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민사적 쟁점: 제조물책임과 인과관계 입증 송 정 은* 1)정 남 순**2) <국문초록>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함으로써 손해를 입은 피해자들은 현재 가습기살균제를 제조 및 판매한 업 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 대량으 로 생산되는 제품의 결함으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사안으로 일반불법행위책임의 특 칙이라고 할 수 있는 제조물책임법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우리 법원은 제조물책임법 제정 이전부터 제조물책임적 성격을 갖는 일련의 사건들에서 제조물 의 결함에 대한 제조자 등의 과실 및 결함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피해자의 입증책 임을 완화함으로써 피해의 구제를 모색해 왔다. 그러나 법원은 일부 사례에서 제조물책임법상, 결 함을 제조상의 결함, 설계상의 결함, 표시상의 결함 으로 유형화하고 있다고 하면서 설계상의 결함 및 표시상의 결함 의 경우는 과실책임으로 해석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는 결국 피해자가, 제조자가 결함의 존재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야하는 것으로서 일반불 법행위책임과 실질적으로 차이가 없는 것이라 할 것이다. 제조물책임법의 영역에서도 사실적 인과관계, 즉 결함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이 입증되어야 하는 점은 일반불법행위책임에서와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러한 제조물책임에서는 특 히 역학적 인과관계의 적용여부가 문제되고 있다. 우리 대법원은 역학적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하 더라도 곧바로 개별적 인과관계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법원은 특이성 질환 혹은 비특이성 질환을 구분하여, 특이성 질환의 경우 역학적 상관관계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지만 비특이성 질환의 경우는 역학적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개별적 인과관 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원의 논리는 상당한 비판을 받고 있다. 특이 성 질환 및 비특이성 질환의 구분은 학문적 근거가 없는 것이고 법원에서 말하고 있는 하나의 병인에 의하여 발생 하여야 한다는 것과 병인(원인)과 질병 발병(결과)이 명확하게 대응 하여야 한다는 요건을 갖추는 특이성 질환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우리 법원은 환경소송 및 제조물소송에 있어서 이른바 인과관계 입증 완화 법리를 채택함으로 써 실질적인 피해구제를 시도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에서도 이러한 법리가 적용되어야 한 다. 또한, 비록 법원의 인과관계 입증 완화 법리 채택여부와 무관하게 법관의 자유심증에 따라 판 결이 내려진다고 하더라도, 감정인의 감정결과가 감정 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의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해야 한다 는 대법원의 입장에 비추어, 법원이 당해 사건을 판단함에 있어 역학연구결과 역시 증거로서 부정하지 말고 존중해야 할 것이다. 주제어: 가습기살균제, 제조물 책임, 고엽제 소송, 인과관계 입증 완화, 역학적 인과관계 DOI: 10.18215/envlp.16..201602.1 * 강원대학교 일반대학원 법학과 박사과정 ** 변호사, 환경운동연합 환경법률센터 부소장
2 환경법과 정책 제16권(2016.2.28.) Ⅰ. 들어가며 Ⅱ.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경과 Ⅲ.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제조물 책임 Ⅳ.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인과관계 입증 완화 Ⅴ. 나가며 Ⅰ. 들어가며 피해유발행위(혹은 인자)가 직접적인 손해를 즉각적으로 유발하는 경우와 달리 행위(혹은 인자)와 피해가 간접적이거나 시간적 간극이 있는 경우 이에 대한 세세 한 연결고리를 모두 확인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고도의 기술이 집약 되어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으로 인한 손해의 경우나, 대기오염 혹은 수질오염에 의한 공해로 인한 손해가 발생하는 영역이 바로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특히 특 정한 제품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있어서 제조물책임의 인정여부를 결 정짓는 때에는 당해 제조물이 결함이 있는지 여부가 주로 다투어진다. 그리고 그 러한 특수불법행위책임의 경우가 아닌 일반불법행위책임의 경우에는 피해유발행위 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입증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도 제조물의 결함과 발생한 손해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후자의 경우와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러한 인과관계와 관련하여 실제 소 송실무에서는 신체의 피해의 경우 역학연구결과가 증거로 제출되는 사례가 늘면서 역학적 인과관계 인정여부가 문제되고 있고 제조물책임영역에서도 특히 역학적 인 과관계와 관련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우리 법원은 제조물책임법 시행 이전부터 제조물책임과 관련한 영역에서의 특수 성을 인정하여 제조물의 결함 추정 및 인과관계입증을 완화하는 시도를 통하여 실 질적인 피해구제를 도모하여 왔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며 이 글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 어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으로 인한 손해임과 동시에 공기를 통한 흡입으로 인한 손해라는 점에서 환경소송 및 제조물책임소송에서 그동안 판례가 채택해 온 전형 적인 인과관계입증완화의 법리가 적용될 필요성이 있는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가습기살균제 사용 피해자와 제조 및 판매업체들 간의 소송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민사적 쟁점 _ 송정은 정남순 3 에서 향후 판결의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러므로 우선 가 습기살균제 사건의 경과와 내용을 알아보고(Ⅱ), 당해 소송에서의 쟁점인 제조물책 임에 관하여 기존 법원의 판례를 검토한다. 그리고 제조물책임법상 제조물의 결함 과 더불어 제조물책임의 성질이 무과실책임인지 여부,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한 손 해의 추정 여부를 판단한다(Ⅲ). 또한 그동안 소송으로 진행된 환경소송 및 제조물 책임소송 사례를 통하여 법원의 인과관계 입증완화법리가 적용되는 방식을 살펴봄 으로써 가습기살균제 사건에서 실제 쟁점이 되고 있는 역학적 인과관계의 적용여 부 및 그 타당성을 점검하여(Ⅳ) 향후 판결결과를 가늠해 보고자 한다. Ⅱ.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경과와 내용 2011. 4. 말 서울시내 모 의료기관 중환자실에서 급성호흡부전을 주 증상으로 하는 임산부 환자가 연달아 입원하고 있다는 신고와 함께 조사 요청이 접수되었다. 위 신고를 받은 질병관리본부는 2004년부터 2011년까지 8년간 위 의료기관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를 실시하였다. 역학조사에서는 원인불명 사망사고의 가장 강력한 요인이 가습기살균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1) 또한 이후 진행된 동물흡 입독성실험에서도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동물들에게서 원인미상폐손상 환자와 동 일한 폐손상이 확인되었다. 2) 정부는 질병관리본부와 시민단체를 통해 접수된 가습기살균제에 따른 폐손상 의 심 신고 사례 361건의 기존 의료기록(X-ray 의무기록 설문조사 병리학적 소견) 을 검토하여 개별피해자들과 가습기살균제 관련성 여부를 판정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조사위원회를 구성하였다. 2014년 3월 가습기살균제피해조사위원회는 의심사 1)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 역학조사과, 원인미상 폐손상 역학조사 중간결과, (주간) 건강과 질병, 제4권 제45호, 질병관리본부, 2011, 817-818면. 2)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보도자료, 6종 가습기살균제, 수거 명령 발동-동물흡입실험에 서 원인미상폐손상 환자와 부합하는 조직검사 소견 확인-, 2011., 당초 사망한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가습기살균제가 그 원인으로 지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질병관리본 부는 제품안전기본법에 따른 제품에 대한 수거 권고조치만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임산부 의 사망이 가습기살균제의 영향에 따른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가습기살균제의 위해성을 확인하는 매우 강력한 증거임에도 단순권고조치만을 취한 것은 (또한 수거명령 이후에도 가습기살균제가 계속 판매된 것과 관련하여 수거명령의 실효성 문제에서도) 피해의 최소 화보다는 기업이 받을 타격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대응이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대한변호사협회, 2011 인권보고서, 제26집, 2012, 193-194면.
4 환경법과 정책 제16권(2016.2.28.) 례 361건 중 127명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가능성이 거의확실 한 것으로, 41 명은 가능성 높다 는 판정결과를 발표하였다. 3)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 접수로부터 여러 해가 지나는 동안 가습기살균제를 제조 판매한 회사들은 인명피해에 대하여 사과를 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있는 정부의 피해지원도 피해전부가 아닌 치 료 및 악화방지비용 등으로 매우 제한적이다. 결국 최종적인 피해구제는 피해자들 과 가습기살균제 제조 및 판매업체간의 소송으로 남겨져 있는 상황이다. 4) Ⅲ.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제조물 책임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의 결함으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사안으로 일반불법행 위책임의 특칙이라고 할 수 있는 제조물책임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3) 조사결과 361명 중 가습기살균제 폐손상이 거의 확실한 사례가 127명, 가능성이 높은 사 례가 41명, 가능성이 낮은 사례가 42명,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례가 144명으로 확인되었 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환경부 보도참고자료, 가습기살균제 폐손상 의심사례 조 사결과 발표- 폐손상 조사위원회 통한 과학적으로 타당하고 투명한 조사 수행-, 2014. 4) 한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유족 등이 가습기살균제 관리를 소홀히 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제1심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즉 재판부는 국가 는 2003년 PGH에 대한 유해성심사 결과 급성경구독성이 낮고 피부와 눈에 자극성 및 무 식성,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물질도 아니며 돌연변이 유발물질도 아니어서 유독물 또는 관 찰물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정을 하였는데 이는 관련 법령에 규정에 따른 것이어서 가습기 살균제를 유해물질로 지정하여 관리하지 않은 데에 대한 국가의 주의의무 소홀에 따른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 고, 가습기 살균제는 세정제로 판매될 경우에는 자율 안전확인 대상 공산품에 해당하여 그 제조업자 및 수입업자가 해당 공산품이 안전기준에 적합한 것임을 스스로 확인한 후 이를 신고하도록 되어있으나, 살균제제로 판매될 경우에 는 자율 안전 확인 및 신고의무를 제조업자에게 강제할 근거가 없고 실제로 가습기 살균 제의 제조업자들은 자율 안전 확인 및 신고를 한바 없기 때문에 국가로서는 신고 되지 않은 가습기 살균제의 성분 및 그 유해성을 확인하여야 할 의무나 확인할 수 있는 제도 적 수단이 없었 으며, 원인미상의 급성 간질성 폐질환은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감염병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즉시 역학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관계법령에 따른 의무를 게을리 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가습기 살균제는 감염병 예방이 아닌 가습기의 물 때 방지 등과 같은 청소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던 것이므로 의약외품범위지정(보건복지 부 고시)에 따른 의약외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소속 공무원이 가습기 살균제를 의약외품으로 구분하여 관리하지 아니한 데 과실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고 판시하며 원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1. 29. 선고 2012가합4515., 이에 피해자인 원고들은 항소하였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민사적 쟁점 _ 송정은 정남순 5 제조물 책임이란 하자 있는 상품에 의해서 그 구입자, 사용자 혹은 제3자가 피 해를 입은 경우에 그 판매에 관여한 자가 부담하는 책임을 말한다. 5) 이러한 제조 물 책임의 법리는 20세기에 이르러 미국의 판례에 의하여 발전된 것이다. 원래 제 조물 책임의 법리는 이른바 계약당사자의 원칙을 벗어나기 위하여 발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종래에는 계약당사자의 원칙에 의하여 제조자는 자신과 직접적인 계 약관계에 있는 사람에 대하여만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한 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이 었다. 그러나 1916년 미국 MacPherson 사건 6) 에서 계약당사자의 원칙을 변경함으 로써 제조자의 과실책임을 인정한 것을 계기로 제조물 책임 법리가 발전되어 왔 다. 7) 1. 제조물 책임법 제정 전 우리 판례의 동향 제조물 책임법이 제정되기 이전에 우리 법원은 제조물 책임적 성격을 갖는 일련 의 사건들에 대한 판단을 통해서 제조물로 인한 피해의 구제를 모색해 왔다. 판례 의 경향을 보면, 대체적으로 제조물로 인한 피해의 구제를 일반불법행위적 책임구 성에 의하여 처리하되, 경우에 따라 제조물의 결함에 대한 제조자 등의 과실 및 결함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피해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함으로써 일반 불법행위책임에서의 과실책임의 원칙을 완화하는 입장을 취하였다. 8) (1) 경상사료 사건 9) 양계업자가 닭사료 제조회사에 배합사료를 구입하여 양계에 급식한 후 3 4일 후부터 닭들이 심한 탈모현상과 더불어 난소가 위축되고 복강 내 침출물이 충만되 는 등 심한 중독현상을 일으키고 계사 당 매일 약 80%에 달하던 산란율이 급격하 게 저하되기 시작하여 약 10일이 경과한 후에는 30% 이하로 떨어져 양계의 경제 성이 완전상실 되어 끝내는 모두 폐기처분을 하게 되었다. 이에 원고는 배합사료 에 어떤 불순물이 함유된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하여 그 사료제조판매자에게 불법 5) 서철원, 미국 불법행위법, 법원사, 2005, 141면. 6) MacPherson v. Buick Motor Co., 217 N.Y. 382, 111 N.E. 1050(1916). 7) 윤진수, 제조물책임의 주요 쟁점-최근의 논의를 중심으로-, 법학연구 제21권 3호, 연 세대학교 법학연구원, 2011, 2면. 8) 권오승, 신은주, 홍명수, 차성민, 이현종, 제조물책임법, 법문사, 2003, 17-18면. 9) 대법원 1977. 1. 25. 선고 75다2092 판결.
