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쇄 발 행 발 행 인 책임편집 디 자 인 발 행 처 주 소 전 화 팩 스 홈페이지 이 메 일 2012년 11월 11일 2012년 11월 15일 이혜경 변재란 홍소인 황미요조 흑석동작업장 (사)서울국제여성영화제 120-833 서울시 창천동 20-25 아트레온 B2 02-583-3599 02-525-3920 www.wffis.or.kr archive@wffis.or.kr Copyrightc2012(사)서울국제여성영화제 본 책자는 한국여성재단 후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목차 여는 글 여성영화 읽기 - 복잡하고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들 2 워크숍 1 여성의 몸과 재현-문화, 자본, 권력 워크숍 2 섹슈얼리티와 가족 워크숍 3 섹슈얼리티와 정체성, 교차되는 시선들 워크숍 4 성폭력과 여성 섹슈얼리티 워크숍 5 숭배에서 강간까지-성폭력, 섹슈얼리티, 관계 주제강연 김은실 주제강연 김순남 토론진행 홍소인 주제강연 정희진 토론진행 황미요조 4 16 30 46 52 아카이브 보라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강사 프로필 72 77 78
여성영화읽기워크숍 쾌girl 女 담 여는 글 여성영화 읽기 - 복잡하고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영화제가 열리는 서울이라는 지역적 한계와 8일간이라는 시간적 한계를 넘어 보다 다양 한 장소에서, 더욱 많은 관객과 상시적으로 만나기 위해 아카이브 <보라>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카이브 <보라 >는 상영된 영화를 선별하고 수집, 보관, 대여하는 일을 넘어, 보관된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주제, 의미에 따라 맥락화 하고 교육자,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내실 있게 활용하는 방법들을 연구하는 등 영화들의 생명력을 지속 시키는 보다 적극적인 활동 방안을 모색해왔습니다. 수 십 차례의 찾아가는 상영회가 기획/진행되었고, 아카이 브 영화 활용을 위한 가이드 북을 두 종류 발행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번에 발행하는 여성영화읽기 쾌컬여담 워 크숍 강연/토론집 역시 그러한 활동의 일환입니다. 강연/토론집은 2012년 8월 매주 한 차례씩 진행된 여성영화 읽기 워크숍 쾌걸여담 의 내용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워크숍에서는 아카이브<보라>의 영화들 중 몸, 섹슈 얼리티, 성폭력 을 주제로 한 영화를 선정하여 상영하고, 관련 주제로 강의, 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김은실 선 생님, 김순남 선생님, 정희진 선생님께서 강연자로 참여하셔서 통찰력과 지식을 나누어주셨습니다. 심각하면서 도 유쾌하고 사려 깊으면서도 통렬한 시간들이었습니다. 두 차례의 토론은 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두 프로그 래머가 진행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이 워크숍을 빛나게 한 것은 수강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입니다. 이번 워크숍의 수강자들의 대부분은 교육 현장의 교강사, 여성주의 활동가, 여성주의 영화인들로 한국사회에서 누구보다 일상 적으로 이번 워크숍의 주제들을 고민해 오신 분들이었습니다. 특히, 수강자들을 중심으로 진행된 조별 토론에 서 수강자들의 깊이 있는 고민과 문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다소 비격식적으로 진행된 대 화와 토론들이지만 그 이야기들의 매력을 지나칠 수 없어 수강자들의 조별 토론 역시 이 강연/토론집에 거의 첨 삭없이 싣기로 하였습니다. 2
아카이브 <보라>의 영화 활용 예시라는 목적 외에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이 워크숍을 통해 시도하고 싶었던 조 금 원대한 목표가 있었다면 영화를 활용한 교육 의 방법론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영화 가 교육 에 활용되는 예는 매우 흔하지만, 많은 경우영화는 어떤 문제들을 더욱 단순하게, 쉽게 이해시키는 역할로 사용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만드는 과정에서 반드시 감독 한 사람이나 시나리오 작가, 배우 한 사 람의 의도에 의해 일괄적으로 통제되기 어렵고, 설사 그렇게 된다고 할지라도 영화가 상영되어 관객들이 볼 때에 는 다른 의미들이 생성되기 때문에, 영화를 통해서 교육한다는 건 생각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만 들어지는, 그리고 보여지는 상황과 역사가 중요한 것이죠. 이러한 복잡성, 다양한 층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 지를 논의하는 것이 이 워크숍의 또 다른 주제였습니다. 강연/토론집에 담긴 강연, 논의 내용들을 함께 읽으면서 이러한 주제들이 다시 한번 토론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황미요조(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여는글 3
여성영화읽기워크숍 쾌girl 女 담 1. 여성의 몸과 재현 - 문화, 자본, 권력 주제강의 김은실 (이화여자대학교 여성학과 교수) 사 영 회 황미요조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화 <핑크리본주식회사> 레아 풀/ 캐나다/ 2011/ 97분/ 다큐멘터리 여성의 몸이 특정한 사회관계 안에서 어떻게 인식, 통제, 관리되는지, 그 사이에 개입하는 제도, 역사적 조건, 사회/문화적 권력관 계를 살펴본다. 관리되는 몸이지만 그 신체의 주체/행위자로서의 능동적 가능성도 함께 이야기해 본다. 사회자 여성영화제의 영화읽기 워크숍에서는 어떻 게 영화를 독해하고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할 것인가 가 중요합니다. 함께 영화를 보고 이 영화들이 어떤 여성주의 콘텍스트에 놓여 있는지, 그리고 지금 우리 시대 한국사회에서 여성주의는 어떤 방식으로 논의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영화를 통해 접근해보는 것이 이 워크숍의 목표입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볼 영화는 레아 풀 감독의 <핑크리 본 주식회사>입니다. 여성영화제의 상영작이었으니 이미 보신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를 이해 하기 위해서는 시장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하고, 자본 이라는 문제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여성의 행위 성, 여성적 주체, 혹은 여성의 주체성이라는 문제를 이해해야 합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먼저 신자유주 의, 개인주의, 소비주의 시대의 여성의 몸, 페미니즘 을 우리가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할 거리들 을 던져주는 몇 가지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여성의 몸과 페미니즘 김은실 제가 이 워크숍에 오기 전에 강정에 다녀왔 어요. 제주 해군기지 반대를 위한 걷기를 하면서, 강 정의 여성분들을 만났어요. 대부분 나이 드신 여성들 이 많았는데,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강정 주민들 은 지속적으로 굉장히 강하게 저항을 해오고 있었습 니다. 어떻게 이렇게 지속적인 저항을 하실 수 있었냐 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한 여성분이 너무 당연하지 않 냐고 답변을 하시는 거예요. 누가 내 것을 빼앗아 가 면 저항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 내가 평생 이 땅에서 뭔가를 생산했는데 앞에 해군기지가 생기고 군인 아 파트들이 생기면서 이 마을이 완전히 포위가 되고, 자 기 땅이 의미가 없어지는데 어떻게 저항하지 않을 수 있느냐, 이렇게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젊었던 시절부 터 자신이 이 땅에서 생산해 온 것들, 땅과 자신에 대 한 이야기를 하셨어요. 저는 이것을 보면서 여성의 권 4
력의 출처는 생산력에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 다. 그런 생산력, 재생산력이 어떤 맥락에 있느냐에 따라 여성들의 저항과 여성들의 권력이 발생하는 것 이 아닌가 합니다. 여성 억압의 기원이 무엇인지에 대 해 페미니즘 안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어 왔지만, 그 중 중요한 논의 중 하나가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를 여성 억압의 핵심으로 보는 것입니다. 소위 래디컬 페 미니즘의 주장인데요,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은 여성 억압의 근원이 여성이 아이를 낳는 문제, 여성이 자 신의 몸을 갖고 쾌락을 갖는 문제, 자신의 몸으로 생 산한 노동의 산물을 갖지 못하는 문제 등 여성의 몸이 몸과 페미니즘은 깊은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시대에 따라서 어떻게 여자들에게 아기를 갖게 할 거냐, 여자 들이 출산으로 얼마나 억압되는가, 아이는 여자의 아 이인가, 남자의 아이인가,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자가 낳는 아기는 여자 이름을 갖는 것이 아니라 남자 이름 을 갖는 것처럼 애는 여자 몸을 통해 나오지만 여성에 게 속하지 않는다, 등의 여성과 가부장제와 관련하여 역사적으로 오랜 전통을 가진 많은 논의들이 여성의 몸과 관련이 있습니다. 항상 여성의 몸과 가부장제에 대한 토론이 있었고 그것이 역사에 따라 어떻게 다른 지에 대한 토론도 있었습니다. 만들어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즉, 래디컬 페미니스 트들에게 여성 억압은 아이를 낳는 재생산, 여성의 성 적 쾌락, 그리고 여성이 자기 몸을 통해서 만들어내 는 생산물을 자기가 통제하지 못하고 전유하지 못했 신자유주의 시대: 여성과 개인, 다양성 기 때문에 시작된 것이고, 여성의 몸은 여성 억압 기 원 논쟁에서 가장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게 됩니다. 이 러한 관점에서 페미니스트들은 끊임없이 여성 몸에 서 산출되고 있는 것들, 재생산 권리를 향한 싸움, 그 리고 임신/낙태의 자유, 피임의 권리를 주장하고 싸 워 왔습니다. 출산 능력을 하나의 능력으로, 권리로 인정하는 것, 성적 쾌락을 여성이 능동적으로 결정 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것, 이러한 여성의 몸에 대한 자 기결정권이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여성들의 난자는 생명공학에서 핵심적인 것입니다. 그런데 여자들은 생명공학 권력 에 대한 통제력이 없이, 난자만 제공하는 위치에 있어 요. 생명공학의 결과로 발생한 이윤에 난자를 제공한 여성들도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역시 최근 재생 산과 관련된 여성주의 논의들입니다. 이렇듯 여성의 오늘날 우리는 신자유주의, 소비시대, 개인이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게 호명당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 다. 가족, 여성, 학벌, 출신/거주 지역에 의한 정체성 보다 나 개인이 얼마나 유능해야 하는지 증명해야 하 는 시대에 살고 있어요. 이러한 신자유주의 시대, 시 장사회에서 여성의 몸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는 오늘 우리가 영화와 관련하여 다룰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 다. 신자유주의 시대, 너무 많이 듣는 말이죠. 시장, 시장주의라는 말이 같은 뜻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어 떤 것이든 시장이 원해야 의미가 있고, 시장이 원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시장이 예쁜 여자, 날씬한 여자, 아기, 결혼을 원합니다. 시장을 절대화하는 시 장사회죠. 신자유주의 시대의 다른 말은 시장사회입 니다. 시장사회라는 것은 시장이 절대적인 권력을 행 여성의 몸과 재현 5
여성영화읽기워크숍 쾌girl 女 담 사하는 것입니다. 안 팔리는 것은 필요가 없죠. 팔리 는 몸을, 팔리는 능력을 가지는 것, 이것이 절대적인 명제입니다. 이런 신자유주의 시대가 등장하면서 페 미니즘은 비틀거리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 워크숍 을 진행하고 있는 여성영화제의 미디어교육실은 여 성영화 상영작 아카이브 영화를 기반으로 여성영화 니다. 그런데 왜 결혼을 해야 할까요? 지금 같은 시대 에 가족을 만들고 부양하는 일이 더 어려울 것 같은데 남자들은 결혼을 하려고 합니다. 남자들은 어른이 되 기 위해서 결혼을 해야 합니다. 시골에 가면 45세가 돼도 상여를 들지 못하는 남자가 많아요. 상여를 드 는 사람들은 어른이어야 합니다. 결혼을 해야만 상여 가이드북을 발행했습니다. 그 책 안에는 많은 여성영 화들이 있는데요, 이 영화들에서 여성들은 주로 가부 장주의/자본주의/국가발전주의의 피해자로 재현됩 니다. 여성들이 얼마나 피해를 당하고 있는지를 보 여주고, 여성들이여 단결하라, 로 끝맺습니다. 이렇 게 여성들을 피해자로 통합하고 묶는 것은 여성주의 정치학에서 중요한 기본 틀입니다. 그런데, 요즘 어 디 가서 페미니즘 얘기하면 사람들이 싫어해요. 특 히 여성을 피해자로 위치시키고 집단화 시키는 논의 가 썩 설득력을 가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여성이라 고 묶이면 시장이 원하지 않는 집단들, 시장에서 루 저가 된 집단들이 되니까 여자들조차도 페미니즘에 서 제외시켜 달라고 말을 합니다. 그리고 사회는 잘 나가는 여자들을 강조하며 사회적 집단으로서 여성 과 여성 개인을 자꾸 분리시키고 싶어 합니다. 지금 사법고시 합격생 중 여자 비율이 40%나 되고, 의과 대학도 신입생의 40%가 여자입니다. 외무고시는 여 성 합격자가 더 많습니다. 이런데 왜 페미니즘을 해 야 하냐고 하는 것이죠. 그럼 남자들은 어떨까요? 다 소 거칠게 말하자면 지금 시대에는 남자들은 다 루 저다, 우린 여자도 못 가져서 우리는 여자를 수입해 야 된다, 너희 여자들 왜 이렇게 이기적이냐, 한국 남 자/돈 없는 남자들이랑 결혼 안 하려고 하잖아 가 동 시대 한국 남성들이 한국 여성들에게 가지는 생각입 를 들 수가 있어요. 결혼을 하지 않은 남자, 어른이 되 지 않은 남자, 그들은 주민이 될 수가 없고 시민이 될 수 없죠. 즉, 남자가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여자가 있 어야 합니다. 그러나 여자들은 어차피 결혼을 해도 시 민이 아니고 결혼을 안 해도 시민이 아닙니다. 그러니 까 이제 여성들은 안 하고 싶어 합니다. 결혼해서 여 성이 얻게 되는 지위의 하락이 주는 고통을 경험하고 목격해 온 여성들은 굉장히 똑똑해지고 있죠. 결혼 이 현재 나의 자원을 플러스로 만들어준다면 생각해 볼 여지는 있지만, 똑같거나 마이너스가 되면 왜 내가 결혼을 해야 하는가 에 생각이 미치면서 결혼을 당연 하게 생각하지 않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고, 남성들 은 너희들이 결혼을 안 해? 그러면 여자를 수입하겠 어 라며 그래도 결혼을 하는 것이죠. 남성들의 여성 들에 대한 가부장적 권력을 유지해주던 결혼과 가족 의 가치가 급격하게 달라지면서 남성들은 엄청난 루 저의 감성을 가지게 됩니다. 패자의 감성을 지닌 남자 들과 승자의 위치에 있는 여자들이 등장합니다. 페미 니즘이 작동을 안 하죠. 루저 남성은 또 생각합니다. 저 잘난 여자 때문에 내 직업이 없어지고 있어. 지금 의 시대는 잘난 여자와 못난 남자가 싸움을 하는 거예 요. 보통의 여자와 잘난 남자는 조용합니다. 잘난 여 자는 이제까지 여자와 다른 여자죠. 비정상적인 여자 들, 이기적인 여자들, 이른바 골드 미스로 불리는 이 6
