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논총제 66 집 (2011), pp. 7 32 공통감각과미적소통 - 칸트미학을중심으로 - 공통감각과미적소통 - 칸트미학을중심으로 - 임성훈 ( 서울대학교미학과 ) 1. 들어가는말 미와예술에대한판단은주관적이다. 그러나과연주관적이기만한가? 얼핏보기에답하기쉬운듯이보이지만, 사실이물음은미학의아포리아 (aporia) 에해당하는문제이다. 18세기철학자이자미학자인임마누엘칸트는이문제를자신의세번째비판서인 판단력비판 (Kritik der Urteilskraft) 1) 에서상세하게다루고있다. 이를통해칸트가내리는결론 1) 판단력비판 은 Immanuel Kant(1974), Kritik der Urteilskraft, Bd. 10, in zwölf Bänden, Wilhelm Weischedel (Hg.), Frankfurt am Main( 이하 KU 로약칭 ) 에서인용한다. 기본적으로두종류의한국어번역본, 즉임마누엘칸트 (2009), 판단력비판, 백종현옮김, 아카넷그리고 I. 칸트 (1996), 판단력비판, 이석윤옮김, 박영사를참고하여인용하되, 필요한경우일부수정하기도하였다. 주제어 : 공통감각, 미적소통, 미적판단, 이율배반, 미적공통감각, 문화 Gemeinsinn, ästhetische Kommunikation, ästhetisches Urteil, Antinomie, ästhetischer Gemeinsinn, Kultur
8 인문논총제 66 집 (2011) 은미와예술에관한판단이주관성의원리에기초하고있지만, 그럼에도모든사람에게보편적타당한판단이라는것이다. 이것이칸트미학의핵심테제인이른바 미적판단의주관적보편타당성 의주된내용이다. 이테제가갖는미학사적그리고철학사적의의는크다. 미학사적관점에서한편으로미와예술의주관성이단지사적으로만타당한것이아니라, 사람들사이에서보편적으로소통될수있다는것을, 그리고철학사적관점에서또다른한편으로이성의보편성만이아니라감정의보편성또한얼마든지논의될수있다는것을보여주고있기때문이다. 2) 이논문은이러한칸트미학의특징을통해이성중심적인합리적소통만이아니라미적소통 (ästhetische Kommunikation) 의가능성과그조건의문제를특히 공통감각 (Gemeinsinn, sensus communis) 을중심으로고찰하는데그목적을두고있다. 이를위해이논문이다루고자하는핵심적인물음들은다음과같다. 여타의판단과구별되는미적판단의고유한특징은무엇인가? 미적판단의가능조건은무엇인가? 미적판단이주관적이면서도동시에보편적으로소통가능한판단이라고말할수있는근거는무엇인가? 미적판단의전제가되는공통감각이란무엇인가? 미적판단, 공통감각그리고문화는어떤관계에있는가? 미적공통감각 (ästhetischer Gemeinsinn, sensus communis aestheticus) 이란무엇이며, 그것이소통의문제와어떤방식으로관계하는가? 오늘날의소통문제에서공통감각이갖는의미는무엇인가? 2) 이는특히칸트가미적판단을 주어진표상에서이루어지는우리의감정을개념의매개없이보편적으로전달가능하게하는것을판정하는능력 (KU, B160), 주어진표상과 ( 개념의매개없이 ) 결합된감정의전달가능성을선험적으로판정하는능력 (KU, B161) 등으로정의하고있다는사실에서도확인할수있다.
임성훈 / 공통감각과미적소통 9 2. 미적판단의네가지계기들 판단력비판 의 미의분석학 (Analytik des Schönen)( 1-22) 은다음과같은문장으로시작한다. 어떤것이아름다운것인지아닌지를구별하기위해서는, 우리는표상을지성에의해인식하기위해객관에관계시키는것이아니라, 상상력에의해 - 아마도지성 (Verstand) 과결합되어있는 - 주관및주관의쾌또는불쾌의감정에관계시킨다. 그러므로취미판단 [ 미적판단 ] 은인식판단이아니며, 따라서논리적이아니라, 미적 (ästhetisch) 이다. 미적이란그규정근거가주관적일수밖에없다는뜻이다 (KU, B4). 이첫구절은주목할만한것인데, 왜냐하면사실상미적판단의핵심내용과그특징을압축적으로말해주고있기때문이다. 이를풀어쓰면다음과같다. 첫째, 미적판단은지성이산출하는개념에따르는인식판단이아니다. 둘째, 미적판단은상상력의놀이에서이루어지는판단이지만, 그렇다고해서지성과완전히독립된판단이라고말할수없다. 미적판단도판단인한에서어떤방식으로든지성과관계하기때문이다. 셋째, 미적판단은객관적인인식을구성하는판단이아니라, 주관의쾌나불쾌의감정에그토대를둔판단이다. 넷째, 미적판단은객관적원리가아니라, 주관적원리에근거한다. 여타의판단과구별되는미적판단의이러한특징들에대한고찰은이논문의주제를이루는미적판단과공통감각의관계그리고이와관련된미적소통의문제를심층적으로다루는데있어서도당연히중요하다. 그러나이에대한상세한고찰은이논문의범위를넘어서는것이기에여기서는핵심적인사항만을개괄적으로설명하기로만한다. 미의분석학 은미적판단의가능조건을묻고, 3) 이를네가지계기, 즉 무관심성, 무개념성, 목적없는합목적
10 인문논총제 66 집 (2011) 성, 필연성 등으로구분하여논의하고있다. 2.1. 무관심성 (Interesselosigkeit) 취미는어떤대상또는어떤표상방식을일체의관심없이 (ohne alles Interesse) 만족이나불만족에의해판정하는능력이다. [ 그리고 ] 그와같은만족의대상을아름답다고일컫는다 (KU, B16). 미적판단은 일체의관심없이 라는표현이말해주고있듯이무관심적인조건하에서내려지는판단이다. 달리말해, 미적판단은여타의관심들, 예컨대 쾌적한것 (das Angenehme) 에따른만족에속하는감각적관심 (KU, B9) 4) 이나 좋은것 [ 선한것 ] (das Gute) 에따른만족에속하는도덕적관심 (KU, B10) 5) 과도구분되는판단이다. 6) 칸트가이러한구분을시도하고있는이유는분명하다. 이성과감각은각각의관심에얽매일수밖에없고, 이에따라미적판단의고유한한특징인아름다움의 불편 3) 판단력비판 머리말 에서밝히고있듯이, 칸트는우선미적판단의가능조건의문제를 초월적관점 (transzendentale Absicht) 에따라논구하고있다 (KU, BIX). 4) 그런데내가한대상이쾌적하다고언명하는, 한대상에대한나의판단이그대상에대한어떤이해관심을표현하고있다는것은, 그판단이감각을통해그같은대상에대한욕구를약동시키고, 그러니까만족은대상에관한한갓된판단을전제하는것이아니라, 나의상태가그러한객관에의해촉발되는한에서, 그대상의실존과나의상태와의관계가전제된다는사실로미루어볼때, 이미분명한 [ 사실 ] 이다. 그래서사람들은쾌적한것에대해서한낱 그것은마음에든다 (es gefällt) 라고말하지않고, 그것은쾌락 [ 즐거움 ] 을준다 (es vergnügt) 고말하는것이다. 5) 선한것 [ 좋은것 ] 이란이성을매개로순전한개념에의해마음에드는것을말한다. 우리는단지수단으로서만마음에드는어떤것을무엇을위해좋은것 ( 유용한것 ) 이라고부르고, 그자신만으로마음에드는다른어떤것은자체로좋은것 (an sich gut) 이라고부른다. 양자안에는언제나목적의개념이, 그러니까한객관또는한행위의현존 (Dasein) 에대한만족, 다시말해어떤이해관심이함유되어있다. 6) 이성의관심은 존경 (Achung) 에서, 사적관심은 경향성 (Neigung) 에서산출되는데반해, 미적관심은 호의 (Gunst) 에서비롯된다 (KU, B15 참조.).