6 환경법과 정책 제16권(2016.2.28.) 행위에 근거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대법원은 배합사료와 기초사료에 어떠한 불순물이 함유되었고 또 그것이 어떤 화학적 영양학적 내지는 생리적 작 용을 하여 이를 사료로 한 닭들이 난소협착증을 일으키게 되고 산란율을 급격 현 저하게 저하케 한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어도 위 사료로서 사양시 험을 한 결과 똑같은 시험결과를 보였고 급식방법이나 계사관리 또는 사료보관에 어떤 이상이 없었고 사양시험에 제공했던 사료들이 변질되거나 부패한 것도 아니 고 또 이건 사료를 급식할 무렵 닭들에 시주한 뉴켓슬 예방주사의 시주방법이나 약품에 아무런 하자도 없어 적어도 그 사료에 어떤 불순물이 함유된 것이 틀림없 어 제조과정에 과실이 있었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사육하던 닭들이 위와 같은 현 상을 초래하게 된 경우에는 그 사료 제조 판매자에게 불법행위의 책임이 있다. 고 판시함으로써 제조업자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였다. 이 사건에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계약관계가 존재하였으나 법원은 일반불법행 위에 의한 제조물책임의 법리구성의 방향을 제시하였다. 또한 이른바 간접사실에 의한 사료 제조상의 결함 및 그에 대한 피고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하였고, 제 조물이 유통과정에 놓인 이후에 어떤 변질이 없었다면 해당 제조물에 함유된 불순 물은 제조과정에서의 피고의 과실을 사실상의 추정에 의하여 인정하고 있다는 점 에서 주목되는 판례이다. 10) (2) 변압변류기 폭발 사건 11) 광석채굴회사인 원고는 피고 회사가 제조한 계기용 변압변류기를 구입하여 설치하였 는데, 2년 2개월 후에 이상전압의 침입으로 과열되어 화재가 발생하였고(1차 폭발), 광 업소 소속 직원인 甲 및 乙 등이 소화기로 진화작업을 하고 일단 불길을 잡은 뒤 나가 려는 순간에 변압변류기가 다시 폭발하여(2차 폭발) 변압변류기 내부에서 가열된 절연 유가 쏟아져 나오면서 甲 과 乙 을 덮쳐 그들이 전신에 중화상을 입고 甲 은 화상으로 인 한 패혈증 및 폐부전증 등으로 사망한 사건이다. 10) 사법연수원, 특수불법행위, 2008, 138면., 특히,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비록 본건 사료에 어떠한 불순물이 함유되어 있고 또 그것이 어떤 화학적 영양학적 내지는 생리적 작용을 하여 이를 사료로 한 닭들이 위와 같은 난소협착증을 일으키게 되고 산란율을 급격히 현저하게 저하케 한 것인지는 이 사건에서 구체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적 어도 그 사료에 어떤 불순물이 함유된 것이 틀림없어 제조과정에 과실이 있었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사육하던 닭들이 위와 같은 현상을 초래하세 된 것이라는 이른바 인과관 계는 입증되었다 고 하였다. 11) 대법원 1992. 11. 24. 선고 92다18139 판결.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민사적 쟁점 _ 송정은 정남순 7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물품을 제조하여 판매하는 제조자는 제품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현대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 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하여야 할 책임이 있고, 이러한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 내지 하자로 인하여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계약상의 배상의무와는 별개로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의무를 부담한다. 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은 종래 학계에서 논의되던 제조물책임의 법리를 본격적으로 채택하면서, 제 품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하였을 때 에 결함이 있다고 하여 결함개념을 정면 으로 인정하고, 현대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제조자에게 요구되는 책임을 다하 였는가 라고 하는 제조물책임의 핵심개념인 결함의 판단기준을 제시하였으며, 내구연한 이 지나기도 전에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결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여 결함의 입증책임을 완화하였다는 데에 상당한 의의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12) (3) 텔레비전폭발 사건 13) 이 사건에서 피해자는 주택 내 2층 안방에서 S회사가 제조한 VTR겸용 텔레비전을 시청하던 중 갑자기 텔레비전 뒤편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라 작동 스위치를 끄고 전 원 플러그를 뽑았다. 이어 텔레비전에서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불이 솟아오르면서 커 튼에 옮겨 붙어 주택의 2층과 가재도구가 불에 탔다. 이 사건은 텔레비전 수상관의 전 자총 부분이 누전으로 폭발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될 뿐, 누전이 발생한 경위에 관 하여는 규명되지 않았다. 피해자는 화재발생 6년 전에 S회사가 제조한 이 제품을 구입 하여 수리나 구조변경 없이 화재가 날 때까지 사용하였다. 이에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회사가 S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례이다. 대법원은 물품을 제조 판매한 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우기 위하여서는 결함의 존재, 손해의 발생 및 결함과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의 존재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의 경우, 그 생 산과정은 대개의 경우 소비자가 알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고, 전문가인 제조업자만이 알 수 있을 뿐이며, 그 수리 또한 제조업자나 그의 위임을 받은 수리업자에 맡겨져 있 기 때문에, 이러한 제품에 어떠한 결함이 존재하였는지, 나아가 그 결함으로 인하여 손 해가 발생한 것인지 여부는 전문가인 제조업자가 아닌 보통인으로서는 도저히 밝혀 낼 수 없는 특수성이 있어서 소비자 측이 제품의 결함 및 그 결함과 손해의 발생과의 사 12) 권오승, 신은주, 홍명수, 차성민, 이현종, 앞의 책, 23면; 사법연수원, 앞의 책, 146면. 13) 대법원 2000. 2. 25. 선고 98다15934 판결.
