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의유혹 - 세기전환기오스트리아문학텍스트에나타난놀이의양상연구 - 김성현 ( 덕성여대 ) 놀이는문화적현상이다 - 요한하위징아 - 놀이는필연적으로문화의일반적인특징을반영한다 - 로제카이와 - I. 들어가는말 놀이를문화와의관계속에서처음으로고찰한인물은요한하위징아다. 하위징아는문명의발전과정에서놀이가중요한역할을하였다고강조하며의례, 축제, 종교, 예술, 철학, 법률, 전쟁분야에서문화적현상으로서의놀이의본질및의미를설명하고자하였다. 하위징아의놀이이론에서더나아가놀이와문화의상호관계에주목하면서놀이의영역을새롭게나눈이는로제카이와다. 하위징아가놀이와문화와의관계에서문화를만들어내는놀이의 생산적 기능, 즉놀이의사회적효용성측면에초점을맞추고있는반면에카이와는놀이를문화발전을가능하게하는원천으로인정을하면서도놀이의특성에따른분류와놀이의사회적기능의 차이점들 에더강조점을두고있다. 하위징아가놀이현상이문명의특정단계나특정세계관과연계된것
6 유럽사회문화제 15 호 이아니라고 1) 한것과는달리카이와는놀이가그것이실제로행해지는문화에크게의존하고있다며사회와그사회가특별히좋아하며행하는놀이사이의 특별한관계 를언급하는데, 놀이가문화의구성요소이며문화의이미지이기때문에한문명내부의한시기는 인기있는놀이 를통해특징지어질수있다고말한다. 2) 이글에서는놀이가문화를만들어내며또한문화의일반적인특징을반영한다는놀이와문화와의관계설정에서출발하여세기전환기오스트리아의수도빈사회의놀이와문화를살펴보고자한다. 슈테판츠바이크가 유럽의도시중에서빈만큼문화적인것에의욕구를그렇게열정적으로가지고있는곳은없다 3) 라고했을정도로커다란 문화적변화기 로평가되는세기전환기의빈은실제로문화의대표적유형인 놀이 로가득찼던곳이다. 당시빈의중간계급이던부르주아는다양한놀이양식을즐기며놀이에열광했다. 카이와가분류한 아곤, 알레아, 미미크리, 일링크스 의영역에속하는다양한놀이양식들이세기전환기의빈에서유행하였으며이놀이양식들은당대부르주아의삶의태도와결부되어이들의삶에큰영향을끼쳤다. 카이와는 경쟁, 우연, 모의, 현기증 이라는특성에따라놀이를크게네개의항목으로분류하고이항목들을각각아곤 Agŏn( 그리어로시합, 경기를뜻함 ), 알레아 Alea( 라틴어로요행, 우연을뜻함 ), 미미크리 Mimicry( 영어로흉내, 모방을뜻함 ), 일링크스 Ilinx( 그리스어로소용돌이를뜻함 ) 로이름붙였다. 그리고경쟁이라는형태를띠는스포츠는아곤에, 우연성이강조되는내기, 제비뽑기, 주사위놀이, 룰렛등은알레아에, 가면극, 연극등은미미크리에, 현기증을유발하는회전, 공중서커스등은일링크스에포함시킨다. 4) 1) 요한하위징아 / 이종인역, 호모루덴스, 연암서가, 2011, 33 쪽. 2) 로제카이와 / 이상률역, 놀이와인간, 문예출판사, 1994, 123-124 쪽참조. 3) Stefan Zweig, Die Welt von Gestern, Hamburg, 1990, S. 26. 4) 로제카이와, 앞의책, 37 쪽참조.
놀이의유혹ㆍ김성현 7 물론카이와가놀이들을이와같이크게 4개의유형으로분류하였지만모든놀이들이하나의특성만을가지는것은아니다. 하나의놀이유형에도놀이의여러특성들이조합되어나타날수있다. 카이와는이론상으로는경쟁 -운( 아곤과알레아 ), 경쟁- 모의 ( 아곤- 미미크리 ), 경쟁- 현기증 ( 아곤- 일링크스 ), 운-모의 ( 알레아- 미미크리 ), 운-현기증 ( 알레아- 일링크스 ), 모의- 현기증 ( 미미크리- 일링크스 ) 의조합이가능하다고말한다. 5) 이글에서는위의놀이조합에서보듯이, 아곤, 알레아, 미미크리모두일링크스와조합이이루어진다는것에주목하고현기증, 도취, 최면상태, 흥분상태를의미하는일링크스의특성이아곤, 알레아, 미미크리라는놀이에서어떻게나타나는지를살펴보고자한다. 일링크스의특성은그어떤놀이형태보다중독성이강하며평상시에는억제되어있는혼란및파괴의욕구와쉽게연결된다. 6) 일시적추구에만족하지못하고중독으로이어진다면중독에의해일링크스는현실속에점점더크게침입하며이침입은점점더유해한것이된다. 7) 물론이와같은놀이의 타락 은아곤, 알레아, 미미크리에서도발생할수있다. 카이와에따르면, 아곤의타락은심판판정및놀이규칙의거부로, 알레아의타락은미신에대한신봉으로, 미미크리의타락은환상세계에의몰입으로나타난다. 8) 그러나이글에서는일링크스의특성을보이며카이와가설명한것과는다른양상으로나타나는아곤, 알레아, 미미크리의타락을살펴보고자한다. 카이와가특성에따라분류했던놀이의종류는놀이를지배하는원초적충동을말하는것인데, 9) 이는인간의원초적충동이기도하다. 놀이는이본능들을형식적, 관념적인일정한한계내에서일상생활과떨어져서만족시키는것 5) 카이와는, 특히모의와현기증의조합 ( 미미크리와일링크스의조합 ) 그리고경쟁과우연의조합 ( 아곤과알레아의조합 ) 에대해관심을갖고서술한다. 6) 로제카이와, 앞의책, 54 쪽참조. 카이와는흥분, 혼란및파괴의욕구가인간의원초적충동임을전제하고있다. 7) 위의책, 87 쪽참조. 8) 위의책, 77-92 쪽참조. 9) 위의책, 79 쪽참조.
8 유럽사회문화제 15 호 인데이러한놀이가현실세계와서로뒤섞이고현실세계에파문을일으키는경우를카이와는 놀이의타락 10) 이라고부른다. 11) 하위징아가정의한대로놀이가언제든지연기되거나정지될수있는자유로운행위, 자유그자체이며제한된시간과장소에서만이루어지는, 일상적인삶에서벗어난행위라면, 12) 놀이의타락은일어나지않을것이다. 그러나카이와는하위징아와마찬가지로놀이를일상의삶혹은현실세계와분리되어있는 별도의활동 이라고규정하지만놀이가현실세계와구분되어있기때문에오히려일상생활에의해오염되어놀이의성질자체가타락하거나놀이가일상생활에끼어들어파문을일으킬수있다고설명한다. 13) 본론에서는현실세계와분리되어있던놀이가현실세계로끼어들어어떠한영향을끼치는지를, 놀이가주요테마로다뤄지고있는세기전환기오스트리아의대표적작가인아르투어슈니츨러와슈테판츠바이크의문학텍스트 14) 에서구체적으로살펴보려고한다. 이는아울러빈의문화와 10) 본고에서는놀이가어떻게놀이하는자를 타락 으로 유혹 하여놀이하는자의현실세계에영향을끼치는지살펴보고자하였다. 또한이러한영향의결과는카이와가설명한 타락한 놀이의양상과는다른양상을보여주기에이글의제목에서는카이와의 놀이의타락 대신 놀이의유혹 이라고표현하였음을밝혀둔다. 11) 로제카이와, 앞의책, 78-79 쪽참조. 12) 요한하위징아, 앞의책, 42 쪽, 45 쪽참조. 13) 로제카이와, 앞의책, 77 쪽참조. 14) 세기말 fin de siècle, 또는 세기전환기 Die Jahrhundertwende 라는예술사적, 문예학적표현은일반적으로 1900 년전후의시기를일컫지만사실그시대적경계가명확하지않다. 본고에서는 1860 년대이후빈이예술및문화의도시로성장한시기에이시기의예술적, 문화적정체성을토대로작품활동을한작가들을세기전환기시기의작가라고간주하였으며따라서본고에서다루는슈니츨러와츠바이크문학텍스트의출간년도의시간적간극이큼에도불구하고슈니츨러와더불어츠바이크를세기전환기작가로포함시켰음을밝혀둔다. 부유한유태인집안의아들로오스트리아빈에서태어난슈니츨러와츠바이크는세기전환기빈의문화와예술을만든시민계급에속하는이들이었다. 그리고츠바이크는제한된갈등상황에서개인의심리를다룬주제라는측면에서는슈니츨러와연결된다고본다. 이에대해서는 Victor Zmegac (Hg.) Geschichte der deutschen Literatur vom 18. Jahrhundert bis zur Gegenwart, Bd. II 1848-1918, Königstein/Ts, 1985, 302 쪽참조. 츠메각은츠바
놀이의유혹ㆍ김성현 9 이문화를만들어낸시민계급의삶및정체성을고찰하는것이기도하다. II. 미미크리의유혹 - 아르투어슈니츨러의 초록앵무새 Der grüne Kakadu 칼쇼르스케는 20세기가시작된무렵의오스트리아빈은 감성의문화 Gefühlskultur 에압도당하고잠식당했다고진단한다. 15) 쇼르스케의설명에따르면, 이시기의오스트리아부르주아는예술에더욱열중하였는데, 이러한현상은부르주아의삶이실패한데서오는불안에서기인한것이라고, 즉귀족계급은몰락하고부르주아는부를소유했지만결코귀족계급과동일시될수없었던부르주아의귀족문화에대한동경이예술에대한열광으로이어진것이라고한다. 16) 슈테판츠바이크역시자신의전기 어제의세계 Die Welt von gestern 에서세기전환기의빈시민들 17) 이얼마나문화에열광하였는지를언급하고있다. 18) 특히미미크리의대표적유형이라할수있는연극에대한빈시민들의열광은대단한것이었다고한다. 빈시민들이조간신문에서가장관심을가졌던것은극장의상연목록에관한것이었고, 극장은배우들이희곡작품을연기하는단순한무대이상의것이자대우주가반영되는소우주이자사회의다채로운반영이며 이크의 Amok (1922) 와 Verwirrung der Gefühle (1927) 를이에대한예로들고있고 체스 Schachnovelle (1942) 의경우망명문학으로분류하고있지만본고는 체스 가나치의심문이라는제한된상황에서의개인의심리및정신의변화를보여주는작품이라고보았다. 15) 칼쇼르스케 / 김병화역, 세기말비엔나, 생각의나무, 2006, 41 쪽. 16) 위의책, 37-51 쪽참조. 17) 세기전환기오스트리아의중간계급의모습을설명하고있는칼쇼르스케, 피터게이, 슈테판츠바이크의글에서도부르주아와시민이라는용어를저자마다달리사용하고있다. 본고에서는부르주아와시민이라는용어를혼용하고있음을밝혀둔다. 18) 츠바이크는, 빈시민들이이러한문화에의열광으로인해 인간적인자유주의시대 를위협하는정치적변화들을전혀예감하지못하였음을아울러지적하고있다.