런 여자들이 있어요. 남자들은 잘나거나 정상적이어 야 하는데 루저인 남자들이 등장합니다. 그러니까 비 능력을 인정받는 게 성공이라고 말하는 시장사회에 서 페미니즘은 어떤 어려움에 봉착하기 시작합니다. 정상적인 남자가 루저고 비정상적인 여자는 잘난 여 자에요. 잘난 남자와 그냥 여자들은 정상인 거죠. 굉 장히 이상한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지금 일반 여성에 대한 잘난 남자의 공격이 아니라 루저 남자의 공격이 신자유주의 시대: 시장과 문화, 문화운동 시작됩니다. 이제 우리는 젠더 갈등의 새로운 국면에 들어와 있습니다. 즉, 더 이상 피해자라는 단일한 정 체성에 묶일 수 없는 여성들 내의 차이에 주목하고 따 라서 피해자로서 여성정치학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때입니다. 차이를 갖고 성공하는 여자들이 등장하는 이 시대의 페미니즘이라고 하는 문제를 어떻게 다루 어야 할까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 우린 잘난 여자 페 미니즘 따로 있어야 하고 못난 여자 페미니즘 따로 있 어야 하냐,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사실 이 러한 젠더 갈등의 국면은 굉장히 문제적입니다. 이제 까지 페미니스트들은 여자들이여 우리 잘난 여자가 되자, 남성 중심의 시장 사회에서 성공한 여자가 되 자 는 주장을 지지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관점 의 여성의 성공이 굉장한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는 도 전에 페미니즘은 직면하게 됩니다. 이 틀은 굉장히 개 인주의적이고 여성이 남성 중심의 공적 사회에서 살 아남고 이기는 것을 성공으로 지향했습니다. 그런데 모든 여성이 남성과 같아지는 여성이 될 수가 없어요. 남성과 같은 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 여성은 소수입니 다. 사실상 많은 여성들은 남성과 똑같은 지위를 가 질 수 없는 구조 속에 있습니다. 따라서 이렇게 지금 우리가 여성을 하나로 묶고 피해자로 묶는 정치학과, 모든 개인들, 성별, 계급, 국적 상관없이 모든 개인은 법이 아닌 시장 앞에 동등해서 시장이 불러내는 대로 여성영화제는 여성문화운동입니다. 여성문화 운동 의 지향점은 남성 중심의 사회가 만들어내는 여성들 과는 다른 마인드와 주체성을 지닌 여성들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여성영화제에서 많은 여성 영화를 보면서 사회 규범과는 다르게 살아가는 여성 들을 보게 되면 처음엔 충격을 받고 좀 더 나중에는 재밌어 하고 힘을 받게 (empowering) 됩니다. 아, 저렇게도 살아도 되는 거였구나. 저렇게 생각하는구 나. 저래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구나., 이러한 생각은 새로운 상상력을 주고 새로운 삶에 대한 지평을 줍니 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눈이 달라지는 건 정상/비정상, 아름다운 것/아름답지 않은 것, 즐거운 것/즐겁지 않은 것의 구분이 변화하고, 미학적이고 감각적인 변화를 통해 세계를 다르게 보는 것입니다. 우리 캐치프레이즈가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 입 니다.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려면 이제까지 옳다/ 옳지 않다의 경계가 흔들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감각 을 달리하면, 저 여자 왜 그래 하던 우리가 재밌다 이런 식으로 달리 생각하게 되죠. 그렇게 되면서 다양 성을 인정하게 됩니다. 제1회 여성영화제 때 <나는 앤 디 워홀을 쐈다>라는 영화가 있었어요. 발레리 솔라 레스라는 페미니스트 여성이 나오는데 우리 기준으 로는 미친 여자 같은 것입니다. 여성영화제에 온 페미 여성의 몸과 재현 7
여성영화읽기워크숍 쾌girl 女 담 니스트들끼리 저런 말을 하는 페미니스트 본 적이 있 냐. 이런 이야기를 하며 쑥덕거렸어요. 우린 올바른 페미니스트잖아요. (웃음) 우린 올바른 대로로 가는, 억압을 받을지언정 정도를 걷는 금욕적인 사람들인 데. 그런데 이런 질문이 던져진 것이죠. 우린 무엇엔 저항하고 무엇엔 저항하지 않아야 된다는 거야? 그 나 정상적인 여성을 위한 방식으로 테이블, 의자, 계 단, 버스, 식당을 만들어 왔는가, 모든 게 얼마나 좁은 범위의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인가, 이제 우리는 이걸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문화운동은 어 떤 면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감각을 바꾸는 운동, 눈 을 바꾸는 운동으로, 세계를 보는 시각을 바꿈으로써 러니까 가부장제에는 저항하고 자본주의는 수용해야 돼? 가부장제에는 저항하고 여성 도덕성은 확보해야 돼?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혹은 우리가 어떤 저항에 위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지 질문을 하는 거예 요. (한국 페미니스트들은) 중산층 도덕주의에 입각 한 운동을 해왔잖아요. 정돈된 삶을 살고, 옷도 깨끗 하게 잘 입고. 그런 관점에서 저게 어떻게 페미니스 트냐, 이런 여성이 등장한 거예요. 이렇게 여성영화 제에서 다양한 여성들을 보다 보면 사실 내가 갖고 있는 게 위선이지, 그래, 나는 특권층이구나, 내가 이 렇게 이른바 정상적으로 깔끔하게 다닐 수 있었던 건 돈이 있어서 그랬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장애여성 이 나오는 영화를 볼 때 역시 우리는 우리가 가진 정 상성 에 대해 질문을 합니다. 장애여성이 사랑하기 위 해서 손을 뻗고 키스를 하는 행위는 아주 정상적인 몸 을 가진 여성이 키스를 하는 것과 다릅니다. 정상성에 익숙한 여성들은 그 행위들을 사랑의 행위로 인정하 기 어려울 수 있지만, 그 여성의 맥락 안으로 들어가 보면 정상적인 성행위, 정상적인 키스행위는 얼마나 올바른 몸 위에서 만들어진 것인가, 그 위에서 습관화 된 것인가, 만일 우리가 모든 형태의 바디를 수용한다 면 사실 사랑하는 행위 자체도 얼마나 다양해질 수밖 에 없는가, 그런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장애여성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많이 보면서 그동안 사회는 얼마 이 세계가 갖고 있는 좁은 시선을 바꾸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시대에 문화운동은 또 다른 도전 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시장은 문 화와 자본의 경계를 흐릿하게 하는 것이죠. 문화는 경 제와 독립된 것인가?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 한 것은 시장 프레임, 경제 프레임입니다. 시장은 문 화와 다른가? 문화는 자본과 다른가? 이런 문제가 제 기됩니다. 영화 <핑크리본 주식회사>는 여성성, 여성 주의, 문화, 자본, 이건 어떤 구분을 갖는 것들이지? 이것들은 서로 어떻게 연관되는 거지? 이런 방식의 질문들을 우리에게 던져줍니다. 페미니즘, 그리고 여 성의 몸이 신자유주의 시대, 소비주의 시대와 어떤 연관이 있느냐, 신자유주의 시대의 결과물이냐, 아니 면 여성의 몸은 신자유주의를 가속화시키고 자본 축 적을 가능케 하는 토대로서 작동하는가, 여성의 몸은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가, 그런 질문을 해봐야 합니 다. 일단 영화를 보고 그 다음에 토론을 하겠습니다. 8
영화 상영 핑크 리본 주식회사 Pink Ribbons Inc. 레아 풀 감독, 캐나다, 2011, 97분, 다큐멘터리 친여성적인 사회운동으로 인식되어 온 핑크리본 캠페인의 어두운 측 면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용감한 다큐멘터리. 유방암 캠페인은 여성 질 병으로서 유방암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유방암을 앓고 있는 여성들에 대한 지지와 지원을 위한 커뮤니티 운동으로 출발했지만, 거 대 상업자본이 결합되면서 이 캠페인은 점차 상업적 홍보의 각축장이 되었다. 캠페인의 초점 또한 유방암을 어떻게 예방하고 치유할 것인 가 가 아닌 얼마나 많은 기금을 모았는가 에 맞춰지면서 여성 질병에 대한 원인 규명과 치료 및 여성들에 대한 지원이라는 취지와는 멀어져 버렸다. 뿐만 아니라 영화는 유방암에 대한 이야기들이 질병의 관리와 극복, 자긍심과 생존, 긍정성을 강조하는 획일적 방식으로 담론화되면 서, 실제 죽음을 대면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환자들을 소외시키는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점 역시 조명한다. 영화를 연출한 레아 풀은 캐 나다 출신의 세계적 여성감독으로 2003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그 녀의 특별전을 마련하기도 했다. <핑크리본 주식회사>는 레아 풀의 첫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사회자 이 영화를 만든 감독 레아 풀은 유명한 캐나 다 여성 감독입니다. 2003년 제5회 여성영화제에서 레아 풀 감독의 특별전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레아 풀 감독의 작품들은 모호하고 서늘한 감정의 극영화 들이 대부분인데, 그 작품들과는 달리 이 작품은 설명 적이고 직설적인 화법의, 인터뷰 중심의 다큐멘터리 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몇몇 장면들에서 레아 풀 감 독의 특유의 스타일을 느낄 수가 있는데요, 특히 핑크 리본 캠페인 행진 장면들에서의 연출이 그렇습니다. 분명히 현장의 행사 자체는 흥겹도록 연출이 됐을 거 예요. 핑크를 기조로 한 공연과, 각종 판촉행사,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그렇지만 다큐멘터리에서 이 캠페인 행진들은 그로테스크하게 연출되었습니다. 재미를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스타일적인 부분보다 이 영화가 가장 뛰어난 부분은 어떤 이야기 로, 어떤 주장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들 것인가의 문제 입니다. 최근엔 어떤 걸 전달하느냐보다는 다큐멘터 리 자체의 스타일이라든지 미학적인 부분에 골몰하 는 경향들이 커졌지만, 내용적인 부분에서는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상식과 도덕, 고발을 주제로 하는 경 우들이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핑크리본 주식 회사>는 매우 용기 있는 작품입니다. 북미하고 비교했을 때 한국사회는 핑크리본 캠페인 의 떠들썩함에 대한 온도차가 다를 수 있습니다만, 아직까지는 핑크리본과 유방암 경각에 대한 캠페인 은 거의 동일어로 간주되고 있고, 그것에 대한 인식 신경질적인 음악, 좋지 않은 날씨를 강조하는 화면 등 굉장히 불안하고 어떻게 보면 기괴하다시피 하게 행진 장면을 연출하고 있죠. 그리고 시네필적인 눈으 자체에 대해서 핑크리본이 아직은 진보적인 것, 여 성 친화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다 큐멘터리를 만들고 정면 돌파한다는 건 굉장히 중요 여성의 몸과 재현 로 보자면 예전 아카이벌 클립들을 활용한 것 등에서 하다고 생각합니다. 상업적인 측면에 이용되고 있다 9
여성영화읽기워크숍 쾌girl 女 담 는 것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자본주의 생산체계 내에 서 유방암이 양상되고 있다는 문제, 여성은 여기에 희생되고 있다는 문제로 나아간다는 것에서 주제적 인 면에서 상당히 묵직한 다큐멘터리라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시대는 즐거움, 쾌락이 선택되어야 하는 거죠. 그랬 을 때 No 라고 하는 것, 다른 사람들에게 공포를 주 는 것, 죽음을 주는 건 굉장히 나쁜 거예요. 레아 풀 감독은 페미니즘의 지금의 혁명성이 사라지는 것, 운 동성이 사라지는 것, 정말로 사회를 변화시켜야 하는 페미니즘이 소셜 서비스처럼 되는 이 시대에, 핑크라 김은실 레아 풀 감독 영화중에서 <상실의 시대>라 고 하는, 착한 의지로 희석된 이 문제에 굉장히 강하 고, 우리나라 <여고괴담> 같은 영화가 있어요. 여고 괴담처럼 서늘하고 예리하면서도 굉장히 영화적이고 미학적인. 레아 풀은 그런 감독입니다. 저는 <핑크리 본 주식회사>를 보고, 레아 풀이라는 감독이 당연히 다루고 싶었을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이 영화가 굉장히 겁나게 하는 영화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이 영화를 학생들에게 보라고 했는데, 그 중 어 떤 대학원 학생이 학부 때 핑크리본 캠페인 자원봉사 자가 있었어요. 그 학생은 자신이 여성들을 위해 좋 은 일을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완전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자기가 어떤 일을 하고 있었는지 잘 몰랐던 것이죠. 여성주의 이론에 대해 공부한 사람이라면 알 수 있 는, 70년대에 라벤더 페미니즘 이라는 말이 있었어 요. 라벤더 페미니즘은 레즈비언 페미니즘과의 관계 가 있었습니다. 라벤더는 부드러운 보라색이죠. 레즈 비언 페미니스트들이 이성애 중심적이고, 중산층 중 심적인 페미니즘을 비판할 때 페미니즘은 보라색(라 벤더)이 아니고 핏빛이라고 주장하며 나온 말입니다. 핏빛의 페미니즘, 분노와 격렬한 저항은 사람들을 불 편하게 합니다. 여성들이 분노하는 것, 여성들이 노 (No) 라고 말할 때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함. 이런 식 의 불편함 때문에 거부를 당합니다. 특히 신자유주의 게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유방암 캠페인이 갖는 문제 도 있지만, 한편으론 왜 유방암이 생기는지를 따져본 다면 여자라는 것이 유방암의 리스크 요소입니다. 위 험 요인의 첫 번째가 여자라는 거죠. 어떻게 모든 여 자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가 있는가. 우리가 옛날에 모 든 여자들이 위험할 때 첫 번째가 성폭행이라고 얘기 했습니다. 혹은 원하지 않는 임신이라고 말하기도 했 죠. 그런데 지금 23초에 한 명씩 유방암이 진단되고 69초에 한명씩 유방암으로 죽어요. 이렇게 치명적이 고 위험한 이것이, 핑크라는 말로 전이가 되면서 비 즈니스로 전락하는 이 문제에 대해 레아 풀이 접근하 는 방식이 상당히 무시무시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여 자들에게는 에스트로겐이 분비가 됩니다. 그런데 가 짜 에스트로겐이 몸에 분비가 되면 똑같이 작용해서 호르몬 체계를 변화시키는 환경 속에 여성들이 노출 되어 있다는 거죠. 화장품, 립스틱 등. 저는 그런 걸 못하거든요. 왜 그걸 못하는지 오랫동안 몰랐는데 알 고 보니까 저는 금속 알러지가 있는 거예요. 금속 알 러지가 있는 사람은 목걸이를 못 하잖아요. 마찬가지 로 아이섀도, 립스틱에 전부 금속이 들어 있잖아요. 엄청나게 많은 석유 상품들이 다 그렇잖아요. 여성들 이 화장품, 엄청나게 많이 쓰고 있죠. 여성들이 사용 하고 있는 샴푸, 린스, 모든 것이 석유화학 제품들입 10