8 환경법과 정책 제16권(2016.2.28.) 이의 인과관계를 과학적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입증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우므로, 텔레비전이 정상적으로 수신하는 상태에서 발화 폭발한 경우에 있어서는, 소비자 측 에서 그 사고가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한 것임을 입증하고, 그러한 사고가 어떤 자의 과실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는 사정을 증명하면, 제조업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품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임 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위와 같은 제품은 이를 유통에 둔 단계에서 이미 그 이용 시의 제품의 성상이 사회통념상 당연히 구비하리라고 기대되는 합리적 안전성을 갖추 지 못한 결함이 있었고, 이러한 결함으로 말미암아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추정하여 손 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 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는다. 고 하였다. 또한 텔레비전이 내구 연한을 1년 정도 초과한 상태에서 그 정상적인 이용 상황 하에서 폭발한 경우, 내구연 한은 텔레비전의 결함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권리행사기간 내지 제조업자의 손해 배상채무의 존속기간이 아니고 제조업자는 내구연한이 다소 경과된 이후에도 제품의 안전성을 확보할 주의의무가 있다 고 하여 제조상의 결함을 인정하였다. 이 판례는, 제조자는 제품의 위험성에 의해 소비자가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해당 제 품의 설계 제조과정에서 안전성을 확보할 고도의 주의의무가 있다고 전제하면서, 결 함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유통시의 기술수준과 경제성 기준을 제시하였고, 또한 내구연 한이 지났다는 것으로 제조자의 책임이 면책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특히 소비자측에서 그 사고가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하였고 그러한 사고가 누군 가의 과실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는 사정만을 입증하면 제조업자가 해당 제조물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하였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제조물책 임을 질 수밖에 없다고 하여 결함과 인과관계에 대한 사실상의 추정 을 통해 소비자의 입증책임을 완화시킨 중요한 선례라 할 수 있다. 14) 2. 제조물책임법의 제정과 주요내용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물책임법의 제정에 관한 논의는 197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1982년 최초로 제조물책임법안이 국회에 상정되었지만 그 후 오랫동안 동법의 제정에 관한 찬반양론의 대립이 있었다. 15) 제조물책임법의 입법 작업이 본격화된 것은 학계, 14) 사법연수원, 앞의 책, 152면. 15) 제조물책임에 관한 입법을 찬성하는 이유는 상품의 안전증진으로 인한 결함상품으로부터 소비자보호, 소비자의 피해구제, 국제적인 추세에서 살아남기 위한 국제경쟁력 제고 차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민사적 쟁점 _ 송정은 정남순 9 법조계, 기업, 소비자, 재정경제부, 소비자보호원 등의 관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제조물 책임법제정 실무위원회가 구성된 1998년 7월부터이다. 16) 이후 논의과정을 거쳐 발의된 입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2000년 1월 12일 법 률 제6109호로 공포되었다. 이로써 본문 8개조 및 시행일과 적용례에 관한 부칙으로 구성된 제조물책임법이 제정되어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다. 현행 제조물책임법의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동법은 제조물의 결함으로 발생한 손 해에 대한 제조업자 등의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함으로써 피해자 보호를 도모하는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법 제1조). 또한 동법은 제조물, 결함, 제조업자 에 관하여 개념 정의를 하고 있고 따라서 제조물의 개념 및 범위, 책임요건으로서의 결함의 개념 및 유형 책임주체로서의 제조업자 에 관한 해석에 있어서 관련 논의들이 존재한다. 그리 고 제조물책임법의 핵심조항이라고 할 수 있는 제3조는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 로 생명 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를 입은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고 하여 제조물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동법은 제조업자에게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그 에 책임을 면하게 해주는 면책조항을 가지고 있다. 17) 제조물책임법의 이러한 내용 중에서 실제 가습기살균제 사건에의 적용문제로 검토될 수 있는 부분은 제조물의 결함 및 그로 인한 손해의 추정 여부, 인과관계 입증 문제 등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이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원이었다. 입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쟁력이 극도로 약화되어 경제위 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 제조물책임법은 제조업 특히 중소기업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만 큼 도입에 앞서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범국민적인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 우 리나라의 경제수준이나 소비자의식 등이 선진화 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점 등이었다. 양 덕순, 이기춘, 소비자의 안전의식과 안전규제를 고려한 제조물책임법 제정방향, 한국 소비자학회 학술발표논문집 1999권, 1999, 210면. 16) 권오승, 신은주, 홍명수, 차성민, 이현종, 앞의 책, 28면. 17) 제4조(면책사유) 1 제3조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실을 입증한 경우에는 이 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면( )한다. 1. 제조업자가 해당 제조물을 공급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실 2. 제조업자가 해당 제조물을 공급한 당시의 과학 기술 수준으로는 결함의 존재를 발견 할 수 없었다는 사실 3. 제조물의 결함이 제조업자가 해당 제조물을 공급한 당시의 법령에서 정하는 기준을 준수함으로써 발생하였다는 사실 4. 원재료나 부품의 경우에는 그 원재료나 부품을 사용한 제조물 제조업자의 설계 또는 제작에 관한 지시로 인하여 결함이 발생하였다는 사실 2 제3조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자가 제조물을 공급한 후에 그 제조물에 결함 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그 결함으로 인한 손해의 발생을 방 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제1항제2호부터 제4호까지의 규정 에 따른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
10 환경법과 정책 제16권(2016.2.28.) (1) 제조물책임법상의 결함의 존부: 제조물책임이 무과실책임인지 여부 제조물책임법상 제조업자는 당해 제조물에 대해서만 발생한 손해를 제외하고, 제조 물의 결함으로 인하여 생명 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를 입은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해 야 한다. 18) 즉 제조물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1제조자여야 하고 19) 2제조물의 결함 이 존재해야 하며 3결함으로 말미암은 손해가 발생해야 한다. 제조물책임법에서 말하는 제조물의 결함 이란 제조 설계 또는 표시상의 결함이나 기타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20) 제조상의 결함 이란 제조업자가 제조물에 대하여 제조상 가공상의 주의의무를 이 행하였는지에 관계없이 제조물이 원래 의도한 설계와 다르게 제조 가공됨으로써 안전 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설계상의 결함 이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 代 替 設 計 ) 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해당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표시상의 결함 이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설명 지시 경고 또는 그 밖의 표시를 하였더라면 해당 제조물에 의하여 발 생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21) 현행 제조물책임법 제3조 제1항에서는 제조업자 등의 과실 유무와 관계없이 제조물 의 결함과 손해의 발생 및 그 인과관계가 존재하면 제조업자 등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책임규정은 제조물책임법이 과거 불법행위에 기초한 제조물책임의 영역에 무과실책임의 원칙을 도입한 것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다. 22) 그러나 우리 법원은 제조상의 결함 으로 인한 제조물책임은 무과실책임으로, 설 계상의 결함 또는 표시상의 결함 으로 인한 제조물책임은 과실에 근거한 책임으로 보 고 있다. 즉 법원은 제조물책임법에서는 결함 을 당해 제조물에 제조 설계 또는 표 시상의 결함 기타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라고 정의 18) 제조물책임법 제3조 제1항. 19) 제조물책임을 부담하는 제조자 에는 일반적으로 자기의 이름으로 완제품을 제조하여 판 매한 자는 물론이고, 재료 및 부품의 생산자, 제작이 완료된 부속품의 단순한 조립자, 타 인이 생산한 제조물에 자신의 상표, 표장 또는 상호 기타 자기를 표시하는 명칭을 붙여 서 이를 판매한 자, 제조물의 수입을 업으로 하는 자 등이 포함되므로 가습기살균제 제 조 및 판매업체가 책임의 주체가 된다는 점은 논란이 없다. 20) 제조물책임법 제2조 제2호. 21) 제조물책임법 제2조 제2호 가목, 나목, 다목. 22) 김종현, 제조물 결함에 대한 제조업자의 무과실책임-입증책임 완화 방안을 중심으로-, 법학연구 제44집, 한국법학회, 2011, 62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민사적 쟁점 _ 송정은 정남순 11 하고 있고, 여기서 제조상의 결함 은 제조업자의 제조물에 대한 제조 가공상의 주의 의무의 이행여부에 불구하고 제조물이 원래 의도한 설계와 다르게 제조 가공됨으로써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설계상의 결함 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 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 여 당해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표시상의 결함 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설명 지시 경고 기타의 표시를 하였더라면 당해 제조물에 의하여 발생될 수 있는 피 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고 규정하 고 있다. 제조물 결함의 정의와 관련한 제조물책임법의 위와 같은 규정 내용에 비추어, 제조물책임법에서는 제조상의 결함으로 인한 제조물책임은 무과실책임으로, 설계상의 결함 또는 표시상의 결함으로 인한 제조물책임은 과실에 근거한 책임(설계상의 결함에 있어서는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않는 것이 과실이고, 표시상의 결 함에 있어서는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설명 지시 경고 기타의 표시를 하지 않은 것이 과 실이라고 이해된다.)으로 규정하였다고 해석되고 있다. 고 하였다. 23) 이러한 이유로 결함여부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결국 피해자가, 제조자가 결함의 존재 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법원이 결함인지 여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기준 을 제 시하고 있지만 이들 고려내용 하나하나를 입증하는 것도 쉽지가 않을 뿐 아니라 사안 마다 결함여부에 대한 평가도 제각각이어서 기준 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서는 의문이다. 24) 23) 서울고등법원 2006. 1. 26. 선고 2002나32662 판결. 제조상 또는 설계상의 결함에 관한 고의, 과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제조물책임은 무과실책임이므로 결함이 존재한다는 사실 만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고 주장에 대하여 제조물책임에 있어서의 제조물 의 결함은 제조자가 제품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그 공급 당시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것 을 의미하므 로, 이러한 결함의 개념을 전제로 한 제조물책임은 과실책임이라고 볼 수 있다. 라고 하 고 있다. 24) 대법원 2000. 2. 25. 선고 98다15934 판결(텔레비전 폭발사고)은 이 사건 텔레비전의 폭 발의 원인이 된 전자총 부분의 누전 경위가 명백히 밝혀지지는 아니하였으나, 이 사건 텔레비전이 위와 같이 이를 정상적으로 수신하는 상태에서 폭발한 이상,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텔레비전은 그 이용시의 제품의 성상이 사회통념상 제품에 요구되는 합리적 안전성을 결여하여 부당하게 위험한 것으로서 그 제품에 결함이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고 하고 있음에 반해, 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3다167771(자동차 급발진 사고)판결은 제조물 소송의 특수성을 인정하면서도 나아가 이 사건 자동차가 정상적으 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점이 입증되지 아니하므로 원심이 위 급발진사고가 자동차의 결함으로 인하여 발생하였 다고 추정할 수도 없다 고 하고 있다.