임성훈 / 공통감각과미적소통 11 부당성 (Unparteilichkeit) 을확보할수없기때문이다 (KU, B37). 그러니까미적판단의무관심성이란감각적인쾌락에대한관심, 객관에대한경험적인관심, 실천이성적인관심, 지적인관심등과같은일체의관심들에서자유로운관심을말한다. 7) 일체의관심에서자유로운관심, 즉미적무관심성은아도르노가비판하는있는바와같이 거세된쾌 8) 나수동적인관조를의미하는것이아니라, 오히려능동적으로작용하는, 고유하면서도특유한쾌의감정을지시하는개념이다. 이러한무관심성의미학은특히 18세기미학의중요한성과인미적자율성의확립에결정적인근거를제공하였다. 2.2. 무개념성 (Begriffslosigkeit) 개념없이 (ohne Begriff) 보편적으로만족을주는것은아름답다 (KU, B32). 미적판단은 대상들의인식 에대한비판이아니라, 판단하는주관 에속하는비판이다 (KU, BLIII 참조 ). 따라서미적판단은개념에기초한인식판단일수없다. 위의구절에서 개념없이 라는말은바로이를강조한표현이다. 그런데이표현은단순히미적판단에서개념이배제된다는식으로해석될수없다. 왜냐하면미적판단또한일종의판단이며, 7) 칸트의무관심성의미학은렉키 (B. Recki) 가지적하고있듯이 이론적인식이나실천적유용성에대한일체의관심없이사물들에놀이하듯이관계 할수있게하고, 또한이를통해이성에대한새로운이해의지평을열어갈수있게한다. Birgit Recki(2001), Achtung vor der zweckmäßigen Natur - Die Erweiterung der kantischen Ethik durch die dritte Kritik, Kant und die Berliner Aufklärung. Akten des IX. Internationalen Kant- Kongresses, Bd. III, Berlin-New York, p. 298 참조. 8) 아도르노는칸트의무관심성의미학을 거세된쾌락주의의미학, 쾌없는쾌의미학 (Ästhetik zum kastrierten Hedonismus, zu Lust ohne Lust) 라고비판하고있다. T. W. Adorno(1998), Ästhetische Theorie, Frankfurt am Main, p. 25 참조.
12 인문논총제 66 집 (2011) 판단인한에서어떤식으로든개념이매개되어야하기때문이다. 이는칸트가미적판단을 상상력과지성사이의자유로운놀이 라고정의하고있는데서도충분히확인할수있다. 미적판단에서도당연히개념이작용한다. 다만, 그작용의양상이인식판단의경우와는다를뿐이다. 그렇다면어떻게다른가? 칸트는다음과같이설명하고있다. 개념들의능력은, 개념들이혼란된것이든분명한것이든간에, 지성이다. 그리고미적판단으로서의취미판단도 ( 다른모든판단들이나마찬가지로 ) 지성을필요로하긴하지만, 대상을인식하는능력으로서지성이취미판단에필요한것이아니라, 이것과 [ 이판단과 ] 대상의표상을 ( 개념없이 ) 표상의주관및주관의내적감정과의관계에따라규정하는능력으로서지성이필요한것이고, 그것도이판단이 [ 미적판단이 ] 보편적규칙에따라서가능한한에서그러한것이다 (KU, B48). 인식판단에서는 주어진대상이감관들을매개로상상력을활동시켜잡다를형성하게 하고, 또한 상상력이지성을활동시켜잡다를개념들에서통일 시킨다 (KU, B65). 이는객관적인식을획득하는데있어필연적으로생겨나는일이다. 물론미적판단에서도인식능력들 ( 곧, 상상력과지성 ) 이상호작용하기는한다. 그러나이경우대상의규정성에얽매이는인식이아니라, 인식일반 (Erkenntnis überhaupt) 9) 에관계한다는점에주목해야한다. 그러니까미적판단에서상상력은개념과직관을단지매개하는역할을하는것이아니라최고의자유상태에서지성과놀이를한다. 여기서직관은개념과결합되는것이아니라반성된다 (reflektiert). 이런점에서칸트의 무개념성의미학 은미적판단이객관적원리에근거한인식판단과는구별되는판단이란점을밝히고, 또한 9) 미학과인식의관계를파악하는데, 인식일반 개념은결정적으로중요하다. 이에관한상세한설명은임성훈 (2006), 비판과반성으로서의미학 - 칸트의미적판단의주관적보편타당성에관하여, 미학 제 48 집, 특히 189-191 쪽참조.