니다. 이런 것들이 호르몬과 결합하는 방식이라든가, 여자라고 하는 조건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 는가. 그런데 왜 이것이 방치되어 있고 왜 이것이 아 무렇지도 않게 되어 있고 여자들은 분노하지 못하는 가. 분노하면 더 이상 핑크가 아니죠. 그런 식의 무서 운 이야기를 이 영화가 다루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 이걸 해야 하는 거지, 이 질문이 제기되고 있지 않는 것에 대해 영화는 다루고 있고 이 부분에 대해 얘기했 으면 좋겠습니다. 폭력적이 되어가는 것에 대해서도, 그들이 기존의 규 범성을 벗어던지는 것에 대해 문화적 실천이 갖는 정 치성을 높이 평가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래서, 그 다음에 뭐? 이런 비판적인 물음들이 나오고 있습니 다. 여성들이 문화 활동을 많이 하고 여성주의 영화 를 많이 봅니다. 여성주의 영화를 보고 같이 이야기 할 친구를 만나고, 문화적으로 굉장히 세련되어 가고 있지만 그 이후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죠. 지금 이 영화에서도 여성들이 참여를 하고, 몇 백만 킬로미터 사회자 핑크리본이 무서운 게, 다른 여러 가지 암 를 걷고, 수백만 달러를 모금했습니다. 그렇지만 유 방암의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는 데 한 발짝도 나아 과 다르게 유방암 캠페인은 굉장히 여성적 이미지로 무장할 수 있다는 점, 그래서 요플레 하나 사면, 핑크 리본 그려진 뭐 하나 사면 죄책감이라든지 사회참여 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는 측면이 있는데, 그게 여 성성을 차용한다는 점에서 젠더하고 결합되어 있는 것이죠.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히치콕이 여자 배우에게 연기 지도를 하죠. 유방암이 끔찍하다는 걸 표현해라, 너 는 세상에서 제일 비참한 표정을 지어라. 즉 재현되 는 것입니다. 미디어를 통해 만들어지는 여성에 대한 문화들은 문화적 실천이 되고 있지만 어떤 면에선 현 실을 바꾸지 못하는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 김은실 여성과 문화의 관계입니다. 사실 핑크리본 러니까 유방암이 하나의 실체일 수도 있고 메타포일 수도 있어요. 1980년대 미국 여성운동 진영에서는 미 캠페인이 문화운동으로 간주되는 거죠. 지금 어떤 면 에서 여성과 문화, 그리고 문화를 사회의 다른 영역과 분리시켜서 접근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강하 게 떠오르고 있어요. 한 때 문화운동과 문화연구의 시 대에 문화참여, 문화현상 자체를 축복하는 경향들이 있었어요. 여성 페미니즘 쪽에서도 여성들이 문화를 향유하고 문화적 영역으로 진입하는 것, 팬덤이 되는 국의 NIH에서 사용되고 있는 모든 기금의 1%도 여 성을 위해 쓰이지 않자 모든 여성들이 걸리고 있는 유 방암에 대해서 압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와 동시 에 대기업에서는 여성을 전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여 성을 전유하면서 자본이 갖고 있는 파워와 다른 자본 이 결합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들은 여성의 병에 대 해 자신들이 공공기금을 만든다고 하지만 그보다 더 것, 아직도 포지티브하고 전복적이라고 많이 이야기 됩니다. 가령 마돈나, 레이디 가가 등에 대한 페미니 즘의 반응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젊 은 10대들이 기존의 10대적인 규범을 버리고 거칠고 중요한 것은 그들이 입소문을 통해 자기네 제품을 광 고한다는 것입니다. 기업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에 그 치지 않고 기업의 이윤을 창출하는 데에 직접적인 방 식으로 여성이 결합되는 측면을 보여주는 것이죠. 많 여성의 몸과 재현 11
여성영화읽기워크숍 쾌girl 女 담 은 사람들은 그래도 알리는 게 좋지 않으냐고 얘기합 니다. 하지만 캠페인에는 많은 여성들이 간판으로 나 서고 여성들을 동원하지만 누가 유방암 연구를 할 것 인가, 지식을 누가 컨트롤하는가, 이런 문제들에는 여성이 거의 참여하지 못 하고 있어요. 이런 문제들이 결합되어 유방암 문제가 다루어져야 합니다. <핑크리 본의 논리에 종속된 여자의 몸이라는 것들이, 또 한 편으론 저도 여성이기 때문에 두려움이 오더라고요. 나도 혹시 유방암이 아닐까, 경각심이 들기도 했습니 다. 영화가 무겁고, 그래서 우리가 다시 인식한다는 게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인가, 하는 지점에서 새로운 것들을 접하게 됐습니다. 본 주식회사>에서는 여성의 몸, 여성성, 여성의 이미 지가 거대한 사회구조와 어떤 방식으로 지금 만나고 김은실 세상을 인식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변화 있느냐, 그런 문제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 말하지만 그건 혼자가 아니라 참가자 1 저도 사실은 핑크리본 하면 굉장히 훌륭 같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대형마트에 가지 않으려고 하면 같이 가지 않는 친구들이 생겨야 하는 거예요. 한 것이고, 여성의 삶에 도움이 되는 것, 이런 쪽으로 인식을 해오다가 색다른 쪽에서 접근하니 재인식이 되면서 약간의 충격을 받았습니다. 여성의 몸이 이렇 게까지 이용되고 있었는가. 자본과 여성의 몸이 이렇 게까지 밀접하게 결합한다는 것에서 조금 쓸쓸하다 느꼈습니다. 또 한편으로, 우리가 자본을 거부하지만 한편으론 자연스럽게 수용하면서 대형마트를 편안하 게 이용하고 있는 내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왜 재래시장에 익숙하지 않고, 대형마트가 편리하다는 이유로 도움을 받고 있는가. 이런 부분들에서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됐는데요. 아까 굉장히 의미 있게 다가온 건 많은 사람들이 캠페인을 계속하는데 암 4기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어떤 진술을 하냐면, 대 기업들이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많 최근에 본 책 중에, 송기호 변호사가 쓴 맛있는 식품 법 혁명 이라는 책을 좋게 읽었습니다. 한국의 근대 화 이후 먹거리가 완전히 파괴되는 과정을 서술한 책 인데요, 소농경제 파괴와 이것이 맞물려 있다고 합니 다. 이렇게 인식이 들었는데,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변화될 수 있는가. 아마 이 토론이 그런 것을 시작하 는 작은 네트워크가 될 수 있는 것인데, 같이 해야 되 는 거죠. 우리 이렇게 하는 게 좋잖아, 하고 인정해 주는 인정의 커뮤니티가 있어야 해요. 인정의 커뮤니 티가 있어야만 새로운 실천이 가능해집니다. 인간이 갖고 있는 나의 주관성은 굉장히 불안한 겁니다.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을 혼자서 견지시키는 건 굉장히 어렵 습니다. 상대의 눈을 통해서만 나의 생각을 견지시키 는 게 가능한 거죠. 은 물품들을 판매하는데, 과연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 들에 대한 처절함에 대해서는 왜 아무것도 제시하지 않는가. 죽어야 하는 것들을 모델로 제시했을 때는 아 무도 그걸 사지 않겠죠.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조차 도 당당히 죽음을 맞이할 수 없는 것들이, 철저한 자 사회자 여성영화제 홍소인 프로그래머가 뒤에 계신 데요, 이 영화 선정을 담당하셨는데 여성영화제 사무 실 내에서도 영화내용에 대한 선입견과 오해가 있어 서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이 영화 제목을 들었을 때, 12
이 영화가 핑크리본을 긍정하고 캠페인을 하는 기업 들과 사무실이 친밀하게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는 스태프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그 런 혼란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되는 거예요. 그런 혼란들이 단순히 고생이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 담론들이 다른 지위를 획득해 나가는 과정인 것 같기 도 합니다. 죽음을 보고 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은 어떤 의미 를 줄 수 있는가, 아무도 문제 제기하지 않는다는 거 죠. 그랬을 때 내가 나의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 끊임 없이 관리해 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이 악화된 다면 이건 내가 관리를 못한 내 책임인 건가, 이런 식 으로 계속 개인의 차원으로 떨어지게 되는 거죠. 이 영화가 굉장히 중요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이, 아까 말 홍소인 영화제 기간 내내 끊임없이 이 영화와 관련 씀하셨듯이 핑크라는 색이 제공하는 희망, 긍정, 성 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부분들이 인상적 해서, 핑크리본 캠페인 쪽에서 영화제 운영 면에서 펀 이었던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을 해봅니다. 딩을 받을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들이 있었어요. 그래 서 저는 이 영화는 그런 캠페인을 비판하는 영화인데 김은실 신자유주의의 핵심적인 논리는 자기관리, 요, 이렇게 계속 말씀을 드리면서 펀딩까지 포기하면 서 영화를 상영했습니다. 관객들은 굉장히 감동받고 무거운 마음으로 극장을 나섰죠. 근데 그 앞에서 저 희 자원활동가 친구들이 핑크리본을 의자에 붙여놓 고 여성용품을 나눠주는 이벤트를 벌이는 상황이 발 생을 한 거예요. 마지막 이벤트 기획 부분에서 소통이 잘 안된 것이죠. 그만큼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주제 가 여성주의 내에서 합의되고 있는 부분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이 영화의 중요한 점은) 요즘 한국 사회도 긍정성, 할 수 있다, 88만원 세대들에게도 끊임없이 얘기하잖아요. 상황이 어렵다 해도 좌절하지 말고 끊임없이 창의력 을 발휘하면 너도 가능하다고. 아무도 실패해도 괜찮 다고 말하지 않는 거죠. 그러면 1대 99의 불공평한 부 자기계발입니다. 이것이 신자유주의 시대를 사는 개 인의 윤리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자기 실패 는 곧 윤리성이 없는 것이죠. 그런 식으로 핑크, 희망, 위안을 이야기합니다. 물론 희망은 좋은 것이죠. 그 런데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상태에서 희망은 너무 강 력한 언어예요. 희망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시대의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라든가 유기성이 없는 걸로 간 주가 되어 버립니다. 여기에 대한 비판을 우리가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동시에 여성영화제 역 시 문화운동이면서 비즈니스적인 측면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어려움이 많아요. 어떤 때는 딜레마 에 빠져요. 기업이 지금 너무나 비윤리적인 일들을 많 이 하잖아요. 하다못해 어떤 기업은 자기네 여직원들 이 백혈병에 걸려도 책임이 없다고 얘기합니다. 그래 의 분배 안에서 나머지 99는 어떻게 하라는 건지, 이 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유방암 캠페인도 모든 책임은 개인의 층위로 내려오는데, 여성의 질병도 잘 관리하 면 극복할 수 있다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담론 안에서 서 어떤 여자 감독이 그에 대한 영화를 만들겠다고 했 습니다. 그러면 여성영화제가 지원을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러면 기업에서 전화가 와요. 너희한테 후 원한 돈을 다 빼겠다. 그러면 영화제를 못 하게 됩니 여성의 몸과 재현 13
여성영화읽기워크숍 쾌girl 女 담 다. 저는 영화제가 되기 위해선 모든 여성들이 한 달 에 만원이나 오천 원 정도 후원자가 되어야만 여성영 화제가 정의로운 여성영화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사회는 여자들이 분노해야 할 때 분노를 못하게 만드는 사회라는 걸 여성들이 알아야 할 것 같아요. 여러분들도 한 네트워크가 되어 여성영화제를 후원 해주시길 바랍니다. (웃음) 지금 우리들은 여성의 분 노가 추한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성폭행 문제라든 지, 여성을 화나게 하는 일들이 아주 많아요. 그런데 거기에 대해 구조적인 분노를 하면 안 되는 거죠. 왜 냐면 사회가 아니라 아주 잘못된 한 두 명의 사이코패 스 잘못이라고 몰고 가기 때문에. 우리가 좀 더 깊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 화를 내면 안 되지? 왜 노 no 라고 하면 안 되지? 그런 생각들은 신자유주의 의 윤리,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내는 주체 문제와도 연 관되고 있습니다. 여자들로 하여금 온순한 주체가 되 게 만들고 우아한 주체가 되게 만드는. 우리가 다 그 렇게 배웠어요. 좀 거칠게 말하는 사람, 세게 말하는 사람은 폭력적이라고 말해요. 그런 부분에 대해 우리 가 좀 더 인식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14
15 여성의 몸과 재현