12 환경법과 정책 제16권(2016.2.28.) 제조물책임법상 설계상의 결함 과 표시상의 결함 책임을 과실책임주의에 근거한 것 으로 본다면 일반 불법행위책임과 실질적으로 큰 차이는 없게 된다. 따라서 소비자의 보호 라는 제조물책임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하여 합목적적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25) (2) 결함과 손해의 추정 여부 우리 법원은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의 결함을 이유로 그 제조업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경우 그 제품의 생산과정은 전문가인 제조업자만 이 알 수 있어서 그 제품에 어떠한 결함이 존재하였는지, 그 결함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인지 여부는 일반인으로서는 밝힐 수 없는 특수성이 있어서 소비자측이 제품 의 결함 및 그 결함과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의 인과관계를 과학적 기술적으로 입증한 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우므로 그 제품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소비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하였다 는 점과 그 사고가 어떤 자의 과실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는 사정을 증명 하면, 제조업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품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임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그 제품에게 결함이 존재하며 그 결함으로 말미암아 사 고가 발생하였다고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 이 손해의 공평 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다 26) 고 하여 입증책임을 완화하여 왔다. 이러한 법리에 따르면 제조물 결함이 인정되면 일응 그 결함으로 인한 손해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재판에서는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제품인지 여부, 달리 말하면 입증책임 완화법리가 적용되는 사안인지를 입증해야 하는 난관에 부딪힌다. 담배사건의 경우 제1심법원 27) 은 담배는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 생 산되어서 그 생산과정을 전문가인 제조업자만이 알 수 있는 제품이라고 보기 어렵고, 폐암 발병이 피고들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며, 뒤 에서 보는 바와 같이 폐암은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비특이성 질환으로 흡연 이외의 다른 원인에 의해서도 발병할 수 있고 비흡연자에게서도 발병할 수 있어서 피고들의 과실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제조물책임에서의) 입증책임 완화 법리를 이 사건에 직접 적용할 수는 없다 28) 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25) 이종구, 지시, 경고(표시)상의 결함과 제조물책임, 저스티스 통권 제97호, 한국법학원, 2007, 52면. 26) 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3다16771 판결. 27)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1. 25. 선고 99가합10497 판결.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민사적 쟁점 _ 송정은 정남순 13 뿐만 아니라 각 사안에 따라 손해가 없다고 보는 경우 결함은 인정되기 어렵고 29) 결 함이 인정되더라도 결함의 인정만으로 결함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바로 추정되는 것도 아니다. 30) 또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소비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 는 영역에서 발생하였다는 점 을 증명해야하는 것과 관련하여 제조업자의 배타적인 영 역이라는 것이 제조자를 제외한 어떠한 제3자의 개입이 없는 상황에서만 제조자의 배 타적 지배영역이 인정되는 것인지, 아니면 제조자 이외의 제3자가 어느 정도 개입하더 라도 그 개입의 정도가 상당하지 않은 경우에는 제조자의 배타적 지배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지 그 의미가 모호하다는 문제가 있다. 게다가 배타적 영역 내에서 사고가 발 생한 사실을 증명하는 것은 사고 발생의 유일한 원인이 제조자가 지배하는 영역에 있 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제조물의 결함이 사고 발생의 유일한 원인 임을 입증하도록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부당한 면이 있다. 31) 28) 앞서 본 제조물책임에서의 입증책임 완화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의 경우, 1 담배 가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 생산되어서 그 생산과정을 전문가인 제조업자만이 알 수 있 는 제품이라는 점, 2 담배가 정상적으로, 즉 통상의 용법에 따라 합리적으로 사용되었 다는 점, 3담배의 사용과 관련하여 김안부에게 폐암이라는 사고가 발생한 점, 4 폐암 이 제조업자인 피고들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한 것인 점, 5 폐암이 어 떤 자의 과실 없이는 통상 발병하지 않는다는 점이 증명되면, 담배에 결함이 존재하고, 이러한 결함으로 말미암아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될 수 있다. 29) 가령, 석면이 함유된 베이비 파우더를 구입 사용한 영 유아와 그 부모들이, 국가가 베 이비파우더의 주원료인 탈크에 석면이 존재함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규제하지 않음으 로써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입었다는 등의 이유로 국가배상청구를 한 사안에서, 법원은 국가가 탈크에 대한 직접적인 석면규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음으로써 위 영 유아와 그 부모들의 생명 신체 재산 등에 대하여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가 발생하였거나 발 생할 우려 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또한 국가가 탈크에 석면이 함유되어 있어 베이비 파우더에도 석면이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할 수도 없다 는 등의 이유로 국가배상책임을 부정하였다. 또한 동 법원은 석면이 함유된 베이비파우 더를 구입 사용한 영 유아와 그 부모들이 베이비파우더 제조업체와 그 업체에 베이비 파우더의 주원료인 탈크를 공급한 업체들을 상대로 정신적 충격과 고통 등을 이유로 하 는 손해배상을 구한 것에 대해서는, 영 유아와 그 부모들이 일부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짐작되기는 하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정신적 고통, 충격 등이 구체적 객관적으 로 의학적 과학적 근거에 의해 지지되지 못하는 이상, 해당 업체들에게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이른바 베이비 파우더 사건, 서울중앙지 방법원 2010. 6. 22. 선고 2009가합120431). 30) 고엽제 사건의 경우 일부 질환 손해의 경우 결함이 인정되었지만 결함과 손해와의 인과 관계는 부정되었다(대법원 2013. 7. 12. 선고 2006다17539 판결). 31) 하종선, 제조물책임소송의 현황과 과제, 저스티스 통권 제68호, 한국법학원, 2002, 27 면.; 정병조, 제조물 결함의 증명책임 완화에 관한 연구, 법조 제64권 제5호, 법조협 회, 2015, 150-151면.
14 환경법과 정책 제16권(2016.2.28.) 3.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제조물 책임법의 적용 생각건대, 우리나라처럼 겨울에 특히 건조한 기후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수증기를 내어 실내의 습도를 적절하게 조절하기 위하여 가습기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한 가습기에 물과 함께 살균제를 첨가하여 공기 중으로 물과 함께 배출시킴으로써 사람은 호흡을 통하여 에어로졸 형태로 이를 받아들이게 된다. 앞서 살펴 본 판례들에서 보았듯이, 제조자는 제품의 위험성에 의해 소비자가 피해 를 당하지 않도록 해당 제품의 설계 제조과정에서 안전성을 확보할 고도의 주의의무 가 있는 것이다. 통상 가습기살균제라고 했을 때는 호흡을 통해 인체에 영향을 주게 되는 각종 세균 등의 침입을 억제시킴과 동시에 쾌적 청결하게 건강상 위해 없이 습 도를 유지시키고자 하는 것이 그러한 제품이 가지는 목적 또는 그러한 제품을 만드는 제조자의 의도일 것임이 분명하다. 즉 동 제품은 건강상의 위해가 아니라 최소한 건강 상 무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습기살균제의 사용으로 인하여 피해가 발생하게 된 것 이다. 따라서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제조물이 원래 의도한 설계와 다르게 제조 가공됨 으로써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제조상의 결함) 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가습 기살균제의 제조업자 등은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물질을 사용한 것으로 다른 방법을 통해 적절한 살균 및 습도유지를 의도하지 않은 것으로 이는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 용하지 아니하여 당해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설계상의 결함) 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처럼, 가습기에 발생할 수 있는 곰팡이 등을 제거하는 것과 같이 가습기를 이용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건강상의 위해를 방지하는 것이 그 주된 용도인 가습기살 균제에 인체에 치명적인 유독물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 그 자체로 통상의 안전성을 결 하여 제조상의 결함 및 설계상의 결함 이 인정된다 할 것이고, 이에 더하여 가습기살 균제의 제조 및 판매 업체는 당해 제품의 사용에 관하여 경제적 부담이 상당히 적다고 할 수 있는 단순한 지시 내지 경고의 표시는커녕 안전성에 관한 객관적인 평가자료 없 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광고 문구를 사용하여 제품을 판매하였기 때문에 표시상의 결 함(지시 경고상 결함) 또한 부인되기 어려울 것이다. 32) 32) 실제로도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경우 결함의 존부 여부에 대해서는 치열하게 다투어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대법원은, 가습기살균제 제조업체가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 용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고 표시한 광고는 허위 과장 표시행위에 해당한다고 보 아 표시행위를 중지하도록 하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처 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즉 대법원은 이 사건 주성분의 안전성이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했다고 사실과 다르게 표시를 하였고,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일반 소비자가 그러한 표시로 인해 이 사건 제품이 인체에 안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민사적 쟁점 _ 송정은 정남순 15 그렇다면 가습기살균제 사건에서 피해자들은 제조자가 그의 배타적인 지배영역에서 제품을 제조하는 과정을 알 수 없는 것이고, 오로지 건강에 무해하다는 문구 등을 신 뢰하여 동 제품을 표시된 용법 그대로 사용하던 상태에서 피해가 발생한 경우라 할 것 이며 가습기살균제라는 제품의 성상은 사회통념상 당연히 구비하리라고 기대되는, 즉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함으로써 건강상 위해를 방지하고자 함에 있어, 합리적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이 있었고 이러한 결함으로 말미암아 가습기살균제 사용자인 피해자 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제조업자 측에서 가습기살 균제 사건에서의 피해가 당해 제품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 임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이고, 이렇게 판단하 는 것이 제조물책임법 시행 이전부터 판례가 채택해 온 제조물에 관한 결함 추정, 제 조자 등의 무과실책임 인정 및 손해배상제도에서의 손해의 공평 타당한 부담이라는 취지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Ⅳ.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인과관계 입증의 완화 1. 서설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가습기살균제라는 제품의 결함으로 인하여 이를 사용한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한 것임으로 제조물책임법이 적용되어야 하는 점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제조물책임영역은 일반불법행위책임의 특칙으로서 제조 자의 무과실책임을 다루고 있는 특수불법행위영역이라고 할 수 있으나 피해의 유발행 위라고 할 수 있는 제품의 결함과 발생한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일반불법행위영역과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반불법행위영역에 의 손해배상 인정여부에서처럼, 피해유발행위, 즉 가해행위와 발생한 손해 사이의 인과 하다고 오인할 우려가 있으므로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할 수 있는 허위 과장의 표시 로 인정된다 고 하고 특히 에어로졸 형태의 흡입독성에 관해 좀 더 면밀하게 점검한 뒤 이 사건 표시를 할 필요가 있었음에도 원고가 별도의 실험 등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 고 만연히 이 사건 제품이 인체에 안전하다고 표시 했다고 하면서 이 사건 표시행위의 중지를 명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에도 불구하고 그 위법사실의 효과가 지속되고 피해가 계속될 것이 명백하고, 이 사건 표시로 인해 소비자에게 남아있는 오인 기만적 효과를 제거할 필요가 있다 는 판단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이 정당하고 판결한 것이 다.,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4두11977.
