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urance Issues 전문가기고 22 장경영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 Ⅰ. 시작하며 Ⅱ. 기대수익률을 낮춰 잡아라 Ⅲ. 일찍 시작하라 Ⅳ. 은퇴저축금액 늘려라 Ⅴ. 금융이해를 높여라 Ⅵ. 마치며
시작하며 지난해부터 저성장(slow economic growth)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유럽 재정 위기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데다, 급속한 고령화로 향후 경제 성장세가 예상 보다 빠른 속도로 둔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6%를 기록해 당초 정부 예상치였던 3.8%를 밑돌았다. 올해 성장률도 지 난해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 1) 와 LG경제연구원 2) 은 올해 한국 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3.6%를 제시했다. 한국 경제의 3대 성장 동력(수출, 내수, 정부)이 모두 약화돼 저성장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앞으로도 중장기적인 저성장 시 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고령화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력 규모 변화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 효과 총경제활동인구 연평균증감률(%) 잠재성장률하락(%포인트) 2000 2010년기간대비 2000 2010년 1.12-2011 2018년 0.41 0.43 2019 2030년 0.68 1.08 자료:삼성경제연구소, 고령화에 따른 노동시장 3S 현상 진단. 2011.8.3. 저성장 시대는 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저성장은 은퇴 후 삶에 대비한 자 산 축적의 기대수익률을 떨어뜨린다. 모든 자산의 수익률은 궁극적으로 경제성장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낮은 기대수익률을 감안한 를 해야 한다. 수익 률이 낮은 만큼 더 일찍 를 시작해야 하고, 은퇴저축금액도 늘려야 한다. 또 저성장 국면이 이어지면, 에 필요한 금융이해력(financial literacy)을 높여 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고도성장기와는 달리, 양보다는 질을 추구하는 삶과 과도한 소비를 지양하는 삶이 특징인 슬로 라이프(slow life)에 익숙해질 필요도 있다. 저성 장 시대에 맞는 방법을 알아보자. 1 삼성경제연구소, 2012년 세계경제 및 한국경제 전망. 2011.9.21 2 LG경제연구원, 2012년 경제전망-국내 경제 성장률 3%대로 하락. 2011.9.28 월간생명보험 MARCH 2012 23
Insurance Issues 전문가기고 24 기대수익률을 낮춰 잡아라 12.5 국고채 수익률(연%) 저성장 시대엔 과거와 같은 높은 수익 경제성장률(%) 률을 기대하기 어렵다. 경제성장률이 둔 화되면, 자산 수익률이 하락하는 게 일 7.3 반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경제성 4.34 장률과 국고채 수익률의 관계를 살펴보 2.9 면, 외환위기가 터지기 전 3년간 경제성 장률이 연평균 7.3%일 때 국고채 수익률 1995-1997 2008-2010 해당 기간의 연 평균 수지임. 국고채는 3년을 기준임 은 연 12.5%(3년물 기준)였으나, 글로벌 자료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금융위기 여파로 2010년까지 3년간 경 제성장률이 연평균 2.9%로 떨어지자 국고채 수익률도 연 4.3%로 하락했다. (단위:%) 25 20.7 경제성장률 20 서울 아파트매매가격 등락률 15 11.9 10 9.4 5 0 5.8 2.9 2 1988-1991 1999-2007 2008-2010 자료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부동산 수익률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 된다.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9.4%였던 1988 1991년엔 서울 아파트매매가격 등락률이 20.7%에 달했다. 이에 비해 연평균 경제성 장률이 5.8%를 기록한 시기(1999 2007 년)엔 11.9%로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2008 2010년)엔 더 떨어져 2%에 불 과했다. 