10 유럽사회문화제 15 호 좋은취미를받아들일수있는장소로간주되었다. 19) 그런데연극처럼어떤인물을연기또는가장하는미미크리는, 카이와에따르면원시사회의특징적놀이였다. 카이와는, 미미크리가특히일링크스와강력하게결합될수있으며이놀이들의결합이극도의흥분상태를일으킬수있다고하면서서인도제도와아프리카부족의축제그리고주술적행위에서보이는샤먼과참여집단의황홀과홀림상태를예로든다. 이처럼카이와는미미크리와일링크스, 즉가면과홀림이지배하는사회를원시사회의특징으로설명한다. 그리고가면사회, 혼란사회, 즉원시사회에서미미크리와일링크스가차지하였던특권적인지위를문명사회에서는아곤과알레아가차지하게된다고말한다. 20) 카이와는아곤과알레아, 즉능력과운이지배하는사회에서미미크리가타락하고희석된형태를 대리 라는용어로설명한다. 아곤과알레아의선택을받은극소수의사람들을제외한대다수의사람들은중개인, 즉대리를통해승리자가되는길을선택한다는것이다. 이는스타, 챔피언에대한숭배이자자신과스타, 챔피언과의동일시로나타난다. 21) 이미언급하였듯이연극에열광하였던빈의부르주아는실제로유명한연극인들의의상, 머리모양, 걸음걸이, 말투등을따라했는데, 이인물들에대한숭배는거의종교적인수준이었다고한다. 22) 연극무대는배우가단순히연기하는장소가아닌인생및사회가반영되는유희의장 23) 으로빈시민들에게는특별한의미를지니는것이었다. 이제카이와가원시사회, 즉혼란사회의특징적놀이양식으로설명했던미미크리와일링크스가세기전환기오스트리아라는문명사회그러나또다른의미에서는역시혼란사회 24) 이기도한이시기에연극이라는형 19) Vgl. Stefan Zweig, a.a.o., S. 29. 20) 로제카이와, 앞의책, 117 쪽과 130-147 쪽참조. 21) 위의책, 178-179 쪽, 181 쪽참조. 22) Vgl. Stefan Zweig, a.a.o., S. 29. 23) Ebd., S. 23-24. 24) 세기전환기의빈은자유주의적시민계급이만든예술의도시, 문화의도시이기도
놀이의유혹ㆍ김성현 11 태에서어떠한모습으로나타나고있는지살펴보자. 초록앵무새 (1898) 는 1789년프랑스혁명이발발한파리를배경으로한희곡으로, 혁명이발발한지 100년이넘은프랑스와는달리여전히전제주의가깨지지않은채 혁명을기다리는 오스트리아의정치적상황을담고있으며 25) 이시기의빈시민들의혼란스러운정체성을보여준다. 이희곡은원시사회의주술및가면극에서샤먼과부족민이홀림상태에빠져현실을인식하지못하듯이연극무대와현실을구분하지못하는배우와관객을보여준다. 주술및가면극의샤먼과부족민이그러하듯, 연극은놀이하는자와놀이하는자를바라보는자들간의경계가명확하지않은놀이라할수있다. 일정시간동안놀이하는자 ( 연기자 ) 는자신을다른인격으로가장하여자신을바라보는자 ( 관객 ) 를매혹시키고, 관객은연기자의속임수 ( 연기 ) 에매혹당하기때문이다. 1789년프랑스혁명이발발한파리의시내에자리잡고있는카페 초록앵무새 에서는주인프로스페르가극단을운영하며연극을상연한다. 프로스페르의극단은 사람들이와서범죄자연기를하는데, 다른사람들은그들이연기하는것을알아차리지못하는 26) 곳이며, 이곳의관객은 파리에서가장우아한사람들인귀족 27) 으로 파리의가장위험한패거리들 사기꾼, 범죄자, 살인자들 사이에앉아있는쾌감을누리기 28) 위해이곳을방문한다. 했지만민족주의, 반유태주의, 시오니즘등의대립적정치세력이난립했던정치적혼란기이기도했다. 25) Vgl. Zit. n. Michaela L. Perlmann, Arthur Schnitzler, Stuttgart, 1987, S. 54. 26) Es kommen Leute her, die Verbrecher spielen und andere, die es sind, ohne es zu ahnen. In: Arthur Schnitzler, Der grüne Kakadu, in: Ders.: Die Dramatischen Werke, Bd. 1, Frankfurt a. M., 1962. S. 518. ( 이하 DgK 로축약하고쪽수만을기재함. 아르투어슈니츨러 / 최석희역, 초록앵무새, 지식을만드는지식, 2009 의번역을참조하였음.) 27) Die elegantesten Leute von Paris, Adelige [...] (DgK, S. 519.) 28) [...] das Publikum, das hier kommt, hat den angenehmen Kitzel, unter dem gefährlichsten Gesindel von Paris zu sitzen unter Gaunern, Einbrechern, Mördern und (DgK, S. 518f.)
12 유럽사회문화제 15 호 프로스페르의극단은관청의고발로파견나온경감에의해 난잡한축제의현장 29), 위험한코메디의공연 30), 허락된것을넘어선 31), 비도덕적이고선동적으로작용하기쉬운것 32) 으로간주되는데, 프로스페르는이에대해 오락장, 그이상은아니며 33), 여기서선동적인일은전혀일어나지않습니다. 이는저의관객이선동되지않는다는것을보면알수있습니다. 여기서는단순히연극이공연될뿐입니다. 그게전부입니다. 34) 라고답변한다. 그러나 여기서 의연극은연극으로그치지않고현실세계와뒤섞이고마는것이다. 하위징아는장소와시간에있어서일상생활과는뚜렷하게구분되어있음을놀이의중요한한특징으로설명하고 35), 카이와역시놀이는본질적으로생활과분리되고구분된활동으로서시간과공간의명확한한계속에서이루어져야한다고강조한다. 36) 그러나 초록앵무새 에서는현실과놀이, 즉허구의세계인연극무대가뒤섞인다. 좀도둑연기를했던가스통은실제로범죄자 ( 소매치기범 ) 가되고살인범그랭은범죄자연기를해보고싶어프로스페르의극단에들어온다. 카이와에따르면미미크리는가공의인물이되어그것에어울리게행동하는놀이를말한다. 다시말해놀이하는자가자신의인격을일시적으로잊고바꾸며버리고서는다른인격을가장하는놀이를지칭한다. 37) 연극의상연과연기, 가면쓰는것이여기에해당되는데 38), 스케볼라가극단 29) dieses Lokal der Schauplatz wüster Orgien (DgK, S. 520.) 30) eine [...] nicht unbedenkliche Komödie (DgK, S. 521.) 31) [...] über das Erlaubte hinausgehen (DgK, S. 521.) 32) [...] nicht nur unsittlich, [...] sondern auch höchst aufrührerisch zu wirken geeignet sind. (DgK, S. 521.) 33) Es ist ein Vergnügungslokal, nichts weiter. (DgK, S. 520.) 34) [...] hier gar nichts Aufrührerisches vorgeht, schon aus dem Grunde, weil mein Publikum sich nicht aufrühren läßt. Es wird hier einfach Theater gespielt das ist alles. (DgK, S. 521.) 35) 요한하위징아, 앞의책, 45 쪽. 36) 로제카이와, 앞의책, 29 쪽. 37) 위의책, 47 쪽.
