 동백섬 횟집 영화인이 추천한 부. 산. 맛. 집! <황해>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하는 연변의 살인청부업자 면정학. 절망적 상황에 처한 구남에게 접 근해 빚을 갚아주는 조건으로 청부살인에 이용하려 하는 면가 라 불리는 그를 김윤석이 연기했다. 고 집스런 디테일과 지독한 연기력으로 무장한 김윤석은 면가 를 통해 선과 악을 떠나 돈에 의해 움직 이는 잔혹한 살인청부업자 역으로 악역의 진수를 보여준다. 부산이 고향이기도 한 그가 추천하는 맛 집은 해운대의 동백섬 횟집 이다. 감독들이 추천해서 많이 왔는데,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어요. 그랜드 호텔 뒤쪽에 위치해 있어서 영화 촬영 차 올 때나 부산국제영화제 때 오게 되면 항상 들르는 곳입니다. 해운대 주변의 유명한 4대 횟집 중 하나라고 하더라고요. 여기서는 주로 자연산으로 그때 계절에 맞는 회를 먹는데, 이시가리 를 가장 좋아합니 다. 일본 사람들이 돌도다리 라고 부른다는데 이걸 먹기 위해 부산에 올 정도라고 하네요. 줄가자미 돌도 다리 라고 불리는 이시가리 는 그 자체가 고소하고 깊은 맛이 나서 간장이나 초고추장 같은 양념장 없이 그냥 먹어도 맛있어요. 같이 나오는 멍게나 해삼, 문어도 싱싱하고. 김윤석 曰 김윤석, 하정우, 정대훈 PD 장편데뷔작 <추격자>로 전국 500만 관객을 동원 하며 전 세계 영화계의 기대를 받고 있는 나홍진 감독의 두 번째 작품 <황해>. <황해>는 빚을 갚기 위해 황해를 건너온 남자가 살인자 누명을 쓴 채 지독한 놈들에게 쫓기면서 벌이는 절박한 사투를 그린 영화로, 20세기폭스 내 FOX International Productions(FIP)가 제작비의 20%를 선투자 할 만큼 FIP의 지원과 더불어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과 유럽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황해>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대규모 카 체이 싱과 트레일러 전복 장면이 부산 시내에서 촬영 되었다. 극중 면가 에게 쫓기는 구남 의 치열한 도주를 그려내는 과정에서 부산 시내 3km 구간 하정우 속 시원한 대구탕 폭발적인 연기 본능, 동물적 감각의 소유자 하정우는 황해를 건너면서 모두에게 쫓기게 되는 남자 구 남 을 연기한다. 갈수록 실타래처럼 엉켜버리는 사건으로 인해 바닥끝까지 치닫는 남자 구남 역을 맡 아 지독한 캐릭터의 끝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연민을 자극하는 연기를 선보인다. 다채로운 캐릭터로 무 궁무진한 연기를 펼쳐온 하정우가 선택한 맛집은 속 시원한 대구탕. 해운대 미포 쪽에 위치한 속 시원한 대구탕 은 밤 촬영이 많을 때, 속을 시원하게 풀어 줄 해장국 겸 따 뜻한 국물이 그리울 때 찾게 되는 곳입니다. 국물이 칼칼하고 대구의 살이 포삭포삭 부드럽고 맛있는 게 특 징입니다. 한 그릇을 비우고 나면 땀이 확 나는 게 사우나 하고 나온 느낌이랄까. 여기서 대구탕 먹고 샤워 하고 한숨 푹~ 자면 거뜬합니다. 보통 부산에 오면 해장으로 복국을 많이 먹었었는데 고춧가루 풀어진 대구 탕도 좋더라고요. 스태프들 사이에서도 최고 인기였어요. 요즘엔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아서 손님이 북적거 리던데요. 하정우 曰 을 통제하고 차량 50대를 동원하여 그간 본적 없 는 거대한 스케일의 추격전이 완성되었다. 뿐만 아니라 도주하던 구남 의 대형 트레일러가 전복 되는 장면은 13대의 카메라가 동원되어 실감 나 게 그려졌다. 300여 일의 긴 촬영기간 동안 함 께한 배우 김윤석과 하정우, 정대훈 PD가 즐겨 찾았던 부산 맛집을 추천 받았다. 글 정리 배주형 부산영상위원회 홍보팀 _ template77@bfc.or.kr 정대훈 PD 칠성횟집 광안리에 위치한 칠성횟집은 예전 제작부 시절부터 헌팅이나 부 회식 때 종종 들르던 횟집입니다. 