16 환경법과 정책 제16권(2016.2.28.) 관계에 대한 입증책임을 피해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상당히 부당하여 사실상 피해자 로 하여금 법적 구제를 포기시키게 하는 결과를 야기하게 되는 경우들이 있다. 그러한 경우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대기오염 및 수질오염 등의 공해로 인하여 발생하는 손해 배상청구소송사례들이다. 우리 법원도 일찍이 공해로 인한 소송의 경우 피해자에게 일 반불법행위에서처럼 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엄밀하게 입증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공해로 인한 사법적 구제를 사실상 거부하는 결과가 되고 가해기업측이 기술적 경제적으로도 피해자보다 원인조사가 훨씬 용이하다는 이유 등으로 피해자의 입증책임 부담을 완화시켜주고 있다. 공해로 인한 손해배상사례에서의 이러한 인과관계 입증책임 완화 법리는 제조물책임 영역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실제로 우리 법원은 제조물책임영역에서 인과관계 입증 완화 법리를 시도 내지 채택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 대 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의 결함으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가습기살균제 사 건에서도 인과관계 입증 완화 법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유해물질이 발생되었고(배출), 피해자에게 영향을 끼쳤으며(도달) 그리하여 손해가 발생한 사실이 입증되면 이를 부정 하는 측에서 그러한 유해물질이 무해하다는 점 등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인과과계가 증명됨으로써 피해인정이 보다 용이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인과관계 입증 완화 법리가 당해 사건에서 인정된다고 하여도 역학연구결과, 즉 역학적 상관관계의 인정이 곧바로 원인행위와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하는 법원의 법적 판단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논란이 있다. 따라서 이 장에서는 공해소송 및 제조물책임소송에서 판례가 인과관계, 특히 인과관 계 입증 완화 법리 및 역학적 인과관계에 관한 판단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검토함으로 써 이들의 가습기살균제 사건에의 적용가능성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2. 판례검토 (1) 수도권매립지 침출처리수로 인한 어장피해 사례 수도권매립지의 침출처리수로 인한 어장피해사례에서 대법원은 침출수처리수의 배 출, 배출된 침출수의 어장 도달 및 어장 피해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법령상의 규제기준 에 미달한다거나 전적으로 다른 원인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추정된 인과관계 가 깨어지지는 않는다고 보았다. 33)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민사적 쟁점 _ 송정은 정남순 17 그런데 하급심 34) 은 인과관계 입증 완화 법리를 채택 35) 하면서도 결과적으로 인과관 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1 침출처리수에 포함된 오염물질의 농도가 법령상의 규제기준에 미달이라는 사실, 2 어장 주변 해역의 오염물질 확산의 원인이 한강담수 의 유입일 가능성 및 기타 침출처리수 이외에 다른 오염원존재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 에서였다. 반면 대법원은 1항의 사정만으로는 침출처리수가 이 사건 어장에 피해를 끼칠 수 없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는 없고 2항에 대해서는 피고의 침출처리수가 아닌 한강담수가 이 사건 어장 오염의 전적인 원인임이 증명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 하고 있다(표-1참조). 33) 피고는 1992년부터 2005년까지 수도권매립지의 침출처리수를 매년 시천천을 통하여 장 도유수지에 배출하였는데, 그 침출처리수에는 화학적 산소요구량, 부유물질, 질소, 인, 각 종 중금속 등 해양생물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오염물질이 포함되어 있었던 사실 및 구 처리장이 가동되던 1994. 1.부터 2000. 3.경까지는 침출처리수에 포함되어 있는 위와 같은 주요 오염물질이 시기적으로 변동은 있으나 2000.3경 이후에 비하여 높은 수준의 농도로 배출되었고, 특히 그 중 총질소의 농도는 2000. 3경 이후에 비하여 전 기간에 걸 쳐 지속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으로 배출된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피고가 운영하는 수도권매립지로부터 해양생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해한 오염물질이 배출된 사실은 일 응 증명되었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12. 1. 12. 선고 2009다84608 판결). 34) 서울고등법원 2009. 8. 18. 선고 2008나40467 판결. 35) 오염물질인 폐수를 배출하는 등의 공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에 있어서는 기업이 배출한 원인물질이 물을 매체로 하여 간접적으로 손해를 끼치는 수가 많고 공해 문제에 관하여는 현재의 과학수준으로도 해명할 수 없는 분야가 있기 때문에 가해행위 와 손해의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구성하는 하나하나의 고리를 자연과학적으로 증명한 다는 것은 극히 곤란하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이러한 공해소송에 있어서 피해자에게 사실적인 인과관계의 존재에 관하여 과학적으로 엄밀한 증명을 요구한다는 것은 공해로 인한 사법적 구제를 사실상 거부하는 결과가 될 우려가 있는 반면에 가해 기업은 기술적, 경제적으로 피해자보다 훨씬 원인조사가 용이한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 라 그 원인을 은폐할 염려가 있고 가해기업이 어떠한 유해한 원인물질을 배출하고 그것 이 피해물건에 도달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가해자측에서 그것이 무해하다는 것을 입 증하지 못하는 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사회형평의 관념에 적합하다 (서울 고등법원 2009. 8. 18. 선고 2008나40467 판결).
18 환경법과 정책 제16권(2016.2.28.) <표 1> 수도권매립지 침출처리수로 인한 어장피해 사례 36) 인과관계 안전농도내인지 여부 전적으로 다른 원인으로 피해가 발생한 사실 감정보고서 인과관계입증 하급심 (2008나40467) 침출처리수에 포함된 오염 물질의 농도가 법령상의 규제기준에 미달 장도유수지수 방류 전후의 오염물질의 감소 현상 어장 주변 해역의 오염물 질 확산의 원인이 한강담 수의 유입일 가능성 및 기타 침출처리수 이외에 다른 오염원 존재 가능성 생물검정실험상의 오류를 이유로 결과의 신빙성 부 정 배출+도달+손해+다른 원 인에 의한 피해가능성 없 음을 요구 대법원 (2009다84608)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침출처리수가 이 사건 어장에 피해를 끼칠 수 없다 는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는 없음 이 사건 어장에는 침출처리수 및 장도 유수지수 이외에도 한강담수나 여러 하천, 인천항 부근의 각종 시설 등 다 양한 오염물질 배출원이 있을 수 있고 조석간만 등 해류의 변화에 따른 오염 물질의 이동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특 정 시점 및 지점에서의 오염물질 감소 현상만으로 피고가 배출한 침출처리수 가 무해하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하기는 부족함 원심이 들고 있는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의 침출처리수가 아닌 한강담수가 이 사건 어장 오염의 전적인 원인임이 증명되었다고 할 수는 없음 피고가 배출한 침출처리수의 해양 생 물에 대한 일반적인 유해성은 인정 될 수 있으므로, 이 역시 이 사건 인과관 계를 부정할 사유가 되지 아니하고, 원 심이 지적하는 생물검정실험의 오류가 침출처리수의 무해성을 증명하는 반증 이 된다고 할 수 없음 배출+도달+손해(일반적 유해성)/전적으 로 다른 원인에 의한 피해가능성에 관 한 반증, 혹은 무해성 반증 필요 36) 또한 이 사례와 동일하게, 공단 내 공장들의 폐수 배출로 인하여 제첩양식장에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있는데 동 사례에서도 하급심과 대법원(광주고등법원 2002. 12. 11. 선고 2000나1036 판결, 대법원 2004. 11. 26. 선고 2003다2123 판결)은 인과관계 입증 완화 법리를 채택하면서도 결론을 달리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민사적 쟁점 _ 송정은 정남순 19 (2) 담배소송 사례에서의 인과관계 담배소송사건에서 대법원은 흡연과 폐암 발병사이의 인과관계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 이 판시하고 있다. 역학은 집단현상으로서의 질병에 관한 원인을 조사하여 규명하는 것이고 그 집단에 소속된 개인이 걸린 질병의 원인을 판명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어느 위험인자와 어느 질병 사이에 역학적으로 상관관계가 있다고 인정된다 고 하더라도 그로부터 그 집단에 속한 개인이 걸린 질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가 판명되는 것은 아니고, 다만 어느 위험인자에 노출된 집단의 질병 발생률 이 그 위험인자에 노출되지 않은 다른 일반 집단의 질병 발생률보다 높은 경 우 그 높은 비율의 정도에 따라 그 집단에 속한 개인이 걸린 질병이 그 위험 인자로 인하여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추론할 수 있을 뿐이다. 한편 특정 병인에 의하여 발생하고 원인과 결과가 명확히 대응하는 특이 성 질환 과 달리, 이른바 비특이성 질환 은 그 발생 원인 및 기전이 복잡다 기하고, 유전 체질 등의 선천적 요인, 음주, 흡연, 연령, 식생활습관, 직업적 환경적 요인 등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러한 비특이성 질환의 경우에는 특정 위험인자와 그 비특이성 질환 사이에 역학적으로 상관관계가 있음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 위험인자에 노출된 개 인 또는 집단이 그 외의 다른 위험인자에도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항시 존재 하는 이상, 그 역학적 상관관계는 그 위험인자에 노출되면 그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거나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칠 뿐, 그로부터 그 질병에 걸 린 원인이 그 위험인자라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비특이성 질환의 경우에는 특정 위험인자와 비특이성 질환 사이에 역학적 상관관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어느 개인이 그 위험인자에 노출되었다는 사실과 그 비 특이성 질환에 걸렸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만으로 양자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개연성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이러한 경우에는 그 위험인 자에 노출된 집단과 노출되지 않은 다른 일반집단을 대조하여 역학조사를 한 결과 그 위험인자에 노출된 집단에서 그 비특이성 질환에 걸린 비율이 그 위 험인자에 노출되지 않은 집단에서 그 비특이성 질환에 걸린 비율을 상당히 초과한다는 점을 증명하고, 그 집단에 속한 개인이 위험인자에 노출된 시기 와 노출정도, 발병시기, 그 위험인자에 노출되기 전의 건강상태, 생활습관, 질 병상태의 변화, 가족력 등을 추가로 증명하는 등으로 그 위험인자에 의하여 그 비특이성 질환이 유발되었을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여야 한다. 37)
20 환경법과 정책 제16권(2016.2.28.) 판결을 내린 법원의 논리는 특이성 질환의 경우에는 역학적 상관관계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지만 비특이성 질환의 경우에는 역학적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인 과관계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동 사례에서 대법원은 폐암은 비특이성 질환이 므로 담배와 폐암과의 역학적 상관관계가 있다하더라도 피해자가 위험인자에 노출된 시기와 노출정도, 발병시기, 그 위험인자에 노출되기 전의 건강상태, 생활습관, 질병 상 태의 변화, 가족력 등을 통해 담배로 인한 것인지를 추가로 입증해야 하는데 원고는 이러한 입증에 실패하였다고 판단하였다. (3) 고엽제 소송(항소심)에서의 인과관계 고엽제 소송의 대법원 판결 38) 은 위 담배소송 판결과 동일한 법리를 적용하여 비특이 성 질환의 경우 고엽제와 피해 질환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고엽제 소송의 항소심인 고등법원 39) 은 신체 피해의 경우 일반적 인과관계 및 개별적 인과관계 가 모두 요구된다고 보면서도 각 인과관계는 공히 역학적 방법에 의하여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유해물질로 인하여 건강상 피해가 발생한 경우 유해물질과 피해자에게 발 생한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우선 일반적으로 인체가 당해 유해물질에 노출될 경우 문제된 질병이 야기될 수 있다는 일반적 인과 관계가 증명되어야 하고(이러한 사정이 부인된다면 피해자가 그 유해물질에 노출되었다 하더라도 당해 질병이 발생할 여지가 없다.), 나아가 피해자가 당 해 유해물질에 노출된 후 그 질병이 발생하였다는 개별적 인과관계까지 입증 되어야 한다. 그런데 유해물질로 인한 질병 발생이 집단적 병리현상으로서 문제되고, 임상의학 또는 병리학적으로 당해 유해물질이 문제된 질병의 원인 이 되는지 여부와 당해 유해물질로 인한 발병의 기전이 아직 명확히 밝혀지 지 않았으며, 나아가 개개 피해자가 당해 유해물질에 노출되었는지 여부나 그 노출 정도를 입증할 과학적 방법조차 확립되지 않은 경우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은 환경침해소송에서의 인과관계 입증에 관한 법리에 의하더라도 그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인 간을 집단적으로 관찰하여 당해 유해물질과 그 질병 발생 사이에 역학적으로 37) 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1다22092 판결. 38) 대법원 2013. 7. 12. 선고 2006다17539 판결. 39) 서울고등법원 2006. 1. 26. 선고 2002나32662 판결.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민사적 쟁점 _ 송정은 정남순 21 인과관계가 있음을 밝히고, 이러한 역학적 인과관계에 기초하여 개개 피해자 에게 당해 유해물질이 도달한 후 당해 질병이 발생한 사실로부터 개개 피해 자의 질병이 당해 유해물질의 노출로 인하여 발생하였을 상당한 개연성이 있 다고 인정할 수 있고, 이로써 그 인과관계가 일응 증명되었다고 할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대법원은 역학적 인과관계를 개별적 인과관계에 직접 적용 하기 어렵다고 보아 사실상 입증책임의 일반원칙을 적용하고 있는 반면 고등법원은 개 별적 인과관계와 관련하여 환경소송에서의 인과관계 입증 완화 법리를 적용하였다는 것이다. 40) 이러한 법리에 따라 역학적 인과관계를 개별적 인과관계에 적용할 수 있다 는 입장에서 더 나아가 비특이성 질환의 경우도 다르게 볼 이유가 없다고 하였다. 41) 그 결과 고엽제의 노출에 따른 특이성 질환인 염소성여드름에 한해 피해가 인정된다는 대법원의 판단과는 달리 고엽제노출과 일반적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1 비호지킨임파선 암, 2 연조직육종암, 3 염소성여드름, 4 만발성피부포르피린증, 5 호지킨병, 6 폐 암, 7 후두암, 8 다발성골수종, 9 전립선암, 10 2형당뇨병 등의 피해로 인정될 수 있 다고 하였다. (4) 서울시대기오염 사례에서의 인과관계 서울시대기오염 사례는 서울시에서 거주 또는 근무한 적이 있는 사람들로 호흡기 질 환으로 진단을 받거나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원고들이 국가 및 자동차제조사 등을 상 대로 헌법상 기본권인 인격권 및 환경권에 기초하여 앞으로 서울에서 WHO 대기환경 40)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인과관계는 궁극적으로는 현실로 발생한 손해를 누가 배 상할 것인가의 책임귀속의 관계를 결정짓기 위한 개념이므로, 유해물질과 건강피해와의 인과관계는 자연과학의 분야에서 말하는 것과는 달리 법관의 자유심증에 터 잡아 얻어 지는 확신에 의하여 그 존재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고, 따라서 간접사실에 기 하여 그 상당한 개연성을 입증하는 정도로도 족하다 (서울고등법원 2006. 1. 26. 선고 2002나32662 판결). 41) 고엽제 항소심 법원은 임상의학이나 병리학적으로 TCDD가 인체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 는 작용기전에 관하여 명확히 밝혀진 것이 거의 없고 그에 관한 인체실험이 가능한 것 도 아니므로, 역학적 방법에 의하여 그 일반적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밖에 없다 고 전제 한 뒤 원고들은 위와 같은 일반적 인과관계의 존재를 전제로 하여, 이 사건 참전자들이 베트남전에서 살포된 고엽제의 TCDD에 노출된 사실(또는 TCDD가 이 사건 참전자들에 게 도달한 사실), 그 후 이 사건 참전자들에게 TCDD와 일반적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위 질병들이 발생한 사실을 증명함으로써 그 개별적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다고 할 것이 고, 위와 같은 법리는 염소성여드름과 같이 TCDD를 원인으로 하여서만 발생할 수 있는 특이성질병뿐 아니라, TCDD 이외의 다른 원인에 의하여서도 발생할 수 있는 비특이성 질병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고 하였다.