놀이의유혹ㆍ김성현 13 에새로들어온그랭을보며 저녀석은무슨가면을쓰고있는거지? 39) 라고표현하였듯이, 연극무대에서어떠한역할을한다는것은 어떠한가면을쓰는 것이다. 그런데가면을쓴다는것은사회적역할을숨기고실제의인격을해방시켜그결과로써얻어지는방종의분위기를이용하기위함이다. 40) 귀족관객이 돼지 라는소리를들으면서범죄자연극을보는것도이같은이유에서이며배우들역시그러하다. 실제로 파리에서발견할수있는가장성실한여인 41) 인조르주트는연극에서거리의창녀라는가면을쓰며실제로는조르주트의남편인발타자르는포주의가면을쓴다. 조르주트와발타자르는연극에몰입되어본래의자신을잊어버리는위기를맞지만결국자신들의가면을벗어던지고정숙한아내와그남편이라는현실의관계로돌아온다. 배우들이연극이라는허구의세계와현실을혼동하는것처럼관객들역시현실과연극을구분하지못한다. 미슈트 : ( 후작에게온다 ) 당신에게아직인사를못했군요. 나의달콤하고늙은돼지. 후작 : ( 당황해서 ) 그녀가농담을하는군, 사랑스러운세브린. 세브린 : 그렇게생각하지는않아요. 말해봐요, 귀여운여인이여, 얼마나많이정사를나눴지? 후작 : ( 프랑수아에게 ) 나의부인, 후작부인이모든상황에얼마나즉시대처하는지깜짝놀랄지경이오. 롤랭 : 그렇소, 놀랄만하오. 미슈트 : 당신도당신이정사한횟수를헤아릴수있겠지? 세브린 : 내가너처럼젊었을때는.... 아마도.... 알뱅 : ( 롤랭에게 ) 롤랭, 말해보시게, 후작부인이하는게연기인지, 혹은실 38) 위의책, 49 쪽. 39) Was hat der Kerl für Maske? (DgK, S. 526.) 40) 로제카이와, 앞의책, 50 쪽. 41) Dabei ist es die treueste Frau, die man überhaupt in Paris finden kann. (DgK, S. 541.)
14 유럽사회문화제 15 호 제인지, 난전혀모르겠소. 롤랭 : 실제... 연기..., 당신은그차이점을정확하게아시오, 기사? 알뱅 : 그렇소. 롤랭 : 난모르오. 내가여기서실제로발견하는것은모든그럴듯한차이점들이지양되었다는사실이오. 실제가연극으로, 연극은실제로넘어가오. 후작부인을한번보시오. 그녀가이여자들과어떻게잡담을나누는지, 마치그녀가같은부류인것처럼. 42) 발타자르와조르주트는연기를끝냈지만그들의포주와창녀연기는극단의가장뛰어난배우로평가받는앙리에게영향을끼친다. 극단의여배우이자과거에창녀였던레오카디와행복한결혼생활을꿈꾸는앙리는이제레오카디의외도를의심하면서레오카디가외도를하여자신이그녀의정부를살해한다는내용의연극을무대에올린다. 이로써앙리는자신의의심이가공의것, 허구적인것임을확인하려했던것이다. 앙리가자신의아내와간통한카디냥공작을살해했다고무대에서외치자관객은이것이연극이었음을알린다. 세브린 : 브라보! 브라보! 롤랭 : 후작부인, 왜그러시오? 브라보라고하는순간에당신은모든것을다 42) Michette: kommt zum Marquis Ich hab dich ja noch gar nicht begrüßt, mein süßes altes Schwein./Marquis: verlegen Sie scherzt, liebe Séverine./Séverine: Das kann ich nicht finden. Sag einmal, Kleine, wieviel Liebschaften hast du schon gehabt?/marquis: zu François Es ist bewunderungswürdig, wie sich die Marquise, meine Gemahlin, gleich in jede Situation zu finden weiß./rollin: Ja, es ist bewunderungswürdig./michette: Hast du deine gezählt?/ Séverine: Als ich noch jung war wie du... gewiß. -/Albin: zu Rollin Sagen Sie mir, Herr Rollin, spielt die Marquise oder ist sie wirklich so ich kenne mich absolut nicht aus./rollin: Sein... spielen... kennen Sie den Unterschied so genau, Chevalier?/Albin: Immerhin./Rollin: Ich nicht. Und was ich hier so eigentlich finde, ist, daß alle scheinbaren Unterschiede sozusagen aufgehoben sind. Wirklichkeit geht in Spiel über Spiel in Wirklichkeit. Sehen Sie doch einmal die Marquise an. Wie sie mit diesen Geschöpfen plaudert, als wäre sie ihresgleichen. (DgK, S. 540-541.)
놀이의유혹ㆍ김성현 15 시연극으로만들잖소. 그러면등골의쾌적한오싹함은지나가버리잖소. 후작 : 나는등골의오싹함을쾌적하다고생각하지는않소. 나의친구들이여, 박수를칩시다. 그렇게해야만우리들은이속박에서해방될수있소. 43) 관객의박수갈채는칭찬과보상을뜻하는것만이아니라환상과놀이가끝났음을알리는 44) 중요한수단이된다. 현실과꿈의세계를구분하지못했던연극배우뿐아니라관객에게도이것은현실세계로돌아와야함을알리는신호가되는것이다. 그러나연기를했던배우도관객도연극의세계에서벗어나지못하고현실세계에까지놀이를진행시킨다. 후작부인세브린은실제로롤랭을유혹하고앙리는연극대사로고백했던카디냥공작의살해를실천에옮긴다. 미미크리의타락은모의가더이상모의로여겨지지않고가장한자가자신이연기한역, 가장복, 가면을현실이라고믿을때일어난다. 연기자또는가장한자가자신이분장한타자를연기하는것이아니라자신을타자라고믿고그에따라행동하며본래의자신을잊어버릴때일어나는것이다. 45) 배우의역할은무대라는공간과공연시간에의해엄격하게한정되어있는데이를지키지않는다면, 즉꿈의세계와현실사이가명확하게구분되지않는다면다른사람의인격을빌리는미미크리라는놀이의즐거움은자아상실, 광기로타락하게되는것이다. 46) 그런데 초록앵무새 에서는이와같은미미크리의타락이배우에게만나타나지않는다. 관객역시허구의세계와현실을구분하지못한다. 또한미미크리의타락은놀이에참여했던인물들 ( 배우및관객 ) 이본연의자아 43) Séverine: Bravo! Bravo!/Rollin: Was tun Sie, Marquise? Im Augenblick, wo Sie Bravo! rufen, machen Sie das alles wieder zum Theater und das angenehme Gruseln ist vorbei./marquis: Ich finde das Gruseln nicht so angenehm. Applaudieren wir, meine Freunde, nur so können wir uns von diesem Banne befreien. (DgK, S. 548.) 44) 로제카이와, 앞의책, 85 쪽. 45) 위의책, 84 쪽참조. 46) 위의책, 85 쪽참조.
16 유럽사회문화제 15 호 를상실하는것으로만나타나지않는다. 질투심때문에이루어진앙리의살인은귀족을살해한혁명적이고영웅적인행위로간주된다. 가상의성격이특징적인미미크리에몰입하는바람에인물들은 진실이어디에있는지 47) 파악하지못한다. 다시말해환상, 가상에의몰입이인물들을혼란에빠뜨리고결국엔현실에대한비판적인식을불가능하게만들고있음을확인할수있다. III. 아곤의유혹 - 슈테판츠바이크의 체스 Schachnovelle 슈테판츠바이크의 체스 (1942) 는나치의탄압하에서망가져가는인간정신을묘사한, 즉야만적인나치시대를고발하는작품이라고할수있다. 또한시민계급인주인공의정신적몰락을, 츠메각이지적했듯이작가츠바이크자신의 문화적정체성 의기반이었던오스트리아의, 더나아가유럽의문화세계몰락이라는측면에서도볼수있을것이다. 48) 그러나이장에서는시간도공간도느껴지지않는 완전한무 ( 無 ) 49) 의상태에서자기자신을잃어버리지않기위해우연히시작한체스놀이가결국그자신을잃어버리게만드는, 정신분열의상태로만드는요인이되는과정을추적해보고자한다. 체스는카이와가분류한놀이중아곤에속한다. 아곤은경쟁이라는형태를취하며개인능력이발휘되는형태의놀이라고할수있다. 즉경쟁자와의시합에서이기는놀이로, 당구, 체스등이아곤에속하는대표적유형이다. 카이와에따르면, 아곤은규칙이있는경쟁이기에일링크스와의 47) Séverine: [...] wo ist die Wahrheit? (DgK, S. 550.) 48) Vgl. Victor Zmegac (Hg.) Geschichte der deutschen Literatur vom 18. Jahrhundert bis zur Gegenwart, Bd. III 1918-1980, Königstein/Ts, 1984, S. 244. 49) das vollkommene Nichts In: Stefan Zweig, Schachnovelle, Kommentierte Ausgabe, Stuttgart, 2013, S. 39. ( 이하 Sn 으로축약하고쪽수만을기재함. 슈테판츠바이크 / 박영구역, 체스, 푸른숲, 1997 의번역을참조하였음.)