임성훈 / 공통감각과미적소통 13 주관적원리에근거한미적판단이개념에종속되지않으면서도얼마든지보편성의차원에서논의될수있다는것을설명해주고있다. 2.3. 목적없는합목적성 (Zweckmäßigkeit ohne Zweck) 미는, 합목적성이목적의표상없이도대상에서지각되는한에서, 그대상의합목적성의형식이다 (KU, B61). 목적없는합목적성 은칸트미학의난해성을유감없이보여주는개념중의하나이다. 10) 목적있는합목적성 개념을어느정도이해할수는있지만, 도대체 목적없는합목적성 이무엇을의미하는개념인지를제대로파악하기란결코용이한일이아니다. 이개념에대한상세한분석이이논문의주제가아니기에여기서는예를들어기초적인이해만을구하는것에만족하기로한다. 망치 는 벽에못을박다 라는목적에적합한사물이다. 우리는망치를보고, 그것이현실적으로어떻게사용될수있는지를, 즉어떤목적으로만들어졌는지를충분히표상할수있다. 따라서 망치 와 벽에못을박다 사이에는합목적적 (zweckmäßig) 인관계가성립하며, 이경우우리는 목적있는합목적성 을말할수있다. 그런데칸트는미적판단의경우 목적없는합목적성 또한가능하다고주장한다. 우리가들판에피어있는민들레를보고아름답다고말할수있지만, 정작우리는민들레가왜하필이면그러한형태, 색깔, 구조등으로그곳에그렇게피어있는지를, 즉그목적을표상하지는못한다. 그 10) 합목적성 개념에대한충분한설명은목적론과함께논의될때어느정도가능하다. 미적판단은주관적이며형식적인합목적성을그원리로하는반면, 목적론적판단은객관적이며실재적인합목적성을그원리로한다. 칸트철학에나타난 합목적성 개념의다층적이고복합적인함의에대해서는특히 Giorgio Tonelli (1957/58), Von den verschiedenen Bedeutung des Wortes Zweckmäßigkeit in der Kritik der Urteilskraft, Kant-Studien, 49 Jg. 참조.
14 인문논총제 66 집 (2011) 럼에도불구하고우리는마치어떤목적이있는것처럼가정할수는있는데, 이렇게가정된목적에따라우리와민들레사이에합목적적인관계가성립되는것이다. 이관계는 형식에따른 것이며, 11) 따라서 이민들레는아름답다 라는미적판단은 목적없는합목적성 의형식에근거한판단이다. 물론이러한설명이 목적없는합목적성 개념을이해하는데충분한것은결코아니다. 이개념의다층적이고복합적인의미는예컨대, 미적놀이, 미적반성, 인식일반등을함께고려해논의할때, 어느정도드러날수있기때문이다. 2.4. 필연성 (Notwendigkeit) 개념없이필연적인만족의대상으로서인식되는것은아름답다 (KU, B68). 칸트가여기서말하고있는필연성은개념에서도출된필연성이아니다. 그러기에이필연성은이론적이거나객관적또는실천적관점에서논의될수없다. 또한이필연성은경험의보편성에서추리될수있는것도아니다. 그렇다면어떠한필연성인가? 미적판단의필연성은어떤것에대해그것을아름답다고판단할때, 이판단은주관성에기초하지만, 그럼에도모든사람의 동의를구할수있다 (ansinnen) 12) 는의미에서의필연성이다. 이러한필연성은특수한종류의것이다. 칸트는이를보편적규칙의한 실례 (Beispiel) 로서의필연성, 그러니까 견본적필연성 (exemplarische Gültigkeit) 이라고말한다 (KU, B67). 또한직접적으로제 11) 이에관해서는 Wolfgang Bartuschat(1972), Zum systematischen Ort von Kants Kritik der Urteilskraft, Frankfurt am Main, pp. 108-109 참조. 12) 미적판단의보편타당성을이해하는데있어동사 ansinnen( 안진넨 ) 이함축하고있는의미를면밀하게검토하는것이필요하다. 이에관해서는임성훈 (2006), 앞의논문, 187-188쪽참조.
임성훈 / 공통감각과미적소통 15 시될수없다는점에서 하나의순전한이상적규범 (KU, B67) 으로서의필연성이다. 이러한주관적필연성은근거를갖고있는데, 칸트에따르면그것은 공통감각 (Gemeinsinn) 이다. 공통감각은 어떤외감이아니라, 우리인식능력들의자유로운놀이에의한작용결과 (KU, B64f) 이며, 사람들사이에서이루어지는감정의소통을가능하게한다. 칸트는공통감각이 규정적인규범 이아니라 비규정적인규범 (unbestimmte Norm) 으로서 현실적으로 (wirklich) 전제되고있다고말하면서, 우리가능히취미판단을내린다는사실 이이를증명한다고주장한다 (KU, B67). 물론이러한칸트의주장을공통감각에서미적판단이도출된다는식으로오해해서는안될것이다. 칸트가여기서말하고자하는바의핵심은미적판단의주관적필연성은공통감각에근거한다는것이고, 이는미적판단의수행에서확인될수있다는것이기때문이다. 13) 3. 미적판단의또다른지평 : 취미와문화 칸트가 판단력비판 에서미적판단의문제를초월적 (transzendental) 관점뿐만아니라사회, 문화적관점에서도논구하고있다는점에주목해야할것이다. 14) 이를간과한다면, 칸트미학의다양한측면을읽어낼수 13) Christian Harmut Wenzel(2000), Das Problem der Subjektiven Allgemeingültigkeit des Geschmacksurteils bei Kant, Kant-Studien Ergänzungsfefte 137, Berlin/New York, p. 183 참조. 14) 비록칸트가 판단력비판 머리말 에서 미적판단력으로서의취미능력에대한연구는여기서취미의형성 [ 교양 ](Bildung) 이나개발 [ 문화 ](Kultur) 을위해서가아니라, [ ] 단지초월적관점에서행해질것 (KU, BIX) 이라고밝히고있으나, 판단력비판 의 미의분석학 이후칸트는미적판단을초월적관점뿐만아니라사회, 문화적관점나아가이념의문제를다양한측면에서논의하고있다는점을간과해
16 인문논총제 66 집 (2011) 없을것이기때문이다. 이와관련하여세심하게독해해야할부분은 판단력비판 의 41이다. 여기서칸트는초월적관점에서설명했던무관심성의미학과는달리, 미적판단의문제를사회, 문화적관점에서고찰하고있다. 특히다음과같은구절은미적판단이 관심 (Interesse) 의문제와밀접하게관련되어있음을분명하게드러내보여준다. 어떤것이아름답다고언명되는취미판단 [ 미적판단 ] 이그규정근거로서어떠한이해관심을가져서는안된다고하는것은위에서충분히설명되었다. 그러나이로부터, 취미판단이순수한미적판단으로주어진후에, 그것에어떠한이해관심도결합될수없다는결론이나오는것은아니다. (...) 경험적으로미적인것은오직사회에서만관심거리이다 (KU, B161f). 무인도에버려진사람이그자신홀로있으면서자기의움막이나자기자신을꾸미거나꽃을찾아다니지는않을것이며, 더군다나단장을위해꽃을기르지는않을것이다. 오직사회에서만그에게한낱인간이아니라자기나름으로세련된인간이고자하는생각이떠오른다 (KU, B163). 칸트는 미의분석학 에서순수미적판단의문제만을다루었고, 사회로의경향성 의결과인 경험적관심 (empirische Interesse) 에대해서는직접적으로논의하지않았다. 이에관해언급된다하더라도, 단지순수미적판단과대비되어부차적으로만취급되고있을뿐이었다. 그러나미적판단이사회와문화속에서성립하는판단임은부정할수없는사실이다. 예를들어, 칸트는 반성 (Reflexionen) 의한곳에서 취미의문화 (Cultur des Geschmacks) 를강조하고있다. 15) 미의분석학 에서는우선적으로미적판단의가능조건을탐구하기위해서초월적관점에머물수밖에없었지만, 계몽주의자로서칸트는미학과사회, 문화사이의긴밀서는안될것이다. 15) AA XV, R.993.