회는 물 론이고 매운탕 맛이 끝내주죠. 칼칼하고 개운한 맛이 아주 죽여줍니다. 일명 쓰키다시 라고 불리는 곁들이는 음식은 단출하지만 깔끔하게 회만을 즐기고자 하는 분들에게 강추하는 곳이에요. 회가 두툼하게 썰어져 나 와 떡회 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의외로 섬세한 맛이 잘 살아있어요. 말만 잘하면 음료수 서비스도 제공 됩니다. (물론 사람보고 해주지요^^.) 정대훈 PD 曰 24 WINTER 2010

25 Film in Busan Film in Busan 부산의 꿈, 365일 살아 움직이는 영. 화. 도. 시. 글 강동진 경성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_ 영화도시 부산 에 대한 시선 간혹 부산은 1주일 영화도시다 라는 혹평을 듣 는다. 속상하다. 영화도시라는 애칭은 정말 귀 하게 잡은 희망의 끈이다. 그런데 왜 365일 들 을 수 없단 말인가. 1년 내내 부산의 영화를 보려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영화와 관련된 담론들 이 여기저기서 펼쳐지고, 멋진 영화인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끊임없이 몰 려들고, 또 배출되어 부산이 제2의 고향이 되고, 또한 시민 모두가 영화를 사랑하고 또 영화도시에 사는 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을 느끼는 그런 일들이 왜 우리에게는 일어나지 않는가? 부분적으로는 있겠지만, 필자 같이 일반 시민은 영화도시에 산다는 느낌을 감지하지 못한다. 어깨를 으쓱해보고 싶 다. 356일 살아 움직이는 영화도시 부산 때문에 덩실거리며 춤을 추고 싶 다. 아니 침을 튀겨가며 부산과 영화에 대해 자랑도 하고 싶다. 이런 의문이 든다. 부산은 왜 영화도시로 불리게 되었을까? 국제영화제를 개최하는 도시여서 그랬을까? 예부터 영화관이 많고 영화보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랬을까? 국제영화제의 개최가 영화도시 부산으로 나아 가는 분명한 모멘텀(momentum)을 제공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바 탕에는 알게 모르게 수십 편 영화의 진솔한 배경이 되어 주었던 부산이 라는 도시 그 자체 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흔히 훌륭한 영화배우를 부를 때 팔색조의 매력을 가진 배우 라는 표현 을 한다. 팔색조가 무엇인가. 배우가 영화의 주제와 역할에 따라 제대로 변 신을 한다는 의미다. 주어진 배역에 대한 몰입과 변신의 정도가 배우 수준 을 결정하는 것이다. 영화의 생명은 창의적 리얼리티다. 이는 시나리오나 감독, 그리고 배우를 통해 발현되기도 하지만, 영화의 배경(로케지) 또한 큰 몫을 차지한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영화에 따라 팔색조로 변신하는 부산의 매력에 진정어린 시선을 던져야 한다. BFC Report 2 5

26 부산 스토리 의 영화 로케를 많이 하는 도시 보호와 발굴 로서 부산이 가진 매력은 무 엇일까? 곽경택 감독은 이 점에서 부산을 이렇게 평가 한다. 부산은 지금도 수협이 3개, 어촌계가 50개 넘는 포구의 도시다. 집들이 다닥다닥 붙은 산 중턱을 구불 구불 산복도로가 가로지른다. 해방 후 돌아온 해외동포, 이 얘기의 중심은 무엇인가? 부산이 내포하고 있는 다양한 스토리 다. 부산의 스토리는 분명 영화 전란 때 밀려든 피란민들이 평지가 좁은 부산에서 산 도시 부산 을 있게 한 가장 강력한 힘의 원천이다. 쉽게 말해 365일 살아있는 영화도시를 위해서는 으로, 산으로 올라갔던 흔적이다. 현대적 아파트와 빌 부산의 스토리를 지켜가고 또 새로운 스토리들이 계속 생산되어야 한다. 