놀이의유혹ㆍ김성현 17 조합은부자연스럽다. 50) 그러나츠바이크의 체스 에서는놀이상대자와의경쟁에서자신의능력을인정받으려는아곤의놀이원리가지켜지지않을뿐만아니라일링크스도함께나타나는독특한놀이의양상이보인다. 카이와가체스를 고도로두뇌적인유형의아곤 51) 이라고간주한것처럼, 소설에서도체스챔피언, 체스대가는 철학자나수학자처럼치밀하고상상력이뛰어난, 창조적인인물, 즉여러유형의뛰어난지성인들 52) 이나오를수있는자리로, 체스는 인간이고안해낸온갖놀이가운데유일한 왕가게임 53) 으로, 승리의영예는오로지정신력이나특정한형태의정신적재능을갖춘자에게돌아가는 54) 것으로간주된다. 소설의화자는체스를두는목적에따라체스가놀이또는놀이가아닌 진지한것 이될수있음을이야기한다. 화자자신은 정신적긴장감을풀기위해 55) 체스를둠으로체스를 놀이하는 56) 것이지만, 화자와는달리긴장하며정신을집중시키기위해두는체스챔피언의경우는체스를놀이하지않고체스를 진지화 57) 하는것이라고말하면서놀이와진지함을구분한다. 이는하위징아가놀이와진지함을구분한것과같다. 하위징아는놀이와놀이아닌것, 즉진지함에대해다음과같이말한다. 놀이와진지함의대립적관계를면밀히살펴볼때, 이둘의가치는동일하 지않다는것을발견한다. 놀이는긍정적인반면진지함은부정적이다. 진지 함 의의미는 놀이 의부정에의해정의되고또파악된다. 이렇게볼때진지 50) 로제카이와, 앞의책, 113 쪽참조. 51) 위의책, 40 쪽. 52) [...] die verschiedensten Typen intellektueller Überlegenheit vereinigt, Philosophen, Mathematiker, kalkulierende, imaginierende und oft schöpferische Naturen, [...] (Sn, S. 11.) 53) [...] des königlichen Spiels, dieses einzigen unter allen Spielen, die der Mensch ersonnen, [...] (Sn, S. 15.) 54) [...] seine Siegespalmen einzig dem Geist oder vielmehr einer bestimmten Form geistiger Begabung zuteilt. (Sn, S. 15.) 55) [...] um mich von geistiger Anspannung zu entlassen. (Sn, S. 17.) 56) Ich spiele [...] (Sn, S. 17.) 57) [...] ernsten [...] (Sn, S. 18.)
18 유럽사회문화제 15 호 함은 놀이하지않음 일뿐이고그이상의의미는없다. 반면에 놀이 의의미는 진지하지않음, 심각하지않음 이라고정의해서는그의미가파악되지않는다. 놀이는그자체로독립되어있는것이다. 놀이개념그자체는진지함보다더높은질서속에있다. 왜냐하면진지함은놀이를배제하려고하는반면, 놀이는진지함을잘포섭하기때문이다. 58) 그런데 체스 에등장하는체스챔피언인센토비치는화자가설명한유형에해당되지않는인물이다. 체스를두는그의목적은오로지돈이며사례금을주겠다는보장만있으면자신의재능과명성에걸맞지않은하찮은클럽에서도체스를둔다. 59) 뉴욕을출발하여부에노스아이레스로가는대형여객선을무대로소설의도입부에서는여객선승객인체스챔피언센토비치의특이한이력, 즉 지적세계의완전한이방인이자답답하며말수가적은농가의젊은이 60) 에대한소개가중심을이루고있다. 단한가지일에만생각을집중하는편집광적인유형의사람들에게매력을느끼는 61) 화자는센토비치라는인물에대한관심으로체스챔피언과의체스대결을추진한다. 화자를비롯하여대결에응한대가로센토비치에게돈을지불하기로한멕코너라는사업가등 6명의사람들과센토비치와의시합이시작된다. 카이와가언급하였듯이, 아곤에서는공평한경쟁이이루어지도록하는것이중요하기때문에경쟁자들의급 ( 級 ) 이다르다면핸디캡을붙이는등출발점에서의기회의평등을제공해야한다. 62) 체스 에서도 6명의아마추어들과세계챔피언과의대결이시작되기전이러한평등을위한중요 58) 요한하위징아, 앞의책, 106 쪽. 59) Vgl. Sn, S. 12. 60) [...] ein völliger Outsider der geistigen Welt [...], ein schwerer, maulfauler Bauernbursche [...] (Sn, S. 11f.) 61) Alle Arten von monomanischen, in eine einzige Idee verschlossenen Menschen haben mich zeitlebens angereizt, [...] (Sn, S. 13.) 62) 로제카이와, 앞의책, 39-40 쪽참조.
놀이의유혹ㆍ김성현 19 한경기규칙이먼저정해진다. 센토비치는화자를포함한 6명의사람들과한꺼번에대적하겠다는것, 6명이상의를하는동안방해가되지않도록멀리가있겠다는것등의핸디캡을스스로두고한수를두는제한시간을 10분으로하자는것, 대응수를두고나면치는종이없으니수저로유리컵을두드리자는것등의경기규칙을제안한다. 63) 카이와에따르면, 아곤이현실속으로옮겨오면, 즉아곤이타락하면, 아곤은성공만을목적으로삼으며공정한경쟁의규칙이무시된다. 64) 그러나 체스 에서나타나는아곤의타락은경기규칙의무시가아니라일링크스의모습이다. 놀이하는자가자유롭게그만둘수없는상태에이르는도취, 최면, 광기의모습을보이는것이다. 첫시합을센토비치에게패한후멕코너는신체적흥분상태에빠지며완전히다른인물로변한다. 얼굴은이마끝까지뻘겋게달아오르고벌렁거리는콧구멍으로씩씩거리는숨을몰아쉬며눈에띄게땀을흘렸다. 그리고악물은입술은도전적으로뻗은턱과맞닿아깊은주름을하나만들어놓았다. 나는그의눈길에서그자신도주체할수없이알른거리는불꽃을느끼고내심불안해졌다. 그것은마치룰렛게임기앞에서계속해서판돈을두배로걸었는데여섯번째나일곱번째에가서도원하는색깔이나오지않을때의사람얼굴같았다. 그순간나는이광적인야심가가자신의재산을다날리더라도센토비치를상대로적어도한판이라도이길때까지는사례금이두배든세배든간에계속해서두려할것이라는것을직감했다. 65) 63) Vgl. Sn, S. 23. 64) 로제카이와, 앞의책, 91 쪽참조. 65) Rot im Gesicht bis hoch hinauf an das Stirnhaar, die Nüstern von innerem Druck stark aufgespannt, transpirierte er sichtlich, und von den verbissenen Lippen schnitt sich scharf eine Falte gegen sein kämpferisch vorgerecktes Kinn. Ich erkannte beunruhigt in seine Augen jenes Flackern unbeherrschbarer Leidenschaft, wie sie sonst Menschen nur am Roulettetisch ergreift, wenn zum sechsten- oder siebentenmal bei immer
20 유럽사회문화제 15 호 멕코너는자신들의능력으로는센토비치를이길수없다고판단하자사례금을대면서까지체스대가로보이는 B박사를통해센토비치와의체스대결에서승리를얻고자한다. 그러나종국에는 B박사가시합을중단하자그에게화를낸다. 이처럼멕코너는아곤의놀이에서카이와가말하는미미크리의타락의양상인 대리 의모습을보이고아울러흥분상태의일링크스의모습도보인다. 그런데이소설에서아곤의놀이하는자가광기에사로잡히는모습을보여주는인물은이와같은모습의멕코너도, 돈벌이에연연하는센토비치도, 편집광적인인물에특별한호기심을보이는 화자도아니다. 6명이센토비치와의대결에서무승부를거두도록도움을준 B박사와센토비치의대결을성사시키기위해 B박사를만난화자는 B박사가체스를배우게된과정을듣게된다. 이이야기는아곤의놀이에서놀이하는자가어떻게광기에사로잡히게되었는지를보여준다. 합스부르크왕가의법률자문과자산관리를담당했던 B박사는나치에체포되었는데, 외부세계와는완전히차단이된, 진공상태같은호텔방속에혼자갇혀지내면서심문을받았다고이야기한다. B박사는호텔방에혼자있었던것을 완전한무 66) 의상태, 공간도시간도전혀없는완전한공허 67) 의상태, 뭐라도끄적거릴수있는연필하나없었고, 가지고놀만한성냥개비하나없는무, 무, 무 68) 였다고표현한다. 우연히손에넣은 150가지체스대국유형의사례를모은책은 B박사에게그를둘러싼 무의상태 를없애줄 무기 와같은것이었다. 그에게체 verdoppeltem Einsatz nicht die richtige Farbe kommt. In diesem Augenblick wusste ich, dieser fanatisch Ehrgeizige würde, und sollte es ihn spielen und spielen und spielen, einfach oder doubliert, bis er wenigstens ein einziges Mal eine Partie gewonnen. (Sn, S. 24-25.) 66) das vollkommenes Nichts (Sn, S. 39 u. S. 40.) 67) das Nichts, die völlige raumlose und zeitlose Leere (Sn, S. 40.) 68) kein Bleistift, um etwas zu notieren, kein Zündholz, um damit zu spielen, nichts, nichts nichts. (Sn, S. 43.)
