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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제연구 2012년 상반기(통권 제57호) 체제유지를 위한 북한의 식량정치(food politics) 1)김 양 희* Ⅰ. 서론 Ⅱ. 식량정치(food politics) 개념과 북한 사회 Ⅲ. 북한 식량정치(food politics)의 구성요인 Ⅳ. 북한 식량정치의 특징과 전망 V. 결론 고난의 행군 시기 북한의 식량난은 체제를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 상황이었고 현재까지도 북한 에서 먹는 문제는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 로 꼽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여전 히 안정적으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북한 이 펼치고 있는 식량정치(food politics) 때문으 로 북한은 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민에 게 식량정치를 실시하고 있다. 북한 정권은 정치 사상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3요소로 구성된 식량 정치에 의해 식량이 충분할 때는 물론이고 식량이 부족할 때에도 이에 대한 책임을 외부에 떠넘기며 주민들이 정권에 순응토록 하고 있다. 북한의 식 량정치는 어린 시절부터 식량통제시스템에 편입될 수 있도록 전 주민을 대상으로 철저한 식량통제시 스템을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 강성대국을 건설해 나가기 위해 사상교육적인 식생활 정책을 펼치는 동시에 실질적인 식량증산을 위한 정책을 실시하 는 등 두 가지 축의 식생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북한은 식량이 부족한 가운데에서도 식 량난의 원인을 외부와의 갈등에 의한 것으로 선전 하면서 식량부족의 상황을 주민들에게 이해시키고 주민들의 순응화를 이끌어내고 있으며 이를 기반 으로 정당성을 확보하며 체제를 유지시키고 있다. 국문요약 그러나 북한의 식량정치는 식량난의 파급효과로 주민의 이동이 증대되면서 정보 교류 등이 확대되 고 사회통제 기능이 이완되었다는 점이 한계요인 으로 지적되고 있다. 반면 북한은 사회주의체제를 고수하고 선군정치의 틀을 계속 이어갈 때 국제사 회의 압박이 지속돼 식량부족문제를 쉽게 해결하 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북한은 식량을 통해서 주민들을 통제해 체제유지를 해나갈 수밖 에 없다는 것이 식량정치의 지속요인으로 꼽힌다. 주제어: 식량정치, 북한 식량난, 체제 정당성, 식생활 정책 * 동국대학교 박사수료 저서 및 논문: 북한 농식품법 연구, 통일과 법률 통권 9권 봄호(2012). 외.

2 통일문제연구 2012년 상반기(통권 제57호) Ⅰ. 서 론 북한은 2012년 김일성의 100회 생일을 맞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 겠다고 밝히면서 정치 사상, 군사강국은 이미 이루었기 때문에 경제 강국만 이루면 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말하는 경제강국은 자립적 민 족경제의 튼튼한 토대 위에서 끊임없이 발전하는 나라이며 인민대중의 자주적이며 창조적인 물질생활을 원만히 보장하고 세계적으로 가장 발 전된 나라들과도 당당히 겨룰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나라 1) 이다. 그러 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성대국의 목표를 낮춰 강성국가 라는 용어를 적극 사용했을 정도로 북한이 기존에 외쳐왔던 경제강국은 현실과 괴리 가 있다. 특히 고난의 행군시기가 끝났다고 선포했지만 2) 여전히 북한 에서 먹는 문제는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할 문제로 꼽히고 있다.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 요인으로 가장 자주 거론되는 것은 경제적 실패론이다. 3) 경제적 실패론은 사회주의 체제의 정당성과 밀접 한 연관이 있다. 4) 사회주의 체제는 자본주의의 몰락과 사회주의 생활 수준이 자본주의의 생활수준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이념에 기초했다. 1) 우리민족끼리, 2009년 9월 25일. 2) 김정일은 지난 1999년 1월 1일 우리 전체 당원들과 군인들과 인민들은 지난해에 <최 후 승리를 위한 강행군 앞으로!>라는 당의 전투적 구호를 높이 받들고 강계정신, 성강 의 봉화 따라 견인불발의 의지로 힘차게 투쟁함으로써 가장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고 난의 행군>을 락원의 행군으로 전환시켜 나갈수 있는 앙양의 불길을 올리기 시작했다 고 말했다. 김정일, 올해를 강성대국건설의 위대한 전환의 해로 빛내이자, 김정일선 집 14권(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2000), p.453. 3) Ivo Banac, Introduction, Ivo Banac(ed), Eastern Europe in Revolution (Ithacha & London: Cornell University Press, 1992), pp.3-13. 4) David Stuart Lane, The Rise and Fall of State Socialism: Industrial society and the socialist state(cambridge: UK and Cambridge, Mass, 1996), pp.153-155.

체제유지를 위한 북한의 식량정치(food politics) 3 그러나 경제적 실패는 체제 정당성의 위기로 이어진다. 사회주의 경제 체제의 실패와 더불어 정권의 지지 기반 약화가 대중의 불만족으로 확 산되었고 고르바초프의 개혁 정책 이후 사회주의 체제의 정당성과 정통 성 문제 등 사회전반에 대한 의문이 확산되기 시작해 붕괴를 유발했다 는 논리이다. 5) 체제 유지를 위해서는 여러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을 하지만 우선 물 질적으로 부족한 결과를 낳은 사회주의 체제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민 불만을 잠재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의 생활향상을 위한 노력 을 해야 하고 그중에서도 제일은 식량문제의 해결이다. 이런 가운데 고난의 행군 시기 북한의 식량난은 체제를 위협할 정도 로 심각한 위기였다. 6) 김정일 정권의 위기와 사회주의 체제의 위기가 같을 수는 없으나 특히 고난의 행군시기 북한이 직면한 위기는 체제 (system)의 위기이자 정권(regime)의 위기라고 할 만큼 심각한 구조 적 위기 상황이었다. 김정일 정권은 체제의 위기를 해결해 정권의 정당 성을 확보하려 했는데 체제의 위기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정권의 유지 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7) 당시 여러 전문가들은 다양한 방식의 분석을 통해 고난의 행군 시기에 북한 전체인구의 최대 10%가 넘는 수백 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이는 분명 북한의 계획경제하에 5) David S. Mason, Revolution in East-Central Europe: The Rise and Fall of Communism and the Cold War(Boulder: Westview Press, 1992), p.34. 6) 이 시기 북한의 붕괴가능성은 빈번하게 제기돼 1990년대 대다수 붕괴론자들은 북한이 처한 안팎의 상황, 특히 국제적 고립과 경제난이 체제를 정상적으로 운영해 나가기 힘 들 정도로 심각하다는 점, 최고지도자의 유고가 체제의 불안정성을 높일 것이라는 점, 후계자로 여겨지는 김정일은 정당성이 약하며 북한이 처한 난국을 헤쳐 나갈 자질도 수단도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북한이 붕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상근, 북한붕괴론 의 어제와 오늘, 통일연구 2호(2008), p.94. 7) 고유환, 북한 사회주의체제의 구조적 위기와 김정일정권의 진로, 한국정치학회보 30권 2호(1996), p.226.

4 통일문제연구 2012년 상반기(통권 제57호) 서 주민에 대한 식량수급정책이 실패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그런데 도 불구하고 수백 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하는 가운데서도 북한에서는 체제나 정권의 붕괴가 일어나지 않았다. 왜 그럴까? 이 논문에서는 이에 대한 해답을 국가가 주민 통치 수단으로 식량을 통제하며 정치에 활용하고 있는 식량정치(food politics)라는 개념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식량정치는 식량안보 등과 함께 식량이 경제적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에 착안한 개념으로 2000 년대에 들어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식량이 정치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는 국내에서도 이미 많은 연구자 들이 진행한 바 있다. 8) 이들 논문은 좋은 먹거리의 안정적 공급만큼 중요한 정치적 아젠다는 없다고 말한다. 때문에 먹거리 문제가 해결되 지 않으면 사회질서의 유지가 어렵고 정치적 지배가 가능하지 않다고 한다. 이에 북한이 식량을 정치와 연결시켜 체제유지를 위한 국가전략으로 삼고 있는 것에 대한 연구는 중요하다. 특히 식량문제가 체제를 심각하 게 위협할 수 있다는 학습을 한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에 펼 치는 김정일의 식량문제 해결 노력은 더욱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 이 연구는 식량정치의 개념을 도입해 북한에서 김정일 정권이 주민에게 식량부족 여부를 떠나서도 어떻게 체제의 정당 8) 식량이나 먹거리가 정치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는 김종덕,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식량 의 정치적 이용, 경제와 사회 28호(1995); 김종덕, 식량 종속의 정치경제학, 사 회와 역사 19권(1990); 김효진, 대북식량원조의 정치경제학, 역사와 사회 30권 (2003); 유호열, 북한 식량문제의 정치, 경제, 세계지역학회보 12권(1998); 김 종덕, 식량권과 사회복지의 정치학,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 2007 춘계학 술대회-사회투자국가, 한국 사회복지의 대안인가 (목포: 목포대학교, 2007년 6월 1 일); 김철규,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먹거리 정치, 한국사회 9권 2호(2008); 임웅, 고대 로마의 기아와 빵 그리고 정치-공화정 후기와 원수정기를 중심으로, 역사와 담 론 38권(2004) 등 다수가 있다.