즉, 원래 부산이 가진 스토 딩들이 치솟은 해운대는 영락없이 외국이다. 휘황한 광 리들은 보호 하고, 새로운 스토리들은 발굴 해야 한다는 얘기다. 보호와 발굴을 위해 가장 먼저 해 복동, 남포동과 비린내 물씬한 자갈치시장이 큰길 하나 야 할 일은 무엇일까? 필자는 부산 영화를 기억할 수 있는 장소(로케지)들을 지키는 일이라 생각한다. 사이다. 부산은 어촌과 맨해튼, 어둠과 밝음, 근대와 첨 단이 공존한다. (조선일보, ) 이 말이 틀리지 않다면, 로케 장소(풍경)들을 보호 부산은 현대적인 화려함과 궁핍함 이 공존하고, 물질 하기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할까? 부산 영화를 찍은 세계와 정신세계, 현대와 근대, 해양 레저와 해양 재 로케장소의 목록을 만들고, 이들을 실천적으로 이 난, 폭력과 비폭력 등과 같이 전혀 다른 양면성, 즉 미지화하는 일이다. 이미 되어 있다고 생각할지 모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공존하는 독특한 도시다. 아 르지만, 필자는 물론 부산시민은 일상에서 이를 거 이러니한 것은 이러한 대비적 공존이 결코 나빠 보이 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광고판을 곳곳에 세우고 지 않고, 조화롭게 보인다는 점이다. 팸플릿을 만들자는 얘기는 아니다. 로케장소와 시 부산을 상징하는 영화들은 다분히 필름 누아르 (Film 작년에 있었던 젊은 예술가들의 애처로운 노력 민(방문자)들 간을 연결하는 마음의 다리를 놓아 정 noir)의 경향을 보인다. 모든 영화가 그런 것은 아니지 교한 소통 이 일어나도록 하자는 얘기다. 영화를 다 만 다소 어둡고 애잔하고 슬픈 내용으로 전개되는 영 시 느낄 기회를 제공하고 감동 속에 몰입할 기회를 제공하자는 얘기다. 정교한 소통 에 대한 정의는 화가 다수다. 부산의 풍경이 아직 6~80년대의 분위기 쉽지 않지만, 만약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면 로케장소들의 보호는 물론, 방문자들이 그 장소(부 를 많이 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재래시장, 70년대 분 산)에 머물 기회와 시간을 증가시켜 기대하지 못했던 부가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위기의 목욕탕, 경찰서, 병원 등의 삶의 현장도 한몫을 스토리의 보호는 그렇다고 하고, 발굴은 어떻게 해야 할까? 도시적 차원에서 새로운 스토리들은 발 한다. 이것뿐 아니다. 부산만이 가지고 있는 뛰어난 자 굴 한다는 것은 로케장소(이미지)를 신규 발굴한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그런데 틀린 논리다. 영화 연환경, 근대기에 형성된 구릉지 주거군과 초현대적인 의 로케장소는 영화 주제와 감독의 해석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고, 영화인의 시각에서 로케장 외관의 아파트들, 그 사이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과 넓 소들과 이미지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로케장소들을 찾아내고 이미지를 개발하는 일은 부 고 화려한 쇼핑몰, 또 거대한 교량들과 살아 있는 재래 산사람들의 몫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로케장소의 신규 발굴은 의미 없는 일인가? 그렇지 않다. 필 시장 등. 모든 것이 부산의 독특한 풍경이고 장소다. 자의 의도는 신규 발굴을 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자는 것이다. 신규 발굴의 터전 이라 함은 부산 전 체의 장소와 풍경의 보호를 의미한다. 