여성영화읽기워크숍 쾌girl 女 담 2. 섹슈얼리티와 가족 주제강의 김순남 (여성학 강사) 사 영 회 홍소인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화 <퀴어 스폰: 퀴어의 아이들> 안나 볼루다/ 미국/ 2006/ 30분/ 다큐멘터리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단어, 가족 과 섹슈얼리티 를 연결시켜본다면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 가족 해체의 위기감이 증폭되 고 있는 시대, 퀴어적 시선으로 가족이라는 프레임을 재사유해 본다면 어떤 이야기가 가능할까? 가족이데올로기와 섹슈얼리티의 관계에서부터 퀴어 가족 구성권과 대안적인 친밀함의 정치학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를 고민해본다. 사회자 안녕하세요. 오늘 강의는 섹슈얼리티와 가 강의 요약 족 이라는 주제로 엮어보았습니다. 최근에 가족이 위 기다,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죠. 결혼하지 않는 여성 들, 황혼 이혼율의 증가 이런 것들을 가족의 해체와 위기 상황으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정말 위기일까, 그리고 그런 위기를 바라보는 틀을 어 떻게 다르게 사고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 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고민을 지금까지 가족의 위기 가 이야기되어 왔던 이성애 중심적 관점이 아니라 완 전히 다른 방식으로, 혹은 퀴어적 방식으로 바라보려 합니다. 우리가 제도로서의 가족이 아니라 다른 방식 으로 가족을 고민했을 때 이야기될 수 있는 친밀성의 관계를 고민하고, 가족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무엇이 이야기되어야 하고 상상되어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 해보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그 주제 강연을 김순 남 선생님께서 진행해 주실 겁니다. 최근 한국사회에서 결혼율의 감소, 저출산 문제, 이 혼율의 급격한 증가, 비전통적 가구 유형들의 등장은 이성애 규범적 결혼-가족 중심의 생애주기와 가족 관계에 대한 재사유를 요구한다. 그러나 이혼/비혼 이 정상화되는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배타적 이 성애 규범적 결혼/가족 제도와 혈연운명공동체 중심 적 사고는 여전히 비규범적/비정형화된 관계적, 삶의 선택을 차별 혹은 규율화 하는 기제로 작동시키고 있다. 이에 가족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가족됨 의 맥 락과 실천들에 주목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의 필요성 이 제기되고 있다. 즉 가족은 고정화된 형태를 갖지 않으며, 일련의 친밀성 실천들을 통해 끊임없이 재구 성되고 재의미화되는 것임에 주목해야만 하며, 또한 가족 을 넘어서 상상되는, 욕망하는 개인들의 실천적 형태를 가시화 할 시점임을 보여주고 있다. 많은 여성 학적 연구들은 가족 내의 친밀성을 둘러싼 성역할의 16
분리 및 젠더 불평등의 문제, 특히 여성의 감정노동과 돌봄노동을 통해 가족/부부 친밀성이 유지, 실천되어 온 맥락을 가시화해 왔다.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제 기되는 가족의 위기/변화 는 젠더 불평등에 기초한 이성애-결혼-가족 친밀성의 위기/변화로서 야기된 현실이며, 단순히 가족해체 로서 규정하는 보수적인 흐름에 반기를 제기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에 규범적 가족담론이 섹슈얼리티에 대한 위계를 통 해서 지지되고, 특권화되는 방식에 대한 논의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본 강의에서는 이성애 규범적 사회가 동성애 친밀성 을 사유하는 방식을 문제화하면서, 동성애 친밀성이 한국사회에서 제기되는 대안적 가족관계/친밀적 관 계에 대해 새롭게 함의하는 의의가 무엇인지를 탐구 하고자 한다. 최근에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에 대한 사 회적 혐오가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친밀성 을 구성하는 우리 사회의 규범과 가치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요구된다. 특히 동성애 친밀성을 둘러싼 사회 적 배제와 차별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새로 정상적인 이성애 규범적 생애주기에 대한 문제제기 정상적인 생애주기(출산-결혼-양육-노후-죽음) 에 기반하여 작동하는 정상화 된 가족시간(family time) - 혹은 가족의 역사-이 동성애자의 삶을 철저 히 타자화(Others)하고 배제한다. 행복으로 가는 인 생지도 외곽에 존재하는 것으로 사회적으로 간주되 는 동성애자들은 이미 행복을 상실 한 불행의 주체이 며, 비참한 노후를 맞이할 주체로서 재현된다. 이렇 듯 사회적 지지와 승인이 부여되지 않는 동성애 친밀 성은 사회적으로 배제되는 경험이 강제되지만, 동시 에 규범적 각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관계 성을 개발하고 실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또한 열려 있 기도 하다. 이에 동성애 친밀성을 둘러싼 사회적 맥락 과 관계들을 복합적으로 조명하면서 정상화 된 생애 주기 와 다르게 상상하고 욕망하며, 실천하는 다양한 관계, 만남, 모임에 대한 의미를 조명해보고자 한다. 운 친밀성의 의미와 민주적 실천의 가능성을 생산적 으로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무엇보다 동성애 친밀성 의 실제적인 실천과 의미화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새 로운 관계적 질서를 형성하는 동성애자의 삶을 의미 화 하는 것뿐만 아니라, 결혼-가족 중심의 친밀성 규 범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친밀성을 민주적으로 재 구성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가능성을 포착하기 위 함이다. 따라서 이번 강의를 통해서 다음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공유하고자 한다. 대안적 관계망의 모색과 실천적 토대에 대한 조망 두 번째 논의는 동성애 친밀성과 사회적 환경의 관계 를 파악하고, 동성애자들이 부딪히는 일상적인 피해 와 난관들을 부각함과 동시에 친밀성의 민주화 가능 성과 실천적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동 성애 친밀성을 실천하는 개인들의 행위성을 가시화 하고, 이성애 규범적 정상적 친밀성의 내용을 의문 시하기 위해서 다음의 네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 섹슈얼리티와 가족 17
여성영화읽기워크숍 쾌girl 女 담 야기를 전개하고자 한다. a) 퀴어적 시간 b) 사랑하기: 연애/친구/가족의 의미 구성을 중심으로 c) 독립 d) 노후/돌봄 나가며: 친밀성이나 가족을 사적인 영역으로 국한하면서 탈 정치화하는 사회적인 이데올로기에 대한 문제 제기 는 이성애 규범이 일상적으로 작동되는 방식에 대해 비판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섹슈얼리티와 친밀성의 재구성을 통해서 새로운 관계적 질서와 윤 리적 실천을 성찰할 수 있는 역할을 가져올 수 있다. 무엇보다 동성애자들의 다양한 삶의 실천 형태들을 가시화하는 작업은 소수자의 입장과 소통하면서 사 회의 변화를 꿈꾸는 페미니즘 이론의 지평을 확대할 수 있는 출발이 될 것이다. 가족위기나 가족해체라는 담론을 통해서 정상화 된 관계를 벗어난 개인들의 관계적 실천과 책임을 비도덕적인 것으로 규정하는 이성애 규범성에 대한 논의는 이성애 결혼-가족 내 부뿐만 아니라, 내부/외부의 경계를 재해석 혹은 재 구성할 수 있는 고민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 믿는다. 영화 상영 퀴어 스폰: 퀴어의 아이들 Queer Spawn 안나 볼루다 감독, 미국, 2006, 30분, 다큐멘터리 1년에 한 번 미국에서는 퀴어 가족을 축하하는 패밀리 위크 가 개최된 다. 미국 전 지역에서 400여 가정이 참여하는 이 축제는 그들에게 해방 적 공간이 된다. 이 작품은 퀴어 가정에서 성장해서 스스로를 퀴어스 폰 이라고 부르는 10대들의 입을 통해서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퀴어 가 족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퀴어의 가족구성권에 대한 논의, 가족됨 의 문제를 고민하게 할 뿐 아니라, 가족과 공동체라는 틀거리를 퀴어적 시 선에서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끔 하는 영화. 1) 1)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상영작으로 현재 아카이브 보라 에서 대여 가능하다. 18
퀴어 가족, 규범적 프레임의 해체 혹은 확장 사회자 김순남 선생님께서 동성애 친밀성, 가족 되 기, 다르게 상상해보는 가족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구 요. <퀴어 스폰: 퀴어의 아이들>이라는 영화를 함께 보았습니다. 이 영화는 2006년 미국에서 제작된 다 큐멘터리입니다. 서구 사회에서 동성애 커플들이 아 이를 출산하거나 입양해 기르면서 퀴어 가족을 형성 해왔습니다. 이렇게 자라난 퀴어 가족의 아이들을 퀴 어 스폰이라고 합니다. 이 영화를 통해 동성애 커플의 가족 구성의 권리를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이고 이러 한 가족의 테두리 속에서 자라난 아이들의 이야기, 큰 틀에서 퀴어 커뮤니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제 강연에서 김순남 선생님께서 동성 애 친밀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고요. 이성애적 친밀성의 관계가 아닌 다른 방식의 관계 맺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영화에 대해 어떤 이슈들을 제기할 수 있을까요? 참가자 1 재미있었습니다. 게이 아버지 중 한 분이 우리가 남들과 똑같은 걸 알게 되면 그 사람들이 두려 워하게 될 거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거기 깊이 공감하 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게 바로 그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나와 그들 사이에 차이를 두고 싶어 하는데 같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이성애자들이 갖게 되는 두려움, 당황스러움, 그런 것들에 대해 얘 기를 하고 싶어 했던 것 같습니다. 사회자 방금 말씀하시기를, 이성애 사회가 동성애 관계, 동성애 가족 관계가 이성애 관계와 다르지 않다 는 사실을 인식하기를 두려워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 씀하셨습니다. 이성애 사회가 동성애 정체성, 동성애 가족을 비정상으로 낙인찍으며 끊임없이 배제의 영 역으로 남겨두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이 영화에서 그런 부분들이 이야기되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 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셨는지요? 다르게 얘기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이런 부분들이 분명 있음과 동시에 다른 한편 으론 동성애 혹은 퀴어적 섹슈얼리티가 섹슈얼리티 의 여러 규범과 제도를 뒤흔들까봐 두려워하는 부분 들이 같이 작동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영화에서 동 성애 재현 전략이 동성애자가 이성애자와 다르지 않 다, 우리도 일부일처제의 안정적인 관계를 맺고 자녀 를 키우고 있다, 또 우리가 게이나 레즈비언이라고 해도 자녀가 게이나 레즈비언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 하는 방식이 그런 부분들을 의식하고 있다고 여겨지 는데요. 다시 말해 기존의 정상성의 영역을 침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즉 동성애를 이성애와 같은 방식으로 구성해가려고 하는 욕망이 그 안에서 같이 작동하는 것 같아요. 사실 동성애라는 게 김순남 선생님이 계속 이야기해 왔던 것처럼 섹슈얼리티, 성애라고 하는 부 분이 가장 핵심적인데도 불구하고, 이성애자와 동등 한 권리를 누려야할 존재로서의 동성애를 이야기하 는 권리담론으로 전략이 넘어가면서 우리도 이성애 자와 똑같은 사람이다 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담론이 진행되어왔습니다. 그러다보니까 동성애 섹슈얼리 티가 갖고 있는 정치적 가능성이 약화되는 부분이 동 시에 존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른 정치적 가능 성을, 기존의 것을 균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약화시 섹슈얼리티와 가족 19
여성영화읽기워크숍 쾌girl 女 담 키는 방식으로 작동하지는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듭 니다. 이것이 90년대 미국에서 동성애 운동이 권리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생겨난 문제라는 목 소리들이 있고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의 지점이 있 다고 생각됩니다. 김순남 선생님께서도 영화와 강의 를 연결해서 덧붙이실 이야기가 있으실 것 같은데요. 그리고 그것이 가족이라고 하는 명사가 아니라 가 족됨 이라고 하는 정치, 즉 동사적 접근을 보여준다 는 점입니다. 가족이 명사, 즉 존재being로서 있는 것이 아니라 동사, 즉 되기doing 의 형태로서 진 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천practice, 혹은 되기 로서 가족됨은 지속적인 친밀함을 통해 구성되고, 이 가족됨 의 정치 를 실천하고자 하는 욕망이 내부화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욕망 자체가 개인마다 다를 수 있고 그것을 그 안에서 실천할 수 있어야 하는 게 가족이 고 곧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랬을 때 다른 가능성 김순남 제가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계속 고민했던 을 실천할 수 있는 가능성, 다른 욕망이 내 안의 욕망 부분이 이 강의가 단지 어떤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만 읽혀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습니다. 동성 애자니까 이런 삶, 저런 경험이라는 방식으로 전적 으로 타인에 대한 이야기로만 읽혀질까 하는 부분입 니다. 그러니까 이성애 가족이 가족이라는 제도적 역 할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친밀성도 중요하게 작동하 는 부분이거든요. ~ 때문에 라고 하는 부분 자체가 이성애 내부의 불안 형성 요인이기도 하고, 가족이니 까 섹스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한편으로 보면 섹슈얼 한 감정이 부부 관계에서 계속 배제되는 이유는 돌봄 이라든지, 역할이라고 하는 부분에서 배제되는 욕망 이 되기도 하죠. 그런데 다른 삶의 선택, 그 가능성도 있다는 거죠. 비혼도 마찬가지고, 동성애도 마찬가지 고 결혼 내에서도 단순히 성적인 부분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 공존한다고 생각 하거든요. 제가 강의를 통해 나누고 싶었던 건 그냥 그들이니까, 하는 것들 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어떤 사랑이 어떤 사회의 조건과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다 는 점입니다. 과 만날 수 있는 것이 가족일 수 있습니다. 또한 다른 삶의 가능성을 꿈꾸었을 때 그 만남이 공동체와도 만 날 수 있고요. 공동체를 이야기했을 때, 퀴어 가족 같은 경우 퀴어 가족과 퀴어 공동체가 분리되어 있지 않지요. 그들은 그게 굉장히 중요한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와 비슷한 맥락인데요. 공동체는 전혀 등장하지 않고 퀴 어 가족이 나오는 영화를 게이/레즈비언 커뮤니티에 서 정말 싫어했습니다. 두 사람이 커플이고, 중산층 의 모델이 나오고, 아이를 양육하고 보호해야 하고, 가족을 외부와 차단하는 방식으로 가족이 세트화 되 어 등장했을 때 유쾌하지 않은 거죠. 게이/레즈비언 공동체의 역사는 오래 됐어요. 물론 그 공동체가 지 속적이지는 않고 사라지기도 하지만, 게이/레즈비언 의 삶과 가족 되기에 있어서 확장된 형태의 가족으로 서 공동체를 떼놓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러한 공동체 구성에 동성애도 가능하고 이성애도 가능할 수 있겠지요. 이렇게 다른 상상력의 영역으로 동성 애 이슈를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거 20