체제유지를 위한 북한의 식량정치(food politics) 5 성을 확보하는지에 대해서 검토해 보고자 한다. 또한 북한에서 체제유 지를 위해 실시하고 있는 식량정치의 특징과 전망은 어떻게 되는지 살 펴보고자 한다. 그동안 북한의 체제유지와 관련해 여러 가지 요인에 대한 검토가 있 었으나 식량통제시스템을 북한이 체제의 유지에 활용한다는 연구는 없 었다. 기존 연구와 달리 식량을 통해서 북한의 체제유지 현황을 검토해 보는 이 논문은 북한체제의 연구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북한의 식량문제에 대한 시각을 검토하는 데 시사점을 줄 것으로 기대 한다. Ⅱ. 식량정치(food politics) 개념과 북한 사회 1. 식량정치(food politics)의 개념 분석 예로부터 식량을 정치에 활용해서 권력을 획득하거나 주민을 통제하 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에 대한 연구는 많았다. 식량정치의 개념화 에 앞서 연구자들은 식량과 정치의 관계에 대해 다음의 사전작업을 수 행했다. 서구의 국가형성과정과 식량정책의 연관성을 연구한 찰스 틸리 (Charles Tilly)는 국가형성 주도세력이 취하는 식량정책의 선택은 국 가가 어느 계급과 연합할 것인가 하는 정치적 문제, 국가의 재정정책의 성공여부와 농업과 산업 생산의 증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의 경제적 문제, 국가 중앙관료의 규모에 따른 행정적 문제, 그리고 식량공급의 통제를 둘러싼 폭력적인 갈등의 시기 범위 장소에 따른 사회적 문제 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하며 국가형성 주도세력에 의한 식량정책의 전환

6 통일문제연구 2012년 상반기(통권 제57호) 은 국가형성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9) 톰 스탠디지(Tom Standage)는 작고 평등했던 마을이 도시로 전환 된 것은 농업의 집중화 때문으로 이런 변화의 근원에는 식량이 있었다 고 말했다. 식량에 대한 지배가 곧 권력이었던 까닭은 사람과 동물을 먹여 살리는 식량이야말로 문자 그대로 모든 것을 굴러가게 하는 원동 력이었기 때문으로 식량잉여분을 농민에게서 빼앗음으로써 지배엘리트 는 병사 등을 먹여 살리는 수단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지배 엘리트들은 잉여식량과 물품의 흐름에 대한 지배권을 장악했고 그 덕분 에 여러 사람의 하수인이나 추종자들을 거느리게 되었다고 한다. 10) 해리스(Harris)도 원시국가 형성 시 먹을거리 자원의 통제 및 재분 배와 관련하여 수세대에 걸쳐 감지하지 못한 채 변화된 세력균형이 결 국에는 관련 당사자들이 그 형태와 방향을 예견할 수 없었던 사회제도 와 관계를 낳았다고 강조했다. 11) 또한 장 지글러(Jean Ziegler)는 몇몇 나라에서는 국민을 폭력적으 로 복종시키려고 식량을 의도적으로 끊고 있으며 대개는 국가적인 폭력 이 자행되는 나라에서 배고픔을 무기로 삼는다고 밝혔다. 12) 이런 가운데 이들 개념을 실제 적용한 식량정치의 개념과 사례들은 다음과 같다. 식량정치는 식량을 생산 통제하며 정치적으로 먹거리를 활용하는 9) Charles Tilly, Food Supply and Public Order in Modern Europe, in Charles Tilly(ed.), The Formation of National States in Western Europe(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75), p.393. 10) 톰 스탠디지 저, 박중서 역, 식량의 세계사 (서울: 웅진씽크빅, 2012), pp.56-57, pp.66-67. 11) 앨런 비어즈워스 테레사 케일 저, 박형신 정헌주 역, 메뉴의 사회학 (서울: 도서 출판 한울, 2010), p.57. 12) 장 지글러 저, 유영미 역,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서울: 갈라파고스, 2007), p.94.

체제유지를 위한 북한의 식량정치(food politics) 7 것이다. 이는 규제, 검사 및 식품의 유통 등 정치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각종 분쟁에 적절한 규정을 취하여 체제의 정당성을 도모하는 것을 의미한다. 13) 로버트 파랄버그(Robert Paarlberg)는 식량, 음식 등에 정부의 규 제를 부과하는 정치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식품정치이며 권위주의 국가 에서는 개인과 집단이 조직적으로 정치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기회를 결여해 잘못된 식품정책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 예로는 1932년부터 1933년까지의 스탈린 치하의 식민지배, 우 크라이나에서의 기근, 중국의 1959년부터 1961년까지 사이의 기근, 1990년대 북한의 기근 등이 발생했다는 것을 꼽았다. 14) 이런 가운데 캐롤린 스틸(Carolyn Steel)은 최초의 도시국가들이 세워졌을 때부터 식량공급의 통제는 도시당국의 중요한 임무였고 당국 은 이에 대해 막중한 책임을 졌다고 말했다. 특히 초기 공화정시대부터 원로원은 로마 시민에게 보조배급곡물 안노나 를 매달 지급했는데 시 민에게 식량을 제공할 뿐 아니라 이들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당시 대중의 삶은 폭발 직전의 상황이어서 식량공급의 위협 만큼 좋은 기폭제도 없었다. 로마의 엘리트들은 식량이 정치력과 긴밀 히 연결돼 있고 국민을 먹이는 데 실패하는 것은 정치적 멸망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했다. 15) 찰스 틸리는 군대, 관료, 도시가 성장함에 따라 모든 국가가 더욱 활 발하게 식량의 배분을 통제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여러 유럽 국가 에 의해 채택된 식량공급 통제를 위한 정책은 지도자가 의식적이거나 13) Monbiot, G., Captive State(Basingstoke: Macmillan, 2000), pp.162-208. 14) Robert L. Paarlberg, Food politics: What Everyone Needs to Know(New York, N.Y.: Oxford University Press, 2010), pp.2-3. 15) 캐롤린 스틸 저, 이애리 역, 음식, 도시의 운명을 가르다 (서울: 예 지, 2010), p.122, 124.

8 통일문제연구 2012년 상반기(통권 제57호) 무의식적으로 채택한 국가 전략에 의존했고 이는 지주, 농부, 상인 등 에 대한 통치수단이었으며 19세기와 20세기 국가에서 나타난 권력 구 조뿐만 아니라 완전히 독립적으로 국가전략의 방향과 속도에 영향을 미 쳤다. 16) 때문에 유럽 공무원의 주요 활동 중 하나는 식품공급의 통제 인데 이는 식량을 획득하는 농민인구의 통제와 농업생산물의 소비를 창 출할 수 있는 도시, 상업 및 제조인구의 통제, 공무원, 군인의 운영과 반체제 정부전복 등을 막기 위해서였다. 국가의 정당성과 공공질서 및 식품 공급의 통제 유지는 국가의 정당성 확보에 도움을 주었고 국가의 정당성 확보는 공공질서 및 식품 공급의 통제에 도움을 주며 상호 의존 적이었다고 설명했다. 17) 루이스 틸리(Louise A. Tilly)는 유럽의 역사적인 경험을 돌아볼 때 정부가 정치적인 우선순위와 경제적인 요소의 인가를 증대시키기 위 해 절차를 다듬을 때 또는 변화의 결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개입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의 역사를 되짚어 보 면 정부 정책은 때때로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지방 거주민 심지어 농민 의 식량에 대한 권한(통솔력)을 약화시키지만, 군대와 도시 거주민을 위한 안정적인 식량 공급에는 우호적인 것을 볼 수 있다. 18) 로버트 파랄버그는 이데올로기로 인해 기근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 조한다. 스탈린은 1932년부터 1933년까지 우크라이나에서 농업 부문 을 사회화하기 위해 개인의 토지와 식량을 몰수했다. 이데올로기로 인 해 저항 농민은 투옥이나 저격을 당했고 곡물의 생산이 떨어지고 강제 적인 조달상태가 계속됐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곡물 재배지역 중 하 나인 이곳에서 적어도 600만 명의 사람이 굶게 된 것이다. 16) Tilly(1975), p.393. 17) Ibid, pp.393-395. 18) Louise A. Tilly, Food Entitlement, Famine, and Conflict, The Journal of Interdisciplinary History Vol. 14, No. 2(1983), p.349.