임성훈 / 공통감각과미적소통 17 한연관성을결코도외시하지않았다. 비록칸트가미적판단과문화의관계를본격적으로논하고있지는않지만, 그관계의중요성을시사하는구절을 판단력비판 여러곳에서어렵지않게찾아볼수있다. 칸트가 판단력비판 에서공통감각개념을도입하고있는이유중의하나는바로공통감각이미학과문화의관계를고찰하는데주목할만한논점을제공하고있기때문이다. 4. 공통감각과미적소통 4.1. 공통감각 가다머 (H-G. Gadamer) 는 진리와방법 에서공통감각이새로운인문주의전통과정신과학의인식방식에서핵심적인역할을해왔던개념이라고설명한다. 공통감각은논리적, 추상적진리의문제에속하는것이아니라현실의삶그리고공공적삶의문제와직접적으로관계하는인간의능력이다. 가다머는인문주의전통에서공통감각이갖는의의를특히비코 (Giovanni Battista Vico) 의예를들어다음과같이밝히고있다. [ 공통감각은 ] 인간이면누구에게나있는일반적능력일뿐만아니라, 동시에공동성 (Gemeinsamkeit) 을만들어내는감각이기도하다는것이분명하다. 인간의의지에방향을지시해주는것은이성의추상적보편성 (die abstrakte Allgemeinheit) 이아니라, 한집단, 한민족, 한국가또는인류전체의공동성을나타내는구체적보편성 (die konkrete Allgemeinheit) 이라고비코는생각한다. 따라서이공통감각의형성이삶에대해결정적인중요성을지닌다는것이다. 16) 16) Hans-Georg Gadamer(1990), Wahrheit und Methode - Grundzüge einer philosophischen
18 인문논총제 66 집 (2011) 가다머가비코의관점을예로들어설명하고있듯이, 공통감각은지성이나논리적참인것으로서의진리에우선하는인간의감각능력이다. 그러기에공통감각에는삶의구체성과윤리적실존성이직접적으로드러나있다. 공통감각에대한이러한관점은 18세기영국철학자, 특히샤프츠베리 (Shaftesbury) 와그의후계자들인허치슨 (Hutcheson) 이나흄 (Hume) 에게서도발견된다. 17) 공통감각에대한이들의논의는 18세기독일철학자들에게도큰영향을끼쳤는바, 칸트또한여기서예외는아니었다. 18) 칸트는그렇지만공통감각을상당부분새로운관점에서조망하고자하였다. 이는무엇보다그가공통감각을상식이나건전한인간의지성이라는관점에서고찰하는것이아니라미적판단의문제와관련하여논의하고있다는점에서가장잘드러난다. 단적인예로칸트가 판단력비판 의 40에서언급한 미적공통감각 (sensus communis aestheticus) 개념을들수있을것이다 (KU, B161). 가다머는 18세기독일인문학에서논의된공통감각의이론이고대로부터이어져내려온공통감각본래의의미를약화시키거나협소하게만들었다고비판한다. 그이유중의하나로공통감각을판단력개념과관련시켜논구했기때문이라고그는말한다. 19) 그러니까독일의철학적미 Hermeneutik, Tübingen, p.26 ( 한스- 게오르크가다머, 진리와방법, 이길우외옮김, 문학동네, 2003, 61쪽.) 17) Ibid. p.30 ( 위의책, 68쪽 ) Common sense 개념은스코틀랜드철학에서참으로핵심적인체계적기능을발휘했다. 스코틀랜드철학은형이상학및그회의주의적해체에대해서공격적으로대응했으며, Common sense 의근원적이며자연스러운판단들을기초로새로운체계를이룩했다 (Thomas Reid). 18) 공통감각 (Common Sense) 에중점을두었던영국철학이독일철학에미친영향에대해서는예컨대, Manfred Kühn/ Heiner F. Klemme(2004), Die Nachwirkung der schottischen Philosophie des Common Sense, Grundrisse der Geschichte der Philosophie 18. Jahrhundert, Basel 참조. 19) Hans-Georg Gadamer, op.cit, p. 36( 한스-게오르크가다머, 앞의책, 77쪽 ). 때로 공통적인지성 (der gemeine Verstand) 이라고도불리는 건전한인간지성 (der gesunde
임성훈 / 공통감각과미적소통 19 학은공통감각을판단력과취미의문제로논구해왔으며, 이는결과적으로공통감각의의미를축소하는결과를초래했다는것이다. 가다머는특히칸트가 판단력비판 에서공통감각을미적판단의문제로환원해서논의하고있다고지적한다. 가다머의칸트에대한비판의요지는다음과같다. 즉, 칸트의공통감각이론은결과적으로미적판단의이론에한정될수밖에없었고, 이로인해공통감각의본래의고유한특징, 즉삶의실존성과도덕적측면을거의논의하고있지않다는것이다. 이러한가다머의비판에수긍할점이없지는않지만, 그렇다고해서그의비판을전적으로타당하다고만볼수는없다. 칸트가미적판단과공통감각의관계를중시하여, 심지어 미적공통감각 이라고말하고있는것은사실이지만, 단지이러한사실만으로공통감각을미적판단의문제로환원해서다루고있다고단정할수는없기때문이다. 앞으로논의하겠지만, 미적공통감각 은미적판단의또다른차원인사회, 문화적및도덕적차원과이에따른소통의문제를이해하는데있어중요한단초를제시하고있는개념이다. 4.2. 공통감각과미적판단의이율배반 (Antinomie) 칸트는미적판단이모든사람에게보편타당하며, 또한전달가능한판단이라고주장한다. 그러나문제는이러한미적판단의소통가능성이객관성이아니라주관성의원리에기초하고있다는점에있다. 앞서살펴보았듯이, 미의분석학 은미적판단이개념에기초한판단이아님을밝히고있다. 그런데 미의분석학 이후 변증학 의 이율배반 ( 55-57) Menschenverstand) 은사실상판단력을통해서결정적으로그성격이규정된다. 바보가슬기로운자와구분되는점은그가판단력을가지고있지않다는사실, 즉올바르게분류할수있는능력을가지고있지않고, 따라서배워서알고있는것을올바르게적용할수없다는데있다.