놀이의유혹ㆍ김성현 21 스는 아무리긴장된사고활동을할때조차도좁다랗게제한된체스판위에정신적에너지를쏟게만듦으로써두뇌를느슨하게하지않고오히려두뇌의민활함과탄력을높여주는놀랄만한장점을가지고있는 69) 것이었다. B박사는체스가갖다준긍정적인영향에대해다음과같이말한다. 침묵의독방에매일한없이생기가넘쳐났고규칙적인두뇌훈련은제사고력에흔들렸던안정성을되찾아주었어요. 저는제두뇌가맑아지고부단한사고훈련으로더욱새롭게닦이는것을느꼈습니다. 70) 이렇듯체스는화자나화자가말한체스챔피언들과는달리 B박사에게생기를돋우는, 즐거운 놀이 이자정신을훈련시키는 진지한것 이었다. 그런데 150가지사례를복기하는것이그에게는더이상즐거움이되지못하고그는다시 무의상태 에직면하게된다. 지금까지복기했던 150가지사례가아닌새로운대국이필요하다며생각해낸것이자기자신을상대로체스를두는것이다. 여러가지놀이가운데 우연과는거리가먼고도의사고놀이 71) 이자반드시흰말또는검은말을잡는상대방이있어야경기가진행될수있는놀이인체스에서 B박사는경쟁자없이혼자체스를둔다. 사랑을할때와마찬가지로체스에서도상대방이없어서는안되는 72) 체스놀이의원리를깨뜨리고있는것이다. 흑과백으로나누어져있는체스놀이를제대로하기위해서 B박사는자신의인격을흑을가진경기자와백을가진경기자둘로나눠야하는상황에이른다. 자신을상대로두는체스시합으로인해 B박사는광적인흥분상태로빠지게된다. 69) [...] das Schachspiel besitzt den wunderbaren Vorzug, durch Bannung der geistigen Energien auf ein eng begrenztes Feld selbst bei angestrengtester Denkleistung das Gehirn nicht zu erschaffen, sondern eher seine Agilität und Spannkraft zu schärfen. (Sn, S. 52.) 70) Unendliche Abwechslung beseelte täglich die stumme Zelle, und gerade die Regelmäßigkeit meiner Exerziten gab meiner Denkfähigkeit die schon erschütterte Sicherheit zurück; ich empfand mein Gehirn aufgefrischt und durch die ständige Denkdisziplin sogar noch gleichsam neu geschliffen. (Sn, S. 53.) 71) [...] Schach als einem reinen, vom Zufall abgelösten Denkspiel [...] (Sn, S. 54.) 72) Für Schach ist nun wie für die Liebe ein Partner unentbehrlich [...] (Sn, S. 18.)
22 유럽사회문화제 15 호 제가맞서싸울수있었던대상은바로제안의또다른저밖에없었어요. 그래서저는체스를두는동안거의광적인흥분상태로빠져들어갔습니다. 처음에는아주침착하게심사숙고하면서, 한판에서다음판으로넘어가는사이사이에잠시쉬는여유를갖기도했습니다. 하지만자극을받은제신경은점점기다리는여유를더이상허용하지않았습니다. 흰말인내가한수를두자마자검은말인나는벌써열에들떠앞으로뛰쳐나갔고, 그때마다둘중의하나인나는또다른나에게져서복수전을요구했기에한판이끝나기가무섭게제자신이저에게또한판을둘것을요구했던것입니다. 73) 감금상태에서유일한위안거리로삼은, 놀이의상대자없이혼자서두는체스놀이에서조차 B박사는 체스중독증 74) 에빠져자신도모르게 장군, 체크 라고스스로에게내지르는자신의목소리를듣는등 편집광적인신들린상태 75) 에빠져든다. 도박자가도박에서자기자신을망각하고피곤함도모르는것처럼 76), B박사역시이러한상태로인해 물컵을잡고입에대기도힘들정도로몸이쇠약해졌음에도불구하고체스를두기시작하면금방격렬한힘이솟구쳤다 77) 라고말한다. 73) [...] und ich hatte doch nur dieses andere Ich in mir, das ich bekämpfen konnte; so steigerte ich mich während des Spiels in eine fast manische Erregung. Im Anfang hatte ich noch ruhig und überlegt gedacht, ich hatte Pausen eingeschaltet zwischen einer und der andern Partie, um mich von der Anstrengung zu erholen; aber allmächlich erlaubten meine gereizten Nerven mir kein Warten mehr. Kaum mein Ich Weiß einen Zug getan, stieß schon mein Ich Schwarz fiebrig vor; kaum war eine Partie beendigt, so forderte ich mich schon zur nächsten heraus, denn jedesmal war doch eines meiner beiden Schach-Ich von dem andern besiegt worden und verlangte Revanche. (Sn, S. 58.) 74) eine Schachvergiftung (Sn, S. 60.) 75) diese monomanische Besessenheit (Sn, S. 60.) 76) 거다리스는도박이라는우연놀이에서피곤함을잊고놀이에몰입하여주변환경그리고자기자신까지도망각하는일링크스의특성을설명한다. 거다리스, 도박, 꿈엔들, 2006, 258-263 쪽참조. 77) [...] derart schwach, dass wenn ich ein Trinkglas anfasste, ich es nur mit Mühe bis zu den Lippen brachte, so zitterten mir die Hände; aber kaum das Spiel begann, überkam mich eine wilde Kraft [...] (Sn, S. 60.)
놀이의유혹ㆍ김성현 23 놀이에대한즐거움이놀이에대한강박관념으로변해가면서, 무의상태 에서구해준 구원 이었던놀이가광기로변하였다. 이러한 체스중독증 의상태는역설적이게도 B박사가, 호의적인의사의도움을받아게슈타포의감금에서벗어나부에노스아이레스로향하는배를타게만든다. 이제자유의몸이된 B박사는자신과의시합이아닌다른상대자와의실질적인체스대결을해보고싶었기에센토비치와의체스시합을하게되고광기어린증상은다시나타난다. 센토비치가한수를둘때마다시간을오래지체하자 B박사는센토비치가아니라이전처럼자신과체스를둔다. B박사는체스시합에는더이상흥미가없고완전히다른일에몰두하고있는사람같아보였다. 열에들뜬듯이오락가락하는일을그만두고자기자리에꼼짝않고그대로앉아있었다. 정신나간것처럼멍한눈길로허공을응시하며알아들을수도없는말을끊임없이혼자서중얼거리고있었다. 끝없는연상작용에빠져들어있던가, 아니면나만의은밀한의혹이었지만, 완전히다른판을구상하고있는것같았다. 78) 센토비치와의시합에몰두하지못하고갑작스럽게 체크 를외친 B박사는그제서야자신이 체크 를외칠상황의판이아니라는것을확인하지만화자가 B박사의팔을세게잡아도그는열에들떠어쩔줄모르는가운데 몽유병환자 처럼화자를쳐다보기만한다. 기억해보라 며 B박사의손등의흉터를가리키는화자의개입에서야비로소 B박사는현실세계로돌아와급하게시합을그만둔다. 카이와는일링크스가일으키는마비가아곤을규정하는조건들을파괴 78) Es hatte den Anschein, als ob er an der Partie gar keinen Anteil mehr nehme sondern mit etwas ganz anderem beschäftigt sei. Er ließ sein hitziges Auf- und Niderlaufen und blieb an seinem Platz reglos sitzen. Mit einem stieren und fast irren Blick ins Leere vor sich starrend, murmelt er ununterbrochen unverständliche Worte vor sich hin; entweder verlor er sich in endlosen Kombinationen oder er arbeitete dies war mein innerster Verdacht sich ganz andere Partien aus [...] (Sn, S. 75.)
24 유럽사회문화제 15 호 해버리기때문에아곤이라는본래의놀이가없어지므로아곤과일링크스의조합은있을수없는것이라고한다. 79) 그러나각각의놀이를규정하는조건들이파괴된경우를, 즉본래의놀이의특성이사라진상태를놀이의타락으로부르면서놀이의조합을제한하는카이와의설명은모순적이라고본다. 하나의놀이유형에서본래의그놀이적특성이사라지든아니면놀이의여러조합에서어떤한놀이유형이다른놀이유형에영향을끼쳐이놀이유형의본래적특성이사라지든지간에놀이의타락은발생한것이라고본다. 츠바이크의 체스 는아곤의대표적놀이라할수있는체스놀이의경우도도취상태로빠질수있음을보여준다. 개인의의지와능력으로놀이를진행시켜야하는아곤에서, 놀이하는자를스스로놀이를그만둘수없게만드는 편집광적증상 으로이끌며결국에는광기에이르게하는놀이의타락이발생하였다. IV. 알레아의유혹 - 아르투어슈니츨러의 여명속의도박 Spiel im Morgengrauen 하위징아의놀이이론에서는물질적특성이배제되었다. 하위징아는물질적관계가중요한사행성게임및도박이 그자체로매우흥미로우며문화적탐구의대상이지만문화의발전에는별기여하지못하고도박게임은생활과정신에아무런보탬도주지못하기때문에쓸모없는것 80) 이라고평가절하한다. 그러나카이와는특성에따라놀이를분류하면서놀이에알레아의영역, 즉도박같은 우연놀이 를포함시킨다. 카이와에의 79) 로제카이와, 앞의책, 113 쪽참조. 카이와는놀이유형들중에알레아와일링크스의조합, 아곤과미미크리의조합을무리없이결합되는조합으로그리고미미크리와일링크스의조합, 아곤과알레아의조합을 근원적인조합 으로간주한다. 80) 요한하위징아, 앞의책, 110 쪽참조.