체제유지를 위한 북한의 식량정치(food politics) 9 또한 1959년부터 1961년까지 중국에서 발생한 기아도 이데올로기 에 의해 주도되었다. 이때는 1958년 모택동의 결정에 의한 시스템에 따라 식량이 생산됐다. 대약진이라는 이 시기에는 농지 및 생산식품의 소유권을 정부에 빼앗기면서 생산을 위한 동기가 사라졌고 농부들이 고 철 생산 요구에 뛰어들면서 곡물 생산이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19) 로버트 파랄버그는 또한 정부는 구호 식량 및 식품 무역에서 강제적 인 권력을 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저장을 하더라도 가치를 잃지 않는 석유와 달리 음식은 수확 후 가치가 손실돼 배치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기아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기아를 외 교정책의 도구로 활용한다고 한다면 북한의 외교적 노력으로 인해 북한과 의 협상에서 미국은 역설적이게도 불리한 입장에 놓여 있다고 설명한다. 20) 설탕을 가지고 권력의 특성을 분석한 인류학자 시드니 민츠(Sidney W, Mintz)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새로운 생산품의 의미에 관해서 어 느 정도 책임이 있다며 사회를 다스리고 지배했던 자들이 내적인 의미 를 부여하고 확산시킴으로써 자신들의 지위를 영속화시키고 이익을 보 장했으며 소비를 확산시켰다고 말했다. 21) 또한 설탕의 소비 확산에 각종 차별적 관세를 폐지시키게 한 정치적 투쟁이 하나의 중요한 단계가 됐으며 22) 권력을 행사하는 계층은 정치 적,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해 설탕이나 유사한 생산품에 대해 국가 전체 가 사용할 수 있는 양을 공급하도록 하는 입법적 조치를 취했다. 23) 특히 유럽에서는 설탕의 소비확대를 위해 입맛을 사로잡아 평생 동 안의 잠재소비자를 만들기 위해 어린 아이들이 먹기 위한 사탕이나 빵 19) Paarlberg(2010), p.48. 20) Ibid, p.80. 21) 시드니 민츠 저, 김문호 역, 설탕과 권력 (서울: 지호, 1998), p.285. 22) 위의 책, p.305. 23) 위의 책, p.313.

10 통일문제연구 2012년 상반기(통권 제57호) 에 발라먹는 것을 확산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한다. 24) 멜리사 콜드웰(Melissa L. Caldwell)은 러시아 정부가 식량정치를 통해 국산품 애용운동을 벌이며 민족주의를 강화하고자 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민족주의적 식품소비는 러시아의 소비 과정의 재교육에 의한 것으로 이는 단순한 국산품 애용운동이 아니라 러시아 정부가 사회주의적 가치를 보존하려하는 사회적 윤리체계를 보 여준다는 것이다. 식품의 선택을 통해서 러시아인들은 그들과 국가의 연관성을 더욱 굳건히 만들고 이를 통해 러시아의 정치적 경제적 사건 을 개개인의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25) 결론적으로 유럽, 러시아, 중국 등의 국가들은 체제 유지를 위해 식 량정치를 활용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치사상적으로 식량공급 을 통제하며 군인, 공무원 등에 우선적으로 식량을 차등 배급해 통제하 고 이데올로기를 활용했으며 외교정치에서 우위를 점하려했고 26) 식량 이나 식품 등에 의도적인 의미를 부여하며 자신들의 지위를 영속화시켰 다. 또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입법적 조치를 취했으며 어린 아이들 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을 했다. 아울러 경제적으로 각종 규제 완화를 추진하며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했고 사회문화적으로 민족주의 를 강화하며 국가와 개인의 연관성을 높이고자 했다. 24) 시드니 민츠(1998), p.323. 25) Melissa L. Caldwell, The Taste of Nationalism: Food Politics in Postsocialist Moscow, Journal of Anthropology Vol. 67, No. 3(2002), pp.297-298. 26) 본 논문에서는 북한이 내부적으로 식량을 통해 주민을 순응화시켜 체제을 유지한다 는 내용이기 때문에 외교의 부분은 범위를 벗어나 이에 대한 논의는 제외함.

체제유지를 위한 북한의 식량정치(food politics) 11 2. 식량정치(food politics) 개념의 북한 사회 적용 북한에서는 식량문제를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것으로까지 확대해서 보고 있다. 북한은 식량문제를 인민생활문제를 풀어나가는데서 선차적으로 해결하여야 할 관건적문제로 보고 식량이 풍부해야 사람들의 사상의식상태도 더 좋아지고 경제건설의 모든 문제 가 다 잘 풀려나갈수 있다 고 말한다. 또한 식량문제를 옳게 해결하는 것은 특히 지난날 제국주의의 지배와 예속밑에 있었던 나라들에서 더욱 절실한 문제로 나선다 고 설명한다. 27)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위해 주민의 사상단속을 중요하게 여기는 북 한에서도 사상의식을 높이기 위해서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 는 것이 식량문제라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식량문제가 체제를 심각하 게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식량원조 등으로 인한 경제 예속 문제에서도 자유롭기 위함을 강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북한의 인식은 김일성이 1956년 1월 28일 평안남도당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인 쌀은 곧 사회주의이다 에 잘 나타나 있다. 김일성은 우리가 사회주의를 건설하자면 쌀이 없이는 안된다 며 알곡증산을 위해 모두다 당중앙의 호소를 받들고 매진하라 고 말했다. 28) 김정일 시기에 와서 강성대국 건설에 있어 식량문제 해결의 중요성 은 더욱 강조돼 북한은 인민들의 식량문제, 먹는 문제를 원만히 해결 하는 것은 인민생활을 안정향상시키고 우리식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더 욱 높이 발양시키며 강성대국건설을 힘있게 다그쳐나가는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고 말했다. 29) 또한 식량문제가 풀려야 사람들의 자주 27) 사회과학출판사 편, 경제사전 2권(평양: 사회과학출판사, 1985), p.123. 28) 김일성, 쌀은 곧 사회주의이다, 김일성저작집 10권(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1980), p.29. 29) 변승호, 우리 식의 식량문제, 먹는 문제해결의 기본방향, 경제연구 4호(2004), p.17.

12 통일문제연구 2012년 상반기(통권 제57호) 적이며 창조적인 물질생활을 보다 성과적으로 해결하고 나아가 제국주 의자들의 압력과 봉쇄를 짓부시고 당당한 발언권을 가지고 자주적인 정 치를 실현할수 있으며 인민경제의 모든 부문의 고르로운 빠른 발전을 보장할수 있다 고 설명한다. 30) 이처럼 김정일이 정치와 접목해 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김정일 시대에 들어서면서 선군을 강조하며 주 민의 먹는 문제보다는 군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 주민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다는 외부의 인식을 잠재우기 위함으로 보인다. 또한 내부적으 로는 주민에게도 기존에 강조하던 선군통치전략을 이어가며 식량생산 에도 높은 관심을 갖는다는 이미지를 심어 식량이 부족한 것에 대한 책 임을 외부로 돌리면서 식량부족 등 경제문제에 대한 책임이 전혀 없는 정당한 체제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에서는 쌀은 곧 사회주의 라는 김일성의 발언이 사상으로까지 승격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은 쌀은 곧 사회주의라는 사상은 무엇보 다도 사회주의를 건설하는 목적에 맞게 먹는 문제, 농업생산에 제일차 적의의를 부여할데 대한 가장 정당한 사상이며 인민대중의 자주위업수 행인 사회주의의 승리를 위한 투쟁이라는 심오한 뜻을 담고있는 독창적 인 사상 이라고 말했다. 31) 북한에서 사상 이 혁명과 건설의 주인이라 는 자각을 가지며 자기 나라 혁명을 중심에 놓고 모든 것을 사고하고 실천하며 모든 문제를 자기의 지혜와 힘으로 풀어나가는 관점과 태도를 가지도록 하는 원칙 32) 이라는 의미인 만큼 식량문제가 정치적인 것을 넘어 북한이 추구하는 사회주의 건설의 최우선 과제임을 알 수 있다. 1992년 러시아사범대학 교환교수로 재직한 바 있는 평양사범대학 30) 김병훈, 2모작농사는 먹는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한 중요담보, 김일성종합대학 학보, 철학 경제학 제44권 3호(1998), p.52. 31) 조선녀성 편, 쌀은 곧 사회주의이며 쌀은 곧 공산주의이다<해설>, 조선녀성 1호 (2006), p.10. 32) 사회과학출판사 편, 조선말대사전 2권(평양: 사회과학출판사, 2007), p.542.

체제유지를 위한 북한의 식량정치(food politics) 13 노어노문학과 교수이자 남한 망명 후 미국으로 건너가 현재 조지메이슨 대학의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김현식의 에세이에 식량정치 라는 단어가 나온다. 남한에서는 의식주라고 하지만 북한에서는 식의주라고 말한다. 몸에 걸치는 옷이나 사는 집보다 먹고 사는 문제, 즉 식량이 가 장 중요하다는 김일성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찍이 김일 성은 쌀은 사회주의다 라고 말했다. 사회주의를 해서 먹는 문제 를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사회주의를 해야만 먹는 문제가 해결 된다는 것인지 그 정확한 뜻은 알 수 없지만 김일성이 식량위주 의 정책을 폈던 건 사실이다. 그래서 김일성의 정치를 흔히 기 아정치, 식량정치라고 한다. 33) 그러나 북한의 신문이나 방송, 김일성, 김정일의 저작 등에서는 식 량정치 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는 식량이 부족한 가운데서도 이를 통제하고 정치적으로 활용해 주민에 대해 통치를 정당화시킨다는 이야기를 내놓고 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북한이탈주민인 학 자도 식량정치라는 용어는 남한사람들의 시각에서 보는 것이지 그런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34) 고 증언했다. 이런 가운데 국가형성기의 유럽과 러시아, 중국 등이 실시한 식량정치를 북한 사회에 단순 적용하 는 것은 무리가 있으나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과 마찬가지로 사회주의 국가였으며 유럽도 국가형성기에 국가주도적인 통제를 실시하고 이를 통해 체제유지라는 정당성을 확보한다는 목적을 이루고자 한 만큼 북한 사회에서 식량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설명하는 데 유용한 함 의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33) 김현식, 나는 21세기 이념의 유목민: 예일대학교에서 보내온 평양교수의 편지 (서 울: 김영사, 2007), p.67. 34) 북한이탈주민 김 인터뷰, 2012년 3월 14일.