20 인문논총제 66 집 (2011) 에서이문제가다시논의되고있다는것에주목할필요가있다. 이율배반 의정립과반정립은다음과같다. 1) 정립 (Thesis): 취미판단은개념에기초하지않는다. 왜냐하면그렇지않다면 [ 개념에기초한것이라면 ] 취미판단에관해 ( 증명에의해결정되면서 ) 논의 (disputieren) 할수있기때문이다. 2) 반정립 (Antithesis): 취미판단은개념에기초한다. 왜냐하면그렇지않다면 [ 개념에기초한것이아니라면 ], 취미판단이다르다고할지라도, 이러한취미판단에대해 ( 다른사람들에게필연적인일치를이러한판단에요구하는것에대해 ) 결코논쟁 (streiten) 할수없기때문이다 (KU, B234). 이율배반 에서는무엇보다미적판단이 논의 (disputieren) 의차원이아니라 논쟁 (streiten) 의차원에서성립하는판단이란점이강조되고있다. 이에따라전개된핵심내용을간단히정리하면다음과같다. 20) 첫째, 미적판단은필연적으로모든사람에게보편타당한판단이며, 이에따라어떤한개념과관계를맺을수밖에없다. 그러나그렇다고해서미적판단이하나의개념으로부터바로증명될수있는것은아니다. 둘째, 미적판단은대상들의한개념을지성이산출하는방식에따라규정하는인식판단이아니다. 셋째, 미적판단은 객관의 ( 동시에또한주관의 ) 표상의확장된관계 (KU, B235) 를내포하는판단이지만, 여기에어떠한증명도수행될수없다. 넷째, 미적판단이관계하는개념은 감관의객관으로서, 즉현상으로서대상의 ( 그리고또한판단하는주관의 ) 기초에놓여있는단지초감성적인것에대한순수한이성개념 (KU, B236) 에속한다. 다섯째, 두명제, 즉 정립 : 취미판단은개념에기초하지않는다. 와 반정립 : 취미판단은개념에기초한다. 는외견상모순된것처럼보이지만, 양립가능하다. 왜냐하면양자에사용된 개념 이동일한의미 20) 이하는 KU, 55-57 의핵심내용을간략하게정리한것이다.
임성훈 / 공통감각과미적소통 21 로사용된것이아니기때문이다. 여기서우리는다음과같은물음을던질수있을것이다. 칸트는왜 미의분석학 이후 미의변증학 의 이율배반 에서미적판단과개념의문제를다시거론하고있는가? 이물음과관련우선주목해야할것은칸트가 이율배반 에서칸트가 초감성적 (übersinnlich) 개념을도입하고있다는점이다. 주지하다시피, 칸트는 미의분석학 에서미적판단의가능조건의문제를네가지계기들을통해다루고있지만, 초감성적인것의문제를논의하고있지는않다. 21) 칸트가미적판단의 이율배반 의정립, 즉 취미판단은개념에기초하지않는다. 에서언급한개념은논리적이며이론적인개념이다. 그러니까정립에서 개념 은미적판단이인식판단과는구별되는판단이란점을강조하기위해사용된것이다. 이에반해반정립에서 개념 은 초감성적것 을뜻하는것으로사용된것이다. 요약하자면, 정립과반정립에사용된 개념 은각각다른의미를갖는다. 칸트가 이율배반 을통해말하고자하는바의핵심은바로여기에있다. 그런데미적판단에서 초감성적인것 으로서의개념을말할수있는근거는어디에있는가? 미의분석학 의네가지계기들에서그근거를발견할수는없다. 다만, 네번째계기, 즉미적판단의주관적필연성을논하면서도입했던 공통감각 개념에서그단초를확인할수있을뿐이다. 칸트는 미의분석학 20에서미적판단의필연성의조건으로 공통감각의이념 을언급하고있다. 그러나여기서도미적판단과 초감성적인것 의관계가뚜렷하게설명되고있지는않다. 양자의관계는 이율배반 에와서야비로소본격적으로다루어진다. 이런점을고려한 21) 이러한난점때문에일부연구자들은 이율배반 에나타난미적판단의 초감성적 문제를다양한관점에서해석하고있다. 다양한관점에서나온해석의한예로 Paul Guyer(1997), Kant and the Claim of Taste, 2nd edn,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pp. 299-307 참조.