놀이의유혹ㆍ김성현 25 하면, 경쟁이라는형태를취하며개인능력이발휘되는형태의놀이라고할수있는아곤과는달리라틴어로주사위놀이를의미하는알레아는놀이하는자가전혀영향력을행사할수없는결정에기초하는모든놀이를지칭한다. 즉알레아는놀이하는자의능력이발휘되지못하고운명만이승리를만들어내는놀이로주사위놀이, 룰렛, 바카라, 제비뽑기등이이에해당된다. 81) 카이와에따르면, 자신의능력이현재의만족스럽지못한생활수준을근본적으로바꿀수없음을깨닫게되면행운, 기적을기대하게되는데, 이행운과기적을제시하는것이바로알레아의역할이다. 82) 노동의가치가중요한산업사회에서도우연놀이, 도박의유혹을뿌리치기어렵다. 노동은그대가가정해져있으며그대가가크지않지만우연놀이, 즉도박은순식간에큰재산을얻을수있다는매력이있어이를떨쳐버리기가어렵다. 83) 산업혁명이진행되고정치적으로는진보적자유주의시대를연 19세기말오스트리아에서슈니츨러, 츠바이크의아버지처럼본인의야망과능력으로사회적, 경제적으로성공한부르주아는사회의중요한중간계급으로성장하였다. 이들은자신의성공을지키기위해노동, 절약, 인내를지켜야할중요한윤리적가치로간주하였다. 이들은사교와즐거움을위해카드놀이같은알레아를즐기는것이지엄청난수입을목적으로하는것이아니었다. 그래서이들은놀이를끝내고다시근면하고절약하는윤리적세계로돌아간다. 이에대해츠바이크는자신의아버지세대가, 미래를생각하지않고무분별하게수입을써버리는사람들을걱정스러운낭비가로치부하였으며신중하고절제된생활방식을고수하였으며하물며카드놀이를할때에도언제나적은돈만을걸었다고회고한다. 84) 슈니츨러의 81) 로제카이와, 앞의책, 43 쪽참조. 82) 위의책, 170-171 쪽참조. 83) 위의책, 211 쪽참조. 84) Vgl. Stefan Zweig, Die Welt von gestern, S. 21-22.
26 유럽사회문화제 15 호 아버지역시도덕이라는시민적가치를중요하게생각했던사람이다. 이들아버지세대는예술이라는감성의문화를향유하면서도도덕적이고청교도적인가치관을고수하고있었다. 부의획득이라는측면에서노동의효용성을중시했던당시부르주아에게생계유지가힘들었던전업작가로서의삶은노동의효용성을찾을수없는것이었다. 글을써서생계를유지하는것을반대했던의사아버지의영향으로슈니츨러는의사로서의삶을살다가발작으로인해서야비로소본격적으로전업작가로의길을택하게된다. 슈니츨러는아버지세대의도덕적세계관및문화에대해의구심을가지면서개인의감정및본성에관심을기울였다. 아버지세대의시민적가치관에서벗어나려했던슈니츨러는작품에서주로주체의존재양식의문제성을다루는데, 특히 여명속의도박 (1926) 85) 에서는주인공의생존방식및윤리적가치관의문제성을도박이라는주제를통해지적하고있다. 이소설의주인공은 1차세계대전이전시대인 안정의세계 86) 의오스트리아 -헝가리제국의장교로특별한개성이없는, 특별한장점이없는인물이다. 그는사람에게진정한관심과애정이없는인물이다. 그의이러한윤리적측면에서의부족함, 즉삶의진지함과는반대되는 유희적 삶의태도는놀이, 특히도박과연결이되는것이다. 87) 알레아, 즉우연놀이에서내기에거는돈은중요하다. 카이와도지적하 85) 놀이, 시합, 경기, 도박, 유희등을의미하는독일어 Spiel 은이소설에서도카드놀이, 도박, 사랑의유희라는다의적의미를지니고있다. 본고에서는주인공을파멸로이끈돈내기및도박빚으로알레아의타락을살펴보고있으므로소설제목의 Spiel 을도박으로번역하였다. 86) 츠바이크는자신이성장했던 1 차세계대전이전의시기가부르주아에게있어나름대로정치적, 경제적으로안정적인시대였음을 안정의세계 라는말로표현하고있다. Vgl. Stefan Zweig, Die Welt von gestern, S. 14-43. 87) Yves Iehl, Glücks-, Geld- und Liebesspiel unter Ehrenmännern im Wien der Vorkriegszeit. Die vielfältigen Variationen des Spiels in Arthur Schnitzlers Erzälung Spiel im Morgengrauen, in: Philippe Wellnitz (Hg.) Das Spiel in der Literatur, Berlin 2013. 221-236, hier 224.
놀이의유혹ㆍ김성현 27 였듯이, 우연놀이의위험성은사실내기돈의한계가없다는데에있다. 88) 여명속의도박 은친구를돕기위해시작한카드놀이 89) 판의내기돈이커지고지게되어이를갚을방법이없어지자장교라는신분의명예를지키기위해결국죽음을택하게되는주인공의이야기를담고있다. 우연놀이에도어떤특별한현기증이발생한다. 특히도박자는주위에서일어나는것에대해거의의식이없다. 냉정함을잃고서자신이갖고있는돈의한계를넘어서도박을한다. 알레아는의지의포기를전제로하기때문에황홀, 홀림, 도취상태를일으키는것이다. 90) 따라서알레아와일링크스의조합은놀이의조합중가장자연스러운것이며다시떼어놓기힘든가장강력한조합이라고할수있다. 이제 여명속의도박 에서는알레아가일링크스와어떻게조합을이루어놀이하는자를파멸에이르게하는지살펴보자. 도박사건으로군경력을마감한옛동료보그너가찾아와아픈아이때문에회사의공금을횡령했다며회사의회계감사전에 960 굴덴이라는돈을마련해야한다고주인공빌헬름카스다에게돈을빌려달라는부탁을하면서카스다의파멸은시작된다. 군인이라는신분에대해특별한계급의식을갖고있는카스다는자신과같은군인이였기에보그너를도우려하며 91) 돈을마련할방법으로카드놀이를생각한다. 카드놀이는카스다자신에게도넉넉하지않은수중의돈을늘릴수있는유일한방법이다. 카스다에게돈이있다는것은 새재킷, 새군도장식, 새속옷, 에나멜가죽 88) 로제카이와, 앞의책, 120 쪽. 89) 카이와는카드놀이의경우개인의기술 ( 능력 ) 과우연성이결합된, 즉아곤과알레아가결합된형태의놀이라고규정한다. 그러나본고에서는카드놀이를어떤패를갖게되느냐가승리에큰영향을끼치는, 즉우연성에크게좌우되는도박으로보고알레아의영역에서다루고자한다. 거다리스역시카드놀이를도박의중요한유형으로간주한다. 거다리스, 앞의책, 95-96 쪽참조. 90) 로제카이와, 앞의책, 114 쪽참조. 91) Vgl. Maria-Regina Kecht, Analyse der sozialen Realität in Schnitzlers Spiel im Morgengrauen, in: Modern Austrian Literature, Volume 25, Nos. 3/4, 1992, S. 186-187.
28 유럽사회문화제 15 호 구두, 담배, 여자와의저녁식사, 빈숲속으로의드라이브, 두달무상휴가등 92) 을의미하는것이다. 운에기대어현재의경제적상황의변화를꾀하면서도카스다는절제및인내라는미덕그리고특히장교로서의명예심을중요하게생각한다. 그래서보그너의횡령에대해비판하는것이아니라보그너가도박사건으로군경력을마감한것을어리석고불명예스러운일로평가한다. 카스다는 장교라면적어도지켜야할선이어딘지는알고있어야하며, 자신도 3주전에운이계속딸리길래도박판을박차고나왔던경험이있는데슈나벨영사가친절하게도돈을빌려주겠다고제의한것을마다하고나왔다 93) 고밝힌다. 이처럼카스다는카드놀이를언제라도본인의의지로끝낼수있으며불행한일을자초하지않는다고자신하기에보그너의횡령이아니라도박을끝내지못한의지가없었음을오히려문제삼는것이다. 이렇듯카스다는군인, 특히장교로서의자부심을가지고있지만이자부심이어려운경제적상황을전혀대수롭지않은것으로상쇄시키지는못한다. 오늘 ( 보그너의부탁을받은날 : 필자주 ) 처럼자신의어려운형편이실감난적은없었다. 이멋진봄날에색바랜유니폼을입고무릎이닳아서조금씩번들거리는하의에다유행에뒤떨어진키낮은모자를쓴채향기로운공원길을가야하다니. 94) 92) [...] neuer Waffenrock, neues Portepee, neue Wäsche, Lackschuhe, Zigaretten, Nachtmähler zu zweit, zu dritt, Fahrten in den Wienerwald, zwei Monate Urlaub mit Karenz der Gebüren [...] In: Arthur Schnitzler, Spiel im Morgengrauen, in: Ders., Die Erzählenden Schriften, Bd. 2, Frankfurt a. M., 1961, S. 527. ( 이하 SiM 으로축약하고쪽수만을기재함. 아르투어슈니츨러 / 장은수역, 마지막도박, 세계사, 1999 의번역을참조하였음.) 93) Ein Offizier mußte doch am Ende wissen, bis wohin er gehen durfte. Er selbst zum Beispiel war vor drei Wochen, als ihn das Unglück beständig verfolgte, einfach vom Kartentisch aufgestanden, obwohl der Konsul Schnabel ihm in der liebenswürdigsten Weise seine Börse zur Verfügung gestellt hatte. (SiM, S. 513.)