22 환경법과 정책 제16권(2016.2.28.) 기준을 초과하는 대기오염물질의 배출금지를 청구하며 특히 자동차제조회사들을 상대 로 건강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이다. 동 사례에서 제1심 42) 은 당해 사건 역시 공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의 인과관계 입증 완화 법리가 인정된다고 하 였다. 즉 동 법원은 이 사건에서도 원고들이 자동차배출가스와 호흡기질환 발병 사이 의 인과관계의 고리를 모두 자연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곤란하거나 불가능 하여, 피고들로서도 원고들의 호흡기질환 발병 또는 악화에 대한 원인조사를 하는 것이 용 이한 것만은 아니 나, 개인인 원고들에 비해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피고 회사들이 보 다 적은 노력과 비용으로 보다 합리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할 가능성이 월등히 큰 점 등 을 고려할 때, 원고들로서는 1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 등 대기오염물질이 이 사건 각 질병의 발생 또는 악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 2 위 대기오염물질의 주요 배출원 이 자동차라는 점, 3 이 사건 각 도로를 주행하는 자동차로부터 배출된 배기가스로 인하여 서울시 전역 또는 도로변이 오염되었고 그 오염의 상황, 정도가 이 사건 각 질 병의 발생 또는 악화의 원인이 될 정도라는 점, 4 원고들이 서울시, 특히 이 사건 각 도로변에 거주하는 동안 이 사건 각 질병이 발병 또는 악화되었다는 점을 각 모순 없 이 증명하면 일응 인과관계가 증명된 것으로 인정되고, 피고가 반증으로 1 자동차배 출가스 중에는 원고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원인물질이 들어 있지 않다는 사실 2 원인물질이 들어 있다 하더라도 피해를 일으킬 정도가 아닌 사실을 입증하거나 간접반 증으로 원고들의 피해는 자동차배출가스가 아닌 다른 원인이 전적으로 작용하여 발생 한 것임을 입증해야만 책임을 면하게 된다 고 하였다. 항소심 43) 도 제1심과 마찬가지로 공해소송에서의 인과관계 입증 완화 법리를 자동차배출가스와 호흡기질환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의 증명에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역학적 인과관계와 관련하여 제1심은 역학적 인과관계에는 여러 한계가 있 기는 하나, 이 사건과 같이 자동차배출가스로 인한 천식 등 건강피해가 문제되는 경우 에는 그 노출과 피해에 관한 직접적인 실험은 불가능하므로, 역학적인 조사를 통해 통 계적 연관성을 입증하는 방법으로 일반적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방법도 허용되어야 한 다. 다만, 역학적 의미의 상관관계가 인정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와 다른 요인의 존재를 합리적으로 배제할 수 있는 정도의 신뢰도가 확보되어야 하며, 그에 더 나아가 피해자 개인별로 해당 요인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점 및 해당 요인이 주요한 가해요인 이거나 주요한 것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큼 비중 있는 가해요인이 42)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 2. 3. 선고 2007가합16309 판결. 43) 서울고등법원 2010. 12. 23. 선고 2010나35659 판결.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민사적 쟁점 _ 송정은 정남순 23 었던 점이 입증되어야 비로소 인과관계가 모두 입증되었다고 할 수 있다. 고 하면서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인정한 위 연구결과(역학적 연구결과)들만으로 대기오염물질과 호흡기질환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 고 하였다. 항소심 및 대법원 44) 도 제1 심의 판단 이유를 인용하면서 대기오염물질과 호흡기질환 사이의 인과관계를 역학연구 결과만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3.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돌아와서 (1)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인과관계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쟁점은 1 원고들이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되었는지 2 피해를 입었는지 3 원고들의 피해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것인지 여부라 할 것이다. 원고측은 1, 2와 관련해서는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 질환의 특이성 및 보건복지부의 가습기살균제피해조사위원회의 각 피해자별 관련성 조사 결과에 의해 인 정될 수 있고 3과 관련해서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의 독성, 가습기살균제 피해의 특성 등에 대한 연구조사 및 원인미상 폐질환의 원인이 가습기살균제로 추정된다는 내용의 역학조사에 의해 입증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고측은 1, 2와 관련하여 가습기살균제조사위원회가 피해판정을 위한 근거자료(임 상+조직병리+방사선 자료) 모두 확인되지 않았고 피해판정을 위한 근거자료 중 일부만 으로 이루어진 피해판정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3과 관련해서는 비특이 성 질환인 이 사건 피해질환의 경우 원인물질과 피해질환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위 해서는 일반적 인과관계뿐 아니라 개별적 인과관계 모두 인정되어야 하는데 질병관리 본부의 역학적 조사만으로 개별적 인과관계까지 입증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경우 인과관계와 관련한 쟁점은 담배사건 및 고엽제 사건의 경 우와 동일하다. 실제로 피고측은 담배소송사건의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원고들의 폐질 환은 비특이성 질환으로, 비특이성 질환의 경우 특정 위험인자와 그 비특이성 질환 사 이에 역학적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사실만을 증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원고들에 게 그 위험인자에 의하여 그 비특이성 질환이 유발되었을 개연성까지 입증하여야 한다 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의 대법원 판결논리에 따른다면 피해질환이 특이성 질환인지 혹은 비특이성 질 44)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1다7437 판결.