이 같은 기대수익률 하락은 은퇴자산 축적(accumulation)에 영향을 미친다. 필요 한 은퇴자산을 모으려 할 때, 기대수익률이 낮아지면 은퇴저축기간을 늘리거나 은퇴 저축금액을 늘려야 한다. 이에 대해선 뒤에 상술한다. 기대수익률 하락은 축적한 은 퇴자산을 인출(decumulation)할 때에도 영향을 미친다. 은퇴 후 은퇴자산에서 생활 비를 꺼내 쓸 때 남은 은퇴자산은 수익률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은퇴설 계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개념인 4% 룰(rule) 을 살펴보자. 미국 재무설계 전문가인 윌리엄 벤젠은 1926 1976년 미국의 주식 및 채권 수익률과 인플레이션을 이용해, 주식과 채권 각각 50%로 구성된 은퇴자산을 가지고 은퇴 후 최소 30년 이상 생활하 려면, 은퇴자산에서 첫 해 인출할 비율은 4%가 적당하다는 분석 결과를 소개했다. 벤 젠은 첫 해 인출률 5%는 위험하고(risky), 6%는 도박(gambling)에 가깝다고 주장했
다. 은퇴기간 30년이 지나기 전에 은퇴자산이 바닥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는 것이 다. 따라서 안전한 인출률(safe withdrawal rate) 은 4%라고 강조했다. 저성장으로 은퇴자산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진다면, 안전한 인출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동 일한 은퇴자산을 모았더라도 꺼내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일찍 시작하라 와 관련해서 자주 거론되는 용어로 카페라떼 효과 가 있다. 일상생활에서 하찮게 여길 수 있는 카페라떼 커피 한잔 값(4천원)을 아껴 꾸준히 저축하면 은퇴자 금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 용어다. 적은 돈이라도 꾸준히 모으면 복리의 마 술 (magic of compound interest)을 경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매월 12만 원(4천원 30일)을 저축할 경우, 기대수익률이 6%라면 약 27년만에 1억원을 모을 수 있지만, 기대수익률이 1%포인트 떨어져 5%라면 3년 정도 늘어난 30년이 걸린다. 이처럼 저성장에 따른 기대수익률 하락은 복리의 마술에 필요한 시간을 연장시킨 다. 결국 를 좀 더 일찍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통계청 2010년 가계금융조 사의 마이크로데이터 분석 결과를 이용해 기대수익률 하락이 에 필요한 시간 을 얼마나 연장시키는지 알아보자. 전체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은퇴 연령(세) 65 61 63 63 65 68 노후 월 평균 최소생활비(만원) 140 138 156 160 148 121 노후 월 평균 적정생활비(만원) 216 224 242 243 226 188 노후 대비 월 평균저축액(만원) 27 20 34 37 34 16 은퇴연령은 현직뿐만 아니라 모든 직업에서의 은퇴를 의미함. 생활비는 현재 가격을 기준으로 함. 저축액은 저축, 보험, 공적 사적 연금 등을 모두 포함한 금액임. 자료 : 통계청 2010 가계금융조사 기간을 늘리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20대와 30대를 살펴보자. 위의 자료에 서 20대가 생각하는 은퇴 연령(61세)에 필요한 월 평균 최소생활비는 138만원이다. 물가상승률이 3%라고 가정하면, 현재 27세인 사람이 61세가 됐을 때 월 평균 377만 원이 필요하다. 이 사람이 100세 사망한다고 가정해 그 때까지 39년동안 매월 생활 비(물가상승률을 반영한)를 확보하려면, 기대수익률이 6%일 경우엔 매월 120만원씩 342개월(약 28년)간 저축해야 한다. 기대수익률이 4%로 2%포인트 떨어지면, 저축기 간이 413개월(약 34년)로 늘어난다. 월간생명보험 MARCH 2012 25