죠. 우리의 욕망이 아닌 다른 식으로 파편화 된 그 부 분을 말입니다. 우린 이주여성을 친밀성 관계라고 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실 사랑과 경제의 친밀성은 분리되어 있지 않잖아요. 한국 결혼시장은 돈과의 친밀성이 뿌리 깊 은데 왜 이주여성만 그런 것처럼 얘기하나요. 사랑과 경제는 분리되어야 한다고 얘기하고 말입니다. 사회 적으로 그런 만남에 대해 조금 더 질문해야 하지 않 을까 합니다. 고 하는 여기서의 이성애 가족, 이성애 남녀라고 하 는 문제가 있어요. 이성애 가족은 많은 경우에 제도 로서의 가족을 이루고 있지만, 친밀성은 되게 위태 로워요. 아까 얘기가 나왔는데 외도하는 남자, 감시 하는 여자 등, 깨질까봐 두려워하고, 미쳐가고, 이혼 하고. 이런 식으로 제도는 견고하지만 가족을 구 성하는 인티머시는 균열되고 있는 것이죠. 근데 동성 애 커플은 제도가 없어요. 인티머시를 유지시키거나 제한하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존재하지 않지만 친밀 성, 사랑, 관계라고 하는 문제가 모든 것에서 가장 중 친밀성의 구성과 섹슈얼리티 심이 되는 그런 관계가 동성애입니다. 그랬을 때 김 순남 선생님은 이 커플 내에서 제도가 존재하지 않지 참가자 2(김은실)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는데 굉 만 이들을 유지하고 이들의 정체성을 구성하고 있는 인티머시가 어떤 방식으로 드러나고, 그것이 무엇이 장히 재밌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포인트는 뭔가 하 면, 이제까지 퀴어 얘기할 때 퀴어인 두 사람에 포커 스가 들어있었는데요. 지금은 아이라는 요소를 가져 오면서 세대의 문제와 함께, 이 아이에 대한 책임과 윤리, 아이가 맺는 다른 관계들에 대한 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거든요. 어떤 면에선 가족과 섹슈얼이라는 며, 그것을 유지시키기 위해 어떤 관계들을 동원하는 지 그런 얘기들을 하신 것 같아요. 두 사람의 관계를 견고하다고 믿으면서, 가족을 구성하겠다고 하는 인 티머시는 없는 젊은이들이 많아요. 이 두 문제를 같 이 논해보는 게 중요하고, 또 재밌는 측면이 있지 않 나 싶습니다. 말이 여기서 같이 논해질 수밖에 없어요. 퀴어 커플은 섹슈얼한 정체성으로 설명되는 사람들입니다. 근데 그 사람들의 아이, 그러니까 이 아이들과 저 어른들은 섹슈얼한 관계가 아니에요. 책임과 양육, 교육, 사회 탈각되는 삶의 방식과 관계들, 다르게 상상하기 적 보호, 다른 사회적 사람들에게 아이들을 인정시켜 야 하는 책임 등 부모 역할이 들어와요. 부모 역할, 가 사회자 김은실 선생님 말씀처럼, 가족이라는 주제 족 역할이라는 것과 섹슈얼리티라는 문제를 어떻게 가족 내에서, 혹은 커뮤니티들이 해결해야 하는가.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김순남 선 생님 강의는 재밌게 들었는데요. 이성애 핵가족이라 와의 연장선에서 이 주제를 고민해봤을 때 가족이라 는 이슈로 돌아가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영화를 보 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저는 그중에 서 가족을 상상했을 때 이성애 중심적인 3~4인의 가 섹슈얼리티와 가족 21
여성영화읽기워크숍 쾌girl 女 담 족을 상상함으로써 탈각되는 가족의 형태 혹은 공동 체의 형태라고 하는 걸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 각이 듭니다. 그 형태는 퀴어 가족일 수도 있고요. 비 혼 여성들의 주거공동체일 수도, 반려 동물과의 삶일 수도 있겠죠. 아까 퀴어 공동체를 말씀하셨듯이 혈연 관계, 혹은 성적 결합이 연결되지 않는 형태의 공동체 정된 엄마 아빠의 역할을 이야기하는 방식들이 가장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고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건 < 퀴어 스폰>에서도 마찬가지죠. 사람들이 계속해서 당 신들 관계에서 아빠 역할은 누구고 엄마 역할은 누구 냐고 물어봅니다.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드라마가 나왔을 때 그 드라 로서의 주거 공동체, 혹은 지역 공동체로 살아가는 다 양한 공동체 실험들이 존재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 것들이 어떻게 탈각되고 있는가 라는 부분을 이야기 해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리고 이 영화의 가족 되기가 보여주는 것처럼, 실 제로 제도가 없기 때문에 그럼 우린 어떤 관계를 맺어 야 하는지, 역할들을 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하 고 대화하며 만들어 나가는 퀴어 가족 되기를 통해 기 존에 제도화 된 가족을 다른 방식으로 볼 수 있지 않 을까 생각합니다. 그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사유했 을 때 그것이 갖게 되는 한계는 무엇인가 라는 부분도 같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성애 중심적 가족 제도로 인헤 발생하는 다양한 형태의 차별과 배제는 무엇이 있을까요? 가족상황 차별 2) 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영화에서도 나오지 만 미혼모, 비혼모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아이 의 아빠를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들을 받는 거라고 합니다. 엄마 혼자서 아빠의 역할을 할 수는 없으니 남자가 있어야 하고 아빠 역할이 있어야 한다고 하 는 이야기들을 많이 듣게 된다고 합니다. 젠더에 고 마 안티 광고들이 동성애로 인해 가족이 파탄나고 있 다고 강조하는 방식이었어요. 아빠가 둘인 가족이 도 대체 말이 되냐, 며느리가 남자라니 이를 어쩐단 말인 가 라는 식의 반응들이었습니다. 게이인 아들이 남자 파트너를 데려왔을 때 이 관계를 며느리로 봐야 할지, 사위로 봐야 할지 혼란스러워지는 거죠. 남성과 여성 의 역할을 구분 지어서 가족 내의 역할을 상상해왔던 방식이 어떻게 다른 방식의 삶에 대한 포비아적 반응 과 만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혈연관계가 배타적인 공 동체로 묶이면서, 커플 중심의 사랑만이 우월하고 특 권적인 것으로 구성되고 우정이나 다른 관계 맺기의 방식은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이 친구들이랑 공동체 이루며 살 거라고 하면 어머니들이 걔네들 다 결혼하면 너 혼 자 독거노인으로 외롭게 늙어 죽을래? 라는 반응들 을 하시는 거죠. 그랬을 때 혈연 혹은 커플 중심으로 묶이지 않은 공동체의 형태, 일상과 삶을 나눠가는 공동체의 형태가 가족을 이야기하는 방식에서 끊임 없이 탈각되는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 가족상황차별이란 합리적 이유 없이 가족의 형태나 가족의 구성 과정, 가족의 구성원, 가족에 대한 책임감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불리하게 대우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차별을 일컫는다. 이성애 중심적 가족 제도로 인해 다양한 가족 형태, 혹은 다양한 관계들에 대한 차별 이 발생하는 상황을 구체화하기 위한 개념으로 동성애자 파트너십, 트랜스젠더 파트너십, 공동체적 삶의 형태, 비혼 여성, 1인 가구 형태, 미 혼모 가구 등에 대한 차별을 예로 들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대안적 가족제도 마련을 위한 기초자료집 (가족구성권 연구모임, 2008년) 참고. 22
이런 부분들을 고민해 보면 가족을 도대체 무엇으로 정의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발생합니다. 가족이라 고 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고민하게 되는 거죠. 그러는데 자기 같은 정상가족도 힘들다고 얘기하셨 대요. 그런데 이 전시의 기획자분이 이런 이야기들을 듣다보니 정상가족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들 었다고 해요.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정상이라고 생 <정상가족 관람 불가전> 포스터 사진 언니네트워크, 가족구성권연구모임 제공 여기에 정상가족 관람 불가전 이라는 포스터가 있습 니다. 이 전시는 기존에 가족을 이야기하는 방식을 의 문시하면서 다양한 가족을 보여주는 전시였습니다. 전주 비혼 여성들의 생활공동체와 마포의 주거 공동 체라든지 이런 모임들을 부각시키면서 전시를 진행 했는데 거기서 재밌었던 건 이 전시에 왔던 많은 사 람들이 정상 가족들은 이 전시를 볼 수 없는 거냐고, 저희 같은 정상가족도 힘든데 왜 우리를 배제하느냐 고 질문을 많이 했다고 해요. 예를 들어 이혼해서 혼 자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본인은 정상 가족이라고 생 각하시는 분도 계셨고, 또 다른 한 분은 나 같은 정상 가족은 낄 데가 없다고 하면서 남편과의 소통은 단절 된 지 오래고 아들은 게임만 하면서 방에서 안 나오고 각되지 않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살아가는 무수한 개 인들이 스스로를 정상가족 안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 면서 다른 형태로 살아가는 가족 형태라든지, 삶의 형 태들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안전망을 세우려 하고 있 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의 존재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면서 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법적으로는 가족을 배우자와 혈통, 형제자매로 규정 하는데요. 정말 중요하게 이야기 되어야 할 것은 삶 을 같이 산다고 했을 때, 그 삶을 공유하는 친밀성, 상 부상조하는 구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그것 을 어떤 관계로 만들어나가느냐를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와 어떻게 살 섹슈얼리티와 가족 23
여성영화읽기워크숍 쾌girl 女 담 것인가 라고 하는 부분들을 고민하는 것이 되겠지요. 가족, 계급, 그리고 친밀성을 둘러싼 문제들 하는데 가능하지 않은 거죠. 이런 건 동성애뿐만 아 니라 이성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자기를 돌본 사람이 자기 남편이 아니라는 거죠. 그 리고 나를 돌본 사람은 나의 절친인데 이 재산을 누 구에게 주고 싶겠는가 하는 부분이에요. 그게 이성애 제도에선 남편에게 가요. 구체적으로 그랬을 때 누 김순남 지금 이게 정말 중요한 얘기 같습니다. 기 가 나를 돌볼 수 있는지에 대한 후견인 의료권, 구체 존의 이성애는 제도화 된 방식인데 지금은 친밀성 개 념이 들어오고 있죠. 이젠 이혼 사유에 친밀함이 들 어왔어요. 제가 이혼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을 때도 부부가 너무 풍족하게 잘 사는데 벽을 보고 이야기 하는 느낌이라는 거죠. 물질적으로 다 갖춰져 있는 데 이혼 사유가 소통이 안 된다고 하는 거예요. 이성 애 제도 안에 친밀함의 개념이 들어오고 있다고 보여 지는 현상입니다. 그리고 동성애 관계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지점이 뭐냐면 친밀성 자체, 자원 네트워크, 공동체. 그럼 제 도를 어떤 식으로 그 관계와 결합할 것인지의 문제입 니다. 예를 들면 제도화 된 동성결혼 파트너십에 대 한 비판이 무척 많습니다. 이미 이성애 가족 중심의 특권화 된 방식을 동일하게 또 다른 커플로 치환하는 것 아니냐. 그럼 커플 없는 사람은 뭔데? 커플 중심으 로 특권화하면서 제도화 되어가는 지점을 비판하는 적 재산에 대해 그것을 승인할 수 있는 방식들에 대한 부분들은 차별화하면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죠. 이거 자체가 동성결혼이나 파트너십으로 단순하게 해결되 는 부분은 아닐 수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내 보호자 가 될 수 있는 의료의 주체는 친구일 수도, 파트너일 수도 있고, 개인에 따라 다양할 수 있습니다. 가족 단 위/커플이라는 파트너가 아니라, 다른 방식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유언장 운동이라는 게 있는데, 내 재산을 얼마나 누 구에게 줄 것인가의 부분을 그 개인이 결정할 수 있도 록 하는 겁니다. 그만큼 유언이라고 하는 게 내 삶과 관련된다는 거죠. 그러니까 죽음이 삶의 반대가 아니 라 삶 자체를 통제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변화시킬 것이냐 하는 유언장 쓰기 운 동, 실천들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제도 자체는 파트 너와의 결혼으로만 상상되고 있죠. 목소리도 있고요. 그러면서 한국사회에서 의료의 문제도 있습니다. 파 참가자 2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게 사실 돈은 남자 트너가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보호자의 서명이 필요 하다고 하는 거죠. 그런데 이 파트너는 법적으로 인 정되지 않는 관계이기 때문에 삶을 함께 나누고 있 지만 아무런 권한이 없는 거죠. 그리고 자신이 죽었 을 때 부모보다 파트너에게 자기 유산을 주고 싶다고 가 더 많이 갖고 있거든요. 남자들이 노후에 날 돌봐 주는 여자에게 내 돈 주겠다고 하면 난리가 나죠. 돈 은 계급하고 연관된 것이고, 결혼에서 섹슈얼리티는 어떻게 되나요? 남자들이 내가 노후에 아이랑 부인 다 소용없고 지금 나를 기분 좋게 하는 여자에게 주 24