시대의 변화 자체를 거슬러지는 못하겠지만, 무서운 속도로 도 시를 획일화시키고 원(原)풍경을 파괴하는 인위적 변화는 막아야 한다(절제해야 한다)는 것이고, 부산 이 가진 다양성의 원천을 까먹는 일은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개발이 미덕인 도시에서 이를 지 키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부산에 대한 뚜렷한 도시 관리의 철학과 진정어린 의지만 있다면 못할 일도 아니다. 시민들의 응원과 하나 된 마음도 필요할 것이다. 사실 로케장소와 연관하여 도시관리의 철학과 도시개발의 패턴이 결정될 수 있다면 분명 세계 토픽감이다. 부산은 빠르게 매일 변화하는 도 시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럴 것이다. 세계적인 영화도시가 되려면 전체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장소 들만이라도 특별한 접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아련한 추억과 애잔함과 쓸쓸함이 배여 있는 곳, 생태 적 건강함과 자연이 푸르른 곳, 근대기의 흔적과 기억을 담고 있는 곳, 부산만의 독특한 지형조건과 10년 전 5월 어느 날, 피프광장 한켠에서 만났던 장동건과 유오성 풍경을 가진 곳, 해양문화를 발현할 수 있는 곳, 그리고 부산산업의 현장들. 어떤 형태로든 바뀌어 가겠지만, 또 예상하지 못했던 곳이 로케장소로 등장하겠지만 이곳들은 앞으 로도 부산 영화에 큰 몫을 담당해 줄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들을 잘 지켜주고 치유해 주어야 하며, 쉽 게 해체하거나 버리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진정 부산을 위한다면. 엉뚱한 개인적인 바람을 적어 본다. 불량주거지로 폄하되고 있는 부산의 산록들을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로케 팸플릿을 들고 훑고 다니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부산의 로케 올레 가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신선한 변화의 바 람이 불어올지도 모른다. 2 6 WINTER 2010

27 365일 영화도시로 365일 살아 있는 국제적인 영화도시이자 로케도시로 발전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크 가는 길 게 1)영화 촬영지 -> 2)영화촬영지대 -> 3)영화테마도시 -> 4)영화복합도시-> 5)창조적 영화도시 로 발전 과정을 구분하여 볼 수 있다. 부산의 현재시점 반복촬영 영화촬영지 단순홍보 영화촬영지대 이미지마케팅 영화테마도시 이미지융합 공간네트워킹 영화 로케장소 창조적 영화복합도시 영화 로케장소 영화 로케장소 영화도시 기능융합 영화 로케도시 영화 로케도시 생활화 문화화 이러한 과정 속에서 로케장소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도시 내에 산발적으로 분포하는 로케장소들이 일련의 주제를 가지거나 특화되기 시작할 때, 영화 는 해당 도시의 부문(생산)산업으로서의 기초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이런 수준의 도시를 영화테마도시 로 부를 수 있고, 이에 이미지마케팅과 공 간네트워킹 등이 배양되면 영화복합도시 로 나아갈 것이고, 이에 질적 융합이 일어나면 창조적 영화도시 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로케장소는 이러 한 진화과정 속에서 도시공간을 영화와 하나로 묶는 즉, 생활화와 문화화를 조장하는 기폭제이자 장치로서 기능하는 것이다. 부산은 어디쯤에 와 있을까? 