14 통일문제연구 2012년 상반기(통권 제57호) 유럽, 러시아, 중국 등의 식량정치 요소와 북한 정권의 식량정치 요 소는 다음과 같이 비교해 볼 수 있다. <표 1> 유럽, 러시아, 중국과 북한정권의 식량정치(food politics) 요소 비교 유럽, 러시아, 중국 등의 식량정치 성격 북한 정권의 식량정치 성격 식량공급 통제, 군인, 공무원 등에 우선하는 식량차등배급 정치 식량 관련 국가 시스템 장악 정치 이데올로기 활용 사상 주체사상 강조, 음식의 주체화 등 추진 사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입법적 조치 정치 먹거리 관련 법률 제정 정비 정치 특정 식품에 의도적 의미부여, 확산 사상 지도자에 대한 충성 요구를 위한 음식의 상징화 사상 어린이 입맛 사로잡기 위한 노력 정치 어린이로부터 시작되는 사상교육 사상 판매확대 위한 규제 완화 추진 정치 식량증산 독려 위한 규제완화 추진 경제 민족주의 강조 사회 문화 민족음식강조 사회 문화

체제유지를 위한 북한의 식량정치(food politics) 15 북한 식량정치의 체제 정당성 확보 시스템은 다음 <그림 1>과 같다. <그림 1> 북한 식량정치(food politics)의 체제 정당성 확보 북한 정권 Food Politics 식량정치 주민 순응 정치사상적 경제적 사회문화 1 식량 관련 국가 시스템 장악 2 주체사상 강조, 음식의 주체화 등 추진 3 먹거리 법률 제정 정비 4 지도자에 대한 충성 요구 위한 음식의 상징화 5 어린이부터의 사상교육 식량증산 독려를 위한 규제완화 추진 민족음식강조 북한 정권은 체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민에게 식량정치를 실 시하고 있으며 이에 주민이 순응하며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북한 주민 은 정치사상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요소로 구성된 식량정치에 의해 식 량이 충분할 때는 물론이고 식량이 부족할 때에도 정권에 순응 하고 있다.

16 통일문제연구 2012년 상반기(통권 제57호) Ⅲ. 북한 식량정치(food politics)의 구성요인 1. 정치사상적 요소 북한에서는 식량정치의 정치사상적 요소로 1 식량 관련 국가 시스 템 장악 2 주체사상 강조, 음식의 주체화 등 추진 3 먹거리 법률 제 정 정비 4 지도자에 대한 충성 요구를 위한 음식의 상징화 5 어린이 부터의 사상교육 등을 진행한다. 유럽, 러시아, 중국 등의 국가들은 식량공급 통제, 군인, 공무원 등 에 우선하는 식량차등배급 정책을 실시하는데 북한도 마찬가지로 정부 가 주체가 되어 식량과 관련한 모든 국가 시스템을 장악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배급제로 북한은 1957년 11월의 내각결정 96호 와 102호에 따라 협동농장원을 제외한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식량배급 제를 실시하고 있다. 북한은 식량배급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곡물 마케팅을 국가가 독점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국가 이외의 어떤 경제주 체도 곡물을 거래하는 것이 불법화되어 있다. 35) 북한은 협동농장에서 생산, 국가가 통제하는 곡물과 해외로부터 수입된 곡물을 합해 자체 곡 물 예비를 구성하며 이러한 예비를 토대로 협동농장원 이외의 모든 주 민에게 식량을 배급한다. 36) 북한은 거의 모든 재화를 정부가 직접 배 급하는 통제적인 배급경제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개인의 기초자원은 그 의 생산이나 소득과는 무관하게 배급당국이 정한 배급량에 의해 결정된 다. 또한 그 개인은 자신에게 배급된 식량과 비식량을 시장에서 타인과 교환할 수 없기 때문에 그의 식량지위는 그의 배급량과 일치하게 된 다. 37) 북한의 배급체계는 북한에서 생산되는 모든 식량을 확보하고 전 35) 이석, 1994~2000 북한기근: 발생, 충격 그리고 특징 (서울: 통일연구원, 2004), p.119. 36) 위의 책, p.117.

체제유지를 위한 북한의 식량정치(food politics) 17 국민에게 분배를 함으로써 식량을 통해서 주민을 통제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인 것이다. 특히 북한은 고도의 중앙집권적인 계급사회이기 때문에 계층에 따라 식량배급에 있어서 현저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북한의 식량 배급은 신분, 직업, 연령, 거주지 등에 따라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이는 북한 이 지배계층인 핵심계층에게 체제 유지 목적으로 충분한 식량을 우선적 으로 공급을 하는 반면 일반주민에게는 핵심계층에게 공급하고 난 나머 지 식량을 분배하기 때문이다. 38) 고난의 행군시기를 거치면서 배급제가 무너지기도 했지만 북한은 2005년 10월부터 식량배급을 정상화하고 시장을 축소하는 노력을 펼 치는 등 식량정치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39) 특히 걷잡을 수 없이 시장이 확대되고 통제기능이 약화되자 북한은 지난 2009년 화폐 개혁을 전격 단행하기도 했다. 북한은 이를 통해 다시 한 번 식량통제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체제유지를 위한 식량정치를 지속한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중국 등의 국가들이 이데올로기에 의한 식량정치를 펼치듯 북한에서도 주체사상에 입각해 김일성이 창안했다는 주체농법에 의한 식량생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은 김일성이 1970년대 초 농업분 야 학자 농민들과 농사경험을 폭넓게 교환하고, 시험농장을 조성해 직접 작물을 재배하는가 하면 외국의 농업기술과 성과를 연구 분석해 37) 위의 책, pp.112-113. 38) 홍성국, 차등분배현실을 고려한 북한 일반주민의 실질 식량수급량 추정, 통일정책 연구 16권 1호(2007), pp.201-202. 39) 북한은 지난 2000년대 들어 경제상황이 조금씩 호전되면서 2002년 7 1경제관리 개선조치가 취해질 시점에서 배급량의 70% 수준 을 2005년 10월부터는 평양을 비 롯한 전역에서 식량공급을 정상화하고 있으며, 종합시장에서 쌀 판매도 사라졌다고 밝혔다. 조선신보, 2005년 10월 27일.

18 통일문제연구 2012년 상반기(통권 제57호) 북한 실정에 맞는 새로운 농사방법인 주체농법을 제시했다고 하는데 이 정책이 김정일 시대에도 이어지고 있다. 북한은 사회주의 농촌건설을 우리식대로만 해야 한다 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2001년 김정일은 사회주의 사회에서 토지의 면모를 일신하 는 것을 토지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만년대계의 위업으로, 강성대국 건설의 중대사로 내세우고 주체적인 토지정리 사상과 방침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군민이 일심단결로 굳게 뭉쳐 자연개조 사업을 벌임으로 써 가까운 앞날에 전국의 토지를 사회주의 국가의 땅답게 일신해야 한 다 며 이 땅위에 튼튼히 뿌리내린 우리의 사회주의 농촌경리제도를 견 결히 고수하고 빛내이기 위해 적극 투쟁하며 사회주의 농촌건설의 새로 운 단계의 요구에 맞게 농업근로자들 속에서 사상사업을 더욱 강화해 그들을 혁명화 노동계급화 사회주의화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40) 특히 주체사상이 북한 사상의 근간인만큼 북한의 농법이 주체농법이 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김정일 체제에서는 실용성을 강 조하며 생산성 제고를 위해 주체농법 으로 고수해온 영농방법 중 하나 인 밀식( 密 植 )재배 를 소식( 疏 植 )재배 로 바꾸는 등 변화를 주며 활용 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 러시아, 중국 등이 식량정치의 일환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 한 입법적 조치를 취한 것처럼 북한은 식량난이 한참이던 1990년대 중 반 이후 먹거리 관련법을 대거 제정, 발효하기도 했다. 북한은 1995년 1월 18일 수산법 을, 1997년 2월 19일 량정법 을, 1998년 12월 18 일 농업법 을 채택했다. 또한 1998년 7월 22일 식료품위생법 을, 1998년 12월 18일 양어법 을 2002년 12월 4일 과수법 을, 2006년 1월 12일에는 축산법 을 채택했다. 이는 북한이 말하는 인민생활경제, 즉 먹는 문제에 국가가 더 관리하 40) 로동신문, 2001년 3월 5일.