Insurance Issues 전문가기고 26 27세 예상 은퇴 연령 61세 노후 월 평균 최소생활비 138만원 기대수익률 6% 가정 기대수익률 2%포인트 하락 기대수익률 4% 가정 매월 120만원 약 28년 저축 은퇴저축 기간 6년 연장 매월 120만원 약 34년 저축 61세 노후 월 평균 최소 생활비 377만원 100세까지 필요 생활비 총액 10.4억원 30대가 생각하는 은퇴 연령(63세)에 필요한 월 평균 최소생활비는 156만원이다. 물가상승률이 3%라고 가정하면, 현재 35세인 사람이 63세가 됐을 때 월 평균 356만 원이 필요하다. 이 사람이 100세 사망한다고 가정해 그 때까지 37년동안 매월 생활 비(물가상승률을 반영한)를 확보하려면, 기대수익률이 6%일 경우엔 매월 160만원씩 282개월(약 24년)간 저축해야 한다. 기대수익률이 4%로 하락하면, 저축기간이 333 개월(약 28년)로 늘어난다. 35세 예상 은퇴 연령 63세 노후 월 평균 최소생활비 156만원 기대수익률 6% 가정 기대수익률 2%포인트 하락 기대수익률 4% 가정 매월 160만원 약 24년 저축 은퇴저축 기간 6년 연장 매월 160만원 약 28년 저축 63세 노후 월 평균 최소 생활비 356만원 (물가상승률 3% 가정) 100세까지 필요 생활비 총액 9.6억원 은퇴저축금액 늘려라 40대와 50대는 20대와 30대에 비해 은퇴까지 남은 기간이 짧기 때문에, 은퇴저축 금액을 늘려 저성장에 따른 기대수익률 하락에 대응할 수 있다. 40대가 생각하는 은 퇴 연령(63세)에 필요한 월 평균 최소생활비는 160만원이다. 물가상승률이 3%라고 가정하면, 현재 43세인 사람이 63세가 됐을 때 월 평균 288만원이 필요하다. 이 사람 이 100세 사망한다고 가정해 그 때까지 37년동안 매월 생활비(물가상승률을 반영한) 를 확보하려면, 기대수익률이 6%일 경우엔 20년간 매월 171만원을 저축해야 한다. 기대수익률이 4%로 하락하면, 20년간 저축금액이 171만원에서 213만원으로 24.5% 증가한다.
43세 예상 은퇴 연령 63세 노후 월 평균 최소생활비 160만원 기대수익률 6% 가정 기대수익률 2%포인트 하락 기대수익률 4% 가정 20년간 매월 171만원 저축 은퇴저축 기간 6년 연장 20년간 매월 213만원 저축 63세 노후 월 평균 최소 생활비 288만원 (물가상승률 3% 가정) 100세까지 필요 생활비 총액 7.7억원 50대가 생각하는 은퇴 연령(65세)에 필요한 월 평균 최소생활비는 148만원이다. 물 가상승률이 3%라고 가정하면, 현재 50세인 사람이 65세가 됐을 때 월 평균 230만원 이 필요하다. 이 사람이 100세 사망한다고 가정해 그 때까지 35년동안 매월 생활비 (물가상승률을 반영한)를 확보하려면, 기대수익률이 6%일 경우엔 15년간 매월 209만 원을 저축해야 한다. 기대수익률이 4%로 하락하면, 15년간 저축금액이 209만원에서 245만원으로 17.2% 증가한다. 50세 예상 은퇴 연령 65세 노후 월 평균 최소생활비 148만원 기대수익률 6% 가정 기대수익률 2%포인트 하락 기대수익률 4% 가정 15년간 매월 209만원 저축 은퇴저축 금액 17% 증가 15년간 매월 245만원 저축 63세 노후 월 평균 최소 생활비 230만원 (물가상승률 3% 가정) 100세까지 필요 생활비 총액 6.0억원 위의 시뮬레이션 결과, 기대수익률이 6%일 때 40대와 50대가 은퇴 후 100세까지 필요한 생활비를 준비하기 위해 매월 저축해야 하는 금액이 171만원과 209만원이다. 반면, 통계청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40대와 50대의 노후 대비 월 평균 저축액은 37 만원과 34만원에 불과하다. 은퇴저축금액이 매우 부족한 것이다. 부동산 자산 비중을 낮춰, 원리금 상환부담을 줄이고, 그로 인해 생기는 여윳돈을 노후 대비 저축에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통계청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40대와 50대 가구주의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70.7%와 78.6%에 달한다. 부동산에서 가장 큰 비중은 주택이 차지하고 있고, 주택 소유자의 대다수는 주택을 구입하느라 빚을 지고 있다. 실제로 40대와 50대의 평균 부채는 7,513만원과 8,806 만원이다. 연 6% 이자율을 적용하면, 월 이자 부담은 37만원과 44만원이다. 월간생명보험 MARCH 2012 27
Insurance Issues 전문가기고 28 40대와 50대의 평균 부채와 월 이자 평균 부채 월 이자 부담 노후 대비 월 평균 저축액 40대 7,513만원 37만원 37만원 50대 8,806만원 44만원 34만원 월 이자 부담은 연 6% 금리를 적용해 저자가 계산한 것임 자료 : 통계청 2010 가계금융조사 금융이해력을 높여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금융이해력은 소비자 (또는 투자자)들이 금융 상품 및 관련 개념을 잘 이해하 고, 금융에서의 위험과 기회를 올바로 인식하며, 자신 들의 금융 웰빙(financial well-being)을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아는 능력 이라고 정의한다. 예를 들 면, 금융 관련 개념 중에서 단리(simple interest)와 복 리(compound interest)의 차이나, 명목(nominal)과 실질(real)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경제가 높은 성장세를 보일 땐, 금융이해력의 중요성이 덜하다. 1997년 말 외환위 기가 터지기 전, 한국 경제는 연 7 8%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당시 은행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금리는 연 10%가 넘었다. 