겠다 고 하면 절대 안 된다고 하는 반응이 대부분이 겠죠. 예를 들어서 섹슈얼리티와 가족의 문제, 친밀성과 가족의 문제는 가족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가족은 어떤 기반에서 가능한가와 관련되는 것이고요. 사실 사람들은 행복할 권리가 있죠. 근데 어떤 면에서는 행 복할 권리를 제한하고 있는 게 남자가 아니에요. 행복 할 권리, 내가 내 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가 재산권 요. 가족에 계급이 더해지면 잘 사는 사람은 아무 문 제 없겠지만 못사는 가족은 깨져요. 여기에 친밀성의 문제를 집어넣으면 옛날엔 미워해도 좋아하는 척 다 살고 그랬지만 요즘엔 그걸 견디지 못하죠. 그러면서 이제 가족과 계급성, 그리고 친밀성, 이 문제들이 따 로따로 놀기 시작하는 거예요. 여기에 비해 동성 커 플은 훨씬 더 구속성이 유연한 거죠. 그런 대비점들 을 살펴보면 여러 이야기들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거든요. 선생님이 얘기하신 부 분은 재미있게 들었는데 지금 한국에서 존재하고 있 김순남 다큐멘터리에서 보셨다시피 외국에선 퀴어 는 지배적 가족 형태를 굉장히 우습게 보는 느낌이 좀 있는 것도 같아요. 인구가 천만이라고 하잖아요. 이게 퀴어 가족이라 하 더라도 중산층의 경우와 노동 계급은 또 달라집니다. 김순남 그게, 동성 결혼의 논쟁이 제기하는 동성애 중산층일 때는 보내는 학교도 값비싼 대안학교 등으 로 보내지요. 대도시 중산층 퀴어 가족의 아이들은 섹슈얼리티에 대한 권리와 결혼에 대한 권리 담론이 있는데, 그 권리 자체가 이야기 되는 방식이 돈과 결 합되는 거죠. 세금이라든지 의료보험이라든지 구체 적인 것들로요. 그런데 제도 자체가 동성결혼으로만 포비아로부터도 보호될 수 있고요. 하지만 시골 지역 공립학교에 다니는 퀴어 가족 아이들의 현실은 완전 히 딴 판입니다. 아이가 등장했을 땐 이슈 자체가 달 라지는 거죠. 제도화 되는 불편함이 있다는 겁니다. 참가자 2: 동성결혼으로가 아니라, 가족과 섹슈얼이 라는 문제가 결합되는 방식의 문제라고 봅니다. 그냥 퀴어 가족의 시각화, 미디어와 이미지 기호 중산층, 이성애 초기 단계에선 아무런 문제가 없어 요. 여기에 시간의 요소가 결합되고 자녀라는 요소가 참가자 3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느껴지는 게, 이 결합되면 얘기가 달라져요. 아까 영화 <퀴어 스폰>에 서도 파트너 두 사람의 문제를 논의한다면 굉장히 단 순해요. 그런데 여기 아이들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사 회적 통제 문제가 강하게 들어가잖아요. 어쨌든 가족 이라는 문제가, 가족 제도/친밀성/계급성 이것이 다 일치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다 따로따로 놀잖아 성애 가족은 제도에선 인정해주는데 내부에선 문제 가 많은 것처럼, 동성애 가족은 외부에선 인정을 안 해주지만 내부에선 굉장히 좋은 것처럼 완전히 이분 화해서 재현되고 있는 방식이 과연 맞는가라는 의문 이 듭니다. 섹슈얼리티와 가족 25
여성영화읽기워크숍 쾌girl 女 담 참가자 1 영화에선 그렇게 보이지만, 우리의 가족 형태가 다양하듯 실제로 존재하는 사실들을 다 알 수 없기 때문에 가족 제도 자체가 허상일 수도 있다는 생 각이 들었거든요. 가족 제도를 굳이 논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 다시 문제제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도 대체 가족이 뭔데? 이렇게 질문을 바꾸는 게 필요하 공동체잖아요. 실제로도 그것들이 성공적이고요. 띄 엄띄엄 떨어져 사는 여성들을 모아놓고 같이 살게 했 더니 자연스럽게 행복한 노후를 살아간다더라. 그랬 을 때 그 공동체는 동성애, 혹은 동성애적인 것과 무 슨 차이가 있을까. 근데 한편으론 남성-노인 공동체 는 왜 그렇게 대두되진 않는가 의문스럽기도 하네요. 지 않을까요? 여성끼린 정말 잘 살고 있는데 (웃음). 참가자 4 가족에다가 정상 가족이라고 하는 말을 도 대체 언제부터 쓰기 시작한 건가 의문이 들어요. 이성 애적 결합과 자녀들, 이건 정상이라고 하는 말 안 써 도 이미 정상이어야 했는데, 거기에 이제 정상이라는 용어를 붙이면서 정상적이지 않은 다른 것들에는 비 정상이라는 딱지를 붙이려는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 으로 이성애 결혼 생활을 하면서 삶의 경험치가 다른 것, 그래서 평등하지 않은 것, 공감하기 어려운 것이 결국엔 친밀감을 벌려놓는 부분으로 드러나는 걸 경 험하거든요. 그 부분들이 경제적 주체, 삶의 주체로 서 오롯이 나 자신으로 있지 못하게 하는 부분들로 나 타나기 때문에 계속 외로운 것이고요. 그런데 정상 이라는 규범을 넘어설 수가 없어서 그 안에서 드러나 진 않지만 썩든지 곪든지 그냥 삽니다. 감히 도전하지 못하는데, 다르게 생각해 보면 친밀감이 훨씬 두터운 사람과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것이 이성일 수도 있고 동성일 수도 있는데 개인적으론 동 성도 정말 맘 편할 것 같아요. 아이를 양육함에 있어 서 경험을 같이 가져가면서, 더구나 역할도 이분법적 으로 나누지 않는다면, 우리가 이성애 결혼에서 경험 하는 많은 갈등도 줄어들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생 참가자 5 저는 퀴어 가족에 대한 부분이 미디어에서 많이 드러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략적이 든 그렇지 않든 고정화 되면서 섞여있다 할지라도 이 사회에 퀴어 가족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저는 영화를 보면서 퀴어 가족이 이성애 정상가족처럼 두 명의 부모가 다 있는 가정만 나오는데, 한 부모만 있 는 퀴어 가족은 안 나오는 게 궁금하더라고요. 왜 그 걸 뺐을까 하면서요. 하지만 감독이 보수적 대중과의 접점을 생각한다면 이 정도의 전략적 위치에서 재현 한 것이 아닌가 라고 이해가 되더라고요. 오히려 그게 신기했어요. 며느리로 봐야 돼? 사위 로 봐야 돼? 라고 말씀하신 부분이 말입니다. 가부장 적 언어에서 동성애가 들어왔을 때 언어도 다시 바뀌 어야겠다고 인식시켜주는 거예요. 역으로 우리가 그 들을 차별해왔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도 있죠. 이렇게 말하는 거 자체가, 이 영화를 보면서 반성한 게, 제 안 에 뿌리 깊게 박힌 타자화 된 시선 때문이에요. 저도 모르게 타자화 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들에 대한 자 기반성을 고백하고요. 그리고 이런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각이 들어요. 그래서 새롭게 등장하는 게 여성-노인 사회자 이 영화에 대해 많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26
이 영화가 취하고 있는 전략이 무엇인지를 고민했을 때 그런 부분들이 있습니다. 이 영화가 퀴어 가족을 재현한다 하더라도 교육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다큐 멘터리라서 이것을 누구에게 어떻게 보여줘서 교육 적 효과를 가질 것인가 했을 때 이런 방식을 택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퀴어 가족을 가시화할 때 무엇을 드러내고 드러내지 않을 것인가를 고민할 수 있겠지요. 퀴어 가족 안에서는 커플의 역할이 각 자의 욕망과 취향에 따라 나눠질 수 있단 말이야? 이 런 정도의 가능성은 열어두고, 이성애 가족 구도와 크 게 다르지 않은 가족 구성원과 삶의 형태를 제시한다 는 거죠. 사실상 퀴어, 동성애를 통해 결혼, 혹은 가족 서 퀴어 가족이 동성애 커플과 자녀로 구성되는 가족 형태, 즉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정상과 닮은 방식으 로 그려졌다고 얘기하셨어요. 그런데 예를 들어 혼 자 아이를 키우는 게이 혹은 레즈비언이 시각화되었 다고 생각했을 때, 이걸 누가 퀴어 가족으로 볼까요? 사람들은 그냥 당연스레 이성애자 싱글맘, 싱글 파더 라고 인식할 겁니다. 재현의 기호로 봤을 때 그렇다는 거죠. 그 사람의 퀴어임은 내러티브를 통해서만 퀴어 로서 드러날 수 있습니다. 이미지 기호의 차원은 달라 요. 이미지, 혹은 기호의 차원에서는 남자 둘, 여자 둘 이 등장했을 때라야만 내러티브 없이도 퀴어적인 것 으로서 드러날 수 있죠. 관계 프레임 얘기했을 때, 한쪽에선 현실적인 층위에 서 제도적 뒷받침이 수행되지 않았을 때 그 사람들이 참가자 5 저도 전략적 협상이라고 봤어요. 근데 이 보호를 받지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가령 죽음의 문제, 의료의 문제, 사회 보장의 문제 등 현실적 필요 에 의해 이야기되는 부분들이고요. 다른 한쪽 측면에 선 퀴어적 시선을 통해 봄으로써 기존의 가족 이야기 영화가 너무 잘된 퀴어 가족의 케이스만 보여주니까, 이런 부분이 이성애 가족, 4인 가족을 정상화 하는 방 식으로 해석하게끔 하는 효과를 산출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를 해체할 수 있지 않을까, 무언가 새로운 형태의 공 동체를 상상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 있습니 참가자2 근데 여기에서 재미있는 지점은 가족과 섹 다. 그런데 여전히 가족이라고 하는 프레임에서 이것 들이 상상되었을 때 제도화 되지 않아서 여러 가지 협 상이 가능하다고 얘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 존의 가족이라고 하는 것이 만들어왔던 프레임을 해 체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가족을 다시금 정상화 하면 서 그 프레임 안으로 모든 것들을 집어넣는 방식이 되 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드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 런 부분들도 고민해 볼 지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참가자 2 아까 이야기하신 참가자 분이 이 영화에 슈얼리티가 결합되는 방식입니다. 섹슈얼이 강조되 면서 가족은 점점 불안해지고 있어요. 왜냐면 가족이 라고 하는 것에서 섹슈얼한 어트랙션을 유지하기 위 해선 둘 중 한 명이 상대방을 어트랙트 하기 위해 풀 타임 어트랙티드 되어야 하거든요. 둘 다 평범하게 살 면서 성적으로 어트랙트 하려면 너무나 힘든 거죠. 그 러니까 집 안에서 같이 사는 와이프가 있고, 회사에 다른 와이프 있고, 거래처 와이프가 따로 있고 (웃음). 그런데 이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섹슈얼이라 고 하는 게 강한 방식으로 인정이 되는 사람들이 기존 섹슈얼리티와 가족 27
여성영화읽기워크숍 쾌girl 女 담 의 가족제도 기반의 시스템에선 배제되고 튕겨져 나 가는 측면이 있는 겁니다. 아이들이라고 하는 누 구나 아이를 갖고 싶은 욕망이 있죠. 그래서 퀴어 커 플들이 입양 등을 통해 아이를 기르는데, 이 아이가 자라면서 모든 곳에서 배제되고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일 년 중 일주일 정도 해방 운동을 이 어떤 모델을 따라간다고 했을 때 규범적 모델을 따 라가지만, 사실은 저항한다는 것도 어떤 모델을 따라 가거든요. 저항한다는 것에도 재현의 모델이 필요하 고, 그것도 사실 규범적인 것이고요. 이 영화에서 보 여지는 것들은 관객들에게 바람직한 모델을 보여줘 서 그들을 설득하고자 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실제 해보자, 네트워크를 갖고 살아보자 식의 운동으로서 퀴어 가족들의 대규모 모임과 워크숍을 만드는 거죠. 로 그 부분이 많이 나오기도 하죠. 그런데 전체적으 로 영화의 구조를 보면 그렇다기보다는 아이를 입양 참가자 5 이 영화 속에서 퀴어 가족을 봤을 때 제 안 하는 동성애 커플들이 자신을 재현하는 방법들을 제 의 보수성을 깨닫게 되기도 하면서, 이 감독들이 퀴어 가족을 왜 저렇게 보수적으로 재현했을까 하는 의문 이 든다는 거죠. 전략이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고요. 그러면서도 이런 저의 의문들이 이 다큐멘터리 속의 삶을 제 안의 타자화 된 시선 때문에 나와 같은 삶 이 아니라 그들 로 보게 되는 게 아닌가 고민되기도 하 고요. 그렇게 복잡해지는 제 감정들에 대해서 짧게 말 씀드린 것입니다. 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면 우리는 뭉쳐 야 하고, 목소리를 내야 하고, 이런 식으로 나는 고전 적 의미에서 투쟁과 연대 모델을 찾아야 하고 등등 말 이죠. 이런 커플들보다 편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뉴욕 게이 커플이 더 급진적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요. 저 는 이런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보고요. 그런 커 플들이 사회에 자기를 드러내기 위해 선택하는 다양 한, 혹은 자신의 정체성을 자신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참가자 6 영화에 대해서 얘기를 할게요. 제가 보기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모델들이 여기서 제시되어 왔 다고 생각합니다. 캠프의 모습이 규범적으로 설득하 엔 구조적으로 보면 모델을 영화가 진짜로 믿고 있지 기 위한 모델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는 않아요, 아주 강하진 않은데 게이 커플과 레즈비 언 커플을 대비하고 있어요. 저는 이 영화가 오늘 강 참가자 2 한 가지 중요한 건 미국에서 이성애 커플 의와 연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나를 재현하는 방식 이 아닌 사람들이 애를 입양할 수 있게 된 게 얼마 되 28
지 않았다는 거예요. 이 영화가 보여주는 저 퀴어 가 족의 아이들이 십대에 도달하는 첫 번째 퀴어 스폰 세 대일 겁니다. 이 영화에는 이 아이들을 축하하고자 하 는 퀴어 사회의 어떤 측면, 이 아이들을 축복하고 인 정해 주고자 하는 퀴어 사회의 측면이 존재한다고 보 입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만들어지는 퀴어 커뮤니 티의 역사라고 하는 내적 상황이 있다고 보는 게 나 을 것 같습니다. 사회자 이제 정리해야 할 시간인 것 같은데요. 저 희가 처음 여성영화제를 만들었던 것이 여성의 커뮤 니티를 만들고, 자원을 확대해서 나누면서 해방구 같 은 공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었던 것처럼, <퀴어 스 폰>에서 일주일간의 캠프도 그런 공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것들을 보여주고자 했던 영화 같습니다. 오늘 세 시간 반에 걸쳐 길게 이야기 나누었는데요. 굉장히 감사하고요. 다음 주에 다른 영화를 갖고 뵙 겠습니다. 섹슈얼리티와 가족 29
여성영화읽기워크숍 쾌girl 女 담 3. 섹슈얼리티와 정체성, 교차되는 시선들 토론 진행자 홍소인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섹슈얼리티는 온전히 섹슈얼리티 그 자체로서만 존재할 수 없다. 여성의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정체성의 국면들과 섹슈얼리티가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중층적인 지형에 대해 영화를 보고 토론해 본다. 진행자 안녕하세요. 워크숍 세 번째 시간인데요. 둘 째 주까진 주제 강연이 있은 후 영화를 보고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었습니다. 오늘 이 시간은 <지포>라는 영 화를 보고 조별 토론과 전체 토론으로 진행되겠습니 다. 2005년도 영국에서 제작된 저예산 극영화로 다양 한 LGBT 1) 영화제들을 휩쓸면서 최우수작품상을 수 상하고, 최고의 영국 독립영화상을 수상했습니다. 내 용은 보시면 아시겠지만, 영국 노동계급 가정주부인 헬렌과 남편 폴, 그리고 체코 이민자 여성 타샤의 이 주인공의 시점에서 각각의 에피소드가 30분씩 진행 된다는 겁니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그 자체로 완결되 는 게 아니라, 각각 다른 관점으로 세 개의 에피소드 가 서로 개입해 들어오고, 맨 마지막 타샤의 이야기까 지 보고 나서야 관객들이 아, 하나의 사건이 이런 방 식으로 진행되었던 거구나 하면서 종합하게 되는 영 화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구성이 독 특한 영화라고 말씀 드릴 수 있겠고요. 그럼 영화 상 영 바로 들어가도록 할게요. 야기가 펼쳐집니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것은 세 명의 영화 상영 지포 Gypo 잔 던 감독, 영국, 2005년, 98분, 극영화 헬렌은 폴과 결혼한 지 25년이 되었다. 그녀는 단조롭고 짜증나는 일상 에 지쳐있는 노동자 계급 여성이다. 헬렌의 남편인 폴은 삶을 포기하기 직전이며, 가난의 덫에 지쳐서 술에 찌들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강제 결혼생활에서 엄마와 함께 도망친 루마니아인 체코 이민자, 타샤가 그 들의 인생에 들어오게 된다. 세 명의 등장인물의 관점에서 구성되어 있 는 <지포>는 영국 노동자 계급 여성과 체코 이민자 여성이 세대를 떠나 서 서로 사랑하게 되는 감정을 도그마 선언식 카메라로 생생하게 담 아내고 있다. 여성의 이주, 인종혐오, 섹슈얼리티, 친밀함의 정치학을 함께 사유해볼 수 있는 영화. 1) 1) LGBT: 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를 합쳐서 부르는 단어로, 성소수자를 일컬음 30