체제유지를 위한 북한의 식량정치(food politics) 19 고 신경 쓰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41) 북한은 식량과 관련한 국가시스템을 장악하고 먹거리 관련법을 제정하 면서 법과 제도 완비를 통해 전 주민의 생활은 물론 사회적 도덕규범마 저 통제하는 것이다. 사회적 도덕규범의 통제는 북한 주민에게 체화된 수준의 사상의식을 요구하는 것으로 북한은 이를 통해 자연스러운 정권 에 대한 순응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유럽의 국가들이 특정 식품에 의도적 의미를 부여해 의미를 확산 시 킨 것처럼 북한은 고난의 행군이후 사상단속의 일환으로 음식의 상징화 작업을 진행했다. 북한에서는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 고난의 행군 등 으로 사회 전반에 위기의식이 팽배해지면서 체제 안정화를 위해 1990 년 후반부터 김일성, 김정일, 김정일의 생모인 김정숙의 업적을 전설문 체로 엮은 혁명전설집을 발행하며 주민들의 사상교육을 더욱 강화했다. 이들은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 김정일의 선군영도업적, 김정숙의 현 명한 여성상 등을 주요 골자로 해 지도자의 인민에 대한 사랑을 강조하 고 있어 이들 혁명전설에 나오는 음식과 식생활과 관련한 이야기들은 단순한 음식이나 요리가 아니라 지도자가 인민생활향상에 주력하는 모 습 이라는 상징적인 이미지를 부여해 음식=지도자의 주민에 대한 사 랑 이라는 등식을 성립하게 한다. 42) 또한 유럽 국가들이 어린이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한 것처럼 북한은 태어난 직후부터 탁아소와 유치원 등의 교육기관에서 공산주의형 인간을 만들고 있다. 또한 학교에 입학한 이후에는 교과서나 동화책 등을 통해 북한이 실시하고 있는 사상교육적인 식량정책을 펼치고 있다. 43) 41) 김양희, 북한 농식품법 연구, 통일과 법률 통권 9권 봄호(2012), pp.97-98. 42) 김양희, 조선녀성에 나타난 북한의 식생활정책, 한국민족문화 41호(2011), p.21. 43) 북한의 어린이들은 사회주의도덕이라는 교과목을 통해 식사예절교육 등 북한 사회가 지향하는 식생활 정책을 교육받으며 혁명전설, 혁명설화 등 북한에서 김일성 가계에 대한 우상화의 일환으로 실시되고 있는 지도자에게 충성을 요구하는 음식의 상징화

20 통일문제연구 2012년 상반기(통권 제57호) 북한은 특히 갓난아이부터 집단주의 원칙과 공산주의적 인간형 을 기른다는 목적에 맞게 아이가 태어나면 생후 3개월여부터 탁아소에 맡 긴다. 탁아소 제도는 북한이 건국초기부터 대단한 심혈을 기울여 정착 시킨 것으로 도시는 물론 산간벽지까지 탁아소를 설치해 유치원과 합치 면 6만여 개 소로 집계된다. 탁아소에서 아이들은 같은 시간표에 따라 행동하고 같은 음식을 먹으며 국가의 요구에 맞게 길러진다. 44) 2. 경제적 요소 유럽의 국가들이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식품을 확산시키기 위해 판매를 확대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한 것처럼 북한은 1990년대 이후 줄곧 사회주의경제 체제의 틀을 유지하는 가운데서도 시장경제적 요소로 볼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식량증산 독려를 위 한 규제완화를 추진해왔다. 북한은 1996년 분조관리제의 개선에 이어 1998년 9월 제10기 1차 최고인민회의의에서 사회주의 헌법의 개정을 통해 합법적인 경제활동 수입에 대한 개인소유 인정과 독립채산제 등을 도입했고 2002년 7 1 경제관리개선조치를 통해 기업관리 합리화 등을 추진했다. 특히 북한 의 곡물생산 증대를 위한 7 1경제관리개선조치는 다음 <표 2>와 같다. 정책과 관련한 동화책 등도 다수 발간되고 있다. 음식의 상징화 정책과 관련해서는 김양희(2011), pp.315-320 참고. 44) 조선일보, 2001년 6월 21일.

체제유지를 위한 북한의 식량정치(food politics) 21 <표 2> 북한의 곡물생산 증대를 위한 7 1경제관리개선조치 구분 조치 주 요 내 용 곡물 생산 곡물 수매 곡물 분배 분조관리제 개선 실적분배 강화 작물선택권 확대 토지사용료 징수 (2002.7) 개인경작지 확대 개인영농제 시범실시 2중 곡가제 폐지 (2002.7) 국가 납부량 축소 식량배급제 폐지 식량 공급대상 축소 - 가족단위(2~5세대) 분조 구성을 확대 - 일부지역에서 농지를 시범적으로 분조에 분배 - 협동농장의 연말 분배시 실적평가단위를 작업반 (80~120명)에서 분조(10~25명)로 전환 - 벼를 제외한 나머지 재배 작물에 대해 선택적으로 확대 - 협동농장 토지, 기관 기업소 부지, 개인경작지(뙈 기밭) 등 3부류로 구분하고 차등(최저 53전~최고 60원) 부과 - 개인이 임의로 개간 경작할 수 있는 토지를 종전 30~50평에서 400평(뙈기밭)으로 확대 - 일부 지역(함북 회령 무산 등)에서 협동농장 토지를 개인에게 할당 경작토록 하는 개인영농제 시범 실시 - 곡물의 고가 수매, 저가 공급 폐지 - 쌀 수매가(40원/kg)와 공급가(44원/kg)를 대폭 인상하여 현실화 - 농장 자율 처분량 증가: 수확량의 70~80%를 국 가에 납부했으나 토지사용료와 생산비 명목으로 50~60% 정도만 납부 - 수매가(쌀: 82전/kg)의 1/10수준에서 거의 무상 (쌀: 8전/kg)으로 공급하던 식량배급제 폐지 - 체제 보위계층에서는 기준량(700g)을, 일반 주민 에게는 기준량의 절반(300g)을 공급 - 2004년 3월부터는 공급대상 기관 기업소를 더욱 축소, 자력조달강화 * 출처: 김영윤 최수영, 북한의 경제개혁 동향 (서울: 통일연구원, 2005), p.47. 7 1조치 이후 농업부문에서는 원칙적으로 집단주의가 고수되면서 도 개혁이 추진돼 생산에 있어 집단 영농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집단주 의를 완화하며 책임 영농을 유도했다. 북한은 농업법 을 개정(2002년

22 통일문제연구 2012년 상반기(통권 제57호) 6월)하는 한편 분조 규모를 축소하고 협동농장에 세부 생산계획 수립 권한을 부여하는 등 농장의 재량권을 확대했으며 농업생산 증대를 위해 작업반 우대제를 삭제하고 분조관리제 중심의 관리운영으로 전환( 농 업법 제72조)했다. 45) 또한 협동농장 분조 인원을 1996년부터 7~8명으로 축소한 데 이어 각 분조의 생산 목표치를 현실적으로 설정해 초과 생산에 대한 인센티 브를 높여왔다. 이전까지는 작업반별로 하던 협동농장 실적분배를 생 산 최하위 단위인 분조 간에 차등화 해 분배하도록 하는 등 평균주의를 지양하고 실적에 따른 차등제를 강화한 것이다. 46) 아울러 벼를 제외한 나머지 작물에 대해서 작물선택권을 확대했으며 협동농장 토지, 기 관 기업소 부지, 개인경작지 등 토지를 3부류로 구분하고 토지사용료 를 차등해서 부과하고 있다. 이외에도 개인이 경작할 수 있는 토지를 종전 30~50평에서 400평까지 허용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협동농장 토지를 개인에게 할당해 경작토록 하는 개인경작제를 시범적으로 실시 했다. 47) 이 외에도 북한은 국가수매량을 축소해 농민들의 생산동기를 유발하도록 노력했다. 과거에는 수확량의 70~80%를 국가에 납부했 으나 이제는 토지 관개용수 전기 등의 사용료 및 생산비 명목으로 50~60%정도만 납부하고 나머지는 협동농장이 자율 처분하고 있 다. 48) 특히 2003년 3월부터 북한 당국이 농민시장을 종합시장으로 전 45) 최수영, 7 1조치 이후 북한의 농업개혁과 과제 (서울: 통일연구원, 2006), p.8. 46) 임경훈, 북한식 경제개혁에 대한 평가와 전망, 한국정치연구 16권 1호(2007), p.293; 이 같은 인센티브제에 의해 높은 성과급을 받는 농민들도 생겨나기 시작했 다. 청산리협동농장은 정보당 67톤의 벼를 생산하던 논에서 100톤 이상을 생산하고 있으며 일부 농민은 10만원 수준의 분배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조선신보, 2003년 3월 14일; 또한 7.1조치 이후 실리추구의 기운이 조성돼 생활비 및 전반가격의 조 정이 이뤄지고 일한 것만큼 분배를 받게 되자 가족 단위로 30만 원 이상의 돈을 받 는 농장원이 나오기도 했다. 조선신보, 2003년 4월 23일. 47) 최수영(2006), p.7.

체제유지를 위한 북한의 식량정치(food politics) 23 환, 공식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한 것도 농민들의 영농의욕을 자극하고 있다. 시장이 공식화 합법화됨에 따라 곡물의 판매 확대가능성이 커 져 농민들의 증산의욕은 높아지고 있다. 49) 3. 사회문화적 요소 북한에서는 또한 식량정치의 일환으로 사회문화적 정책을 펼치고 있 는데 이는 민족음식강조 등으로 대표될 수 있다. 러시아 정부가 국산품 애용운동을 벌이며 민족주의를 강화하고자 한 것은 단순한 국산품 애용 운동이 아니라 사회주의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는 북한이 주민들에게 민족음식을 강조하며 적극적으로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것 과 비슷하다. 북한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민족성을 강조하고 애국심 의 고취를 독려하면서 어떠한 외부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는 체제 내부 의 결속을 도모, 안정화를 이루기 위해 민족음식의 개발, 보급을 정책 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김정일은 우리 인민들이 우수한 민족적 전통을 고수하고 민족성이 강하면 제국주의의 사상문화적침투도 막아낼 수 있고 그 어떤 이색적인 풍조도 스며들지 못하게 할수 있다 며 민족음식을 적극 발전시키는 것 이 중요하다 고 말했다. 50) 이는 민족음식의 장려를 통해 식생활에서의 사상단속을 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51) 전통적인 식생활은 민족성 을 강조하고 민족성은 제국주의와 지배주의를 반대하는 투쟁의 일환으 48) 조선신보, 2004년 1월 23일. 49) 최수영(2006), pp.27-28. 50) 김정일, 우리 인민의 우수한 민족적전통을 적극 살려나갈데 대하여, 김정일선집 15권(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2005), pp.317-318. 51) 김양희(2011), p.310.