놀이의유혹ㆍ김성현 29 카스다의이중적인도덕적가치관은군인으로서의명예를중시하면서도막대한결혼지참금을가져올수있는좋은집안의여성과의결혼을통해부유한생활을영위하려는그의사고에서도분명히드러난다. 이미출생에서부터알레아의세계는시작된다. 아무리노동의가치, 능력의가치가중시되는산업사회라하더라도출생 ( 가문 ) 의우연이가져오는권리와이점이적지않다. 출생의우연과본인의노력을통해얻을수있는이점이적다면도박같은또다른우연의이점을기대하게된다. 95) 카스다가부유한케스너집안의딸과혼인을기대하는것은또다른운, 애정운에대한기대라고할수있다. 주인공이도박중독자가아님에도불구하고많은돈을딴이후에도그만두지못하고계속카드놀이를하는모습은도박의유혹이얼마나큰지를보여준다. 그는수중에큰돈이없기도하였지만적은돈으로돈을잃어도삶에위협이되지않을정도로내기를하였고적게따는돈에도만족하였던사람이다. 그런그가왜카드놀이의테이블을박차고일어나지못하고계속게임을하여처음에땄던큰돈은물론엄청난빚까지지게된것일까? 알레아의타락은미신을믿는것으로나타나는데, 카스다는 애정운이없으면도박운이라도따른다 는오스트리아속담을말하면서도박운에대한기대를걸고 96) 일요일마다벌어지는카페쇼프의도박판에참여한다. 처음 2천굴덴이라는돈을따서빈으로되돌아가고자했지만기차를놓친카스다는다시카페쇼프로돌아간다. 카스다는다시카드놀이테이블에 94) Niemals noch war ihm die Enge seiner Verhältnisse so deutlich zum Bewußtsein gekommen als heute an diesem wunderschönen Frühlingstag, da er in einem leider nicht mehr sehr funkelnden Waffenrock, in drap Beinkleidern, die an den Knien ein wenig zu glänzen anfingen, und mit einer Kappe, die erheblich niedriger war [...] (SiM, S. 513.) 95) 카이와는현대사회에서아곤과알레아가상보적관계에있음을서술한다. 로제카이와, 앞의책, 165-178 쪽참조. 96) Vgl. SiM, S. 511.
30 유럽사회문화제 15 호 앉으면서 소액을걸어시작하고한번따기전에는절대로판돈을늘리지말고또가진돈을전부거는일은절대금물이니까전액의 3분의 1정도만걸어야한다는 97), 플레그만박사가늘하던방법인이른바 플레그만식전법 으로카드놀이를하겠다고다짐한다. 그러나 4천200 굴덴이라는큰돈을딴뒤카드놀이를그만두었어야했지만카스다는그만두지못한다. 그러나동시에계속카드를하고싶은제어하기힘든지옥같은욕망을느 꼈다. 영사의지갑에서번쩍거리는천단위지폐를몇장만더자기지갑으로 끌어들이고싶었다. 그거야말로노다지를캔자본이될만했다. 98) 이러한욕망은카스다를사로잡아시간과자신의상황을망각하게만들어카스다의놀이는알레아에서이제일링크스의단계로넘어간다. 판돈이반만남은상황에서도카스다는카드테이블을벗어나지않는다. 판돈을다걸라는자기목소리에자신도놀랄정도로자기자신을의식하지못하는상태에이르고머리끝에서열이확뻗치는듯한생리적인변화 99) 도느낀다. 카스다는카드놀이에완전히몰입하여자신에게어떠한일이진행되고있는지정확하게인지하지못한다. 다시그앞에카드가놓였다. 그는돈을걸었다. 정확히얼마인지도몰랐다. 97) [...] mit einem geringen Einsatz beginnen; nicht höher gehen, bevor man einmal gewonnen, dann aber niemals das Ganze aufs Spiel setzen, sondern nur dreiviertel des Gesamtbetrages (SiM, S. 525.) 98) Zugleich aber spürte er eine unbändige, eine wahrhaft höllische Lust, weiterzuspielen, noch einige, alle die blanken Tausender aus Brieftasche des Konsuls in die seine herüberzuzaubern. Das wäre ein Fonds, damit könnte man sein Glück machen. (SiM, S. 527.) 99) 거다리스는도박자에게일링크스의특성중호흡, 심장박동, 혈압등이올라가고아드레날린의분비가증가하는것과같은생리적인변화도나타난다고설명한다. 거다리스, 앞의책, 261 쪽.
놀이의유혹ㆍ김성현 31 지폐한움큼. 운명을받아들이는새로운방식이었다. 100) 운명또는운에절대적으로의지하지않았던카스다는이제알레아의본성만을따른다. 카스다가중요하게생각했던절제와인내의미덕, 즉부르주아적정신은지켜지지않고그는결국만천굴덴이라는도박빚을지게된다. 영사는도박빚이어떠한의미를가지는것인지카스다에게상기시킨다. 영사는 도박이악습이되는경우란도박에진돈을내줄능력이없을경우이며, 이것은사기, 비겁한형태의사기를의미하는것 101) 이라고도박빚과도덕적통념을연결시켜카스다의명예심을자극한바있는데, 그라이징소위에대해비난하면서도덕적통념과군인의명예심을연결시켜다시금카스다의명예심을자극한다. 참이상한건, 명예심이그렇게강한신사들이어떻게그런사람을모임에용 납하는지모르겠단말입니다. 그사람은, 어리석고순결한소녀를의식적으로위 험에빠뜨려병들게만들었고어쩌면그녀는곧죽을지도모르는데말이죠. 102) 영사는기일내에도박빚을갚지않으면연대장을찾아가겠다고자신의분명한고발의지를밝힌다. 도박빚때문에군에서나가야한다는것은카스다에게는군인으로서의명예심을짓밟는행위로결코용납할수없는 100) Und wieder lagen Karten vor ihm. Er setzte wieviel, wußte er nicht genau. Eine Handvoll Banknoten. Das war eine neue Art, es mit dem Schicksal aufzunehmen. (SiM, S. 532.) 101) Der Konsul meinte, ein Laster sei das Spiel nur, wenn man seine Spielschulden zu zahlen nicht imstande sei. Und in diesem Fall sei es eigentlich kein Laster mehr, sondern ein Betrug; nur eine feigere Art davon. (SiM, S. 523.) 102) Eigentlich merkwürdig, sagte er, wie die Herren, die so streng auf ihre Standesehre halten, einen Menschen in ihrer Mitte dulden dürfen, der mit vollem Bewußtsein die Gesundheit eines anderen Menschen, eines dummen, unerfahrenen Mädels zum Beispiel, in Gefahr bringt, so ein Geschöpf krank macht, möglicherweise tötet. (SiM, S. 539.)
32 유럽사회문화제 15 호 일이다. 그는지금까지자신의군인가문에대한자부심으로절제와인내로생활하며자신의의지대로도박의유혹을뿌리쳤었다. 아버지도장교셨고할아버지도소위로돌아가셨습니다. 아이고, 이렇게끝낼수는없습니다. 경솔한장난에대한벌치고는너무심합니다. 제가상습도박꾼이아니라는건누구보다도잘아시지않습니까. 아직까지남한테빚져본적도없고요. 작년에그렇게경제사정이힘들었을때도말입니다. 그리고사람들이대놓고유혹할때도한번도넘어간적이없었습니다. 103) 카스다는도박빚을갚을마지막방법으로생각했던외삼촌이더이상경제적능력이없고이제외삼촌의아내인과거카스다의하룻밤상대였던레오폴디네가외삼촌의모든재산을관리한다는이야기를듣고레오폴디네를찾아간다. 도박운이없어빚을지게된카스다는이제애정운에자신의운명을건다. 그러나레오폴디네가자신과하룻밤을보내고그에대한보상으로천굴덴을내놓자수치심을느끼고자살한다. 과거레오폴디네의진실한감정을무시하고단지하룻밤상대자로여겼던카스다는외삼촌의아내가된레오폴디네와의하룻밤관계에서경제적도움을기대하면서도자신이하룻밤상대자로취급되자그제서야자신의위선적실체를목도하게된다. 앞서영사가시민계급의가식적도덕성을폭로할때도깨닫지못했던자신의이중적정체성을깨닫게된것이다. 애정운과금전운에대한기대로일요일마다바덴에가서케스너집안의별장을방문하거나카페쇼프에서벌어지는도박판에끼곤했던카스다가말하는시민계급의절제, 인내, 명예심같은도덕적가치들이허위의 103) Der Vater war Offizier, der Großvater ist als Feldmarschalleutnant gestorben. Um gottes willen, es kann doch nicht so mit mir enden. Das wäre doch eine zu harte Strafe für einen leichtsinnigen Streich. Ich bin ja kein Gewohnheitsspieler, das weißt du. Ich hab nie Schulden gemacht. Auch im letzten Jahr nicht, wo es mir ja manchmal recht schwer zusammengegangen ist. Und ich habe mich nie verleiten lassen, obwohl man es mir direkt angetragen hat. (SiM, S. 552.)