진행자 오늘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조별 토론을 금 다른, 굉장히 거친 질감들을 보여주고 있죠. 핸드 하고 나서 그걸 가지고 전체적으로 다 같이 발표를 하 면서 토론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딱히 정해진 주제가 있다기보다, 조별로 토론하실 때 이런 주제로 얘기해 볼 수 있겠다 하는 부분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꼭 이 내용대로 진행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첫 번째, 이 영화를 보시고 나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나 감상이 있 으실 텐데요. 그 부분들을 함께 이야기하다 보면 여 헬드, 즉 들고 찍기로 촬영된 장면들은 움직임 자체 가 거칠게 드러나는 카메라 워크를 보여주고 있는데 요. 그런 촬영 방식 혹은 형식적 측면들이 영화의 주 제적 측면과 연결되는 지점은 뭐가 있을까 얘기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5분 정도 조별 토론을 진행하 고 나서, 전체적으로 다 같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 도록 하겠습니다. 러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풀려나오지 않을까 싶습 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나눠보면 좋을 것 같고요. 두 번째는 제가 영화 상영하기 전에 설명 드렸던 것처 럼 이 영화는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세 부분이 세 인물의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진행 자체가 세 인물의 각 기 다른 경험과 스토리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동일 한 시간대, 동일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펼쳐진다는 점 입니다. 그래서 같은 사건을 세 인물이 어떻게 다르 게 인식하고 있는지가 드러나죠. 이 변주가 갖는 의 미를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부분들 을 이야기하셔도 좋을 것 같고요. 세 번째는 이 영화 에서 개인을 둘러싼 다양한 정체성의 요소들이 나오 고 있습니다. 한 개인의 정체성이 단 하나의 이름으 토론 주제 1. 이 영화를 본 각자의 감상을 나누어 봅시다. 영화는 어떤 이슈 들을 다루고 있나요? 2. 영화는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헬렌/폴/타샤, 각자의 에피소드에서 어떤 다른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나요? 이러한 변주와 영화적 구성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3.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다양한 국면들이 이 영화에서 어떻 게 전개되고 있나요? 섹슈얼리티와 관련하여서는 이 영화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개해 볼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 섹슈 얼리티는 개인을 구성하는 다른 정체성의 국면과 어떻게 중첩 되고 있나요? 4. 영화의 형식과 구성적 측면은 어떤 지점을 보여주고 있는지요? 혹은 영화의 주제적 측면과 어떻게 연결되나요? 로 정리될 수 없는 것처럼 섹슈얼리티 역시 온전히 섹 슈얼리티 그 자체로서만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그것 들은 인종, 계급, 젠더의 문제와 중첩되어 있지요. 이 런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네 번째 부분은 논의를 하셔도 좋고 아니어도 좋은데 요. 영화의 형식적 측면을 보시면 기존의 영화와는 조 진행자 한참 논의 중이신데, 시간이 너무 짧네요. 일단 각 조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왔는지 발표를 해보 겠습니다. 다른 의견이 있으시면 발표 이후 자유롭게 첨언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첫 번째 조부 터 간략하게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말씀해주시 섹슈얼리티와 정체성, 교차되는 시선들 2) 제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상영작으로 현재 아카이브 보라 에서 열람/대여 가능하다. 31
여성영화읽기워크숍 쾌girl 女 담 면 좋겠습니다. 각 조별 토론은 맨 뒤에 따로 모아서 편집했습니다. 젠더적 인식의 차이, 지각과 기억의 재현 헤어지는 장면에서도 여자의 에피소드에서는 헬렌이 그냥 나가버리거든요. 그런데 폴의 서사에서는 그 다 음날 아침 내가 나갈게 라고 이야기하는 식으로 말 이지요. 폴 같은 경우는 그 전 장면을 생각하게 만드 는 측면이 있어요. 타샤를 보면서 우리나라에 동남아시아에서 오신 이 주 노동자들, 이주 여성들, 그리고 탈북하신 분들이 많잖아요. 우리가 못 느껴서 그렇지 우리 안에도 그 1조 저흰 아직 얘기를 다 못했고요. 생각할 거리가 런 시선이 있지 않나, 그런 것도 고민해 봐야겠다고 많은 한 시간 반짜리 영화를 두고 15분 만에 정리하 라고 하는 건 폭력이라고 생각합니다(웃음). 너무나 의미 깊은 영화였고요. 저희 조에서는 런던 올림픽이 보여준 영국과는 다른 영국이었다는 이야기들이 있 었습니다. 간단한 결론은 그렇고요. 영화에는 정체성 의 문제들, 즉 영국 사회 안에서 어느 민족이냐에 따 른 정체성의 문제, 영국 저소득층 남성이 겪는 어떤 문제들이 보였습니다. 남성들이 가부장제 안에서 돈 이 없을 때 불편해질 수밖에 없고, 돈을 벌기 위해 맹 목적으로 돌진하게 만드는 구조가 있는데, 이 영화 속 생각했습니다. 왜냐면 그런 악플들이 상당히 많이 존 재하는 게 사실이거든요. 그런 시선들이 얼마나 폭력 적일 수 있는지를 타샤의 에피소드를 통해 느낄 수 있 었고요. 타샤가 레즈비언이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감독님이 있었다면 그걸 여쭤보고 싶었어요. 왜 타샤 를 레즈비언으로 설정했을까 하는 부분 말이지요. 이 성애가 아니라 동성애는 분명히 더 소수자로 주류와 멀어지는 부분이 있잖아요. 왜 이런 설정으로 영화를 찍었을까, 어떤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이런 이야기 들을 나눴습니다. 에서 그 지점을 볼 수 있었어요. 저희가 인상 깊게 얘기했던 게 부부간의 성폭력 장 진행자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누셨는데요. 첫 번 면이 헬렌 입장, 그러니까 헬렌의 에피소드에서는 묘 사되어 있었지만, 남자 입장에서는 완전히 다르게 그 려진 부분이었습니다. 남편 폴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강력히 거부당한 경험으로만 묘사되어 있고 성폭력 자체가 빠져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같은 사건 이라도 여성이 기억하는 것과 남성이 기억하는 것이 다른 것 같아요. 감독은 여성이 기억하는 부분과 남성 이 기억하는 부분에 대해서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 같고, 그것 자체가 의미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째 조에서 포괄적인 여러 이야기들이 나온 것 같아 요. 폴과 헬렌, 그리고 타샤, 세 인물을 중심으로 얘기 해주셨고요. 폴을 통해서는 영국 저소득층 남성의 문 제를 이야기했습니다. 특히 폴과 헬렌의 경우는 영국 안에서도 아일랜드 출신으로 겪어왔던 차별이 중첩 되어 있죠. 또 인종 간의 갈등을 보여주는 지점을 이 야기해 주셨고요. 거기에 덧붙여 흥미로운 지적을 해 주셨는데요. 각 각 세 인물의 시선에 따라 에피소드가 달라지는 영화 32
적 구조와 관련하여, 부부 간의 성폭력 장면이 재현 되는 방식을 분석해주셨습니다. 그 안에서 남성과 여 성이 어떻게 다르게 인식하는지, 그에 따라 영화적 재 현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의 부분을 말입니다. 이 영화에서 재현의 차이는 각 인물들의 인식의 차이, 즉 지각과 기억의 문제로 연결됩니다. 따라서 영화의 구 조는 각자의 정체성과 경험의 차이에 따라 무엇이 인 식되고 인식되지 않는지, 또 무엇이 기억되고 탈각되 는지를 흥미롭게 구조화 하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들 을 덧붙여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타샤를 통해서는 이주의 문제를 이야기했죠. 타샤는 난민이자 이주여성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거기에 더 해서 왜 레즈비언 정체성으로 설정했을까 하는 질문 을 하셨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이야기들을 풀어볼 수 도 있겠고요. 2조에선 어떤 이야기가 진행됐는지 여 쭤보도록 할게요. 함을 느끼면서 애정으로 승화된 게 아닌가 이렇게 봤 고요. 꼭 섹슈얼리티를 강조하는 영화라기보다는 가 족 간의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1조에 서 얘기했던 것처럼 저소득 계층 남성 노동자가 사회 를 살아가는데 있어서 어려움을 중점적으로 표현하 고자 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인물 중에 그 자신의 시선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았 던 딸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켈리에 대해서는 무척 개 념 있고 책임감 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헬렌의 설정에서만 봤을 때는 문제아 딸로 비춰지지 만 폴의 부분이라든가 타샤의 부분이 나오면서 딸이 나름대로 책임감 있고 개념도 있고, 요즘 세대의 좋 은 측면을 가진 친구가 아닐까 그런 얘기도 나왔고요. 결론적으론 이 영화가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했습니 다. 헬렌과 타샤는 둘이 서로가 필요한 부분을 발견 해서 안정적인 걸로 가는 거고, 폴 역시도 폴의 에피 소드에서 자살하는 자기 모습을 상상하는 장면이 나 퀴어 영화?! 소수자 영화!? 오잖아요. 다섯 명의 가족을 이끌면서 느꼈던 사회 적 중압감이라든가 부담감을 털어내고 자유롭게 카 2조 저흰 이 영화를 레즈비언 영화라고 보진 않았 펫이 없는 세계로 떠날 수 있는(웃음), 그런 설정으 로 마무리가 되어서 해피엔딩 영화라고 저희는 그렇 어요. 헬렌의 경우에도 남편과 소통의 부재, 이런 부 게 봤습니다. 분이 헬렌으로 하여금 타샤의 프로포즈에 쉽게 응하 게끔 한 요소가 된다고 생각하고, 그녀와 함께 할 수 진행자 논쟁적 이슈 두 가지를 제시하셨는데요. 섹 있었던 부분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타샤 역시도 처 음부터 레즈비언으로 설정된 게 아닐 수도 있다고 생 각했어요. 체코에선 남편과 결혼도 했었고, 영국에 와선 성매매도 했잖아요. 그런 부분들을 보면 타샤 역시도 남편으로부터의 폭력이라든가, 소통의 부재 에서 오는 그런 부분들이 있었는데, 헬렌을 통해 따스 슈얼리티와 관련해서, 첫 번째 조에서는 감독이 왜 타샤를 레즈비언 정체성으로 설정했을까를 질문하셨 고, 방금 말씀하신 선생님께서는 이 영화를 레즈비 언 영화라고 보지 않았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가족의 이슈이고, 레즈비언 섹슈얼리티 역시 헬렌이 나 타샤 모두 남편으로부터 폭력, 이성애 구조의 소 섹슈얼리티와 정체성, 교차되는 시선들 33
여성영화읽기워크숍 쾌girl 女 담 통 부재에서 기인한 관계라고 본다, 그렇다면 꼭 레 즈비언 정체성으로 보거나 레즈비언 영화라고 보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고 얘기하셨습니다. 이 의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들 어보고 싶은데요. 바라봐 줄 수 있는 접점을 찾아볼 수 있었고, 인간적 신뢰가 발전해서 상대를 향해 뛰어내려 다가갈 수 있 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인간이라고 한 다면 서로가 서로를 깊이 신뢰함으로써 스킨십이든 정서적 교류든 가능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남편이 아내와 대화도 뭣도 없이 성적으로 접근할 때 아내는 참여자1 그럼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 가정에서 여성 거부하는데, 아무런 메시지 없이 접근하는 남편이나 들이 포근하고 안락하다면 레즈비언이 되지 않는다 는 이야기처럼 들리거든요. 레즈비언이 소통의 부재, 남편의 폭력 때문에 선택되어진 어떤 것이라고 본다 면, 그렇다면 가부장제 정상 가족 내에서는 여성들이 레즈비언이 될 이유가 없다는 얘기처럼 들려서 저는 아무런 메시지 없이 무조건 터부시하는 아내의 입장 이나, 그런 부분들에서 서로 어긋나게 되는 방식과 상 반되게 헬렌과 타샤와의 관계에서는 그런 게 레즈비 언이라기 보단 조금 더 승화된 친밀감과 신뢰의 표현 이 아니었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좀 불편합니다. 그럼 뭐가 레즈비언 영화인가요? 무 엇을 레즈비언 영화라고 얘기할 수 있나요? 참여자2 저는 타샤가 레즈비언이 맞다고 보고요. 3조 근데 그게 또 하나의 어떤 친밀감, 영화에서 계 단 이 영화는 레즈비언 영화라기보다는 소외 계급의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일단 저소득 계층 남성과 여 속 인물들의 시선들이 어긋나고 있잖아요. 아내와 남 편, 그리고 자녀의 시선이 말이죠. 소통이라는 측면 에서 볼 때 각각 따로 자신들의 삶에 대한 고통 혹은 고충만 느끼고 있지, 정작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그 소리에 귀 기울이거나 반응하는 게 전혀 없 단 말이에요. 그런데 헬렌이 타샤와 지적인 대화를 나 누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거죠. 헬렌이 모두가 터 부시하고 하찮게 취급하는 집시라 불리는 여성에 대 해서 공감을 느끼고, 그 사람에 대한 애정이든 관심이 든 친절이든, 그게 뭐든 그 사람과 관계하면서 신뢰가 쌓였다는 거죠. 마지막 장면에서 보면 위기 상황에서 건너편에 있는 헬렌을 보고 타샤가 겨울 바다로 뛰어 들 수 있을 만큼의 신뢰가 쌓인 겁니다. 제가 보기엔 성, 이주 여성의 삶을 보여주고, 거기에 미혼모로 살 아가는 딸 켈리도 등장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어른이 기대하는 청소년의 모습은 반듯하게 성장해서 취직 하고 결혼하고 이런 것들을 기대하게 되는데, 켈리를 대하는 헬렌을 보면 헬렌은 파격적인 인물이죠. 그런 데 아까 말했듯이 켈리가 이중적인 부분도 있는 거예 요. 아버지와의 정치적 논쟁에선 신랄하게 비판하면 서 육아에 대해선 엄마한테 떠밀고 미루려고 하는 그 런 이중성 말이죠. 이것이 우리 사회에서 모든 것을 엄마에게 맡기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슈퍼맘, 슈퍼 우먼 이데올로기가 답습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요. 오히려 그러면서도 고마워하지도 않고 서로 짜 증내고, 갈등하고 하는 모녀관계가 많이 불편했어요. 두 사람 사이에서 서로 어긋나지 않고 서로의 눈빛을 진행자 섹슈얼리티 관련 영화를 상영하면 늘 나오 34