24 통일문제연구 2012년 상반기(통권 제57호) 로 내부의 결속과 단결을 도모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민족음식과 토 속음식에 대한 강조는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식재료 를 자립해 북한 주민의 구미에 맞는 민족음식을 발전시켜 주민 생활을 향상시키겠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 52) 이를 위해 북한에서는 지방 행정 구역별로 민족음식품평회 가 열리고 있다. 품평회는 전통요리 시연과 함께 경험을 공유하는 등 전통요리에 대한 인식을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53) 또한 북한 평양시는 각 구역마다 전통음식을 판매하는 민족식당 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이는 김정일이 지난 2004년 평양시 의 각 구역마다 민족음식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식당을 만들 것을 지 시함에 따라 10여 개의 민족식당을 설립,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54) 이를 위해 북한은 2005년 4월 1일 전통음식 요리사를 전문으로 양 성하는 북한의 중앙요리학원을 개원하기도 했다. 중앙요리학원은 내각 상업성 산하 장철구평양상업대학 부속 학원으로 산하에 10개의 각 도 요리학원을 두고 있다. 55) 이 시기 북한에서 민족성 고수문제가 전면에 나서게 되면서 음식문 화 분야에서도 민족적인 것을 더욱 살려나가기 위한 열풍이 불게 된 것 이다. 북한에서도 전통적인 민속음식을 다 찾아내 발전시키는 것은 인 민들의 식생활을 보다 윤택하고 문명하게 하는 데만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다 며 조선의 민족음식을 많이 만들어 먹는 과정을 통해 사람들에 게 조선민족이 제일이고 으뜸이라는 애국의 뿌리를 심어주자는 데 중요 한 의의가 있는 것 이라고 말한다. 56) 1990년대 초 동구 사회주의 국 가들이 붕괴하고 고난의 행군시기를 거치면서 심각한 체제 위기를 겪은 52) 김양희(2011), p.311. 53) 평양방송, 2004년 12월 6일. 54) 통일신보, 2005년 2월 5일. 55) 조선신보, 2005년 4월 7일. 56) 리철민, 어디 가나 민족음식, 조국 10월(도쿄: 조선신보사, 2005), p.72.

체제유지를 위한 북한의 식량정치(food politics) 25 북한이 내부적으로 결속을 위해 도모한 우리민족제일주의 가 사회 전 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부각된 민족음식 강조 문화는 주민들의 사상단속 을 통해 북한 체제의 유지를 도모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북한은 신문, 잡지, 영화 등 언론매체를 통한 홍보활동에 주력 하면서 이 같은 식생활 관련 정책을 주민들에게 주입하고 있다. <조선 녀성> 등 식생활의 주체자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잡지는 물론이고 <로 동신문>이나 <천리마>, <청년문학>, <교원선전수첩> 등에 민속요리 등 우리 고유의 민족음식강조정책과 관련한 기사들이 빈번하게 노출되고 있다. 또한 지난 1986년 식료연구소 연구원인 주인공을 내세워 우리 몸에는 우리 것이 제일이라는 것을 강조한 <금강산으로 가자>에 이어 옥류관의 총각요리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옥류관 평양냉면의 우수성 을 강조한 <옥류풍경>, 2002년에는 김치연구사인 주인공을 내세워 우 리 것이 제일이라는 <우리의 향기>, 2010년 북한이 강성대국 건설에 앞서 진행하고 있는 식생활 정책을 종자로 삼은 <설풍경>이 제작되는 등 식생활 정책을 종자로 삼은 영화도 다수 제작됐다. 북한은 지속적인 언론 노출을 통해 북한이 사회주의 체제의 공고화를 위해 실시하고 있 는 정책을 자연스럽게 각인시키고 체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Ⅳ. 북한 식량정치의 특징과 전망 1. 주민 순응화와 식량통제시스템 북한 식량정치는 어린 시절부터 식량통제시스템에 편입될 수 있도록 전 주민을 대상으로 철저한 식량통제시스템을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1세 미만의 영유아의 식량까지 배급제를 통해 지급되는 등 농민을 제외

26 통일문제연구 2012년 상반기(통권 제57호) 하고는 모든 국민이 국가에 의해 식량이 통제당하고 있다. 57) 북한의 식량배급제는 부족한 식량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 까닭에 주민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좋은 수단이 되어왔다. 58) 특히 북한의 식량통제시스템은 주민에게 실질적인 식량을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식량이 부족할 때에도 주민에게 사상적인 주입을 통해 식량부족에 대한 책임을 외부에 돌리고 지도자에 대한 충성을 유발하도 록 하며 주민들의 순응화를 추진하고 있다. 식량부족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고 지도자에 충성을 요구하는 홍보활동 등으로 식량부족이 미국 등 외부의 경제 통제 정책에 따른 것이라고 선전하면서 아무리 살림이 어 렵더라도 국방력에 모든 힘을 쏟는 선군정치를 지속해야한다며 선군정 치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2000년 1월 2일 김정일은 선군정치를 한 것이 얼마나 정당하였는가 하는 것을 다시금 확신하게 된다 면서 사 탕 없이는 살 수 있어도 총알 없이는 살 수 없다 고 말했다. 59) 사탕 없 이는 살 수 있어도 총알 없이는 살 수 없다 는 말은 일부 생활용 식품의 부족함은 참을 수 있지만 적과 싸울 무장장비를 원만히 갖추지 않으면 자주적 삶을 누릴 수 없고 따라서 무장력을 강화하는 데 우선적 힘을 넣어야 한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60) 북한의 언론에서는 김 총비서는 지난 1990년대 사회주의국가의 붕 괴와 수백년만의 대홍수 가뭄 등 자연재해가 연이어 몰아쳤던 최악의 시기에 선군혁명노선에서 한치도 한걸음도 물러설 수 없다 는 결심을 했으며 경제우선시로 나간다면 공장이 숨쉬고 인민생활이 한결 펴일 수 있었으나 목전의 호구지책을 위하여 피바다, 불바다를 헤치며 존치 하고 지켜온 사회주의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수는 없었다 고 말했다. 61) 57) 이금순 외, 북한인권백서 (서울: 통일연구원, 2009), p.227. 58) 김국신 외, 북한인권백서 (서울: 통일연구원, 2011), p.267. 59) 로동신문, 2000년 3월 24일. 60) 청년전위, 2001년 11월 9일.

체제유지를 위한 북한의 식량정치(food politics) 27 방송은 또한 장군님께서는 어느 해인가 국방력 강화를 위한 문건에 수 표를 하다가 인민들이 매우 어려운 형편에 있는 때에 이런 결심을 내리 자니 정말 가슴이 아파 견딜 수 없지만 인민들은 왜 허리띠를 조이지 않으면 안되었는가에 대하여 다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며 선군 혁명노선 에 의해 인민군대의 위력은 천백 배로 강화되었고 그 무적필 승의 위력 앞에 제국주의자들의 고립압살 봉쇄책동은 여지없이 분쇄되 고 최악의 역경속에서의 사회주의 수호라는 역사의 기적이 창조되었다 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에서 선군정치가 사회주의체제의 유지를 위해 서 뿐만 아니라 경제재건과 주민들의 먹거리 확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상을 주입시키고 있는 것이다. 북한 정권은 현재 주민들의 생활이 어렵지만 지도자가 선택한 선군 정치를 내세우고 식량부족의 책임은 외부세력에 있으니 이 같은 문제의 해결방법은 선군에 의한 것으로 식량이 부족한 것도 참아야 한다는 것 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사상의 주입으로 북한 주민들은 식량이 부족 해도 어쩔 수 없으며 이를 해결하는 방안도 현 정권에 있다고 순응을 하는 것이다. 또한 주민 생활이 불안정한 것이 안타깝지만 선군정치를 할 수 밖에 없는 지도자의 마음을 선전하고 훌륭한 지도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면서 지도자에 대한 충성을 유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북한이 실시하고 있는 지도자에 대한 충성을 요구하기 위한 음 식의 상징화 정책은 지도자와 관련이 된 특정 식품 등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도 활용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주민을 순 응하게 만드는 정책 중 하나이다. 시드니 민츠는 식품들을 지배하고 또 동시에 그 식품들이 암시하게 될 의미들을 지배하는 것은 평화로운 통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며 인간의 지각은 사회적 행위의 과정 안에 서 조합해 도식화돼 우리가 사건들을 연결시키고 의미를 부여하는 물질 61) 조선중앙방송, 2001년 2월 18일.