24 환경법과 정책 제16권(2016.2.28.) 환인지의 여부에 따라 인과관계 인정여부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특이성 내지 비특이성 질환을 구분하여 인과관계의 인정방법을 달리하고 있는 대법원 판결의 근거는 무엇이며 과연 타당한 것인지, 그리고 특이성 내지 비특이 성 질환을 구분할 수 있다고 하는 경우에도 비특이성 질환의 경우 엄격한 인과관계입 증을 요구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항을 바꾸어 생각해 본다. (2) 특이성 질환과 비특이성 질환의 구분의 타당성 여부 대법원은 특이성 질환과 비특이성 질환을 구분하여 후자의 경우 보다 엄격한 인과관 계 입증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러한 구분은 학문적 근거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45) 특이성 질환(specific disease), 비특이성 질환(nonspecificdisease)이라는 용어는 국제역학회 (International Epidemiologic Association)가 발간한 역학사전이나 역학 분야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현대 역학(Modern Epidemiology), Gordis의 역학(Epidemiology) 책자에서도 사용되지 않은 용어일 뿐만 아니라 질병을 특이성 질환, 비특이성 질환으로 구분하지 는 않는다는 것이다. 46) 대법원은 이른바 고엽제 소송 에서 특이성 질환의 조건을 하나의 병인에 의하여 발 생 하여야 한다는 것과 병인(원인)과 질병 발병(결과)이 명확하게 대응 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이 설시하고 있는 바처럼 단일 원인에 의한 필요충분조건을 가 지는 특이성 질환은 존재할 수 없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가진다. 47) 대법원이 판단하고 있는 특이성 질환이라는 것이 병인(원인)과 질병 발병(결과)이 명확하게 대응 한다는 의미라면, 오히려 기존 역학연구들은 흡연과 담배소송사례에서 대상이 된 3개의 암종 ( 癌 腫 ) 간에는 특이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대법원의 견해 45) 대한예방의학회와 한국역학회는 대한예방의학회 한국역학회 담배와 폐암 소송 관련 특 별위원회 를 구성하여 담배소송으로 대표되는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 공식입장을 발표하 였다. 동 의견서는 담배소송에서 담배와 폐암과의 인과적 관련성 판정에서 역학연구의 가치와 역할이 반복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역학을 핵심 학문분야로 삼고 있는 대한예방의학회 와 한국역학회 는 해당 문제에 대한 깊은 우려와 함께 의견 표명의 필 요성을 절감하게 되어 위 의견표명에 이르게 되었다고 하고 있다. 조성일 외 13명, 흡 연과 폐암의 인과성에 대한 대한예방의학회 한국역학회 담배와 폐암 소송 관련 특별 위원회 의 의견, Journal of Preventive Medicine and Public Health, v.48, no.3, 2015, 126면. 46) 특별위원회 의견서에서는 특이성(specicity)이라는 용어는 질병의 인과성에 대한 고려사항 중의 하나로 언급되는 개념일 뿐이라고 한다., 조성일 외 13명, 위의 의견, 127면. 47) 특별위원회는 감염성 질환의 경우에도 감염을 일으키는 세균, 바이러스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여기지만, 실제 질병 발병에는 수많은 다른 요인들이 관여한다고 설명 하고 있 다., 조성일 외 13명, 앞의 의견, 127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민사적 쟁점 _ 송정은 정남순 25 는 타당하지 않다. 48) (3) 역학적 인과관계의 개별적 인과관계에의 적용가능성 역학적 인과관계를 개별적 인과관계에 적용할 수 없다고 하는 대법원 판결의 가장 큰 문제는 신체 피해의 경우 사실상 피해구제가 불가능하게 된다는 점에 있다. 49) 일반 적 인과관계 및 개별적 인과관계 양자가 모두 요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특이성 질환 과 비특이성 질환을 구분하여 일반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다는 이유로 역학조사 결과 마저 배척한다면 이는 유해원인과 질환사이의 인과관계를 자연과학적으로 증명하라는 요구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전문가인 자연과학자도 특정요인과 질환과의 인과관계를 자연과학적으로 명확히 증명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또한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는 배출사실, 원인물질의 도달사실 및 피해사실로 인과관 계 입증이 추정된다는 기존 대법원의 입장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50) 인과관계 입증 완 화 법리가 필요한 것은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인과관계는 궁극적으로는 현실로 발생한 손해를 누가 배상할 것인가의 책임귀속의 관계를 결정짓기 위한 개념이므로, 유해물질과 건강피해와의 인과관계는 자연과학의 분야에서 말하는 것과는 달라야 한다 48) 특별위원회 의견서는 병인(원인)과 질병 발병(결과)이 명확하게 대응 한다는 내용은 역 학적 연구의 기준으로 통상 제시되고 있는 소위 힐 기준(Hill's considerations for causation)에서 특이성에 해당하는 개념이라고 하고 있다(A라는 위험요인이 다른 질환들 과는 관련성이 없는데 B라는 질환과는 관련성이 나타났을 경우, A-B 간에는 특이성이 있다고 평가된다.)., 조성일 외 13명, 앞의 의견, 127면. 49) 이에 관한 최근 대법원 판례의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문헌으로는 박태현, 환경오염으로 인한 건강피해소송에서 역학연구를 통한 인과관계의 입증-판례법리를 중심으로-, 법학 논총, 제38권 3호, 단국대학교 법학연구소, 2014. 50) 일반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사건에 있어서 가해행위와 손해발생과의 사 이에 인과관계의 존재를 입증할 책임은 청구자인 피해자가 부담함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할 것이나 이른바 오염물질인 폐수를 바다로 배출함으로 인한 이 사건과 같은 공해 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에 있어서는 기업이 배출한 원인물질이 물을 매체로 하여 간접적으로 손해를 끼치는 수가 많고 공해문제에 관하여는 현재의 과학수준으로도 해명할 수 없는 분야가 있기 때문에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사이의 인과관계를 구성하는 하나하나의 고리를 자연과학적으로 증명한다는 것은 극히 곤란하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이러한 공해소송에 있어서 피해자인 원고에게 사실적 인과관계의 존재에 관하여 과학적으로 엄밀한 증명을 요구한다는 것은 공해로 인한 사법적 구제를 사실상 거부하는 결과가 될 우려가 있는 반면에 가해기업은 기술적, 경제적으로 피해자보다 훨씬 원인조사가 용이한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그 원인을 은폐할 염려가 있고 가해기업이 어떠한 유해한 원인물질을 배출하고 그것이 피해물건에 도달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가해자측에서 그것이 무해하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사회형평의 관념에 적합하다. (대법원 1984. 6. 12. 선고 81다558 판결)
26 환경법과 정책 제16권(2016.2.28.) 는 것이 대법원 판결의 근거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개별적 인과관계 입증과 관련하여 환경소송에서 채택하고 있는 인과 관계 입증 완화 법리를 채택하고 있는 고엽제 소송의 고등법원 판결을 다시금 주목할 필요가 있다. (4) 유해원인과 피해질환 간의 인과관계 개별적 인과관계 인정에 있어 환경소송에서의 개연성 이론이 적용되면 가습기살균제 와 폐질환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될 수 있을 것인가. 앞서 환경소송사례들에서 살펴보았듯이 인과관계 입증 완화 법리가 채택되는 경우 피해인정이 보다 용이해지는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배출, 도달 및 피해발생 사실 을 입증하면 피고측에서 무해함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왜냐하면 위에서 살펴 본 수도권매립지 침출 처리수로 인한 어장피해 사례 등에서 보듯이, 인과관계 입증 완화 법리를 적용하고 인 정된 사실이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하급심과 대법원이 결론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국 유해인자와 손해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는 인과관계 완화 법리 채택여부와 무관하게 법관의 자유심증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담배소송에서 대법원은 역학적 증거가 본질적으로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통계 이 므로 개별적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한 정보로 활용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은 역학적 연구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는 평가 를 받고 있다. 인구집단에서 관찰된 일반적 인과성은 그 집단을 구성한 개개인에서 나 타나는 개별적 인과성의 총합으로 나타나는 것이어서 대부분의 기여요인과 질병의 인 과적 관련성은 개개인만을 관찰하기보다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역학연구를 통해서 정확하게 파악되기도 한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접근은 역학연구의 한계가 아니라, 반대로 개별 사례 판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 한 역학연구의 강점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51) 51) 특별위원회 의견에서는 역학적 증거가 본질적으로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통계이므로 개별적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한 정보로 활용될 수 없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역학적 증거를 개인에게 적용할 수 없고 인구집단 대상의 통계적 증거가 개인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를 할 수 없다면, 역학 연구가 제 시하는 증거를 토대로 진료실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의사들에 의한 금연 권고 활동(금 연클리닉 운영 등)은 불합리한 의사결정에 기한 쓸모없는 활동 으로 규정하는 것으로 사회적으로나 실천적인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성일 외 13명, 앞의 의견, 128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민사적 쟁점 _ 송정은 정남순 27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이라는 역학의 목적에 비추어 역학상의 인과관계는 비교적 고 도의 확실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으므로 역학적 인과관계로부터 곧바로 개별적 인과관 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 52) 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역학연구결과 가 인과관계 증명을 위한 증거로 쓰일 수 없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다고 하기 어렵 다. 53) 재판과정에서 특정원인과 피해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방법 중 하나가 재판상 감정이다. 감정의 편파성, 감정의 불명확성, 부정확 부적절한 질문의 문제, 감정결과의 해석 문제 54) 등 감정의 증거가치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 법원은 감정인의 감정결과는 그 감정 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 의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55) 그렇다면 재판상 감정 이나 역학 연구결과 모두 사실인정을 위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할 때, 재판상 감정과 52) 통계적 연관성이 부정되는 경우 역학적 인과관계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고 역학 적 인과관계의 무리한 확장을 통하여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보다 의료과실책임의 증명 책임 완화 법리에서와 같이 표현증명이론을 기준으로 정책적 고려나 다른 원인의 배재, 개별사건의 특수성을 평가하여 법적 인과관계의 존부를 판단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 하다는 견해가 있다., 백경희, 이인재, 의료과실책임과 유해물질 제조물책임에서의 인과 관계, 경희법학 제47권 제3호, 경희대학교 법학연구소, 2012, 36면. 53) 역학은 유해물질에의 노출과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합리적이고 일관성 있는 기 준의 설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법원이 역학연구결과의 이해와 분석, 그리고 역학적 인 과관계로부터 법적 인과관계를 추론하는 문제에 관하여 일정한 기준을 세운다면, 역학은 법적 인과관계의 증명에서도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연갑, 역학연구결과에 의한 인과관계의 증명, 법조 제61권 제7호, 법조협회, 2012, 145면.; 한편, 고엽제 사건 항 소심 법원은 미국 공중보건국에서 역학상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하여 제시하고 있는 요건이라는 설명을 덧붙이며 일반적으로 역학상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으로 서 1 시간적 선후관계(인자가 질병 발생보다 시간적으로 선행할 것), 2 용량반응관계 (인자에 대하 노출이 증가함에 비례하여 질병 발생이 증가할 것), 3 가역성(인자에 대한 노출이 감소하거나 제거되면 질병 발생이 감소할 것), 4 생물학적 개연성(연구결과가 기 존의 생물학적 지식에 비추어 모순 없이 설명될 수 있을 것), 5 일관성(다른 지역, 다른 집단에서 행해진 다양한 형태의 연구에서도 같은 경향의 통계적 연관성을 보이거나, 같 은 연구 내에서 소집단별로 분석할 때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같은 경향의 통계적 연관성을 보일 것), 6 연관성의 강도(노출군과 비노출군의 발병률을 대비한 비교위험도 가 높을 것), 7 연구방법의 적정성(인과관계를 도출한 연구의 방법에 잘못이 없을 것) 등이 제시되고 있다. 고 하면서 역학상의 인과관계는 1 통계적 연관성이 우연(chance) 에 의한 경우, 2 연구대상의 선정이나 자료수집이 편향(bias)되어 있는 경우, 3 외부 인자로 인하여 연구결과가 교란(confounding)되어 있을 경우와 같은 비원인적 연관성이 존재하지 않을 때 인정된다. 고 한다. 54) 양희진, 의료과오소송에서의 감정상 제문제, 의료법학 제9권 제2호, 대한의료법학회, 2008, 322-324, 332-334면. 55) 대법원 2013. 1. 24. 선고 2011다103199 판결, 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3다92866 판결.