22 인문논총제 66 집 (2011) 다면, 공통감각은미적판단과 초감성적인것 의관계를해명하는데있어결정적으로중요한단초를제공하는개념이다. 지금까지의논의를정리하면, 이율배반 에와서야비로소 일종의공통감각 으로서의미적판단에내재한초감성적인이념의문제가부각되고있다고볼수있다. 달리말하자면, 미의분석 에서충분히해명되지않았던문제, 즉주관적이면서도보편적으로전달가능한미적소통의문제는 이율배반 에서미적판단의초감성적인측면이강조되면서새로운지평에서논의될수있는가능성이마련되고있는것이다. 미적소통은사적으로만타당한소통이아니라모든사람에게보편적으로타당한소통을추구한다. 물론이러한소통의보편성은인식을구성하는개념이아니라 초감성적인것 의이념에서상정될수있는것이다. 22) 비록공통감각이 이율배반 에서직접적으로언급되고있지는않지만, 미적판단의문제에서초감성적인이념의문제를도외시할수없다는점에서중요한역할을하는개념이다. 4.3. 공통감각의문화와소통 미적판단의 상상력과지성사이의자유로운놀이 는공통감각을전제로한다. 그렇지않다면미적판단은이러한놀이를수행할수없고, 단지사적인주관의감각적판단에불과하거나개념의객관적타당성을묻는인식판단으로환원될수밖에없을것이다. 칸트는 미의분석학 의네번째계기에서공통감각개념을도입하고있는데, 앞서살펴본 22) 이는미적판단이 규정적판단력 에따른것이아니라순전히 반성적판단력 에의한판단이라는칸트의일관된주장과도맞닿아있다. 반성적판단력 과 초감성적인것 의이념의관계에대한논의는조심스럽지만칸트미학의이해에흥미롭고도새로운논점을제시할수있을것이다. 그러나이에대한논의는이논문의범위를훨씬넘어서기에다음의연구과제로남겨두기로한다.
임성훈 / 공통감각과미적소통 23 바와같이여기서논의된바는비교적제한적이어서, 그함축적의미와위상을충분히파악하는데는한계가있다. 사실 미의분석학 은초월적관점에서미적판단의가능조건을분석하는곳이어서공통감각의의미와위상이적극적으로해명될수는없었다. 예를들어, 칸트는공통감각이 구성적 (konstitutiv) 인지아니면 규제적 (regulativ) 인지를묻는문제는여기서논할수없는것이라고말하고있다 (KU, B67-68 참조 ). 따라서칸트는공통감각에대한보충적논의를 일종의공통감각인취미에대하여 (Vom Geschmacke als einer Art von sensus communis) 라는제목이붙은 40에서전개하고있다. 이곳에서칸트는 미의분석 에서다룬핵심내용을다음과같이요약적으로서술하고있다. 인간이자신의사상 (Gedanke) 을전달할수있는숙련성은, 개념을직관에그리고다시금직관에개념을결합시켜하나의인식으로융합하기위해서는, 또한상상력과지성의관계를필요로한다. 그러나이때에이러한두마음의능력 [ 상상력과지성 ] 의합치는법칙적이며, 규정된개념의강제성하에있다. [ 그런데 ] 단지상상력이그자유속에서지성을일깨우고, [ 또한 ] 지성이개념의매개없이, 상상력이합규칙적인놀이 (ein regelmäßiges Spiel) 를하도록할때에만, 비로소그표상은사상으로서가아니라, 마음의합목적적인상태의내적인감정으로서전달된다 (KU, B160-161). 40에서 미의분석학 에서논의된미적판단의핵심쟁점들 ( 인식판단, 놀이, 합목적성, 상상력, 감정의전달가능성등 ) 이다시한번소개되고있다는점에주목할필요가있다. 왜냐하면인용된구절의앞뒤맥락을살펴보면, 미적판단의고유한특징과그함의가공통감각에서극대화된다는것을결과적으로말해주고있기때문이다. 칸트는 미의분석학 이후, 미적판단의문제를초월적차원뿐만아니라사회, 문화적차원으로확장하여논의하는데있어공통감각개념을다양한관점에서조
24 인문논총제 66 집 (2011) 망하고있다. 특히미적판단과문화의관계그리고그에따른소통의문제와관련하여공통감각은결정적으로중요한역할을한다. 이런점을충분히고려한다면, 미적판단에서공통감각은이성적능력들, 인간과자연그리고인간과사회사이의조화와긴장관계를전체적으로조망하는역할을수행하는개념이라고볼수있다. 23) 또한 40에서칸트는전통적으로이해되어온상식, 즉 공통적인혹은건전한인간지성 (der gemeine oder gesunde Menschenverstand) 과 공통감각 (Gemeinsinn) 을적극적으로구분한다. 칸트에따르면, 문화의문제는 건전한인간지성 이아니라미적판단인 취미 에속한다. 상식은 건전한 (gesund) 것일수는있어도, 여전히 문화적으로교화되지 (kultiviert) 않은인간지성 (KU, B156) 에속하기때문이다. 공통감각은 공통적감각의이념 (KU, B157) 으로서아름다움이문화속에서소통될수있는가능근거를제공하는개념이다. 이와관련칸트가부가적으로언급하고있는 공통감각의준칙들 (Maximen) 을살펴볼필요가있다 (KU, B158-159). 24) 준칙들중에서특히두번째준칙, 즉 타인의입장에서서사유하는것 (an der Stelle jedes andern [zu] denken) 으로서의준칙은미적공통감각의소통가능성을직접적으로제시하고있기에주목할만하다. 이준칙은비록미적판단이주관성의원리에그토대를두고있기는하지만, 사적인관심이나이기적인판단에서벗어난, 자유로운놀이로서의판단이며, 또한이로써타인의입장을충분히고려하면서동시에타인의 23) Kyriaki Goudeli, Kant s Reflective Judgement: The Normalisation of Political Judgement, Kant-Studien 94 Jg., p.68 참조. 24) 칸트는공통감각의준칙으로 1) 스스로사유할것, 2) 타인의입장에서사유할것, 그리고 3) 자기스스로모순에빠지지않고일관성있게사유할것등을들고있다. 1) 의준칙은지성의준칙이며, 선입견없는사유를강조한다. 2) 의준칙은미적판단과관련된 확장된사유방식 의가능성을보여주고있다. 3) 의준칙은일관성에기초한사유이며, 이성의준칙이다. 칸트에따르면, 3) 의준칙은 1) 과 2) 의준칙이충분히성찰된이후에야비로소도달할수있다.