필자의 판단으로는 부산은 영화테마도시에 발을 들여놓은 채, 영화복합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동시다발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 상 황을 탄탄하고 건강하게 변화시켜 가려면 도시 자체가 영화가 되고 또 영화의 터전이 되어야 한다.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도시 전체가 로케장소가 될 수 있 어야 하고 시민들의 삶 속에 영화가 스며들어 영화가 생활화 가 되고 문화화 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다소 엉뚱하고 거친 다섯 가지의 제안으로 글을 마치려 한다. ➊ 용두산 자락의 동주여고(건물)를 아마추어영화교육센터 로 재활용하면 어떨까? 이는 영화박물관(예정)과 피프광장을 연결하는 징검다리이자 광복동 과 남포동을 영화보물지대로 전환시켜 가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➋ 2~300만 명 이상을 동원한 부산(로케)영화들을 기념하기 위한 메모리얼하우스 를 조성하는 일은 어떨까? 미포에 해운대 를 기념하는, 40계단 옆 에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를 기념하는, 그리고 자갈치건어물시장 한 켠에 친구 를 기념하는 메모리얼하우스를 만들자. 새 건물보다는 낡고 작은 집을 고치면 된다. 7~8개가 완성되면 멋진 부산영화올레길이 만들어질 것이다. ➌ 두레라움이 지어지는 센텀시티에 부산영화스트리트 를 만들어 보자. 모여들 영화인들이 일상으로 즐기고, 머물며, 담론을 나눌 수 있는 거리를 만들 어 보자. 깊게 스며들 문화 생명력으로 센텀시티가 새롭게 약동할 것이다. ➍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기간에 중구(자갈치시장/남항)와 해운대(나루공원/영상센터)를 직접 연결하는 항로 를 개설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수많은 영화 마니아들에게 부산 바다의 풍광을 선물해 보자. 배를 타고 영화를 보러 간다는 상상! 도시자산으로서 국제영화제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할 것이 다. ➎ 부산의 독특한 곳곳(산복도로일대, 사상주변 공장지대, 기장의 포구들, 해수욕장 주변, 광복로 등)에 동네영화마당 을 조성하여 주말 저녁마다 영화 를 틀어보자. 70년대 만화영화도 좋고 로마의 휴일 이나 미워도 다시 한 번 같은 옛 영화도 좋다. 동네가 살아날 것이다. 세파에 지친 부산사람들 의 마음을 녹여 줄 것이다. BFC Report 2 7

28 Film indust-o-ry 영화산업이야기 중국, 어디까지 가봤니? 아시아의 할리우드, 국가차이나필름디지털제작기지와 헝디엔 영상성을 찾아가다 중국에 유니버셜스튜디오가 있다고? 가본 적이 없다면 견자단과 이연걸이 대결을 벌이는 <영웅>, 자금성을 가득채운 황금빛 국화의 향연이 펼쳐진 <황후화>, 혹은 <중천> 의 핵심공간 천기관을 떠올려보자. 영화를 보는 내내 도대체 어 떻게 실제 촬영이 이루어졌을까 몹시 궁금해했던 그곳. CG로 만든 가상공간이 아닌 실제 어마어마한 대지 위에 선진 기술로 무장한 국가차이나필름디지털제작기지와 헝디엔 영상성을 찾아갔다. 글 오수진 부산영상위원회 마케팅팀_ 사진 정희철 부산영상위원회 벤처사업팀장_ 28 WINTER 2010

29 BFC Report 29