28 환경법과 정책 제16권(2016.2.28.) 마찬가지로 역학연구결과 역시 연구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 현 저한 잘못이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5) 소결 법원은, 유해물질로 인하여 건강상 피해가 발생한 경우 유해물질과 피해자에게 발생 한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 우선 일반적으로 인체가 당해 유해물질 에 노출될 경우 문제된 질병이 야기될 수 있다는 일반적 인과관계가 증명되어야 하고 나아가 피해자가 당해 유해물질에 노출된 후 그 질병이 발생하였다는 개별적 인과관계 까지 입증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경우 먼저 일반적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는지에 관해서 생각 해 보면, 가습기살균제 성분 중 인체에 유해한 물질은 정부 측의 동물실험 등을 통해 확인 및 인정된 것이고 사람이 호흡을 통하여 이러한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경우 폐손 상 등의 질병이 발생한다고 추정된다 할 것이므로 일반적 인과관계는 증명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가습기살균제 사용 피해자가 당해 유해물질에 노출된 후 폐 손상 등의 질 병이 발생하였다는 개별적 인과관계의 인정에 관하여 살펴보면, 우선 고엽제 소송 항 소심과 대법원의 환경소송에 대한 인과관계 입증 완화 법리를 적용하여, 가습기살균제 로부터 유해물질이 발생(배출)되었고, 그러한 유해물질이 개개의 피해자들에게 영향을 끼쳤으며(도달), 그러한 유해물질에의 노출로 인하여 당해 질병이 발생(손해발생)하였다 고 볼 수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와 같이 판단할 때, 당해 법원은 법관의 자유심증 에 따라 개별적 인과관계를 검토하여 손해발생 여부를 파악하려 할 것인데, 그러한 판 단을 함에 있어 법원은 가습기살균제의 유해물질에의 노출로 인하여 발생한 질병인 폐 질환이 비특이성 질환이라고 하여 단정 짓는 결정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학문적 근거도 없을뿐더러 하나의 병인에 의하여 발생 하고 병인과 질병 발병이 명확 하게 대응 하는 요건을 갖추는 특이성 질환이라는 것은 자연과학적으로도 증명이 불가 능하므로 특이성 비특이성 질환인지 여부에 관한 제한을 두지 말고, 가습기살균제의 유해물질로 인한 개개인의 피해에 관하여 역학적 상관관계를 증명하고 있는 역학조사 결과를 재판상 감정과 마찬가지로 당해 사건의 중요하고 강력한 증거자료로 존중함으 로써 궁극적으로 역학적 상관관계를 통하여 개별적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법적 판단을 해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민사적 쟁점 _ 송정은 정남순 29 Ⅴ. 나가며 1999년 12월 12일 폐암환자와 가족 등이 흡연의 위험성을 충분히 경고하지 않아 폐 암에 걸렸다 며 국가와 케이티앤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우리나라 최 초의 담배 소송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 재판을 담당한 법원은 서울의대교수 5인에게 감정을 의뢰하였고 감정단은 2004년 11월 감정서를 동 법원에 제출하였다. 감정서에는 특히, 진료기록부상 원고 6인의 흡연력과 폐암 등 질환 사이의 구체적인 인과관계 유 무를 확인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면 그 구체적 근거는 무엇인지? 라는 법원의 질문이 있었는데 그에 대해 감정서는 다음과 같이 답하였다. 의학에서는, 흡연은 폐암이라는 명제가 대단위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할 때 그렇지 않은 명백한 증거가 없는 한 명제를 채택하는 반증주의적 접근법을 주로 하고 있다.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라는 의학적 주장의 대부분은 이와 같은 의학에서의 인과관계론 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역학적 연구의 결과를 구체적인 사상에 단순히 적용 하기는 어렵다. 이는 역학연구의 결과는 연구대상이 된 전체 집단에 속한 대상의 평균 적인 폐암 위험도를 의미하는 개념이며, 그 집단에 속한 특정 개인이 특정한 정도로 흡연을 하였을 경우 폐암의 발생확률을 논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56) 동 법원은 소송이 제기된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2007년 1월, 흡연과 폐암 발병 사 이에 역학적 관련성이 있음은 인정되지만 역학적 관련성에 의한 개별적 인과관계의 추 정은 불가하다 고 하여 원고패소판결을 내렸다. 57) 감정서는 재판부의 질문에 대하여 오로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진술을 할 뿐이고 이 를 토대로 판결하는 것은 재판부의 몫이라 할 것이다. 결국 이론적으로는 모든 연구결 과가 집대성되어 담배가 가지는 발암물질을 모두 이해하고 또한 그러한 발암물질의 대 사과정을 모두 이해하게 되었을 때 한 개인에게서 흡연이 가지는 위험성을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되고 그 인과관계도 분명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수 준에서는 극히 미미한 결과밖에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그 개인의 위험을 명확하 게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러한 명확한 판단은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으로 볼 때 오직 신 56) 조수헌, 이윤성, 유근영, 한성구, 류인균, 담배소송 감정서, 2004(서홍관, 전형준, 국내 흡연관련 폐암 소송에 있어서의 역학적 연구의 적용, 한국역학회지 제27권 제2호, 한 국역학회, 2007, 23면에서 재인용.); 또한 감정단은 60여쪽에 달하는 당시 감정서의 결 론을 (흡연과 폐암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다, 없다 로 한 마디로 정리할 수는 없다 고 하였다. 메티컬투데이/뉴시스, 담배소송 판결, 서울대 감정팀 의학논리 따랐다, 2007년 1월 26일자 기사. 57)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1. 25. 선고 99가합104973 판결.
30 환경법과 정책 제16권(2016.2.28.) 만이 가능하다. 58) 재판의 결론을 위해서는 사실 확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실 확정이 언제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곤란하기는 하지만 가능한 경우가 있는 반면 인간의 인식능력의 한계 상 사실 확정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사실 확정이 불가능한 경우 그로 인 한 책임은 피해자의 몫일 수밖에 없는 것인가. 인과관계 입증책임의 문제에 있어서 사 실 확정이 불가능할 때 그 책임은 모두 피해자의 몫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투고일자 2015.09.02, 심사일자 2016.02.23, 게재확정일자 2016.02.23 58) 서홍관, 전형준, 앞의 논문, 23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민사적 쟁점 _ 송정은 정남순 31 참고문헌 권오승ㆍ신은주ㆍ홍명수ㆍ차성민ㆍ이현종, 제조물책임법, 법문사, 2003 김종현, 제조물 결함에 대한 제조업자의 무과실책임-입증책임 완화 방안을 중심으로-, 법학연구, 제44집, 한국법학회, 2011 대한변호사협회, 2011 인권보고서, 제26집, 2012 박태현, 환경오염으로 인한 건강피해소송에서 역학연구를 통한 인과관계의 입증-판례 법리를 중심으로-, 법학논총, 제38권 3호, 단국대학교 법학연구소, 2014 백경희ㆍ이인재, 의료과실책임과 유해물질 제조물책임에서의 인과관계, 경희법학, 제47권 제3호, 경희대학교 법학연구소, 2012 사법연수원, 특수불법행위, 2008 서철원, 미국 불법행위법, 법원사, 2005 서홍관ㆍ전형준, 국내 흡연관련 폐암 소송에 있어서의 역학적 연구의 적용, 한 국역학회지, 제27권 제2호, 한국역학회, 2007 양덕순ㆍ이기춘, 소비자의 안전의식과 안전규제를 고려한 제조물책임법 제정방향, 한국소비자학회 학술발표논문집, 1999권, 1999 양희진, 의료과오소송에서의 감정상 제문제, 의료법학, 제9권 제2호, 대한의료 법학회, 2008 윤진수, 제조물책임의 주요 쟁점-최근의 논의를 중심으로-, 법학연구, 제21권 3 호, 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 2011 이종구, 지시, 경고(표시)상의 결함과 제조물책임, 저스티스, 통권 제97호, 한국 법학원, 2007 정병조, 제조물 결함의 증명책임 완화에 관한 연구, 법조, 제64권 제5호, 법조 협회, 2015 조성일ㆍ김동현ㆍ강영호ㆍ박순우ㆍ박은철ㆍ신민호ㆍ신애선ㆍ이강숙ㆍ이선구ㆍ정해 관ㆍ조홍준ㆍ지선하ㆍ황승식, 흡연과 폐암의 인과성에 대한 대한예방의 학회 한국역학회 담배와 폐암 소송 관련 특별위원회 의 의견, Journal of Preventive Medicine and Public Health, v.48, no.3, 2015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 역학조사과, 원인미상 폐손상 역학조사 중간결과, (주간)건강과 질병, 제4권 제45호, 질병관리본부, 2011 하종선, 제조물책임소송의 현황과 과제, 저스티스, 통권 제68호, 한국법학원, 2002
32 환경법과 정책 제16권(2016.2.28.) <Abstract> Civil Issue of Disinfectant Humidifiers: Product Liability and Proof of Cause-Effect Relationship Song, Jung-Eun * 59)Jeong, Nam-Soon **60) The victims who have suffered or are suffering by using disinfectant humidifiers are now bringing some lawsuit against the companies made the disinfectant humidifiers and sold them. The case of Disinfectant Humidifiers should apply the Product Liability Act as the special rule of general torts because the damages in the case were caused by defect in the products were made up of high technology-intensive and mass production. The courts have sought relief against damage in series of cases related product liability through presumption of manufacturer's negligence and the cause-and-effect relationship between the defect and damage, before enforcing the Product Liability Act. But, in some cases, the courts said the Product Liability Act had the provision of the product-defect, and the provision classified as defect in manufacturing, defect in design, defect in indication. And the courts added that defect in design and defect in indication in the Product Liability Act were interpreted as negligence-liability. The theory of the courts meant victims eventually should prove that a manufacturer was ware, or should have been aware, of the fact of the product-defect. And that means no difference with general tort-liability. The cases are subject to the Product Liability Act should prove the fact that the damage occurred owing to the product-defect, so-called cause-effect relationship, along with general tort-liability. In the product liability, particularly, it is a matter * Ph.D Student, department of law, Kangwon National University ** Attorney at law, Deputy Director, Environmental Law Center in Korean Federation for Environmental Movement(KFEM)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민사적 쟁점 _ 송정은 정남순 33 of whether or not epidemiological causal relationship is applied. The Supreme Court, in Korea, said the epidemiological relevance did not mean acknowledgement of individual causal relation. While the Supreme Court distinguished between specific and non-specific diseases, the Court also said the epidemiological correlation as a individual cause-effect relationship could be accepted only on occasions of specific diseases. The criteria for a specific disease pointed out in the Supreme Court Ruling of the Agent Orange Lawsuit are as follows: 'stemming from one etiology' and 'a clear correspondence between pathological cause and effect'. The theory of the Court, however, has been criticized for some reasons. First, the dichotomy of specific and non-specific diseases is devoid of a scientific foundation. Second, if a specific disease were to be defined as a disease having necessary and sufficient conditions stemming from a single cause, such a specific disease cannot exist. Many courts in courses of judgement have tried to actually relieve damage by alleviating, for victims, the burden of proof in the environmental lawsuits and product-liability lawsuits. The court should keep such the effort to alleviate the burden of proof in the case of Disinfectant Humidifiers. A court should also respect the result of epidemiological study as a evidential data in court, as the result of judicial appraisal does except having obvious errors, even if it judges with free evaluation of evidence. Key words : Disinfectant Humidifiers, Product-Liability, Agent Orange Lawsuit, Alleviating the burden of proof of causal relationship, Epidemiological Causal Relationsh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