임성훈 / 공통감각과미적소통 25 찬성과동의를기대하는판단임을분명하게보여주고있다. 또한이준칙은 확장된사유방식 (erweiterte Denkungsart)(KU, B159) 으로서의미적소통의가능성을보여준다. 이런점에서미적판단은 미적공통감각 으로간주될수있으며 (KU, B160), 사적타당성을넘어서서보편적타당성을향해있는 반성의작용 (Operation der Reflexion)(KU, B157) 에그리고이를통해 이념 에관계한다. 칸트가 미의분석학 에서미적판단의문제를논하면서교양이나문화의문제를직접적으로다루고있지는않지만, 지금까지의논의를종합해본다면, 미적판단은 미적공통감각 으로서미적문화및인문주의정신의문제와맞닿아있다. 18세기계몽주의자로서칸트가미학, 문화, 교양의문제를미적판단의차원에서논의하는것은당연한일이거니와, 실제로 판단력비판 여러곳에서이와관련된언급을하고도있다. 대표적인예로 60의다음과같은구절을들수있을것이다. 아름다운예술의완전성의최고도가목표인한, 모든아름다운예술에대한예비학은지시규정들에있지않고, 인문적교양 (Humaniora) 이라고부르는소양 (Vorkenntnis) 에의해마음의능력들을문화적으로도야하는데있는것으로보인다. 아마도인문성 (Humanität) 은한편으로는보편적인참여의감정 (Teilnehmungsgefühl) 을, 다른한편으로는자기자신을가장진솔하게그리고보편적으로전달할수있는능력을의미하기때문이다 (KU, B262). 미적공통감각에의거한감정은사적감정이아니라, 인간이면누구나공유하는 공통적인감정 이다. 그런데이러한감정은우리에게자연적으로주어지는것이아니라, 참여를통한문화의과정속에서획득되어야한다. 25) 위의인용문에서 참여의감정 이강조된이유도바로여 25) J. Kulenkampff(1995), Vom Geschmacke als einer Art von sensus communis. Versuch
26 인문논총제 66 집 (2011) 기에서찾을수있을것이다. 미적공통감각 으로서의미적판단은 참여의감정 이극대화되고, 미의주관성 과 미의보편성 사이에내재한긴장 (Spannung) 을문화속에서드러내며, 또한이를통해미적소통의계기를제시한다. 4.4. 보론 : 미적공통감각의현재성과한나아렌트 미적공통감각 으로서의미적판단은경험적으로만확정될수없다. 주관적이지만동시에편견이나감각적경향성또는객관적원리에근거한사유에서벗어나타자와의상호주관성을고려하는판단이기때문이다. 따라서미적판단의놀이에근거한보편적소통은억압적이거나획일적인방식이아니라, 문화속에서 참여의감정 을통해서이루어진다. 이러한맥락에서미적공통감각은개별성의존중과동시에사람들사이에서형성되는 합치 (Zusammenstimmung) 26) 를추구하는민주적합의의방식을설명하는데유의미한개념이라고볼수있다. 미적공통감각의이러한특징은오늘날의미학, 예술이론및비평뿐만아니라문화이론, 사회이론, 정치이론등에서도적용될수있는데, 27) 여기서는그한예로칸트미학에함축된정치철학적의미를읽어내고, 이에대한논의를전개한바있는한나아렌트 (Hannah Arendt) 의입장을보론으로개괄적이 einer Neubestimmung des Geschmacksurteils, Autonomie der Kunst? Zur Akualität von Kants Ästhetik, Andrea Esser (Hg.), Berlin 참조. 26) 독일어 Zusammenstimmung을 합일 이아니라 합치 로번역한이유는다음과같다. Zusammen은 함께 를의미하는말이고, Stimmung은원래 소리 를의미하는말이기에, Zusammenstimmung을붙여해석하면 함께소리내기 가된다. 다양한목소리가함께어우러져내는소리라는어감을살리기위해 합일 보다는 합치 라는번역어를선택하였다. 27) 그예로하버마스, 리오타르, 들뢰즈, 아렌트등의연구를대표적으로들수있을것이다. 공통감각과관련된이들의연구에대한개괄적인소개는김종기 (2004), 칸트의공통감과그독해의문제, 대동철학 27집을참조.
임성훈 / 공통감각과미적소통 27 나마살펴보기로한다. 28) 아렌트는칸트를우리의감정에 주관적이지않은어떤것이존재하고있다 는것을간파하고, 주관적조건들을극복할수있는상호주관성의가능성을말해주고있는사상가로평가한다. 미적판단은나의주관에서만일어나는것이아니라, 타자와의관계를통해서이루어지는판단이다. 이를아렌트는비유적으로 당신은생각하기위해서혼자이어야한다. 그러나음식을즐기기위해서는동반자가필요하다. 고말한다. 29) 또한아렌트는미적판단과관련하여이성과감성의문제를설명하면서, 미적판단이이성의법에복종하거나종속된판단이아니라 이성을부여받은존재들 사이에서이루어지는판단이란점을강조한다. 판단, 특히미적판단은항상타인과타인의취미를반성하는가운데, 그들이내릴수있는가능한판단들을고려하게된다. 이런일이가능한이유는내가인간이고또인간들과함께하지않고서는살수없기때문이다. 나는이러한공동체의구성원으로서판단하는것이지, 초감성적인세계의구성원으로서판단하는것이아니다. 또한나는이성을부여받은존재들과함께거주하고있는것이지, 그러한인식기관 [ 이성 ] 과함께살고있는것이아니다. 그런인식기관으로서의나는다른사람들이어떤문제에대하여무엇이라고생각하든간에내게주어진법에복종한다. 이법은그자체로서독립적으로자명하며강압적인것이다. 30) 아렌트는칸트가공통감각은문제를거론하면서미적판단을 견본 28) Hannah Arendt(1989), Lectures on Kant s Political Philosophy, edited and with interpretive essay by Ronald Beiner,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 한나아렌트, 칸트정치철학강의, 김선욱옮김, 2002). 여기서는한국어번역판을인용하되, 부분적인수정을가하였다. 29) 위의책. 132쪽 30) 위의책, 132쪽.