28 통일문제연구 2012년 상반기(통권 제57호) 들은 문화적 역사적 세력들에 예속될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62) 결국 북한에서 실시하고 있는 체제결속을 위해 식량난이 일어나도 이에 대한 책임을 외부로 돌리고 지도자에 충성을 다하도록 하는 의미를 주민에게 지속적으로 주입하면서 체제에 순응하도록 만들고 시간이 흐를수록 이 것이 당연시될 수밖에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2. 식량정책적 특성: 사상교육과 식량증산 김정일 시기 북한은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 강성대국을 건설해 나가 기 위해 사상교육적인 식생활 정책을 펼치는 동시에 실질적인 식량증산 을 위한 정책 등 두 가지 축의 식생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북한이 실시 하는 식량정치의 세부 내용 중 이데올로기 활용, 민족음식강조, 어린이 로부터 시작되는 사상교육 등을 통해 주민의 순응을 유도하고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 등은 북한에서 실시하는 사상교육적인 식량정책 이라 할 수 있다. 이데올로기를 활용하는 정책은 단순한 식량의 확보효과뿐만 아니라 주민에게 국가의 절박한 상황을 이해시키는 데도 도움을 준다. 주민에 게 외부의 압박과 공세에서도 사회주의 체제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를 위해서는 선군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때문에 김 정일 시기에는 먹고살기에 조금 어렵더라도 군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논 리를 지속적으로 주입한 것이다. 북한에서는 어린이들에 대한 영양공급에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데 이는 사회주의 체제가 지속될 수 있도록 체제에 적합한 인간을 키우는 데 주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제일 좋은 것은 어린이에게 라는 62) 시드니 민츠(1998), pp.286-287.

체제유지를 위한 북한의 식량정치(food politics) 29 구호에 따라 고품질의 물품과 음식을 탁아소에 따로 공급하는데 이는 부모들이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아이들이 어린 시 절부터 계속되는 반복 교육으로 부모보다는 어려운 현실에서도 자신들 의 먹거리를 챙겨주는 당과 지도자에 충성을 다하는 인간으로 길러지도 록 하는 것이다. 북한은 또 특정 식품에 의도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확산시키는 정책 을 통해 지도자에 충성심을 유발하고 주민들의 순응화를 이끌고 있다. 대표적으로 줴기밥을 꼽을 수 있는데, 남한의 주먹밥과 같이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을 줴기밥이라고 한다. 줴기밥은 김정일이 줴기밥을 만드는데는 특별한 음식감도 필요 없고 품도적게 들기 때문 에 준비하기가 쉽고 짧은 시간에 먹을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아 좋은 혁명가들에게 리상적인 도중식사 라고 말하면서 간단 한 식사라는 의미를 넘어 김정일에게 밤낮으로 인민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는 소박한 혁명가라는 이미지를 부여하고 있다. 63) 반면에 식량증산 독려를 위한 규제완화, 먹거리 관련 법률의 제정 정비 등은 실질적인 식량증산을 위한 북한의 식량정책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이 규제완화의 일환으로 실시한 7 1조치의 핵심은 가격 개혁과 보수 차등지불을 통한 동기유발 체계로 이 경제조치는 농장의 작업분조 와 개별 농장원에게 영향을 미쳐 궁극적으로 농업의 생산이 증대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64) 7 1조치로 대표되는 식량증산 독려를 위 한 규제완화를 통해 북한은 실질적인 생산증대 효과를 이루기도 했 다. 65) 북한은 또한 먹거리 관련 법률의 제정 정비를 통해서도 인민생 63) 김양희(2011), p.318. 64) 김영윤, 7 1경제관리개선조치의 농업부문 기대효과와 과제, 통일문제연구 통권 제40호(2003), p.158. 65) 7 1조치 다음 해인 2003년도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413만 톤으로 전년 대비 8%, 28만 톤 증가해 지난 9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2004년에도 생산량은 425만 톤

30 통일문제연구 2012년 상반기(통권 제57호) 활향상을 위한 식량증산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특히 수산법, 양어법, 과수법, 축산법 등은 식량증산을 위해 제정한 대표적인 법률이다. 수산법 은 수산자원 조성과 보호, 수산물 생산과 가공에서 제도와 질 서를 세워 수산업을 발전시키고 인민생활을 높이는 데 이바지하기 위해 (제1조) 만들어진 것이며 양어법 도 양어수역의 관리와 물고기의 자원 조성, 생산, 자원보호에서 제도와 질서를 엄격히 세워 양어를 발전시키 기 위해(제1조) 만들어 진 것으로 물고기의 증산을 통한 인민생활향상 을 꾀하는 법이다. 또한 2002년 12월 과일나무모의 생산, 과수원의 조 성과 관리, 과일수확과 처리에서 제도와 질서를 세워 과일생산을 늘리 기 위해(제1조) 만들어진 과수법 은 국토면적의 약 80%가 산지인 지 형의 특수성을 활용하기 위한 식량증산법이다. 2006년 제정된 축산법 도 종자집짐승의 확보와 집짐승의 먹이보장, 사육에서 제도와 질서를 엄격히 세워 축산물 생산을 늘리고 인민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해(제1 조) 제정된 것이다. 으로 전년보다 3% 증산됐다. 아울러 2005년의 곡물생산량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450만 톤을 상회한 454만 톤을 기록했다. 이 시기 북한의 곡물 증산은 하드웨어적 요소(비료 등 영농기자재)들의 사용과 활용의 증가가 직접적인 요인임이 분명하지만 이런 하드웨어적 요소들이 상호 복합적인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킨 데는 7 1조치 및 이후 농민들의 증산 의욕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최수영(2006), pp.26-27. 이는 북한의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7 1조치는 주민들의 사고방식을 근 본적으로 바꿔놓고 협동농장 농장원들에게 토지사용료가 부과되면서 농업 생산성이 높아지고 결산분배에서의 평균주의 가 사라지게 됐다고 한다. 특히 농사에 필요한 농 업용수와 비료, 영농기구 등이 적절한 가격으로 거래되고 토지사용료를 내는 만큼 농 장원들은 과거 조건이 좋지 않아 농사를 단념했던 토지도 효과적으로 이용할 궁리를 하게 돼 확실히 농산물의 증산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신보, 2004년 1월 2일.

체제유지를 위한 북한의 식량정치(food politics) 31 3. 식량정치의 한계와 지속성 북한 정권은 주민들에게 식량부족문제에 대해 1) 동구사회주의권 시 장 붕괴와 2) 국방력 강화를 위한 경제적 부담 3) 1995년과 1996년 에 발생한 홍수 피해, 4) 미국의 경제봉쇄, 5) 남한의 식량지원 방해 등을 원인으로 제시하며 합리화하고 있다. 66) 식량난민과 면담보고서 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북한 주민이 못살게 된 이유로 지도자, 즉 김정 일에 대한 불만정도가 실제로는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표 3>에서 볼 수 있듯이 북한이탈주민들은 자신들이 못살게 된 이유를 갑 자기 발생한 자연재해(23.3%)와 비효율적인 국가정책(15.4%), 과다 한 군사비지출(11.9%) 등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며 지도자의 책임 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10.2%로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이는 현재 까지 북한 지배계급이 제시하는 정당화의 논리가 상당히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67) <표 3> 북한이탈주민들이 생각하는 북한 주민들이 못살게 된 이유(복수 응답) 못살게 된 이유 응답수(명) 응답빈도(%) 자연재해로 식량생산이 안되어 198 23.3 국가정책 때문 131 15.4 군사비의 과다지출 때문 101 11.9 지도층의 관료주의적 실정 때문 91 10.7 지도자의 책임 개혁개방을 하지 않아서 경제개발을 하지 않아서 87 80 25 10.2 9.4 2.9 통일이 되지 않아서 22 2.6 기타 116 13.5 합계 851 100.0 출처: 우리민족서로돕기 불교운동본부 편, 북한의 식량난실태 (서울: 우리민족서로돕기 불교운동본부, 1998), p.20. 66) 김병로, 북한의 식량난이 사회통합에 미치는 영향, 통일연구논총 제1호(1998), p.136. 67) 위의 글, p.158.

32 통일문제연구 2012년 상반기(통권 제57호) 실제로 북한 주민들은 식량난을 겪으면서도 어쩔 수 없는 현실로 수 용하며 일제 시보다는 낫다는 비교우위의 사고로 만족하는 경향이 강하 다. 또한 주민생활이 어려운 것은 군사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며 군 사적 긴장감이 해소돼 군사비 지출을 줄이면 경제적으로 잘 살 수 있다 는 생각을 갖고 있다. 68) 북한은 또 최근 세계적인 식량 및 에너지 가격 인상, 물가 폭등 등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강조하며 식량난의 책임을 외 부 세계의 문제점으로 돌리고 있다. 69) 결국 북한은 식량난의 원인을 외부와의 갈등에 의한 것으로 선전하면서 식량부족 상황을 이해시키고 주민들의 불평불만을 잠재우며 순응화를 이끌어내 이를 기반으로 정당 성을 확보하며 체제를 유지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식량정치의 한계요인은 첫째, 식량난의 파 급효과로 주민의 이동이 증대되면서 정보의 교류 등이 확대되고 사회통 제 기능이 이완되었다는 점이다. 만성적인 영양결핍의 경우 거의 정치적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는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가난하고 굶주린 사회는 일반적으로 조직적 이고 정치적인 목소리가 부족하다고 한다. 이는 정보 부족 등으로 정치 에 대한 입장표명 등이 차단돼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들 대부분은 정치 적 행동을 하지 않는다. 또한 사회가 정치적 역할을 하는 것을 허용하 지 않을 수도 있으며 이는 기아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이유가 되기 도 한다. 70) 68) 위의 글, p.158. 69) 조선중앙TV 는 지난 2008년 7월 26일 하루 동안에만도 세계적인 식량위기의 연쇄 적 후과, 세계적 식량위기 엄중, 식량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적 움직임, 중국, 식량절약 사업 등을 방송했다. 또 식량문제로 인한 전 세계적인 비상사태 조선중앙 방송, 2008년 7월 29일, 아프리카 나라들 식량위기 조선중앙TV, 2008년 7월 26일 등을 통해서는 온 세계를 휩쓸고 있는 최악의 식량위기는 지금 시시각각으로 인류의 생존과 안전을 엄중히 위협하고 있다 며 영양실조와 기아에 따른 사망 외에도 시위와 폭동이 발생하고 있다 고 전하기도 했다.