놀이의유혹ㆍ김성현 33 것임을드러내보이면서슈니츨러는시민사회의가치관, 특히도덕적세계관을문제삼고있는것이다. V. 나가는말 이글에서는놀이와문화의관계속에서놀이의가치와특성을설명한하위징아와카이와의논의를토대로세기전환기오스트리아빈의놀이와문화를문학텍스트를통해살펴보고자하였다. 빈모더니즘 이라는이시기를특징짓는용어가있을정도로예술및문화에있어 특수한성격 을드러내보이는세기전환기오스트리아빈은실제로카이와가말한아곤, 알레아, 미미크리, 일링크스에속하는다양한놀이양식이발달했던곳이다. 또한세기전환기오스트리아의대표적작가인슈니츨러와츠바이크의문학텍스트에서도이들아곤, 알레아, 미미크리의놀이는주요테마로다뤄지고있다. 특히이들놀이는놀이하는자의정체성을드러내는중요한장치로작용하고있다. 따라서이들의문학텍스트에나타난놀이의양상을살펴보는것은세기전환기빈의놀이와문화를만들어낸시민계급의정체성을고찰하는시도이기도하다. 카이와에따르면, 경쟁, 행운, 모의, 현기증을추구하는것이인간의원초적이고강력한본능이라고할수있으며이러한본능에대응하고있는것이바로놀이이다. 놀이는인간의본능을억제하며인간의문화를발전시키는데공헌하여왔지만아곤 ( 경쟁 ), 알레아 ( 행운 ), 미미크리 ( 모의 ), 일링크스 ( 현기증 ) 라는 4개의기본적놀이원리자체역시현실세계에부정적영향을끼칠수있다는의미에서놀이의타락을말할수있다. 하위징아가놀이의타락, 즉놀이의역기능을고려하지않았던데반해카이와는놀이의타락이중요한문제라고보았다. 슈니츨러의 초록앵무새, 여명속의도박 그리고츠바이크의 체스 에서는놀이가놀이하는자의현실세계에까지 파문 을남기는놀이의타
34 유럽사회문화제 15 호 락이일어난다. 그러나이러한타락의양상은, 각각의놀이가본연의놀이의특성을규정하는조건들을잃은상태라고카이와가설명한 놀이의타락 과는다르다. 미미크리, 알레아, 아곤이일링크스와결합하면서타락의양상을보이는것이다. 카이와에따르면, 놀이의본질적특성은 즐거움 및 유쾌함 이며현실세계와구분되어있다는것이다. 현실세계와구분하지못하고현실세계에까지끌고들어오기쉬운놀이의특성은중독현상으로나타날수있는일링크스이다. 슈니츨러와츠바이크의문학텍스트에는이러한일링크스가다른놀이에결합되면서놀이하는자를유혹하여도취, 최면상태, 광기로이끌며놀이하는자를그놀이에서벗어나지못하게하며놀이하는자의일상적인삶을파괴시키는타락이나타나고있다. 이글에서는놀이가현실세계와구분되어있다는, 즉허구적활동이라는놀이의본질적특성이어떻게파괴되었는지를살펴보았다. 끝으로, 놀이의유혹적힘그리고그것의부정적영향에대한우리의고찰이놀이의독성및본능의독성에대한 예방주사 가되기를기대해본다. [ 주제어 ] 놀이, 문화, 놀이의타락, 요한하위징아, 로제카이와, 아르투어슈니츨러, 슈테판 츠바이크 참고문헌 1차문헌슈니츨러, 아르투어 / 장은수역, 마지막도박, 세계사, 1999. 슈티츨러, 아르투어 / 최석희역, 초록앵무새, 지식을만드는지식, 2009. 츠바이크, 슈테판 / 박영구역, 체스, 푸른숲, 1997. 카이와, 로제 / 이상률역, 놀이와인간, 문예출판사, 1994. 하위징아, 요한 / 이종인역, 호모루덴스, 연암서가, 2011.
놀이의유혹ㆍ김성현 35 Schnitzler, Arthur, Der grüne Kakadu, in: Die Dramatischen Werke, Bd. 1, Frankfurt a. M., 1962. Ders., Spiel im Morgengrauen, in: Die Erzählenden Schriften, Bd. 2, Frankfurt a. M., 1961. Zweig, Stefan, Schachnovelle, Kommentierte Ausgabe, Stuttgart, 2013. 2차문헌게이, 피터 / 고유격역, 부르주아전, 서해문집, 2005. 리스, 거다 / 김영선역, 도박, 꿈엔들, 2006. 쇼르스케, 카를 / 김병화역, 세기말비엔나, 생각의나무, 2006. 인성기, 빈모더니즘, 연세대학교출판부, 2005. 츠바이크, 슈테판 / 곽복록역, 어제의세계, 지식공작소, 2014. Iehl, Yves, Glücks-, Geld- und Liebesspiel unter Ehrenmännern im Wien der Vorkriegszeit. Die veilfältigen Variationen des Spiels in Arthur Schnitzlers Erzälung Spiel im Morgengrauen, in: Philippe Wellnitz (Hg.) Das Spiel in der Literatur, Berlin 2013. 221-236. Kecht, Maria-Regina, Analyse der sozialen Realität in Schnitzlers Spiel im Morgengrauen, in: Modern Austrian Literature, Volume 25, Nos. 3/4, 1992. Lindken, Hans Ulrich, Interpretationen zu Arthur Schnitzler, München 1970. Perlmann, Michaela L., Arthur Schnitzler, Stuttgart, 1987. Zmegac, Victor (Hg.) Geschichte der deutschen Literatur vom 18. Jahrhundert bis zur Gegenwart, Bd. II 1848-1918, Königstein/Ts, 1985. Ders. (Hg.), Geschichte der deutschen Literatur vom 18. Jahrhundert bis zur Gegenwart, Bd. III 1918-1980, Königstein/Ts, 1984. Zweig, Stefan, Die Welt von Gestern, Hamburg, 1990.
36 유럽사회문화제 15 호 [Résumé] Verführung des Spiels - Aspekte des Spiels in den literarischen Texten um Wiener Jahrhundertwende - Kim, Sung-Hyun (Duksung Frauen-Uni) Nach Johan Huizinga hätten sich all unsere kulturellen Systeme wie Kunst, Religion, Philosophie, Recht etc. ursprünglich aus dem Spielmoment heraus entwickelt und mit der Zeit über Ritualisierungsprozesse institutionell verfestigt. Und Roger Caillois legt durchaus auf Huizinga aufbauend die Merkmalen des Spiels vor. Unter anderem liegt Caillois Verdienst in einer Klassizifierung von Spieltypen, die eine differenzierte Betrachtung des Spiels erlauben. Er unterscheidet vier Spieltypen: Agŏn(Wettkampf), Alea(Zufall), Mimicry(Simulation), Ilinx(Vertigo). Huizinga und Caillois sind davon ausgegangen, dass Spiel und Kultur eng miteinander verwoben sind. Basierend auf der Spieltheorie von Huizinga und Caillois handelt es sich in dieser Arbeit um die Kultur und die Spiele der Jahrhundertwende in Wien. Wien um die Jahrhundertwende wird als die Ära der großen kulturellen Wandel bezeichnet. In dieser Arbeit werden die Kultur und die Spiele der Wiener Jahrhundertwende durch die Texte von Arthur Schnitzler und Stefan Zweig untersucht, die oft als die für Österreich um die Jahrhundertwende typischen Schriftsteller bezeichnet werden. Vor allem in Schnitzlers Der grüne Kakadu, Spiel im Morgengrauen und Zweigs Schachnovelle wird das Thema Spiel behadelt. Die Spielthematik bei Schnitzler und Zweig wird allgemein als Hinweis auf eine zerrissene Identitätsproblem gedeutet. Und in den Texten wird die Anziehungskraft des Spiels betont, die das Spiel auf die Individuen ausübt.
놀이의유혹ㆍ김성현 37 Laut Caillois, vermengt sich das gewöhnliche Leben mit dem Spiel, so führt dies zur Korruption des Spiels. In Der grüne Kakadu, Spiel im Morgengrauen von Schnitzler und Schachnovelle von Zweig wird die Korruption des Spiels, d.h. welche negative Wirkung hat das Spiel auf die Spieler, untersucht. [Key words] Spiel, Kultur, Korruption des Spiels, Johan Huizinga, Roger Caillois, Arthur Schnitzler, Stefan Zweig, ( 논문투고일 : 2015.10.31./ 논문심사일 : 2015.11.15./ 게재확정일 : 2015.12.02) [ 저자연락처 ] lucinde96@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