28 인문논총제 66 집 (2011) 적으로 타당한판단이라고주장한것에동의하면서, 미적공통감각 은현실에서확정되거나강제적으로규정된감각이아니라주관적인것에서추구될수있는보편적인것의가능성을논의하는감각이라고강조한다. 아렌트에따르면, 이러한미적공통감각의특징은미적소통의정치적의미, 즉개별성이존중되는소통그리고사람들 사이에서 (between) 에서이루어질 합치 를구하고자하는민주적소통방식을보여주고있다. 31) 5. 나가는말 칸트는미적판단이주관적인감정에따른판단이지만, 동시에또한사람들사이에서보편적으로소통될수있는판단이라고주장한다. 그러니까미적판단은개인의사적감각에만제한되는것이아니라, 적극적으로타자와의상호적소통을통해보편성을모색하는판단이다. 칸트는한편으로는미적판단의전제로서공통감각을언급하기도하고, 또다른한편으로는미적판단이곧 일종의공통감각 이라고단정하기도한다. 미적공통감각 으로서의미적판단에대한논의를통해칸트가밝히고자하는바의핵심은미적소통의가능성과이를통해문화에참여하는미적감정의문제에있다. 이런점에서 미적공통감각 은여타의합리적소통이갖는한계를넘어진정한소통이무엇인지를지시하는개념이기도하다. 우리의소통은합리적이어야한다. 그러나이합리성은스스로비합리적일수있다는비판과물음을항상수반하는합리성이어야할것이다. 미적공통감각은이러한비판과물음을문화에던지는우리의 공통 감각이다. 31) 이와관련된상세한논의는임성훈 (2007), 미학과정치 - 아렌트가읽어낸칸트미학의정치적함축성에관한소고, 미학대계 제 2 권, 서울대학교출판부참조.
임성훈 / 공통감각과미적소통 29 참고문헌 김종기 (2004), 칸트의공통감과그독해의문제, 대동철학 제27집. 임성훈 (2006), 비판과반성으로서의미학 - 칸트의미적판단의주관적보편타당성에관하여, 미학 제48집. 임성훈 (2007), 미학과정치 - 아렌트가읽어낸칸트미학의정치적함축성에관한소고, 미학대계 제2권, 서울대학교출판부. Adorno, T. W.(1998), Ästhetische Theorie, Frankfurt am Main. Arendt, Hannah(1989), Lectures on Kant s Political Philosophy, edited and with interpretive essay by Ronald Beiner,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 한나아렌트, 칸트정치철학강의, 김선욱옮김, 2002) Bartuschat, Wolfgang(1972), Zum systematischen Ort von Kants Kritik der Urteilskraft, Frankfurt am Main. Gadamer, Hans-Georg(1990), Wahrheit und Methode - Grundzüge einer philosophischen Hermeneutik, Tübingen. ( 한스- 게오르크가다머, 진리와방법, 이길우외옮김, 문학동네, 2003) Goudeli, Kyriaki: Kant s Reflective Judgement: The Normalisation of Political Judgement, Kant-Studien 94 Jg. Guyer, Paul(1997), Kant and the Claim of Taste, 2nd edn,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Kant, I.(1974), Kritik der Urteilskraft, Bd. 10, Werkausgabe in zwölf Bänden, Wilhelm Weischedel (Hg.), Frankfurt am Main. ( 임마누엘칸트, 판단력비판, 백종현옮김, 아카넷 2009; I. 칸트, 판단력비판, 이석윤옮김, 박영사, 1996) Kulenkampff, J.(1995): Vom Geschmacke als einer Art von sensus communis. Versuch einer Neubestimmung des Geschmacksurteils, Autonomie der Kunst? Zur Akualität von Kants Ästhetik, Andrea Esser (Hg.), Berlin. Recki, Birgit(2001): Achtung vor der zweckmäßigen Natur - Die Erweiterung der kantischen Ethik durch die dritte Kritik, Kant und die Berliner Aufklärung. Akten
30 인문논총제 66 집 (2011) des IX. Internationalen Kant- Kongresses, Bd. III, Berlin-New York. Tonelli, Giorgio(1957/58): Von den verschiedenen Bedeutung des Wortes Zweckmäßigkeit in der Kritik der Urteilskraft, Kant-Studien 49 Jg. Wenzel, Christian Harmut(2000), Das Problem der Subjektiven Allgemeingültigkeit des Geschmacksurteils bei Kant, Kant-Studien Ergänzungsfefte 137, Berlin/ New York. 원고접수일 : 2011년 11월 1일심사완료일 : 2011년 11월 17일게재확정일 : 2011년 11월 24일
임성훈 / 공통감각과미적소통 31 ZUSAMMENFASSUNG Gemeinsinn und ästhetische Kommunikation in Kants Ästhetik Lim, Seong Hoon Kants berühmte These von der Kritik der Urteilskraft heisst die subjektive Allgemeingültigkeit des ästhetischen Urteils. Kant ist also der Auffassung, dass das ästhetische Urteil zwar subjektiv sein, jedoch es allgemeine Geltung haben und mitgeteilt werden soll. Dabei behandelt es sich um die Frage wie es überhaupt möglich ist. Diese Arbeit stellt sich die Aufgabe, die Möglichkeit der ästhetischen Kommunikation in Bezug auf den Gemeinsinn(sensus communis) sinnvoll darzustellen. Dafür werden vor allem folgende Fragen gestellt. Was ist eigene Logik des äshthetischen Urteils, das sich fundamental von allen anderen Urteilen unterscheidet? Aus welchem Grund gibt es das Urteil, das zwar subjektiv, jedoch allgemein mitgeteilt werden kann? Wie kann man den Begriff des Gemeinsinns als Voraussetzung des äshthetischen Urteils verstehen? In welchem Verhältnis stehen ästhetische Urteile, Gemeinsinn und Kultur? Was ist eigentlich ästhetischer Gemeinsinn (sensus communis aestheticus) und wie bezieht er sich auf das Problem der Kommunikation?
32 인문논총제 66 집 (2011) Heutzutage kann der Begeriff des Gemeinsinns in Bezug auf die Frage der Kommunikation überhaupt noch sinnvoll diskutiert werden? Um hier gestellte Fragen zu beantworten, werde ich im zweiten Kapitel einen Überblick geben über die vier Momente (Interesselosigkeit, Begriffslosigkeit, Zweckmäßigkeit ohne Zweck und Notwendigkeit) des ästhetischen Urteils. Beim dritten Kapitel geht es um zwei Ebenen des ästhetischen Urtiels. Im vierten Kapitel werde ich mit der Frage des Verhältnisses zwischen Gemeinsinn und ästhetischer Kommunikation beschäftigen. Im letzten Teil von dieser Arbeit wollte ich betonen, dass ästhetischer Gemeinsinn in jeder Hinsicht auf die Möglichkeit zur echten Kommunikation hinwe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