이처럼 안정적으로 고수익이 보장되는 상황에선 단리와 복리의 구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경제 성장세가 약화되면 금융 이해력의 중요성이 커진다. 한국 경제는 2003년부터 연 2 5% 수준의 성장률을 나타 냈고, 은행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금리는 연 3 5%로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바뀌 면 복리의 개념을 알고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유리 하다. 금융이해력은 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금융이해력이 낮으면, 수수료를 많이 내는 펀드를 선택하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도 많은 비용을 치르며, 은퇴자 산을 덜 모으게 된다는 실증 연구가 많다. 지난해 전미경제연구소(NBER,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의 한 연구는 미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한 금 융이해력 측정 질문의 응답 결과와 여부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금융
이해력이 높은 사람이 계획을 세울 가능성이 10%포인트 더 높고, 계획없이 은퇴를 맞는 사람은 계획을 세워 준비한 사람의 은퇴자산의 절반 밖에 모으 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금융이해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과 영국의 경우, 국민들의 금융이해력 을 높이기 위해 국가전략을 마련해 금융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20여개 정부 기구가 참여하는 금융이해력 교육 위원회(Financial Literacy and Education Commission) 가 금융교육 정책을 수립하고, 영국은 금융감독청(FSA)과 재무부의 주 도하에 금융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여러 기관이 금융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교육대 상과 내용의 다양성 측면에서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대한 대책의 하나로, 퇴직연금 가입자 교육을 를 위한 금융이해력 향상 교육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마치며 지금까지 저성장을 감안해 은퇴자산을 어떻게 준비할지에 대해 알아봤다. 마지막으 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저성장에 맞춘 슬로 라이프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슬 로 라이프와 긴밀한 관계가 있는 개념은 슬로 시티(slow city)이다. 슬로 시티는 1999 년 슬로 푸드(slow food) 운동을 벌이던 이탈리아의 4개 도시(오르비에토, 그레베, 브 라, 포지타노) 시장들이 모여 산업화와 대도시화 등으로 인해 본래 모습을 잃어버리 고 물질만을 추구하는 삶을 걱정하면서 인간답게 사는 마을 인 슬로 시티 운동을 선 언하면서 시작됐다. 슬로 라이프의 대표적인 특징은 양보다는 질을 추구하는 삶과 과도한 소비를 지양 하는 삶이다. 빨리 성장하는(fast-growing) 경제에 맞춰진 라이프 스타일을 저성장 에 맞게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고도성장기를 거쳐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 (1955 1963년 출생자)는 이런 필요성이 크다. 지난해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의 한 연구 에 따르면, 은퇴가구에서 은퇴 전에 비해 소비가 9%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저성장 시대엔 소비 감소폭이 더 커질 수 있다. 은퇴 후 소비 감소에 적응할 수 있게 슬 로 라이프에 익숙해져야 한다. 월간생명보험 MARCH 201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