체제유지를 위한 북한의 식량정치(food politics) 33 그러나 북한 사회에서 식량배급에 관한 중앙정부의 행정기능이 약화 됐고 중앙정부차원에서 지역별, 기관별로 식량을 자체 해결하도록 지 시하고 있기 때문에 인구의 유동현상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북한 주 민들의 의식변화가 더딘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정보의 유통속도가 느리다는 점인데 주민들의 지리적 이동이 잦아짐으로써 정보유통도 활 발해졌다. 식량난으로 인한 유동인구의 증대는 정보유통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주민들의 의식을 상당히 변화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71) 시장의 확대 등으로 인한 주민 간의 빈부격차 등 양극화 현상도 식량 정치의 두 번째 한계요인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상행위 자체가 불법이 었으나 시장이 확대되면서 상인 계층이 형성됐고 자본을 축적한 돈주 ( 錢 主 )들이 속속 등장했다. 이 같은 시장과 돈주의 출현은 근본적으로 북한 사회주의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2012년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로 설정, 인민생활향상을 위해 주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김정일이 사망하 고 김정은이 지도자로 전면에 등장하면서 체제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식 량문제해결이 가장 절박한 과제이다. 이미 김정은은 함경북도 김책시 를 방문했을 때 과거엔 식량이 없더라도 총알이 없어선 안됐지만, 지 금은 총알이 없어도 식량은 없으면 안된다 며 경제회복과 인민생활 수 준 향상을 강조하기도 했다. 72) 그러나 현 상황에서 북한이 식량문제를 해결하면서 주민들을 통제하 며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은 거의 없어 보인다. 북한은 지난 2월 3차 북미회담에서 미국의 식량지원약속을 받아내는 등 김정은 체제 출 범 이후 식량난 개선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그러나 북한이 김일성 70) Paarlberg(2010), p.39. 71) 김병로(1998) p.147. 72) 요미우리신문, 2010년 10월 25일.

34 통일문제연구 2012년 상반기(통권 제57호) 100회 생일에 맞춰 발사한 광명성3호 를 미국이 문제 삼는 등 북한에 대한 여론이 나빠졌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미사일 위협, 유엔결 의 위반 이라고 북한을 압박했다. 73) 이 같은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서 북한이 식량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김정은 체제 가 출범한 이후 주민들의 지지를 확보하고 안정적인 체제를 유지하기위 해서는 더욱 안정적인 식량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북한은 식량 을 통해서 북한 사회를 통제하고 식량이 부족할 시에도 책임을 외부로 돌려 주민들의 순응화를 유도하는 식량정치를 지속적으로 실시할 수밖 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Ⅴ. 결 론 수백 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하는 가운데서도 북한에는 체제나 정권 의 붕괴가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는 북한이 펼치고 있는 식량정치 때문 으로 볼 수 있다. 북한 정권은 체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민에게 식량정치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에 주민이 순응함으로써 체제가 이어지 고 있는 것이다. 로버트 파랄버그, 캐롤린 스틸, 찰스 틸리, 루이스 틸리, 시드니 민 츠, 멜리사 콜드웰 등은 유럽, 러시아, 중국 등의 사례를 들며 식량정치 를 설명하는데 이 국가들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정책을 펼쳐왔 다. 세부적으로 보면 정치사상적으로는 1 식량공급 통제, 군인, 공무 원 등에 우선하는 식량차등배급, 2 이데올로기 활용, 3 영향력을 확 대하기 위한 입법적 조치, 4 특정 식품에 의도적 의미부여, 확산, 5 어린이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 6판매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 추진 73) 연합뉴스, 2012년 3월 19일.

체제유지를 위한 북한의 식량정치(food politics) 35 정책을 추진하며 사회문화적으로는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정책을 펼쳤다. 이런 가운데 북한 정권은 정치사상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3요소로 구성된 식량정치에 의해 식량이 충분할 때는 물론이고 식량이 부족할 때에도 이에 대한 책임을 외부에 떠넘기며 주민들을 정권에 순응토록 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식량정치를 정치사상적으로 1 식량 관련 국가 시스템 장악, 2 주체사상 강조, 음식의 주체화 등 추진, 3 먹거리 법 률 제정 정비, 4 지도자에 대한 충성 요구를 위한 음식의 상징화, 5 어린이부터의 사상교육 등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주민의 순응을 유도 하고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며 체제의 유지를 도모하고자 한다. 경제 적으로는 1990년대 이후 줄곧 사회주의경제체제의 틀을 유지하는 가 운데서도 시장경제적 요소로 볼 수 있는 정책들을 시행하면서 식량증산 독려를 위한 규제완화를 추진해왔으며 사회문화적으로는 민족음식강조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북한의 식량정치는 어린 시절부터 식량통제시스템에 편입될 수 있도 록 전 주민을 대상으로 한 철저한 식량통제시스템을 마련한 것이 특징 이다. 주민에게 실질적인 식량을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식량이 부족 할 시에도 주민에게 사상적인 주입을 통해 식량부족에 대한 책임을 외 부에 돌리고 지도자에 대한 충성을 유발하도록 하며 주민의 순응화를 추진하고 있다. 김정일 시기에 펼쳐진 북한 식량정치의 또 다른 특징은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 강성대국을 건설해 나가기 위해 사상교육적인 식생활 정책을 펼치는 동시에 실질적인 식량증산을 위한 정책을 실시하는 등 두 가지 축의 식생활 정책을 펼쳤다는 점이다. 북한이 실시하는 식량정치의 세 부 정책 중 이데올로기의 활용, 민족음식강조, 어린이로부터 시작되는 사상교육, 지도자에 충성 요구하는 음식의 상징화 정책 등은 북한에서 실시하는 사상교육적인 식량정책이다. 반면에 식량증산 독려를 위한

36 통일문제연구 2012년 상반기(통권 제57호) 규제완화, 먹거리 관련 법률의 제정 정비 등은 실질적인 식량증산을 위한 북한의 식량정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 실시하는 식량정치는 식량난의 파급효 과로 주민의 이동이 증대되면서 정보의 교류 등이 확대되고 사회통제의 기능이 이완되었다는 점이 한계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시장의 확대 등으로 인해 주민 간에 빈부격차가 생기고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은 사회주의 체제의 유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한편 북한은 2012년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로 설정,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주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김정일이 사망하고 김정은 이 지도자로 전면에 등장하면서 체제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식량문제 해 결이 가장 절박한 과제이다. 이런 가운데 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하고 선 군정치의 틀을 계속 이어갈 때 국제사회에서의 압박은 지속돼 식량부족 문제를 쉽게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북한은 식량을 통 해서 주민을 통제해 체제유지를 해나가는 현재의 식량정치를 지속할 것 으로 보인다. 접수일: 4월 11일 심사완료일: 5월 1일 게재확정일: 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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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통일문제연구 2012년 상반기(통권 제57호) Abstract The Food Politics for Supporting North Korea s Continuation of Regime The food shortage in North Korea is one of the most serious problems since the period of the North Korean famine, known as the Arduous March. Nevertheless North Korea has kept their regime well. It stems from the North Korean food politics which they are proceeding in order to attain the legitimacy of the regime. Basically the food politics consists of three components; political and philosophical factors, economic factors and sociocultural factors. North Korea forces people to comply with the regime by controlling the allocation of the food not when sufficient to supply the food but also when deficient to supply it. The main character of the North Korean food politics is that the food control system makes an entire people belong to the system from the cradle. In addition they carry out policies concerning the food. Firstly this socialist regime im plements the policy of ideological education of dietary life to build a Powerful and Prosperous Nation. Secondly they have the policy of actual expansion of food production to solve the acute shortage problem. This helps make people understand the situation, comply with the regime and assent to the power.

체제유지를 위한 북한의 식량정치(food politics) 41 Recently the increase of move, expansion of information exchange and weakened social control have diminished the effect of the food politics, compared to the past. But under the pressure of capitalist world North Korea will probably stick to its own socialist system and Sŏn gun, Military Fist Politics. As a result the food shortage situation will not be changed for a while. There are few or no possibilities for the regime except implementing food politics. Key words: food politics, food shortage, food control, food policy, legitimacy