<이브닝 드레스> 장면 는 이야기들이 있어요. 저희 아카이브에 <이브닝 드 레스> 3) 라는 영화가 있는데요. 초등학교 여학생이 자 기 학교 여선생님을 너무나 좋아하는 이야기예요. 이 여자애는 톰보이 같은 여자애고요. 얘가 불어를 가르 치는 이 선생님한테 잘 보이려고 시도 쓰고, 편지도 쓰고 열심히 하다가, 선생님이 다른 남학생한테 관심 을 보이니까 질투에 휩싸여서 관계가 파탄 나는 그런 영화입니다. 그 영화를 저희가 정기상영회에서 상영 하고 나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어떤 분들은 이 아이 가 레즈비언이 아니고, 이 영화는 레즈비언 영화가 아 니라 성장영화라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합니다. 이 소 녀가 선생님을 좋아하는 건, 자신에게 결핍되어 있는 여성성을 선생님한테서 찾고 모방하는 거라고들 말 씀을 하시죠. 그런데 사실 영화에선 선생님의 여성성 을 이 소녀가 모방하는 게 전혀 나오지 않거든요. 이 아이는 자신이 여성스러워지고 싶다는 욕망 자체가 없어요. 톰보이 소녀가 여선생님을 너무나 사랑해서 열병을 앓는 스토리들이 펼쳐지는데, 굳이 이 영화는 레즈비언 영화가 아니라고 독해하려는 해석의 의지 려고 하지 않을까? 굳이 저건 아니고, 이건 성장담으 로만 읽어야 한다고 하는 독해의 욕망은 무엇일까? 궁금했습니다. 물론 성장담 맞죠. 그리고 레즈비언적 욕망을 지닌 소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 것인데, 굳 이 이것은 아니고 저것이다 라고 방점을 찍는 거죠. 오늘 논의 안에서도 그런 부분들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서 헬렌과 폴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드러나는 건 가족 안 에서의 갈등, 부부간에 단절된 친밀성의 문제이지요. 그러면서 헬렌과 타샤와의 관계를 보여주죠. 그랬을 때 이 동성애적 만남이 남편으로부터의 폭력과 소통 의 부재 상황에 기인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면, 반 대로 질문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성애 관계에 서도 그렇게 만나지 않나요? 기존의 관계에서 무언 가 부족한 부분, 물론 그것을 새로운 관계가 채워주 는 건 아니지만, 그 결핍으로 인해 기존의 관계가 멀 어지고 그것을 채워줄 다른 사람을 기대하며 다른 만 남을 갖게 되는 것 아닌가요? 저는 하나의 이성애에 서 다른 이성애로 이행해가는 것도 마찬가지의 과정 들이 보였습니다. 그 지점이 흥미로웠고요. 왜 스토 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따라서 이성애 관계에서의 리 안에 분명히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보 어떤 결핍이 동성애로 가게끔 했다는 논리는 별로 필 3) <이브닝 드레스 The Evening Dress>, 미리암 아지자 감독, 프랑스, 2009년, 98분, 극영화. 제1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상영작으로 현재 아 카이브 보라 에서 열람/대여 가능하다. 섹슈얼리티와 정체성, 교차되는 시선들 35
여성영화읽기워크숍 쾌girl 女 담 요치 않는 것 같아요. 이 영화에서 동성애 섹슈얼리티와 관련된 재현에 있어서 흥미로운 지점은 헬렌과 타샤의 에피소드에 서 그 관계가 묘사되는 방식의 차이에 있습니다. 처 음에 헬렌의 서사가 보여주는 에피소드에선 동성애 적 욕망이나 관계 맺기의 부분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다. 헬렌이 거의 마흔 살 넘어서 동성애 경험을 하고, 영화의 뒷이야기가 더 진행되어서 두 사람이 같이 살 아간다고 상상해 보죠. 그리고 헬렌이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하는 걸 상상한다면, 이때 커밍아웃은 뭔가 요? 자기가 동성애자라고 밝히면서 나오는 거죠. 아 웃 은 나온다는, 즉 벽장 밖으로 나온다는 은유인데 않거든요. 사실 헬렌의 부분에서 가장 주요하게 드러 나는 건 가족/남편과의 갈등인데 마지막에 타샤와의 관계가 암시될 뿐이죠. 그런데 타샤에 이르면 스토리 라인 가운데 가장 주요한 강조점은 헬렌과의 동성애 적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펍 장면에서 보면 헬렌은 너무나 귀여워 보이잖아요. 그건 타샤의 시선에 비친 헬렌의 모습이겠죠. 개인이 자신의 삶에서 어떤 정체 성을, 혹은 어떤 경험을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가지고 가느냐에 따라 지각과 기억하기의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영화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렇게 본다면 감독은 타샤라는 인물을 자신의 레즈비 언 정체성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 캐릭터로 설정 했다고 보여집니다. 반대로 헬렌의 섹슈얼리티를 생각해본다면 이렇게 질문해볼 수도 있겠지요. 헬렌은 타샤와 관계하기 이 전엔 이성애자 여성이었을까요? 아니면 본인의 동성 애자 정체성을 알지 못했던,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동성애자였을까요? 그게 아니라면 그녀는 이성애자 였다가 동성애자가 된 걸까요? 이 모든 것을 정체성 에 대한 질문으로 던져봤을 때, 이성애/동성애가 칼 로 무 자르듯 나눠질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꼭 이분법적으로 나눠서 사고할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커밍아웃에 대해서도 비틀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 요. 그러니까 스스로의 정체성을 숨기고 있었던 상황 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사람을 이성애자라고 생각하죠. 왜냐하면 이성애가 다수고, 동성애는 소수 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말입니다. 그런데 커밍아웃의 은유를 다시금 생각해 보면 본인이 적극적으로 나는 동성애자다 라고 얘기했을 때에야 그 사람이 비로소 동성애자라고 사회 안에서 인식된다는 건데요. 그렇 게 돌려 생각해보면 이성애자 혹은 이성애 사회라고 생각되는 영역 속에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숨기고 있 는 동성애자도 있을 테고,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전 혀 고민해 보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요. 혹은 자신이 이성애자라고 착각하는 동성애자도 있을 수 있을 것 이고, 동성애에 대한 끌림이 있지만 이성애자로 살려 고 노력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죠. 그렇게 봤을 때 이성애=다수=정상 이라는 등식은 이데올로기일 뿐 만 아니라 허구의 공간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상 따지고 보면 이성애 세계 안에는 정말 다양한 성정 체성을 지닌 사람들이 섞여있는 거죠. 게다가 이성애라고 해서 다 같은 이성애일까를 질 문해 보면 이야기는 더 복잡해집니다. 예를 들어 제 주변엔 나이 마흔이 넘었는데 혼자 살고 있고, 남자 와 사귀어본 경험이 전무한 분이 있는데, 자기를 굳 게 이성애자라고 말하는 분이 있어요. 그 분이 굉장 히 터프한 여성분이신데, 미팅 나가면서 나 여자 코 36
스프레 하러 간다 이렇게 말하고 가요. 자기는 남자 와 교제를 못 해봤기 때문에 꼭 사귀어봐야겠다고, 죽어도 남자를 한번은 만나봐야겠다고 말하면서 자 기는 절대 이성애자래요. 결핍으로서 남자가 존재하 는 거예요. 그런데 이 여성의 이성애와, 여러 명의 남 성과 꾸준히 사귀어온 여성의 이성애, 또는 결혼했다 가 이혼하고 돌싱으로 혼자 살아가는 50대 여성의 이 성애가 다 같은 이성애일까요? 역설적으로 이성애 는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영화가 재미있는 것은 한 개인의 정체성 을 둘러싼 무수히 많은 국면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 입니다. 예를 들어 타샤 같은 경우는 이주여성이기도 하면서 레즈비언이기도 하고, 헬렌의 경우는 노동계 급이면서 주부이고, 또 레즈비언 경험을 하게 되죠. 한 개인의 정체성을 서사화 한다고 했을 때, 하나의 축을 중심으로 서사화 하는 방식들이 많은데 이 영화 는 한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다 같이 서사 안에 끌어다놓고 있어요. 그런 부분들과 관 련해서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앞에서 이 영 화가 해피엔딩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해피엔딩인 가요? 다른 분들은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딩이라고 봤어요. 그리고 어떤 분들은 이 영화가 해피 엔딩을 이렇게 극명하게 보여주지 말고, 이 두 사람의 운명을 미궁으로 남겨둔 채 타샤가 바다로 뛰어내리 는 장면에서 정지화면으로 끝났으면 더 좋았을 텐데 라고 잔인하게 말씀하시는 분도 계셨는데요(웃음). 오늘 다시 보니까 다른 부분이 보이는 거예요. 처음 에 헬렌의 서사에서는 둘이 재회하는 걸로 끝나지 않 아요. 헬렌이 부둣가에 서서 계속 타샤를 기다리다 밤 이 되거든요. 헬렌 에피소드는 밤이 내려앉는 바다를 계속 응시하고 있는 헬렌을 보여주며 끝이 나요. 그 런데 타샤의 서사에서는 그렇게까지 시간이 흐르지 않는 상황, 아직 해가 떠 있는 상황에서 타샤가 바다 에 뛰어내려 헬렌과 다시 재회하는 것으로 끝나거든 요. 영화가 전체적으로 핸드헬드 카메라로 거칠게 촬 영된 화면을 보여주며 기교나 스타일을 거의 부리지 않고 있는데, 유일하게 마지막 장면, 즉 타샤 에피소 드의 끝이자 영화의 엔딩 장면에서 타샤가 수영을 해 뭍으로 올라오는 장면만이 느린 화면으로 보여져요. 유일하게 스타일적 기교를 부린 장면이지요. 그리고 타샤가 헬렌을 보면서 걸어가는 모습의 프리즈 프레 임(정지 화면)으로 영화가 끝나죠. 두 사람이 만나는 시간을 유예시키며, 만난 것도 만나지 않은 것도 아닌 영화의 결말은 해피엔딩? 상태에서 영화적 시간은 멈추어 버립니다. 이걸 다시 보면서 두 사람의 재회가 현실인지 아니면 타샤의 소 참여자3 해피엔딩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 그래도 망이거나 판타지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고요. 앞의 에피소드와 뒤의 에피소드에서 서사가 달 참 다행이다 싶었어요. 타샤가 체코로 안 끌려가서 다 행이라고 생각했죠. 진행자 저도 처음엔 두 사람이 만나게 되는 해피엔 라지고, 이것들이 충돌하면서 해석은 관객에게 열어 두는 방식으로 영화는 끝이 나는 것 같아요. 그랬을 때 자유롭게 떠났던 폴은 섹슈얼리티와 정체성, 교차되는 시선들 37
여성영화읽기워크숍 쾌girl 女 담 참여자4 폴의 에피소드에서 폴이 배가 떠나는 장 면을 보고 차에 타고 가거든요. 환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진행자 폴의 해피엔딩 역시도 타샤가 보는 판타지 이다 라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폴은 카펫이 없는 세상 밖에 나가서 희망을 찾을 수가 없으니까 마약, 알코 올 중독 등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사회적 루저로 살 아가죠. 그렇게 영화가 소외된 아일랜드 출신 노동계 급 남성의 사회적 반항을 서사화한다는 측면에서 점 수를 많이 받았는데요. 그 영화 안에서 이들이 자신들 의 분노를 어디에 표출 하느냐면 여성이나 이주민, 성 으로 떠나고 싶다고 했는데, 어딜 가나 먹고 일을 해 야 할 텐데 과연 카펫이 없는 세상은 존재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드네요. 노동계급 남성의 자기 서사화 적 소수자들에게 폭력적으로 표출하고 있어요. <지포 > 역시 아일랜드 출신 젊은 세대의 문제와 함께 노동 계급의 문제를 서사화하는 측면이 있죠. 그런데 하층 계급 남성들의 힘겨움을 이야기하면서 모두가 힘들 다 라고 동급으로 놓는 것은 상대주의로 빠질 수 있는 위험이 있는 것 같아요. 폴이 저소득 계층 남성으로서 진행자 많은 분들이 폴 역시 저소득 계층 남성으로 겪는 소외의 경험을 사회적으로 논할 필요가 있지만, 서 어려움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다섯 명이 나 되는 자식들 부양해야 하고, 그런데 애들이 가부장 의 권위를 인정해 주는 것도 아니고, 부인은 계속 잔 소리하고요. 폴의 시선에서 보면 그렇죠. 그때 이 남 자는 얼마나 피곤할까 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어 요. 폴, 폴과 헬렌의 아들, 그리고 타샤를 괴롭히는 10 대들이 영화에서 다루어지는 방식을 보면, 이 영화가 그의 소외에 대한 분노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봤 을 땐 여전히 문제 제기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죠. 그 분노가 여성이나 인종적 소수자 등 자신보다 더욱 열 악한 환경에 있는 소수자를 향하는 방식이기 때문입 니다. 그런 부분들이 이야기 됐던 것 같고요. 또 다른 이야기 있으신가요? 4조와 5조에서는 어떤 얘기들이 나왔는지 말씀해 주세요. 영국에서 오랜 실업난을 겪고 있는 젊은 계층의 문제 를 다루고 있다고 보여지죠. 그런데 영국의 하층계급 4조 여태껏 나왔던 얘기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 노동자들에게 있어서 이들의 실업이라고 하는 게 타 인종이나 난민, 불법이주노동이 유입되면서 자신들 의 일자리를 빼앗긴 것처럼 담론화 되는 부분을 영화 가 정확하게 짚어주고 있습니다. 그때 저는 <트레인 스포팅>이라는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그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 각광을 많이 받았죠. 영국에서 소외된 노 동계층의 문제, 그 가운데에서도 아일랜드 출신 영국 인 젊은이들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요. 이 젊은이들이 다(웃음). 저의 개인적인 생각은 구성을 폴/헬렌/타 샤 보다는 폴/헬렌/켈리로 가져왔으면 더 좋지 않았 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든 시선이 다 켈리를 나쁜 딸/나쁜 친구로 설정한 것 같은데, 켈리도 나름 의 이유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린 아이 를 낙태하지 않고 낳았다는 측면에서도 그렇고, 기르 려고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는 거죠. 그런데 영화에선 켈리의 이야기가 빠져 있어서 오히려 이 여성의 이야 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