30 >> 중국 국립영화촬영기지, 국가차이나필름디지털제작기지 베이징시 외곽 화이로우에 자리 잡은 국가차이나필름디지털제작기지(이하 디지털기지)로 가기 위해 시내에 숙소를 잡은 우리 일행은 두 시간이 넘는 먼(?) 여정을 앞두고 준비를 서둘러야 했다. 아침 안개가 자욱한 북경시내에서 차로 두 시간여를 달려 마침내 중국영화산 업의 허브로 자리 잡은 디지털기지에 도착했다. 양적인 변화에 질적인 변화를 더하다 중국 정부 십일오( 十 一 五 )계획 (11차 5개년 계획, 2006~2010년) 중 중요한 문화사업의 하나로 추진된 디지털기지 건립은 국영기업 인 차이나필름그룹이 전체 제작기지 총면적 533,360m2, 건축면적 15만m2의 부지에 인민폐 20억 위안(약 3,400억 원)을 투입해 총 건설기간 2년을 거쳐 2008년 완공했다. 세계최고의 영화기지를 꿈꾸며 건설된 디지털기지는 초일류의 전문기술과 디지털영화제 작을 위한 창작환경을 갖추고 매년 80편의 영화, 200편의 TV영 화, 500부의 드라마 제작능력을 구비하고 있다. 대형 스튜디오 및 후반작업기지, 각종 의상, 소품 창고 등이 한 곳에 집적화되어 영 화제작의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다. 디지털기지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16,000여m2 규모의 소품, 의상 창고에 들어선 순간 영화 <공자-춘추전국시대> 속 역사적 지략가 공자와 <황후화> 속 절대 권력의 황제의 의상들이 눈앞에 펼쳐졌 다. 한쪽 편에는 2008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 출연자들이 입은 의 상들이 빽빽이 진열되어 있었다. 장인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이 의 상들은 디지털기지에 채용된 기능직 직원들이 일일이 제작해 대여 한다고 한다. 디지털기지안에는 이러한 기능직 직원들을 포함한 전 직원이 총 1,000여 명에 이른다고 하니 그 인력규모만도 어마어 마하다. 골동품과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모조품이 함께 진열된 역 사의 보물창고인 소품실에 들렀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청나라 부의황제가 실제 앉았던 어좌를 영화촬영을 위해 고궁에서 직접 기증했다고 하니 역사의 중요한 문물을 영화를 위해 선뜻 내놓는 다는 그 과감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시아 최대 규모 스튜디오 스튜디오는 800m2의 소규모에서부터 5,000m2의 초대형 스튜디오 까지 규모별로 총 16개를 보유하고 있다. 11번 스튜디오(스튜디오 가 많아 번호를 붙여 표기)는 아시아 최고를 자랑하는 5,000m2의 촬영장으로, 현재 영화촬영 세트를 짓고 있어 공개하는 걸 꺼려했 으나 조심스레 보기만 하겠다고 굳게 약속하고 세트장에 들어섰 다. 스튜디오 상부에 냉난방 시설이 완비된 이곳에선 이제 막 영 화촬영용으로 제작된 초대형 불상이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었다. 그 밖의 실내세트장 곳곳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영화소품 및 카메 라가 전시되었고, 레드카펫 싸이닝 세리머니 체험 공간도 마련되 어 있다. 1,200m2의 스튜디오 중 열대우림 세트장은 올해 오픈되었다. 숲이 우거지고 모형 뱀이 꿈틀꿈틀 발밑을 지나가고 있었다. 아직까지 영화촬영은 없었다고 하는데 워낙 컨셉이 명확하기 때문에 영화촬 영보다는 관람객을 위한 볼거리로 만들어진 측면이 강한 듯하다. 스 튜디오가 16개나 되다 보니 스튜디오 활용도가 자유로웠다. 포스트 프로덕션 구역에는 믹싱, 녹음, 디지털 후반 제작(VFX), 텔 레시네 및 애니메이션/게임/ 광고 제작, 각종 촬영 장비 렌트, 특 수효과는 물론 블루레이디스크, DVD 등 디스크의 최대생산구역 이 있어 제작부터 영상제품 생산까지 다양한 전문적 서비스를 제 공한다. 디지털기지는 향후 제2공정에서 10개의 스튜디오가 추가로 더 건 립될 예정이라고 하니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를 또다시 놀래 켜 줄지 사뭇 궁금해진다. 30 WINTE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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